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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그 사람 44

광부화가 황재현 40여년 천착한 현실, 내 그림은 낭만 너머에 있다 제 큰어머니 얼굴입니다. 그 자체로 역사가 됐어요.” 황재형(69) 작가가 가리킨 건 작업대 위 늙은 여인의 거대한 얼굴 그림이었다. 파마한 머리칼이 덮은 이마 위쪽에 살이 뭉개진 자국이 보인다. 남편인 큰아버지가 던진 목침에 맞아 함몰된 흔적이다. 큰아버지는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의 고문을 받아 정신이 오락가락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인 얼굴 곳곳이 상처 나고 봉합된 흉터투성이다. 물감 대신 진짜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붙여 형상을 만들었다. 얼굴 아래와 목 부분은 공백으로 남겨 머리만 떠있는 인상이다. 조금 떨어진 벽에는 늙은 남자의 인물상이 있었다. 수심이 깃든 고대의 현자 같은 주름투성이 얼굴과 벗은 가슴팍이 푸른 빛 배경 속에 흐물흐.. 2021. 8. 21.
전몽각 -윤미네 집, 아버지 참 감동적이다. 한 가족이 이렇게 살아 왔고 아버지가 그것을 틈틈히 담아 왔다. 나도 한때 그러했지만 그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진은 전몽각의 아내 이문강의 젊은 날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한 가장 헌신적 디딤돌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들의 만남이 이어져 오늘의 얼굴들이 보이기까지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윤미 엄마 이문강 기록 이란 건 어떤 의미에건 놀랍다 윤미네 집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저자 전몽각|포토넷 |2010.01 전몽각-1931년 평북 용천 출생. 1959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건설연구소와 경부고속도로 건설사무소에 근무하였고 이후에 잠시 한국도로공사에서 근무하다 1972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95년에는 성균관대.. 2021. 8. 18.
게리 스나이더 “함께 머물고 꽃을 배우며 가벼이 떠나라” 게리 스나이더(1930~) 1930년 미국 쌘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광활한 자연과 북미 원주민의 정신세계에 관심을 가지며 자랐다. 리드대, 버클리대에서 문학, 인류학, 동양학을 연구했고, 비트문학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운동에 동참했다. 벌목꾼, 산불 감시원, 선원으로 일하며 자연 속의 노동과 명상을 실천하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10여년 동안 선불교를 연구하며 참선수행에 몰두한 후 미국 씨에라네바다에 돌아와 정착했다. 1985년부터 데이비스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희귀생물종 보호와 소수민족문화 보존 운동에 깊이 관여하고 생태주의로의 문명적 전환을 촉구해왔다. 주요 작품으로 시집 등과 산문집 등이 있다. 미국예술원상(1966), 퓰리처상(1975), 미국도서상(1983), 볼링겐상(1.. 2021. 3. 28.
백기완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원작...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 묏비나리-백기완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 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농창 들어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 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의 한 몸만 맴돌자 함이 아닐세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이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 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시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엄의 살이 맺혀 오면 또 한사위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힌 한.. 2021.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