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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홍명보의 몰락… 한국형 축구는 허상 627 문화
한국 축구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게 된 데는 홍명보 감독의 책임도 크다. 홍 감독이 강조한 ‘한국형 축구’는 결국 말뿐인 허상이었다.
◆세계 추세에 뒤처져 =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부터 한국형 축구를 선언하며 압박과 스피드, 강한 수비조직력 등을 내세웠다. 스피드를 이용한 빠른 역습과 미드필드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압박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부터 올해 브라질월드컵까지 강팀들이 보여준 모습이기도 했다. 이런 축구를 했다면 세계의 최신 흐름과 발을 맞췄을 것이다. 하지만 홍명보식 한국형 축구는 말로만 존재했다. 홍명보호는 점유율보다 전방으로 빨리 공을 투입하는 능력이 중시되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로 공을 돌리기 일쑤였다.
◆전술 실패에 변화 주저 = 알제리와의 2차전 참패는 변화를 주저한 홍 감독의 리더십 문제가 컸다. 벨기에에게 진 알제리는 한국전에 선발 멤버를 5명이나 바꿨다. 상대를 충분히 파악하고 ‘맞춤형’ 선수를 냈다. 반면 홍 감독은 러시아전과 똑같은 선수에 똑같은 포메이션을 들고 나가 2-4로 졌다. 이후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나서야 3차전에 박주영(29·아스널) 대신 김신욱(26·울산)을, 골키퍼 정성룡(29·수원) 대신 김승규(24·울산)를 선발 출전시켰다. 상대 수비를 긴장시킨 김신욱은 스테번 드푸르(26·포르투)의 퇴장을 이끌어냈고, 김승규는 수차례 선방을 해냈다. 그러나 홍 감독은 후반 21분 김신욱을 김보경(25·카디프시티)으로 바꾸는 ‘악수’를 뒀고, 전술 실패 속에 공격의 활력도 다시 떨어졌다.
◆‘나홀로 감독’의 아집 =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1년 임기가 남은 조광래 전 감독을 해임하고 최강희(전북)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더니, 최 감독이 본선 진출까지만 맡겠다는 공언대로 물러나자 서둘러 홍 감독을 임명했다. 이렇게 홍 감독을 ‘모셔’오다 보니, 선수선발 과정부터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들조차 최종 엔트리 발표 직전까지 “정확한 명단을 모른다”고 할 만큼 홍 감독에게 전권을 줬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서도 뛸 수 없다”고 천명했지만, 소속팀에서 벤치만 지키던 박주영을 데려와 중용했다. 준비기간 동안 ‘박주영을 데려오니, 마느니’ 하며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다.
또 박주호(27·마인츠) 대신 ‘홍명보의 아이들’ 멤버 윤석영(24·QPR)을 발탁했다. 홍 감독은 “박주호의 부상이 아물지 않았고 재발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진수(22·호펜하임)가 부상으로 낙마하자 박주호로 대체, 박주호의 부상이 심각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했다.
'쓸 돈' 없이 경기회복?…'최저임금 5580원'의 한계 628노컷뉴스
민주노총이 지난 10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6월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창원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의견에 대해 미국 국민 5%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1만 800원으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일본의 경단련 요네쿠라 회장은 회원사들에게 경제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임금인상을 요청하기로 했고, 저 역시 기업의 늘어난 수익이 임금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
경기회복의 열쇠를 최저임금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가히 '전지구적'이다. 문제는 여기에 한국만 빠졌다는 것. 당장 27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직장인의 점심값 평균도 안된다"는 볼멘 소리는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익숙하게 들리지만, 한국이 내수경기 침체에 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흘려들을 수 없는 지적이다.
서울 광화문의 한 기업에서 일하는 이지혜(32) 대리는 "서민음식이라는 순대국도 6천원이니까, 최저임금 기준으로는 근처 식당도 가기가 어렵다"며 "1시간에 간신히 밥값을 번다면, 문화 생활 같은 것은 꿈도 못꾸고 치과 치료 같은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리의 짧은 말에는, 노동자가 버는 돈이 어떻게 한국의 경기침체와 연결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반 노동자가 갈 수가 없으니 자영업주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한산해지고, 여가산업 같은 서비스업도 활성화되기가 어려우며, '쓸 돈이 없는' 모든 상황이 겹쳐 경기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경제연구소에서 가계소득이 정체됐다는 것을 내수경기 침체 이유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행은 26일 한국의 1분기 노동자 1인당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1.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떼먹고 뒤에서 웃는 악덕업자… "징벌적손배제 도입을"628 뉴시스
노동 현장의 최대 관심사인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기준)이 558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7.1%(370원) 인상된 액수다. 주 40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 116만6220원을 받게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수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노동 현장에서 최저임금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느냐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떼먹는 악덕업주는 여전히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월 기준 시간당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 4860원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는 209만 명에 달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1.4%에 해당한다.
업주가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데는 솜방망이식 처벌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법 제28조는 '최저임금 미지급 등에 대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받는 업주는 전무한 실정이다. 당국에 적발되더라도 차액만 지급하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않는 탓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최저임금 위반 건수는 1101건이었다. 전년도(62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해 고용부의 지도감독에 걸린 최저임금 위반업체 6081건 중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사법처리한 건수는 18건에 불과하다. 6063건(99.7%)을 시정 조치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현실화 시킨 최저임금 수준이 노동 현장에서 성실히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악덕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현 제도상 사업주가 최저임금 기준을 이행할 의지가 없으면 근로감독관이 위법 사업장을 적발하더라도 별 소용이 없다"면서 "정부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을 스스로 보호해 나가야 한다는 직업 의식을 갖을 수 있도록 사회보험과 같은 복지 혜택을 주도록 사업장에 강제하고, 위반 사업장에 대한 감독 강화를 위해 현재 2000여명에 불과한 근로감독관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유야무야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최저임금 위반 업주에게 차액의 최대 10배까지 배상금을 물리는 제도) 도입을 다시 제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탄압’ 노무현 ‘돌파’ 김대중 ‘설득’ 김영삼 ‘응변’… 역대 대통령의 ‘국정 위기 대처 리더십’ 눈길 6.27 경향
박근혜 정부가 인사 참사 파문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역대 대통령의 국정위기 대처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위기 극복 리더십은 ‘탄압형’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광우병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며 궁지에 몰렸다. 이 전 대통령은 잠시 물러서는 듯했으나 촛불시위가 잦아들자 사정카드를 꺼내들었다. 검경은 촛불시위자에 대한 탄압에 나섰다. 결국 사정 칼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고, 비극적 사건을 낳았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동력은 더 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면돌파’ ‘충돌형’ 리더십이었다. 취임 초 한나라당이 대북송금특검제 도입을 요구하자 “도박 같은 결단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뢰를 위한 정치를 해보고 싶다”며 수용했다. 2003년 최측근인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가 터지자 노 전 대통령은 “입이 열 개라도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다.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같은 해 측근인 안희정씨가 기업에서 돈을 받아 수사를 받고 있던 사건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한 방송 토론무대에서 직접 사과했다. 2003년 대선자금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을 받았으면 사퇴하겠다”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대통령이 번번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지만, 리더십엔 계속 상처가 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앞세웠다. 김 전 대통령은 출범 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동반자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국무총리로 내정했으나 야당 반대로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전 총재를 총리서리로 임명한 후 야당을 설득해 8개월 만에 정식 총리로 만들었다. 또 2002년 연이어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보수진영을 고려해 야당과 가까운 김석수 전 대법관을 지명해 야당 지지를 얻어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돌파형이면서 임기응변을 가미한 ‘임기응전(臨機應戰)’ 리더십이었다. 대구·경북(TK)의 이반으로 1995년 지방선거에서 패하며 위기에 몰렸지만, 1996년 이재오·김문수·홍준표 등 ‘YS 키즈’ 개혁공천으로 승리하며 돌파했다. 하지만 아들 김현철씨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1996년 말엔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의 ‘강 대 강’ 전략으로 응전했다가 파국을 맞았다.
진보정당 빠진 국회 환노위, 재벌만 웃는다 624 프레시안
'여대야소' 환노위…심상정 "정의당의 존재 이유 부정당했다
19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에서 환경노동위원회가 여대야소로 바뀌고 비교섭단체 의석이 빠지게 되자, 당사자인 정의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2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당 소속 의원 5명 전원이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해온 진보정당을 환노위에서 몰아내는 것은 재계의 눈엣가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생명존중의 가치가 그 어느 것보다 우선시되는 때에 진보정당을 환노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심각한 시대적 역행"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양당은 국회 상임위 정수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단순한 산술 논리가 정당의 존재이유에 우선할 수는 없다"며 "정수조정을 여야 교섭을 통해 충분히 조정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수적 논리를 앞세운 진보정당 배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환노위에 진보정당을 배제하는 것은 국회의원 한 사람의 상임위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당의 존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진보정당 환노위 배제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오늘 부로 이곳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정의당 원내대표이자 환노위원이기도 한 심상정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정의당은 노동 가치를 존중하고 생태·지속가능성을 위해 창립된 정당"이라며 "저희 정의당의 존재 이유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왔다. 여러 의석도 아니고 단 1석인데 보호해 줘야 하지 않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여야는 전날 하반기 원구성에 합의하고 각 위원회 위원장·간사·위원 내정자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하반기 환노위는 총 15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며, 앞서 <프레시안>이 처음 보도한 대로 여당인 새누리당 8명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7명으로 구성된다. (☞관련기사 보기)
단 현재 법원 판결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이 많아 새누리당은 8명의 환노위원 중 7명만 발표한 상태다. 여당 환노위 간사로 내정된 권성동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 정원이 8명인 것이 맞고, 의원 수가 모자라 1명은 재보궐 선거 이후 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동·환경단체 등도 '여대야소 환노위'에 반대 뜻을 밝히며(☞관련기사 보기) 야당에 재협상을 압박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38개 단체로 구성된 연대체 '한국환경회의'는 이날도 재차 성명을 내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19대 하반기 환노위 구성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소수 정당의 배려도 없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위원회 구성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국환경회의는 그 이유로 "(여야 8:7이라지만) 위원장이 새정치연합 김영주 의원이고,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국회부의장 이석현 의원이 새정치연합 몫으로 환노위에 배치돼 실질적 여야 비율은 8:5"라며 "여기에 상반기에 뛰어난 활동을 벌였던 의원이 비교섭단체 정당(소속)이란 이유로 배제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이같은 구성으로 꼼꼼하고 날카롭게 정부 정책을 비판·감시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사설] 역사상 가장 반교육적인 교육장관 후보 6.24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부총리·장관 후보자 등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절차를 밟아 이들을 임명하겠다는 뜻이다. 여러 후보자의 숱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교육 분야 최고 책임자의 자격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
김 후보자는 확인된 결함들만으로도 이미 교육부 장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각한 수준의 논문 표절로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고 학자적 권위도 크게 실추됐다. 제자의 논문을 간추려 자신을 제1저자로 학술지에 올린 것은 명백한 표절이요, 논문 가로채기이며, 연구실적 부풀리기다. 한두 건이 아니라 확인된 것만 10건을 넘어섰다. 그 대가로 수천만원의 연구비까지 챙겼으니 양심불량이요, 윤리의식 마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새로운 의혹도 속속 불거지고 있다. 부교수 승진 심사 때 제출한 논문 2편 가운데 1편은 남의 저작물에서 출처·인용을 밝히지 않고 ‘짜깁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1편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베끼기’한 정황이 짙다.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연구업적 통합정보’에 실체가 불분명한 연구실적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야말로 ‘표절의 백화점’이라 할 만하다.
학자 자격조차 의심스러운 인물이 교육 분야 최고 수장으로 등극해 교육개혁과 공교육 정상화를 외친다면 교육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명약관화하다. 특히 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직을 겸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 사회부총리까지 맡아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와 달리 장관 후보자는 국회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 설사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맘만 먹으면 임명을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김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려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도 넘은 언론 취재… ‘임 병장 가족 산다’ 이웃에 알린 셈 624 한겨레
21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초병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소총을 난사한 뒤 무장 탈영을 하는 사고가 발생해 강원도 고성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 된 22일 오전, 사건 현장에서 인접한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대대삼거리 검문소에서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군 당국은 무장 탈병한 초병이 아직 민통선 내 부대 인근에 은신한 것으로 보고 현재 추적중이며, 주요 도로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해 만일에 있을 도주에 대비하고 있다. 고성/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흥미 위주 보도’ 2차 피해 우려
“가족 삶 파괴 할수도…신중해야”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한 임아무개(22) 병장에 대한 언론의 취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연합뉴스>가 임 병장의 집을 찾아가 취재한 뒤 기사를 내보낸 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는 22일 ‘조용하고 평범한 가족이었는데…아들이 설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원에 있는 임 병장의 집을 찾았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이웃들은 ‘장본인이 이웃이라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사실이냐”며 기자에게 되물었다고 했다. 다른 이웃은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 가족이고 그 아들은 더욱 그렇다”고 기자에게 답했다. 이웃들은 기자를 통해 무장 탈영병인 임 병장과 그의 가족이 자신들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연합뉴스>의 취재와 보도 방식을 비판했다. 임 병장의 가족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알려 결국 ‘낙인’을 찍었다는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so_picky를 쓰는 누리꾼은 “기사를 위해 주민에게 흉악범 집안임을 알려준 친절한 기자”라고 꼬집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 게시판에도 ‘취재하랬더니 부모님하고 옆집 사람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을 연좌제로 매장시키려고 기사를 썼네(bda***))’ ‘어떻게 찾아낸 건가 군 정보라도 유출됐나(imasric****)’ 등의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원치 않는 언론의 취재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는 부모까지 지역 사회에서 매장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범죄 예방이나 적발을 위해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 경우는 흥미 위주의 관심 끌기 보도로 볼 수 있다. 한 개인의 정보를 유출하고 삶을 파괴시킬 수도 있는 취재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정훈이 만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역사의 현장
나쁜 박근혜 정부, 가난한 사람 우습게 보나? 6.24 오마이뉴스
[의료민영화되면, 우리는⑦] 의료 취약계층에 끼치는 영향
이야기는 항상 똑같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시장에 가서 어묵을 먹고, 복지 시설에 가서 밥을 나눠주고, 거리에 나가 청소를 한다. 정부는 언제나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정책을 추진한다, 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원격의료를 장애인과 어르신, 의료소외지역 주민을 위해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 원격의료 홍보 안내문 ⓒ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부대사업에도 취약계층을 위해 장애인 보조구 사업을 추가했다(환자의 신체 특성별로 맞춤형 제작·수리가 필요한 장애인 보장구 등(의수·의족, 전동휠체어 등)의 맞춤제조·개조·수리를 신설함). 의료취약층을 위해 의료민영화를 하고,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위해 원격의료를 한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을 위한 선의의 정책이며, 항상 포커스는 취약계층이다.
취약계층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정책은 왜 거꾸로...
▲ 원격의료 안내 홍보 자료. ⓒ 보건복지부
그런데 취약계층은 정의하기가 어렵다. 빈곤층, 장애인, 사회적 약자, 아동·여성·노인 등 범주도, 취약한 영역도 다르다. 2012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 보고한 보고서 '취약계층의 객관적 정의 및 고용과 복지를 위한 정책방안'에 따르면 '취약계층'은 아래와 같이 정리되어 있다.
'취업활동과 생애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각종 사회경제적 위험에 (현재)노출되어 있거나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보호가 없을 경우 (미래)빈곤층으로 전락하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계층을 지칭한다. '취약계층'은 결과적인 사회경제적 상태(빈곤, 사망 등)를 지칭하기 보다는 그러한 결과에 놓이게 될 과정적 위험성이 높아 정책적 지원과 개인이 필요한 계층을 지칭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취약계층의 정의에는 ①개인적 속성이나 사회적 위치(attributes & position), ②사고(event & accident), ③생애과정(life-course) 등의 차원이 명시적으로 구분되어 정의되어야 하며 그에 맞게 정책수단들도 명시적으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즉, 현재의 상태에 집중하기 보다는 개인적 특성(유전적, 개인 능력의 차이), 사회경제적 위치, 불운, 생애과정(아동과 여성, 노인은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등에서 위험에 처하기 쉬운 계층을 의미한다. 또한 각각의 차원에 따라 각각 다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라면 소득정책이, 건강상의 문제라면 보건의료 정책이, 여성이거나 노인이라는 생애주기별 위협이 문제라면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보건의료에서 취약계층과 그를 위한 정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보건의료에서 취약계층이란 ▲경제적 이유나 거동 불편,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의료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 ▲질병에 걸릴 위험률이 높은 사람들 ▲건강상의 취약으로 취업이나 일상생활에서 불평등에 직면하는 사람들이 보건의료 부문의 취약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다.
돈 많은 사람이 건강한 이유, 돈 없는 사람이 아픈 이유
건강은 모든 취약계층 발생의 원인이며 결과이다. '장애는 빈곤의 절친한 친구'라는 말에서도 그 일단을 살펴볼 수 있듯, 장애와 질병이 있으면 빈곤해지기 쉽고 역으로 빈곤하면 아프기 쉽다.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이다.
저소득층은 건강할 수 있는 정보도 건강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취약한 먹거리는 건강을 악화시키고, 병이 생겨도 경제적 이유로 쉽게 치료받지 못해 가벼운 병이 큰 병으로 악화된다. 비정규직은 노동조건이 취약하고 집이 멀리 있어 출퇴근길과 직장에서 병을 키운다. 그러다가 병이 본격화되면 질병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고 낮아진 소득은 병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부유층은 돈이 많은 것뿐 아니라 건강하기까지 하다. 건강은 아프면 불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능력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학업, 취업, 직장생활, 사회생활, 가정생활 모두를 가능케 하는 역량이다. 건강이 불평등해지면 이런 모든 일에서 뒤처진다. 일생이 불평등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빈곤의 덫'이라고 부르며, 이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각각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소득에 관계없이 좋은 주거환경과 먹거리,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건강상 취약해지기 쉬운 아동·여성·노인층에 집중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질병과 장애가 발생할 경우 소득과 관계없이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질병으로 줄어든 소득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 연계고리에 '의료민영화'가 끼어들 틈은 없다. 의료민영화는 취약계층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건강 취약 계층을 범주화하고 핵심 정책 대안을 정리한 표이다.
▲ 건강취약계층과 그 대책. ⓒ 이은경
병원에 가기 위해 드는 엄청난 돈, 없으면?
정부의 말대로 원격의료와 부대사업이 확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원격의료를 위해서는 의료기관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기 말고도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기기와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같이 보장되어야 한다.
결국 돈과 사람이다. 정부는 모니터와 휴대폰만으로 원격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될 경우, 엄청나게 위험한 진료가 남발되거나, 결국 정부의 말과는 다르게 돈을 내고 기기를 전부 구입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병원에서 판매하는 장애보조기구들 역시 질은 좋을지 모르나 시중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다. 병원에서 헬스장을 짓고, 수영장을 만들면 명의선생님이 권고하는 아쿠아로빅과 건강프로그램을 받으며 명품재활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분들만 환영하는 병원이 된다.
반면, 바로 갈 수 있는 저렴한 공공병원과 동네병의원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진주의료원 폐쇄로 장애인 산부인과와 장애인 치과가 없어진 것은 그 신호탄이다. 이미 상당수의 공공병원이 산중턱, 고속도로 옆, 허허벌판 등 가기조차 어려운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수익이 안 나기 때문이다.
동네병원은 임대업을 허용해 줘, 병상을 줄이고 임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그나마도 투자하기 어려운 병의원은 원격의료가 본격화되면 살아남을 수도 없게 된다. 그 결과는? 병원에 가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해진다. 자주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건강취약계층은 건강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의료 취약계층에게 직격탄이 될 의료민영화
이런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이다.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년도보다 생활비가 더 든 장애인가구는 72%나 되는데, 세부내역을 보면 의료이용, 장애보조기구, 요양간병비로 전부 의료 관련 비용이다. 또한 장애인의 70.0%가 자신의 장애상태와 관련이 있거나 장애 외의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72.4%가 정기적 진료를 받고 있어 의료 수요 역시 매우 높다. 하지만 18.9%가 최근 1년간 본인이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경험이 있었고, 가지 못한 이유로는 경제적인 이유가 58.7%에 달했다.
가구 의료비가 가구총소득의 10% 이상으로 의료비가 과부담인 가구 비율은 2008년 상반기 13.63%, 2008년 하반기 14.80%, 2009년 상반기 14.6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전체 소득 중에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위 20%가 제일 크다. 미충족의료와 당뇨환자 비율, 장애등급 보유자 역시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비 지출 역시 증가율의 감소는 의료급여 환자에게서 두드러진다. 필요의료서비스 미치료율 또한 소득 수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이유에 의한 미치료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비 폭등과 의료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의료민영화 정책을 취약계층을 위해 추진한다고 사탕발림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건강으로 가난해지지 않아야 하고, 가난하다고 건강이 나빠져서도 안 된다. 이를 지켜주는 것이 국가이다. 그러고 난 연후에 경제성장이든, 산업발달이든 이야기해야 한다. 경제성장만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의료민영화한다고 경제가 성장하지도 않는다. 이제 그만 의료민영화의 헛된 꿈을 버리자
'망하는 길' 말한 이재오, "대통령 고뇌" 말한 김무성 626 오마이뉴스
정홍원 총리 유임 결정에 비주류 부글부글... 당권주자 김무성 '입장' 바꿔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에 <한비자>의 경구 '세유삼망(世有三亡 : 망하는 세 가지 길)'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 의원이 역사인식 논란을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총리자격이 없다고 비판하는 모습
ⓒ 남소연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에 <한비자>의 경구 '세유삼망(世有三亡 : 망하는 세 가지 길)'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비자가 말하기를 세유삼망이라고 했다"라며 "이란공치자망(以亂攻治者亡) 이사공정자망(以邪攻正者亡)"이라고 적었다. 이는 '어지러움이 잘 다스림을 공격하면 망하고, 사사로운 것이 바른 것을 공격하면 망한다'는 뜻이다.
즉,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 총리를 두 번의 총리 후보 낙마 끝에 다시 유임하기로 한 것은 '바른 정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이 명시하지 않은 '세유삼망'의 마지막 경구도 "거스르는 것이 흐름을 치면 망한다" 뜻의 '이역공순자망(以逆攻順者亡)'이다.
이 의원 뿐만이 아니다. 당내 비주류 및 소장파 역시 이번 총리 유임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비주류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은 이날 유임 결정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총리 유임 결정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창극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 등을 촉구하며 김기춘 비서실장 책임론을 제기했던 김상민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가 국가대개조를 할 수 있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국민은 매우 의심스러워 한다"라며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결정, 충분히 이해한다"
▲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은 26일 김무성 의원은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고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결정을 두둔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김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에게 클린 전당대회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유성호
그러나 비주류의 반발은 '찻잔 속 태풍'이 될 공산이 크다. 차기 당권을 놓고 서청원 의원과 경쟁 중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고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결정을 두둔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김기춘 책임론'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사실 김 의원은 앞서 "두 번째 후보 총리가 낙마한 것에 대해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며 '김기춘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이처럼 유력 당권주자인 김 의원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 비주류의 문제제기에도 힘이 실렸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입장을 바꿨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침묵을 지켰다.
"인사수석실 신설 등으로 김 실장이 사실상 유임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인사에 대해서 뭐라 잘 얘기를 안 하는 게 내 주의(생각)"이라며 "별 할 말 없다"고 비켜섰다. 외려 "모든 것이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문제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이번 총리 유임 결정을 두둔했다.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었는데 그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이냐는 야당의 지적이 있었다"는 질문에도 "그 모든 것을 감안한 고뇌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창극 사태' 후 여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론에 대해 "이렇게 잘못된 청문회 문화 속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 세월호 문책·쇄신 약속 내던졌다 626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낸 사표를 60일 만에 반려하고 유임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인사참사’ 끝에,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물에게 다시 ‘국가개조’ 지휘를 맡긴 것이다. 그 탓에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국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 소재는 완전히 사라졌고, 박 대통령이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약속한 ‘인적쇄신’도 흐지부지되는 듯한 분위기다. 사실상 경질된 총리가 사표수리를 기다리다 유임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잇단 인사참사를 초래한 인사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유임 발표 뒤 정 총리는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로 새로운 각오 하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가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난맥상을 드러내며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던 지난 4월27일 “(세월호 사고와 정부의 수습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유가족들과 국민들께 사죄드리는 길”이라며 사의 표명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정홍원에서 다시 정홍원까지
정 총리 유임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 이후 현실화한 인물난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총리 인선으로 논란을 거듭하다가는 7·30 재보궐선거 참패는 물론이고, 국정 표류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재보선을 앞두고 ‘야당이 더 이상 발목잡을 수 없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정 총리 유임은 되레 국정운영 동력을 급격히 상실하게 만들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불통과 ‘만기친람’식 리더십 탓에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수첩인사’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이번 결정으로 인해 무능·무책임 이미지와 함께 권위 상실이라는 치명타까지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도운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고집부리는 결정을 할 때마다 (여권 내에서는) 독선적이라고 하면서도 무서워하고 경외하는 정서가 있었다”며 “그러나 정 총리 유임 결정으로 (권위는 사라지고) 완전히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눈물의 사과’와 쇄신 약속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총리 한 분 추천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며 “과연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이후 국민이 바라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반면,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 현안의 추진을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또 시작된 조선일보의 SNS 공격, ‘내 말만 들어라?’ 426 미디어오늘
[비평] “SNS 위험하다는 논리면 전화·편지도 위험…보수진영 위기 때만 ‘괴담’ 공격”
SNS가 위험사회를 만든다?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한 1면 기획 제목이다. 이날이 상(上)편이니 2~3번 정도의 연재기획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갑자기 SNS에 대한 비판기획을 준비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갑자기’는 아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SNS에 대한 비판을 계속해왔다. 지난 2월 조선일보는 ‘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 네트워크(이하 정상추)’를 연달아 비판했고, 이때도 SNS에 대해 비판적인 언급을 한 바 있다. 기획기사도 이미 냈다. 2011년 11월 조선일보는 ‘괴담의 나라’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연재하기도 했다.
SNS는 물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조선닷컴 역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운용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대체로 역기능에 주목한다. ‘괴담의 진원지’, ‘위험사회 만든다’는 제목에 조선일보가 SNS에 갖는 불쾌한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 조선일보 6월 26일자. 1면.
조선일보는 3면 <‘소통의 SNS’가 소통 단절·여론 왜곡의 주요 통로로> 기사에서 “SNS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과 소통하는 사회적 친교의 수단이자, 관심 있고 중요한 뉴스를 받아보는 ‘사회적 미디어’ 채널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이 SNS를 타고 각종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유포한 내용이 퍼져나가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면 <온라인 실명 활동가는 잠잠…익명이 판친다> 기사에서는 “SNS 정보 유통 시장에는 새로운 권력자들이 등장했다”며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익명의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용자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보니 허위 사실을 담은 글들이 삽시간에 리트윗돼도 책임 소재를 찾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때로는 SNS에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글들이 올라오곤 한다. 많은 SNS 유저들이 익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를 SNS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이른바 ‘괴담’이 전화와 편지를 통해 퍼져나간다면, 전화와 편지로 한국사회가 위험사회로 된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 조선일보 2014년 6월 26일자. 3면.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와 같은 비유를 하면서 “SNS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일 뿐”이라며 “채널이 괴담을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고 일부는 의도를 가질 수 있지만 SNS는 발신자의 수가 굉장히 많은데 그 중 일부 그런 글들이 섞이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있더라도 사후에 바로잡히는 게 대부분”이라며 “맞는 정보든 틀린 정보든 퍼지는 속도가 빠른 만큼, 잘못된 정보가 바로잡히는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매체들은 잘못된 정보, 의도적 왜곡을 발신한 적이 없는가”라며 “이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매체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SNS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이후 조선일보의 보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낙마는 KBS보도 등 ‘여론몰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조선일보 역시 25일자 1면에 <여론재판에 문도 못연 인사 청문회>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리고 25일 KBS에 이어 26일 그 ‘여론재판’의 진원지로 SNS를 공격한 셈이다. 실제 조선일보는 26일 1면 <책임 안지는 SNS에 휘둘리는 나라>에서 “KBS가 9시 뉴스를 통해 문 후보자의 강연 일부분을 발췌해 역사관 문제를 제기하자 이 내용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문 후보자에게 ‘친일파’ ‘식민사관을 가진 인물’이라는 딱지가 붙어버렸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2011년 11월 10일자. 1면.
결국 조선일보가 SNS 기획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문 후보자의 낙마는 청와대의 인사실패가 아니라 여론재판의 영향이 컸으며, 이는 SNS에서 쏟아지는 괴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신들이 보기에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에 문제가 없으니, 자신의 말만 들으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NS 괴담’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현 정부·보수세력에 대한 공격에 대한 반응”이라며 “현 정부와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적 내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방법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SNS가 갖는 부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SNS가 우리 사회 위험을 조장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조선일보가 일베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을 것 아니냐”며 “특별한 계기에, 정부가 곤란에 처한 사건이 있을 때 SNS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제대로 된 판단이나 여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정세력 여론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장덕진 교수는 “과거 연예인들에 대해 ‘숨 쉰채 발견’이라는 트윗글이 있어 언론에서 ‘생명을 경시한다’며 비판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 당시 시간 상 그와 같은 글은 트윗에서 20여개에 불과했는데 오히려 언론 보도 이후 (트윗 개수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 루머를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SNS가 ‘괴담의 진원지’라던가 하는 얘기들은 사실 SNS의 사회적 영향력을 부정하거나 축소하고 싶어 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건의 본질을 덮으려고 왜곡하는 것에 불과하지 특정한 방식의 채널(SNS)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선거기계’ 새누리당의 비밀 [한겨레21 06.30 제1017호]
‘차떼기당’ 오명에도 민간인 사찰에도,세월호 참사에도 끄떡없는 새누리당, 그 생명력의 근원은 2012년 12월17일 18대 대선을 이틀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군포 산본중심상가에서 유세를 시작하자 지지자가 몰려들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고 대처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한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국민은 투표를 통해 여당에 힘을 실어줬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썼던 2004년 총선 때도 그랬고, ‘디도스 사태’ ‘민간인 사찰’로 시끄러웠던 2012년 총선도 그랬다. 거의 ‘죽었다’던 새누리당은 언제나 다시 살아났다. 최근 10년 동안 열린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총 8번의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를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보수당의 저력’을 보여줬다. 새누리당에는 어떤 일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25~35%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의지해서는 정당의 생명이 이토록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대체 새누리당의 이 놀라운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동안 새누리당에 표를 던져온 유권자는 누구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의 ‘보수층’을 집중 분석해본다.
1981년부터 혹은 1990년부터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뿌리는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정권 유지를 위해 만든 민주정의당(민정당·1981년 창당)에 있다. 일부에서는 민정당이 민주화운동 계열인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이루면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민자당·1990년 창당)부터가 새누리당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민자당도 결국 민정당을 뿌리로 결성된 만큼 새누리당은 군부독재 세력에 의해 조직된 민정당을 기원으로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후 민자당은 1996년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1997년에는 한나라당으로 재창당한 뒤 2012년 다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다.
새누리당의 뿌리가 민정당에 있든 민자당에 있든 중요한 것은 이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 언제나 ‘집권여당’이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과 선거 전략 노하우 등은 모두 여기서부터 나온다. 한마디로 탄탄한 집권여당 프리미엄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새누리당은 국가 건설 이래 기득권 질서에 계속 편승해온 정당이다. 한국 사회의 기득권 질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한 역사적 궤적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새누리당은 그동안 계속되는 집권으로 정치적 자원을 많이 가지게 됐다. 고시 출신 관료, 군부, 재벌, 검찰 등 사회 기득권층이 계속 수혈돼왔고 이러한 인적 자원이 새누리당에 집적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은 ‘국가체제’를 꾸준히 독점해왔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라는 것은 한 정당에 의해 독점되지 않아야 한다. 미국처럼 사회·경제적 분야는 진보 관료들이 역할을 많이 하고 국방은 보수가 주로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다원화가 돼야 어떤 세력이 집권하든 공유제로서의 국가체제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불행하게도 야당이 10년을 집권했지만 이런 점을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권력 독점이 승리의 기본적인 발판이라면, 여러 번의 승리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각종 선거 전략은 새누리당의 주요한 에너지원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진보세력의 이합집산과 달리 새누리당은 당내 제도화가 잘돼 있고, 조직이 튼튼하며 나름의 정책이나 전략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한국 보수의 특징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기민하고 능수능란하다는 것이다. 진보세력이 선거를 1년이나 6개월 전에 준비한다면 보수세력은 선거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선거 준비로 들어가는 게 제도화돼 있다”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에 야당심판론
위기 때마다 발휘되는 기민한 대처와 여론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새누리당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경험에 기초한 새누리당의 전략은 대부분의 선거에서 먹혀들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극에 달했던 19대 총선을 예로 들면, 새누리당은 ‘정권심판론’에 맞서 ‘야당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새누리당은 당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 문제가 노무현 정부 아래 시작된 정책이라는 점을 들어 거꾸로 야당의 ‘무책임한 말바꾸기’를 강조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추후 연구에서 상당수 유권자가 이런 야당심판론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장승진, ‘제19대 총선의 투표 선택’). 자신에게 향한 거센 반발 여론을 상대편에 대한 반발로 옮겨놓는 전략을 정확하게 사용한 셈이다.
“한국 보수의 특징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기민하고 능수능란하다는 것이다. 진보세력이 선거를 1년이나 6개월 전에 준비한다면 보수세력은 선거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선거 준비로 들어가는 게 제도화돼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여론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자세도 오랜 경험으로 쌓아올린 새누리당의 노하우다.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사태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듯, 애초 문 후보자를 감싸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며칠 만에 ‘자진 사퇴 압박’으로 태도를 바꿨다.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기민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유권자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것도 새누리당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새누리당 안의 개혁세력이 주로 이런 역할을 해왔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 김영삼 총재를 필두로 한 민주화 세력이 이런 역할을 한 것을 시작으로, 새누리당은 이재오·김문수·손학규 등 독재에 저항했던 인물을 당내에 수혈했다. 이후에는 남경필·원희룡 등 소장파 의원들이 중심이 돼 미래연대, 새정치수요모임 등을 꾸리고 당내 개혁을 이끌었다. 2004년 ‘차떼기당’의 위기에서 당을 살려낸 ‘천막당사’도 이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들은 보수당에 실망한 유권자에게 ‘혁신’이라는 희망을 심어줬다.
물론 이러한 개혁세력에 대한 기대가 실현되지는 않았다. 개혁파들의 시도가 보수당의 맨얼굴에 ‘화장’이라는 덧칠만 한 채 주류의 기득권을 공고화해주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당선된 원희룡 당선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새삼스런 질문도 아니고 변명할 이유도 없다. 제주와 관련된 정치적 사안의 실행을 통해 책임과 성과를 갖고 얘기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서복경 교수는 “한나라당 안에 소장파들이 등장하면서 합리적인 보수에 대한 지향들이 생겨났다. 이들의 시도는 진지했다. 그러나 이후 이들의 독자적 노선이 실패로 끝나면서 결국 ‘페인트모션’이 돼버렸다”고 분석했다. 따지고 보면 보수세력의 상징이 된 박근혜 대통령도 보수당이 갖추고 있는 독점적 자원, 선거 승리 전략, 여론 동원 능력 등 다양한 자원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거기에 더해 페인트모션까지 충실히 이행한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생긴 지역 분열
이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이들은 크게 지역·세대·이념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영남 지역, 50대 이상의 연령층, 보수적 이념을 가진 유권자가 새누리당의 지지층이다.
이 가운데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영남은 여당, 호남은 야당’이라는 지역 분열 현상이 아직도 극심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삼국시대에 그 기원을 둔다는 이론도 있고 권위주의 시대의 지역 불균형적 산업화에 기인한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박상훈 대표는 공동 저서인 <어떤 민주주의인가>에서 이에 대해 “민주화 이행기에 만들어진 정치적 대표 체제(정당)의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생겨난 정치적인 문제”라고 봤다. 편향된 지역 구도가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에 생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민주화 이전인 제12대 총선(1985년)에는 여당인 민정당이 경북·경남·전라 등의 지역에서 40~50%의 비슷한 의석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지역별로 서로 다른 정당들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정당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제13대 총선(1988년)에서 민정당의 경북 지역 의석 점유율은 86.2%, 통일민주당(김영삼계)의 경남 지역 의석 점유율은 62.2%, 평화민주당(김대중계)의 전라도 지역 의석 점유율은 97.9%로 나타났다. 이후 민정당과 통일민주당이 민자당으로 합당하면서 경북·경남은 모두 보수당인 민자당이 높은 의석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고 이런 구도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 이념 지형이 과거에는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이었다면 최근에는 진보 25, 중도 35, 보수 40으로 변화했다. 진보를 상징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를 이어나갈 인물이 없다는 점과 통합진보당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선거 때마다 지역 구도로 특징지어지는 표의 지리적 분절성이 나타나는 것은 지역주의와 같이 ‘문화적 균열’이나 ‘지역 간 대립’ 때문이 아니라, 지역을 가로지르는 정책적 요구가 정치적으로 표출되고 집약될 수 있는 투표 결정 상황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한 지역 안의 유권자는 계층과 이념에 따른 ‘정치적 선호’를 각각 가지고 있지만, 현재의 한국 정당이 이런 계층과 이념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권자가 각자의 선호도에 따른 정당을 선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역 정당에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각 정당이 지역을 대표하는 대신 계층과 이념을 대표하면서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구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호남보다 인구가 더 많은 영남은 대표 정당인 새누리당에 더 많은 표가 쏠리게 되는 결과가 반복된다는 얘기다.
386세대가 보여주는 ‘연령효과’
새누리당 지지층은 지역적으로는 영남이라면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다. ‘세대별 특성’은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 유권자의 투표 현상을 설명하는 결정적 요소로 떠올랐다. 특히 2012년 대선에서는 50대 이상의 보수화 현상과 이들의 응집력이 더욱 강화됐다.
» 2007년 12월19일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2년 4월11일 총선에서 승리한 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여의도 당사 종합상황실에 웃으며 입장하고 있다(오른쪽). 뉴시스
먼저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산업화 세대의 과거에 대한 향수, 참전 세대의 대북 강경 태도,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연령효과’로 분석된다. 최창렬 교수는 “최근 50~60대 이상의 연령층이 두꺼워지면서 보수의 충성도와 응집력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세대별 표심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속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일군 산업화에 대한 향수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한국전쟁과 월남전을 경험한 세대에게 대북 유화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이들이 극우적 이념 성향을 갖는다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적 시각에서 1번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0~60대의 연령적 특성은 ‘보수’라는 정치적 이념과도 연결된다. 이른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 ‘연령효과’가 대표적이다. 연령별 이념 성향과 관련된 이론은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 인간의 성향이 보수화된다’는 ‘연령효과’ 이론과 ‘같은 정치적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별로 특정한 이념적 정체성이 유지된다’는 ‘세대효과’ 이론이 맞선다. 강도 높은 정치적 경험을 공유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세대인 386세대(1960~69년생)를 예로 들었을 때, 야권 성향을 가졌던 386세대도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된다는 것이 ‘연령효과’다. 반대로, 386세대는 50~60대가 되어서도 야권 성향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이 ‘세대효과’다.
대체로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 ‘연령효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정 세대가 어떤 정치적 경험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들은 보수적인 사회·정치적 태도를 갖게 되며, 이러한 보수화 경향은 물질적 부의 축적이나 여러 경험을 통해 권위주의적 성향을 획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이론의 요지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논문 ‘한국의 이념성향과 생애주기효과’에서 2007년과 2012년 대선을 통해 한국의 세대별 이념 성향 변화를 분석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5년 동안) 같은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과거보다 더 보수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러 세대 중에서도 특히) 유신세대, 한국전쟁 세대, 386세대, 전후산업화 세대의 보수화 경향이 더 컸다.”
‘연령효과’와 더불어 한국 사회 전체가 점점 보수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경미·한정택·이지호는 2012년 한국정당학회보에 게재한 논문 ‘한국 사회 이념 갈등의 구성적 특성’에서 “2000년대 한국 사회의 이념적 위치 분포는 진보적 이념 성향에서 보수적 이념 성향의 비율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우리나라 정치 이념 지형이 과거에는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이었다면 최근에는 진보 25, 중도 35, 보수 40으로 변화했다. 진보를 상징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를 이어나갈 인물이 없다는 점과 통합진보당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공고한 지지층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영남과 50대 이상 연령층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은 앞으로도 선거에서 계속 승리하게 될까.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선전해온 것과 달리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다양한 정책 태도에서는 진보 성향 답변
우선 영남 지역의 튼실한 새누리당 지지 기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후보가 40%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부산의 오거돈 야권 연대 후보도 친박 핵심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불과 1.31%포인트 차로 패했다. 새누리당이 지역 대표성만을 믿고 선거에 임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점점 보수화된다는 분석에도 이론의 여지가 많다. 서복경 교수는 “유권자의 이념 성향을 측정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자신이 진보 성향인지 보수 성향인지를 곧바로 물어보는 방식이 첫 번째인데, 이런 조사에서는 최근 자신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정치·경제·외교·교육 등 다양한 정책 태도를 놓고 조사했을 때는 진보적 성향의 응답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주관적 이념 성향을 조사하는 방식은 정권의 인기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독재 대 민주’의 구도로 좌우 이념을 인식하는 경향이 큰 한국 사회의 특징을 놓고 봤을 때도 서구 사회의 좌우 개념인 ‘자유 대 평등’이나 ‘기업규제 대 자유시장’으로 좌우를 분류하려는 시도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박상훈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유권자보다 정당이라고 하는 대안들이 먼저 존재한다.” 즉 유권자의 이념적 의식이 먼저 있고 이런 의식에 의한 투표 행위가 정당 체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당이 갖고 있는 이념 대표성에 따라 유권자의 의식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결국 새누리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지역과 연령을 대표하는 정당이 아닌 계층과 이념을 대표하는 정당이다. 새누리당이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이념 정당으로 거듭날 때 비정상
6·25에서 60년, 뒤돌아봐야 할 ‘세월(호)’ 6.26 한겨레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란 말의 2001년 판 우리 영한사전 뜻풀이는 ‘폭탄이 떨어진 자리’란 군사용어였다. 구글 한글판을 찾아보니 ‘원자폭탄이 떨어진 자리’ ‘미국 반핵 운동 단체’ ‘9·11 테러를 당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자리’로 진화되었다. 내가 이 단어를 생각한 것은 1950년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처절한 6·25가 우리 역사에서 그런 ‘그라운드 제로’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정말, 두해 전에 구입한 스마트폰에 내장된 사전에서 찾아본 이 단어에는 앞의 뜻에, “(비유적으로) 활발한 활동(급격한 변화)의 중심(기원)”이란 풀이가 덧붙었다. 나는 이 전의(轉義)가 그제 64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에 대한 내 생각과 잘 들어맞는 것이 반가웠다.
두 세대 전 내가 초등생 때 닥친 한국전쟁에 대해, 언론인 최정호가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란 30여년 전의 글에서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기원”으로 평가한 것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는 “세계가 한국에 들어온 전쟁이면서 (…) 한국이 세계에 들어간 전쟁”이었다는 점, 미/소의 이념 전쟁을 한국이 대리전으로 떠맡은 ‘시민전쟁’이었다는 점, 온 국민이 참혹한 피해를 입은 ‘전면전’이었다는 점 등 세 가지 이유를 들면서 “1950년 이후의 한국에서 전개되었고 또 전개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과정이 한국전쟁에 소급해 올라가서 그 뿌리를 캐보지 않고서는 설명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는 이 골육상쟁의 이념전쟁론에 민족적 심성의 변화 두 가지를 보태고 싶다. 하나는 극도의 고통과 빈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떤 행위도 정당화되었다는 점이다. 남극에서는 어떤 쪽으로 가든 북을 향한 것이듯 우리의 의식과 목표는 생존의 문제로 집중되었고, 그 싸움은 모두 당연한 생의 의지로 인정되었다. 여기에 박차를 가한 것이 ‘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보수 전통의 우리 민족에게 닥쳐온 개항 이후의 변화들은 국권 상실과 식민 지배, 남북 분단 등 비극적 사태뿐이었고 그랬기에 새로운 것이란 다만 불행의 예고로 보였다. 6·25와 그 혼돈의 전후를 넘은 후, 4·19의 밑으로부터의 혁명, 5·16의 개발 계획에서 시작된 변화들은 현실을 개선하는 적극적 성과를 보이며 전날의 비관적인 선입관을 벗겨내고 우리 운명을 발전시킬 낙관적이고 도전적인 자신감으로 반전되었다. 이 변화는 해외의 땅으로, 미래의 영역으로 스스로 누리며 추구하게 되면서 이제껏 내 것이 아니었던 나의 삶은 스스로 운영하며 개발하고 책임질 근대적 주체로 변화한 것이다.
그 ‘생존 방법의 정당화’와 ‘변화의 추구’ 덕분에, 우리는 6·25란 ‘그라운드 제로’에 던져진 최악의 상태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한국인의 뜨거운 교육열이 거기에 힘을 주었고, 전통 사회의 와해가 타불라 라사(백지)에서의 새 출발을 용이하게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유일하게 근대화한 나라’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단 하나의 선진 국가’ ‘20-50클럽(인구 5000만명 이상,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의 나라들)에 7번째로 진입한 나라’란 찬사는 그저 영예만이 아니었다. 내가 대학 시절 100달러 미만이었던 국민소득이 이제 250배 이상 늘었다는 것, 사회생활의 한창때도 전화 한대 놓기가 그처럼 어렵던 시절로부터 한 세대가 안 되어 세계 1위의 정보기술(IT) 산업국가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 모든 급격한 변화의 첫 움직임이 한반도 전체를 폐허로 만들었던 전쟁에서 시작되고 그 고난의 역사를 돌파하려는 극단의 열망과 노력으로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오늘의 한국에 주축이 되었음을 회고하며 그 성취에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영광과 자신감의 뒤편에는 당연히 그늘과 회의가 스밀 수밖에 없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관대한 ‘정당화’는 부도덕도 용인했고 ‘변화의 추구’는 이른바 ‘새것 콤플렉스’로 왜곡되었다. 우리의 ‘압축 성장’은 이 성급한 성장주의의 박력 속에 매우 불편한 진실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빈곤보다 더 문제적인 ‘상대적 빈곤감’의 확대, 창의와 근검의 미덕에서보다 부패와 비리의 유착으로 가능해진 부의 축적, 문어발 경영으로 추태를 보이는 재벌 기업들의 탐욕, 크고 작은 거래에서의 ‘갑’의 횡포 등 갖가지 악덕들을 모은 천민자본주의의 횡포가 오늘의 한국적 발전에 동력이 되었다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무에서의 출발’이 빚는 생존의 다급한 경로가 목표 지상주의 열정 속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산 증대와 권력 획득을 정당화했다는 점, 경제는 적극 개방하면서 정치는 폐쇄적인 독재 권력의 행사로 관용의 덕성을 밀치고 ‘배제의 논리’로 시의와 불신, 불화와 갈등을 키웠던 점, 두 세대 동안 서구의 열 배에 맞먹는 초고속 성장으로 이른바 ‘비동시적인 것의 공존’ 현상이 만연하며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균열되지 않을 수 없었던 점들이 성장의 화려한 위세에 가려진 부끄러운 속살이었다. 4·19와 5·16, 5·18과 6·10, 그리고 유신과 반체제, 평화시장과 동일방직 등 연이은 사건과 사태들을 통해 숱한 목숨과 고통을 속죄양으로 바치고서야 겨우 민주정치를 정착시키고 경제 수준을 높일 수 있었지만, 그러고도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더 크게 남아 있다. 전근대적 봉건의 타성, 운동권의 근대적 이념, 탈근대의 디지털 문화 등 세대 간의 이질적 의식의 충돌, 지역간 직종간 계층간의 사회적 갈등, 물신주의와 교환가치의 지배, 세계화와 토착성의 길항, 당리당략이 우선하는 정치적 후진, 환경 파괴와 생명의 폄하, 정서적 천박과 태도의 허황, 갈수록 두터워지는 증오의 심리가 오늘의 한국과 한국인의 인격과 인성을 추락시키고 있는 것이다(‘명망 높은 분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라!).
‘세월호 사태’는 가깝고 먼 원인에서부터 생명들의 구조 현장, 후속 조처들, 정계와 관계 기관 간의 대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압축 성장’이 키운 갖가지 부정적 성격들을 가림없이 보여준다. 울리히 벡은 30년 전의 <위험사회>에서 “고전적 산업사회에서는 부 생산의 논리가 위험 생산의 논리를 지배했다면, 위험사회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된다”고 지적한다. 전 시대의 자본주의적 근대화 시기에는 경제적 성장을 수행하면서 뒤따라올 위험에 대비했지만, 오늘날은 가령 핵과 자연 훼손 산업처럼 위험의 생산 자체로 성장을 추구하고 있음을 가리킨 것이리라. ‘세월호’ 사태는 벡이 권고한 ‘근대성의 성찰’까지 갈 것 없이, 우리의 그 과정 자체가 지닌 문제성들을 보여주면서 오늘의 한국이 누리는 번영의 속살을 보여준다.
시인 천양희의 산문집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는 짧지만 길게 생각할 이야기 하나를 전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말을 타고 질주하다 문득 멈추고 자기가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곤 한다. “너무 빨리 달려와서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했을까봐 걱정”되어서이다. 같은 이야기를 시로 옮긴 이시영의 <옛날엔>은 그런 “그들이야말로 영원한 대지의 자식들”이라고 찬탄한다. 이제 우리는 그 성급한 산업화, 비약적 성장과 함께 우리의 영혼도 따라오고 있는지, 거기에 어울릴 정신과 양식이 어깨를 겯고 있는지, 늦었지만 돌아볼 때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맨 모습인 ‘세월호’ 밑창에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김병익 문학평론가
북한은 26위 한국이 156위 무슨 순위? 626 경향
북한이 세계에서 26번째로 불안정한 국가라는 평가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와 초당파적 연구단체 ‘평화기금’에 따르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취약국가지수(FSI·Fragile States Index)를 산출한 결과 북한은 총점 120점 가운데 94.0점을 받아 26위를 기록했다.
포린폴리시와 평화기금은 2005년부터 매년 인권, 치안, 경제 상황 등 12개 항목을 토대로 국가별 불안정 정도를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명칭을 기존의 ‘실패국가지수’(The Failed States Index)에서 취약국가지수로 바꿨다. 점수가 높을수록 국가 불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다.
북한은 첫해 총점 97.3점(120점 만점)으로 13위(전체 146개국)를 기록한 후 줄곧 상위권에 올랐다. 올해는 지난해 23위(95.1점)에 비해 3단계 내려갔다. 평가 항목 중 정부의 적법성 부문이 10점 만점에 9.9점으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았다. 한국은 36.4점으로 156위를 기록, 지난해 157위(35.4점)보다 1단계 올라갔다.
끝없는 내전으로 고통받는 남수단은 112.9점을 받아 178개국 가운데 1위였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위였던 소말리아는 112.6점으로 2위였다. 다음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110.6점), 콩고민주공화국(110.2점), 수단(110.1), 차드(108.7), 아프가니스탄(106.5점), 예멘(105.4점), 아이티(104.3점), 파키스탄(103.0) 순으로 3∼10위였다. 시아파 정부와 수니파 반군 간의 내전으로 ‘중동의 화약고’로 재부상한 이라크는 102.2점을 받아 13위에 올랐다.
핀란드는 모든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78위(18.7점)를 기록하며 가장 안정된 국가로 꼽혔다. 스웨덴(177위·21.4점)과 덴마크(176위·22.8점), 노르웨이(175위·23.0점) 등도 안정된 국가에 포함됐다. 미국은 159위(35.4점), 중국은 68위(79.0), 일본은 157위(36.3점)을 각각 기록했다.
집시법 짓밟는 경찰의 불법성 07.01ㅣ주간경향 1082호
강력한 초기진압’ 도를 넘어서… “1987년 이전의 경찰로 돌아가”
신속한 집행이었다. 지난 6월 11일 밀양 송전탑 움막농성장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은 속전속결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에 따르면 당시 주민들은 경찰에 의해 ‘불법철거물처럼’ 치워지고 있었다.
현장에서 경찰의 ‘공무’를 제지할 수 있는 힘은 없었다. 밀양 현장에는 경찰의 ‘공무’ 외에 두 개의 ‘공무’가 있었다. 국회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였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제남 정의당 의원, 김미희·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밀양 현장에 있었다. 인권위 직원 13명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도 현장에 있었다.
사회의 다른 공적인 힘을 압도하는 경찰
하지만 이들의 ‘공무’는 무력했다. 김제남 의원은 “밀양 현장에 갔던 것은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주민들이 다치는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현장에서는 사실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며 “경찰은 함께 간 보좌관에게 신분을 물었는데, 반대로 보좌관이 경찰의 신분을 물으면 공무 중이라고 말하며 전혀 신분을 알리지 않았다. 자신들의 공무만 정당하고 보좌관의 공무는 부정당한 것으로 내동댕이쳐졌다”고 말했다. 보좌관이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장하나 의원실의 최철원 보좌관은 “집행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경미한 물리적 충돌이 있어 강제연행됐는데,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을 시키려고까지 하더라”고 말했다. 무력하기는 인권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에 있었던 인권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권침해 상황이 벌어지는지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 갔고, 경찰에 위험상황 발생 시 권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권고는 수용되기도 했지만, 수용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건설 반대현장 할머니들에게 위협행동하는 경찰. | 김기남 기자
현장에서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다른 힘은 없었다. 경찰의 힘이 사회의 다른 공적인 힘들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 밀양만의 일은 아니다. 경찰권력의 위법함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집회 금지 통고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10일 만민공동회는 세월호 참사 관련 청와대 인근 61곳에 집회신고를 냈다. 61곳에 대해 경찰은 모두 금지 통고를 내렸다.
이러한 흐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18일 5·18 청와대 만민공동회 집회 때도 청와대 인근 10곳에 금지 통고가 내려졌다.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실은 경찰청에 금지 통고 상세사유를 물었다. 경찰청은 집회신고 장소가 집시법상 주거지역, 학교 주변지역 또는 주요 도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할 우려가 크고 교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금지 통고가 법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집회가 청와대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무조건 막겠다는 뜻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청계광장과 비교를 해보면 청와대 인근보다 청계광장이 행진할 때 주요 도로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인근은 인도를 걷는다. 교통 장애의 가능성은 청계광장이 더 높은데, 청계광장은 집회가 허용되고 청와대 인근은 안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생활 침회의 문제도 소규모 집회의 경우 주거지역의 평온을 해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경찰의 불법성은 증가하고 있고 심각한 수준이다. 집시법의 규정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 재량권을 위법하게 남용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기본적으로는 검찰이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보다는 청와대 지배권력의 안위를 더 우선시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경찰이 198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이 시민을 적대시한다는 것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1987년 이전에 있었던 현상이 부활한 것인데, 민주화 이전에 경찰은 항상 그랬다”고 말했다. 최근 있었던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의 시신 탈취 사건도 1987년 이전에는 늘상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저항하는 시민들을 적대시하는 것인데, 경찰의 관료제적 성격과 억압적 성격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일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권력이 비대해지면서 다른 힘들을 압도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정권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이를 견제해야 할 다른 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밀양에서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장의 국회의원 수가 너무 적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이 이어질 때까지 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행정대집행이 일어나기 전에 야당은 여론을 집약시키고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궁리를 했어야 했다. 현장에서 제지를 못했다는 것보다는 주민들의 반대, 국가 에너지 정책 등과 연관되어 있는 이 문제를 방치한 셈이다”라며 “결과적으로 경찰에게 ‘야당 정치인들 눈치를 볼 것 없이 강행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준 것이다. 실제 야당이 지속적으로 밀양 문제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경찰도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 권력 견제할 힘들 제역할 못해
인권위 또한 인권침해 현장에서 무력하게 호루라기를 부는 것으로 제 역할을 했을 뿐이다.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경찰 병력이 들이닥치는 현장은 호루라기 소리가 들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인권위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밀착되었기보다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사실상 상황을 회피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내부 보고서에서 “인권지킴이단 파견을 통해 현장에서 인권침해 감시자 또는 예방자로서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고, 이를 통해 경찰 측과 주민들 간에 인권침해 상황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됨”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가 무력하게 있었을 뿐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인권위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위는) 원칙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되어 있다.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면 직권조사를 검토한다든지 할 텐데 그럴 사안도 아니고 진정이 들어온 것도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곳곳에서 경찰의 ‘강력한 초기진압’ 행태가 엿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법적인 시스템은 없다. 이들을 감시하는 다른 공권력마저 무력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기본권과 인권만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마을의 귀환’을 가로막는 적들 07.01ㅣ주간경향 1082호
밀양’ 공동체 짓밟은 정부가 ‘마을공동체사업’ 공약 쏟아내… 관이 주도하면 지역자치 활성화는커녕 마을경제와 의사결정의 자생성 죽여
밀양의 마지막 송전탑 반대 농성장 5곳에 6월 11일 새벽 행정대집행이 강행됐다. 평밭마을, 위양마을 등 ‘마을’을 지나는 송전선로 건설계획은 마지막까지 농성을 이어가던 마을 주민공동체는 물론 이미 한국전력과 합의서에 서명한 마을마저도 선로의 양쪽 편처럼 갈라놓았다. 밀양의 마을이 갈라지고 있던 무렵, 6·4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후보진영에서는 역설적으로 ‘마을공동체 사업’ 공약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6개 부처 15개 사업에 엄청난 예산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원조는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중앙정부 부처가 시행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관련 사업의 규모와 범위가 훨씬 크다. 2013년 현재 마을공동체 발전사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은 6개 부처에서 15개에 달한다.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정보화마을 등 3개 사업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마을리모델링사업·녹색농촌체험마을사업 등 6개 사업, 해양수산부의 어촌종합개발사업·어촌체험마을사업 등 2개 사업,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사업, 환경부의 저탄소녹색마을 등 2개 사업, 산림청의 산촌종합개발사업 등이다.
대전 중구 박용갑 구청장과 주민들이 2013년 12월 정부의 좋은마을만들기사업에 따라 그려진 벽화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 대전 중구 제공
<주간경향>은 이들 사업 가운데 예산 규모와 정책 인지도 등을 고려해 8개 사업을 선정해 예산 현황 및 운영실태를 분석한 한국조직학회 연구진의 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예산 집행규모는 크지만 그에 비해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와 실적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8개 사업에 연간 투입된 예산규모만 1600억원을 넘어섰다. 그에 비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정책 집행 아이디어가 반영된 사업은 전무했다. 전국 단위 규모로 가장 활발하게 추진 중인 안행부의 ‘마을기업 사업’은 2013년 기준 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등 2010년부터 해마다 2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됐다. 반면 3년간 누적 매출 실적은 2012년 12월 말 기준 492억원 수준에 그쳤다. 투입된 예산규모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100억원 넘는 돈이 눈먼 돈이 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마을리모델링사업의 경우 2013년부터 2014년까지 4개 지구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2015년 이후 총 1000지구를 목표로 본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4개 마을에 들어가는 예산만 총 158억원에 달하고, 본사업에는 3조6881억원을 투입하기로 예정한 초대형 사업이다.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인 상태라 결과에 대해 섣불리 평가하긴 힘들지만 한 마을당 약 40억원 안팎을 투입해 시행하는 사업의 성격이 슬레이트 노후주택 개량 및 철거, 담장·경관저해시설 정비 등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새마을운동의 반복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농어촌마을리모델링사업의 도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사업 역시 2013년 기준 1086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역시 슬레이트 가옥 철거, 보도 교체 등 전시성 행정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이 높다. 또 지자체별 예산 지원액수를 살펴보면 영남권의 대구와 울산에만 각각 126억원, 151억원이 지원되는 등 인구 대비 지원액수가 높아 지역 민원에 따른 퍼주기 사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처럼 정부 주도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사업 취지와 예산 규모에 비해 주민자치와는 큰 관련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민간 주도의 마을공동체 및 주민자치에 몸 담아온 활동가들 사이에서 정책 방향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지난 5월 발간된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 대담집은 정부와 지자체 등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톱-다운식 마을 지원 모델이 주민 주도의 지역자치를 활성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압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동체 이상만 강조 땐 소외·배척 당연시”
대담에서 논의에 참여한 이들은 실제 마을 만들기 운동의 현장에서 일한 경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전문적인 이론을 근거로 마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바라보는 보통 시민의 시각에서 공론장을 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마을공동체에 관한 행정적이거나 이론적인 논의에서는 가시적인 물적 효과에 집중하지만 실제 마을을 구성하는 ‘사람’과 그 실제 ‘삶’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네트워크 고리의 김정찬 대표는 “콘크리트 벽에 막혀 관계망이 무너진 도시 공간에서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려면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과 모임들을 통해 삶의 관계망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을 구성원들과의 논의 없이 중앙 부처에서 세워진 계획에 따라 예산과 집행방안을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식의 사업이 마을 경제와 의사결정기구의 자생성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의 김신범 실장은 “마을을 구성하는 ‘노동’의 문제를 짚어볼 때 생산과 소비가 서로 만날 수 있어야 사회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생활과 경제는 물론 공동체가 환경과 공존하는 관계를 회복할 때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안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활동가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마을공동체 구성과 정착의 열쇠는 다양성에 있었다. 반면 밀양 송전탑 농성장 행정대집행에서 보인 일방적 법 집행은 그나마 살아남은 마을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청주지역의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활동하는 박영길씨의 답은 다음과 같다.
“공동체가 이상과 소속감을 강조하면 거대한 감옥이 되거나 소외와 배척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마을은 그 안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구성원들과 그들의 일상이 끊임없이 다투고 또 타협하는 각축장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풀뿌리’ 어떻게 해야 힘이 세질까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기저기서 관전·분석평이 나온다. 대부분의 평들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구조가 세월호 참사라는 큰 사건에도 불구하고 고착되었고, 여러 진보정당들이 기존의 성과조차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풀뿌리민주주의도 위축되었다고 본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제로 그렇다. 전국의 단체장과 광역의원 거의 대다수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고, 기초의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의 색깔을 떠나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할 정치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친환경무상급식 국민연대 회원들이 2013년 8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를 흔드는 시도를 멈추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지윤기자
선거에 참여했던 풀뿌리운동의 결과도 좋지 않다. 지역 풀뿌리의 연계조직을 자처했던 녹색당은 한 명의 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마을공동체로 유명한 서울시 마포구에서는 ‘마포파티’라는 지역당을 표방했던 후보 4명 모두가 낙선했다. 그렇지만 경기도 과천시에서는 풀뿌리로 시작한 무소속 후보 2명 모두가 당선되어 총 7명인 의회(새누리 3, 새정치 2)에서 의미 있는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희비가 엇갈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풀뿌리민주주의보다 풀뿌리보수주의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는 한국 상황에서 풀뿌리는 어떤 정치의 가능성을 가질까?
특정지역 뛰어 넘는 다양한 삶 반영을
보통 풀뿌리운동은 특정 지역을 근거로 삼는 운동으로 이해되지만 그건 절반의 진실이다. 풀뿌리운동은 수동적인 주민을 능동적인 주체로 성장시키려는 목적을 가진다. 그래서 특정 지역을 근거지로 삼더라도 주민이 직접 의제를 만들고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을 주도하지 못한다면 풀뿌리운동이라 보기 어렵다. 풀뿌리운동은 운동과정에서 발전된 주민들의 리더십이 지역을 재구성하는 정치적인 힘이 되고, 주민들의 민중권력이 지방권력과 대등해지는 삶을 지향한다. 군사독재 시기와 비교하면 운동의 뿌리가 제법 넓어졌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지역들도 생겼지만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지역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풀뿌리운동의 주체들도 인간이기에 다양한 경로를 걷기 때문이다. 뉴타운·산업단지와 같은 개발사업들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각종 사건이나 죽음이 주체들의 힘을 뺐다 늘렸다 한다. 그래서 풀뿌리운동은 어떤 하나의 모델을 따라가기 어렵다. 사람이 중심인 운동인지라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삶이 반영되어야 하고, 지역이 중심인 운동이라 중심보다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렇기에 풀뿌리운동은 주체의 성장과 다양성이라는 강점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를 계속 점검한다. 주민 구성이 특정 아파트나 마을을 넘어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있다면, 생활과 노동의 장이 조금씩 통합되고 있다면, 그러면서 지역과 사람의 독특성을 드러내며 단단한 관계망을 만들고 있다면 그 힘은 강하다. 사실 풀뿌리운동의 정치적인 힘은 관계망을 통해 구성된 신뢰이고, 생활로 단련된 지혜이다. 신뢰는 일방적인 믿음보다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과 서로에 대한 약속을 뜻하고, 지혜는 표준화된 지식보다 가슴과 몸으로 느끼는 경험과 함께 나누는 삶을 뜻한다.
서로를 믿고, 돌보고, 물건을 나누고, 같이 밥 먹고, 수다를 떨며 공부하는 과정은 생활정치의 동력이고 자치를 가능케 하는 토대이다. 주민 스스로가 이 과정을 기획할 수 있기에 운동은 즐겁기도 하다.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풀뿌리운동의 강점이다. 이런 삶이 단단해지면 기성 권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삶이, 그리고 지역이 지속될 수 있다.
그렇지만 풀뿌리운동이 현실의 역동성을 반영하려면 지속적인 ‘공부’와 ‘수련’이 필요하다. 공부를 해야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과 공간이 눈에 들어오고, 수련을 해야 사람과 지역에 대한 감각과 의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한국처럼 제왕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단체장이 있는 중앙집권형 사회에서 풀뿌리의 힘이 강해지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지역 연결 ‘연방주의 전략’ 필요
자치가 되려면 지역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가 지역에 핵시설이나 필요한 시설들을 강제로 세운다. 이런 경향을 막으려면 다양한 지역‘들’이 섬처럼 고립되지 말고 서로 이어져야 한다. 중앙을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는 소연방이나 연방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전략이 없기에 동네를 압도하는 중앙정치나 사건의 바람은 뿌리를 약하게 만든다.
그리고 좋은 마을이 뉴타운 앞에서 무기력해지듯이 생활정치도 때때로 제도정치 앞에서 모욕을 당한다. 그래서 정당활동을 하고 때로는 선거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시민후보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선거에 참여하는 비중은 매우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은 광역과 기초를 합해 430명, 정의당은 136명, 노동당은 108명, 녹색당은 22명의 후보를 냈다. 양적인 규모로 보면 엄청난 성장이다. 하지만 그것이 질적 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기득권은 개발·발전이라는 말 하나로 자기 전략을 설득할 수 있지만, 풀뿌리운동은 통일되지 않은, 통일될 수 없는 언어로 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운동에서는 그나마 만남이 가능할 수 있지만 선거에서는 그것이 어렵다.(선거과정조차 불리하다) 따라서 개발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언어로 만들어진 비전이 사회 전체의 변화와 연계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해관계와 변화의 비전을 연계시켜야 한다. 정치에 관한 정보를 나누는 통로도 다양해져야 한다. 생활정치의 힘이 강해져도 그 힘이 체제를 압박하지 못한다면, 두 사회가 분리된다면 삶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행정 주도의 마을 만들기나 사회적 경제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자원배분에 더 많은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누가 자원을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는가를 따지는 이해관계와 영악해진 주민은 풀뿌리를 쉽게 흔들 수 있다. 그리고 정부와 연관된 일자리들이 늘어날수록 그것은 주변의 질시를 받고 주민을 분열시킨다. 풀뿌리가 지역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외려 체제를 강화시킨다.
내적인 힘을 다지면서 외부와 적극적으로 연계될 때에 풀뿌리민주주의는 더 넓게, 더 깊이 뿌리를 내릴 것 같다.<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정윤수의 도시 이미지 읽기]도시재생, 우리는 불가능한가 07.01ㅣ주간경향 1082호
시카고, 오사카, 베를린 등 수많은 도시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기’ 위해 ‘도시재생’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나는 지난 겨울 보았던 사북, 고한, 철암 일대의 탄광지역을 기억한다. 다른 나라 도시들이 미술관을 유치하고 교육센터를 지을 때, 우리는 카지노를 들이밀고 산을 깎아 스키장을 만들었다.
고등학생 시절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좋아했다. ‘더 월’ 같은 희대의 걸작도 좋아했지만 특히 사랑했던 것은 1977년에 발표한 ‘애니멀스’였다. 자본주의의 본산인 영국의 비인간적인 산업화와 그에 따른 황폐한 상황을 동물에 빗대어 만든 작품인데, 앨범 전체를 관류하는 쓸쓸한 서정과 예리한 풍자와 끝내 폭발해버리고 마는 분노를 잊을 수가 없다.
앨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거대하지만 외로워 보이는, 회색의 건물이 우중충하게 서 있고 그 위로 핑크빛 돼지가 둥둥 떠다니는 표지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런던의 화력발전소였다. 지난 2011년에 이 핑크빛 대형 돼지 풍선이 다시 하늘을 날았다. 정규 앨범 11개를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발매하면서 이를 기념하여 창고에 보관 중이던 돼지 풍선을 날린 것이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의 옛 동원탄좌를 재생한 모습 | 정윤수
미술관으로 변신한 화력발전소
왜 핑크 플로이드는 그로테스크한 화력발전소 위로 돼지 풍선을 날렸던가. 그 시절, 이 화력발전소는 침체된 영국 사회와 살벌한 경쟁으로 치닫게 된 산업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건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가. 그곳은 이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변했다. 테이트모던 갤러리로 변신한 것이다.
이런 일을 도시 재생이라고 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해온 대도시의 공간을 21세기의 첨단 정보 및 문화예술 기반에 맞게 바꾸는 과정을 뜻한다. 무조건 철거하고 그 위에 번듯한 건물을 쌓아올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꾸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헤르조크와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다. 이 두 사람은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 미래에서 온 듯한 건물을 세워왔다. 내가 직접 본, 참으로 경이로운 건물은 뮌헨의 축구경기장 알리안츠 아레나였다. 불시착한 비행선 같았는데, 아름다웠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도 이들이 지었다. 이 두 사람은 이렇게 얼마든지 능수능란한 신소재와 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음에도 화력발전소만큼은 외경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내부를 리뉴얼했다. 20세기 영국의 역사와 런던의 기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안의 기능만큼은 21세기의 문화예술로 채운 것이다.
이러한 도시 재생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카고, 오사카, 베를린 등 수많은 도시들이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오래된 경관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경관이 멸실되거나 훼손되면 그로 인하여 생성되었던 수많은 기억까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스페인의 빌바오를 보자. 1970년대까지 45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스페인 북부의 활기찬 항구도시로 철강과 조선산업의 중심지였으며 탄광산업으로 융성했던 도시다. 1970년대 말, 유럽 전체에 불어닥친 중공업산업의 위기와 탄광산업의 사양화로 빌바오는 실업률이 30%까지 치솟을 정도로 위기를 겪게 된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삼탄아트마인 내부 모습 | 정윤수
빌바오는 이 문제가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그야말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 즉 근대적 산업화에 따라 조성된 도시를 정보, 문화, 교육에 맞는 도시로 고쳐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1995년에 수립된 ‘메트로폴리탄 빌바오 계획’이 그것이다. 이를 전후로 하여 ‘빌바오 구겐하임’ 유치(97년 완공), 아메촐라 공원 계획(2004년 개장),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에스칼두나 다리 등이 진행되었다. 이 재생 과정에서 빌바오는 도시의 ‘기억’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빌바오는 스페인의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거점 도시다. 우애와 연대의 표상이 되는 도시답게 그들의 도시 재생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그들의 정서 및 그들이 기억하고자 하는 요소들의 변주로 이뤄졌다.
찜질방ㆍ술집만 즐비한 탄광지역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독일의 루르 탄전지대 또한 그러하다. 도르트문트, 에센, 뒤스부르크 등 중공업과 탄광의 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이 루르 지대를 21세기에 맞게 리뉴얼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은 그들의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탄광도시 졸퍼라인이 대표적이다. 렘 쿨하스, 노만 포스터, 세지마 가즈오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탄광 시설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도록 리뉴얼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탄광 도시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박물관, 극장, 컨벤션센터, 디자인스쿨 등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나는 지난 겨울 보았던 사북, 고한, 철암 일대의 탄광지역을 기억한다. 도시 재생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와 스키장과 모텔들이 짓누르고 있었다. 다른 도시들이 미술관을 유치하고 교육센터를 지을 때, 우리는 카지노를 들이밀었다. 산을 깎아 스키장을 만들어버렸다. 그리하여 함백산, 태백산 일대의 마을들이 온통 조잡한 숙박시설과 찜질방과 전당포와 술집으로 변하고 말았다.
도시 재생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간신히 시도되고 있지만, 그래서 가난한 마을에 벽화도 그려넣고 쉼터도 만들고 주민 자치의 가게들도 늘어났지만 카지노의 후폭풍과 스키장의 압력을 이겨내기는 힘들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의 안팎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젊은 미술가들과 함께 신생을 도모하고 있는 ‘삼탄아트마인’이 아니었다면 너무 황량했을 것이다.
‘기억할 것은 기억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노동의 기억, 연대의 기억, 쓰라린 상처의 기억은 말갛게 지우고 그저 옛 시절의 끔찍한 가난을 낭만화하고 구경거리로 포장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지원이 미비한 탓도 있고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가치의 문제다. 문창극의 말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가난에 대한 멸시와 노동에 대한 천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 도시들이 거쳐온 애틋한 기억의 보존에 따른 도시 재생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전교조 조퇴 투쟁, 적절한 전략 아냐교육감 뜨면 학생 대청소 문화 바꿀 것"628 오마이뉴스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6·4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선거 결과를 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혁신학교'로 상징되는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앵그리맘'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혁신학교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수도권 진보 교육감 당선자,
조퇴투쟁이 국민정서상 적절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애정 어린 비판을 내놓았다. 전교조는 지난 19일 법원 판결로 법외노조로 전락했다. 지난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교조는 전임자의 복귀 명령을 따르지 않기로 하고, 조퇴 투쟁을 통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조희연 당선인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감직 인수위원회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조퇴 투쟁이 법적 권한일 수 있지만, 적절한 전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퇴투쟁으로 인한 학교 현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그는 "전교조가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과 함께 하는 운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교육감 시대의 성공을 위해서는 참교육을 강조하는 전교조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조 당선인은 "진보교육감 시대는 전교조의 현장 대중기반이 취약해진 점을 다시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노조전임자 복직 명령은 법에 따른 것이라 안할 수는 없지만, 기간제 교사 해고 등의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30일의 사전 예고기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조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때로 반대 집단을 미워할 수 있지만, 바로 주먹을 내지르기보다 제도권 안으로 품어야 한다"면서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등 각종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걸러지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도적 인물을 등용하면 오히려 진보진영의 입지가 좁아질 텐데, 충성도의 관점에서 극단적인 인물을 선택하면서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의 또 다른 충돌지점은 세월호 침몰 사고 시국선언에 나선 교사들의 징계 논란이다. 26일 교육부는 시국선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친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 당선인은 "법적 판결을 지켜보고 꼼꼼히 따져보면서, 우리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식으로 접근해가는 게 큰 틀에서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조 당선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움직임도 강하게 비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대를 역류하는 것"이라면서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역사교과서 부교재를 만들겠다,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아베'로 키울 수 없다, 또한 노동인권·세계시민교육 부교재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부상병, 피난민 모두 데리고 후퇴한다"
임기상의 역사산책 48]맥아더 명령 무시한 스미스 장군, 대한민국 구하다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한반도의 격전지로 가고 있는 중공군. 현대전에 필요한 무기와 보급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 중공군 9병단, 압록강을 건너 장진호로 향하다
1950년 11월 7일 쑹스룬 장군이 이끄는 중공군 제9병단 14만명은 압록강을 건너 한국이라는 생소한 전장으로 출발했다. 이들의 목표는 원산을 출발해 장진호로 북상하는 미 제1해병사단을 포위 섬멸하는 것이었다. 중공군은 험준한 산악지대를 걸어 명령받은 지점으로 이동했다. 딱하게도 이들에게는 추위에 대비한 솜옷과 솜모자가 모자랐고, 현대전에 필요한 비행기, 차량, 중포는 물론 보급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전투보다는 추위와 배고픔으로 수많은 장병들이 죽어간다. 중공군은 장진호에서 흥남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에 있는 요충지의 산중에서 미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 미 10군단 수뇌부, 출동 전부터 삐걱대다
인천상륙작전이 끝나자 미 해병1사단은 인천에서 배를 타고 원산에 상륙했다. 이들은 아놀드 10군단장으로부터 험준한 산길을 따라 북상해서 장진호를 거쳐 서쪽으로 진군해 평양에서 북진하는 미8군과 합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때부터 아놀드 군단장과 스미스 해병1사단장 사이에 의견 충돌이 시작됐다. 맥아더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맹신하는 아놀드 장군은 "도쿄사령부에서 지시한대로 빨리빨리 압록강으로 돌진하라"고 재촉했다.
반대로 신중한 스미스 장군은 중공군과 맞서 싸우기로 예정된 지역은 산세도 험하지만 엄청나게 추운 곳인 만큼 천천히 진군하면서 보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진호 전투가 끝날 때까지 사사건건 대립한 스미스 해병1사단장(왼쪽)과 아놀드 10군단장. 스미스 장군의 고집이 해병대를 살렸다. 이후 두 사람은 진격 방향, 부대 배치, 진군 속도, 보급 문제를 둘러싸고 계속 충돌했다.
1950년 11월 27일 해병사단은 해변에서 장진호를 향해 본격적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출발한 지 얼마 안돼 해병대는 수동에서 1개 사단 규모의 중공군과 접전을 벌였다. 중공군은 사흘간 공격을 하다 홀연히 사라졌다. 청천강 전투에서 중공군이 보여준 전형적인 '미끼 작전'이었다.
해병대를 깊숙히 끌어들인 후 퇴로를 차단하고 포위 공격을 가해 섬멸시킨다는 작전이다. 쑹스룬 장군은 부하들에게 "대어를 잡으려면 미끼 맛을 보여줘야지"라고 말했다. 이 시간에 청천강 북쪽에서는 미8군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궤멸적인 타격을 받고 있었다.
스미스 장군은 긴장했다.
"중공군이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거대한 덫을 놓고 있구나"
◈ 스미스 장군, 명령을 거부하고 진군 속도 늦추며 보급체계를 갖추다
험준한 고갯길을 올라가며 장진호로 진군하고 있는 해병대원들
곳곳에서 중공군의 흔적이 발견됐다. 황초령을 지날 때는 다리가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북쪽으로 후퇴하는 중공군이 '이리 넘어오라'고 손짓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알몬드 군단장은 수시로 정찰기를 타고 나타나 "맥아더 장군의 명령대로 크리스마스 때까지 압록강에 도착하라"고 재촉했다. 스미스 장군은 명령을 무시하고 진군 속도를 늦추고 연대간의 연결을 끊지 않았다. 그리고는 길목 곳곳에 보급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짓고 이를 지키는 부대를 배치했다.
진격할 때 곳곳에 설치한 보급창고는 후퇴할 때 해병대의 생명선이 되었다.
험한 산길을 넘어 장진호 남쪽 기슭에 있는 하갈우리에 도착하자 스미스 장군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우리 사단이 다시 모이고 비행장이 갖춰질 때까지 더 이상 진군하지 않는다"
군단장으로부터 겨우 허가를 얻어 이 곳에 작은 비행장 활주로를 닦기 시작했다. 나중에 중공군과의 격전이 시작되고 엄청난 사상사가 발생하자 이 비행장은 큰 일을 해낸다. 수송기를 통해 4,500명의 사상자가 후방으로 수송되었다. 각종 전투장비나 식량, 의료품이 이 비행장에 속속 도착했다. 하갈우리에 급하게 지은 임시 비행장. 해병대가 중공군에게 포위되자 외부와의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 장진호 서쪽의 유담리에 도착하자 중공군의 포위공격이 시작되다
11월 27일 선발부대인 해병 7연대가 장진호 서쪽 끝인 유담리에 도착하고, 그 뒤에 5연대가 배치됐다. 그날 밤 9시에 영하 섭씨 20도의 강추위 속에 중공군이 총공격을 가해왔다. 해병은 자기들이 지키던 고지를 사수했다. 그러나 장진호 동쪽에 도착한 미 육군 31연대 병력은 포위 공격을 받고 궤멸됐다. 다음날 아침 미 해병1사단은 모두 중공군에 포위된 것을 알았다. 이 시간에 청천강 북쪽의 미8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허겁지겁 평양으로 향해 무질서하게 후퇴하고 있었다.
결국 맥아더 사령부는 11월 29일 "흥남으로 집결해서 교두보를 구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포위된 해병대는 중공군과 전투를 벌이며 왔던 길을 되돌아 유담리~하갈우리~고토리~진흥리~흥남까지 240km의 거리를 행군해야 했다.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장진호 서쪽에서부터 흥남으로 후퇴하고 있는 미 해병 1사단의 5연대와 7사단 장병들
후퇴길은 '한국의 지붕'으로 불리는 개마고원 지대로 해발 1,000~2.000m의 고산지대였다.
날씨도 문제였다. 낮에도 영하 20도, 밤이 되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졌다. 동상과 설사로 쓰러지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중공군은 주로 밤이나 새벽을 틈타 공격을 해왔다. 그러나 무기도 형편없고 물자도 부족해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중공군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먼저 쓰러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걸어서 포로가 되거나 피난민 틈에 섞여서 도망가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투항한 중공군 포로들. 중공군은 해병대의 강력한 반격과 미 공군의 폭격, 아사 때문에 녹아버렸다.
어느 병사의 회고담을 들어보자.
"고지를 하나 점령한 후 부대를 통과시키고, 또 다른 중대가 고지를 점령하면 통과시키는 식으로 후퇴했습니다.
황초령 부근에서 중공군 30명이 포로가 되겠다고 따라오는데 아무리 가라고 해도 가지를 않아요.
자기들은 중공군이 아니라 장개석 부대라며 막무가내로 따라오는 겁니다"
◈ 스미스 장군 "우리는 후퇴가 아닌 새로운 방향으로 공격한다"고 선언하다
미 해병1사단을 이끈 올리버 스미스 소장. 부하들과 동거동락하며 장진호 전투를 이끌어 한국전쟁의 판세를 바꿨다.
12월 4일 흩어져 있던 해병1사단이 주요 거점인 하갈우리에 집결했다. 여기에 모인 병력은 1만여 명, 차량은 1,000여대였다. 1주일 전에 이 곳에 미리 도착한 스미스 장군은 부하들에게 "우리는 이제부터 "후퇴가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공격한다"고 지시했다. 해병대는 휴식을 취하고 전사자와 부상자 전원을 수송기로 이용해 후방으로 후송한 후 남쪽으로 출발했다. 이들 뒤에는 수천 명의 피난민과 중공군 포로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남쪽으로 내려오다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중공군이 황초령에 걸린 다리를 폭파한 것이다. 이번에는 공군이 나섰다. 가교를 만드는데 필요한 장비를 낙하산으로 떨어뜨렸다. 이 장비를 공병부대가 조립해서 다리를 만들어 부대 전체가 골짜기를 빠져 나왔다. 이렇게 해서 해병1사단은 10배나 되는 중공군을 패퇴시키고, 장비 대부분과 부상병 전원, 수천명의 피난민을 데리고 무사히 흥남으로 철수했다.
◈ 괴멸적 타격을 입은 중공군 9병단,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시신들. 전투보다는 동상으로 더 많이 죽었다.
장진호 전투에서 해병1사단은 총 4,418명의 전사상자를 냈다. 전사 604명, 부상 후 사망 144명, 실종 192명을 기록했다. 7,313명은 가벼운 동상을 입었으나 나중에 회복되어 부대에 복귀했다. 해병1사단 장병과 장비는 모두 흥남 앞바다에서 기다리던 해군 선단에 승선해 부산에 도착한 후 다시 전투에 투입되었다. 중공군은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의 10배에 가까운 3만 7,500명의 전사상자를 냈다. 이 중 2만 2,500명은 해병대와의 전투에서, 1만 5,000명은 항공기 공격에 의해 전사했다.
다른 중공군의 1/3은 동상으로 부상을 입어 이후 벌어진 전투에 참가하지 못해 9병단은 사실상 소멸되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중공군 주력이 해병1사단에 투입되는 바람에 함경남북도 전역에 흩어져 있던 미 10군단 전원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해병1사단을 포함한 10군단 병력 10만명과 피난민 9만 8천명은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후방으로 빠져나와 다음 전투에 투입됐다. 청천강 전투에서 미8군이 궤멸된 것처럼 10군단마저 와해됐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임 병장 후송작전에 '가짜' 등장…軍 "위급상황 불가피한 조치" 624 노컷
23일 오후 작전지역에서 임모 병장을 태운 구급 호송차량이 헬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GO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르고 도주한 뒤 자살을 시도한 임모(22) 병장을 후송하는 과정에서 '가짜' 임 병장까지 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55분쯤 임 병장이 자살을 시도하자 군 의료팀은 임 병장을 엠블런스와 헬기를 이용해 수술 장소인 강릉 아산병원까지 후송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에 실려 국군 강릉병원에 먼저 후송된 임 병장은 이곳에서 CT촬영과 간단한 응급조치를 받은 뒤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산병원 측에서 "아산 병원 응급실 앞에는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어려우니 별도의 경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국군 강릉병원 측은 "가상의 환자를 보내겠다"고 회신했다.
이후 임 병장 후송작전에는 모두 4대의 엠블런스가 동원됐다. 1차적으로 취재진을 따돌리기위해 우선 2대의 엠블런스는 국군 강릉병원에서 강릉 동인병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2차적으로 나머지 2대는 각각 임 병장과 가짜 임 병장을 태우고 국군 강릉병원에서 아산병원으로 이동했다.
아산병원에 도착한 2대 가운데 임 병장을 실은 엠블런스는 아산병원 측이 마련한 경로를 이용해 물류창고로 이동했고 임 병장은 이곳에서 바로 수술실로 향했다. 가짜 임 병장을 태운 또 다른 엠블런스는 아산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취재진이 몰려있는 가운데 하늘색 담요를 얼굴까지 덮은 가짜 임 병장을 응급실로 이송했다.
임병장 응급실 후송 모습(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임 병장의 혈압이 60~90㎜Hg로 떨어져 곧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혈압이 급전직하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취재진이 응급실 앞 좁은 통로에 모여있어 시간이 지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일단 임 병장을 살려야 범행 동기 등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후송 작전이 끝난 뒤에도 군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가짜 임 병장을 찍은 사진과 영상을 진짜로 오인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래출처: 광주 지인의 다음 블로그
Archie's Blues / Electric Sandw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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