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파괴자 윤석열과 그 집권 세력은 즉각 물러나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는 주가조작, 사문서 위조와 업무 방해 등 명백한 범죄행위에도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늑장 수사 덕에 처벌을 피하고 있다. 김건희의 국정 간섭과 농단에 더하여 윤석열과 그 집권 세력의 국가 운영은 이치에 맞지 않고 몰상식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오직 일부 검사들의 파행에 의지하여 버티고 있지만 그 파행성으로 인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을 불안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한 마디로 윤석열과 그 집권 세력의 정권 연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파괴, 과거 독재 망령의 소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반민주주의적 집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비호하고 지배권을 유지하려 시도할 때는 심각한 내부 갈등을 유도하고 외부 분쟁을 촉발시킨다. 현재의 여러 국제 분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윤석열 정권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석열과 그 집권 세력의 대북 강경책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이는 국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이미 과거 이승만 정권의 행태에서 이를 경험한 바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하여 한국 경제도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상위 1퍼센트를 제외한 남녀노소 불문 모든 이에게 대대손손 피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실행하는 결연한 세력이 집권해야만 국제 질서가 어떻게 변화하든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피해가 적다. 윤석열과 그 집권 세력을 가능한 빨리 물러나게 하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어버렸다. 윤석열과 그 집권 세력의 퇴출을 촉구한다.
2024년 10월 30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
우크라-한국 '주거니 받거니' 북 파병설 증폭 '짜고 치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슈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벌써 한 달째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가 지난 10월 4일 북한군 파병설을 처음으로 지핀 이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언론, 한국의 정보당국과 언론이 앞다퉈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를 한껏 증폭시켰고, 마침내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진영도 모두 뛰어들었다.
한 러시아 병사가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 우크라이나 쪽을 향해 중화기를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2024. 10. 17 [AP=연합뉴스]
우크라-한국 '주거니 받거니' 증폭 경쟁
블링컨 "북한군 8천 명, 쿠르스크 배치"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정보당국을 소스로 북한 병사 18명이 탈영설을 퍼뜨리는가 하면, 러시아의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기지에서 러시아군 보급품을 받는 북한군이란 영상과 북한 병사들의 기지 도착 장면이란, 출처도 불분명한 영상 등이 떠돌아 파병설을 부추겼다.
서방이 주장하는 가장 최신의 정보는 31일 미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관련 공동 기자회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나왔다.
그 핵심은 △ 북한군 8000명이 교전 중인 러시아 서남부의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됐다 △ 러시아가 북한군에 포병, 무인기, 참호 공략을 포함한 기본 보병 작전 훈련을 시켰다 △ 북한군에 러시아 군복과 장비가 제공됐다 △ 북한군이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투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 등이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KBS 인터뷰를 통해 △ 장교와 병사 등 약 3000명의 북한 군인이 훈련 캠프에 있으며 곧 1만2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며칠 내로 교전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발언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할지는 며칠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일 모스크바의 영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4. 11 01. [타스=연합뉴스]
북·러, 부인 또는 모호한 입장 유지
중국 "그들의 일…구체적 상황 몰라"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북한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등에서 "터무니없는 거짓말", "허위 과장 정보"라고 부인하거나 때론 NCND(확인도 부인도 안 함)로 대응하고 있어 아직 그 실체는 분명치 않다. 중국 외교부도 1일 "조선-러시아(북·러) 양자 관계 발전은 그들 자신의 일"이라며 "중국은 조·러 양자 교류·협력의 구체적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의 북한군 파병 이슈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여전히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첫째는 북한군 파병은 이미 진행된 '현재 완료형'인가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태'인가다. 위에서 언급한 블링컨의 발언은 한·미와 우크라이나, 나토 등 서방 진영은 이미 완료된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러는 부인 또는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난 24일 러시아 카잔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발언도 모호해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24년 주요 신흥 경제국 모임인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영접하고 있다. 2024. 10. 22 [EPA=연합뉴스]
북한 파병 '현재 완료'인가 '가능태'인가
푸틴 "우리의 북한 친구들과 접촉할 것"
먼저 푸틴은 '북한군이 여기, 러시아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위성사진이 있다'란 미국 기자의 질문에 조롱하는 투로 "사진들은 진지한 문제다. 만약 사진들이 존재한다면 뭔가를 반영하겠지"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푸틴이 '북한군이 이미 파병돼 러시아에 있다'는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시인한 것이란 해석이 줄을 이었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조·러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의 비준과 제4조를 거론한 뒤 "조선의 지도부가 우리의 협정을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할지, 어떻게 그걸 해나갈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유사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호 군사 지원을 규정한 조약 제4조는 군사 지원 결정 이전에 유엔헌장 제51조(자위권)와 러시아 국내법, 북한 국내법 등의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푸틴은 이어 "맨 먼저 우리는 제4조의 이행에 관한 회담을 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프로세스가 어떻게 전개될지 보기 위해 우리의 북한 친구들과 접촉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푸틴의 이 발언만 보면 그 시점에 북한군 파병은 '이미 완료'된 상태보단 미래의 '가능태'로 보는 게 더 적절한 해석이 아닌가 한다.
북한 외무성도 25일 처음으로 논평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각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최근 국제보도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하였다"며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4.10.3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 정권 '북한 특수작전 부대' 주장 유지
단정적이었던 국정원 발표서 강도 약화
둘째는 파병이 사실일 경우, 북한군의 최정예 특수작전 부대인가 여부다. 이는 파병설이 처음으로 불거진 뒤 보름쯤 지난 18일 한국의 국가정보원의 전례 없는 공개 발표에서 제기됐다.
국정원은 이날 발표한 핵심 내용은 △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고 1차로 1500명이 러시아 연해주의 군부대들에 분산돼 적응 훈련 중이다 △ 북한이 지금까지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두 가지였다.
이로부터 11일이 지난 29일에도 국정원은 특수작전부대 투입 입장을 유지했지만, 단정적이었던 강도는 다소 약화됐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한 선발대가 전선으로 이동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도 "정확하게 '폭풍군단'이 전선에 얼마나 투입됐다는 것은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견된 북한군이 주로 20대 초반이고, 일부 10대 후반도 있을 것으로 추정한 뒤 "'폭풍군단'으로서 받아야 할 기본전투 훈련은 이미 받았다고 봐야 하기에 전투 능력을 결코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이들이 '김정은의 정예병'인 특수작전부대라고 하기엔 그 주장이 옹색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9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 무기 지원을 넘어 특수부대 파병이라는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2024.10.4 연합뉴스
'공병이다, 기술 인력이다' 여러 설 분분
혼란만 부추기고 특수부대 여부 불분명
그동안 북한군의 '정체'와 관련해 수많은 '설'이 분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의 소스를 받아 북한 파병설을 맨 앞에서 시종일관 '펌프질'한 우크라이나의 키이우포스트는 지난 3일 도네츠크에서 북한 사병들이 숨졌다면서 "러시아에 지원한 탄약 등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인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이후 △ KN-23 미사일 발사 체계 지원 위한 군 기술 인력 수십 명이 배치(10일 영국 가디언, 우크라 당국자) △ 러시아군이 제11공수돌격여단에 북한군 장병으로 조직된 '부랴트 특별대대'(15일 키이우포스트. 우크라 군 소식통) △ 젤렌스키, 16일 의회에서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인을 대체하는 러시아 공장과 군 인력" △ 젤렌스키, 17일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참석 후 기자회견에서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총 1만 명 가량 준비" △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 국방부 정보총국장, 17일 "러시아 극동에서 북한군 보병 1만 1000명 훈련"(미국 군사 매체 더워존) △ 23일 쿠르스크에 도착한 북한군 수천 명은 북한 정예부대의 일부(25일 뉴욕타임스. 우크라와 미 당국자 인용) △ 젤렌스키 "공병부대 파견에 관한 (북·러) 협상 진행 중. 많은 수의 민간인도 러시아의 특정 군수 공장으로 보내질 예정"(30일 KBS 인터뷰) 등의 주장이 잇따랐다. 혼란만 부추길 뿐, 한마디로 특수부대인지, 공병부대인지, 기술 인력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러시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의 한 지역에서 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2024. 10. 31 [AP=연합뉴스]
김용현, 처음에 '정규군' 나중엔 '용병'
국정원 "파병 대가는 1인당 2천 달러"
또한 북·러 조약 제4조에 따른 북한 정규군의 파견인지, 돈을 받고 개별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용병인지도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이자 실세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8일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정규군 파견 문제는, 러시아와 북한이 거의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상호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파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4일 국감에선 "군에서 판단하는 것은 말이 파병이지, 파병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 군복으로 위장하고 러시아군 통제하에 아무런 작전 권한도 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총알받이 용병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김정은이 자기 인민군을 불법 침략 전쟁에 팔아넘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23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 수준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육군 제24 기계화 여단 병사들이 1일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인 도네츠크주의 차시우 야르 지역 전선에서 대전차 지뢰와 비폭파식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다. 2024. 11 01 [EPA=연합뉴스]
러시아와 서방, 서로 '이기고 있다' 주장
NYT "러, 10월 대규모 공세…최대 전과"
셋째는 상반된 전황 평가다. 한미 등 서방 진영은 북한의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러시아가 절박한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란 주장을 폈다. 블링컨 장관은 31일 회견에서 "러시아가 왜 이렇게 북한 병력에 의지하는지는 절박하다는 것"이라며 "푸틴은 많은 군사를 잃고 있다. 러시아 군사가 매일 1200명이 죽어가는데 대신 북한 병사를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의 설명은 정반대다. 그는 24일 브릭스 회견에서 "러시아 군대는 모든 전선에서 자신 있게 행동하고 있다. 이는 잘 알려진 논란의 여지 없는 사실이다. 러시아 군대는 전선의 모든 구역에서 전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쿠르스크 방향으로 적극적 작전들이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르스크 지역을 침공한 우크라이나군 일부, 약 2000명의 부대가 봉쇄되고 포위돼 있다. 이 부대가 안팎에서 (포위망을) 뚫으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군대는 이 부대를 섬멸하는 작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 뉴욕타임스(NYT)의 31일 기사는 눈여겨볼 만하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가 10월 한 달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유례없는 대규모 공세를 펼치며 최근 2년여만에 가장 큰 전과를 거뒀다. 10월 한 달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돈바스 지역에서 확보한 영토는 서울 면적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414㎢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수적 열세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세를 뒤집기는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31일 한국의 조태열 외교, 김용현 국방 장관과 외교안보 '2+2' 회담을 마치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 10. 31 [로이터=연합뉴스]
허위 첩보, 과장 정보, 가짜뉴스들 판쳐
확실한 하나는 윤석열 무기 지원 의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8개월을 넘어선 지금 양 진영 모두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각종 허위 첩보와 과장된 정보,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어 '팩트'를 구분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하나는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와 필요할 경우 파병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북한군 파병이 사실이더라도 우리의 안보에는 직접적 연관이 없고 이에 국민의 80%가 반대하는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18일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긴급 안보 회의'에선 이를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다, 그리고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고 러·북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에 이어 공격용 무기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공식 제기함으로써 국제사회 전파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가진 공동 언론발표에서 "러북 협력에 기해서 북한이 특수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한다면 우리가 단계별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또 한반도 안보에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놓고 시행해나갈 것"이라며 살상 무기 직접 제공 원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강원 철원군 문혜리 훈련장에서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열린 실사격 훈련에서 육군 8사단의 K9A1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2024. 10. 21 연합뉴스
미국·나토, 살상 무기 검토 윤석열 '환영'
러시아 "안보 위협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피로를 느끼는 미국과 나토 등은 윤 정권의 이런 행동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모양새다. 젤렌스키는 30일 KBS 인터뷰에서 한국에 원하는 무기 지원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시민과 싸우기 위해 온 군대라는 공식 지위를 얻은 뒤 구체적인 요청서를 보낼 것"이라며 "화포와 방공 시스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방어용 무기로는 주로 전투기를 요격하는 '천궁-Ⅰ'과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Ⅱ'가 유력한 후보다. 또한 공격용 살상 무기로는 155㎜ 포탄과 국산 K9 자주포도 있다.
이에 러시아의 마리아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연합뉴스의 관련 질의에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참여했을 때 한국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며 이러한 조치는 가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 연합뉴스
신원식 "파병 없다…전력분석단 파견 필요"
이재명 "윤석열 정부, 전쟁 못 해 안달"
한국군 파병과 관련해 신원식 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군이 파병돼서 드론 등을 활용한 현대전의 새로운 전법을 익히고 경험을 쌓을 경우 100만 명 이상의 북한 정규군에 전파될 것"이라며 "우리도 현대전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참관단과 전력분석단 파견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행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총괄을 지낸 한설 예비역 준장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는 전훈분석팀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참가하는 한국군은 무기를 휴대할 수 없고...목숨의 위협을 받게 된다"며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무기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훈분석팀의 인명 피해가 불 보듯 하는데도 파견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한국을 어떤 방식으로든 교전 당사자로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전쟁이 날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전쟁을 낼까' 걱정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관단 파견 검토에 대해 "이 정부를 보니 전쟁을 못 해서 안달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군을 파견할 때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헌법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살상 무기 지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국민의 머슴인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전쟁에 끼어드느냐"라고 따지고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무연고사 남의 일 아냐”…공영장례식장서 본 ‘빈곤의 풍경’
무연고자 공영장례에서 고인의 이름이 쓰인 지방을 태우고 있다. 나눔과나눔 제공
지난 10월 9일 44세의 남성 이원호씨(가명)가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죽음을 알린 건 ‘냄새’였다. 고시원을 관리하는 A씨가 이씨의 방에서 부패한 냄새가 나자 마스터키로 문을 열어 시신을 확인했다.
“TV가 켜져 있고, 화장실 불도 켜져 있어서 들어가 보니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어요. 지난달 말에 고시원비를 내지 않아서 전화해봤더니 ‘병원에 있다’고, 곧 내겠다고 했거든요. 그 후론 마주친 적이 없었죠. 죽은 지 며칠은 된 것 같았어요.”
이원호씨가 이 고시원으로 들어온 것은 약 8개월 전. 고시원의 다른 입주자들과 교류도 많지 않아 그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이는 없었다. 관리인 A씨는 지난 10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피곤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고시원에서 4년째 일하는데 사람이 죽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래서 입실할 때 눈여겨보긴 하는데, 몸이 안 좋아 보인다고 ‘딴 데 가라’ 할 수도 없지요.”
시신 발견 8일 후 이원호씨에 관한 ‘마지막 기록’이 보건복지부의 장사정보서비스 포털 ‘e-하늘장사’에 올라왔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제 사무를 처리하고 다음과 같이 공고하오니, 연고자는 유골을 인수하시기 바랍니다.” 이씨가 공영장례로 화장된 뒤 광주광역시의 영락공원에 봉안됐다는 내용이었다.
결혼과 혈연 등으로 맺어진 법적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들이 장례를 포기한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5415명. 3년 전(2020년 3136명)보다 72.7% 늘었다.
‘한 해 무연고 사망자 5000명’은 병든 한국사회를 드러내는 지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약 4700만원. 국내총생산(GDP·1조6733달러)은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경제 성장은 가팔랐으나 IMF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코로나19 등의 위기 때마다 누군가는 ‘패자’가 되어 ‘정상의 삶’으로부터 밀려나야 했다. 실업과 질병, 가족불화와 해체, 빈곤의 대물림이 반복된 결과가 ‘무연고사의 급증’이다.
인천의 부귀후원회 관계자들이 무연고자 공영장례를 진행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이 사회의 실패라면, 이들에게도 사회적 애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약 95%의 지자체가 공영장례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편성하고 무연고자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모든 ‘산 자’들을 대신해 이들의 공영장례에 참여하고 무연고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이들이 있다. 2011년 ‘위안부’ 할머니들의 장례를 위해 결성된 뒤 무연고자 장례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켜 온 ‘나눔과나눔’은 서울시의 모든 공영장례를 장례의전 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에서 공영장례 조례 운동을 펼쳤던 ‘부산반빈곤센터’는 조례 제정 뒤 부산 시민들로 구성된 조문단을 만들어 조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장례지도사들로 구성된 인천시의 ‘부귀후원회’는 공영장례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업체들을 비판하며 무연고 사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이 공영장례 현장에서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풍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당신을 무연고자 공영장례식으로 초대한다.
■“배웅해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지금부터 고 박남주(가명)의 장례를 진행하겠습니다. 운명하기 전 미추홀구에 신고되어 있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주거지인 자택에서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였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족들은 오랜 단절이나 장례식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하여 미추홀구청에 시신을 위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10월 26일 오전 10시 40분 인천시립 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의 별빛당 1층 ‘인천시립 공영장례실’. 기자를 포함한 성인 5명이 고 박남주씨의 위패 앞에 섰다. 백합과 흰 장미로 꾸며진 제단 앞엔 고사리와 도라지나물, 북엇국 등의 음식과 배, 대추, 사과, 곶감, 약과가 놓였다. 장례지도사들의 모임 ‘부귀후원회’가 진행하는 인천시의 공영장례였다. 고인이 다음 생에서는 부귀하게 태어나길 바란다는 뜻을 담아서 ‘부귀후원회’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가기환 부귀후원회 대표가 고인의 사망진단서 등에 담긴 최소한의 정보를 토대로 고인을 소개한 데 이어 상주를 맡은 또 다른 봉사자가 술 한잔을 올리고 음식에 수저를 꽂았다. ‘마지막 식사’를 올린다는 의미였다. 기자도 술 한잔을 올렸다. 가 대표가 이어 조사를 읽어내려갔다.
“외롭고 힘들었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이제 영원히 가시는 길이 아쉬워 이렇게 술 한잔 올려드렸습니다. (중략) 늦게나마 위로해드리려 우리가 여기 이렇게 모였습니다. 배웅해드릴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부디 먼 길 편히 가십시오.”
가 대표와 봉사자들은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고인을 모신 관을 화장로로 옮기는 운구 절차가 이어졌다. 화장로마다 유족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선 모습이 들어왔다. “엄마, 엄마~” 고인을 부르짖는 소리가 화장장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박남주씨의 관이 옮겨진 화장로만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사람들, 가족이 버린 거 아닌가요?” 문득 공영장례 빈소로 오는 동안 택시 기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다수의 무연고 사망자에게 가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의 무연고 사망자(2만609명) 10명 중 7명(73.1%·1만5069명)은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피해 무연고자로 분류됐다. 시신 인수 거부·기피는 장례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이유를 들여다보면 죽음까지 파고든 빈곤 현실을 만나게 된다. 무연고자 유족들의 시신위임 사유를 분석해온 나눔과나눔 박진옥 이사는 말한다. “위임서상의 사유를 보면 대개 가족관계 단절과 경제적 사정 두 가지로 나뉘어요. 그런데 유족을 만나 사연을 들어보면 단절보다는 경제적 문제가 큽니다. 많은 사람이 장례엔 돈이 안 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장례비용은 약 1300만원이다. 빈소를 차리지 않고 시신 안치·입관·염습·운구·화장만 한다 해도 대략 300만원은 필요하다. 고인이 오래 투병해 밀린 병원비까지 있다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에선 엄두 내기가 쉽지 않다.
이날 장례를 진행한 가 대표 역시 ‘장례빈곤’을 목격하고 장례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큰 상조회사에서 일하면서 돈이 없어 발인을 못 해 발을 동동 구르는 걸 자주 봤어요.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죠. 남편이 대학병원에서 두 번 수술했는데 실패했대요. 그런데 의사가 한 번만 더 수술하면 살 수 있다고 해서, 아내가 집을 팔았다고 해요. 아들 둘이 있는데 장애인이고요. 병원비랑 시신 처리비용이 1000만원이 넘게 나왔어요. 장례지도사들끼리 돈을 모으고, 장례업체와 흥정을 해서 겨우 고인을 모셨죠.”
■“제가 형의 시신을 포기했습니다”
공영장례를 치르는 이들은 때로 장례 현장에서 유족을 만난다. 아직 공영장례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대개는 “화장하는 것이라도 보려고” 화장장을 찾은 가족들이다.
3년 전, 서울에 살던 60대 초반 남성의 공영장례가 치러졌을 때다. 자신을 고인의 막냇동생이라고 밝힌 이가 장례에 찾아와 서럽게 울며 말했다고 한다. “제가 형의 시신을 포기하고 왔습니다.” 그가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에게 전한 사연은 이랬다. 막내가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잃은 네 형제는 일찍부터 경제활동을 하며 각자 살았다. 막냇동생은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와 함께 지냈고 운수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 큰형이 사망했을 때 둘의 장례는 막냇동생이 치렀다. 그러나 둘째 형이 세상을 떴을 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코로나19로 일감이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사망자의 연고자가 장례를 포기하고 시신처리를 지자체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서. 이유란에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쓰여 있다. 시신 위임 현황과 이유 등을 분석해 온 나눔과나눔 박진옥 이사는 “장례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빈곤”이라면서 “장례는 돈이 안 든다는 것은 실제와 다르다. 빈곤층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의 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눔과나눔 제공
활동가들이 접하는 무연고 사망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국 현대사다. 유족들 사연의 공통점을 묻자 나눔과나눔의 김민석 사무국장이 답했다. “한국사회가 IMF를 잘 겪어냈다고 자부하잖아요. 저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접해요. IMF 때 실직해 무너졌다가 재기해보려 했지만 잘 안돼서 술에 의존하고, 가족과 멀어지게 되고, 고시원이나 쪽방, 여관에서 홀로 생활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요. 코로나19의 영향도 앞으로 10~20년은 모니터링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IMF와 무연고 사망 간 관계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2015년에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50대(386명·29.6%)가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에는 60대(431명·35%)가 가장 많았다(나눔과나눔 ‘나이로 본 무연고 사망자 통계’). 무연고 사망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박진옥 이사는 “IMF 때 30~40대였던 이들이 가장 많이 무연고 사망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거 아니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이제까지 확인한 IMF의 충격은 일부였고, 수면 아래에 있던 빙산이 이제야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공영장례가 돈벌이?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가. 2010년대에 나눔과나눔이 공영장례 운동을 하며 사회에 던진 질문이었다. 이들의 질문에 많은 지자체가 ‘응답’했다. 2018년 서울시가 광역지자체 최초로 공영장례 조례를 만든 후 지금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영장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인식 변화가 느리면 제도는 겉돌기도 한다. 지자체 지원금이 나오는 무연고 장례를 돈벌이로 활용하는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가기환 부귀후원회 대표는 조례 제정 뒤 장례업체와 갈등을 겪은 얘기를 들려줬다. “예전에 조례도 없고 예산도 없었을 때는 저희가 장례식장을 쫓아다니면서 부탁했어요. 무연고 사망자들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저희가 장례를 치르겠다고요. 몇몇 장례식장은 ‘그래 봉사한다는데 도와줄게’ 했죠. 하지만 조례가 생기고 나서 장례식장들이 등을 돌렸어요. 자기들이 직접 하면 지원금이 나오니까요.”
무연고 사망자를 ‘돈’으로 보는 업자들이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리 없었다. 모형음식을 올려 상을 차리거나, 장례가 끝난 빈소에 들어가 위패만 갈아 끼워 구청 제출용 사진을 찍는 일도 있었다. 가 대표는 “장례식장과 갈등이 깊어지니까 실망하고 돌아간 봉사자들도 있었다”면서 “우리는 제물상과 제단을 다른 장례와 똑같이 마련하려 노력하고, 5시간에 걸쳐 유골 봉안까지 직접 마치지만 ‘쓸데없는 짓’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업체도 많다. 공영장례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자가 참석한 지난 10월 26일의 공영장례 현장에서도 타 업체가 받아 가지 않은 유골함을 부귀후원회 봉사자들이 대신 봉안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장례지도사 실습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부산반빈곤센터를 통해 공영장례 조문 운동을 하는 맹정은씨는 지난 8월 찾은 장례 현장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위패가 모셔져 있고 장례가 진행 중인 것 같은데, 학생들한테 ‘상 놔 봐, 젓가락 놔 봐, 어디에다가 놔야 해, 거기 놓으면 옛말에 XX라고 했어, 너 이거 어디에 놓는지 몰라?’ 이렇게 가르치고 계시더라고요. 공영장례 현장에서 예비 장례지도사 교육을 할 수는 있겠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를 이렇게 갖추지 않아도 되나요.” 학생들을 가르치던 장례지도사는 조문단에게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사망자가) 치료비가 많이 나와서 유족이 (장례를) 포기했어요. 이분들 사실 못 와요.”
부산반빈곤센터의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을 수료한 시민들 /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시민들의 조문 운동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되는 일부 공영장례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공영장례를 장례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산반빈곤센터는 시민들의 ‘사회적 애도’에서 그 답을 찾았다. 지난해 5월부터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을 꾸려 공영장례 조문 운동을 벌이는 이유다. 임기헌 활동가는 “올해의 경우 신청자 대다수가 기존 회원이나 인권 활동가들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었다. ‘우리만 관심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놀랐다”고 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이민영씨는 “인간이 태어나면 환대를 위한 각종 복지제도가 있는데, 반대로 죽음과 관련해선 왜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던 차에 공영장례를 알게 됐다”면서 “알지 못했던 사람이지만, 우리 사회 공동체를 함께 살다간 분이니까 나의 이웃에게 인사드린다는 마음으로 조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큰아들의 생일에 무연고자 빈소를 함께 찾기도 했다. “와보니까 어떠냐고 물으니 아들이 ‘아무도 없어서 너무 안타까워’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에게 이렇게 말 해줬어요. ‘(고인은) 우리가 원래 알던 분은 아니지만 우리랑 상관없는 분이 아니야. 우리와 함께 살다간 분이야. 앞으로 이렇게 홀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더 많아질 텐데, 우리가 이런 분들을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몫이야’라고요.”
반빈곤센터는 고인을 제대로 추모하기 위해 가까웠던 지인을 수소문해 공영장례에 초대하기도 했다. “매달 찾아뵈면서 신뢰감이 쌓여서일까. 고인은 조금씩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초 사회운동하는 학생을 숨겨주었다가 고문당한 이야기, 그러면서 이혼을 하게 됐고 2명의 자녀와 연락이 끊긴 이야기…. 저에게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본인 상황은 우울하지만 남 탓을 하지 않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호스피스 센터 간호사가 자신이 돌보던 노인의 공영장례에 참석해 발표했던 글 일부다. 서울의 나눔과나눔 역시 사망자가 오래 머물던 고시원, 요양병원에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해 친밀한 지인들이 공영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영장례 조문단으로 활동하는 이민영씨가 무연고자 공영장례 제물상에 올린 추모 엽서 / 반빈곤센터 제공
■애도의 권리
공영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장례 치를 돈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영장례는 ‘누구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권리’ 측면에서 보자면 고인을 위한 것이지만 활동가들은 그것만큼이나 고인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의 ‘애도할 권리’를 강조한다. 내 가족이, 혹은 가깝게 지낸 지인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돼 증발하듯 사라져버린다면 느끼게 될 심리적 충격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빈소 없이 화장되던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공영장례가 애도의 공간으로 자리 잡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공영장례식이 치러져도 시신을 포기한 가족들은 죄책감과 낙인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친밀했던 지인들은 ‘법적 연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 일정조차 알기 어렵다.
박진옥 이사는 “한 해 5000명의 무연고 사망자에게 가족이 4명씩만 있다고 쳐도 2만명이고, 거기에 친밀했던 지인들까지 합하면 매해 수만명이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애도의 박탈을 막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최소한의 장례 절차를 보장하는 보편적인 장례복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생전 친밀했던 이들이 장례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고인이 장례에 대한 유언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영장례는 우리에게 누구나 존엄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유나 가족구성권연구소 공동대표는 “무연고자 장례는 빈소 없이 대충 치러도 된다는 생각엔 빈곤과 질병, 성 정체성, 관계 단절 등으로 차별받고 배제됐던 이들의 죽음은 ‘충분히 애도할 만하지 않다’는 평가가 들어 있는 것”이라면서 “장례와 애도 과정에서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것은 이 사람의 삶에 대한 평가를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는 공영장례 조문을 다녀오면 사회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리고 공영장례에 오는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장례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걸로도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공영장례 조문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 이민영씨의 말이다./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집어 든 돌 내려놓게 하는 게 정치 리더십인데…윤 정부엔 없다”
경향신문 의뢰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전반부를 평가한 정치학자 30명 중 절반 이상인 17명은 윤 대통령이 잘한 분야를 꼽을 수 없다고 했다. 4대 개혁(교육·노동·연금·의료) 시도에 점수를 주는 학자도 있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데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했다. 정치 분야 평가가 가장 좋지 않았고, 외교·안보 분야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긍정 평가와 균형외교를 무너뜨린 데 대한 비판이 엇갈렸다
"이재명 대표 집권해도 금투세 재추진 어려울 것"
박상인 교수 "1500만 주식 투자자 입장 고려? 국민을 무시한 핑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시장에 기대는 1500만 투자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유성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이재명 "정부여당 정쟁 활용, 아쉽지만 금투세 폐지"
이날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정치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말로 금투세 시행의 선결 조건으로 상법 개정을 내세운 최근 민주당 일각의 의견에 사실상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금투세 폐지 동의 결정 자체보다도 이 대표가 이날 내세운 이유에 대해 "국민을 무시한 핑계"라며 더 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만약 이 대표가 집권한다고 해도 금투세 도입을 재추진할 수 있겠냐"면서 "문제의 본질을 고치고자 하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보다 못한 정권이 없을 거라 지금은 생각하지만..."
박 교수는 대표적인 금투세 도입론자로 최근 참여연대 주관 '팩트체크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금융실명제를 도입할 때 한국 경제 망한다고 반대가 많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라거나 "금투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는 일부 주장은 황당한 소리"라며 금투세 본질을 왜곡하는 정치권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박 교수는 통화에서 '1500만 주식 투자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 대표의 말에 대해서도 "금투세 폐지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논쟁 과정에서 했던 말과 똑같다"라면서 "99%의 사람들(주식투자자)이 사실 금투세와 상관이 없다는 것은 금투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아는 팩트"라고 주장했다.또한 박 교수는 "상법 개정과 금투세 도입은 사실 별개이기도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동안 상법 개정을 할 시간이 얼마나 많았냐"면서 "21대 국회부터 발의된 것이고 윤석열 정부도 얘기했던 거고, 민주당이 다수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도 계속 미루고 미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러니까 말이 안 된다는 것이고 그러니까 국민을 무시한다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박 교수는 "경제 구조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로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 우리 경제 문제가 정말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보다 못한 정권이 없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다음 정권은 더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 오욕을 다음 정권이 다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란 말로 이날 이 대표의 발표 내용에 거듭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99% 주식투자자는 금투세와 상관없다는 것은 팩트"
▲2024년 10월 24일 참여연대는 '금융투자소득세 본질 왜곡하는 쟁점들, 팩트체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왼쪽부터). ⓒ 김예진
- 이재명 대표의 금투세 폐지 동의 보도를 접하자마자 어땠나.
"뭐... (웃음) 처음엔 허탈했다. 그다음은 '역시나'란 생각이었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건 이재명 대표다. 총선 끝나고 잠잠한 걸 당 대표 경선할 때 본인이 이슈로 만들지 않았나. (이 대표는 지난 7월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고 과세 기준을 완화하자고 밝힌 바 있다- 기자 주) 그때 주식 시장이 그렇게 나빴나."
- 오늘도 현 주식시장을 언급하며 1500만 주식 투자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금투세 도입은) 1500만 명 중 99% 이상의 대부분 투자자들한테 사실 이익이 되는 거다. 그리고 상위 1% 중에서도 해당하는 사람 또한 실제로 얼마 안 된다. (금투세 면제 한도) 5000만 원 생각을 해보시라. 수익률 10%로 잡으면 5억 원을 굴려야 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 넉넉히 잡아도 전체의 1%라는 거다. 99% 사람들은 금투세와 상관이 없다는 거다.
이건 처음 몇 달 동안 충분히 논쟁했던 이야기고, 그래서 금투세 관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아는 팩트이기도 하다. 이걸 가지고 다시 1500만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핑계다. 금투세 폐지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논쟁 과정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주장 아닌가.
지금 금투세 도입한다고 해서 우리 증시가 나쁜 건가. 삼성전자 주가가 그래서 떨어지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주가 조작 막으려면 또한 도입해야 하는 것이 금투세 아닌가. 1500만 운운은, 정말, 문제의 본질을 고치고자 하는 진정성이 없는 말이었다고 본다."
"상법 개정 계속 미루고 미뤘던 건 민주당"
▲지난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토론회)에서 금투세 유예팀으로 나선 김현정, 이소영, 이연희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관련사진보기
- 사실상 상법 개정이 먼저라는 뜻도 밝혔다.
"아니, 그게, 지금, 21대 국회부터 발의된 거다. 윤석열 정부도 얘기했던 거 아닌가. (정부는 올해 초 이른바 상장기업의 밸류업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상법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소액 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기자 주) 하려면 벌써 할 수 있었다. 봄에도 할 수 있었고, 금투세 논란 과정에서도 이미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금투세 도입의) 선결 조건이다? 그렇다고 해도 벌써 할 수 있었다는 거다."
-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런데도 계속 안 하고 미루고 미뤘다는 거다."
- 금투세 도입과 사실 별개이기도 하고?
"별개이기도 하지만, 만약 그분들 말처럼 상법 개정이 금투세 도입에 필요하다고 해도, 그동안 할 시간이 얼마나 많았냐는 거다. 그러니까 말이 안 된다는 거고, 국민을 무시한다는 거다. 아이고...(한숨)"
- 오늘 이 대표의 발표에서 금투세 폐지 동의란 결정 자체보다, 그 이유들로 제시된 내용이 더 문제라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렇다. 만약 이 대표가 집권한다고 해도 금투세 도입 재추진할 수 있겠나."
-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는 진보 진영의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앞으로 더 하겠다"고도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주력기업들 다 줄줄이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태로 우리 주식시장 좋아지겠나. 경제 구조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시기라는 거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 우리 경제 문제 정말 터지기 시작할 거라고 본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보다 못한 정권이 없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다음 정권은 더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오욕을 다음 정권이 다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지금 준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재앙적인 수준으로 갈 수 있는데, 나라가 참...(한숨)"
오마이뉴스 /이정환
금투세 필요하다며 당론은 폐지…민주당의 자가당착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찬반이 엇갈리며 논란이 많았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제정돼 한 차례 유예됐다가 내년 1월 시행하기로 했던 금투세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금투세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안에서는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금투세를 유예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면서 금투세 시행을 놓고 당내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결론이 나지 않자 민주당은 이 문제를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고심 끝에 금투세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좌고우면 끝에 금투세 폐지 결정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금투세 도입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조세 형평성, 금융소득에 대한 합리적 과세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서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당연한 세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 폐지를 고집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도 펼쳤다. 이에 이재명 대표도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금투세 폐지를 수용했다.
하지만 금투세에 대한 사실을 따져보면 이런 주장의 근거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표도 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 게 옳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기본원리는 당연하다. 근로소득도 열심히 땀 흘려 번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데 자본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금투세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대신에 대체해서 도입한 제도다. 금투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주가 하락의 주원인은 정부 정책에 있다.”
주요국 주식자본이득 과세 제도. 연합뉴스
앞뒤 맞지 않은 이재명 대표의 해명
금투세는 자본시장 선진화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이 대표는 현재 한국 증시의 위기를 초래한 몇 가지 원인을 언급했다. 그 중에서도 주가조작을 1순위로 꼽았다. “한국 증시에서는 주가조작이 만연하다. 시세 조정과 통정매매, 허위 공시, 작전 이런 게 너무 횡행한다. 대통령 부인이 되기 전 일이긴 하지만 대통령 부인께서 주가조작으로 수십억 원을 벌었다고 하는데 처벌하지 않고 죄가 안 된다고 했다. 전 국민에게, 전 세계에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는 힘만 세면 처벌도 안 받는다. 매우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시장이라는 것을 광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시장에 누가 투자하겠나.”
금투세는 주가조작과 불법 거래를 막는 효과가 있다. 정확한 과세를 위해서는 금융상품 거래가 투명해야 한다. 금투세를 ‘자본시장 실명제’라고 하는 것도 이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에 만연한 주가조작과 각종 불법 거래를 차단하려면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하면 된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한국 증시 수준은 몇 단계 올라갈 것이다.
금투세 관련 주요 일지. 연합뉴스
금투세와 주가 흐름의 연관성 없어
이재명 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이유로 국내 주식시장 침체 우려를 꼽았다. 이 대표는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명의 주식투자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자들이 피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정사실로 가정하고 한 발언이다.
그러나 금투세와 주가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게 진짜 사실이다. 주가의 반짝 상승이 있을지 몰라도 기업 실적과 경기 흐름, 지정학적 위기 등 다른 중대 요인과 비교하면 영향력은 매우 미미하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금투세가 제정된 2020년 12월 2일, 시행을 유예하기로 한 2022년 12월 22일을 기준으로 코스피 종가 평균을 비교 분석한 결과 두 변수 간 유의미한 영향을 발견할 수 없었다. 주식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완화되었을 때도 증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1989년 주식 양도차익 전면과세에 따른 증시 충격은 없었다.
자료 : 참여연대. 금투세와 주가 흐름
합리적인 금융소득 과세 물 건너가
금투세 시행은 조세의 형평성뿐 아니라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는 금융소득 세제를 개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모와 공모 펀드,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별 과세 기준이 중구난방인 현행 제도는 형평성과 중립성에 맞춰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자소득세와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 상품마다 과세 방식이 달라 헷갈리는 데다 오랜 기간 손실을 보았는데도 한 번 소득이 발행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점도 있다. 금투세를 도입하려고 했던 것도 투자 손익과 상관없는 통행세 성격의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복잡하고 불합리한 금융소득 세제를 개편하기 위해서였다. 금투세의 세부 법 조항에 문제가 있으면 시행 후 개정하면 된다.
여야가 오랜 논의를 거쳐 합의해 만든 법을 손바닥 뒤집듯 없애버린 행태는 오랜 기간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다. 증권거래세까지 폐지 쪽으로 가고 있어 금융시장의 세수 기반도 무너질 게 뻔하다. 이번에 금투세가 폐지되면 합리적이고 투명한 금융소득 과세는 상당 기간 힘들어진다. 오랜 기간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린 셈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깨진 것도 국가적, 국민적 손실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그리고 이들이 공세에 무릎을 꿇은 민주당은 ‘투자자 이탈’ ‘주가 폭락’ ‘개인 투자자 피해’ 등 실증되지 않은 온갖 가짜뉴스에 현혹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할 법을 없었던 일로 돌려놓았다. 이에 대한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윤석열 제 발등 찍은 MB 판례…‘당선자는 공무원 될 지위’ 인정
‘대통령 당선자 시기라 괜찮다’ 주장
윤 검사 때 기소한 MB 공천 금품수수
대법 ‘대통령 될 지위’로 보고 유죄 확정
윤석열 대통령이 기소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사건 판례가 윤 대통령이 당사자인 공천 개입 의혹의 법적 차단막을 허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 승리 이후부터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기간을 ‘대통령(공무원)이 될 자의 지위’로 보고, 이 기간 국회의원 공천 청탁 등과 관련한 금품수수를 사전수뢰죄·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처벌하는 판례를 세웠다.
대법원은 2020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사건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18년 4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기소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기소 브리핑을 맡았다.
당시 대법원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청탁과 관련해 “대통령 취임 전인 2008년 1월23일 배우자를 통해 선임 청탁과 함께 1230만원 상당의 의류를 수수했고,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6월27일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게 했다”며 ‘사전수뢰 후 부정처사죄’를 확정했다.
당시 검찰은 금품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대선 경선 전인 2007년 1월이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 받은 금품 모두를 뇌물로 판단해 달라고 상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승리 이후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진 금품수수만 처벌 대상으로 삼은 1·2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이 사건 1·2심 재판부는 “사전수뢰죄는 ‘공무원이 될 자’가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해야 하는데, 2007년 1월 경에는 이명박이 대선 및 경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다. 대선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은 점 등에 비춰 이명박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다”며 이 기간에 받은 5천만원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경선 승리 이후인 2007년 가을과 초겨울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2억원을 받고, 그 대가로 한나라당 공천에 개입해 비례대표 7번을 받게 했다는 부분도 사전수뢰 후 부정처사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해 12월19일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 됐고, 2008년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판례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입하면, 2021년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대통령(공무원)이 될 자의 지위’가 인정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다”라고 말한 시점은 2022년 5월9일이다.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이 확정된 것은 대통령 임기 첫날인 5월10일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설령 공천 개입을 했더라도 대통령 당선자 신분 때여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무 자르듯 주장하지만, 판례와 법령 해석에 따라 윤 대통령을 공무원 신분으로 보고 수사·처벌할 길이 열릴 수 있는 셈이다. ‘공천 개입이 없었다’는 주장보다 ‘당선자여서 괜찮다’는 주장을 앞세운 것이 역효과를 부른 셈이다.
특히 명태균씨는 경선 기간을 포함해 대선 직전까지 윤 대통령에게 81차례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에게 요구했다는 의혹,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얽혀 있는 만큼 적용 법조를 공직선거법 위반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첫 회의에서 단장을 맡은 서영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1차 회의에서도 이명박 당선자 판례를 앞세워 윤 대통령 수사·처벌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라 괜찮다고 변명하지만, 이명박 사건 재판부는 경선 통과 이후 뇌물에 사전수뢰죄를 인정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대통령 취임 전후가 아닌 경선 통과 전후에는 공무원으로서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당선자 판례를 거론했다. 조 대표는 “뇌물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된다. 법원 판결은 법리상 ‘공무원이 될 자’는 그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더라도 개연성을 갖추면 어느 정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선 승리 다음 단계인 당선자 신분이었다. 대통령 당선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 단계를 지나, 이미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기 때문에 판례에 따라 공무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한국의 간장과 된장·고추장 담그기, 인류무형유산 된다
유네스코 산하 평가기구,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인류무형유산 등재 권고
“한국 음식문화의 핵심···집안 마다의 오랜 역사와 전통 담겨”
12월 최종 결정, 이변 없는 한 등재 확실···23개 종목 보유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도 등재 권고 받아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Representative List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으로 2022년 3월 등재를 신청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 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 결과에서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10월 물가 상승률,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배추·무’ 김장 물가는 고공행진
물가·이민 문제에 트럼프식 선동 주효…‘정권 심판’ 택한 유권자들
트럼프, 거짓말·과장 선동으로 핵심 쟁점 공략
‘바이든 정권 2인자’ 해리스, 고물가에 발목
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미국 대선 결과 승리가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기록을 동시에 세우게 됐다. 승리가 공식적으로 확정되면 역대 최고령(78살) 대통령 당선자가 된다. 또 1892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처음으로 첫 임기와 두번째 임기가 바로 이어지지 않은 대통령이 된다. 범죄 혐의에 유죄 평결을 받은 첫 대통령 당선자도 된다.
이는 모두 불리한 점들을 극복한 것이기도 하다. 여러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데는 핵심 쟁점들을 놓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상태에서 이를 적극 이용한 게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경제·물가, 이민, 임신중지, 민주주의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경제·물가와 이민이 1·2위 이슈로 꼽히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는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혔는데, 사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요 경제 지표인 실업률과 성장률은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40여년 만에 가장 높게 치솟은 물가였다. 2022년 6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1%를 찍었다. 이는 올해 9월 2.4%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물가에 고통을 겪었고, 많은 이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운용에 대한 신뢰를 버렸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전망에도 부정적이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누가 경제를 잘 다룰 것인가’를 물었을 때 트럼프는 해리스를 10%포인트가량 앞섰다. 뉴욕타임스-시에나대의 9월 여론조사에서 이런 질문에 트럼프가 13%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이 차이는 지난달 말 6%포인트까지 줄었다. 하지만 해리스는 결국 가장 중요한 이슈에서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때 급증한 멕시코 국경 월경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는 해리스가 한때 이민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관해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하는 역할을 맡은 것을 놓고 ‘국경 차르’라는 별명을 붙이며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트럼프는 또 2016·2020년 대선 때처럼 불안 심리와 외국인 혐오를 적극 조장하는 유세로 백인들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결집시켰다. 그는 미등록 이주자들은 습관적으로 “살인자”, “성폭행범”, “마약 밀매자”, “해충”이라고 불렀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남의 집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해리스가 허리케인 구호에 쓸 돈을 미등록 이민자들을 위해 빼돌렸다는 거짓말도 했다. 취임하면 군대를 동원해 미등록 이민자 대량 추방에 나서겠다는 공약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올해 초 국경 통제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법안을 공화당 의원들을 움직여 부결시킨 바 있다. 통제 강화로 월경자가 줄면 자신이 선거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이성적 판단 대신 트럼프의 거짓말과 과장이 섞인 선동이 더 잘 통했다. 결국 유권자들의 귀를 잡아끈 것은 트럼프였다.
트럼피즘이라는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도 백인들과 경제적 중하류층 유권자들에게 다시 호소력을 발휘했다. 트럼프는 “동맹이 우리를 뜯어먹고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한국 등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했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를 매겨 무역 장벽을 쌓겠다는 공약도 고립주의적 성향이 강화된 유권자들에게 통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흑인과 히스패닉의 트럼프 지지가 증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언론 출구조사에서 남부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는 흑인들이 지난 대선보다 그를 더 지지했고, 북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등에서는 히스패닉계의 지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의 승자는 ‘정권 심판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바이든은 업무 수행 지지도가 40% 안팎에 불과하다. 현직 대통령 지지도가 이 정도인 정당이 정권 연장에 성공한 적이 없다. 해리스로서는 흑인이자 아시아계라는 소수인종 배경과 여성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 조건에서 바이든 행정부 2인자라는 그늘까지 드리웠던 셈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트럼프 당선으로 윤석열이 신줏단지처럼 모신 '자유민주주의 미국' 이제 없다
미국 대선 결과와 한반도 질서 변화…"윤석열 정권 소외 가능성 높아, 일단 우크라 무기 지원 제동 걸릴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한반도 정세의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선봉장으로서 미국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사)한반도평화포럼과 국회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후원하는 현안토론회 '미국 대선 결과와 한반도 질서 변화'에서 발표를 맡은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번 대선을 "트럼프 시대의 세 번째 대선이자 정치적 내전"으로 규정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의 의제가 미국의 의제가 됐다. 경제적으로는 민족주의, 대외적으로는 쓸데없는 곳에 가서 전쟁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동맹을 미국의 힘을 배가시키는 게 아니라 무임승차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라며 "'글로벌리즘'을 추구하는 엘리트들에 대한 반대가 여기에 다 들어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서구의 '우파 민중주의'는 대세가 됐다"며 "바이든의, 오바마의, 레이건의 미국은 돌아오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미국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워싱턴에 무엇을 전달할지를 살피기 전에 (우리가 미국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고, 설사 공유할 것이 있다고 해도 워싱턴에 전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민중이 워싱턴을 뒤집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반도 정치 질서 문제는 우리의 과제이지, 미국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다. 우리에게 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걸 행하는 대외정책 전반에서 미국은 어떤 위치인지 보고, 그리고 나서 미국에 뭘 전달하든 말든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한다"며 "동맹을 어떻게 할지부터 생각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여태까지 살아 왔던 발전, 안보, 이념의 조건이 모두 무너졌다. 동맹의 틀 안에서 뭘 해보자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생존과 번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배경에 대해 이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하면서 돈을 풀었고 이게 전부 인플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소수 인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타격을 줬다. 잘사는 사람들은 실질임금소득이 높아졌지만 못사는 사람들은 임금 소득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며 미국 내 경제적 상황이 트럼프의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대선 후보로는 적절하지 않은 인사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해리스가 여성이라 낙선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리스는 2020년 당내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고 2028년 잠재적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으며 정치 철학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민 문제만 해도 합법적 이민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 내 60% 정도였는데 해리스는 초당파적으로 만든 이민법안을 트럼프가 부결시켰다는 것으로 대응했다. 현실을 무시하고 '우리는 돌아가지 않는다'라고만 했는데, 대체 어디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해리스 후보 슬로건이) 앞으로 나간다고 하는데 어떻게 갈 것인지도 설명을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것이 가자 전쟁이다. 해리스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가 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최종 목표이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없었다"며 "이건 정치인으로서는 낙제점"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시대 대외 정책에 대해 이날 토론에 참석한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한국의 진보 세력은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부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을 기대하는데, 합리적인 면이 있지만 2019년 북한이 하노이에서 미국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받더라도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잠정 인정, 제재국면 탈피 등을 요구할 것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을 보고 조급할 것"이라며 "트럼프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북한 문제라고 한다면 빨리 만나려고 할 것"이라고 북미 정상 만남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역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는 북한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총장은 "임기 초부터 역량 과시를 위해 러-우 전쟁 종식에 집중할 것"이라며 "방법은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축소하고 휴전협상을 중재하며 일부 대러 제재를 철수하는 등 한 마디로 러시아가 바라는 종식 방법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 총장은 "북미대화는 18년처럼 진전하기 쉽지 않다. 또 미국 입장에서 대외 우선순위가 우크라이나 문제, 중동문제, 중국 견제 순서라는 점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북미 간 정상) 회담이 재개되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친목을 이유로 탑다운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여기서 윤석열 정권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주의 가치를 토대로 한 한미동맹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나, 일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총장은 또 "한미일 안보협력이 바이든 정부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트럼프는 아주 소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대중견제에 효과적이라고 판단 시에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재호 기자 | 프레시안
2024 미 대선’ 힘 못 쓴 임신중지권, 힘 안 실어준 백인 여성···유리천장은 단단했다
숨은 해리스’로 기대했던 백인 여성 표심도 미미
해리스는 ‘여성’ 내세우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남성 유권자 불안감 적극 활용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도 무산됐다.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여성이 ‘숨은 해리스 지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을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 여성의 임신중지권 문제는 생각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유리천장’은 단단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워드대 교정에 모인 해리스의 지지자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승복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최초 여성이자 흑인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부통령 등 여러 기록을 써왔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로 전격 사퇴한 뒤 대선 후보직을 넘겨받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후 8년 만에 첫 미국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민주당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지지를 빠르게 확보했고, 출마 2개월 만에 10억달러(약 1조3963억원)의 선거자금을 끌어모으며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임신중지권 이슈로 여성 표심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쏠릴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았다.
CNN이 선거 당일 및 사전투표 등에서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를 성별로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권자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0%포인트 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는 2016년(+13%포인트)이나 2020년(+15%포인트)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임신중지 이슈만 봐도 해리스 부통령은 ‘모든 경우에 임신중지가 합법’이라고 답한 유권자 그룹에서는 78%포인트 우위를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합법’이라고 밝힌 유권자에서는 4%포인트만 앞섰다.
민주당은 유세 기간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 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표심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CNN은 6일(현지시간) “이 문제가 많은 유권자에게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여성이나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띄우지 않았다. 클린턴 전 장관이 선거 구호로 ‘그녀와 함께’(I’m with her)를 내세워 첫 여성 대통령 도전을 강조했지만, 역대 최악의 구호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16년 클린턴은 흰 바지 정장을 입고 뉴욕의 재비츠센터에서 말 그대로 유리 천장을 깨는 퍼포먼스를 했지만, 해리스는 젠더 언급을 회피했다”고 했다. 20세기 초 미국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흰옷을 입고 행진하던 데서 영감을 받은 행보였다.
한 여성 지지자가 6일(현지시간) 하워드대학교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패배 승복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트럼프 캠프는 젠더 이슈를 자극해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결집했다. 럿거스 대학의 미국여성정치센터장인 켈리 디트마는 AP통신에 “트럼프는 ‘젠더 규범과 권력 역학이 붕괴하고 있다’는 (남성 유권자들의) 두려움을 잘 활용했다”고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실패는 고질적인 유리천장 문제로 귀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패배에 대해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된 지 105년이 지났지만, 미국인들은 여성을 백악관으로 보내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독립선언문 발표 이래) 248년 동안 남성이 이끌어왔고, 앞으로 적어도 4년은 더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 박은경 기자 yama@khan.kr
남성호르몬의 미국, 엘리트를 혐오하다
▶윤지나> 우리가 미국 대선 전까지 박빙 승부라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접했는데, 까보니까 박빙은 무슨, 그냥 압승이었습니다. 미국 언론이 어떤 식으로 트럼프 승리를 전달했는지 살펴보면 현지 분위기를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수정> 해리스 지지를 했던 뉴욕 타임즈로 먼저 볼게요 1면에 '트럼스 아메리카', 트럼프의 미국이 됐다고 심플하면서도 좀 드라이한 표현을 이렇게 쓰면서 트럼프의 상반신이 이렇게 클로즈업되고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을 썼습니다. 보통은 뒤에 성조기가 놓여 있는 웃는 사진을 많이 쓰던데 조금 다크해 보이는 사진을 선택을 했습니다.
CBS 2시 라이브 유튜브 캡처
▶이정주> 해리스가 됐으면 이런 사진 안 썼을텐데요.
▶윤지나> 완고해 보이는 이미지고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게 트럼프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미국이다 이런 느낌도 좀 전달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박수정> 트럼프 사진 바로 밑에는 신나 있는 일론 머스크. 주가가 뛰어서 70조 더 벌었는데, 투자의 달인입니다. 한 2천억 천억 투자해서 진짜 그 이상 얻겠죠. 이미 유명한 짤은 알고 계시죠.
세면대 들고 이제 이동하는 게 그래서 뭔가 그냥 단순히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겨서 좋다가 아니라 나도 여기서 이제 한 자리 할 거다라는 걸 암시하는 그런 느낌의 사진.
▶이정주> 니들 인마 보고 있냐, 그런 느낌이잖아요.
CBS 2시 라이브 유튜브 캡처
▶박수정> 여하튼 1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트럼프가 한 번 대통령을 했을 때는 사람들이 트럼프는 미국 역사 속 한 번의 일탈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두 번 당선되니 이제 트럼프는 현대의 미국을 구성하는 어떤 세력이 되었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윤지나> 두 번째 당선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수정> 기사는 트럼프의 미국, 돌아온 승리는 미국을 완전히 새로운 국가로 만들 것이다. 참고로 이 분석 기사를 쓴 사람은 피터 베이커라고 뉴욕타임즈에 굉장히 유명한 저널리스트예요. 뉴욕타임즈의 백악관 수석 특파원이기도 하고 그동안 미국 대통령 5명을 가까이서 이제 지켜보면서 취재한 사람이에요.
▶윤지나> 그럼 굉장히 혀를 끌끌 차면서 썼겠네요. 트럼프 이전에 5명의 대통령들은 굉장히 뭐랄까 전통 엘리트의 어떤 문법을 갖고 있었을 텐데 굉장히 변형적인 사람을 보는 거니까.
▶박수정> 미국의 정치적인 기득권 그리고 양당의 지배 엘리트가 오랫동안 이해해 온 미국이라는 개념은 이제 트럼프의 이 빨간 물결과 함께 쓸려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미국의 정치 문법은 다 잊어라 그런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럼프의 재집권은 지금 미국의 정체성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보여준다, 당신들이 지금까지 알던 미국은 이제 없을 겁니다, 라고 선언을 해요.
CBS 2시 라이브 유튜브 캡처
▶윤지나> 새로운 미국의 정체성이란?
▶박수정> 첫 번째가 테스토스테론의 미국이다. 남성 호르몬이잖아요. 우리가 트럼프의 유세 장면만 이미지로 떠올려 봐도 항상 굉장히 남성적인 마초적인 모습을 좀 강조를 했잖아요. 엘리트를 환멸하는 테스토스테론 미국이 남았다라고 정체성을 분석합니다. 앞서 일론머스크가 '워크마인드바이러스'라면서 PC주의를 공격했잖아요. 기사는 깨어 있는 시민 혹은 정치적 올바름 그 피시함에 미국인들은 지쳐 있다라는 걸 보여준다. 이민자에게 지쳐 있다. 그런데 워싱턴의 엘리트 정치인들은 이런 현실을 읽는 감각을 잃어버렸다라고 분석합니다.
▶윤지나> 이런 현실이 맞다는 게 아니라, 이런 흐름을 민주당과 정치권이 읽어내지 못했다는 거네요. 그럼 왜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에 환호한다고 봤나요.
CBS 2시 라이브 유튜브 캡처
▶박수정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 고문 분석도 실렸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를 공략해서 이렇게 성공을 했냐,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문화적 황무지에 있었다고 느끼고 있던 사람들의 소외감, 그들의 좌절의 목소리를 스스로 낼 수 있게 그래서 그 목소리가 미국의 중심이 될 수 있게 트럼프가 끌어내줬다라는 거예요. 쉽게 얘기를 하자면, 미국의 정치 엘리트 굉장히 잘 배우고 올바른 이야기를 하고 정의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미국의 정치에서 중심이었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었는데 사실 나는 이해 못하는데, 나는 살기 힘든데, 라고 생각하고 있던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거죠.
▶이정주> 세계 평화, 민주주의, 자유, 평등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먹히지 않는다는 거예요.
▶박수정> 사람들을 깨우는 방식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 그러니까 뭔가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당장 무언가 변화시킬 수 있는 파워를 과시하는 모습이 어필이 됐다. 트럼프가 혐오적인 발언, 막말을 굉장히 많이 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정말 가식 없는 사람이다, 라고 평가했다는 겁니다. 사실 나도 느끼고는 있었던 건데 속 시원하게 해주네, 이런 식이요.
'우리는 함께' 보다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박수정> 트럼프와 해리스가 가장 많이 말했던 문장들도 비교가 됐는데요. 해리스는 투게더, 함께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위고 투게더, 우리는 함께 갈거야. 마지막 연설까지 화합과 다양성 이야기를 합니다. 반면 트럼프는 피격을 당했을 때를 비롯해 파이트, 파이트, 파이트. 싸우자는 굉장히 호전적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이 메시지에 훨씬 더 몰입을 했다는 겁니다.
▶윤지나> 우리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강한 지도자 향수를 막 갖잖아요. 전두환이 탱크를 끌고 와야되는데, 전땅크, 막 이런 얘기들을 하죠. 그런 식의 비슷한 정서인가봐요.
▶박수정> 전쟁이 2개나 진행이 되고 있고 고물가에 이민자,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중들은 본능적으로 강력한 인물 그러니까 옳은 인물보다 강한 인물을 원한다라고 지금 이 기사에서는 분석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정주> 민주당의 해리스가 그렇다고 정치적 올바름, PC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도 않아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만날 폭격해 민간인 희생자 계속 나오는데 이스라엘 편을 들고. 민주당이 세계평화를 위해 뭐 하는 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PC주의는 먹고 살 만할 때 나오는 거예요. 미국의 경제가 세계를 이끌고 빌 클린턴 때 가장 실업률이 낮고 경제 성장률이 높으니까 정치적올바름이 이제 발현이 되는 거지. 이민자들이 나의 직업을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맥도날드 1인 세트 먹으려면 1만 8천 원이야? 금리도 높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서민들은 바이든을 원망하게 되죠. 투표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치 효능감을 느끼고 싶어 하죠.
▶윤지나> 박수정 PD가 설명해 준 것은 일종의 문화 전쟁 같은 데서도 트럼프가 제대로 승리했다라는 얘기고 그것을 정리한 뉴욕 타임즈의 기사는 뭐랄까요. 유권자들에게 실망한 거 같은데 대놓고 뭐라고 말은 못하고 그런 게 느껴지네요. 미국 사람들아, 이거밖에 안되냐. 자유, 민주 이런거 필요 없고 그냥 배부른 걸 위해 다 밀어버리면 되는 거지? 이러는 것 같아요.
▶박수정> 좀 자조적이죠. 이제 위대한 미국 이제 다 옛말이다.
▶이정주> 기시감도 좀 있고요. 2012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어떻게 박정희의 딸이 이 시대에 대통령이 되냐, 당시에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죠. cbs
채널A·MBC·CBS 등 언론 거론 명태균 "계속 거짓의 산“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54)씨가 9일에도 검찰에 출석했다.
명씨는 이날 오전 9시 55분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창원지검 앞에서 "어제 제가 조사받고 나오면서 말씀을 드렸다"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그런 거짓 허위 보도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제가 질문받고 거기에 답변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마음이 좀 아프다. 채널A에서 저를 한 달이면 하야 탄핵 제가 인터뷰 공개하라고 그랬다"며 "그리고 다음날 제가 전화했다. 채널A에 다음날 전화한 적이 없다. 농담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명씨는 "그 자료를 채널A는 공개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 수가 있다"며 "MBC 같은 경우는 제가 황기철 보훈처장한테 착수금 8천만 원 그다음에 성공보수로 1억을 달라고 했다고 얘기했다. 녹취도 있지 않나. 그런 허위보도"라고 말했다.
명씨는 또 "그다음에 제가 대통령 오빠를 대통령이다, 친오빠다, 그거는 JTBC에 윤 기자하고 CBS에 양 기자한테 물어보시면 된다"며 "여러분들이 계속 거짓의 산을 만들고 거기에 또 거짓이 나오고 또 거짓이 나와서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명씨는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아닌가. 그러면 그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 제가 조사를 받아야 되지 왜 여러분들이 쓴 그 허위보도 가짜 뉴스를 갖고 제가 왜 조사를 받아야 되는가"라며 "정치자금법으로 해서 저한테 돈이 단 한 푼이라도 흘러온 게 있는지 그 부분에 조사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명씨는 전날 검찰 출석에서 '돈을 1원도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김 전 의원 세비 매달 받지 않았나'라고 묻자 "그거 제가 빌려준 돈 받았는데 제가 얼마 빌려준 거 알고 계신가"라며 "6천만 원, 3천만 원, 9천만 원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제발 좀 앞머리 자르고 뒷머리만 갖고 거기에 확대해서 그런 기사를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제가 오죽했으면 어저께 나와서 십상시라는 얘기를 했겠나"라고 했다
명씨는 이어 "방송을 보고 또 저 보고 말이 바뀌었다가 어떻다 그런 식의 보도를 또 하시더라. 검찰에 가서 확인해봐라"며 "채널A 기자가 제가 한 달이면 하야한다, 탄핵한다, 그 기자가 했던 말이 뭔지 아는가. (명)사장님 아무리 털어봐도 사장님이 죄가 없네라고 했다"고 말했다.
명씨는 "사장님이 죄가 없는데 만약에 사장님을 정치적으로 탄압해서 사장님 입을 막으려고 사장님을 구속시키면 사장님 어떻게 하실 건가라고 하더라"며 "5살 제 딸이 있고 옆에 와이프가 있는데 그러면 제가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고 되물었다.
명씨는 "저는 힘이 없어서 그냥 잡혀가야지 뭐 제가 그렇게 답변할까? 그 친구가 그 전날 12시간 동안 비를 맞으면서 저를 기다렸다 하더라"며 "그래서 제가 우리 집에 다음 날 불러서 제가 라면 끓여주고 고생했다고 그러고 나 때문에 이런 힘든 일을 하는데 미안하다 그러면서 이야기한 거다"고 했다.
이어 "채널A 최 기자한테 가서 물어보라. 다음 날 보도 그렇게 하시더라"며 "제가 농담이다 하면서 채널A에 연락이 왔다. 그러면 그거를 입증해 주라"고 했다.
명씨는 "질문을 하려고 그러면 사실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사실에 근거해서 저한테 질문을 하라"며 "뉴스토마토에서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 의원이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있다. 수십 명이 봤다. 그 수십 명이 누구인가. 누가 갖고 있나? 증거 자료 있나? 오빠가 전화 왔어요. 자료를 내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변호사께서 명 씨가 대통령에게 김영선 전 의원을 추천했다. 이런 이야기도 했는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천한 건지'라고 묻자 "그게 그렇게 중요하나? 그 질문이 그렇게 중요해? 저는 정치자금법에 맞는 조사를 받으러 왔다. 대통령하고 여사하고 나눈 가십거리가 본인들한테 그렇게 중요하나? 언론의 정도를 걸어 달라"고 답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에 가면 죽는다면서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이야기하신 녹취가 공개가 됐는데'라고 묻자 "저는 청와대가 별로 좋지 않다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 방식에 자기 주장을 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제가 김종인 위원장님 경희궁의 아침에 가면서 보니까 서울시경 뒤에 청와대가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명씨는 검찰청사를 들어가면서 이런 답변을 하던 도중 한 시민이 "거짓말 그만해. 어제는 꼬리내리더니 두려워?라며 현수막을 펼치고 소리치자 "정신 차려"라며 호통치고 "무슨 꼬리를 내려"라고 반박했다.
이에 그 시민이 "민망하고 두렵다고 그랬잖아? 이 사람아"라고 하자 "그러면 이렇게 만드는데 안 민망하나"라고 소리치고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경남CBS 이형탁 기자
생존 북한군 영상' 조작 의혹...공론장 침투한 우크라전 허위 정보
'전쟁의 첫 희생자는 진실이다'. 전쟁이 낳는 극단의 프로파간다를 경계하는 오랜 격언이다. 인공 지능과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의 시대는 이러한 진실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2022년 2월 시작돼 2년 반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군사적인 수단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여론전, 심리전 등 비 군사적 수단이 전쟁에 수반되는 것을 말한다. 전쟁에서 심리전은 언제나 있었지만, 가짜뉴스 시대의 전쟁 양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 진영은 존재한 적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여론을 왜곡하고 상대국의 불안을 야기한다.
지난 10월부터 국내외 정보 기관 등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른바 북한 파병설은 한국 역시 허위 조작 정보(disinformation)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러 경로로 북한 파병설과 관련된 각종 사진·영상이 확산되고 있지만, 언론과 정부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제때 가리지 못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북한군 파병설을 둘러싸고 온라인 공간에 확산되고 있는 사진·영상 자료의 실태를 취재했다.
소리·프레임·자막·붕대…이상하지 않은 게 없다
지난 1일, 많은 국내 언론들이 부상을 입은 북한군 장병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는 영상을 보도했다. 이 인물은 병상에 누워 북한 말 억양으로 "러시아군에 속았다", "40명 인원이 다 전사했다", "러시아가 공격 전에 아무런 정찰도 하지 않고 무기도 주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한다. 연합뉴스, 뉴시스, 매일경제,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신문, YTN, 연합뉴스TV, SBS 등 공신력 있는 국내 주요 매체들이 이 내용을 다뤘다.
이 영상의 출처는 텔레그램 채널인 '익사일노바 플러스(ExileNova+)'다. 이 계정은 소개글에서 스스로를 '국제 친 우크라이나 팀의 채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계정은 지난달 31일 저녁에 2분 7초 길이의 이 영상을 올리며 '쿠르스크의 경고'라는 짤막한 설명을 붙였다. 쿠르스크는 러시아 서부의 한 지역으로, 현재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영토다. 파병된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에 올라온 생존 북한군 병사 영상.
문제는 이 영상의 진위다. 이 영상을 인용한 국내 다수 언론들은 "진위 파악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했다.
취재진은 해당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일단 영상 자막과 실제 음성, 즉 북한 억양의 말이 내용상 일치하지 않는다. 영상에 붙은 영어 자막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옮긴다. 어색한 영어 문장은 최대한 직역을 했다.
우리는 40명 정도가 있었는데, 다 죽었습니다. 전 혼자 살아남았고, 더 이상 잃을 게 없습니다. 러시아 개(dogs)들이 우리더러 공격하라고 급히 몰아넣었습니다. 적이 포탄과 드론으로 우리를 덮쳤습니다. 지옥에서 온 악마였습니다. 제 형제 김과 민호(Kim and Minho)는 즉사했고, 김(kim)은 머리가 날아갔습니다. 저는 동료들의 시체 밑에 숨어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요새를 구축하고 물품을 지키게 될 거라고 약속해놓고선, 쿠르스크 전선에 내보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모두를 사살했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우리 위대한 김정은 위원장을 속인 러시아 군대와 푸틴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정말 고기 분쇄기가 다름 없고, 50년 동안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전쟁에 대해 얘기한 적 있지만, 이 전쟁은 정말 지옥입니다. 그들은 사전 정보, 탄약, 정상적인 무기도 없이 우리를 전쟁터로 밀어 넣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없는 훌륭한 전투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끼로 사용됐습니다. 푸틴 대통령, 당신의 군대는 약하고 전쟁에서 질 것입니다. 전우들은 당신 군대의 혼돈으로 인해 죽었습니다. 이건 전쟁이 아닙니다. 도살입니다. 저는 우연히 살아남았고, 그들은 저를 대피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스스로 살아남았습니다. 러시아 사령관은 제가 전투에서 죽지 않았기 때문에 제 조국을 배신한 거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전투병들을 일회용 나무 젓가락처럼 취급합니다. 쿠르스크 지역은 더이상 러시아 영토가 아닙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군을 쫓아낼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견고하고 강력합니다. 러시아인들은 그들이 직접 해야 할 일에 저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손실은 막대하고, 그래서 우리를 전장에 내보낸 것입니다. 이건 덫입니다. 저는 산더미같은 시체를 봤습니다. 러시아인들은 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지 않은 채, 사방에서 장비와 시신을 태우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겁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러시아 영토에 있습니다. 이것은 군사적 패배입니다.-해당 영상에 있는 영문 자막을 번역한 내용
간신히 전투에서 살아남은 군인이 한 말이라고 되어있는 이 자막은 실제 들리는 이 남성의 말과 상당 부분이 다르다. 예컨대 영어 자막은 "40명의 전우들이 다 죽었다"고 시작하지만, 실제 음성은 '러시아 군은 저희가 방호 시설들에만 있고, 절대로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실제 음성에는 없는 말도 많다.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실제 영상 속 인물이 하지 않은 말이 영문 자막으로 실린 대목이다. 영문 자막에는 병사의 친구 이름이 '민호'로 되어있지만, 실제 영상 속 음성은 '혁철'과 '경환'을 언급하는 등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자막에 쓰였다.
뉴스타파는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해당 영상을 분석했다. 먼저 영상 속 북한 장병의 음성 파형을 확인해 봤다.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가 분석한 위 동영상의 음성 파형
위 이미지에 흰색 파형이 있는 부분이 소리가 있는 부분이고, 파형이 없는 부분은 말이 없는 빈 구간이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영상이라면 말이 없는 구간이라도 환경에 따라 잡음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영상은 말이 없는 구간이 깨끗하다. 구 교수는 이를 두고 "소리 (편집) 작업을 몇 차례 한 것", "이미 몇 차례 손을 댄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영상의 화면 비율도 어색하다.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영상의 크기를 보면 가로 464 픽셀, 세로 848 픽셀로 나타난다. 화면 비율은 1: 1.83이다. 구 교수는 "이는 (영상 파일의) 일반적인 사이즈가 아니고 큰 영상에서 이 부분만 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1: 1.83의 비율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촬영 옵션에) 없는 비율이다. 임의로 프레이밍(편집 구성)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당 영상의 크기 정보.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 제공.
병사의 얼굴에 둘러진 붕대도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마의 붕대를 자세히 보면, 아래쪽과 위쪽 두 군데에 그을린 듯한 자국이 보인다. 불에 타거나 피에 물들었다면 나머지 부분에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영상 속 인물은 그렇지 않다.
입으로 들어가는 수액 호스도 이상하다. 일반적인 의료용 호스는 혈관 등으로 연결된다. 해당 영상을 본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유동식(액체 상태의 음식)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보통은 (입으로 넣기 보다는) 콧줄로 넣는다"고 말했다.
빨간 동그라미 : 불에 그을린 듯한 붕대/ 초록 동그라미 : 링거 호스
구 교수는 "AI로 영상을 만들게 되면, 비논리적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사항을 종합했을 때 생성형 AI로 조작한 영상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구 교수의 분석이다.
'익사일노바 플러스' 계정에 이 영상이 올라온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그런데 같은 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내 언론 KBS와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북한 병력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에도 해당 영상을 인용한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언론사들은 '해당 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 이후이거나, (북한군 병사의) 신원이 늦게 확인되는 등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로 언급했을 뿐이다.
지난 6일 대통령실은 북한군이 아직 본격적인 전투를 개시하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40명 전우들이 다 죽었다"고 말하는 북한 생존 병사의 영상이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허위 조작 정보와의 전쟁, 우리 공론장에서 재현되다
한 외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가짜 뉴스 시대의 가장 큰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 개전 이후, 최신 AI 기술 등을 접목한 허위 조작 정보들이 쏟아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도피설, 프랑스 용병 우크라이나 투입설, 푸틴 대통령의 심정지설 등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사칭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민들에게 '러시아군이 포위하기 전에 도망가라'고 하는 문자를 보내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 전문가인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의 러시아 가짜 계정이 몇 천 개가 된다고 하고, 러시아와 서방 모두 정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각국 전사자 수는 평가하는 기관 별로 열배 씩 차이가 난다. 그만큼 진실을 알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에 올라온 북한 병사의 인민군 신분증 사진
북한 파병설과 접목된 허위 조작 정보는 국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쓰러져 있는 북한 병사의 인민군 신분증이나 북한 인공기를 우크라이나 군이 노획했다는 사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나란히 놓고 북한군이 논의를 하고 있다는 사진 등 진위 파악이 불가능한 이미지나 영상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확산되고 있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진실이다. 진실이 실종되어 버렸다"며 "AI 발달 과정도 한몫 하고, 유튜브·SNS 등 채널의 다양화로 인해 검증이 안 된 것들이 무작위로 나오고 있다. 북한 파병 문제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북한 러시아 파병설은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격전지에서 북한군 장교 6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우크라이나 언론이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국정원은 북한 군인 수천 명이 러시아(동부)로 이동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군 다수가 러시아 동부가 아닌, 우크라이나와 교전 중인 러시아 서쪽으로 이동했고, 그중에서도 일부를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상태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 (출처 : 구글맵)
하지만 여전히 북한군의 관여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파병의 규모, 인원 등이 정확하게 파악된 것은 없다. 최대 1만 2000명으로 알려진 북한군 파병 인원 역시 전부 전투병으로 꾸려진 것인지 여부 등 여전히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달만 해도 대통령이 직접 '살상무기 지원'을 언급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켜왔지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24일)"는 발언 등이다.
안보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여론의 비판 속에 이전보다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정부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제(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제성훈 교수는 "국정원의 발표 등이 큰 틀에서는 맞을 수 있으나 디테일하게는 잘 봐야 한다"며 "예컨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에 있다는 사실, 진지 보수 같은 데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은 작년부터 보도가 됐었다. 정확한 사실이 뭔지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와 북한 모두 파병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러시아를 적대 관계로 만드는 게 이로운 것인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혜인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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