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부산진역 폐선 공원화’ 등 공론화 사업 후보 선정
구포~부산진역 폐선 공원화’ 등 공론화 사업 후보 선정
한쪽은 폭염, 한쪽은 폭우…범인은 ‘시베리아 이상고온’
불타는 시베리아 ‘지구온난화 탓’
영도 28도, 금정 34도… 부산 지역별 기온 5~6도 차이
100년 수수께끼’ 풀렸다…심해 아귀가 암수한몸이 된 까닭
쥐 크기 포유류 조상은 거대공룡 뼈 갉았다
과거에 인기 플라타너스 상가지역엔 최악 가로수
4대강에 22조 쏟았는데…왜 ‘홍수 피해’는 여전할까
낙동강 하굿둑 장기 개방, 염분 변화 없었다
몇십 년을 오고간 등산로,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판
금정산 사송 신도시 LH, 추가 조사 약속깨고 ‘몰래 공사 재개’
깔따구·대벌레·매미나방…‘돌발 해충’을 위한 변명
전 과정 민·관이 공동 추진하는 ‘시정협치 사업’ 20개 1차 선별
- 23일 원탁토론회서 최종 결정
전 과정을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부산시의 정책실험인 ‘시정협치사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부산시는 17개 단체, 2개 행정기관, 1개 시민모임이 제안한 20개 시정협치사업을 1차로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선정된 사업은 ▷‘걷고싶은부산’이 제안한 걷기 좋은 부산 비대면 플랫폼 개발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제안한 구포-사상-부산진역 구간 철도지하화에 따른 폐선부지 공원 공론화 사업 ▷부산도시농업연합회의 ‘도시 농업! 로컬푸드로 꽃을 피우다’ ▷바다살리기국민운동부산본부의 ‘부산 해양쓰레기의 재활용 및 재생에너지 자원화’ ▷동래아이쿱생협과 부산경찰청이 제안한 ‘사람을 위한 자동차 캠페인’ ▷부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의 ‘장애인 재난 대응 매뉴얼 구축’ ▷낙동강관리본부가 제안한 ‘철새 쉼터에서 해양스포츠(카약킹) 즐기기’ ▷부산여성단체연합의 ‘성평등 활동 지원, 성장, 연결을 통한 젠더 거버넌스 구축사업’ 등이다. 1차로 선별된 20개 사업은 숙의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된다. 오는 23일 열리는 시민원탁토론회에서 시민 100명으로 구성된 ‘100인의 사업 선정단’이 1인당 3개씩 투표하게 된다. 다득표 순으로 총 30억 원(건당 300만 원~3억 원) 이내에서 최종 사업이 선정된다. 최종 선정된 사업은 내년에 시행된다.
시정협치사업은 민·관이 제안한 사업을 사업부서(행정)와 시민이 숙의 과정을 거쳐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 실행 전 과정(기획 실행 평가)을 민·관이 협의해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선 7기 시정가치인 ‘시민이 주인인 시정참여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시 조례가 제정됐고, 이에 근거해 부산시민협치협의회가 발족했다. 협의회는 숙의 과정을 통해 36개 의제를 선정했고, 시는 지난 5월 이 의제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업을 민·관 대상으로 공모했다./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한쪽은 폭염, 한쪽은 폭우…범인은 ‘시베리아 이상고온’
이상한 ‘8월 장마’…기후변화 나비효과인가
중위도 기압 배치 변화, 찬 공기 머물기 좋아진 한반도
정체전선이 북태평양 고기압에 쉽게 안 밀려 ‘긴 장마’
부산 해운대 ‘물놀이’ 남부지방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여주시 ‘물난리’ 2일 경기 여주시 점동면 원부리에서 한 가족이 침수된 농경지 사이를 걸어서 대피하고 있다. 여주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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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길어지고 있다. 기간뿐 아니라 내리는 비의 강도도 세지면서 곳곳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던 ‘마른 장마’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장마가 먼저 끝난 남부지방에서는 곧바로 33도 이상의 무더운 날씨가 시작됐다. 국토의 절반에는 호우특보가, 절반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6월24일에 시작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부지방의 장마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밝혔다.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충청 북부, 경북 북부에는 이날도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당초 7월 말쯤 끝날 것으로 관측됐던 한반도의 장마가 길어진 가장 큰 원인은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온이 매우 낮은 곳으로 꼽히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은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6월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고온으로 인한 산불도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이 중위도 기압 배치를 바꾸면서 한반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우랄산맥과 중국 북동부에 고압대가 발달해 동서 흐름이 느려지면서 우리나라 주변에 찬 공기가 위치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고 밝혔다.
장마는 따뜻하고 습한 성질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와 정체전선(장마전선)을 북쪽지방으로 밀어올리면서 끝난다. 하지만 한반도에 찬 공기가 머물기 좋은 조건이 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크기는 평년과 비슷하다. 원래는 이미 올라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해 정체전선이 제주도 남쪽 해상~남해안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제주도의 장마 기간도 역대 가장 길어졌다. 제주도는 지난 6월10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이어졌다. 기상관측이 확대된 1973년 이래 가장 긴 장마 기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서히 북상하면서 그 영향권에 든 남부지방에는 곧바로 폭염이 시작됐다. 현재 제주도와 남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특히 가장 긴 장마를 끝낸 제주도는 지난달 28일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올랐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과 그에 따른 기압 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의 근본적 원인은 기후변화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한반도의 단기 온난화에 따라 폭염일수, 열대야 일수, 여름일수와 같은 고온 관련 극한 지수는 증가”하고 “강수량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호우와 같은 극한 강수현상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불타는 시베리아 ‘지구온난화 탓’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꼽히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이 요즘 대형 산불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 때문인데 산불이 막대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면서 온난화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거대한 불길이 시베리아 타이가 숲을 삼켜버립니다. 주변 소방대와 군인, 헬기까지 모두 동원됐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집니다. 연일 계속되는 산불로 지금까지 잿더미로 변한 산림은 115만㏊. 우리나라 면적의 1/10에 해당합니다. 산불 상당수가 접근 불가능한 곳에서 발생해 손 쓸 수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반 소콜로프 / 키렌스크 산림 감시원 : 물이 있는 곳에서 불이 난 곳까지 2km예요. 산이 많고 숲이 울창한데 거기를 (물을 들고)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이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베르호얀스크는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아나톨리 페필리예프 / 베르호얀스크 기상관측소 소장 : 베르호얀스크 마을이 지구 상에서 가장 추운 곳인데도 불구하고 6월에 38℃를 기록했어요.]
높은 기온으로 땅과 숲이 건조해지면서 화재에 취약해진 겁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2007년부터 10년 동안 영구동토층의 평균 기온이 17도나 올라갔습니다.
[클레어 눌리스 /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 : 일반적으로 북극은 지구 평균의 2배 이상 가열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산불이 계속되면서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5천9백만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습니다. 여기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얼음 속에 갇혀있던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까지 배출되고 있습니다. 고온이 산불로 이어지고, 여기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다시 기온 상승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YTN 김형근입니다.
영도 28도, 금정 34도… 부산 지역별 기온 5~6도 차이
부산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2일 오후 휴가철을 맞아 많은 피서객들이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이달 1일부터 부산 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졌지만 지역별로 기온이 5~6도가량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금정구 등 내륙 지역은 도시 열섬 현상이 겹치면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로 해마다 폭염 피해가 커지는 만큼 부산시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기상청은 4일까지 부산 낮 기온이 32도에 달하며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35도까지 오르는 등 날씨가 매우 더울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1일 오전 11시 부산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폭염경보는 일일 체감온도가 최고 35도 이상인 무더위가 이틀 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일 때 발령한다.
바다 맞닿은 동·해운대구 낮고
내륙에 있는 사상·부산진구 ‘열섬’
부산시 차원 종합대책 마련해야
부산 전체가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있지만 내륙 지역은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부산에 설치된 14개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일 기준 부산에서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금정구(33.6도)였다. 섬이라 바다에 둘러싸인 영도구(28.3도)와 기온 차는 5.3도에 달했다.
이처럼 지역별 기온 차가 큰 이유는 해양도시인 부산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바다와 맞닿은 영도, 동구, 해운대구 등지는 낮시간 해풍이 불면서 기온이 다소 낮아진다. 반면 내륙에 있는 금정, 사상, 부산진구 등은 산이 많고 열섬 현상이 겹치면서 달궈진 도심이 쉽게 식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지역별 최고기온을 살펴보면 동구와 중구에 걸친 북항(32.1도) 영도(32.3도) 남구(33도) 등 바다에 인접한 지역이 낮은 수치를 보였다. 사상구(36.2도), 금정구(35.7도), 부산진구(35.4도)처럼 바다에서 멀수록 최고기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에 올해도 폭염 피해가 예상되는 일부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프리카(금정구+아프리카)’로 불리는 금정구는 지난해부터 교통섬에 파라솔형 그늘막 설치를 확대하는 등 관련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올 3월 ‘폭염 등 기후변화 및 환경영향분석 용역’을 시작했으며 12월에 나오는 결과를 토대로 상세한 관련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하지만 해마다 폭염이 심해지는 만큼 부산시가 광역지자체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올 3월 ‘2020년 폭염 종합대책’을 발표해 야외 무더위 쉼터 운영,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냉방 용품 지원 등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단기적인 대책뿐 아니라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열섬 효과를 줄이고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심 속 공원과 녹지를 지금보다 많이 조성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비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 폭염 대책을 세우고 이에 맞는 예산과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100년 수수께끼’ 풀렸다…심해 아귀가 암수한몸이 된 까닭
번식 위해 면역기능 차단…제3의 면역체계 가능성 주목
심해 아귀 암컷의 배에 수컷이 기생충처럼 매달려 있다. 수컷은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제공받는다. 에디트 비더 제공.
캄캄한 깊은 바다에서 지느러미 일부가 변한 살덩이를 낚싯대처럼 드리워 사냥하는 심해 아귀 일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왜소한 수컷이 독립성을 포기하고 암컷의 일부가 된다. 100년 동안 수수께끼였던 ‘성적 기생’의 비밀이 밝혀졌다.
19세기까지 심해 아귀는 암컷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낚싯대도 큰 입도 없는 수컷이 잡혔지만 다른 종으로 간주했다. 1922년 아이슬란드 생물학자 비아르니 자에문손은 암컷 몸에 두 마리의 작은 수컷이 결합한 심해 아귀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지만 “새끼가 어미에 들러붙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신기하다”고 했을 뿐이다.
심해 아귀의 다른 종 암컷 등에 왜소형 수컷이 접합해 있다. 시어도어 피치 제공.
1924년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자들은 이들이 암컷과 수컷이라는 사실을 밝힌 이래 이들의 극적인 생식의 비밀이 드러나고 있다. 수컷 심해 아귀는 어둡고 찬 바다에서 희미한 페로몬 냄새를 통해 암컷을 추적한다. 몸길이가 고작 6∼10㎜인 수컷은 자신보다 60배까지 큰 암컷을 만나면 배를 물어 상처를 낸 뒤 결합해 피부와 혈관까지 융합한다.
필요 없어진 눈, 지느러미, 내장은 차츰 사라지고 아가미와 정자 주머니만 남은 수컷은 독립된 물고기라기보다 암컷이 산란할 때 정자를 공급할 뿐 평소에는 암컷의 영양분으로 살아가는 기생충처럼 바뀐다.
짝을 만나는 것이 매우 힘든 심해에서 이런 극적인 번식 전략이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은 어떻게 유전적으로 다른 두 개체가 한 몸으로 결합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심해 아귀의 일종. 등지느러미 첫째 가시가 변한 낚싯대와 살점을 미끼처럼 흔들어 먹이를 유인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척추동물은 바이러스나 세균과 오랜 싸움을 겪으면서 다른 생물체의 침입을 극도로 꺼리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면역체계를 갖췄다. 장기이식은 단적인 예로 엄격하게 기증자와 이식받는 사람을 골라 맞춘 다음에도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식자 몸의 면역체계가 낯선 장기를 공격해 죽인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면역학자들과 미국 어류학자는 성적 기생을 하는 심해 아귀 10종 31마리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어떻게 부작용 없이 다른 개체가 한 개체로 결합하는지 밝혔다.
3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심해 아귀에는 외부 생물의 침투를 피부에서 감지하는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제러미 스반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은 “외부 침입을 파악하는 유전자뿐 아니라 침투한 적을 공격하는 킬러 티세포 등도 거의 무력화 돼 있다”며 “심해 아귀의 면역체계는 다른 척추동물 수만 종과 전혀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게다가 일부 심해 아귀에서는 면역 방어에서 매우 중요한 항체도 없었다. 교신저자인 타마스 뵘 박사는 “만일 사람이 아귀처럼 면역 방어 수단이 없다면 곧 죽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심해 아귀가 잘살아가는 비결은 뭘까.
성적 기생을 하는 심해 아귀의 일종. 심해에서 가장 성공한 분류군으로 꼽힌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아직 그 실체는 모르지만 심해 아귀에 적응 면역 대신 또 다른 면역체계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저 생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번성한다. 성적 기생을 하는 심해 아귀는 심해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집단으로 168종으로 분화했다. 심해 분류군으로 꼽힌다. 성적 기생을 하는 분류군은 아귀목의 5개 소집단 가운데 하나인데 가장 다양한 168종이 기록돼 있다.
심해 아귀의 일종. 성적 기생은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해 성공적인 번식 전략임이 입증됐다. 시어도어 피치, 워싱턴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뵘 박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화로 처음 면역체계의 변화가 일어났고 이를 이용하는 성적 기생이 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어도어 피치 미국 워싱턴대 어류학자는 “심해 아귀에서 이런 놀라운 번식방법은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했고, 성적 기생으로 가는 중간 단계인 종도 있다”고 말했다.
심해 아귀는 전 세계의 수심 300m보다 깊은 심해에 분포하며, 수컷이 독립적인 종과 일시적으로만 암컷과 결합하는 종, 전적으로 결합하는 종 등 다양한 번식 전략을 갖는다.
인용 저널: Science, DOI: 10.1126/science.aaz94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쥐 크기 포유류 조상은 거대공룡 뼈 갉았다
1억6천만년 전 이빨 자국 화석 발견…청소동물 행동 첫 직접 증거
쥐라기 때 아시아에 서식했던 거대 초식공룡 마멘치사우루스의 상상도. 목이 체중의 절반을 차지하며 길이 35m, 무게 80t에 이르기도 했다. 이 용각류 뼈에서 소형 포유류의 이빨 자국이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코끼리보다 20배는 큰 거대한 초식공룡이 강변에 죽어 있다. 육식공룡의 공격을 받았는지 자연사했는지는 모르지만 수각류, 익룡 등 다양한 청소동물이 사체에 몰려들어 고기를 뜯었다.
큰 포식자가 사라진 밤이 되자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쥐 크기의 동물이 나타나 공룡 뼈에 붙은 연한 조직을 갉아먹었다. 이 동물은 사람, 개, 쥐 같은 포유류의 먼 조상이다. 1억6000년 전 중생대 쥐라기 포유동물이 용각류 초식동물의 뼈를 갉아먹은 흔적이 중국 북서부 신장에서 화석으로 발견됐다.
펠릭스 아우구스틴 독일 튀빙겐대 고생물학자 등 독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자연의 과학’ 19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초식공룡 뼈에 남은 이빨 자국 화석은 포유류의 먹이행동을 보여주는 가장 오랜 직접 증거”라고 밝혔다.
용각류 목 갈비뼈에 난 이빨 자국. b는 a를 확대한 모습이고 c는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이다. 위·아래턱의 송곳니 한 쌍을 이용해 연한 조직을 갉아먹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아우구스틴 외 (2020) ‘자연의 과학’ 제공
흔히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였고 소행성 충돌로 새를 뺀 공룡이 모두 멸종하자 텅 빈 육상생태계를 포유류가 차지하며 번성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10∼20년 동안의 고생물학 연구결과 포유류의 진화는 그런 통념과 많이 달랐음이 밝혀지고 있다.
공룡 다음에 포유류가 출현한 것이 아니라 포유류의 조상은 공룡과 비슷한 2억2000만년 전 처음 등장했다. 중생대는 진화의 첫 3분의 2를 이 기간에 이룩한 포유류의 시대이기도 했다.
물론 포유류 조상은 커다란 공룡을 피해 조심스럽게 살아간 작고 겁많은 동물이었다. 평균 크기는 100g이 안 됐다. 그러나 이들은 육상생활뿐 아니라 습지 서식, 굴 파기, 나무 위 생활, 활공 등을 통해 초식, 충식, 육식, 잡식 등 다양한 먹이를 사냥했음이 드러났다. 심지어 어떤 포유류 조상은 오소리 크기로 몸집을 키운 포식자여서 소형 공룡을 잡아먹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록 공룡의 그늘에서이지만 포유류는 다양하고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이번 발견으로 당시 포유류의 다양한 먹이활동에 청소동물 역할이 추가됐다.
쥐라기 포유류의 일종인 프루이타포소르. 다람쥐 크기로 흰개미를 잡아먹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화석이 발견된 곳은 우루무치 인근의 퇴적층인 치구 층으로 2000년 이후 독일과 중국의 공동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이 지층에서 길이가 20m가 넘는 대형 마멘치사우루스의 뼈 화석을 발견했다. 이 용각류 초식공룡은 체중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긴 목을 지녔으며 가장 큰 종은 길이 35m, 무게 60∼80t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이 공룡의 목 갈비뼈에서 독특한 흔적을 찾았다. 연구자들은 이 흔적이 다른 큰 공룡이 밟았거나 곤충이 파먹어 생겼는지 검토한 결과 “벌레를 잡아먹던 당시의 소형 포유류가 위·아래턱에 한 쌍씩 난 송곳니로 뼈의 오목한 부분을 갉죽거리며 연한 조직을 떼어먹은 흔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치구 층에서 발굴된 포유류 조상의 송곳니와 흔적의 크기가 같고, 현생 식충 포유류의 이빨 자국과 양상이 비슷한 점도 이런 결론을 뒷받침했다.
쥐라기 초기 포유류 셴쇼우. 중국 랴오닝 성의 1억6000만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노부 타무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당시 치구 층이 쌓였던 곳은 강이 구불구불 느리게 흐르고 홍수터가 넓은 강가였다. 기후는 건조했지만 계절변화가 커 죽은 동물이 홍수 때 쓸려내려가 파묻히곤 했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물고기, 양서류, 거북, 익룡, 수각류 등 다양한 공룡 화석은 포유류 조상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말해 준다.
인용 저널: The Science of Nature, DOI: 10.1007/s00114-020-0168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과거에 인기 플라타너스 상가지역엔 최악 가로수
포항 구도심 가로수 바꿔야 (상)
오거리~육거리 중심지역 식재
간판가림 등 민원 잇단 제기에
강풍취약·미관손상 등도 단점
가지치기에 매년 억 단위 혈세
주민들 “ 새 수종으로 심어야
포항 구도심인 오거리∼육거리 도로변에 심어진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수종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일 오후 무성하게 잎이 자란 플라타너스 가로수에 가린 포항 구도심 지역 상가의 모습.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가로수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녹지다. 그늘을 제공해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대기오염물질 정화, 도시열섬효과 완화 등의 기능을 한다. 왕벚나무나 은행나무 등은 계절별로 다채로운 경관을 제공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특징적인 가로공간을 창출해 그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지역특성이나 거리유형과 맞지 않는 가로수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각종 민원을 일으킨다. 포항 구도심(오거리∼육거리)에 심어진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가 거리유형과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년 예산을 들여 가지치기 등 관리를 하고 있으나 간판가림 민원이 잇따르고 있고, 수형이 고르지 않아 미관상도 좋지 않다. 본지는 포항지역 가로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포항 구도심인 오거리∼육거리 도로변에 심어진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수종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거리는 포항중앙상가와 죽도시장을 아우르는 포항의 대표 상업지역이어서 간판가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가로수 수형이 제각각인 탓에 미관상도 좋지 않고, 가을철 떨어지는 성인 얼굴크기보다 큰 플라타너스 낙엽은 인도와 도로를 너저분하게 만들기 일쑤다.
현재 포항지역은 5만4천15본의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왕벚나무가 1만4천375본으로 총 가로수의 26.6%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이어 이팝나무(1만459본) 19.3%, 은행나무(8천342본) 15.5%, 느티나무(5천416본) 10%, 배롱나무(4천823본) 8.9%, 플라타너스(3천342본) 6.2%, 해송(2천140본) 4.0%, 중국단풍(1천400본) 2.6%, 히말라야시다(1천325본) 2.5%, 메타세콰이아 1천206본 2.2% 등이다.
이 중 플라타너스는 중앙로(형산교차로∼오거리∼육거리)에 470본, 포스코대로(형산교차로 오광장) 240본, 용당로·죽도로(남부초교∼구포항역∼오거리∼송도교) 324본 등 시가지와 동해안로(현대제철∼포스코∼냉천교) 531본, 대송로·철강로(단지주유소∼장흥동사거리∼문덕방면) 967본 등 공단지역에 분포한다. 비율로 따지면 시가지 33%(1천111본), 공단지역 67%(2천231본)이다.
플라타너스는 수십년 전만 해도 최고의 가로수로 꼽혔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공기정화능력이 우월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 나무다. 이런 장점들로 가로수에 많이 쓰였지만, 봄철 열리는 열매의 털이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뿌리가 주변 시멘트나 아스팔트, 보도블록을 망가뜨리는 단점이 두드러지면서 2000년대 이후로는 거의 심지 않고 있다. 특히, 뿌리가 깊게 자라지 않아 태풍 등 강풍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실제로 2002년∼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루사, 매미 때 피해가 커서 상당수가 제거되기도 했다./경북매일
4대강에 22조 쏟았는데…왜 ‘홍수 피해’는 여전할까?
4대강 보 개방해 홍수 피해?
전문가들 “근거 없다” 일축
119구조대가 지난달 30일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아파트에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사흘사이 쏟아진 집중호우로 전국 전국 곳곳에 하천 범람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금강의 지류인 대전 갑천이 범람해 사망자 1명과 460여건의 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주택이나 농경지, 차량 침수 피해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접수되고 있다. 3일 오후 7시 현재 4대강 인근 지류에 발효된 홍수 특보만 포천시 영평교, 여주시 원부교, 아산시 충무교 등 9건에 달해 더 많은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가 잇따르자 잇따르자 온라인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해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의 이유 중 하나로 홍수 예방을 들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4대강 일부 보를 개방해 수위 조절이 불가능해져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당시 “연간 홍수 피해액이 2조7천억원(액수가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있다)”이라며 22조원 혈세를 4대강 사업에 쏟아부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과 홍수 피해를 연관 짓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 전에도 공사 지역인 본류 부분은 큰비가 오더라도 견디게끔 이미 정비사업이 완료된 상황이었다”며 “홍수는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와 도심 하천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곳 그냥 두고 본류를 정비해 홍수를 막는다는 건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해통계연보를 봐도 우리나라 홍수 피해는 4대강 본류 지역이 아니라 경남 산청, 강원 정선, 경북 영양 등 산간 지역에 더 집중됐다. 태풍 매미(2002년)와 루사(2003)가 발생해 홍수 피해가 컸던 1999~2003년의 연평균 홍수피해액을 본류와 지류로 구분하면 지방하천과 소하천 지역의 피해비율이 96%로 집중됐다. 이번 침수 피해가 발생한 대전 갑천과 여주 청미천 등도 4대강 본류가 아닌 지류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가 홍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보는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시설이고,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수위 상승을 유발하는 ‘홍수유발시설’”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보의 치수 효과는 없다고 확인됐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지침에도 보의 용도에 홍수방지 기능 자체가 없다는게 신 국장의 설명이다.
낙동강 칠곡보 인근에서 포크레인이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각에서는 “4대강 바닥을 파헤치는데 쏟아부은 혈세 중 일부만이라도 방재시설 정비에 사용했다면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상 기후로 집중호우가 빈번해진 상황이지만,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지방정부에서는 오래된 배수시설을 확충하거나 빗물저류시설 설치하는 문제가 뒷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댐이나 보 등의 시설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재은 국장은 “우리 대도시의 경우 시간당 65mm를 견디도록 시설이 정비돼 있는데 중간에 시설이 문제가 생기거나 더 많은 비가 내릴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시설로 침수피해를 줄인다는 관점보단 물이 흐를 수 있게 저지대 지역의 소규모 가구들을 이주시키거나 도심 반지하 주거지를 줄여나가는 등 방법으로 안전문제와 도시계획을 기후변화 상황에 맞춰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낙동강 하굿둑 장기 개방, 염분 변화 없었다
낙동강 하굿둑을 한 달간 장기 개방했을 때도 주변 지하수 염분에는 큰 영향이 없었고, 바닷물고기가 둑 상류까지 올라온 것이 확인됐다. 당국은 3차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연내 낙동강 하구 기수 생태계의 복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부산시,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6월 4일부터 한 달간 실시한 낙동강 하굿둑 운영 3차 실증실험 결과를 3일 공개했다.
환경부 3차 실증실험 결과 공개
대조기 가정 지하수 큰 영향 없어
고등어·농어 등 둑 상류서 확인
3차 실험은 단기간 개방 영향을 확인한 지난해 1, 2차 실험과 달리 장기간 개방에 따른 염분 확산 정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실험에서는 하굿둑 안쪽 하천 수위보다 바깥쪽 바다 조위가 높아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대조기’를 활용해 두 차례 대조기에 5일, 7일씩 수문을 열고 바닷물을 유입시켰다.
유입된 염분은 밀도 차이에 따라 하천 바닥으로 가라앉아 상류로 이동했고, 유입 횟수가 더해질수록 저층에서 농도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개방 동안 염분은 최장 12.1㎞에서 확인됐고, 실험 후 유입된 염분은 강우 등 영향으로 대부분 희석됐다.
특히 두 대조기 사이에 수문 아래로 바닷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했더니 고등어, 농어, 전갱이 등 바다나 기수역(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구역)에 사는 어류가 둑 상류 최대 7.5km 지점까지 올라온 것이 확인됐다. 장어 등 회귀성 어류도 하굿둑 상류에 나타났고, 청멸치 무리가 수문을 통해 이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하굿둑 주변 지역 지하수 287곳의 염분 농도 변화를 관측한 결과 1, 2차 실험과 마찬가지로 유의미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환경부 등은 실시간 관측이 가능한 지하수공 21개소와 기존 농업·생활용 지하수공의 염분 농도를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장기적 경향성도 확인할 예정이다.
환경부 등은 1~3차 실험 결과를 분석해 올해 안으로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방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개방 시나리오별 영향을 예측해 분야별 대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몇십 년을 오고간 등산로,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판
사유지 주인들 본격 재산권 행사
- 당감동 등 전국 곳곳 갈등 빚어
- 부산 48개 노선 달해 ‘홍역’ 전망
- 市, 토지 매입 등 대책 마련 고심
지난달 1일 시행된 도시공원일몰제로 사유지인 등산로의 폐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소유자가 본격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부산시는 등산로 현황을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16개 구·군 사유지 등산로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4일 밝혔다. 현재 부산에 총 442개 노선의 등산로가 있으며 길이는 715.97㎞에 이른다. 이 중 일몰제 구역 내 등산로는 이기대, 화명공원 등 10개소에 총 48개 노선, 길이는 83.4㎞다. 공원일몰제는 사유지에 20년간 공원을 조성하지 않을 경우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원용지에서 자동 해제되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소유자들이 등산로를 폐쇄하는 등 권리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부산진구 당감동 한 등산로의 입구가 재산권 행사 등의 목적으로 폐쇄되자 시가 부랴부랴 대체 등산로를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잦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산을 비롯한 각 시·도에서도 등산로 폐쇄 등 재산권 행사로 지역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충북 천안에서는 지난 6월 소유자들이 53년 전 공원으로 묶여 토지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다며 등산로 폐쇄를 예고했다. 현재 산림휴양법상 소유자가 등산로를 일방적으로 폐쇄하더라도 이에 대해 조처할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각 시·도는 토지 매입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지만 예산 부족으로 모든 곳을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실효되는 장기미집행 공원 중 우선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토지보상비 등 취득에 필요한 비용 50%를 보조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이 발의된 상태다.
시는 등산로의 경우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공공재적 성격의 숲길로 본다. 등산로는 대부분 사유지로서 소유자 동의를 받아 조성 및 관리된다. 각 구·군이 안전시설 보수나 훼손된 노면 정비 등 등산로 관리에 쓰는 예산만 14억4000만 원에 달한다. 시는 토지 매입을 통해 공유지로 만드는 한편 현행법 개정도 함께 추진해간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달 중 등산로 사유지에 대한 정밀조사를 끝낸 후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등산로 사유지에 대한 재산세 감면 등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산림휴양법 개정 등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LH, 추가 조사 약속깨고 ‘몰래 공사 재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공사가 중단된 경남 양산 사송신도시에 재조사를 했더니
법정 보호종이 6종이나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기존 환경평가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문제에도 책임기관인 LH측은 슬그머니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추가 조사를 약속했던 곳에도 이를 숨겼습니다. 왜 이럴까요?
{리포트}여의도 크기의 신도시를 짓는 경남 양산 사송 택지개발지구 입니다.
이 대형 공사장의 환경영향평가는 엉터리였습니다. 현장 주변에서 없다던 멸종위기종이, 곳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KNN보도로 고리도룡뇽과 담비 등이 확인되자 지난 5월에야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이후 환경단체가 포함된 조사팀이 재조사를 했고,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달과 황조롱이 등 포유류와 조류 멸종위기종이 6종이나 확인된 겁니다.
분야별로 고작 만 하루 조사했을 뿐인데 이 정도나 나왔습니다. 당연히, 조사자들 사이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최대한 많은 종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게 상식이기도 합니다.
{김합수 /생태연구가(조사참여자) “조금 더 살펴보면 멸종위기종이 더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그 조사결과에 따라서 저감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공사중단 당시 LH는 추가인 2차 조사를 사실상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LH 측은 1차 재조사 보고서가 작성되자, 곧바로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지난 6월 동식물별로 한차례 씩만 현장조사를 갖고 환경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결론내린 뒤 (국토부에) 공사 재개를 요청한 겁니다. 하지만 재조사에 참여했던 환경단체 등에는 이를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김경철 /한국환경연구소 이사(조사참여자) “당연히 이 문제를 제기한 곳이 환경단체니까 여기에 (공사재개) 대한 협의도 당연히 환경단체를 거쳤어야 한다고 봅니다.”}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돼 지난달 말부터 공사가 재개된 상태입니다. 이를 막아야 할 낙동강유역환경청도 공사 재개를 동의해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약속했던 2차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엉터리 보고서를 꼼꼼한 검토없이 수용했던 지난번 행태를 반복한 겁니다. LH 측은공사 재개를 환경단체에 꼭 알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약속을 해놓고도 이를 스스로 무시한 것이 됩니다. 그러면서 발견된 보호종들이 이동성이 강해 공사를 해도 영향이 적다는 입장입니다. KNN 주우진입니다.
깔따구·대벌레·매미나방…‘돌발 해충’을 위한 변명
이강운의 홀로세 곤충기
인간이 부른 생태 재앙…입추 맞은 자연 속에서 곤충을 생각한다
7월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서 대발생해 화제가 됐던 대벌레. 따뜻한 겨울,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둥 추정과 넘겨짚기가 쏟아졌고 곤충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가 잇따랐다.
매년 7월 중순쯤 와서 8월 초면 물러가는 장마가 올해는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숨 막히는 뜨거운 불볕더위와 시원한 소나기가 요즘에 딱 맞는 시절인데 오랜 비로 음침하고 꿉꿉합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사람도 상하고 자연도 많이 부서졌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피로와 극단적인 자연재해가 만나니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길어진 장마로 땅이 식어서 덥지 않아 바로 가을이 올지도 모릅니다. 유난하다고 하나 이 또한 자연현상입니다. 7일은 가을에 들어서는 입추, 늦은 밤 매미가 날개를 달고 나오고 있습니다.
우화 중인 매미.
하늘 뚫린 듯 끝없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하는데 무심한 듯 비를 즐기는 생물도 있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대로 꽃을 들어 올리는 수련과 원색의 노란 꽃망울 터뜨린 노랑어리연꽃의 푸른 연못이 참 싱그럽습니다. 허브로 쓰이기도 하지만 약용이나 매운탕에 넣어 먹는 나물 미나리가 빗방울을 머금고 함박웃음을 피웁니다. 몸에 좋은 건 사람이나 곤충이나 다 압니다. 몸을 미나리 꽃 위에 턱 걸치고 누운 산호랑나비 애벌레가 맛있게 미나리를 먹고 있습니다.
노랑어리연꽃
미나리꽃을 맛나게 뜯어먹는 산호랑나비 애벌레.
이른 봄 제일 먼저 잎이 나왔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꽃대가 쑥 올라왔습니다. 온종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상사화 연한 분홍빛이 더욱 붉게 보입니다. 무리 지어 핀 왕원추리, 보랏빛 금꿩의다리도 비를 받아 더 청초합니다.
상사화
금꿩의다리
낯선 곤충은 무조건 혐오
도심이나 인간 생태계에선 낯선 곤충 이야기가 요즘 화제입니다. 매미나방, 깔따구에 대벌레까지. ‘돌발 해충’이라고 혹은 지구온난화를 거론하며 따뜻했던 지난겨울을 탓합니다. 외래종 붉은불개미 유입이나 매미나방 대 발생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벌레를 끔찍하다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곤충을 극단적으로 미워하는 분들이 많아질까 곤충학자로서 걱정도 됩니다. 반려동물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곤충의 가치 정도는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매미나방 애벌레
모기와 비슷하게 생겨 ‘모기붙이’라 불리기도 하는 '깔따구'는 모기와 같은 분류군(모기하목)에 들어가지만, 친척 관계일 뿐 다른 생물체입니다. 깔따구는 많은 병을 매개하는 흡혈 곤충 모기 때문에 억울하게 미움받는 곤충이 되었습니다. 분류학적으로 가장 진화한 곤충인 파리 종류입니다. 날개도 2쌍에서 1쌍으로 줄이고 생육 기간도 최대한 빨리 줄여서 세대 수를 늘렸습니다.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책이죠. 유전학 발전의 모태로 노벨상을 무려 6번이나 받은 초파리도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깔따구. 모기가 아니라 파리의 일종이다.
노랑초파리. 생물학 발전에 기여한 모델 동물이다.
깔따구가 4급수에서 사는 생물이라는 말은 생존 한계치, 즉 4급수까지도 살 수 있다는 뜻으로 생존 범위가 넓어 생존력이 강하다는 방증일 뿐입니다. 4급수만 찾아다니는 지저분한 곤충이 아니라 물속 유기물을 분해하며 수질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분해자’로 생태적으로 중요한 곤충입니다.
대벌레, 외국에선 애완동물로 인기
배 마디가 대나무 마디 같아 대벌레라 부르지만 대벌레 목의 학명인 플라스미다(Phasmida)는 고대 그리스어로 판톰(phantom) 곧 유령이라는 뜻입니다. 새를 비롯한 육식성 포식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식물의 일부처럼 위장하면서 비밀리에 행동하는 특성을 나타낸 것입니다. 대부분 대벌레가 고온 다습한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므로 대벌레 돌발 대발생이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번식 방법을 생각해 보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분홍날개대벌레
날개가 발달하지 못하여 주로 막대기처럼 걸어 다녀 영어권에서는 ‘걸어 다니는 막대’라고 불리는 대벌레는 자손을 퍼뜨리기 위하여 천적에게 스스로 잡아먹히는 무시무시한 번식 방법을 택했습니다. 직박구리 같은 새에게 일부러 먹혀 새 뱃속의 강한 산으로 식물의 씨앗처럼 생긴 단단한 알껍데기가 벗겨지고 새가 배설할 때 그 알이 밖으로 배출되어 부화합니다.
대벌레의 알을 먹고 퍼뜨리는 직박구리
대벌레의 알. 씨앗처럼 보인다.
다른 곤충의 알은 온도와 습도만 맞으면 부화하지만 대벌레 알은 새에게 먹힌 알이냐 아니냐, 즉 껍질을 벗었느냐가 부화의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러니 지난겨울이 따뜻해서 부화율이 높았다는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거꾸로여덟팔나비 알.
산림 생태계에서 대벌레가 하는 구실은 숲을 덮는 활엽수림의 잎을 먹음으로써 숲 지붕(캐노피)을 열어 숲 속 내부에 빛을 들어오게 하고 식물을 소비한 배설물로 토양을 기름지게 합니다. 식물을 통제하고 다른 생물들의 먹잇감이 되는 생태계의 엔지니어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냄새가 나는 것은 다른 곤충 종들처럼 고약한 방어물질 때문이 아니라 많이 먹어서 나는 냄새일 뿐입니다.
사실 외국에서 대벌레는 해충이 아니라 애완동물로 사랑받고 있는 곤충입니다. 흔들흔들 리듬을 타는 행동이 재미있어 보이고 큰 사이즈에 멋진 외양 때문이랍니다. 사랑받지는 못해도 미움 덩어리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사람이나 대벌레나 서로 딱합니다.
날개대벌레
긴수염대벌레
사실 매년 계속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해충은 매미나방입니다. 알집이 더위나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두꺼운 이불로 싸여있는 것 같아 환경 변화에 크게 구애되지 않고 거의 모든 식물을 먹을 수 있는 대단한 식성을 갖고 있습니다. 천적은 많지 않아 브레이크 없이 늘어나면서 개체수가 점점 누적되다 보니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지난봄 이후 최근까지 대발생해 애벌레부터 어른벌레까지 도심의 등산로를 점령해 무던히도 사람들을 괴롭히고 산림 속속들이 퍼져 식물을 못 살게 했습니다. 방랑자 나방(Gypsy moth)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기저기, 전 세계적으로 떠돌아다니며 피해를 끼치는 해충이며 우리나라에도 침입 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으로 들어와 폭발적으로 발생하여 농작물은 물론 주변 야생생물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매미나방 알집.
매미나방
무조건 기후변화 탓?
특이한 번식 방법으로 확산하는 대벌레의 돌발 발생이나 누적 된 개체수와 구조적 방한 시스템을 장착한 알집을 가진 매미나방 대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나 따뜻했던 작년 겨울 온도 때문만은 아닙니다. 심지어 관리 부실로 외부에서 정수장으로 서식지를 바꾼 깔따구까지 모두 기후변화라 하니 너무 어처구니없습니다.
전국적으로 또한 대략 5만 종에 이르는 모든 곤충 종들에 해당되어야 할 기후변화가 국지적으로, 몇몇 종에게만 적용되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확실한 근거 없이 애매하게 ‘기후변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예방적 차원의 조치나 환경친화적인 구제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보기 싫다며 살충제를 뿌려대나 그 살충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그대로 산에 남아 농축이 되어 등산객의 건강을 해치는 원흉이 될 겁니다. 약 뿌리고 쾌적한 산림 환경이라니 뭔가 찝찝하지요! 결국 해충은 살아남고 해충의 천적 곤충과 야생동물, 인간이 피해를 보는 ‘살충제의 역설’이 현실화할 것입니다. 정확하게 생태 정보를 알려주고 환경친화적인 방제 방법을 설명했으면 대부분 시민이 이해하지 않으셨을까요?
생태계 내에서 폭발적이거나 돌발적인 곤충 발생은 비교적 흔한 사건입니다. 천적이 생기거나 없어지고 먹이가 풍부해지거나 감소하는 결정적 요인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발생과 소멸로 생태적 변화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곤충 발생 속내를 들춰보면 극심한 환경 변화로 벌레가 자연스럽게 대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개발과 발전을 내걸고 자연과 환경은 뒤로 젖혀뒀던 인간들이 뒤늦게 자연을 훼손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즉 인재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깊은 산 속까지 길과 도로가 나고 가로등으로 늘 눈부셔 다른 생물들의 서식지가 부서지고 살 데는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천적이 사람인데 나오고 싶질 않지만 서식 공간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래서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사회적 거리 두기입니다. 해충 대 발생과 같은 생태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산과 강을 손대지 않는 생태적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사람과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잘못을 확대하면, 존재하고 있었으나 몰랐던 확연히 다른 생명체가 우연히 노출되거나 크게 발생하여 우리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그린’을 외치면서 생명과 생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산 구석구석 태양광을 설치하고 겨우 지켜왔던 그린벨트를 과감히 훼손하려는 ‘그린 없는’ 개발 지상주의가 곤충 대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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