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빙하, 돌아오지 못할 강 건넜다”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무자비한 복수
2020 홍수의 결론-"4대강사업은 틀렸다"
삼성전자와 언론은 수달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알파카 울 사용중단 하겠다”
식량안보기반 농지 해마다 줄어
투명한 공원 공중화장실, 왜 만들었을까
수십년 지켜온 북극곰 서식지에…트럼프, 석유 개발 허용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
기후위기의 악질 범죄자들, 文정부 고위 참모-관피아들
'토건·핵 찬동' 정치 리더십은 미래의 위험요소다
북극해 녹자 경제패권 각축 … 러시아, 북동항로 일본에 LNG 공급
대서양에 ‘미세 플라스틱’ 2억톤 떠다닌다
한반도 덮친 이상기후의 악몽…언제까지 하늘만 쳐다볼 것인가
이제 부산항 미세먼지 좀 줄어들까?
한국판 그린뉴딜, 기후위기 못 막는다
동물, 시국선언 하다 "인간들아, 동정이 아닌 공존을 바란다"
“그린란드 빙하, 돌아오지 못할 강 건넜다”
90년대까지는 녹은 만큼 눈 쌓여 현상유지
2000년대 들어 연간 유실량 50기가톤 증가
“온난화 멈춘다 해도 빙상 유실 계속될 것“
그린란드 빙하는 2000년대 들어 연간 500기가톤의 얼음을 유실하고 있다. 미국 연구팀은 “유실량이 새로 쌓이는 눈의 양을 뛰어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오하이오대 제공
그린란드 빙하의 유실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 지금 바로 지구온난화가 멈춘다 해도 빙하는 계속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대 연구팀은 14일(한국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게재한 논문에서 “그린란드 빙하의 유실이 ‘티핑 포인트’를 이미 지났다”며 “빙상 위에 쌓이는 눈이 빙하들에서 바다로 유실되는 얼음을 유지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오하이오대 버드극기후연구소의 미캘리어 킹 연구원은 “원격 영상 관찰을 통해 얼음의 유실과 성장을 조사를 해보니, 바다로 유실되는 얼음이 빙상 표면에 쌓이는 눈보다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버드극기후연구소는 비행기로 남극점을 처음 탐사한 리처드 에블린 버드 제독에서 이름을 따왔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주변 해양으로 흘러들어간 200여개 대빙하들의 인공위성 자료를 월 단위로 분석했다. 얼마나 많은 얼음이 빙산으로 쪼개져 나가고 또 녹아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지 계산했다. 해마다 빙하들이 유실분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눈의 양도 측정했다.
그린란드 빙하 얼음 유실 변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비해 2000년 이후 연간 50기가톤이 더 많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대 제공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축적되는 눈의 양과 얼음이 녹거나 빙하가 깎여나가는 양이 균형을 이뤄, 빙상이 현상 유지됐다. 20여년 동안 빙상은 연간 450기가톤(4500억톤)의 얼음을 분출빙하(그린란드 빙상이 해안산지를 흘러 넘쳐 곡빙하 형태로 바뀐 것)가 이동하는 중에 상실해왔다. 킹은 “연구팀은 빙상의 경계면에서 얼마나 많은 빙하가 특히 여름에 유실되는지 측정했다. 5~6년 주기로 바다로 유실되는 얼음이 크게 증가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 무렵 연간 상실되는 얼음이 꾸준하게 증가하기 시작해 500기가톤에 이르렀다. 반면 강설량은 같은 시기에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빙하에서 얼음 유실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는 빙상이 회복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얼음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킹은 “빙하들은 계절 민감도가 높아 여름에 유실이 가장 크다”며 “하지만 2000년 들어서면서 기본적인 얼음 유실률이 상승하다 보니 계절적 요인에 따른 상실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린란드의 대빙하들은 1985년 이래 평균 3㎞ 뒤로 물러났는데, 이는 엄청난 거리”라고 덧붙였다. 빙하들은 유실돼 물속에 잠기고, 따뜻한 바닷물에 빙하 얼음이 일단 녹으면 빙하들이 다시 성장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인류가 기적적으로 기후변화를 멈추게 한다 해도 바다로 빠져나가 사라지는 빙하의 얼음 양이 눈이 축적돼 만들어지는 얼음 양을 뛰어넘어 상당 기간 빙상의 유실은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 공저자인 이안 호와트 오하이오주립대 석좌교수는 “최근의 빙하 유실은 빙상 역학이 상시적인 상실 국면에 빠지게 했다”며 “기후가 현재처럼 유지된다 해도, 심지어 다소 기온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빙상의 유실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의 빙상 유실은 지구 전체의 문제이다. 그린란드 빙상에서 녹은 얼음은 대서양으로 흘러들고, 결국 세계 모든 바다로 흘러드는 셈이어서 전세계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 지난해 그린란드 빙상에서 녹은 얼음물은 단 2개월 만에 해수면을 2.2㎜ 상승시켰다.
킹은 “연구팀의 발견은 암울하지만 희망의 빛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빙하에 대한 이해는 미래 환경이 얼마나 빨리 변할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이는 우리가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많이 알수록 우리는 잘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무자비한 복수
정복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천연두를 이용했다. 황열병이 노예선을 타고 신대륙으로 옮아가면서 인디오는 물론 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백인들도 피해를 입었다.
ⓒWikipedia 라스 카사스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호소했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스물다섯 살 이전에 들은 음악이 결국 평생 즐겨 듣는 음악이 된다.” 요는 젊을 때 귀에 꽂힌 음악이 그 사람의 음악적 취향을 좌우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독서도 그럴 것 같구나. 어릴 때 몸에 밴 문학적 ‘감수성’ 또한 그 후의 시간을 지배하는 느낌이거든. 아빠에게는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8년에 쓴 소설 〈우주 전쟁〉이 그런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다.
지구를 침공해 가공할 열선과 독가스로 세계 최강 영국을 유린해나가던 화성인들은 런던 함락 직전 몰살당한다. 그 위업을 달성한 건 박테리아, 즉 세균이었다(웰스 시대에는 인류가 세균보다 크기가 더 작은 바이러스를 알지 못했단다). 웰스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이 소유한 무기들은 모두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지혜로우신 하느님이 지구에 내려준 하잘것없는 미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지.
웰스의 소설에서는 면역력을 지니지 못했던 탐욕스러운 외계 침략자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지만 지구 역사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 적이 있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 발견 후, 그곳에 거주하던 수천만 선주민(先住民)의 운명이 바로 그랬어. 그들은 오랜 기간 다른 대륙과 동떨어져 살았고 가축도 별로 기르지 않았기에 치명적인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웠지만 그에 대한 면역 또한 전혀 없었지. 지구에 온 화성인들처럼 말이야. 유럽인들은 그 병균을 잔뜩 보유하고 있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만든 거대한 심연 속에서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우주 전쟁〉 중).”
아메리카 선주민에게 재앙을 안겨준 병은 단연 천연두였어. 오늘날 멕시코에 자리 잡았던 아즈텍은 용맹하고 잔인한 정복 국가였다. 아즈텍의 전사들은 스페인 침략자들을 몰아냈지만 곧 전세는 역전된다. 전투 와중에 쓰러진 스페인인의 시신에서 나온 천연두균은 삽시간에 아즈텍 제국을 뒤덮어버렸지. 스페인인들을 축출했던 아즈텍 황제 퀴틀라와크부터 천연두로 목숨을 잃고, 아즈텍 인구 3명 중 1명이 천연두로 드러누웠어.
남아메리카의 잉카 제국도 마찬가지였다. 잉카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우아나카팍 황제는 스페인 침략군이 오기 3년 전에 육로를 통해 전파된 천연두로 이미 사망했어. 10만여 명에 달하는 잉카인들도 스페인 군대보다 먼저 온 천연두에 목숨을 빼앗기고 말았지. 천연두의 위력과 스페인 군대의 무력 앞에 잉카 제국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어. 천연두 탓에 신대륙 선주민들의 인구는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추산된다. “10~14일가량의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겉으로 건강한 피난민들도 증상을 보이기 전에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1530년대부터 천연두는 팜파스에서 오대호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뒤덮듯이 퍼지면서 유럽인 정복자들의 앞길을 터주었다(〈한겨레〉 ‘주경철 교수의 문명과 바다’, 2008년 2월23일).”
정복자들의 악행은 자신들에게 묻어온 천연두를 단순히 퍼트리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선주민들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천연두를 이용했지. 북아메리카 평원에도 수많은 선주민들이 살고 있었어. 백인 정착민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점차 대서양 연안에서 애팔래치아 산맥 너머 서쪽으로 대륙 깊숙이 이동해나갔고, 선주민들과 충돌이 점점 빈번해졌지. 인디언들의 저항에 이를 갈던 영국 군인 제프리 애머스트(1717~1797)는 그 부하 부켓과 짜고 인디언들에게 천연두로 오염된 담요를 건네게 돼. 그는 “형편없는 종족을 싹 쓸어버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담요뿐 아니라 다른 모든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라고 지껄일 정도였어. 자연의 공격으로, 또 이에 편승한 인간의 공작으로 천연두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 전부를 참빗처럼 휩쓸었다.
ⓒWikipedia 1788년 영국 노예무역선의 내부 그림. 수많은 아프리카 흑인들이 항해 도중 숨졌다.
양심과 탐욕의 합작, 노예무역
황금에 눈이 멀었던 유럽인들은 광산에서, 농장에서 인디언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부를 축적했다. 스페인인 사제 라스 카사스 등 일부 성직자들은 이 참상을 목격하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호소했다. 라스 카사스는 ‘바야돌리드 논쟁(1550)’에서 인디언들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며 강압적인 방식이 아닌 설득과 교육으로 교화시켜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지. 라스 카사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어. “신께서 스페인을 멸망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인도에서 자행한 파괴 행위 때문이며, 스페인을 파괴하려는 하느님의 생각은 명백히 정당하고 그것은 40년이 지나면 분명해질 것이다.”
라스 카사스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인디오를 노예로 부리는 일은 점차 줄어들게 돼. 하지만 반발도 심했지. 신대륙 스페인 지배자들의 분노가 커지자 이를 피해 신대륙을 떠났던 라스 카사스는 이후 영영 아메리카 대륙으로 돌아가지 못했어.
그런데 인간의 탐욕은 항상 대안을 찾기 마련이고, 대개 탐욕의 대안은 이전보다도 훨씬 더 질이 나쁘기 마련이야. 인디오 노예를 대신할 방안을 제시한 건 뜻밖에도 라스 카사스를 비롯한 ‘양심적인’ 사제들이었어.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건강한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라고 주장한 거야. 라스 카사스가 속한 도미니크 수도회도, 영화 〈미션〉에서 인디오들과 함께했던 사제들이 소속된 예수회도 흑인 노예 도입에 동의했다. 농장주들은 당연히 이 제안에 환호했지. 아마 “아멘! 믿습니다”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흑인 노예 무역이라는 세계사적 범죄는 그렇게 양심과 탐욕의 합작으로 열린 거란다.
아프리카에서는 대규모 노예사냥이 벌어졌고 대서양을 오가는 배에는 ‘검은 화물(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그득 실렸다. “4세기에 걸쳐 대서양 노예무역선에 강제로 태워진 1200만명 중 150만명이 항해 도중 숨졌다. 얼마나 많은 노예가 바다에 버려졌는지 노예선이 뜨기만 하면 상어들이 그 뒤를 따랐다고 한다(〈세계일보〉 2020년 7월8일).”
하지만 또 자연은 인간의 탐욕에 대해 무자비하게 복수하기를 즐긴다. 황열병은 본래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악명을 떨쳤던 풍토병으로 사하라 사막 등 자연적인 장벽에 막혀 유라시아 대륙을 넘보지 못했지. 이 황열병이 노예선에 실려 신대륙으로 옮아간 거야. 황열병을 옮기는 매개체는 아프리카의 열대 숲모기였어.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방식이었지. 이 모기들은 습기가 가득한 노예선 안 어디에나 알을 까고 살면서 대서양을 횡단했단다. 인디오는 물론 백인들도 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고 신대륙에 상륙한 황열병은 과거 천연두의 기세를 잇는 새로운 사신(死神)으로 세계사를 황달빛으로 누렇게 물들이게 된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수백년 동안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황열병의 ‘세계화’였지.
역사를 곰곰 들여다보면 감염병이 그토록 큰 파괴력을 발휘했던 배경에는 인류의 탐욕과 혐오가 도사리고 있었어. 심지어 양심적인 사람들도 시대적 한계 속에서 죄악에 동참했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의 시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슬기롭게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인류 앞에 무슨 구렁텅이가 기다릴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구나. 소설 속에서 웰스는 이렇게도 말한다. “인류는 수많은 죽음과 고통을 겪으면서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생존권을 획득했다. (···) 어떤 인간도 헛되이 살거나 죽지 않았다.” 지난겨울 시작된 코로나의 시대, 우리 모두의 삶과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 전쟁〉의 웰스가 남긴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우리의 진정한 국적은 인류입니다.”
시사인/ 김형민(SBS CNBC PD)
|
2020 홍수의 결론-"4대강사업은 틀렸다"
한반도 집중 호우와 홍수로 인해 4대강 사업이 다시 소환됐다. 섬진강의 제방이 무너지고 피해가 확산되자 미래통합당은 “섬진강까지 4대강 사업을 했어야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명박 정권의 2인자였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4대강 16개 보가 있는 지역에는 피해가 없었다. 그러니 보가 홍수를 막는 기능이 있다”고 까지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에 홍수조절 기능이 있는지 조사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
큰 피해 낳은 제방 붕괴의 직접 원인은 안전상식 위반한 시설물들
4대강 사업과 홍수 관련 논란이 진행 중인 가운데 뉴스타파 취재진이 홍수 피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막상 큰 피해를 낳은 제방 붕괴의 직접 원인은 안전을 감안하지 않은 시설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낙동강의 무너진 제방은 모래로 축조된 제방이었다. 섬진강의 제방 붕괴는 제방보다 낮은 다리가 원인이었다. 구례읍을 침수시킨 홍수 피해의 원인은 다리 밑에서 갑자기 높이가 낮아진 제방으로 인한 것이었다.
낙동강의 붕괴된 제방은 모래제방
뉴스타파 취재진이 현지에서 점검한 결과 이번에 붕괴된 낙동강 합천보 상류 제방의 경우 거의 모래로 축조된 제방이었다.
▲ 낙동강 합천보 상류 붕괴 제방의 절단면. 일반적인 제방과 달리 모래재질로 구성돼 있다.
제방의 재질이 모래였다는 사실은 제방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주민 서병화 씨는 뉴스타파에 “모래로 만들어진 제방이라서 불안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제방이 터지던 날 배수문 구조물이 닿는 부위에서 누수가 생긴 현상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이 주민도 “제방은 모래로 만들어진 것이다”고 확인했다.
낙동강 제방이 무너질 당시 수위는 17.57미터, 계획 홍수위인 18.57미터보다 1미터 낮은 상태였다. 제방의 높이인 21.7미터까지는 4미터 이상 남은 상황이었지만 제방은 무너졌다. 구조물과 제방 사이의 누수현상과 모래제방의 취약성이 제방붕괴를 낳았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국립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의 백경오 교수는 “무너진 제방이 모래제방이라는 것은 낙동강의 다른 지역에도 모래제방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모래제방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앞으로 홍수가 났을 때 또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낙동강 제방을 관리하는 책임을 가진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하천공사 2과장은 “모래제방일 리 없다”면서 “육안과는 다를 것이다. 제방은 양질의 재료로 만들어진다”라고 답변했다.
섬진강 금곡교 제방 붕괴 원인은 제방보다 낮은 다리
섬진강 제방 붕괴 원인도 안전의 상식을 위반한 시설들이었다. 섬진강 금곡교 인근 제방이 붕괴된 것은 지금까지 섬진강 물이 불어나 제방을 넘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제방 높이보다 낮게 설치된 금곡교를 타고 섬진강 물이 들어간 것이 제방 붕괴의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서의열 이장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은 뉴스타파에 “금곡교 다리가 제방보다 낮아서 물이 다리로 들어왔다. 그 물이 제방 안 쪽을 허물기 시작했고 결국 제방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 섬진강 물이 금곡교(화면위쪽)를 통해 제방을 넘어들어오고 있다. 제방은 멀쩡했지만 금곡교가 제방보다 낮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제방은 무용지물이 됐다. (서의열 이장 촬영영상)
실제로 당시 서 이장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금곡교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볼 수 있는데 주변 제방은 다리보다 높아서 여전히 온전한 채로 서 있는 것이 확인된다. 그러나 다리로 들어온 물이 제방을 안쪽부터 허물기 시작했고 결국 제방은 무너졌다.
▲ 제방이 먼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제방보다 낮게 위치한 금곡교를 통해 들어온 강물이 제방의 안쪽을 허물어버렸다.
구례 침수시킨 서시천 제방 붕괴 원인은 다리 밑에서 낮아진 제방
이번 홍수에서 가장 많은 이재민을 발생시킨 구례읍 침수사태는 지천인 서시천의 제방 붕괴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취재진이 현장을 점검한 결과 정상적인 높이로 유지되던 제방이 서시1교 지점에서 낮아져 있었다. 당시 현장 영상에 따르면 바로 이 낮은 지점으로 강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구례읍 양정마을 전용주 이장은 “이전부터 제방 문제 때문에 위험하다는 민원을 낸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묵살됐고 이런 사태가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담당자는 “서시1교의 설계도면에는 하천제방을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낮아진 제방문제는 지자체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반면 관리주체인 전라남도 자연재난과 담당자는 “제방이 낮은 것은 다리 놓을 때 그렇게 한 것 아니겠느냐. 우리는 제방을 깎지 않았다”고 해 제방이 낮아진 정확한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예산을 홍수 취약지점에 썼다면?
낙동강과 섬진강의 제방이 붕괴된 사례를 종합하면 올해 폭우로 강물이 이전보다 불어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모래로 만들어진 제방이나 제방보다 낮은 다리, 높이가 일정하지 않고 갑자기 낮아진 제방 등 안전 상식을 지키지 않은 홍수 대비 시설 때문이었다. 특히 낙동강에서 335km의 노후제방을 보강하는 내용이 마스터플랜에 들어가 있었는데도 안전에 취약한 제방을 방치했다는 것은 4대강 사업이 무엇을 위한 사업이었느냐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낙동강은 4.4억톤의 모래를 준설하는데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홍수방지가 아니라 운하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섬진강 제방 붕괴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김원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원과 구례의 제방 붕괴는 제방 높이가 균일하지 않고 교량 때문에 낮아진 부분으로 물이 넘쳐 침수의 일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천설계기준에 의하면 제방의 높이는 계획홍수위에 여유 높이(여유고)를 더한 높이로 하게 되어 있다. 자세한 것은 측량 등을 통해 확인해봐야겠지만 현장 상황으로 보면 두 곳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이런 지점이 많은데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교량을 설치할 때 제방보다 높게 해야 하는데 공사비 부담 등 원인으로 낮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며 ‘4대강 사업의 예산을 홍수 취약지점 개선에 투입했다면 지금보다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2018-2019 2년 간의 홍수 피해액 중 98%가 지방하천, 소하천에서 발생했다.
감사원 감사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 효과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착공하던 2009년 “매년 강에서 수해로 4조씩 들어갑니다. 그것을 매년 1-2조 보태서 공사를 해서 한 3년 뒤에는 앞으로 매년 들어가던 4조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국가예산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 이후에는 홍수 피해로 들어가는 예산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7년 4대강 사업 감사에서 ‘홍수예방효과는 0’이라고 결론내렸다.
감사원은 또 “4대강지역과 비4대강지역의 홍수피해액 변화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4대강 지역의 홍수피해액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를 찾을 수 없었고, 4대강 사업이 비가 많이 내리는 경우 더 강한 홍수예방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일 수 있으므로 사업 후 강수량이 많았던 시군구 대상 추가분석한 결과도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4대강사업의 망령 벗어나 새로운 홍수대책 마련해야
4대강 사업은 운하를 만드는 것이 숨은 목적이었기 때문에 4대강의 전체 구간을 깊게 준설하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홍수 위험이 크거나 작거나를 막론하고 강의 전체구간을 파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배가 다닐 주운수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4대강 사업 예찬론자들은 준설의 결과 강바닥이 낮아졌으므로 홍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SNS에서 “강바닥 깊이를 수 미터 더 파내서 강의 빗물 용량을 몇 배로 키우면 당연히 홍수 예방 효과가 있는 겁니다. 섬진강도 기존 4대강처럼 준설 작업으로 더 깊이 파내면 범람 방지 효과가 있었을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준설은 효과적인 홍수 예방법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7년 감사에서 4대강사업으로 준설된 구간 중 금강은 28.8% 영산강은 26.5%가 다시 메워졌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 말처럼 준설로 생긴 홍수위 저감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유지 준설을 해야 하고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야 한다. 서식처를 파괴하는 등 강의 생태계를 망치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피해다.
이번 홍수의 진정한 교훈은 ‘홍수에 대한 대응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백경오 교수는 “기후위기가 심화된 2000년대 들어 하천관리의 세계적인 추세는 하천에 맞서 대응하는 정책보다는 적응하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또 “이제 4대강 재자연화를 통해 직강화(하천의 물길을 직선으로 바꾸는 것)된 강에서 원래의 자연스러운 강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둘렀다면 재자연화가 홍수방어에 효과 있다는 것을 입증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다시 4대강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삼성전자와 언론은 수달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비평] “반도체공장이 지역 하천 살리며 천연기념물 수달 돌아와…완전히 깨끗한 이미지” 삼성전자 이어 SK하이닉스에도 수달 등장 ‘겹경사’에 띄워주기 바쁜 언론
난데없이 ‘수달’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4월22일 ‘병들었던 하천에 수달이 돌아왔다…13년간 삼성의 오산천 살리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지역 하천인 오산천 살리기에 나선 지 13년 만에 수질이 대폭 개선돼 천연기념물인 수달까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기 용인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으로부터 대량의 물이 유입되는 오산천에서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물론 삼성의 주장일 뿐이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지난 2월16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오산천에 수달이 돌아왔을 때 오산시민 모두가 기뻐했다”면서 “지난 10년간 모두가 오산천을 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말했다. 수달은 이미 작년부터 오산천에 등장했다. 당연하게도 수달의 등장은 삼성전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은 ‘삼성전자 뉴스룸’ 유튜브 영상 캡처 화면을 소개하며 ‘삼성전자 작품’처럼 띄워줬다.
‘삼성전자’와 ‘수달’을 동시 검색했을 때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기사는 16일 현재 150건이다. 한국경제는 “삼성전자는 오산천 수량을 늘리기 위해 하루 평균 4만5000톤을 방류했다. 더러운 물을 쏟아낸 게 아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한 물은 국가에서 정한 수질 기준보다 엄격하게 정화된다”고 강조했다.
▲수달. ⓒ게티이미지.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지난 7월29일 ‘삼성에 이어 SK하이닉스 방류천에도 수달 발견’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정에 사용했던 방류수를 내보내는 이천 죽당천에 천연기념물 수달이 발견됐다. 그만큼 물이 깨끗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반도체 업체들은 방류수의 수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화시설을 갖추며 물관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수달이 반도체공장 주변만 찾아다니나 싶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7일 기자수첩에서 “반도체 등 화학물질 공장의 경우 주민들 반대가 조금만 거세지면 규제 담당 공무원들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체에 해결을 떠넘겨버리는 경향이 심하다”며 “대한민국의 명운은 반도체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반도체공장 하나 짓기가 어렵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달 관련 영상은 재밋거리가 아니다. 산업경쟁의 기로 속에 서 있는 대한민국 기업의 절박한 호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삼성에 기운 언론’의 전형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했던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가 젊은 나이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반도체 노동자들의 희귀암 사례가 쏟아졌지만 삼성은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고, 많은 언론이 노동자들의 눈물을 외면했다. “공장 안의 직업병 문제를 공장 밖에 수달로 세탁하려 하다니...” 반도체 노동자와 함께 싸우는 임자운 변호사의 촌평이다.
▲고 황유미씨와 황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반올림
삼성전자는 자신들의 생산 공정에서 유해물질이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정보를 노동자 측에 제공하지 않았다. 바스쿠트 툰작 유엔 특별보고관은 2016년 33차 유엔인권이사회 ‘유해물질 및 폐기물 처리 관련 인권특별보고관 방한보고서’에서 “노동자들이 독성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를 받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인과 관계를 충분히 증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삼성전자를 비판했다. 당시 한국 언론은 오히려 유엔이 삼성전자의 직업병 문제 해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왜곡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4월21일, 황유미씨가 숨진 지 13년 만에 그녀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삼성 쪽으로부터 첫 개별 사과편지를 받았다. 황씨는 한겨레에 “사과한다고 했는데 어떤 유해인자 때문인지 그 성분과 노동자 사망과의 인과 관계가 무엇인지 또 산업안전 관리 소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어떤 것인지 등 구체적 언급이 없다”며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유미씨가 일했던 기흥공장 주변에서 수달이 발견됐다는 기사는 황씨가 편지를 받은 다음 날인 4월22일 처음 등장했다. 우연이었다고 믿고 싶다.
“과거 반도체공장은 반올림 직업병 사건 등으로 님비(기피)시설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수달이 돌아온 만큼 완전히 깨끗한 이미지를 심을 수 있게 된 것”(파이낸셜뉴스)이라고 보도하는 이유는 알고 있다. 쓰겠다면, 공장 주변의 방사능오염 가능성과 지금도 공장 안에 있을 반도체 노동자들의 피폭 여부도 감시해주길 바란다. 반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 피해 규모는 여전히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기사를 쓰고 있는 당신의 지인도 피해자일 수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에 따르면 수달은 2급수, 3급수 물에서도 산다. 서식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풍부한 먹이’다. 수달의 자기 영역은 10~15km로, 강이나 특정 하천을 끼고 하루에 50km 이상, 때로는 100km를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본류에 있다 도심하천까지도 내려온다. 지난 3월 전북 전주 도심에서, 지난 7월 부산 금정구 이마트 부근 하천 등에서 수달이 목격됐다. 지역사회 노력으로 수달이 돌아왔다면 반가운 소식이지만, 수달의 등장만으로 반도체공장의 직업병 문제가 마치 끝난것처럼 띄워주는 건 비약이 심하다. 물론 수달은 죄가 없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알파카 울 사용중단 하겠다”
세계 최대 알파카 농장 동물학대에 울 퇴출 결정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가 알파카 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각)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는 “페루 알파카 농장의 동물 학대를 확인한 발렌티노가 2021년 말까지 모든 의류에서 알파카 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명품 가운데 울 사용중단을 발표한 브랜드는 발렌티노가 처음이다.
지난 5월 페타는 세계 최대규모인 페루 말키니 지역 알파카 농장에 잠입해 고통받는 알파들의 모습을 폭로했다. 페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알파카들은 털 채취를 위해 네 발이 꽁꽁 묶인 채 작업대 위에 결박당한다. 작업자들은 빠른 작업을 위해 수시로 알파카들을 작업대로 내던지고, 머리나 목 부위를 누르며 클리퍼로 털을 깎아낸다. 임신한 알파카도 똑같이 테이블 위에 내던져졌다.
털이 깎인 뒤에도 알파카들은 함부로 다뤄졌다. 작업자들의 거친 클리퍼 사용으로 알파카들은 상처 입고 피를 흘렸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는 못했다. 복부에 긴 외상을 입은 한 알파카는 국소 마취 스프레이도 없이 그 자리에서 상처가 꿰매졌다. 눈꺼풀이 절단되었거나 입에서 피를 흘리는 알파카들의 모습도 확인됐다.
털 채취 과정에서 알파카들은 네 발이 꽁꽁 묶인 채 함부로 다뤄졌다. 페타 제공
이 과정에서 예민하고 온순한 성격의 알파카들은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두려움으로 침을 흘리거나 구토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페타는 “초식동물인 알파카는 본능적으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알파카를 네 발을 묶어 완전한 구속상태로 만드는 것은 그들에게 심각한 공포와 공황, 심리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타는 발렌티노의 결정을 ‘굉장한 뉴스’라며 환영했다. 트레이시 라이먼 페타 부의장은 “발렌티노의 결정은 알파카들이 털을 위해 학대받고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동물착취 소재 중단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스텔라 매카트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등은 2016년부터 리얼 퍼(동물모피) 사용을 중단했으며, 구찌도 2019년 동참을 선언했다. 프라다는 올해부터 여성복 컬렉션에서 모피 사용을 중단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21년부터 아예 동물 모피를 생산하거나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옷, 액세서리, 핸드백 등 모든 제품에 해당한다.
페타는 “여러분이 알파카를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의류 쇼핑을 할 때 케어라벨을 확인하고 만약 ‘알파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물건을 그냥 선반에 놓아두라”며 알파카 울 사용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고했다.
식량안보기반 농지 해마다 줄어
150만ha 붕괴 눈앞 식량해외의존 가속
식량안보 기반인 농지가 해마다 줄어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만ha 붕괴가 눈앞에 닥쳤다. 국내에서 해마다 2000만톤 이상의 곡물을 소비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은 500만톤이 안 된다. 1500만톤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은 줄어드는 농지에 있다.
코로나19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정부도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농지문제가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1만6000ha 이상 사라진다 =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7일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국내 경지면적은 지난해 기준 158만1000ha로 지난 10년간 7.8% 감소했다. 2006년 180만ha에서 2011년 169만ha로 줄어들던 농지는 2012년 173만ha로 다시 늘었지만 2018년 159만㏊로 160만ha 아래로 줄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에도 농지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7년에는 8만5676건의 농지전용을 통해 1만6296ha의 농지가 공공 주거 광공업시설 등으로 바뀌었다. 2018년에는 8만8982건의 전용을 통해 1만6303ha, 2019년에는 7만8796건의 전용을 통해 1만6467ha의 농지가 사라졌다.
해마다 1만6000ha 이상의 농지가 개발수요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추세를 바꾸지 못하면 5년 이내에 농지규모 150만ha 붕괴는 돌이키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곡물수요의 해외 의존도 더 커지게 된다.
농식품부의 양곡수급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소비한 곡물은 사료용까지 포함해 2364만3000톤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한 양은 449만6000톤에 불과했다. 자급률은 21.7%다. 사료용 곡물은 갈수록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육류공급 기반이다. 식량에서 쌀의 비중은 줄어들고 육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용곡물 자급률도 46.6%로 50%선이 붕괴된 상태다.
◆이모작 대책도 농지감소 피해 못 막아 = 농식품부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며 수입량이 많은 밀, 콩을 중심으로 한 수입대체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밀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이모작을 통해, 콩은 논에 벼를 대체한 작목으로 심는 방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를 추가 확보하지 않고 국내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밀의 경우 2018년 기준 자급률 1.2%에 불과하지만 2022년 9.9% 자급률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재배면적을 6600ha에서 5만3000ha로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이모작으로 확보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해마다 농지전용으로 경작지가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 자급률 향상은 구조적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5년간 이모작으로 경작지 4만5000ha를 확대하는 사이, 농지전용으로 8만ha 이상의 경작지가 사라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에도 농지법을 개정해 농지전용을 더 쉽게 해줬다. 규제를 완화해 농업진흥구역 안에 있는 건축물은 기간제한 없이 태양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했고, 농지를 전용할 때 면적상한 기준도 '아동 및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1000㎡에서 3000㎡로, '태양에너지 발전설비 전용 면적'은 1만㎡에서 3만㎡로 확대했다. 또, 지역민원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는 농지전용허가 협의에 관한 권한도 확대해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전용허가 협의에 관한 권한의 면적 상한을 20만㎡ 미만에서 30만㎡ 미만으로 바꿨다.
한편, 식량안보 경각심은 해외에 의존하던 싱가포르의 정책도 바꿨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0%인 식량자급률을 2030년까지 30%까지 올리겠다는 '30 by 3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투명한 공원 공중화장실, 왜 만들었을까
도쿄의 한 공원에 설치된 투명 화장실. 일본재단 제공
공원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 시설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청결하지 않거나 범죄 발생 우려가 있는 장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색다른 공중화장실이 일본 도쿄에 등장했다.
최근 일본 도쿄 시부야 지역의 공원 두 곳에 설치된 이 공중화장실은 이른바 `투명 화장실'이다. 비어 있을 땐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투명 상태를 유지하다, 볼일을 보러 들어간 사람이 안에서 문을 잠그면 불투명해진다.
사람이 들어가면 유리가 불투명하게 바뀐다.
일본재단이 공원 공중화장실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시부야 공원 17개 공중화장실 개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16명의 건축가들이 여기에 참여했는데, 투명 화장실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 경력의 반 시게루의 작품이다.
일본재단은 "현재의 공원 공중화장실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는 내부가 깨끗한지, 둘째는 누가 안에 숨어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투명 화장실은 이 두 가지 걱정거리를 해소하고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야간에는 공원을 밝혀주는 역할도 한다.
이 투명 화장실의 비밀은 ‘스마트 글래스’로 불리는 PDLC(고분자 분산형 박막 액정) 필름에 있다. 이 필름은 전원을 연결하면 투명해지고 전원을 차단하면 불투명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사람이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에 달린 스위치를 돌려 문을 잠그면 외벽 유리에 붙인 필름의 전원이 차단되면서 불투명 상태로 바뀌게 된다. 투명 화장실의 외벽으로 쓰인 색유리는 밤에는 공원의 야외조명 역할도 할 수 있다.
일본재단은 내년 봄까지 공중화장실 개조 계획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수십년 지켜온 북극곰 서식지에…트럼프, 석유 개발 허용
알래스카 시추권 경매…환경단체·민주당 등 반대
북극곰 세마리가 미 알래스카의 뷰포트 해안을 지나가고 있다. 2005년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극곰이 사는 알래스카 북동부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에서 석유·가스 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이 불확실한 가운데, 알래스카 석유 개발을 못 박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보도 등을 보면, 데이비드 번하트 미 내무장관은 전화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말까지는 틀림없이 공유지 경매가 이뤄질 수 있다”며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 내무부가 관련 검토 작업을 마치고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 내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공유지 경매 준비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다. 낙찰받은 기업은 수십 년의 임대 계약을 맺고 석유와 가스 탐사를 시작할 수 있다. 번하트 장관은 “만약 석유가 발견된다면, 생산은 약 8년 뒤에 시작하고, 5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승인 절차가 필요해, 실제 석유를 생산하려면 1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화당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생산 확대 정책에 따라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세법을 통과시켰다. 내무부는 법에 규정된 의무사항이 모두 충족됐다고 밝혔다.
수십년 동안 이어진 보존 정책을 뒤집고 미국 최대 야생보호 구역에서 석유 시추를 허용한 것이어서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생물다양성센터의 크리스틴 몬셀은 <로이터> 통신에 “전 세계적인 석유 과잉 시대에 이 아름다운 곳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정신 나간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시추권 경매를 무산시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고 민주당과 함께 의회에서 저지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은 총 1900만 에이커로 북극곰과 순록 등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해안 평지 지대인 150만 에이커는 북미 내륙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추정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수십 년 동안 석유 시추가 금지돼 왔다.
알래스카 주지사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던리비 주지사는 “오늘 발표는 새로운 에너지를 책임있게 개발하려는 알래스카의 40년 여정에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며 이 구역에 43억∼118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비행기 한 대가 미 알래스카의 순록 떼 위를 날고 있다. AP 연합뉴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
미국의 한 대학 연구소에서 시신을 부검했더니 인체의 모든 기관과 조직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 바이오디자인 센터의 롤프 홀든 박사 연구팀은 기증받은 시신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모든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시신에서 채취한 폐, 간, 비장, 신장 등 47개 기관과 조직에서 모두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은 물리적 파쇄, 광 분해, 생물 분해 등 풍화 과정을 거쳐 변화하거나 생산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미세하게 제작돼 그 크기가 5mm 이하가 된 플라스틱을 통칭한다. 이 중에서도 직경이 0.001mm 이하인 플라스틱 조각을 '초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혈관으로 들어가 혈류를 타고 이동해 신장, 간, 폐와 같은 기관에 적체됐다고 발표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북극의 눈과 고산, 토양에서부터 가장 깊은 바다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
인간은 음식과 물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들이마시지만 이와 같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동물 실험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염증 및 불임, 암 등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1년에 최소 50,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먹고 마시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도시에 가까이 살수록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빈도가 높다고 알려졌다./YTN PLUS 정윤주 기자
기후위기의 악질 범죄자들, 文정부 고위 참모-관피아들
[녹색-진보 연합정치의 때가 왔다] ①
한국판 뉴딜, 빈깡통에 녹색 페인트만 덕지덕지 바른 대국민 사기극
지난 7월 14일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요란하게 발표했다.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입,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해서 190.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의 목소리는 자신만만했고 확신에 찬 듯 유난히 높았다.
보름 앞선 6월 30일.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의 '자와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투자를 결정했다. 2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약 2조 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었다. 너무나도 이상하고 수상한 결정이었다.
우선 그린뉴딜을 한다면서 기후위기를 일으킨 최악의 주범으로 꼽히는 시꺼먼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더구나 한국개발연구원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적자가 예상된다고 평가한 사업이었다.
마침 이날은 하필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연합 새 지도부와 화상 정상회의를 갖고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의 목표를 설명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한 날이었다. 유럽연합은 이미 석탄화력발전소를 좌초자산으로 평가하고 143개 화력발전소 폐쇄를 공식 발표한 상태였다. 조만간 폐쇄를 발표할 예정인 곳만 해도 180여 개나 된다. 지금 한국에는 무려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7년 한국의 이산화탄스 배출량은 약 7.1억 톤으로 세계 7위의 기후악당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7.1억 톤을 2030년까지 절반인 3.5억 톤 이하로 줄여야 그나마 간신히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묶어둘 수 있다. 2018년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만 연간 약 0.5억 톤이 넘는다.
이보다 앞서 4월 1일에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체인 두산중공업에 대해 1조원 가량의 긴급 구제금융이 결정되었다. 문 대통령의 기후위기 발언과 의지를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양의 탈을 쓴 늑대의 소리로 만드는 장면들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판 뉴딜 보고대회는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 국민을 속이고 문 대통령까지 속이며 시꺼멓게 급조된 쇼였다. 개발과 성장 마피아인 고위 참모-관료들의 대통령 비위 맞추기 정책 제조 기술만 도드라진, 어처구니없는 사기 범죄 누와르 단막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종합계획 어디에도 온실가스 배출을 2025년까지 얼마나 줄이겠다는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탄소배출제로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담대한 내용도 없었다. 그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만든 녹색성장과 창조경제를 얼기설기 짜 맞춰 현란한 영어만을 잔뜩 늘어놓은 하나 마나한 보여주기식 프레젠테이션에 불과했다.
이런 빈 깡통을 '그린'이고 '뉴딜'이라고 내놓은 자들의 뻔뻔함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부동산 폭등을 잡겠다면서 정작 자신들의 강남아파트는 처분하지 않아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생생하게 입증한 자들이 다름 아닌 청와대 고위 참모-관피아들이기 때문이다.
누가 왜 이런 사기극을 벌였을까
'촛불 정부'라고 자칭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대체 누가 왜 국가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전략은 아예 없는,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범죄 사기극의 그린뉴딜 계획을 만든 것일까. 애초에 김상조 정책실장은 그린뉴딜의 그린이라는 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구체제 기득권의 성장지상주의자로 알려져 있었다. 기본소득 불가론자인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 탄소예산이라는 말 자체도 이해하지 못하는 성윤모 산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부처 고위 관피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5월 13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린뉴딜 사업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보고를 지시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급조 날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그린뉴딜 관련 책을 추천하면서 강력하게 그린뉴딜 추진을 역설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막강한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시라고 해도 내 소신과 다르다면 당연히 사표를 내는 게 온당한 처사다. 그러나 이들 참모와 관피아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박정희가 온다고 소나무 밑동을 잘라다 급히 가로수로 심어놓는 유신시대식의,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이라고 포장하는 이명박·박근혜 식의 그린뉴딜을 급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아래 나온 한국판 뉴딜이 제대로 된 계획이 될 리는 애초에 떡잎부터 싹수가 노랬다.
더욱 가관인 것은 2019년 9월 유엔총회에서 뜬금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국제 푸른 하늘의 날' 제정과 관련된 일이다. 도대체 이런 유치찬란한 전시성 기획은 어떤 참모나 관료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정말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을 그린피스를 비롯한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조롱거리로 추락하게 만든 청와대 고위 참모-관피아들의 반성과 책임을 붇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의 악질 범죄자들, 문재인 정부 고위 참모-관료들
기후위기를 일으킨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명백히 국가와 기업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10개 기업이 배출한다. 포스코 등 민간 기업이 5개, 한국남동발전 등 공기업이 5개이다. 100개 기업으로 확대하면 거의 90%로 늘어난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는 주장과 캠페인은 국가와 기업이 자신들을 향한 화살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미디어를 돈(광고비)으로 매수해 조종하는 악성 모략이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위기와 함께 지구 가열화와 기후위기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지난 6월 14일 시작돼 2개월이나 지속된 역대 최장 장마도 그 정확한 이름은 기후위기다. 코로나 사태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당시의 진도 9 정도 지진이라면 기후위기는 이보다 수백 수천 배 더 강한 진도 12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다.
인류 자체의 생존조차 의문시되는 대멸종이 이미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은 여전히 경제성장과 개발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계속 엄청난 양의 시꺼먼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분노의 함성과 함께 등교 거부 시위라는 초강수 정치 파업을 벌이면서 국가의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들조차 온실가스 배출 제로 기업을 목표로 RE100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은 사람과 지구생명체를 상대로 한 명백한 살인 범죄 행위다. 폭우와 폭염, 초대형 태풍과 극심한 가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국가와 기업이 기후위기라는 지구별 행성 단위로 벌이는 제노사이드 범죄다.
김상조, 홍남기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고위 참모-관피아들이 지금 당장 10년 이내에 온실가스 배출을 온실가스 흡수의 한도 내로 줄이는 넷제로 계획을 다시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이들은 미래세대인 청소년을 몰살시키는 예비 악질 살인 범죄자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들은 머지않아 먼저 자신의 손자손녀들로부터 '할아버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그때 당장 멈추지 않았느냐'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는 왜 노무현 삼성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을까
소신도 경륜도 영혼도 없이 오직 권력자의 눈치만 살피며 고액의 봉급과 권력을 누리는 청와대와 행정부 고위 참모-관피아들의 범죄 행각은 조만간 그들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과 무능력으로 화살이 돌아갈 것이다. 아니, 지금 정확히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촛불 정부 출범 3년.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실종 상태를 넘어 이미 구체제로 회귀하고 만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경제부총리 등 고위 참모와 관피아에 의한 문 대통령 공약과 개혁 무너뜨리기는 갈수록 목불인견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검찰 공화국', '법원 공화국', '감사원 공화국', '기재부 공화국' 등 우후죽순 난립하는 '관피아 공화국'의 모습은 '이게 과연 나라냐'는 탄식만 불러오고 있다. 재벌개혁을 하겠다며 공정위원장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을 꿰찬 강남 아파트 주민 김상조는 재벌개혁은 커녕 그린뉴딜 무력화의 주범으로 분노를 사고 있다.
부동산 폭등 문제는 이미 전 국민을 부동산 전문가로 만들어 임대사업자 문제를 쏙 빼놓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게 하고 있다.
남북 평화체제 구축은 미 CIA의 첩자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이른바 동맹파 관료들에 의해 천문학 숫자의 미국 무기만 사주고도 단 한 발자국을 나아가지 못 하고 북으로부터 조롱만 당하고 있는 중이다. 전교조는 지금껏 합법화되지 못한 채 노동개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아예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전혀 반대로 커튼을 가린 채 이루어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살리기, 관피아 살리기는 그 규모와 뻔뻔함이 도를 넘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이다. 2020년 1월 통과된 데이터 3법과 한국판 뉴딜의 이른바 디지털 뉴딜 세부 사업 대부분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신조어로 등장한 D.N.A.(Data-Network-AI) 사업체, 더 정확하게는 이재용의 분식회계 금융사기 사건 주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재벌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빙자한 의료분야 규제완화는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 등 재벌 생명보험회사와 재벌 병원에게 새로운 돈벌이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지난해 8월 통과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은 명백히 삼성으로 하여금 삼성반도체 공장 산재 사고의 증거 자료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녹색평론> 3/4월호 채효정 '문재인 정권 3년을 돌아본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삼성 정부'가 가던 길을 똑같이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주권자가 개혁과 혁명의 주체다
문재인 정부의 '노무현 삼성 정부'로의 복귀는 개혁의 주체를 개혁의 대상인 고위 관피아로 삼은 필연의 결과다. 거기다 전문 능력도 정치력도 도덕성도 결여된 일부 폴리페서 권력 해바라기 교수들을 개혁의 전면에 내세울 때 이미 예견된 바였다.
관피아와 폴리페서 교수들의 공통점은 주권자인 국민을 민원인 또는 전문성도 없는 우매한 개돼지로 여긴다는 점이다. 물론 겉으로는 말끝마다 국민 국민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개혁과 혁명의 주체는 주권자 인민이다.
촛불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촛불정부를 출범시킨 것은 다름 아닌 평범한 장삼이사 인민들이다. 226개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풀뿌리 인민들과 함께 개혁해나갈 수 있는 방도는 기본소득에서부터 너무나 많다.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등 흙수저 계급의 주권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후위기 적응 그린뉴딜 정책도 이미 거의 모두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주권자 인민을 배제 소외시키고 똑똑하고 유능한 것처럼 보이는 극소수 고위 참모-관피아와 함께 여의도 엘리트 선거정치, 권력정치에만 매몰되어 촛불 혁명을 중단시키고 말았다.
개혁과 민주주의의 주체를 촛불 광장의 주권자로 삼지 않고 헌법개정도 개혁도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만 지금의 현실은 이제 그 후폭풍의 화살이 정확히 문 대통령을 향하게 될 것이다./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프레시안
'토건·핵 찬동' 정치 리더십은 미래의 위험요소다
'경인운화 건설주의자'에게 경고를…
대통령이 힘을 실은 코로나19 전염시대 극복을 위한 한국호의 항로를 기획한 '그린뉴딜'이 발표됐다. 디지털과 녹색사업 중심의 한국형 뉴딜을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설명하고 책임 부처 장관들이 '잘 할 수 있다' 다짐했다. 그 설명과 다짐에도 '그린뉴딜'이 그리는 미래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린뉴딜 정책 기획이 나오게 된 문제적 현실, '그러니까 생산력주의로 요약될 수 있는 사람과 자연을 돌보지 않는 이윤 제일주의'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반성이 불철저한 까닭이다.
환경과 생태를 사회경제체제 밖이 아니라 안에 두어 모든 사회적 이벤트의 우선적 고려 요소로 삼아야 '뉴딜은 그린'이 될 것인데 석탄화력 등 화석연료 기반 경제의 유지·존속을 위한 총투자가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을 넘어서는 등 부문별 정책들이 충돌하는 정책 현실이 여전히 그린뉴딜에도 투사돼 있어 우려스럽다. 디지털과 그린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토건 개발과 어떻게 다른가에 관한 변별력이 낮다. 이런 문제를 압축적으로 지적하자면, 과거 MB정권 녹색성장 정책의 한계가 지금의 그린뉴딜 정책에서도 여전히 '보인다' 할 것이다. 중대한 문제이고 바로 그래서 개발주의자들의 낡은 구호, 곧 '토건이 곧 그린뉴딜'이라는 프레임이 다시 기세를 얻을 위험성이 크다. 게다가 이를 부추기는 돌출적 정치행동도 벌어지고 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30일 환경부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 분과회의가 열리는 서울역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적폐 사업을 활성화하라고?
그린뉴딜 정책이 발표되는 중대한 국면에서, 여권 중진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건 공약의 정부 정책화'를 위한 시위에 나섰다. 6월 30일 '환경부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 거버넌스 분과회의'에 참석해 '경인운하의 활성화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촛불로 들어선 이 정부 초기, 과거 정부의 그릇된 정책행동이 불러온 적폐 청산을 위해 가동했던 '관행혁신위원회'는 '경인운하는 실패한 국책사업으로 혈세낭비사업'이라고 비판하고 '정책 추진 과정 일체를 반성적으로 돌아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하강하고 사회경제적 활력이 떨어진 이 시점에서 그러한 적폐 청산 요구를 무위로 돌리고, 송 의원은 '다시 경인운하!'를 외쳤다. 명백히 역사적 정향에 이반하는 정치적 행동신호다. '나를 중심으로 뭉쳐라!'는 이 신호가 21대 국회 내 여야 토건 마피아들에게 발해진 것이다.
송 의원의 신호로 국회 토건 마피아들이 여야를 초월해 조직화된다면 '주택정책 실패'에 정책 주도권을 훼손당한 정부마저 이들에게 굴복해 다시 정부 주도 거대 토건개발시대로 경제 시스템을 후퇴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택정책 실패를 손쉬운 그린벨트 해제 카드로 만회하려는 관료들은 토건 마피아들이 유포한 '경기 진작은 거대 토건개발이 답'이라는 미신에 자발적 부역을 하기 쉽다. 손쉬운 투기적 이익이 불러올 사회 부정의, 자연생태계가 지게 될 생태적 부담보다 토건개발로 벌어들일 수익과 이에 부가되는 정치적 이익을 중시하여 혈세를 낭비할 우려가 크다. 그린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삽질하는 토건개발'에 목메는 구시대 정치 리더십의 작동은 중단돼야 한다. 그래야 생태민주주의 실현 가능성이 한 치라도 커질 것이다.
운하도 핵발전도 표만 되면 오케이?
생태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치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송 의원의 이번 정치행동을 그 뿌리부터 훑어 되짚고 비판적으로 상고할 필요가 있다. 애초 서울과 인천을 뱃길로 이으려는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굴포천 방수로 사업'으로 축소됐다. 2009년 3월 12일 민주당 의원 31명은 MB정부의 경인운하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우스운 것은 송영길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한반도대운하보다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있다'며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경인운하 추진'을 내세워 당선됐다는 점이다. 허나 이후 MB정권이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이라는 '삽질 경제'를 추구하여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돌연 태도를 바꿔 2010년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경인운하 재검토 필요' 입장으로 극적 선회를 했다.
그러더니 올해 21대 총선에서는 또다시 돌변해 '경인운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공약을 냈고 당선됐다. 지난 6월 30일 '환경부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 거버넌스 분과회의'에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박성민 인천시의회 의원, 김유순 계양구의회 의장, 윤환 계양구의회 의원, 조양희 계양구의회 의원 등과 동행하여 '경인운하의 활성화 대책을 주문'한 것은 그러한 초지일관 '경인운하 건설주의자'의 면모를 명백히 드러낸 일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는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며 '경인운하 정책 결정 및 추진 과정의 문제점,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이 권고에 따라 환경부는 현재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2018년 1월 수자원공사가 무단 파기하려던 기록물 역시 경인운하가 애초부터 실패가 예고된 사업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당시 문건 중 '경인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는 'VIP 지시사항'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고 지원 5000억 원을 전제해도 1조 원 이상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혈세 낭비 자연 훼손 개발사업의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 송영길이라는 여권 중진이자 대선 주자의 하나가 지역 정치인들을 거느리고 정치적 외압을 행사한 것이다. 경인운하 적폐 사업의 뿌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스스로 드러내는 비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인운하를 추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만5000여 개의 일자리와 3조 원의 경제효과를 약속했지만, 사업은 남루한 실적을 내고 망했다.
2019년 1월 11일 송영길 의원은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 재개를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탈핵·재생에너지 전환을 국정 기초로 삼은 문재인 정권을 저격하는 주장이었다. 송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 석탄화력을 줄이고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지하면서 원자력사업 일자리 유지·조화를 위한 충심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련한 정치인이 자기 발언의 의미와 효과를 그렇게 순진하게 변명해봐야 믿어 줄 이 많지 않을 것임은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 일이다.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시민단체는 핵산업계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낡은 정치인식'이라고 질타했고, 같은 당 우원식 의원마저 '시대변화를 잘못 읽고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송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핵발전을 안고 가는 에너지 전환이라니! 인식의 수준은 안타깝고 집토끼(진보 성향 유권자)는 잡은 물고기니, 산토끼(보수 성향 유권자) 잡아보겠다는 정치적 평지돌출 발상은 터무니없다.
▲ 경인아라뱃길. ⓒ함께사는길(이성수)
낡은 리더십에 미래 없다
토건개발을 주장하고 핵발전을 찬동하는 정치 리더십의 문제는 탈토건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당대와 미래 사회의 사활적 과제에 무지할 뿐 아니라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오직 지금 나의 정치적 이익만 중요한 이 리더십은 오직 지금 나의 경제적 이익만 중요한 토건 먹튀 경제주의자들과 부패와 부실로 얼룩진 핵발전을 화수분으로 여기는 핵 마피아들의 뒷배 노릇에 그친다. 경인운하가 활성화되면 필연코 여의도와 잠실로 이어지려 할 것이고, 이것은 한강까지 운하로 전락시켜 자연성 회복을 물 건너가게 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며 핵발전을 대책으로 삼는 정책은 필연코 후쿠시마의 사변을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강요할 뿐이다. 낡은 정치 리더십은 그 자체로 미래의 위험요소다. 구시대 정치 리더십의 구축이야말로, 그린뉴딜을 바로 세우고 기후변화를 저감하며 핵 없는 바람과 태양의 에너지로 작동되는 사회로 가기 위한 밑돌이다. 사람과 자연을 해치는 세계체제를 '바꾸고 변화시키라!'는 것이 코로나19 전염시대의 메시지다. 변화에 반대하고 심지어 변화에 역행하려는 리더십에는 미래가 없다./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함께 사는 길]
북극해 녹자 경제패권 각축 … 러시아, 북동항로 일본에 LNG 공급
30년 전보다 베트남 면적만큼 줄어
미, 알래스카 석유 · 가스 개발 시도
북극 온도가 지구평균보다 빨리 오르면서 북극해가 열리자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미국의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7월 북극해에 얼음이 펼쳐진 구역은 1981~2010년 평균보다 23.1% 줄었다. 이전의 기록에 비하면 베트남의 크기와 비슷한 면적이 감소한 셈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 근 발행한 북방물류리포트에서 러시아 에너지기업 노바텍이 지난 7월 야말프로젝트로 생산된 LNG(액화천연가스)를 북극항로 동부노선인 북동항로를 통해 일본으로 운송한 소식을 전했다. 이 항로로 LNG를 일본으로 운송한 것은 처음이다.
19일 김지영 KMI 북방·극지연구실 연구원은 “이번 사례는 아크7급 쇄빙 LNG운반선을 통해 LNG를 처음 하역한 사례”라며 “일본으로 LNG 공급량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현지잡지 코라벨에 따르면 레브 페오도시에프 노바텍 부회장도 “러시아는 LNG 프로젝트의 물류 체인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운송에 투입된 쇄빙 LNG운반선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수주한 야말프로젝트 15척의 쇄빙 LNG선 중 여섯번째 아크7급 선박으로 길이 299m, 폭 50m, shvdl 26.5m에 이른다. 2주간 항해 끝에 일본 오기시마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노바텍은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생산기업으로 2007년 야말LNG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LNG 시장에 진출했다. 러시아 가스 생산량의 80%, 전 세계 가스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야말-네네츠자치구 자원 매장지의 개발면허를 소유하고 있다.
KMI 분석에 따르면 북극항로는 이미 상업화를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갔다. 러시아 관할수역 내 북동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약 3150만톤 규모로 지난 3년 간 4배 이상 증가했다. 러시아는 2024년까지 물동량을 800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도 북극에서 경제적 영향력 을 확대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알래스카 북동부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에서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공유지 경매 준비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대서양에 ‘미세 플라스틱’ 2억톤 떠다닌다
수심 200m에만 컨테이너선 1천대 분량
미세 플라스틱, 향후 20년 동안 3배 증가
영국 국립해양지형센터는 대서양의 200m 수심을 측정한 결과, 1200만~2100만톤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부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양 오염의 주범인 미세 플라스틱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10배 이상이나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국립해양센터는 대서양의 200m 수심을 측정한 결과, 적게는 1200만~2100만톤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부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컨테이너 화물선 1천대를 꽉 채울 분량이다.
대서양 전체 수심이 3000m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서양 전체에 2억톤의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연안 지역에서 방출되는 쓰레기 양을 기초한 조사에선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 동안 대서양에 1700만톤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포클랜드 제도에 이르는 대서양 지역에서 해수 샘플을 채취한 뒤, 포장에 흔히 사용되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등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보니, 1㎥ 당 7천개의 입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카치아 파보르차바 연구원은 “우리의 핵심적인 발견은 대서양 수표층에 작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앞서의 추정보다도 끔찍하게 많다는 것이다”며 “(해양 속) 미세 플라스틱 양은 엄청나게 과소평가됐다”고 말했다. 이번 샘플 조사는 대서양에 한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이 실제로 어느 정도나 문제가 되는지 확실히 알지 못 한다면서도 “(태평양 등) 다른 대양에서의 샘플조사가 심각하게 부족한 탓에 (이 문제가)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각종 연구에서 해양 오염의 주범인 미세 플라스틱이 수표뿐만 아니라 해저에도 쌓이고 있다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한 연구는 해양의 미세 플라스틱 양이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많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민간정책연구소인 ‘퓨 트러스츠’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해양에 들어오는 미세 플라스틱 양은 향후 20년 동안 3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지난 5월 발표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반도 덮친 이상기후의 악몽…언제까지 하늘만 쳐다볼 것인가
블로킹’ 현상으로 대기 정체, 기존에 없던 기상 패턴 만들어
정치권은 홍수 피해와 4대강사업 연관시켜 정쟁 소재로 활용
수자원공사의 댐 방류 적절성 여부는 환경부 조사 지켜봐야
천재로만 돌릴 경우 해결책 난망…토목공사형 대책도 우려
2020년 여름은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역대 1위를 기록한 6월 평균기온(22.8도)은 올해 초부터 예보된 ‘기록적 폭염’의 전조처럼 보였다. 하지만 폭염 대신 찾아온 것은 폭우였다. 중부지방에선 6월24일에 내리기 시작한 비가 8월16일이 돼서야 그쳤다. 장마 기간(54일)은 역대 1위, 강수량(920㎜)은 역대 2위였다. 1973년 이후 처음으로 7월 기온이 6월보다 낮은 기온 역전현상도 일어났다.
긴 장마는 ‘기록’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피해를 남겼다. 19일 기준으로 37명이 숨졌고, 5명이 실종됐다. 누군가는 평생 산 집과 돌봐온 논밭이 물에 잠겨 갈 곳과 일터를 잃었다. 어떤 가축은 축사 안에서 익사했다. 길었던 장마는 끝났지만, 수해 복구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번 호우의 특징과 왜 피해가 컸는지, 어떤 대책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수해 없던 지역서도 큰 피해
행정안전부의 호우 피해 복구지원본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이번 호우로 인한 사상자는 42명이나 됐다. 급류에 휩쓸리는 등의 익사사고가 많았지만,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적지 않다. 이번 호우기간에 산사태는 1482건 발생했으며, 지난 13일 기준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재민은 14개 시·도에서 5116가구, 총 9025명 발생했다. 도로나 교량, 주택 등 시설 피해도 4만5319건에 달했다.
호우 피해를 입은 지역은 평소에도 침수 피해가 빈번하던 지역들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섬진강 유역에서 수해를 입은 전남 구례의 경우 이번처럼 큰 비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 구례군청 관계자는 “태풍이 오면 뭔가 부서지거나 계곡에 물이 차는 정도지 침수는 안 됐다”며 “40년 전 태풍 ‘아그네스’로 수해를 입은 적이 있지만 그때도 침수량은 이번의 절반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아그네스는 1981년 9월 발생했던 대형 태풍이다. 당시 전남 장흥에 내린 하루 비의 양은 547.4㎜였다.
용담댐 유역인 충북 옥천군도 마찬가지다. 옥천군청 관계자는 “최근 특별한 비 피해가 없었다. 이번에 (침수된 밭에서) 썩은 4년근 삼을 캤다”며 “4년근을 캤다는 건 지난 4년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전북 무주군청 관계자도 2002년 8월 태풍 ‘루사’ 이후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했다. 당시 태풍 루사로 전국에서 2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충북 영동군 양산면의 임구호 이장협의회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루사 때인가 수해를 입긴 했어요. 그래도 가옥 침수는 없었어요.” 임 협의회장이 사는 양산면은 주로 수박농사를 짓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수박 수확 후 침수피해를 입었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 침수된 땅은 진흙처럼 질어져 내년 농사를 짓는 데 지장이 있다.
■미리 방류 안 해 홍수 피해?
임 협의회장은 수해 복구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관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섬진강댐, 용담댐, 합천댐 유역 주민들과 해당 지자체들은 이번 홍수 피해를 수자원공사의 댐 관리 실패에 따른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간 비 예보가 있었는데도 댐에 가둬둔 물을 미리 방류하지 않고 있다가 한꺼번에 방류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비판이 커지자 수자원공사는 장마 막바지인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자원공사의 해명을 요약하면 ‘댐 운영관리규정은 위반하지 않았으며 기상청 예보보다 비가 더 많이 내렸다’는 것이다. 이한구 수자원공사 본부장은 “원래 섬진강댐 홍수조절 용량은 3000만t인데, 비가 오기 전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1억1600만t 용량을 확보해놨다”며 “다만 1차 호우 때 홍수조절 용량을 거의 다 활용해 2차 땐 조절할 수 있는 용량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담댐에 대해서는 “계획 홍수위(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 홍수량)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운영하며 하류 피해를 막으려고 했지만, 예기치 못한 강우로 댐 안전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명에도 비판은 쏟아졌다. 용담댐의 경우 홍수위험이 높은 6~9월에는 홍수기 제한수위(홍수를 대비해 평소보다 낮게 유지하는 수위)를 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어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댐 방류량을 줄여달라’는 하류지역 펜션업체들의 민원을 의식해 물을 덜 빼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 본부장은 해명 기자회견에서 “방류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농사짓는 분들의 불편이 많았다. 하류지역 민원이 있고 7월 말 장마 종료 예보가 있어서 방류량을 조금 더 줄인 바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가 댐의 물을 일정 수위 이상으로 유지하려 한 이유가 있을까. 일각에서는 ‘용수 확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올해는 기록적 폭우가 왔지만, 사실 최근 수년간 홍수보다는 ‘가뭄’이 문제였다. 이번에 도마에 오른 댐들은 모두 다목적댐들이다. 댐의 물 중 일부는 홍수조절용이지만, 일부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는 “그간 사회적으로 홍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있었고 (홍수보다는) 가뭄 때문에 우선 용수를 확보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의 댐 운영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선 환경부가 지난 17일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만들기로 하고, 사전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해로 누렇게 변한 논 지난 7~8일 수해를 입어 벼가 고사해버린 전남 나주시 다시면의 논이 19일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이렇게 큰 피해 낼 비였나
이번 비 피해는 왜 이렇게 컸을까.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에 없던 양상으로 폭우가 쏟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의 기술로는 발생 자체를 예측하기 어려운 ‘블로킹’(온난 고기압)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름 그대로 대기 흐름이 정체됐다는 것이다. 북극 이상고온 현상으로 기압 배치가 바뀌면서 한반도에 차가운 공기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찬 공기가 버티자 정체전선(장마전선)을 밀어올려 장마를 끝내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쓰지 못한 채 아래에 계속 머물렀다.
그 결과 국토의 절반은 호우특보가, 절반은 폭염특보가 내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올여름 한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에는 기상 전문가들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현재의 치수 시스템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는지에는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
환경운동가인 염 대표는 정부가 이번 호우 피해를 ‘기후변화 탓’으로만 몰고 갈까 우려하고 있다. 그는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했던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그렇게 단순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호우 피해 원인을 기후변화 탓으로만 돌릴 경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염 대표는 “(이번 호우처럼) 이틀간 400㎜ 오는 정도는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02년처럼 새벽에 870㎜가 쏟아지거나 우면산 산사태 당시처럼 시간당 130㎜가 내리는 수준이면 몰라도 기후변화 핑계만 대면 안 된다”며 “모든 이유가 천재지변이면 관료들이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대규모의 어떤 시설을 갖춰야 된다는 주장을 하게 되고, 결국 쓸데없는 토목공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국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신 국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새로운 강수 패턴이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우리나라 치수 시스템 안에서 댐과 제방 등 기존 구조물들이 못 견딜 만큼 비가 온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홍수 피해가 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지적되는 문제가 ‘지류·지천 정비’다. 댐에서 방류한 물을 지류·지천에서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호우기간 중 발생한 지류·지천 피해 규모와 양상은 아직 분석 중이다. 지류·지천에서 발생한 피해라도 물이 넘친 것인지, 무언가 파쇄된 것인지 등에 따라 해결책은 달라진다. 홍수 피해 때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지방하천 정비’가 쉬운 원인 분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지방하천 정비율은 2017년 74.6%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다.
■‘제방 더 쌓는’ 토목공사형 대책 우려
환경단체들은 구체적인 피해 원인 분석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이번 대책이 제방을 더 높이 쌓는 수준의 ‘토목공사형’ 방안에 치우칠까 우려하고 있다.
신재은 국장은 “시설이 없어서 사고가 난 게 아니라 시설 때문에 사고가 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공사의 댐 방류량 논란처럼 인공적으로 물을 가뒀다 푸는 치수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폭우로 댐이 차면 물이 월류해 댐이 붕괴되기 때문에 방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하류는 강수량에 방류량까지 겹쳐져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했다. 사실 다목적댐의 홍수조절과 용수공급은 서로 ‘반비례’ 할 수밖에 없는 기능이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홍수조절용량을 늘리면 평상시 용수용량이 줄고, 용수용량을 늘려놓으면 홍수용량이 줄어든다”고 했다.
댐과 제방은 물의 흐름을 막는 것이지만, 이번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비가 오래 내리는 기후변화의 시기에는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는 방식으로 치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교수는 ‘저류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류지는 비가 많이 오면 제방 안에 물을 모아 아래로만 내려보내는 게 아니라, 중간 중간에 일부러 둑을 낮게 만들어 물이 넘치도록 두는 방법이다. 백 교수는 “제방 안에 물을 가둬놓는 게 한계가 있다”며 “지속 가능한 치수 정책을 위해서는 제방만 높이지 말고 빈 토지를 국가가 사들여 저류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댐 조사위와는 별도의 ‘기후위기대응 홍수대책기획단’을 출범하기로 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홍수 규모를 예측하고, 문제가 된 댐과 하천 등 홍수방어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4대강사업 홍수 예방 조사 필요할까
정부가 이번 호우와 관련해 실시하기로 한 조사들 중에는 ‘4대강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실측 데이터로 분석하는 것도 있다. 4대강사업은 미래통합당에서 ‘섬진강에 4대강 사업을 안 해서 홍수가 났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소환됐다.
하지만 4대강 보가 홍수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박근혜 정부의 2014년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보고서와 문재인 정부의 2018년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다. 당시 조사들이 ‘가상 홍수’를 모델로 분석한 것이긴 하지만,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조사 결과가 모두 같은 취지였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4대강 보는 홍수 예방 효과가 없고 오히려 홍수 위험을 키운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별도 조사위를 꾸려 다시 조사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야당이 4대강사업과 연결지어 수해를 정쟁화했지만, 결국 여야 모두 4대강사업을 정쟁 소재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소극적이라며 비판해 온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전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를 한두 개라도 해체했다면 (그 덕에) 홍수 피해가 적었다는 말이 똑같이 나왔을 것이다. 그 논리가 훨씬 강하고 과학적”이라며 “시간을 끌다 이제 와 (홍수피해) 분석을 하겠다고 하는 게 참담하다. 정부는 조사를 그만하고 액션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이제 부산항 미세먼지 좀 줄어들까?
미세먼지 등으로 뿌연 부산항 일대. 연합
다음달부터 부산항 등 전국 주요 5개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이들 항만의 고질적인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수산부는 부산항, 인천항, 여수항·광양항, 울산항, 평택·당진항 등 5개 항만을 운항하는 선박의 연료유 황 함유량 기준을 현재 0.5%에서 0.1%로 대폭 강화하는 ‘황산화물 배출규제해역 지정 고시’가 9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19일 밝혔다.
올해부터 2021년말까지는 이들 5개 항만의 정박지에 닻을 내리거나 부두에 계류하는 선박에 대해서만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지만, 2022년 1월 1일부터는 이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까지 적용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앞으로 이들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은 황 함유량이 0.1% 이하인 저유황 연료유를 사용해야 한다”면서 “이를 초과하는 연료유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배기가스정화장치를 통해 일정 기준 이하로 황산화물을 배출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황산화물 배출규제해역에서 황 함유량 기준을 초과한 선박연료유를 사용하는 경우 항만대기질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미국 환경청(EPA)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0.5%에서 0.1%로 낮추는 경우 초미세먼지(PM2.5)는 약 10%, 황산화물(SOx)은이 약 1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초미세먼지의 26.2%와 황산화물의 41.8%가 배출규제해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초미세먼지와 황산화물이 상당부분 저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한국판 그린뉴딜, 기후위기 못 막는다
코로나19의 확산은 거대한 변화를 불러왔다. 막연한 공포에 불과했던 바이러스가 현실이 되자 세계가 멈춰섰고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순식간에 생긴 변화는 지구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감했고 미세먼지가 사라졌다. 인류에 닥친 재앙이 역설적으로 지구의 생태계를 회복시킨 것이다. 극적인 변화를 두고 ‘인류가 의지를 갖는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는 ‘코로나의 역설’을 반길 만큼 절실한 의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기후위기는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한 해 이산화탄소배출량 7.1억톤, 세계 7위의 ‘기후악당’이라는 오명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례적인 장맛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재해가 개인의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체감한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마침 정부는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비책을 내놓았다. ‘한국판 그린뉴딜’이다. 한국의 그린뉴딜은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을까.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그린뉴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수소연료는 화석연료에서 만들어
“그린뉴딜의 핵심과제는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다. 정부는 저탄소 친환경 경제 전환을 위해 총 20조3000억원을 집중투자해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3만대 보급을 앞당길 것이다.” 지난 8월 12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방문해 한 말이다. 이날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K-뉴딜위원회는 ‘미래차 혁신성장 및 조기전환 방안’을 주제로 현장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7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로드맵은 최근 민주당 K-뉴딜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확인 가능하다. 이 대표의 말처럼 그린뉴딜의 핵심은 친환경 모빌리티다. 수소전기차는 친환경 모빌리티의 한 축이다. 이날 정책간담회를 통해 민주당은 수소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런데 수소전기차는 ‘친환경’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그린뉴딜에 올랐다. ‘친환경’ 수소전기차가 되려면 수소연료를 태양광, 풍력발전을 통해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수소연료는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에 의존하고 있다. 수소 생산방식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친환경이 불가능한 구조다. 김재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완벽한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소연료를 얻어야 하고 천문학적인 수소 인프라를 깔아야 친환경 수소전기차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데다 경제성도 없는 수소전기차가 왜 그린뉴딜이고 친환경 모빌리티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판 그린뉴딜은 발표된 뒤 환경계와 전문가로부터 뉴딜이 아니라 ‘올드 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각론으로 본다면 그린뉴딜의 총론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으로 볼 수 있다. 사업 면면을 살펴보면 이전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친환경 정책들과 차별성이 없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판 뉴딜 문제점과 대안모색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혼합한 수준”이라며 “그것도 공공이 책임을 진다기보다 ‘민간 대기업 주도’를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행보를 두고 ‘그린뉴딜은 차치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친환경은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6월 30일 한국전력은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투자를 확정했다. 자와 9·10호기는 인도네시아가 총사업비 35억달러(약 4조2500억원)를 들여 자카르타 인근에 건설하려는 2000㎿ 규모의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다. 한전은 5100만달러(약 620억원)의 지분 투자와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의 주주대여금 보증으로 참여하게 된다. 한전은 베트남 하띤성에 건설하는 120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에도 24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사업에는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 모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적자 사업으로 평가됐지만, 한전은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강원 삼척과 강릉, 고성 등에 7기의 추가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에 있다. 석탄화력발전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제사회와 정반대 행보다. 유럽연합(EU)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좌초자산으로 지정해 143개 화력발전소 폐쇄를 공식 발표했고, 180여개를 추가로 폐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전의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두고 호주의 마켓포시스, 인도네시아의 트랜드아시아, 한국의 기후솔루션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뉴딜’이 단지 ‘더 많고 더러운 석탄’임이 밝혀졌다”며 비판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해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
■정부 정책 기조 친환경은 맞느냐
그린뉴딜을 비롯한 정부의 환경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목표와 목적’의 부재에 있다. 정부가 밝힌 그린뉴딜의 목표는 ‘탄소중립사회의 지향’이다. 실행 방안은 2017년에 발표한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이다. 여기에는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 감축을 할 것인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린뉴딜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이라는 메시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EU는 그린딜을 통해 2050년 넷제로(Net-Zero)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0~55%로 상향 조정한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은 2030년 전력생산부문 탄소 배출 제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목표와 목적의 부재는 그린뉴딜을 더디게 만든다. 그린뉴딜이 기후위기 시대 생존 정책이라는 절박함이 현장에 전달되지 않다 보니 이해관계자 간 충돌이 이어진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두고 벌어지는 정부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다. 그린뉴딜의 이름으로 모아 놓은 각종 사업과 정책, 기술, 지원 등은 하나로 연결되지 않고 불협화음을 낸다.
김선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보완 작업을 하는 것이 정상인데 정부는 이전에 짜놓은 틀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가짜 그린뉴딜로 그린뉴딜의 이미지가 오염되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진정성 있는 그린뉴딜의 동력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동물, 시국선언 하다 "인간들아, 동정이 아닌 공존을 바란다"
'절멸 선언' 퍼포먼스..."인간이 멈추지 않는다면 '절멸' 뿐"
나는 정혜윤이고 오늘 나는 박쥐다. 나는 니파,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인간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나에게로 왔다. 그 뒤로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내가 혐오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니파 바이러스 때는 백십만 마리의 돼지가 사살되었다. 사스 때는 사향고양이를 끓는 물에 던졌고, 코로나 때는 밍크와 천산갑을 죽였다. 인간은 죽을힘을 다해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인 힘으로 산다. 나는 죽는다. 그러나 돼지와 사향고양이와 천산갑과 밍크와 그리고 다른 동물 누구도 더는 건드리지 말라."
"오늘 나 이수현은 혹등고래로서 말한다. 내가 태어난 후 줄곧 바닷속은 조용할 때가 없었다. 고래들은 물속에서 저주파를 써서 대화하는데, 인간이 타고 다니는 기계와 설치해놓은 기계들이 내는 소음 공해가 엄청나다. 올해는 소음이 줄어 편해졌다. 알고 보니 육지 전역에 바이러스가 돌면서 선박 이동량이 줄었다고 한다. 다른 많은 동물들에 비하면 고래들이 나아 보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이제 고래를 잡는 일을 금지했다. 혹등고래는 수가 늘어 멸종위기에서도 벗어났다고 한다. 내가 고마워해야 하나. 나는 동정이나 환호가 아닌 공존을 바란다."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예술가 등이 동물의 모습으로 분했다. 그리고 한 사람씩 동물의 경고를 전하며 쓰러져 죽었다. '절멸 선언' 퍼포먼스다. 인간과 자연(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탈성장·탈육식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간과 동물 모두 공멸한다는 의미다.
▲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생물다양성재단이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열었다. 퍼포먼스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고 참가자마다 각기 다른 시간, 정해진 위치에 혼자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프레시안(최형락)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가 있었다. 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생물다양성재단이 주최했다. 퍼포먼스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고 참가자마다 각기 다른 시간, 정해진 위치에 혼자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질병X'는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2월 발표한 '추후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 8가지' 중 마지막 '미지의 바이러스'를 말한다. 앞으로 출현할 것으로 예측돼 대비해야 할 요주의 신종 질병을 총칭한다.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동물의 모습으로 분장한 30여 명의 예술가·동물권 활동가들은 동물의 입장에서 쓴 선언문을 읽고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레시안(최형락)
▲김한민 씨는 천산갑으로 분했다. 그는 "저는 세계에서 가장 만히 밀렵되는 존재"라며 "이제는 우리가 코로나의 '중간 숙주'라며 우리가 코로나를 옮겼다고 한다"고 호소한 뒤 쓰러졌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들은 '절멸 선언'을 발표했다. 한편의 시였다. 동물이 된 이들은 "현대 인류는 절멸의 재료이자 레시피", "인간이 품는 욕심마다 지구의 암으로 번졌다", "지금 하는 것처럼만 하면 절멸의 성찬이 완성되리라"고 했다.
인간을 향한 경고와 분노가 이어졌다. "당신들은 우리 피난처까지 쫓아와 숲을 불태우고 약탈하다가 바이러스에 걸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금이 아닌) 1760년부터 당신들이 팬데믹!", "당신들(인간)이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잃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런 퍼포먼스를 준비한데 대해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것보다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팬데믹의 근본원인으로 동물에 주목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기인해 중간 숙주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스필오버' 했다는 설명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생동물거래가 전염의 확산에 기여했다고 판단한 중국·베트남 정부는 해당 시장을 규제하고 있다.
▲ '양'의 모습을 한 양다솔 씨. ⓒ프레시안(최형락)
▲그는 "나는 오늘도 거꾸로 매달린 채 커다란 가위에 발목이 잘리는 꿈을 꾸었다"며 "당신들은 나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동댕이 쳐서는 털을 깎아내고, 가죽을 벗겨내고 거꾸로 매달라 목을 갈라내 피를 쏟게 한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들은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새로 창궐하는 모든 전염병의 75%, 이미 알려진 전염병의 60%가 동물에서 유래했다"며 "앞으로 도래할 미지의 '질병X'도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T.H. 챈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의 지난 7월 논문을 언급하며 "코로나19의 원인을 동물 서식지 파괴(벌채) 및 야생동물 거래로 규정하고 이를 규제할 때 약 10년간 드는 비용은 220억 달러(한화 26조 원)"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학 피해액으로 추산되는 10조 달러(한화 약 2만 4000조 원)에 비해 약 2% 수준"이라고 했다.
▲"나 이슬아는 오늘 돼지로서 말한다. 나에게서 새로운 병이 발견되었다며 당신들은 대책을 준비한다. 이 병은 나를 통해 왔지만 내가 만든 병이 아니며 나에게서 시작된 병이 아니다. 아주 여러 명의 당신들이 힘을 모아 만든 병이다. 나는 태어나 꼬리가 잘리고 이빨이 뽑히고 생식기가 잘린다. 나는 갇힌 채 먹기만 하며 빨리 자란다. 뒤돌아 볼 수조차 없는 감옥 같은 공간에서 수없이 주사를 맞으며 자라 당신들에게 온갖 방식으로 먹힌다. 간혹 산 채로 묻힌다. 고통은 돌고 돌아 모두를 아프게 할 것이다."ⓒ프레시안(최형락)
▲ '순록' 정다연 씨. "전방을 끝없이 뻗어나간 도로와 철책, 국경선처럼 이어진 송유관이 모든 것을 끊어놨다"며 "가죽에 덕지덕지 달라붙는 기름 찌꺼기, 더는 마실 수 없는 검은 강, 서식지는 줄어들고 있지만 검은 연기를 뿜는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들은 코로나19의 피해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에도 우려를 표하며 팬데믹의 최대 피해자로 동물을 꼽았다. 이들은 "인간으로 인해 감염병을 전염시키는 동물, 역병에 걸려 살처분되는 동물, 전염병에 취약한 공장식 축산 체제 속의 동물들이야 말로 이번 팬데믹의 최대 피해자"라고 했다.
'동물과 환경'의 관점에서 이뤄진 퍼포먼스의 끝은 '기후위기'와 '지속성'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10년 남았다"고 경고한 부분을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정부는 '기후악당'이라고 불리면서도 이번에 발표한 그린뉴딜에서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희진은 침팬지고, 끌레오의 딸이다. 끌레오 외에 다른 암컷은 없었으며 침팬지 외에 다른 신은 없었다. 끌레오의 마지막 산책을 생각하는 날이면 나는 중얼거린다. 까메룬 남동쪽 구석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곳, 사람들은 거울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크고 둥근 귓바퀴 선명한 지문. 그들은 끌레오의 우아한 육체를 맨손으로 발라먹었다. 부스럼이 자라나 무고한 연인의 밤까지 간지럽혔다. 감기에 걸린 날에도 나는 머리를 빗고 집을 잃어버린 날에도 나는 눈동자를 닦는다. 나무를 베고 구토를 하는 여행자를 훔쳐보기 위하여아픈 눈에 내 얼굴을 주사바늘을 찌르는 벌건 눈에 나를 비추어본다." ⓒ프레시안(최형락)
▲"내 이름은 최용석, 닭이로다. 치맥에 치킨, 너희가 물건 찍어 내듯 공장에 가둬 기르고 죽이고 마구 만들어 잡아먹는 닭이다. 학살의 고통을 어찌 알겠느냐. 수백 마리 수천 마리 한곳에 다닥다닥 가둬두고선 병이라도 번지면 방역, 살처분, 그럴듯한 말을 하며 학살 하니 주사 놓고 산채로 파묻고 찔러죽이고 태워 죽이는 일은 이제 그만하라. 산 생명 그만 먹고 화석연료 그만 떼고, 원자력발전소 그만 짓고, 앵간히 X먹고 앵간히 X돌아다니고 앵간히 버리고 앵간히 부시고 제발 같이 살자." ⓒ프레시안(최형락)
이들은 또 "전 세계가 한국인 평균 수준으로만 살기 위해서는 지구 3.3개가 필요하다"며 "지구의 포유류 중 36%가 인간, 60%는 인간이 먹기 위한 가축, 그리고 나머지 4% 이하가 야생동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멸종·바다의 산성화 같은 전지구적 환경 파괴는 자연을 공짜로 여기는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절멸의 운명을 맞이한 동물의 열 가지 유언' 이라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재정립 △동물 서식지 파괴 중단 △야생동물 거래 및 공장식 축산시스템의 퇴출 △성장과 개발 위주의 경제모델 탈피 △탈성장·탈개발·탈육식에 기반한 생태적 사회로의 전환 △기후위기의 국가재난선포 △인간우월주의 극복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나 김남시는 오늘 고슴도치로서 말한다. 나는 내게 위험이 닥쳐온다고 느끼면 몸을 웅크려 등의 가시를 세우고 쉭쉭 소리를 낸다. 그러나 짧은 가시가 만들어내는 부피만큼이나마 위험과 거리를 두려는 내 작은 몸뚱이가 그 순간 얼마나 떨고 있는지 당신들은 모를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절멸의 가능성이 현실화된 이제서야 두려움에 빠진 당신들은, 지구를 바로 이렇게 만들었던 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탄소연료가 대기온도를 상승시킨다는 걸 깨닫고 나자 당신들은 수십만년간 분해되지 않고 지구와 생명체를 파괴할 방사능 오염은 아랑곳않고 서둘러 원자력 발전소를 세운다. 절멸의 두려움 앞에서 당신들은 지구와 그 생명체 전체를 파괴할 거대한 칼날을 마구 휘둘러댄다." ⓒ프레시안(최형락)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이대로는 모두 절멸” 동물들의 코로나 시국선언
예술인 30명의 ‘절멸 선언’ 퍼포먼스
창작그룹 이동시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 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행사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돼 기자회견 사진은 참가자들이 각자 발언한 모습을 추후 합성하는 방식으로 제공됐다. 이동시 제공
“나 요조는 오늘 이 순간 뱀으로서 말합니다. 세상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오래 살고 싶은 당신이 아무리 저를 잘라 구워 먹고, 소주에 퉁퉁 불은 저의 시즙을 마셔대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서른 명의 작가, 과학자, 시인, 활동가들이 동물이 되어 발언대에 올랐다. 뮤지션 요조는 뱀이, 작가 이슬아는 돼지, 영장류학자 김산하는 멧돼지가 됐다. 동물이 된 참가자들은 동물 가면을 쓰고 발언대에 올라 인간에게 억울한 사연을 풀어냈다.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다 낭독한 뒤 참가자들은 예외없이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절멸’을 선언한 것이다.
“나는 오늘 동물로서 말한다”
이날 동물이 된 모든 인간들은 같은 문장으로 입을 뗐다. “나는 오늘 이 순간 동물로서 말합니다.” 20일 오전 창작그룹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 질병 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이라는 주제로 릴레이 퍼포먼스를 벌었다. 이동시는 2년 전부터 ‘동물축제반대축제’ ‘동물당 창당 퍼포먼스’ 등의 작품으로 동물, 환경, 기후위기를 예술로 표현해온 창작집단이다.
이날 퍼포먼스에는 요조, 이슬아, 강하라, 김한민 등 동물의 권리를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동물이 된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선언문을 1~2분 정도 낭독한 뒤 그 자리에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오늘 시국선언이 인간보다 먼저 절멸을 예감한 동물들의 유언”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퍼포먼스는 최근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고려해 ‘비대면 기자회견’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날 한 장소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되, 서로 시차를 두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오전 10시부터 차례로 현장에 도착해 각자의 선언을 낭독한 뒤 퇴장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30여 명 가운데 17명이 현장을 찾아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동시는 “각각 참가자들의 사진과 영상을 현장 촬영해 추후 합성하는 방식으로 기자회견 모습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뮤지션 요조는 “뱀은 온순하고 우아한 동물이지만 인간들에게 위협적인 동물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시 제공
시국선언 첫 번째 주자는 천산갑이었다. 머리에 천산갑 탈을 쓴 김한민 활동가가 발언대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례없는 관심을 받은 천산갑은 “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서 언급되면서 위험한 동물로 지목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왜 중간 숙주가 되었을 가능성이 큰지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매년 10만 마리 이상이 야생에서 잡혀 죽는다. 머리카락과 같은 재질인 우리의 껍질이 약 효능을 가진다는 거짓된 믿음 때문에 전세계 8종의 천산갑 모두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이렇게 씨를 말리고 있으니 바이러스에도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팬데믹 근본 원인은 동물학대
동물들의 시국선언에 앞서 김한민 시셰퍼드 활동가는 ‘질병X 시대’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 보였다. 이동시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질병X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질병X는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예견한 ‘세계 대유행 바이러스 8가지’ 가운데 가장 마지막인 미지의 바이러스를 뜻한다.
이동시는 코로나19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자연과 동물을 착취하는 인간의 생활방식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시 제공
이동시는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도 팬데믹의 근본 원인은 동물 학대에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도래할 질병 X 또한 코로나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으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공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간보다 먼저 절멸을 선언한 동물들이 남긴 유언은 열 가지다. 매 항목이 따끔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철퇴는 두 번째 유언이다. “세 가지 마약을 끊어라. 탈-성장, 탈-개발, 탈-육식!”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8.31~9.4 온난화가 무지막지한 괴물 태풍 만든다 (0) | 2020.08.31 |
---|---|
8.23~8.28 이대로면 환경악당국가 된다, (0) | 2020.08.23 |
8.12~8.15 제주의 자연경관은 누구의 것인가 (0) | 2020.08.12 |
8.3~8.7 불타는 시베리아 그리고 한국 장마 (0) | 2020.08.03 |
7.27~ (0) | 202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