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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9.6~9.11 1년 전 오늘의 이 상황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by 이성근 2020. 9. 6.

푸른 하늘의 날’ 1년 뒤 상황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기후위기, 계산 불가능한, 문명 붕괴 위험

약자에 집중된 피해...‘생태적 전환필요

전세계 청소년, 기후위기 대응 한목소리] "우리의 생존권을 침해하지 마세요"

작은 화단이 만들어 낸 큰 변화

바닷가 나뒹구는 마스크골칫덩이 늘었네

자연을 듣는다...‘세계 숲소리 지도나왔다

초고층의 역설오션뷰 욕망이 부른 태풍 공포

이번엔 월성 원전 2·3호기 정지태풍 2개에 6기 멈췄다

진정 코로나 시대라면, 이제 멈춰야 한다-제주 신공항

빙하호가 커지면 비경비명이 된다

마스크, 동물에겐 올무잘라서 버리세요

일본 강타한 태풍 하이선, 역대 최대 풍속 기록

11호 태풍 노을발생하면 역대 최강 될 수 있는 이유

탈핵단체 태풍으로 가동 중단된 핵발전소 대책은 탈핵

문재인 대통령께, 제주 성산읍 난산리 주민 김경배입니다

하루만에 폭염에서 폭설로...덴버, 롤러코스터 탄 여름

시민단체·채권단, 동물원 더파크 운영사 삼정기업 고발

낙동강 원수 막여과는 수질개선 한계창녕 등 인공습지 만들어 자연정화를

태풍에 원전 정지가 사고라는 주장을 해부한다

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

도심까지 내몰린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의 수난

 

푸른 하늘의 날’ 1년 뒤 상황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기록적 장마와 초강력 태풍, 코로나19는 모두 하나를 가리킨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위기단계에 이르렀다는 것. 위기를 위기 아닌 것으로 만들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야 한다. 화석연료가 아닌,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인류는 지구상 생명체들과 함께 구원에 이를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문제다. 유럽 국가들은 확실히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20006.6%였던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금의 52%로 늘렸다. 10년 전만 해도 전력의 40%를 석탄화력에 의존했던 영국은 최근 이 비율을 0%로 만들고 재생에너지를 37%로 늘렸다. 미국도 가스화력과 재생에너지가 발전원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일본은 2050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100%를 목표로 한다. 반면 우리는 현재의 7% 수준에서 203020%로 늘리는 게 국가 목표다. 서구 국가들이 진작 달성한 수준을 10년 뒤 목표로 잡아놓았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과 보수정치권은 현 정부가 태양광 등에 과잉 투자한다고 난리다. 재생에너지에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단골처럼 따른다.

 

사실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의지의 문제에 가깝다. 현재 인류가 보유한 기존 기술만으로도 당장 가능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마크 제이컵슨 교수(토목환경공학)2009년 마크 델루치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함께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의 100%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란 제목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분야 가장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정책>(Energy Policy)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은 선진국에서 20~40년 안에 에너지 기간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전면적으로, 혹은 대부분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컵슨 교수는 이 연구의 대상 국가를 143개국으로 늘리며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2050년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며, 이 경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9천명 줄고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늘어나는 일자리가 140만개 많을 것이라고 봤다.

 

제이컵슨 교수는 최근 한국 기후변화센터가 연 포럼의 온라인 강연에서 2017년 완공한 자신의 집에 각종 에너지 전환 기술을 적용해 주정부로부터 연간 83만원(700달러)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과 전기자동차가 쓰는 에너지의 120%를 집 지붕의 태양광을 통해 생산하고,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주유비를 내는 대신 남는 전기를 전기회사에 팔아 번 돈이다. 그의 집엔 지붕의 태양광 발전기뿐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건물 내외부의 열을 교환하고 물을 데우는 히트펌프와 난방기가 설치돼 있다. 요리를 할 땐 인덕션 쿡탑을 쓴다. 그는 천연가스나 석탄, 석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신화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집단적 관심과 결의, 의지가 한데 모이는 것. 시민들이 기후위기 문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요구하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는 것만이, 돌이킬 수 없는 뜨거운 열탕에 지구가 빠지지 않는 길이다.

 

전세계 시민들은 올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서울과 뉴욕, 런던, 베를린뿐 아니라 평양에서도 마스크를 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런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비현실적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오래가겠나싶던 기대도 이젠 사그라들었다. 거리의 유동에 생계를 의탁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심정이다. 이들의 고통이 이들의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선 앞날이 두려울 뿐이다. 사태가 초래된 원인과 배경에 세계 시민이 관심을 갖고 일관된 의지를 모아내는 일이 가능할까. 아니라면 인류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이대로 절멸의 길을 걷게 될까.

 

월요일인 97일은 한국 정부가 유엔에 제안해 만든 기념일인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이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국민정책참여단에 참여한 한 시민이 아이디어를 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제안해 지정됐다. 미세먼지에 시달렸던 지난해 초 우리가 그토록 갈구했던 푸른 하늘을 기념일의 이름으로 만들었지만, 1년 뒤 코로나19의 난국에 빠질지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한해 뒤, 또 다른 한해 뒤엔 또 어떤 기후재난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모두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

박기용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장 xeno@hani.co.kr

 

 

기후위기, 계산 불가능한, 문명 붕괴 위험

[참여사회 인터뷰] 조천호 대기과학자 에너지 전환은 생존 문제

올해 장마는 역대 최장기간이었다. 무려 54. 이어진 찜통더위에 장마포비아가 수그러들었지만 기상이변이 우리 일상이 됐다는 사실을,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초라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과학자 조천호씨는 지난 814일 참여사회 인터뷰에서 현재 장마를 포함한 위기는 회복 가능한 위기라며 그러나 기후위기에는 회복이 없다고 말한다. 기상이변은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에 불과하다는 말. 이상기후와 기후위기도 헷갈리는 문과생이지만 그에게 물었다. 기후위기란 무엇인가.

 

-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폭우였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결과로 발생한 시베리아 이상 고온 현상이 한반도 장마 전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기상이변과 기후위기의 상관관계를 설명해달라.

평소 1년에 홈런 50개를 때리는 야구선수가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100개를 때리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때린 홈런 하나하나가 원래 실력인지 스테로이드 영향인지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한 해 성적을 집계했을 때야 판단이 가능하다. 기상이변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기후변화 위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장마와 홍수 피해는 과거에도 있었다. 기후변화는 사건 하나로 인지되는 게 아니다. 집계된 자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곳곳에 일어난 기상이변 중 눈에 띄는 현상이 있나?

기후에는 지속성이 있다. 반면 날씨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속의 속성을 가진 기후가 바뀌고 있고, 변화해야 할 날씨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극단적 날씨가 지속되면 큰 피해가 발생한다. 여름날 맑은 날씨가 일주일 계속되면 폭염이 되고 한두 달 계속되면 가뭄이다. 올해 초 호주에 6~7개월 이어진 가뭄과 산불 역시 똑같은 날씨가 계속됐기 때문에 벌어졌다. 이번 국내 장마도 마찬가지다.”

 

- 그 원인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이 화석연료를 배출하고 온실가스를 늘려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했다. 1도만 상승해도 바닷물 증발량이 많아진다. 공기 중 수증기가 7% 정도 늘어났다. 예전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홍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반대로 그 주변부, 공기가 내려오는 지역에는 고기압으로 훨씬 더 건조해진다. 가뭄과 폭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본래 적도 지방은 햇빛을 많이 받고 극지방은 햇빛 에너지를 적게 받기 마련인데 지구는 이 격차를 좁히고 균형을 맞춰주는 작업을 한다. 천둥과 번개가 치고, 파도가 이는 이유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극지방에서 2~3배 빨리 일어난다. 극지방과 적도의 온도 차이가 적어지기 때문에 순환과 흐름이 빠르지 않아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 201810, IPCC(기후변화에 관한 협의체) 48차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195개국은 203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010년 대비 45% 감축, 2050년까지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1.5의 지질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 몸이 정상 체온에서 1도 상승하면, 몸이 이상하다는 걸 본인이 깨닫게 된다. 감지할 수 있는 위험이다. 1.5~2도 상승하면 약을 사 먹거나 누워있어야 한다. 지구 온도 1도 상승으로 우리는 극단의 날씨를 겪고 있는데 여기서 0.5~1도 상승하면 지구 어느 곳에서나 기후 때문에 불편한, 그리고 위험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 탄성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스프링을 확 당기면 제자리로 못 돌아오는 상태와 같다. 지금 지구가 그 위기에 직면해 있다.”

 

-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향후 지구는 어떻게 되나?

지구 역사에서 2도 이상의 온도 상승은 전무했다. 지난 500만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사건이다.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상황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리가 건설한 문명이 흔들릴 것이다. 현재 배출량 수준이 유지된다면 금세기 말 3도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신체 체온 상승이 3도 이상이면 그건 곧 죽음을 말한다.”

 

- 국제사회 협약에 구속력이 있을 수 있나?

지금까지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은 자발적 참여였다. 강제 조항이 아니었다. 2018년 인천 송도에 기후과학자들이 모였던 IPCC 총회에서 ‘1.5도 상승이 위험하다는 것에 과학적 합의가 있었다. IPCC는 과학자들 모임이고, 이를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정책 당국자들 협의체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코로나로 인해 금년이 아닌 내년 열린다. 이 협약이 성공한다면 강제 조항이 될 전망이다. 다만 변수가 있다.”

 

- 무엇이 변수라고 보는가?

미국 대선이다. 변수 그 이상의 사건이다. 트럼프 정권은 기후변화협약의 최대 걸림돌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맺을 수 있던 건 그 당시 오바마 정권이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화석연료를 더 쓰느냐 그렇지 않느냐 문제는 각국 이해가 출동하는 이슈다. ‘슈퍼 파워가 적극적으로 끌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재선하면 기후위기는 파국에 돌입한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내년 협약에 앞서 미국 대선에서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쪽이다.”

 

- 대한민국은 IPCC 의장국(의장 이희성)인 동시에 ‘4대 기후악당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MB정부는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소리만 요란했을 뿐 온실가스 배출을 엄청 늘렸다. 대한민국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수준인데 그 덩치에 맞지 않게 나만 잘살겠다고 배출을 늘린 것이다. 참 창피한 일이다. 온실가스는 개인 단위로 보면 전 세계 상위 10%50%를 배출한다. 결국 잘 사는 사람들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우리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스로 줄이고 대대적 산업 전환을 해야 하는 데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다. 내년 협약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안타깝게도 우리는 가장 큰 고통을 당할 수 있다.”

조천호 대기과학자가 지난 814일 참여사회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영록.

 

- 아직까지는 시민들도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다.

그런 생각이 든다. 기후위기를 우리가 경험했던 흔한 위기 하나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미세먼지? 코로나19? 그것과도 질적으로 다른 위기다. 지금까지 위기는 장기적으로 회복 가능한한 성질의 것이다. 인류에 위험이 없던 적 있던가? 그러나 기후위기는 회복이란 게 없다. 일례로 마트에 갔더니 기후위기로 먹을 게 없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지금이야 재난지원금 등 공적 자금을 풀며 위기 극복 시도를 계속하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닥치면 마트에서 먹을 게 영영 사라진다. 계산 불가능한, 문명을 붕괴할 위험인 거다. 유럽이 심심하고 한가해서, 혹은 있어 보이려고 기후위기를 의제 1순위에 올려놓겠나?”

 

- 온실가스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전혀. 미세먼지는 바람이 불면 사라지지만, 온실가스는 수백 년 동안 계속 축적돼 왔다. 현재 장마 등 저기압은 정체돼 있지만 곧 소멸되거나 이동한다. 만약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했고, 온실가스 배출을 그때부터 줄인다? 소용없다. 개선되지 않는다. 시베리아 지역이 38도까지 올라가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 지구에 들어왔던 햇빛이 (흰 눈에 의해) 반사되지 않고 그대로 흡수되며 지구 스스로 온도를 높인다. 지난 54000만 년 동안 대멸종 사건이 5차례 있었다. 지구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지구의 생명들을 없앴다.”

 

- 지구가 스스로 문명을 무너뜨린다는 것인가?

 

대멸종 사건 공통점은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올라간 종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태계 자체가 무너진 상태에선 더는 진화를 통해 종이 유지될 수 없다. 그 멋들어진 공룡이 지금은 지구에 단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지구의 유한함을 넘어서는 순간 지구는 인류를 없애버릴 것이다. 지구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웃음) 우리가 없어도 생명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지구에 의존적이지만, 지구는 우리에게 의존해야 할 이유가 없다.”

 

- 기후위기 대중 강연하면 시민들이 뭘 가장 궁금해하나?

가장 많은 들었던 질문은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였다. 사실 많이 놀랐다.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 그런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하나?

같이 세상을 바꾸자고 이야기한다. 개인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행위는 물론 가치 있지만 기후 문제는 개인이 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세상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을 뽑아야 한다.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선출직 공무원을 뽑아야 한다. 지난 국회에 비하면 이번 21대 국회는 기후 문제에 비교적 관심이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듯하고.”

 

- 여전히 경제성장과 환경 사이의 선택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 역시 경제 성장률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데 경제와 환경이 양립 가능한 것인가?

탄성력 안에 있는 사회 문제라면 성장과 환경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여지가 있지만 우리는 탄성력을 잃어버리는 세계를 가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량 생산대량 소비대량 폐기패러다임은 즉각 갖다버려야 한다. 77억 명이 충분히 먹고 쓸 수 있는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 여전히 지구상 어딘가에는 결핍이 존재한다. 성장을 못 해서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가 서로 돌보지 않고 나누지 않아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장과 경제성장률을 이야기하는 건 아직도 배가 부르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없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 기후 문제는 당장 변화가 어려운 이슈다. 지치지 않나? 본인의 원동력이 있다면?

독일의 세계적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표현 중 파국적 희망이라는 말이 있다. 파국적 상황에서 우울함을 긍정 에너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파국적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세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파국적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왜 대량생산·소비·폐기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가’, ‘이 시스템이 생존에 필수불가결한가등 철학적 질문을 마구 던질 수 있다. 변하지 않는 세상에 좌절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이런 질문과 고민이 변혁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가 우리 본질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파국 속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 여정, 우리가 경쾌하고 힘차게 나아가야 할 이유 아닐까? 파국적 희망을 꿈꾸자.” 김도연 기자 mediatoday

 

'기후 바보' 대한민국...생태중심적 기업 되세요

저는 우리가 기후 바보라고 생각합니다. 남 걱정해줄 때가 아닙니다. (기후 문제가) 가지지 못한 자, 못사는 나라의 문제인 줄 알고 살살 피해 가려 했는데, 아닙니다. 우리가 당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사회적 가치라는 겁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이달 24일 유튜브에서 진행한 SOVAC2020 기조연설에서 모든 중요한 사회적 가치 문제는 전부 생태계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올해 수해로 피해를 겪었던 일을 언급하며 그동안 기후 위기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봤던 모습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며 기후 악당이나 기후 깡패가 아닌 기후 바보라고 말했다.

 

약자에 집중된 피해...‘생태적 전환필요

최재천 교수는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도 겸임 중이다. 사진=SOVAC 유튜브 채널 캡처

 

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돌아본 양극화와 환경 문제를 접목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약자층에 팬데믹 피해가 집중됐는데, 이들이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이런 문제들은 기후변화·생물다양성 문제에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팬데믹 상황이 오자 무인도를 통째로 사서 도망간 서양 거부들도 있다던데, 생각보다 사태가 길어져 청소부·요리사·배달부가 필요해지면 결국은 바이러스에 같이 노출된다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뼈저린 교훈이라고 말했다. 돈 있는 사람만 스스로를 방어한다고 질병에서 해방되는 게 아니라는 것. “싱가포르는 방역을 잘하다가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으로 다시 확산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사회적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발달해 온 경제학이지만, 이제는 이런 외부효과를 내재화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데 학자들이 동의한다며 도덕 경제학개념도 내세웠다. 최 교수가 초점을 둔 사회적 비용은 생태계 파괴다. 그는 기업의 정중앙에 생태 개념을 붙들고 가야 한다며 환경친화적 기업을 넘어선 생태중심적(Eco-centered) 기업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환경친화적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기업에 비해 우리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정도의 변명일 뿐이라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면서 가는 게 우리가 살길이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기업들에 생태적 전환을 촉구했다.

 

코로나19로 살펴본 사회생물학적 호혜

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환자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의료진, 불편하지만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벗지 않는 시민들을 호혜자(Reciprocator)’라는 사회생물학 용어로 정의했다. 평소 자기 이익을 취하다가도 상황에 따라 남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컬으며, 지나친 이기주의자나 오로지 남에게 헌신하는 이타주의를 뺀 대다수 시민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쓴 건 스스로가 들이마시지 않기 위해서였다면, 이번에 마스크를 쓴 이유에는 남들이 걸리지 않게 하려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는 것. 더운 날씨라 불편해도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모습을 두고 최 교수는 이렇게 사회 전체가 같이 지켜야 할 가치를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진화를 거쳐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남을 도우며 사회를 구성하게 됐다는 점을 핵심으로 짚으며 호혜성 이타주의도 설명했다. 호혜성 이타주의 이론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보답을 기대하며 남을 돕는 행위로 인간과 동물들의 사회성이 진화했다는 이론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옛말이 있지만, 길에 누군가 위험에 처해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앞뒤 생각 없이 뛰어들기도 하는 등 우리는 꼭 가족을 위해서만 희생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간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인데요, 현명한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다른 생물들과 지구를 공유하고 함께 가겠다는 뜻으로 호모 심비우스(공생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이로운넷=박유진 기자

 

전세계 청소년, 기후위기 대응 한목소리] "우리의 생존권을 침해하지 마세요"

포르투갈 청소년들 유럽국가 33개국 대상 기후소송

국내 탈석탄 캠페인 '석탄을 넘어서'에도 10대 참여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전세계 청소년들이 나서고 있다. 3일 포르투갈 청소년들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법원에 33개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후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 등 33개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아 자신들과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안녕을 위협하고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유럽인권법원에 기후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르투칼 청소년들이 3일 유럽인권법원에 유럽 33개국 상대로 기후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기후소송에 참가한 소피아 올리베이라(왼쪽)와 안드레 올리베이라. 사진 누노 가스파르 데 올리베이라 제공

 

"시작에 불과한 폭염이 두려워요" = 이번 소송은 7월 포르투갈이 90년 만에 최악의 더위를 맞이한 이후 이뤄졌다. 소송 청구인단 6명 중 4명은 2017년 포르투갈에서 120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했던 산불 피해지역인 레이리아 출신이다. 나머지 2명은 2018년 폭염으로 기온이 44까지 치솟았던 리스본 출신이다.

 

소송단 중 한명인 카타리나 모타(Catarina Mota)"우리가 견뎌낸 무더위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두렵다""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변화로부터 각국 정부에 우리를 보호할 책임을 묻고자 소송을 걸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국 기반의 비영리 단체 '글로벌 법적 행동 네트워크(Global Legal Action Network, GLAN)'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소송의 변호인단을 이끄는 마크 윌러스(Marc Willers) 영국 런던 가든 코트 체임버 소속 칙선 변호사(영국 최고 등급 법정변호사)"최근 유럽 내 여러 국가 법원에 기후변화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이번 유럽인권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이후 유럽 내 각국 법원이 각 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강제하는 판결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후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33개국 정부는 자국 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할 뿐 아니라 해외 온실가스 배출량 또한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각국의 기업 활동도 포함될 수 있다. 기업이 해외로 화석연료를 수출하거나 화석연료 기반으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할 경우 동일한 법적 감축의무를 지게 된다.

 

석탄발전 철회는 사실 전세계적인 추세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 UN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석탄발전사업 참여를 멈춰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삼성물산이 검토 중인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참여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UN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2015년 파리협정 채택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기후변화 이니셔티브 '미션2020'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미래 불평등, 책임을 떠넘기지 마세요" = "우리를 미래세대라 부르면서 청소년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석탄을 계속 쓰는 등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불평등과 재난으로 밀어넣고 있어요.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우리의 미래를 위한다면, 탈석탄이라는 상식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대전에 사는 김경은 청소년의 말이다. 김경은 청소년은 전국 15개 시민 환경 청소년 단체로 구성된 '석탄을 넘어서(Korea Beyond Coal)' 캠페인에 참여한다.

 

이번 캠페인은 2030년 탈 석탄을 목표로 한다. 지역 및 중앙 단체간의 협업을 통해 그동안 특정 지역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탈석탄 운동을 전국적인 차원으로 확대한다. 7일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출범식이 열리며, 이날 충남 경남 인천 강원지역 주요 발전소 현장에서도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7일은 우리 정부 제안으로 제정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인 '푸른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푸른하늘의 날)'을 맞아 여러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유엔에 푸른 하늘의 날을 제안했던 우리 정부는 안전하고 건강한 삶과 우리에게 자연을 물려주겠다고 말하면서도 제가 50살 가까이 되는 2050년까지도 석탄발전소를 돌리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청소년세대에게 온실가스와 기후 재난을 물려주지 마세요." 김경은 청소년의 얘기다.

 

한편, 한국에서도 기후 소송이 진행 중이다. 313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청구서를 제출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열흘 만에 헌법재판소는 심판 회부를 결정했으며 정부 정책의 위헌 여부에 대한 대한 헌재의 판결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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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단이 만들어 낸 큰 변화

광주광역시 외곽에 있는 작은마을, 여느 마을처럼 평범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이곳은 주민들의 민원이 그치지 않는 곳이었다. 민원의 내용은 마을 입구에 있는 술집의 취객들에 관한 것이었다. 취객들이 마을의 후미진 곳을 찾아 들어가 소변을 보는가 하면 먹은 것을 토해 놓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진다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은 무시무시한 경고문을 붙이기도 하고 구청에 민원을 넣어 보기도 했지만, 취객들을 쫓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급기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자구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취객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장소를 근본적으로 없애자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취객들이 전신주와 담장 사이의 후미진 곳을 실례(?)의 장소로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해당 공간에 화단을 만들어 막아보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이 실천에 옮기면서 마을 안에 작은 화단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꽃을 채운 화단이 전신주와 후미진 담장 사이에 자리를 잡자 거짓말처럼 취객들의 볼썽사나운 행동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 전봇대와 담장 사이의 화단이 골목을 아름답게 하고 있다.() 버린 변기가 예술품이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신기한 결과에 신이나 화단 가꾸기에 더 많은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다. 화단 뒤로 쪼개진 타일을 사용해 벽화를 만들기도 하고 수리하고 버려야 할 양변기를 화분처럼 사용하는 예술창작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평범했던 작은마을이 녹색의 마을로 변화하자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생태도시로 알려진 쿠바에서 미국의 금수조치로 먹거리가 부족해진 시민들이 궁여지책으로 상자에 야채를 키우기 시작한 것처럼 자신이 사는 마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마을 화단이 이제는 마을을 상징하는 그린디자인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 '빗물 저금통'은 기능과 함께 조형도 흥미롭다. () 우아한 방법으로 불법주차를 막고 있다수원 행궁동의 어느 집 앞에는 낡아서 사용할 수 없게 된 카트를 이용해 이동식 화단을 만든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화단은 보기도 좋지만 차고 입구에 주차하는 얌체족들을 근절하는 효과가 있다. 주차를 막기 위해 타이어를 쌓아놓거나 낡은 의자를 두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근사한 방법인가? 이 동네의 다른 곳에는 하늘색 말굽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텃밭을 가꾸는데 필요한 조경용수로 사용하는 일종의 '빗물 저금통'이다. 비가 많이 오면 배수가 잘되지 않았던 지역이, 건물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담아두는 '빗물 저금통'을 통해서 배수량을 줄이는 동시에 천연자원도 활용하게 돼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경기도 하남시의 석바대 상가는 젊은이들이 잘 찾지 않는 오래된 상가였지만 상인들이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환경개선의 노력으로 상가 골목에 색색의 우산을 걸었다. 하늘에 떠 있는 우산은 보기에도 좋고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며 밤에는 환하게 빛나는 우산이 거리를 밝혀주고 있다.

동네에 화단을 만들고 텃밭을 가꾸고 조형물을 세우는 일은 단순히 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역할만을 하는 게 아니다. 주민들이 공을 들여 가꾸는 마을은 크고 작은 범죄를 막는 효과도 있다. 이를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라 부르는데 길거리에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세워 두었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 사이로 차 안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차 문을 파손하거나 차 안의 비품을 훔쳐 가는 일이 발생해 결국 폐차가 되어버린다는 이론이다. 방치한 주변 환경이 취객들의 잘못된 행동을 유발하고 아무 데나 차를 세우는 얌체족을 끌어들인다는 이야기다. 거꾸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주변의 환경을 깨끗하고 보기 좋게 만들면 그만큼 범죄가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두웠던 밤하늘을 밝히는 우산이 상가를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마을을 꾸미는 일이 일회성이고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마을을 꾸미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겉치레의 사업을 했다면 예산 낭비이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동네에 화단을 만들고 말굽 조형물을 세우고 우산을 매단 것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시작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김종대건축가.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SBS 뉴스

 

바닷가 나뒹구는 마스크골칫덩이 늘었네

전국 해안가 쓰레기 수거·분석

코로나 전엔 없던 마스크 등장

담배꽁초 불법투기 가장 많아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안가에도 일회용 마스크가 다수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가에 가장 많이 버려진 일회용 쓰레기는 담배꽁초였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일회용품들이 바닷가에 흘러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해안가에서 3879점의 쓰레기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11일부터 88일까지 전국 5개 권역의 해안가 14곳에서 진행됐다.

 

가장 많이 수거된 쓰레기는 담배꽁초’(635)였다. 이어 일회용 비닐봉지와 포장재(391), 그물 등 어구(300),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음식 포장 용기(297), 플라스틱 음료수병(296), 폭죽 용품(232) 순이었다. 담배꽁초의 필터는 9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2015년 해양수산부는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백사장 흡연 행위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각 지자체가 재량에 따라 조례를 만들어 흡연 행위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지만, 실제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회용 마스크도 다수 발견됐다. 여름철을 맞아 해안을 찾은 이들이 쓰고 갔던 마스크를 버리고 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81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발견됐다. 일회용 마스크는 대부분 가는 실의 형태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소재의 필터가 사용돼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은 코로나19 전파 우려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해수욕장 방문이 이어지면서 기존에는 거의 발견할 수 없었던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가 상당량 발견됐다한 달에 최대 6000만장의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분해가 안 되는 마스크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자연을 듣는다...‘세계 숲소리 지도나왔다

짹짹짹, 졸졸졸~ 세계 30여개국 숲 소리 파일 등재

 

세계의 숲소리를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지도가 나왔다.

전 세계 숲의 생생한 소리를 골라서 들어볼 수 있는 `세계 숲 소리 지도'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 사라진 도시 소음공해의 자리에 자연의 소리를 채워넣겠다는 발상에서 만들어진 온라인 소리 지도다.

지난 7월에 개설된 이 `숲의 소리'(Sounds of the Forest) 웹사이트(https://timberfestival.org.uk/soundsoftheforest-soundmap/)에는 현재 30여개국의 숲 애호가들이 게시한 숲소리 녹음 파일이 올라와 있다. 어느 늦은 아침에 말레이시아 타만네가라국립공원 숲에서 개똥지빠귀가 지저귀는 소리, 칠레 콘셉시온대학 인근 폭포의 물 낙하 소리, 아프리카 남동부 마다가스카르섬 안다시베 숲에 사는 몸집 큰 여우원숭이 인드리가 동료를 부르는 소리, 5월 어느날 저녁 슬로바키아의 한 숲에서 나이팅게일 두 마리가 서로 지절거리는 소리 등을 들어볼 수 있다.

 

세계 숲소리 지도.

 

누구나 숲 소리 녹음해 올릴 수 있어...한국 숲소리는 아직

이 숲소리 지도는 이용자들이 내용을 채워가는 개방형이다. 누구나 자신이 찾아간 곳의 숲 소리를 녹음해 'Soundcloud'를 통해 풍경 사진과 함께 올려 놓으면 지도의 해당 장소에 점으로 표시된다. 이 점을 누르면 해당 지역의 숲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게시되는 오디오의 분량은 1분이다. 듣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리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적어 놓을 수도 있다. 한국의 숲소리는 아직 올라와 있지 않다. 조만간 세계인에게 들려줄 한국의 숲소리가 올려지기를 기대한다. 숲소리를 녹음해 지도에 올리는 방법은 여기(https://timberfestival.org.uk/soundsoftheforest/)에 설명돼 있다.

말레이시아 타만네가라국립공원 오디오 파일 화면.

 

이 지도는 해마다 세계의 숲 축제를 여는 영국의 사회적기업 팀버 페스티벌(Timber Festival)과 비영리단체 와일드 럼퍼스(Wild Rumpus)가 만들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됐다. 대신 코로나19는 숲 지도를 선물해 준 격이 됐다.

숲소리 지도를 기획한 사라 버드(Sarah Bird) 팀버페스티벌 제작 파트너는 인터넷 언론 `트리허거'와의 인터뷰에서 "숲소리를 들으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그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나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초고층의 역설오션뷰 욕망이 부른 태풍 공포

유리창 파손·건물 흔들림, 잇단 태풍에 상당한 피해

순간풍속 50이상 기록신종재난 빌딩풍진원지

마이삭하이선이 연이어 몰아친 부산에서 해안가 초고층건물은 높이만큼 큰 재해 공포를 불러왔다. 해안가 일대가 빌딩풍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재난의 진원지로 떠오르자 난개발이 재난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이 같은 피해가 집중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태풍 하이선에 엉망 된 광안리해수욕장- 10호 태풍 하이선이 부산을 강타한 7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이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마이삭 때는 그냥 집에 있었지만, 이번 태풍 때는 아예 거처를 옮겨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해안가 고층건물에서 최고의 조망을 누리고 산다고 자부했는데, 태풍 두 번을 겪고 나서 그 자부심이 공포감으로 변했다.” 7일 하이선 내습 때 가족과 함께 피난했다는 엘시티 입주민 A 씨의 말이다. A 씨는 두 차례 태풍이 지나는 동안 심상찮은 흔들림을 느꼈다고 말하는 주민이 꽤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밖으로 나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삭 당시 파손된 창문을 제대로 복구하지도 못한 채 하이선을 맞아야 했던 해운대·수영·남구 일대 일부 고층 아파트 주민은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다. 강풍에 빗물이 하늘로 역류하고, 실내 물잔에 담긴 물이 지진이 난 듯 흔들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 마린시티 입주민은 건물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려 멀미하는 듯한 느낌이 났다고 토로했다.

 

지난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 때도 빌딩풍은 수치로 입증됐다. 하이선 북상에 맞춰 70시부터 12시간 동안 해운대 엘시티와 마린시티 일대에서 풍속을 잰 부산대 연구팀(행정안전부 빌딩풍 용역 수행) 측정 결과에 이 같은 정황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날 새벽 엘시티 일대에는 이미 국립해양과학연구원의 해상 측정값(초속 23)보다 2배 이상 높은 풍속이 감지됐다. 오전 6시 이후로는 강풍이 지나치게 세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오전 8시 기준 마린시티에서 초속 50넘는 강풍을 측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미뤄, 측정이 불가능했던 시간 엘시티에는 순간 최대풍속 초속 60안팎의 강풍이 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저층부 창문이 추가로 깨지는 등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엘시티 환경미화원이 강풍에 떠밀려 넘어지면서 다치고, 인근 신호등의 강철 기둥이 끊어지면서 횡단보도에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도 일어났다. 마이삭 때는 부근 상가의 피해도 컸다.

 

빌딩풍 용역단장인 부산대 권순철(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특히 부산 해안가에 밀집한 고층건물 영향으로 일대 비슷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교수는 빌딩풍은 외부에서 고층건물을 향해 유입되는 바람이 강할수록 그 바람의 2, 3배까지도 더 강한 바람으로 바뀔 수 있다이상기후 영향으로 부산 해안가에 해일을 동반한 태풍이 몰아칠 위험성은 점차 커진다. 고층건물 밀집촌 일대 관리 등 유사시 피해를 줄일 방안 강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두 차례 태풍을 거치며 조망권을 차지하려는 해안가 중심 난개발이 빌딩풍이라는 재난을 만들었다는 비난도 빗발친다. 빌딩풍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피해 재발을 막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하태경(해운대갑) 국회의원의 페이스북에는 해안지역에 초고층 건물을 짓게 한 것 자체가 문제다” “(앞으로라도)해안가 초고층건물은 허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국제신문김민주 기자

 

이번엔 월성 원전 2·3호기 정지태풍 2개에 6기 멈췄다

7일 오전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2호기와 3호기가 잇따라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강타하면서 고리원전 내 원자로 4(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잇따라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4일 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7월성 2·3호기(가압중수로형 70kW)의 터빈발전기가 이날 오전 838(2호기), 918(3호기) 자동정지됐다고 밝혔다.

 

40분 간격으로 터빈발전기 중단

위기경보 경계격상 C급 발령

원안위 방사선 준위도 평상 수준

 

현재 원자로 출력은 60%로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이번 터빈발전기 자동정지로 인해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한수원은 덧붙였다.월성원자력본부는 태풍의 영향으로 전력 설비에 이상이 발생함에 따라 발전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설계적 특성으로 터빈발전기가 자동정지됐다원인을 정확히 조사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월성 2·3호기에서 터빈 정지가 됐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 지역사무소에서 초기사항과 안전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터빈 정지는 태풍 하이선으로 인한 송전 관련 설비 이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원자로 출력은 60%로 안전상태이고 방사선 준위도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향후 발전소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경주에 본사가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날 경주지역 태풍경보 및 태풍중심이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인접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날 오전 722분 공단 위기 경보를 경계단계로 격상하고 ‘C비상을 발령해 비상태세 유지·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월성핵발전소(월성원전)에는 영구정지 중인 1호기를 비롯해 2~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총 6기가 있는데, 이날 정지사고로 신월성 1·2호기를 제외하고 모든 발전소가 정지된 상황이다. (9·10)두 번의 태풍으로 고리와 월성에서만 가동 중이던 핵발전소(원전) 6기가 동시에 멈췄고, 정비 중인 발전소까지 포함하면 8기가 한꺼번에 멈추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3일에는 고리 2호기와 폐로 상태인 고리 1호기도 비상 디젤발전기가 가동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태풍으로 인한 핵발전소의 잇따른 정지사고는 핵발전소가 예측가능한 안정적 에너지공급원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원전 정지)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와 지진과 같은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로 인한 핵발전소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핵발전소 대규모 정지에 대비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현수 기자 songh@

 

진정 코로나 시대라면, 이제 멈춰야 한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성산, 제주, 지구를 위한 연재를 시작하며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왜 코로나 시대인가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어느덧 일반화되었다. 그 뒤로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같은 용어가 이어지는 논설도 점차 자주 접한다. 하지만 나는 의심스럽다. 과연 그걸로 충분할까. 코로나 시대는 그린뉴딜 정도의 정책적 대응과 디지털뉴딜 같은 산업주의적 처방보다 더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위험(risk)-재난(disaster)-위기(crisis)-파국(catastrophe). 피해를 초래하는 사건의 수준을 이렇게 한번 나눠보자. 이 구분은 피해의 심각성만이 아니라 지속성의 차이에 따른다. 위험은 재난이 다가온다는 징후이다. 하지만 모든 재난이 위기로 번지고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태풍 같은 재난은 그 규모가 크더라도 머잖아 끝나고 이후 얼마간 복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심각성이 회복불가능한 임계점을 넘어서서 지속된다면, 사회는 위기에 처하고 파국에 이를 수 있다.

 

이 구분에 비춰본다면 코로나19는 작년 말 위험이었다가, 올해 초 재난으로 번졌고, 지금은 위기로 고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파국이 되는 걸 막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는 어떤 수준에 이른 사건에 붙이는 명명법일까. 전에도 사스나 메르스 같은 대규모 감염증이 돌았지만 시대란 말이 붙지는 않았다. 사태에서 그쳤다. 그런데 코로나는 그 사태가 지속되어 삶의 조건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기에 시대라고 불리고 있다. 코로나 시대는 우리가 파국의 문턱인 위기 상황에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들어선 우리는 우리 삶을 어디까지 바꿔야 하는 걸까.

 

코로나 펜데믹과 지구온난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이름은 코로나 펜데믹이다. ‘시대가 장기지속성을 뜻한다면 펜데믹은 전지구성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사태의 바탕에는 지속적이고 지구적인 동인이 자리한다. 바로 여러 과학자가 지적했듯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할 확률이 늘어나 인수공통전염병 발발가능성은 커졌고, 병원균이 기온상승에 적응해 진화하며 인간의 비교적 높은 체온은 방어막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지구온난화가 야기하는 재난은 이번 사태 말고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지속적이고 지구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아마존이 불타고 유럽이 뜨거운 여름을 나고 미국에 초대형 허리케인이 닥치고 남극에서 빙하가 급속히 녹더라도 그곳 일로 여길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펜데믹은 모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빠져나갈 외부는 없다.

 

지구온난화는 지난 수십 년간 인류 공동의 문제라고 회자되었으나 각국과 개인의 적극적 행동은 줄곧 미뤄져왔다. 그런데 이번 형태의 세계적 전염은 인류가 운명공동체이고 그 운명이 위기에 처했으며, 인류 자신이 그 주범임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각자의 일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잦아지고 길어지는 재난의 조건을 배양하고 있었음을, 따라서 이번 재난을 극복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이야말로 모두를 위해 저마다 바꿔나가야 함을 깨닫게 하지 않는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김수오

 

코로나 시대의 제주 제2공항 문제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삶터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제주에서 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성산 지역을 예정지로 삼은 제주 제2공항 문제가 기로에 놓여 있다. 2015년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이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동의한다면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환경부의 판단은 10월 중에 나올 전망이다.

 

코로나 시대와 제주 제2공항 문제. 그 양자의 관련성은 지난 522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 ‘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한국환경회의의 공동선언 "위협받는 제주의 생물종을 지키자! 죽음의 활주로, 제주 제2공항 사업 철회되어야"에서 밝히고 있다. 일부를 옮겨둔다.

 

지구상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을 둘러싼 복합 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이 강조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생물다양성 위기가 거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감소와 단절이다. 산림 벌채와 남획, 난개발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졌다. 209개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확인되어, 전 지구적 재난이 된 코로나19는 생물다양성의 임계점과 위기를 보여준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 다른 생물종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위협하는 정치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우리는 특히 제주도라는 공간을 주목한다. 풍부한 생물종과 독특한 생태계, 자연경관의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유네스코 3관왕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주에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 중이다. 숱한 난개발로 이미 경관 훼손, 쓰레기, 오폐수, 교통체증,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개발 사업을 불러올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개발의 논리 앞에서 많은 생물종이 위협받고 사라졌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의 강행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고, 숱한 생물종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죽음의 활주로를 멈추어라.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

이 공동선언에 앞서 1년 전,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막아내기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천막촌이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전문을 옮겨둔다.

 

1. 오름을 깎아야 해서 제주도 동부 오름 군락의 지금 모습을 영원히 잃고 만다.

2. 공항부지 내 동굴과 철새도래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지반 침하와 조류 충돌로 인해 사고가능성이 높은 공항이 된다.

3. 2공항 인근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고 심각한 소음피해가 발생한다.

4. 2공항의 군사적 이용가능성이 상존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미군이 활용할 경우 제주도의 군사적 위험성이 가중된다.

5.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도 항공사와 제주도의 상위 호텔이 항공료와 숙박비 수익을 독점하며 쓰레기 증가, 수질오염 등 제주도의 환경오염은 심화된다.

6.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나 제주도의 교통이 혼잡해진다. 도로 확장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며 자연환경이 훼손된다.

7. 기존공항과 제2공항의 역할 분배로 동부 지역 바깥에서는 공항에 접근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8. 2공항 건설과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면 현공항 시설의 충실한 개선이 어려워지고 도민복지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다.

9. 2공항 인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요동해 해당 토지소유주는 이익을 얻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지역간 불균등 발전이 심화된다.

10. 장기간의 건설과정 동안 성산 지역의 주민간, 제주도 전역의 도민간에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 초래된다.

 

'위협받는 제주의 생물종을 지키자!'(20205)'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열 가지 이유'(20195)은 공히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1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선언문에서는 차이도 엿보인다.

 

'열 가지 이유'는 그 내용을 보았을 때 제주도민을 향해 발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직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전국적으로 이슈화되지 않았으며, 제주 내에서도 찬성 여론이 우세한 시기에 작성되었다. '열 가지 이유'를 정하기 위한 논의 자리에 나도 있었다. 당시 기후위기와 기후정의, 인류의 일원으로서의 책무 등에 관한 문구도 넣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제주도민을 설득하기에는 때 이르지 않나”,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나라는 주저함에 우리는 그리하질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직면한 1년 뒤의 '위협받는 제주의 생물종을 지키자!'에서는 기후위기와 제2공항 문제가 생물종 다양성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결부되고, 2공항 문제가 제주도민만의 현안이 아니라 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시민들의 과제로 상정되고 있다. 2019년에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예정지인 성산 주민들 간 갈등 사안에서 제주도민의 중요 현안으로 반경을 넓혔다면, 2020년에 들어서는 제주도민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과 지구 시민의 사고과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 1 : 성산의 생태계 파괴

그렇다면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사회, 경제,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나, 일단 환경 문제로만 국한시켜 성산-제주-지구라는 세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성산읍의 난산·수산·온평·신산리 등 일대 5456437의 터에 총사업비 51278억원을 들여 제2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규모는 기존 제주공항의 1.5배에 이른다.

 

공항을 지으려면 토지수용으로 마을의 파괴, 농촌공동체의 해체, 주민의 강제이주가 불가피하다. 특히 예정지인 성산 지역은 오름 군락지로 제주의 생태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다. 또한 화산 용암동굴과 숨골이 밀집한 지역이며 하도, 종달, 오조, 성산-남원 철새도래지가 이어지는 철새도래지 벨트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성산의 자연생태를 허위로(혹은 부실로) 축소 기술하고 있다. 그 까닭에 환경부가 두 차례 보완요구를 했다. 가령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예정지에 숨골이 8곳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화산섬 제주는 비가 내리면 바위가 갈라진 틈을 따라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가 형성되는데, 빗물이 땅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숨골이라 한다. 하지만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역 주민과 함께 예정지에서 무려 136곳의 숨골을 찾아냈다.

 

또한 환경부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류 및 주요 생물종 조사도 보완요구했다. 이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제2공항 예정지의 조류 충돌(Bird Strike)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자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등의 지역주민과 전문가가 성산 바다 연안에 서식하는 조류를 조사해 최소 46종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천연기념물은 물론 멸종위기종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자 국토부 측은 숨골과 동굴, 철새 도래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72공항 쟁점 해소를 위한 공개 연속토론회에서 콘크리트로 숨골과 동굴을 메우고, 철새 도래지를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어떤 대책이 있는가라는 시민의 질문에 국토부 측은 답하지 못했다.

 

환경 문제 2 : 제주의 환경수용력 위협

애초 국토부는 항공수요가 2045년에는 4500만 명을 넘어서리라는 자체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금껏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왔다(현재 제주의 인구는 약 70만 명이다). 하지만 과연 관광객이 그렇게나 늘어날 것인가. 코로나 사태로 현 제주공항은 국제선이 멈췄고, 올해 국내선 이용자 수도 현저히 줄었다. 항공업계와 관광업계의 장기적 전망은 몹시 어둡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국책사업의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국토부는 2045년 기준 수요예측을 4,557만명(사전타당성조사), 4047만명(예비타당성조사), 4,108만명(기본계획)으로 변경했다. 애초 항공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려 사업을 시작했음을 국토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진정 따져야 할 것은 항공수요가 늘어날 것인가보다 늘어나도 되는가이다. 대량관광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이 개발해야 하는가. 현재 제주는 하수처리능력이 포화상태로 일부 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쓰레기처리능력도 한계에 달해 압축 쓰레기를 몰래 필리핀으로 보냈다가 반입을 금지당했다.

 

여기서 중요한 화두가 환경수용력이다. 국토부는 최대치로 추정한 항공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 많은 사람이 실제로 제주에 들어올 때 벌어질 일은 과연 고려하고 있는가? 작년 5월의 공개토론회에서 국토부 사무관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 많은 관광객을 제주가 감당할 수 있다고 검토하고 나서 사업을 진행한 것인가. 돌아온 답변은 이것이었다.

 

제주의 환경수용력은 고려하지 않았다. 항공수요를 추정할 때 환경수용력을 반영할 수 있는 근거도 방법론도 없다. 우리는 주어진 공식대로 산정했다.”

 

환경수용력은 생태계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며 어느 정도의 변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고 삶의 질도 악화된다. 2019년 봄부터 제주의 환경수용력은 제주 제2공항 문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지난 7월의 공개토론회에서 국토부 측이 내놓은 발제문을 보면 환경수용력에 관해 환경수용력을 대폭 증대해 나갈 계획”, “환경수용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노력등의 문구가 여기저기서 산견된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본말전도이다. 애초 환경수용력의 범위에서 공항 계획을 수립해야지, 공항 계획을 수립하고 거기에 맞춰 환경수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토부는 공항을 짓고 나서 대폭적으로’ ‘근본적으로제주의 환경수용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하는데, 이는 제주라는 국토와 그 생태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몰지각한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세 가지 사실을 말하자. 첫째, 제주도는 섬이다. 둘째, 섬은 환경수용력이 특히 관건이다. 셋째, 공항 건설은 일반 개발사업과 다르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면 얼마나 많은 난개발이 이어질 것인가. 공항 건설을 일반 시설 수준에서 추진해서는 안 될 일이다.

 

환경 문제 3 : 지구의 온실가스 증가

제주의 환경수용력도민결정권과 함께 2019년 제주사회에서 제2공항 건설에 관한 도민 여론이 찬성에서 반대로 옮겨가는 계기가 된 화두였다.

 

그리고 2020,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제주의 범위를 넘어서는 환경 이슈가 되고 있다. 즉 관광 산업과 항공 산업 자체의 문제로 인식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량관광을 위해 마을과 농토를 파괴해 또 하나의 공항을 짓고, 곶자왈과 오름을 훼손해 관광 시설을 더욱 늘려야 하는가. 대량이동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비행기가 성층권으로 날아올라 배기가스를 뿜어야 하는가.

 

2020228, 영국 고등법원은 런던 히스로공항 제3활주로 신설 계획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활주로를 증설해 더 많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영국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8117,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노트르담 데랑드 신공항 건설을 취소했다. 2018년 스웨덴에서는 ‘Flygskam(비행수치)’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비행기를 타면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니 수치스런 행동이라는 의미이다. 2019년 그레타 툰베리는 비행 거부 운동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리고 2020년에는 (예상치 않게) 코로나 펜데믹으로 비행기가 운항을 멈추고 항공 산업이 침체에 빠졌다.

 

여기서 상기하자. 한국은 최근 수년간 온실가스 연간 배출 총량 세계 7, 인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4,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OECD 국가 중 1위인 나라이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이 세계 4대 기후악당(climate villain)으로 지목한 나라이다. 그런 나라에서 하나의 섬에 두 번째 공항을 만들어도 되는가.

 

물론 제주는 섬이기에 제주도민에게 공항과 비행기는 필수 시설이고 기본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항공수요 4000만 명 이상은 생활인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저가항공을 중심으로 노선을 늘려 값싼 대량관광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량관광은 제주를 어떻게 변모시켜 놓았던가. 아마도 제주의 생태, 문화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제주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물음에 마음이 어두워질 것이다. 지금도 제주에는 곶자왈을 파헤쳐 동물원을 만들고(선흘동물테마파크), 천혜의 산을 깎아 카지노와 호텔을 짓고(송악산뉴오션타운), 바다 속에 전망대를 만들어 해녀의 물질을 구경하는(우도해중전망대) 개발계획들이 배회하고 있다.

 

더구나 백 보를 양보해 국토부가 강변하는 항공수요 4000만 명 이상을 제주가 감당해야 하더라도 제2공항 건설은 타당성이 낮은 사업이다. 국토부 자신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기존공항의 활용 방안에 관한 용역을 맡긴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공항 개선으로도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국토부는 2015년에 제작된 이 보고서를 은폐하다가 2019년에야 정보공개 요구에 못 이겨 공개했다. 또한 2012년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주공항 개발구상연구도 복수공항은 제주 현실에 부적합하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 시대에 기존공항보다 넓은 또 하나의 공항을 짓겠다고 산을 깎고 땅을 파헤치고 농토를 밀어내고 주민을 이주시키는 데 수 조원의 세금을 써야 하는가. 대체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해 제2공항 사업은 이토록 억척스럽게 강행되고 있는가.

 

코로나 시대에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는 다를 것이다.” 요즘 이 말을 자주 듣는다. 분명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 달라지는가이다. 진정 코로나 시대라면, 시대가 바뀌었다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을 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의 자리에는 비대면 산업, 녹색 성장이 곧잘 오른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들을 때 진정 있어야 할 변화를 ()산업 성장의 논리가 횡령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나는 불안하다.

 

지난 91, 국토부는 2021년 제주 제2공항 예산으로 473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2020년 예산으로 편성된 356억 원보다 증액된 금액이다. 2020년 예산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액 삭감된 바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2021년 예산안 기조를 이렇게 밝혔다. ‘위기 극복과 포스트코로나 대비’.

 

코로나 시대에는 ○○을 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자주 접하게 될 이 말을 자주 의심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역으로 이렇게 묻고 싶다. “과연 코로나 시대에 ○○을 해야 하는가.” 특히 편익을 부풀린 사업타당성 조사 위에서 추진해온 근시안적 개발사업들을 되물어야 하지 않는가. 제주에는 제2공항만 문제가 아니다. 제주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도 아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큼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짚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그 일들을 사고할 때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성산-제주-지구적 차원의 복합적 환경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에서는 생태감수성, 사회 차원에서는 환경수용력 인식, 지구 차원에서는 인류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것들은 서로를 촉진할 수 있으며 촉진시켜야 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이 바로 사회와 지구 문제의 중요한 현장이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이처럼 지역-사회-지구의 문제가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의 문제이며,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 진행 중인 숱한 개발사업도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팬데믹(pandemic)모두를 뜻하는 그리스어 πν(pan)사람들을 뜻하는 δμος(demos)이 합쳐진 말이다. 누구도 이 사태의 외부에 있지 않다. 율라 비스가 <면역에 관하여>에서 강조했듯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자신의 삶터에서 생태환경을 지키는 노력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실천일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코로나 시대에 진정 중요한 함이다.

윤여일 제주대학교 연구교수 프레시안

 

빙하호가 커지면 비경비명이 된다

남미 페루를 지나는 안데스산맥의 해발 4562m 고지대에 위치한 팔카코차 빙하호’. 1941년 빙하호를 지지하던 방벽이 붕괴되면서 다량의 호숫물이 쏟아져 주민 4000여명이 숨졌다. 페루 국립빙하생태계연구소(INAIGEM) 제공

 

2018년 세계 빙하호 14394

30년 동안 수·덩치 1.5배 증가

기후변화로 빙하 녹는 물 증가

방벽 붕괴 땐 대참사 재현 우려

 

앞으로 30년간 10배 늘 수도

배수 시스템 구축, 재앙 막아야

 

새하얀 눈과 짙은 고동색 땅이 어우러진 남미 산악지대에 호수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페루를 지나는 해발 4562m의 안데스산맥 고지대에서 에메랄드빛을 뿜고 있는 이 호수의 이름은 팔카코차’. 언뜻 백두산처럼 화산 분화구에 물이 찬 칼데라호로 보이지만 오목하게 들어간 지형에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들어 만들어진 빙하호(Glacial Lake)’. 팔카코차 빙하호의 수량은 약 1700에 달한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6800개를 채울 양이다.

 

지금은 팔카코차 어디를 둘러봐도 평화롭기만 하지만 19411213일의 호수는 달랐다. 거대한 눈사태가 팔카코차 빙하호에 쏟아졌던 것이다. 빙하호 표면에 강한 파도가 생긴 데 이어 호수를 지지하던 자연 방벽이 무너졌다. 토양과 암석이 뒤섞인 호숫물이 산 아래 도시 후아레스를 덮치면서 주민 4000여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30년 새 우후죽순 빙하호

문제는 이런 재난이 옛날이야기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논문을 발표한 미국과 캐나다, 영국 연구진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빙하호 개수는 1990년보다 53% 증가한 14394개에 달했다. 같은 기간 부피는 48% 늘어난 156.5에 이르렀다. 30년 동안 빙하호 개수와 덩치 모두 대략 1.5배나 늘어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위해 254000여장의 위성사진을 확인했다.

 

전 지구 단위에서 빙하호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 얼마만큼의 물이 빙하호에 담겼는지 등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빙하호는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아이슬란드, 러시아, 캐나다, 네팔 등 빙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역시 기후변화다. 이번 연구 참여한 스테판 해리슨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일간 가디언을 통해 우리의 연구는 지구표면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 보여준다빙하호 붕괴로 지난 세기에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팔카코차 빙하호에서 파이프로 물을 빼내 수위를 안정화하는 모습. 빙하호 수면으로 눈사태가 덮치거나 큰 빙하가 빠져도 방벽을 훼손할 만큼의 대형 파도가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페루 국립빙하생태계연구소 제공

 

호숫물을 빼라총력

그런데 이런 빙하호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갈증을 해결하는 원천이다. 아시아와 남미의 일부 주민들에겐 빙하호가 상수도 시설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신선한 물을 얻는 건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격이라고 보고 있다. 빙하가 지속적으로 생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빙하가 녹은 물을 별다른 관리 없이 흘려보내고 일부만 이용하는 방식은 미래에 물 부족을 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빙하호에는 호숫물을 적절히 배수해 소규모 댐에 가두고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하는 시설이 부족하다.

 

빙하호의 물을 적당한 수준으로 빼내 수자원화하는 시설은 빙하호 붕괴 같은 대재앙을 막는 일과도 직결된다. 미국 지구물리학회(AGU)에 따르면 페루에서는 1941년 팔카코차 빙하호가 붕괴되며 큰 피해를 본 뒤 빙하호 주변에 흙으로 만든 높이 8m짜리 인공 방벽을 쌓는 동시에 호수 내부에서 물을 빼내는 파이프를 설치했다. 1970년에는 지진으로 방벽이 훼손되자 재공사를 하면서 지름 122짜리 대형 강철 배수관을 추가 설치했다.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2003년 팔카코차로 초대형 빙하가 쏟아져 들어와 거대한 파도가 발생했지만 빙하호는 붕괴되지 않고 버텼다. 1941년 수천명의 인명을 앗아간 대참사의 재현을 막은 것이다.

 

상황이 다급한데 구축해 놓은 배수로가 부족하다면 긴급 공사를 벌이기도 한다. 2016년 네팔 정부는 히말라야산맥의 해발 5000m에 위치한 임자 빙하호의 물을 빼내는 공사를 6개월 동안 벌여 수심 150m에 달하던 호수 수위를 3.5m 낮췄다. 공사에 나선 노동자와 군인 140여명이 거친 날씨와 고산병을 이겨내며 산 아래 주민 5만여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우려되는 빙하호의 폭발적 증가

하지만 빙하호의 형성 속도가 이 같은 인간의 대응 속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이는 빙하호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빙하 같은 얼음은 지상에 도달하는 햇볕을 되쏘는 일종의 반사판이다. 하지만 빙하가 녹아 물이 되면 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녹은 빙하 때문에 더 많은 햇볕이 지상에 흡수되고, 이로 인해 대기가 달궈지면서 더 많은 빙하호가 형성되는 악순환이 생길 것이란 얘기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번 빙하호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지난 30년 동안 1.5배 늘었다면 향후 30년 동안에는 10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빙하에 인접한 전 세계 도시에서 상시적인 대형 물난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어 각국 정부의 재난관리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마스크, 동물에겐 올무잘라서 버리세요

함부로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가 야생동물들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SPCA 제공

 

1290억장.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매월 전세계에서 버려지는 마스크의 양이다.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인간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가 야생동물의 생사를 위협하는 올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영국의 국립동물학대방지협회(이하 RSPCA)는 일회용 마스크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공개하며 마스크를 폐기할 때도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19(현지시각) RSPCA는 영국 에식스주 첼름스퍼드에서 마스크 귀걸이에 두 다리가 묶인 갈매기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 당시 어린 갈매기는 양 발목에 마스크 귀걸이가 칭칭 감긴 채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근처 자동차 매장 직원이 몇 시간째 같은 자리를 맴도는 갈매기를 보고 이상함을 느껴 구조 요청을 했고, 새는 사우스에식스 야생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탄성이 있는 귀걸이에 꽁꽁 묶인 갈매기의 다리는 관절이 퉁퉁 부어있었다.

영국 에식스주에서는 어린 갈매가 두 다리에 마스크 끈이 뒤엉켜 움직이지 못한 채로 구조됐다. RSPCA 제공

영국 요크셔 해변에서는 송골매 한 마리가 발톱에 걸린 마스크를 빼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촬영됐다. 트위터 갈무리

 

사흘 뒤에는 발목에 마스크가 엉킨 채 날고 있는 송골매의 모습도 포착됐다. 비비시(BBC)는 영국 요크셔 해변에서 송골매 한 마리가 발톱에 걸린 마스크를 빼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찍혔다고 보도했다. 송골매를 찍은 사진작가 스티브 시플리(Steve Shipley)BBC와의 인터뷰에서 송골매는 영국에 단 1000쌍 정도만 살고 있다. 단 한마리라도 이런 식으로 새를 잃는 것은 큰 손실이라면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마스크지만 그것이 최소한 다른 존재들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마스크를 사용한 뒤 제대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2마스크가 동물을 해치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폐기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페타는 이미 많은 마스크 쓰레기들이 도시의 공원과 거리를 오염시키고 있지만 우리의 작은 노력이 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마스크 귀걸이에 야생동물의 발이 걸리지 않도록 끈을 잘라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김혜수, 엄정화 등이 SNS마스크 귀걸이 자르기게시물을 공유해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SNS 갈무리

 

국내에서도 배우 엄정화, 김혜수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마스크 귀걸이 자르기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공유해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마스크 귀걸이 자르기 캠페인을 벌이고, 올바른 폐기법을 발표했다.

경기도의회가 정리한 마스크 안전하게 버리는 방법은 마스크 귀걸이를 가위로 반으로 자르기 마스크를 버린 종량제봉투는 단단히 묶어서 버리기 마스크를 올바르게 폐기한 뒤 비누로 손씻기 순이다.

 

앞서 방역당국도 마스크 착용 뿐 아니라 제대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착용했던 마스크가 함부로 버려지고 있어 또 다른 감염원이 될 위험이 있다. 착용했던 마스크는 오염물질이 손에 묻지 않도록 묶어 일반쓰레기로 배출하고 폐기 뒤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일본 강타한 태풍 하이선, 역대 최대 풍속 기록

7일 오전 일본 규슈의 사가(佐賀)현 사가시의 사가현청(도청에 해당) 부지 안에 있는 나무가 10호 태풍 하이선의 강풍으로 부러져있다. 사가 교도연합뉴스

 

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역대 최대 풍속인 초속 60m를 기록하며 일본 남부 규슈(九州) 지역을 강타했다. 하이선은 일본에서 수십명의 부상 피해와 수십만 가구에 정전 피해를 입히고, 한반도로 빠져나갔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하이선은 이날 오전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시의 남남서 80해상을 강타했다.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45였고, 초속 25이상의 폭풍을 동반했다.

 

특히 나가사키시의 노모자키(野母崎)에서 일본 기상청의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기록인 59.4의 순간풍속이 관측됐다. 순간풍속이 40를 넘으면 주행하던 트럭이 넘어지고, 60이상이면 가옥을 무너뜨릴 수 있다. 미에(三重)현 등에서 시간당 34의 폭우가 쏟아졌다.

 

강풍, 호우, 산사태로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미야자키(宮崎)현 시바촌(椎葉村)에서는 산사태로 인근 주민 4명이 행방불명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다. NHK는 강한 바람으로 넘어지는 등 규슈에서만 총 46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정전 피해도 잇따라 가고시마(鹿兒)현 전체 가구의 20% 이상인 약 23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규슈 전체로는 464000여 가구가 정전됐다.

 

규슈, 시코쿠(四國), 주고쿠(中國) 등 지방 정부는 총 410만여 가구, 880만명에게 피난을 지시하거나 권고하기도 했다.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 나가사키, 미야자키, 구마모토(熊本), 도쿠시마(德島)현은 토사 재해 경보를 내렸다.

 

하이선은 이날 오전 330분쯤 사가(佐賀)시에서 41.6의 최대 순간 풍속을 기록하면서 한반도 쪽으로 이동했다./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11호 태풍 노을발생하면 역대 최강 될 수 있는 이유

태풍 키우는 '고수온' 바다지금은 몇 도?

"9월인데도 8월의 태풍 경로를 따랐다"

'하이선' 역대 최강까지는 발달하지 않은 이유 "1일과 6일 해수면 온도차"

"11호 태풍 '노을' 최강 단계 가능성한반도는 비켜갈 듯"

사진출처 : www.nifs.go.kr

 

10호 태풍 '하이선' 다음으로 발생할 태풍의 이름은 '노을'로 정해져 있습니다. 북한이 태풍위원회에 제출한 이름입니다. 기상청은 '하이선' 이후 발생한 태풍의 씨앗인 '열대저압부'는 아직 없다고 밝혔지만, 발생한다면 역대 최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태풍 '바비''마이삭', 그리고 이번 태풍 '하이선' 역시 비교적 위도가 높은, 북위 20도 부근에서 발생한 이후 급격하게 강해진 뒤 우리나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태풍이 강해졌던 이유는 바닷물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 www.nifs.go.kr사진출처 : www.nifs.go.kr

 

태풍 키우는 '고수온' 바다지금은 몇 도? 이 사진은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원 위성해양정보실에서 공개한 NOAA 위상 영상입니다. 어제(8) 한반도 연안의 해수 온도는 서해와 남해를 보면 23에서 25. 태풍이 강해져서 올라오는 북위 25도 일본 오키나와 아래쪽은 무려 29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태풍이 발생하는 더 아래쪽 온도는 이보다 더 높다는 얘기입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일본 혼슈 남쪽의 북위 20도 해수면의 온도는 30로 기록적으로 높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태풍이 발생하면 역대 최강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고 일본 기상청은 밝혔습니다.

사진출처 : tenki.jp사진출처 : tenki.jp

 

"9월인데도 8월의 태풍 경로를 따랐다."

일본기상협회가 운영하는 텐키(tenki.jp)를 보면, 올해는 9월 들어서도 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8월에 흔히 볼 수 있는 경로로 움직였다고 8일 전했습니다.

 

7월 태풍이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올라오고, 8월에는 일본 규슈를 거쳐 한반도 동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경로로 주로 움직이며, 9월 이후에는 주로 일본 쪽으로 휘어져서 북상한다는 설명입니다.

 

태풍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10호 태풍 '하이선'9'마이삭'과 마찬가지로 규슈 서쪽 해상으로 북상해 한반도 동해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사진출처 : tenki.jp

 

'하이선'이 역대 최강까지는 발달하지 않은 이유?

일본 기상청은 태풍 '하이선'에 대해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기록적인 폭풍"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는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역시 해수면의 온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위 20, 동경 120도에서 130도 사이의 해수면의 온도를 보면 91일에는 30까지 올라가서 역대 최강이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하이선'이 일본 규슈 쪽으로 북상하던 96일에는 같은 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27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11호 태풍 '노을' 역대 최강 가능성한반도는 비켜갈 듯"

일본 기상청은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북위 20도 부근의 해수면의 온도가 8월에는 따뜻한 공기에 덮인 데다, 햇볕도 강해 평년보다 2높은 30이상을 보였고, 이 같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는 9월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같은 기록적인 고수온 상황에서 제11호 태풍 '노을'이 발생해서 30에 가까운 바다 위를 지나간다면 '최강 단계'까지 발달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앞으로 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동쪽으로 후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0호 태풍 '하이선'처럼 한반도로 오는 것이 아니라 태풍 '노을'9월의 전형적인 태풍 경로인 일본 혼슈를 직격하는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정영훈 기자 jyh215@kbs.co.kr

 

탈핵단체 태풍으로 가동 중단된 핵발전소 대책은 탈핵

9일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가 태풍에 핵발전소 6기가 잇달아 가동 중단된 사고와 관련해 정부에 탈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태풍 마이삭하이선때문에 동해안의 원자력발전소(원전) 6기가 멈추면서 정부의 탈핵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의 70개 단체가 참여하는 탈핵부산시민연대는 9일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태풍 등 기후위기는 핵발전소의 위험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핵발전소를 폐쇄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기장군 고리원전 3~4호기와 신고리원전 1~2호기의 원자로가 정지해 비상 발전기가 가동했다. 7일 태풍 하이선 때문에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2~3호기 터빈이 정지했고,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 1~2호기의 액체폐기물처리계통에서 방사선 경보가 발생했다. 국내 가동 중인 핵발전소 24기 가운데 태풍의 길목인 동해안 쪽에 있는 핵발전소 6기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 파악과 정부의 대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의 모습.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1~2호기 등 원전 4기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연합뉴스

 

이 단체는 또 부산시는 고리원전 현장조사에 나서라. 이번 사고의 피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시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는 시민들이 이번 태풍에 따른 핵발전소의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민·관 합동 진상조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이번 사고로 핵발전소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부는 기존 탈핵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핵발전소를 멈추는 등 에너지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태풍에 원전 6기의 가동이 멈춘 것을 사과했다. 한수원은 태풍에 따른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많은 양의 염분이 발전소 안 전력설비에 들어와 고장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발전이 정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문재인 대통령께, 제주 성산읍 난산리 주민 김경배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주 제2공항으로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빼앗길 운명에 처한 성산읍 난산리 주민 김경배입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공항 문제로 제 삶도 5년 동안 황폐해졌습니다. 이제 다시 중요한 갈림길에서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시 누운 몸과 마음을 일으켜 무엇이라도 해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제2공항 예정부지 성산읍 난산리 주민 김경배입니다 김경배

 

# 1, 공항이 포화가 아니라 제주 섬 자체가 포화상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201510, 주민에게도, 도민에게도 묻지 않고, 단 한번의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예정부지를 선정하고 발표하며 시작됐습니다. 국토부는 그 후 진행된 예비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수립 또한 막무가내로 진행 시켰습니다. 2공항은 제주 관광객을 3000만 명 이상으로 늘리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제주는 1500만 명도 안되는 관광객의 발길에도 제주 곳곳에 난개발문제를 유발하며 하루가 다르게 제주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수처리 용량이 포화되어 정화되지 않은 오수를 그대로 바다에 쏟아내서 관광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바다가 썩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지하수 고갈로 인한 상수도 문제에 교통문제까지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주공항이 포화가 아니라 제주 섬 자체가 포화상태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항을 하나 더 짓고 지금의 두배 이상인 3000만 명의 관광객을 받겠다는 건,집안과 마당에 사람이 더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들어찼는데, 대문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좋은 예가 '우도'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도는 자연이 잘 보전되어 제주에 온 관광객들이 꼭 한 번씩은 들르는 곳이었습니다. 이랬던 우도가 관광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도항선 항구가 하나 더 만들어지며, 연간 25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가며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 식당, 카페 등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아름다웠던 우도의 모습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에 실망한 관광객들이 우도를 외면하며 오히려 관광객이 줄고 있습니다. 우도를 다녀온 사람들 중 내가 만난 사람마다 우도를 다시는 안 가겠다 말할 정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주에 공항이 하나 더 들어서며 3000만 명 관광객이 들어오면 제주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성상 일출봉 하늘 위로 공군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곳은 사라져가는 이웃 생명들의 하늘이 되어야 한다. 성산 하늘에 전투기 말고 송골매. 김경배

 

# 2, 2 공항건설이 확정되면 공군기지도 들어선다

지난 87년 송악산 일대 170만 평의 공군기지 건설 계획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다, 제주도민의 강렬한 반대로 89년 백지화 선언이 됐었습니다. 이에 공군기지 이름으로는 제주 땅 어디에도 가기 어렵게 되자, 1992, 당시국방장관, 제주도지사, 건교부장관이 민, 군겸용 공항건설 합의를 했습니다. 당시는 제주관광객이 연간 200만 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민간공항을 확충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도민을 속이고 공군기지를 짓기 위한 꼼수를 쓴 거였습니다. 이후, 계획이 지지부진 하자 2004년 교래리에 있는 대한항공의 정석비행장을 공군기지로 쓰기 위해 국방부가 대한항공과 협의했으나 제동목장포함 500만 평이나 되는 어마한 땅을 전투기 소음으로 모두 버리게 될 걸 우려한 대한항공이 거부했습니다. 이후에도 제주 공군기지 건설계획은 사라지지 않았고, 국방부는 헬기 몇 대, 프로펠러 수송기 몇 대 뜨고 내리는 탐색구조부대라고 이름을 바꾸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얼마전 까지 국방부 장관이었고 2017년 당시는 공군 참모총장이였던 정경두는 제2공항이 탐색구조부대 유력후보지라고 실토했습니다.

 

그런데 탐색구조부대는 90만평 남짓의 현 제주공항의 한쪽에서도 운영됩니다.. 제주공항과 마찬가지로 활주로 1본의 제2공항이 170 만 평이나 되는 건 공군활주로까지 염두에 둔 것 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 증거는 '제주특별자치도법 235'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서귀포시 소재의 국유지 일부를 제주도가 무상 또는 유상으로 양도받고 그 대체부지를 제공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대체부지가 필요한 서귀포시 소재의 국유지는 앞서 언급한 송악산 공군기지 계획 170만 평에 포함됐던 '알뜨르비행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 시대 만들어졌고 활주로 길이가 짧아 현재의 제트전투기들이 이착륙할 수 없어서 전투기 접근훈련만 하지만 명색이 군 소유의 공군기지입니다. 1989170평으로 확장하려다 실패해서 여의치 않으니 제2공항에 제대로 된 공군기지를 짓고 그 대가로 알뜨르비행장을 제주도로 넘겨주겠다는 겁니다. 20174월에 개정된 '제주특별자치도법 235'를 모를 리 없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2공항에 공군기지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도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입니다. 이렇듯 제2공항에는 잔혹한 계략이 숨어있는 겁니다.

 

2공항이 들어서면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들어서며 제주는 미군을 위한 제2의 오키나와가 되고 표선과 세화는 물론 제주 동부가 모두 소음의 도가니로 전락하며 제주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대재앙의 땅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제2공항은 몇 사람이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막아내야만 합니다. 내가 몇 번에 걸쳐 사선을 넘나드는 투쟁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3. KEI의 제2공항 부지 부적합 의견 무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대형개발 사업을 확정하기 전 중대한 환경의 훼손이 우려될 시, 해당 사업을 중단하기 위한 절입니다. 지난 20196월 국토부는 제2공항 예정지와 그 인근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서 초안을 환경부에 제출했습니다. 그 평가서 초안은 부실과 허위투성이였고, 2 공항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어 8월에 제출된 본안도 거의 초안 그대로 제출됐습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는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문제, 철새도래지 훼손 문제, 항공기-조류충돌위험 문제, 주민소음 대책문제, 동굴 문제, 주민 수용성 문제, 주변환경과의 부 조합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제2공항 건설계획은 입지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며 부지 부적합의견을 냈습니다. 여기에 KEI의 언급은 없었지만 KDI가 평가한 제주 동부 오름 군락 10개 오름의 공항안전 고도저촉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못할 정도입니다.

 

환경부는 평가서를 반려하여 제2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도록 해야 함에도 국토부에 보완요구를 하며 납득 할 수 없는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부가 아니고 국토부의 국책사업에 대한 환경문제 방패막이입니까? 아니면 국토부의 환경 관련 민원 해결 부서입니까?

 

# 4, 법정 보호종 거짓 조사 실상

국토부는 법정 보호종 조사에서 과거에 서식을 확인한 문헌은 있지만 현재는 계획부지와 그 인근에서는 법정 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평가서 반려 사안입니다. 환경영향평가법 174항에는 '거짓 또는 허위 평가서 제출 시 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기간은 2년이었으나 2월과 9월에만 조사해서 양서 파중류, 여름 철새 등의 서식이 쉽게 확인되는 6, 7, 8월 번식기를 피해 조사했습니다. 실제 20196월 초안이 발표된 후, 단 며칠 만에 계획부지와 인근에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송골매, 멸종위기 2급 맹꽁이, 천연기념물 두견새의 집단서식을 제가 직접 관찰하고 동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문제가 불거지자, 국토부는 8월 말에 조사하고 본안을 제출했습니다. 8월 말에는 송골매와 맹꽁이는 번식을 끝냈기 때문에 거의 노출이 되지 않고, 두견새는 이미 번식을 마치고 남쪽으로 날아간 때였습니다. 법정 보호종을 지정하는 이유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도 모두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201912월 환경부 앞에서 노숙단식을 이어갔고, 환경부의 재보완요구가 1219일에 있었으나 6, 7, 8월에 대한 보완조사요구는 하지않았고, 봄철조사까지만 요구했습니다. 그다음 날 조명래 환경부장관을 면담했습니다.

 

# 5,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거짓말 대잔치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저와의 면담에서 "법정 보호종조사누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계절 조사를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 추가로 재 보완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환경부의 책임을 다 하겠다" (조명래장관녹취록발췌) 고 약속했으나 이후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국토부의 마지막 재보완조사는 5월에 끝났습니다. 이는 환경부와 장관의 심각한 직무유기 행위입니다. 법정 보호종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환경부 스스로 법정 보호종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부 공무원들은 법정 보호종인 수달과 산양의 사진이 박힌 명함을 자랑스럽게 가지고 다닙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 6, 조명래 환경부장관님께 간곡히 고합니다

만에 하나 환경부가 너무도 명백하게 직무를 유기하여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면 법정 보호종의 처참한 학살이 벌어지고, 아직은 난개발의 때가 덜 묻어 제주에서 유일하게 제주다운 모습을 간직한 성산 일출봉 일대 170만 평이 찢어발겨져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리되면 이 나라의 모든 법정 보호종의 지정을 해제하고 환경부도 해체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장관님! 이점을 숙고하시어 온 국민의 보물섬 제주를 지켜낸 훌륭한 장관님으로 온 국민의 가슴에 길이 남길 바라고, 제주의 사람과 자연을 살려낸 분으로 대대손손 제주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길을 택하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설문대 할망님이 창조하신 제주 자연의 은혜를 50년 넘게 누리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이 몸의 살과 뼈가 모두 녹을 때까지 네 번째, 최후의 단식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 7, 문재인 대통령님께 간곡히 진언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대통령이 되시기 전, 첫 발표 다음 해인 2016년 날벼락 같은 제2공항 발표로 온 제주 섬이 들썩일 때 제주에 오셔서 분명히 "2공항은 주민동의나 도민합의 없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출마할 땐 공약으로 "2공항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조기 개항한다"라고 말을 바꾸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민동의, 도민합의 이루어졌습니까? 절차적으로 정당합니까? 그런데도 국토부의 만행을 묵인하고 계십니다.

 

"2공항은 국토부가 하는 일이라 청와대로서도 어쩔 수 없다"라고 시민 사회수석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시민사회수석이 한 말이 정녕 대통령님의 뜻이 맞습니까? 퇴임 후에도 훌륭하신 대통령으로 남으시려면 한번 한 약속은 지키셔야 하고, 힘없고 소외된 국민이지만 정당한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시어 정의를 바로 세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님! 대통령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인 '정의'가 이 나라에 조금만 살아있어도 제주 제2 공항 건설계획은 응당 취소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부디 제주는 제주답게 지켜질 수 있도록 살펴 주십시오./ 김경배 제주 성산읍 주민 /프레시안

 

하루만에 폭염에서 폭설로...덴버, 롤러코스터 탄 여름

콜로라도주 덴버, 하루아침에 여름에서 겨울로

하루새 기온 30도 뚝 떨어뜨려고 눈까지 내려

폭염과 산불, 쌍둥이 허리케인 등으로 재난피해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여름이 하루아침에 겨울로 바뀌는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노동절 사흘 연휴 기간 동안 40도가 웃도는 더위를 기록하던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7일 밤부터였다. 북쪽에서 유입된 한랭 전선이 급격히 확장해 지난 70여 일간 30도가 웃돌던 더위를 하루 사이에 최저기온 영하 2.2까지 떨어뜨렸다. 18721월 하루 사이에 영상 7.7도에서 영하 28.8도로 내려간 이래 최대 기온차다.

덴버에는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첫눈이 내렸다. 미국 국립기상청(NWS)"한랭전선으로 겨울 폭풍이 닥칠 것이며 당분간 폭설과 기록적인 추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극단적인 기온 변화'는 사람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생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가축 보호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추위는 주말에 20도의 기온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시민단체·채권단, 동물원 더파크 운영사 삼정기업 고발

업무상 횡령·사기 등 혐의로

논란 끝에 폐업한 삼정더파크의 운영사 삼정기업이 검찰에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부산경남미래정책과 더파크 채권단은 9사기와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동물원 운영사였던 삼정기업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삼정기업이 공사 과정에서 추가 공사비 375억 원을 청구하고 실제 공사는 70억 원에 그치는 등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가로 상가 임대계약을 맺거나 저가로 입장권을 판매했고, 부당 광고로도 수십억 원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검찰에 “2017년 신생 법인인 부산동물원으로 동물원 운영 사업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여러 차례 부산동물원의 정상화를 요구했고 이를 바로잡고자 고발인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정기업 측은 상가가 저가로 임대계약이 맺어졌다면 우리 역시 손실을 보게 되는데 왜 그런 일을 하겠느냐면서 무료 입장권 등도 앞서 수사기관 조사에서 해명이 다 된 부분이니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낙동강 원수 막여과는 수질개선 한계창녕 등 인공습지 만들어 자연정화를

‘2020 부산맑은물 포럼에서 주장

- 청정상수원 확보·유지관리비 저렴

- 폐수 무방류시스템 확대 등 제안도

최근 낙동강 원수에서 1,4 다이옥산 등이 검출되는(국제신문 지난 521일 자 1면 등 보도) 등 수질오염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청정상수원 확보와 취수원 다변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맑은물범시민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2020 부산맑은물 포럼’(사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강변여과수를 황강물로 희석하는 방안은 깨끗한 물 공급 대안으로 불완전하다낙동강 원수의 막여과 방식만으로는 부산시민의 먹는 물 불신을 없앨 수 없다. 이는 정수 공정의 유지 관리비가 가중되는 등의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시행하는 자연정화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남 남지, 창녕 등의 둔치를 활용해 인공습지를 만들어 청정 상수원을 확보하자는 내용이다. 인공습지는 하루 10을 자연정화할 때 33000가량이 필요한데, 물이용부담금으로 생태수변구역을 매입해 인공습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자연정화를 도입하면 유지관리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미량유해물질 제거 능력이 완벽하지 않고, 처리효율은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낙동강 수계 수질오염 사고가 81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산업폐수 관리, 상수원 수변구역 배출시설 설치제한, 낙동강 보 해체와 개방, 폐수 무방류 시스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낙동강에서는 과불화화합물 등 규제를 받지 않는 미량 유해물질이 계속 검출된다기존 공정을 개선하고 취수원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용 기자

국제신문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태풍에 원전 정지가 사고라는 주장을 해부한다

98일자 내일신문에서는 '핵폭탄과 핵발전의 차이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다. 이것은 이준택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전 건국대 이과대학장. 핵물리학)의 주장을 담은 것인데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아서 검토의 글을 쓴다. 우선 물리적으로 원자핵반응을 이해할 지라도 원자력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공학적 수단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생물학자와 의사는 다르다.

 

첫째, 태풍에 원전이 발전을 정지했다는 것이 규정상 '사고'로 간주된다고 하였다. 그런 규정은 없다. 송변전설비에 고장이 발생하여, 전력을 송출할 수 없게 되면 원전을 정지시키는 것은 정상적인 조치이다. 이를 원전의 고장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수돗물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상수배관이 유실되어 수돗물을 보낼 수 없으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둘째, '소외전원 상실'이 심각한 사고라고 하였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일은 사고(Accident), 사건(Incident), 단순사건(Event)으로 분류된다. 소외전원 상실은 사고가 아니라 이벤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Nuclear Event Scale에도 소외전원 상실을 사고로 분류하지 않는다.

 

셋째, "정전이 되면 원자로 내 제어봉 작동이 제대로 안되고 이 경우 더 많은 중성자들이 핵분열을 일으켜 통제불능의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어봉은 중성자를 잘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다. 제어봉은 원전을 정지시키고자 할 때는 언제든지 삽입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제어봉구동장치는 원자로와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있고 제어봉구동장치와 제어봉은 전자석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전자석이 더 이상 제어봉을 잡고 있을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어봉은 중력에 의해 자동적으로 낙하하여 원자로 내부로 삽입된다. 제어봉이 작동이 안된다는 얘기는 제어봉 구동장치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다. 중력이라는 자연력을 사용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에도 삽입되도록 한 것이다.

 

넷째, '우라늄-235 농축도가 90%이상이 되어야 핵폭탄을 만들 수 있고 핵폭탄에 사용되는 우라늄이 1kg 미만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원자로에 우라늄이 4000톤이니 농축도가 3-4%밖에 되지 않아도 폭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 그것도 무리한 주장이다. 알코올 농도가 낮은 맥주는 아무리 많아도 불이 붙거나 폭발하지 않는다. 그래도 맥주가 많으면 폭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셈이다.

 

다섯째, '고리와 신고리 단지는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라고 하였다. 안전하기만 하면 밀집은 나쁜 것이 아니다. 동일한 재화를 생산하는데 자원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것이고 친환경적인 것이다. 농업기술이 발전하면 단위면적당 소출이 늘어나고 더 많은 땅을 숲으로 보존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원의 발전은 고밀도로 진전하는 것이 대세이다.

 

여섯째, '전지구적 기후위기의 상황에서 핵발전소는 불안요소 그 자체'라고 하였다. 이 부분은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가? 세계적으로 500여기의 원전이 50년 이상 운전되었다. 하지만 UN과학위원회(UNSCEAR)에 따르면 TMI-2호기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는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지 않으며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만 43명 사망자가 보고되었다.

 

원자력발전소는 더 높은 안전기준에 따라 설계되고 건설되기 때문에 사실상 더 높은 수준의 자연재해에 견딘다. 이번 태풍에서도 태양광과 풍력발전소가 못쓰게 되었지만 원전은 손상된 것이 아니므로 송변전설비만 복구되면 다시 가동할 수 있다./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내일신문

 

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

잉어 등 감염되면 수온 높은 곳 이동해 자가 치료

바다 양식장의 은연어. 물고기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로 이동해 체온을 높이는 방식으로 감염에 대항한다. 양식장에서 수온 구배를 주는 것은 항생제 등 약품 투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면 사람은 체온을 올려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침입한 병원체를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발열은 항온동물인 포유류뿐 아니라 변온동물에서도 발견된다.

 

파충류인 사막 이구아나가 세균에 감염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 체온을 2도 올린다는 사실이 1970년대 처음 밝혀진 이후 파충류, 양서류, 어류는 물론 일부 무척추동물에서도 이런 행동 발열현상이 발견됐다. 변온동물은 스스로 열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 생리적 발열과 마찬가지로 체온을 올린다.

수면에 몰려든 비단잉어. 변온동물인 물고기는 수온이 높을 곳을 찾아가 체온을 높이는 행동 발열능력이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최근 변온동물 가운데 물고기의 행동 발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펠리시티 헌팅포드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응용 동물행동학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연구동향을 소개하면서 물고기가 따뜻한 곳을 찾아가 자가 치료를 하는 행동이 동물복지와 양식업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물속 환경은 수심에 따라 온도가 다르고 같은 수심이라도 상당한 온도 차가 나기도 한다. 자연상태가 아닌 양식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호주의 한 연어 양식장에서는 표면에서 22도인 수온이 수심 12m에서 14도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고기들은 이런 온도 차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오스카 노르달 스웨덴 린네대 박사 등이 잉어의 몸에 체온과 수온, 수심을 잴 수 있는 소형 측정장치를 달고 실험한 결과 한낮 물 표면 가까이에서 해바라기를 한 잉어의 체온은 주변 수온보다 최고 4도 높았다. 햇볕을 오래 쬔 잉어일수록 성장 속도도 빨랐다.

모델 동물인 제브라피시. 행동 발열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고기는 수온이 높은 곳으로 이동해 체온을 올리는 현상은 여러 종에서 발견됐다. 세바스찬 볼타냐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립대 연구자 등은 제브라피시 실험에서 이런 현상을 확인했고, 잉어와 나일틸라피아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자연적인 온도 차이가 적은 사육환경에서는 히터 주변에 몰리는 식으로 체온을 높였다. 행동 발열의 효과도 확인됐다. 제브라피시 실험에서는 따뜻한 물로 옮겨간 물고기들이 모두 1주일 뒤 바이러스 감염에서 완치됐다.

 

잉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물고기가 24, 28, 32도 수온의 탱크를 선택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잉어는 32도 수조로 몰렸고 죽은 물고기는 없었다. 애초에 감염된 물고기를 수온 32도 수조에 넣은 실험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왔다.

세계적인 양식어종인 나일틸라피아. 물고기의 행동 발열을 이용해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헌팅포드 교수는 물고기가 행동 발열을 하고 병에서 회복할 수 있다는 건 과학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중요하다물고기를 양식할 때 온도 차이를 주어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항생제 투약을 줄이고 물고기의 복지를 향상하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그는 또 경력이 오랜 물고기 양식 어민들 가운데 물고기의 이런 행동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이집트의 틸라피아 양식 어민은 전통적으로 양식장에 온실을 설치해 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있는 곳을 조성한다.

이들은 물고기가 식욕을 잃는 초기 신호나 스트레스나 병으로 헤엄치는 형태가 바뀌는 등 행동 변화를 일찌감치 알아채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물고기 행동 연구자들은 전통지식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용 논문: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DOI: 10.1016/j.applanim.2020.10509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도심까지 내몰린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의 수난

'잦은 호우·태풍'에 탈진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수난'

지난 3일 저녁, 충북 음성의 한 아파트 15층 복도에서 새끼 황조롱이가 발견됐습니다. 9호 태풍 마이삭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직후입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당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소방 구조대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지난 7월 말에는 KBS 청주방송총국 뒷마당에서까지 다친 황조롱이가 발견돼 구조됐습니다. 건물에 부딪혀 척추가 부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처가 심해 황조롱이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황조롱이가 KBS 청주방송총국 뒷마당에서도 발견됐다.황조롱이가 KBS 청주방송총국 뒷마당에서도 발견됐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유례없는 긴 장마와 집중 호우, 태풍으로 고충을 겪는 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마찬가지입니다. , 바람을 피해 건물 안으로 날아들기도 합니다. 태풍으로 먹잇감 찾기도 쉽지 않아 탈진 상태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바람에 휩쓸려 다치기도 합니다.

 

543. 지난해 전국 야생동물센터·치료센터, 동물병원 등으로 실려 온 황조롱이의 숫자입니다. 2018452마리보다 91마리가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구조된 황조롱이는 453마리입니다.

황조롱이가 다친 머리를 치료받고 있다.황조롱이가 다친 머리를 치료받고 있다.

 

고도 100m 미만의 '삶의 터전'인간과 공생을 선택한 '황조롱이'

1982년 천연기념물 323-8호로 지정된 황조롱이는 전국적으로 관찰이 쉬운 전형적인 텃새입니다. 매 과에 속하는 소형 맹금류입니다. 주로 쥐 등 설치류나 벌레 등을 잡아먹는데 하천의 흙벽이나 암벽의 오목한 곳에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조류는 먹잇감이 많은 곳으로 서식 반경을 잡는 특성이 있습니다. 인간의 생활권과 밀접한 설치류가 황조롱이의 먹잇감이니 우리는 사실상 같이 사는 셈이죠.

지난해, 국립생태원과 국립생활자원관 등이 환경부의 '전국자연환경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천연기념물 제323-8호 황조롱이의 최근 10('08~'17) 분포 특성>을 공동 연구했습니다. 여기에서 황조롱이는 인간의 터전인 고도 100m 미만에서 주로 출현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도시에서 산꼭대기까지 13개의 고도 범위 중 가장 낮은 지점인 거죠.

 

잦은 부상, 미아 신세'황조롱이' 이사하는 날

황조롱이는 인간의 주거 지역에서 적응력이 뛰어난 맹금류라고 알려졌지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투명한 유리 창문에 충돌하고, 건물과 차량에 부딪히고, 쥐 끈끈이에 다치는 등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비행 능력이 떨어지는 새끼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미를 놓쳐 미아가 되기도 합니다.

 

동물보호단체는 다치거나 고립된 황조롱이를 발견하는 즉시, 119나 각 시·군 문화재 담당 공무원에게 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맹금류인 만큼, 섣불리 만지거나 구조하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황조롱이가 방사돼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황조롱이가 방사돼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시 돌아오는 천연기념물", , "

 

황조롱이의 울음소리입니다.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회복해 자연으로 돌려보낸 황조롱이 대부분은 머지않아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난개발 등으로 자연 서식지가 갈수록 파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베란다, 학교 창문 난간 등에 또 살림을 차릴 겁니다.

 

황조롱이를 보면 최대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보호하는 최선의 조치라고 합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신용운 박사는 "둥지가 아슬아슬해 시설물을 받쳐주는 등 사람의 손이 닿으면 황조롱이는 둥지 틀기를 포기한다", "너무 자주 들여다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조언합니다. 사람 손이 가급적 닿지 않아야, 동물 본연의 습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송국회 기자 skh0927@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