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운명-2회. 폐견, 버려지는 강아지
고래잡이, 탐욕과 무지가 낳은 비극
일몰제 대상 공원 ‘임차’해서 지킨다
부산일보 사설] 부산시 ‘일몰제 임차공원’ 추진, 정부 뒷짐 져선 안 된다
공원 일몰제’에도 보존되는 해운대 도심 숲
기후위기, ‘대멸종’ 방아쇠 당기기 직전이다
12년만에 전국 동시다발 장마···한달간 2000억원 벌었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이 법’
부산시 사전협상 대상지, 공공성 대폭 강화
조류 유리창 충돌 막는 '5X10 규칙' 아시나요
일몰 코앞 제주 도시공원 해제 요구 속출
‘아열대 과일’ 김해 농부들 웃게 하다
영도 빈집 ‘블루베리 농장’으로 변신
“수십년 마을 지킨 長松… 태양광에 사라질 판”
언론이 원전 사고를 외면할수록 원전은 더욱 위험해진다
앞으로 10년간 전국 폭염 위험 더욱 높아진다…
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운명-2회. 폐견, 버려지는 강아지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심장 소리가 나쁘거나, 항문에서 냄새가 난다는 등 온갖 이유로 경매장 강아지들은 반품된다. 유찰과 반품을 반복하면서 강아지는 자라고 몸집이 커지면 ‘상품가치’는 더 떨어진다.
1회 경매장의 컨베이어벨트
경매장에서는 생후 40~50일의 강아지들이 플라스틱 상자를 타고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전시됐다. 50~60평 규모의 경매장에는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 두세 시간 동안 200여 마리의 강아지를 거래했다. 15초에 한 마리씩 경매대에 오른 강아지들은 대략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에 팔렸다. 최우선 기준은 외모였다. 경매 직전, 외모를 꾸미려 목욕하다 죽는 강아지도 있었다.
2회. 폐견, 버려지는 강아지
한손에 쏙 들어오는 아기 비숑은 완벽해 보였다. 복슬복슬한 털, 순한 눈망울, 모아 쥔 앞발이 귀여웠다. 찬찬히 살펴 찾아낸 단점이라고 해봐야, 주둥이가 조금 길다는 정도. 사람들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지난 6월26일,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만난 아기 비숑은 경매에서 유찰된 강아지들이 담긴 노란색 물류 바구니 안에 있었다.
6곳의 반려동물 경매장을 취재하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강아지를 만났다. 그 가운데는 팔리지 않는 강아지들도 있었다. 그들의 앞날이 어찌 되는지, 우리는 궁금했다.
‘반품’ 사유는 너무 많았다
6월20일 경기도 광주 △△경매장, 100여 좌석의 맨 앞줄에는 ‘거상’들이 앉아 있었다. 강아지들이 잘 보이는 그곳은 경매장과 자주 거래하는 단골 구매자들의 자리였다. 3번 구매자 앞에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개들이 종이 박스에 담겨 착착 쌓여 갔다.
그의 의자에는 △△△△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10여개 지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펫숍이었다. “말티 수컷입니다. 얼굴 너무 깜찍하네요. 50만부터 갈게요. 되게 귀여워요. 51, 52…, 58, 59, 60(만원). 3번!” 말티 수컷은 손잡이를 접어 휴대할 수 있는 종이상자에 담겨 3번 낙찰자에게 넘겨졌다.
6월20일 경기도 광주 △△경매장에서 한 낙찰자가 강아지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심장 소리를 듣고 있다.
낙찰자는 강아지 꼬리를 들어 항문 상태를 확인했다. 앞다리를 만져 탈구 가능성을 살피더니, 한쪽 귀를 가슴에 대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입으로 후후 바람을 불어 털 아래 피부염은 없는지 살폈다. 휴대전화로 사진도 찍었다. 사진에 예쁘게 나오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외모와 건강을 점검하는 시간은 5분 남짓. 강아지의 운명은 이 시간에 달렸다. 펫숍 사업자는 5분 동안 ‘한 달 안에 팔 수 있을지’ 가늠한다. 조건에 맞지 않는 강아지는 그 자리에서 반품된다. 경매 진행 중에도 개들은 쉴 새 없이 반품당했다. 반품 마감은 경매 다음 날 낮 12시지만, 낙찰자는 ‘현장 반품’을 선호했다.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심장 소리가 나쁘다는 이유로 강아지들은 반품됐다. 탈장, 귀 청소 상태, 항문 냄새, 눈곱, 숨골, 부정교합, 아이라인 유무 등도 반품 사유가 됐다. 보조 경매사에게 반품 사유를 이야기하면, 강아지는 농장에서 담겨 나왔던 플라스틱 우유 상자로 되돌아갔다.
유찰되고 반품당해도 강아지는 자랐다
한바탕 경매가 끝나면, 유찰되거나 반품된 개들이 재경매에 올랐다. 간혹 재경매가 없는 날에는 구매자가 경매 준비실에 들어가 유찰된 개들을 살펴보고 경매장과 직거래했다. 반품 과정에서 농장주, 경매사, 펫숍 사업자 사이에 언쟁도 일어난다. 6월25일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반품당한 몰티즈가 재경매에 올랐다. “몰티즈, 이쁜데 부정교합이 약간 있네요. 20만원!” 경매사가 입을 떼자마자 바로 낙찰됐다. 뒤편에 앉아 있던 농장주는 고함을 질렀다. “25만원 받으라니까, 왜 20만원에 팔아?” 반품당한 강아지의 농장주를 달래려고 경매사가 애쓰는 경우도 있었다. “밥을 안 먹는다고 반품됐는데, 배가 빵빵하네요. 5만원!”
경매 전 강아지들의 배에는 농장번호와 개체번호가 적히고, 이후 경매사에게 넘겨진다.
재경매에서도 팔리지 못한 개들은 농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루 이틀 뒤, 농장주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른 경매장을 찾는다. 같은 경매장을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몇 차례 유찰 또는 반품을 반복하면서 강아지들은 자란다. 몸집이 커지면 인기는 더 떨어진다.
평생 새끼를 ‘빼는’ 종·모견으로
경매장을 취재할수록 의문이 커졌다. 외모가 좋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5개월 이상 유찰만 거듭해 ‘상품가치’가 사라진 강아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6월26일,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한 농장주가 철장에 갇힌 갈색 푸들 앞에 섰다. “얘는 얼마야? 5개월쯤 됐으려나.” 경매장 직원이 답했다. “15만원에 가져가요.” 곁에 서 있던 우리가 농장주에게 물었다. “모견으로 데려가시게요?” 농장주는 웃으며 말했다. “응.” 갈색 푸들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생후 5~7개월이 되도록 팔리지 못한 강아지 가운데 일부는 모견(암컷)이나 종견(수컷) 후보로 경매장에 돌아온다. 갈색 푸들도 그런 강아지 중 하나로 보였다. 원래 농장에서 다른 농장으로, 철장에서 태어나 다시 철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후 1년이 되기 전부터 번식을 시작한 종·모견들은 보통 8~9년 또는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를 ‘빼는’ 일만 하게 된다.
‘하자’있는 개들만의 경매장
취재 과정에서 우리는 관련 업자들을 통해 경기도 고양 XX경매장에 대해 알게 됐다. 잘 팔리지 않는 개들을 거래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폐업하는 펫숍에서 ‘떨이’로 내놓은 개, 몸이 약하고 ‘하자’가 있는 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고 농장에서 커버린 개들이 거래된다는 것이었다.
XX경매장의 위치와 경매날짜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어렵게 경매장 대표와 통화했지만, “우리는 모두 대형견이고, 강아지는 (경매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펫숍 하는 사람은) 와도 살 것이 없다”며 경매 정보를 주지 않았다.
7월14일 찾은 경기도 고양 XX경매장의 외관은 버섯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처럼 보였다.
수소문 끝에 7월14일 오후 찾아간 XX경매장의 외관은 과수원이나 종묘장처럼 보였다. 검은 가림막을 둘러친 비닐하우스 입구에 네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버섯재배’. 그러나 비닐하우스 안에 버섯은 없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이전 취재에서 보았던 경매장들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70여개 좌석 위로 경매 버튼들이 늘어져 있고, 진행석 뒤에는 빈 케이지들이 쌓여있었다. 이미 경매는 끝난 듯했다.
경매장 밖 테이블에서 몇몇 농장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에 썩 좋은 개는 안 나와.” ‘시바 전문 견사’를 운영한다며 명함을 건넨 농장주는 “저렴한 것들은 나오지만, 처음 시작하는 거면 경기도 남양주 ◇◇경매장으로 가는 게 낫다”는 충고를 건넸다. 1시간 전에 경매가 끝났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농장주는 이날 경매에서 산 강아지들을 보여줬다. “그래도 진주가 나와.” 잘만 찾으면 1만원에 좋은 개를 사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작은 바구니 뚜껑을 열자, 품종을 알기 어려운 강아지 세 마리가 꼬리를 흔들었다. 낯선 사람의 손길에도 순순히 눈만 껌벅이는 강아지들을 “연신내 역 앞에서 팔면, 마리당 4만~5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농장주는 말했다. XX경매장에서 팔려나간 강아지들이 재래시장에서 거래된다는 뜻이었다.
모란시장 바둑이의 운명
7월19일,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그 연결고리를 볼 수 있었다. 상설시장의 한 골목에 ‘육견’ 판매점포가 있었다. 예전에 비해선 축소됐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개고기 있어요.” 호객하는 상인 앞에 놓인 냉장고 옆면에는 붉은 글씨로 ‘똥개’라 적혀 있었다. 육견 점포들이 늘어선 도로의 건너편 주차장에 반려용 강아지를 파는 상인들의 좌판이 있었다. 드문드문 늘어선 6곳의 좌판마다 평균 10여 마리의 강아지를 팔고 있었다. 두어 곳은 어린 품종견들이 주류를 이뤘고, 나머지는 도사견 또는 진돗개 믹스견의 새끼들이었다.
폐장 시간이 다가오자, 모란시장의 상인들은 믹스견 강아지 두어 마리를 묶어 2만~3만원에 팔았다.
흔히 개농장에서 보았던 ‘뜬장’보다 작은 사이즈의 ‘뻥개장’(사방이 뚫린 작은 케이지) 안에는 더위에 늘어진 강아지들이 많게는 9마리까지 들어차 있었다. 테이블 위에 매대를 차려 잠시나마 강아지를 풀어준 곳은 상태가 좋은 편이고, 대부분의 상인은 닭이나 염소와 함께 바닥에 놓인 케이지에 개를 가둬두고 있었다.
어느 좌판에서 아는 얼굴을 만났다. 경기도 남양주 ◇◇경매장에서 주로 ‘싼 개’를 낙찰받던 업자였다. 그의 좌판에는 몰티즈, 푸들, 미니핀 등 품종견들이 주로 진열됐다. 이들 품종견 또는 건강해 보이는 강아지들은 5만~3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생후 2~3개월이 갓 지난 믹스견들은 마리당 2만~3만원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XX경매장 앞에서 만난 농장주가 제시한 가격과 비슷했다. 폐장 시간이 다가오자 그 가격은 마리당 1만원으로 떨어졌다. 2만~3만원에 두어 마리를 묶어 팔기도 했다.
경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 자란 개도 모란시장에 있었다. 고양이를 주로 파는 매대에서 눈빛이 불안해 보이는 ‘바둑이’를 발견했다. 바둑이는 이날 시장에 나온 강아지 가운데 유일한 성견이었다.
“며느리가 출산이 임박해서 (파양하니) 좋은 곳으로 보내 달라”고 어느 아주머니가 부탁했다는 개의 가격은 1만원이었다. 바둑이는 시장의 다른 강아지들과 달리 사람의 손길을 반기지 않았다. 다가가면 등을 돌려 돌아눕기만 했다.
‘바둑이’는 모란시장에서 만난 유일한 성견이었다. 바둑이는 이전 반려인이 파양한 개였다.
어느 남자는 시장 좌판에서 모견용 비숑을 찾고 있었다. 지금 기르고 있는 7개월짜리 암컷 비숑의 “덩치가 너무 커서 번식에 적합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번식업자들은 더 작은 크기의 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반려견 구매자들이 작은 개를 선호하는 탓이다. 그는 모란시장의 상인들에게 적당한 모견을 추천받고 싶어 했다.
강아지와 닭을 함께 팔고 있는 시장 상인에게 개들이 어디서 오는지 물었다. “데리고 오는 곳이 있어.” 어디서 데려오는 것인지, 직접 키운 것은 아닌지 다시 물었지만, 길게 답하진 않았다. “장사하는 사람은 키워서는 못 팔아.”
빗방울이 쏟아지려 하자 상인들은 가격을 더 낮춰 불렀다. 30만원을 호가하던 닥스훈트는 15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대부분의 강아지는 파장시간이 될 때까지 팔리지 않았다. 짐칸 전체를 개장으로 개조한 1.5톤 트럭이 어느 좌판 앞에 섰다. 여름의 더위를 시장 케이지에서 받아낸 강아지들은 다시 트럭의 케이지로 옮겨졌다. 사람에게 질렸다는 듯 돌아눕던 1살짜리 암컷 바둑이도 장이 파하도록 케이지에 남아 있었다. 바둑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폐견, 국물용, 유기견
‘돈의 논리’에 따라, 아무도 원치 않는 개들의 다수는 식용견 시장으로 흘러간다고 동물권 단체들은 주장한다. 오래전 개 번식업에 종사했다가 이제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하는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이하 행강집) 박운선 대표는 “10여년 전만 해도 ‘폐견’들을 수거해 건강원으로 납품하는 업자들이 있었다. 이른바 ‘나까마’라고 불리는 중간 상인들이 번식농장을 돌아다니며 마리당 1만원 또는 5천원에 매입해 개소주집이나 개고깃집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펫숍으로 팔려나가지 않는 강아지는 모견 또는 종견으로 농장에 팔리고, 교배 능력이 떨어져 그 역할까지 다하면 또다시 경매장에 매물로 돌아온다. 이 개를 ‘폐견’으로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 알았다. 경매장에 나온 폐견들은 마리가 아니라 상자 단위로 거래된다. 몇 마리씩 한 상자에 넣고 헐값에 파는 것이다. 이런 폐견을 낙찰받아 가는 사람들은 육견 판매업자라고 동물단체들은 추정한다.
7월19일 낮 찾은 모란시장의 한 골목에 ‘육견’ 판매점포와 건강원들이 늘어서 있다.
관련 업자들은 육견으로 팔리는 이런 폐견을 ‘국물용’ 혹은 ‘육수용’이라고 표현했다. 동물단체 동물구조119는 7월23일 경기도 포천의 한 번식장에서 모견 9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농장주가 ‘번식능력이 떨어진 모견을 개고기 육수용으로 처리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해서 구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육견 경매장’뿐만 아니라, 반려견 경매장에도 가끔 폐견들이 나온다. 경기도 고양의 XX경매장은 원래 반려동물을 파는 곳이지만,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 경매장을 ‘반려동물 최후의 경매처’로 꼽았다. 카라는 2014년 발표한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그리고 식용도살 실태보고서>에서 “(번식농장의) 모견, 병 들거나 제때 팔리지 않은 대형 품종견들이 식용으로 도살되기 위해 XX경매장에서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펴낸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농경연은 반려동물의 사육, 생산, 유통, 유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기 위축 또는 과잉생산으로 (반려동물) 판매가 부진하면 경매가 유찰되고, 유찰된 반려견이 식육견으로 판매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적었다.
농경연의 보고서는 2년 전, 카라 보고서는 5년 전에 발표됐다. 박 대표의 증언은 10년 전 상황에 대한 것이다. 이후 당국의 단속과 여론을 의식한 업자들이 육견 유통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폐견들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번식농장 종모견으로 이용되었을 아이들(강아지들)이 최근에는 유기견으로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박운선 대표는 말했다. 육견으로 판매하지 않더라도, 시골길이나 한적한 거리에 그냥 내다 버린다는 것이다.
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
XX경매장에서 육견을 목적으로 개가 거래되는지 아닌지, 우리는 확인하지 못했다. 현장 접근이 어려웠고, 경매 시간을 공개하지 않아 실태를 목격할 수 없었으며, 다시 취재를 시도하기에도 장벽이 높았다. 나중에 농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서 확인한 결과, XX경매장은 동물판매업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무허가 상태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전국 반려동물 경매장 현황
무허가로 운영되는 경매장이 전국적으로 몇 곳이나 되는지 알려주는 통계는 없다. 알 수 없는 숫자의 무허가 경매장 가운데는 ‘육견용 경매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 ‘무법지대’는 얼마나 많은 개를 집어삼키고 있을까. 우리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합법적’ 경매장 18곳에서 매주 5천여 마리의 강아지들이 흥정에 오른다는 사실, 그리고 흥정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강아지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펫숍에 팔린다면 도시의 가정에서 살아갈 것이다. 재래시장으로 밀려난다면 반려인을 만날 가능성은 작아진다. 모견 또는 종견으로 팔려간다면 평생을 철장에 갇혀 지내다 폐견 취급을 받을 것이다. 폐견의 일부는 거리와 야산에 버려질 것이고, 어쩌면 일부는 육견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 강아지의 운명은 그렇게 반려견 산업에 의해 결정된다./김지숙 신소윤 기자 suoop@hani.co.kr
고래잡이, 탐욕과 무지가 낳은 비극
반구대 암각화, 오스왈드 브리엘리, 일본과 고래
고래잡이를 그린 19세기 일본화. 작자 미상
연일 ‘일본’이라는 화두가 뜨겁다. 수출 규제 사건이 촉발한 이 역사의 폭풍은 당분간 지속하면서 한국과 일본, 두 사회의 ‘상대방 더 알기’를 촉진하지 싶다.
그런데 이 사건 외에도 일본을 더 알아보라고 우리를 채근하는 듯한 일본 정부의 과감한 결정이 최근 하나 더 있었다.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의 규제와 무관하게 상업 목적 포경(捕鯨)을 재개하겠다는 결정이었다. 그간 일본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를 향해 포경 재개를 허락해달라고 줄기차게 하소연했는데, 위원회가 끝내 이를 수용치 않자 포경 재개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2019년 6월30일의 풍경이다.
이번 조치는 30년 넘게 목에 매었던 상업용 포경 금지라는 목줄을 벗어던지겠다는 선언이었고, 국제 질서를 따르기보다는 ‘일본의 길’을 가겠다는 공표였다. 하지만 이 선언은 국제사회와의 ‘공식적’ 이별 선언일 뿐이었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의 길’을 가고 있었다.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상업용 포경 금지를 결정했지만, 사실상 일본은 이를 무시한 채 포경을 지속해왔다. ‘연구’ 목적으로는 포경이 허용된다는 위원회 규정을 악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건 포경 자체가 아니라 그간 포경으로 죽어 나간 고래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일본 포경선들에 죽어 나간 고래는 연간 1000마리에 육박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북 울진에서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 탁본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수산청은 2019년의 포획 목표치까지 정해놓았는데 이것이 227마리나 된다.(밍크 고래 52마리, 브라이드고래 150마리, 보리 고래 25마리) 어찌 이리도 악랄하고 잔혹한가. 하기야 이들이 1960년대에 잡아먹은 고래가 연간 20만 톤(50톤 무게의 고래 4천 마리)이었다는 자료 앞에서는 분노를 넘어, 허탈해질 지경이다.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도 제 영해에서 포경을 지속해왔지만,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할 국가는 이들이 아니다. 자국 영해가 아닌, 그래서 공공성이 강한 원양에서 고래잡이를 계속해온 국가는 따로 있으니 말이다. 일본 포경선은 바다와 고래의, 고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적(公賊)이고 원흉(元兇)이다.
탐욕과 무지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고래잡이
1982년 이전까지는 지구인의 대부분이 이 동물에 대해 새카맣게 무지했고, 이 동물에 대한 적대행위를 그치지 않았다. 고래잡이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최소한 언제부터’인지는 알고 있다. 고래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한국 경상북도의 어떤 강가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국보 제 285호로 지정된 울진 반구대 암각화의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바위그림이 발견되자 전 세계가 놀랐다. 최소 7500년 전에는 인류가 고래잡이를 하고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해졌으니까. 그러니까 포경은 어느 섬나라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풍속이기도 했다. 정약전과 이청의 공동저작인 <자산어보>(1822)에 고래(경어鯨魚) 항목이 있다는 점을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자산어보>에는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하는 문장이 등장한다. 저자들은 고래의 눈으로 잔을, 수염으로는 자를, 뼈로는 절구를 만든다고 쓰고 있다. 19세기에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포경을 산업화하면서 (식용만이 아니라) 다목적으로 고래가 활용되었다고 배웠지만, 제국주의와는 거리가 먼 동방의 어느 유생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게다.
확실히 19세기는 고래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세기였다. 지난 3천만 년의 고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잔혹했던 백년이었다. 이전까지 고래는 잡아먹기 위해 잡는 동물이었지만, 이제는 그 기름으로 도시의 가로등을 밝혔다. 고래 기름은 윤활제, 비누, 마가린의 원재료로 쓰였다. 20세기 들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재화를 당시엔 고래 뼈로 만들었다.
기름과 뼈가 필요하면 할수록, 포경선은 자주 출항했다. 수요의 증가는 생산의 증가로, (포경선의) 모험과 죽임의 증가를 낳았다. 19세기의 어느 골짜기에서, 허먼 멜빌이 <모비딕 또는 고래>(1851)를 쓰게 된 배경이다.
오스왈드 브리엘리(Oswald Brierly), ‘뉴싸우즈웨일즈, 투폴드 베이 근처의 고래잡이 어부’(Whalers off Twofold Bay, New South Wales, 1867)
19세기 중반 오스왈드 브리엘리(Oswald Brierly)가 그린 ‘뉴싸우즈웨일즈, 투폴드 베이 근처의 고래잡이 어부’(Whalers off Twofold Bay, New South Wales, 1867)에서 우리는 19세기의 거대한 무지를 만난다. 같은 세기에 나온, 포경 행위를 묘사한 일본화들과 비교해 볼 때 포경 현장의 엄혹함, 잡는 자와 잡히는 자 양쪽의 필사적 투쟁의 열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에 구축된 일체의 긴장, 그 배면에 있는 것은 19세기의 탐욕이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은 19세기의 무지다.
오스왈드 브리엘리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적어도 그는 자신의 동시대인들이 탐욕과 무지에 갇혀 있다는 말을 하려고 이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무지의 한복판에서였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19세기의 무지는 20세기 후반기가 되어서야, 그러니까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용 포경은 인류에게 더는 필요치 않은 행위”라고 못 박은 1982년께가 되어서야 비로소 무지로 드러난다. 무지의 한복판에 있는 한, 무지는 무지로 결코 인식되지 못한다. 이것이 무지의 무서운 귀속력이다.
무지의 귀속력으로부터의 해방은 과거나 미래라는 거울에 현실을 비추어봄으로써만 가능하다. 고래와 바다, 지구 생태계에 관한 한, 우리에게는 이미 너무 많은 거울이, 너무 풍성한 과거와 미래가 있다. 필요한 건 그 거울을 들어 자신을 살펴볼 우리의 손과 눈뿐이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동물 미술관> 저자 / 한겨레
일몰제 대상 공원 ‘임차’해서 지킨다
사진은 2일 청사포 일원. 부산일보DB
부산시가 공원 부지 내 사유지를 임차하는 ‘임차공원’ 제도로 내년 7월 1일 공원일몰제(20년 이상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지정이 실효되는 제도)로 사라지는 공원 사수에 나선다. 공원 내 사유지 매입 절차가 예산 부족 등으로 빨간불이 켜지자 매입과 함께 ‘임차’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임차공원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부산시가 전국 최초다.
부산시 ‘임차공원’ 전국 첫 추진
개인·법인 토지 최소 3년 빌려
市 사유지 매입 예산 대폭 절감
지주 ‘임차료+재산세 면제’ 윈윈
부산시는 “올해 중으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도시공원 사유지를 빌리는 임차공원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고 25일 밝혔다. 시는 현재 부산 시내 90개 공원 중 공원 내 사유지 지주와 협의가 가능한 공원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임차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경사도 등의 사유로 개발이 불가능한 공원, 문중 선산, 사찰 등 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공원을 우선 임차공원 협상 대상으로 추진한다. 또한 특정 재단이 많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공원들도 협상 대상이 된다. 부산의 경우 일부 재단법인이 이기대공원, 함지골공원내 토지를 대규모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공원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경우 시는 당초 계획보다 1000억 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이에 앞서 지난해 국토부는 ‘도시공원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공원 사유지 사용 계약을 지주와 지자체가 맺을 수 있도록 했다.
임차공원은 최소 3년간 부지를 빌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부지를 임대하는 사유지 주인은 땅에 부과되는 재산세를 면제받는다. 공원 지정이 해제될 경우 사유지 주인은 재산세를 내야 한다. 토지소유주 입장에서는 공원 지정 해제로 수억 원에 달하는 재산세 부담이 생긴다. 시는 임차를 통해 토지소유주에게 재산세 면제를 해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감면을 받는 토지소유주와 공원 매입 예산이 부족한 부산시의 ‘윈-윈(win-win)’인 셈이다. 시는 토지소유주와 협의해 무료로 사유지를 임차하는 방안을 타진한다.
시가 임차공원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사유지 매입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 문제와 행정적 한계가 자리한다. 2020년 7월 일몰 대상이 되는 공원 90곳 내 사유지 면적 21.59㎢ 중 예산을 투입해 매입을 검토 중인 부지는 3.15㎢에 불과하다. 18.44㎢의 사유지는 공원지정이 해제된다. 시가 우선 매입 대상으로 정한 30여 곳도 사유지 주인과 부지 가격 차로 협상 매입에 진통을 겪고 있다. 임차공원은 임차 기간, 비용 등 사유지 주인과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부족한 예산과 임박한 일몰 시기상 가장 현실적인 자구책으로 꼽힌다.
부산시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사유지 내 공원 시설 설치, 철거 문제나 임차 공원에 대한 시민 이용 구간 설정 문제 등 사유지 주인과의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며 “임차를 통해 공원을 지키고 장기적으로는 부산 대표 공원들의 매입을 위해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김준용·곽진석 기자 jundragon@busan.com
사설] 부산시 ‘일몰제 임차공원’ 추진, 정부 뒷짐 져선 안 된다
부산시가 ‘임차공원’ 도입으로 일몰 대상 공원 지키기에 나선다고 한다. 공원일몰제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공원 부지 매입에 진척이 없자 나온 자구책이다. 부산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원 부지 내 사유지를 빌린 뒤 공원 재지정을 통해 공원을 사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임차공원은 한숨을 돌린다고 해도 반쪽짜리 대안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소중한 공원을 사라지지 않게 만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일몰 대상이 되는 부산 시내 공원 90곳의 사유지 면적 21.59㎢ 중 시가 예산을 투입해 매입을 검토 중인 부지는 3.15㎢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년 7월이면 18.44㎢의 사유지가 공원지정이 해제될 예정이라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정부는 지자체 업무라며 뒷전으로 여겼고,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손을 놓아서 생긴 합작품이다. 시의 현재 재정으로는 매입을 검토 중인 부지마저도 전체 매입이 어렵다니 임차공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시는 부산 시내 90개 공원 중 특정 재단이 많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곳 등을 위주로 임대를 통해 공원으로 재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최소 3년간 부지를 임대하면 땅 주인은 해당 부지에 대한 재산세를 면제받는다고 한다. 공원 지정이 해제될 경우 부과되는 재산세가 커지니 당장 개발사업을 할 게 아니라면 땅 주인 입장에서도 솔깃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로부터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받는다는 장점에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에 관심이 늘고 있다니 당분간 공원을 지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임차공원도 공원을 지키려면 결국 매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이기대공원과 청사포공원 사유지만 해도 시가 매입에 사활을 걸었지만, 예상보다 매입 감정가가 100억 원 이상이나 높게 나와 성과가 없었다. 임차 기간이 지난 뒤 지주가 땅값을 올리면 결국 시민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돌아오게 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공원일몰제라는 중차대한 현안을 떠넘겼기에 임차공원이라는 우선 급한 불을 끄는 대책이 나왔다. 부산의 경우 일몰제 대상 사유지를 사들이는 데 수조 원이 넘는 보상비가 필요하다니 지자체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일몰제 공원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공원 일몰제’에도 보존되는 해운대 도심 숲
기후위기, ‘대멸종’ 방아쇠 당기기 직전이다
전문가 “지금보다 1도 상승하면 지구는 ‘찜통 계곡’ 빠지고 인류는 멸종”
녹색당 “국회, 녹색 정치 공백” 즉각적인 ‘2050 탄소배출 제로 입법’ 요구
▲ 온실가스를 전혀 저감하지 않은 경우 2100년 지구 대기의 모습 가정도. 국립기상과학원이 만든 자료다. ⓒ조천호 제공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난 28일 녹색당 주최 대중강연에서 앞으로 1도만 더 상승하면 지구가 스스로 온도를 높이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며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조 전 원장은 “지금 추세면 매년 0.02도씩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2도 상승을 넘어서면 지구는 탄성력을 상실하게 된다. 지구는 원상태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으며, 지구가 스스로 온도를 높이는 ‘되먹임 구조’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단지 대멸종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만 하게 된다”고 했다.
빙하기와 간빙기 1만 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4도 상승했다. 이후 기후가 안정되고 날씨 예측이 가능해지면서 농경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 날씨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가 불안정해졌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로 상징되는 인간의 욕망이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며 최근 100년간 지구 평균 온도는 1도 상승했다. 2040년이면 1.5도 이상 상승에 도달할 것이란 예측이다.
조 전 원장은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지상 기온이 상승하고 북극권이 온난화되면서 해빙이 감소한다. 그 결과 지구의 태양복사 반사율이 감소하며 온실효과는 더욱 증가한다. 이와 함께 영구동토층이 융해되면서 탄소가 배출돼 여기서도 온실효과가 발생한다. 그렇게 지구는 ‘찜통계곡’에 빠진다. 지구 곳곳에 온실효과를 높이는 매커니즘이 있는 셈이다”라고 설명하며 “5억 년간 다섯 번의 지구 멸종이 있었다. 1만 년 전 시작된 홀로세라는 안정된 기후상태를 살아온 인류는 지금 ‘인류세’에 도달했다. 인류로 인해 지구는 멸망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인류는 온실가스·미세먼지를 비롯해 온갖 쓰레기를 지구에 내던졌다. 가장 심각한 건 온실가스다. 조 전 원장은 “온실가스는 재해성 날씨를 포함해 물 부족·식량부족·해수면 상승 등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미세먼지와 등급상 전혀 다른 세계의 문제다”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문제적 국가’다. 한국은 지구에 순환면적 3.5배를 요구할 만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자 플라스틱으로 무장한 ‘과잉사회’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무서울만큼 기후변화에 둔감하다.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책위원장은 이날 “제주 해수면이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정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온난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고 지적한 뒤 “유엔의 지적대로 2050 탄소제로 입법 국가가 돼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진보정당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답답하다. 최근에는 기존 안에서 후퇴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 제출했고, 석탄화력발전소 9기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7기 건설을 허가했다.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종식을 선언하겠다는 보고서는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반려됐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노동자 안전 대책 작업 중지 기준’은 지난해 35도에서 올해 38도로 상향 조정됐다.
세계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등이 1990년 이후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제대책회의를 진행하지만 에너지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조 전 원장은 “회의를 백날 해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세계적으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생물 다양성은 이미 멸종 수준이다. 우리는 지구의 여섯 번째 대 멸종에 들어와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지구의 한계를 지켜내는 게 모두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환적 변화를 위해 2020년부터 10년마다 세계 총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세계가 불타는 가운데 인류 생존이 위협받지만 우리나라는 비상사태 선언은커녕,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 약속인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온실가스를 더 늘리고 있다. 기득권 정치는 여전히 기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이날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 전 세계 16개 국가와 800여곳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12년만에 전국 동시다발 장마···한달간 2000억원 벌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 지난 25일 대전 서구 일대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속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길었던 장마 시즌이 29일 마지막 장맛비를 뿌리고 끝이 났습니다. 장마전선은 이제 북쪽으로 올라가 북한 지역에 머물 예정입니다.
여름철 대표 자연재해 장마
가뭄 해소 등 수자원 가치 높아
수질·대기질 개선 효과도
“장마 피해 줄이고, 가치는 살려야”
올해 장마는 여러 면에서 예년과 달랐습니다. 우선, 지난달 26일 서울에서부터 제주까지 전국에서 동시에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2007년 이후 12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후 장마전선은 남쪽에만 머물면서 남부 지방과 제주를 중심으로만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반면, 중부지방에서는 장마 시즌 막바지까지 마른장마가 이어졌습니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내려와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았기 때문이죠.
특히 서울에 장맛비다운 비가 내린 건 장마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26일이었습니다. 이날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60㎜. 그 전 한 달 동안 내린 양(47.1㎜)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조선 시대 ‘댱마ㅎ’로 불러
중부지방에 장마가 이어진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거리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2011년 기상청이 발간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장마란 기상학적으로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뜻합니다. 여름철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남쪽의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대성 기단이 만나서 정체전선이 형성되는데, 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에는 오랫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립니다. 이 현상을 장마라고 부릅니다. 중국에서는 메이유(Meiyu), 일본은 바이우(Baiu)라고 부릅니다.
장마의 어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500년대 중반 이후 ‘오랜’의 한자어인 ‘장(長)’ 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를 합성한 ‘댱마ㅎ’로 표현되다가 1700년대 후반부터는 ‘쟝마’로 표기됐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장마’로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달 남짓한 장마 동안 내리는 비의 양은 300㎜ 정도로 1년 총 강수량의 30%가량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다 보니 상가·주택, 농경지 등이 침수되고,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장마가 태풍과 더불어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기후 현상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장맛비, 돈으로 얼마나 될까?
마른장마가 이어진 지난 5일 곳곳에 바닥을 드러낸 경기도 용인시 이동저수지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요즘 들어 장마의 경제·환경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선, 장마 기간의 강우량은 다른 기간보다 월등하게 많습니다. 이는 댐에 저장돼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됩니다.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 중부지방의 경우처럼 마른장마로 인해 가뭄 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장맛비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납니다.
장마의 경제적 가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렇다면 수자원으로서 장맛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요?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장마 동안 내린 평균 강수량(356.1㎜)을 토대로 수자원 측면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한 결과 2585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강수량과 국토 면적, 유출률, 댐 용수의 가격 등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입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장마 동안 전국 평균 286.8㎜의 비가 내렸는데요. 위의 계산식을 적용해 보면 올해 장맛비의 수자원적 가치는 2082억 원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김 센터장은 “올해에는 마른장마로 인한 가뭄에 폭염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막바지 장맛비가 중부지방에 내렸기 때문에 두 가지 극한 기상현상을 동시에 완화했다는 점에서 장마가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습니다.
물 깨끗해지고 미세먼지도 제거
24일 장마전선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이 아름다운 비경을 뽐내고 있다. [뉴시스=한라산 국립공원 CCTV 영상 캡처]
.이뿐만이 아닙니다. 장마는 수자원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수량 자체가 많아지는 동시에 정체됐던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각종 수질 지표가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수질 개선에 드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81.8㎜의 비가 내리면 142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장맛비는 대기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와 분진, 중금속 등의 오염 물질을 제거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지난 18일과 22일 등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이례적으로 ‘나쁨’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마른장마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빗물 모아 홍수 막고 조경에 활용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 정원에 설치된 스프링쿨러에서 빗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중앙포토]
.중요한 건 장맛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주상복합단지인 스타시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곳은 지어질 때부터 지하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1000톤 용량의 대규모 탱크 3개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홍수 방지용으로 비워두고, 나머지 두 개는 조경용, 화재 등 비상용으로 씁니다.
이를 통해 홍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조경 관리 등에 수돗물 대신 빗물을 활용했습니다.
실제 이 일대는 장마철만 되면 침수가 잦았던 곳이지만 2006년 지하 공간에 빗물 저장시설을 설치한 뒤부터는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 시설을 설계한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이곳은 원래 장화 없이는 못 다니는 동네였는데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한 뒤부터는 침수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폭포와 분수 등 대규모 조경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가구당 공용 수도료가 월 300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장마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빗물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빗물저장시설이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이 법’
김성환 의원,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받는 전기사업법 개정안 발의
주한미국상공회의소·그린피스 등 “탄소제로 경영전략 낼 수 있어” 지지
기후위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유의미한 법안이 국회에서 등장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29일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와 자율적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일명 PPA)이 담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성환 의원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주요 글로벌 기업이 189곳이다. RE100 기업들은 협력 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달해 부품을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BMW는 LG화학과 삼성SDI에게 재생에너지 전기사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RE100을 위해 국내에서는 현행 전기사업법상 자체 설비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에는 현행 전기사업법 내 규정된 ‘전기신사업’ 종류에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을 추가했다. 개정 내용을 반영하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자율계약을 통해 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이진선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후위기가 엄습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국제 사회의 노력에 비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고 우려하며 “국내 전력의 56%가량을 소비하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1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약 2700만 톤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520만 대를 운행하지 않아야 감축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의원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기업의 생존과 혁신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RE100과 같은 명백한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우리 기업을 구경만 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산업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PPA를 체결하는 기업과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에너지전환에 기여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60여 개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그린피스·에너지전환포럼 등은 이번 개정안을 공개지지했다. 이들은 29일 입장을 내고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 경영은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 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내 기업들이 탄소 제로 경제 시대에 걸맞은 경영전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게티이미지.
이들은 또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전체 3.5%에 불과하다. 기업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업 전력 소비량을 재생에너지로 충족하려면 신규 발전 설비부터 서둘러 늘려야 한다.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거래를 하면, 기업 구매량만큼 태양광 또는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될 경우, 일반 시민들에게도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끔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독일에선 시민들이 태양열·풍력·원자력 등 자신이 원하는 전기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기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가격은 오르지만 개인이 스스로 기후위기나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시민의식에 따라 원전과 화력발전이 줄어드는 선순환이 가능한 셈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전기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없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펄펄 끓는 유럽, 우리는?
초여름인 6월부터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던 유럽에 최근 또다시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닥쳤습니다. 최대 고비는 지난주였는데 7월 25일 프랑스 파리의 최고기온이 42.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7월 기온으로는 최고였던 1947년 40.4도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찾아온 유럽의 극한 폭염지난 7월 25일 찾아온 유럽의 극한 폭염
독일에서도 같은 날 42.6도까지 올라가 관측 이후 가장 높았고, 영국도 38.7도를 기록해 2015년 7월에 세워진 36.7도를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지금껏 38도를 넘은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록이 역사상 두 번째가 됐습니다.
유럽의 폭염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라는 점입니다. 6월 말부터 이미 유럽 대륙에 관측 사상 최고의 더위가 찾아와 열파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는데요. 폭염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돌자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지난 6월 말 유럽의 최고기온지난 6월 말 유럽의 최고기온
다들 지난 2003년 유럽에서 7만여 명의 초과 사망자를 불러온 최악의 폭염을 떠올렸습니다. 올여름 폭염으로도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강이나 호수에서 수영하다가 익사하는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유럽 두 차례 폭염 원인은 북반구 대기 '블로킹'
유럽에 찾아온 두 차례 폭염의 원인은 바로 대기의 정체(블로킹)에 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간 북반구 상공의 대기 흐름을 보여주는 5km 상공의 일기도를 볼까요.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평년보다 뜨겁고 푸른색은 차갑다는 뜻인데요. 붉은색으로 보이는 뜨거운 공기가 주기적으로 유럽에 밀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랄산맥 부근과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붉은색으로 보이는 뜨거운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강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지역은 키가 큰 고기압이 발달하는 곳인데,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이 발생해 정상적인 대기의 순환을 막게 되면 결과적으로 비정상적인 공기의 흐름을 초래하고 주변에 폭염을 불러옵니다.
북반구 5km 상공, 붉은색으로 보이는 영역이 뜨거운 공기를 의미한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다행인 것은 올여름 폭염은 지난해 여름처럼 오래가는 '장파성' 폭염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주기가 짧고 강도가 센 '단파성' 폭염이 지속하고 있고 그래서 유럽에도 두 차례의 '짧고 굵은' 극한 폭염이 찾아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도 본격 무더위, 앞으로 전망은?
참고로 우리나라 부근을 보면 7월 중순까지도 푸른색으로 보이는 선선한 공기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순에 접어들면서 붉은색이 본격적으로 확장했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 건데요. 장마가 끝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습니다.
다행히 유럽과 달리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올여름 북반구 블로킹을 아직 피해가고 있습니다. 김동준 과장은 "블로킹이 어느 지역에 발달할지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며 "무더위만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1일 찾아온 우리나라 극한 폭염지난해 8월 1일 찾아온 우리나라 극한 폭염
지난해 여름, 관측 이후 두 번째로 짧게 끝난 장마 이후 극한 수준의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한 달 넘게 지속했고 8월 1일 강원도 홍천에서 41도라는 역대 최고기온이 기록됐습니다. 그날 서울도 39.6도까지 올라가 111년 만에 최고였는데요. 올해는 북반구 블로킹의 영향이 덜한 것뿐만 아니라 찜통더위를 불러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도 약한 편입니다. 기상청이 지난해 같은 폭염은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낮 동안의 일사와 지형적 효과로 더해지는 푄 현상만으로도 35도에서 38도 정도의 폭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올여름은 8월 상순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겠고 서울에서도 35도 안팎까지 점차 기온이 오르겠습니다. 지난해에는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4,526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도 4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무더위 쉼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폭염 취약계층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는 않은지 사전 점검이 필요합니다. 신방실 기자weezer@kbs.co.kr
부산시 사전협상 대상지, 공공성 대폭 강화
도시계획과 건축 분야에서 공공성을 강화한 부산시가 사전협상 대상지에 대해서도 공공성을 대폭 강화한다. 공공기여 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의 협상은 하지 않기로 하고, 공공기여율에 따라 산정된 현금 또는 사업 부지 내 토지를 받아 시가 직접 부산 시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공공시설물을 짓는 등의 방안으로 전향한다. 아울러 사전협상 대상지 개발 주체가 제안한 사업 계획에 대해 시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개발 계획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민토론회도 개최한다.
개발이익 일정분 현금·토지 받아
공공시설물 짓는 용도로 사용
부산시는 ‘사전협상제도 세부 운용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31일부터 적용한다고 30일 밝혔다. 사전협상제도는 오랫동안 방치된 유휴 부지 또는 시설 이전지에 대해 땅 주인(개발 주체)이 개발을 제안하면 시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전조정협의회를 거쳐 땅의 용도를 변경해 주는 대신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공기여하도록 한 것이다.
새롭게 적용되는 운용지침은 공공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시는 기존에는 아파트 등 주거시설 건립을 주목적으로 한 개발 주체가 개발 계획을 제안할 때 사업 부지 내에 공공기여 시설물을 짓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개발 주체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시는 앞으로 공공기여 시설물 건립 유도 대신 용도 변경에 따른 용적률 상승분을 공공기여율 산식에 대입해 이를 현금 또는 사업 부지 내 토지로 받는다.
또 시는 사전협상이 부산시와 개발 주체 간에만 이뤄질 경우 투명성·공공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필요할 경우 개발 주체가 제안한 개발 계획안에 대해 시민토론회를 개최한다.
공개공지 확보, 조경 확대, 건축한계선 축소(주변 도로에서 건축 공간까지 이격거리 확대)시 부여하는 용적률 인센티브의 경우, 공개공지 확보에 치중된 인센티브 비중을 조경 확대와 건축 한계선 축소에 골고루 배분해 사업 전체의 공공성 확대를 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전협상은 개발 주체가 창업공간이나 청소년문화시설 등 공공기여 시설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왔지만, 앞으로는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현금이나 토지로 받겠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며 “사업 부지 내 공공기여 목적의 시설은 해당 사업 부지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여로 받는 현금은 부산 시민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설 건립 등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새 사전협상제 영향은] 한진CY 개발 공공기여, 해운대구청사 신축 대신 현금 납부할 듯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조류 유리창 충돌 막는 '5X10 규칙' 아시나요
시민, 기업, 정부가 택할 대책은 무엇일까
▶조류 충돌 이전 글 보기: 유리창에 부딪힌 새의 흔적, 핏자국으로 남았다면…
숲 안에 사는 새들은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충돌을 막기 위한 무늬는 위·아래로 5㎝ 이하 간격이 필요하다.
날개를 펼치고는 빠져나갈 수 없도록 좌우 폭은 10㎝ 이내여야 한다.
언론 지면에는 복잡한 내용을 다 설명하기는 어려워 나름 제한된 방법만 소개했습니다. 다만, 발생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방안도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설치된 구조물 유리를 떼어 낼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 인식의 출발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새들에게 여기 투명창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새들이 지나갈 수 있는 틈은 없다는 우리의 뜻을 전달해야 합니다. 바로 그 기준이 ‘5×10 규칙’입니다. 위·아래로 5㎝ 또는 좌우로 10㎝ 이내 간격으로 무늬를 넣으면 됩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보다 작은 공간은 새들이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태일기념관은 조류 친화 건물
새롭게 짓는 건축물은 유리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유리를 효과적으로 가리면 됩니다. 계획단계에서 조류 친화적 건축으로 만드는 것이 건축 디자인적 요소가 되겠지요. 깍두기 형식을 벗어나 예술적 요소를 넣는 것이 건축미라는 측면에서도 멋집니다. 세상에는 유리가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운 건축물은 많습니다. 최근 문을 연 전태일 기념관도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미적 요소를 고려한 전면 파사드(façade)에는 충돌을 줄일 수 있는 열사의 편지글이 도드라져 있습니다. 이런 양식의 건축 디자인도 충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2017년 준공한 용산역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로 상당히 조류 친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리가 없더라도 충분히 미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불투명 외관은 조류 충돌을 막으면서도 충분한 채광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 건물 유리 앞에 전태일 열사의 진정서 일부를 돋웠다.
건물의 외벽에 추가 기둥으로 치장하여 예술적 요소를 덧붙였다.</figcaption>
투명하지 않고도 아름답다
만약 유리를 사용해야 한다면 충돌 예방 효과가 있는 유리를 사용합니다. 경험상 건물은 반사성이 주요 문제고, 방음벽은 투명성이 문제입니다. 유리의 반사성을 깰 수 있는 에칭 유리나 프리트 문양(frit) 등을 세라믹 인쇄한 유리를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되도록 반사가 주로 일어나는 바깥면에 이 무늬를 넣어야 효과가 뛰어납니다. 접합강화유리는 유리 내부에 실크스크린이나 세라믹 인쇄를 하여 원하는 문양을 넣을 수 있습니다.
5×10의 규칙에 따라 다양한 문양을 선택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가급적 두 가지 색상이 들어간 문양을 교차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보통 검정과 주황색의 배합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색유리나 유리 블록을 사용하여 건물을 꾸밀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능적으로 자외선 반사 무늬 유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가격이 다소 고가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 북편에 설치 중인 5×10 규칙에 충실한 방음벽. 방음판 가운데에 십자 무늬를 검은색으로 인쇄하였다. 앞으로 충돌사고 발생 여부를 살펴야 한다.
천안아산역의 방음창. 프릿 무늬를 활용하였음에도 탁도 있는 투명성을 보인다.
천안아산역 방음벽의 확대 사진. 조밀한 프릿형 무늬가 보인다.
검정과 주황 무늬를 함께 이용하면 무척 효과가 뛰어나다.
유리 블록을 활용한 건물의 미적 요소. 굳이 투명할 필요가 있을까?
자외선 반사형 무늬 유리. 유리의 뿌연 부위는 필자의 입김이며, 이때만 무늬가 우리 눈에 보인다. 자외선 반사 무늬이기에 새들은 인식하는 유리로 평가받고 있다.
그 외에도 외부 버티컬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외부 버티컬을 열면 거의 10㎝ 간격의 가로 선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또한 효과적입니다.
맹금류 스티커 아무 효과 없어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면, 어쩔 수 없이 유리에 뭔가 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스티커가 될 수도 있고, 필름, 스프레이나 아크릴 물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10㎝ 간격으로 낙하산 줄(뻣뻣해서 잘 꼬이지 않습니다)을 매달 수도 있고, 유리창 앞에 굵은 그물을 매달 수도 있습니다. 이 모두는 예산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경우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것은 내구성입니다.
기존 투명방음벽에 무늬 시트를 부착하여 저감방안을 도입하였다. 이때 반드시 살펴야 하는 것은 시공비와 함께 내구성이다. 만약 내구성이 떨어진다면 재시공비용 부담이 커진다.
저감방안으로 6㎜ 사각 점을 5㎝ 간격으로 시공하였다.
위 저감방안을 시공하였지만 실제로는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위 방식으로 시공한 곳에서는 215일 동안 단 두 마리만 충돌사고를 일으켰지만(파란색), 미시공 구간에서는 여전히 새가 죽어 나가고 있다(붉은색).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을 경험한 한 동물병원에서 아크릴 물감으로 유리에 도트 형 무늬를 그렸다.
맹금류 스티커는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 아파트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아파트는 소음 관련한 투명방음벽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층 거주민의 조망권과 소음 차단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죠. 다만 충돌을 저감할 수 있는 무늬 유리로 방음벽을 만든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각 층의 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4층까지의 저층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층 유리는 반드시 저감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고층의 경우 개인이 유리 바깥면에 뭔가 조처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때 수직 블라인드 등이 도움됩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나마 집에서 손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죠. 이 밖에도 유리 난간이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출입구와 같은 인공 유리구조물도 문제가 됩니다. 완전한 투명성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예술적 요소를 강조해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 도처에 깔린 유리구조물은 항상 새들에게는 치명적 함정이다. 새들은 난간 위가 아니라 나뭇가지 사이로 빠져나가려 한다.
새 죽이는 ‘녹색 건축’?
나아가 법제화도 필요합니다. 적어도 공공건축물은 다른 생명을 없애는 방법으로 지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법률에 인공구조물의 조류 친화적 건축 방향에 대해 명기하여, 의무화해야 합니다.
지방 정부는 선제적 조례 제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해야 합니다. 이미 북미 상당 국가와 주 정부에서는 의무 및 권고 규정을 각각 발표하고 있습니다. 녹색 건축 인증에도 꼭 넣어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녹색 건축이라는 것이 단지 에너지 보존과 재활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기 위함이라면 반드시 살펴봐야 할 항목이 조류 친화적 건축물일 것입니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의 리드(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는 미국의 대표적 친환경 건물 인증제도로서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이 적지 않습니다. 이 제도에서도 야생조류 충돌방지를 평가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지요.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증진일 것입니다. 지역 사회에서 유통될 수 있는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하여 우리 지역의 문제를 알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규모 건축회사가 이를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미 설치된 방음벽이라도 저감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은 사회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회사의 이익을 담보로 사회의 공공재를 해칠 수 없을뿐더러, 희생자는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자연환경의 구성체인 것입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농경지 사이의 도로 방음벽은 그야말로 새들의 무덤이다. 이 문제의 발굴과 해결은 지역 사회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
시민참여 모니터링도 중요합니다.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를 통해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저 혼자서 죽은 새들을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충돌 문제도 정말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지역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네이처링을 통한 조류 충돌 조사 기록.
우리 삶의 주변에서 생기는 일을 기록 분석하고 지역 사회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국가 홀로 모든 문제를 만든 것도 아니며, 이러한 문제를 잉태한 대가로 이윤을 얻은 대상은 마땅히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 이윤에는 어쨌든 새들의 목숨값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분의 참여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사진 김영준/ 수의사,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장 ecovet@nie.re.kr / 한겨레
미세먼지가 두렵다면 도시공원부터 지키자
지난봄 대기 정체 현상으로 극심한 미세먼지 오염을 겪은 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등 언론의 표현은 과장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미세먼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속해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출원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배출된 오염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대표적인 게 도시공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 도시공원은 미세먼지라 불리는 PM10을 25.6%, 초미세먼지라 불리는 PM2.5를 40.9%까지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도시공원은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춰 폭염 피해 방지에도 효과가 크다.
미세먼지가 빗물에 훌러 내려 엉켜있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잎에 흡착된 미세먼지 @bgt
그렇다면 미세먼지 저감과 폭염 등 기후변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도시공원을 늘려 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른바 공원일몰제에 따라 공원용지로 묶여 있던 지역의 절반에 가까운 340㎢가 앞으로 1년도 안 남은 내년 7월엔 공원지역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우리 사회가 이 문제와 관련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삶의 질에 도시공원이 갖는 중요성을 주목해온 시민사회 단체들은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을 꾸리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정부는 지난해 실효 대상 공원 부지의 40%도 안 되는 130㎢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민간 특례사업과 지방채 이자 지원 등으로 지방정부의 공원 조성을 독려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그 성과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에 시민행동 쪽은 총리실 산하 시민사회발전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청했다. 시민사회가 요구한 추가 대책은 국공유지 실효 대상 제외, 지방채 원금 지원, 민간공원 특례사업 특혜 축소, 도시자연공원구역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이었다. 이후 시민사회발전위와 정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했고, 정부는 지난 5월 말 국공유지 실효 유예,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문제점 보완 및 지방채 이자 지원 확대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민관 협치의 긍정적 사례로 평가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대책을 통해 정부가 언명한 220㎢의 공원용지라도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재정자립도가 평균 30% 수준인 지방정부에 지방채 이자 지원 확대는 제대로 된 유인책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공원용지 실효를 기다려 개발이익을 얻으려는 토지주나 특례사업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발업자들의 반발과 방해를 막을 방법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공원은 미세먼지나 기후변화의 대응책이란 점에서 중앙정부가 더 큰 재정 부담을 지는 게 마땅하다. 최소한 지방채 원금의 절반 정도는 중앙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만의 힘으로 이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는 없다. ‘안개 낀 런던거리’란 표현처럼, 과거 대기오염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런던이 대기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데는 일찍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등을 통해 공원을 지키고 가꿔온 시민들과 그들의 노력에 동참한 기업들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라고 못할 까닭이 없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 집 밖의 공기청정기인 내 주변의 공원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1년도 안 남은 공원일몰제로 공원이 사라지기 전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문화일보
일몰 코앞 제주 도시공원 해제 요구 속출
장기미집행 39곳 매입 추진에 토지주 잇단 민원 '갈등'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시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도시공원 지정 해제 신청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행정당국이 이를 모두 반려하면서 일부 토지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30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도내 도시공원 해제신청 건수는 모두 48건(제주시 11건, 서귀포시 37건)으로, 이 중 서귀포시에서 검토 중인 3건을 제외한 45건이 모두 반려 처분됐다.
제주도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을 막기 위해 매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들 도시공원의 해제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2023년까지 사업비 5757억원을 투입해 도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39개소(679만8000㎡)의 사유지 446만7000㎡를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토지주들이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을 막기 위해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매입 사업에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실제 서귀포시 중문동 중문근린공원 토지주 28명은 최근 서귀포시에 청원서를 내고 공원 지정 해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청원서를 통해 “2020년 일몰제를 기대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토지 수용을 위한 절차에 박차를 가하며 토지주들과 중문마을회의 민원에도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갈등관리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서귀포시의 행정에 부당함을 표한다”며 “공원 지정 면적 중 97%가 사유지인 중문공원 강제 매입은 농촌 공동체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토지주들은 이어 “34년간 조성되지 않은 중문공원의 상황을 보았을 때 공원의 필요성보다 토지주들의 재산권 침해가 현저히 커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와 함께 도시공원 해제 신청도 제기했으나, 서귀포시는 이들의 해제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존치해야 한다는 것이 도의 기본 입장“이라며 ”최대한 토지주를 설득하겠지만 부득이한 경우 강제 수용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청주 도시공원 일몰제 갈등속 완충녹지 사라질 '위기'
청주시 도시공원 일몰제 논란이 지속되는 사이 주민생활 체감도가 높은 완충녹지 등 도시계획시설이 일몰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31일 시에 따르면 내년 7월 자동 실효되는 도시계획시설 중 완충녹지는 64개소, 0.8㎢로 전체 시설결정 6.9㎢의 약 11.6%이다.
완충녹지는 도시공원 등 다른 도시계획시설과 규모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난개발과 공해를 막아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시설이다. 문제는 완충녹지가 토지 매입 방법 외에는 실효에 따른 특별한 대책이나 관리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의 장기미집행 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에도 우선 해제 시설 분류에 따른 해제 기준만 마련돼 있을 뿐 뚜렷한 관리 대책이 없다. 따라서 청주시가 예산을 확보해 매입하는 방법 뿐이지만, 시 재정형편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는 오는 2020년 7월 실효되는 완충녹지를 매입하는 데만 약 2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도시공원 매입과 개발에 따른 우선 예산확보로 완충녹지 매입은 우선순위에도 밀려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자동 실효되는 일몰제 시행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체감도가 높은 완충녹지가 사라질 위기에 봉착해 있다.
시 관계자는 “도시공원 실효 시 난개발 등을 우려하고 있는데, 사실 완충녹지는 보전녹지, 자연녹지 등 녹지지역의 개발을 막는 데 방어선 역할을 한다”며 “완충녹지가 자동 실효된다면 더 큰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syp2035@newspim.com
‘아열대 과일’ 김해 농부들 웃게 하다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은 31일 오후 경남 김해시 대동면 한 야산, 산딸기밭과 마주한 체리 농장에서 최창환(65) 씨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산딸기밭 절반인 3000㎡를 3년여 전에 체리로 작목 전환한 최 씨는 10여 일 남짓 남은 본격 수확을 앞두고 막바지 손질에 여념이 없다.
(김해)시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농가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는 이 기간에 농가가 기존 작물에서 아열대 과일로 전환할 경우, 묘목값과 재배기술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시는 아열대 과일 작목 면적 6.7㏊를 5년 뒤에는 두 배 이상인 1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해 지역 아열대 과일은 애플망고가 전체 재배 면적의 절반이 넘는 3.2㏊(6농가)다. 이어 체리 1.8㏊(7농가), 패션프루트 0.9㏊(3농가), 파파야 0.8㏊(2농가)도 있다. 시는 재배 면적 확대와 함께 작물도 다양화해 파인애플, 파파야, 용과, 구아버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조정구 시 특산작물 담당은 “김해는 시설농업이 잘 발달한 지역 특성에다 주변에 대도시가 많아 입지 조건이 좋다”며 “아열대 과일을 관내 농가의 신소득 전략 작목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열대 과일 재배는 사전에 충분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체리를 기르는 최창환 씨는 “아열대 과일이 기존 작물보다 소득이 2~3배 높지만 일손과 고도의 재배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사전에 충분한 견학과 재배 기술을 익힌 뒤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백 기자 jeong12@busan.com
영도 빈집 ‘블루베리 농장’으로 변신
공·폐가가 많아 인적이 드물었던 영도구 봉래동 일대가 블루베리 체험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봉래동은 2016년 행복마을, 지난해 뉴딜사업 부지로 선정돼 영도구 봉래동 봉래길 인근 공·폐가 부지 630㎡를 정비해 블루베리 농장 4곳을 조성했다. 봉래동 주민 약 50명으로 이뤄진 ‘우리家 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은 올해 초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블루베리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키우는 블루베리 나무만 해도 약 1000그루에 달한다. 협동조합 공형문 팀장은 “노인분들만 있던 곳에 아이들이나 외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니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묘목도 키우는데 다른 마을에 벌써 30그루를 팔기도 했다. 이후 블루베리 잼이나 주스를 만들어 팔 예정이다.
협동조합은 지난달 초 국토부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년간 인건비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자생력이 더 강해질 예정이다. 봉래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안지현 사무국장은 “내년이면 뉴딜 사업이 끝나 지원이 끊기게 된다”며 “예비적 사회적기업 선정으로 지속가능한 공·폐가 정비가 가능해지고 마을 재생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
“수십년 마을 지킨 長松… 태양광에 사라질 판”
수백그루 소나무 군락 훼손 우려에 주민 2년째 반발
현행법상 막을 길 없어… 지자체 ‘어쩔 수 없다’ 반복
나주 노안면 복룡마을 인근에 조성된 소나무 군락지 최근 모습.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나주 한 촌락에서 수십년 넘게 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소나무 군락이 한순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평화로운 시골까지 불어닥친 태양광 발전시설 광풍 탓이다. 어떻게든 소나무를 지키고자 했던 마을주민들은 수년째 관할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행법상 개발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비단 이 마을만의 일은 아니다. 한 폭의 산수화같은 자연 경관이 자랑이었던 전남 곳곳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미명 아래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31일 나주시와 나주 복룡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나주 노안면 영평리 309번지 임야에 태양광 발전시설 개발 허가가 난 것은 지난 2017년 11월께다. 오랫동안 문중 땅으로 쓰이던 것을 그해 외지인이 매입한 뒤 나주시에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70여명이 논밭을 일구며 살아가던 조용한 촌락까지 태양광 광풍이 덮치면서, 2년새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부지가 위치한 복룡마을 주민들은 허가 사실을 전해들은 2018년 초부터 최근까지 관할 지자체인 나주시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전력 생산을 명분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다면 마을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각종 유해물질이 농경지로 유입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특히 부지에 형성된 ‘소나무 숲’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소 80년 이상 수령을 지닌 소나무 수백 그루가 심겨져 있어서다. 과거 문중 땅으로 쓰이며 보존이 잘 돼 키가 20m에 이른다. 논밭에 둘러싸여 주민들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통해 집과 일터를 오갔다.
마을 주민 김종환(65)씨는 “아버지 세대부터 이어져 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소나무 숲”이라며 “80년은 족히 되는 오랜 세월 길러낸 나무를 뽑아내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세운다고 하니 안타까워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시에 의하면 해당 부지의 총 면적은 1만6955㎡에 달한다. 허가 신청인의 사업계획서에는 500kW급 발전시설 3기를 들이는 것으로 돼 있다. 각각 5651㎡ 규모로 전체 설치가 이뤄지면 남는 면적은 단 2㎡에 불과하다. 사실상 소나무 숲은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하지만 사유지인데다, 시청의 개발허가까지 떨어져 현행법으로는 이를 막을 길이 없다.
현재 나주시의 경우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도로에서 100m, 10가구 이상 주택에서 100m 떨어진 곳이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주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일반 번지 임야이고 허가 기준에도 결격 사유가 없어 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기준에 맞다면 허가를 신청하면서 주민들의 동의서를 첨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주 노안면 복룡마을 내 소나무군락 초입에 출입을 통제하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부지 매입자가 나주시로부터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허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는 등 맞서고 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허가를 받고 3년째가 되는 지금까지도 소나무 숲은 훼손되지 않고 원 상태를 지키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 마을에는 아직 이를 연계할 변전소나 선로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지 소유자가 태양광 발전 뜻을 꺾지 않는 한 결국 소나무 숲이 헐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곳 뿐 아니라 나주 곳곳에서는 최근 태양광 발전시설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도 봉황면 송현리 내동마을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업자와 나주시를 상대로 갈등을 빚는 중이다. 내동마을의 경우 이미 공사가 진행돼 과거 울창했던 산림이 몽땅 자취를 감췄다.
윤재삼 나주 복룡마을 이장은 “아직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안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스럽다”면서도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상징같은 소나무 숲인데, 만약 송두리째 사라진다면 위화감으로 갈등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이장은 이어 “갈등을 조율해야 할 지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도 좋지만, 수십년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촌락 주민들의 목소리도 조금은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전남일보 김정대 기자
언론이 원전 사고를 외면할수록 원전은 더욱 위험해진다
[민언련 방송 모니터보고서]
지난 24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가 23일 한빛 4호기 격납건물 벽에서 157cm의 구멍이 발견됐다고 알렸습니다. 격납건물이란 ‘격납’, 즉 ‘막아서 넣어두는 건물’이란 뜻으로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와 냉각재 계통(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증기 발생기로 전달하는 기기 전체)이 있는 둥그런 돔 형태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우리가 원전하면 흔히 떠오르는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사고에 대비해 다중의 방호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격납건물은 일종의 최종 방호벽 역할을 하는데요. 내·외부 충격에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벽의 두께나 재료 등이 사전에 면밀히 검토돼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이는 120cm 두께의 강화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데, 바로 이 한빛 4호기 격납건물 벽에서 157cm의 구멍이 발견된 겁니다.
구멍의 위치는 격납건물을 관통하는 증기 배관 바로 아래로, 배관 주위는 구조물의 안전을 위해 168cm 이상으로 시공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문제의 한빛 4호기 구멍이 배관 주위가 아닌, 일반 벽에 위치해 있었다면 벌써 격납건물 벽은 뚫리고도 남았을 겁니다.
이번 사고는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한빛 4호기와 국민의 안전이 겨우 10cm 콘크리트 벽에 달려있었단 사실 자체만으로 가슴이 울렁거릴 일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격납건물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외부에 방출되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격납건물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내부의 수소 농도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왔습니다. 격납건물을 크고 튼튼하게 짓는다고 해서 모든 원전이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는 방어벽으로서 격납건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수원 등은 문제 사실을 포함,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 범국민적으로 알렸어야 하고, 언론도 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한수원에 정보 공개를 압박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원전 안전 신화’를 깨고 원전의 안전 가능성을 높이려면 시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방송 보도에서 한빛 4호기와 관련된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 지난 7월24~25일 한빛 4호기 157cm 구멍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24일 당일 한빛 4호기 소식을 다룬 건 KBS와 JTBC, YTN뿐이었습니다. KBS <한빛 4호기 깊이 157cm 대형 구멍 확인>(7월24일, 김애린 기자), JTBC <한빛원전 격납벽 ‘157cm 구멍’…10cm 벽으로 버텨>(7월24일, 정진명 기자), YTN <한빛 원전 또 구멍 발견… 최대 깊이 157cm>(7월24일, 나현호 기자)가 전부입니다.
JTBC는 구멍의 크기를 “가로 3.3m, 세로 97cm에 달해 이삿짐 박스 30여개가 들어갈 정도”라고 설명하면서 그럼에도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주장과 전면적인 조사 없이는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뉴스에 담았습니다. KBS는 “그만큼 구멍이 생기면 압력을 못 버티고 방사능 물질이 밖으로 다 나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죠”라고 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의 지적을 전했습니다.
JTBC는 같은 날 <인터뷰-‘한수원 해명’ 듣고 온 민간위원… 여전한 불안감>(7월24일)에서 한수원의 해명을 직접 들은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이하영 부위원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역 주민들을 찾아 사과하고, 이후 조사‧정비하는 전 과정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최근 방사능 누설 시험을 해보니 문제는 없었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이하영 부위원장은 인터뷰서 “10cm밖에 남지 않은 격납건물 콘크리트가 과연 (누설) 시험을 통과했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냐. (격납건물 벽을) 1m20cm가 아니라 10cm로 지어도 무방하다는 얘기냐”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원전 건설 과정에서 한빛 4호기에 대한 부실공사 가능성을 주민들이 일찍이 제기했는데 한수원 측에서 나몰라라 했다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 지난 7월24일 한빛 4호기서 발견된 157cm 구멍을 설명한 JTBC ‘뉴스룸’
다음 날 저녁종합뉴스에서 JTBC만이 한빛 4호기 소식을 이어서 전했습니다. <‘격납벽 부실시공’ 24년 전부터… 구멍 난 점검>(7월25일, 정진명 기자)을 통해 이하영 부위원장의 말대로 원전 가동 전부터 부실공사 지적이 있었음을 짚은 것입니다. JTBC는 한빛 4호기가 가동되기 직전 해인 1995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펴낸 한빛 4호기 검사보고서를 입수, 확인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에도 격납건물 벽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구멍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구조물 일부만 본 ‘샘플 조사’였고 당시 한수원은 문제가 된 해당 부분만 손 본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알려졌습니다.
157cm?… 사실은 3주 전 90cm인 줄 알았던 구멍
하지만 이 구멍이 24일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닙니다. 이미 7월 초 한빛원자력본부와 한빛원전 민간환경감시센터가 확인해 밝혔던 바로 그 구멍입니다. 지역신문인 광남일보가 <한빛원전 4호기서 국내 최대 크기 공극 발견 ‘논란’>(7월4일, 정규팔 기자)을 통해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빛 원전이 민관합동 조사단과 함께 격납건물을 조사하던 중, 90cm 깊이의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도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국내 최대 크기의 구멍이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후 이 구멍을 좀 더 조사해보니, 90cm가 아닌 157cm 깊이의 구멍임이 24일 밝혀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한빛 4호기 외벽에서 국내 최대 크기의 구멍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JTBC외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JTBC만이 다음 날 <‘부실공사 논란’ 한빛 4호기서 구멍 80개 발견>(7월5일, 강신후 기자)에서 다뤘습니다. 그 외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YTN 등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흘 뒤인 7일 연합뉴스가 한빛원자력본부를 인용해 한빛 3호기에서 94곳, 한빛 4호기에서 96곳의 구멍이 발견됐다고 보도하자, 그나마 당일 KBS에서 <간추린 단신-한빛원전 3‧4호기 격납 건물 공극 190곳 발견>(7월7일)으로 보도했습니다.
즉, 국내 최대 격납건물 구멍이 등장한 지난 4일부터 지금까지 이를 제대로 보도한 방송사는 JTBC뿐이라는 겁니다.
한빛 4호기 가동 중단 이후부터…MBC‧SBS‧TV조선‧채널A 보도량 ‘0’
한빛 4호기는 물론 한빛 3호기 등 일부 원전 격납건물 벽에서 수많은 구멍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가동 중단된 채 정밀 점검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2016년 한빛 2호기에서 격납건물 바로 전 단계의 방호 체계이자 콘크리트 벽과 마주하고 있는 6mm 두께의 탄소 강판이 부식된 게 처음 발견된 뒤 전체 원전에 대한 정밀 점검이 시작됐습니다. 한빛 4호기의 경우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일종의 발전기 정기검사로, 원자력안전법과 전기사업법에서 정한 주요 기기 계통에 대해 검사하고 설비를 개선하는 목적으로 수행)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격납건물 구멍 또한 가장 많아 102개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2017년 5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빛 4호기에 대한 방송사의 보도량은 어땠을까요? 저녁종합뉴스 외에 아침‧정오 뉴스 등을 모두 포함, ‘한빛 4호기’를 다룬 방송 보도는 MBC‧SBS‧TV조선‧채널A 모두 0건이었습니다. KBS나 YTN은 구멍이 발견되는 등 한수원의 발표가 있을 경우 보도가 나왔고, JTBC의 경우 <단독-‘한빛 4호기’ 콘크리트 구멍-철판 부식 외에도>(2017년 8월17일), <단독-한빛 4호기에 또 다른 이물질… 10cm 망치 추정>(2017년 8월18일) 등 한빛 4호기에서 안전상 결함이 발생한 데 대해 단독 보도를 이어나가기도 했습니다.
▲ 2017년 8월18일 한빛 4호기 핵심 설비에 소형 손망치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한 JTBC 보도
특히 2017년 8월18일 JTBC의 보도는 한빛 4호기 내 3대 핵심 부품인 증기발생기에서 10cm 가량의 소형 망치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증기발생기 내에 이 정도 크기의 이물질이 발견된 건 원전 발전 사상 처음이고,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실수이기 때문에 그 뉴스 가치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뉴스는 JTBC에서만 나왔습니다. 이를 추가 취재한 방송사도, 받아쓰는 방송사도 없었습니다.
지난 5월 한빛 1호기 사고 때도 가만있더니…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지난 5월 10일 있었던 한빛 1호기 사고 당시에도 관련 보도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원전 사고 보도 안 하는 종편 3사의 안전불감증 심각>(5월27일)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한빛 1호기 사고를 알리고 특별조사 방침을 알린 20~24일 동안 TV조선과 채널A, MBN은 단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SBS는 1건, YTN은 0.5건 보도해 이들 또한 제대로 된 보도를 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한빛 1호기의 경우 실제 원자로의 열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았고 한수원과 원안위가 이를 쉬쉬했기 때문에, 2년 넘게 멈춰 있는 한빛 4호기 콘크리트 벽에서 구멍이 발견된 이번 사건과 당장 뉴스 가치를 비교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정확해진 건, 언론들이 원전 관련 사고에 대해 모른 체하고 있다는 겁니다. 안전 불감증이나 어떤 이유로든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권 때문에 외면하고 있습니다.
원전은 흔히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지어지고 가동됩니다. 하지만 그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은 원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정부나 정치권, 대기업, 전력회사, 원전 전문가 등의 그럴싸한 데이터에서 만들어진 ‘이유’이지,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원전을 사용하는 동안 최대한 안전함을 보장하려면,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국민과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들의 원전 사고 외면이야말로 원전을 가장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24~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출처 : 미디어오늘
앞으로 10년간 전국 폭염 위험 더욱 높아진다…
‘매우 높음’ 19곳→48곳
앞으로 10년간 전국의 폭염 위험이 과거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는 전국 229곳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상청의 기후전망 시나리오를 활용해 2021~2030년 보건, 환경 등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폭염 위험도’를 5단계로 평가한 결과를 1일 공개했다. 지난해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고, 기후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자체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조사됐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2021~2030년 폭염 위험도 지도. | 환경부 제공
기후변화 시나리오 RCP4.5(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를 적용해서 위해성(기온, 습도 등), 노출성(인구,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취약성(도시화, 지역내총생산, 의료인프라 등) 24개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해 등급을 매겼다. 분석결과 2021~2030년 ‘폭염 위험도’는 기준 연도인 2001~2010년에 비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폭염 위험도 ‘매우 높음’ 지역은 19곳에서 48곳으로 늘어난다. 서울의 강서·동대문·동작·양천구, 부산의 동·영도·중구, 대구의 남·달서·동·서·중구, 광주의 광산·남·동·서·북구를 비롯해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의 지자체들이 포함됐다. 전남이 13곳이나 포함돼 가장 많았다.
‘높음’ 지역은 50곳에서 78곳으로 늘어났다. ‘낮음’ 지역은 64곳에서 32곳, ‘매우 낮음’ 지역은 16곳에서 6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반적으로 229곳 중에 이전과 폭염위험도가 동일한 지자체는 95곳이었으며, 한 등급 오른 곳은 130곳에 달했다. 두 등급 오른 지자체는 서울의 양천·강서·동작구와 광주 북구 등 4곳이었는데, 이들 지역의 일최저기온과 체감온도, 불쾌지수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지난해 극한의 폭염으로 눈앞의 현실이 됐다. 평균 폭염일수는 1980년대 8.2일에서 2010년대 들어 12.3일로 늘었으며, 온열질환자수는 연평균 1132명(사망 11명)에서 지난해 4526명(사망 48명)으로 2011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65세 이상 인구와 독거노인 비율 등이 높아지면서 위험도가 상승했다. 도시화로 숲이 사라지는 것도 위험을 높였다. 지역별로는 기온이 높은 남부지방의 위험도가 높았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원 지역의 위험이 덜했다.
지자체에 따라 인구 구성과 응급의료기관 등 각종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배연진 환경부 신기후체제대응팀장은 “일상화되는 폭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지자체의 폭염대응력을 높이면서 민감계층이 당장 폭염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단기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지자체 대상 폭염 대응 시설 컨설팅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To Know Him Is to Love Him (The Teddy Bears)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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