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보다 위험”…브라질, 아마존 화재에 군 투입
'피부병 유발까지' 미국 흰불나방 애벌레 공포 확산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사라지고 있다-강물이 흐르자 살아난 강
인공조림지에서도 육상풍력 가능
칡넝쿨 제초제 뿌렸다가 가로수 수백그루 고사
미국 '초록 전환 논란'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식인상어, "사람이 무서워"
음식물쓰레기 사료화, 다시 생각해볼 때다
부산시의회 조사에 前부산시장들 출석요청
더위 끝 찾아오는 '미세먼지'…'도시숲'에 답이 있다
피해자 앞에 고개 숙인 SK·애경, 뒤로는 야당·언론 로비
지친 작은 철새는 ‘목숨 걸고’ 잔다
이번엔 알래스카…트럼프, 18년 만의 벌목 지시
골리앗개구리는 ‘건축가’, 새끼 양육 연못 만들어
탐방객 발걸음에 한라산 노면 침식 가속
경북도, 야생동물 피해 도민에 치료비 지원
부산시, 임차공원 추진 본격화
전국 주택 61% '아파트'…
커피·초콜릿·사탕까지…日 가공식품서 ‘방사능 검출’
아직도 끓고 있는 원자로…후쿠시마 'Y존'을 가다
日 노동자의 폭로 "후쿠시마 땅 아무리 긁어내도..."
땅을 사랑한 미국과 시애틀 추장
인류의 성벽, 숲이 사라진다
걸프 부호들 돈자랑에 ‘치타 씨 마를라’
“대량살상무기보다 위험”…브라질, 아마존 화재에 군 투입
브라질 공군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24일 아마존 열대우림의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 방화수를 살포하고 있다. 브라질 국방부 제공/AP 연합뉴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의 화재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가운데, 브라질 정부가 결국 군 병력을 대거 투입해 산불 진화에 나섰다.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화재에 군을 투입한 것은 유럽연합이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금지, 자유무역협정 재고 등 경제적 압박까지 경고하며 신속한 진화를 압박한 게 주효했다. 미국 시사주간 <디 애틀랜틱>은 24일 “아마존 화재는 대량살상무기(WMD)보다 더 무섭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우소나르 대통령을 겨냥해 “(지구의) 기온 상승을 완화하는 데, 한 사람이 인류의 나머지 전체를 망치는 정책을 세우는 권력을 가져선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우소나르 정부가 출범한 이래 지난 23일까지 브라질 전역에서 7만8383건의 산불이 일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나 급증했으며, 그 절반 이상이 아마존 삼림을 불태웠다. 반면 브라질 당국이 환경 훼손으로 벌금을 매긴 건수는 6895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4%나 줄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기록적인 산불 발생 건수는 환경 훼손에 대한 벌금의 격감에 상응한다”고 짚었다. 보우소나르 정부가 환경 훼손에 대한 ‘불처벌’ 분위기로 밀림 파괴에 청신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환경 보존 문제는 24일 프랑스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긴급 현안으로 언급됐다. 올해 의장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파괴에 항의해 유럽-남미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한목소리로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금처럼 글로벌 자유무역이 어려운 시기에 또하나의 협약을 취소하는 어떠한 행위도 꺼려진다”며 반대 의사를 보였다.
. NASA 바이오 스피어 사이언스 연구소 (Biospheric Sciences Laboratory)의 더글러스 모튼 (Douglas Morton)이 공개한 위성사진 지난 15일부터 22일 사이 남미 아마존 일대의 화재 위성사진. 붉은 지역이 8일간 화재가 났던 곳. [사진 NASA
24일(현지시간) 잿더미로 변한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아마존열대우림 보호를 촉구하고 보우소나루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난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거리의 아마존’이라는 단체가 주도한 상파울루 시위에는 환경단체와 인권단체 회원, 학생, 좌파정당 당원, 노조원 등 1만2천여 명이 참여했다.
시위 현장에는 ‘보우소나루는 나가고 아마존은 남아야 한다’, ‘숲이 아니라 파시스트를 태워야 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면 정권 퇴진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어 보인다.
브라질뿐 아니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포르투갈 리스본 등 10여개 도시에서도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와 산불 확산에 대한 책임을 브라질 정부에 물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도 나왔다. /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피부병 유발까지' 미국 흰불나방 애벌레 공포 확산
서울 곳곳에서 애벌레가 비처럼 떨어져 난리입니다. 양산 없이는 다니지 못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징그러운 것은 둘째 치고 닿으면 피부병에 걸릴 수도 있는 데다가, 나뭇잎을 남김없이 갉아먹어서 가로수 피해도 큽니다.(jtbc)
외래종 해충인 미국 흰불나방 애벌레가 여름철 번식기를 맞아 가로수나 조경수 잎을 남김 없이 갉아먹으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신체에 닿으면 피부병을 유발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기자 】푸른 잎은 온데간데 없이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하얀 털이 빽빽하게 난 벌레들이 나뭇잎을 있는대로 갉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산책로 곳곳에도 애벌레들이 눈에 띕니다.
외래종 해충인 미국 흰불나방 유충입니다.
▶ 인터뷰 : 유성용 / 광주 서구청 공원녹지과
- "지금 흰불나방 애벌레 때문에 나무들이 피해가 많이 발생해서 잎사귀를 갉아먹어 나무들이 죽게 돼서 전체적으로 돌아다니면서 방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흰불나방 암컷 한 마리가 낳는 알은 600~700개. 애벌레들이 나무 한 그루를 먹어치우는데는 2~3일이면 충분합니다. 더 큰 문제는 도심 가로수나 조경수 뿐 아니라 인근 밭이나 과수 농가로도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여수, 광양 등 전남 동부 내륙 지역을 제외하곤 광주·전남 전지역에서 흰불나방 애벌레 피해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신체에 닿으면 피부병이나 각막염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 인터뷰 : 오득실 /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임업시험과장
- "특별히 전염성이 있는 그런 해충은 아니지만 면역이 떨어지는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만졌을 때 피부병이라든지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 흰불나방은 1960년대 우리나라로 유입됐는데,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흰불나방 나비목 흰불나방과 Hyphantria cunea
흰불나방이라고도 한다. 날개길이는 암컷 약 16 mm, 수컷 14∼15 mm이다. 몸과 날개가 백색인데 제1화기 성충 중에는 날개에 흑색 점이 있는 것이 많다. 알은 무더기로 낳고 흰 털로 덮여져 있으며 유충의 몸빛깔은 변이가 많다. 기주식물은 각종 과수와 수목을 비롯하여 수백 종에 이른다.
캐나다 원산인데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여러 나라에 퍼지게 되었으며 한국에서는 1958년 서울의 용산 외인주택에서 처음 발견되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피해 수목-감나무, 단풍나무, 버즘나무, 벚나무류 등 활엽수 200여 종
피해 증상-유충이 어릴 때는 실을 토해 잎을 싸고 집단으로 모여서 갉아 먹다가 5령기 이후에는 분산해 잎맥을 제외한 잎 전체를 갉아 먹는다.
형태-노숙 유충은 몸길이가 약 30mm로 몸에 검은 점과 흰 털이 많다. 성충은 날개 편 길이가 28~37mm이며, 몸과 날개는 흰색이고 1화기 성충의 날개에만 검은 점들이 있다.
생활사-보통 연 2회 발생하며 수피 틈이나 지피물 밑에서 번데기로 월동한다. 성충은 5월 중순~6월 상순, 7월 하순~8월 중순에 나타나고, 유충은 5월 하순~6월 상순, 8월 상순~10월 상순에 나타나서 가해한다.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사라지고 있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3] 강물이 흐르자 살아난 강
조만간 출범할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오는 9월~10경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4대강 사업 전 이곳엔 금강의 자랑인 비단결 같은 모래가 가득했으나 4대강 사업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2014년 7월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와 환경단체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제보 하류의 경우 유속 저하로 입자 크기가 작은 미립질이 쌓이고 산소가 통과하지 못해 혐기성 상태가 됐고, 악취가 났다고 평가했다.
▲ 2016~2018 금강 수환경모니터링 보고서(충남도청, 세종시) ⓒ 충남도청, 세종시
[저질토 조사] 금강 강바닥이 변하고 있다
현재 백제보 하류 저질토 상태는 어떨까? 이날 답사팀은 보트를 타고 그랩(퇴적토 채취기)을 이용해 2~3m 아래 강바닥 3곳(좌·우안, 중간 지점)에서 저질토를 채취했다. 좌안, 우안에서 뜬 저질토는 모래가 일부 섞여 있지만 끈적끈적한 검은색 '펄' 상태였다. 약하지만 하수구 냄새가 밀려왔다.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나마 강 가운데서 채취한 저질토에 모래가 절반가량 섞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강 가장자리보다 상대적으로 물의 흐름이 강한 곳이다.
4대강 사업 마무리 단계였던 2011년부터 금강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한 김영일 박사는 "2015, 2016년 강바닥 상태는 최악이었다"면서 "미립질이 더욱 쌓이면서 펄층이 두터워졌고 악취가 풍겨서 조사할 때마다 고생을 했는데 보 수문을 개방한 뒤에는 강바닥뿐만 아니라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계속 악화되던 금강의 저질토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이후부터였다. 그해 6월 금강 공주보 수문이 열리면서 일부나마 물의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8년 세종보, 공주보 수문이 열렸고, 올 7월에 백제보 수문이 개방된 뒤에는 정체되어 있던 금강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실제 충남도와 세종시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6~2018 '금강 수환경모니터링 보고서'와 충남연구원이 지난 6월까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금강의 변화는 확연히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상류인 세종보는 보 개방에 따라 미립질 위주의 저질토가 자갈과 모래 등이 섞인 조립질 저질토로 변했다. 공주보의 경우도 2016년 펄층에서 고운 모래로 성상이 변했다.
최하류에 있는 백제보 구간의 변화는 세종보, 공주보보다는 더디게 진행됐다. 금강이 바다와 합류되는 지점에 만들어진 하굿둑 영향으로 정체 구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금강 3개 보 수문 개방으로 세종보, 공주보는 100% 유수성이 회복됐지만 백제보는 전체 구간의 57%뿐, 나머지 43%는 여전히 정수성 구간이다.
김영일 박사는 "상류 지역 저질토의 총질소(TN), 총인(TP) 등을 분석해보면, 보 개방 이전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4등급 기준을 초과한 적도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1~2등급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제보는 수문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오마이뉴스
인공조림지에서도 육상풍력 가능
당정, 환경·산림규제 개선 합의 … 풍력자원지도 마련·입지컨설팅 의무화
지금까지 금지됐던 국유림내 인공조림지와 숲길에서도 육상풍력사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육상풍력 보급확대를 위해 주민참여 사업을 늘리고 시설 기부·수익공유 등 모범사례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 우원식 기후에너지산업특위 위원장, 홍의락 제4정조 위원장,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박천규 환경부 차관, 김재현 산림청장 등은 2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 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풍력발전은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크고 주력산업인 조선·해양플랜트·정보기술통신(ICT) 등과 연계돼 있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입지규제, 주민수용성 문제 등으로 지난해 보급 규모는 목표치의 84% 수준인 168MW에 그쳤다.
태양광 발전이 목표치의 143%인 2027MW를 보급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 상반기 보급 규모는 133MW로 목표치의 20%에 머물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국회 기후에너지산업육성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말부터 4개월간 현장방문, 업계 의견수렴 등을 시행했고, 이번에 환경과 경제성을 동시 고려하면서 풍력발전 활성화를 모색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에 따르면 입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업계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2020년까지 '육상풍력 입지지도'를 마련하고 입지컨설팅 시행을 의무화한다. 육상풍력 입지지도는 풍황(바람의 현황) 정보 위주의 기존 '풍력자원지도'에 후보 부지에 대한 환경·산림규제 정보를 포함한다.
1단계로 올해 말까지 풍황, 환경·산림 규제 정보를 업데이트·통합하고, 2단계로 2020년말까지 해상도를 1km에서 100m로 향상, 환경규제 등급화, 사업자에 대한 웹서비스 등을 추진한다. 사업자는 발전사업 허가 이전에 환경 입지 및 산림 이용 컨설팅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발전사업 허가 전에 환경성을 검토하면 풍력 사업 입지 갈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환경성도 동시에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분명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았던 규제는 개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육상풍력사업이 금지됐던 국유림내 인공조림지와 숲길에서도 조건부로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유림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인공조림지가 사업면적의 10% 미만으로 포함된 경우 육상풍력사업을 허용하고, 숲길이 포함된 풍력사업의 경우 대체노선 제공 등을 조건으로 사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 민관 합동 '풍력발전 추진 지원단'을 신설하고 사업의 전 과정을 원스톱 지원한다. 지원단은 사업 타당성 조사, 환경부·산림청의 입지컨설팅 연계를 통한 사전 환경성 검토, 인허가 획득, 사업개시후 단지운영 과정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단계별 밀착 지원한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현재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육상풍력 발전사업 80개 중(4.4GW) 약 41개(2.6GW)의 추진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재생에너지 3020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육상풍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활성화방안을 통해 육상풍력발전이 환경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보급·확산되기를 기대하며, 관련 산업육성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풍력시설 설치시 산지훼손이 최소화되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풍력, 개발이익이 지역사회와 공유되는 상생적 풍력사업이 확산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칡넝쿨 제초제 뿌렸다가 가로수 수백그루 고사
전남 곡성군이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 칡넝쿨 제거용 독성 제초제를 살포했다가 엉뚱하게 가로수 수 백그루가 고사해 말썽이다.
26일 곡성군에 따르면 군은 도로변을 뒤덮은 칡넝쿨을 제거하기 위해 5월30일부터 7월9일까지 곡성군 죽곡면 오죽로(구성~신풍간) 구간에서 방제 차량을 이용해 제초제를 살포했다. 번식력이 강한 칡덩쿨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초제 성분이 주변 가로수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면서 수령이 15년 이상된 단풍나무 300여 그루가 이미 말라 죽거나 50% 이상 고사 상태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곡성군이 산림 황폐화를 막기 위해 칡넝쿨을 제거용 제초제를 살포했다가 엉뚱하게 가로수 수 백그루가 고사했다고 26일 밝혔다. 제초제로 말라 죽은 가로수들. 2019.08.26 (사진=곡성군 제공) photo@newsis.com
임야 절개지의 경우 잡풀과 잡목까지 고사돼 산사태와 낙석, 농약의 하천 유입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올해 첫 화학 방제 작업임에도 전문인력 없이 작업이 이뤄진 데다 바람까지 불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비전문 작업자의 부주의로 제초제가 가로수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고사가 진행중인 가로수부터 살리기 위해 퇴비와 영양제를 주입하는 등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 잎이 모두 고사된 가로수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가지를 잘랐다.
한편 죽곡면 오죽로는 2017년 9월경 칡덩쿨 제거사업 추진 중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구간이기도 하다. goodchang@newsis.com
미국 '초록 전환 논란'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초록發光] 미국 그린뉴딜과 노동조합의 입장
정의당이 그린뉴딜 경제위원회를 발족하여 '진보의 성장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아직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지만, 이름에서 연상되듯 미국 민주당 진보 그룹이 발의한 '그린뉴딜' 결의안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의당의 정책이 새로운 '성장' 동력에 방점이 있을지, 아니면 녹색 '전환'에 방점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에너지 정책과 소득주도 경제 정책을 구조적 연관 없이 진행한 현 정부에 변화의 자극을 주고 풍부한 의제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그린뉴딜의 원조라 할 미국 민주당과 진보세력 내에서도 그 가치와 내용이 순탄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3월, 자유기업원의 웹사이트에는 "미국의 노동자들이 그린 뉴딜 정책에 맞서다"라는 제목으로, 미국 경제교육재단이 게재한 존 밀티모어의 칼럼이 요약 번역되어 실렸다. (☞ 바로보기) 미국의 가장 큰 노동조합 조직인 AFL-CIO가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과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서 그린뉴딜 정책이 실현 불가능하고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자유기업원이 이 칼럼을 기쁘게 소개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지지 세력으로 꼽혀온 노동조합조차 그린뉴딜에 동의하지 않으며, 재생가능에너지 확충과 에너지 효율화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의 보수파들은 그린뉴딜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인의 번영과 편리, 그리고 안전을 위협할 사회주의 또는 독재라고 비난해왔고, 한국의 보수파도 한국 정부의 그다지 급진적이지도 않은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 서한만 보고 그런 해석과 주장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55개의 산별노조를 포함하는 AFL-CIO 전체의 명의가 아니라 미국광산노조(UMWA)와 전기노동자형제회(IBEW)의 위원장이 대표 서명하고 다른 8개의 에너지 및 기술 관련 산별노조가 같이 이름을 올린 형식이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과 녹색일자리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결의안 작성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대화가 부족했던 점, 기술적 고려가 미흡한 점, 앞으로 일자리 우려에 대해 토론이 요구된다는 점을 전달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대다수 노동조합들이 조합원의 일자리를 우선하는 실리주의적 태도를 취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게 의외라고 할 서한은 아니다. 그리고 AFL-CIO의 도널드 트럼카 의장은 캐나다의 타르샌드 석유를 멕시코만까지 운송하기 위해 추진되어 큰 논란을 낳았던, 그리고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민주당 다수와 환경운동이 반대했던 키스톤-XL 파이프라인 계획에 대해서도 미국의 건설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며 찬성했었다.
그럼에도 이 서한은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존 바라소 상원의원이 "우리 수백만 조합원과 가족들에 직접적 해를 입힐 제안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서한의 구절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AFL-CIO에 동의한다고 밝혔고, 이를 여러 언론에서 받아쓰며 일정하게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진보 매체인 <자코뱅>의 한 기사는 바라소 의원 스스로가 예전부터 대표적인 반-노동 의원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꼽혀왔을 뿐 아니라 서한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기사는 미국 거대노조들이 화석연료 기업주들에 편승한 것이 사실임을 지적하는 한편, 탄광 등 미국 화석연료 산업에서 안전 보다 이윤을 앞세우면서 더 많은 노동자와 지역 사회가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기사는 바라소 상원의원에게 지난 5년간 2만3500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광업회사 머레이 에너지는 작업장 안전, 환경, 노사 관계 등에서 많은 규제를 위반하여 2000년 이후 약 3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고발했다.
그린뉴딜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노동조합의 권리와 노동자의 일자리를 누구보다 염려하는 사람들이며, 그린뉴딜 결의안도 "모든 지역 사회와 노동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결의안 작성에 이르기까지 기후행동가들과 정책가들이 노동자들을 합류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미국의 노동조합들이 '환경 vs 일자리'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기후행동의 반대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드러났다. UMWA의 지도부는 '정의로운 전환'을 조합원들이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을 제공하지 않았다. 어쨌든 화석에너지를 다루는 노동자들이 에너지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린뉴딜의 시행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린뉴딜 결의안이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예선 레이스가 시작된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포함하여 그린뉴딜 또는 이와 유사한 정책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의 주요 후보들에게도 노동자의 일자리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IBEW 332지부 노동조합 건물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NECA-IBEW Powering America
또 다른 인터넷 매체 <복스>는 보다 깊은 분석 기사를 실었는데, 미국 노동조합 안에서도 목소리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서한에 이름을 올린 노동조합들이 AFL-CIO와 미국 노동자들을 얼마나 대표하는지도 문제이지만, 동참한 노동조합들 사이에도 온도 차이가 있다. UMWA는 탄소포집 저장 기술이 그린뉴딜에 포함되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석탄을 계속 쓸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IBEW는 서한의 문구 이상의 언급을 거부했다.
'지속가능성 노동자 네트워크'의 의장은 AFL-CIO의 지도부가 그린뉴딜의 전체 맥락을 읽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하며, 그린뉴딜이 가져올 조직화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청정에너지 부문이 화석에너지 부문 보다 아직 노조 조직이 취약하지만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일자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 부문에서 조직화 캠페인도 활발히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진 산업들이 그러하듯, 청정에너지 부문의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맞서기는 하지만 노조 조직화와 단체 교섭에도 적대적인 경우가 많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환경운동가들도 함께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6월 18일 메인 주의 주지사는 메인주 AFL-CIO의 지지 속에 주정부의 그린뉴딜 버전에 서명했다. 주정부 수준의 탈탄소 정책이 일자리와 지역 사회에 유익하다는 점이 동의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40년까지 학교 태양광패널 설치 및 효율 향상, 청정에너지 인력 개발 조항이 포함되었다. 메인 그린뉴딜의 이행을 감독할 태스크포스는 단체교섭 권리 보호와 좋은 처우의 일자리 창출도 그 임무로 삼게 된다. 메인 주는 화석에너지 매장량이 없고, 주정부가 이미 재생에너지로부터 4분의 3의 전기를 얻고 있다는 것, 그리고 메인 그린뉴딜 초안 작성에 노동 그룹이 밀접하게 관여했던 것도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배경이다. 메인 주의 사례는 지역의 노동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고할만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정의로운 전환'은 이제 겨우 담론 수준의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탈핵-탈석탄에 반발하는 기업과 노동조합의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었다. 그린뉴딜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협소화되지 않도록,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이 오히려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전환을 지연시키는 핑계거리가 되지 않도록, 알맹이 있는 이야기를 내놓아야 할 때다. '일자리 vs 환경'은 허구적 대립구도이지만 '일자리 + 환경'도 자명한 결론은 아니다.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고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다짐이 다음에 와야 한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식인상어, "사람이 무서워"
청상아리. 출처 :위키피디아
시속 110㎞로 먹이에 돌진하는 공포의 식인상어. 샥스핀 때문에 30년만에 멸종위기에 빠진 상어. 청상아리를 설명하는 모순된 두 수식어다.
청상아리는 영화 <죠스>의 주인공 백상아리와 함께 대표적인 식인상어다. 다 자라면 2~4.5m 크기로 날렵한 방추형 몸을 가졌다. 먹이를 발견하면 물 속에서 시속 110㎞까지 질주해 ‘바다의 치타’로 불린다.
청상아리는 그간 주로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1999년 개봉한 영화 <딥블루씨>에선 유전자 조작으로 13m로 커진 청상아리가 인간을 공격한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청상아리도 착해지려 노력하는 캐릭터지만 결국 니모의 피냄새를 맡고 돌변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선 노인이 오랜만에 잡은 청새치를 노리는 공격자로 나온다. 실제로도 인간의 어망에 잡힌 물고기를 노리다가 어망을 망가뜨리거나 어망에 걸려 죽는 일이 꽤 있다. 한국에서도 가끔 발견된다. 지난 6월엔 강릉에서 2m 길이의 청상아리가 어망에 잡혀 휴가철을 앞두고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딥블루씨>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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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상아리는 1980년대 아시아에서 상어 지느러미 요리인 샥스핀이 인기를 끌면서 집중 포획됐다. 말린 상어 지느러미는 ㎏당 최고 1000달러에 거래된다. 상어 보호단체 샤크트러스트(Shark Trust)의 알리 후드 국장은 영국 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청상아리는 고기와 지느러미 때문에 아주 가치가 높다”면서 “심해에서 지난 수십년간 제한받지 않은 과도한 어획으로 개체 수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퓨 자선기금(The Pew Charitable Trusts)에 따르면 청상아리를 포함해 매년 6300만~2억7300만마리의 상어가 상업 목적으로 포획되고 있다. 상어에 물려죽은 사람이 1년에 10명 미만인 데 비춰보면 이젠 인간이 상어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상아리 같은 최고 포식자가 줄어들면 상어의 먹이인 문어가 급증하고, 문어의 먹이인 바닷가재, 게가 급감하는 식으로 생태계의 교란이 일어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어 포획을 막으려는 국제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은 25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청상아리와 가래상어 등 18종의 상어와 가오리에 대해 보호를 강화하는 제안을 가결했다. 이번주 중 CITES 총회가 열려 최종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청상아리 등은 이제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 상업적인 거래가 금지된다.
하지만 이 약속이 잘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이번 의안에는 102개국이 찬성했지만 샥스핀 소비가 가장 많은 일본, 샥스핀의 원조국인 중국, 상어잡이로 많은 소득을 올리는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등 40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음식물쓰레기 사료화, 다시 생각해볼 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음식물 잔반을 가축에게 먹이로 주는 것이 전면 금지됐다. 음식물쓰레기 중 92%가 ‘재활용’되는데, 자가급여와 습식사료로의 재활용이 논쟁의 대상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에 잔반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이 지적되면서 지난 20년간 시행된 잔반 재활용 정책 자체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가축 급여를 위해 통에 담겨 있는 잔반들. / 한돈협회 제공
“20년간 쌓인 적폐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단언했다.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구조적으로 키워온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시한폭탄이 됐다. 재활용의 범주에 사료화를 포함시키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관리를 강화하면서 조정했어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음식물쓰레기 양이 많아질수록 대란이 벌어질까봐 손도 못대게 되어버린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의 역사는 이제 막 20년이 지났다. 폐기물수수료 종량제가 도입된 것은 1995년. 음식물쓰레기를 자원화하겠다며 분리배출을 시작한 것이 1998년이었다. 그 전까지 음식물쓰레기는 생활쓰레기와 함께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렸다. 홍 소장에 따르면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전면적으로 분리배출하는 체계를 갖춘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없다. “식당이나 식품공정 부산물을 사료로 쓰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는데,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사료로 급여하는 나라는 내가 아는 한 없다.”
전국민이 집집마다 악취와 배출과정에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집 밖의 분리수거통까지 들고 나가 버리는 것은 한국에서만 지난 20년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일상생활에서 재활용이 체계화되어 있는 일본만 하더라도 안 그렇다. 일본의 경우 재활용품목에 따라 배출 요일이 복잡하게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배출기준은 간단하다. 소각 가능 여부다. 음식물쓰레기도 ‘타느냐 안 타느냐’의 기준에 맞춰 다른 폐기물에 섞어 버린다.
한국의 음식물쓰레기는 성분도 독특하다. 환경부 분석에 따르면 수분이 73%, 가연분이 23%다. 염분도 높다. 비닐류 등 이물질도 3~5%를 차지한다. 그대로 사료로 재활용되기도 어렵다.
한국에만 있는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미국 등에서는 ‘디스포저’, 즉 음식물을 싱크대에서 갈아 바로 하수구로 배출하는 장치가 보편화되어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모으다보니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사용이 금지돼왔다. 그러다 2012년 ‘고형물 중 20%만 배출’을 조건으로 제한적으로 인증을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3월 임이자 의원(자유한국당)은 ‘주방용 오물분쇄기’에 대한 고시 규정을 법률로 상향 입법하는 내용의 ‘하수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디스포저가 사용 금지된 것은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열악한 하수구 사정 때문이다. 공공하수시설이 개선되었으니 이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각 지자체별로 입찰하면 민간업자가 수주계약하는 방식이다. 올해 초 수거대란 위기가 있었다. 지자체들이 제시한 ‘톤당 14만원’에 업체들이 단체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지역에서 음식물쓰레기 대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8월 초 대구에서는 보수 중인 상리 음식물류 폐기물처리장의 물량을 민간업자들이 더 이상 처리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란이 일어날 뻔했다. 7월 29일 광주에서는 음식물 공공처리시설 두 군데의 쓰레기 반입이 중단되면서 하루 동안 대란이 벌어졌다. 지난 6월 한 민간업체의 화재로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결국 과부하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음식물 폐기장 처리용량이 전국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동안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1만5680톤이다. 지난해 환경부 통계를 보면 전국에 있는 음식물자원화시설(203개)이 하루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시설용량은 1만8923톤이다. 연간 반입량은 2017년 기준으로 431만5349톤으로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시설용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거주민이야 막연하게 ‘자신이 버린 음식물쓰레기가 사료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금은 과거 집에서 소나 돼지를 한두 마리 키우면서 집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주던 식이 아니다. 실제 가서 보면 음식물 형체가 다 사라진 곤죽과 같은 상태다. 간단히 말해 쓰레기다. 관리가 되면 모르되, 부패한 음식이 섞였는지 이물질이 들었는지 추적이 안 되기 때문에 금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반대하는 자가급여 농가들 / 음식물축산사료연합회 제공
잔반 자가급여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반대하는 자가급여 농가들 / 음식물축산사료연합회 제공
김 의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이 국내에서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돼지에게 음식물류 폐기물의 급여를 금지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발생할 우려’는 인접 주변국의 ASF 발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ASF 발병지도를 보면 지난 7월 22일 현재 베트남 4420건, 중국 153건(홍콩 2건 포함), 북한 1건 등 4608건이 발병했다. 이미 유행 상태인 베트남은 말할 것도 없고, 153건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중국의 모든 성 단위에서 ASF가 발병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발병된 것으로 되어 있는 북한의 경우, 중국과 인접한 자강도의 우치군에서 딱 1건 발병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 남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역시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사료관리법(농림위), 폐기물관리법(환경노동위)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개정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양돈협회 측(아래)의 상반된 맞불 집회가 각각 지난 6월 10일과 20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열렸다. / 한돈협회 제공
음식물쓰레기가 사료가 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홍수열 소장은 말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음식점 같은 데서 처리비를 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당시 취지는 ‘진짜 가축 사료로 쓸 농가들만 음식점에서 공짜로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처리비는 받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 규정이 풀리면서 역전된 것이다. 가축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생체도구가 된 것이다. 즉, 음식물 처리비를 받기 위해 가축을 이용하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관련 금지법안을 입안한 김현권 의원 측의 인식도 비슷하다. “잔반의 본질은 쓰레기라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이 먹는 음식생태계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로 돈을 벌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것이다. 폭리를 취하면서 시장을 교란하는 사람들이 이 잔반 급여 업자들이다. 사료비가 들어가지 않을 뿐 아니라 거꾸로 처리비를 받기 때문에 폭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축한 잔반사료 돼지는 대체로 등급 외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저품질 고기가 무한리필 식당이나 학교 급식에 ‘국산돼지고기’로 납품되면서 시장을 교란하는 것이고….”
음식물쓰레기 처리 위해 가축 기른다?
<주간경향>이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잔반 급여 돼지고기 유통경로 세부조사’ 내부자료에 따르면 전체 유통경로에서 잔반 급여 돼지고기는 ‘구내식당’으로 7.6%, 그 중 학교 급식으로 3.2%가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가를 싸게 맞추려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에는 한 대형마트를 통해 잔반 급여 돼지고기 약 121.2㎏이 유통된 이력도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게 쓰레기를 먹여서 키운 돼지라는 것을 알았다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어쩌면 이것이 ASF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인가.”
현재 음식물쓰레기의 수거·처리비용은 톤당 15만~16만원 선이다. 한국양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잔반 급여 농가가 음식물쓰레기를 받았을 때 받는 비용은 6만~7만원 선. 이 경우 톤당 9만원에서 10만원 정도를 수거해 운송하는 업체가 가져가는 셈이다.
“언론에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사실 거기서 움직이는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조진현 한돈협회 정책기획부장의 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루 배출량이 1만5680톤이라면 단순계산해 365를 곱하면 연간 572만3200톤의 잔반이 전국에서 배출되는 셈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약 530만톤 내외가 나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톤당 처리비용을 곱하면 약 8800억원 이상의 돈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앞서 일 1만5680톤 배출량 중 92%인 1만3465톤이 건조비료, 습식사료, 퇴비화, 바이오가스화, 가축농가의 자가급여로 ‘재활용’된다.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이 중 자가급여, 습식사료로의 재활용이다. ASF 유입 우려로 자가급여는 지난 7월 25일 전면금지되었고 습식사료로 재활용되는 부분은 아직 손을 대고 있진 않다. ASF 예방을 위해서는 습식사료까지 전면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돈협회 등의 입장이다. 이에 기존 자가급여 농가나 음식물자원화협회 등은 반발하고 있다. 자가급여 전면금지를 위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지난 6월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는 각 이해단체들의 찬·반 맞불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자기네 돼지를 살리겠다고 업계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려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괜찮다는 거냐.”
“음식물쓰레기 대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내걸린 해외여행 후 생고기·햄 ·소시지·육포 등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알림판.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 연합
이석길 음식물자원협회 사무국장의 말이다. ‘잔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오염된 식품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논리다. 그는 바이오가스 생산 등 다른 활용법은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침출수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며, 사료화가 가장 최적화된 재활용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종전 자가급여 농가를 중심으로 하는 축산인 단체도 이제 막 출범하려 하고 있다. 전국음식물사료축산연합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기상 회장은 “잔반 급여를 하는 농가도 양돈협회의 회원인데, 소수라고 우리들 뜻을 무시하고 음식물 급여 전면금지를 주장하는 협회의 처사를 납득 못해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미 정부에서 ‘80도에서 30분 가열’이라는 관리지침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관리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면 될 일을 잔반 사육 농가에 돼지 값 하락 등의 원인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길 국장은 잔반 문제와 관련, 담당부서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근본문제라고 주장했다. “축산농가들이 관련되어 있는 농림부는 지원이 기본입장이고, 환경부는 부처 성격상 규제가 본질적 업무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규제만 받아왔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음식물쓰레기 매립은 법 시행과 함께 금지되었다. 2013년부터는 음폐수 등의 해양 투기도 금지되었다. 여기에 실제로 잔반 사료는 퇴출되는 분위기다. 2000년대 초 구제역 파동 때 소의 잔반 급여가 금지되었고, 2000년대 중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뒤 닭·오리에게도 금지되었다. 처리비용은 늘어나는데 지자체들은 최저가 입찰제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도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냄새도 많이 나고 힘든 대표적인 3D 직종이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보면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이나 외국인 노동자들만 일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나 지원을 한푼도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대규모 자원화시설을 짓는 데 진출하고 있다. 쫓겨난 영세업자들이 다시 다른 지자체로 옮겨 저가 입찰 경쟁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양돈협회 등은 이들 민간업계를 ‘지난 20년 동안 세력화된 적폐’라고 규정했다. 김현권 의원실 측은 “ASF가 계기가 되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진작에 바꿨어야 할 후진적 시스템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인식도 비슷하다. “음식물쓰레기 대란을 일으키는 것은 간단하다. 이 민간업자들이 며칠만 수거하지 않으면 된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현재 민간업계에 절반가량 넘어가 있는 시스템을 공적 영역으로 다시 가져 오는 것이다. 경쟁력이 없는 민간업체들은 그 과정에서 도태될 것이다.”
다시 쟁점은 사료로 재활용되어온 음식물쓰레기의 사료화 문제다. 전세계에 유례 없는, 갈라파고스적으로 진화해온 적폐일까, 아니면 관련업계 등의 주장처럼 ‘최고의 자원 재활용 시스템’인가. 환경부 폐기물에너지과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음식물쓰레기를 더 이상 동물 사료로 쓰면 안 된다는 데 얼마나 국민들이 합의하고 있느냐 여부”라고 말했다. 반려견의 경우도 예전에는 집에서 남은 음식을 먹이다가 아파트 공동생활과 함께 방에서 키우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지금은 사료를 먹여 키우는 것이 대세가 됐다는 것이다. “잔반을 먹여 키운 돼지가 확실히 저품질 고기인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퇴출시켜야 할지 여부는 논의해봐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김현권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문제는 안이한 환경부 인식이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특정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쓰레기가 음식 생산 공정 내에 들어오는 것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단지 국산이라고 아이들에게 저급 고기를 먹이는 것을 눈감는 게 언제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주간경향
부산시의회 조사에 前부산시장들 출석요청
부산시의회가 특혜성 개발 사업의 수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에 전직 부산시장 두 명을 모두 부르겠다고 밝혀 정치적 의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됩니다.
{리포트}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엮인 엘시티 비리는 특혜성 개발논란의 대명사입니다. 센텀2지구나 오시리아 관광단지 등도 특혜시비를 피하기 힘듭니다. 이런 사업의 문제를 밝히고 이익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게 부산시의회 시민중심 도시개발 특위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이 특위가 오는 9월, 허남식, 서병수 전 부산시장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오원세/부산시의회 시민중심 도시개발 특위 위원장/전직 허남식, 서병수 시장님도 참고인으로 모시고 당시의 상황들에 대해서 행정처분에 대한 해명과 설명을 듣도록 할 예정입니다. }
9명의 증인 가운데 일부로 엘시티 관련 질문이 쏟아질 전망이지만 출석요청 자체는 강제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야당출신인 두 전직부산시장을 부르는게 조사의 필요성보다는 정치적인 해석이 더 분분한게 사실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전직 시장 흠집내기라는 비판속에 조사보고서도 총선을 석달 앞둔 내년1월 발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특혜성 개발의 수익 환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도한영/부산경실련 사무처장/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좀 더 법적으로 강제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번 특위활동이 그런 부분에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시민중심 도시개발특위측은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조례 등을 이달안에 제정하고 다음달 10일 시의회에서 9명의 증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방침입니다./KNN 표중규입니다.
더위 끝 찾아오는 '미세먼지'…'도시숲'에 답이 있다
남부 지역을 시작으로 여름의 끝을 알리는 비가 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지만, 마냥 반갑지는 않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초미세먼지 농도가 역대 최악을 기록한 뒤로 미세먼지에서 벗어난 날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번 가을 미세먼지가 더 걱정입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는 '도시 숲'이 꼽히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넘어서 미세먼지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는 숲을 박상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차와 사람으로 붐비는 도심 한복판. 그 사이 뜨겁고 탁한 공기를 잊게 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도시숲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서울 동대문의 홍릉숲과 인근 시내를 비교했습니다. 청량리역 근처가 35도 안팎일 때, 2km 떨어진 숲 입구는 31도에 그쳤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도심에서 각각 ㎥당 60.2, 23.5㎍이 기록됐을 때 숲에서는 40.6, 13.3㎍, 최고 40.9% 낮았습니다.
이곳 서울숲도 마찬가집니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숲과 바로 인근의 시가지의 미세먼지 농도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해봤습니다. 그 결과 숲 안의 농도가 미세먼지는 45%, 초미세먼지는 32% 더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도시숲인 양재 시민의 숲에서도 미세먼지 농도는 29%, 초미세먼지는 42%나 적었습니다.
효과는 숲 안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입니다. 녹지가 넓을수록 농도가 많게는 10% 가까이 낮습니다.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록됐던 올해 3월 4일부터 6일까지 25개 자치구별 농도를 분석해봤습니다. 이것을 지도로 그려보면, 마찬가지로 도시숲과 산이 있는 지역은 평균보다 10% 넘게 낮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10% 넘게 높았습니다. 도시숲이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끌어내린 것입니다.
[이영근/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 차고 신선한 공기가 도시 속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바람길 숲'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영국과 독일은 일찌감치 이런 '그린 인프라'를 시작했습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선,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가 2014년 열흘에서 2017년 사흘로 줄었습니다. 공기가 잘 흘러갈 수 있게 나무를 심고 숲을 키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JTBC 뉴스
피해자 앞에 고개 숙인 SK·애경, 뒤로는 야당·언론 로비
가습기살균제 참사 청문회 첫날... 특별법 막으려 공모한 정황 드러나
▲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청문회"가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운데, 청문회장에 가습기살균제가 놓여 있다. ⓒ 권우성
SK와 애경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뒤로는 사회적참사특별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려고 야당과 보수매체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아래 사참위)는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체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청문회 첫날에는 가해 기업쪽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돼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최창원 SK디스커리버리 부회장과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를 대표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했지만... 보상대책은 "재판 결과 나온 뒤"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과 제품을 생산한 SK케미칼 대표를 지냈고 최태원 회장 사촌이기도 한 최창원 부회장은 이날 청문회 도중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에게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청중석에 가득 채운 피해자들과 국민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청문회"가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운데,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증인을 대표해 증인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권우성
최 부회장은 "SK케미칼이 노력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피해자 고통에 공감하거나 피해를 지원하고 소송하는 데 있어서 부족하다는 따가운 질책도 잘 알고 있다"면서 "청문회를 빌어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진일보된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구체적 피해 대책을 묻자 최 부회장은 "지금부터 피해자들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경청해서 하겠다"면서도 "재판중이어서 법적 책임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하지도 않겠다,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장영신 회장 차남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도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맞게 대응하고 사회적 책임도 성실히 하겠다"면서 "피해자들이 우리가 악질기업, 살인기업이라고 말하는데 부회장으로 있는 동안 전부 내가 안고 가겠다"고 역시 피해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청문회"가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운데, 방청객들이 증인들을 향해 "거짓말" "양심선언"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 권우성
하지만 두 회사의 알맹이 없는 사과에 피해자들이 반발했다. 청문회 심문위원인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SK도 애경도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피해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이번 청문회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옆구리 찔러 사과 받은 느낌"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채동석 부회장은 오히려 "오랜 기간 검찰 조사를 받았고 사참위에서도 강도 높게 조사해 우리에게도 힘든 일이 많았다"면서 "나도 회사에 온 지 2년 밖에 안됐고 피해자를 생각하는 만큼 우리 직원들도 사랑하고 존중한다. 그 당시 몇몇 분들이 벌인 일 때문에 우리가 한 순간에 살인 기업, 비도덕적인 회사가 됐다"면서 책임을 일부 전직 임원들에게 떠넘겼다.
특별법 통과 막으려 야당-보수언론 로비 정황, 양사 '역할 분담'까지
피해자들 앞에선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두 회사가 협의체까지 만들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논의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아래 특별법) 제정을 막으려고 정부와 국회, 보수 언론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최예용 부위원장은 지난 2017년 10월 18일과 11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고위 임원들이 여의도에서 만나 가습기살균제 현안과 특별법 대응책을 논의한 회의록을 공개했다.
▲ 최예용 사회적참사특조위 부위원장은 27일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에서 지난 2017년 10월 18일과 11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고위 임원들이 여의도에서 만나 가습기살균제 현안과 특별법 대응책을 논의한 회의록을 공개했다. ⓒ 사회적참사특조위
1차 회의에는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SK케미칼 법무실장인 양정일 전무와 불출석한 양성진 전 애경산업 전무 등이 참석했다. 애경산업 쪽에서 작성한 당시 보고서에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검찰과 환경부 내부 동향과 특별법 제정 관련 대응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형사 관련 모니터링'에는 "검찰도 외부 분위기에 따라 공정위와 같이 수사 압박을 받아 움직일 수 있음, 다만 새로 부임한 형사2부 박아무개 부장검사는 검찰 동향 모니터링중이기는 하나 공정위로부터 자료 등을 받은 것이 없고 당장 조치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함"이라고 돼 있고 "살인죄 등 명백히 죄가 성립되지 않는 죄책은 무혐의로 종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환경부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돼 있다. '환경부 실험 관련 모니티링'에는 "(SK) 85배 농도까지는 폐 손상 증세 나타나지 않고 100배로 농도 올리니 특정 증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쥐가 사망하였다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는 두 회사가 당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 중인 검찰과 환경부 내부 관계자로부터 동향을 파악했을 개연성이 높다.
특별법 개정안 관련해 "개정안 통과 저지 작업은 상임위가 (2017년) 11월 2, 3주차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리 움직이기보다는 11월 첫 주에 대응 시작하기로 함"이라고 돼 있다. 특별법은 지난 2018년 7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2월 15일부터 시행됐다.
특히 보고서에는 "(AK:애경) 현재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한 상태로 이후 김앤장과 함께 야당측 의원 등에게 적어도 올해 안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고..."라고 김앤장과 더불어 야당 의원 등을 상대로 로비한 정황도 담겨 있다. 이에 SK쪽은 "원보이스(한목소리) 낼 수 있도록 김앤장 의견서 공유 요청"한다.
아울러 애경쪽은 "일부 보수매체 선정하여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 보도될 수 있게 조치"하고 SK쪽도 "동참 의사 표시"했다고 돼 있어 보수언론 상대 로비에 양사가 힘을 합친 정황도 드러났다.
11월 1일 열린 2차 회의에는 증거 인멸에 공모한 정황도 담겨 있다. '공정위 대응 관련' 내용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SK에 요청한 서류 목록을 열거한 뒤, "SK의 경우 전 그룹사에 WPM(문서삭제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며, 이 프로그램은 워드나 한글 문서를 정기적으로 강제 삭제하고 파일이 컴퓨터에 남지 않도록 완전 삭제하는 기능 등이 있음"이라면서 "직원은 별도로 보안 처리되어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파일이 보여지는 USB를 사용"한다고 돼 있다. 특히 SK쪽은 '공정위 내부 문건'을 언급하면서 "2012년 사건은 처분시효 도과되어 더 이상 처분이 어렵다는 내용이 있음"이라는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 움직임 관련, 연내 안건 상정은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이라면서 "사건 조사 TF는 사실상 2011~2016년 조사가 부적절했다는 결론 내놓고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됨"으로 돼 있어, 당시 공정위 내부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개정안 관련해서도 "양사 단일안이 완성되면 SK에서 작업할 의원 명단을 공유하고 AK(애경)는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작업 진행. 김앤장은 (국회)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의견 전달 및 설득 작업을 적극 진행하겠다고 함"이라고 돼 있다.
검찰-환경부-공정위 동향 파악해 공유, 증거 인멸 공모 정황도
이에 양정일 SK케미칼 전무는 "현안이 있을 때 애경과 미팅한 적은 있지만 협의체라고 부르진 않았다"면서도 "애경 보고서에 저렇게 돼 있으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고 논의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이나 환경부 공무원에게 내부 자료를 입수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양 전무는 "2017년 9월에 이미 기소중지 결정이 나와 검찰 모니터링할 정도 상황은 아니었고, 환경부 실험 결과도 나올 시기가 지나서 자료를 확보했고 언론이나 환경부 장관 청문회, 피해자 간담회 등에서 나온 자료를 취합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애경은 김앤장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토대로 법안 심사 단계에서 통과 저지를 진행했고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접촉하고 SK와 협력해 대관업무를 진행했다"고 따졌다.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청문회'가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가운데, 최예용 위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에 양 전무는 "기업과 관계된 입법안이 있을 때 의견을 정리해 전달하고 설명하는 건 일반적인 업무"라고 밝혔다.SK그룹 문서삭제 프로그램을 언급한 게 압수수색에 양사가 공동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양 전무는 "우리가 문서 관리가 원래 그렇게 돼 있다는 것이지 검찰 수사에 공동대응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애경쪽 자문을 맡아 증인으로 출석한 최찬묵 김앤장 변호사도 관련 질문에 "변호사 자문 과정에 있었던 일은 비밀보호의무 때문에 구체적 답변이 어렵다"면서 "증거 인멸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관료와 재계, 재벌의 정경유착 폐단들이 기존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 못하게 한다는 걸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보여줬다"면서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 출소 이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데 진정한 책임을 보이려면 가습기살균제 관련 SK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 사과해야 한다, 진실을 밝히는 걸 방해하는 임원들도 꾸짖어야 진정성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글: 김시연(staright) 오마이뉴스
지친 작은 철새는 ‘목숨 걸고’ 잔다
머리 날개 밑에 파묻고 숙면, 포식자 반응 늦어
갈대 위에서 잠에 빠진 굴뚝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작은 철새는 밤 동안 머리를 날개 밑에 박고 잠을 깊이 잔다. 게티이미지뱅크
휘파람새, 개개비, 방울새 같은 작은 철새는 봄·가을 힘겨운 장거리 이동을 한다. 수백 ㎞ 바다를 건너 섬에 내린 새들은 물과 먹이로 배를 채우고 잠에 빠진다. 중간 기착지에 내린 철새는 몸의 상태에 따라 잠자는 모습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밤중에 몸 상태가 나쁜 새는 머리를 날개 밑에 파묻고 자, 에너지를 절약하지만 커지는 포식자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레아 페레티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9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철새들이 안전이냐, 에너지 소비 감축이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에 몰린다”고 밝혔다.
잠자는 새의 적외선 사진을 보면, 눈과 부리 부위에서 열 손실이 가장 크다(왼쪽). 머리를 날래 밑에 감추면 열 손실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오른쪽). 테레티 외 (2019)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교신저자인 레오니다 푸사니 빈 대학교 교수는 “기진맥진한 새가 머리를 날개 밑에 묻고 잠들면, 깊은 잠에 빠져 에너지 소비는 줄지만, 포식자에 잡아먹힐 위험은 커진다. 반대로, 건강상태가 좋은 새는 머리를 묻지 않고 잠들어 에너지는 좀 손해 보더라도 더 안전하게 밤을 보낸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참새목(연작류) 소형 철새들이 지중해를 건너는 중간 기착지인 이탈리아 폰자 섬에서 철새들의 수면 행동을 조사했다. 낮에 활동하는 연작류는 기상조건이 낫고 포식자 위험이 적은 밤에 이동한다.
서해 소청도에서 2016년 처음 발견된 한국 미기록종 조류 회색머리노랑딱새. 소청도는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잇는 세계적 철새 이동 경로의 복판에 위치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작은 철새에게 장거리 이동은 목숨을 건 모험이다. 특히, 봄철 번식지로 이동할 때는 좋은 번식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중간 기착지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들르는 기착지 수를 줄이면 좋겠지만,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려면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상승기류를 타고 활공비행을 하는 대형 조류는 잠깐씩 눈을 붙일 수 있지만(▶관련 기사: 하루 42분 수면, 10일 논스톱 비행 군함새 미스터리), 쉬지 않고 날개를 쳐야 하는 연작류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몸 건강상태에 따른 이동 기착지 잠자리 행태 차이. 건강한 개체(왼쪽)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잤으며 신진대사가 빨랐고 열 방출이 많았으며 경계심이 강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개체(오른쪽)는 머리를 날개 밑에 숨기고 대사율이 낮았으며 열 방출이 적고 경계심이 약했다. 테레티 외 (2019)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휘파람새를 그물로 포획해 혈액을 채취하고 적외선 카메라로 수면 행태를 조사했다. 몸 크기, 지방 축적량, 근육 무게 등에 비춰 몸 상태가 좋은 새는 밤에 머리를 꼿꼿이 든 상태로 잤다.
반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새는 머리를 날개 밑에 숨긴 채 잤다. 겨울철 추위에 대응해 보이는 동작이다. 연구자들은 “새들의 눈 부위와 부리는 열 손실이 가장 많은 부위”라고 밝혔다. 이런 상태에서는 열 손실이 적을 뿐 아니라 새의 심장박동과 신진대사도 줄었다.
머리를 날개 밑에 묻고 자는 새는 포식자에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나뭇잎을 부스러뜨리는, 포식자가 접근할 때 내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냈을 때 새들의 반응 속도로 비교했다. 귀를 날개 밑에 묻고 자는 새는 위험을 훨씬 늦게 알아차렸다. 주 저자인 페레티는 “새들이 이런 자세로 자면서 실제로 경계를 늦추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2009년 전남 신안군 홍도 철새연구센터에서 발견한 희귀한 나그네새 푸른바다직박구리. 이동과정에 홍도에 기착한 개체다. 국립공원연구원 제공
연구자들은 “건강상태가 좋은 새는 먹이를 많이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낮에 종종 잠을 잤고, 대신 밤에는 더 부산하고 포식자 경계를 놓지 않았다”며 “대조적으로 건강이 나쁜 새는 먹이 때문에 낮에 덜 자고 밤에 더 잤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포식자가 활동하고 기온이 높은 낮 동안에는 굳이 안전을 무릅쓰고 에너지를 보전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낮에는 몸 상태가 나쁜 새들도 고개를 들고 잠들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2003년 대흑산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동중인 긴다리딱새. 박종길,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이번 연구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철새의 중간 기착지인 지중해 섬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에도 서해 소청도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중간 기착지이다. 가을에는 북방 철새가 중국 산둥반도를 거쳐 남쪽으로 이동하고, 봄에는 같은 경로로 북상하는 길목인 이곳에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올해 문을 열어 활동을 시작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erretti et al., Sleeping Unsafely Tucked in to Conserve Energy in a Nocturnal Migratory Songbird, Current Biology 29, 2766?2772, https://doi.org/10.1016/j.cub.2019.07.0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이번엔 알래스카…트럼프, 18년 만의 벌목 지시
공화당 주지사와 면담 뒤 농림장관에게 지시
2001년 클린턴의 ‘도로 없는 보존법’ 폐기
남한 면적의 70% 천연 삼림 황폐화 위기
정작 목재산업 비중은 1%…종 다양성 보고
미국 알래스카주 통가스 국립 삼림보호지역의 한 목재 산책로에 연어 생태를 설명하는 게시판이 보인다. 미국 농림부 누리집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년 가까이 보존돼온 알래스카 국유지 삼림의 벌목을 추진하고 나섰다.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서니 퍼듀 농림부 장관에게 알래스카주 통가스 국립 삼림지의 벌목 금지 조처를 해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로 이동 중 알래스카 벌목 문제를 논의한 뒤 이처럼 지시했다고 한다.
통가스 국립 삼림지는 전체 1670만에이커(약 6만8000㎢)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70%에 육박하는 미국 최대의 삼림보호 국유지다. 2001년 초 빌 클린턴 대통령(민주당) 정부는 퇴임 직전에 국유지 삼림 지역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도로 신설·보수와 벌목 등을 금지한 ‘도로 없는 지역 보존법’을 제정·시행했다. 이어 출범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환경보존 정책을 폐기하고 알래스카 벌목과 목재 매매를 허용하려 했다. 수차례에 걸친 이런 시도는 연방법원이 클린턴 정부의 법규 유지를 결정해 가로막혔고, 알래스카 삼림은 18년째 천연의 모습을 간직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알래스카 지역의 정치인들은 강력한 동맹’을 만났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꼬집었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최근 성명에서 “‘도로 없는 지역 보존법’이 알래스카주에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지속가능한 경제개발 능력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던리비 주지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 기회가 있다는 걸 진정으로 믿고 있다”며 “그는 광산과 목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미국 알래스카주 남동부 키나이반도의 한 빙벽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키나이반도/AP 연합뉴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 목재산업의 비중은 매우 낮다. 현지의 지역개발기구인 사우스이스트연맹에 따르면, 목재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쳐, 관광산업(17%)과 수산업(8%)에 견줘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던리비 주지사와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등 현지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에너지와 광물 산업까지 시야에 두고 상업적 벌목을 허용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해왔다. 알래스카 원시림의 보존 가치는 막대하다. 현지의 생태환경운동가 존 숀에 따르면, 지난 한세기 동안 거대한 고목들의 거의 절반이 벌목으로 사라졌다. 그는 현재 보존된 삼림은 불곰, 검은꼬리사슴, 북방참매를 비롯해 수많은 종의 동물들에게 필수적인 서식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태평양으로 나가는 연어의 40%도 통가스에서 알을 낳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골리앗개구리는 ‘건축가’, 새끼 양육 연못 만들어
자기 체중 절반 넘는 2㎏ 돌 옮기며 둥지 조성…대형화 배경인 듯
세계에서 가장 큰 골리앗개구리는 새끼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한 둥지를 짓느라 덩치가 이렇게 커졌는지 모른다. 마빈 쉐퍼 제공.
세계에서 가장 큰 개구리인 아프리카의 골리앗개구리가 다양한 연못을 만들어 새끼를 돌보는 ‘자상한 건축가’임이 밝혀졌다. 몸통 길이만 34㎝에 몸무게 3.3㎏에 이르는 이 거대 개구리는 아프리카 적도의 카메룬과 적도 기니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다.
마빈 쉐퍼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 독일 연구자들은 카메룬 서부 음포울라 강변의 골리앗개구리 서식지를 현장 연구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자연사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쉐퍼는 “골리앗개구리는 거대할 뿐 아니라 자상한 부모임이 이번 연구로 밝혀졌다”며 “이들이 급류가 흐르는 개울가에 만드는 작은 연못은 알과 올챙이가 급류에 떠내려가거나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한 요람 구실을 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또 “웅덩이를 파고 돌을 치우는 힘든 일을 하기 위해서 이 개구리가 거대한 몸집으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골리앗개구리 둥지의 세 유형. a는 기존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것, b는 일부 확장, c는 새로 만든 둥지이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여울과 소가 반복해 나타나는 열대우림 계곡에 서식하는 이 개구리는 3가지 유형의 둥지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강가 암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웅덩이에서 바닥에 쌓인 낙엽과 찌꺼기를 쳐내고 쓰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강가에서 가까운 패어나가거나 우묵한 곳을 확장해 웅덩이로 만든 것이다. 바닥의 유기물 찌꺼기나 잔돌을 웅덩이 가장자리에 밀어놓는다. 두 번째가 기존 지형을 살린 둥지라면, 세 번째 유형은 강가의 움푹 팬 곳을 완전히 개수해 파낸 돌과 찌꺼기를 가장자리에 댐처럼 쌓아 웅덩이로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의 연못은 만드는 데 힘이 별로 안 들지만, 홍수 때 쉽사리 범람해 새끼들이 쓸려나가거나 천적인 새우나 물고기가 들어올 위험이 있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의 둥지는 홍수피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가뭄 때 말라버릴 위험이 있다.
연구자들은 “자연적 지형을 그대로 번식지로 쓰지 않고 변형하거나 새로 만들어 쓰면 번식 기간을 연장하거나 번식 장소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말하자면 가뭄이 예상되면 첫째 둥지를, 홍수가 올 것 같으면 둘째와 셋째 유형의 둥지를 지으면 된다.
골리앗개구리의 서식지 모습. 홍수에 휩쓸리거나 가뭄에 마르지 않을 산란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둥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연구자들은 이 강변 400m 구간에서 19개의 둥지를 발견했는데, 그 가운데 14개에서 바닥의 돌 등에 붙여놓은 골리앗개구리 알이나 올챙이를 확인했다. 또 적외선 카메라로 어미 개구리가 밤새 둥지 근처에 머물며 둥지를 지키는 듯한 모습도 관찰했다.
개구리가 판 웅덩이 가운데는 지름 1m, 깊이 10㎝ 규모인 것도 포함됐는데, 가장자리로 밀어낸 돌덩이 가운데는 개구리 몸무게의 절반이 넘는 2㎏짜리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힘겨운 일을 하는 것이 거대한 몸집의 개구리가 출현한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거대 개구리의 일종인 아프리카황소개구리. 물길을 파 올챙이를 더 큰 웅덩이로 옮기는 행동을 한다. 스티븐 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어미가 산란 터를 만들거나, 올챙이를 돌보는 다른 종의 개구리도 몸집이 거대한 경우가 많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황소개구리 수컷은 23㎝ 길이에 몸무게가 2㎏을 웃돌기도 하는데, 올챙이를 돌보다가 웅덩이가 마를 상황이 오면 다리와 머리로 물길을 파 이웃의 큰 웅덩이로 올챙이들을 이주시키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골리앗개구리는 세계에서 이 지역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지만, 지형이 험한 계곡을 빼고는 숲을 태워 바나나농장이 들어섰고, 지역주민이 마구 잡아 지난 10년 동안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골리앗개구리는 지역주민들이 결혼식 등에 별미로 먹기 위해 많이 사냥한다. 낚싯바늘을 계곡에 매달거나(a, c), 덫을 놓아 잡는다. 마빈 쉐퍼 외 (2019) ‘자연사 저널’ 제공.
사실, 연구자들에게 골리앗개구리의 둥지 짓는 행동을 제보한 것도 개구리 사냥꾼들이었다. 수컷이 둥지를 만든 뒤 휘파람 소리로 암컷을 유인해 짝짓기하면, 암컷이 알을 낳고 둥지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개구리가 둥지를 지어 번식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암·수 중 누가 둥지를 짓고 지키는지 등은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비정부기구인 ‘개구리와 친구들’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의 공동 사업이다. 마크-올리버 뢰델 ‘개구리와 친구들’ 대표는 “둥지 짓기 행동이 이제야 발견됐다는 것은 골리앗개구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개구리에 관해서조차 우리가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vin Schäfer, Sedrick Junior Tsekané, F. Arnaud M. Tchassem, Sanja Drakulić, Marina Kameni, Nono L. Gonwouo & Mark-Oliver Rödel (2019) Goliath frogs build nests for spawning–the reason for their gigantism?, Journal of Natural History, 53:21-22, 1263-1276, DOI: 10.1080/00222933.2019.16425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탐방객 발걸음에 한라산 노면 침식 가속
제주도 기초학술조사 4차년도 용역 중간보고회 개최
훼손된 구간은 토양 재질 변해 물 투과도 어려워져
중점관리 대상 선정 계획…외래식물 제거 필요 제안
한라산 탐방로가 탐방객 발걸음에 의해 침식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8일 오후 한라수목원 생태학습관 시청각실에서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 4차년도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 수행기간은 3월부터 11월까지이며, 수행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다.연구진은 지형침식 현상을 하천·초지·탐방로·암반 등 지역별로 조사했다. 그 결과 한라산 탐방로가 탐방객들의 답압으로 인한 노면침식 등이 주로 나타났다.
또 답압으로 식생이 훼손된 구간과 토양은 물이 투과하기 힘든 지면으로 변화해 비가 오면 토양 유실이나 노면 침식을 불렀다. 게다가 노면침식으로 인해 탐방로 바닥 침식(세굴), 암반·뿌리 노출, 노폭확대 및 비탈붕괴 등 침식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탐방로 250m 구간 내 훼손 빈도수가 5건 이상 나타난 비율을 보면, 돈내코(46%)가 가장 심각했다. 성판악 탐방로는 19%, 관음사 탐방로 15%, 어리목 탐방로 12%, 영실 탐방로 8% 순이었다. 훼손 분야별로 보면 노면침식형, 수목뿌리노출형, 경계침식형, 노폭확대형, 노면세굴형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용역진은 4차년도 지형침식 현황과 암반사면 안정성 평가결과를 종합해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대책을 제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남서부 지역(해발 950~1800m) 식물상과 식생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97과, 252속, 356종, 8아종, 41변종, 3품종 등 총 408분류군을 확인했다.
위급종(CR)은 암매, 한라솜다리 등 5종, 위기종(EN)은 한라구절초 등 4종, 취약종(VU)는 들쭉나무 등 4종이 확인됐다.
외래식물은 서양금혼초, 소리쟁이, 토끼풀, 오리새 등 4분류군이 확인됐으며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잠재돼 있어 모니터링과 제거작업 등의 관리를 제안했다.
용역진은 "한라산 남서부 지역에 중요도가 높은 5등급 종(23 분류군)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은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의 본포비율이 대단해 높다. 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입지와 식물상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소진 기자 sj@ihalla.com
경북도, 야생동물 피해 도민에 치료비 지원
최대 100만원, 사망시 500만원
뉴스1
경북도는 추석 벌초, 성묘, 가을 수확기를 맞아 농사일과 산림 내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뱀, 벌,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피해를 입은 도민에게 치료비로 최대 100만원, 사망시 500만원을 지원한다고 28일 밝혔다. 경북도민일보
부산시, 임차공원 추진 본격화
사진은 양정동 화지공원. 부산일보DB
2020년 공원일몰제를 앞두고 전국 최초로 공원 내 사유지를 임차해 공원 사수에 나서는 부산시(본보 지난달 30일 자 1면 보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원 내 땅을 소유하고 있는 한 사학재단은 부산시와 임대차를 두고 최근 회의를 열었다. 공원 내 사유지 ‘큰손’들의 결단이 부산 공원 보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영도 함지골 공원 사유지 소유
사학재단과 임차 관련 회의
市 “임차 결정 땐 90억 원 절약”
해당부지 재산세 감면 등 해택도
부산시는 “이달 초 임차공원 추진 발표 이후 영도 함지골 공원 내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한 사학재단과 회의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공원 내 부지 소유 비율이 높은 재단, 기업 등에 공문을 보내 임차공원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이 중 처음으로 함지골공원의 일부 부지 소유자인 A재단이 응답해 왔다. 함지골공원의 경우 A재단이 전체 면적 78만 7523㎡ 가운데 49만 8587㎡를 소유하고 있다. A재단이 임대를 결정할 경우 통상 공시지가 4.5배 이상으로 책정이 예상되는 매입 비용을 아낄 수 있어 90억 원이 절약될 것으로 시는 판단하고 있다. 시와 A재단의 회의에서 A재단 측은 “현재까지는 부지 개발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공원일몰제 이후 부지 활용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부산진구의 화지공원에 대해서도 사유지를 대거 소유 중인 한 문중과 임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B문중의 경우 공원 전체면적 40만 9539㎡ 부지 중 40만 2971㎡를 소유하고 있다. 화지공원 사유지 90% 이상을 B문중이 소유하고 있는데, 명망가인 B문중의 시설물이 공원 내에 있어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도 당장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시는 무료로 사유지를 임차하고 해당 부지에 대해 재산세 감면을 해 주는 ‘당근책’으로 임차공원 제도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 시민 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올해 중으로 공원 임차에 관한 내용을 담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업, 재단 등에 임차공원 취지를 설명한 공문을 보낸 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일몰제로 공원이 대거 사라지는 일을 사유지 매입과 임차를 통해 최소화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전국 주택 61% '아파트'…
1083만가구… '단독'은 394만 불과
지난해 전국 주택 5채 가운데 3채가 아파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수 증가분이 인구나 가구수 증가를 한참 넘어서면서 빈집도 140만채 이상 생겨나고 있다. 29일 통계청의 '2018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전국 주택 수는 1천763만호, 이 가운데 아파트 비중은 61.4%(1천83만호)로 집계됐다.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주택총조사 집계 이래 가장 컸다.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의 비중은 47.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단독주택 비중이 37.2%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립·다세대 비중은 11.5%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아파트 수가 늘어나면서 2010년 단독주택 비중이 27.9%로 떨어졌고, 아파트 비중은 58.4%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2016년을 기점으로 아파트 비중은 60%를 넘겼고 2017년 60.6%, 지난해 61.4%로 늘었다. 이는 아파트 증가세가 가파른 영향도 있지만, 단독주택 감소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2017년 1천38만호에서 지난해 1천83만호로 45만호 증가한 반면, 단독주택은 같은 기간 396만3천호에서 394만9천호로 1만4천호 감소했다. 또 지난해 전체 인구수는 21만명, 가구 수는 33만 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주택 수는 총 51만호 늘면서 인구 증가분을 넘어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았다.
미분양이나 이사 등의 이유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수는 전년보다 12.2%(15만5천호) 늘어 142만호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아파트 77만2천호, 단독주택 33만2천호, 다세대 1만9천호였다.
부와 가난의 경계를 촬영하는 사진 작가: Johnny Miller
부와 가난의 경계를 촬영하는 사진 작가: Johnny Miller
전국에 건축된 지 20년을 넘긴 노후·불량 건축물의 수는 840만4천호, 주택 비중으로는 47.7%에 달했다. 아파트 가운데서는 39.6%에 해당하는 428만7천호가 20년 이상 된 건축물이며, 30년 이상은 77만9천호(7.2%)였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커피·초콜릿·사탕까지…日 가공식품서 ‘방사능 검출’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공포 속에, KBS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통관과정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가공식품들의 내역을 확보했습니다. 어떤 제품들이 있었을까요.
[리포트]
일본 식자재를 판매하는 한 마트입니다. 냉동식품에서부터 조미료와 향신료, 과자 등 다양한 일본산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커피 코너엔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원두커피 맛을 즐길 수 있는 드립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5개월 전 방사능이 검출돼 통관 과정에서 반송 조치된 제품과 같은 제품입니다. 방사능 검출이 확인된 제품 중에는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일본의 유명 브랜드 초콜렛과 사탕도 있었습니다.
최근 5년간 방사능이 검출된 일본산 가공식품은 35건에 19가지 종류로 그 양만도 17톤에 이릅니다. 특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생산된 제품들도 포함됐는데, 껌 첨가물인 탤크와 건강 보조제에 들어가는 빌베리 추출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됐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 "방사능이 미량 검출된 가공 식품은 모두 반송조치해서 현재 국내에 유통 판매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능이 계속 검출되고 있는 만큼 검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래 방사능 검사는 1만 초, 즉 3시간가량 진행해야 하는데, 수입 물량이 많다는 이유로 원전사고 이후부턴 30분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익중/전 동국대 의대 교수 : "방사능 측정기가 만초를 하도록 돼있습니다. 측정시간을 줄이면 아무래도 적은양은 측정이 어렵지 않겠나(생각합니다)."]
불안이 커지자 일본산 식품의 원산지를 지역명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정숙/바른미래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 : "국민들이 후쿠시마산인지 모르고 먹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약처는 관련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해서..."]
한편, 중국과 대만은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가공식품은 모두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김지숙 기자 (jskim84@kbs.co.kr)
아직도 끓고 있는 원자로…후쿠시마 'Y존'을 가다
동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8년이 지났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위협적인 공간이죠. MBC가 최근,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접근이 금지돼 있는 '후쿠시마 원전 내부'에 들어 갔습니다. 붕괴된 원자로 내부의 핵 연료는 여전히 손을 못대고 있었고, 매일 수 백톤씩 나오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도 일부는 바다로 그냥 흘러가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 리포트 ▶ 주행만 할 뿐 중간에 정차하지 말라는 안내판을 지나 출입금지 바리케이드로 막힌 마을 옆을 달려 도착한 후쿠시마 제 1 원전. 간단한 설명을 듣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도쿄전력 관계자]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 펜과 노트, 그리고 카메라와 삼각대 같은 것만 소지할 수 있어요."
처음 들어간 곳은 G-존. 안전조끼와 방진 마스크만 쓰는, 원전내 일반 구역입니다. 방사능 폐기물이 든 컨테이너들이 끝없이 쌓여있고, 대형 탱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탱크가 방사선에 오염된 물을 저장하는 오수 탱크입니다. 최대 적재 용량이 1300t에 이르는데, 오수가 워낙 많다 보니 일주일에 하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는 하루 3백톤으로 추정됩니다. 탱크 용량이 일주일에 1천300톤이니까, 매주 2천톤 넘게 나오는 오염수를 다 저장하진 못한다는 얘깁니다. 도쿄전력은, 저장 못한 오염수는 제염 작업을 거쳐 원자로 내부를 순환한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 시각은 다릅니다.
[서균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계산하면 금방 나와요. 왜냐하면 (하루) 약 3백톤 정도가 나오는데 지금 쌓인 것은 하루에 150톤 정도 기준인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나머지 150톤이 어디로 갔느냐. 그냥 알게 모르게 (바다 등으로 가는 거죠.) 전량 회수가 안 돼요. 지하수가 다 흘러나오는데, 그걸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그건 불가능하죠."
G-존을 통과해 도착한 곳은 붕괴된 원자로가 위치한 Y-존. 방호복과 전면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 뒤로 폭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원자로 외벽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원자로 내부는 어떤 상태일까? 로봇이 촬영한 격납용기 안쪽을 보니 아직도 무언가 끓고 있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암석 같은 것이, 핵 연료와 구조물 등이 고온에 녹아 뒤엉킨 덩어리, 이른바 '데브리스'인데, 최소 500도 이상 고온으로 끓으며 여전히 반응 중인 걸로 보입니다.
이 핵연료 덩어리, 데브리스의 양만 880여톤. 모두 꺼내 처리해야 오염수 문제도 해결되지만, 도쿄전력은 기술과 비용 문제로 여전히 건드릴 엄두조차 못 내고 있습니다. 도쿄 전력은, 핵 연료 처리는 못했지만, 원자로 주변에 냉각봉을 1m 간격으로 심은 동토벽을 만들어, 원자로를 통과한 오염수가 바다로 가는 걸 막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동토벽 역시 있으나마나라는 평가입니다.
[이현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동토벽이 만들어졌지만 안쪽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은 계속 있고요. 그런 면들에서는 지금 지하수 관리가 완벽하게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도 일치된 견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 전력은 데이터를 속인 적이 많았거든요."
도쿄전력은 폐로 작업을 완료해 오염수를 새로 생성하지 않으려면, 수십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오야마 마츠요시/ 도쿄전력 위기대응팀]
"30~40년이라는 기간 동안 폐로 작업을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인 형태는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지 아닐지에 대한 것을 포함해서 아직 논의 중에 있어서 (모르겠습니다)."
도쿄전력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도쿄전력에 그동안 쌓인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C뉴스 조희원입니다.
日 노동자의 폭로 "후쿠시마 땅 아무리 긁어내도..."
원전 작업에 참여했던 노동자가 증언하는 후쿠시마 원전 은폐와 속임수
"일본 정부, 제대로 된 제염 작업도 없다"
"해외 각국에서 온 선수들과 손님, 일본인들 자랑스럽게 여기면 안된다" 경고
일본 내부에서도 방사능 위험성 지적하는 목소리 높아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공포가 여전히 세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실제 제염 작업에 참여했던 일본인 노동자의 인터뷰가 화제다. 여전히 방사능 공포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묵인하려 한다며 도쿄올림픽 개최를 우려했다.
지난 27일 소셜네트워크(SNS)에 '후쿠시마 2020 올림픽 악몽, 정신 나간 아베 총리는 결국 범죄를 저지르는가(Fukushima 2020 olympics Nightmare, Is PM Abe Criminally Insane?)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 반 동안 코리야마 시와 가와마타 정, 후쿠시마 미나미소마 시 등 4곳에서 제염작업을 수행한 A씨와 지역사회 운동가, 노동조합원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A씨는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제염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후쿠시마의 재건만을 홍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A씨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방사능 오염물질은 땅으로 쌓이게 되는데, 아무리 땅을 긁어내는 과정을 거쳐도 1주일이면 방사능 수치는 원래대로 다시 높아진다"고 전했다.
제염 작업이 실제 방사능 제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제대로 된 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 그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재건을 홍보하고자 이러한 사실을 묵인한 점을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년 반 동안 제염 작업에 참여한 일본인 A씨가 후쿠시마는 이미 방사능 오염으로 살기 어려운 곳이 됐다고 폭로했다.(사진=영상 캡처)
A씨는 30년이 지나도 후쿠시마는 복원될 수 없다며 도쿄올림픽은 절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쿠시마와 도쿄 사이의 거리는 불과 200km인데 후쿠시마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도쿄에 사는 이들도 매일 방사능에 노출된다"면서 "당신이 어떤 의사에게 물어봐도, 어린이가 도쿄에 사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할 것"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도쿄올림픽을 주최하면 해외 각국에서 온 선수들과 손님들을 모시게 되는데, 일본인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함께 도쿄로 돌아온 50명 중 2명이 간암으로 사망했을 정도로 방사능 오염 공포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함께 출연한 후쿠시마 반핵운동가인 치테카 시나 씨도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후쿠시마 사람들은 건강과 정신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고통받고 있다"면서 "정부가 허술하게 오염을 제거한다고 해서 올림픽 개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방사선에 대한 내부 피폭 영향은 즉시 감지되지 않으며, 후쿠시마에 사는 갑상선암에 걸린 아이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안전도, 안전의식도 결여됐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출간된 '핵발전소 노동자'는 핵발전소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가 담겼다.
2012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10개월 간 근무한 다나카 데쓰아키(田中哲明, 가명)는 "현장에서 돌아온 작업자 옷을 벗기거나 제염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정해진 규칙이 없다. 어디서나 오염 확산작업이 비일비재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점검 날짜를 사전에 고지했고 점검은 예전부터 적당히 진행됐기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은폐가 반복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CBS노컷뉴스 황효원 기자
땅을 사랑한 미국과 시애틀 추장
백인들이 사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부족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우리에겐 너무 생소한 까닭이다. 어떻게 하늘을 사고팔 수 있으며, 대지의 온기, 영양의 신속함을 사고팔 수 있다는 말인가? (…) 공기의 신선함과 물의 반짝임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시애틀 추장,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1854년 초, 오늘날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인 시애틀 지역의 수쿼미시 부족 추장이 원주민 땅을 ‘수용’하려는 “워싱턴의 대추장”(미국 대통령)의 협상단에게 했다는 연설의 일부다. 바람과 비, 짐승과 나무, 자연의 정령과 더불어 살아온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대지를 사고파는 행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을 테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은 치누크 자곤을 거쳐 다시 영어로 통역됐다. 치누크 자곤은 언어가 서로 달랐던 토착민 집단들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형성된 혼성어다. 회담을 참관한 헨리 스미스가 이중통역을 거친 연설을 기록했지만, 원래 발언은 상당히 축약되거나 의역될 수밖에 없었다. 한 세기를 훌쩍 넘긴 1982년 수쿼미시 박물관이 부족 원로들의 자문을 거쳐 스미스본을 정본으로 결정하기까지, 문장을 윤색하거나 덧댄 이본이 많아진 이유다.
지난 6월 그린란드 남동쪽 해안도시 타실라크의 한 마을 풍광이 아름답다. 타실라크/로이터 연합뉴스
땅을 향한 욕망과 싸움은 동서고금이 똑같다. 그중에도 미국의 ‘땅 사랑’은 도드라진다. 유럽인의 아메리카 상륙 직후부터 시작된 서부 진출은 절멸에 가까운 원주민 학살과 유폐를 동반했다. 1803년에는 프랑스로부터 오늘날 영토의 3분의 1에 가까운 면적의 루이지애나 영토를 1500만달러에 사들였다. 텍사스 합병이 촉발한 미국-멕시코 전쟁(1846~1848)에서 승리한 뒤에는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애리조나, 네바다 등 남서부 영토를 합병했다.
1867년에는 크림전쟁 패배의 여파에 시달리던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극동의 식민지 알래스카를 단돈 720만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해도 1억2500만달러(약 1520억원)에 불과한 헐값이었다. 알래스카는 금과 석탄, 철과 구리, 원유와 가스, 울창한 삼림까지 천연자원의 보고였다.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이로써 미국은 동서로 대서양과 태평양에 맞닿고 위로는 북극해를 넘나들게 됐다.
20세기 중반 이후 제국주의 시대가 저물면서 강대국의 땅따먹기 열풍은 한풀 꺾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것은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미국도 빠질 수 없다. 아직 ‘실적’은 없지만 ‘시도’는 계속된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나섰다가,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반발은 물론 많은 세계인으로부터 조롱 섞인 비난을 샀다. 트럼프의 제안은 장사꾼의 감각과 계산에 따른 전략적 구상에 가깝다. 그린란드는 방대한 희토류와 금광석, 원유를 품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북극 패권의 핵심 교두보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도 국토면적 세계 3위의 대국에다, 경제·군사·과학기술의 독보적인 슈퍼 파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각) 그린란드의 한 해안마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그린란드에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글을 달았다. 하루 전에 그린란드 매입을 ‘거대한 부동산 거래’라고 지칭했다가 역풍을 맞자 농담조로 수습에 나선 방식이다. 트위터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각) 그린란드의 한 해안마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그린란드에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글을 달았다. 하루 전에 그린란드 매입을 ‘거대한 부동산 거래’라고 지칭했다가 역풍을 맞자 농담조로 수습에 나선 방식이다. 트위터 갈무리
누군가 땅을 늘릴 때, 다른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는다. 시애틀 추장은 위 연설에서 “마지막 홍인(원주민)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그에 대한 기억이 백인들 사이에서 신화가 될 때도, 이곳 바닷가는 (…) 한때 이곳에 살았고 아름다운 이 땅을 여전히 사랑하는 영혼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했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보수 우파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며 ‘자유와 번영’의 전도사를 자처한다. 정말 그런가. 그 ‘세계’는 누구의 세계인가.
iljun@hani.co.kr
인류의 성벽, 숲이 사라진다
17. 예로 야르네펠트, 커리어 앤 이브스, 산림에 대하여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지구관측 위성이 지난 15~22일 촬영해 공개한 사진에 광대한 아마존 밀림 지역 곳곳이 벌건 불길로 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사 제공/AFP 연합뉴스
소녀가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가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경계하는 듯한 눈빛, 헝클어진 머리, 까맣게 그을린 얼굴, 찢긴 낡은 옷. 아동 노동의 주인공임을 여실히 말해주는 표상들이다. 소녀는 어떤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걸까? 한쪽에서 화염이 거칠게 일고 있는데, 가만 보니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되레 지피고 있는 모습이다.
핀란드 화가 예로 야르네펠트(Eero Järnefelt, 1863~1937)가 그린 이 그림, ‘덤불 태우기’(Burning the Brushwood, 1893)에서 우리는 핀란드인들의 풍속을 만난다. 숲을 태워 농지를 만드는 풍속 말이다. 이것을 우리는 ‘화전(火田)’이라고 불렀다. 화가는 살아가기란 이렇게나 고된 것이라고 소녀의 형상으로 말하는 듯하다.
‘덤불 태우기’(Burning the Brushwood, 1893), 예로 야르네펠트(Eero Järnefelt, 1863~1937)
한편, 20세기 초까지 미국 뉴욕시에서 활동한 판화 회사 커리어 앤 이브스(Currier & Ives) 작 ‘시카고 대화재’(The Great Fire Of Chicago, 1871)라는 그림은 어떤가? 이 작품에서 우리는 무시무시한 화마(火魔)를 본다. 물이라는 절대적 대항마의 세력권이 아닌 한, 어디든 지배하려는 가공할 기세의 화마가 세상의 목줄을, 지금 움켜쥐고 있다. 야르네펠트의 불이 철저히 통제되는 불이라면, 커리어 앤 이브스의 불은 통제를 벗어난 불이다.
8월 들어 몇 주째 계속되고 있는 아마존 열대림의 화재는 어떤 쪽일까? 이 사건을 다룬 어느 기사에는 ‘인페르노(inferno)’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지만, 순수한 의미의 자연재해는 아닐 것이다. ‘스스로 타오른(自然)’ 자연산불이 아니라 ‘숲 태우기’라는 관행으로 시작된 불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브라질에서만 무려 8만건이 넘는 ‘숲 불’이 목격되었다고 하니, 지금의 사태는 필시 지역민들이 일부러 놓은 불에서 촉발된 것이다.
커리어 앤 이브스(Currier & Ives) 작 <시카고 대화재(The Great Fire Of Chicago, 1871
덤불 태우기’의 주인공들이 그러했듯, 아마존 지역의 소농들은 먹고살기 위해 불을 놓고 있다. 콩 농사짓고 소 기르려고 늘 해오던 ‘숲 청소’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항변한다. 늘 하던 걸 할 뿐인데, 왜들 호들갑이냐고.
그러나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이전보다 훨씬 더 건조해진 대기의 현실 말이다. 통제할 수 있다 생각하고 놓은 불은 전례 없이 메마른 대기 속에서 통제를 벗어난 화염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문제를 키웠다. 야르네펠트의 불이 커리어 앤 이브스의 불로 옮겨붙은 것이다.
환경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현재의 사태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탄소 저장고인 숲에서 탄소가 빠져나가면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고, 아마존 지역 물 순환계의 중추가 손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림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처방전의 경우 가장 효과 있는 숲이 열대우림인데,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저지력을 지니는 ‘우리의 일꾼들’이 지금 대거 소실되고 있다.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훔바바를 죽이는 모습을 형상화한 돌 조각. 기원전 9~10세기경. 시리아 텔 할라프, 카파라 왕궁.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당연시되는 것이 당연시되지 않는 것을 지탱하고 보호하고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숲은 전자에 속한다. 지구의 탄소와 산소와 질소와 물을 움직이고, 그러한 순환계들의 보호막 속에서만 우리의 마을과 삶이 유지되니 말이다. 그렇게 숲은, 우리의 성벽이다.
하기야 지금 아마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난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그다지 별난 사태는 아닐지도 모른다. 최소 3억8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있었던 숲, 그 안락한 품을 떠나지 않은 채 숲을 공격했던 호모 사피엔스의 운동이 문명이었으니 말이다.
기원전 2600년경에 기록된 <길가메시 서사시>는 이 문명의 본질을 대번에 알려주는 기록물이다. 서사시의 주인공인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삼나무 숲에 찾아가 그 숲의 신인 훔바바를 함께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훔바바를 살해한 둘은 삼나무 숲의 일부를 취할 뿐, 숲을 다 없애지는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이른바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어정쩡한’ 이름으로 오늘의 역사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동물 미술관> 저자 /한겨레
걸프 부호들 돈자랑에 ‘치타 씨 마를라’
사우디·UAE 등 부자, SNS서 애완용 치타로 부 과시
소말릴란드서 해마다 새끼 치타 300마리 팔려나가
전세계 치타 7500마리…“몇년 내 치타 못 볼 수도”
걸프 국가 부호들 사이에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완용 치타 키우기가 성행하면서, 동아프리카 소말릴란드를 통해 해마다 새끼 치타 300여마리가 팔려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발 빠른 육상동물의 대명사 치타가 동아프리카의 미승인 독립국 소말릴란드의 허술한 국경을 틈타 걸프 국가 부호들에게 애완용으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치타보존기금에 따르면, 소말릴란드를 통해 매년 밀거래되는 새끼 치타는 300여마리 정도로, 이 지역 내 서식하는 전체 성체·성장기 치타 개체 수를 모두 합친 수에 맞먹는 규모다. 가히 “유행병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몇년 안에 치타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시엔엔>은 전했다.
치타는 주요 서식지인 아프리카에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현재 전세계에 7500마리 정도만 남은 상태다. 치타보존기금은 이 가운데 1천여마리 정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 부호들이 개인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치타를 애완용으로 사들인 데 따른 것이다. 사우디 등의 부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급 자동차 운전석에 치타를 앉힌 사진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 나오는 자신의 종족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보며 흥분하는 치타 영상 등을 공유하며 자신의 부를 뽐내고 있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도 야생동물 밀거래와 개인적 소유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단속이 느슨한 탓에 주로 온라인을 통해 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거래 대상은 주로 생후 2~3개월짜리 새끼 치타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의 광고를 통해 2만5천 사우디리얄(약 812만원)부터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는 2마리 이상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거래된 새끼 치타들은 비좁은 나무상자 등에 담겨 소말릴란드 국경을 통과한 뒤, 배를 통해 아덴만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 국가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치타 4분의 3가량이 죽고,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1~2년 안에 목숨을 잃는다는 게 치타보존기금 쪽 설명이다. ‘달리기 명수’로도 불리는 치타는 활동반경이 매우 넓어, 우리 등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스트레스성 질병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치타보존기금의 창립자인 로리 마커는 “(사우디 등 걸프 국가의) 정부와 왕 등이 나서서 ‘이렇게(애완용 치타를 키우는 건)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며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고향초(홍민)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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