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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8.23~8.28 이대로면 환경악당국가 된다,

by 이성근 2020. 8. 23.

동해 오징어 왜 서·남해로 갔나?수온 상승으로 먹이사슬 변화

4대강 보 홍수 예방'은 허구, 이거 보여주면 게임 끝

농부 작가 웬들 베리 대가 없이 일하고 가난해져라

21대 국회, 잘못된 도시공원일몰제 관련 법률 조속히 해결해야

블랙스완을 넘어 그린스완이 온다

프로젝트 1.5°C : 폭염, 삶과 죽음의 체감온도

모리셔스 유류 오염사고의 시사점

신고리 3호기 격납 건물 벽에 생긴 2개 구멍, 안전도 '구멍

녹색-진보의 연합정치, 집권 가능한 때가 왔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동물은 누굴까?

부울 환경단체 “1조 쏟아붓고도 침수 큰 충격신고리 3·4호기 철저 조사를

철망 씌워 보호하지만뜨거운 한반도서 얼마나 버틸까

이대로면 환경악당국가 된다, 뉴딜펀드는 생존

메뚜기떼와 매미나방, 코로나의 공습

사자에 먹힐까 더위에 쓰러질까, 초식동물 딜레마

5번의 지구 생명체 멸종, 다음 차례는 언제일까

'거리두기 3단계' 실시되면? 유럽 강타한 현실 문제

도무지 모르겠어서 하는 일, 식물 기르기

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동해 오징어 왜 서·남해로 갔나?수온 상승으로 먹이사슬 변화

이충일 강릉원주대 교수·이상헌 부산대 교수 연구팀 원인 규명

"수온 높아지면 표층저층 해수 밀도변화로 오징어 먹이 크기 변화"

 

동해 지방의 대표 특산물이던 오징어가 최근 몇 년 사이 서해와 남해로 서식지를 대거 옮긴 것은 수온 상승으로 인한 먹이사슬 변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부 `장기해양생태계 연구`에 참여한 이충일 강릉원주대 교수와 이상헌 부산대 교수 연구팀은 수온 상승으로 인한 바닷속 플랑크톤 종()의 변화를 밝혀냈다.

 

연구팀이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측된 동해의 온도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의 연평균 표층 수온이 20여 년 전인 1980년대보다 약 0.65상승했다. 바다 표층의 온도가 상승하면 해수의 밀도가 낮아져서 밀도가 높은 저층 해수와 잘 섞이지 않는 `혼합 약화` 현상이 나타난다.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름이 밀도가 높은 물 위에 떠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런 혼합 약화 현상은 식물플랑크톤에 대해 대형 종보다 소형 종이 더 많이 번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구팀은 "이는 바다 저층으로부터 식물플랑크톤 성장에 필요한 중요 영양염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인데, 이런 환경 조건에서는 작은 식물플랑크톤의 성장이 큰 식물플랑크톤에 비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동해 먹이피라미드 변화

 

연구팀은 이로 인해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동물플랑크톤의 크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오징어가 양질의 동물플랑크톤을 찾아 여름에는 서해로, 겨울에는 남해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오징어 서식지 적합지수 산출 결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서 "여름철에 서해의 적합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겨울철에는 남해의 적합 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미국 하구·연안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저명 학술지 `하구와 연안`(Estuaries and Coasts) 5월호에 게재했다.

 

송명달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그간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수온 상승 등 해양의 물리적 환경변화를 중심으로 연구되었지만, 이번 연구는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의 변화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해역을 확대해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해양생태계 모델 개발과 적용을 통해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적응전략을 수립·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오징어 어장의 변화/ 연합뉴스

 

4대강 보 홍수 예방'은 허구, 이거 보여주면 게임 끝

소양강댐과 비교, 보의 홍수조절 효과에 대한 공학적 분석

89일 새벽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의 제방이 붕괴되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20208월초 발생한 4대강 홍수 피해를 두고 "이번 홍수가 4대강사업 효과를 입증시켰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미 효과 없음이 검증된 사실을 또 검증해야 하나?"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이 문제는 감사원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몇 차례 달리 평가한 탓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공학 이론을 내팽개치고 자기 진영의 입맛에 따라 이론을 가장한 논리를 펼친 책임도 크다. 언제까지 똑같은 논쟁을 벌여야 하나?

 

예컨대 1조 원을 투자해 하루 10명이 이용하는 교량을 건설했다고 치자. 이 사업을 두고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없는 과학자라면 "일부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공학은 경제성과 함께 간다는 측면에서 투자대비효과(b/c)를 감안하면서 말해야 한다. , 1조 원 투자를 했다면 적어도 하루 100만 명 정도는 이용해야 하므로 "효과는 전혀 없다"고 말해야 옳다.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댐과 보도 마찬가지로 판단해야 한다. 홍수조절 효과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효과가 확실한 소양강댐, 충주댐과 효과가 애매한 4대강 보와 그 기능이 유사한 팔당댐을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4대강 보가 홍수 예방? 소양강댐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홍수가 발생하면 피해를 일으키지 않고 물이 무사히 하천을 빠져나가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싸고 확실한 방법이 제방 건설이다. 충분한 하천의 폭을 확보하여 계획 홍수량(댐이나 하천 설계 시 기준이 되는 홍수량)이 안전하게 흘러가도록 둑을 쌓고, 보조적으로 준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과 같은 기존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은 하폭 확장이 어렵다. 이런 경우 상류에 큰물이 유입되더라도 작게 방류할 수만 있다면, 즉 어느 공간에 물을 가두었다가 홍수피해의 위험시기가 끝날 즈음 천천히 방류시킬 수만 있다면 하류의 홍수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자면 유입량과 방류량 차이를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홍수조절용댐이다.

 

홍수조절을 잘하려면 621일부터 920일 정도 되는 우기에는 항상 물을 제한수위 이하로 낮춰 빈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만일 홍수 발생으로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더라도 댐 수문을 개방해 재빨리 제한수위 이하로 낮춰 다음 홍수를 대비해야 한다.

 

지난 8월 초, 홍수 전 소양강댐은 61천 톤(홍수위 EL198.0m와 우기제한수위 EL190.3m 사이 용량), 충주댐은 66천 톤(홍수위 EL145.0m, 우기제한수위 EL138m 사이 용량)의 빈공간을 확보했으나 큰 홍수가 발생하여 제한수위를 넘겼다. 그러자 곧바로 방류하여 제한수위 이하로 다시 낮춰 이 공간을 또 다른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팔당댐이나 4대강 보는 다른 목적으로 건설된 댐이어서 우기에 비워둘 수 없다. 팔당댐을 비우면 원래 목적인 발전이 불가능하고, 수도권 식수 해결이 불가능하다. 4대강 보를 비우면 농업용수는 말할 것도 없고, 발전이 불가능하고, 배도 못 띄우고, 레저를 위한 수면 공간 활용이 불가능하다.

 

설사 물을 비워도 유입량에 비해 홍수조절 용량이 작아서 효과는 크지 않다. 팔당댐 저수용량 24400 톤에 계획홍수량(37000/)이 흐르면 110분 만에 채워진다. 4대강 보의 경우는 팔당댐보다 더 홍수에 취약하다. 가령 낙동강에 설치한 낙단보는 3500 톤에 계획홍수량(12500 /)이 흐르면 46분 만에 모두 채워져 효과가 사라진다. 따라서 유역면적(또는 유입홍수량)이 크면 이에 걸맞은 용량이 확보되어야 효과가 생긴다.

 

예컨대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홍수조절용량은 약 6억 톤으로 비슷하지만, 유역면적이 2703인 소양강댐의 효과는 48%(설계 시 초당 1500톤 유입 시 5500톤만 방류)임에 비해, 유역면적이 6648으로 2배 이상 큰 충주댐의 효과는 11%(설계 시 초당 18000 톤 유입 시 16000 톤만 방류)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팔당댐이나 4대강 보와 같이 유역면적이 큰 하천에서는 홍수조절 용량이 상당히 커야 그 효과가 나타나지만, 여건상 그럴 사정이 못 된다. 이 사실만으로 봐도 4대강 보는 홍수조절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는 셈이다.

 

한편 보는 물 흐름을 방해하고 수위를 높이는 홍수유발시설이다. 따라서 일반 하천에서는 건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수위에 따라 추가로 드는 제방 비용보다 편익이 훨씬 클 때 보를 건설하곤 한다. 예를 들면 운하, 발전수위 상향, 농업취수위 상향, 레저를 위한 수면 공간 확보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4대강 보의 발전소는 투자금에 대한 이자와 유지관리비를 감안하면 편익이 거의 없고, 농업용 수위상향(배수장)은 이미 건설되었던 시설을 대체하는 보상 개념이므로 편익은 없고, 레저를 위해서는 깨끗한 수질이 전제되어야 배를 띄울 수 있어 편익이 발생하지만 현재 수질은 그렇지 못하다. 설사 있다하더라도 투자대비 효과는 미미하다.

 

오후 4시 세종보가 침수된 가운데, 수력발전소 지붕 부분만 남아 있다. 김종술

 

조절율, 소양강댐 96%... 상주보 -1.5%

아래 표는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ww.wamis.go.kr)에서 발췌한 수치들이다. 홍수조절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책정한 홍수조절용량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목적댐인 충주댐 66천 톤, 소양강댐 61천 톤을 제외하고는 다른 시설에는 아예 없다.

 

이 표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홍수량이 가장 피크인 첨두홍수 발생 시의 홍수조절효과(조절율)이다. 홍수조절용량을 갖춘 다목적댐은 차단율이 크지만, 못 갖춘 발전용댐(팔당댐, 의암댐, 춘천댐)8% 내외이며, 4대강 보는 2% 내외다. 여기에서 섬진강댐과 영산강(죽산보와 승촌보)은 설계홍수량을 초과하여 정상적인 홍수조절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여 판단을 유보한다.

주요 댐과 보의 유입량 및 방류량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

 

만일 이번 홍수보다 더 큰 계획홍수가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다목적댐의 홍수조절 효과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홍수 시 충주댐은 66천 톤 중 1억 톤(15% 활용)의 빈 공간만 채웠고, 소양강댐은 61천 톤 중 13천 톤(21% 활용)만 채웠기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었다.

 

반면 발전용댐이나 4대강 보는 홍수 제한수위(많은 양의 빗물이 유입될 경우에 필요한 저수 용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한 물 높이)로 인해 약간의 홍수조절용량이 있었으나 그나마도 이번 홍수에 이미 채워버렸기에 추가로 더 큰 홍수가 왔을 때에는 효과가 아예 없어진다.

 

이렇듯 4대강 보의 홍수조절 효과는 공학적으로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소양강댐과 같이 설계에 홍수조절 용량이 반영되어있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 운영을 잘하려고 보니 어쩌다 생긴 8% 내외의 발전용 팔당댐이나 춘천댐의 효과도 공학적으로 무시하는 마당에, 2% 내외의 효과에 애써 의미 부여할 이유가 없다. 이 정도는 경제성 평가에서도 감지되지 않는 무시되는 수치다.

 

더구나 과거에 4대강 본류 홍수피해가 빈번했다면 모르되, 이미 100년 빈도 홍수에 안전토록 완비되어 있었던 강에 단지 보를 건설하고, 이로 인해 높아진 수위만큼 제방을 더 높였다고 해서 홍수안전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도 없다.

최석범(news) / 오마이뉴스

 

농부 작가 웬들 베리 대가 없이 일하고 가난해져라

웬들 베리(1934~)

 

켄터키 시골서 농사로 자급자족

흙 묻은 손으로 글 쓰는 작가

농사는 상상력의 실용예술

 

웬들 베리. 위키미디어

 

새벽노을을 바라보며 개와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닭장 문을 열어 풀밭으로 닭들을 풀어주거나 개와 산책하는 일은 언제나 감동이다. 어떤 글이나 그림이나 영화보다 훨씬 더 감동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생명을 돌본다는 것만큼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은 없다. 그밖에 다른 일은 다 부질없다. 그런 감동으로 농사를 사랑하지 못한 젊은 시절을 후회한다. 아귀다툼 같았던 그 시절이 너무 싫어 시골에 숨어 사는데 아직까지도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패거리들이 있어 슬프지만, 밤이 지나고 붉디붉은 새벽노을을 보면 다시 감동뿐이다.

 

내 발을 쪼아대는 닭들을 내려다보며 내 친구 웬들 베리의 책을 다시 읽는다. 1934년생이니 거의 20년 연상인 그를 감히 친구라고 부르는 것은 먹거리에 관심이 있으면서 먹거리 생산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먹거리는 스스로 키우고 거두어 먹어야 한다고 그가 쓴 것을 읽고 평생 한번도 해보지 않은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했고, 그 뒤 시골생활이나 농사에 회의가 들 때마다 그의 책들을 다시 찾아 읽기 때문이다.

 

베리는 미국의 시골인 켄터키 중에서도 시골에서 태어나 켄터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몇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지만, 1965년부터 농사를 지으며 수많은 시와 소설, 수필을 썼다. 그의 글은 모두 자신의 작업은 자신이 사는 곳에 뿌리를 두고 그곳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다는 신념에 근거해 자신이 사는 시골의 모습과 그곳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감동이다. 그의 글은 그의 삶이다. 책상 위에서 컴퓨터로 찍어낸 글이 아니라 농토 위에서 농사꾼의 흙 묻은 손으로 땅을 갈듯 쓴 글이다. 대단한 권위라도 있는 듯 보이는 남의 나라 책이나 보고 옮긴 남의 글이 아니라, 자신의 땀방울과 숨길로 한마디 한마디를 엮은 글이어서 농사란 흙에 대한 헌신과 상상력에 의존하는 실용예술이라고 하는 그의 믿음을 확신시켜준다.

 

완전 자급자족의 마지막 농부

그가 30대 초반부터 살아온 산골짜기 고향, 미국의 마지막 시골 같은 동네 주민은 100명이 조금 넘어 우리 동네와 비슷하지만, 미국의 시골이 다 그렇듯이 그 동네 넓이는 우리네의 작은 군 정도이고 이웃집이 눈에 가물거릴 정도이니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도 그곳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고 각자의 집에서 키우는 말과 노새와 젖소와 개들까지도 다 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숟가락 밥그릇 숫자까지 다 아는 셈이다. 그곳에는 상점이 하나뿐이지만 교회는 둘이다. 베리는 침례교회에 다니지만, 기독교가 환경과 평화의 파괴에 도전하지 않는 점을 줄곧 비판했다. 1960년대 말부터 베트남전쟁 반대를 비롯하여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비폭력 불복종운동, 정부의 농정이나 사형제도 등을 비판하는 활동을 줄기차게 해왔지만 어떤 조직에도 관여하지는 않았다.

 

동네 사람들 중에는 오랫동안 정착한 사람들이 아니라 뜨내기가 많아 문제인 점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우리네 뜨내기는 대부분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생활족인 점에서 다르다. 베리는 우리가 책임감을 가지고 살려고 하면 동네의 하천이 어디에서 흘러오고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금세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우리 시골에는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다. 대대로 살아온 노인들도 잘 모른다. 도시인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베리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모두 자기가 사는 땅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땅값을 최대한 올리려는 점에서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있을까? 그밖에는 땅에 대한 관심이 없다. 사실 땅 위에 세운 집도 거의 없다. 도시는 물론 시골까지 점령한 아파트는 땅의 집이 아니다. 땅 위에서 걷는 사람도 거의 없다. 차로 움직일 뿐이다. 몇 걸음 걸어도 아스팔트나 시멘트 위에서다.

 

베리는 자신을 소농이라고 하며 소농을 옹호하는 책을 쓰지만 그가 말하는 소농은 15만평 농장으로, 우리의 소농과는 규모가 다르다. 한국에서 소농이란 그 100분의 1 미만의 땅을 경작하는 농가로 전체 농가의 3분의 1 정도다. 반면 미국에서 소농이란 연간수입이 25만달러 이하인 가족농을 말하는데 이는 우리 돈으로 3억원 정도이고, 월수입으로는 2500만원 정도다. 수입으로 따져도 한국의 소농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베리가 소농을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함은 그런 미국의 소농 전통에 근거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식량자급률은 100%를 훨씬 넘는 반면 우리는 50%도 안 된다.

 

베리가 가족의 먹거리를 모두 직접 생산하고 그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점도 우리와 다르다면 다르다. 곡물과 채소는 물론 돼지와 닭, 소와 양을 키워 먹거리를 완전히 자급자족하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나무로 만든 그의 집은 그가 숲에서 주워 온 나무로 난방을 하는 점도 다르다.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만 전력을 이용한 난방시설은 없다. 컴퓨터는 없고 시디(CD)플레이어만 있다. 전력산업에 대항해 60년이나 된 타자기를 사용해 낮에만 글을 쓴다. 그의 생활은 우리네 시골생활과 많이 다르다.

미국의 농촌에서도 그처럼 사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를 미국의 마지막 농부라고 부른다. 그 자신 미친 농부라고 하고 자신의 삶을 해방 전선이라고 한다. 그가 해방하려고 하는 것은 도시의 물질, 이익, 소비, 광고, 허위,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을 낳는 자본과 권력이다. 그래서 그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 산다. 그곳에서 대가 없이 일하고, 가난해지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누군가를 사랑하라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울림이 가장 큰 그의 말은 책임에 대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책임있게 먹어야 하는 이유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내가 키운 채소를 처음 먹었을 때 비로소 이해했다. 내가 굳은 땅을 파서 씨앗을 심고 잡초를 캐내면서 땀 흘려 키운 채소를 처음 먹었을 때 만끽한 것은 자유였다. 그러나 그 자유마저도 이제는 문제다. 베리의 외침은 미국에서도 외로운 것이지만 이 땅에서는 더욱 외롭다. 사실 미국은 식량주권의 문제는 없고 대량 기계식 생산이나 유전자 조작 농법 등이 문제이지만, 그것도 우리와 비교하면 문제가 안 될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귀농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며칠 전에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능가했다는 슬픈 소식만 들린다.

 

과일 기계늘어선 우리네 농촌

이십여년 전 나의 귀농은 참회였고 부활이었으며 재생이었다. 그러나 몇년 못 가 논밭을 아파트니 창고니 폐차장이니 쓰레기소각장이니 축사 따위가 덮어버려 다시 이사를 가려고 했지만 주변에 그렇게 변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어 그대로 눌러앉았다. 그런 건물들 틈새에 논밭이 조금 남아 있어도 비닐로 덮여 흙 내음을 맡기 어렵다. 유기농이라는 것도 하늘을 막은 비닐 속에서 온갖 유기약품을 이용해 공장식으로 생산되고, 과일나무도 최대 생산을 목표로 변조된 과일 기계처럼 도열해 있다. 하루 종일 사람은 거의 못 보고 차들만 요란하다. 베리는 그런 농사는 농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농사로 먹고살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베리가 말하는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며, 닭과 개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귀농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권할 생각은 없다. 이십여년 농사로 남은 것은 자전거를 타기는커녕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픈 다리뿐이기 때문이다.

박홍규 : 영남대 명예교수(법학) / 한겨레

 

21대 국회, 잘못된 도시공원일몰제 관련 법률 조속히 해결해야

이전 국회, 입법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무시20대 국회도 방관

헌재는 도시공원 지정은 위헌 아니고

공원 지정 소유자가 감수명시했는데 국회, 사유 대지 건설한 학교와 동일시

잘못된 입법으로 공익 가치 큰 훼손

 

공원일몰제 근본적 해결책 못 찾으면 2025년까지 서울 면적만큼 해제 예정

21대 국회의 전향적 자세 필요한 시점

서울, 20년간 118공원 모두 지켜내 도시계획+보상총동원해 이룬 성과

공원 지키기에 실패한 정부 참고해야

시민에게 여가·휴식 제공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20년 동안 매입하지 않은 도시공원에 대해서 자동실효 규정이 있으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도 도시공원 지정 뒤 10년 이내에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거나 매입계획이 없다면 우선 해제하도록 도시공원일몰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1999년 서울 강남에 인접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지목이 대지)이 도시계획시설인 학교부지로 지정된 뒤 어떠한 보상도 없이 장기간 방치되자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로부터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로 인정받은 것이 배경이 됐다.

 

하지만 도시공원의 해제는 억울하다. 왜냐하면 헌재의 결정은 대지에만 해당하며, 헌재는 산과 논밭의 경우, 도시공원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산과 논밭 그대로 이용이 가능한 만큼 위헌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공원 지정으로 땅값이 떨어져도 토지의 공익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다른 사유재산권과 달리 토지 소유자가 이를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열섬현상 완화

그러나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임야가 97%이고, 사유재산권 침해와 무관한 국공유지가 평균 26%, 최대 93%까지 포함된 도시공원을 마치 사유 대지에 건설되는 학교 등과 같은 도시계획시설처럼 동일하게 취급해 실효토록 했다.

 

시민사회는 2019년 말 20대 국회가 20206월이 오기 전에 20년간의 도시공원일몰제 폭탄 돌리기를 제발 끝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의원들 대부분은 총선 전에 토목사업 유치에 혈안이 돼 국토교통부의 눈치 보기에 바빴고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은 외면했다. 그 이후 2020630일로 20년이 도래하자, 혹자는 공원일몰제가 아예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도시공원일몰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2025년까지 최소 164에서 최대 592.7(서울시 면적 605)의 도시공원이 추가로 해제될 예정이다. 잘못된 법 때문에 이미 2015년에 357.9(여의도 면적이 2.7)의 도시공원이 해제된 적도 있다.

 

시민사회는 전국의 일몰 대상 장기 미집행공원 738에 대한 보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해왔다. 이에 서울시는 2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도시공원 118.5를 모두 지켜냈다. 서울시의 대응 방식은 헌재 결정에 따라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 대상인 대지와 난개발 우려 대상 24.5(20.7%)에 대해 32406억원을 투입해 도시계획시설공원을 지정하고, 그렇지 않은 69.2(58.4%)의 임야와 논밭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24.8(20.9%)는 북한산국립공원으로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는 도시계획 및 보상 수단을 총동원하여 토지 소유자와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정부가 실효유예를 통해 10년간 제한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91의 국공유공원보다도 큰 규모다. 전북 전주시도 2025년까지 지방채와 도시공원 구역지정을 통해 미집행 도시공원 전체를 지킬 예정이다.

이산화탄소 흡수, 신선한 산소 배출(한강 숲)

 

왜 도시공원 일몰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도시공원이 지속적으로 해제되는 것인가? 반면 서울시는 어떻게 국가보다도 많은 면적의 도시공원을 지켰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서울시는 우선매입이 필요한 핵심부지 20.7%를 자체 예산과 지방채 발행을 통해 미래 세대와 비용을 분담한 뒤 선제로 매입해 나머지 79.3%의 도시공원을 지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방식은 전혀 달랐다. 2009년 도입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개발 압력이 높은 공원을 10이상의 민간공원특례사업을 통해 ‘30% 개발, 70% 공원기부채납이라는 방식을 쓴 것이다. 하지만 해제 뒤에는 불가능한 수천 세대의 고밀 아파트 개발을 토지강제수용으로 30%나 허용하고, 공원으로 기부채납되는 70%는 급경사지나 문화재, 자연보전가치가 높아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보니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도시공원 일몰로 사실상 개발 압력이 높거나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우려되는 곳은 국공유지를 포함해 약 30뿐이라는 점이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여기서 국공유지를 제외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정부가 최소 핵심부지 지원을 통해 갈등이 심각한 민간공원특례사업 없이 서울시처럼 도시공원 전체를 지킬 수 있다.

 

물론 이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병행할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 일본이 지자체가 도시공원 부지를 매입할 때 정부 차원에서 매입비의 3분의 1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예산의 한계로 매입하지 못한 도시자연공원구역에 대해서도 상속세와 재산세를 무려 80%나 감면해주고 있다. 이는 부자감세정책이 아니라 도시공원을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다양한 보상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도시공원 부지 매입비용이 아닌 지방채 발행시 이자의 70%만을 지원하고 있고(서울시는 25%), 관련 예산은 220억원이 전부다. 이뿐 아니라 지난 74685필지의 국공유지를 우선 해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해제 근거도 국공유 도시공원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거나 국토부 장관이 인정한 경우로 이는 보호지역의 입법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경우다.

 

코로나19 이후 도시공원을 찾는 시민 발길은 30% 증가했다. 도시공원은 인구의 90%가 모여 사는 정주 공간인 도시에서 미세먼지, 폭염을 줄여주고 홍수를 예방하는, 없어서는 안 될 그린 인프라이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직도 도시공원을 택지예정지구로 여기는 등 도시공원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도시공원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과 보전을 위해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처럼 도시공원부지 매입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라도 중앙정부가 지원하도록 하고, 토지 소유자들에게는 임차비용 명목으로 상속세와 재산세의 80%를 감면해줘야 한다.

 

국공유 도시공원은 10년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도시공원일몰제 대응을 위한 관련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세먼지 저감(산업단지 주변 미세먼지 차단 숲

맹지연(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도시계획박사) / 한겨레

 

블랙스완을 넘어 ‘그린스완’이 온다
녹색 백조를 뜻하는 ‘그린스완(green swan)’. 이 말은 2007년 금융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언급한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파생됐다. 200여년 전 유럽인들에게 백조는 흰색이었다. 하지만 1697년 호주에서 검은 백조, 흑고니가 발견됐다. 경험칙을 무너뜨리는 사건이었다. 탈레브는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것’으로 블랙스완을 묘사했다. 여기에 기후위기를 얹은 것이 그린스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다 기나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녹색 백조’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이 아닌 바로 금융 분야에서다. 그린스완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경제·금융위기를 뜻한다.

올해 초 각국 중앙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은 ‘그린스완’이라는 용어를 꺼내들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위기는 단순히 블랙스완으로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BIS는 1월 ‘그린스완: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성’ 보고서를 발표했고, 4개월 뒤 ‘그린스완 2-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효율성과 복원력에 대한 성찰’을 내놨다.

■돌이킬 수 없는 위기
그린스완과 블랙스완은 비슷하다. 과거에 기반을 둔 미래 예측을 통해선 예상하기 어렵고, 다양한 변수로 인해 나타나며, 동시에 여러 부문과 국가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 단 블랙스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발생한 뒤에야 설명되지만 그린스완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듯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불확실한데도 야심 찬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이 블랙스완을 분석한다면, 그린스완의 토대는 과학자들로부터 나온다. 블랙스완은 주로 실물·금융경제에 영향을 준다. 충격이 오래갈 수 있으나 수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린스완의 충격은 되돌릴 수 없다. 경제시스템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생태계에 손을 뻗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쳐 통화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물가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공급 측면에선 농산물·에너지 가격에 급격한 조정이 일어나고 변동성이 커지기 쉬워진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는 아직 적지만 자연재해와 극단적인 기후가 나타난 이후 식품 가격이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기후변화는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후변화로 자원이 부족해지거나 혹한 또는 폭염 때문에 바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자산과 소비가 줄어 수요 측면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기후변화는 금융도 불안정하게 만든다. ‘물리적 리스크’와 ‘이행 리스크’를 통해서다. 기상이변에 따른 물적 피해가 금융기관으로 파급되는 것이 물리적 리스크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심해져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보험금 지급규모가 늘어난다. 손해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기관지염 입원 환자는 23%, 만성폐쇄성 폐질환 외래환자는 10% 늘어난다. 폭우로 침수된 자동차가 많아지면 자동차 손해보험의 손해율이 커진다. 지난 8월 12일 오전 기준 4대 손해보험사가 집계한 침수 차량은 7036대다. 2018년 275대, 2019년 443대를 한참 웃돈다. 손해추정액도 707억원으로 지난해 24억원의 30배에 달한다. 폭염 때문에 농산물에 피해가 생기면 농·식품산업 대출·보증·융자 등 상환이 늦어진다. 이는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행 리스크는 저탄소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산업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생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탄소배출기업의 영업이익과 담보가치가 줄어든다. 탄소배출권은 국내에서 처음 거래된 2015년 1톤당 1만원대였으나 지난해 4만원 선까지 뛰었다. 광업·석유정제업·화학업 등 탄소배출기업에게 대출해준 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루이즈 아와즈 페레이라 다 실바 BIS 부총재는 두 번째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역시 그린스완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생태계 변화와 관련이 있고, 경제적 피해 말고도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 보험체계를 구축하고, 금융기관들이 위기에 대비해 완충자본을 쌓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활동을 계산할 때 ‘자연자본’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환경에 미치는 생태학적 영향도 고려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숲에서 나무를 베면 목재 자원이 나온다고 인식할 뿐 탄소를 가두거나 공기를 정화하는 나무의 역할은 무시되고 있다. 두 번째 보고서의 핵심은 간단하다.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녹색금융추진TF 첫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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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돌아온 녹색금융
2017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CFD)’는 기업의 재무보고서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2015년 12월 설립된 전담협의체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들의 요청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조직이다. 권고안은 전 세계 1000여개 기관을 비롯해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7개 정부의 지지를 받았다. 국내 정부기관으로는 환경부·환경산업기술원이, 민간기관은 신한금융·KB금융·포스코 등 7개 기관이 지지했다. 2017년 12월에는 주요국 금융당국이 결성한 녹색금융협의체(NGFS)가 출범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NGFS에 가입했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린스완 대비에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8월 13일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린스완을 언급하며 “기후변화 리스크가 현재화되는 시점과 영향의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업들의 환경 관련 정보 공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금융투자에서 기후변화 리스크가 고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를 활용한 책임 투자가 늘고 있지만 국내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금융당국은 그린뉴딜 사업을 통해 녹색산업 투자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정책금융기관이 선도적으로 녹색투자를 확대한 뒤 민간이 참여하도록 유인체계를 짠다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도 녹색금융을 정책기조로 밀었다. 민간 금융권은 이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을 앞다퉈 내놨지만 ‘보조 맞추기’에 불과했다. 무엇이 녹색금융이고 녹색산업인지 불분명했다. 녹색금융은 박근혜 정부 들어 찬밥 신세가 됐다. 당국은 “무늬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그린워싱’같이 과거의 문제점이 보완될 수 있도록 녹색산업의 투자범위를 명확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프로젝트 1.5°C : 폭염, 삶과 죽음의 체감온도
⬤ 2000년대 재난 사망자, 폭염 602명 태풍 427명 집중호우 325명
⬤ 온열질환 병원 밖 사망자, 야외아닌 ‘주택 내’ 최다
⬤ 의료급여 대상자 열사병 확률 2~3배 높아
⬤ 2년전 폭염 사망자 집계도 제대로 못한 정부
⬤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른 기후재난

각국 정부가 파견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이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 모였다. 이들이 만장일치로 도출한 결론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850년대의 13.6℃보다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

이미 1℃ 가까이 올랐다. 상승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한국은 더 빨리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는 최근 3년 동안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과 가장 많은 태풍, 가장 더운 겨울 그리고 가장 긴 장마를 경험했다. 관측사상 최초라는 기후 이변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2050년에는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7년 기준 전 세계 7위, 국민 1인당 배출량은 4위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대비 14% 줄어드는 데 그쳤다. 1.5℃의 마지노선을 지키려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뉴스타파는 이에 동참하기 위해 기후위기 연속보도, ‘프로젝트 1.5℃’를 시작한다.

“제2, 제3의 2018년 폭염은 언제든 다시 온다”
2018년 여름, 강원도 홍천군은 갑작스런 유명세를 탔다. 8월 1일 기상청 춘천기상대 관할 홍천기상관측소에서 낮 최고 기온이 41℃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100여년의 한국 기상 관측 사상 공식 관측된 최고 기온이었다.

기후변화는 홍천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감자 등을 주로 재배했을 뿐, 낮은 기온 때문에 과일 농사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홍천군은 이제 사과 주산지로 바뀌고 있다.

“전에는 홍천이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제가 결혼했을 때만 해도 홍천에는 과일나무가 된다고 생각도 못 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홍천 사과가 브랜드화 되고 있거든요.”- 용미자 강원도 홍천군 주민

▲ 강원도 홍천군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은 우연한 기상이변이었을까.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폭염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점차 극한 기온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분간 지구 온난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언제든 제2의 2018년, 제3의 2018년은 충분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정희 기상청 기후변화감시분석 주무관

“극한 기상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모든 것이 기후 위기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피해자가) 나라고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다음번 폭염 피해지는 전국 어디든지 될 수 있습니다.”- 김동진 강원기상청 춘천기상대장

 

폭염, 소리없는 살인자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폭염은 이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자연재난으로 자리매김했다. 희생자 규모에서 태풍이나 홍수를 크게 앞선다. 뉴스타파가 행정안전부의 재해연보와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9년간 태풍으로 472명, 집중호우로 325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폭염은 무려 602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폭염 인명피해, 즉 여름철 온열질환 사망자의 증가는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1997년 당시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13명이었다. 이후 2004년 36명으로 늘어난 온열질환 사망자는 2012년 57명, 2016년 63명으로 증가하다가 2018년에는 무려 142명에 이르렀다.  태풍과 홍수의 경우 발생 국가적 방재 대응 능력이 향상되면서 피해가 줄어든 반면, 재난으로 인식하지 못한 폭염 피해는 꾸준히 늘어났다.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오면 건물이 무너지고, 시설물이 날아가는 것이 우리 눈에 보입니다. 그러나 폭염은 소리 없는 살인자입니다. 허약한 노년층이나 이미 건강이 나쁜 기저질환자들은 더위로 인한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비해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

 

그 여름, 집 안에서 숨진 사람들
폭염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집중됐고, 상당수는 집 안에서 사망했다. 열악한 주거 환경과 빈곤이 폭염의 희생양을 양산했다. 이는 폭염이 자연 재난인 동시에 사회적 재난임을 의미한다. 뉴스타파가 1997~2018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매년 7~8월 사망한 국민들 가운데 사망원인이 온열질환(질병코드 T670~679)으로 분류된 인원은 모두 627명이었다. 통계청은 전국의 사망신고서를 취합해 사망 장소를 일정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627명 가운데 61%인 385명이 병원 밖에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사망자 10명 중 6명은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것이다. 병원 밖 사망자 385명 중 가장 많은 111명(28%)이 숨진 장소는 다름 아닌 ‘주택 내’였다. 폭염 앞에서 그들의 집이 더 이상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주택 내’ 사망자 다음으로 농장(99명) 기타(50명), 산업장(4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불평등한 폭염 피해는 다른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난 10년 간의 열사병 환자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 대상자가 일반 의료보험 대상자보다 열사병에 걸린 확률이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 안에 환기가 충분히 안되고 에어컨이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열기에 인지기능이 떨어져 지고, 외부 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는 원인 중에 또 하나가 장애라든지 이런 부분이니까요. 여러 취약한 부분들이 종합된 상태로 외부 온도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쪽방촌 주민들이 마주하는 생사의 체감온도
서울 돈의동 쪽방촌은 열악한 주거 환경과 빈곤이 교차하는 곳 중 하나다. 이곳 주민들은 여름마다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주변 고층 건물들에 둘러싸인 ‘도심 속 분지’에 자리 잡은 특성으로 쪽방촌의 골목길에는 바람 한 점 드나들지 않는다. 한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 속에 주민들은 도시의 여름을 감당해야 한다.

“돈의동 쪽방촌의 경우 사방이 고층 건물과 밀집한 주택에 막힌 공간이어서 온도를 낮추고 환기를 할 수 있는 바람길이 없습니다. 대부분 방안에 선풍기 한 대 정도를 돌리고 있지만 역시 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 이은석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녹색건축센터장

▲ 서울 종로구 돈의동

열사병에 걸렸다가 다행히 죽을 고비를 넘겼던 유구성씨는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고 말한다.

“아, 막 미치겠더라구요. 겨우 기어가 나가서 집 밖에 누워있으니까, 여기 주민들이 보고는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갔어요. 그냥 방 안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누가 죽어도 몰라요. 누가 와서 문을 열어봐야 알지, 문 안 열면 모르죠.
병원에 입원 한 동안, 완전히 뼈다귀만 남았었어요. 한 달 동안 있는데. 의료진이 하는 이야기를 슬쩍 들었을 때는 ‘이제 나도 다 살았나 보다’ 싶었어요. 그 뒤로, 지금도 여름이면 무서워요. 너무 덥다 싶으면 그늘부터 찾게 돼요.”- 유구성 서울 돈의동 주민

▲ 서울 돈의동 주민 유구성씨.

열사병이란 질병관리본부가 분류한 6가지 온열질환 중 하나다. 우리 몸이 체온 조절 기능을 상실해 체내에 쌓인 열을 제대로 발산되지 않았을 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열사병 환자 가운데는 땀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유구성씨와는 달리, 쪽방촌의 여름을 결국 버텨내지 못한 주민도 있다.
“A씨가 집안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는데 이미 심장이 멈춰서 돌아가신 상태였고요. 굉장히 좋은 분이었는데, 지금도 안타깝죠. 많은 주민들이 특히 여름에 굉장히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 최봉명 서울 돈의동주민협동회 간사


쪽방촌 주민들이 즐겨찾는 피난처는 지하철이다.
“사랑방을 왔다 갔다 해도 너무 더울 때는 지하철 타고 하루를 지내다 저녁에 와요. 집에 있질 못하니까요. 여기 사람들 더러 그렇게 하고 있어요.”- 김선희 서울 돈의동 주민


“지하철 2호선 타면 쉬지 않고 그냥 계속 뱅뱅 도니까. 그거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한 6시, 저녁 6시, 8시 돼요. 그러면 내려서 밥 먹고, 또 타고는 막차 될 때까지 타고 다녀요.”- 유구성 서울 돈의동 주민

2018년 폭염 사망자 142명 VS 48명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경험하고 나서야 정부는 폭염을 재난기본법상의 자연재난으로 포함시켰다. 그러고 2년이 지났지만 정확한 폭염 피해자 집계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뉴스타파가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 통합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8년 7월과 8월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모두 142명이다. 6월이나 9월에도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있지만 여름철 폭염과 관계가 멀 수도 있기 때문에 7월과 8월로 한정한 수치다. 통계청은 지난해 9월 2018년도 사망원인 통계를 공개했다.

그러나 재난 대응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올해 5월 작성한 ‘2020 폭염 종합 대책’에는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를 48명으로 집계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문서에 인용된 ‘사망자 48명’ 이라는 수치는 질병관리본부의 응급실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통해 파악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연보’를 발행하는데 이 수치는 응급실을 통해 들어온 온열질환자의 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집계일 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연보에서 전체 환자를 조사한 것이 아니며, 사망자 역시 추정치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부정확한 수치를 오용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엉터리 집계는 자신들이 만든 문서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018년 연말, 정부는 폭염인명피해 지원금 지급 방침을 밝혔다. 발표 시점 이전인 2018년 여름에 피해를 입은 이들도 소급 적용이 됐는데 사망자 1인당 1,0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토록 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행정안전부의 2018년 폭염 피해 지원 현황에 따르면, 모두 62명의 사망자 유가족 등에게 각 1,000만원씩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자신들이 집계한 48명보다 더 많은 사망자에게 인명피해 지원금을 지급한 것.

뉴스타파가 사망자 48명을 고수하는 이유를 묻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전년도 수치와 비교를 위해서 (질병관리본부 수치를) 사용 했는데, 바로 잡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2018년 131억원, 2019년 72억원, 2020년 90억원 등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을 폭염 대책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살수차를 운영하는데 많은 예산을 씁니다. 살수차를 이용해서 도로에 물을 뿌리면 온도가 당연히 낮아지겠죠. 그런데 도로의 온도를 1°C 낮추는 게 정부 폭염대책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폭염 사망자를 어느 수준 이하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보니 각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기후재난,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2018년 채택한 ‘지구 온난화 1.5°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대) 13.6℃도 였던 지구의 평균기온은 2006~2015년 기준 0.87℃가 상승했다. 온도 상승 속도는 최근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912~1920년대에 비해 2011~2019년대 무려 1.8℃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특단의 온실가스 저감 조치가 없다면 21세기 후반 우리나라는 4.5℃ 가량의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1.8℃ 상승한 지금 전에 없던 폭염과 홍수 등으로 겪은 고통을 떠올리면 앞으로 닥칠 기후 재난은 상상조차 어렵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과 거리가 먼 에너지 빈곤층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처럼 주거취약계층 대부분은 방 하나에 작은 선풍기 하나를 두고 한여름을 나는데, 사실 불가능한 거죠.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에너지의 풍요를) 하나도 누리지 못하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성철 홈리스행동 활동가

“저희만 하더라도 폭염이 와도 별 피해를 안 봐요. 학교나 집, 직장 어디나 에어컨이 나옵니다. 결국 기후 재난 상황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다는 겁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집단들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람들이죠. 결국 에너지를 못 쓰는 취약 계층들이 더 피해를 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근 한국기후변화학회장.

조원일/ 뉴스타파

 

모리셔스 유류 오염사고의 시사점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해변에서 지난 13(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좌초 화물선의 유출 기름을 모아 퍼내고 있다. 일본 화물선 'MV 와카시오'호는 지난 725일 이곳 해안에 좌초됐으며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세계적인 야생동물 보호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렉스프레스 모리스 제공] 연합뉴스

 

인도양의 조그만 섬나라 모리셔스에 725일 일본 상선 와카시오호가 좌초하여 기름을 유출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연일 언론에서 언급된다. 그 섬 주위는 천혜의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기름 유출로 환경 파괴가 심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1995년 시프린스호 및 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호 오염사고가 떠올랐다. 두 사고 모두 유조선에 의한 오염사고로 운송 중이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어 큰 피해를 주었다.

 

만약 경북 동해안에서 동일한 유류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동해안은 다행히 섬이 별로 없어서 선박의 좌초 사고 위험이 낮고, 대형 유조선들이 입출항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 사고의 위험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1988년 묵호로 향하던 유조선 경신호가 영일만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해안이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선박에 의한 유류 오염사고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조선에 의한 사고와 일반 선박에 의한 사고이다. 전자는 원유를 실은 선박이 좌초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모든 선박은 추진력을 위한 기관에 사용되는 선박연료유(벙커)를 싣고 다닌다. 그 선박연료유가 바다로 유출되는 경우가 후자이다. 이번 모리셔스에서의 사고는 바로 후자의 경우이다. 포항, 후포 등에도 상선들이 입출항하고 각종 어항에도 어선들이 입출항하므로 이런 유의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유류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박에서 선장은 조심하여 운항해야 한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류 오염사고 처리를 위하여 해양환경공단을 두고 있고 포항 등에도 지사가 있다. 유류 오염사고 발생 시 펜스를 설치하거나 청소선을 투입해 유류 오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먼저 취한다. 선박에 남은 유류를 다른 곳으로 이적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피해보상도 중요한 문제이다. 해상법은 선주 보호 차원에서 선주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전액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에 유조선의 경우 정유사들이 국제기금을 마련하여 추가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한다. 우리나라는 이 기금에 가입하여 이제는 충분한 보상이 가능하게 되었다. 선주들은 책임보험에 가입하여 책임제한 액수만큼은 피해배상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선박의 경우에는 이런 국제기금 제도가 없다. 피해자들은 선주들이 책임을 제한하면 그 이상의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사회는 선주 책임제한의 액수를 인상하여 피해자들이 보상을 더 받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상법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반 선박의 선박연료유 오염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의 부족분에 대하여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 선박에 의한 유류 오염사고 시, 피해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한 어민들이 생계 위협을 받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국내기금 제도를 도입하여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법상 선주의 책임제한 액수도 국제조약에 맞추어 피해자가 더 많이 배상받도록 해야 한다. 유류 오염사고는 피해자인 어민들이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어민들은 수입을 잘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제는 어민들도 수입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오염사고 때와 같이 손해배상을 위하여 또 특별법을 만들고 새로운 행정 부서를 창설하는 등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모리셔스에서의 유류 오염사고는 우리에게 관련 법 제도를 재점검하고 개선할 기회를 제공한다./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매일신문

 

신고리 3호기 격납 건물 벽에 생긴 2개 구멍, 안전도 '구멍'

신고리 3·4호기 안전 괜찮나

최신식 원전인 신고리 3호기 일부 시설 침수에 이어 격납 건물 콘크리트벽에 공극(구멍) 두 곳이 확인돼 안전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4부산일보가 입수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신고리원자력 3호기 제2차 정기검사 보고서’ 179쪽에는 격납 건물 주증기 관통부 하부에 공극 2개소가 확인되었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검사는 지난해 1120일부터 올해 59일까지 진행됐으며, 46명이 참여해 11개의 검사 대상 시설과 운영기술능력 분야 등 총 97개 항목을 검사했다.

 

KINS ‘2차 정기검사 보고서

콘크리트 벽에 40.5구멍 발견

최악 경우 방사능 물질 샐 수 있어

원자로가 설치된 격납 건물은 방사능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연료 펠릿 연료 피복관 원자로 압력용기(두께 25) 라이너플레이트(철판·두께 5.4) 콘크리트벽(두께 122~168) 5개의 방호벽으로 구성돼 있다. 검사 중 발견된 두 공극은 격납 건물 콘크리트벽에 생긴 것으로 깊이 40.5에 이른다. 해당 부위는 그라우트 공법으로 콘크리트가 주입돼 이미 메워진 상태다.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구경이 큰 배관이 관통하는 곳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 부위에 공극이 생긴 이유가 콘크리트가 잘 다져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공극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의 라이너플레이트 12곳을 뜯어 발견한 공극이 2개였다. 공극 발견 후에는 이를 메우고 라이너플레이트 용접까지 완료했다면서 신고리 4호기 격납 건물에도 공극이 있는지 오는 10월 정기 검사 때 확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18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건설 중인 신고리 3호기의 쌍둥이 원전, 바라카 3호기에서도 콘크리트 공극이 확인된 것으로 미뤄 이번 일이 충분히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격납건물 콘크리트벽 공극을 계속 방치한다면 공극을 통해 수증기나, 최악의 경우 방사능 물질까지 새 나갈 수 있다면서 공극을 미리 발견해 조치를 한 것은 다행이지만 다른 원전에도 공극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녹색-진보의 연합정치, 집권 가능한 때가 왔다

[녹색-진보 연합정치의 때가 왔다]

 

지금은 상하 계급투쟁의 시대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운영만 재벌과 관피아의 기득권 구체제로 회귀하고 만 게 아니다. 21대 국회 또한 여전히 70여 년 동안 온갖 기기묘묘한 쇼를 연출해 왔던 구시대 여의도 기득권 극장정치를 무늬만 바꾸어 계속하고 있다.오늘날 우리는 보수-진보가 아닌, 0.1% 금수저와 99.9% 흙수저의 상하 계급투쟁 시대를 살고 있다. 보수-진보의 진영논리는 착각과 착시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강남의 부동산 금수저 계급은 대를 이어 금수저를 낳는다. 강남에 아파트나 집을 가지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서 노영민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을 보라.

 

흙수저 계급 출신 청년들이 금수저 계급으로 신분 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대학부터 1990년대 이전과 달리 이른바 신분 상승의 유력한 사다리였던 '스카이대(서울대, 고대, 연대의 영어 명칭 앞글자만을 합쳐 SKY라고 부른다)'에는 흙수저들이 발붙일 수조차 없다. 부동산 광풍과 똑같이 돈을 앞세운 금수저의 사교육 광풍을 당해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20대 청년 기자와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등 이른바 20'사짜'들도 거의 대부분 강남을 비롯한 금수저 계급 출신이다. 생산 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나누었던 과거의 계급 구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사회변화와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현실의 계급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금은 국제 금융거래의 단지 1~2%만이 무역 거래고 나머지 전부가 환투기 거래인 금융자본주의 시대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부자는 금융자산과 부동산 부자다. 한국의 부자는 그들 스스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67억 원 이상은 갖고 있어야 부자라고 말할 정도이다.(KB경영보고서 '2019 한국 부자보고서' 참고)

 

기후위기 또한 계급투쟁이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또한 이제는 명확히 금수저와 흙수저의 계급투쟁이다.

기후위기 가속화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99.9% 흙수저 계급이 연대와 연합의 정치투쟁을 통해 국가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금수저 계급과 계급투쟁에서 승리하는 길밖에 없다.

 

보수는 핵-화석연료 마피아 세력이고 진보는 햇빛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세력이라는 식의 진영논리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진보로 분류되는 참여연대 출신 김상조(청와대 정책실장)의 그린뉴딜 알레르기 반응은 단지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송영길(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 586세대 가운데 상당수가 찬핵을 공공연히 표방하거나 아니면 겉으로는 침묵하면서 찬핵 입장을 견지한다. 기후위기의 적응과 극복 대책으로서 경제성장과 개발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한시라도 빨리 생태국가와 생태사회로 밑바닥부터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차원으로까지 나아가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엘리트 금수저들은 경제성장과 개발 이데올로기 중독자들이다. 이들의 중독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치료 방법은 그들로부터 금수저를 빼앗는 수밖에 없다. 도대체 100만년 이상 밀봉해서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방법이 있냐고 물으면 이들은 침묵한다. 도대체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다 고갈되면 어떻게 경제성장과 개발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이들은 침묵한다. 도대체 지구 기온이 1.5도 올라 한반도 해안지대가 바닷물에 잠기고 나머지는 사람이 아예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 이들은 침묵한다.

 

돌멩이가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게 아닌 것처럼 조만간 과학기술이 ''하고 완벽한 해결책을 들고 나타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만병통치약이자 답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온전히 정신을 차리고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금수저 계급 가운데서도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기후는 정치다

우리는 이런 엘리트 금수저 계급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그것도 무장투쟁이 아니라 비폭력 평화와 공존의 끈질긴 정치투쟁, 대화와 설득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의 생태적 전환 방식으로 말이다. 금수저 계급은 타자를 죽이는 경쟁,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적자생존을 뼛속까지 체질화한 극단의 개인주의자들이다. 이들에게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 속에서의 공존과 공생, 연민과 공감, 공동선 추구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이들은 화성 이주니 뉴질랜드 지하 벙커니 하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지극히 개별화된 방책밖에 없다. 수해가 난 지역에 생업을 팽개치고 달려가 돕는 사람들은 우리의 평범한 주권자들, 장삼이사 이웃들이다. 시간이 돈인 금수저 계급은 결코 그런 돈이 되지 않는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

 

미디어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이는 쇼일 뿐이다. 결국 금수저-흙수저의 계급이 없는 세상, 20대 청년들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는 99.9% 흙수저들이 각성해서 지금의 체제를 뒤집어엎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연히 기후는 정치다.

정치의 주체를 금수저 계급에서 흙수저 계급으로 바꾸어야 경제성장과 개발을 끝장내고 안전하고 공정하게 살 수 있는 지역순환 경제의 공생공락 사회, 우애와 환대의 공동체 사회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온실가스 배출을 온실가스 흡수의 한도 훨씬 이하로 감축하는 탄소제로, 탄소 마이너스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당연히 기후정치는 선거정치이자 운동정치다.

금수저 계급의 엘리트 대의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흙수저 계급의 풀뿌리 민주정치는 99.9% 인민들의 연대연합 정치이자 선거정치와 운동정치를 결합한 매일매일의 일상생활 정치다. 그래서 운동정치를 부정하고 오직 선거정치의 엘리트 대의정만을 민주주의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최장집 류의 금수저 사이비 민주주의자들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악질 범죄집단의 하수인들일 뿐이다.

 

시민사회운동의 시대는 끝났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죽 시민사회운동은 필요하고 또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운동이 한국 사회와 국가의 의제를 주도하고 선거를 포함해서 시민 정치운동을 주도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보수-진보의 진영운동 시대 또한 지났다.

 

'6월 항쟁'을 기점으로 민주화운동의 시대가 저문 것과 똑같다.

1987년 군사독재를 끝장내고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이끌었던 학생들과 시민, 노동자-농민들은 직선제 헌법 개정과 함께 6공화국 시대를 열었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지평이 활짝 열렸다.

 

그러나 직선제라는 선거제도가 곧바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8712월의 대선에서 당시 거의 모든 민주화운동 단체들은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 후보 단일화론, 독자 후보론 등으로 갈가리 찢겨 분열되고 말았다. 연대연합의 운동정치를 통해 군사독재정권을 타도한 직후 돌아온 선거정치는 운동정치의 연대연합을 냉엄하게 무너뜨리고 말았다. 무너졌던 운동정치가 다시 연대연합을 통해 부활한 것이 2016/2017 촛불혁명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운동정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선거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촛불을 통해 시민에서 주권자로 한 차원 높게 각성한 인민들은 이제 극장정치의 단순한 관객으로만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다.

 

주권자들이 주체로 나서는 운동정치는 노동현장을 비롯한 삶의 현장 곳곳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연대와 연합의 운동정치 무지개를 꽃피우는 중이다. 녹색당-정의당의 집권 전략, 합당 또는 풀뿌리 연합정치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정당은 명확히 새로운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고자 하는 강령을 가지고 이에 동의하는 당원들을 조직해서 정당정치 활동을 벌인다. 대의정에서 정당의 집권은 오직 선거에서 이기는 길밖에 없다. 그래서 정당의 모든 활동은 선거 정치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 또한 오직 선거만을 위한 정당이었다.

 

그런데 기존의 정당과 전혀 다른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 정당정치 전략을 내세우며 등장한 것이 진보정당과 녹색당이다. 포데모스(Podemos·스페인 극좌 정당), 시리자(Syriza·그리스 극좌파연합),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이탈리아 생태주의 정당) 등 대의정의 한계를 돌파하고 극복하기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지역 주민의 생활 정치운동을 조직해 대의정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결합한 서구와 미국의 새로운 정치세력 전략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한국 정당은 선거를 오직 여의도 엘리트 유명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정당 분열과 통합 등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이른바 중앙정치의 자극성 드라마 무대로 활용했을 뿐이다.

 

그런데 사실 선거는 정당의 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주권자의 연대연합 정치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폭넓은 정치 무대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특히 풀뿌리 지역에서는 합종연횡(合從連橫)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연합정치 전략을 지역 실정에 맞게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의 국공합작 전략은 성공한 연합정치 전략의 대표 사례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녹색당과 진보정당은 이 같은 선거정치 무대를 주권자가 주체로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정치 무대로 얼마든지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의 녹색-진보 정당은 기존 정당처럼 이른바 중앙무대의 녹색-진보 엘리트 극장정치 쇼를 연출했을 뿐이다. 풀뿌리 지역주권자를 조직하는 운동정치 없는 선거정치, 그것이 녹색-진보정당이 21대 총선에서 궤멸 수준으로 패배한 핵심 요인이다.

 

선거구 단위인 226개 지방자치단체에는 먹거리, 미세먼지, 교육, 교통, 의료, 복지 등등 삶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 의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녹색-진보 정치활동가는 거대 양당의 정치꾼들처럼 이들 지역 주권자들의 민원해결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절차와 방법을 알려주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실행하도록 주민을 조직하는 주권자 민주주의 정치의 촉진자 역할, 이것이야말로 녹색-진보 정치활동가가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운동정치다.(관련 기사 : 진보-녹색 정당운동은 왜 실패했나, 한국 정치의 현장은 시군구 지역이다)

 

당장 수많은 토론회와 설명회, 간담회를 통해 화석연료 자동차의 도심지 통행을 단계별로 제한하고, 도로를 도시의 가로수 허파 숲과 햇빛발전소-바람발전소로 만드는 주민조직화 운동정치는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지역 주민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의 지역정치 활동이다.

 

지역 주권자 10명을 풀뿌리 연합정치의 주체로 조직하고, 이들이 지역주민 150명을 조직하고, 그리고 지역 유권자 3.5%의 집회와 시위 행동을 이끌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또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실 녹색당과 정의당은 지금 강령과 정책상 그리 큰 차이도 없다. 이른바 스타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면 합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합당하지 않더라도 집권의지가 있다면 선거정치의 시공간에서 연합정치 전략은 필수다.

 

녹색-진보정당의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2022년의 대선과 지방선거는 녹색-진보정당의 주권자 연합정치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에 앞서 내년의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 또한 최상의 기회다. 지금부터라도 밑바닥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민주주의 운동정치를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녹색당과 정의당의 혁신이란 이런 집권 정치전략의 혁신을 말한다.

하다못해 기본소득에서부터 약자와의 동행이란 의제를 던진 미래통합당의 혁신안에 견주어 녹색당-정의당 혁신위원회는 아예 존재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녹색-진보정당의 미래는 없다.

 

풀뿌리 지역에는 소수지만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쌓아 온 시민사회운동과 노동운동, 농민운동, 협동조합운동, 마을공동체운동, 여성운동, 교육운동, 보건의료운동, 복지운동 등의 세력이 존재한다.

 

녹색당과 진보정당 정치활동가들은 지역이 중심이고 지역이 중앙이라는 전략 아래 이들을 모두 묶어 세워 지역운동정치의 연대연합으로 이끌어내는 아교와도 같은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중앙당 정치에 해바라기처럼 줄 세워 서있는 지역정치 지형을 밑에서부터 바꿀 수 있다.

 

나아가 녹색과 진보 가치에 동의하는 민주당 당원들까지 합종연횡한다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는 변방의 저 밑바닥 풀뿌리 흙수저 계급부터 스스로 나서서 주권을 탈환하고 운동정치가 승리하는 최초의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는 기후정치 시대다.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프레시안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동물은 누굴까?

초고위험군에 속한 18종 영장류 확인

인간 수용체 단백질 아미노산과 일치

바이러스 돌기단백질과 결합력 높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수용체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는 서부로랜드고릴라.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

 

많은 감염병들이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인수공통 감염병 가운데 하나다. 현재까지 약 250종의 인수공통감염병이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이후 발생한 전염병의 65%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올해 들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유래해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오는 경로는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 ACE2(안지오텐신 전환 효소2)를 통해서다. 바이러스 외피에 솟아 있는 돌기 모양의 단백질이 이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ACE2는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 단백질로 코와 입, 폐 등 호흡기관의 상피세포에 주로 분포돼 있다. 인간의 경우 이 수용체 단백질에 있는 25개 아미노산이 바이러스 결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수용체 단백질은 사람 세포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수용체 단백질도 사람처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을까?

 

인간과 각 동물의 수용체 단백질 구조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알면 동물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정도를 추정해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인간 세포 수용체와 포유류 252종을 포함한 새, 물고기, 양서류 등 410종의 척추동물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 구조를 비교 분석했다. 게놈 분석을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을 이용해 아미노산 중 몇개가 인간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그런 다음 인간과 동물 수용체 단백질의 아미노산 일치 정도에 따라 각 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정도를 5가지 단계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보노보, 침팬지 등 영장류 동물 18종이 ACE2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부로랜드고릴라, 수마트라오랑우탄, 북부흰뺨긴팔원숭이 등 `멸종 위급'(critically endangered)종으로 분류된 동물도 이 초고위험군에 속했다. 이들 동물의 ACE2 수용체에 있는 25개 아미노산은 모두 인간과 일치했다. 이는 이 부류의 동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람 전염의 중간숙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뜻한다. 물론 역으로 이들 동물이 사람으로부터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18종의 동물은 모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코가 길고 콧구멍이 아래쪽으로 난 협비류 영장동물에 속한다고 밝혔다.

검은발족제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초저위험군에 속한다.

 

쇠고래, 큰돌고래를 포함한 고래 12종과 중국 햄스터 등 28종의 동물도 고위험군에 속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취약한 동물 종의 40%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협그룹에 해당했다고 밝혔다. 고양이와 소, 양을 비롯한 57종은 감염 위험도가 중간 정도로 나타났다. 개와 말, 돼지는 ACE2 결합 위험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한때 중간 숙주로 주목받았던 천산갑도 이 그룹의 일원이다.

 

눈길을 끄는 건 코로나19의 숙주로 추정되는 박쥐의 분석 결과다. 박쥐 역시 ACE2 수용체를 통한 감염 위험이 매우 낮은 그룹으로 분류됐다. 이는 박쥐에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직접 인간에게 전파된 것이 아니라,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중간숙주를 거쳐 전파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인간 수용체 단백질 `ACE2'의 구조. 위키미디어코먼스

 

중간 숙주 종 식별과 동물 실험 모델 선택에 기여

물론 ACE2의 아미노산 서열이 일치한다고 해서 실제 감염 위험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에 따르면 밍크, 고양이, , 햄스터, 사자, 호랑이의 사례를 보면 이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침투에 ACE2 수용체를 사용할 수도, 다른 수용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아미노산 구조의 일치 정도가 실제 감염 위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는 향후 연구 과제다. 다만 연구진은 기존 감염 데이터가 있는 동물들의 경우,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예측된 동물들의 감염 위험 정도를 과대 해석해선 안되며 실제 위험은 추가 실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해리스 르윈 교수(진화생태학)"이번에 확인한 데이터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동물군을 가려내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잠재적인 중간 숙주 종을 식별해 미래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계획을 세우고,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실험을 위한 동물 모델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821일치에 실렸다.

 

인간 세포 수용체 단백질 ACE2와 아미노산이 모두 일치하는 동물

두크마른원숭이, 코주부원숭이, 파타스원숭이(붉은상모원숭이), 수마트라오랑우탄, 붉은털원숭이(히말라야원숭이), 북부흰뺨긴팔원숭이, 필리핀원숭이,녹색원숭이, 보노보, 금빛원숭이, 남부돼지꼬리원숭이, 드릴개코원숭이, 검댕맹거베이원숭이, 침팬지, 서부로랜드고릴라, 올리브개코원숭이, 우간다붉은콜로부스원숭이, 겔라다개코원숭이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부울 환경단체 “1조 쏟아붓고도 침수 큰 충격신고리 3·4호기 철저 조사를

신고리원전 3·4호기 전경. 부산일보 DB

속보=신고리 3·4호기 송전설비 침수사태(부산일보 825일 자 1면 보도)와 관련해 부산·울산 환경단체들이 원인 규명과 부실시공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부산YWCA와 부산환경운동연합, 울산환경운동연합 등은 25한국형 명품 원전, 안전한 것 맞나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통해 최첨단 기술의 접목체로 자랑하는 신고리 3·4호기 송전설비가 7월 폭우로 침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특히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수문 설치 등 1조 원 혈세로 전국 21기의 대대적인 안전보강을 한 이후 발생한 사건이어서 더 큰 충격을 준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사고 후 대대적 안전보강

부실시공 여부·원인 규명 촉구

부산일보 보도 관련 공동 성명 발표

 

이들 단체는 이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 새울본부, 한전 부산울산본부는 723일 부산과 울산의 집중호우 당시 신고리 3·4호기 송전설비 일부가 침수된 사실을 시인했다그러나 원안위와 한전 관계자들은 원전 가동과 송전에 지장이 없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또 신고리 3·4호기는 2016년 이래 여러 차례 사고가 있었다. 20168월에는 시운전 중 원자로와 터빈 발전기 출력 편차 교정을 이유로 수동 정지해 과잉 출력논란이 일기도 했다신고리 3호기에서 발생한 국산 벤트리관 교체를 위해 UAE 바라카 원전에서 해당 부품을 가져오는가 하면, 밸브 누설 사고가 발생하자 신한울 1·2호기에서 부품을 전용하는 등 부품 돌려막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들은 원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자랑하던 관계당국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가라며 원전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뒤늦게 알게 돼 불안에 떠는 것은 지역 주민과 시민들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극단적이고 기록적인 폭우와 예측불가능한 강수량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라며 신고리 3·4호기의 설계부터 다시 꼼꼼히 살펴보고 신고리 5·6호기까지 다시 점검하는 등 송전설비 침수사태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부산에너지정의행동도 성명을 내고 "이번 침수 사고에 대한 원안위와 한전 측의 해명을 보면 핵발전소 안전운영에 대한 규제기관과 사업자의 무책임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침수 사실을 지역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은폐 의혹도 불거졌다. 만약에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주 작은 사건도 주민에게 적극 알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 "핵발전소 안전을 책임지고 규제하는 원안위는 이번 침수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한수원과 한전 역시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적극적인 정보공개와 공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

 

철망 씌워 보호하지만뜨거운 한반도서 얼마나 버틸까

사람 힘으로 생존하는 눈잣나무

잣까마귀·다람쥐 등이 열매 못먹게

서식지 철망 씌워 종자 보호에도

낮은 지역 소나무들은 치고 올라와

아고산대 개체수 확연히 줄어들어

 

곰들이 즐겨 먹는다는 홍월귤

툰드라 지역 서식 극지·고산식물

설악산 정상 100여 개체 알려졌지만

실제 관찰 가능한 건 2개체뿐

그나마 시들었거나 말라죽은 모습

 

때론 사람이 더 무섭다

등산객들 서식지 캐묻고 다녀

최악의 경우 개체 훼손 우려도

20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인근 눈잣나무 자생지. 잣까마귀, 다람쥐 등이 눈잣나무 열매를 먹는 것을 막으려 철망을 씌워놓았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0일 오전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설악산 등산로. 산행 3시간쯤부터 전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소사, 월정사 숲길에서 봤던 우람함이 없는, 작은 성탄절 나무 같은 인상이었다. 동행한 공우석 경희대 교수(생물지리학)전나무가 보이면 해발고도 1000~1300m의 산 중턱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소나무과 침엽수인 전나무는 해발 1000m 일대의 추운 환경에서 유래했다. 각종 숲길에 쓰여 평지에서도 잘 사는 걸로 흔히 오해한다고, 공 교수는 덧붙였다. 주변을 둘러보자 생선가시처럼 생긴 분비나무의 고사목들과 바람에 쓸린 기이한 모습의 작고 낮은 나무들이 곳곳에 위태하게 서 있었다.

 

이날 산행은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계획보다 한달이 늦어진 일정이었다. 이 산 정상엔 눈잣나무와 노랑만병초, 홍월귤 같은 빙하기 식물이 산다. 과거 빙하기 때 한반도에 자리잡았다 다시 기온이 오른 간빙기 때 북쪽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한반도 산꼭대기에 남은 식물들이다. 한반도 자연사를 이해하는 열쇠이며, 기후변화가 심화하면 멸종할 생태계 최약자다. 이들은 주로 시베리아의 툰드라, 타이가에 사는데, 세계 남방 한계선이 바로 이 설악산 정상이다. 남한에선 오직 이곳에서만 이들을 볼 수 있다.

20일 설악산 대청봉으로 향하는 탐방로에서 마주친, 꼰 형태로 말라 죽은 잣나무.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복원된 눈잣나무

서식지 해발고도 1708m의 대청봉은 한겨울에 영하 25~3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고 나무를 휘게 하는 강풍이 분다. 중청대피소가 있는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가 눈잣나무의 남한 내 유일한 자생지다. 눈잣은 누운 잣나무의 줄임말로, 일반 잣나무와 달리 춥고 습하고 바람이 많은 환경에 적응하려 키가 작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외국에선 꼬마 소나무’(dwarf pine)라 부른다. 떨어져서 보면 인조잔디 같은 색으로 주변 나무들과 구분된다. 바람이 없거나 세지 않은 곳에선 줄기가 곧추서 소교목으로 자란다. 나무 모양이 보기 좋고 사철 푸르러 북한에선 관상용으로 공원이나 정원에 심기도 한다. 각종 기암으로 빚은 설악의 절경과 멀리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눈잣나무는 이 열매를 먹고 사는 잣까마귀들과 겨우 살고 있었다.

20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인근 눈잣나무 자생지. 잣까마귀, 다람쥐 등이 눈잣나무 열매를 먹는 것을 막으려 철망을 씌워놓았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로 가는 600m 길은 2012년 말 나무데크로 만들었다. 언뜻 지나기 편하게 해놓은 시설로 보이지만, 등산객이 주변을 훼손하지 못하게 막는 목적이 더 크다. 국립공원공단은 나무데크를 만들면서 당시엔 거의 훼손된 서식지를 복원하려 주변의 눈잣나무들을 이곳으로 옮겨 심고 철로 된 종자 보호망을 씌웠다. 잣까마귀, 다람쥐 등이 열매를 먹는 걸 막고 증식용 종자를 채집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곳의 눈잣나무는 사실상 사람의 힘으로 생존하고 있었다.

 

길희영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대청에서 보는 식물 대부분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올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절멸, 위급, 위기 등으로 구분해 지구 생명체의 보전 상태를 정리해놨다. 이대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가열이 지속돼 기후가 변하면 눈잣나무 등은 조만간 개체가 하나도 남지 않는, ‘절멸등급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인위적인 종 복원 노력도 지구 기후의 거대한 변화 앞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중청대피소의 눈잣나무 군락지엔 과거 볼 수 없던 소나무의 모습도 군데군데 보였다. 공 교수는 한라산에서도 그렇고, 더 낮은 지역에 살던 소나무가 이곳 고산지역까지 점점 서식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눈주목, 눈측백 같은 다른 아고산대 나무들도 개체수가 확연히 줄고 있다고 했다. 국립공원공단이 중청대피소 옆에 설치한 기후변화 모니터링 장비가 키 작은 나무들을 지키는 허수아비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난 20일 설악산 정상 인근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공우석 경희대 교수, 국립수목원,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남한에선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빙하기 식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0일 설악산 정상 인근에서 <한겨레> 취재진과 공우석 경희대 교수, 국립수목원,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이 남한에선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빙하기 식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개체수 더 늘긴 어려워

중청대피소를 지나 소청봉으로 가던 등산로 주변에선 그동안 국립수목원이 관찰해온 노랑만병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등산로를 벗어나 수풀을 헤치고 십여미터 들어가 주변 나무들을 걷어낸 자리에 겨우 몇 포기가 땅에 납작 엎드린 채 있었다. 풀이 아닌 나무로 분류되지만 키가 작고 옆으로 눕는 특징이 있다. 류머티즘 등의 약재로도 쓰이나 기본적으론 독성식물이다. 러시아 극동지역과 몽골, 중국, 일본 북부의 해발 1500~2700m 사이 고지대에 주로 산다. 눈잣나무처럼, 설악산이 지구상 가장 남쪽에 위치한 자생지다. 2018년까지 5년 동안 이곳의 노랑만병초를 관찰해온 안종빈 국립수목원 연구원은 중청과 소청 사이 수십 개체가 존재하지만, 다른 나무들에 뒤덮여 나날이 피압(키가 큰 나무에 덮여 햇볕을 받지 못하는 상태)이 심해지는 중이다. 더는 개체수가 증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노랑만병초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의 위기등급에 올라 있다.

20일 설악산 정상 인근에서 서식 중인 노랑만병초.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곳에선 알래스카나 그린란드 등지에서 주로 사는 홍월귤도 볼 수 있었다. 다른 빙하기 식물들처럼 툰드라나 타이가 지역에 주로 살고, 빙하의 가장자리에서 발견되기도 하는 극지·고산식물이다. 작은 앵두 같은 열매를 곰들이 즐겨 먹어 베어베리’(Bearberry)로도 불린다. 설악산 정상엔 100여 개체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실제 관찰이 가능한 건 2개체뿐이었다. 그나마도 하나는 산앵두 사이에서 거의 시들었거나 말라 죽은 것처럼 보이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설악산엔 홍월귤과 다른 종인 월귤이 있는데,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60가량 떨어진 강원도 홍천 풍혈의 월귤 군집과 유전적으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1300m의 고도차가 있는 걸 고려하면 과거 2만여년 전 빙하기 때 한반도 기온이 지금보다 6~9도 낮았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일대가 모두 빙하기 식물들의 서식영역이었던 거죠.” 공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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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설악산 정상 인근에서 확인한 빙하기 식물홍월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홍월귤 어디 있는지 아세요?”

조사를 마치고 대청봉으로 돌아와 다시 오색으로 향하는 하산길에 올랐다. 지나던 한 등산객이 취재진과 동행한 국립공원공단 직원에게 다가와 이곳에 홍월귤이라는 게 있다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공단 직원은 선뜻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 “가끔 관심을 보이는 등산객들이 있는데 사진만 찍고 가면 몰라도, 최악의 경우 아예 개체를 훼손해버려 문제가 된다는 우려에서다. 희귀식물을 캐내 아예 가져가거나 다른 이들이 볼 수 없도록 사진을 찍은 뒤 없애버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산꼭대기에 사는 빙하기 식물들은 희귀한 특성 탓에 기후변화만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는 위험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설악산 정상 인근에서 강한 바람으로 인해 한 방향으로 휜 나무가 보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반도 내 고산지대에 겨우 남아 있는 빙하기 식물들은 한반도의 산줄기 방향이 남북으로 나 있는 덕을 봤다. 남북으로 뻗은 산줄기는 뿌리가 있는 식물에게도 이동 통로 구실을 했다.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가는 1만여년의 장구한 시간 동안 한반도 식생은 서서히 변화해갔고 빙하기 때 자리잡은 극지식물들은 이제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산꼭대기에만 남아 있다. 동서로 뻗은 알프스나 피레네산맥이 있는 유럽과는 다른 모습이다. 공 교수는 한반도는 동식물이 움직이는 이동 통로이자 혹독한 기후를 피해 찾아드는 피난처 구실을 해왔다. 한반도 자연사를 간직한 빙하기 식물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경우 금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이 4.7, 한반도의 경우 5.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이대로면 환경악당국가 된다, 뉴딜펀드는 생존 전략"

[경제통 의원 인터뷰 ] '증권맨'에서 정치인 변신한 홍성국 민주당 의원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는 우리가 '환경 악당 국가'가 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환경 악당 기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하죠."

펜을 들어 거침없이 그래프를 그리며 설명에 열중하던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를 거쳐 제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0<오마이뉴스>와 만난 홍 의원은 '한국형 뉴딜', 뉴딜펀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현재 민주당 K뉴딜위원회 디지털분과 실행지원 태스크포스(FT) 단장을 맡아 한국형 뉴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홍 의원은 뉴딜펀드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나라가 앞으로 그린 뉴딜이나 디지털 뉴딜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 재정으로 투자 가능한 수준을 연간 40~50조원으로 추정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뉴딜펀드를 통해 그 여력을 높이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RE100(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정말 많은데 기업들이 친환경·신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이제 수출도 못 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그린 뉴딜 투자는)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뉴딜펀드에 투자한 원금을 잃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까? 홍 의원은 "원금보전추구형 상품으로 구성해보려 한다""은행 정기예금의 경우 5000만원까지 보호되는 점을 감안해 그 수준으로 맞춰볼 예정"이라고 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 중 80%가량은 일반 투자자들의 돈이 들어가는 펀드를 통해 조달하게 되는데, 이를 선순위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더불어 홍 의원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해소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최근 불법 공매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제 기본시각은 '규제는 풀되 처벌은 아주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불법 공매도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은데 양형 기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고자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홍성국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신자유주의적 시각, 끝난 지 오래됐다"

 

- 증권업계에 오래 몸담았다. 정치에 뛰어들어야겠다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회사(미래에셋대우) 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수축사회>라는 책을 쓰고, 미래학자로 알려지면서 강연을 많이 다녔다. 기업 경영진이나 성당 신부님 등 다양한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다. 언론사에 기고도 많이 했는데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런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래서 작지만 제가 생각하는 미래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참하게 됐다."

 

- 민주당을 선택하고 소속 상임위원회로 정무위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제가 금융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 간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금융이 보수와 가깝다는 것은 옛날얘기다. 자본주의 전체가 진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미국의 정책을 생각해보면 그게 어떻게 신자유주의인가. 금융 쪽도 마찬가지다. 10~20년 전 신자유주의 기반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미 끝난 지 오래됐는데, 이를 고수하는 정당과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정당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제가 민주당으로 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정무위도 그렇다.

- '한국판 뉴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뉴딜펀드'와 관련해 민주당 K뉴딜위원회 디지털분과 실행지원TF(태스크포스) 단장을 맡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앞으로 그린 뉴딜이나 디지털 뉴딜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 재정으로 투자 가능한 수준을 연간 40~50조원으로 추정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뉴딜펀드는 펀딩을 통해 그 여력을 높여야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으니 투자를 받는 식으로 가고 있다. 이때 우리나라가 펀딩을 통해 투자를 확 늘리게 되면 다른 나라와 격차가 벌어질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올라가면 전 세계에서 자금이 모이고, 수출은 자동으로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한국형 뉴딜은 생존의 문제"

-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아직 그 필요성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RE100(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2050년이면 유럽 등 여러 나라들은 탄소중립(개인이나 기업이 배출한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논의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친환경·신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이제 수출도 못 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존의 문제다. 이런 구도가 나온 게 사실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옛날이야기만 하면 안 된다. 석탄 화력을 계속 쓸 수는 없지 않나. 하다못해 LNG(천연가스)로라도 바꿔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게 더 좋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그 과정 중에는 우선 LNG로라도 전환해야 한다."

 

- 디지털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나름대로 선도하고 있지 않나.

"전 세계 평균을 하나의 선으로 표현한다면 '그린' 분야는 우리가 정말 아래에 있고, 디지털 분야는 조금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분야 역량이 평균 위에 있더라도 앞으로 다른 나라들이 쫓아오지 못 하도록 한국형 뉴딜을 통해 더 앞서 나가야 한다. 그린 뉴딜도 함께 해야 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는 우리가 '환경 악당 국가'가 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환경 악당 기업'이 나올 수 있다.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신재생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당장 정부도 돈이 없으니 뉴딜펀드로 일정 부분 자금을 모으게 되면 우리나라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거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

- 뉴딜펀드로 모인 돈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투입될지 정해졌나.

"뉴딜펀드에 대한 기대가 너무 빠르다. 펀드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린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마련될 것이다. 그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 과정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소에 대한 펀드 상품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공사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완공될 시점, 발전기를 실제 설치하는 때에는 돈이 많이 든다. 펀딩도 이에 맞춰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여러 부분을 염두에 두고 상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된다."

 

- 언제쯤 윤곽이 드러날까.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결국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업자들이 프로젝트를 발굴해야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떠어떠한 점 때문에 어렵다면 이를 국회에 얘기해 규제 완화 등을 논의해야 한다. 생존과 관련한 문제기 때문이다."

 

-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원금보장이 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정확하게는 원금보전추구형 상품으로 구성해보려 한다. 은행 정기예금의 경우에도 5000만원까지 보호되는데, 그 수준으로 맞춰볼 예정이다. 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중 전체 20%가량은 중·후순위 지분 투자로 조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예를 들어 풍력발전의 경우 한국전력 계열사 등이 참여할 수 있다.

나머지 80%는 펀드 상품을 통해 조달할 계획인데, 이는 선순위 채권이 된다. 통상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부분이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산업기반안정자금을 통해 보증해준다. 선순위이기 때문에 어떤 사업이 종료되면 가장 먼저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사업이 잘못되더라도 이에 대한 손실은 중·후순위 지분 투자로 참여했던 곳에 돌아간다. 처음 이들은 예를 들어 풍력발전의 경우 정부가 전기를 산다는 확약서가 있어 투자에 나서게 될 텐데, 그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되는 구조다."

 

- 하지만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고수익 절세 상품을 만들어 주는 셈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현재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투자금액은 약 3억원, 수익률은 3%로 알려져 있지 않나. 향후 기획재정부 등을 통해 이 같은 사항은 정교하게 수정될 것이다. 다만 해당 상품은 부자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퇴직연금을 통해 뉴딜펀드에 가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민을 위해 세제혜택을 추가로 제공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또한 정부에서 상세하게 조정해나갈 것이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법안 발의한 이유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성호

 

-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빌려 주식을 판 뒤 이후 이보다 싸게 사들여서 이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인 공매도 가운데 불법 거래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최대 1억원 과태료에서 '주문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과징금으로 올렸다.

"최근 옵티머스·라임펀드, 불법 공매도 등 금융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 기본시각은 '규제는 풀되, 처벌은 아주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이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못 하도록 하는 거다. 의도적으로 불법 공매도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은데, 양형 기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를 해소하자는 것이 이번 법안 발의 취지다."

 

- 공매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공매도 제도를 잘 운용하면 주식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 있다. 주가가 내려갈 때를 생각해보라. 이때는 공매도한 사람들이 주식을 다 사줘서 오히려 시장에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작은 회사의 경우 이런 것들이 실제로 시세에 영향을 준다. 시가총액이 어느 선 이상, 예를 들어 상위 200위 정도인 회사의 경우 공매도를 할 수 있고, 이외에는 어렵게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논의 중이다. 공매도 제도 자체는 존치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제 생각이다."

 

- 결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근본 해법이 될 것 같다.

"금융시장 선진화 방안에는 다른 특별한 것이 없다. 어려서부터 경제 교육, 투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밖에 없다. 투자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들은 모두 유대인이 가지고 있다. 이들은 초등학교 4~5학년생 때 모아둔 용돈을 은행 예금에 넣어 복리 개념을 익힌다. 100만원을 예금하고 이자가 5%라면 1년에 5만원씩 느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는다는 걸 체득하는 거다.

우리나라의 경우 뒤늦게 재테크 책을 보고 '투자가 잘 안 되네'라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투자 습관이 배어 있지 않아서다. 수능 필수과목으로 경제를 포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문계, 자연계 관계없이 모두 경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는 부동산 달관파"

- 부동산 문제도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수도권 집값은 과도하고, 수급은 부족하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수도권 집중현상은 심해질 수 있다. 딜레마다. 통화정책으로 금리를 올리면 해결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차입비용이 커져) 다른 산업이 다 망가진다. 민주당에선 '평생주택' 개념을 중심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고자 한다. 평생 한 집에 살면서 집값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제가 그렇다. '부동산 달관파'. 살면서 처음으로 10여 년 전 도봉구에 집을 하나 샀는데, 집값이 오르는지 떨어지는지 관심 없다. 그저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겠다'는 마음으로 지낸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투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경제 교육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행정수도 이전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수도권을 분산해야 한다. 집값 하나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 삶의 질, 교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강남구 정도의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 수도권에서 떨어진 곳에 있을 필요가 있다. 우선 물리적 인프라는 강남보다 세종시가 좋다. 그런데 문화, 교육, 상권 등 소프트웨어 쪽에선 세종시가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적정 인구 수준을 채우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세종시로 행정수도가 옮겨가고, 국회도 이전된다면 우선 교통 문제가 많이 해소될 것 같다. 전북 전주 등에서도 세종시까지 출퇴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경기권, 충청권 등에서도 1시간이면 가능하다. 각 지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것보다 세종으로 출근하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것인가. 생각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 조선혜(tjsgp7847) / 오마이뉴스

 

메뚜기떼와 매미나방, 코로나의 공습

알프레드 브렘, 메뚜기

20205월 인도 중부 보팔 지역에 출몰한 메뚜기떼. 인도 북서부를 공급한 메뚜기떼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도심 지역으로까지 세력을 넓혔다. EPA 연합뉴스

 

땅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온통 메뚜기로 뒤덮으리라.

메뚜기들이 우박의 피해를 입지 않고 남은 것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 너희가 가꾸는 들나무들도 갉아 먹으리라.

-출애굽기 105

 

벌레라는 한국어는 꼭 벌레 같다. ‘걸레라는 말이 꼭 걸레 같듯이. 어떤 단어에는 원형질의 생각이나 감성이 각인되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벌레는 곤충을 비롯하여 기생충과 같은 하등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벌써 하등이라는 말에서 대상을 얕잡아보려는 기세가 등등하지 않은가.

사전 편찬자조차 태도가 이러하니, 말이 멋대로 굴러다니는 시장바닥에서 벌레라는 단어의 운명이 어떻겠는가. 벌레는 곧 버러지인데, 이 단어를 발화하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발화 대상을 깔보려는 못된 심보가 두둑하다. 맘충()이니, 진지충이니, 틀탁충이니 하는 벌레보다도 못한 신조어들 역시 곤충이나 다른 절지동물을 혐오하는 오래된 시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20206월 케냐 북부에 출몰한 메뚜기떼. AP 연합뉴스

 

그러나 왜 그리 미워했던 걸까? 말할 것도 없지만, 이 동물군이 사람의 삶을 곤란하게 했던 기나긴 역사 탓일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에게 가장 위협적으로 느껴질 동물은 파충류이기 쉬우나, 실제로 사람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동물은 뱀이나 악어가 아니라 그놈의 모기였다.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시드니에 머물던 시절 나는 집 안 벽을 타고 가던, 아무리 쫓아내도 다시 들어오던 개미떼 앞에서 기겁한 적이 있다. 성난 벌떼가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은 어떤가. (louse)나 진딧물에 대해 사람이 품었던 악감정의 역사도 전혀 얄팍하지 않다. 1945년 종전 후 살충제가 대량 생산되어 여러 국가의 논밭에 살포되었을 때, 농민들은 환호작약했는데 (‘녹색혁명이라는 단어는 이때 나온다) 누천년을 이어온 지긋지긋한 곤충과의 전쟁에서 이제는 해방이라는 섣부른 해방감 때문이었다.

메뚜기.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어디든 인심(人心)의 자리에는 혐오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절지동물의 심상이 남아 있어서, 이 심상은 영화에서 곧잘 활용되곤 했다. 개미, , 말벌, 모기, 바퀴벌레, 사마귀, 파리, 거미 등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는 20세기 후반기 내내 끊임없이 제작되었다. 새천년이 시작되었건만, 이런 흐름에 변함은 없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2’(2002)의 후미에서 오비완 케노비가 콜로세움 비슷한 곳에서 맞서 싸워야 했던 적은 게를 닮은 거대한 절지동물이었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3’(2005)에 등장하는 흉포한 악당 그리버스(Grievous) 장군의 몸은 그 원형태가 절지동물이었다.

 

물론 이 모든 이미지의 소음은 혐오감이나 공포감을 곤충 같은 특정 동물에 투사’(投射)하는 잘못된 행위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투사를 시행하게 되면, 그 대상이 곤충이든 아메리카 인디언이든 동남아 이주 노동자든, 투사 주체는 대상을 마음 편히 혐오하거나 가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곤충을 소재로 한 모든 예술작품에 이런 식의 투사가 있었던 것도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메뚜기떼(Swarm of Locusts), 알프레드 브렘 Alfred E. Brehm

 

그렇다면 알프레드 브렘(Alfred E. Brehm, 1829~1884, 독일 동물학자)메뚜기떼’(Swarm of Locusts, ‘Brehm’s Tierleben’, 브렘의 동물의 생명과 삶 9권에 등장하는 도면)는 어떨까? 메뚜기떼가 천지를 새카맣게 뒤덮고 있고 몇몇 사람이 안간힘을 다해 이들을 퇴치하려고 애쓰는 이 장면 앞에서, 보는 이는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브렘은 메뚜기떼에 공포감을 투사했던 것일까, 아니면 사실을 기록했던 것일까?

 

메뚜기떼에 관한 역사의 기록들은 이 그림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바이블의 출애굽기에 곡물과 식물을 깡그리 먹어치우는 무시무시한 메뚜기떼에 관한 언급이 등장하는데, 역사적 고증에 따르면 기원전 1500~1200년 전의 일로 추정된다. 기원전 9세기 중국(주나라)에서는 메뚜기떼를 퇴치하는 공무원을 별도로 두었다고 하며, 2000년 동안 170회 이상 메뚜기떼가 출현했다는 기록이 중국에 남아 있다.

 

메뚜기떼로 인한 재난의 경험은 신조어로 갈무리되었는데, ‘누리나 메뚜기 때문에 농작물에 입는 피해를 뜻하는 황재(蝗災)’라는 단어였다. 18세기와 19세기 인도에서 메뚜기떼가 출현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54년 한 메뚜기떼가 아프리카에서 영국까지 이동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메뚜기떼는 심지어 신대륙에도 등장했는데, 1875년 미국 서부를 덮쳤을 때 이들이 장악한 면적은 캘리포니아주 면적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림 속 메뚜기떼의 출몰

불행히도 이런 역사는 케케묵은 과거사가 아니다. 사실상 20세기의 마지막 해라 할 만한 2019년 말부터 우리는 알프레드 브렘이 19세기 말에 그린 그림 속 장면을 그림 밖에서 목도하고 있다. Covid-19(코로나)가 중국 우한에서 발발하던 무렵,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거대한 메뚜기떼가 목격되었다. 이 사막 메뚜기떼들은 그 뒤 케냐, 우간다, 예맨, 오만, 파키스탄 등지에서 계속해서 발견되었는데, 지난 71일에 발표된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피해 국가는 23개국에 이르며, 지금 이 순간에도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 사태를 비상사태로 다루고 있다.

2020년 메뚜기떼의 출현과 이동 경로.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FAO가 강력한 어조로 경고하는 이유를 우리는 출애굽기의 기록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해낸다. 보통 크기의 사막 메뚜기떼는 최대 80억 마리를 거느리며, 이들은 하루에 무려 400만 명분의 식량을 집어삼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몇 달 새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 곳곳의 산불과 홍수가 그러하듯, 메뚜기떼의 문제도 식량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

 

하지만 세계의 이상기후와 메뚜기떼는 별도로 다뤄야 할 두 개의 주제가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아라비아해 인근의 사막지대를 강타한 비정상적 사이클론과 집중호우 탓에 필요 이상의 습기가 메뚜기 산란지에 축적되면서 메뚜기들의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부터 라오스와 중국 윈난 지역에 출현한, 사막 메뚜기와는 종이 다른 메뚜기떼 역시 그 출현의 원인은 고온과 가뭄 같은 이상기후다.

매미나방과 알집.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어느 곤충 종의 급증이라는 문제는 과거의 문제도 아니지만, 먼 나라의 이야기도 아니다. 2014, 전남 해남 지역에 나타난 메뚜기떼가 농작물에 막심한 피해를 주었는가 하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내내 매미나방 애벌레들이 한반도의 숲에 구멍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코로나 원년이라 불리게 될 올해엔, 노래기와 대벌레가 매미나방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어느 방송의 용어 그대로 해충공습인가? 단어에 깃든 사고(思考)의 장막을 거둬내면 사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법이다. ‘벌레라는 단어를 뒤엎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듯, ‘증식이라는 단어도 다르게 써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미워하기 전에, 생각해볼 일이다. 그동안 어떻게 인간떼가 돌연 증식해 지구에 갖은 빨대를 꽂고는 지구의 가용 식량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던가를. 이 게걸스러움이 어떻게 인간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는가를.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작가/ 한겨레

 

 

사자에 먹힐까 더위에 쓰러질까, 초식동물 딜레마

포식자 피해 한낮 먹이활동기후변화로 열사병 위험 커져

얼룩말을 사냥하는 사자. 사바나의 초식동물은 먹이와 물을 찾고 포식자와 열기를 피하면서 힘든 균형을 유지한다. 기후변화는 이 균형을 깨뜨릴 우려를 낳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얼룩말 같은 초식동물은 사자가 사냥하는 때를 피해 풀을 뜯는 시간대를 뜨거운 한낮으로 옮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사바나의 초식동물은 기후변화로 더욱 취약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힐 벨뒤스 네덜란드 라이던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남아프리카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32곳에서 20132017년 동안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8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낮은 덥다. 많은 동물이 더위를 피해 밤에 활동한다. 벨뒤스 교수는 현장조사를 하다 보면 밤에는 낮에 볼 수 없던 동물이 많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특히 낮 동안 볼 수 없는 코끼리, 코뿔소, 물소 같은 대형 동물과 맞부닥치는 일이 많다네이처 연구 공동체블로그에서 밝혔다.

 

왜 낮에는 작은 초식동물이 활동하고 밤이 될수록 큰 초식동물이 돌아다닐까? 연구진이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었던 건 남아프리카 사자의 비극 덕분이었다.

 

남아프리카 32개 보호구역의 사자는 가축을 해치는 해로운 동물로 간주해 마구 사냥한 끝에 1950년대 중반까지 모두 사라졌다. 이후 보호구역 절반에서 사자를 재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사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초식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절호의 자연 실험장이 마련됐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무인카메라에 찍힌 하마. 대형 초식동물이어서 사자가 활동하는 이른 새벽 선선할 때 풀을 뜯으러 나왔다. 요리스 크롬시흐트 제공.

 

무인카메라에 찍힌 동물과 활동 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사자가 없는 곳의 초식동물은 사자가 있는 곳에 견줘 더 서늘한 시간대에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동은 초식동물의 크기에 따라 달라졌다.

 

코끼리와 코뿔소 등 몸무게 700이상인 대형 초식동물은 사자가 주변에 있는지에 거의 영향받지 않고 선선한 밤에 먹이를 먹었다. 잡아먹힐 걱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40이 안 되는 사바나토끼 같은 소형동물도 애초 사자의 주요 먹잇감이 아니어서 영향권 밖이었다.

대형 영양 겜스복은 사자가 없다면 시원한 새벽이나 어스름에 먹이활동을 하지만 사자가 나타나면 한낮으로 시간대를 옮긴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자로 인해 가장 큰 행동변화가 일어난 동물은 몸무게 100550의 중형 초식동물이었다. 대형 영양인 겜스복, 얼룩말, 검은꼬리누 등은 사자가 나타나자 먹이활동 시간을 새벽이나 어스름에서 한낮으로 옮겼다.

 

중형 초식동물은 사자의 주식이다. 사자는 더위를 피해 주로 새벽이나 어스름에 이들을 사냥한다. 사자를 피해 한낮으로 먹이활동 시간을 옮기면 체온상승으로 인한 열사병 가능성도 커진다. 게다가 아프리카 사바나는 지구 다른 지역보다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다.

 

연구에 참여한 요리스 크롬시흐트 교수는 모든 초식동물이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겜스복은 열과 사자를 모두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얼룩말 같은 동물은 고온이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형 초식동물인 검은꼬리누. 기후변화의 영향이 우려되는 동물의 하나다. 무하마드 마디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후변화에 대응해 동물은 몸을 바꾸어 적응하는 것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이 단기적으로 쉽다. 더 시원한 곳으로 서식지를 옮기거나 활동 시간대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든 장벽이나 서식지 훼손이 이동을 힘들게 하고, 결국 사바나 초식동물의 멸종을 가속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벨뒤스 교수는 기후변화와 함께 초식동물이 열과 포식자를 모두 피할 수 있는 시간의 창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개별 종뿐 아니라 종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Nature Ecology & Evolution, DOI: 10.1038/s41559-020-1218-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5번의 지구 생명체 멸종, 다음 차례는 언제일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편집자말]

최근 북극과 남극의 온난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극지방의 고온화는 급작스러운 기후재앙을 만들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unsplash

 

사람은 지구 대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체이다. 인간의 생존과 문명 수준은 주어진 기후 환경에 지배받는다. 인간의 삶에서 기후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저서로 헌팅턴이 1915년에 펴낸 <문명과 기후>를 들 수 있다. 헌팅턴은 이 책에서 어떤 지역의 문명은 그 지역의 기후조건으로 결정된다는 주장(기후결정론)을 했다.

 

이 기후결정론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서 식민지를 만들어갈 때 그들이 다른 국가를 침범하여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세우는 이데올로기로 악용되기도 했다. 좋은 기후환경에서 우수한 문명을 갖게 된 제국주의 국가들이 열악한 기후환경 탓에 문명이 낙후된 지역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진화론을 차용해 문명이 뛰어난 종족이 그렇지 못한 종족을 지배하는 것이 자연법칙에 부합한다는 억지였다.

 

5번의 대 멸종기

그렇지만 기후환경이 인간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 지구 생명체는 태양 자외선이 도달하지 않는 해양 깊은 곳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성층권 하부에 오존층이 생성돼 자외선이 그곳에서 제거되면서 더 많은 햇빛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육상으로 진출하였다.

 

하지만 대기의 상황이 언제나 육상생물들이 살아가는 데에 적합하도록 온순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 공간은 육상생물들이 살아가기에 가혹할 때가 많다. 지구의 긴 역사를 놓고 본다면 빙하기와 온난기(고온기)가 교차로 나타나 지구상의 생물들을 멸종시키기도 한다(지금까지 지구에는 5번의 대 멸종기가 있었다). 큰 기후변화가 발생할 때면 번성하던 대부분의 생물은 멸종하고 원생생물 수준의 생명체들만 살아남았다가 새로운 기후환경에서 다른 생태계로 변해갔다.

 

그뿐만 아니라 동일 기후 시대 내에서도 대기는 가뭄, 집중호우, 폭풍, 폭염 등으로 대기 중에 살아가는 생물에게 끊임없이 가혹한 상황을 만든다. 최근 사례로 2019년 연말에서 2020년 초에 걸쳐 호주에서 폭염과 가뭄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대형 산불을 들 수 있다. 산불의 여파로 많은 생물이 궤멸 수준의 해를 입었는데 그곳의 생태계는 어쩌면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설령 회복하더라도 수십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연기 내뿜는 호주 깁스랜드 산불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으로 깁스랜드 환경당국이 12일 제공한 사진이다.시드니 AP=연합뉴스

 

가혹한 기후환경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경우 기후변화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다가 종말을 맞으면 된다.

 

다른 하나는 가혹한 기후환경을 극복하며 살아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길이다. 이렇게 살아가려면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기후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건조한 사막을 서식지로 하는 선인장은 수분 증발을 최대한 막으려고 딱딱한 껍데기로 몸을 감싸고 산다. 날씨 변화를 예측해서 둥지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먹이를 얻고 물난리를 피해 생명을 지키는 거미도 있다.

 

사람들은 어떨까? 인간은 농업과 어업 등 기후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 활동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동식물보다 기후변화에 관심이 훨씬 높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높은 지능을 이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나아가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고 한다.

 

날씨 변화를 미리 알아내 대처하고자 하는 욕구가 예보 기술의 발달로 나타났다. 한발 더 나아가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곳의 기후를 생활에 최적이 되도록 바꾸려 한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겨울에도 원하는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겨울에 방한복을 만들어 활동 시간을 늘리게 된 것도 좁은 영역에서 기후조절에 성공한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상(기후) 조절은 여전히 일부 영역(소규모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강우와 안개 제거 정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상(기후) 조절 시도가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사는 실질적인 생활 공간과 비교해 기상(기후) 현상의 규모가 너무 커 인간이 동원하는 힘으로는 바꾸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항공기로 구름 응결핵을 뿌려 강수량을 증가시켜 미세먼지를 제거해 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걸 실현하려면 광범위한 하늘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동원하고, 동원된 비행기가 얼마나 긴 거리를 비행해 다녀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둘째, 기상 현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유효한 대책을 세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은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기상·기후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기상·기후 현상이 많다.

 

기상·기후학 분야에 어떤 문제가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느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이해하고 있는 일부의 지식뿐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그 존재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규명된 지식 체계를 정리해 놓은 것이기에 공부할 때는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면 현상을 전부 알게 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기후변화,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되어야

전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결석 시위를 이끌어낸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툰베리 인스타그램

 

실제로는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법이다.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구환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연을 함부로 성급하게 훼손하는 일이 두려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자연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이 4대강 사업,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환경훼손을 가져왔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러 현상 간에 상승 작용이 일어나 오히려 더 악화하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이런 이유로 서구 사회에서는 개발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 작업을 하고 수십 년에 걸쳐 토론을 한다.

 

기후변화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그래서 장래 기후변화의 문제가 더욱 두렵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그레타 툰베리의 두려움이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되어야 기후 비상행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앞으로 격주로 10주 정도에 걸쳐 기후와 기후변화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지구 역사 속에서 지금의 기후와 자연생태계가 차지하는 위치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후 위기를 말하는 지금 아직도 우리에게 기후 위기를 되돌릴 시간이 있는 것인지, 우리에게 다가올 기후 위기는 어떤 양상이며, 기후 위기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최근 북극과 남극의 온난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극지방의 고온화는 급작스러운 기후재앙을 만들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 문제가 올 여름에 우리나라에도 현실로 다가왔는데, 그것이 장마철 물 폭탄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극한 기후가 현실로 다가오게 될까?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 대응의 최종 수단이라고 일컫는 기후 조절, 기후 공학의 문제를 논의한다. 인류가 기후비상행동에 실패한다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기후 공학 기술의 도입이다. 그것이 내포하는 가공할 위험은 무엇일까?

 

'거리두기 3단계' 실시되면? 유럽 강타한 현실 문제

코로나19 속 재택근무 전면화가 미칠 영향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 검토'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한계점에 임박한 만큼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지정한 거리두기 3단계 전환 기준은 일일 확진자수 100~200명 이상이며, 그들 가운데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사례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미 현재의 상황은 거리두기 3단계의 기준을 넘어선 셈이다. 다만 경제에 미칠 영향이 변수가 되면서 정부로서는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만약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실내외 구분 없이 10인 이상의 모임과 집회는 전격 금지되며 고위험시설 운영과 각종 스포츠 행사 역시 전면 중단된다. 학교와 유치원은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거나 휴교에 들어가고 모든 기관, 기업은 필수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민간기관과 기업에게는 이것이 권고사항이지만 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고심하는 정부가 만약 전격적으로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에 들어간다면 위 네 가지 범주 가운데 재택근무 시행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기업 인근 상권과 운송업 등 서비스업 전반에 걸친 영향은 물론이고 등교를 하지 않는 어린 자녀와 씨름하며 근무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문제는 재택근무로 대표되는 '원거리 비대면 노동'이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일반화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 방역은 한국이 빨랐지만

흔히 유럽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에 앞서 사스, 메르스 등 사회적 차원의 대규모 전염병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보다 효과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메르스 창궐 당시만 해도 사태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뒤늦게 컨트롤 타워가 꾸려지는 등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체계적 대응 매뉴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의 방역 시스템은 그 이후 재건됐다.

 

반면 세기적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시스템을 갖출 기회가 없었던 많은 서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제대로 손 한번 써 볼 틈도 없이 무너졌고, 내몰리듯 유례없는 전격적 집단봉쇄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모든 기관과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수용하도록 했다. 국가마다 지방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오는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기구도 예외 없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프랑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수개월째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기구이다 보니 직원들은 전 세계로 흩어져 재택근무 중이다. 그야말로 최초의 글로벌 재택근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한국과 유럽 국가들의 방역 상황이다. 메르스를 혹독하게 경험한 한국의 경우 축적된 경험이 이번 코로나19 초기 대응의 밑거름이 됐고, 상대적으로 메르스 피해가 적었던 유럽국가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19에 맞서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인명 피해를 겪은 것. 하지만 역사는 승리의 도취를 허락하지 않는다. 분명 유사한 방식의 역전은 돌아오게 된다. 예상을 하고 대처를 하느냐가 관건일 뿐.

 

재택근무 매뉴얼은 유럽이 빨랐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근무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있다. pixabay

 

방역에 실패한 서유럽 국가들은 집단 재택근무라는 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수개월째 겪으면서 이를 위한 매뉴얼 구성은 물론, 더욱 구속력 있는 법제화의 필요성까지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다. 정부 담당부처는 물론이고 연구기관, 관련 분야 학자들도 재택근무로 빚어지는 다양한 경제 현상들, 장점들, 부작용들에 관한 연구에 몰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있게 될 더 일반화되고 장기화될 재택근무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 선방 덕분에 대규모 재택근무를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체계의 한계점이 우려된다. 언제 거리두기 3단계, 즉 대규모 재택근무가 실시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 우리에게 방역의 실패와 재건의 경험이 있었다면, 전 직장인의 재택근무라는 초유의 상황은 새로운 도전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학계, 관련 단체들이 예상 사태를 미리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경제적 쇼크를 예방할 수 있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경제 여파는 두 가지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기관과 기업 인근의 서비스업, 대중교통을 포함한 운송업 등에 미치는 타격에 대한 준비, 두 번째는 재택근무를 실시할 경우 해당 기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대면근무를 할 때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준비다.

 

프랑스의 경우 집단 격리와 재택근무, 모든 상점의 폐점 명령이 전격 시행될 시점에 마크롱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점 폐점으로 피해를 겪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시 상황에 준하는 새로운 재정원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이너스 성장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최근 오이시디(OECD) 국가 가운데 올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가장 덜했던 한국의 경제실적이 발표돼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여타 선진국과 같은 하락폭을 각오해야 한다. 당분간은 국가 성장률보다 하루 영업 이익에 생사가 걸린 소상공인 보호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생계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 돼야 한다.

 

두 번째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게 될 기관과 기업들의 실적과 관련된 논의다. 물론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비교할 때 고려될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통의 문제, 물리적 접촉이 필요한 특수 상황, 복지와 관련한 문제... 심지어 여름철 더위와 싸워가며 일해야 하는 근무자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 쾌적한 온도를 보장받기 위해 사무실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사무실 근무와 달리 재택근무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감시'의 기능을 아쉬워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의 명암

지난 24일 프랑스 <르몽드>가 밝힌 재택근무와 관련한 유럽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가 주목해볼 만하다. 르몽드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함께 고려했을 때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재택근무의 비효율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유럽의 경우에서 증명되고 있다. 심지어 재택근무를 한 이후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 24일 프랑스 <르몽드>가 밝힌 재택근무와 관련한 유럽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가 주목해볼 만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의 보험회사 아비바는 8월 중순 사무실로 복귀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복귀를 허용했지만 17천 명의 직원 가운데 500명만 복귀했다. 독일의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한술 더 떠 8월 초 15만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홈 오피스'(Home Office 재택근무)를 일반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위의 두 경우에서 보듯, 재택근무가 노동자 입장에서도 경영자 입장에서도 결국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상체제를 위한 구조가 아닌 상시체제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팬데믹으로 인한 강요된 재택근무를 경험한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가 영업실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르몽드>는 스페인 카스티야 라만체 대학교의 노동법 전공 루스 로드리게스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여전히 대면과 감시가 일반화돼 있는 기업문화에서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뒤집어 놓고 있다"고 전한다.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된다면 우리도 당장 겪게 될 전면적 재택근무다. 감시가 없어지지만 실적은 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그 이면에 숨겨진 그림자도 있다. 재택근무가 상시체제로 전환될 경우 사무실 등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은 높아지는 결과가 계속되면 경영자에게는 인력감축의 유혹이 찾아올 것이다. '빡세게' 일해도 실적이 유지된다면 인력을 감축해 노동의 강도는 유지하면서 실적은 올리고 싶은 생각을 경영자라면 하지 않을까?

 

이처럼 결국 재택근무와 관련한 우려는 일반 생각과 달리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기업 바깥의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한 장기적 보호대책, 그리고 스멀스멀 기어오를 구조조정의 그림자. 어쨌든 감시는 시민사회와 언론, 피고용인들의 몫이다.

임상훈(anarsh)

 

도무지 모르겠어서 하는 일, 식물 기르기

무름병으로 처참한 내 선인장

식물 집사로 체념 배워가는 중일지도

과거 식물에 빠진 때와 마음이 힘들던 때 같아

두 번의 퇴사 상하지 않고 자라는 것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세상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폭우, 태풍 등 자연은 이제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한 우리를 단죄하는 것인지 옥죄고 있군요. 엄혹한 현실이지만, 한 줄기 빛 같은 글은 희망이자 행복에 이르는 마지막 열차표일지 모릅니다. 2009년 등단해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우리 문단의 부조리도 결코 방관하지 않았던 김금희 소설가가 매달 한 번 식물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그는 최근 단편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2020 김승옥문학상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글이 선사하는 초록빛이 독자님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원고를 쓰기 전 발코니로 가서 물을 주었다. 지금 발코니의 상태를 말하자면 다소의 곤란함이 있다. 여름이 지나면서 식물들에게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아침만 해도 나가보니 선인장의 일종인 핑크 고스트가 완전히 구겨져있었다. 내 쪽으로 보이는 편 말고 반대편에 무름병이 생겨난 걸 이틀 전에야 알아챘고, 혹시 회복될까 최근에 구입한 식물등을 비춰주었더니 단 하루 만에 아예 무너져 내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화분에서 꺼내 뿌리를 살폈다. 아직 상태가 최악은 아닌 듯 보인다. 무른 부분을 잘라내니 15가량 되었던 핑크 고스트는 엄지손가락만큼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뿌리가 있으니 희망은 있다. 나는 어느 면에서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아픈 식물에 있어서는 끝까지 매달리게 된다. 핑크 고스트도 사흘 정도 공기 중에 뒀다가 심어볼 작정이다. 지난겨울 우리 집에 처음 왔던 아름다운 자태, 마치 물감이 은은히 번지듯 분홍빛과 푸른색과 베이지색이 혼합되어 있던 그 몸체를 기억하는 사람이니까 포기는 이르다. 그런 건 풀 한 포기, 김치 한 포기 셀 때나 필요한 말일 뿐이다. 하지만 여태껏 내가 가드닝(정원이 아니라 발코니라 할지라도)을 하면서 겪어야 했던 잦은 실패를 떠올려보면 어쩌면 핑크 고스트의 회복도 요원할지 모른다. 비보를 듣고 발코니로 나온 가족에게 아직 뿌리가 있으니 괜찮다고 장담했지만 아닐지도,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안되면 하는 수 없다는 은근한 체념도. ‘식물 집사로서 어느새 나는 그 은근한 체념을 배워가는 중이다.

 

올해의 길고 긴 장마가 남긴 상흔들, 텅 빈 표정으로 강물에 떠내려가는 고라니와 가축들, 가족과 터전을 잃은 많은 분들, 여름을 통과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웠던 적이 또 있을까 싶은 시간들이다. 재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폭염, 태풍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오히려 힘들다는 얘기는 입 밖으로 내기 힘들게 되었다. 다들 힘이 드니까, 그렇게 말을 꺼내 어떤 마음을 해소하기에도 미안할 정도가 되는 것이다.

 

비가 길어지자 발코니의 식물들도 상해갔다. 잎이 늘어지고 말라가고 썩는 것이 매일 눈에 들어왔다. 몇몇 다육식물들은 몸 전체가 까맣고 축축해져 말 그대로 녹아버렸다’. 나는 지난봄 6000원짜리 도기 접시와 두 종의 다육식물을 샀는데, 어떤 녀석들을 배치할지 망설이자 화원의 아주머니가 같이 고민해주었고 대가를 받지 않고 직접 심어주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육이들이 넓게 퍼지듯이 해서 접시를 다 채우리라는 축복의 말과 함께. 하지만 여름이 지나 하나는 속까지 썩어서 사라졌고 이제는 아주머니와의 그 다정한 일별만 기억에 남아 있다. 아니, 아니다, 그래도 나머지 다육이 하나가 살아 있으니까 그 말의 유효기간이 완전히 종료되지는 않았다.

 

그날 화원에서 내가 마음에 들어 한 식물은 또 있었다. 말발도리였다. 작은 흰꽃송이들이 싱그러운 말발도리 분재가 화원 입구에 기품 있게 놓여 있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꽤 비싸서 구입하기는 망설여졌고 그러자 아주머니가 분재가 아니라 작은 포트에 심어진 말발도리도 있다고 추천했다. 결국 나는 그 말발도리 포트를 샀다. 말발도리 분재에 자부를 느끼던 주인아저씨는 뿌리며 튼튼한 몸체며 가지며 다 갖춘 분재를 거듭 권하며 포트는 영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그건 정말이지, 하며 깎아내렸다. 그때 남편을 툭 치며 이것도 예쁘고 얼마든지 괜찮아하며 내 선택을 지지해주던 주인아주머니.

 

살면서 나는 식물 취미를 가졌다가 접었다 했다. 돌아보면 식물에 빠져든 시기와 마음이 힘들어진 시기는 대개 일치했다. 처음으로 식물 기르기에 의욕을 보인 건 오래전, 직장 생활을 할 때였다. 회사 화분들이 죽어가고 있어서 하나둘 발코니로 옮기고 물을 주다 보니 어느덧 내 몫의 일이 되었다. 나는 근무를 하다가도 뭔가 스트레스가 쌓인다 싶으면 나가서 화분들을 돌봤다. 어쩌면 화분에 물을 준다는 빌미로 딴짓을 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내게 쌓여 있던 울분과 세상에 대한 미움과 실망을 씻어보는 일이 회사에서의 중요한 루틴이었다.

 

회사 속 식물들에게도 따지자면 직급이 있어 어떤 것은 상사의 방에서 안온하게 자라고 어떤 것은 회사 복도나 책장 옆에서 반은 마른 잎들을 단 채 견디다가 눈에 띄면 내 손에 들려 발코니로 나갔다. 하지만 나 역시 마음이 한결같은 사람은 아닌지라 곧잘 챙길 여력을 잃었고 그러면 자기들에게 왔던 어떤 보살핌이야 가끔 있는 행운으로 여기고 화분들은 다시 제힘으로 버티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가끔 그 화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산세베리아나 청페페나 하는 흔하디흔했던 그 실내식물들은 퇴사 무렵 가졌던 어떤 열패감과 함께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나는 두 번의 퇴사를 경험했다. 마지막 날 짐을 쓸어 담아 차에 싣고 눈물을 흘리며 귀가하는 것이 그 두 번의 퇴사 의식의 마지막이었다. 잘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던, 포기하거나 떠밀리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손을 놓아야 했던 시간들. 그런 이삼십대 시절을 발코니에 조르륵 놓인 화분들이 오롯이 대신하고 있다. 상한 잎을 달고도 더러는 웃자라고도 자리를 지킨 채 기억 속에 놓여 있다.

 

지금의 나라면 그때의 나에게 상하지 않고 자라는 것은 없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더 나가면 상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처음 화원에서 데려온 화분들이 그 모습 그대로 커나가는 일이 없는 것처럼. 잎들은 인간적 기준에서의 미와 상관없이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고 꽃은 피었다가도 시들며 이번 여름처럼 환경이 좋지 않으면 아예 썩기도 한다. 식물을 기를수록 알게 되는 것은 성장이란 생명이 가진 제멋대로의 모험, 진딧물의 습격을 받고도, 가지의 어느 한 편이 썩고 있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새잎이 나기도 하는 무람한 에너지의 발산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떠올리는 가드닝의 완벽한 아름다움이란 상상에 가깝고 오히려 성장의 개념을 곡해하는 측면이 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주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가드닝 초기에 빠져들었던 발코니 주인으로서의 자부는 식물을 키우면 키울수록 자연스레 깨져나갔다.

 

새롭게 연재할 코너, ‘식물 하는 마음은 이런 생각과 마음들로 채워나갈 예정이다. 가드닝에 대한 노하우나 정보도 때로 등장하겠지만 주가 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여름을 통과하면서 기르던 식물의 20% 정도를 숲별로 보내고만 나는 솜씨 없는 가드너일 뿐이기 때문이다. 언제고 정식으로 가드닝 수업을 받고 싶다는 소망은 팬데믹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이룰 수 없는 희망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굳이 식물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건 발코니에 나가 있을 때 내 안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는 마음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식물들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자기 생장을 도모할 뿐인데도 그 앞에 선 나는 자꾸 어떤 기억에 붙들려 회상해보고 느껴보고 때론 웃고 슬퍼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식물들에게는 마치 거울처럼 그 사람의 마음을 비춰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감정의 즉각적인 발생을 만들어내는, 어떤 것보다 일견 무감하고 차가운 존재라서 더 심연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적 같은 힘이 있는 게 아닐까. 그걸 알고 싶어서 하는 일이 가드닝이고 결국 이 글일 것 같다. /김금희(소설가)/ 한겨레

 

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외래종과 밀렵 확산 등 착한, 나쁜, 추한영향 다 나타나

도시 봉쇄로 사람의 교란이 줄어든다고 자연이 꼭 건강하고 풍요로워지는 건 아니다. 사람의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은 못 보던 야생동물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재난 가운데서도 인간이 물러나자 자연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록다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럽 최초로 311일부터 54일까지 전면적인 록다운을 겪은 이탈리아 연구자들은 이 기간에 록다운이 야생동물에 끼친 영향에는 착한 놈, 나쁜 놈, 추한 놈이 모두 들어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록다운이 야생동물에 끼치는 다양한 영향. 라울 마넨티 외 (2020) ‘생물학적 보전제공.

 

라울 마넨티 이탈리아 밀라노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전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사, 현장 데이터, 시민과학자들의 관찰 기록, 설문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록다운은 야생동물과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부정적이고 때론 추한 결과를 빚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람의 교란이 줄어들자 야생동물이 도시에 출현하고 낮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긍정적 결과다. 연구자들은 시민과학자들이 장기 모니터링을 해 온 호저의 경우 도시 출현율이 5배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지중해 일대에 서식하는 대형 설치류 호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먹이인 곤충이 늘자 칼새는 한배에 품는 알의 수를 늘려 최대치인 4개의 알을 낳은 둥지가 과거 1527% 수준에서 45%로 늘었다. 이탈리아 북부 칸투 지역에서 20112019년 동안 매년 34월 관찰한 새는 453774마리였지만 2020년 록다운 기간엔 1627마리로 뛰었다. 관찰한 새의 종도 2838종에서 77종으로 늘었다. 여기엔 소음이 줄어 울음소리로 새를 조사하기가 쉬워졌고 관찰하는 시간이 늘어난 점도 작용했다.

도시 봉쇄로 교통량이 극적으로 줄자 때 마침 번식기 이동에 나선 두꺼비는 큰 혜택을 봤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번식기에 자동차에 깔려 죽는 일이 흔한 양서류는 도로교통량이 80100% 줄면서 록다운의 덕을 톡톡히 봤다. 2000년부터 관찰 기록이 있는 8곳에서 두꺼비가 차에 깔려 죽은 마릿수는 과거 9년 동안 1곳당 평균 53마리였지만 올해는 1마리에 그쳤다. 외래종 증가와 관리의 중단은 록다운 효과 가운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자연이 돌아왔다고 환호하던 뉴스 보도에서 돌아온 야생동물의 14%는 인도공작, 뉴트리아 등 외래종이었다.

북미에서 이탈리아로 사냥감으로 도입한 동부솜꼬리토끼. 록다운으로 낮에도 볼 수 있을 만큼 활동 시간대를 넓혔다. 개리스 라즈베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낮에도 자주 눈에 띄게 된 솜꼬리토끼가 그런 예이다. 북미에서 사냥감으로 들여온 이 토끼는 낮에는 풀숲에 꼼짝하지 않고 숨어 있다가 어스름이나 새벽에 활동한다. 그러나 록다운 이후 대낮에도 종종 눈에 띈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급격히 불어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침입종에 대한 관리도 손을 놓았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이 26개 보호구역 관리자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75%번식기에 해야 할 침입종 퇴치 노력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희귀 조류 번식지에서 쥐를 잡는 등의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록다운 뒤 야생이 돌아왔다는 보도가 인기를 끌었지만 과장된 측면도 크다. 연구자들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새삼스럽게 록다운 때문에 벌어졌다고 잘못 보도한 사례가 27%에 이른다고 밝혔다.

 

관리자는 물론 연구자와 여행자의 발길이 끊긴 야생에서 성행하게 된 밀렵은 록다운의 추한 측면이다. 철새 도래지에서 불법 사냥이 벌어지거나 멸종위기종 포획, 독약 살포 등의 행위가 이탈리아는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널리 벌어지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는다며 박쥐를 죽이는 행위도 아시아 등에서 벌어진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이탈리아의 사례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록다운이 이뤄지는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소독작업의 결과 다량의 소독약이 물 생태계로 흘러든다. 물속 곤충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잠자리 애벌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주로 대형 포유류와 새 등 인기 있는 동물에 집중하고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무척추동물에는 거의 관심 없는 것도 문제다. 연구자들은 대대적인 소독작업의 결과 담수 생태계가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고, 꽃가루받이하는 곤충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용 저널: Biological Conservation, DOI: 10.1016/j.biocon.2020.1087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