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주간경향-한겨레
25년 전 노태우보다 못한 박근혜 929 오마이뉴스
공권력에 의한 죽음에 대처하는 박근혜 정부-노태우 정부의 차이
백남기 ‘병사’ 사망진단서, ‘윗선’ 지시 있었나 929미디어오늘
서울대 의대생들 “故 백남기 사망진단서, 명백한 오류” 성명 발표 930민중의 소리
고 백남기씨 장례식장에 쏟아지는 후원 물품 "정리하는데만도 반나절.. 끝까지 싸우겠다"930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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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모욕 칼럼에, 대학 학생회가 대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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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한국-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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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9.30 경향 장도리
25년 전 노태우보다 못한 박근혜 929 오마이뉴스
공권력에 의한 죽음에 대처하는 박근혜 정부-노태우 정부의 차이
▲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 손 닿게 하고 싶지 않다' 28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강제부검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가운데 고인의 유가족과 투쟁본부측은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딸인 백도라지씨는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고인의 부인과 딸인 백민주화, 백도라지씨. ⓒ 권우성
▲ 29일 박남춘 더민주 의원이 공개한 광주 11호차 cctv영상.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장면이 담긴 경찰 차량의 CCTV가 공개됐다. 경찰은 줄곧 메뉴얼에 따라 처음 경고 살수를 했고 안전하게 살수했다며 직사살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영상에는 처음부터 시위대를 향해 직사살수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21일.
농민 백남기씨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흐른 시간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그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고 버틴 시간이기도 하다.
사고 당시 경찰 총수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백남기씨가 지난 25일 끝내 세상을 떠났지만,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공안 통치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노태우 정부 때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991년 4월 대학생 강경대씨가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자, 노태우 정부는 민심이 들끓는 것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무총리가 옷을 벗었다.
강경대씨가 쓰러진 후 25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사회는 조금씩 민주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공권력에 의한 죽음을 대하는 대통령·국무총리·여당 대표·검찰의 태도는 오히려 후퇴했다.
▲ 1면 머리기사로 강경대씨 사망 사건을 다룬 <한겨레신문> 1991년 4월 27일치 신문. ⓒ <한겨레>
[대통령] 노태우 "사과" - 박근혜 "불법 폭력 엄단"
1991년 4월 26일 대학생 강경대씨가 목숨을 잃자, 안응모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의를 나타냈다. 노태우 대통령은 28일 안응모 장관을 경질하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5월 2일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과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강군의 죽음은 심히 유감된 일로, 유가족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 대표에게 "이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 운용방법을 개선할 일이 있다면 개선토록 하겠다", "전경 문제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민자당 주도 하에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민중총궐기 집회의 불법·폭력성만 강조했다. 백씨에 대한 사과는커녕 그를 위로하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백씨가 쓰러진 뒤 10일이 지난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민중총궐기 집회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 집회를 불법폭력 행위라고 규정한 뒤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IS(이슬람국가)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느냐"라면서, 집회 참가자를 테러리스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 노재봉 '사퇴' - 황교안 '자리 보존'
▲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 ⓒ 유성호
강경대씨 사망 나흘 후에 열린 치안관계 장관회의에서 노재봉 국무총리는 국민에게 사과했다. "숨진 강경대군의 부모·형제·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통탄스런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심심한 사죄와 함께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강군의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각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 행사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여야 모두에서 내각 사퇴 주장이 터져 나왔고, 노 총리는 결국 사건 발생 27일 만인 5월 22일 민심 수습을 위해 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취임 120일 만의 일이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민중총궐기 집회를 불법 폭력 시위로 규정했다. 백씨가 쓰러지고 사흘이 지난 11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이번 불법·폭력시위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후진적 행태임과 동시에 우리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므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이 황 총리에게 백남기씨 병문안과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황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황 총리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때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국무총리로서 국정을 이끌고 있다.
[여당 대표] 김영삼 "진실 공개" - 김무성 "불법 무도한 세력"
여당 대표의 태도도 크게 달랐다.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는 강경대씨 사건 발행 사흘 뒤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우리당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은폐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진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내무부 장관을 경질했듯이 책임질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면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백남기씨 사건 발생 이틀 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공권력이 이런 불법 무도한 세력들에게 유린되는 무능하고 나약한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계당국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법집행을 하는 데에 그 직을 걸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검찰] 1991년엔 "부검 포기", 2016년엔...
▲ 백남기 농민 운구 호위하는 시민들 지난해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317일 만에 사망한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출발해 장례식장으로 운구하고 있다. 시민, 학생들이 경찰의 강제부검에 대비해 운구차량을 에워싼 채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대처에도 큰 차이가 있다. 강경대씨가 숨진 다음 날, 검찰은 강경대씨를 때린 전경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고, 3일 만에 5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5월 1일 사체육안검시와 컴퓨터 단층 촬영에 나섰다. 그 결과 검찰 쪽 부검의와 유족 쪽 의사 모두 외부 가격을 죽음의 원인을 지목했다. 이후 검찰은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백남기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경찰의 과잉진압 수사를 사실상 외면했다. 검찰과 경찰은 사건 발생 317일 만에 백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제야 부검을 하겠다고 나섰다. 수사기관에 대한 큰 불신을 갖고 있는 유가족은 부검을 반대하고 있다.
백남기씨의 딸 백민주화씨는 29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에서 "경찰에 아버지 시신을 넘기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우리 유가족은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의 시신을 아버지를 죽인 경찰에 넘기는 일은 절대로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백남기 ‘병사’ 사망진단서, ‘윗선’ 지시 있었나 929미디어오늘
담당의는 소견서도 거부, 석연치 않은 정황 수두룩… 위독 사실 경찰에 먼저 보고 정황도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은폐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사망진단서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된 '정치적 외압'이 사건 초기부터 있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눈에 보이지 않은 '외압'을 의심하고 있다.
▲ ⓒ민중의 소리
얼토당토않은 사망진단서 어떻게 나왔나
백씨의 사망종류는 '병사',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로 기록돼있다. 사망진단서에 따르면 백씨의 사인은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폐정지'이며 '급성 경막하 출혈(외상성 뇌출혈)'이 원 사인이다.
의사들은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 따라 심장정지같은 '사망 현상'은 직접 사인에 쓰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백씨의 경우 경찰의 물대포 살수에 의한 외상성 뇌출혈이 원 사인이라는 점이 명백함에 따라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기재해야 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전문의들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 살수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한 것은 의학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
사망진단 또한 당시 전공의(레지던트)가 내린 판단이 아니라는 정황도 확인됐다. 투쟁본부는 백씨 유족이 '왜 병사냐'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로부터 '이런 진단으로 지시됐고 나는 싸인만 한다'는 내용의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전해들은 박석운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유족이) 진단서를 끊는 과정에서 부원장(신아무개 진료부원장)으로부터 전공의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하면서 이런 저런 사항을 적었다고 하더라"면서 "이후 유족이 사인을 병사라 기재한 것에 항의하니 '위에서' 그렇게 지시했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신 부원장의 전화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홍보팀은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홍보팀도 사실 확인이 안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진료부원장은 진료 전 파트를 관리하기 때문에 여러 이유로 수시로 전화를 한다"면서 "단순하게 그 시점(사망진단서를 끊는 시점)에 전화가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고, 이 또한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혔다.
사망진단이 ‘윗선의 논의’에 따른 것이냐는 지적에 홍보팀은 "그건 생각하기 힘든 일"이라고 답했다.
▲ 고 백남기 농민의 영정사진.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의사소견서도 왜 못 써주나
백씨 수술을 집도하고 10개월 간 백씨를 담당해온 백아무개 신경외과 과장은 '의사소견서'를 요청한 유족에게 '자신은 절대 써줄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백씨가 사망하기 3일 전의 일이다.
25일 일요일 오후 2시14분경에 사망한 백씨는 그 주 월요일인 19일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20일, 검찰이 병원 측에 부검 계획을 전달했다는 소문이 대책위 내부에 전해졌다. 수사 중인 사건일 경우 영장 없이도 부검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유족들은 이를 최대한 막아보기 위해 22일 경 담당의를 찾아가 백씨의 뇌출혈 원인에 대한 소견서를 요청했다. 이들은 의사소견서, 가족의견서, 진료기록 등 가능한 자료를 최대한 모아 담당 검사에게 제출코자 했다.
해당 담당의는 지난해 11월16일 '11월14일 물포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에게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소견"이라면서 "그냥 서 있다가 넘어질 때 생기는 상처와는 전혀 다르다"고 증언한 바 있다.
현재 유족을 대신해 언론대응을 맡고 있는 최석환 투쟁본부 사무국장은 지난 27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박경숙씨(백씨 아내)와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이 백아무개 과장실을 찾아가 ‘검찰이 부검요구를 하고 있다. 부검을 막기 위해서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백 과장이 ‘그런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소견서를 써줄 수 없다’며 손사래 치며 정색을 했다고 하더라. 통상적으로 소견서는 이렇게 거부할 일이 아니다. 철저히 병원에서 통제하고 있다는 말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족은 의사소견서를 받지 못했다.
▲ 지난 9월26일 저녁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남기 투쟁본부와 수백명의 시민들이 촛불문화제를 열고 '살인정권 규탄한다', '특검으로 책임자 처벌' 등의 손피켓을 들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백남기 농민 위독, 경찰이 먼저 알았다?
백씨의 상태는 가족에게보다 더 신속하게 경찰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7월17일 최석환 사무국장과 손영준 사무총장이 직접 겪은 일이다.
17일 밤 9시 경 서울대병원 정문 인근 농성장을 지키다 귀가하는 길에 최 사무국장은 정보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최 사무국장이 전화를 받자마자 '어르신이 위독하시다면서요?'라고 물었다. 놀란 최씨는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었고 정보관이 '병원에서 그런 말이 들리더라'는 등 얼버무렸다고 한다. 그즈음 손 총장이 최씨보다 먼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다른 정보관에게 받았다. 가족이 병원으로부터 사실을 전달받은 시점과 이들이 정보관으로부터 연락받은 시점이 대동소이했다.
최 사무국장은 "사고 발생 이후부터 병원이 경찰·정부 측의 지시를 받을 거라고 심증은 계속 갖고 있었는데 이 때 물증이 잡힌 것"이라면서 "병원이 따로 '직보'하는 라인이 있을 거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자리에 매일 보고한다’고?
'높은 데서도 계속 매일 보고하라고 해 힘들다.' 사고가 발생한 지 14일 째 접어든 2015년 11월27일 오후, 문아무개 당시 서울대병원 행정처장이 언급한 말이다.
문 전 행정처장은 당일 병원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비서관 A씨와의 대화하던 중 '관심이 언론에게만 있겠느냐. 높은 데서도 계속 매일 보고하라고 해 힘들다. 매우 바쁘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해) 관심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문 전행정처장의 말에 A씨가 "언론만 관심가지지 다른 게 있겠냐"고 말한 데 대한 대답이다.
A씨는 지난 2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런 말을 들은 것은 맞다.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얘기로 한 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전 행정처장은 "그런 얘기 한 적 전혀 없다. 보고를 할 것도 없는데 쓸데없는 소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백남기 농민이 지난 9월25일 오후 2시14분경 사망하자 경찰은 부검을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수백 명의 시민들이 병원으로 모여 경찰을 막아섰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대 병원, 가족까지 정보통제
지난해 12월15일경, 박경숙씨, 백도라지씨, 백민주화씨 등 가족 3인은 "환자 상태에 대해 제대로 말해달라"며 신경외과 과장실 앞에서 3시간 여 동안 앉아 있었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유족은 사고 후 한 달여 후 직접행동을 하고 나서야 '6개월에서 1년 이렇게 계실 것 같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최 사무국장은 백씨의 가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병원의 '정보통제'를 느끼고 불신감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깨어날 수 있냐', '마땅한 치료들이 있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병원이 제대로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은 환자가 살 수 있는지, 살 수 있다면 언제까지로 예상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백 과장의 대답을 못 들은 점을 가장 이해 못했고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껴온 유족들은 사고 난 지 일주일 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의협 회원인 한 전문의는 이때부터 사망 전까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백씨를 찾아와 상태를 확인했다.
투쟁본부는 지난 10개월 간 병원 측이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여 왔다며 병원 외부에 백남기 농민 문제를 감시하는 관리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백 어르신이 사망하기 전부터 병원에 경찰병력이 포진해있던 것만 봐도 병원 위에 경찰이 있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입원 내내 병원 내부의 일이 관리자에게 보고되고 있었을 거라 추정도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신경외과 교수, 부원장 등 병원 측 관계자에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못했다. 서울대 병원 홍보팀도 "직접 연결은 어렵고 홍보팀도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30일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뿌려진 유인물ⓒ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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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102명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 성명
'얼마나 급했길래' 도장도 안 찍힌 채 미르재단 기부금단체 승인 929 노컷뉴스
기재부에 제출한 추천서에 문체부 장관 직인 없어…박주현 "윗선 지시 있었나"
문체부가 기재부에 제출한 미르재단에 대한 기부금단체 지정 추천서. 문체부 장관의 직인이 찍혀있지 않다. (자료=박주현 의원실 제공)
기획재정부가 미르재단의 지정 기부금단체 승인에 편의를 봐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출 서류에 문체부 장관의 직인이 찍히지 않았는데도 기재부가 기부금단체 지정을 그대로 통과시켰다는 것.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어 기획재정부도 미르재단 특별대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7일 문체부는 미르재단을 지정기부금단체로 추천하면서 추천서에 문체부 장관의 직인을 찍지 않은 채 기재부에 서류를 제출했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18조5항에 따르면 기부금단체 추천서는 지정기부금단체 승인에 필요한 6가지 필수 서류 가운데 하나다. 6가지 중 하나라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서류 미비나 서류 부족을 이유로 승인이 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사)대전광역시 척수장애인협회와 (사)해공신익희선생기념회 등 2곳은 서류미비나 부족으로 지정기부금 단체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미르재단은 서류 흠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24일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주현 의원은 "이미 윗선에서 결정돼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사안이 아니고서는 행정이 이토록 허술할 리가 없다"며, "당시 문체부 장관과 기재부 장관에게 경위를 따져봐야 하고 서류미비 등에 따른 승인취소 등을 곧바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미르·K재단 의혹 제기에 “의법조치” 엄포 923한겨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언비어 규정 “책임져야” 강경
두 재단 설립 관련해선 “법 절차 따라…아무 하자 없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3일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의혹은 누구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의혹제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에 의한 주장을 하는 게 옳다. 이런 유언비어, 불법에 해당하는 것은 의법조치도 가능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미르·K재단 문건 모두 없애라” 문서파쇄 증거인멸 930 한겨레
기업 임원 “지난 28일 하룻새 문서 파쇄·이메일 삭제”
미르재단 건물선 파쇄된 문서 담김 대용량 봉투 발견
전경련 “미르K스포츠 해산 뒤 통합”…위법 은폐 논란
미르, 케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한 재벌기업에서 지난 28일 하루 만에 두 재단 관련 서류를 일제히 파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르 재단에서는 임직원들이 대량으로 파기한 서류 더미가 목격되기도 했다.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두 재단의 모금과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재벌기업 계열사의 임원은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28일 그룹 차원에서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 출연이나 재단 설립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없애라는 요청이 왔다”며 “이에 따라 나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모두 인쇄 형태로 보관하던 자료는 문서 파쇄기에 집어넣었고 과거 주고받았던 이메일 등은 컴퓨터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작업은 지시가 내려온 28일 하루 동안에 모두 이뤄졌다”며 “우리는 그룹 차원에서 지시를 받았으나, 이런 작업이 다른 출연 기업들에서도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30일 오전 <한겨레> 취재진이 미르 재단이 입주한 서울 논현동 빌딩을 찾아가 주변을 둘러보다 2층 주차장에서 미르 재단이 문서를 파기한 뒤 이를 담아 버린 대용량의 쓰레기봉투를 목격했다. 이 빌딩 관계자는 “미르 재단에서 오늘 아침에 내다 놓았다”고 말했다. 문서 파쇄는 최근 전경련에서 파견한 신임 경영지원본부장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단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문서 파쇄를 지시하며 수사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면 증거인멸 교사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에선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경련은 30일 “최근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의 운영 상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 문화·체육 사업 간에 공통 부분이 많고 조직구조, 경상비용 측면에서 분리운영에 따른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10월 중에 두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와 체육을 아우르는 750억원 규모의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하는 법적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은 새 통합 재단을 경영 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 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라는 4가지 기본 취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재단을 해체할 경우 재단의 위법 행위가 상당 부분 은폐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형태의 증거인멸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런 움직임이 ‘재단 세탁’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재단 명칭 등을 바꿀 때는 법인의 수입·지출 계좌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재단을 세탁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기금을 어디에 썼는지 반드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굴 드러낸 ‘비선 실세’ 최순실 930 시사인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부터 가까웠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대규모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600~700m밖에 떨어지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다. 각각 지난해 10월(미르), 올해 1월(K스포츠)에 생겼다. 신생 재단인데 모금액은 무려 486억원, 288억원에 달했다. 출연금을 낸 곳도 삼성·SK·현대차·LG·포스코·롯데와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16개 대기업이 이른바 서열 순위에 따라 출연금을 차등으로 냈다는 것이다.
큰돈을 모았지만 두 재단 모두 언론에 크게 노출되는 사업은 벌이지 않았다. 조용했던 두 재단에 9월20일부터 취재진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내세운 두 재단 설립에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지난 9월20일 <한겨레>가 K스포츠 정동춘 이사장이 최순실씨가 다니는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이라고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9월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우병우·윤전추(유명 연예인 헬스트레이너 출신 청와대 3급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은 최순실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통령이 취임 당시 입었던 한복을 주문하고 직접 전해줬고, 박 대통령 브로치와 목걸이도 최씨가 청담동 주얼리숍에서 구매해서 전해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 취임식 당시 입었던 한복을 디자인한 김영석 디자이너는 미르재단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임한 바 있다.
ⓒ시사IN 조남진 2014년 9월 인천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한 딸을 응원하러 온 최순실씨.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당은 두 재단과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 시절’부터 가까웠던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27쪽 상자 기사 참조). 최순실씨는 정윤회씨의 전처다. 둘은 2014년 5월 이혼했다. 정윤회와 최순실 이름 앞에는 ‘비선 실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된 박관천 전 경정은 2015년 1월 검찰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이 말이 새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과정을 살펴보면, 권력 내 균열 조짐까지 엿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제야 남은 퍼즐이 맞춰진다. 지난 8월부터 펼쳐진 권력 다툼 양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방어하고 싶은 것을 위한 싸움이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건은 곧바로 박 대통령 턱밑까지 가는 사건이다. 우리 때 내곡동 사저가 특검으로 가면서 레임덕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일이 굴러가서 특검으로 가는 순간 끝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주의 회복 TF 소속 한 의원 또한 이번 사건을 여권 내 권력 분화의 한 과정으로 봤다. “이번 건은 야당에서 나온 정보가 아니다. 권력투쟁 과정에서 터져 나온 사건이다. 끝까지 힘을 쥐고 가려는 대통령과 새 권력을 창출하려는 쪽에서 일어난 다툼이 자중지란처럼 보인다. 우리는 지켜보다 옳은 말만 해도 된다.”
이들이 말하는 권력투쟁이란 무엇일까? 여의도 국회에서는 권력 다툼의 시작을 7월 <조선일보>와 TV조선 보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권력투쟁이 그것이다. 7월18일 <조선일보>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해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를 시작으로 우 수석의 아들 병역 꽃보직 특혜, 가족회사 정강 배임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시사IN 이명익 대기업으로부터 각각 486억원과 288억원의 출연금을 받은 ‘재단법인 미르.
ⓒ시사IN 이명익 ‘K스포츠’의 사무실 출입구 모습. 건물 관리인이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방문객을 통제하고 있다.
계열사 TV조선은 7월26일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관한 의혹을 연일 쏟아냈다. 주요 대기업들이 모금 강요를 당했고, 거기에는 안종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지낸 차은택 CF감독이 미르재단을 좌우했다는 증언도 보도했다. 미르재단 관계자들이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동행했다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던 TV조선은 8월18일을 끝으로 한동안 관련 보도를 멈췄다. 이날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을 직권남용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바로 다음 날인 8월19일 김성우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은 이석우 특별감찰관에 대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한 것은 국기를 흔드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사흘 전 MBC는 이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와의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감찰 내용 유출’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를 향한 청와대의 반격 신호탄이었다. 이례적인 청와대의 공개 브리핑을 두고,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에 대한 경고이자 사실상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8월21일 청와대는 익명의 관계자를 앞세워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우병우 수석과 관련한 의혹 제기를 이렇게 정의했다.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부패 기득권 세력을 짐작할 만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8월30일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사표를 썼다. 그는 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억대의 호화 출장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샀다. 청와대 익명 관계자가 말한 ‘부패 기득권’ 세력은 <조선일보>로 해석되었다. <조선일보>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통화를 한 기자의 휴대전화도 검찰에 압수수색당했다.
ⓒEPA 최순실씨가 주문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입었던 한복.
ⓒ시사IN 신선영 최씨가 박 대통령의 액세서리를 구매했다는 청담동의 매장
<조선일보> 지면에서 우병우 수석 보도가 사라졌다. 9월20일자 <한겨레> 보도 이후에도 정작 미르재단 관련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TV조선은 조응천 의원의 의혹 제기와 여야의 공방으로만 짧게 두 꼭지를 다뤘다. <조선일보>도 9월21일 지면에는 아예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3월 정부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말이 나왔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힘겨루기에서 청와대가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총선 결과를 보고 다음 대선에서 이기려면 박근혜 대통령과 빨리 선을 긋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정서가 내부에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려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최순실씨와 관련한 의혹은 박근혜 후보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녀가 박 대통령 재산관리인 노릇을 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열한 경선을 벌이던 2007년 8월16일 이명박 캠프의 좌장 격이던 이재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최순실씨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검찰은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 부부의 차명재산 의혹과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라. 무일푼인 최순실이 수백억원대 재산을 가졌다면 누구의 재산인지 차명 의혹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2007년 7월19일 한나라당 예비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최순실씨가 강남에 수백억원대 집이 있고, 육영재단을 운영해서 번 돈이라는 설이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박근혜 후보는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다. 육영재단은 공익재단이라 굉장히 투명하게 운영된다. 돈을 빼서 착복할 수 있겠나?”라고 대답했다.
ⓒ시사IN 이명익 최순실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빌딩.
청와대 대변인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긴급 진화
박 대통령 취임 뒤에도 최순실씨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2013년 승마협회 조사·감사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담당 국장과 과장이 경질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직접 불러 수첩을 보며, 조사를 진행한 국장과 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유 전 장관의 뒤늦은 증언도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9월20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섰다. 9월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박 대통령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킨다.” 9월23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유언비어는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대정부 질문에서 말했다. 정작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는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 백남기씨 장례식장에 쏟아지는 후원 물품 "정리하는데만도 반나절.. 끝까지 싸우겠다"930경향
30일 백남기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각지에서 보낸 후원 물품이 배송되고 있다. 백남기투쟁본부 제공
고 백남기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에 각지에서 보낸 후원 물품이 전해졌다.
백남기투쟁본부는 30일 “컵라면, 즉석밥, 김 및 각종 반찬과 생수, 과자 등 많은 물품들이 줄지어 배송되고 있다”며 “배송차량에서 줄지어 물건을 내리느라 후원 물품 정리에만 반나절이 걸렸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또한 “모두 발신인도 알 수 없는 무기명 후원이다. 백남기 농민을 지키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자는 국민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후원 물품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변에 자발적으로 남은 ‘백남기 지킴이’들을 위한 것이다. 지난 25일 고 백남기씨가 사망한 후 경찰과 검찰의 부검 시도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백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변을 지키고 있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매일 1000여명의 시민이 현장에 있다.
"서울대병원, 권력 먼저 생각 공공기관이 국민을 배신했다 " 10.1 오마이뉴스
"우리가 백남기다" 3만 팻말... 고인의 딸 "아버지 가시는 길 외롭지 않아"
▲ 백민주화씨 "아버지를 2번, 3번 죽이지 못하게 할 것"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에서 고인의 둘째딸 백민주화씨가 가족을 대표해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백민주화씨는 "물대포로 인한 사망이라면 왜 부검에 동의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주치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표기했다. 수정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사인 증거가 넘쳐나는데 어느 자식이 아버지 시신을 수술대에 올리고 싶겠나. 저희는 아버지를 2번, 3번 죽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성호
범국민대회가 끝난 후 같은 자리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 대회가 열렸다.
무대에 오른 농민 백남기씨의 딸 백민주화씨는 "많은 분들이 추모해주셔서 아버지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며 흐느꼈다. 추모대회에 참석한 3만여 명(주최 추산)의 시민·노동자·농민들은 그에게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백민주화씨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많은 거짓을 동원해야 한다. 쌓이고 쌓이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가 돼서 끝내 무너져 내리고, 그 자리에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많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것은 아버지 자식으로서 감당해야할 몫이다. 암울한 시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보다 위에 있는 게 생명이다. 저희는 기본 정신도 갖추지 못하는 무자비한 경찰의 물대포에 아버지를 잃었다. 이런 희생이 없어야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면, 양심 있는 경찰 여러분은 집회 참가자들을 끝까지 보호해 달라. 우리는 이 땅에 사는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언론에 뜬 '한국 경찰', 걱정되는 대한민국
▲ taz 독일언론 타츠 (Taz) 기사 화면 캡처 ⓒ 권은비
"사회운동가 백남기의 죽음은 너무나도 괴로운 아이러니이다. 왜냐하면 그가 대학생일 때 독재자 박정희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이유로 2번 제적을 당했고, 지금 68세의 그를 죽게 한 부상들은 박정희의 딸인 현재의 한국 대통령 박근혜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은 독일 언론 <타츠>(Taz)가 지난 9월 28일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보도한 내용이다. 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명확하게 서술했고, 백남기 농민이 그의 딸에게 대항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내용을 가감 없이 보도했다.
너무나도 괴로운 아이러니
또 그간의 경과 과정도 상세히 전했다. 신문은 백남기 농민이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직후부터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이날 집회에서는 100대가 넘는 경찰버스와 물대포에 섞인 최루액이 반정부시위대를 포위했었다고 전했다.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경찰공권력이 극단적으로 평화로운 대규모시위대들에 대항하고 있다"고 말한 점도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학교병원에 수백여 명의 경찰이 동원되었다는 내용도 자세히 전했다.
기사 말미에는 한국 경찰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 정말 물대포 때문인지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서술했다. 이미 기사 서두에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망에 이르렀다고 쓰여 있으니, 기사를 꼼꼼히 읽은 독자라면 한국 경찰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대표 TV 뉴스 프로그램인 독일 제 1공영방송 '오늘의 테마'(Tagesthemen)의 지난 4월 12일자 보도내용은 더욱 매섭다.
독일 뉴스 앵커 피나 아탈라브(Pina Atalav)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보도 첫 부분에서 "한국은 엄청난 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들은 경찰에 의해 상당히 폭력적으로 진압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경찰의 물대포로 인해 코마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져있다"고 보도하였다. 보도 영상 속에는 백남기 농부의 가족사진, 집 그리고 부인과 딸의 인터뷰 등 가족들의 참담한 심경을 매우 자세하게 전했다.
이 보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가 누구나 통행할 수 있는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국제 앰네스티에 의하면 한국에서 사전 신고된 집회들 중 무려 82%가 거절되고 있다며 백도라지씨가 청와대 앞에서 혼자 시위하는 곳에 무려 20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그 현장을 취재했던 독일 제 1공영방송의 기자들도 촬영이 불가피하다며 제지를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영상으로는 1인 시위를 하는 백도라지씨를 막고 있는 경찰들과 열 명이 넘는 사복 경찰들이 독일 제 1공영방송의 기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 뒤로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청와대 앞을 돌아다니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보여줬다.
▲ 독일 언론의 백남기씨 관련 리포트. ⓒ tagesschau.de
또한 한국은 2008년부터 급격하게 보수적으로 지배되고 있으며 더 많은 경찰, 더 많은 사복경찰, 더 많은 비밀첩보기관들이 가세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난 다음날 마스크를 쓴 한국 시위대를 IS에 비유했다는 사실도 민중총궐기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보도에서는 백남기 농부가 병상에 코마 상태로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의 시민권과 백남기 농부와 같은 민주주의 운동가들을 위한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도 말미에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백도라지씨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면 사과를 받고 싶으며, 이 바람을 아버지에게도 똑같이 약속했다고 전했다. 보도 영상은 독일 언론 카메라를 향해 손으로 X자를 취하고 있는 사복 경찰의 모습으로 끝난다.
미국과 대만도 한국 민주주의를 걱정한다
▲ 미국언론 New York Times 기사 화면 캡처 ⓒ New York Times
이 두 기사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대만 언론에서도 백남기 농부의 사망과 한국 집회의 자유가 억압 받고 있다는 기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집회의 자유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의 정부만 빼고.
백남기 농민의 가족은 이제 투사가 되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긴 호흡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독일 제 1공영방송 '오늘의 테마'(Tagesthemen)의 백남기 농부에 대한 보도의 맨 마지막 말이다. 독일 언론이 보기에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집회의 자유는 금세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가을, 농부들이 정성스레 가꾼 벼를 추수하느라 바쁜 시기, 아스팔트 농사꾼 백남기 농부가 눈을 감고야 말았다. 그를 잊지 않겠다 다짐하며 마지막 가신 그 길에 바치는 그림 하나 그려보았다. 이 세상 너머에 있는 그곳에서는 이제 마음껏 농사지으시길. 나쁜 대통령도 무자비한 공권력도 없는 곳에서 황금빛 논밭을 힘차게 걸으시며 이제 해방농사 추수하시길.
▲ 광화문 아스팔트 농사 백남기 농민이 살아계셨다면, 한참 벼를 추수할 시기인 가을이다. 그의 아스팔트 농사를 이제 우리가 이어 받아야 할 것이다. ⓒ 권은비
'백남기 모욕 칼럼' 쓴 대학생, 진심으로 안쓰럽다 927 오마이뉴스
[주장] 성신여대 정외과 3학년 정은이씨가 <뉴데일리>에 기고한 글
...한 번 편견에 갇히면, 아무리 진실이 눈앞에 다가와도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오해하고 있는 것을 팩트라고 착각하고, 자신의 관점이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이라고 추켜세운다.
<조선일보>의 '간장 두 종지'가 그랬고, '자유경제원'에 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학부 학생이 기고한 글도 그러했다. 앞선 글들도 굉장히 충격적이었지만, 이번 <뉴데일리>의 글 역시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26일 오후 4시 30분께, '백남기 사망 - 지긋지긋한 시체팔이'(지금은 사망유희로 제목이 바뀌었다)라는 제목의 주장성 글이 올라왔다.
편견에 갇힌 사람들 요지는 이렇다.
'백남기씨의 사인은 물대포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빨간 우비를 입은 신원불명의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인지 모른다. 설사 물대포가 맞다고 하더라도 백남기씨의 죽음은 정부의 탓이 아니라 폴리스라인을 넘은 그의 탓이다. 그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으며, 전태일과 미선이·효순이,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시체팔이'가 시작됐다.'
'빨간우비'에 관한 의혹은 이미 10개 월 전, 여러 보도를 통해 명확하게 논파된 음모론이다(관련 기사 : 빨간 우비가 백씨 폭행? 일베 주장 따라하는 새누리당). 주로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의 커뮤니티에서 유통되고 확산되던 의혹은, 일부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공론화되었으나 워낙 근거가 부족해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묻혔다.
▲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직후 구조에 나선 한 시민(빨간 비옷)이 강한 물대포에 맞아 백남기씨 쪽으로 쓰러지고 있다. ⓒ 이희훈
그런데 지금껏 잠잠하다가 백남기씨가 사망하고 난 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오마이뉴스>나 <뉴스타파>가 촬영한 사진·영상 어느 것을 보더라도 저 빨간우비의 남자가 백남기씨에게 주먹질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갈무리한 이미지 몇 개만을 가지고, 주먹이 어떻고 자세가 어떻다고 주장하는 건 포도주를 말이 마시던 물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전태일의 분신, 미선이·효순이의 죽음 이후 일어난 물결이 과연 시체팔이였을까. 누가 대체 무엇을 팔았는가. 우리는 전태일의 목숨값으로 노동삼권을 쟁취했고, 미선이와 효순이의 목숨값으로 SOFA 개정을 이끌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제2의 전태일이나 제2의 미선이·효순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국가는 아직 그 목숨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쌍용차에서 우리는 전태일 이후로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고민한다. 전시작전권이나 주한미군의 문제를 보면 미선이나 효순이와 같은 사례가 또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는 한다. 장삿속으로 이들의 시체 값을 흥정한 건 국가다.
세월호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죽었다. 그중 상당수가 아이들이었다. 국가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다. 똑같은 비극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진실을 원하는 거다. 백남기씨도 마찬가지이다. 진짜 시체팔이를 하는 건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들이 아니다. 국가가 응당 헌법에 명시한 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국민이 아니다. 이를 사상과 이념의 대결로 몰고 가는 정치, 이런 수준 낮은 글을 하나의 정당한 의견인 척 가장하는 언론, 그리고 이 뒤에 숨어서 자신의 안위만 살피는 권력자. 이들이 진짜 시체팔이하는 장사치들이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학도라면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대학교가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라 장사치들의 소굴로 전락하니, 더 이상 대학생은 행동하는 지성이 아니라 자신의 이문만 셈하는 꾼들이 되었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정은이씨가 그런 글을 쓴 게 분명 그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그리고 인간성을 상실한 세상의 수많은 정은이씨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당신의 탓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국가가 무섭고 밉다.
백남기 모욕 칼럼에, 대학 학생회가 대신 사과
<뉴데일리> 기명 칼럼 논란 일자, 성신여대 정외과 "유가족께 사과드린다"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929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절망 코드야말로 한국 젊은층의 신조어를 관통한다. 이들 신조어 중에서도 압권은 헬조선이다. 영어인 ‘헬’(Hell=지옥)은 이 신조어의 현대성을 부각하지만 ‘한국’도 아닌 ‘조선’은 이미 신분의 대물림이 거의 제도화된 한국 사회의 퇴행성을 암시한다.
많은 젊은이들은 아직까지 경제성장과 각자의 노력이 결국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성장이 둔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아직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모양이다.
과거 중국이나 한국의 전통사회에서는 국가 관료들이 백성 사이에 불리는 노래들을 채집하러 다녔다. 민요를 곧 민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 민심을 읽으려고 했다. 요즘 같으면 가장 정확한 젊은층 민심의 독법은, 아마도 젊은이들이 지어낸 신조어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한 신조어들이 이 사회의 특징들을 하도 예리하게 짚어내는 바람에 한번 매체에 소개되면 전국민적 용어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형 “조직 문화”의 아주 부정적인 한 측면을 잘 표현해 이제는 성인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왕따’라는 말은 본래 1990년대 중반 중·고등학생들의 은어 아니었던가? 그런 용어들을 잘 봐야 우리 현주소가 그대로 보인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들을 보고 바로 직감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 5포세대(‘3포’에다가 취업, 주택 구입 등을 포기한 젊은이), 7포세대(‘5포’에다가 인간관계 및 희망을 포기한 젊은이),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청소년·청년), 그것보다 조금 더 오래된 이태백(‘이십대 태반은 백수’의 준말)이나 인구론(‘인문계 졸업자는 구십퍼센트가 논다’의 준말)…. 이와 같은 신조어의 뜻을 외국 대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실상을 이해하게끔 해주어야 하는 대학교원 입장인 나로서도, 이와 같은 단어들을 듣기만 해도 벌써 절망과 무기력의 무드에 빠질 정도다.
절망 코드야말로 한국 젊은층의 신조어를 관통한다. 이들 신조어 중에서도 압권은 헬조선, 즉 ‘지옥 같은 한국’이다. 영어인 ‘헬’(Hell=지옥)은 이 신조어의 현대성을 부각하지만 ‘한국’도 아닌 ‘조선’은 이미 신분의 대물림이 거의 제도화된 한국 사회의 퇴행성을 암시한다. 150년 전에 조선의 한양 북촌에서 태어난 권문세도가들의 자녀들이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듯, 오늘날 ‘강남족’은 거의 저들만의 세습적 카스트를 이루어 거주지, 통혼권, 학습·유학 루트, 언어(영어 상용 선호), ‘웰빙’ 등의 차원에서 배타적인 세습신분 계층을 형성한 게 아닌가?
‘헬조선론’이 한국의 2010년대 중반을 대변하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한 세기 이전에 레닌이 제정러시아를 가리켜 “제국주의 세계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약한 고리”라는 것은, 제정러시아는 비록 ‘열강’ 대열에 속하긴 했지만 ‘열강’치고 민중의 박탈감이 가장 강하고 온갖 모순들이 가장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회라는 뜻이었다. 아무리 ‘열강’의 위치에 있다 해도 실은 가장 내파되기 쉬운 나라라는 점을, 레닌이 간파한 것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외형상 (명목상의 국내총생산액으로 치면)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며 세계 5위 수출대국, 그리고 세계 7위 군사력 보유국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준)열강이다. 한데 그 서민대중의 실질적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부자 나라 클럽이라고 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한국이 가입하긴 했지만, 문맹률이 70%이던 제정러시아가 문맹자가 극소수이던 프랑스나 독일과 달랐듯이, 한국의 사회적 지표들도 여타의 오이시디 국가들과 완전히 다르다. 예컨대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예산 비율은 현재 10.4%로 오이시디 국가 중 최하위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그래도 2년에 1%씩 오르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프랑스(31.9%)나 핀란드(31%)와 비교하는 거야 무리지만, 경제력이 한국보다 훨씬 약한 에스토니아(16.3%)와도 격차가 하도 커서, 대한민국을 ‘복지 없는 경제대국’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내총생산 대비 세금 부담률(24%)도 프랑스나 핀란드보다 두 배 정도 낮지만, 저과세는 세금 낼 소득원 자체가 없는 가난한 젊은이들보다는 현대판 경화벌족 격인 ‘강남특별시’ 시민들에게 훨씬 유리한 것이다. 저과세와 무복지는 결국 세계 최악에 가까운 자살률과 최저에 가까운 출산율로 이어지고, 오이시디 회원국 중 최저의 주관적 행복지수로 이어진다. 행복지수란 꼭 주관적 ‘감성’만이 아니고 각자의 신체적 체감까지 포함하는 지표이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7시간49분)은 프랑스인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짧아 오이시디에서 최저인데, 잠부터 충분히, 편안히 잘 수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지옥에서 산다”고 말할 만하지 않은가?
제정러시아의 막대한 군사력과 그 민중의 처참한 삶이 전혀 다른 차원에 속했듯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휘황찬란함은 그 생산의 피라미드를 뒷받침해주는 다수의 불안노동자와 자영업자, 빈민들의 삶까지 윤기 나게 하지는 않는다. 보통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성인 당사자들만이 서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계급 재생산이 학벌피라미드를 통해 이루어지는 한국의 경우에는 부모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자녀들까지도 이미 유치원 때부터 ‘대입’을 염두에 둔 피 말리는 교육자본 축적 경쟁에 투신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대로 아동기를 빼앗기고, 어른들은 어른대로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24만원의 사교육비, 즉 일종의 사설 교육세금을 빚을 져서라도, 병날 각오를 하고 두 직장을 다녀서라도 내는 것이다. 한국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국가인 일본의 월 사교육비(평균 15만원 정도)보다 훨씬 높다. 승자가 태생적으로 이미 거의 정해져 있으며, ‘패자 계층’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는 사람이 경쟁하면 경쟁할수록 질병과 채무만이 늘어나는 곳은 정말로 지옥이 아닌가?
그러나 제정러시아와 오늘날 대한민국의 유사성은 ‘국력’과 ‘민중 행복지수’의 믿지 못할 정도의 불균형으로 끝나고 만다. 제정러시아는 이미 1905년 혁명 이후로는 전세계 혁명 전위의 위치에 올랐지만, 대한민국은 가면 갈수록 더 짙은 보수성을 드러낸다. ‘헬조선’ 지옥도를 그리는 사람들은 이민을 토론하거나 이런 데서 태어난 ‘팔자’를 한탄하지, 현대판 동학농민혁명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핵심어로 떠오른 ‘이민’은, 결국 더 부유하고 재분배 제도가 그나마 돌아가는 곳으로 가서 그곳의 시장경쟁-단 한국보다 덜 치열하고 더 공평한 경쟁!-에서 삶의 터를 잡으려는, 사실 극히 보수적인 꿈을 함의한다. 1917년 러시아에서 대공장 고숙련 남성 정규직들이 볼셰비키들을 열렬히 지지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대공장의 조직화된 숙련공들이 자본주의를 문제 삼기는커녕 비정규직들과의 연대마저도 사양하는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헬조선’에서 죽창의 그림자도 쉽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단순한 답은 없다.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한국 젊은이들을 투쟁이 아닌 절망으로 몰고 갔다. 예컨대 한국에서 자주 ‘좌파’로 오인되는 주류 개혁주의 정당에 대한 실망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2002년과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한 20·30대의 지지는 각각 59%와 64%였는데, 과연 ‘주류’ 야당이 젊은층 지지를 받는 만큼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일이 많은가? ‘88만원 세대’, 즉 불안노동시장으로 내몰린 대규모 젊은층의 출현은 사실 노무현 집권 때의 현상이 아닌가?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성장 신화’의 지속이 아닌가 싶다. 여태까지의 성장 속에서 어느 정도의 생계안정을 이룩한 부모세대의 지원에 힘입어 실업자가 돼도 굶을 일은 없는 많은 젊은이들은 ‘헬조선 지옥도’를 그리면서도, 아직까지 경제성장과 각자의 노력이 결국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자기 탓’으로 쉽게 돌린다. 성장이 둔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아직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모양이다. 재벌경제가 아무리 수출을 잘해도 다수의 삶이 나빠지기만 한다는 사실을 앞으로 몇 년간 더 확인해야, 이 사회를 연대해서 바꾸지 않는 이상 살길이 없다는 점을 ‘헬조선’의 피해자들이 각오할 것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일본의 경고 “더 강한 지진, 쓰나미도 올 수 있다” 928 미디어오늘
도쿄대 지진학자들 “일본보다 진원·지표거리 가까워 피해는 한국이 더 클 수도”…“양산단층 연장선 해저단층도 함께 조사해야”
일본의 대표적 지진 전문가로 알려진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가 28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3~4개월을 전후해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의 동쪽 방면에서 이번 지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사하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범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한반도 지진도 그 연장선에 있다”며 “과거에도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강진 시기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받았고, 지금이 그런 시기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가사하라 교수를 두고 “그는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 예측에 성공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가사하라 교수의 주장은 일본 동쪽에 위치한 태평양판의 북상(北上)을 기본 근거로 한다”며 “태평양판이 연간 평균 10㎝씩 북서 방향으로 올라오며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놓여 있는 유라시아판에 부딪치는 바람에 지하에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되며 이 에너지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강진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9월28일자.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 활성 단층에 축적된 응력에 불균형이 생겼고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도 예전에 비해 강한 지진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문가 지적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가사하라 교수는 “한반도 지진의 특성은 일본 지진보다 진원(지구 내부의 지진 최초 발생 지역)과 지표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이라며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면 피해는 한국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실제로 일본은 진원 깊이가 보통 80~100㎞인데 한국은 5~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똑같은 진도여도 한국의 피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경주에선 정체불명의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더 큰 문제는 ‘쓰나미’(해일)다. 해저지진연구 권위자인 박진오 도쿄대 지진해일연구소 교수는 27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 사망원인의 90%가 익사였다”고 강조하며 “인공위성에 따르면 양산단층의 북동쪽은 동해로 향하고 있고 남서쪽으로는 남해안으로 향하고 있다”며 “만약 양산단층의 연장선 해저단층이 남해와 동해에 발달하고 있다면, 그 단층이 움직이게 된다면 쓰나미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쓰나미가 등장하면 해안가 부근에 위치한 핵발전소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박 교수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데미지를 입었던 이유는 흔들림 때문이 아니라 단지 바닷물 때문이었다.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발전소 안에 들어와서 지하에 있는 전기설비를 잠식해버렸기 때문에 전기가 멈추고 냉각수도 쿨링하는 효과가 다 떨어지며 무너졌다”고 밝혔다.
▲ 고리원전. ⓒ연합뉴스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참사 현장. ⓒ게티이미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 13.1m의 쓰나미를 몰고 와 5.7m 방벽을 넘고 10m암반위에 건설된 후쿠시마 1~4호기를 덮쳤다. 그 사이 비상 디젤발전기 13기중 12기가 침수해 고장 났다. 지진을 견디는 것만큼 쓰나미로 인한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해저단층도 함께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이유다.
박진오 교수는 “활성단층의 길이와 단층의 발달 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없이 (한반도에서) 반드시 규모 6.5 이상이 안 일어난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6.5 이상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주장이 비과학적이라는 의미다. 박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때도 모두 진도 7.0을 예상했지만 9.0이 일어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지진에 대한 대비는 한국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도 27일자 경향신문 기고에서 “원전에서 얼마나 가까운 거리에 활성단층이 있는지 그리고 그 활성단층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가 원전 내진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교과서적으로 규모를 명시하고 최대지진지반가속도(Peak Ground Acceleration, PGA)가 0.2g 혹은 0.3g에 맞추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장 한국은 양산단층 주변 지질 상태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지점에서 5km 떨어진 곳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이 자리 잡고 있는 걸 알면서도 한수원이 원전건설을 강행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원전 14기가 몰려있는 경주·부산 원전단지 인접지역에 2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국민안전처 연구보고서가 이미 2012년 정부에 제출됐던 것으로 밝혀져 역시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보이콧’으로 29일 예정된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 개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툭하면 영업상 비밀, 국민 안전보다 중요한 비밀 있나” 930 미디어오늘
원안위 국정감사 “국민안전 위해 도대체 뭘 하고 있나”…“신고리 5·6호기 허가 취소해야”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국정감사의 종착점은 올해 6월 건설이 승인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5·6호기 허가 ‘전면 재검토’였다.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이날 국감에선 원안위의 부실한 지진 재난대응체계를 비롯해 서울 수도권 지역 활성단층지도를 숨겼다는 비판과 부지조사 없이 원전을 허가했다는 비판을 비롯해 핵연료 포화율 등 원전 안전과 관련한 각종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조석 사장은 불출석했다.
가장 높았던 비판은 원전 부지조사 부실이었다.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한수원이 부지를 정해오고 부지조사 보고서 제출하는데 거기서 (활동성) 단층여부를 확인 한다”고 말했고 이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수원에서 활성단층 증거를 안 갖고 오면 그냥 (원전을) 지어도 된다는 식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활성단층은 200만 년 전 이후 한 번이라도 움직인 단층, 활동성단층은 50만년 이내 두 번 이상 활동한 단층을 뜻한다. 원안위는 활동성단층이 아닌 활성단층의 경우 원전 건설에서 고려대상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미옥 더민주 의원은 “양산단층은 200만년 뒤 7회, 울산 단층은 9회 활동했다. 양산단층 가까이 매우 빈번하게 활동성 단층 증거가 조사되고 있고 이는 경주 지진의 발생 지점과 멀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 원전은 총 합계 30기로 운영 중인 25기, 건설 완공단계가 3기, 허가 난 게 2기인데 대부분 양산단층이 있는 경남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미옥 더민주 의원은 “원안법 시행령을 보면 원전 허가 심사기간은 24개월인데 신고리 5·6호기는 43개월 걸렸다. 건설 허가시점은 2012년인데 부지조사를 2015년 2월부터 8월까지 했다”며 “부지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신청한 원전에 어떻게 허가를 내 줄 수 있느냐”며 허가취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더불어 “신고리 5·6호기 부지 부근에서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지질자원연구원(KINS)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건설을 전면 중지하고 지질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신고리 5·6호기 심의 당시 원안위가 국가지진위험지도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2012년 완성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 지도 제작' 보고서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신고리 5·6호기를 비롯, 원전이 밀집된 경남지역에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지진을 예고했다. 신 의원은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던 국민안전처(전 소방방재청)는 지금 그 지도를 자기들끼리만 쓰고 있다”며 “해외에선 일반인도 활성단층지도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부기관 누군가의 방해에 의해 못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선 지질자원연구원이 신고리 5·6호 허가 당시 “(원전 부지) 40km 이내 6개 단층에 대해 활성단층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한수원이) 뚜렷한 근거 제시 없이 부지 안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은 합리적인 결론이라 볼 수 없다”며 “이들 단층의 활동성 여부와 부지 안전성 영향에 대한 판단을 명확한 증거자료와 함께 제시해라”고 한수원에 요구했으나 한수원이 제대로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한수원 측에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다.
▲ 지난 5월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퍼포먼스 모습. ⓒ연합뉴스
이와 관련 변재일 더민주 의원은 “한수원은 각종 자료가 영업상 비밀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영업상 비밀이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자료 공개 기준이 너무 높다. 요청한 정보공개의 4분의3이 비공개처리 됐다. 어떤 위험이 있었고 어떻게 조사해 해결했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면피용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더민주 의원은 “보고가 상투적이고 공허하다. 선제적 대비한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이날 최명길 더민주 의원이 “월성1호기 자유장 계측기가 고장 나 (원전) 수동정지 기준이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하자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계측기가) 잘못되어 있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답해 의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박홍근 더민주 의원은 “갑상선 방호약품 확보율이 경북은 136%인데 원전이 밀집한 경남은 80%대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상민 더민주 의원은 “원안위와 한수원은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고 있다는 걸 절실히 절감해야 한다. 정보제공부터 예방대책까지 모두 엉망이다. 답변을 보면 개선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최근 임명된 이재기 원안위원은 방사능 아스팔트는 철거할 필요도 없고 저선량 피폭은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원안위를 장악하고 있으니 지진이 원전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연 신고리5,6호기 건설반대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아이가 피켓을 들고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원전 안전을 둘러싼 우려는 계속 쏟아졌다. 유승희 더민주 의원은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포화율이 평균 82.8%다. 화장실 없이 건물만 계속 짓고 있다. 나중에 어떻게 폐기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윤종오 무소속 의원은 “5.8 지진 이후 다음날 발전소에 방문했더니 삼중수소농도가 원전 수동정지 직후부터 3일간 3~18배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보도자료도 전혀 없었다. 후속 조치 어떻게 했나.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농도를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 연천군 대광리에서 용인 신갈로 이어지는 추가령 단층과 경기도 포천에서 의정부까지 이어지는 왕숙천 단층의 경우 활성단층 존재를 알고도 4년간 쉬쉬했던 지질자원연구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연구를 주도했던 최성자 박사는 국감에 출석해 “주요 광역도시를 통과하는 20개 단층을 조사한 결과 추가령 단층과 왕숙천 단층에서 젊은 연대가 나왔다. 굉장히 긴 단층인데 활성단층 가능성이 있어서 민감한 사안으로 판단해 아마도 공개됐을 때 수도권에 우려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보고서는 최종평가항목에서 “서울시를 관통하는 활성단층에 대해 검증이 미비하므로 보완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지만 이후 조사는 연구비부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예산이 없어 몇 년이 흐르도록 연구를 못한 게 말이 되나”라고 개탄했다. 신용현 의원은 “최근 10년간 규모 2.0 이상 지진발행현황을 보면 기가 막히게 지진이 많은 곳에 원전이 밀집되어 있다. 활성단층지도도 없었고 해양 활성단층지도는 연구된 바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최근 5년간 원안위 연구용역 300여건 중 내진설계 관련 연구용역은 4건에 불과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 이미 한국의 원전밀집도는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출처=IAEA PRIS(Power Reactor Information System).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 제공.
한국의 원전 위치선정 기준이 되는 미국 NRC규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미국과 원전 밀집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 실정에 맞춰 규정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원전 밀집도는 0.21로 세계 최고수준인 반면 일본은 0.11, 미국은 0.01이다. 원전 30km내 고리 및 월성 원전 인구는 300만 명, 일본 후쿠시마 원전 30km내 인구는 17만 명이다. 이를 두고 신경민·김성수·문미옥 의원 등은 “원안위가 원전밀집지역에 있어야 시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서울에서 원전지역으로 사무실 이전을 요구했다. 이에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특정 지역에 간다는 게…”라며 말끝을 흐렸다.
원안위와 한수원의 ‘짬짜미’ 의혹도 제기됐다. 최명길 더민주 의원은 “한수원이 사전에 공사를 해도 허가를 안 내줄 수 있나”라고 묻자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사전에 계약하고 공사하는 건 한수원의 리스크다. 인허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2012년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신년인사회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당시 지식경제부 2차관)은 “우리 원자력계에서 일하는 방식이 있지 않으냐. 허가가 나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느냐. 한 7000억 원 들어갔는데, 그래 놓고 허가 안 내주면 7000억원 날리니까 큰일 난다”며 원전 사업허가를 당부했다. 당시 이 발언은 19대 국회에서 장하나 의원이 폭로했지만 이후에도 조석 사장은 경질되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의 주시공사는 삼성물산으로, 예상 건설비용은 8조6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 ⓒ게티이미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한수원은 사업이 불허되면 몇 백억을 날릴 수 있는데도 원자력시설을 전제로 한 공사까지 했다. 원안위와 한수원이 사전에 짜고 했던지, 아님 한수원이 대놓고 법을 무시했던지 둘 중 하나다”라고 꼬집으며 “이 사건에 대해선 언젠가는 엄중한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범년 한수원 부사장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사전 공사를)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답했다.
불안 부추기는 ‘원전 안전신화’ 10.4 주간경향
ㆍ경주 지진에도 “영향 없다”는 발표 불구 국민들 좀처럼 안심 못해
지난 8월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는 의견은 38.0%에 불과했고, ‘안전하지 않다’는 57.5%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기 전인 2010년에는 응답자의 71%가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는 2011년 3월 11일 이후 역전된다. 같은 조사에서 원자력 정보에 대한 정보제공자 신뢰도도 물었다. 복수의 응답을 허용한 질문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신뢰할 제공자로 꼽은 것은 ‘전문가(58.5%)’였다. 환경단체는 38.6%, 국제기구 35.3%가 뒤를 이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12.3%에 그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원자력 규제기관은 11.1%에 그쳤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안전신화는 무너졌고, 원전이 안전하다는 일관된 정부의 홍보를 대부분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 9월 12일과 19일 경주에서 각각 규모 5.8, 4.5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인근에는 월성원전 1~4호기가 운행 중이다.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한 당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2016년 9월 19일 오후 8시33분쯤 경주 남남서쪽 11㎞ 지점(규모 4.5)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발전소 안전운전 영향은 없었고, 이번 지진으로 경보용 지진감지기는 동작하지 않았다. 다만, 경보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고리발전소 건물 외부에 설치된 신호기록용 지진계 1개에서 0.0119g이 기록되어 관련 절차에 의해 발전소 설비점검을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 이상 없음을 확인하였다.” 원안위도 같은 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금일 9월 19일 20시33분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여진 관련, 원전의 운전에는 영향이 없음을 확인함. 원안위는 이번 여진의 영향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관측된 최대 지진값이 0.0137g로 관측되어 설계지진값인 0.2g에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음”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모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원전 안전신화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수원과 원안위의 발표는 시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정보제공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말이다. “한수원 측에서 거듭 안전하다고 말하고, 시민들은 이를 믿지 못하는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안다, 모른다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 혹은 외부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크로스 체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그런 게 전혀 안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불안감만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안전하다고, 점검했으니 괜찮다고 한다면 현재의 혼란을 막을 수 없다.”
부산 앞바다에 위치한 고리원전. / 연합뉴스
원전에 대한 정보는 국가안보, 사회적 파장 등의 이유로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다. 원안위 위원마저 정보 접근에 과도한 제한을 받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말이다. “원안위 위원조차 전문가를 대동하고 자료를 볼 수 없다. 오직 본인만 열람할 수 있다. 복사도 못한다. 원전을 지으려면 부지조사보고서를 작성하게 돼 있다. 원전부지 320㎞ 반경 이내 광역조사, 40㎞ 이내 조사, 8㎞ 이내 조사 등 원전을 지으려는 지역에 지질, 단층, 활성단층 등이 어떻게 돼 있는지 평가한 보고서다. 이를 바탕으로 내진설계를 어떻게 했는지까지 나와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전부 다 비공개다. 원전과 관련해서는 전문가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정부의 보고서를 볼 수 있는 정부 용역 전문가다. 이들은 보고서를 열람한 내용을 외부에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각서를 쓴다. 다른 전문가들은 자료가 비공개이다 보니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추정하면서 이렇지 않을까, 저렇지 않을까 계속 추측해나가는 부류다.”
내진 설계 내용은 전부 다 비공개
정보는 불투명하고 때로는 왜곡된다. 양이원영 처장의 설명이다. “정부 쪽 관계자의 말을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게 유감스럽다. 정부의 이야기가 정보가 아닌 홍보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원전과 관련해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하는 과학자가 과학자답지 않게 말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니 불신이 쌓이게 되고, 모든 게 정보 투명성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원안위에 지질 관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한 교수는 2015년 2월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 수명연장 토론회에서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가 ‘진도 6’ 정도인데 전문가들은 ‘진도 7’까지 예상해 보수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교수는 이번 지진 이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규모 7.0에 육박하는 지진도 계산이 가능하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굉장히 많은 지진피해 기록이 남아있고, 그 중 일부 지진에 한해서는 규모 7에 육박하는 지진피해에 해당되는 것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6.5를 넘는 지진이 희박하다는 기상청의 말은 크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정부, 산업, 학계 등 폐쇄적으로 결합한 카르텔 때문에 원전 안전신화가 형성돼 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한수원을 규제한다며 출범한 원안위는 한수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아 왔고, 원자력문화재단은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부어 일방적으로 원전을 미화한다고 지적돼 왔다.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원자력 안전신화를 홍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던 2011년 3월 18일 윤철호 당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전 관련 정부 부처 상황보고회에 참석해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내진 성능은 설계조건이 되는 지진 규모(6.5)보다 갑절 이상의 충격이 와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폐쇄적인 카르텔이 만든 원전 안전신화야말로 갑작스런 재난 앞에 무엇보다 위험한 요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0시간을 기록한 <관저의 100시간>(기무라 히데아키·후마니타스)은 원전 카르텔이 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사고 이후 보도를 통해, 숨겨졌던 진실이 하나씩 밝혀졌다. 원전의 안전 심사를 맡은 내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은 원자력 업계의 기부금을 받는 데 매우 익숙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 및 비상근 심사위원이었던 89명 중 마다라메 하루키 위원장 등 24명이 2010년도까지 5년간 원자력 관련 기업 및 업계 단체로부터 총 8500만 엔을 기부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였다…. 보안원은 원전사고에 대응하는 방재지침을 국제기구에 맞게 개정하는 데 강력히 반대했고, 기존 원자로의 안전성 의혹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원전 중대사고 대책을 연기했다.”
원전 수소폭발로 폐허로 변해버린 후쿠시마 원전 1호기. / AP연합뉴스
원안위 출범 이후 부결 단 1건도 없어
지진 발생 이후, 원전 안전신화를 지탱해 왔던 정보 은폐와 내부 카르텔에 대한 새로운 의혹들이 다시 하나씩 제기되고 있다. 9월 21일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의 보고서가 논란이 됐다. 201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고리원전에서 직선거리로 5㎞ 떨어져 있는 일관단층과 월성원전에서 직선거리로 12㎞ 떨어져 있는 울산단층이 모두 활성단층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최대 진도 8.3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이 보고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보고서를 알고도 이를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소방방재청이 용역을 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연구개발 용역’에 참여한 적이 없고, 자료 비공개에 따라 연구 결과를 알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한수원과 원안위의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2011년 원안위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원안위는 총 58회의 회의를 개최해 167개의 안건을 상정했는데, 이 중 부결 건수는 단 1건도 없었다. 147개의 안건이 가결됐고, 19건은 계속 심의, 1건은 철회됐다. 고 의원은 “부결이 단 1건도 없고, 찬성률이 100%라는 점은 원자력에너지 사용의 안전 및 규제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수렴하는 원안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원안위 전문위원들은 600억원에 달하는 원자력 관련 정부기관 연구용역을 수탁한 것이 확인돼 논란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의 ‘원안위 전문위원 원자력 이용 및 진흥기관 연구용역 수탁 현황’ 조사 결과, 전·현직 원안위 전문위원 32명이 수행한 연구과제는 모두 84건이며, 연구용역 계약금액은 571억8215만원이었다. 전문위원 1인 평균 2.63건의 연구를 진행했고, 1인 평균 연구용역 계약금은 17억8694만원이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의 저자 강은주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원전을 최초로 도입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원전은 원전 내부의 이해관계를 동력으로 그들만의 안전신화를 만들며 소통 없이 폐쇄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부가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았던 게 고리1호기다.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인데, 1972년 4월 착공해 1977년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고리 주민들에게 어떤 설명이나 해명도 없었다. 주민들은 한국전력이 고리에 커다란 ‘전기공장’을 짓는다고만 알고 있었기에 오래 살던 마을에서 쫓겨나야 했다. 발전소가 들어서고 6년이 지난 1983년 자꾸 기형 미역이 채취되자 어민들은 기형 미역을 들고 한국전력에 갔지만, 한국전력은 쓸데없는 소리로 치부하며 어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결국 주민들이 당시 7만원의 조사비를 들여서 인근 수산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해 기형 미역이 핵발전소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단 이때만의 일이 아니다. 이후에도 원전과 관련해 이러한 은폐, 불통은 계속됐다.”
강 연구위원은 지금 한국에는 무엇보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란 위해(risk)에 대해 위해 평가자, 위해 관리자, 소비자, 업체, 학계 및 타 이해관계자 간에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과정을 의미한다. “정보 없이 안전하다고 믿으라는 것은 무당이나 점쟁이의 역할이다. 안심과 안전은 다른 문제다. 안전은 기술의 영역이자 소통의 영역이다. 공론의 장을 만들어 정치가 원전을 둘러싼 갈등의 이면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원안위 전문위원들, 정부 용역 572억원 받았다 10.1 오마이뉴스
한수원 비롯해 미래부·산자부 등으로부터 평균 28억 연구용역 맡아… “원자력진흥사업자로부터 용역 받는 건 부적절”
전·현직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들이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자력진흥사업자를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로부터 수억 원에서 수십 억 원의 연구용역 사업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며 2011년 10월 대통령직속 합의제 행정기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했으나 정작 전문위원들이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안위 전문위원은 한수원이 제출한 원전 건설 및 운영 등에 관한 각종 심사 서류 사전 검토와 원안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적 자문 등을 맡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전·현직 전문위원 연구과제 수행 현황’ 문건에 따르면 서울대 소속 서아무개 전문위원은 한수원으로부터 3억4570만원의 연구과제수행비용을 받았다. 한양대 소속 이아무개 전문위원과 제아무개 전문위원은 한수원으로부터 각각 1억3000만원, 9254만 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양아무개 전문위원은 한수원으로부터 무려 10억6800만 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 원자력안전위원회 전·현직 전문위원 연구과제 수행 현황.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실 제공.
▲ 원자력안전위원회 전·현직 전문위원 연구과제 수행 현황.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실 제공.
카이스트 소속 김아무개 전문위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6억3000만원, 조선대 소속 나아무개 전문위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2억7800만원의 연구과제수행비용을 지원받았다. 이들 전문위원은 연구과제수행기간과 원안위 전문위원 활동기간이 대부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안전을 감시해야 하는 전문가들이 원전진흥기관으로부터 사실상 금전적 지원을 받은 셈이다. 정부부처지원 R&D사업의 경우 연구과제수행비용의 20~30%는 어떤 식으로든 교수에게 돌아간다는 게 정설이다.
문건에 등장하는 32명의 전·현직 전문위원 중 연구 용역을 받은 이들은 모두 20명으로, 문건에 따르면 이들이 활동 기간과 겹쳐 수행한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 연구과제수행비용은 총 571억8215만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28억5911만원의 연구용역을 받아간 셈이다. 원안위 전문위원들은 한수원 뿐만 아니라 미래부와 산자부 등 정부부처에서도 높은 금액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사실상 친 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고려대 소속 김아무개 전문위원은 미래부 8건, 산자부 2건, 한국원자력연구원 1건 등 모두 13건의 연구 과제를 통해 17억2700만원의 연구과제수행비용을 받았다. 카이스트 소속 임아무개 전문위원은 미래부와 산자부로부터 24억5000만원, 울산과학기술대 소속 김아무개 전문위원은 산자부로부터 19억5056만원 규모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서울대 소속 황아무개 전문위원은 산자부로부터 41억3800만원, 미래부로부터 31억300만원 규모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야당은 지난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 같은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전문위원의 60%이상이 미래부·산자부·한수원으로부터 연구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면 원안위 전문위원으로서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고 우려하며 “적어도 전문위원기간을 맡은 동안에는 정부부처 연구과제수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최고의 전문가를 모으다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안위 전문위원들이 원전진흥기관으로부터 용역을 받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김용환 원안위원장의 발언을 꾸짖으며 “김영란법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전문위원이 평균 28억씩 판단에 영향을 주는 원자력진흥사업자 등으로부터 용역을 받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원안위원장을 향해 “당장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한수원으로부터 직접 연구용역을 맡은 경우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원안위 전문위원들은 인허가와 관련된 직접적인 업무는 하지 않는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제도적 보완책이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으며 “미래부·산자부 연구용역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국가 R&D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을 모두 빼면 데려올 사람이 없다”고 시정요구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원안위 전문위원들이 국가관련 연구용역을 맡고 있다면 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대표지만 청와대 수석 같은 ‘당무수석’ 이정현 928한겨레
그 사람 대체 왜 그래?’ 이정현 심층 분석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하겠다고 나섰다. 여당의 국정감사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파행정국에서 뇌관을 자처한 것이다. “나는 한번 시작하면 끝장 보는 성격”이라고 하더니, “단식은 정치 쇼”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다른 정치인들은 쇼, 하지만 내 단식은 쇼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소야대 국회의 횡포라며 맞선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에 몸을 던진 것이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대표가 국회의장의 사퇴를 내걸고 무기한 단식을 시작할 줄은 미처 몰랐다. 여야의 극한대립 속에서 이정현의 단식은 어떻게 끝날까.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이정현은 현재까지는 정국 파행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국 파행을 끝낼 책임 또한 그에게 있다.
변방의 설움을 ‘몰빵’으로 ‘승화’
2016년 7월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정현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창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8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되기 전까지, 그는 정치권의 이단아였다. 그는 ‘영남당의 호남인’으로 지연도 없고, 서울대 졸업장과 해외 유학파가 넘쳐나는 새누리당에서 학연도 짧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지만, 당내 의원들, 심지어 친박계 의원들과도 교류가 많지 않았다. 최고위원을 지낼 때도 정기 회의에 잘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후보 합동연설회 때 “22년간 호남에서 선거 치르면서 참으로 많이 서러웠다”며 울먹였다. 자기도 경상도 의원들처럼 박수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호소에 당원들이 보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들으며, 나는 일찌감치 ‘이정현 당 대표’를 떠올렸다.
58년 개띠인 때문인지, 그는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고 1984년 민정당에 입당한 지 32년 동안 한우물만 팠다. 오로지 하나만 바라보는 충성심 또한 그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변방의 컴플렉스를 열정과 노력, 또는 ‘몰빵’으로 대체한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발탁되면서 모든 기준을 박 대통령에 맞춰 중심이동시켰다. 사석에서 기자들이 박 대통령의 흉을 보면 당장 그 자리에서 버럭 화를 냈고, 침 튀기며 박 대통령을 변호했다.
이단아였던 정치인이 당내 다수의 지지를 받아내는 극적 성공의 배경에는 그의 독특한 화법이 있다. 그는 튀면서도 대중적인 어법을 많이 쓴다. 대표적인 언사가 “서럽다”는 단어다. 서민들이 스스로 ‘흙수저’라고 비하하자 자신은 거기다 더해 ‘무수저’라고 했다. 그러나 서럽다고만 할 일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수십년 동안 박수받는 정치적 무대 위에 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대부분의 정치 생활을 집권 여당의 당직자로 지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의 바람’ 공언했지만…
그는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엔 ‘청와대 호위무사’가 되지 않겠냐는 세간의 우려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그런 모습은 다소 불안하게 유지됐다. 균형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는 청와대에 쓴소리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벼와 과일이 익는 건 해와 비로만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한다”며 자신을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여론이 들끓고,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등에 박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자, 그는 “보이지 않는 바람”이기를 멈췄다. 오히려 청와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에 급급했다. 급기야 청와대에 쏟아지는 의혹들을 “목숨을 건 단식”으로 덮으려 나섰다는 게 그의 단식투쟁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큰 만큼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져가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컸을 것이다.
역시나 ‘청와대 바람막이’일 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26일 단식을 시작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당시의 영상을 틀어놓은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제 그는 한국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직책, ‘당무수석’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몸은 당에 있지만 청와대 수석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다. 지난 5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일을 사과하며 야당에 손을 내밀었던 이 대표지만, 이젠 박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서라면 야당을 향해 아무리 거친 발언도 서슴없이 내지른다. “박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음모다”, “레임덕을 초래하려고 한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국정감사도 필요없다며 흥분하는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박 대통령만 가득차 있는 것 같다.
그는 대인관계엔 서투르지만, 목표를 향한 저돌성만큼은 주변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이 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함께 했던 한 의원은 “호남 예산을 챙기는 것을 보니, 친한 동료 의원들을 몰아붙이는 기세가 엄청났다”고 말한다. 단식투쟁으로 파행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이 대표를 보니, 앞뒤 안 재고 내달리는 그 성격이 정점에 이른 것 같다. 어디쯤에서 그의 달리기가 멈출까? 또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그의 열정적인 ‘헝그리 정신’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까?
"의무적으로 골프 쳐라" 朴대통령 발언, 왜? 10.1 머니투데이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의무감을 갖고 골프를 쳐달라."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샵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말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속칭 김영란) 시행으로 어려움에 처한 골프 업계를 위한 '립서비스'인지, 진심이 담긴 당부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당시 워크샵에 참석한 장·차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전에 준비해 주도적으로 꺼낸 메시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배석한 청와대 참모는 "어쩌다 나온 의례성 발언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진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골프장 이용이 줄 경우 캐디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복수의 워크샵 참석자들이 기억하는 내용을 토대로 당시 박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발언을 재구성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내수를 살리기 위해 이달말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이벤트) 행사를 연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찾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제품들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K팝 등 한류의 인기가 높은 것처럼 외국인들이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해서도 정보를 듣고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가을 날씨도 좋은 만큼 외국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 골프를 많이 치는데, 가급적 국내에서 치도록 만들자. 작년에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원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골프를 치면 내수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제가 고위 공직자들도 골프를 치라고 했는데, 왜 안 치느냐? 골프를 쳤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유일호 부총리가 경제단체장들과 골프를 쳤는데, 그 이후에도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 골프를 치는 분위기가 별로 안 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30일 경기도 여주시 소재 퍼블릭 골프장인 남여주CC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
옛날에는 저축이 미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지나 애국인 시대다. 여러분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의무감으로 골프를 쳐달라. (웃음)"
유일호 부총리= "우리 장관들 끼리라도 내수진작을 위해 골프를 치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대신 골프를 칠 때 김영란법을 지켜가면서 자비로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 (웃음)
이어진 만찬에선 "'내수진작'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골프 치러 가자" "골프를 친 뒤 인증샷을 올리자" 등의 농담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골프 독려 발언과 관련, 워크샵에 참석했던 한 장관은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가 일자리 문제인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골프장 예약이 급감하면서 캐디 등 골프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배석한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소비가 애국인 시대'라는 말에 박 대통령의 생각이 다 담겨 있다"며 "지금은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골프를 비롯해 소비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공직자 골프 문제와 관련,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며 사비 부담을 전제로 한 공직자의 골프 라운딩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초 공직자 골프에 대해 "골프 치는 건 자유"라면서도 "그런데 그럴 시간이 있겠느냐"고 말해 사실상 '골프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오해를 산 바 있다.
김영란법 시행 첫 주말, 골프 줄고 등산ㆍ축제 ‘북적’ 10.1 한국
"골프 대신 등산"…성수기 골프장 안 차고 주변 식당도 '울상'
전국 곳곳 가을축제에 인파 몰려…유명산 등산객 '북새통'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후 첫 주말인 1일 가을 성수기임에도 전국 주요 골프장 예약은 감소하고 주요 산의 등산객은 증가하는 등 주말 나들이 풍경에 변화 조짐이 뚜렷했다. 북한산 등 서울 인근 산은 물론 이날 46년 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된 남설악 망경대 등 전국 유명 산에는 화려한 아웃도어 복장의 등산객이 몰렸고, 일부에서는 골프를 취소하고 등산으로 대신하는 모임도 눈에 띄었다. 또 전국 곳곳에서 지역 문화축제와 가을꽃 축제, 지역 특산 먹거리 축제가 열려 가을을 만끽하고 제철 음식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 '성수기' 골프장 예약 안 차고 주변 식당도 '텅텅'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주말을 맞은 경기 남부 주요 골프장은 가을 성수기임에도 대부분 예약률이 100%에 못 미쳤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36홀 규모 회원제·대중제 겸용 골프장은 이날 회원제에 150여 팀이 예약, 평소의 90%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주 100여팀이 꽉찼던 대중제도 이날은 40여 팀에 불과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이맘때면 회원제는 풀 부킹이 되거나 못해도 160팀은 넘겨야 하고, 퍼블릭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이지만 절반도 예약이 안 돼확실히 많이 빠졌다"며 "연휴에다 김영란법 시행이 겹친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예약은 대부분 찼지만 회원들의 골프장 이용과 예약 방식이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며 김영란법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골프를 즐기는 회원으로 붐볐으나 경영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됐던 비회원 6팀의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며 울상을 지었다.이 골프장 관계자는 "그동안 회원들이 비회원을 데려와 라운딩을 즐겼는데 이번 주는 김영란법 때문에 아예 회원들로만 팀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며 "회원들로만 라운딩이 이뤄지면 골프장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골프장 예약이 감소하면서 골프장 주변 음식점을 찾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남서울CC, 태광CC 등 유명 골프장과 가까워 골퍼들의 발길이끊이지 않았던 한 고급 음식점은 이날 예약을 한 팀도 받지 못했다. 음식점 측은 "골프 성수기에는 주말 점심에도 1층 36테이블, 2층 30테이블이 꽉 차서 번호표를 나눠줬는데 오늘은 예약이 하나도 없고 손님도 별로 없다"며 "저녁도 마찬가지로 김영란법 시행 이후부터 이처럼 손님이 확 끊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예약 감소 직격탄을 맞은 골프장과 달리 북한산과 전국 국립공원 등에서는 골프를 취소하고 등산을 왔다는 모임이 자주 눈에 띄어 김영란법이몰고온 주말 풍경의 확연한 변화를 실감케 했다. 관악산을 찾은 장모(57·경기 광명)씨는 "이달초 일찌감치 고교 동창들과 수도권에서 골프 월례회를 할 예정이었으나 김영란법에 발맞춰 모처럼 등산을 하자고 의견을 모아 부킹을 취소하고 등산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범능스님 - 먼산 그대 어느산그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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