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관광 실크로드’ 128만㎡ 매립, 불편했나
부산 찜통 1번지는 금프리카
태풍·홍수…세계는 지금 자연재난 ‘몸살’
로마·피렌체 등 폭염 적색경보…지표면 온도 50도 육박
"`동남아 젖줄` 메콩강이 죽어간다…가뭄에 중국 댐도 영향"
댐이 삼킨 거대 물고기…대형 담수동물 88% 감소
대구시, 난개발 우려 도심 공원 20곳 사유지 사들인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후쿠시마산 식재료 공급 안돼”…부산지역 환경단체 일본 규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적극 대응” 정부, 국제 외교무대 활용 방침도
"100년전 노거수가 현재의 제주숲 만들었다"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제주숲 면적 100년 동안 3배 증가"
지구의 나이는 44억 8000만 년?
부산 중앙대로 확장공사, 2023년 전 구간 마무리
오대산·한려해상 국립공원에 남은 일제강점기 아픈 흔적들
사라지는 토종 종자 지키자…경기도 ‘토종 종자은행’ 설립한다
런던대, 온실가스 저감 위해 ‘쇠고기 아웃!’
'7달 뒤'엔 제주 도달…우리 바다 오염 '순식간'
“갑상샘암·원전 인과관계 입증 안 돼”…‘균도네 소송’ 항소심 원고 패소
규제 묶였던 농림지역 공장 신·증축 가능해진다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사업 시민단체 빠진 ‘끝장토론’ 안 돼”
고래는 왜 모계사회를 이뤘나
전국 지자체, '공원 일몰제' 대상 부지 44% 공원 조성 추진
가로수 죽인 '수상한 구멍'…60대 농부는 왜 제초제 넣었나
지금, 우리가 ‘체르노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통행로까지 점령…항공여객 ‘얌체 주차’에 삼락공원 몸살
길쭉한 붕어, 넓적한 붕어-포식자가 정한다
우리는 모두 ‘바다 순환계’ 속에 있다
해양관광 실크로드’ 128만㎡ 매립, 불편했나?
위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 앞바다 전경(제주의소리 DB), 아래 사진은 1970년대 초 탑동 해안가에서 어린아이들이 양동이를 들고 바릇잡이하고 있는 모습. 1980년대말 이후 16만4253㎡ 매립으로 인해 지금은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2'에서 발췌
제주도가 또 전철을 밟으려 하고 있다. 예의 절차적 투명성 문제다. 해군기지 졸속 유치, 제2공항 강행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데도 교훈을 얻고자 하는 모습이 안보인다. 제주 신항만 얘기다. 하필 셋 모두 국책사업이다.
지난 1일 정부가 제2차 신항만건설기본계획(2019~2040)을 심의·확정하자 제주도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탐라국 천년 해양관광 실크로드’ 기반이 마련됐다며 흥분했다. 그리고는 6조원이 넘는 생산유발효과, 5조원 가까운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3만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떠벌렸다.
총 사업비가 2조8662억원이라고 하니, 규모로만 보면 말그대로 대 역사(役事)임이 분명하다. 역사는 사전적으로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공사’를 뜻한다. 환경단체가 제주 신항만을 4대강과 견주며 전형적인 토건사업이라고 했으니 영 틀린 말도 아니다. 반면 경제단체는 숙원을 이루게 됐다며 환영했다.
전 세계에 몇 대나 있을지 모르지만 22만톤급 등 대형 크루즈선 선석 4개를 조성해 동북아 크루즈 모항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듣기엔 좋다. 지금은 기항(寄港) 조차 뜸하지만, 배포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다음이다. ‘어떻게’가 빠져있다.
핵심은 매립이다. 그 면적이 자그마치 128만3000㎡에 달한다. 이는 기존 매립지 16만4253㎡의 약 8배에 해당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 밖에 없다. 이미 20여년 전에 뼈아픈 경험을 했다. 1991년 12월 매립 공사를 완료한 후 일대 생태계는 파괴되고 말았다. 햇빛에 반짝이던 먹돌이 사라지고, 어장은 황폐화됐다.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고느적한 풍경을 연출했던 바릇잡이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월파 피해도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매립이 해양에너지를 더 강력하게 키운 탓이라고 했다. 자연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였다. ‘피해→복구→피해’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인명, 재산피해가 잇따르자 2009년 12월31일 재해위험지구로 지정·고시했으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주시가 역작이라며 자랑을 늘어놓던 조형물들도 태풍 한방에 무너졌다. 투입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거꾸로 매립 공사를 맡은 업체는 분양을 통해 이문을 남겼다. 반대급부로 제주시내 하천 복개를 약속했으나 제때 이행하지 않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지만, 언젠가 태풍으로 하천이 범람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자 이제는 복개 구조물을 걷어낼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으니 근시안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도내 환경운동의 발원지나 다름없던 ‘탑동’은 이후 도민들에게 매립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안겨줬다. 탑동 매립은 우근민 도정 때도 시도됐다. 국토해양부(지금은 국토교통부)가 2011년 7월25일 확정 고시한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는 제주항 기본계획이 들어 있었다. 바다 11만4427㎡를 메우는 내용도 담겼다.
매립의 주요 목적은 상습 월파 피해 방지. 친수레저항만 건설은 후순위였다. 명분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매립 계획 면적은 32만4299㎡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알고보니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당시 국토해양부는 원래 계획은 사업성(B/C)이 없다며 제주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요청을 물리쳤다. 월파 피해를 막기위한 사업의 취지가 사업성(분양 목적의 상업용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매립으로 변질되는 순간이었다. 제주도는 여기에 은근슬쩍 마리나항, 위그선 부두 등을 끼워넣었다.
항간에는 우 도정이 이권을 노린 민간사업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돌았으나, 결과적으로 어느 것도 추진되지 못했다. 매립에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일 정도로 도민사회의 반발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원희룡 도정 역시 이 점을 의식했는지 보도자료에 매립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매립을 빼놓고는 사업을 설명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나서야 설명에 나서는 식이었다.
옳지 않다. 이게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강정, 제2공항에서 뭘 배웠는지 묻고싶다. 추진 과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도민 공감대는 필수적이다. 그 중심엔 지역주민이 있다. 시민사회 일부에선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매립 면적을 지나치게 늘려잡은, 본말이 전도된 사업이라며 중단을 요구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먼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구하는게 순서라고 본다. 초대형 현안, 강정과 제2공항에 가려서일까. 제주 신항만이 여기까지(국책사업 확정) 오는데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난 오히려 폭풍전야(?)와도 같은 이런 상황이 더 두렵다. <논설주간/상임이사> 제주의 소리
부산 찜통 1번지는 금프리카
부산에서 가장 더운 곳은 어디일까. 4년째 가장 높은 최고기온을 기록한 곳은 ‘금정구’다. ‘금프리카(금정+아프리카)’로 불리는 금정구는 지난 1일 올여름 35도를 넘어서는 살인적인 더위를 보였다.
본보 취재진이 부산에 설치된 14개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값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금정구의 최고기온은 34.4도로 부산에서 가장 높았다. 금정구의 평균 기온을 재는 측정 장소는 스포원파크 금정체육공원.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트여 있고 바람도 많이 부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정지역 도심의 체감온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진(33.5도), 동래(33.3도), 북구(32.8도) 등이 금정구 뒤를 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서구(27.7도)였다.
금정구의 최고기온은 최근 5년 동안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금정구 최고기온은 35.1도였지만 해마다 36.7도, 38.2도로 꾸준히 오르다 지난해에는 39.1도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아직 최고기온이 35.7도에 그치고 있지만 태풍이 지난 후 불볕더위가 계속되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정구가 부산에서 가장 더운 이유는 지형적인 특성과 도시열섬 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금정구는 사방이 금정산, 윤산 등 산에 둘러싸인 분지 형태를 하고 있어 기온의 교차가 크다. 게다가 금정구는 바다에서 먼 내륙에 있어 달궈진 지열이 쉽게 식지 않는다. 도시화로 인한 열섬 현상도 금정구 기온을 올리는 주범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금정구는 건물이 밀집한 곳이 많아 도시 중심부 기온이 주변보다 높게 나타난다”며 “지형적 특성뿐 아니라 열섬 현상까지 겹치면서 부산에서 가장 더운 곳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정구청은 '폭염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부산 최초로 무더위 대피소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동식 폭염 대피소는 7~8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철조 텐트에 냉방기를 갖춘 간이 시설이다. 현재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3번 출구와 산성터널 진입로 방면에 설치돼 있다. 구청은 이외에도 금정구청 정문 앞 버스 승강장에 7m 길이의 ‘쿨링포그(인공 안개 분사 시설)’를 설치하는 등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금정구청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폭염이 ‘재난’으로 지정된 만큼 더위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각종 특수 시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태풍·홍수…세계는 지금 자연재난 ‘몸살’
태풍에 찢기고 태풍 레끼마가 지나간 중국 산둥성의 칭저우에서 11일 불어난 강물이 거세게 흐르고 있다. 칭저우 | 신화연합뉴스
지구 곳곳에서 물난리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태풍 레끼마에 60명 이상이 사망·실종됐고 수백만명이 이재민이 됐다. 인도에서는 열대 계절풍인 몬순이 불러온 홍수에 17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에서는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났고, 예멘에도 물난리가 났다. 룩셈부르크는 토네이도에 강타당했다.
지난 10일 태풍 레끼마가 상륙한 중국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12일까지 6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특히 산둥성, 저장성 일대의 피해가 컸다. 올여름 홍수로 집을 떠난 이재민은 누적해 800만명을 넘어섰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의 허리케인, 아시아의 태풍 등 열대성 저기압의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수에 잠기고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 벨가움의 한 마을이 몬순이 불러온 홍수로 물에 잠겨 있다. 벨가움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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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케랄라주에서는 홍수 때문에 11일까지 72명이 숨졌다. 이 지역은 지난해에도 ‘100년 만에 최악의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인데 다시 물폭탄을 맞았다. 카르나타카, 마하라슈트라, 구자라트주에서도 몬순이 불러온 물난리에 97명이 숨지는 등 인도 서부·남부에서 최소 16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인디아투데이가 12일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도 몬순 폭우에 홍수가 일어났으며 경제 중심지인 남부 대도시 카라치와 신드주 일대의 피해가 컸다.
산사태에 묻히고 미얀마 남부 몽주의 모타마 부근에서 11일 한 주민이 폭우와 산사태로 무너진 집터를 뒤지고 있다. 모타마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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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남부의 소수민족인 몽족 지역도 물에 가라앉았다. 이라와디뉴스는 이 지역 파웅 마을에서 지난 9일 일어난 산사태 사망자가 최소 52명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예멘에서도 몬순 때문에 거리가 물에 잠겼다. 유엔은 내전 혼란이 계속되는 예멘에 홍수가 겹치면서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퍼질까 우려하고 있다. 예멘은 사막이 대부분인 아라비아반도 끝자락에 있지만 인도양에 면해 몬순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7~9월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토네이도에 뜯기고 룩셈부르크 페팅겐의 한 주택이 9일 불어닥친 토네이도에 지붕이 날아가면서 내부가 드러나 있다. 페팅겐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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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유럽의 룩셈부르크에서는 남서부 페팅겐 지역에 지난 9일 최대 시속 130㎞의 토네이도가 휘몰아쳤다. 주택 100채 이상이 파손돼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동북부 뫼르트에모젤 지역에서도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로마·피렌체 등 폭염 적색경보…지표면 온도 50도 육박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11개 지역에 폭염 적색경보가 내려졌다고 ANSA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고 등급인 적색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로마·피렌체·볼차노·트리에스테·볼로냐·앙코나·라티나·리에티·캄포바소·프로시노네·페루자 등이다. 이들 지역은 이날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등 올여름 최고치를 찍은 곳들이다.
지난 수일간 지속한 열파 때문에 일부 지역은 지표면 온도가 50도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관측됐다. 지표면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은 풀리아·시칠리아·사르디냐·라치오·투스카니·마르케·캄파냐 등 중·남부 지역이다. 이들 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3일에는 적색경보 발령 지역이 6개로 줄어드는 등 폭염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합뉴스]
"`동남아 젖줄` 메콩강이 죽어간다…가뭄에 중국 댐도 영향"
英 매체 보도…"우기 예년보다 2달 늦어…하류 수위 역대 최저"
강바닥 바위가 드러난 태국의 메콩강
메콩강은 중국의 고원지대에서 발원해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까지 총연장 4천400㎞에 흐르는 동남아시아의 `젖줄`이다. 주변 지역 주민 7천만명은 메콩강 덕에 논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메콩강 유역은 연간 1억t에 이르는 쌀을 생산해, 주변 지역까지 먹여 살린다.
이러한 생명의 원천인 메콩강이 최근 급격히 말라붙으며 유역 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영국 매체 더타임스가 11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콩강 하류 국가 태국의 메콩강 수위는 약 9m나 줄어들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곳곳에서 어선들이 물이 빠진 뒤 드러난 강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태국과 라오스 국경지대의 메콩강도 그 폭이 현저히 좁아졌다. 끝없이 논이 펼쳐져 있던 곳은 가축들이 풀을 뜯는 황갈색 벌판으로 변했다. 메콩강 수위 저하에 따른 물 부족으로 태국에서만 논 1만6천㎢가 피해를 봤다. 서울의 약 28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라오스에서 논 피해 면적은 8천㎢로 집계됐다.
바닥을 드러낸 태국 메콩강
급격한 수위 저하는 우선 엘니뇨 현상으로 강우량이 급감한 탓이다. 이 지역에서 올해 우기는 평년보다 두 달이나 늦게 시작했다. 태국 기상 당국은 올해 우기의 강수량이 10년 만에 가장 적으리라고 전망했다.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건 상류, 특히 중국에 무분별하게 건설된 초대형 댐이다. 중국은 메콩강, 즉 란창(瀾滄)강을 공유 하천이 아니라 자국 하천으로 여기며 하류 국가를 개의치 않고 곳곳에 초대형 댐을 건설했다. 지금까지 메콩강 상류에 건설된 댐은 1천750㎿급 징훙(景洪)댐을 비롯해 10여개나 된다.
중국은 올해 강우 감소로 저수량이 줄자 방류량을 크게 줄였고, 마찬가지로 가뭄을 겪는 하류 국가에서는 아예 강바닥이 말라버리게 된 것이다. 또 효율적인 수상 수송을 위해 강의 굽이를 없애고 일직선으로 `정비`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천 직선 정비는 강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파괴해 내수면 어업에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게 생태학자들의 우려다.
2017년 메콩강 지류에서 물고기를 잡는 캄보디아 주민들
중국의 메콩강 `전횡`은 국제문제로 부상했다. 이달 초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미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중국의 메콩강 상류 댐 건설과 수위 통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메콩강 상류의 중국 댐이 인근 국가 주민의 삶에 필수적인 강 수위를 최저 수준으로 낮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며 하류 국가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국제 환경기구 `국제하천`(International rivers)의 태국 대표는 "최근 몇주 새 일어난 수위 저하는 댐의 파괴적 결과를 보여준다"면서 "이제 메콩강 하류 국가들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강의 혜택을 보존하기 위해 아세안 등 협력국과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댐이 삼킨 거대 물고기…대형 담수동물 88% 감소
대형 댐 3700개 건설 예정…“수명 길어 보전·복원 시기 놓칠 수도”
북아메리카 최대 담수어의 하나인 앨리게이터가아. 주둥이가 악어 비슷한 고대 물고기로 무게 130㎏까지 자란다. 거대 물고기가 세계적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제브 호건 제공.
메콩자이언트메기는 1200종에 이르는 메콩 강 민물고기를 대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형 물고기이다. 다 자라면 길이 3m, 무게 300㎏ 이상에 이르러 웬만한 나룻배보다 크다. 플랑크톤을 먹는 고래상어처럼, 이가 없는 이 메기는 바위에 덮인 조류를 긁어먹는다. 한 해에 20∼30㎏씩 자라 양식어로서도 주목받지만, 야생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011년 이 메기의 보전상태를 평가하면서 “2000년대까지 메콩 강 일대에서 연간 40∼50마리 잡힌 기록이 있었지만 2003년에 8마리로 줄었고, 이후 포획이 금지됐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이 메기는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에 위급종으로 분류돼 있다. 남획과 서식지 파괴가 주원인이다. 알을 낳기 위해 수백㎞ 상류로 거슬러 오르지만, 대형 댐이 회유 길을 가로막은 것이 큰 원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어의 하나인 메콩자이언트메기. ‘리버 몬스터스’ 유튜브 동영상(youtu.be/14ak28bcVgo) 갈무리.
메콩자이언트메기는 전 세계의 강과 호수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거대 동물의 한 예일 뿐이다. 자이언트메기 못지않은 크기로 자라는 메콩 강의 자이언트잉어와 아마존 강의 아라파이마(피라루쿠) 같은 물고기를 비롯해 강돌고래, 거북, 철갑상어, 비버, 악어 등도 마찬가지 운명에 놓였다.
허펑지 독일 라이프치히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 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세계의 강과 호수에 사는 대형 동물 개체수가 1970∼2012년 사이 평균 88%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육지와 바다 척추동물 개체군의 감소보다 2배 큰 수치다.
메콩 강의 자이언트잉어. 길이 3m, 무게 300㎏까지 자란다. 메콩 강 위원회 기술보고서 3 (2002) 제공.
교신 저자인 존야 예닉 라이프치히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 연구원은 “이 결과는 우려할 만 하며, 그동안 담수 생물다양성을 연구하고 보호하는 일에 관여해 온 과학자들의 두려움을 확인해 준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강과 호수는 지구 표면의 1%를 차지할 뿐이지만 세계의 모든 척추동물 종 가운데 3분의 1이 사는 곳이다. 또 모든 어종의 절반이 민물에 산다.
연구자들은 몸무게 30㎏ 이상인 전 세계의 담수 대형동물 126종을 대상으로 1970년부터 42년 동안 개체수 변화를 분석하는 한편, 역사 역사 기록이 있는 유럽과 미국의 담수 대형동물 44종의 변화를 알아봤다. 그 결과 동남아와 남아시아의 대형 담수동물이 99% 줄어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고, 히말라야 산맥 이북의 유라시아대륙에서 97% 감소로 뒤를 이었다. 개체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동물은 대형 물고기로 94% 감소했다.
허펑지는 “거대 민물고기가 감소한 데는 남획과 함께 댐 건설로 자유롭게 흐르는 강이 사라져 산란지와 먹이터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 것도 작용했다”며 “이미 세계의 큰 강들이 조각난 상태인데, 현재 추가로 계획되거나 건설 중인 대형 댐이 370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남아메리카 최대어로 길이 2.5m, 무게 200㎏까지 자라는 아마존 강의 아라파이마(피라루쿠). 댐 건설은 이 대형 물고기의 번식을 위한 회유를 가로막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이 가운데 800여 개는 아마존, 콩고, 메콩, 갠지스 강 등 담수 대형동물의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에 계획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등 동아시아에 살던, 세계 최대 철갑상어도 유일한 산란지인 양쯔 강에 대형 댐이 잇달아 3개가 들어서면서 멸종위기에 몰려 현재 150여 마리만 살아남았다(■ 관련 기사: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 강서 댐 건설로 멸종위기).
연구자들은 “이들 대형동물은 수명이 길어 기능적으로는 멸종상태인데도 수십 년 동안 살아남기 때문에 자칫 보전과 복원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또 크고 복잡한 생태계가 있어야 하는 대형동물이 살아남으면 소형 동물을 포함한 생태계도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담수동물의 개체수 변화와 분포를 더욱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e F, Zarfl C, Bremerich V, et al. The global decline of freshwater megafauna. Glob Change Biol. 2019;00:1?10. https ://doi.org/10.1111/gcb.1475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대구시, 난개발 우려 도심 공원 20곳 사유지 사들인다
지방채 발행 4천400억원 등 4천800억원 투입
앞으로 매입 과정에서 '보상 갈등' 불가피
대구시가 내년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따라 공원 해제 위기에 처한 대구 도심공원 부지(사유지) 20곳, 300만㎡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도심 속 허파 기능을 담당하는 공원 부지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지만, 앞으로 매입 과정에서 보상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3일 시청 기자실에서 '장기 미집행공원 해소를 위한 대구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지방채 4천420억원을 포함한 모두 4천846억원을 투입해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 20곳(300만㎡)을 전부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방채 4천420억원에 대한 이자 87억원 중 61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나머지 26억원은 시가 부담한다.
대구시는 일몰제에 대비해 도시공원으로 지정한 121곳, 1천100만㎡를 실제 공원으로 조성했으나, 여전히 38곳((1천190만㎡·360만평)의 공원이 장기 미집행 부지로 남아있다. 이 같은 장기 미집행 공원 38곳의 전체 매입비는 1조3천억원으로, 대구시 재정 여건상 모두 사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시는 2016년 실시한 일몰제 대비 전문가 용역과 구·군청 간담회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매입이 시급한 20개 도심공원을 추렸다.
다만 수성구 대구대공원, 북구 구수산공원, 달서구 갈산공원 등 3곳은 민간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어 20개 도심공원에서는 제외했다고 권 시장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원 해제 위기에 처한 38개 장기 미집행 공원 가운데 민간개발 3곳을 포함한 23곳(538만㎡)의 도심공원은 공원으로 계속 남을 전망이다.
권 시장은 "매입한 공원에 대해 공공개발을 최소화하고 자연성을 최대한 살려 '도시 숲 조성'에 중점을 두겠다"며 "미세먼지, 폭염 등 기후환경 변화로부터 시민 건강·생활권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건은 보상 갈등이다. 대구시는 협의 매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토지 지주가 끝까지 거부할 경우 강제 매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풀어주는 제도. 매일신문 이상준 기자 all4you@imaeil.com
“방사능 오염수 방류·후쿠시마산 식재료 공급 안돼”…부산지역 환경단체 일본 규탄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8곳의 환경단체가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100만t 방류 계획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공급하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과 도쿄 올림픽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공급 계획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8곳의 환경단체는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100만t 방류 계획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공급하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쌓여 있는 방사능 오염수 100만t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을 공공연히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면서 “일본 아베 총리는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에 식자재로 공급하는 것을 두고도 우려의 뜻을 표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산 농산물 18.1%, 수산물 7%, 야생육 44.6%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이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아직 현재진행형임에도, 아베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고 홍보할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며 “한국 올림픽위원회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 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도쿄 올림픽에 대한 종합적인 방사능 안전 점검과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적극 대응” 정부, 국제 외교무대 활용 방침도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탈핵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방사능 불안 도쿄올림픽·핵발전소 재가동 강행 아베 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한 우려를 다양한 외교 레벨을 통해 표명했지만 일본 측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일본에 논의 제안
日 소극 대응에 정보공개 요청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2018년 8월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에 대한 정보를 최초로 입수한 직후인 2018년 10월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와 요청 사항을 담은 입장서를 전달하고 양자 및 다자적 관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서태평양 보전실천계획 정부 간 회의, 국제원자력규제자회의 등 관련 다자회의와 한일 간 국장급 협의, 해양환경정책회의, 환경공동위 등 여러 양자회의 등 계기에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관련 설명을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최종 처리방안과 시기는 아직 검토 중이며, 오염수 현황과 향후 처리계획 등에 대해서는 향후 국제사회에 성실히 설명하겠다는 기본 입장만을 알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이 한국의 정보공개 요구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김 대변인은 “정부로서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 현황과 처리 계획 등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해 일본 측과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는 한편, 일본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과 정보 공개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외교무대도 활용할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향후 필요 시 국제기구, 피해가 우려되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도 긴밀히 협력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거듭 밝혔다.
최근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가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아 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t을 바다에 방류하는 위험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일본의 불합리한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 국면도 일본 원전 오염수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100년전 노거수가 현재의 제주숲 만들었다"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제주숲 면적 100년 동안 3배 증가"
40% 해당하는 노거수가 어미나무 역할... 제주 숲 형성 영향
100년전 제주의 40%에 해당하는 노거수들이 현재의 제주숲 형성·발달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 숲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방향을 마련하고자 100여년전의 고지도인 조선임야분포도를 활용해 숲의 역사와 노거수 분포 특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고지도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100년전 제주도에는 1013그루의 노거수들이 있었고, 주로 600m 이하의 저지대 민가주변을 비롯한 섬 곳곳에 분포하고 있었다. 이 중 제주시에는 584그루(57.7%), 서귀포시에는 429그루(42.3%)가 분포했으며, 성산읍(199그루), 구좌읍(129그루), 제주시(118그루), 애월읍(115그루) 등에 많은 노거수가 존재했다.
고지도와 현재의 제주 숲지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제주의 숲 면적은 271.2㎢에서 784.2㎢로 약 3배 증가했고, 그 중 40%에 해당하는 405그루가 숲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었다. 이 나무들이 오늘날 제주 숲의 형성과 발달에 직가접적으로 기여하고, 씨앗을 공급해준 중요한 어미나무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최병기 박사는 "오늘날 제주의 숲이 잘 보존되어온 것은 마을 인근과 주변의 노거수만큼은 지키고자 노력해온 제주도민의 오랜 수고와 헌신의 결과라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발생되고 있는 제주지역 산림 훼손지 및 병해충 피해지의 복원 방안 마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전통조경학회' 6월호에 '제주도 노거수 자연유산의 100년전과 현재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지구의 나이는 44억 8000만 년?
국제연구팀, 태양계 생성 새 연대표 제시
13일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지질학자인 스티븐 모이즈시스(Stephen Mojzsis) 교수 등 미‧일, 노르웨이 공동연구팀이 지구 생성 초기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간표를 작성해 공개했다. 이 시간표에 따르면 지구가 생성되기 시작한 44억 8000만 년 전 주변 우주환경은 극도의 혼돈(chaotic) 상태였다. 주변을 수많은 혜성과 소행성, 원시행성들이 물결처럼 떠돌고 있었는데 이들이 태양계로 빨려 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충돌이 일어났고, 그중 일부가 크고 작은 행성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 생성된 행성 중 거대한 행성들은 태양계를 벗어났지만 그렇지 않은 행성들은 지구처럼 궤도에 남아 태양계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제 공동연구팀이 소행성 운석 데이터를 토대로 태양계 생성 과정에서 지구 연대표를 새롭게 작성해 발표했다. 새 연대표에 따르면 지구의 나이는 44억 8000년만 년이다. ⓒNASA
과거 지구 연대보다 더 앞당겨
모이즈시스 교수팀은 그동안 관측을 통해 밝혀진 소행성, 혜성 등과 관련된 기록을 분석하며 태양계 형성 과정을 역으로 추적해왔다. 그 결과 ‘거대한 행성 이주(giant planet migration)’라 불리는 태양계 형성 과정이 44억 8000만 년 전에 이루어졌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이런 추정은 그동안 다른 과학자들이 추정한 연대보다 더 앞당겨진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약 45억 년 이전에 태양계가 형성됐으며 그 과정에서 지구(Earth) 등의 행성이 탄생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모이즈시스 교수는 13일 ‘라이브 사이언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태양계 형성 과정을 통해 태양계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지구상에 언제 생명체가 생겨났는지 더 정확한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언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연대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에 발표한 지구 생성 연대표를 통해 지구 탄생과 관련한 후속 연구, 그중에서도 특히 지구 생명체 탄생과 관련된 연구에 중요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연구 결과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논문은 13일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Onset of Giant Planet Migration before 4480 Million Years Ago’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태양계 형성 초기 지구와 유사한 지구형 행성들(terrestrial planets)은 주변을 떠돌고 있는 수많은 혜성을 비롯, 소행성, 미행성 등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지구형 행성들은 충돌에 따른 열로 인해, 그리고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 탄탄한 행성 표면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
새 연대표에 따라 생명체 연구 가능
그동안 과학자들은 지구형 행성을 탄생하게 한 이런 충돌들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원인과 속도를 밝혀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추측만 무성할 뿐 뚜렷한 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즈시스 교수 연구팀은 지구형 행성 연대가 소행성 운석들로부터 밝혀낸 방사능 연대측정 데이터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모호한 상황에 처해 있던 지구 생성연대의 비밀을 추정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수집해온 소행성 운석과 관련된 방사능연대측정 데이터를 태양계 형성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컴퓨터 프로그램 ‘다이내미컬 모델(dynamical models)’에 적용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약 40억 년 전까지 태양 주변의 지구형 행성들이 끊임없는 충돌로 행성 표면이 변해가고 있었다는 것.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처럼 소행성과의 충돌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소행성 외에 혜성, 미행성 등 미세한 행성들과의 충돌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에 공동 참여한 도쿄 지구‧생명과학연구소(Earth-Life Science Institute)의 레이먼 브레이저(Ramon Brasser) 박사는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생성 시기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44억 8000만 년 전에 태양계가 생성되기 시작해 40억 년 전까지 4억 8000만 년 동안 충돌과 생성 과정이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46억 년 전부터 40억 년 전 사이 지구 생성 시기를 말하는 헤이디언 이언(Hadean eon)을 훨씬 앞당긴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명왕누대(冥王累代)로 번역하는 이 시기 동안 분진과 기체의 강착, 소행성들의 충돌, 핵, 맨틀 및 지각의 형성, 원시상태의 대기와 해양의 발달 등과 같은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지구가 지금의 모습을 형성했다고 추정해왔다. 그동안 지구 생성과 관련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거듭해왔다. 지구 역사를 측정하는데 기준이 됐던 달의 암석들은 지구 암석 성분과 별 차이가 없어 기존의 행성 충돌설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지구 생성과 관련된 논란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이즈시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특히 지구상에서 언제 생명체가 탄생했는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창을 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연구를 통해 작성한 지구 생성 연대표에 따라 지구에 살고 있는 유기체의 기원을 44억 년 전으로 앞당길 수 있으며, 이 시기를 기반으로 생명체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연구에는 전 콜로라도 대학교수인 나이절 켈리(Nigel Kelly) 박사, 오슬로 대학 행성과학연구소의 올렉 아브라모프(Oleg Abramov ) 박사 등이 함께 참여했다.
ScienceTimes
부산 중앙대로 확장공사, 2023년 전 구간 마무리
남은 금정구청~명륜역 3.81㎞, 최대 왕복 10차로로 확장 시동
16일 설계용역… 2021년 착공, 보상비 1608억 등 2230억 투입
부산 금정구 금정구청에서 동래구 도시철도 명륜역 앞까지 이어지는 중앙대로가 6차로에서 10차로로 확장된다. 중앙대로에 예정된 마지막 확장 공사 구간으로 부산을 관통하는 허리인 중앙대로를 조성하는 공사가 마무리된다는 의미가 있다. 해당 구간은 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인 구서IC에 인접해 상습적인 교통 체증이 발생해 왔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13일 금정구 금정구청 교차로에서 명륜역 앞까지 이어지는 중앙대로를 10차로로 확장하는 내용의 ‘중앙대로 확장 공사 실시설계용역’을 최근 발주했다고 밝혔다. 시는 3.81㎞에 이르는 이 구간을 6차로(35m)에서 10차로(50m)로 확장할 계획이다.
용역을 맡을 업체는 오는 16일 결정된다. 현재 컨소시엄 19곳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부산시가 입찰 단계에서 지역 업체 참여 비율을 30% 이상으로 맞출 것을 요구해 19개 컨소시엄 모두 지역 업체 참여 비율이 30%를 넘는다. 시는 내년부터 보상을 시작하고 2021년부터는 착공에 들어가 2023년 완공할 예정이다. 시비 2230억 원을 확보해 중앙대로를 확장하는 데 보상비만 1608억 원이 든다.
중앙대로는 부산을 관통하는 허리 역할을 하는 주요 도로 중 하나다. 1972년 12월 30일부터 15.64㎞ 구간에 확장 공사를 진행했지만 금정구청~명륜역 구간만 확장공사가 아직 추진되지 않았다. 이 구간은 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인 구서IC와 연결된 탓에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는 잦은 교통체증을 빚었다.
확장 공사를 위해 이 지역은 1972년 도시계획시설 용지로 지정됐지만, 공사가 진행되지 않아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로를 빨리 개설해 달라는 민원도 잇따랐다.
시는 지난해 3월부터 도로를 확장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는 등 관계 기관과 꾸준히 협의를 해왔다. 지난 5월에는 건설기술 심의를 완료했고 최근 용역 입찰을 진행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오대산·한려해상 국립공원에 남은 일제강점기 아픈 흔적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13일 74주년 광복절(15일)을 앞두고 오대산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아픈 흔적을 소개했다.
일제강점기 오대산에는 산이나 들에 불을 지른 뒤 그 자리를 일궈 농사를 짓는 화전민 마을이 생겨났다. 현재도 월정사와 상원사의 선재길 구간에 화전민 가옥 터 50여 곳이 남아 있다. 오대산 일대 지명에서도 일제강점기 노동력 수탈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오대산 화전민 가옥 터[환경부 제공]
오대천 상류의 '보메기'에는 일제의 목재 수탈의 역사가 숨어 있다. '보메기'는 계곡의 보를 막아 나무를 쌓아 놓은 뒤 한꺼번에 무너뜨려 이동시켰다는 데서 비롯된 지명이다. '회사거리'는 오대산에서 이송한 목재를 가공하던 조선총독부 산하 목재회사가 있던 자리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지심도는 경남 거제에서 동쪽으로 1.5㎞ 떨어진 섬으로,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이 섬은 매년 약 13만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유명하지만, 일제강점기 해군기지로 사용된 흔적이 남아 있다.
지심도는 1936년부터 광복 직전까지 일본 해군의 군사요충지로서 함포 요새 역할을 했다. 일본 해군이 지심도 주민을 동원해 만든 군사시설이 곳곳에 남아있다.
오대산 보메기[환경부 제공]
지심도에 남아 있는 포진지[환경부 제공]
연합뉴스
사라지는 토종 종자 지키자…경기도 ‘토종 종자은행’ 설립한다
우리씨앗 네트워크도 출범
토종 종자 보존·육성하기로
오는 11월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는 경기도 종자관리소에 들어설 토종종자은행 조감도.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 토종 종자를 보존 육성하기 위해 ‘경기도 토종종자은행’(가칭)을 설치한다고 13일 밝혔다. 2012년부터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토종 종자를 수집하는 보존사업이 이뤄졌으나 전문적인 보관·저장 시설이 없어 어렵게 수집한 종자가 서로 섞이거나 분실될 위험에 놓인 데 따른 것이다.
토종 종자은행은 평택시 오성면으로 이전한 경기도 종자관리소에 올해 11월 개설된다. 이곳에 종자 보관·저장 시설, 전시실, 검사·실험실, 육묘·증식장은 물론 야외 체험장도 들어선다. 경기도는 또 민간단체, 생산농가,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학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거버넌스 협의기구로 ‘경기도 우리씨앗 네트워크’를 오는 26일 출범식과 함께 정책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도는 ‘경기도 토종농작물 보존과 육성을 조례’를 2014년 제정했으며 2012년부터 민간단체 보조사업을 통해 화성시 등 7개 시군에서 토종 종자 1746점을 수집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런던대, 온실가스 저감 위해 ‘쇠고기 아웃!’
골드스미스 칼리지, 쇠고기 판매 중단
일회용 제품 규제…“2050년까지 탄소중립”
IPCC “식물성 식단으로 CO₂ 80억톤 줄여”
축산업은 지구 담수의 10분의 1을 소비하면서 산림을 파괴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출처 pxhere
영국 런던의 한 대학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캠퍼스에서 쇠고기를 퇴출하기로 했다. 12일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는 다음달부터 학내에서 쇠고기 판매를 금지하고, 플라스틱병 생수와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 제품도 사용을 줄이기 위해 소액의 환경부담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달초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신임 학장으로 부임한 프랜시스 코너 교수는 12일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각 기관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글로벌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며 “기후 비상을 선언하는 것이 빈말이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학 쪽은 또 학내의 에너지원을 클린 에너지로 전환해, 2025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탄소 중립은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감축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배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코너 학장은 “교직원과 학생들도 우리의 ‘탄소 발자국’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줄이기 위한 변화에 기꺼이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이자벨 고세(심리학)는 현지 일간 <가디언>에 “새 학장의 정책은 현재 세계가 당면한 기후 위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강조한 것으로, 더 환경친화적이 되기 위한 정말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프랜시스 코너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학장.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누리집 갈무리
이 대학의 쇠고기 판매 금지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동참한다는 뜻이다. 축산업은 지구 담수의 10분의 1을 소비하면서 산림을 파괴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축산업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법 중 가장 효과가 큰 한 가지는 육고기와 유제품 소비 중단이라고 지적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최근 <기후변화와 토지> 보고서에서, “식물 기반 식품과 지속가능한 동물성 식품의 균형 잡힌 식단이 온실가스 저감과 신체 건강에도 이롭다”며 “식생활의 변화만으로 2050년까지 수백만 평방킬로미터의 땅을 해방시키고 연간 최대 8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에선 대학들이 앞다퉈 친환경 실천에 나서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해에는 셰필드대학이 학내에 쓰레기 배출 제로 매점을 열어, 식재료에서부터 세제까지 모든 상품을 포장재 없이 팔고 있다. 카디프대학에선 음수대의 일회용 컵이 자취를 감췄으며, 카페의 커피잔도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바뀌었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도 대학 차량의 60%가 탄소 저배출 차종이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정기적으로 의류 및 도서 교환 행사를 연다고 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7달 뒤'엔 제주 도달…우리 바다 오염 '순식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고농도 오염수가 배출될 경우 7개월 만에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 전역에 방사능 오염수가 침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리포트 ▶ 만약 일본 후쿠시마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시뮬레이션한 영상입니다. 봄철의 경우 방사능 오염수가 편서풍과 해류를 따라 태평양 동쪽으로 빠르게 확산되는데, 그 중 일부가 일본 열도 남쪽을 거쳐 한반도로 다가옵니다.
방사능 오염수는 방출 후 220여일 무렵 제주도를 거쳐 한 달 뒤에는 동해로 급속히 퍼져 나갑니다. 400여일 뒤에는 서해까지 파고드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태평양을 거치며 방사능 농도는 많이 희석되긴 하지만, 일본이 버린 오염수가 확실히 한반도로 들어온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같은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는 최근 후쿠시마대를 비롯한 일본 연구진이 발표한 동해 방사능 조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일본 연구진은, 후쿠시마 사고로 배출된 고농도 오염수가 태평양을 거쳐 동해로 유입돼 사고 이전 1.5베크렐이던 동해의 방사능 수치가 4년 뒤 3.4베크렐로 2배나 급증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같은 바닷물의 방사능 수치는 그 자체로 인체에 위협적이진 않지만 해양 생물에 축적될 경우가 문제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세슘의 반감기는 약 30년. 전문가들은 오염된 방사능 물질이 해조류와 플랑크톤, 물고기 등 먹이사슬을 따라 최종 포식자인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국제사회는 유엔해양협약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해양 방류를 막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윤미입니다.
“갑상샘암·원전 인과관계 입증 안 돼”…‘균도네 소송’ 항소심 원고 패소
법원, 4년여 만에 판결 뒤집어
원자력발전소와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발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어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피폭선량이 연간 피폭선량 한도에 못 미치며,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국내외 연구자료가 없다는 게 이유다.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14일 이진섭(52) 씨 가족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균도네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4년 1심 법원이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생에 대해 한수원이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4년8개월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서울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가 시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은 0.00211~0.00760m㏜(밀리시버트)로, 일반인에 대한 연간 피폭선량 한도(1m㏜)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 측이 주장하는 선형무역치모델(아무리 적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이론)에 대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이를 뒷받침할 생물학적, 역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히는 등 고리원전 인근 주민의 연간 피폭선량 수준과 갑상샘암 발병 여부에 관해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조사·연구 결과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아내인 박금선 씨의 갑상샘암 발병과 관련한 개별적 판단에서도 “박 씨가 1m㏜를 초과하는 방사선에 피폭됐다는 점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원자력위원회가 2020년부터 원전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방사선 건강영향평가를 추진한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이 씨 가족은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갑상샘암 등에 걸렸다며 2012년 7월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규제 묶였던 농림지역 공장 신·증축 가능해진다
국토계획·이용법률시행령 개정… 경기도, 규제 합리화 지속요구 성과
공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던 농림지역에 제한적으로 공장 신·증축이 허용된다.
경기도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 지정 주민제안 요건 완화 등이 반영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지난 6일 개정·공포되면서다. 도는 지속적인 기업투자 환경개선 노력으로 정부로부터 토지이용 규제 합리화를 이끌어내 보존 목적의 농림지역에도 제한적으로 공장 증축이 가능해졌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 제안 시 전체 면적의 20% 이하 범위 내에서 농림지역을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또 해당 토지가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등 이미 개발된 토지인 경우, 주변지역의 환경오염·환경훼손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 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농림지역을 20% 이상 포함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16년도부터 공장 건축규제 완화를 위해 민간이 녹지·관리지역의 일부를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해 줄 것을 지자체에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는 경우 건폐율 등을 완화시켜 지구 내에 공장을 신·증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농림지역은 녹지·관리 지역이 아닌 이유로 개발진흥지구 주민제안이 불가능해 공장 증설이 어렵다는데 있었다. 실제 용인에 있는 A업체는 주변 지형여건 상 불가피하게 부지 확장을 위해서 기존 공장부지에 연접해 있는 농림지역을 편입해 개발진흥지구(산업형) 지정을 제안하고자 했으나, 개발진흥지구 주민제안이 불가능해 공장 증설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
경기도가 지난해 4월 조사한 결과 A업체를 포함, 도내에서 총 15개 기업이 같은 사정으로 공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도는 국토부를 수차례 방문해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 이번에 관련내용을 담은 국토계획법 시행령이 개정되는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도는 15개 기업의 농림지역내 공장 증축이 가능해지면서 약 390억 원의 추가 투자와 244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볼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어 기업의 투자 환경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개정된 국토계획법 시행령에는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 주민제안 요건 완화 이외에도 ▶도시지역의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의 용도지역을 시·도 조례로 추가 세분이 가능 ▶용도지역별 용적률 하한의 최저한도를 낮춰 지자체의 용도 지역별 용적률 선택 범위 확대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 모든 기반시설을 시장·군수가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 ▶개발행위허가 없이 할 수 있었던 농지개발(성·절토) 가능 범위를 지자체가 2m범위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사업 시민단체 빠진 ‘끝장토론’ 안 돼”
속보=부산시가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구역 조합이 수정 제출한 건축계획안의 공공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15일부터 조합 측과 ‘끝장 토론’을 벌이려는 데(본보 지난 7일 자 3면 보도)에 대해 시민사회가 배제된 토론회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시가 조합 측의 수정안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시, 수정안 놓고 토론회 추진
“조합 앞세워 개발 강행 수순”
시민단체, 의혹 제기하며 반발
지역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이하 시민운동연대)’는 14일 ‘시민사회 배제한 시민공원 재정비사업 끝장토론, 조합원 앞세워 개발강행 위한 수순이 돼서는 안 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운동연대는 성명서에서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사업 관련 시가 개최하려는 ‘민관 공동 건축설계검토회’는 재개발 일변도 정책으로 회귀하는 수순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토건개발업자들의 수익을 보장하려는 졸속행정의 표본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재개발 조합 관계자들은 높이와 용적률 제한에 따른 사업성 저하,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의 이유로 시민자문위원회 자문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가 도시건축전문가, 조합원들로만 구성된 ‘끝장 토론’을 개최하겠다는 것은 시민공원의 공공성 강화를 뒷전으로 밀어내는 것이다”고 성토했다. 시민운동연대는 “조합원들의 사적 이익 추구로 헌법에서 보장한 시민공원의 ‘일조권’ ‘환경권’이 침해될 경우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는 올 4월 말 시민자문위가 제시한 자문안을 바탕으로 촉진구역 조합원들과 건축계획 수정·보완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고, 최근 각 조합으로부터 건축계획안을 제출받았다. 하지만 용적률과 스카이라인, 일조 개선 측면에서 조합 측 계획안의 공공성이 자문안에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시는 15일부터 16일 동안 조합 측과 끝장 토론을 통해 최종 건축계획안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고래는 왜 모계사회를 이뤘나
암컷이 임신∼양육 도맡아…암컷 연대와 지식전파가 생존의 핵심
영장류와 함께 두뇌가 크고 사회생활을 하는 고래는 대표적으로 모계사회를 이루는 동물이다. 암컷 중심으로 무리가 움직이고, 자식에게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전파한다. 심지어 딸만 우대하는 ‘성차별’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래는 왜 암컷이 사회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
루크 렌델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영국 왕립학회 철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고래의 행동생태학에 관한 연구결과를 종합해 이 문제를 검토했다. 연구자들은 모계사회의 기원을 육지에서 바다로 간 고래의 조상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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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0만∼4000만년 전 바다로 간 육지 포유류는 전혀 다른 세계에 적응해야 했다. 딱딱한 땅 위에 살다 3차원 공간으로 갔다. 바다에서는 이동이 훨씬 쉽고, 먹이 자원을 빼앗기지 않으려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먹이가 풍부한 데다, 바다에는 먹이를 숨기거나 저장할 곳도, 방법도 없다. 연구자들은 “큰돌고래를 32년 동안 지켜보아도 남의 먹이를 훔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는 한 연구자의 관찰 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나 바다환경은 더운피 동물인 고래에게 체온 유지라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14종의 수염고래는 몸집을 불려 여름 동안은 플랑크톤이 번성하는 온대와 극지방 바다에서 다량의 먹이를 섭취해 지방으로 비축하고, 나머지 6개월은 사실상 단식하는 방식으로 적응했다. 이빨고래 76종은 초음파를 내쏘아 먹이의 위치를 파악하는 ‘반향정위’ 방식으로 다양한 먹이를 효율적으로 사냥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문제는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르는 일이다. 연구자들은 “다른 모든 포유류처럼 고래도 암컷이 임신, 수유, 젖떼기, 양육 등 번식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아는 한, 어떤 고래 수컷도 교미를 하면 그걸로 끝이지 양육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다처 또는 다부다처의 생식 방법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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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가 바다에서 체온을 잃지 않으려면 빨리 자라 단열 기능이 있는 지방층을 쌓아야 한다. 어미는 새끼의 빠른 성장을 위해 지방이 풍부한 모유를 다량 분비한다. 몸길이가 30m인 대왕고래가 새끼에게 먹이는 모유의 양은 매일 220㎏에 이른다. 어미에겐 엄청난 에너지 부담이다.
어미에 바짝 들러붙어 헤엄치는 새끼는 물결을 거스르는 일종의 저항으로 작용한다. 몇 달 자란 새끼는 안전과 수유, 쉬운 유영을 위해 어미의 배와 꼬리 사이에서 헤엄치는 ‘유아 자세’를 취한다. 당연히 어미는 헤엄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새끼는 생후 4개월 때부터 젖 뗄 때까지 기간의 39%를 이런 자세로 지낸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수유 기간에 어미는 평소보다 먹이를 40% 더 먹어야 한다. 그러나 새끼 때문에 큰돌고래와 흰고래는 잠수시간을 줄인다. 깊이 잠수해 오징어 등을 사냥하는 향고래는 보모가 새끼를 대신 봐준다.
젖을 뗀 새끼 고래를 돌보는 일도 오로지 어미의 몫이다. 수염고래 새끼는 태어난 첫해 어미를 따라 열대바다에서 극지방 먹이터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 어미가 가르쳐 준 경로를 익혀 되풀이한다. ‘전통 지식’을 전수하는 셈이다. 이동지식뿐 아니라 새로운 사냥지식도 어미를 통해 전수된다. 혹등고래가 바다 표면에 꼬리를 내리쳐 물고기를 사냥하는 신기술은 모계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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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새끼를 기르는 힘겨운 과정에서 책임을 온전히 떠맡는 어미와 새끼 사이의 유대는 고래 사회의 주춧돌”이라며 “엄혹한 환경에서 암컷끼리의 혈연과 연대가 협동 사냥과 공동 방어, 정보 공유 등을 통해 무리의 생존능력을 높여준다”고 밝혔다.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는 대형 이빨고래 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향고래 수컷은 10대 초반 무리를 떠나고 다양한 모계의 암컷끼리 수십 년 유지되는 안정된 중층 사회구조를 이뤄 공동육아 등을 해 나간다. 범고래도 모계 혈연관계가 사회를 지탱한다. 연어를 잡아먹는 범고래 집단에서는 먹이가 부족할 때 늙은 암컷의 생태 지식이 모계 집단의 생존을 좌우한다. 범고래 등 일부 고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포유류에서 유일하게 아직 생식능력이 있는 암컷이 폐경 한다. 나이 든 암컷은 생식을 젊은 암컷에게 넘기고 자신은 돌봄에 치중함으로써 무리에 기여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관련 기사: 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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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빨고래가 아닌 큰돌고래에서도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구조의 모습이 발견된다. 큰돌고래는 수컷이 작은 동맹을 이뤄 떠나고 암컷이 새끼들과 무리를 이룬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 큰돌고래에서 어미가 새끼 가운데 암컷과 유독 강한 유대를 맺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돌고래 어미는 바로 옆에서 헤엄치는 새끼 돌고래를 배려해 자신의 잠수시간을 줄이는데, 그런 배려는 새끼가 암컷일 때만 나타났다. 또 사냥기술을 전수할 때도 아들보다 딸에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 집단에서 수컷보다 암컷 새끼가 나중에 어미의 사회 네트워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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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고래 암컷의 사회적 역할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사람이 포함된 영장류 사회에서 암컷의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예컨대 현대 인간사회에서 여성이 왜 지도적 위치에 과소 대표되고 있는지, 또 그 해결책은 뭔지를 생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endell L, Cantor M, Gero S, Whitehead H, Mann J. 2019 Causes and consequences of female centrality in cetacean societies. Phil. Trans. R. Soc. B 374: 20180066. http://dx.doi.org/10.1098/rstb.2018.006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전국 지자체, '공원 일몰제' 대상 부지 44% 공원 조성 추진
2023년까지 7조3천억원 투입…부산·인천·제주 '우수 지자체' 평가
전국 공원일몰제 대응 현황.(그래프=국토교통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원 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도시공원 부지의 절반 가량에 대해 공원 조성에 나섰다.국토교통부(국토부)가 15일 공개한 '지자체별 공원일몰제 대응 현황'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2020년 7월 공원 용도 지정이 풀리는 363㎢ 부지 중 158㎢(43.5%)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지방예산과 지방채 7조3천억원이 투입된다.
'공원 일몰제'는 도시관리 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 있지만, 장기간 공원 조성사업에 쓰이지 못한 부지를 공원 용도에서 자동 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사유지를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1999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2000년 7월 도입됐고, 마침내 내년(2020년) 7월 첫 시행이 눈앞에 다가온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7월 일몰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63㎢의 공원 부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전국 광역단체 및 140개 시·군 가운데 대부분은 공원 일몰제 대응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내년 7월 이전 실시계획인가, 도시·군 관리계획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일몰제 대상 공원 중 얼마나 많은 공원을 살릴 계획인지(공원 조성계획률), 이를 위해 각 지자체의 전체 예산 가운데 얼마나 공원 매입비로 사용하는지(공원예산 비율) 등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부산시, 인천시, 제주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원 조성계획률 상위 6개 광역단체는 제주(100%)·광주(91%)·부산(81%)·인천(80%)·전북(80%)·강원(45%)이었고, 공원예산율은 대전(9.2%)·서울(8.3%)·대구(8.2%)·부산(4.1%)·인천(4.1%)·제주(3.0%) 순으로 높았다.
서울시의 경우 일몰제 대상 공원 부지(72.3㎢)를 중장기적으로 모두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파이낸스
도시공원일몰제에 따라 내년 7월이면 서울시 면적 절반 이상의 공원 용지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자체별 공원일몰제 대응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국토부가 내년 7월 실효 대상 공원(363㎢, 1,766개소)이 있는 전국의 광역단체와 140개 시·군을 조사한 결과, 이들 지자체는 2023년까지 158㎢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지방 예산과 지방채 등 총 7조 3천억 원을 투입해 공원을 매입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간 자본을 활용해 70%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30%는 개발하는 공원 조성 방식인 '민간 공원 특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도 70곳으로 집계됐습니다.
부산시와 인천시, 제주도가 공원일몰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지자체로 나타났습니다. 부산시는 실효 대상 공원(38.5㎢, 47개소) 중 81%(31.4㎢, 39개소)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2021년까지 자체 예산과 지방채 2,700억 원을 편성할 예정이고, 인천시도 실효 대상 공원(7.5㎢, 43개소) 중 80%(6.0㎢, 38개소)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2023년까지 자체 예산과 지방채 3,000억 원을 편성할 계획입니다. 제주도는 실효 대상 공원(5.4㎢, 33개소) 전체를 모두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자체 예산과 지방채 3,000억 원 이상을 편성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서울시는 모든 실효 대상 공원 부지(72.3㎢)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재원 투입과 행정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전국의 지자체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1조 4천억 원을 투입해 실효 대상 공원 용지를 순차적으로 매입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지자체별 공원 조성 실적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수영 기자swimming@kbs.co.kr
가로수 죽인 '수상한 구멍'…60대 농부는 왜 제초제 넣었나
고사한 영양군의 가로수. 농약을 밀어 넣은 구멍이 보인다.
.가로수에 물 대신 농약을 슬금슬금 뿌리고, 뿌리 부근에 구멍을 내 농약을 밀어 넣어 고사시킨 60대가 적발됐다. 경북 영양군 특별사법경찰은 15일 가로수를 손괴한 혐의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 중순 영양군 한 국도변에 식재된 가로수 4그루를 제초제 성분의 농약을 이용해 고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고사한 가로수는 35년생 은행나무 4그루로, 높이는 6~7m다. 김영묵 영양군 산림녹지과장은 "관내 국도변을 돌아보는 중 고사한 가로수를 봤고, 해당 마을을 중심으로 탐문을 시작하니, A씨가 자수를 해왔다"고 했다.
영양군 조사결과, 고사한 은행나무가 있는 국도변에 5900여㎡의 논을 가진 A씨는 벼농사를 지을 때 나무들이 해를 가리는 게 싫었다. 또 나무뿌리가 논바닥에 있는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것에 화가 났다. A씨는 제초제 성분의 농약을 가져다가 나무 주변에 뿌렸다. 또 전동 드릴로 나무 밑 부분에 직경 1㎝, 깊이 3㎝ 정도로 각각 3~4개의 구멍을 냈다. 그러곤 농약을 이들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A씨는 검찰 송치 직전 고사한 가로수에 대한 배상금으로 200만원을 군에 지불한 상태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로수를 임의로 고사시키거나 베어내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영양군은 검찰 수사가 끝나면 고사한 가로수를 제거할 예정이다.
이렇게 가로수를 고사시고사시키는 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지난 6월에도 한차례 있었다. 강원도 원주시 한 사거리에서 고사한 수령 20년 이상 된 왕벚나무들이 발견됐다. 원주시가 “나무를 고사시킨 범인을 잡아달라”며 원주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가 자수했다. 그는 “나무가 식당 간판을 가려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7월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대전시 동구 대청호 일대 가로수 3그루가 죽은 채 발견된 적도 있다. 나무에선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해당 지자체는 당시 농약을 뿌린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나무 주변에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도 설치했다.
고사한 가로수는 높이 15m, 뿌리 지름이 50㎝에 이르는 느티나무였다. 나무 주변엔 대청호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인근에는 상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지자체 측은 “느티나무가 전망대 주변에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토양 중화제와 수액 등을 공급해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고사를 막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영양= 중앙 김윤호 기자
지금, 우리가 ‘체르노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HBO 5부작 미드 <체르노빌>이 국내에 상륙했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플레이는 지난 14일 오후 <체르노빌>을 단독 공개했다. HBO 제공
1986년 4월26일 발생한 우크라이나(당시는 소비에트 연방 소속)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이 작품은 <브레이킹 배드>, <플래닛 어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서 관람객 평점 9.6점을 획득하면서 ‘역대 최고 평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오는 9월 시상식이 열리는 미국 에미상에서 최우수 미니시리즈상을 포함해 1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지난 5월 미국 방영 이후 참사 현장인 체르노빌을 찾는 ‘다크투어리즘’이 늘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관료들이 연구소 옥상에 올라 검은 연기에 휩싸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4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H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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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체르노빌 참사 2년 뒤인 1988년 모스크바에 있는 핵물리학자 발레리 레가소프(재러드 해리스)의 작고 낡은 아파트에서 시작한다. “체르노빌 사건에서 정상적인 건 없었다. 거기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은 옳은 일조차 전부 다 광란이었으니까.” 사고 당시 원인 조사를 담당한 위원회를 이끌었던 레가소프는 부엌 식탁에 놓인 카세트 녹음기 앞에 앉아 폭발 사고 전후 과정과 이후에 일어난 은폐된 진실에 대해 털어놓는다. 녹음을 끝낸 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척 밖으로 나온 그는 폐건물 안으로 녹음테이프를 던져 넣는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광부들이 체르노빌 참사의 신속한 수습을 위해 체르노빌로 향하며 석탄부 장관을 스쳐지나고 있다. H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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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다시 참사 당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유령도시’가 된 프리피야트의 한 아파트. 폭발 소리에 잠에서 깬 소방관 바실리 이그나텐코(애덤 나가이티스)는 “걱정할 일 없다”며 가족을 안심시킨 뒤 현장으로 향한다. 같은 시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부소장 아나톨리 댜틀로프(폴 리터)가 넋 나간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곁에 선 다른 직원들도 얼이 나간 건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방사능 계측기조차 제대로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댜틀로프가 소장에게 사고의 위험성을 축소해 보고하는 사이 소방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발전소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때 다 아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윌 곰퍼츠 BBC 아트 부문 편집장은 <체르노빌> 리뷰에서 별 다섯의 만점 평점과 함께 이같은 시청소감을 남겼다. 관료들은 끊임없이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거짓말을 반복한다. 이 와중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원인을 밝히려 애를 쓰고, 광부들은 “국가적 위기”라는 말에 희생을 감수하고 체르노빌로 향한다. 이같은 아수라장 속에 주민들은 누출된 방사능이 공기를 이온화 시키며 만든 ‘오로라’를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고, 아이들은 떨어지는 방사능 재를 맞으며 눈 만난 강아지처럼 뛰어다닌다. 체르노빌 참사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면, 현재 진행형인 비극의 결말을 알기 때문에 더 괴롭다.
재난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들이 적지 않지만 <체르노빌>이 유독 찬사를 받는 건 연출의 ‘건조함’ 때문이다. <무서운 영화 3>, <슈퍼히어로>, <행오버2> 등 코미디 영화의 각본을 주로 써온 각본가 크레이그 마진은 웃음기를 완전히 빼고 사건의 재구성에 집중한다. 예상치 못한 반전, 눈물샘 자극하는 휴머니즘 대신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밀도 있게 쌓아가며 “거짓의 대가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방사능 피폭 피해자들의 모습은 과장해 표현하지 않아도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실제 당시 사진과 언뜻 구분이 되지 않는 뛰어난 고증 또한 몰입감을 높인다.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해군 훈련장에서 ‘제2의 체르노빌’을 우려하게 만드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는 전세계의 시선도 불안하다. 모두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지금, <체르노빌>이 전하는 경고의 울림은 그래서 더 묵직하다. 레가소프는 마지막 녹취를 이렇게 끝마친다.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건 거짓을 계속 듣다 보면 진실을 보는 눈을 완전히 잃는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진실에 대한 일말의 희망마저 버리고 지어낸 이야기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플레이가 지난 14일 공개를 시작했다. 회당 평균 60분가량이며 15세 이상 관람가./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통행로까지 점령…항공여객 ‘얌체 주차’에 삼락공원 몸살
김해공항 이용 비용 비싼 탓에 무료 공원에 주차한 뒤 해외여행
- 시설 방문 주민·스포츠 동호인
- 여름마다 공간 부족 불편 호소
- 2주 이상 차 세워둘 때만 견인
15일 오전 국제신문 취재팀이 찾은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일원은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부산김해경전철과 연결된 보행교 근처 3개 주차장은 차량으로 완전히 꽉 찼다. 휴일이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15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테니스장 옆 주차장이 며칠씩 계속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평일인 지난 13, 14일 오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연일 테니스장 옆 주차장과 경전철 고가철로 아래 주차장은 140대, 공원 입구 주차장은 80대 가까운 차량으로 넘쳐났다. 주차장 내 차량이 오가는 통행로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주차돼 있었다. 반면 공원 안은 사람 한 명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공원 이용객은 거의 없는데 주차장은 터져 나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원인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얌체 주차족’에 있었다. 김해공항이나 인근 사설 주차장이 비좁은 데다 며칠간 비싼 요금을 내야 해, 무료로 운영되는 삼락생태공원 주차장에 차를 댄 뒤 경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공원을 방문하는 시민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전철 연결 구간에서 여행용 가방을 끌고 공원 주차장으로 향하는 해외여행객은 쉽게 발견됐다. 이들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 20대 남성은 “김해공항 인근 주차장은 요금이 비싸 공원에 주차하고 휴가를 다녀왔다. 무료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주변 지인들도 이곳에 주차하고 비행기를 탄다”고 말했다.
김해공항에서 경전철을 타고 온 시민이 여행 때 사용한 가방을 끌고 삼락생태공원 내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얌체 주차족은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지만, 삼락생태공원을 찾는 주민과 스포츠 동호인 등은 주차 공간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한다. 이날 테니스장을 찾은 손모(여·52) 씨는 “평일에도 주차 공간이 부족하지만, 주말이면 야구·축구 동호인까지 몰려 더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공원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상인도 “이곳 주차장은 평소에도 장기 주차가 많은데, 여름 휴가철이면 해외여행객까지 더해져 몸살을 앓는다”고 전했다.
삼락생태공원을 관리하는 낙동강관리본부에도 주차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낙동강관리본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매일 주차 현황을 점검한다. 주차한 지 2주가 넘은 차량은 사상구 협조를 얻어 견인한다. 그러나 공원에 주차하고 며칠 휴가를 떠난 이들까지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사상구 역시 공원 관리 권한이 부산시에 있는 점을 들어 구가 나서 적극적으로 견인할 수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구의회는 낙동강관리본부와 사상구가 이런 상황을 더 방치하지 말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상구의회 조병길 의원은 “삼락생태공원 주차장은 공원을 찾는 시민을 위한 시설이다. 이들이 얌체 주차 때문에 불편을 겪어선 안 된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길쭉한 붕어, 넓적한 붕어-포식자가 정한다
꿀꺽’ 못하게 체고 키워…만성 스트레스로 면역 저하 부담
포식자가 곁에 있으면 유럽붕어(오른쪽)는 그렇지 않은 곳의 붕어보다 몸의 세로 높이(체고)가 커져 잡아먹히는 것을 피하려 한다. 여커 빈터스터러 제공.
붕어는 호수와 저수지에 널리 분포하지만, 지역에 따라 형태와 색깔이 제각각이다. 암컷 혼자서도 ‘붕어빵’처럼 새끼를 복제하는 독특한 처녀생식의 영향도 있지만(▶관련 기사: 붕어와 톱상어, 처녀생식으로 살아남기), 포식자가 곁에 있느냐 여부도 길쭉한 붕어냐 넓적한 붕어냐를 결정한다.
포식 물고기의 존재가 붕어의 몸매를 결정한다는 유명한 연구는 스웨덴 남부에서 이뤄졌다. 유럽과 러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유럽붕어(한국 등 동아시아 붕어와는 같은 속의 사촌뻘)와 포식어인 강창꼬치고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연못을 둘로 나누어 한쪽에는 붕어와 창꼬치고기를 함께 넣고, 다른 쪽에는 붕어만 넣은 뒤 석 달 뒤 형태 변화를 조사했다. 당연히 창꼬치고기와 있게 된 붕어는 굵은 개체를 빼고 대부분 잡아먹혔다. 살아남은 붕어의 형태는 놀랍게 달라져 있었다. 포식자 없는 연못 붕어에 견줘 몸의 길이는 짧지만 몸의 세로 폭(체고)은 커져 더 넓적한 형태를 띠었다.
크리스터 브뢴마크 스웨덴 룬드대 생태학자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1992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붕어는 포식자에 먹히지 않기 위해 자원의 많은 부분을 체고를 높이는 데 들였다”며 “포식자의 존재가 먹이동물의 표현형 변화를 부르는 사례가 척추동물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밝혔다.
유럽붕어의 포식자인 강창꼬치고기. 수초에 숨어 붕어의 몸 가운데를 문 뒤 머리부터 삼킨다. 체고가 큰 붕어는 이 과정에서 도망칠 확률이 높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창꼬치고기는 수초에 숨어 접근하는 붕어를 가까운 거리에서 습격한다. 몸 중간을 문 뒤 먹이를 돌려 머리부터 삼킨다. 애초 포식자의 목구멍보다 체고가 높은 붕어는 공격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미처 그런 높이까지 자라지 못한 붕어도 삼키기까지 처리 시간이 오래 걸려 도망칠 확률이 높아진다.
룬드대 연구진은 후속연구에서 붕어는 창꼬치고기의 냄새를 맡기만 해도 체형 변화를 일으키며, 포식자는 같은 크기의 붕어라도 체고가 낮은 쪽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유럽붕어와 같은 속의 사촌관계인 토종 붕어. 포식자 큰입배스와 함께 있으면 먹히지 않으려고 생장이 빨라져 몸이 비대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강물환경연구소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됐다. 장민호 공주대 생물교육과 교수 등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붕어와 비슷한 서식지에서 포식자로 군림하는 큰입배스가 붕어 집단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한국환경생물학회지’ 2013년 겨울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영남지역의 배스가 있는 호수 3곳과 없는 호수 3곳의 붕어를 비교했다. 배스가 없는 호수에는 1년생 이하의 붕어가 많은 정상적인 양상을 나타냈지만, 포식자가 있는 곳에서는 1년생보다 길이 16∼18㎝인 2년생 붕어 비율이 더 높았다. 다시 말해, 배스가 서식하는 호수의 붕어가 씨알이 굵었다.
흥미로운 건, 배스가 있는 곳의 붕어는 길이에 견줘 비대하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배스의 포식에 직접 영향을 받는 호수의 붕어가 생존을 위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큰입배스는 창꼬치고기처럼 붕어의 체형 변화를 초래한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토종 물고기를 미처 삼키지 못하고 붙잡힌 큰입배스. 한겨레 자료 사진
붕어가 체고를 높이거나 비대하게 해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면 왜 처음부터 이런 형질을 타고난 붕어가 진화하지 않은 걸까. 브뢴마크 교수 등 룬드대 연구진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8달 동안의 실험연구에 돌입했다. 포식자 없는 수조의 붕어와 아크릴 격리판 너머로 창꼬치고기의 냄새가 스며들고 모습이 보이는 수조의 붕어를 비교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포식자의 흔적을 느끼는 붕어는 넓적한 형태로 바뀌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도 일어났다. 공포에 사로잡힌 붕어에게서 면역력이 약해졌다.‘동물 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포식자로부터 피하기 위해 몸의 형태를 바꾼 붕어는 면역 시스템이 약화해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돼 병에 걸릴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붕어가 변화된 형태로 진화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그런 형질이 발현되도록 융통성을 간직한 이유는 면역력 약화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포식자와 기생충·병원체에 모두 대처해야 한다면, 한쪽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주 저자인 여커 빈터스터러 룬드대 박사과정생은 “포식자가 주변에 있다는 만성적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손상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interstare J, Hegemann A, Nilsson PA, Hulth?n K, Br?nmark C. Defence versus defence: Are crucian carp trading off immune function against predator-induced morphology? J Anim Ecol. 2019;00:1?12. https ://doi.org/10.1111/1365-2656.1304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우리는 모두 ‘바다 순환계’ 속에 있다
16. 오귀스트 르누아르, 이반 아이바좁스키, 인간과 바다
‘물의 세력권’이라는 말은 ‘지구 물순환계의 세력권’이라는 말로 곧바로 대체되어야 한다. 바다가 중심이며, 육지의 산과 숲, 정글과 강, 호수와 습지를 거느리는 이 거대 순환계의 ‘안쪽’에서만 우리는 연명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숲에서 마을로 생환하여 우리에게 깨우침을 준 이가 있었다. 10일 넘게 굶주린 채 숲에 고립되어 있었으면서도 종단은 물이 있었기에 살아남았던 조은누리양. 소녀는 물과 인체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새삼 알려주었다. 우리 모두가 실은 지구의 물에 결박되어 있다는 진실을 말이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물이 “교회의 성수반 안에도, 창녀의 욕조 안에도, 입맞춤 속에도, 관 속에도”(<물>) 있다고 읊으며 편재(遍在, ubiquitous)한 물의 성질을 꼬집어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물이 가장 흔한 곳은 실은 우리 몸속이다. 폐의 83%, 근육의 79%, 뇌의 73%, (혈관 내) 혈장의 90% 이상이 물이라고 하니 물 없는 생존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는 모두가 물 동물들이며, 물의 세력권 아래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물의 세력권’이라는 말은 ‘지구 물순환계의 세력권’이라는 말로 곧바로 대체되어야 한다. 바다가 중심이며, 육지의 산과 숲, 정글과 강, 호수와 습지를 거느리는 이 거대 순환계의 ‘안쪽’에서만 우리는 연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동아시아의 고대 철학자들은 땅을 어머니라고 보았지만, 어디까지나 양분 중심적, 농경 중심적 사고방식에 근거한 편협하고 근시안적 시각이었다. 조은누리양이 증명했듯 양분보다 물이 우선이며, 풍부한 양분이 땅에서 나오려면 바다를 수장(首長)으로 하는 물순환시스템이 먼저 활동해주어야만 한다. 땅이 아니라 바다가 우리의 모체(母體)임이 우리 자신에게 분명히 인지되어야 한다.
오귀스트 르누와르(August Renoir, 1841~1919)의 ‘파도’(La vague, 1879)
안타깝게도 1960년대 중반 가이아 이론과 지구 시스템 과학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러한 인식은 인류의 지적 영역 바깥에 있었다. 바다는 식량자원이 무궁히 매장된 풍요로운 곳간으로, 하지만 홀저히 제 성질머리를 드러날 때면 차갑게 돌변하는 외계(外界) 정도로 인식되었다. “바다는 항상 여성이며, 큰 은혜를 베풀거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바다가 사나워지거나 못된 짓을 할 때는 할 수 없어서 그러거니” 했던(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중) 어느 노인의 인식 정도가 인류의 인식이었던 게다.
물론 이러한 ‘어수룩한’ 해양관은 미술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예컨대, 오귀스트 르누와르(August Renoir, 1841~1919) 의 작품 ‘파도’(La vague, 1879)에 잠시 시선을 던져보자. 높은 파도마루도, 깊은 파도골도 없지만 수평선 저 끝에서부터 몰려들고 있는 대자연의 기세는 인간세의 모든 일을 압도해버릴 듯 위협적이다. 자세히 보면 인간의 흔적이 보이는데, 이들은 곧 덮여버릴 듯하다. 불길한 무언가가 수평선 너머에서 움틀대고 있고,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것의 실체는 알지 못한다.
이반 아이바좁스키(Ivan Aivazovsky, 1817~1900)의 ‘파도가 크게 이는 바다’(The Billowing Sea)
이 작품에 잠재된 공포를 바깥으로 꺼내어 극대화하면 이반 아이바좁스키(Ivan Aivazovsky, 1817~1900)의 작품 ‘파도가 크게 이는 바다’(The Billowing Sea) 같은 화면이 도출된다. 작품에 묘사된 바다는 흑해(Black Sea)인데, 피쿼드 호를 침몰시켰던 거대한 향유고래 모비딕만큼이나 바다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버들잎 같은 배가 산마루 같은 파도마루에 올리떴다가는 또 눈 깜박할 사이에 파도골로 떨어져 내려 가고 또 올리떴다가는 떨어져 내리고 하는”(김학철, <격정시대> 중) 어느 거친 바다의 실물을 이 그림 앞에서 상상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반 아이바좁스키(Ivan Aivazovsky, 1817~1900)의 ‘폭풍이 치는 바다’(Stormy Sea)
바다에 미쳐 살았던 화가 아이바좁스키의 또 다른 작품 ‘폭풍이 치는 바다’(Stormy Sea)에서 우리는 ‘바다의 블랙홀’ 같은 걸 만나게 되는데, 지옥문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인간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며, 그토록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 인간에게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 자연을 화가는 그리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무법자로 돌변한 바다를 묘파한 걸까.
어느 쪽이든 우리는 조은누리양이 우리에게 알려준 진리를 이런 그림에서는 발견하지 못한다. 바다는 인간이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인간계 바깥에 존재하는 외계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케케묵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20세기 들어 상황은 반전되어 “아담 때부터 전해 내려온 전 인류의 분노와 증오”(허먼 멜빌, <모비딕> 중)를 어떤 이들은 바다를 향해 쏟아냈다. 스팀 터빈이나 석유로 움직이는 초대형군함과 포경선이 바다를 누볐고, 어선에는 롱라인(long line, 연승, 50~100km 길이의 어업 도구)이 장착되었다.
온실가스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해양플라스틱 섬들이 부유하고, 비구름에 녹아든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눈과 비에 섞여 내리고 있다. 바다는 신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온실가스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고 거대 해양플라스틱 섬들이 태평양을 부유하고 있으며 비구름에 녹아든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눈과 비에 섞여 내리고 있는 21세기의 현실까지 덧붙인다면 이야기는 판연히 달라진다. 바다가 아니라 현대인이 괴물이며, 지옥문은 바다가 아니라 현대인의 뇌 안에 있다.
달리 말해 초대형 군함과 롱라인 피싱 이후에는, 지구시스템 과학 이후에는, 기후위기와 해양플라스틱의 시대에는, 그리고 조은누리양의 생환 이후에는, 르누와르나 이아바좁스키의 그림과는 다른 바다 그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가해자 아닌 피해자 바다의 이미지, 지구의 중심이자 지구 물순환계의 중심인 바다의 이미지, 지구라는 단 하나이며 모두의 집 안에서는 인류의 운명이 바다의 운명과 묶여 있다는 진리를 머금은 어떤 서사시적인 이미지가, 우리 모두가 짊어진 이 시대의 운명의 표정이, 해양생태계보호법이나 해양포유동물보호법만큼이나 긴요한 시대에 우리는 당도해 있는 것이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동물 미술관> 저자 / 한겨레
I'm Just A Singer (In A Rock And Roll Band) (Moody Blues)(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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