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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간부 10명 중 8명 강남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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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26 경향 장도리
[‘우병우 사태’ 후폭풍]청 “부패 기득권이 식물정부 만들려 해”821 한겨레
청와대는 21일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도덕성 의혹에 대해 “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게 없다”면서 “그 본질은 집권 후반기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우 수석 의혹을 근거 없는 ‘우병우 죽이기’이자, 청와대를 향한 정치 공세로 규정한 것이다. 우 수석을 수사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國紀) 문란’으로 비난한 데 이은 ‘우병우 지키기’ 2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힘 있고 재산이 많은 사람은 무조건 검은 구석이 있거나 위법·탈법을 했을 것이라는 국민 정서에 터 잡아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 한 명을 보호하려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무력화한 데 이어 의혹을 보도한 일부 언론을 거꾸로 ‘부패 세력’으로 몰면서 일전을 불사할 뜻을 비친 것이다. 이처럼 청와대가 ‘우병우 구하기’에 정권의 명운을 것처럼 나서면서 뒷말이 분분하다. ‘우병우 감싸기’를 두고 ‘국민 의문(국민적 미스터리)’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의 거취를 정권 안위와 연결짓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이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수사의뢰를 정권을 흔들기 위한 의도로 보고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정권 호위무사’ 소리를 듣는 우 수석의 위상과 무관치 않다. 특히 우 수석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에 구축한 ‘우병우 사단’을 통해 정보를 취합하고, 각 기관들을 청와대 뜻대로 컨트롤해왔다는 것이 여권 내부 정설이다. 그런 우 수석이 없으면 청와대가 권력기관을 장악할 수 없고, 거꾸로 공격당할 수도 있다. 우 수석 없이는 안정적 정권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 수석 주도로 진행 중인 임기 말 ‘사정 드라이브’도 감안한 것 같다. 정부는 롯데와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정을 진행 중이다. 우 수석이 꺾이면 이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내부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우 수석이 몇몇 여권 핵심 인사들의 비리 혐의를 알고 있으며, 약점 잡힌 인사들이 우 수석 관련 정보와 민심을 왜곡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우 수석 문제에 대해 “한숨만 푹푹 쉬었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비서실장도 어쩌지 못하는 ‘인(人)의 장막’이 대통령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富까지 거머쥔 고위 검사들… 서민 아픔 이해할 수 있을까 822한국
10명 중 8명 강남 3구에 집
한국일보 자료사진
“20년 동안 성실하게 월급을 모으고 여기에 3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 처음으로 수도권에 집을 샀습니다.
검찰 간부 대다수가 강남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합니다.”
최근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수도권의 검찰 간부 A씨는 “강남에 살려면 적어도 10억원은 필요할 텐데, 순전히 검사 월급만 모아서는 어림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런데도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10명 중 8명이 강남에 주택을 보유하거나 거주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원래 부자라서 강남에 산다”면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검사라는 이유로 부의 축적이 가능한 이면의 현실이 있다.
검사이기에 가능한 부의 축적
법조인들은 검사장들의 주거지가 강남에 몰려있는 배경으로 애초에 본인 또는 배우자 집안이 여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 자녀일수록 특목고ㆍ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나오고, 현직 판ㆍ검사 중 대원외고 출신 비율이 1위로 오른 사실을 감안하면 ‘있는 집’에서 고위 검사가 나는 대물림 경향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부유한 집안은 법조인 배출 가능성을 높이고, 집안의 부는 다시 고위직까지 버티는 힘이 된다. 한 판사는 “본가나 배우자 집안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공직생활을 오래하고 법원장이나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조직에 남을 수 있다”며 “공무원 월급으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진작에 변호사로 개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위 검사들의 다수가 처음부터 서울 강남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조사 대상 98명의 출신 지역을 출신 고교를 통해 살펴보면 서울지역 고교 졸업자를 통틀어도 31명(31.6%)뿐이다. 그런데도 이외 지역 고교 졸업자 중 58명을 포함, 81명이 강남에 터전을 마련했고, 두 채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전세권을 가진 이들도 27명에 달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첫번째 경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처럼 ‘처가덕’을 본 경우다. 한 중견 법조인은 “요즘은 옛날 같지 않다지만 재력가들은 권력으로 인식되는 ‘검사 사위’를 얻으려고 한다”며 “고학(苦學)으로 검사가 된 뒤 결혼으로 신세를 고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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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에게 억대 대출을 해주는 사회적 뒷받침도 있다. 금융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순간 1억~2억원 정도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일반인은 기대하기 힘든 혜택이다. 한 검사는 “판ㆍ검사로 임관하면 은행에서 2억5,000만원~3억원을 대출해준다. 검사장급이라면 대출 한도는 더 늘어난다. 여기에 집 담보 대출 등을 합하면 강남에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를 넘어 불법과 편법에 기댄 부정한 재테크에 대한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법조경력 20년차인 한 변호사는 “검사들은 재테크에 유용한 고급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루트가 많다”며 “진경준 전 검사장처럼, 일반인은 존재도 모르는 비상장주식을 접할 기회가 많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특히 두 채 이상의 강남 건물을 보유한 경우 재산형성 과정을 알 수 없는 이상 투기 목적의 소유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1%가 서민 이해할 수 있나”
고위 검사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거주를 고집하는 경향은 있다. 공부로 성공한 검사일수록 거주지의 교육여건을 민감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다들 양질의 교육을 받고 공부 열심히 해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니, 거주지를 정할 때 자녀 교육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라면 당연한 자녀교육 욕심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지만 권력과 명예를 거머쥔 검사들이 부(富)까지 점유하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로 대변되던 교육을 통한 성공신화에서 오히려 괴리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와 권력, 학력이 맞물려 계층이 대물림되는 불균형이 법조계에도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로스쿨 교수는 “갈수록 스카이(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의 대다수가 강남에 살듯, 예비법조인인 로스쿨생과 새내기 법조인 대다수도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집안 출신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법무부ㆍ검찰 고위직이 천편일률적으로 부ㆍ명예ㆍ권력을 가진 이들로 재편되면 1% 엘리트의 의식구조로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법무정책을 만들고 피의자를 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 교수는 “검찰 고위직은 지위상 차관급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회에 미치는 힘은 차관보다 세다”며 “이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절대적인 이들이 서민들의 삶과 괴리를 갖게 될 때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 가난한 피의자의 삶과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간부 10명 중 8명 강남 산다
본보 재산공개 대상 98명 전수조사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 10명 중 8명은 강남 사람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가 2010~2016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공개 현황을 토대로 검사장급 이상 법무부ㆍ검찰 재산공개 대상 98명의 건물 보유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81명(82.
7%)이 강남 3구(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에 거주하거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경준 전 검사장처럼 일부 고위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검찰 고위간부는 강남에 거주한다’는 통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간부 98명은 법무부 장ㆍ차관을 비롯해,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법무연수원 원장 및 기획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법무부 실ㆍ국장,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기획조정부장, 반부패부장, 각 고ㆍ지검장 등 검찰 고위간부들이다. 외부 영입직은 제외했다.
매년 승진인사에 따라 재산공개 대상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강남 3구에 1채 이상의 주택ㆍ아파트(사무실 상가 등은 제외)를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갖고 있거나 거주한 비율은 76.7%(2015년 43명 중 33명)에서 88.5%(52명 중 46명)를 유지했다. 강남에서도 랜드마크로 꼽히는 타워팰리스나 아크로비스타, 삼성동 아이파크, 압구정 현대아파트, 강남ㆍ서초ㆍ방배 고급빌라에 사는 사람이 50%를 웃돈다. 동부이촌동과 한남동, 평창동 등 고급주택과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90%에 육박한다.
강남 3구 주택ㆍ아파트 시가 및 전세가는 이들이 신고한 부동산 가액으로도 최소 5억여원에서 최대 2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 매입자금이나 전세자금에 보탰다고 신고했다.
한국의 대표적 부촌이자 교육 중심지로 꼽히는 강남 3구에 고위 검사들이 몰리는 것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진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한다. 심교언(48)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3구는 문화ㆍ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8학군으로 교육여건이 좋은 곳”이라며 “공직자 월급으로 이 곳에 살기는 어렵고 (본인이나 배우자의)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강남 주민’이 상징하는, 부와 권력이 집중된 고위 검사들이 서민의 눈높이에서 법무정책을 만들고 정의를 실현하는 본연의 임무로부터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골든 그랜드슬램' 박인비에게 국내 후원사가 없었던 이유 ytn 822
여자 골프 한국 대표 박인비 선수가 우리나라 마지막 금메달을 안겨주면서 2016년 리우 올림픽은 막을 내렸습니다.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으로 대회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부상에도 불구하고 격이 다른 정교한 퍼팅을 선보이며 세계 최초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과 메이저 대회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박 선수는 2008년 LPGA 데뷔 첫해 메이저 대회 US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박인비의 실력을 눈여겨본 한 기업이 박 선수와 스폰서쉽을 체결했지만, 박 선수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자 계약은 2년 뒤 해지됐습니다. 절치부심한 박인비 선수는 2012년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에비앙 마스터스 등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박 선수는 그 해 상금왕까지 거머쥐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지만, 국내 스폰서 업체들은 여전히 박 선수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박 선수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던 2013년, 한 스포츠마케팅팀 임원은 외모가 뛰어난 골프 선수를 눈여겨보고 곧바로 '후원 계약을 맺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해당 그룹은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던 선수와 그룹과 연간 4억 원의 파격적인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한 박인비에게는 여전히 국내 스폰서가 붙지 않았습니다.
박인비의 골프 모자에는 국내 기업 대신 용품을 제공해준 일본 골프 업체 스릭슨(SRIXSON)의 로고가 새겨졌습니다. 다른 일본 기업들 역시 박인비 선수의 실력에 반해 후원계약을 체결하려 했지만, 되려 국내 업체들은 박 선수의 외모와 기업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 체결을 주저한 것입니다.
다행히 그 뒤에도 박 선수가 고른 활약을 이어가자, KB 금융은 2014년 박 선수와 메인 스폰서십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박 선수의 명성과 가치에 비하면 너무나 뒤늦은 계약 체결이라는 평가입니다. 스포츠 선수가 실력보다 '이미지'로 소비되는 우리나라의 외모 지상주의는 우리나라 자본의 논리와 비틀린 사회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인비 선수는 국내 기업과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세계 최정상의 위치를 유지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리우가 우리에게 남긴 것 822 한국
한국은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금13 은8 동7ㆍ종합5위)을 올렸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체육과학연구원(KISSㆍ현 한국스포츠개발원) 소속 5명 연구원이 현지에 파견돼 스포과학지원팀을 운영했다. 이들은 대회 기간 내내 통합 훈련캠프인 브루넬 대학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기술, 영상분석, 심리, 생리, 트레이닝 지원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때는 대한체육회가 통합캠프를 운영하지 않았고 단 2명의 연구원만 리우에 왔다. 양궁 담당 김영숙 박사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 AD 카드를 태권도 담당 김언호 박사가 물려받았으니 실제 1명만 파견한 거나 다름없다. 정반대 시차와 낯선 환경 등 어느 때보다 스포츠과학의 뒷받침이 중요했던 걸 감안하면 아쉬운 판단. 한국은 이번 대회 금9 은3 동9개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금9 은12 동9)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에 실패했고 총 메달 개수도 21개로 1988년 서울올림픽(금12 은10 동11=33) 이후 최소에 그쳤다. 연구원을 파견한 양궁(전 종목 석권)과 태권도(전 종목 메달)가 유독 선전했다는 점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일 것 같다. 리우=윤태석 기자
도심은 정말 더 더울까?…과학으로 풀어보니 822kbs
끝없이 계속되는 폭염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지금, 달력을 보니 벌써 8월 말이다. 원래 8월 중순을 기점으로 바닷물도 차가워져 물에 못 들어간다고 알고 있었지만 올해는 옛말도 통하지 않는다. 피서지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열대야를 피해 밤마다 한강 공원으로 나가는 '야행족'들도 여전하다.
오늘까지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무려 30일째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에 처음 시작돼 7월 29일과 8월 3일 단 이틀만 빼고 나머지 한달간 열대야가 이어진 것이다.
폭염 기록의 '넘사벽'이라고 불리는 1994년의 경우 서울 열대야 일수는 36일이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금요일 아침까지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돌 것으로 보여 올여름 서울지역의 열대야는 나흘 더, 그러니까 34일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1994년 기록에 근접하는 셈이다.
도심지역에서는 27도 이상의 밤 더위가 나타났지만, 산을 끼고 있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선선했다.
그러나 서울의 최저기온 기록은 공식 관측소가 있는 종로구 송월동을 기준으로 한다. 무인관측장비 기록에 따르면 서울 안에서도 밤 기온은 열탕과 냉탕으로 갈린다. 지난 밤 최저기온을 보면 영등포구 당산동은 27.5도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여의동이 27.4도로 그 뒤를 이었고 서초동은 27.4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원구 공릉동은 22.1도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고 은평구 진관내동 22.8도, 종로구 평창동 23.1도, 관악구 신림동은 23.4도에 머물렀다. 열대야의 기준인 최저기온 25도에 못 미친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고층건물이 밀집된 도심지역과 북한산, 관악산 등 산지에서 시원한 계곡풍이 불어오는 외곽지역의 밤 기온 차이는 최대 5.4도로 벌어졌다.
열 전도율을 측정한 결과 나무보다 아스팔트는 9배, 콘크리트는 16배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산과 강을 제외한 전체 면적의 85%가 인공구조물로 이뤄져 열섬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열섬으로 야간의 열대야가 심각해지는데, 도심을 덮고 있는 콘크리트의 경우 숲을 이루는 나무와 비교해 열 전도율이 16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스팔트도 콘크리트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나무보다 9배나 열을 잘 전달해 폭염과 열대야를 부른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도심에서 많이 사용하는 에어컨 실외기도 열섬 현상과 열대야의 주범인 것으로 꼽힌다. 2007년 일본 오카야마대의 연구에 따르면 에어컨 사용만으로도 도쿄 도심의 기온이 최대 1~2도 정도 상승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 2014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도 에어컨에 의한 기온 상승 효과가 1도 정도에 이르고 특히 밤에 더 극심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는 낮보다 밤에 대기 경계층의 두께가 얇아져 열이 확산되지 못하고 축적되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에어컨을 틀어도 낮 '폭염'보다는 밤 '열대야'에 기여하는 정도가 더 커진다. 이제는 에어컨을 개발할 때도 실외기에서 배출되는 열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경향사설]대통령이 북한 붕괴론 부추겨서 어쩌자는 건가 823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최근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추가 탈북을 방지하면서 우리 사회에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사이버테러를 포함해 우리를 겨냥한 각종 테러와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을지국가안보회의와 국무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면서 연거푸 같은 말을 했다. 주영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 등을 북한 붕괴의 시발로 인식하고, ‘북한 붕괴론’ 또는 ‘정권 교체’를 공론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과연 불안한지, 균열 때문에 붕괴할지는 아직 박 대통령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지만,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과거 황장엽 노동당 비서나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일가의 망명에서 보듯 특정인의 망명을 체제 붕괴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탈북 사태 때마다 붕괴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북한은 붕괴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이와 비슷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도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북한 당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북한 체제 전환을 대북정책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폐기하겠다는 선언이자 대북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 된다.
섣부른 북한 붕괴론은 대북정책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임 시 북한 붕괴론에 기댔다가 시간만 허비했다. 북한은 올해 벽두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것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책임 있게 안보정책을 수행하면서 시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막연한 낙관도 문제지만 필요 이상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도 금물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에 대해 심각한 균열 조짐을 언급하고 북한 주민을 향해 이반을 부추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 남북이 대립하고 있지만 결국 북한은 대화의 상대이자 통일을 논의할 파트너이다.
한겨레 사설] 청와대의 가당찮은 ‘식물정부’ 음모론 822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의혹이 입증된 게 없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잇달아 토해낸 말들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음모론, 자의적인 상황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억지 논리에 함몰된 사람들이 국가 운영을 책임지고 나라의 앞날을 결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참으로 허탈해진다.
청와대에 묻는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곧바로 식물정부가 될 정도로 박근혜 정부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가. 일개 청와대 수석비서관 한 명이 사라진다고 정부가 뇌사상태에 빠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 중의 비정상 아닌가. 역대 정부에서도 청와대 수석이 불명예 하차한 적이 있었으나 식물정부가 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청와대는 비리 의혹에 휩싸인 청와대 참모 한 사람 경질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불필요하게 키우고 확대해서 헤어나오기 힘든 늪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 세력” 운운한 대목은 더욱 실소를 자아낸다. 그 세력이 우 수석 비리 의혹 보도에 적극적인 ‘특정 보수신문’을 지칭한다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그 보수언론은 박근혜 정부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정권 편이었다. 이 사회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신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권과 그 신문 사이에 세상이 모르는 어떤 ‘밀당’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청와대가 그 신문을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우 수석 문제에 관한 한 청와대가 취해야 할 태도는 한 가지다. 진보 언론뿐 아니라 그동안 자기편이었던 보수언론까지 문제를 제기할 때는 그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박근혜 정부는 ‘식물 정부 만들기’ 음모론을 제기하기에 앞서 우 수석 한 사람 때문에 스스로 식물 정부가 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청와대가 ‘우병우 구하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면서 국정 운영은 완전히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다. 각종 국정 현안에서 야당의 협조를 받을 길도 막혔고, 우 수석 거취를 둘러싼 친박·비박 간의 입장 차이로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자중지란에 빠졌다. 무엇보다 우 수석 경질을 원하는 압도적 국민 여론에 귀 막으면서 정권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청와대는 지금 스스로 식물 정부의 길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밥·술·노래방도 혼자…나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혼놀족’ 823중앙
▲ 절기상 처서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수원시 한 농가에서 농부가 늦더위에 구슬땀을 흘리며 조생종 벼를 수확하고 있다 823 중부일보
폭염에도 쉴 수가 없다…온열 질환자 대부분 사회적 약자 825한겨레
농촌 노인·건설현장 인부가 환자 절반 차지…기초 수급자도 7% 달해
오후 4시까지 휴식하라 권하지만…“일 안하면 생계 누가 책임지나”
기록적인 폭염 탓에 전국 곳곳에서 하루 40∼50명의 온열 질환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하순부터 지난 23일까지 3개월 동안 전국에서 2천29명이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이들의 질환은 열탈진, 열사병, 열경련 등인데 모두 폭염에 노출돼 생긴 것이다.
온열 질환자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다.
모자 하나로 햇볕을 가린 채 가마솥 더위와 싸워가며 논밭에서 일하는 고령의 농민들이나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하는 인부들이 주류를 이룬다. 담당 공무원들은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점심 이후 오후 4시까지는 쉬라고 권하지만 일손을 쉽게 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보니 폭염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수 밖에 없다.
◇ 숨 턱턱 막히는 폭염…쉬지 못하는 농민·건설 근로자들 최근 5년간 통계를 분석해 보면 올해 유독 온열 질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기록적인 더위가 얼마나 극성을 부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1년 443명, 2012년 984명, 2013년 1천189명, 2014년 556명 수준이었던 온열 질환자는 올해 2천명을 훌쩍 넘겼다. 작년 발생한 온열 질환자 1천56명과 비교해도 갑절 가까이 된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올라간 날을 더한 폭염 일수를 보면 올해는 29일이나 된다. 작년 폭염 일수가 9.7일이었다는 점에서 올해는 찌는 듯한 폭염이 기승을 부린 유별난 해임은 틀림없다. 폭염 피해자들 중에는 농촌 고령자들과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병원 치료 후 자신을 농림·어업 종사자라고 밝힌 17개 시·도의 온열 질환자는 284명, 건설현장 등에서 일한다고 답한 근로자는 320명에 달한다.
두 분야를 더하면 전체의 29.3%(595명)인데 사무종사자(47명)나 군인(30명), 주부(151명), 학생(129명)보다 월등하게 많다. 농림·어업 종사자나 건설현장 근로자 수는 이게 전부는 아니다.
전체의 30%인 615명의 온열 질환자 직업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온열 질환자들이 쓰러진 장소를 보면 논밭이나 실내외 작업장이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50.2%(1천18곳)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실외 작업장이 580곳으로 가장 많고 논밭 318곳, 실내 작업장과 비닐하우스 각 95곳, 25곳이다.
◇ 기초수급자·고령자 보호 시급 온열 질환자들의 보험 유형을 보면 건강보험 지역·직장 가입자 1천690명을 제외한 116명은 의료급여 1종, 23명은 의료급여 2종이다. 전체 온열 질환자의 6.9%(139명)가 생계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는 얘기다.
노인들도 폭염을 극복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전체 온열 질환자 중 60세 이상 노인이 36.6%(742명)에 달한다. 연령별로 보면 60∼69세 321명, 70∼79세 237명, 80세 이상 184명이다. 충북의 경우 102명의 온열 질환자 중 35명이 60세 이상인데, 이들 가운데 62.9%(22명)가 농업 종사자이다. 한낮의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무리하게 논밭에 나갔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 “쉬라는 데도 못들은 척 합니다” 요즈음 농촌 마을에서는 ‘한낮에는 휴식을 취해 달라’는 내용의 스피커 방송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간다. 지난 23일에도 도내 814개 농촌 마을에서 이런 방송이 나갔다. 폭염 속에서 논밭을 관리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다.
그러나 폭염·가뭄에 시들어가는 작물을 보며 속이 타는 농촌 노인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집에 들어가 쉬라고 사정해도 농촌 어르신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휴식을 강제로 취하게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는 게 이들의 어려움이다. 대형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들에게 오후 휴식시간을 주지만 규모가 작은 건설현장에서는 한낮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 시·군은 이런 업체에 ‘폭염이 극에 달하는 오후 4시까지는 작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권고에 불과하다.
폭염에 쓰러져도 정부 차원의 보상을 받을 길은 없지만 건설현장 근로자들에게 휴식보다는 일자리가 우선이다. 농촌의 고령자들이 굳이 논밭에 나가 자신이 심은 작물을 보살피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이 관계자는 “가축 피해야 재해보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온열 질환자들은 건강보험 외에 다른 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드물다”며 “물을 많이 마시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폭염 막는 ‘녹색커튼’…실내온도 2~3도 낮췄다 825 경향
보기만 해도 ‘시원’ 24일 서울 노원구 구립정보도서관 외벽에 만들어진 ‘녹색커튼’ 옆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나팔꽃, 풍선초 등으로 조성된 녹색커튼은 폭 15m, 높이 5m 크기다. 도서관 측은 녹색커튼 덕분에 실내온도가 2~3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서울지역의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른 2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10동 구립정보도서관 건물 밖 도로에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도서관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냉방이 되기 때문에 폭염을 피해 온 것이기도 하지만 지난 6월 도서관 외벽에 덩굴식물로 ‘녹색커튼’을 조성한 이후 더 많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평소 도서관에 자주 온다는 주민 김환봉씨(69)는 “예전에는 건물 안에 햇빛이 너무 많이 들어 덥기도 하고 밝아서 책을 보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며 “녹색커튼이 생긴 뒤 확실히 햇빛이 덜 든다. 녹색식물이 보기에도 좋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24일 ‘녹색커튼’이 드리워진 서울 노원구 구립정보도서관 연속간행물실에서 주민들이 신문을 읽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민영 노원구립도서관 교육홍보팀장은 “올여름 도서관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자가 많았는데, 어르신과 아이 할 것 없이 이전의 삭막함 대신 녹색커튼이 주는 ‘숲속 책방’의 느낌에 매우 만족한다”며 “조성 후 직원들도 시원하고 쾌적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 도서관의 남쪽 벽면은 나팔꽃과 풍선초가 폭 15m, 높이 5m 규모로 덮고 있다. 군데군데 보라색 나팔꽃이 피어 있다. 두 달 만에 식물들이 훌쩍 자라는 모습에 주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블라인드를 칠 필요도 없어졌다. 풍선초가 들어오는 햇빛을 적당히 가려 도서관 안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친환경 녹색커튼이 여름철 냉방에너지 절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내온도를 낮추는 데다 산소를 배출해 실내를 쾌적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노원구는 정보도서관 외에도 어린이도서관, 동주민센터, 초·중학교에 녹색커튼을 설치했다. 건물 1층 야외 바닥에 대형 화분을 놓고 식물이 높이 자랄 수 있도록 2~3층까지 줄을 맸다. 식물이 줄을 감으며 올라가면서 이파리가 넓어져 건물로 들어오는 햇빛을 가린다. 가을 무렵이면 자연스레 시들어 퇴비 역할도 한다.
노원구 관계자는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녹색커튼을 설치한 외벽의 온도는 41.1도인 반면 커튼이 설치되지 않은 벽면은 51.7도로 10도 이상 차이가 났다”며 “실내온도가 2~3도 낮아져 이번 여름 전기요금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녹색커튼을 설치한 중계2·3동주민센터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전기요금이 지난해에 비해 73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원구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입증되고 주민 반응이 좋다”며 “구청 벽면과 경찰서, 우체국, 사회복지시설 등 다중이용시설로 녹색커튼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력과 폭력 사이 824경향
나치 집권시절 미국으로 망명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권력과 폭력은 동일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서로 대립한다”고 했다. 폭력은 권력이 위태로워질 때 나타나며 마지막에는 권력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아렌트의 통찰은 국가권력이 정당성을 잃을 때 그 정당성을 보충하기 위해 폭력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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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아렌트의 지적이 떠오르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정당한 권력의 사용을 넘어 폭력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인 우 수석은 현 정권이 가진 권력의 정당성을 결정적으로 바닥나게 만든 장본인이다. 민정수석은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활동 방향을 틀어쥐고 있는 막중한 국가권력 그 자체다. 그의 판단과 명령, 행동 하나하나에 국가권력이 ‘망나니 칼’이 될 수도, 반대로 ‘정의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120억원대 주식 대박으로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될 때가 공직검증 실패의 책임을 물어 우 수석을 내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다. 하지만 ‘우병우 감싸기’로 나서면서 넥슨과의 부적절한 1300억원대 부동산거래, 홍만표 사건 브로커와의 유착 및 몰래변론, 군대간 아들 꽃보직 등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렌트는 1973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국회와 특검,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때 “존재 자체가 범죄인 정치 스타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닉슨이 건국 아버지의 믿음을 저버리고 공화국의 군주로 행세하면서 자신은 항상 옳고 자신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을 ‘범죄’로 단언한 것이다. 백악관의 도청지시 의혹과 관련해 녹취 테이프 제출을 요구한 특검과 법무장관을 해임한 닉슨의 권력은 아렌트에겐 단지 ‘폭력’에 불과했던 셈이다.
박 대통령이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우 수석을 대신해 그의 비리를 쫓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국기문란 사범으로 몰아 검찰의 수사를 받게 한 것은 정확하게 닉슨의 ‘폭력’을 연상시킨다. 이 특감이 “우 수석의 비협조로 수사가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푸념을 언론에 토로한 것은 백보를 양보해도 징계대상은 모르나 국사범으로 몰아갈 사안은 아니다. 닉슨에게 녹취 테이프 전체 분량을 요구하다 해임된 콕스 특검처럼 이 특감은 ‘눈 가리고 아웅’식 조사가 아닌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다 대통령 눈 밖에 난 것일 뿐이다.
이 점에서 우 수석 문제의 본질은 ‘정권 흔들기’와 ‘식물정부 만들기’가 아니라 특감의 정당한 권력행사를 청와대가 폭력으로 억누르려 한 데 있다. 닉슨이 그랬던 것처럼 폭력에 의존하는 정부가 정당성을 만회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국가안보에 기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내부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키면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했다. 우 수석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말하고 싶었던 바가 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우병우 지키기’ 속내가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에 있음이 드러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청와대가 24일 야당의 반대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사고 시 거짓말로 경찰 신분을 숨기고 23년간을 버텨온 이철성 후보자를 경찰청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쯤 되면 폭력집단과 마찬가지로 도덕성, 준법의식보다 1인자에 대한 충성심이 공직검증의 가장 중요한 기준임을 공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가 된 국회도 박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범죄인 정치 스타일’ 앞에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문제는 폭력에 의존한 통치가 장기화될 경우 그 폐해는 단지 특정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동부가 노동법을 무시한 쉬운 해고에 이어 최근 노동자 동의 없이 임금체계를 변경할 수 있는 지침을 발표한 것 역시 국가권력이 점점 폭력화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실제로 노조파괴 용병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한 사측에 맞서 장기간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사적 폭력보다 언제 투입될지 모를 공권력이 무서운 존재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다시 아렌트의 통찰을 빌리자면 도청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자칫 도청을 자연스러운 정치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이 아닌 폭력에 의한 통치가 길어질수록 시민들이 더욱 긴장하고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시민들이 폭력에 길들여지지 않는 한 폭력은 마지막에는 권력을 파괴한다.
김종인 7개월, 더 새누리당스러워진 더민주 823미디어오늘
“일관성이 밥 먹여주는 줄 아느냐” 수권정당론 내세워 계파갈등 수면 아래로… 물러나면 '도로 민주당' 관측도
“소신의 정치인일까 불통의 정치인일까” 지난 1월27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직을 맡았을 때부터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나온 반응이다. 김종인 대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대변한다. 8월27일 퇴임을 앞둔 김 대표, 그리고 7개월간의 김종인 체제에도 이러한 두 가지 평가가 공존한다.
김종인, 소신과 불통 사이에서
김종인 대표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조부인 가인 김병로를 꼽는다. 따라서 김 대표의 리더십에 조부 김병로의 정치를 따라 배웠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병로는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을 변론하면서 민족 변호사로 명성을 얻었고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김병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이승만 정권과 맞선 것으로 유명하다. 이승만 대통령이 법원 판결을 비난하자 김병로 대법원장은 “억울하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면 될 일”이라고 받아쳤다.
김종인 대표도 경제관료, 경제전문가로서 정권과 각을 세운 경험이 있다. 부가가치세 도입에 반대하며 박정희 대통령과 맞섰고 전두환 정권 때는 국보위에 참여해 부가세 폐지에 반대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버리자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급기야 야당을 선택했다.
소신의 뒷면에는 ‘불통’이 자리 잡고 있다. 김병로는 1960년 총선에서 고향인 순창군에서 민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한다. 선거벽보만 붙이고 선거운동을 안 했기 때문이다. 김병로가 “어떻게 아랫사람들한테 표를 달라고 고개를 숙이나?”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 4월 1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을 방문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겸 선대위원장이 김 대표의 조부인 가인 김병로 선생 등 '법조 3성'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런 김병로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손자인 김종인 대표에게 오버랩 된다. 그는 5선의 국회의원이지만, 비례대표만 다섯 번을 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적이 있으나 이해찬 평민당 후보에게 패해 낙선했다. 관료에 이어 비례대표로, 김 대표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민심이나 여론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이유도 지지층 여론을 잘 신경 쓰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다. 김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 시키자 이런 여론은 폭발했다. 정 의원이 SNS의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행이어서 마치 SNS에서 소란스러우면 당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엔 당에 질서가 없다. 몇몇 의원이 이러쿵저러쿵한다고 해서 내가 추종하고 따라갈 것 같은가”라고 말했다. 당내 의원들까지 SNS 여론을 전달했지만 김 대표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실제 김 대표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잘 안 봐서 인터넷 여론은 진짜 잘 모르는 것 같다. 당직자들이 기사를 요약해서 갖다 줘도 비판이든 찬성이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팩트만 틀리지 않으면 해석은 언론의 영역 아니냐는 입장이다. 언론 보도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과거 대표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오로지 ‘수권정당’
김종인 대표가 야권 지지층의 비판을 민감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는 야권의 고정적인 지지층만을 고려한 행보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겨냥한 대상은 ‘새누리당을 완전히 지지할 순 없지만 더민주는 믿지 못하는’ 중도성향의 유권자였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당 지지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당 정체성’을 건드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2월 9일 경기도 파주의 군부대를 방문한 김종인 대표는 “장병들이 국방 태세를 튼튼히 유지하고 우리 경제가 더 도약적으로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의 입에서 햇볕정책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북한 붕괴론’이 등장하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더민주 지도부는 2월18일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FTA의 주역이던 김현종 전 교섭본부장을 영입했다. 그러자 당내에서 불공정,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는 더민주의 행보와 맞지 않으며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한미FTA 비준을 반대했던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 김현종 전 UN대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임당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 대표는 더민주의 행보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일관성은 무슨 놈의 일관성. 세상이 바뀌면 당도 바뀌어야지 무슨 일관성이 밥 먹여주는 줄 아느냐”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세상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적응하고 살아야지”라며 “정당은 세상이 변하는 것에 따라 국민들이 변하면 국민을 쫓아다녀야지 ‘나는 과거에 이랬기 때문에 영원히 이렇게만 산다’고 하면 영원히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중도층 외연 확장을 통한 수권이 정체성보다 더 중요하다는 김 대표의 생각이 드러난 대목이다.
같은 선상에서 김종인 대표에게 국민을 절반으로 가르는 이념논쟁, 정치공방은 ‘불필요한 것’이 된다. 지지층만 규합해서는 ‘수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세월호 2주기 때도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가, 결국 참석했다. 더민주가 ‘노동자 강령’을 삭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당 대표 후보 3인이 모두 반대 뜻을 밝히자 김 대표는 “다른 특별한 얘기를 할 게 없으니 그런 걸 갖고 (당 대표 후보들이) 마치 선명성 경쟁하듯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 2월 테러방지법의 국회통과를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160여 시간 동안 필리버스터,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실시했다. SNS에서 폭발적 반응이 일어났고,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모처럼 야당 노릇한다”는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이끄는 비대위는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다. 지금 중단시키지 않으면 국정을 발목 잡는다는 ‘역풍’이 오고, 정부의 경제실정이 부각되지 못한 채 또 다시 정국이 이념대립으로 나아간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김 대표가 주창하는 수권정당이란 정부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지 않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그래서 지지층을 넘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정당이다. 김 대표에게 그 대안은 ‘경제민주화’다. 김 대표의 4‧13 총선 유세는 ‘경제민주화’로 시작해 ‘경제민주화’로 끝났다.
이는 214일 간 이어진 김 대표의 행보에 드러난다. 더민주가 집계한 김종인 대표 주요 일정에 따르면, 김 대표는 취임기간 동안 총 45회 ‘민생현장’을 다녔다. ‘민생현장’에는 일자리 정책콘서트, 경제민주화 간담회, 워킹맘 도시락 간담회 등 정책 관련 행사와 구조조정 토론회, 저출산 포럼 등 각종 토론회가 주를 이뤘다. 그 외 안보 일정이 7회, 안전문제 관련 일정이 5회였다. 4월29일 UN기념공원 참배와 6월8일 합동참모본부 방문은 야당 당대표로는 최초였다. 안보 및 안전 분야는 진보진영이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분야다.
김 대표의 ‘수권정당’ 전략은 총선 이후에도 이어졌다. 사드 배치에 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은 ‘신중론’을 취한 것이 대표 사례다. 더민주 지도부가 내세우는 신중론의 근거는 수권정당으로서 함부로 반대를 표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7월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신중론에 대해 “‘더민주가 변화했구나’라는 징표로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민주가 수권정당으로서 정부여당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뜻이다. 이런 전략은 당 안팎에서 수많은 반발에 부딪쳤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그런 논리라면 야당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3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잔류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그 뒤로 수권정당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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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권정당의 길, 너희는 따라와라?
사드 신중론을 비롯해 김종인 체제의 방향에 대해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김 대표는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김 대표는 2월22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정당이란 걸 하다보면 말이 원래 말이 많은 거다. 그걸 일일이 다 머릿속에 담고 있으면 골치 아파서 아무것도 못한다”며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는 사람, 저런 소리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그냥 지나가는 거지”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정당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김 대표의 별명은 러시아의 절대군주, ‘짜르’였다. 더민주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후보는 22일 CBS 노컷뉴스 토론회에서 ‘김종인 체제의 과오’를 묻는 질문에 모두 독선적 리더십, 당 내 소통 부족을 꼬집었다.
김 대표의 독선적 리더십이 7개월 간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리더십이 사회 일각의 시선을 반영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층조차 야당을 향해 ‘무능하다’ ‘지리멸렬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나의 목적을 향해 ‘일치단결’하는 새누리당의 모습과 달리 더민주에서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 당내에서 뒤집히고, 부정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독재국가, 더민주는 부족국가”라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등장한 김 대표 체제는 ‘새누리당’스럽다. ‘더민주를 새누리당처럼 만들어야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여러 차례 ‘당의 체질’을 바꿔야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실제 김 대표의 요청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는 비대위에 막강한 권한을 실어줬고, 총선 공천을 전부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새누리당처럼 권한을 하나로 모아, 책임도 명확히 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가 ‘셀프공천’이라는 말까지 들은 비례대표 공천 파동 때 대표직 사퇴까지 걸며 칩거에 들어간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의 칩거에 대해 몇몇 언론은 노욕과 고집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지지층 여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가 분노한 이유를 단순히 셀프지명으로 인해 욕을 먹게 된 상황에 대한 분노라고 보기는 어렵다.
▲ 3월 14일 SBS 비디오머그 영상 갈무리
김 대표가 분노한 이유는 자신이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비대위원들의 강한 의사가 반영된 비례대표 공천이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 비대위로 인해 자신이 비대위원들이 결정한 내용에 대한 책임까지 떠 앉게 된 상황에 대한 분노였다. 김 대표가 칩거에 들어가면서 비대위원들은 사표를 들고 김 대표를 찾아갔다. 상황을 수습하며 비대위원들의 항복 선언을 받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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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이후의 더불어민주당
보수언론은 김종인 대표가 물러나면 더민주가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라 관측한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에서 “지금 당 대표에 나선 세 후보는 경쟁적으로 철 지난 선명성 경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당선되면 사드 배치를 뒤집겠다고 했고 대통령 탄핵 얘기까지 꺼냈다”며 “민생은 아랑곳없이 눈앞의 정치적 이득에 눈이 멀어 이념 싸움이나 하는 체질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더민주는 김종인 체제 하에서 잠깐이나마 원내 제1당을 경험했다. 김종인 대표의 ‘수권정당’ 전략을 체화하고, 계파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시기를 경험한 이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사드 관련 의원간담회 때 (김 대표 체제에서 들어온) 비례들이 ‘신중론’을 취하더라”고 전했다.
이런 의미에서 김종인 대표가 21일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저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김 대표는 “그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그 어떤 책임이라도 떠맡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가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그의 ‘수권정당’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종인 체제’는 아직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기자들, “청와대 해도 해도 너무한다” 823미디어오늘
“감찰 누설” 보도에 “부패 기득권 세력” 비판까지…“계속되는 도발, 오히려 취재 자유로워졌다”
조선일보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압박하고 청와대 관계자가 조선일보를 ‘부패기득권세력’으로 지칭하는 등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 전면전 양상이 벌어져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MBC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 리포트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감찰 상황을 전달한 특정 언론으로 조선일보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19일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건 중대한 위법 행위로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 발표하며 청와대와 조선일보간의 갈등 관계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가 청와대로부터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된 것이다.
당장 조선일보 기자들은 격분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부패 기득권 세력’이란 지칭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부패 기득권 세력이냐. 우리가 기득권을 가진 적도 없고 누구한테 가서 돈을 받은 적도 없다. 기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기가 찰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는 “보수지에서 우병우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는데도 (청와대의 대응이) 저 정도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말한 뒤 “우병우 수석이나 청와대에서 부패기득권 세력이란 식으로 계속 도발하니까 오히려 취재가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와의 전면전 프레임은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조선일보 기자는 “우리만 청와대를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전면전이란 프레임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V조선의 한 기자는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싸우길 바라며 부추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프레임을 전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 뒤 “이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와 조선의 싸움이 아니라 우병우 수석에게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다”라고 말했다.
MBC 보도에 대해선 비판적인 모습이었다. MBC는 해당 리포트에서 특정 언론사를 조선일보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감찰 정보 누설이라고 보는 것은 억지다”, “훨씬 중요한 것은 기자의 취재 메모가 어떤 경로로 MBC 등 언론에 유출됐느냐는 점”이라며 MBC보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MBC 보도 이후 여당 일각에선 이석수 감찰관이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취재에 참여한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MBC보도는 내가 지금까지 봤던 보도 중에 제일 웃긴 보도다. MBC 보도대로라면 앞으로 MBC는 공개 브리핑에서 불러주는 내용 말고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는 MBC 보도에 대해 “우병우를 살리기 위한 물타기”로 단정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MBC 보도에 대한 법적대응 여부를 묻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대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와의 전면전 분위기에 따른 위기감은 조금씩 판단이 달라보였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내부적인 위기감은 없다. 경영적인 압박이 온다면 그건 경영진이 고민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도 “박근혜 정부가 4~5년 남았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정부에게 힘이 있겠나”라며 “경영압박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TV조선의 한 기자는 “청와대가 마음만 먹으면 세무조사나 종편재승인 심사처럼 잠재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 뒤 “VIP 특성상 이게 진짜 전쟁이라고 판단한다면 성격상 좌시하진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MBC 세월호 청문회 보도에 ‘분노’ 할 수밖에 없는 이유 824 미디어오늘
“조사기간 끝났다”는 정부 입장 충실히 전달만…MBC 사장‧임직원 출석 요구하자 “다른 뜻 있는 것 아닌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오는 9월1일과 2일 3차 청문회를 실시한다. 예산도 배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열리는 청문회다. 예상대로 정부는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됐으니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조위의 조사대상이기도 한 MBC는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보도했다.
특조위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제31조1항에 따라 9월1일부터 2일 양일 간 3차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홍보수석 시절 KBS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포함해 참사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영한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특조위는 또한 참사 관련 언론보도의 공정성,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언론인들을 대거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길환영 KBS 사장, 김시곤 KBS 보도국장, 김장겸 MBC 보도국장, 박상후 MBC 전국부장, 안광한 MBC 사장 등(직책은 세월호 참사 당시 기준)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MBC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23일 뉴스데스크에서 두 꼭지에 걸쳐 특조위 청문회 소식을 다뤘다. 하지만 <“3차 청문회 하겠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 기간 논란> <‘좌충우돌’ 특조위, 법 절차 어기고 ‘특별 조사’> 등 특조위의 조사를 문제삼는 내용이었다.
1. 조사기간이 끝나서 청문회 못한다?
MBC 뉴스데스크는 23일 리포트에서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세월호 특별법 부칙을 보면 특조위 위원의 임기는 2015년 1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 돼 있다”며 “조사 활동 기간은 1년이 원칙이고,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특조위의 조사 활동도 2015년 1월 1일 개시됐고 최장 1년 6개월인 조사활동은 올해 6월 30일 모두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MBC는 “반면 특조위 측은 예산 배정 등이 이뤄진 지난해 8월 4일이 ‘위원회 구성을 마친 날’이라는 입장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1년 6개월 뒤인 내년 2월까지 조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며 “8월부터 활동이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특조위 위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의 월급을 모두 소급해 수령해 갔다”고 밝혔다.
▲ 23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MBC는 마치 정부의 주장은 법적인 근거(세월호특별법 부칙)를 갖춘 것으로, 특조위 주장은 그냥 ‘주장’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부칙에서 특조위 위원 임기를 2015년 1월1일부터 시작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세월호특별법 제7조는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6개월 이내 연장가능)고 나와 있다. 즉 특조위 기간에 있어 중요한 대목은 임기 시작점이 아니라 ‘구성을 마친 날’이다.
정부는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을 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특조위 조사기간은 6월30일에 끝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조사기간은 끝났고 종합보고서 및 백서 발간만 가능하다며 예산도 배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는 2015년 8월이 되어서야 특조위에 89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별정직 공무원들의 첫 출근 날은 7월27일이다. 즉 정부는 예산도 직원도 없었던 기간을 조사기간에 포함시켜 버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예산이 배정된 2015년 8월4일 혹은 공무원들이 출근을 시작한 7월27일 등을 조사 개시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MBC는 이런 맥락을 생략한 채 “특조위 위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의 월급을 모두 소급해 수령해 갔다”는 설명만 넣었다.
이런 보도 내용은 해양수산부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해수부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조위는 지난 6월 30일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되었으므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며 “증인·감정인·참고인이 출석하는 청문회는 명백한 조사활동으로, 조사활동기간 내에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사 특조위의 조사활동기간이 종료됐다 해도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 31조는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조사활동기간’에만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종합보고서․백서 작성․발간기간’에 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도 않았다.
특조위는 24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청문회는 특조위 활동기간이 최종적으로 종료되기 이전이라면 ‘조사활동기간’이든, ‘종합보고서․백서 작성기간’이든 관계없이 필요시 개최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해수부의 주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탈법적 논리다. 정부가 해수부를 앞장세워 합법적 청문회를 불법적인 것으로 낙인찍음으로써, 증인들의 청문회 불출석이라는 불법행위를 합리화하고 선동하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2. 특조위가 ‘조사기간 연장’을 주장하니 모순이다?
MBC는 또한 23일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 “조사 기간이 남았다고 말하면서도 조사 기간 연장 등을 주장하며 농성하고 있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특조위는 조사기간 연장이 아니라 ‘조사기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조위는 7월27일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의 단식 농성 시작을 알리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조사활동 보장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도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조사방해 활동 중단과 특조위 조사활동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이석태(오른쪽)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이 단식농성 이틀째인 7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농성장을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로 ‘조사활동 보장하라’는 문구가 써 있다. ⓒ포커스뉴스
‘특조위 기간 연장’은 정치권에서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특조위 활동이 이미 종료됐음”을 전제로 하는 말로 중립적인 표현이 아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이석태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법적 해석으로보면 (조사기간) 연장도 아니다. 정상적 기간 보장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올해 연말까지 조사기간을 연장해서 제대로 조사하게 해달라, 그런 정도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MBC는 이를 혼동해 사용하며 특조위가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듯이 보도했다.
3. 특조위가 법 절차를 어기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23일 특조위가 법적인 절차를 어기고 있다는 톤으로 보도했다. MBC는 “특조위 직원들은 법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상태로 출근을 하고 있다. 이석태 위원장이 6월 30일 전에 직원들 신분연장이나 재임용을 요청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사안”이라고 밝혔다.
▲ 23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MBC는 또한 “특조위는 올 하반기 예산 104억 원을 신청할 때에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예산담당공무원들이 활동기한 문제를 들어 반대하자 권한도 없는 위원장 비서관이 예산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은 특조위 조사기간이 언제까지인가라는 문제와 연관돼 있다. 정부가 활동기간이 종료됐다고 버티고, 이에 공무원들이 같은 입장를 취하자 위원장 비서관이 예산을 요청한 것이다. 정부가 6월30일이면 조사기간이 끝난다고 하는데 직원들 재임용을 요청했어야 한다는 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특조위가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해 9월 임명을 요청한 진상규명국장을 아직도 임명하지 않았으며 특별법에 따라 배정해야 할 공무원 48명 중 19명을 아직도 배정하지 않고 있다. MBC 보도에는 이런 정부의 방해활동은 등장하지 않는다.
4. 특조위가 정치적인 공세를 한다?
MBC는 특조위 청문회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MBC는 “다음 달 3차 청문회에도 문화방송 사장과 임직원에 대해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데 다른 뜻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순수한 의도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공세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라는 한 변호사의 말을 전한다.
MBC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다른 리포트에서 엿볼 수 있다. MBC는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과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히 그동안 전혀 출석 요구 등을 하지 않았던 김장겸 문화방송 보도본부장도 느닷없이 증인에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5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 보도의 공정성·적정성 조사”는 특조위의 업무 중 하나다. 공영방송 MBC 보도의 공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당시 보도 담당자들을 부르는 데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걸까. 게다가 안광한 사장과 박상후 전 전국부장 등은 조사를 위한 특조위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석탄-석유를 없애야 자본주의가 죽는다 823 프레시안
두 개의 파워를 바꿔라
8월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데도 무더위가 그칠 줄 모른다. 헌데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고 한다. 해외 소식에도 날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북반구가 다 뜨거운 여름에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결국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탓이라는 해설도 따라 붙는다. 기후 변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때마침 기후 변화를 다룬 묵직한 책도 번역돼 나왔다. 캐나다의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 자본주의 대 기후>(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16년)다. 이 책은 아직도 기후 변화가 인간 활동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혹세무민을 단호히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이른바 '인류세' 논의처럼 문명 전반에 원죄를 뒤집어씌우지도 않는다. 대기 중에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 주범을 이름 그대로 지목한다. '자본주의'라고.
클라인은 작금의 탄소 배출권 거래 따위로는 기온 상승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자본주의의 이익과 관성에 거슬러서 공공 소유 확대와 비시장적 경제 행위(가령 계획)를 통해 하루빨리 재생 가능 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말하자면 자본주의와 대결하지 않는 한, 기후 변화 속도를 누그러뜨려 인류의 생존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자본주의 대 기후"다.
클라인의 책은 고국 캐나다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클라인을 비롯한 진보 인사들이 화석 에너지 중심 체제를 시급히 종식시키자는 '도약(leap)' 선언을 발표했고, 좌파 정당, 노동조합 등에서 이 선언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전기 요금 누진제가 논란이 될지언정 아직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이 정도의 각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안드레아스 말름의 <화석 자본>
▲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열린책들
클라인의 책이 더 많은 한국 독자의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에 더해 클라인의 지적, 실천적 동지라 할 만한 이들의 저작도 활발히 소개됐으면 좋겠다. 국내에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들 중에서 특히 두 권이 눈에 띈다. 하나는 스웨덴 룬드 대학교에서 생태학을 가르치는 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의 최근작 <화석 자본 : 증기 동력의 부상과 지구 온난화의 뿌리(Fossil Capital : The Rise of Steam Power and the Roots of Global Warming)>(Verso, 2016)다. 이 책은 영국에서 산업 자본주의가 발흥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자본주의와 화석 에너지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클라인의 논지에 살을 붙인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이나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 누락돼 있던 동력원 문제를 중심으로 초기 자본주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다음 세 가지 범주를 넘어설 수 없다. 첫째는 유동 에너지, 즉 지구 생태계 안의 에너지 순환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흐르는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거나 바람의 힘을 빌려 풍차를 돌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 에너지다. 셋째는 저장 에너지, 즉 지층에 광물 형태로 축적된 과거의 태양 에너지를 태워서 활용하는 것이다. 고대부터 인간 사회는 세 가지 에너지 형태 모두에 익숙했다. 자본주의 들어서 갑자기 저장 에너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 활동과 저장 에너지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산업 혁명 초기만 해도 그랬다. 19세기 초까지 영국 면방직 작업장의 주된 동력원은 수력이었다. 흐르는 물의 힘으로 수차를 돌리고 여기에 인간의 제어력을 가해 방직 기구를 움직였다.
전환점은 1820년대에 닥친 산업 자본주의의 첫 번째 구조적 위기였다. 면방직 산업의 과잉 투자로 공황이 닥치자 자본가들은 그들의 후예가 위기 때마다 반복하게 될 행동에 착수했다. 즉, 기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새롭게 확보하려 했다. 이들은 숙련 노동을 대체할 정교한 방직 기계를 도입했다. 그럼 무엇으로 이 최신 기계를 돌릴 것인가? 이때 처음으로 자본가들은 수차가 아니라 새로운 발명품, 증기 기관으로 눈을 돌렸다. 경제학자들의 익숙한 추정과는 달리 증기 기관이 수차보다 훨씬 저렴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영국에는 수력을 사용하는 작업장을 세울 하천이 부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에는 증기 기관을 설치해서 석탄을 떼 가동하는 쪽이 수차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또한 하천을 정비해서 수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증기 기관이 승리했다. 왜 산업 자본가 1세대는 두 세기 뒤에 인류를 기후 변화라는 대재앙에 빠뜨릴 선택을 했는가?
첫째는 공간의 문제였다. 수력에 의존하려면 공장을 계곡이나 천변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곳은 인구 밀집지와는 멀찍이 떨어져 있게 마련이었다. 노동력을 모으기 쉽지 않았다. 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높은 임금을 줘야 했고, 비숙련 일자리는 아예 강제 노동으로 충원해야 했다. 그러나 저장 에너지를 사용하면 이런 공간적 제약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굳이 하천 주변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어디든 석탄을 운반해 오기만 하면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 도시에 공장을 지어서 손쉽게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역설이었다. 유동 에너지는 자본을 특정 장소에 가뒀지만, 저장 에너지는 자본이 유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 <화석 자본 : 증기 동력의 부상과 지구 온난화의 뿌리(Fossil Capital : The Rise of Steam Power and the Roots of Global Warming)>(Verso, 2016). ⓒVerso
둘째는 시간의 문제였다. 수차를 돌리는 물의 힘은 일정하지 않았다. 유량과 유속이 들쑥날쑥했다. 1826년에 닥친 가뭄으로 공장주들은 이런 한계를 절감했다. 게다가 새로 작업장에 도입된 자동 기계에는 보다 안정되고 조절 가능한 동력원이 필요했다.저장 에너지는 이런 시간적 제약도 극복하게 해주었다. 증기 동력을 사용하면, 자본가가 원하는 속도로 기계를 계속 돌릴 수 있었다. 제1차 공장법 제정으로 더 이상 노동 시간을 마음껏 늘릴 수 없게 된 자본가들은 이제 기계 가동 속도를 높여서 노동 강도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에 대응했다. 이것도 역설이었다. 유동 에너지 아래서 자본은 자연과 인간의 시간에 자신을 맞춰야 했지만, 저장 에너지는 유례없이 유동적인 자본의 시간을 창조했다.
자본이 화석 연료를 선택한 것은 이렇게 희소성이나 비용이 아니라 권력 관계 때문이었다. 이 대목에서 말름은 영어에서 파워(power)가 '권력'과 '동력'을 함께 뜻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화석 연료 덕분에 자본은 두 가지 파워를 동시에 확보했다. 유동 에너지 사용이 수반하는 시공간 제약에서 벗어남으로써 노동을 더욱 철저히 제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자본이 화석 연료와 결합해 '화석 자본'이 된 핵심 이유였다. 이를 말름은 "자연을 자본에 실질적으로 복속시킴으로써 노동을 자본에 실질적으로 복속시켰다"고 정리한다.
산업 자본주의의 등장과 함께 에너지 체제가 바뀐 이유가 이와 같다면, 정반대 방향에서 에너지 체제의 재전환을 추진하는 데 핵심 장벽이 무엇인지도 분명해진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 중심 체제란 결국 유동 에너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두 세기 동안 석탄과 석유라는 저장 에너지를 통해 두 가지 파워를 마음껏 누려온 자본에게는 굳이 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서는 산업 혁명 이전처럼 자연 조건에 구속되는 에너지 체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민주적 계획이 개입돼야 한다. 말름은 최소한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전시 경제 같은 비상 경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대해진 21세기 자본에게 이것보다 더 자신들의 이익 및 권력과 충돌하는 전망은 없다. 이것이 오늘날 인류가 처한 궁지다. 말름의 연구는 클라인 저서의 부제 "자본주의 대 기후"에 눈에 확 띄는 붉은 색 밑줄을 보탠다.
티머시 미첼의 <탄소 민주주의>
▲ <탄소 민주주의 : 석유 시대의 정치권력(Carbon Democracy : Political Power in the Age of Oil)>(Verso, 2013). ⓒVerso
<화석 자본>은 화석 자본이 처음 형성된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주인공이 화석 연료 중에서도 석탄이다. 석유가 석탄의 자리를 이어받은 뒤에 화석 자본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살피려면 다른 책을 손에 들어야 한다. 그런 후속편으로는, 영국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중동학 교수 티머시 미첼(Timothy Mitchell)의 <탄소 민주주의 : 석유 시대의 정치권력(Carbon Democracy : Political Power in the Age of Oil)>(Verso, 2013)이 적격이다.
미첼의 책에서도 권력과 동력은 불가분의 관계다. 동력원은 정치권력을 구성하고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현대 민주주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첼은 자본이 석탄을 선택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대중 민주주의가 성장했다고 지적한다. 말름이 정리한 것처럼, 저장 에너지 덕분에 자본은 특정 지역(공단 혹은 공업 도시)에 생산 설비를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노동 대중도 이들 지역에 대거 결집했고, 이는 단결력의 토대가 됐다. 노동조합과 진보 정당을 만들었고, 총파업도 벌였다.
특히 석탄 채굴 및 운반 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힘이 막강했다. 광산 노동자, 철도 노동자들이 그들이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유럽과 북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이 두 부문은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의 온상이었다. 양차 대전 사이에 이들 부문 노동자의 전투력이 최고조에 이른 것과 동시에 화석 자본의 고향 영국에서는 한 세기만에 석탄 생산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화석 자본의 지배를 이어가면서도 석탄의 세기를 끝내야만 했다. 대안은 석유였다.
석탄이 자본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중 민주주의 시대를 연 것처럼, 석유 역시 민주주의의 틀을 새로 짰다. 탄소 민주주의의 제2기가 열렸다. 우선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그랬다. 석탄이 선진 공업국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한 것과 달리 석유는 지구의 특정 지역에서만 채굴 가능했다. 석탄은 국민 국가 내에서 생산, 운송, 소비된 반면 석유는 중동 등 몇몇 지역에서 채굴된 뒤에 지구 곳곳으로 수송됐다.
이제 과거 탄광 노동자들과 같은 전투력을 지니게 된 것은 산유국 민중이었다. 탄광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과 탄광 국유화 요구로 전투력을 과시했다면, 산유국 민중은 실제로 유전의 국유화를 추진했다. 이는 이들 나라 민주주의의 힘찬 전진이었다. 그러나 전 지구적인 탄소 민주주의 체제에는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이미 제1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석유의 값싸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중동을 관리하던 서구는 이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성장할 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말하자면 전 지구적인 탄소 민주주의를 위해서 중동 등 산유국의 민주주의는 제어돼야 했다. '석유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석유가 많이 나는 나라일수록 민주주의는 저발전되고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는 이야기다. 흔히 이것이 산유국 내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일면적인 시각이다. 자본주의 중심부가 탄소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산유국의 민주주의가 체계적으로 억압당한 결과다.
이제 이 문제는 산유국만의 비극은 아니다. 화석 자본의 역풍이 기후 변화로 나타나는 것처럼, 전 지구적 탄소 민주주의 체제의 역풍이 자본주의 중심부를 강타하고 있다. 아랍 세계에서 세속 민주주의가 억압당하자 등장한 이슬람 근본주의의 테러가 그것이고, 이 지역의 출구 없는 혼란으로 인해 유럽으로 몰려드는 이민, 난민의 행렬이 그것이다. 유럽연합이라는 장엄한 건축물의 마감 작업 중이던 유럽 민주주의는 이 역풍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일국적 차원에서도 석유는 탄소 민주주의의 새로운 구조를 낳았다. 마침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려던 시점(1930년대)에 각국 엘리트들은 자본주의 최악의 공황을 반전시켜서 영원한 성장의 시대를 여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에게 석유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원군이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오일 쇼크)가 닥치기 전만 해도 석유는 아주 저렴한데다 무제한 공급될 수 있는 동력원처럼 보였다. 값싼 석유의 무한한 공급을 전제로 지속 성장하는 '국민 경제'라는 관념이 등장했다. 국민 경제의 성장을 측정할 지표로 국민총생산(GNP)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국민 경제의 지속 성장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서구 대의 민주제 안정화의 토대였다. 이것은 석유 시대에 탄소 민주주의가 이룬 거대한 성취였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이 민주주의에는 독특한 내적 한계가 있었다. 국민 경제의 지속 성장이 너무도 중요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엘리트들의 권력이 그만큼 전례 없이 확대됐다. 케인스주의 시기에 이들은 관료 엘리트였고, 신자유주의 시기에는 금융 엘리트였다.
어쨌든 대중과 구별되는 전문가가 '경제'를 관리하고 민주주의 '정치'는 자체 안정을 위해서도 이에 토를 달아선 안 된다는 게 불문율이 됐다. 전문가 지배와 민주주의 사이에 깊은 골이 파였고, '경제'와 '정치'가 엄격히 구분됐다. 그 사이에는 바로 석유가 흘렀다. 값싼 동력원이 끊임없이 공급된다는 전제 덕분에 민주주의는 전문가 지배의 고유 영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존속했다.
탄소 민주주의의 이러한 내적 한계 때문에 오늘날의 정치 체제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데 무력하기만 하다. 탄소 배출량 조절 역시 전문가들의 영역이 되고, 민주주의는 가령 전기 요금 누진제 논란처럼 기후 변화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나 논의하는 장으로 남는다. 아니,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 정도 논의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탄소 민주주의>는 이런 결론으로 끝맺는다.
"복지 민주주의의 특정한 장소와 일화를 연 20세기 초 대중 정치의 출현이 석탄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면, 현대 민주 정치의 한계는 석유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규명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보다 민주적인 미래의 가능성은 화석 연료 시대를 끝내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전시킬 정치적 수단에 달려 있다." (254쪽)
즉, 21세기에 민주주의의 갱신과 에너지 체제 전환은 같은 과제의 다른 이름이다.
동력 혁명과 권력 혁명은 하나다
몇 달 전 스페인 총선에서 신생 정당 포데모스가 연합좌파(공산당이 중심이 된 정당 연합)와 선거 연합을 결성하고 발표한 공약의 첫 번째는 재생 가능 에너지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노동, 복지 공약들보다도 더 먼저였다. 전통 좌파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클라인과 동지들의 책을 읽고 난 뒤라면, 오히려 반가울 것이다.
동력 혁명과 권력 혁명은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동력원의 전환 없이 계급 세력 관계의 역전 없고, 그 역 또한 진실이다.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바란다면 사회 변혁을 각오해야 하고, 사회 변혁을 꿈꾼다면 에너지 체제 전환을 첫 번째 과제로 놓아야 한다. 포데모스의 총선 공약은 이런 깨달음의 한 표현이다.
어쩌면 이 깨달음에 도달하자고 두 세기 넘게 산업 자본주의가 지속되어야만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두 세기가 풀어 놓은 역풍이 너무나 무시무시하다. 과연 인류의 깨달음이 역풍이 불어오는 속도를 앞지를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니 이 참기 힘든 이 무더위에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성주에서 난리치고 여기로 온다니" '사드 불똥' 튄 김천, 분노한 시민들 824 오마이뉴스
▲ 김천 학생들의 외침 "한반도 사드 반대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김천 인근이 거론되자, 24일 오후 경북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드배치 결사 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 사드 반대 김천 시민들 "이 땅에 사드 한 발도 못 들어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김천 인근이 거론되자, 24일 오후 경북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시민들이 '사드배치 결사 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사드 불똥이 튄 김천시민들의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이른바 제3후보지로 김천과 인접한 성주 롯데 골프장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4일 김천시민들이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6부터 김천종합운동장에 모인 8천여 명의 성난 민심에 답하기 위해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김천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아래 투쟁위) 공동위원장들은 즉석에서 삭발했고, 시장도 머리를 깎았다.
투쟁위 수석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세운 김천시의회 부의장은 "사드가 피해가 없다면 왜 가장 최적지라고 발표했던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하나"면서 "우리 김천에 사드 배치는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성주의 사드 배치를 사실상 남의 이야기로 생각해왔던 지역의 민심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박희주 시의원(무소속)은 "성주에 사드가 유치된다고 했을 때 불구경했지 않나"라면서 "우리 집에 불똥 튀니까 불 꺼달라는 셈 아닌가"라고 자성론을 제기했다. 박 시의원은 "두 번 반성하지 말고 후회 없는 김천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성주 먹기 싫다고 뱉은 음식 김천 먹을 수 있나"
▲ 삭발하는 박보생 김천시장 '사드 결사 반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김천 인근이 거론되자, 24일 오후 경북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드배치 결사 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 박보생 김천시장(가운데)을 비롯한 공동위원장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4만 5천 성주군민이 막아서 성주군민이 먹기 싫다고 뱉은 음식 김천시민이 먹을 수 있나"며 "14만이 넘는 여러분이 단결한다면 어떻게든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드 배치 반대하겠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유성호
▲ 김천 시민들의 야유에 급히 자리 떠나는 이철우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오후 경북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드배치 결사 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인사말 도중 시민들의 야유가 이어지자 급히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절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 위해서 연연하지 않는다"며 "나라가 잘 되도록 하고 김천이 절대 손해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성호
박우도 투쟁위 공동위원장도 울먹이며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호소했다. 그는 "내 자식도 소중한데 남의 자식이라고 안 소중하지는 않다"면서 "우리 자손들에게 이런 위험한 걸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예정에 없던 삭발을 감행했다. 박 시장은 "성주군민이 먹기 싫다고 뱉은 음식을 김천시민이 먹을 수 있나"라면서 "여러분이 단결한다면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드 배치를 결사반대하겠다"고 약속하며 그 자리에서 삭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박 시장이 삭발하자 투쟁위 위원장들도 덩달아 삭발했다.
박 시장과 투쟁위원장들의 삭발을 하는 사이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무대 옆에 등장했다. 이 의원이 오후 7시께 무대에 오르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하고 흥분한 일부 주민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물병을 던지기까지 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이 의원은 이날만큼은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였다. 그는 "이렇게까지 국방정책이 흔들리는 나라,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도 지키고 우리 김천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주민 설득이 되고 충분한 이해가 가고 난 다음에 배치지역을 발표하도록 했다"면서 "어제도 국방부 장관에게 제3후보지 반드시 주민들이 오케이(OK)할 때 그때 발표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의원을 향해 주민들은 "이철우 내려와", "집에 가" 등을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주민들 '사드 배치 안돼'... "김천이 반대하면 또 어디로 옮길 거냐"
▲ "김천 시민 위협하는 사드 배치 반대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김천 인근이 거론되자, 24일 오후 경북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시민들이 '사드배치 결사 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구미를 떠나 김천으로 이사를 왔다는 김민희(42)씨는 "구미는 공장도 많고 해서 공기도 맑고 공원도 많은 곳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살기 위해 이사를 왔는데 이곳으로 사드가 온다니 저희로서는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혁신도시인 율곡동에 살고 있다는 김아무개(33)씨와 신아무개(36)씨는 "사드가 김천 근처에 배치된다고 해서 당혹스럽다"면서 "우리는 사드가 김천에만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김항곤 성주군수를 향해 원망스럽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농소면에서 자두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는 차해수씨는 "골프장에서 우리 집까지는 약 3.5km에 불과하다"며 "성주에서 난리치고 이곳으로 온다니 상당히 황당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금분(61)씨는 "농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았다"며 "성주군수가 왜 김천 인근에 사드를 배치하도록 요구했는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의 행태가 더 웃긴다. (사드를) 성주에 결정했으면 끝까지 하든지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김천이 반대하면 또 어디로 옮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투쟁위는 사드 배치 결의문을 발표했다. 투쟁위는 결의문을 통해 ▲ 김천시민의 안전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제3후보지 사드 배치 요청 결사 반대 ▲ 시민 동의 없고 행정절차 무시한 원칙과 일관성 없이 행동하는 국방부의 각성 ▲ 지역 갈등 초래하며 김천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드배치를 끝까지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한편 김천 투쟁위는 25일부터 매일 오후 7시부터 율곡동 안산공원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하고 한 달 동안 집회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또 SNS를 통해 3000여 명이 넘게 모였다며 '김천 사드 반대'가 아닌 '대한민국 사드 배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 왜? 825 한겨레
보수 언론 <조선일보>와 보수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혈투’ 단계에 들어가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팔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목을 자르라고 들이대는 조선일보의 기세가 그렇고, 조선일보를 ‘일부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이 좌파세력과 합세하여 우 수석 죽이기에 나섰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청와대 쪽의 대응이 그렇다. 누가 봐도 같은 배를 탔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이들 보수의 두 대표선수를 정면충돌로 이끌어간 배경은 무엇일까? 우 수석과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조선일보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평소에도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던 진보적 언론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들까지 너도나도 공격에 뛰어들었다. 이런저런 눈치에는 귀신들이 다 된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규탄하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매우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 신문들이 전달, 해석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최근 언행들은 국민 정서와 한참 어긋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염두에 두고 했다는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하지 말라”는 말은 듣는 사람을 더욱 황당하게 만든다. 비리종합세트처럼 언론에 비치고 있는 그를 대통령은 흡사 핍박받는 ‘의인’처럼 생각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의 기본적인 상황 인식에 큰 고장이 일어난 것인가? 아니면…? 언론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하나의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한 ‘유력 언론인’이 사실은 조선일보 고위 간부이며, 그래서 조선일보가, 검찰 수사를 통해 자사 간부의 멱살을 쥔 우 수석의 멱살을 되잡고 있다는 소문이다. 만일 이 소문이 사실에 가깝다면, 우 수석은 졸지에 비리를 척결하려다가 고난을 겪는 의인으로 둔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우병우 감싸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는 청와대의 기본 입장을 검찰 수사가 뒷받침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문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보수 신문과 보수 권력이 대립한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우선 청와대가 한 배에 탄 유력 보수 언론인에 대해 수사하도록 지휘한 배경이 문제다. 그래서 나오는 해석이 보수 세력 균열 가능성이다. 보수 세력 내부에 현재 권력에 대한 불신과 거부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고, 이미 차기 권력 창출의 주도권이 박 대통령 손에서 떠났다고 판단한 조선일보가 사사건건 대통령에 대해 시비를 걸자 우 수석이 나서서 상대의 멱살을 잡긴 했지만, 이 와중에 자기 멱살도 잡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격언도 있지만, 우리나라 보수의 가장 뚜렷한, 보편적인 특징이 부패가 아닐까 싶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 이야기에도 부패한 관료와 부패한 언론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부패가 우리 사회 공직사회에 하도 만연하여 사람들은 웬만한 부패 이야기는 “뭘 그 정도를 가지고…”라고 할 정도로 부패 불감증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이번 싸움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언론과 권력이 서로 상대방 공격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에는 각자 너무 많은 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욕망의 불꽃을 지피는 정책 825 경향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은 최근 보란 듯이 되살아났다. 부동산 불패신화도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최근의 시장회복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그간 쏟아부은 정부의 정성(?) 덕택이다. 계속된 전방위적인 규제완화로 공급도 늘고 수요도 늘어 가격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2006년 호황을 넘어섰다. 최고기록이 된 작년 120만건의 총 주택거래량은 이 모든 걸 집약해 준다. 이는 결과지표이면서 동시에 원인지표이기도 하다. 후자의 측면에서 보면, 120만건의 기록적인 거래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공급을 더 늘리고 구매를 더 늘리는 유인책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인지 올 상반기 거래량은 작년 동기에 비해 23.4% 줄었지만, 선행지표가 되는 주택 인허가는 작년 동기 대비 18.4% 늘었다. 분양은 작년 동기 대비 5.3% 감소해, 작년의 분양시장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입주물량이 될 상반기 준공물량은 작년 동기에 비해 28.0% 급증했다. 이 모두는 2014년부터 시작된 과대공급이 작년을 거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작년의 인허가 물량 72만호 중 2년 뒤 80%가 입주물량으로 나온다 치면 내년이면 58만호가 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는 중장기 주택종합계획(2013~2022년)상의 연간 공급목표 39만호를 19만호 초과하는 것이다.
초과공급은 수요가 뒷받침되면 문제될 게 없다. 그간 정부정책으로 부추겨진 수요가 얼마나 더 지탱되고, 또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할까? 이에 대한 답을 주기 전에 거래 활성화를 뒷받침했던 부추겨진 수요가 어떤 것인지를 한번 따져보자. 지난 2년여간 최경환 부총리팀이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의 한 방편이었다. 역사상 가장 낮은 초저금리, LTV 등 금융대출 규제완화, 분양가상한제 철폐, 청약 1순위 자격 완화,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유예 등은 시장을 바닥까지 훑어 집을 사도록 유인한 당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유인책에도 전·월세난의 주인공인 저소득 세입자 중에 정부정책에 힘입어 막대한 대출을 일으켜 고가의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자가 실제 얼마 안된다. 오만 정책에도 전·월세 수요가 계속 늘고 전세가가 급등한 것은 이런 까닭 때문이다. 결국 여유가 있거나 집을 이미 갖고 있는 자들이 거래에 참여하면서 분양 및 매매 거래가 급증한 것이다. 물론 실수요가 적지 않겠지만, 예년 평균을 웃도는 분양 및 거래 증가의 대부분은 정책 혜택을 이용하려는, 그렇지만 투기적 욕망을 숨긴 가수요에 의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특히 기존주택보다 시세차익이 큰 신규주택의 분양거래가 급증하는 것은 이런 가수요를 투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택거래량의 28.3%가 분양거래로 호황기 2006년의 15.7%에 비해 무려 10%포인트가 높아졌다. 최근에 분양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은 1순위 자격완화, 전매제한 완화, 재당첨금지 철폐, 집단대출 규제예외 등 가수요를 부추기는 조치 덕택이다. 한 정보업체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이 분양권을 팔기 위해 청약을 한다고 응답했다. 전매거래 중 상당한 부분이 위법적·투기적 거래로 추정된다.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이나 신도시 분양권 매매의 대다수가 이런 식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붐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저인망식 규제완화에 의해 불필요하게 부추겨진 수요에 의해 뒷받침된 것임을 모든 정황이 말해준다. 말이 가수요지 투기적 성격이 더 짙다. 투기가 일반화되다 보니 가수요, 나아가 투자로까지 불리고 있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꽃인 강남의 재건축이 이를 잘 말해준다. 가령, 개포주공 3단지를 보면, 857가구 중 73.9%가 빚(근저당권 설정, 평균 4억5000만원)을 안고 있고 92.8%의 가구가 집주인이 살지 않는 비거주가구다. 이는 실거주가 목적이 아니라 투기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해 놓은 정황을 보여준다. 단지 전체가 재건축이란 이름으로 투기장이 된 것이다. 강남만 탓할 게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지역이 강남과 같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40, 50년 동안 지속된 욕망이고 이젠 사그라질 때가 됐지만 그럴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이란 이름의 나라 정책이 이 욕망의 불꽃을 계속 지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가용 없는 도시 상상해봤어? 825경향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차를 하루에 얼마동안 사용할까. 대개의 경우 50분 미만으로 하루 23시간 이상 차를 놀린다. 차를 굳이 소유해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출퇴근 길에 대부분 한 두 사람만 타고 다니는 자가용 승용차는 여러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운전자 본인을 포함해 사람들은 자가용 차량 운행 증가로 인한 교통 혼잡과 환경 오염, 교통 사고의 위험을 안게 된다.
자동차는 개인의 취향과 부를 드러내는 일종의 상징물이라는 성격도 있어서 이용 행태를 합리성으로만 재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제 자가용 소유와 운행으로 인한 개인적 효용은 사회적 비용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시기에 이르렀다. 일상이 되어버린 기상 이변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화석 연료 사용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편하자고 타고 다니는 차량이 이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다행히 우리는 기술 발전으로 이동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갖게 됐다. 공유 경제와 데이터 기반 교통 정책이다. 자동차의 소유를 포기하고 모든 이동 수단을 대중 교통과 공유 차량으로 대체한다면 도시에 어떤 변화가 올까?
포르투갈 리스본 시가 모습. Photo by Andreas Rentz/Bongarts/Getty Images/이매진스
■리스본 시에서 자가용을 없앴더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비정부기구인 국제교통포럼(ITF)은 지난 7월5일 ‘공유 이동 :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혁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시에서 모든 자가용과 버스를 공유 차량으로 대체한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가 담겨있다. 실험에서 공유차량은 6인승의 ‘공유 택시’와 8~16인승의 ‘택시 버스’로 나뉜다. 공유 차량은 환승 없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승객을 이동시켜 주는 것으로 가정했다. 열차와 지하철 이용은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국제교통포럼(ITF)이 포르투갈 리스본 시에서 진행한 공유 차량 도입에 따른 영향 평가 시험에서 가정했던 공유 차량의 두 가지 유형을 설명하는 표. 출처:http://www.itf-oecd.org/sites/default/files/docs/shared-mobility-liveable-cities.pdf
국제교통포럼의 연구진은 필요 차량의 수, 차량의 총 운행거리, 교통 혼잡, 이산화탄소 배출량, 공공 부지 활용 등 여러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조사했다. 공유 차량 도입으로 인한 직장과 교육, 의료시설 접근성 변화 등 사회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했다.
실험 결과 교통과 환경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측됐다. 현재와 동일한 이동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차량의 수는 현재의 3%로 줄었다. 교통 혼잡은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34%가 감소하는 걸로 나왔다. 공공 주차 공간은 95%가 필요 없어진다. 혼잡시간대 총 차량 주행거리는 37%까지 줄어든다.
자동차 한 대가 운행하는 시간은 하루 50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난다. 한 시간당 공유 차량이 운행하는 거리는 현재 차량 1대가 주행하는 거리의 10배에 달한다. 차량 수명이 짧아지면서 새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이나 에너지 효율에서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더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전기가 충분히 탈탄소화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면 차량 운행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차량 주행 거리 단축도 환경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시가 모습. Photo by Andreas Rentz/Bongarts/Getty Images/이매진스
포르투갈 리스본대학의 교수를 지냈던 호세 비에가스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은 “공유 차량은 자원을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자동차가 점유하는 공간을 줄이고 더 적은 수의 자동차들이 더 많은 거리를 달리면서 자동차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리스본 시 자체의 인구는 약 55만명이지만 시뮬레이션은 인구 약 280만명인 ‘리스본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국제교통포럼에 따르면 더블린과 헬싱키, 오클랜드를 비롯해 비유럽권 두 곳의 도시가 리스본에서 진행된 것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할 예정이다. 비아가스는 “추가로 5개 도시에서 우리의 모델을 시험할 것이다”며 “공유 이동이 최대의 효과를 낳도록 적용하는 방안에 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시민들이 강가 옆에서 쉬고 있다. Photo by Chris Jackson/Getty Images/이매진스
■차량 공유로 건강해진 도시
차량 공유에 따른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시민들이 공유 차량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 먼저 시간과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공유 차량 이동은 거의 모두 환승 없이 직통이다. 실시간 교통 데이터와 차량 행선지 데이터를 이용해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차량이 배정된다. 차량의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면 교통 비용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중 교통을 확장하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다만 비용 감소의 측면에서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리스본 시에서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택시의 수는 현재의 3000대에서 (공유 택시) 6000대로 증가하고, 버스는 500대에서 (택시-버스) 1000대로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른 비용 증가의 절반 정도는 운전사의 인건비가 된다. 비에가스는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차량 대수 증가에 따른) 추가 경비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차량 공유로 인한 또 다른 긍정적 효과는 주차 공간의 축소다. 리스본 시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 축구장 210개에 해당하는 크기의 주차 공간(*)이 불필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공간을 공공 정원으로 만들거나,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넓히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시민들의 오락 공간이나 물류 센터와 같은 상업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지구 육지 면적의 5% 미만을 차지하는 도시에 지구인 절반 이상이 산다. 지구 전체 부의 70%가 도시에서 생산되고 지구 전체 자원의 80%가 도시에서 소비된다. 도시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 도시에서의 에너지 생산, 소비에서의 변화가 지구 전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도시화는 미래 사회에서도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2014년부터 2050년까지 도시에 이뤄지는 이동 건수는 400조건으로 예상된다. 도시 내 이동건수의 급증은 교통과 안전, 도시 공간 사용, 기후변화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유 차량으로 이동 수요를 해소하면 도시화가 주는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소득·교육·건강 불평등 완화에 기여
만성적인 교통 체증 해소와 비용 절감, 기후 온난화 대응 외에도 공유 차량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다. 연구진은 고용 기회가 증가하고 건강과 교육의 질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유 차량을 이용하면 이전까지 공공 교통망에서 소외된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진다. 시뮬레이션 결과 30분 이내로 도시 내 일자리의 75%에 도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직장 접근성이 좋은 상위 10%의 사람들이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직장의 수와 직장 접근성이 낮은 하위 10%의 사람들이 3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는 직장의 수 간의 배율(P90/P10)이 공유 차량을 도입한 이후 17.3에서 1.8로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 외곽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출근 시간이 길어지는 현재의 불평등 양상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다.
빨간 색으로 표시된 지역일수록 교통 접근성이 좋다. 자가용과 버스 대신 공유 차량을 도입할 경우 도시 외곽 지역의 직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국제교통포럼 ‘공유이동(shared-mobility)’ 보고서 (http://www.itf-oecd.org/sites/default/files/docs/shared-mobility-liveable-cities.pdf)
빨간 색으로 표시된 지역일수록 교육 시설 접근성이 좋다. 자가용과 버스 대신 공유 차량을 도입할 경우 도시 외곽 지역의 교육 시설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시설과 교육 시설에의 접근성도 비슷한 개선 양상을 보였다. 의료 시설 접근성이 가장 좋은 10%의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10%의 사람들이 30분 이내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비율은 현행 39.0에서 2.5로 대폭 줄었다. 교육 시설 접근성에서 ‘P90/P10’ 배율은 29.2에서 2.0으로 줄었다.
공유 차량은 결국 저소득층의 교통 접근성과 사회 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비에가스 사무총장은 “수송 능력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환경에 이롭다”며 “또한 모든 사람에게 폭넓게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사회를 더 평등하고 포용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헬싱키 “2025년부터 자동차 소유 필요 없다”
자가용이 개인적, 사회적 관점에서 더 이상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해도 과연 자가용 차량을 포기하려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차량의 사적 사용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공유 차량 전환에서 관건이 된다. 더디고 어렵겠지만 이행 과정을 둘 수 있다. 개인 차량의 이용 일수와 도심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첫 단계로 시행할 수 있다.
국제교통포럼의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 평일 중 이틀 동안만 개인 차량의 도심 진입을 허용하는 경우를 실험한 결과 이 조치만으로도 교통 혼잡이나 배출 가스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 동안 개인 차량 소유자들이 공유 차량을 체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개인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더 이상 실용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자각을 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공유 차량으로 자가용을 대체하는 방식을 평일 중 3일 이하로 시행하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봤다.
차량의 사적 소유와 관련해 핀란드 수도 헬싱키 시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헬싱키는 2025년까지 시민 누구도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방법은 공공 및 사적 교통 제공자를 결합해 시민들이 가장 빠르고 값싼 이동 수단을 조합하게 하는 것이다. 헬싱키 시 정부에서 일하는 교통 공학자 소냐 헤이킬라는 지난 6월 24일 웹진 ‘fastcoexist’에 “시의 역할은 이런 시장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헬싱키 시의 계획에서 버스는 국제교통포럼의 가정과 비슷하게 이용자의 요청에 의해 움직이는 능동적 형태의 교통 수단이 된다. 차량 공유 제안이나 버스 요청, 요금 지불 등 모든 단계가 모바일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까지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과 도로, 지하철과 버스 등 모든 교통 시스템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다.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혹은 ‘지능형 이동성’(intelligent mobility)이다. 통근자들은 차량을 소유할 필요가 없고 미리 차량 공유를 위해 준비할 일도 없다.
공유 차량을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지만 차량의 사적 소유를 포기한 한 예로 스페인의 소도시 폰테베드라를 들 수 있다. 15년전 이 도시는 도심외곽에 차량 8만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을 만든 뒤 도심으로 차량의 통행을 아예 금지시켰다. 차량이 없어지니 공해가 없어지고, 생활비도 덜 들고, 길 위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도 2019년까지 자가용 차량의 도심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 시도 지난해 9월부터 ‘차 없는 날’을 도심 일부에서 시행했고, 독일의 뮌헨과 영국의 리버풀도 도심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모두 차량의 사적 소유를 제한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경제Talk] ‘날마다 차 없는 거리’ 오슬로의 실험 성공할까
▶[경제Talk] ‘차 없는’ 파리 시, 깨끗한 공기 얻다
▶[경제Talk] ‘빨리빨리’ 한국, ‘30km 느린 삶’ 안되겠니?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 모델…해마다 차량 필요 수 2000만대씩 감소
지능형 교통 체계는 차량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 필요 차량의 수를 줄인다. 영국 컨설팅 업체인 프로스트 앤 설리반은 지난 6월29일 발표한 ‘자동차 제조와 도시 이동성에서의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혁신’이라는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필요 차량의 수가 2000만대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600만t씩 줄어들 것으로 봤다.
프로스트 앤 설리반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 경향이 자동차 소유보다 ‘주문형 이동’(ride on demand)으로 변하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능형 차량과 도로, 도시 시스템이 통합된 주문형 이동 서비스는 이동의 빈도와 효율성을 높여 다음 10년 동안 매년 자가용(private car) 이동을 3600억㎞만큼 줄일 것이다”고 밝혔다. 차량 이동이 줄면 화석 연료 사용이 줄고 자연히 탄소배출량도 줄어든다.
자가용 차량 수요의 급격한 감소는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차량 이용의 효율성과 강도가 높아지면서 자동차 실내 공간의 내구성을 높이는 등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변화에 자동차 업계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요 차량 제조사들은 교통 흐름과 안전을 향상시킬 차세대 ‘망 연결 자율주행’(connected and autonomous)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 공유나 차량 임대에서 여행 계획 앱까지 새로운 이동 서비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독일 BMW그룹이 뮌헨과 베를린, 뒤셀도르프, 쾰른, 함부르크, 빈, 런던, 코펜하겐, 스톡홀름 등지에서 카셰어링 서비스 ‘드라이브나우(DriveNow)’를 제공한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차의 사적 소유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머지 않았다.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문제 의식도 커지고 있다. 이동의 편리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차량 운행으로 인한 유무형의 비용을 줄이는 대안은 공유 경제에 있다. 공유 경제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으로 도시의 삶을 더 평등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연구해볼 시점이다.
‘날마다 차 없는 거리’ 오슬로의 실험 성공할까 15.10.21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는 2019년부터 도심에서 자가용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가 2019년까지 자가용 차량의 도심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 시가 지난달 27일 ‘차 없는 날’을 도심 일부에서 시행했고, 독일의 뮌헨과 영국의 리버풀이 도심 차량 진입을 금지한 사례가 있지만 일국의 수도에서 자가용 차량 운행을 금지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14일 오슬로 시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노동당과 연정 상대인 좌파 사회당, 녹색당은 19일(현지시간)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르몽드의 보도에 따르면 차량 운행이 금지되는 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천여명에 불과하지만 출퇴근 인구는 9만명 정도에 달한다.
■상업계 ‘반발’ VS 환경단체 ‘환호’
도심 자가용 운행 금지 방안에는 2017년까지 ‘고리 1’(Ring 1) 지역을 ‘보행자 중심 구역’으로 바꾸는 안이 포함돼있다. 현재 이 지역 내에서 이용되는 교통 수단의 비중은 자가용이 64%, 대중교통 22%, 자전거 7% 등이다.
보행자 중심 구역에서는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자, 대중 교통, 상품 배달 차량과 장애인 지원 차량을 제외한 차량 운행이 금지된다.
오슬로 시의 도심 지역에서 자가용 차량 통행이 금지되는 구역인 ‘Ring 1’. 그래픽 출처:볼덴스 강(http://www.vg.no/nyheter/innenriks/kommunevalget-2015/her-blir-det-bilfritt-innen-2019/a/2354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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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와 소방차는 운행의 제한을 받지 않지만 택시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조치를 취할 지 분명히 제시되지 않았다.
현지 상점 주인들은 시내 쇼핑센터 57곳 가운데 11곳이 자가용 운행 금지 구역에 있다며 시 당국의 계획에 우려를 표시했다. 오슬로 상업협회의 회장 군나르 라르센은 18일(현지시간) 노르웨이의 일간 볼덴스 강에 “정책이 가져올 충격을 평가하길 요청한다”며 “도시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분석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이에 대해 자가용 진입 금지 구역 주변에 주차 시설을 마련해 놓으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 당국은 매년 일정 수의 주차 공간을 공유 차량(car sharing)을 위한 주차 공간으로 바꾸고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경제Talk] ‘빨리빨리’ 한국, ‘30㎞ 느린 삶’ 안되겠니?
■노르웨이 국부펀드, “온실가스 배출 기업 투자 대상에서 제외”
환경단체는 시 당국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올해 11월 30일~12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를 앞두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타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노르웨이의 시민단체 ‘미래는 우리 손에’의 회장인 아릴드 헤름스타드는 “파리 정상회의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시 의회가 이런 용기있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무척 기쁘다”며 “오슬로 시는 모든 종류의 화석 에너지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세계 최초의 수도가 됐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 보호를 목표에 둔 오슬로 시의 파격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80억유로(약 10조2840억원)에 달하는 시의 연기금 투자 대상에서 석탄과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사업을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 지난 6월 5일 노르웨이 의회는 일정 규모를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국부펀드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법안에 따르면 채굴 활동이나 에너지 생산 등 기업 활동의 3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이나 석탄에서 수입의 30% 이상을 얻는 기업은 국부펀드의 투자 목록에서 제외된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약 8000억유로 규모로 세계 최대다. 세계 증시에 흘러든 돈의 1.3%가 이 펀드에 속해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시민단체에 속하는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의 노르웨이 대표 니나 젠센은 “이번 결정은 우리의 정치인들이 현명하고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증거”라며 “국제적인 차원에서 커다란 영향을 줄 결정이다”고 말했다.
■도심 차량 퇴출 이어질까
현재 도심 내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도시는 독일의 뮌헨과 프라이부르크, 벨기에의 겐트, 이탈리아의 피렌체,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등이 있다.
뮌헨에서 자동차가 도심 교통 수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작다. 자전거 도로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시민들도 자전거 타기 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이뤄낸 성과다. 다른 도시들도 대중 교통에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자가용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 시도 오슬로와 유사한 도심 차량 운행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차 없는 날’을 시행한 후 파리 시의 공기와 소음 오염이 크게 감소한 것도 이런 조치를 시행하기로 하는 데 큰 동기를 부여했다.
자동차 운행으로 발생하는 벤젠, 이산화질소, 오존, PM10과 PM2.5의 미세먼지는 도시 대기와 시민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5대 주범이다.
파리 도심에 발생한 스모그로 뿌옇게 보이는 에펠 탑. Alberto Hernandez/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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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원 보고서 ‘대기 오염 : 무행동의 비용’에 따르면 대기 오염으로 인한 건강, 경제, 금융 상의 비용은 한 해 1013억유로에 달한다. 대기 오염 감소를 1공약으로 내건 사회당 출신의 파리 시장 안느 이달고는 올해 초 ‘대기오염방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래된 디젤 엔진 차량의 운행이 금지됐고 대중 교통과 보행지역 확대에 수백억유로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바스티유 광장에서 에펠 탑에 이르는 세느 강변의 오른쪽 도로에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이달고 시장은 2016년부터 세느 강변에서의 차량 통행 금지 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 없는’ 파리 시, 깨끗한 공기 얻다 15.10.4
크리스토프 나조프스키 파리 부시장(왼쪽 두번째)과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왼쪽 세번째)이 지난달 27일 ‘차 없는 날’ 행사에 참석해 거리를 걷고 있다. Photo by Kristy Sparow/Getty Images)
‘차 없는 날’을 시행한 후 파리 시의 공기와 소음 오염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 이상의 환경 개선 효과를 본 파리 시는 차 없는 날 시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파리 시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민간 기관인 ‘에어파리프’의 조사 결과, 파리 시가 ‘차 없는 날’을 시행한 9월27일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가 최대 40%까지 줄었다고 가디언이 3일 보도했다.
차 없는 날 행사가 진행된 27일 오전 11시~오후 6시 사이 도심 지역에서 전기차를 제외한 휘발유와 디젤유를 사용하는 차량의 운행이 금지됐다. 차량 운행이 금지된 지역은 파리 시 면적의 30%에 지나지 않지만 환경 개선 효과는 컸다.
이날 샹제리제 거리에서 거의 평소 일요일의 3분의 1 수준으로 이산화질소가 줄었다. 차량 통행이 많은 센 강변의 이산화질소 오염 수준은 약 40% 정도 낮아졌다. 오페라 광장에서는 이 수치가 20% 감소했다. 소음 오염도를 측정하는 기관인 ‘브뤼파리프’는 도심의 소음도가 약 절반 정도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파리 시 당국과 환경주의자들은 ‘차 없는 날’의 성공을 반기고 있다. 녹색당 출신인 파리 시의 교통 담당 부시장 크리스토프 나조프스키는 “사람들이 도시를 다른 방식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에펠 탑이 보이는 센 강변의 도로. Falcon® Photography/Flickr
그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태도와 행동이 변하고 있다며 “젊은 이들은 차와 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 그들은 이전 세대보다 차를 사는 데 덜 흥미를 갖고 있고, 차량 공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 시 경찰 당국의 반대로 도시 전역에서 ‘차 없는 날’을 시행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중앙 정부가 파리 시의 대기 오염 감소 노력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기 오염 감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운 사회당 출신의 시장 안느 이달고는 ‘차 없는 날’을 정례화하길 희망했다. 이달고 시장은 트위터에 “차 없는 날을 더 많이 시행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 아마 한 달에 한 번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파리 시의 차 없는 날 행사는 이곳에서 올해 말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 앞서 회의 유치국으로서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모범을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주 유엔 연설에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국제 공동체가 (신 기후변화협약 타결에) 성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장관도 “(프랑스는) 다른 국가들에게 기후 관련 규제를 독려하기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최고위층의 이런 인식과는 별개로 파리 시가 기후 대응에 관한 모범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3월에는 일시적이었지만 전 세계 도시 중 가장 대기질이 나빴던 적도 있었다. 짙은 스모그에 파리 시의 상징이라 할 에펠 탑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파리 시는 올해 초부터 ‘대기오염방지 계획’을 실행했다. 오래된 디젤 엔진 차량의 운행을 금지시키고, 대중 교통과 보행지역 확대에 수백억 유로를 투자했다. 또 바스티유 광장에서 에펠 탑에 이르는 센 강변의 오른쪽 도로에서의 차량 통행을 금지시켰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주 동안 파리 시의 이산화질소량은 ‘매우 높음’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해 바스티유 광장 인근 셀레스탕 강둑의 이산화질소 수준은 자주 100㎍/㎥를 기록해 지난 3년간의 평균치인 66㎍/㎥를 웃돌았다. 교통량이 많은 오페라 광장의 이산화질소량은 평균 95㎍/㎥ 였고, 도시 순환 도로의 이산화질소량은 150㎍/㎥에 달했다.
에어파리프는 이산화질소의 유럽의 기준치(40㎍/㎥)를 지난해 셀레스탕 강둑 지역에서는 11차례, 오페라 광장에서는 17차례, 주변 순환도로에서는 67차례 넘어섰다고 밝혔다.
벤젠, 이산화질소, 오존, 미세먼지인 PM10과 PM2.5는 도시 대기를 악화시키는 5대 주범이다. 프랑스 상원 보고서 ‘대기 오염 : 무행동의 비용’에 따르면 이런 대기 오염 물질로 인한 건강, 경제, 금융 상의 비용은 한 해 1013억유로에 달한다.
이 보고서는 대기 오염으로 인해 알츠하이머, 심장질환, 호흡기 질환, 폐암 발생이 증가하고 임신기 태아도 악영향을 받아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 한 해 약 4만5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예정 수명보다 일찍 죽는다고 밝혔다.
빨리빨리’ 한국, ‘30km 느린 삶’ 안되겠니? 15.9.28
도로의 제한속도가 30㎞/h임을 알리는 도로 표지. 출처 : 유럽교통안전위원회(http://etsc.eu/)
도심의 차량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시는 올해 3월부터 차량 속도를 30㎞/h로 제한한 도로인 ‘30구역’을 도입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도 시내 중심부 도로 전체를 포함해 도심 도로의 80%에 시속 20mph(약 32㎞/h)의 속도 제한을 뒀습니다.
스페인은 올해 안으로 전국 도시의 대다수 거리에 30㎞/h의 속도 제한을 두는 새 도로법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에 따르면 스위스 국민의 38%는 30㎞/h의 속도 제한 구역에 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통행 속도 제한 운동을 벌이는 ‘20이면 충분하다’(20’s Plenty for Us)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 20mph의 속도제한을 시행하거나 도입하려는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는 1300만명에 달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인구 10만명 이상의 도시로는 처음으로 그르노블이 지난 15일 도시 대부분의 도로에 2016년 중반부터 30㎞/h의 속도 제한을 두기로 했습니다. 시의 교통중심축에 해당하는 일부 도로에만 예외적으로 시속 50㎞의 속도제한이 유지됩니다. 그르노블 시와 그 주변 41개 자치지역(Grenoble-Alpes Metropole)의 44만명의 주민들이 이 조치의 적용을 받습니다.
파리 시 역시 전체 도로의 3분의 1에서 시속 30㎞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고 이를 더 늘릴 계획입니다. 독일 연방은 최고속도를 30㎞로 제한한 도로인 ‘템포 30’을 지역 당국이 더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관련 법을 개정했습니다.
■인간 안전이 최고의 가치
유럽 각국은 지금까지 주거지역에만 시행하던 30㎞/h 속도제한을 도시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도심지역을 대수술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도시들이 도로 통행 속도를 시속 30㎞로 낮추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동차 규제 없이는 생활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유럽교통안전위원회(http://etsc.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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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그르노블 지역 단체장들의 협의체인 ‘라 메트로’(La Metro)의 부회장 얀 몽가부르는 지난 15일 르몽드에 “마을에서처럼 도시에서도 어린이나 노인과 같은 교통 약자들을 보호하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더 편하게 만드는 것이 속도 제한의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교통사고방지협회에 따르면 1990년 프랑스가 도시 차량 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췄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5% 줄어들고, 보행자와의 충돌 사고 역시 14% 감소했습니다.
통행 제한 속도를 50㎞에서 30㎞로 낮추는 곳이 늘어날수록 사망자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차량 속도가 50㎞일 때 사람을 발견하고 차를 멈출 때까지 26m를 이동하지만 시속 30㎞의 경우 13m로 줄어듭니다. 차량과 충돌했을 때의 충격도 크게 줄어든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결국 시속 50㎞로 달리는 차량에 사람이 치었을 경우 사망률은 45%에 달하지만 30㎞일 경우 사망률은 5%로 떨어집니다.
차량 앞 13m 거리에 사람이 있을 경우 30㎞의 속도로 달릴 경우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8m, 브레이크를 밟고 멈출 때까지 5m를 이동해 사고를 피할 수 있다. 반면 50㎞의 속도로 달릴 경우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14m, 밟고 나서도 12m를 더 이동하게 된다. 중간에 사람은 차량에 치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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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50㎞로 달리는 차량에 사람이 치었을 경우 사망률은 45%에 달하지만 30㎞일 경우 사망률은 5%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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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승용차 평균 주행 속도는 2013년 기준으로 도심에서 18.7㎞/h, 외곽지역에서 26.6㎞/h입니다. 평균 속도가 이미 30㎞ 이하인데 굳이 속도 제한이 필요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평균 속도가 아닌 순간속도입니다. 제한 속도를 낮춰 가속시에도 최고 속도가 시속 30㎞에 이르지 않아야 합니다.
■속도 제한은 환경에도 이득
차량 속도를 제한하면 깨끗한 이동 수단인 도보와 자전거 타기가 더 안전해집니다. 더불어 에너비 소비를 줄이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도심의 승용차 통행속도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일반도로에서의 제한속도인 시속 60㎞에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제한속도와 주행속도의 차이가 커서 운전자들은 교차로를 중심으로 큰 폭의 가속과 감속을 되풀이합니다.
자연히 연료 소비가 많아지고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이 증가합니다. 도심 미세먼지의 50%가 급작스런 가감속으로 인한 타이어 마모, 도로 마모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속도를 낮추면 소음도 줄어듭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승용차가 50㎞/h의 속도로 달릴 경우 차량 중심선에서 7.5m 떨어진 거리에서 소음도는 평균 66.3㏈A이지만 30㎞/h의 속도로 달릴 경우 58㏈A로 낮아집니다.
한편 속도를 줄이더라도 전체 주행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도심의 교통 중심축에서 차량 속도를 50㎞/h로 유지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겠죠.
실제 프랑스의 경우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가 50㎞/h일 경우 1㎞를 주행할 때의 평균속도는 18.9㎞/h로 제한속도가 30㎞/h일 경우의 평균 속도 17.3㎞/h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동시간도 18초 차이 밖에는 나지 않았습니다. 이동 중간에 달리다 멈추기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속도제한의 시작 네덜란드 ‘본에르프’
골목길을 다니는 차들이 앞을 지나는 행인을 향해 경적을 울리고, 깜짝 놀란 보행자가 운전자에게 눈을 흘기는 일은 우리에게 예삿일입니다. 차량 운전자는 보행자를 앞질러가길 원하고, 사람은 골목길에서 안전하게 통행하길 원합니다. 골목길에서 누구에게 우선권을 줘야할까요? 우리나라와 네덜란드의 교통법은 이 문제에서 큰 시각차를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 8조를 보면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언제나 보도로 통행하여야 한다.…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아니한 도로에서는 차마와 마주보는 방향의 길가장자리 또는 길가장자리구역으로 통행하여야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네덜란드 교통법 44조, 45조는 “보행자는 길 가장자리가 아닌 도로의 모든 공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는 보행속도보다 더 높은 속력으로 달리면 안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골목길에서는 사람이 먼저 알아서 조심하도록 길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법이 의도하는 바겠죠. 반면 네덜란드 교통법은 이 구역에서 보행자는 완전한 우선권을 누린다고 규정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 규정을 적용받는 주거지역의 도로를 ‘본에르프’(Woonerf)로 부릅니다. ‘거주자들의’라는 뜻의 ‘woon’과 마당이라는 뜻의 ‘erf’가 합해진 말입니다. 도로가 차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이 안전하게 걸어다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1960년대 자동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도로 정책이 차량을 중심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도로를 넓히기 위해 보도를 줄이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골목길이 많고 인구밀도가 높은 주거지의 학부모들은 이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아이들의 안전한 놀이 공간을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희생시켜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도로에 벽화를 그리거나 나무를 심으면서 도로를 ‘놀이의 공간’으로 바꾸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는 본에르프의 설치로 이어졌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시가 최초로 본에르프를 도입했고, 네덜란드 교통법은 이곳에서의 최대 속도를 ‘보행속도’로 지정했습니다. 절대적 기준이 아닌 보행자보다 빨라서는 안된다는 상대속도의 개념입니다. 이 정도로 느린 속도에서야 그나마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본에르프로 지정되지 않은 주거지 도로의 차량 속도를 시속 30㎞로 낮추는 조치도 1983년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2001년까지 전 주거지의 50%가 30㎞ 속도제한 구역으로 지정됐고 이로인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0% 정도가 감소했습니다.
제한속도 시속 30㎞임을 알리는 독일어 표지판. 출처 : 유럽교통안전위원회(http://etsc.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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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공간’된 도로, ‘공동체 삶’을 복원하다
본에르프에서 시작한 속도 제한 운동은 독일의 ‘템포30’(Tempo 30)으로 이어졌고, ‘존30’(Zone 30) 등의 이름으로 유럽 각지로 퍼졌습니다. 속도제한이 확산된 데는 안전과 환경의 이유도 있지만 공동체의 삶을 복원하고 도시의 활력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2011년 5월 4일 발표된 프랑스의 ‘30㎞/h 도시를 위한 선언’을 보면 “안전과 삶의 질, 공생을 위해 차의 속도를 줄이면 삶과 교환의 장소라는 도시의 본질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009년부터 ‘지속가능한 도시 이동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도보와 자전거 타기, 대중 교통을 촉진해 다양한 도시 이동 수단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고 도시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차량의 속도가 빠를수록 교환 활동은 줄어듭니다. 반면 차량의 속도를 줄이면 지역의 삶은 더욱 생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더 잘 놀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동네를 더 쉽게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소규모 상거래 활동이 활동해집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간의 만남이 늘어납니다. 속도 제한 운동을 위한 표어에 담긴 ‘사람을 사귀는 도시’라는 표현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교통법은 2008년 7월 ‘만남의 구역’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사람과 자전거, 자동차가 한데 엉켜 다닐 수 있는 곳인데 우선권은 사람에게 있어서 보행자는 꼭 인도로만 다닐 필요가 없고, 자동차 속도는 20㎞/h로 제한됩니다.
이곳에서 모든 통행자들은 느린 속도로 마주치면서 전통 시대 마을에서와 같은 공생을 꾀할 수 있습니다. 공간과 흐름(도로)의 개념을 한데 모은 것이죠.
■교통정책은 민주주의의 문제
2013년 한국의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1명으로 10.6명의 미국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았고,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2명으로 2.4명인 터키에 이어 두 번째였습니다.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5.1명인 유럽에 비하면 갈 길이 멀지만 아직 도로의 제한 속도를 30㎞로 낮춘다는 발상은 생소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11일 일부 이면도로를 ‘생활도로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구간의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는 ‘생활권 이면도로 정비지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위험이 높고 통학 어린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구간으로 한정해 유럽과 같이 주거지 일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속도 제한 조치를 시행하더라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단속하는 데 비용이 들고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르노블 시도 법적 제제보다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방점을 뒀습니다.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에 인도를 확장하거나 심지어 골목길에서 농작물 재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도로의 주인은 차가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라는 것이죠.
시민정신에만 기대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도록 차도의 폭을 좁히는 대신 인도의 폭을 넒히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직선형 도로를 줄이고 지그재그 형태의 굴곡진 도로나 원형 교차로를 늘렸고, 스피드험프나 분리대와 같은 장애물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차량 중심으로 설계된 도로 기능을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법입니다.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김남석 교수는 “본에르프는 편리와 효율과 사람의 생명을 바꿀 수 없다는 철학에 기반했다”며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내 집 앞에서 아이들이 편하게 놀 권리를 찾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의 결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에 ‘존30’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ICT융합연구소의 백남철 연구위원은 당장 유럽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란 어렵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많은 토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백 연구위원은 “도시에서 국가 경제의 힘이 나오는데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은 교통이다”며 “시속 60㎞의 차량 속도로 도시를 관리하면서 어떻게 창조적이고 사람중심적인 정책이 나오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독일의 퇴직공무원으로 자전거클럽ADFC 대표로 있는 한 시민단체의 장을 만났을 때의 일화를 들었습니다. 독일은 자전거 교통량이 없는데도 어떻게 몇십년간 꾸준하게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었느냐, 자동차 운전자의 반발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그 사람이 한 마디로 “민주주의”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좋은 도시·산업 정책을 만드는 관건은 민주주의라는 결론에 닿은 것이죠.
<도심 속도 제한과 관련한 국내 전문가 3인 인터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ICT융합연구소의 백남철 연구위원
-자동차만 다니는 도심은 활력 잃어
“도심의 차량 평균속도는 시속 20~30㎞밖에 안됩니다. 제가 저속 전기차를 타고 실험을 해봤습니다. 보통 차량들은 최고 속도가 시속 60㎞이니까 가속했다가 감속해서 교차로에 섰는데 제가 탄 전기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40㎞라 35㎞ 정도로 밟고 갔는데 똑같이 만났습니다. 그렇게 가속하고 감속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됩니다. 소음과 대기오염도 심해지면서 도심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힘든 곳이 됩니다. 도심에 자동차만이 다니고 보행자들이 사라지면 도심은 활력을 잃습니다. 도심은 도시의 심장입니다. 도심의 활력이 떨어지면 도시도 노화합니다. 사람들이 만남의 활동을 할 수 있어야 도시가 살아나기 때문이죠.”
-속도 제한 시 보행안전 크게 높아져
“얼마 전 뉴욕은 도시 전체적으로 속도제한을 40㎞/h 이하로 정했습니다. 런던, 파리 등은 보다 강력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죠. 이웃나라 일본은 도시 가로를 50-40-30㎞/h로 구분해 속도를 규제합니다. 주정차가 완전히 금지된 간선도로에서만 제한속도가 50㎞/h이고 대다수 도심은 속도 40㎞/h 이하라고 보면 됩니다. 연구결과 치사율은 20mph(32㎞/h)에 비해 30mph(48㎞/h)은 7배, 40mph(64㎞/h)은 31배 높아집니다. 특히, 60세이상 노인의 치사율을 보면 20mph(32㎞/h)에서 5% 사망, 30mph(48㎞/h)에서 50%사망, 40mph(64㎞/h)이상으로 자동차와 충동하면 98% 사망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자들의 활동성을 높여야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사회보장비용을 줄이고 사회의 활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제한 속도를 낮춰 얻을 수 있는 안전과 건강 상의 이점이 매우 크다는 뜻입니다.”
-속도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우리는 아직도 속도에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도심 최고속도가 30㎞/h 이상이면 곤란합니다. 새로운 도로를 건설해도 새로운 수요로 채워집니다. 적당한 수준이라면 교통정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평상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속도제한은 나쁜 정체만 양산합니다. 나쁜 정체는 교통체계의 신뢰를 떨어 뜨립니다. 사람들은 약속시간을 놓치게 되고 불규칙적인 교통 상황은 사고를 증가시킵니다. 이로 인한 차량의 가감속은 미세먼지를 증가시킵니다.”
-‘자동차 방임주의’ 버려야
“기존의 자동차 방임적인 교통체계를 벗어나자는 의식이 중요합니다. 특히, 도심의 활력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규제해야 합니다. 단, 무조건적인 자동차 통행제한이나 성급한 도로다이어트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보행자와 자동차를 안전하게 공유시키면서 자동차 문화의 수준을 고양해야 합니다. 그 핵심 요소는 ‘속도감소’와 ‘오염규제’ ‘불법주정차규제’이지 ‘교통량 감소’가 아닙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좋은’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단, 위협적으로 가감속하는 차량의 접근성(car accessibility)과는 양립할 수는 없습니다.”
-도시 관리의 경쟁력 높여야
“유럽은 배출가스를 많이 내뿜는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저 배출 구역’(Low Emission Zones·LEZs)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배기 가스를 많이 내는 차량의 통행을 막거나 비용을 내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유럽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으로 차량을 수출하지만 도시 관리에서는 아직 유럽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도시 관리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다른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도시 관리를 강화되면서 발전한 나라가 독일입니다. 오염이 심한 차량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면서 기준에 미달하는 차를 보유한 사람은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을 한 대 더 사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국가 경제의 힘이 나오는데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은 교통입니다. 시속 60㎞의 차량 속도로 도시를 관리하면서 어떻게 창조적이고 사람중심적인 정책이 나오겠습니까.”
-영국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당장 우리나라에서 유럽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많은 토의를 해야합니다. 결국 교통도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1963년 영국에서 ‘부캐넌 보고서’(The Buchanan Report:Traffic in Towns)가 나왔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런던의 교통 혼잡이 매우 절박한 수준으로 통행 규제가 없다면, 환경 악화는 물론 통행시간 단축이나 쾌적함과 같은 자동차로 누리던 효용 마저도 급속히 쇠퇴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안전과 건강을 위해 속도 제한을 꼭 추진해야하지만 일부의 반대를 이겨내지 못해 무산되면 결국 우리도 영국처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잃고 국가 경제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교통의 경쟁력은 민주주의에서 나온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무엇이 민주주의이고 어떻게 해야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한계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지 대토론을 벌여야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이야기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같이 이야기 해야합니다. 퇴직공무원으로 독일 아헨주 자전거클럽 ‘ADFC’의 대표로 있는 분을 만나 어떻게 독일은 자전거 교통량이 없는데도 몇십년간 꾸준하게 자전거도로를 만들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자의 반대가 없었느냐는 것이죠. 그는 대답을 민주주의라고 일갈했습니다. 시민들의 토론이 시민단체 거버넌스를 통해 마을, 도시, 주, 연방까지 올라가 의회에서 한번 의결되면 그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된다고 했습니다.”
“독일도 한 때 한국처럼 정책의 일관성이 불안한 적이 있었는데 도시공간의 시민주도적인 활동을 국가에서 지원해 시민들의 자발성이 높아지고 정책일관성을 가지게 되면서 극복했다고 합니다. 근대국가의 발전은 르네상스 도시의 혁신에 근거했고 독일 등 선진국들의 발전도 도시 공간의 경쟁력(공간 복지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에서 나온것 같습니다ㆍ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김남석 교수
-네덜란드 본에르프 도입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나 반발은?
“네덜란드 본에르프의 시작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골목길의 불법점유’ 였습니다. 주민들이 골목길에 차를 막은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공권력이 이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입니다. 불법이라고 무조건 ‘법대로’ 주민들을 처벌하거나 하지 않고, 주민들의 요구를 차근차근 들어본 겁니다. 그랬더니, 주민들의 요구가 어느정도는 합리적인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시정에 적극반영한 겁니다. 주민들의 (안전하고자 하는) 자발적 요구에 구청이나 시청이 귀를 기울인 것이 바로 본에르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차의 문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네덜란드에서도 첨예한 갈등의 소재입니다. 네덜란드 교통법 46조 1항은 운전자는 이 공간에 ‘특정 주차공간 표시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주차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거센 반발이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요구도 ‘거주자들의 안전’이라는 가치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궁극적으로 ‘상대속도’의 개념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위한 과제라면? 결국 제도보다는 의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뜻일까요?
“상대속도의 개념을 일반적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20㎞/h 구역이나 30㎞/h 구역은 차량과 보행자(거주민)과 ‘함께 공존하기’를 위해 도입하되, 정말 ‘아이들의 안전, 거주지에서 편안할 권리’가 필요하다면, 그리고 이를 주민들의 합의에 따라 차량의 편의를 포기 할 수 있는 지역을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본에르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본에르프에서는 차량의 절대속도 제한이 없고, ‘무조건’ 차량은 보행자보다 느리게 가야한다는 것을 법규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의식개선’이라기 보다 ‘주민합의’의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교통안전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문제를 ‘시민의식 부족’으로 귀결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속도’ 규제를 법제화 한다고 해도 이를 ‘일반적으로 규제’할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활도로에 속도위반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러한 카메라를 이곳저곳에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속도는 누구나 ‘나보다 빠른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효성을 높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속도제한 조치를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기 보다 이미 현행법상 시행중인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나 노인 보호 구역 등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 본에르프니, 30㎞/h 구역이니 새롭게 도입해야 하겠지요.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잘 못하면서 매번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것은 또 다른 실패를 예고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설물’ 중심으로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무조건 시설물, 표지판 확충에 예산을 다 써왔는데, 표지판 달고 페인트 칠해도 사고가 줄지 않아요. 또한 법개정을 만병통치약처럼 제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법만 개정하면 모두가 그 법에 따라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또한 큰 오산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순응성이 높은 수준의 법을 만들어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내야 합니다.”
-시설물을 추가 설비하는것도 해결책이 아니라고 하시고, 법개정을 하거나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도 제1처방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시급하게 적용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 주장은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곳에, 아이들이 위험이 노출되어 있는 곳에, ‘차로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쿨존에 과감한 ‘로드 다이어트’를 시행해야 하고, 이미 차로수가 넓지 않은 구간의 경우,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해야 합니다. 스쿨존에서의 불법 주정차는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키가 작은 아이들을 보이지 않게 해 사고를 유발하는 큰 요인이 됩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 학교 앞 차량 전면 진입 금지를 취해야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차로 학교에 출퇴근하는 편의를 포기할 각오가 되어야 하고, 지역 주민들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우회’의 불편함을 감당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언젠가 회의 때 서울 간선도로의 차로를 줄이자고 제안했더니 인구 10만 델프트에서 보고 들은 것을 인구 천만인 서울에 적용하려 한다는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델프트가 본에르프가 생기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서 큰일 날 것이라는 비아냥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간단합니다. 소방차를 작게 만들었습니다. 정책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되면 해결방안을 찾아야지 ‘시행하지 말아야 할’ 논리를 찾으면 안 됩니다.”
-서울 도심의 경우 차량 평균 속도가 30㎞/h 미만인데 속도제한이 필요할까요? 미세먼지, 배기가스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건 아닌지요?
“서울 도심의 ‘평균통행’속도가 시속 30㎞ 미만인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스쿨존이나 교통안전에서 말하는 속도는 ‘순간속도’입니다. 평균속도가 아닙니다. 제한속도와 실제속도와의 차이로 인한 급가속의 문제는 아직 ‘실제문제’로 얼마나 심각한지 산정조차 되지 않은 이슈입니다. 제 견해로는 큰 이슈가 아니라고 봅니다. 굳이 우선순위를 말하자면 교통환경 등의 미세먼지 이슈도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교통안전’ 이슈보다 앞설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네덜란드 본에르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김남석 교수의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됩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0B5l67PSDx6DUNnpSTjJBdEpHcG8/view?usp=sharing)
■녹색교통운동 시민사업팀 김장희 활동가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보행자들입니다. 또 사고의 대부분은 이면도로(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도로)와 골목길에서 발생합니다. 정부는 모든 골목길이 아니라 사고율이 높고 통학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는 특정 구간을 생활도로구역으로 설정하자는 입장입니다. 저희는 모든 골목길과 이면도로에 속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장기적으로 도심 도로에도 시속 30㎞의 속도 제한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외국의 경우 보행자와 자전거, 차들이 한데 어울려 다닐 수 있는 공유도로가 있습니다. 공유도로에서는 모두가 기본적으로 여기서는 속도를 낮춰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조심하는 상황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은 대부분의 도심에서 30㎞/h의 속도제한을 두거나 골목길이나 주택가에서 속도 제한을 두는 식으로 ‘30운동’이 어느정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더 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죠. 유럽에서는 법으로 속도제한을 30㎞로 정하더라고 그 속도까지 달릴 수 있다의 의미가 아니라 보행자가 있을 경우 보행자보다 느리게 다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교통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박근령 터지자 연예뉴스 온라인 도배.. 음모론 ‘솔솔’ 824 GO발 뉴스
박근령‧김천사드‧더민주 전당대회 ‘실종’…SNS “연예인 좀 그만 우려먹어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 씨(전 육영재단 이사장)를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시점에 연예인 관련 기사가 포털 등에 도배되자, 온라인상에서는 또 음모론이 부상하고 있다.
23일 오전 박근령 씨가 이석수 감찰관에 의해 고발당해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에 엄태웅 성폭행 혐의 피소 기사가 터졌다.
엄태웅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마사지업소 종업원 A씨는 올 1월 엄씨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엄태웅 피소 기사가 7개월여가 지난 지금에야 보도됐다는 점에 주목, ‘박근령 사건을 덮기 위한 물타기용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엄태웅 씨가 해당 사건 당사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경기 분당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남자연예인이 그 사람인지도 확인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라며 “엄태웅 씨가 아닐 수 있잖아요. 그 사람이(고소 여성이) 착각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 <이미지출처=DAUM(좌), NAVER 포털(우) 캡처>
한편, 전날 배우 엄태웅 씨의 성폭행 혐의 피소 기사가 온라인을 뒤덮더니, 24일에는 배우 신하균씨와 김고은 씨의 열애설이 온라인 포털 실시간 이슈 상위권을 차지하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철우 “물병공격해도 사드 찬성”…“김천운동장서 다시 말해봐라” 826 GO발 뉴스
SNS “김천시민들 앞에서는 쫄더니만…민의 왜곡, 국회의원 자격없다”
이철우(경북 김천) 새누리당 의원이 ‘사드 배치 찬반 오락가락 행보’ 비판에 대해 26일 김천 지역민들의 물병공격에도 찬성을 주장했다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드배치 찬성을 주장하다가 야유와 물병공격을 받았으며 이에 저는 “국회의원 한번 더 하는데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드 찬성론자인 이철우 의원은 제3부지로 자신의 지역구 인근이 검토되자 24일 김천시민들의 사드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해 “김천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김천운동장에서 열린 7000여명의 대규모 사드 반대 집회에서 “국방부장관에게 제3후보지는 반드시 주민들이 오케이할 때 발표해야 된다고 얘기했다”며 “내가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고 김천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몽구 영상에 따르면 이철우 의원은 김천시민들이 야유와 욕설 등 격한 반응을 보이자 완전히 위축돼 피신 장소를 찾았다. 이후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김천시장의 “제가 뒤에서 지킬게요” 등 엄호 속에 단상에 올라 애매하게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의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데 사드 배치 찬성이냐 반대냐’는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고 현장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김천운동장 집회 발언이 사드 반대로 해석되면서 ‘오락가락 행보’ 비판이 일자 이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해명했다.
그는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국회 정보위원장으로서 지역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대집회에 그동안 가지 않고 반대대책위 간부들을 설득해 왔다”며 “다만 8월 24일 김천운동장에서 열린 대규모 반대집회에는 부득이 참석 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으로서 처음부터 줄곧 찬성해 왔다”며 “다만 배치 지역민들의 반발로 특급 무기 배치는 비공개리에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원점 재검토를 지난 23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文心’ 확인으로 끝난 더민주 전당대회, 추미애 당 대표 체제로 827 한국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대선을 준비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추미애 후보가 당선됐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親) 문재인 전 대표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추 신임대표는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이종걸 전 원내대표를 압도적인 표차로 눌렀다. 더민주 전당대회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대의원과 후보 측 인사들까지 포함해 약 1만4000명(당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당 선관위의 발표 결과, 추 신임대표는 전체 득표율 54.03%를 획득하며 승리했다.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는 각각 22.08%, 23.89%에 그쳤다. 추 신임대표는 대의원 투표(45%), 권리당원 투표(30%), 여론조사(일반당원ㆍ국민 25%)에서 모두 상대 후보를 압도했다. 특히 그는 친문 세력이 대거 몰려있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1.66%로 승세를 굳혔다. 대의원 투표에서도 51.53%를, 당원 여론조사 55.15%, 국민 여론조사 45.52%를 기록했다.
추 신임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정권교체를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저를 도와준 한 표 한 표가 당의 분열을 치유하고 강력하게 통합하고 강한 야당 만들어내라는, 승리하는 (대선)후보를 만들어내라는, 그래서 2017년 정권교체를 해내라는 천명으로 알고 섬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유력 대권 주자들을 직접 거명한 뒤 “정당사에 남을 역동적인 (당내) 경선을 만들어 내자”며 “흩어진 지지자들 한데 묶어 기필코 이기는 정당,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추 신임대표의 당선은 60여 년 민주당사(史)에서 사실상 첫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의미도 있다. 새천년민주당 시절인 2000년 경북 울진 출신의 김중권 대표가 있었지만,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경우여서 선출된 당수는 아니었다. 향후 호남 출신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신임대표의 당선은 전대 현장의 압도적 반응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다. 세 명의 후보 중 마지막으로 추 신임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 앞선 김 후보와 이 후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환호가 쏟아진 것이다. 추 신임대표는 자신을 향한 타 후보의 ‘친문’ 공세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 번도 한 눈 판 적 없이 오직 더민주만 지켜온 ‘친민’“이라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호위무사 ‘호민’이 되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향후 진행될 당내 대선 경선에 대해 “치우치지 않고 대선후보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무대를 만들겠다. 정당 사상 최초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선 전 과정을 위탁하는 등 공정한 경선 룰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상곤ㆍ이종걸 후보는 끝까지 ‘호남복원’, ‘획일화 극복’을 각각 힘주어 말했지만, 친문의 위력 앞에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광주 출신인 김 후보는 이날 “국민의당에 빼앗긴 호남을 복원하는 확장의 혁명, 공정하고 승복하고 단합하는 경선의 혁명, 당을 중심으로 대선에서 승리하는 승리의 혁명을 위해 선봉에 서겠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강한 더민주가 되려면 폐쇄적인 패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친문 획일화는 당의 진정한 단합을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자신들의 후보 진영 캠프 외에는 큰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두 후보는 모두 결과에 승복하며 추 신임대표에게 ‘공정한 경선’을 당부한 뒤 퇴장했다.
친문의 힘은 연계된 여성ㆍ청년위원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 대표 선거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두 위원장 선거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친문 성향 후보들이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당선된 양향자 여성위원장과 김병관 청년위원장 모두 추 신임대표와 함께 선거 연대를 구축했던 후보들이다. 이들도 역시 친문 세력이 주도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여성 최고위원 당선자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위원장 선거는 개표 결과를 연기할 정도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이뤄졌다. 개표결과 유은혜 후보가 42.92%, 양 후보가 57.08%를 기록, 이날 선거에서 가장 작은 격차를 보였다. 청년위원장 선거에선 김 후보가 55.56%를 기록, 이동학 후보(29.83%), 장경태 후보(14.61%)를 넉넉히 앞섰다.
가장 열정적인 연설은 청년위원장 선거에서 나왔다. 김병관 후보는 ‘강하고 유능한 청년위원회’를, 이동학 후보는 ‘청년 을지로 위원회’를 제시했다. 장경태 후보는 청년당과 청년처를 만들어 ‘청년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학 후보는 “이번 8월은 너무 덥다. 더운 것도 짜증 나는데 박근혜 정부의 오만과 독선, 측근 감싸기와 무능이 더 큰 짜증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당을 위해 13년전 전대장에서 의자를 나르던 이동학이 성공하는, 그런 기회의 당을 만들도록 도와달라” 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장경태 후보 역시 청년위원장이 최고위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위원장이 되면 ‘최저위원’이 되겠다”면서 “지역마다 시스템을 갖추고, 최저고용과 최저임금 등의 기준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위원장에는 송현석 후보(60.14%)가 제정호 후보(36.86%)를 누르고 당선됐다.
한편 당원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으며 전대장에 들어선 문 전 대표는 원론적 입장만 피력하며 후보들과의 거리 두기에 집중했다. 문 전 대표는 후보들의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부터 청년최고위원 후보들까지 모두 자랑스럽다”며 “아주 경쟁이 치열했지만 앞으로 전당대회가 끝나면 다시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힘을 모아서 정권교체를 꼭 해내리라는 자신과 희망이 생겼다”며 “새 지도부가 당을 잘 봉합해서 대선승리까지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전대 이후 활동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문 전 대표는 이날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일(9월1일)을 맞이해 마련된 추모콘서트 참석을 위해 이동했다. 이날 전대에는 문 전 대표 외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내 유력 차기 대권주자들도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다만 이들도 대선 행보와 전대 전망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피했다.
이날로 당 지도부에서 물러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마지막까지 당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 대표로서 마지막 연설’에서 “집권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래의 낡은 정당문화를 버리고 민의를 수용하는 새로운 정당으로 변모할 때 국민이 희망하는 집권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와 함께 집권의 길로 힘차게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Sniff `n` the Tears - Driver`s S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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