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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6.22~6.26 국공유지 도시공원 해제 위헌… “공원관리 체계 일원화해야”

by 이성근 2020. 6. 22.

1주일 앞둔 도시공원 일몰제, 당국은 해법 마련 서둘러라

국공유지 도시공원 해제 위헌공원관리 체계 일원화해야

부산시, 이기대공원 '보전녹지'로 변경해 난개발 방지

부산의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시민이 관리주체 나서야

기후변화로 기온 오르면 임신도 위험미국인 3200만명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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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사설]1주일 앞둔 도시공원 일몰제, 당국은 해법 마련 서둘러라

도시공원 일몰제가 다음달 1일 전국에서 시행에 들어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 4421개 도시공원이 해제된다.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40의 도시공원 부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도 시작일 뿐 2025년까지 일몰제가 지속적으로 시행되면 총 504면적의 도시공원이 순차적으로 개발 현장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부는 일몰제 시행 일주일을 앞둔 현시점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한국판 뉴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그린 뉴딜 정책의 하나로 국민 생활권역에 도시숲 200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눈앞에 닥친 공원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하면서 새로 숲을 조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당혹스럽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이런 식의 도시공원 지정이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재의 도시공원 대부분을 지정하고 관리한 것은 중앙정부지만, 1990년대 중반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며 도시공원관련 업무는 지방사무로 지자체에 넘겨졌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사무인 도로와 상하수도 건설·유지에는 50~70%까지 국고 지원을 하면서 도시공원 조성에는 유독 무관심했다. 심지어 일몰제로 공원 부지가 해제되는 대상에는 사유지가 아닌 정부 부처 소유의 국공유지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자체에 국공유지를 돈을 주고 사 공원을 만들라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다급한 나머지 민간특례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에게 도시공원 부지의 30%까지 개발을 허용하고 나머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곳곳이 난개발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오는 26일 충남 천안시는 주민투표를 통해 일봉산 민간공원 특례사업 여부를 결정한다. 도시공원을 둘러싼 갈등을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첫 사례다.

 

도시숲의 효용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 도시숲이 여름에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추고,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9%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각국이 도시숲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는 녹지세로 재원을 마련해 토지소유주에게 상속세를 감면해주면서 녹지를 보전하고 있다. 도시의 허파를 일거에 없애는 도시공원 일몰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도시공원은 토지소유주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과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공간이다. 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20년 전부터 이런 상황이 예고되었음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치해왔다. 정부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우선보상대상지부터 매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공유지 도시공원 해제 위헌공원관리 체계 일원화해야

‘2020 도시공원일몰 대응 시민협의체, 도시공원일몰제 대응을 위한 시민토론회 개최

전국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해제가 불과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지자체의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국공유지를 해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중앙정부의 권한 남용이자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왔으며 국토부, 환경부, 산림청으로 삼원화 된 공원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2020 도시공원일몰 대응 시민협의체는 지난 19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13층 대회의실에서 도시공원일몰제 대응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는 도시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한 뒤 20년 간 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지정의 효력이 사라지는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29일 도시공원 중 전 정부부처 및 소속기관의 국유지는 물론 지자체의 공유지까지 5057곳을 우선해제 대상으로 공고한 상태다.

 

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기획위원이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유영봉 서울시 공원조성과장이 서울시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성과와 과제최희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해외 도시공원 보전 사례 및 제도개선 방안최재홍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분과위원장이 도시공원일몰제도의 위헌성과 대안 입법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에 이어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주재로 이창수 가천대학교 도시계획과 교수와 박문호 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연구교수의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도시공원일몰제 일괄 적용은 중앙정부 직권 남용이자 위헌

이날 최재홍 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사업부지 내 토지소유자의 사적유용성과 사회적 의무성을 비교형량해 헌법적 판단을 한 전제는 사유지로서, 국공유지는 이러한 사적유용성의 검토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토계획법은 도시계획시설 사업 중 도로, 상하수도, 학교, 도시공원 등을 지방사무로 분류하고 있으나 도로와 상하수도의 경우 최대 80%까지 중앙정부가 국고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는 83%, 상하수도는 100%가 계획대로 집행됐다.

 

반면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는 도시공원사업은 54%가 미집행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헌적인 법의 현실은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사업 중 도시공원에서만 그 폐해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장기미집행도시공원 내 지목이 나대지인 경우 보상규정 없이 장기간 사적 유용성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니 이러한 나대지에 일몰제를 도입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나대지를 제외한 토지는 사회적 의무성의 범주 내임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으로 일몰제를 적용하도록 한 것은 해당 도시공원을 사실상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도시민들의 공원향유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절성과 최소침해성을 위반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최 위원장은 도시계획시설로서 도시공원을 지정한 후, 해당 도시공원의 설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도시계획시설결정권자는 도시관리계획 변경결정을 통해 얼마든지 도시공원을 해제할 수 있다이러한 점에서 도시계획시설결정권자의 도시계획고권을 형해화시킬 수 있는 국공유지에 대한 일몰제 적용은 전문적인 도시계획영역의 행정자율권을 의회입법으로 제한해버렸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2020 도시공원일몰 대응 시민협의체는 일몰제에 따라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땅 가운데 국공유지와 임야·논밭 등의 대지 외 부지를 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올해 상반기 중 제기할 예정이다.

 

맹지연 위원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해제근거는 허용행위 열거방식에 의한 토지이용체계에 반하며 헌법재판소가 대지에 한해 해제 등 다양한 보상수단 적용을 인정한 것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공유지는 10년 유예가 원칙이며 사유재산권침해의 우려도 없는 만큼 630일까지 무분별하게 일괄해제 할 이유가 없다. 지목이 임야나 전답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 등으로 지정된 토지주(사유지)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해제대상 국공유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을 지정하고, 국공유지의 경우 타 지자체와 동일하게 가급적 보전녹지나, 도시자연공원구역, 경관지구 또는 자연공원법에 의한 도시군 자연공원을 지자체의 여건에 맞게 추진토록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국토부장관이 도시공원일몰 지역에 대한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 일괄 지정 후 관련 제도 보완을 통해 지자체가 해제 후 도시공원의 보전을 위해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든지, 적극적인 관리수단으로서 개정 자연공원법에 따라 군립, 시립, 구립공원으로의 재지정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자연자원침해 조정 제도에 대한 도입을 위해 생태계 보전협력금제도 개정 사유재산권 침해와 무관한 국공유지 예외 없는 영구 보전 도시자연공원구역 토지소유자의 재산세 50% 및 상속세 80% 감면 도시공원 및 도시자연공원구역의 토지 매입비 50% 국고 지원 토지매입을 위한 지방채 발행 시 지방채상환기간 20년 연장 중앙정부의 장기 재원마련을 위한 교통환경에너지세 개편 등의 입법화를 촉구했다.

 

도시공원, 모든 국민의 기본적·필수적 공공서비스이자 국토 기간시설

이창수 교수는 도시공원의 환경생태적 특성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특성, 그리고 방재 및 도시안전 확보기능은 자연공원과 동일하다며 도시공원은 자연공원과 동등한 가치와 위상을 가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하천 및 도로의 기능, 사회복지 및 교육문화 그리고 국방서비스와 동등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말이다.

 

도시공원의 여가, 휴양, 정서, 교화기능 등은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필수서비스다. 환경·생태적 기능과 방재·보호적 기능은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국가 및 인류공동체의 현재와 미래의 현안과 관련된 기능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도시공원은 당해 도시의 선택적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기본적·필수적 공공서비스이자 국토의 기간시설로서 봐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국민의 복지와 환경·생태 및 방재에 대한 책무가 있는 중앙정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완전 집행뿐만 아니라 선진국 수준의 도시공원 확보를 위해 그간의 인식을 성찰하고 시대의 요청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전, 환경, 생태 등의 가치가 강조되는 시대에 그 기능을 가진 도시공원의 가치는 훨씬 커진다. 공원녹지를 연결됐을 때 효용이 커지고 규모가 커지면 효과는 제곱으로 커진다. 국내적으로 인접한 도시와도 협력해야 하고, 인접한 국가 나아가 전 세계와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공원을 단일 공간이 아니라 연결성을 가진 그린인프라로서 바라보고 접근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도시공원은 유산적 가치가 있으며,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토지 개념에서 보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공원은 건축물처럼 생명이 다하면 끝나는 도시계획시설이 아니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린인프라 통합관리 법제화 필요

최희선 연구원은 도시계획시설로서 공원녹지 뿐 아니라 도시 내 다양한 녹지공간들을 포함하고, 이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녹지의 다기능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그린인프라로 접근하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린인프라는 도시의 자연, 생태적 요소와 인공적으로 조성된 녹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도시의 공간구조를 결정하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주요한 기반이자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공원을 도시의 한 부분으로 보지 말고 확대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그린인프라 측면에서 기능성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평가하고, 기능이 떨어지는 공간을 개선하는 노력과 정책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공원녹지 개념을 그린인프라로 확대하고 통합관리를 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재원조달 방안을 다양화 할 것과 공원녹지 및 나무 입양 제도, 공원 프렌즈 그룹, 도시숲 트러스트, 그린플래그 어워드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국가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상위 목표 가이드를 제공하되, 다양한 형태의 민간참여를 독려하고 제도화함으로써 협력체계 구축을 도모할 것을 제안했다.

 

박문호 교수는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가 공유지든 사유지든 관계없이, 도시계획으로 결정된 공원이든 아니든 도시의 모든 숲은 그린인프라로서 동일한 척도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도시의 공원, 그린인프라는 하나이지만 도시계획결정이나 개발행위허가 등은 국토부가, 미세먼지 대응 및 환경보전은 환경부가, 산림 관리는 산림청으로 삼원화 되어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고 진단했다.

 

이에 박 교수는 “2017년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된 4대강 관리 문제를 일원화했듯이 도시의 그린인프라를 보전, 관리하는 주체를 통합하고 실제로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지자체가 다양한 보전·관리 정책을 전개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해 줘야 한다며 공원관리 일원화를 제안했다.

환경과 조경 /이형주 (jeremy28@naver.com)

 

부산시, 이기대공원 '보전녹지'로 변경해 난개발 방지

부산시는 자연녹지지역인 이기대공원 용도지역을 보전녹지지역으로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공원일몰제로 난개발 위기에 빠진 이기대공원을 살리기 위한 시의 방안이다.

 

이기대공원의 경우 대부분 임야여서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되면, 자연녹지와는 달리 산지관리법에 따라 산지 전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민간개발이 제한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단 농림·어업인 주택이나 자연휴양림, 학교 등 공익시설 등만 개발이 허용된다.

 

자연녹지지역은 도시 녹지공간 확보, 도시 확산 방지, 장래도시용지 공급 등을 위해 보전할 필요가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 제한적인 개발이 허용되는 곳이고 보전녹지지역은 도시의 자연 환경·경관·산림 및 녹지공간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곳을 말한다.

 

이기대공원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고 최근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질학적·생태학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시 입장이다.

 

전체 이기대공원 20075는 예산 부족 등으로 시가 사들이기가 어려워 다음 달 1일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도시계획시설이 실효되면서 난개발과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시는 이 지역 190를 보전녹지 지역으로 지정해 부산시민의 미래 자산인 생태명소로서 이기대공원을 지켜간다는 방침이다.

시는 오는 24일 용도지역변경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안을 열람 공고할 예정이다. 용도지역 변경에 의견이 있는 시민은 부산광역시 도시계획과(051-888-2447) 또는 남구청 건설과(051-607-4732), 온라인 부산 도시계획 아고라(www.busan.go.kr/build/agora)에 의견을 내면 된다. 의견수렴이 완료되면 시는 관련 기관 협의와 시의회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행정절차를 걸쳐 올해 하반기까지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제신문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부산일보 사설] 부산의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시민이 관리주체 나서야

부산에서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 마침내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지난해 1231일 명장공원, 동래사적공원, 사상공원, 온천공원, 덕천공원 등 사업지 5곳을 확정한 부산시가 조만간 실시계획인가를 한다고 한다. 2017년 초 시작된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계획으로는 2022년 착공해 2024년께 완공하는 걸로 돼 있다. 차질 없이 진행되면 부산에 2009714, 기존 부산시민공원의 4배에 해당하는 거대한 녹색허파가 부산에 새로이 들어서게 된다. 당연히, 시민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또 광역지자체로선 전국에서 처음 실시하는 사업이니, 우리나라 공원 사업에 자랑할 만한 모범이 될 수도 있겠다.

 

4년 뒤 부산시민공원의 4배 규모 조성

공원 관리 참여는 시민 권리이자 의무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공원일몰제 때문에 사라지게 될 공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됐다. 일몰제가 시행되면 사유지에 조성됐던 기존 공원은 개인재산권 행사에 따른 개발이 불가피해진다. 공원을 계속 유지하려면 지자체 등이 해당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재정이 열악해 그럴 돈이 없다. 그래서 민간사업자에게 부지를 매입케 하고 해당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부지에 주거시설 등을 지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발업자에게 일정 부분 이익을 주더라도 공원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야겠다는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이번 사업에서 해당되는 전체 부지 면적 중 공원으로 조성되는 비율은 법적 기준을 훨씬 웃도는 89%. 이는 사업의 공공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향후 추진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개발 압력이 쏟아질 수 있는데, 이를 감시하고 제어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과거 부산시민공원 추진단 인력이 20여 명이었는데, 그보다 몇 배나 큰 민간공원 사업에 현재 투입된 인력은 겨우 4명이라고 한다. 인력 확충과 함께 일반 시민도 공원 추진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공원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문제다. 공원 운영은 부산시나 구·군이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 과정에서 정작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 의문이다. 자칫 공원 운영이 시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공원을 관리하는 데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도 필요하지만 시민들도 관리주체로 적극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원 이용주체인 시민의 권리이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의무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 공원인 센트럴파크의 경우 관리비의 85%는 뉴욕 시민의 자발적 모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경우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사례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기온 오르면 임신도 위험미국인 3200만명 조사

고온, 조산 위험 8.6~21% 높여

5~9월 출산 직전 주에 기온 1도 오르면

사산 가능성도 6% 높아져

태어날 때부터 약한 세대 나타나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이나 대기오염에 노출된 임산부가 조산하거나 저체중아, 사산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3200만명 이상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 18(현지시각) 미국 의학협회의 월간 학술지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대기오염과 열 노출이 미국 내 조산과 저체중 출산, 사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체계적 검토보고서를 보면, 기온 상승은 조산율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보고서는 2007년 이후 미국 내에서 고온과 대기오염이 출산 결과에 미치는 관계를 분석한 57개의 연구를 다시 살핀 메타 연구.

 

조사 대상 연구 중 4건의 연구에서 연구진은 고온이 조산 위험을 8.6~21%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높은 기온과 사산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두 건의 연구에선 출산 직전 주의 기온이 1도 상승한 경우 그 시기가 5~9월이면 사산할 가능성이 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오존과 미세먼지(PM2.5) 역시 조산과 저체중 출산, 사산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 연구에선 임신 마지막 3개월 동안 대기오염에 노출된 경우 사산 위험이 42% 증가했다.

 

2004~200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50만건에 가까운 출산 사례를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폐기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장과 산모 거주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5km마다 3%P꼴로 저체중 출산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가 발전소에 가까운 것도 조산 위험을 높였다.

 

천식을 앓는 엄마들은 특히 위험했다. 한 연구에서 대기오염에 노출된 천식 산모의 경우 임신 28주 미만 출산을 이르는 심각한 조산가능성이 52%나 높았다.

기후변화는 일반적으로 심장병, 호흡기 질환, 정신 건강, 전염병에의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한 여성들과 발달하는 태아는 그 영향에 특히 취약하다. 연구를 진행한 산부인과 의사 출신의 브루스 벡카르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신체 건강이 약한 세대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초래될 건강 문제를 다루는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 더 많은 건강(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1~5월은 가장 뜨거운 해’ 2위 기록여름엔 1위까지 치닫나

올해 5월 평균기온이 20세기 평균보다 높은 지역(빨간색)과 낮은 지역(파란색). 북극 인근의 시베리아가 특히 극심한 고온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립항공우주국 제공

 

미국 해양기상청(NOAA)은 지난 3월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확률이 74.7%, 역대 5위 안에 들 확률이 99.9%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확률이 몇%까지 접근했을까? 5월까지 성적으로 보면 역대 2위는 떼어놓은 당상인 듯하다. 노아 국립환경정보센터는 올 들어 5월 말까지 평균기온이 1880년 노아가 기록을 시작한 이래 두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141년 동안 5월 평균기온 역대 1위는 연간 기록과 마찬가지로 2016년이었다.

 

5월 한 달의 세계 평균기온은 20세기 평균보다 0.95도 높아, 2016년과 함께 역대 가장 높았다. 북반구에서는 평균보다 2.14도가 높아 역대 1위였다. 3월부터 5월까지 봄철로 범위를 넓혀도 평균보다 1.06도가 높아 2016년에 이어 2위였으며, 북반구는 두번째로 더운 봄, 남반구는 세번째로 더운 가을로 기록됐다.

 

1월부터 5월까지로는 20세기 평균 13.1도보다 1.1도가 높아 2016년에 비해 두번째로 기온이 높았다. 남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멕시코만 지역에서는 역대 1위로 기록됐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러시아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 현상은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극 인근 마을인 니즈나야 페샤에서는 지난 930도가 기록됐으며, 이 시기 평균기온이 0도 안팎인 하탄가에서는 52225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가 뜨거운 해 1위가 된다 하더라도 여름에 역대급 폭염이 올지는 미지수다. 또 설령 여름 폭염이 닥친다 하더라도 어느 지역을 강타할 것이라고 특정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이 2016년에 비해 역대 2위로 뜨거운 해였지만, 그해 여름 평균기온은 역대 14위에 그쳤다. 반대로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한 2018년은 연간 평균기온으로는 역대 10위였다.

 

올해 세계적으로 5월까지 가장 뜨거운 해 2위를 기록했음에도 캐나다와 미국 동부 연안, 동유럽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기온은 평균보다 1.0도가 낮았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부산역서 생태계교란종 '아르헨티나 개미' 합동 방제

환경부·국토부·부산시 등, 21일 부산역서 합동 방제

지난해 10월 최초 발견1일 생태계 교란종 지정돼

컨테이너 야적장·보행자로에 살충제 고압분무 살포

아르헨티나 개미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2020.06.21. photo@newsis.com

 

환경당국은 지난해 10월 부산역 주변에서 발견된 생태계교란종 '아르헨티나 개미'(Linepithema humile) 방제 작업에 나섰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부산광역시, 낙동강유역환경청, 국립생태원, 한국철도공사는 21일 오전 합동으로 부산역 인근에서 아르헨티나 개미 방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개미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토착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진딧물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해 식물 피해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농작물 싹, 꽃봉오리, 꽃 등을 손상시키고, 양배추,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 모여 씨앗을 먹는 사례도 보고됐다.

 

지난해 10월 부산역에서 아르헨티나 개미가 발견되자 환경부는 생태계위해성 평가를 거쳐 지난 1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했다. 이후 부산역 주변 5지역 정밀조사 중 서식이 확인된 부산역 컨테이너 야적장 25000, 주변 보행자 도로변 7500에서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당국은 화학 액상 살충제가 땅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고압 분무 살포했다.

 

환경당국은 아르헨티나 개미가 퇴치될 때까지 정밀조사와 추가 방제작업을 지속해서 실시할 방침이다. 또 유전자 분석, 역학조사를 실시해 유입 원인과 시기, 발견지점 간 연계성을 구명할 계획이다.

 

박연재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아르헨티나 개미에 대한 정밀조사와 예찰을 강화하고, 추가 발견 시 선제적인 방제를 통해 국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개미 의심 개체를 발견할 경우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신고센터(041-950-5407)로 신고하면 된다.뉴시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간다는 금강송은 왜 죽었나?

흔히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간다'는 나무는 주목에 붙이는 표현이지만,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 금강소나무(금강송)에도 붙은 '속설'입니다. 특히 최대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 일대의 금강송은 조선 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짤 때만 사용하도록 국가의 엄격한 관리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최고로 쳐준 나무인데, 품질의 우수성과 명성 때문에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화재로 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에도 금강송이 사용됐습니다.

'가시나무'처럼 말라 비틀어져죽은 금강송

 

그런데 이 금강송이 최근 1~2년 사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동네 지명마저 '금강송면'인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일대에서 고사(枯死)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는 것입니다. 최우수 생태하천이기도 한 금강송면 왕피천 양옆으로는 푸른 숲이 펼쳐지는데, 산등성이 한 부분에 고사한 금강송 20여 그루가 있습니다. 솔잎은 다 떨어져 남아있는 게 없고, 회색빛의 나뭇가지만 남아 앙상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금강송면의 다른 곳에서도 고사가 목격됩니다. 통고산과 천축산 사이의 해발고도 700m 지점에도 죽은 금강송 10여 그루가 남아있습니다. 나뭇가지는 말라 비틀어졌고, 아예 통째로 떨어져 나간 나무들도 있습니다. 수피라고 부르는 나무 겉껍질은 손으로 조금만 만져도 쉽게 부서지는데, 나무가 죽은 지 꽤 시간이 흘렀다는 증거입니다.

 

금강송 고사를 확인하고 있는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울진군을 중심으로 인근의 경북 봉화군, 강원도 삼척시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부분에 나무 하나가 죽은 경우부터 20~30그루씩 군집 형태로 죽은 경우까지 여러 형태가 있는데, 주로 해발고도 500~900m 사이에서 고사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군데군데에 고사목이 분포하고 있는데, 녹색연합은 죽은 금강송이 수만 그루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금강송 고사 지역, 우리나라 최대의 생태경관 보전지역

 

금강송면을 포함한 금강송 최대 군락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생태·경관 보전지역이기도 합니다. 환경부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해 특별히 보전가치가 높다고 인정한 것으로,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경관 보전지역은 전국 9, 247입니다. 이 가운데 왕피천 유역의 면적만 102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38배에 달합니다.

 

금강송 고사는 이 일대 1~2ha라는 넓은 산림면적과 비교하면 아직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녹색연합은 상징적인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10, 20년 후 고사 양상이 본격화됐을 경우 상당히 우려스러운 데 특히 침엽수라 고사에 취약하고 대체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산림생태계, 나아가 자연 생태계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특히 그 변화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서 위원은 "소나무를 비롯한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소나무속이 전체 산림 면적의 25%가량을 차지하는데, 국가 차원에서 소나무 관리를 중요한 대응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후변화 탓?"실태 파악이 우선 필요"

 

금강송 집단 고사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2014년에도 금강송면 일대에서 4백여 그루의 금강송이 죽었는데 당시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환경 악화가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가뭄이 나타났고, 나무뿌리가 땅속 물을 흡수하지 못하자 스트레스로 죽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 집단 고사 현상과 관련해선 아직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 왕피천환경출장소 관계자는 "일부 고사에 대해서는 병해충의 영향은 아니고 앞선 고사처럼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 탓으로 파악된다"고 전했습니다. 군데군데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집단 고사의 이유에 관해서는 전문가 조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사목이 넓은 구역에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실태 파악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 위원은 "금강송이 군집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은 자연 생태계 관리에 적신호가 울린 것으로 모니터링을 전수조사에 가깝게 해야 한다""일단을 실태 파악이 중요하고, 어디에 얼마큼 죽었는지 좌표를 얻은 뒤 지리정보체계(GIS)에 등록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의 기초적인 접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대성 기자ohwhy@kbs.co.kr

 

착한기업이 뜬다은행도 ESG채권 발행 러시

기업·산업·국민·신한 등 발행 성공코로나19 금융지원

사회적 브랜드 가치 제고 기대앞으로도 발행 이어질 듯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픽사베이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유리한 조건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16일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소셜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채권 만기는 5, 발행 금리는 미 국채금리에 72.5bp(1bp=0.01%)를 더한 1.04% 고정금리이다.

 

소셜본드는 공공이익을 증진하는 사업에 쓰이는 자금을 마련하려는 특수목적 채권인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채권(ESG채권) 중 하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채권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물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견조한 수요를 통해 낮은 금리로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조달한 자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도 지난달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회적채권 1조원 발행을 완료했다.

 

사회적채권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의 3가지 종료(녹색, 사회적, 지속가능채권) 중 하나다. 조달자금을 중소기업 지원, 고용안정 등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곳에 사용하도록 한정시키는 특수목적채권이다.

 

산은은 이번 조달 자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KB국민은행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금융 지원 목적으로 4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3월 국내 기업 최초로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자금용도로 명시한 사회적채권 5000만 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카드사들도 적극적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9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고 신한카드도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ESG 채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저소득층 등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데다 이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낮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ESG채권 발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난개발 위기 ‘이기대’…“녹지로 보존”
20년 넘게 공원으로 묶인 땅을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하지 않으면 공원 기능을 해제하는 이른바, '공원일몰제' 시행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왔습니다. 난개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던 '이기대공원'에 대해 부산시가 '보전녹지'로 용도를 변경해 일단 급한 불을 끄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부산의 공원일몰제를 집중 보도합니다.

 


[리포트]태종대·오륙도와 함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생태명소, 이기대.
천혜의 절경까지 갖춰 시민들의 갈맷길 산책코스와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기대 전체 땅 206만 제곱미터 가운데 130만 제곱미터, 약 70%가 사유지입니다.

다음 달 1일부터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해당 사유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땅 소유자가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도심 공원 기능을 잃지 않기 위해선 천 2백억 원가량의 전체 보상비가 필요한데, 부산시는 아직 3백억 원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급한 대로 부산시는 여기 바다와 접한 땅의 경우 매입을 진행 중이지만 정상부 75만 제곱미터의 땅은 당장 사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원일몰제 시행이 긴박해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부산시는 용도를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이기대공원 일대를 기존 자연녹지에서 '보전녹지'로 용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각종 난개발을 막겠다는 겁니다.

[권순갑/부산시 도시계획과장 : "제일 민간개발이 힘든 지역이 되고요, 보전녹지가 되면. 이기대공원의 자연생태를 보존하고 싶은 저희 부산시의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일 뿐, 재산권 침해에 따른 땅 소유주의 반발이 예상돼 과연 제대로 추진될지는 의문입니다.

[이성근/부산그린트러스터 상임이사 : "대승적 차원에서 삼성(이기대 사유지 최다 소유주)이 땅을 기부하고, 일반 지주들의 문제는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감면을 통해 부산시가 유인책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용도변경을 통해 이기대공원의 난개발을 당장은 막겠다는 전략이지만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② 일몰제로 사라지는 공원…97% 보존 약속은?
민선 7기 부산시는 2년 전 출범 때, 이기대공원 같은 공원일몰제 대상 지역 대부분을 공원으로 보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공원일몰제 시행 일주일을 앞둔 지금, 당시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요?


[리포트]지난 2013년도부터 국립공원화를 추진 중인 금정산입니다. 이곳에는 248만 제곱미터 규모의 금정산 공원이 있습니다. 부산시는 금정산 국립공원이 확정됐다는 것을 전제로 공원일몰제 이후 이곳이 공원으로 유지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정산 국립공원화는 인근 경남 양산시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부산시는 이 같은 곳을 모두 포함해 공원일몰제 시행 이후 전체 대상지 7천4백만 제곱미터 가운데 97%를 공원으로 보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존 가치가 높은 공원의 사유지 매입 비용이 4,420억 원에 이르지만 부산시는 여전히 6백억 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이미 민간 사업자가 나서 전망대와 케이블카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부산시가 민간 사업자와 협의해 직접 공원을 조성하도록 하는 이른바 '인가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한 겁니다.


[박길성/부산시 공원운영과장 : "(황령산 유원지가)해제되기 전에 인가절차를 이행해야 공원유지가 존치되거든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땅을 인가를 득해서 유원지를 존치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결국, 민선 7기 출범 당시 공원 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던 부산시의 대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은주/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애초 2018년에) 예산 확보를 비롯한 매우 허술한 구체적이지 못한 그런 선언적인 시민에 대한 약속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부산시는 매입하지 못한 공원은 이기대 공원처럼 보전녹지 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원일몰제 당장 시행을 앞두고 과연 얼마나 진행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유럽 투자기관들 “아마존 계속 파괴하면 브라질 투자 회수”
6조원 투자한 노르웨이·스웨덴 등 7개 기관 브라질 압박
보우소나루 집권 이후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가속화

불타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 유럽 7개 투자기관이 아마존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브라질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포르투벨류/로이터 연합뉴스

 

2조달러(약 24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유럽의 7개 투자기관이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중단되지 않으면 브라질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동안 각국의 정치적 압박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가 민간의 경제적 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의 투자기관들이 아마존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브라질 농업 분야와 채권 등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21일 브라질 일간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 등이 보도했다. 7개 회사는 노르웨이 연금펀드 코엘페(KLP), 노르웨이 투자회사 스토어브랜드와 데엔베(DNB) 애셋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스웨덴 연금펀드 아페7(AP7), 네덜란드의 로베코, 핀란드의 노르데아 애셋 매니지먼트, 영국의 엘지아이엠(LGIM)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 7개 투자 기관은 현재 브라질과 관련된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연금펀드 코엘페의 ‘책임 투자’ 담당 자네트 베르간은 미국계 카길 등 3곳의 곡물 무역 회사와 관련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아마존 관련) 환경 정책이 적절한지 검토할 예정이며 결과가 부정적이면 투자를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베코의 브라질 투자 담당 다니엘라 다 코스타불투이스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주 우려스럽다”며 “브라질은 지난해부터 환경보호 통제 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지아이엠 등은 세계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조타베에시(JBS) 등 브라질 육류 가공업계에 강력한 기후변화 관련 목표치와 땅 사용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은 2018년 8월부터 1년 사이에 1만129㎢가 파괴되는 등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숲 파괴 면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어난 2032㎢에 달한다고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가 최근 밝혔다. 아마존 숲 파괴는 지난해 집권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광업과 농·축산업 생산을 재촉하면서 한층 빨라지고 있다고 환경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로나19가 브라질을 강타하면서 정부 기관의 단속이 느슨해진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페루·콜롬비아 등 9개국에 걸친 세계 최대 숲 지역이며, 지구상 동식물의 10% 이상이 서식한다. 또 지구 산소의 2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겨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GTX-A 기지창 예정부지 ‘수원청개구리’는 어떡하나

수원청개구리. <한겨레> 자료사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기지창 예정부지인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 논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 저어새 등이 잇따라 확인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22일 성명을 내어 “주민들의 제보와 보도에 따라 연다산리 기지창 부지인 논에 대해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소장 김종범 박사)에 정밀조사를 의뢰해 수원청개구리(19개체)와 금개구리(11개체)가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환경부에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한국도로공사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 때 이 지역 양서류·조류 정밀조사를 해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 다수의 멸종위기 조류들이 살고 있음을 확인해 환경영향평가를 심의하는 환경부와 한강유역환경청에도 보고됐지만, 이후 진행된 지티엑스-A 환경영향평가 때는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보전대책도 없이 지난해 6월 해당 구간 공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빠른 착공에 급급해 고의로 부실평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지티엑스-A 노선은 전략환경영향평가부터 환경영향평가까지 2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이뤄졌고, 국립환경과학원의 문제 제기로 열린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심의위원회’는 회의 한 번으로 종결됐다. 곧바로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해 다음날 착공식이 열렸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애초 예정됐던 부지는) 두루미 등 새 때문에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안 된다고 해서 노선을 이렇게 정했다. 이 구간에 멸종위기종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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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폭염까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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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의 폭군’ 노무라입깃해파리 독은 뱀·거미·벌 합친 성분
200㎏ 거대 몸집이라 독물 양 많고, 여러 독 성분이 상승작용

세계에서 가장 큰 해파리의 하나인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촉수에서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침을 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상자해파리의 일종인 ‘키로넥스 플레커리’는 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해파리로 쏘이면 2∼5분 안에 죽는다. 이 해파리로 인한 사망자는 호주에서 19세기 말 이후 64명에 이르며, 필리핀과 태국에서는 해마다 20∼50명이 목숨을 잃는다.

해마다 여름이면 한·중·일의 해수욕장을 위협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도 맹독성 상자해파리에는 못 미치지만, 치명적 독성을 띤다. 게다가 상자해파리가 다 자라도 농구공 크기인데 견줘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다 자라면 몸통 지름이 사람 키보다 큰 2m에 무게가 200㎏이나 나갈 만큼 거대하다. 길게 늘어진 수많은 촉수에 달린 자포에서 독침을 쏜다. 덩치가 큰 만큼 분비하는 독의 양도 많다. 독침에 쏘이면 즉각적인 통증에 이어 붇기, 발열, 근육 마비와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쇼크로 인해 사망한다.

열대 태평양에 서식하는 상자해파리의 일종인 ‘키로넥스 플레커리’. 농구공만 한 몸에 사람 60명을 죽일 독물이 들어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2012년 8월 10일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8살 여자아이가 양다리와 손등에 해파리 독침을 맞고 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한 것도 이 해파리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북아에서 해마다 수십만 명이 이 해파리에 쏘이는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무라입깃해파리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해파리 독이 어떤 독성물질로 이뤄져 어떤 장기를 공격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해파리의 독은 성분이 단순한 뱀이나 벌과 달리 매우 복잡하다.

지난해 박종화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원) 박사 등 유니스트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이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게놈(유전체)을 해독해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는 52종의 독소를 규명했다. 앞서 중국 연구자들은 218종의 독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어떤 독소가 어떤 장기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은 독사나 독거미 등의 독과 달리 성분이 매우 복잡하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이런 가운데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이 독사와 독거미 등 다른 동물의 독 성분이 복합해 치명적 독성을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리 롱펑 중국 과학아카데미 해양생물학자 등은 노무라입깃해파리에서 얻은 독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생쥐에게 먹이는 실험을 통해 13가지의 독소로 작용하는 단백질을 밝혀냈다. 놀랍게도 이들은 독사, 독거미, 말벌 등의 독소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유사했다.

 

연구자들은 다롄에서 채집한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촉수를 잘라내 실험실에서 원심분리기에 돌려 자포 속에 든 독성물질을 확보했다. 이 독물 단백질을 성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 생쥐에 주입해 어느 것이 치명적인지 조사했다.
부검 결과 생쥐는 심혈관 막힘, 혈관 변성, 간세포 괴사, 신장 변화, 허파 염증 등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허파 염증과 부종이었는데, 이는 해파리로 인해 사망한 사람에서와 마찬가지였다.

 

이어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질량 분석해 독소로 작용하는 13가지 단백질을 찾았다. 이들 가운데는 동부다이아몬드방울뱀, 늪 살모사의 일종인 플로리다 커튼마우스 등 독사와 시카리우스 속 독거미, 말벌 등의 독에 들어 있는 효소나 단백질이 들어 있었다.
연구자들은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독은 한 성분이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런 연구결과는 장차 해파리 독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논문에 밝혔다. 이 연구는 ‘단백체 연구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노무라입깃해파리. 쌀알 크기의 유생이 6개월 만에 어른 키보다 크게 자란다. 황해와 동중국해가 주 서식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해마다 여름철 해수욕객을 위협하는데, 올해는 16일 국립수산과학원이 제주∼남해안 해역에 이 해파리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수산과학원은 “5월부터 동중국해에 나타나기 시작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현재 제주∼남해안 해역에 대량 출현했으며, 지속적인 남풍 계열 바람과 강한 대마난류 영향으로 전남과 경남 연안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인용 저널: Journal of Proteome Research, DOI: 10.1021/acs.jproteome.0c0027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중국의 중남미 진출이 야생 재규어에게 재앙이 된 까닭은
중남미 국가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이 지역의 멸종위기 포유류인 재규어의 불법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내 재규어뼈에 대한 수요로 인해 중남미에 서식하는 재규어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 2일 학술지 보전생물학에 게재된 논문을 인용해 중남미에서 2012~2018년 사이 모두 800여마리의 재규어가 밀렵당했으며 치아와 모피, 두개골 등이 중국으로 밀수됐다고 21일 보도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 수치는 해당 국가에서 적발, 압수된 건수와 언론에 보도된 건수에 따른 수치로 실제 밀렵당한 재규어의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규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준위협(NT·Near Threatened) 범주에 포함시킨 종으로 전체 개체 수는 약 17만30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NT는 멸종위기 직전의 상태, 또는 보호조치가 중단될 경우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중남미의 목장주들이 소떼를 습격하는 재규어를 사살하는 것이 개체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개체 수 감소는 삼림 파괴다. 과거와 비교해 재규어의 생식에 적합한 삼림 지역은 50%가량 줄어든 상태다.

파나마 야구아라재단 직원 니논 메이어가 파나마에서 농장을 습격해 가축을 죽이다 사살당한 재규어의 가죽을 살펴보고 있다. Ricardo Moren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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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포드 브룩스대 등 연구진은 야생동물 불법거래의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재규어, 퓨마, 오셀롯 등 중남미에 살고있는 고양이과 동물들의 중국 밀수에 관한 보고서들을 수집, 분석했다. 자연보호단체들은 도로 부설이나 댐 건설 등 거대프로젝트로 인해 중남미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밀수에 관계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자연보호단체들의 이 같은 주장을 증명하듯 중국의 중남미 투자액이 최근 10년 사이 10배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 박사과정 타이스 모캐티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며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연보호단체들은 재규어 밀렵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중국 내에서 희소성으로 인해 구하기 어려운 호랑이뼈 대신 재규어의 신체 부위가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해 왔다. 중국에서 호랑이는 오랫동안 약재로서 취급받아 왔으며 호랑이를 번식시키는 사육장도 존재한다. 야생 호랑이는 희소가치와 약효에 대한 미신으로 인해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호랑이 뼈는 주로 연고나 호골고(호랑이의 뼈를 고아서 만든 약)의 재료로 사용되며 모피는 가구와 옷, 액세서리 등으로 쓰인다. 구하기가 어려워진 야생 호랑이 뼈와 가죽이 부유층에서는 재력과 영향력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재규어의 서식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제공.

논문 저자 중 하나로 야생생물 거래에 대해 연구하는 인류학자 빈센트 니쥬만은 “중국과의 관계가 깊고, 통치력이 약하며 독직이 만연한 나라에서 야생동물의 불법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나라는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등이었다. 남미 북부의 나라인 수리남에서도 분말 상태의 재규어 뼈를 분유라고 속여 국제선 항공기에 타려던 중국인 여성이 현지 세관 직원에게 발각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다만 중국으로 밀수된 재규어의 신체부위들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법거래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재규어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 김기범 기자

 

도시공원 일몰제 위기 긴급대응 6대 입법추진 기자회견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공원 일몰제 위기 긴급대응 6대 입법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억압된 그린뉴딜에, 이 단어를 허하라

'그린뉴딜'을 하겠다면서 석탄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녹색 뉴딜은 이제 세계인의 유행어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더욱 대세가 되고 있다. 대유행이 수그러들면 어느 나라든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텐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대규모 투자가 그 첫째 출구로 주목 받는다. 심지어는 평소에 기후 위기에 관심 없던 경제학자들마저 녹색 뉴딜 밖에 답이 없다는 전망을 쏟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생태 전환을 선구적으로 외쳐온 이들은 리버럴 세력이 받아들인 녹색 뉴딜 비전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류 정당이나 언론이 정작 녹색 뉴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탄소 배출 절감 목표를 후퇴시켜 한갓 신산업 육성 정책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생태사회주의자 안드레아스 말름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말름은 이 지면에서도 한 차례 소개한 인물이다("석탄-석유를 없애야 자본주의가 죽는다", <프레시안> 2016. 8. 23). 2016년에 발표한 저작 <화석 자본>(국내 미출간)에서 그는 자본주의가 계급투쟁의 논리 때문에 화석 연료를 남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화석 자본주의'의 극복 없이는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말름이 미국의 급진좌파 저널 <자코뱅>과 가진 대담 내용이 흥미롭다("To Halt Climate Change, We Need an Ecological Leninism", , 2020. 6. 15). 새 저서 <코로나, 기후, 장기비상사태: 21세기 전시공산주의> 출간을 앞둔 대담인데, 여기에서 그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녹색 뉴딜 정도가 아니라 '생태적 전시 공산주의'라 할 처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전시 공산주의'191710월 혁명 이후 러시아가 내전에 휩싸이자 볼셰비키 정부가 취한 전시 경제 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이름에 드러나듯이, 이 체제에서는 자본주의 국가가 총력전 와중에 택한 통제 경제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국가가 경제 전반을 지휘했다. 그렇다고 말름이 이 역사적 경험을 이상화하는 것은 아니며, 혁명 러시아에서 실제 그랬던 것처럼 국가 권력이 비대해질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가 문명의 절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을 방책은 이 정도 특단의 대책뿐이라는 것이다.

 

녹색 뉴딜 수준을 넘어 생태적 전시 공산주의 체제가 필요하다?

말름이 제시하는 신조어들, 가령 '생태적 전시 공산주의''생태적 레닌주의' 등이 너무 생경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녹색 뉴딜 논의 지형에 말름 같은 이들이 던지는 비판에는 우리가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구석이 있다. 이들은 리버럴 세력이 받아들인 녹색 뉴딜이 몇 가지 중요한 한계 지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생태 전환이 여전히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한계 지점 가운데에서도 말름 같은 비판가들이 정면 조준하는 것은 '계획'의 문제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탄소제로사회 그린뉴딜을 위한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녹색 뉴딜을 약속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경로를 거쳐 이 목표에 이르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총선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 속의 '그린뉴딜' 항목 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한국판 뉴딜'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그 안에는 '녹색'이라 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비판이 일자 대통령이 나서서 관계 부처에 녹색 뉴딜 관련 보고서를 준비시켰고, 그래서 한국판 뉴딜의 최종 내용에는 '그린뉴딜'이 포함됐다. 그러나 애초 출발 자체가 코로나19 위기 대책 마련이어서 그랬는지, 경기부양책 목록에 '녹색' 항목 하나를 덧붙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계를 따지고 들면, 사실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고집하는 것도 우습고,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사태가 모두 항공업의 쇠퇴를 가리키는데도 제주도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 역시 황당하다. '녹색'을 이야기한다면 마땅히 전제해야 할 기본 철학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점에서 '녹색 성장'을 말하던 이명박 정부와 별다른 질적 차이가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계획'에 대한 무지와 무시다. 이것은 실은 한국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현재 전 세계가 처한 공통 상황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 위기와 관련해 인류가 뼈아프게 확인한 한 가지 진실은 이것이다 탄소 배출 절감을 시장의 사익 추구자들에게 맡겨 둬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것. 1990년대부터 수차례 전 세계 정상이 모인 거창한 회의들이 열렸지만, 지구 평균 기온은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만 했다. 회의 때마다 채택한 고상한 보고서 어디에도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장 '' 힘의 '강제' 적용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여당 역시 이런 전 세계적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목표에 맞출 길을 찾아내기 어렵다. 반면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사회운동들의 결집체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나 정의당, 녹색당 등은 IPCC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에너지 체제 전환과 친환경 대중교통 구축 등을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탄소예산제를 실시해야 하고 정부 안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정부-여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점은 무엇인가? 탄소 배출 절감을 시장에 맡길 수 없으며 국가와 시민사회가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는 점이다. 시장에 대비되는 고전적인 개념으로 정리한다면, '계획'의 강조다.

 

녹색 뉴딜이란 다름 아니라 녹색 '계획'이다. 탄소 배출 제로라는, 시장 합리성을 넘어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시장보다 우위에 서서 시장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녹색 뉴딜에서 이 본령, '계획'을 빼면, 거기에는 '녹색' 자본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이라는 허울만이 남게 된다. '계획'의 문제의식이 억압된 녹색 뉴딜이란 이명박 정부식 녹색 성장의 영원한 회귀가 될 뿐이다.

 

녹색 뉴딜의 핵심은 녹색 '계획'

한데 '계획'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이들이 많다.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실시한 중앙집권형 계획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 탓이다. 그래서 '계획'을 일상용어로 쓰기 꺼려진다. 하지만 사익 추구자들이 아닌 사회가, 시장이 아닌 다른 제도들을 통로로, 경쟁과 이윤 획득이 아닌 협동과 공생을 기준 삼아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것에 붙일 다른 간단한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민주적이라거나 분권적이라는 수식어를 달더라도 '계획'이라는 말로 돌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그렇더라도 분명한 점이 있다. 생태 전환 과정에 적용돼야 할 '계획'은 생래적으로 20세기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의 중앙집권형 계획경제 경험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도 다음 세 가지 맥락이 있다.

 

첫째, 과거의 계획은 시장을 대체하려 했지만, 녹색 계획은 시장과 공존하며 융합한다.

 

20세기 국가사회주의 체제들은 특히 1930년대 소련의 공업화 이후 계획과 시장을 대립시키면서 계획이 시장을 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혁명 러시아의 경제 운영 경험에서도 드러났듯이, 계획은 시장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면 오히려 작동하기 힘들다. 더구나 녹색 계획의 목표는 시장 메커니즘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탄소 배출 감소라는 목표 아래 강력히 규율함으로써 그 구성 요소들을 재편하는 것이다. 시장의 단순한 대립어이기만 한 계획이 아닌 것이다.

 

둘째, 과거의 계획은 경제의 외연적 확대를 추구했지만, 녹색 계획은 내포적 재편을 추구한다.

 

20세기 국가사회주의 체제가 자본주의의 정반대에 있었던 것처럼 여기기 쉽지만, 사실 둘은 의외로 비슷한 지평에 서 있었다. 자본주의가 끊임없는 성장을 통해 내적 모순을 무마한 것처럼, 현실사회주의권의 중앙집권형 계획경제 역시 국민경제의 부단한 양적 성장을 추구했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같은 시대정신에 바탕을 두었다. 그러나 녹색 계획의 목표는 정반대다. 외연적 확대의 반대편에서 경제 활동의 새로운 출구를 열려 한다. 흔히 '탈성장'을 말하지만, 외연적 확대의 정확한 반대말은 내포적 재편일 것이다. 이런 방향의 경제적 결정과 행위란 인류사에서 처음 감행하는 도전이다.

 

셋째, 과거의 계획은 국가 관료기구가 주도했지만, 녹색 계획에서는 다양한 시민사회 집단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계획은 어떤 식으로든 '강한 국가'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강제력 없이 사익 추구자들이 탄소 배출 목표를 따르게 할 수는 없으며, 그러한 강제력은 어쩔 수 없이 국가기구를 거쳐 행사된다. 그러나 20세기의 중앙집권형 계획경제와는 달리 이번에는 '강한 국가'뿐만 아니라 '강한 시민사회'도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의 외연적 확대는 국가 지령을 중심으로 충분히 실행될 수 있지만, 내포적 재편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여러 집단들이 참여해 정보를 나누고 합의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런 아래로부터의 계획의 골격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요점은 이것이다. 녹색 뉴딜은 기존의 경제적 관성에 '녹색'이라는 꼬리표 하나만 더하면 실현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에 없던 경제 행위 양식이 탄생하고 확산될 때에만 녹색 뉴딜은 그 실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새로운 경제 행위 양식은 최근까지 우리를 지배해온 시장지상주의도 아닐뿐더러 과거에 그 대안이라 생각했던 특정한 계획 형태도 아니다.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의 민주적 숙의와 합의에 바탕을 둔 비시장적-사회적 결정 과정, 즉 전혀 다른 맥락의 '계획'이어야 한다.

 

어쩌면 신자유주의의 절정기가 지나고서도 새 세상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우리가 감히 이런 새로운 행위 양식을 만드는 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지체된다면, 이제 기후 재앙 속에서 문명의 출구를 여는 일 역시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녹색 뉴딜'이란 무엇보다도 새로운 경제적 행위 양식을 발명하는 과정이 아니면 안 된다. /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 프레시안

 

한국은 어쩌다 '기후악당' 이어 '해양악당'이 되었나

협상을 지연시켜온 한국에 시선이 쏠릴 것이다.” “정부 간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생태계 보호보다는 단기적인 이익만 우선시하며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한국의 기존 약속과 상반된다.”

 

한국 정부가 해양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유엔협약 협상의 발목을 잡고, 걸림돌 역할을 해온 것으로 인해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로 인해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것에 이어 해양악당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시민환경연구소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유엔의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BBNJ)’ 국제협약 논의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은 협상을 지연시키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와 그린피스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정부 대표단은 20062월 열린 BBNJ 관련 비공식 작업반 회의에서 공해상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20144월 열린 비공식 작업반 회의에서도 공해상의 어업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공백이 없다면서 대부분 국가들이 이루고 있는 공감대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주장했다.

그린피스 인턴 펭귄 똑이가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에게 보낼 전 세계 시민 약 310만 명의 서명이 담긴 편지를 들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20151월 열린 비공식 작업반 회의에서는 아예 유엔 총회에 제출할 권고안 자체를 삭제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정부간 회의에서는 대다수 국가들이 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 관련 사항에 지지를 표명했음에도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이밖에도 한국 정부 대표단은 국제협약 체결을 지연시키고, 협약을 유명무실화시키려는 의도를 계속해서 드러내왔다.

 

BBNJ 협약은 현재 국제적인 규제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공해 등에 해양보호구역(MPA)를 설치하고, 해양에서 채취되는 유전자원을 통한 이익을 국제적으로 형평성있게 공유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2004년 유엔 총회에서 처음 관련 결의안이 채택됐고, 2006~2015년 사이 9차례의 작업반 회의, 2016~2017년 사이 4차례의 준비위원회, 지난해까지 총 3차례 열린 정부간 회의를 통해 협약문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마지막 회의인 제4차 정부간 회의는 당초 지난 3월 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연기된 상태다.

 

BBNJ 협약이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계 대부분 국가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기후악당에 이어 해양악당국가로 등극해도 변명할 말이 없어보인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기후악당국가로 불리게 된 것은 2016년부터다. 당시 국제 기후변화 연구기관들은 한국을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뜻하는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선정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였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그린피스 국제본부 제니퍼 모르간 사무총장은 제3차 정부간 회의가 개최되고 있던 지난해 8월 로이터통신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2020년 상반기에 열릴 최종협상에서 각국 정부가 국제협약이 체결되도록 협력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협상을 지연시켜온 러시아, 아이슬란드, 한국에 시선이 쏠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BBNJ 국제협약 협상의 발목을 잡아온 한국 정부의 행태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또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4월 해양수산부와 외교부에 전달한 서한에서 그동안 진행된 유엔 BBNJ 정부 간 회의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은 생태계 보호보다는 수산업계의 단기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며 보호구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협정의 체결에는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어 이는 생물다양성협약과 유엔지속가능개발목표의 해양 보호구역 확대 목표 달성에 동참하겠다는 한국의 기존 약속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당시 해수부와 외교부에 전 세계 310만명이 참여한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서명도 전달했다.

 

2017년말 남극 수역 어장이 폐쇄된 이후 이빨고기를 잡은 사실이 미국 당국에 의해 확인된 한국 국적 원양어선 서던오션호. 해양수산부 제공

 

한국 정부가 이처럼 다수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국제협약 체결을 지연시키는 것은 해양수산업, 특히 원양어업을 통한 이익 때문이다. 공해상의 어획량이 세계 6위일 정도로 원양어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서라면 해양악당이 되어도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실제 2002~2011년 사이 한국의 공해상 어획량은 전 세계 공해상 어획량의 6.1%를 차지했고, 이는 국내 총 어획량에서도 11.9%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익뿐 아니라 식량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차원에서도 원양어업이 중요하지 않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시민환경연구소와 그린피스 등에 따르면 국익과 식량자원 확보 등에 대한 주장들은 허상에 불과하다. 원양어업이 산업 및 경제분야에 일정 정도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원양어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의 공해상 어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약 8억달러 정도지만 정부 보조금과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수익은 2200만달러에서 25400만달러로 줄어든다. 정부 보조금이 약 4억달러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 보조금이 수익의 2배가량에 달하는 것이다. ,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면 한국 공해상 어업의 수익성은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된 근거는 식량자원 확보인데 국내 총 어획량의 10분의 1이 넘는 원양어업의 대표 어종 참치는 생산량의 약 86%가 수출된다. 식량주권 확보라는 공적 가치에 기여한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국제·국내 환경단체뿐 아니라 국내 학계와 시민사회의 전문가들 역시 BBNJ 협약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 4월 학계 및 시민사회 전문가 대상으로 실시한 현 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1.9%BBNJ 협약 관련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 반대(12.4%)와 대체로 반대(29.5%) 입장을 보였다. 이는 찬성(1.9%)과 대체로 찬성(21.9%) 입장이라고 답한 이들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게다가 한국 원양업계의 저층트롤어업은 해양환경파괴로 인해 이전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저층트롤어업 방식은 바닥부터 바다를 싹쓸이하는 어획방식인 탓에 잡히는 물고기의 절반 이상이 혼획의 희생양이 된다. 여기엔 물고기뿐 아니라 거북이, 바닷새 등도 포함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새우 1마리를 잡기 위해 최대 10마리의 물고기가 혼획된 후 버려지는데 이 물고기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죽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체 투척으로 인한 해양환경 오염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어망을 바다 깊숙이 가라앉히기 위해 이른바 바닷속 벌목이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건물 3층 높이에 축구장 넓이인 거대한 어망이 해저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해양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파괴적 어업이라는 이유로 유럽의회는 북동대서양 해저생태계의 보호를 위해 이 어획방식을 금지한 바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산(海山)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의 95%가 원양 저인망 어업탓에 발생한다. 세계식량기구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공해 어업을 위한 저인망어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60척의 스페인이고, 한국은 33척으로 두번째로 많은 저인망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밤에 빛을 내고 있는 크릴떼. 그린피스 제공.

 

해양보호구역 확대는 남극 생태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크릴과도 관계가 있다. 펭귄, 바닷새, 물범, 다양한 물고기, 고래의 먹잇감인 크릴은 최근 각종 영양제와 낚시 미끼 등으로 각광 받으면서 대량으로 남획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크릴 등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어종들이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남극을 포함한 전 세계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환경연구소는 또 중국의 원양어선단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BBNJ 국제협약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원양어선단은 전 세계 원양 어선단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20년 사이 규모를 부쩍 키운 상태다.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남획으로 인한 어종 고갈 때문에 원양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BBNJ 국제협약 등의 국제규제 강화를 통해 불법적이고, 파괴적인 어업을 자행하며 공해상 수산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는 중국 원양어선단을 견제하는 것은 해양환경 보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국 원양어업계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은희 부소장은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할 시점이지만 한국 정부 대표단은 BBNJ 협약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부터 우선 고려하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2006년부터 한국 정부 대표단이 발언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마치 BBNJ 협약이 한국의 관련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아주 나쁜 협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의 정부 대응을 위해 다양한 해양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묻고 싶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지막 남은 정부간회의가 언제 개최될지 미지수이지만 정부가 BBNJ 협약의 취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이전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대응하도록 변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값싼 고기에는 코로나의 희생자들이 숨어있다

코로나19가 미국 도축장을 덮친 이유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장식 축산의 구조는 그대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저임금 이주노동자뿐

노동자들이 돼지고기를 도축해 가공 처리하고 있다. 클립아트이미지 코리아 제공

 

공장식 축산의 원조라고 불리는 미국 시카고의 도축장 유니언 스톡 야드’. 100년 전, 저널리스트 업턴 싱클레어는 세계 최대의 도축장인 이곳에서 두 달을 머물며 취재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착안한 게 이곳이었다. 동물의 피가 연못처럼 고이는 열악한 공장에서, 망치를 맞은 소, 돼지를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운반됐고, 노동자들은 기계가 설정한 속도에 따라 작업을 했다. 동물은 물건처럼 다뤄졌고, 대부분 이민자인 노동자들은 빈곤에 허덕였다.

싱클레어가 1906년 출간한 소설 <정글>의 주인공도 리투아니아에서 와서 온 유르기스 루드쿠스였다. “그도 고향의 숲에서 돼지를 잡아 본 적이 있었으나, 이렇게 돼지 한 마리를 수백 명이 손질하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도축장을 정육공장(meat plants)라고 부른다. (▶▶관련기사 혁신이 지워버린 생명의 눈망울’)

 

싼값의 고기 저임금 밀집 노동 코로나19 감염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세계는 정육공장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정육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코로나19 안 걸렸는데, 왜 돼지들이 살처분됩니까?’)

 

2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러한 사태가 싼값으로 시장에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밑바닥에서 벌이는 재앙의 경주때문이라는 노조 관계자의 말을 소개하며, 공장식 축산 체제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100년 전 업턴 싱클레어가 고발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정육공장에서도 저임금 이주노동자가 좁고 열악한 공장에서 서로 부대끼며 고기를 해체한다. 고기의 대량 소비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은 현대 사회의 육식 체제에서 동전의 양면이라는 얘기이다.

세계 최대의 도축장이자, 세계 최초로 정육 가공 공정에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한 시카고 유니언 스톡 야드의 노동자들이 가죽을 벗긴 동물들 앞에 서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인 <식품환경뉴스네트워크>22일 집계한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만 정육공장 관련 시설에서 3209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노동자 109명이 숨졌다. 노동자는 대개 이민자나 난민이었다.

 

영국의 시장정보 제공업체인 아이에이치에스 마킷(IHS Markit)의 애널리스트인 아담 스펙은 코로나19는 대부분 자동차나 집을 공유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육가공업체들이 안전 조처를 하면서 미국의 상황이 안정될 거라고 봤지만, 이런 시각에 회의적인 전문가도 있다. 농업무역정책연구소(IATP)의 벨 릴리스턴은 지금도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도살 공정에서 속도를 강조하는) 정육공장의 구조 그 자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기 들어 노동감독관이 줄어들었고, 작업 속도는 더 빨라졌다고 그는 지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정육공장에서 칠면조 고기를 해체 가공하고 있다. 밀접 접촉해 일하는 특성상 노동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문을 닫는 정육공장이 많아졌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피터 슈미트 독일식품노조 위원장은 <가디언>값싼 고기를 원하는 시장의 높은 수요 때문에 정육 산업의 전 부문이 파멸적인 밑바닥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정육 산업도 동유럽의 저임금 노동자를 기반으로 굴러가기는 마찬가지라며, 그는 공장의 현실이 노예 시대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정육공장의 노동 환경은 최악입니다. 작업장은 춥고, 노동자들은 다닥다닥 붙어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합니다. 12시간 맞교대 뒤 들어가 쉬는 숙소에서는 동료와 침대를 나눠 쓰는 형편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와 정육공장의 진짜 문제점

국내에서도 5월 말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적이 있었다. 그 원인으로 노동자가 일하는 냉동 창고가 지목됐다. 섭씨 1도만 낮아져도 상품 질이 떨어져 경제적 손실이 생기는 만큼, 업체는 이중 삼중으로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등 실내 온도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하지만 환기되지 않은 환경은 바이러스 농도를 높이기 마련이다.

 

미국의 정육가공업체들은 비슷한 논리를 들어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려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노동자 피해가 냉장·냉동실의 구조와 차가운 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케임브리지대 수의학과장인 제임스 우드 교수는 <가디언>에 이를 흥미로운 가설이라면서도 노동자 간의 밀접 접촉, 내외부로 공기 순환 등의 변수를 제거해야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사회에서 말도 안 되게 싸진 고깃값은 좁은 공간에서 속도에 밀리는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지불한 대가다. 업턴 싱클레어가 도축장을 정글로 묘사한 지 100년이 지났고, 그 구조만을 볼 때 정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것을 확인시켜주었다./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청둥오리가 잉어를 세계에 퍼뜨린다

소화관 통해 배설한 알에서 새끼 깨어나웅덩이 미스터리설명

외딴 웅덩이에도 잉어가 살 수 있는 건 청둥오리가 먹은 알의 일부가 살아남아 부화하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물길이 닿지 않는 외딴 웅덩이나 호수에 어떻게 물고기가 살게 됐을까.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물새가 깃털이나 다리에 수정란을 묻혀왔다는 것인데, 아직 증거는 없다.

최근 유력하게 떠오른 주장은 물새가 물고기 알을 먹은 뒤 소화관에서 생존한 알이 배설과 함께 먼 곳으로 이동한다는 가설이다. 브라질에서 고니에게 열대송사리 알 650개를 먹인 뒤 배설물 속에서 5개를 회수했고, 이 가운데 하나가 무사히 알에서 깨어났다는 실험결과가 지난해 보고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실험에 쓰인 열대송사리가 매우 강인한 종이어서 물고기의 장거리 확산을 일반적으로 설명하기엔 곤란하다는 점이다. 일년생인 이 물고기는 가뭄 등 역경이 닥치면 수정란 상태로 몇 년씩 휴면에 들어간다.

 

알은 융모막과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 무산소, 고염분, 건조에 잘 견디기 때문에 물새 소화관 속의 산성과 무산소 환경에서 살아남는다고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알껍질이 부드러운 보통 물고기 알은 어떨까.

전 세계에 수천만 마리가 사는 청둥오리는 산란기 때 어류의 알을 집중적으로 먹는다. 산도르 보르자 제공

 

아담 로바스키스 헝가리 다뉴브연구소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23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일반적인 물고기도 물새의 장관을 통해 멀리 퍼지는 것이 가능함을 실험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실험에는 전 세계에 수천만 마리가 분포하는 청둥오리와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로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잉어, 마찬가지로 세계적 침입종인 프러시아 붕어의 알이 쓰였다.

 

연구자들은 두 종의 물고기 수정란 각 500개를 청둥오리 암·수 각 4마리에 먹인 뒤 배설물을 뒤져 배출된 알을 회수하고, 이 알이 정상적으로 부화하는지 조사했다. 알을 먹은 청둥오리는 대부분 1시간 안에 배설했는데, 회수한 알은 잉어 8, 프러시아 붕어 10개로 전체의 0.2% 정도였다.

 

회수한 알을 살펴보니 잉어 알 8개 모두와 프러시아 붕어 알 4개에서 배아가 움직여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설물 속에서 거둬들인 알 18개 가운데 12개가 살아있었고, 청둥오리 4마리 가운데 3마리의 배설물에서 살아있는 알이 나온 셈이다.

생존한 알 12개를 수족관에서 부화시켰지만 9개가 죽고 3개만 새끼 물고기로 깨어났다. 유일하게 깨어난 잉어 새끼는 청둥오리의 뱃속에서 다른 알보다 긴 46시간 머문 알에서 나왔다. 나머지 알들은 부화과정에서 곰팡이에 감염돼 죽었다.

잉어(왼쪽)와 프러시아 잉어 알 각 500개를 청둥오리 암·수 각 4마리에 먹인 뒤 배설물에서 알을 회수해 부화시키자 그중 3마리가 깨어났다. 아담 로바스키스 외 (2020) PNAS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화구호, 사막 호수, 농경지의 일시적 웅덩이 등 외딴 고립된 수체에 어떻게 물고기가 살게 되는지를 둘러싼 오랜 논란에 한 가지 설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청둥오리가 알을 먹은 뒤 1시간 뒤 배설한다면 물고기 알은 60, 46시간 뒤 배설한다면 360까지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1000개의 알 가운데 3개에서만 새끼가 깨어난 낮은 확률은 어떨까. 연구자들은 “(낮은 확률에도) 자연에는 물고기 알과 새의 개체수가 많아 이런 방식의 확산은 흔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잉어는 한 번에 150만 개, 프러시아 붕어는 40만 개의 알을 낳는다. 또 청둥오리는 물고기 산란기 때 영양가가 많은 알을 즐겨 포식한다.

산란하는 잉어(왼쪽)와 검정말. 청둥오리는 검정말에 붙은 잉어 알을 즐겨 훑어 먹는다.

 

연구자들은 프러시아 붕어는 외딴곳에 홀로 태어나도 단성생식으로 집단을 불릴 수 있다청둥오리를 통한 장거리 확산이 이들 어종이 세계적 침입종이 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 DOI: 10.1073/pnas.2004805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화지공원은 일몰제 피했다부산시, 녹지로 보전 결정

동래정씨 대종중 땅 98% 소유

- 미개발 37난개발 우려에

- 재산세 면제하는 조건으로

- 대종중은 공원 존치키로 합의

부산 백양산과 시민공원을 잇는 녹지 축인 부산진구 양정동 화지공원(409539)이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와 상관없이 녹지로 남을 수 있게 됐다.

부산시와 동래정씨 대종중은 24일부터 화지공원의 동래정씨 대종중 소유 토지의 부지 사용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동래정씨 대종중이 가진 화지공원 내 부지 면적(402245)은 화지공원의 98.2%에 달한다.

 

동래정씨 소유 토지의 일부(33510)에는 이미 청소년회관과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다. 문제는 나머지 부지(368734)였다. 시는 화지공원이 시민공원 인근에 있고 접근성이 좋아 민간에 의한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판단, 2018년부터 동래정씨 대종중과 임차공원 협의를 진행했다. 임차공원은 일몰제 이후 도시공원에서 해제될 부지를 시가 무료로 빌려 쓰는 제도다. 일몰제로 인해 도시공원에서 해제된 부지에는 재산세가 부과되는데, 이를 면제하는 대신 이 부지를 계속 녹지로 남겨두는 게 시의 목표다.

 

시와 동래정씨 측은 동래정씨 시조의 묘소와 사당이 있는 지역을 공원으로 유지하는 데는 일찌감치 합의했다. 하지만 동래정씨 소유 부지 내 다른 지역의 경우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와 협의에 시간이 걸렸다. 부지사용계약 기간은 3(2022623일까지)이다. 이번 계약으로 부산시는 백양산~어린이대공원~시민공원~송상현광장으로 연결되는 녹지 축을 보전할 수 있게 됐고, 동래정씨 측은 시조 묘소와 사당을 안정적으로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앞으로도 화지공원 내 동래정씨 소유 부지의 영구적인 도시공원 존치를 위한 협의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시민을 위한 녹지를 보전하고, 555억 원의 보상비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공원 일몰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국공유지 도시공원 해제 땐 부산시 매입비 1700(공시지가 3) 전망

 

시민단체, 전국 5000여 곳 조사

- 토지보상가만 9조 원 이상 예상

- “국토부가 녹지 난개발 내몰아

- 국회, 일몰금지법 통과시켜야

 

최근 국토교통부가 해제를 공고한 국공유지 도시공원 5057건을 매입하려면 9조 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로부터 녹지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할 판에 중앙부처가 나서 국공유지 도시공원까지 해제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녹지를 난개발의 위험에 내모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시민행동)23일 국토부가 해제 공고한 전국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국공유지 5057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시지가가 3668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토지보상가가 통상 공시지가의 3배 정도로 형성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9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국공유지가 해제되는 셈이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번에 해제를 앞둔 국공유지 면적은 총 7846085. 이 중 산림청 소유가 2284378, 국방부가 가진 땅이 1559327. 국토부가 소유한 땅도 1061023가량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제를 앞둔 면적을 지목별로 보면 임야가 5837543로 가장 넓었고, 도로용지가 966565, 학교용지가 937538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에 있는 국공유지 중 1477883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며, 공시지가는 23316526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415834)18009697만 원, 경기도(1098027)14275015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부산에서는 68137의 국공유지 도시공원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지가로 따지면 564억 원 수준이다.

국공유지 도시공원 해제를 추진하는 국토부가 국회 결정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국회는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중 국공유지는 실효기간을 10년 연장하고, 사안에 따라 10년 이내 기간을 추가로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의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국토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국회의 뜻에 반해 국공유지 해제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며 “21대 국회는 이른 시일 내 국공유지 일몰 금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의당과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공원 일몰제 긴급대응을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교통시설특별회계법 조세제한특례법 지방세특례제한법 환경정책기본법 등 6대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일몰 대상에서 국공유지를 제외하고, 도시공원 토지 매수를 위한 지방채 발행 때 상환 기간을 2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국제 김준용 기자

 

부산 일몰제 대상 공원·녹지·유원지 절반 이상 풀린다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이 지난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공원의 시민과 동식물에게 퇴거 명령서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국시민행동 제공

 

다음 달 1일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부산의 대상 공원과 녹지·유원지 9075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원 등 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여러 장치를 통해 80% 이상 원래 기능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공원 보전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다음달 1일이면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 시설인 공원 54, 녹지 25, 유원지 11곳 등 총 90곳 전체 면적 74.48가운데 39.82가 기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된다. 남은 부지는 34.65로 존치율은 절반이 채 안 되는 46.5%.

 

공원일몰제’ 71일 시행

75중 존치율 46.5% 그쳐

녹지·유원지는 대부분 해제

부산시 “80%는 기능 유지

난개발 막을 입법·행정을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집행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지정이 해제되는 제도다. 지자체가 공원으로 지정만 하고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실제로 조성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1999년 헌법재판소가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도입됐다.

 

공원 5450.42중에는 북구 만덕공원, 사하구 제2운동공원 등 13곳이 전체 해제(폐지)되고 이기대공원, 금강공원, 장전공원 등 29곳이 부분 해제돼 30.96(61.4%)가 남는다. 청사포, 해운대, 광안, 수영 등 7개 공원은 존치된다. 덕천, 동래사적, 명장, 온천, 사상공원 등 5곳에는 아파트를 짓는 조건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유원지는 대상 11곳 중 신선대, 가야 등 6곳이 전체 해제되고 황령산, 태종대, 산성유원지가 부분 해제된다. 면적으로 보면 21.49가운데 3.53만 남아 존치율이 16.4%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공원 등 기능을 유지하는 비율은 존치율보다 높다는 입장이다. 공원의 경우 해제 면적 19.46가운데 보전녹지지역(7.35), 개발제한구역(4.57)은 개발이 어려워 이를 더하면 대상 면적의 85%(42.88)를 지키게 된다는 계산이다.

 

앞서 시는 이기대공원 전체를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부산일보 623일 자 2면 보도)해 공익시설 조성 외 개발을 어렵게 만들었다. 폐지 대상인 괴정공원이나 병산유원지 등도 지난해 11월 보전녹지로 변경했다. 유원지 해제면적 17.96중에도 5.91는 국공유지여서 당장 개발이 힘들다. 시는 이 밖에 해제 부지도 경사도나 국립환경성 1등급으로 개발행위허가를 받기 어려운 곳이 많아 실제 개발이 가능한 부지는 더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와 국회, 부산시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과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용도변경 지정 등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2022년 달맞이공원 등 줄줄이 일몰이 도래하는 상황에서 공원 해제를 막으려면 결국 예산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일몰제 대상을 모두 사들이려면 54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부산시는 이번에 보상비로 공원 3001억 원, 유원지 1237억 원, 녹지 129억 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2020도시공원일몰 대응 전국행동은 정의당과 함께 도시공원 보상비용을 국고 지원하고, 보전녹지나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토지 소유자의 상속세를 감면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공원 확충 비용 이용을 확대하는 등 6대 입법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성근 부산환경회의 공동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도시공원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시민 앞에 일몰제 현황과 향후 정책 의지를 천명하고 97% 도시공원 사수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우리나라 뻐꾸기, 2날아 아프리카 왕복이동경로 첫 확인

국립생물자원관, 위치추적기 달아 뻐꾸기 이동경로 추적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뻐꾸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뻐꾸기가 아프리카 대륙까지 이동하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에서 뻐꾸기들이 직선거리로 약 1떨어진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겨울을 보낸 후 여름철 우리나라로 돌아와 번식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여름 철새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널리 서식하는 뻐꾸기의 이동 경로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철새가 아프리카까지 이동해 월동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뻐꾸기의 이동 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56월 경기도 양평군, 전라남도 무안군 등에서 포획한 뻐꾸기 10마리에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해 경로를 추적했다.

 

이 중 6마리가 20198월 말과 9월 초에 서해를 건너 이동을 시작했고, 중국 장쑤성과 미얀마, 인도를 거친 후 아라비아해를 횡단했다. 6마리는 201910월 초 아프리카 동부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11를 이동했다. 이후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케냐 등지에서 겨울을 지냈다.

 

이 중 3마리는 올해 4월 중순에 우리나라로 이동해 왔고, 5월 말이 되자 지난해 번식했던 지역으로 되돌아왔다. 3마리의 왕복 이동 거리는 모두 2이상이었다.

뻐꾸기들은 월동 지역으로 이동하는 가을에 비해 번식지로 이동하는 봄에 훨씬 빠르게 이동했다. 가을 이동 기간은 평균 77일이었으며, 일일 평균 약 142를 이동했다. 봄 이동 기간은 평균 51일이었고, 일일 평균 약 232를 날았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철새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 아프리카에서 월동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국립생물자원관은 이동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철새를 대상으로 이동 경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살려 달라는 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요

산은 살아있어 / 박경효

 

한국사회에 생태 문명가치 전파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별세향년 73

생태학적 관심 없이 새로운 사상, 사회운동 있을 수 없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201810월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국 사회의 성장제일주의와 반생태적 가치관에 대해 급진적 비판과 대안을 내놓은 김종철(73) ‘녹색평론발행인이 25일 별세했다.

 

녹색적 삶의 가치를 선구적으로 전파한 김 발행인은 한국사회 담론의 지평을 확장하고, 생태운동과 더불어 평화운동에도 앞장선 이론 겸비의 실천가였다. 고인은 194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6·25 전란을 겪었다. 전쟁 이후 마산에서 중·고교를 나왔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부터 영남대 교수로 재직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거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시에 대한 역사주의적 해석과 비평에 힘썼다. 2004년 교직을 그만두고 녹색평론 편집·발간에 전념했으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녹색당 활동에도 참여했다.

 

김 발행인은 근본적 생태주의자이자 생태 문제를 문명사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녹색사상가였다. 그가 199111월 창간한 격월간 녹색평론은 무한 성장 신화에 빠져있던 한국 사회에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그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창간사에서 오늘날 생태학적 재난은 인간이 진보와 발전의 이름 밑에서 이룩해온 문명의 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올바른 방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주장했다. 최신호인 20205·6월호(172)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30년 가까이 지속해왔다.

 

고인은 녹색평론을 창간하는데 동독 출신 녹색 사상가 루돌프 바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2016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1983년 미국 뉴욕에서 바로의 핵무기에 반대하려면 먼저 뉴욕시를 질주하는 자동차 문명에 반대해야 한다는 말에서 충격을 받은 뒤 기존 문명과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의 주장을 두고 급진적 혹은 근본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기후위기와 그 위기에서 파생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오늘날 더욱 울림이 있는 외침이었다.

 

그는 지난해 펴낸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서 비판의식의 고갱이를 담았다. “선진화를 향한 사회적,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오늘날 우리의 삶은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다. 출생, 양육, 교육, 취직, 주택, 의료, 노년, 사망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모든 단계, 모든 국면에서 우리의 삶은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유린되거나 뒤틀리고 있다.” 이러한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창하고 소농 체제로의 전환에서 지구와 인류 생존의 희망을 찾았다. 지금처럼 경제성장에 매달려서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인간 파괴를 막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으로 생계를 보장해 경쟁의 절박함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성장과 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또한 지구의 유한한 자원으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농촌 중심으로 재생가능한 에너지와 생산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정치 제도에 있어서도 경제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오늘날 기존 대의민주주의 대신 시민의회가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인은 경향신문에 나무 아래서 나누는 한담이라는 의미의 칼럼 김종철의 수하한화(樹下閑話)’7년간 연재했다. 저서에는 <시와 역사적 상상력>(1978),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1999), <간디의 물레>(1999).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2008), <땅의 옹호>(2008). <발언 I, >(2016), <大地의 상상력>(2019) 등이 있다.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2002), 리 호이나키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2007)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고인은 생전 마지막이 된 지난 417일자 한겨레 칼럼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에서 오늘날 사회에 대한 진단을 남겼다.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모두의 정신적·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시베리아 이렇게 뜨거운 적 없었다..올여름 한국 폭염 부채질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CCS)가 촬영한 19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지표면 온도. AP=연합뉴스

 

북극권에 속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4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올여름 폭염의 강도가 더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극동 사하(야쿠티야) 공화국의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최근 섭씨 40도 가까이 치솟았다. 사하공화국 기상 당국은 베르호얀스크 기상관측소가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지역의 기온이 38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885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라고 기상 당국은 설명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9.7도를 기록했다.

 

다음 날 낮 최고 기온도 34.2도로, 전날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예년 평균기온을 14도 이상 웃돌았다.

사하공화국 베르호얀스크의 한 호수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르호얀스크는 겨울철에 기온이 영하 50도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힌다. 영하 67.8도까지 떨어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로만 빌판드 러시아 기상청장은 시베리아 북부 지역의 일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012도가량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에 기름유출 사고까지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숲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베리아 지역의 이례적인 고온현상은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사하공화국의 산림지역에서 8, 부랴티야 공화국 7, 마가단주 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에서도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관찰됐다.

NASA 위성에서 관측한 시베리아 지역의 산불. NASA

 

이상 고온으로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기름유출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시베리아 노릴스크에서는 지반이 침하하면서 열병합발전소 연료탱크가 파손돼 경유 2만여t()이 인근 강으로 유출됐다.

 

뜨거운 시베리아, 국내 폭염 부채질

 

올해 319일부터 620일까지 평균기온을 2003~2018년 평균과 비교한 그래프.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더 높다는 뜻이다. EPA=연합뉴스

 

올여름 시베리아의 이상고온 현상은 기후변화와 연관이 깊다. 북극권이 뜨거워지는 속도는 지구 다른 곳보다 두 배 이상 빠를 정도로 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평균온도가 2~3도가량 올랐고, 최근 10년만 해도 0.75도가량 상승했다.

 

특히 올해 들어 시베리아 지역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과학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CCS)에 따르면 북극권의 올해 봄철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작년 말부터 올해 봄철까지 북극 지역을 감싸고 도는 바람인 제트기류가 굉장히 세다 보니까 북극의 찬 공기가 북극에 갇혀 있었다이로 인해 시베리아를 비롯해 영구동토층 지역이 얼지 않았고, 온도상승을 억제할 냉기가 없다 보니 여름이 돼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이 올여름 국내 폭염의 강도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폭염이 심했던 해에는 몽골과 시베리아 지역의 고온 현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에 고온현상이 지속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 정체가 심하게 나타난다우리나라는 이동성 고·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비를 뿌려야 땅이 식는데 그런 활동이 약화되고 일사도 강해져 더 고온건조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인간이 미안해"..꼬리가 모두 잘려버린 참고래 사연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현지시간으로 22일 포착된 참고래의 모습. 꼬리 부분이 모두 잘려 있다

 

프랑스 바다에서 꼬리 일부가 잘린 참고래가 발견됐다. 이 고래는 선박의 프로펠러에 꼬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진은 참고래 한 마리를 20여 년째 추적 관찰해왔다. 연구진이 1994년 이 참고래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에도 꼬리 한쪽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고래가 주 먹이인 크릴 등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깊은 바다로 다이빙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꼬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꼬리 반쪽이 없어진 상태였던 이 참고래가 야생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행히도 고래는 24년간 생존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연구진이 프랑스 생 장 캡 페렛 해안에서 20여 년 만에 이 참고래를 다시 만났을 때, 참고래의 남은 꼬리 반쪽도 잘린 상태였다. 이후 이 참고래는 이탈리아 방향으로 이동했고,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는 못한 채 수면 가까이에 머무르고 있다.

 

20여 년 전 이탈리아 연구진이 해당 참고래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의 모습. 꼬리 반쪽이 날카로운 것에 잘린 상태였다. 이 참고래는 최근 남은 꼬리 반쪽마저 잘린 채 발견됐다.

이탈리아 제노바 항구 부근에서 헤엄치고 있는 꼬리잃은 참고래

 

연구진은 참고래의 이러한 변화가 좋지 않은 신호라고 해석했다. 현재 이 참고래를 관찰하고 있는 테티스조사연구소의 막달레나 야호다 해양 전문가는 고래는 몇 달 동안 먹이를 먹지 않고도 살 수 있긴 하지만, 현재 이 참고래는 매우 야윈 상태다. 아마도 꼬리가 없는 상태에서 수영을 하거나 깊은 바다로 잠수하는 게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해안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헤엄을 치고 있으며, 물에 떠밀려 좌초될 수 있기 때문에 염려가 크다면서 이미 이 고래는 매우 야윈 상태다. 양쪽 꼬리가 없어서 먹이 사냥을 제대로 못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여 년간 이 고래를 관찰해 온 연구진은 남은 꼬리 반쪽에 상처를 입게 한 원인이 선박의 프로펠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부상을 입은 뒤 절단 부위가 세균에 감염돼 결국 꼬리가 잘려나가는 현재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22일 이탈리아 제노바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참고래를 위해, 해당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요청을 했다. 이미 쇠약해진 상태의 참고래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접근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여기에 좌초될 위험이 있는 만큼 현지 해안 경비대가 꾸준히 이 참고래를 호위하고 있다.

꼬리가 잘려나간 고래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포경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1972~2001년 꼬리가 잘려 죽은 채 발견된 참고래는 287마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에서는 선박의 속도를 감소하는 등 고래 보존을 위한 포괄적인 전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멀쩡한 월성 1호기 억지 폐쇄라는 조선일보가 말하지 않은 것들

[비평] 2018년 조기폐쇄 결정이 탈원전정권의 외압 때문? 감사원 고강도 감사강조 배경은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비롯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고강도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의 지난 9일자 기사다. 이 신문은 감사원이 “7000억원이나 들여 월성 1호기를 보수하고서도 20186월 조기폐쇄를 결정한 배경에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작용했는지, 외압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의 요구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규명하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10일자에서 한수원 이사회가 2018년 월성 1호기 폐로 결정을 내리면서 경제성·안전성에 대한 논박보다는 자신들의 '법적 책임' 회피에 집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며 20186월 이사회 회의록 일부를 공개했다. “월성 1호기가 안전하다”, “월성 1호기 폐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16일자에선 월성 1호기 폐쇄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와 한수원이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서로 결정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보도 뉘앙스를 보면 폐쇄는 이미 잘못된 결정으로 결론 난 것처럼 보인다. 이 신문은 그 근거로 평균 78% 수준이던 월성 1호기 이용률을 일부러 낮춰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죄수의 딜레마까지 언급하며 모든 사태의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라고 주장한다. 이후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월성1호기 폐쇄는 새 차 폐기하는 격”’(618일자 조선비즈)과 같은 기사가 등장하며 감사원 감사결과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보도의 주요 전제는 크게 월성 1호기 가동 시 경제성이 충분했다 7000억 원이나 들여 보수하고서 폐쇄한 것은 부당하다 월성 1호기는 안전했다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월성 원전.

 

조선일보 기사가 드러내지 않은 사실들

우원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중수로 원전 이용률에서 월성 1호기는 201595.8%, 201653.3%, 201740.7%로 매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통계에 따르면 월성 1호기 발전단가는 1kWh201590.77, 201698.29, 2017122.82원이었다. 2017년 원자력 정산원가는 1kWh당 평균 60.76원이었다.

 

조선일보는 앞서 지난 1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받은 삼덕회계법인의 용역보고서 초안 등을 근거로 한수원이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평가를 3번에 걸쳐 축소·은폐하고 결국 폐쇄를 강행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계속 가동 시 이익이 3707억 원이라는 한수원 자체 보고서가 3월에 나왔다고 보도했는데, 당시 월성 1호기 정부 정책 이행 검토를 위한 TF는 월성 1호기 이용률을 85%로 전망해 적용했다. 최종 보고서에선 60% 이용률이 적용됐다.

 

조선일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로 갔다. 이후 월성 1호기 이용률은 최근 3(57.5%), 5(60.4%), 10(59.9%)의 평균 이용률을 고려해 60%를 중립 시나리오로 설정한 것이고, 판매단가는 20178월에 작성된 ‘2017~2021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른 단가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이며, 3707억 원, 1778억 원, 224억 원이라는 금액은 적용 변수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수치를 단순 비교하여 경제성이 조작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한수원과 산자부의 반론이 실렸다.

조선일보 120일자 기사.

 

1983년 등장한 월성 1호기는 이미 2012년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된 노후 원전이었다. 안전성 보완을 위한 비용까지 감안하면 경제성은 더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20186월 한수원 이사회 안건자료에도 계속 가동 시 추가 안전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대목이 등장했다. 한수원이 밝힌 고장 정지 내역을 보면 월성 1호기는 2016526일 액체방출밸브 개방에 따른 가압기 저수위에 의한 원자로 자동정지를 겪었고 그 해 813일 원자로 정지용 액체물질(가돌리늄)이 감속재로 주입되면서 원자로 정지를 겪었다. 같은 해 9월에는 경주지진에 따른 정밀점검을 위해 정지했다.

 

월성 1호기와 동일 노형 원전인 캐나다 젠틸리 2호기의 수명 연장 비용은 약 4조 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월성 1호기는 7000억 원이었다. 캐나다원자력공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서 원전 설계기술자로 30년간 근무하며 월성 2~4호기 설계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대표는 “7000억 원으로 날로 먹으려다 골로 간 것이라고 촌평했다. 젠틸리 2호기의 수명 연장 절차에는 공청회, 직접 의견수렴, 최신안전기준, 자료 공개, 환경영향평가 등이 포함됐지만 월성 1호기는 이 중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만 실시했고, 이마저도 노동자 피폭 영향평가는 제외했다.

 

2015년 이뤄진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의 불법성이 이미 20172월 박근혜정부 시절 서울행정법원에서 인정됐다.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수명 연장 심의·의결에 참여했고, 최신기술기준을 활용한 안전평가를 누락하는 등의 문제를 법원이 인정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월성 1호기 설계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허가가 나기도 전에 7000억 원을 투입했다. 감사원이 감사를 제대로 하려면 7000억 원을 날리며 위법까지 저지른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과정부터 제대로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일보의 원전 신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224일 월성 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리자 다음날인 1225일자에서 조선일보는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억지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신안전기준조차 적용하지 않은 상태에 심사를 진행헸다멀쩡한 원전을 생매장했다는 식의 일부 주장은 몰염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정윤 대표는 월성 1호기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불시 정지만 아홉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의 내진 설계는 국내 최저 수준이었고, 경주지역에선 대규모 지진이 있었다. 노후 원전인 탓에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도 않았다. 20년 넘게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던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겨우 원자로 압력관 하나 교체하고 새 원전과 같은 이용률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문제다. 월성 1호기는 터빈도, 컴퓨터 시스템도 1980년대 그대로였다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원전의 이용률을 억지로 높이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본사.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원전 정비일수는 20161769일에서 20172565, 20182917일로 매해 증가세다. 다수의 원전이 노후화되며 안전점검이 늘어난 결과다. 고리 3·4호기, 한빛 1·2·4호기, 한울 1·2·3·4호기에선 철판 부식이 발견됐고, 한빛 1·2·4·5·6호기, 한울 2·3호기, 월성 1·2·3호기, 신고리 3호기에서는 공극(구멍) 등 콘크리트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만약 정비일수 증가마저 탈원전을 위한 현 정부의 고의라고 주장한다면 여기서부터는 논리가 아닌 종교의 영역이다.

 

월성 1호기와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원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성·경제성 신화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무너졌다. 원전 인근의 국내 신문들은 안전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부산일보는 원전 1기도 없이 원전 고집하는 수도권이란 제목의 보도에서도 원전의 지정학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조선일보가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를 강조하는 것은 고강도 감사를 하라는 주문이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했다는 주장은 앞으로도 원자력의 경제성은 언제나 높아야 한다는 자기최면에 가깝다. 일련의 보도는 에너지 정책을 정쟁으로 몰고 가며 안 그래도 탈석탄·탈원전에 소극적인 정부·여당의 선택지를 더욱 좁히는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언론이 특정 에너지원에 대해 입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노후 원전 폐쇄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누락 하는 식으로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호도하는 보도는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익산서 발견된 신종 노랑배청개구리멸종위기종 지정해야

수원청개구리와 사촌’, 군산·완주선 이미 절멸북한에도 수원청개구리 살아

금강 유역에서 발견된 신종 노랑배청개구리(Dryophytes flavivientris). 빙하기 황해 해수면 변동이 초래한 청개구리 종 분화의 산 증거이다. 장이권 이대 교수 제공

 

익산, 부여, 논산 등 금강 유역의 습지와 논에 분포하는 청개구리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사는 신종으로 밝혀졌다. ‘노랑배청개구리란 이름이 붙은 이 개구리의 발견 사실은 25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논문으로 실렸다.

 

노랑배청개구리는 시민과학자들의 참여로 2016년 처음 발견된 뒤 인근 지역에서 잇달아 발견됐지만, 당시에는 수원청개구리로 알려졌다. 이번 발견으로 우리나라의 청개구리 속은 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노랑배청개구리 등 3종으로 불어나게 됐다. 그러나 수원청개구리가 이미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데다, 이보다 서식지가 좁은 노랑배청개구리는 이미 군산과 완주에서 절멸해 시급한 보호조처가 요청된다.

수원청개구리가 오후 늦게부터 오는 데 견줘 노랑배청개구리는 한낮부터 운다. 소리도 약간 다르다. 장이권 교수 제공

 

한국, 중국, 북한 연구자가 모두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는 청천강 하구인 평안남도 문덕에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또 중앙아메리카에서 기원한 청개구리 조상이 1800만년 전 육지로 연결된 베링 해를 건너 동북아로 온 뒤, 빙하기 때마다 육지로 드러난 황해 주변에서 중국 양츠강 유역의 민무늬청개구리, 한반도의 수원청개구리, 노랑배청개구리 등으로 분화해 진화한 과정을 규명했다.

 

논문 교신저자의 하나인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 임업대학 교수는 “(열대가 아닌) 구북구 지역에서 양서류 신종을 기재하기는 드문 일이며 수원청개구리의 계통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했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 문덕지역을 방문해 수원청개구리 7마리의 울음소리를 확인한 바 있는데, “북한의 습지는 남한이나 중국보다 훨씬 잘 보전돼 있으며 양서류 개체수도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다양한 색깔의 노랑배청개구리 표본(A, B, C)과 살아있는 개체(D), 짝짓기 모습(E). 아마엘 볼체 외 (2020) ‘플로스원제공

 

노랑배청개구리는 수원청개구리와 유전적으로 차이가 났으며 성체 외형도 수원청개구리보다 몸과 다리가 약간 길었다. 울음소리도 앞부분이 길고 굵고 강해 수원청개구리와 구별됐다. 노랑배청개구리란 이름은 번식기 때 수컷에 나타나는 진한 노랑 무늬와 암컷의 노란 배 색깔에서 왔다.

 

연구자들은 노랑배청개구리가 97만년 전 수원청개구리로부터 분화했으며, 칠갑산이 두 종을 격리해 각각 다른 종으로 진화하게 하는 장벽 구실을 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청개구리가 황해를 중심으로 중국 동부에서 민무늬청개구리로 분화한 뒤 시계 방향으로 황해 연안을 이동하면서 수원청개구리와 노랑배청개구리로 차츰 달라지면서 고리 형태의 진화를 이룩한 독특한 양상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청개구리 속 개구리 4종의 진화 계통과 분포 지도. 황하가 빙하기 때 육지가 되면서 황해 연안을 따라 청개구리가 다양하게 종분화해 마지막으로 노랑배청개구리가 출현했다. 아마엘 볼체 외 (2020) ‘플로스원제공

 

그동안 중국 등 일부 연구자들이 민무늬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동일한 종이라는 주장을 해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번 연구로 두 종은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성체와 올챙이의 외형과 울음소리 특성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번 연구로 수원청개구리와 신종으로 밝혀진 노랑배청개구리의 보존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는 경기도 파주에서 전북 익산에 이르는 서해안의 일부 습지와 논인데, 노랑배청개구리의 서식지로 밝혀진 금강 이남의 분포지가 줄어든 셈이다.

습지가 줄어들면서 애초 습지에 서식하던 수원청개구리(왼쪽)는 청개구리와 잡종을 형성해 정체성을 잃고 있다. 그러나 노랑배청개구리(오른쪽)는 잡종화 위험은 덜하지만 서식지 파괴에 직면해 있다. 장이권(왼쪽), 아마엘 볼체 외 (2020) ‘플로스원제공

 

장 교수는 애초 청개구리는 주로 산 근처 습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산으로 이동해 겨울잠을 잔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번식과 월동을 습지 안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식지가 격리됐다그런데 습지가 사라지고 논이 늘면서 논에서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만나는 일이 늘면서 두 종 사이의 잡종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멸종위기 1급인 수원청개구리는 서식지 파괴와 개체수 감소로 앞으로 10년 안에 멸종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랑배청개구리는 다행히 수원청개구리와 같은 잡종화 위험은 적지만 서식지가 워낙 좁고 그나마 줄고 있다. 장 교수는 군산과 완주 서식지는 습지를 논으로 바꾸었고 외래종인 황소개구리의 영향이 더해 지역적으로 절멸했다전체 개체수가 1000마리 미만이어서 서둘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PLOS ONE, DOI: 10.1371/journal.pone.02342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바이엘, “제초제 때문에 암소송단에 13조원 지급

흔히 GMO 씨앗과 함께 쓰는 몬샌토의 라운드업 소송 타결

판매는 계속하되, 위험성 평가할 전문가 회의 구성하기로

일부는 합의금이 너무 적다며 소송 계속 진행할 계획

발암 위험성 논란에 휩싸인 몬샌토의 제초체 라운드업. 몬샌토의 모회사인 독일 바이엘은 24일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인들에게 13조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독일 화학제약 회사 바이엘이 자회사 몬샌토의 제초제 라운드업 때문에 암에 걸렸다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들에게 최대 109억달러(13조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24(현지시각) 발표했다. 유해성과 위법 여부에 대한 판결을 피하면서 합의금으로 논란을 종료하는 제약 관련 소송 전략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바이엘은 현재 진행중인 집단 소송 종료를 위해 88~96억달러를 지불하고 앞으로 제기될 소송을 대비해 125천만달러를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번 법정 밖 합의는 소송을 제기한 미국 라운드업 사용자 125천명 가운데 95천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바이엘은 나머지 3만명을 대리하는 변호사들과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미 연방법원의 지명에 따라 협상을 중재해온 켄 바이버그는 나머지 소송도 몇달 안에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엘은 라운드업과 관련한 위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라운드업 판매도 계속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미 연방 상소법원이 라운드업에 발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요구를 기각함에 따라 발암 경고문을 부착할 필요도 없다.

 

라운드업은 1974년 당시 미국 회사였던 몬샌토가 판매를 시작한 제초제이며, 이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 씨앗(‘라운드업 레디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몬샌토의 유전자 조작 씨앗과 제초제의 위험성은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안이다.

 

바이엘은 라운드업의 위험성을 독립적으로 검토할 5인의 전문가 회의를 구성하기로 소송 대리인들과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라운드업과 암의 관계를 조사해 결과를 미국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4년 이상이 걸릴 이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는 새로운 소송 절차가 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바이엘은 설명했다.

라운드업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후 미국내 소송은 불가능해진다. 이 제초제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바이엘은 개별 사건별로 암 유발 여부를 놓고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정원사로 14년동안 일한 뒤 골수 종양을 얻은 존 라무노(72)는 이 합의가 큰 도움이 안될 것으로 봤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그는 합의금의 40%를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고 치료비 102천달러(12천만원)도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향후 생계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합의금으로 50만달러(6억원)가 필요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대 96억달러의 합의금은 1인당 약 10만달러씩 돌아갈 수 있는 금액이다.

 

이번에 합의하지 않은 24천명의 원고를 대리하는 짐 온더 변호사는 합의금이 너무 적어서 합의를 거부했다우리는 계속 바이엘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엘은 지난 20186630억달러(75조원)에 몬샌토를 인수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29% 떨어졌다./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