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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6.8~13 대저대교 뭐가 문제고

by 이성근 2020. 6. 7.

 

찔레꽃, 쥐똥나무, 산딸나무초여름, 흰 꽃 나무가 많은 이유는?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5. 동래사적공원

낙동강 하굿둑 개방 3차 실험 의미는재첩·장어 돌아올까

달랑게 구애·집단이동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초 확인

고대·중세 한반도에도 기후난민이 있었다

탄소 '펑펑' 건물·자동차 놔두고 그린뉴딜?

롯데마트 친환경태양광발전 등 녹색매장구축

아파트 텃밭 가꿨더니 스트레스는 11% 줄고, 공동체의식은 9% 늘고

비싼 매립비·산폐장 부족에 검은 양심판친다

나무심기보다 고래 보호가 더 중요" - WEF

오후 3시 개화' 희귀식물 대청부채의 비밀

코로나는 치료라도 하지과수화상병 습격에 새카매진 농심

올여름 더 빨리, 더 많은 나방떼가 온다

코로나, 음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육지의 4대강' 민통선 고속도 예정지서 천연기념물 다수 확인

심해 오징어와 혈투? 얕은 바다 상어 배에서 빨판 상처 발견

대저대교 환경평가서 조작됐다

그림자로 전기 만든다태양전지 효율 2음양전지 개발

제러미 리프킨 탄소배출 제로, 한국도 20년 안에 할 수 있다

산천어축제 진실 눈감은 검찰동물보호에 역주행

코로나 시대, '살고 싶은 집' 기준 바뀐다

대저대교 무산될 판에 책임 없다는 부산시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야생생태계에 해롭다?

원톄쥔 내년 안에 식량위기글로컬라이제이션이 새 트렌드 될 것”.

동물원 '삼정더파크' 결국 5백억 원대 소송전

참매 번식 둥지 가린다고 아름드리 나무 고사시켜

부산시, 환경평가 조작 업체에 재조사맡겼다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6. 덕천공원

 

 

찔레꽃, 쥐똥나무, 산딸나무초여름, 흰 꽃 나무가 많은 이유는?

 

 

 

 

때죽나무 꽃 /사진=산림청

 

신록의 계절 여름에도 꽃은 피어난다. 재미있는 것은 초여름에 피는 꽃이 대부분 흰색이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이가 초여름에는 찔레꽃, 함박꽃나무, 쥐똥나무, 산딸나무와 같이 흰색의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초여름에는 왜 유독 흰색 꽃이 많은 걸까?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한반도에 자생하는 수목 464종류의 개화시기 및 특성 분석을 통해 초여름에 흰 꽃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 현상을 설명했다.

 

 

 

 

한반도 자생 수목(충매화 또는 조매화)에서 관찰되는 월 별 개화하는 꽃색의 구성 /이미지=산림청

 

한반도 자생 수목 중 꽃의 색이 유의한 의미를 가지는 충매화 또는 조매화인 수목은 464종류이다. 이들 중, 초여름(5월과 6)에 개화하는 수목이 각각 49.6%(230, 5), 46.1%(214, 6)를 차지한다. 흰 꽃을 피우는 자생 수목은 초여름에 개화하는 전체 수목 종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풍부하다.

 

또한 흰 꽃을 피우는 수목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람 눈높이에 있거나 조금 높은 관목성 수목이므로(54.6%, 125), 당연히 사람들 눈에 더 잘 띌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들의 흰 꽃에 대한 짐작은 어느 정도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하는 산길과 식재 지역에 흰 꽃 수목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 것 역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산딸나무 /이미지=산림청

 

한편, 꽃의 색은 꽃의 생김새, 향기, 무늬 등과 함께 곤충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 곤충은 꽃으로부터 꿀과 꽃가루와 같은 먹이를 얻어 가고, 식물은 이들이 방문함으로써 우연한 확률로 꽃가루받이(수분)가 이루어진다.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식물종은 지구상에 있는 현화식물 중 약 80%를 넘을 정도로 엄청난 비율을 차지한다.

 

꽃과 곤충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온 신호체계는 곤충과는 전혀 다른 광 수용체를 가지는 우리 인간의 눈으로는 쉽게 인지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이는 꽃들이 곤충에게는 흰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간의 눈은 적색, 녹색, 청색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가시광선 파장 영역대(빨주노초파남보)에 있는 모든 색을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벌의 눈에 있는 광 수용체의 수는 인간과 같지만, 이들은 청색, 녹색, 자외선 수용체로 구성되어 노란색, 녹색, 청색, 자외선만을 식별할 수 있고, 적외선에 가까운 빨간색은 식별할 수 없다. 반대로 나비는 근적외선을 넘어서 인간이 식별할 수 없는 원적외선까지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눈에 빨간색으로 보이는 꽃에 이상하게도 벌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반면, 우거진 숲속에서 핀 보라색 꽃에는 신기하게도 벌이 빈번하게 찾아온다.

 

 

 

 

섬쥐똥나무 /이미지=산림청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이는 꽃들은 인간은 눈에 있는 3개의 광 수용체(적색, 녹색, 청색)를 동일한 비율로 자극하기 때문에 흰색으로 보인다. 자외선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곤충에게도 흰색으로 보이려면 마땅히 녹색, 청색 수용체뿐만 아니라 자외선 수용체에도 동일하게 자극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흰 꽃들은 대부분 자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곤충에게 흰색으로 보일 수 없다.

 

물론, 곤충 눈에도 흰색으로 보이는 꽃도 있다. 이렇게 보이는 꽃은 보통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꽃이므로 곤충의 눈에 흰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곤충은 인간과 달리 명도를 정확히 구분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흰색 꽃을 인지하기 어렵다.

 

국립수목원은 흰 꽃은 다른 색의 꽃보다 색소에는 적은 자원을 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꿀, 꽃가루, 향기와 같은 다른 보상(reward)에 더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까시 나무의 풍부한 꿀, 찔레꽃의 풍부한 꽃가루, 쥐똥나무의 강한 향기와 같은 예를 보더라도 흰 꽃은 꽃가루 매개자에게 줄 다른 선물을 챙겨 놓는다. 따라서 흰 꽃이 여전히 꽃가루받이 곤충 매개자들로부터 선택받는 이유는 이들이 곤충의 눈에 흰 꽃이 아니며 충분한 보상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2019.07.03.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5. 동래사적공원

동래읍성 복원, 역사·문화·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복천박물관, 동래읍성, 동래문화회관 등을 품은 동래사적공원이 2024년까지 체계적으로 조성된다. 공원 내 개발이 가능한 곳에 수영장, 숲도서관, 숲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선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시민들은 부산의 중심을 어디라고 생각할까. 아마 서면, 남포동, 해운대 정도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의 옛 중심은 동래였다. 그 동래의 주산이 마안산(134m)이다. 마안산 능선에 옛 동래읍을 둘러싸서 보호하던 동래읍성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읍성은 훼손됐다. 마안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했고 아래로 무허가 주택들이 들어섰다. 시간이 흘러 성벽이 있던 곳은 체육시설과 등산길로 변했다. 일부 성벽은 복원됐다. 하지만 원형과는 거리가 멀다.

 

50공원·7비공원 조성

라온건설 컨소시엄 5000억 투입

과거 살려 미래 키우는 상징 장소

수영장·숲도서관·소통공간 조성

전통 양식 동래정원도 들어서

 

70% 사유지난개발 압력

동래사적공원은 부산 동래구 명륜동 137-4번지 일원에 자리잡고 있다. 동래문화회관, 복천박물관, 동래읍성 등 풍부한 역사문화를 자랑한다. 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것은 19721230.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조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미 들어선 동래읍성, 복천박물관, 동래문화회관 등을 제외하면 약 70%가 사유지다. 다음 달 일몰이 되면 어떤 식의 난개발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부산시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동래사적공원 주변은 이미 상당 부분이 아파트로 개발돼 추가로 난개발될 게 뻔하다일부 토지는 건설사들이 매입해 공원이 해제되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다행히 2024년까지 이곳에 민간공원이 추진된다. 50131(87.8%)의 공원과 69525(12.2%)의 비공원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5252억 원이다. 이동흡 지원관은 아파트로 둘러싸여 주민 요구도 많고 문화재, 자연, 무허가 주택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유난히 많았다비공원부지의 규모와 위치를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함께 사업을 시행하는 곳은 라온건설() 컨소시엄이다. 마산에서 서울로 본사를 옮긴 라온건설은 오시리아관광단지에 문화예술타운 사업도 진행한다. 라온건설 권도영 이사는 일몰제로 사라질 공원을 살려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기업이기에 사업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사회에 공헌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복천박물관 옆 무허가 주택지에 들어설 동래정원 조감도. 라온건설() 제공 복천박물관 옆 무허가 주택지에 들어설 동래정원 조감도. 라온건설() 제공

 

과거 살리고, 미래 키운다

부산시는 동래사적공원을 부산의 과거를 살리고, 미래를 키우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훼손된 동래읍성과 그 주변 경관을 복원해 역사성을 회복하고 교육 특화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원 조성 방향은 크게 3가지. ‘동래읍성의 보존과 복원’ ‘자연과 동래읍성의 소통’ ‘문화·시민 공원이다.

 

먼저 성곽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문화재를 보전하기 위해 일부 시설을 옮긴다. 성 안에 있는 무허가 주택들도 철거한다. 이어 한국 전통정원을 조성해 복천박물관, 장영실마당과 연계해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장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문화로로 단절된 마안산 능선도 연결한다. 기존 동래문화회관 시설을 보강하고 공원 안에 도서관, 수영장 등을 지을 계획이다. 물론 새로 조성되는 건축물은 기존 녹지나 문화재와의 조화를 고려한다. 기단조경기술사사무소 윤인규 대표는 자연, 성곽, 읍성 터 등 크게 3가지가 보존 대상인데, 주민들의 요구를 절충하면서 대안을 찾을 것이라며 공원 위쪽은 전망을 위주로, 아래쪽은 운동·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짰고 공원 순환체계를 정비해 주민 편의를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복천박물관 옆에 동래정원

공원 내 개발이 가능한 지역에 주민을 위한 수영장, 숲도서관, 숲커뮤니티센터 등이 들어선다. 물론 건축물 탓에 공원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상부를 공원화해 입체적 이용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공원과 어울리는 외벽 구성과 건축물 내 자연 채광에도 신경을 쓴다. 복천박물관 오른쪽으로 기존 시설과 연계한 전통정원 양식의 동래정원이 선다. 복천박물관 야외전시장과 장영실마당의 조형물 등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위해 일부에만 성토해 다목적 광장을 짓는다. 산책하면서 기존 집터 형태를 이용한 전시공간, 작가정원을 자연스레 볼 수 있게 한다. 작가정원에는 조경 작품이 전시된다.

 

주거지역으로 둘러싸인 탓에 중요한 자연자원이 무단 경작지, 운동시설, 무분별한 산책로 등으로 훼손돼 있다. 읍성 터 위 산책로는 폐쇄하고 읍성에서 일정거리를 띄워 수목에 의한 훼손을 막는다. 무단 경작지는 자생 수목으로 복원한다. 운동시설 이전으로 생긴 공간과 산책로 정비를 통해 폐쇄된 산책로에는 나무를 심어 숲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윤인규 대표는 동래읍성과 훼손된 터는 보존이 원칙이라며 읍성 주변으로는 기존 산책로를 정비하되 새 산책로는 되도록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원 남쪽에서 북문으로 진입하기 전 위압감을 주는 경사면은 정비한다. 북문 북쪽 잔디 마당은 평소 주민을 위한 레크리에이션장으로, 축제 때 메인 무대로 쓸 수 있도록 최대한 확장한다. 또 경사면을 활용해 스탠드와 휴게시설을 설치한다./김마선 기자 msk@busan.com

 

 

낙동강 하굿둑 개방 3차 실험 의미는재첩·장어 돌아올까

낙동강 하류는 본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재첩이 나던 곳이었다.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건설된 뒤 낙동강 재첩은 자취를 감췄고 부산 골목 곳곳을 누비던 재첩국 아지매의 소리도 끊어졌다.

 

 

 

 

부산시와 환경부는 낙동강 하구 기수(바닷물과 민물이 섞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낙동강 하굿둑 운영 3차 실증실험을 이날부터 한달간 실시한다. 연합뉴스

 

강으로 올라오는 염분을 차단해 낙동강 하굿둑은 식수와 농·공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하굿둑 교량은 부산과 경남을 빠르게 연결해 줬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 생태계를 무너트렸다. 낙동강 재첩은 사라졌고 낙동김은 생산량이 해마다 감소했다. 낙동강 하구를 찾는 철새들은 해마다 줄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환경단체는 끊임없이 요구했고 서병수 부산시장 때부터 본격적으로 개방이 논의됐다. 이러한 기수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낙동강 하굿둑 운영3차 실증실험이 진행된다. 한 달간 낙동강 하굿둑 수문을 열었을 때 낙동강 기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하굿둑 3차 실험은 1·2차 실험과 큰 차이가 있다. 1·2차 실험은 수문 1기를 하루 동안 1시간 이내로 개방(일회성 해수유입), 해수가 유입되었을 때 그 거리를 예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3차 실험은 한 달 동안 진행되면 12차례 걸쳐 개방하는 방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염분이 누적 유입됐을 때 하굿둑 상류로 이동하는 거리를 계산하고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한다.

 

이번 3차 실험에서 생태계 변화를 어느 정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관계기관은 기대하고 있다. 기수생태계 복원 정도와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관계기관은 하굿둑 수문을 장기간 개방상태로 유지할 때 회유성·기수성 어종과 저서생물들이 하굿둑 상류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어류포획, 수중카메라, -디엔에이(e-DNA) 분석 등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평상시에는 수문의 위쪽으로 담수가 방류되기 때문에 물고기가 하굿둑을 거슬러 이동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하굿둑이 개방되는 기간에는 수문 아래쪽으로 담수 방류와 해수유입이 이뤄져 생태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바다에서 부화한 뱀장언 치어가 하천으로 회귀하는 시기에 수문개방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관찰하고, 재첩과 같은 저서생물 등의 이동여부도 살펴볼 예정이다.

 

환경부와 부산시 등 관계기관은 이번 3차 실증실험 결과를 토대로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방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국제신문 이영실 기자 inews@kookje.co.kr

 

 

달랑게 구애·집단이동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초 확인

국립공원공단, 신안 우이도 해변 집단 서식지 촬영

달랑게 집게 마찰음도 확인"구애행동 또는 경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안 우이도 해변에서 달랑게의 생태 모습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달랑게의 구애 행동과 집단이동 영상을 확보하고, 집게로 만드는 마찰음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십각목 달랑겟과에 속하는 달랑게는 시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달랑게는 위협을 느끼면 굴속으로 빠르게 사라져 유령게라고도 불린다. 달랑게는 모래해변 상부에 서식하지만, 최근 연안 개발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지난 20175월부터 달랑게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집단 서식지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지속해서 관찰했다. 영상엔 먹이활동, 굴 파기, 춤추기, 땅 다지기, 집단이동 등의 모습이 담겼다. 달랑게는 집단이동 시 썰물에 조간대 하부까지 이동하고, 밀물에 다시 조간대 상부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달랑게가 먹이 경쟁 때문에 조간대 하부까지 이동한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달랑게가 집게다리 마찰판과 마찰기를 이용해 마찰음을 만드는 소리를 국내 최초로 확보했다. 달랑게 소리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미 시기인 5월과 6월에 주로 마찰음을 냈다. 연구진은 달랑게 수컷이 불특정 암컷을 향해 구애 행동을 하거나, 굴 안팎에 있는 다른 개체에 과시 또는 경고하는 행동으로 추측했다.

 

이상규 국립공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달랑게의 마찰음 소리와 녹취 방법을 확보했다는 점이라며 향후 방게, 풀게 등 다른 게들이 만드는 마찰음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의 초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장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들을 확보하고, 그 소리들이 가지는 생태학적 의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종=뉴시스]

 

고대·중세 한반도에도 기후난민이 있었다

536·540년 사상 최악 화산 폭발

평균기온 3도 떨어져 10년 한랭기

고구려 가뭄·기근에 집권층 내분

난민 구휼 역부족결국 권력 붕괴

 

17세기 잇단 대기근도 기후이변 결과

100만 기후난민 발생에 나라가 나서

본토 쇄환 대신 병사·노동자로 채용

조선 상업 발달에도 기후영향 추정

 

 

 

 

17세기 조선 후기 이상기후 여파로 발생한 경신·을병대기근의 대규모 유민은 시장경제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한 장면. ‘한겨레자료 사진

 

서기 531년 고구려의 22대 안장왕이 죽은 뒤 동생이 안원왕으로 등극했다. <일본서기> 등에 안장왕이 피살된 것으로 기록돼 순탄하게 왕위가 계승되지 않은 정황이다. 안원왕은 우산성을 침략한 백제를 물리치는 등 대내외로 세력을 다져갔으나 536년께 홍수와 지진, 전염병, 가뭄, 기근 등 재난이 겹치면서 권력을 잃어갔다. 급기야 후계자를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나 국내성(중국 지안)과 평양성 출신 귀족들이 싸움을 벌여 2천명이 살해되고 왕도 죽었다. 역사가들은 이즈음에 고구려에 귀족 연립정권이 등장하면서 국세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안원왕을 좌절시킨 536년 재난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생태환경사학계는 536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화산 폭발에 주목하고 있다. 건국대 서민수 연구원(사학과·박사 수료)은 지난달 30일 한국역사연구회 학술대회에서 한국사에서 536년 화산의 이해와 적용제목의 논문 발표를 통해 “536년 북반구에서 발생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화산폭발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끼쳐 각종 재난을 일으킨 사실이 <삼국사기> 등 역사기록에서 확인된다고 밝혔다.

 

1980년대 일부 화산연구자들은 536년께 큰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핵에서 화산 폭발 때 나오는 황산염 침전물과 고목 나이테의 냉해로 인한 저성장 흔적 등을 근거로 535536년에 북반구와 539540년에 적도에서 두 번의 대규모 화산 분화가 있었다는 것이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화산은 근래 가장 큰 화산 폭발로 일컬어지는 1815년의 탐보라 화산과 1991년의 피나투보 화산보다 강력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상승해 몇년 동안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기온이 536년 이전 30년 평균보다 13도 하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산재 등 에어로졸은 대기순환에도 영향을 끼쳐 건조한 한랭기가 10여년 이상 지속됐다.

 

 

 

 

서기 500750년 화산활동과 기온 변동을 나타낸 그래프. 맨 위와 아래는 각각 그린란드와 남극 빙핵의 황산염 수치이다. 536년에는 그린란드 빙핵에서만, 540년에는 양쪽 모두에서 황산염이 추출됐다. 이는 536년에는 북반구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540년에는 적도 부근에서 화산이 분화했기 때문이다. 가운데 나무 나이테에 남아 있는 한랭기 저성장 흔적도 540년 전후에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제공

 

고구려에서는 536년 봄철 가뭄이 닥치는가 하면 여름에 해충이 창궐하고 이듬해에는 백성들이 집을 떠나 떠돌아다녔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 신라에서는 5413월에 눈이 1(30)이 쌓였다고 적혀 있다. 중국에서도 78월 여름에 눈이 내렸다고 중국 역사서에 기록돼 있다. 기근이 심해 식인 행위가 있었다는 기록이 잇따라 등장하고 많은 유민이 국경을 넘어 고구려로 넘어오기도 했다. 화산 폭발에서 야기된 이상 기후로 생긴 난민들이다.

 

고대 국가들은 기후난민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려 했다. 중국에서는 창고를 열어 백성의 기근을 해소하고 유이민에게는 5년 동안 과세를 면해줬다. 고구려 안원왕도 536년 관리를 파견해 구휼에 나서고 이듬해에는 왕이 직접 지방을 돌면서 백성들을 구제했다. 서 연구원은 안원왕대에 벌어진 귀족간 집단 살상행위는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됐겠지만 이면에는 기후 재해로 불안정해진 사회적 환경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난민은 중세에도 발생했다. 조선 시대 역사 기록에서 기근은 몇년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17세기 후반의 경신대기근’(16701671)을병대기근’(16951696)경신·을병이라 묶여 회자될 정도로 극심했다. 기후학자들은 이 시기를 영국 런던 템스강이 얼고 우리나라 동해가 결빙되는 등 세계적으로 한랭 현상이 지속된 소빙기로 분류한다. <승정원일기> 등의 눈·비 기록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16501710년대에 강수 일수가 크게 감소했다.

 

역사서들은 경술년(1670)과 신해년(1671) 사이에는 이상저온과 극심한 봄가뭄, 여름철 폭우와 우박, 병충해 등이 닥치고, 을해년(1695)과 병자년(1696)에도 8월 경남 진주에 눈이 3(9)이 쌓였다고 전한다. 숙종 7(1681) <승정원일기>에는 경술년 이래 한 해라도 조금의 풍작이 있었던 해가 없다는 기록이, <현종개수실록>에는 ·2년간 100만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경신·을병 대기근의 여파와 유민 대책을 주제로 발표한 김미성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조선전기 실록에서 발견되는 유민 수 기록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17세기 이전 최악의 유민 규모가 전국적으로 16만명을 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경신대기근 때 3년 사이 46만명 이상의 호적 인구가 감소하고 1년 새 69만명에 육박하는 유민이 보고되고 을병대기근 때 6년 사이 141만명의 호적 인구가 감소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지난 420일 탑골공원 담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조선시대에도 기후난민이 발생하면 먼저 구휼부터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설죽소를 세워 죽을 끓여 나눠주거나 진제장을 열어 양식을 나눠줬다. 그 다음 본 호적지로 돌려보내는 본토 쇄환을 시행했다. 호적지 이탈자나 이탈자를 보호해준 허접자모두 수십대의 장으로 처벌됐다. 이런 제도는 꾸준히 유지돼 17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종 1(1660)에는 유민에게 15일치 식량을 한꺼번에 내주고 본고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경신·을병대기근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기후난민이 발생하자 정책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다. 우선 군량미 생산지인 둔전에 유민을 모집해 경작하게 하는 제도가 생기고, 훈련별대라 불리는 새 부대를 만들었다. 숙종 때에는 유민의 산골 정착을 용인하되 세금을 걷도록 했다. 새로운 제도를 놓고 조정에서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성이 굶주림에 어려워 하는데 재산을 빼앗는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18세기 들어 유민들의 비율이 크게 줄었다. 유민들은 특히 서울 도성으로 몰려들어 조정은 한성부 행정편제를 바꿔 한강변 지역을 한성부로 편입했다. 또 대규모 토목공사에 부역제 대신 모립제를 도입해 임금을 주고 유민을 노동자로 모집했다. 김미성 연구원은 기후이변은 서울로 인구를 집중시켜 모립제 등장, 거주 공간의 변화, 상업 중심지 이동, 빈민층 형성 등 사회 변화를 낳았다조선 후기 상업 발달 이면에 기후 요인이 작동했다는 점에서 유민과 그 유민을 둘러싼 정책 변화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수 연구원은 통일신라 때 중앙정부는 진급(곡식 구제), 사신파견, 기우제 등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고 있었지만 말기에 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도적이 자주 발생했다사회적 안전망이 중앙과 지방, 계층에 따라 불균등·불균일하게 작동한 부분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탄소 '펑펑' 건물·자동차 놔두고 그린뉴딜?

[초록發光] 그린뉴딜이 진짜가 되려면

한국에서도 그린뉴딜이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디지털 뉴딜'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통령이 직접 그린뉴딜을 언급하고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중기부에 검토 보고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판 뉴딜의 초점이 흐려진다며 반대하고 나섰지만, 대통령의 결단으로 결국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도 포함됐다(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의 그린뉴딜 반대 입장이 정권 실세들의 태양광 산업에 대한 이익 추구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작년부터 미국에서 거세게 일어난 그린뉴딜의 바람이 지난 총선에 정의당과 녹색당, 그리고 민주당의 정책 공약으로 이어지다가, 결국 이렇게 청와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선뜻 환영하고 반길 수가 없다. 그린뉴딜이 태평양을 건너고 청와대까지 들어가면서 거론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제레미 리프킨과 같이 기술과 시장에 우호적인 개혁주의자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그린뉴딜만을 듣고 있다(민주당이 총선에서 그린뉴딜을 제시하면서 그나마 언급하던 기후위기나 배출제로와 같은 말도 싹 사라졌으니, 리프킨 이야기라도 제대로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로테스(AOC) 하원의원과 민주당 대선후보로 뛰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주장하던,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 해결하는 그린뉴딜이라는 급진적 이야기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으로 이해되는 그린뉴딜은 지금까지 해오던 정부의 여러 정책과 사업들을 새롭게 묶는 포장지가 되었다.

 

한국 정부는 그린뉴딜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그린뉴딜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정부 관계자는 '토건산업을 뺀 녹색성장 정책의 업그레이드'라고 답했다. 이명박의 녹색성장에서 4대강 사업을 빼고 이름만 바꾼다고 그린뉴딜일 수 없다. 2008~2009년의 세계 금융위기 시기를 배경으로 처음 제시되었던 그린뉴딜(혹은 한국판 변형인 녹색성장)이 기후위기 인식이 전면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요구가 분출하는 현재의 그린뉴딜과 같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재난을 경과하면서 새로운 정상 상태(뉴 노멀)를 찾아가는 와중에 논의 주제로 부상한 게 지금의 그린뉴딜이다. 단순히 토건사업을 빼고 리모델링을 좀 더 열심히 한다고 그린뉴딜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명확한 정의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그린뉴딜 사업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묻기 바쁘다. 정책 기회의 창이 열리니, 여기저기에서 그린뉴딜에 적합한 사업이라며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도 없지 않겠지만, 문제는 제안들을 평가하고 고를 기준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최근 총리가 주관하는 목요 클럽에서 민주당 실세 의원이 '산악 관광'을 그린뉴딜 사업으로 들고 나왔다. 산악 관광을 명분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다 큰 사회적 갈등을 경험했던 역사와 교훈은 사라졌다. 뭐든 그린뉴딜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런 사업이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나타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왜 그린뉴딜이 필요하다고 했는지, 첫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삭제한 이야기들을 복원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조차 기후위기 상황이며, 1.5도 평균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서 2050년 이전까지 배출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국제적 호소를 환기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이 매우 불충분하며, 한국은 석탄발전 투자를 지속하는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한 사실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부실한지도 새삼 강조되어야 한다. 결사의 자유와 아동노동 금지를 위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한국이 국제적인 '노동악당'이라는 부끄러움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는 청와대와 정부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기후위기 비상선언'이었어야 하며, 그린뉴딜은 배출제로와 사회적 불평등 해결을 목표로 한다고 천명하는 일이었어야 한다. 그린뉴딜의 방향, 규모, 속도 그리고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지난주에 토론회를 열고 '정의로운 그린뉴딜'의 정의, 목표, 원칙 등을 발표하고,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의 목소리로 아래로부터의 그린뉴딜은 무엇인지를 토론했다(애초에 그린뉴딜 개념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있어야 할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태평양을 건너 청와대에 들어서면서 싹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정의롭다는 수식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토론회의 발표 내용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린뉴딜을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 재정투자와 함께, 기존 체제를 위한 규제 강화, 그리고 민주적전환적 역량 강화가 강조되었다. 특히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면서 이익을 얻어왔던 기존 체제를 해체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재정을 투자하여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만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잊혔던 일 두 가지를 기억해보도록 하자. 우선 자동차 이야기다. 정부는 2015년에 녹색성장기본법을 개정하여(472)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했다. 일정한 기준을 세워서 그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차를 구입할 때는 돈을 더 내도록 하고, 그 이하로 배출하는 차를 구매할 때는 그 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자동차 생산과 구매로 이행되도록 설계된 제도다. 그러나 정부가 관련 시행령과 시행세칙을 만들지 않아서 아직도 이 제도는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직무 해태의 이유는 간단하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는, 현대기아차와 같은 자동차기업들의 로비와 관료들의 온화한 태도, 그리고 국회의 침묵 때문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대신 정부와 협약한 배출 기준에 맞는 자동차를 내놓겠다는 자동차기업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린뉴딜로 뭘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를 당장 시행하는 것이라고 답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집 혹은 건물에 관한 이야기다. 2012년에 제정된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는 부동산 거래 시 건축물의 에너지소비를 증명하도록 하는 규정(18)이 있었다. 건축물의 소유자 혹은 관리자는 건축물을 매매하거나 임대하려고 할 때 거래계약서에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평가서를 첨부하도록 했으며, 중개업자에게도 같은 의무를 부여했다. 건물의 벽체, 창호 등이 부실해서 에너지 낭비가 심할 경우에 매매 혹은 임대 가격이 높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건물 사용자가 냉난방 등을 위해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그 만큼 비용을 많이 지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입자들이 그렇다.

 

건축물 에너지소비 증명제는 단열이 잘된 벽체와 창호, 그리고 효율 좋은 보일러와 조명기구 등이 갖추어진 에너지 성능이 좋은 건물인지 아닌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부동산 시장에서 세입자의 힘을 키워줄 있는 제도다. 반면 당연하게도 건물주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제도다. 건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자신들에게도 부담스러운 규제를 피하려는 중개사업자의 강력한 저항으로 2015년 법이 개정되면서 이 의무가 사라져 약화되었다. 다시 그린뉴딜로 뭘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부동산 거래 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평가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답해야 한다.

 

그린뉴딜,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면 이미 실패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사회의 부를 탐하는 기업들과 건물주들을 규제하지 않으면, 그린뉴딜이 아니다. 뉴딜은 '새로운 사회적 협약'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pressian

 

롯데마트 친환경태양광발전 등 녹색매장구축

5년 내 플라스틱·비닐 50% 감축

롯데마트가 2025년까지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50% 줄이기 위해 친환경 녹색매장 구축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8일 롯데그룹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에 따라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량을 매년 순차적으로 감축해 5년 내 현재의 50%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이를 위해 자사 브랜드 리무버블(쉽게 뗄 수 있는) 스티커 사용’ ‘에코 절취선 적용’ ‘재사용 포장재 사용’ ‘친환경 소재 대체7가지 친환경 포장 가이드를 만들었다. 또 상품기획자 성과 지표에 매출, 이익과 함께 환경을 핵심 업무로 편입해 실천을 제고할 방침이다. 매장 내 식품 폐기물도 30% 줄인다. 매일 식품 폐기물 발생량을 측정하고 매장 폐점 시간에 임박해 진행하는 세일 시간을 대폭 앞당겨 실시할 방침이다.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저변 확대에도 나선다. 현재 롯데마트는 39개점 옥상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해 연간 460(1600가구가 1년간 사용 가능한 전력)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내년까지 60개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전국 120개점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설치돼 있으며 서울 영등포점 옥상에는 태양광발전 설비로 충전하는 전기차 충전소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작은 친환경 실천인 ‘11그린매장을 위해 롯데칠성과 비닐 라벨을 없앤 아이시스 8.0 에코상품을 출시해 그린존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대형 유통사 중 가장 많은 환경부 지정 녹색 매장인증 100개점을 운영하고 있다./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아파트 텃밭 가꿨더니 스트레스는 11% 줄고, 공동체의식은 9% 늘고

 

 

 

 

전북혁신도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농촌진흥청의 아파트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해 농작물을 가꾸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아파트에 산다. 빽빽한 아파트 숲에서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늘고, 이웃과의 친밀감이나 공동체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이런 아파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이웃과의 친밀감이나 공동체의식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전북혁신도시 아파트 단지 1곳에 약 300의 텃밭을 마련하고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18회에 걸쳐 주민 20여명이 참여하는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텃밭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농진청은 아파트의 주민들이 이웃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파트 텃밭 프로그램을 개발, 진행하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은 50.1%에 이른다.

 

농진청이 아파트 텃밭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실시한 분석 결과, 아파트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의 스트레스 지수는 49.96으로 참여 이전의 56.45에 비해 1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정서적 친밀감을 나타내는 점수는 프로그램 참여 전 20.33에서 참여 후 22.33으로 9.8%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체 의식을 나타내는 점수 역시 참여 전 104.89에서 참여 후 1148.7%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아파트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함께 모여 공통의 의상(모자)과 인사법을 정하고 역할을 나눠 텃밭을 관리하는 활동을 한다. 또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 원생의 텃밭 가꾸기를 돕거나 텃밭에 핀 꽃으로 만든 장식품·공예품과 채소 등 수확물을 이웃 주민들과 나누기도 한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모두 모여 파티를 열기도 한다.

 

농진청 관계자는 아파트 텃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텃밭 활동을 함께 한 사람 뿐 아니라 아파트 내 다른 주민과의 상호작용과 정서적 연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텃밭 활동이 단순한 농사를 넘어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정명일 도시농업과장은 아파트 텃밭이 개인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 간 마음의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비싼 매립비·산폐장 부족에 검은 양심판친다

부산 불법매립 폐기물몸살

 

 

 

 

지난해 부산 남구 대연동의 자연녹지지역에 한 업체가 허가 없이 산업폐기물을 적치했다가 적발됐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곳곳에 불법으로 매립된 산업폐기물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땅속 깊숙이 파묻힌 쓰레기는 상수도와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산사태를 일으켜 직접적인 인명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발밑의 지뢰나 다름없는 불법 폐기물, 대체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부산, 가동·설립 예정 산단 42

산업폐기물 처리장은 단 1곳 불과

헐값 처리해 주겠다은밀한 유혹

불법 매립해 주는 업체 우후죽순

땅에 묻기만 하면 적발도 어려워

 

부산 폐기물 처리장 단 한 곳

폐기물 불법 매립이 활개 치는 가장 큰 이유는 폐기물 양에 비해 이를 처리할 장소가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환경통계정보에 따르면 부산시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립 산업폐기물은 약 442861t. 현재 부산 내 산업단지는 23곳이지만 추가로 19곳의 산업단지가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연간 매립 산업폐기물은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산서 유일한 산폐장인 강서구 송정동 부산그린파워. 정종회 기자 jjh@

 

하지만 산업폐기물 매립이 가능한 곳은 부산에 단 한 곳, 서부산에 위치한 부산그린파워뿐이다. 현재 부산그린파워가 수용 가능한 쓰레기 양은 연간 약 100t이다. 이마저도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대부분(64%) 쓰이고 있다. 부산 업체의 폐기물에 할당되는 양은 연 30~40t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그린파워는 처리장 의무 운영기간인 2024년까지 이 공간에 폐기물을 수년간 나눠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운영 기간이 끝나기 전에 매립지가 가득 차 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산 내에서 발생하는 매립 산업폐기물 중 이곳에 수용할 수 있는 양은 연간 6~7t, 전체 발생량의 14%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처리 비용 급증불법 매립 유혹

폐기물은 쏟아지지만 이를 매립할 공간이 없자 처리 비용은 급격히 늘어났다. 부산 강서구의 한 제조업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폐기물 처리 비용이 t6~7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이 금액의 3배가 넘는다. 매달 폐기물이 20t가량 나오는데, 지난달에는 이를 처리하는데 t27만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증하자 저렴하게 불법 매립해 주겠다는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높은 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면 싸게 폐기물을 처리해 주겠다는 업체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대부분 불법 매립 업체라면서 하지만 합법적인 처리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알아서해 주겠다고 하니 업체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단 땅에 묻기만 하면 지자체가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불법 매립을 부추긴다. 해당 부지를 공사하거나, 개발하지 않으면 불법 매립한 폐기물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 부산 동래구에서 오수관 연결 공사 중 땅속에서 수백kg의 불법 폐기물이 나왔지만 매립 주체를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동래구는 이달 2일 폐기물을 매립한 책임 소재를 찾기 위해 용역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사례가 잇따르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의회 고대영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부산시는 산업폐기물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추가 시설을 짓기 위해 해당 지자체와 상생 방안 모색, ·TF(태스크포스) 구성 등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배·서유리 기자 sangbae@busan.com

 

 

나무심기보다 고래 보호가 더 중요" - WEF

엄청난 양의 CO2 빨아들이는 선풍기 역할의 고래

나무 심기보다 고래 보호로 지구 기후변화 대응해야

 

 

 

 

IMF는 큰고래 한마리의 가치를 2백만달러로 추정했다/사진=WEF

 

세계경제포럼(WEF)지는 1129일자(현지시간)에서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보다 고래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CO2)를 저장할 뿐아니라 탄소의 40%를 저장하는 식물성 프랑크톤의 성장을 돕는다. 식물성 프랑크톤 1%의 증가는 큰 나무 20억 그루와 맞먹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거대한 고래 한 마리의 가치는 200만 달러 이상으로, 현재 바다에 생존하는 고래의 가치를 모두 1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만약 포경 전 고래 개체 수인 4500만 마리(현재는 130만 마리)가 그대로 있었다면, 연간 17억 톤의 CO2를 포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래는 약 60년의 수명에 걸쳐 평균 33톤의 CO2를 축적한다고 한다. 그들이 죽으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그 탄소를 수백 년 동안 가두어 놓는다. 그에 비해 큰 나무 한그루는 일년에 최대 48파운드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또한 고래들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다. 그들이 숨을 쉬고 이동하기 위해 올라올 때 내뿜는 철분과 질소는 이러한 미세한 생물들에게 이상적인 성장 조건을 제공한다. 그리고 식물성 플랑크톤은 미세한 물질이지만 우리의 대기 상태를 조절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 식물성 프랑크톤이 최소한 모든 산소의 50%를 생산하고, 배출되는 모든 이산화탄소 중 약 370억 톤을 포집한다.

 

IMF의 연구 결과 이 양은 아마존 열대 우림의 4배인 17천억 그루의 나무들에 의해 포집된 양과 같다. 고래와 연계된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산이 1% 증가하면, 연간 수억 톤의 추가 CO2를 포집할 수 있으며 이는 20억 그루의 성숙한 나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미지=IAEA

 

하지만 세계의 고래들은 위험에 처해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1986년 이후 상업적 포경이 공식적으로 금지됐지만 연간 1000마리 이상의 고래가 상업적 목적으로 여전히 목숨을 잃고 있다. 고래들은 또한 선박과 충돌하거나 어망에 걸리고 플라스틱에 오염되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지금 대기 중의 CO2 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바다는 대기권보다 50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함유하고 있어 바다가 기후를 조절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래가 엄청난 량의 CO2를 흡입하고 바다 깊숙히 매장하는 점을 인식하고 고래의 포획을 금지하여 개체수를 늘여야 한다고 WFP지는 강조했다. /이로운넷=이정재 시니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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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개화' 희귀식물 대청부채의 비밀

사촌인 범부채와 교잡 피하려 개화 시간 격리드러나

 

 

 

 

부채처럼 펼쳐진 잎과 분홍빛이 도는 보랏빛 꽃이 아름다운 멸종위기 식물 대청부채. 생식 격리를 위해 개화 시간을 조절하는 특이한 생태가 밝혀졌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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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이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것은 아니다. 잠잘 ()’가 이름에 붙은 수련과, 얼레지 같은 일부 봄꽃은 저녁에 꽃을 오므린다. 반대로 달맞이꽃, 분꽃, 노랑원추리 등은 밤에만 꽃을 피운다.

 

대청부채는 특이하게 오후 34시께 개화해 밤 10시쯤 오므린다. 이 식물의 개화 시간이 유명한 이유는 워낙 희귀하고 아름다운 데다, 처음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뱃시간과 맞물려 조사자들을 골탕 먹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인천항을 떠나 점심 때쯤 백령도 자생지에 도착해 보면 꽃잎을 꽉 닫은 상태다. 이미 졌나, 해서 이튿날 아침에 다시 가보면 꽃은 여전히 빨래를 비틀어 짠 듯 오므려 있다. 점심때면 정기여객선이 나가는데, 개화한 모습을 보려면 하루 더 머물러야 한다.”(현진오 동북아 생물다양성센터 소장).

 

 

 

 

활짝 핀 대청부채. 개화 시간과 한반도 유래의 기원 등 풀어야 할 비밀이 많은 희귀식물이다. 현진오 박사 제공.

 

대청부채 개화 시간의 미스터리가 풀렸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범부채와 교잡종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개화 시간을 격리한 결과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루렁 중국 베이징 산림대 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가설을 제기했다.

 

꽃가루 공급 조절과 꿀벌의 기억력이 비결

대청부채와 범부채는 얼마 전까지 각각 독립된 속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밝혀져 모두 같은 붓꽃 속으로 분류된다. 이들이 다른 종으로 분리된 지 오래되지 않았음은, 두 종의 염색체 수가 같고 인공적으로 교배하면 생식능력이 있는 교잡종이 생기는 데서 알 수 있다.

 

중국에는 이들 두 종이 같은 지역에 자생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연구자들은 500m 이내 거리에서 두 종이 자생하는 베이징 북쪽 외곽의 타이양산 국가삼림공원에서 어떻게 두 종이 자연적으로 교잡을 이루지 않고 독립적인 종을 유지하는지 알아봤다.

 

 

 

 

범부채는 대청부채와 꽃의 형태와 구조는 많이 다르지만,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 현진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자들은 20172019년 동안 범부채 자생지 40와 대청부채 자생지 23.5에서 두 종의 꽃가루받이를 관찰했다. 두 식물의 개화기는 78월로 비슷했다(우리나라에선 범부채 78, 대청부채 89). 그러나 자생지에서 두 종의 자연 잡종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무엇이 두 종의 교잡을 막는 장벽 구실을 할까.

먼저 가루받이 곤충을 조사했더니 재래꿀벌이 두 종의 꽃가루를 모두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이 범부채의 꽃가루를 묻히고 이어 대청부채를 방문한다면 교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교묘한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조사 결과 두 식물의 개화 시간이 달랐다. 범부채가 오전 715815분에 개화해 오후 67시께 지고, 대청부채는 오후 345415분 개화해 밤 1011시 졌다. 범부채가 오전에 꽃이 핀다면 대청부채는 오후에 핀다.

 

그러나 오후 47시 사이에는 두 식물이 모두 꽃을 피우는 기간이다. 개화 시간이 중복되는 동안 교잡은 어떻게 방지할까. 연구자들은 두 식물의 꽃가루 공급량 조절과 꿀벌의 기억력이 장벽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범부채와 대청부채를 찾는 재래꿀벌의 방문 빈도 비교. 오전과 오후로 확연히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루렁 외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 (2020) 제공.

 

가루받이하는 꿀벌의 방문은 꽃이 핀 지 1시간 뒤 절정에 이르렀다. 벌들은 언제 어떤 꽃을 찾아가야 꽃가루를 얻을지 기억하고 있었다. 꿀벌의 범부채 방문은 오전 7시부터 11시 사이에 집중됐고, 교잡 가능성이 있는 오후에는 꽃가루가 고갈된다는 사실을 알고 찾지 않았다.

 

꿀벌이 대청부채를 찾는 시간은 오후 4오후 7시에 집중됐다. 저녁 7시에 대청부채의 꽃가루는 아직 남았지만, 꿀벌은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10시 대청부채의 꽃이 지기 전 나방이 방문해 꽃꿀을 빠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하루 중 시간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생식을 격리하는 예는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서해5도 이어 태안 무인도에도 분포

대청부채와 범부채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몽골, 동아시아 러시아 등에 분포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청부채는 분포의 남쪽 끝으로 학술 가치가 크고 분포지와 개체수가 적어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다.

 

대청부채는 이창복 박사가 1983년 대청도에서 발견했다. 그는 처음 (범부채의) 잡종이라 생각하여 얼이범부채라고 불렀으나 서해 고도에서 퍼져 나간 점을 고려함과 동시에 대청도에 정착한 사유가 있을 것 같이 느껴 대청부채라고 불렀다.”라고 밝혔다(1998,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13년 국립공원연구원이 충남 태안의 한 무인도에서 발견한 대청부채 군락의 모습. 소순구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이후 대청부채는 백령도와 소청도에서도 발견됐고, 2013년에는 서해5도보다 훨씬 남쪽인 충남 태안의 한 무인도에서도 군락이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한국자원식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대청부채의 보전생물학을 포스터로 발표한 소순구 국립공원연구원 박사는 중국의 대청부채가 내륙에 분포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모두 서해안에만 분포해 중국에서 종자가 해류를 통해 이동해 왔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왔지만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빙기 동안 육지였던 서해에 분포하던 대청부채가 간빙기가 오자 한반도 서해안의 고지대로 피난해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있다이를 밝힐 유전학과 생물지리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 박사는 태안 무인도 대청부채의 개화시각을 2018913일 측정했더니 330분께였다고 밝혔다. 또 무인센서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꽃은 말려 있다 풀리는 과정을 매일 되풀이하면서 23회 피고 진 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 대청부채의 개화 과정(2018. 9.13)

 

 

 

 

개화 직전의 꽃봉오리. 왼쪽에 돌돌 말려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보인다. 소순구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6분 뒤 꽃이 거의 열렸다. 꽃이 피기까지 약 30분이 걸렸다. 소순구 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제공.

 

인용 저널: 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DOI: 10.1093/biolinnean/blaa0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코로나는 치료라도 하지과수화상병 습격에 새카매진 농심

치료제 없는 세균성 전염병 북 농가 250곳서 확진판정 경기·전북·충남·강원서도 발병

농민들 방제해도 약효 전혀 없고 몰비·보상금도 터무니없이 적어5·10년 새 과수농 존폐 위기 올 것

 

 

 

 

이시종 충북지사(앞줄 왼쪽 둘째) 등이 과수 화상병이 발병한 충주지역 한 농가를 찾아 실태를 살피고 있다.

 

코로나는 격리하고 치료하면 대개 낫는다지만, 이건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손도 못 쓰고 묻는 수밖에 없어요. 미칠 노릇이지요.”

8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에 사는 홍준표(60)씨는 한숨을 지었다. 그가 사는 마을엔 굴착기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과수 화상병 습격을 받은 사과·배나무를 통째 묻는 작업 때문이다. “아마 충주 포클레인은 다 우리 동네에 몰렸을 겁니다. 곳곳에서 평생 키운 과수를 묻고, 과수원을 닫으니 농민들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입니다. 그야말로 전쟁터죠.”

 

지난 7일까지 충북지역 농가 250(152)이 과수 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209(83.6%)이 충주다. 또 다른 의심 신고만 392건이며, 간이 진단에선 313(충주 238)이 양성 판정을 받아 확산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확진 51곳에서 열하루 사이 다섯배 늘어난 것이다. 과수 화상병은 나무·열매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붉게 변한 뒤 죽어가는 세균성 전염병이다. 백신·치료제가 없어 과수 코로나’ ‘과수 에이즈’ ‘과수 구제역등으로 불린다.

 

2015년 경기 안성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해마다 발생하는 과수 화상병은 올해, 충주와 이웃한 제천(38음성(2진천(1)으로 번진 데 이어 경기 안성(13), 전북 익산(2), 충남 천안과 강원 평창(1) 등 도 경계를 넘어 발병하는 등 대유행 조짐을 보인다. 이미 145(88.9)이던 지난해 피해를 넘어섰다. 정부는 과수 화상병 위기 대응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과수 화상병이 발병한 과수.

농가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충주 산척면에서 사과 농장(14천여)을 운영하는 이천영(58)씨는 정부 지시에 따라 3~5월 사이 세차례 방제했지만 약효가 전혀 없다. 그나마 매몰이 확산을 막는 유일한 방법인데 신고-접수-확인 등 늦은 행정처리가 확산을 부채질한다. 이대로라면 5~10년 안에 우리나라 과수농은 존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해가 가장 큰 충주 산척면(115곳 확진) 농민들은 과수 화상병 보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지난 4일 농촌진흥청, 8일 충주시를 찾아 보상 현실화를 요구했다. 장병산(62) 대책위 위원은 지난해에 견줘 매몰비·보상금이 12천만원 정도 줄었다. 매몰하면 4년 동안 다시 과수를 못 심는데다, 다시 수확하려면 줄잡아 8~10년 정도 걸리는데 보상이 너무 적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충섭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장은 매몰 비용을 보전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 농가의 피해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감염 경로·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뾰족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도 확산을 막고, 방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도 제공

 

올여름 더 빨리, 더 많은 나방떼가 온다

 

 

 

 

강원지역에 '여름 불청객' 돌발해충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지자체마다 비상이 걸렸습니다. 갑자기 개체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돌발해충으로 불리는 이 불청객은 대략 5월부터 알에서 부화해 10월까지 활동하면서 나무를 고사시키거나 분비물 등으로 피해를 줍니다.

 

특히 올해는 매미나방 유충이 기습 출몰해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 일부 농가는 돌발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농민 이 모(68)씨는 "올해 유독 더 많이 늘어난 해충이 과수 등 활엽수 나무에 달라붙어 나뭇잎을 갉아 먹거나 가끔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불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춘천시 돌발해충 방제작업 (사진=촬영 이상학)

 

강원도에 따르면 매미나방 발생 면적은 원주가 약 200ha로 가장 많고 횡성 104ha, 춘천 6.3ha 등 모두 512ha에 이릅니다. 대략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아졌다는 게 관계기관의 설명입니다.

 

올해 매미나방이 대량 발생한 것은 지난겨울 포근한 날씨로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알이 죽지 않고 겨울을 나면서 유충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기온 상승에 개체 수가 늘어나 올해 부화 시기도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이어지는 조기 고온현상 등 이상기후가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이어지는 곤충의 세대 순환 기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도 예년보다 빨리 피해발생 예보를 발표하며 예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윤지윤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 녹지연구사는 "매미나방의 경우 지난해 겨울철 치사율이 감소해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고, 발생 시기도 지난해보다 10일 넘게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강원도산림과학연구원은 지난 2일 연노랑뒷날개나방에 대해서도 발생 예보를 발령했습니다.

 

도내 지자체 방제작업도 2주가량 앞당겨 방제에 돌입했습니다. 춘천시는 지난달 초부터 방제작업에 들어가 일주일에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방제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곤충이 알에서 성충이 되는 우화 과정에서 선제적 방제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춘천지역은 지난해 매미나방이 7월에 대량 발생해 38ha에 걸쳐 가지를 고사시키거나 생육을 저하하는 등 피해를 줬습니다. 게다가 최근 춘천 봉의산에서 연노랑뒷날개나방의 유충도 발견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연노랑뒷날개나방은 4년 전 떼를 지어 도심 곳곳에 대량 발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5ha 걸쳐 출몰해 적지 않은 피해를 줬습니다. 이 나방은 밤에 활동하는 탓에 낮에는 해가 들지 않는 곳에 모여있다가, 밤이 되면 가로등 조명 아래 몰려들어 주민 생활에 큰 불편을 끼칩니다. 실제로 송암동 야간 경기장 조명시설 등에는 여름철 성충이 된 수만 마리의 나방떼가 몰려들어 경기가 취소될 정도였습니다.

춘천시 관계자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개체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조기방제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갑자기 대량 발견돼 어려움이 많다""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ykyou@sbs.co.kr

 

코로나, 음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코로나 뉴노멀] 13장 기후위기와의 전쟁

 

 

 

 

코로나19 사태의 한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이 지목된다. 20178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동물권옹호 시민단체들이 공장식 축산과 감금틀 사육, 살충제 사용을 반대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 인간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인류의 생활양식은 예전과 똑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시대의 개막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물리적 접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덕목이 아니게 됐다. ‘접촉 축소라는 시대적 요구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이동을 줄게 해 의도치 않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안겨줬다. 화석 연료로 지탱하는 지금의 에너지 구조는 더 이상 이대로를 외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작은 정부론에 시달리던 국가는 영역을 확장해나갈 태세다.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국제적인 지도력을 잃었다. (G)2 시대가 저물고 지(G)0 시대가 열렸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코로나 뉴노멀이 정의와 평등의 얼굴을 갖게 하기 위해 세계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_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은 공장식 축산이다.’ 언뜻 명쾌해 보이는 이 주장에는 해명할 부분이 적지 않다. 직관적으로 사실인 것 같지만,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일으킨 범인은 정식 명칭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라는 병원체다. 바이러스의 기원은 안갯속에 묻혀 있지만, 아마도 박쥐(숙주)에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병원체)의 일종이 변이해 다른 종을 거쳐 인간에게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들어와 호흡기와 폐에 염증을 일으키지만, 돼지나 닭 등 공장식 축산 체제의 숙주에게는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 경로만 보면, 코로나19 사태는 공장식 축산과는 관계가 없다.

 

피해의 파괴력을 키우다

지금까지 공장식 축산에서 기르는 동물에게 가장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병원체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였다. 청둥오리 같은 야생 철새의 숙주에서 이 바이러스는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을 일으키며 퍼진다. 그러나 이것이 난민수용소처럼 빽빽하게 채워진 공장식 농장으로 들어갈 경우 달라진다. 폐사율이 80~90%에 육박한다. 우리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146만 마리의 닭, 오리 등의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을 목도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특히 숙주가 사는 환경의 특성은 사태를 판이하게 뒤바꾼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숙주가 사는 농장은 소규모로 산재했으며, 농장끼리 연결망은 간헐적이었다. 가축이 몰살해도, 피해는 작았고 확산하지 않았다.

 

반면 현대의 밀집형 공장식 축산 환경은 감염병을 파괴적으로 바꿔놓았다. 농장은 밀집되고 거대화됐다. 10층 넘는 아파트형 닭장(배터리 케이지) 한 칸에 닭 서너 마리가 날개 한 번 못 펴고 알을 낳다가 2년 만에 죽는다. 올림픽 수영장에 먹물 한 방울 떨어지듯, 이곳에 바이러스가 떨어진다면? 수만~수십만 마리가 폐사한다. 게다가 농장은 네트워크화돼 있다. 사료나 축산물을 운반하는 차량 등이 각 농장을 수시로 연결한다.

 

과거 농장은 바다에 떠 있는 뗏목이나 보트 같았다. 지금은 대형 크루즈선 몇 대가 긴밀히 연결돼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물론 이 크루즈선은 과거보다 청결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방역도 철저하다. 워낙 크고 튼튼해 폭풍우에 안전하지만, 한 번 침몰하면 수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생태계 전체를 봤을 때, 감염병이 휩쓴 뒤 회복탄력성이 낮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겪은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와 다르다. 그때와 달리 가축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돼지·닭 각각 1천만 마리가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축산가공업이 발달한 미시간주의 지역신문 <디트로이트타임스>5월 초 돼지 농장주 밥 디큐이스의 곤란한 처지를 전했다.

보통 일주일에 트럭 절반 분량으로 55~60대에 돼지를 실어 도축장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7, 이번주에는 6대밖에 안 나갔어요.”

 

애먼 돼지들이 죽고 있다

그가 돼지를 출하하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19로 도축장이 다른 시설과 마찬가지로 록다운’(폐쇄)됐기 때문이다. 타이슨푸드나 스미스필드푸드 같은 대형 육류가공업체가 운영하는 도축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퍼졌다. ‘탐사보도를 위한 미드웨스트 센터는 수시로 도축장의 코로나19 현황을 집계하는데, 521일 현재 도축장 관련 확진자가 15800, 사망자는 63명이다. 관련된 도축장만 193곳이다.

 

도축장의 컨베이어벨트가 멈추자, 고기가 되지 못한 돼지들이 농장에 정체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돼지 농장주가 처음 겪는 일이다. 늦게 출하하는 만큼 사료비 부담이 커진다. 돼지 출하 시기에서 6개월이 넘어가면 표준화된 고기의 품질이나 풍미에도 문제가 생긴다. 주판알을 튕겨보면, 살처분하는 게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 돈육생산자협의회(NPCC)9월까지 미국에서 살처분해야 할 돼지가 약 1천만 마리라고 추정했다. 도축장 운영이 중단되자, 고깃값은 폭등했다. 돼지고기를 중심으로 닭고기, 쇠고기 등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높게 형성됐고, 일부 소매점에선 육류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한쪽에선 비싸서 고기를 못 먹고, 다른 한쪽에선 고깃감을 죽이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른바 육류 대란을 통과하며 미국에선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미 푸드테크 신생 벤처기업이 콩 등 식물로 만든, 진짜 고기 못지않은 풍미의 육류 대체재를 생산하면서 채식 열풍이 거세지는 상황이었다. ‘임파서블푸드는 감염병 사태 와중인 4, 슈퍼마켓 777곳에 제품을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다. 채식 햄버거인 임파서블 버거의 매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쟁업체 비욘드미트1분기 매출 9707만달러(1198억원)를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육류 대란의 틈새를 비집고 푸드테크 식품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채식은 몇 차례 유행을 타며 사회 전체로 퍼지는 중이다. 푸드테크가 이룬 기술적 성취가 엔진으로 작용했다면, 정부와 기관은 채식 지원 제도를 도입하며 이를 떠받치고 있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육과 붉은고기를 각각 발암물질 1군과 위험물질 2A로 지정한 것은 각국의 정부가 고기에 대해 다른 시각을 받아들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영국에서는 쇠고기 요리를 하지 않는 대학이 나왔고, 독일에선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고기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올리자는 논의가 있었다.

 

비건 경제의 시발점 될까

코로나19 사태는 음식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영국은 1990년대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동물복지 축산이 전면화됐다. 코로나19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공장식 축산의 고장난 경제시스템을 겪은 미국에서 비건(엄격한 채식주의) 경제는 이번 사태를 기회로 안착하고 있다. 더불어 대량의, 중앙집중적인 고기 생산 체제도 동물복지를 강화하고 분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선택의 주체는 바로 직관적으로 진실을 볼 수 있는 우리. /남종영 <한겨레> 기자 fandg@hani.co.kr

 

'육지의 4대강' 민통선 고속도 예정지서 천연기념물 다수 확인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도 실시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 중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에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조류, 곤충 등이 다수 확인됐다. 해당 지역은 자연이 잘 보전된 편인 서부 민간인통제구역 내에서도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아 멸종위기종들의 핵심 서식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 간 멸종위기 조류 평균 개체 수. DMZ생태연구소 제공.

 

9일 민간연구기관인 DMZ생태연구소에 따르면 2014~2019년 가을·겨울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에서 철새 조사를 실시한 결과 멸종위기 조류 12종이 상시적으로 관찰됐다. 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조류는 멸종위기 1급인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과 멸종위기 2급인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솔개,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등이다. 이들 조류 중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등은 천연기념물에도 포함돼 있다.

 

 

 

 

최근 6년 간 재두루미 평균 개체 수. DMZ생태연구소 제공.

 

특히 고속도로 건설이 예정된 11.8구간은 멸종위기 조류가 주로 서식하는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탓에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이미 심각한 위기에 놓인 해당 조류들의 개체군 유지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DMZ생태연구소에 따르면 조사 기간 동안 고속도로가 지나는 지역의 멸종위기 조류의 평균 개체 수는 63.7~895.4개체에 달했다. 이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또 고속도로 예정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역과도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을 이용한 재두루미의 평균 개체 수는 34~164개체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은 역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들이 모여서 잠을 자고, 먹이활동을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DMZ생태연구소 연구진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 밀도를 분석한 결과 민통선 내로 멸종위기 조류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속도로 건설 예정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다수 서식하는 핵심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서부DMZ일원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초원수리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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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환경부는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조건부 동의 처리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파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비무장지대(DMZ) 인근 생태계 파괴를 용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마저 폐쇄하는 상황에서 남북 경협 활성화를 전제로 한 도로 건설 사업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긴급하게 필요한 사업도 아닌데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면제하고,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에 대한 조사 역시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사업을 실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2018년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가 남북철도경협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지난 2월 경기 파주 백연리에서 촬영된 재두루미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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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조건부동의 처리에 대해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와 파주·북파주 어촌계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DMZ 일원의 생태를 망가뜨리고 농어민 생존의 터전을 빼앗는 고속도로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과 주민들은 문산~도라산 고속도로가 생기면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이북 지역을 생태적으로 단절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땅 위의 4대강사업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장단반도에서 확인된 금개구리 유생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장단반도에서 확인된 물장군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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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역은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지역일뿐 아니라 생물다양성도 국내의 다른 보호지역 못지 않거나 더 우수한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부 민통선 이북지역 둠벙의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서식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다른 지역의 둠벙은 물론 주요 보호습지와 비교해도 생태적 가치가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둠벙은 논밭 근처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작은 물웅덩이로를 말한다. 저서생물은 강이나 바다, 호수 등의 바닥에서 사는 생물을 의미한다.

 

또 고속도로 예정지역은 멸종위기 수서 곤충인 물방개가 꾸준히 발견되고, 역시 멸종위기 양서류인 금개구리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무리한 개발로 파괴할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지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파주 마정리에서 확인된 흰꼬리수리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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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은 민통선 이북 지역은 생물종이 다양하고, 생태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전 반드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라며 특히 해당지역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생기면 육상생태계는 물론 해양생태계마저 맥이 끊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심해 오징어와 혈투? 얕은 바다 상어 배에서 빨판 상처 발견

큰지느러미흉상어 배에 대왕오징어 빨판 상처표층 상어의 심해 사냥 드러나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 널리 분포하는 큰지느러미흉상어는 바다 표면 가까이서 주로 사냥하지만 심해 오징어 사냥에도 나서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수심 3001000m의 심해에 사는 몸길이 13m의 대왕오징어에게는 향고래를 빼면 천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대왕오징어를 노리는 포식자 목록에 대형 상어를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니스 파파스매슈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상어 생태학자 등은 어류 생물학 저널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큰지느러미흉상어(장완흉상어)와 대왕오징어로 추정되는 심해 오징어가 조우한 첫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큰지느러미흉상어는 지느러미 끄트머리가 희고 둥근 34m까지 자라는 상어로 주로 수심 200m 이하의 바다 표층에서 물고기나 오징어를 사냥한다. 그런데 201911월 하와이 바깥 바다에서 2m 길이의 수컷 큰지느러미흉상어 옆구리에서 마치 철길처럼 두 줄로 둥근 상처가 이어진 상흔이 발견됐다.

 

 

 

 

큰지느러미흉상어 머리 아래부터 등지느러미 아래까지 두 줄로 대왕오징어 빨판이 붙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빨판은 골프공 크기였다. 야니스 파파스매슈 외 (2020) ‘어류 생물학 저널제공.

 

상흔을 자세히 조사한 결과 거대 오징어의 빨판 자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빨판의 크기와 모양, 서식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상처를 낸 연체동물은 대왕오징어나 다른 두 종의 심해 오징어일 가능성이 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대왕오징어는 전 세계 열대바다에 서식하며 몸길이만 2m, 다리까지 포함하면 1213m까지 자란다. 주요 천적은 향고래로, 뱃속에서 다량의 대왕오징어 부리가 발견되거나, 피부에 남은 빨판 흔적이 포식 과정의 격렬한 싸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향고래와 대왕오징어의 싸움을 묘사한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그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왕오징어의 팔과 긴 촉수 안쪽에는 지름 25의 원형 빨판 수백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빨판 안쪽에는 키틴질의 날카롭고 예리한 톱니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들러붙은 상대에 상처를 남긴다.

연구자들은 큰지느러미흉상어가 바다 표층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종종 1000m가 넘는 심해로 잠수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 상어는 들쇠고래 무리와 만나면 심해로 잠수한다. 들쇠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오징어를 사냥한다.

연구자들이 큰지느러미흉상어 6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붙여 조사한 결과 수심 2501177m 범위로 잠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행동을 연구자들은 초음파를 이용해 심해 오징어의 위치를 파악하는 들쇠고래를 따라다니며 상어가 심해 오징어를 사냥하거나 사냥 뒤 남긴 찌꺼기를 먹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왕오징어의 빨판. 수백개의 빨판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키틴질 톱니가 달려 부착한 피부에 상처를 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향고래 머리 부위에 대왕오징어 빨판이 남긴 상흔. 잡아먹히기 전 오징어의 저항을 보여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런 사실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큰지느러미흉상어 배에 생긴 흉터가 심해 오징어를 사냥할 때 오징어가 빨판으로 저항한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상어의 몸에 별다른 상처가 없고, 대왕오징어를 주로 사냥하는 향고래에도 비슷한 흉터가 남는 사실에 비춰 심해 오징어가 상어를 공격하기보다는 상어가 오징어를 사냥하다 상처를 얻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았다.

 

연구자들은 표층 상어와 심해 오징어의 만남이 어떤 성격인지 얼마나 잦은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다 표층과 중층 생태계가 (먹이그물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이번 사례로 알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큰지느러미흉상어가 어디서 사냥하는지 보여준 이번 관찰은 상어 수프용 지느러미 채취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위급종으로 규정된 이 희귀 상어를 보전하는 데도 중요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몸길이만 2m에 이르는 대왕오징어. 일부 고래와 상어의 중요한 먹이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용 저널: Journal of Fish Biology, DOI: 10.1111/jfb.144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대저대교 환경평가서 조작됐다

낙동강청 환경질 부문 거짓, 경찰에 평가업체 수사 의뢰

- 문제 부분만 보완불구

- 환경단체, 원점 재평가 촉구

- 건설 자체 불투명해져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유역청)이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중 일부가 거짓으로 작성됐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부산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문제가 된 부분만 보완해 재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낙동강유역청은 9일 오후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열어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중 환경질 부문(수질, 토질, 대기질, 소음·진동)거짓 작성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낙동강유역청 관계자는 협의회가 거짓으로 판정했으므로 제출된 평가서는 반려할 방침이라며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업체는 행정처분과 함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산시에는 새로 평가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통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거짓 논란이 일자 지난 연말 착공 계획이 무산됐다. 낙동강유역청의 이번 결정으로 2026년 완공 예정인 대저대교 건설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도 대저대교 건설이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지난해 환경단체가 환경질 부문에 대해 조작 문제를 제기하자마자 재조사(작년 11~올해 4)를 단행했고 결과를 낸 만큼, 즉시 재조사 결과를 낙동강유역청에 제출할 수 있어 공사에는 큰 차질이 없을 거로 내다본다. 시 관계자는 아직 낙동강유역청으로부터 공식 통보는 받지 않았으나 거짓으로 결론 냈다고 들었다새 평가자료가 이미 나와 있어 재신청 절차를 바로 진행, 최대한 빨리 착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재조사가 환경단체가 빠진 상태에서 시가 단독으로 진행한 셀프조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재신청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시가 애초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업체의 거짓 작성 여부를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제출해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점에서 책임론도 대두된다.

 

지난해부터 낙동강유역청과 부산시를 상대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환경단체는 낙동강유역청의 이번 결정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평가했다.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은 문제가 된 환경영향평가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곳곳에서 엉터리로 작성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시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듯 새 영향평가서를 제출할 게 아니라 우선 시민에게 사과하고, 대저대교 건립 타당성부터 원점에서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경단체는 지난 3월 경찰이 수사 중인 생태계 부문 환경영향평가의 거짓 작성 여부도 하루빨리 결론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청 관계자는 해당 조사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쯤 최종 결정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대저대교는 부산 사상구 삼락동과 강서구 식만동을 연결하는 7.83의 다리다. 부산시는 2026년 하루 평균 61793대의 차량이 사상~강서구를 오갈 것으로 예상돼 서부산 일대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는 대저대교 건설이 필수라고 주장한다/국제신문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그림자로 전기 만든다태양전지 효율 2음양전지 개발

양달-응달 밝기 차 이용해 전기 생산

기존 태양전지보다 효율 두배나 좋아

이동 물체·빌딩 모니터링 센서 유용

 

 

양달과 응달의 밝기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음양전지. 싱가포르국립대 제공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낮의 그늘은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와도 같다. 하지만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 시스템에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전기 생산을 방해하는 역할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그런 궁색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광전지 기술이 개발됐다.

빛이 직접 비치는 양달 부분과 그늘이 진 응달 부분의 밝기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음양소자 기술이다. 물론 생산하는 전기량은 많지 않다. 따라서 스마트 안경, 시계를 비롯한 소형 전자기기의 동력 공급원으로 쓰기에 적합한 기술이다. 압력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압전소자, 온도 차이를 이용하는 열전소자에 이은 새로운 소형 전자기기용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된다.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개발한 이 장치의 정식 명칭은 그림자효과 발전기(SEG=shadow-effect energy generator). 유연하고 투명한 플라스틱 판 위에, 태양전지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 셀을 심은 형태다. 실리콘에는 금 박막을 입혔다. 태양전지와 마찬가지로 실리콘에 빛이 비치면 전자가 활성화하는데, 전지의 일부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밝은 부분과 그늘진 부분 사이에 전압 차이가 생겨 전류가 흐르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지 전체에 빛이 비치거나 안 비칠 때는 전기를 거의 생산하지 못한다.

 

 

음양전지는 기존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두배 좋다. 픽사베이

 

절반은 양달, 절반은 그늘일 때 발전량 최고

이용법은 간단하다. 발전기의 일부를 응달에 두기만 하면 된다. 전기 생산량은 장치의 절반은 그늘에, 절반은 양지에 놓일 때 가장 많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클수록 발전량도 많아진다. 연구진은 8개 셀을 갖춘 음양전지로 실내 조명 아래서 전자시계(1.2볼트)를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4셀짜리 전지로 비교 실험한 결과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200%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리콘의 햇빛 수집 능력이 좋아지면 발전기 성능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실리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 비용도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저렴하다.

 

연구진은 이 음양전지가 그림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동물체를 모니터링하는 센서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과 단순한 구조, 높은 효율을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이용해 청정 전기를 만들고, 이것으로 전자기기를 구동하는 에너지 자급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이 주목하는 미래 유망 분야는 빌딩의 스마트센서 시스템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기존 태양전지의 그늘진 부분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현될 경우 쓸모없고 음습하게만 생각했던 `그늘'은 에너지를 창출하는 새로운 동력원으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연구팀은 음양전지의 개념을 구축해서 전지를 개발하고 완성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탄스위칭 박사는 "기존 광전지에서 그림자는 장치의 성능을 저하시키기만 하는 존재였다""그림자에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방식은 전례가 없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의 보고서는 과학저널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415일치에 실렸다./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제러미 리프킨 탄소배출 제로, 한국도 20년 안에 할 수 있다

10일 오후 국회 그린뉴딜 토론회 기조연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영상 강연을 하는 모습을 참가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영상 강연을 하는 모습을 참가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에서는 세계적 석학이자 <글로벌 그린뉴딜>·<수소 혁명>·<소유의 종말> 등의 저자이자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의 이사장인 제러미 리프킨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리프킨 이사장은 이 연설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통신과 에너지, 교통 등 인프라 혁명이 필요하다. 한국은 통신과 교통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린 뉴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기후위기 극복과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한국도 20년 이내에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3차 산업혁명 인프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비전과 정책, 기준을 담당하면 지방정부가 지역별 로드맵을 통해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한국형 뉴딜 TF(단장 김성환 의원),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서울연구원,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하고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가 후원한다. <한겨레>는 토론회에 앞서 제러미 리프킨의 기조연설 전문을 먼저 소개한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오늘 이야기의 시작은 우울하겠지만, 끝은 희망적인 성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세계 GDP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그랬죠. 생산성이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구조적 실업이 발생했고, 특히 21세기 노동시장에서 일을 찾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숫자로 이야기를 풀어보죠. 19세기와 20세기의 두 차례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현재 다음과 같은 상황 속에 있습니다. 분명히 인류의 절반은 산업화 이전 우리 조상보다 더 잘살고 있습니다. 확실하죠. 하지만 빈곤선인 하루에 5달러 이하를 벌며 사는 인류의 40%는 산업화 이전 보다 더 잘 산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산업화 이전보다 훨씬 잘 살까요? 눈에 띄게 잘 사는 건 아닙니다. 물론 슈퍼 리치는 아주 잘살고 있죠. 현재 세계 8대 부자의 부를 합하면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축적한 부와 맞먹습니다. 35억 명이나 되는 인구죠. 이러한 슈퍼 리치와 나머지 사람들 간의 불평등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지난 2세기 동안 산업화를 위해 화석 연료에 기반한 에너지를 사용한 결과, 기후 변화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지금도 화석 연료를 태우고 있으며, 이제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고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과 미국인은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45천만 년에 걸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고, 이는 인류가 나타나기 한참 전의 일입니다. 대멸종이 있을 때마다 지구의 화학적 구성이 크게 바뀌는 임계점들을 넘어 섰고 대규모로 종들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모두가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6번째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안에 지구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이런 대규모의 멸종이 있었던 건 6500만 년 전이며,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우리는 위기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유럽, 아시아, 미국의 젊은이들이 깨어나고 있으며, 지난 일 년 반 동안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 Z세대 고등학생, 한국과 여러 국가의 밀레니얼들이 세 차례에 걸쳐 거리를 점령하고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를 펼쳤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밀레니얼 세대의 형제자매들도 사무실에서 나와서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140여개국에서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거리에 나와 기후 비상사태 선포와 글로벌 그린 뉴딜을 요구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명확하게 말씀드리죠. 한국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벌이고 있는 이 시위는 과거 그 어떤 시위와도 다릅니다. 과거에도 사회적 불만, 경제, 종교, 인권 문제에 관한 시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다릅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이 다른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그들 스스로를 멸종 위기에 처한 하나의 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은 다른 생명도 인간과 같은 진화적 흐름에 포함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생물권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공동체란 것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인류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세계관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우리가 서로에 대해, 다른 생명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해 어떠한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변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경제 비전이 필요합니다. 설득력 있는 비전이어야 합니다. 이 비전을 추진하고 빠르게 구현할 전략이 필요합니다.

20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한국과 모든 국가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0년이면 한 세대죠. 과학자들은 우리가 이걸 해내지 못하면, 즉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지 못하면, 홍수, 가뭄, 산불, 허리케인 등 기후 재앙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생태계 파괴는 더욱 심해지고, 붕괴는 앞당겨질 것입니다. 따라서 한 걸음 물러나 과거의 중요한 경제 혁명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를 이해하면, 동반적 관계인 한국과 세계가 따라야 할 로드맵을 만들 수 있고, 글로벌 그린 뉴딜을 통한 전환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역사상 최소 일곱번의 대규모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습니다. 무척 흥미롭죠.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며, 세 가지 요소가 한 번에 갖춰져야 우리의 사회·경제·정치적 삶의 방식이 변화하게 됩니다.

 

세 가지 중 첫째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복잡한 관계 속에서 경제사회적 삶과 거버넌스를 조직할 수 있게 해주죠. 둘째는 새로운 에너지원입니다. 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복잡한 관계 속에서 경제사회적 삶과 거버넌스를 관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셋째는 새로운 이동 및 운송 수단입니다.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복잡한 관계 속에서 경제사회적 삶과 거버넌스를 조율할 수 있게 해줍니다.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새로운 에너지 혁명과 만나고, 그리고 새로운 운송 및 물류 혁명과 만나면 우리 사회가 매일매일의 경제·사회생활·거버넌스를 관리하고 추진하고 움직이는 방식이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프라 혁명은 우리의 시공간적 인식에 영향을 줍니다.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을 변화시키고, 비즈니스 모델과 거버넌스를 탈바꿈시킵니다. 우리의 세계관을 바꾸게 되는 겁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는 19세기 영국의 1차 산업혁명이고 둘째는 20세기 미국의 2차 산업혁명입니다.

 

영국은 세 가지 기술로 우리를 1차 산업혁명, 즉 화석연료 혁명으로 인도했습니다. 첫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영국은 증기 인쇄를 발명했습니다. 더는 수동으로 인쇄할 필요가 없어졌죠. 커뮤니케이션의 큰 도약이었습니다. 값싼 교과서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학교, 학술지, 신문, 잡지 등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보를 도입했습니다. 영국 제도 전역을 연결하는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죠. 증기 인쇄와 전보라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영국의 새로운 에너지원과 결합합니다. 바로 석탄이죠. 석탄은 증기 인쇄와 마찬가지로 증기 에너지를 활용하여 채굴되었습니다. 영국은 증기기관 기술로 철로를 놓고, 철도와 기관차 등 국가 운송수단에 적용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운송 및 물류의 변화가 합쳐진 1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거주 환경을 바꿔 놓았습니다. 우리는 빽빽한 도시로 이주해 도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국가적 시장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국가적 시장들을 관리할 수 있는 국민 국가를 만들게 됩니다.

 

20세기 미국에서 발생한 2차 산업혁명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운송 및 물류가 만나 우리의 거주 환경, 사업 방식, 거버넌스를 바꿔놓았습니다. 당시 전화는 오늘날의 인터넷만큼이나 중요하고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이었죠. 전화 그리고 미국의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이어진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값싼 텍사스산 원유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만나게 되었고, 헨리 포드는 우리에게 새로운 교통수단을 선사합니다. 내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 버스, 트럭 등이 그것이죠.

 

2차 산업혁명은 또 우리의 생활 환경을 바꿨습니다. 철도에 기반을 둔 밀집된 도시 환경에서 도로에 기반을 둔 교외 환경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경제 모델도 국가적 시장에서 세계화로 바뀌었습니다. IMF와 세계은행 등 세계화를 조정하기 위한 관리 기구도 설립했습니다. 2차 산업혁명은 2008년 정점에 달했습니다. 유가는 배럴당 147달러에 달했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087월 경제 전체가 셧다운 상태였습니다. 그것은 2차 산업혁명의 커다란 경제적 지진이었습니다. 60일 이후 찾아온 금융 시장의 붕괴는 그 여진이었지요.

 

지금 우리는 2차 산업혁명의 쇠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동시에 기후변화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의 가속화로 경제가 더욱 쇠퇴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감염병의 대유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일회성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여섯 번의 주요한 감염병 대유행을 경험했습니다. 그 이유는 기후가 변함에 따라 인간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하듯, 야생동물도 폭염, 가뭄, 산불, 홍수, 허리케인 등을 피해 이주하기 때문입니다. 동물이 인간과 함께 기후난민이 되어 이주하면서 바이러스도 함께 퍼지게 되는 것이죠. 동시에 생태계도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개발로 인해 생태계가 좁아지면서 바이러스도 달리 갈 곳이 없어지고, 인간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게 된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팬데믹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인간은 실내와 실외 생활 방식을 가지게 될 겁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실내 생활을 했다가, 백신이 생기면 다시 밖으로 나가는 거죠. 한동안 자유를 누리다가 다시 새 바이러스가 공격해 올 겁니다. 화석연료와 산업혁명의 종말이 찾아온 동시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너무나 많아져 생태계 붕괴,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증가, 6차 대멸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을 겪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3.0.이죠.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죠. 메르켈 총리가 당선되었을 때, 저에게 첫 몇 주간 베를린으로 와 자신의 임기 동안 독일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전 이렇게 말했죠. “총리님, 기업들이 중앙집중화된 커뮤니케이션,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기반을 둔 에너지, 내연기관을 사용한 도로, 철도, 수상 및 항공 운송에 기반을 둔 20세기의 2차 산업혁명 인프라에 묶여 있는데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겠습니까? 독일과 전 세계 산업국가를 움직인 인프라의 생산성은 21세기 초반에 이미 정점을 찍었습니다.”

 

시장 개혁, 노동 개혁, 재정 개혁을 하고, 온갖 종류의 스타트업을 활성화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2차 산업혁명 인프라에 묶여 있다면 경제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기후 재난과 감염병의 유행은 늘어만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를 만난 첫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 에너지 기술, 운송 및 물류 기술이 결합한 3차 산업혁명을 논의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이 제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한국, 한국 기업, 한국 사회와 직결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3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겠습니다. 인터넷이 도입된 지 29년에서 30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40억 명의 인구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 손에 있는 스마트폰 한 대의 처리능력은 인류가 달에 도달했을 때 사용되었던 전체 처리능력보다 큽니다. 이제 디지털화된 세계의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은 디지털화된 재생 에너지 인터넷과 결합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과 미국에서 수백만 명이 자신들의 직장과 집과 지역 사회에서 자신들이 소유한 태양광 풍력을 통해 전력을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남는 에너지는 디지털화가 진행 중인 국가 전력 인터넷으로 보내집니다. 이들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다른 수백만 명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상에서 뉴스와 지식과 즐길 거리를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제 이 두 개의 인터넷, 즉 첫 번째는, 우리가 모두 보유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이고 두 번째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태양과 풍력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공유하는 고성능의 대륙 내 전력 인터넷입니다. 두 번째 인터넷은 조만간 대륙을 넘어 전 세계로도 공유될 것입니다.

 

이 두 인터넷은 이제 세 번째 인터넷과 만나고 있습니다. 바로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인터넷을 통해 충전된 전기와 연료전지 자동차로 이루어진 운송과 물류 인터넷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이 자동차들은 자율주행이 적용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지식, 뉴스, 정보를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에서 공유할 때나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국가 전력 인터넷망에서 공유할 때 사용하는 빅데이터와 분석기술을 이용해서 관리되게 될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인터넷, , 이미 활용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이미 부상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인터넷과 디지털화된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의 운송 인터넷은 새로운 건물 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기존의 건물은 탈바꿈될 것입니다. 기후 재난을 견뎌낼 수 있도록 개조 및 보수를 하고, 건물 하나하나가 에지 컴퓨팅 시스템을 갖춘 노드(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겁니다. 그럼 중앙집중된 대형 데이터센터나 글로벌 기업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모든 건물은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개조될 겁니다. 그러면서 지역 및 세계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결하는 에지 데이터 센터(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단말 장치와 가까운 곳에 있는 데이터센터)도 갖추게 되죠.

 

모든 건물은 옥상에서는 태양광을, 지하에서는 지열을, 인근 자연환경에 따라 풍력을 활용하는 소형 발전소로 변신할 것입니다. 또한 전력저장장치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낮의 피크 시간대에는 전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건물이 전기자동차 충전소가 될 것입니다. 전기자동차 전체도 전력원이 됩니다. 한국의 전력망이 특정 시간대에 전기가 필요하면 차에 충전된 전력의 일부를 다시 전력망으로 보내도록 프로그램하여 전력 공급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커뮤니케이션-전력-운송 인터넷과 완전히 개조되어 사물 인터넷 노드가 된 건물이 연결됩니다. 센서를 통해 여러분의 가전제품, 충전소, 저장장치, 전기자동차와 연결이 됩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그린 뉴딜을 위한 재생 전력 공유에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차 산업 혁명은 새로운 생활 환경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느린 전통적인 자본주의 시장으로부터 스마트하고 디지털화된, 탄소 배출 제로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소유에서 이용으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공급자와 사용자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부의 척도인 GDP 대신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전환 중입니다. 경제 성과를 생산성 대신 재생성으로 평가하고, 비즈니스 과정에서 외부성 대신 순환성을 고려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경제·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거버넌스의 형태를 변화시킬 혁명입니다. 이것이 3차 산업혁명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이 혁명은 한국과 세계 각국에서 지역적인 거버넌스를 더욱 필요로합니다. 한국의 중앙정부가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규범·규제·기준의 정립과 조정을 담당한다면, 지역에서 '수평적 협의체(peer assembly·전환 과정의 각 단계에 즉각적으로 참여하고 의견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지역 시민으로 구성된 수평적 협의체)'를 설립하는 것은 지자체의 역할입니다.

 

수천 명의 지역 주민을 한데 모으는 것은 국가 수준의 단체도, 포커스 그룹도 아닙니다. 유럽처럼 지역별로 '수평적 협의체'에 지역 시민들이 1년간 참여하여 그린 뉴딜을 위한 스마트한 디지털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역 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 정부는 지역의 로드맵을 한국 정부의 전체적인 비전에 맞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민들의 '수평적 협의체'는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몇 세대에 걸쳐 정착되어야 할 새로운 수평적 거버넌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이러한 디지털하고 스마트한 그린 뉴딜의 미래에 동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끝으로 한국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사실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기반이 없던 상태에서 세계 12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강한 의지와 결의를 보여주었고, 이는 한국의 과거를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여러분의 문화적 DNA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성공한 것은 어려움이 무엇인지 겪어봐서 알기 때문입니다. 외세의 침략을 당하고 수 세기 동안 외부의 정치적 개입과 싸워야 했음에도, 서로 책임감 있게 공동체를 지켜냈습니다. 이는 여러분의 문화적 DNA에 들어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일어나야만 하는 일은 한국이 다시 한 번 리더십을 보이는 것입니다. 한국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그린 뉴딜로 이끌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3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자원이 있습니다. SK와 같은 세계적 통신회사와 삼성과 같은 세계적 전자제품 회사가 있습니다. 현대·기아와 같은 세계 정상급 자동차 회사도 있죠.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었지만 한국은 매우 뒤처져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화석 연료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화석 연료 의존성에서는 세계 3, 4, 5위안에 듭니다.

 

하지만 이제 화석연료 문명이 붕괴하면서, 수조 달러 규모의 좌초자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틸리티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의 균등화 발전비용이 천연가스·석유·원자력·석탄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구식 에너지 체제에 묶여 있습니다.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많지만, 한국전력은 매우 뒤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뉴스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한전도 이제 정신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국가 디지털 전력망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좋은 소식입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국민,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달렸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더욱 야심 차게 변화를 추진하도록 밀어붙이고 압박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대단했습니다. 그린뉴딜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발표를 하는 등 대담한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인프라를 계획해야 합니다. 우리를 뒷받침해 준 것은 파리기후협약에 동참한 11천 개의 도시입니다. 한국의 도시들을 포함하여 이들 중 어느 도시를 여러분이 가더라도, 그 도시의 시장은 10대의 새로운 전기 버스와 20개의 탄소배출 제로 건물, 그리고 새로운 자전거 도로를 보여주겠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은 모두 소규모 시범사업에 불과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그린 뉴딜은 21세기의 한국을 운영하고, 동력을 제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인프라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많은 그린 뉴딜 제안은 개별적인 시범사업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 무엇도 1차와 2차 산업혁명에 견줄만한 인프라 전환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요청합니다. 이 인프라 혁명을 주도해 주세요. 40년 정도 걸리는 전환 계획이 필요합니다. 20년 이내에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천 개의 새로운 기업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도 20년 내에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 이 토론회 자리를 빌려 기후 비상사태 선언과 그린 뉴딜을 요구한 한국의 풀뿌리 정치와 시민사회 운동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가 리더십을 보인 것도 훌륭합니다. 이제는 말에서 실천으로 옮겨가야만 합니다. 필요한 자원을 투자하고, 한국의 디지털 3차 산업혁명과 탄소배출 제로 경제를 현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문화적 재능, 훌륭한 기업과 산업체, 공동체 의식으로 한국과 아시아, 미국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교류했으면 합니다. 또한, 저와 제 팀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정부 또는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영광으로 여기고 지원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산천어축제 진실 눈감은 검찰동물보호에 역주행

동물·환경단체, 검찰의 불기소처분 비판 성명

 

 

산천어축제는 길이 2km 얼음 벌판 아래에 약 80만 마리의 산천어를 풀어놓고 잡는 축제다. 한겨레 자료사진

 

동물·환경단체들이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가 동물 학대가 아니라는 검찰의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9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산천어축제의 잔혹한 진실에 눈감은 검찰의 각하처분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산천어축제 주최 쪽과 화천군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춘천지방검찰청은 화천군수 등을 상대로 낸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건을 각하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서 동물보호법은 식용 목적의 어류는 보호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축제에 활용되는 산천어는 애초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된 점을 종합해 볼 때, 동물이라고 보기 어려워 피의자들에게 범죄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검찰의 각하처분이 동물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한 판단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검찰의 결정은 동물보호법 입법 취지를 무시한 사법학살과 다름없으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을 짓밟아도 된다는 그릇된 선례를 남긴 최악의 부실 수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천어를 식용 목적의 양식이라 판단한 검찰의 결정이 억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실제 맨손 잡기 등을 통해 잡힌 산천어가 필연적으로 식용으로 이용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당수가 취식과는 관계없이 상해를 입히거나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축제 홈페이지에 의하면, 산천어축제의 주된 목적은 지자체 홍보이고 맨손 잡기 등의 체험활동은 참가자들의 오락·유흥의 목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2019년 산천어축제 풍경. 동물을 위한 행동

 

산천어축제는 길이 2km 얼음 벌판 아래에 약 80만 마리의 산천어를 풀어놓고 잡는 축제다. 얼음 벌판 위에 뚫린 수천 개의 구멍을 통해 산천어 낚시를 하는 것 외에 맨손 잡기’ ‘옷 속에 넣기등의 이벤트를 진행해 동물 학대 논란이 있었다. 올해 초 운동본부는 축제 주최 쪽이 산천어의 불필요한 상해와 죽음을 유발한다며 동물보호법 8조 위반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운동본부는 검찰의 이번 결정이 최근 동물 학대범죄에 실형을 선고한 사법부의 판단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마포구 경의선 숲길 고양이 자두 살해사건과 화성 길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등 동물 학대 범죄에 실형을 선고했다. 이달 초 울산지법 유정우 판사는 동물학대범에게 벌금이 아닌 이례적 징역형을 선고하며 판결문에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화제가 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캐나다 토론토 트리니티 벨우즈 공원에 "배변한 자리를 치워달라"는 내용의 표지판이 생겼다 이 표지판은 인근 주민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트리니티 벨우즈 공원이 재개방하면서 주말 사이 무려 1만여 명이 모여들었는데, 공중화장실이 여전히 폐쇄되어 사용할 수 없자 많은 사람이 공원과 거리에 볼일을 보고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출처 : SBS 뉴스

 

'원격 근무' 생활화"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도심 외곽 고급 부동산 인기

코로나 사태로 도심 외곽의 고급 부동산을 찾는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생활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원격 근무가 생활화된다는 점에서 아예 생활 방식을 바꾸려는 트렌드도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국내외의 예비 구매자들 사이에서 외곽의 고급 부동산 시장을 찾는 수요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호주 사우스야라힐의 고급 아파트 테라스에서 호주의 주요 상권이 내려다보인다. /SCMP

 

보도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지난 1월 이후 뉴 테리토리 동쪽에 있는 클리어 워터베이에 있는 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3배로 늘었다. 파리에서는 일부 예비 구매자들이 아웃도어 지역을 구매 요건으로 포함시켰고 노스·센트럴 뉴저지주 뉴욕 교외와 허드슨 밸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부유한 구매자들은 대부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자연과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더 큰 공간을 찾고 있고 도심을 벗어나는 데 열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리얼 에스테이트의 계열사인 셰리 피츠제럴드 컨트리 홈즈의 에이전트인 로잔 드 베레 헌트는 "원격으로 일하는 훌륭한 사회적 실험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시골을 찾는 구매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매자들은 이제 집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방식의 변화를 찾고 있다"면서 "그들은 녹지 공간, 물과 가까운 공간, 낮은 인구 밀도, 프라이버시, 그리고 은둔을 찾을 때 더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린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몇달 동안 집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은 야외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매력을 강조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도시인 홍콩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조경사인 고켄싱씨는 "가장 최근에는 테라스나 정원이 딸린 집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특히 교외 지역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외곽으로 갈수록 전통 도심의 부촌보다는 부동산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홍콩의 클리어 워터베이는 아일랜드 사우스(홍콩섬)와 인구 밀도와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나이트 프랭크의 토마스 람 전무는 "뉴 테리토리의 단독주택은 1평방피트(square foot)3만 홍콩달러(463만원)에 살 수 있는데, 이는 빅토리아 피크, 구룡반도, 호만틴과 같은 전통적인 고급 부촌에 비해 가격이 약 3분의 1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명품 주택은 위치와 디자인에 따라 투자 가치가 남아 있다"면서 이러한 부동산의 시세 차익은 지난 10년 동안 3배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홍콩에 본사를 둔 프랑스 임대업체 반케 트란사틀란티크 대표 사무소의 고객들도 파리 근교뿐 아니라, 리옹과 마르세유와 같은 도시들의 주택에 대해 문의해왔다. 헤르베 기니버트 전무는 "마침내 이것이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면서 "프랑스의 폐쇄 조치로 인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공간과 녹지를 찾게 될 것이고 교외에 사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파리 에이전시인 다니엘 페우&벨레스 데미어 드 프랑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02개 답변 중 4분의 1정도가 옥외 공간을 포함하도록 주택 요건을 바꿨다.

조선비즈 우고운 기자

 

코로나 시대, '살고 싶은 집' 기준 바뀐다

코로나19 이후에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우리가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집, 우리 집 안팎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있죠.

 

<기자>. 요새 엄마, 아빠는 재택근무하고 아이는 온라인 수업하고 계속 그렇게 지낸 집들 많습니다. 해보니까 어떠셨나요? 가족과 집에서 꼭 붙어 지내서 좋기도 하겠지만요. 좋지만은 않더라, 붙어있으니까 자꾸 싸운다. 그리고 발코니랑 양쪽 창문 활짝 열고 맞바람 치게 할 수 있는 구조의 고치지 않은 구식 아파트가 좋더라, 그런 얘기도 저는 조금 들었습니다.

 

국토부가 최근에 주최한 심포지엄이 하나 있었습니다. 도대체 코로나 이후에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점점 살고 싶어 할까,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서 예측하고 정부 정책 방향도 고민한 자리였습니다. 특히 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모이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 도시에서는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 쭉쭉 중첩되면서 살 수 있는 아파트, 그리고 다세대주택이 지금까지 일반적이죠. 실내를 효율적으로 써야 되다 보니까 발코니 필요 없다. 발코니를 터서 거실을 확장한 아파트가 인기가 많았고요. 창문을 크게 활짝 열지는 못하지만 실내 공조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유리벽 너머로 보는 전망이 좋은 고층 주상복합이 비싸고 좋은 집의 기준이 돼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인기의 기준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앵커> 요즘 같은 때에는 진짜로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마당이 있거나, 아니면 말씀하신 대로 창문이라도 활짝 열 수 있는 그런 집이 인기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 바로 그 부분입니다. 실내를 확장하면서 쉽게 포기했던 발코니, 활짝 열어젖힐 수 있는 큰 창, 테라스의 인기가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유현준 건축가는 일도 공부도 집에서 하는 요즘 삶의 형태로는 집의 이른바 '프로그램 용량'155% 정도 더 필요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가족들이 밤과 주말에만 한자리에 모이는 삶에 적합한 현재 한국식 아파트에서는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모여 있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물론 집을 마음대로 넓힐 수 있거나 대도시에서 정원 딸린 집을 가질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요.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고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테라스와 발코니를 키운 집입니다. 조금 낮은 층이더라도 바깥바람을 시원하게 맞을 수 있는 집, 지금 보여드리는 것은요. 싱가포르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싱가포르도 복잡하고 인구밀도 높고 아파트 위주인 게 우리랑 상당히 비슷한데요, 언뜻 봐도 테라스들이 큰 편이고요.

 

한 동 안에서도 집의 구조나 평형이 다양합니다. 또 없는 공간을 쪼개고 쪼개서 층층 곳곳에 미니 정원을 어떻게든 만들어 넣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워낙 더운 나라에 대도시가 들어서면서 도심 사무공간까지는 어쩔 수 없더라도 주거공간만은 저렇게 밀폐를 피하고 자연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고민해 왔는데요, 코로나 이후의 우리의 필요와도 맞닿은 면이 있다는 겁니다.

 

 

[유현준/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 (한국 도시도) 공원도 있고 산도 있고 많은데요. 그 모든 것들은 다 공적인 공간이죠. 우리가 속옷 바람으로 나가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전무한 상태에 살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발코니를 저렇게 하려면 결국에는 실내를 줄이거나 실내를 안 줄이려면 집 전체를 키워야 된다는 말일 거예요.

<기자>. 그래서 코로나 이후에 주택건축 규정이나 집의 가격산정 방식을 이렇게 손보면 어떨까 제시된 방향, 크게 3가지입니다. 일단 테라스 공간도 분양 면적에 포함시키자, 그리고 바닥 면적이 아니라 천장까지의 높이를 포함하는 체적을 집 크기의 기준으로 삼고 삶의 조건이 달라지면 집주인이 집 구조를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는 기둥 구조를 좀 더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들이 제안됐습니다.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지만요. 이런 방향으로 바꾼다면 "그래, 우리 가족은 집이 좀 작아지거나 방은 3개에서 2개로 줄여도 천장이 좀 더 높았으면 좋겠어"라거나, "집이 7층인데 흙을 한 뼘이라도 깔고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이런 사람들의 요구도 좀 더 다양하게 수용될 여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현재 국토부가 계획하고 있는 주거정책 방향이 여기에 좀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 구체화가 좀 더 필요할 텐데요, 잠자고 밥 먹고 쉴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집, 고쳐가면서 오래 쓸 수 있는 주택을 늘리겠다는 게 지금 정부의 주택정책 구상 중의 일부입니다.

 

[김기훈/국토교통부 서기관 : 교육·근무·운동 등 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목적 주택을 확산해 나가겠습니다. 주거공간 또는 아파트 단지 내에 교육과 업무 등이 가능한 공간 구축을 검토하고, 다양한 평면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장수명(수명이 긴) 주택을 활성화하겠습니다.] SBS 뉴스 권애리 기자

 

대저대교 무산될 판에 책임 없다는 부산시

환경영향평가 조작속고도 부산시 사과할 것 없다

- 경찰, 용역업체 대표 입건

- 낙동강청 문제된 평가서

- 거짓여부 추가로 조사

 

3000억 원대 대저대교 건설사업을 위해 시행된 환경영향평가 중 생태계 부문 조사를 진행한 용역사 대표가 허위 평가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낙동강유역청)이 환경질 부문 조사도 거짓으로 결론(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1면 보도) 내 대저대교 건설이 무기 연기됐는데도 평가 용역을 발주한 부산시는 사과할 게 없다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저대교 생태계 부문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한 용역사 A 대표를 허위 평가보고서를 작성·제출한 혐의(환경영향평가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지난 1월 낙동강유역청의 의뢰로 시작됐다.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A 대표는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 아니라, 투입된 인원수를 조작하고 조사 시간을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A 대표가 이미 많은 양의 사업을 수주한 상황에서 능력을 초과하는 조사를 맡게 되자 허위 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곧 낙동강유역청에 수사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지난 9일 낙동강유역청이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열어 환경질 부문(수질, 토질, 대기질, 소음·진동) 조사를 거짓으로 의결한 데 이어 경찰 수사에서 생태계 부문 조사까지 허위로 결론 나면서 대저대교 건설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산시는 용역업체의 잘못으로 치부하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밝힐 게 없다. 시가 사과할 부분도 없다. 용역업체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유역청이 환경질에 이어 생태계 부문 조사도 반려하면 새로 진행한 조사(작년 11~올해 4) 결과를 다시 제출해 대저대교 건설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환경단체는 허위로 작성된 평가서를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아 이 같은 결론을 초래한 부산시에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은 그동안 부산시는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됐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대저대교 건설을 막으려는 발목잡기로 치부했다. 대저대교를 둘러싼 혼란은 조작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증조차 하지 않은 부실 행정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된 부분만 재조사해 제출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재조사도 시가 단독으로 진행해 믿을 수 없다환경단체와 논의해 환경영향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이 생태계 부문 환경영향평가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낙동강유역청은 수사 결과가 전달되는 대로 전문위원회와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열어 이 부문 거짓 여부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낙동강유역청 관계자는 부산시가 새로 평가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절차를 밟는 데만 최소 45일이 걸리는데, 보완할 부분이 발견되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른다새 평가서가 제출되면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야생생태계에 해롭다?

사회적 관계 깨뜨려 개체 수 급감에도 영향

인간의 존재 자체가 야생 포유류의 사회적 유대관계를 깨뜨리면서 개체 수 급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 진화생물학 및 환경학과와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9일 학술지 동물생태학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최근 6년 동안 아프리카 탄자니아 타랑기레 국립공원에서 마사이기린 암컷 540마리를 관찰한 결과 인간과 접촉 가능성이 높을수록 기린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타랑기레 국립공원은 인간으로 인한 교란이 드문 곳이자 원시적인 생활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마사이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타랑기레 국립공원 내에 서식하는 기린과 얼룩말의 모습. 멀리 마사이족의 모습도 보인다. Christian Kiffner 제공.

 

연구진은 기린 몸의 반점이 개체마다 다르며 계속 유지되는 점을 이용해 각각의 개체를 구분하면서 기린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암컷 기린들은 서로 선호하는 개체들과 기피하는 개체들이 다르게 나타났으며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암컷 기린들은 약 60~90마리가 사회적 그룹을 이루고 있었으며 이들 그룹 중에는 같은 지역을 서식지로서 공유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논문의 공저자인 바바라 쾨니히 취리히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컷 기린들에게 있어 사회적 구조화가 매우 중요한 특징임이 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야생 포유류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수행된 연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연구진은 또 인간에게 노출되는 것으로 인해 기린 그룹들의 사회적 관계망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 확인했다. 마사이족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사는 기린들의 그룹은 사회적 관계가 약하게 나타났고,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 거주지 가까운 곳에 사는 기린들은 인간은 물론 가축들과도 조우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타랑기레 국립공원 내에 서식하는 기린과 얼룩말의 모습. 멀리 마사이족 거주지의 모습이 보인다. Christian Kiffn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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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기린들이 인간을 피하지 않는 경우에도 인간이나 가축과 맞닥뜨리는 것이 기린들의 분열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또 인간의 존재로 인해 기린 그룹들의 사회적 관계가 무너지는 것이 밀렵, 서식지 파괴 등의 원인과 함께 마사이기린의 수가 절반가량으로 급감한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새끼를 기르고 있는 암컷 기린은 사람과 가까운 곳에 서식하면서 새끼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경우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사자나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논문 제1저자인 취리히대 모니카 본드 박사는 “(새끼를 기르고 있는) 암컷 기린들은 중요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유지할지 사람 주거지 가까이 살면서 새끼들이 입을 수 있는 위험을 줄일지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타랑기레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암컷 기린들을 사회적 관계와 서식지에 따라 그룹별로 분류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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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존재가 기린의 종 보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과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사회적관계에 주목하는 분석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기린은 IUCN이 적색목록(Red List)에서 취약(VU)종으로 분류한 동물이다. 적색목록은 멸종이 우려되는 야생동물을 9단계로 나눠 목록화한 것으로 VU야생에서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종임을 뜻한다. 아프리카 전체에 남아 있는 기린의 수는 68293마리로 1세기 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내 기린의 서식지. IUCN 제공.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는 모두 28개국에 기린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7개국에서 멸종한 상태다. 지난 2월 유엔 이동성야생동물보호협약(CMS)은 부르키나파소, 에리트레아, 기니, 말리, 모리타니아,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에서 기린이 멸종됐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CMS는 기린이 멸종한 이유에 대해 서식지에 건설된 도로, 철도, 송전선, 송유관 등 기반시설로 인해 이동이 어려워지고, 서식지 훼손과 산불, 밀렵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7인의 석학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묻다

원톄쥔 내년 안에 식량위기글로컬라이제이션이 새 트렌드 될 것”.

 

중국의 농업경제학자이자 생태운동가인 원톄쥔 전 런민대 교수는 ‘7인의 석학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묻다오늘부터의 세계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화의 실패는 명확해졌다고 진단한다. 그는 생태마을 등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인류에게 충고했다. 20146월 중국 런민대 사무실에서 문명, 그 길을 묻다기획 당시 안희경씨와 인터뷰하는 원톄쥔 교수.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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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반 이상 농촌 사는 중국

자립할 수 있는 생계 있어서

고립 선택하고도 코로나 견뎌

 

안희경(이하 안) = 중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진정세로 돌아선 듯한데, 특별히 진행한 정책이 있나요.

원톄쥔(이하 원) = 바이러스와 싸우는 나라들에 도움이 되고자 전하고 싶은 두 가지 내용이 있습니다. 중국에선 한의학을 사용해서 병자들을 돌봤습니다. 중국 한의학 병원에서는 서양의학과 혼용해서 환자를 치료하는데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전통 한의학 약재를 처방했어요. 이 과정에서 사망에 이른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한서도 한의학 병원은 사망자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주류 언론은 아주 드물게 보도합니다. 중국에서도 한의학이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고, 그들은 신냉전 이데올로기 덫에 빠져 세계로부터 비판을 받을까 몸을 사리기 때문이죠.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홍콩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전통의학을 꺼렸습니다. 그 지역은 사망률이 높았죠. 뭔가 잘못된 것을 알고 광둥성에 한의학 의료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어요. 광둥성 의료진이 한의학 약재를 사용해 도움을 줬습니다. 매우 효과적이었죠. 두 번째로 말하고 싶은 점은 농촌의 바이러스 대응입니다. 중국에는 아직 50% 넘는 사람들이 농촌에 삽니다. 농촌에는 마을에 의사가 없어요. 병원도 없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의사도 없고 병원도 없는 곳에서 사람들이 바이러스 공격을 무엇으로 막을까요? 그들은 자신들 마을을 폐쇄했습니다. 스스로 고립시킴으로써 자립을 이뤘죠. 마을 안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보낼까요? 모두들 농작물을 키웁니다. 광활한 경작지가 있고, 닭을 치고 소와 돼지를 기르고, 작은 가게들이 즐비하며 목수도 있고, 전기 기술자도 있고, 식당과 술집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을 안은 하나의 독립적인 사회죠. 자립할 수 있는 생계가 있어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외부인이 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라면 안전할 수 없겠죠. 저는 지난겨울과 봄에 푸젠성에 있는 산골 마을에 있었어요. 인터넷으로 강의하고 회의도 하며 숲에 나가 죽순도 캐고 봄나물을 뜯어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었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지냈어요. 중국이 이 심각한 바이러스를 다스릴 수 있는 이유는 중국 인구의 반이 어떤 보살핌도 필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에 관한 일체의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죠. 당신이 진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바랍니다.

 

= 코로나19 치료에 중국 한의학이 효과적이라는 기사를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웹에 올렸습니다만 중국 공식 사이트에서는 보기 어려울 겁니다. 여러 지방 정부들은 밝히고 있고요. 지금 이 바이러스 위기는 의료적인 위기일 뿐 아니라 사상적 위기이기도 합니다. 중국 공식 매체들은 우리의 경험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립니다. 서구 언론들이 중국은 거짓말쟁이고 투명하지 않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에 몸을 사리는 겁니다.

 

인터뷰 1주일 뒤 베이징에서 열린 양회에서 중국 의학계 권위자이자 인민대표인 장보리(張伯禮) 원사가 중의약 관련 법을 발의하며 우한에서 82일간 실시한 임상시험 사례를 보고했다. 한방 치료를 통해 병세를 악화시키지 않고 경증 상태에서 치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의학 독감 치료제 가운데 롄화칭원(蓮花淸瘟)은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했고, 브라질·캐나다·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에 수출됐다(공산당 기관지 베이징 광명일보 524일 보도).

 

= 서구 미디어에서는 동아시아 국가가 코로나19 위기를 빨리 극복한 이유는 독재를 경험했고, 민족주의적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합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전체주의 체제라서 가능했다고 해석하는데요.

= 서구 사람들, 특히 미국에서는 각자가 마스크를 벗을 권리가 있다고 하죠. 만약에 당신이 그들의 권리를 막는다면 그들은 총을 들어 싸울 겁니다. 개인 중심 사회입니다. 개인주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죠. 하지만 동양 토착 사회에서 사람들은 사회 전체를 위해 어떤 종류의 자유는 포기하려 합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요. 토착민의 대륙에서 지속 가능한 안전은 무엇일까요? 공동체의 관심사를 중시할 때, 공동체적인 합리성을 가질 때, 지속 가능한 안전을 갖습니다. 두 사회는 서로 다른 합리성을 갖고 있어요. 우리는 미국인들을 비판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요구하고 싶어요. ‘그러니 우리를 비난하지 말라.’ 우리를 집단주의, 전체주의, 독재 등등 많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별스럽지 않아요.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런 종류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지금은 신냉전 이데올로기예요. 신냉전은 미국에서 조지 W 부시가 권력을 잡고 나서 도래했습니다. 부시는 중국을 새로운 악의 축 동맹으로 만들었죠. 러시아·이란·이라크 등을 포함해서요. 이 중 누구도 스스로 신냉전 이데올로기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무엇이 구냉전 이데올로기냐고 묻는다면 저는 회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방식

평화·안전 위한 새 이데올로기

 

= 그렇다면 평화와 안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요.

= 자연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무엇이 인류를 위해 의미로운지 생각하고 새로운 생태시스템을 갖도록 하는 거죠. 저와 우리 동료들의 새 이데올로기예요. 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일어난 사상입니다. 생태문명 속에서 순리대로 속도를 늦추어 사는 생태마을, 슬로 푸드,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고 그럼으로써 자연자원 소비를 줄이고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계 방식이죠. 이 방향이 새로운 철학을 위한 목표이고 새로운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아 가는 길입니다.

 

= 코로나 위기가 경제위기가 됐습니다. 식량위기로까지 번질까요.

= 식량위기는 반드시 일어납니다. 2008년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혼란이 일었을 때 미국 정부는 양적완화를 했어요. 대규모로 화폐를 발행한 다음 식량시장에 투자했죠. 그리고 밀 가격이 100% 올랐습니다. 옥수수 가격은 70%, 쌀 가격은 40% 올랐어요. 그 결과 38개의 식량 부족 국가가 나왔습니다. 이들의 배고픔은 사회불안으로 변했고, 카이로 혁명이 일어났죠. 이집트를 비롯해 북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광장에 집결했어요. 국제시장에서 식량을 사오던 이들 나라에 국제시장의 위기가 급속도로 번져 그린 인플레이션이 뜨거워지자 국민들이 일어난 겁니다. 이것이 지난 위기에서 우리가 배운 수업입니다. 이번에는 더 큰 파장이 일 거예요. 미국이 양적완화를 6조달러 이상 늘렸습니다. 2008년에는 4조달러였어요. 만약 유럽 국가들과 일본마저 양적완화를 한다면 거품 자본은 10조달러를 넘어섭니다. 식량위기는 어떤 나라의 생산이 부족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는 금융자본에 의해서 생성됐습니다.

 

= 2008년에는 금융권에 공적자금이 지원됐습니다만, 이번에는 민간에 직접 전달되는 성격이 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긴급지원금 논의가 상원에서 난항을 겪은 이유가 법안에 트럼프 호텔 지원을 포함한 여러 기업 지원 방안이 포함되었기 때문인데요.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식량위기는 언제쯤 올 것 같습니까.

=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아마도 올해 혹은 내년일 겁니다. 왜냐하면 바이러스 위기는 미국이 보유하는 제품량이 상당히 줄어들도록 했어요. 글로벌 산업 사슬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농업도 산업화되었고, 이 산업화된 농업의 글로벌 사슬 역시 끊어졌죠. 재건하는 데 2~3년 걸릴 겁니다. 제조업 시장 또한 심각한 위기죠.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아시아는 특히 중국·한국·일본은 여유 생산품을 갖고 있습니다. 서구는 여유분이 부족합니다. 원래 우리는 글로벌 사슬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시장이었는데, 이 사슬이 끊어지면서 우리의 초과 생산품은 이동이 막혔습니다. 이는 큰 재앙이 될 겁니다. 이 위기는 정치·사회, 심지어 문화 위기로까지 이어질 거예요. 복합적인 위기가 벌어지는 거죠. 저는 이 위기를 세계화의 내부 통제에 의한 세계화의 위기라고 이름 짓습니다.

 

글로벌 산업 사슬 끊어지면서

초과 생산품 이동 막혀

정치·사회 위기로 이어질 것

 

= 자초한 위기군요. 리쇼어링이 일어나리라 예상하는가요. 한국 대기업 대표들이 정부에 더욱 강도 높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요구했습니다. 이제 외국에 있는 생산공장을 국내로 이전하려 하는데, 국내 생산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며 내놓은 요청이었습니다.

= 새로운 트렌드가 나올 겁니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입니다. 지역 중심 세계화예요. 세계를 이끄는 나라들이 지역에서 생산체계를 통합하여 세계 경제의 축을 이룰 겁니다. 첫 번째 축은 미국이 선도하는 북미 글로컬 체계입니다. 미국이 선도국가가 되어 캐나다의 자연자원, 멕시코의 노동력 자원을 통합하는 재건입니다. 멕시코는 노동력에서 거대한 잉여 자원을 갖고 있고, 캐나다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죠. 미국은 금융에 잉여 자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도국가는 반드시 미국이 됩니다. 미국이 캐나다·멕시코를 재건하여 북미 통합을 조직하는 거죠. 두 번째는 유럽입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와 가까워질 거예요. 그들 사이에 어떤 논쟁이 진행되건,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건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만납니다. 러시아는 에너지와 자연자원으로 지역 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요. 인적 자원은 동유럽과 중동 일부에서 충당합니다. 그들은 노동력, 천연자원, 서유럽의 자본으로 지역 통합을 건설하는 조직화를 합니다. 세 번째가 아시아입니다. 인도는 지역 통합에서 선도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거대 자본과 거대 산업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산업적인 잉여와 자본적인 잉여는 중국·일본·한국에 있습니다. 그래서 북아시아 국가들이 선도해야 하는데, 한국 경제 상황으로 이를 혼자 선도할 수는 없어요. 한국은 동북아에서 어떻게 선도 역할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세 국가가 함께 선도하는 거죠. 거대한 산업화, 자본화된 국가들로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10+1, 10+2 혹은 10+3을 의미합니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조직화로 지역 통합의 세 번째 축이 됩니다. 이는 삼각형처럼 세 개의 지역 중심 세계화, 글로컬라이제이션 청사진을 갖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위기를 맞았고, 세계는 이 세 청사진을 인지하게 될 거예요.

 

= 삼각형 구조가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예상하는지요.

= 자연스럽게 진행될 겁니다. 이는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규칙에 따라 자연스러운 통합이 일어나는 거니까요. 왜냐하면 지역 통합은 수직적 통합으로 가능합니다. 선도국가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수평적 통합으로는 힘듭니다. 지금 세계화는 고장났어요. 실패했습니다. 만약에 당신네 대통령이 단일국가로 경제구조를 새롭게 하겠다고 강조한다면 이는 극단적일 만큼 힘들 겁니다. 그러기엔 충분한 천연자원이 없어 기존 구조를 새롭게 하기 어렵죠. 누구라도 경제 규칙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세계화는 무너질 거고 새로운 지역적 통합이 삼각형 구조로 나타나리라 예상합니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을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역시 비판하고요. 양 진영이 모두 중국을 비난하는 이유가 뭘까요. 작년에 치열했던 미·중 관세전쟁과 관련이 있나요. 미래 산업을 두고 이어지는 갈등의 연장선인지요.

 

서구문화 답습해온 아시아, 노자의 반자도지동되새겨야 할 때

 

전 지구적 차원의 세계화로 상징되는 세계경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극도로 취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글로컬라이제이션’(지역 중심 세계화)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진정된 지난 4일 사람들이 늘어선 쓰촨성 청두의 야시장 모습(왼쪽 사진)과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 키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을 그린 지난 429일 독일 베를린 마우어파크의 벽화.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어진 미·중 간 갈등은 세계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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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세계화는 고장나

미국의 중국 분리 시도가

지역 공동체 회귀 기회 될 수도

 

= 이 비난의 시작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어요. 그가 정권을 잡고 중국을 몰락시키고자 중국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서구 정치인들과 언론은 하나의 개념을 구축했습니다. 바로 중국 붕괴입니다. 소비에트연합이 붕괴하자 서구 사회는 모두들 다음 차례는 중국이 될 거라고 확신했죠. 그들 속에 중국붕괴론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철의 장막이 무너졌으니까요. 중국은 그저 죽의 장막 아닙니까. 우리는 훨씬 더 쉽다는 거죠. 1990년대 초부터 10년 동안 중국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중국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도 1993년 일어난 동아시아 금융 혼란을 기억할 겁니다.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빠졌고 침몰했어요. 한국 역시 심각한 문제를 그때부터 겪기 시작했죠. 이 혼란은 미국이 그들의 전통적인 산업구조를 데이터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소비에트연합이 붕괴하고 3년 뒤, 미국은 그들에게 군사적으로 우위를 갖도록 제공했던 기술들을 풀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죠. 오직 군사 시스템에서만 사용했고, 상업적으로는 쓰지 않던 기술들입니다. 기밀이던 이들 기술을 해제하자, 1994년부터 하이테크 기업들이 이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번성했습니다.

 

= 컴퓨터, 인터넷, GPS, 터치스크린 다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했고, 반도체는 미국 해군에서 개발했습니다. 아이폰에 적용한 기술의 99%가 미국 국방연구에서 나왔죠. 실리콘밸리의 기술력은 미국 정부 자금과 국방부가 주도한 공공 연구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 이 새로운 산업은 합병을 반복하며 거대한 자본을 빨아들입니다. 금융자본이죠. 바로 동아시아에서 흘러와 미국 서부 신산업으로 들어온 자금이고 동아시아를 위기로 몰아넣은 자금입니다. 그러나 우리 동아시아 사람들은 이를 분석할 수가 없었어요. 그저 우리가 잘못해서 자초했다고만 자책했습니다. 진실은 우리 땅에서 위기가 일어나고, 미국 신산업 단지가 이익을 차지했다는 거죠. 당시 중국도 혼란에 빠졌어요. 중국의 거대 은행들은 모두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불량 대출이 3분의 1을 넘었죠. 한국보다 심했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보다 위험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 금융은 특별한 체계 아래 있었습니다. 재정 시스템이 은행 시스템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어요. 모두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았습니다. 국가가 은행의 모든 불량 대출을 없애라고 명령했고, 재정 쪽에서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런 다음 해외무역에서 나오는 잉여 자본을 은행에 줬죠. 중국 은행은 그 어느 나라보다 건강해졌습니다. 불량 대출 하나 없이 자기자본으로 채워졌죠. 3년 만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중국 정부 소유였던 대부분의 거대 은행은 상업 은행이 됐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자본 시장에 뛰어듭니다. 미국이 선도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기 시작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미국에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2001년 금융위기입니다. 너무도 많은 금융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와 거품을 만들더니, IT 버블이 터진 겁니다. 동시에 그해 9‘9·11사태가 발생합니다. 경제위기에 정치위기가 덮치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고 전쟁에 4조달러를 씁니다. 미국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요. 반면 중국은 역대급 성장을 합니다. 하늘은 중국에 성장할 기회를 줬고, 미국은 거대한 위기를 맞아 산업이 대규모로 중국으로 가버립니다. 중국 산업 구조의 3분의 2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움직이게 됐어요. 그들은 중국에서 연 23%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왜 미국 주식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을까요? 중국과 같은 새로이 출현하는 경제 발전 국가들 속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중국은 두 가지 면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그들의 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주식시장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국이 세계화로부터 너무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말할게요. “미국에는 중국을 세계화로부터 분리시키려는 강력한 정치적 힘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 달러 체계로부터 분리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영리하지 않은 지도력이다.” 저는 멍청하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그저 매우 영리하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 역으로 이는 우리 중국인들, 또 우리 아시아 국가들에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계화를 내던지고 싶어도, 우리는 할 수 없거든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드니까요. 우리 아시아인들은 그걸 해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가 성공해서 우리를 구해주면 좋겠어요. 세계를 구하는 겁니다. 인류가 우리가 왔던 우리의 대지로, 우리의 공동체 사회로, 우리의 문화로 돌아가는 거예요. 우리는 그에게 이렇게 축원해야 합니다. 트럼프 오래 사세요!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어떻게 끝날 것 같습니까.

= 저는 과학자가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종식될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회마다 문화적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해요. 특히 서구 사회는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경제위기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어떤 종류의 사회적 위기가 일어날지 더욱 알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더 이상 이런 거대한 위기를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떤 방법이 쓰일까요? 인류에겐 엄청난 무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어떤 정치인들은 광기 어린 행동을 표출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 대해 말을 하는 것조차 달갑지 않습니다.

 

원톄쥔 교수가 인터뷰 후 직접 써서 보낸 노자의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글귀. 안희경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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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 우리를 대지 밖에 던져

바이러스가 비평문 대신 써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인류

빠르게 질주하던 관성 멈추고

자연과 공동체로 돌아가야

 

= 문명사적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 바이러스는 현대화에 대한 일종의 비평문을 작성했다고 봅니다. 현대화가 우리의 머리채를 잡아 대지 밖으로 던졌어요. 인류는 자연과 분리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성찰해야 합니다. ‘어떻게 다시 자연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을까라고요. 인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에요. 자연의 일부입니다. 바이러스의 도전과 마주한 지금 자연은 우리에게 각성하라고 호통칩니다. 가르침을 주려 하죠. 우리는 이 수업을 잘 듣고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적어도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어요. 빠르게 질주해오던 관성을 멈춰야죠. 그런 다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역사 속으로요. 우리의 오랜 문화로 돌아가면 됩니다. 그 속에 살아남을 방법이 있습니다.

 

= 2014년 인터뷰에서 당신은 CSA 운동에 대해 말했습니다. 최근에 검색해보니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도시와 마을이 2000곳이 넘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확산할 수 있었죠.

= 지역 단위 협동조합들을 세웠습니다. 개인과 농장들이 결합하고, 농촌 사람과 도시 사람이 함께하죠. 이제 협동조합은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정부로부터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미래는 협동조합 속에서 지역 자립을 이뤄나갈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도시의 중산층은 대지로 돌아가고 싶어 해요. 농민들은 시장 속에서 거래 주체로 자리하길 원합니다. 우리는 단지 농촌 사람들이 유기농 식품 생산자가 되고 도시 사람들이 유기농 소비자가 되는 것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번성하도록 틀을 짜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촌 재건 운동인 CSA 운동 아래 5개 부문 운동도 벌여 나갑니다. 도시 중산층의 잉여 자본이 농촌으로 가도록 하면서 농촌과 도시 사람들이 생산·소비뿐 아니라 문화의 주인공이 되도록 창작 문화를 키우는 운동을 합니다. 반응이 매우 좋아요. 또 이주민으로 불리는 농촌을 탈출한 3억명을 위한 운동도 합니다. 농촌에서 해안 공업지대로 이주해 온 인구가 거의 3억명입니다. 미국 인구와 맞먹는 숫자예요. 이 중 12000만명은 시골에 거주지를 둔 채 현금 받는 일을 하며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거주 도시의 시민으로 등록되지 못하기에 복지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들의 자녀를 위한 교육과 이들의 노동자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역 센터를 만들어 운영합니다.

 

= 중앙이나 지방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나요.

= 중앙으로부터의 경제 지원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방정부들과는 함께합니다. 요청을 받아 몇몇 지방 대학교에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학과와 연구소를 설치했고, 지원하고 있어요. 20년 전에 방송국 기자가 저를 취재하며 묻더군요. 왜 이런 바보같은 일을 하냐고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말해도 알 수 없는 일이죠. 노아의 방주 아시죠? 우리는 사람들이 방주를 짓도록 지원하는 거예요. 우리가 도시에 살건 농촌에 살건 서로를 인식하는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다면 이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주가 될 겁니다.

 

=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우리는 서구 문화, 서구적 행동을 너무 많이 답습했어요. 스스로 변화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던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우리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리에게 남겨진 역사적 유산은 무엇인가? 그러면 안전을 구축하리라 봅니다. 제가 요즘 되새기는 글귀가 있습니다.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의 움직임에 대한 노자의 말씀입니다. 불합리하게 진행해온 세계 자본화 흐름이 지금 다각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노자의 말씀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는 오늘입니다.

 

원톄쥔(溫鐵軍)2016년 중국 런민(人民)대학교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진교육대학교수를 정년퇴임 하기 전인 2013년부터 런민대학 농업 및 농촌발전대학학장, 중국 경제개혁회 사무차장과 중국 거시경제연구재단 사무차장, 제임스 옌 농촌재건기관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푸젠 농림대학교 농촌재건대학 학장이자 신농촌건설연구소 최고 책임자이며, 난시(南西)대학교 중국 농촌재건대학 학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강단을 넘어 생태운동가로서 중국 전역 2000여개 지역에서 로컬경제 시민조직인 공동체 기반 농업(CSA) 운동을 20여년간 이끌고 있다.

 

1983년 런민대학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군사위원회 총정치부 연구실, 국무원 농촌발전연구센터, 농업부 농촌경제연구센터, 중국경제체제개혁연구회 등에서 일했으며, 1999년 중국농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8년 지역으로 파견된 후 11년 동안 노동자·농민·군인으로 일했다. 20년 넘게 여러 중앙 정책 싱크탱크에서 연구했으며, 30여개 국가의 국제조직, 학술집단에 자문해왔다.

 

 

동물원 '삼정더파크' 결국 5백억 원대 소송전

지난 4월 문을 닫은 부산 유일의 동물원인 '더파크'의 운영사인 삼정기업이 부산시를 상대로 500억 원대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삼정 측은 부산시가 협약에 따라 동물원을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부산시는 매수 의무가 없다며 맞서고 있어 법적 다툼이 예상됩니다.

 

[리포트]2014년 개장한 동물원 '삼정더파크'입니다. 부산시가 매입 거부 의사를 밝힌 지난 4월 말, 운영난 등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한 삼정기업이 500억 원대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동물원 정상화를 위해 2012년 맺은 협약서대로 부산시가 매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삼정 측은 "운영사가 매각 의사를 보이면 최대 500억 원으로 동물원을 매입하겠다"는 협약서 조항을 부산시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삼정더파크 관계자/음성변조 : "시에서 받아야 하는데 시에서 못 받겠다 하니, 그 매입이, 매수의무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서 하는 거고."]

 

반면, 부산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동물원을 사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우선 3년 전인 2017, 동물원 조성 사업에 500억 원을 빌려준 부산은행이 채권을 신생 법인인 '부산동물원'에 양도했다는 겁니다. 사실상 동물원의 주인이 바뀐걸 최근에서야 확인한 부산시는 이를 근거로 매수 의무가 사라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정과 맺은 협약서에는 "3자에게 매각할 경우 부산시의 매수 의무가 없어진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동물원 안에 만 제곱미터 규모의 개인 땅이 있고, 기부 채납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공유재산법에 따라 동물원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박길성/부산광역시 공원운영과장 : "부산시의 (동물원) 매수 여부는 2017년도부터 더파크 동물원에 대한 채권이 양도되어서 부산시는 매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동물원에 대한 사권 정리, 기부채납이 미정리되었습니다."]

 

다른 기업의 동물원 인수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법정 공방까지 예고돼 동물원 운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아르내

 

참매 번식 둥지 가린다고 아름드리 나무 고사시켜

경기 남양주서 낙엽송 표피 돌려 베어, “조류 사진가 소행

 

주변 나무들과 달리 참매가 둥지를 튼 낙엽송만 누렇게 죽어있다. 오른쪽은 수피를 빙둘러 베어낸 나무 밑동 부근의 모습. 주변에서 사진 촬영 흔적이 발견된다.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 야산의 낙엽송 조림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참매가 번식하는 곳이다. 올해 참매가 둥지를 틀어 번식 중인 한 낙엽송이 누렇게 죽어 푸른 주변의 낙엽송과 대조를 이룬다. 유독 이 나무만 죽은 것도 이상하지만, 참매가 하필 죽은 나무에 둥지를 튼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 비밀은 나무의 밑동을 보면 드러난다. 수피를 빙둘러 누군가 베어냈고, 물과 양분 이동이 차단된 낙엽송은 꼭대기 부근의 참매 둥지를 훤히 드러낸 채 말라죽었다.

 

이 숲에는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 희귀종을 비롯해 다양한 새들이 서식한다. 특히 참매는 이 숲에서 15년 전부터 번식하고 있다. 참매는 둥지를 수리해 가면서 여러해 동안 사용하기도 하고, 높게 뻗은 낙엽송을 옮겨가며 새로운 둥지를 틀기도 한다. 3년 전쯤부터 이곳 참매 번식지가 알려지면서 사진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대형 망원렌즈를 설치해 참매의 번식과정을 촬영한다.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지역 주민은 올 봄 참매가 번식에 들어간 뒤 나뭇가지가 둥지를 가리자 촬영이 어려워진 사진가들이 밑동을 돌려 베어 말라죽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삼각대를 고정하고 촬영자의 자리를 마련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죽은 나무는 약 40년 생 큰 나무로 주변의 다른 나무와 같은 시기에 조림한 것으로 자연적인 이유로 이 나무만 죽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경기도 광주의 정상적인 참매 둥지. 살아있는 나뭇가지의 은폐와 편이성, 기동성을 두루 고려해 둥지를 짓는다. 윤순영

 

참매는 죽은 나무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 건강하고 무성한 나뭇가지가 안정감을 주며 위협요인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 방향으로 날아들지, 어느 가지를 횃대로 삼을지, 재빨리 달아날 때는 어디로 날지 등을 고려해 적합한 낙엽송을 골라 둥지를 짓는다.

 

그러나 죽은 나무는 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미 알을 낳았기 때문에 번식에는 매우 불리하지만 어쩔 수 없이 둥지에서 새끼를 기를 것이다. 하지만 올해 번식을 끝내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이 분명하다. 일부의 일이겠지만, 최근 자연 사진가들의 무분별한 훼손 행동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다른 많은 선의의 사진인들에 피해를 주고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한다. 나무를 말려죽이고 찍은 참매 사진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참매에게는 동물 학대이다. 법정 보호종의 번식지를 훼손한만큼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20187월 대전의 한 호반새 번식지에서 느티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호반새를 촬영하기 위해 200여 명의 사진가가 대형 망원렌즈를 장착한 사진기를 설치한 모습.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필자.

 

 

부산시, 환경평가 조작 업체에 재조사맡겼다

대저대교 허위 조사 파문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이 11일 오전 11시께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제공

 

- 생태계 부문 재조사 용역

- 지난해 11월부터 수행

- 거짓 의혹 나왔는데도 발주

- 낙동강청 수사 의뢰 후에야

- 슬그머니 용역업체 바꿔

 

부산시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용역사(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1면 보도)에 재조사도 맡겼던 것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인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중 생태계 부문 재조사를 원래 용역을 수행했던 A사가 했다고 11일 밝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 결과 A사는 현장조사도 없이 대저대교 건립 예정지 주변 동·식물 개체 수를 임의로 작성하고, 조사에 투입된 인력과 시간을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10일 이 업체 대표를 기소해달라며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문제는 이같이 허위 조사를 진행해온 업체에 부산시가 다시 조사를 맡겼다는 점이다. 환경단체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가 날조됐다고 주장하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유역청)은 지난해 11월 거짓·부실심의위원회를 열고 본격 심의에 돌입했다. 부산시는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만 다시 조사하면 된다고 보고,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재조사를 했다. 문제라고 지적됐는데도 원 조사를 수행한 용역사에 재조사까지 맡긴 것이다. 이후 올해 1월 낙동강유역청이 A사의 거짓·부실 조사 의혹을 밝혀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시는 재조사가 끝나는 시점인 4월께 B사로 슬그머니 업체를 바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낙동강유역청 산하 거짓·부실심의위가 생태계 조사 44개 항목 중 41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존 업체에 재조사를 맡겼다“A사가 계속 용역을 해도 무방했지만 환경단체가 문제 삼을 것 같아 도중 업체를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검증조차 않은 시의 부실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지만, 시는 오히려 경찰 조사 방향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 관계자는 일부 부실은 있었지만 거짓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환경단체의 관점은 인간이 배제된 생태 분야에 국한돼 있다. 제때 다리를 세우지 못해 발생할 시민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본말이 전도됐다고 답했다.

 

부산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재조사 결과 제출에만 집중하자 환경단체는 11일 오전 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를 강하게 질타했다.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은 시의 부실 행정이 드러났지만 시는 용역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를 자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낙동강유역청에 시가 수행한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할 것이 아니라 부동의할 것을 촉구했다.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란 사실상 보완 지시인 반려와 달리 환경적으로 타당하지 않아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청 관계자는 우리는 심의기관이 아닌 협의기관이라 부동의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부산시가 사업을 강행할 수 있다현재로서는 부동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대저대교는 부산 사상구 삼락동과 강서구 식만동을 연결하는 7.83의 다리로 총사업비는 3000억 원가량이다.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6. 덕천공원

불법 경작에 망쳐진 숲과 문화재,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무단경작지 탓에 제 기능을 못하는 덕천공원과 구포왜성이 민간공원 사업으로 되살아난다. 구포왜성은 부산시기념물 제6호다. 김경현 view@

 

백두대간에서 이어진 낙동정맥의 한 갈래가 백양산과 갈라져 낙동강 쪽으로 흐르다가 강을 만나기 직전 멈춘다. 해발 75.7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낙동강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신라시대 황룡 장군이 왜구에 맞서 군사 500명을 이끌고 지키다가 장렬히 최후를 맞았던 곳이다. 주민들이 이곳을 의성(義城)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이 성을 만들고 주둔하면서 구포왜성이라 불렸다. 백양산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생태적 거점이자,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바라보는 명소인 이곳에 터를 잡은 공원이 바로 덕천공원이다.

 

구포왜성 효과적인 보전 주력

문화재 감안 총괄계획가 도입

전문가 자문 아래 종합적 정비

환경·문화·교육 공존 쉼터 조성

 

이름뿐인 공원, 훼손된 문화재

덕천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것은 19721230. 금정산 상계봉 끝자락에서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의 끝, 전망 좋은 곳에 있다. 그 위치만큼이나 군사적 요충지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오랜 시간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공원일몰제로 인해 난개발 위협이 더 커졌다. 자연과 문화재의 훼손이 우려되는 것이다.

 

덕천공원은 성벽의 최상단부로부터 주요 능선부, 계곡부 등이 불법 경작으로 훼손되고 산림뿐만 아니라 문화재인 구포왜성마저 보전이 어려운 실정이다. 범죄 우려도 있어 주민들마저 외면하는 곳이다. 민간공원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진정희(덕천212통 전 통장) 씨는 무단경작이 심해 절에 갈 때 빼고는 거의 가지 않는 곳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2017년부터 전문가, 시민·환경단체와 논의 끝에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을 통해 덕천공원을 조성한다. 일부 비공원시설을 할애해 전체 부지의 84.2%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진 씨는 공원으로 조성된다니 정말 반갑다면서도 남해고속도로 입구 주변으로 교통 문제가 심각한데, 앞으로 가중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행자는 부산시와 아이피씨개발() 컨소시엄이다. 아이피씨개발(), KB증권(), 교보자산신탁()이 주주로 참여했다. 총 사업비는 1252억 원. 아이피씨개발() 이강명 대표는 덕천공원 안에는 북구문화빙상센터가 조성돼 있지만 공원 기능을 회복해 환경, 문화, 교육적으로 활용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완성될 덕천공원의 조감도. 아이피씨개발() 제공 2024년 완성될 덕천공원의 조감도. 아이피씨개발() 제공

 

추억의 소풍 장소 복원

공원 조성의 기본 목표는 구포왜성의 효과적인 보전이다. 왜성의 원형이 더 이상 훼손하지 않도록 정비하고, 성벽을 훼손하는 시설물은 철거한다. 부산시는 증강현실(AR) 등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옛 왜성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공원 조성 방향은 지역의 유구한 역사보존’ ‘함께 누리는 오랜 숲’ ‘이웃과 함께하는 문화소통이다. 건강한 자연환경 안에서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무단경작, 인위적인 간섭 탓에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고 숲속조망덱, 전망쉼터, 덕천문화마당, 방문자센터 등을 조성한다.

 

구포왜성은 부산시기념물 제6(보호구역 37739). 천수각터 1곳이 있고, 위쪽으로 높이 10m의 성벽이 거의 완벽하다. 성벽은 비스듬히 경사져 있다. 성벽 아래에서 위쪽으로 나사 모양으로 감아돌 듯이 쌓아 올린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쌓은 일본식 성을 연구하기에 좋은 역사자료다. 전체 대상지가 문화재보존지역으로 문화재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한다. 부산시 박대성 민간공원조성팀장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마구 들어선 무단경작지와 불법 건축물을 정리, 자연을 복구하고 쉼터와 전망공간을 조성해 옛 소풍 장소의 기억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5개 공원 중 총괄계획가 유일

구포왜성이 있는 점을 감안해 문화재 전문가의 자문 아래 종합적인 정비를 할 계획이다. 5개 공원 중 유일하게 총괄계획가도 둔다. 문화재, 공원, 비공원시설 등이 단순 조합되는 게 아닌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총괄계획가인 안성호 시반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각각의 부분들이 단절되거나 차폐되지 않고,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주체들을 조율할 것이라며 구릉지에 들어서는 비공원시설에 대해서도 모범 사례를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공원시설에도 문화재 측면을 많이 고려한다. 협약에 따르면 206세대가 들어선다. 5개 민간공원 중 가장 적다. 높이도 10층 정도다. 구포왜성의 보전을 위해 덕천공원의 비공원시설물 용적률은 107.09%. 다른 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기존 지형을 활용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문화재와 공원이 공존하는 특수성을 감안한다. 일괄적인 외관과 고층을 피하고, 차별화한 설계(테라스, 복층 등)를 도입한다. 또 주거 경계가 공원과 단절되지 않도록 열린 공간을 조성한다. 아이피씨개발 이강명 대표는 문화재가 있어 기본적으로 높이제한이 있을 것이고, 통상적인 설계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주위와 조화로우면서도 특색 있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운드테이블의 결실부산, 우리나라 민간공원 사업 본보기 될 것

박길성 부산시 공원운영과장

공원 업무를 맡은 부산시청 공무원들은 이번 달이 엄청나게 중요한 시점이다. 2000년 이전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만 되고 조성되지 않은 공원은 다음 달 1일 일제히 해제되기 때문이다. ‘일몰전인 이달 말까지 5개 민간공원의 실시계획인가도 나야 하는 상황이다.

 

그 민간공원 사업을 총괄하는 이가 부산시 박길성(59) 공원운영과장이다. 1987년 녹지직 공무원으로 들어온 그는 1996년부터 24년째 공원 업무를 보고 있다. 공원운영과장으로 온 것은 지난해 1. 정년이 얼마 안 남은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민간공원이다. 지난 8일 부산시청에서 만난 박 과장은 부산이 민간공원 사업의 본보기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공원 사업이 힘든 과정을 헤쳐 올 수 있었던 비결을 라운드테이블에서 찾았다. “관이 아닌 전문가와 주민이 중심인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환경도 지키고, 공원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잡음도 많았는데, 부산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 라운드테이블 덕분입니다. 비록 시간은 걸리더라도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지요.”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비공원시설에 대한 주민 설득이었다. “한 평이라도 더 공원을 확보해 시민들에게 드리려고 애썼습니다. 불가피한 시설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고요. 그 과정에 주민대표들이 고생 많이 했지요. 비공원시설은 되도록 숲과 나무가 없는 곳으로 정했습니다.”

 

공원 분야에서 오래 일했지만 갈증은 여전하다. 박 과장은 부산에는 솔직히 부산시민공원 외 대표 공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민간공원 사업을 통해 서부산과 동부산에도 시민공원에 준하는 공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5개 민간공원 사업으로 부산시민공원 4배 규모의 공원이 생긴다. “공원 조성에만 5248억 원이 들어갑니다. 민간에서 부담을 하지요. 비록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보람도 많았습니다.”

 

끝으로 그는 일손 부족을 털어놨다. “현재 우리 과 안에 민간공원과 관련해 1개 팀, 4(팀장 포함)이 일합니다. 보상과 공원조성, 비공원시설 이행 등을 하려면 건축, 토목 분야 공무원까지 해서 최소 3개 팀은 있어야 합니다. 땅이 확보돼 있던 부산시민공원에 비해 훨씬 어려운 일인데도 그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