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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상품화, 그 위험한 유혹 613경향
강남순 |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한국은 모든 것의 상품화가 가능한 사회로 전이되고 있는 듯하다. 무수한 사설학원들을 통해 교육의 상품화가 대중화된 지 오래다. 그뿐만 아니다. 이제는 하다 못해 철학, 언어, 역사, 법, 정치, 문학, 예술, 종교 등을 아우르는 인문학이라는 매우 복합적인 분야도, 단순한 일회용 상품으로 포장돼 곳곳에서 소비되고 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의 ‘인문학 강좌’에서 최진기 강사가 ‘조선 미술사’에 대한 강의를 하던 중 자료에 오류가 드러나 사과문을 발표한 사건이 있었다. 자료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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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따로 있다. 최진기 강사에 따르면, 자신을 인문학 강사로 가장 많이 부르는 곳은 백화점과 기업이라고 한다.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포장된 인문학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이, 이윤 확대의 가치를 최고의 목표로 내걸고 있는 전형인 백화점과 기업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소위 ‘최진기 사건’은,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지닌 다층적 문제점들의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최진기’라는 이름이 ‘인문학’이라는 표제어와 함께 곳곳에 등장하기에, 그가 나오는 방송을 찾아보았다. 그의 ‘인문학 강의’를 끝까지 듣는 것은 사실상 고도의 인내심이 요청되는 일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인문학의 상품화가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인문학이라는 복합적인 분야의 왜곡이 청중의 환호 속에 ‘자연스럽게’ 고착된다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자 하는 ‘상품화의 욕구’에 의하여 유지된다. ‘인문학’이라는 바다와 같은 심오한 영역이, 미디어를 통해서 그 끝이 쉽게 드러나는 간편한 일회용 상품으로 포장되어 소비되고 있다. 인문학의 이름으로 인문학 정신을 배반하는 행위들이 대중매체를 통해서 퍼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적 지식이란 특정한 분야의 정보를 외우고 나열하는 것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인문학적 ‘지식’은 인문학적 성찰의 세 가지 영역들이라고 할 수 있는 나, 타자, 그리고 이 세계에 대하여 복합적인 이해를 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관점을 형성하고,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다층적인 방식으로 이 세계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편적 ‘정보’와 인문학적 ‘지식’의 차이이다.
소위 인문학적 소양이란 치열한 ‘왜’로부터 출발한다. ‘왜’를 묻는다는 것은 비판적 사유와 분석을 필요로 한다. 근대를 지난 현대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들을 아우르는 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질문은 해답보다 심오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인문학적 사유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간결함과 명쾌함이 아닌, 불확실성과 모호성이다. 인문학적 사유는 이전의 익숙한 이해세계를 뒤흔드는 내면적 불편함을 경험하게 한다. 한국의 대중매체에서 소비되고 있는 인문학의 상품화가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는 점이다.
‘어른들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인문학 종결자’라고 소개되는 강사를 통해서 전해지는 인문학은 갖가지 ‘해답’으로 이루어진다. 청중들에게 간결한 요약과 해답을 제시하면서, 그들을 즐겁게만 하는 인문학 강의는 듣는 이들을 오히려 인문학적 사유 방식으로부터 멀게 한다. 이 점이 바로 인문학 상품화를 통해서 소비되는 인문학 열풍의 위험성이다.‘인문학’이라는 분야가 이렇게 가볍게 상품화되어 소비되고 있는 것은 아마 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현상인 것 같다. 한국 특유의 인문학 상품화를 통해서 한국에서의 인문학은, 밀란 쿤데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포장되어 백화점의 강좌프로그램에서, 기업에서, 동회와 구청의 프로그램에서, 또한 출판시장과 방송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집단적 ‘인문학의 상품화’를 통해서, 진정한 인문학적 정신은 근원적으로 외면되고 왜곡된다.
한국 사회의 인문학의 위기를 넘어서는 방식은 도처에서 남용되고 있는 ‘인문학’이라는 이름의 상품화를 통한 맹목적 대중화에 의해서가 아니다. 가정에서, 공교육에서, 기업에서, 정치에서 ‘왜’라는 물음표를 존중하고, 그 ‘왜’에 대한 잠정적 해답들의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존중하면서, 치열하게 씨름하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기계적 암기가 전제되는 입시 중심 사회, 무차별적 성과와 순위를 매기는 성과 중심주의 사회, 요약과 명쾌한 해답에 열광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문학 열풍’은 오히려 ‘인문학의 소멸’을 가중시킬 뿐이다. 한국의 대중매체가 이윤 극대를 위한 ‘인문학 상품화의 유혹’에 맹목적으로 굴복하고 있는 현상이 위험한 이유이다.
롯데와 넥슨, 잘 나가는 유흥업소의 공통점은? 614 프레시안
지난 10일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에서 직원들이 불안한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M&A 귀재'의 빛과 그림자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에서 동생이 승기를 잡았을 때, 그 이유로 '금융 경험'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동생의 성공 방정식이 다시 동생의 발목을 잡았다. 반전에 반전, 한 편의 드라마다.
한국 롯데의 약진과 동생의 뒤집기 시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장남에게 일본 롯데를, 차남에게 한국 롯데를 맡겼다. 일본 롯데가 전체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이므로, 장남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셈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반전이 잉태됐다.
신 총괄회장은 아들들에게 후계자 수업을 시키기 전에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게 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미쯔비시 상사에서 일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노무라 증권에서 일했다. 형은 실물 거래를, 동생은 금융을 익힌 것이다. 이런 차이가 평생 이어졌다.
두 형제가 각각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에 들어가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1990년, 일본과 한국 롯데의 매출은 엇비슷했다. 그런데 지금은 5:95로 한국 롯데가 훨씬 앞선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동생인 신동빈 회장은 뒤집기를 시작했다. 경영권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35건의 대형 M&A…"공장 경험한 이사가 없다"
한국 롯데의 약진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거시 경제 상황이다. 형이 일본 롯데를 맡은 1990년대 초, 일본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침체의 문턱에 서 있었다. 소비재 생산 및 서비스업을 하는 롯데가 몸집을 키우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 경제는 성장엔진이 아직 식지 않았었다. 지배구조 상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한국 롯데를 물려받은 점을, 동생은 기회로 활용했다. 첫 번째 반전이다.
한국 롯데가 성장한 두 번째 이유는 활발한 인수합병(M&A)이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 정책본부장을 맡은 게 지난 2004년이다. 그때부터 지난해 5월까지 35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두산주류, AK면세점, 하이마트 등이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지난 2004년 기준 23조3000억 원 규모이던 그룹 매출이 지난해 84조 원으로 세 배 이상 뛰어오른 건, 신 회장이 주도한 인수합병 덕분이다.
인수합병이란 결국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쪼개고 붙여서 사고파는 일이다. 증권사 근무 경험이 있는 신 회장이 잘하는 일이다. 반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주식회사'라는 개념 자체를 못 받아들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금융 중시 노선을 못마땅해 한다. 그는 지난해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과 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의 경영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롯데는 제조업체인데, 일본 롯데에는 공장을 경험한 이사가 없다. 은행 출신이 주도하는 회사가 됐다."
주주 지지 받은 '몸집 불리기' 경영
하지만 주주들은 숫자만 본다.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운 신 회장을 지지했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이긴 것은 그 결과였다. 신 회장은 승기를 굳혔고, 활발한 인수합병 행보를 계속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삼성그룹 석유화학계열사인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삼성정밀화학 등을 인수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사업 재편을 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필요와 석유화학 사업을 계속 키우려던 신동빈 회장의 요구가 만난 결과다.
신 회장의 경영방식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과 닮았다. 둘 다 총수 가문 안에서는 비주류였다. 그리고 미국식 경영학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또 경영을 맡은 뒤에는,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간판 업종을 바꾸려 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다. 두산그룹은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롯데는 기존 업종을 유지하면서, 무게중심을 옮겨갔다. 방향은 화학과 유통이었다.
영국 아르테니우스 인수…생산 중단, 투자금 전액 손실 처리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에서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탓인지, 신 회장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애정이 큰 편이라고 한다. 롯데케미칼이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종합화학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차근차근 올라가기엔 까마득한 목표다. 인수합병이 답이었다. 호남석유화학은 현대석유화학 2단지(롯데대산유화)와 KP케미칼을 흡수합병 했다. 그리고 2012년, 롯데케미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이어 중국 사업을 시작했고, 영국 기업 아르테니우스, 말레이시아 기업 타이탄케미칼 등을 인수했다. 경제지들은 신 회장을 가리켜 'M&A의 귀재'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 대목에서 새로운 반전이 있었다. 이번엔 신 회장에게 불리한 방향이다. 아르테니우스는 PTA 생산업체인데, 2013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냈다. PTA(고순도 테레프탈산)란, 원유에서 나온 성분으로 만든 하얀 가루다. 폴리에스테르 섬유, 페트병, 필름, 도료 등의 재료로 쓰인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대표적인 공급 과잉 품목이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PTA 생산을 중단하고, 투자금 1388억 원을 전액 손실처리 했다.
중국 사업 환경 악화, 그래도 직진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휘한 중국 사업 역시 늪에 빠졌다. 롯데케미칼이 중국에 세운 공장 7곳 가운데 5곳이 적자다.
외부 환경도 나빠졌다. 지난 2014년부터 석유 가격이 확 떨어졌다. 그러니까 판매량이 늘어도, 전체 매출은 떨어졌다. 신 회장은 한국의 산업화가 일본보다 늦게 시작됐다는 외부 조건의 덕을 봤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저유가 시대 진입이라는, 다른 외부 조건 때문에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앞서 설명했듯, 지난해에는 삼성의 화학계열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3일, 미국 화학 기업인 액시올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성공하면 '글로벌 톱12'가 된다. '글로벌 톱10'이라는 목표에 바짝 다가서는 것이다.
'글로벌 톱12'?…신동주의 폭로, 검찰 수사…무릎 꺾인 신동빈
하지만 여기서 무릎이 꺾였다. 검찰이 지난 10일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나섰고, 롯데는 일주일 만에 액시올 인수 철회를 선언했다.
반전의 계기는,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중국 사업에 숨어 있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의 중국 사업 실적이 조작됐다고 폭로했다. 실적 조작은 곧 분식회계를 뜻한다. 이는 다시 장부 외 자금, 즉 비자금이 있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마침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고소하면서, 검찰은 롯데그룹의 회계 분식 여부를 살필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가 이번 수사다.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본다. 제조업체가 해외법인과 원료 및 반제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건 흔한 방식이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의 바로 옆에서 인수합병 작업을 주도했던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역시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신 회장의 가신이 된 그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를 자세히 꿰고 있다고 한다. 롯데케미칼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황 사장은 수사의 중심에 서게 된다. 황 사장이 입을 열면, 신 회장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옛 한국처럼 역동적인 중국?…천문학적 투자 손실과 비자금 의혹
중국 사업에 숨어 있는 뇌관은 또 있다. 신 회장이 무게중심을 둔 나머지 한 축, 바로 유통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부터 중국 유통 업체를 대대적으로 인수했다. 중국에 65개 마트를 가진 '타임스', 홈쇼핑 업체 '러키파이'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미국, 영국 등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신 회장이 1990년에 만난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선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고 제도가 불안정하지만, 성장 흐름은 역동적이었다. 그 흐름을 타고 신 회장은 한국 롯데를 키웠고, 경영권 다툼에서 뒤집기를 시도했다. 이런 성공 경험을 지닌 그가 보기에 2000년대 중반의 중국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을 수 있다. 과거의 한국처럼 역동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 인수 비용이 너무 높았다. 기업은 공산품이 아니므로, 정해진 가격이 없다. 그래도 인수한 가격이 상식 수준보다 너무 높거나 낮으면 이상한 일이다. 왜 그랬을까.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다른 가능성에 주목한다. 적정가격과의 차액 가운데 일부가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다.
또 롯데쇼핑의 중국 투자 실패 규모 역시 알려진 것보다 크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 알려진 건 1조 원대인데, 실제 손실 규모는 세 배에 가까운 3조 원대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난해 폭로와 맞물린 내용이다. 천문학적 손실 금액 가운데 일부는 비자금으로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인수합병, 양날의 칼…롯데, 두산, STX, 현대, 동부, 웅진 등의 공통점
신동빈 회장의 활발한 인수합병은 양날의 칼이었다.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늘려서, 차남의 경영권 승계 명분을 만들었다. 형과 아버지를 베었던 칼날은, 이제 자신에게 돌아왔다. 무리한 몸집 불리기 과정에서 잉태된 부실과 비리가 터지고 있다.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려는 시도 자체가 경제 흐름과 맞지 않는 일이었다. 저성장 시대의 대세는 축소 경영이다. 국내 1위 재벌인 삼성은 오히려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재계 서열을 끌어올리려던 중견 재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롯데가 지금 실패 문턱에 서 있다. 롯데와 비슷한 노선을 따랐던 두산이 미국 기업 밥캣 인수 이후 늪에 빠졌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도 그렇다. 지난 2007년 유럽 최대 조선사인 야커야즈를 인수했다. 당시 국내 언론은 대대적인 찬사를 보냈지만, STX는 그 뒤로 빠르게 쇠락했다. 현대, 동부, 웅진 등 비슷한 사례가 많다. 모두 무리한 인수합병 후유증으로 그룹이 해체됐거나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M&A 귀재'의 짧은 영광, 긴 침체
롯데 사태는 재무적 관점으로만 기업을 쪼개고 합쳐서 사고팔았던 관행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워서 성공한 사례는 점점 드물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을 줄이고 기존 사업 부문을 팔아넘기기만 하는 이재용식 '축소경영'을 옹호할 수도 없다. 거리로 쫓겨난 이들은 누가 책임지나.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성공방정식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데, 두산, STX 등의 총수는 모두 'M&A의 귀재'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짧은 영광 뒤에 남은 건 긴 침체였다.
롯데 판박이 넥슨
한 가지 더.
기업이란, 애초 가격을 매기기 힘든 대상이다. 그래도 굳이 가격을 매겨서 사고판다. 갈등이 필연이다. 숱한 직원이 평생을 보낸 일터의 가치가 고작 돈 몇 푼이라니, 누가 동의하겠나. 갈등을 무마하려면, 아니 찍어 누르려면, 권력의 뒷배가 있어야 한다. 롯데처럼 활발한 인수합병을 벌인 기업에 대해 '정경유착' 논란이 이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해외 기업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 뒤 차액을 비자금으로 빼돌렸다는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이 공짜로 뒤를 봐줬을 리는 없으니까.
롯데 사태와 정확히 겹치는 게 넥슨과 진경준 검사장의 관계다. 넥슨 역시 롯데처럼 인수합병으로 성장했다. 본사를 일본에 둔 점도 닮았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다양한 잡음이 일었던 점도 같다. 다만 규모가 작은 넥슨은 검사장을 뒷배로 삼았다는 의혹이 인다. 규모가 큰 롯데는 이명박 정권을 뒷배로 삼았다는 말이 나온다.
낡은 성공방정식, 언제 잘라낼까
한국에선 역사가 긴 재벌,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심지어 유흥업소까지 성공방정식이 똑같았다. 권력에게 보호세를 상납한다. 대상이 정권실세인지, 검사인지, 조직폭력배인지, 하는 차이만 있다. 내실을 다지기보다 외형을 키워야 이긴다는 믿음도 똑같다. 검찰이 뽑은 칼이 롯데의 뒤를 봐준 옛 권력은 찌를 모양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충실히 따랐던 과거의 성공방정식까지 잘라낼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안타깝다. 한국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롯데, 넥슨, 혹은 유흥업소와 닮은꼴이니까.
롯데는 어떻게 한국 공군을 제압하고 제2롯데월드를 세웠나 615경향 향이네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롯데그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 규모나 파장을 고려하면 롯데그룹은 물론 정·관계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제2롯데월드 승인’ 과정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는 1988년 부지를 매입한 이후 21년이 지난 2009년에야 제2롯데월드 승인을 받았습니다. 국방부와 건설교통부의 반대로 몇번이나 건립계획이 부결됐지만, 결국 제2롯데월드를 102층짜리 초고층건물로 세우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를 반대한 공군참모총장이 잘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2016년 6월10일 촬영한 제2롯데월드 모습/박민규기자
■‘제2롯데월드’, 논란의 시작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한국에 세계적인 랜드마크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목적으로 1988년 1월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7603.7㎡(2만6500평)을 서울시로부터 사입니다. 이어 1994년 5월 서울시에 송파구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초고층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지를 질의합니다. 서울시는 공군에 의견을 물어 “비행안전구역 밖의 부지는 군용항공기지법상 해당사항이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이에 롯데 측은 1995년 11월 현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부지에 최고 100층 높이 402m의 건물 설계안을 송파구에 제출합니다.
공군은 서울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시 시계확보가 어렵다며 반대합니다. 여론 역시 교통난을 우려해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듬해인 1996년 송파구는 공군과 협의, 비행안전구역 인접지역에는 해발 164.5m까지 건축할 수 있다고 답변했고, 롯데는 98년 5월 최고 36층 143m란 ‘소박한’ 높이로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롯데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신격호 회장이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방침을 다시 세우면서 2004년 10월 지상 112층 555m 높이의 현 초고층빌딩 건축안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송파구에 다시 제출합니다. 이후 과정을 당시 기사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06년 2월20일: 공군 “제2롯데월드 비행안전 위협” 반대
공군본부 최차규 전력기획처장은 2006년 2월20일 브리핑을 통해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예정지는 항공기의 계기접근 보호구역(고도 203m)에 포함돼 자칫 불의의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항공기의 계기 비행은 지상 279m 이상의 상공을 나는 항공기가 악천후로 육안 조종이 불가능할 때 조종사가 조종석의 각종 계기판에 의존해 비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항공기 결함 등 비상상황에서의 운항시 충돌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공군은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신청할 경우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계기비행 보호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도 추진하는 등 강력 대처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이 시장은 2005년 9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신축을) 허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밝혀 건축 허가방침을 시사했습니다. 이어 서울시는 2005년 11월 제2롯데월드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조건부로 통과시켰습니다.
▶공군 “제2롯데월드 비행안전 위협” 반대
■2006년 2월22일: 공군 반대 무시하고 서울시는 건축허가
2006년 당시 서울시장 이명박 /경향신문 자료사진
공군이 반대하고, 여론도 부정적이었지만 롯데가 제출한 ‘제2롯데월드’ 건립 계획은 2006년 2월22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전격 통과함니다. 건축 심의와 건축 허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미 이명박 서울시장은 롯데 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입니다. 도시건축공동위는 “이견이 있는 부분은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원만한 협의를 거쳐 해결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현행법상 위법사항이 없는 만큼 허가하되 공군과 계속 협의를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제2롯데월드, ‘비행안전 문제’가 착공 관건
■2006년 4월4일: 건설교통부도 부정적 입장 표명
국방부에 이어 건설교통부도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에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힙니다. 국방부가 비행안전 문제를 들어 건설교통부에 건축허가 제한권 발동을 요구했고 건교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나옵니다.
▶제2 롯데월드 무산 가능성
■2006년 5월22일: 결국 서울시도 다시 유보
제2롯데월드 건립계획은 소방·방재계획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유보 판정을 받습니다. 서울시는 2006년 5월 2일 “건축위원회에서 제2롯데월드가 지하 5층, 지상 112층으로 연면적만 18만3천8백74평(용적률 407.11%)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소방·방재계획이 미흡해 ‘유보’ 판정을 내렸다”고 밝힙니다. 완전한 건립유보는 아니었지만, 일단 착공 일정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제2 롯데월드 건립 ‘유보판정’
■2007년 7월26일: 건립불허로 최종결정
제2롯데월드 건립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공군간 14년간 끌어온 갈등이 2007년 7월26일 일단락 되는 듯 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열어 잠실 롯데월드 맞은 편에 112층(555m) 높이로 제2롯데월드를 신축하려는 롯데그룹의 계획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대신 국방부가 제시하는 203m 이내만 건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회의에서 국방부는 “‘비행장 운영에 일부 영향이 있지만 개선안을 통해 초고층빌딩이 가능하다’고 한 용역결과는 검증되지 않은 대안”이라며 “비행안전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행정협의조정위원회 결과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이행하도록 돼 있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112층 제2롯데월드 ‘불허’
■2007년 9월2일: 롯데, 제2롯데월드 건립 재추진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김문석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 건립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신 부회장은 2007년 7월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설을 불허했지만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당시는 17대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일찌감치 예견되고 있었죠.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시절 제2롯데월드 건설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신동빈 부회장 “제2 롯데월드 재추진”
■2008년 4월8일: 편법으로 제출한 40층짜리 롯데월드 건축계획안 부결
일단 롯데는 40층짜리 건축계획안을 제출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부결됩니다. 롯데 측은 기존 112층(높이 555m) 규모의 제2롯데월드가 국방부 등의 고도제한 조치로 행정협의조정에 부쳐지자 행정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롯데는 대신 건축물 높이를 대폭 낮춘 40층 규모의 복합 판매·업무시설에 대한 설계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시건축위원회는 롯데 측의 설계변경안이 엘리베이터와 계단 숫자가 과도하게 많은 데다 건축구조도 초고층용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판단, 부결 처리했습니다.
롯데 측이 미리 건축허가를 받아놓고 재판 등에서 이길 경우 설계변경을 통해 곧바로 초고층 빌딩을 세우기 위해 ‘기존의 112층 설계에서 40층까지만 잘라낸 설계안’을 제출하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로컬 365]건축위, 제2 롯데월드 건축계획안 부결
■2008년 9월18일: 돌변한 정부, 이명박 대통령 “허가 적극 검토”
정부의 입장이 극적으로 바뀝니다. 정부는 2008년 9월1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에 대해 “연말까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 “투자활성화와 경기 성남 서울공항의 필요성을 감안해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제2 롯데월드 허용’ 적극 검토키로
■2008년 9월18일: 공군참모총장 전격 교체
김은기 제30대 공군참모총장 /공군 홈페이지 갈무리
국방부는 2008년 9월18일 임기 7개월을 남긴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을 교체를 발표합니다. 김 총장은 뛰어난 조직 통솔력으로 군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2009년 4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습니다. 다만 제2롯데월드 건축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거나 활주로를 신설하는 것에 반대하며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2롯데월드 반대’ 김은기 공참총장 교체
■2009년 1월7일: 제2롯데월드 건립, 사실상 허가
정부는 2009년 1월7일 조중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고 “롯데가 비행안전 보장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고, 그동안 비행안전 장비의 성능이 향상됐다”며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방침을 시사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허용은 역대 정권 중 가장 심각한 재벌특혜이자 정경유착 사례”라며 “재벌기업 건물 하나 짓자고 수십만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국가안보를 희생시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허용키로…서울공항 활주로 조정 대안 마련
▶안전성·교통난 검증 미흡 ‘불안한 112층’
▶[사설]‘제2 롯데월드’ 허가 재고하라
■2009년 1월12일: 여당도 반대하는 제2롯데월드
국회 국방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문제를 긴급 현안으로 다룹니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국방부와 공군이 갑작스레 방침을 바꿔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키로 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야당의 공청회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등과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찬성했습니다.
▶“빌딩 지으려 활주로 튼 사례있나”
■2009년 3월31일: 결국 최종 확정된 제2롯데월드 건립
2009년 4월 정부의 허가 이후 터파기 공사에 들어간 제2롯데월드 부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부는 2009년 3월31일 논란을 거듭하던 서울 잠실 제2롯데 월드 건축을 허용하기로 최종 확정했습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 주재로 민관합동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제2롯데 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 이는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경우 비행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의 의견을 수용, 제2롯데 월드 건축을 불허했던 2007년 7월 행정협의조정위 본회의의 결정을 2년 만에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국무총리실은 “제2롯데 월드 사업비는 외자 10억달러를 포함해 1조7000억원이고, 롯데 측은 2만3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제2롯데 월드 신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제2롯데월드 신축 확정 논란
■2010년 11월11일: 행정절차도 마무리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서울 송파구는 2010년 11월11일 롯데그룹이 신청한 제2롯데월드 신축을 최종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로 인한 잠실역 일대 교통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송파구과 협의를 거쳐 잠실역 사거리 버스환승센터와 제2롯데월드, 석촌호수간 지하차도 건립비용과 탄천동 지하도로 사업에 총 1800억원을 투입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롯데그룹 측은 “그룹 숙원 사업을 위한 행정절차가 모두 마무리돼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동북아 랜드마크로서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123층’ 제2롯데월드 최종 승인
지난해 12월22일 오후 경기 성남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잠실 제2롯대월드 건물과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둘러싸여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그리고 2010년 10월 착공한 제2롯데월드는 현재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최은영 한진해운 전 회장, 영장 기각 614 경향
주식 매도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의혹을 받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54·유수홀딩스 회장·사진)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김선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밤 최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에 의하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보인다”면서도 “다만 피의자가 범죄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기는 하나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을 더해 보면 피의자 구속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을 밝혔다. 법원은 또한 “피의자 신분과 가족관계에 비춰보면 도주 우려가 없어 보이고, 이미 검찰에 의해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2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억원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최 전 회장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회장과 두 딸은 지난 4월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97만주를 약 30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한진해운이 4월22일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했고,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최 전 회장과 두 딸은 이 과정에서 10억원 정도의 손실을 회피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8일 검찰 조사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빼박캔트’? 국민의당 해명이 설득력 없는 이유 613 미디어오늘
"2억은 리베이트 아닌 홍보 자문 대가" 주장하지만 허위 계약서 작성은 의문… “관행이고 착각”이라고?
국민의당에서 13일 김수민 의원과 박선숙 의원이 개입됐다고 알려진 리베이트 의혹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진상조사단 단장은 이상돈 최고위원, 진상조사단 위원으로는 박주선, 김경진, 김삼화 의원이 참여한다.
이날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에서 “선관위 고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하고 이후 조사 여부를 확대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1차적으로는 계약관계를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면담하는 방식으로 종합적 검토를 하면서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이 조사할 대상인 선관위 고발 사건에는 선거공보 제작업체(브랜드호텔)이 김수민 의원에게 1억원 대의 사례금을 제공한 건과 TV광고 대행업체가 당 홍보TF(테스크포스)에 현금을 제공한 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선관위가 고발한 2개의 혐의에 더해 김수민 의원에 대한 공천 문제로 조사가 확대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손금주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공천과정도 수사범위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은 리베이트가 있었는지 여부부터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김수민 의원과 박선숙 의원에 대한 당사자 조사에 대해서도 손금주 대변인은 “선후관계를 정리하고 이후에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사진=포커스뉴스
앞서 국민의당은 선거홍보비로 선거공보 제작업체와 TV광고 대행업체에 30억 이상을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두 업체는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던 홍보업체 ‘브랜드호텔’에 2억원 대의 사례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 측은 사례금으로 받은 2억원이 리베이트가 아닌 홍보 자문을 하는 등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김수민 의원의 스승이자 브랜드호텔 임원인 숙명여대 김모 교수는 브랜드호텔이 당시 비례대표 공보물의 디자인과 공보물 슬로건(‘1번과 2번에겐 기회가 많았다. 여기서 멈추면 미래는 없다’)까지 만들었고 TV광고 대행업체에 방송광고 기획도 직접 했기 때문에 사례금이 아닌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여전히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문제로 남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홍보 업체들은 선관위의 자료 요구 이후에 계약서를 썼고, 심지어 맥주광고를 내용으로 한 허위계약서를 썼다. 선관위는 이를 리베이트를 위한 허위계약서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에 참여하는 김경진 의원은 13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관행’이며 ‘착각’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의원은 ”디자인이라든지 홍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계약서를 중시하지 않는다“라며 ”구두로 계약을 하고 돈이 오가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또한 맥주광고라고 계약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착각에 의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오히려 선관위가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사건으로 사례금이 당으로 흘러가면 불법정치자금이 되는 막중한 사건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지 않은 채 고발을 했다는 것이다.
김경진 의원은 “브랜드호텔 통장으로 들어간 돈의 사용자가 당으로까지 왔느냐 안왔느냐가 범죄 혐의 유무를 결정적으로 가를 것인데 전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발을 했다”며 “의도를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부주의한 업무가 저희 당에 또 김수민 의원까지 상당한 상처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경진 의원은 이번 사건이 당 내부인의 투고라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정배 공동대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박 원내대표. 사진=포커스뉴스
이번 리베이트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당은 큰 타격을 입게됐다. 13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주간정례조사에서 국민의당은 1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총선 이후 20%대의 지지율을 유지했던 국민의당은 6월 이후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 의지 표출에 10%대로 지지율 하락을 겪었고, 6월 중순 리베이트 의혹으로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지율도 12%로 리베이트 수수의혹 보도가 본격화된 10일부터 하락세에 있다.
“내 가족이 그랬더라도 어떻게 감싸고도나”
[르포]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정적에 휩싸인 사건 현장
전남 신안군의 한 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도와 함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대표적인 경승지(景勝地)로 손꼽히는 곳이다. 울창한 산림으로 섬 인근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 있어서는 안 될 범죄가 일어났다. 학부형 2명과 마을주민 1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것이다.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법한 인구 5000명이 채 되지 않는 섬에서, 그것도 자기 자식을 맡긴 교사를 학부형이 주도해 ‘계획적’으로 성폭행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에 국민적인 공분이 터져 나왔다.
분노는 피의자들을 넘어 이 섬을 향했다. 신안군청 홈페이지는 밀려드는 네티즌들의 민원으로 수차례 다운됐고, 일각에서는 관광은 물론 신안군 특산물인 소금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섬 주민들은 물론 군 의회까지 나서 부리나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섬을 향한 분노는 수그러들 기미조차 없다. 언어폭행에 가까운 무차별적인 비난에 추측성 의혹까지 줄을 이으면서 이 섬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서해 최남단에 위치한 외딴섬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중심에 있다.
경찰 “은폐 의혹은 근거 없는 루머”
기자가 이 섬으로 향한 6월8일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해 있을 때였다. 이번 사건은 목포경찰서가 수사를 맡고 있다. 경찰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것은 사건 직후인 5월22일이다. 증거물인 옷과 이불, CCTV 영상과 통화내역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었다. 실제로 경찰은 6월10일 피의자 3명을 강간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피의자들은 6월4일 구속됐는데, 당시만 해도 강간치상이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유사강간과 준강간 혐의를 받았다.
국민적인 분노가 집중된 사건이다 보니 경찰도 여러 가지 오해를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지 경찰이 사건을 은폐 내지는 축소하려고 했다는 루머였다. 목포경찰서 소속 A 경찰관은 “해당 파출소 직원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는 얘기가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피해자가 현지 경찰관을 믿지 못해 그 섬에서 홀로 나와 목포경찰서에 직접 사건을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피해자는 5월22일 112를 통해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현지 파출소 경찰관들이 즉각 출동해 옷과 이불 등 증거물을 직접 확보했다. 또한 피해자를 파출소로 데려와 보호했고 목포로 나오는 배에도 동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안경찰서에서 사건을 덮으려고 해서 목포경찰서에 왔다는 얘기가 있는데, 신안경찰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신안군민들이 신안경찰서 신설을 촉구해왔지만 예산문제 등으로 설립되지 않았고, 신안군은 목포경찰서가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것은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가량 지난 후였다.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사건발생 다음 날인 5월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와주세요. 여자친구가 윤간을 당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공표하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A 경찰관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인 5월27일 피해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영장을 기각했다”면서 “경찰은 신속한 초동수사로 증거물을 확보하는 등 사건 발생 직후부터 범행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관광객 “성폭행 모른다…알았어도 상관없다”
서울에서 KTX로 2시간30여 분을 달려 목포에 도착한 후 다시 뱃길로 2시간을 가면 이 섬에 닿을 수 있다. 목포에서 이 섬으로 가는 배편은 하루에 2~3회 정도 운항 중이다. 여행객들에게는 천혜의 해양 관광지로 알려진 곳답게 연간 관광객이 2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객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6월8일 이 섬으로 가는 쾌속선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넘쳐났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단체여행을 온 사람들로 초등학생부터 5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장난치기에 바빴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가수 이미자의 히트곡 《흑산도 아가씨》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섬마을 성폭행 사건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었지만, 이 배 안에서는 당혹감이 들 정도로 밝은 분위기가 흘러 넘쳤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단체여행을 왔다는 60대 B씨에게 섬마을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 묻자 “신문을 통해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일어난 건지는 몰랐다”면서 오히려 자세한 자초지정을 되물었다. 함께 여행을 온 C씨는 “어디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다”면서 “그렇다고 여행이 꺼려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런 패륜범죄는 도시에서 더 발생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제의 섬 항구는 관광객을 태우려는 관광버스와 밴택시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배에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은 버스와 택시에 나눠 타고 순식간에 항구를 떠나갔다. 시끌벅적했던 항구가 30여 분 만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항구에는 2~3개의 모텔과 음식점이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단체관광객이 떠나면 일찍 문을 닫았다. 이 섬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유배지였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정적이었다.
6월9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섬 지역 교사들의 거주여건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전남 신안군을 방문했다.
지역주민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
섬에서는 또 다른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 성폭행 사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침묵이 그것이다. 이번 사건을 크게 개의치 않았던 관광객들과 달리 주민들은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항구 인근에 있는 여관이나 음식점 주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묻자 하나같이 “잘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술자리가 벌어졌던 횟집이나 심지어 학교의 위치에 대해서도 한결같이 “모른다”는 답변만 했다. 사건 자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어렵게 입을 연 항구 인근 식당 주인은 “(이 사건에 대해) 외지인, 특히 언론에 말하는 것이 두렵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주민들이 피해자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을 봤다.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주민으로서 더 부끄럽고 죄송스럽기만 하다. 내 가족이 그런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감히 감싸고 돌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사건이 벌어진 관사는 피해자가 근무하는 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는 항구 오른편으로 2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관광객으로 붐비는 항구와 전혀 다르게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다. 피의자들이 피해자에게 술을 먹인 횟집은 항구 왼편에 위치하고 있다. 피해자는 동료교사들과 홍도 여행을 가기로 했으나 표를 구하지 못해 5월21일 저녁에 이 섬 항구에 도착했다. 관사로 들어가기 전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곳이 항구 인근에 위치한 피의자가 운영하는 횟집이다.
여기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도 감지됐다. 실제로 성폭행 사건 피의자의 가족은 일부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지난 6월4일 법원에 제출했다. 관사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탄원서를 냈다는 얘기만 들었다. 나는 서명한 적 없다”면서도 “(서명을 해준 사람들은) 서로 평생을 알고 지내온 처지인데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어서 마지못해 해준 게 아니겠느냐. 죽을죄를 저질렀지만 그 사람들도 다 가족이 있고…”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관사의 방범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변변한 울타리는 물론 CCTV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관문은 철문으로 돼 있지만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식 도어락이 아닌 열쇠로 열고 닫는 수동식 문이었다. 방범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방범창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관사에 CCTV가 있었더라면, 이번 사건 같은 대담하고 뻔뻔한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목포경찰서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이 섬의 문제라거나 섬마을 등 벽지의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섬이라는 공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최소한의 방범시설이라도 갖춰져 있었다면 범행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人面獸心(인면수심)’ 성폭행범들 사전에 범죄 공모했나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당일 행적을 통해 본 공모 가능성
주말이면 관사 텅 빈다는 사실 알아
수사가 진행되면서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범죄 행태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피의자들이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여교사의 부푼 꿈을 어떻게 짓밟았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피의자들은 주장하고 있지만 정황을 놓고 볼 때 사전에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
범행 공모 여부는 죄질과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검찰에서도 이 부분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들의 행적을 되짚어 보면 피의자들 주장대로 우발적인 범죄인지 아니면 사전에 범죄를 공모했는지 여부를 짐작해볼 수 있다.
피해여성 A 교사는 지난 3월 신안군의 한 초등학교에 부임한 새내기 교사다. 자신의 꿈을 펼칠 첫 부임지라 기대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섬 생활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특히 현지 주민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면 학교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성폭행범들은 이러한 A 교사의 처지를 악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 박씨와 이씨는 서로 ‘삼촌’ ‘조카’라고 부를 만큼 막역한 사이고 김씨도 평소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누군가 평소 A 교사를 노리고 범행 기회를 엿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그날 술자리를 갖게 된 과정부터 상식적이지 않다. 범죄 현장인 관사는 학교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평일에는 A 교사를 비롯해 교장과 남자교사 등 4명이 사용했다. 하지만 주말에는 모두 가족을 만나러 육지로 나가기 때문에 관사는 텅 빈다. 사건이 발생한 5월21일 토요일에도 관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전날인 5월20일 금요일 모두 섬을 빠져나갔다.
A 교사도 여느 때처럼 금요일 수업을 마친 후 육지로 나갔다가 토요일 오후 목포에서 마지막 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왔다. 5월22일 일요일 동료교사 등과 홍도 여행을 약속했는데 표를 구하지 못해 예정보다 일찍 복귀했다고 한다. A 교사는 관사에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선착장 인근에 있는 박씨의 식당을 찾았다.
박씨는 다른 일행들과 야외 테이블에서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그는 다른 교사들이 육지로 나가 관사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A 교사 혼자 섬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식사를 하러 온 A 교사에게 접근해 술을 권했다. 평소 술을 즐겨 하지 않던 A 교사가 거절하자 선원들을 시켜 술을 권하기도 했다. 뒤늦게 합류한 이씨도 A 교사에게 술을 권했다. 주말이라 관사에 아무도 없고 A 교사 혼자 섬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처음부터 범행의도를 갖고 술을 먹인 게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나리오 짜놓은 듯 연이어 범행 저질러
계속 뿌리칠 수 없었던 A 교사는 한두 잔씩 술을 받아 마셨다. 박씨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인삼주까지 가지고 나왔다. 인삼주를 10잔 넘게 마신 A 교사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했고 식당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술자리는 1시간 정도 더 이어졌다. 밤 11시쯤이 돼서야 박씨는 A 교사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관사로 데려갔다.
박씨는 정신을 잃은 A 교사를 등에 업고 관사 안으로 들어가 방에 눕힌 후 본색을 드러냈다. 만취해 잠든 A 교사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고 만행은 20여 분에 걸쳐 진행됐다. 박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만졌다”고 주장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씨가 관사를 나간 후 이번에는 이씨가 A 교사의 휴대전화를 들고 나타났다. 박씨의 차가 동네 어귀를 벗어나자 관사로 들어가 쓰러져 있던 A 교사를 성폭행한 것이다.
이씨는 경찰에서 “A 교사가 휴대전화를 식당에 놓고 간 것을 가져다준 것이다”고 했지만 이 또한 곧이곧대로 들리지는 않는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그가 휴대전화를 발견해 A 교사에게 가져다주려고 관사를 찾아갔더니 마침 박씨가 관사를 떠난 직후였다는 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씨가 경찰에서 “관사를 찾지 못해 박씨의 차량이 관사를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고 증언한 부분도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섬 마을 주민이 식당에서 2km 남짓한 관사로 가는 길을 몰랐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또 다른 성폭행범 김씨가 식당으로 돌아가는 박씨에게 전화를 건 시각도 절묘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씨는 전화통화에서 “이씨가 무슨 큰일을 저지르는 것 같으니 관사에 좀 가봐라”고 김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관사로 간 김씨는 A 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자신도 성폭행을 자행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관사를 나왔던 이씨가 재차 들어가 A 교사를 또 성폭행했다. 이러한 세 사람의 만행이 마치 시나리오를 짜놓은 듯 차례차례 진행된 것이다.
이들의 대담하고 치밀한 범행을 보면 여죄가 의심되기도 한다. 실제 김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지난 2007년 대전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의 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DNA가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DNA와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 가능성이 크다. 201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3년 반 동안 성범죄자 중 5400여 명이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더욱 철저해야 하는 이유다.
검찰, 김앤장-SK-이마트를 살렸다 613 프레시안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려 한다는 소식에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이들과 함께해온 환경, 시민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서 가해 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 등은 쏙 빠졌기 때문이다. 또 옥시와 '짜고 치는 고스톱' 식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 연구를 조작, 왜곡했던 서울대학교, 호서대학교 교수는 모두 구속하면서도 이를 진두지휘한 로펌 김앤장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또 직무 유기 등의 혐의로 정부 관련자도 소환 조사를 벌일 만한데도 소식 감감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검찰 수사를 보면 (염화)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기업들은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에 대해서 검찰은 정부가 사건원인을 규명하는 역학 조사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한 결과 이들 성분은 폐 섬유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에 근거해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검찰이 이런 근거로 수사하지 않았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판단이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별 피해자 현황(1, 2차 조사, 판정 기준)'을 보면 CMIT/MIT 성분을 사용한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만을 사용한 피해 신고자 가운데 1단계 2명과 2단계 1명 등 사망 피해자 1명을 포함한 3명에 대해 폐 손상을 인정해 정부 지원금 대상으로 판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조사, 판정 결과에 따라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① '악마의 변호사' 김앤장, 이렇게 움직였다
② 나는 악마와 거래한 '청부 과학자'입니다!
③ 가습기 연쇄 살인범, 환경부 탓에 놓칠 뻔!
④ 가습기 살균제, SK 책임은 없나
⑤ 가습기 연쇄 살인, 일본에서 일어났다면…
⑥ 가습기 연쇄 살인, 왜 한국만 당했나?
⑦ 의사들은 왜 가습기 연쇄 살인을 못 막았나?
⑧ 옥시와 합의를 권한 판사는 누구인가?
⑨ 가습기 살균제, 산자부가 웃는 이유는?
⑩ 또 기레기, "홍수종은 '가습기 의인' 아니다!"
⑪ 폐를 들어낸 국가 대표 배구 선수, 보상은 '0원'
애경, 이마트 제품 피해자 사망 26명 포함 최소 71명
CMIT/MIT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함께 사용한 피해 신고자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폐 손상 간의 인과 관계를 인정해 1, 2단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애경 제품 55명(사망 18명), 이마트 제품 16명(사망 8명) 사망자 26명을 포함해 모두 71명이 폐 손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검찰이 이들 회사에게 가습기 살균제 완제품을 만들어준 SK케미칼을 포함해 이들에 대해서 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즉각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수사하고도 반쪽 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특별 검사를 임명해 검찰이 손을 대지 못한 이들 기업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도록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게 될 것이다.
2011년 봄 어린이와 산모들의 잇단 죽음으로 이어진 원인 모를 중중 폐 손상의 범인을 하루빨리 잡기 위해 역학 조사와 동물 독성 실험이 잇따라 이루어졌다. 당시 최대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역학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것과 이를 뒷받침하는 동물 독성 실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으뜸의 길은 사람에게서 일어난 질병의 증상 등을 토대로 원인 인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동물 실험은 이 과정에서 보조적인 구실을 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은 장기의 구조와 생리적 현상이 다르고 특히 하등 동물일수록 더욱 그렇다. 실험 쥐(rat)나 실험 생쥐(mouse)에서 독성이 나타나더라도 사람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와 반대로 실험 동물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사람에게서는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를 보면 인공 감미료 사카린은 쥐에게서는 발암성을 보인 반면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서는 발암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기형아를 양산한 탈리도마이드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기형 유발성이 없었으나 침팬지와 사람에게서는 심각한 기형 유발이 나타나 최악의 약화 사고를 일으켰다.
독성 전문가, PHMG 등에 초점 맞추다 다른 성분 독성 논의 소홀 후회
당시 역학, 독성 연구에 참여한 독성 전문가들은 2011년 산모, 어린이 연쇄 사망의 원인을 하루빨리 국민에게 알려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CMIT/MIT의 동물 실험 결과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정밀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즉 PHMG와 PGH 제품의 시판을 막기 위해 시급히 조치를 해야 한다는 논의에 큰 관심을 두다 보니 당시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CMIT/MIT 동물 실험의 미비점과 한계에 대한 토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CMIT/MIT 등에 대한 추가 연구와 종합 독성 평가 등을 하지 못한 채 발표를 하다 보니 마치 이들 물질은 폐 손상을 포함한 건강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는 화학 성분처럼 잘못 비쳐졌다고 덧붙였다.
독성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백서>에서 CMIT/MIT 성분은 농약으로 쓰이는 유독성 성분이며 이를 미국 환경청과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EU SCCS)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물질의 독성에 대해 급성 독성이 높으며 피부 및 안구 자극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급성 독성은 흡입, 경구 피부 등 모든 투여 경로에서 단일 물질로 투여하는 것보다 CMIT에다 MIT를 3대1 비율로 혼합해(SK케미칼이 만들어 애경 등에 납품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투여하면 독성이 더 높아진다고 백서는 소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인체 발암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특히 CMIT/MIT 성분은 부식성이 강하며 흡입 시 최초로 노출되는 코 부분에 염증을 일으켜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비염 증상이 나타나고 그 밖에 호흡기도(氣道)가 주요 피해 부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적 판단하는 검찰이라면 SK, 애경, 이마트 당연히 수사해야
백서와 전문가들의 증언, 그리고 정부의 1, 2차 판정 결과를 종합하면 CMIT와 MIT는 폐 손상을 비롯해 코, 호흡기 등 다양한 기관에 악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임을 알 수 있다. 애경, 이마트 제품 등을 사용한 피해자와 피해 신고자들도 이들 제품을 사용하고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는 정상적 판단을 하는 검찰이라면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검찰 수사가 PHMG와 PGH를 넣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만들어 판 기업과 그 관련자에 대해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에 앞으로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회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피해자 단체와 환경, 시민 단체의 시위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도 앞으로 이 부분과 관련해 보도의 초점을 맞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CMIT와 MIT 성분의 제품을 제조, 판매해 피해자를 양산한 기업에 대해서 형사고발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문제 해결에 대해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까지 가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612 시사저널
글로벌 해적으로 등장한 중국 어선의 글로벌 불법 조업
한때 바다의 무법자가 해적이었다면 아마도 지금은 이들일 겁니다. 연평도 어민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한 사건을 계기로 중국 어선의 행타를 질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그러든 말든 매일 300여척의 중국어선은 우리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둥둥 떠다닙니다. 이유는 당연히 불법조업 때문입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6월9일 오전 7시를 기준으로 316척의 중국어선이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13억명의 중국인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바다위의 경계는 이들에게 무의미할 뿐입니다. 이들을 잡기 위해 어떤 나라들은 나포하고, 도망가는 배를 격침도 시키며, 심지어는 잡은 배를 폭파시키기도 합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인 남미의 아르헨티나에 중국 어선이 등장했습니다. 올해 3월14일의 일입니다.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가 순찰 중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쪽 1300km에 위치한 푸에르토 마드린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경고를 하며 정지를 요구했는데 중국어선이 격렬하게 저항하며 도주한 모양입니다.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의 선택은? 이들은 중기관총을 중국어선으로 향해 발사했고 중국어선은 그렇게 격침돼 바다 속으로 수장됐습니다. 중국인 선원 32명은 아르헨티나 경비대와 다른 어선에 의해 모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중국어선의 선장은 구속돼 사법 기관에 넘겨졌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일 수도 있는데도 국제사회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군사력 행사에 대해 그다지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지지하는 여론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자국 어선이 격침됐는데도 중국 정부 역시 보복의 말조차 제대로 취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어선은 왜 저 멀리 아르헨티나까지 가야 했을까요. 중국언론은 "중국 근해의 해양 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습니다. "먼 바다에서 적지 않은 어선이 불법조업의 재미를 맛보면서 이런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보다는 가까운 인도네시아의 경우 4월5일 정치적 세레머니를 바다 위에서 벌였습니다. 일종의 ‘수장식’이었습니다. 이날 바다 위에는 23척의 배가 둥둥 떠 있었습니다. 2014년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잡힌 배들인데 이 중에는 중국어선도 포함됐습니다. 23척의 배는 이날 바다위에서 폭파되며 명을 다 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폭파’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하게 된 건 중국의 대응이 한몫했습니다. 3월 인도네시아 당국은 나투나 제도 앞바다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나포해 인근 항구로 견인해오고 있었습니다. 나투나 제도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어업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어쨌든 견인하고 있는 중 갑자기 중국감시선 끼어들어 중국 어선을 탈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어선이 도주한 건 아니지만 일부는 중국 남부로 귀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어업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나투나 제도의 경우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어선들은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확실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중국의 해역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선원들을 옹호했습니다.
그 이전에 잡힌 불법조업어선의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가 폭파 등의 방법을 사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자 의회를 중심으로 “저자세다”라며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2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4년 취임할 때 인도네시아 어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폭파라는 수단이 사용된 셈입니다. 지금 인도네시아 정부는 나투나 제도의 도발에 대비해 해병대 특수부대 1개 대대, 호위함 3척, 신형 레이더 시스템, 무인항공기, F16 전투기 5대를 파견할 방침입니다. 중국어선이라는 글로벌 해적에 중무장으로 대응하는 셈입니다.
중국어선이 이처럼 멀리까지 나서 위험을 무릅쓰는 배경에는 세계 최대의 해양자원 소비국이라는 배경이 작동합니다. 중국인의 1인당 생선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수요 증가분을 그동안은 양식업으로 조달해 왔지만 그만큼 어획량도 압도적이었습니다. (2012년 기준 중국 1390만톤, 인도네시아 540만톤, 미국 510만톤, 일본 360만톤, 인도 330만톤)
하지만 남획과 오염으로 중국 연안어업은 고사 직전이 됐습니다. 중국어선의 진출로 어업자원의 고갈은 점점 확장됐는데 세계 어획량의 10%를 차지하는 남중국해 연안어장도 지금은 1950년대와 비교하면 5~30%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중국어선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점점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묵인도 한몫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식량 안보가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어업을 중요한 고용시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 어업의 고용자수는 약 1400만명에 달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중국 남부의 하이난의 한 항구를 방문했는데 어업인들에게 "더 큰 배를 만들고 더 먼 바다로 나가 더 큰 물고기를 잡아오라"며 격려했습니다. 지금도 중국 정부는 새로운 선박과 연료, 항행 보조 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중국어선이 중국 정부의 확장주의의 도구가 됩니다. 중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남중국해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처럼 분쟁 해역에 다수의 중국어선이 흔하게 존재하면 그것은 곧 ‘중국의 바다’라는 현실이 되며 영유권이라는 개념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어선이 이용된 과거가 있습니다. 1974년 무장한 트롤어선 선단이 당시 파라셀 제도 남쪽에 위치한 남베트남 정부의 섬을 빼앗은 적이 있습니다. 남중국해의 다른 곳에서는 필리핀을 상대로 비슷한 전술을 채택하고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30대 보고서 613 매경이코노미
공자는 나이 서른을 ‘이립(而立)’, 즉 ‘스스로 뜻을 세울 때’라고 칭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자립한 30대는 한국 사회의 든든한 주축이었다. 대기업 취직도 어렵지 않았고,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열심히 저축만 하면 거뜬히 내집마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 30대는 다르다. 어느 세대보다 나약해졌다. 결혼, 내집마련은커녕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취업조차 어려운 세상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직장에 들어가도 ‘저녁이 없는 삶’에 시달린다. 매서운 구조조정 바람에 자칫 직장을 잃을까 불안에 떤다. ‘늦깎이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흔하다. 막상 결혼을 해도 30대가 맞닥뜨린 삶은 만만찮다. 서울 시내 아파트 구입은 언감생심. 전셋집 하나 마련하는 것도 힘들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30대 삶을 들여다봤다.
■ 30대 실상 들여다보니
대출 갚느라 소비 줄이고 저축 꿈도 못꿔
어렵게 취업해도 구조조정 바람에 불안
# 대기업 직장인 최준호 씨(가명·37)는 연초부터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대학 졸업 후 번듯한 대기업에 입사했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아내와 결혼해 어여쁜 딸도 얻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이지만 그는 “삶이 힘들고 재미없다”고 말한다.
“평일엔 밥 먹듯이 야근하고, 아내와 맞벌이까지 하지만 통장 잔고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매달 전세 대출 이자에 딸 키워주시는 장모님 생활비, 카드값 빠져나가면 월급 받아 남는 게 거의 없어요. 내집마련 희망은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해봤자 경쟁이 워낙 치열해 임원 되는 건 꿈도 못 꿔요. 아무 걱정 없이 훌쩍 여행이나 떠나고 싶네요.”
30대는 원래 청년에서 기성세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이었다. 가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가사에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는 내용이 담긴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요즘엔 30대도 취업난을 겪으면서 여전히 ‘머물러 있는 청춘’인 경우가 많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취업 지원 사업 혜택을 받는 청년 기준을 기존 15~29세에서 15~34세로 올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취직해도 직장생활부터 만만찮다. 대리, 과장급으로 한창 일할 나이지만 재계 구조조정 바람에 휘말려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고민이다. 앞날이 막막하지만 결혼 후 자녀 양육까지 짊어져야 해 여가는커녕 건강을 챙길 여유조차 없다. 대한민국 30대의 삶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팍팍한 이유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도 아니다. 매경이코노미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30대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어려움’(42.7% 응답)이었다. 30대들은 갈수록 치솟는 집값에 내집마련은커녕 아파트 전셋집 하나 구하기도 벅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5억5130만원. 지난해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356만2900원인 걸 감안하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2.9년을 모아야 겨우 집 한 채 장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남들 다 한다는 결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60년에는 30대 인구 중 미혼율이 2.1%에 불과했지만 2010년 39.9%로 높아졌다. 30대 10명 중 4명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혼 연령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32.6세, 여성은 30세(2015년 기준). 한때 30세가 넘으면 노총각, 노처녀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아직 젊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 ‘맘에 드는 짝도 없는데 억지로 결혼할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대출 부담 허덕이면서 소비 지출 급감
초혼 연령 높아지고 결혼 비율 떨어져
30대 미혼자 중에선 혼자 식사하고 여가를 즐기는 이른바 ‘혼족(나홀로족)’이 넘쳐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1%를 차지했다. 혼자 살고 혼자 즐기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30대 혼족은 다양한 SNS를 활용하면서 지인들과 관계를 다져나가는 덕분에 굳이 오프라인 만남 없이도 외롭진 않다.
공기업에 다니는 정 모 씨(32)는 대표적인 ‘혼족’이다. 미혼이면서 서울 도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그는 나홀로 맛집을 찾아다니며 식사를 즐긴다. 주말에 혼자 영화 보고 저녁엔 호프집에서 술도 마신다. 저축은 전혀 하지 않고 결혼도 포기한 지 오래다. 정 씨는 “나홀로 여가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결혼 후 내집마련, 자녀 양육에 시달리는 친구들을 보면 굳이 결혼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재테크할 돈으로 해외여행 다니며 현재를 즐기는 게 나을 듯싶다”고 털어놨다.
혼자 여가 시간을 보내는 30대는 출판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손님이기도 하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도서 구매 고객 중 가장 많은 38.6%가 30대였다. 특히 30대 여성 구매율이 27.3%로 30대 남성(11.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30대는 어떤 책을 읽을까. 주로 ‘힐링서’와 ‘자기계발서’가 많다. 올 들어 5월까지 예스24 집계 결과 30대가 가장 많이 구입한 책은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이 책은 나 자신과 세상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을 담은 대표적인 힐링서다. ‘미움받을 용기’(2위), ‘5년 후 나에게 Q&A a day’(6위),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8위), ‘법륜 스님의 행복’(9위)도 힐링서 아니면 자기계발서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가 자기계발에 몰두하면서도 삶에 지쳐 힐링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자금력 있는 30대는 주택 매매 시장에 적극 뛰어들기도 한다.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전세금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저금리로 돈을 빌려 아예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올해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는 전체 계약자 중 30대 비중이 36%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30대 가구 대부분이 거액의 부채를 안고 집을 산다는 사실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30대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0년 117.7%에서 2014년 127.8%로 무려 10%포인트 뛰었다. 대출 부담에 시달리다 보니 자연스레 씀씀이를 줄이면서 삶의 질은 더 팍팍해진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거주하는 이 모 씨(38)는 가족들과 ‘무지출 운동’에 나섰다. 아예 지출을 하지 않을 순 없지만 최대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신혼 때만 해도 주말마다 동해안, 남해안 등 전국 곳곳을 여행 다녔지만 최근엔 주로 한강공원에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 꼭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때그때 온라인으로 소량만 주문한다. 집에선 ‘냉파(냉장고 파먹기)’ 즉 냉장고 속 재료만 가지고 반찬이나 요리를 해먹는다. 이 씨는 “이대로 가다간 은행 대출금을 영원히 못 갚을 것 같아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있다. 대출 부담이 사라질 때까진 이런 생활을 꾸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30대는 이전 세대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고 스펙도 뛰어나지만 그만큼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한다는 불만도 많다.
“현재 50대의 대학 진학률이 15%라면 30대는 70%에 육박한다. 이전 세대보다 자유롭고 세계화, 디지털화된 세대라 스펙은 물론 잠재력도 뛰어나다. 그럼에도 취업이 안 된 이들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가 돼버렸다. 어렵게 취업한 30대들도 직장에서 그들의 가치나 문화가 용인받기보다는 이전 세대 눈치를 보며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 답답해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혼술’ ‘혼밥’ 즐기는 나홀로族 전성시대 결혼 필수아닌 선택…덕후인생 ‘좋아요’
한 스몰비어 매장에서 30대들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직장보단 개인의 일상에 우선순위를 두며, 3명 중 1명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캥거루족(族).’
매경이코노미가 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30대는 4050세대로 넘어가기 전 공격적인 투자로 자산을 불려야 할 때다. 하지만 사실상 재테크와 담을 쌓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적지 않았다. 저성장, 저금리 고착화로 급변하는 경제, 산업 패러다임이 30대 개인 일상까지 깊이 파고든 결과로 보인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30대는 행동적 특성을 보면 자기중심적이고 즉흥적인 세대다. 이는 사회 구조적으로 앞선 세대와 달리 미래를 예측하면서 현재를 계획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즉흥적인 건 30대에게 오히려 합리적인 것이 됐다”고 진단했다.
▶일보단 개인생활이 중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 언감생심, 응답자 62% “예적금 의존”
국내 굴지의 S그룹 7년 차 직장인 임 모 씨(33). 임 씨는 최근 연차를 내고 IT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회사 3곳의 면접을 보고 왔다. 임 씨의 세전 연봉은 6000만원이 넘는다. 스타트업으로 옮기면 급여는 반 토막 나고, 복지는 턱도 없다.그래도 임 씨는 평소 하고 싶었던 문화콘텐츠 서비스 업종으로 이직해볼 작정이다. 그는 “치열한 사내 정치에 경쟁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 계속 버틸 자신이 없다. 만 6년이 넘는 근무기간 동안 주말 이틀 다 쉰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더 늦으면 옮길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설문에서 30대에게 현 직장생활 만족도를 물어봤더니 ‘만족한다’는 답은 28.1%에 불과했다. 26.6%는 임 씨처럼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비율도 45.3%로 나타났다. 연소득 3000만~5000만원 미만, 5000만~7000만원 미만 등 소득이 꽤 높은 이들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거나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이 무려 70~80%에 육박했다.직장생활 불만족 요인으로는 ‘낮은 연봉’을 꼽은 비율이 4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끊임없는 야근에 따른 개인 시간 부족(16.5%), 적성 불일치(13.5%), 상사와의 갈등(13%), 과다한 업무 강도(12%) 등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요인도 50%를 넘었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직장생활보다 개인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64.3%나 됐다. 직장 선호도를 가르는 요인으로는 정년 보장(31%), 적성(26.4%), 연봉(16.5%), 정시 출퇴근(15.8%), 육아휴직 등 복지(10.3%)순으로 나타났다. 정년 보장이 최우선 순위에 든 것은 조선, 해운을 비롯한 주요 산업군에서 구조조정이 잇따르자 30대도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연매출 100억원대인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삼성,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대기업 기획, 재무 등 소위 잘나가는 부서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들의 입사 지원서가 월 50여건씩 들어온다. 대기업처럼 높은 연봉, 복지는 기대할 수 없고, 대기업보다 야근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수차례 의지를 되묻지만 생각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조직에서 한참 일할 나이인 30대 직장인들이 이렇게 이직을 타진하는 걸 보면 대기업 성장이 구조적인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한참 저축할 나이인 30대의 재테크 성향은 어떨까.
투자 전문가들은 “30대에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30대 비율은 극히 낮았다. ‘재테크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18%나 된 반면 주식, 부동산, 채권 등에 투자한다고 답한 이는 16.6%에 불과했다. 전체의 62.2%는 예적금으로만 돈을 굴리고 있었다. 사실상 30대 대부분이 ‘재테크 포기족(族)’으로 전락한 셈이다. 30대의 76.1%는 “월소득이 적고, 현재 생활비만으론 생활이 빠듯하다”고 답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교를 나와 서울 소재 한 중견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이 모 씨(35)가 바로 이런 경우다. 8년 차 직장인 이 씨는 한 달 25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아도 혼자 쓰기에는 모자람 없는 수준의 월급이지만 이 씨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에는 투자할 엄두를 못 낸다. 250만원을 받아 원룸 월세로 60만원 내고, 남은 돈에서 학자금 대출 원리금 월 50만원, 마이너스통장으로 일부 충당한 원룸 보증금을 갚는 데 월 30만원 정도 나간다.
“대부분 중소·중견기업 직원들은 각종 식대, 교통비 등을 자비로 해결해야 할 때가 태반이다. 이 돈까지 빼고 남은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아무리 쥐어짜도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엄두를 못 내겠다.” 이 씨의 토로다.
30대가 재테크에 소극적인 배경으로는 낮은 금융지식 수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감독원이 2014년 8월부터 12월까지 성인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이자율, 원금 보장, 예금자보호제도, 물가 상승률 등 금융·경제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했더니 사실상 ‘금융 문맹’에 가까운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금융감독원은 조사에서 나타난 정답률을 계층별로 지수화해 비교했는데 30대는 69.6점으로 고령자(58.1점)보다는 높았지만 40대(71.3점)보다 오히려 뒤처졌다.
재테크엔 소극적이지만 자기를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30대 응답자의 20.1%가 “소득에 비해 다소 과하더라도 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혼자하는 취미가 좋아
3명 중 1명,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캥거루족’
중견기업을 다니다 최근 사표를 낸 조 모 씨(34). 그는 도서관에서 하루 10시간씩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수입이 끊어져 자취하던 원룸을 떠나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조 씨가 사표 낸다는 소식에 주위에선 만류하는 이가 많았다. ‘이제 시험 준비하면 언제 합격하냐’ ‘결혼은 안 하냐’ ‘돈은 언제 모으냐’며 다들 한 마디씩 했다. 그래도 조 씨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어차피 회사를 다녀도 오래 버텨야 10년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는데,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되는 게 길게 보면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야근과 회식이 많은 회사생활도 안 맞았다”며 웃어보였다.
국내 30대 남녀 3명 중 1명은 어쩌면 조 씨와 비슷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주거 형태 면에서는 그렇다. 설문 결과 ‘현재 부모와 함께 거주한다’는 응답이 30.3%로 1위다. 30대 3명 중 1명은 여전히 부모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란 얘기다. 전세로 산다는 응답이 29%로 근소하게 적었다. 이어 자가(23.7%), 월세(12.5%), 반전세(3.7%)순이다. 룸메이트, 셰어하우스 등 공동거주 형태는 0.8%에 불과했다.
내집마련에 대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62.1%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내집마련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3.5%에 불과했다. 재미있는 점은 ‘아직 고민 중’이란 응답이 24.4%로 더 많았다는 것. 이유가 뭘까. 내집마련 계획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집을 사긴 너무 부담스러울 만큼 가격이 올라서’란 응답이 63%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향후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란 응답은 4.4%에 불과했다. 신규 주택 최대 수요층인 30대 중 상당수가 주택 시장 전망보다는,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서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30대의 절반 이상(52.6%)은 현재 싱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했다 이혼한 ‘돌싱’(1.3%)도 포함한 수치다. 아직 신혼인 걸까. 결혼한 30대의 60.4%는 ‘현재 결혼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란 응답은 30%,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은 9.9%에 불과했다. 갈수록 비혼과 만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적절한 이성을 못 찾아서’(33.1%),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서’(30.8%)란 응답이 비슷하게 많았다. 눈이 높거나 돈이 없거나란 얘기. 나홀로족을 자처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결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16.2%),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불안함’(11.7%), ‘보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8.2%)란 응답을 더하면 36.1%나 된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응답도 32.4%나 됐다. ‘꼭 해야 한다’는 응답(34.4%)과 별 차이가 없다.
혼자 살면 적적할 터. 30대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역시 나홀로족다운 답이 돌아온다. ‘독서나 TV 시청, 게임 등 혼자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긴다’는 응답이 63.4%로 압도적이다. ‘술자리 등 친구와 교류’(18.2%), ‘운동’(10.2%), ‘각종 동호회나 소모임 활동을 통한 친목 도모’(4.6%)란 응답은 많지 않았다. 대인관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SNS다.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30대의 74.7%가 ‘SNS를 한다’고 답했다. SNS를 하는 목적은 ‘친구나 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52.3%로 가장 많다. 30대 중 38%는 하루 1번 이상, 18.2%는 하루 3회 이상 SNS를 한다고 답했다.
30대가 지향하는 ‘행복한 삶’은 뭘까.
‘나 자신이 행복한 삶’이란 응답이 56.5%로 압도적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23.9%)이 뒤를 잇는다. ‘건실한 가정을 꾸리는 삶’(16.1%),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2%), ‘높은 지위 등 사회적 성공’(1.5%)은 비교적 뒷전이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더 중시하는 30대의 인생관이 읽힌다.
‘헬조선’ 공감·10년 후 전망 부정적 경제 양극화와 계층갈등 해결 시급
‘헬조선, 흙수저, 개한민국, N포 세대, 만리장성스펙, 노력충’ 등.
취업난에 각종 빈부격차를 비꼰 인터넷 용어다. 요즘 젊은 세대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풍자한 말이기도 하다. 30대 중 상당수는 지금과 같은 취업난을 대부분 경험했다. 어렵게 취직했지만 그것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빨리 깨달은 세대다. 어떤 세대보다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이 이들 세대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30대의 4명 중 3명(74.3%)은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표현하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매우 공감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3명 중 1명 이상(34%)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자(71.8%)보다 남자(76.8%)가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 대한 30대의 불만은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과거엔 누구나 노력만 하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한국 사회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 가장 개선돼야 할 점은 뭘까. ‘경제 양극화 심화로 계층 간 성장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10명 중 4명(40.4%)은 이같이 답했다. ‘직장에서 과도한 경쟁에 따른 저녁이 없는 삶’(19.6%)과 ‘부담스러운 주거비용’(17.4%)이란 응답이 뒤를 이었다. 결국 30대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갈등에 대해선 10명 중 6명(59.4%)이 ‘계층 갈등’이라고 답했다. 앞에 한국 사회의 개선점을 묻는 질문과 일맥상통한 답변이었다. 지난 3월 매경이코노미는 50대를 대상으로도 같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이때도 계층 갈등(55%)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2위부터 30대와 50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50대는 이념 갈등(20.7%), 지역 갈등(12%), 세대 갈등(10.9%)순으로 답했다. 반면 30대는 이념 갈등(13.8%)과 세대 갈등(13.1%)이 비슷한 응답률을 보인 가운데 남녀 갈등(9.9%)이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다. 50대의 경우, 남녀 갈등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남혐, 여혐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30대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른 계층 대비 ‘남녀 갈등’ 문제 우려
3명 중 2명 ‘이민을 고려한다’ 응답해
이민에 대해서도 30대는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30대의 68.7%는 이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1명(11.7%)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안타까운 점은 30대 상당수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고 있다는 인식이다. 10년 뒤 한국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10명 중 4명(41.7%)은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후퇴할 것’(29.1%)이란 응답이 주를 이룬 가운데 ‘각종 악재에 시달려 3류 국가로 전락할 것’(12.6%)이란 응답도 꽤 많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0대가 되면 미래가 어느 정도 눈에 보여야 한다. 현재 30대는 그렇지 않다. 과거 세대와 달리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고 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과 미래 불안감이 설문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경 해체’는커녕 세월호 책임자들 줄줄이 승진 614미디어오늘
‘엄벌하겠다’더니 해임된 건 서해해경청장 뿐… 이춘재 경비안전국장은 ‘넘버 투’로 영전
해경을 엄벌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단 한명만이라도 살아돌아오라는 국민들의 바램이 분노로 바뀌며 무책임한 정부로 향하던 때였다. 박 대통령은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4월17일, 해경의 소극적 구조작업에 항의하는 가족들 앞에서 “조사할 것이고 원인규명도 확실하게 할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반드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했었다. 세월호 침몰 한달여 뒤인 5월19일엔 전국민이 TV를 지켜보는 앞에서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해경은 해체하고 관피아와 민관유착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해양경찰은 간판을 바꿔달았다. 꼬박 6개월간 ‘해경 해체’라는 굿판을 벌인 후 국민안전처 산하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자리를 바뤘다. 그러나 떠들썩한 모양새와 달리 ‘해체’는 처음부터 없었다. 간판만 바뀌었을 뿐 조직도 사람도 유지됐다. 원래 국민들이 요구했던, 구조 방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 해경 책임자들은 줄줄이 승진을 거듭하고 있다.
▲ 2013년 12월 발간된 ‘해양경찰 60년사’에 등장했던 현직 지휘부. 사진제공=416연대 부설 세월호참사진상규명 국민참여특별위원회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본청의 주요 책임자들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최상환 차장, 이춘재 경비안전국장, 여인태 경비과장, 고명석 대변인(장비기술국장), 이용욱 정보수사국장, 황영태 상황실장 등이다. 서해청엔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유연식 상황실장, 이평현 안전총괄부장이 있었다. 그리고 김문홍 목포서장과 이명준 청와대 치안정책관(파견)이 해경의 주요 책임자로 꼽힌다.
김석균 청장은 2014년 11월 국민안전처 출범과 동시에 해경청장직을 퇴임했다. 해경청장은 경찰청장과 달리 2년 임기제도 아니어서 그의 퇴임은 경질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실제 이후의 행보도 ‘반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을 통해 학술총서를 내거나 고향인 하동에서 강연을 다니는 등 훗날을 준비하고 있다.
애초에 해경에선 더 올라갈 자리가 없었던 김 청장 이외에 다른 책임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이춘재 당시 경비안전국장은 2015년 7월 남해해양경비본부장을 거쳐 2015년 12월29일 해양경비안전조정관 전담직무대리로 올라갔다. 현재 해경의 ‘넘버2’로 불린다. 이춘재는 김석균 해경청장을 비롯한 해경 수뇌부의 구조 방기 행태에 대한 실질적인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는 여인태 본청 경비과장으로부터 승객 상황에 대한 중대 보고를 받고도 퇴선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123정’엔 문자상황보고시스템이 없음에도 이 시스템을 통해 지시를 전달해 혼선을 초래했다.
이춘재는 세월호가 이미 45도를 넘어 계속 기울어 있고, 선내에 승객들이 그대로 있었다는 사실을 여인태 경비과장으로부터 들었다. 세월호 청문회에서 그는 이같은 사실을 김석균 청장도 “안다”며 “(김석균 청장과)같이 있었다“고 답변했다가, 이후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춘재에게 123정으로부터의 중대 보고를 전달했던 여인태 본청 경비과장은 지난해 1월 여수해양경비안전서장에 취임했다. 여인태는 김경일 123정장의 현장보고를 듣고도 퇴선명령이나 선내 집입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는 감사원 조사에서 “상황처리에 있어 상황 지휘를 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제가 독단적으로 직접 123정에게 선내 진입하여 탈출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대부분의 승객이 선내에 남아있고 배가 계속 기울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같은 상황을 다른 곳에 전파하지도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변인을 맡았던 고명석 장비기술국장은 그해 11월 국민안전처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5년 12월29일 치안감으로 승진해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서해해경청장)에 올랐다.
▲ 왼쪽부터 조형곤 목포해경 상황담당관, 이춘재 해경 본청 경비안전국장, 유연식 서해해경 상황담당관. 사진=이치열 기자
그는 세월호 침몰 사흘후인 4월19일 “현재 계약된 ‘언딘’이라는 잠수업체는 심해 잠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구난업자”라며 “전문성은 해경과 해군보다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는 해경이 언딘의 리베로호가 도착하기 전까지 언딘 협력업체의 미니 바지선인 ‘2003금호’호를 현장에 알박기했던 시점이다. 이 알박기로 인해 구조수색 작업은 빈번히 중단됐다. 이후 5월초 언딘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언딘은 구조업체가 아니다”라며 “사고 초기에 구조가 완료됐다고 해서 인양하기 위해 현장에 임했다”고 고백했다.
황영태 본청 상황실장은 2015년초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1505함장을 거쳐 올해 1월 3002함 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영태는 세월호 침몰 당일 “6천톤짜리가 금방 침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해 승객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본청 상황실장이었던 그는, 세월호가 선수만 남기고 침몰한지 2시간여가 지난 오후1시 해수부 등이 전원구조와 같은 의미의 ‘350명 구조’라는 동떨어진 상황전파를 한 데도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침몰 당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던 이명준 총경은 올해 1월8일 서귀포해양경비안전서장에 임명됐다.
해경의 고위 책임자들중 세월호 참사로 해임된 것은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뿐이다.
반면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안전총괄부장이던 이평현은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이 됐다. 그는 사고 첫날 수사본부장을 맡았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로 확대된 이후엔 수사부본부장이었다. 그는 16일 밤 언딘측과 해경의 합동회의를 마친뒤 진도체육관으로 가서 가족들에게 “우리는 언딘만 믿습니다.”라며 사태 초기 국면을 구조 실패로 몰아갔던 인물이다. 그는 수사초기 선원들을 해경의 집과 모텔 등에 투숙시킨 의혹과 관련해서도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서해해경청 상황담당관이었던 유연식은 동해해경서 5001함장을 거쳐 지난해 7월 완도해양경비안전서장에 취임했다. 그는 “세월호에서 승객 퇴선 여부를 묻는데 어떻게 해야되느냐”는 진도VTS센터의 전화를 받고 “퇴선 여부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선장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상황파악도 하지 않고 퇴선 책임을 선장에게 떠넘겨버렸다. 감사원은 유연식이 “진도VTS 센터가 홀로 세월호와 교신하도록 내버려두어 세월호와 구조 본부 및 구조 세력 간 직접 교신을 통해 사전 구호 조치를 지시할 기회를 일실하였다”고 지적했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은 국민안전처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기획운영과장으로 갔다가 동해해양경비안전서 1513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서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123정이 속한 목포해경서장으로 최초의 현장지휘자였지만 현장으로 가지 않았고 부적절한 지시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감사원은 징계의결서에서 김문홍이 “이미 조치했던 원론적 내용에 불과”한 조치들을 명했고 “현장 지휘를 태만히 했다”며 해임을 요구했었다.
최상환 해경 차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직위해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제협력관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다른 해운비리 사건에 연루돼 해임됐다.
<도움주신 분=‘416연대 부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국민참여특별위원회’>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언론, 쫓겨날 만했네 616미디어오늘
[비평]혐오와 편견으로 뒤덮힌 퀴어문화축제 보도, 노출만 부각, 성소수자 인권 침해도 심각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7회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행사 당일 ‘취재거부’ 언론 30개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퀴어문화축제 측은 “성소수자와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왜곡 보도하고 악의적인 폄훼 보도를 일삼는 언론매체의 취재를 전면 거부한다”며 다음 리스트를 공개했다.
‘취재 거부 언론사 리스트’
CBS/노컷(미션부)/CHN(하야방송)/CTS/C채널/GOODTV/KhTV/건강과가정뉴스/국민일보/굿데일리 기독교연합신문(아이굿뉴스)/기독교한국신문/기독인뉴스/기독일보/기독교타임즈/기독공보/뉴데일리/뉴스미션/뉴스파워/데일리안/미션타임즈/미래한국/미디어펜/시(C)포커스/업코리아/조선일보/크리스챤연합신문/크리스천투데이/TV조선/희망한국 이상 30개.
퀴어문화축제는 지난해부터 취재거부 언론사를 지정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2014년 퀴어문화축제부터 문제가 부각됐다”며 “일부 기독교관련 매체 등에서 왜곡 보도를 했다”고 취재 거부 언론사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물론 취재 거부 언론사를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취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안다”며 “작년에도 어떤 교회의 목사가 따로 명함을 파서 사진을 찍어가기도 하는 등 취재를 막을 수는 없다는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 11일 오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일대를 지나며 퀴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퀴어문화축제 주체 측은 취재거부 언론사를 선정한 것 외에도 왜곡보도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기자들에게 프레스카드를 발급하며 ‘프레스카드 발급을 위한 자기확인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 확인서에는 성소수자들을 근접 촬영할 때는 촬영 가능 여부를 당사자에게 물어볼 것,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8장 성적소수자 인권조항을 지킬 것 등이 명시돼있다.
한국기자협회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에 관한 조항은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 ‘성적 취향’ 등 잘못된 개념 용어 사용주의 △성적 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지 않음 △혐오 표현 사용 금지 △성 정체성을 정신 질환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하는 표현에 주의 △에이즈 등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음 등의 주의사항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왜곡보도로 인해 취재거부 언론사로 지정된 언론사는 올해에도 한국기자협회 보도준칙을 지키지 않은 보도를 내보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취재거부 언론사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퀴어들이 떠나간 자리, 청소년들이 기도로 채우다’, ‘퀴어문화축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추태들’, “퀴어 축제의 가장 심각한 폐해, 동성애 문화 조장”, (크리스천 투데이), “동성애자는 ‘미전도 종족’… 선교의 대상”, ‘서울광장의 동성애 축제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서울광장 신고제 개정 서명작업’ “동성애가 유전이라고요? 이기적 욕망·중독일 뿐 다들 속고 있습니다”(국민일보), ‘시민단체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절대 안돼!“’, "동성애자 정치기반으로 삼으려는 박원순"(뉴데일리).
▲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이 취재거부한 언론사들이 내보낸 퀴어문화축제 관련 기사들. 사진=정민경 기자
현장에서도 언론과 작은 충돌이 있었다. 취재 거부 대상인 TV조선의 카메라가 외부에서 퀴어문화축제 안쪽을 찍어 주최 측과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까지해서 찍어야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으니 TV조선 기자가 ‘JTBC는 되고 왜 우리는 안되냐’고 따졌다”며 “하지만 TV조선 측은 이렇게라도 찍어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TV조선은 이날 '도심 퀴어 축제…동성애 반대 맞불집회 등 리포트 두 꼭지를 내보냈다. 해당 리포트는 ’도심 한복판‘등의 수식어를 사용해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을 내비쳤다.
올해도 역시 “동성애 고쳐질 수 있다” 주장하는 국민일보
특히 국민일보는 작년에 이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보도를 내놨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이 이사장으로 포진해있는 국민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해 보수 기독교 교단이 가진 관점을 그대로 취하고 있다.
국민일보 6월10일자 종교면 29면에는 퀴어문화축제 하루 전 축제를 '대비해' 이른바 ‘동성애 탈출자’를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는 “동성애가 명백한 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동성애자가 나오는 포르노물을 봐야 쾌감을 얻는 사람들은 동성애 경증, 매일 동성애자들이 애용하는 찜질방을 찾는 이들은 중증”, “동성애는 중독이며 쾌락의 정점”등 한국기자협회 보도준칙에 어긋나는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민일보는 2015년에도 같은 지적을 받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신청을 하기도 했다.
▲ 6월 10일자 국민일보 29면.
퀴어문화축제, 음란해서 싫다고?
이외에도 퀴어문화축제를 ‘음란함’ 등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보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시는 음란행위 보기 싫다!", ‘서울광장서 남성 간 성행위 묘사 음란물 무료 배포됐다’(국민일보), '검찰, 동성애 축제 과도한 노출 관련 신원 확인되면 기소'(크리스천투데이)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이며 특히 '서울광장 퀴어축제 "예수도 게이였다고!"(뉴데일리) 기사는 참가자들의 노출 사진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노출에 대한 지적은 언뜻 타당성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동성애 혐오가 아니라, 지나친 노출이 불편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종종 퀴어문화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문화 웹진 ‘ize’에 실린 MECO(글 작성자)의 ‘퀴어와 맨몸, 음란함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기고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호모포비아들에게 성소수자는 잠재적 성추행범이나 성병 매개체와 같은 극단적이고 음성적인 성적 존재로만 인지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퍼레이드에서의 맨몸 노출은 이 해석에 반기를 든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글쓴이는 “결국 맨몸을 노출한 퍼레이드 참가자에 대한 비판은 그 존재에 대한 불편함에서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 모자이크 해야할까
하지만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의 '취재 거부' 등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퀴어문화축제를 취재한 한 일간지 기자는 "공공장소에서 집회신고를 하고 치루는 행사인데 취재거부를 한다거나 기자들에게 확인서 작성을 하라는 것은 이 행사에 우호적인 취재만 하라는 것 같다"며 "물론 조심스러운 건 이해하지만 마치 취재 '허가'를 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직위 측에서 제시한 취재 가이드라인 중 모자이크에 관련된 부분도 취재기자들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조직위 측은 취재기자에게 원거리 촬영이 아닐 시 개인 참가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조직위 측이 취재거부를 하지 않은 언론들 중에서도 참가자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한 언론도 있고, 안한 언론도 있다.
▲ 11일 오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를 지나며 퀴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법적으로 따지자면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10년 판결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의 집회·시위란 본질적으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널리 일반에 알리기 위한 것”이고, “보도의 자유 역시 언론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21조에 따라 보장되는 헌법상의 권리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특별히 피촬영자를 모욕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아닌 한 면책”이라고 돼있다. 퀴어문화축제 역시 ‘퀴어퍼레이드’ 등 도로 행진을 포함하고 있어 집회신고를 해야 하는 성격의 축제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의 특수한 성격과 조직위 측에서 밝혔듯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등으로 인해 촬영 당시 당사자에 대한 허락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에서는 “사실 인물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전체 블러(흐리게)처리를 하면 마치 우리가 하는 행위가 불순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꺼리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그중에 일부는 얼굴이 나왔을 때 조직위 측으로 연락을 해 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었기에 블러처리를 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혈통사기극’에 특별귀화 반대 목소리 616한국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별귀화가 추진 중인 독일의 루지 선수 에일린 프리쉐. 독일 스포츠라이프지 캡처
“유망주를 키우지 않고 눈 앞의 결과물만을 보고 특별귀화를 시킨다면 한국 동계스포츠 저변은 고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에요.”
특별귀화를 바라보는 한 동계종목 지도자의 날 선 비판의 목소리다. 여자농구 첼시 리(27)의 혈통 사기극이 동계종목의 특별귀화 문제로 불똥이 튀고 있다. 최근 승인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특별귀화의 대부분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동계종목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비인기종목의 저변 확대라는 순기능에 비해 특별귀화 이상 열풍이 몰고 올 부작용이 더 크다는 반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일 독일 여자 루지 선수 에일린 프리쉐(24)의 특별 귀화 심사를 통과시켰다. 프리쉐는 법무부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 프리쉐는 독일 루지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독일 대표팀 내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해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프리쉐의 특별귀화가 승인되면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루지 대표팀은 사터 스테펜 감독을 중심으로 코치와 선수 모두 독일인으로 꾸려진다.
프리쉐에 앞서 동계종목에서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된 선수는 모두 10명이다. 아이스하키가 7명으로 가장 많다. 브락 라던스키(캐나다), 마이클 스위프트(캐나다), 브라이언 영(캐나다), 마이크 테스트위드(미국), 맷 달튼(캐나다), 리건 에릭(캐나다), 캐롤라인 박(캐나다 동포 2세) 선수가 특별귀화 허가를 받았다.
쇼트트랙 분야에서는 대만 국적의 화교 3세인 공상정이 유일하다. 바이애슬론에는 러시아 출신의 안나 프롤리나와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벳츠가 지난 3월 특별귀화 허가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 공상정을 제외하면 9명은 모두 평창 올림픽을 겨냥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평창올림픽이 가까워 오면서 앞으로 특별귀화를 원하는 선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피겨 아이스 댄스의 키릴 미노프(러시아)와 알렉산더 갬린(미국) 등도 특별 귀화를 위해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첼시 리의 사기극이 드러나면서 특별귀화 이상 열풍이 몰고 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귀화를 원하는 선수는 대부분 자국 내 국가대표 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회 출전자격을 얻고 개인의 메달 획득을 위한 도구로 한국행을 선택한 선수가 적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특별귀화는 원래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선수들에게 손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평창 올림픽 이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자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한 스포츠 관계자는 “귀화는 그저 국적 하나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원으로서 함께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과도 같은데 단순히 용병 개념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오히려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국내 선수들의 동기를 저하시키고 그나마도 취약한 저변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추진되는 특별귀화는 올림픽이나 스포츠의 근본 가치에도 위배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유겸(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귀화한 선수들에게는 국민들이 ‘동일시(Identification)’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메달 획득이 주는 자긍심 고취나 화합과 같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금메달을 따기만 하면 된다는 승리제일주의는 올림픽이나 스포츠의 근본 가치와 거리가 멀고 더 이상 국민 정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돈 없으면 우리가 도울게요”… 조롱당한 UN 사무총장 616국민
파란색 바탕의 유엔 깃발 위로 동전이 하나둘 떨어졌다. 더러 한두 장씩 지폐도 던져졌다. 예멘 수도 사나의 유엔 건물 앞에 모인 수십명의 예멘 어린이는 그렇게 유엔을 위해 모금운동을 했다(사진).
현지 어린이들이 모금에 나선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엔기금 철회 압력에 굴복해 ‘아동인권침해 블랙리스트’에서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제외한 것을 꼬집기 위한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당초 유엔은 지난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예멘 내전에서 발생한 1177명의 어린이 사상자 가운데 60%가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우디가 반발하자 유엔은 지난 6일 “정확한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특히 지난 9일 반 총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조치가 사우디의 자금 압력에 굴복한 것 때문이라고 시인하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반 총장에게 사우디를 블랙리스트에 다시 올릴 것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예멘 어린이들의 모금 운동은 이런 반 총장의 결정을 비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유엔이 돈의 힘에 굴복해 블랙리스트를 수정하지 않도록 자신들이 돈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예멘 내전은 이란의 지원을 받은 시아파 후티 반군이 지난해 3월 사나의 대통령궁을 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예멘의 수니파 정부를 지켜내기 위해 참전했지만, 무리한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갯벌 파괴자’ 악명높은 갯끈풀 급속 확산 616 한겨레
강화도 남단 동막리 갯벌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갯끈풀들
갯벌에서 주로 번식하며 자생식물을 몰아내고 갯벌을 사막화시켜 ‘갯벌파괴자’로 악명높은 갯끈풀이 국내 갯벌에 상륙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는 14일 “국립생태원의 지난해 4월과 지난해 말 생태계교란생물 모니터링 및 외래식물 정밀조사과정에서 진도와 강화도 해안에서 갯줄풀과 영국갯근풀 등 갯끈풀 2종의 국내 유입이 확인됐다”며 “이들이 갯벌을 사막화하는 등의 피해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고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조해 퇴치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이들 종이 중국에서 해류를 타고 자연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조와 간조 사이에 지면이 드러나는 갯벌에서 자라는 벼과 식물인 갯줄풀(Spartina alterniflora Loisel.)과 영국갯끈풀(Spartina anglica C.E. Hubb.)은 일단 갯벌에 뿌리를 내리면 뛰어난 적응력과 높은 번식력으로 갯벌을 빠른 속도로 육지로 변형시켜 ‘생태계 공학자’로까지 불리는 악성 식물이다. 이에 따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가장 악성의 침략적 외래종’ 100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퇴치프로그램 대상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갯끈풀은 전남 진도 갯벌에 7179㎡, 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 갯벌에 1만2149㎡ 서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강화 지역에 서식하는 갯끈풀은 6개월 사이에 서식면적이 2배 가까이 늘었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갯끈풀의 국내 유입과 서식 실태를 추적해온 인하대 생명해양과학부 홍재상 교수는 “갯끈풀이 엄청난 속도로 우리 갯벌을 잠식하면 우리나라 펄갯벌의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진 강화남단의 갯벌도 초원으로 바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지 모른다”며 “환경부와 해수부가 부처간 협업을 통해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사 부실 키운 국책은행]대우조선, 허위 실적으로 성과급 2000억… 615경향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산업은행의 모습은 ‘맹목적인 거수기’였다.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고 있는데도 군말 없이 운영자금을 댔고 무분별한 자회사 투자도 방관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산은이 석연치 않은 사정 탓에 부실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감사원이 불과 4개월여 만에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을 찾아낸 점은 산은에 과연 부실 감시 ‘의지’가 있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감사원이 발견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은 산은이 내부 규정만 착실히 지켜 재무자료를 검토했다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산은의 여신지침에 따르면 5억원 이상 대출한 기업에 대해선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재무상태를 분석해야 하고,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에 대상 기업이었다. “당시는 이미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에서 공사진행률 상향 조정을 통한 회계분식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때”(감사원)였지만 산은은 규정대로 분석을 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은 40개 해양플랜트 사업의 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2013년 영업이익 4407억원, 2014년 영업이익 1조935억원을 부풀렸다. 감사원은 “부실한 재무상태를 파악하지 못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등 적기 조치가 지연됐고 임직원 성과급 2049억원이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해양플랜트 분야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돈을 댔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공정·인도가 지연되고 있는데도 “현금 흐름이 나아질 것”이라는 대우조선해양의 설명만 듣고 연간 8200억원 한도(2014년 기준)로 운영자금을 내준 것이다. 해양플랜트의 공정·인도 과정 지연이 반복되면 인도대금 수령이 늦어지고 지연배상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악화된다.
하지만 자금 부족은 산은이 준 돈으로 해결했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썩어 들어가는’ 상태가 된 것이다.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지속적으로 운영자금 증액을 요구하는 이유만 제대로 살폈어도 구조조정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이미 2011년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컨설팅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의 위험성을 알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은의 태도는 석연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무모한 사업확장을 하는데도 산은은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 산은은 2000년 이후부터는 이사회 주요 안건을 사전 보고받고 있고 2012년 이후부터는 현직 임원(실장)을 대우조선해양 비상무이사로 선임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모든 시스템이 ‘먹통’이었다. 특히 산은 퇴직자 출신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든 안건에 ‘찬성’하는 ‘거수기’ 노릇만 했다. 산은의 방관 아래 대우조선해양이 무리한 자회사 인수·설립과 사업 투자로 본 손실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이 거짓 경영실적을 제출하고 이를 토대로 임직원 성과급을 챙기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방치했다. 2012년 대우조선해양이 실제 실적과 달리 ‘129% 목표 초과 달성’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그대로 수용해 성과급 지급이 가능한 F등급을 받도록 했다. 실적만 제대로 점검했다면 성과급은커녕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3조1998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후 산은은 경영관리단을 파견했지만 관리단은 직원 1인당 946만원 수준의 격려금 지급을 허용했고, 산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산은이 관리·감독을 면밀히 했다면 분식회계 정황 등 부실 징후를 알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구미시, 이번엔 1억원 짜리 대형 새마을기 계획 6126한겨레
구미시가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기. 구미시 누리집 갈무리.
경북 구미시가 40억원을 들여 내년에 ‘박정희 대통령 제100회 탄신제’를 준비하면서 1억원 짜리 대형 새마을기를 달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구미시는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 뮤지컬, 기념우표, 메달, 휘호, 탁본집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구미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구미시는 내년 상반기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준공식에 맞춰 게양대를 설치해 대형 새마을기를 달 계획이다. 2013년 10월 착공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은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을 꾸미는 사업으로 모두 87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구미시는 높이 30m의 게양대에 가로 6m, 세로 8m에 이르는 대형 새마을기를 만들어 걸 계획이다. 장소는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새마을기와 게양대를 만드는 데는 모두 1억원이 사용된다. 구미시는 스스로 ‘새마을운동 종주도시’라고 주장해왔다.
최인혁 구미참여연대 사무국장은 “구미시는 유사한 기능을 가진 새마을 기념물을 이곳저곳에 우후죽순 건립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새마을 깃대의 높이로 자치단체장의 자존심과 위상을 세우려고 하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새마을기 게양대가 30m를 올라가든, 50m를 올라가든 그것은 구미 시민의 삶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구미시는 내년 11월14일 ‘박정희 대통령 제100회 탄신제’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28억원 짜리 창작 뮤지컬 <고독한 결단>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또 2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와 메달을 발행하고, 1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의 휘호와 탁본집도 만들어 전시할 계획이다.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 건립(58억5000만원),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286억원),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200억) 등을 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구미에는 현재 ‘박정희로’라는 도로명주소도 사용되고 있다.
경향사설]금리 인하가 부른 부동산 과열, 서민은 힘겹다 616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주 금리가 추가 인하되자 그동안 보합세를 보였던 주택매매가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서울·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과열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그제 끝난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하늘도시 단독주택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64 대 1이었다. 자리가 좋은 특정 필지는 9204 대 1을 기록했다고 한다.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개포와 잠실 5단지 아파트들은 1개월 새 1억~2억원이나 뜀박질했다. 분양가는 천정부지이다. 강남권에서는 3.3㎡당 분양가 4000만원이 보편화된 상태다. 용산구의 한남더힐은 3.3㎡당 8000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저금리 지속으로 시중에 떠도는 유동자금이 돈이 될 만한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하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건축단지나 인기 분양단지, 공공택지 내 단독주택용지를 주로 찾는 이들은 실수요자보다는 상당수가 상위 1%에 해당하는 자산가들이다. 손바뀜도 잦다고 하니 투기세력도 가세했을 것이다. 지속적인 금리 인하에 분양가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시 추가이익 환수 유예 등 각종 규제가 사라지면서 자산가들이 활개칠 공간이 커진 것이다. 갖가지 경기부양 노력이 경제 활력은커녕 상위 1%들의 ‘돈 놀이터’의 물꼬만 터준 셈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움직임이 서민들의 고통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뛰면 인근 일반 아파트값도 영향을 받게 된다.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내집 마련도 어려워진다. 전·월세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90%가 세입자다. 낡은 재건축 단지의 특성상 전세 보증금도 낮다. 재건축이 진행되면 소유주들은 집값 상승 기대감에 계산기를 두드리겠지만 세입자들은 대부분 전세난민으로 추락하면서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다. 최근의 전·월세난으로 서민들은 두 번 이상 강제 이사하고, 출퇴근 시간도 길어졌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정부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과열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부 지역의 현상이라 하더라도 과열 징후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투기세력이 활개치는 것을 방관해서도 안된다. 지나친 고분양가에도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경기부양이 가진 자의 부를 더 키우고, 갖지 못한 자에게는 그늘을 더 짙게 드리우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
하늘로 간 4대강 사업, 영남권 신공항 617프레시안
밀양과 가덕도, 모두 안 된다
무려 10조 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이 그 사업을 막기는 커녕, 그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요즘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영남권 신공항' 또는 '동남권 신공항'으로 불리는 사업이 바로 그 사업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에서 당선된 5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신공항대책본부'를 만들어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겠다고 합니다. 유력 대권주자라고 하는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6월 9일 가덕도 현장을 방문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대구에서 당선된 김부겸 의원은 이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한마디로 신공항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입지 선정을 따지기 이전에 따져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는 '영남권에 신공항이 과연 필요한가?'부터 따지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시장이나 구청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국가적인 판단은 뒷전으로 하는 행태를 더이상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남권 신공항' 또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시작된 것은 꽤 오래 되었습니다. 1992년 부산시는 '부산권 신국제공항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2000년에 중앙정부에 대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건의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12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검토를 공식적으로 지시하면서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 3월에 건설교통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관한 타당성조사 용역을 국토연구원에 발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2007년 대통령 선거, 2008년 총선에서도 계속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에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당선 이후인 2008년 9월에는 동남권 신공항을 30대 광역 선도 프로젝트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에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들이 압축되면서, 가덕도를 신공항 부지로 하자는 측(부산)과 경남 밀양으로 하자는 측(대구, 경남, 경북, 울산) 간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 문제는 사라지고, 오로지 지역민심을 동원해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지역의 토건세력들이 달라붙여 '이전투구'를 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2009년 9월에 발표하기로 했던 국토연구원의 용역결과는 3차례나 발표가 연기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나온 국토연구원의 용역결과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가덕도의 경우에 1단계 공사비가 7조8000억 원, 2단계 공사비(2조 원)까지 합치면 총 공사비가 9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경남 밀양의 경우에도 1단계 공사비가 7조6000억 원, 2단계 공사비(2조7000억 원)까지 합치면 총공사비가 10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공사비가 소요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되는 수익은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비용편익(B/C) 분석에서 밀양(0.73), 가덕도(0.70)으로 모두 1을 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기대되는 수익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적 타당성도 없는데다가, 공항 건설은 산을 깍아내는 등 막대한 환경 훼손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 3월 30일 정부로부터 위임을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동남권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가덕도와 밀양 모두가 신공항 입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위원회의 표현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단계 절대평가 결과, 3개 평가분야별 총점을 합산한 점수는 가덕도 38.3점, 밀양 39.9점이며, 위원회는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 조건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여 공항 입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절대평가 점수가 50점은 되어야 하는데, 두 곳 모두 낙제점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이로써 논란이 되어 왔던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들고 나왔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투어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정해진 수순처럼 신공항 건설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 8월 국토교통부는 영남권 항공 수요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합니다. 항공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므로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불과 3년 전에 타당성이 없어서 백지화하기로 했던 신공항이 다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 때부터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곳에서 국제선 수요 예측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는 다시 입지 선정을 포함한 용역을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발주해 줍니다. 그 결과가 다음주인 6월 24일에 발표될 예정인 것입니다.
이처럼 영남권 신공항은 추진과정 자체가 논란거리입니다. 타당성이 없다던 사업이 다시 타당성있는 사업으로 포장되어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입지 선정이 문제가 아니라, 사업 자체의 타당성을 따져봐야 하는 것입니다. 잘못되면 10조 원 남짓한 예산이 낭비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부산시는 활주로를 줄여서 사업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남 밀양시는 깍아내야 하는 산의 갯수를 27개에서 4개로 줄여서 사업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제성을 짜맞추기 위한 주장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에는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놀고 있는 공항들이 수두룩합니다. 35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강원도 양양공항은 국제공항으로 개항했지만, 하루 한편 정도의 국내선(김해-양양)만 운행되다가 최근에 주2회 중국과의 노선이 개항을 한 정도입니다.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연간 약 193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어림도 없는 얘기였습니다. 1160억 원이 투입된 경북 울진공항은 아예 개항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곳 역시 연간 49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되었던 공항입니다.
한국항공대 허희영 교수(경영학)는 2015년 5월 27일 자유경제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국토 면적에 두 개의 환승 공항을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현재대로 추진된다면, 가덕도이든 밀양이든 신공항은 개항과 동시에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아마도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적자는 국고로 메워야 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4대강 사업의 실패로 인해 강이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다시 세금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 사업을 벌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남권 신공항은 입지 선정이 문제가 아니라, 사업타당성에 대한 공론화부터 진행되어야 합니다. 최근 부산 녹색당은 성명서를 내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정치인 또는 정치세력이라면 '하늘로 간 4대강 사업'이 탄생하지 않도록 신공항의 타당성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연합뉴스
동남권 신공항 수요조사의 오류 15.5.27
신공항 건설에 대한 논의는 2002년 4월 5일 민군 겸용공항인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던 중국 민항기가 추락하면서 공항의 안전성과 함께 제기되었다. 이후 김해공항의 지속적인 여객증가에 따라 수용력 부족이 예상되자 지역의 현안으로 부상했다. 한편, 정부는 2005년 제3차 공항개발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장기적으로 남부권의 신공항 개발 필요성을 제기했고,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제2관문공항 건설여건에 대한 용역결과를 통해 사업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했으나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1년 3월 국토교통부가 다시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2단계 용역결과를 발표하면서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했다.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혼잡한 제주공항 대책마련이 더 시급해
영남권역의 인구는 약 1,32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4에 해당된다. 그러나 국제선을 이용하는 공항이용객의 절대다수는 항공교통량의 약 2/3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의 인천공항을 이용한다. 현재 54개 국가의 188개 도시를 88개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서너 시간이면 공항에 도착해서 세계 각국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간 이용객이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는 하지만 김해공항의 국제선 여객수요는 대부분 중국과 일본, 동남아지역의 관광수요로서 5시간 이내의 단거리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영남지역 최대인 김해공항에는 미주와 유럽 등에 대한 장거리노선이 없다. 나머지 4개 공항은 경부KTX의 운행, 항공수요의 수도권 집중현상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남북통일과 같은 교통여건의 변화가 없는 한 획기적인 여객수요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인천공항과 제주공항은 이용객 증가로 인해 이제는 혼잡공항의 반열에 들만큼 여객처리 측면에서 포화상태를 보인다. 2014년 적정여객처리규모를 초과한 인천공항은 현재 3단계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반면, 건설계획조차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제주공항은 중국관광객의 지속적 유입으로 인해 연간 여객이 2014년 말 2,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사실, 대책마련이 더 시급한 지역은 동남권역보다는 제주공항이다.
<그림>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의 항공여객 증가추이
미흡한 경제성
우선 투입부문을 보자. 약 1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업예산규모는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 확보에 심각한 제약요인이다. 2000년 이후 건설된 지방공항들의 투자규모(무안공항 3천억 원, 양양공항 3.5천억 원, 울진공항 1.3천억 원)에 비해 토목공사 등이 포함된 대규모 사업으로서 인천공항의 1, 2단계의 총건설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표 1> 가덕도, 밀양 후보지의 사업예산 규모 추정치
주1) 인천공항의 사업예산은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2010년 기준임.
주2) 국토연구원,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서/입지조사 용역보고서(2009)
수입부문에서도 낙관적인 요인은 별로 없다. 신공항의 배후인 영남지역의 현재 수요만으로는 적자운영구조다. 그래서 새로운 수요창출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외의 항공수요를 연결할 수 있는 거점공항 또는 허브공항의 기능을 통한 환승수요의 확보가 관건이다. 우리 국토면적에 두 개의 환승공항을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개항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인천공항의 경우는 2001년 개항 당시 김포공항의 국제선수요 전체를 흡수했기 때문에 초기효과가 크게 작용하였다. 이에 비해 영남지역의 5개 공항수요를 가정하더라도 총사업비 회수에 필요한 연간수요규모가 3,000만 명을 크게 미달한다. 수입 측면에서 적자구조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다.
<표 2> 인천공항의 흑자 실현 당시의 여객규모와 신공항의 수요 예측치
주)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 대구 등 5개 공항수요를 가정.
쟁점의 정리
첫째, 동남권의 신공항 건설이 지역의 요구대로 밀양과 가덕도 두 후보지 중에서 결정된다면,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투자가 수반되는 제2의 관문공항 건설사업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동북아 항공교통의 중심지를 지향하는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항공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로서는 두 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노선운영을 분산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당초 김해공항의 안전성과 수용력 부족에서 제기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몇 차례의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이슈화되고 지역의 이기주의가 더해지면서 지역 간에 유치경쟁으로 변질되었다. 그동안 두 후보지 외에 제3의 대안을 심도 있는 논의한 바는 아직 없다. 그래서 현재의 프레임을 벗어나 김해공항의 확장 등을 포함한 현실적 대안들을 놓고 문제의 해법을 폭넓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지난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온 김해공항의 주변여건과 예측된 항공수요에 기초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 공항의 확장은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이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60여년이 경과한 군공항의 작전기능을 재검토하여 이를 분리하는 방안은 가능한가? 수용력 문제를 해결한 해외의 유사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의문에서 오히려 손쉽게 해결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의 첵랍콕, 중국 상하이의 푸동, 일본 오키나와의 나하공항 등이 공항의 수용력 부족을 해결한 사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김해공항의 보조공항 건설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셋째, 대규모 국책사업을 위해서는 투자재원에 대한 조달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절차도 이번 기회에 마련되었으면 한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기존 공항의 확장 또는 신공항의 건설 가운데 대안이 도출되겠지만, 최소한 수조 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항공인프라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지자체와 민간부문이 함께 참여한다면, 대규모 투자에 따르는 사업의 위험과 편익을 함께 공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끝으로, 공항의 성패는 항공사의 취항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항공사의 취항여부는 고객인 여행객들이 결정한다. 그동안의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국내외의 항공사와 여행업계의 의견은 배제되어 왔다. 공항의 1차 고객인 국내·외의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의견수렴이 오히려 수요조사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hyhur@kau.ac.kr)
동아광장/천영우]영남권 신공항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617
김해공항 확장 어렵다?… 공군기지 이전 못한다?
잘못된 假定에서 출발한 영남권 신공항 선정 논란… TK-PK 분열과 상처 남을 듯
국토부와 업계에 좋을지 몰라도 막대한 예산낭비, 환경파괴 초래… 양식 있는 시민들 나서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대구경북과 부산 간의 대결과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점입가경이다. 경제적, 기술적 합리성과 건전한 상식은 설 땅을 잃고 혹세무민(惑世誣民) 정치적 포퓰리즘과 지역이기주의가 난무한다. 밀양과 가덕도 가운데 어디로 선정되건 영남권 분열의 상처와 후유증을 치유하기 어렵게 됐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발단은 ‘신공항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잘못된 두 가지의 가정(假定)을 설정한 데서 시작된다. 김해공항은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는 것과, 김해공항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군기지를 옮길 수 없다는 가정이 그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이 어렵다는 주장은 새 활주로 건설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용역 결과를 근거로 삼는다. 기존 활주로(360도-180도)에서 시계 방향으로 30도를 틀어 교차 활주로를 건설할 경우 개당 3조∼4조 원이 들어가고, 2개를 건설하려면 신공항 건설에 버금가는 7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동북쪽 접근로를 가로막는 산봉우리를 깎는 데 활주로 건설보다 몇 배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시계 반대 방향으로 50도를 틀어 기존 활주로 남쪽 끝과 교차하는 서북-동남(310도-130도) 방향의 활주로를 건설하면 산을 절단할 필요가 없다. 비용도 4분의 1(7000억∼8000억 원)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교차 활주로 1개만 건설해도 2039년까지 수요 증가를 소화하는 데 문제가 없고 소음 피해도 180가구 정도밖에 늘지 않는다.
김해공항 관제를 책임진 공군에 물어보면 이것이 상식적 해법이다. 국토교통부 전문가들도 모를 리 없지만 상식과 이성이 발붙일 틈 없는 신공항 논란 속에 다들 입 다물고 몸 사리고 있을 뿐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김해공항을 확장할 방법은 검토할 생각조차 않고 굳이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새로 건설하는 길밖에 없는 것처럼 애초부터 여론을 오도하면서 ‘신공항 내전(內戰)’의 불씨는 지펴졌다.
교차 활주로 건설 이후에도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같은 방향으로 활주로를 하나 더 만드는 방법도 있다. 공군기지 이전 또한 신공항 건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용이하다.
유사시 김해 공군기지의 군사적 용도는 미군 증원부대가 본토에서 도착해 일본에서 해상으로 수송해 온 장비와 함께 전방으로 전개할 거점이 된다. 따라서 반드시 항구와 인접해 있어야 하는 제약은 있지만 꼭 김해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루 민항기가 200회가량 이착륙하는 번잡한 민군 겸용 공항은 오히려 유사시 작전 수행을 제약한다.
공군기지를 한적한 여수공항으로 옮기면 김해공항의 가용 부지는 100만 평(약 330만 ㎡) 이상 늘어나고 공군의 작전 여건도 개선된다. 여수공항 활주로를 확장하고 제5 전술비행단의 9개 수송기 대대와 공중급유기, 조기경보기 모두를 수용할 시설과 숙소를 건설하는 데 신공항 건설 예산의 3분의 1도 들지 않는다. 이렇게 용이한 해결책을 두고 공군기지 이전은 당초부터 불가능한 것으로 예단해 버린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형 국책사업을 많이 벌일수록 예산과 인력을 늘릴 수 있는 국토교통부, 수혜를 기대하는 업계로서는 김해공항 확장보다는 신공항 건설이 훨씬 매력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부산과 대구의 일반 시민들에게는 1km라도 가깝고 1분이라도 빨리 오갈 수 있는 공항이 더 좋은 공항이다.
부산 시민한테는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으로 절감되는 수조 원의 재원으로 공항-도심-해운대 연결 급행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실속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구도 공항 폐쇄가 통일 이후 도시 경쟁력에 미칠 해악을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택시나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는 시내 공항을 두고 평양 함흥 청진행 국내선을 타기 위해 굳이 한 시간 걸려 밀양까지 가야 할 만큼 대구공항의 문제가 심각하고 긴박한가? 멀쩡한 공항을 소음 피해 해결과 부동산 개발의 제물로 바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일 뿐 아니라 대구로서도 언젠가 후회하게 될 근시안적 단견이다.
신공항 건설은 김해 공군기지 이전으로 항공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지를 봐가며 40∼50년 후에 추진해도 늦을 게 없다. 그 사이에 가덕도나 밀양이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지자체의 편협한 이기주의에 맞서 이제 신공항의 피해자가 될 양식 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 ‘10조 혈세’ 드는데…‘적자’ 울산·무안공항 꼴 날라
"영남권 신공항 발표는 단순히 입지선정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지을 것인지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지는 아직까지 모두 백지상태다."(국토교통부 관계자)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싸고 지역간 논쟁이 뜨겁다. 24일께로 알려진 국토부의 입지선정 발표시기가 다가오면서 10조원의 혈세가 투입될 신공항의 성공여부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영남권 신공항의 정치쟁점화가 심각해지면서 지역개발이란 정치논리로 지어진 적자일색의 지방공항과 궤를 같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신공항 발표 앞두고 엇갈린 영남권…정치권도 가세
영남권 신공항은 오는 2023년 활주로 용량이 가득 차는 김해공항에 대비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이란 이름으로 지난 2003년부터 논의됐다. 경제성 미흡으로 2011년에 무산됐다가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 논의가 재개됐으며 오는 6월 국토부의 입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영남권 5개 시·도 중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밀양을 지지하는 나머지 4곳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영남권에 연고를 둔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일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가덕도 지지를 시사하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문 전 의원의 지도자 자격을 비판하며 설전에 가세했다. 이밖에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내 부산 지역 의원과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물론 야권 내에서도 부산 지역 의원과 대구 지역 의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등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남권 신공항 공항건설 방식·방향성 아직까지 전무
이같은 분쟁 속에서 정부와 여론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밀양과 가덕도 어느 곳이 영남권 신공항의 입지로 선정되더라도 10조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다는 사실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말께 발표되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용역 내용은 가장 적정한 입지가 어느 곳이라는 정도일 뿐"이라며 "기타 신공항의 건설규모나 투자자본 유치 방법, 수익성 여부 등은 모두 백지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신공항의 실질적인 수익성은 단순히 김해공항의 포화된 수요를 수용하면서 생기는 실익 정도로 막연하게 추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1년 용역조사 때 신공항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BC)은 0.7 정도였지만 당시 예측한 2015년 김해공항의 이용률에 비해 실제 이용률은 이미 30%포인트를 크게 넘어섰다"면서 "BC로 따질 경우 입지 선정 자체가 백지화될 수 없는 1.0을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신공항 건설의 실익이 있다는 판단이다.
◇타당성조사 거친 지방공항들 '적자일색'
© News1
하지만 전문가들은 뚜렷한 마스터플랜이 없는 영남권 신공항은 자칫 적자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지방공항의 행보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는 8개 국제공항과 7개 국내공항이 있다. 이중 흑자를 내는 공항은 5개 공항에 불과하다. 영남권 5개 공항 중에는 김해공항만 흑자다.
지방공항을 기준으로는 만성적자 상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 공항별 경영수지 현황을 살펴보면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의 적자가 총 593억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또한 마찬가지다. 울산은 115억원, 포항은 79억원, 사천은 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이용객 203만명을 기록한 대구공항은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6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중국인 무비자 환승 허용으로 국제선 취항이 늘어 국제선 승객이 전년도에 비해 38% 증가한데 힘입은 선전이었다.
이밖에 청주(-9억원).광주(-31억원),양양(-83억원).사천(-44억원).무안공항(-90억원) 등 대부분의 지방공항이 지역명칭을 무색하게 할만큼 수년째 적자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 공항 대부분 정부의 타당성 조사를 거친 곳이다. 즉 정부가 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있고 적자를 보지 않을만큼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적자일색의 지방공항이 버젓이 지어진 것은 2가지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의 타당성 조사가 근본적으로 잘못됐거나 정부의 경제적 판단을 넘어서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을 경우"라고 말했다. 특히 우후죽순처럼 지방공항이 생긴 배경엔 지역개발이란 정치논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정치영향 받는 영남권 신공항...'적자'지방공항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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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영남권 신공항도 이같은 '적자'지방공항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방공항과 같이 산이 많은 밀양과 공역이 겹치는 가덕도가 유력한 후보지로 손꼽히면서 지역개발 논리 앞에 정치적 개입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은 퇴색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 이후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조사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신공항 건설 계획이 구체화된 이후 기재부의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실제 수익률 파악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엄밀히 이뤄진다면 신공항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가더라도 10조원을 쓰고 적자공항을 짓는 사례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강릉 1시간7분"… 철도망 구축에 70조 투자 617 머나투데이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확정… '수도권 30분·전국 2시간 시대' 10년 계획
전국 주요도시를 2시간대로 연결하는 철도고속화사업이 추진된다. 수도권 철도노선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울 출퇴근 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하는 사업도 진행된다. 이 같은 사업을 포함한 국가철도망 건설에 10년간 총 70조원이 투입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2016~2025년)'이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철도건설법에 따른 10년 단위 중장기 법정계획으로 철도망 구축의 기본 방향과 노선 확충계획, 소요재원 조달방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기존 철도망의 효율성 제고 △주요 거점간 고속이동 서비스 제공 △대도시권 교통난 해소 △안전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 조성 △철도물류 경쟁력 강화 △통일을 대비한 한반도 철도망 구축 등 6개 방향으로 추진된다.
우선 기존 고속철도 연장구간 건설·수도권 고속철도 완공(2016년말) 등으로 전국 주요거점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망을 구축한다. 고속열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한 병목구간 해소·고속철도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한 연결선사업을 추진한다.철도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에 고속화철도(시속 200㎞ 이상)를 건설하고 낙후된 기존 일반철도를 고속화(시속 230㎞)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주요사업은 △어천 연결선 어천역~경부고속선 △지제 연결선 서정리역~수도권고속선 △남부내륙선 김천~거제 △강원선 춘천~속초 △평택부발선 평택~부발 △호남선 가수원~논산 △충북선 조치원~봉양 등이다. 노선 구축이 완료될 경우 주요도시별 이동시간은 △서울~강릉 1시간7분 △강릉~부산 2시간 30분 △광주~부산 2시간 20분 등으로 예상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건설을 통해 수도권 주요거점 간 30분 통행을 실현하고 이미 시행 중인 10개 수도권 광역철도 사업도 적기에 완공할 계획이다.수도권 대단위 택지개발지역 광역철도망 공급과 충청권·대구권 등 지역 광역통행을 위한 철도망은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에 신설된 사업은 △GTX 송도~청량리 △GTX 의정부~금정 △신분당선 호매실~봉담 △신분당선서북부연장 동빙고~삼송 △원종홍대선 원종~홍대입구 △위례과천선 복정~경마공원 △도봉산포천선 도봉산~포천 △일산선 연장 대화~운정 △서울 9호선 연장 강일~미사 △충청권 광역철도 2단계 신탄진~조치원 등 10개다.
이 노선들이 신설되면 서울역까지 출퇴근하는데 일산신도시에서 13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23분, 송도에서 23분, 군포에서 16분, 의정부에서 8.4분으로 단축된다.
장항선·경전선·동해선·경북선 비전철 구간의 전철화를 추진한다. 핵심 물류거점인 항만·산업단지·내륙화물기지를 간선 철도망과 연결하는 인입철도 건설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전선 보성~목포, 경북선 점촌~영주, 호남선 가수원~논산, 서울 9호선 연장 강일~미사 등이 공청회 이후 추가됐다"면서도 "충청권 광역철도 2단계사업의 경우 계룡∼논산구간을 제외하고 신탄진~조치원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2016~2025년 총 7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월 공청회에서 발표한 비용(74조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부문별로 △고속철도 8조원 △일반철도 38조원 △광역철도 24조원 등이 소요될 전망이다.
재원 구성은 △국비 43조원 △지방비 3조원 △민자유치·공기업·기타 24조원 등으로 나타났다. 투자재원 중 국고의 경우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감축 기조에 따라 제2차 철도망구축계획보다 규모를 축소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철도연장은 3729.3㎞에서 5363.5㎞로 늘어난다. 철도별로 △고속철도 368.5㎞→708.7㎞ △일반철도는 3302.7㎞→4195.8㎞ △광역철도 58.1㎞→459.0㎞ 등으로 증가한다. 복선화율은 58%에서 71%로, 전철화율은 70%에서 82% 각각 늘어난다.
국토부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막대한 부채가 원활한 투자재원 확보에 문제로 작용하는만큼 연내 단위선로사용료 도입·선로사용료 현실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철도망 확충이 차질 없이 이뤄질 경우 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비율이 절반 이상(46→60%)으로 확대된다"며 "시속 200㎞ 이상의 고속화 철도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85%가 고속화된 철도의 혜택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100만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14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생산유발 효과+임금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압수수색 당한 참여연대 "유권자 운동이 범죄인가 616 프레시안
경찰, 현미경 들고 불법 찾고 있다"…안진걸 처장 자택·차도 수색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당한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반발했다. 경찰은 4.13 총선 당시 낙선운동을 벌였던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 관련 단체 등을 대상으로 16일 오전 9시께 압수수색을 벌였다. 참여연대는 총선넷 사무실로 이용된 바 있다.
참여연대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넷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하며 합법적 틀 내에서 유권자 행동을 전개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우리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과잉수사와 압수수색을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며 "수사당국의 과잉수사와 압수수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선관위는 지난 4월 12일 2016 총선넷이 기자회견을 빙자한 낙선운동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고 후보자 성명이 들어간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 오후 1시께 압수수색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박스 2개 분량을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압수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경찰, 선거법 위반 명목으로 참여연대 압수수색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참여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재근 참여연대 정책기획실장,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참여연대 사무실의 경우, 이날 오후 1시께 압수수색을 마무리했다.
이 중 이재근 실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당했고, 안진걸 사무처장의 경우, 본인 명의의 자동차까지 압수수색 당했다. 압수수색 대상으로 알려진 이들은 2016 총선넷에서 공동사무처장과 운영위원 등의 직책을 맡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여론조사를 금하고 있는 선거법 제108조와 후보자 얼굴 사진을 게시하는 것을 금지한 선거법 제93조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 2일부터 총선넷이 '최악의 후보 10인, 최고의 정책 10개' 관련, 선호도 투표를 실시한 것을 "선거법에서 신고대상으로 정한 여론조사"였다며 고발조치했다. 또한, 오세훈 후보자(서울 종로)의 지역구 등 9곳에서 이른바 '낙선 투어' 기자회견에서 후보자의 얼굴 부분을 가린 '구멍 뚫린 피켓'을 사용한 것이 '후보자 얼굴 사진 게시 금지' 조항을 어긴 소지가 있다며 고발했다.
총선넷은 기자회견에서 후보자 이름 정당명 등을 명기할 경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선관위 요청에 따라 후보자 얼굴을 뺀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결과적으로 기자회견 언론보도에서 후보자의 이름과 얼굴이 드러났다며 총선넷을 고발했다.
"유권자 운동을 불순한 것으로 간주한 것"
참여연대는 "경찰은 총선넷이 '설문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최악의 후보 10인'을 선정했으며, 이후 각 후보 선거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 등이 현행 선거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로 규정했다"며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총선넷의 설문조사는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법률전문가와 여론조사기관으로 확인한 바 있다"며 "또한, 각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후보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명시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간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기 어렵게 하는 현행법 안에서도 총선넷은 법 규정 내에서 활동했다"며 "수사당국이 자의적인 판단에 근거해 자행하고 있는 총선넷에 대한 수사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면 전환을 의도한 정치적 수사"라고 지적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총선넷은 전국 10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단체"라며 "이들의 활동은 선거법이 보장하는 합법적인 활동이었고, 유권자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여기에 경찰과 검찰은 현미경을 들고 이들 활동 중 일부에 불법 여지가 있다며 들어왔다"며 "유권자들의 작은 시도에 이런 탄압을 하는 것은 유권자 운동을 불순한 것으로 판단하고 억눌려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Disc 1
1 Allgunas Bestias (몇몇 짐승들)
2 Voy A Vivir (나는 살리라)
3 Los Libertadores (해방자들)
4 A Mi Partido (나의 당에게)
5 Lautaro (라우따로)
6 Vienen Los Pajaros (새들이 온다)
Disc 2
1 Sandino (산디노)
2 Neruda Requiem Aeternam
3 La United Fruit Co. (유나이티드 푸르츠 사)
4 Vegetaciones (식물)
5 Amor America (사랑하는 아메리카)
6 Emiliano Zapata (에밀리아노 사빠또에게)
7 America Insurrecta (반란의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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