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공존하는 이기대 공원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
미세플라스틱 바다로만 가지 않아…대기 통해 어디로든 이동
닌텐도 '동물의숲' 국내 판매 30% 증가
6개월 생의 마지막 날까지, 돼지는 힘겨워했다
금어기’ 직후 잡은 고등어 상당수 ‘알배기’, 제도 도입 취지 무색
차별이 세운 감옥, 동물원에 미래는 없다
환경단체 “부산 대저대교 건설사업 중단” 촉구
대저대교 부산시·환경단체 공동 재조사…노선 수정 가능성
‘코로나19×폭염’이 남길 치명상
3000㎞ 헤엄쳐 왔는데 기다려준 것은 불법 포획자들...실뱀장어들의 기막힌 삶
“반달가슴곰이요?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먹죠”
부산시의 옹고집?…“대저대교 연내 착공”
대저대교 사태 부산시 ‘뒷북 사과’…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는 행정처분
곡물자급률 22.5% ‘세계 최하위’…경지면적도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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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사용후핵연료 원전이 핵폐기장 되나
축구장 120개 넓이"…서울시, 도시공원 일몰제 앞두고 '반대 의견' 제출
WWF “생태계 훼손 계속 땐 전염병 또 나타날 것”
‘황령산 유원지’ 개발, 숙박시설 빼고 ‘출발’
내달 장기미집행 공원부지 해제 부산 85%는 ‘공원’으로 남는다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주민들이 공원 관리 주체 됐으면”
사라질 뻔한 전국 650개 공원 지켜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산업부에 “탈석탄 공부 좀” 촉구
낙동강 식수 오염도 4대강 중 최악…수질만족 시민 31%뿐
멸종위기종 공존하는 이기대 공원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
부산 남구 이기대자연공원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2급 솔개. 2020 부산생물다양성탐사 조직위원회 제공
바다와 산이 만나 절경을 이루고 있는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 일대에 멸종위기종인 갯봄맞이꽃과 긴꼬리딱새 등 각종 희귀생물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기대공원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는 사실이 한 번 더 입증된 것으로, 이 일대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2020 부산생물다양성탐사 조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달 30~31일 이틀간 부산 남구 이기대도시자연공원 일원에서 생물 탐사 활동을 펼쳐 총 749종의 생물을 관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생태조사는 부산환경회의·부산환경운동연합 등 부산지역 28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전문가 16명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태 해설사 48명 등 총 70여 명이 직접 생태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올해로 9회째다.
28개 단체 70여 명 생태조사
멸종위기종 갯봄맞이꽃·매 관찰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발견
이기대 생태계 중요성 다시 확인
내달 일몰제로 개발 압력 우려
이번 조사에서는 식물 457종이 가장 많이 관찰됐고 이어 거미 71종, 조간대 무척추동물류 67종, 곤충 50종, 조류 35종 등의 생물이 관찰됐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갯봄맞이꽃(2급), 매(1급), 긴꼬리딱새(2급), 솔개(2급)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 국가적색목록상 취약종(VU)으로 분류되는 꽃꿩의다리, 단풍잎돼지풀 등 희귀식물이 관찰돼 생물다양성의 유지 확보 측면에서도 이기대공원 생태계의 중요성이 입증됐다. 다만 위원회는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의 조류가 관찰됐지만, 해당 지역에서 번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인 가시상추, 단풍잎돼지풀, 도깨비가지, 서양금혼초, 양미역취, 환삼덩굴, 붉은귀거북 등의 생물들도 관찰했다.
부산 남구 이기대자연공원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2급 갯봄맞이꽃. 2020 부산생물다양성탐사 조직위원회 제공 부산 남구 이기대자연공원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2급 갯봄맞이꽃. 2020 부산생물다양성탐사 조직위원회 제공
적색목록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작성한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지구 식물, 동물 종의 보전 상태를 9개의 등급으로 나눈 목록이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의 생물 종 보전 상태를 11단계로 분류한 목록을 ‘국가적색목록’이라 한다. 11단계의 등급 중 ‘취약(VU·Vulnerable)’에 해당하는 생물은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큰 생물을 말한다.
조사에 참여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기대는 국가 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 있고, 해안 산책로 대부분이 갈맷길로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으나 다음 달 시행되는 공원일몰제 등에 따른 많은 개발 압력을 받는 곳”이라며 “보호 육성해야 할 생물 종이 사라지기 전에 적절한 보호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는 이번 생태조사를 자연관찰·기록 모바일 앱인 ‘네이처링’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조처했으며, 국립생물자원관 등과도 정보공유를 통해 생물보전관리 정책에 활용되도록 했다./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미세플라스틱 바다로만 가지 않아…대기 통해 어디로든 이동
미국 연구팀 11개 국립공원 등서 조사
연간 1000톤 미세플라스틱 축적 확인
페트물병 1억2천만∼3억개와 맞먹는 양
밀도 낮아 먼지처럼 떠서 더 멀리 여행
“전지구 미세플라스틱 이동로 파악 필요”
미국 서부 국립공원에만 연간 1000톤의 미세플라스틱이 쌓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트물병 1억2천만∼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깨알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육지에서도 바람을 타고 발생지에서 수천㎞ 떨어진 먼 곳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서부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 연간 1000t이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이나 비를 타고 장거리 이동해 황사처럼 떨어져 쌓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물병으로 쓰이는 페트병 1억2천만∼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서 5㎜에 이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보통 합성수지 제품은 화학회사들이 제조한 5㎜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팰릿)를 녹여 제품을 만드는데, 이를 1차 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페트병 같은 제품이 다시 풍화로 분해되면 2차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플라스틱 생산은 해마다 5%씩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한해에만 3억48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용도를 다한 플라스틱 제품은 상당량이 쓰레기로 매립된 뒤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땅이나 민물, 대기, 바다 등으로 확산된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이 서부 국립공원 등지에서 수집한 미세플라스틱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미국 서부 11곳의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서 1차와 2차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채집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했는데, 비가 오는 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퇴적 표본을 수집하고, 또 맑은 기간에 한달 또는 두달 간격으로 표본을 모았다.
표본을 수집한 지역의 9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는 4㎛부터 188㎛까지 다양했다. 섬유 조각 크기는 20㎛∼3㎜였다. 70%는 25㎛ 이하로, 이 정도 크기의 먼지면 전지구로 이동할 수 있다. 섬유들도 멀리는 1000㎞까지 날아갈 수 있다.
플라스틱의 밀도(0.65~1.8g/㎤)는 흙(~2.65g/㎤)보다 낮아서, 미세플라스틱은 먼지보다 훨씬 멀리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섬유는 부피 대비 표면적이 커서 항력이 커지고 낙하속도가 느려진다.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가 수천㎞를 여행할 수 있는 것은 거미줄 섬유의 정전기력과 항력을 이용해서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대기확산컴퓨터예측모델(HYSPLIT)을 이용해 48시간 단위로 대기의 흐름을 조사하고 주단위로 미세플라스틱 퇴적률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기에 쌓인 플라스틱과 건기에 쌓인 플라스틱의 기원 지역이 달랐다. 특히 우기 퇴적 플라스틱은 기원 지역과의 상관관계가 높았다. 폭풍이나 강수에 의해 이동했기 때문이다. 반면 건기 퇴적 플라스틱은 지역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대신 제트 기류와의 상관성이 높았다. 이는 건조 퇴적 플라스틱이 훨씬 이동반경이 크고 지구 규모로 확산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는 대기 확산이 세계 미세플라스틱 오염 확산의 중요한 경로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세플라스틱의 다양한 확산의 기원과 경로를 알 수 있는 ‘전지구적 플라스틱 순환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먹이사슬이 단순하고 토양표층이 얕은 산지 생태계는 특히 미세플라스틱 축적에 예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닌텐도 '동물의숲' 국내 판매 30% 증가
1년 전보다 닌텐도 게임 판매량도 57% 폭증
/닌텐도
올 1분기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적 품귀현상을 빚은 게임 ‘동물의 숲 시리즈’의 국내 인기가 숫자로 드러났다. 동물의 숲 시리즈는 닌텐도의 콘솔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이다. 목표와 엔딩이 없는 게 특징이다. 무인도에서 집을 꾸미고, 숲의 동물들과 대화하고, 낚시를 하면서 마음대로 섬을 꾸미는 내용이다. 특별한 게 아무것도 없는 이 게임은 코로나 사태에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물며 답답함을 느끼는 중에 게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다.
◇1년 전보다 동숲 게임 판매 57% 폭증
국내에서도 이 게임은 큰 인기를 끌며 품귀현상을 빚었다. 12일 닌텐도 스위치의 국내 유통사 ‘대원미디어’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닌텐도 스위치 판매량은 8만2848대로 1년 전보다 3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타이틀은 28만7590개가 팔리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57.4% 폭증했다. 닌텐도 스위치가 2017년 12월 국내에 처음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시 2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판매량이 다시 폭증한 것이다.
/대원미디어
한국닌텐도는 대원미디어를 통한 유통 외 대형마트에는 직접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올 1분기 국내에 판매된 닌텐도 스위치와 동물의숲 게임은 이의 2배 정도는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를 한창 덮쳤던 지난 3월 국내 닌텐도 스위치 판매처에는 마스크를 낀 구매 희망자가 몰리면서 대기표를 받고 긴 줄을 서는 현상도 벌어졌다.
◇동숲 인기는 현재진행형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 2월부터 중국 현지 생산 공장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가동을 중단하며 품귀현상을 빚었다. 닌텐도 스위치의 증설 소식은 로이터 등 외신도 비중있게 다룰 정도였다. 지금까지 대원미디어를 통해 팔린 닌텐도 스위치는 50만5718대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타이틀은 144만4392개가 팔렸다.
/닌텐도 유튜브 캡처
게임업 계에서는 동물의숲 게임과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닌텐도 스위치 Lite 신제품이 지난 4월 출시됐고, 스위치용 인기있는 신작 게임들이 지속 출시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로 우울감을 갖는 사람들이 동숲을 통해 긴장을 풀고 힐링한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당분간 동숲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6개월 생의 마지막 날까지, 돼지는 힘겨워했다
도살장 앞 소·돼지들…처참한 겉모습에 대부분 기진맥진
“육식주의 사회 축산동물의 삶 기록, 생명체란 사실 깨달아”
도축되기 전 12시간을 굶은 돼지들 일부는 물을 받아먹었지만 대부분은 기진맥진해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돼지들의 이빨은 썩어 없어졌거나 발치를 당한 상태였다.
‘비질’은 알감자를 삶는 일에서부터 시작됐다. 도살장에 실려 온 돼지들에게 물과 감자를 건넬 기회가 있다고 했다. 도축을 앞둔 농장동물들은 12시간 이상 굶주린다. ‘죽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을 소와 돼지들에게 깨끗한 물과 음식을 먹여주고, 이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일이 비질(Vigil)이라고 활동가들은 설명했다. 매일 전국 5만여 마리의 돼지가 도살장으로 들어가 ‘고기’가 된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생을 마감하는 돼지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서울애니멀세이브’ 활동가들과 6월10일 경기 화성시 한 도축장을 찾았다.
물 줄기 따라 ‘탈출’ 하고 싶은 돼지
오전 9시30분, 도살장 앞은 이미 트럭으로 번잡스러웠다. 소를 실은 트럭은 도축장 안으로 바로 들어가는 반면, 돼지를 태운 트럭들은 서너 대가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트럭의 뒤 칸에는 50~80여 마리 돼지들이 타고 있었다. 기온 30도가 넘는 초여름 더위에 수십여 마리 돼지가 살을 맞대고 있는 탓에, 트럭 뒤 칸은 다가서기만 해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7~8톤 트럭 짐칸을 2층으로 개조해 위아래로 돼지를 태운 차량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해온 감자나 수박 등을 돼지들에게 건넸다. 도축되기 전 축산동물들은 12시간 이상 굶주린다.
돼지들은 악을 쓰고 있었다. 동물의 비명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 소리는 울부짖음이 분명했다. 사람이 다가가자 돼지들은 눈을 껌벅였다.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고, 호기심을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겉모습은 처참했다. 입가에 토사물을 묻힌 돼지, 각종 염증으로 붉게 변한 눈과 종양을 그대로 달고 있는 돼지, 상처 난 피부 위에 까맣게 오물이 말라붙은 돼지까지. 물 한 모금을 얻기 위해 칸막이 밖으로 코를 내밀고, 사람에게 가까이 오는 돼지가 있지만 이미 상당수의 돼지는 그저 트럭 바닥에 몸을 눕히고 기진맥진해 있었다.
대부분의 돼지들은 이미 기진맥진해 트럭 바닥에 누워있었다.
트럭 2층의 돼지들은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창살로 다가왔다.
이날 비질 참가자는 모두 10명이었다.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각기 준비해온 물과 음식을 트럭 안 돼지들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입가에 물을 부어주자 돼지는 입을 달싹이며 창살로 다가왔다. 트럭이 비좁은 탓에 가장자리로 올 수 있는 돼지는 그나마 몇 마리 되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간 감자를 꺼내 코 근처로 가져갔다. 식욕이 없는지 금방 받아먹지 않았다.
늘어선 서너 대의 트럭 안 돼지들에게 차례로 감자를 내밀어 봤다. 유난히 잘 먹는 녀석이 나타났다. 그 옆으로 한 마리가 더 나타나 서로 먹겠다고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감자 잡은 손이 물릴까 봐 겁도 났지만, 자세히 보니 돼지들은 이빨이 거의 없었다. 이미 썩어 없어졌거나 발치돼 있었다. 2층으로 개조된 트럭 안 돼지들은 유난히 갈급한지 서너 마리가 창살에 매달렸다. 특히, 물을 받아 마시다 철창 밖으로 발을 빼내 나오려 하는 한 돼지의 모습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방금까지 살아있던 돼지가 정육 코너에
도살장에 들어서기 전 트럭이 대기하는 시간은 대략 10분. 돼지를 태운 트럭이 다시 나오기까지는 30분이 걸렸다. 텅 빈 트럭이 도살장을 빠져나올 때마다 새로운 트럭이 도착해 다시 줄을 섰다.
서울애니멀세이브 은영 활동가는 “이른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돼지들이 도착한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도축이 이뤄지기 때문에 길게 줄을 서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하루 도축되는 돼지는 약 2천여 마리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도축은 끊임없이 이뤄진다.
도축장 앞에서 10여분을 대기하던 트럭은 사라진지 30분만에 빈 트럭으로 다시 나타났다.
낮 12시, 차량 10여 대가 도살장 안으로 사라진 뒤 다음 비질이 시작됐다. 도살장 바로 옆에 있는 축산물 직거래시장을 방문할 차례였다. 이 시장은 당일 도축된 동물들을 정육해 도소매 상인, 소비자들에게 파는 곳이다. 새벽부터 도축된 동물들은 11시부터 이곳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건물 2층에는 노량진수산시장처럼 고기를 사서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시장 비질에 앞서 활동가는 몇 가지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은영 활동가는 “동물을 해체해서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피나 붉은 살, 비계를 보는 것이 불편한 분들은 함께 하지 않으셔도 된다. 우리는 도살장 한 곳을 적대적 관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또 다른 현실을 목격하고 기록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최대한 관찰의 시선을 유지하며,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예의를 갖춰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층에서 물을 받아먹던 한 돼지는 창살 밖으로 발을 빼내 탈출하려고 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시장은 흔히 재래시장 정육 코너를 한 장소에 몰아놓은 것 같은 공간이었다. 다만, 평소 정육점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동물의 내장이나 머리 등이 그대로 진열된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시장 바닥은 해체된 동물에서 배어 나온 기름과 핏물로 미끄러웠다. 10여 명의 참가자가 조용히 복도를 따라 상점들을 지나자 일부 상인은 보란 듯이 통로로 물을 뿌렸다. 대체로 참가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눈치였다. 한 상인은 “다 불쌍하지”라고 낮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동물이 맞닥뜨린 ‘진실의 증인 되기’
활동가들은 비질을 ‘진실의 증인되기’라고 표현했다. 서울애니멀세이브는 비질을 “현재 육식주의 사회가 가리고자 하는 것을 도축장에서 목격, 기록하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여 동물이 맞닥뜨린 폭력적 현실의 증인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축으로 태어나 짧은 생을 살고, 고기가 되는 축산동물의 삶을 일반 시민에게 환기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일 경기 화성시 한 도축장 앞에 실려온 돼지들. ‘비질’은 도축을 앞둔 축산동물들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하며 이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활동을 말한다.
비질은 캐나다 동물권단체 ‘토론토 피그세이브’(Tronto Pig Save)에서 시작됐다. 토론토 피그 세이브를 설립한 아니타 크라이츠(Anita Krajnc)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도로 위에 도살장으로 가는 트럭이 밀려있는 것을 보고, 당장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는 오랜 시간을 달려와 굶주렸을 돼지들에게 물을 주기 시작했다. 이후 돼지뿐 아니라 소, 닭 등 다른 농장동물들의 고통을 증언하는 집회로 확장되면서 비질이 확산됐다. 현재는 영국·미국·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비질이 진행되고 있다.
트럭 가운데는 뒤칸을 개조해 2층으로 돼지를 실어오기도 했다.
이날 비질은 참가자들의 ‘마음 나누기’로 마무리됐다. 도축장 앞 공원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은 처음엔 입을 떼기 힘들어했지만, 말문이 트이자 각자 느낀 많은 감상을 털어놨다. 대화는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이날 처음 비질에 참가했다는 대학생 이은결씨는 “오늘 비로소 돼지가 하나의 구체적 생명으로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찜통 같은 차 안에서도 돼지들은 다 달랐다. 한 모금이라도 물을 더 마시려고 하는 돼지가 있는가 하면, 마치 양보하듯 기다리던 돼지도 있었다. 비건을 하고 있었지만 돼지는 그동안 하나의 생물종이었는데 이들도 모두 개성을 갖춘 생명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금어기’ 직후 잡은 고등어 상당수 ‘알배기’, 제도 도입 취지 무색
서구 공동어시장에 위판된 고등어. 부산일보DB
한 달간의 고등어 금어기가 지났지만 잡혀 올라오는 고등어 상당수가 속에 알이 꽉 차 있어, ‘산란기 어자원 보호’라는 금어기 효과가 무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금어기 직후 소형어선들의 고등어 어획량이 크게 늘면서 ‘알밴 고등어’ 논란도 더욱 크게 불거지고 있다. 금어기에 이어 2개월간의 휴어기에 들어간 대형선망 선단 일부에선 되레 자신들도 휴어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경매 후 배 가르면 알 꽉 차 있어
“산란기 비해 금어기 짧다” 지적
2개월 자율 휴어 선망 볼멘소리
14일 부산공동어시장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금어기(4월 7일~5월 6일)가 끝난 이후 한 달간 고등어 위판량은 221톤(6억 8000만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금어기(4월 19일~5월 18일) 이후 한 달간 위판량인 60톤(2억 1000만 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올 5~6월엔 거제도~대마도 사이 바다에서 예년에 비해 고등어가 월등히 많이 잡히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잡히는 고등어 상당수가 알이 가득 찬 이른바 ‘알배기’ 고등어라는 점이다.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 A 씨는 “최근 매일 경매를 마친 고등어 수 마리씩을 무작위로 골라 배를 가르면 대부분이 알을 품고 있는 ‘알배기’들”이라고 털어놓았다.
고등어 금어기는 2016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그 기간이 한 달에 불과해 4개월 이상 이어지는 산란기에 비해 턱없이 짧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어업(3개월), 꽃게(2개월) 등 기타 업종·어종이 2달 이상의 금어기를 갖는 것과 비교해도 고등어의 금어기는 짧아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일 박사는 “고등어의 산란기는 3월부터 7월 사이”라고 설명한다.
이때문에 고등어를 주로 어획하는 대형선망 선단들은 한 달 간의 금어기에 연이어 다시 2개월의 자율 휴어기를 가진다. 올해 대형선망 선단들은 7월 6일에야 휴어기가 끝난다. 이 기간 중 소형어선들의 산란기 고등어 어획이 급증하면서 대형선망 선단들 사이에는 되레 ‘휴어기 단축’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어자원 보호를 위해 자율 휴어기까지 가진들, 타 업종에서 알밴 고등어를 계속 건져올린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금어기나 휴어기 기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너도 잡으니 나도 잡겠다’는 식으로, 휴어기마저 단축해 알이 꽉 찬 고등어를 잡으러 나가는 것은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차별이 세운 감옥, 동물원에 미래는 없다
33. 창경원과 런던 동물원, 그리고 칼 하겐베크
지금 대서양 양편에서는 과거에 인종차별적이었던 백인들의 동상이 가차 없이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자기 편의대로 동물을 수집해온 동물원의 운명도, 또 새로 세워질지도 모를 미래의 동물원의 운명도 마찬가지 아닐까? 게티이미지뱅크
꼬맹이 시절, 내가 처음으로 갔던 동물원은 이름하여 ‘창경원(昌慶苑)’이었다. 정확히는 창경원 안에 식물원도 있고 동물원도 있었지만 당시 우리는 이곳의 동물원을 그저 창경원이라 부르곤 했다. 일본의 조선 모욕, 그 끝판왕이었던 창경원은 애버랜드, 서울랜드 같은 ‘테마파크’의 원조였다.
창경궁의 시원은 1418년으로, 이 해 조선 왕 태종은 현 창경궁 터에 수강궁(壽康宮)을 건립한다. 세월이 흘러 1483년~1484년, 성종은 이 수강궁을 확장하여 창경궁(昌慶宮)을 세운다. 하는 일마다 창성하고(昌) 경사스러운(慶) 일이 가득해야 할 이 왕궁이 일개 놀이시설로 전락한 건 1907년~1909년, 창경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건 1911년의 일이다.(후원의 왕실 농경지이자 농업 교육장이었던 내농포는 1907년 연못이 되고 만다)
1974년 창경원의 코끼리(국가기록원). 서울시 제공
1908년과 1909년, 창경원 내 동물원을 지을 때 참고가 된 모델이 있었을까? 일본 최초의 동물원은 1882년 개장한 도쿄 시의 우에노 동물원으로, 정확한 이름은 ‘온시 우에노 동물원(恩賜上野動物園)’이다. 일본어로는 ‘온시’라고 읽는 한자는 한국어로는 ‘은사’라고 읽는다. 1882년 당시 이 동물원의 부지는 일본 왕실 소유였는데, 1924년 왕실이 이것을 도쿄 시에 ‘은사’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이 온시 우에노 동물원을 설계했던 이들의 후배들이 내가 처음으로 본 동물원도 설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온시 우에노 동물원을 만들던 당시, 참고가 된 모델은 무엇이었을까? 근대 동물원은 어디서,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이것을 추적하다보면 우리는 인류사에 나타났던 각 왕국의 왕실 소유 동물 수집관(menagerie)을 만나게 된다. 최초의 동물 수집관은 기원전 3500년경에도 있었다고 하며, 중국의 주 문왕,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 바빌로니아의 네부차드네자르 2세(Nebuchadnezzar II) 등 숱한 왕들이 왕실 동물원을 거느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중용 전시공간인 근대식 동물원은 이러한 왕실 소유 동물 수집관들의 개방, 전용, 변형으로 시작되었다. 1779년 대중에게 공개된 신성로마제국 소유의 쇤브룬 동물수집관, 1793년 루이 16세가 처형될 무렵 베르사이유 궁전에 있던 동물수집관이 이동하여 생긴 파리 시의 식물원(Jardin des plantes) 내 동물원 등이 죄다 이런 식이다.
1820년 런던 왕실 동물 수집관. 작자 미상.
이런 원시적 형태의 동물원에서 진일보한 근대식 동물원은 1828년 런던에서 건립된다. 런던 동물원은 처음 설립되었을 무렵 대중 개방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1830년대와 40년대를 지나며 대중용 시설로 다시 디자인된다. 그 결과물이 1847년의 대개장이었다. 런던 동물원은 향후 세계의 각종 동물원의 모델이 된다. 온시 우에노 동물원을 설계한 이들이 참고했던 동물원은 다름 아닌 런던 동물원이었을 것이다.
동물은 가둬도 된다=노예는 거느려도 된다
그러나 동물원의 역사에서 중요한 단절이 일어난 시점은 1847년이 아니라 1907년이었다. 이 해, 독일의 칼 하겐베크(Carl Hagenbeck, 1844~1913)는 새로운 유형의 동물원을 세계에 선보인다. 하겐베크가 세운 개인 동물원은 동물을 감옥 같은 좁은 우리에서 해방시켜 자연 상태의 서식지와 유사한 생태환경의 거주공간으로 옮겼다. 동물을 생물학적 분류 체계에 따라 나누지 않고 지리적 생활조건에 따라 나누는 원칙도 하겐베크가 수립한 원칙이었다. 그러니까 동물원 안 동물들이 최대한 자연 상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나름’ 배려한 것이다. 이것을 역사는 하겐베크 혁명이라 부른다.
이렇게 보면, 하겐베크는 동물을 사랑한 위대한 혁명가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겐베크는 전 세계를 돌며 동물을 게걸스럽게 사고 판 상인이었는데 (심지어 그는 창경원에도 인도산 코끼리를 팔았다) 그의 수집 목록에는 인간도 있었다.
1905년 엽서에 사용된 사진. 세네갈 마을을 재현한 연못.
그의 눈에 덜 문명화되어 보이는 사람들, 제3세계의 원주민들을 독일로 데려온 후 자신의 동물원에서 다른 동물들 옆에 세운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분노해 있는 우리들의 시각으로 보면 천인공노할 이런 ‘인종 전시’(ethnological expositions)가 하겐베크 시대에는 아무렇게나 자행되었다.
당연히 하겐베크의 인종차별적 시선은 그의 동물차별적, 종차별적 시선을 시사한다. 하겐베크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이 그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았을 리 만무한 것이다. 그러나 하겐베크 혁명 덕에 동물원 내 동물들이 그나마 ‘숨’은 쉴 수 있게 된 것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20세기 후반 들어 세계의 동물원들은 전시 기능에서 교육 기능, 생물종 보호 기능으로 자신의 존재 목적을 바꿔가고 있다. 또는 적어도 그렇게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하겐베크의 사례가 잘 보여주듯, 그 시설이 얼마나 동물 친화적이든, 동물원 자체가 인간의 이익이라는 (지구적 시각에서는) 편향적 이익을 위한 시설임을 곱씹어봐야 한다.
로비스 포트라(Lovis Corinth Portra) 작. 칼 하겐베크와 바다코끼리. 1911년.
예전에 사람들은 개인이 노예를 거느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형제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성이라면 무조건 남성보다 적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금 얼마나 낡아빠진 생각이던가. 멀쩡히 잘 살던 야생동물을 포획해 그들의 서식지에서 그들을 격절할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 걸까?
“우리가 그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고통스럽게 할 도덕적인 권리가 우리 인간 종에게는 없다”고 대미안 아스피널(Damian Aspinall)은 말한다. (그는 몇 개월 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야생동물파크 안의 야생동물을 야생으로 되돌려보내고 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왜?
만일 아스피널의 생각마저, 동물의 권리마저 교육하는 곳으로 남아 있겠다면, 나 역시 동물원의 존속을 찬성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물원으로서는 자가당착이 아닐까? 야생동물과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19년형 코로나바이러스의 경고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들에 동물원 운영자들이 의당 포함되지 않을까? 하겐베크 혁명에 이은 2차 혁명이 필요한 시점은 지금이 아닐까?
역사의 흐름이 이러하거늘, 역사를 거꾸로 사는 이들이 있다. 제주 조천읍에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물테마파크를 조성하려는 리조트 기업 대명과 제주도 공무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잘못된 것은 언젠가는 바로잡히고 재평가되는 법이다. 지금 대서양 양편에서는 과거에 인종차별적이었던 백인들의 동상이 가차 없이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자기 편의대로 동물을 수집해온 동물원의 운명도, 또 새로 세워질지도 모를 미래의 동물원의 운명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작가/ 한겨레
환경단체 “부산 대저대교 건설사업 중단” 촉구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 지난 3월26일 부산경찰청 앞에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거짓조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대저대교 조감도.
90년대 입안 도로계획으로
교통량·토질 등 거짓 보고서
‘조작’ 연구소에 조사 재의뢰
경찰 수사에 슬쩍 업체 바꿔
“불통행정이 사회갈등 키워”
부산시가 낙동강 하구에 건설을 추진 중인 대저대교의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확인됐는데도 평가서를 다시 제출하면 된다는 방침만 내세우고 있어 환경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경찰 등은 부산시의 의뢰를 받은 용역업체의 평가서 내용이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단체는 평가서가 거짓임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밀어붙이는 부산시의 ‘불통행정’을 비난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대저대교의 환경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된 근본 원인은 교통량 등 상황이 크게 바뀌었는데도 1990년대 입안한 도로계획을 밀어붙이며 난개발에 나서는 부산시에 있다고 환경단체는 주장한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위원장은 15일 “대저대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된 것은 ‘대저대교 노선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며 환경단체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귀를 닫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부산시의 불통행정이 가져온 결과”라고 밝혔다.
대저대교는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연결하는 왕복 4차로 교량이다. 2024년까지 연결도로를 포함해 8.24㎞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3956억원이 투입된다. 서부산권의 만성적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06년 국비사업으로 선정됐다. 환경단체는 줄곧 “낙동강 횡단 교량마다 예상 교통량에 미치지 못하고, 인구와 교통량이 줄고 있는데도 부산시는 자꾸 다리를 놓으면서 혈세를 건설사에 퍼주고 있다”며 교량 건설을 반대해왔다.
시민행동은 지난해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중 생태계 부문 조사에 대한 거짓·부실 의혹을 제기했고 올해 1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를 의뢰했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ㄱ연구소가 수질, 토질, 대기질, 소음, 진동 등 부문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지난 9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연구소 대표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현장조사 없이 대저대교 주변 동식물 개체수를 임의로 작성하고 조사 인원 및 시간을 조작한 혐의도 조사 중이다.
부산시가 거짓·부실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지난해 11월에도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ㄱ연구소에 다시 조사를 맡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부산시는 지난 4월 슬그머니 업체를 바꿨다. 시민행동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저대교 건설 강행은 행정에 대한 불신을 높이고 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이라며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교량 건설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서부산권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교통량이 하루 평균 6만여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저대교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거짓·부실조사가 있었는지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6월 중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하고 12월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대저대교 부산시·환경단체 공동 재조사…노선 수정 가능성
서낙동강·본류 나눠 시행 합의, 기존 시 조사에 보충하는 방식
- 환경질 부문 내용 수정 불가피
- 본류구간 철새 서식지 영향 관건
- 구체적 방법 등 7월께 최종 확정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유역청)과 경찰이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일부를 조작이라고 판정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그간 갈등을 빚던 부산시와 환경단체(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1면 등 보도)가 공동 재조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동조사 내용과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조사 이후 노선 일부가 조정될 수도 있어 대저대교 앞날은 불투명하다.
낙동강유역청은 15일 오전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만나 공동조사 시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를 중재한 낙동강유역청 관계자는 “대저대교 건설을 둘러싸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도무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자리를 마련했다”며 “양측이 공동조사를 하는 것에는 동의했으나 조사 기간, 조사자, 조사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7월께 실무회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공동 재조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시가 지난해 11월~올해 4월 시행한 재조사를 완전히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식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시와 환경단체가 세부 내용을 정한 뒤 환경단체가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시 조사 내용에 포함해 낙동강유역청에 제출하거나, 시가 그간 재조사한 내용을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와 환경단체 공동조사는 ‘서낙동강’과 ‘낙동강 본류’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낙동강유역청이 환경질 부문 영향평가를 거짓으로 판정함에 따라 서낙동강과 낙동강 본류 두 곳 모두 전면적인 재조사와 내용 수정이 불가피하다. 경찰이 허위 작성 혐의 결론을 낸 생태계 부문 조사는 구역별로 재조사에 일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낙동강 지역은 앞서 시가 진행한 조사에서 빠진 내용을 보충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은 “서낙동강 일대 시 조사에는 각각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2급으로 분류된 귀이빨대칭이와 맹꽁이에 관한 내용이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서낙동강보다 철새 서식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간인 낙동강 본류 조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본류 조사는 철새가 본격적으로 날아드는 오는 10월 시작, 내년 3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세부 합의가 남아있는 데다 낙동강 본류 조사 결과 철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면 대저대교 노선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어 다리 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대저대교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미뤄졌다. 서낙동강과 낙동강 본류 구간을 나눠서 보완·재조사할 방침”이라며 “연내 서낙동강 구간부터 착공하는 게 목표다. 낙동강 본류 구간은 내년 3월 조사를 마친 뒤 공사 시행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 임동우 기자
‘코로나19×폭염’이 남길 치명상
ⓒ김흥구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거 취약계층은 코로나19와 폭염의 이중 위협에 놓여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세 번째 계절을 맞고 있다.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경험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여름 초입부터 찾아온 무더위는 또 다른 재난을 예감하게 한다. 우리 앞에 ‘코로나19×폭염’이라는 또 하나의 난제가 떨어졌다.
지난 4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880년 기후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2020년이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74.7%라고 발표했다. 역사상 가장 더운 연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확률은 99.9%로 예측됐다. 국내 예보도 심상치 않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0.5~1.5℃ 높을 것이라 전망했다. 평년 9.8일이던 폭염일수는 올해 20~25일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직 바람이 선선하던 지난 4월, 권용석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팬데믹과 폭염이 만났을 때 예상되는 문제를 정리한 보고서를 일찌감치 작성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기존의 폭염 대책 사이에 상충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폭염 대책은 그동안 무더위 쉼터나 폭염 대피소처럼 냉방을 하는 공간을 지정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감염병 측면에서 보면 이런 공간이 집단감염이 생길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장소입니다.”
딜레마다. 폭염의 위험은 코로나19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최근 가장 더웠던 해로 기억되는 2018년, 여름철 약 4개월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526명, 사망자는 48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폭염 피해가 공식 통계보다 클 것으로 추정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여름마다 가동하는 온열질환 감시체계에는 열사병·열탈진 등 더위가 직접적 원인이 되는 6개 질환만 폭염 피해로 집계된다.
김건엽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는 여름철 초과 사망자 수를 봐야 폭염 피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폭염에 노출되면 평시보다 사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여름이 되면 유럽에서 폭염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종종 나오는데 초과 사망자를 따지기 때문입니다. 폭염과 긴밀하게 연관된 질환(deep related disease)까지 포함해 피해를 파악하는 거죠.” 초과 사망자를 기준으로 폭염 피해를 분석한 서울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 집계보다 최대 2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폭염 피해는 감염병과 달리 널리 퍼지지는 않는다. 좁지만 깊게, 특정한 조건에 처한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남긴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의 위탁을 받아 2018년 폭염에 의한 건강 피해 연구를 수행했다. 황 교수는 “에어컨을 쐴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거나, 기온이 높은 날 야외 노동을 피할 수 있는 사람에게 폭염은 위협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가격리로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18년 온열질환자들을 대상으로 발생 장소를 분류한 결과 실외 작업장이 가장 많았다. 집이 그다음이었다(위 〈표 1〉 참조). 직업별 차이도 뚜렷했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직군은 ‘기타’가 가장 빈번했는데 단순노무 종사자가 이 항목에 해당된다.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은 직군은 ‘무직’이었다. 독거노인이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표 2〉 참조). 폭염 피해는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곳에서 흐르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은 이중 위협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핵심은 사람들을 최대한 자기 집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거환경이 취약한 사람들의 경우, 바이러스를 피해서 집에 있다가 폭염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쪽방 주민들에겐 코로나19와 폭염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무서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는 주로 50대 이상 중·노년층에 집중되는데 쪽방 주민들의 연령대와 겹친다. 이제까지는 여름철이 되면 쪽방촌을 돌아다니며 “낮에는 집에 있지 말고 은행이나 시청 같은 무더위 쉼터에 가세요”라고 안내해왔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폭염은 쪽방을 방역 사각지대로 만들 위험성도 있다. 쪽방은 가뜩이나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했던 곳으로 꼽힌다. 화장실·세면장·냉장고 등을 공용으로 써서 교차감염 위험이 높다. 쪽방 주민들은 의심 증세가 있어도 진단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낮은 탓도 있지만 거주 공간의 영향도 적지 않다. “검사를 받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 해야 하잖아요. 쪽방 주민은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는 순간 격리를 어기게 되는 거죠(장민철 소장).” 날씨까지 더워지면 쪽방 주민이 자가격리 지침을 따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폭염 피해를 연구해온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홍 교수는 방역체계에서 주거 취약계층이 빈틈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을 때) 독거노인이나 주거 취약계층이 자가격리를 어떻게 할지 마땅한 정책이 없어요. 폭염이 오면 최악의 경우 (자가격리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현재 해외 입국자나 거처가 없는 이들을 위해 임시 생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수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장민철 소장은 “지자체에서도 냉풍기 지원 등 폭염 대책에 고심하고 있지만 제일 확실한 대책은 냉방이 되는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대구쪽방상담소는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쪽방 주민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숙박시설 등 다른 숙소를 구할 경우 그 비용을 대신 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흥구 서울 송파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도 폭염 취약계층이다.
여름철이면 열사병 환자가 자주 생기는 공사 현장도 올여름이 유독 위태롭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는데 이로 인해 체온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악조건이 하나 더 추가됐으니 폭염 예방지침을 더욱 각별히 따라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배포하는 ‘열사병 3대 예방지침’은 건설 현장에서 대체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염특보 시 폭염 예방지침대로 1시간 일하고 10~15분씩 규칙적으로 쉰다는 답변은 23%에 그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공사를 미뤘다가 재개한 현장이 적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공사 일정을 맞추려다 보면 휴식시간은 오히려 예년보다 더 축소될 수도 있다. 김영만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다른 해보다 휴식시간이 더 많이 보장돼야 하는데 단순히 지침을 강조해서는 소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공사 기간을 연장한다든지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고, 공사는 기본적으로 민간 영역이라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습니다. 올해만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각별히 주의해야죠.”
보건의료 인력도 폭염 취약계층이다. 폭염 관련 비영리 단체인 ‘국제열건강정보네트워크(Global Heat Health Information Network)’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폭염의 위협을 증폭한다고 경고하며, 대비해야 할 사항 중 하나로 방호복(PPE)을 입은 의료진 보호를 꼽았다. 실제로 6월9일 인천 한 중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워킹스루 형태의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던 보건소 직원 3명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이날 인천의 최고기온은 31℃였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3㎏ 무게의 방호복을 입고 야외 땡볕 아래 지어진 천막에서 일하는 선별진료소를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올여름 내내 사고가 반복될 공산이 크다. 질병관리본부는 선별진료소 운영과 관련해 휴식시간과 휴게공간 마련, 보호복 가볍게 하기 등 몇 가지 지침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빠른 조치가 관건이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열 때문에 몸 안에 있는 장기가 익어버리는 게 열사병이거든요. 빨리 환자를 식히고 체온을 떨어뜨려야 장기가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응급의료 체계는 신속하게 환자를 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송부터 치료까지 단계마다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열이 나면 일단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하고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기준에 준해 대응이 이루어기 때문이다.
ⓒ시사IN 조남진
6월11일 오후 세종대로. 사람들이 지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별다른 대책이 없어서 걱정스러운 상황”
현재 구급대원들은 기본적으로 한 팀에 한 명이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한 채 출동하고 있다. 현장에 도착하면 방호복을 입은 대원이 가장 먼저 환자를 접촉한다. 이 환자에게 발열 증상이 있을 경우, 나머지 대원들도 구급차 안에서 방호복으로 갈아입은 뒤 구조 활동에 나선다. 열이 나는 환자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에 곧장 갈 수도 없다. 보건소에 들러 코로나19가 의심되는지 1차적으로 판별해야 한다. 의심 환자를 이송한 이후에는 해당 구급차를 소독하고 두 시간 동안은 가동하지 못한다.
소방청은 5월25일부터 폭염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올여름 폭염 환자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애 군산소방서 금동 119안전센터장은 “현장에서도 애매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폭염 환자라고 신고가 들어와도 발열의 원인이 폭염인지 코로나19인지 구분할 수가 없잖아요. 환자를 구분하는 지침을 따로 만들기도 어렵고요.” 그만큼 이송이 지체될 위험이 따른다.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도 제때 진료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응급실을 찾은 발열 환자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 병상에서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의무적으로 격리 병상을 5개 이상 갖춰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병원마다 요령껏 격리 병상을 더 늘리고 있지만 열이 나는 환자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응급실에 왔는데 그 병원의 격리 병상이 다 찼다면 구급차가 한시가 급한 열사병 환자를 싣고 일명 ‘뺑뺑이’ 도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원래대로라면 여름철 온열 환자는 2차 의료기관(종합병원급)에서 대부분 흡수했다. 열사병처럼 위중한 상태의 환자들만 3차 의료기관(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규모가 작은 병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발열 환자 진료에 난색을 표하면서 폭염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는 여름을 앞두고 “별다른 대책이 없어서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열사병 환자를 보면 우리는 대충 발열 원인이 폭염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만에 하나 코로나19 환자일 수도 있잖아요. 지침을 따르자면 열나는 환자는 아무 병상에나 들일 수 없어요. 그런데 치료 시간이 중요한 열사병 환자는 그냥 둘 수도 없고요. 그때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생긴 의료 공백은 그동안 크게 고려되지 못했다. 통계청이 ‘2020년 3월 인구동향 자료’를 발표하면서 간접적인 피해의 규모가 희미하게나마 파악됐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 각 지역의 초과 사망률을 6월3일 코로나19 2차 대유행 대비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했다. “전년 대비 2020년 1분기 초과 사망률은 전국적으로 6%, 서울 6.5%, 대구 10.6%, 경북 9.5% 정도 높아졌습니다.” 단시간에 확진자가 치솟았던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사망률까지 높아진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비코로나19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지나치게 제한한 게 아닌지 점검해야 할 대목이다. 이대로라면 여름철 폭염 피해가 3분기의 초과 사망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건강권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방안을 찾기 위한 질문과 논의를 자꾸 미뤄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폭염이 그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로 피해가 집중되는 폭염 대책이 코로나19에 가려져 외면받지나 않을까. 코로나19 방역과 폭염 대응을 조화시키는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팬데믹의 여름, 처음 보는 질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시사인 김연희기자
3000㎞ 헤엄쳐 왔는데 기다려준 것은 불법 포획자들...실뱀장어들의 기막힌 삶
뱀장어. 해양수산부 제공
뱀장어(민물장어)의 일생은 무척 신비롭다. 우리나라에서 약 3000㎞ 떨어진 태평양의 깊은 바다(수심 300m 안팎)에서 산란해 6개월 동안 성장한 다음 우리나라의 강으로 올라온다.
이런 특이한 생태적 특성 때문에 인공으로 어린 뱀장어(실뱀장어)를 생산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2016년 뱀장어의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직까지도 실뱀장어(몸 길이가 5~7㎝인 새끼 뱀장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은 확보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뱀장어 양식은 봄철에 먼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는 실뱀장어를 잡아다가 키우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뱀장어 양식이 전적으로 자연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뱀장어 소비 왕국인 일본도 비슷하다.
■‘귀빈’ 대접 받는 실뱀장어
뱀장어 양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뱀장어를 확보하는 것이다. 인공으로 실뱀장어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태평양에서 올라온 실뱀장어를 확보하지 않고는 뱀장어 양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식업계에서 실뱀장어는 무척 귀한 손님이다. 5~7㎝ 길이의 작은 실뱀장어 1마리 당 가격이 6000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양식이 시작되기도 전 어린 고기의 몸값이 상당수 다른 양식 어류나 생선의 어른 고기보다도 비싼 것이다. 뱀장어 양식 업계에서 실뱀장어는 최고의 귀빈인 셈이다.
실뱀장어.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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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뱀장어 쟁탈전
올해는 우리나라를 찾는 실뱀장어의 회유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해바다를 중심으로 치열한 실뱀장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양식장에서 키울 실뱀장어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수산업법에 따른 어업 허가를 받은 뒤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포획활동을 해야 하지만, 불법 포획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실뱀장어를 포획하기 위해 실뱀장어가 회유하는 길목에서의 무허가 불법 포획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불법 포획의 영향으로 올해 실뱀장어 어획량은 예년의 약 2배 수준인 4t에 이르는 것으로 해수부는 집계하고 있다. 실뱀장어 불법포획은 목포, 신안, 함평 일대 바다와 금강하구 일대 바다 등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불법포획은 장어 어족 자원의 고갈을 부르는 것은 물론 당장 실뱀장어 가격의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때 마리당 6000~7000원까지 하던 실뱀장어 가격이 마리당 100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당국의 허가를 받고 조업하는 실뱀장어 안강망어업인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실시한 단속에서 무허가 포획 27건, 불법어구 적재 11건, 어구위반 4건, 허가구역 이탈 11건 등 모두 53건의 불법 포획활동이 적발됐다”면서 “이는 2018년 31건, 2019년 41건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모 해양수산부 지도교섭과장은 “실뱀장어 자원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남획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실뱀장어를 불법으로 포획하는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현장단속과 함께 불법어획물 유통 행위도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위기의 뱀장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4년 일본 뱀장어는 물론 미국 뱀장어까지 멸종위기종으로 판정한 바 있다. 세계 곳곳의 장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뱀장어가 세계 곳곳에서 멸종위기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식용으로 쓰기 위한 남획과 하천과 바다 등 서식지 환경의 악화, 해류의 변화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국제 사회는 세계 최대 뱀장어 소비국 일본을 주목한다. 일본은 1년 동안 소비하는 장어(약 3만2600t)의 56%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중국·대만·한국·홍콩·인도네시아·필리핀 아시아지역 국가는 물론 프랑스·스페인·덴마크·미국·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장어 중 상당량이 일본으로 들어오고 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뱀장어의 70%가 일본으로 수입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일본인만큼 뱀장어를 좋아하는 국민도 드물다. 일본인들은 예로부터 장어를 신성한 물고기로 여겨오면서 뱀장어 관련 식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일본인들은 논농사가 시작된 기원전 3세기 야요이(彌生)시대부터 뱀장어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뱀장어요리는 중요한 보양식으로 여겨진다. 많은 일본인들은 사시사철 장어요리를 즐기는데, 여름철에 특히 많이 먹는다.
■신비로운 뱀장어의 일생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유어종인 뱀장어가 어디에서 알을 낳는지에 대해 알게 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뱀장어 연구를 지속해온 일본의 도쿄(東京)대 해양연구소와 수산종합연구센터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장어의 알을 채취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태평양의 마리아나제도(괌 인근) 앞의 수심 3000~4000m 바닷속에서 장어의 알을 채취했다. 연구진은 태평양에서 부화한 장어 치어가 해류를 따라 아시아지역 국가의 하천과 호수늪지에서 성장하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 산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반달가슴곰이요?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먹죠”
■ "코로나엔 웅담"… '특별식사' 제공?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경기도 용인의 한 농가에 반달가슴곰 30여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모두 국제 멸종위기종이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두 평 남짓한 좁은 우리에서 지내고 있었고, 우리 바깥에 붙어 있는 물통에 입을 뻗어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철조망을 엮어 만든 '뜬 장' 아래로는 언제부터 쌓여 있는지 모를 배설물이 모여 악취를 뿜어냈습니다.
KBS 취재진이 이 농가를 방문한 것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로부터 제보받은 한 장의 광고지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위해 (..) 반달곰 웅담 특별 할인 판매 신청을 받습니다."라고 적힌 광고지에는 반달곰 도축 일자와 시간이 적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전 예약 후 당일 현장 방문자에게는 특별식사 무료제공"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곰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은 웅담을 구입하려는 손님으로 가장해 이날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농가가 웅담 특별할인 판매를 한다며 배포한 광고지경기도 용인시의 한 농가가 웅담 특별할인 판매를 한다며 배포한 광고지
■ 수의사 없이 마취·도축
반달곰 도축은 순식간에 이뤄졌습니다. 농가 주인 A 씨는 마취총을 이용해 반달곰에 진정제를 주입했고, 5분가량 기다린 뒤 우리로 들어가서 목 부분을 절단해 피를 빼냈습니다. 빠진 피는 그대로 우리 밑으로 흘러 들어간 채 방치됐습니다. 현행법상 야생동물에 대한 마취는 수의사의 입회하에 진행돼야 하고, 독극물인 마취제를 다룰 때도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만 이 같은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정현규 수의사는 "마취는 독약 성분이 있어 수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며 "불법일 가능성이 커 보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용량이 주입되지 않아 고기나 혈액에 마취제 성분이 들어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버릴 것 하나 없이 다 먹죠"?… 곰 식용은 불법
이날 나온 웅담은 70그램 가량. 이 손바닥 반만 한 웅담을 위해 23년간 갇혀 살던 곰은 죽어서야 우리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웅담을 빼낸 뒤였습니다. 도축에 나선 직원은 웅담을 빼낸 반달가슴곰을 부위별로 해체하고, '특별식사'를 위한 상차림을 시작했습니다. 곰 발바닥은 특히 귀한 것이라며, 버릴 곳 하나 없이 먹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선 곰 식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웅담 외엔 곰의 어떤 부위도 먹을 수 없습니다. 곰고기 매매뿐 아니라, 도축 업자가 웅담을 빼낸 뒤 판매하지 않고 자가 소비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을 정도로 엄밀합니다.
2011년 대법원은 "(반달가슴곰의) 용도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는 웅담 등 약재로만 제한한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듬해 대전지법도 "반달가슴곰은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반달가슴곰을 직접 길렀어도 식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 환경부 "법적 조치 검토"
담당 부처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곰 식용이 금지된 건 충분히 알려져 있고 해당 농가도 알고 있을 것이므로 현장 조사 뒤 불법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지역을 담당하는 한강유역환경청은 "불법 취식 뿐 아니라 도축 과정에서 약물 사용 등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검토해, 관계부처에 협조 요청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부는 6월 현재 전국에 남아 있는 사육 곰은 400여 마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암리에 불법 증식이 이루어져 정확한 숫자라고 보기 힘듭니다. 실제 동물자유연대는 이 농가를 사전 답사해 불법 증식으로 보이는 새끼 곰 3마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가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불법증식으로 추정되는 새끼 곰불법증식으로 추정되는 새끼 곰
농가 주인 A 씨는 "내가 먹는 김에 오는 손님들에게 조금 맛보라고 한 거지, 곰 고기를 판매한 것은 아니었다"며, "자가소비까지 금지된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습니다.
■ "정부 주도로 곰 사육… 필요 없어지니 방치"
특히 A 씨는 "애당초 사육 곰을 정상적으로 분양, 증식해 왔는데 이제 와서 농가를 전과자로 만들고 범죄자를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사육 곰과 관련한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농가의 입장도 그냥 넘길 수는 없어 보입니다.
1981년 정부는 농가의 소득을 높이겠다며 곰 수입과 사육을 독려했는데, 멸종위기종인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높아지며 4년 만에 곰 수입을 금지합니다. 이 사이 수입된 곰이 5백여 마리입니다. 2005년 정부는 웅담 채취를 합법화하지만, 웅담 수요가 줄어들며 수백 마리의 곰이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이제 남은 것은 4백여 마리. 남은 곰들은 웅담 채취가 가능한 연령인 10살을 넘겨 도축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자연도태'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엔 사육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고 사료비 등 농가 지출도 막대합니다. 그런 중에 불법 취식, 불법 증식과 같은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 개체 수 절반 이하로 감소…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어"
이 때문에 동물단체 등에서는 수년 전부터 '곰 보호소(생츄어리·sanctuary)' 설치를 요구해 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죽을 때까지 보호하는 공간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곰 보호소 '생츄어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AnimalsAsia]
동물자유연대는 "정부가 사육곰 문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지만 2005년 이후 15년간 정부가 사육곰 문제 해결에 지원한 국비는 단 59억 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52억 원이 중성화 사업에 사용됐다"며 "현재는 개체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상태이므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kbs
부산시의 옹고집?…“대저대교 연내 착공”
환경영향평가 조작 사실에도
12월 서쪽 구간 부분 착공 표명
대저대교가 들어설 예정인 낙동강에서 큰고니들이 포착된 모습. 부산일보DB
속보=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난 상황(부산일보 6월 11일 자 4면 등 보도)에서 부산시가 일부 구간이라도 연내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부산시,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단체가 내년 3월까지 진행하는 조류 조사는 동쪽 구간에 영향을 미쳐 서쪽 구간은 추가 생태계 조사를 마치면 연내 착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대저대교 1단계 구간인 식만JCT~평창교차로 4km 부분 착공을 올 12월 추진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오는 9월까지 생태계 조사를 마치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재신청해 연내 해당 구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치면 올해 착공이 가능하다”며 “사업에 반영된 국비 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향후 교통 정체가 예상돼 더 이상 늦추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저대교 2단계 구간인 평강교차로~삼락교차로 4.24km 부분 착공은 내년 3월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부산시,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단체가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제3기관에 겨울철 조류 조사를 맡기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2단계 구간은 조류 조사가 영향을 미쳐 올해 착공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위치 변경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대저대교 연내 착공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살리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뿐만 아니라 문화재청 현상변경 허가까지 진행해야 하는데 올해 착공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대저대교는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다리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대저대교 사태 부산시 ‘뒷북 사과’…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는 행정처분
“거짓·부실 평가 시민들께 송구”
- 환경질·생태계 부문 담당 업체
- 경찰 고발과 영업정지 등 징계
- 관리·감독 책임 대행사 2곳은
- 입찰 감점에 추가 조사비 부담
- “하구 보존가치 높을땐 노선 변경”
- 서낙동강 구간은 연말 착공 계획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가 일부 거짓으로 판명나자(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1면 보도 등) 부산시가 뒤늦게 경찰 조사 내용을 인정하고 시민에 사과했다. 시는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용역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리고,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동 재조사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시 최대경 도시계획실장은 “시가 환경영향평가를 맡은 업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거짓·부실조사가 됐고, 이로 인해 도로 건설이 늦어져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낙동강유역청이 환경질 부문 평가를 일부 거짓으로 최종 결론 내고, 부산경찰청도 생태계 부문 평가서가 허위 작성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시는 사과는커녕 경찰 조사에 의문을 표해 논란을 더 했다. 최 실장은 “시는 경찰 조사 결과를 인정한다. 입장 발표가 늦었던 건 지난 15일 낙동강유역청 및 환경단체와 협의를 앞두고 있어 대응책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낙동강유역청이 지난 1월 A사의 거짓조사 의혹을 밝혀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자체 재조사(작년 11월~올해 4월)까지 이 업체에 맡긴 것에 대해 시는 당시엔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낙동강유역청이 작년 11월 생태계 부문 조사에는 거짓이 없었다고 잠정 결정을 내려 이 업체에 재조사를 맡긴 것”이라며 “이후 낙동강유역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결과는 당시 나오기 전이어서 그대로 진행했다. 대행업체 및 시민단체도 함께해 A사의 재조사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시는 환경단체가 A사를 상대로 거짓·부실 평가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이 업체에 다시 평가를 맡겼다가 조사가 끝나는 시점인 올해 4월 A사를 재조사에서 슬그머니 배제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15일 낙동강유역청 중재로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공동조사에 합의한 만큼 앞으로 세 주체가 각각 같은 수의 전문가를 추천해 조사가 이뤄진다. 조사에 필요한 추가 비용은 원래 평가를 담당했던 대행업체 2곳이 부담하며, 이들 업체는 재조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또 시는 기존 대저대교 노선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할 조사를 통해 낙동강 하구가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 대저대교 노선을 변경하겠다. 이는 환경단체에도 약속한 내용”이라며 “만약 설계가 변경되면 2024년 12월로 예정한 공사 완공 일자 변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사과하고 환경단체와 공동조사에 합의하면서 대저대교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대교 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대저대교 설계가 9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공동 재조사 결과에 따라 노선이 변경되면 시는 막대한 손해배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부산시는 ‘서낙동강’ 구간과 ‘낙동강 본류’ 구간을 분리해서 재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간별 공동조사를 마치고 이를 낙동강유역청이 승인하면 예정보다 1년 늦은 오는 12월께 서낙동강 구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동우 기자
곡물자급률 22.5% ‘세계 최하위’…경지면적도 ‘뚝뚝’
통계로 본 세계 속 ‘한국농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량안보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의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곡물자급률은 내내 세계 최하위를 맴돌고, 외국산의 위협으로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세계 최상위를 달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을 통해 우리 농업의 현실을 톺아본다.
세계 22개국·유럽연합 평균 100.8%에 달해
2017년 국토면적 대비 경지 비중은 고작 16.1%
◆곡물자급률 꼴찌 제자리=농경연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토대로 세계 22개국과 유럽연합(EU)의 최근 3개년(2016~2018년) 평균 곡물자급률을 산출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22.5%에 불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최하위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세계 꼴찌 수준임에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3~2015년 평균 23.8%였던 곡물자급률은 2015~2017년 평균 23%로 떨어졌다.
대부분 국가의 곡물자급률도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지만 식량안보의 벽은 건재했다.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100.8%에 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호주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각각 302.8%, 251.7%로 최상위 수준을 자랑했다. 캐나다(177.4%)와 미국(124.7%) 역시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웃나라 중국은 98.9%를 기록했다. 일본은 26.7%에 그쳤지만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야금야금 줄고 있다. 농경연이 FAO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국토면적 대비 경지면적의 비중은 16.1%다. 2012년 17.3%에서 2014년 16.9%, 2016년 16.4%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농축산물 무역적자 4위
◆농축산물 무역수지 악화=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네번째로 큰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농경연이 유엔(UN·국제연합)의 세관통계 자료인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를 분석한 결과 2018년 기준 한국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03억4900만달러로 나타났다. 2017년 181억300만달러보다 22억4600만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농축산물 무역수지 하위 국가 6위에서 4위로 이름을 올렸다.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일본(554억51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중국(504억4800만달러)과 영국(348억5900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시장 개방이 가속하면서 우리나라는 농축산물 무역수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으로 방대한 양의 외국산 농축산물이 밀려들었다는 뜻이다.
품목별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과일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2018년 기준 키위 수입액은 9064만달러로 전년보다 38.8% 늘었다. 오렌지 수입액도 증가 추세다. 2018년 수입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2억5082만달러로, 세계 오렌지 수입액의 4.4% 수준이다. 오렌지 수입액의 93.2%는 미국산이 차지했다. 포도 수입액 역시 1억7189만달러로 2017년보다 14.2% 증가했다.
농업보조금 규모도 축소
2018년 23억700만 달러 전년보다 23.1%나 줄어
◆농업보조금 규모는 퇴보=우리 농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농업보조금 규모는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23억700만달러로 전년보다 23.1% 감소했다. 농업총생산액 437억8900만달러 대비 5.3%에 불과하다. 2013~2015년 3%를 전전하던 농업보조금 비중이 2016년 5.4%, 2017년 7.2%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일본의 농업보조금 지출규모는 0.2% 줄어든 71억5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호주의 농업보조금 지출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35.7%, 26.9% 증가했다.
다른 나라와 견줘봤을 때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 비중은 초라한 수준이다. 2018년 기준 OECD 가입국의 평균 농업보조금 비중은 11.9%다. 노르웨이와 스위스는 각각 52.7%, 39.5%에 달한다. 미국과 일본 역시 각각 9.1%, 8.7%로 우리나라보다 농업보조금 비중이 높다.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세계화로 돈만 있으면 다른 나라에서 먹거리를 사올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지면서 농업은 점차 소외됐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식량위기가 대두한 만큼 농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농업예산과 농업보조금 확대를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학교 급식에 채식 선택 가능해진다···서울교육청 생태전환교육계획 발표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 초등학생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급식에서 채식을 선택할 수 있고 학교에서 직접 텃밭 가꾸는 등 학교 전체가 거대한 녹색 실험실이 된다면 어떨까.
17일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구축하겠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교과과정과 연계해 생태적 감수성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과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체험하고 실천하는 실험실(리빙랩)이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인 탄소배출제로학교 운영 ▲학교와 지역사회의 통합을 추구하는 생태전환학교 운영 ▲채식선택제 도입 ▲동아리 및 청소년 생태전환활동 지원 등을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공개했다.
탄소배출제로학교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육류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학교 급식에 채식 선택권을 도입한다. 또 건물 외벽에 식물을 심어 여름엔 햇빛을 반사해 실내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는 ‘녹색커튼’ 효과를 추구한다. 텃밭 가꾸기, 온실가스관리시스템 운영하기 등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는 생태전환 동아리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생태전환학교는 공모를 통해 올해 안으로 초·중·고 60개 학교를 선정, 운영할 예정이다. 기후위기,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동·식물 멸종,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교과간 통합 교육을 시행한다.
중학교 자유학년제와 연계한 학생참여형 생태전환교육은 올해 중학교 132개교 1학년 전체학급을 대상으로 시작해 점차 전 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교원 및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협력지원단을 꾸려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 계획은 기후위기에 대한 청소년들의 높아진 관심과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앞서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와 학생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면담해 채식급식 선택권 보장·체계적인 기후위기 교육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운영총괄은 “기후위기는 우리 청소년들이 마주한 가장 큰 위협”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의 응답이 우리가 안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넘치는 사용후핵연료 원전이 핵폐기장 되나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발전을 하면 할수록 원전 내에 쌓여만 가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를 더 이상 처리할 곳이 없어 원전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면서 원전이 실질적 핵폐기장이 될 위험에 처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건식저장시설) 증설’을 위한 주민 설명회가 3차례나 무산되면서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중장기 저장시설 건설방안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만드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 극렬 반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역시 '임시저장시설' 건립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고리4호기 포화율 98% 달해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 논란
기장군 ‘지역실행기구’ 출범
“중장기 방안, 의견 수렴부터”
현재 국내에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월성원전)만 있을 뿐,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없다.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은 최종 결론 도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영구처분시설은 부지 선정부터 최종 건설까지 최소 36~40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당장 2022년 3월 완전 포화에 달하는 경주 월성원전(중수로)의 경우 추가 임시저장시설로 맥스터 7기를 증설해야 할 판이다.
부산 고리원전(경수로)의 경우도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고리원전 3·4호기가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각각 97.2%, 98.0%에 달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및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고리원전에는 고리 1~4호기, 신고리1·2호기가 있지만, 고리원전 부지 내에 아직 임시저장시설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경주시,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울진군, 전남 영광군 5곳에 각각 지역실행기구를 두고, 대표성을 지닌 지역실행기구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를 결정토록 사실상 위임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부산 기장군은 이달 중으로 ‘고리원전 지역실행기구’(11명)를 출범시키는 한편, 지역실행기구를 통해 고리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할지, 건설하면 습식시설로 할지 건식시설로 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고리원전 지역실행기구에 인접지역인 해운대·금정구 등 주민은 구성원에서 아예 배제된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전국공론화→지역공론화’순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 문제에 접근해야 함에도 중장기 로드맵도 없이 임시저장시설 확충 카드를 먼저 들고나오자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를 50년 정도 보관하게 될 임시저장시설은 사실상 핵폐기장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정수희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시저장시설 확충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지역주민한테 떠넘기기보다는 중장기 관리방안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이 먼저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축구장 120개 넓이"…서울시, 도시공원 일몰제 앞두고 '반대 의견' 제출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공원 지정 효력이 사라지게 된 국·공유지의 실효(失效)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네번째)이 16일 오후 서울시장실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공유지 실효공고 관련' 환경시민단체 대표단 면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박 시장은 시장실에서 도시공원 지정 일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우리 시에서는 축구장 120개가량 넓이인 34개 공원, 330필지, 86만5천733㎡가 실효 대상 국·공유지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다행히 우리 시는 실효 공고된 국·공유지 중 79%인 68만3천544㎡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이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등 관리방안을 이미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머지 21%인 18만189㎡가량에 대한 실효 방지가 큰 과제"라며 "정부가 실효 대상으로 공고한 땅은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거나 공원 입구인 곳 등이어서 실효 시 공원 이용에 막대한 지장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도시공원이 보전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국토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지난달 29일 17개 시·도 147개 시·군·구에 걸친 5천57필지 국·공유지 도시공원 지정 구역의 지정 실효를 공고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고 20년 이상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 도시공원 지정 효력이 사라지게 한 제도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정해 놓고 장기간 집행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하면서 2000년 도입됐다.
오는 7월 1일 자로 첫 실효가 이뤄질 예정이다. 공원에서 해제되면 토지 소유자들은 공원 이외 용도로 땅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WWF “생태계 훼손 계속 땐 전염병 또 나타날 것”
재발 조건 갖춰 대유행 ‘경고’
산림 벌채 막을 정책 등 제안
세계자연기금(WWF)이 지금처럼 생태계를 훼손하는 개발 방식을 멈추지 않을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WWF는 17일 ‘코로나19: 사람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 요구’ 보고서에서 “지난 세기 동안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횟수와 발생 빈도는 놀랄 정도로 증가했다”며 “이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가 깨진 데 따른 ‘증상’이며,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WWF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원인으로 야생생물의 불법거래 외에 “광범위한 토지 전환과 산림 벌채”를 지적했다. WWF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억7800만㏊의 숲이 벌채됐는데, 이는 세계에서 18번째로 큰 나라인 리비아의 크기와 맞먹는 규모다. WWF는 “숲과 같은 큰 종 다양성이 있는 자연환경 시스템은 (전염병의) ‘희석효과’를 발생시킨다”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는 야생동물과 가축, 인간의 상호작용을 증가시켜 질병이 전염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우려했다.
WWF는 “코로나19를 포함한 최근 팬데믹이 건강에 미친 엄청난 영향은 자연 훼손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 비용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지구상의 비상사태를 해결하고, 미래 (또 다른) 팬데믹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WWF는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 방안으로 규제받지 않는 고위험 야생동물 수입과 소비 중단, 농업을 위한 산림 벌채와 전환이 증가하지 않도록 식량안보 보장, 사람과 자연을 위한 뉴딜정책 시행 등을 제안했다.
특히 세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발표하고 있는 부양책들이 기후와 자연,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와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WF는 “자연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분야는 지원하지 말고 기후 스마트, 순환경제, 녹색 일자리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WF 국제본부의 마르코 램버트니 사무총장은 “자연 파괴와 인류 건강 간의 연관성을 시급히 인정하지 않으면 곧 다음 전염병을 겪게 될 것”이라며 “자연에 대한 착취는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오는 7월1일부터 적용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공원에서 쫓겨나는 시민들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있다. (경향 포토)
‘황령산 유원지’ 개발, 숙박시설 빼고 ‘출발’
부산 남구 황령산 실내스키돔. 부산일보DB
황령산 스키돔과 주변 일대를 휴양시설로 조성하는 민간 개발 사업이 첫발을 뗀다. 환경 당국의 제동으로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숙박시설을 뺀 채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부산시와 사업자는 일몰제에 대비해 시행자 지정부터 한 뒤 향후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업 계획 조정과 이에 따른 환경 훼손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황령산 유원지 휴양시설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로 협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동의는 협의 결과를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사업을 시행할 때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당 사업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환경부, 황령산 생태·경관 영향
숲속의 집·캠핑장 등 시설 제외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완료
사업자 “시행자 지정 뒤 재검토”
市 “시민사회 의견도 적극 수렴”
이에 사업자인 ㈜에프엔인베스트먼트는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바탕으로 지난달 20일 부산시에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했다. 부산시는 다음 달 1일이면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에 따라 사업 부지의 도시계획시설상 유원지가 해제되는 점을 고려해 이달 내 시행자 지정을 목표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자는 일단 시행자로 지정된 뒤 1년 이내 실시계획인가 신청 등 인허가 절차를 밟아 2026년 준공을 한다는 계획이다. 유원지가 해제되면 관련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아야 해서다. 부산시도 사업자 지정만 되면 실효에서 제외된다는 국토부 회신을 받았다.
이번에 유역청이 동의한 황령산 유원지 조성안은 2018년 7월 사업자가 부산시에 제출한 실시계획인가안에서 대폭 축소된 것이다. 사업자는 당초 남구 대연동 기존 스키돔 ‘스노우캐슬’과 상부 총 75만㎡ 부지 내에 21만 6000㎡ 규모로 유원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기존 스키돔을 개조해 키즈랜드를 만들고, 스키돔 상부에 휴양시설인 숲속의집과 덱캠핑장 등 휴양시설, 펀포레스트와 투어체험관 등 편익시설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 부산시는 환경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완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사업자는 2018년 8월부터 유역청과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왔다. 평가 과정에서 유역청은 숲속의집과 덱캠핑장이 환경과 생태, 경관에 영향을 미친다며 제외를 요구했고 사업자를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황령산에 조성되는 유원지 규모는 기존 21만 6000㎡에서 3만 7470㎡(펀포레스트 1만㎡, 투어체험관 9470㎡, 도로와 주차장 1만 8000㎡)로 대폭 축소됐다.
사업자 측은 “향후 실시계획인가 준비 과정에서 환경 영향과 사업성 확보 방안 등을 검토한 변경 계획을 세워 다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스키돔 정상화를 빌미로 한 추가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시민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황령산에 스키돔 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스키돔이 ‘흉물’로 남았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추가 개발을 하는 방향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1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된 스키돔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면서 “실시계획인가 뒤에는 시민참여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시민사회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내달 장기미집행 공원부지 해제 부산 85%는 ‘공원’으로 남는다
다음 달이면 20년 장기미집행 상태에 있는 공원 부지가 실효(공원부지에서 해제)되지만, 매입이나 보상 등을 통해 대상부지의 84%가 그대로 공원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부산 역시 실효대상 공원의 85%가 공원으로 남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전국의 장기미집행 공원 실효 대상 368㎢ 중 84%인 310㎢가 공원으로 조성되거나 공원 기능을 유지하게 됐다”고 18일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는 실효가 임박한 공원 땅을 최대한 공원으로 남겨 두기 위해 자체 예산으로 부지를 사들이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은행이 땅 매입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토지를 확보했다. 실효되는 땅은 사유지도 있고 국공유지도 있다. 사유지는 보상이 진행되고 있고 국공유지는 실효가 10년 유예됐다.
50.42㎢ 중 42.88㎢ 유지
市, 2970억 들여 사유지 보상
덕천 등 5곳에 민간공원 추진
결국 실효되는 나머지 공원 58㎢는 도시외곽에 위치하거나 개발제한구역, 급경사 등으로 난개발 가능성이 낮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부산시는 실효대상 공원 50.42㎢ 중 85%(42.88㎢)가 공원으로 조성되거나 공원 기능을 유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의 실효대상 공원은 총 54곳인데 사유지 보상을 위해 시보상비 2970억 원을 마련해 공원 20곳, 면적 1.37㎢에 대해 2018년부터 보상 중이며 2023년까지 보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민간공원 5곳을 추진한다. 덕천·온천·명장·동래사적·사상공원이 대상이다. 아울러 보전녹지지역과 개발제한구역은 공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래도 해제되는 공원은 대부분 산지로 경사도가 심하고 국립환경성 1등급으로 지정되는 등 개발을 하기가 어려운 지역이 대부분이어서 난개발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2020도시공원일몰제대응전국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29일 전국 국공유지 도시공원 해제 대상지 5057곳을 기습 발표한 국토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도시공원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이를 해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직무유기이며 국민 기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주민들이 공원 관리 주체 됐으면”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7. 좌담회
지난 8일 부산시청 24층 회의실에서 열린 민간공원 좌담회에서 라운드테이블 김동필(오른쪽) 위원장과 이성근 위원이 공원의 공적 역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감안해 주민들에게 공원 관리비 중 일부를 분담할 것을 제안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일보〉는 지난달 8일부터 모두 6회에 걸쳐 부산 지역 민간공원 조성 사업을 공원별로 집중 보도했다. 공원과 관련한 주민, 조경가, 건설사 대표, 공무원의 이야기도 함께 다뤘다. 이 사업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틀을 갖춰 왔다. 그동안 37회가 열렸다. 전국적 모범 사례다. 지난 8일 오후 5시 부산시청에서 부산대 김동필 조경학과 교수,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와 함께 민간공원 사업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와 이 이사는 라운드테이블 위원장과 위원이다.
▶이성근 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정부·지자체 할 일 다한 것 아냐
토지이용 규제 등 마련해야
부산일보 관심 보인 건 바람직
공원 관련 더 많은 이야기 담아내야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운드테이블 공정한 운영 보람
타 지역 잡음, 부산은 대체로 무난
민간공원 전담인력 5배 이상 돼야
공원 옆 건물, 관리비 부담했으면
-민간공원 사업에 대해 총평하자면.
이성근 이사(이하 이)=일몰되면 기본적으로 많은 공원이 사라진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여전히 물음표다. 정부와 지자체가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민간공원 사업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남은 기간, 선택의 여지는 없는지, 이대로 가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토지이용규제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김동필 교수(이하 김)=라운드테이블에 처음 14개 공원이 들어왔는데, 5개만 진행됐다. 이기대, 청사포는 부산시가 4000억 원을 확보해 매입 근거를 마련했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공원 전체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라운드테이블은 관의 입김이 없었다. 주민, 시의원 등이 참여해 나쁜 쪽으로 흘러갈 것을 바로잡았다. 잡음, 소송 등이 거의 없었다. 위원들에게 감사한다. 장지공원은 해운정사와 협의해 절 땅만큼은 개발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그 덕분에 절반 정도가 보존된다. 이처럼 개인 땅을 해제하지 않고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금정산국립공원 확대 계획, 전국 최초 장산구립자연공원 지정 같은 대안도 나왔다. 논의 과정에 합리적인 대안들이 나온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움은 없었나.
김=솔직히 민간공원 안 하고 모두 샀으면 제일 좋겠다. 그게 어려우면 비공원시설을 더 줄였으면 좋겠고. 땅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니 개발면적을 더 줄였어야 한다. 개별 민간공원의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집행한다. 국토부가 입법을 하면서 여지를 안 뒀다. 개별 공원을 넘어 전체 민간공원 차원에서 예산을 집행했으면 더 효과적으로 공원을 보존했을 것이다.
이=예산이 열악한 게 아니다. 문제는 의제 순위다. 완전 해제보다는 이익 주고 보전을 하는 게 차선이었다. 세제 혜택이라도 지주들에게 줬더라면 도시공원이 더 보존됐을 것이다. 소유자들의 피해가 누적됐고, 그렇다 보니 해제 때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아쉬움이 크다.
-5개 공원 중 협상 때 가장 힘들었던 곳은.
김=사상공원은 체육관 등 구청장이 요구하는 게 많다. 라운드테이블에서 명장공원을 놓고 논란이 가장 많았다. 주민과 의견 차이가 컸고, 원하는 것도 많았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민들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동네가 워낙 낙후하다 보니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도 있었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동래사적공원이 가장 시끄러웠던 것 같다. 개발하려 했던 민간 사업자가 또 있었고 사찰, 문화재,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부지 자체도 두 개로 나뉘었다. ‘문화로’로 갈린 작은 덩어리의 녹지 중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 원하는 시설물, 조성 방향 등에 대해 의견도 다양했다.
이=환경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이 모두 아쉽다. 대부분 독립된 공간이다. 그마저 파편화한 공간들 중 일부에 비공원시설이 들어서 아쉽다. 바람직하지 않다. 심적 부담이 크다. 사상공원 정도만 녹지의 덩어리가 크다. 동래사적공원은 임상이 좋은 곳이 잘려 나가는 것이 아쉽다. 녹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라운드테이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다른 지역 민간공원 사업은 잡음이 많았다. 30%를 꽉 채워 개발한 곳도 있다. 부산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 부산시는 조정자 역할만 했다. 시민들, 전문가들이 주민과 함께하는 시스템이 좋았다. 시민단체는 하나도 양보하기 싫었을 것이다. 논의 과정 자체가 ‘일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부산일보〉가 일몰제와 관련해 가장 많이 보도를 했다. 초반에는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여했다. 지역 언론사가 이런 문제에 대해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고맙게 생각한다. 이후에라도 계속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 미래성, 환경성 등의 측면이 계속 고려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녹지다.
-공원 지정 자체는 잘됐다고 보는가.
김=공원법이 만들어진 게 1967년이다. 그 법에 따라 지리산국립공원이 처음 추진됐다. 자연공원, 도시공원 구별 없이 공원법 안에 공원으로 지정되다가 1980년에 분리됐다. 초창기 실적을 채우기 위해 여기저기 공원을 지정했다. 국민 1인당 얼마 이상 공원을 지정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기 위해 1972년에 생긴 것이 그린벨트다. 공원은 도시민을 위한 쉼터다. 해제되는 지역을 보면 급경사 지역이거나 공원으로서 부적합한 공간도 있다. 지정 자체가 잘못된 경우다.
이=사실상 일방적으로 (도시계획시설이)쳐졌다. 지정 이후 공원 사무가 지자체로 넘어왔다. 돈은 안 주고 사무만 넘어오니 제대로 보존이 안 됐다. 도로와 하천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과 달랐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별 성과도 아니니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민간공원 사업은 원래 20%까지만 개발을 허용했다. 아무도 안 나서니 30%까지 늘린 것이다.
-민간공원 사업이 잘되려면 보강돼야 할 것은.
김=부산시민공원은 1200억 원 공사였고, 별도 추진단이 있었다. 4급 단장에 5개 팀, 20여 명이 근무했다. 민간공원은 6000억 원에 육박하는 사업이고, 비공원까지 포함하면 엄청나다. 1개 팀에 4명이 일한다. 말이 안 된다. 사업자들 마음대로 변질될 수도 있다. 지금도 민원이 많다. 시민공원은 땅이 확보됐고, 국가 돈으로 사업을 했다. 민간 자본으로 하는 민간공원은 현재보다 인력이 5배 이상은 돼야 한다.
이=녹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불매운동이라도 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시민공원 주변으로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공원도 즐기면서 지가 상승의 혜택도 누린다. 주민들에게 공원 관리 의무를 부여했으면 좋겠다. 입주민이 물꼬를 트면 주변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충북 청주의 원흥이방죽에서는 두꺼비 보호 운동이 활발하다. 주변 아파트 관리비에서 500원씩 낸다. 모이면 큰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뉴욕의 브라이언트파크는 관리비 전액을 주변 건물주들이 낸다.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주변 회사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센트럴파크도 뉴욕시민 다수가 이용한다. 관리비의 15%만 뉴욕시가 내고, 나머지는 시민의 자발적 모금으로 충당한다. 공원 옆에 건물이 들어서면 공원 관리비 명목으로 1000원씩 부과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5개 공원마다 공개 세미나를 열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으면 좋겠다. 기회를 확장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시행사, 건설사들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는 믿음이 쌓여야 한다. -끝-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사라질 뻔한 전국 650개 공원 지켜냈다"
오는 7월 '공원일몰' 대상 중 84% 공원 기능 유지
1인당 공원면적 30%↑, 연 558t 미세먼지 흡수효과
국토부 "시민, 지자체, LH, 정부 모두의 노력 덕분"
(사진 = 국토부 제공)
올해 하반기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도시공원 364㎢ 중 난개발 가능성이 낮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이 공원 기능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장기미집행 공원 해소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공원 조성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공원일몰제는 지자체가 도시군계획시설 상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를 20년간 집행하지 않으면 공원결정의 효력이 상실되는 제도로, 국민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지난 2000년 7월 도입돼 올해부터 시행된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실효가 도래한 공원부지에 대해 부지 매입과 공원 조성 사업 추진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오는 7월1일 효력을 잃는 도시공원 예정부지는 58㎢로, 전체의 1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공원부지는 특히 도시외곽에 위치하거나 개발제한구역, 급경사 등으로 난개발 가능성이 낮아 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효 대상 중 84%(310㎢)는 공원 일몰제 시행 이후에도 공원으로 유지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 부지의 47%(173㎢)는 국공유지나 공원구역, 보전녹지로 지정돼 공원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남은 37%(137㎢)는 지자체나 민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국토부는 공원사업이 완료되면 전국 650곳의 공원이 새롭게 조성되고, 1인당 공원면적은 현재 10.1㎡에서 13.0㎡로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원 조성과 유지를 합쳐 총 1500만 그루의 나무 조성효과와 연간 558t의 미세먼지 흡수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권혁진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시민, 지자체, LH, 정부 모두의 노력으로 공원 대부분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후 변화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녹색공간이 최대한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ijoinon@newsis.com
[국토부는 84% 공원 보전을 이야기 할 자격이 없다]
◯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원일몰 대상지의 84%를 지켜냈다고 자화자찬했다. 정부·지자체·거버넌스의 노력으로 368㎢ 중 310㎢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나서서 5,057개의 국공유지를 일몰시키겠다는 공고는 슬그머니 내놓고, 얼토당토않은 성과자랑에 나선 것이다.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공원 일몰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국토부가 내놓은 뜬금없는 자랑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 국토부는 310㎢가 공원으로 조성되거나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세부 대응 실적을 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공원 조성사업이라고 밝힌 137㎢ 중 27㎢는 현재 전국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이다. 도시 내 개발압력이 높은 부지 대상으로 핵심 부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는 특례사업을 두고 공원을 지켰다는 해석은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공원기능을 유지한다고 밝힌 국공유지 91㎢에 이번 5,057개의 일몰지가 포함되어있는지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도시 외곽이라 개발이 곤란하다고 밝힌 실효 대상지 58㎢는 공원구역이나 보전녹지로도 지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난개발 우려지역이다. 따라서 국토부 세부 대응 실적에서 온전히 공원기능이 유지될 것은 공원구역/보전지역 82㎢과 지자체에서 조성하기로 한 110㎢ 등 총 192㎢에 불과하다.
◯ 이 192㎢ 역시 어느 수준으로 보전 가능할지 불투명하지만 보전된다하더라도 국토부의 성과와는 무관하다. 이 땅은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가 나서서 토지주와의 갈등에서 불구하고 시민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이렇게 지자체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지원은 커녕 공원구역과 보전녹지 내 국공유지 일몰을 주도하는 국토부가 무슨 자격으로 실적을 운운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 국토부는 지금껏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자료를 공개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조성되는 공원, 보전 대상지, 실효 대상지 등의 각 자료는 공개되지 않은 채로 그저 지켜졌으니 믿으라는 식의 자료를 발표했을 따름이다. 실효 대상이 368㎢가 맞는지 조차도 의문이다. 2018년 말 기준 공원면적은 926.6㎢인데, 이는 이미 2008년 면적대비로 28%의 공원이 실효되어 이미 통계에서 사라졌다. 국토부는 이 원인이 2015년 도시공원 1차 실효의 결과인지 아닌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또 이번 국토부 발표 자료에서는 완전미집행공원 면적만 가지고 계산하고 있지만, 153.8㎢에 해당하는 부분미집행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 국토부는 미집행공원의 숫자를 자의적의 왜곡하여 규모를 줄여 발표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원일몰제 대응의 성과를 자랑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한다. ① 2015년도 1차 실효된 공원의 위치와 면적과 갯수 ② 2020년도 7월 1일 실효 일부미집행·완전미집행 공원의 위치와 면적과 갯수를 포함한 온전한 자료를 공개하여야 한다. 명확한 근거 없는 자의적인 통계 발표로 공원이 실효되지 않는 것 처럼, 여파가 없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서 안 된다./ 2020 도시공원일몰 대응 전국 시민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산업부에 “탈석탄 공부 좀” 촉구
탄소예산’ 질문에 ‘정부 예산’ 한 성윤모 장관에 “과히 경악”
산업부 “국회의원이 ‘예산’ 질문해 착각…해프닝에 불과”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청년들이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주요 부처 중 하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탈석탄정책을 촉구했다. ‘탄소예산’을 정부 예산으로 알아듣고 엉뚱한 답을 한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 대해선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회원들은 18일 오전 세종시 산업부 청사 앞에서 공룡 탈을 쓰고 석탄발전 퇴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탄소예산’과 관련해 엉뚱한 답을 한 것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낮다”고 비판했다.
성 장관은 당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탄소예산이 7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산업부 계획대로면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폭을 넘길 것”이라고 지적하자 “우리 예산 문제”라는 답변을 해 주목 받았다. 탄소예산은 2018년 인천 송도에서 발표된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특별보고서에 따라 지구 생태계 붕괴의 마지노선인 평균온도 1.5도 상승까지 인류에게 허용된 탄소배출량을 의미하는데, 성 장관이 한국 정부의 예산으로 잘못 인식한 것으로 비쳐 논란이 됐다.
이들은 “현재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94.7%가 에너지와 산업공정에서 배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산자부 장관이 탄소예산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사실은 과히 경악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린뉴딜의 본질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 불평등을 없애는 사회 전반의 대전환”이라며 “에너지와 산업구조 전환과 관련해 책임져야 할 핵심 부처인 산업부의 수준이 이런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둡고 참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신규 석탄발전소 7기 건설 계획 백지화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국내외 석탄투자 철회 등을 요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지적에 대해 “당시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진행 중이었고 국회의원이 마침 ‘예산’을 언급해 정부 예산을 말하는 것으로 착각한 해프닝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청년기후긴급행동 제공
낙동강 식수 오염도 4대강 중 최악…수질만족 시민 31%뿐
통계청 사회지표 보고서 밝혀…작년 물금 BOD 1.9 COD 5.8
- 절댓값은 음용에 안전한 수준
- 인구감소율 특별·광역시 중 최고
부산지역 식수로 사용되는 낙동강의 수질 오염도가 지난해 국내 4대강 가운데 가장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에 만족한다는 부산시민은 10명 중 3명 정도에 그쳤다.
통계청이 18일 발간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낙동강(물금)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9㎎(이하 ℓ당)으로 4대강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강(팔당댐, 1.2㎎) 영산강(주암댐, 0.9㎎) 금강(대청댐, 0.8㎎) 등 나머지 3개 강의 BOD는 1㎎ 안팎을 기록했다.
BOD는 유기물의 양을 측정하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수질 오염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낙동강의 BOD를 절댓값 기준으로 보면 2018년 2.0㎎에서 지난해 다소 개선됐다.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측정에서도 낙동강(5.8㎎)은 금강(4.7㎎) 한강(3.9㎎) 영산강(3.5㎎)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낙동강의 전체 인(燐·phosphorus)량과 총질소량도 각각 0.038㎎과 2.638㎎으로 나머지 3개 강보다 높았다. 다만 통계청 관계자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모두 4개 지표의 절댓값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민의 수질 만족도는 최근 2년간 더 낮아졌다. 통계청 조사 결과 부산지역 13세 이상 인구 중 지역 수질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31.8%(2018년 기준)로 2016년(35.1%)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 2010년 25.6%, 2012년 31.2%, 2014년 33.5% 등 꾸준히 상승해 오다 하락세로 전환된 것이다.
2018년 부산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41㎍(이하 ㎥당)으로 2017년(44㎍)보다 낮아졌다. 같은 해 부산지역 낮과 밤 시간대의 소음도(도로변 주거지 기준)는 각각 66dB(데시벨)과 61dB로 모두 기준치(각각 65dB, 55dB)를 초과했다.
한편 지난해 부산지역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17.5%까지 치솟았다. 노년부양비(比)와 노령화지수는 각각 24.5명과 160.8명이었다. 부산의 이들 3개 지표 모두가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부산의 전체 인구 감소율(2018년 대비)도 0.8%(340만 명→337만3000명)로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컸다.
부산지역 주택 보급률은 2018년 기준 103.6%로 8곳 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국 평균(104.2%)보다는 낮았다 /국제신문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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