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 "김건희 불기소 덮으려 신북풍몰이 수작질"
2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2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10.26. 사진 이호 작가
"지자체, 역할 바르게 수행 못해" 63%···지방자치 30년, 주민 신뢰는 '역주행'
민선 지방자치 30주년,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그래픽=강준구 기자
제1회 동시지방선거를 실시했던 1995년, 우리나라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2025년이면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전국동시지방선거도 8차례나 실시됐다.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는 30년간 지방자치의 성과를 분석하고 과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앞으로 지방자치가 보다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앞으로의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조사는 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전북대학교 공공갈등과 지역혁신연구소(소장 하동현 교수, 국무조정실 지정 갈등관리 연구기관)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공동으로 지난 9월 27~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2023년에 이어 시행된 연속 조사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해 보고 앞으로의 준비 과제를 발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역 자부심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 주민이 다소 높아
지자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은 지난해 껑충 올랐던 수준을 유지한다.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현재 살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소속감 있다 75%), 기초자치단체(72%), 읍‧면‧동(70%)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비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70%), 인천·경기(73%) 등 수도권 주민 또한 70% 이상이 소속 광역자치단체에 소속감을 느낀다.
지역 애착도와 지역 자부심은 각 지역의 정주의식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 68%는 지역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 60%는 지역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에 대한 애착도는 수도권(66%)과 비수도권(70%) 주민 간 차이가 크지 않으나, 지역 자부심은 수도권 주민(55%)보다는 비수도권 주민(64%)이 다소 높다.
정주의식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인인 향후 거주 의향은 어떨까? 응답자 10명 중 7명(68%)가량은 현 거주지역에서 10년 이상 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향후 거주 의향도 수도권(67%)과 비수도권(69%) 주민 간 차이가 크지 않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지역 소속감과 정주의식은 수도권 거주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높다. 지방자치 운영의 중요성에 힘이 실리는 결과이다.
"지자체에 참여할 기회 충분치 않아" 68%
내가 살고 있는 지자체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응답자 10명 중 7명(68%)은 현재 거주하는 지자체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결과(67%)와 동일한 수준이다. 주민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부단히 힘쓴 여러 지자체의 노력이 무색한 결과이다. 그래서일까? 응답자의 61%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 역시 지난해 조사 결과(58%)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절반 이상의 응답자(56%)는 단체장, 지방의원 등 주민대표들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반영하고 있다는 인식은 44%이다. 이는 지난해 조사와 동일한 결과이다. 거꾸로 말해 주민들의 요구에 주민대표가 반응할 것이라는 신념, 즉 정치효능감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정치적 무력감 내지는 냉소가 생각보다 넓게 분포돼 있음을 시사한다.
응답자의 3명 중 2명(63%)가량은 지역사회의 뉴스를 보거나 주변 사람들과 지역 이슈를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59%)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결과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기반의 각종 집단, 모임·단체 등에 소속되어 현재 활동하는 주민의 빈도는 17%로 여전히 낮다. 한 번도 활동한 적이 없는 사례가 과반인 52%를 차지한다. 다만 이 비율은 전년(59%) 대비 7%포인트 감소하는 좋은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서로 협의하여 지역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인식은 57%이다. 특히 역량이 없다는 인식은 전년 조사(50%)에 비해 7%포인트 올랐다. 또한 지자체장으로 누군가 당선이 되더라도 내 생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 71%를 차지한다. 앞서 살펴봤던, 정치적 무력감뿐만 아니라 지자체 역량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이 미친 결과로 판단된다.
지자체 행정서비스 만족도, 작년 대비 소폭 감소
현재 주민참여 기회도, 참여 역량도 모두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행정서비스 만족도 역시 좋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조사에서 거주하고 있는 광역지자체(72%→65%) 및 기초지자체(72%→64%)의 행정서비스 만족도는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이런 양상은 대부분 지역에서 확인된다. 올해 결과만 놓고 보면, 광역지자체 행정서비스 만족도는 수도권(서울 68%, 인천/경기 68%)이 비수도권에 비해 높은 특징을 보인다. 기초지자체 행정서비스 만족도의 경우 서울(70%)이 다른 권역 대비 6%포인트 이상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한편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만족도는 대체로 비슷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광역과 기초를 하나의 행정서비스로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수도권 주민의 지역 소속감과 정주의식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지방자치의 중요성에도 힘이 실린다. 하지만 앞서 지자체의 주민 참여 기회, 지역주민의 협의 역량 모두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다. 더불어 지자체 공직자들의 역량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지역 문제 발생 시 지역 공무원들이 잘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55%, 지역 공무원들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식은 64%이다.
지자체가 역할과 직무를 바르게 수행한다는 인식은 37%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시각이 전년 대비 6%포인트 늘어난 63%를 차지했다. 지자체에 대한 신뢰감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지자체가 지닌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는 지금 정도면 적절하다는 의견(42%)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35%)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지금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3%로 낮았다. 하지만 이 같은 지자체 권한‧책임 축소론은 작년(18%)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앞으로 여론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30년을 맞이하게 되는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지역소속감과 정주의식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행정서비스 만족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덟 번의 선거를 거친 민선 지방자치의 성과다. 여러 가지 과제들도 확인된다. 주민 참여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과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은 개선돼야 할 지점이다. 그래야만 지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주 10월 29일은 열두 번째로 맞는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이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날이다. 30년을 맞이하게 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더 성숙하도록, 성과와 과제를 공론화하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
하동현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재환 한국리서치 팀장
"나는 요즘 고독사할까 걱정된다" 35%···사회현상 아닌 본인 문제로 인식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수는 3,379명으로, 하루 평균 9명이 고독사를 한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는 것을 의미한다. 독거가구의 비율이 40%를 육박하고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흐름을 고려하면, 고독사 문제는 누군가에게는 당면한 위험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닥칠지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고령층의 고독사 문제가 매우 혹은 대체로 심각하다는 응답이 93%에 이르고, 특히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과반(51%)을 차지한다. 중장년층의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도 77%가 동의하며, 20%는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청년층 고독사 문제에도 동의하는 사람이 65%, 매우 심각하다고 보는 사람이 16%이다. 고독사가 특정 연령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친 문제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은 수준이다.
고독사 문제의 원인에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 초핵가족화, 개인화 경향 등 다양한 이유를 별다른 차이 없이 비중 있게 꼽았다. 고독사 문제가 복합적인 사회 변화에서 비롯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다만 연령대별로 원인 진단에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20대부터 40대까지는 ‘비혼, 자녀 없는 가구 증가 등에 따른 1~2인 가구의 증가’를, 50대와 60대는 ‘실직, 파산, 장애, 질병 등 삶의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부족’을, 70세 이상은 ‘가족 관계의 단절 심화’를 고독사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국민들은 고독사를 사회현상이 아니라 본인들에게 직면한 문제로 인식한다. 전체 응답자의 35%는 ‘나는 요즘 고독사를 할까봐 걱정’하고 있으며, 특히 6%는 ‘매우 걱정된다’고 답했다. 61%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나도 고독사를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며, ‘매우 그렇다’고 답한 사람도 12%나 된다. 10명 중 1명은 언젠가 본인이 고독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향후 고독사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는 연령층은 30대에서 21%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요즘 고독사를 할까봐 매우 걱정된다는 응답도 7%로, 70세 이상(8%) 다음으로 높았다. 고령층의 고독사 못지않게 청년층의 고독사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본인의 고독사에 대한 우려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높았다. 비정규직 근로자(21%), 기타 주거형태 거주자(27%), 100만 원 미만 저소득층(28%) 등 고용과 주거가 불안정하고 소득이 절대적으로 낮은 계층에서 언젠가 본인이 고독사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응답했다.
고독사 가능성 인식은 사회적, 정서적 지지 정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가족과 거의 연락하지 않는 응답자의 49%,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전혀 없는 응답자의 30%, 사별 혹은 이혼(24%), 연락하는 친구가 전혀 없는 사람(20%) 등 고립감이 높은 집단에서 언젠가 본인이 고독사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인식한다. 또한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일수록 본인이 고독사할 가능성도 높게 본다. 결국 삶의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지를 회복하는 것, 고립감을 극복하는 것이 고독사 예방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고립감,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87%
그렇다면 고립감의 극복은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겨두어도 되는 것일까. 우리 국민의 87%는 고립감과 심각한 외로움을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응답했다. 개인의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응답도 84%였다. 응답자의 92%는 고립감과 심각한 외로움을 질병이라고 인식하여, 사회적 고립 해결을 위한 상담 및 치료 등 정책적 지원 필요성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김보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사업2본부 수석연구원
이민정책 확대' 찬성 46% vs 반대 44%···이젠 '정착 후 사회통합' 고민 필요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저치인 0.65명을 기록했다. 한국의 인구 붕괴 속도가 가팔라지고 국가 소멸 위기론이 대두되자 지난 6월 윤석열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와 상반되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7월 29일, 통계청은 한국 총인구가 3년 만에 0.2% 상승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에 들어와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 덕분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국가가 직면한 여러 가지 이슈 중, 저출산·고령화(95%), 물가안정(92%), 경제 양극화 문제(90%), 집값 및 부동산 문제(89%) 순으로 심각하다고 답했다.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다른 어떤 사회 이슈보다 중대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해당 이슈로 파생되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경제의 어려움(90%)과 한국인 중심 사회 소멸에 대한 우려(84%)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광역자치단체에 외국인 유입이 증가할수록 지역 내 고용률 및 종사자, 사업체 수와 더불어 지역내총생산 및 1인당 소득, 특허출원 건수도 함께 나란히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주민 유입이 지역사회 인구와 경제활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서 이민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앞서 대한민국 국민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다른 어떤 사회 이슈보다 중대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 부족 문제와 한국인 중심 사회 소멸을 특히 우려한다는 것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방안으로서 이민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46%, 반대 44%로 나타났다. 성별과 연령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이민정책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나뉘는 모습이다.
육아·보육 분야 외국인 노동자·이주민 도움 필요하지 않다 53%
주목할 점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육아 및 보육 분야에 있어 외국인 노동자 또는 이주민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3%로,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40%)보다 13%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한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의 노동 참여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83%가 동의, 전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국가적 장기 과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와 같은 후처치에 집중한 정책보다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노동 및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선이 먼저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민 수용 시 고려 요인: 기술(73%)> 연령(62%)> 국가(57%)·종교(57%)
이러한 국민의 인식과는 별개로 정부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및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 확대 정책에 돌입했다. 그 시작으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위해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지난 8월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정부의 여러 노력 가운데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고려해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우선, 한국 사회가 어떤 배경의 이주민을 선호하는지 조사해 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이민자의 상(象)을 어렴풋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민 수용 대상을 결정할 때 기술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73%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연령(62%) 출신 국가(57%) 종교(57%) 등의 순이었다. 우리 국민은 이민자의 성별, 인종, 재산, 학력보다는 기술 수준과 연령, 출신 국가, 종교를 더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술 수준과 연령을 중시하는 이유는 이주민이 한국에 입국 이후 국가의 복지 예산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한국 경제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특정 산업 분야에 필요한 기술과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주민의 출신 국가와 종교를 중시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우리 국민이 한국과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유사한 국가나 지역의 사람을 지역사회 신규 구성원으로 더 환영하는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사회가 이민자 수용에 있어 부족한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대상을 우선 고려하되, 원만한 사회통합의 성공이 보장되고 문화적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는 문화권의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주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노동시장 분야로는 '농어촌 지역(89%)'에 이어 '영세 제조업 사업장(86%)', '식당 등 서비스업(73%)', '육아 및 보육 도우미(4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국민이 신규 이주민 인구 유입으로 인한 지역 사회의 경제적 이득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노동 강도가 높은 산업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주민 인구가 증가했을 때 염려 사항으로는 '다양한 종교 및 문화 차이로 인한 사회 갈등'이 41%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범죄율 증가(29%)', '의료보험 제공 및 세금 지출의 부담(16%)'의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이 이주민 수용에 따른 비용보다 경제적 이익을 더욱 크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제는 이주민 수용 그 자체보다는 이들이 지역에 정착한 이후에 기존 거주자와 신규 유입 인구 사이의 사회통합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염려하기 시작한 것을 말해준다.
존 윌모스 유엔 인구국장은 작년 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민이 인구증가의 유일한 원동력임을 시사한 바 있다. 우리나라 법무부는 이와 같은 문제 인식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이민 행정 기반을 구축하고자 작년 말 제4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이민정책 확대의 방향에 있어 정부와 국민의 인식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민이 한국으로 유입될 때, 우리는 단순히 사람만이 국경을 이동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양국의 외교 및 인권 문제, 지역 사회 내 원주민과 신규 유입 인구 간의 사회통합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더욱 반영하여 이민 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정현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박정석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
"최근 1년 의료기관 방문" 94%, "약 처방"도 85%
OECD 보건통계 2023(Health Statistics 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세다. 이는 50여 년 전인 1970년(62.3세)에 비해 약 20년이 늘어난 수치이다. 노년기가 길어진 만큼 평생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만성질환으로 인한 다제약물 복용자(5종 이상 복용) 또한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이용률이 매우 높고 주치의 제도 없이 진료과 중심의 방문 진료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약물 중복 처방 및 오남용에 따른 위험성이 적지 않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5월 3일 ~ 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건강 및 약물 복용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건강 상태 좋은 편이다" 44%로 절반에 못 미쳐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리는 원하는 때에 쉽게 병원을 찾으며 적절한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빠르게 늘어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인의 주관적 건강 인식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 평소 본인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의 44%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10명 중 7명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였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85%로 가장 높고 20대조차도 과반 이상이 건강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OECD 보건통계 2023 기준 캐나다(88.3%), 뉴질랜드(88.0%), 미국(86.4%) 등 다른 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며, OECD 평균(68.6%)보다도 우리나라(49.6%)의 주관적 건강 상태 인식이 유독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람들은 평소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 ‘규칙적인 생활(62%)’과 ‘정기적인 운동(54%)’을 통해 건강을 관리한다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균형 잡힌 식사(50%)’와 ‘건강기능식품 섭취(53%)’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은 비슷하나, 30대(60%)와 40대(61%)는 규칙적인 생활, 운동, 식습관보다는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의 총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평균(4.3개)의 3배이며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OECD 평균 5.9회).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이다. 이번 조사에서 최근 1년 이내에 본인의 치료나 검사·검진을 받기 위해 ‘병·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81%이며 ‘상급병원, 종합병원’을 방문한 사람도 38%에 달한다. 최근 1년 이내에 의료기관을 방문한 적 없는 사람은 전체의 6%뿐이다. 또한 최근 1년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약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도 85%에 달한다.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 전체 응답자 중 44%가 현재 의사의 진단을 받아 3개월 이상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만성질환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만성질환이 있다는 응답의 비율이 높아진다.
만성질환으로 인해 현재 복용 중인 약의 종류는 평균 2.8개이다. 전문 의료인의 처방 없이도 구매 가능한 건강기능식품은 10명 중 7명이 섭취하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평균 3.0개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꾸준한 약물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건강을 위해 건강기능식품까지 챙겨 먹는다고 가정하면 일상적으로 평균 5.7개의 약물을 복용한다고 볼 수 있으니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을수록 다수의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특히 노년층에서 평균 이상으로 약물을 복용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반 내외는 약물 상호작용과 연쇄처방의 부작용에 대해 잘 몰라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 및 건강기능식품을 어떻게 섭취하고 있나
그렇다면 사람들은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고 있을까? 우선 처방약의 경우, 다수가 약의 투약 기간 및 횟수를 정확히 지키는 편이지만(87%) 약의 유효기간 및 보관 방법을 정확히 인지하고 관리하거나(66%) 의사 또는 약사에게 투약 방법, 부작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55%)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복약 이행도(순응도)는 높은 편이지만 올바른 약물 관리 및 적극적인 의사소통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음을 알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구매 및 섭취는 어떨까? 건강기능식품 구매 시 효능 및 부작용,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 등을 확인 후 구매하거나(78%), 유효기간 및 보관 방법을 정확히 인지하고 관리(76%)한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평소 복용 중인 약과 함께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전문가(의사, 약사)와 상의 후 섭취한다(60%)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다. 처방약과 마찬가지로 건강기능식품 섭취에서도 전문가와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사람의 비율은 다소 떨어진다.
약물 복용에 있어서 올바른 투약 기간 및 횟수를 지키는 것만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주치의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환자들이 증상에 따라 진료과를 선택하여 진료를 받으며, 동시에 두 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찾아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흔하다.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몸 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약물 상호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두 약물이 상호작용하여 부작용을 증가시키거나, 약물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하게 약을 처방받거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여 섭취하고 있지만,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 잘 모르거나 처음 듣는다는 사람은 43%로 적지 않다.
약물 복용 시 부작용 증상으로 인한 약물 연쇄처방도 주의해야 한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평소 관절염으로 A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김모씨는 최근 혈압이 상승하자 본인의 건강이 나빠졌다고 생각했다. 고혈압은 A약의 대표적인 부작용 증상이었으나, 이를 모르는 김씨는 동네 내과에 방문하여 혈압약인 B약을 추가로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B약의 부작용으로 발목 부종 증상까지 나타나자 이를 고치기 위해 재활병원을 찾아 C약을 추가로 처방받았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더 나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위 사례와 같이 처방받은 약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작용으로 생긴 증상을 해결하고자 또 다른 약을 추가로 처방받게 되는 상황을 약물 연쇄처방이라고 한다. 하나의 약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결과적으로 불필요하게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약물 연쇄처방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른다는 사람은 전체의 39%이며, 특히 약물 연쇄처방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는 사람도 16%에 달한다. 진료 및 약물 처방 경험률이 높고, 복약 이행도가 높은 특성을 고려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물 연쇄처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부터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중 1개 이상을 진단받고 정기적으로 10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은 복용 중인 약물 평가 및 상담을 통해 불필요한 약물 복용을 줄이고 올바른 약물 복용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이 전체의 53%이며, 어느 정도 이상 알고 있다(잘+어느 정도 내용을 안다)는 사람은 20%에 그친다. 아직은 특정 대상 및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는 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61%가 본인이 직접 이용할 의향이, 68%는 가족이 이용하도록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제약물 복용 가능성이 높은 노년층뿐만 아니라 20대에서도 절반 이상이 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가장 효과적인 제공 방식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앱을 활용한 비대면 상담 서비스(44%)’, ‘병원 진료 상담(26%)’, ‘약국 방문 상담(15%)’ 순으로 높다. 다만, 현재 다제약물 관리사업의 주 대상자라고 볼 수 있는 70세 이상에서는 병원 진료 상담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높다.
의료 기술의 발전과 높은 의료 접근성은 우리의 건강 수준을 빠르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는 더 많은 진료와 진단,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고 적당한 약물을 올바르게 복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혹시 내가, 혹은 나의 가족이 불필요한 약을 과도하게 복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리고 이러한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면 가까운 전문가(의사, 약사)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보자.
홍세정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
한식이라 생각하는 음식은?…김치 97%·
관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 연속 상승하며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라면 수출 물량(24.4만 톤)은 봉지라면(120g)으로는 약 20억 개, 중형 승용차로는 약 5만 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총 132개국으로 수출되며 전 세계에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고 있는 자랑스러운 K푸드인 라면도 혹시 ‘한식’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과연 어떠한 음식을 한식이라고 부르고 있을까?
한식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76%가 ‘김치·장류 등 발효음식을 활용’이라고 답해 가장 강하다. ‘밥과 국물 및 반찬을 함께 먹는(66%)’, ‘사계절에 맞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59%)’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응답도 높으나, ‘건강을 중요시하는(54%)’, ‘채식이 많이 사용되는(50%)’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람은 절반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20·30대에서는 ‘건강’, ‘채식’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절반 이하로 낮다.
한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와 중요 특성은 이렇게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개별 음식으로 들어가면, 한식을 정의하는 다양한 인식이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치, 김밥, 삼겹살, 라면 등등 다양한 음식을 제시하고 한식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김치, 된장찌개가 한식이라는 응답은 둘 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97%, 김밥 또한 85%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순대와 만두의 차이는 흥미롭다. 두 음식 모두 고려시대 혹은 그 이전 북방지역에서 한반도로 전해져와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지만 순대가 한식이라는 응답은 79%로 다수인 반면, 명절음식으로도 먹는 만두가 한식이라는 응답은 50%로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만두는 중국에서도 많이 먹는 음식으로, ‘한국에서만 먹는 음식’의 기준에는 어긋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산 삼겹살 구이가 한식이라는 응답은 91%로 매우 높은데 특이한 점은 같은 삼겹살 구이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삼겹살 구이의 경우 한식이라는 비율이 60%로 크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소 등심스테이크의 경우에도 국내산일 경우 한식이라는 응답이 42%, 수입산은 14%로 원산지에 따라 응답의 차이가 있다.
함께 곁들이는 부식이 있기는 하나, 원재료를 구워서 먹는 것 자체를 하나의 음식으로 지칭하는 삼겹살 구이의 경우 원산지 또한 한식인지를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간주된다. 국내산과 수입산에 따른 차이는 식재료의 원산지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대보다는 60세 이상의 고연령대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일본식 중화요리인 라멘을 인스턴트 제품으로 개발한 라면은 앞서 관세청 발표에서도 언급되었듯 해외로도 많이 수출되며,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음식이다. 하지만 라면을 한식이라고 보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53%에 그친다. 한국식 중화요리인 짜장면도 48%만이 한식이라고 판단해 의견이 갈린다. 특유의 매운맛이 특징인 한국 라면, 중국의 작장면과는 다른 한국식 짜장면 등은 충분히 한국화되었고 우리가 많이 먹고 있는 음식이지만, 한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고추장과 물엿을 섞어 만든 양념을 기본으로 하는 양념프라이드치킨이 한식이라는 응답은 61%, 프라이드치킨 위에 파채를 얹어 겨자소스와 함께 먹는 파닭은 65%이다. 1977년 한국에 최초의 프라이드치킨집이 개업한 것을 감안할 때, 비교적 먹어온 역사가 짧고 전통적인 한식과도 거리가 있는 음식임에도 치킨이 한식이라는 응답은 적지 않다. 더욱이 20·30대의 경우 양념프라이드치킨이 한식이라는 응답이 77%, 파닭은 80%로 치킨류를 한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시지를 이용한 음식의 경우 소시지야채볶음 42%, 햄계란부침 50%, 부대찌개는 69% 수준으로, 부대찌개를 제외하면 한식이라는 응답은 절반 이하이다. 소시지야채볶음의 경우 60세 이상에서는 오직 24%만이 한식이라고 응답하였으나 20·30대에서는 64%가 한식이라고 응답하는 등 연령대별로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햄계란부침에서도 비슷해 20·30대의 경우 비전통적인 식재료까지 한식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강함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명했고, 이제는 회사의 사무용품으로 분류될 정도로 흔한 커피믹스가 한식이라는 응답은 63%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이제는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한국의 초코파이 역시 한식이라는 응답이 64%, 1950년대 일본에서 건너와 이제는 겨울철 대표 길거리 간식이 된 붕어빵의 경우 78%가 한식이라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들은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먹어온 팥빙수 64%, 화채 72%, 호떡 73% 등과 비교하였을 때도 큰 차이가 없어 한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결과들을 종합하면, 사람들은 한식을 ‘발효음식’,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 등 한두 가지 기준으로만 결정하지는 않는다. 전통성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독특한 특성을 갖췄는지, 한국 식재료를 사용했는지 등도 모두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일부 음식의 경우에는 세대 간 인식 차이도 뚜렷하다.
전통음식을 정의할 때, 개화기 및 일제강점기 시기인 1876년~1945년부터 먹기 시작한 음식을 전통음식이라고 보는 사람은 58%, 고춧가루가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인 조선시대 중기즈음 시점부터 먹기 시작한 음식을 전통음식이라고 보는 사람은 79%이다. 역사가 100년 남짓한 음식도 전통음식이라고 보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나,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먹어온 음식을 한식으로 보는 사람이 다수이다.
그렇다면 K푸드로 소비될 때 역사가 오래된 전통음식과 비교적 최근부터 먹기 시작한 한식 중 어느 것을 더 자랑스러워할까? 역사가 오래된 전통한식은 71%가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응답한 반면 비교적 최근부터 먹기 시작한 한식에 대해서는 44%만이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응답하여 같은 한식이라도 역사가 오래된 전통한식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심재현 한국리서치 책임연구원
외로움 위험군' 5명 중 1명..."정부가 관리해야" 50%
2018년 영국 정부가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 직을 신설한 데 이어 일본도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 관저 내각 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켰다. 외로움이 일부 사람이 간헐적으로 겪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다뤄야 하는 사회적인 의제라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외로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실태와 인식을 파악해 보고자 2023년 12월 8~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2018년 1차 조사에 이어 5년 만에 시행한 2차 조사이기도 한데,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의 외로움 수준이 5년 전과 비교해 어떤지 알아보고 현재 외로움에 특히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주변에 친밀한 지인 많을수록 외로움 덜 느껴
주목할 점은 이러한 사회적 지지망과 응답자 개인의 경제상태나 가정환경의 관계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높고, 본인의 계층이 중상층이라고 응답한 경우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10%포인트 이상 높다. 또한 2인 이상 가구를 이루고 있는 응답자가 1인 가구보다 모든 항목에 대해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10%포인트 이상 높다, ‘몸이 아파서 거동하기가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하는 경우, 집안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25%포인트 이상 높다. 자녀의 유무에 따라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배우자나 형제가 있으면 없는 경우에 비해 사회적 지지망이 ‘있다’는 응답이 전반적으로 높다. 결국 ‘사회적 지지망’이나 ‘외로움이란 감정’ 모두 개인이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이 처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중산층은 관계지향적 활동, 하층은 비대면 활동 통해 외로움 대처
외로움을 느낄 때 주로 하는 행동도 경제 상황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 특성에 상관없이 ‘TV/유튜브/OTT 시청’이 부동의 1위이지만 중산층에서는 미디어 시청에 이어 ‘가족 외 친한 사람들과 교류’(40%), ‘운동이나 문화생활 등 취미 활동’(36%) 순으로 답했다. 반면 주관적 계층인식이 ‘하’인 응답자 층에서는 미디어 시청에 이어 ‘PC·스마트폰 검색이나 게임’(35%), ‘운동·문화생활 등 취미활동’(33%) 순으로 답했다.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중산층은 ‘운동·문화생활 등 취미활동’(49%)을 1순위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가족 외 친한 사람들과 교류'(46%), ‘TV/유튜브/OTT 시청’(42%)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하층에서는 ‘TV·유튜브·OTT 시청’(51%), ‘가족 외 친한 사람들과 교류'(43%), ‘운동·문화생활 등 취미활동’(39%) 순이었다. 중산층에서는 관계지향적인 활동을 외로움의 대안으로 꼽은 반면 하층에는 미디어 시청이나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비대면 활동을 선택한 것이다.
각종 모임에 소속돼 있는지 질문한 결과에서도 중산층이 하층보다 동창회, 취미/문화/학술모임 등에 소속돼 있다는 응답이 높았다. 이처럼 개개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선아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 한국일보
명태균 여론조사
퇴임 앞둔 인천대 교수, 대통령 훈장 거부…“상 수여자도 자격 있어야”
김철홍 교수 “만약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 명의로 받고 싶다”
퇴임 앞둔 인천대 교수, 대통령 훈장 거부…“상 수여자도 자격 있어야”
연말 퇴임을 앞둔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사진)가 퇴임식에서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했다.
김 교수는 “훈장을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거부 사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28일 경향신문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였다.
그는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이어 “훈·포장의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열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면서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라며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느냐”고 했다.
김 교수는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고 말했다.
국감장은 극우 인사들 망언 무대인가?
동북아역사재단·독립기념관 등 역사 기관장들 막말·돌출 발언 잇달아
지난 10월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연합뉴스
지난 10월 24일 국회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을 직접 찾아 현장 검증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미 국감을 받은 감사원을 현장 검증까지 한, 초유의 ‘현장 재국정감사’였다. 감사원이 지난 10월 15일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감사한 회의록의 공개를 거부하자, 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가 현장 검증을 의결했다.
지난 10월 15일 국감에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재해 감사원장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이 최 원장에게 “지금 UFC(미국 종합격투기) 하냐, 여기 말싸움하러 나왔냐”고 말했다. 이 사이 누군가 정 위원장의 말에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감 기관장에게 소리 지르고 이러면 안 된다”며 끼어들었다. 정 위원장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돌출 발언이었는데, 당사자는 최달영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다. 정부기관에 서슬 퍼런 감사의 ‘칼’을 들이대는 사무총장이긴 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의 말을 자르고 나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그것도 피감 기관장도 아닌 사무총장이 대신 나선 꼴이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사무총장에게 전염됐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이후 뒷좌석으로 퇴장당했다.
정책 감사는 애초에 ‘물 건너간’ 상태
올해 국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야당의 공세로, 관련 상임위에서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정책 감사는 애초에 ‘물 건너간’ 상태였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이 임명한 ‘부적절 인사’들의 막말, 망언, 돌출발언 등이 정상적인 국감 진행을 방해했다. 특히 피감 기관장의 역사 관련 발언들은 올해 국감을 얼룩지게 만든, 대표적인 망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김건희 국감’에 더해 ‘역사적 망언 잔치 국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지난 10월 11일 국회 교육위 국감에서 “(지금) 한국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만 못하다”는 이전 발언을 고집하다가 야당 의원들의 비난을 샀다.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광화문에서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돌 맞는다”고 말했다. 결국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사과를 촉구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여당 간사)이 “국민은 ‘공직자로 있었다면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 같다’는 말을 기대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백두산과 창바이산(백두산의 중국명) 병기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피식 웃는다”는 등의 박 이사장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중·일 역사전쟁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역사 기관의 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국감 중에 입증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 여당 인사는 “정상적인 국감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창피한 발언들이었다”며 “자신의 공적인 직분과 개인적 역사 견해를 혼동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위 국감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쌀을 수탈한 것이 아니라 수출한 것”이라는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 됐다. ‘이때 발언과 생각이 같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김 원장은 “별 차이 없다”라고 답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집권당 의원으로서 가시밭을 걷는 느낌”이라고 자조했다. 이런 논란은 윤석열 정부가 박지향 이사장을 비롯해 김낙년 원장, 허동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 뉴라이트 인사들을 줄줄이 역사 기관장에 임명하면서 예고됐다. 이들 중 일부는 뉴라이트 학자라는 평가를 부인하지만, 그들의 논문이나 발언을 보면 ‘동북아역사’, ‘한국학’, ‘국사’라는 기관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라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윤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낳은 ‘참사’
역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역사 인식 역시 지난 10월 22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8월 정무위에서 ‘1945년 광복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김 관장은 이번 국감에서는 “인정한다”며 이전 발언을 철회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국적이 일본 국적’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학문적 소신’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그의 사퇴를 재차 주장한 이유다.
지난 8월 인사청문회에서 이 같은 논란을 정면에서 불러일으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월 10일 환경노동위의 노동부 국감에서 ‘일제시대 선조 국적은 일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퇴장당했다. 오래전부터 뉴라이트 역사관 발언으로 논란에 올랐던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5·18 북한 개입설’을 언급했다.
역사적 망언이 계속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1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역사 왜곡과 헌법정신 부정이 국민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라며 “국가 정통성을 훼손하는 친일 뉴라이트 바이러스를 공직에서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헌법 부정 및 역사 왜곡 행위자 공직 임용 금지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친일반민족 행위를 미화·정당화하는 행위를 한 자는 공직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공직자는 이에 대한 역사적 소양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면서 “여권에서는 물론 위헌 논란을 제기하겠지만 이런 법안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친일 반민족적 역사관은 역사관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국제적 시각에서도 당시의 행위가 반인륜적 범죄로 판단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은 진보진영과 강하게 맞설 수 있는 투쟁성을 인사의 첫째 기준으로 삼은 것 같다”면서 “김문수 장관의 예에서 보듯이 합리적 인사가 아닌 강성 인사를 발탁함으로써 야당에 맞서 싸우는 전사를 발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 국감에서는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이 정회 중 욕설을 한 것이 드러나 국회 상임위가 국회모욕죄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망언 잔치’는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적 인식과 고집불통식 인사시스템이 낳은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엄 소장은 “윤석열 정부 내에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공간은 없어져 버리고 온통 윤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잔뜩 자리를 잡음으로써 ‘윤석열 일체화’가 돼버린 꼴”이라고 말했다. 20%대의 국정 지지율이 굳어진, 지금의 위기도 이런 ‘고집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방송사 없애려 하다니”
개국 35년 된 수도권 공영방송 TBS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논란은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TBS 재정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을 삭감했고, 서울시의회는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 조례안이 시행됐고, 지난 9월 행정안전부는 TBS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를 해제하면서 서울시 출연금이 완전히 끊겼다. TBS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정관 변경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방통위는 현재 방통위원이 1명뿐이라는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성구 TBS 대표이사 대행은 지난 9월 24일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 및 해고 계획안을 결재한 뒤 사퇴했다. TBS는 올해 말 재허가 심사도 앞두고 있다.
보수진영 쪽에선 TBS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어 문제라고 주장한다. 반면 PD, 기자, 작가 등 240여명의 TBS 직원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을 장악하고 없애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46)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 지부장은 21년차 방송작가로 2006년부터 TBS에서 일했다. 그는 “(TBS 폐국 위기는)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송사 하나를 없앨 수도 있다는 사건”이라며 “TBS 폐국이 선례로 남으면 TBS 구성원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TBS의 상황은 어떤가.
“올해 6월 폐지 조례가 적용되면서 돈줄이 끊겼다. 임금이 삭감됐고, 9월부터는 월급을 받지 못했다. 앞으로도 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대료, 관리비, 송출비 등 방송사 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용들도 못 내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비가 없었던 것은 2023년 3월부터였다. 그때부터 작가나 외부 출연자·진행자들이 거의 살아남지 못하게 됐다. 아나운서와 PD들이 직접 원고를 쓰거나 진행하는 등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
“TBS가 정말 없어진다면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이후 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사라지는 최초의 사례다. 1990년 개국했고, 35년간 시민들이 즐겨듣던 방송인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해고 계획안의 시한이 10월 31일로 알려졌다. 직원들 분위기는 어떤가.
“오늘 우연히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게시판을 봤는데 슬픈 내용이 많았다. 밖에 나가기 싫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걸릴 것 같다는 글이 있었다. 9월 25일이 월급날이었는데 월급이 안 나온 지 한 달이 되니 피부로 와닿는 것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직원은 240명 정도가 남아 있다. 원래 360명 정도였다. 예전엔 정치인, 연예인 등 외부 출연자들이 회사를 왔다 갔다 했는데 지금 회사는 많은 직원이 나가거나 무급휴직해 텅 비어 있는 느낌이다.”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남아서 싸우고 있나.
“정말 내 일터가 사라지는지, 두 눈으로 목도하고 증인으로 남고 싶은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시민을 위한 방송을 제작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남아 있는 분, 내가 그만두면 동료들이 힘드니까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남아 있는 분도 있다. 나는 타이태닉에서 선장이 마지막으로 배를 지키는 마음으로 남아 있다.”
-TBS 폐국 위기가 드러내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TBS가 정말 없어진다면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이후 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사라지는 최초의 사례다. 1990년 개국했고, 35년간 시민들이 즐겨듣던 방송인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TBS가 없어지는 것은 TBS 구성원들에게만 비극이 아니다. 취약한 법적 지위와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폐지 조례라는 이름으로 방송사가 사라지는 선례가 남는 것이다. 정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없앨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건드는 일이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학생인권조례도 비슷한 방식으로 폐지됐다.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이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게 문제인가.
“책임은 명확하게 오세훈 서울시장에 있다. 서울시 측은 돈줄을 끊은 것에 대해 ‘TBS를 없앤 게 아니다. 민영화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TBS가 소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우리는 (민영화에)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정의 70%가 서울시 출연금이다. 현재는 ‘킬러 콘텐츠’가 다 없어졌고, 협찬이나 광고 수익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자본도 없다.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되고, 방통위가 정관 개정을 승인하지 않아 외부에서 돈이 유입될 수도 없다. TBS가 자립할 수 있는 모든 통로가 막혀 있다.”
TBS는 원래 ‘서울시 산하 사업소’였고, 직원들도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 정책 홍보 방송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명박 서울시장 때 TBS의 청계천 사업 홍보가 예다. 그래서 TBS는 박원순 서울시장 때인 2020년 2월 독립적인 서울시 출연기관인 ‘미디어재단’으로 새출발했다. TBS는 당시 “교통·기상 정보 중심의 교통방송이라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종합 채널로서 뉴미디어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부속기관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미디어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재정적으로는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구조가 결과적으로 서울시 측이 TBS를 폐국 위기로 내모는 과정에서 ‘약한 고리’가 된 셈이다.
2022년 11월 15일 언론노조 TBS지부 관계자들이 TBS 폐지조례안을 심의하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언론 탄압 즉각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성동훈 기자
-보수진영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시사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을 서울시 지원 폐지의 근거로 내세운다. 진보진영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정성이라는 개념은 모호하다. 각자 기준이 달라서 어떤 방송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편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편향성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방송사를 없애는 잣대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TBS는 우리 스스로가 제작의 자율성을 부여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서울시 사업소였을 때 서울시 정책을 비판하기보단 홍보하는 시정방송이었다. 2016년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시작하고, 2020년 재단으로 전환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렇게 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탄압 국면이 온 것이다. 스스로 자정하고 시민들과 결합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탄압 국면을 마주하면서 멈췄다.”
-프로그램의 편향성 논란과 TBS 폐국 위기는 구별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된다. 정쟁을 떠나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TBS에 대해 시민들에게 두 가지 관점이 있는 것 같다. 한 정파를 옹호하는 편향적인 방송에 세금을 쓸 수 없다는 관점과 주요 프로그램들이 사라질 때 TBS 구성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침묵한 게 문제라는 관점이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담보해야 하지만, 방송사를 없애는 것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그런데 정권이 (오세훈 시장으로) 바뀌자마자 폐지 조례안이 나왔고, 급격하게 돈줄을 끊어버리는 상황이 됐다. 굉장히 잘못된 일이었음에도 TBS는 양쪽(진영) 모두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그 잘못된 일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 채로 시간이 지나버렸다. 제대로 논의하면 좋겠다. 공정성의 문제가 한 방송사를 없애는 기준이 될 수 있는지를 말이다.”
-TBS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일부 시사프로그램에만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 TBS가 해온 역할을 설명해 달라.
“TBS에는 시민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교통과 기상에 대해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에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구역별로 나눠서 방송하고, 코로나19 때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송을 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영상 특이점>과 같은 프로그램도 나왔다. 사각지대의 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찾아가 소통하고,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TBS의 공적 기능을 보지 않고 시사프로그램 몇 개로 등치시켜 바라보는 게 안타깝다. 논란이 된 시사프로그램들은 없어졌다. 그런데도 계속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이 방식 자체가 폭력적이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는 내부에서 제작 자율성이나 편성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있을 때 싸워왔다. 오히려 오 시장이 임명한 대표가 내놓은 혁신안은 ‘시사방송 퇴출’이었다. 공영방송으로서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데 시사를 퇴출하겠다고 하니 블랙코미디 같았다.”
-폐국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있나.
“정당하게 돈을 벌 방법이 없는 상태다. 다만 우리 스스로 주파수를 반납하거나 청산하지는 않을 것이고, 끝까지 버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임금을 받지 않고도 TBS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냐, 생계에 위협을 받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소중한 일터를 떠날 것이냐, 우리는 그런 기로에 서 있다. 버티고,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왔는데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TBS를 즐겨보던 시·청취자, 시민사회와 같이 TBS를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재선 참패 그늘 드리워진 조국혁신당 어디로
영광 재선거 3위로 패배 후 ‘정권 조기종식’ 노선 전면화 속내는
전남 영광 불갑사 가는 길, 상사화는 시들었다. 매년 9월에 열리는 상사화 축제는 영광의 대표 축제다. 올해 축제는 망쳤다. 기후변화와 때늦은 폭염 덕분에 축제 기간엔 꽃이 피지 않았다. 지역 신문에서 축제가 끝난 후에야 상사화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읽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며칠 새 시들어 기대했던 ‘빨간 꽃 바다’는 볼 수 없었다.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10월 12일, 영광 불갑사와 곡성 일대를 찾았다. 상사화는 못 보고 한 표를 호소하는 각 당의 선거운동만 만개했다. 과장 않고 거의 100m 간격으로 각 당 자원봉사자들이 5~6명씩 서서 지지를 부탁하고 있었다. 하늘색 점퍼는 진보당, 검은색 점퍼는 조국혁신당이었다.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전남 영광에서 후보를 못 내고 곡성에서만 후보를 낸 국민의힘은 읍내 선거사무실 주변에서만 빨간 점퍼를 입은 2~3명의 선거운동원을 볼 수 있었다.
호남에서 사그라든 조국혁신당 돌풍?
“우리로선 딱 주말에만 가능했던 일이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의 말이다. “평상시에는 당원들이 하고 싶어도 다 직장을 다니고 생업을 가지신 분들이라… 지역조직이 없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선거였다고 본다.” 주말, 기자가 목격한 선거운동원들은 전국 시도당에서 달려온 지원군이었다. 김영석 조국혁신당 전남도당 사무처장은 “멀게는 울산시당·경남도당, 강원도당이나 경기도당·서울 등지에서 지속해서 100여명씩 자원봉사 선거운동을 왔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만이 아니다. 진보당도 총집결했다. 선거 전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측 전략 담당 인사는 “대학생 때 농활하듯” 진보당 측에서 전국 당원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칼 갈아주기, 경로당 앞 청소 등 이들의 바닥을 훑는 자원봉사 활동을 두고 당 차원에서 선관위 고발도 한때 검토했다고 한다. 일정 시간 이상의 자원봉사활동을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결과적으로 노이즈마케팅이 돼 진보당을 더 띄워줄 수도 있기 때문에” 선관위 고발은 검토만 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재선거 성적표만 보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자는 조국혁신당이다. 민주당·국민의힘은 각자의 아성 두 곳을 각각 수성했고, 진보당은 영광에서 조국혁신당을 꺾고 2등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은 당대표가 직접 영광 한달살이에 나서는 등 당력을 총집중했지만 당선자를 내지 못했고, 제4당인 진보당에게도 밀렸다. 지난 4월 총선 때 영광과 곡성에서 조국혁신당이 받은 비례표와 비교해보니 영광에서는 3651표, 곡성에서는 1274표가 빠졌다. 영광만 놓고 보면 지난 총선에서 비례는 민주당과 진보당 등 비례연합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만2234표를 받았고, 조국혁신당은 1만2024표를 받았다. 조국혁신당이 영광 재선거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다.
“중앙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지역 언론이나 지방 정치권의 평가는 다르다. 3파전이 된 것을 두고 민주당이 사실상 진 선거가 아녔냐는 평가가 나왔다.” 황현선 사무총장의 말이다. 조직이 없는 창당 7개월짜리 신생정당(조국혁신당)이 이만큼 버텨냈다면, 호남에서 경쟁 구도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지역 정가에서는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황 사무총장의 말이다. “처음 후보 등록할 때만 하더라도 진보당 선거운동원이 150명, 민주당은 500명을 등록했다. 우리는 고작 30여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도저히 안 돼 중앙당 당직자들이 서울에 있지만 일단 사람이라도 넣어보자고 해서 등록했다. 피켓이라도 들 사람이 필요한 듯해서. 민주당은 선출직 위주로 전국에서 총동원했고, 진보당도 과거 도의원도 배출하고 농민회도 있는 등 조직 세가 만만치 않은 독특한 선거였다. 둘째로, 진보당 선거운동이 초반에는 민주당 표를 가져갈 것이고, 뒤로 갈수록 우리 표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왜냐면 조직이 없으니까. 예상에서 벗어난 건 아니었다.”
“선거에서 ‘졌잘싸’는 없다”
“정신승리다. 세상에 선방한 선거는 없다. 이겼나 졌나만 있을 뿐이다. 조직력이 없음에도 선전했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호남에서 일당 독재의 대안이 되겠다고 나온 건데, 졌으면 대안이 되지 못한 것이다. 호남에서 왜 대안이 되지 못했느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의 말이다. “조국혁신당은 진보당에 왜 밀렸는지 곰곰이 판단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야 복합적이겠지만 진보당이 치고 올라오면서 판세가 흔들렸던 것은 결과적으로 너희들은 대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재보궐에만 전국 집중이 가능하니 진보당을 재보궐 특화당이라고만 한다면 전국 단위 선거나 수도권 선거면 이야기가 달라지나. 민주당, 국민의힘 양당 바깥의 사람들에게 조국혁신당이 대안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하는데 안 퍼진다. 정책대안으로 ‘사회권 선진국’을 주장하지만 정치고관여층 시민들도 거기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냥 ‘매운맛 민주당’ 정도? 정치 비수기라는 특징이 있지만 이탈한 민주당 지지자 마음을 돌려세울 방법이 있나. 지난 총선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는 조국혁신당)로 성공했지만 지역구 단위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번 재보궐이었다. 2026년 지방선거나 대선에서는 총선과 같은 전략이 안 통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비례 정당이다. 지역 정당이 아니라.” <정치내전> 저자인 유창오 시사평론가가 설명하는 지난 총선에서 ‘지민비조’가 통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흔한 착각이 비례 정당은 중도적인 정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전 안철수 정당이 실패한 원인이다. 정치학에서 일반적인 이론은 정당투표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더 근본적(radical)이거나 선명한 정당을 찍게 마련이다. 과반이나 다수를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도 중도나 제3의 길을 이야기했던 정당들은 다 망했다. 민주당보다 오히려 더 혁신적이고 센 것을 이야기했던 조국혁신당이 비례에서는 성공할 수 있었다. 지역구 선거는 그렇게 작동되지 않는다. 더 선명하거나 센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도 실제의 집권 가능성이나 세를 고려한다.” 조국혁신당이 아무리 비례선거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특히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유의미한 지지를 받았더라도 지역구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하게 드러난 결과라는 것이다.
2024년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0월 6일 국회에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국감 현판식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문제는 다음이다. 정당들의 역학 구도·세(勢)를 확인할 수 있는 다음 선거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다. 바로 다음 해인 2027년 3월이 대선이다. 유 평론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민주당의 당헌에 따르면 선거 6개월 전에 대선후보를 뽑아야 하는데 그러면 2026년 9월이다. 말하자면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된다. 결국 2026년 지방선거는 현재로선 대선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어느 당이 차기 대선에서 유력하냐에 지방선거 결과도 영향받는다는 뜻이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모두 당대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상황이나 구도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다른 변수는 없을까. 예컨대 지방선거 전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나 자진 사임과 같은 유고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유 평론가의 말이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이 2016년 탄핵 당시 김무성과 같은 당시 여권 중진이 탄핵에 동참한 이유다. 반기문이라는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허무하게 끝나버렸지만. 둘째로는 헌재 인적 구성 변화다. 내년 3~4월경 대통령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이 임명되는데 국회 동의도 필요 없다. 다시 말해 교체되는 2명의 재판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으로부터 윤석열이 임명한 사람으로 변경된다는 뜻이다. 탄핵이 가능하려면 국회 몫 3인이 임명돼야 하는 이번 10월부터 내년 3~4월까지가 적기라는 뜻인데 만만치 않다.”
창당 후 첫 장외집회 연 조국혁신당
재보궐 후 조국혁신당은 창당 때 내건 양대 구호 ‘윤석열 정권의 조기종식’과 ‘사회권 선진국’ 중 탄핵을 매개로 한 조기종식 쪽으로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 해체·윤석열 탄핵 선언대회’는 창당 이후 조국혁신당이 처음으로 연 전국 집중 장외집회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총선 다음날 조국혁신당 당선인 12명의 첫 일정도 서초동에서 검찰개혁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의 제1의 존재 이유도 ‘가장 앞장서서 싸우라’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 정책위 의장인 그는 이번 국감에서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서 “국회 구성에서 수적 열세에 기반한 정보력·화력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금은 정책의 시간이라기보다 탄핵과 정치의 시간이다. 그 과정에서 비록 원내에서는 소수정당이지만 당이 가진 모든 정보와 역량, 제보를 취합해 내용을 만들어 탄핵의 발화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시기 조국혁신당의 역할이라고 본다.” 10월 26일 서초동 탄핵 선언 집회에 이어 오는 11월 2일부터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시민들을 만나는 ‘탄핵다방’을 만들 계획이다. 황현선 사무총장은 “사회권 선진국과 관련한 조국혁신당의 정책대안은 내년 초 완성을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재선거 결과만으로 돌풍이 꺼졌다, 또는 영향력이 약화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본다.” 이강윤 시사평론가의 평가다. ‘지민비조’가 먹혔던 지난 4월 총선은 정권심판 바람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고, 이번에는 그런 바람이 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정당이 착근하려면 정책과 사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조국혁신당은 주로 윤석열에게 ‘칼을 가는’ 명망가가 많이 포진했고, 또 실제로 조국 당대표가 그런 사람들로 팀을 짰다. 다시 말해 ‘반윤 대오’ 맨 앞의 ‘총알 탄두’ 같은 정당만으로 얼마나 지속가능성이 있느냐의 문제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당원이라는 기반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당의 하부구조, 당원을 얼마나 늘려가는가가 조국혁신당에게는 더 중요하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반윤’은 정책이 아니다. 슬로건 또는 주요정체성이지만 그것만으론 정당이 기능할 수 없다. 정당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하부구조를 이루는 당원과 정치적 목적을 실질적인 지점에서 구체화하는 정책이 중요한데 신생 정당에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당원도 늘어나고 정책도 두터워진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후 당의 내실을 얼마나 기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가늠할 척도라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취약한 체제' 이러다 남북 인종 달라진다
2006년 12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다. 당시 유엔군사령부는 동해상에서 구조된 북한군 2명을 북으로 송환했다. 비교적 건강 상태가 양호했던 1명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걸어서 돌아갔는데, 당시 미군과 국군 사이에 선 그의 왜소한 체격이 눈에 띈 것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여자 농구선수 박진아(2003년생·키 205㎝), 한때 이탈리아 명문 구단 유벤투스에서 뛰었던 비운의 축구선수 한광성(1998년생·키 178㎝) 등 예외도 있다. '장마당세대는 모두 왜소하다'는 일반화는 어렵지만, 대체로 발육에 문제가 있을 거란 연구 결과들이 많다.
입대 기준 137㎝까지 하향…남한 열 살짜리 키
'장마당세대'가 보여주는 특징들은 그 자체로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방식이 달라진 것은 물론, 남북 청년들의 평균 신장은 이제 10㎝ 넘게 벌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평양육아원 내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연출한 사진을 한가득 올리면서 "김정은 동지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피심을 받는 조선의 원아들은 참으로 행운아들"이라고 밝혔다. '수령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북한 아이들은 정말 잘 크고 있을까.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평균 신장이나 체중 등 신체에 대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제기구 차원에서 건강 정보를 요구해도 터무니없는 수치를 제공하는 탓에 신뢰할 만한 통계로 활용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확인해볼 만한 지표는 '군 초모(입대)' 기준이다. 2005년 국가정보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군 면제 기준을 바꿨다. 이전까진 키 150㎝·몸무게 48㎏ 이하인 경우 징집을 면제했다. 변경 이후에는 키 148㎝·몸무게 43㎏ 이하로 낮췄다. 그런데도 '고난의 행군' 시기에 나고 자란 장마당세대의 체격이 작아 병력을 채울 수 없게 되자 기준을 더 낮췄다.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2010년 초모 기준을 키 137㎝까지 하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병역판정을 내릴 때 다양한 건강 상태를 따진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 규칙'에 따르면, 다른 조건을 차치하고 키 159㎝ 미만은 체중과 무관하게 4급 이하 판정을 받는다. 최저 기준만 놓고 보면 남북 군인들의 키 차이가 최소 22㎝다. 머리 하나만큼 벌어진다. 한국에선 열 살부터 평균 신장이 140㎝를 넘긴다. 초등학생보다 키가 작은 북한군도 있다는 이야기다.
취약한 北 체제, 생물학적 법칙까지 깨버렸다
북한이 초모 기준을 바꿔온 과정은 식량 부족과 그에 따른 발육 장애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체제 취약성은 '북쪽 지역 사람들의 체격이 더 크다'는 생물학적 법칙까지 깨뜨렸다.
20세기 초반 한반도는 가난하고 배고픈 나라였다. 이후 100년 가운데 절반은 남과 북이 하나였고, 그 뒤로는 서로 다른 체제로 70년 넘게 살아왔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평균 체격을 가진 나라가 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 100년간 '키가 가장 많이 자란 나라'로 꼽힌다.
북한은 어떨까. 전통적으로는 남쪽보다 북쪽에 살수록 평균 신장이 더 큰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서구에선 독일 생물학자 '베르그만의 법칙'이 이를 설명한다. 포유류 등 항온동물의 덩치가 추운 기후에 서식할수록 커지고, 더운 기후에 살수록 작아지는 편이라는 것이다. 동양에선 '북고남저(北高南低)' 현상이라고 부른다. 일본 인류학자 오바마 모토지는 중국 장쑤성·산둥성 등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조사했고, 1938년 논문에서 동일한 결론을 내놨다.
북한에선 장마당세대가 등장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이르러 이런 상식마저 무너졌다.
박순영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1999년 이후 탈북민 2384명과 한국표준과학원이 1997년 발표한 남한 성인의 평균 신장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2004년 6월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당시 60대 탈북민의 평균 키는 남성 164.4㎝·여성 151.8㎝로 남한 평균치(남성 164.1㎝·여성 151.2㎝)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대 초반 탈북민은 남성 164.9㎝·여성 153.9㎝로, 남한 평균치(남성 170.8㎝·여성 160.6㎝)보다 6㎝가량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순영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식량 위기로 향후 남북 성인 간 신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북한 어린이의 영양 상태가 호전되면 어느 정도 신장 증가가 일어나겠지만, 10대 중후반 이후 영양 상태가 향상되면 키보다 체중 증가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남북 청년들의 키 차이, 11㎝ 넘게 벌어진다
북한은 취약한 체제를 지속하고 있으며, 식량 부족도 여전하다. 남북 청년들의 신장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인종코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
연세대 정우진 교수팀은 2000년 출생자를 기준으로 남북 청년들이 25세가 됐을 때 신장 예상치를 분석했다. 2025년 기준으로 남한 남성은 177.9㎝, 북한 남성은 166.3㎝로 무려 11㎝가량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의 경우에도 남한은 163.6㎝, 북한은 157.5㎝로 예측됐다. 결과값만 놓고 보면, 남한 25세 여성과 북한 25세 남성의 평균 신장이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북한 사람들의 신장은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12월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황영일ㆍ신동훈 교수팀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의 평균 키는 남성 161.1㎝·여성 148.9㎝ 수준으로 추정됐다. 15~19세기 조선시대 116명(남 67명ㆍ여 49명)의 유골에서 채취한 넙다리뼈(대퇴골)를 이용해 평균 키를 분석한 결과다.
정보 관계자는 "70년짜리 생체 실험과도 같은 잔혹한 결과"라며 "남과 북의 인종이 달라질 정도로 김씨 일가의 독재가 주민들을 어떻게 착취해왔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무참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신체적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 자녀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평양으로 돌아오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북한에서만 살던 동급생 아이들보다 키가 5~10㎝ 정도 크고 피부 때깔도 다르다"고 증언했다.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그 이유다.
글 싣는 순서
①'북한판 MZ' 변화의 중심에 선 사람들
②'취약한 체제' 이러다 남북 인종 달라진다
③탈북한 뒤 국군 꿈꿨다는 보위부 출신, 왜
④턱수염과 찢어진 청바지, 北 소녀 흔들다
⑤전문가 제언 : 장마당세대가 가진 잠재력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예배’라는 이름의 ‘성소수자 차별’ 도심 광장 집회
기독교 단체들의 대규모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가 27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개신교 임의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 남대문~광화문 세종대로 차로를 대부분 차지한 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외쳤다. 주최 측은 이 행사를 ‘예배’ ‘기도회’라고 했지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집회에 가까웠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개신교계 임의 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나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의사 표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광장에서 집단으로 표출한 의견은 약자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차별금지법이 ‘성병 에이즈를 확산시킨다’거나 성소수자를 특권화해 ‘다수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다’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차별과 혐오는 소수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인류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 이후 누구나 차별 없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이뤘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이 광장에서 표출되는 모습은 문명사회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동성커플 피부양자 인정이 인구소멸을 앞당긴다’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도 많았다. 젊은이들이 결혼·출산을 하지 않는 데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있다. 성소수자 탓을 할 일이 아니다. 그럼으로써 진짜 문제에는 눈을 감게 하는 것 아닌가. 가장 개탄스러운 대목은 정치인의 축사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낮은 자를 섬기는” 기독교 정신, “약자와의 동행”을 얘기하면서도 이날 모인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에게 ‘낮은 자’ ‘약자’는 누구인가.
유감스럽게도, 이 자리에 모인 기독교인들의 우려와 달리, 동성혼 합법화나 차별금지법 제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쏟을, 유일하게 유의미한 정치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신교계 눈치를 보느라 갈수록 입장이 후퇴하고 있다. 마지막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극우 개신교도가 접수한 뒤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을 내는 판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집회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퇴행을 보여줬다. 기독교인의 생각이 모두 같진 않을 것이다. 기독교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불평등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이 되면 좋겠다./경향
명품 백 받아도 불기소 ‘7초 매도’ 해도 불기소 [김건희라는 아킬레스건 ②]
김건희 여사가 또다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명품 백 수수 사건에 이어,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법 리스크까지 털어냈다. 민주당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준비한다
.김건희 여사가 또 기소를 피했다. 10월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0월2일 명품 백 수수 사건도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로써 김건희 여사는 자신을 압박하던 두 가지 사법 리스크에서 풀려나게 됐다.
동일하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두 사건에서 쟁점은 완전히 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적 증거의 존재 여부였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명품 백 수수 사건에서는 법리 적용이 중요했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 백을 수수했다는 사실은 이미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몰래카메라 영상을 통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금품 수수 행위를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뇌물 수수,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건희 여사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김건희 여사의 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체 통정거래(물량과 시간 등을 사전에 짜고 한 거래) 98건 중 47건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시사IN〉제891호 ‘판결문에 87번 나오는 그 이름, 김건희’ 기사 참조).
주가조작에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기소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판단을 내려 기소하기 위해선 김 여사가 주가조작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범죄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대한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이 있었다면 방조범으로 기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김 여사와 유사한 역할을 한 ‘전주(錢主)’ 손 아무개씨는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다. 대표적인 것이 ‘7초 매도’다. 2010년 11월1일 오전 11시22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작전 주포인 김 아무개씨는 공범 민 아무개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민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20여 분 뒤인 11시44분32초 김씨는 다시 민씨에게 문자를 보내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지시했다.
준 사람은 청탁 목적이었다는데
이후 7초 뒤인 오전 11시44분39초,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김 아무개씨의 지시와 물량·가격이 정확히 일치한다. 김건희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우연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날 증권사 직원은 김건희 여사에게 매도 상황을 보고했다(아래 〈그림〉 참조). 항소심 재판부는 이 녹취록을 두고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사실상 피고인 권오수 등의 의사로 운영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정황이 기소로 이어지기 충분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는 명확한 증거 또는 진술은 현재까지 공개된 것이 없다. 대통령실은 1심 판결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 여사의 구체적인 가담 사실을 특정할 내용이 전혀 없어서 공소사실을 작성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검찰은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론 김 여사를 기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불기소 결정 이후 검찰은 “피의자(김건희 여사)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 관리 상황을 알려주며 피의자와 범행을 공모했다거나, 피의자가 권오수 등의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7초 매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제출했다고 추정하면서도, “해당 연락의 구체적인 내용, 당시 상황 및 피의자의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라고 말했다.
10월17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속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찰은 “권오수가 자신을 신뢰하는 피의자에게 자신의 범행 내지 주가 관리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권유를 통해 매도 요청을 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며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 전문성, 경험 등이 부족하고(···) 권오수가 시세조종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도 인식 또는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사건은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기소되지 않았다. 명품 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뿐 아니라 물건을 받은 김건희 여사, 그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모두 기소를 면했다. 검찰은 명품 백이 단지 김건희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금품 수수 자체는 금지된 사안이지만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어서 김건희 여사를 기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자신의 선물이 청탁 목적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불기소 처분 과정에서 검찰은 명품 백 수수 사건과 관련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두 차례 열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소집한 김건희 여사 대상 수심위는 만장일치로 불기소를 권고했다. 반면 최재영 목사가 신청해서 열린 최 목사 대상 수심위는 청탁금지법상 최 목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수심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 목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제껏 수심위가 ‘불기소 권고’를 했는데 검찰이 그를 따르지 않고 기소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기소 권고’가 나왔는데도 불기소 처분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청탁금지법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역시 검찰과 비슷한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됐다. 6월10일 권익위는 전원위원회에서 명품 백 수수 사건에 대해 ‘종결’ 처리했다. 권익위는 명품 백 선물에 직무 관련성이 없었고, 혹여 직무 관련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최재영 목사가 외국 국적이기에 금품 수수 신고를 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8월8일엔 청탁금지법 부서 책임자였던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김 아무개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사망 이틀 전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에게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서 참 송구한 맘(마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문 이사장은 〈한겨레〉에 “지난 6월27일에는 김 전 국장이 전화를 걸어와 ‘권익위 수뇌부에서 김 여사 명품 백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다’는 취지로 괴로움을 토로했다”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김 아무개 국장 사망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진상조사가 “시급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김 국장의 사망이 명품 백 수수 사건이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헬기 특혜 사건’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10월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고인이 헬기 사건으로 매우 힘들어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명품 백 수수 사건과) 무관하다고는 안 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연이은 검찰의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을 두고 야당에서는 특검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월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불기소 처분 이후 민주당은 “(검찰이) 4년6개월 동안 제대로 된 수사 한번 않고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 7월20일 김건희 여사를 조사하며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로 직접 방문해 ‘출장 조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검사들은 경호처 건물에 들어가며 휴대전화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품 백 수수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 시간은 사안당 약 5시간에 불과했다.
“민주당 특검, 우리 당 난도질하는 것”
10월17일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세 번째 특검법을 발의했다. 앞서 발의된 두 특검법은 지난 2월29일과 10월4일 재의 처리 결과 최종 부결됐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세 번째 특검법을 제출하며 “이번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난 후 11월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가장 우선순위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불기소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겐 부담이 가중됐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앞두고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0월10일 인천 강화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한 대표가 검찰에 김건희 여사 기소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한동훈 대표는 특검보다 기소가 부담이 적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을 추가적으로 파헤칠 수 있는 특검에 비해,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만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기 전 한 친한계 인사는 “공범들에 대한 판결을 봤을 때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그마저도 수년이 걸릴 일이다. 검찰 기소가 오히려 사법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현재, 이목은 다시 한동훈 대표에게 집중된다. 한 대표의 의중에 따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을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 측에서는 여전히 특검법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민주당이 바라는 특검은 우리 당을 난도질하게 하는 거다. 우선 독대를 통해 방법을 찾아보고, 그 결론을 본 뒤 다음 스텝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표 측에서 원하던 수준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10월21일 정진석 비서실장을 배석한 채 이뤄진 만남에서,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설명 및 해소’ 등 김 여사 관련 요구안을 전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동훈 대표가 “상황이 더 악화되면 김건희 특검법 관련 당내 이탈표를 막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자, 윤 대통령은 “우리 의원들이 야당 입장처럼 가겠다고 하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시사인 주하은 기자
답변은 회피하고 군인 존중 요구한 채해병 사건 '키맨' 임기훈
채해병 사망 원인 수사 외압 의혹의 ‘키맨’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현 국방대 총장)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공판에 출석해 시종일관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재판장의 제지까지 당한 임 전 비서관은 마무리 발언으로 ‘제복 입은 군인에 대한 존중’을 언급해 방청석에서 원성이 터져나왔다.
채해병 사건 주요 국면마다 등장했던 임기훈
29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9차 공판이 진행됐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초 그는 지난달 25일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 예정이었지만 국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임 전 비서관은 채해병 사망 원인 수사 외압 사건의 주요 국면마다 등장한 핵심 인물이다. 당시 대통령실 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주요 인물들과 수시로 통화한 기록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관련 기사 : 채 해병 사건 기록 수천쪽 분석...'외압의 재구성', '채 해병 사건 회수' 시작점에 윤석열... 새 통화 기록 나왔다 https://newstapa.org/article/eJrUK )
예정됐던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이 모종의 사유로 돌연 취소되기 하루 전인 7월 30일, 임 전 비서관은 당시 이종섭 장관을 보좌하던 박진희 군사보좌관과 두 차례 통화를 했다. 이후 박 보좌관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수사 내용이 안보실에 보고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인 31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 이후 ‘02-800-7070’ 번호가 이종섭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 이후, 같은 날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던 언론브리핑이 취소되면서 이른바 ‘VIP 격노설’이 파생됐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수보회의에 배석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던 사건이 다시 국방부로 회수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8월 2일엔 윤석열 대통령과 임 전 비서관이 직접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날 임 전 비서관이 오후 1시 반쯤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던 기록이 공개됐고, 이후 그가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공개됐다. 유 법무관리관은 임 전 비서관이 당시 ‘경북경찰청에서 (유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국회에 나와 진술한 바 있다. 이후 경찰로 이첩됐던 사건은 국방부로 회수됐다.
임기훈, ‘안보상 이유’로 답변 불가 반복…재판부에 제지 당해
그러나 이날 공판에 나온 임 전 비서관은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수차례 반복했다. 임 전 비서관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강의구 비서실 부속실장, 윤석열 대통령 등과 통화한 내역 관련한 변호인단의 신문에 “이미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이다”라거나 “대통령과의 통화는 안보 사안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는 말로 증언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국회와 달리 ‘안보 상의 이유’는 증인의 답변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 법정에서 증인이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형사상 소추 또는 공소 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경우에 국한된다.
임 전 비서관은 박 대령의 변호인단과 재판부가 이 사실을 여러 번 지적했음에도 “안보상의 이유로 답변할 수 없다”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했다. 변호인단이 “윤석열 대통령과 8월 2일에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냐”는 등의 질문에 “안보상의 이유로 답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누차 이를 지적하자 나중에는 “형사상 소추의 우려가 있어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박 대령 변호인단이 “검찰단장과 통화를 한 적이 있는지”, “‘02-800-7070’번호로 이종섭 전 장관에게 전화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자 임 전 비서관은 “형사상 소추의 우려가 있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7월 31일 오전 11시 수보회의가 언제 끝났는지, △‘이런 식으로 다 (관련자들을) 처벌을 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려고 하냐’는 말을 듣거나 전달한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모두 그는 “형사상 소추의 우려가 있어 답변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제복 입은 군인’ 존중?…방청석 분노
이런 임 전 비서관의 태도로 증인 신문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신 임 전 비서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군의 명령체계는 상관으로부터 명령 하달되는 한 명백한 불법성이 없다면 이행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장에서 전시에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것이 군 임무 수행의 특성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그 위험한 지역에 나가야만 하는 것이 군에 부여되는 소명이자 임무”라고 말했다. 이에 방청석에서는 “전쟁 중에 애가 죽은 거냐”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임 전 비서관은 계속해서 발언을 이어갔는데, “군의 명령 체계가 준수되어야 하는 것이 이런 군의 기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 가치”라며 “명령을 받은 사람이 명령권자 적법성을 일일이 평가하고 판단해서 명령의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면 전시에 군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을 언급하자 방청석에서는 다시 소란이 빚어졌다.
이어 임 전 비서관은 “군이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격려와, 제복 입은 군인에 대한 존중이 회복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는 끝으로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오혜지 대위, 1시간 동안 “기억이 안 나”만 되풀이
이날 오혜지 해병대 법무과장(대위)과 박모 해병대 수사단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 대위는 1시간 가량 이어진 신문 내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오 대위는 지난해 7월 31일과 8월 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주재한 회의에 당시 휴가였던 장동호 해병대사령부 법무실장 대신 참석한 다음, 회의 내용을 장 실장에게 유선으로 보고한 바 있다. 두 번의 회의에서는 이미 8월 2일로 예정됐던 해병대 수사단 사건 기록 이첩 보류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오 대위는 당시 회의에서 “군사법원법이 개정돼 해병대에 관할이 없기 때문에 이첩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피고인(박정훈 대령)의 의견에 동의한 한 것이냐”고 다시 묻자 “바로 이첩하자는 것은 아니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전 증인으로 나온 박모 해병대 수사단원은 채해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외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밖에 포항지청 최모 검사가 군검찰을 통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을 포항지청으로 넘기도록 종용했었다는 사실도 증언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번 재판의 마지막 증인이다. 박 전 대령에 대한 피고인 신문 기일은 내달 21일이다. 피고인 신문을 마치면 변론이 종결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박 전 대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 뉴스타파
국민 4명 중 3명 '통일 필요'…"남북 대화체 설치 급선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통일이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국민 네 명 중 세 명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28일 발표한 올 3분기 ‘통일 여론·동향’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통일 필요성’ 인식은 74.6% 수준으로 지난 분기보다 3.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30대 이상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0%를 웃도는 반면, 20대에서는 58.8%를 기록해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는 △전쟁 위협의 해소(34.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뒤로는 △경제 발전(23.2%) △민족의 동질성 회복(15.9%) △자유와 인권 실현(15.7%) △국제적 위상 강화(8.8%) 등 순이었다. 민주평통은 “북한이 남북 단일민족을 부정하고 평화통일을 부정한 데 이어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와 오물풍선 살포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켰다”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통일에 대한 필요성이 국민들 사이에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불안정하다’고 보는 의견이 지난 분기보다 심화됐다. ‘불안정’으로 응답한 비율(59.1%)은 ‘안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39.6%)보다 19.5%포인트 높았고 지난 분기의 응답 간 격차에 비해 3.4%포인트 더 벌어졌다.
북한을 ‘협력·지원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47.0%)은 지난 분기보다 0.8%포인트 늘었고, ‘경계·적대 대상’이라고 답한 비율(40.0%)은 지난 분기에 비해 3.4%포인트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가운데 최우선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남북 간 대화협의체의 설치 및 운영’이라는 응답이 39.9%로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62.8%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민주평통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알앤씨(주)에 의뢰해 지난달 20~22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질문 문항은 △통일 필요성 △대북인식 등 추이분석 문항 5개와 △8.15 통일 독트린 7대 추진 방안 등 현안 문항 5개로 구성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1%포인트다. 여론조사 결과 전문은 민주평통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경제
한반도-대만에서 동시 전쟁나면 한국 GDP 60% 떨어진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가자 전쟁이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전쟁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까지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선을 아시아의 동쪽으로 돌리면, 남중국해나 한반도 상황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4개의 전선이 형성되어 있다. 세계는 3차 대전의 문턱에 와있다.
이스라엘 사망자 1139명은 누가 죽였는가?
가자지구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으로 시작되었다. 2024년 10월 13일 현재, 가자지구의 사망자는 4만 2227명, 부상자는 9만 8464명에 이르며 앞으로 사지 절단, 질병 혹은 기아 등으로 14만 명이 더 사망할 것이라 예상한다. 가자지구 인구는 230만 명이다. 인구의 10%가 사망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망자는 1139명, 부상자 8730명이다.
가자지구 학살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genocide)라 부르는데, 도미사이드(domicide, 거주지 말살)이기도 하다. 가자지구 주택의 65% 이상이 파괴되었으며 학교 건물의 87%, 상업 시설의 80%가 파괴되었다.
작년 10월 8일, 이스라엘이 발표한 사망자는 400명이었다. 후에 이스라엘 사망자 통계는 1400명까지 늘어났다.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장 큰 명분은 천 명이 넘는 사망자 숫자다.
이스라엘의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노바 축제 참가자들에 대한 공격 영상을 보면 이스라엘의 아파치 헬기가 하마스 대원,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하는 자료들이 꽤 많이 공개되어 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음악 축제 당시 하마스의 기관총 공격을 받고 버려진 자동차의 사진들을 보면, 기관총 자국뿐만 아니라 미사일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부서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한니발 지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에 대응해 '한니발 지침'을 발동시켰다고 보도했다. '한니발 지침'은 피랍된 군인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납치범에 대한 무제한 공격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하레츠>에 따르면 10월 7일, 국경검문소에서 납치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에레즈의 한니발", "지크(무인기·드론을 뜻하는 암호명)를 파견하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인질 안전을 떠나 공격하라는 뜻이었다. 또한 "단 한 대의 차량도 가자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메시지가 하달되었다. 피랍자들을 태운 차량에 최대한의 공격을 퍼부으라는 의미였다.
가자전쟁의 거짓말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이스라엘 사망자 천여 명의 적어도 절반은 이스라엘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절반은 하마스와 공격으로 생겼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천여 명이 테러리스트 하마스에 의해 죽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가자전쟁의 대표적 거짓 보도는 하마스의 '영아 40명 참수' 사건이다. 이 기사가 서방 매체의 머리기사를 한동안 장식한 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테러리스트가 어린아이를 참수하는 사진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라고 언급하며 하마스의 잔혹함과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의 정당한 명분으로 쓰였지만, 후에 이 기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이 기사가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선정적인 '어린아이 40명 참수' 내용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히게 되었다.
'인질'과 '구금자'와의 교환
'알아크사 작전'으로 하마스가 목표했던 것은 이스라엘인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질로 잡아가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 8천 명 정도를 인질로 구금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5~6천 명 더 늘어났다. 서방언론은 하마스가 잡아간 사람들은 '인질'이라 표현하면서 이스라엘이 잡아간 사람들은 '인질'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국제법적으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영토가 아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해서 이스라엘이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잡아서 '행정 구금'을 한다. 형사소송 절차 없이 6개월마다 무제한으로 구금을 연장하고 있다. 이렇게 10년 넘게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있으며 심지어 500명 정도의 아이들도 갇혀 있다.
하마스는 현재 이스라엘과의 휴전협상에서 이스라엘인 인질과 팔레스타인 인질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2011년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군인 1명과 1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교환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스라엘은 인질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국군이 적군의 포로가 되는 것을 막는 군사지침인 '한니발 지침'이 있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현재 하마스는 정치적 지지율이 40%로 전쟁 이전의 20%보다 오히려 올랐다. 2005년 팔레스타인에서 최초로 선거가 시행되었다. 이 선거에서 하마스가 승리했지만, 서안지구의 대통령 압바스가 미국과 이스라엘과 손잡고 하마스를 가자지구로 몰아냈다. 가자의 비극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부터이지만, 최근의 분쟁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로 쫓겨 가고 가자에 장벽이 세워지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네타냐후의 전쟁목표 중의 하나는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다. CIA는 하마스 대원 1만 명이 전사했다고 보고 있다. 3만 명은 건재하다. 또한 하마스 대원들은 계속 충원되고 있다. 테러리스트 1명을 잡으면 새로운 테러리스트 6명이 생긴다는 것이 사회학적인 보고다. 네타냐후의 전쟁목표는 현재까지 보면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는 제2전선을 열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정치적 생명도 끝난다. 네타냐후는 전쟁을 계속해서 미국을 서아시아(중동)에 붙잡아 두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연장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이스라엘이 공격하고 있는 레바논 베이루트의 다히예라는 곳은 헤즈볼라 본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민간인 밀집 지역으로, 이스라엘이 엄청난 양의 벙커버스터를 투하하여 하산 나스랄라를 죽였다. 이스라엘의 삐삐(무선호출기) 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반도체가 있는 가전제품은 전부 테러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삐삐테러는 이스라엘의 국가 테러다. 삐삐 배터리에 폭발물을 첨가하여 원격폭발하게 만든 것으로, 대만의 제작사는 자사의 호출기를 모사드가 허가 없이 변형시켰다고 주장한다.
나스랄라 헤즈볼라 의장의 친인척인 하디 나스랄라의 트윗엔 "2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이 폭발물을 발견한 것을 알아차린 이스라엘이 삐삐를 폭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 와일드카드를 전면전에서 써먹을 생각이었다. 만일 그랬다면 대재앙이 되었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헤즈볼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삐삐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에서 터졌다면 더 큰 손실이 있었을 것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집권연정의 중심정당이다. 테러집단이 아니다. 헤즈볼라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레바논의 정규군보다 더 훈련이 잘돼 있고 무기도 더 좋다. 헤즈볼라는 각 정파 간의 타협으로 레바논 남부의 방어를 담당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 부근,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시리아의 골란고원 등을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다히예 지침'이라 하여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6년에도 베이루트를 공격했다가 34일 만에 철수했다.
이스라엘 모사드의 정보력은 막강하다. 헤즈볼라는 기본적으로 방어부대이므로 방공망이 없다. 이스라엘은 공군력을 동원해 레바논을 무차별 공습했지만, 레바논에서 지상전이 벌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마스의 땅굴은 헤즈볼라의 땅굴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마스의 땅굴은 500km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땅굴을 바닷물로 수장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헤즈볼라의 땅굴은 하마스의 땅굴보다 훨씬 더 넓고 길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전쟁을 시작할지는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이란은 대리전의 개념으로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직접 개입을 결심하게 되면 이라크,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수만 명이 참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도 전쟁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중국도 개입한다.
▲ 9월 17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대원들의 무선 호출기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를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 의료 센터(AUBMC)로 이송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로파간다 승수 모델
레바논 관련 뉴스를 보면 대부분 <AP>, <AFP>, <로이터> 뉴스를 인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언론은 이 세 개 통신사 뉴스를 따라 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도 이 통신사들의 뉴스를 받아쓴다. 물론 <뉴욕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는 자기들이 취재를 하는 예도 있다.
전 세계 언론의 55% 이상은 이 세 개 통신사로부터 기사를 받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대로 받아다 번역해서 쓴다. 서아시아 관련 뉴스에서 한국 언론 자체의 인터뷰나 취재 기사는 전혀 없다. 20% 정도는 여러 뉴스를 섞어서 짜깁기해서 쓴다.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한국기자는 한 명도 직접 전장에 간 적이 없다. 논란이 많았던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은 한 때 종군기자 출신이다. 2003년 이라크에 직접 가서 취재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한국의 기자들은 전쟁의 현장에 가지 않고 외신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전쟁을 보도한다.
전 세계적으로 4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미국 연합통신사(AP)는 본사가 뉴욕에 있으며 1만 2000개의 국제 미디어 매체에서 사용되고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에 기사를 전달하고 있다. 파리에 본사를 두고 4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프랑스 통신사(AFP)는 매일 전 세계 미디어에 3000개 이상의 기사와 사진을 보내고 런던에 있던 영국 통신사(로이터)는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캐나다 미디어와 합병하여 현재 본사가 뉴욕에 있다. 이들 뒤에는 백악관, CIA, 펜타곤이 있다. 이들은 글로벌 뉴스 통신사를 이용하여 전 세계에 자신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미국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이 있다. 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인사들은 법무부에 등록해 활동을 보고하게 되어 있다. 미국 내에 있는 중국의 <신화통신>, <RT>(러시아 투데이), <스푸트니크>는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한다. 미국의 프로파간다 망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철저하게 감시당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원래는 친서방, 친영 언론이다. 하지만 이 언론사는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반영하여 기사를 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알자지라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글로벌 인지 전쟁
글로벌 인지 전쟁(Global Cognitive Warfare)은 현대 전쟁의 새로운 형태로, 인간의 잠재의식이 인간의 판단과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90% 이상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누군가 인간의 잠재의식, 즉 무의식에 침투해 표적의 인지구조를 변경시켜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다영역, 즉 육해공, 우주, 심리전의 5개 전장에 더해 6번째 전장이 인지 전쟁 영역이다. 나토는 인지 전쟁을 언급하며 상대의 인지에 영향을 끼쳐 행동 변화를 만들어 미국과 나토에 유리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인지전의 영역에서 기사들이 유포되고 SNS가 조작되고 있으므로, 서방에 유리한 정보, 러시아와 하마스, 헤즈볼라를 악마화하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인지전은 서방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 관련 뉴스는 인지전, 정해져 있는 프레임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북이 심심해서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내는 것이 아닐 진 대,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프레임에 맞춰 '쓰레기 풍선' 하나로도 자동으로 북에 대한 적대와 혐오 인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느낌, 태도는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하는 뇌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는 것이고 그래서 인지전은 뇌과학의 영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의 궤멸적 피해 또는 패배는 확정적이다. 더 이상의 전쟁은 의미가 없을 정도다. 우크라이나 사상 통계는 약 200만 명에 달하며, 25세 이상의 젊은 남성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의 병력을 빼서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했다. 이해할 수 없는 전략으로 우크라이나는 병력 2만 명 이상을 잃었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전쟁하고 있고 여기서 지면 곧 있을 선거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은 대선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쟁을 끌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미사일 공격을 이야기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위성이 없으므로 좌표를 미국에서 제공해 주어야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쏘면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바로 3차 세계대전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라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핵 사용지침을 변경하여 미국이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을 상대로 한 3개의 전선, 3개의 전쟁, 3개의 '동시 혹은 순차적' 핵전쟁에서 승리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도 핵 사용지침을 개정하였다. 미국이 제공예정인 공대지 순항미사일 재즘(JASSM)은 기본 사거리가 370km, 개량형은 930km에 이르며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F-16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대만과 한국에서 동시 전쟁이 발생하면
한미일 군사협력은 대북용이라고 한국에서는 이야기하지만, 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의 지역적 범위를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지역으로 언급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은 필리핀을 도발시켜 중국이 무력대응을 유도하려고 한다. 미국과 필리핀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관계로, 중국과 필리핀 간 무력분쟁이 생기면 미국이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에너지를 수입하는 주요 통로가 남중국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석유 수입을 차단당하자 진주만을 공격했다. 남중국해가 차단당하면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 동중국해는 바로 제주와 연결되어 있다. 평화의 섬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어 미국의 핵잠수함 기지로 이용되고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이유도 제주도가 동중국해와 연결된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통로이기 때문이다.
대만은 2027년 전쟁설이 떠돌고 있지만, 남중국해에 비하며 전쟁위기가 낮은 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서 중국-대만 분쟁이 발생했을 때 경제적으로 어떻게 될지 시뮬레이션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전쟁이 나면 대만은 40%, 한국은 23% GDP 감소가 예상된다. 중국 대만 전쟁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한국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1년 동안 GDP 37% 감소를 예측했다. 대만-한국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은 60%의 GDP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GDP가 70~80%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끝났다. 미국 돈으로 살리고 있다.
▲ 지난 3월 20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육군 K1E1 전차가 한미 장병이 설치한 부교를 건너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5공병여단과 5기갑여단,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장병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한반도 핵 폭격 시나리오
2017년 미국학자들이 미국방부 프로그램에 따라 북한에 대한 핵 폭격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고위력 핵폭탄, 저위력 핵폭탄으로 나누어 실시했으며 2017년 당시의 폭격 목표는 다섯 군데였다. 현재는 핵시설이 늘어났기 때문에 목표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5개의 목표시설은 지상에서 사라지고 방사능 낙진은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영향을 준다. 남북한 1~2백만 명이 사망한다. 저위력 폭탄의 경우 일종의 핵 벙커버스터로 핵시설만 사라진다.
미국이 북을 핵으로 공격하면 북도 핵으로 대응하게 된다. 그러면 한반도는 재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위의 블룸버그 시뮬레이션은 핵전쟁이 아닌 통상 전쟁이 났을 때를 상정하여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실전 배치된 핵탄두가 500개다. 미국은 보유한 핵탄두는 약 5000여 개지만, 실전 배치된 핵탄두는 1500개 미만이다. 러시아도 1500개가 넘는다. 미국은 중국이 매년 100개씩 핵탄두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35년이 되면 미국과 동급으로 올라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하다. 북한도 매년 핵탄두 수를 늘려 2035년이 되면 2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현재 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수세에 몰리면 핵을 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먼저 쏠지, 이스라엘이 먼저 쏠지 모를 일이다.
지난 7월 30일-8월 1일 양일간 주한미군은 한국군 합참, 미 합참과 평택 미군기지에서 핵협의 그룹 '지침문서'에 의거 '아이언메이스(IRON MACE)'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 훈련은 유사시 미국의 전략적 작전에 대한 한국의 통상전력 지원을 위한 합동계획 수립을 포함,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이다.
한미는 추가로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CNI TTX)을 실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 말은 한반도에서의 재래전이 곧 핵전쟁으로 전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에 중, 러가 개입하면 한반도발 제3차 대전이 될 것이다. 핵보유국들과의 전쟁이다. 미국은 개정한 핵 사용지침을 가장 만만한 한국을 상대로 가장 빨리 적용해 보고 싶어 할 것이다.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 프레시안
제재는 NO,, 협력은 OK…브릭스, 새 질서의 시작? 러시아 고립 시도는 실패했다
영미권 외신은브릭스 정상회의 어떻게 보도했나
러시아 카잔에서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공정한 세계 발전과 안정을 위한 다자주의 강화”라는 기치로 36개국 지도자가 모였고, 그중 22개국은 정상이 직접 참석했다. 현재 브릭스의 정식 회원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UAE의 9개 나라다. (5개국에서 9개국으로 바뀌면서 브릭스는 브릭스+가 되었지만, 편의상 브릭스로 통칭한다)
브릭스 국가들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44%를 차지한다. 세계 GDP(구매력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으로 36.8%.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으로 42.4%. 앞으로 브릭스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특별한 참가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가 반발했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카잔에 갔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출국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가자지구 휴전, 인도적 접근 보장, 이스라엘군의 신속한 철수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실행을 촉구했다. 또 아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도 브릭스 가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꼽은 “눈에 띄는 손님 한 명”은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나토 회원국이자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나라인 튀르키예가 브릭스에도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주목할 일이다.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은 다극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브릭스가 “공정한 세계 질서”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러시아는 30개가 넘는 국가가 브릭스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브릭스는 회원국 확대 없이 13개 국가와 ‘파트너’ 선언을 했다.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벨라루스, 볼리비아, 알제리,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쿠바, 태국, 튀르키예가 브릭스 파트너국이 되었다.
아세안 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 이번에 나란히 브릭스 파트너국이 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특히 비동맹 노선을 견지해온 인도네시아가 브릭스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사실이 주목된다. 세계 질서에 어떤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며 브릭스는 <카잔 정상회의 선언>을 채택했다. 정상회의의 결과와 러시아가 의장국이었던 지난 1년간의 성과가 요약된 선언문이다. 선언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일방적 경제제재 반대, 국제금융시스템 개혁, 브릭스 곡물거래소 창설, 국경간 결제 시스템, 브릭스 예탁결제기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불법적인 제재를 포함한 법 외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가 세계 경제와 국제 무역, 지속가능한 발전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로 언론에 가장 많이 보도된 것은 브릭스 곡물거래소 창설이다. 곡물거래소는 지난 7월 브릭스 국가들의 농업장관이 모였을 때부터 논의된 사안으로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곡물거래소가 부당한 외부 간섭, 투기, 인위적인 식량난 조성 시도로부터 각국의 시장을 보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는 곡물거래소로 시작해서 향후 다른 상품도 거래하는 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 언론은 브릭스 정상회의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대부분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에 관한 푸틴의 반응에만 집중했다. 정상회의 자체의 내용과 결과는 보도하지 않거나, 일부만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결제시스템 구축 못한 브릭스, 곡물거래소는 창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한국경제>는 러시아가 브릭스 클리어라는 통합 예탁결제 시스템을 제안했지만 “대부분의 브릭스 국가들은 서방과의 관계를 의식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카잔 선언문에는 ‘브릭스 은행’이라 불리는 신개발은행(NDB)을 21세기의 새로운 다자주의 개발은행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독립적인 국경간 예탁결제 시스템인 브릭스 클리어(BRICS Clear) 도입을 검토하고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있다. 또한 선언문은 브릭스 조건부준비금협정(BRICS CRA)이 단기적 국제수지 압력에 대응하고 금융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라고 명시했다. 금융시장 인프라 연결이나 공동의 결제 시스템 구축과 같은 문제는 “논의” 중이며 “자율적인 토대” 위에서 추구해 나간다고 되어 있다. 브릭스 플러스(BRICS+)와 파트너라는 형태로 외연 확장을 우선 하고, 현지화 사용이나 탈달러 의제는 회원국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24년 10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와 별도로 열린 양자 회의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안적 결제 시스템에 대해 브릭스 회원국들 사이에 온도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달러의 대안을 찾는 데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일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푸틴 대통령은 대안적 결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러나 서구와의 대결을 추구한다거나 서구의 시스템을 대체하겠다는 표현은 없었다. 그는 “달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달러의 무기화가 문제”라고 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거래를 막았으므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했다. 앞으로도 브릭스는 회원국들 사이에 합의되는 선에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고, 남은 과제는 다음 의장국인 브라질로 넘어간다.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서구 언론의 평가는 다양하지만,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에는 대체로 합의한다. BBC는 푸틴이 “서구의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브릭스 정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모든 사진촬영, 모든 양자회담, 모든 악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스크바를 고립시키려는 서구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증거로 보였다”는 표현을 썼다. 미국의 <악시오스>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구의 수많은 제재와 비난이 쏟아졌지만, 주요 정상들과 함께한 정상회의에서 푸틴은 세계적 왕따로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로뉴스>는 브릭스의 경제 규모가 유럽연합(EU) 경제 규모의 2.5배에 달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 확대된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에 “유럽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브릭스 곡물거래소 창설을 제안했지만 거래소가 실제로 문을 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이 “무기화된 달러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다른 브릭스 국가들은 열정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브릭스 내부의 긴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브릭스를 서구와 대결하는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주요국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NPR은 “푸틴의 비전에 동의하는 나라들도 많겠지만 모든 나라가 러시아처럼 불만이 많지는 않다”고 해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푸틴의 달러 문제가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면서 “문제는 손님들이 공항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의 주최측이 참가자들에게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를 현금으로 가져오라고 안내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가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 참가자들은 달러나 유로화 현금을 러시아 은행에서 루블화로 바꿔서 사용해야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브릭스가 탈달러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달러에 의존하는 모순을 짚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러시아가 만든 상황은 아니다. 서구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국적 금융그룹 ING는 중립적인 태도로 브릭스와 달러의 미래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23일 공개했다. ING에 따르면 브릭스가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탈달러화에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원유 무역이 탈달러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무역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며 지난 몇 년간 SWIFT를 통한 결제에서 브릭스 주요국 화폐의 비중이 커지긴 했지만, 달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정도는 못 된다. 따라서 달러는 당분간 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ING는 전망했다. 또 브릭스 회원국들이 현지화 사용이라는 방법으로 달러에서 벗어난다거나 공동 화폐를 창설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로이터>는 23일자로 팀 오닐과의 독점 인터뷰를 실었다. 팀 오닐은 전직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로서 2001년 BRIC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해서 ‘미스터 브릭스’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중국과 인도가 협력하지 못하는 한 브릭스가 미국 달러에 도전한다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과 유럽을 빼고 세계의 여러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브릭스 정상회의는 “러시아, 중국 같은 중요한 신흥국들이 1년에 한 번 모이는 상징적인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오닐의 인터뷰가 공개된 23일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인도의 모디 총리가 양자회담을 열고 4년간의 국경 분쟁을 해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서구가 브릭스 내의 분열 요인으로 거론했던 중국과 인도의 관계가 회복되려 한다는 것이다. 서구가 긴장할 차례다. <VOA>는 중국과 인도가 다시 가까워지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의문이 던져진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쿼드(QUAD)를 결성했는데 인도가 계속 쿼드에 충실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브릭스 정상회의에 관한 영미권의 외신 보도를 주로 살펴봤다. 브릭스 정상회의가 상징적인 의미만 지닌다는 시각도 있고, 새로운 세계 질서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시각은 대체로 후자 쪽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서방이 주도하는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공정하지 못하며 자국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측면만 생각해도 브릭스에 대한 신흥국들의 관심은 충분히 이해된다. 유럽은 쇠퇴하고 있으며, 미국은 공장이든 일자리든 다 자국으로 끌어오기를 원한다. 유럽도 미국도 신흥국들의 경제 발전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당선이 유력하다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트럼프는 한국을 “현금 인출기”라 부른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듯하다. 달러 패권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화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서구적인 시각에 치우쳐 있는 한국 언론, 미국과 일본만 바라보는 외교‧통상 정책, 정말 괜찮을까?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프레시안
윤석열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악 시도, 반드시 막아야
어제(10월 29일)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곧 국회로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명백한 개악이다.
윤석열 정권은 정보공개 제도가 일부 남용되고 있다는 핑계로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를 그냥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하다’는 것은 애매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다. 이런 기준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개악이다. 그런데 이런 개악을 윤석열 정권이 추진해 왔고,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것이다. 시민사회가 여러 차례 반대의견을 냈지만,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부당하거나 사회 통념상 과도하다’는 예를 몇 가지 들었다.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 “방대한 양을 정보공개 청구해 공공기관의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 같은 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문구들이다.
국민 마음 속 정보공개청구 ‘의사’나 ‘목적’을 정부가 심사하는 격
이것은 결국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의사’나 ‘목적’을 공공기관이 심사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의사’나 ‘목적’은 사람의 내면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국민의 내면을 심사해서 자기들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정보공개 청구를 아예 종결 처리하겠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얘기인가.
예를 들어 정보공개 청구를 한 국민이 실제로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있는지 아닌지를 누가, 어떻게 심사한다는 것인가. 만약 이런 조항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공무원이 전화해서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꼬치꼬치 물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기에 활용계획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냥 종결 처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수 있다.
권력기관들은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몇 년간의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면 “방대한 양을 청구해서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지금 권력기관들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 소송에서 이미 유사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현재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정보공개법 개정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개악이다.
▲ 누구나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사이트(open.go.kr)
정부는 극소수의 정보공개 청구인들이 너무 많은 청구를 하거나,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서 협박·모욕·욕설을 하는 사례를 법 개정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라면, 온라인 정보공개시스템(open.go.kr)의 약관을 개정해서 그런 사람들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국민 전체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 개악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일선에서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말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에게는 당장의 개선이 시급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헌 시비까지 초래할 무리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일선 공무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력기관,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도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거부
더구나 시점이 고약하다. 지금 검찰·법무부·대통령비서실·감사원 같은 기관들은 연이어 정보공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도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지난해 6월 사상 최초로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했지만, 이후 다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감사원은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내역 공개조차 거부하고 있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되고 26년이 지났지만, 비밀주의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런데 국민의 알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하기는커녕, 이를 후퇴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정보공개법 개악 시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하승수 뉴스타파 전문위원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뉴스타파
비슷한 환경과 전략하에서 재현... 북한군 해외파병
한국 안보뿐 아니라 미국 안보에도 영향 끼친 북한의 베트남전 파병
대통령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무기 지원을 넘어 특수부대 파병이라는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 "6·25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험하고 전례 없는',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 같은 표현은 대통령실이 북한의 베트남전쟁(월남전) 파병이 갖는 의의를 낮게 평가할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북한의 파병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미국의 세계전략에까지 영향을 끼친 사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통화 내용은 엉뚱해 보인다.
베트남전쟁은 1960년에 남·북 베트남 간에 발발했다가 1964년에 미국의 개입으로 국제전이 됐다. 북한이 여기에 참전했다는 점은 한국군에 의해서도 공식 확인했다. 1968년 6월 10일 자 <동아일보> 기사 '북괴군의 월남 참전'은 "주월한국군사령관 채명신 장군은 8일 월남에 북괴군이 참전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의 북한 동향 보고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번 달 들어서는 주체 연호 사용을 중단하고 해외에 파견된 인력들에 대한 김일성·김정일 시대 등 선대의 문헌을 대신해서 김정은의 혁명 역사 등을 재차 강조하는 등 선대 삭제, 김정은 독자 우상화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브리핑했다.
금년 들어 김일성·김정일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강화되고 있지만, 그 역시 해외파병에서만큼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전례를 무시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파병이 베트남전 파병 때와 비슷한 국제환경 및 대남전략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조부의 사례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미국은 1950년대 들어 유럽과 제3세계에서 영향력 약화를 겪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보여준 대응 방식은 한국·일본·대만·필리핀처럼 가장 확실한 우방들이 포진한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1960년에 미일안전보장조약을 미일상호협력안보조약으로 격상시키면서 자위대가 주일미군과 공동보조를 맞추게 했다. 그러면서 1961년에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한일관계 복원에 나서게 함으로써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구축을 추진했다. 미국의 이런 구상은 한국인들의 한일회담 반대운동으로 인해 상당 부분 약해진다.
1960년을 전후해 미국이 동북아 냉전을 강화하는 이 정세는 북한이 중국·소련과 밀착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북한은 1961년에 양국과 군사동맹을 체결했다. 소련과 중국이 반목 중이었기 때문에 북한을 매개로 한 북·중·소 3각 체제는 강력하게 구현되지 못했다. 한일관계가 한미일 체제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중소관계가 북중소 체제에 영향을 준 결과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냉전전략에 따라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첨예해지는 지금, 김정은은 통일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면서 남한에 대해 공격적이고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입에 담기 어려운 거친 언사들은 김여정 담화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또 무인기를 용산 대통령실 상공에도 날려 보내고 남한의 대북전단 부양에 맞서 오물풍선도 띄워 보내고 있다.
1960년대의 김일성도 중·소와의 동맹을 강화한 상태에서 대남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 시기의 김일성도 통일정책을 멀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1961년부터 추진한 남조선혁명론은 남한을 곧바로 통일하지 않고 남한 내부의 혁명을 먼저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침에 따라 1960년대 후반에 나타난 것이 무장공비의 대대적 파견으로 상징되는 군사적 압박의 강화다.
2011년에 미국 외교협회가 발표한 '한국의 군사적 긴장 고조' 보고서에 의하면, 1955년부터 2010년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군사충돌 1436건 중에서 49.4%인 709건은 1960년대 후반에 발생했다. 1960년대 전반에 20.1%, 1970년대 전반에 10.7%가 일어난 사실은 1960년대 후반의 긴장 고조를 잘 보여준다.
데탕트와 7·4남북공동성명에도 영향
▲1966년 12월 22일 자 <동아일보> 기사 "북괴 제트조종사 월맹 파견"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동북아 양대 진영의 대결 구도가 긴박해지고 김일성이 통일을 보류하며 대남공세를 강화하는 이 구도하에서 벌어진 것이 북한 공병부대 및 심리전부대와 더불어 공군 조종사들의 파견이다. 2016년에 <현대북한연구> 제19권 제3호에 실린 이신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북한 공군의 베트남전쟁 참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북한 공군은 1966년 말부터 사회주의진영의 국제주의적 의무와 군사적으로는 실전 경험을 얻기 위한 측면에서 파병을 결정하고 1개 비행연대를 파병했다. 베트남의 노이바이와 캡이라는 두 곳의 기지에서 주둔했으며, 200여 명 이상의 조종사와 별도의 지원 인력 등을 포함하여 베트남전쟁에 연인원 1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공군은 미 공군에 상당한 위협이 됐다. 위 논문은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음을 전제로 "미 우드로윌슨센터의 연구서에는 북한군과 함께 복무했던 북베트남 퇴역 장군의 증언을 토대로 1967년과 1969년 초 사이에 북한 공군이 미군기 26대를 격추했다고 했다"고 알려준다. 이 논문에 언급된 탈북 조종사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공군에 528비행연대가 창설된 것은 1969년 5월 28일 북한 미그기 8대가 미군기 12대를 격추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일이었다.
북베트남은 미그기 조종사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힘들었고 중·러는 조종사 파견을 꺼린 사실을 감안하면, 베트남 상공을 날아다닌 미그기 조종사들은 사실상 북한 군인들이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전쟁의 공중전은 북·미 대결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자국 군대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시기에 북한은 남한뿐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더욱 대담해졌다. 북한이 1968년에 미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하고 1969년에 미군 정찰기 EC-121기를 격추하면서 미국과 전쟁을 벌일 듯한 태도를 보인 일들은 베트남 전황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베트남 파병과 대남·대미 전략의 상관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EC-121기 사건은 베트남전쟁에서 습득한 전술이 적용된 무대였다. 위 논문은 "북한이 베트남전쟁을 통해 익히고 체계화시킨 공중매복전술을 실전에 처음 사용한 것이 EC-121기 격추사건"이라고 한 뒤 탈북 공군 장교인 이웅평의 글을 기초로 "당시 북한은 함경북도 어랑비행장에 MiG-21기를 지상에 엄폐시켜놓고 EC-121기의 접근을 기다리다 기습적으로 출격해서 정찰기를 격추했다"고 설명한다.
북한의 대미 자신감은 그 뒤로도 계속 나타났다. 북한군이 미군 장교들을 도끼로 해친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역시 그런 흐름의 산물이다.
이처럼, 지금과 유사한 국제환경 및 대남전략 속에서 나타난 북한의 베트남전쟁 파병은 한국 안보뿐 아니라 미국 안보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북한 공군이 북베트남을 돕는 가운데 미국은 1968년부터 수렁에 빠졌고 그 결과로 1969년에 닉슨 독트린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정책을 온건한 방향으로 수정했다. 이것이 1970년 전후의 데탕트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과 유사한 조건에서 단행된 북한의 해외파병이 그 같은 파급력을 끼쳤음을 감안하면, 이 문제에 성급하게 뛰어드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는 경솔하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의중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한국의 개입부터 확대한다면 한국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김종선 오마이뉴스
한양대 R&D 카르텔 언론까지 '입틀막’ 공개
경찰, 고소장 접수 이틀만에 조사받으러 나와라 취재팀에 통보
한양대 채용비리 고발건은 6개월이 지나도 피고발인 조사도 안해
“고소인 조사도 안하고 피고소인한테 조사 받으라고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인가요?”
“수사관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충분한 방어권 보호차원에서...”
경찰이 ‘대통령 친구와 이권카르텔’을 보도한 <최장끝판> 취재팀과 제보자에게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통보하면서 나눈 통화 내용이다.본지로부터 불법 채용과 수백억원의 R&D 예산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한양대 김형숙 교수가 취재팀을 10월 8일 고소한 뒤 경찰이 관행을 깨고 초스피드로 고소사실을 피고소인들에게 알린 것이다.
먼저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은 공익제보자 송기민 교수는 고소인 조사도 안하고 피고소인에게 통보한 이유를 묻자 경찰은 “양쪽 주장을 함에 있어서 충분히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알렸다”고 답했다.이후 경찰은 1시간 뒤 장인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고소당한 사실을 전하면서 방어권 차원에서 알린다고 같은 설명을 했다.
장 기자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하자 경찰은 “자신의 스타일이 그렇다”며 수사관행과는 다르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실토했으며 자신이 했던 말 또한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말을 바꾸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또한 경찰은 <굿모닝충청>에 전화를 걸어 최영규 기자의 소속을 물었지만 직원의 자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이와 같은 경찰의 비상식적인 언행은 고소인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벌어진 일로 사실 관계 확인에 집중해야하는 수사관인지 잘못을 판단하는 재판관인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취재팀과 재보자들은 해당 녹음본을 들은 뒤 수사기관이 이권 카르텔 보도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입틀막’을 하고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한양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성의 목소리도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본지 보도를 본 한양대 학보사 최진형 기자가 관련 내용을 직접 취재하며 김형숙 교수 관련 비리들을 교내에 알렸다. 최 기자는 당초 1면 탑이었던 해당 기사가 2면 구석으로 간 경위와 데스킹 과정을 거치면서 통째로 삭제된 이해민 국회의원과 제보자들의 인터뷰 내용 등을 밝혔다.이와 함께 한양대가 공익제보자인 송기민 교수를 탄압하기 위해 벌였던 표적감사 증거인 여러 학교 공문들이 공개됐다.
최영규 기자 굿모닝충청 2024.10.18
"재임용 조건이 매년 5억 이상 연구 수주, 한양대 최초"
국회 교육위, 본지 심층보도한 ‘김형숙 교수 R&D카르텔’ 추궁
문정복, 김영호, 박성준, 김준혁 의원 나서 임용‧연구수주 의혹 따져
9월 25일 보도한 ‘대통령 친구와 이권카르텔’이 국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김영호)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교육위원들은 부정 채용과 수백억원의 국가연구예산 수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숙 한양대 교수를 불러 집중추궁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시흥갑)은 무용 전공자가 갑자기 한양대 공대교수가 된 과정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인 김창경 한양대 교수와 한앙학원 김종량 이사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적했다.문 의원은 “그정도의 얕은 인연인데 김창경 교수가 김형숙 교수를 채용해 달라고 교수들한테 부탁했고 대학원 전임교원 면접시 2명의 평가위원이 임용 불가 평가를 하자 면접이 취소됐고 학교가 다른 위원으로 교체해 김 교수를 다시 불러 교수로 임용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장이 이렇게까지 해서 면접기회를 다시 줬고 이사회에 교수 후보 2명을 추천해서 1명을 낙점해야 하는데 한양대는 1명만 올려 절차도 어겼다. 이사장이 얼마나 많이 돈 가져올 교수라고 이야기했는지 아시잖아요”라며 김 교수를 추궁했다.
그러면서 연구수주 목적으로 임용했다는 증거로 김교수의 교원 임용 확약서를 공개했다.확약서에는 재임용 요건으로 ‘연평균 외부 연구비 수주실적 5억원 이상’ 이라고 명시돼 있다.
문 의원은 “대한민국에 어떤 사학이 교수한테 매년 5억씩 돈을 가져오는 조건을 겁니까. 이건 한양대 역사상 최초입니다.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이런 것을 합니까. 이미 확약돼 있었던거죠”라며 김 교수에게 따져물었다.이에 김 교수가 “아니다”라고 답을 하자 문 의원은 “자료가 이렇게 말을 하는데 아니라고 해도 아닌 것이 아니다”라며 김 교수가 국가연구비를 부정한 방법으로 따내는 R&D카르텔임을 강조했다.
R&D카르텔에 권성동 의원의 사촌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 의원은 “김 교수가 임용된 뒤 바로 신화건설과 CLM&S가 7억과 5억을 한양대에 기부했는데 얼마 뒤 두 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 및 관리 플랫폼 기술’연구과제 사업에 공동개발자로 들어갔다"며 신화건설이 누구와 연관돼 있는지를 김 교수에게 물었다.
김 교수는 “이번 국감 때 권성동 의원 사촌 기업임을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국감 기간 권 의원실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건설회사가 국가R&D 연구과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전에 저희가 센터를 구축하고 사전 연구를 진행해서 그 기업의 용역을 받았다”고 답했다.
문 의원은 “해양어초 만드는 건설회사랑 디지털치료제 R&D연구와 무슨 상관이 있으며 또한 공동연구한다는 MIT나 하바드하고는 그냥 MOU만 맺은 것이고 교육부는 식약처 인정도 받지 못한 기술이라고 단박에 거절하는 등 이런 팩트들을 보면 짬짬이로 해서 R&D 카르텔이 국가 연구예산을 빼먹을려고 한 것"이라며 질타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서울중구성동구을)은 "언론에 의해 초대 과기수석으로 거론이 됐다"며 "윤 정권의 주요 실세들과 상당한 네트워크가 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물었다.그러면서 김 교수가 올해 160억원 규모의 'AI 기반 마음건강서비스 개발' 정부 사업을 수주한 것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의한 특혜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경기 수원정)은 한양대 특별채용 인사규정을 거론하며 특혜 채용을 꼬집었다. (사진은 국회방송 국감 현장 화면 캡처)
김준혁 민주당 의원(경기 수원정)은 한양대 특별채용 인사규정을 거론하며 “학문적으로 명성이 높거나 업적수준이 탁월한 교원으로 인정돼 특별초빙됐는데 무용 전공자가 갑자기 뇌과학 분야에서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냈거나 명성이 높아진 이유가 뭐냐”며 특혜 채용을 꼬집었다.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김형숙 교수에게 "위증하면 관련 법에 따라 처벌이 있다"며 신중한 답변을 요청했다.또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는 한양대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고 이 장관은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굿모닝충청 2024.10.25.
끊이지 않는 사립대의 교수 채용비리,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대다수 사립대의 ‘족벌경영’과 ‘학교 사유화’ 문제 때문이다. 일제와 독재에 부역한 사립대 법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공연한 세습과 사유화를 통해 스스로 권력이 됐다. 사립대 법인 이사장과 총장은 사학의 자율성을 이유로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를 움켜쥐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며,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
둘째, 사회 상층의 핵심 사회 문제인 ‘기득권) 카르텔’ 때문이다. 이들은 오랜 세월 기득권과 특권을 세습하고 혈연, 지연, 학연, 금품수수를 통해 교수 채용을 진행하며, 불공정 채용이 판치는 교수사회를 만들었다. 수많은 교수 채용비리에도 불구하고 쉽게 드러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득권 카르텔’ 때문이다.
셋째, ‘교수 채용비리에 적극 가담한 공범자 또는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방조자’들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이나 이익 등을 위해 법인 이사장 등의 위법, 부당한 업무지시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지 않은 채 채용비리에 적극 가담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묵인했고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여 보복하며 채용비리를 덮어왔다.
넷째, 교수 채용비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사학재단을 사유재산’으로 간주한 판례 때문이다. 그간의 판례들에서 사립대는 사학재단을 사유재산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교육기관으로서 사립대가 갖춰야 할 공공성이 훼손됐다.
끊이지 않는 사립대 교수채용비리,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김경한 중부대 교수, 전국사학민주화교수노조위원장
족벌세습 체제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채용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 친인척 비율을 과감히 축소하고 학교법인 임원의 친인척 총장 임명을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해 부정, 비리를 저지른 운영자가 대학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원스트라이 아웃제를 도입해야 하고 법인 임명제의 총장 선출 방식을 대학구성원이 직접 투표로 선출토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경한 중부대 교수, 전국사학민주화교수노조위원장
사학비리 제보자 피해방지를 위해 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을 확대하여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 상의 불이익시임원취임승인취소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이어 사학비리를 부축이며 사립대 로비스트로 활동중인 교피아 양산을 차단하기 위해 교육에 몸담은 퇴직공무원의 사립대 재취업을 원천 제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2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사립학교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끊이지 않는 사립대 교수채용비리를 끊어낼 수 있다.
굿모닝충청
명태균 “내가 다 안고 가겠다” 윤석열 육성 공개 기자회견 보며 한 말
0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6월 재보선 공천개입 의혹이 담긴 육성 녹취가 공개된 가운데, 명태균씨가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에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주 편집위원은 9월29일부터 현재까지 대면 만남과 전화통화 등으로 25시간 넘게 명씨와 대화를 이어 왔다. 더불어민주당의 육성 공개 기자회견이 진행된 오늘(10월31일)은 오전 9~10시 사이, 기자회견 직전과 진행되던 중 2차례에 걸쳐 주 편집위원과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명씨는 오늘 통화에서 “그게 무슨 공천 개입이냐” “다 묻어버리고 불태워 버리고 끝낼거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월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전화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나는 내가 분명히 공적 대화 많다고 했어”
주진우: 지금 저기 민주당에서 대통령하고 명 박사님 말을 통화를 공개했어요.
명태균: 거 뭐 대통령께서 ‘말이 많네’ 하고 끝났네. 근데? 아니 내가 대통령하고 공적 대화가 없다 했나? 있다고 했죠? 내가 말이 안 틀리죠? 우리 공적 대화 많다고 했잖아.
주진우: 그렇죠.
명태균: 그리고 대통령께서 ‘말이 많네.’ 이게 무슨 공천 개입이요? 나는요, 진보 이 좌파 애들이 나한테 한 거 한번 봐봐. 싹 오늘 아버지 산소 가서 다 불태워 버려, 끝내 버릴 거예요. 문제 있으면 내가 갈 거예요, 내가. 저는 내가 분명히 경고 줬어요.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이제 끝을 낼거요. 이제 앞으로 통화 안 될 거예요 아마. 그거 가지고 백날 해보세요. 나는, 내가 볼 때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도리가 안 돼 있어.
주진우: 아니 지금 뭐가 도리가 안돼.
명태균 : 여태까지 나보고 사기꾼이니, 돈을 받았니 그거 떠든 애들이 다 누구요? 민주당, 공익제보? 민주당에서 이걸 싹 날려버리고 끝내버린 거야. 나는 내가 분명히 공적 대화 많다고 했어.
주진우: 많다고 했죠.
명태균: 지금 아버지 산소가고 있어요. 지금 불질러 버리려고. 이제 영원히 묻혀버린 거예요. 내가 분명히 바람과 태양이라고 얘기했어. 사람들이 멍청한 것들이. 에휴 바보들.
명씨는 민주당이 녹취를 공개하기 직전 통화에서는 민주당과 강혜경씨 등 공익제보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전날 통화와 이날 통화에서 내비치는 심경도 크게 달라졌다.
명태균 : 자꾸 민주당 저 진보 쪽에 있는 언론들이 계속 막 말을 지어내고 가짜로 계속하는데 뭐, 우짜노?
주진우: 아니 안 한 말을 그렇게 지어내고 지금 만들고 있습니까?
명태균: 예.
주진우: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좀 얘기하시고, 이거 사실이 아니다.
명태균: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해도, 돈 받은 게 없고. 김태열이 하고 강혜경이가 그 저 OOO이 하고 지들이 골프 치러 다니고, 집 사고, 자기들이 어디 투자해서 돈 날리고 개인적으로 썼다며? 그걸 뭐, 아니 저 뭐야? (검찰이) 여기 보좌관 비서관도 다 안 불렀더라고. 걔들이 다 아는데 뭐.
주진우: 아니 김영선 전 의원이랑 돈 문제…
명태균: 그거는, 그거는 저 누구야 강혜경이하고 문제고. 김태열이는 저 또 나 팔아서 딴 데다 돈을 빌려갖고 사고를 또 친 게 있어요. 그거 그 이야기는 지가 절대 안 하잖아. 나 팔아갖고 돈 빌려준 사람이 난리가 났어요. 나는 그게 1년 전에 나 팔아서 돈 빌렸는지도 몰랐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 플랫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입구에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내가 진짜 바람과 태양이라 내가 안 하대요”
명태균씨는 ‘민주당이나 진보’ 측을 강하게 비판하며 불신을 드러냈다.
명태균 : 나 걔들(강혜경씨, 김태열씨 등) 신경을 안 써요. 근데 그래도 그 사람들이 무슨 공익제보자야… 그래서 나는 민주당이나 진보 쪽에 별로 안 좋아해요. 나한테 그렇게 인간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한 걸 찾아봐. 방송 나와서 사람들 선동하고. 고소할 거에요 고소. 사람들이 양아치잖아요. 그게 사실 내가 진보 쪽에 왜 못하는 줄 알아요? 사람이 양아치라고.
내가 여차하면 그냥 입도 꾹 다물고 그게 낫지. 지저분하게. 저기 가서 붙고 여기 가서 붙고. 내가 주진우 기자한테 전화를 받는데 사람이 사람을 마음으로 대해야지. 사람이 무슨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노영희 변호사(강혜경씨 법률대리인)는 사건 내용을 알아요. 근데 무슨 공익제보자야. 뭘 터뜨리긴 뭘 터뜨려 진보 쪽 애들이. 내가 진짜 바람과 태양이라 내가 안 하대요. 처음 이 사건 터지기 전에 뭐라 카대요. 내가 바람과 태양이라고 올려놨잖아.
아니 그러니까 대가리가 돌대가리라. 민주당 쪽에 있는 애들은. 그러니까 그냥 내가 그냥 안고 갈게요. 그냥 뭐. 뭐 지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죠. 아니 강혜경이고 김태열이고 지금 완전 돌아 있잖아. 우리 집사람이 김태열이랑 강혜경 말 듣고 뒤로 쓰러졌어요. 그 사람들 그러면 안 돼요. 거기 장OO, 전OO이나 이OO이나 옆에 그 밑에 있는 애들이 알겠어? 그리고 운전도 돌아가면서 했는데 무슨 운전기사야? 말도 되도 않은 소리 하고 있어. 걔네들은 어 지금 후원회 사무국장 해갖고 회계 하고 다 빵꾸 다 났어요. 그리고 6급 비서관 했는데 출근도 안 하고 돈 다 받아 갔어. 불법 저지른 애들끼리 나를 공격하는데, 나는 원래 그 참고인이었어요. 근데 민주당 애들이 인제 내를 잡아서 어떻게 김건희랑 엮을라고. 그러니까 지저분하잖아요. 사람이 차라리 당당하게 와서 이러이러한데 좀 도와주소. 이런 게 맞지. 사람을 양아치 만들어.
“촌에 가서 촌에 가서 농사 짓고 말 거예요”
그러면서 명씨는 ‘내가 다 덮(안)고 가겠다’ ‘촌에 가서 농사짓겠다’며 향후 언론 대응 등에 거리를 둘 것을 시사했다.
명태균: 저는 어제 마음먹었어. 이거 이거는 그냥 다 덮고 내가 그냥 갈란다 뭐. 양아치잖아요, 다 .
주진우: 왜 갑자기, 왜 그러세요.
명태균: 아니 난 내가 덮고 갈 거예요. 양아치잖아. 사람을 갖고 난도질하는 거 보면. 그래서 난 다 덮고 그냥 내가 안고 갈래요. 그게 깔끔해. 아유 지저분하게 남자가. 그냥 내가 안고 갈래요. 야 그게 낫지.
명태균 : 나는 진보고 보수고 그런 거 없어. 그런게 어딨어 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근데 사람을 자기 이념적이나 진영 논리로서 이용해 먹는 건 안 되잖아.
주진우: 안 되지 그건 잘못된 거지.
명태균: 아 이 사람이 진짜 인간적으로 날 도와줬으면 내가 인간적으로 그 사람을 도와주겠지. 그게 사람 관계지. 이거는 지금 뭐 어 이용해 먹으려고 달라드는 달라들라고 그냥 별짓 다 하고 내가 장○○이 봐. 인터뷰했더니, 내가 고소한 기자하고 나와서 어 그게 뭐야? 그게 진보 양아치들 애들이 하는 거에요. 민주당의 내 아시는 형님, 나도 민주당하고 친해요. 다 친하고 거기 소개 받아 와갖고 나 취재하고 가서, 그 고소한 기자 하고 같이 앉아갖고 조롱하듯이 해서 영상 틀고 앉아있어. 그게 사람이요? 그러니까 진보 애들은 그래, 보수는 안 그래요. 애들이 그러니까 싫은 거야. 내가 못 가는 거야. 어 하는 짓이. 어? 촌에 가서 촌에 가서 농사 짓고 말 거예요. 아휴 내가 볼 때 동네 양아치들하곤 안 해.
더불어민주당은 10월3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명씨와의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태균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통화는 2022년 5월 9일 진행됐다. 김영선 전 의원은 다음 날인 5월 10일 공천을 받았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취임식을 준비했다. 통의동 당시 대통령 당선자 집무실로 이동해 취임식에 참석할 해외 사절을 연달아 만났다. 영국 아만다 밀링 국무상과 우즈베키스탄 사파예프 상원1부의장, 일본 정치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등을 만났다. 대선 기간 자신을 지지해준 재외국민 단체들이 마련한 리셉션에도 참석했다. 이런 와중에 명태균 씨와 통화를 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녹취와 함께 김건희 여사가 장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45초 분량의 녹취도 공개했다. 명씨는 제3자와 대화하면서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이 (말한)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이래 놀라셔서 전화 오게 만든 게,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명씨는 “처음에 무슨 말이 많은지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윤 대통령이) 마누라보고 얘기하는 거야“라며 “장관 앉혀, 뭐 앉혀, 뭐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말한 거야, 지 마누라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고 덧붙였다. 이어 ”내가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알았어, 됐지?’, 지 마누라한테 그 말이야”라며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명씨는 또 ”(윤 대통령 전화를) 끊자마자 (김 여사) 전화 왔어. ’선생님 윤상현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에 오십시오’ 하고 전화 끊은 거야”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2022년 5월9일 통화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10월31일 입장문을 통해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윤 당선인과 명태균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2022년 5월10일) 하루 전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자를 선정하는 경선 막바지부터 명태균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밝혀왔다. 대통령실은 10월8일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서도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정치인이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10월31일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가 공개되면서 대통령실 해명이 사실과 달랐다는 점이 확인됐다.
〈시사IN〉은 주진우 편집위원과의 협업 특별취재팀을 꾸려 ‘명태균 게이트’ 시리즈 기사를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이다. 내일(11월1일) 발행될 〈시사IN〉 제895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명태균씨의 육성은 오늘 밤 11시 유튜브 프로그램 ‘주기자 라이브 리부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사인 특별취재팀
대통령님, 방어용 무기는 ‘살상’하지 않나요?
지난 22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끝난 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북·러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살상용 무기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살상용 무기란 표현이 “감정이 개입된 단어”라고 주장하며 “방어용 무기나 공격용 무기로 구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어용 무기 지원을 고려할 수도 있고 또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공격용 무기까지도 할 수 있다”고 단계적 대응 조치를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틀 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말을 윤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주장처럼, 무기를 방어용 무기와 공격용 무기로 나눌 수 있을까. 나눌 수 있다면 어떤 기준이 있을까. 무기체계를 다룬 국내 법령에는 방어용 무기, 공격용 무기란 구분이 없다. 국방에서 사용하는 군수품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나뉜다. 무기체계는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상 ①지휘통제·통신무기체계 ②감시·정찰무기체계 ③기동무기체계 ④함정무기체계 ⑤항공무기체계 ⑥화력무기체계 ⑦방호무기체계 ⑧사이버무기체계 ⑨우주무기체계 ⑩그 밖의 무기체계가 있다. 이 가운데 방공(대공포·대공미사일 등), 화생방, 전자기펄스(EMP) 방호로 이뤄진 방호무기체계가 방어용 무기에 가깝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2는 고도 30~40㎞에서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하는 중거리 대공 무기다. 천궁-2 모습. 국방과학연구소 누리집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통상 공격용 무기, 방어용 무기는 이동과 기동을 중심으로 나눌 수 있다. 많이 움직이는 무기는 공격용, 거의 움직이지 않는 무기는 방어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땅에 묻어두면 그 자리에 있는 지뢰, 진지에 고정 배치된 대공미사일 같은 방공무기 등이 방어용 무기이고, 탱크, 전투기처럼 전쟁터를 종횡무진 누비며 전투를 벌이면 공격용 무기가 된다.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서는 전차, 장갑차, 야포, 전투기, 공격용 헬기를 대표적 공격형 무기로 꼽았다. 지난해 11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가 탈퇴와 효력중단을 선언한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은 동서 냉전 막바지인 1990년 11월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양쪽이 재래식 무기의 상한선을 설정한 군축 조약이다. 특히 공격용 5대 무기(전차, 장갑차, 야포, 전투기, 공격용 헬기)를 감축해 냉전 이후 유럽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어용 무기와 공격형 무기가 무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무기를 사용하는 지리적 조건, 무기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공격용 무기가 방어용 무기가 되기도 하고, 방어용 무기가 공격형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다. 상대방 전투기의 공습을 막는 대공 미사일이 한쪽에겐 방어용 무기지만 다른 쪽 전투기 조종사는 자신을 해치는 공격용 무기로 여길 것이다.
공격 무기로 꼽히는 대형 공격헬기인 미국 아파치(AH-64) 모습. 보잉 누리집
공격과 방어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모호한 개념이다. 해마다 하는 한미연합연습을 두고 한국과 미국은 “방어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북침 연습”이라고 반발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두고도 의견이 크게 갈렸다. 미사일방어(MD)를 옹호하는 쪽은 사드가 방어용 무기라고 하지만, 강력한 창을 가진 쪽이 엠디를 통해 강력한 방패까지 갖춘다면 상대의 반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제공격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엠디가 한쪽에게 방어용 무기일 수 있으나 상대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키는 공격용 무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지원 검토’ 보도가 쏟아지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30일 “무기 지원 논의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며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1차적으로 방어용 무기 지원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방어용 무기 지원에서 시작해, 상황 봐서 공격용 무기 지원도 검토하겠다는 ‘단계적 대응 조치’를 재강조한 것이다. 국방부도 지난 31일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포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고, 포탄 지원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살상용 무기’가 주는 살벌한 어감을 피하려고 애써 방어용 무기, 공격용 무기로 구분하고 있지만, 공격이든 방어든 무기는 사람을 죽고 아프게 하는 ‘살상’이 기본값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김정은 집무실 상공 무인기 누가 보냈나?
북한 평양 방공망이 뚫렸다. 무인기가 김정은 위원장을 비방하는 전단을 뿌렸다. 북한 당국은 혼선에 빠졌고, 윤석열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했다.
10월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위기관리는 무능하고, 위기 증폭 능력은 타고났다. 보수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는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남북 관계 정책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목표가 사라졌다. 군사적 긴장은 나날이 고조되고, ‘이러다가 뭔 일 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
평양 방공망을 뚫고 들어간 무인기(드론)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무실 상공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북한은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라며 반발했지만 ‘재발 방지’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안보에 유능하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는 정부라면 이 메시지를 포착해야 했다.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북한에 신속하게 군사 당국자 회담을 제안해야 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긴장 완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을 것이다. 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북한의 강경 발언에 대응할 명분을 쥐게 된다. 명분 있는 대북 제안은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되돌아보면 북한 초기 대응에도 어리숙한 점이 엿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이 틈을 파고들어야 했다. 위기 안에 기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기회는 버리고 위기만 악화시켰다.
10월11일 북한 외무성은 ‘중대 성명’ 형식으로 “한국은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라고 발표했다. 10월1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문에서 “한국 군부 자체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거나 공범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라며 “우리 수도의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한번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성명이나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무인기 침투를 격렬하게 항의하는 내용이었지만 재발 방지 촉구로 마무리했다. 해법을 찾는 실마리가 담겨 있었다. 북한의 입장 발표는 계속 이어졌다. 10월13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와 김여정 부부장의 추가 담화도 국방부 규탄과 재발 방지가 핵심 내용이었다.
10월14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우리는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 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침해당했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갑자기 미국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의 발언 변화를 통해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이번 사안을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것. 둘째, 북한 당국의 판단에 혼선이 있다는 점이다.
무인기가 침투해 평양 상공에서 대북 전단을 뿌렸다는 의미는 평양 방공망이 뚫렸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가 있는 평양 중구역 상공이었다. 조선노동당 본부 청사는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이 있고, 노동당 주요 회의가 열리는 곳이다. 북한이 결사 옹호하겠다고 장담한, 이른바 ‘당중앙’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김정은 집무실 상공이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것은 북한 군부로서는 심각한 사태다. 1인 수령 체제 사회에서 수령 보위가 위협받는 중대 사건으로 군부는 인식했다. 북한 군부는 2020년 미군에 암살당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떠올렸을 것이다. 2020년 1월3일 미국은 군사용 드론 ‘MQ-9 리퍼’를 이용해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했다.
북한 외무성이 공개한 대북 전단. ⓒ평양 조선중앙통신
김여정이 미국 책임론 제기한 이유
평양 방공망을 무력화한 무인기가 살포한 전단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모욕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령(지도자)을 최고 존엄으로 여기는 1인 체제 사회에서 수령의 집무실이 있는 상공에서, 수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이 뿌려졌다는 것은 수령 보위에 실패한 사건이다. 북한으로서는 암살 사건에 버금가는 정치적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양 방어, 수령 보위라는 측면에서 무인기 사건은 북한에 미칠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령 보위에 실패했다는 불안감이 혼선을 낳았다. 첫 번째 혼선은 무인기가 침투했을 때 초기 상황판단을 분명하게 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 북한 외무성은 10월3일, 9일, 10일 세 차례 심야에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10월7일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찾아 연설했다. 이 연설에는 이런 긴박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한·미 동맹이 핵 동맹으로 변하고 있다며, 핵 능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는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심각한 사안이다. 첫 번째 침투(10월3일) 이후 연설(10월7일)에서 김 위원장이 이 사실을 외면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남한이)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건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무인기 침투를 남한이 자신들을 건드리는 좋은 사례로 적시할 만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첫 번째 침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혼선은 김여정 부부장의 입장 변화에서 읽을 수 있다. 10월11일부터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 외무성, 국방성 등이 조율해 입장을 발표했다. 처음부터 남한 군을 의심하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국방성은 평양 상공에 침투한 무인기에 대해서 “특정한 발사대나 활주로가 있어야 이륙”할 수 있다며, “민간이 날려 보냈다는 변명은 통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화면을 본 전문가들은 민간 상업용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100만원 안팎으로 판매되는 드론도 비행거리가 최대 300㎞, 비행시간은 최대 5시간이다. 이런 종류의 드론은 발사대나 활주로가 필요 없고 수직 이착륙도 가능하다.
북한 외무성이 공개한 무인기와 대북 전단 살포 화면. ⓒ평양 조선중앙통신
김여정 부부장이 10월14일 갑자기 미국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외무성과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방한과 메시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터너 특사는 10월10일 한국 외교부 당국자를 만나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을 제고하는 데 청년 세대 관여 확대 노력을 강화해나가자”라고 말했다.
앞서 8월14일 터너 특사는 북한인권법 20주년을 맞이해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에게 어떠한 정보든지 계속 더 많이 전달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KBS 인터뷰에서도 “유용하고 새로운 (정보 유입) 도구 탐색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당시 KBS는 이를 보도하면서 “다만 위성이나 드론 활용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위성이나 드론 활용 방식이 터너 특사가 말한 ‘새로운 도구’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10월7일 칼 거슈먼 전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도 방한해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만나 “북한 젊은 층에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단체와 우호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직이다.
이같이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 전달을 강조하자, 그 반발로 김여정 부부장이 무인기 침투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한 상황에서 풍선이 아닌 ‘새로운 도구’로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겠다는 미국 당국자의 잇단 발언을 오비이락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민족의 혈맥’ 폭파한 손자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침투한 중차대한 사태를 두고 북한은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한시적인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열었다. 이는 중앙군사위원회 핵심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으로 보인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 시대에 북한 군사 부문에 대한 지도부 역할을 했던 이병철과 박정천이다. 이 둘은 김 위원장이 소집한 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평양 상공이 무인기에 뚫린 것은 10월3일인데, 11일이나 지난 10월14일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하는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가 열린 것도 초기 판단에 혼선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 협의회의 결론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무인기 사태에 대해 ‘강경한 정치군사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김여정 부부장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담화를 낸 걸로 보인다.
북한이 10월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우리 군 CCTV에 잡힌 경의선 도로 폭파 장면. ⓒ합참 제공
협의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다음 날인 10월15일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했다. 그동안 북한 인사들은 김일성 주석이 철도와 도로는 ‘민족의 혈맥’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남북 사이 철도와 도로 연결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할아버지(김일성)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도로를 손자(김정은)가 폭파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밝힌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다. 무인기 사건 대응 차원에서 북한이 취한 조치가 아니라는 의미다(〈시사IN〉 제852호 ‘교전국 관계라는 낯설고 심각한 위기’ 기사 참조). 무인기 사건으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위기를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무인기 사건과 도로 폭파가 맞물리면서 남북이 ‘두 개의 국가’라는 것을 입증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은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 시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무인기 사건을 두고 북한의 반발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10월19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0월) 13일 사회안전성 평양시안전국은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 지역에서 추락된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조사 결과 대한민국발 무인기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수거된 무인기가 기체 외형이나 비행 추정 시기, 기체 아래 삐라(전단) 살포통이 그대로 부착돼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평양시 중심부에 대한 삐라 살포에 이용된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리 판단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결론은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혹독한 대가’가 말로만 그칠지, 도발로 이어질지 윤석열 정부는 바라만 보고 있다. 남북 관계는 더 메말라가고 남북 대결은 불똥을 튕기고 있다. 작은 불씨가 메마른 광야를 불사를 수 있다. 유능한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안심시키지만, 무능한 안보는 불안감만 키운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렇다.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시사인
4.3조 뺏으려다 불쌍해서 2.2조 뺏었는데 2.1조 줬다는 언론?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부처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에서 최 부총리는 “내국세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교부금 결정이 되기 때문에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0월29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논리는 지방교부세는 국세와 연동되는데 국세가 줄었기 때문에 지방교부세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교부세가 내국세와 연동되는 것는 맞는다. 다만 정산 시점이 문제다. 법에 따라 국회는 올해 내국세 예측치의 약 20%를 지방정부에 교부세로 나눠주는 것을 확정했다. 지방정부는 균형재정 원칙에 따라 국회가 확정하고 정부가 주기로 약속한 교부세 금액만큼 세출을 편성하고 10월 말 현재 상당부분 집행까지 완료한 상태다.
법과 원칙과 관행은 올해 내국세가 초과세수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세수결손이 발생했는지 인식할 수 있는 시점은 내년 2025년에 진행되는 2024년 결산 때다. 결산을 해보니 초과세수 또는 세수결손이 발생했으면, 이를 정산해야 한다. 다만 세수결손이 발생했다면 정산 시점은 2026년이다. 어차피 중앙정부가 2026년에 줘야 할 교부세에서 2024년 세수결손분만큼 제하고 주는 것이 법과 원칙과 관행에 맞는 행정이다. 그동안 계속 이렇게 해왔다.
다만, 결산전에 세수결손을 인식하고 당해연도 교부세를 바로 감액하고자 한다면, 올해 교부세 감액 추경을 하고 교부세를 감액할 수는 있다. 법에는 맞지만 관행에는 맞지 않다. 대단히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사례가 있을뿐이다.
특히, 추경도 하지 않고 여야가 합의한 본예산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예산에 계획된 교부세를 임의로 미지급 하는 것은 법과 원칙, 관행 모두에 위배 된다. 지난해 세수결손 사태 때 임의로 교부세를 미지급한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는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위배하는 위헌적인 행동이다. 실제로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이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반헌법적인 교부세 임의 삭감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는 어제 교부세 세수 결산 30조 원에 대한 정산분 4.3조 원 중에서 2.2조 원을 임의로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결산도 없이, 추경도 없이 2.2조 원을 미지급 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를 전하는 언론이다.
연합뉴스 기사 제목은 <지방교부세 2조1천억 추가 교부>다. 리드를 읽어봐도 약 2조1000억 원을 추가 교부한다고 하니, 지방정부의 숨통이 좀 트일것만 같다. 깡패가 4.3조 원을 법적 근거 없이 뺏으려다가 불쌍해서 2.2조 원만 뺏은 것을 2.1조 원을 교부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오보다.
▲ 2조2천억 원을 미지급하는 행안부를 2조1천억 원 추가로 교부한다고 표현한 연합뉴스 보도
교부세 미지급 사태를 오해할 수 있는 단어가 ‘추가교부’라면 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재정 평탄화’라고 생각한다.
교부세 정산시점을 달리하는 이유는 ‘재정 평탄화’(fiscal smoothing)를 위한 조치다. 2022년에는 세수 결손이 문제가 아니라 초과세수가 문제가 되었다. 당시 2022년 초과세수가 발생하자 윤석열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고 2022년 초과세수에 대한 교부세 정산을 22년 당해 지방정부에 모두 나눠주었다. 법에는 맞는다. 추경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당시 좋은 행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원칙대로 2022년도 초과세수를 2023년도와 2024년도에 나누어서 반영했다면 재정 평탄화 효과가 발휘 되었을 테다. 세수 결손에 시달리는 2023년도, 2024년도에 2022년도 초과세수 정산분은 마중물이 될 수도 있었다.
마찬가지다. 2023년도, 2024년도 세수 결손에 따른 교부세 마이너스 정산 시점은 법과 원칙과 관행에 따라 2025년 2026년도에 나누어서 반영해야 한다. 정부는 중기 국세 수입이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올해 세수결손에 대한 정산은 2026년도에 재정 평탄화 효과가 발생한다. 2024.11.01
11만원 뺏어놓고 3만원 돌려주면 그게 나눠준 것인가
집에 가는 길에 일진이 막아선다. “가진 거 다 내놔. 내놓지 않으면 주머니 뒤져서 1원당 1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11만 원을 내놨다. 그리고 부탁했다. “이거 다 주면 정말 큰일나요. 좀 봐주세요” 일진이 고민하더니 큰 인심 쓰듯이 말한다. “자, 내가 너네들 불쌍하게 여겨서 3만 원을 나눠줄께, 고맙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3만 원 나눠준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몇몇 언론에서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 3조 원을 나눠준다는 기사가 실렸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지자체가 자금난을 겪으니, 행안부가 지자체에 3조 원을 ‘나눠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3조 원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3조 원을 덜 뺏는다고 표현해야 한다.
▲ 교부세 관련 포털사이트 검색 기사.
올해 지방정부에 줘야 할 교부세는 지난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확정됐는데 지방정부에 교부하기로 되어 있는 보통교부세 금액은 올해 67조 원으로 확정됐다. 지방정부에 올해 67조 원을 교부받는 것으로 통보를 받고 지방정부는 67조 원만큼 지출계획을 세웠다. 지방정부 재정편성의 원칙은 중앙정부와 다르다. 중앙정부는 지출 규모를 정치적으로 정한다. 지출 규모를 확대할지, 축소할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할 수 있다. 돈이 모자라면 세금을 더 걷거나 부채를 더 발행하면 된다. 그러나 지방정부 지출 규모는 정치적으로 정할 수 없다. 세입 규모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균형재정이 원칙이다. 이에 중앙정부가 67조 원을 준다고 통지한대로 지방정부는 67조 원의 지출계획을 세우고 2023년 예산을 정상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그런데 9월 말, 기획재정부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국세수입이 줄어서 원래 주기로 한 교부세를 다 주지 않고 약 11조 원을 덜 준다고 발표했다. 행안부는 교부세 감액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했다. 그런데 행안부가 정해진 교부세를 주지 않고 지자체에 임의로 덜 주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행안부는 교부세 11조 원을 덜 준다는 통보 공문조차 지자체에 보내지 못했다. 공문조차 없이 교부세 11조 원을 임의로 삭감 사실을 구두 등으로 통보하는 지경이다.
기재부가 임의로 교부세 11조 원을 임의로 삭감하겠다는 근거는 교부세 금액이 내국세에 자동으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교부세 금액은 내국세의 약 20%로 자동으로 연동되어 정해진다. 즉, 내국세가 100조 원이 걷히면 지방정부에 20조 원의 교부세를 교부하게 된다. 올해 내국세에 결손이 발생하니 그 결손액 비율만큼 교부세를 덜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국세 결손 사실은 2023년 결산이 이루어지는 내년 6월 때나 확정된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른 원칙과 관행은 2024년도에 교부세 정산분이 확정되면 2025년도 결손분을 정산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 2023년 결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정한 교부세를 행정부가 2023년에 감액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특히, 기재부가 교부세 11조 원을 깎겠다고 발표한 시점은 9월 말이다. 중앙정부가 주기로 약속한 67조 원에 따라 67조 원의 세출 예산을 편성했다. 그리고 9월 말은 2023년 올해 편성한 예산사업을 상당부분 집행하거나 최소한 계약이 이루어진 시점이다. 이미 계약이 이루어지고 상당부분 공사까지 진행한 시점이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중앙정부가 11조 원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지방정부는 큰 혼란에 빠졌다. 계획한 교부세를 주지 않으니 지방채 발행계획이 급증했다.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는 정부가 지방정부에 지방채 발행을 독려하는 꼴이 되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디어오늘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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