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주간경향-6.3한국
커피 한 잔이 전부였던 노시인의 쓸쓸한 장례식 528 오마이뉴스
손석희 3년, ‘조중동 종편 프레임’을 무너뜨렸다 526미디어오늘
박근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강행 527 민중의 소리
당신의 고향이 사라진다] 기초단체 80곳 30년 후엔 인구 소멸 위험지역 이코노미스트 5.9
[일본 사례로 보는 ‘노인의 나라’] 억지·폭력·이기주의... 늘어 가는 ‘민폐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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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여기어때? ’… 모텔 이용 앱1000만 시대 529 한겨레
무너지는 민생, 사라진 정부] 6.1 경향
총체적 위기의 한국 이보다 나쁠 순 없다 6.7 주간경향
컵라면과 ‘불평등한 죽음’에 관한 단상 6.1 한겨레
대한민국은 공해병 다발 국가" 6.2 프레시안
정부가 대학을 죽이는 나라, 미래가 없다 6.2 프레시안
공무원에 의해 ‘만신창이’ 되어가는 낙안읍성 6.1 시사저널
위기의식 강요하는 게 위기다 2015.6.30. 한겨레21
“탈북 아니라 납치”, 박근혜 탄핵 요청한다? 531 미디어오늘
손석희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6.1 오마이뉴스
한국사회 불평등 해소, '죽창'이 답? 6.3 오마이뉴스
로스쿨 ‘대학 카스트제’ 내부문건 공개합니다 6.3 한겨레
6.3한겨레-경향
6.3 내일-6.2한겨레
6.2경향-한국
6.1경향-6.2내일
6.1 국민-금강
6.2 민중의 소리-6.1
6.1 한국-한겨레
6.1내일-5.31국민
5.31경향-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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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한국-5.30경향
530한국-한겨레
530중앙-내일
530민중의 소리-시사인
5.29민중의 소리-금강일보
5.30~6.3 경향 장도리
커피 한 잔이 전부였던 노시인의 쓸쓸한 장례식 528 오마이뉴스
문인들의 가난이 결코 낯설지 않은 몇 가지 사례들
지난 17일 매스컴은 일제히 한국 소설가 한강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문학계는 물론 전 국민이 환호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맨부커상은 어떤 상이고 한강이 누구인지, 상금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문학상이 몰고 올 파장은 예측 불허이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음으로써 작가에게 생기는 부수적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문학계는 물론 전 국민이 이런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기 하루 전 16일 오후 페이스북에는 쓸쓸한 글이 하나 올라왔다. 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 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을 SNS에 올린 것이다.
▲ 최영미 시인이 sns에 올린 글 ⓒ 최영미 페이스북
근로 장려금이란 연 소득이 1300만 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에게 주는 생활보조금인데 그것도 1년에 한 번 최대 수혜자가 210만 원 정도다. 최영미 시인의 경우 59만5000원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며칠 지나 다시 같은 SNS에 최영미 시인은 "그저 지인들에게 제 사정을 알리려고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해명성 글이 올라오긴 했지만 이미 많은 신문 방송 매체가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난 이후였다.
문인이 가난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많은 문인들의 사례를 통해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최영미 시인이 '베스트셀러 시인'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를 지켜보며 과연 우리나라에서 글만 써서 생활할 수 있는 시인 작가가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 베스트셀러 한 권 내고 다른 작품이 연이어 각광을 받지 못한다면 월 100만 원 수입이라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그 소득이 전적으로 문학으로 인한 것이라면 말이다.
나는 중앙문단의 실정은 잘 모른다. 내가 인천 문단에 소속되어 있어서 인천 문인들의 실상을 조금 살펴볼까 한다.
▲ 85세의 일기로 작고한 랑승만 시인의 납골당. ⓒ 최일화
지난 4월 말경 인천의 원로 랑승만 시인이 85세의 일기로 작고했다(관련기사 : 천상병 그리워하던 노시인, 바람되어 사라지다). 그분은 50세가 되던 해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35년 동안 가난과 병고로 고생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아내마저 떠난 병상을 결혼도 하지 않은 맏아들이 지키고 돌봤다.
빈소는 한산했다. 87세의 누나와 91세의 매형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인천의 문인들이 간간이 다녀갈 뿐 타 지역에서는 아무도 문상 오는 사람이 없었다. 시인은 김관식, 천상병, 고은 등과도 아주 각별한 사이였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시인은 동국대학교 출신 문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곤 했다. 그러나 1980년 한국잡지기자협회 이사회에 참석했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오랜 병상생활로 그는 거의 문단에서 잊히고 말았다.
이날 장례식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문상객들에게 식사 대접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문상객이 많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식사 대접을 못하고 커피 한 잔씩 타 드리는 것으로 예를 갖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35년의 병상생활이 시인을 얼마나 피폐하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시인은 나의 첫 시집에 발문을 써주었다. 나는 발인 전 날 밤늦게까지 빈소를 지켰다. 이튿날 새벽 발인식에 참석하고 장지까지 따라갔다. 운구는 병원의 직원이 도왔다. 이렇게 쓸쓸한 장례식은 내게는 처음이었다. 한 시인은 실토하기도 했다. "문상을 갔는데 빈소가 하도 쓸쓸하고 초라해서 누가 시인의 장례식인 걸 알까 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19권의 시집을 내고 생을 마감한 시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초라하고 쓸쓸했다.
물론 부유한 문인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 부는 문학과는 별개의 부다. 부모의 부를 물려받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축적한 부다. 문학은 어쩌면 가난과 병고와 고독과 함께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문인들의 가난이 결코 낯설지 않은 이유다.
그분에게 시는 목숨과도 같았다. 신앙과도 같았다. 헤아릴 수 없는 가난과 고독, 고통 속에서 19권의 시집을 펴낸 것은 시인의 문학 혼이며 정신력으로 가능했을 터. 그분은 평소에 한 지론을 견지해 왔다.
"나는 나의 시에서 맑고 강인한 생명력을 얻는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문학적 신조를 탄생시켰다. 즉, 시 한 편을 쓰면 10년은 더 살고, 시 한 편 발표하면 20년은 더 살고, 시집 한 권 세상에 내놓으면 30년은 더 산다는 문학 정신적 정신생명 부활의지이다."
인천엔 또 1980년대 반성 연작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등장한 유명 시인이 있다. 굵직굵직한 문학상도 몇 번 탄 시인이다. 그러나 그 시인 역시 원고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대학의 시간강사와 문화센터 두세 군데에 출강하며 겨우 생활을 꾸려가는 형편이다.
일년에 시 20편을 발표하면 굉장히 많이 발표하는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20편의 원고료라고 해야 100만 원에 불과하다. 시집 인세라는 것도 몇몇 운이 좋은 시인들의 얘기지 웬만한 문인들에겐 화중지병일 뿐이다.
지금은 유명세를 타는 K 시인이 있다. 이분이 문단에 등단하기 전에 만나 얘기를 나눈 일이 있다. 한 달이면 보름 정도 노동판에 가서 일하고 보름은 틀어박혀 오로지 시에 매달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20년 쯤 후 그는 유명 시인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의 시도 그렇지만 그의 집념과 문학에 대한 신념과 열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문학으로 부를 일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재물보다 값진 문학을 안고 살면서 삶의 보람을 찾고 일생 동안 추구해야 할 목표를 갖게 되지 않았는가.
얼마 전 인천의 문인들과 술 한 잔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아동문학가가 술의 힘을 빌려 묻는 것이었다.
"제가 문학만을 계속 해야 할지,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할지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선배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마땅한 데 있으면 취직해. 직장 다니면서도 쓸 수 있잖아."
"......"
"지금 인세 받는 게 월 얼마 정도 되지?"
"250만 원 정도..."
이 후배작가는 동화를 써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친구다. 베스트셀러도 있고 동화 두 권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등 촉망받는 작가였다. 인세 250만 원이면 일류급 작가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고액이다. 그러나 계속 작품이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아마 나에게 글만 써야 할지 취직을 해야 할지를 물은 것 아니었을까.
손석희 3년, ‘조중동 종편 프레임’을 무너뜨렸다 526미디어오늘
중앙일보와 논조 충돌 극복하며 신뢰도·영향력 급상승…남은 과제는 ‘손석희 없는 손석희 체제 구축’
“종편이 현실이 됐기 때문에 종편을 배척하기 보다는 좀 더 품격 있는 방송과 보도로 방송 전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2013년 5월9일자 ‘손석희 JTBC행’ 한국일보 기사에서 손석희 발언)
3년이 흘렀다. 손석희가 JTBC보도담당 사장으로 첫 출근(2013년 5월13일)할 때만해도 그가 3년 이상 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또 하나의 종편’에 불과했던 JTBC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지금 수준으로 끌어 올릴 거라 예상했던 사람 역시 소수였다. 손석희의 3년은 언론계의 예측을 억측으로, 우려를 기대감으로 바꿔낸 ‘선전’의 연속이었다.
2013년 9월16일 손석희는 메인뉴스 앵커로 ‘출격’했다. 이후 JTBC는 흥미로운 수치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우선 ‘선택과 집중’.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논란과 관련해 JTBC보도는 지상파의 보도량을 압도했다. 당시 방송기자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2013년 10월21일자 지상파 국정원 대선개입 보도량은 3사를 합쳐 977초였던 반면 JTBC는 1010초였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 편집위원장은 당시 JTBC뉴스를 두고 “제1이슈, 제2이슈에 압도적 비중을 둔 점이 특징”이라며 선택과 집중에서 현재까지 나타난 가장 극단의 모델이라 지적했다. 손석희는 그 무렵 <방송기자> 인터뷰에서 “백화점으로 돌아가는 순간 우리는 망한다”고 밝혔다. 이후 JTBC는 성완종·메르스·어버이연합 등 특정 이슈에 보도를 집중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 손석희의 등장은 JTBC의 보도를 바꿔놓았다. 사진은 JTBC 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2014년 JTBC는 정부여당에 편향된 주류언론의 대체제로 성장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체육관 실종자 가족은 오후 9시가 되면 KBS가 아닌 JTBC를 선택했다. JTBC는 오랜 기간 서복현 기자와 김관 기자를 팽목항에 배치하며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해 5월 JTBC는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인터뷰했다.
위기는 있었다. 중앙일보가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를 두고 “37년간 언론 생활을 하면서 권력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했고 뚜렷한 소신과 열린 보수의 면모를 보였다”(2014년 6월11일)며 후한 점수를 줄 때, JTBC는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언론인 출신인 만큼 재산이나 도덕성 문제에 앞서 언론인 시절 썼던 칼럼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다”(2014년 6월10일)고 보도했다.
‘한 지붕’ 아래 있는 두 언론사의 논조는 이렇게 달랐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손석희 체제 이후 JTBC의 정부여당 비판보도로 출입처에 ‘민원’이 늘었다며 직·간접적으로 JTBC논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TV조선에 출연하는 모습도 자못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의 ‘불편한 관계’는 손석희의 보도방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손석희가 이뤄놓은 가시적 성과 덕분이다. JTBC 메인뉴스는 대통령선거가 있던 2012년에도 평균 0.9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손석희가 오고 달라졌다. 손석희 투입 직전 8개월(2013년 1월~8월)간 평균 1.14%였던 메인뉴스 시청률은 손석희 투입(9월16일) 이후 8개월(2013년 10월~2014년 5월)간 평균 2.33%로 2배 이상 올랐다.
특히 세월호 참사 보도가 한창이던 2014년 5월에는 월평균 3.8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개국 이래 깨지지 않는 JTBC의 메인뉴스 월 최고 시청률이다. JTBC는 지난 3월 필리버스터 정국에서도 월평균 2.9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는 성완종 사태나 메르스 사태 등 사회 주요 현안마다 시청률이 상승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주목할 지표는 20-49시청률이다. JTBC의 20-49시청률은 2012년~2013년 평균 0.22%로 여타 종편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손석희 등장 이후인 2014년~2015년 평균 0.71%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월 50대 이상 시청자 비율이 TV조선 75.6%, 채널A 73.3%, MBN 73.1%, JTBC 43.8%였던 점에 비춰봤을 때 JTBC 20-49 뉴스시청자 수는 타사 종편을 압도하고 있다.
고무적인 사실은 20-49시청률의 증가세다. 2016년 1월~4월 월평균 20-49시청률은 0.81%→0.85%→0.87%→0.91%다. 젊은 뉴스수용자의 시청률 증가는 예능·드라마의 20-49시청률 상승과 이어진다. 손석희는 보수신문의 방송소유라는 종합편성채널의 ‘태생적 편향’을 넘어 지상파처럼 JTBC 뉴스와 드라마·예능·교양 콘텐츠를 거부감 없게 보도록 만들었다.
이는 방송사 가운데 최초로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뉴스 생중계를 개척하며 젊은층에게 한 걸음 다가간 손석희의 플랫폼 전략도 한몫했다. JTBC에 따르면 2016년 5월15일 현재 온라인 누적 시청자수는 1억5733만3331명이며, 최근 한 달 기준 주간 평균 시청자수는 13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로만 평가할 수 없는 JTBC뉴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손석희 등장 이후 달라진 JTBC뉴스의 위상
주류언론 왜곡을 알려주는 기준점 역할
▲ 지난 4년간 JTBC 메인뉴스 평일 시청률. 손석희의 등장이후 JTBC 메인뉴스는 시청률과 영향력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JTBC의 업계 위상은 달라졌다. 2013년 시사저널 ‘언론매체영향력조사’에서 1~2%에 불과했던 지표는 2015년 15~20% 수준으로 올랐다. 2014년 조사에서 JTBC는 영향력 6위, 신뢰도 3위, 열독률 8위 등 전 부문 지표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분야에선 23.6%를 기록하며 전통의 KBS(26.7%)·한겨레(24.8%)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JTBC는 2015년 시사IN ‘언론신뢰도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방송프로그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JTBC ‘뉴스룸’은 15.3%를 득표하며 KBS ‘뉴스9’(14.7%)와 MBC ‘뉴스데스크’(5%)를 앞섰다. 민영방송사가 공영방송사 메인뉴스를 앞지른 사실은 시사점이 컸다. KBS ‘뉴스9’는 시사IN 조사가 시작된 2007년부터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밀렸다.
내부 기자들은 대체로 손석희 체제 이후 보도국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JTBC의 한 기자는 “기자들은 요즘도 3년 전 침체됐던 과거 보도국 이야기를 하며 오늘날 뉴스의 심층성과 뉴스수용자 반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편이라서 취재에 응하지 않던 상황이 없어진 것도 기자들의 성취감을 높이고 있다”며 “보도국에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JTBC는 손석희 영입 이후 3년 간 타사로 이직한 기자가 한 명도 없다. 같은 기간 이직이 반복된 타사 종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현재 보도국에 대한 만족감이 높거나 향후 뉴스채널로서의 비전에 대해 기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JTBC 한 기자는 “중앙일보와 논조가 갈라졌던 때를 비롯해 위기지점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지나갔다”며 “지금까지 온 걸로 미뤄보면 앞으로도 손석희 체제는 길게 갈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2014년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한 뒤 JTBC 보도국 기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치열 기자
JTBC뉴스에 대한 내부적 만족감은 종편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자신감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상우 JTBC 보도국 부국장은 “지상파는 잘하고, 종편은 못하는 게 아니다. 뉴스를 지상파와 종편으로 구분해서 보는 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되물으며 “우리는 흔히 말하는 종편의 특징과도 맞지 않다”며 채널이 아닌 뉴스 자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석희는 2013년 9월3일자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조중동 종편’ 프레임에 대해 “그것이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것이라면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상 JTBC는 조중동 종편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언론운동진영은 종편퇴출 프레임을 ‘모두 퇴출’에서 ‘정부여당 편향방송 퇴출’로 수정해야만 했다.
오늘날 손석희와 JTBC뉴스의 가치는 주류언론이 무엇을 왜곡하고 무엇을 보도하지 않는지 알려주는 기준점 역할을 하는데 있다. 이는 시청률로 온전히 드러날 수 없는 JTBC뉴스의 ‘사회적 가치’다. 이는 손석희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타사 종편의 편파성이 극에 달하는 시대적 상황이 빚어낸 결과다. 손석희가 2014년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며 소명이 무거워진 탓도 있다.
▲ 지난 4월27일자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의 간판코너가 ‘펙트체크’인 사실은 오늘날 JTBC의 역할을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다. 손석희 본인도 앵커브리핑을 통해 종종 언론계를 비평하고 있다. 지난 4월27일에는 언론을 애완견, 감시견 등에 빗대어 소개하며 “우리 시민들은 지금 어떤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최근에는 “전두환씨”라는 호칭을 쓰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란 호칭을 써온 언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손석희는 특정 정치진영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 않음으로서 공정한 언론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예컨대 20대 총선 국면에서 김용민씨가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게 보낸 낙선화환이나 정청래 더민주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식으로 진영의 경계선에서 모두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기를 자처하며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고 있다.
손석희 뉴스 지속성 바로미터는
사주를 견제하고 보도를 비평하는 노동조합의 등장
많은 시청자들이 3년이 흐른 지금도 JTBC뉴스를 ‘손석희의 뉴스’로 인식하는 배경에는 뉴스에서 그가 차지하는 카리스마 때문이다. 실제로 ‘뉴스룸’은 많은 부분에서 손석희 개인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JTBC뉴스가 아닌 ‘손석희 뉴스’를 선택적으로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언제든 손석희를 내칠 수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처남-매부 관계인 JTBC 사주 홍석현의 존재 때문이다.
손석희는 2013년 10월4일자 한겨레 인터뷰에서 “나의 쓸모란 올바른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손석희는 ‘삼성 미디어제국의 확장을 위한 도구’라는 과격한 주장을 ‘삼성의 노조무력화 전략문건’, ‘전경련-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같은 단독보도로 무력화시켜왔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체제’에 대한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손석희의 과제는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손석희 이후의 JTBC를 구축하는 데 있었다. 당면한 과제 역시 ‘손석희 없는 손석희 체제’의 구축이다. ‘손석희 뉴스’가 홍석현·홍정도 사주가 추구하는 장기적 방송채널전략이라면, 대통령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공영방송사보다 긴 생명력을 지닐 수도 있다. 그러나 체제의 구축을 위해선 손석희를 넘어설 기자들의 성장토대가 필요하다.
▲ JTBC '손석희 뉴스'는 주류언론의 송곳 같은 존재다. 그런데 JTBC에는 아직 노동조합이 없다. 사진은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송곳'의 메인포스터.
이 때문에 손석희 체제의 안착과 JTBC보도에 대한 지속성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처럼 민영방송에서 사주와 생산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노동조합의 등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JTBC기자들은 중앙일보 소속으로 기업노조인 중앙일보·JTBC 통합 노조에 가입되어 있으며 JTBC 단일노조는 없다.
기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언론노동자로서 사주를 견제하고 JTBC뉴스를 비평하며 손석희 사장을 공개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자들은 구조적으로 노동자성을 획득하며 뉴스생산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 JTBC의 한 기자는 “손석희 ‘원 맨’ 플레이로는 뉴스가 지속되기 어렵다. 시스템을 통해 포스트 손석희를 키워내야 한다”고 말하며 노동조합에 긍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손석희와 JTBC의 3년은 놀라운 성과를 남겼지만,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아있다.
박근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강행 527 민중의 소리
‘꼼수의 극단’까지 선보이며 ‘거부권’ 강행한 박근혜 대통령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기습 강행, 총선 참패에도 계속되는 일방통행
20대 총선 참패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계속되고 있다. '꼼수'의 극단까지 보여주며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강행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정부의 행정입법(시행령 등)에 대한 국회의 시정 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소통'과 '협치'는 빈말로 끝났다.
'꼼수'의 극단까지 선보이며 거부권 행사 강행
지난 19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돼 23일 정부에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6개월이 넘게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 사건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에 길을 열어주는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행정부 마비법"이라고 반발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새누리당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여론몰이를 하며 길을 닦았다. 헌법학자 출신이자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정종섭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국회 독재의 위험성"까지 주장했다.
결국 정부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던 정기 국무회의를 놔두고 금요일인 27일 예정에 없던 임시 국무회의를 기습적으로 개최해 재의 요구안 처리를 강행했다.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이었다.
28, 29일이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날이 사실상 19대 국회의 마지막 날이었다. 19대 국회에서 재의가 불가능한 시점을 노린 '꼼수'까지 선보인 셈이다. 심지어 '거부권' 행사 주체인 대통령은 자리에도 없었다. 회의는 해외 순방을 나간 박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전자결재로 요구안을 재가했다.
특히 정부는 19대 국회 임기 내에 재의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법안이 자동 폐기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즉각 '자동 폐기론'을 들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9대 의원들이 의결한 법을 20대에서 재의결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재의안의 경우 20대 국회에서도 처리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회 사무처는 이를 놓고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상시법)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박 대통령, 의회민주주의 거부"
"새벽같이 한강다리 건너듯 거부권 행사"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평소에 국회에 일하라고 닥달하더니 이제 일한다고 법을 만드니 '열심히 일하면 행정부가 귀찮다', '이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나오는 것이 타당한가"라며 "의회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상당히 중대한 권한 침해"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천 무효' 주장도 내놨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위해선 3일 전까지 공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27일은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이다. 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이라며 "원천 무효"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자결재를 통해 새벽같이 마치 한강다리를 건너듯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박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이는 거부권 행사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강다리를 건너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데 빗댄 비판이다. 박 원내대표는 "(거부권 강행은) 국회를 또 한 번 무시하고 5.13 청와대-3당 원내대표 회동의 협치 정신을 찢어버리는 결과"라고 질타했다.
'상시 청문회법'을 주도한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고유권한이지만 국회 운영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의 기본구조에 지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상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중앙 중앙홀에서 열린 제68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헌버.국회관계법 책자를 들어보이며 정부의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상시법) 거부권 행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당신의 고향이 사라진다] 기초단체 80곳 30년 후엔 인구 소멸 위험지역 이코노미스트 5.9
65세 이상 인구 비중 30% 넘는 수퍼 초고령 지역 25곳... 화성·기장·세종은 점점 젊어져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00만명을 정점으로 차츰 감소한다. 204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중간에 있는 사람의 나이가 52.6세가 된다. 2060년이 되면 고령 인구는 현재보다 2.7배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60% 줄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5년 한국 사회 지표’에 나오는 내용이다. 더 암울한 통계가 있다. 본지 분석 결과 30~40년 후에 인구가 소멸할 위험에 처한 기초단체(시·군·구)는 80곳에 달했다. 아이를 낳을 여성은 꾸준히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난 곳이다. 당신의 고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40여 일 앞둔 지난 3월 2일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로 분구된 선거구는 16곳, 통합된 곳은 9곳이었다. 경상북도 의성·군위·청송군은 인근 상주시와 통합됐다. 전라남도 고흥·보성군은 장흥·강진군과 합쳐졌고, 경상남도 의령·함안·합천군은 쪼개져 각각 밀양시·산천군과 묶였다. 모두 선거구 유지를 위한 인구 하한선에 미달한 지역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30여년 후 선거구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단순히 사람 수가 적어서가 아니다. 고령 인구는 느는데 아이를 낳을 젊은 여성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다.
본지가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와 함께 전국 262개 시·군·구 중 인구가 없는 강원도 철원군 근동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등을 제외한 252곳의 인구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년 후 인구가 사라질 위험이 큰 지자체는 80곳에 달했다. 지난해 화제가 된 책 <지방소멸>의 분석 방식을 차용해 얻은 결과다.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은 일본 기초단체인 시·구·정·촌 중 49.8%인 896개가 2040년 사라질 것으로 예측해 일본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마스다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20~39세 여성 인구에 주목했다. 가임 여성의 90% 이상이 이 연령대에 속한다.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중이 작은 지역일수록 장기적으로 인구가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아이 낳을 젊은 여성 인구 급감
본지는 행정자치부가 운용하는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통해 2015년 12월 말 기준 전국 기초단체 인구 현황을 조사했다. 지역별로 거주하는 전체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을 분석했다. 소멸 위험 가능성이 큰 지역은 20~29세 여성 인구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고령 인구 비중은 20%가 넘어 상대비중(20~29세 여성 인구 비중÷고령 인구 비중)이 0.5 미만인 곳으로 설정했다. 이승호 박사는 “젊은 여성과 고령 인구 상대비가 1:1일 때가 인구가 유지되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며 “상대비가 0.5 미만이라는 것은 인구 소멸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계에도 인정받는 이론이다.
조사 결과 국내 지자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7% 이상인 곳은 249곳이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기초단체 중 99%가 이미 고령화 사회 이상으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또한 고령 인구 비중이 7~14% 미만은 112곳(44.4%), 14%가 넘는 고령 사회는 51곳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20%를 넘은 초고령 사회는 74곳(29.4%)이었다. 전북 고창·장수, 경남 하동·창녕, 충남 태안·부여, 강원 양양·횡성, 부산 서구 등이다. 고령 인구 비중이 30%를 넘는 수퍼 초고령 사회도 25곳(9.9%)에 달했다.
20~39세 여성 비중 10% 미만 78곳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전남 고흥군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거주 인구 6만8143명 중 36.7%(2만5017명)가 65세 이상이다. 다음은 경북 의성군(36.2%), 경북 군위군(35.4%), 경남 합천군(35.4%), 경남 남해군(34.1%), 전남 보성군(33.5%) 순이었다. 반대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로 5.4%에 불과하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5.4%)와 울산 북구(6.4%), 대전 유성구(7.2%), 경북 구미시(7.2%), 천안 서북구(7.4%), 경기 오산시(7.4) 등도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였다. 대기업 공장이 입주했거나 공단·산업단지가 들어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2004년 6곳에서 지난해 78곳으로 증가했다. 경북·경남·전남 지역이 특히 낮았다. 경북 의성군은 전체 인구 중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6.2%로 가장 작았다. 다음은 경북 군위(6.6%), 전남 고흥(6.6%), 경남 남해(6.7%) 순이었다. 반대로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서울 관악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 인구 비중이 18.2%(9만1093명)다. 다음은 서울 마포구(17.8%), 서울 광진구(17.3%), 서울 강남구(17%) 순이다.
결과적으로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10% 미만이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곳은 80곳이다. 기초단체 10곳 중 3곳이 소멸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특히 젊은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20곳을 살펴보면 20~39세 여성 비중이 6.2~7.8%에 불과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대부분 30%를 넘었다. 두 지표 간에 상대 비중은 0.17~0.25에 불과했다. 즉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비 17~25%라는 얘기다.
경북 의성군 인구 5년 새 1만명 줄어
소멸 위험이 가장 큰 기초단체는 경북 의성군이다. 의성군은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의 상대 비중이 0.17에 그쳤다. 의성군청에 따르면 올 1~2월 의성군에서는 41명이 태어났고 143명이 사망했다. 인구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의성통계 연보’에 따르면 1995년 8만6000명이던 인구는 2005년 6만 4930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만4380명(등록인구 기준)으로 감소했다. 소멸 위험 2위는 전남 고흥군이다. 고흥군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6.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북 군위, 경남 남해, 경남 합천, 경북 영양, 전남 신안 등도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반면, 수원 영통구는 전국 기초단체 중 고령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나타났다. 영통구 인구 33만4000명 중 65세 이상 비중은 5.4%인데 20~39세 여성 비중은 16.6%다. 다음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로 전체 인구 중 가임 적령기 여성 비중이 14%에 달한다. 이밖에 울산 북구, 충남 천안시 서북구, 경북 구미시, 경기도 오산, 대전 유성구, 경기 수원시 권선구 등이 소멸 위험이 낮은 지역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젊은 여성 끌어들일 정책에 집중해야
최근 10년 간 인구 변동 추세를 보면 젊은 여성이 어느 지역을 선호하는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0년 간 20~39세 여성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로 86.2%로 늘었다. 다음은 부산 기장군으로 57.1% 증가했다. 세종시(52.6%)와 경기 오산시(44.6%), 경기 파주시(43.7%), 대전 유성구(34.8%), 경기 김포시(32.9%) 등도 젊은 여성이 크게 늘어난 도시다. 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거나 여성을 고용할 수 있는 대기업이 새로 입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기간 젊은 여성 감소율이 가장 큰 곳은 전남 고흥군으로 45.1%나 줄었다. 경북 군위(-45%), 경북 청송(-44.4%) 등도 10년 새 젊은 여성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눈에 띄는 것은 부산 영도군이다. 이 지역은 10년 사이 젊은 여성 인구가 44% 줄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젊은 여성의 비중이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감소 속도가 빠른 지역 중 일부는 대도시의 전통 제조업 집적지가 포함돼 있다”며 “산업단지의 낙후성과 쇠퇴가 젊은 여성을 떠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가지 더 주목할 것은 젊은 여성이 이미 모여 있는 곳과 새로 모여드는 곳이 다르다는 점이다. 젊은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대도시권의 베드타운이나 교육 중심지, 서비스업 중심지 등이다. 이와 달리 젊은 여성이 모여들고 있는 곳은 신도시가 들어선 수도권 지역과 지방 광역시의 세력권 도시가 많다. 경기 화성시, 충남 세종시, 전남 무안군이 대표적이다. 무안군은 전남도청이 이주하면서 젊은 여성 인구가 급증했다. 그런데 여성 인구 비중이 원래 큰 수도권은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세종시나 무안군 등은 출산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이상호 박사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젊은층이 블랙홀처럼 흡수되고 있지만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와 일자리 경쟁 등으로 자녀를 낳기 어렵다”며 “젊은 여성이 모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를 개발하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와 여가시설, 결혼해서 살기 좋은 주거환경, 자녀를 키우기 좋은 양육과 교육 여건을 제공하는 등 정책을 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젊은 여성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층 전체를 대상으로 한 모호한 정책보다 20~39세 여성에 집중한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 사례로 보는 ‘노인의 나라’] 억지·폭력·이기주의... 늘어 가는 ‘민폐노인’
노인 교통사고·범죄 눈덩이 … 은행 맹신하다 금융사기 피해자 전락
고령자 비율이 38%에 달하는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 뉴타운에선 젊은이를 만나기 어렵다. 최근 일본에선 늘어나는 고령자의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인 일본에서는 최근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폭주노인’이 늘고 있다. 건강·운전·금전 등 나이 든 부모의 생활 속 문제를 떠안은 현역 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뇌의 기능이 쇠퇴하기 때문에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당연한 신체의 변화를 고령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심각한 세대 간 대립으로 확산될 수 있는 문제를 그냥 둬서는 곤란하다. 누구나 언젠가는 고령자가 된다. 고령자에게 자각을 촉구함과 동시에 고령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막차 놓쳤으니 ‘택시비 내놔라’ 억지 요구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 아사히신문 독자 기고란에 실린 14살 중학생의 글이 큰 화제를 모았다. 내용은 이렇다. “하교길 버스에 타고 있었습니다. 버스 좌석은 전부 만석인 상태였습니다. 그때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가방을 짊어지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는 ‘괜찮으시면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웃기지마’ 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황한 저에게 할아버지는 ‘요즘 애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매뉴얼대로 행동하니 불쌍하구나. 자기도 앉고 싶으면서 꾸벅꾸벅 자리를 양보해주고 말이지. 그러기 싫은 건 이 정도 나이 먹으면 안다고!’라고 말했습니다.” 특이한 사례긴 하지만 당시 일본에선 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노인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존경을 받는 존재다. 하지만 최근에는 돌연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민폐 노인’이 늘고 있다. 어느 철도회사의 한 사원은 “노인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일상다반사”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늦은 밤 한 70대 노인 남성이 역무원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있었다. “어이, 택시비 내놔!” 이 남성은 도쿄도 내에 있는 어느 역에서 A역까지 가야 하는데 연말 송년회로 만취한 탓인지 전차를 잘못 탔다. 그러고는 노선도 역명도 전혀 다른 B역에 하차했다. A역과 B역은 거리상 50㎞ 이상 떨어져 있었다. 돌아갈 전차가 끊기자 그는 역무원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직원은 거부했고, 이 노인은 “내일 수억엔짜리 상담이 있는데 만약에 시간에 늦으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냐”며 따졌다. 그래도 응하지 않자 그는 “말단이랑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책임자를 데려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직원이 결말이 나지 않겠다고 판단해 “경찰서에서 이야기하자”고 말을 꺼내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돌아갔다.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택시비뿐 아니라 ‘호텔비를 내라’ ‘첫차가 출발할 때까지 홈에서 기다리게 해달라’는 등 갖가지 요구를 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역에서 발생하는 고령자의 횡포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JR(일본철도) 6사와 일본민영철도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철도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 중 60대 이상이 2014년까지 5년 연속 1위였다. 전체 가해자 중 약 60%는 음주 상태였으며, 사건 발생 시간대는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5시가 가장 많았다. 술을 마신 뒤 막차 시간 전후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한 직원은 이렇게 토로한다. “고령자 중에는 타인에게 주의를 받거나 가르침을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기차표 자동발매기에서 곧잘 문제가 발생한다. 조작 방법을 모르는데 구입하려고 애쓰는 바람에 뒤로 줄이 늘어선다. 역무원이 도와주려 해도 ‘시끄럽다’고 거부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빨리 하라’고 화를 내기 시작하고,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방법을 물어보면 금방 해결될 문제인데 말이다. 말이 안 통해도 뭐든 물어보는 외국인이 훨씬 수월하다.”
‘나를 돌봐주는 건 당연’ 자기 중심적인 노인 환자들
도쿄 신바시의 도쿄자혜의과대학 부속병원에는 2004년 ‘원내 파출소’로 불리는 시설이 설치됐다. 이곳에는 퇴직 경찰공무원이 배치돼 환자들의 폭력이나 악질 클레임에 대응한다. 파출소 설립 당시부터 지난해 3월까지 근무했던 전 경시청 직원은 “고령자 환자 사이엔 ‘노약자를 친절하게 돌봐주는 건 당연하다’는 상식이 있다”며 “이 때문에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기 쉽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사립대병원 의료안전추진연락회의가 2011년 11개 시설의 전 직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환자나 그 가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이 있다’고 대답한 직원이 40%를 넘었다. 병원 내 폭력을 휘두른 사람을 연령별로 보면 폭력은 70대, 성희롱은 60대가 가장 많았다. 폭언 역시 60대가 2번째로 많았다.
고령자 범죄도 심각한 문제다. 일본의 범법자 검거 숫자를 보면 65세 이상은 약 4만7000명으로 14~19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체 검거 숫자는 감소하고 있음에도 고령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2.6배 증가했다. 고령자 인구 전체 증가율(1.5배)을 웃도는 수치다.
이른바 ‘민폐’ 고령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또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고급 주택가에서는 최근 보육원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의 반대운동이 있었다. 한 사회복지법인이 보육원을 지으려 하자 여러 주민이 ‘어째서 당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우리의 주거환경을 희생해야 하느냐’며 반대를 표명했다. 반대파 주민의 대부분은 고령자였다. 그들은 ‘보육원에 못 가는 대기 아동 문제는 이해하지만 좀 더 적절한 장소가 있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했다. 자녀를 데리고 오가는 부모의 교통량이 많아지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이들의 주된 반대 이유였다. 현재 세타가야구의 보육원 대기 아동수는 지난해 4월 1일 기준 1182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이 때문에 구에서는 보육원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예정지 30곳 중 5곳에서 주민의 반대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제도나 룰을 자신의 입장에 맞춰 해석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고령자도 많다. 한 소매점 체인에서는 가전제품 ‘보증기간’에 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직원의 증언은 이렇다. “한 70대 여성이 ‘상품이 파손됐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매장은 보증기간이 지나서 무료로 대응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자 ‘오늘 아침에 고장 나긴 했지만 샀을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망가질 위험이 있다는 설명은 받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렸다. 고장 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을 대체 누가 하나?”
잔소리형 민폐 행위도 있다. “손님은 입점 금지입니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한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은 딱 잘라 말했다. 계기는 60세 남성 고객이 점장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남성은 점원 접객에서 매장 청소까지 하나하나 지적해왔다. 맨 처음에는 점장도 ‘귀중한 의견 감사합니다’라고 응대했지만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뒤로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점장을 붙잡고는 내가 지도해주겠다는 듯이 30분 이상 지적을 늘어놓는 일이 계속됐다. 매장 측도 과도하다는 판단에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자 ‘나를 업신여기다니 말도 안된다!’며 매장 내에서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매장 출입금지 조치는 부득이한 것이었다.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걱정거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운전이다. 3월 3일 군마현 시내의 한 도로에서 73세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등교 중인 초등학생 무리로 돌진한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남아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를 착각해 밟은 것이 원인이었다. 고령자가 제1당사자(과실이 가장 무거운 사람)인 자동차 사고는 연간 10만 건에 이른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으로 전체 자동차 사고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고령자 운전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고령자 운전 사고의 34.8%는 안전 미확인이 원인이다. 운전 중 한눈을 팔거나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착각하는 경우도 상위권에 속한다. 고령일수록 사망사고도 늘어난다. 연령별 면허보유자 10만명 당 사망 사고 건수(2014년)는 75세 이상이 10.5건으로 75세 미만(4.1건)에 비해 약 2.5배나 많다.
‘나는 괜찮아’ 과신이 낳은 고령자 운전의 비극
도코로 마사부미 릿쇼대학 심리학부 교수는 “운전은 확실히 고령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고령이 되면서 쇠약해지는 신체기능은 운전에 필요한 능력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운전에 필요한 정보의 80%는 시각을 통해 얻으며 시력의 감퇴는 운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대략 40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노안으로 거리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야간시력 등이 떨어지는데다 동체시력이나 정지시력도 저하한다. 보통 30대에는 양쪽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봤을 때 180도까지 볼 수 있지만 65세가 넘으면 120도 정도만 볼 수 있어 시야가 좁아진다. 반응 속도 또한 느려진다.
그럼에도 직업 운전기사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지난 1월 가루이자와 스키 버스사고는 15명의 목숨을 앗아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기준 이하의 임금 계약, 엉성한 안전관리 등과 함께 직업 운전기사의 고령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사고 버스의 운전기사는 65세였다. 현재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연령은 다른 직업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이다. 2015년 영업용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연령은 49.3세다. 전 산업 평균 43.1세에 비해 6세가량 높다. 버스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을 하는 다른 직종도 대형 트럭 운전기사는 47.3세, 택시 운전기사는 59세로 평균 이상이다. 운전은 노동시간이 길지만 임금 수준은 낮다. 2015년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508시간으로 민간기업 정규직 사원 평균인 2136시간보다 350시간 이상 많다. 그러나 연봉은 426만엔으로 약 100만엔가량 적다. 장시간 일하는데 수입은 적으니 젊은층은 꺼린다.
상속분 감소 우려해 부모 재혼 꺼려
재산을 놓고 가족 간 분쟁을 겪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도쿄도에 살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아이치현에 사는 70대 아버지의 호출을 받았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 옆에는 모르는 중국인 여성이 앉아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왔으며 근처 주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했다. 더구나 아버지는 ‘결혼할 거면 살 집을 마련해달라’는 여성의 요구로 중국인 여성의 명의로 집을 구입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재혼한 여성이 법정 상속인으로 재산의 절반을 갖게 된다. A씨는 그런 아버지가 걱정됐다. 반려자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사는 고령의 부모가 갑자기 ‘재혼하겠다’고 말을 꺼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후생 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60세가 넘어 재혼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특히 남성의 경우 80세 이상도 400명을 넘는다. 사업 승계나 상속 문제를 담당하는 도쿄나카타쵸 법률사무소대표 하세가와 히로마사 변호사는 “유언장 작성이나 상속대책 상담을 위해 사무소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상속을 받는 쪽”이라며 “유언을 쓰는 본인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70~80대쯤 유언장 작성이나 상속 대책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늙은 부모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애가 타는 자식이 어떻게든 해달라며 변호사를 찾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상속을 둘러싼 친족 간의 분쟁을 의미하는 ‘쟁족(爭族)’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금융범죄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고령자도 늘고 있다. 도쿄에서 홀로 생활하는 한 80대 여성은 이렇게 회상한다. “판사는 ‘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여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올 1월 도쿄지방재판소에서 투자 사기를 둘러싼 소송 판결이 내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앞서 나온 여성이다. 미쓰비시도쿄 UFJ은행 직원의 권유로 투자를 했다가 3억8000만엔의 피해를 입고 해당 은행과 직원에게 보상을 요구한 소송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패소했다. 2007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부터 10억엔이 넘는 유산을 상속받은 이 여성은 지점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은행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의 소개로 상당한 금액을 맡겼지만 2012년 달러당 75엔까지 진행된 엔화 상승으로 환손실을 크게 입었다. 손해를 만회하고자 은행원이 제시한 또 다른 해외 투자에 손을 댔다. 그러나 결과는 또 좋지 않았다. 일련의 경과를 지인에게 이야기한 후에야 여성은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투자 경험과 금융 관련 지식의 유무는 투자 손실을 둘러싼 각종 소송에서 종종 쟁점이 된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개인이 스스로 투자했다고 강조한다. 여성의 소송도 그러했다. 은행 측은 여성에 대해 “위험 부담을 인지하고 높은 수익을 바라는 운용경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면담 기록을 통해 여성의 발언내용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여성은 총 10억엔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주체성이 결여돼 있었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른다면 크게 재산을 잃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추천 받는 대로 구입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은행이니까’ ‘전문가니까’라며 금융회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이 여성의 대리인인 모모야 가즈히데 변호사는 “고령자가 은행에 갖고 있는 신뢰는 절대적”이라며 “이 여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은 차치하더라도 이 여성이 겪은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2020년 반려동물 시장 6조원…삼성전자도 ‘출사표’ 525 한경 비즈니스
‘애견 의료보험서 유치원까지’ 고령화·1인 가구 증가로 고성장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 등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관련 창업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의류·미용실·카페 등은 이미 대중화됐다. 유치원·장례식장·의료보험은 물론 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가수 이승철 씨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반려동물 유치원을 만들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 등 고급 펫푸드 시장 공략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2012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은 약 359만 가구, 전체의 17.9%로 추산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약 1조원 수준이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8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구성은 2012년 기준 사료(2970억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의료(2790억원)·용품(1800억원)·서비스(900억원) 등의 순서다.
해외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훨씬 크다.
지난해 현대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 기준 전체 가구의 62%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관련 시장은 529억 달러(약 62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700억 달러(약 82조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일본은 전체 가구의 27%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시장 규모는 1조4000억 엔(약 15조114억원)이다. 반려동물의 사료·간식 시장은 외국계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반려동물 사료·간식 시장의 약 58%를 수입산이 차지한다.
국내 기업들도 고급 펫푸드 시장 등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롯데푸드는 2014년 5월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와 합작법인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설립해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글로벌 사료 브랜드 ‘퓨리나’를 판매하고 있다.
롯데네슬레코리아 반려동물 사업부문 네슬레퓨리나는 화학적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은 프리미엄 반려견 사료 ‘프로플랜 내추럴’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입맛이 까다로운 고양이를 위한 고급 간식 ‘프리스키 파티믹스’도 있다.
KGC인삼공사의 반려견 건강식 브랜드 ‘지니펫’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1만 세트가 팔렸다. 이 제품은 정관장 홍삼을 비롯해 95%의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반려견 간식과 고양이 사료·간식 등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레본’은 연간 3만5000톤의 생산 시설을 보유한 고급 펫푸드 업체다. 중국·브라질·인도 등 해외 6곳에 여의도의 100배 크기인 약 2억9745만㎡(9000만 평) 규모의 유기농 농장을 보유 중이다. 유기농 옥수수·대두·소맥·고구마·감자 등 30여 종의 농산물을 재배해 경기도 이천의 전용 공장에서 펫푸드로 가공·생산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성 간식도 있다. 풀무원의 반려동물 먹거리 브랜드 ‘아미오’는 지난 4월 반려견의 건강 상태에 따라 기능성 원료로 맞춤 설계한 간식 3종을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만, 피부 질환, 면역력 부족 등 실내 생활 위주의 반려동물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에 필요한 기능성 원료를 각각 첨가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동물용 체외 진단기 선보여
이마트는 전국 28개 점포에 ‘몰리스 펫샵’을 운영 중이다. 사료·간식은 물론 의류 등 1600여 종의 관련 상품을 한곳에서 판매한다. 반려동물 호텔·카페·유치원·병원·미용실 등의 부대시설도 운영한다.
반려동물이 병에 걸렸을 때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보험 상품도 있다. 삼성화재는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을 운용 중이다. 반려견의 질병·상해 시 진료비뿐만 아니라 수술비와 통원 치료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반려견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다치게 했을 때 사고당 100만원, 1년에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한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마이펫보험’을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는 동물용 의료 기기 사업 분야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키메스 2016)’에서 개·고양이·말의 건강을 검진하는 동물용 체외 진단기 ‘PT10V’를 선보였다. 이 기기는 간·신장 기능 전문 검사 등 최대 13개 항목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동물의 피를 뽑아 기기에 넣으면 10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는 전시회에서 “초음파 진단기 등 대형 병원 장비 시장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경쟁 업체의 벽이 높지만 동물용 체외 진단기 시장은 새롭게 열리고 있다”며 “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려견 테리의 하루]
7개월 된 요크셔테리어종 테리는 지난 5월 16일부터 서울 강남의 한 애견 유치원에 다닌다.
5월 18일 아침 8시쯤 ‘엄마’인 직장인 김모(32·여) 씨와 집을 나섰다. 테리는 엄마와 헤어진 후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자유롭게 뛰어놀았다.
9시 40분이 되자 셔틀버스를 타고 온 친구들이 교실에 들어온다. 아직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테리와 친구들은 10시부터 배변 활동 및 복종 교육 등을 받기 시작했다. 한 살이 되면 동물 친구·사람과의 사회성 등을 기르는 교육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학비’는 요일반(월·수·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기준 월 40만원이다. 교육진은 반려견 훈련사·관리사·행동교정사 등의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교사들은 엄마가 하루 동안 받은 수업 내용 등을 살필 수 있도록 알림장을 제공한다.
알림장은 어린이집 등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키즈노트’를 활용한다. 테리 엄마는 이 앱을 통해 테리의 활동 사진과 유치원 공지 사항 등을 확인한다. 수업을 마친 테리는 친구들과 뛰어놀며 엄마를 기다렸다. 오후 7시 엄마가 도착했다. 테리는 엄마와 함께 유치원 근처 애견 미용실로 향했다.
테리는 요즘 참치를 주원료로 한 2만2000원(1.3kg)짜리 수입산 고급 사료를 먹는다. 간식으로는 1만2000원(300g)짜리 수입산 육포를 즐긴다. 매월 2회 이용 가능한 57만원짜리 연간 미용실 정기관리 티켓을 보유 중이다.
홍역·장염 등 종합예방접종을 다섯 차례(약 30만원)에 걸쳐 마쳤고 집과 위생용품 등을 구입하는 데 약 20만원이 들었다. 유치원비 480만원, 식비 41만원 등 1년에 테리에게 들어가는 비용만 약 628만원에 달한다.
박 대통령, 32년 장기집권 ‘독재의 나라’ 우간다를 “아프리카의 진주”로 529 경향
박근혜 대통령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29일 오전(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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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두 번째 방문국 우간다에서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대북 안보·군사·경찰 분야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동아프리카 거점’으로 불렸던 우간다의 이 같은 선언이 대북 압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기대했다.
하지만 ‘32년 독재국가’ 우간다를 방문한 것이 적절했냐는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때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참배하지 않고,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정국이 요동치는 등 국내외적으로 중요 현안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를 외면할 정도로 우간다의 대북 압박 협조를 얻는 것이 시급했냐는 비판도 있다.
■한·우간다 정상회담
무세베니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가진 한·우간다 정상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가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우간다는 북한과의 안보·군사·경찰 분야 협력 중단을 포함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간다의 북한 군경교관단 50여명도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양국관계가 많은 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을 발전시키고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과거 김일성 주석 시절 북한을 세 차례 방문했으며, 북한과 군사적으로 협력해왔다. 박 대통령은 앞서 27일 우간다 매체 ‘뉴비전’ 기고문에서 “1963년 양국 수교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를 방문하게 돼 기쁘고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출범하는 한국형 개발협력 프로젝트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우간다에서 운영 중인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등 개발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또 박 대통령의 우간다 방문을 계기로 19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되고, 정유공장·도로·전력 등 우간다 제2차 국가개발계획의 주요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발판이 마련됐다고 청와대 안종범 기획조정수석이 밝혔다.
■우간다 도움이 그렇게 절실했나
그럼에도 득보다 실이 크다는 비판이 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32년째 집권 중인 아프리카의 대표적 독재자다. 지난 2월 대선에서 5선에 성공했지만, 당시 ‘유럽연합 선거감시위원회’로부터 “선거가 민주적 절차를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2일 취임식 때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지명수배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참석에 항의해 미국·유럽·캐나다 정부 특사들이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의 대북 안보·군사 분야 교류 중단 선언 이전에 이미 양국관계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국제 김일성상’ 수상자로 무세베니 대통령을 선정하고 시상을 추진하다가 우간다 측 반대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의 우간다 방문의 진짜 동인은 ‘아버지의 길’ 좇기에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우간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수교를 맺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왔고, 새마을운동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부 외교력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순방 중 전자결재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선 야당이 반발한다. 국내외의 복잡한 현안을 제쳐놓을 정도로, 우간다의 협조를 얻는 것이 중요하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 우간다 발표, 우간다 정부가 정면 부인 530 미디어오늘
"우간다, 북한과 협력 중단"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발표에 "프로파간다일 뿐" 반박, 외교문제 비화 우려
우간다 정부가 ‘한국 정부와 정상회담에서 우간다-북한 간 군사 협력을 중단한다’고 한 한국 측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APF 통신은 샤반 반타리자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이 신속하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그런 선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반응했다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반타리자 부대변인은 북한과 군사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사실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선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반타리자 부대변인은 이어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만일 그런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공개될 수 없다”며 “그게 국제정치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우간다 엔테베 대통령 궁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교도통신 역시 같은 날 프랑스 공공라디오를 인용해 “우간다 정부 고관이 29일(현지시간)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군사 분야 등의 협력을 중단한다고 표명했다는 한국 청와대 발표를 부정했다”는 1보를 긴급 타전했다.
교도통신은 이어진 종합 기사에서 “우간다 정부 고관이 (한국 정부) 발표에 대해 ‘프로파간다(선전전)다’고 비판하며 설령 북한과 협력 중단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결정은) 공표되지 않는다. 따라서 진실이 아니며,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간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 발표를 부인한데다가 ‘국제정치 관례’를 들며 협상 내용 비공개를 주장하고 있어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간)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사전 환담 및 정상회담 브리핑을 통해 “무세베니 대통령은 북한이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도 고립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우간다는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어 “특히 (북한과의) 안보·군사·경찰 분야에서 협력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는 점을 반복해 언급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AFP 통신은 “북한의 군사 및 경찰 관계자가 수십 개 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우간다에서 군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 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무세베니는 우간다를 통치한 1986년 이후 세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다.
물 건너간 박근혜 정부 ‘474’]‘4·7·4’ 한다더니…결과는 ‘2·6·2’ 529 경향
ㆍ성장률 4% 공언했지만 작년 2.6%…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도 무리
박근혜 정부가 당초 비전으로 내세웠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중 단 하나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정부도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을 공언했지만 하나도 이뤄내지 못했다. 경제여건 변화를 외면한 고도성장 시대의 공약으로 집권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목표치 달성에 잇따라 실패함에 따라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고용률(15~64세)은 65.7%다. 이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64.2%에서 3년간 불과 1.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목표로 내세웠던 70%와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1년6개월가량 남았음을 감안하면 고용률 70%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6일 “고용률 70%를 달성하기에는 솔직히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루지 못한 경제 목표는 고용률뿐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3년 후(2017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 등의 생산요소를 완전히 사용했을 때의 경제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4년 3.3%를 기록했던 실질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6%로 뒷걸음쳤다. 경제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12위에 그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6%, 내년 성장률을 2.7%로 예측하고 있어 임기말까지 3%대 성장률 복귀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또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340달러로 2014년(2만8070달러)보다 후퇴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경우 임기말까지 3만달러를 넘어서기도 쉽지 않다.
‘4·7·4’ 비전은 애초부터 무리한 목표였다는 지적이 많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장률보다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지만, 박근혜 정부는 숫자 중심의 성장론에 집착했다. 아버지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케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서는 등 정책을 자주 바꾼 것도 혼란을 자초한 원인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한국 경제의 현실로 볼 때 ‘4·7·4’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치라는 우려가 초기부터 많았다”며 “다음 정부 때부터는 성장률을 얼마나 높이겠다는 양적 목표보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질적 개선을 앞세우는 목표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놀자, 여기어때? ’… 모텔 이용 앱1000만 시대 529 한겨레
IT, 14조 모텔시장을 양지로 불러내다
‘야놀자’, ‘여기어때’, ‘여기야’, ‘핀스팟’…. 모두 모텔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들이다.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모텔을 검색해 예약하고 요금 결제까지 할 수 있다.
후발 업체들의 잇단 가세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모텔 이용 앱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05년 3월 출시된 야놀자의 누적 내려받기(다운로드)는 이미 1천만건을 넘었다. 월평균 이용자(월 1회 이상 이용)도 107만여명에 달한다. 2014년 4월 등장한 여기어때의 누적 내려받기는 500만건이 넘고, 월평균 이용자는 62만명이다. 중복 이용자를 고려해도 1천만명 이상이 스마트폰에 모텔 이용 앱을 깔아두고 있고, 100여만명이 월 1회 이상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장이 커지면서 ‘부적절한 만남’의 온상으로 여겨지던 모텔에 대한 인식과 이용 목적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숙박시설은 여인숙·여관·‘장’·모텔·관광호텔·호텔·게스트하우스·펜션·콘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관과 관광호텔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객실이 30개쯤 되는 것을 모텔이라고 부른다.
코텔야자 사당역점 전시 미술작품
숙박시설에서 모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모텔 이용 앱 업계 집계로 3만여개가 영업중이다. 객실로 치면 90만개로 추산된다. 전국 모텔의 연간 매출을 합치면 14조4천억원쯤 된다. 수용 능력이나 매출 모두 다른 숙박시설을 능가하지만 사회적 ‘대접’은 형편없다. 한 모텔 앱 업체 홍보담당자는 “친구나 친척은 물론이고 가족에게조차 업종이 뭔지는 말하지 못하고 그냥 벤처기업에 다닌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모텔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모텔이 가족여행이나 출장 숙소로 흔히 이용된다. 자동차 문화가 가장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 ‘운전자’(motorist)와 ‘호텔’을 합쳐 만들어낸 말이 모텔이다. 하지만 일본에 전파되면서 ‘러브모텔’로 변질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러브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모텔 하면 불륜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남의 눈치 때문에 모텔 골목을 만나면 돌아서 가는 이들도 있다.
다이닝룸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걷히고 이용 목적도 바뀌고 있다. 모텔을 ‘몸 데이트 장소’가 아닌 여행·출장 숙소와 파티·스터디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준비생 김태양(29)씨는 일주일에 한번 스터디그룹 모임을 할 때마다 모텔을 찾는다. 4명이 모텔 대실(4~5시간 이용) 서비스를 이용하면 3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컴퓨터와 인터넷까지 자유롭게 사용하고 떠들면서 공부할 수 있어 좋단다. 그는 “도서관이나 카페는 떠들 수 없어 모임을 하기가 불편하다. 대학생들이 조 모임을 하거나 시험 준비를 할 때 모텔 대실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예약을 해둘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전아무개(51)씨는 함께 연수를 받은 다른 학교 교사들과 정기적으로 ‘파자마 파티’를 하는데 주로 모텔을 이용한다. 지난해 송년 모임도 모텔에서 했다. 그는 “호텔은 비용이 부담스럽고, 콘도는 차를 갖고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 비해 모텔은 싸면서 지하철을 타고 모일 수 있어 좋다. 중년 여성 여럿이 수다를 떨며 함께 드나드니 눈치 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영업을 하는 손민수(35)씨는 출장 때마다 모텔에서 묵는다. 미리 예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저녁때 고객을 만나고 근처 모텔에서 바로 묵을 수 있는 게 장점이란다. 모텔에 묵으면 숙박비가 하루 몇만원씩 남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가족과 여행할 때도 모텔을 찾는다고 했다.
모텔에 대한 인식이 ‘싸고 접근성 좋은 중소형 호텔’ 정도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미 대학가에선 “엠티 가자”는 말이 “모텔 가자”는 뜻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모텔 업계 종사자들을 전문직으로 분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호텔 종사자들을 가리키는 ‘호텔리어’를 본뜬 ‘모텔리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여기어때가 3월30일부터 4월3일까지 이용자 1440명에게 ‘모텔을 연인 간 데이트 외 목적으로 이용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46.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55.8%는 ‘(다른 목적의 이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싶냐’는 질문에 파티(38%), 게임방·노래방·영화감상 같은 놀이공간(29.1%), 여행이나 출장 숙소(13.7%), 프러포즈 등 이벤트 장소(9.6%), 스터디 모임 혹은 시험공부 장소(3.4%) 등을 꼽았다. 여성들 사이에선 ‘파티룸’(50.5%)이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텔에 대한 인식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텔 이용을 돕는 오투오(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한 시점과 일치한다. ‘모텔가이드’, ‘호텔365’, ‘모텔투어’ 등의 인터넷 카페들이 생겨나 깔끔하고 특색 있는 모텔을 추천해주고 이용후기를 남기게 하면서 모텔의 변신과 모텔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나쁜 평가를 받으면 손님이 줄어드니 깔끔하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모텔 이용 앱이 줄줄이 등장해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모텔 이용 앱 업체들은 한결같이 “모텔에 대한 인식 및 숙박 문화 개선”을 앞세운다. 업체들은 제휴 모텔을 늘리고 앱 기능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4년 ‘바로예약’이 가능해졌고, 이후 ‘미리예약’이 추가됐다. 최근에는 2일 이상 ‘연박예약’도 가능해졌다. 김종윤 야놀자 좋은숙박 총괄부대표는 “머지않아 모텔도 호텔이나 펜션처럼 한두 달 전에 예약해 이용하는 트렌드가 생기고, 그에 따라 지방 여행이나 출장 때 모텔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 평판’이 중요해졌으니 리모델링을 통해 변신하는 모텔도 늘고 있다. 야놀자는 ‘코텔’ 노량진점과 신촌역점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예약·결제는 물론이고 객실 문 여닫기와 텔레비전·에어컨·조명 제어까지 할 수 있게 했다. ‘코텔’은 구형 모텔을 모텔·게스트하우스·호텔을 합쳐놓은 모습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야놀자의 또다른 모텔 브랜드 ‘코텔야자’ 사당역점은 갤러리처럼 꾸며졌다. 신진 미술작가 58명의 작품을 로비·복도·객실에 걸었다. 코텔야자 대전터미널점은 가구 갤러리에 가깝다. 독특한 디자인의 캠핑 의자와 1천여만원짜리 소파 등 네덜란드와 홍콩 등지에서 수입한 고급 가구들을 로비와 객실에 비치했다. 장은빛 야놀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주요 상권에 위치한 곳은 수영장, 스파, 글램핑 시설, 당구장, 바비큐장, 노래방 기기도 갖추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모텔을 검색할 때 이런 시설이 있는지를 따지기 때문에 다른 모텔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텔 앱 업체들은 모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사회적 순기능도 클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여행의 행태가 바뀐다. 기존 여행은 호텔·펜션·콘도 같은 숙소를 먼저 정한 뒤 주변 맛집이나 둘러볼 곳을 찾는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모텔을 이용하면 맛집이나 가볼 곳을 정한 뒤 주변 모텔을 찾는 쪽으로 바뀐다. 모텔이 피시방이나 편의점보다 많이 분포돼 있어, 잠잘 곳 걱정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여행이 간편해지고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여행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같은 국제행사나 지역 축제, 중국의 명절 연휴 때 등에 겪는 숙박시설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모텔을 테마형 숙박시설로 자리잡게 만들어 외국 관광객 유치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야놀자는 이미 중국어판 앱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야놀자 중국어판 앱이 제휴 모텔에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싼값에 특색 있는 숙박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텔 앱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4월 말 현재 야놀자 제휴 모텔은 7700여개, 여기어때는 4천여개에 불과하다. 아직도 2만여개의 모텔이 오투오 서비스에 연결돼 있지 않은 것이다. 모텔 앱 업체 쪽에서 보면 남아 있는 시장이 그만큼 크다.
무너지는 민생, 사라진 정부] 6.1 경향
수출 부진에 살얼음판 걷는 ‘불황형 흑자’…출구가 안 보인다
ㆍIT·차 등 주력품목 부진
ㆍ4월 경상수지 흑자액
박수 박근혜 대통령과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31일 오후(현지시간) 나이로비 한 호텔에서 열린 한·케냐 비즈니스 포럼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수입 급감으로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마저도 수출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는 지난달 수출 감소폭이 줄어든 점을 들어 수출 개선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 여건이 좋아졌다기보다는 비교 기준인 지난해 같은 달의 감소폭이 워낙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향후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한국의 수출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 흑자액(33억7000만달러)은 최근 2년3개월 내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4월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줄었지만 수출 감소폭(-19.2%)이 더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주력 수출품목이 모두 부진했다. 품목별 수출실적(통관기준)을 보면 디스플레이패널이 지난해 4월보다 37.0% 급감했고 가전제품(-25.0%), 승용차(-18.3%), 기계류·정밀기기(-16.5%), 철강제품(-13.9%) 등도 두 자릿수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신병곤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품 수출의 지속적인 감소는 해외 수요의 부진과 유가 하락, 철강제품 등의 단가 하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의 경우 수출액 감소폭이 줄긴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액(398억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줄었는데, 감소폭으로만 보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 증감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것인데, 지난해 5월 증감률(-11.0%)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에 비해서도 6%가 더 감소한 것이니 나아졌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상황은 앞으로도 녹록지 않다. 세계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각국의 수입 수요가 단기간 내에 늘어나긴 쉽지 않다. 국제유가가 최근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미국 금리 인상,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개최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세계 경기 부진으로 수출 계약 자체가 줄어든 데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년간은 수출이 살아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든 데에는 기업들의 배당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배당소득 수지는 마이너스 45억1000만달러로,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국인이 해외기업에서 받은 배당금보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제도는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를 통해 투자와 임금·배당 등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투자나 임금 확대보다 배당만 늘린 셈이 됐다.
사라진 정부, 안전·경제·환경 다 무너지는데…
또 하청 노동자 희생…지하철 공사장 붕괴, 4명 사망 10명 부상 1일 오전 폭발 붕괴사고가 발생한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지하철 4호선 진접역 연장공사 현장에서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구조작업과 함께 사고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대한민국호의 ‘경제’ ‘안전’ ‘환경’에 모두 ‘빨간불’이 켜지며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3중 붕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 ‘정부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탓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3억7000만달러로 전달(100억9000만달러)의 3분의 1 규모로 급감했다. 2014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 전보다 수출이 19.2% 줄면서 수입 감소폭(-18.7%)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398억달러)이 전년 대비 6.0% 감소하며 역대 최장인 1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19세 외주용역업체 청년노동자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날 경기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붕괴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이들도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이 때문에 성장에 정책기조를 맞춘 정부의 공기업 경영효율화, ‘안전의 외주화’가 사고 양산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19대 국회가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정규직 고용의무 방안을 논의했지만 파견직을 늘리겠다는 정부 반대로 결국 법안이 폐기됐다.
미세먼지 저감대책 문제는 부처 간 혼선과 정부의 무사안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는 등 시민들 건강은 잿빛 먼지에 흐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종합대책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한 지 3주가 지났지만 기획재정부, 산업부, 환경부는 “(우리 부처) 권한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정부 내에 컨트롤타워가 없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부가 마치 정권 말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총체적 위기의 한국 이보다 나쁠 순 없다 6.7 주간경향
3곳 중 1곳은 부실징후기업, 가계부채 1223조원 돌파,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
충북에 사는 홍승희씨(58·가명)네 식구들의 가계소득은 실업급여와 산재보험금, 그리고 간병인으로 일하는 홍씨의 15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후 공공근로를 하던 홍씨의 남편(61)은 허리를 다쳐 넉 달째 일을 쉬고 있다. 2년 동안 서울 IT기업에 다니던 큰딸(31)은 계약만료로 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실업급여로는 서울의 월세 50만원을 대기 어려워서 홍씨가 보태준다. 그래도 ‘경력직 재취업’은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어문계열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한 번도 취업해 본 적 없는 둘째딸(26)은 평생 아르바이트만 할까 걱정이다. 한동안 딸의 방에 청소하러 들어가면 이력서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력서조차 없다. 기업들이 뽑지 않는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씨는 자신이 아플까 걱정이다. 홍씨마저 앓아 눕는다면 가계는 휘청인다.
대기업 6년차 사원인 박형우씨(31)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재무팀에 있어서 매일같이 야근하는 등 워낙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곧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돌아서 흉흉하다. 조금이라도 젊고 능력 있을 때 도망쳐 나오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은 아직 생각 없다. 일단 직장부터 새로 잡는 것이 급선무다. 서울 유명 약대를 졸업한 정현성씨(31·가명)는 최근 2년 가까이 운영하던 약국을 폐업했다. 한 건물에 경쟁약국이 생기면서 매출액이 뚝 떨어졌다. 결혼은 했지만 임신계획을 무기한 미뤘다. 결혼 당시 집을 마련하느라 진 빚도 갚으려니 눈앞이 캄캄하다. 정씨는 “오직 안정성만 보고 약대를 갔는데 굉장히 허탈하다. 한국에 안정적인 일자리, 먹고살 길이 있나 싶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지난 4월 28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서문에서 근로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대 기업집단 중 37% 부실 징후
한국 경제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제2의 IMF’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IMF 위기 때처럼 부실기업의 연쇄도산 우려가 감지되는 동시에 20년 전에는 없었던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구조조정’, ‘사회적 대타협’과 같은 말이 오가는 이유다. 계층을 넘어선 ‘총체적’ 위기다.
부실기업이 크게 늘었다. 2007년 4곳 중 한 곳이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징후기업’이었다. 한국은행의 최신 통계를 보면 지난해 부실징후기업은 3곳 중 한 곳 수준을 넘어섰다. 36.0%가 부실징후기업이다. 3년 연속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8.2%(1851개)에서 2014년 10.6%(2561개)로 2.4%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운수업과 건설업종에서, 제조업에서는 조선·철강업종에서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위험기업 수 비중은 조선(62.5%)·건설(28.7%)·철강(24.2%)이 높고, 위험부채액 비중은 조선(93.7%)·운수(53.9%)·기계장비(38.5%) 업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기업만 한계기업 혹은 부실징후기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20대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 중 37%가 부실징후를 보이고 있다. 4개월 연속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STX가 대표적이다. 조영철 전 국회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은 “재벌 대기업과 수출·제조업 위주 체제에 의존한 기존의 성장체제가 한계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선업의 경우 중국의 추격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고, 섣불리 해양플랜트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부실을 키웠다. 경제개혁센터에 따르면 20대 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가 넘고, 이자보상비율이 1배 미만인 그룹은 2007년 2곳에서 2014년 10곳으로 늘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범4대 그룹을 제외하면 재벌·대기업도 셋 중 하나는 부실상태”라며 “2008년 이후 부실이 만성화됐다”고 말했다. 2008년 경제력 집중과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기업 구조조정 대신 4대강, 자원외교 등의 미봉책으로 위기를 넘어간 데다, 3세 승계한 후계자들이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중국의 추격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조선업’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2015년 10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이른바 소위 ‘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이 결정됐다. 지금까지 운영자금 2조8000억원이 지원됐고, 4000억원의 유상증자도 이뤄졌으며, 향후 1조원이 추가 집행돼야 한다. 이 정도의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황 악화의 원인이나 부실 책임에 대한 규명은 불투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2014년 530%에서 2015년 4266%로 급증하고, 2015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부실채권이 급증한 데는 산업은행의 책임만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도 높은 산업 구조조정과 정부의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 규명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이다.
민간경제 수치도 나쁘다. 한국은행 발표 자료를 보면 국민이 진 가계빚 총액이 3개월 새 20조6000억원이나 늘어 지난 3월 말 기준 1223조원을 넘어섰다. 1분기 비은행예금취급사의 기타대출은 4조9000억원 늘어 154조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생계가 힘들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폐업률도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9000명 감소해 1994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연간 자영업자 감소폭은 2010년(11만8000명) 이후 가장 컸다. 완연한 내수침체 국면이다.
자영업자 감소폭 2010년 이후 최대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연증가 인구는 43명9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역대 네 번째로 적었고, 합계 출산율은 1.24명으로 ‘초저출산’ 기류는 계속되고 있다. 돈이 돌지 않고, 미래를 위한 활동이 중단됐다. 재벌부터 구멍가게 주인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모두 위기에서 비켜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동계에서도 ‘일자리 보호’나 ‘구조조정 반대’를 넘어서 총체적인 개혁을 주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장인숙 한국노총 고용정책국장은 5월 25일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열린 토론회 ‘위기의 한국경제와 노동’에서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요구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경제민주화, 사회안전망 확대, 공평과세 조세개혁,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노동기본권 확대 보장 등이 곧바로 시작돼야 한다”며 “경제민주화, 사회안전망 확충, 일자리 유지 및 창출, 산업구조 재편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노·사·정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조선업을 예로 들며 정부에 노동정책과 연계된 강력한 산업정책을 주문했다. 안 연구위원은 “기존 사업을 폐기하고 어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서 현재 조선산업만큼의 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는 산업을 찾기는 어렵다”며 “조선산업의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적 차원의 과제들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서 정부와 이해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위터 화면 캡쳐. 한 외국인이 파리에 걸린 삼성의 대통령 환영 광고 사진과 함께 프랑스어로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 경제애국주의적 초대형 XXL광고를 내걸었다”라고 트윗했다.
컵라면과 ‘불평등한 죽음’에 관한 단상 6.1 한겨레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들면 파의 청량감이 달걀의 부드러움과 섞여서, 라면은 인간 가까이 다가와 덜 쓸쓸하게 먹을 만하고 견딜 만한 음식이 된다….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 ‘라면을 끓이며’에 나오는 레시피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컵라면은 라면이긴 해도 레시피라는 말을 끌어다 쓰기 어렵다. 심지어 ‘끓이다’라는 동사마저 컵라면은 감히 사용하지 못한다. 그저 끓는 물을 붓고 기다릴 뿐이다. 음식의 귀천과 상하계급을 굳이 따지자면 컵라면은 음식 사다리구조의 맨 밑바닥층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지하철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용역업체 직원 사망사고 추모 공간에 햇반, 참치덮밥 등 컵라면보다 조금 윗길의 편의점 음식들이 수북이 쌓인 것도 아마 그런 연유일 것이다.
숨진 김아무개군의 가방에서는 컵라면과 함께 각종 공구류와 기름때 찌든 장갑도 나왔다. 그 나이 또래 청년들이 흔히 가지고 다닐 만한 물품은 아무것도 없었다. 스패너, 펜치, 드라이버, 니퍼 등에는 그의 어떤 꿈과 미래에 대한 설계가 녹아 있었을까. 비록 현재의 삶은 고단하고 팍팍하지만 이런 공구들로 인생을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성실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란 믿음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 소박한 꿈은 채 피기도 전에 꺾였다. ‘컵라면과 공구류로 남은 청년’의 죽음은 그래서 우리의 가슴에 찬비를 내리게 한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에 ‘불평등한 죽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의 죽음은 모두를 공평하게 하는 게 아니다. 삶의 길이, 마지막 나날들의 질, 다른 사람들에게 죽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는 많은 사회·문화적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크리스티나 스타우트의 <불평등한 죽음>에서) 불평등한 죽음이 지닌 이런 본래의 뜻에 비춰 볼 때 보수 여당이 이번 사건을 불평등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은 다소 뜻밖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실제 펼쳐온 정책 기조를 돌아보면 이런 언어 사용은 자가당착이고 위선이다.
대한민국이 극도의 위험 사회가 된 것은 개인과 조직의 안전불감증 탓만이 아니라 효율성과 시장 지배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국가 경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늘 새누리당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잊었는지 모르지만 ‘공기업 선진화’를 몰아붙여 인력 감축과 외주화의 광풍을 불러온 것은 바로 전임 이명박 정부다. “대부분 외주업체는 최저가 낙찰단가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숙련, 저임금, 비전문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으며 필연적으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지난해 10월28일 ‘신자유주의의 안전위협과 운수노동자의 대안 국제심포지엄’에서 사회공공연구원의 이영수 연구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야 3당이 추진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회 청문회를 검찰 수사 중이란 이유로 반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꽃 같은 청춘들이 떼죽음을 당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노력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다 기어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중단시킨 것을 생각하면 쓴웃음마저 나온다. 아마도 중앙정부는 이번 사건에서 비켜나 있어 별 부담이 없는데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흠집 낼 기회라는 정치적 계산도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좋다. 국회 진상조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래서 공기업 선진화의 공과를 비롯해 사건의 근인과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좋은 기회다. 덧붙여,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관계법 개정이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불평등한 죽음’을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모든 것을 떠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고단한 삶으로도 모자라 어이없는 죽음까지 맞는 불행한 청춘들이 더는 생겨나지 않아야 할 일 아닌가./김종구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공해병 다발 국가" 6.2 프레시안
국내 환경성 질환 피해자 5600여 명...3년 만에 2.2배 증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유엔 세계 환경의 날'인 6월 5일을 앞두고, 2일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한민국은 공해병 다발 국가"라고 밝혔다.
센터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함께 취합한 결과, 피해자가 가장 많은 환경성 질환은 석면에 의한 질환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경성 질환자 가운데 35.7%인 2012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1848명으로 32.8%, 시멘트공장 인근 피해자는 1763명으로 31.3%다.
▲환경성 질환 피해자 비율.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접수 추이. ⓒ환경보건시민센터
현재는 세 분야가 비슷한 피해 규모를 보이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신고 접수가 계속되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석면 피해자 수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센터는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환경성 질환자 수는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6월 집계된 피해자 수는 2526명이었으나, 2016년 현재 총 피해자 수는 5631명이다. 불과 3년 만에 3105명, 2.2배 늘어난 셈이다. 1년 전인 2015년보다는 2118명이 늘어 1.6배 증가했다.
센터는 이같은 수치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석면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경우 정부 조사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폐암 피해를 학계 조사 결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석면 피해자 사망자는 600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 공식 사망자는 266명이다.
석면 피해자들은 석면폐·악성중피종·폐암·미만성흉막비후 등을 앓고 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폐질환을 겪고 있다. 시멘트 공장·연탄 공장 인근 피해자들은 진폐증과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는 이같은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세 가지 환경성 질환 피해자 모두 실내외 대기 오염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대부분 폐 질환 피해자들"이라며 "정부가 인정하는 환경성 질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문제는 조사만 있고 피해 대책은 매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경우, 여전히 제조 회사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는 피해자 일부에 한해 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석면 피해자의 경우 산업 재해로 인정 받아 보상 받는 피해자가 10~20%에 불과한 상태다.
센터는 "정부는 피해자들의 사망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반쪽 짜리 환경 보건 정책"이라며 "정부는 선 보상, 후 구상 조치를 취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에 대해 엄한 징벌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학을 죽이는 나라, 미래가 없다 6.2 프레시안
대학 해체와 국가의 종말
제국을 운영했던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거 가장 강력한 제국이었던 중국과 현대 세계의 제국인 미국은 우리와 어떤 차이를 지니는가. 이 차이를 학문과 연결지어 살펴보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 제국이었거나 제국인 나라, 제국이고자 하는 나라는 세계를 해석하고 그들이 당면한 현재를 해명하고 체계 짓기 위한 이론적 틀을 스스로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국을 형성하지도 못하거니와 설사 물리적으로 제국을 만들어도 제대로 통치할 수 없음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제국의 역사에서 이는 예외 없이 적용되는 사실이다. 근대 역사에서만 보아도 유럽 제국이 그러했으며, 지금 미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한때 제국이고자 했던 일본조차도 제국을 지향했을 때 무엇보다 먼저 제국대학과 그들의 제국을 위한 이론 체계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탈아입구론이나 근대초극론 등은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이론 체계였다. 또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이론적 선행 작업이 정한론으로, 이후 내선일체, 대동아공영권 등의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럽 제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뒤 수천 년 이어오던 유가 철학의 명분과 이론, 그 천하 체계를 포기한 중국 현대사는 너무도 분명하게 이런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 중국은 어떤 천하 체계론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아니 우리는 어떤 이론 체계를 고민하고 있는가. 지금 한국 사회가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전환에의 요구가 절박한 현실이 되어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재벌 기업에 종속된 국가와 관료,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법과 언론이 정당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함은 나만이 느끼는 일이 아닐 것이다.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일상화된 나라,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반이 넘는 나라, 아니 노동 자체가 소외되고 배제되어 죽어가는 나라에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 저출산과 헬조선, n포 세대 등의 비명과 여성 혐오를 비롯한 각종 혐오 현상은 이런 사실을 보여주는 극명한 표지이다.
제국의 이론은 고사하고라도 자신이 처한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뇌하지 않는 집단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일까. 너무도 궁금하다. 그러면서도 온통 경제 성장에 대해서만 조급증을 내고 있다. 아니면 한 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추악한 장난과 종북 타령 따위가,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협박만이 난무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에서 물리적인 제국은 사라졌다. 그 자리에 경제에 따라 재편된 제국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치와 문화를 제국주의 논리로 운영하는 것이 현대 세계의 실상이다. 제국의 논리에 편입된 나라는 그나마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생존조차 위협받게 된다. 분단된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 세계나 아프리카 국가들을 돌아보라. 그런데도 이 세계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음은 이들 제국주의적 체제를 유지하는 이들이 한결같이 느끼는 인식이다. 철학을 비롯한 학문 영역에서는 물론, 경제 체제에서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지적, 금융 자본주의와 다국적 기업의 한계를 비판하는 작업에서 우리는 이런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생태 위기와 에너지 위기 문제는 그 자연적 한계가 드러나는 모습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어떤 세계 인식을 공유하면서 이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있는가. 세계사적 맥락과 세계 체제와 연결지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이론화하는 작업은 누가 수행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떤 나라가 자신들의 현재를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지향할 이론적 작업을 외면하고, 또 이런 집단을 해체하면서도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구한말의 혼란과 치욕적 식민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일본이 미국의 흑선에 의해 강제로 개항한 것과 조선이 일본을 통해 강제된 근대를 맞이한 사건 사이에는 겨우 20여 년의 간극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이후 30년 동안 일본과 조선은 유럽 제국에 대응하는 데서 엄청난 차이를 지녔으며, 그 결과가 이 땅의 수많은 민중의 삶에 고스란히 배여 들었다. 징용과 징병으로 무죄하고 죽어간 기백 만의 조선인들, 여전한 현재의 고통으로 남아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땅에 살았던 고만고만한 민중들의 삶에도 어떠한 고통과 폭력이 가해졌는지를 돌아보라. 어찌 그 당시 이 나라를 통치했던 집단과 그들에게 협조하면서 자신들의 영화만 누렸던 이들에게 진저리를 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지금 이 나라의 통치 집단이야 그럴 리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현재의 정치와 사회를 돌아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대학만을 두고 보면 이런 생각은 결코 지나친 우려가 아니다. 지금 한국의 대학은 죽어가고 있으며 곧 학적 기능이 마비될 것이다. 경제논리와 사익만을 생각하는 관료집단이, 학문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들이 한 푼 지원금으로 대학을 마음껏 요리하고 있다.
2014년 기준 고등 교육 예산은 총 11조 원이었다. 여기서 경상비 성격의 예산을 제한 나머지 2조6600억을 교육부는 대학 재정 지원 사업금으로 운영했다. 그것이 'LINK 사업', 'ACE 사업' 등등이었으며 올해부터는 수천억 원이 지원되는 'PRIME 사업'과 'CORE 사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몇 년째 수조 원을 투입한 이런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죽어간다는 소리는 더 커지고만 있다.
그런데도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으며, 그 정책의 효과를 평가했다는 소식도 들어보지 못했다. 대신 정부가 이 사업을 통해 대학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으며 교육부 고위 관료들 대부분이 퇴임 후 교육 관련 단체에 재취업했다는 이야기만 파다하다. 법조 전관예우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교육부 전관예우이다. 대학을 평가해서 지원하는 이 사업은 누가 평가하는가? 이 명백한 정책 실패는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이론을 생산하는 집단이 죽어간 이후의 결과는 과연 어떠할까.
대학과 대학의 지식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체계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정립하며, 그 근거를 제시하는 중요한 집단이다. 그런데 그런 집단이 영혼 없는 사익 관료와 정치 집단에 의해 죽어가고 있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 지식을 다만 몇 푼의 돈으로 통제하는 데 성공한 나라에서 국가 해체의 기억은 다만 추억으로만 남을 것인가. 우리에게 제2의 제국주의적 충격과 식민의 시간은 결코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일까. 지금 이 사회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승환 가톨릭대학교 교수
공무원에 의해 ‘만신창이’ 되어가는 낙안읍성 6.1 시사저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앞둔 순천 낙안읍성의 훼손 실태 르포
“대표님 낙안(읍성) 한 번 다녀가시면 안 될까요?” 얼마 전, 송상수 낙안읍성마을조합장(전 낙안읍성보존회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의 첫 마디다. 얼핏 들으면 ‘흐드러진 봄꽃 나들이라도 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었지만, 이날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직감적으로 ‘낙안읍성에 또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몇 년간 낙안읍성 개발 문제를 놓고 주민들과 관리사무소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안읍성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읍성들 가운데 전통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1983년 사적 제302호로 지정됐다. 마을을 둘러싼 성곽의 길이가 1410m이고, 전체 면적은 22만3108㎡에 달한다. 성곽 안에는 조선시대 서민 가옥인 초가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90여 가구에 250여 명의 주민들도 성곽 내 마을에 실제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한 해 12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201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됐다.
순천만정원 외래종 꽃들 옮겨다 심어
필자는 다음 날 바로 순천행 KTX에 몸을 실었다.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낙안읍성의 상황은 심각했다. 낙안읍성 관리사무소가 자꾸만 무언가를 들여와 전통의 소박한 맛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끌탕을 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요원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관리사무소가 나서서 읍성의 고유한 자연풍광을 파괴하고, 정체성을 훼손하면서 주민들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이 꼽는 문제점은 대략 이랬다. 관리사무소는 최근 성 옆 담벼락에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었다. 관리사무소가 정문이 아니라 (남문 쪽) 뒤쪽에 위치해 있어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번쩍이는 금속건물에 가려 담장의 여장(女墻) 마저 보이지 않았다. 성 입구에는 담장 높이를 훌쩍 넘는 몽골텐트 20개 동이 설치돼 있었다. 마을 장터로 최근 조성된 곳이었다. 주민들의 쉼터이자, 관광객들을 상대로 전통차를 팔았던 기존 장터 두 동은 폐쇄시켰다. 최근 낙안읍성을 다녀왔다는 한 직장인은 “몇 년 전 낙안읍성을 방문했다가 장터 앞 식당에서 훌륭한 식사를 했다. 그 앞 쉼터(장터)에서 전통차로 후식을 하며 낙안읍성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던 기억이 있다”며 “현재는 그 식당이 문을 닫았고, 장터마저 휑하니 비어 있어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정원박람회로 유명한 순천만의 정원 꽃을 낙안읍성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도시인들은 일부러 야생화 군락지를 찾아 힐링을 하고 돌아온다. 낙안읍성에 가면 그 안 토종 야생화 군락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가 최근 중장비를 동원해 토종 야생화 밭을 모두 갈아엎었다. 이 자리에 화려한 외래종 꽃들을 심었다. 겉보기에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읍성마을 분위기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통혼례식장으로 개방된 가옥 마당에도 울긋불긋 하트 모양의 화단을 꾸몄지만, 초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한 주민은 “관리사무소가 최근 정원 한가운데에 돌탑을 쌓아올려 놓고 분수대처럼 사용했다”며 “주민들이 문화재청에 이의를 제기하자 곧바로 돌탑을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바로 인근에 순천만정원이 위치해 있고, 봄이면 전국 어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는 외래종 꽃들을 굳이 낙안읍성까지 들여올 필요가 있겠냐는 게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읍성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던 대나무 숲도 무참히 잘라내 주민들의 원성은 더해가고 있다. 몇 년 전 공사를 위한 길을 내면서 대나무 숲의 가운데를 뭉텅 베어냈는데, 그 자리 옆을 또다시 대량으로 베어내면서 주민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가옥의 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해 개방된 가옥의 형태 훼손은 더욱 심각하다. 흙바닥인 전통 부엌은 시멘트 콘크리트로 변해 있었다. 그 위에도 역시나 시멘트로 아궁이 흉내만 내놓았다. 가옥 한편에 구비된 장독대의 받침돌은 모두 중국산이었다. 낮은 담장을 따라가다 보면 동네 가운데쯤 오래된 우물이 나온다. 우물과 연결된 물길은 ‘녹조라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오염돼 있었다. 낙안읍성에서 과연 전통의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낙안읍성 입구를 가리고 있는 몽골텐트. 문화재청이 허가를 내줘, 오히려 읍성의 미관을 가리는 데 일조했다.
울창한 숲을 이루던 대나무가 베어져 숲이 휑하다.
낙안읍성 관리사무소 측 “문제없다”
필자는 낙안읍성장을 만나 주민들이 현재 안타까워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정영고 낙안읍성장은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제기한 ‘인공정원’ 조성 문제에 대해 그는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하다. 이전에 ‘잡풀’들이 있던 곳에 오히려 화사한 꽃들로 화단을 가꿔놓은 것이 훨씬 보기에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새로 조성된 화단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도 했다. 대나무 숲을 훼손한 것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는데 성곽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쳐내게 됐다”며 “‘우후죽순’이라고 하지 않나. 대나무는 금방 자라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관리사무소의 안이한 행정으로 낙안읍성만의 소박한 미를 잃어갈 것을 걱정했다. 비록 그 범위가 현재까지는 성내 전체까지는 확산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적으로 이런 행정을 편다면 낙안읍성의 이미지는 갈수록 전통의 모습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문화재청장을 만나 낙안읍성을 문화재청에서 직접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훼손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사적 지정도 반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문화재청장은 대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갔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점점 원형 복원과 관련이 없는 사업들을 벌여왔고, 주민들과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한 술 더 떴다. 당초 관리사무소는 마을 장터를 조성하면서 텐트 대신 초가로 건물을 세우겠다고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실사 전까지 현재의 몽골텐트를 그대로 사용하라고 허가해줬다. 원형을 보존하고 계승해나가야 할 행정관청에서 앞장서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낙안읍성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려면 문화재청이 제대로 관리해서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자꾸 훼손이 일어난다면 유네스코 등재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전통자산마저 잃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전통만 고수할 거냐” 시장 한마디에 관리사무소 즉각 실행
전남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을 둘러싼 지자체 및 정부 부처와 현지 주민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낙안읍성을 자신의 승진을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이곳 공무원들에게 낙안읍성은 더 나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관문에 불과했다. 눈에 반짝 뜨이는 것으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을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화단 조성을 한 예로 들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토종 야생화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화단 대신 야생화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연초에 순천시장이 순시를 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는 “낙안읍성도 언제까지 전통만을 고수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 순천만정원을 위해 포식한 여러 꽃들을 이곳에도 갖다 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말 한마디에 관리사무소가 즉각 실행에 옮긴 ‘과잉 충성’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불이익을 받았다. 관리사무소는 현재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들의 말을 듣는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관리사무소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행정집행에 반대하는 주민은 배제시키는 등 보복성 행정 처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 간의 관계도 점차 소원해지고 있다.
낙안읍성에 과다하게 책정된 예산도 전시행정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정작 전통가옥의 내부 복원이나 주민들의 민원인 하수도 사업 등은 외면한 채 눈에 띄는 사업들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문화재청도 제대로 된 감시감독을 하지 않고 오히려 훼손을 부추기는 일에 동조하고 있어 낙안읍성의 원형은 점점 훼손돼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오늘날 낙안읍성이 전통 민가의 원형을 잘 지켜 내려온 데는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변에서는 평가한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 앞에서 보존의 가치는 곧 무너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날 서울의 북촌처럼, 그래도 원형을 잘 보존해서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더해야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낙안읍성도 국가에서 사적으로 지정해 원형을 보존하고자 했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 개개인의 의지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유지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원형을 보존하고 계승해나가야 할 행정관청에서 앞장서 훼손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낙안을 떠나오는 필자의 발길이 무겁기만 했다.
위기의식 강요하는 게 위기다 2015.6.30. 한겨레21
기업들 모닝커피 금지하고 주말 출근하라며 직원 ‘군기잡기’ 나서… “총수에게 열심히 한다고 보여주기만 하는 임원들의 액션”
6월25일 아침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1층 카페가 문을 닫은 모습.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는 카페인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 로고가 새겨진 파란색 사원증 목걸이를 건 남자는 시내버스 좌석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목받이가 없는 의자에 목까지 기댄 그는 ‘하나로마트’를 알리는 안내방송에 잠이 깼다. 못내 아쉬운 듯 문이 열린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407번 버스에서 내렸다.
파란 버스에서 내린 흰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은 모두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건물로 향했다. 누군가는 어제 야근을 했고, 누군가는 어제 회식을 했을 것이다. 그는 1층 로비에 있는 카페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대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처진 어깨는 ‘각성 효과가 있는’ 카페인이 든 커피를 원했지만, 카페 앞에 선 줄은 20명이 넘었다. 그는 커피 한 잔 들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카페 앞 안내판은 기초질서 확립을 알렸다. “양재 사옥 기초질서 확립 및 시업시간 준수 목적 7시50분부터 9시까지 잠시 휴장하오니 고객님의 넓은 양해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사내 기초질서 확립 위해 카페 휴장?
자료: 잡코리아(6월23~26일 직장인 1365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아침 7시48분이 되자 카페 점원이 카트를 밀고 나와 기다리는 사람들의 맨 뒤를 막았다. 더 이상 줄을 서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가방을 메고 다급하게 온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점원에게 보여줬다. 7시50분이 되기 전이니 커피를 사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린 점원 역시 시간이 다 됐다고 사정했다. 몇 명은 돌아섰고, 몇 명은 줄을 섰다. 카페는 실내 전등마저 꺼버렸다.
기다리는 이들은 거의 다 젊은 직원들이었다. 부장이나 임원급 이상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부하 직원이 들고 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는 아침 커피 한 잔의 소중함을 모를 것이다. 7시50분이 되자 점원은 의자에 앉은 이들에게도 카페가 휴장한다고 알렸다. 이른 출근에 아침을 못 먹고 온 여직원 두 명이 샌드위치를 치우고 일어섰다. 마지막 주문에 성공한 이가 잰걸음으로 동료에게 다가가 커피를 건넸다.
현대자동차 홍보실 관계자는 “(회사에) 기초질서 확립이 필요하다. 일반 직원은 언론에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기사가 나와도 체감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질서’는 카페뿐만 아니라 구내식당에서도 강조된다. 현대차그룹은 본사 사옥 지하 1층 구내식당 앞에도 카메라를 설치했다. 수백 명이 몰려 붐비는 탓에 일부 직원들은 낮 12시 이전에 식당을 찾는데, 그런 직원들을 적발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통제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원래 자율보다 ‘군대문화’로 유명한 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대리·과장들이 출근 뒤 카페에서 노닥거리거나 상사보다 먼저 식당에 갈 수 있었을까.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 118만2834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줄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최근 4년 가운데 가장 낮은 1조5880억원을 기록했다.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때”라고 홍보실 관계자는 힘주어 말했다.
‘더 열심히 일한 지’ 오래된 이들은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도 있다. 삼성그룹 임원들은 3년 전인 2012년 7월께 출근 시간을 6시30분으로 앞당기라는 그룹 미래전략실의 메시지를 받았다. 새벽 출근뿐만 아니라 토요일·일요일에도 회사에 나왔다.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장이 앞장섰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며 매출 감소가 우려되자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조처였다.
만성화된 위기의식 언제 끝날까
자료: 잡코리아(6월23~26일 직장인 1365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위기의식은 3년째 만성화됐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지면서 임원들의 새벽 출근과 주말 출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임원들이 일주일 내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주말 출근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됐다.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한 포스코그룹의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토요일에도 회사에 나온다. 포스코는 철강업계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정준양 전 회장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시련을 겪는 중이다.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경영 쇄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논하는 등 리더급 사람들이 솔선해서 일해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부 포스코 협력업체도 덩달아 간부급 직원들에게 ‘1시간 더 일하기 운동’을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직원 군기잡기’는 한국 대표기업만의 모습이 아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한겨레21> 의뢰로 6월23~26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직장인 1365명 가운데 48.8%(666명)는 ‘최근 회사가 근무기강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방법은 주로 사무실 의자에 잡아두는 것이었다. 근무기강을 강조하는 방법(복수 응답)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점심시간 엄수·사무실 이탈 방지’(282명)였다. ‘기강 확립을 강조하는 사장·상사의 이야기가 늘었다’ (250명)와 ‘근태가 좋지 않은 직원에 대한 불이익이 늘었다’(230명)가 뒤를 이었다.
효과는 있을까? 회사에서 일하는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부정적이었다. ‘근무기강 강조 뒤 일에 대한 긴장도 등 태도에 변화가 있었습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다르지 않다’(53.8%), ‘모르겠다’(13.2%)고 답했다. ‘예전보다 강화됐다’고 말한 비율은 27.6%였다. 경영진이 의도한 대로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가’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40.9%는 ‘별 차이가 없다’고 했고 23.7%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했다. 30.9%만이 ‘조금 효과가 있다’고 했다. ‘매우 효과가 있다’(4.5%)고 한 이는 극소수였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는 과장급 직원은 “오히려 직원들 사기를 저하시키는 지시”라고 휴대전화에 대고 말했다. “경영진이 어려울 때마다 꺼내는 카드인데, 임원이 나오면 팀장도 나오거나 대기한다. 이들이 실무자 없이 할 일이 많지 않다. 그저 윗사람 눈치만 보는 식이다.” 삼성 주변에선 주말에 삼성 직원들이 쓰는 ‘싱글’ 메신저창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오프라인’으로 표시되면 임원들이 퇴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64.6%는 ‘군기잡기’ 효과 없다
자료: 잡코리아(6월23~26일 직장인 1365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직원들의 군기를 잡는 효과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직장인들의 기업평가 사이트인 ‘잡플래닛’은 SK이노베이션의 2014년과 2015년 직원 만족도를 조사했다.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경영 사정이 악화되자 경영진을 교체하고 올해 초부터 직원들의 야근을 허용하는 등 기존 방침을 바꾼 바 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직원들이 회사에 준 총평점(5점 만점)은 지난해 하반기 4.08에서 올해 상반기 3.41로 떨어졌다.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3.49에서 2.47로 추락했고, 사내문화에 대한 만족도도 4.11에서 3.44로 미끄러졌다. 잡플래닛 누리집에선 그 기업의 현직 또는 전직 직원만이 ‘경영진’ ‘업무와 삶의 균형’ ‘복지 및 급여’ 항목 등에 점수를 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013년 시작했던 ‘만성적인 야근 금지’ 방침을 철회하자 일어난 변화다.
직원들은 잡플래닛 게시판에 이렇게 썼다. “적자 한 번에 무너진 좋은 문화.” “조직 활성화를 하는 데 과거 5년을 썼으나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은 결코 환영받는 게 아니다.” “최고 경영층의 한마디로 주말에 근무하거나 불합리하게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연봉이 아니라 회사가 하는 일에서 메시지를 읽는다. 조직원의 건강을 걱정하는지, 가정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을 배려하는지 등 때로는 사소한 것에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얻거나 일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2008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선 구내식당 밥값을 1천원에서 2천원으로 올린 사건이 있었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직원들에게 경영 환경의 변화를 체감하게 하려는 조처였다. 많은 연봉을 받는 삼성전자 직원들이지만 밥값 1천원에도 사기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익명 게시판에선 경영진을 성토했다. 결국 부사장급 인사팀장이 사원 대표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사과하고 밥값을 원래대로 내렸다.
당시 수원사업장에서 일했던 전 삼성전자 직원은 “밥값을 2천원으로 올린 것은 비용을 절감하려는 게 아니라 직원들 정신을 무장시키려는 것이었다. 직원을 긴장시켜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는데 경영진이 그래도 역효과가 있다는 것을 빨리 눈치챘다”고 기억했다. “점심시간을 지키라고 하거나 출근을 빨리 하라는 경영 방침을 두고 나쁘다 좋다고 할 게 아니라 이게 실제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 삼성은 그때 계산을 잘한 거죠.”
직장인 교육전문 업체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기업의 근무기강 잡기를 고리타분한 방법이라고 비판한다. “주말에도 출근하고 야근 독려하는 게 옛날처럼 먹힐까. 애플이나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나 샤오미를 보면 직원들의 창의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는 임원들이 총수에게 ‘열심히 한다’는 것만을 보여주려 한다. 기업들의 경영관리가 낙후돼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영진 반성과 사과부터 시작해야
자료: 잡코리아(6월23~26일 직장인 1365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은 올해 다시 한번 회사에 실망했다. 두 달 전 회사는 팀장급 이상은 토요일마다 출근하고, 평직원들은 평일에 30분 일찍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위기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회사 내 전략적이고 굵직한 선택은 모두 윗사람이 한다. 실무자들은 그 결정을 따를 뿐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상부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진정성 어린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사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모습은 없고 ‘출근 빨리 하고 퇴근 늦게 하라’는 조처가 나온다.”
리더가 보이지 않고 비전도 보이지 않는 회사에 열정을 갖고 달려들 직원은 없다. 임원들이 강조하는 일에 대한 몰입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열정에서 나온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는 자신의 책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직원에게는 스스로 통제할 권한을 줘라. 그러면 그들은 대개 어떻게 하면 생활의 균형을 찾을 것인지 알아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스스로’와 ‘최선의 결정’을 직원에게서 빼앗고 있다.
“탈북 아니라 납치”, 박근혜 탄핵 요청한다? 531 미디어오늘
북한인권제3의길, 스페인 법원에 고발… "정부 지원 없었으면 불가능한 기획 탈북, 민변 접견 거부도 모순"
정부 당국이 중국 류경 북한식당 집단 탈북 종업원의 접견을 불허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적 반인륜범죄를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제 법원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제3의길(대표 김상헌)은 이번 집단 탈북 사건은 정부 당국에 의한 기획탈북이며 탈북자의 자유의사에 반해 한국으로 온 정황이 상당하다고 보고,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반인륜범죄를 방치한 책임을 물어 스페인 국가법원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고발장 내용을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건의안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하기로 했다.
스페인 국가법원은 국가를 초월하여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범죄라도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스페인 내에서 소추할 수 있다는 ‘보편적 관할권’에 근거해 1998년에 칠레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대량학살과 고문 등 반인륜적 범죄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해 군사정권의 범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바 있다. 2013년에는 티베트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체포를 명령하기도 했다. 상징적인 의미로 실제 법적 구속력이나 실효성은 거의 없다.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제법규를 위반해 강제로 주민을 적법한 주거지에서 추방하거나 이주하도록 하는 행위, 사람을 감금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를 인도에 반한 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휘관 또는 단체 기관의 상급자가 직무를 게을리하거나 유기(遺棄)해 실효적인 지휘와 통제 하에 있는 부하가 반인륜범죄 등을 행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제지하지 못할 경우 죄를 묻도록 돼 있다.
북한인권제3의길은 집단 탈북 사건은 국제형사재판소가 규정한 시효와 관할이 없는 반인륜범죄에 해당돼 스페인 국가법원에 고발하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발생한 만큼 탄핵소추건의안을 야당에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단체가 집단탈북 사건을 사실상 납치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13명 규모의 집단 탈북이 정부 당국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제3의길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탈북을 돕는 단체로 탈북 루트를 개척해온 곳이다.
이번 집단 탈북은 지배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괄적으로 여권을 관리하면서 말레이시아 북한 식당으로 일하러 간다는 말로 현혹해 종업원들을 한국으로 데려왔다고 보고 있다.
북한인권제3의길은 집단 탈북 루트로 알려진 중국 닝보에서 홍차오 공항까지 차량을 어떻게 렌트했는지, 비행 최종 종착지였던 말레이시아행 티켓팅을 누가 하고 비용을 지불했는지, 경유지였던 방콕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임시여행 허가증은 어떻게 받았는지 등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전에 정부 당국과 지배인이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의 자유의사가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는 게 북한인권제3의길의 주장이다.
북측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종업원 13명 중 평양에 거주한 20대 미혼 여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의길은 탈북 지원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이들의 신분상 부모를 두고 한국행을 선택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정부 당국이 탈북 사실을 꽁꽁 숨기며 언론에 포괄적 엠바고를 걸어왔던 과거 행태와 비교해도 이번 집단 탈북 사건은 기획 탈북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정국 당국은 최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이 탈북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기자들에게 '사실이다'라고 문자를 보낸 바 있다. 13명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대응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북한인권제3의길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요청한 접견을 정부 당국이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들은 귀화 신청을 받지 않고 국적을 회복시키는 절차를 밟게 돼 있다. 법률적으로 자국민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북측 종업원 가족이 작성한 인신구제신청위임장을 민변에 전달했다고까지 밝혔지만 접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국정원 인권보호관 신분으로 종업원을 접견했던 박영식 변호사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도착한 13명 가운데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말한 것도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종업원들은 모두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며 "지난 주말 종업원 13명을 일일이 만나 민변 변호인 접견을 하겠느냐는 의사를 물어봤다. 그러나 13명 모두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북한인권제3의길은 '민변과 접견시 외부의 신상이 공개될 우려가 있는데 접견을 하겠느냐'라는 질문으로 답을 유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민변 역시 "인권보호관은 이들이 '북한의 가족과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개인 신상 등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들이 국내외 자신들의 얼굴사진과 실명, 생년월일, 북한에 있는 각자의 부모가 누구인지 등도 이미 다 알려져 있다는 사실, 북한 당국이 이들의 납치를 주장하고 가족들이 국제기구 등에게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고 있다면 나올 수가 없는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제3의길은 국제법원에 집단 탈북 사건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별개로 미국와 유럽, 일본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집단 탈북 사건을 인권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문을 정부 당국에 제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간다 순방 중 교민과 간담회에서 "지금 민생이 너무너무 어렵다 보니까 아시다시피 지난번에 중국에서 13명이 가족도 아닌데 얼마나 그런 탈북을 도모하기가 어렵겠느냐. 그런데도 하나가 되어서 13명이 한꺼번에 탈북을 했다"며 "여러 나라의 외화벌이로 가 있는 북한 근로자들도 자꾸 이탈을 해가면서 어려움을 도저히 더 견딜 수 없는 그런 상황을 우리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석희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6.1 오마이뉴스
역사를 외면한 MBC에게 미래는 없다
▲ 5월 31일자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 ⓒ JTBC
지난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의 사망 사건에 온 국민은 슬픔에 잠겼다. 동시에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관리를 모두 외주 용역 업체에 맡기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외면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MBN과 TV조선은 29일, 피해자 개인의 '안전불감증'에 책임을 전가하는 보도로 또 한 번 분노를 자극했다.
31일, JTBC 손석희 앵커는 <앵커브리핑>에서 19세 청년을 죽음의 비정규직으로 내몬 우리 사회의 단면과 이를 외면하는 세태를 절절하게 묘사했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구의역 추모 메모로 운을 뗀 손 앵커는 "세상은 그저 짐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분주했을 노동의 현장과 라면 국물이라도 떠먹으려 수저를 챙겼던 배고픈 마음"이라며 피해자를 떠올렸다.
"하청에 재하청, 최저가 입찰과 그로 인한 일거리의 폭주로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숙련 노동자는 혼자서 안전문을 고치다 사고를 당해야 했습니다"라며 이번 사고의 원인이 사회 구조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모른다기엔 무책임하고, 안다기엔 무기력한 2천 하고도 16년의 한국 사회"를 지적했고 "뉴스의 한 켠에선 전관들의 돈 냄새 나는 거래가 여전히 오가고 그 뒤편에 물러나 있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눈물 위로 그저 생색내기식 일자리 정책이 반복되면서 젊은이들의 노동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밥벌이가 되어버렸습니다"라며 우리 모두를 향해 일침을 놓았다. 지금 우리 모두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짚어준 브리핑이라 할 수 있다.
■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31)
MBC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 준비위 '첫발'>(21번째, 오해정 기자, http://me2.do/FUcIij1I)
5월 31일, 정부가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후 5개월 만이다. 반인권 전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해 다시는 국제 사회에서 문제 삼지 않도록 약속하고 일본의 법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배상금이 아닌 기금 형식으로 피해자 지원을 갈음한 위안부 합의는 체결 당시부터 거센 비판에 부딪혔다. 심지어 일본이 소녀상 이전을 기금 지원의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를 한국 정부가 묵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금도 '굴욕 협상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인 김태현 명예교수는 "치유금이지 배상금이라고 보긴 어렵다"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존중하겠다는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했기 때문에 이걸 배상금으로 보긴 어렵다"는 발언을 했다. 배상금은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를 물어주는 일'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와 직결된다. 정부는 그간 10억 엔에 대해 배상금 성격을 강조했는데, 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이 일본의 법적 책임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격분했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10억 엔으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31일, MBN을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모두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의 발족을 보도했다. 반인권 역사범죄의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는 물론, 세계 역사의 도덕적 기준이 걸린 위안부 합의 문제를 외면한 MBN도 문제지만, 김태현 준비위원장의 '치유금' 발언 등 모든 논란을 은폐한 MBC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단 보도 제목에서부터 MBC가 관련 논란을 은폐하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MBC의 보도 제목은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 준비위 '첫발'>로서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데 이는 김 위원장의 '치유금' 발언에서 촉발된 '논란'에 방점을 찍은 타사와 대조적이다.
▲ 5월 31일, 6개 방송사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준비위원회 발족’ 관련 보도 제목 비교 ⓒ 민주언론시민연합
MBC 이상현 앵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위원회가 협상 타결 5개월 만인 오늘 공식 출범"했다고 운을 떼면서 "일본 측이 소녀상 이전을 사실상 기금 출연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논란"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정작 리포트에서는 '논란'이 거의 설명되지 않는다. 오해정 기자는 일본의 법적 책임을 얼버무린 김태현 위원장의 '치유금' 발언도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그리고 상처 치유를 위해 일본 정부가 출연한 이 돈을 할머니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직접 지원할 방침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는 "치유금이지 배상금이라고 보긴 어렵다"라는 김 교수의 실제 발언을 살짝 비틀어, 우호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외에는 "일본 예산으로 책임을 이행한다는 합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일본 예산 10억 엔 만으로 사업을 진행할 방침" 등 정부의 입장을 나열했다. 보도는 말미에 가서야 "일본 정부가 예산 투입과 소녀상 이전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은 재단 설립의 막판 변수"라고만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된 모든 문제점을 은폐한 것이다. 이는 곧 반인권 전쟁 범죄를 저지른 일본의 역사적, 법적 책임마저 은폐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날 준비위 발족에서 불거진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태현 준비위원장의 '치유금' 발언은 "한·일이 협력을 하고 사업을 하는 것으로 배상이 아니다"라는 일본 기시다 외무상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준비위가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느냐는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태현 위원장은 재단 운영의 주체성에 있어서도 "일본과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일본 개입의 여지를 남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형식상 '정부 2명, 민간 9명'으로 명시해 '민간 재단'의 외피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전·현직 외교부·여성가족부 관료 6명이 위원을 차지한 준비위의 구성도 문제다.
정부가 이런 꼼수를 부린 이유는 12·28 합의 이행 과정에서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많다. MBC는 이처럼 숱한 논란들 중 단 하나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김태현 위원장의 '치유금' 발언조차 전하지 않은 것은, 이날 보도를 아예 하지 않은 MBN과 MBC뿐이다. 역사를 외면하는 MBC에게 미래는 없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
‧ TV조선 <"복당해 혁신" 강연정치 시동>(18번째, 최원희 기자, http://me2.do/GPVK2sGO), 채널A <"한국은 공화국 아니다">(8번째, 이서현 기자, http://me2.do/Fm8ZGthU)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후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민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알리는 창구는 국회 청문회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회가 청문회를 많이 하는 것은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가기 위한 것이므로, 찬성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한 '상시 청문회법'을 옹호했고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입법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의 심각한 불평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이대로 가면 정말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내부로부터 붕괴할 위험해 처해있고, 이렇게 된다면 헌법 1조 1항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의 공화국이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5.16 쿠데타 이후 군사 정권이 만든 정당 이름이 공화당이라서 '공화'에 대한 참뜻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보수 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청문회의 중요성, 노동개혁법의 '개악'적 성격, 한국 경제의 불평등, 공화주의의 필요성 등 여권 의원에게서는 보기 힘든 비판이 쏟아지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TV조선과 채널A의 반응은 말 그대로 '남달랐다'. 두 방송사는 유 의원의 강연을 '대권 도전'으로 규정했다. TV조선의 이하원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면서 "새누리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을 살펴보겠습니다"라며 처음부터 유승민 의원을 잠재적 대권주자로 조명했고 "요약하면, 빨리 복당시켜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강연의 내용을 '복당 요청'으로 갈음했다. 리포트 말미에서는 "비록 대선 출마나 세력화에 대한 얘기를 피했지만 사실상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라며 이날 강연을 '대선 행보'로 해석했다.
채널A 역시 마찬가지이다. 채널A는 "강연 내내 '헌법'을 10번 넘게 언급"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헌법 정치를 다시 꺼내든 것"이라며 정파적 의미를 부여했고 "일각에선 유 의원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부상한 '충청 대망론'에 맞서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고 전했다. 두 방송사 모두 스스로 여권 대선 주자로 띄우고 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대항마로서 유승민 의원을 내세운 것이다. 하필 그 이유로 헌법 제1조, 공화주의, 노동개혁법 비판 등의 내용으로 이뤄져 대선과는 하등 관련도 없는 강연을 제시한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TV조선은 현 정부에 쏟아진 비판을 '복당 요청'으로 정의하는 황당한 태도까지 보였다. TV조선과 채널A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설'에 가까운 과잉해석임은 분명하다.
■ 민언련 오늘의 '곱게만 보이지 않는 보도'
‧ MBN <뉴스피플/"억울함 풀어달라">(19번째, 김주하 앵커, http://me2.do/Gcg0hjFd)
앞서 JTBC <앵커브리핑>을 소개하면서 언급했듯이 MBN은 29일, 구의역 참사를 보도하면서 피해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렸다. MBN <안전수칙 또 어겼다>(5/29, 19번째, 신지원 기자, http://me2.do/F87hTzMs)는 "열차가 들어오는지 감시하는 직원과 정비작업을 하는 직원이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홀로 작업에 나선 김 씨는 역무실에 '2명이 왔다'고 말한 뒤 작업일지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업 전, 규정을 어기고 역무실에만 통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등 피해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면서 서울메트로의 하청 구조, 열악한 노동 환경 등 구조적 문제는 모조리 외면했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보도 행태였다.
31일, MBN은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앵커가 직접 피해자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사과를 전하는 보도를 내놨다. MBN <뉴스8>의 인터뷰 코너인 '뉴스피플'에서 김주하 앵커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는 애초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고, 저희 MBN도 그렇게 보도를 했는데요. 하지만 후속 취재과정에서 스크린 도어 수리 업무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라며 29일자 자사 보도의 오류를 인정했다. 이어서 "사고 조사에 대한 후속 취재 과정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 과정 중에서 그 어머니를 만났습니다"라면서 피해자 어머니 인터뷰를 전했다. 인터뷰 화면으로 넘어간 후, 피해자 어머니를 만난 김주하 앵커는 "어머니, 저희 보도 보고 심려가 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과 말씀 먼저 드리려고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자사의 29일 보도에 대한 사과의 뜻이다. 김 앵커는 "양쪽 다 말을 듣고 보도했어야하는데 메트로 쪽 말만 듣고 보도를 한 것. 그래서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 말씀 드릴게요"라며 재차 MBN을 대신해 사죄했다.
이후 인터뷰는 피해자 어머니의 입장을 충실히 전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이렇게 해놓고 우리 애가 잘못해서 죽었다고 메트로에서… 그 사람이 와서 그렇게 말을 해요" "자기네는 알고 있으면서 자꾸 알아보는 중이래요" 등 서울메트로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어머니는 사고 당시 참담했던 피해자의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고, 김주하 앵커는 피해자 어머니의 증언에 결국 눈물을 흘리며 "최대한 진실을 밝혀볼게요"라고 약속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울먹이며 "나는 사과 받고 싶은 게 아니에요" "'승인을 안 했는데 얘가 가서 하니까 얘가 잘못이라고…' 제가 원하는 건 '우리 아이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라고 해줘야죠"라고 말했다.
MBN이 피해자 가족에게 자사의 보도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한 것은, 비록 늦었지만 바람직한 태도이다. 최소한의 책임을 다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의 방식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김주하 앵커는 인터뷰를 보여주기 전에 "사고 조사에 대한 후속 취재 과정"의 일환으로 피해자 어머니를 만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MBN이 과연 무엇을 후속 취재했을까. 뉴스가 저지른 잘못은 앵커의 눈물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도로서 용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29일의 충격적인 보도 이후 31일까지, MBN <뉴스8>에서 서울메트로의 구조적 책임을 묻는 보도가 전혀 없었다. 29일부터 서울메트로의 하청 구조와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했던 지상파 3사 및 JTBC의 보도와 비교하면 MBN 사과의 진정성은 더욱 의심된다. KBS는 29일, 서울메트로 퇴직 직원이 차린 회사가 하청을 맡고 있고 있음을 고발했다. JTBC는 31일, 서울메트로 자회사가 인력 충원 없이 간판만 바꿨다고 단독 보도했다. MBN은 이런 보도 하나 없이 도대체 무슨 후속 취재를 했다는 것인가.
▲ △ 아시아경제, 전자신문, 인사이트 등 타 매체가 인용한 MBN <뉴스피플/“억울함 풀어달라”>(5/31) 김주하 앵커 오열 장면 ⓒ 민주언론시민연합
게다가 '뉴스피플'이라는 코너 자체가 인터뷰 대상자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도 변조하는 경우가 많은 코너이다. 이 보도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김주하 앵커를 중심으로 화면이 구성됐다. 보도가 나간 후 <김주하 앵커, 구의역 사고 피해자母 인터뷰서 가슴 찡한 눈물>(아시아경제, 6/1)과 같은 타 매체 보도가 잇따르면서 '김주하의 눈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MBN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보도를 사과하고자 했다면, 김주하 앵커가 주인공이 되는 코너 형태가 아니라 어머니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화면을 구성했어야 한다. 또한 어머니가 눈물로 호소한 문제를 집중 취재해 사실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아직 '뉴스다운 사과'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MBN <뉴스8>의 사과 인터뷰가 '곱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한국사회 불평등 해소, '죽창'이 답? 6.3 오마이뉴스
[주장] 시민들의 반란은 마지막 저항 수단... 그 전에 국회가 움직여라
▲ 상위소득 10%가 전체소득의 45%를 가져가는 아시아 최고의 불평등 국가. 하위 50%의 자산이 전체 자산의 2%에 불과한 나라. 고용통계 작성 이후 청년실업률이 최고수치인 12.5%, 65세 이상 노인빈곤율 49.6% OECD 국가 1위. 우리나라다. ⓒ pixabay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위대한 역사적 투쟁의 주제 중 하나는, 평등에 대한 욕구다.' 그 벅찬 평등에 대한 욕구인 희망의 언어를 유린하는 세상. 흙수저, 금수저, 헬조선이 시대를 웅변하는 상징어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20대 총선 결과는 이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수는 전무후무할 화려한 성적을 과시하고 있다. 상위소득 10%가 전체소득의 45%를 가져가는 아시아 최고의 불평등 국가. 하위 50%의 자산이 전체 자산의 2%에 불과한 나라. 2016년 2월 청년실업률은 고용통계 작성 이후 최고수치인 12.5%, 65세 이상 노인빈곤율 49.6% OECD 국가 1위 등등.
이 모든 숫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고, 고통스런 피눈물의 온도다. 불평등 문제는 단지 불편한 진실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며, 엄청난 불행의 근원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책임져야 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외국 방문에 항상 바쁘셔서 신경 쓸 틈이 없으시고, 4·13 총선에 참패해도 자성이나 성찰은 기대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오로지 "너희들(국민, 여당)이 날 배신해"라는 분노의 표정이 읽힐 뿐이다. 지금까지 그러하였듯이 대통령은 경제문제에 대해 앞장서서 노동자 탓, 국회 탓, 국민 탓이나 하는 '탓 놀음'을 흑마술 주문처럼 반복할 것 같다.
대통령과 보수 정치인들이 말하는 평등의 기준은 "네 탓이요. 네 탓이요"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창조적 경제 능력이 부족한 당신 잘못이라고 꾸짖고 있다. 이는 차별을 은폐·기정사실로 하면서 "너는 열등한 놈이니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과연 그럴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 불평등 사회는 이미 100m 달리기 골인 지점에서 시작하는 사람들과 아직 0m 지점에서 출발도 못 한 사람들 사이의 불공정 게임이다. 여기에는 기회의 평등마저도 사라지고 없다. 이런 불공정 게임 룰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세상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일 뿐이다.
단순히 '기회의 평등'만을 외치는 것도 면피성 주술일 뿐이고, '결과의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이고, 평등사회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불평등 탈출 해법은 이렇다. ①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 ② 노동시간 8시간 법정제로 일자리를 나누는 방법, ③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 ④ 정부 고용 비중이 OECD 꼴찌인 6.5%인데 OECD 평균 15.5%로 고용을 늘리는 방법. 이런 방법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해법들이다. 불평등 해소법을 모르고 있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을 바꾸고 만들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정답이다. 비정규직도 1998년, 2007년에 법을 만들어서 생긴 제도일 뿐이고, 원래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법이었다. 일부 법의 긍정적 작용도 부정할 수 없으나 거꾸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을 합리화하는 정의훼손법으로 전락해 버린 법. 이런 법을 바꾸면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법이 반드시 정의를 담보하는 이상적인 장치는 아니며, 정의를 구현할 수 없는 법은 없애고 바꾸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법은 해체 가능성이고, 정의는 해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행정부 수반으로서 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수 있으나, 법률 제정권은 없다. 짐이 곧 국가라고 행세하는 경찰국가 대장 박 대통령에게 평등사회 구현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은 바보짓이라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보다 더 궁극적인, 권력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조항은 공허하고 허무한 문장으로 다가오고, 허수아비처럼 느껴지는 현실이다.
국가의 주인에 해당하는 집주인(국민)을 임차인에 불과한 권력자들이 구박하고, 핍박하고 거꾸로 쫓아내는 행위를 수없이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평범한 시민이 느끼는 권력은 더러운 좀비의 칼일 뿐이다.
그동안 대통령은 물론 국회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의 해체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총선에서 정당들은 더욱 보수·우경화의 깃발을 꽂았으니 앞으로 기대할 것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현 정치지형에서 결국 기댈 곳은 입법기관인 국회밖에 없는 것을.
그런데 국회도 움직이지 않으면, 시민이 죽창 들고 불평등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가. 그것은 가능한 일인가.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써 반란을 일으키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인권보호가 필수적"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역사의 시간은 흘렀어도 폭군방벌론은 여전히 유효하며,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신학자까지도 "악한 군주에게 저항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강도에게 저항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는 시민이 마지막 수단으로 죽창 들고 불평등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정당할 수 있다는 역사적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이 마지막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할 막중한 책무가 20대 국회에 있다.
다시 헌법을 꺼내 들고 읽어본다.
제11조(국민의 평등)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존재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필요조건이다. 자유와 평등은 헌법의 두 바퀴여서, 어느 한 바퀴만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도 넘어지고 나아갈 수 없다. 시민이 죽창들 필요 없는 자유와 평등 국가 실현을 20대 국회가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보태며./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로스쿨 ‘대학 카스트제’ 내부문건 공개합니다 6.3 한겨레
로스쿨 대학 카스트제 내부문건
서울의 한 사립 로스쿨이 서류 심사 과정에서 출신 대학에 등급을 매겨 낮은 등급 대학 지원자를 차별하는 내부 기준을 적용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단독] ‘SKY는 S등급’…사립로스쿨 출신대학 카스트제)로 드러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등은 3일 성명서를 내고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성명서를 발표해 “모든 로스쿨을 대상으로 출신학교 차별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겨레>는 보도의 근거가 된 해당 로스쿨의 내부 문건 가운데 ‘자기소개서 및 서류종합 평가기준’ 부분의 전문을 공개한다.
문건에는 해당 로스쿨이 출신 대학과 연령에 따라 등급을 매겨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등 차별적인 기준을 운영한 점이 드러나 있다. 특정 대학 출신이 로스쿨 입시에 유리하다는 점은 회자돼 왔지만, 로스쿨이 특정 대학을 우대하는 채점 기준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ric Clapton -Change the World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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