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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146

동백나무 그늘에 숨어 동백나무 그늘에 숨어 / 김태정 목탁소리 도량석을 도는 새벽녘이면 일찍 깬 꿈에 망연하였습니다 발목을 적시는 이슬아침엔 고무신꿰고 황토 밟으며 부도밭 가는 길이 좋았지요 돌거북 소보록한 이끼에도 염주알처럼 찬 이슬 글썽글썽 맺혔더랬습니다 저물녘이면 응진전 돌담에 기대어 지는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햇어둠 내린 섬들은 마치 종잇장 같고 그림자 같아 영판 믿을 수 없이 나는 문득 서러워졌는데 그런 밤이면 하릴없이 누워 천장에 붙은 무당벌레의 태앗적처럼 담담히 또 고요하였습니다 어쩌다 밤 오줌 마려우면 천진불 주무시는 대웅전 앞마당을 맨발인 듯 사뿐, 지나곤 하였습니다 달빛만 골라 닫는 힌 고무신이 유난히 눈부셨지요. 달빛은 내 늑골 깊이 감춘 슬픔을 갈피갈피 들춰보고, 그럴 때마다 나는 동백나무 그늘에 숨어 오.. 2023. 4. 24.
아득한 한 뼘 구부러진 길 이 준 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속도 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일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2023. 4. 3.
고은 복귀 논란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다다른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이 세상의 길이 신성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달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빈부에 젖은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끼고 서서 참으면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무덤으로 받는 것을 끝까지 참다 참다 죽음은 이 세상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지난 여름의 부용꽃인 듯 준엄한 정의인 듯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2023. 2. 20.
먼 등 外 평화와 평화 /안태운 겨울 인간의 어떤 감정과 장면 먼 등 /김성백 손잡이 첼리스트/김보나 동쪽과 서쪽​ /이성미 접힌 우산/정현우 이후,/이미산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이기와 바퀴의 근성​ 유토피아' 정마담의 하루 6​ 비.풍.초 1​ 비.풍.초 2​ 번안곡 육체의 비밀/ 이민하 소년소녀​ 허밍 /전영관 하, 저 꽃잎은 시니컬 3월 / 박소란 그럼 나는 개를 풀거야 /황주은 쇄빙/이충기 폭염/이원숙 화이트아웃/배윤주 불량목/송승언 숨겨둔 기쁨 / 임승유 화양연화花樣年華/ 김륭 겹/김경미 엄마전화기​ 버킷 리스트,/손준호 입하立夏 안부 서머타임./전희진 엄마 ​진은영 아카이브-극지에서/송희지 간밤에 그 때가 좋았다/ 나태주 갈매나무에 뒤엉킨 / 박성현 적산가옥(敵産家屋),/이다희 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 2023.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