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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생물종의 탄생…‘플라스티쿠스’를 아시나요
5월31일 ‘바다의 날’…플라스틱 800만톤 매년 바다로
심해서 발견된 갑각류 세포서도 플라스틱 성분 검출
지난 3월 일본과 필리핀 사이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새로운 심해 갑각류 ‘에우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 이 생물종의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이 성분이 발견돼 하경이 플라스틱을 뜻하는 ‘플라스티쿠스’라 붙여졌다. WWF 제공
5월31일 바다의 날을 앞두고,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은 코로나19 감염증이 불러온 또 다른 재앙이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스크, 비닐장갑, 생수병 등 불가피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지난 4월 총선 때 사용된 비닐장갑의 양은 63빌딩 7개 높이로 추산됐습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비닐이 자연적으로 분해되기까지는 약 500여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지난 3월에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꼽히는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새로 발견된 심해 갑각류마저 플라스틱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뉴캐슬대학 자연환경과학과 앨런 제이미슨 교수는 이 생물종의 학명을 ‘에우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Eurythenes plasticus)라고 붙였습니다. 수심 6천~7천m에서 잡힌 이 갑각류의 소화기관에서는 플라스틱 물병이나 운동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합성화합물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페트·PET)가 발견됐습니다.
플라스틱을 뜻하는 ‘플라스티쿠스’가 이 생물종의 이름이 된 이유입니다. 제이미슨 박사는 “바다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학명에 플라스티쿠스를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자연기금(이하 WWF)은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긴 여정을 거쳐 결국 바다로 유입된다고 설명합니다. WWF에 따르면, 영국 등 선진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야적장에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으로, 궁극적으로는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일단 물에 들어가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됩니다. 이것을 해양생물들이 종종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면서 ‘플라스티쿠스’ 같은 생물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찍힌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들. WWF 제공
WWF 독일 해양프로그램 책임자인 하이케 베스퍼는 “에우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는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플라스틱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 우리가 마시는 물, 그리고 현재 인간 문명과 멀리 떨어져 사는 동물에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2019년 호주 뉴캐슬대학의 발표에 따르면, 연간 8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됩니다. 이들의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연구’ 보고서는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양이 신용카드 한장 분량이고, 월간으로 따지면 칫솔 한 개의 무게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이걸 알고도 '샥스핀'이 입에 넘어갈까요?
[아시아생각] 바다에 버려지다: 불법 어업과 인신매매에 관한 전지적 상어 시점
노래 ‘아기 상어’ 덕분에 예전만큼이야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저를 보면 잔인한 포식자의 이빨이 클로즈업된 영화 <조스>를 떠올립니다. 게다가 가난한 사람을 채노(debt bondage)상태로 만드는 고리 대금업자나 욕심쟁이 사기꾼도 (loan) shark라고 부르더군요. 하지만 저는 오늘 잔인한 포식자이자 욕심쟁이면서 진정한 사기꾼이 누군지 고발하려고 합니다.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버려지는 상어
2019년 4월경 부산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 선원들을 싣고 항해를 시작해서 사모아 섬 근처 해역까지 가서 조업한 중국어선 Long Xing 629호는 원래 참치잡이 배였습니다. 그런데 이 배는 참치뿐 아니라 제 동족인 상어를 하루에 20마리 넘게 잡았다고 합니다. 참치를 잡으면서 우연히 상어를 잡은 것이 아니라 상어를 잡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어구를 사용해서 잡았습니다.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청상아리와 귀상어까지 잡았더군요.
사람들이 상어를 잡아서 어떻게 하는지 아십니까?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은 바다에 버립니다. 상어 고기가 무게는 많이 나가지만 싼 반면에 지느러미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죠. Long Xing 629호에 얼마나 많은 상어 지느러미가 있었는지 아세요?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그 배를 떠나서 부산으로 가는 Tian Yu 8호와 Long Xing 605호로 전선 했을 때 Long Xing 629호의 냉장고 안에는 45kg들이 상자 18개에 상어 지느러미가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샥스핀만 약 800kg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Long Xing 629호의 선주인 대련수산이 소유하는 다른 어선 11척도 Long Xing 629호처럼 사모아 섬 해역에서 함께 조업을 했는데, 그 배들도 이런 식으로 상어를 잡았습니다.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을 버리는 것은 불법이다 보니 이 어선들은 근처 항구에 들어갈 때마다 검색을 피하고자 바다에서 작은 보트를 이용하여 냉장고에 보관했던 샥스핀 상자를 다른 배로 옮겼습니다.
선주 이익에 따라 상어처럼 버려진 인도네시아 선원들
그런데 Long Xing 629호는 상어 몸통만 바다에 버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배에서 일하다 사망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시신도 바다에 버렸습니다. 배에서 일하다 사망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한 달 반 넘게 부종(몸이 붓는 현상), 호흡 곤란, 가슴 통증과 같은 증상을 호소했지만, 선장은 그들을 사모아 섬에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계속 일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3명의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배에서 죽었습니다. 동료 선원들은 나중에 가족들에게 시신이라도 보내기 위해 관을 만들어 냉장고에 안치했지만, 선주의 지시를 받은 선장은 결국 시신을 바다에 버렸습니다. 그때 저는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동료가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오열하던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볼 때는 살아남은 인도네시아 선원들도 그 배에서 일하는 동안 바다에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선원들은 13개월 동안 매일 하루 18시간 이상 일을 했습니다. 중국인 선원들은 그들에게 거의 매일 욕설을 퍼부었고 일부는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인 선원과는 달리 인도네시아 선원은 욕실을 쓸 수 없어 고된 일과 후에도 선상에서 바닷물로 몸을 씻어야 했습니다. 중국인 선원은 병에 담긴 생수를 마셨지만 인도네시아 선원은 해수를 증류한 물을 마셔야 했고, 음식은 대부분 상어를 잡을 때 미끼로 쓰는 물고기였습니다. 우리 상어들이 먹는 음식을 먹다가 바다에 버려진 걸 보니 인도네시아 선원들도 우리와 같은 처지였나 봅니다.
이렇게 일하고도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선원들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동계약서 상 월급이 300달러 정도였는데 13개월 동안 총 120달러만 받은 선원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가난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브로커를 통해 인도네시아 인력송출업체에 등록합니다. Long Xing 629호 선원들은 배를 타기 위해 부산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 부당한 노동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일부 계약서에는 선원들이 일하게 될 배의 국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선원들은 부산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자신들이 탈 배가 한국 배가 아니라 중국 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임금의 반은 송출 수수료로 공제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선원들은 경제적 빈곤 때문에 심각하게 불공정한 노동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착취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노동 착취 넘어선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강요하는 불법 어업
그 선원들이 이런 착취와 학대 그리고 인종차별을 당하고도 왜 배를 떠나지 않았냐구요? 당신은 정말 바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군요. 선원들은 배를 타자마자 선장에게 여권을 빼앗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3개월 동안 Long Xing 629호에서 조업을 하면서 한 번도 항구에 정박한 적이 없으니 탈출이나 도움을 구할 할 기회도 없었던 거죠. 게다가 선원들은 인력송출업체에 지불한 이탈보증금과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부당한 계약 조건 때문에 중간에 배를 떠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선원들은 죽을 정도로 몸이 아파도 집에 돌아가겠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죽어서도 바다에 버려져 집에 가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Long Xing 629호에서 일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겪은 인권침해가 단순한 착취를 넘어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인신매매는 앞에서 말한 불법 어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가까운 바다에서 조업이 어려워지자 배는 더 먼 바다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배가 멀리 나갈수록 그 배에서 일하는 사람은 더 취약해집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만을 생각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업을 하는 선주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특히 Long Xing 629호에서 벌어진 선원들의 죽음은 상어 불법 어업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 배는 상어 지느러미 불법 채취가 발각될까 두려워 선원들이 죽을 정도로 아파도 항구에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법 어업과 어선에서의 인신매매가 흔하게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 늘 안타까웠는데 지난 5월 5일 한국의 방송국(MBC)에서 Long Xing 629호 사건을 보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습니다. 평생 이런 일을 보아온 상어로써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노동 착취와 학대, 인종차별과 인신매매는 한국 어선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제와 감시 없는 불법 어업으로 죽어가는 상어와 노동자
공익법센터 어필과 국제이주기구가 펴낸 <바다에 붙잡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선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도 국제적인 기준에서는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 해당합니다. 또 한국은 2013년 EU와 미국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으로 지정을 받았고 그 지정이 해제된 이후 2019년 다시 미국으로부터 예비불법어업국 지정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사조산업이 상어인 저도 만나기 힘든 멸종위기종 미흑점 상어를 불법으로 포획하여 냉장고에 보관 중인 참치의 완충재로 썼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전지적인 상어로서 어선에서 인신매매와 불법 어업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감시가 없고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법 어업을 막기 위해 어선에 자동신원확인시스템(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을 장치하도록 하였으나 Long Xing 629호는 대부분의 조업 기간 동안 그 장치가 꺼져있었습니다. 중국법상 대련수산은 고용주가 아니라 파견을 받은 사용사업주일 뿐이어서 임금을 받지 못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대련수산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가 없고 공해상에서 벌어진 불법 어업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비감시와 비규제는 한국 어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선원에 대한 노동 감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법적인 공백 때문에 시간제한 없는 노동과 최저임금의 차별도 가능하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마치 상어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라도 되는 듯이 호들갑을 떨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샥스핀과 캐비어 때문에 매년 상어 1억 마리가 사라집니다. 그러니 제가 매일 지느러미가 잘린 채 눈을 끔뻑이며 끝도 모를 바닥으로 떨어지는 악몽을 꾸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해양생태계의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는 우리 상어를 이렇게 많이 잡게 되면 바다표범이나 물개 같은 바다 포유류의 개체 수가 늘어나 작은 물고기가 줄고 플랑크톤이 증식해 해양 생태계는 교란되고 그 피해는 결국 육지까지 미친다는 것을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요즘에는 상어 지느러미로 요리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콜라겐까지 만들어 판다니 앞으로 우리가 멸종되는 건 아닐지 두렵습니다. 또한, 불법 어업을 위해 선원들을 또 얼마나 착취하고 강제로 노동을 시킬까요. 이러면서 누가 누굴 보고 잔인한 포식자요, 욕심쟁이요, 사기꾼이라고 하는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6)6·25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 안 가리고 공격한 ‘보이지 않는 적’
1951년 첫 감염 나온 이후 그해에만 미군 환자 1000여명 발생
미 의료진, 원인 몰라 비상…서로 ‘상대가 생물학전 감행’ 의심
1978년에야 병원체 정체가 들쥐 몸속 바이러스라는 게 밝혀져
1953년 10월호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는 제목 위에 이런 내용의 문구가 있다. “이 논문에서는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특이한 감염병을 다룬다.” 그런데 정작 이 질병은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것도 아니었고,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왜 이 병이 미국인의 관심사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자국의 젊은이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전장에서 이 괴질로 쓰러져갔기 때문이다.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해를 넘기며 장기전으로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1951년 봄부터 전황은 38선을 중심으로 교착 상태에 놓였다. 한반도 문제를 더 이상 군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쌍방은 1951년 7월10일 첫 공식 휴전회담을 시작했다. 양측은 별도의 협의가 없는 한 군사작전은 계속한다고 하였다. 더욱이 남북 간 경계선이 전쟁 전의 38선이 아니라 정전 시점의 군사접촉선으로 합의되었기 때문에 회담 종료일(1953년 7월27일)까지 전선에서는 치열한 혈전이 계속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주인이 바뀌는 고지 쟁탈전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는 불가피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참혹한 전선에 정체 모를 병마까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병마의 정체
글머리에 소개한 1953년 논문에서는 이 감염병을 새로운 ‘유행성 출혈열’이라고 보고했다. 병명 그대로 환자에서는 고열과 안구 충혈, 구강 출혈 등의 징후가 나타났다. 1951년 초여름 전선에서 첫 감염이 나온 이후로 그해에만 1000여명의 미군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 의료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1940년대 일본과 러시아(구소련) 과학자들이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에서 발병 보고를 한 적은 있었지만, 미국 의료진에게는 난생처음 보는 ‘신종감염병’이었기 때문이다.
휴전협정이 조인될 때까지 환자가 끊이지 않았다. 병마의 공격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았기에 서로 상대가 생물학전을 감행한다고 의심할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늦봄(5~6월)과 늦가을(10~11월)에 환자가 급증했다. 나머지 기간에는 산발적으로 발병 사례가 나타났다. 그러나 병원체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고, 그렇게 사반세기가 흘러갔다.
1978년 마침내 그 괴질의 원인이 들쥐의 몸 안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한국의 바이러스학자 이호왕 박사(1928~)가 한탄강 유역에 서식하는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문제의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이 바이러스는 ‘한탄바이러스’로 불리게 된다. 과거에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그것이 처음 분리된 장소 이름을 붙이는 것이 생물학계의 관례였다.
한탄바이러스의 발견을 계기로 진단검사가 가능해지자 한탄바이러스 또는 이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세계 도처에 분포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1981년에 이르러서는 이런 바이러스들을 하나로 묶어 ‘한타바이러스’라는 이름의 ‘속’으로 분류하였다. 속은 중·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도 나오는 생물 분류 체계(종-속-과-목-강-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분류 단위이다. 한타바이러스 속에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이 섞여 있다. 한때는 인체 병원성 한타바이러스종은 구대륙에 국한되어 분포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1993년까지는 그랬다.
■신놈브레바이러스
1993년 5월, 미국 뉴멕시코주의 시골 지역에서 건강한 운동선수가 갑자기 고열과 호흡 곤란을 겪었다. 나중에는 토혈까지 했고 끝내 숨지고 말았다. 곧이어 그의 애인도 같은 증상으로 목숨을 잃었고,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네 명의 환자가 더 나왔다.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두 건씩 이런 질병이 발생했고, 안타깝게도 환자 절반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의문의 질병은 유타와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지로 퍼져나갔다. 급기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나섰고 첫 희생자가 나온 지 약 한 달 만에 원인 병원체가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를 ‘포코너즈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포코너즈(Four Corners)란 콜로라도와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주가 모두 맞닿아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이 바이러스가 거의 동시다발로 네 개 주를 휩쓸었다는 점에서 작명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 지역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주민들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포코너즈에 바이러스 이름이 붙게 되면 관광 명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결국 이들의 항의가 받아들여져, 이 바이러스는 ‘신놈브레바이러스’로 개명되었다. ‘신(Sin)’과 ‘놈브레(Nombre)’는 스페인어로 각각 ‘없는’과 ‘이름’이라는 뜻이다. 결국 ‘무명 바이러스’라는 것이니, 이름치고는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참고로 2015년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서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를 명명할 때, 지역명을 피하고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이름을 부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보유숙주
한타바이러스는 등줄쥐 등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 바이러스이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동물 안에 기생할 때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낯선 숙주인 인간에게 옮겨져서는 고열과 구강 출혈을 동반하는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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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미생물과 인간은 같은 세상을 사는 ‘밀당’ 속 애증 관계
코로나 등 신종 감염병 사태는 이런 관계에 균열이 있다는 신호
K바이오가 글로벌 방역체계의 새로운 에티켓을 정립하길 기대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생명체, 숙주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는 절대기생체이다. 하지만 많은 바이러스가 동물 숙주에서는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한타바이러스도 그런 경우이다. 설치류 숙주와 한타바이러스는 수백만년에 걸쳐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이렇게 병원체를 지니고 있지만 해를 입지 않고 감염원으로 작용하는 숙주를 ‘보유숙주’라고 한다.
한타바이러스의 보유숙주는 크게 두 부류, ‘쥐과’와 ‘비단털쥐과’로 나뉜다. 생쥐와 등줄쥐, 시궁쥐 등이 속한 쥐과 설치류는 주로 구대륙에 서식한다. 반면 사향쥐와 햄스터, 나그네쥐 같은 비단털쥐류의 활동 무대는 신대륙이다. 당연해 보이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사실은 숙주가 비슷할수록 바이러스도 유사하다는 점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바이러스가 서식 환경(숙주)에 적응해왔다는 얘기이다. 이런 과정에서 숙주에 따라 바이러스의 특성도 조금씩 달라졌다. 예컨대 치사율 면에서 신대륙 바이러스(35~50%)가 구대륙 바이러스(1~15%)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다. 또한 구대륙과 신대륙 한타바이러스는 각각 콩팥과 허파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근거하여 두 감염증을 공식적으로 각각 ‘신(腎)증후군 출혈열’과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는 보유숙주의 대소변과 침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야생 설치류가 횡행하는 지역일수록 바이러스가 많아진다. 전쟁 영화의 단골 장면인 덤불 속 매복과 포복 등은 보병 전투의 기본이다. 6·25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치열한 고지 쟁탈전을 벌이던 군인은 한타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1993년 미국 남서부에는 큰 풍년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주된 원인은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온난화 현상인 ‘엘니뇨’ 때문이었다. 풍부해진 먹이 덕분에 들쥐의 수도 늘어났다. 그만큼 더 많은 배설물과 함께 바이러스가 주변 환경으로 퍼져나갔다. 한적한 농촌의 일상생활에서 접촉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 감염병 발생 원인의 바닥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보유숙주 밖으로 나온 바이러스는 일정한 시간 내에 새로운 숙주를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사멸된다. 그런데 숙주 갈아타기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낯선 숙주를 만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근본 이유가 바로 이 ‘낯섦’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해서 말하면, 우리 집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곳이다.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빨리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다보니 그만 낯선 숙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만다.
■‘K바이오’의 활약
유감스럽게도 이제는 감염병이 일상 뉴스가 되어버렸다. 2019년만 해도 1월부터 ‘홍역’으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았는데, 9월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불청객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왔다. 그리고 사태를 수습할 여유도 주지 않고 코로나19가 맹공을 가해왔다. 직감적으로 ‘감염병의 시대’가 도래하는 듯하다.
우리는 미생물 세상에서 살아간다. 자연계에는 아직 우리가 접하지 못한 미생물이 무수히 존재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면 그들은 변화하고, 그러면 다시 우리가 영향을 받는다. 한마디로 끊임없는 밀당(밀고 당김) 속 애증 관계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신종감염병 사태는 이런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흔히 감염병을 미생물의 공격으로 여기지만, 생태학 관점에서는 공생 속에서 생겨나는 어쩔 수 없는 갈등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병원성 바이러스와 마주치지 않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봄가을이 되면, 보건당국에서 풀밭에 함부로 눕지 말라고 당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행성 출혈열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지 않는 감염병의 경우에는 이 정도만 지켜도 감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사람들 사이를 옮아가는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용의주도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뒤늦게 알려진 작년 12월,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진단시약 연구·개발에 이미 착수했다고 한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 등을 극복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에서 비롯된 탁월한 예측과 판단 덕분이었다. 지난 1월 말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소집한 긴급회의에 준비된 상태로 참석하여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제안할 수 있었다. 때마침 WHO를 통해 코로나19의 유전정보도 공개된 상태였다. 정부도 긴급사용승인과 질병관리본부에서의 임상성능평가로 화답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검사 6시간 이내에 98% 이상의 정확도로 감염 여부를 알아낸다. 현재 국내 아홉 개 바이오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전 세계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상 속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이 ‘새로운 에티켓’이 되어가고 있다. 에티켓이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우와 장소에 따라 취해야 할 바람직한 몸가짐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 표찰(티켓)을 뜻하는 옛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이 외래어가 지금의 의미를 가지게 된 이면에는 태양왕 루이 14세가 있다고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는 귀족을 길들이고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여러 가지 궁중 예법을 만들어 이를 에티켓이라 했다고 전해온다.
말하자면 에티켓은 서슬 시퍼런 절대군주에게, 시쳇말로 찍히지 않으려면, 지켜야 했던 궁궐생활 규범이었다.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묘한 동병상련을 느끼다가 생각이 발전한다. 새로운 에티켓은 단순히 개인 수준의 규범을 훨씬 뛰어넘어 글로벌 차원의 공조 전략이자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이 이런 시스템 구축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보인다. 한국이 입증된 바이오 역량을 결집하고 여기에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을 융합하여 글로벌 방역 체계, 즉 새로운 에티켓 정립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김응빈 교수/경향
7인의 석학에게 미래를 묻다]④반다나 시바 “자연을 죽이고 삶터 빼앗는 ‘범죄경제’, 코로나로 가속도 붙어”
과학자이자 ‘에코 페미니즘’의 사상가 반다나 시바는 ‘7인의 석학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오늘부터의 세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봉쇄 속에 생계를 위협받는 1억4000만명의 ‘잊혀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7년 1월 인도 뉴델리 ‘나브다냐’ 사무실에서 ‘세계 여성 지성과의 대화’ 기획 당시 안희경씨와 인터뷰하는 반다나 시바. 안희경씨 제공
바이러스 전파 우려 이유로
현금 대신 신용카드 권장
길거리 상인들 생계 소외돼
안희경(이하 안) = 인도는 지금 코로나19 상황이 어떤가요.
반다나 시바(이하 시바) =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록다운(봉쇄)이라고 봅니다. 경찰이 곳곳에 있어요. 거리를 다닐 수 없고,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습니다.
안 =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올라온 지방 출신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시바 = 대다수가 수용시설에 있습니다. 다들 집에 가고 싶어 하죠. 그중 일부는 가기도 했지만, 거의 붙잡혀 있어요. 먹을 것도, 돈도 없다고 합니다. 오늘 낮에도 기금을 모으는 활동가가 전화를 했는데요. 가족들에게 연락하려 해도 통신 연결에 100루피(1632원)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없다고 합니다. 지금 저는 1억4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에서 잊혀진 사람들입니다.
안 = 각 나라 정부와 언론은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해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쓰라고 권합니다. 거리에서 장사하는 상인들과 현금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고려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바 = 록다운 상황에서 저는 디지털 결제를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이 경제가 우리를 내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의 생계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중간계급 사람들, 더 부자인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보장하는 거죠. 지금은 억만장자들만 자기결정권을 행사합니다.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거나 작은 상점에서 힘들게 일하며 현금을 쓰던 사람들은 밀려났어요. 오늘 낮에 정신적인 스승으로 존경받는 분이 인터넷 세미나를 하자고 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분은 어떤 경제라도 자연을 죽이고 사람들의 삶터를 빼앗는다면 이는 범죄경제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욱 빠르게 범죄경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안 = 한국 언론들은 모바일로 조직된 시장이 있었기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이 사재기와 같은 혼란 없이 일상을 유지한다고 평가합니다.
시바 = 1990년대에 지속 가능성에 대해 교육하러 한국에 갔습니다. 야시장으로 안내하더군요. 한 평 남짓한 자리마다 여성들이 무언가를 팔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생계입니다. 우리가 집 안에서 무언가를 주문한다면 우리는 야시장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 여인의 생계는 어떻게 될까요? 전자상거래는 실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과 경쟁합니다. 매우 집중된 운영이고 그 분배 사슬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생계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플랫폼들 안으로 더 많은 자본 집중이 일어나고 있죠. 이미 호텔업계가 재편됐고 택시회사들이 무너졌어요. 우리는 월마트로 학습한 고통을 아마존으로 복습하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은 더 골목 안으로 파고들고, 종자와 산업화 농업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몬산토, 듀폰, 신젠타, 카길, 이 빅4가 종자를 쥐고 흔들며 살충제와 비료를 좌우합니다. 이들이 지금 디지털로 옮겨갔어요. 디지털 농업을 밀어붙이며 농부는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어제 오스텔에서는 음식을 구하는 행렬이 5㎞나 늘어졌습니다. 몇몇은 더위에 실신하기도 했죠. 그러니까 왜 그들은 뙤약볕 아래 줄을 서야 할까요? 바로 지금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투자처가 실험실 음식과 가짜 음식이 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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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고기 ‘혁신’ 칭송받지만
재료인 GMO콩 재배하느라
아마존 숲 나무들 잘려나가
안 = 가짜 고기는 2020년 최고의 혁신으로 주목받습니다. 지난 1월 CES 2020(세계 최대 IT 가전 박람회)에서는 임파서블 푸드의 가짜 소고기 버거가 숲을 보호하고 지구온난화를 막을 쾌거라고 칭송받았습니다.
시바 = 가짜 고기는 GMO콩으로 만들었어요. 왜 아마존이 잘려 나갈까요? GMO콩을 재배하기 위해서예요! 식품 소비구조를 더욱 유전자조작 산업으로 옮겨가려는 겁니다. 식물성 식품이라고 발표하는 대부분의 실험실 가짜 음식들은 GMO콩 제품입니다. GMO콩 경작지로 둔갑하느라 아마존이 타들어갑니다. 숲이 죽어가요. 미국 중부에 있는 광활한 GMO콩 재배지도 생명의 무덤이 됐습니다. 나비가 사라지고, 제왕나비가 죽고, 여타의 식물들도 죽었어요. 거기에 슈퍼 잡초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슈퍼 잡초의 대명사인 아마란스(Amaranth)는 원래 신의 음식이라는 뜻의 람바나라고 추앙받았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영양가 높은 식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8000년 동안 먹었죠. 여기에 그린(green·식품산업)과 그리드(greed·탐욕)가 뒤섞여 슈퍼 잡초가 된 겁니다. GMO콩 재배지에 뿌린 살충제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천대받습니다. 미국 콩 농사의 반이 GMO콩으로 넘어갔어요. 라운드업레디콩으로 매년 종자 거래 이윤을 남기고자 불임씨앗으로 만든 데다 암까지 유발합니다. 우리는 이를 금지하려고 미국인들과 싸우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유전자조작 씨앗을 옹호하는 빌 게이츠가 펜타곤과 함께 한발 더 나아가 유전자 편집으로 종들의 멸종을 부르는 연구를 지원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아마란스를 멸종시키려 합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는 쓸모없는 종들을 없애겠다’고 말한다면 이는 생물학적 다양성의 원리를 위배하는 겁니다. 우리와 지구의 관계를 위배하는 거예요. 또한 인도와 같은 나라들의 식량 안보를 해치는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저희 연구진은 살충제에 노출된 화학식품과 고도로 가공된 식품이 암이나 당뇨병, 신경손상, 고혈압과 여러 새로운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암 환자가 많지 않았어요. 삶의 환경이 취약해져 질병으로 입는 타격이 커졌고,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드러납니다. 보팔 사람들, 뉴올리언스 암 지대(Cancer Alley)에 사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그들에게 코로나19는 치명적입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큰 숫자로 죽어가요. 식품 사막에 사는 가난한 흑인들은 정크푸드를 먹을 수밖에 없고, 비만과 당뇨병에 걸린 비율도 다른 인종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지금 죽어가는 겁니다. 산업화된 음식에 첨가된 재료들은 결코 음식이라 불려서는 안 될 물질이고, 이로 인해 우리 몸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고 있습니다.
안 = 그래도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시바 = 소비자들은 고기를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어요. 고기 소비는 GMO콩과 GMO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 카포(CAFO)라고 부르는,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구조가 부른 소비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고기 소비는 자동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우리가 공장식 축사를 지나가면 코를 싸잡아야 하죠? 그 고약한 냄새가 메탄입니다.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더 치명적입니다. 동물해방도 필요해요. 맘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자유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죠.
안 = 우리들의 자유와도 연결되죠.
시바 = 모든 종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존재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폭력적으로 다룬다면 함께 질병에 시달릴 거예요. 우리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건강 체계 속에 있습니다. 동물의 권리, 식물의 권리, 세균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우리는 건강을 얻습니다.
모든 종은 상호 연결된 존재
동물·식물·세균의 권리를
존중해야 우리도 건강 얻어
안 = 코로나19 위기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시바 = 우리는 원인을 알지 못합니다. 중국과 미국을 둘러싼 거대한 지정학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너무나 많은 설이 난무합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고, 우리가 이미 다른 팬데믹을 겪었다는 겁니다. 지난 30년 동안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새로운 질병은 300개 가까이 됩니다. 그중 상당수는 숲에서 왔습니다. 지금 야생종들의 질병이 이동하고 있어요. 예전에 인도 키아사나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습니다. 숲을 벌채하니까 원숭이들이 마을 가까이로 왔고, 원숭이 몸에서 나온 벼룩이 인간에게 오면서 출혈성 질환이 창궐했죠. 키아사나삼림병이라고 불립니다. 에볼라도 숲이 파괴되면서 생겼습니다. 우리는 숲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압니다. 바로 우리가 지구에 대항하는 전쟁을 반드시 멈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는 것도 멈춰야 해요. 세계 각국이 코로나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저는 코로나와의 전쟁은 수백만의 생계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봅니다. 벌써 3000만이 굶주려요. 계속된다면 인류의 50%가 삶터를 잃을지 몰라요. 제가 작은 가게를 하거나, 미장원에서 일하거나, 작은 공장을 운영하면, 혹은 작게 농사를 짓는다면 제 목숨과 생계는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3000만명의 굶주린 목숨을 저버린 채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인류가 생명의 그물망에 대항하여 전쟁을 선포한다면, 이는 스스로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에요. 그 순간 생명망으로부터 분리됩니다. 적어도 힘센 인간들이 나머지 인류를 향해 선포한 전쟁이 됩니다. 그 생각만으로도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거예요.
안 = 모두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경제 시스템은 연결되어 있어 신자유주의 이전인 50년 전으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시바 = 록다운은 강력한 요구가 있다면 탈세계화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두 달 동안 아무도 돌아다니지 못하고 있죠. 글로벌 경제가 거의 멈췄어요. 이 상황이 주는 메시지는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바뀌고 있고요. 그렇다면 다음 단계의 경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인데, 바로 자연을 위해 일하는 경제가 될 겁니다. 지구와 함께하는 경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색해왔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전 방식에는 살길이 없습니다. 사람이 없는 경제를 원하나요? 인공지능 로봇과 자동화는 이를 추구합니다. 우리들은 지금 다섯 명의 억만장자한테 의존하고 있죠. 그 구조가 사람 없는 경제예요.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구글. 물론 그들도 고용을 합니다. 아마도 몇 백만명 중에 한 명꼴로 할 거예요. 하지만 이 고용인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의해 곧 밀려날 겁니다. 선생님 없는 교육, 스크린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을 원하나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인 유대감은 바로 학교 운동장에서 키워집니다. 우리 아이들을 감옥에 둘 건가요? 오늘날의 감옥은 예전과 달라요. 보이지 않는 수갑을 찹니다. 쇠가 아닌 디지털 족쇄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유를 빼앗기는 구속 상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를 충만하게 채워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고, 열정이 뭔지도 모르는 어른이 되길 바라나요? 저는 이 전환의 시기를 맞아 지금 일어나는 분수령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여겨요. 습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논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만을 노리는 탐욕으로 꽉 찬 다섯 남성이 그들의 기준으로 우리를 휘두르도록 놔둘 수 없습니다. 이들은 임대업자들이에요. 예전에는 땅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걷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수수료라는 임대료를 걷습니다. 쇼샤나 주보프 하버드대 교수는 자본주의의 다음 단계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는 우리 몸과 두뇌서 나오는 데이터로 돈을 법니다. 감시 시스템이 창조되고 개인의 모든 정보가 수집되죠. 새로운 감시 시스템은 피부 아래 흐르는 우리의 모든 것을 조정합니다. 우리는 이 행성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를 그들 손에 놔둬서는 안 됩니다.
안 = 한국이 코로나19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이유가 사람들의 이동정보, 소비정보 등을 수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다수의 국민들은 안심하고요. 코로나19 이후 정보에 대해 어떤 규제가 필요할까요.
■“데이터화된 소비자 거부하고, 흙·생산자와 관계 맺는 순환경제로”
라마단의 끝을 알리는 ‘이드 알피트르’ 축제 기간이던 지난 25일 인도 델리의 구시가 지역에서 한 노동자가 단 음식을 가득 담은 판을 머리에 이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전 세계적 봉쇄 등 ‘코로나와의 전쟁’은 수백만명의 이들 같은 노동자의 생계를 벼랑에 몰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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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무섭다는 이유로 ‘증오’
서로를 불가촉천민 만들어
두려움이 가장 큰 바이러스
시바 = 우선 단계별로 결정해 나가야 합니다. 이 디지털 시스템이 내게 얼마나 유용하고 실리를 주는지 생각하고, 나의 실리를 넘어 어느 정도까지 일상에 들어오도록 할 것인지 결정하는 거죠. 이 단계에서도 정부에 요구할 사항들이 나올 겁니다. 그러나 그 전에 지역공동체의 의견이 자리 잡도록 토론을 조직해야 해요.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는 인류를 위한 건강, 모두를 위한 경제, 개인의 자유가 핵심 요건이라고 봅니다.
안 = 바로 민주주의가 관건이겠죠.
시바 = 그럼요. 민주주의가 그 어떤 것보다 당장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관건입니다.
안 = 당신이 정의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요.
시바 = 첫째, 우리가 지구의 일부분임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수많은 관계 속에 있고, 모두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는 거죠. 꿀벌에겐 존재할 자유가 있어요. 지렁이에게도 있죠. 식물은 유전자조작을 당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을 위한 자유를 보장하는 지구 민주주의입니다. 그 안에서 인류는 생태를 말살시키는 독점화된 탐욕의 경제로부터 생명을 지속시키는 경제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살림 민주주의입니다. 몬산토가 우리 종자를 도둑질할 때, 저는 농부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자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농부들이 답했어요. “우리의 자유는 숲의 자유다. 우리의 자유는 강물의 자유다.” 살림 민주주의는 모든 생명 공동체를 바탕으로 합니다. 공동체는 자기들 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흡입하는 공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마땅히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삶의 문화입니다. 새뮤얼 헌팅턴은 우리들이 증오로 만들어졌다고 말했어요. “만약에 내가 누구를 증오하는지 모른다면,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말이죠. 저는 평론가인 토머스 프리드먼과 자주 토론을 했는데, 그가 9·11 때 이런 시대비평을 했어요. “나는 옆에 테러리스트가 있을까 무서워요. 정부가 확인하도록 권한을 줄래요.” 지금은 이렇죠. “나는 옆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있을까 무서워요. 정부가 확인하도록 권한을 줄래요.” 여기에 한 가지 더 분명히 하겠습니다. 새로운 불가촉천민을 탄생시켰다! 사람들은 단지 무섭다는 이유로 서로를 증오합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1%의 치사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단지 1%입니다. 의료전문가들이 말합니다. 가장 안전한 길은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요. 우리는 지금 면역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이 작은 바이러스가 인류와 행성을 지배했다고만 말합니다. 바이러스는 적이 아니에요. 이 바이러스를 죽일 수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는 결과만을 만든 겁니다. 하지만 타인이 없으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 두려움의 문화야말로 지금 가장 거대한 바이러스입니다.
안 = 이미 경제위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감염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하다 할 수 있을까요.
시바 = 당신은 경제위기가 시작됐다고 했는데, 저는 여기에 인류 비극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이겠어요. 왜냐하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생계를 잃는 거고, 작은 상점은 특히 한번 문을 닫으면 다시 열기가 아주 어려워요. 지금 어렵사리 유지하는 사람들은 지원받기조차 까다롭습니다. 경제를 이야기할 때면 늘 시장을 말하고 기업 경영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계경제예요. 바로 우리 삶이죠. 소시민들의 경제는 바로 목숨입니다. 생계 수단이 무너지면 언제나 자살 뉴스가 나옵니다. 인도에서 특히 그랬어요. 30만명의 농부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위기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자살을 보고 있습니다.
안 = 나브다냐가 추구하는 지역경제 시스템이 답이라고 생각하나요.
시바 = 그것이 답이죠.
안 = 바른 지역경제란 무엇인가요.
대지 보호하면서 농사짓고
옆 동네서 나는 것 소비하기
이것이 바로 ‘순환경제’
시바 = 순환경제가 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는 이윤을 짜내고자 작동합니다. 그래서 농업산업이 세계화된 겁니다. 세계 무역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식량을 길러온 농부는 오히려 위태로워졌어요. 중간 거래자나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면서 지속 가능성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같은 지역에 있는 소비자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바로 옆에 사는 사람들요. 이것이 순환경제입니다. 순환경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첫째는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겁니다.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대지를 보호하고, 다시 대지로 돌려줍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해요. ‘대지의 어머니시여 고맙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먹거리를 주셨고 당신 품에 조금 남겨두겠습니다.’ 이 방식은 우리와 우리 미래를 보살핍니다. 자연의 생명 주기를 순환시키는 거죠. 두 번째는 생산자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관계입니다. 먹거리 안에서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가죠. 그리고 여기에 순환경제의 세 번째 부분이 함께합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우리들은 소비자가 되면서 작아졌어요. 뭔가를 주문하기만 합니다. 이 손은 바느질을 할 수 있고, 수를 놓고, 뜨개질도 할 줄 압니다. 텃밭을 일굴 수도 있고요. 간디는 진정한 배움은 머리(head), 가슴(heart), 손(hand)을 함께 쓰는 가운데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지성은 성장합니다. 순환경제는 모든 개인을 포용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다양한 지성이 모든 차원에서 순환하는 거죠. 우리는 단지 데이터로 보이는 소비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지구 가족들 품에서, 그리고 우리 자신 안에서 활동하는 창조적인 인물들입니다.
안 = 마켓에 가면 유명 브랜드에서 나온 유기농 식품이 많은데요. 이제 유기농이 수익성을 갖춘 구조가 됐다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그 안에 소득 격차는 여전하겠다는 의문이 듭니다.
시바 = 만약 당신이 먹거리를 기르는 농부들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거대 기업이 그 중간을 다시 차지할 겁니다. 그들은 자본을 갖고 있고, 대단한 브랜드들을 갖고 있죠. 하지만 먹거리는 모든 곳에서 자랄 수 있어요. 도심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식량은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거고,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꼭 기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는 사람과 기르는 사람이 연결되는 것이 순환경제예요. 당신이 직접 텃밭을 돌보거나 농사짓는 농부를 안다면 상표는 필요 없어요. 유명한 회사 이름이 필요 없죠. 당신이 생산자와 맺고 있거나, 당신이 당신 농사와 맺고 있는 그 관계가 브랜드입니다.
라마단의 끝을 알리는 ‘이드 알피트르’ 축제 기간이던 지난 25일 인도 델리의 구시가 지역에서 한 노동자가 단 음식을 가득 담은 판을 머리에 이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전 세계적 봉쇄 등 ‘코로나와의 전쟁’은 수백만명의 이들 같은 노동자의 생계를 벼랑에 몰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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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이후
갠지스강에 돌고래 돌아와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지점이다
안 =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인가요.
시바 = 갠지스강이 맑게 흐릅니다. 돌고래가 올라왔고, 코끼리가 거기서 목욕해요. 우리에게 두 가지 배움을 줬습니다. ‘자연과 충돌하려 들면, 어머니 자연은 숨어버린다. 어머니 자연에게 마음을 활짝 열면 매우 빨리 돌아온다.’ 어머니 자연은 재생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침을 주고 있어요.
안 = 그 배움을 따를 수 있는 인간이 가진 역량은 무엇일까요. 지능인가요, 마음인가요.
시바 = 마음과 지능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고는 오직 서구에만 있습니다. 인도철학에서는 의식을 기본으로 삼고, 이는 모든 것의 기본이기도 하죠. 인도철학에서 마음은 뇌의 작용이 아닙니다. 우리 몸 전체에 마음이 있고, 마음은 더 큰 세상과 상호작용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의식을 갖고 있으니까요. 저는 식물들과 공감하고 있는데, 그들도 나와 같은 의식이 있습니다. 곧 식물의 마음입니다. 다양한 능력이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의 지성은 흙과 함께할 때 비로소 발아합니다. 요즘 나오는 연구들이 흙 속에 손을 넣고 작업할 때, 모든 종류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활동한다고 밝혔어요. 신경세포 활동과 신경 활동이 뇌를 이성과 감성이 균형 있게 작용하는 홀리스틱(holistic)한 상태로 만든다고요. 우리는 탐욕으로 움직이는 자기중심적인 세상(ego-centered world)에서 나와 지구의 삶을 평화로이 영위하는 생태 중심 세상(ecological-centered world)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안 =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팁은 무얼까요.
시바 =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겁니다. 마음은 홀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할 때, 순수한 본연의 상태로 됩니다. 그 속에서 우리 모두는 통합된 자아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요.
안 = 저는 확장된 자아라는 표현을 쓰는데 통합된 자아가 보다 역동적인 작용을 느끼도록 해주네요.
시바 = 이를 알아차릴 때 비로소 우리는 에고(ego)에서 에코(eco)로 나아갈 수 있어요. 굴종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 나아가는 거죠. 록다운이 끝나면 저는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포옹할 겁니다. 만약에 그들이 포옹을 영원히 불법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저는 그 법을 어기겠어요. 그리고 말할 거예요.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 나는 인간의 포옹을 위험하다고 여기는 정권에 맞서 시민불복종을 하겠다. 타인과의 전쟁을 선포한 당신들의 전쟁에 맞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우리의 안전망을 세우겠다.”
반다나 시바의 끌어안겠다는 말은 어울려 살았기에 생존했던 인류의 긴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과 함께, 자연과 함께 공존을 모색해야 안녕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반다나 시바는
과학자이자 농부이며 거대기업 중심의 세계화 전략에 맞서 대중의 권리를 위해 헌신해온 풀뿌리 운동 지도자이다. 농업 정책가이며 생태 중심의 대안적 삶을 제시하는 ‘지구 민주주의’ 개념과 ‘에코 페미니즘’를 태동시킨 사상가이기도 하다. 1952년 인도 북부 데라둔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궤프대학에서 과학철학 석사,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에서 양자이론 연구로 물리학 박사를 받았다. 1982년 인도로 돌아와 과학·기술·천연자원정책연구재단을 설립하고, 1991년 토종 종자 보전과 유기농법 확산을 위한 ‘나브다냐’를 설립해 인도 16개 주 60여 지역에 종자은행을 개설하고, 100만명의 농부들과 함께 유기농사를 일으키고 있다. 나브다냐의 정신은 세계 환경, 농업, 생물다양성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아프리카·남미·아시아·북미·유럽의 환경, 농업, 여성 등 다양한 시민 조직 건설에 앞장서왔고, 세계인의 지속적인 연대를 이끌고 있다. 유엔의 여러 기구에서 자문을 하며, 스페인 사파테로 전 총리의 과학위원, 부탄의 정부 주도 100% 유기농업 전환 핵심 자문을 맡고 있다.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경향
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상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신소윤·김지숙 지음/다산북스·1만5000원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태어나 외모로 줄 세워져 팔리다 어느 순간 버려지는 유기견 문제 뒤엔 인간들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동물을 함부로 ‘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작고 어린 개’를 펫숍에서 데려오는 일은 손쉽게 벌어지며, 버려진 개들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다가도 에스엔에스에 등장한 인형 같은 품종견의 깜찍함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모순된 행동이 반복되는 가운데 개들의 운명은 “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로 나뉜다.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는 반려 산업에 대해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은 단단히 파고들었다. <한겨레> 애니멀피플의 기자 신소윤·김지숙이 90일간의 취재를 거쳐 쓴 르포 기사는 지난해 ‘사지 마 팔지 마 버리지 마: 반려 산업의 슬픈 실체’라는 타이틀로 기획 연재되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두 사람은 일반인에겐 공개되지 않았던 ‘경매장’에 주목하며 ‘번식장-경매장-펫숍’으로 이어지는 반려 산업의 구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 불법 개농장에서 번식에 이용되던 개 20여 마리가 구조됐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미 개와 새끼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책은 번식장에서 사육되는 개들의 ‘텅 빈 눈빛’을 담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반려 산업에 생계를 잇댄 사람들을 응시하기도 한다. 기사가 나간 이후 거세게 항의한 반려동물협회 등의 의견과 동물보호단체가 해온 주장을 함께 다룸으로써 동물권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볼 문제를 짚는다.
잠입 취재를 통해 생생히 중계된 현장의 공기가 담겨서인지, 책은 독자들을 구경꾼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선택받지 못한 이름 없는 개들’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곱씹게 하며, 그릇된 구조를 바꾸어내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머리 사라진 꿀벌 떼죽음에 美 발칵…범인은 亞 '살인 말벌'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미국의 한 연구자가 죽은 장수말벌을 손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한 양봉 농가. 벌집 통 안에 있는 꿀벌들이 모조리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태평양 건너간 장수말벌이 ‘살인말벌’이 된 이유 더 충격적인 건 죽은 벌들이 하나같이 머리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한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머리가 잘린채로 죽어 있다.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WSDA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걸까요?
장수말벌 북미서 첫 발견…“살인 말벌” 공포 확산
장수말벌의 앞 모습. WSDA
.아시아에서 넘어온 외래종이 미국 전역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살인 말벌’로 불리는 '아시안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입니다. 한국에선 장수말벌로 불리는 토종 말벌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 워싱턴 주에서 장수말벌이 처음 발견된 이후 현지에선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 양봉 농가에서는 6만 마리의 꿀벌이 머리가 잘린 채로 죽어 있었는데,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의 한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머리가 잘린채로 죽어 있다.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WSDA
.최근 국경을 넘어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도 장수말벌이 발견되는 등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몸길이가 4㎝나 되는 장수말벌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입니다.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에 주로 사는데, 태평양 건너 북미 대륙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왜 미국인들은 장수말벌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말벌을 연구하는 최문보 경북대 교수를 26일 만났습니다.
“이빨로 꿀벌 목 잘라…30분에 3만 마리 몰살”
대구 팔공산에서 잡힌 다양한 종류의 말벌들. 가장 오른쪽이 장수말벌로 다른 종보다 확연히 크다. 공성룡
.최 교수는 이날 대구 팔공산에서 트랩을 이용해 잡은 말벌을 보여줬습니다. 수십 마리 말벌 사이에서 얼굴이 노랗고 덩치가 유난히 큰 말벌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왕 장수말벌이었습니다.
“장수말벌은 머리가 크고, 뺨이 굉장히 발달해서 여기서 턱 힘이 나옵니다. 꿀벌을 사냥할 때 이빨로 목이나 허리같이 가장 약한 부분을 잘라서 죽이는데요. 1초에도 몇 마리씩 잡자마자 머리를 자르기 때문에 집단 학살이 가능한 거죠.” 최문보 경북대 교수
미국에서 일어난 꿀벌 피해 사진을 보여주자 그는 단번에 “저렇게 수북하게 (머리가 잘린 채로) 죽어 있으면 100% 장수말벌에 의해서 사냥당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수말벌 10마리 정도면 꿀벌 2만, 3만 마리를 30분 만에 몰살할 수 있다고 설명하더군요. 최 교수는 얼마 전 미국으로부터 장수말벌 대처법을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수말벌은 어떤 종인가?
“장수말벌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이다. 주 먹이원은 꿀벌, 그리고 다른 말벌이다. 10여 마리가 벌집을 습격해서 초토화하고 애벌레를 빼앗아 간다.”
장수말벌과 다른 말벌의 차이점은?
“장수말벌은 다른 말벌과 사냥 습성이 조금 다르다. 장수말벌은 초기에 한두 마리가 먼저 주변을 살핀 다음에 먹이가 될만한 게 있다면 거기다 페로몬을 묻혀 놓는다. 그리고는 돌아와서 동료와 함께 10여 마리가 같이 가서 집단으로 사냥한다.”
장수말벌의 침도 독성이 강한가?
“장수말벌의 침은 독성이 강한 동시에 양도 많기 때문에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장수말벌은 작은 곤충들은 이빨로 잘라서 사냥을 하고, 곰이나 담비 같은 천적이 오면 독침을 사용한다. 이빨은 공격용, 독침은 방어용으로 보면 된다.”
무역선 타고 침입한 듯…경쟁종 없어 더 위험
장수말벌이 사냥하는 모습. 최문보 경북대 교수 제공
.그런데 아시아에서만 살던 장수말벌이 어떻게 태평양을 건너 북미 대륙으로 간 걸까요? 최 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글로벌 무역이 발달하고 기후변화 때문에 많은 생물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말벌종은 주로 무역선을 타고 가는 경우가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대형 말벌종이 많은 아시아와 달리 북미엔 장수말벌을 견제할 만한 다른 말벌종이 거의 없다는 거죠. 미국이 장수말벌의 습격을 두려워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새로운 환경에 침입한 종이 경쟁종이나 천적이 없으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합니다. 미국 현지에선 장수말벌이 전역으로 퍼진다면 양봉업계가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생태계의 균형도 망가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죠. 물론 꿀벌들이 장수말벌의 공격에 대항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아시아에는 장수말벌과 같은 대형 말벌이 많아 꿀벌들의 방어체계도 발달했다. 장수말벌이 날아오면 꿀벌 수십 마리가 달려들어 날갯짓으로 열을 낸다. 꿀벌의 치사 온도가 말벌보다 높아서 말벌이 죽는 온도까지 열을 내면 말벌은 안에서 쪄 죽는다.” - 최문보 교수
하지만 최 교수는 “서양에 서식하는 꿀벌은 말벌이 없는 지역에 살다 보니까 아시아와 달리 이런 방어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야생에 서식하는 토종 꿀벌보다 서양에서 수입한 양봉 꿀벌이 말벌 때문에 생기는 피해가 큰 건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수말벌 습격 어떻게 막을까?
미 워싱턴주의 곤충학자들이 특수복을 입고 장수말벌집으로 의심되는 곳을 조사하고 있다. WSDA
.장수말벌에 의한 인명 피해도 우려됩니다. 한국에서도 벌초 시즌이 되면 말벌로 인한 사망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미국은 주변에 뜰을 가꾸는 집이 많아 땅속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에 노출될 위험이 크죠. 최 교수는 “장수말벌의 확산을 막으려면 여왕벌을 유인해서 없애는 등 초기 방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초기에 잡지 못하면 이후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하더군요.
그렇다고 장수말벌이 무조건 박멸해야 할 해충은 아닙니다. 침입종으로서 장수말벌은 위협적이지만 한국에 서식하는 토종 장수말벌은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곤충 생태계에서 최고 포식자가 말벌인데 말벌이 서식하는 장소면 그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합니다. 그는 “장수말벌은 해충을 포식해서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 포식자로서 서식 공간은 어느 정도 유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 장수말벌이 공격하는 색이 있다?
장수말벌의 침은 독성도 강하지만 양도 많습니다. 말벌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장수말벌에 쏘이면 10분 안에 쇼크가 와서 사망할 만큼 위험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장수말벌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국립공원공단은 이와 관련해 경주국립공원 일대에서 장수말벌의 공격 성향을 실험했는데요. 실험 결과, 장수말벌은 밝은 색보다는 검은색같이 어두운 색에 더 공격성이 강했습니다 또 사람의 머리보다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최문보 교수에게 장수말벌 대처법을 물었습니다.
장수말벌은 사람을 왜 공격하나
“사람 입장에선 공격을 당한다고 말하는데 학문적으로는 방어 행동이다. 장수말벌은 사람을 먹이로 생각하고 공격하지는 않는다. 모든 공격의 원인은 사람이 벌집에 가까이 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장수말벌은 왜 어두운 색이나 다리를 먼저 공격할까?
“우선 장수말벌은 땅 속에 있기 때문에 먼저 제일 가까운 다리부터 공격한다. 또, 천적인 곰, 담비, 오소리의 털색이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이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그런 색을 보고 털이 있으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바로 쏜다.”
장수말벌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말벌이 공격을 했는지, 아니면 경계만 하고 있는 상태냐에 따라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쏘이면 무조건 뛰어야하는거고 쏘이지 않았다면 천천히 뒤로 빠져서 나오면 말벌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장수말벌에 쏘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말벌은 꿀벌과 달리 침을 여러번 꽂았다가 뺀다. 장수말벌에 쏘이면 환부에 열이 나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미국너구리 라쿤이 한국에서 '생태계위해우려생물'로 지정된 까닭은?
주로 동물카페나 실내동물원 등에서 많이 사육 중인 라쿤(미국 너구리)이 생태계위해우려생물로 지정, 관리된다.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다른 동물들에게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6월 1일부터 라쿤을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31일 밝혔다. 환경부는 라쿤이 생태계위해우려 생물관리제도가 신설된 후 최초로 지정되는 생물종이라고 설명했다. 생태계위해우려생물이란 생태계위해성 평가결과, 생태계 등에 유출될 경우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환경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생물종을 말한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한 동물카페 내의 라쿤들 모습. 김기범 기자.
라쿤은 국립생태원이 최근 실시한 생태계위해성 평가결과에서 2급 판정을 받았다. 2급인 생물종은 생태계 위해성은 보통이지만 앞으로 생태계 위해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확산 정도와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생김새가 너구리와 유사한 라쿤은 사람에 대한 친밀도가 높은 편으로 현재 약 200여 마리가 국내로 수입되어 애완용 또는 전시·관람용으로 사육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개인 사육장 등에서 탈출하거나 유기된 채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최근 수년간 야생동물 카페 등 체험용 유사동물원이 생겨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을 매개할 수 있는 라쿤이 어린이 등에게 체험 형태로 노출될 위험성도 높아졌다. 개체 수도 야생동물 카페의 경우 2018년 45개에서 지난해 55개로 늘어났고, 동물원의 라쿤 보유 개체 수는 2018년 111마리에서 지난해 160마리로 증가한 상태다.
환경부는 라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크지 않지만,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생존능력이 뛰어나 국내 고유종인 삵, 오소리, 너구리 등과 서식지를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라쿤은 광견병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으로 알려져 애완·관람용으로 사람과의 접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라쿤은 인간이 보기에는 귀여운 외모일지 몰라도 생태계에서는 엄연한 포식자다. 특히 소동물들에게는 라쿤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라쿤은 또 기후 조건만 맞으면 어느 지역에서나 어떤 먹이를 먹고도 살아남는 적응력이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라쿤은 야생에서 소형 무척추동물, 양서류, 조류와 그 알, 작은 포유류 등을 먹이로 삼으며 도시환경에 적응한 라쿤의 경우 주로 음식쓰레기 등을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에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RCP8.5가 실현될 경우, 현재는 라쿤 서식이 불가능한 지구 북반구의 북쪽 지역까지 서식가능지역이 넓어질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RCP8.5는 인류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아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크게 상승할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한 동물카페 내의 라쿤들 모습.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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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아직 라쿤으로 인한 피해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생태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30년대 독일에 처음 라쿤이 도입돼 주변국으로 퍼져나갔고, 현재는 유럽 전역에서 라쿤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 처음 도입된 뒤 현재는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42곳에서 서식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에서는 라쿤이 주인공 중 하나였던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반려동물로 삼았던 이들이 1500여가구에 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가정 내 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라쿤의 특성으로 인해 다수가 버려지면서 일본 전역에 야생 라쿤이 들끓게 됐다.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의 동물행동학 연구자인 수전 맥도널드 교수는 지난해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라쿤은 귀여워 보이지만 교활한 동물이기도 하다”며 “예비지식도, 대응책도 없이 들여올 경우 라쿤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생물들 다수가 희생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생태계위해우려생물로 지정되면 상업적인 판매 목적의 수입 또는 반입은 지방환경청, 또는 유역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상업적인 판매 외의 목적일 경우에는 신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누구든지 생태계위해우려생물을 생태계로 방출, 유기 등을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재 자연보전정책관은 “앞으로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위해 우려가 있는 생물종 등 외래생물에 대해 관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시행되는 생태계위해우려 생물지정고시의 자세한 내용은 환경부 누리집(www.me.go.kr) 법령정보 및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영국 싱크탱크 “코로나19 극복 위한 녹색정책에 연간 45조원 투자” 촉구
더 빨리 더 멀리 더 공정하게’ 보고서 발간
탈화석연료 피해 지원 ‘공정전환기금’ 조성
수입제품에 대한 탄소세 부과 방안 추진
석유·천연가스 극대화 정책 중단 등 요구
영국 민간 싱크탱크는 영국 정부가 북해에서 진행하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추출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Robert Perry) 제공
영국의 유력 싱크탱크가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녹색경제정책(그린딜)에 연간 45조원을 투자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1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그린뉴딜’을 포함한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영국의 진보적 민간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 산하 ‘환경정의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더 빨리 더 멀리 더 공정하게’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후와 환경 위기에 좀더 적극 대응함과 동시에 경제를 재건해 (국민의) 생계 위험을 감소시킬 것”을 촉구했다. 환경정의위원회는 공공정책연구소가 최근 구성한 산하 조직으로, 초당적인 전현직 국회의원과 기업 및 노조 간부들, 기후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 산하 환경정의위원회가 발간한 ‘더 빨리 더 멀리 더 공정하게’ 보고서.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회복시키면서 2050년 탄소배출 중립 등 기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경로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연간 300억파운드(약 45조6천억원)의 예산을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가 50억파운드(약 7.5조원)를 탈화석연료 전환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을 지원하는 ‘공정전환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촉구하고, 항공산업과 같은 위기 기업의 긴급 구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위원회는 정부가 남아 있는 탄소예산(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북해 등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추출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을 중단하고, 좀더 많은 자원을 건설과 제조 분야, 재생에너지, 광대역통신망 구축, 난방 및 수송 부문의 전기화 등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데 전환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가 “수입제품에 대한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해 적극적인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한 점은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위원회는 정부의 투자 자금은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할 것을 추천했는데 현재 초저금리 정책으로 채권 발행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환경정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캐롤린 루카스 녹색당 하원의원(전 당수)은 <가디언>에 “사회경제적 정의라는 의제 안에 ‘신속한 탈탄소’라는 의제를 포함시키고 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이 그것을 이끌고 형성해갈 힘을 얻는다면 (경제) 재건은 훌륭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위원장인 로라 샌디스 전 보수당 하원의원은 “정부는 양질의 삶, 깨끗한 공기, 따뜻한 집, 건강한 음식, 공공장소 접근의 향상 등에 대한 ‘감질나고 유혹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미래에 적합한 새로운 녹색경제는 빨리 실현하기만 한다면 (이런 전망을) 실제로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한번만이라도 수수꽃다리를 불러줬으면
일러스트 이람나키
조국에 돌아오던 날 많은 사람들이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시인들은 앞다투어 노래를 했고 연인들은 제 향기에 빠져서 사랑을 속삭이곤 했지요. 역시 조국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지요. 하지만 그것은 한낱 헛된 꿈이었을 뿐, 사람들은 저를 맞이해 준 것이 아니라 라일락이라는 꽃을 맞이해 준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도봉산에서 살고 있었지요. 1947년 봄 어떤 외국인이 어머니를 보고는 향기도 맡아보고 사진도 찍고 하더니 얼마 뒤 종자를 채취해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저는 그렇게 조국을 떠나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원예종으로 개량이 되어 ‘미스킴라일락’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싹트기 시작했지요. 어떤 날은 낯선 고향이 꿈속에 나타나기도 했고 나를 낳아 주신 어머니가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게 되었지요. 제 고향은 한국이고 제 이름은 ‘수수꽃다리’라는 것을.
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팔려온 저는 모든 것이 궁금했습니다. 내가 태어난 조국에 왜 팔려 와야 하는지 그리고 내 조국은 왜 나를 돈 주고 사 와야 하는지 아무튼 저는 그렇게 어머니의 나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은 저를 외국에서 들어온 라일락꽃이라고 알고 있을 뿐 이 땅에서 자생한 수수꽃다리라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낯선 나라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조국이 알아주지 않으니 서럽기만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찾으려고 밤에도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머니는 제 향기를 알고 있을 테니까요. 어서 빨리 어머니가 나타나 제 이름을 불러 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수처럼 꽃이 달려있다고 해서 ‘수수꽃다리’로 불렸지요.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누가 그 이름을 불러 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수꽃다리
언젠가 희망을 찾아보려고 국토순례를 한 적이 있었다. 젊은 청년들이 주축을 이뤘지만 나처럼 나이든 중년들도 있었고 해외에서 온 동포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프랑스에서 온 입양아도 있었는데 그는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풍경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를 찾으러 왔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자기를 만나지 않으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들을 멀리 보낸 어머니의 마음인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어릴 때 제 이름은 김창수입니다. 어머니를 찾으려고 국토순례에 참여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조국은 평화롭고 아름다웠고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도 아름다웠지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1910년 8월 29일 조선은 일본에게 강제 입양이 되었다. 입양된 사람들은 신사참배를 해야 했고 창씨개명을 해야 했고 강제징용이 되어 남의 나라에서 죽을 고생을 해야 했고 청년들은 전쟁터로 처녀들은 일본군 위안부가 되어야 했다. 심지어는 우리 풀꽃의 이름마저 일본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개불알꽃, 개망초도 이상하고 순자, 영자, 옥자처럼 여자 이름에 왜 ‘자’가 그리도 많은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해방이 되었지만 일본총독부는 미군군정청이 되었고 일장기 대신 성조기가 휘날렸다. 겉으로는 평화가 찾아온 듯 했지만 우리는 다시 둘로 나뉘어 남쪽은 미국한테 북쪽은 소련한테 입양이 되었다. 결국 꼭두각시가 된 입양아끼리 전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전쟁고아들이 나오고 전쟁고아들은 다시 여러 나라로 입양이 되었다. 그사이 ‘수수꽃다리’는 어느 미국인한테 강제 입양이 되어 ‘미스킴라일락’이 되었고 ‘금강초롱’은 어느 일본인한테 입양이 되어 ‘하나부사’가 되었다. 말이 강제 입양이지 쉽게 말하면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지. 그런데 세상은 도둑질 한 사람의 손을 들어 주고 당한 사람들은 업신여긴다는 말이지.
오월의 밤은 제가 노래를 가장 잘 부를 때입니다. 제 향기가 멀리 날아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 향기를 오래도록 간직하려고 하지요. 나라마다 향기가 있다면 제가 앞장서서 우리나라 향기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꽃이니까요. 제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온 나라에 제 향기를 퍼트리는 겁니다. 삼천리강산에 제 향기가 퍼지면 저절로 통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날이 오면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를 업신여기지 못할 거예요. 세상 사람들도 ‘수수꽃다리’ 향기를 좋아하게 될 테니까요.
언제부턴가 마음 한구석에
그리움 하나 피어있었지
구름 사이로 보이는 저 들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라
아, 나는 누굴까, 나는 누굴까
그리운 어머니, 나의 어머니
딱 한번만, 한번만이라도
내 이름을 듣고 싶었지
잊을 수 없는 나의 옛살라비.
그리움 두고 다시 떠난다네.
아, 나는 누굴까, 나는 누굴까
그리운 어머니, 나의 어머니
「수수꽃다리」, 2006
글쓴이 한돌 /한겨레 휴심정] 월간 풍경소리
환경단체 "부산시, 도시공원 97% 사수 약속 지켜라"
도시공원 일몰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대책안 미비...난개발 우려에 대책 촉구
오는 7월로 다가온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공원 일몰제로 인한 난개발을 막기 위한 대책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0 도시공원 일몰 대응 부산시민행동'과 부산환경회의는 1일 성명을 내고 "부산시는 도시공원 일몰지역 경관·보전 녹지 지정하고 97% 사수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 이기대공원 해안산책로 전경. ⓒ남구청
공원일몰제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로 현재 부산에는 공원 54곳, 유원지 11곳, 녹지 25곳 등 모두 90곳(74.56㎢)이 대상이다.
오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이곳들에 대한 도시공원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 난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심각해질 수 있어 지역 시민사회와 환경단체에서는 지난 3년 동안 해결방안을 촉구해온 사안이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2018년 10월 난개발 방지와 시민행복공간 확보를 위해 4년간 1조600억 원을 투입해 공원일몰제 대상 공원을 지키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확보한 예산은 3000억 원에 불과해 모든 도시공원 난개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공원 해제 30일 전인 지금, 바로, 부산시는 실효되는 공원에 대한 구제책 마련을 서둘러야한다"며 "보전 녹지 지정, 경관지구 지정 등 예산 부담 없이 공원을 보전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공원일몰제는 행정만의 노력으로 해결이 어렵다. 입법부와 손발이 맞지 않아 여지껏 20년 동안 표류한 도시공원의 앞날이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그리 밝지 않다. 이번 21대 국회 의원들의 공약 면면이 개발공약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부산시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많은 공원을 지정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있는 공원이라도 잘 보전할 수 있도록 국토부의 보전녹지 검토 훈령을 입법화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더불어 보전녹지나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사유지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지난 2018년 부산시장이 도시공원 97% 사수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소요비용 5조 4000억을 마련하는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다만 해제되는 땅 가운데 우선 매입대상으로 선정한 곳 8곳 310만㎡에 2022년까지 매입비 44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3000억 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그냥 해제의 수순을 밟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심각한 사실은 금정산이나 황령산 같은 유원지의 해제에 있어 어떤 대책도 없다는 사실이다"며 "언급한 두 곳의 유원지는 시민의 바램과는 반대로 노골적 개발이 도모되고 있다. 금정산의 경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환경단체들은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한 난개발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국토부의 보전녹지 검토 훈령 입법화', '정부의 일몰 도시공원 보전', '시민과 약속한 97% 도시공원 사수' 등을 요구했다. 박호경 기자(=부산)/ 프레시안
숲체험관 만든다면서 소나무 뚫어 쇠봉 박은 남구청
부산 남구가 ‘장자산 숲체험관’ 소나무에 쇠봉을 뚫어 시설을 설치해 물의를 빚자 뒤늦게 철거했다. 쇠봉 철거 후 나무에 구멍이 난 모습(사진 맨 위)과 쇠봉 철거 전 시설물 모습.
숲과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체험 시설인 부산 남구 ‘이기대 장자산 숲체험관’이 오히려 인근 소나무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환경 파괴’라며 강력히 반발했으나, 사업 주체인 남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버텨 왔다. 그러나 훼손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자, 그제서야 남구청은 소나무를 훼손한 시설을 철거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부산 남구는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약을 맺어 시비 1억 5000만 원으로 오륙도 SK아파트 인근 해군작전사령부의 옛 예비군 훈련장 2500㎡ 부지에 ‘장자산 숲체험관’을 지난해 말 준공하고 이르면 이달 공식 개장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남구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공식 개장을 무기한 연기해 왔다. 숲체험관은 숲의 생태자원과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으로 숲속관찰전망대, 경사줄타기, 소리 나는 거미줄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15곳이 조성됐다.
이기대 장자산 어린이 시설 물의
시민단체 “환경파괴” 강력 반발
주민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본보 취재 나서자 부랴부랴 철거
그러나 남구는 숲체험관 내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소나무 4그루에 길이 50cm, 너비 5cm 크기의 쇠봉 10개를 관통해 설치했다. 해당 쇠봉은 소나무 사이에 흔들다리 등의 시설을 연결하기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해당 시설물에 대해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소나무에 설치된 쇠봉이 소나무의 생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부회장은 “사람의 몸에 상처가 나면 건강이 나빠지듯이, 소나무에 쇠봉이 관통하면 결국 소나무 성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 박 모(36·남구) 씨는 “이기대를 산책하다 해당 시설을 자주 지나는데, 아이들을 위한 숲속 체험 시설을 만든다면서 나무에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꼭 시설을 설치해야 했나 의아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나무에 쇠봉을 관통하는 기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구멍이 난 바깥 생육 지점이 파괴돼 그 부분을 통해 썩기 시작할 수 있다. 특히 해당 시설은 아이를 위한 곳인데 소나무에 쇠봉이 박힌 채로 있다면 교육적으로도 부적절하다”면서 “또한 밧줄을 감아 놓은 다른 시설들도 나무 고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부목을 대는 등의 방식으로 수액 통로를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됐으나, 정작 남구청은 해당 시설에 대해 ‘소나무의 생장에는 영향이 없는 최신 공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부산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지난달 말 쇠봉을 철거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나무를 관통하는 시설에 대해서 혐오스럽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 결국 철거했다. 쇠봉을 철거한 구멍에는 충전재 등을 넣어 이상 없도록 조치했다”며 “앞으로 안전 문제를 점검한 후 이르면 이달 공식 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기후변화 대응법 ‘미흡’…그린 뉴딜인데, 그린이 안 보인다
ㆍ녹색 생활인프라·산업 생태계 혁신·저탄소 에너지 ‘3대 축’
ㆍ2022년까지 12조9000억원 투입해 13만개 일자리 ‘청사진’
ㆍ전문가들 “온실가스 감축 지향점 없어” “예산도 적어”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노후 공공시설을 친환경으로 리모델링하고 오염물질 배출 없는 제조업 공장을 만드는 내용의 ‘그린 뉴딜’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총 12조9000억원을 투입해 13만3000개의 관련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그린 뉴딜의 핵심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책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린’을 표방한 단순 경제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도시·공간·생활인프라 녹색전환’과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이 그린 뉴딜의 3대 축이다. 가장 많은 5조8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인프라 녹색전환에는 노후 어린이집·보건소·의료기관·공공임대주택의 친환경 리모델링 사업이 담겼다. 국민 생활권역에 200개의 도시 숲을 조성하고, 48개 광역상수도 및 161개 지방상수도를 정보통신기술·인공지능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총 8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1만10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에는 1조7000억원이 쓰인다.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100개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실증·사업화 등 전 단계를 지원한다. ‘녹색산업 선도 5대 분야’인 청정 대기·생물 소재·수열 에너지·미래 폐자원·자원 순환 관련 사업을 시험 적용하는 테스트베드도 구축한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제조업 산업단지는 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한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고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스마트 생태공장 100개, 클린팩토리 700개를 만들기로 했다.
저탄소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기반도 마련한다. 태양광·풍력·수소 등 3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대규모 연구개발과 각종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산업단지에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고자 올해 하반기 2000억원의 융자를 신설한다. 아파트 500만호에 스마트 전력망(지능형 전력계량기)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관리 효율화도 이뤄진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노후 경유차 15만대는 친환경차로 전환한다. 총 5조4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며, 일자리 창출 목표는 3만3000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그린 뉴딜의 목표와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그린 뉴딜은 단순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및 사회적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그린 뉴딜로 제시된 각각의 정책이 온실가스 저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지향점이 담겨 있지 않다”며 “뉴딜이라는 이름에 비해 예산 규모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기후위기와 관련없는 사업까지 덧붙인 사실상 ‘저탄소 녹색성장 시즌2’”라고 비판했다. 박광연·정대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멸종이 멸종 낳는다”, 제6의 대멸종 가속화 밝혀져
1천마리 미만 남은 육상동물 515종, 주변에 ‘멸종 도미노 효과’ 나타나
야생에 100마리 미만이 남아있는 수마트라코뿔소. 생물다양성 감소가 기후변화 못지않은 위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구 역사에서 모든 생물의 70∼95%가 사라진 대멸종 사태는 5번 벌어졌다. 저명한 생태학자 폴 에를리히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등은 2015년 “인류에 의해 제6의 대멸종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와 동료 연구자들은 “최신의 자료로 재평가한 결과 멸종 속도는 당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며,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핵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연의 능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2일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렸다.
개체수가 1000마리 미만으로 멸종에 임박한 육상 척추동물의 분포지역. 왼쪽 막대는 100㎢당 종 수를 가리킨다. 세바요스 외 (2020) PNAS 제공
연구자들은 20세기 동안 육상 척추동물 가운데 적어도 543종이 사라졌는데, 이번 평가에서 비슷한 수의 생물종이 앞으로 20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의 육상 척추동물 목록 2만9400종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지구에 1000마리 미만밖에 남지 않아 멸종이 임박한 동물은 모두 515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는 수마트라코뿔소, 자이언트판다, 아프리카야생당나귀 등 포유류, 넓적부리도요, 따오기 등 조류, 양쯔강악어, 자이언트땅거북 등 파충류, 수원청개구리, 불두꺼비 등 양서류가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250마리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상태다.
등딱지 무늬가 기하학적 도형 같은 남아프리카 기하학거북. 등딱지 크기가 15㎝에 불과하며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놓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 종이 멸종위기에 놓이면 거기에 기대 살던 다른 종도 함께 사라지는 ‘도미노 효과’도 나타났다. 지구에 5000마리 미만이 살아남은 동물의 84%는 1000마리 미만이 사는 동물과 같은 지역에 서식했다.
연구자들은 “멸종은 멸종을 낳는다”며 “이들은 대부분 인간의 영향이 큰 열대지역으로, 인간에 의한 제6의 대멸종이 벌어지는 증거이자 지역 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이 붕괴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 150년 동안 벌어진 멸종 추세는 지난 1만1700년 동안 벌어진 규모에 이르렀다고 논문은 밝혔다. ‘멸종이 멸종을 낳는’ 대표적 사례로 연구자들은 베링해에 서식하다 멸종한 스텔러바다소를 들었다. 고래 다음으로 큰 바다포유류인 이 동물은 해조류가 주식인데, 모피를 위해 해달을 남획하자 해달의 먹이인 성게가 번성해 해조류를 먹어치운 데다 난파한 베링해 탐험대가 남획해 멸종했다(멸종 249년 만에 ‘바다소’의 완벽한 골격이 발견됐다).
중국 양쯔강에 약 300마리가 사는 소형 양쯔강악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생물종뿐 아니라 서식지가 움츠러들면서 개체수도 대폭 줄어들었다. 역사적 기록이 있는 포유류 48종과 조류 29종의 서식지는 1900년 이래 각각 95%와 94%가 사라졌다. 생물종과 생물집단이 자취를 감추면 그들이 생태계에서 공짜로 제공하던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도 중단된다. 안정된 기후와 깨끗한 담수 제공, 농작물의 가루받이 자연재해와 야생동물 기원 질병 예방 등이 그런 예다. 하인리히 교수는 이를 “사람은 자신이 앉아있는 나뭇가지에 톱질해, 자신의 생명 지탱 시스템으로부터 분리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연구자들은 특히 생물다양성 보전이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멸종에 임박한 많은 동물이 불법 또는 합법적 야생동물 거래로 죽어간다”며 “야생동물 거래가 초래한 코로나19와 같은 대 감염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야생동물 거래를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이 22㎝, 무게 1㎏까지 자라는 초대형 개구리로 도미니카에 극소수가 산다. 남획과 서식지 파괴, 감염병으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또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이 1000마리 미만이 남은 동물을 가장 긴급한 ‘위급’으로 분류하는데, 5000마리 미만 남은 동물도 ‘위급’으로 보전등급을 격상해야 한다”며 “나아가 각국 정부와 기관은 생물 멸종 샤태를 국가적, 지구적 비상사태로 간주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 DOI: 10.1073/pnas.1922686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부산 송정해수욕장 주민·상인들 “순환도로 조성 완료하라
송정순환도로’가 계획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완공되지 못한 채 오는 7월 부로 도시계획이 종료될 것으로 예고되자 주민과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송정순환도로’가 7월 부로 도시계획이 종료될 것으로 예고되자 주민과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2일 송정광어골 상인회와 주민 50여 명은 부산 해운대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도시계획 중단된 도로에 예산을 집행하라’고 적힌 피켓과 현수막 등을 들고 주민들은 구호를 외치며 1시간가량 도로 개설을 요구했다.
‘송정순환도로’로 부르는 ‘송정광어골로’와 ‘송정 해변 도로’는 1970년대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돼 개발이 이뤄졌다. 수년에 걸쳐 개발이 이뤄져 현재 86% 이상 도로가 개설됐다. 170m 구간만 더 도로 개설이 이뤄지면 도로가 연결되는 지점이 한 곳 더 만들어져 순환도로 역할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 해당 부지 도로 개발이 멈춘 상태다. 다음 달부터 장기 미집행된 도시계획 시설의 지정을 해제하는 일몰제에 이 부지도 포함돼 7월이면 도로 개설 계획은 사라지게 된다.
송정해수욕장의 고질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도로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해운대구에 주민들은 도로 개설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개설이 미뤄져 왔다며 지금이라도 도로 개설 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부산 한 국회의원 본인과 가족 공동명의 토지도 해당 부지에 포함돼 있다.
해운대구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 일몰제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예산이 없어 그동안 개발되지 못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이 많은데 중요한 순서대로 우선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영실 기자 inews@kookje.co.kr
숲으로 남북 잇는다’ 산림협력센터 준공…북한 산림복구 묘목 200만개 생산
3일 경기 파주시에서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산림청 제공
북한 산림 복구를 위한 묘목을 생산하며 남북 산림협력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남북산림협력센터’가 문을 열었다. 산림청은 3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서 남북산림협력센터 준공식을 가졌다. 남북산림협력센터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과 평양 등 북측 지역과 가까운 곳에 산림협력 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건립이 추진됐다.
파주시 탄현면 17.4㏊ 부지에 4020㎡ 크기의 스마트양묘장과 552㎡ 규모의 관리동 1동을 갖추고 있다. 센터 내 스마트양묘장에서는 현재 2022년 첫 출하를 목표로 낙엽송과 소나무, 자작나무 등 온대 중북부 기후와 북측 산림복구에 적합한 수종의 묘목 200만그루를 기르고 있다. 이곳은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온도와 습도, 광량 등을 자동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향후 개암나무와 은행나무, 쉬나무, 너도밤나무 등 북측 관심 수종도 소량 시범생산을 하며 양묘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남북산림협력센터는 북한과 접경지역의 산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산림협력 교재를 개발하는 역할도 한다. 묘목과 자재, 기술, 인력 등 산림분야의 남북 교류가 이곳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조병철 산림청 남북산림협력단장은 “산림협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유일하게 물자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라며 “한반도 산림생태계 복원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비축과 공동 기술 개발 거점을 확보하고 산림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센터를 운영해 남북 관계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삐 풀린 '모피아'의 질주, 이대론 안됩니다
[긴급기고 - 우석훈 박사]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모피아, 그리고 제도적 개혁
재벌과 모피아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지금 청와대 정책실장인 김상조가 2012년에 쓴 <종횡무진 한국경제>라는 책의 부제다. 코로나 이후 이 책의 부제가 한국 경제의 1번 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50%를 줄 것인지, 70%를 줄 것인지, 아니면 다 줄 것인지 두 달 간을 끌었던 긴급재난지원금 논쟁에서 지금 한참 논쟁 중인 비대면 진료까지,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이 논의의 출발이 코로나였다는 사실은 모두 잊은 듯, 이제는 익숙한 모피아 논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2012년만 해도 사람들은 김상조가 모피아 개혁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국가독점자본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경제 결정의 상당 부분을 끌고 나가던 프랑스식 계획경제를 분석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박정희, 전두환을 거친 군사정권 시절 한국에도 이 개념이 유효하였다. 80년대 운동권의 시대가 끝나가면서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다.
코로나19 이후 문득 돌아보니 한국 경제의 속성 중 하나가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것을 환기하게 되었다. 중산층들도 코로나 이후 지원이 필요하게 된 이후, 개인들은 지금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다른 데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별로 몇 십조씩 지금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손 벌리고 있다. 그 와중에 삼성처럼 원격 진료 등 원래도 자기들 하고 싶은 걸 추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재난 자본주의'까지, 돈 가진 데는 정부밖에 없다고 전부 정부에게 돈 달라고 달려오는 형국이다.
그런데 국가의 돈을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국회일까, 대통령일까? 아니면 총선에 압승한 민주당일까? 현재로서는 경제 부총리인 홍남기다.
국가의 돈을 결정하는 사람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가끔씩 국민 여론에 밀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은근슬쩍 여기저기 쌈지돈처럼 주고 싶은 산업에 돈을 밀어넣는다. 이들을 세상에서는 '모피아'라고 부른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고위급 경제관료들의 별칭이다. 청와대 파견나간 모피아들이 경제 실세라고 여의도에 소문이 파다하다. 이게 뭐냐?
모피아는 원래 경제기획원 시절에 재무부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서 나온 말이다. 박정희 시대에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서로 견제하면서 일을 했었다. YS가 이 둘을 합쳤다. 더더욱 견제가 어려워졌다.
이 내부 견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MB다. 2008년까지는 기획예산처가 총리실 산하에 있었다. 경제 운용은 부총리가, 재정과 예산은 총리가 권한을 가졌다. 이걸 MB가 합치자고 할 때, 모피아 견제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강만수를 통해서 통합 권한을 쓰고 싶던 MB가 강행했다. 그 결과 군사정권 때도 존재하지 않던 너무 강한 경제부처가 생겨났다. 금융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자기 권한을 행사한다면 사정이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외청, 내청 관계에 가깝다.
사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부서가 예산권도 가지게 되니까, 이걸 경제부처 내에서는 누구도 견제하지 못한다. 뭐라고 한 마디만 했다가는 내년에 자기네 부처 예산을 깎으니까, 홍남기가 뭐라고 하면 다른 장관들은 전부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여기에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지금의 기재부가 가지고 있는 공기업 등 정부 산하단체에 대한 평가권이다. 이건 민주당 정권의 아픈 고리다.
비판했던 자들의 침묵
야당 시절, 시민단체와 학계의 여러 전문가들이 정부의 행정에 대해서 글도 쓰고 발언도 했다. 4대강을 비롯해서 이상한 정책에 대해서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무슨무슨 위원장이 되거나 감사 혹은 본부장들이 되었다. 경제 부총리가 하는 말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한 것은, 이런 산하 기관에 대해서 기획예산처가 하던 평가 등 관리를 모두 경제 부총리가 하니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상태에서 공룡이 된 기획재정부, 그리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경제 부총리, 이 구조가 지금 코로나 국면에서 업종별 지원정책 등 경제정책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강행은 문득 지금의 경제 기구에 대한 구조적 약점을 돌아보게 한다. 같은 사업을 이전 정권에서는 친삼성 사업이고 민영화 사업이라고 반대하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사업의 내용이 바뀐 게 아니라, 야당에서 여당으로 변한 것만 바뀌었다.
고이즈미 정부에서 우체국 민영화 등 개혁조치를 하면서 일본 최고의 관료기구라고 하던 대장성을 해체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우리 식으로 치면 기재부 해체 조치다.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던 일본에서 공룡이 되어버린 경제기구를 아예 해체시키고, 총리실과 산업부 등 여기저기 기능을 나누어 버렸다. 아베노믹스가 가능했던 것은 이런 행정적 개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참고할 일이다. 자기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가 감독권은 물론 예산권도 가지고 있으니까, 정작 기재부가 마음먹고 추진하는 자기 사업은 아무도 견제하지 못한다. 원격진료, 원격의료, 심지어 비대면 진료까지, 이름만 바꾸었지만 WHO 기준으로는 'telemedicine', 다 같은 용어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원칙대로라면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서 이견을 내고 조정을 해야 하지만, 예산권을 쥔 경제 부총리에게 누가 감히 이견을 말하겠는가? 복지부 장관이나 건보공단 이사장이 생각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것 아닌가?
돈줄 쥔 자의 질주, 그냥 두고만 볼 일인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제6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이걸 운용하는 모피아의 전횡, 이걸 2020년에 다시 보게 될 줄 정말 몰랐다. 민주세력의 다음 개혁 주제는 모피아 기구 해체, 그게 어려우면 견제다. 경제 부총리가 직접 쥐고 있는 예산 및 공기업 등 정부기관 감독권만이라도 MB 이전 시절, 최소한 참여정부 수준으로는 돌아가야 한다. 총리와 부총리가 경제에 대한 권한을 나누는 것, 노무현 때에도 그 정도의 제도 기반은 있었다. 집권하자마자 했어야 하는 경제 개혁이 너무 늦어졌다.
마침 국회가 충분한 의석을 가진 지금, 그 개혁을 해서 다음 정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제 부총리의 독주가 벌어지지 않을 정도로는 개선을 해야 한다. 지금 못 하면 다음 정권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모피아'라는 얘기가 또 나오게 된다.
코로나 국면에서 벌어진 경제 부총리의 질주, 이건 좀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경제는 마찬가지다"라고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 이건 좀 슬프다. 기재부와 청와대 정책실이 만드는 '환장의 듀오', 계속 이렇게 경제를 토론과 견제 없는 소수의 국가독점 방식으로 운용할 수는 없다./ 우석훈/ 오마이뉴스
물 문제’ 부산 민·관·정 전방위 대응
신규 취수지 개발 위한 ‘낙동강 수계법’ 개정안, 이헌승 의원 대표발의
‘다이옥산 사태’ 대책·법안, 시·환경단체 정부에 촉구
낙동강 원수 ‘다이옥산’ 검출 파동으로 재점화된 부산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부산 민·관·정이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환경단체가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 데 이어 부산시와 지역 여야 정치권도 관련 법 개정에 돌입했다.
미래통합당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은 3일 ‘낙동강 수계 물관리 및 주민 지원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통합당 부산 의원 15명 전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 의원은 “부산 경남지역은 낙동강 중상류지역 공업단지 급증으로 수질이 악화된 원수를 취수할 수밖에 없는데 낙동강수계 물이용부담금이 60% 이상 하수처리장, 하수관거 사업 등에 집행되면서 원수 수질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정안은 ▷물이용부담금을 활용해 신규 취수시설 개발에 필요한 사업 및 주변지역 주민 지원사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낙동강 중상류 지역 개발사업시 하류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조정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20대 국회 때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관련 지자체 간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환경부가 부산 경남지역 신규 취수원 개발을 위해 지자체 간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기대를 걸고 있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번달 중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마무리한다.
민주당도 물 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은 “부산 물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시급히 대안을 낼 수 있도록 당청 등 여러 경로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의된 낙동강수계법 개정안에는 물이용 부담금 부과시 상수원 원수의 월평균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외에 총유기탄소량(TOC)에 따라 부과율을 달리하는 규정도 명시했다. 이는 TOC함유량이 기준치 이상일 경우 시민이 내는 물이용부담금을 줄여주는 방안이다. 부산시는 ‘TOC 수질 연동 물이용부담금 부과율 조정 방안’의 국회 통과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시는 환경부에 TOC 수질오염총량제(오염물질 배출량 초과시 해당 지역의 개발 제한하고 수질 개선시 허용)의 전면 시행시기도 오는 2026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길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또 1,4-다이옥산이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정한 생활환경 기준(50㎍/ℓ) 이상으로 나올 때는 고도정수처리 비용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의 낙동강수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에 제안한다.
한편 양산하수처리장과 연결되는 양산 산막산단 일대 하수관거에서 최근 드러난 것과 별개로 또 미량의 1,4-다이옥산이 검출돼 합동조사단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국제/김성룡 정유선 김준용 기자
낙동강 하굿둑 개방 3차 실증실험 시작
해수유입 시간 대폭 확대
하구 기수 생태계 복원 추진
낙동강 하굿둑 개방 모습. 부산일보 DB
낙동강 하굿둑 개방 3차 실증실험이 4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다. 부산시와 환경부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낙동강 하구 기수(바닷물과 민물이 섞임) 생태계 복원을 위해 낙동강 하굿둑 운영 3차 실증실험을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3차 실험은 지난해 6월과 9월 1·2차 실험이 1시간 이내 1회 단기개방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1~3시간 이내 수문을 12회 개방해 해수유입 시간을 대폭 확대한다. 이를 통해 하굿둑을 개방했을 때 장기간에 걸쳐 유입된 염분이 하굿둑 상류로 이동하는 거리를 확인하게 된다.
해수는 하굿둑 안쪽 하천 수위보다 바깥쪽 바다 조위가 높아지는 대조기에만 유입이 가능하다. 첫 대조기인 5일 동안 단시간 개방을 통해 간헐적으로 유입시키다가 다음부터는 수문 1기를 위로 들어 올려 하천 아래쪽으로 연속개방 상태를 유지한다.
부산시 등 5개 기관은 서낙동강 유역의 농업과 농업용수 사용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하굿둑 상류 15km의 대저수문 이하로 해수가 유입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이 이상 염분이 투입될 경우를 대비해 낙동강 유역 다목적댐의 환경대응용수를 방류하는 비상계획도 세웠다.
또 기수생태계 복원 정도와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하굿둑 수문을 장기간 개방 상태로 유지할 때 뱀장어 등 회유성·기수성 어종과 재첩 같은 저서생물이 하굿둑 상류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하수 염분 확산 효과를 관측하는 지점을 지난해 52곳에서 올해 207곳으로, 농업·생활용 지하수 수질에 대한 영향을 관측하는 지점을 8곳에서 145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부산시 등은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연내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송양호 부산시 물정책국장은 “이번 실험을 수문을 장기간 개방하는 만큼 낙동강 하구 지역의 수생태계 영향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창원 도심에 국내 최대 선인장 온실
3일 삼동동서 창원수목원 개원
경남 창원시 도심에 조성된 수목원이 개원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창원수목원(사진) 개원은 조성공사가 시작된 지 11년 만이다.
창원시는 3일 오후 의창구 삼동동 충혼탑 인근 창원수목원에서 허성무 시장과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목원 개원식을 가졌다.
이날 개원한 창원수목원은 이 일대 10만 4700여㎡의 부지(시유지)에 숲속 놀이터, 문학의 숲, 맨발 잔디광장, 미로공원, 암석원, 분수광장 등 모두 14개의 주제원(테마정원)과 전시원으로 조성됐다. 1480㎡ 규모의 온실에 387종, 6600여 그루의 선인장과 다양한 아열대 식물이 심어져 있는 선인장 온실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관리·연구동과 전시동, 재배온실(160㎡)은 물론 벽천분수와 연못, 쉼터 등의 조경시설도 완비돼 있다. 주 관람로에는 이팝나무 특화길이 들어섰다.
창원수목원은 단풍나무를 포함해 모두 1205종, 22만 9300여 그루의 수목을 심는 등 공립수목원 등록조건을 갖춰 지난 3월 경남 제3호 공립수목원으로 등록됐다. 2010년 착공한 창원수목원 조성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 등 98억 5000만 원이 투입됐다.
창원수목원은 식물유전자원 보존과 국가 식물종 다양성 확보 등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조성됐다. 수목원 개장으로 도심 속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탐구·학습공간 등 고품격의 산림문화 서비스 제공과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통해 관광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시민들이 평소 보기 힘든 식물을 감상하면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정서적 안정과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할 계획이다./이성훈 기자 lee777@busan.com
담배꽁초, 생활 속 플라스틱 쓰레기 1위 ‘불명예’
환경연합, 지난달 전국 13개 지역조사
1만2055점 중 6488점이 담배꽁초 1위
캔·비닐봉지 등 포장재는 롯데가 1위
전국의 시민 생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담배꽁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를 제외하면 롯데 제품 관련 플라스틱 쓰레기가 제일 많았다.
환경운동연합은 5일 환경의날을 앞두고 전국의 생활 속 쓰레기 방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담배꽁초가 버려진 쓰레기 1만2055점의 54%인 6488점을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조사는 지난달 31일 전국 13개 지역 215명의 시민들이 거주 지역에서 약 2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워 12개 품목으로 분류해 조사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담배 꽁초에는 각종 화학물질과 함께 필터 등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어 제대로 폐기되지 않는 경우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담배꽁초 다음으로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는 각종 과자, 라면, 담뱃갑 등의 비닐봉지 및 포장지(1965점), 일회용 종이컵(655점)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654점) 순이었다. 일회용 마스크도 301점이나 발견돼 2.1%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환경연합은 “코로나19로 일회용품 규제가 크게 완화돼 사용량이 늘면서 길거리에 버려진 배출량 또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수거한 쓰레기 가운데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는 포장지, 캔, 유리병 등만 따로 분류해 본 결과, 롯데 제품 관련 쓰레기가 193점으로 가장 많았고, 코카콜라(70점), 해태(48점) 순이었다. 이런 순위는 그러나 기업들이 쓰레기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순위로 보기는 어렵다. 쓰레기가 소비자들에 의해 버려지는 것이어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브랜드일수록 많이 발견될 수밖에 없다는 점, 쓰레기종량제로 거리에서 쓰레기통이 치워져 버릴 곳이 마땅찮은 점, 기업들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따라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 등의 현실과 제도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자원순환 담당자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쓰레기 분리 배출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포장재 비닐·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며 “기업들에게 불필요한 포장재는 줄이고, 더 쉽게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IMF 총재 “더 푸르게, 영리하게, 공정하게”…코로나 극복 원칙 제시
코로나19 극복 위한 세가지 요소 제시
‘더 푸르게, 더 영리하게, 더 공정하게(greener, smarter, fairer).’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3일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한 논평으로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따른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세가지 중요 사항을 밝혔다. 이날 세계경제포럼은 ‘그레이트리셋(Great Reset)’을 주제로 2021년 1월에 온오프라인으로 다보스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총재는 “역사가들이 오늘을 되돌아보면 대역전(Great Reversal)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며 “170개 나라가 올 초보다 줄어든 경제를 연말에 접할 것이며, 더 많은 부채와 적자, 더 높아진 실업률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통화기금은 각 나라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경기 부양 대책을 접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책이 미래가 ‘더 푸르게, 더 영리하게, 더 공정하게’ 될 수 있는데 방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가지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 대책과 관련해 “정부는 공공투자와 민간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저탄소와 기후 회복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며 “특히 유가 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미래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인 탄소세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경제가 이번 위기에 크게 성장했지만, 이것이 디지털 불평등을 악화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며 “디지털 분야의 성장과 이윤이 사회 전체적으로 누릴 수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거 유행병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사회 안전망과 평등한 교육과 기회 접근 등에 투자한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총재는 ‘베버리지리포트’를 언급하며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윌리엄 베버리지가 영국의 ‘5대악’을 어떻게 다뤄야할지를 예측한 ‘베버리지 리포트’를 냈고, 이는 전후에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며 “지금이 다음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세상을 더 푸르게, 더 영리하게,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코로나19로 숨진 이들을 위해 가장 훌륭한 추모”라고 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부산 곳곳 ‘불법매립 폐기물’ 발밑이 위험하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 봉생병원 인근 도로의 오수관 연결 공사 중 땅속에서 나온 불법 폐기물 더미. 땅을 파낸 곳곳에도 폐기물이 박혀 있다.
인적 드문 산 아래에, 농지에, 심지어는 도로 아래에까지. ‘숨은 지뢰’처럼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들이 환경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감독 권한을 가진 부산시는 폐기물 불법 매립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산사태는 예비군 훈련장을 조성할 당시 '석탄재'를 묻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성토 재료로 부적합한 석탄재가 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훈련장이 조성된 1980년 당시에는 관련법이 없었던 터라 불법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기준으로는 불법 매립에 해당한다. 이 사고는 숨은 지뢰처럼 곳곳에 불법으로 묻힌 폐기물들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석탄재 예비군 훈련장
4월 사하구 우체국 신축 공사
터파기 중 폐기물 ‘8만t’ 발견
市 불법매립 현황 파악 ‘뒷짐’
“파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12월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한 도로 아래서 폐기물 더미(부산일보 2019년 12월 11일 자 10면 보도)가 발견됐다. 당시 오수관을 연결하기 위해 고작 5㎡도 안 되는 면적을 팠는데도 300kg 이상의 쓰레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이 도로 인근 공사장에서도 터파기를 하는 도중 '쓰레기 산'을 이룰 만큼의 폐기물 더미가 나오기도 했다. 동래구는 우선, 해당 도로 아래 불법 폐기물 매립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이 부산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올 4월 부산 사하구의 한 우체국 신축 공사장에서도 터파기 공사 도중 8만t이 넘는 폐기물이 발견됐다. 당시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만 38억 원이 들었으며, 이로 인해 공사기간이 9개월 연장되기도 했다.
이처럼 폐기물 불법 매립으로 인한 사고와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부산시는 현황 파악에 뒷짐을 지고 있다. 부산시 자원순환과에서 조사한 ‘불법폐기물 적발과 조치자료’에 따르면, 현황을 파악하는 항목에 ‘불법매립’이라는 조항조차 없다. 시는 그동안 무허가처리업, 불법투기, 처리기준위반 등 항목에 대해서만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불법 매립은 인적이 드문 임야나 농지 등에 몰래 묻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현장 적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공사 터파기 등을 통해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이 발견될 경우에 이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신고한다. 시 관계자는 “불법 매립은 현장을 적발하기도 쉽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땅을 파 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땅속에 묻힌 폐기물이 지반의 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폐기물에서 흘러나온 침출수 등이 지하수에 흘러들어 갈 우려가 높은 만큼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부산시의회 고대영(더불어민주당·영도1) 의원은 “땅속에 묻힌 폐기물이 환경뿐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생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부산시도 불법 매립 적발이 쉽지 않다고 손 놓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단속을 펼쳐 폐기물 불법 매립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화훼농가는 꽃 갈아 엎는다는데... 꽃집 가면 왜 비쌀까
[현장취재] 꽃집들, 정부 지원으로 오히려 손해... "화훼산업 도·소매 분리 절실"
▲ 꽃 중·도매상이 몰려 있는 경기도 소재 한 화훼거리. ⓒ 류승연
"요즘 꽃값 싸다는데, 여긴 왜 이렇게 비싸요?"
경기도 소재 ㅇ꽃집에서 10년 가까이 꽃을 판매해온 이아무개씨는 최근 가게를 찾은 한 소비자로부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이씨는 "도매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꽃을 사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지만, 소비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가게를 나섰다.
이씨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꽃을 저렴하게 떼어와 소비자에게 비싸게 되파는 '도둑놈'으로 몰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꽃값 폭락으로 화훼 농가가 꽃을 갈아엎어 정부·지자체가 이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뉴스가 매스컴을 타기 시작한 이후 내내 소비자들의 '미움'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도·소매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화훼산업 구조상 꽃집 꽃값은 도매가 만큼 낮아질 수 없고, 올해는 꽃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도매가가 올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부 화훼농가 지원책은 꽃집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화훼 농가'는 살렸는데 '동네 꽃집들'은 울상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평소 화훼업계 대목이라 불리던 2월 꽃 수요가 급감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다급히 화훼 소비 촉진책을 내놓았다.
소속·산하기관, 농협 등이 인근 화원에서 꽃 270만 송이를 구매하도록 하는 '꽃 생활화(1Table 1Flower)' 캠페인을 펼쳤다. 또 화훼농가를 통해 정부가 사들인 꽃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도록 유통 경로를 다양화했다. 각 지자체 역시 화훼농가 돕기에 나섰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꽃을 '릴레이'로 선물하는 캠페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를 시작하기도 했다.
정부·지자체 노력에 화훼산업 분위기는 어느덧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절화(식물로부터 줄기, 잎 등을 잘라낸 것) 거래량은 180만속으로 전년 동기(186만속) 대비 3% 줄어든 정도에 그쳤다. 지난 2월 절화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떨어졌던 데 비하면 꽤 많은 회복이 이뤄진 셈.
하지만 모든 화훼산업 관계자들이 수혜를 입은 건 아니다. 경기도 소재 ㅅ꽃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동네 꽃집과 같은 소매상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도·소매 가격에 차이를 두지 않는 국내 화훼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화훼농가만 지원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고기나 생선과 같은 축·수산물은 대부분 4~8차례의 유통 단계를 거쳐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막대한 물량이 오가는 도매 구조상 소비자가 유통 과정에 개입하기도, 상품을 '도매가'로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 꽃 중·도매상이 몰려 있는 경기도 소재 한 화훼거리. ⓒ 류승연
그러나 화훼산업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농가로부터 온 꽃이 경매에 부쳐진 뒤 판매되는 도매시장에서, 일반 소비자 또한 소매상과 같은 가격으로 꽃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농수산물 시장에서도 공식적으로 도·소매가 분리돼 있지 않은 경우를 찾아볼 수 있지만, 도·소매 간 건물이 물리적으로 구분돼 있거나 영업 시간을 달리 하고 있다.
서울 양재 aT화훼공판장 생화도매시장 역시 건물 지하에 소매 점포들이 있고 도매시장과 소매점포의 영업 시간도 각각 0시~13시, 7시~19시로 구분돼 있지만 소비자들의 도매시장 출입에는 제한이 없고 7시~13시까지는 운영 시간도 겹치는 상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중도매인연합회 차원에서 도매상이 (소비자가 아닌) 소매상을 대상으로 판매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고객 구분이 어렵고 빠른 회전이 돼야 하는 화훼 상품의 특성상 잔품이 통상적으로 발생한다. 잔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돼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도 도매시장에서 꽃 살 수 있다?
▲ 꽃집을 운영하는 임 아무개씨가 지난 2월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꽃 영수증 내역과 같은 달 한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생화 도매시장 후기 글. ⓒ 취재원 제공 및 웹사이트 캡처
실제로 소비자들은 도매시장에서 직접 꽃을 구입하고 있다. 지난 2월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부모님 환갑 선물 구입을 위해 서울 양재 aT화훼공판장 생화도매시장에 다녀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비싼 꽃을 양재 꽃시장에서 도매가에 구입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해당 누리꾼은 "바구니에 들어갈 블루트(분홍색 장미) 총 70송이를 개당 700원꼴로 구입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서울 소재 ㄲ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아무개씨는 동일한 시기, 블루트 10송이를 1만3000원에 구입했다며 영수증을 공개했다. 개당 가격만 놓고 보면 소매업체가 소비자보다도 꽃을 비싸게 구입한 셈이다. 결국 가게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판매·관리비를 고려하면, 꽃집은 소비자 구입가보다 꽃을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셈.
꽃집들은 이같은 가격 구조에 더해 코로나 사태 이후 지자체가 꽃을 농가로부터 사들여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화훼농가가 모여 있는 고양시는 지난 2월 고양시청 앞에서 화훼농가에서 산 빨간색 장미를 한 송이에 600원, 한 단(10송이)에 6000원에 판매했는데 도매시장에서 같은 상품이 700원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 당시 꽃집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도매시장이 아니라 고양시청에서 꽃을 사서 파는 게 낫겠다"는 성토 글도 올라왔다고 한다.
꽃집들은 또 정부·지자체가 꽃을 화훼 농가로부터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꽃값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줄자 꽃값 조절 차원에서 밭을 갈아엎는 화훼 농가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도매시장 내 꽃의 물량도 줄어들었는데, 정부·지자체가 그중 일부를 사가면서 꽃값이 인상되었다는 것.
꽃집 운영자 이씨는 앞서 "지난 3~4월, 빨간 장미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적이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10송이 가격은 6000~7000원대였어야 하지만, 도매시장은 장미를 1만원에 팔며 특수를 누렸다"며 "각종 악재로 꽃집 매출은 20% 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화훼산업 구조 바로잡자"
도·소매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시장 구조 속에서 정부 대책마저 왜곡된 결과로 나타나자 이번 기회에 구조를 바로잡자며 100군데가 넘는 소매 꽃집들이 모여 '꽃시장 도소매분리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도 꾸렸다.
추진위 문희선 대표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꽃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도매상이 소매 역할을 해 동네 꽃집들이 줄어들면 최종 소비자들 역시 피해를 입는다. 정작 필요할 때 꽃을 구입할 수 없거나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도매상의 꽃 가격 담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도·소매 분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등에 문의했지만, 서로 '소관 부처'가 아니라고 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화훼산업 구조를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류승연(syryou) / 오마이뉴스
기후위기와의 싸움이 전염병과의 싸움
제주 가파도의 풍력발전기. 김규원 기자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 인간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인류의 생활양식은 예전과 똑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개막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물리적 접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덕목이 아니게 됐다. ‘접촉 축소’라는 시대적 요구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이동을 줄게 해 의도치 않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안겨줬다. 화석 연료로 지탱하는 지금의 에너지 구조는 더 이상 ‘이대로’를 외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작은 정부론’에 시달리던 국가는 영역을 확장해나갈 태세다.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국제적인 지도력을 잃었다. 지(G)2 시대가 저물고 지(G)0 시대가 열렸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코로나 뉴노멀’이 정의와 평등의 얼굴을 갖게 하기 위해 세계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_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직접적으로 코로나19를 불러왔는지에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동물이 인간세계로 침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야생동물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 노릇을 한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의 정당한 비용일 수도 있다. 2011년 영화 <컨테이젼>이 대유행 감염병의 원인을 이번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박쥐로 추정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코로나19 같은 세계적인 감염병에 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원유 수요는 이미 정점에 달했다
5월19일 국제 과학자 모임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가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은 논문을 보면, 4월 초 전세계의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최대 17%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은 2019년보다 4~7%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라고 한다. 특히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 중국은 4분의 1, 인도는 26%, 유럽은 27% 줄었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코로나19는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파괴적 행동이 줄어든다면 기후위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여실히 보여줬다. 5월2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3월엔 전국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1㎍/㎥로, 2019년 3월의 39㎍/㎥와 비교해 46%나 줄었다고 밝혔다. 2월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제활동 위축이, 3월엔 국내 경제활동 위축이 미세먼지 개선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또 코로나19가 퍼진 전세계에서 대기질 개선과 동물들의 활발한 행동이 나타났다. 현재 ‘세계의 공장’이자 대기질이 나쁜 것으로 악명 높은 중국과 인도에서도 맑은 하늘이 나타났고, 영국의 랭커셔와 웨일스에선 양떼와 야생 염소떼가, 미국 루이지애나와 일본 기타큐슈에서 쥐떼가 도심에 나타나 사람이 없는 거리를 활보했다.
거대한 변화는 에너지전환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세계적 에너지 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는 5월12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원유 수요가 이미 정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석유 수요가 2030년대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습격뿐 아니라 태양광발전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의 급속한 도입에 따라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는 앞으로 10년 동안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코로나19 이후 ‘그린뉴딜’로서 유럽과 남미에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도로를 확대하는 사업이 시작됐고, 국내에선 4대강 보 등 불필요한 보와 댐을 철거해서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하는 사업이 제안됐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자전거 전용 도로. 김규원 기자
고밀도 개발 방식 논쟁
그래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로는 태양광과 풍력이 꼽힌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보급된 태양광이나 24시간,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풍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태양광이 낮과 밤이나 날씨, 계절의 제한을 받고 풍력이 크기나 소음으로 인해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적 반대도 만만치 않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화석연료나 핵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보수 매체나 정당에서 강력한 반발이 나온다.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과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재생에너지 이익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20일 “그린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린뉴딜의 사례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 노후 건축물의 단열을 개선하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들었다. 과거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디지털화를 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표적 그린뉴딜 사업으로는 교통과 건축, 도시개발 사업이 거론된다. 교통 사업의 경우 보행이나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 교통수단의 확대가 예상된다.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이미 유럽이나 남미의 많은 도시가 과밀한 대중교통을 피하려는 시민들을 위해 차도를 줄여서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확대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보행과 자전거는 차량 이용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건축과 도시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감염병 확산은 인구 밀집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용남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선호되던 콤팩트시티(압축도시) 같은 고밀도 개발 방식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의 본질이 고밀도이기에 밀도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좀더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에 대한 논의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인구의 50%(2019년 기준)를 돌파한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려는 균형발전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수도권의 밀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가 공주보와 함께 해체할 것을 권고한 세종시의 세종보. 환경부 제공
새로운 ‘물’을 위하여
그린뉴딜의 또 다른 사업으로 물순환 정책이 제안된다. 구름과 비, 하천, 바다로 형태를 바꾸는 물순환을 원활히 함으로써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건강히 하자는 것이다. 국내에는 농업용 보가 3만4천여 개 설치됐는데, 이미 이 가운데 4천여 개가 쓸모를 잃은 상태다. 수명을 다한 보들이 물의 흐름과 생태계 연결을 막고 수질을 악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에 무리하게 지어진 16개 대형 보(댐)의 처리도 큰 논쟁거리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보를 없애는 건 수질과 생태계 개선뿐 아니라, 홍수 방지나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좋은 수질과 생태계는 사람과 동물에게 좋은 삶터, 쉼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여왕벌과 일벌의 운명은 ‘로열젤리 질 아닌 양’이 가른다
특별한 성분 아닌 양이 여왕벌 탄생 좌우…수벌과 일벌 애벌레도 일정 기간 공급받아
꿀벌 여왕벌 애벌레가 자라는 방(왕대)을 자른 모습. 애벌레가 풍부하게 공급된 로열젤리 속에 잠겨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로열젤리는 똑같은 꿀벌의 알이 여왕벌로 태어나느냐 일벌이 되느냐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벌레 유아식에 든 무언가 특별한 성분이 여왕벌을 탄생케 한다는 것이다. 로열젤리에 관한 이런 통념을 무너뜨리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왕벌의 탄생은 로열젤리의 질이 아닌 얼마나 많이 먹느냐에 달렸다는 주장이다.
줄리아 보우셔 미국 노스 다코다 주립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먹이의 양이 꿀벌 여왕벌의 발달에 차지하는 역할을 처음으로 비교 실험한 결과 기존 이론과 달리 여왕벌로 자라는 데는 먹이의 질이 아니라 양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알에서 깬 꿀벌 유충을 돌보는 젊은 꿀벌은 인두선에서 분비한 끈적끈적한 우윳빛 분비물을 애벌레에게 먹이는데, 이것이 로열젤리이다. 처음 사흘 동안은 로열젤리를 나중에 여왕벌, 수벌, 일벌로 자랄 모든 애벌레에게 먹이지만 이후에는 여왕벌 애벌레에게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여왕벌은 일벌과 똑같은 유전자를 지녔지만, 로열젤리를 듬뿍 먹고 자란 여왕벌만이 난소가 발달해 번식하고 수명도 일벌보다 40배나 길다. 로열젤리의 어떤 성분이 이런 특별한 효능을 낳는지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직 똑 부러진 결론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꿀벌은 꽃가루, 꽃꿀 등을 섭취한 뒤 로열젤리로 만들어 여왕벌은 물론 다른 애벌레에도 제공한다. 여왕벌 애벌레에게는 특별히 많이 공급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꿀벌을 뺀 다른 많은 벌에서 먹이의 양이 여왕벌을 결정하는 점에 주목했다. 뒤영벌, 말벌, 케이프꿀벌 등은 먹이를 늘리면 유충호르몬 분비가 늘어 생식능력의 발달이 촉진된다. 꿀벌에서도 비슷한 일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먹이의 질을 9가지로 달리하고 양을 8가지로 구별한 모두 72종의 먹이를 꿀벌 애벌레에게 먹여 여왕벌의 형질이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조사했다. 한 집단에는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만큼 양껏 제공했다.
실험 결과 먹이를 많이 공급한 애벌레일수록 여왕벌의 형질이 많이 나타났다. 로열젤리의 함량 등 먹이의 질과는 무관했다. 마음껏 먹도록 한 애벌레 20마리에는 중간 등급의 먹이를 제공했는데도 20마리 모두 상업적으로 기른 여왕벌의 형질을 보였다. 가장 적은 양의 먹이를 준 애벌레는 먹이의 질이 좋아도 여왕벌로 자란 개체가 없었다.
먹이의 양이 중요하다는 건 현장 관찰에서도 드러난다. 연구자들은 “양육 꿀벌은 애벌레가 자라는 기간 일벌보다는 여왕벌 애벌레에 많은 먹이를 준다”며 “여왕벌을 갑자기 키워내야 할 비상상황에서 양육 꿀벌이 여왕벌 애벌레가 들어있는 방의 크기를 늘리는 것도 먹이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론 먹이의 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단백질이 적은 먹이를 준 애벌레의 사망률이 높았다. 연구자들은 “양질의 먹이는 애벌레의 성장과 발달, 생존에 중요하다”며 “그러나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함량이 꿀벌의 계급을 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벌통 육아방에서 자라는 다양한 발생 단계의 꿀벌들. 뿌연 액체가 로열젤리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로열젤리는 단백질 12%, 탄수화물 27%, 수분 56%와 미량의 지방산, 무기물, 항생물질, 비타민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연구는 로열젤리의 특별한 성분이 여왕벌 탄생에 직접 기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로열젤리에 든 미량물질이 동물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 혈관 확장, 콜라겐 생성 등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로열젤리의 의학적 효과는 아직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0년 로열젤리를 건강기능식품 원료에서 제외했다. 건강증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0.061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고양이는 왜 ‘세로 눈동자’일까?
밝은 곳에서 고양이가 동공을 최대한 수축한 모습. 어두운 곳에서는 동공을 이보다 300배 넓게 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햇살 아래에서 고양이 눈동자는 세로로 길쭉한 모습이다. 개나 같은 고양잇과 포식자인 호랑이도 사람처럼 동공이 둥근데, 왜 고양이는 이처럼 독특한 눈동자를 갖게 됐을까. 눈동자(동공)는 카메라의 조리개와 비슷한 기관으로, 형태와 크기에 따라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달라진다. 고양이의 동공은 어두운 곳에서 완전히 열렸을 때 눈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고, 반대로 밝은 데서는 실낱처럼 줄어든다. 동공의 면적이 135∼300배 차이가 난다. 어두울 때는 최대한 열어 미미한 빛도 감지하지만 밝은 곳에서는 최대로 막아 과잉 노출을 막는다. 사람 눈은 그 차이가 15배에 불과하다.
밤낮 가리지 않는 포식자
이처럼 동공 변화가 큰 이유는 고양이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사냥하는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연구자들이 2015년 육상동물 214종의 눈을 비교하면서 특히 고양이의 눈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양이뿐 아니라 뱀과 악어에서도 발견되는 길쭉한 세로 형태의 동공은 특히 표적과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처럼 두 눈이 얼굴 앞쪽에 달려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양안 시를 갖춘 데다 세로로 길쭉한 동공이 심도를 높여 먹이 동물과의 거리를 정밀하게 알 수 있다.
같은 고양잇과 포식자인 호랑이와 사자는 왜 사람처럼 동공이 둥글까? 연구자들은 이들이 키가 커 시야가 넓기 때문에 표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고양이처럼 동공을 늘이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고양이와 달리 ‘가로형’인 염소의 눈동자. 게티이미지뱅크
흥미롭게도 고양이처럼 길쭉한 동공을 지닌 초식동물이 있다. 염소, 양, 말의 눈동자는 고양이처럼 길쭉하지만, 가로 방향이다. 이런 눈은 카메라의 파노라마 촬영 기능처럼 앞은 물론 옆과 뒤까지 눈에 들어온다. 땅으로 접근하는 포식자를 포착하고, 달아날 때 시야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고양이는 극도로 흥분했을 때도 눈이 검게 보일 정도로 눈동자가 커진다. 자신도 모르게 야간 사냥의 흥분 상태로 접어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햇빛 아래서도 고양이는 동공을 한껏 ‘조여’ 먹잇감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다. 세로로 갈라지는 눈동자는 밤낮없이 작은 먹이를 사냥하는 키 작은 포식자 고양이의 숨겨진 무기인 셈이다.ecothink@hani.co.kr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찾았다
육지서 가장 먼 남위 60도 아래 남대양
대기질 깨끗해 미생물 DNA 거의 없어
남위 60도 아래쪽 남대양에서 치는 파도. 콜로라도주립대 제공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는 어디에 있을까? 남극대륙을 에워싸고 있는 남위 60도 아래쪽의 남대양(Southern Ocean) 공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은 이곳의 대기 조성을 분석한 결과, 이 일대 대기에서는 인간 활동이 배출한 입자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세계 모든 곳의 해양 대기를 조사하는 대신, 일단 육지에서 가장 먼 남대양의 대기가 세계 육지에서 날아오는 먼지의 영향을 가장 덜 받을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낮은 구름을 생성하는 남대양의 경계층 대기를 살펴본 결과 화석연료 연소, 농작물 재배, 비료 생산, 하수 폐기 등 인간 활동 영향으로 생기거나 다른 대륙에서 운반돼온 에어로졸 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기 중에 고체나 액체, 기체 상태로 떠 있는 에어로졸은 대기오염의 원인 물질이다. 이 물질들은 바람을 타고 수백~수천km를 이동한다.
연구진은 공기 중의 박테리아를 대기 특성을 추론하는 진단 도구로 이용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토머스 힐은 "남대양 구름의 특성을 좌우하는 에어로졸은 해양 생물 시스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 남반구에 있는 대륙의 미세유기체나 영양물질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며 "이는 남대양이 지구상에서 인위적 활동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장소 가운데 하나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립대 조사 선박의 대기 표본 수집기. 콜로라도주립대 제공
과학자들은 조사 선박을 타고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태즈메이니아섬(남위 42.8도)에서 남쪽으로 남극대륙의 얼음 초입(남위 66.5도)에 걸친 넓은 지역의 바다 경계층, 즉 바다와 직접 맞닿아 있는 대기층에서 공기 표본을 수집했다. 그런 다음 수집한 공기 중의 미생물 종들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DNA 염기서열 분석과 소스 추적, 바람의 역궤적 등을 이용해 이들 미생물은 바다에서 온 것임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오염 물질이나 배출 가스 성분이 이곳까지 오지는 않았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진정한 원시’(truly pristine) 지역이다.
콜로라도대 과학자들은 과거 북반구 및 아열대 해양 대기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미생물이 육지에서 날아온 것이 확인됐던 점을 들어, 이번 연구 결과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식물과 토양은 구름 속 물방울을 얼게 하는 입자들의 발원지다. 이를 ‘얼음핵형성 입자’라고 부르는데, 연구진에 따르면 이 일대는 이 입자의 농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낮다. 연구진은 특히 이 일대는 공기가 워낙 깨끗해서 분석할 미생물 DNA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 오염은 각종 심장 질환과 뇌졸중, 폐암 등을 일으키거나 악화시켜 한 해 전 세계에서 700만명을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대기질에 노출돼 있다. 저개발국일수록 노출 정도가 높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 뉴딜’ 추진하는 이유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큰 박수를 보낸다. 환경부를 주무 부처로 삼은 것에도 환호성을 지른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일자리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사례를 든 것에도 웃음 짓는다.
단,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이 나란히 들어 있을 게 아니라, 그린 뉴딜을 향해 디지털 뉴딜을 적극 활용하는 한국형 뉴딜이 되어야 한다. 어떤 혁신기술이나 혁신정책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면 마땅히 우선순위를 주어야 한다. 실로 4차 산업혁명에는 생태 전환을 위한 기술이 들어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재생에너지의 약점인 불규칙성을 보완하고, 사물인터넷은 예컨대 30% 에너지 절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탄소 배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아서 분석하는 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빼어난 활약을 할 수 있다.
내가 옮긴이의 말에서 ‘문재인 정부를 위하여 번역한다’고 밝힌 책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는 국가가 생태 기술혁신을 선도해서 대규모의 민간투자를 일으키기 위해 사용해야 할 11가지 경제정책을 모아놓았다. 이러한 투자전략은 당연히 소비 증대에 중점을 둔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보완한다. 즉, 그린 뉴딜과 소득주도성장은 함께 가야 더 빛을 발할 정책 조합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정치다. ‘그린 뉴딜’, 나아가서 더 포괄적 개념인 ‘생태 전환’은 화석 인프라에 입각한 산업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석탄산업이나 정유산업,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도 불만을 품을 수 있고, 일반 시민도 당장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데서 불편을 느낄 수 있다. 80억 인구, 또는 250여 개 국가들이 벌이는 죄수의 딜레마(‘남이 안 하면 나도 안 한다. 왜 나만 손해를 봐?’)이기 때문에 국가경쟁력 담론에 쉽게 패배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혁신 이론가 페레즈는 ‘생태 전환’의 기술혁신이 곧 경쟁력이며, 이미 무너진 ‘포드주의적 삶’을 대체할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드는 나라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환경부 등 정부가 먼저 이를 숙지하고 정치적 반대를 헤쳐나가야 한다.
휘황찬란한 말만 늘어놓고 결국 ‘녹색 분칠’로 끝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탈탄소 사회’의 목표를, 예컨대 ‘2050년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선언해야 한다. 탄소세를 도입해서 탄소 가격을 만들어내고, 먼저 중국·일본 등과 공통의 탄소 가격에 합의해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생태 동맹’은 기존 안보 동맹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재생가능 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은 부품은 수입하지 않을 계획이며, 곧 ‘탄소 관세’도 부과할 것이다.
탄소세, 그린 뉴딜 성패의 시금석 될 것
참여정부의 종부세가 자산 불평등을 시정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표현했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 즉 소득 불평등 시정의 상징이었듯이 ‘탄소세’는 그린 뉴딜 성패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재 환경·에너지 관련세를 탄소세로 대체하면 탄소 1t당 약 30달러가 되는데, 이 액수를 2030년 75달러, 2050년 125달러까지 올려야 넷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에너지를 전기로 충당하고 재생에너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할 일이 많으니 일자리도 많이 생길 테고(시장 실패의 시정을 넘어선 시장 창출이 핵심이다), 기술혁신 없이 감당할 수 없는 목표이므로 젊은 과학기술자들의 활약이 빼어나야 한다.
‘일생의 패배로 무능이 증명됐다. 이제는 깨끗이 손 떼야 한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어쩌면 정책가로서 나는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참여정부 때 실무책임자로서 종부세의 설계에 관여했고, 2012년 소득주도성장 이론을 소개했으며, 2017년 생태 전환의 구체적 정책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2년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강화, 소득주도성장과 ‘전 국민 고용보험’의 결합, 그린 뉴딜의 실행을 통해 대성공을 거둘 일만 남았다. 이 세 정책은 마땅히 함께 실행되어야 하며 그때 비로소 불평등 위기와 기후위기를 극복할 길이 열릴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전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시사인
현대차그룹은 '기후악당기업'…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현대제철, 탄소배출 2위·현대그린파워, 매출액 당 온실가스 배출 최다 기록
6월 5일 환경의 날,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재벌 그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위 20개 재벌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한국 전체 배출량의 58%(2018년 기준)에 이른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들은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힌다. 온실 가스 감축 의지나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노력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5일 오전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사회운동위원회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후악당기업 살인기업 현대자동차그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해 야기되는 경제활동의 위축이 경제시스템과 산업구조의 전환을 뒤로 미루는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경제성장과 이윤추구를 최고로 생각하는 사회는 지속이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하고, 무제한의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사업과 기업 시스템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의 원인은 지구의 ‘비상사태’와 맞물려 있다. 지구생태계를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나아가 기후변화가 생태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라며 “생태계의 파괴와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이 주원인이며, 석유·석탄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에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국제 기후변화 대응행동 연구기관들로부터 ‘기후악당’ 선두 국가로 지목된 바 있다. ‘기후악당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말한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수직 계열화돼 있는 현대차그룹의 구조 속에서 “기후악당기업이 기후악당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피상장기업 중 현대제철은 포스코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더군다나 배출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2016년 1910만톤(tCO2e), 2017년 1935만톤(tCO2e), 2018년 2251만톤(tCO2e)을 기록했다. 또한 현대제철, 한국중부발전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현대그린파워(주)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장 많다. 한국중부발전 역시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3위를 차지한 탄소다배출기업이다.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는 “현대그린파워 자사 홈페이지에서 깨끗한 환경을 위해 함께 하겠다는 문구를 봤는데 이 기업은 매출액 당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만적인 기후악당 기업을 현대제철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라며 “현대제철에서 2010년부터 2019년 2월까지 10년간 노동자 2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105억 원이 넘는 산재보험료를 감액받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는데, 위험을 외주화해서 산재를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몰고, 탄소를 배출하며 쌓인 사내유보금이 100조가 넘는다. 이 돈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노동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라며 “현대차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사회적으로 환수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열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원청 사용자에게 노동자를 보호할 안전 조치의 의무와 책임을 지워야 한다”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변호사는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사업장 안전보건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안전보건 관리를 방치한 경영자와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고,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 등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라며 “실질적 책임이 있는 사람을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대기업의 무책임한 모습을 규탄했다. 민 공동운영위원장은 “한국 대기업의 95%가 기후 위기 대응 주체를 국가로 보고 있다. 그 조사에서 대기업 중 단 5.6%만이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8%를 20대 기업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왜 기후위기 책임을 국가, 시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지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토요타와 BMW 등 자동차 기업들은 2050년까지 자동차 제조에 쓰이는 에너지원을 100% 재생에너지로 돌리겠다고 밝혔고, 이미 노력 중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기후 변화에 가장 해로운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계속 만들고 있다”라며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의 전면적인 제조 중단과,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하고 정확한 날짜까지 제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정부에도 대기업에 대한 감시·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나올 때까지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참세상 박다솔 기자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5년만에 최대…브라질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늘어날 듯
아마존 열대우림 |위키피디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속도가 빨라졌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느라 산불과 무단 벌채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올해 1∼5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1844㎢로, 지난해 같은 기간(1512㎢)보다 22% 늘었다고 밝혔다. 1∼5월을 기준으로 올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지난 2015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넓다.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면서 단속을 잘 하지 못했고, 그 틈을 타 산불과 무단 벌채가 성행해 아마존 열대우림 피해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증가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원주민 거주지역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브라질은 이에 역행할 것으로 관측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브라질 환경단체 연합체인 ‘브라질 기후관측소’는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시스템(SEEG)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10∼20%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브라질 기후관측소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늘어난 것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기후관측소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로 인한 올해 5∼7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근 5년간의 같은 기간 평균치보다 29%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는 산업생산 위축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분을 웃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코로나19에 애꿎은 밍크 1만 마리 도살 착수
사육장 속의 밍크 © AFP=뉴스1
네덜란드 정부가 인간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밍크 1만 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착수한다고 AFP통신이 6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당국은 이날 남부의 농장에서 1500마리 밍크를 도살하는 것을 시작으로 밍크 살처분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이 조치는 더 일찍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두 동물보호 단체가 반대하면서 늦춰졌다. 하지만 5일 법원이 동물단체들의 소송을 기각하면서 살처분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살처분은 10개 농장에서 키우는 1만 마리를 대상으로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이뤄질 예정이다.
네덜란드 당국은 지난 5월 사육 농장에서 인간이 밍크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가지 사례를 보고했다. 지난 달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감염이 "동물 대 인간 전염의 첫 번째 알려진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후 밍크 수송을 금지하고 전국의 모든 밍크 사육 농장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news1.권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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