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 지구 기온 역대 1~4위…2019년은?
미국기상학회 2018년 4위 확인
2016년>2015년>2017년>2018년 순
2019년 1~7월 기간평균 역대 2위
2015~2018년 연평균기온은 역대 1~4위를 차지했다. 올해 1~7월까지 기온이 역대 2위권이어서 연평균기온 순위도 상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
미국기상학회는 이번 달 발간하는 <기후연례보고서 2018>에서 지난해가 최근 3년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는 60여개 국가 47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했으며, 조사·분석은 수십만개의 독립적인 관측 자료들에 기반을 둬 이뤄졌다.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의 주요 지표들에서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해수면이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등 몇몇 지표들은 1년 전 세워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무엇보다 2018년 전 지구 연평균 기온은 1981~2010년 평균보다 0.30~0.40도 높아, 1800년대 후반에 시작한 세계 연평균 기온 기록 가운데 4번째로 높은 값을 보였다. 지금까지 가장 따뜻한 해는 2016년, 2015년, 2017년 순으로 최근 4년간이 역대 가장 따뜻한 기간으로 기록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겪었음에도 2018년 평균기온이 13.0도로 평년(12.5도)보다 0.5도 높아 1973년 이후 최고 10위를 기록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가장 강한 폭염이 휩쓴 올해 7월의 전 지구 월 평균기온이 14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기록되는 등 올해의 연 평균기온도 최근 몇 년과 마찬가지로 상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1~7월 전 지구 평균기온은 14.8도로, 20세기 평균기온 13.8도보다 1도가 높아 이 기간 평균기온 순위가 2위인 2017년과 동률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온실가스 농도의 최고치가 또다시 경신됐다. 세계 연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7.4ppm으로 기록돼 전년보다 2.4ppm이 높아졌다. 해수면 온도는 2016년 엘니뇨 이후 다소 내려갔음에도 1981~2010년 평균보다 0.33도±0.05도 높아졌다. 해수면 높이는 7년째 계속해서 높아져 2018년에는 인공위성으로 해수면을 측정하기 시작한 1993년에 비해 8.1㎝ 높은 기록이 세워졌다. 세계 해수면 높이는 10년마다 평균 3.1㎝씩 높아지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앙!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서자
먼저 한국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한 가지를 소개한다.
"오는 9월 23일, 뉴욕에서 기후행동 정상회담(Climate Action Summit)이 예정되어 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가 기후위기가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며 소집한 회의다. (중략). 7월 23일에 용산의 그린피스 회의실에서 70여 명의 시민과 단체 활동가들이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한국 시민, 종교, 사회단체, 정당 집담회'를 개최한 후, 2주 만에 모인 사람들은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중략) 9월 2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갖고 종각까지 행진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져서 준비되고 있다."(☞ 관련 기사 : 9월 21일, 기후정의를 위해 대학로에 모이자)
예상보다 속도가 빠르다. '기후변화'는 어느새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변했고, 나아가 기후재앙(climate catastrophe)이란 말이 유행할 기세다. 급한 일로 치면 유엔이 말하는 기후행동 정도가 아니라 '응급(climate emergency)'이라 불러도 모자란다고 할 분위기다.
앞서 인용한 글에서 본 그대로, 한국에서도 시민사회 단체와 활동가들이 나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을 확산하려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이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9월 21일 서울 대학로 집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대응을 보이고 국제적 연대를 표현하는 전환기적 '운동'이 되리라 전망한다.
솔직히 위기에 대한 감각을 확언할 처지는 되지 못한다. 9월 21일 집회를 비롯한 기후위기 대응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감하고 참여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집회부터 무슨 구체적 행동이 아니라 위기임을 알리고 전파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초보적 실천이다.
한국이 좀 심한 축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 사정도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기후위기의 실재를 부인하는 정도면 이런 대응이나 행동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하여 과학적 인식과 판단까지 왜곡하면 인간 문명의 한계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시민건강연구소
우리는 몇 가지 이유로 한국에서(그리고 세계적으로) 기후행동이 여러 번 머뭇거리고 때로 좌절하리라 전망한다. 특히 기후위기와 대응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제약 요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객관적이되 비관적인 전망은 한국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집단적 과제이자 '의지의 낙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첫째, 기후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아직 '정보'에 머물러 있다. 과학자와 연구자, 지식인(?), 언론 등은 지식으로서의 기후변화를 말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변화와 위기를 실감하기 어렵다. 더위와 가뭄, 외래 전염병 또는 미세먼지의 정보로부터 기후변화라는 지식을 떠올릴 수 있어도 개인과 연결되는 관계는 느슨하고 모호하다.
나를 바꾸자고 하면 더 어렵다. 지식이 사회적이고 보편적 차원으로 확립되어도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모두가 불평등을 알고 이야기해도,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기후 또한 '나'를 움직이기에는 힘에 부친다.
둘째, 기후위기는 아직 내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기후변화는 기껏해야(?) 더 무더운 여름, 열사병과 쪽방으로 상징되고, 한참 더 가도 열대 질병에 대한 '점진적 적응' 차원을 넘지 못한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될 2050년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너무 먼 미래다.
아예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기도 하니, 위기의 주장은 설 자리가 더 좁다. "경기 북부에도 열대성 작물 '멜론' 재배…친환경이 경쟁력"이라니….(☞ 8월 27일 자 <KBS 경제타임> '경기 북부에도 열대성 작물 '멜론' 재배…친환경이 경쟁력') '열대성'과 '친환경'의 모순이 진정한 위기를 상징한다.
셋째, 효과가 있으면서 가능성이 큰 대응 방법을 찾기 어렵다(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적으로 기후위기의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지구적 차원의 원인에 대해 개인이나 개별 국가가 어떤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제안에 반대를 찾기 어렵지만, 실행 가능성이나 효과는 기후위기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 음식이나 여행과 같은 실천은 개인 '윤리'로 해석되기 일쑤다. 나와 우리의 작은 행동으로는, 또는 한국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판단은 실천의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또 한 가지, 겉으로는 '방법'으로 보이지만 바탕에는 강고한 국제 정치경제 구조가 도사린다. 한 마디로, 책임 주체-문제 주체-행동 주체의 분리. 기후위기의 피해자(잠재적 당사자까지 포함)는 남태평양 어디 섬나라 사람들이거나 미래 세대지만, 그 원인과 책임은 이미 지나간 세대 그것도 주로 산업화 국가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 행동해야 할 주체는 또 다르다. 이제 막 공업화를 추진하는 국가까지 모두 책임을 분담하자고 하면, 누가 순순히 그러자고 할까? 이제야 자동차를 대중화하는 국가에 화석 연료를 줄이자고 요구하면? 개별 국가의 '최선'이 지구적 재앙의 원인이 된다.
구조로 보면, 국민국가의 틀로 지구적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은 인류사 전체에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전에 없던 도전, 아예 틀이 바뀌는 중이다.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 시민'의 윤리에 기초해야 하나, 행동은 국제 정치와 경제에 메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닌가. 국민국가를 뛰어넘는 실천이 필요하나, 이에 필요한 토대는 언제나 가능할지 기약하기 어렵다.
기후변화 그 자체보다 사람들과 사회가 그 대응에 실패하는 것, 즉 정치의 실패가 진정한 위기다. 뻔히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미루며 다음으로 책임을 넘긴다. 아니 내 책임이 아니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설득하는 정치. 기후위기의 정치를 '창조'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긴급한 과제라 생각하는 이유다.
어떻게? 일차적으로 불평등(소득, 교육, 지역, 건강)이나 남북 평화체제 구축과 비슷한 수준으로 힘 있는 말과 상식을 만들어야 한다. 지식 권력 또는 담론 권력이라 해도 좋다. 무슨 정교한 이론과 높은 수준의 과학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 사회가 축적한 현실 경험과 고통이 더 큰 원천일 수 있다.
생각과 관점의 틀이 출발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경제체제의 모순과 불평등을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또는 그런 틀로 개혁을 상상하기. 누구나 그렇게 이해하고 믿으며 판단하는 것, 설득하고 수용하는 프레임이 있어야 힘이 생긴다.
그런 것이라야 개인도 집단도 그 방향으로 행동하고 또한 요구할 것이 아닌가. 국민국가에 영향을 미쳐 간접으로 국제를 움직이는 바탕도 결국 그런 종류의 힘이다. 9월 21일 집회가 그런 지식과 힘을 축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시민건강연구소 / 프레시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정치 개입 의혹"
환경단체, "법과 절차에 따라 협의 내용 9월 5일까지 통보할 것" 못박아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5개 종단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종교환경회의와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국민행동) 등 4개 단체는 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8월 말로 예정됐던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발표가 미뤄진 배경에 여당 정치인들의 석연치 않은 행동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5월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를 검토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제14차 갈등조정협의회를 끝으로 당초 지난달 말 동의 또는 부동의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동의'나 '조건부 동의' 결론을 내릴 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된다. '부동의'하면 케이블카 사업은 더 이상 추진이 어려워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강원도에 따르면 갈등조정협의회 14명의 위원 중 8명이 부동의 또는 보완내용 미흡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부동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협의결정 통보를 '일부 주민들의 반발'등을 이유로 이번 달로 미룬 것이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 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조성은)
국민행동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3년부터 박근혜 정부에 맞장구 치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해왔다"며 "환경영향 갈등조정협의회 검토내용이 알려지자 최 지사와 강원 지역의 몇몇 언론들은 해당 결과를 폄훼하고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케이블카 사업자를 만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실상 청와대가 환경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행동 등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관련해서는 이미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상태"라며 "협의결정 통보를 미루는 이유는 오로지 정치적인 외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9월 5일까지 사업자에게 협의내용을 통보할 것"을 못 박으며 "이를 어길 시 모든 연대단체와 함께 환경부와의 민관협력관계가 파기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국민행동 등은 특히 "강원지역 특정 언론을 중심으로 왜곡된 사실들이 퍼지고 있다"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거나 시범사업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당연하다는 주장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2015년 당시 환경부가 TF까지 만들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사업자에게 컨설팅하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통과를 도왔음에도 기준에 미달해 '조건부 동의'를 받았다"며 "전경련과 결탁한 일부 세력들이 부정한 방식을 동원한 대표적인 환경적폐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동식물의 서식지는 한번 훼손되면 복구할 수 없다"며 "천연기념물인 설악산을 미래 세대에 돌려주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만들어져서 안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며 "이에 따라 부동의하는 것이 환경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종교환경회의도 성명서를 통해 "불승인을 거듭하던 케이블카 사업이 2015년 박근혜 정권의 개입으로 조건부 승인으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우리는 불필요한 갈등을 오랜 기간 겪어왔다"며 "불필요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환경부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판단을 조속히 내려야한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일본, 국제사회 비난에도 피비린내 나는 ‘돌고래 사냥’ 시작
2015년 10월 일본 다이지에서 대규모 돌고래 사냥이 이뤄져 바다가 피로 붉게 물든 장면. 출처 : 환경단체 돌핀프로젝트 트위터
잔인한 몰이식 사냥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일본 마을의 돌고래 사냥 시즌이 올해도 시작됐다. 2일 영국 BBC와 일본 교도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어업협동조합 측은 일본 서부 연안 도시 다이지(太地)에서 전날 12척의 배가 오전 5시 마을 항구를 떠났지만 돌고래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채 마을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이지의 돌고래 사냥을 감시하는 환경단체 ‘돌핀 프로젝트’는 이날 사냥에서 5마리의 큰코돌고래(Risso‘s dolphin)가 죽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촬영된 일본 다이지 마을의 돌고래 사냥[EPA=연합뉴스]
다이지는 2009년 야생 돌고래 포획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The Cove)의 배경이 된 곳이다. 매년 9월부터 약 6개월동안 대규모 포경이 이뤄진다. BBC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평균 1700마리가 사냥을 당한다.
환경단체들은 돌고래를 좁은 만으로 몰아넣고 날카로운 작살 등을 숨구멍에 꽂아 죽이는 ‘몰이 사냥’(drive hunt)이 지나치게 잔인하다고 비판해왔다. 돌고래는 결국 질식사하거나 익사하는데, 죽을 때까지 30분 이상 고통에 시달린다.
일본은 고래를 보호하려는 국제적 흐름에 거슬러 고래잡이(포경)를 고집한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6년부터 포경을 금지했지만 일본은 포경을 완전히 중단한 적이 없다. 연구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매년 수백마리의 고래를 잡아왔다. 일본은 지난해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할당량을 두고 상업적 포경을 허용하자고 IWC에 제안했지만 부결됐다. 결국 일본은 지난 6월 IWC에서 공식 탈퇴하고 상업적 포경을 재개했다. 일본은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만 고래를 잡을 것이라 국제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40년대~60년대 돌고래를 포함한 고래가 가장 큰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1962년에 22만 3000t을 소비해 절정에 달했다. 그 후로는 다른 고기 소비가 늘면서 고래 고기의 소비는 점점 줄고 있다. 최근에는 고래 고기에 중금속인 수은이 포함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일본에서 잡은 고래를 사지 말자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구멍 뚫린 ‘습지보전법’… 다대포해수욕장 ‘갯벌’이 위험하다
국가지정 문화재보호구역이자 습지보호지역인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갯벌이 무분별한 패류 채취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대포해수욕장 갯벌 전역에서 채취 행위가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습지보전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갯벌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간조 때 대규모 갯벌 드러나
대부분 습지보호지역 지정
생태체험공간 조성 관광객 쇄도
불법 패류 채취 성행 생태 위협
구청 등 관계기관 단속·계도 전무
자칫 패류독소 위험성 노출 우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다대포 갯벌 실사 결과 관할 구청은 습지보호지역이 어딘지 모르고 있었다. 갯벌체험장은 습지보호지역 밖에 있지만, 많은 사람이 습지보호지역 내에서 패류를 채취하고 있어 적극적인 계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2일 밝혔다.
약 5만 3000㎡ 면적의 다대포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과 간조 때 드러나는 대규모 갯벌로 올해에만 6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
구청은 2012년부터 지역민들에게 생태체험 공간으로 2만 5000㎡ 부지를 갯벌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래 목적은 ‘채취 전면 금지’를 조건으로 하는 갯벌 관찰 등 교육적 측면 제공이지만, 이곳 일대는 ‘패류 채취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구청에 따르면 올해 갯벌체험장에만 1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단체 방문객을 대상으로는 통상 2명의 환경해설사가 생태 교육을 하며 채취 행위를 금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체험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체험장을 구분하는 표시와 단속 인원이 없어 체험장을 포함한 해수욕장 전역의 습지보호지역에서 불법 패류 채취가 성행하고 있다.
다대포해수욕장 면적의 3분의 1가량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강력한 행위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인 셈이다. 습지보전법상 보호지역 내에서의 채취·포획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지역민의 생계수단 등 활동 목적의 채취는 예외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나, 전국 관광객이 방문해 무분별하게 채취를 하는 데도 단속·계도 인원은 전무한 상태다. 하루 4회 “패류 채취를 하면 안 된다”는 계도 방송을 내보는 게 고작이다.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김경철 운영위원은 “다대포해수욕장 전역에서 사람들이 장비를 들고 다니며 패류 채취를 하고 경각심 없이 이를 가져가 먹기도 한다”며 “관할 구청에 의한 적절한 단속과 계도가 필요하나, 구청은 어디까지가 습지보호지역인지도 모르는 데다 단속에도 손 놓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이 같은 무분별 패류 채취 행위를 우려하고 있다. 다대포 연안은 낙동강 하구와 인접해 패류독소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 6월에는 다대포 연안 패류에서 식품허용 기준치(80㎍/100g)를 5배가량 초과한 377㎍의 패류독소가 검출되기도 했다. 위생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취한 패류종을 취식하면 위험성이 따를 수 있다는 게 국립수산과학원 측 설명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구청은 단속·계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현재는 패류 채취를 제지하는 계도 인원이 따로 없는 상황”이라며 “인원을 충원하는 등 대책을 세워 시민 여가활동과 습지 보전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사람들이 원하는 ‘50년후 세상’ 기술 1위는?
삼성 영국법인, 미래기술 20가지 예측 발표
로봇을 이용한 자동청소주택이 63%로 압도적 1위 차지
바디 임플란트, 항공택시, 3디프린팅 장기, 로켓여행 순
도로 정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항공택시. 삼성영국법인 제공
항공택시, 우주호텔, 수중고속도로, 자동청소주택, 3D 프린팅 장기, 오감 영화, 테이크아웃 곤충버거….
전문가들이 기술 혁신이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하는 50년 후 세상의 단면들이다. 삼성 영국법인은 최근 대학교수, 미래학자 등 전문가 6명에게 의뢰해 작성한 `삼성 KX50, 더 퓨처 인 포커스(The Future in Focus report)' 보고서를 통해 50년 후 일상화할 미래 기술 20가지를 예측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미래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바다밑에 구축한 밀폐형 수중고속도로. 삼성영국법인 제공
영국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실현되기를 바라는 기술 예측을 고르도록 한 결과, 로봇을 이용한 자동청소 주택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63%가 이 기술의 실현을 희망했다.
자동청소주택을 꼽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아마도 귀찮서 힘든 집안 허드렛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이런 자동청소 주택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여성이 있었다. 2016년 101세로 숨진 프랜시스 게이브(Frances Gabe)라는 이름의 미국 여성은 손수 개발한 기술로, 10년에 걸친 작업 끝에 1982년에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자동청소 주택(Self-Cleaning Home)을 만든 바 있다.
사람들이 그 다음 순서로 꼽은 미래 생활기술은 건강을 관리해주고 언어를 번역해주는 체내 이식장치(바디 임플란트)였다. 응답자의 44%가 이 기술을 꼽았다. 이어 드론 스타일의 항공택시(33%), 3D 프린팅 장기(33%), 로켓 해외여행(31%)가 톱5를 차지했다.
우주호텔. 삼성영국법인 제공
전문가들의 이번 50년후 세상 예측은 교통과 여행, 건강과 식생활, 오락과 놀이 이렇게 세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여행 부문이다. 여행기술의 미래는 `더 높이, 더 빨리, 더 깊이'로 요약된다. 우선 수중고속도로가 생긴다. 음속에 가까운 밀폐 튜브형 수송시스템이 바다 속에 설치돼, 영국에서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포함한 유럽 본토까지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게 해준다. 또 항공 택시와 버스가 등장해 지상 도로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교통정체 걱정 없이 데려다 준다. 장거리 국제 여행에선 로켓을 이용하는 세상이 된다. 최고 시속 2만마일에 가까운 로켓으로 우주 경계선 근처까지 올라갔다 목적지에 안착한다. 런던에서 뉴욕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지하 초고층빌딩. 삼성영국법인 제공
건강관리와 식생활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앞으로 평생을 관리해줄 가상 동반자 또는 보호자를 갖게 된다. 이 디지털 건강매니저는 체내 이식된 센서(바디 임플란트)를 통해 어디든지 따라다니며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도록 안내해준다. 또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장기가 손상되면 이를 3D 프린팅으로 다시 만들어 교체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밤에도 볼 수 있는 눈, 운동선수보다 뛰어난 심장이나 폐를 가질 수도 있다.
식생활에선 곤충이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부상한다. 모든 주방에는 곤충을 기르고 채집하는 소형 장치가 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곤충을 재료로 만든 케밥을 사갖고 가는 일이 일상이 된다.
해리포터에 등장한 퀴디치 게임을 연상시키는 호버보드형 공중스포츠. 삼성영국법인 제공
마지막으로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도 전혀 새로운 것들이 선보인다. 하늘을 나는 호버보드를 타고 벌이는 퀴디치(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경기하는 게임) 스타일의 스포츠가 성행할 것이다. 촉각을 전해주는 햅틱장치를 비롯해 오감을 자극하는 장치들 덕분에 실제와 같은 영화나 비디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휴가지는 우주로 확장된다. 가방을 싸서 우주선을 타고 달 궤도를 도는 우주호텔에서 우주를 구경하며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번 50년 후 세상 예측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9월초 런던에 개장하는 대규모 체험 매장 '삼성 킹스크로스(KX)'를 기념해 작성됐다. 집필엔 영국 과학기술협회(TechUK) 재클린 드 로하스 회장과 왕립공학원 리스 모건 박사, 식품 미래학자 모게인 게일 박사 등이 참여했다. 로하스 회장은 “250년 전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혁명은 미래의 삶에 대한 우리의 모든 상상에 도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는 모든 것과 연결될 것이며 우리의 모든 일은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 기술 `톱20'(영국인 2천명 설문조사)
1. 로봇 자동청소주택 63%
2. 바디 임플란트 44%
3. 항공택시·버스 33%
4. 3디프린팅 장기 33%
5. 로켓 세계여행 31%
6. 로봇 의사 29%
7. 가상 건강매니저 28%
8. 오감 컴퓨터 게임 28%
9. 수직농장 26%
10. 우주호텔 20%
11. 수중고속도로 19%
12. 오감 영화 18%
13. 테이크아웃 곤충버거 17%
14. 지하 고층빌딩 16%
15. 호버보드형 공중스포츠 16%
16. 기억저장 클라우드 14%
17. 다중감각으로 즐기는 가상 휴가 14%
18. 피부내장 센서를 이용한 맞춤형 영양식품 12%
19. 뇌인터넷 연결장치 12%
20. 뇌로 직접 영화를 전송하는 광전자장치 9%
‘날조 논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환경부 ‘검증대’ 오른다
속보=4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대저대교 건설을 위해 부산시가 조사·작성한 환경영향평가의 날조 논란(본보 지난달 15일 자 8면 등 보도)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진상규명을 위한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이하 검토전문위)’를 구성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에 대한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는 등 파장이 커지면서 검토전문위가 제기된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경단체, 吳 시장 고발 파장 확산
낙동강유역환경청, 전문위 구성
이달 중 10명 선으로 조직 예정
거짓·부실 작성 의혹 ‘진상규명’
부산 지역서 ‘평가서’ 검증은 처음
결과 따라 착공 여부 ‘판가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됐고 부실, 거짓 작성에 대해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해 검토전문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부산지역에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검토전문위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검토전문위는 이달 내 구성될 예정으로 부산시의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본안·보완서·재보완서를 차례로 검증할 예정이다. 또 전국 60여 개 환경단체 연합인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측에서 제기한 △조사 시간 부족 △참여 단체 날조 △지난 자료 갈음 등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도 돌입한다. 검토전문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위촉된 위원 중 환경부장관이 임명하며 위원들은 판·검사 등 법조인과 환경부 공무원, 연구기관 직원, 학계 교수로 위촉될 예정이다.
이번 검토전문위 검증으로 ‘평가서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대저대교 착공이 가능하겠지만, 문제가 드러날 경우 2차 협의회 심의를 통해 부산시에 재작성 지시가 떨어지거나 평가서 모두가 반려돼 당분간 착공이 불가능해진다. 검토전문위는 제기된 의혹 자료와 부산시의 반박·소명 자료를 대조해가며 날조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환경부의 검토전문위 구성으로 날조 평가서 진상규명에 한 발짝 다가섰다”며 “정확하고 면밀한 자료 검토로 부산시의 부실 조사를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환경단체 연합은 지난 14일 “공동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환경단체가 환경영향평가서에 참여한 것으로 수록되는 등 평가서 곳곳에서 사실과 다른 거짓 내용이 확인됐다”며 오 시장과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 2곳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부산시가 3차례에 걸쳐 환경부에 제출한 평가서의 내용이 ‘대저대교 건설이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식으로 건설에 유리하게 수록돼 있다”며 환경부에 반려를 요청했다. 이달 대저대교 착공을 계획했던 부산시는 모든 의혹이 환경단체의 억지 주장이라며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지침대로 정확하게 조사한 것을 두고 환경단체 측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곤란하다”며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제기되는 모든 의혹이 거짓이다”고 반박했다.
한편, 강서구 식만동(식만 JCT)~사상구 삼락동(사상공단)을 잇는 대저대교는 2024년 낙동강 하구 일대에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시는 대저대교가 들어서면 일대 접근성 향상과 교통량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청문회
가습기살균제 참사 청문, 산자부는 왜 빠졌나?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가습기살균제 청문회가 열렸다. 지난 2016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이은 두 번째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이자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한 뒤 열린 첫 청문회였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다양한 의제들이 다루어졌다. 그 가운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는데도 대다수 언론이 잘 다루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첫 번째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국가 책임이고 두 번째는 골든타임을 놓친 부분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국가 책임은 과연 없나?
지난 31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이 밝혀진 지 8년째를 맞았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도 모른다. 아직도 피해자 찾기와 피해자 신청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 기업들에 대한 단죄도 현재진행형이다.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등 일부 기업 관계자 등에 대한 사법 판단은 내려졌지만 애경과 에스케이케미칼 등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는 초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매우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국가 책임 여부다. 피해자들은 이 사건에서 국가 책임 또한 적지 않다고 보고 국가를 상대로 형사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1심에서 국가 책임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로 쓰인 화학물질 성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가 미비했다는 이유를 대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특조위 청문위원들도 국가 책임 여부를 묻고 따졌다.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점은 두 곳이다. 하나는 살균제 원료로 쓰인 물질, 즉 옥시레킷벤키저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가습기당번' 등에 들어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와 염화에톡시폴리구아니딘(PGH)과 1994년 유공의 첫 제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 등에 쓰인 염화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에 대한 정부의 관리 부실과 이들 화학물질을 사용한 제품이 시중에서 팔리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제품 안전관리를 제대로 했느냐이다.
물론 화학물질 안전 관리와 제품 안전 관리를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이 제품이 17년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고 팔렸다. 심문의 초점도 그 기간 동안 법·제도적 장치가 미비했느냐와 당시 외국은 어떠했느냐, 그리고 당시 있었던 법 테두리 안에서는 제품 안전관리를 할 수 없었느냐에 모아졌다.
▲28일 서울시청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국가 직접 책임을 물을 산자부는 청문 대상에서 제외
직접적인 국가 책임을 묻겠다면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막지 못한 것과 시장에 나온 뒤에도 제품의 안전 여부를 관리하지 못한 것을 따져야 한다. 이와 관련한 책임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이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제품 안전 관리에 대한 정부 책임 추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조위는 전·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련자를 단 한 명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청문 대상에서 아예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에서는 제품의 원료로 쓰인 화학물질 안전 관리를 정부가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서만 따졌다. 국가 책임을 간접적으로 물을 수 있을 뿐이다. 담당 부처는 환경부이다. 가습기살균제 첫 제품이 나오기 전인 1991년 우리나라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원료물질인 PHMG, PGH, CMIT, MIT 등을 이 법에 따른 유독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 화학물질은 아무런 제제 없이 가습기살균제로 쓰일 수 있었다. 용도 제한도 이루어지지 않아 급기야 흡입 제품에도 무방비로 사용됐다.
PHMG, PGH는 모두 고분자 물질이다. 이는 분자량이 매우 크다는 것을 뜻한다. 물질은 분자량이 클수록 인체 위해 가능성이 낮아진다. 덩치가 큰 물질은 세포 내로 침투해 악영향을 끼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고분자물질이라고 해서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양이온을 띤 고분자 물질, 즉 양이온성 고분자물질은 독성이 문제가 된다. PHMG, PGH가 바로 문제의 양이온성 고분자물질에 속한다.
따라서 PHMG, PGH와 같은 양이온성 고분자물질에 대해서는 독성 자료 제출을 요구해 유해성 심사를 적극적으로 벌였어야 했는데 이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문회에서 당시 환경처(지금의 환경부)가 이 성분들의 독성과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시행과 더불어 당시 환경처는 화학물질심사단을 꾸렸다. 심사단에는 국내 화학물질 전문가들도 대거 포함됐다.
양이온성 고분자 PHMG, PGH, 독성 알고도 유해성 심사 안 해
심사단은 양이온성 고분자 물질의 독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양이온성 고분자물질을 일반 고분자물질과는 달리 유해성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당시 회의록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부는 이들 물질의 사용 용도에 대한 조건 없이 유독물이 아니라고만 고시해 해당물질이 아무렇게나 쓰여도, 즉 흡입할 수 있는 형태로 사용돼도 문제를 삼을 수 없었다. PHMG, PGH는 처음 국내에 사용된 신규화학물질로서 최초 용도는 카펫 항균제였다.
하지만 한번 시장에 진입한 이 물질은 용도가 완전히 바뀌어 1997년 가습기살균제로 쓰였다. 2001년에는 옥시레킷벤키저가 이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주도했다. 그 뒤 PHMG, PGH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는 주류 제품이 되어 불티나게 팔렸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숨진 사람의 90% 가량이 이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들이마셨다.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 등에 사용된 성분은 CMIT/MIT이다. 이 성분은 가습기살균제가 개발되기 전부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널리 사용되어온 살균제 물질이다. 미생물 생육 억제 등을 위해 화장품이나 샴푸, 물휴지, 치약 등 매우 다양한 제품에 보존료나 살균제 용도로 들어갔다. 지금도 유럽 등 선진국 등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은 뒤 사실상 퇴출됐다.
환경부, 22년간 CMIT/MIT 유해성 심사 손 놓아 비극 자초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정 이전부터 사용돼온 물질을 기존화학물질이라고 부른다. CMIT/MIT는 기존화학물질이다. 기존화학물질은 그동안 널리 사용해온 물질이기는 하지만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는 아니다. 안전한 물질일 수도 있고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험성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당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기존화학물질에 대해서는 국가가 직접 유해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환경처는 물론 그 뒤 환경부 시절에도 이 물질의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물질과 관련한 무려 22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벌어진 뒤 환경부는 뒤늦게 2012년 유독물로 지정했다. 이 부분이 바로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점이다.
2016년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건 국정조사에서 당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CMIT/MIT는 사용유통량이 적어 유해성 심사 우선 대상에서 밀려 지금까지 안전성 시험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이들 물질보다 유통량이 훨씬 적은 화학물질 가운데에도 유해성 심사가 이루어진 것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에서 출석한 관련 증인과 참고인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우리나라는 화학물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낮았고 관련 예산도 미미했으며 법·제도 또한 선진국의 그것에 견주어 미비했다고 밝혔다. 이런 변명은 물론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엄청난 참사가 일어난 뒤의 해명이기에 변명처럼 들린다. 그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거의 모든 사고와 재난은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PHMG, PGH, CMIT/MIT와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1990년대와 2000년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들 물질이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쓰이는 것을 막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이 맞다 하더라도 적어도 유독물로 지정되었더라면 이들 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관심이 커져 가습기살균제로 쓰이는 것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떨치기는 어렵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인한 피해와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프레시안
도시 까마귀 콜레스테롤 수치 높다
패스트푸드 영향…단기 건강상태는 오히려 좋아
햄버거를 먹는 까마귀. 도시에 풍부한 패스트푸드 찌꺼기는 도시로 몰려드는 야생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그 양상은 단순하지 않다. 안드레아 타운센드 제공.
햄버거를 먹는 까마귀. 도시에 풍부한 패스트푸드 찌꺼기는 도시로 몰려드는 야생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그 양상은 단순하지 않다. 안드레아 타운센드 제공.
도시는 야생동물에게 질 낮은 먹을거리가 넘치는 ‘덫’이다. 도시 까마귀가 농촌에 사는 까마귀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드레아 타운센드 미국 뉴욕 해밀턴대 생물학자 등 미국 과학자들은 사람이 던져준 먹이나 음씩 찌꺼기가 까마귀의 건강과 생존율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도시와 교외, 농촌 등 도시화 정도가 다른 장소에 있는 까마귀 둥지 140곳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번식 중인 새는 그 지역의 먹이를 주로 먹고 새끼에게 먹이는 데 착안했다. 어린 까마귀의 혈중 농도와 체중, 체지방을 재고, 둥지를 떠난 뒤 3년 동안의 생존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도시에 가까운 곳에 사는 까마귀일수록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음식 찌꺼기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매일 치즈버거를 둥지 근처에 제공하는 실험을 다른 지역에서 1∼6주일 동안 했다.
실험 결과, 치즈버거를 제공한 까마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그렇지 않은 집단에 견줘 5%가량 높게 나왔다. 이런 결과는 여우, 참새, 이구아나 등 도시에 사는 다른 야생동물에서 나타난 것과 일치하는 현상이다.
연구 대상인 아메리카까마귀. 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 쓰레기는 칼로리가 높지만 무기질이 부족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이런 패스트푸드가 까마귀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도시에서 태어난 까마귀의 3년 뒤 생존율은 농촌 까마귀보다 낮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체중 등 몸의 상태는 도시 까마귀 쪽이 좋았다.
까마귀의 도시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원흉은 콜레스테롤이 아니었던 셈이다. 연구자들은 “도시에서 포식자와 사냥 위험이 적지만 교통사고, 플라스틱에 얽히는 사고, 감전 등 전체적인 위험은 농촌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가 까마귀에게 곧바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지도 분명치 않았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건강에 득이 됐다. 타운센드는 “콜레스테롤은 건강에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포막과 일부 호르몬의 중요한 성분을 이루는 등 몸의 핵심기능에 도움을 준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사람에게 과다한 콜레스테롤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지만, 야생조류에게 어느 수준이 과다한지는 아직 모른다”며 “또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의 장기적 영향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콘도르: 조류학적 응용’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rea K. Townsend et al, Urbanization and elevated cholesterol in American Crows, The Condor: Ornithological Applications, Volume 121, 2019, pp. 1?10 DOI: 10.1093/condor/duz04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유리창 충돌’ 피해 입은 새 31%가 멸종위기·천연기념물
ㆍ지난 5년간 투명 재질의 방음벽 늘어나며 피해 매년 증가
건물 외벽의 유리창이나 투명한 방음벽에 부딪쳐 피해를 입어 구조되는 새들 중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31%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이 2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유리창과 방음벽 충돌로 인한 조류 피해 구조 건수는 총 9604건이었으며 이 중 멸종위기종이거나 천연기념물인 조류가 2991건에 달했다. 멸종위기종 피해는 213건(2%), 천연기념물은 1902건(20%), 멸종위기종인 동시에 천연기념물 피해는 876건(9%)으로 집계됐다.
멸종위기종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새는 맷과의 맹금류에 속하는 새호리기(102건)였다. 이어 큰덤불해오라기(70건), 조롱이(18건) 등 총 10종의 멸종위기종 새들이 피해를 입었다.
천연기념물 중에는 솔부엉이(733건)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황조롱이(610건), 소쩍새(381건) 등이 뒤를 이었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새 중에서는 새매(276건)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수리부엉이(240건), 독수리(45건) 등 총 20종이 방음벽 등에 부딪쳐 다치거나 죽었다.
방음벽 충돌 조류 구조 건수는 2015년 1885건에서 2018년 2258건으로 증가하는 등 지난 5년간 매해 늘었다. 이 수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방음벽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거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투명 재질의 방음벽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이수길 차장은 “최근엔 ‘유리’ 방음벽이 사용되면서 투명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새들은 투명한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한다.
현재 인공조형물에 부딪쳐 피해를 입는 조류 등과 관련된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신 의원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조류 보호를 위해 실태조사 후 관리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거제·통영 등 ‘회원제 골프장’ 싸게 이용하세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정부가 하반기에 경기 활성화를 위해 총 14개 기금에서 1조 6000억 원을 투입하고 공공기관 내년 투자분 1조 원을 앞당겨 투자하는 등 총 2조 6000억 원의 경기보강에 나선다. 무주택자가 미분양 관리지역내 미분양주택을 매입할 때 보금자리론의 요건이 완화된다.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시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하는 제도가 시행 중인데 100억원을 추가 확대한다.
정부 ‘경제활력 보강 대책’ 확정
고용위기지역 골프장 개소세 감면
2년 간 그린피 1만 5840원 할인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 부총리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을 확정했다. 먼저 정부는 고용보험기금 사학연금 전력기금 등 14개 기금의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1조 6000억 원 수준의 재정을 투입한다. 고용보험기금의 경우 총 9529억 원이 투입되는데 구직급여, 근로자능력개발기원, 고용유지지원금 등에 쓰인다. 또 하반기 중에 지역 혁신성장사업, 지역전략산업, 구조조정 지역업종 지원 등을 중심으로 목적예비비를 최대한 집행하기로 했다. 지난 7월에 부산 등에 지정된 7개 규제자유특구 지원사업을 조기 추진하기 위해 목적 예비비 306억원을 투입하고 고용위기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추가발행 지원을 위해 119억 원을 투입한다.
특히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내년도 투자계획 중 1조 원을 하반기에 앞당겨 투자하고 이렇게 하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시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또 하반기 추가 투자로 인해 증가하는 부채에 대해선 공공기관 평가에서 제외한다.
생활SOC에 대한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내 실외체육시설 설치 요건을 완화한다. 현재 10년 이상 거주자나 그린벨트 지정당시 거주자 등에만 허용하는 체육시설 설치요건을 체육 관련 종사자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무주택지가 미분양관리지역내 미분양주택을 살 경우, 보금자리론(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상품)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소득요건을 연 7000만원→8000만원으로 완화하고 금리도 0.2%포인트를 더 깎아준다.
거제의 회원제 골프장인 드비치골프클럽. 부산일보 DB
또 올해 온누리상품권을 2000억 원 어치 추가로 발행하고 추가분은 온누리 모바일상품권으로 4일 출시하기로 했다. 10% 할인해 판매한다.
철도를 이용한 관광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할인상품도 개발된다. 내일로패스(3·5·7일간 일반열차 자유석·입석 무제한 제공) 이용연령을 만 27세→34세이하로 학대하고 매일 마지막 금요일을 ‘블랙프라이레일데이’로 지정해 KTX 기차여행상품을 특가판매한다. 또 12월부터는 SRT 다자녀 할인대상을 자녀 3명→2명으로 확대한다.
거제·통영·고성·울산동구 등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제주도에 있는 회원제 골프장 이용에 대한 개소세가 75% 감면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광안리 해상케이블카 논쟁…지역주민 가세, 부산시-사업자는 관망?
해운대 신시가지- 마린시티 주민, 같은 날 찬반 집회로 이견 표출
침체된 지역 경제 해법 마련 요구 vs 환경과 공공성 위해 허용해선 안돼 팽팽한 논쟁
관광마이스 업계와 학계는 '긍정적 검토 필요", 시민 환경단체는 "제동 걸어야"
부산시 민선 7기 시민제안 '베스트 제안' 선정되고도 언급조차 안해
사업 제안 기업도 부산시·여론 눈치보며 사업계획서 제출 미뤄
이기대와 해운대를 잇는 부산해상케이블카 조감도 이미지 (사진 = 부산블루코스트 제공)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를 잇는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 건설을 놓고 관련 경제계와 학계, 시민단체는 물론, 최근에는 지역 주민단체들까지 찬반 움직임에 가세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민간사업자나 허가권자인 부산시는 지금껏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복합리조트 유치사업과 함께 부산의 새로운 관광 먹거리 발굴을 둘러싼 논의가 헛돌고 있다.
지난 달 29일 해운대 동백사거리 그랜드호텔 앞에서는 부산해상케이블카의 조속한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해운대 신시가지 아파트 연합회와 해운대숙박협회, 이미용협회 회원 300여 명이 참여해 지역 일자리 확보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랜드마크 규모의 해상케이블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제조업을 비롯한 주력산업의 침체, 부산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과 관광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달라는 시민 요구가 표출됐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인근 동백섬 입구에서는 해상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려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마린시티입주민대표 연합회가 주도한 이 집회는 150여 명의 주민들이 환경파괴와 자연훼손, 공유수면 사유화 문제를 제기하며 케이블카 건설을 절대 허용해선 안된다고 맞섰다.
해상케이블카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위)과 반대하는 주민단체(아래)가 각각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이같은 찬반 의견 대립은 앞서 지역 관광마이스 업계와 학계, 시민·환경단체가 진행한 바 있다. 지역 마이스 관련 학계와 관광산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부산관광컨벤션포럼'은 토론회를 열고 지역 마이스산업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해상케이블카 개발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에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공공성과 정당성 없는 사업이라며 해상케이블카 재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찬반논의는 어느 쪽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대치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제안한 사업자 측은 당초 반려된 사업계획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 사업계획서를 만들고도 지금껏 제출을 미루고 있다. 부산블루코스트 관계자는 "연내 사업계획서 제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해상케이블카에 대한 시민여론과 부산시 입장이 사업 추진을 좌우하는 만큼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민선 7기 오거돈 시장 취임 후 시민제안 사이트 'OK1번가'에서 해상케이블카 건립이 베스트 제안으로 선정됐지만, 다른 제안 사업들이 시 행정에 반영돼 추진된 것과 달리 유독 해상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서는 지금껏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검토해 보겠다며 한발 물러난 모습인데, 현재로선 북항 복합리조트 유치 문제와 마찬가지로 반대 여론을 의식한 부정적인 기류가 엿보인다.
이를 두고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허가 여부를 떠나 부산시가 지역경제의 해법을 찾는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고, 논란이 되는 사업은 무조건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며, "다른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앞장서 인프라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는 최소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사회적· 경제적 편익을 냉정하게 따지고 분석하려는 시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참체된 부산경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열망과 경제논리로 양보할 수 없는 공공적 가치의 충돌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의 적극적인 행정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angeldsk@cbs.co.kr
아마존 열대우림 8월에만 산불로 축구장 420만개 넓이 불에 타
2만9천944㎢로 2010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8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산불로 축구 경기장 420만개에 해당하는 넓이의 열대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8월 중에만 2만9천944㎢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에 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의 6천48㎢와 비교하면 5배에 가까우며, 지난 2010년 8월(4만3천187㎢)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8월을 기준으로 불에 탄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은 2014∼2017년에 1만5천∼1만7천㎢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절반 이하로 줄었으나 올해 급격하게 늘었다. INPE가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8월에 발생한 산불은 3만901건이었다.
지난해 8월의 1만421건과 비교하면 거의 3배에 달하고, 2010년 8월의 4만5천18건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았다.
INPE의 관측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1998년 이래 8월 평균치인 2만5천 건과 비교해도 20% 이상 많고, 8월을 기준으로 산불 건수가 2만5천 건을 넘은 것은 2011년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한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아마존 열대우림에 관해 설명하고 관련 행사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주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문제가 유엔총회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볼리비아·콜롬비아·에콰도르·가이아나·페루·수리남·베네수엘라·프랑스령 기아나 등 9개국에 걸쳐 있다. 전체 아마존 열대우림 가운데 브라질에 속한 지역은 '아마조니아 레가우'(Amazonia Legal)로 불리며, 브라질 국토의 59%를 차지한다. 브라질의 27개 주 가운데 9개 주가 열대우림을 끼고 있다./연합뉴스
공원예정 부지에 아파트” 광주시 민간공원 잇딴 잡음
환경·시민단체 “일곡공원 아파트
입지 변경, 공원시설 사라져”
“공원보다 아파트 개발 주객 전도
시민 들러리 만든 것”
▲ 일곡근린공원 일대.<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 1단계 현황도
광주시가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공원 1지구가 건설사의 아파트 세대수 증가, 초고분양가 요구 수용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일곡공원도 아파트의 입지 변경으로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광주 환경, 시민단체들은 사업 변경안의 도시공원위원회 재상정, 시민 편의성 증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새봉지킴이, 한새봉 두레, 중앙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중앙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전남녹색연합, (사)푸른길 등 7개 단체는 4일 성명서를 내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공원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흔들려선 안 된다”며 “민간공원 변경에 대한 주민과 시민들의 이해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일곡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제안서. 최근 도시공원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아래쪽 붉게 표시된 비공원시설 오른쪽 공원시설 조성지가 사라졌다.<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들 단체에 따르면, 일곡공원이 지난 8월20일 도시공원위원회, 8월28일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치면서 당초 제안서 상 공원지역이 모두 아파트 개발 지역으로 변경됐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은 “일곡공원 우선협상대상자 공모 당시 라인건설은 비공원시설 6만2790㎡과 공원시설 10만2369㎡로 제안됐다”며 “그러나 지난 심의에서는 비공원시설 옆 공원시설 대상지(한새원 2만7947㎡)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비공원시설이 입지하는 안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시민을 위한 공원시설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계획에 대한 검증 및 주민, 시민 의견 수렴 절차는 생략됐다”면서 “비공원시설의 입지변경은 도시공원위원회에 그간 진행됐던 자문을 비롯해 제안서,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계획과 전혀 다름에도 새로운 계획이 그대로 심의, 의결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곡공원의 비공원시설 입지는 2년에 걸쳐 이루어진 타당성조사 및 민관거버넌스 등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결정됐고, 제안서 공모도 이 부지를 기준으로 실시됐다”며 “중대한 변경이 이뤄진다면 그간 이루어진 절차 중 중요한 부분은 다시 거슬러 올라가 절차와 공공성에 부합한 결정인지 신중하게 검토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무엇보다 변경된 비공원시설 아파트 입지는 공원시설이 가능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지역이다”며 “일곡지구 등 주변 일대를 고려했을 때도 평지공원이 필요한 곳이다. 광주시는 일곡공원내에 산지가 아닌 평지에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공원시설 지역을 아파트에게 내어준 셈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일곡공원의 비공원시설 입지변경은 비공원시설과 공원시설의 공존·조화를 추구한다던 광주시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란 지적이다.
“공원을 지키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했던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주객이 전도돼 아파트 개발이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
단체들은 “광주시는 비공원시설의 입지변경을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따른 환경청과의 협의 때문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공원시설지역을 아파트부지로 전환하는 간단한 답이 아니라 비공원시설과 공원시설을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더 찾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 있는 행정, 소통하는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제안서에서 제시한 핑크빛 희망이 회색빛으로 변화되는 과정에 대해 주민들과 시민들에게 설명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행정절차나 지켜야 할 공공성에 대한 훼손을 쉽게 본 것이다”고 꼬집었다. 단체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비공원시설 입지를 변경하고. 주민들에게 의견을 수렴한 계획과 다른 계획을 실행한다면, 시민들을 행정의 일방적인 들러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도시공원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된 일곡공원 조성계획안.<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러면서 일곡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변경안을 광주도시공원위원회에 재상정해 입지 변경과 관련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시민 편의성을 증진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기존 주민설명회 당시의 공원 조성안이 위원회 상정 등 행정절차에서 변경될 경우 이를 충분히 시민과 인근 주민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할 것과 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사업자 중심 환경영향평가 ‘소모적 논란’ 반복
숲 파괴 논란을 낳은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비자림로 사례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관광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 승인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환경영향평가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계획의 수립 및 개발사업의 허가·승인 등을 받을 때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하고, 예측·평가해 해로운 환경영향을 피하거나 제거 또는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 협의권자는 이를 검토해 협의내용을 작성하게 되며, 사업자는 개발사업 시 환경보전방안이 담긴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협의권자는 보통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환경부장관이 되며, 제주지역에서의 개발사업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가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개발사업의 승인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줄곧 지적돼왔다. 제주도가 시행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앞서 언급한 문제제기 이상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사업자 중심의 환경영향평가제도
첫째, 개발사업의 승인 또는 환경영향평가서의 심의 통과를 이미 전제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결정사항이다.
조례에 따르면 심의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원안동의, 조건부동의, 재심의’ 뿐이다. 아무리 사업계획에 문제가 많고, 환경적으로 입지가 부적정하더라도 ‘부동의’ 결정을 할 수 없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은 4차례의 재심의 결정 끝에 결국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했다.
둘째,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참여의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절차에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은 환경영향평가준비서에 대해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 결정된 평가항목 등에 대한 의견 제시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됐을 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제시한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사업자는 주민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야 할 의무도 없다. 뿐만 아니라 최종 평가서에 대한 공람기회는 물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최종단계인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결정과정에 참여하거나 그 결정사항에 이의제기를 할 수도 없다. 결국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모두 마무리 된 후에야 주민들은 개발사업의 문제를 인식하면서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셋째, 형식적이고 허술한 스코핑제도의 운영이다. 스코핑(Scoping)이란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평가해야 할 항목과 범위, 대안의 종류 등 평가의 내용을 미리 정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영향이 크지 않은 일부 평가항목을 제외해 평가의 질적 향상과 사업자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스코핑의 절차는 사업자가 평가준비서를 제출하게 되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이를 심의해 평가항목과 평가범위 등을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평가준비서에 대한 심의가 있기도 전에 사업자는 임의로 평가항목과 평가범위 및 평가시기를 정해 먼저 조사를 시행해 버린다. 이러한 사업자의 행위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심의결과에 영향을 미쳐 대부분 사업자가 정한 기준에 맞춰 결정되기 마련이다. 일부 협의회 위원이 문제를 지적하면 사업자가 정한 기준을 원칙으로 하고, 추가 보완조사를 병행할 뿐이다. 스코핑 제도의 취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경우도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가 있기도 전에 국토부는 사업부지에 대한 조사를 선행했다. 평가범위는 자의적으로 정한 사업부지 경계로부터 300m까지만 정했다. 최근 시행한 김해신공항, 울릉공항, 흑산도공항 등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사업부지 경계로부터 2km까지 평가범위를 정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환경영향평가 시행 가로막는 법·제도
넷째, 전략환경영향평가 면제대상을 광범위하게 정하다보니 제주지역의 개발사업 중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환경영향평가는 대부분 사업계획이 확정된 후 실시단계에서 주로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는데 중점을 두는 반면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의 수립단계에서 실시한다는 차이가 있다.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여부를 확인하고, 대안의 설정·분석 등을 통해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의 사업시행승인 시 다른 법령에 따라 승인 등을 받은 것으로 의제 처리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특별법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를 일괄해 의제 처리하는 사항이 있어서 제주지역에서 시행하는 대부분의 개발사업은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서 정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면제대상에 고스란히 포함되고 있다. 결국 제주지역의 개발사업들이 계획수립단계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다보니 그 계획의 적정성이나 입지의 타당성 검토가 생략돼 환경영향평가 단계에 가서야 이러한 논란이 일게 된다. 이는 도민사회의 갈등뿐만 아니라 사업자 입장에서도 계획이 수립되고 여러 승인절차를 거친 후에야 사업의 추진여부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으로 난처해 질 수밖에 없다.
다섯째, 환경영향평가서의 작성주체가 사업자라는 점에서 객관성 확보 여부의 논란이 있다. 사업자가 직접 환경영향평가 전문대행업체를 선정해 맡기다보니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맞춰지는 경향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부실·조작의 논란이 생기고, 실제로 법정보호종을 누락하거나 환경가치를 낮게 평가해 개발사업이 가능하도록 평가서를 조작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여섯째,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대한 개발부서 및 승인부서의 낮은 인식수준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정부의 개발담당 부서들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인식은 귀찮은 행정절차로 여기면서 형식적인 통과의례처럼 업무를 수행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앙정부,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추진하는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준수 여부를 조사했더니 정부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더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최근 완공된 화순항 2단계 개발사업인 해경부두 건설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인 응회환 화산체가 해안으로 노출된 구간을 원형 보전하라는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매립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논란이 되는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도 승인부서에서는 사업자에게 보완을 요구하기보다는 심의위원들에게 심의통과를 요청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일곱째,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보전보다는 정책결정자의 정치적 판단, 경제·사회적 영향을 감안한 결정을 하는 등의 본질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의 이양으로 이러한 문제는 더 자주 발생한다. 더욱이 제주도가 투자자를 모집해 와서 개발사업을 진행할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위반하기도 하고, 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번복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초법적인 행태가 자행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 대폭 개선해야
이처럼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도입 취지와 달리 상당한 문제를 안고 시행되고 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면서 개발사업이 승인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형식적인 통과수순일 뿐이다. 개발면죄부로 전락했다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따라서 현재 제기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주도의 환경보전과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는 요원하다.
우선 앞서 제기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결정사항 중에 부동의 결정사항을 포함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 사항은 조례에서 규정하기보다는 시행규칙 등을 통해서 적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또한 주민의 참여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초안뿐만 아니라 최종 평가서 단계까지도 주민의 참여기회를 보장한다. 우리의 경우도 최종 평가서에 대한 의견제출, 협의내용 결정과정의 주민참여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스코핑 과정인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심의 이전에 평가항목과 범위를 임의로 정해 사전 조사를 하는 행위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지역에서 진행하는 개발계획 중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에 있는 사업은 모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과 입지의 적정성을 우선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겠다.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돼왔던 환경영향평가서 수행주체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사업자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주관해 대행업체를 연방정부가 선정하고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삼아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서 작성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를 비롯한 제주도의 인식변화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제주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고 투명한 평가절차와 바람직한 환경보전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환경적으로 볼 때 사업계획이 부적절하거나 입지가 타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단호하게 계획을 철회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는 것 역시 제주도가 해야 할 몫이다. 도민 모두가 환경영향평가제도에 신뢰할 수 있도록 제주도의 부단한 개선노력을 당부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주의 소리 ※ 제주지역을 말하고 있지만 전구 공통사항입니다
제주시 화북동 화북 제2어린이공원. 소나무 밑동에 시멘트가 덕지덕지 발라진 전날(1일)과는 달리 뿌리 부분의 시멘트를 걷어낸 2일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아마존 숲은 지구 허파가 아니다
아마존 산불로 산소 감소 우려 없어
이산화탄소도 배출·흡수 균형 이뤄
기후변화와 산불로 강수량 줄어들면
우림→사막화 전환점 도달할까 염려
아마존에서 큰 산불이 한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 숲이 산소를 만드는 지구 허파인데 산불 때문에 위기라고 한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배출하지만, 허파는 산소를 흡수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비유만 다른 게 아니라 과학적 사실도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
열대 우림에서 육상 광합성의 약 3분의 1이 일어나며, 그 중 가장 큰 곳이 아마존이다. 최근 아마존 산불을 다룬 내셔널 지오그래피 기사에서 나무가 광합성으로 생산하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호흡 과정에서 다시 흡수하여 소비한다고 한다. 나머지 산소는 토양에 사는 무수한 미생물이 산소를 흡입하여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므로 현재 아마존 숲은 산소 생산과 소비 사이에 균형을 이루어 산소 공급원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식물이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이산화탄소 안에 포함된 산소가 대기로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약 0.04%만을 차지하므로 광합성으로 지구 공기의 21%를 차지하는 산소를 만들 수 없다. 설사 지구 모든 숲이 단 한 번에 태워지더라도 전 세계 산소의 1% 미만을 소비한다. 이미 대기 안에는 산소가 수백만 년 동안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그러므로 아마존 산불이 크게 발생하더라도 지구 산소를 위협하지는 못한다.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는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기는 하지만, 식물 호흡과 축축한 토양에서 미생물이 낙엽 등을 썩히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그래서 아마존은 이산화탄소의 흡수량과 배출량이 거의 같아 이산화탄소 흡수원이 되지 못한다. 식생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는 토양 미생물 호흡이 매우 적은 아한대 숲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 여름철에 북반구 고위도 아한대 숲 지역이 아마존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다.
산불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인류가 배출하는 양 중 약 12%를 차지한다. 아마존 열대 우림이 파괴되면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썩을 때 혹은 산불로 탈 때 나무가 저장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배출한다. 그리고 토양에 풍부하게 저장되어 있던 탄소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에 배출된다.
아마존 토양에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약 3700억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4200억~5800억톤 이내로 배출해야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을 수 있다. 1.5도 이상 상승하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 위험이 발생한다. 인간이 아마존을 파괴하면 아마존은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될 정도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스스로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의 호흡이 광합성보다 지구 온난화에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면 식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아져 현재 균형을 깨뜨린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온난화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건강한 열대 우림에서 식물은 토양에서 물을 흡수한 다음 수증기로 대기 중에 배출해 비를 내리게 한다. 열대 우림이 파괴되면 수증기 배출이 줄어들고 이어 비가 줄어들어 땅이 더 건조해진다. 기후변화와 산불로 아마존이 티핑 포인트(작은 변화들이 쌓여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에 접근하고 있으며, 이를 넘으면 열대 우림이 건조한 사바나 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아마존 숲에 내리는 비는 바다에서 이동되어 오는 것보다 열대 우림의 촉촉한 토양의 물에서 더 많이 공급된다. 그러므로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바나 지역으로 변하면 다시는 열대 우림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아마존은 기후와 토양 수분을 안정시키며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에 의존해 살아가는 원주민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이다. 아마존 숲이 산소 공급원도 이산화탄소 흡수원도 아니라 해도 인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마존을 지켜내야 한다.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한겨레
과자와 숲 맞바꾼 사람들... 아마존을 태운 건 우리다
'아마존을 살려달라'는 외침은 오래 전부터... 이제부터라도 친환경적인 소비 습관 만들어야
▲ 지난 23일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형산불이 난 모습. ⓒ 연합뉴스=EPA
아마존에서 1분당 축구장만한 숲이 미친 듯이 연기로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숲을 경작지로 만들기 위해서다. 대체 왜, 무엇을 아마존 열대림에 심으려는 걸까? 3주 동안 꺼지지 않는 불길을 멎게 하는 기도에 동참하자며 지난 토요일 오후 5시, 지인이 문자를 보내왔다.
난 아마존에 큰불이 난 걸 긍정적으로 본다. 수십 년 동안 '지구의 허파'가 야금야금 뜯겨왔지만 지금만큼 강렬한 관심을 끈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담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한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이맘때. 그때도 8월이었다. 아마존 원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1년 정도 비정부기구가 주도한 시민운동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브라질은 급증하는 산업화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필요를 느꼈고, 아마존에 있는 싱구 강에 벨로몬테 댐을 건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면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대대로 강가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은 그 땅을 떠나야 했다. 땅과 강과 더불어 살아온 그들에게 조상 때부터 살아왔던 고향을 등지고 떠난다는 것은 부족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완공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댐이 될 벨로몬테 댐은 자그마치 40만 헥타르에 달하는 지역을 수장시킨다. 이는 서울의 6배가 되는 면적이다. 벨로몬테 외에도 아마존에 건설될 댐이 60개가 됐다. 댐이 건설되면 아마존의 환경생태계가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는다는 예측이 나왔다. 당시 80살이었던 라오니 족장은 연로한 몸을 끌고 비정부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를 다니면서 아마존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칸느영화제에서 왜 '아마존을 살려달라'는 외침이 나왔나
▲ 시민운동에 참여하던 당시, 라오니 족장을 파리에서 두 번 볼 기회가 있었다. ⓒ 정운례
사실 프랑스는 이 댐 건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줴데에프 스웨즈(GDF Suez)와 알스톰(Alstom)이 이 악명 높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줴데에프 스웨즈는 이미지 탈태를 위해 이름을 바꿔 현재는 엔지(Engie)라는 귀여운 이름을 쓰고 있는데, 세계 3대 에너지 회사이다. 알스톰은 한국에 KTX를 깔아준 회사로 유명하다. 굴지의 자국의 회사가 참여하는 워낙 거대한 프로젝트인지라 프랑스 언론은 벨로몬테 댐 건설의 악효과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2011월 8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라데팡스에서 집회가 열렸다. 라데팡스라면 파리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오피스와 상업시설만 들어차 있고 주택가는 없다. 모든 자동차는 지하로 다니게 지어진 미래형 도시이다. 이 라데팡스에 위에서 언급한 굴지의 두 프랑스 회사 건물이 마주 보고 있다.
▲ 벨로몬테 댐 건설 반대를 위한 라데팡스 집회 현장 (2011년 8월20일) 2011년 8월20일 아마존에 건설될 대형 댐 벨로몬테의 건설을 저지하는 프랑스 시민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라뎅팡스 광장은 벨로몬테 댐 건설에 파트너로 지정된 프랑스의 두 회사가 마주 보고 있는 중간 지점이다. ⓒ 정운례
프랑스에서는 집회를 할 때 시민들이 각자 피켓을 만들어 나오는데, 그날도 각자 피켓을 만들어 갖고 나온 시민들 30여 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3시간 뒤 집회가 끝날 무렵,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합세해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100명쯤 모였던 것 같다. 같은 날, 브라질 및 세계 여러 도시에서 벨로몬테 댐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걸 보도한 프랑스 언론은 없었다.이날 라데팡스에서 받은 서명과 이틀 후 주 프랑스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서명에 1000여 명의 프랑스 시민들이 참여했다. 전 세계에서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했고,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서명책자를 브라질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듬해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에 공사를 강행했다. 제주도 강정에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한 한국 정부처럼.
현재 벨로몬테 댐은 건설 중이다. 작년 3월 그린피스에 의하면, 이 댐 건설로 자그마치 1600만 톤 이상의 물고기가 죽었고, 거북이 서식처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5월에도 라오니 족장은 칸느 영화제에 와서 아마존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때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반응했는지 모르겠다.
아보카도 한 알이 지구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영향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 기능을 상실한 것은 최근 얘기가 아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1초에 하나씩 축구장 만한 숲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산업화에 쓸 전력을 생산할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유를 알면 좀 기가 차다.
첫째, 소를 기름지게 키우기 위해 먹일 대두를 재배하기 위해서. 브라질에 가면 비행기로 가로질러야 할 만큼 드넓은 대두 밭이 있다. 소에게 먹일 사료를 위해서다. 소는 원래 풀만 먹고 크는데, 소에게 대두를 먹이면 고기가 기름져지면서 고기 맛이 좋아진다. 지방층이 만들어내는 하얀 선을 '마블링'이라고 부르고, 마블링이 있는 고기일수록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늘어나는 세계인의 고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땅값이 싼 브라질 원시림이 대두 밭과 대량 소 축산지로 탈바꿈했다는 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둘째, 과자, 케잌, 라면 같은 튀김류가 숲을 죽인다. 이들 제품을 만드는 데 기름이 필요한데, 기름 중에서 야자유 혹은 팜유가 고열에 강하고 생산 단가가 제일 싸기 때문에 야자유 수요가 급등했다. 전 세계 야자유 소비량은 1년에 50억 톤, 이중 85%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다(출처 - 애니멀라이트 http://www.animalrights.kr).
에코시스템이 살아 숨쉬던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은 야자수 단일 경작을 위해 수백 헥타르씩 댕강댕강 잘려나갔다. 숲을 비워내는 데 가장 값싼 방법은 불을 놓는 것. 불도저도 인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 살던 야생동물들은 산 채로 불타거나, 살던 곳에서 쫓겨나거나, 인간에게 두들겨 맞고 때로는 총에 맞아 죽어간다. 현재 오랑우탕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 때문이다.
셋째, 장난감 포장 하드보드. 바비인형이나 장난감을 사면 뒷판에 빳빳한 종이가 있다. 그 종이의 생산가를 낮추느라 열대림에 들어가 무분별하게 나무를 베서 숲이 황폐해지고, 호랑이와 오랑우탄 등 야생동물들이 무차별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심하게 다쳤다. 2011년 그린피스가 바비인형을 제조하는 마텔사를 상대로 바비인형과 켄을 모델로 만든 캠페인 홍보영상은 큰 효과를 얻은 바 있다.
넷째, 휴지. 매일 2만 7000그루의 나무를 휴지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숲이 황폐화되는 원인의 15%는 바로 휴지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기저귀를 뗀 뒤로 아이들의 엉덩이를 닦아주던 면 손수건을 종이 휴지 대신에 쓰고 있다.
다섯째, 남미산 아보카도. 유럽과 미국 등지로 팔려나가는 남미산 아보카도 역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보카도의 주 생산국은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의 남미국가들이다. 산을 불법적으로 깎아 아보카도를 재배하기도 하고, 나무가 꺾이거나 산불이 난 경우에만 경작지로 쓸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악용해 일부러 산불을 놓는 경우가 많다. 남미에서 일어나는 화재의 98%가 일부러 불을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AFP).
이번 화재는 볼소나로 새 대통령이 취임한 1월부터 브라질에서 발생한 7만5336번의 산불 중에 하나다. 이는 작년보다 84% 증가한 수치다. 산불이 난 뒤 몇 달간 말려 놓으면 이후로 경작지로 바꾸기가 용이해진다.
이 때문에 매년 만 제곱미터가량의 면적이 가뭄에 허덕인다. 작년 한 해 아보카도 불법 경작지 면적만 해도 총 1만5000헥타르나 된다. 새로운 불법 경작지는 뇌물로 생기기도 한다. 이로 인해 파괴된 숲 면적은 한 해 6.9km²로 추정되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다.
▲ 아마존 열대림에 나무를 베고 불을 질러 경작지로 만든다. 프랑스 TV France 3 캡쳐화면. ⓒ 정운례
이렇듯 매우 다양한 경로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기호를 싼 값에 충족시키기 위해서 숲을 야금야금 먹어왔다. 자신들의 허파가 가장 필요한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숲과 '1대1 교환'을 해가면서 말이다. 물론 제조회사가 포장에 자신들의 악행을 낱낱이 광고 문구처럼 적어 넣지 않으니 소비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또 어떤가. 평창 동계 올림픽에 한 번 쓰자고 한국 최고의 가리왕산의 머리를 밀어버리지 않았던가.
그럼 브라질은 정말 환경에 역행하는 나라인가? 서방국가들은 브라질의 아마존 산업화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구의 허파'라는 그럴싸한 이유까지 붙여가며. 하지만 나는 이것이 브라질의 산업화를 매우 조직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계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유럽과 미국에서 숲 황폐화는 산업혁명 이후로 급속하게 진행되어왔다. 브라질이 지금에 와서야 산업화를 시작하려는데 "나는 숲을 다 깎아서 경제개발을 이뤘지만, 너는 '지구의 허파'니까 그린벨트로 묶어라"라는 게 중국의 경제개발을 저지하는 트럼프랑 무엇이 다른가. 전 세계 국가들이 브라질에 '지구의 허파'를 위해서 관리비 분담이라도 했나.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타들어가는 아마존으로 돌아오자. 물 속에 물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아마존에는 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아직 다 과학적으로 조사도 되지 않은 동식물과 곤충, 박테리아들이 헤어릴 수 없이 많고, 야생 동물들은 지금 산 채로 타죽어 가고 있다.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 허파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했냐고. 브라질 정부에 비산업화 보상금(이런 게 있나 모르겠지만)을 기부했나? 혹시 값싼 대두를 먹여 키운 쇠고기를 자주 먹지는 않았을까? 야자유로 튀긴 과자를 아이들에게 사주지 않았을까? 야자유로 튀긴 라면을 자주 먹지는 않았을까? 원시림 나무로 만든 종이와 휴지를 쓰지는 않았을까? 브라질산 아보카도를 좋아하며 먹지 않았을까? '그렇다'라는 답을 하나라도 내놓는 당신을, 사실 나는 이해한다. 왜? 값이 싸니까.
이토록 매우 완벽한 산업화 체인 시스템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죄책감을 면죄받은 채로 살아왔다. 전 세계에서 축구장 만한 숲이 1초에 한 번씩 사라지는 건 별나라 얘기로 살아오던 차에 세계 언론,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를 발칵 뒤집어 놓을 대형 사건이 터졌다. 아마존이 3주째 불타고 있다는 뉴스. 아니, 우리가 숨쉬는 전세계 산소의 20%를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가 불타고 있다니. 아마존에 시선을 집중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사건이 있을까?
한국 속담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소나기는 피할 수 있어도 가랑비는 '이 정도야 뭐' 하고 등한시하다가 결국엔 젖어들고 만다는 얘기다. 숲이 야금야금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뻔했는데, 화재를 계기로 많은 것을 잃고, 야생동물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람들이 수십 년간 인식하지 못하던 문제를 알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그 인식을 드디어 바꿀 수 있다면, 나는 아마존 화재를 긍정적으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사건은 임계점이다.
단순히 아마존의 불이 꺼지길 기도하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 아마존에 대한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이 이번 일로 바뀌어야 한다. 아마존의 화재든 인도네시아 숲의 화재든 시민 의식으로 꺼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의 기호와 생활을 바꿔야만 한다. 소비자의 힘을 휘두를 때다.
정운례(francereport) /오마이뉴스
옛생각(조영남) 1974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917~921 기후파업 (0) | 2019.09.16 |
---|---|
9.9~9.14 한국, 기후악당 불명예 (0) | 2019.09.08 |
826~830 더위 끝 찾아오는 '미세먼지'…'도시숲'에 답이 있다 (0) | 2019.08.25 |
819~824 공원일몰제… "재정 지원 불가" 선긋는 정부 (0) | 2019.08.19 |
8.12~8.17 전국 지자체, '공원 일몰제' 대상 부지 44% 공원 조성 추진 ? 진짜가 (0) | 2019.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