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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9.12~9.18 지진이 대한민국을 흔들어도, 북핵으로

by 이성근 2016. 9. 16.

 

  9.14 한겨레 -한국

 

온나라 뒤흔든 지진 공포월성원전 가동 중단

북한 핵실험 때문에 지진이라고? 얼토당토 않는 소리913 미디어오늘

정체불명 가스냄새보다 중요한 팩트913 미디어오늘

‘200지진벨트양산단층 잠 깼다 913 한겨레

한국 원전밀집 1고리 주변인구는 후쿠시마 22

[한반도 최대 강진 - 바닥 드러낸 재난 시스템]안전처 먹통정부 늑장대응KBS는 태연히 드라마 틀어 913 경향

 

황교익 추석은 달빛 좋아 쉬고 즐기는 날914 한국

홍동백서 근거 없다소박한 차례상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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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 정치인의 놀이터 종편 915 한겨레

김용옥 박 대통령, 아버지만큼도 못 배운 사람 912 한겨레

"문재인, 영원한 2" 시작된 보수종편의 '작전' 912 오마이뉴스

 

중소규모-대규모 기업 월급 250만원 벌어져... 이 중 절반은 '불평등한 임금격차' 916 경향

전국에 빈집 1069000미분양 아파트·노후주택 양극화 916한겨레

국민주택 규모부터 줄이자 912 the scoop

 

괌 중고 쓰다가 사드를 사라는 얘기다

 

  9.27 주간경향-9.15 민중

 

 

  9.14 중앙- 매일 대구

 

 

 913 한겨레-내일

 

 

  913경향-912한국

 

 

  912 경향-한겨레

 

온나라 뒤흔든 지진 공포월성원전 가동 중단

 

경북 경주 인근에서 12일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 강원 산간지역, 제주 등 전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경주 인근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 주변이라서 주민...

 

경주지역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2076

 

북한 핵실험 때문에 지진이라고? 얼토당토 않는 소리913 미디어오늘

 

 

[인터뷰]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더 큰 지진 발생할 수 있다”, “북핵 영향은 얼토당토 않은 주장

지난 7월 울산 동쪽 52km 해상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반도에 규모 7.0 버금가는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779년 경주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해 100명 이상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경주에서 지난 12194432초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어 203254초에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13003710초에도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 대규모 지진을 예측했던 사람은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다. 손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 기록상으로 보면 경주 지역 지진으로 100여명이 사망했고 당시 규모 7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 교수는 "과거 경험이 있기 때문에 5.8 내지 7에 가까운 지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5.8 규모가 최대가 아닐 것이다. 6.5 이상의 지진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내일이 될지 모르지만 점점 (지진 발생 시점이)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일어난 일이 현재도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데 피해를 줄이려면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진은 전진과 본진, 여진으로 나뉜다. 손 교수는 "제일 처음 5.1 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본진으로 생각했는데 5.8 규모가 본진이 됐다. 현장에 나와 있는데 여진이 서너번 정도 왔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여진이지만 5.8 규모가 본진이길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양산단층이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지질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했던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라는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한 셈이 됐다.

 

손 교수는 "오랫동안 지질학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양산단층은 활성단층이라고 부합될 수 있는 얘기를 해왔다"면서 "어제 지진이 났으니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 아니라고는 말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지난 2011년 일본 동일본 지진과 구마모토 지진, 울산 해상 지진에 이어 경주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손 교수는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라도 활성단층의 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국내 활성단층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하기로 했다. 손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활성단층 지도가 없는 국가는 많지 않다면서 "일년 예산 40억을 요청했는데 절반으로 깎이긴 했지만 지도 제작을 시작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모든 건물의 내진 설계를 높일 필요는 없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활성단층 지도가 그려지면 해당 지역에 위험 시설이 못 들어오게끔 해야 하고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울산 같은 경우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데 그걸 보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의 주장은 1970년대 원전이 들어설 때 활성단층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지었다면 활성단층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는 그 지역에 원전 건설을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원전은 발전소 아래 지점에서 발생하는 규모 6.5~7.0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최근 지은 원전의 내진 설계가 규모 7.0에 대비한 것으로 바뀌어서 어느 정도 괜찮지만 규모 6.5 지진에 대비 내진 설계된 과거 원전은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점검을 해야 한다. 오래된 것은 수명이 끝나면 폐기처분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진이 북핵 실험의 영향 때문에 발생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지진은 자연현상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이번 지진은 지난 99일 북한의 핵실험이 여파가 아닐까하는 걱정도 된다"면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 결과 인공지진이 5.2~5.3 정도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최대 80% 위력으로 관측되는 등 북한의 역대 핵실험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세계 각국 전문기관들의 관측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손 교수는 "거리가 700~800킬로 떨어져 있는데 영향을 줬다고 하면 우스운 것이다. 그럼 지난 7월에 해상에서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손 교수는 "올해만 5.0 규모의 지진이 3번 발생했고 1978년 이후부터 모두 9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북한이 원자폭탄을 터뜨린 것도 아니지 않느냐, 핵실험 이전부터 지진은 일어났다.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북한 핵실험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지진의 원인규명이나 대처와 관련해 전혀 도움이 안된다. 계속 이상하게 물을 흘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자폭탄을 안 터뜨리면 지진이 안 일어나나"라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지진에 대한 정부 대처와 관련해 "아무래도 미흡하다"면서 "지금이라도 국민들한테 대피요령부터 가르쳐야 한다. 기본적인 것부터 해야 한다. 가스 누출 등 2차 피해를 예측하고 위험 시설물, 원전, 석유화학 단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체불명 가스냄새보다 중요한 팩트913 미디어오늘

지진의 전조현상 팩트체크보다 중요한 건 핵발전소 밀집지역에서 지진이 났다는 사실

 

12일 오후 832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며 40여일 전 부산·울산 지역을 따라 퍼진 정체불명의 가스냄새가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가스냄새가 한반도 내륙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의 전조현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지난 728일 민·관 합동조사단은 당시 가스냄새를 부취제와 공단악취로 추정 발표했다.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지만, 반박도 어려웠다.

 

가스냄새가 지진의 전조현상이라는 주장에 아예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198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규모 6.9의 지진 당시 생존자가 지진이 일어나기 몇 주 전부터 강한 유황냄새를 맡았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당시 지진전문가들은 유황냄새 또는 계란 썩는 악취를 통해 지진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UC버클리대 지질학과 앤드류 로슨 교수팀 역시 샌프란시스코 부근에서 지진 발생 수일 전 강한 유황냄새가 진동했다고 기록했다. 지진발생 전 광범위한 지역에서 황 성분 악취경험이 있었다는 샌프란시스코 사례와 가스냄새가 퍼지던 당시 울산지역 아황산가스 농도가 최고값 기준으로 주간평균보다 8배 높은 0.04ppm(한국환경공단 기준)이 측정된 사실에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홍태경 연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3CBS와 인터뷰에서 지진이 발생했던 곳과 부산 간의 거리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밝힌 뒤 이번 지진이 있기까지 지속적으로 그런 현상(악취)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며 가스냄새를 지진전조현상으로 연결 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는 13괴담이 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조현상인지, 괴담인지 여부는 과학자에게 맡기자. 지금 중요한 건 핵발전소 밀집지역에서 지진이 났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지진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구체적 정보나 대비책 없이 300만 명 넘는 인구가 핵 발전단지와 각종 화학물질 취급시설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발생 후 기다렸다는 듯 원전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한반도 지진 인터랙티브(1978~).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권혜진 기자가 제작했다. 핵발전소가 밀집한 경남지역에 지진 빈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팩트는 무엇일까. 지진 진앙지는 경주시 내남면으로 월성원전 및 방폐장과는 약 25km 거리에 불과한 곳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매립된 경주 방폐장 부근에서 최근 30여 년 동안 38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75일에도 울산 인근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영남지역 동해안 일대에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라는 지진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어젯밤,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1~4호기는 수동 정지됐다.

 

고려사에는 150여회, 조선왕조실록에는 1500여회의 지진 기록이 남아 있다. 지질학계의 연구 결과 한반도에는 약 400년마다 규모 7 수준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43년 울산과 1681년에 강원도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나와 있다. 400년 뒤면 2040년대다.

 

지진에 맞서고자 한다면 지금은 괴담을 차단하는 것보다 핵발전소 신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시설부터 시작해 가동 중 핵발전소를 폐쇄해 나가며 대재앙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한반도가 지진대임을 인정하고 내진설계 강화 등 안전정책의 전반적 재설계를 추진하는 동시에 핵발전소 폐쇄를 논의해야 한다. “이번 지진을 자연의 경고로 읽을지 말지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녹색당 13일 논평)

 

‘200지진벨트양산단층 잠 깼다 913 한겨레

동일본대지진이 단층 움직여 울산·경주 지각 약하게 만들어영덕~낙동강 하구 양산단층깨워 더 큰 지진 일어날 가능성엔 과거 7.0 넘은 적 있어 배제 못해

12일 밤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양산단층이 살아 있는활성단층임을 드러냈다.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수십 개의 단층을 따라 고리·월성·울진 원전들이 밀집해 있다. 대부분 지진은 단층을 따라 일어난다. 경주 대지진이 원전 안전에 빨간불을 켜게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원인을 멀리는 한반도 주변의 지각운동에서부터 가까이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생대 대륙 충돌과 신생대 한반도와 일본의 분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지구조운동 과정에 단층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많은 단층들이 형성됐다. 한반도 주변에는 인도와 아시아대륙 간의 충돌에 의한 동서 방향 압축력과 필리핀판의 북쪽으로의 이동에 의한 북북서 방향의 압축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 힘이 축적되면 기존 단층들이 움직여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손문 부산대 지리환경과학과 교수는 13동일본 대지진을 일으킨 에너지가 구마모토 지진, 울산 앞바다 지진, 경주 지진을 잇따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지하의 지진파가 움직일 때 서쪽에 있는 지각을 약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 200에 이르는 선구조로, 경부고속도로와 35번 국도가 나란히 있다. 자인·밀량·모량·동래·일광단층 등 양산단층대를 이루는 단층 중심에 놓여 있다. 양산단층은 그동안 활성단층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활성단층은 최근에 운동을 했으며 미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단층을 가리킨다. 지질학계에서는 280만년 전 이내 곧 신생대 4기에 활동한 단층을 말한다. 이런 단층은 언제든지 다시 활동할 수 있다. 경주지진이 양산단층 선상에서 발생함으로써 양산단층은 살아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경주지진은 복합적인 형태로 진동을 일으켰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동해 쪽 부분(오른쪽)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위로 비켜 올라가는 주향이동단층(우수향단층)과 동쪽 지반이 서쪽 지반으로 올라가는 역단층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의 진동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진동이 양산단층 자체를 움직이게 한 것은 아니다. 이 연구위원은 지구는 탄성적 거동을 하는데 이 탄성이 임계에 이르러 영구적 변이가 일어났다면 곧 양산단층 자체가 움직였다면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깨어난 양산단층이 또 다른 더 큰 지진을 부를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뜻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지진연구센터장은 단언하기 어렵다. 압축된 응력이 팽창해 해소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6.5보다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는 역사상 규모 7.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는 지역이어서 같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현대 과학으로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경주 지진 피해가 작았던 것은 행운이다. 규모 5.15.8의 차이는 에너지로는 11배가 넘는다. 이날 국민안전처·지자연·한국지질학회 등이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일대를 현장 조사했지만 특별한 피해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원서 지자연 부원장은 주변 도로공사장의 절개사면에서 머리통만한 돌이 굴러 떨어졌을 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진원이 깊어 피해가 작았다는 데는 의견이 갈린다. 지 센터장은 진원까지 깊이가 12~13로 깊고 고주파 성분이 많아 진동이 빠른 시간에 지나갔다. 큰 피해가 발생한 지난달 24일의 이탈리아 지진(규모 6.2)의 진원은 5깊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30이하는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천발지진으로 분류된다. 암반과 지질 구조가 진동을 증폭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라고 했다.

 

한국 원전밀집 1고리 주변인구는 후쿠시마 22

고리원전 8세계 최다인데 정부, 2기 추가건설 승인

반경 30380만명 살아 월성 한울 한빛도 10위권

25기중 19기 몰린 동남부 일대 활성단층 60여개 분포 강진 덮치면 대재앙경고

 

12일 저녁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은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원전)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점과 맞물려 한층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국토면적당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이내 인구수 등이 모두 세계 1위다. 지진사고에 따른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원전은 30개국 189개 단지에서 448기가 운영되고 있다.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4년 국회에 제출한 원전밀집도 국제비교자료를 보면, 한국은 국토면적 997208721발전용량의 원전을 가동해 밀집도가 0.207이었다. 원전을 1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가장 높다. 2위인 일본은 0.112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원전 100기를 운영해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미국도 밀집도는 0.01, 한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비교를 진행할 당시 우리나라는 원전 23기를 운영 중이었는데, 현재는 25기로 늘어서 밀집도는 0.282(올해 6월 기준·에너지정의행동 분석)로 더 높아졌다.

 

원전 단지별로 본 밀집도는 더 심각하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8기가 있는 고리 원전은 이미 캐나다의 브루스 원전과 함께 세계 최다 원자로() 밀집 단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고리 원전은 8260로 브루스 원전(6700)을 능가한다. 고리 원전은 반경 30이내 인구도 380만명에 이른다. “전세계에서 원전이 6기 이상 몰려 있는 단지 중에서 주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라고 그린피스 쪽은 설명했다. 고리뿐 아니라, 월성·한울·한빛 등 우리나라 모든 원전 단지가 세계 최다 원자로 밀집 단지 10위 안에 든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단지 안에서 동시에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전세계에 안겨줬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6기 중 3기에서 핵연료봉이 녹아내렸다. 동국대 박종운 교수(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정부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지진 확률이 낮다는 점을 부각시켜왔지만, 지진 등의 사고는 급작스럽게 발생한다. 단지 내에서 발전용량이 크다는 것은 방사선 방출량이 많다는 것이고, 부근에 주민이 많이 산다는 것은 사고에 따른 피해가 그만큼 더 크다는 얘기다. 이를 고려해 잠재적 위험성을 계산하면 고리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지진발생 확률이 낮은 편이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그에 따른 위험성이 수십배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고리 원전의 반경 30부근에 사는 주민들이 많다는 데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후쿠시마 원전(17만명)에 견주면 22배나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 6월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를 승인했다. 고리 인근 지역에 이미 8기가 있는데 10기로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그린피스는 부산, 울산, 경주가 위치한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는 무려 60여개의 활성단층이 위치해 있다.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분포한 곳에 원전을 추가로 짓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라고 경고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은 후쿠시마의 교훈은 당국이 예상한 것 이상의 심각한 쓰나미가 발생하면서 사고가 커진 것인데, 정부는 아직 그 교훈을 새기지 못한 것 같다현재처럼 스스로 축소해서 잡은 원전 내진설계 기준만 고집하고, 다수 호기 사고에 대비한 대처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최대 강진 - 바닥 드러낸 재난 시스템]안전처 먹통정부 늑장대응KBS는 태연히 드라마 틀어 913 경향

 

재난문자 지연에 자료 분석·대상지 선정 시간 걸려

KBS “정보 부족, 특보 편성 늦어해명은 구구절절

 

원전 중심 전력정책 버려라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회원들이 13일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노후 원자력발전소 폐쇄와 신규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의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재난 사실을 즉각 알리고, 대응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국민안전처는 12일 오후 744분쯤 규모 5.11차 지진이 발생한 지 8분여 만인 오후 752분에 부산·대구·울산·경북 등 7개 지역에 재난문자방송(CBS·재난문자)을 발송했다. 이어 오후 832분쯤 규모 5.8의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약 9분 만인 오후 841분에 12개 시·도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일부 시민은 해당 지역에 있는데도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 서울, 인천 등에서도 진동을 느꼈지만 재난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안전처의 홈페이지는 오후 752분부터 1035분까지 접속자 폭주로 총 5회의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지진과 관련한 국민 행동요령이나 정보 제공이 불가능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늑장 지시도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930분쯤 관련 부처와 수석실을 통해 긴급 보고를 받은 뒤 국민 불안해소와 피해규모 파악 등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의 안전 확인에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황 총리는 이보다 늦은 오후 10시가 넘어 전 행정력을 동원해 피해자 지원과 복구 등의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황 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늑장 지시와 갈팡질팡 대응을 비판했다. 더민주는 13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안전처에 설치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재난문자방송 발송 시스템 및 홈페이지 서버 안정화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처는 재난문자 늑장 발송에 대해 기상청의 공식 지진통보문을 받는 데 4~5분이 소요되고, 이를 분석해 재난문자 발송 대상지역을 선정하기까지 4~5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이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신 수요량이 크게 늘어나 통신사 기지국의 문자 발송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서울 등에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진원지와 거리가 멀어 재난문자 발송 대상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 1TV1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를 방송하고, 오후 825분부터는 일일연속극 <별난 가족>을 그대로 내보냈다. KBS13일 입장자료를 내고 당시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있어 특보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15일 전남 진도군 의신면 만길노인회관 앞 길에 의신면 이장단이 준비한 애미야∼∼ 어서 와라.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라는 내용의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황교익 추석은 달빛 좋아 쉬고 즐기는 날914 한국

제대로 알아보는 추석의 연원

 

추수감사절과 혼동해 풍성한 음식 집착

김명자 교수 경상도 일부 추석 안 지내

일년 중 가장 하늘이 높고 아름답고 휘영청 달이 밝은 날, 평소 닫았던 북문까지 열어 젖혀 놀고 즐기고 축제를 벌이는 게 추석이잖아요. 유교 국가도 아닌데 조선시대 차례 음식을 하느라, 특히 여성들만 고생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풍경이죠.”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최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추석 명절의 원래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농경 사회에서 밤이 도깨비의 시간, 귀신의 시간이었다면 하늘이 높고 맑고 보름달이 뜬 추석은 밤에도 대낮처럼 길이 밝은 몇 안 되는 날 아니냐밤에는 돌아다닐 수도 없고, 문 밖에는 출입도 못했던 여성들을 오히려 해방하는 날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언제부터인가 추석은 하루 종일 전을 부치며 맡는 기름 냄새, 상 다리가 휘어지는 차례상, 해도 해도 화수분처럼 늘어나는 설거지 등의 풍경으로 기억되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이는 추수를 앞두고 성큼 다가온 가을 밤을 즐기던 원래 추석의 연원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추석 명절은 본래 차례를 위한 노동의 주간이 아니라 추수를 예비하고 청량한 가을 날을 즐기기 위한 휴식과 놀이의 주간이라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서울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은 한 가족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추석은 추수감사절인가

추석에 마땅히 풍요로운 음식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은 이 날을 한국식 추수감사절로 여기는 정서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적잖은 전문가들은 추석=추수감사절이라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황교익씨는 추석에 추수감사절 성격이 있다고 보는 주장의 근거는 우리가 북쪽에서 온 민족이라 과거에는 음력 8월쯤 추수를 했다는 것이라며 반대로 북방의 한 풍습을 문화로 흡수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했다. 이어 부여 등 우리 고대 부족국가 풍습을 보면 추석엔 놀이를 즐기고, 추수감사절 성격의 행사는 10월 상달고사 등이 따로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 우리 땅에서 음력 8월 보름에 수확할 수 있는 햇곡식, 과일은 오늘날의 차례상에 주로 오르는 것들과는 차이가 있다사과와 배만 해도 정부에서 매년 추석 출하 및 물가 자료등을 발표하면서 꼭 이런걸 차례상에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은연 중에 강제해서 그렇지 제철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의 견해도 비슷하다. 민속학계 원로인 김명자 안동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추석은 수확의 준비 기간이자 그 동안 농사를 잘 하게 된 것에 기뻐하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로 풍요를 예축했던 명절이라며 쌀 중에서도 이른 쌀 즉 올벼만이 일부 수확돼 이 쌀로 빚은 송편을 오려송편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올벼는 일찍 수확 가능한 벼로, 이 첫 나락을 베어 조상께 올리는 일은 올베심리라고 했다. 김 교수는 국립민속박물관이 편찬한 한국세시풍속사전의 집필자다.

 

충남 당진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올벼를 수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월 올벼를 모내기해 116일만의 결실을 봤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추석(秋夕)을 글자 그대로 가을 저녁’, 나아가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고 정의한다. 중국에서는 추석 무렵을 중추(中秋), 월석(月夕) 등으로 불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중엽 이후 중추나 월석을 축약해 추석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풍속사전에 따르면 추석의 유래에 대한 정확한 문헌자료는 없지만 “815일 왕이 풍류를 베풀고 활을 잘 쏜 자에게 상을 준다”(당나라 역사서 수서 동이전 신라조) “8월 보름날이면 크게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이 모여 활을 쏜다”(송나라 역사서 구당서 동이전 신라조)는 기록이 있다.

김명자 교수는 요즘은 농업 기술이 발달했지만 경북 북부 등 일부 지역에선 추석 무렵이 아예 올벼도 나오기 전이라며 가령 예천, 안동 등의 고령층에서는 어릴 때 추석 명절을 지낸 기억이 전혀 없다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사회에 들어선 뒤 도시 노동자들에게 각별할 수 밖에 없는 공식 휴일로 지정되면서야 전국적인 추석 차례 문화가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추석(秋夕)가을 저녁’,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왕들은 날 좋고 달빛 밝은 음력 8월 보름에 잔치를 베풀었다. 게티이미지 뱅크

 

길 밝히는 달빛 함께 즐기는 날

추수를 끝낸 뒤 치르는 서양의 추수감사절과 우리 추석을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심지어 몇 해 전에는 본격 수확 전이라 농산물이 비싸고 차례상 차림이 부담되니 추석을 늦추자는 주장도 나왔다. 2013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열었던 '쉬는 날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도 추석을 늦춰 양력으로 하자는 방안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김명자 교수는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우리의 명절이라는 것 자체가 생활과 계절의 마디로 쉬어가는 시점이고 특히 정월 대보름은 농사를 앞둔 농한기, 추석은 추수를 앞둔 농한기였다꼭 어떤 상을 차려야 하는지에 맞춰 날짜까지 바꾸는 건 어색하다고 했다. 굳이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날을 찾는다면 우리에겐 음력 10월 상달고사, 천신제, 가을고사가 있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산업사회 이후로는 가족들이 바쁘게 일하며 뿔뿔이 헤어져 지내니까, 공식 휴일로 지정된 추석 즈음에나 얼굴을 보잖아요. 그래서 추석이 더 각별해진 것 같아요. 그러니 차례상이든 뭐든 너무 예전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큰 의미가 없죠. 미국식 추수감사절에 끼워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명절이라는 쉬어가는 마디에서 나름의 정성으로 차례를 지내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쉬며 즐기며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게 본래 취지에 맞지 않을까 싶어요.”

김명자 안동대 명예교수는 "추석 명절의 의미가 산업사회에 와서 오히려 커진 점을 생각하면 꼭 전통에 맞춰 차례상이나 문화가 이래야 한다는 옛 기준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추수를 예비하는 마음으로 쉬고 즐겨야 할 시점에 미리 요란한 차례상을 차려 대는 현재의 추석 문화가 부엌노동자들만을 힘겹게 하는 것은 아니다. 황교익씨는 이런 문화가 사과, 배 등 과수의 조기 출하를 부추기고, 장기적으로 농촌에도 손해를 입힌다고 본다.

우리 배는 저장성이 좋은 신고배가 대부분인데 이 무렵이면 아직 신고가 많이 안 익죠. 어떤 것은 익은 것처럼 보이려고 지베렐린(생장촉진제) 처리도 해요. 세포를 뻥튀기 해서 크게 만드는 거죠. 그러니 사실 맛 없는 경우도 많아요. 사과도 반사판을 달아 빨갛게 익은 것처럼 색만 붉히기도 해요. 제수용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죠.”

소비자들이 제수용으로 급히 익힌 과일만 접하다 보면 맛이 없다는 인식을 가져 평소에는 이들 과일을 덜 사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전체 농가를 위해서도 정부에서 꼭 추석을 앞두고 어떤 특정한 농산품만을 사야 한다고 은연 중에 권장하는 추석 품목 물가 자료를 내선 안 된다국가가 불교식 상차림법을 발표하는 일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황교익씨가 생각하는 추석의 본질은 달빛 축제. “사실 부모님 세대만 해도 유교 문화를 그대로 배운 세대이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공부나 여유도 없었죠. 하지만 이제 그런 관습들을 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조선에서 어떻게 했건 도대체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제 민주공화정 시민답게 살아야죠. 달빛도 즐기고 모두가 신나게 쉴 수 있는 명절이 됐으면 해요.”

 

홍동백서 근거 없다소박한 차례상이 좋아요

추석 차례상 검소하게 차려야 할 5가지 이유

주부 박지혜(34가명)씨는 4년 전 결혼 직후 시댁의 열린 차례 문화를 보고 반색했다.

 

 

매번 육적, 어적, , 나물, 육포, 과일, 대추, 배 등 정해진 기준에 맞춰 상을 차리느라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닌 다른 집과는 풍경이 사뭇 달랐다. “올해는 뭘 해먹으면 좋을까?” 명절이 돌아오면 가족들은 서로 의견을 묻곤 했다. 어떤 경우는 새우튀김이나 오징어튀김, 고기류가 당길 때는 갈비 등이 선택됐다. 가족들은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이런 한 가지 주 요리를 함께 만들고 다과를 곁들여 차례상에 올렸다.

 

박씨는 사실 차례에 올리는 조기나 닭은 정말 인기가 없지 않냐조상님께는 어떤 음식 종류를 올리느냐보다 마음을 다하는 게 중요하고, 모인 사람이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음식을 하는 방식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 모일 수 있는 가족 숫자는 최대 10. 융통성이 십분 발휘되는 이 가족의 명절에는 남는 음식이나 재료도, 이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과 노동력도 없다. “시금치 값이 유독 뛰는 해에는 시금치를 피하고 다른 나물을 택해요. 어머니께서 예전부터 이렇게 실용적으로 하셨다고 해요. 다른 친구들은 명절에 전 부치고 음식 하느라 허리도 못 편다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나누니 명절을 더 즐겁게 보내는 것 같아요.”

 

주자가례에도 없는 어동육서

명절만 돌아오면 차례상 규칙에 전전긍긍하는 가족이 적지 않다.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頭東尾西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좌포우혜 (左脯右醯육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조율이시 (棗栗梨枾왼쪽부터 대추),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고추가루와 마늘 양념을 쓰지 않기 등.

 

상에 놓는 방법이 문제는 아니다. 어동육서를 지키려면 꼭 계적육적어적 등을 모두 대령해야 하고, 조율이시를 갖추기 위해선 대추감이 빠짐없이 동원돼야 한다. 나물도 삼색 나물이 기본으로 여겨진 지 오래. 이쯤 되면 주식인 송편이나 떡국밥은 기본 중에 기본에 속한다. 적잖은 집에서 이 노동이 온전히 여성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명절 직후 이혼율이 증가하는 까닭도 이 성대한 차례상 전통과 무관치 않다.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고, 작은 소비 하나에도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에 화석처럼 남은 몇 안 되는 풍경이다. 모두 의구심은 있지만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정성이 부족한 것 같고, 이를 중시하는 다른 가족의 처지를 생각해 묵묵히 따를 뿐이다. 여기서 분연히 전 뒤집개를 들고 일어나 도대체 이건 누가 정한 규칙이란 말입니까를 외칠 수 있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외로 이런 어동육서 등의 규칙에는 역사적 근거가 없고 집집마다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적절한 예를 갖추라는 게 유일한 공통 규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음식의 질이나 양보다는 그것을 올리는 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소박한 차례상의 이점은 무얼까. 우선 요란하게 한 상 차릴 때 드는 육체적 감정적 노동을 줄일 수 있고, 최소 20~3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아끼게 된다. 또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를 예방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요란한 상차림 60년대 이후 풍습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차례상을 차리는데 지난해보다 7.4%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 과일, 육류 등 추석 차례용품과 재료의 비용은 대형 마트 기준으로 339,659, 전통시장 기준 27221원으로 추산됐다. 어동육서 등의 규칙에 따라 상을 차렸을 때 드는 비용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언제부터 어동육서를 금과옥조로 삼았을까. 유학 전통을 계승하는 성균관의 박광영 의례부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상다리가 휘어지는 차례상은 1960, 70년대 이후에 서로 집안 뿌리를 양반인 양 과시하려는 문화가 잘못 정착된 것이라며 흔히 차례 규칙의 근거로 생각하는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는 실제로는 어동육서 같은 규칙이 없을 뿐더러, 여기서 묘사하는 것은 기제사상이지 차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정부포털, 국립민속박물관 등 각 기관이 제작하고 언론이 통용하는 차례상 차림 안내 자료의 근거는 대부분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이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균관 명륜당 앞 동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홍동백서 등은 역사적 근거가 없지만,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굳어진 규칙"이라며 "차례는 형식보다 정성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변해림 인턴기자

 

대한민국 정부포털이 안내하는 바른 차례 상차림. 2012년 게재된 이 게시물은 "바로 알고 정성스럽게 차례를 지내라"며 조율이시, 좌포우혜 등을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규칙에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대한민국 정부포털

 

갑오경장이 일어나고, 반상 구분이 없어지면서 누구나 양반처럼, 벼슬 높은 집안처럼 상을 차리는 게 최고라고 여기는 시기가 잠깐 있었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말살됐고요. 그런데 다시 현대에 와서는 제사에 소홀하면 우리 집안이 과거 상놈 취급받는다는 인식이 생겨난 거죠.”

하지만 박 의례부장은 과거부터 기일 제사는 다소 있는 정성 없는 정성을 다하는 문화가 있었어도, 명절 차례야말로 아침에 술 한잔 올리고 곁들일 음식을 준비하는 정도가 기본이라며 “4인 기준 20~30만원 대의 이런 상차림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명절에 대해 예서에서는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채소나 과일을 준비해 올린다고 기록하고 있다어동육서의 경우 일부 가문이 중국을 기준으로, 동쪽이 바다라 생선을, 서쪽이 육지라 고기를 놓았다(‘송자대전’)는 설명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조선 유교 예법의 기준이 된 고대 중국문헌에도 이런 복잡한 규칙은 없다고 한다. 음식문헌을 연구하는 고영씨는 국조오례의, 주자가례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예법까지 정부와 언론의 과도한 권고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며 어느 지역, 어떤 집안의 규칙이었을 순 있으나 전 국민이 따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규칙들이 메모랜덤이 된 이 현상은 거의 인류학적 연구 주제라고 분석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필동 남산한옥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추석 차례상에 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과일과 음식들은 오래 전부터 '풍성한 한가위'의 상징이었다. 한국일보

 

쉬며 놀며 원하는 음식 즐기자

고씨는 절기로 봐도 추석이 미국식 추수감사절과는 완전히 다른 명절이라며 벼를 본격 수확하기 전으로 과거 농촌에서 풍성한 음식이 있을 수가 없는데 추석에 앞서 대대적인 매출, 소비 세리머니를 하려다 보니 여기에 맞춰 과수 출하를 앞당겨야 해 농가에 무리를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민족 최대명절’ ‘풍성한 한가위’ ‘푸짐한 인심등의 판촉 구호만 난무했지 추수에 앞서 모두에게 쉴 틈을 주자는 명절의 핵심 가치는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푸짐한 차례상에 대한 압박으로 명절이 걸핏하면 노동탄압, 남녀차별의 주범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대해 박광영 의례부장은 억울하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도 궁에서는 오히려 대령숙수, 즉 남성이 음식을 했어요. 지금도 규율을 중시한다는 종가에서는 남자들이 장을 보고 음식을 함께 하고요. 여성만 일을 하게 한다? 그건 유교를 잘못 이해한 거예요.”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는 2010년부터 저탄소 명절캠페인의 일환으로 간소한 차례상 차리기를 실천 수칙으로 제안한다. 오종민 간사는 명절에 특히 푸짐한 상차림으로 과식하거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데 꼭 먹을 만큼만 조리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의 20%를 줄이면 제주도 전체 인구가 한 해 겨울을 날 수 있는 에너지양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의 화목과 건강, 지구환경까지 생각해 차례상을 소박하게 차리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상은 조상께 올릴 술을 중심으로 차리고 아이들을 포함해 가족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구성하되 필요하면 적나물과일 등은 한 가지씩 모인 이가 함께 먹고 남기지 않을 만큼만 준비하되 차림부터 정리까지 모든 노동은 남녀가 함께 하면 된다.

2년 전부터 서울에 위치한 할아버지 묘역에 소반과 두 세 가지 음식을 챙겨가 절을 올리는 것으로 차례를 대신한 회사원 최준명(36가명)씨 가족에게는 뱃살을 늘리는 명절 과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에는 정성스럽게 부친 생선전, 과일 한가지, 떡국(혹은 송편) 등을 올린다. 최씨는 과식할 일도 없고 아내나 저나 과로하고 짜증낼 필요 없이 가족이 편하게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궁극적으로는 집집마다 차례상이 꼭 필요한지 생각해봐야겠지만 아직 어른들께서 원하니 소박하게 차린 상이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댁의 실용적 차례상에 반한 박지혜씨도 기쁜 마음으로 명절을 기다린다. “사실 어머님께선 예전부터 차례를 생략하고 여행을 가자고 하셨는데 아버님께선 차례를 원하셨죠. 우선 절충안으로 가족들이 원하는 메뉴의 차례상이 나온 거예요. 막상 이것저것 찬을 올리다 보면 그렇게 빈약해 보이지도 않아요. 어떻게 차리든 궁극적으로 가족들이 화목하게 보내는 것, 그게 추석에 더 어울리는 일 아닐까요.“

 

추수 감사 음식에서는 그 사회가 보인다 915 시사저널

한국의 송편, 중국의 월병, 일본의 이키타마 사카나등에 각각 사회의 가치관 담겨

 

추석은 역사상 어느 시대, 지구상의 어느 지역에나 존재했던 수확 감사의례의 한반도 버전이다. 인간이 어느 정도 규모의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먹을 것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나면 감사의 마음이 들었을 것이며, 농경사회에선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봄부터 시작된 고된 노동 끝에 일 년 치 식량이 확보된 타이밍, 모처럼의 풍부한 음식과 여유로운 시간에 사람들은 그렇게 식량을 거둘 수 있게 해 준 신적(神的) 존재들에게 감사의례를 바쳤다.

 

이런 감사의례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의례에서만 특별히 장만되는 음식이다. 그 지역에서 나는 주작물을 이용해 다른 때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특정 음식을 만들어서, 자기가 모시는 신이나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바치는 것. 그 음식을 가족과 친척, 그리고 동네 사람들끼리 나누는 것. 여유가 좀 생겼으니까 평소에 챙겨주지 못했던 딱한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는 것. 이것이 수확 감사의례의 메인 포인트이고, 여기에 춤과 노래로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일이 함께 진행되었다. 당연히 수확 감사제는 그 사회의 생태학적 조건,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음식이 달라지고 감사를 바치는 대상도 달라지며, 주작물의 수확시기가 다른 만큼 감사제의 시기도 달라진다. 어떻게 다른지 잘 들여다보면, 그 사회 전체가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시연한 추석 차례상 © 연합뉴스

 

한국은 조상신, 중국은 신화적 존재 모셔

우리나라에서 추석음식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송편이다. 사실 송편은 추석에만 등장하는 것이어서 눈에 띌 뿐, 차례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이 추석이라는 감사제를 위해 장만되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산지와 평야가 고르게 분포한 한반도의 수확 감사제 음식은 그야말로 육해공군이다. 곡물뿐 아니라 과일·육류·어패류, 그리고 버섯이나 나물 같은 임산물도 중히 쓰인다. 감사를 바치는 대상은 무엇보다도 조상신들이다. 부계혈연공동체가 중심이었던 농경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어촌이나 산촌에서는 용왕이나 산신령 등에게 감사를 바치는, 조금 변형된 의례가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가까운 중국에도 유명한 추석 음식이 있다. ‘중추절(中秋節)’이라고 해서 역시 우리나라처럼 3대 명절 중 하나로 음력 815일에 지낸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 의례의 상징적 음식은 월병(月餠)’이다. 밀가루를 돼지기름·우유 등으로 반죽한 껍질 속에 단팥소·고기·해산물·야채 등을 혼합한 만두 소 비슷한 것, 그리고 여러 가지 견과류를 많이 넣어, 보통은 그 가문의 이름이나 문장이 새겨진 빵틀 속에 넣어 모양을 잡아 구워 만든다. 가운데에 달을 상징하는 달걀노른자를 넣기도 하고, 부잣집에서는 은화를 넣어 나누어주기도 한다. 물론 월병도 우리나라의 송편처럼, 다른 모든 공들인 명절 요리가 등장하는 가운데 을 상징한다 해서 중추절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이다.

 

근대화 이전 시기까지 비교적 흔들림 없이 부계혈연으로 구성된 지역공동체를 지켜왔던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먹고살기에 더 나은 형편에 따라 서로 다른 가문이 함께 살기도 하고, 다수파 가문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능력만 있으면 공동체의 리더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수확 감사의례의 대상 또한 조상신인 경우도 있지만,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켜준다고 믿어지는, 대단히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신적 존재인 경우가 많았다. 공자(孔子)나 관우(關羽)같이 실존 인물이었지만 구전을 통해 더욱 신격화된 존재, 도교적 전통의 신령들처럼 비()인간 신화적 존재 등등. 사회주의 혁명을 거치면서 오늘날 이런 종교적인 부분들은 모두 사라지고 음식과 사자놀이같은 연행만 남았지만 말이다.

 

일본은 부모, 동남아는 아이들을 각각 존중

일본의 추석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봉()’절은 양력 815일이다. 추수하려면 아직 이른, 더운 시기에 추수감사제 비슷한 것을 지내게 된 사연에 대해서는 문화사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예전엔 한국·중국과 마찬가지로 농경사회로서 음력을 지켰지만, 서구화 물결 속에서 음력을 전혀 쓰지 않고 그 날짜만 남았다고 보는 이도 있다. 또 일본의 주종교인 불교의 큰 행사로 음력 715일에 지내는 우란분재(盂蘭盆齋)’가 오봉이며, 수확 감사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우란분재라는 명칭은 산스크리트어인 ‘ullamana’를 한자어로 음역한 것이어서, 이 중에 한 글자만 특히 의미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보다 이 ()’이라는 글자가 칼을 사용해서 둘로 나눈다는 의미와 그것을 접시에 담아 바친다는 의미가 합쳐진 것이므로, 수렵채취 시대부터 전해지는 희생동물을 바치는 의례를 가리키는 말이었을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싶다. 거기에 ()’라고, 일본어에서 존경의 뜻을 담을 때 쓰는 접두어가 붙은 것이니, 실제로는 불교가 전해지기 훨씬 이전부터 지켜져 온 수확 감사제의 잔재라고 보는 편이 더 합리적일 듯하다.

 

어떻든 이 오봉의 음식을 보면 또 일본인들이 살아온 방식이 보인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한 세대 이전만 해도 오봉절엔 큰 생선의 입안으로 작은 생선의 머리 부분이 들어간 모양으로 넣어 소금을 쳐 반건조한 후 쪄서 부모님께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 생선을 이키타마(?) 사카나()’라고 한다. 이키타마란 살아 있는 신이라는 뜻으로 부모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중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하나의 성씨를 따르는 부계원리를 지켰지만 실제로는 혈연과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해 양자로 삼아 가문을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공동체에서는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절대적인 파워를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자식들로서는 살아 있는 신으로 모시는 마음자세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 입속으로 자식인 자기 몸을 던지는 형상이니, 이 음식이야말로 일본 전통사회의 가치관과 사회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따뜻한 기후로 주작물인 쌀을 연중 두어 차례 수확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일단 추수감사의 시기가 다르다. 대개는 첫 수확이 있는 5월께 쌀을 이용해 술과 음식을 만들어 감사제를 지낸다. 특히 존중되는 대상은 한··3국과는 달리 부모나 조상이 아니라 아이들이다. 작물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논농사를 하려면 집중적으로 노동을 해야 하므로, 어느 집이나 대체로 아이들이 방치되어 자기들끼리 놀게 된다. 따라서 수확이 끝나고 다음 농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여유로운 시간을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쓰는 것이다.

 

조상의 묘 찾으면 좋은 기 받을 수 있다 915 시사저널

고향집 가문의 터는 가문 번성 위해 잡은 '명당'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씨별 인구현황이 나왔다. 전체 성씨는 5,582개로 밝혀졌다. 특히 개별 성씨별로 보면 김씨는 1,069만명으로 인구의 21.5%를 차지했고, 이씨는 731만명(14.7%), 박씨는 419만명(8.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최(, 233만명), (, 215만명), (, 118만명), (·106만명), (·102만명), (·99만명), (·82만명)씨 등이 상위 10대 성씨를 이루며 인구 비중에서 64%를 차지했다. 특히 성씨를 본관별로 보면 김해 김씨(446만명), 밀양 박씨(310만명), 전주 이씨(263만명), 경주 김씨(180만명), 진주 강씨(97만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지금의 가문을 이어 온 조상들은 이러한 성씨 중 한 분파에 속하여 오랜 세월동안 대를 이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유년시절에 조부모님을 통해 선조들의 발자취와 집안의 내력에 대해 듣게 된다. 이때 몇 대 조상님의 치적 등을 내 세우면서 은연중에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명절은 바로 자신의 선조들이 삶의 터전을 처음으로 일군 고향으로 향하는 날이다. 이 곳은 가문의 시발처이며 대()를 이어와 자신이 태어난 생가(生家)이자 본적(本籍)을 나타내는 정주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혈통을 이어 준 선조들이 뿌리를 내린 중요한 공간이자 가문의 역사성과 지속성이 공존하고 있는 성스러운 곳임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마을의 정주공간에 종택(宗宅)이 있는 경우는 마을을 처음으로 개척하신 입향조에 의해 주거지로 선정된 곳이다. 당시 입향조는 조선조 사대부로써 입지 선정시 풍수사상을 적용해 길지(吉地)에 터전을 이룬 곳이다. 길지란 풍수적으로 지속성을 갖고 있는 입지로 좋은 기가 머물고 있는 터를 의미한다. 가문을 이루어 오랜 세월동안 대를 이은 곳이자 지금까지 훼손되지 않은 채 그 후손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종택을 중심으로 정주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곳을 종택마을이라 칭한다. 마을의 형성 시기는 약 300~500년 전으로, 주로 영남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특히 안동권과 경북북부 지역(의성·영주·예천·상주·봉화·영양·영덕·청송)은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뛰어난 인물들을 많이 배출된 곳으로 명당의 기를 받는 입지라 할 수 있다.

 

양기풍수(陽基風水)에서 종택마을을 분석할 때 종택은 터의 공간배치를, 정주공간인 마을은 보국을 이룬 지세를 판단한다. 어떤 풍수지표가 적용될까. 첫째, 주산의 용맥이 현무봉을 이룬 곳인지를 본다. 둘째로 현무봉의 중심룡맥이 입수하여 혈장을 이룬 곳인지, 셋째로 좌청룡·우백호가 물의 흐름을 완화시키는 곳인지를 본다. 넷째는 안산이 마주하고 오형체를 이룬 곳인가를, 다섯째는 득수형태가 길수를 이룬 곳인가 여섯째, 사신사를 갖춘 보국인가 등을 살핀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북 영덕군 축산면에 입지한 무안박씨종택마을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기로 한다. 이곳은 약 370년 전에 경주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선무훈일등공신(宣武勳一等功臣) 박의장(朴毅長:1555~1615)의 종택이 있으며 지금까지도 정주공간을 이루고 있다. 먼저 주산은 낙동정맥에서 화람기맥으로 분맥하여 기봉한 봉화산(278m)이다. 주산에서 뻗어내린 용맥은 금형체의 현무봉을 이룬다. 즉 소조산-부모산-주산으로 이어진 용맥은 단맥(斷脈)이 되지 않고 계속 행룡한 뒤 종택마을이 입지할 수 있도록 현무봉을 세웠다.

 

또 무인(武人)의 지기를 받는 인물이 배출될 수 있는 금형체의 현무봉을 의지하고 있다. 종택은 현무봉의 중심룡맥이 입수하여 혈장을 이룬 곳에 입지한다. 종택과 마주하는 안산인 고래산(291m)은 토형체를 이루고 있어 관직과 명예의 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입지이다. 이러한 종택의 경우 구성원들이 중심룡맥에 의해 가문이 지속할 수 있는 지맥을 받게 된다. 안산은 사회적 명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를 반사해 준다. 입향조에 의해 가문을 번성시킬 수 있도록 종택입지의 풍수적 터 잡이가 이루어진 것이다.

 

현무봉에서 개장한 좌청룡과 우백호가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우입좌출(右入左出)하는 물길을 좌청룡자락에서 걷어주는 지세를 이룬다. 이러한 득수는 조산인 고래산(291m)의 지맥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모여서 축산천을 이룬 물길인데, 종택마을의 중명당을 궁수형태를 이루면서 서서히 흐르는 수세이다. 궁수형태는 현무봉의 중심룡맥이 나아가다가 물을 만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경계를 이루면서 나타나는 길수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물길이 중명당을 끼고 오래도록 머물 수 있도록 좌청룡지맥이 역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중명당에 머무는 수기(水氣)와 마을의 정주공간이 의지하는 주산과 서로 조화를 이룬 생태공간을 뜻한다. 사신사를 갖춘 마을입지는 생기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장풍을 이루는 보국이다. 지금까지도 종택마을이 현존할 수 있도록 터 잡이가 이루어진 것이다.

 

맹모삼천지교의 교훈에서 보듯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교육입지를 선택했다. 성현이 될 수 있는 터 잡이를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현들은 좋은 터를 구하기 위해 풍수지리를 적용했다. 당시 조상들은 입향조의 입지선정시 가문의 지속성을 제일 중요시했다. 자손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인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현무봉을 의지하고 중심룡맥을 받는 곳을 찾은 것이다. 또 사회적 신분상승을 얻기 위해 안산의 좋은 봉우리를 마주한 좌향을 잡아 종택으로 생기가 조응·반사되도록 터 잡이를 했다. 지금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나 한 가문의 일원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고향집 조상의 동기감응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매년 추석을 비롯한 명절이 되면 누구나 고향을 찾는 민족의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모두가 고향에 가면 조상님을 뵐 수 있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그럼으로 인해 좋은 기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기왕 가는 고향에서, 이번에는 발복의 역량을 배가 시킬 수 있는 선영을 꼭 찾아가 좋은 기를 받아 보기를 권해본다. 올해의 발복은 각자 하기에 달려있다.

 

낙선 정치인의 놀이터 종편 915 한겨레

 

TV조선 정두언-김유정의 이것이 정치다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유정. 이화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평민당 당직자로 시작해 청와대 행정관,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당 대변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 대변인 등을 거치면서 20여년 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오다 총선 공천 패배로 여의도를 떠나 있는 그에겐 요새 방송 진행자란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530, 종합편성채널 <티브이 조선>의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선다. 지난 523일부터 정치·시사 토크쇼 이것이 정치다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그의 곁엔 18대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함께 선다. 그 역시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처음에 진행자 제안을 받았을 땐 황당했죠. 나한테, ?” 종편 탄생의 신호탄이 된 미디어법이 날치기 처리됐던 20097, 야당인 민주당 대변인으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는 원천 무효라고 앞장서 외쳤던 그였기에 <티브이 조선>의 제안은 뜻밖이었다. 게다가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 노골적인 편파 방송으로 악명이 높았던 방송국의 제안인지라 거부감부터 들었다.

 

김 전 의원의 영입을 두고, 누구는 “2017년 대선 판도가 어찌 될 지 모호한 상태에서 야당 쪽에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편파 방송이란 시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했다. “방송국이 실제 그런 의도를 가졌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야 정치인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첫 정치·시사 토크쇼잖아요. 중립적인 입장에서 토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종편 탄생을 앞장서 반대했던 그의 이런 입장 선회는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을 터다. “종편이 처음 생겨날 때, 많은 이들이 종편을 외면하고 무시하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과가 어땠나요. 현실적으로 종편을 폐지할 수 있을까요. 종편을 폐지할 수 없다면, 누군가 논리정연하게 야당의 입장을 전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다짐 아래 시작한 방송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4, 방송은 어느덧 82회차에 접어들었다. “적어도 이래라저래라 요구를 받은 적은 없어요. 이 안에서 내 할 말은 다 하고 있거든요.” 김 전 의원에 따르면, 그가 출연하고 있는 이것이 정치다는 최근 시청률 1.8%를 기록하며, <티브이 조선> 보도·비보도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 등 시청률 전문조사 업체의 프로그램 종합 순위 상위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의 경우도 대부분 한 자릿수대인 걸 감안하며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티브이 조선> 정치·시사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인 50~60대의 비율이 같은 방송의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낮고 40~50대의 비율은 더 높은 편이라고 한다.

 

사실 그에게 방송 진행자 자리는 그를 여의도’, 더 나가 세상과 이어주는 가는 끈같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 당시 당적을 옮겨 광주 북구갑에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뒤, 그가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외부 활동 기회는 주 5일 방송 출연이 유일하다. ‘본인 부고 기사 외에는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정치인 입장에선 방송 출연이 기회일 수도 있다. “‘방송에서 봤어요라고 얘기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건 아니에요. 그러니 방송 출연이 인지도를 높여주는 엄~청나게 좋은 기회라고 보긴 힘들어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요?”

 

김용옥 박 대통령, 아버지만큼도 못 배운 사람 912 한겨레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어제 북한산에 올라가서 보니까 눈물이 주룩 나오더라고요. 왜 이렇게 이 나라에는 이 위대한 지도자가 좀 태어나서 우리를 바르게 이끌지 못하고 이런 위험, 곤경에 국민들을 빠뜨려놓고 국민들을 향해서 불순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이런 망측한 말들을 쏟아내는 정부가 이게 국민의 정부입니까, 그게?”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 문제이 이어 북한의 핵실험 등 한반도 긴장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처럼 비판했다.

 

김 교수는 12CBS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우선 북한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뗀 뒤 “(북한이) 10여 년 동안 자기들은 핵개발하겠다는 걸 계속 말해 왔는데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가 개무시를 해 온 것이라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핵전쟁이 아니라 핵무기를 빙자한 그 요구가 있다. 그 요구를 전부 드러내서 우리가 대타협의 세계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걸 인정하고 서로 협상을 해야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지금 와서 한다는 말이 핵 억지력을 우리가 증가시켜야 한다는 건데, 북한의 핵능력이 10이라면 우리가 20을 가져야 된다, 우리 국토에다가 지금 우리 스스로 원자폭탄을 그냥, 핵폭탄을 그냥 퍼붓겠다는 얘기를 서로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에 개탄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5000년 우방이고 미국은 50년 우방이다. 중국을 우리가 그냥 보통 나라로 보면 안 된다”, “미국은 좋은 나라다. 미국에 가서 합리적으로 설득을 하면 미국 사람들은 듣는 귀는 있다며 미·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와 평화 협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동아시아 전체 정세의 안정을 꾀함으로써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미국에게 도움을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세계 정세를 아우르는 큰 그림 없이 움직이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유아적 제재 행보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친미라고 하는 사람들이, 미국하고 친하다는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이 전부 학을 뗄 그런 얘기들만 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도 예를 들면 남북문제에 있어서 이게 대결구도가 아닌 우리가 화해구도를 해서 다리를 놓겠다, 로비를 해도 그런 로비를 해야 되고 그런데 미국 가서 저 북한 놈들 때려죽일 놈들이니까 당신들이 빨리 때려죽이시오, 이것들 안 되겠습디다, 빨리 봉쇄해야 된다, 이거 도와달라고 가서 미국에 가서 사정을 하고 있는 이런 게 세상에 어디 있냐 말이에요.예를 들면 서독 정부가 돌아다니면서 옛날의 동독 사람들을 다 굶겨죽여야 한다고 그것 좀 도와달라고 세계로 로비하고 다닌다고 하면, 그거 우리가 옆집을 보는데 어느 형제들이 싸우는데 그렇게 비열하게 어디 돌아다니면서 우리 형 죽여달라, 죽여달라, 우리 동생 죽여달라, 굶어죽게 해 달라고 그런 식으로. 전 세계는 이 문제를 바라보지도 않고

 

김 교수는 사드를 배치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이런 망측한 이게 정책이냐.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2년 전 세월호 참사 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김 교수는 뉴 패러다임이라는 틀로 2017년 대선을 예측하고 박 대통령의 국정을 평가했다. 최근 <도올, 시진핑을 말하다>(통나무)라는 책을 펴낸 그는 “1949년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래로 중국의 정치 지도자는 모택동과 등소평밖에 없다. 나머지는 전부 등소평이 점지한 사람이라며 시진핑은 모택동·등소평 패러다임과 무관한 사람이다. 새로운 루트로 뽑혔다. 이 사람의 특징은 뉴 패러다임이라는 거다. 우리나라도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치사의 인물로 이승만과 박정희 딱 두 사람을 꼽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정치사라는 게 인물 두 사람밖에 없어요. 그거는 이승만하고 박정희예요. 전두환이라든가 노태우는 박정희의 아들이라고 그러는 사람이고 김영삼·김대중은 박정희의 안티 테제로 빛을 본 사람이고 또 노무현은 박정희의 아들인 전두환의 안티 테제로 청문회 잘해가지고 된 사람이고. 그다음에 이명박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아주 마이너한 산물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까지는 완벽한 이승만 패러다임의 그 선상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아버지(박정희)만큼도 못 배운 사람이라며 다음과 같이 혹평했다.

자기 아버지만큼도 못 배웠고 대통령으로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을 국민들에게 어떤 가슴에 와 닿는 어떤 뭐가 없잖아요, 지금.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70주년 거기 중국 열병식에 간 거 하나 말고는 뚜렷하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게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박정희 대통령만 해도 생각에 스케일이 있었다고. 그리고 미국 문제에 대해서도 그분은 절대 그렇게 미국 뒷다리만 붙들고 우리가 그래야 우리가 산다, 이런 생각이 있던 사람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경제개발 해서 어떤 힘의 기반 위에 올려놓으면 어떻게 미국에서 우리가 벗어나서 독자적인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사람이라고요. 그러니까 박근혜는 박정희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그런 틀을 0.000001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수구논리를 가지고 모든 걸 재단하고 사상적 독재까지 하겠다는 것이라며 세월호 문제라든가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잘못돼 갔나. 개성공단 문제도 그렇고 모든 게 다 그렇다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뉴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문재인이 됐든 박원순이 됐든 안희정이 됐든 남경필이 됐든 원희룡이 됐든 자기의 정견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새롭게 어필해야 되는 사람이지 과거에 있는 정치적 권력을 백그라운드로 해서 대선에 나오면 100패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기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나온다 한들 그 사람은 정치력도 없고 힘들어요. 오히려 반기문이 나온다면 야당에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살고 싶어 한다면 남경필이라든가 유승민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을 카드로 내놓으면 반기문의 한 1000배는 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대선후보의 자세와 전략으로 무아지경통합을 제시했다. “자리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기를 버리면서까지도 이 민족의 대의를 세우겠다고 하는 그 추상명사에 대한 헌신이 있어야하고 지금 어떠한 우월한 입장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사람들을 포섭해서 대통일의 장을 만들어 새롭게 부활해야만 진정한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영원한 2" 시작된 보수종편의 '작전' 912 오마이뉴스

[보수종편의 맨얼굴] 더민주 전당대회 후 종편 보도 살펴보니

 

MBN <시사스페셜>(8/28) 화면 갈무리

 

지난 82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이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추미애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보수종편은 더민주 전당대회에 큰 관심을 보여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도로친문당', '친문 패권주의'

민언련이 지난달 26일부터 91일까지 방송한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그리고 연합뉴스TV23개 시사토크프로그램 중 '더민주 전당대회'를 다룬 방송내용을 분석한 결과는 위와 같은 두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보수종편의 프레임이 '친노'에서 '친문'으로 바뀌었다. 전당대회를 '문재인 친위대'의 승리며, 온라인 권리당원들을 진보 일베, 홍위병 등 극단주의 집단에 비유했다.

 

더민주 전당대회는 문재인의 시나리오?

 

MBN <시사스페셜>(8/28) 화면 갈무리

"저는 전대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하여 분열의 언어, 배격의 논리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대단히 걱정스러웠습니다. 출마했던 분들 모두가 우리 당의 든든하고 자랑스런 자산입니다. 상처 난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그분들이 다시 힘을 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성원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추미애 신임 대표님을 비롯, 새 지도부로 선택된 분들에게 뜨거운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한결같이 역량 있는 분들인 만큼 당을 잘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당이 수권정당으로서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도록 발군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이제 경쟁은 끝났고 단결이 남았습니다. 다시 하나가 돼야 합니다.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모두가 손을 잡고 정권교체 한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827일 전당대회 후 문재인 전 대표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 일부다. 보수종편은 이 글을 소개하며, 전당대회 결과가 '문재인 시나리오'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과는 정반대 분석이다. MBN <시사스페셜>(8/28)에 출연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앵커께서 이야기한 대로 경쟁은 끝났고, 이렇게 했어요.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지. 어떻게 경쟁이. 자기들끼리 친문이 압도적인 곳에서 전당대회 결과를 가지고서 경쟁은 끝났다고 이야기합니까? 저는 굉장히 실망스럽고요...(중략)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번에 서로 간에 어떤 여러 가지 오해와 이런 부분 때문에 지금 분당되어 있지만 우리 범야권의 통합에 자기가 정말 역할을 다하겠다. 호남을 포함해서. 뭐 이런저런 메시지를 본인이 던져야 하는데 경쟁은 끝났고 단결은 남았다. 저는 이 메시지가 아마 자기 측근들이라면 문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은 심각하게 저는 이걸 반성해야 한다."

 

진행자 노동일씨도 "본인 말대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자신과 희망이 든 겁니까? 그러면 당내 누가 경쟁하려고 하겠어요?"라고 '문재인 시나리오' 만들기를 거들었다.

 

MBN <아침&매일경제>(8/30)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향후 시나리오까지 점쳤다.

 

"사실 (문재인 전 대표가) 원하는 대로 거의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대선만 남았고요. 모든(것이) 자신의 손발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지도부도 마찬가지고. 친문으로 되었기 때문에 아마 지금부터는 조금 빨리 대선 엑셀을 밟으면 (중략) 사무실 마련해서 벌써 (대선 준비) 할 것으로 보이고."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8/27)에 출연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문재인 전 대표도 결국은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것이 2017, 내년에 본인이 후보가 되는데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친문의 추미애 밀어주기)에 관해서 전혀 제동을 걸지 않은 거죠."

 

문재인 전 대표의 트위터 글은 낙선자를 위로하고, 추미애 대표에게 축하를 건넨 직후에 나온 것이다. '경쟁은 끝났다''후보 간 경쟁이 끝났다', '단결이 남았다''정권교체를 위해 단결하자'라는 해석이 옳다. 이것을 대권 경쟁에 대한 스스로의 자신감으로 읽는 것은 왜곡이다. 그럼에도 출연진들은 "이제 경쟁은 끝났고 단결이 남았습니다"란 한 문장만 떼어와 자의적 해석을 늘어놓았다.

 

친박=친문=패권주의?

 

채널A <뉴스뱅크>(8/28) 화면 갈무리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27)에서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친박과 친문을 함께 심판대에 올렸다.

 

"문재인, 문재인 연호하면서 문재인을 띄울 때 과연 이분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까요. 저는 똑같은 경우를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도 봤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서니까 박근혜, 박근혜 하면서 온 당원들이 그냥 전율이 올 정도로 박수를 쳤는데 제가 좀 미안하지만 지금 더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다 갈라파고스에 있는 것 같아요."

 

"한 발만 벗어나면 국민들은 실제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과거 이회창 총재처럼 그냥 영원한 2등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고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이거 국민의 민심하고 멀어지고 있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8/26)에서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친문과 친박을 극좌와 극우의 패권이라 규정했다. 박 교수의 논리는 이렇다.

 

"보시면 친박은 이제 진박 당으로 가고 있죠. 뭐 이렇게 됐다고 봐야죠. 친노 그룹은 친문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이쪽은 왼쪽 끝입니다. 정당 체제에서. 우리가 이 양쪽으로 패권주의화로 똘똘 뭉쳐지는 더 견고해지는 것을 정치적인 적폐라고 얘기합니다. 정치적인 적폐는 청산의 대상이죠."

 

보수언론이 수년간 집요하게 쏟아낸 '친노패권주의'가 보수종편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신 '친문패권주의'가 떠오르고 있다. 출발조차 하지 못한 '추미애호'에는 부패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MBN <뉴스와이드>(8/28)에 출연한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다.

"친문, 친노 색채가 강해졌다. 그런 얘기 있잖아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저는 요즘 말로 제 식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일방주의가 횡행하는 조직은 무조건 망할 수밖에 없다. 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지금 일방주의가 횡행할 수 있는 단계로 지금 더민주가 지금 진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더민주 온라인 당원은 진보일베?

 

V조선 <최희준의 왜>(8/30) 화면 갈무리

더민주 김한정 의원이 온라인 권리당원들을 '완장 찬 권리당원'이라고 비판했다. 악성 댓글이 달리며 실랑이가 오갔다. 김한정 의원은 '욕설과 저주를 반복하는 한 '일베'류와 행태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발언을 남겼다가, 이후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사과했다.

 

TV조선 <최희준의 왜>(8/30)가 더민주 내부의 이런 논란을 놓치지 않고 꼬집었다. 진행자 최희준씨는 SNS를 통한 비방이 35천 온라인 권리당원의 행동이라고 일반화했다. 최희준 앵커는 이들을 '친문 성향의 일베'라 비유했다.

"보수 진영에는 일베라는 게 있어요. 일베라는 게 있고 이쪽에는 이제 지금 이번에 드러난 친노, 친문 성향의 이제 온라인 당원들이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가세했다.

 

"이 사람들이 결집된 힘으로 지금 각종 선거에서 위세를 발휘하고 자기네 저거에 조금 방향이나 원칙에 조금만 안 맞으면 그냥 아군이고 적군이고 안 가리고 피아를 안 가리고 공격 해대는 것 아닙니까. 미국 공화당의 강경 보수, 이른바 티파티 세력의 행태하고 매우 닮았어요."

 

보수종편은 온라인 당원을 홍위병, 친위대로 폄훼하기도 했다. 홍위병은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을 지지한 학생단체다. 마오쩌둥을 신격화하고, 일반인 수십만 명을 무참히 학살했다. 친위대는 왕, 국가 원수 같은 주요 인물을 호위하기 위한 군대다. 개인이 직접 조직하기도 한다. 특히 근대 이후, 독재자들이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쉬운 예로 히틀러가 조직한 나치스 친위대(슈츠슈타펠)가 있다.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8/28)에 느닷없이 홍위병과 친위대가 등장했다. 대화 주제는 더민주 전당대회였다. 온라인 권리당원들이 '문재인 친위대'라는 것이다.

 

이봉규 : 더민주당의 온라인 당원, 이분들이 대부분 친문이라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8.27 전당대회에서도 온라인 당원에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고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온라인 당원 상당수가 친문 성향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이 온라인 당원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이런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영삼 : 그렇죠. 극명하게 드러난 게 양향자 전 삼성전자 전 상무 같은 경우가 이번에 여성 위원장 선거를 하는데 일반 대의원 당원 투표에서는 졌는데 온라인 권리당원. 이분들은 권리당원까지 돼가지고 여기서 60% 이상을 완전히 엎어치기를 하는. 그래서 여성 위원장이 됐습니다. 추미애 대표도 물론이죠. 추미애 대표는 완전히 이분들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했는데 홍위병이라는 말은 지나친 것 같은데. 아무튼 친위대.

 

이봉규 : 홍위병처럼 비유법을 쓴 겁니다.

민영삼 : 홍위병이라는게 무시무시하잖아요. 문화혁명 때 수백만 명이 죽고 시진핑 아버지까지 전부 다 하방으로까지 내려가고 할 때 최첨단에 서 가지고 (최전선에 섰다는 이야기인 듯) 모택동 사단을 했던 첨단의 병력 아닙니까?

 

이봉규 : 그 정도로 핵심 지지세력이다 이렇게?

민영삼 : 친위대 정도로 우리가 순하게 얘기를 해서.

함익병 : 친위대는 더 무서운 얘기입니다.

윤영걸 :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 이 정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민주 문재인은 대선 필패?

 

 

채널A <뉴스뱅크>(8/28) 화면 갈무리

 

보수종편은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고립시키기 위해 애썼다.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채널A <이남희의 직언직설>(8/29)에서 "문재인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 그분들 다 한 분, 한 분 엄청나게 훌륭한 분들인데 말씀드리기 민망하고 죄송스럽습니다만 그분들은 페이스메이커 밖에 못한다"고 말했다. 진행자 이남희씨는 "추미애 의원은 한 분() 꽃가마 안 태울 거라고 얘기는 하거든요"라며 문재인 전 대표 독주체제를 돌려 표현했다. 이어 신 전 의원은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죠"라며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대권 후보 모두가 들러리가 될 것을 단언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8/26)에서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비박계 인사들에게 규합할 것까지 제안했다.

 

"여러 나름대로 일정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 많게는 5, 많으면 10명까지도 될 수도 있는데 이 사람들의 입장에서 지금 희망이 없거든요. 이 민주당 안에 들어가 봐야 문재인 꺾을 것도 없고 이쪽에서도 친박 패권을 넘어설 만한 그런 기대감이 별로 없고 이분들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플랫폼, 3지대의 필요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건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그러니까 구슬은 엄청 많아졌어요."

 

진보 정당의 비문과 보수 정당의 비박, 거기다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까지 모두 모여 제3당을 구축하란 이야기다. 정당은 공통의 목적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하는 집합이다. '3지대론'이 패권주의로 물든 정치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은 아니다.

 

문재인 대선 필패?

종편 출연자들이 더민주에 내놓은 공통적 관측은 문재인 전 대표 필패론이다. 채널A <뉴스뱅크>(8/28)에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회창과의 평행이론'을 언급했다.

 

"2002년에 이른바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 체제하고 비슷한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그 당시에 물론 일부 반창, 그러니까 비창이죠. 이회창 총재 체제가 아닌 일부 세력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은 그때 대세론으로 거의 확정되다시피 했거든요. 지금의 문재인 전 대표 체제, 지금 더민주 지도부도 보면 그 당시와 상당히 유사하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8/29)에서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도 문재인 전 대표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예측했다.

 

"'문재인 대표, 이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문재인 대표로 정해졌구나' 이런 얘기가 시중에 파다하단 말이에요. 그 얘기는 무엇을 의미하냐면 당의 역동성과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겁니다, 한편으로 본다면. 무언가 우리가 드라마틱한 경쟁을 통해서 거기서 대선후보가 만들어지고 이래야 당이 어떤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이런데 이 문재인 이른바 대세론, 대세론이라는 부분이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라는 거죠."

문재인 대세론이 경선 화제성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과거 대선을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선은 이목이 집중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변 없이 예측대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되었고,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치열한 경선이 흥행을 보장하는 것도, 무난한 경선이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흐름'의 문제다. 문재인 필패론을 열심히 퍼뜨리는 종편의 속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진보진영에서 가장 예민하게 동의하는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종편이 '문재인 필패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중소규모-대규모 기업 월급 250만원 벌어져... 이 중 절반은 '불평등한 임금격차' 916 경향

지난해 300인 이하 중소규모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250만원 이상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두 집단 임금격차의 절반가량은 기업간 규모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불평등한 임금격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사업체 규모별 임금격차 분석보고서를 보면 중소규모 사업체와 대규모 사업체의 노동자 임금격차 중 52.2%는 교육수준, 근속기간, 직업 구성 등 변수값의 차이로 설명되지만 나머지 47.8%는 변수값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불평등한 임금격차였다.

 

보고서는 대규모 사업체 임금 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높고 근속기간이 긴 것이 임금격차를 벌리는 원인이라고 짚었다. 또 대규모 사업체 노동자의 직업 구성 등 일자리 속성과 관련된 변수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원인들이 대규모-중소규모 사업체 노동자간 임금격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2.2%였다.

 

나머니 47.8%는 노동자 교육수준·근속기간·일자리 속성 등 변수를 동일하게 조정했을 때도 유지되는 임금격차를 의미한다. 변수값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임금격차이므로 보고서는 불평등한 임금격차라고 명명했다.

 

고용노동부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중소규모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월 임금총액은 2407000원으로 대규모 사업체 종사자 월 임금총액 4939000원의 48.7% 수준으로 조사됐다.

 

중소규모-대규모 사업체 종사자 임금격차는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대규모 사업체 종사자 임금 대비 중소규모 사업체 종사자 임금은 200956%에서 201548.7%로 금융위기를 겪으며 7.3%포인트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사업체 종사자의 정액급여는 연평균 5.3% 올랐으나 중소규모 사업체 종사자 정액급여는 3.2% 올라 임금격차가 벌어졌다.

 

임금노동자의 86.9%는 중소규모 사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규모-중소규모 사업체 종사자의 임금격차가 양극화의 주요한 원인이며 청년들이 중소규모 사업체 취업을 꺼리게 돼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전국에 빈집 1069000미분양 아파트·노후주택 양극화 916한겨레

전국 빈집 해마다 큰폭 증가 8190001069000

아파트 공급 증가 탓 미분양 아파트 크게 늘어

전남·, 경남·북은 30년 이상 노후주택 빈집 비율 40% 이상

·월세살이를 전전하며 임차인의 설움을 느껴봤을 주거 난민들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음직 하다. ‘닭장같이 들어찬 저 거대한 아파트 단지 가운데 내 집 한 칸은 없구나.’ 하지만 전국 곳곳에 빈집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자료를 보면, 전국에 총 주택은 16367000호로 이 가운데 빈집은 1069000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 가운데 6.5%가 비어있는 셈이다. 전국의 빈집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1990년 당시 197000호에 그쳤던 빈집 수는 1995365000, 2000513000, 2005728000, 2010819000호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체 빈집 가운데 단독주택은 261000(24.4%), 아파트는 572000(53.5%)로 조사됐다. 5년 전과 비교해 단독주택 빈집(321000)6만호 줄었고, 아파트 빈집(369000)203000호 늘었다. 최근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빈집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는 세종시(20.3%)로 나타났다. 이어 전남(13.8%)·경북(10.9%)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빈집이 271000호로 적었고, 비수도권에 798000호로 조사됐다.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이 빈집 분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세종 등의 미분양 아파트 빈집과 달리, 지방에 분포한 빈집은 폐가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전남·경북·경남은 빈집 가운데 40% 이상이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에 분포한 빈집 103000호 가운데 51000호가 30년 이상 노후주택으로 나타나, 노후주택 비율이 49.0%에 달했다. 빈집 비율이 가장 높았던 세종시의 노후주택 빈집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한편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주택형태는 단연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의 비율은 59.9%에 달했다. 2위는 24.3% 비중을 차지한 단독주택이었다. 1995년 조사까지는 단독주택(46.9%)이 아파트(37.7%)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2000년부터 아파트(47.8%), 단독주택(37.2%)으로 순위가 뒤바뀐 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주택 규모부터 줄이자 912 the scoop

15 센서스가 던진 숙제

205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결과는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 자체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데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고,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아등바등 부대끼며 살아간다.

 

가구 형태를 보면 원룸이나 오피스텔, 쪽방에서 거주하는 나홀로족(27.2%)’이 가장 많다. 2005년까지만 해도 4인 가구가 대세였는데, 20102인 가구로 바뀌더니만 이젠 1인 가구가 가장 흔하다.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만혼비혼이 보편화하고 기대수명이 길어져 홀몸노인이 많아진 결과다.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30년 전에는 고령 인구(65세 이상175만명)가 유소년 인구(0~141209만명)7분의 1 수준이었는데, 이젠 657만명 대 691만명으로 비슷하다. 그 결과 지하철 경로석이 부족해 노인들끼리 자리다툼도 한다. 중앙부처를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로 옮기고, 공공기관과 공기업들도 지방 혁신도시로 분산시켰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되레 심화됐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인구 비율이 200046.3%에서 지난해 49.5%로 높아졌다.

 

이런 2015 센서스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준다. 인구구조와 가구 형태의 변화를 반영해 손봐야 할 정책과 제도가 적지 않다. 4인 가구 중심으로 짜인 인구주택 정책과 복지조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주택 정책부터 바뀐 가구 형태에 맞춰 재편해야 할 것이다. 과거 4인 가족에 맞춰 정한 국민주택 보급 기준 85(25)60(18) 이하로 낮추는 게 합리적이다. 1~2인 가구에 적합한 소형 임대주택 건설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 가구 형태는 이미 2010년 센서스 때 4인 가구에서 2인 가구로 변했는데도 이를 반영해 주택정책 틀을 바꾸지 않았다. 그 결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며,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등 주택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복지 등 사회안전망 확충도 시급하다. 나홀로 가구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 알선과 기초적 생계 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독거노인의 우울증과 고독사에 대비해 기초자치단체와 사회종교단체가 번갈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밖으로의 인구분산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경제활동의 주축인 생산연령인구(15~64)의 감소를 예고하며, 이는 경제활력의 저하로 연결된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해법을 모색해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인구 빅데이터를 구축해 교육, 고용, 복지, 연금 등 사회제도를 고령화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인구 문제를 전담하는 장관급 부처를 신설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구관리 대책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맡기는 것도 검토하자.

 

정책과 제도 정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분위기 조성이다. 젊은이들이 취업과 결혼, 출산에 이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치도록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에서 배려해야 한다. 명절 때 오랜만에 만나 일자리는 알아보고 있느냐’ ‘언제 결혼하냐’ ‘애는 언제 낳을 거냐고 다그치지 말고 따스한 눈길과 미소를 보내자.

 

인구구조와 거주 행태의 변화는 산업의 변화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급증하는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산업이 팽창하고, 싱글족의 기호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거주지에서 가깝고 소포장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대표적인 1인 가구 수혜 업종이다. 몇 분만 데우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배달업도 성황이다. 사과배 등 과일도 작고 당도가 높은 것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세탁기와 전기밥솥,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도 1인 가구 맞춤형 소형 제품이 나와 팔리고 있다.

 

인구구조와 가구 및 주거 행태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고 겁부터 먹지 말자.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257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사한 2015 센서스 결과를 잘 활용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괌 중고 쓰다가 사드를 사라는 얘기다 9.12 시사인

 

미국의 의중은 괌에 있는 사드 포대를 우선 가져다 놓고 한국 정부가 획득 능력이 될 때 3개 포대를 공식 구매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5조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하다. 우리 공군 전체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모두 참여했다. 한국 국제정치학의 권위자인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통일준비위원회(외교·안보 분야 민간위원)에 참여해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통일준비위원회는 개점휴업상태에 가깝다.

문정인 교수가 보는, 사드 배치를 주도한 세력은 누굴까? ·미 양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양국 정부 안팎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문정인 교수를 만났다.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이유와 관련해 전문가 시각이 나뉘는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MD(미사일 방어체계)의 일환 또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 그리고 록히드마틴 등 미국 군산복합체의 재고 무기 처리라는 시각 등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군산복합체와 태평양 사령부 산하 현지 미군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것이 일차적이라고 본다. 록히드마틴이 사드를, 레이시온이 X밴드 레이더를 만들었다. 문제는 상당히 고가라는 점이다. 미국의 MD 예산 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F35처럼 수요가 많아져야 생산단가가 떨어져 군산복합체가 먹고살 수 있다. 그쪽(군산복합체 세력)에서 체계적으로 푸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한 미군 사령부와 태평양 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주한 미군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로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문정인 교수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영문 계간지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 편집인. 전 동북아시대 위원회 위원장. 전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대사. 1, 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전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

 

미국 정부도 MD의 일환으로 사드 배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나?

-사드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사드 문제가 전면에 놓이지는 않았다. MD가 필요하지만 한국더러 꼭 참여하라는 건 아니었다.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간 호환성을 높이자는 얘기를 주로 했다.

 

미사일 방어체계 간 호환성을 높이자는 얘기가 곧 사드의 한국 배치를 의미한 것은 아닌가?

-그건 다른 얘기다. 이 문제는 김대중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이 한국을 방문해 MD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한국에서는 MD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적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과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말은 안 했지만 남북 관계나 한·중 관계 개선에 MD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대신 우리는 한국형 MD(KMD)로 가겠다고 했다. 당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우리 입장을 수용해줬다. 한국에서는 MD 시스템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형 MD로 가고, 한국은 한국대로 가서 상호 호환성을 논의하자고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패트리엇 미사일, 공중조기경계관제시스템(AWACS), 차세대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등 미국 무기를 구매하려 한 것도 유사시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연합뉴스

 

20144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연합방위 태세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20143월 헤이그 한··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MD에 대해 언급하고, 그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반환 연기와 미사일 방어체계(MD)의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자고 한 것이 사드 도입의 실질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는데?

-미국의 MD 구상 안에 사드가 들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한국에 적실성이 있는가,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나 국방장관, 국무장관이 이야기할 정도의 사안인가는 다른 문제다. 미국이 사드 문제를 대전략 차원에서 생각했다면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기체계 하나 가져다 놓는 것에 대통령이 나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국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이 고도의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아시아 전략 일환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했다고 보지 않는다.

 

군산복합체의 로비가 작용할 수도 있지 않나?

-아무리 군산복합체라 해도 장관급쯤 되면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그동안 사드의 한국 배치를 적극 주장한 사람들을 보면 미국 정부의 차관보나 부차관보급이다. 그들은 나중에 방위산업체 사장이나 부사장으로 많이 간다. 그래서 그들 수준에서 사드가 이야기됐지 최고위 수준에서 논의된 건 아니라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도 MD에 대해서는 얘기했지만 사드는 거론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갔을 때도 사드 얘기가 나온다고 했는데 안 나왔다.

 

시사IN 조남진

 

824일 김천시와 가까운 곳이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자 김천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2014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MD의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자고 한 것도 일반론을 환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412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취임할 때도 우리는 한국형 MD( KMD)로 간다. 대신 호환성은 생각할 수 있다라는 정도로 얘기했다. 2014년으로 돌아가면 미국 측 최고위급에서 사드 얘기는 거의 안 나왔다. 척 헤이글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왔을 때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20154월에 애시턴 카터 신임 국방장관이 와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미국에서도 사드 생산 체계가 본궤도에 오른 게 아니기 때문에 사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애시턴 카터는 핵물리학자 출신으로 국방부에서 무기 획득을 담당했다. 기술적인 면을 잘 아는 사람의 발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결국 내가 볼 때는 군산복합체와 자기 영내 미군 보호 필요성을 앞세운 주한 미군 사령관 및 태평양 사령관의 요구가 일치하면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게 되었다. 그다음 이른바 싱크탱크들이 사드 도입에 관여했다.

 

싱크탱크들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나?

-미국은 하나의 큰 전략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다. 국방부, 태평양 사령부, 그리고 싱크탱크들이 각각의 전략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벌어지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토의하고 대통령이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미국 시스템이다.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주로 많이 되었다.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전략의 핵심은 중국 견제인데, 중국 견제 핵심이 MD이다. MD가 미국과 일본만 되어 있고 한국은 빠져버리면 한··3국 공조에 구멍이 생긴다. 한국을 어떻게든 포함시켜 나가자. ·미 양국에 공통으로 도움 되는 사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 논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원한 점도 작용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우리 정부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인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 태도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미국이 사드 배치를 요청한 적도 없고 한·미가 협의한 적도 없고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3(NO)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6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1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22일 주한 미군 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건의하고 북한이 27일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니까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한다. 7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다. 2014, 2015년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선호했지만 한국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니까 쟁점화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 수준에서 사드 배치 발언이 있자, 미국이 수동적으로 응하는 것처럼 나왔다. 이것이 내가 보는 큰 그림이다.

 

한국 정부 입장이 바뀌는 과정에 미국 측 영향은 없었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나 랜드연구소 등 싱크탱크가 우리한테 계속 사드 도입을 권고했다. 미국 싱크탱크들은 우리가 MD 시스템에 참여해 중국 견제가 완벽해지기를 원했다. 이런 권고가 청와대 국가안보실(NSC)에 직접 전달되었을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배치 선언 이틀 전인 76일에도 올해 말에나 배치 문제가 결정될 거라고 했다. 이 발언을 보더라도 결정 과정에서 한민구 장관은 제외되었을 것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심이 되어 결정을 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원하지 않았다면 사드 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배치를 원한 결과였다면 앞으로 비용 문제가 불거질 텐데?

-당연하다. 재작년으로 기억되는데 미국 국방부 고위급 관리가 한국에 와서 매우 핵심적인 발언을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잠정적으로 괌에 있는 사드를 우선 가져다 놓고 한국 정부가 획득 능력이 될 때 3포대를 공식 구매하라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드를 전 세계 미국 동맹 국가들의 보편적 무기체계로 삼고자 하는 록히드마틴의 의중을 그대로 보여준 발언이다.

 

괌에 있는 사드가 주민들 저항 때문에 영구 배치된 것이 아니어서 그것이 성주로 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미국 논리대로라면 성주 사드도 한국이 3개 포대를 살 때까지만 임시로 갖다 놓겠다는 얘기 아닌가?

-앞으로 협상을 통해 윤곽이 나오겠지만 성주에 영구 배치하겠다는 얘기는 아직 없었다. 미국이 2년 전에 한 얘기는 앞으로 한국더러 3개 포대를 사라는 얘기다. 언론이 왜 그 점에 주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드 한 포대가 15000억원에서 2조원인데,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예산이 8조원이다. 우리 공군 전체 예산하고 맞먹는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중국은 사드 레이더로 인해 미국과의 전략 균형이 무너진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사드로 인해 전략 균형이 무너진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전진 배치된 핵무기가 500개가 넘는 데 비해 중국은 전체 해봐야 300, 그것도 실전 배치도 안 되어 있다. 핵능력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주한 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타깃을 정한 건데, 중국의 저항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직면했다. 정치학 용어로 시그널 문제라고 하는 것이 발생한 셈이다. 미국이 아무리 MD가 아니라고 시그널을 보내봐야 중국은 믿지 않는다. MD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설명을 잘하든지, 아시아 회귀 같은 정책을 펴지 말고 중국과 같이 갈 거라고 했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처음부터 참여했는데 통일준비위 정책과 사드 배치는 서로 안 맞는 것 아닌가?

-지난해 7월 초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청와대에서 했는데 대통령이 그때 이런 취지로 말했다. 첫째, 고위급 탈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북한 체제에 동요가 있는 것 같다고 확신을 갖고 이야기했다. 둘째, 통일이 내년에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통일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 북한 붕괴론을 전제로 한 얘기다. 그 이후로 박 대통령 인식에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왜 나왔다고 보는가?

-지난해 5월에 북한에서 정찰국 대좌가 탈북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결국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거라고 본다.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 방어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 군사력이 진화한다고 했는데 북한 군사력이 자체 메커니즘을 가지고 진화하는 게 아니다. 한국과 미국에 대응하다 보니까 진화가 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준 진화이다.

 

중국의 반대에다, 배치 후보지로 꼽히는 성주군과 김천 시민들 반대까지 겹쳐 있는데 내년에 배치가 가능할까?

-내가 볼 때 중국 반대는 큰 변수가 아니다. 중국의 반대가 거세지면 국민들이 단합해 오히려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제3후보지가 검토되면서 발생했다. 김천 시민들이 그것을 수용해도 새로 부지를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예비비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국회가 개입할 여지가 생겨버렸다. 국방위원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즉 대통령 임기 내에 배치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사드 배치를 비공개로 했다면 모를까 공개했을 때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했어야 한다. 군사적 유용성의 문제, 비용의 문제, 북한과 중국의 반응 등을 복합적으로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었다. 새 정부가 들어오면 그런 과정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도 그냥 밀어붙이지는 못한다.

 

사드 배치가 연기되거나 불발로 그칠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할까?

-사드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 하면 그만이다. 미국이 함부로 가져다 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한·미 동맹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돈의 법칙이 무너지다 912 시사인

그간 시장에서 통용되던 금융 경제의 상식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이자를 받기는커녕 보관료를 내게 됐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국채가 투자기관들 사이 대박상품으로 떠올랐다.

요즘 한국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간 1.5% 내외다. 저축은행에서도 2~2.5% 정도. 1억원을 예금해두면 연간 150~250만원(12~21만원)가량의 이자를 받는다. 1990년대만 해도 정기예금 금리는 10% 정도였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에는 20%까지 치솟았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르는 사이 돈의 값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2008년 가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정부들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기준금리(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돈을 거래하는 금리)를 대폭 내리면서, 저금리 현상이 본격화되었다. 심지어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기준금리는 최근 1~2년 사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돌아섰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는 경우, 이자를 받기는커녕 보관료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원금 손실의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에 투자해도 만족할 만한 금융수익을 얻기 힘들다. 돈을 예금이나 투자로 맡겨서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글로벌 차원에서 사라지고 있다.

 

AP Photo 지난 826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나타난 세계 주요 증시 주가지수. 주가지수가 소폭 상승하는 동안 선진국의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이런 와중에 올 들어 대박을 친 투자 상품이 있다. 바로 선진국 정부가 발행해 판매하는 국채다. 지난 630일자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파운드화로 올해 초 일본의 40년 만기 국채를 샀다면, 투자한 돈을 6개월 동안 95.8%나 불릴 수 있었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 봐도, 40년 만기 일본 국채 가격이 같은 기간 77%나 올랐다. 일본 이외에 미국·독일·영국 등에서도 국채 가격만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1.3% 올랐을 뿐이다.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Stoxx)600은 오히려 10.75%나 떨어졌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2.6% 상승했다. 선진국 국채는 올해 금융상품 세계에서 유일한 승자였다.

 

세계를 강타한 국채의 부상

국채는 원래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국가가 채무자인 만큼 원금과 이자(금융상품 가운데 가장 낮은 편)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정도가 국채의 장점이었다. 설마 국가가 돈을 떼먹겠는가! 이런 국채가 대박 상품으로 떠오른 이유는 그 가격이 지나칠 정도로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 ‘마이너스 수익’, 즉 손실을 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간단하게나마 국채가 어떤 금융상품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채는, 국가가 돈을 빌렸다는 증서다. ‘언제 얼마를 돌려주겠다고 기입되어 있다. 만기(2~3개월이나 6개월의 단기에서부터 10, 30, 40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에 국채를 제시하고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 이 만기 상환금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만기 이전에 국채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따라 국채 가격 역시 위아래로 요동친다. 일반적으로는 만기에 받을 금액보다 얼마나 싸게 샀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수익률이 결정된다.

 

정부가 1년 뒤에 12000원을 주는 조건으로 1만원(가격)에 국채를 발행했다고 치자(왼쪽 그림 참조). 국채를 매입한, 그러니까 국가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는 1만원을 투입해서 2000원의 수익을 얻는 것이니 수익률은 20%.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9000원으로 내려갔다. 이 시점에 국채를 매입하면, 9000원을 투자해서 만기에 3000(만기 상환금 12000-국채 가격 9000)의 수익을 얻게 된다. 수익률은 33.3%(3000÷9000×100). 반대로 국채의 인기가 높아져 가격이 11000원으로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 11000원을 투자해서 1000원의 수익(상환금 12000-국채 가격 11000)을 버는 것이니 수익률은 9%(1000÷11000×100).

 

지금까지 봤듯이 국채의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한다. , 국채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은 떨어진다. 국채 가격이 내리면 수익률은 올라간다. 어떤 나라의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 그 가격이 오른다(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해당국의 신용도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의미다. ‘A국 국채의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말은 ‘A국의 신용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선진국 국채를 사두었던 투자자들이 대박을 터뜨린 이유는, 해당 국채에 대한 수요(와 가격)가 엄청나게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만기에 12000원을 상환받는 국채의 가격이 14000원까지 상승하는 경우다. 14000원을 투자해서 12000원을 돌려받게 되니, 2000원 손해다. 수익률은 -14.3%(-2000÷14000×100). , 수십억~수백억 달러를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손실을 각오하면서 선진국 국채를 매입해 가격을 띄운 것이다.

 

초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일반화된 현상이다. 831일 현재, 10년 만기 일본 국채의 수익률은 -0.075%. ‘5년 만기-0.19%. 2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은 가까스로 0.303%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7월 초에는 사상 최초로 0% 이하를 기록한 바 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830일 현재 -0.093%(5년 만기는 -0.52%). 3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 역시 0.45%로 매우 낮은 편이다. 글로벌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 83일자에 따르면 독일 국채 가운데 80%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 상태다. 이 밖에 프랑스·스위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의 국채 가운데 상당수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국채 수익률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선진국들의 국채 수익률은 올 들어(특히 지난 623일의 브렉시트국민투표 이후) 더욱 급격히 떨어졌다. 그만큼 국채 가격은 올랐다. 30년 만기 영국 국채 가격의 경우, 지난해 6월 말에서 1년이 흐르는 사이 31%나 상승했다.

 

채권 관련 정보 업체인 트레이드웹이 <파이낸셜 타임스>(812)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되는 채권의 가치가 글로벌 차원에서 134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14400억 달러)의 약 9배이며, 중국 GDP(103000억 달러)보다는 많고 미국 GDP(174000억 달러)에는 못 미치는 액수다.

 

손실 보장국채의 어디에 끌려서?

투자기관들이 손실을 보장하는선진국 국채를 앞다퉈 매입해온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추진해온 경기부양 정책의 직접적 결과다.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국은 2009년부터 잇따라 이른바 양적 완화를 추진해왔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비롯한 민간이 보유한 국채 등 금융자산을 대량 매입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은 갖고 있던 국채를 중앙은행에 넘긴 대가로 현금을 받는다. 이 현금을 실물경제에 많이 대출해서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 양적 완화의 본래 취지였다. 다른 한편,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것은, 국채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고 가격 또한 오른다는 의미다. 국채 가격이 오르면 국채 수익률은 떨어지는데, 이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여러 금리들이 내려가게 된다. 국채 수익률은, 국가에 돈을 빌려준 대가다. 국가는 빌려간 돈을 갚지 않을 위험성이 거의 없는 최우량 채무자다. 그러므로 국채 수익률은 마땅히, 다른 모든 금리들(국가보다는 미상환 가능성이 높은 은행·기업·개인 등에 돈을 빌려준 대가)보다 낮아야 한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국채 수익률을 가장 밑바닥으로 삼아 다른 금리들을 책정한다. 국채 수익률이 내리면(오르면), 다른 금리도 인하된다(인상된다). 양적 완화는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일본과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마이너스 금리정책까지 시행했다. 시중은행들이 양적 완화로 받은 막대한 현금을 실물경제에 대출하지 않고 중앙은행에 맡겨놓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다. 원래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맡긴 돈에 대해 이자를 제공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제도하에서는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료를 받는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100억원을 맡겨놓으면 한 달 동안 예컨대 1억원을 떼어가서 99억원만 남겨놓는 방식이다. 시중은행에게 돈을 중앙은행에 맡겨놓지 말고 실물경제에 대출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서, 투자기관으로서는 안정적으로 돈을 맡길 대상이 희귀해졌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가 주가를 대폭 올리기도 했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829일 현재 18502.99로 최근 5년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나스닥과 S&P500 지수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좋은 투자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선진국 국채다. 선진국 정부들이 국채를 대량 매입한 덕분에 시장에 남은 국채 공급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적 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등 국채 가격을 대폭 올린 정책들도 계속 시행되리라 예측되었다. 그렇다면, 설사 선진국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로 매입하더라도(만기 상환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사더라도), 국채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만기 이전에 더 비싸게 팔면 된다. 더욱이 국채의 만기는 20, 30, 40년 등으로 굉장히 길기 때문에 시간 여유도 있다.

 

AFP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난 623일 이후, 영국 국채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한편으로 선진국 국채의 마이너스 수익률은,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세계경제의 미래를 극히 비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증거다. 실물경제 부문의 민간 기업에 빌려주거나 투자(주식 매입)하는 경우, 원금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독일 같은 국가가 빌린 돈을 갚지 않을 위험은 거의 없다. 조금 손실을 입더라도 투자금을 틀림없이 돌려받는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투자금을 안전하게 상환받는 것 자체가 수익률보다 훨씬 중요하게 고려될 정도로 경제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역사상 최대의 채권 버블 시대

최근 들어 선진국 국채의 마이너스 수익률에 대해 부쩍 경고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280억 달러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엘리엇의 폴 싱어 회장은 지난 8월 말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채권 시장은 이미 붕괴했고국채 가격이 갑작스럽게 폭락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세계 역사상 최대의 채권 버블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기관 야누스 캐피털의 펀드 매니저로 채권왕이라 불리는 빌 그로스는 <파이낸셜 타임스>(818) 기고문을 통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에 따른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이나 마이너스 금리 같은 현상이 실물경제에 결코 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들이 시행된 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생산성 성장이 지체되고 투자율 역시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저금리 정책에 따라 풍부해진 현금을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주를 매입(자기 기업의 주식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5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자금이 미래의 이윤을 늘리기보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인상 등을 통해) 투자자들만의 소득을 높이는 데 지출되고 있다. 돈이 실물경제로부터 금융자산 보유자들에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로스는 중앙은행들이 실물경제의 엔진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대규모 정책 전환을 요구한다. 양적 완화와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 같은 저금리 정책으로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는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경기부양 정책으로 유효했다. 국채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기관들은 다소 위험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실물경제 부문의 기업으로 물꼬를 돌리곤 했다. 이에 따라, 증권 보유자들은 자본 이익을 취하고 금리 인하에 따라 투자 및 소비가 부양되는 선순환이 이뤄졌던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는 이런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더욱이 부풀어 오른 선진국 국채 가격 자체가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채 시장이 물가나 금리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금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간절히 바라는 물가 인상이 이루어지는 경우 국채 가격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들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되면서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국채 가격은 폭락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스는, 국채 수익률이 2011년 수준(양적 완화의 여파로 이미 낮았던)으로만 돌아가도 금융시장의 손실 규모가 38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선진국 정부들의 경기부양 정책 기조가 통화정책(금리 조절)에서 재정정책(정부 예산을 민간경제에 투입)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통화정책은 기본금리와 국채 수익률을 마이너스로 내리는 극약 처방으로도 세계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재정정책은 통화정책보다 훨씬 뚜렷한 경기부양 효과를 발휘하지만, 정부가 빌려서 예산을 마련하는 경우 이자 부담이 너무 컸다. 그런데 최근처럼 국채 수익률(정부가 빌린 돈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율)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인 상태라면, 정부로서는 이자 부담이 극히 낮아서 돈 빌리기가 매우 용이하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올 연말 이후 정부 지출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Gate Gate Para-gate Para-samgate Bodhi Svaha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