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기후 파업’ 시위에 나서는 독일 청소년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낭떠러지 위에 전원주택... '걸레도시' 된 용인시
“시야 가리지마라”…129억 내고 조망권 지켜
‘피할 수 없는’ 쓰레기 대란이 오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 지하수 영향 없었다
일몰 앞둔 화북2동 동부공원 공급촉진지구 지정…
뱁새의 억울함을 아시나요
“방사능 악몽 이제 시작, 일본 가지 마” 의사의 경고
16살 환경운동가, 프랑스 정치인에 일침 “애들 말 안 들어도 과학적 진실 외면말라”
부산 고지대·해안가 난개발 막도록 정비사업 요건 강화
‘생태계 폭군’ 된 냥이들…상생 방법은 없을까요?
낙동강 ‘녹조 반죽’으로 부산 식수 끊길 뻔했다
‘식물성 고기’ 문제는 없는 걸까?
부산시, 2020 공원일몰제 대비 정책 수립 시민의견 반영
"도시공원 매입비 국비 50% 지원해야"
광안대교 전 구간에 보행로 만든다
우리나라 바다 물고기 얼마나 줄어들었나 봤더니...
철갑’ 두른 심해 고둥은 왜 멸종위기에 처했나
“2000년간 이런 적은 없었다” 지구촌 급격·광범위한 온난화
세계는 녹색금융 전쟁 중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한국에선...
물범아, 친구들 어디 갔니…백령도로 데려와 함께 살자
금요일 ‘기후 파업’ 시위에 나서는 독일 청소년
매주 금요일 독일 청소년과 청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기후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분배나 실업 등 경제 문제보다 기후변화 등 지속 가능한 미래와 관련한 문제에 주목한다.
지난 2월부터 매주 금요일이면 독일 전역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 시위를 벌인다. 지난해 8월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16)의 1인 시위가 발단이었다. 툰베리는 스웨덴 정부에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이 1인 시위가 인터넷에서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SNS에 #Fridaysfor Future라는 해시태그가 달리며 유럽으로 퍼졌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운동단체도 만들어졌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일 청소년들도 금요일마다 ‘기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6월21일에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 아헨에서 국제적인 시위가 열려 16개국의 청소년과 청년 약 1만명이 참여했다.
시위 전면에 나선 여학생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가 열리기 직전 레조(Rezo)라는 젊은 유튜버가 ‘기민당(기독민주당)의 파멸’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레조는 55분짜리 동영상을 통해 정당을 비판했는데 특히 집권당인 기민당이 그 대상이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집권당의 미온적 대응뿐 아니라 양극화, 교육 문제, 무기 수출입 문제 등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레조는 기민당뿐 아니라 사회민주당(사민당) 그리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기성 정당 모두 기후변화에 미온적이라며 이들에게 투표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레조의 동영상은 5월23일 유럽의회 선거가 시작되기 전까지 1000만 조회 수 이상을 기록했다.
이 두 가지 사례를 들며 독일 언론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규정했다. <슈피겔>은 유튜버 레조를 젊은 세대가 정치를 풀어가는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조명했다. 먼저 이들은 과거처럼 정당을 정치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신문 기사가 아닌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영상 기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정보를 생산하기도 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형성한다. 정당은 젊은 세대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정당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가 강조하는 어젠다도 이전 세대와 매우 다르다. 이들의 정치적 관심은 분배나 청년 실업 등 경제적인 문제보다 환경이나 기후변화 등 지속 가능한 미래와 관련한 어젠다이다. <슈피겔>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일정 정도 경제적인 걱정에서 해방된 덕분에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정치적인 움직임을 모색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정치의 중심에 나섰다는 점이다. 기후 파업 시위의 전면에 나선 이들도 주로 여학생들이다. 이는 과거 남성 주도의 시위 양상과 비교된다.
ⓒdpa 6월21일 독일 아헨에서 청소년과 청년 1만명이 기후 시위에 참가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은 20.5%를 득표해 기사당(기독사회당)·기민당 연합(28.9%)에 이어 2위로 올라서며 돌풍을 일으켰다. 유럽의회 선거 직후 6월1일 방송사 RTL과 n-tv가 여론조사 기관 포르자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녹색당이 지지율 27%로, 기사당·기민당 연합(26%)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보통 땅이라 일컫는 토지(土地)는 식물의 싹(十)이 돋아나는 흙(一)을 뜻하는 ‘土’와 다양하고 많은(也) 형질을 지닌 땅(土)인 ‘地’로 이루어져 있다. 즉, 토지는 ‘생명을 키우는 여러 모습의 환경’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혹자는 땅을 어머니에 비유하기도 한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땅에서 시작하기에 우리는 땅을 생명과 같이 소중히 여겨왔다. 한편 모든 땅에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소유권(재산권)이 존재한다. 국가는 1999년, 그런 귀한 땅을 도시계획시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국민 권리를 회복시키고자 ‘일몰제’를 도입했다. 당시 ‘IMF’에서 벗어나며,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국토 관리가 요청되는 시점에서 선택했던 선진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제도 자체가 가진 의미에 비해, 이를 현실에 옮기는 작업은 매우 등한시되었다. 아니 일몰제 자체를 잊고 있었다.
그림 서상균
2020년 7월 1일부로 일몰제가 시작된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는지, 20년 동안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무엇을 했는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당장 내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일몰제가 가져올 파장이나 후유증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 없이 그 긴 시간을 보내버렸다. 국민 재산권 침해를 혁신하고자 선택한 일몰제였지만, 당시 선택자들의 치적(?)에서 단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채 20년이 지나고 말았다. 일몰의 대상이 되는 ‘장기 미집행 시설’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후 20년 동안 사업집행이 되지 못한 시설을 말한다. 도로나 공공시설도 있지만, 불행히도 일몰의 주 대상은 공원과 녹지다. 부산의 경우에도 전혀 개발되지 못할 것 같던 해안부와 구릉지의 공원들이 일몰의 핵심 대상이다. 지난 20년 동안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니었다. 해당 토지의 가격이 치솟았고 주변부 개발용지도 거의 동이 나버렸다. 그래서 일몰제 시행을 1년 앞둔 이 시점! 국가와 지자체들의 게으름과 무책임이라는 불편한 진실 속에서 ‘개인 재산권 침해’와 ‘국민 환경권리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부산의 일몰 대상 공원녹지의 대부분은 수십 년간 성장하며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는 ‘성숙림(mature woodland)’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탄소를 흡입하는 성숙림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것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흡입하고 그 농도를 크게 완화할 수 있는 성숙림으로 꽉 차 있는 부산의 일몰 공원녹지들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이유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부산의 하늘을 날아 본다. 금정산 대계에서 도시를 관통하며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초록 띠가 각종 개발에 의해 조각난 채 바다로 이어진다. 그 초록 조각들이 바다와 맞닿으며 305㎞ 해안선으로 연결된다. 서에서 동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가덕도, 다대포와 몰운대, 암남공원, 태종대, 이기대, 동백섬, 달맞이언덕과 청사포를 지나 기장의 해안으로 이어진다. 이들 또한 조각나 있지만, 바다언덕(臺)이나 해안 구릉지의 모습으로, 울창한 숲을 가진 도시공원으로 시민과 함께하고 있다.
부산에는 90여 곳의 일몰 현장이 있다. 모든 곳을 지키기에는 너무 늦었고 또 천문학적인 재원이 들어가기에 시는 선별 과정을 거친 공원 매입에 집중하는 나름의 방도를 세웠다. 그런데 책정된 매입 보상비와 현 지가(추산치)와의 차이가 무려 수배가 난다고 한다. 현실적인 결론은 추리고 추린 공원들인데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니 일몰제의 책임 소재를 정확히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일몰 대상들은 모두 도시계획시설이기에 지정과 관리의 책임은 해당 지자체가 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일몰 대상 중 상당수 공원은 1970년대에 국민의 쾌적한 삶과 환경 보전을 위해 국가가 지정한 것이다. 일몰제 또한 국가가 시작했으니 국가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 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장기 미집행 공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골자는 지방채 이자의 지원(50%)과 일몰 대상 중 국공유지의 실효 유예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1년 뒤에 사라질 수 있는 서울의 절반이 넘는 공원들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사실 정부 대안은 앞으로 일몰제에 깊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국 275개 사회시민단체가 참여한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며칠 전에는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중심이 되어 다섯 가지의 핵심 방안을 제시하고 이의 입법을 위한 대정부 활동을 선언했다. ‘사유재산권의 침해 없는 국공유지를 공원 일몰제에서 제외하자’ ‘공원 매입을 위한 비용 50%를 국고에서 지원하자’ ‘도시자연공원구역을 확대 지정하자’ ‘토지 소유자의 상속세와 재산세를 감면하자’ ‘공원일몰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실효 기간을 3년간 유예하자’ 등이다. 이의 실행을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을 부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국시민행동이 주장하는 골자다. 이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은행제 적립금’을 공원 매입비에 활용하는 방안도 의원 발의되었다. 이는 ‘공원 매입을 위한 비용 50%를 국고에서 지원하자’는 주장의 실질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 공공토지의 비축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은행제이기에, 국민 여가 시설이자 경제 유발 시설이며 도시방재 시설인 공원에 대한 토지은행제 적립금 사용의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아 보인다.
공원에 대한 투자는 사라지는 돈이 아니다. 이 일에 어찌 중앙과 지방을 구분할 수 있는가. 일몰 공원에 대한 국고 지원은 미래의 국토 기반과 기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결단은 분명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줄 것이다. 그래서 국민모금, 즉 트러스트 운동의 기회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토지 소유주들의 마음도 유연케 할 것이다. 미룰 이유가 없다. 바로 우리 눈앞에서 이기대와 청사포가 사라지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 시대에 이 보다 더 큰 우(愚)는 없을 것이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국제
낭떠러지 위에 전원주택... '걸레도시' 된 용인시
위험천만한 경사도 기준 완화가 불러온 재앙
▲ 다랭이 논도 아닌데 산 정상까지 들어서는 주택개발 난개발 현장 ⓒ 최병성
포클레인이 산 정상까지 계단을 만들고 있다. 다랭이 논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한 계단마다 전원주택이 한 채씩 들어선다. 숲을 전멸시키고 들어서는 전원주택,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는 더 심각하다. 시민들이 오르내리는 산 정상의 등산로까지 다 밀어냈다. 그 옆으로는 급경사의 낭떠러지다. 아차 하면 사고가 날 수 있는데, 고작 나일론 줄 한 가닥 매어놓았다. 산너머에 대학교가 있는데, 물류창고를 짓는다며 급경사의 산을 통째로 밀어냈다.
▲ 물류창고 짓는다며 산 정상의 등산로까지 파괴한 막개발 현장 ⓒ 최병성
조금 전 살펴본 장면은 한편 애교스럽다. 여기는 산이 싹둑 통째로 잘려나갔다. 산이 잘려나간 이 자리에 물류창고가 들어서고 있다. 요즘 용인시에서 벌어지는 난개발 현장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전원주택과 물류창고와 산업단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난개발도 용인되는 용인시다.
▲ 산을 싹둑 잘라내고 물류창고를 짓고 있다. ⓒ 최병성
경사도 기준 완화, 그후
이처럼 용인시의 난개발이 더 심각해진 이유는 지난 2015년 전임 시장이 개발 가능한 경사도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시민들과 시의회가 경사도 기준 완화가 난개발을 초래한다며 반대했지만 전임 시장은 굽히지 않았다. 아침에 시작한 시의회가 저녁 8시까지 수차례 정회를 반복한 끝에 경사도 완화 조례가 통과됐다. 덕분에 용인시 전역이 벌레가 파먹은 듯한 흉측한 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용인시 기흥구의 경우, 개발 가능한 경사도 기준이 17.5도에서 21도로 완화되었다. 경사도 완화 결과 기흥구의 산림이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졌는지 그 현장을 보자. 2009년과 2019년 현재 딱 10년의 차이다.
▲ 2015년 경사도 완화로 인해 파괴적인 막개발이 진행 중인 현장 ⓒ 네이버 항공사진, 최병성
골짜기 사방으로 산림이 파헤쳐지고, 위태로운 급경사지에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이렇게 큰 마을이 형성되고 있지만, 마을 진입도로는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옛날 시골길 그대로다. 차 통행도 불편하고, 오가는 시민들의 안전도 우려된다. 더욱이 급경사의 경사지에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 하늘을 찌르는 옹벽을 쌓고 집을 지었다. 세계적으로 지진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 지진이 용인에 발생한다면 용인시는 재난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 급경사지에 높이 13m의 옹벽을 쌓은 위태로운 전원주택단지 ⓒ 최병성
서울 인근 도시들, 난개발 몸살
다행스럽게도 용인시가 변화의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민선 7기가 시작한 지 한달 만인 지난 2018년 8월 난개발 해결을 위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가 발족했다.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는 대학교수, 건축가, 난개발 피해 주민 대표,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위원을 구성했다. 그리고 11개월 동안 1주일에 2회씩 회의와 현장조사를 거듭한 끝에 지난 7월 초 유형별 난개발의 원인과 대안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개별 사업의 문제점을 정리한 난개발 실태조사와 대안 두 권으로 이뤄져 있다. 앞으로 용인시는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가 낸 백서에 따라 용인시가 조례를 바꾸어야 할 것과 중앙정부가 제도를 고칠 것으로 나눠 이 문제를 해결해 갈 예정이다.
오늘 용인시에서 벌어지는 난개발은 단지 용인시만의 일이 아니다. 인근 도시인 화성시, 광주시, 남양주시, 양평군 등 서울 인근도시마다 난개발로 도시가 황폐화되고 주민들이 고통당하고 있다. 용인시가 다른 도시보다 조금 더 심할 뿐이다. 광주시의 한 개발 현장을 보자. 어마어마한 면적의 숲을 밀고 산을 통째로 절단하고 있다. 이곳에 물류단지가 들어 설 예정이다. 개발 현장 앞엔 '교통지옥 해결하라'는 주민들의 아우성이 들려온다. 지금도 2차선에 불과해 교통이 불편한 곳인데 이렇게 큰 대규모 물류단지가 들어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경기도 광주시의 물류단지 공사 현장. 이렇게 숲을 파괴해야만 물류단지가 가능할까? ⓒ 최병성
국토를 훼손하는 막개발이 용인시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에 법이 없기 때문일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있고, '경관법'과 '산림법'이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뿐만 아니라 지자체마다 개발 관련 조례가 있다. 그런데 왜 전 국토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을까? 법에 허점이 너무 많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난개발이 가능한 구멍이 뻥뻥 뚫려 있고, 경관법은 이름은 좋으나 난개발을 잡기엔 있으나마나 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오히려 개발의 면죄부로 전락했고, 지자체 조례는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위한 기준으로 뒷걸음치고 있다. 난개발을 해결하려면 지자체의 조례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법이 바뀌어야 한다.
최근 몇몇 개발사업에 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개발업자들의 뒤를 봐준 용인시 공무원들의 부패가 적발되었다. 관련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아니면 개발업자들과 결탁한 공무원들의 부패로 난개발이 발생한다. 잘못은 공무원들이 하는데, 난개발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시야 가리지마라”…129억 내고 조망권 지켜
▲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AP=연합뉴스]
멋진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 고급 콘도형 건물의 입주민들이 조망권을 지키기 위해 100억원 이상의 거액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업자가 주변에 고층 건물을 신축하려고 하자 시야가 가릴 것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집단으로 개발업자로부터 1천100만달러(약 129억원)에 이른바 ‘공중권’(air right)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개발업자는 저고도로 건축설계를 바꿨고, 콘도형 건물 입주민들은 거액을 지불하고 맨해튼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보이는 조망권을 지켰다. 22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맨해튼 첼시의 ‘7번 애브뉴, 17번가’에 있는 12층 높이의 L자형 건물이다.
개발업체인 ‘엑스텔 디벨럽먼트’(Extell Development) 당초 L자형 건물 주변의 작은 건물들을 허물고 총 44m 높이의 콘도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신축계획이 알려지자 L자형 건물 입주민들은 협상에 나섰고, 엑스텔 측은 당초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다 결국 1천100만달러에 합의했다.L자형 건물 입주민들은 주거 중인 층수에 따라 차등화해 1천100만달러를 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층 입주민들은 비용을 분담하지 않았다.
높은 천정과 넓은 공간을 갖춘 L자형 건물은 예술인이나 유명인사들이 거주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의 남편이자 조각가인 돈 검머는 이 건물을 개보수 하기 전에 살았다.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는 이 건물의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가 2012년 1천500만달러에 매각했다. 최근 이 건물의 한 세대 거래가는 97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회사인 ‘드러스트 오거나이제이션’의 조던 배로위츠 부회장은 “무형의 조망권을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NYT는 양측간 합의는 지난 2016년에 이뤄졌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조망권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거액이 거래된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엑스텔의 개리 바넷은 대부분의 사람(입주민)은 소송을 제기해서 개발을 저지하려 하지만 그들은 ‘시장가’를 지불해서 조망권을 지켰다면서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엑스텔 측은 당초 44m 높이의 콘도 신축계획을 변경해 L자형 건물 입주민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높이의 상업용 건물을 신축 중이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피할 수 없는’ 쓰레기 대란이 오고 있다
쓰레기 대란 이후 1년, 쓰레기 증가 속 쓰레기 매립장 한계 임박
“재사용 인프라 조성, 일회용품 대체하는 자원순환 뉴딜 나서야”
지난해 4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례없는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집에 쓰레기가 쌓여가는 공포를 경험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모든 문제는 해결됐을까.
쓰레기 대란은 잠시 뇌리에서 사라졌지만 ‘쓰레기’는 그대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 발생 폐기물은 41만톤 수준으로 5년 전보다 3만톤가량 늘었다. 한국은 단위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이 많다. 유럽 플라스틱·고무 협회(EUROMAP)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이미 세계 최고다. 쓰레기장은 임계점이 왔다. 16.85㎢면적의 수도권 매립지가 꽉 찼다. 매립지로 들어오는 폐기물의 48%는 서울시, 34%는 경기도, 18%는 인천에서 온다.
녹색당이 22일 개최한 ‘쓰레기 없는 도시를 위한 오픈포럼’에서 ‘쓰레기 전문가’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내 쓰레기 매립장 수명이 거의 종료됐다. 처리 시설이 부족하지만 주민 반대로 신규 설치와 증설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수열 소장은 “한국의 폐기물 인프라는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집중 건설됐고 이제는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만 주민들은 ‘당할 만큼 당했다’며 주변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없애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없다.
▲게티이미지.
이런 가운데 지난해엔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쓰레기가 적발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쓰레기는 느는데, 줄일 방법은 모이지 않고, 묻을 곳도, 태울 곳도 마땅치 않다. 홍 소장은 “정원이 있는 집은 쓰레기 ROT(퇴비화)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정원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인이 쓰레기 대란에 대응하기에는 무력하다. 홍수열 소장은 “쓰레기 제로를 위해 개인의 실천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이 비닐사용량을 줄인다며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도 장바구니 안에 비닐과 플라스틱이 가득 쌓인다. 플라스틱 권하는 사회문화가 문제다.
한국의 1인 가구는 2017년 기준 전체 가구의 28.6%를 기록했고 2018년 기준 국내 편의점 개수는 4만2010곳이다.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계는 2018년 110조원 규모를 돌파했다. 편의점-1인 가구-온라인쇼핑 문화는 폐기물 증가로 이어진다. 쉽게 세팅하고 쉽게 버리는 MICE산업(기업회의, 국제회의, 전시사업, 이벤트)도 폐기물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이날 이태영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서울 신촌에서 물총축제를 한 번 하고 나면 플라스틱 물총을 다 버리고 가서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생긴다. 비닐 우비도 함께 버려진다. 우리는 폐기물을 많이 만드는 일상에서 산다”고 말했다. 이태영 정책위원장은 “플라스틱 사회는 통합적 전환적 기획으로 풀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폐기물이 너무 많고, 재활용도 어렵고, 관리도 불안정하며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자원순환정책에 빠져있는 질문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
홍 소장은 “재활용센터는 빈곤층이 이용하는 가게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건물 외곽부터 고착화시킨다”며 “재사용 문화를 소비생활 속으로 집어넣으려면 재사용가게나 재활용센터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소장은 “수리문화의 확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접 수리를 체험해보는 리페어 카페는 전 세계 1883곳이다. 리페어 카페는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비율이 낮은 유럽에 압도적으로 많다.
앞서 쓰레기 대란은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2018년1월1일)→국내 재활용 쓰레기 공급과잉→폐지 가격 등 급감→민간 재활용 수거업체 수거 거부로 이어졌다. 이후 지자체가 비용을 지불하고 민간 수거업체에게 수거를 맡기는 식으로 해결하거나 주민이 직접 돈을 모아 수거업체에 주는 방식으로 해결했으나 쓰레기를 무한 배출하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게티이미지.
지난해 5월 환경부는 쓰레기대란 이후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하지만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만들겠다는 유럽연합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정부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그나마 다행이다. 자원재활용법에 근거한 EPR은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생산자가 일정부분 재활용 의무를 지도록 한다. 매년 초 환경부 고시에 따라 기업은 정해진 의무율 만큼 재활용해야 한다. 2019년 의무율은 알루미늄캔 79.7%, 유리병 72%, 페트병 80.1% 등이다. 홍수열 소장은 “제품 생산자가 폐기물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낙동강 하굿둑 개방 지하수 영향 없었다
1차 시범개방 실증실험 결과 예상보다 깊이 해수침투 불구 우려했던 염분농도 상승 없어
- 2025년 수문 전면개방 청신호
부산시와 환경부 등이 지난달 6일 진행한 낙동강 하굿둑 시범 개방에서 지하수로 염분이 침투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5년 하굿둑을 열어 낙동강 기수역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시의 계획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오는 9월 한 차례 더 시범 개방을 추진한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낙동강 하굿둑 운영 1차 실증실험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시범 개방은 지난달 6일 밤 10시41분부터 11시19분까지 진행됐다. 수문 1기를 열었으며, 바닷물 64만 t가량이 낙동강으로 유입됐다.
당시 일부 농민은 하굿둑이 개방되면 염분이 지하수로 스며들어 농사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지하수 염분 변화와 하굿둑 개방과의 인과관계는 찾을 수 없었다. 하굿둑 기준 낙동강 방면 500m 지점에서 측정된 염분은 수문 개방 전(지난달 5일) 20PSU(물 1㎏ 속 염분을 g으로 나타낸 수치)정도였지만, 개방 후(지난달 8일) 18PSU 정도로 오히려 낮아졌다. 낙동강 방면 1.5㎞ 지점 염분 역시 같은 기간 12PSU에서 10PSU 정도로 떨어졌다. 하굿둑에서 3.5㎞ 떨어진 지점의 염분은 수문 개방과 상관없이 29PSU가량을 유지했다.
애초 낙동강 중층(수심 5~7m)을 기준으로 하굿둑 위쪽으로 3㎞ 지점까지 해수가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5㎞ 지점까지 2㎞가량 더 염분이 침투했다. 낙동강 최저층은 상류 약 7㎞ 지점까지 바닷물이 유입됐다. 시와 연구팀은 당시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았고, 바다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 바닷물 유입 범위가 더 넓어진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바닷물이 낙동강 저층으로 깔리면서 기존 염분이 밀려 떠오르는 등 영향도 있을 것으로 봤다.
부산대 안순모 해양과학과 교수는 “바닷물은 강물보다 밀도가 높아 밑으로 깔린다”며 “바닷물이 낙동강 하구의 내리막길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멀리 유입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는 오는 9월 12~15일 추석 연휴 전에 다시 한 번 하굿둑을 열기로 했다. 수문 1기를 두 차례 열어 낙동강 하구 염분 변화를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낙동강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최대현 대표는 “하굿둑 개방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인 만큼, 계속 진행하면서 구체적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일몰 앞둔 화북2동 동부공원 공급촉진지구 지정…
주택단지 조성국토부·LH 최근 동부공원 사업 공원으로 선정
도시공원 부지서 개발행위 특례사업 본격 추진
일몰시기를 앞둔 미집행 도시공원인 제주시 화북2동 동부공원이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동부공원에 민간공원을 비롯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조성되는 등 새로운 주택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미집행 도시공원 해소방안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연계사업인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이하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 3월 화북2동 동부공원과 오등봉공원,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3곳에 대해 수요조사를 제출했다.
이에 국토부와 LH는 최근 사업 공원으로 동부공원을 선정했다. 사업 전체 면적은 32만1300㎡로, 12만4033㎡는 주택용지로 조성해 1784세대 규모의 단독·공동주택을 조성하게 된다. 나머지 4681㎡는 공공시설용지로, 19만2586㎡는 기반시설용지로 조성된다.
도는 동부공원을 ‘민간임대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공급촉진지구 지정을 위해 22일 주민공람 공고를 하고 토지주 의견을 수렴해 내년 6월까지 지구지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도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실효대응 종합계획을 마련해 올해부터 행정력을 집중해 토지보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는 도시공원 연차별 토지보상 방안으로 5개년(2019년~2023년) 동안 연차별 39개 공원 679만8000㎡에 대해 총 5757억원을 투입해 매입 계획이다. 올해 지방채 690억원, 자체재원 81억원 등 총 771억원을 투입 1차년도 보상을 마무리 한다. 또한 토지보상 특별회계에서 공원매입 부분에 50억원을 투입한다./김지석 기자 kjs@jemin.com
뱁새의 억울함을 아시나요
뱁새에게 저지른 ‘치명적인’ 오해들
뱁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도 불린다. 흰머리오목눈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뱁새는 적갈색의 빛을 띤다. 찰스 람, 위키미디어 코먼스
2016년 12월11일, 온라인 매체 ‘써니 스카이즈’는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새로 한국의 뱁새(Korean crow-tit)를 소개했다.(This Is The Korean Crow-Tit - The World’s Cutest Bird!) 국내 매체나 에스엔에스에서도 이 뱁새 사진은 빠르게 퍼졌다. 눈덩이처럼 하얀 몸에 새카만 눈, 앙증맞은 부리를 가진 이 새를 보고 우리나라의 네티즌들도 그 깜찍함에 반한 듯했다. 하지만 사실 이 새는 뱁새가 아니라 ‘흰머리오목눈이’다. 진짜 뱁새는 따로 있다.
뱁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도 불린다. 흰머리오목눈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뱁새는 적갈색의 빛을 띤다. 또, 이 둘은 전혀 다른 과에 속한다. 뱁새는 ‘붉은머리오목눈이과’에, 흰머리오목눈이는 ‘오목눈이과’에 속한다.
써니스카이즈가 한국의 뱁새라고 소개한 ‘흰머리오목눈이’. 국내에선 드물게 관찰되는 나그네새다. 써니스카이즈 홈페이지
하지만 흰머리오목눈이의 소문난 귀여움 때문인지, 뱁새는 그의 이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다. 구글(google)에서 ‘뱁새’를 검색하면 적갈색의 새가 아닌 새하얀 새의 사진이 상위에 뜬다. 심지어 흰머리오목눈이가 뱁새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흰머리오목눈이는 국내선 드물게 관찰되는 나그네새다. 반면, 뱁새는 참새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이다.
구글에서 뱁새로 검색한 결과 화면. 대부분 흰머리오목눈이 사진이다.
뱁새의 억울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욕심 많은 새로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뱁새’에서는 사회 기득권층으로 비유되는 황새들의 횡포에 짓눌려 살아가는 엔(N)포세대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뱁새와 황새는 서식지가 완전히 달라 만날 일이 없다. 뱁새는 주로 덤불 속에, 황새는 넓은 개울가나 논, 호숫가에 살기 때문이다.
뱁새의 생김새와 관련해서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다. ‘뱁새눈’은 작고 가늘게 찢어진 눈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뱁새의 눈은 앙증맞고 동그랗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뱁새.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조그마한 몸집을 지닌 뱁새와 뻐꾸기의 생존 ‘전쟁’은 잘 알려져 있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기생하는 ‘탁란’을 한다. 뻐꾸기는 뱁새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뱁새의 알 하나를 밀어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자기 알을 낳는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뱁새가 속이 좋아서 뻐꾸기의 탁란을 받아주는 건 아니다. 뻐꾸기가 나타나면 뱁새는 무리를 지어 기생자를 공격한다.(뻐꾸기와 뱁새는 오늘도 ‘진화의 군비경쟁’ 중) 뱁새는 둥지에서 뻐꾸기 알을 발견하면 가차 없이 내버린다. 뻐꾸기는 다시 뱁새 알과 비슷한 새로운 무늬와 알을 만들어 내는 공방이 이어진다.
뱁새는 덤불이나 수풀 속에 살며 높이 날지 않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둘러싼 오해도 많다. 하지만 뱁새도 앙증맞고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이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생태계의 또다른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준다면 뱁새의 억울함이 조금은 풀릴 것이다.
송주희 교육연수생 allyinsev0325@gmail.com
뱁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도 불린다. 알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방사능 악몽 이제 시작, 일본 가지 마” 의사의 경고
김익중 전 동국의대 교수 “일본 산과 강 완벽 제염 불가능, 내부피폭 불가피”
“가능하면 일본 가지 마세요. 갔다면 빨리 돌아오세요. 어린이는 데리고 가지 마세요.”
세계적인 과학잡지 PNAS에 실린 일본의 오염지도. 일본땅의 약 70%가 오염돼 있다. 이 오염은 적어도 30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슘137의 반감기(30년)가 10번은 지나도 오염이 충분하게 제거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를 포함한 파란색 안쪽은 고농도로 오염된 지역으로 500년 이상 지나야 안전한 곳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농도 오염지역의 넓이는 일본땅의 20% 정도이며 남한의 넓이와 비슷하다. 출처=반핵의사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익중(59) 전 동국의대 교수는 23일 일본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며 피폭이 염려된다면 일본을 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의학자의 입장’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뒤 방사능 오염이 300년간 지속하는 만큼 일본의 방사능 악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흙엔 세슘 없습니다. 그게 정상”
김 전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도쿄도내 미즈모토공원(水元公園)의 흙 여러 곳에서 ‘방사선 관리구역’에 해당하는 방사능 오염이 측정됐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미 일본의 광범위한 토양이 오염됐다는 것이다.
출처=반핵의사회
그는 방사선 관리구역의 설정 기준인 1㎡당 4만 베크렐(4만 Bq/㎡)이 어떤 뜻인지 설명했다.
“4만Bq/㎡라는 것은 가로 1m 세로 1m 땅에 세슘137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을 통해 1초에 4만개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원래 자연계에 없는 세슘은 핵발전이나 핵무기 사용할 때만 발생하는데 이 물질이 도쿄 공원의 흙까지 오염시켰다는 거죠.”
일본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나도는 미즈모토공원 방사선 오염 측정 결과 지도. 밝은색 동그라미에서 측정한 방사능 오염은 방사선관리구역 수준을 넘어선다.
‘진실을 위해 핫스팟을 조사하는 사람들’(Hotspot Investigators for Truth·이하 HIT)이라는 일본 블로거는 지난 2월 17일부터 5월 19일까지 미즈모토공원 15곳의 토양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4만Bq/㎡를 초과하는 방사능 오염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가장 높은 곳은 7만7085Bq/㎡이었고 6만3504Bq/㎡와 5만4157Bq/㎡, 4만2418Bq/㎡의 수치가 나왔다.
김 전 교수는 “핵 사고가 나면 세슘뿐만 아니라 수백 개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데 그중 절반 정도는 반감기가 짧아 바로 사라지지만 세슘과 같은 물질은 오래 남는다”면서 “아마 세슘137 외에 다른 물질의 오염까지 합치면 흙의 오염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염 불가 산과 강과 들, 그게 진짜 문제”
김 전 교수는 외부피폭보다 내부피폭이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내부피폭이란 체내에 흡수된 방사성물질로 피폭되는 걸 가리킨다.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이 몸 안에 들어오면 갖가지 방사성 원소가 우리 몸 곳곳을 공격한다. 세슘은 혈액과 근육으로 이동해 DNA 구조를 변형시킨다. 요오드와 스트론튬은 갑상선 및 뼈를 공격하고 플루토늄은 폐에 문제를 일으킨다. 어린이와 노약자는 특히 방사성 물질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한다.
출처=반핵의사회
“일본 도심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높지 않게 나올 수 있어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는 비가 내려 씻겨 내려갈 수 있고 대기도 바람에 날려 희석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과 강, 들 같은 곳이 문제죠. 제염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 땅과 물로 나고 자란 농산물로 만든 음식물을 섭취하면 내부피폭을 당하게 됩니다.”
김 전 교수는 특히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피폭량 기준치를 20배로 높였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방사능 오염은 피할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기준치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피폭량 기준치는 한국보다 20배 높다.
“일본 정부는 기준치를 통과한 농산물을 유통한다고 홍보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의학적으로 안전한 건 절대 아닙니다. 우리나라보다 유통 기준이 크게 낮아요. 또 방사능이 적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방사능과 관련해 안전하다는 것은 오직 제로일 때입니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각종 질병 급증”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일본 내 각종 질병이 크게 증가했다.
출처=반핵의사회
일본 의사들은 2017년 1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국제 심포지움 ‘원전과 건강– 일본 후쿠시마와 한국 원전 주변’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됐던 전체 자료는 ‘반핵의사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일본 의사들이 발표한 자료 중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이 2015년 9월 집계를 보면 사고 이전인 2010년에 비해 후쿠시마현 내 각종 암과 질병이 2012년 급증했다. 2012년을 2010년과 비교하면 소장암은 무려 400%(13건→52건) 증가를 기록했고 전립선암은 300%(77건→231건), 뇌출혈은 300%(13건→39건) 증가했다. 이밖에도 대장암 297%(31건→92건), 백내장 227%(150건→340건), 조산·저체중 출산 166%(44건→73건), 폐암 163%(293건→478건), 협심증 157%(222건→349건), 위암 129%(114건→139건), 식도암 122%(114건→139건) 등으로 늘었다.
출처=반핵의사회
급성백혈병 증가치도 심상치 않다. 월간 ‘보도(宝島)’ 2015년 8월호를 보면 2010년 108건이었던 급성백혈병 발생이 2013년 230건으로 늘었다. 213%나 증가한 것이다. 후쿠시마와 인접한 군마현의 경우 2010년 113건에서 2013년 350건으로 무려 310% 뛰었다. 일본 전체로 보면 2010년 1만2820건이 2013년 1만8167건으로 늘었다.
갑상선암 발생 또한 급증했다. 쓰다 도시히데 오카야마대학 교수는 후쿠시마 현내 소아갑상선암에 대해 “20~50배 많이 발생하고 있고 과잉진단 결과로 설명할 수 없다”면서 “체르노빌과 마찬가지로 원전 사고 이후 5~6년째 이후 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능하면 가지 마시오” 의학자의 경고
김 전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말 큰 사고인데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피폭량은 암 발생과 정비례한다. 적은 양이면 적게 위험하고 많은 양이면 많게 위험하다는 소리다. 의학적으로 피폭량의 안전기준은 제로일 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났는데도 꾸준히 일본 여행객이 늘어서 절망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무역 전쟁으로 일본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가능하면 가지 마시오, 가능하면 빨리 돌아오시오, 방사능에 민감한 어린이들은 데리고 가지 마시오’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16살 환경운동가, 프랑스 정치인에 일침 “애들 말 안 들어도 과학적 진실 외면말라”
우파 의원들 “반바지 입은 예언자” 조롱하며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연설 거부하자
정치권 ‘지구촌 온난화’ 무대책 꼬집으며 맞대응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일 프랑스 의회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설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우리 같은 애들 말엔 귀 기울이지 않아도 좋아요. 그렇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진실은 외면하지 말아야죠.”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23일 지구 온난화 문제를 놓고 프랑스 우파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우파 정치인 일부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반바지를 입은 예언자” “생태계의 저스틴 비버(미국의 유명 팝가수)”라고 조롱하며 툰베리의 하원 초청 연설을 보이콧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툰베리는 이들의 인신공격적 발언에 한치도 기죽지 않고 아이들까지 나서게 만든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대책을 비판했다.
툰베리는 이날 프랑스 하원의원 162명이 속한 초당파적 모임 ‘생태·연대적 전환의 가속화’의 초청으로 하원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연설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 연설을 앞두고 프랑스의 중도우파 공화당 소속 기욤 라리베 의원은 “기후변화와 싸우려면 과학적 진보와 정치적 용기가 필요한 것이지 이런 묵시록적인 예언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동료 의원들에게 툰베리의 하원 연설을 거부하자고 촉구했다. 같은 당의 쥘리앙 오베르 의원도 “툰베리는 ‘노벨 공포상’을 받아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툰베리의 지구 온난화 대책 마련의 노력을 기려 노르웨이 의원들이 툰베리를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을 비꼰 것이다. 극우성향인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의원은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해결을 주장하는 이들이 툰베리 같은) 아이들을 동원해 모든 게 불타 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등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는 운명론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를 “새로운 형태의 전체주의”라고 공격했다.
이런 비난 속에서 연단에 오른 툰베리는 당당했다. 그는 “과학적 진실과 통계를 단순히 밝힌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욕설과 협박을 받고 있다”며 “나와 내 지지자들이 하는 일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위험요소들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툰베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각종 악의적 공격의 표적이 돼왔지만, 정치인들로부터 이런 공격을 받은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델핀 바토 전 환경장관은 툰베리의 연설 거부를 주장했던 라리베·오베르 의원이 공화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다는 점을 꼬집어 “(두 사람이) 기후변화 문제를 내세워 당내 투쟁을 했다”고 비판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석달간 학교를 결석하며 스웨덴 의회 앞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며 전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엔 그의 주장에 공감한 112개국 학생 140만명이 동맹 파업에 가세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부산 고지대·해안가 난개발 막도록 정비사업 요건 강화
市, 2030 정비기본계획안 마련…개발대상지 높고 바다 가까우면 기준용적률 낮추는 등 차등 적용
- 지역건설업체 인센티브는 확대
- 재개발 주민동의 50 → 60% 상향
부산시가 고지대와 해안가 난개발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30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안’(이하 정비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이를 위해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강화하고 기준용적률(용적률의 최고 한도)은 일제히 줄여 지역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시는 2030년을 목표로 재개발 재건축 같은 정비 사업에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는 정비기본계획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우선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 무조건 고밀도·고층 아파트를 건립하던 개발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먼저 대상지의 높이, 경사도, 해안가와의 인접 거리 등 개발 여건에 따라 기준용적률을 차등 적용한다. 주거지 정비 사업 중 경관관리·주거관리·주거정비구역은 각각 기준용적률이 210·220·240%였지만 180·200·23
0%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상업지는 주거지 비율이 낮을수록 용적률을 높이는 용도용적제를 적용한다. 고지대와 해안가는 개발을 억제하고 저지대 상업지는 고밀도 개발을 유도해 도시 경관을 해치는 난개발을 방지하는 게 이번 정비기본계획의 목적이다. 주민 스스로 주택 개량을 촉진하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도 장려한다.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도 손본다. 이제까지 제한이 없던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에 최대 40%라는 총량을 설정하기로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등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하면 최대 15%까지 주어지던 인센티브는 20%까지 늘었다. 지역 하도급 업체가 참여하면 주던 인센티브도 5%에서 6%로 확대했다. 지역 설계업체가 참여할 때 주는 인센티브가 최대 5%로 신설됐다. 빗물 저류조를 설치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때 주던 인센티브는 삭제됐다.
정비구역 지정 절차도 정비예정구역 지정 제도에서 주민 스스로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상향식 정비구역 지정 방식인 주거생활권계획 방식으로 바꾼다. 이 제도는 현재 사하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시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범 운영 과정에서 주민이 자의로 해석해 구역 형태가 엉망진창인 정비구역 지정 신청이 많아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주택 정비형 재개발, 재건축, 도시 정비형 재개발 사업에서 공통으로 입안한 주민 동의 비율을 50%에서 60%로 높이기로 했다. 또 정비계획 신청 전 효율적인 토지이용계획 수립을 위해 시가 주민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사전 타당성 검토 절차도 넣기로 했다.
정비기본계획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시행하는 법정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7월 정비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해 1년 동안 10회의 총괄계획가 자문회의와 최종 용역보고회를 거쳐 정비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 의견협의, 주민공람·공고, 시의회 의견 청취,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올 연말에 정비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2차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시·도지사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부산시 제공
이날 총회에서 시·도지사들은 △재정분권 추진경과와 향후과제 △지역상생발전기금 개편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 대응 △지방분권 관련 주요 법안 추진현황 및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시·도지사 일동은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위한 촉구문’도 공동으로 발표했다. 황석하 기자 hsh03@
‘생태계 폭군’ 된 냥이들…상생 방법은 없을까요?
북한산 등산객들에게 유명한 녀석들이 있습니다. 바로 '백운대 고양이'입니다. 산 정산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도시락을 여는 등산객 주위로 몰려들어 귀여움을 받는 녀석들이죠. 그런데 이런 고양이가 사실은 북한산 생태계를 해치는 주범이라고 하는데요. '귀요미 냥이'가 어쩌다 '생태계 폭군'이 됐을까요?
■ 새·개구리·다람쥐 등 닥치는 대로 사냥한다
고양이는 인간 의존도에 따라 집고양이, 길고양이, 들고양이로 분류됩니다.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먹이도 얻는 집고양이나 길고양이는 따로 사냥활동을 할 필요는 없죠. 간혹 쥐나 새를 잡기도 하지만 횟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야생에서 살아가는 들고양이는 다릅니다. 그야말로 '사냥꾼'이죠. 여우나 표범 등의 맹수가 사라진 북한산 생태계에서 들고양이는 삵 등과 함께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새나 개구리뿐 아니라 다람쥐 등 작은 포유류도 사냥합니다.
특히 재미삼아 사냥하는 습성이 있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사냥한 먹이의 28%만 먹는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가지고 놉니다. 사냥이 본능인 거죠. 미국에선 들고양이가 연간 14억 마리 이상의 새를 죽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 국립공원 '비상'..."중성화 수술 방법 바꿔보자"
희귀 동물까지 마구잡이로 사냥하는 들고양이 때문에 국립공원마다 비상입니다. 들고양이 개체 수가 늘면서 울음소리에 놀라거나 음식을 빼앗긴 탐방객들의 민원도 늘고 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6개월 동안 무인센서 카메라와 육안 등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 국립공원 내에 들고양이 322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 개체 수는 훨씬 많을 것입니다.
들고양이 관리 방안은 지금까지는 중성화 수술을 통한 개체 수 조절하기 정도에 국한돼 있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은 5년 전부터 들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324마리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정소와 난소를 제거하는 방식(TNR)으로 해왔는데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정소와 난소는 그대로 두고 정관과 자궁의 통로를 차단하는 방식(TVHR)입니다. 이 방식은 고양이의 성호르몬 발생은 변함이 없어 고양이의 복지 측면에서 개선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영역 확보 본능과 생식 본능이 유지되기 때문에 들고양이들의 서식밀도를 낮추는 효과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새 수술 방식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행되는 것이어서 아직은 수술 가능한 수의사가 별로 없습니다. 환경부는 일부 국립공원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새보호 목도리를 한 고양이
■ 알록달록 '새보호 목도리'로 사냥 성공률 떨어뜨린다?
환경부는 또 해외에서 '새보호 목도리'를 들여오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흡사 색동저고리 무늬와 비슷합니다. 원색의 천으로 만든 이 목도리를 고양이 목에 채우면, 고양이의 사냥 성공률이 최대 87%까지 떨어진다는 미국 한 대학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새 등의 동물이 고양이의 접근을 눈치채기 쉽기 때문입니다. '새보호 목도리'를 찬 고양이는 몇 번 사냥에 실패하게 되면 흥미도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보호 목도리'는 고양이에게 해가 없고 얼마든지 벗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또 쥐의 경우엔 색감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목도리를 찬 고양이가 쥐를 사냥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로선 '새보호 목도리'를 수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보호 목도리'는 미국와 영국 등에서 산업디자인특허권이 등록돼 있습니다. 현지에선 한국 돈으로 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지만 수입해 들여오면 못해도 2만 원은 될 것입니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특허권이 우리나라에서도 적용이 되는지를 파악하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가 잘 해결이 된다 해도 올해 안에 들여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립공원의 들고양이 [사진 제공 : 국립공원공단]국립공원의 들고양이 [사진 제공 : 국립공원공단]
■ "들고양이 먹이 주지 마세요"…"굶어 죽으면 어떡해요?"
국립공원공단은 탐방로 등에서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탐방객은 "밥을 안 주면 굶어 죽을 텐데 어쩌냐"고 묻습니다. 특히 정부 계획대로 '새보호 목도리'가 확대돼 사냥 능력까지 떨어진 들고양이라면 사람들이 주는 먹이가 없으면 뭘 먹고 살까 걱정이 됩니다.
이에 대해 국립생태원 김영준 부장은 "목도리는 새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들고양이가 쥐를 잡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근본적으로는 들고양이가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유입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산에서 먹이를 주면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먹이를 구하기 힘듦을 깨닫고 마을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현재 국립공원 등에서 서식하는 들고양이는 대부분이 반려동물로 도입된 외래종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도 고양이를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한 만큼 국립공원과 같이 생물 다양성이 높은 구역 내에서 고양이가 서식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한 해 2~3만 마리 유기…"고양이 입양부터 관리 강화해야"
지난해 구조된 유실·유기동물 10만 2천여 마리 가운데 2만 7천여 마리는 고양이었습니다. 도심지 주변 국립공원에 들고양이가 늘어나는 것은 고양이 유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애초 유기되는 개체 수를 줄이지 못하면 중성화 수술, 목도리가 의미가 없습니다.
동물보호단체 행강의 박운선 대표는 "고양이는 사냥이 본능인데 이걸 막겠다고 목도리까지 사 와서 씌우는 것 자체가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며 "유기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양이를 입양하는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반려견에만 의무사항인 동물등록제를 고양이에도 빨리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진화 기자evolution@kbs.co.kr
낙동강 ‘녹조 반죽’으로 부산 식수 끊길 뻔했다
녹조로 병든 낙동강
폭염 탓 녹조 최악, 정수장도 한계
작년 8월말 수돗물 제한급수 검토
“언제든 재발…보 개방·해체 시급”
1300만명 영남사람 먹는 물이지만
보 8개·하굿둑에 막혀 `저수지’
고도 정수 처리해도 늘 `불안불안’
간 손상 일으키는 남조류 독소
활성탄 사용해도 100% 제거 못해
정수 뒤 트리할로메탄도 위험
지난 6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 인근의 농업용 양수장 취수시설 내부. 녹조로 강물이 형광색에 가깝 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낙동강 녹조가 심해지면서 부산에서 식수 공급이 중단될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 개방으로 수질과 생태가 나아진 금강과 달리, 여전히 보로 막혀 있는 낙동강의 수질은 물론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4일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을 보면, ‘최악의 폭염’이라는 말이 나온 지난해 8월22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500m의 대표 지점에서 채취한 강물의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물 1㎖당 126만개를 기록했다. 상수원 구간의 경우 1㎖당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2차례 연속 100만개를 넘어서면 조류 경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태인 ‘조류 대발생’이 발령된다. 1000개 이상이면 조류 경보 1단계인 ‘관심’, 1만개 이상이면 ‘경계’ 단계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조류 대발생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보가 발령되면 취수구를 조류 증식 수심 이하로 이동해야 하고 낚시·수영 등 친수 활동과 조개류 어획, 가축 방목 등이 모두 금지된다. 당시 기록한 126만개는 사상 최고치였다. 녹조가 사상 최악의 상태를 보이면서 낙동강 물이 “녹조라떼를 넘어 녹조반죽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다만 당시 제주도와 남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솔릭 등의 영향으로 조류 대발생 상황까진 가지 않았다.
■ 한계 상황까지 간 정수장 문제는 이 녹조가 부산시민들의 식수까지 위협했다는 점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받은 덕산정수사업소의 ‘남조류 장기유입 관련 정수처리 장애요인 및 대책 보고’를 보면, 지난해 여름 부산시에선 수돗물 취수원에서 남조류가 대량 발생하는 상황이 50일이나 지속됐다. 이 50일 내내 유해남조류 세포 수 1만개를 넘긴 ‘경계’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평균 세포 수는 물 1㎖당 6만6000개였고, 8월 중순 이후로는 계속 10만개를 웃돌았다. 부산의 상수원인 매리취수장과 물금취수장의 남조류 세포 수는 각각 8월15일, 8월24일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리취수장이 14만8700개, 물금취수장이 7만9010개였다. 이들 취수장은 낙동강이 부산시로 접어들기 직전인 김해 매리공단 인근에 있다.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많아지면서 이들 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온 덕산·화명정수장의 기능은 한계 상황까지 내몰린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상수도본부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당시 비상 상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8월 매리취수장의 원수 수질은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기준 평균 5급(최하 6급),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기준으로 평균 3급(최하 4급)이었다. 환경정책기본법의 하천 수질 기준을 보면 3급(보통)은 고도 정수처리 뒤 생활용수로 쓰거나 일반 정수처리 뒤 공업용수로 쓸 수 있는 수준이며, 5급(나쁨)은 특수한 정수처리를 하더라도 생활용수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6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 인근의 낙동강 모습.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심각한 녹조 탓에 취수 펌프 주위에 설치된 조류 차단막은 지난해 8월 내내 조류 제거율이 2~3%에 불과해 거의 쓸모가 없었다. 이물질을 가라앉혀 물을 정수하는 침전지 역시 쉽게 불량 한계점에 도달했다. 보고서엔 “전체 침전지 18곳이 모두 침전 불량”으로 “더 이상 조치 방법이 없다”는 대목도 나온다. 모래층 등에 물을 통과시켜 이물질을 거르는 여과지 52곳에 대해서도 상수도사업본부는 “세척 주기를 대폭 강화해 운영했지만 효율적 운영의 한계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여과지 가운데 모래 여과지의 경우 필터 구실을 하는 모래 세척 주기를 3일 단위에서 1시간 단위로 늘리면서 그나마 정상 운영됐지만 “(모래 여과층을 통과한) 여과수 탁도가 1.3~3NTU(탁도 단위·목표값 0.12)로 수질사고 우려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모래 여과지 다음 단계인 입상활성탄 여과지도 “활성탄의 공극 폐쇄로 흡착 기능이 상실되고 표면에 부착된 미생물의 활동 방해로 수질 개선 효과가 감소”한 상황이었다.
녹조로 여과지가 아예 막히면서(폐색) 여과되기 전 단계의 물이 넘쳐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덕산정수사업소는 두차례나 매리취수장의 취수 펌프 가동을 급히 중단했다. 펌프가 중단되자 덕산정수사업소는 “정수 생산량이 급속히 감소해 본부(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급수상황실과 협의”했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이 대목에 대해 한 대도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원수를 공급해도 정수장이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미”라며 “급수상황실과 협의했다는 것은 어떤 순서로 단수를 해야 할지를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시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8월 말 녹조로 정수장이 한계 상황에 이르자 부산시는 수돗물 제한급수를 검토해 실행 직전까지 갔다.
당시 정수 과정에서 걸러진 침전물 찌꺼기를 처리하는 슬러지(오니) 처리장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내내 슬러지에서 물을 빼내는 탈수 시설은 연일 24시간 가동되면서 과부하로 고장을 자주 일으켰다. 슬러지 탈수 뒤 빼낸 물은 수질 기준에 맞춰 다시 하천으로 방류해야 하는데, 정수장 쪽은 두차례나 이를 어겼다. 배출수 수질은 실시간 측정장치(TMS)가 부착돼 있어 시간 단위로 감시된다. 기준을 어기면 부과금이 부과된다. 보고서에는 “부과금에 대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다른 지역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배출수의 수질 기준을 지키지 못해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감사를 받아야 하는 수준의 문제”라며 “아마도 해당 기간 정수사업소 직원 전원이 퇴근도 못 한 채 비상 근무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의 우곡 교 인근에서 취수한 낙동강 물. 녹조로 초록색이 선명 하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다행히 태풍 등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당시 ‘녹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도 남조류는 낙동강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이달 들어 4대강 주요 상수원 녹조 상황을 보면, 낙동강의 창녕함안보 상류 12㎞ 지점에선 9일과 15일 각각 물 1㎖당 2만2031셀(개), 1만7047셀을 기록해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7㎞ 지점 역시 9일 9444셀에 이어 15일 1만1427셀을 기록해 ‘관심’ 단계다. 반면 금강 대청호, 한강 팔당호, 섬진강 주암호 등은 같은 기간 조류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팔당호에서 1일 4700셀을 나타냈지만 15일 다시 사라졌다.
■ 여름마다 덮치는 ‘녹색 재앙’ 매리취수장에서 끌어온 낙동강 물은 덕산정수장을 거쳐 하루 평균 54만5000t(52.0%·지난해 기준)이 부산시민들에게 공급된다. 물금취수장의 경우 화명정수장을 통해 하루 35만4000t(35.2%)의 물을 제공한다. 이 두곳에서 취수한 낙동강 물이 부산 수돗물의 87.2%를 차지한다. 부산시민들이 쓰는 수돗물 대부분이 낙동강 본류 물인 셈이다. 낙동강 본류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이들은 부산시민만이 아니다. 1300만명에 달하는 영남권 인구가 낙동강 본류에서 공급되는 물을 식수로 쓴다. 4대강 권역 가운데 유독 낙동강을 끼고 있는 영남권만 이렇다.
수도권의 경우 한강 상류 팔당댐에 물을 가둬놓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원수 수질을 관리하며 식수로 쓴다. 금강 수계인 충청권 역시 상류에 있는 대청댐의 물을 끌어쓴다. 영산강 수계인 호남권은 금강 상류 용담댐의 물을 쓰거나 아예 섬진강 상류인 주암댐에서 물을 끌어온다.
상류가 아니라 중하류에서 식수를 끌어다 쓰는 것은 낙동강의 특수성 때문이다. 낙동강 수계는 댐이 들어설 만한 지형이 최상류에 한정돼 있고, 도시가 강 전체에 연이어 늘어서 있다. 그래서 낙동강 수계에서는 상류의 도시가 상수로 쓰고 내보낸 하수를 하류의 도시가 다시 상수로 사용한다. 안동에서 쓰고 버린 물을 상주가 쓰고, 다시 그 물을 구미가 쓴다. 구미가 쓴 물을 대구가 쓰고, 그 물을 창원과 김해, 부산에서 이어 쓴다. 다른 지역에 견줘 원수의 수질 자체가 나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낙동강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절반인 8개가 설치돼 있고, 강 하구는 하굿둑으로 막혀 있다. 사실상 강 전체가 호수, 저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는 이유다.
녹조가 위험한 것은 고도 정수를 거친다 해도 남조류 독소(마이크로시스틴)가 100% 제거됐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독소는 사람의 몸에 들어갔을 경우 간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정수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도 문제다. 총트리할로메탄은 정수 과정에서 투입된 염소가 물속 유기물과 만나 생성되는데, 녹조가 심해져 정수 과정에서 염소 투입이 늘수록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이 생성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낙동강 수생태계 회복뿐 아니라 먹는 물 안전을 위해서도 보 개방이나 철거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에선 녹조 사태로 식수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보 개방이나 해체를 반대하는 이들은 이 지역 시민들의 식수에 대한 절박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낙동강 본류를 살리기 위해 낙동강 보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최예린 기자 xeno@hani.co.kr
‘식물성 고기’ 문제는 없는 걸까?
몇 주 동안 ‘식용곤충 전도사’가 되어 벌레 먹은 이야기를 하고 다녔어요. “진짜 맛있어요. 같이 드실래요?” 벌레 씹은 표정으로 들으시더군요. 식용곤충이 학교 급식으로 나올 때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당황스러운 반응이었어요. 그래도 이번 이야기는 솔깃하실 거예요. 요즘 한창 ‘힙’한 주제니까요.
대안 고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푸드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가 올해 5월 미국에서 상장했고, 경쟁업체 ‘임파서블 푸드’의 버거도 눈길을 끕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을 보니 2040년이 되면 동물을 죽여 육고기를 먹는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대요. 그럼요? 콩과 코코넛 등으로 고기를 만들거나 실험실에서 고기 세포를 배양할 것이라는군요. 신기한 세상.
국내업체가 수입해 유통하는 비욘드 미트의 제품 ‘비욘드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사실은 대안 고기의 맛이) 궁금해서요. 냉동한 햄버거 패티 두 개. 첫 번째 패티는 눈치를 보며 구웠습니다. ‘아직도 가운데가 분홍색인데! 패티가 덜 익으면 큰일이야.’ 3분 굽고도 약한 불로 몇 분 더.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구울 필요가 없네요. ‘잠깐, 이거 육고기 아니잖아. 소고기 패티처럼 바싹 익힐 필요가 없지.’ 생김이 어찌나 소고기 같은지, 구우면서도 착각할 정도였어요.
바싹 익히고 나니 거대한 동그랑땡처럼 보이더군요. 칼로 잘라 한입 먹어보니 진짜 고기 같아요. 식용곤충 ‘고소애’는 색다른 맛이라 놀라웠다면, 비욘드 버거는 씹는 맛도, 촉촉한 맛도 고기와 닮아 놀랐습니다. 기존의 콩고기와는 다르더군요. 아이와 맛있게 먹었어요.
올해 1월27일 <가디언>에는 ‘가짜 고기의 문제’라는 칼럼이 실렸어요. 논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던지는 글이었죠. 글쓴이 비 윌슨은 육고기 흉내를 낸 식물성 대안 고기를 먹는 것보다 그냥 채소를 먹는 편이 건강에 좋으리라고 말합니다. 괜히 시비 거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는 글이었죠. 바로 식품첨가물 문제입니다.
네 가지 음식이 있어요. ① 그냥 채식, ② 동물 고기를 모방한 식물 고기(‘가짜 고기’), ③ 햄버거와 소시지 같은 가공육, ④ 그냥 육고기. 비 윌슨은 ‘가짜 고기’(②)가 대체로 가공육(③)을 모방한다고 지적해요. 그러다 보니 식품첨가물도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식물성 대안 고기가 아니겠지요. 가공육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대체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왜 먹을까요. 그냥 고기(④)가 비싸니까요. 글쓴이도 인정합니다. ‘풀 뜯어 먹고 자란 양의 다리를 집에서 구워 먹을 돈이 없으니’ 가공육을 먹는 거죠. 육식의 문제를 파고들면 계급의 문제와 맞닥뜨립니다. 더 큰 문제는 저 글도 잘 사는 영미권 사람 기준이라는 사실이죠. 우리 처지에는 대안 고기도 싸지 않아요. ‘급식의 미래는 식용곤충’이라고 제가 종종 이야기하는 까닭이죠. 반은 농담이지만 반은 진담입니다.
아무려나 비싸고 맛있는 비욘드 버거. 첫 번째 패티를 먹어치운 후 두 번째 덩어리를 구웠습니다. 이번에는 자신 있게, 강한 불로 3분. 마지막에 뒤집개로 꾹 눌러 표면도 갈색으로 만들었어요(<더 푸드 랩>에서 추천한 방식). 제가 봐도 잘 구웠는데 별로 먹지 못했네요. 세살 아이가 거의 다 먹었거든요. 진짜 고기는 많이 먹지 않는 친구인데, 이건 좋아하더라고요. 누린내가 없고 과일 향이 살짝 풍겨서일까요. 저도 또 먹고 싶네요.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한겨레
부산시, 2020 공원일몰제 대비 정책 수립 시민의견 반영
공원녹지 정책 새로운 비전과 방향 만들어 향후 100년 큰 그림 구상
오는 2020년 7월을 기점으로 도시공원 일몰제를 포함한 각종 정책여건의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부산의 공원녹지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부산시와 사단법인 부산그린트러스트는 공원녹지정책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방향을 만들 '부산시 공원녹지 시민계획단'을 모집한다고 26일 밝혔다.
모집인원은 90명으로 시민활동가인 퍼실리테이터 10명과 함께 100명으로 공원녹지 시민계획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공원녹지 시민계획단은 부산시 공원녹지사업의 단편적 자문에 그치지는 것이 아니라 부산시와 함께 공원녹지의 100년 큰 그림을 구상하고 이에 따른 단계별 실천전략 수립을 목표로 한다. 또한 현재 부산시 공원녹지정책의 진단, 새로운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 설정, 지역별 주요 이슈 제기, 공원녹지 조성 및 운영방안 제안 등 정책 수립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부산시는 공원녹지 시민계획단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서부산·중부산·동부산 등 권역별로 나누어 운영함과 동시에 구성도 성별, 연령별로 적절히 안배하고 특히 10대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 등 각종 정책수립과정에서 소외됐던 계층이 적극 참여토록 유도해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민계획단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활동하며 시민계획단의 의견 및 제안은 내년에 마련될 '2030 공원녹지 기본계획의 변경·수립'에 반영된다. 박호경 기자(=부산)bsnews3@pressian.co
"도시공원 매입비 국비 50% 지원해야"
시도지사 간담회서 문재인 대통령에 건의
전국 시·도지사들이 실효(失效)를 앞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매입비 50%를 국비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24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도지사를 대표해 도시공원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정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박 시장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용지가 일몰제에 의해 사라지게 될 상황에서 각 시·도가 도시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원용지를 매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현재 지방의 재정여건에서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대부분은 1970년대 중앙정부가 지정한 도시계획시설"이라며 "매입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용지 매입을 위한 지방의 고충을 덜기 위해 중앙에서 마련한 지원방안을 활용해 주고, 추가 지원에 대해 최대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혜주 기자asj1322@hanmail.net
광안대교 전 구간에 보행로 만든다
부산 광안대교에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보행로가 조성된다. ‘바다 번지점프’ 등 광안대교를 활용한 관광시설 개발 방안도 적극 검토된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의 대상인 광안대교가 사람이 언제나 올라설 수 있는 ‘해상 공간’으로 변모를 꿈꾸고 있다.
부산시, 관광상품화 전략 검토
상층부 4.9㎞ 구간 조성이 유력
하층부는 자동차 전용도로 유지
번지 점프·해상카페 등도 추진
부산시는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광안대교에 보행전용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시는 자동차전용도로인 광안대교에 상시 보행기능을 추가해 관광상품화한다는 전략이다. 시 관계자는 “호주 시드니 하버브리지 등과 같이 사람들이 언제나 걸어서 다리에 오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광안대교 자체를 관광명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광안대교 상층부 4.9㎞ 전 구간에 상시 보행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바다 조망이 떨어지는 하층부는 지금과 같은 자동차전용도로 기능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안대교 상층부 가운데 부위인 현수교 구간 일부에 보행로가 조성돼 있다. 교량 유지·관리와 장래 관광공간화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든 보행시설이다. 이에 따라 현수교 양쪽 나머지 구간에 보행로를 추가하면 상층부 보행전용로가 완성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편도 4차로인 교량 각 차로 너비를 조금씩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차량 통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안전성을 확보해 교량 바깥부분에 보행덱을 덧대는 등의 대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는 보행로 조성과 함께 바다를 향해 뛰어내리는 번지점프, 포토존, 해상카페 등의 관광시설을 광안대교에 꾸미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관광시설 추가로 광안대교 전체를 관광명물로 탈바꿈시킨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시는 “광안대교 주요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다양한 해상형 관광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27일 광안대교 상층부 교통을 차단하고 시민에게 공개한다. 이날 오전 8시부터 3시간 동안 시민들이 광안대교를 걸을 수 있도록 상층부 4.9㎞ 구간을 개방한다. 사고 방지를 위해 진입 허용 구간인 해운대구 벡스코 요금소에서 수영구 남천동 쪽으로만 걷기가 허용된다. 행사를 위해 시와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낮 12시 광안대교 상층부 전 구간 차량통행을 통제한다.
시는 오는 9월에도 이 같은 광안대교 상층부 개방행사를 한 차례 더 마련할 예정이다. 시는 두 차례의 개방 행사 후 시민의견 수렴과 자체 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 광안대교 상시 보행로 조성 방안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준승 시 도시계획실장은 “해운대와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의 풍광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시민과 관광객이 광안대교에 올라 푸른 바다와 이색적인 교량시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시의 목표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우리나라 바다 물고기 얼마나 줄어들었나 봤더니...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의 어획량이 가장 많이 잡히던 시기의 5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어 어획량은 74.9%, 갈치 어획량은 67.2%나 감소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이 해양수산부 등에게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연근해어업 어획량은 지난 2016년 44년만에 100만t 선이 붕괴되면서 91만t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에는 101만t을 기록해 다소 회복하긴 했으나 최대로 많이 잡힌 1986년의 어획량(173만t)과 비교하면 41.6% 줄어들었다. 고등어·갈치·오징어(살오징어)·멸치·삼치 등 5가지 주요 어종의 어획량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고등어의 경우 2017년 어획량은 10만3870t으로 가장 많이 잡아들인 1996년의 41만5003t에 비해 74.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치도 2017년 5만4481t을 어획, 가장 많이 어획한 1974년의 16만6391t에 비해 67.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살오징어의 2017년 어획량은 8만7024t으로 최다 어획량을 기록한 1996년에 비해 65.6% 줄어들었다.
멸치는 2017년 21만943t의 어획량을 기록, 가장 많은 어획량을 기록한 2011년의 29만2730t에 비해 2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삼치의 2017년 어획량은 3만8306t으로 가장 많이 잡힌 2007년의 4만2199t에 비해 9.2% 감소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밝힌 어종별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명태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986년 4만6890t에 이르던 동해의 연간 명태 어획량은 1991년 1만104t으로 줄어든데 이어 2008년부터는 5t 아래로 떨어졌다. 2012년, 2013년, 2017년은 0t을 기록하는 등 명태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명태의 경우는 결국, 연중 포획금지 대상이 됐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은 수산자원이 지속적으로 고갈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자원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철갑’ 두른 심해 고둥은 왜 멸종위기에 처했나
열수분출구 뜨거운 물 철 비늘로 방어, ‘바다의 천산갑’
마치 갑옷을 두르듯 심해저 열수분출구에서 뿜어나온 황철광을 보호 수단으로 채용한 비늘발고둥. 심해저 채광의 첫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 천 총 제공.
심해저 열수분출구에 사는 상상을 넘어서는 동물 가운데 하나가 비늘발고둥이다. 이 연체동물은 해저화산의 활동에 따라 간헐적으로 분출하는 뜨겁고 광물질이 많은 열수 세례를 견디기 위해 몸 외부를 철 비늘로 감쌌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18일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을 갱신하면서 이 고둥(학명 Chrysomallon squamiferum)을 ‘위기’ 종으로 추가했다. 심해저 채광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맹은 지정 이유로 “이 연체동물은 인도양 해저산맥의 열수분출구 3곳에 서식하는데, 2곳에는 이미 심해저 채광을 위한 탐사가 진행 중”이라며 “채광이 허용된다면 이 고둥의 서식지는 심각한 감소 또는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누리집에서 밝혔다.
열수분출구의 모습. 해저 화산분출로 다량의 광물질을 포함한 100도 가까운 물이 뿜어 나와 심해저의 ‘오아시스’를 이룬다.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2003년 처음 학계에 보고된 이 연체동물은 열수분출구에 특화해 진화했다. 열수분출구는 차고 캄캄한 데다 엄청난 수압과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 뜨거운 물과 풍부한 미네랄을 공급하는 ‘심해의 오아시스’이다. 매우 독특한 생물이 번성하는 열수분출구는 강당 크기로, 전 세계의 대양에서 600곳이 발견됐다.
이 고둥의 서식지는 수심 2400∼2900m 열수분출구 3곳의 0.02㎢로 다 합해야 축구장 3개 면적에 불과하다. 줄리아 시그워트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 연구자 등 국제 해양학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 최근호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 고둥은 다른 열수분출구로 이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과학적 발견보다 인위적 교란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마당에, 불확실성을 이유로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두고 보자’는 접근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심해저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철광으로 몸 바깥을 보호하는 비늘발고둥의 모습. 청 총 제공.
이 고둥은 몸 바깥에 열수와 함께 배출된 황화철로 이뤄진 갑옷 같은 비늘을 둘렀다. 또 몸에 견줘 심장이 매우 큰데, 이는 자신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공생 세균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람도 이 고둥처럼 열수 속에 든 금속을 얻으려 한다는 점이다. 열수 속에 녹은 망간, 구리 등 금속은 주변의 찬 바닷물과 만나면 바다 밑바닥에 금속 황화물이 되어 퇴적한다.
최근 심해저 채광은 첨단산업의 소재인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회토류 등을 공급할 유력한 광물자원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심해저의 생물 다양성이 점차 밝혀지면서 해저 채광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동태평양 수심 4000m 심해평원 심해저 광물 지역(CCZ)에 펼쳐진 망간 단괴의 모습. 지오마르(GEOMAR) 제공.
심해저 광물 개발은 열수분출구 주변의 열수광상뿐 아니라 방대한 심해평원에서 수백만년에 걸쳐 물고기의 이나 뼈 등에 망간 등의 광물이 들러붙어 형성된 망간 단괴나 해저산맥 표면층의 코발트, 백금, 몰리브덴 등의 금속을 채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심해저 광물 지역인 클래리언-클리퍼튼 존(CCZ)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수심 4000m인 미국의 3분의 2 크기 심해저로 망간, 코발트, 구리가 풍부한 감자 크기의 단괴 수 조개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심해저 광물 채굴과 환경 보전을 주관하는 유엔기구인 국제해저기구(ISA)와 서태평양 마젤란 해저산 망간각 탐사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저평원, 열수분출구, 해저산맥 등 3개 광종 모두에 관한 탐사권을 확보해 채광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해저기구는 2020년까지 환경 영향을 고려한 심해저 광물 채굴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북태평양 심해저에서 채취한 금속 단괴에 정체불명의 해양생물이 붙어 있다. 심해저 채광은 경제적 계산은 분명하지만, 생태계 파괴의 영향은 미지수이다. 지오마르(GEOMAR) 제공./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2000년간 이런 적은 없었다” 지구촌 급격·광범위한 온난화
지난 2000년간 20세기 말에 벌어진 것처럼 지구 기온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급속히 오른 적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재의 지구 기온 상승이 지구 역사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반복돼 온 자연적인 기온 변화 과정의 일부로 심각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인류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라는 주장의 논거를 깨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극곰 가족이 23일 러시아 추쿠가( CHUKOTKA) 지역의 한 빙산에 갇혀있디.[ TASS=연합뉴스]
지난 6월 17일 프랑스 알프스 산맥의 메르 드 글레스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 7 월 17 일 미국 일리노이주 클라크 브리지에 거대한 폴풍우가 몰려오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베른대학 지리학연구소의 라파엘 노이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나무 나이테와 호수 침전물, 산호, 빙하 핵 등 과거 기후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약 700개의 척도를 활용해 지난 2000년간의 기후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 기온이 20세기 말처럼 거의 지구 전체에 걸쳐 급격히 상승한 적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사이 로마 온난화시기(250~400년)나 중세 온난화시기(800~1200년), 소빙하기(1300~1850년) 등처럼 기온이 장기간에 걸쳐 상승하거나 하락한 시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이때는 지구 절반 이상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된 기후변화는 없었으며 지역적으로만 기온 변화가 있었다.
예컨대 중세 온난화시기 때는 유럽의 40% 지역에서만 기온이 올랐으며, 소빙하기 때는 태평양에서는 15세기에, 유럽에서는 17세기에 절정을 맞는 등 지역적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말의 온난화는 98% 이상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상승하며 온난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이콤 박사는 “인류가 현재의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리 자료를 통해 현재 전개되는 온난화 속도와 공간적 양상은 자연적인 원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컬럼비아대학의 기후과학자 네이선 스타이거 박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석연료와 인류의 활동이 지구 기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는 결정적 추가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베른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다른 2편의 논문도 산업혁명 이전의 기후변화는 화산 활동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20세기 말과 같은 급격한 지구온난화는 없었다는 비슷한 결론을 냈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24일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Louvre Museum) 분수대 옆에서 기록적인 더위를 피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기후학 교수 마크 마슬린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최근에 관측되는 일관된 지구 온난화를 자연적 기후순환의 일부라고 하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면서 “과거의 지역에 국한된 기후변화와 인류가 만든 지구 전체에 걸친 온실가스 효과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연합뉴스
세계는 녹색금융 전쟁 중
자율규정에서 강제성 강화
40여개국 녹색금융협의체
새로운 관리기준 논의 중
24일 독일 본 UNFCC 본부 외벽에 걸린 대형 온도계가 42도를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야흐로 금융기관들도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대다.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CFD)' 등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다양한 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후·환경적인 영향이 새로운 경영 요소로 작용하면서 금융기관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 이러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 세계 녹색금융 규제 현황을 살펴봤다.
40여 개국 중앙은행과 금융 감독 기관들이 모인 녹색금융협의체(NGFS)는 지난 4월 6개 권고안을 냈다. '금융감독과 금융안정에 기후리스크를 반영하자' 등의 내용을 담았다. NGFS는 이르면 올해 말까지 금융 감독 기관을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핸드북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국내 감독당국과 금융회사들도 지속가능·기후금융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서기 1~2000년의 기온변화 및 범위 그래프
시기(가로축)별로 정상기온에서 벗어난 온도(적색~청색)와 지역 범위(세로축)를 나타낸다. 상단 그래프는 연 단위, 하단은 51년 단위를 작성된 것이다. 20세기 말처럼 짙은 적색 그래프가 높이 올라가 있는 곳이 없다. [네이처 논문 캡처]
환경파괴 프로젝트에 투자를 제한힌 '적도원칙'은 2003년 6월 글로벌 금융기관 10곳이 최초 채택한 뒤 금융기관의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에 관한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주로 열대 우림 지역에 있는 개발도상국가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적도원칙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금융지원 대상 프로젝트의 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예상되는 환경파괴 및 사회갈등의 최소화를 위해 금융기관과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행동원칙이다. 적도원칙 가입시 환경파괴와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제공이 제한된다. 또한 분기별로 적도원칙 이행 보고서를 필수 제출해야 한다.
전 세계 37개국 96개 금융회사가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KDB산업은행이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가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5월 적도원칙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은 "5월 적도원칙 프로세스 구축을 시작해 11월 중 구축 완료를 목표로 작업 중"이라며 "프로세스 구축 뒤 최종 가입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환경권고안) 역시 적도원칙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적도원칙은 일반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가입하는 협약이다. 반면 OECD 가이드라인은 OECD 회원국 수출신용기관(ECA) 44곳이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기준이다. 국내에서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이 권고안을 채택했다.
OECD 가이드라인은 근로자 지역사회 환경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정책 △정보공개 △경쟁 △조세 △노사관계 △환경 △과학기술 △자금운용 등 8개 항목으로 구성했다.
적도원칙과 OECD 가이드라인 모두 국제금융공사(IFC)의 이행표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심사기준은 동일하다. 다만 OECD 가이드라인은 동료 평가 등을 통해 상호견제 및 통제 기능을 상대적으로 강화했다.
2017년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금융기관이 기후변화에 따른 재무상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체계를 구축·공개해야 한다는 권고안 CFD를 발표했다. 전 세계 580여개 기업·금융기관이 권고안을 지지한다. 2009년 G20 정상합의에 따라 확대 출범한 FSB는 △금융규제·감독에 관한 국제기준 마련 △ 국가 간 금융기관 협력강화 역할 등을 한다. 민간에서도 S&P 등 세계 신용평가 회사는 기후변화 위험을 신용등급에 반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도 환경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10개 과제로 구성된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수립했다. EU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제도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EU는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과제로 채택, 관련 선진 제도들을 내놓은 지 오래다.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리스크를 반영하고 저탄소 프로젝트에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도입도 제일 먼저 시작했다.
프랑스 남서부 도시 벨랑-벨리에 시청 앞에 설치된 온도계가 23일(현지시간) 42도를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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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한국에선...
[청소년의 목소리에 권리를] '청소년인데도' 아니라, '청소년이라서'
'청소년의 사회 참여', '참정권', '선거 연령 하향', '청소년도 시민이다'. 언제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 왔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린 이 이야기를 너무 오랫동안 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현실의 유쾌한 전복을 꿈꾸는 청소년이다.
지난 3월 15일과 5월 24일, 기후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고 제대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광화문에 울려 퍼졌다. 이 두 번의 집회는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 1인 시위에서 촉발되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퍼진 청소년 기후 파업(Climate Strike) 운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청소년기후소송단'으로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기후소송단의 최종적인 목표는 기후 변화라는 범지구적인 문제에 무책임하게 두 손 놓고 있는 정부와 기업들에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기후 소송을 수단으로 두고 있지만, 청소년기후소송단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부가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여 실질적인 기후 변화 대책을 만들고 또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를 움직이려면, 기후 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 이슈를 알리는 일도 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권이나 정치적 활동을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곧 사회적 존재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뜻.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는 종종 묻혀버리곤 한다.
3월과 5월, 청소년기후소송단이 주최한 시위는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딱 그때뿐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낸다'는 흐뭇한 풍경으로 소비될 뿐, 정작 그 목소리가 담고 있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지지하고 함께 서 주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환경 운동을 두고 학창 시절에 해 보는 하나의 좋은 경험이나 활동으로 치부해 버리는 어른들도 많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과소평가되는 경험은 불쾌한 무력감을 자아냈다.
학교도 별반 다를 바는 없다. 학교 일과가 끝나도 야간자율학습과 학원 수업이 이어지는 하루하루. 청소년기후소송단 활동에 아무리 애정이 있어도 시험 기간에는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시험공부에 쏟게 된다. 학생들의 사회 참여를 장려하고, 참여권을 보장해야 할 공교육이 오히려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에 참가하기 위해 금요일마다 학교를 빠지고 거리로 나오고 있지만,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환경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청소년기후소송단 멤버들만 해도, 시위 참가를 결석 사유로 인정받지 못해서 담임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허락을 구하거나 가족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현장체험학습서를 내야 했던 경험이 흔하다.
기후 변화는 모두의 문제다
우리가 청소년기후소송단에 함께하게 된 개인적인 계기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를 가로지르는 정서는 절박함이었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가 너무나 분명함에도 안일한 태도로 한참 뒤떨어진 대책을 고수하는 우리나라에 충격 받았고, 변화를 요구하고 싶었지만 각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릴 창구가 없었다. 기존 환경 단체들 대부분의 활동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리 그 문제에 관심이 있더라도 청소년이 거기에 선뜻 끼기에는 쉽지 않다. 이는 청소년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청소년기후소송단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우리 모두의 삶에 갈수록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에 기후 변화에 대응함으로써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구여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처럼 들리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부정당한다.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청소년인데도'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라서' 활동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로 인해 이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때까지, 우리는 계속 행동할 작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치를 증명해 왔고, 이런 청소년들의 사회적 행동이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래세대를 위해 무언가를 해 주겠다고 나설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동료 시민으로서 의사 결정에 함께할 권리를 보장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 너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고 있다.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지쳐간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누구인가.
김도현, 김서경, 김유진 청소년기후소송단 /프레시안
물범아, 친구들 어디 갔니…백령도로 데려와 함께 살자
점박이물범 서식지 찾아가보니
지난 18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연안 물범바위에서 확인된 점박이물범들의 모습.
천연기념물이자 해양보호생물
1940년대엔 8000마리 달했지만
현재는 300마리 수준으로 급감
‘공존하자’ 어민들 인식 변화에
물범바위 주변 설치한 인공쉼터
새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길 기대
지난 18일 백령도 용기포신항에서 어선을 타고 20여분을 가자 국내 최대 규모의 점박이물범 밀집 서식지인 물범바위가 보였다. 모터를 끄고 천천히 다가가자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하던 점박이물범들이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익숙한 일인 듯 다시 휴식을 취했다. 일부는 위협을 느꼈는지 바닷속으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태평한 모습이었다.
이날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의 정기 모니터링에서 확인된 점박이물범은 모두 133마리로 물범바위와 주변에서 81마리, 연봉바위와 주변에서 52마리가 포착됐다. 이는 매년 4~10월 사이 백령도와 가로림만 등 한반도 연안에서 머물다 중국 보하이만으로 이동하는 개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은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국내의 해양포유류를 대표하는 생물이다. 한반도와 보하이만을 오가는 서해 점박이물범 전체 개체 수는 약 12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300여마리가 한국을 찾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연인원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백령도에 머무는 점박이물범의 수가 연중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며 일부 개체는 한국 서해안과 북한 연안 등 여러 서식지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충남 서산 가로림만을 서식지로 삼는 개체들도 있는데 올해 고래연구센터의 조사에서는 12마리가 확인됐다.
매년 4~5월부터 10월까지 점박이물범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김현우 박사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체 식별이 가능했던 점박이물범은 총 391개체”라며 “촬영하지 못한 개체와 북한 쪽에서 활동하는 개체들까지 합하면 한반도를 찾는 전체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래연구센터는 매달 실시하는 점박이물범 모니터링에서 물범들의 개별 사진을 찍은 뒤 개체마다 다른 점박이 무늬를 통해 개체 식별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만 해도 8000마리에 달했던 백령도 점박이물범은 1980년대 2300마리로 줄고, 현재의 300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하루 동안 관찰된 점박이물범의 최대 개체 수는 2000년대 중반에는 300여마리에 달했지만 현재는 200마리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점박이물범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최근 환경단체는 물론, 해양수산부와 백령도 주민들도 물범 보전을 위해 힘을 합하고 있다. 지난 4월 물범바위 부근에 해수부가 설치한 인공쉼터가 대표적 사례다. 물범들이 주로 휴식을 취하는 물범바위 주변에 설치된 인공쉼터는 길이 20m, 폭 17.5m로 최대한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한 자연암초 형태로 조성됐다. 물범바위 위의 제한된 공간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는 물범들에게 인공쉼터는 새로운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인공어초 기능을 하면서 어족자원이 늘어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해양수산부가 설치해놓은 인공쉼터 주변에서 지난 18일 포착된 점박이물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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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쉼터를 설치하는 데 어민들이 동의한 것은, 그 자체가 백령도 주민들의 점박이물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물고기를 먹어치운다는 이유로 미워하던 어민들 중에도 물범과의 공존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로 구성된 ‘점박이물범을사랑하는모임’과 백령중·고등학교 내의 물범동아리 활동도 주민들의 인식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범동아리 회장인 백령고 3학년 김준택군은 “주변 어른들 중에도 예전에는 ‘물개새끼’라고 부르며 미워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점박이물범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부르시는 분들이나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인공쉼터를 설치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물범이 쉼터 위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8일 고래연구센터 연구진과 함께 인공쉼터와 물범바위 주변을 관찰할 때도 물범이 인공쉼터 위로 올라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물범이 인공쉼터로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글·사진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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