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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11.18~

by 이성근 2024. 11. 18.

오늘부터 '법원 결정 존중한다'는 말 하지 않겠다

사람에 따라 기억력은 천차만별입니다. 기억력이 비상하여 시시콜콜 별걸 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모든 걸 똑같이 기억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기억은 뚜렷이 선명하게 오래도록 기억하지만 어제 누구와 점심을 같이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듯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쉽게 잊혀집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스스로 뇌 용량 또는 기억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별 의미 없이 불쑥 내뱉은 말도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압박감이나 위협 같은 심리적 부담을 주기도 하고 모욕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랫사람에게 상급자의 의견은 그냥 의견이 아니라 지시로 들립니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상급기관의 의견을 그냥 의견이라고 무시했다간 하급기관은 불이익을 받거나 곤욕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인터넷 이미지.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도적이자 연쇄살인범으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손님으로 맞아 침대에 눕힌 뒤 키가 침대보다 크면 남는 목과 발을 자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잡아당겨 죽였다고 한다.

기억이나 주관적 판단, 심리적 부담을 측량하고 일반화하여 누구에게나 똑같이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나오는 악당처럼 키가 큰 사람에겐 키를 잘라 맞추게 하고 키가 작은 사람은 키를 늘려서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검찰의 법 적용이 그러하다면, 국민은 검찰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판결이 그러하다면, 국민은 재판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내 아내는 교회를 열심히 다녀 구약을 다 외운다고고 기자들에게 자랑을 했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손해를 봤고 주가조작꾼들과는 절연을 했다고 했고, 돈 문제에 얽힌 장모의 비리에 대해선 내 장모는 누구에게 10원 한 장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MBC 뉴스 화면 갈무리.

흔히 돈 안 드는 선거를 말할 때, 입은 풀고 돈은 막으라고 합니다. 선거판은 말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말의 잔치입니다. 유권자들은 많은 말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합니다. 공직선거법의 취지는 학력이나 재산, 전과 등 객관적 사실에 어긋나는 명백한 허위의 사실로 유권자들의 오판을 유도했을 때 사후적으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는 것이지 이미 유권자들이 충분히 판단했을 영역에까지 법이 개입하여 말의 진위 여부를 따지라는 게 아닐 겁니다. 그건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세상의 일에는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일이 있고 도덕적 비난으로 그칠 일이 있습니다. 법이 나서야 할 일이 있고 개인이나 선관위 같은 기관의 자율 영역에 맡겨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법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 법이 나서는 건 법의 과잉입니다.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는 법이 나서지 않을 일에 법을 들이밀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기소 독점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기억이나 주관적 판단, 느낌까지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의 허위 사실 관련 규정에서 행위가 포함된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 제청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낄끼빠빠, 법도 낄 데 끼고 빠질 데는 빠져야 권위가 서고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됩니다.

명태균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검찰의 구속영장에도 그렇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 홈페이지의 사실을 이렇습니다에는 윤 대통령 부부는 명씨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고 친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합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 법이 산 권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죽은 권력과 정적과 비판적 언론에겐 맹수가 되어 사납게 물어뜯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보수 논객 정규재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공직선거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 지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 낙선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낙선자는 이미 유권자로부터 사실상 판결을 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이 보호하려는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고 합니다. ‘공직선거법이 당선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짓과 허위로 당선되는 것을 재판이라는 절차를 통해 사후적으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므로 예방의 실익이 없고 회복이 공직선거법이 원하는 법적 정의랍니다. 저는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공직선거법은 자유의 원칙에 걸맞게 개정되어야 한답니다. 그 말에도 동의합니다.

정규재 씨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그 글에 달린 댓글에는 꼴통보수들이 이 글을 싫어하는 이유는, 진영논리 따위가 지배하는 이재명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의 절대 가치에 의한 원칙 중 하나로서 법치주의를 보수는 결사의 태도로 사수해야 함이 옳다면서 정말로 중죄를 지은 사안을 가지고 이재명을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 함과 억지로 옭아매어 유죄를 때려서 정치적으로 뭔가 변곡점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도에 따른 행위는 전혀 다른 것이다라는 댓글도 있습니다. 이쪽 저쪽을 모두 비판하는 글이지만 그 주장의 논거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1600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불과 0.7% 차이였습니다. 그때의 한두 개 발언에 시비를 걸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인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 하는 행위는 후사가 불안한 현재의 권력이 다수 국민의 선택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중대범죄입니다.

검찰은 정적 제거를 위한 수사로 죄를 만들어 정치적 기소를 하고, 법원은 판결로 정치적 기소를 합리화하고, 언론은 그 판결을 미화하여 대중을 세뇌시키는 정치 선동을 하고...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통제사회에 사는 기분입니다. 저는 오늘 라 마르세예즈를 들으며 광장으로 나갈 겁니다. 국민으로 사는 게 참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송요훈 편집위원· MBC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오늘 시장님하고 골프쳤다이재명 발목잡은 故人영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딸에게 보냈던 영상 및 국토교통부의 성남시 회신 공문 등을 1심 유죄 증거로 활용했다. 이 대표가 국정감사 후 국민의힘을 비판한 발언 등도 부메랑이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4(재판장 한성진)는 지난 15130쪽 분량 이 대표 판결문 증거 목록에 김 전 처장 유족 측이 제공한 동영상을 제시했다. 김 전 처장이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딸에게 보낸 것으로 오늘 시장님(이 대표) 하고, 본부장님(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하고 골프까지 쳤다.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대표는 20211222~29일 총 4차례 방송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을 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고 했다. 이중 29국민의힘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한 것이라는 발언이 유죄가 됐다. 재판부는 조작은 어떤 일을 사실인 듯 꾸며 만듦이라는 뜻이라며 이 발언은 이 대표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골프를 친 사람은 이 대표 등 3명뿐이었다며 기억에 남을 행위였고, 기억을 환기할 시간도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1심은 이 대표의 202110국토부 협박발언에는 국토부가 앞서 도시·군 기본계획은 성남시가 적의 판단할 사항이라고 회신한 점을 유죄 근거로 꼽았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 때 혁신도시법 436이 적힌 패널 등을 들고 국토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를 용도 변경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해당 조항은 국토부 장관이 부지 등 활용 계획 반영을 요구하면 지자체가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성남시가 201411월 국토부 요청이 의무조항에 따른 것인지 질의했고, 국토부가 아니다고 회신한 점 등을 유죄 근거로 꼽았다. 재판부는 의무조항이나 직무유기, 협박 발언은 이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처음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정감사 후 페이스북에 토건세력 특혜 폭탄 설계자는 국민의힘 전신 정권이라고 게시한 점 등을 볼 때 대선 당선 목적 발언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이 대표 측은 자신의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 판례를 무죄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판결은 후보자 간 공방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토론회 발언을 전제로 한다. 재판부는 당시 방송과 국정감사 형식을 고려할때 대법원 판결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200만 죽인 학살기동대, "발가벗은 유대인들, 피 뒤집어쓴 채 기어갔다

독일의 전쟁범죄-홀로코스트

[대대 내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집단은 어떤 명령이든 수행했다. 그렇다고 학살을 자원하거나 즐긴 것은 아니다. 사살이 반복되자 대원들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잔인해졌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희생자들에게 대해선 어떤 죄의식이나 미안함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전체적으로 자신들이 행한 일들이 잘못이라거나 부도덕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히틀러나 힘러 등) 합법적인 권위자가 학살을 허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으며 임무를 집행하면 그뿐이었다](크리스토퍼 브라우닝, 323).

흉악범이 아닌 다음에야 보통 사람이 '나와는 다른 타자'를 죽여 없애야겠다는 살의(殺意)를 지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소총수들 가운데 15~20%만이 전투 중 맞은편의 적군에게 총을 쐈다는 연구결과는 우리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데 강한 거부감을 지녔음을 말해준다(데이브 그로스먼, <살인의 심리학>, 플래닛, 2011, 36-37쪽 참조).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무서운 사실을 하나 떠올리게 된다. 101예비경찰대의 사례에서 보듯이, 누구라도 학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도 타자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배제하는 정치 상황에 휘둘리면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다른 민족이나 집단을 없애야 이롭다고 거듭 선동하는 정치군사 지도자를 만난다면, 학살집단의 일원으로 들어가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손에 피를 묻히게 된다.

1990년대 발칸반도는 전반기엔 보스니아 내전, 후반기엔 코소보 내전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 두 곳에 각각 3차례에 걸쳐 현지취재를 가보니, 어제까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던 이웃집 아저씨가 총을 들고 바로 옆 마을의 인종청소에 나서는 모습들이었다. 베토벤의 음악을 즐기고 괴테의 문학작품을 읽었을 독일 함부르크의 중장년 보통사람들이 그렇게 학살자로 바뀌었다(먼 남의 나라 얘기할 것 없이, 6.25 한국전쟁 때도 그랬다). 학살 대열에 함께 하길 거부한 사람들은 '겁쟁이'가 아니라 참으로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19416월과 10월 사이에 폴란드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대인 처형 현장. 어느 학살부대인지는 분명치 않다. 위키미디

1942년 무렵 동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최종해결1단계로 현지 처형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이반고로드에서 아이를 안은 채 죽음을 맞이하는 유대인 여인. 위키미디어

1942년 우크라이나 빈니치아 마을에서 아인자츠그루펜(특수기동대) D대대의 한 대원이 집단학살 끝에 남은 한 유대인 남성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위키미디어

19421014일 우크라이나 리브네 근처에서 유대인 여인들이 알몸으로 집단학살된 현장. 부상당한 여인을 독일 경찰이 확인사살하고 있다. Gustav Hille, 위키미디어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111511300555612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이재명 유죄에 미친 판결민주당, 영장 기각 땐 최후의 보루

판결 따라 돌변 내로남불? 황정아 대변인 판사-사법부 비난 당 입장 아냐

사법 살인” “일개 판사민주당 의원들 비난엔 개인 의견일 뿐, 판결 존중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에 서울법대 나온 판사 맞나”, “미친 판결”, “사법살인”, “부역등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민주당은 불과 1년 전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결정에는 최후의 보루 명징하게 증명”, “양심과 정의에 따른 판단”, “사필귀정등 찬사를 내놓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사법부와 나아가 판사를 향해서까지 입장이 돌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대변인은 판사나 사법부를 비난하는 건 당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차분하게 2, 3심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법살인이었다사법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최악의 판결이다. 법이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된다면, 사법부 판결을 신뢰할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장외집회에서도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며 검찰독재정권의 정적제거에 부역하는 정치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은 하지도 않은 발언을 왜곡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기소하더니, 판사는 기억을 처벌하고 감정을 처벌하겠다고 한다법기술자들이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법치를 우롱하고 있다. 이게 정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위원인 김민석 의원도 18일 최고위에서 조작 기소를 받아 쓴 허술한 법리를 누가 감정 아닌 합리라 하겠느냐오죽하면 서울 법대 나온 판사가 맞냐고들 하겠느냐고 인신공격성 반문을 했다. 김병주 의원도 이 자리에서 명백한 사법살인이라며 국민 법정에서는 무죄라고 했다. 변호사 출신의 최고위원인 전현희 의원은 “20241115일은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가 죽은 날이라고 했다. 당내 사법정의 특위도 성명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사법살인과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 1심 판결 직후엔 더 거친 표현이 쏟아졌다. 김우영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판사를 향해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이라며 위정자의 편에서 법의 양심을 팔아 고난받는 야당 지도자를 법의 이름으로 척살하려하여도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15사법부 참사다. 사법부는 죽었다. 법원의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의원은 15일 페이스북 소수의 판사에 의한 국민주권침해라고 썼다. 강선우 의원도 15일 페이스북에 군복을 입고 총을 든 군사독재보다 더 독한, 양복을 입고 영장을 든 검찰 독재 정권의 사법살인이라고 적었다.

이처럼 격앙된 반응과 달리 이재명 대표가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 영장 기각 결정을 받았던 지난해 927일 새벽엔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차원에서 사법부에 찬사를 보냈다. 이재명 대표 본인은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 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셨다고 했다.

권칠승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같은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당연하다. 사필귀정이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일동은 입장문에서 사필귀정이다. 법과 원칙, 양심과 정의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을 환영하고 존중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을 존중하며 사법부와 판사를 비난하는 표현들이 당 입장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18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서울 법대 나온 것 맞느냐’(김민석) ‘일개 판사의 일탈에 불과’(김우영) ‘미친 판결’(박찬대) ‘사법부참사, 흑역사’(정청래) 등 당 지도부나 주요 의원들의 판사 또는 사법부 공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사법부 판단 자체는 존중한다. 사법부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당내 의원들의 발언을 두고 황 대변인은 개인적 소신에 의한 발언이라며 개개인의 의견은 강성하거나 온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심 법리에도 잘못 해석된 것이 있는 것 같기 때문에 2, 3심에서 잘 설명하고, 증빙해서 법리로 다퉈볼 만하다고 본다면서 사법부 판단 자체를 부인한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판사를 비난하거나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당 차원의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1년 전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당시 사법부에 감사해했다가 유죄가 나오니 입장이 돌변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황 대변인은 결말 자체는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그렇다고 사법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고위원이나 당내 특별위원회(사법정의 특위) 등이 사법살인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황 대변인은 스펙트럼이 있겠지만 그 입장이 당을 대변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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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죄에 국민도 판단·선택할 수 있어” MBC 앵커멘트 논란

국민의힘 검찰·법원 압박 동참? 시청자 개딸 되라는 뜻?”

TV조선 앵커는 재판부에 경의 바친다감정적 미화 논란

조현용 MBC 앵커가 지나 15일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에서 이재명 대표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부 판결을 두고 검찰이나 법원이 아닌 평범한 국민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 재판 결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MBC 앵커의 클로징멘트가 판결에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찰과 법원 압박에 동참하고, 시청자가 개딸(개혁의 딸들:이재명 지지층)이 되라는 뜻이냐고 반발했다.

반대로 TV조선 앵커는 이 대표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되레 용기있는 판결에 경의를 바친다며 판결을 감정적으로 미화하는 표현을 써 논란을 자초했다.

조현용 MBC 앵커는 지난 15뉴스데스크클로징멘트에서 이재명 대표 판결을 빗대어 야당 대표든 대통령 부인이든 범죄 혐의가 있어서 처벌받아야 한다며 법원의 판단을 요구하는 일, 즉 기소는 검사만 할 수 있다. 기소는 검사만 하고 그 틀 안에서 판결을 법관이 한다면서 그러나 평범한 국민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니 국민은 세상사를 지켜보며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이 멘트의 네이버 전송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한 누리꾼은 16어째, 국민은 이재명을 무죄로 판단하고 선거에서 민주당과 이재명을 선택하라는 말로 들리네? 나도 국민인데 이재명은 유죄라고 판단되고 이재명과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선택하기 싫은데. 기분나쁘네. 평소에도 느끼는 바 지만, 쟤네 둘도 편파방송하는 것 같아라고 썼다. 다른 누리꾼은 같은 날 MBC 홈페이지의 클로징멘트 기사에 브로드캐스트에서 지금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이런 MBC의 행동이 진정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댓글을 썼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18일 성명서에서 MBC 뉴스데스크 앵커의 클로징멘트가 가관이었다며 선거날도 아닌데 무슨 선택을 하라는 뜻인가? 최근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검찰 압박, 법원 압박에 동참하라는 뜻으로 들릴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특위는 이재명 팬클럽이 벌이는 판사 탄핵 운동에 10만여명의 개딸이 서명했다. 시청자들한테 개딸이 되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조 앵커는 이날 클로징멘트 외에도 조희원 기자와 스튜디오 대담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민의힘이 이렇게 축제 분위기였던 적이 있었나 싶다”, “사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여러 공세를 받았었는데 지지층이 결집한 사례가 있었죠”, “사실 위기 때 어떤 결과를 내놓고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가 되게 주목되는데라고 주관적 표현을 쓰거나 민주당의 대책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언급을 했다.

조현용 MBC 앵커는 18이재명을 무죄로 판단하고 선거에서 이재명을 선택하라는 말로 들린다,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등의 댓글에 어떤 의견인지 국민의힘 특위의 비판 성명에 어떤 의견인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검찰 등에는 날카로운 감시 비판 멘트를 하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는 관대하거나 편들기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는지 등을 묻는 미디어오늘의 SNS메신저와 문자메시지 질의에 생각해보고 답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답변을 받지 못했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MBC 뉴스룸 국장과 정책협력국장에도 문의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윤정호 TV조선 앵커가 지난 15일 뉴스9 앵커칼럼 오늘에서 이재명 대표 징역형 판결을 한 재판부의 용기에 경의를 바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이에 반해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15일 앵커 칼럼 오늘 <현대사의 한 장면>에서 이 대표 징역형 판결을 한 재판부를 두고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신분이 귀한 자, 힘센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고 했다“‘법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평범하되 고귀한 믿음을 확인시켜 준 용기에 경의를 바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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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재명 중형 선고에 방탄 올인 실패, 사필귀정

미디어오늘은 TV조선 측에 무죄추정과 3심제인 사법체계에서 1심 판결을 단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고, 법원 판단을 너무 감정적으로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언론인으로서 특정인 특히 권력을 향해 경의’, ‘바친다는 표현은 가급적 삼가하고 절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의를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동정민 채널A 앵커는 15뉴스A’ ‘앵커의 한마디’ <존경을 잃은 법치>에서 이재명 대표 1심 유죄 선고가 나오자마자 야당은 사법살인이라 반발하고 여당은 압력에 굴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치켜세운다이런 정치도 문제지만, 민감한 사건마다 편파 기소니 재판 지연이니 논란을 방치해온 우리 사법기관도, 불신을 자초한 건 아닌지, 돌아볼 때가 됐다고 여야와 사법부 모두를 비판했다.

조현호 기자chh@mediatoday.co.kr

 

윤석열 대통령, 임기 다 채울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맞았다. 117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요약하면 좋게 말해 횡설수설이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과 비교해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살펴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에 도달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직무수행 긍정률이 임기 절반이 채 안 된 10월 다섯째 주에 19%를 기록했다(한국갤럽). 전통적 보수 지지층으로 꼽히는 대구·경북은 18%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았고, 70대 이상에서도 잘못하고 있다(47%)’는 응답이 잘하고 있다(41%)’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더 높았다.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김건희 여사 문제(17%)’.

9월 초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창원의 정치 컨설턴트 명태균씨를 통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2021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기 하루 전인 202259일 윤석열 당시 당선자와 명태균씨가 통화한 녹음 파일이 지난 1031일 공개되었다.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윤석열).”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명태균).” 이 통화 다음 날인 2022510일 실제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다. 소문만 무성하던 공천개입에 직접 관여한 정황을 보여주는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것이다.

녹취 공개 일주일 뒤인 117일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 (···)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벌써부터 인재풀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외교 관례상 또 국익(을 위한) 활동상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저와 제 참모들이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고 앞으로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오늘 발령 냈다라고 밝혔으며,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감시할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기자회견의 직접적 발단이 되었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좋게 말해 횡설수설이었다. “공천개입이라고 하는 것의 정의도 따져봐야 된다. (···)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 (···) 누구를 공천을 주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 (···) (명태균씨에게) 고생했다는 얘기 한마디 한 거 갖고. 그리고 무슨 공천에 관해 얘기한 기억은 없지만 했다면, 당에 이미 정해진 얘기, 아마 그 시기에는 거의 뭐 정해졌을 것이고, 다른 선택의 대안도 없고. (···) 누굴 꼭 공천 주라고 그렇게 사실 얘기할 수도 있죠, 그게 무슨 외압이 아니라 의견을 얘기하는 거지만. 그러나 과거에도 대통령이 얘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웃음), 근데 정말 당선인 시절에는 공천 문제 가지고 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자신이 개입하기 전에 당이 공천 결과를 이미 정했는데, 그때 워낙 정신도 없었고 지금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아마 명태균씨가 부탁하니 그저 좋게 말한 것 같다는 취지다.

기자회견 2시간 진행된 시점에서 나온 말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정황도 이미 나와 있다. 예컨대 명태균씨가 공천 8일 전인 202252일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이던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 자기 선물이래 (···) 하여튼 입조심해야 된다. 알면 난리, 뒤집어진다라고 말했다는 녹취가 공개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경선 때 명태균씨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수십 차례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으며, 해당 여론조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혜경씨는 주장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저는 명태균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조작할 이유도 없고 (···) 인생 살면서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다라고만 말했다. 명태균씨에게서 여론조사를 실제로 받아보았는지, 비용을 지불했는지, 여론조사 대가로 공천개입을 한 것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117일 오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기자회견 막바지에 부산일보기자가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정확히 어떤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이냐라고 윤 대통령에게 물었다. 대통령의 답은 이랬다. “저도 뭐 제 아내와 관련한 기사를 꼼꼼하게 다 볼 시간이 없다. 아 이런 것들이 많이 있구나라는 것만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 만약 어떤 점에서 딱 집어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죠,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를 하고. 그러나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굉장히 많다. (···) 그럼 그거 가지고 대통령이 맞네, 아니네 하고 그걸 다퉈야 되겠나? 그러니까 그런 점은 양해해주길 바란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이 돼서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그 팩트를 가지고 다툴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도 말했다. 정확히 그것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국민들이 지켜보던 기자회견이 2시간 진행된 시점에서 나온 말이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취임 후 언제까지 명태균씨와 연락했느냐는 물음에 제가 뭐 제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라(웃음). (···)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얘기를 합디다. 이 자리에서 그런 걸 공개하긴 좀 그런데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라고 답했다(윤 대통령은 정작 자신의 휴대폰 열람권은 김건희 여사에게 열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에피소드를 기자회견 도중 스스로 말하기도 했다). 최소한의 사실관계 파악도 하지 않고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가라는 공적 질문에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 될 거 같다라며 사적 농담 같은 말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철희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같은 날 시사IN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었다.” 이철희 전 수석은 최근 펴낸 저서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탄핵의 정치학에서 탄핵이 일어나는 조건을 체크리스트로 제시했다. 전체 6개 항목 중 3개 항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부패나 권력남용 같은 국민 분노를 자극할 스캔들에 연루되어 있는가.’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잃었는가.’ ‘여당 또는 집권 연합이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있는가’···.

지금으로선 셋 다 ‘O’.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회 가결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으로서 찬성표를 던진 김영우 전 의원은 요즘 상황에 기시감을 느낀다고 했다. “당시에 십상시라든가, 대통령실 문고리 3인방얘기가 나왔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에는 우리 대통령실 직원들은 문제없다,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냐라며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최순실(최서원)은 둘째 치고. 그러다 보니 대통령실 인사 쇄신을 못했고 때를 놓쳤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라인정리를 요구했을 때 대통령이 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하라고 한 장면이 그때와 비슷하다.”

2016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국회 탄핵 소추안 가결을 이끌었던 우상호 전 원내대표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국민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 일부 국민이 거리투쟁을 시작한 것, 여권 내부가 정국 해법을 두고 분열되고 있는 것이 2016년과 상당히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아직 차이가 있다. 여권이 분열돼 있긴 하지만 2016년 때만큼은 아니다. “탄핵이 가능하려면 일단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고, 그러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넘어와야 한다. 2016년 당시에는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 등 20~25명 정도가 견결하게 탄핵 대오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이 내부를 설득하고 있었다. 나도 그분들이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따로 만나고 있었고. 현재 시점까지 국힘에는 (탄핵 찬성표가) 한 표도 없다. 김건희 특검에 대해서는 그래도 동요하는 의원들이 꽤 있지만, 탄핵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러면 당위를 떠나 아직까지는 물리적으로 탄핵이 불가능하다. 표가 없다, 표가.” 우상호 전 원내대표의 말이다. 국민의힘 당내 소장파로 김건희 여사 문제에 쓴소리를 해온 김용태 의원도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은 한 명도 못 봤다. 민주당의 빌드업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2016129일 국회는 재적 인원 300명 중 234명의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가결정족수 200명을 넉넉하게 넘겼다. 새누리당에서 최소한 이탈표’ 28표가 나왔어야 했는데, 이를 훌쩍 넘는 62표 이상을 가져왔다. 반면 지금은 탄핵은커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에서 가결정족수 200명에 필요한 이탈표 8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

김영우 전 의원은 세 가지를 짚었다. “그때는 수도권 의원도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없다(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중 59(65.6%)이 영남 지역구다). 그게 분열이 상대적으로 덜한 원인일 수 있다. 또 하나는 2016년 당시엔 반기문이라는 대선주자가 당 바깥에 있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이라는 당을 따로 차려서 대선을 치러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한동훈이든 오세훈이든 당내에 차기 대선 후보군이 있다. 당을 쪼개고 나가도 별다른 희망이 없다. 무엇보다 탄핵을 한 번 당해봤기 때문에, 당이 분열되면 다 죽는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한동훈 대표도 사석에서 내가 있는 한 탄핵은 없다고 이야기한다는 것 아닌가.”

탄핵 사유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탄핵되었는지 국민 정서에 앞서 법적으로 따져보자. 최순실씨에게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국정에 관한 문건을 전달했고, 공직자가 아닌 최순실씨의 의견을 비밀리에 국정 운영에 반영했다.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서 기업들에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할 것을 요구했는데, 최순실씨가 추천한 사람들이 두 재단 임원진이 되도록 하는 등 결과적으로 최순실씨의 사익 추구를 도왔다. 헌법재판소는 이것이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의 정신을 훼손한 행위로서 헌법상 공익실현 의무 위반,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국가공무원법 제60조의 비밀엄수 의무 위배라고 봤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태블릿 PC라는 강력한 증거물이 20161024JTBC 보도로 드러났고, 그해 116일 안종범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구속되었다. 11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대통령과 최순실 간 공모 관계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61129일 오후 박근혜 전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검법 없이 다음 단계 어렵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은 어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후 법원에서 선고받은 유죄사안에도 공천개입이 포함돼 있다. 2016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201811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을 통해 이른바 친박근혜세력을 당선시키고 비박근혜세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직적인 여론조사를 비밀리에 실시하고, ‘친박 리스트나 친박 세력에 유리한 공천 규칙 자료를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하는 등 공무원으로서 당내 경선운동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되었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우리 헌법의 근본 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은 탄핵 인용 이후인 20182월 기소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유로 인정한 법 위반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다라고 명태균씨와 통화한 시점은 202259일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다. 민주당은 당선자 신분으로 한 통화라고 해도 공천 확정은 이튿날인 취임 당일에 이뤄졌으므로 공천개입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 때 받은 청탁을 취임 이후 들어준 행위가 사전수뢰죄로 인정된 사례도 든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취임 이후 청탁을 들어준(행위 시점) 경우라서 차이가 있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취임 전 당선자 신분으로 한 (공천개입) 행위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볼 수 있는지는 해석의 문제이고 재판에 가봐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한 대가로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선자 신분과 무관하게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여지가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요구하지 않았어도, 받아서 활용했다면 무형의 이익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판사는 다만 탄핵이란 대통령 직무수행 과정에서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판단하는 것인 만큼, (탄핵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대통령 직무 개시 시점을 언제로 볼지에 달려 있다. 당선자 때부터 인수위를 꾸리고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부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공직선거법 위반이든 정치자금법 위반이든) 당선자 신분으로 한 행위도 대통령 직무와 연속성이 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취임 전 행위는 대통령 직무와는 단절된다고 볼 것인지 역시 해석의 문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만약 윤 대통령의 공천개입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탄핵사유가 될지는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611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약 190만명이 모였다. 시사IN 신선영

앞서 이철희 전 수석이 펴낸 책의 탄핵 체크리스트 나머지 세 개는 야당 또는 탄핵 연합이 탄핵을 가결할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가’ ‘탄핵이 당파성의 한계를 극복했는가’ ‘탄핵에 찬성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는가이다. 현재로서는 세 질문에 대한 답 모두 에 가깝다. 201611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국회가 정해달라는 최후통첩을 던졌을 때, 새누리당 비박계가 흔들린 적이 있다. 그 주 토요일인 1236차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전국 232만명이 모이면서 새누리당 비박계는 곧바로 탄핵 대오로 복귀했다. 이철희 전 수석은 시민들의 행동이 국회를 움직였다는 점에서 2016년 탄핵을 운동이 이끈 탄핵이라고 명명했다. 반면 의회가 이끈 탄핵이었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거대한 역풍으로 돌아왔다.

새누리당 마지막 당론이 ‘4월 퇴진, 6월 대선이었다. 집권당에서 자신들의 대통령이 퇴진하는 걸 당론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고민했겠나. 2016년 탄핵은 진보 진영의 힘으로만 진행된 게 아니고 진보와 보수가 같이 힘을 모아 추진한 거다. 당시 우리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나서 200명 이상을 확보한 다음에야 탄핵을 입 밖으로 꺼냈다. 지금은 탄핵으로 끌고 가기보다 김건희 특검법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단계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밀리에 만나서 어느 수준이면 찬성할 수 있겠는지 물어야 한다. 지금처럼 3개월에 열몇 개 혐의 수사하는 특검법으로는 찬성하고 싶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찬성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그렇게 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후퇴해?’ 이러면 특검까지도 못 간다. 그런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우상호 전 원내대표).”

(1114일 민주당은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의혹 등 두 개로 좁히고 특검을 제3자인 대법원장이 추천하게 하는 내용의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전원 퇴장했다. 1115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당장은 국민의힘 내부가 결속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확히는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데도 야당이 통과시킨 특검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수사·기소권이 행정부에 속하므로 국회가 특검을 추천해선 안 된다(?)는 논리인데, 오히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나 그 가족을 수사하는 법안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이해충돌이자 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되었을 때부터 검찰이라는 수직적 상명하복 조직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이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면, 민주공화국의 원리조차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은데 가능하겠느냐고 우려했다고 한다. 윤여준 전 장관은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을 뽑은 거다. 이래저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적어도 김건희 특검법 없이 이 국면을 넘어가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인 40~50대가 유권자 상당수를 차지하는 시대, 딱히 보수의 적통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검찰 출신 용병으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제 임기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 대통령 임기는 2년 반 남았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부산 네 가구 중 한 곳은 주택 2채 이상 보유

2채 이상 다주택 가구 26.6% 집계

5채 이상 가진 사람은 1만 명 달해

해운대·남구 다주택자 비율 높아

부산의 총주택은 모두 1329000호인데, 가구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은 1176000호였다. 나머지는 법인·지자체·외국인이 가진 주택이다. 부산에서 주택을 가진 사람의 1인당 소유 주택수는 평균 1.11호 였다. 주택 1채를 가진 사람이 84.0%였고 2건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14.0%였다. 부산의 16개 구·군 중에서 타 시도 외지인 소유주택이 많은 곳은 단연 해운대였다.

통계청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주택 소유 통계를 발표했다.

먼저 부산의 일반 가구는 모두 1462000가구다. 총주택(1329000)보다 일반 가구가 많은 것은 다가구 주택에 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주택을 가진 가구는 846000가구, 무주택가구는 617000가구였다. 집값이 비싼 서울의 무주택가구가 51.7%로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부산에서 주택을 가진 가구 중에서 1채를 가진 가구는 73.4%였고 2채 이상 다주택 가구는 26.6%였다. 5채 이상 가진 가구는 12000가구(1.4%)에 달했다.

무주택과 유주택을 구분하는 기준으로는 가구도 있지만 개인도 있다.

부산에서는 1051000명이 주택을 갖고 있는데 1채 가진 경우는 84.0%였고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16.0%였다. 5채 이상 가진 사람은 1만 명(0.9%)이었다. 이 가운데 해운대가 2채 이상 다주택자 비율이 14.5%로 가장 높았다. 특히 해운대에 사는 1339명이 5채 이상 주택을 갖고 있었다. 남구에서도 1087명이 5채 이상, 부산진구에서도 1126명이 5채 이상 주택을 갖고 있었다.

이와 함께 부산의 16개 구·군 중 외지인이 가진 주택이 많은 곳은 해운대로, 16235호를 외지인이 갖고 있었다. 해운대 전체 주택 수의 11.9%였다. 이어 부산진구(14447), 남구(1913) 순이었다. 서울의 경우도 타 시도 외지인이 가진 경우가 꽤 많았다. 강남구 29937(19.5%)를 외지인이, 송파구 33561(17.8%)를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한편 전국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상위 10%(10분위)의 평균 주택가격은 125500만 원(공시가격)이었으며 평균 2.37호의 주택을 갖고 있었다. 반면 하위 10%(1분위)의 주택가격은 3100만 원으로 평균 0.98호의 주택을 갖고 있었다. 비싼 집을 가진 가구일수록 소유 주택 수도 더 많았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왜 촛불에도 우리는 윤석열 정권이란 반동을 맞았나

[주장] 차고 넘치는 윤 대통령 퇴진 사유... 촛불 불씨와 내딛어야 할 '한 걸음'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야5(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과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이 주최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권우성관련사진보기

지지율이 10%대에 이른 대통령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이 무도한 정권을 맞아 대한민국은 정치와 민주주의, 경제, 사회문화, 외교와 안보, 노동, 국민의 보건과 복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군사독재정권 수준으로 반동과 퇴행이 자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심각한 국정농단이 선을 넘고 전쟁 직전의 위기에까지 처하였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대통령은 성찰도, 협치로 전환할 의사도 없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 이미 여러 지면을 통하여 언급했으니 생략한다.

탄핵은 쉽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민의힘이 2016년 촛불 때 너무도 쉽게 권력을 내주었다고 학습된 것이 있어 이번에는 탄핵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범법 사례에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법적 근거를 갖는 위법·위헌 사항을 구성하기 어렵다. 헌재도 보수 쪽 재판관이 더 많다. 무엇보다 공론장이 붕괴되어 여론이 갈라치기가 되고 광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설혹 국회에서 의결한다고 하더라도 헌재에서 인용되지 않으면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고 역풍이 불 것이다.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은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불기소를 조건으로 한다면 미리 사면해 주는 형국이 되고 나쁜 사례를 남기게 된다. 개헌을 4년 중임제 등 정치공학적인 논의로 한정하면, 이미 시효가 다한 6공화국을 답습하게 된다. 임기 이후 재판은 재판대로 받게 하되, 국민발안제, 경제민주화, 권력기관의 시민 통제, 시민저항권, 동물권, 인공지능의 평화적 이용과 규제 등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담고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헌법을 담아야만 그나마 한국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국민 3.5%가 모이면 정권은 바뀐다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 참석한 야5(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과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일반 시민들이 광화문앞에서 명동입구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권우성관련사진보기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퇴진 운동으로 대통령을 내쫓는 것이다. 2016년부터 누차 말하였듯, 에리카 체노웨스가 여러 나라의 대중운동을 조사하여 내린 결론대로, 국민의 3.5%가 지속적으로 비폭력투쟁을 하면 정권 교체가 100% 성공하였다. 그러니 180만 명이 광장으로 다시 나와 촛불을 들면 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인데도 왜 민주당의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비슷하고 시민들은 선뜻 광장으로 나서지 않는가. 분노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탓이 아니다. 기대나 비전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라며 촛불을 들며 다른 나라를 꿈꾸었지만 국민을 위한 새로운 나라는 없었다. 민주당은 이미 기득권 카르텔의 일원이 되었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과 약속한 사회대개혁을 하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 체제는 사법리스크가 심할 뿐만 아니라 금투세마저 폐지할 정도로 보수화를 가속하고 있다. 진보는 분열된 채 비전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모두 쇄신하고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일터와 교실과 지역, 사회관계망에서 공론장을 복원하고 담론투쟁을 전개하여 아직 국민의 가슴에 남아있는 촛불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하나로 힘을 모아 지금 당장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하지만, 또 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제가 있다. 민주당이 성찰과 쇄신을 하고 사회대개혁, 좌우동거정부를 수용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 참석한 야5(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과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일반 시민들이 광화문앞에서 명동입구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권우성관련사진보기

2016117일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의 진로'라는 칼럼을 한 신문에 게재하면서 1차 목표로 퇴진과 구속, 2차 목표로 기득권층의 교체와 개혁, 3차 목표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생태복지국가로서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주장하였다.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퇴진 행동에 들어가서 나름 노력했는데 절대 다수가 탄핵에만 몰두하였다. 에드워드 카아의 말대로 역사가 나선형으로 반복되며 나아간다면, 그 차이와 진전을 만드는 것은 성찰과 실천이다. 성찰이 없는 과거는 미래가 된다.

"위기는 낡은 것이 다 죽어가는데 새것이 오지 않을 때 생겨난다."(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왜 촛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이 오히려 윤석열 정권이라는 반동을 맞았고 우리는 불평등의 극대화, 기후위기, 패권의 변화와 전쟁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 위기 등 복합위기를 맞고 있는가. 신자유주의 체제의 본산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이 체제의 실패를 인정하였고 데이비드 코츠는 실증적 조사를 거쳐 신자유주의 축적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와 달러패권은 이미 무너지고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침체의 토대에서 가짜뉴스, 딥페이크, 확증편향으로 공론장이 붕괴하고 이주노동의 문제가 더해지자 극우 포퓰리즘과 극단적인 종교가 빠르게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당연히 퇴진운동은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극복한 사회, 공존공영의 세계체제와 한반도 평화 체제, 참여 민주제를 향하여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어야 한다. 사회대개혁을 결합하여 기득권 카르텔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자 제2의 윤석열 정권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이도흠은 한양대 교수/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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