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판’ 집회, ‘정치권 공방’으로 축소한 뉴스들
9일 양대노총 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부 비판 집회…대통령 퇴진 주장도
다수 방송사들, 민주당vs국민의힘 프레임에서 집회 보도, ‘연행’ 쟁점 축소
▲2024년 11월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진 가운데 집회 참가자 1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대다수 방송 뉴스들은 정치권 대결 양상에 집중하거나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은 균형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고 전태일 열사 기일(11월13일)을 앞둔 9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조가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현 정부가 민생을 파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선 방송장악, 의료대란, 노동조합 탄압 등 분야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가 구성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이날 1차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3차 총궐기를 이어가겠다며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에 10만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는데, 경찰이 차로를 확보하려 진압하는 과정에서 11명이 연행됐다.
한국노총도 여의도 인근에서 3만 명 규모의 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재개정 및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최저임금·성차별 등 폐기, 의료돌봄 공공성 강화, 정치기본권과 노동3권 보장,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촉구했다.
같은날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제2차 장외집회를 열었다. 숭례문 일대 집회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통과를 강하게 요구한 가운데, 일부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이후에도 역대 가장 낮은 국정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이뤄졌다. 광화문 인근에선 보수 성향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진행됐다.
▲2024년 11월9일 SBS '8뉴스' 갈무리
▲2024년 11월9일 KBS '뉴스9' 갈무리
그런데 이날 주요 방송사 뉴스에선 시민단체들의 대규모 집회의 목적이나 배경, 경찰과 일부 집회 참석자들간 충돌에서의 논란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SBS ‘8뉴스’는 한 건의 리포트에서 민주당 장외집회와 여당의 반발을 전했다.
KBS ‘스9’도 민주당의 장외 집회를 중점적으로 전하며 “오늘 민주당 집회에 앞서 민주노총과 시민단체인 촛불행동 등도 같은 장소에서 정권 규탄 집회를 진행했는데, 민주당은 연대 집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어 단신으로 “(보수단체들이) ‘주사파 척결 국민 대회’를 열고 보수 진영 결집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범야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규탄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노동·시민단체의 대규모 집회는 무슨 이유로 열렸는지 전하지 않으면서, 그에 대한 ‘맞불 집회’만을 별건으로 보도했다.
2024년 11월9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지상파 3사 중에선 MBC ‘뉴스데스크’만이 노동·시민단체 집회를 별도 리포트로 보도했다. MBC는 관련 리포트에서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한국노총 등의 집회와 인근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으며, 경찰관 폭행 혐의 등으로 10명(보도 시점 기준)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했다. 뒤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의 집회 소식을 전했다.
종합편성채널 중에선 TV조선 ‘뉴스7’이 “민주노총, 촛불행동, 민주당은 순차적으로 같은 집회 무대를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이날 집회를 ‘원팀 집회’라 칭한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비판을 다뤘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이 민주노총 전직 간부 등의 간첩 혐의 중형 선고 등을 들어 “(민주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도모하려는 사람들과 사실상 연대”했다고 논평한 내용도 다뤘다.
▲2024년 11월9일 TV조선 '뉴스7' 갈무리
채널A ‘뉴스A’는 정치권의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진행했던 집회와 달리 이번주는 야4당, 돌아오는 주에는 야5당이 장외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등의 집회와 보수단체 집회 등이 진행됐다고 종합해 전했다.
주요 방송사 뉴스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경찰의 집회 참가자 연행은 여러 논란을 부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10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조합원 10명이 폭력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조합원 다수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 조합원은 갈비뼈 골절 부상을 입어 앰뷸런스로 후송됐고, 고령 여성 조합원이 길에 쓰러져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며 “충돌을 유도한 경찰 난입은 공안정국을 조성해 정권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발악”이라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한 페이스북 글에서 “(경찰에) 차선 불법 점거로 고발을 해라, 1차선을 비우는 것으로 합의를 하라고 했는데도 무시했다. 강제로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다.
한창민 대표는 “올해 초 경찰은 집회 대응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11년 만에 차벽 트럭과 방검복 예산을 대폭 늘였다. 이를 전부 흉악범죄 대응 예산이라고 물타기를 했다”며 “그렇게 늘어난 예산으로 도입한 신형 방검복과 삼단봉을 들고 찾아간 곳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시위현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서울경찰청은 언론을 통해 “집회가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되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해하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혐의로 현장 검거한 불법행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수사하겠다. 그 외에도 (혐의자들을) 전원 채증 판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jmnoh@mediatoday.co.kr
프랑스 정부의 실험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 달린 일"
프랑스 교육부의 핸드폰 사용 금지 정책 '디지털 쉼표’
▲한 초등학생이 학교 밖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핸드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핸드폰 없는 학교' 만들기에 나섰다.프랑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핸드폰으로부터 분리시키기기 위해 '디지털 쉼표'라는 조치를 통해 지난 9월 200개 중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세 가지로 실험 중이다. 첫 번째는 핸드폰 사물함 비치, 두 번째는 핸드폰 보관통 제공, 세 번째는 적발 시 핸드폰 압수다. 이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확인된 방식이 2025년에 도입되면 전체 초·중학생들이 철저히 핸드폰과 분리된 학교생활을 하게 될 예정이다.
이미 2018년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 학교 내 핸드폰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였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소지할 수 있으나 수업 중에는 전원을 꺼서 가방에 넣도록 했지만, 아이들의 눈과 손은 자꾸만 가방 속 핸드폰으로 향했다.
2018년 법안 통과 전에도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실 내 핸드폰 사용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한층 심각하게 핸드폰과 밀착된 아이들을 떼내기 위해 법이 필요했고 그 법이 지켜지게 하기 위해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상은 친구, 동료, 가족이었다. 당시에도 핸드폰은 있었지만 통신 수단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확산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세상을 연결하는 주요 매체가 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처음엔 고등학생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연령층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상이 핸드폰이 되었고 가장 어린 사용자층인 초등학생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지난 10월 25일 CNEW 방송에 출연한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격앙된 어조로 핸드폰과의 전쟁에 나선 이유를 역설하며 시민들도 각 가정에서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프랑스 CNEW 방송에 출연한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프랑스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오른쪽)CNEWS
"학교는 핸드폰 중독된 아이들의 해독 장소"
"핸드폰으로 계산하는 아이들, 이는 교육적으로나 국민 건강 측면에서나 모두 재앙이란 사실을 국민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핸드폰을 비롯해 스크린에 하루 종일 노출된 지금의 상황은 아이들의 집중력, 이해력을 붕괴시켜 언어능력, 독해능력, 사고능력의 현저한 퇴보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적 차원의 폐해일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절반의 아이들이 핸드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또한 핸드폰은 아이들을 고립시키고 우울증과 사이버 폭력을 조장합니다. 교사와 아이들 간에 장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곳이며 교사와 소통하며 배움을 쌓아가는 장소여야 합니다. 핸드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더 우울하고 덜 움직이고 덜 사고합니다. (...)
우리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해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가 핸드폰 중독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해독의 장소가 되어야 하는 것은 이제 의무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4월 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된 전문가 보고서를 근거로 한다. 정부는 교육 일선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지난 1월 신경학자, 정신의학자, 심리학자, 디지털 교육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0인의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를 발족하고 대통령이 직접 연구보고서를 주문했다.
4월 29일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는 엘리제궁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의 스크린(핸드폰, 텔레비전, 게임기 등) 과다 노출 현황과 그것이 뇌 발달과 정신건강,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 '어린이와 스크린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마크롱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19세의 청소년 89%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에 비해 12% 증가한 수치였다. 또한 7~12세 어린이 35%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갖게 되는 평균 나이는 9살 8개월이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포함해 컴퓨터, 텔레비전, 게임기 등 스크린에 노출되는 평균 시간은 4시간 11분에 달했다. 이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가해 7~10세는 3시간 7분, 11~14세는 4시간 48분, 15~17세는 5시간 24분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3세 이하 아이들에게 스크린은 금지돼야"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감사를 표했다.엑스
30년 전 스크린을 통해 누구에게나 전해지는 인터넷 정보는 인류에게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졌지만 이젠 많은 이들이 그 폐해를 인정하고 있다. 그 위험은 특히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를 이끈 신경생리학자 세르반 무통은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언어 발달의 지연, 주변 환경과 부모와의 상호 작용의 부족은 스크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가장 직접적 결과입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3세 미만의 아이는 교육 목적이라 하더라도 스크린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아이들은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을 통해 가장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6세까지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인의 통제 하에 교육적 가치가 높은 내용만 가끔 사용해야 합니다. 스크린이 아이들의 집중력 저하와 비만, 시력 저하,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은 명백합니다."
물론 핸드폰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 아이들만은 아니다. 전 세대가 모두 같은 영향에 속해 있다. 세르반 무통은 나이에 상관없이 하루 중 스크린 시청을 금지해야 하는 특정 시간이 있으며 그때만이라도 핸드폰과 멀어질 것을 권한다.
"아침 출근 전 들여다보는 핸드폰은 하루의 집중력을 흩트릴 수 있습니다. 수면의 질과 양을 방해하므로 취침 2시간 전에도 핸드폰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식사 시간도 스크린 시청을 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크린 사용 전문가 위원회는 연구 조사 결과에 근거해 " 아이들의 미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29가지의 조치를 제안했다. 그중 핵심적인 내용은 ▲ 부인과 병동에서 휴대폰과 텔레비전 사용을 가능한 한 제한 ▲ 3세 미만 아이들이 다니는 탁아소와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보여주는 것 금지 ▲ 인터넷이 없는 휴대폰 사용은 11세부터,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폰 사용은 13세부터, SNS 접속은 15세부터 허용 등이다.
정부가 전격 시행하고 있는 초·중학교에 대한 핸드폰 금지 조치는 보고서가 제시한 정책 대안의 실천인 셈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의 일반화는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가 달린 일이므로 우리에겐 "실패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시행 두 달째인 10월 말 현재, 정부의 실험은 비교적 순조롭게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가 2025년 1월부터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실시하고자 하는 핸드폰 금지는 수업 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도 적용되며, 아이들이 예능 수업을 받는 공공기관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의 의지는 야심 차 보인다. 그러나 이미 광범위하게 핸드폰에 중독된 어른들이 아이들을 중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교사와 교직원, 유치원과 탁아소의 교사, 보모들, 가정의 부모들이 모범이 되어야만 아이들도 이겨내기 힘든 중독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프랑스 혁명의 21세기 버전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오마이뉴스
10대들 난입해 망쳤다…부산불꽃축제
100만명이 관람한 부산불꽃축제에서 10대들이 통제 구역에 난입해 케이블이 파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불꽃축제 시작이 10분 지연됐고, 광안대교에 불꽃과 함께 켜져야 할 조명이 1시간 동안 꺼졌다
9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불꽃축제에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이 가을 바다를 수놓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재명이 김용 재판 위증 개입?…"검찰, 또 여론공작"
윤석열 기자회견 직후 '김용 재판 관여' 보도 쏟아져
뭐가 문제라는 건지 논점 모호…부당 개입 뉘앙스만
막연하게 이재명이 '위증 교사' 한 듯한 연상 일으켜
"구글 타임라인 김용 알리바이 확인되자 검찰 다급"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직후 동아일보가 <[단독]檢, 김용 재판 관여한 이재명 텔레그램 확보…법원에 추가 증거 제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을 강력 성토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국민적 분노를 촉발하자 정권의 충견인 검찰이 물타기를 위해 또 치졸한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단 단체 대화방에 참여해 변론 방향을 지시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내용인데, 정작 어떤 점이 문제라는 것인지 논점은 모호한 채 이 대표가 뭔가 부당한 개입을 한 듯한 뉘앙스만 풍기고 있다. 기사 말미에는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는 배경 설명은 아무것도 없이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 출신 이모 씨의 '위증 논란'을 서술해 마치 이 대표가 '위증 교사'를 한 것처럼 읽히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위원장 한준호)는 8일 <검찰의 위법적 수사와 치졸한 언론플레이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특정 언론이 난데없이 '단독'으로 '김용 재판 관여한 이재명 텔레그램 확보…법원에 추가 증거 제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더니, 저녁엔 아무 문제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속보' 타이틀을 단 기사들이 쏟아졌다"며 "검찰이 수사 정보를 뒤늦게 흘린 것으로 의심된다. 그러나 이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악영향을 미치려는 검은 의도를 품은 치졸한 여론 공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함부로 하며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2022년 재보선 공천과 2024년 총선 공천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면서 "무도한 윤건희 정권의 사냥개인 검찰도 해선 안 될 위법적인 행태를 서슴없이 보여줬다. 그 정권에 그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구글 타임라인 법원 감정 결과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그 일시 장소에 없었다는 알리바이가 물증으로 확인되자, 다급해진 검찰이 천지 분간 못 하는 행태를 벌이는 것"이라며 "거짓으로 쌓아 조작을 덧댄다고 해서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불법 수사의 탑이 버텨낼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를 허위 진술하도록 해 김용 전 부원장과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했다. 두 재판에서 유동규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나중에 보니 각 재판에서의 유동규의 진술이 완전히 다른 것도 많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변호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오히려 피고인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김기표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30. 연합뉴스
또 "검찰은 이렇듯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내용을 가지고 텔레그램 대화방 운운하며 '이재명 대표가 변론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확인해본 바로는 기사와 관련된 내용이 증거로 제출된 바는 없다"며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해당 내용을 오래전에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증거를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가 왜 이 시점에 제출한 건지, 정확히 수사기록을 제출한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이재명 대표 사건 선고를 앞둔 시점에 이러는 것은 검찰의 의도적인 공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별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여론 공작으로 서슴없이 공개하는 위법부당한 검찰의 행태에 기가 찬다. 망작이 되어버린 대통령 담화에 쏠린 국민적 분노를 여론몰이로 바꿔보려는 윤건희 검찰독재정권 충견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상한다"며 "윤 대통령이 사과로 포장한 거짓말 담화를 하다가 자신의 범죄사실을 드러내고 만 것처럼 검찰도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다 오히려 자신들의 범죄행각이 들통나고 만 셈"이라고 비판했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어느 시대를 사는 검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되지도 않을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증거 조작을 시인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기 바란다"면서 "조금이나마 직업적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제 국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정농단을 함께 직시하며 대통령 담화에서 무의식적인 자백으로 드러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정농단 권력형 범죄나 제대로 수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시민언론 민들레
비트’부터 ‘도지’까지…트럼프·머스크가 쏜 ‘코인 상승 로켓’
가상자산 규제 완화 움직임 반영
비트코인, 1억1000만원 첫 돌파
도지코인은 일주일 새 92% 폭등
‘비트’부터 ‘도지’까지…트럼프·머스크가 쏜 ‘코인 상승 로켓’
비트코인 국내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억1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핵심 조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작용한 결과다.
11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장중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8% 오른 1억1440만2000원까지 올랐다. 전일 사상 처음으로 1억1000만원 선을 넘긴 데 이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선 같은 날 장중 8만1932달러까지 오르며 8만2000달러 선에 근접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들썩이는 것은 ‘가상자산 대통령’을 천명한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이 크다. 지난 3월 1억원을 돌파한 뒤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주춤했던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본격화한 10월 이후 약 37% 반등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석권하고,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머스크 CEO 등 참모들도 친가상자산 인물로 채워지면서 트럼프 2기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작용한 여파다. 트럼프 당선인은 금융회사 검열을 통해 가상자산을 통제하는 ‘초크 포인트 2.0’ 정책 중단, 가상자산에 비우호적인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경질, 비트코인 전략 보유자산 편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비트코인은 물론 알트코인의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특히 머스크와 관련성이 큰 대표적인 ‘밈코인(인터넷 밈에서 유래했거나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자산)’ 도지코인은 지난 일주일간 약 92% 폭등했고, 이날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전체 가상자산 중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신설하는 비용 절감 및 규제 완화 기관인 ‘정부효율성위원회(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약자가 코인 이름과 같은 ‘도지(DOGE)’인 데다 머스크가 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 완화가 본격화하면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10만달러를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거래소 FTX 파산 사태 같은 금융사고가 재현될 경우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혹한기)’가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법률전문가들, ‘윤 대통령 의혹 불기소’ 유엔에 긴급개입 요청
국내 시민사회 법률 전문가들이 최근 유엔 사법독립 및 고문방지 특별보고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선별적 수사 등 한국 검찰의 권한남용적 행태를 지적하고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한은 지난 8일 유엔 사법정의 특별보고관인 마가렛 새터스웨이트 뉴욕대 교수와 고문방지 특별보고관 앨리스 질 에드워즈 박사에게 발송됐다. 청원 서명인 명부에는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 하태훈 고려대 명예교수 등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청원인들은 서한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선별적, 권한남용적 기소가 공직에 있는 검사 및 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으며, 개인에 대한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대우를 야기하는 것에 대해 긴급한 개입을 요청하고자 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유엔의 특별절차를 요청했다. 유엔 기구들은 각각의 위임 권한에 해당하는 권리 침해 혐의가 보고될 경우, 관련 정부에 긴급 청원 등의 서한을 보내 개입할 수 있다.
청원인들은 검찰의 선별적인 비수사 및 불기소 사례로 윤 대통령 부부와 친인척이 연루된 각종 의혹을 들었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윤 대통령 부부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직선거법 고발 사건 등이다. 선별적 수사 및 기소 사례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들었다.
이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만연했던 인권 침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선진국으로 알려졌던 대한민국은 이제 검찰에의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비판받고 있다”라며 “특히 대한민국 형법 및 형사 절차에 의하여 구현되는 법치주의는 현재 검찰 수사 및 기소 권한 남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문제는 평소 문제 의식이 많던 부분이라 이번 기회에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자 서한에 참여했다”라며 “현재 서한은 발송된 상태로, 유엔 측 반응이 나오는 데는 며칠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경향 박용하 기자
우크라이나-러시아 SNS 속 ‘파병 북한군’ 모습, 진짜일까?
파병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파병 북한군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대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
10월19일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공개한 영상 캡처.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 ⓒSPRAVDI 엑스(X) 계정
북한군의 움직임을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10월18일 국가정보원, 10월23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10월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차례로 파병 사실을 확인했다. 온라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파병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파병 북한군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대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가장 적극적으로 알린 건 우크라이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월13일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무기뿐만 아니라 병력도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러시아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더라도, 북한군 파병의 심각성을 하루빨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10월19일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군이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에 대비해 러시아 장비를 갖추고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같은 북한 억양의 목소리가 담겼지만, 이들이 북한군인지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추가 정보는 없다. 10월29일 국정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파병된 군인들의 경우, 10대 후반도 일부 있고 주로 20대 초반이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파병 북한군 규모는) 현재까지 3000명 이상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프로젝트: 살고 싶다(Проект «Хочу жить»)’가 10월23일 공개한 영상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 전하는 말씀’ 화면 캡처. “포로수용소의 전쟁포로들은 고기, 신선한 야채 등 하루 세끼의 식사를 받는다”라며 북한군의 투항을 촉구했다. ⓒ유튜브 ‘Проект «Хочу жить»’
‘친우크라이나 팀’이라고 소개하는 한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은 10월17일 “이 해방자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체포된 포로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상 속 남성은 북한어를 사용하지 않는 데다가, 이름이나 부대 등 다른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군을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온라인 심리전도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군을 상대로 투항을 권유하는 유튜브 채널 ‘프로젝트: 살고 싶다(Проект «Хочу жить»)’를 운영한다. 이 채널은 10월23일 한국어로 제작한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군에게 “다른 나라의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을 필요가 없다”라며 전투에 가담하지 말고 투항하기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지 매체를 통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군과 전투를 벌였고, 전사자가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0월28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 공영방송 LRT는 우크라이나 군을 지원하는 리투아니아 비영리단체 ‘파랑/노랑(Blue/Yellow)’의 요나스 오만 대표를 만났다. 오만 대표는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10월25일 접경지대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북한군이 처음으로 충돌했다. (···) 북한군(Korean)은 한 명 빼고 전부 사망했고, 생존한 한 명은 ‘부랴트인(Buryat)’이라는 서류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외모가 흡사한 몽골계 민족 부랴트인으로 위장했다는 설도 퍼져 있다. 10월30일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아직 정식으로 (전선에) 투입됐다는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쿠르스크 등 전장 이동이 임박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10월29일 ‘라이브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 군인들 사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있다.ⓒ라이브 우크라이나(Live: Ukraine)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10월29일 텔레그램 채널 ‘라이브 우크라이나(Live: Ukraine)’는 “북한군이 이미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다”라는 설명과 함께,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앞에 두고 모여 앉은 남성 3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이 실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의 복장이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ASTRA)’가 10월22일 공개한 영상 속 북한군 추정 남성들의 복장과 비슷하다. 해당 영상 속에서 남성들은 북한 억양으로 “힘들다 야” “늦었어?”라고 말한다. ‘러시아 독립언론’이라고 소개하는 아스트라는 이 영상이 “연해주 세르게예프카(Сергеевка)에 있는 러시아 제127 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10월22일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ASTRA)’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 영상 캡처. 해당 영상 속에서 남성들은 북한 억양으로 “힘들다 야” “늦었어?”라고 말한다. ⓒ‘아스트라(ASTRA)’
심리전과 가짜뉴스에 활용되기도
친러시아 채널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내세우는 모습이 포착된다. 대표적인 게 텔레그램 채널 ‘작전 Z: 러시아 봄의 군사통신원(Операция Z: Военкоры Русской Весны)’이 10월21일 올린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꽂힌 사진이다. 이 채널은 “인공기가 최근 해방된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포크로우스크에 게양됐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의 동향도 공유됐다. 같은 채널은 10월26일 “우크라이나 군이 북한군의 도착에 대비해 매뉴얼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라며, 우크라이나 군이 전선에서 북한군과 마주치거나 생포할 경우이 대응 지침을 담은 문서 사진 3장을 게시했다. 문서에는 ‘무기 버려!’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혔어’ ‘너와 너의 부대가 여기 어떻게 오게 됐어’ ‘알고 본 거 다 말해’ 등 한국어 문장의 뜻과 발음이 우크라이나어로 적혀 있다
10월21일 ‘작전 Z: 러시아 봄의 군사통신원(Операция Z: Военкоры Русской Весны)’이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꽂힌 사진을 공개했다. ⓒ텔레그램 채널 ‘Операция Z: Военкоры Русской Весны’
우크라이나 군만 아니라 러시아 군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은 10월27일 “쿠르스크 지역, 매우 걱정스럽다”라는 설명과 함께 러시아 군으로 추정되는 병사가 바닥에 앉아 한국어를 공부하는 영상을 올렸다. 병사가 든 종이 맨 왼쪽에는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등 한국어 문장이 적혀 있고, 차례로 해당 문장의 발음과 뜻이 러시아어로 적혀 있다. 10월29일 엑스의 한 계정(RWApodcast)에는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쓰인 군사용어 책자 사진도 올라왔다. 책자에는 ‘이름이 뭐야’ 등의 일상적인 표현에 더해 ‘엎드려’ ‘공격해’ ‘무기를 내려놔’ ‘소총’ ‘수류탄’ ‘우리는 포로로 잡히지 않는다’ 등 전장에서 쓰이는 표현이 담겨 있다. 10월29일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군이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용어 100여 개를 교육하고 있다. 북한군이 어려워한다는 후문이 있는 상태라 소통 문제 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쓰인 군사용어 책자. ⓒ엑스(X) ‘RWApodcast’ 계정
러시아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고비 때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결집하는 수단이자 전 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수단이 됐다. 동시에 전쟁 시기 소셜미디어는 심리전을 벌이거나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왜곡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져 있다. 앞서 언급한 북한군 관련 정보들은 대부분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현재 전쟁 중인 두 국가의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러시아 파견 북한군이 화젯거리라는 점이다.
시사인 이은기 기자
북한군 러 파병, ‘강 건너 불’이 ‘발등의 불’이 되기까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뛰어들었다. 시작은 6·19 북·러 정상회담이었다. 서로를 의심하지만 필요 때문에 손잡는다는 느낌이 강했던 양국 관계는 어떻게 군대 파병으로 급전한 것일까.
시사인 남문희 편집위원 (<코리아 체스판> 저자)
(단독)윤석열 '강남 대선캠프' 내부 사진 공개
윤석열 대통령이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비밀리에 운영했던 강남 캠프 내부 사진을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13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사진 2장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7층 건물의 3층 내부 모습이 담겼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매일 저녁 이곳에 들렀으며, 황상무 전 KBS 앵커가 주도하는 TV토론팀을 비롯해 장제원·윤한홍 의원 등 핵심 측근들도 해당 캠프를 자주 찾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황 전 앵커는 대선 승리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섰지만 경선에서 패배했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습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강남 비밀캠프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캠프에 몸을 담았던 한 핵심 관계자는 "사무실 실평수는 50평 남짓 됐고, 남쪽은 일자로, 북쪽은 사선으로 돼 있었다. 테라스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사적으로 중요한 분들을 만나거나 중요한 준비를 할 때는 강남 캠프에서 많이 한 걸로 한다"며 "특히 TV토론을 준비할 때 집중적으로 강남 쪽에서 진행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공식 대선 캠프는 여의도 대하빌딩에 차려졌으며, 후보자 집무실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있었습니다. 강남 캠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은 비밀 캠프로, 해당 건물의 소유주는 김방은·김용식 씨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은 남매로, 김용식 씨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위입니다.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이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 부장검사로 인연을 맺었으며, 2012년 3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습니다.
김방은·김용식 남매는 대선을 앞둔 2021년 7월26일 각각 1000만원을 윤 대통령에게 후원했습니다. 법적으로 개인에게 허용된 최대치였습니다. 대가성 의혹도 제기됩니다. 김용식 씨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방은 씨는 2022년 7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법적 문제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강남 캠프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공직선거법 제61조(선거운동기구의 설치)에 따르면,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때는 지체 없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강남 캠프는 공직선거법을 어긴 불법 선거캠프인 셈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강남 캠프를 활용하면서도 임차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토마토>가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회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당 건물에 지급된 돈은 없었습니다.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명태균 관련 거짓말에 캠프서 있었던 일 공개하기로 결심”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인터뷰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 11월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나만 깨끗한 척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명태균이라는 사람 한 마디에 제대로 된 답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끌려다니는 대한민국을 놓고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이런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새벽 5시 10분부터 밤 12시 10분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일을 했던가. 자괴감이 들었다. 폭로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가 했던 일에 대해, 그리고 지금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월 5일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신 전 교수는 자신이 캠프에 있을 때 명태균씨가 작성한 ‘대외비 여론조사 결과’도 받아보았다며 해당 PDF 파일을 공개했다.
신 전 교수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폭로’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캠프에서 신 전 교수를 본 적 없다”, “신 전 교수는 그런 정보를 다룰 위치가 아니었다”, “정치판을 기웃거린 철새다(신 전 교수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민주당에 영입 인재 15호로 입당했다)” 등.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신 전 교수가 말했다. “국감이 있던 날 철새 이야기를 하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철새는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먹이를 찾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곡을 눈앞에 두고 자기 스스로 추운 곳으로 가는 철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인수위가 가장 권력이 막강할 때잖아요. 그때 사표 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제가 잘났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수위 경제1분과 소속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했으니 장관 자리는 안 준다고 하더라도 어디 차관급이나 공기업 사장을 줬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냥 홀연히 떠났어요. 탄핵 트라우마 때문에.”
-대선캠프에서 윤 대통령을 겪어보니 ‘이 정권은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건가.
“분명 윤석열 대통령의 큰 장점은 있다. 정말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당시 캠프에 저와 동갑내기로 정승윤(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부산대 로스쿨 교수였다. 이 친구가 캠프에서 정책발표를 하는데 보도자료 초안에 ‘오또케’라는 말을 여성비하인 줄 모르고 써서 난리가 났다. 언론에 두들겨 맞으니까 캠프에서 사퇴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이 부산으로 짐 싸서 간다고 하니 위로, 격려할 것 아닌가. 그때 윤석열 후보가 뭐라고 그랬냐면 ‘정승윤, 너무 힘 빠지지 말라고 해라고 전해라.’ 뒤의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곧 다시 부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이런 게 굉장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리더십은 어디서 통하는 건가. 또래집단 같은 데다.”
-형, 동생 하는 조폭 같은 조직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예를 들어 학교 선후배 술자리 같은 데서 ‘야, 인마 이 XX 뭐 걱정하지 마’ 이런 거다. 그러나 기업 단위나 어떤 큰 공조직, 국가 단위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잖나. 그런 곳에서는 냉정한 이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 장점으로 (윤 대통령 밑에) 수많은 소위 ‘똘마니’들이 있는 것이다. 충성파 똘마니들. 이렇게 되다 보니까 회의가 늘 하향식이다. 거기다가 이분(윤 대통령)이 재미있는 것이 잡학다식하다.”
-그런 인상평이 많다.
“정말 잡학다식하다. 예를 들면 검사들이 전국 돌면서 근무하지 않나. 내일 광주에 방문해서 공약을 발표한다 치자. 광주가 고향이 아닌 사람이 지역 현안을 얼마나 알겠는가. 그러니 국회의원이든 전문가든 광주 출신을 대동하고 회의 자리에 간다. 참고자료가 있고 맨 위에 A4 2장 정도 요약본이 올려져 있는 회의자료가 나온다. 후보도 회의 자리에서 한 4~5분은 듣는다.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듣는다. 그러다가 ‘야, 내가 말이지. 광주지검 근무할 때 말이야. 그 지검 앞에 치킨집이 있는데 야, 이름이 고상하게 치킨집 이름이 포시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그걸 또 아무도 제지를 못 하는 건가.
“주말 같은 때, 토요일 오후가 되면 긴장이 풀린다. 그러면 이야기가 3시간씩 간다. 속된 말로 만담꾼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또 재미있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이 있다면 오전 10시에 들어가야 한다. 조금 있으면 기자회견이니 예를 들어 GTX 연장 지도를 놓고 막 설명해야 한다. 한 5분 듣다가 또 이야기한다. 설명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10분 남겨놓고 그때 가서야 요약 페이퍼만 대충 보는 거다.”
-검사 출신들이 많은 분량의 공소장을 읽으려면 속독을 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한다.
“펜을 꺼내서 대각선으로 짚으며 읽는다. 아마 조서를 많이 읽을 때 습관인 듯하다. 후보자 토론을 하는 데 공보·정책 담당은 난리가 난다. 예를 들어서 수치 같은 게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 사실관계 확인을 해 해명이 나가게 해야 한다. TV토론 준비팀은 따로 있는데 백업팀도 죽어난다. 한 20명이 모여 하는데 살인적인 일정이다. 매일 명태균에게 휘둘리는 걸 보고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이따위 정권을 보려고 그 새벽부터 정말 그렇게 120일 동안 일했냐고. 나는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으로 탄핵을 겪었기 때문에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 (2022년) 2월부터 혼자 슬슬 마음을 먹고 있었다.
-떠나겠다고?
“정의와 공정을 캐치프레이즈로 후보도 됐고, 대통령도 됐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했는데, 내가 본 모습은 선택적 정의와 공정이었고, 상식과 합리를 말했는데 ‘선택적’ 상식과 합리였다. 아래를 섬기는 리더십 같은 걸 본 적 없다. 대통령은 참모 몇 사람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정이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총괄선대본부장 등 본부장들과 ‘오늘 회의 마치면 진언을 드리자’고 이야기했다. 회의 끝나고 진언할 타이밍인데 전부 휴대폰을 꺼내 딴짓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모두 눈치를 보고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이다. 윤 대통령 사고방식이 자기가 하는 것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그른 것이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재단한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지 않지 않나. 원탁회의를 하는데 누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대응 관련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런 전화는 따로 안쪽에 후보 방으로 가서 받는다. 그런데 밖에도 들리도록 큰소리로 쌍욕이 터져 나온다. 그다음에 나와서 ‘다시 회의하자’고 하는데….”
-분위기가 싸늘해졌겠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였나.
“김 여사와 관련해 뭘 건의한다든가 언급하는 건 내가 그 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선 전에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김건희 여사 녹취록이 터졌고, 김 여사 비선 라인 의혹이 터졌다. 캠프 내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나.
“왜 뒷말이 없었겠나, 많았다. 누구누구가 멤버라더라, 황○○, 우○○가 어떤 관계다. 그런 이야기는 그때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비선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그 친구들이 스스로 떠들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남이 떠든 게 아니고.”
신 전 교수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단일화 관련 대외비 문건, 선거 당일 열린 회의 메모 등을 보여줬다. “내가 이것 가지고 오버해 허위사실을 이야기할 일은 없다. 했던 일과 관련해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다만 성격이 꼼꼼한 편이다. 이것만은 덧붙이고 싶다. 명태균 사건을 보면서 남는 소회다.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학살’에 무기 수출하는 ‘거짓말 정부’... 한국, 이스라엘 무기 수출 8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또는 ‘가자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말이 전쟁이지 실제는 400일 이상 진행되는 집단 학살이다. 이스라엘 군 폭격 등으로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이 4만 명 넘게 사망했다. 하루 평균 백여 명이다. 이 배후에는 미국 등이 수출하는 살상 무기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을까. 수출한다면 얼마나 보낼까.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7일, 마침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 응답이 있었다.
이재정 국회의원: “혹시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하고 있나요?”
조태열 외교부장관: “아니죠. 그건 왜 물으시나요?”
이재정 국회의원: “왜 묻는지를 떠나서 아시는 바대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 “제가 아는 한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중
출처: 국회방송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정확하게 1년이 된 날,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의원은 조태열 외교부장관에게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조태열 장관은 무기를 수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외교부장관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한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무기 거래와 관련한 추가 질의는 없었다.
취재진은 조태열 장관의 발언을 검증하기로 했다. 우선 유엔이 공개하는 국제무역 데이터베이스인 '유엔 컴트레이트(UN Comtrade)'를 검색해봤다.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조태열 장관의 국회 발언 진위는 몇 번의 클릭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말은 거짓이다. 외교부장관이 국회에 나와 허위 답변을 한 것이다.
유엔 컴트레이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수출해왔다. 이스라엘이 유엔 통계국에 제공한 데이터는 자국이 무기를 수입한 나라와 수입 규모를 보여준다. 가자 전쟁이 일어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년간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한 나라를 집계한 결과 미국이 압도적 1위, 한국은 8위를 차지했다. 최소 900,000달러 규모다. UN의 국제무역 데이터베이스인 유엔 컴트레이드는 누구나 접속해서 검색할 수 있다.
국가별로 물품 분류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스라엘이 직접 유엔에 제공해 공개하는 데이터만 보더라도 한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왜 ‘제가 아는 한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대답한 걸까?
기자는 외교부에 그 이유를 물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가자 지구 사태 이후 무기 수출 사례는 없으며, 더욱 엄격히 통제・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항은 방위사업청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남겼다.
국제사회, 이스라엘과 무기 거래 중단 요구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가자 지구에서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 확인된 사망자만 4만 3천여 명이다. 국제 사회와 여러 해외 매체는 이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한다. 인종, 종교 등이 배경에 깔린 집단 학살이란 의미다.
지난 11월 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희생자 가운데 70%가 여성과 미성년자로 나타났다. 병원, 학교, 주택과 같은 필수 인프라 대부분이 파괴됐고, 물과 식량, 의약품 부족으로 주민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은 이미 올해 초에 가자 지구가 ‘인도적 재난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4월 5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 결의를 채택했다. 9월 18일, 유엔 총회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불법”이라며 신속한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이스라엘에 무기, 군수품 등 관련 장비를 제공하거나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았고,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평화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것을 강조한다.
세계 주요 국가도 속속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영국은 9월 2일 이스라엘에 수출하는 무기를 제한한다며 전투기와 헬기, 드론 부품을 포함한 군수 장비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을 중단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0월 5일 언론 인터뷰에서, “가자 지구 전투에 사용하는 무기 공급 중단”을 촉구했다. 캐나다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국제사회의 입장과 결정사항을 존중하고 있으며, 관계법령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개별 수출 허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한국 정부, 무기 수출 데이터 잇달아 감추기 급급
가자 전쟁 이후에도 한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한 사실은 한국 측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이스라엘에 HS코드 93에 해당하는 ‘무기총포탄과 이들의 부품과 부속품’ 814,000달러를 수출했다. 2024년 1월부터 4월에는 SITC 코드 891에 해당하는 ‘무기 및 실탄’ 품목 471,000달러가 이스라엘에 수출되었다. (HS코드와 SITC코드는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분류 방식의 종류다.) 최소 128만 5천 달러 규모다.
출처: 한국무역협회, 단위: 달러
위 표에서 2023년과 2024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품목 분류가 다른 건 한국 관세청이 무역협회에 무기 수출입 데이터 비공개를 올해 1월과 5월 품목 코드별로 순차 요청했기 때문이다.(참고: 아래 관세청 공문) 현재 무기 수출입 데이터는 전면 비공개 상태다.
관세청은 2024년 1월과 5월, 무역협회에 무기류 수출입 실적 비공개를 요청했다. 출처: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가 관세청 상대로 제기한 무기통계 정보공개 소송에서 관세청이 제출한 문서
한국무역협회에서 검색 가능했던 관세청 제공 무기 수출입 데이터만 비공개된 건 아니다. 지난 8월부터는 유엔 컴트레이드에서 검색 가능했던 한국 제공 무기 수출입 데이터도 비공개됐다(현재 2019년 이전 데이터만 검색 가능하다). 다른 국가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2024년 9월 현재까지 공개(2024년 11월 검색 기준)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취재진은 이렇게 무기 데이터 공개 기간이 국가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를 유엔 컴트레이트 측에 문의했다. 유엔 측은 한국 데이터가 한국 관세청 요청으로 비공개 처리됐다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 데이터는 데이터 제공자의 요청에 따라 최근 업데이트됐습니다.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의 데이터는 공식 데이터가 수신되는 대로, 즉 데이터 제공자가 데이터를 보내오는 대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 데이터 업데이트 계획 및 일정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는 경우 한국 관세청(데이터 제공자)에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한국 무기 수출입 통계 데이터 관련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의 답변 (2024년 10월 9일)
관세청은 지난 7월,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에 무기류(HS code 93) 수출입 실적 비공개 조치를 요청했다. 출처: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가 관세청 상대 무기 통계 정보공개소송에서 관세청이 제출한 문서
기자는 관세청이 유엔 컴트레이드 측에 무기 수출입 데이터 비공개를 요청한 이유를 물었다. 관세청은 ‘안보상의 이유’와 ‘한국 무기를 수입하는 해외 업체의 영업비밀 유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 역시 ‘방산 물자는 대외무역법에 의해 관리되는 전략물자로써 “대외무역법 제29조” 및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수출 내역 세부내용 답변이 제한’된다며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데이터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런 비밀주의 장막 뒤에서 방위사업청은 2023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 정부 소유 또는 이스라엘 군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가자 전쟁에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이스라엘 방산업체들과 각종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 방위사업청은 이스라엘 방산업체와 계약 지속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 방산업체인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과 4건,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와 2건, 엘타 시스템즈(ELTA Systems)와 1건의 계약을 완료했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주요 계약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는 폭탄을 운반하거나 미사일로 무장할 수 있는 소위 ‘킬러 드론’을 비롯하여 미사일, 포탄 등의 무기를 이스라엘 군대에 제공한다. 또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주변에 수백 대의 감시 카메라, 레이더, 동작 감지 센서로 구성된 지하 ‘스마트 장벽’을 세우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은 이스라엘의 국유 방위사업체로 아이언돔 등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한다. 엘타 시스템즈(ELTA Systems)는 이스라엘의 국유 방위사업체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자회사이며, 레이더 및 감시 시스템을 주력으로 한다.
대한민국 정부, 국제 평화를 위한 책임 위배
이미 국내에 국제 평화와 국가안보를 위해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법규가 여럿 존재한다. 대외무역법에 따른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관련 규정은 “전략물자 등에 대한 허가는 해당 물품 등이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가한다”고 명시한다. 방위사업법 시행령은 “국제 평화ㆍ안전 유지 및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하거나 전쟁ㆍ테러 등과 같은 긴급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는 경우” 방산물자(무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2013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무기거래조약(ATT, Arms Trade Treaty)’ 가입국이기도 하다. 이 조약은 해당 무기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민간인 대상 공격 등과 같이 전쟁 범죄 및 국제 인도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으면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무기거래조약(ATT)을 위반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이전까지 공개하던 무기 수출입 데이터마저 완전히 비공개하고, ‘수출 허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오나영 뉴스타파 함께재단 데이터 저널리스트
불붙은 탄핵 민심…그 불 끄기 바쁜 어용 언론들
광장 촛불 민심 터져 나와도 언론들 축소·호도
촛불 참석자 폭발적 증가…전국 촛불 확산 중
문화·조선 등 "집회 참석자 줄어 시민 동참 없다"?
민주노총 집회 '좌파몰이', 민주당엔 '방탄 프레임'
집회 내용· 배경 보도 않고 또 '폭력 집회'로 왜곡
국정농단· 정권무능 감춰준 언론 책임 물어야
지난 2일과 9일 주말 서울·부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광장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2일에는 민주당과 촛불행동이 주최한 서울 숭례문~시청 앞 집회에 20~30만명(주최측 추산)의 당원과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심판’과 ‘김건희 특검 수용’을 외쳤다. 9일에도 민주노총 주최로 시작해 촛불행동과 민주당이 연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전체 참가자 수) 30만명 정도가 참석해 ‘윤석열 탄핵’과 ‘김건희 특검’이 쓰인 종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지난 2022년 여름부터 매주 열렸다. 지난 주말로 114번째 집회를 이어갔다. 2년 넘게 지속돼온 촛불집회에 최근 참가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는 언론을 통해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김건희 씨를 둘러싼 온갖 추문과 불법적 선거개입·국정개입, 그리고 검찰 독재정권의 횡포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민생·외교안보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드러난 무능·무책임이 2년여간 꾸준히 촛불에 기름을 부어온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한 것은 나라를 완전히 망쳐놓고도 사과도, 반성도, 쇄신도 없는 정권을 더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민심이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윤석열 정권을 끝내야 한다는 민심에는 이미 불이 붙은 것이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그러나 다수의 주류 언론들은 오히려 이런 성난 민심을 왜곡하고 폄하하면서 여전히 국민 지지율 10%대의 윤석열 정권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민심의 촛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 아부해 온 어용 언론들은 사과와 반성 없는 윤석열 정권과 똑같이, 거대한 탄핵 민심을 축소 보도하거나 정쟁으로 몰면서 분노한 민심을 덮으려 하고 있다.
문화일보와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구독자가 미미하지만 포털을 통해 겨우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어용 신문 문화일보는 11일자에 “불붙지 않은 ‘탄핵 민심’...시민 동참 없었다” 제목의 기사로 9일 열린 집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야권이 주말마다 장외집회를 열고 있지만 ‘하야’ ‘탄핵’ 민심이 좀처럼 불붙지 않고 있다” “윤 정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배를 뒤집자’고 나설 만한 소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집회가 ‘이재명 대표 사법 방탄’ 성격이라며 이를 정쟁화하고 있다.
문화일보가 ‘탄핵 민심이 불붙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9일 집회 참가자 수가 한 주 전인 2일 집회 때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또 이재명 대표가 이날 집회 장소에서 ‘탄핵’이란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이는 탄핵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李, 직접 독려했지만 2차 주말 도심 집회 참가자 줄어” 기사에서 같은 논조를 제시했다.
그런데 촛불집회 참석자 수는 정말 줄어들었는가? 주최 측인 촛불행동에 따르면 2일 집회 참석자 수는 연인원 30만명이다. 9일에는 민주노총, 촛불행동 등 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등 3곳이 각각 다른 시간대에 집회를 주최했는데 각각의 주최 측이 추산하는 참석자를 합치면 2일과 비슷한 숫자다. 설령 다소 줄었다고 하더라도 한 주 동안의 집회 참석자 수 감소를 놓고 ‘탄핵 민심이 불붙지 않았다’ ‘시민 동참 없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타당한가?
여론조사꽃이 11월 1~2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석열 탄핵 필요성에 10명 중 7명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집회 참여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급속히 늘고 있으며 윤석열 탄핵 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광장에 나오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집회를 보거나 댓글로 응원하는 시민들도 크게 늘고 있다. 전국의 대학가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이든 하야든, 윤석열 정권의 종식을 원하는 국민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윤석열 탄핵 주장을 야당의 정쟁으로 폄하하는 것은 문화일보만이 아니다. 조선일보와 그 아류인 어용 언론들은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 등 2일과 9일 열린 대규모 군중 집회의 내용과 배경, 목적을 독자에게 알리는 기사를 보도하지 않고 이 집회가 ‘이재명 대표 방탄용’ ‘판사 겁박 시위’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또 이 집회로 시민들이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거나 9일 집회에서 벌어진 경찰과 시민들의 물리적 충돌을 부각시켜 집회의 정당성과 본의를 왜곡·호도하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민주노총을 악마화해 온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주최 집회에 맞춰 이를 “정치투쟁 올라타고 다시 고개 드는 민노총 폭력”(11월 11일자 사설)이라며 ‘폭력’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어용 방송으로 전락한 KBS는 9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 민주노총과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에 대해서는 자세히 소개하지 않고 민주당이 이들과 ‘연대집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는 내용을 강조할 뿐이었다. KBS는 반대로 같은 날 극우단체가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맞불집회에 관해서는 “범야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규탄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면서 집회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하청 방송사 격인 TV조선은 민주노총 전직 간부가 간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도모하려는 사람들과 사실상 연대했다”는 악의적 뉴스를 방송했다.
11월9일 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 관련 주류 언론의 보도. 빅카인즈 검색 결과.
윤석열 정부에 아부해 오던 어용 언론들이 아직도 이렇게 민심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울 정도다.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 이 정부에서 누려온 기득권과 혜택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목적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여는 촛불집회는 ‘전문 시위꾼’으로, 민주노총 주최 집회는 ‘좌파’니 ‘간첩’으로, 민주당이 연 정권 규탄 집회는 ‘이재명 방탄용’으로 프레임을 씌워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민심을 호도하려는 비열한 여론 공작을 벌이는 것이다. 어용 언론들의 이런 여론 공작 수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시민들의 촛불 민심을 ‘종북세력’이니 ‘좌파’니 하며 틀어막았던 것과 다를 게 없다.
윤석열 정권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혹독히 받고도 실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내팽겨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왜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사과하고는 김건희 씨 문제에 대해서도 잘못한 게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결과가 지지율 10%대로 돌아온 것이다. 윤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감싸기에 급급했던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도대체 언제까지 민심을 왜곡해 국민을 분노케 하고 나라를 망가뜨릴 셈인가? 촛불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무책임과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과 함께 이를 비판하거나 견제하기는커녕 수수방관하거나 미화·찬양해온 어용 언론들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윤석열 정부 ‘돈줄’ 쥐고 활짝 핀 단체들 [언론 장악 카르텔 추적⑩]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설립된 언론 관련 보수 시민단체들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이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지금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 정권이 가령 언론 탄압을 한다, 예를 들자면. 박민 (KBS) 사장이 언론 탄압을 한다 등등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뱀새끼가 있나요? (중략) 그다음에 할 일이 뭐냐. 예리한 칼로 뱀 대가리를 쳐야 됩니다 여러분! 한 방에 끝내버려야 합니다 여러분!” - 이영풍 전 KBS 기자
“상대가 우리를 무력과 말로 제압하면서 공격해오는데, 말로 ‘이러지 마’ 이럴 시기는 지났다. 언론계에도 투쟁력 있는 전사가 필요하다.” - 석우석 공정언론국민연대 대외협력단장
“언론인총연합회에서 하는 대한민국 언론인 대상, 이게 어쩌면 대한민국이 공정한 언론으로 가기 위한 투쟁 대상을 뽑는 자리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11월7일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언론인 대상’ 시상식 풍경이다. 축사에서도, 수상 소감에서도 ‘뱀 대가리 쳐야’ ‘한 방’ ‘투쟁’과 같은 거친 말이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에는 MBC 사장 출신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축하 화환을 보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11월7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언론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팀
이 행사는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라는 단체가 주최했다. 주최 단체인 언총 소속 임원 6명이 대상과 공로상, 특별상 등을 나눠 받았다. 부문상으로는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단체상과 언론자유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주최 단체와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단체 및 개인, 축사를 맡은 국회의원 등은 그동안 〈시사IN〉 등 5개사 언론 장악 공동취재팀이 보도해온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 네트워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출범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신생 단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우후죽순 생긴 이 단체들은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며 이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거듭 개최하고 있다. 〈시사IN〉 등 5개사 언론 장악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이들 단체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 앞서 언총의 시상식 행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정부 광고 수수료를 받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도 제2차 단체지원 사업’으로 1980만원이 이 시상식 행사에 지원됐다. 이 같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논란 곳곳에서 일종의 관변단체 구실을 해온 신생 단체 여럿이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공공 재원이 투입된 이들 행사의 성격 역시 정권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등 노골적인 친정부 성향을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 해 예산 약 7억9000만원을 두 차례로 나눠 (상반기 1차, 하반기 2차) 차수별로 약 20개 단체에 지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그동안 전체 예산 7억9000만원 중 83~87%는 현업 단체 및 학회에, 13~17%를 시민단체에 지원해왔다. 통상 기자협회, 사진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 단체의 정례행사에 예산 상당 부분이 고정비처럼 투입된다. 학술적 성격의 학회 행사 지원도 제외하면 시민단체 몫은 평균 1억원 안팎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1월7일 열린 '대한민국 언론인 대상' 시상식에 화환을 보냈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팀
보수 단체에 쏠린 언론재단 지원
공동취재팀이 확인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단체지원 사업 공모 지원 대상과 규모를 보면, 올해 2000만원 이상 지원받은 단체 가운데 기자협회 등 언론 관련 협회가 아닌 곳은 자유언론국민연합과 공언련의 사업 조직인 공정미디어연대뿐이었다. 자유언론국민연합과 공언련은 앞서 공동취재팀이 추적 보도한 이른바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 네트워크’의 양대 축이 되는 시민단체다(‘단단하고 끈적하게 뭉쳤다··· 네트워크 전수 분석 해보니’ 기사 참조). 2000만원 미만 지원 역시, 기자협회 등 언론 관련 협회를 제외하고 이번 언론인 대상 시상식을 주최한 언총과 미디어연대 등 보수 언론·시민단체들이 휩쓸었다. 특히 이들 단체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지원을 신청한 사업들은, 단체명을 가리면 어느 단체가 제안한 사업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아 있었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이들 단체의 모든 사업이 이른바 ‘가짜뉴스’ 관련 내용이었다. 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나,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겨냥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자유언론국민연합의 ‘대한민국 선거와 가짜뉴스 백서 편찬(1400만원)’, ‘2024 가짜뉴스 시상식(3000만원)’, 공미연의 ‘22대 총선 불공정방송 팩트체크 백서 발간(1400만원)’, ‘허위·조작정보 근절 위한 제도개선 방안(680만원)’ 등이다. 오는 12월 개최 예정인 가짜뉴스 시상식의 경우, 지난해 행사(3000만원 지원)에서는 MBC의 ‘윤 대통령 비속어 보도’, 장경태 의원의 ‘김건희 여사 빈곤 포르노 비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보도’ 등을 ‘상반기 10대 가짜뉴스’로 선정한 바 있다.
800만원을 지원받은 미디어연대의 ‘미디어혁명 토론회: 한국 언론, 제4부로서의 역할과 실천과제’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참여해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했다”라는 발언을 했다. 미디어연대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지낸 단체다. 680만원을 받아 인공지능과 미디어 플랫폼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고문으로 있다.
공동취재팀 전수조사를 토대로 그린 윤석열 정부 출범한 언론 관련 단체 소속 인물들의 네트워크 지도. 오른쪽 붉은색 그룹이 공언련 그룹이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보수 언론 단체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지원이 집중된 건 2023년 6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규모 인사가 나면서부터다. 올해 3월 재단의 주요 본부장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출신 인사로 바뀌고 4월에는 재단 내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설립되었으며, 이 시기 언론재단은 ‘언론 장악 첨병기지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10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공영방송 이사 해임 등을 처리한 김효재 전 위원이 언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들 단체에 대한 첫 지원이 결정된 ‘2023년 단체지원(2차) 심사회의’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규모 인사가 단행된 직후 열렸다. 2023년도 3월(1차)까지 재단 지원을 받던 바른지역언론연대, 언론인권센터, 자유언론실천재단,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등의 단체는 2023년 6월(2차)부터 지원이 끊기거나 줄었다. 2024년도엔 보수 단체들이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대까지 총 1억74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시민단체 몫 지원 예산(1억여 원)이 모두 보수 단체에 쏠렸다는 뜻이다.
보수 시민단체에 지원이 쏠리기 시작한 ‘2023년 단체지원(2차) 심사회의’는 2023년 6월23일 열렸다. 공모에 참여한 단체 가운데 상위 20곳을 추려 지원 단체를 최종 확정하는 자리였다. 공동취재팀이 입수한 당시 회의록을 보면, 회의 중 지원 단체 선정에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거론됐다.
회의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행사 지원 최대 한도인 5000만원을 써낸 자유언론국민연합의 ‘가짜뉴스 근절 범국민 캠페인, “2023 가짜뉴스 시상식”’이 지원 대상 범위에 있는 17위에 오르자,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 한 명이 “단체가 제출한 계획서는 부실하고 정파성,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있다”라며 우려했다. 그러나 이 문제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논의는 더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심사위원 A씨는 공동취재팀에 이렇게 말했다. “계획서에 가짜뉴스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내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과도한 편향성이 있는 것 같아서 ‘이 단체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웹사이트를 한번 보시라. 정치적 편향성에서 좀 그렇다’라는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별다른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서 다음으로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이 회의록은 한 차례 수정된 바 있다. 최초 회의록에는 A 심사위원의 정파성, 정치적 편향성 지원에 대한 우려가 이렇게 정리되어 있었다. “가짜뉴스 시상식이라는 사업명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단체가 적절한 내용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단이 잘 안내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발언은 수정된 회의록에서 “가짜뉴스 관련 논의가 최근 정파적 단체에서 자의적으로 주장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단에서 신청 단체가 정파성을 띠지 않는지 검증해보고, 가짜뉴스 시상식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안내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로 변경됐다. 자신의 실제 발언이 회의록에서 ‘순화’되어 적힌 것을 확인한 A 심사위원이, ‘정파성’ 지적이 분명히 기재될 수 있도록 수정 요청을 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를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파성 단체’ 지적에 회의록 수정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단체지원 심사위원회는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언론재단 소속 미디어본부장과 미디어진흥실장이 맡는 내부위원 2명, 외부위원 3명 등이다. 외부위원은 언론재단 내부에서 선정한다. 재단의 기획예산총괄팀이 수십~수백 명의 ‘심사위원 풀(pool)’을 관리하고, 필요한 인원의 3배수를 무작위로 추천하면 일정이 맞는 인물을 섭외하는 식이다. 이 풀부터 정권 입맛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여지가 크다. 김효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체) 정치 성향에 따라 지원이 편중되는 게 온당하냐”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심사위원이 다르듯, 지금의 심사위원도 다르다”라고 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년 단체 지원 심사 결과 집계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심사위원회 구성은 심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은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과 미디어진흥실장 2명이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만약 어떤 단체를 빼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점수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앞서의 2023년 2차 심사 회의에서 비슷한 정황이 확인된다. 공동취재팀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심사집계표에 따르면, 특정 위원이 보수 성향 유사 언론 단체들에게 거듭 높은 점수를 줬다. 당시 D 심사위원은 미디어연대 행사와 자유언론국민연합 행사에 모두 만점에 가까운 92점을 줬다. 행사의 공익성은 40점 만점에 37점에 달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인 2022년 상위권 점수를 받았던 한국PD연합회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 행사에는 76점으로 최하점(공익성 28점)을 줬다. 이 같은 흐름은 2024년도 단체지원 심사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앞서의 언총 시상식 행사에 공익성 40점 만점을 준 E 심사위원은, 2022년 1차 사업에서 14위로 선정된 사단법인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행사에는 최하점인 28점을 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단체지원 사업 심사 집계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단체지원 사업 심사 집계표.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소속으로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디어본부장은 지난해 4월 임명된 남정호 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다.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9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2023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번역 출간할 때 두 쪽 분량의 한국 파트 분량을 빼고 공개하도록 지시한 인물이다. 당시 삭제한 내용 중에 MBC가 언론매체 신뢰도 설문에서 조사 대상 매체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실려 있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남정호 본부장은 정파성 우려가 있는데도 특정 단체들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심사 신청자료로 판단했고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원하기 시작한 단체들의 행사는 정부 비판 보도 견제에 집중되어 있다. 2023년 9월 자유언론국민연합 주최 행사에선 ‘10대 가짜뉴스 시상식’이 열렸는데, MBC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의혹 등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보도들이 가짜뉴스로 선정됐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거들고 있다. 올해 7월 발간된 가짜뉴스 백서 〈가짜뉴스로 본 공영방송의 내일〉 머리말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은 방송 장악 3법을 통해 본인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며 공영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고 그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라고 썼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는 따져 물어야 한다. 왜 공영방송이 좌파의 가짜뉴스 확성기로 쓰이고 있는지. 왜 항상 공영방송이 편파 조작 논란이 있을 때마다 그 중심에 서 있는지”라고 썼다.
복수의 언론재단 관계자는 이제껏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 같은 특정 정파 편향 행사를 지원한 전례가 없다고 말한다. 김성재 전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은 공동취재팀에 “정치적 성향이 강한 행사나 그러한 단체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2022년도 1차 지원 회의록에서도 확인된다. 회의록을 보면, 당시 심사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사업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 시의성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정파성 있는 사업은 최대한 배제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한 단체지원 사업 심사와 선정 결과는, 이 재단이 정부 비판 언론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무엇을 진흥하고 싶어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형배 의원은 “언론재단이 특정 정파 혹은 정권에 이른바 하수인 노릇을 하기로 한 거고, 이 과정에서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결과다. 이렇게 되면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언론은 보호 속에서 더 성장을 하고, 공공성을 중시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은 대거 위축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공론장 형성 자체가 처음부터 장애물을 만나서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언론 생태계에 공적 견제 같은 기능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문상현(시사IN)·박종화·연다혜(이상 뉴스타파)·박재령(미디어오늘)·신상호(오마이뉴스)·박강수(한겨레) 기자
법원, 이재명 중형선고 이유는 ‘적극적 허위사실 공표’
[이재명 유죄 판결] ‘김문기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 등 허위 판단 “허위공표로 선거인 민의 왜곡, 동종 범행 전력...죄책 무거워”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허위사실공표 혐의만으로 이렇게까지 중형 판결이 나온 이유는 이 대표의 발언을 허위사실로 인정했을 뿐 아니라 고의성에 주목해서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범행이 본인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봤고,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공보관이 미디어오늘에 전한 판결설명자료를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부 한성진 부장판사)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대목이 아니라,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 ‘사진도 조작했다’는 언급을 유죄 부분으로 지목했다.
설명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1월6일~1월16일까지 9박11일간 11명이 참석한 호주 출장에서 1월12일경 호주 멜버른에 있는 ‘야라 밴드 퍼블릭코스’ 골프장에서 함께 출장을 간 다른 성남시청 직원 모르게 유동규, 김문기와 같이 골프를 쳤다. 이 대표는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12월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제가 그리고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발언을 두고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애초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처장을 ‘하위직이라’ 몰랐다고 발언해 거짓 의혹을 받자 잇달아 ‘해외출장 동행 의혹’, ‘해외골프 동반 의혹’ 등이 이어졌는데도 ‘모른다’거나 ’허위 공표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과정에서 이 같은 골프 발언이 나왔다. 재판부는 “해외골프 동반행위를 하였지만 ‘하급직원’이기 때문에 몰랐다는 발언은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 진실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해외출장 동행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진을 조작했다고 한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해외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판단했다. 유권자 입장에서 이 대표의 발언이 사진 뿐 아니라 의혹도 조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쳤다며 이 대표의 이 발언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 대표의 고의성을 두고 재판부는 △김문기의 지위와 업무수행의 내용 △해외출장에서 일행 중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은 김문기와 유동규뿐이었고, 공식일정에서 벗어나 피고인과 함께 골프를 친 사람도 김문기와 유동규뿐이므로, 해외골프를 친 행위는 기억에 남을 만한 행위로 보이는 점 △김문기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성남도시개발공사 내 핵심 실무책임자로서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때 재판 관련 도움을 주면서 대장동 특혜 의혹 대응에 관여하는 등 사망 전까지 관련 수사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고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발언을 공직선거법 조항에 규정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지, 즉 구체적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표명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몰랐다’는 발언을 유죄(교유행위 부정)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백현동 협박 발언도 허위 발언이라 판단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21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가 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국토부가 보낸 공문에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기재하지 않았고, 2014년 12월9일자 공문의 경우 의무조항에 따른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하면서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특정하지 않은 채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하다고만 회신했다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에 대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성남시장인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고의성을 두고도 “식품연구원의 제1~3차 입안제안 검토과정에서 여러 차례 보고받고, 2021년 10월경부터 백현동 부지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계속되었고, 이 대표 측의 대응도 이어졌고, (국정감사장에서의) 백현동 발언 당시 미리 패널 등을 준비하기도 했다”면서 고의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범행(허위사실공표)은 모두 피고인(이 대표)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루어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하여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고,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chh@mediatoday.co.kr
사실 뒤틀기, 증언 취사 선택…유죄 예단한 재판부
사진 조작 발언이 골프 안쳤다는 발언으로 둔갑
재판부, 자의적 해석으로 사실 관계부터 뒤틀어
백현동 관련 성남시 공무원 반론은 언급도 안돼
국정감사 발언인데도 공직선거법 사건으로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공직선거법상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예상 밖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오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3년 전 대선 과정에서 했던 말 한두 마디가, 정권을 견제할 유일한 대안인 제1야당 대표의 정치 생명에 심대한 타격을 줄 만큼 중대 사안이냐는 비판이다.
아울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한 부분과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했는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재판부 설명자료와 공판 워딩 등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에서 유죄 근거로 삼은 내용들 가운데 자의적으로 판단한 부분이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배척한 부분이 여러 대목에서 드러났다.
향후 정식 판결문 분석을 통해 더 명확하게 사실관계가 정리되겠지만, 항소심과 상고심 등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쪽의 거센 다툼이 예상된다.
사진 조작했다 = 골프치지 않았다 (?)
재판부, 자의적 해석으로 유죄 판단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김문기'와 '백현동'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①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21년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하 김문기)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당선 목적을 위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② 또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용도 변경을 요청한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역시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먼저 김문기 발언와 관련해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고 ▲경기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다음에 김문기를 알게 됐다'는 부분에 대해서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발언을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는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21년 12월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문기 전 처장에 대해 "시장 시절에는 잘 몰랐다"고 발언하고 있다. 2021.12.22(SBS 화면 캡처)
그러나 김문기와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가 유죄로 특정한 골프 발언은 다음과 같다.(재판부 설명자료 3~4쪽)
"제가 그리고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해당 발언은 대선 기간인 2021년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재명의 프로포즈-청년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나온 발언으로, 국민의힘이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서 김문기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이 대표의 반론이다.
당시 방송 내용을 보면 이 대표는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하지 않고, '단체사진이 4명짜리 사진으로 조작됐다'고 발언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자의적으로 바꿔서 해석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과 관련, "일반 선거인 입장에서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을, 사진과 함께 제기된 의혹이 조작됐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일반 선거인에게 골프 발언은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한 발언은 앞뒤 문맥을 고려해도 '국민의힘이 사진을 조작했다'는 내용에 국한되지만, 재판부는 엄밀하게 따져야할 핵심 발언을 자의적인 '일반 선거인 입장'이라는 기준에 따라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교묘하게 둔갑시킨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재명)은 해외출장 중 김문기와 함께 골프를 쳤다"며 "따라서 이 사건 골프 발언은 허위"라고 했다.
재판부 설명자료. 이재명 대표의 사진 조작 발언이 골프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바뀌어 있다. 선고에서도 재판부는 이와 같이 설명했따. 2024.11.15. 서울중앙지법
애초 공직선거법 공판은 이 대표가 김문기를 아느냐 모르느냐, 즉 이 대표의 '인식'이 허위사실 공표가 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하지만 이는 제외되고 골프를 쳤는지 안 쳤는지로 논점이 바뀌고 이 대표 발언 자체도 논점에 따라 자의적으로 바뀌었다. 재판부의 말을 빌려 '일반인' 입장에서 납득이 되는지 의문이다.
재판부는 이 외의 발언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지만, '골프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도 않았다.
성남시 공무원 반론은 언급도 없이
'명백한 허위'라고 예단한 재판부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 발언과 관련해선 "준주거지역으로의 변경은 성남시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한 것"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은 의무조항에 근거해 국토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게 아니라 스스로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 공무원들은 압박이나 협박이 없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제시하며, "국토부로부터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유기의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의 압박 내지 협박이 없었으므로, 허위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역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배제한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6월 공판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성남시 공무원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권석필 전 성남시 교육문화환경국장은 "당시 일선 공무원들로부터 용도변경 문제로 중앙에서 성남시 공무원 직무유기로 문제삼을 수 있단 소문을 들었다"면서 "듣기도 하고, 간부회의 같은 것도 하고 모임할 때도 대화하기도 하고 결재 과정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반론이 공판에서 있었음에도, 성남시 공무원들은 협박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마치 일관된 진술인 것처럼 설명했다. 권 전 국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성남시청 도시개발과를 압수수색 중인 검찰 관계자들. 2023.2.7. 연합뉴스
또 이 대표는 '협박' 표현에 대해 검찰 신문에서 "(박근혜 정부) 총리실에서 연초에 국책사업에 협조 안 하면 인적 문책한다,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등의 공문을 보내 직원들이 회람했다"며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하더라 표현한 것이지, 구체적인 얘길 한 게 아니"라 했지만, 이 역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아울러 '백현동 발언'은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뤄졌다. 국회증언감정법 제9조 3항은 국정감사 증인이 국회증언감정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는 외에 해당 증언으로 어떤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처분도 포함된다. 따라서 검찰의 공소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인 점 등에서 비춰 볼 때, 피고인(이재명)은 국정감사에서 증인의 증언이라는 외관 아래 국정감사의 목적과 무관한 발언을 했다"며, 이 대표 쪽의 '공소 위법'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사건이 성남시장 시절 일이기 때문에 '경기도 국정감사 목적과 무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대장동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여야 의원들의 검증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정감사와 무관하다고 한 것은 재판부의 일방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또한 이 대표 쪽은 수차례 검찰에 백현동 관련 증거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10개월 넘게 제출하지 않으면서 방어권 행사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백현동 관련 재판이 다른 법정에서 진행 중임에도 '명백한 허위'로 판단한 것은 재판부의 지나친 예단이라 할 수 있다.
이재명 "기본 사실 관계 수긍 어려워"
격앙된 민주당 "정적 말살 정치 판결"
이 대표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그리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운을 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4.11.15. 연합뉴스
이어 "항소하게 될 것"이라며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재판부가 2가지를 모두 허위로 판단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위증교사 재판은 어떻게 보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후 이 대표가 참석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에서 "오늘 1심 판결은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며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사는 이재명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고 조작 왜곡해서 기소했는데,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판결했으니 제대로 된 판결일 수가 없는 것"이라며 "이어질 항소심에서 국민과 함께 진실을 밝히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법원 선고에 대해 비판했다. 조국 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당 서울특별시당 당원대회 축사에서 "정치로 해결할 문제를 법률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온당치 않다"고 했다.
조 대표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말로 싸우는 것으로, 서로 논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 일부 허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이자 22대 국회 1당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도 후보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허위가 있었는데 기소된 것은 없다"며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백번 양보해 이 대표의 발언이 설령 허위라고 하더라도, 문제의 발언이 22대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의 대표이자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의 정치생명을 끊을 정도로 중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수석대변인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셀 수 없는 거짓말, 허위사실 유포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거짓말이었다"며 "그러니 '집권무죄, 낙선유죄'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자칫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발언을 위축시켜 유권자들의 선택 기회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토론 과정에 일부 허위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의 기본 취지도, 돈은 막되 입은 풀어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들이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후보자 토론회나 언론 인터뷰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유권자들은 옥석을 가리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사법부의 판결이 말로 싸우는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좀비처럼 되살아난 북한군? 또 반복된 외신 받아쓰기
11월 12일 미국 국무부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견된 1만여 명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상대 전투에 참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11월 4일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언급한 것에서 더 나아간 내용입니다. 이어 다음날인 11월 13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이보다 한참 앞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북한군 사망소식까지 전했습니다. 직접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외신 보도를 무분별하게 인용한 '받아쓰기'가 원인으로 보이는데요. 확인할 수 없는 SNS나 외신보도를 근거로 한 언론보도는 앞뒤가 맞지 않아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북한군 첫 교전으로 상당수 사망했다"더니
11월 6일 SBS, TV조선, 채널A, MBN은 저녁종합뉴스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으며 상당수가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과 첫 교전을 벌였다'고 공식 확인했으며, 미국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상당수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는 내용인데요. MBN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북한군 영상"으로 표현한 '무장한 동양인들이 러시아어 발음을 따라하는 영상'까지 포함해 4개 방송사 모두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 해당 보도에 앞서 '북한군이 전선으로 이동한 것은 맞지만, 전투는 시작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보도 내용과 상반된 우리 정부 입장을 포함해 보도한 곳은 TV조선과 MBN뿐입니다.
해당 보도는 뉴욕타임스(NYT) (11월 5일 By Michael Schwirtz and Julian E. Barnes)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민감한 군 정보 공유를 이유로 익명을 요청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처음 교전을 벌였으며, 교점 시점은 불명확하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피해 정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고위당국자는 상당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발언했는데요. 연합뉴스 >(11월 6일 김용래 기자)가 처음 인용 보도한 이후 많은 국내 언론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서울신문 <"北병사들, 우크라와 전투" 확인…"북한군, 교전서 상당수 사망">(윤예림 기자), 매일경제 (11월 6일 이가람 기자) 등도 고위 당국자 발언을 미국 정부 입장인 듯 단정적으로 기사 제목(부제 포함)으로 뽑았는데요. 미국 정부가 북한군의 전선 이동을 확인했을 뿐 교전 사실은 공개적으로 확인을 보류한 상황에서 고위 당국자 발언을 정부 입장인 듯 확대해 보도했습니다.
10월에도 "북한군 첫 교전 1명 빼고 전멸" 보도
그런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이고, 많은 수가 사망했다는 보도는 처음이 아닌데요. 10월 30일에도 북한군 대다수가 전사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JTBC <"북한군, 교전해 1명 빼고 모두 전사"…"소수 이미 우크라 침투">(10월 30일 송혜수 기자)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 블루-옐로 요나스 오만 대표'는 리투아니아 공영방송 LRT에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이 이뤄졌으며" "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소식도 연합뉴스 첫 보도 후 비슷한 보도가 잇따랐는데요. SBS, YTN, 뉴시스, KBS, 매일경제, 디지털타임스, 노컷뉴스, 국민일보, 이데일리, MBN, 헤럴드경제 등 관련 보도가 100여 건이 넘습니다.
10월 30일 LRT를 인용해 북한군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사했다고 보도했던 언론은 11월 6일에도 NYT를 인용해 북한군이 첫 교전으로 상당수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사한 북한군이 좀비처럼 되살아난 것도 아닐 텐데, 11월 6일에는 어떤 북한군이 상당수 사망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습니다. 외신 인용이란 편리한 변명을 앞세운 무책임하고도 무분별한 보도입니다.
▲북한군 사망소식을 전한 언론보도 중 일부 사례 ⓒ 민주언론시민연합관련사진보기
이뿐만이 아닙니다. 10월 5일에는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와 러시아 애국조직 '크렘린 시크릿' 텔레그램을 인용해 '북한군 장교 6명이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했다', 10월 15일에는 우크라이나 인터넷신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를 인용해 '북한군 18명이 부대를 탈영했다', 10월 21일에는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와 우크라이나 영문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이 전한 "이탈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장병 18명이 붙잡혀 구금됐다"를 인용한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를 인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뉴스1 <정보 격차냐 선전'이냐…우크라와 한미 '전황 판단' 다른 이유>(11월 6일 허고운 기자)은 현지 보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전쟁 당사자인 만큼 가장 많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서방 국가의 지원을 더욱 많이 받기 위한 '선전' 차원의 행동"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북한군의 '공격적 행동'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입장을 염두에 두면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음란물'에 '개고기 통조림'까지, 받아쓰고 퍼나르고
한국 언론은 사실여부 확인이 어려운 외신보도에 대해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퍼나르는 데 열중입니다. 조선일보 <우크라에 잡힌 러군 "북한군이 총 잘못 쏴 러군 사망">(11월 7일 이혜진 기자)은 "영상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미국 뉴스위크에서 보도한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오인 사격으로 러시아군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는 영상"에 관해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뉴스위크가 이 영상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 내용까지 적시했습니다. 결국 처음 보도한 미국 언론이나 이를 받아쓴 조선일보 모두 '확인할 수 없는 영상'이라면서도 제목은 단정적으로 쓴 것입니다.
동아일보 <러 장갑차, 북한군 두고 줄행랑?…손발 안 맞아 '우왕좌왕'>(11월 4일 조은아 기자)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격전지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 장갑차 한 대가 북한군을 버려두고 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RFA는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으로 북한군은 우왕좌왕했으며, 장갑차는 병사들을 내려주고 떠났다고 주장했는데요. "보병들이 실제로 북한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RFA와 동아일보는 이들을 '북한군'이라 보도했습니다.
SNS를 그대로 받아쓴 황당한 보도도 있습니다. 뉴스1 <"러 파병 북한군, 인터넷 되자 음란물에 중독됐다"…미 "확인불가">(11월 7일 정지윤 기자)는 러시아에 파병 온 북한군이 완화된 인터넷 통제 환경에서 음란물에 빠져 있다는 주장을 전했는데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외교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이 SNS에 쓴 내용으로, 찰리 디츠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아무리 재밌게 들리더라도 러시아에 있는 북한 사람들의 인터넷 활용 습관이나 가욋일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서울신문 <"북한군, 개고기 통조림 전투식량"…'폄하 각본' 인지전?>(11월 2일 권윤희 기자)은 친우크라이나 SNS가 "북한군이 '개고기 통조림'을 전투식량으로 준비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인용했습니다. "두 건의 시각자료 모두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통조림 자체가 가짜라는 주장과 반대 근거도 거론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또 다른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이 "북한군 쿠르스크 투입 결과"라며 생존 북한 추정인물의 육성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한 뒤 "이 영상도 확인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사기 저하를 유도하기 위한 심리전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측이 유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군을 깎아내리려는 폄하 각본에 따른 것"이란 풀이를 덧붙이면서도 확인되지 않은 현지 SNS 내용을 지속적으로 인용한 것입니다.
무분별한 SNS 영상 가짜로 드러나기도, 교차검증 필요
북한군 영상으로 소개된 일부는 가짜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러 파병 북한군 요리영상…중국인이 만든 가짜로 추정>(11월 5일 최성욱 기자)은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군에 대한 다양한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지는 사진과 영상 상당수가 가짜"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군 장교 8명이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 첫날 모조리 전사했다는 중국 출신 러시아 용병의 주장" 역시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고 짚었는데요. 우크라이나의 과장된 선전전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타파 <'생존 북한군 영상' 조작 의혹...공론장 침투한 우크라전 허위 정보>(11월 8일 강혜인 기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 진영은 존재한 적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키고" 있으며 "10월부터 국내외 정보기관 등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른바 북한 파병설은 한국 역시 허위 조작 정보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국민일보·세계일보·서울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매일경제 등 국내 언론이 11월 1일 일제히 보도한 '부상 입은 북한군 장병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검증해 AI로 조작한 영상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국내 다수 언론들은 '진위 파악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일 생존’ 북한군 추정 영상을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왼쪽)과 팩트체크한 뉴스타파 보도(오른쪽) ⓒ 네이버, 뉴스타파
전장을 직접 취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군의 참전 소식을 전해야 하는 언론의 고충도 있지만 외신 보도와 SNS에서 나온 주장을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보도관행은 개선돼야 합니다. 사실과 다른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해 혼란을 초래하고, 한반도 전쟁위기를 부추기는 세력에 자칫 빌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군 활동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며 강경 발언까지 내놓는 상황에서 언론의 정확한 보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쉽게 쓰기 전에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이나 외신보도는 사실관계를 더욱 철저히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용보도라 할지라도 허위로 드러난다면 이를 받아쓴 언론의 책임 역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4년 10월 1일~11월 14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북한군'으로 검색한 관련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미국의 도청을 ‘도청’이라 말하지 못하는 한국 언론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2023년에 발생한 미국의 한국 도청 논란을 취재해왔다. 지난해 4월 8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도청 사실을 처음 보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언론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보며 우리 언론에 대해 점점 깊은 회의를 갖게 됐다. 그 정점은 지난 13일 이 사건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을 때였다.
미국 '도청 문건'이 진본이라는 것을 확인한 판결
"미 법원 'SNS에 우크라전 기밀유출' 병사에 징역 15년형", 지난 13일 미군 병사에 대한 재판 결과에 대해 한국 언론이 보도한 가장 표준적인 제목이다. 연합뉴스가 이 제목으로 보도한 이후, 상당수 한국 언론들이 연합뉴스의 보도를 그대로 따라 썼다. 이 제목만 보면 이 사건은 한국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군 병사 잭 테셰이라가 유출한 기밀 중에는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이 민감한 안보 문제를 논의한 내용을 '도청해 얻은 정보'라고 표시한 문건들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테셰이라가 유출한 문건 상당수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미 법원의 이번 재판 결과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주장처럼 테셰이라가 문서를 위조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는지, 혹은 해당 문건들이 진짜 기밀 문건인지가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테셰이라에게 '중요한 국가기밀을 불법적으로 소유하고 유출했다'는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며, 위조 혐의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기밀 문건이 진짜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한국을 실제로 도청했다는 뜻이다.
한국과의 연관성을 설명하지 않은 언론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대부분 이 뉴스를 보도하지 않았고, 보도한 경우에도 한국과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테셰이라의 재판 결과를 보도한 한국 언론은 11곳이었는데, 그중 6곳은 한국과의 연관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KBS, SBS, MBN, 한경TV, 문화일보가 여기에 속한다. 나머지 4곳은 테셰이라가 유출한 문건 중에 '한국 도청 문서가 포함됐다'고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MBC만이 "정부는 조작된 문건이라고 했는데 미국 법원에서는 기밀유출이 맞다고 했다"고 판결의 의미를 전했다. 한겨레, 경향 등 진보 언론을 포함해 조선, 중앙, 동아, JTBC, TV조선 등 메이저 언론들은 이 뉴스를 외면했다.
이 사건은 2023년 4월 9일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을 도청했다"고 보도한 후 국내 언론들에 의해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보도들을 살펴보며 내가 놀란 것은 기밀 문건 중 '한국을 도청해 얻은 정보'라고 명시된 문서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아예 문건을 보여주지 않는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문건 제목만 보여준 뒤 나머지는 모두 모자이크하는 보도도 많았다. 문건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시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을 텐데, 우리 언론은 답답할 정도로 사실을 가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미국 언론보다 더 미국의 기밀을 지키려는 모습이었거나, 혹은 문건을 보도했을 때 받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우려한 모습이었다고 할까?
한 가지 예외는 MBC가 한국의 탄약 창고에서 155mm 포탄을 싣고 진해항으로 가는 트럭을 추적하여 보도한 것이다. MBC는 포탄 운송 일정이 유출된 기밀 문건에 나오는 내용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뉴스타파는 두 달 동안의 추적 끝에 이 포탄이 독일 노르덴함 항에 도착한 것을 보도했다. 기밀 문건에 적힌 내용 그대로였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은 이 이슈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질문해야 할 때 질문하지 않는 기자들
도청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해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NBC-TV가 윤석열 대통령을 인터뷰했을 때였다. 당시 레스터 홀트 앵커는 "친구가 친구를 도청하느냐?"고 직접적으로 질문했고, 윤 대통령은 "도청은 국가 간에는 금지된 일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정도 발언이 나왔으면 다음 날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이 도청 문제를 질문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과 윤석열 두 정상 모두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얻고도 한국 기자들은 이 문제를 질문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말미에 미국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이 도청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했느냐?"고 질문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왜 한국 기자들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할 때 질문을 하지 못하는가?' 하는 오래된 의문을 다시 떠올렸다.
한국 언론이 도청 논란의 본질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는 지난해 6월 15일, 미국 검찰이 유출 용의자 잭 테셰이라를 기소했을 때였다. 대통령실 말대로라면 "문서의 상당수가 위조되었다"는 점이 공소장에서 확인됐어야 했지만, 미국 검찰은 그를 '국방정보의 유출과 배포' 혐의로만 기소했다. 위조 혐의는 공소장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기소 항목 중에는 한국을 도청해 작성된 문건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도청' 문건이 위조가 아닌 진본임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여전히 이 사건을 한국과 무관한 해외 뉴스처럼 다뤘고, 해당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한국 언론은 길을 잃었다. 국민들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나 미국 법원은 잭 테셰이라에게 1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들은 이 선고의 의미를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결국 도청이 맞았잖아"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기사를 쓰는 기자들조차 사건의 맥락을 다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언론이 잊어도 될 사안이 아니다. 이 사건은 미국이 한국을 도청한 것이 기밀 문건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 사건이다. 박정희 시대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도청 논란은 여러 번 있었지만, 기밀 문건에 한국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이 속기록처럼 기록되고 '도청으로 얻은 정보'라는 표기까지 있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 정부가 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미안한 기색을 보인 것도 명백한 증거를 부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 정보기관의 일상적인 도청 대상이라면 한국의 주권은 어디에 있는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속였나
이 사건이 잊혀져선 안되는 두 번째 이유는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사건에 대해 정부가 국민을 속이려고 했다는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시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 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장관들의 통화가 실제 이뤄진 국방부에서는 "오스틴 장관은 최근 미국의 군사기밀 누출 언론보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전적으로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하였습니다."라고 발표했다. 만약 두 장관이 '문건이 위조됐다'는 말을 했다면 국방부 발표는 핵심을 누락한 것이다. 이렇게 엄중한 사안에 대해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가능할까? 국방부는 두 장관이 '위조된 문서'라고 말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뉴스타파의 요청에 대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며 요청을 거부했다.
내가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이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의심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그런 입장을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은 사건 초기 '일부가 변조된(altered)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사상자 숫자가 변조된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변조된 이미지를 처음 보도한 유럽 탐사언론 벨링캣의 아릭 톨러 기자는 뉴스타파에 '우크라이나측 텔레그램 계정이 기밀문건 원본을 변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조된 이미지도 테셰이라가 유출한 원본은 엄연히 그대로 있었다. 뉴스타파가 구재모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에게 의뢰해 조사한 결과 한국 도청 문건들은 변조되거나 위조된 흔적이 전혀 없었다.
한미동맹 신화로 국민을 가스라이팅하는 한국 언론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도 '미국 정부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보를 도청해 빼간 도둑에게 '우리가 도둑질했소'라는 답을 들어야 도둑질 당한 것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최빈국 수준의 나라에서 경제력과 군사력을 합친 국력에서 세계 6위로 평가받는 나라로 발전했으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굴욕적이라고 할 정도로 주체성이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한미동맹의 신화에 중독되고 가스라이팅 된 한국 언론이 있다. 그리고 그 언론은 끊임 없이 국민을 가스라이팅 한다.
도청을 도청이라 말하지 않는 언론은 국민이 주권 문제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고, 나아가 주권 침해 상황을 당연시하도록 만들 수 있다. 주권을 일상적으로 침해 당하면서도 국민이 그것을 당연하게 느낀다면 그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우리 언론은 그런 나라를 원하는가?
뉴스타파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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