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4.3 시화전
Billie Holiday, Ella Fitzgerald, Mildred Bailey 돌담에 속삭이는 에필로그 섬은 그 언제인가 목소리를 빼앗겨버렸다. 그날 이후 아무도 섬의 음성을 들을 수 없었다. 섬은 목소리를 잃고, 언어를 잃고, 노래를 잃고, 비명을 잃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침묵마저 잃어버렸다. 목소리를 잃었을 때 침묵할 권리도 함께 빼앗긴 까닭이다. 그래서 섬은 남모르게 밤에만 운다. 달도 별도 해도 없는 밤, 그 칠흑의 어둠 속에서 섬은 저 홀로 운다. 넋두리도 흐느낌도 없이, 그저 흐릿한 바람소리로만 운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 이상한 울음은 돌들이 내는 소리다. 섬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검고 구멍 숭숭한 돌들이, 모난 몸뚱이를 해풍에 서로 비벼대며, 해금처럼 희미하게 앵앵대고 우는 소리다...
2020.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