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상화되면 공원·녹지 수요 늘어날 것"
“온실가스 감축부담 공정하려면, 한국 몫 2배 이상 늘려야”
환경부 차관의 발언 매우 우려스럽다
코로나가 되살린 ‘야생’, 다음 차례는?
이산화탄소 농도 ‘최악의 4월’…무색해진 ‘코로나19 효과’
부산시, 민관협의체 구성…삼정더파크 정상화 시동
동물원 '더파크' 업그레이드 확장 검토
자연과 함께 집 짓고 살아가는 방법
당신과 동물의 거리, 지켜지고 있나요?
울산시, 정원문화 확산·산업 진흥 위한 5개년 계획 추진한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코로나, 스마트그리드로 예방한다
기후변화 선구자는 왜 회의론자가 됐나
“가로수 관리 못 한 탓” 구상금 낸 해운대구
부산 신항 ‘토도’ 제거
유일한 한국표범 가죽 발톱서 유전자 확인…복원 가능할까
독 내뿜는 포유동물 ‘갯첨서’의 비밀 풀렸다
이 후손이 네 후손이냐’…파초일엽의 수난사
코로나19로 세계 탄소 배출 17% 줄어
국민 의견 담긴 청원 ‘찬밥신세’ … 10건 중 6건 ‘폐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과거와는 다르다"
문 대통령 “그린뉴딜, 한국판 뉴딜 사업 안에 포함”
탄소 발자국’ 줄이는 최선책은 자동차 이용 안 하기
옛 해운대역사 공원화는 ‘감감’… 바로 옆 상업 개발은 ‘착착’
물금취수장서 발암물질 다이옥산 검출
박종호 산림청장 "도시숲법 국회통과…도시숲 생활 속 면역력 증진 공간으로 활용"
한국의 에너지 전환 준비 수준, “선진국 중 최하위권”
조명래 장관 “그린뉴딜, 일자리 창출 효과 있는 단기과제 우선”
남극대륙 진풍경 '녹색 눈' 지구 온난화로 더 늘어날 듯
낙동강하구에 겨울 철새 먹이 새섬매자기 복원한다
부산시, 물금취수장 다이옥산 검출 17일 간 ‘쉬쉬’
임진왜란 공신 묘소 부지 아파트 추진에 문중 반발
서면~충무동 BRT’ 8.6km 구간 8월 말 착공
명장공원, 자연을 최대한 보존한 ‘시민 참여형 예술 공원’ 지향
“산의 형태·골짜기 살려 아기자기한 공원 만들고 싶어”
한라산 선작지왓 털진달래
"코로나19 일상화되면 공원·녹지 수요 늘어날 것"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서울 ②] 감염병 사태로 과밀분산화 정책 본격화
▲ 서울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행 ‘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의 공간 구조를 116개의 근린생활권으로 세분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 서울연구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1910년 한성의 인구는 27만 9000여 명에 이르렀다.
서울 인구는 1948년 정부 수립 무렵 127만 명에 이르렀다가 1970년 500만 명을 넘었고 1987년 '1000만 시대'를 열었다.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터와 교육, 의료, 쇼핑, 오락 등 생활에 필요한 기능들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이 살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고밀'과 '집적'의 환경이 감염병 확산에 더없이 취약한 구조라는 것을 드러냈다. 황금연휴 기간 동안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터진 집단감염 사태는 클럽에 다녀온 확진자의 가정과 직장을 통해서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김인희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은 지난 12일 서울연구원이 주최한 '포스트코로나 시대 서울의 정책'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도시가 주는 고밀과 집적이라는 장점을 포기하고 저밀도 전원도시로 갈 것이냐는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도시가 주는 다양한 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다행히 서울은 2013년부터 '1도심·5부도심·11지역중심' 체계를 강남, 여의도, 영등포 등 3도심과 7광역중심·12지역중심으로 재편하는 '2030 서울 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하나의 중심 대신 다핵으로 인구밀도를 적절히 분산시키는 기존 계획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민들의 활동 패턴이 바뀐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서울연구원이 이동통신사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원과 녹지 등 시민들의 야외공간 이용률이 51%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비말을 통한 감염병이 전파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시민들을 밀폐 공간에서 탁 트인 공간으로 이끈 것으로 연구원은 보고 있다.
이석민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 공원이나 녹지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방역과 함께 시민 스트레스 등을 위한 복합 공간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교통 문제에 대한 숙제도 안겨주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13일부터 서울 지하철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지하철 내 혼잡도가 150%가 넘는 경우에 마스크 미착용자는 탑승하지 못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혼잡이 심한 주요역과 환승역 승강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기로 했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구원 한영준 박사는 "재택 및 유연근무제 확대로 교통량을 근본적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는데,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 맞춰서 '적정'과 '혼잡'의 개념도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버스와 지하철 이외에 수요대응형 셔틀이나 스마트 모빌리티 등 새로운 서비스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부담 공정하려면, 한국 몫 2배 이상 늘려야”
국제 기후변화전문기관 보고서
“역사적 책임·경제 수준 등 고려…
2030년 배출 5.36억t→2.17억t으로 줄여야”
“NDC 2015년 목표치 그대로 제출땐 국제법 위반”
지난해 6월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Go! 그린캠퍼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기후변화에 따른 파국을 막기 위한 지구 온도 상승 제한폭인 1.5도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새 국가감축기여(NDC)의 유엔 제출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이 감축 부담을 공정하게 지면서 파리기후협정을 지키려면 감축 목표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여야 한다는 국제 기후변화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국내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함께 13일 공개한 ‘탈탄소화 사회로의 전환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기반 배출 감축 경로’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기후변화 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이 보고서는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공정한 부담’ 수준을 처음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한 한국의 현재 국가감축기여를 ‘매우 불충분’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공정한 부담을 생각한다면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74% 이상·2017년 배출량 대비 70% 이상으로 감축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한 부담’은 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의 ‘공통의 구별된 책임’ 원칙에 따른 것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 경제 수준, 감축 능력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목표로 잡은 5억3600만tCO₂e(이산화탄소톤)에서 2억1700만tCO₂e으로 절반 이상 더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한국의 ‘공정한 온실가스 감축 분담’ 범위.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기후솔루션 제공
정부는 2018년 확정한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에서 2030년 배출전망치 8억5100만t의 32.5%인 2억7650만t을 국내의 산업, 건물, 수송 부문 등의 직접 감축을 통해, 4.5%인 3830만t을 산림 흡수와 시장메커니즘 등을 활용한 국외 감축활동으로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지난해 개정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서는 이 목표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감축량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 감축 계획에 대해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한국과 같이 할 경우 지구 온도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4도를 넘어서게 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억제 목표를 지키려면 국내 감축 목표를 2030년 전망치 대비 66%로 강화해 국내 배출량이 2억9100만t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그린뉴딜 공약을 내세운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에 맞춰 탈석탄화와 2030년 국가감축기여 목표를 개선하기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수립할 것으로 권고했다. 우르술라 푸엔테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선임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2030년 감축목표를 파리협정에 부합하도록 강화하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하고 10년 내 석탄발전소를 퇴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파리협정은 새로 제출하는 국가감축기여 목표가 기존 목표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며 “만일 한국이 지난 2015년과 같은 5억3600만t의 목표치를 그대로 제출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환경부 차관의 발언 매우 우려스럽다
"화학물질 인허가 패스트트랙 상설화 검토"... 제대로 심의하는지조차 의문
▲ 환경부 차관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년 환경부 적극행정지원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환경부
지난 12일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학물질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상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최대 화학기업이자 전 세계 10대 화학기업인 LG화학의 인도 법인 LG폴리머스인디아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2명이 목숨을 잃는 등 1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와중에 책임감과 무거운 경각심을 가져야 할 환경부 차관이 산업계 대변인을 자처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4월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출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 제4차 비상경제회의 개최 "수출 활력 제고방안" 발표 ⓒ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내용으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품목을 159개에서 2배 이상 늘린 338개로 늘렸으며, 마찬가지로 신규 화학물질 시험자료 제출 생략 품목도 159개에서 338개로 확대했다. 정부조차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화학물질 안전장치를 불필요한 규제로 취급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게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화학물질 사안에 대해 환경부 차관이 제대로 알고 이러한 발언을 했는지 의문이다.
지난 4월 22일 감사원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시설은 정기검사나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부는 전체 취급시설 현황을 파악하는 대신 영업허가자 현황만 관리했으며 허가가 면제된 취급자 현황은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유해화학물질 운반 용기 안전 기준 및 화학사고를 판단하는 기준조차 없어, 감사원으로부터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전체 현황을 파악해 적절한 검사·진단 대상과 주기를 설정하는 방안과 관리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 처분을 받았다.
▲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관리실태 ⓒ 감사원
지난해 LG화학 등 여수산단 대기오염 배출 조작에 이어 올해 들어 서산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 군산 화학 공장 사고 등 전국 곳곳에서 화학 사고가 발생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3월까지 발생한 453건 화학사고 원인 중 시설관리 미흡이 194건으로 43%를 차지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화학 사고 숫자만 해도 안타까운 상황에서, '화학사고 판단기준'조차 없어 드러나지 않은 화학 참사들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문제는 위험하고 빈번한 사고의 위험이 있는 산업단지 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법 제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는 3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제언’을 발표하며 "화학물질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게다가 경제단체들의 몽니로 국내 유통되는 화학물질 등록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2018년 6월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유해화학물질은 총 343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화학물질 규제 완화 품목 선정에 있어 제대로 심의조차 진행했는지 의문이다.
신규화학물질은 국내에 신규로 제조·수입되는 물질로, 유해성 정보조차 없는 미지의 물질이다. 어떠한 안전성 검증도 되지 않는 미지의 물질에 대해 최소한의 독성 정보도 등록하지 않고 유통·판매하겠다는 것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지난해 일본 수출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화학물질 규제 완화한 결과로 기업의 경제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구체적인 자료나 효과성 검증 없이 '상설화'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화학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도전일 뿐이다.
지금 환경부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이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이 우선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을 망각하고 개발부처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는 환경부에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떠한 상황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미란(hjk2722)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장/오마이뉴스
코로나가 되살린 ‘야생’, 다음 차례는?
잭 런던, 개와 늑대
코로나-19가 초래한 전 세계적 봉쇄령으로 도시에서 사라졌던 야생동물들이 돌아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전 세계적 봉쇄령(lockdown)의 기세도 이제는 제법 숙지근해진 느낌이다. 그 기세가 맹렬했을 때, 우리는 놀라운 소식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던 야생동물들이 도시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이었다.
인도의 나가온(Nagaon) 시내 한 사원에는 거위 떼가 행진을 했고, 프랑스 코르시칸(Corsican) 해변에서는 소들이 사람 대신 산책을 했다. 칠레 산티아고의 거리에는 퓨마가, 웨일즈의 어느 소도시에는 산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의 나라(奈良)시에는 사슴들이,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시에는 산토끼가 나와 활보했다. 인스타그래머들은 런던의 한 도로에서 야생 여우들을, LA의 한 경기장 주변에서는 코요테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었다.
이 야생동물들은 도시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기라도 한 걸까? 블룸버그 그린(Bloomberg Green)에 올라온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간 소설이 있었다. 미국 소설가 잭 런던(Jack London)의 ‘야성의 부름’(권택영 옮김, 민음사)이라는 작품이다.
퓨마. 게티이미지뱅크
이 소설은 미국 남부의 어느 포실한 가정에서 자란 개가 북극 지역에 끌려가 극렬한 노동에 시달리며 자신의 야성을 회복해가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세인트버나드 종 아버지와 셰퍼드 종 어머니를 둔 주인공 벅은 자신과 자신의 부모를 길들였던 인간을 떠나, 인간에게 의존하며 살았던 제 가까운 선조들의 삶을 떠나, 먼 과거의 삶으로 돌아간다.
이 돌아감은, 미국 남부지역 어느 판사 집의 잔디밭과 목장과 과수원을 천진하게 뛰어 놀던 개가 “오로지 자신의 힘과 수완으로 살아 있는 동물들을 잡아먹고 사는 맹수”가 되는 대전환의 여정이었다.
이 이야기의 제목이 되는 ‘야성의 부름(call)’은 이 대전환의 매개물이다. 이 부름을 벅이 처음 들은 건, 북극에서 썰매 개로 일하던 시절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러나 그 “밤의 노래”는 야생동물들이 아니라 야생 늑대 종 에스키모 개들의 목청에서 나왔다. “그것은 오래된 노래, 개 종족만큼이나 오래된 노랫소리로” 그 노래에는 “수많은 세대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
이야기의 후미에서 벅은 자신에게 따뜻한 호의를 보여주는 새로운 주인 숀턴과 함께 호시절을 누리는데, 이때 다시 자신을 부르는 야생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 앞에서 그는 “커다란 불안과 이상한 욕망”을 느꼈고, “저항할 수 없는 충동”과 함께 숲으로 달려갔다.
이 질주는 그야말로 깨어남이었다. 벅은 숲을 배웠고, 숲속에서 사는 법을 익혔다. “인간들이 책을 읽듯이 기호와 소리들을 읽었고” 며칠간 숲속에서 제힘으로 남을 죽여서 먹고 살아가는 자연의 법을 터득했다. 어느 날 밤 만났던 “몸이 가늘고 긴 잿빛 늑대”를 다시 만나려고 숲을 헤매는 동안 벅은 완전히 다른 동물로 변신했다. 그는 이제 자연이 빚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자연력을 발산하는 빛나는 존재, 고대 로마인들이 늑대에서 보았던 신적 우아함(로마인들의 신화에서 늑대는 자신들의 조상이다)의 주체가 되어 있었다.
AD 3세기 로마, 늑대 머리를 한 신
이제 “그의 근육은 활력으로 넘쳐흘렀고 강철로 만든 용수철처럼 타다닥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 기쁨과 자유로움으로 홍수처럼 찬란히 온몸에 가득 찬” 그의 “생명력이 드디어 폭발하고 순수한 황홀감 속에서 산산이 흩어져 세상 속으로 풍요롭게 넘쳐흘렀다.”
또한 “그는 더 이상 걷지 않았다. 그는 한순간에 야생동물이 되어 나무 그림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휙 사라졌고, 스치는 그림자처럼 고양이 발로 살금살금 돌아다녔다. 그는 모든 은신처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았고 뱀처럼 배로 기어가다가 펄쩍 뛰어 한순간에 공격하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곰이나 사슴만이 아니라 인간도 죽인다. 사랑하는 주인 숀턴을 해친 이들의 목을 찢었고, 이로써 남부의 집을 떠난 날부터 지금껏 자신을 옥죄던 “곤봉”의 지배력, 태어날 때부터 몸에 축적되었던 인간의 지배력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한다.
그러나 그를 인간의 세계로 연결해주던 최후의 실낱같은 존재였던 숀턴은 이제 지상에 없었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답변은 정해져 있었다. “몸이 가늘고 긴 잿빛 늑대”의 무리가 그에게 찾아왔고, 그는 그 무리에 합류한다. 결국 그는 그 지역 인디언들에게는 “악마”로 불리는 무서운 늑대 우두머리가 된다.
무리에 합류하는 순간, 늑대 무리의 수장이 밤하늘을 향해 길게 울자 나머지 늑대들도, 벅도 따라 길고 슬픈 울음소리를 뽑아냈다. 야생이 부르던 소리에, 벅이 최종적으로 응답한 소리였다.(이 “밤의 노래”는 크게 3가지 기능을 한다고 한다. 의사 전달, 유대감 형성, 무리의 세력권을 다른 무리에게 알림이라는 기능이다. ‘늑대와 야생의 개’, 기쿠수이 타케후미 감수, 곤도 유키 본문, 사와이 세이이치 사진 해설, 박유미 옮김, 라의눈)
소설에서 어느 백인 부자의 눈짓 하나에 꼬리를 치며 달려가던 개는 자신이 속하던 인간세계의 울타리를 뛰어넘었고, 최종적으로는 인간에게 위협적인 야생의 존재로 거듭난다. 상류로, 봉우리 쪽으로 올라가서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자가 되는 것이다.
시베리아 남부에서 발견된 늑대상. BC500-300년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 이 소설이 발표된 1903년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회색늑대들은 소설의 내용과는 정반대로 인간을 피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삶을 살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늑대인 회색 늑대들은 한때 북반구의 전 지역에서 서식했지만, 수백 년간 인간에게 밀려 미국이나 북서유럽(스페인, 포르투칼 등 예외가 있다), 인도, 한국, 일본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20세기 후반 늑대가 생태계 건강을 유지하는 종으로 알려지면서 종 개체 수 복원 노력이 이어졌고, 현재 전문가들은 이들의 개체 수 증가세가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떠났던 늑대들마저 한반도를 찾아오는 날이 있게 될까? 20세기 초반, 벅과 동료들이 밤하늘로 쏟아내던 그 밤의 노래를, 설악산과 북한산 자락에서 듣게 될 날이 우리가 사는 동안 오게 될까? 벅이 경험한 대전환 같은 어떤 대전환을 인류도 경험할 수 있을까?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작가/ 한겨레
이산화탄소 농도 ‘최악의 4월’…무색해진 ‘코로나19 효과’
지난달 3일 인도 북부 펀자브주 주민들의 눈앞에 진귀한 구경거리가 등장했다. 펀자브에서 무려 160㎞나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이 맨눈으로 관측된 것이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산맥이 병풍처럼 앞에 버티고 서서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는 절경은 지역 주민들의 시선을 단박에 빼앗았다. 160㎞는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시청에서 강원도 소재 속리산국립공원 간 거리와 비슷하다. 대단히 멀다는 얘기다. 국토 전체에 산이 많은 한국에선 날씨가 좋아도 지형지물로 인한 장애물로 인해 원거리 관측이 힘들고, 이 때문에 펀자브 상황을 한국에 대입하긴 어렵지만 당시 그곳의 대기가 얼마나 깨끗했는지는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봉쇄령에
공장 가동 축소로 배출 줄어들며
인도 등 지구촌 ‘맑은 하늘’ 복구
흥미로운 점은 이런 절경을 펀자브 주민들도 무려 30여년 만에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그렇듯 지독한 스모그가 이 지역 전체를 짓누르며 히말라야산맥의 모습도 대기 오염물질 속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코로나19 확산이 이런 상황을 바꿨다. 올해 3월25일 인도 정부는 국가 봉쇄령을 내려 사실상 경제활동을 중단시켰는데 이때부터 공장 가동과 차량 운행이 뚝 끊기면서 매연 배출이 줄었고, 더러워진 하늘도 빠르게 복구된 것이다. ‘돌아온 맑은 하늘’은 인도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중국 등 동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위성사진을 통해 대기오염 물질의 감소가 목격되고 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최고 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배출량 규모로는 26억t이다. 전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던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4억5000만t 줄었다. 금융위기 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이 가져온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약 6배에 이른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위기가 일시적으로나마 지구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달리 현실은 낙관적 상황을 불허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올해 4월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 세계 기준으로 416.21PPM이었다. 1958년 미국 하와이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측정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였다. 농도가 오르는 건 새삼스럽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을 뿐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계속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지구 식히기’ 기대와 달리
지난달 이산화탄소 농도 역대 최고
광합성 위축된 계절 탓도 있지만
악화일로의 주범은 화석연료
UNEP는 일단 계절적인 요인을 이산화탄소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북반구는 남반구보다 대륙이 넓게 분포한다. 이 때문에 계절에 따라 반응하는 북반구 나무들의 생육 상황이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에 영향을 끼친다. 나무들에 잎이 없어 광합성을 제대로 못하는 겨울의 끝자락, 즉 5월에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고치를 찍는다. 그러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어 활발한 광합성이 일어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작용을 통해 10월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5월보다 7.5PPM 정도 낮아진다. 올해 4월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신기록도 여름이 깊어질수록 하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나무들이 아무리 열심히 광합성을 한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전년보다 낮추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수십년간 늘기만 한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가 이를 증명한다.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나무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고 있어서다. 그것도 최근 증가량이 크게 치솟고 있다.
이번 UNEP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같은 기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8PPM 늘었다. 2010~2019년 연평균 증가량이 2.4PPM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속도가 붙고 있다. 1960년대에는 1년에 약 0.9PPM씩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점을 보면 여러 노력에도 온난화는 나아지긴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이런 현상의 이유는 지구의 전기 생산구조가 근본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자동차와 항공 교통이 크게 줄었지만 전기 공급량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의 38%는 석탄, 23%는 가스, 3%는 석유가 만들어낸다. 전기 생산용 연료의 3분의 2가 화석연료라는 얘기다. UNEP 기후변화 담당 전문가인 니클라스 하겔버그 연구원은 “세계 에너지 생산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UNEP는 1850년대 이후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 1.5도 이하로 묶기 위해선 2040년, 늦어도 205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활동 중단 같은 ‘충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붙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부산시, 민관협의체 구성…삼정더파크 정상화 시동
시의회·시민단체 등 11명 참여, 동물원 운영 방향·주체 등 논의
부산시가 최근 폐업한 부산 유일의 동물원 ‘삼정더파크’(국제신문 지난달 27일 자 9면 보도 등)를 정상화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다.
시는 지난달 25일 문을 닫은 ‘삼정더파크’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시의회 시민단체 등과 함께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협의체에는 이성숙 부산시의회 부의장,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사, 동아대 양건석(조경학과) 교수, 이동현 부산연구원 연구위원 등 11명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앞으로 두 달간 매주 회의를 열고 동물원 운영 방향 및 주체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시민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수렴에도 나선다. 협의체는 지난 14일 첫 회의를 열고 부산에 동물원이 필요한 이유와 ‘삼정더파크’ 활용 여부를 검토했다. 또한 부산어린이대공원과 연계해 동물원을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했다. 시 관계자는 “부산 유일의 동물원이 문을 닫아 시민에게 대단히 송구하다”며 “민·관 협의체를 통해 동물원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삼정더파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된다. 특히 시가 3년 전 500억 원 빚에 대한 보증을 추가로 연장하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진다. 시의회 이성숙 부의장은 “2017년 부산시가 삼정더파크 매수 기한을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해주면서 투자심사, 시의회 의결, 협약 당사자(더파크) 동의 등 법적 절차를 누락했다”며 “시의회 자문변호사와 협의해 검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17년 당시 공원운영과장을 지낸 여운철 시 낙동강관리본부장은 “애초 협약 내용대로 삼정더파크 매수 기한을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해준 것이므로 시의회 동의를 받을 사안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삼정기업이 2014년 4월부터 운영해오던 삼정더파크는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지난달 25일 공식 폐업했다. 시는 동물원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재 3개 업체가 인수 의향을 시에 전달했다. 시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시민 전문가의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동물원 운영 방안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동물원 '더파크' 업그레이드 확장 검토
부산시가 폐업에 들어간 동물원 ‘더파크’를 업그레이드할 청사진을 두 달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지난 14일 동물원 정상화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꾸렸다. 환경정책실장을 비롯해 시의회의원, 환경전문가 등 11명이 참여한 이 협의체에서 ‘더파크’의 새로운 운영 방향에 대한 대안을 도출한다.
경사로 무빙워크 설치 등
市, 두 달 안에 청사진 제시
이 협의체가 가장 먼저 꺼내든 건 2018년 마련된 ‘더파크 활성화 및 관리·운영방안 수립 용역’이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원 실패 요인을 점검하고 단기적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은 수정해 새 운영 주체를 찾아본다는 게 시의 복안이다.
우선 어린이놀이동산 숲 등 당초 실시계획에는 있었지만 반영되지 못한 부지까지 ‘더파크’를 확장한다. 실시계획상으로는 동물원 총면적이 8만 5000㎡이지만, 이 중 2만 6000㎡ 구역이 미개발 상태다. 이를 개발해 ‘더파크’ 규모를 키우고 동물 방사 면적을 넓히는 것이다.
또 주출입구 외에 부출입구를 신설하고, 입구의 가파른 경사로에는 무빙워크를 설치해 가족 단위 관람객을 배려한다는 계획이다. 단골 민원이던 고가 입장료를 낮추기 위해 동물원을 콘텐츠별 개별 존으로 운영하고 별도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도 고심하고 있다./부산일보]
자연과 함께 집 짓고 살아가는 방법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운행이 줄고 공장이 멈췄다. 대기 질이 좋아지면서 예전에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매연에 덮여 잘 보이지 않던 인도의 타지마할이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고 베니스 운하에 배가 다니지 않자 탁했던 물이 바닥까지 보일 만큼 맑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요즘 서울에도 맑고 파란 하늘이 유지되며 N서울타워가 지척인 듯 느껴진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이 지구의 환경을 나쁘게 한 주범이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오랜만에 찾은 맑은 하늘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코로나19 사태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인도 뉴델리시 모습 (사진 출처 : CNN)
우리 조상들은 집을 지을 때 자연과의 조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집터를 고를 때도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산을 등지고 강을 마주한다는 '배산임수(背山臨水)'가 향(向)과 만나면 뒷산이 겨울에 북쪽의 찬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엔 강바람으로 집안을 시원하게 했다. 담이나 창을 내는 것도 자연의 풍경을 빌리듯 차경(借景)으로 나타났다. 차경은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요즘 주택 선택할 때 창밖 경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망권은 그 당시 차경과 같은 것이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는 물론이고 산이나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주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건축에서도 차경은 건축의 중요한 요소이다. (사진출처 : 양평 '1억으로 지은 집' 필자 설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목재 건축물을 선호한다. 나무로 지은 집은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지만 집의 수명이 다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자연친화적인 집을 짓는 데 있어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집 짓는 재료를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었는가'다.
예를 들어 목조건축물을 짓기 위해 외국에서 생산한 목재를 수입하는 경우, 산지의 나무를 베고 원목을 가공하고 한국까지 운반하는데 쓰인 화석에너지(석탄이나 석유)를 고려한다면 친환경과 거리가 멀 수 있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게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이 된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다미 준은 지역의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온양민속박물관 <현 구정아트센터>을 지었고 건축가 정기용은 흙으로 벽을 쌓아 무주의 진도리 마을회관을 지었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 지구의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고 무한하지 않은 에너지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건축물의 자재가 친환경적이지 않더라도 환경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난방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집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집안까지 바람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창을 배치에 바람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름엔 집안에서 발생한 더운 공기가 빨리 빠져 나갈 수 있게 높은 곳에 창을 둘 수 있다. 겨울엔 따듯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온실을 두어도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붕 위에 식물을 심어 복사열을 줄이거나 남쪽에 잎이 큰 활엽수를 심어 여름의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실내정원 역시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실내정원은 지친 직원들의 달콤한 휴식처가 되었다.
환경을 고려한 건축물은 독특한 형태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일본 후쿠오카의 아크로스빌딩은 옥상 전체가 정원으로 만들어져 커다란 산처럼 보이고, 전기를 생산하는 커다란 바람개비로 인해 바레인의 무역 센터는 커다란 에어컨처럼 보인다.
후쿠오카 아크로스빌딩은 계단식 지붕에 나무를 심어 건물에 내리쬐는 햇빛을 차단하고 있다. (사진 출처:www.acros.or.jp)
자연을 보호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는 건축가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구 환경에 미친 영향보다 강력한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멈추고 함께 자연을 되돌아볼 때 비로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코로나19가 인간에게 준 또 다른 경고 메시지가 아닐까.
김종대|건축가.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SBS 뉴스
당신과 동물의 거리, 지켜지고 있나요?
포스트 코로나19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묻다 ③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코로나19는 동물이 주는 경고…지켜야할 선 넘었다”
“연이은 감염병 확산에 농장동물 복지운동 더 힘들어져”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13일 서울 행당동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동물이 유기되면 혐오가 발생하고, 사람과 사람이 다투고,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며 많은 문제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동물운동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 주었다. 경제활동 중단에 따른 동물 방치 등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인수공통감염병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을 타고 돌아다녔고, 인간과 동물은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과 동물의 행복은 ‘원 헬스’(하나의 건강)로 묶여 있다는 새삼스러운 보고서가 사람들 앞에 놓였다.
동물자유연대는 반려동물에서 시작해 농장동물, 야생동물(전시동물) 등으로 동물운동의 영역을 넓히며 대표적인 동물단체로 성장했다. “10㎝ 앞에 벽을 두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던” 창립 때부터 20년 동안 이 단체를 이끈 조희경(59) 대표를 13일 만나 코로나19 사태와 동물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간이 동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을 통해 박쥐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인간이 동물과 사이의 거리를 자꾸 좁히니까 인간에게 재앙이 다가온 건 아닐까. 가족 관계든 회사 관계든 지켜야 할 선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필요한 거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동물에게 거리를 지키지 않고 동물을 지배했다. 야생동물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사회에 진입했다. 그곳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그런데 두려워하지 않고 너무 가깝게 지배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한 그림에 두고 함께 보는 연습이 필요할 거 같다.
“일부 이기적인 반려문화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최근 개물림 사고나 헛짖음 문제가 이슈가 되는데, 대부분은 사회화 교육을 통해 교정이 가능하다. 고가의 돈을 주지 않더라도 보호자들이 신경 써서 가르치면 된다. 자기 아이만 예뻐할 줄 알지 동물에게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물들도 힘들어졌나?
“코로나19로 인간에게 경고를 한 건 동물인데, 정작 그 피해도 동물이 받고 있다. 일부 동물원에서는 먹이 줄 돈이 없다며, 안락사 등을 이야기한다. 지원을 받기 위한 쇼맨십일 수 있다. 최근 외국 동물단체의 동향을 보면, 주로 하는 활동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려동물이 안전하다는 홍보다.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이 유기되면 혐오가 발생하고, 사람과 사람이 다투고,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스톨 안에 갇혀 사는 어미 돼지. 동물자유연대의 돼지 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2005년 국내 최초 동물복지 보고서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과 가축전염병이 더 자주 유행하면, 동물운동에서는 반려동물 이외의 분야가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올해가 동물자유연대 20주년이다. 초기에는 유기동물 구조와 입양이 활동의 대부분이었다. 동물 하나하나가 버릴 수 없는 생명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문제의 끝에서 머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조 활동의 비중을 조금 줄이면서, 문제의 시작 단계에서 관여하는 정책과 법 제도 개혁 그리고 대중의 인식 개선 활동의 비중을 늘렸다.”
-농장동물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나?
“2005년에 농장동물 돼지를 조사해 국내 최초의 동물복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한겨레21> 기사와 2007년 돼지와 산란계(알 낳는 닭) 등 ‘동물공장’을 다룬 <한국방송>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로 이어졌다. 방송 직후, 대형마트에서 한 중년 여성이 ‘계란이 그렇게 나오는 거래’라고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소름 끼치도록 보람을 느꼈다. 20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 이어 2015년 태산이, 복순이 등을 우리가 책임지겠다며 야생방사 캠페인을 펼쳤다. 고향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의 사례는 국민 모두에게 알려졌고, 동물운동이 대중화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보다 훨씬 많은 수의 소, 닭, 돼지 등 농장동물이 살고 있다. 똑같은 생명인데도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에 대한 논의, 동물운동의 대응을 보면 괄목할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2010년대 이후 한 걸음 나가기 힘들었다. 잇단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농장이 폐쇄적으로 된 측면도 있고… 현장 접근이 힘들어지니, 기존 조사에서 진전된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 이슈로 부딪힐 때는 농민들의 엄청난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그래도 2005년 첫 조사할 때보다 많은 농장이 상당 부분 개선된 건 사실이다. 지금은 농장주 스스로 ‘동물복지’ 해야 한다고 하니까. 그때는 톱밥조차 제대로 깔아주지 않는 농장도 많았다.”
닭의 삶을 위한 ‘1·2 있는 캠페인’
-밀집 사육을 기본으로 하는 공장식 농장은 감염병 사태의 화약 저장고다. 산란계 케이지 종식을 위한 국제연대체 ‘오픈윙얼라이언스’의 한국 단체로 ‘케이지 프리’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액란 형태로 계란을 쓰는 식품기업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는 큰 손이다. 이들에게 에이포 용지처럼 좁은 케이지가 아닌 평사(실내의 평평한 바닥에 풀어놓고 기르는 형태) 등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운 농장의 계란을 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란 시장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풀무원과 협상을 통해 10년 내 모든 계란을 동물복지란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국내 최대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2029년에 케이지 프리로 바뀐다.”
-소비자들에게는?
“일리 있는 계란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계란 껍질(난각)을 보면 숫자가 있다. 그 끝자리가 1번은 방사 사육, 2번은 평사 사육, 3번과 4번은 감금, 밀집 방식의 사육 환경에서 기른 닭이다. 닭의 삶의 질을 생각하면 1번과 2번을 선택해 달라.”
6개월, 2년의 짧은 생…절박하다
-육식 자체를 반대하는 비거니즘은 이런 복지적 접근이 종국적으로 공장식 축산 체제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축산농과 식품, 유통기업과 협상을 하면서 운동가로서 내적인 긴장을 느끼겠다.
“50년 넘게 고기를 안 먹은 나의 내면도 논쟁의 장이다. 그러나 무엇이 옳은 운동 전략인지 갑론을박하는 사이 6개월(돼지), 2년(산란계)밖에 못 사는 동물들이 죽어간다. 죽음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보다 그들의 짧은 생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그 수를 줄이려는 절박함이 더 크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설득하고 관계를 이어가려면,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는 가르침이라면?
“인간은 동물을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았다. 이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동물 진영에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많이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선 함께해야 한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울산시, 정원문화 확산·산업 진흥 위한 5개년 계획 추진한다
2024년까지 ‘정원문화·산업 진흥계획’ 추진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계기로 시민 관심 커져”
최근 ‘울산시 제2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울산 남구 달동 구암문구 옥상정원. 울산시 제공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정원문화 확산과 정원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추진한다. 울산시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정원문화·산업 진흥계획’을 세워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울산시는 “지난해 7월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시민들의 정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미세먼지·열섬현상 등 환경적 요인에 따른 녹색 공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이제 정원 정책은 복지와 지역경제를 위한 필수정책이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진흥계획은 ‘시민이 행복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정원도시 조성’을 비전으로 하고, ‘시민의 삶 속 정원의 생활화 실현’과 ‘정원문화 산업 기반 구축과 정원 관광 자원화’를 목표로 한다. 울산시는 이를 위해 △정원 인프라 확충 △시민 참여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정원산업 기반 구축 등 3대 전략과 14개 세부 과제를 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드는 사업비는 480억원에 이른다.
울산시는 정원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과제로 최근 남구 달동 구암문구 옥상에 조성된 구암정원을 ‘울산시 제2호 민간정원’으로 등록하는 등 민간·공동체 정원 발굴,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생활권 거점정원 조성, 정원마을 만들기 등 7가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과제로는 시민이 참여하고 즐기는 정원 프로그램 운영, 정원 생활화와 저변 확대를 위한 ‘가든 스쿨’ 운영,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단계별 교육과정 개설 등 3가지를 추진한다. 정원산업 기반 구축 과제로는 정원산업박람회 개최, 정원지원센터 건립, 정원 관광 자원화와 상품화 등 4가지다.
울산시 생태정원과 관계자는 “정원문화·산업 진흥계획 세부 과제들은 연차별 일정에 따라 실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원도시로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며, 나아가 동남권 정원문화·산업 거점도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기후변화가 불러온 코로나, 스마트그리드로 예방한다
[포스트 코로나: AI+X가 핵심이다] ④에너지와 AI
(사진=Pixabay)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력망 스마트화와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논의에도 불을 지폈다.
특히 전기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 전력망을 고도화해 고품질의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환경 영향까지 고려하는 ‘스마트그리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8대 산업전략' 중 에너지전환 전략은 '소비 효율 향상'에 방점이 찍혔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석유수요 감소와 저유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에너지다소비 산업 구조를 혁신하겠다는 게 산업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산업분야 화석연료 의존도 낮추기 ▲공장·건물 에너지 소비 효율 향상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산 ▲수소경제 활성화 등이 선제 방안으로 제시됐다.
에너지 소비 효율이 낮다는 것은 곧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전기량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현재의 전력시스템은 최대 수요량에 맞춰 예상 수요보다 과생산하도록 설계됐다.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석유가스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대기 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 효율도 높이고 환경 영향도 낮추는 방법이 있다.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면 된다.분산형 전원은 지역 간 혹은 지역 내 송전망의 배전 시설의 간편화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소규모로 발전하는 설비를 말한다. 연료전지·액화천연가스(LNG)·수소·지열·바이오·파력·수력·풍력·폐기물·태양열·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
(사진=기초전력연구원)
분산 전원은 화력발전·원전 등 대규모 집중형 전원과 달리, 전력 소비가 있는 지역 근처에 분산·배치가 가능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발전 비용이 낮은 특성상, 코로나19로 전력수요가 줄어든 상황에도 수급 영향이 크지 않다.
지난 8일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도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는 등 맞춤형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산업부는 지난 12일,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의 향후 5년 에너지전환 목표를 담은 '지역에너지계획'에 2025년까지 분산전원 발전 비중을 22%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재생에너지 접속 대기 물량은 4.9기가와트(GW)에 달한다. 이를 가급적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산 전원을 이용한 다양한 계통 연계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관계자는 "분산 편익을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편익 수준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분산형 전원의 확대에 발맞춰 체계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형 가상발전소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분산 자원을 기존의 시스템과 통합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Pixabay)
■분산전원 확대로 '스마트그리드 시대' 예열
분산전원을 통한 에너지 소비 효율 향상은 스마트그리드 도입 확대 정책과 정확히 맞닿아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생산과 소비 효율을 높이는 전력체계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계량기(AMI),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이 스마트그리드의 큰 축을 맡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향상에 의해 에너지 낭비를 절감하고, 신재생에너지에 바탕을 둔 분산전원의 활성화를 통해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게 목적이다. 발전설비에 들어가는 화석연료를 절감해 혼실가스 감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국내 대표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스마트그리드 사업 필두에 '한전형 에너지관리시시스템(K-BEMS)'을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기업 사옥과 빌딩, 공장, 대학교에 K-BEMS를 보급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도미니카에 이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EMS의 일종인 K-BEMS는 전기·가스·열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제어해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제공한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에도 유용하다는 평가다.
민간 기업의 스마트그리드 선두 주자는 LS일렉트릭(구 LS산전)이다. 이 회사는 전력 분야에서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에 ICT를 적용한 차세대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융·복합 스마트 솔루션을 통해 소규모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자체의 스마트그리드 확대 노력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서울특별시는 올해 에너지자립 20% 달성과 온실가스 1천만톤(t) 감축을 목표로 설정, 친환경 집단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285메가와트(MW)급 가스복합발전시설 건립을 추진, 집단에너지 공급을 6만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시는 현재 시행 중인 4세대 지역난방 실증사업에도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난방열 공급·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난방 공급자와 소비자가 정보를 주고 받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난방열 사용 현황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잉여 난방열이 있으면 판매할 수도 있다.
스마트그리드 보급 콘트롤타워인 정부는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전국 보급'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는 실증사업과 함께 7대 광역별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 실증 사업은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며 "전력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 개선을 통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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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선구자는 왜 회의론자가 됐나
인간은 생태계 밖에 존재하는 천사도 악마도 아냐
유해물질, 서식지 파괴 등 중요한 환경문제 외면 말아야
»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인 건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인류가 지구를 구하는 것이 산업화 이전의 이상향으로 돌려놓는 초월적 존재일까. 게티이미지뱅크
회색지대에 머무를 권리가 사라진 시대다. 위기와 양극화는 서로서로 부추기면서 회색지대를 잠식한다. 양극화는 경제적, 정치적 문제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라는 위기 앞에서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기후변화가 모든 환경문제의 원인이라고 믿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여지는 없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생태학자이며,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가능성을 최초로 연구한 학자 중의 한 명인 대니얼 B. 보트킨의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환경을 보호하지 못하는 환경주의자들의 어떤 믿음>(박경선 옮김/ 개마고원)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섰던 전문가가 회색지대로 물러 나와 쓴 글이다. 45년간 기후변화가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해왔으며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는 최초의 컴퓨터 모델을 만들기도 한 저자는 2014년 미국 하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 검증 청문회’에서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를 확신할 수 없다고 증언하였다. 저자는 청문회에서 인류가 기후변화를 일으켰고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생물 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보편화한 믿음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고 이 책은 그 주장을 정리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혹은 환경주의자 모두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조차 불편한 글일 수 있지만,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사실을 심히 왜곡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의 변절(?) 이유가 정말 궁금하긴 하다. 수많은 반대를 뿌리치고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를 주장해 온 전문가가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또 저자가 주장하듯이 환경주의자가 사로잡힌 환경을 망치는 미신은 무엇일까? 물론 저자가 제임스 러브록 류의 과대 망상가 혹은 비외른 롬보르 류의 사기꾼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기후변화를 지지하는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를 싸잡아 “미신에 사로잡힌 환경주의자”로 먼저 비판하며 자초한 일이니 어쩔 수는 없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회의론자인지 이해에 따른 변절자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고민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가름할 기준이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 중 의심스러운 대목을 먼저 소개한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물 대멸종은 없다고 단언한다.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저자는 과학이 아닌 기정사실화된 유행으로 치부한다.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이 “화석기록 연구 결과를 봐도 평균 연 1종 정도는 멸종한다”는 주장인데, 이쯤 되면 이 책도 교묘한 데이터 왜곡을 주장의 근거로 삼는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저자인 비외른 롬보르 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왜냐하면 저자가 주장하는 미미한 멸종실적으로 치부되는 16세기 이후 “평균 연 1종”이라는 데이터에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원된 여러 속임수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가속화되는 멸종 속도를 감추기 위해 멸종 추세가 아닌 “평균값”을, 멸종 생물 종이 적어 보이도록 “척추동물 1종”을 설명 없이 “1종”이라고 표현해 금세기에 진행되고 있는 생물 종 멸종위기를 감춘다. 또 산업화 이후의 멸종 혹은 이번 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멸종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멸종은 화석기록만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과학적 엄격성을 내세우면서 진실을 호도하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과학적 엄격성은 기후변화를 주장하는 많은 과학자 간의 협업을 인정하지 않는 근거로도 사용된다. IPCC 보고서가 채택된 방식이 ‘과학적 방법’이 아닌 ‘과학자들의 합의’에 의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이 보고서에서 여러 가지 증거를 통해 제시한 기후변화를 과학적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가 혼동하고 있는 것은 IPCC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최신의 과학적, 기술적 및 사회경제적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결정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할 목적으로 작성된 보고서이지 과학적 진실을 따지자고 만들어진 보고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차피 과학자들이 작성한 정책보고서를 두고 저자는 과학보고서가 아니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시급하고 현존하는 환경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엄격한 과학적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무망한 일인지는 수은중독으로 인한 유명한 공해병인 미나마타 사건이 잘 보여준다. 하나의 원인과 수많은 증거로 상식적으로는 뻔한 사건인데도 인과관계를 찾는다고 수십 년 과학적 논쟁을 거친 미나마따 사건처럼, 과학적 엄격성은 진실을 찾는 것보다 오히려 인과관계를 모호하게 하는 데 주로 이용되어 왔다. 따라서 IPCC 보고서의 일부 결함이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 가능성을 부정하는 증거가 될 수도 없고 IPCC 보고서를 근거로 정책결정자들이 행동하는 것을 망설이거나 주저할 이유가 될 수도 없다. 저자는 “환경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과학의 영역”이라고 주장하지만 환경정책은 “과학이 아닌 합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 2005년 IPCC 총회에서 존 휴튼 경이 이산화탄소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유명한 '하키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렇게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때로는 불편하거나 의심스러운 마음이 드는데도 이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하고 읽었다. 그것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독자에게 혹은 자신에게 묻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나 또한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기후변화를 이끌던 과학자에서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돌아서게 한 의문은 어쩌면 저자를 생태학이나 기후변화로 이끈 질문 혹은 철학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의 운명을 좌우하는 존재인가, 기후변화로 지구의 생물 종을 절멸시킬 수도 또 절멸되어가는 지구의 생물 종을 구할 능력이 있는 존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저자는 이 책에서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가 산업화 이후 겨우 수백 년 만에 지구 기후체계나 생태계의 수용 능력을 넘어 훼손하고 파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인류가 수백 년 동안 기후변화를 일으켰다고 해서 수십 년 안에 기후체계나 생태계의 망가진 작동을 멈춰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후모델의 불확실성, 기후변화 연구가 빠뜨렸을지도 모를 과학적 엄격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인류가 기후변화를 일으킨 것이 맞는지 질문한다.
활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저자는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책임이나 의무가 없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은 생태계 내에서 인류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 생태계 밖의 인류, 지구 관리자로서의 인류라는 산업화 세력이 꾸준히 견지해온 오만한 인류 상을 ‘환경주의자’가 그대로 답습해, 지구를 멸망케 할 수도 지구를 구할 수도 있는 유일한 존재로 보는 것 아니냐고 저자는 묻는다.
이 질문은 또한 지구 기후의 정상상태, 생태계의 정상상태가 무엇인지 묻는 것으로 이어진다. 즉 기후변화대책이든 환경정책이든 추구하는 이상적 상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환경문제의 모든 악덕의 요소로 지목되어 왔던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 최우선 과제가 된 이후, 기후는 산업화 이전, 자연은 인간의 간섭 이전 상태를 회복해야 할 이상적 기준 혹은 정상 기준으로 삼는 것에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진화에 방향성이 있고 그 완결이 인간이라는 착각처럼, 산업화 이전 혹은 인류 이전을 이상적 자연으로 추구하는 것 또한 인류를 초월적 존재로 보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원시림은 기후변화 해결에도 또 숲의 환경적 관리에도 바람직한 모델은 아니라는 것을 사례로 들며 인간의 관리가 사라진 생태계가 자연에도 또 인류 자신에게도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지 생태계 밖에 존재하는 천사도 악마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변화도 지구 기후체계의 끊임없는 변화 혹은 생태계의 끊임없는 진화의 일환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주문하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가 정상성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근거로 지질학적 시간(수십억 년에서 수백만 년)과 생물학적, 역사적 시간을 넘나드는 사실을 섞는 저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기후변화 해결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가 오히려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문제 해결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저자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된다.
» 기후변화의 중요성에 압도된 일부 환경론자는 핵발전소 찬성으로 '변절'하기도 했다. 2011년 최악의 폭발 사고를 일으킨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2017년 모습. 후쿠시마공동취재단
기후변화가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 많은 근원적 모순으로 빚어진 문제라는 점에 대한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해서 다른 문제가 덜 중요해지는 것도 아니고 기후변화가 늘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가이아>의 저자 제임스 러브록은 반핵론자에서 찬핵론자로 돌아섰지만, 기후변화 저감 효과조차 불분명한 핵발전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 기후변화만 중요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저자의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는 이렇게 다른 가치를 훼손할 만큼, 다른 모든 환경문제를 제쳐둘 만큼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는 확실하고 가장 중요하며 시급한 문제냐는 항변이다.
재정적 문제든 인적자원의 문제든, 한정된 자원이 유행처럼 기후변화에 쏠리면서 다른 환경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기후모델의 정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좀 더 광범위하고 훨씬 더 세부적인 기후모델을 구동할 더 빠르고 성능 좋은 컴퓨터가 되어버렸다. 이제 10억 달러를 훌쩍 넘어버린 기후모델 비용은 한 나라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가 되어버렸고 기후모델을 위한 국제적 차원의 협력까지 필요해졌다.
저자는 생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인 서식지 파괴를 막아내기 위한 자원이 기후변화에 쏠리면서 서식지 파괴의 현장에서는 재원도 연구자도 구하기 힘들어진 현실에 분노한다.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는 최초의 컴퓨터 모델을 만들기도 했던 저자가 기후모델의 불확실성 혹은 부정확성을 지적하는 것은 이미 기후모델이 우주망원경과 입자가속기처럼 ‘거대과학’이 돼버려 블랙홀처럼 자원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모델을 불신하고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하지만, 저자는 다른 기후변화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에너지의 전면적 확대를 역설한다. 저자가 비판적인 것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 유행’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후변화가 진행되든 아니든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는 산적해 있다. 기후변화가 해결된다고 다른 환경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면 다른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기후변화의 해결에 기여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건강과 생명을 빼앗기고 서식지 파괴로 생물 종은 사라지고 인근 지역주민의 삶이 위협받는다. 현존하는 위협과 피해자, 현장을 두고 미래의 문제, 전 지구적 문제에만 자원을 쏟아부어도 되느냐는 물음은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하더라도 여전히 필요하다.
» 기후모델의 얼개. 과학자들은 대기를 수많은 작은 정육면체로 나누어 각각의 풍속, 열 전달, 복사, 상대 습도 등을 바탕으로 기후변화를 예측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회의론자는 상대편이 아니라 늘 자신이 서 있다고 믿는 영역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회의론자는 자기 진영의 모순을 가장 먼저 고발하는 자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 정책당국의 가장 큰 성과는 국민과 전 세계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뢰는 정책당국이 코로나19 행정에 대한 외부 비판을 끊임없이 수용하고 정책에 반영하면서 쌓아간 것이다. 확진자 정보공개가 인권침해일 수 있다는 외부의 비판을 수용해서 정보 공개방식을 계속 바꾸어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사이의 충돌을 조정해왔다. 공중보건의 위협 속에서는 인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국제인권법을 핑계 삼지 않고 비판을 수용하고 정책의 개선 계기로 삼은 것이 오히려 우리나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다.
회의론자의 질문은 땅을 다지는 작업이다. 기후변화는 여전히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커다란 과제다. 기후변화는 환경 분야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새로운 해결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기후변화 시대에 회의론자의 질문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회의론자의 질문에 답을 찾는 일은 우리와 다음 세대가 디뎌야 할 땅을 다지며 앞으로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 한겨레
“가로수 관리 못 한 탓” 구상금 낸 해운대구
모퉁이 돌던 트럭, 나무 건드려 뒤따르던 외제차에 가지 떨어져
- 트럭 운전자가 구 상대 행정소송
- 원고 일부 승소… 157만 원 배상
부산 해운대구가 가로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당한 뒤 패소해 구상금을 마련하는 데 진땀을 뺀 사연이 뒤늦게 확인됐다.
19일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부산 해운대구 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인근 도로를 지나던 덤프트럭이 모퉁이를 돌던 도중 가로수의 가지와 접촉했다. 이로 인해 덤프트럭을 뒤따르던 고급 외제 승용차 위에 부서진 나뭇가지 일부가 떨어졌다. 이에 덤프트럭 운전자는 해운대구의 가로수 관리가 부실해 일어난 사고라면서 KB손해보험사를 통해 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운전자 A 씨는 “가로수 관리가 제대로 안 된 탓에 트럭이 나무에 닿아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해당 사고에 구의 책임이 일부 있다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구가 A 씨 측에 157만8000원(이자 제외)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애초 A 씨 측이 청구한 금액의 20% 수준이라고 구는 설명했다.
해운대구는 법원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구상금을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긴급 재난지원금을 주민에게 지급해야 하는 등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 이에 구는 공원녹지 관리 예산 가운데 일부의 사용목적을 변경하는 ‘전용’ 조처로 구상금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구 관계자는 “소송을 당한 것부터 구상금을 마련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당황스러웠지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판결에 따른 구상금은 지난 8일에 납부했다”고 말했다. / 국제신문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해양수산부 부산항건설사무소가 2017년 7월에 시작한 토도 제거 공사를 최근 마치고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부산 신항 입구의 무인도 ‘토도’는 선박 안전을 위협하던 요소였다. 왼쪽은 토도 제거 공사 장면. 오른쪽 위는 제거 전 토도, 아래는 제거 후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유일한 한국표범 가죽 발톱서 유전자 확인…복원 가능할까
아무르표범과 유전자 동일 판명…포식자 복원하면 감염병 막아
지리산에서 1935년 잡힌 한국표범의 가죽. 여기서 채취한 디엔에이를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몸길이 112㎝, 꼬리 길이 80㎝이다. 우두성 지리산 자연 환경생태 보존회 회장 제공.
1935년 전북 남원군 산내마을 주민들은 인월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에 지리산 바래봉과 백운산 사이 계곡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인월읍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던 최 씨는 이 소식을 듣고 몰이꾼과 사냥개를 동원해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목을 지키던 최 씨 눈앞에 불쑥 나온 것은 호랑이가 아닌 표범이었다. 최 씨가 쏘아 잡은 이 표범은 남한에서 가죽을 남긴 유일한 표범이다.
이 표범 가죽에서 채취한 디엔에이(DNA)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 연해주에 서식하는 아무르표범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1970년 이후 한반도 남쪽에서 사라진 표범 일부는 여전히 살아 있고, 이들을 통해 남한에 표범을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은 우두성 지리산 자연 환경생태 보존회 회장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최씨 집안과 접촉해 2014년 지리산 표범의 표본을 구입해 이번 연구에 사용했다.
가죽 달린 발톱서 유전자 추출
이 교수팀은 과학저널 ‘피어 제이’ 5월 1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지리산 표범에서 추출한 디엔에이를 바탕으로 계통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표범은 아무르표범과 동일한 아종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남한의 표범은 지리적 분포나 형태에 비추어 아무르표범과 동일한 아종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유전적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표범은 세계 표범 9개 아종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반도는 일제강점기인 1919∼1942년 사이 주민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포획한 수만도 624마리에 이를 정도로 표범의 밀도가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고기와 뼈까지 한약재로 쓰여 표범의 표본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한국 마지막 표범 뱀 가게에 팔렸다). 이 교수는 “오래된 가죽에서는 디엔에이가 잘 안 나오지만, 이 표본의 발톱과 이어진 뼈 부위에서 추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표범은 세계의 9가지 표범 아종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으며, 현재 북한과 접경지역인 러시아 연해주 ‘표범의 땅 국립공원’의 서식지를 중심으로 중국 북동부와 북한 등에 100마리 미만이 분포하고 있다.
이 교수팀은 2012년 한반도의 호랑이가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백두산호랑이, 한국호랑이)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로 한반도의 범(표범과 호랑이)이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의 범과 하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일제강점기의 사람처럼) 한반도의 범이 연해주와 만주로 쫓겨가 망명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의 표범 서식지. 초록은 현 서식지, 연두색은 서식 가능, 노랑은 절종 우려, 회색은 과거 서식지. 현지연. 현 서식지, 연두색은 서식 가능, 노랑은 절종 우려, 회색은 과거 서식지. 이항 외 ‘피어 제이’(2020) 제공
한국표범 복원 첫 단추
세계보전연맹(IUCN)은 지역적으로 절멸한 동물을 재도입하기 위한 지침에서 “유전적으로 동일한 집단에서 들여와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한반도에서 절멸한 호랑이와 표범의 복원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한국표범 복원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첫걸음으로 연해주 표범이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확산하는 것을 꼽았다. 현재 표범의 땅 국립공원 표범은 30마리이던 개체수가 80마리로 느는 등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 중국 쪽으로 퍼지고 있다. 북한 쪽에 생태통로가 마련된다면 두만강과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이동이 가능해진다.
야생 표범이 아니라도 복원할 방법은 있다. 한국표범은 야생에서보다 2배나 많은 개체가 동물원 등에 살고 있다. 세계 88개 시설에서 209마리가 철저한 혈통관리를 받으며 인공증식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을 통하지 않고 인공증식한 한국표범을 비무장지대 동쪽 산악지역에 복원하는 방안이 연구되기도 했다(한국표범 복원이 두만강과 DMZ 수호신 될까). 그러나 이 교수는 “대형 포식자의 복원은 다뤄본 경험이 없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연해주의 한국표범 보전에 신경 쓰고, 러시아와 표범 보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국표범의 마지막 번식지인 러시아 연해주 ‘표범의 땅 국립공원’ 시설과 전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포식자가 감염병 막아 준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를 복원하는 것은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을 막는 근본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호랑이와 표범이 사는 연해주에는 남한보다 멧돼지 밀도가 훨씬 낮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돌지 않는다”며 “최상위 포식자가 사람이 깨뜨린 생태계 균형을 되살리는 조절자 구실을 해 대규모 감염병을 막아 준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PeerJ, DOI: 10.7717/peerj.890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독 내뿜는 포유동물 ‘갯첨서’의 비밀 풀렸다
반나절 못 먹으면 굶어 죽는 높은 대사율
먹이 쉽게 잡아 저장하려 침에 독액 분비
주로 물가에서 생활하는 갯첨서. 쥐와 닮았지만 쥐보다는 두더쥐나 고슴도치에 가까운 포식동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계곡에는 특별한 동물이 산다. 모습이 얼핏 쥐 같지만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지니고 물가나 물속에서 먹이 사냥을 하는 이 동물은 갯첨서이다. 첨서 목, 첨서 과, 갯첨서 속으로 분류되어, 쥐와는 분류학상 아주 거리가 먼 동물이다. 갯첨서는 잡식성인 쥐와 달리 다른 동물만을 잡아먹고 사는 포식자이다. 몸길이 7∼8㎝로 작지만, 때론 자기 몸집보다 큰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게다가 독이 있는 몇 안 되는 포유류이기도 하다. 주요 먹이가 물벌레나 다슬기, 곤충 등 작은 무척추동물인데 갯첨서는 왜 독을 분비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 연구결과가 나왔다.
갯첨서의 짧고 빽빽한 털은 공기를 머금어 물속에서 쉽게 뜰 수 있게 해 주며 젖는 것을 막아 준다. R. 알텐캄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대 연구자들은 갯첨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지만 독이 없는 첨서 두 종이 실험실에서 사냥하는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포유류학 저널’ 4월 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보고했다.
첨서 과 포유류는 신진대사가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 어떤 종은 심장이 분당 800회나 뛰어 벌새보다 빠르다. 당연히 에너지 소비가 많으니 자기 몸집에 견줘 많이 먹어야 한다. 보통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80∼90%를 먹어야 하고, 반나절만 먹이가 없어도 굶어 죽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자들은 이런 높은 대사율과 독 분비는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갯첨서는 침에 마비와 신경독성이 있는 독물이 들어있다. 송곳니로 상대를 물어 피부에 구멍을 내면 이에 난 홈을 따라 독액이 스며든다. 먹이 사냥에 독을 쓰면 여러 효능이 있다. 무엇보다 큰 먹이를 쉽게 제압할 수 있고 또 살아있는 상태로 먹이를 장기 저장할 수 있다. 저장을 하면 불확실한 사냥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막고 또 그 과정에서 포식자에 노출되는 위험도 줄인다.
첨서 가운데 비교적 몸집이 커 몸길이 7∼8㎝인 갯첨서는 작은 무척추동물이 주 먹이이지만 물고기와 개구리는 물론 작은 생쥐도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육 상태에서 어떤 갯첨서는 자기 몸무게의 60배나 되는 물고기를 죽인 일도 있다.
갯첨서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첨서. 몸집이 더 작고 독이 없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갯첨서는 큰 먹이를 사냥할 때만 독을 사용하는 걸까. 실험 결과 갯첨서는 작은 무척추동물을 사냥할 때는 독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 등 작은 먹이는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고 큰 것은 꼼짝 못 하게 만든 뒤 나중에 먹기 위해 저장했다. 첨서는 개구리 사냥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갯첨서는 잘 잡아먹었다. 그러나 개구리가 독에 마비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자들은 “크기 2∼3㎝의 개구리는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큰 개구리를 마비시킬 정도로 독이 강한 것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갯첨서에게 두꺼비를 주었을 때 공격에 나섰지만 한 번도 사냥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두꺼비를 물고 난 뒤 비명을 지르고 발로 코를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는 두꺼비 피부에서 분비하는 독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 갯첨서의 독은 대형 먹이보다는 중형 먹이를 효율적으로 사냥하고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결론 내렸다.
갯첨서는 영국부터 한국까지, 북유럽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동아시아까지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한반도에서는 1950년대부터 북한에서 발견됐지만, 2007년 진동계곡에서도 서식이 확인됐다. 만일 남한의 분포가 학술적으로 공인된다면 세계 최남단 서식지가 된다. 그러나 이 동물에 대한 생태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등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갯첨서는 주로 냇가, 강, 호수 주변에 살며 드물게는 강에서 먼 습기 많은 산림에서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잠을 자지 않고 번식기는 6∼7월이며 4∼14마리를 낳는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의 갯첨서 분포도. 남·북한의 서식지는 표기돼 있지 않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동물 보전 전문가인 한상훈 박사는 “20여년 전부터 설악산이나 점봉산 등지에서 지역 주민이 ‘물속에 사는 쥐가 있다’는 제보를 해 오곤 했지만 2007년 진동계곡에서 확인한 게 남한에서는 처음”이라며 “남한은 세계적으로 이 종이 가장 남쪽에 분포하는 곳이어서 생물지리학적 가치가 커 시급히 실태와 보전을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rzysztof Kowalski, Leszek Rychlik, The role of venom in the hunting and hoarding of prey differing in body size by the Eurasian water shrew, Neomys fodiens, Journal of Mammalogy, Volume 99, Issue 2, 3 April 2018, Pages 351?362, org/10.1093/jmammal/gyy013">https://doi.org/10.1093/jmammal/gyy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이 후손이 네 후손이냐’…파초일엽의 수난사
복원 20년 만에 자생 확인했지만 원 표본 대조 필요
제주도 섶섬의 복원된 파초일엽 자생지. 꼬리고사릿과 양치식물인 파초일엽은 중국, 일본, 대만 등에 분포하는 동북아 고유종으로 섶섬이 북쪽 끄트머리 분포지여서 학술 가치가 크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물 가운데 하나이지만, 반세기 동안 멸종과 복원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은 양치식물이 있다. 바로 파초일엽이다. 꼬리고사릿과의 아열대 식물인 파초일엽은 길이 1.2m에 이르는 이름처럼 시원하게 큰 잎과 진한 초록빛 광택, 잎 뒤에 줄줄이 붙은 포자가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나라에선 제주 서귀포에서 450m 떨어진 무인도인 섶섬(삼도)에만 분포한다.
파초일엽은 일찌감치 보호대상이었지만 곧 사라져 수십 년 동안의 탐색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멸종이 선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수십 년 동안 근거가 불분명한 ‘복원’이 계속돼 자생 개체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복원 20년 만에 자연적으로 포자가 날아가 증식한 섶섬의 어린 파초일엽.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2000년부터 문화재 당국은 한 제주 주민이 섶섬에서 가져와 증식해 온 파초일엽을 자생종으로 판단해 본격적인 증식과 복원에 나섰다. 2011년부터는 일반인의 섶섬 출입을 금지했다.
문화재청은 14일 “섶섬 복원 20년 만에 파초일엽에서 최초로 자연 발생한 어린 개체 300여 포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960년대부터 시도된 수많은 복원 시도에서도 어린 개체가 저절로 돋아 확산한 예는 없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한국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되는 파초일엽은 이제 세계적 분포지 가운데 가장 북쪽인 섶섬에서 완전히 복원된 걸까.
일제 때부터 ‘절멸 우려’
일제강점기 때 작성된 천연기념물 대장은 섶섬의 파초일엽 자생지가 심각하게 훼손돼 사라질 위기라는 전년도 조사결과를 적어 놓았다.
1922년 섶섬에 파초일엽이 자생한다는 사실을 처음 보고한 이는 일본인 식물학자 모리였다.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천연기념물 대장’은 파초일엽의 자생지 현황을 “쇼와 9년(1934년) 8월 14일 조사결과 (파초일엽을) 마구 캐내 어린 개체 20여 포기밖에 남지 않았다”며 “절멸이 우려된다”고 적었다. 일제가 천연기념물 제도를 도입해 1933년부터 시행했으니, 파초일엽은 보호종이 되자마자 멸종위기에 몰린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식물학자 박만규가 1949년 도감에 처음 기재했고, 1954년 김윤식 고려대 교수팀은 처음으로 섶섬에서 이 식물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사람 손이 닿기 힘든 절벽 위에서 다섯 개체를 확인했다”고 1998년 문화관광부 보고서에서 밝혔다.
서귀포 남쪽 450m에 있는 섶섬. 상록활엽수와 양치식물이 우거져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그러나 이후의 조사에서 더는 관찰할 수 없었다. 그는 파초일엽이 사라진 이유를 “관상 가치와 희귀성으로 일부 몰지각한 화훼 및 원예 종사자와 일반인이 눈에 띄는 대로 캐간 데다, 해방 후에는 인근 주민이 섶섬의 나무를 목재나 땔감으로 무분별하게 벌채해 파초일엽의 생육환경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구잡이 복원, 비운의 시작
1962년 정부는 섶섬을 천연기념물 제18호로 지정했지만, 이미 이 식물은 거의 멸종 상태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는데 정작 자생지에 파초일엽이 없다는 사실은 엄청난 행정적 압력으로 작용했다. 1966년부터 1990년 사이 여섯 차례에 걸쳐 자생지 조사가 벌어졌다. 박만규·이영노 교수 등 식물분류학자들이 총동원돼 파초일엽 수색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다. 마침내 환경부는 1996년 ‘환경백서’에 “파초일엽이 자생지에서 멸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는 자생지 수색과 동시에 무분별한 복원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1960∼1970년대엔 섶섬에서 가져온 파초일엽 1∼3개체를 주민이나 전문가, 제주도 공보실 등이 섬에 심었고, 1980년대엔 제주도청과 한국자연보존협회가 일본, 대만, 원산지 불명의 시중 온실 재배종 등 수백 포기를 복원했다.
멸종한 식물 복원은 그 지역 개체인지 엄밀하게 판단한 뒤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병윤 전북대 명예교수(식물분류학)는 “식물은 이동성이 적어 지역마다 유전적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사라졌다 수십 년 뒤 자연 복원되기도 하기 때문에 복원은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이 간직한 ‘보물’
파초일엽은 파초처럼 크고 넓은 잎에 포자가 깃털처럼 달린 이국적인 모습이어서 손을 많이 탔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환경부와 문화재관리국의 1996년 합동조사는 자생 파초일엽을 찾으려는 마지막 시도였지만 심은 것이 분명한 10여 포기를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1998년 김윤식 교수팀이 제주도 일대를 탐문 조사하던 중 섶섬 건너편인 보목동 주민 한훈지씨가 1960년대에 섶섬에서 가져나온 파초일엽을 증식하는 데 성공해 100여 포기를 온실에서 기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연구 등을 토대로 한씨의 파초일엽이 마구잡이 복원 이전에 섶섬에 자생하던 개체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김주환 가천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한씨의 파초일엽 가운데 30∼40년 이상 된 것이 있어 섶섬에서 온 것으로 판단했다”며 “한씨는 쉽지 않은 포자 발아 기술을 개발해 증식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2000년 이후 파초일엽을 양묘장에서 본격적으로 증식할 때 한씨의 개체만 썼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등 불분명하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현재 섶섬에서 번식하는 파초일엽이 애초 자생하던 개체인지는 당시 표본과 대조해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 자연사박물관에 ‘진본’
애초 1998년 문화관광부의 ‘자생종 판별연구’에서 한씨 재배 개체를 자생종으로 판단했던 핵심적 근거인 분자유전학 연구도 재검토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병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당시 판별연구에서 사용한 유전자분석 기법은 당시에는 최신 기법이었지만 재현성이 떨어져 요즘에는 쓰이지 않는다”며 “최신 유전자 기술을 이용해 기원을 밝혀볼 만하다”고 말했다.
자생종 여부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발견했을 때 확보한 표본이다. 그러나 김윤식 교수가 1954년 채집한 파초일엽 표본은 그사이 유실됐다. 국립수목원에는 제주도가 1960년 섶섬에서 채집한 표본과 1968년 이창복·조무연 박사가 채집한 표본이 각 1점 보관돼 있다.
이미 이식이 이뤄지던 시기여서 이들 표본의 자생 개체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마지막으로 기댈 표본이 있다. 선병윤 교수는 “1902∼1915년 제주도 선교사였던 에밀 타케 신부가 채집한 파초일엽 표본을 프랑스 파리 자연사박물관 표본실에서 확인한 바 있다”며 “이 표본을 이용하면 자생종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연 증식 개체가 발견된 섶섬의 파초일엽 복원지 모습. 이들이 과연 애초 이 섬의 자생 개체인지가 확인돼야 진정한 자연 유산의 가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자생 여부 판단과 별개로 모처럼 후계를 본 섶섬의 파초일엽을 잘 보전하는 일은 중요하다. 지난해 섶섬 자생지를 정밀 조사한 손지원 국립문화재연구소 박사(산림생태학)는 “복원 20년 만에 어린 개체가 다수 발견됐다는 것은 자연적인 확산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섶섬에서 허용된 낚시와 스쿠버 등에 의한 훼손 가능성을 막고 허술한 안내판을 개선하는 등 보전 조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홍섭 기자ecothink@hani.co.kr
코로나19로 세계 탄소 배출 17% 줄어
국제 과학자 컨소시엄 '글로벌탄소프로젝트'
"단기영향에 불과, 에너지 시스템 변화 필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세계 하루 탄소 배출량이 지난해 대비 최대 17%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도 14.7% 덜 뿜어냈다.
스모그에 파묻힌 인디아게이트│2019년 11월 4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의 상징물 인디아게이트가 스모그에 가려져있다. 인디아게이트에서 불과 3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했지만 형체가 흐릿하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정하는 국제 과학자들의 컨소시엄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이동 제한조치 기간 동안 전세계 일일 탄소 배출량의 단기적 감소(Temporary reduction in daily global CO2 emissions during the COVID-19 forced confinement)'를 국제저널 '네이처클라이밋체인지'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는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미국 스탠퍼드 대학 등의 교수들이 주축이 된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전세계 탄소 배출의 97%를 차지하는 69개 국가의 이동 제한 조치를 분석, 전세계 탄소 배출의 89%를 차지하는 지역들이 일정 수준의 제한 초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각 경제 분야가 코로나19 대유행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활동 지표 데이터를 사용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하루 혹은 국가별로 화석 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추산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7일 이동 제한 조치와 방역이 한창일 때 전세계 하루 탄소 배출량은 2019년 일평균치와 비교해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량은 1700만톤(17MtCO2)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06년 이래로 최저치다. 자동차 등을 포함하는 육상 교통 부문에서 줄어든 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탄소 배출 감소량 중 43%를 차지했다. 산업과 전력 분야의 탄소 배출 감소량도 전체 중 43%에 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인한 탄소 배출 감소량은 4월말까지 총 10억4800만톤(1048MtCO2)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된 중국(242MtCO2), 미국(207MtCO2), 유럽(123MtCO2), 인도(98MtCO2) 등에서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 하루 탄소 배출량 부문에서는 2019년 평균과 비교했을 때 미국이 31.6%로 제일 많이 줄었다. 유럽은 27%, 중국이 23.9%, 한국 14.7% 등의 순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코린 르 쿼헤 교수는 "이동 제한 조치는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지만 이러한 감소는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 교통,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달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진정한 의미의,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고 앞으로 닥칠 여러 위기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기후변화대응 노력에 상응하는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해 2020년 연간 탄소 배출량이 2019년과 비교했을 때 4~7%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수치는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해 수십년간 매년 필요한 연간 감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100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2℃아래에 머물게 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글로벌카본프로젝트의 의장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롭 잭슨 스탠퍼드 대학교수는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이동 제한 조치 등을 통한 일시적 감축이 아닌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등을 통한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국민 의견 담긴 청원 ‘찬밥신세’ … 10건 중 6건 ‘폐기’
20대 국회 폐기율 80%대
“청원소위 한 번도 안 열기도”
국민들의 목소리에 가까이 가겠다고 하면서도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어렵게 제출한 청원을 아예 논의하지 않거나 대규모로 폐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에서도 167건이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20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 13대 국회(1998~2002년)부터 19대 국회(2012~2016년)까지 들어온 청원은 모두 3328건이었고 이중 2002 건이 폐기됐다. 폐기율은 60.2%였다. 10개중 6개가 폐기되는 셈이다. 20 대 국회에 계류된 청원마저 폐기된다면 폐기율은 61.3%로 높아진다.
청원 폐기율은 13대 35.4%에서 14대엔 57.1%로 오르더니 15대와 16대엔 66.7%, 55.7%로 정체상태를 보였다. 17~19대는 70%대(17대 73.1%, 18대 74.6%, 19대 78.0%)로 껑충 뛰었고 20대엔 80.7%로 올라설 전망이다.
대규모 폐기와 함께 폐기율 상승에는 국회 상임위나 청원소위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서는 접수된 청원에 대해 위원회에 회부된 후 30일이 지나면 자동상정되도록 하고 회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는 단서조항을 만들어 심사기한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게 열어놨다.
자동상정과 관련해 ‘다만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해 상정을 하지 않고 무작정 늦출 수 있게 했다. ‘다만 특별한 사유로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때에는 위원장은 의장에게 중간보고를 하고 60일의 범위에서 한 차례만 심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심사기간을 두달 늦추는 빌미를 제공했다.
청원에 대한 국회의 무관심와 맞물려 국회 청원이 감소세를 이어갔다. 16대에 765건에 달하던 청원건수는 매년 줄더니 20대엔 207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자문위는 활동결과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회 상임위 가운데 기획재정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청원소위를 두고 있다”면서도 “20대 국회 기간 동안 청원소위가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은 위원회가 개최된 위원회보다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과거와는 다르다"
하버드대 라인하트·로고프 교수, 블룸버그 인터뷰
2009년 말 하버드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금융위기의 역사에 대한 주목할 만한 책을 냈다. 책 제목은 '이번엔 다르다 : 지난 8세기 금융의 어리석음'. 반어적이었다. 각국의 정책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이 '이번에는 다를 것'(위기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해온 태도를 꼬집는 내용이었다.
두 교수는 독자들에게 '2008~2009년 신용위기는 과거에 비해 전혀 독특한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이들은 책에서 "각국의 디폴트와 불황, 뱅크런, 외환 투매, 인플레이션 급등과 같은 사건은 예측가능한 패턴의 일부"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사진 왼쪽) 교수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
그리고 10여년이 흘렀다. 전 세계는 독특한 위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에 직면했다. 전례없는 재정·통화정책이 동원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 전 세계 경제가 3% 위축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전망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라인하트, 로고프 교수는 19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는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번엔 다를까
라인하트 교수는 "팬데믹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각국의 대응조치는 아주 새롭다"고 지적했다. 1918년 미국의 실질 GDP성장률은 9%였고, 전시생산체제였다. 지금은 경험할 수 없다. 그게 한 가지 차이점이다. 정책적으로는 경제봉쇄로 대응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속도다. 지난 6주 동안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급증했다. 과거엔 60주가 걸렸다. 3월 한달 동안 신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1년에 걸쳐 일어났던 것이다. 라인하트 교수는 "급작스러움과 광범위한 봉쇄·격리는 이전엔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위기의 범위에 주목했다. 그는 "대공황 이후 사실상 첫 번째 글로벌 불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는 부유한 국가에 집중됐다. 신흥국에겐 오히려 '좋은' 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는 나라별로 다르겠지만, 경제 피해는 동시다발적이다.
경제회복, 어떤 모습일까
최근 증시 움직임은 실물경제와 다르다. 이에 대해 라인하트 교수는 "통화정책이 시장의 움직임을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이전 미국 실업률은 1960년대 이래 최저치였다. 완전고용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향후 경로는 금리가 올라가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 매우 확실했다.
하지만 이젠 기한을 알 수 없는 장기간 동안 초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로 완전 대체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과감하고 전폭적인 유동성 지원 때문이다. 라인하트 교수는 "거대한 게임체인저"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경제가 V자 회복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시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매우 낙천적"이라며 "시장은 V자형 회복을 믿고 있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파산전문 변호사들의 일감이 전 산업에 걸쳐 매우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코로나19 충격은 공급망과 무역을 전 세계적으로 망가뜨린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이 13~32%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 공급망은 기존 것을 깨고 즉시 다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제침체는 동시다발적이지만, 코로나19 확산은 동시다발적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지리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2차 파동이 온다면, 경제회복은 W자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로고프 교수는 "지난 40년 동안 가장 긍정적인 생산성 충격은 기술발전을 겸비한 세계화였다"며 "코로나19가 세계화를 앗아간다면, 기술발전의 일부도 앗아간다. 그러면 사회정치적 파문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에 쇄도하면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드는 것처럼, 국가나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산과 디폴트에 직면하면 IMF도, 파산법11조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위해 부채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대전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위기에서 회복되는 기간은 평균 4년이었다. 대공황의 경우 10년이었다. 그는 "우리가 지난해의 1인당 GDP로 돌아가려면 얼마의 기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5년 정도만 돼도 아주 좋은 결과"라며 "글로벌 경제회복의 모습은 기껏해야 U자형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부채 문제
수많은 신흥국이 원자재 충격에 직면했다. 특히 국제유가 문제가 심각하다. 나이지리아와 에콰도르 콜롬비아 멕시코 등 모두 신용등급이 낮아졌다.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는 특히 심각하다.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는 이미 디폴트 상황이다. 라인하트 교수는 "이들 국가는 신흥국 중 규모가 큰 나라"라며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중엔 이탈리아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2010년대 초 부채문제로 고통받은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합쳐봐야 이탈리아 GDP의 1/3을 약간 넘는 수준"이라며 "이탈리아 위기가 심화되면 유로존을 해체하는 힘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고프 교수는 "나는 2010년대 초 유럽 남부국가들 문제의 해법으로 부채탕감을 주장했다. 유로존 성장을 위해 저렴한 비용의 해결책이라고 봤고, 만약 시행됐다면 탕감액보다 큰 혜택을 돌려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년여 동안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적인 고통에 더해 유로존이 요구하는 더 충격적인 긴축정책을 강제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유로존을 해체시킬 거대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의 레버리지 문제도 지적됐다. 라인하트 교수는 "그동안 중국은 수출주도 성장을 추진했다. 중국이 달성한 두자릿수 경제성장률의 상당수는 믿을 수 없이 거대한 설비투자에서 기인했다. 또 중국 기업들은 두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상수로 보고 상당한 부채를 쌓았다"며 "하지만 이제 그런 성장은 어렵다. 수많은 산업부문에서 과잉설비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5%가 넘는다. 돼지고기 값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중국 인민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신용부양책을 쓰는 데 주저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국제유가 붕괴 상황이 이를 상쇄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부양책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역할
경제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건 재정정책이다. 하지만 재정부양책이 입법부를 신속하고 온전하게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때문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자산의 증감을 통해 재정부양책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로고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사실상 중앙은행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중앙은행이 재무제표의 변화를 줄 때는 정부의 대리인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국채의 만기구성 변화나 순수한 양적완화, 장기채권이나 모기지, 기업채권, 지방채 등의 매입, 민간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등이다.
한편 그는 "미국에 마이너스금리가 도입됐다면 귀중한 통화정책 도구가 됐을 것"이라며 "지자체와 기업에 도움이 됐을 것이고, 파산법정에 가는 기업들의 숫자도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는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할 상황이 아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라인하트 교수는 마이너스금리와 관련, 로고프 교수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처럼 시장이 망가지고 있을 때, 또 유동성이 부족할 때엔 마이너스금리보다는 연준이 현재 취하고 있는 직접 신용 제공 방법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며 "유럽에서 마이너스금리를 지속하면서 수많은 은행들이 중개능력을 빼앗겼다. 이는 결국 규제를 덜 받는,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자 금융기관들을 양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라인하트 교수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는 "중앙은행은 1, 2차 세계대전 동안 정부의 수족이었다. 세계대전 와중에 중앙은행 독립성을 꺼내들었다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며 "위기의 시대, 재정과 부채는 통화정책과 분리할 수 없다. 중앙은행들은 이번뿐 아니라 2008~2009년 위기에도 사실상의 재정정책을 썼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문 대통령 “그린뉴딜, 한국판 뉴딜 사업 안에 포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친환경·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 사업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을 포함한 관계 부처로부터 그린 뉴딜 사업과 관련한 합동 서면보고를 받은 뒤 “그린 뉴딜은 국제 사회와 시민 사회의 요구를 감안하더라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 그린 뉴딜을 주요 사업으로 포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그린 뉴딜의 구체적인 사업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린 뉴딜은 현재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투자와 일자리를 정책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그린 뉴딜이 한국형 뉴딜에 주요 사업으로 포함된 것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의 검토 지시 뒤 일 주일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요즘 그린뉴딜이 화두라 한국판 뉴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환경부, 산자부, 중기부, 교통부 등이 그린 뉴딜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지 협의해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린 뉴딜의 축이 디지털 기반 강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이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크게 보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라며 “청와대 정책실과 기획재정부 등이 협의를 거쳐 한국판 뉴딜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하도록 밑그림을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린 뉴딜의 주된 목적이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린 뉴딜 사업의 예로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들 수 있다”라며 “일자리 창출이 그린 뉴딜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권의) 녹색 성장은 성장에 방점이 있으나 그린 뉴딜은 성장 못지않게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개념으로 한국이 중견, 선두 국가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6, 7위권을 차지해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국가로 꼽힌다. 영국 기후변화연구기관 ‘기후 행동추적’은 ‘세계 4대 기후 악당국가’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선정한 바 있다. /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탄소 발자국’ 줄이는 최선책은 자동차 이용 안 하기
영국 연구팀, 효과적 탄소배출 감축법 10선
전기차 사용·장거리 비행기 안 타기 2∼3위
10가지 다하면 영국 가구단위 ‘탄소중립’ 가능
“코로나 봉쇄는 차 없이 살 수 있음을 보여줘”
지난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개인이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영국 리즈대 연구팀은 7천여건의 기존 연구 결과를 분석해 개인이 탄소 발자국(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남기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 10가지를 추려보니,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으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 Research Letters)에 게재할 논문에서 연구팀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 연간 2.04톤CO₂eq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CO₂eq는 ‘이산화탄소 환산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을 말한다.
그렇다고 먼 거리를 걸어 출퇴근하거나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구팀이 버금으로 꼽은 방법은 전기자동차이다. 전기차를 이용할 경우 한 사람당 1.95톤CO₂eq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밖에 한 해 한 번 장거리 비행기 안 타기(1.68톤), 재생에너지 이용하기(1.6톤), 대중교통 타기(0.98톤), 건물 리모델링(0.895톤), 채식 식단(0.8톤), 냉난방 줄이기(0.795톤), 조리기구 바꾸기(0.65톤), 재생에너지 난방(0.64톤) 등이 개인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로 제시됐다. 조리기구 바꾸기는 개발도상국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조리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한 사람당 연간 약 9톤CO₂eq 줄일 수 있다. 이는 영국에서 한 가구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10톤CO₂eq)과 맞먹는다. 열가지 방법만으로 가구 차원에서 ‘탄소중립’(넷 제로)을 실현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가구당 연간 배출량은 17톤CO₂eq이다.
파리시민들이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논문 주저자인 리즈대 지구환경학부의 다이애나 이바노바 연구원은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다소 과감하다 싶을 정도의 변화도 감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 이용이나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이 쉬워지면 차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도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재활용같은 활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붕 녹화, 종이 소비 줄이기, 내구성 제품 구입하기, 자동온도조절장치 끄기, 재활용 등은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큰 이득이 없다고 밝혔다. 재활용으로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을 0.01톤CO₂eq밖에 줄이지 못한다.
하지만 영국 기후변화공동체(Green Alliance)의 리비 피크는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탄소 발생을 감축하기 때문에 (탄소 발자국이 작다고 해서) 재활용과 같은 좋은 습관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옛 해운대역사 공원화는 ‘감감’… 바로 옆 상업 개발은 ‘착착’
철거와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사 내 ‘팔각정’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 일대 ‘마지막 노른자 땅’인 옛 해운대역사 부지에 대한 공원화 계획이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해운대구는 이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상 문화공원 시설로 결정한 지 반년이 지나도록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원화 부지 바로 옆에 고층 호텔과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종합개발계획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 공원 조성 계획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청, 공원시설로 결정만 하고
6개월 넘도록 밑그림 못 그려
팔각정 존치 여부도 오리무중
인근 호텔 신축 계획 마무리 단계
18일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11월 옛 해운대역사 부지를 공원 시설로 결정한 이후 현재까지 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수립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해운대역사 공원화 계획은 옛 해운대역사 부지 4630㎡가량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해운대역사는 국내 유일의 ‘팔각정 역사’로 알려져 있다. 이 부지는 해운대 구남로 시작점에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도심 공원화’를 약속하며 수많은 시민이 한 공간에 운집 가능한 장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당시 해운대구는 지난해 12월까지 공원조성계획수립을 마치기로 했다.
그러나 해운대역사 공원화 사업은 ‘팔각정’의 철거·존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공원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서는 팔각정 철거·존치 여부가 결정돼야 하지만, 현재까지 팔각정 관련해 제대로 된 시민 의견 수렴이나 중재 절차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해운대구는 팔각정 존치 여부를 위해 다음 달께 시민·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공원화 계획 수립 이후에도 공원 부지 보상비 확보를 위한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공원 조성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실제로 해운대구 공원 계획 수립이 늦어지면서 부산시는 해당 부지를 소유한 한국철도공사 측에 대한 보상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부지 보상비만 4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원화가 결정된 지 시간이 꽤 지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운대구에서 아직 공원화 관련 계획을 수립 중인데, 해당 계획안이 올라와야 타당성 등 심의를 거쳐 보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절차가 지연되면서 시민 사회는 발 빠른 공원 조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공원화 부지 인근 상업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공원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공원화 부지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측 특수목적법인(SPC) (주)해운대역개발이 추진 중인 상업 개발 부지와 붙어 있다. 이 때문에 공원이 상업시설의 부대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해운대역개발 관계자는 “올 8월이면 옛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 2만 5000㎡에 대한 종합개발계획안이 최종 수립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최고 20층 규모의 호텔·상업 시설 조성 계획을 드러냈다. 해운대역개발 측은 호텔 건립 등에 의한 사업성 분석도 진행 중이다.
옛 해운대역사보존 시민공원화추진연대 이지후 대표는 “인근에 대규모 개발 계획이 진행 중인데,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사실상 공원화 수립 계획에 첫발도 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현재 공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수립 과정 중에 있다. 공원화 관련 철저한 검토를 거쳐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차질 없이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물금취수장서 발암물질 다이옥산 검출
원수 수질서 5.5㎍/ℓ 나와…2009년 대구 파동 후 처음, 당국 “갈수기 아닌데” 당혹
동면하수처리장 방류수선 먹는물 기준치 160배 확인…낙동강물 상류로 역류 추정
부산시민 상수원인 경남 양산 물금취수장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이 검출됐다. 낙동강물을 정수하는 물금취수장에서 다이옥산이 나온 것은 2009년 대구 다이옥산 파동이후 처음이다.
20일 양산시와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최근 물금취수장 원수 수질검사 결과 다이옥산이 5.5㎍/ℓ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다이옥산의 먹는 물 수질기준인 50㎍/ℓ에는 미치지 않는 미량으로 정수과정에서 제거돼 수돗물에는 검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검출된데다 갈수기도 아닌데 나왔다는 점에서 상수도 당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높은 수치의 다이옥산이 검출되면 정수과정에서 완전히 제거가 안되기 때문에 시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물금취수장 다이옥산 검출과 관련,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가 양산시 동면하수처리장의 하수가 방류되는 양산천과 방류암거 등 2곳에서 방류수 수질을 조사한 결과 다이옥산 농도가 8000㎍/ℓ로 확인됐다. 이는 다이옥산 먹는 물 수질기준인 50㎕/ℓ보다 160배 높은 수치다. 부산시 측은 동면하수처리장에서 양산천으로 방류된 다이옥산 성분이 섞인 낙동강물이 상류로 역류하면서 물금취수장 수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면하수처리장은 물금취수장에서 하류쪽으로 5.2㎞, 낙동강 본류와는 3.1㎞ 떨어져 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갈수기도 아닌데 취수장 원수에서 다이옥산이 검출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수처리장의 경우 다이옥산은 방류수 수질검사 항목에 포함이 안돼 이처럼 먹는 물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다이옥산 방류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다이옥산 등 발암물질의 경우 하수처리장 방류수 기준에 포함시키는 등 대책이 요구된다. 동면 하수처리장은 양산시 전체 하수와 산막산단 등 일부 공단 입주업체의 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와 양산시,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계당국은 내부적으로 대책회의를 갖고 낙동강 역류현상 등에 따른 오염수 유입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는 지역 제조업체 중 다이옥산을 취급하는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다이옥산 등 유해물질 저감을 위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한편 독성물질인 1,4-다이옥산은 다량 노출되면 신장이나 신경계 손상 우려가 있고 장기간 노출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국제신문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
박종호 산림청장 "도시숲법 국회통과…도시숲 생활 속 면역력 증진 공간으로 활용"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국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과 휴양·휴식 공간 제공하고 미세먼지·폭염 등 도시 환경문제의 해결…모범 도시숲 인증 제도도 신설
도시숲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숲속의 도시, 숲속의 대한민국’ 구현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도시숲법)’이 통과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도시숲법 제정으로 국민 삶의 질이 한층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산업화·도시화 등의 부작용인 미세먼지, 폭염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숲의 생활환경 개선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생활권 숲의 증가는 미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산림자원법’을 근거로, 도시숲을 조성하고 관리해 왔으나 생활권 숲의 체계적인 확충과 생태적인 관리를 위해서 단편적인 현행 법령 체계를 보완한 종합적인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지난 7월 발의(김현권 의원 대표)된 도시숲법안은 약 10개월 만에 국회 본회를 통과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박 청장은 “도시숲법이 보다 나은 환경과 미래를 위한 국민들의 요구를 담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도시숲 면적의 유지·증가를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등 도시숲의 조성과 관리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 주도로 이뤄진 도시숲 조성·관리 체계를 극복하고 민간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산림청이 도시숲지원센터를 지정하면 지자체는 센터에서 도시숲 관리·이용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도시녹화운동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거나 관련 단체의 설립과 운영을 장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개인, 기업 또는 단체 등이 도시숲 조성과 관리에 필요한 나무와 토지를 기부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유형의 도시숲 조성과 질적 관리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모범 도시숲 인증 제도도 신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국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과 휴양·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미세먼지·폭염 등 도시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숲 속의 도시, 숲속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그동안 도시숲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또한 “2019년부터 시작한 미세먼지 차단숲과 도시 바람길숲 조성사업은 국민들의 요구와 환경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례”라며 “이러한 노력에도 산림자원의 조성과 관리를 위주로 하는 산림자원법 체계에서는 도시숲의 체계적인 확충과 질적 관리 향상을 위한 제도 강화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고 전했다.
박 청장은 “최근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해 한적한 숲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산림치유 기능이 부각됨에 따라 도시숲을 생활 속 면역력 증진 공간으로 활용, 국민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도시민들이 일상 안팎에서 접할 수 있는 도시숲은 국민들의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의 행복을 회복할 수 있는 기능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뉴스투데이 박희송 기자
한국의 에너지 전환 준비 수준, “선진국 중 최하위권”
세계경제포럼 집계, 선진 32개국 중 31위
“중국은 태양광, 풍력 에너지에 크게 투자”
해상 풍력발전소. <한겨레> 자료
국가 에너지를 ‘친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 수준을 국제 비교한 결과, 한국이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란 평가가 나왔다.
17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에너지 전환지수(Energy Transition Index) 2020’의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 중 57.7점을 얻어 조사 대상 115개국 가운데 48위였다. 전체 조사 대상국 평균 점수인 55.1점보다는 높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된 32개국 중 그리스(59위·55.0점)에 이어 끝에서 두번째였다. 한국은 2018년과 2019년 평가에서도 32개 선진국 가운데 각각 30위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국가는 스웨덴(74.2점)으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2위·73.4점)와 핀란드(3위·72.4점)가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13위·65.9점)와 일본(22위·63.2점)이 한국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경제포럼이 2015년 이후 집계 중인 에너지 전환지수는 에너지 안보와 환경적인 지속 가능성, 경제성, 미래 준비 태세 등을 따져 각국이 미래 에너지로 전환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를 판단한 결과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3일 발표한 ‘에너지 전환지수(Energy Transition Index) 2020’의 국가별 순위. 한국은 100점 만점 중 57.7점을 얻어 조사 대상 115개국 가운데 48위를 기록했다.
포럼은 “최상위 국가들은 수입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보조금을 낮추는 한편,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에너지 부문을 변화시키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78위를 기록한 중국에 대해선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고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에 크게 투자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제하는 데 있어 큰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반면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에 대해선 “이들 에너지 다소비 국가들은 에너지전환을 향한 진전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조명래 장관 “그린뉴딜, 일자리 창출 효과 있는 단기과제 우선”
20일 언론사 환경부장 간담회
“이명박식 녹색성장과 달라” 선 그어
환경부 “훼손지 복원 등 생태복원 사업도 고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사 부장들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에 포함하겠다고 한 ‘그린 뉴딜’의 성격과 방향에 대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가 있으면서 일자리 창출·경제회복에 도움되는 것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4대강 사업을 필두로 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사업처럼 토목 사업에 기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장관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사 부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그린 뉴딜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불평등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의 기획이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실효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한국판 뉴딜’ 사업 안에 포함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아직 범정부적 논의가 필요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추경 사업과 연계해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맞춘 단기과제가 우선 발굴될 예정”이라며 “중장기 방안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그린뉴딜법 제정과 함께 좀 더 긴 호흡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린 뉴딜을 단기과제와 중장기 과제로 나누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과제의 성격과 방향은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하되,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한다. 그러나 성장 위주 정권이 했던 토목형 사업에만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정작 4대강 사업 등 토목 사업으로 변질시킨 과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언론사 부장들과의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환경부 제공
조 장관은 또 19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물관리 체계의 녹색·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수요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 논의 과정에서 환경부의 그린 뉴딜 과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환경부 내부적으로는 ‘생태복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채택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환경부 주도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훼손지·폐도로 복원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제기된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재활용품 대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폐플라스틱 배출부터 마지막 처리까지 전 과정 조사를 지시했다”며 “유가 하락으로 재활용 제품 처리가 신상품보다 안 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수출이 60~70%인데 코로나19 상황에서 40%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미 선제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가 실시 중인 대책으로는, 수거 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락한 가격을 반영해 아파트 단지 등과 계약하도록 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해 재생원료를 미리 사들이는 방안을 소개했다. 또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고 신규 수요처를 늘리는 방안 등도 추진 중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남극대륙 진풍경 '녹색 눈' 지구 온난화로 더 늘어날 듯
저지대 해안가에서 고지대·본토로 확산..남극반도 첫 녹조 지도 제작
녹조 눈 샘플을 채취 중인 데이비 박사 [Sarah Vincen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얀 눈으로 덮인 남극 대륙의 해안에서는 '녹색 눈'이 종종 눈에 띈다. 녹조류가 만들어내는 이런 녹색 눈은 대륙에 꼬리처럼 달린 남극반도의 서쪽 해안에 집중돼 있다. 흰색의 눈과 얼음 사이에서 녹색으로 눈길을 끌다 보니 '진풍경'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녹색 눈도 지구온난화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측됐다. 해안 저지대에 있는 녹색 눈은 녹아 완전히 사라지고 고지대와 본토로 확산하며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BBC뉴스 등에 따르면 이 대학 행성과학과의 매트 데이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 2호 위성이 촬영한 사진 자료와 현장 조사를 토대로 남극반도의 첫 녹조 지도를 만들고 관련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극반도의 눈 표면을 녹색으로 물들인 녹조 무리가 총 1천679개에 달했으며 총면적으로는 1.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녹조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끌어들이고 산소를 배 출하는데, 남극반도의 녹조는 연간 479t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는 양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양이 영국 내 휘발유 자동차 87만5천대가 내뿜는 것에 맞먹는 것이라고 했다.
녹색 눈은 남반구 여름(11월~2월)에 평균 기온이 0도를 약간 웃도는 해안가의 살짝 녹은 눈에서 형성되는데, 주로 남극반도 서쪽 섬들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남극반도는 20세기 말 가장 급속한 온난화를 겪은 곳으로 꼽힌다.
[AFP=연합뉴스]
녹색 눈은 60%가 펭귄 서식지 5㎞ 이내에서 발견됐으며, 도둑갈매기를 비롯한 조류의 둥지나 물개가 서식하는 해안가 인근에서도 많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 조류나 포유류의 배설물이 녹조에 질소나 인(燐) 등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자연 비료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녹색 눈의 3분의 2 가까이가 고지대가 없는 낮고, 작은 섬에 형성돼 있어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눈이 녹으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남극반도 북부와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등의 대형 녹색 눈은 고지대와 본토로 확산하면서 남극대륙의 녹색 눈 총량은 크게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데이비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남극대륙의 육상생물과 이들이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크게 진전시키는 것"이라면서 "녹색눈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는 남극대륙의 능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했다.
연구팀은 홍조와 황조 등도 CO₂를 포집할 수 있어 남극대륙의 CO₂ 흡수능력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면서 다른 조류를 포함해 남극 전체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엄남석 eomns@yna.co.kr
낙동강하구에 겨울 철새 먹이 새섬매자기 복원한다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근처 낙동강에 있는 고니 등 철새 모습.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낙동강하구에 겨울 철새 먹이인 새섬매자기 군락지가 복원된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관련 기관, 전문가와 협업팀을 만들어 낙동강하구 일대에 새섬매자기 군락지 복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낙동강관리본부는 낙동강하구 일대에 새섬매자기를 심고 대규모 복원사업을 위한 육묘를 추진한다. 새섬매자기 군락지 유지에 필요한 하굿둑 최적 방류량·염분 모니터링과 드론을 활용한 종자 파종 시범사업도 진행해 군락지 복원 최적 안을 찾을 예정이다.
낙동강 관리본부 관계자는 “복원율 증가 방안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낙동강하구 고니류 서식환경 개선과 개체 수 복원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섬매자기는 습지에 사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줄기 끝에 달려 흙 속에 묻혀 있는 뿌리 부분에 탄수화물이 풍부해 고니류가 즐겨 찾는 먹이다. 하지만 최근 염분 농도 변화 등 생태환경이 바뀌면서 새섬매자기 군락지가 급감했다. 해마다 환경부 지원으로 볍씨, 고구마 등 철새 먹이를 제공하고 있지만, 낙동강하구를 찾는 고니류 등 철새 개체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환경단체인 습지와새들의친구의 ‘낙동강하구 고니류 연도별 도래 현황’을 보면, 겨울철 낙동강하구를 찾는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개체 수는 2004~2005년 2762마리, 2011~2012년 4219마리, 2016~2017년 3195마리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큰고니 개체 수는 1500마리에 그쳤고, 올해는 1220마리로 줄었다. 큰고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이며, 낙동강 하류가 주 서식처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부산시, 물금취수장 다이옥산 검출 17일 간 ‘쉬쉬’
낙동강 원수서 4일 연속 나와…심각한 상황 불구 늑장 공개
임진왜란 공신 묘소 부지 아파트 추진에 문중 반발
부산시·민간 온천공원 조성지, 김우정·문택룡 선생 묘소 위치…문중회, 토지 강제수용 반발
- 시 “묘 그대로 두는 방법 제시”
임진왜란 공신의 후손들이 조상의 묘소가 있는 토지를 부산시와 민간업자가 민간공원 조성 사업에 강제 수용하려 한다며 반발한다. 광주 김씨 해수공파 문중회와 남평 문씨 부사공파 북면 문중회는 최근 ‘도시계획시설(온천공원) 사업인정에 관한 의견청취 의견서’를 각각 시에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2024년 12월까지 동래구 온천동 산 201의 1 일원 11만8617㎡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의 일환으로 ‘온천공원’이 조성된다. 온천공원은 시행자인 온천공원개발주식회사가 소유주로부터 토지를 사들여 87.7%(10만3975㎡)를 시에 기부채납하고, 12.3%(1만4642㎡)에 지하 5층~지상 26층 규모의 아파트(360세대)를 건립한다. 시행자는 오는 7월 토지보상에 착수한다.
공원 조성 예정지에 임진왜란 공신이자 두 문중회 조상의 묘소 2기가 있다. 산 200(6050㎡)에는 광주 김씨 해수공파의 조상인 해수 김우정(1551~1630) 선생의 묘소와 그를 추모하는 재실인 향경재가 있다. 해수 선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집해 싸우다가 포로가 됐고, 일본에 8년을 잡혀 있다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과 민심 수습에 헌신했다.
산199에는 남평 문씨 부사공파 북면 문중회의 조상인 문택룡(1560년 출생) 선생의 묘소가 있다. 그 또한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싸운 공을 인정받아 충렬사에 선무원종공신으로 등재됐다.
광주 김씨 문중회의 김병섭(69) 씨는 “묘소가 있는 땅과 향경재는 해수 선생을 기리고자 오래전 동래 유림이 찬조금을 모아 마련했다. 민간업자에게 호국성지를 팔 수 없다”며 반발했다. 남평 문씨 문중회 문두오(76) 씨도 “향사를 지낼 최소 면적인 약 600㎡는 절대 팔 수 없다. 나머지 땅은 공익 차원에서 수용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두 문중회의 땅은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지역이며 묘소를 이장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지상권’을 보장하겠다고 제시했다”면서도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되면 난개발될 우려가 있다. 문중회가 끝까지 반대하면 법에 따라 강제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문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서면~충무동 BRT’ 8.6km 구간 8월 말 착공
부산 동래~서면 중앙버스전용차로(BRT) 2단계 구간. 부산일보DB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충무동교차로까지 이어지는 BRT(Bus Rapid Transit System·간선급행버스체계)의 밑그림이 나왔다. 현대백화점 부산점, 부산진시장, 자갈치시장 등을 두루 거치는 터라 지역마다 주민과 상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내년 말 완공, 정류장 19곳 설치
교차로 22곳 맞물리는 정체구간
市 “버스통행시간 23% 감소 효과”
부산진시장 2층 연결 육교 철거
1층 ‘웃고’ 2·3층 상인들 ‘울고’
건널목 설치에 지하상가 불만도
부산시는 21일 “서면교차로부터 충무동교차로까지 8.6km 길이 구간에 BRT 중앙정류장 19곳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8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 완공이 목표다. 이 구간은 시간당 차량 1701~2793대가 지나는 상습 정체 구역이다. 왕복 6~8차선으로 이어지며 교차로가 22곳이나 맞물려 있어 출퇴근 시간 교통량이 상당하다.
당장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주민과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주민 사이 반응은 극과 극이다. 부산진구에서 남포동으로 출퇴근하는 김 모(37) 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켜야 해 차로 출근할 수밖에 없는데 서면처럼 남포동도 BRT로 인해 지나치게 차가 막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정 모(48·동구 범일동)씨는 "BRT로 인해 버스가 더 빨라지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지 않겠느냐"고 반겼다. 일단 부산시는 BRT가 설치되면 버스 통행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서면~충무동 BRT를 이용하면 서면 방면은 현행 14.9km/h에서 19.2km/h로, 충무동 방면은 현재 18.5km/h에서 20.4km/h로 버스통행시간이 23%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 면적도 현재 8만 9563㎡에서 10만 5630㎡로 18% 늘고, 횡단보도도 18곳에서 42곳으로 증가해 보행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지역 상권에서는 BRT 설치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부산진시장만 해도 지하·지상 1층 상인들은 BRT 설치를 반기는 반면 지상 2·3층 상인들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부산진시장번영회 권택준 회장은 “2층으로 통하는 육교가 철거되면 일부 상인들이 경제적 손해를 입을 게 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상인들의 피해를 보전해 줄 만한 다른 대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남포동 지하상가와 자갈치시장도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자갈치시장 측은 건널목이 설치되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남포동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지나는 보행자 감소를 우려하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명장공원, 자연을 최대한 보존한 ‘시민 참여형 예술 공원’ 지향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3. 명장공원
부산 해운대구와 동래구, 금정구가 만나는 곳에 자리잡은 옥봉산. 바로 옆으로 수영강이 흐르는 이곳에 민간공원 조성 사업이 진행돼 2024년 명장공원이 완성된다. 김경현 기자 view@
조선 시대 옛 동래 지역 지도를 보면 윤산 아래 동래읍성이 눈에 띈다. 읍성 앞으로 흐르는 온천천은 수영강으로 이어지고 둘이 만나는 지점에 낮은 산봉우리가 있다. 그 산이 옥봉산(175m)이다. 바다에서 수영강을 따라 올라오면 만나게 되는 첫 봉우리이기도 하다. 그 산에 터를 잡은 공원이 바로 명장공원이다.
■부산시민공원 1.5배
명장공원은 해운대구, 동래구, 금정구에 걸쳐 있다. 면적은 68만 3682㎡로 부산시민공원(47만 3911㎡)의 약 1.5배에 달한다. 부산시는 이곳을 부산 동북권의 제2 시민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공원 조성의 기본 목표는 옥봉산 정상부와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낙후된 반여 명장 금사지역의 도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명장공원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것은 1972년 12월 30일. 다른 공원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동안 공원으로 조성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도심에 있어 워낙 접근성이 좋아 산책, 운동 등을 위한 시민 휴식공간으로 쓰였다.
2024년 민간공원 사업을 통해 명장공원이 완성되면 전체 공원의 89.4%에 공원시설이, 10.6%에 비공원시설이 들어선다. 이 사업에는 모두 6851억 원이 들어간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박화식 반여4동주민자치위원장은 “접근성이 좋은 명장공원은 주민들이 약수를 뜨거나 운동하러 많이 찾고, 학생들도 소풍을 가는 곳”이라며 “논의된 대로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공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명장공원 바로 앞으로 수영강이 흐른다. 수영강은 유역 면적이 198.8㎢, 길이가 약 28.6㎞에 달한다. 부산에서 두 번째로 길다. 명장공원이 생태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오는 7월 공원일몰제로부터 구해야 할 중요한 녹색 허파인 것이다.
시행자는 (주)정상시티파크다. 부산의 중견기업인 (주)삼정기업 등이 참여했다. 정상시티파크 박상천 대표는 “비공원시설 면적 등 사업성 측면에서 제한이 너무 많지만 명품 예술공원을 만들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목표는 한국의 대표적 조경가인 조경설계서안(주)의 정영선 대표에게 설계를 맡긴 데서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예술, 아담함 등을 고집하는 정 대표에게 공원 설계를 일임했다”며 “그는 대표적인 반개발주의자”라고 소개했다.
명장공원의 포레스트워크 상상도. (주)정상시티파크 제공 명장공원의 포레스트워크 상상도. (주)정상시티파크 제공
■숲속도서관과 복합커뮤니티센터
부산시와 시행자 측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시민참여형 예술공원’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공원’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명장공원의 그림을 그린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옥봉산의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며 공원의 가용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현재 명장공원에는 옥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골짜기와 명장배수지로 가는 골짜기가 있다. 두 곳을 따라 산책로와 운동시설이 있고, 주민들의 텃밭이 있다.
명장공원의 얼굴은 이 두 계곡이 만나는 지역이다. 이곳에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문화와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설치한다. 또 입구 쪽 낮은 봉우리로 숲속도서관을 배치하고 2개의 문화시설 중심에 넓은 잔디마당을 둔다. 예술문화와 시민커뮤니티로 활기찬 공원 풍경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옥봉산 자연을 배경으로 문화적 풍경을 계절마다 생동감 있게 연출하겠다는 게 목표다.
명장공원을 조성하는 데 특히 주목한 것이 예술문화다. 젊은 지역 예술인의 참여를 위한 작은 기획에서 싹을 틔워 시민참여를 유도하고 그 힘으로 시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조경설계서안(주) 정영선 대표는 “자연을 최대한 살리고, 산에 맞는 꽃과 풀을 심는다”며 “주민들이 공연도 하고, 소통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계곡 따라 예술과 소통 ‘넘실’
부산시민공원의 한계로 꼽히는 ‘주제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축구장 등 다양한 체육운동 시설을 설치하고, 문화예술 공원으로서 특화시킨다. 부산시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문화예술공원은 지역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명장과 석대 지역을 바로 연결하는 도로를 신설해 지역의 오랜 민원도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명장공원은 2개의 계곡을 따라 옥봉산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시행자 측은 한 곳을 예술문화의 풍경이 더해진 ‘아트밸리’로, 또 다른 곳을 정원 속의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커뮤니티밸리’로 계획한다. 아트밸리에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과 전시, 시민들의 예술교육의 장이 되는 작은 공방들이 숲길을 따라 들어선다. 또 예술인, 시민들이 콜라보로 만들어가는 정원공간도 함께 뒀다. 커뮤니티밸리에는 다양한 운동공간, 테라스식 가족정원, 주제화훼정원이 경사지를 따라 펼쳐진다.
명장공원은 3개의 구가 만나는 곳에 있는 만큼 공원 경계를 따라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최대한 확보한다. 또 작은 정원, 휴게공간, 놀이공간을 조성해 숲 가장자리로 연결하는 둘레길을 만들 예정이다. 이것이 ‘커뮤니티 트레일’이다. 박상천 대표는 “커뮤니티 트레일을 통해 공원이 생활 속 풍경이 되도록 하겠다”며 “기존 등산로는 물론 아트밸리와 커뮤니티밸리로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산의 형태·골짜기 살려 아기자기한 공원 만들고 싶어”
정영선 조경설계서안㈜ 대표
부산은 바다, 산, 강을 끼고 있어 서울보다 훨씬 좋은 곳입니다. 주어진 것만 잘 살려도 80점은 받는 도시지요. 좋은 경관을 잘 보존하고 조금씩 손질하면 천하에서 좋은 곳입니다. 곳곳에 좋은 경관이 참 많아요.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명장공원이에요.”
조경설계서안(주)의 정영선(80)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호미를 들고 텃밭에서 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땅 위에 시를 쓰는 조경가’로 유명하다. 명장공원 조경설계를 정 대표가 맡았다.
‘땅 위에 시 쓰는 조경가’ 별명
지역민에게 소소한 즐거움 주고
산 풍경에 맞는 화초 심을 계획
명장공원에는 어떤 뜻을 담았을까. “산의 형태, 골짜기를 최대한 살렸습니다. 번잡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곳이 되도록 했고요. 산의 풍경에 맞는 꽃과 풀을 심을 겁니다. 사람들이 식물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요. 산이 나지막해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여러 곳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설계의 중심에 자연과 함께 ‘주민’을 뒀다. “소형 문화시설에서 공연도 보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민들이 많이 걸을 수 있도록 했고요. 내가 지금 사는 곳이 낙원이어야 하지요.” 그는 이번 일을 맡고 여러 차례 현장을 둘러봤다고 한다. 정 대표는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사람 손은 최소화하고 자연이 남아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조경(造景)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경치(景)는 일부러 만드는(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삶’을 고민하는 것이 조경가의 소명이라고 본다. “나만 살고 가는 지구가 아니잖아요. 개인 편의 위주로 뭉개고 새로 만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경관이 훼손된 것을 보면 숨을 못 쉴 지경입니다.”
정 대표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1호 졸업생(1975년)이고, 국내 최초 여성 기술사(국토개발기술사·1980년)다. 그동안 인천국제공항, 청계천 복원, 세종호수공원, 광화문광장 등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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