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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3.5.8~12 가덕도 공항 사업, '이런 세금 탕진 재주도 있다’

by 이성근 2023. 5. 7.

꾸리찌바 BRT

프랑스 와인 산지 덮친 따뜻한 겨울, 메마른 봄말라붙은 땅에 움트는 물 분쟁의 싹

흑산도를 토건 세력에게 맡겨 둘 수 없다

저녁 8시마다 기후 뉴스를 보도하라?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 독일의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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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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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공항 사업, '이런 세금 탕진 재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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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꾸리찌바 시에 있는 가을의 거리’(후아 두 오투누, Rua Do Outono)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아주 진풍경을 이룹니다. 이때가 되면 단풍잎과 비슷한 오각별 모양의 잎을 가진 미국풍나무(Liquidambar styraciflua)가 아주 붉게 물이 듭니다. 원래 원산지가 미국과 멕시코로 알려진 이 나무는 높이가 30미터 이상까지 자라기도 한답니다.

 

이 나무가 붉게 물드는 계절이 오면 꾸리찌바 시민들은 가을의 거리에 나와 걷고, 누워 있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게 거의 일상이라고 하네요. ‘가을의 거리가 있는 모순구에(Mossunguê) 지역에는 떨어지는 붉은 잎이 매혹적인 853그루의 나무가 줄 지어 서 있습니다. 이 선형 벨트 안에는 꾸리찌바 간선급행버스 시스템(BRT: Bus Rapid Transit)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지나가고 있죠. 그래서 꾸리찌바 도시공사(URBS)에서는 시민들이 가을의 거리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대대적인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도 이런 아름다운 거리가 하나쯤 도시마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닭발처럼 강전정(强剪定)을 한 가로수만 보다가 이런 풍경을 보니 가슴이 다 뜁니다 /박용남

 

 

프랑스 와인 산지 덮친 따뜻한 겨울, 메마른 봄말라붙은 땅에 움트는 물 분쟁의 싹

프랑스 피레에 조리앙탈 리버살트에서 411일 촬영한 아글리강의 모습. 강바닥이 거의 드러나 있다. |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프랑스에서 스위트 와인 산지로 이름난 남프랑스 피레네 조리앙탈의 작은 마을 리버살트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기차역 광장의 텅 빈분수대였다. 분수대는 마치 단 한 번도 물을 뿜어낸 적 없는 것처럼 바싹 말라 있었다.

 

10여 분 정도 걸어가자 포도밭과 살구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큰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아래 넘실거리며 흘러가고 있어야 할 아글리강은 바닥의 4분의 3가량이 드러나 있었다. 따가운 햇볕 아래 갈라질 조짐을 보이는 강바닥에 백황색 흙먼지가 날렸다. 물이 흐르는 대신 곳곳에 웅덩이처럼 고여 살짝 냄새가 났다. 지난해 8월 유럽에서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왔다며 외신들이 전한 풍경과 흡사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지난달 11(현지시간) . 이제 불과 4월이었다.

 

저 다리를 보세요. 원래는 다리 기둥이 잠기도록 물이 차 있어야 합니다. 9개월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마을 주민 다비드(43)에 따르면 강의 수위는 평년보다 2m 이상 낮아졌다. 다비드는 재앙적 상황이라며 올여름이 벌써 두렵다고 말했다.

 

피레네산맥 기슭에서 동쪽으로 지중해를 끼고 있는 피레네 조리앙탈 저지대는 프랑스의 대표적 스위트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이다. 산맥에서 발원한 계곡과 강을 따라 펼쳐진 과수원에서는 포도 외에도 살구, 체리, 복숭아 재배가 활발히 이뤄진다. 리버살트는 지역 이름을 딴 와인이 있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험준한 산과 계곡, , 과수원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자랑인 지역이지만 올해는 한 계절 일찍 찾아온 재앙적 가뭄의 상징이 됐다.

에스피라 드 라글리에서 촬영한 411일 아글리강 상류의 모습. |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버스를 타고 약 40분 동안 거슬러 올라간 아글리강 상류 지역의 또 다른 마을도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지라 기온은 서늘했지만 수위는 대폭 낮아져 있었다. 물기라고는 없이 바싹 마른 밭에서 묘목들이 힘겹게 싹을 틔워내고 있었다. 농민들은 지하수가 다 말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겨울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유럽의 안보를 뒤흔들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작 유럽이 마주한 위기는 난방 부족으로 인한 추위가 아닌,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었다. 유럽 곳곳에서 1월 최고 기온이 경신됐다. 스위스의 한겨울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어선 적도 있었다. 알프스와 피레네의 고산지대에서 눈이 녹아 스키장이 문을 닫았다.

 

이상고온이 지속하자 난방 수요가 줄면서 가스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따뜻한 겨울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넘겼다며 안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바닥을 드러낸 강과 바짝 마른 포도밭은 더 섬뜩한 위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프랑스 에스피라 드 라글리에서 촬영한 포도밭. 피레네산맥에서 발원한 계곡과 강을 따라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 동안 피레네 조리앙탈의 주도 페르피냥의 강수량은 197에 불과했다. 페르피냥의 연간 평년 강수량은 557. 사하라 사막의 강수량이 연간 50~100, 북미와 호주 북부 사막의 강수량은 250를 밑돈다. 사막 수준으로 비가 온 것이다. 문제는 올해만 벌어진 예외적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파비안 보네 피레네 조리앙탈 농업회의소장은 살구, 포도, 원예, 어업 등 이 지역에서 해왔던 모든 유형의 생산이 앞으로도 지속가능할지 궁금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뭄에 시달리는 에스피라 드 라글리의 한 포도밭. 흙이 바싹 말라서 딱딱했다. |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리버살트 마을에 도착한 다음 날인 12~13일 비가 내렸다. 해갈에는 턱없는 강수량이라 안도하는 목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 피레네 조리앙탈 당국은 지하수 고갈이 너무 심각하다며 상수원이 있는 지역인 바 콩플랑 계곡 인근 마을 4곳의 급수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3000명의 주민들에게 생수가 제공됐다. 지역 주민 미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깨끗한 물을 갖고 있었고 생수를 살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뭄의 피해는 파리에서 느끼기 어려웠지만 계곡 주민들에게는 직격탄이었다.

 

비가 멈춘 14일 오전 페르피냥에서 테강 상류 뱅사 댐으로 향하는 기차가 운영을 중단했다. 농민 300여명이 이날 오전 730분부터 트랙터 150대를 동원해 고속도로와 기차길목 곳곳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당국이 뱅사 댐 물 사용을 제한하자 농민들이 결사적인 투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피레네 조리앙탈 당국은 여름철을 앞두고 더욱 강한 물 사용 제한 조치를 내놓았다. 오는 10일부터는 수영장·골프장·세차장 물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고, 농업용 관개수로 및 지하수 개발 역시 당국과 협의해야만 한다.

피레네 조리앙탈 지역의 농민들이 정부의 가뭄 대책에 항의하며 지난 414일 페르피냥에서 뱅사 댐으로 가는 길목을 흙을 쏟아 막고 있다./AFP연합뉴스

 

가뭄으로 인한 문제는 경제적 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 생명을 직접 위협한다. 17일 피레네 조리앙탈의 세르베르에서는 올해 첫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930의 면적이 하루 만에 불에 탔다. 역대 최악이라는 지난해보다도 더 빨리, 더 큰 규모로 찾아온 산불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이튿날 현장을 찾아 생태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가뭄은 농촌 흙집 붕괴사고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가뭄으로 바싹 마른 흙벽이 갈라지면서 집이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다. 리버살트에서도 벽이 갈라진 집들을 이따금 볼 수 있었다.

 

리버살트에서 본 벽이 갈라지고 칠이 떨어져나가는 집.

 

물을 둘러싼 분쟁은 지역사회마저 분열시킨다. 가뜩이나 물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주민들이 이웃이 물을 과소비한다며 당국에 신고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농가는 관광객들 때문에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관광업계에 항의하고 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피레네 조리앙탈 지역에는 14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말라붙은 땅에서는 정치적 분노와 갈등, 분쟁의 조짐이 싹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기후변화의 타격을 먼저 얻어맞은 북·동부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점점 북상하고 있었다. 유럽의 따뜻한 겨울과 메마른 봄의 풍경은 에너지 위기보다 더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겨줬다.

 

페르피냥에서 뱅사 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일레쉬르터 기차역에서 만난 쥐앵(70)1999년부터 그린피스를 후원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원전 핵 물질 유출 사고 등 거대 과학기술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비가 아예 오지 않아 물이 말라버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물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고, 그 물을 먹어야만 자랄 수 있는 과일과 와인 역시 우리 모두 평범한 일상에서 즐기는 것들이다. 쥐앵은 모두가 책임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은하 eunha999@kyunghyang.com

 

흑산도를 토건 세력에게 맡겨 둘 수 없다

흑산도, 공항이 아니라 국립공원으로 남아야 하는 이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131일 흑산공항 예정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했다. 오로지 흑산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정부가 대형시설물을 짓기 위해 국립공원 해제를 결정한 첫 사례로서, 참담하기 짝이 없다. 신안군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인접한 목포 시내 여기저기에는 신안군 무슨 무슨 단체 이름으로 '흑산공항 확정'을 경축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흑산공항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을 호도하며 마치 공항이 확정된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15년 만에 숙원이 해결됐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신안군이 추진하는 흑산공항은 총사업비 1833억 원을 투입해 흑산도 683면적에 길이 1.2km, 30m의 활주로를 포함해 계류장, 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항이 건설되면 50인승 소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해져 주민들의 이동편의 보장과 더 많은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2016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심의 보류, 2018년에는 계속심의를 결정하여 공항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철새 보호 대책 강구, 조류 항공기 충돌 가능성, 항공기 사고 가능성 등의 문제들이 제기됐다. 흑산공항 전략환경평가 당시 한국환경정책평가원,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 흑산도에 있는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등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들도 모두 '반대' 입장을 냈다. 그런데 다른 부처도 아니고, 생태계 보전과 국립공원 관리를 책임지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국립공원 해제라는 꼼수를 부려 공항 건설의 길을 터주겠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흑산도 신안군청

 

안전성, 경제성 없고 이동권 신장과 무관

 

애당초 흑산공항 건설 계획은 그 자체가 무리수였다. 지난 10년 동안 논의가 이어져 왔음에도 국립공원위원회의 국립공원 해제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사업이 비현실적이며, 대다수 위원들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먼저 안전성 문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50명 정도가 타는 프로펠러 소형항공기인 ATR 기종은 기상에 취약한 비행기로, 우리나라에는 3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네팔에서 사고가 나 승객이 전원 사망했던 기종으로 외국에서는 빈민국가에서 오지를 오가거나 화물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관광객을 태우겠다는 것이다. ATR은 물과 만나면 미끄러지기 쉬운, 이른바 오버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끼는흑산도에는 적합하지 않은 비행기로 알려져 있다. 또 흑산도 예리항 인근의 방풍림 역할을 하던 산을 깎아내고 공항이 들어서면서 태풍 등 피항으로 활용되는 예리항이 강풍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주민들이 태풍 피해를 직격으로 받을 수도 있다. 새떼는 경비행기 안전에 중요한 요소인데 공항 예정지가 철새 이동경로와 겹치면서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항공기 운항 안전은 치명적일 수 있다.

 

다음으로, 경제적이지도 않다. 총사업비가 1833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의 금리인상분, 항공기 구매비용 등까지 따지면 5000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경제적 타당성이 있을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연간 60만 명'이라는 이용객 예측치도 신뢰할 수 없다. 인근 무안공항의 경우 국토부는 이용객 예측지로 20122539천 명을 제시했지만 실제 이용객 수는 96000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지방공항 중 김포,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한 10개의 지방 공항 누적 손실이 4823억 원에 이르며 상위 4개 공항 수익으로 나머지 공항의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코로나19로 공항 이용률이 떨어진 사실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 수요를 과도하게 부풀려 예측하여 크게 짓기 때문이다. 최근 MBC가 보도한 환경부가 작성한 미공개 문건에 따르면, 공항건설로 훼손되는 생태가치가 30년간 170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흑산공항 사업에서 경제성을 찾기란 헛수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여객선이 결항되어 육지로 또는 섬으로 이동할 수 없고, 응급환자 발생 시 문제점 등 많은 고충이 있다. 그러나 강풍과 안개 때문에 배가 못 뜨면, 50인승 경비행기도 뜰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지금처럼 열악한 목포-흑산 간 여객선이 웬만한 바람과 파도에서도 오갈 수 있도록 더 큰 선박과 더 많은 배편 등 선박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공항 건설에 들어갈 돈의 일부만 사용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최악의 반환경, 반생태 사업

흑산공항 건설은 반환경적인 사업이다. 생태자연 1등급 지역이 28%에 달하는 대봉산 일대 683000에 길이 1200m, 너비 30m 규모의 활주로를 건설한다는 내용도 문제지만, 공항시설법시행규칙과 국토부 고시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에도 어긋난다. 섬 대부분이 공항 반경 8에 들어가는 흑산도는 공항 예정지 일대가 400여 종의 철새 이동로이다. 흑산공항 건설이 반환경적일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이유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자연생태계와 자연·문화 경관의 보전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고자 환경부 장관이 지정,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보존지역인 국립공원을 대규모 개발사업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아주 나쁜 선례이자,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흑산공항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허가로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지금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1872년 미국의 옐로스톤이 세계 최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국립공원 제도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현대에 와서 파괴되어가는 자연생태계와 환경, 문화, 역사 유산의 보전을 목적으로 공원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현재 22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었지만, 우리 국토 대비 4%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이곳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었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한 셈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공항과 케이블카를 허가해줬으니, 이제 다른 자자체들도 자기 지역의 국립공원 개발을 허가해달라고 아우성칠 게 분명하다.

 

지금 세계적인 추세는 항공기 탄소배출 때문에 공항증설계획을 연기, 또는 중단하거나, 항공기 운항에 대한 규제도 만들고 있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1km 이동시 탄소배출량은 항공기(88명 탑승기준)가 기차(156명 탑승)20배에 달한다고 한다. 영국 히드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프랑스 드골공항의 확장 계획들이 연기되거나 폐기되었다. 스웨덴은 단거리 노선이 많다는 이유로 스톡홀롬의 브롬마 공항을 폐쇄했다. 프랑스 하원은 철도로 2시간 30분 거리 이내 국내선 항공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오스트리아는 항공업계에 지원금을 주는 대신, 철도로 3시간 이내 비행기 운항 중단을 요구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속도와 편리함만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흑산도는 보존가치가 높은 국립공원으로서 인간 위주의 편협한 판단은 용납되지 않는다.

수만 km를 날아와 쉬며, 먹이 공급을 받는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철새 교육 장소인 흑산도를 토건 세력들의 이기적 판단과 무모한 행동에 맡겨 둘 수 없다.

 

2023년 총회에서 흑산공항 백지화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한 목포환경운동연합 회원과 활동가들.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람이 먼저이지 새가 먼저냐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새들도 살지 못하고 떠나는 곳에 사람은 과연 살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자연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후재앙시대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흑산도에 공항 건설과 항공기 구입 대신 더 크고 안전한 여객선을 띄워 결항률도 낮추고 관광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주민들의 이동권 신장에 어느 하나 유익이 없다. 오직 공항 건설만을 위한 억지와 무리수가 펼쳐지고 있다. 국립공원 흑산공항 건설은 설악산 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 등 생태계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일련의 반환경사업들과 함께 우리 국토생태의 지속가능성을 질식시키는 사업이다. 막아야 한다. 시민사회 전체가 국립공원을 지키는 생태전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임경숙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함께 사는 길]

 

저녁 8시마다 기후 뉴스를 보도하라?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 독일의 고민 ]

독일의 몇몇 언론은 기후 정책을 부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보도해 비판을 받는다. 기후위기나 기후보호 정책에 대한 보도가 적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록적 폭염이 있었던 2018년 여름을 기점으로 독일의 기후위기 보도 수는 크게 늘었다.dpa

지난 3, 독일 일간지 빌트는 경제기후부 장관 로베르트 하베크가 계획하고 있는 난방시설 전환에 대한 비판 기사를 다수 내보냈다. 경제기후부는 2024년부터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난방시설의 신규 설치를 금지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난방시설을 지원하는 법률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에 따르면 2045년까지 모든 난방시설은 재생에너지 기반 설비로 교체되어야 한다. 빌트는 해당 계획이 독일인에게 비용 1조 유로(1443조원)를 전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사는 해당 내용의 출처가 독일 RWI 경제연구소 소속 마누엘 프론델 교수의 연구라고 밝혔다. 독일의 또 다른 일간지 타츠빌트의 이 기사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타츠취재에 따르면, 프론델 교수는 빌트기자와 긴 인터뷰 중에 해당 숫자를 언급했지만 이는 한계가 있는 분석임을 분명히 했다. 이 금액은 오래된 모든 건물의 난방시설을 열펌프로 교체하고 적합한 단열 공사를 한다는 전제하에 대략 산정한 것이었다. 해당 숫자는 자연스럽게 난방시설의 교체가 필요한 경우 발생하는 비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새로운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낡은 난방시설을 교체하거나 단열 공사를 하게 되는데, 이런 게 포함된 것이다. 빌트를 비롯한 독일의 몇몇 언론은 산업계의 로비나 해당 언론이 지지하는 정당의 입장에 맞춰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논조를 고수해왔다.

 

일부 편파적인 보도뿐만 아니라 독일 언론이 기후위기나 기후보호 정책에 대한 보도량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특히 영향력이 큰 공영 TV 방송이 기후위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미하엘 브뤼게만 교수(함부르크 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연구팀이 언론 전문지 미디어의뢰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독일 공영 TV 방송은 전체 방송 시간 중 겨우 2.4% 정도만 기후위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브뤼게만 교수는 이 정도의 방송 시간도 과거에 비해서는 많아진 것이지만 공영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독일 공영방송의 대표적 뉴스 프로그램인 타게스샤우(Tagesschau)를 조사한 결과 기후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던 방송 일수가 전체의 82%에 달했다. 10년 중 약 8.2년 동안 기후위기 관련 보도가 없었던 셈이다. 이 시기 기후위기 보도는 국제회의나 선거, 재난 등 특별한 이슈에 맞춰서만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기록적 폭염이 있었던 2018년 여름을 기점으로 기후위기 보도 횟수는 크게 늘어났다. 특히 프라이데이 포 퓨처의 기후위기 대응 시위가 뜨거웠던 2019년은 기후위기에 관한 언급이 있었던 날이 204일로, 없었던 날(161)보다 훨씬 많았다.

 

언론인, 관련 업계 종사자, 학자 등이 모여서 만든 ‘8시 이전의 기후(Klima vor acht)’TV 방송사, 특히 공영방송이 가장 중요한 시간에 기후위기를 정기적으로 다룰 것을 요구하는 단체다. 단체 이름은 독일 공영방송 ARD가 매일 저녁 755분 방송하는 ‘8시 이전의 증시를 모방한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200011월부터 세계의 증시 상황을 방송해왔다. ‘8시 이전의 기후측은 공영방송 ARD가 팬데믹에 대응해 코로나19 소식을 매일 가장 중요한 시간대에 방송해서 독일의 코로나19 대응에 기여한 것처럼 공영방송이 기후보호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20225월 기후위기에 대한 미디어 대응의 중요성과 방법 등을 담은 기후위기 속의 미디어(Medien in der Klima-Krie)라는 책을 출판해 여러 언론사에 보냈다. 공영방송 ARD는 이들의 요구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책도 반송했다. 하지만 ‘8시 이전의 기후가 벌인 활동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영방송사 RTL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관심을 보였다. RTL20217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 ‘8시 이전의 기후와 협력해 저녁 뉴스 시간에 60초짜리 기후 업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2022년 독일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그리메상(Grimme-Preis)’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이후 RTL뿐 아니라 쥐트도이체차이퉁〉 〈슈피겔〉 〈차이트같은 독일 주요 언론들은 기후위기 관련 뉴스레터나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기후위기 보도 위한 독일 언론인들의 노력

이와 함께 기후위기를 어떻게 보도하고 전달해야 할지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공영방송 ZDF의 기상캐스터이자 기상학자인 외츠덴 테를리도 이런 논의를 주도해온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단기적인 소식에서 벗어나 기후위기와 관련해 기상예보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테를리는 일기예보 시간에 그날의 날씨를 설명하고 기후위기와 날씨는 더 이상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같은 말을 함으로써 시청자에게 기후위기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려 노력한다. 일기예보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 기후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한다.

 

일부 언론과 시청자들은 테를리가 시청자를 가르치려 하며 특정 정당에 유리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기후활동가라고 비판한다. 그는 차이트와 인터뷰를 통해 나는 기상학자이기도 하지만 우선 언론인이라며 만약 언론인이 자신의 직업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을 한다고 해서 아무도 그를 민주주의 활동가라고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자신의 직업상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테를리만이 아니다. 2021년 결성된 독일 기후저널리즘 네트워크(Netzwerk Klimajournalismus)’는 이런 언론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언론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해 교육하거나, 기후위기를 더 많이 다룰 것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 단체는 지난해 426독일 기후저널리즘 네트워크 헌장(이하 헌장)’을 발표해 기후위기를 대하는 언론의 기본 태도와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3월까지 이 헌장에 서명한 관련 업계 종사자는 총 297명이다.

 

헌장은 향후 몇 년 안에 결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전 세계가 돌이킬 수 없는 재난 상황에 빠질 것이며, 여기에 언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다양한 주제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으며 민주주의나 인권처럼 모든 주제와 연관이 있다고 밝힌다. 헌장에 따르면 기후위기 보도는 특정 행사나 사건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독일 기후저널리즘 네트워크의 대변인 라파엘 텔렌은 타츠인터뷰에서 문화 담당 기자나 경제 담당 기자도 자신의 일상적 작업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헌장의 내용을 설명했다.

 

이 밖에도 독일 언론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저널리즘의 태도 등 다양한 견해가 소개되고 있다. 베른하르트 푀르크센 교수(튀빙겐 대학 미디어학과)는 독일 공영 라디오 방송 도이칠란트 풍크와 한 인터뷰에서 언론이 기후위기를 다룰 때도 뜨거운 쟁점이나 갈등 위주의 정치 보도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위기가 일반적인 사회 위기나 재난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도에서도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푀르크센 교수는 언론이 기후위기를 다룰 때 특정 사건이나 새로운 소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하며, 단기적 정책이 아닌 장기적으로 대응 가능한 방법 혹은 국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해법을 더 많이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푀르크센 교수는 언론이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방식을 통해 중립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인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번뇌를 없애는 수행, 정원 가꾸기

1. 정원 이야기 하나 어느 옛 암자

호젓한 암자에서 스승과 제자가 단둘이 살았다. 어느날 스승님이 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그동안 눈에 거슬렸던 나무를 옮기자는 것이다. 열심히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정성을 다해 옮겼다. 며칠이 지났다. 뿌리를 내렸는지 차츰차츰 잎이 생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스승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저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면서 다시 옮기자고 했다. 그래서 또 옮겼다. 얼마 후 시들시들 하던 나무는 결국 죽었다. 나무가 죽은 것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이제 힘든 삽질을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며칠 후 또 곡갱이를 가지고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뛰어갔더니 이번에는 바위를 저쪽으로 옮기자는 것이였다. !!!

청주 마야사. 사진 <한겨레> 자료

2. 정원이야기 둘 청주 마야사

청주 교외 마야사는 새로 창건한 절이다. 어느 화가의 아뜰리에를 인수했다. 기존의 기본 조경을 존중하면서 거기에 당신의 취향을 더하여 10여년 동안 정원을 가꾸었다. 스스로 가드너’(정원사)라고 부르며 정원관리를 수행 삼아 정원관리를 했다. 주변 경험자에게 묻기도 하고 조경잡지도 정기구독하고 정원에 관한 책도 다수 읽고 좋은 정원이 있다고 하면 수시로 찾아 다녔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서 도량이 안정감을 더했다. ‘힐링사찰로 유명세도 그만큼 늘어났다. 이런저런 정원가꾸기 체험을 모아놓은 책도 서너권 출간했다.

 

제일 큰 일은 풀과의 전쟁이라고 했다. ‘풀 코스를 완주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었다. 또 기존의 나무와 나무가 너무 가까워 서로에게 방해되면 과감하게 잘라냈다. 제갈공명의 읍참마속보다 더 가슴 아픈 내 팔을 잘라내는고통이 뒤따르더라고 했다. 작은 나무들은 어울릴만한 자리로 옮겨 심었다. 옮기는 비용은 새로 나무를 사서 심는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닌 엄청난 지출을 요구했다. 이식한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또 옮기다보면 죽는 경우도 더러 있기 마련이다. 차라리 그대로 둔 것만 못한 시행착오도 숱하게 치렀다. 입구의 빽빽한 참나무 동산은 과감하게 솎아내고 등성이 부분의 큰 나무만 일렬로 남겼다. 무조건 있는 그대로 두는 보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도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큰 은행나무의 튼튼한 가지에는 그네의자를 매어 두었더니 어린아이와 함께 오는 젊은 엄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산청 수선사. 사진 <한겨레> 자료

3. 정원이야기 셋 산청 수선사

절집에서 개인정원의 원조라고 한다면 산청 수선사라고 할 것이다. 30년을 가꾼 조경으로 인하여 지역사회의 유명관광지가 되었고 입소문을 타고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소문대로 구석구석 손길 닿지않는 곳이 없었다. 다듬지도 않고 칠도 하지 않는 비규격적인 모양의 나무다리 그리고 너와를 올린 천연덕스런 정자가 어우러진 연못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에는 잔디, 나무, , 자연석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힐링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가드너 스님과 차를 한 잔 나누면서 그동안의 경험담도 들었다. 혹여 볼일이 있어 바깥으로 나가더라도 당일로 돌아왔다고 한다. 잡초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쌓인 풀일거리는 곱절로 힘을 들여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여름에는 앞쪽에서 풀을 뽑으면서 지나가면 벌써 뒤쪽에서 풀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풀을 뽑는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마음의 번뇌를 제거하는 수행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아담한 넓이가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정원면적의 최대치라고 했다. 더 커지면 정원이 아니라 농장이 될 것이다.

순천 선암사. 사진 <한겨레> 자료

4. 정원 이야기 마지막 순천 선암사

올봄에는 매화구경도 못가고 벚꽃놀이도 없이 보냈다. 봄 끝자락이지만 길을 나섰다. 순천지역에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오래 된 인연들과 한국제일의 사찰조경이라는 선암사를 찾았다. 유명한 선암매고목들이 흙기와 담장을 따라 줄을 지어 선 채 연푸른 잎새를 달고서 우리를 맞이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매화를 대신한 겹벚꽃이 만개한 장관을 연출했다. 홑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고도 남는다. 이제 나이 탓인지 은은한 빛깔엔 무덤덤해지고 강렬한 색감이라야 몸이 겨우 반응을 한다. 겹벚꽃의 강렬함은 홑벚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찐한 감동을 주는 것은 큰 키를 가진 붉디 붉은 영산홍이다. 한 점의 잎도 없이 꽃을 가득 달고서 서 있다. 아랫쪽 줄기와 가지에는 군더더기가 한 점도 없다. 그건 오랜 시간동안 가지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부지런한 손길의 반영을 의미한다. 감동을 주는 일은 그냥 되는게 없다. 무채색의 빛바랜 한옥 고택건물과 대비되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한동안 발길을 붙들어 맨다.

글 원철 스님(불교사회연구소장) /한겨레

 

꿀벌 대량 실종막을 수 있는 가로수 찾아냈다어떤 나무?

새로운 밀원수로 관심을 끌고 있는 칠엽수의 꽃과 잎.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경향신문

꿀벌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상황이 국내에서 매년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꿀벌 대량 실종 사태의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밀원수(꿀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나무)의 감소가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4대 가로수 중 하나인 칠엽수가 한국의 대표 밀원수인 아까시나무보다 더 많은 꿀을 꿀벌에게 제공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칠엽수를 가로수로 대량 식재하는 경우 꿀벌의 대량 실종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립산림과학원 밀원자원연구팀은 칠엽수 1그루(나무 높이 15.7m, 사람 가슴 높이의 직경 61.5cm)의 꿀 생산량을 조사한 결과, 806g의 꿀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180그루의 칠엽수를 심는 경우 생산 가능한 꿀은 64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는 같은 면적에 같은 수의 아까시나무를 심을 경우 생산되는 꿀의 양(38)에 비해 1.7배 많은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국내에 있는 칠엽수의 개화 기간은 53일부터 14일까지 13일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1개 당 개화 기간은 2.5일로 개화한 지 3일이 되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칠엽수의 꽃 1개가 분비하는 화밀(꽃꿀)은 평균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개화 첫날에 가장 많은 0.61의 화밀을 분비하며, 이후 2일 차에 0.26, 3일 차 오전에 0.13의 화밀을 각각 분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원 관계자는 칠엽수의 개화 초기에 꽃잎의 중간에 꿀벌을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밀표(蜜標, honey guide)’가 발달하고 화밀(꽃꿀)의 분비가 끝나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밀원식물 고유의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칠엽수는 칠엽수과에 속하는 낙엽수(활엽수)로 수형이 웅대하고 수려해 가로수는 물론 공원수·정원수 등으로 심기에 좋다. 하나의 작은 가지에 잎이 7개씩 생겨나서 칠엽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나무는 30m 높이까지 자란다.

 

국내의 경우 공원 등에 일부 심기는 하지만, 가로수로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칠엽수는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피나무, 느릅나무 등과 함께 세계 4대 가로수로 꼽힐 정도로 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은 가로수다.

 

나성준 산림과학원 연구사는 관상적 가치와 밀원 가치를 동시에 지니는 다목적 수종인 칠엽수를 가로수와 공원수로 적극적으로 식재한다면, 양봉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칠엽수는 우리나라 어디에 심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길가는 물론 공원이나 대학 등 학교의 정원에 적극적으로 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나무의사' 시행 앞둔 산림청, 수목진료 위반 특별단속

산림청은 시행을 앞둔 나무의사 자격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8일부터 630일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수목진료 행위 특별 계도·단속에 나선다.

아파트단지, 학교숲 등 수목진료가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한 단속에서는 수목 진료사업 실행 주체의 적정 여부 등을 단속하고 나무의사 또는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을 갖춘 나무병원을 통해서만 수목진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홍보한다.

나무의사 자격제도는 다음달 28일 본격 시행된다. 나무병원을 등록하지 않고 수목진료를 하는 경우나 나무의사 또는 수목치료기술자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수목진료를 하게 되면 산림보호법 제54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산림청 김명관 산림병해충방제과장은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무자격자·비전문가가 수목진료를 하는 행위 등 위반사항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오염수 방류 밀어붙이는 일본한국 시찰단들러리 되나

대통령실은 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방류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한 것을 두고 단순히 (현장을) 둘러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한국 정부가 시찰 이후 실질적으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위한 일본 정부의 명분 쌓기에 들러리를 섰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를 발표하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다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IAEA 최종보고서 반영해 절차 진행

일본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 현장 내 물탱크에 보관해온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뒤 올여름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정화 처리로도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트리튬) 농도가 안전기준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오염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서 내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환경단체들은 인체 암 유발 가능성 등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농축 등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다며 무조건 방류를 추진하는 건 섣부르다며 반대해왔다.

 

특히 방사능 오염 분야의 저명 학자인 티머시 무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삼중수소와 관련한 과학 문헌 70만여 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사실상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이 단순한 시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일대일로 별도의 시찰단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한국 국민의 건강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찰단에) 어떤 구성원이나 과학적 기법이 채택될지는 논의해봐야 하겠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법을 참고하고 문제 될 수 있는 성분을 조사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두 나라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한국 시찰단이 오는 2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선 오염수의 해양 방류와 관련한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 그룹의 최종보고서 발표 시점(6월 목표)에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21년 국제검증단을 구성한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 6일 방류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중간보고서를 내는 등 오염수를 희석 방류할 경우 농도가 미미하다는 일본의 주장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런 국제원자력기구의 국제 검증을 여론의 방패막이로 삼아왔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회견에서 국제원자력기구 최종보고서를 반영시켜 국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때 한국과도 의사소통하면서 이런 움직임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국제원자력기구의 결론을 기반으로 방류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비쳤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면죄부를 주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관련한 압박을 재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가 당면 과제이기 때문에 양국이 먼저 이 문제에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이 부분이 논의될 기회가 있다면 후쿠시마 오염수와 같은 입장으로 접근하게 될 것 같다고만 말했다.

 

오염수 방류 명분 쌓아주는 공범

환경단체들은 이번 합의를 두고,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들러리를 서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일 양국 정상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선언하고, 장기 보관 해법을 논의했어야 한다윤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를 위해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의 명분을 쌓아주는 공범으로 전락했다는 성명을 내놨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도 방사성 물질이 어떠한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느냐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언급 없이 현장 시찰을 하는 것은 무의미한 요식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에 대한 명분 쌓기에 한국 정부가 도와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무등산 평두메 습지 광주 첫 람사르 습지 등록 추진

광주시 북구 무등산 국립공원 안 평두메 습지. 연합뉴스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삵, 담비, 팔색조 등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물론 낙지다리와 같은 희귀식물들의 서식지인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자락의 평두메 습지에 대해 람사르습지 등록이 추진된다.

광주 북구는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함께 평두메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환경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7일 밝혔다. 람사르습지는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맺은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 따라 협약사무국이 지정, 보호하는 습지대다.

 

평두메 습지는 무등산국립공원 내 북구 화암동 530번지 일원(해발고도 240m), 22600에 자리 잡은 산지형 습지다. 평두메에는 희귀식물(낙지다리·벗풀·개대황)을 비롯한 208종이 자생하고 있다. 또 멸종위기 야생동물(수달·담비··팔색조), 천연기념물(소쩍새·솔부엉이·원앙) 등 동물 578종도 서식하고 있다. 큰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도롱뇽, 참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의 핵심 서식지이기도 하다.

 

북구는 평두메 습지가 람사르 그룹 비(다양성 보전 위해 국제적으로 중요) 습지 신청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무등산공원사무소와 환경부에 람사르 습지 등록 협조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등록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주민 의견 수렴, 환경부의 심의·관계부처 협의를 거치면 람사르 협약 사무국에 등록 신청을 한 뒤 심사 과정을 거치면 습지 등록이 최종 확정된다. 평두메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국내에선 25번째, 광주에서는 첫 람사르 습지가 된다.

 

람사르 습지는 전남에 5(신안장도 산지 습지, 순천 동천하구, 순천만·보성갯벌, 무안갯벌, 증도갯벌)이 있지만 광주에는 1곳도 없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국제통상 전문가 "시찰단 파견, 결국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압력으로 돌아온다"

송기호 변호사 "기존 네 차례 답변 자료 분석 결과나 공개해야" 지적

정부가 오는 2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개방 압력으로 이어지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8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일본의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분석 결과 공개라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이미 지난 2년간 일본으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자료를 네 차례나 받았다""하지만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어떠한 평가나 분석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이 같은 결론을 지난 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정보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내렸다고 전했다.

송 변호사가 공개한 원안위의 정보공개 자료를 보면, 원안위는 일본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A)로부터 지난 20214월부터 올해까지 총 네 차례(214, 2110, 222, 229)에 걸쳐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계획을 위한 심사 절차와 기준 등에 관한 답변 자료를 받았다.

 

원안위는 NRA20214월에는 오염수 처분 시 안전성 검증 체계는 무엇인지, 오염수 방출 실시계획 심사에 관한 법령 기준이 무엇인지 등을 질의했다. 202110월에는 해양모니터링 기준과 실시계획 검사 절차 등을 물었다.

 

지난해 2월에는 방사선영향평가 검토 기준과 오염수 방출 결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와 의견수렴 방법 등을 질의했고 작년 9월에는 사용 전 검사 대상과 방법, 방출에 따른 종합모니터링 계획 등을 물었다.

송기호 변호사가 8일 공개한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은 정보공개 청구 자료.

 

원안위는 이 같은 질의 내용에 따른 일본 NRA의 응답 자료를 받았으나 그 결과를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는 문제라고 송 변호사는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이에 지금 정부가 취할 행동은 "(답변 자료를 받은 뒤로) 한참 뒤늦은 '시찰'이 아니라,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한 정부 분석 결론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 발표가 임박"했다며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현지 시설에 시찰단을 보낸다면 "오히려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압력의 근거"를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이번에 정부가 파견하는 조직은 IAEA의 수준과 같은 검증단이 아닌 시찰단이어서, 파견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별도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피상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편 한국은 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IAEA의 검증단은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의 전문가로 꾸려져 있다. IAEA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시찰단이 자체 기준을 갖고 관련 시설을 주도적으로 들여다 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정부 기후위기 대책이 경제 부담 키운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현주소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개회식 축사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새로운 도전"임을 밝혔다. 이어 추경호 부총리는 '한국 기후기술허브'를 서울에 설치한다는 양해각서를 ADB 총재와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 각국의 공공, 민간 기후 전문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플랫폼이 개설되고 이곳에서 아시아 국가 기후변화 대응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울이 이런 허브 역할을 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아시아 국가 기후변화 대응을 리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그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둘러싼 행보는 K-Hub가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품게 한다. 정부 출범 이후의 관련 정책 행보는 윤석열 정부가 기후위기, 기후변화 문제를 국내외적인 현안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이후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에서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정책보다는 원전, 화석 연료 의존 연장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였다. 20231월에 확정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현실적 보급 전망'을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5%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에 비해 8.7% 낮추었다. 계획 수립에 앞서 감사원의 태양광 사업 감사 등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유포해 산업 위축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규제 완화를 정부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으나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규제 완화 관련 정책에는 유독 인색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했던 지자체 이격거리 폐지 관련 제도 개선, 계획입지 관련 풍력법안 처리 등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였다. 태양광 시설 주거지역 이격 거리 완화와 도로 이격거리 설정 금지 권고에 머물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2022년 재생에너지 신규설치량은 목표치인 4.6GW에 한참 못 미치는 3.8GW에 불과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21년 기준 8.29%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28.1%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춤하면서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발맞추어 RE100 동참을 선언한 기업들이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백퍼센트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자 국내에서도 현대, 삼성전자, SK, 네이버 등이 RE100 동참을 선언했다. 동참 기업들이 윤석열 정부 이후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체되면서 재생에너지 확보에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업 수요에 맞추어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용이한 곳으로 생산지 이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기업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올해 411일 수립된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은 윤석열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없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발표된 계획은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 분야의 감축 의무 부담은 덜어주고 이를 국제 감축량 상향과 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CCUS)을 통한 탄소 제거량 상향으로 보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정부가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음을 보이려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산업계에 가장 강력한 감축 의무를 부과해야만 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경제 성장을 이유로 산업에 면죄부를 주는 대신 개도국 산림 전용 및 황폐화 방지사업 등 해외 감축 사업을 통한 감축안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실현 가능성이 없는 CCUS 기술 활용을 택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의 감축량은 25%로 한 대신, 다음 정부에서는 75%가 되도록 감축량 계획을 수립해놓았다. 이것만 봐도 현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의지가 없음이 확인된다.

 

이런 행보를 보이면서 서울의 K-Hub를 아시아 기후변화 지원 플랫폼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 이를 에너지안보 확립의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 수단인 재생에너지 확대 계기로 활용하여 재생에너지전환에 가속도를 붙인 유럽연합, 독일을 돌아보자.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위기가 고조되자 유럽연합은 2030 재생에너지 목표를 40%에서 45%로 상향 조정하였다. 국외 의존적이지 않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자 함이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속도감 있게 이루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에너지 안보도 이룬다는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독일은 전기요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0%로 높이는 계획을 수립, 이행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발전 부문만이 아니라 수송에서 탄소감축을 위해 최초로 전국교통카드 49유로 티켓을 도입하기도 했다. 열 부문에서도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2024년부터 화석연료 난방 금지를 선언하고 난방설비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연계하면서 동시에 이들은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임으로써 기술혁신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한다. 태양광 설비 기술과 더불어 에너지저장 신기술 혁신, 산업 부문 저탄소 공정 기술 확보가 가져올 일자리 창출이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유럽연합은 변동형 재생에너지 그리드 기술, 재생수소 확대, 산업과 교통 분야 에너지전환에 집중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실제 세계적으로 전력 설비 시장은 2050년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점유율이 6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전히 70년대 경제 성장 논리를 따라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의존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외면하면 이런 변화하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산업 보호를 이유로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은 산업계로부터 저탄소 기술혁신 기회를 박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기반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기후위기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 산업에 혁신을, 경제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계획과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의 새로운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 프레시안

 

새 생명에 썩은 물끼얹기올챙이 못 되고 집단폐사

부산 온천천 환경지표종 두꺼비 서식지

정비사업으로 반년 새 죽음의 연못 돼

구정물에도 5년간 산란지 또 찾아와

 

에휴, (두꺼비) 알들이 올챙이로 되도 못하고 다 죽어뿟다이가. 쯧쯧.”

지난 4일 아침 부산시 연제구 한양아파트 앞 온천천. 생태연못을 지나던 주민 박아무개(75)씨가 혀를 찼다. “올해 초에 공사한다고 굴삭기가 연못 근처를 파드라고. 설마 했는데 결국 연못 물이 썩어뿟다. 갈 데가 없어서 겨우 여기에 둥지를 튼 금마들(두꺼비)은 우짜라고.”

 

연못 앞에는 2m 높이의 거푸집들이 성벽처럼 길게 세워져 있고, 연못 바로 옆에는 하수 저장시설물이 땅에 반쯤 파묻어진 상태였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생태연못을 포함한 온천천 1.6구간에 낡은 오수관을 정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의 한 생태연못에 사는 올챙이 모습. 기존 산란처인 연못이 오염되자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두꺼비들을 이곳으로 옮겼다. 김영동 기자

지난 3월 부산시 연제구 한양아파트 앞 온천천의 오염된 생태연못에 두꺼비가 있는 모습. 온천천네트워크 제공

 

두꺼비들이 산란처로 이용했던 이 연못은 오염된 상태였다. 연못 수위가 낮아지고, 물 표면에는 얇은 기름 막이 떠다녔다. 물 위에 있는 소금쟁이들과 날파리 등을 빼면 연못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연제구에서 어린 두꺼비의 이동을 도우려고 설치한 야자수 껍질 보행 매트도 군데군데 끊어지고 더러워졌다. 연못 바닥의 흙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흙을 퍼내자 하수 냄새 등 역한 냄새가 주위로 퍼졌다.

 

온천천 두꺼비가 이 연못을 산란처로 삼은 지 5년째다. 도시 개발로 자취를 감췄다가 20185월 갑자기 온천천에 나타난 두꺼비는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대표적 환경지표종이자 기후변화지표종인 두꺼비가 나타난 것은 온천천 생물 다양성과 건강성 등 생태환경이 건강하다는 뜻이라서다. 환경단체는 해마다 이 연못에서 아기 두꺼비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을 막기 위한 활동을 했다. 연제구도 지난해부터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두꺼비 서식처 보존 방안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꺼비들은 산란기를 맞은 지난 3, 연못이 오염됐는데도 5년 동안 알을 낳았던 이 연못을 찾았다.

지난 4일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생태연못 모습. 두꺼비 산란처인 이곳은 현재 오염된 상태다. 김영동 기자

 

두꺼비들을 추적·관찰하는 온천천네트워크생명그물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같은달 6일 암컷과 수컷 두꺼비 17마리를 이 연못에서 700m 떨어진 또 다른 생태연못으로 옮겼다. 옮겨진 두꺼비들은 그곳에서 알을 낳았고, 알들은 현재 올챙이로 부화해 앞·뒷다리가 대부분 자라난 상태다. 꼬리가 사라지면, 이들은 이달 안에 모두 뭍으로 떠난다.

환경단체의 보호를 받지 못해 예년처럼 오염된 연못에서 두꺼비가 낳은 알들은 모두 부화하지 못하고 죽었다. 연제구 온천천관리사무소 쪽은 공사 과정에서 생태연못이 훼손돼 물이 새어 나갔다. 연못 물이 마르기 시작했고, 공사 여파까지 더해져 연못 자체가 오염됐다. 업체 쪽에 원상복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온천천 생태연못에 세워놓은 두꺼비 안내판. 김영동 기자

 

공사 시행청인 부산시 건설본부 토목시설부 토목2팀 관계자는 생태연못 한 곳이 훼손된 것은 알고 있다. 두꺼비 관련은 연제구가 담당하고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것 말고는 특별하게 공사 때문에 오염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여름 장마철이 다가와 공사를 서두르고 있고, 이달 안에 훼손된 연못 보수작업에 나서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현 부산환경회의 대표는 훼손되고 오염된 두꺼비 산란처에 대해 원상복구만 하면 된다는 식의 부산시 건설본부의 인식이 안타깝다. 부산시는 두꺼비 안내판만 설치할 것이 아니라 두꺼비의 생태적 중요성과 보전, 보호에 대한 교육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 연제구 온천천 생태연못 모습. 두꺼비 산란처인 이곳은 현재 오염된 상태다. 김영동 기자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군사비 지출 1분에 56억원 지구는 속 탄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지난 424‘2022년 세계 군사비 지출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에 나선 35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2021년 대비 3.7% 증가해 약 2980조원이며, 한국의 군사비 지출 순위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참가 활동가들은 “1분에 56억원이 군사비로 사라지고 있으며, 한정된 예산과 자원의 우선순위를 군사비가 아닌 기후위기 대응과 평화구축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사비가 늘어나는 와중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예산은 부족하며,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은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견문 낭독을 마친 활동가들은 군사비로 사라지는 돈, 1분에 56억원을 표현하기 위해 권총 모양의 라이터로 지구와 피 묻은 달러화 모형을 태웠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비트라캠퍼스의 정원

독일 Neuenburg am Rhein에서 개최되는 2022 정원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출구 안내소에서 만난 작은 팜플렛 한 장을 접하게 되었다. 최근 태화강 국가정원에 아시아 최초로 만들어지는 Oudolf garden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작은 종이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웨일 암 레인에 있는 비트라 캠퍼스의 아우돌프 가든은 예술적으로 구성된 자연(wildness)이다. 피트 아우돌프가 말하는 식물과 꽃의 색깔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균형 잡힌 구성, 공동체(community)’는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3만여 그루의 다양한 장점, 약점, 개화기, 생애주기 등이 4,000제곱미터에 적용되어 아우돌프 가든이 연중 끊임없이 새로운 색을 띠게 된다.”

 

글로만 책으로만 만났던 아우돌프의 New Perennial Movement 정원이 바로 인근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설레 여행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여 비트라캠퍼스로 향했다. 이곳은 이미 건축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소개되어 잘 알려진 장소로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같은 유명 가구 디자이너의 가구와 라이프 스타일 용품을 파는 비트라(Vitra)’란 회사의 공장이자 가구 갤러리 및 박물관이다. 1981년 큰 화재로 비트라의 건물 대부분이 전소되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전 세계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공장과 갤러리 등이 지어졌고, 이후 산업디자이너를 비롯해 건축가의 성지가 되었다. 건축투어를 통하여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자하 하디드(Zaha Hadid)나 알바로 시자(Alvaro Siza), 장 프루베(Jean Prouvé), 프랭크 게리(Frank Gehry)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는 1982년부터 아내 Anja와 함께 오랜 세월 가꾸어 온 다년생 정원인 훔멜로를 시작으로 풍경에 대한 파격적인 시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본격적으로 자연주의 정원을 실천한 그는 전통적인 조경가들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오지 않은 다년생 식물, 자가 재생식물, , 관목, 초원의 꽃에 관심을 가졌고,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RIBA로부터 명예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비트라하우스와 아우돌프 정원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2010년 방문객들이 홈 컬렉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집 모양의 건축물인 플래그십 스토어 비트라하우스(Herzog & de Meuron 설계)의 앞에 2020년 만들어진 4,000의 정원으로 비트라하우스의 파사드를 완성 시켰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감동적인 정원일 뿐 아니라 자연의 모습을 인공적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하였다.

 

더치 웨이브(Dutch Wave)와 뉴 아메리칸 가든(New American Garden)의 진화를 통해 등장한 자연주의적 식재 접근 방식은 종의 교차 수분에 초점을 맞추고 계절에 따라 정원의 수명을 아름답고, 길게 포용했다. 이 운동은 디자인 전문가 행크 게리센(Hank Gerritsen)과 아담 우드 럽(Adam Woodruff)이 주도했다고 하며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와 노엘 킨스 버리(Noel Kinsbury)가 큰 인기를 얻었고, 뉴욕시의 하이 라인(High Line)과 시카고의 루리 가든(Lurie Garden)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좁은 간격에 겹겹이 식재하는 방식으로 잡초가 생길 공간이 있다면 다른 식물을 위한 공간도 있다는 식재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장소였다. 지역 식물 공동체에서 영감을 얻고 수분 매개자에게 혜택을 주고 서식지를 만들고 적재적소를 강조하며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사계절 꽃이 피는 초원형 정원을 만든 것이다.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의 새로운 다년생 운동은 자연과 공생하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고 생태학에 적응하고 식물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팔레트 패턴과 리듬을 통해 추상화하여 만들어진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유지관리에 있어서도 생물다양성에 염두를 두고 정원 투입량을 줄이고 산출물을 재활용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벌통과 자연기반 수분작용

 

이러한 생태학적 기반에 맞게 다른 아우돌프 정원에서 볼 수 없는 6개의 벌통은 이른바 연합식 게임 농법(Combined Game Farming)으로 유지되는데, 이를 통해 벌통에서 자연벌집 농업을 실습할 수 있고, 양봉 교육을 받은 비트라 직원 두 명이 벌통을 돌보고 있다. 벌통은 자연과 생태학적으로 호환되는 색깔로 채색되어 있고, 벌은 상징적인 측면도 있지만 10만 마리의 벌들이 정원의 수분작용을 돕고 주변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물이 흐르는 인공적인 수로와 조명 그리고 잔디가 심어진 작고 낮은 원형 마운딩도 만날 수 있고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고목도 감상 포인트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형 마운딩 정원

 

아우돌프 정원은 비트라 캠퍼스의 주변 건축물을 장식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보완하여 주변 건물과 대상(objects)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카르스텐 홀러Carsten Höller의 미끄럼탑(slide tower)과 비트라하우스의 테라스는 아우돌프 가든의 전망대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원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켰다.

 

아시아 최초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만들어지는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작품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학생들과 직접 식재 봉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정원의 탄생을 기대하고, 우리나라 작가들의 선전도 기대해 본다.

정원과 미끄럼탑, 고목

 

저는 실제로 사람들의 환상을 현실로 바꾸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 대신에 정원에서 길을 잃었으면 좋겠어

정원은 보는 풍경화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피에트 우돌프

 

·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라펜트

 

"200거대 암석 덮쳐온다"스위스 산간마을에 대피령

거대한 암석이 스위스의 한 작은 산간 마을을 덮칠 것이라는 경보가 발령돼 마을 주민들이 대피를 앞두고 있다. 9(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 지역에 있는 브리엔츠 마을 주민 약 70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브리엔츠에 살지 않는 사람은 지금부터 마을에 들어갈 수 없고, 마을 사람들은 늦어도 12일까지는 빠져나와야 한다. 현지 당국은 200크기의 암석이 앞으로 724일 안에 산에서 떨어져나와 마을을 덮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마을에 지질학적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나왔다. 마을이 들어선 땅 자체가 계곡 쪽으로 침하 중인 곳이기 때문이다. 마을 교회 첨탑은 한쪽으로 기울었고 건물들 곳곳에 큰 균열도 생겼다. 그간의 안정화 작업으로 붕괴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에는 마을 뒷산이 쪼개졌다.

 

지질학자들은 뒷산 암벽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으며 올 한해엔 32미끄러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속도는 그 예상보다 더 빨랐다. 당초 올해 여름께 대피령을 내릴 계획이던 현지 당국도 '즉각 대피'로 방향을 틀었다.

 

대피 주민 대부분은 스키 시즌 전이라 아직 빈방이 많은 렌처하이데 리조트 등 인근 마을에서 거처를 제공받게 됐다. 이 마을이 있는 그라우뷘덴 지역은 앞서 2017'규모 3' 지진에 맞먹는 대형 산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해발 3300가 넘는 인근 봉우리에서 400에 달하는 바윗덩이와 토사가 흘러내려 가옥과 축사 수십채가 파손됐고 주민 8명이 숨졌다.

20178월 스위스 그라우뷘덴 본도 마을에 산사태가 덮친 모습 [EPA=연합뉴스

 

BBC는 스위스 알파인 지역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스위스의 건축 규제가 엄격하고 위험성 평가가 상시 이뤄진다고 해도, 빙하가 줄어들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버리면 지반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스위스 빙하는 100년 전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작아졌다.

xing@yna.co.kr

 

친환경 팜유 인증제는 산림파괴 면죄부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물성 기름인 팜유 생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관련 업계는 친환경 인증제를 들고나왔다. 그러나 인증제산림파괴 면죄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국내에서 나왔다.

20225월 인도네시아의 한 팜유 농장에서 작업자들이 갓 수확한 팜나무 열매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EPA

 

팜유는 공기 같은 존재다.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분유, 마가린, 비누, 치약, 화장품 등 기름이 필요한 가공제품에 빠지지 않는 원료다. 팜나무가 자라지 않는 한국에서도 일상생활 곳곳에 팜유가 들어와 있다. 수입 팜유가 들어간 제품을 먹고 쓰지 않고서 우리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

 

20224월 뉴스를 보자.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세계경제에 충격을 안겼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팜유, 해바라기씨유 등 식물성 기름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국 내 수요도 충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국 내 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 수출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후 팜유 값이 떨어진 데다 관련 업계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은 한 달 만에 재개됐다.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갔지만 팜유 하나 때문에 자칫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식량 파동이 일어날 뻔한 순간이었다. 팜유는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필수재.

 

팜유는 팜나무에서 자란 열매를 압착해 추출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팜유와 야자유가 같은 기름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야자유는 우리가 익히 아는 코코넛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이고, 팜유는 팜나무 열매로부터 얻는다. 코코넛과 달리 국내에서 팜나무 열매를 볼 일은 거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기준에도 둘은 명확히 구분돼 있다.

 

팜유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높은 경제성 때문이다. 해바라기씨, 유채 등과 비교해 약 4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인다. 같은 면적에서 재배하더라도 더 많은 기름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도 잘 산화되지 않아 보관에도 유리하다. 발연점이 높아 튀긴 음식, 특히 라면 제조에 많이 쓰인다. 현대인의 기름진 식생활에 팜유가 큰 구실을 했다. 열매 껍질은 연료로 쓰이고 타고 남은 재는 비료가 된다. 싸고, 보관이 용이하고,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팜유.

 

그 결과 팜유의 생산량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1970년만 해도 세계 팜유 생산량은 200t 정도였으나 2020년에는 7600t으로 40배 가까이 늘었다(그림 참조). 팜유가 잘 자라는 적도 부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각각 생산량의 59%, 25%를 차지한다. 이처럼 전 세계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팜유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01~2015년 사이 대한민국 면적에 맞먹는 1000ha가 팜유 플랜테이션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1초마다 열대우림 211(64)가 사라졌다. 물론 그 피해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집중됐다. 팜유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언론에도 인도네시아 등의 환경파괴 논란이 잇따라 보도됐다.

팜유의 운명을 좌우하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다. 기후위기 대응 때문이다. 유럽연합을 필두로, 팜유를 화석연료의 대체재 혹은 첨가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팜유 소비량이 급증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 이른바 바이오연료.

 

바이오연료는 식물, 동물 등 자연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를 말한다. 세세하게 들어가면 복잡한데, 팜나무 열매··볏짚·나무·배설물·폐식용유 등이 일정한 처리 과정을 거쳐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가 되는 것이다. 자동차의 휘발유나 경유에 섞어 쓰거나 화력발전소에서 석유 대신 쓸 수 있다.

 

바이오연료용 팜유 수입량, 식품용보다 많아

경유와 휘발유 자동차에 쓰는 원료는 각각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이라 부른다. 화력발전소에서 쓰는 원료는 바이오중유다. 자동차 등 내연기관에 100% 바이오연료를 쓰기에는 에너지 효율 등에 기술적 한계가 있어서 일정 비율을 화석연료와 섞어 쓰고 있다. 바이오중유 발전소는 제주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바이오연료의 주된 사용처는 경유차와 화력발전소다. 경유차와 화력발전소에 쓰이는 주된 원료가 바로 팜유다. 바이오연료의 장점은 탄소 배출이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 방안에 따르면, 바이오연료는 석유제품과 화학적으로 유사하며, 기존 내연기관·인프라의 구조변경 없이 사용 가능한 친환경 연료.

 

국내에서는 2012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시행하면서 바이오연료용 팜유 수입이 급증했다. 2015년 이후부터는 식품용 수입량을 넘어설 정도다. 현재 경유차의 경우 의무적으로 바이오디젤 연료 3.5%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주유소에서 구매하는 경유에 이미 팜유로 만든 연료가 3.5%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비율을 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2021년 팜유 등 바이오연료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포함했다. 팜유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은 해외 농업·산림 자원 개발을 명분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대상 등의 팜유 사업에 2020년까지 총 800억원 이상의 융자를 제공해왔다.

 

팜유는 정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에너지원인가. 물론 바이오연료 자체가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와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팜나무 농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 산림파괴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바이오연료 업계 등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농장 건설 과정에서 산림파괴가 일어나는 것은 맞지만, 이후 팜나무가 성장하면서 그만큼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실제 탄소 배출량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탄소중립이론이다. 언뜻 들어보면 그럴듯하지만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은 이탄지(泥炭地)’에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유기물이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늪지대로, 일반 산림에 비해 10배 이상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탄지를 가장 많이 품고 있는 나라다. 남한 면적보다 더 크다. 전 세계적 탄소 저감 노력에서 인도네시아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다.

 

열대림을 밀어내고 팜나무 농장을 건설하는 것은 이탄지가 품고 있던 탄소를 배출하는 행위다. 2018년 미국의 비영리단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팜유는 온실 안의 코끼리(Palm oil is the elephant in the greenhouse)’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팜유 농장 개발로 2010년부터 매년 온실가스 약 5t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한국 연간 배출량의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토지이용변화(LUC)’라는 개념이 있다. 산림, 습지, 초지 같은 자연 지대가 농경지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영향을 평가하는 잣대다. LUC를 고려하면 바이오연료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진다. 2020년 영국 왕립학회 리포트 바이오연료의 환경 지속가능성 리뷰(Environmental sustainability of biofuels: a review)’는 이탄지와 산림 지대에서 팜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은 디젤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LUC를 고려해 평가한 결과다. 팜유뿐만 아니다. ·유채·해바라기씨 등으로 만드는 바이오디젤 역시 화석연료 디젤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았다.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서 바이오연료의 가치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하는 내용이다.

 

팜유 생산 과정에서 토지 강탈, 노동착취 같은 문제도 계속 불거졌다. 지역공동체와 팜유회사 간의 토지분쟁이 미해결된 사례가 인도네시아에서만 약 4000건이 쌓여 있다. 팜유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급여 미지급, 화학물질 살포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고발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2021년에는 국내 기업인 대상홀딩스가 지분 50%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주식회사 신탕라야(PT Sintang Raya)가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신탕라야가 팜유 농장을 세우면서 주민들과 협의 없이 땅을 수용했으며, 인도네시아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시사IN735‘ESG 외치던 대상, 국제단체가 인권침해 지적했다https://www.sisain.co.kr/45752 기사 참조).

산림의날인 3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팜유 사용이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다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김흥구

 

이처럼 팜유 생산지에서 환경과 인권 이슈가 계속 불거지자 팜유 업체는 팜유 인증제를 들고나왔다.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하고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속가능한 팜유생산 협의회(RSPO)’의 인증제다. 산림청 등 국내 정부 부처에서 RSPO 설명서를 제작해 배포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팜유 사업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이 RSPO 인증을 받았다며 홍보할 만큼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높은 제도다.

 

그러나 최근 이런 팜유인증제도가 실은 '그린워싱(친환경인 척 가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국내에서도 제기됐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미션 실패:친환경 팜유 인증으로 가릴 수 없는 산림파괴라는 보고서를 통해 팜유인증제의 문제점을 공론화했다.

 

산림파괴 후에도 친환경 인증 가능?

우선 RSPO는 팜유업계의 자발적인증제다. 세계자연기금(WWF) 같은 환경단체가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5447개 회원 중 99%가 관련 기업이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인증 과정의 심사와 각종 감사 역시 RSPO가 지정한 감사기관을 통해 이루어진다. RSPO에 재정적으로 의존하는 감사기관이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RSPO 사무국은 위반 사항을 발견해도 회원 자격을 정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고서는 RSPO 사무국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접수된 141개 진정 중 49%를 기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RSPO2005년 이전에 발생한 일차림(primary forest) 및 고보전가치(HCV) 지역 파괴나 2018년 이전에 발생한 고탄소저장(HCS) 산림, 이탄지 파괴 여부와 상관 없이 인증을 발급한다.

2001~2015년 사이 대한민국 면적에 맞먹는 1000가 팜유 농장으로 바뀌었다. 위는 인도네시아 수불루살람의 숲이 팜유 농장으로 개간되고 있는 모습. EPA

 

특히 개선 및 보상 절차(RaCP)’라는 조항은 눈속임에 가깝다. 인증을 받고자 하는 기업이 2005년 또는 2018년 이후에 보전 대상 지역을 파괴했어도 나중에 복구하겠다는 약속만 하면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 사실상 ()산림파괴 후()인증제도다. 친환경 팜유 인증제가 산림파괴 면죄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팜유의 그린워싱문제를 취재하던 중 의미심장한 뉴스가 들려왔다. 유럽의회가 419산림 벌채 및 황폐화 연계 상품의 수출입에 관한 규정(EUDR)'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이다. 법안은 팜유, 커피, , 목재 등을 유럽 시장에 판매할 경우 해당 제품이 산림파괴를 통해 생산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도록 했다. 산림파괴를 막기 위한 세계 최초의 무역 조치다. 앞으로 관련 기업은 생산지 위치, 인권 보호, 부패방지법 등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 실사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벌금 등을 부과받게 된다.

 

유럽의 움직임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지난해 초 유럽연합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을 발표하면서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환경 및 인권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기업에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표된 산림 벌채 규제 조항은 그 후속조치라고 봐야 한다. 팜유, 목재 등을 수출하는 당사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반발하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산림 규제 조항을 끝내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유럽과 유사한 미국 산림법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이 팜유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데다 향후 이 조치가 팜원유뿐 아니라, 팜유를 사용해 만든 제품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규제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유럽연합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다. 바이오연료의 그린워싱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현실화한 가운데 한국은 아무런 대비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11일 한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수립한 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는 바이오라는 단어가 49차례나 언급된다. 20217.5%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1.6%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한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말 많고 탈 많은 바이오연료가 자리잡고 있다.

시사인 이오성 기자

 

낙동강 중·상류 공장 난립, 수질 기금만 4조 삼켰다

20년간 산단 수 150% 폭증, ‘윗물정화에 기금 다 쓰고도 강 전체 수질은 점점 나빠져

- 통과 임박한 수계법 개정안

- 상류 오염 해법 없인 무용

연간 2000억 원 이상 조성되는 낙동강수계기금의 사용처를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둔 가운데 지난 20년 동안 수조원 대 기금 상당부분이 낙동강 중·상류의 오염물질 저감시설 설치에 투입됐는데도, 비점오염원을 배출하는 산업단지의 수는 150% 이상 폭증하면서 맑은 물 공급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낙동강이 녹조로 뒤덮힌모습. 국제신문DB

 

9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임이자(경북 상주시문경시더불어민주당 진성준(서울 강서구을) 의원은 각각 지난해 11·지난 3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수질개선에 편중된 기금의 사용처를 안전한 물관리 지원까지 확대하고 기금의 탄력적인 집행이 가능토록 한다. 법안은 낙동강을 비롯해 영산강·섬진강, 금강 유역에도 각각 발의됐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전체 기금의 여유자금이 매년 2000억 원가량이며, 법안은 법사위에 넘어가 있다. 다음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 후에도 기금 고갈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말 기준 기금 총 조성액(2002~2021)38775억 원, 사업비 지출은 38716억 원으로 잔고는 59억 원에 불과했다. 추가 사업 기금이 부족하다. 사업비 60% 이상은 중·상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기초시설 설치와 운영에 투입된다. 60% 이상이 이 시설에 들어가는 곳은 4대강 중 낙동강이 유일하다.

 

특히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20여년 간 4조 원 이상 투입했지만 정작 중·상류 지역 산단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02102곳이었던 산단 수는 지난해 259곳으로 153%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단지 내 업체수는 14772곳에 달한다. 국가산업단지로만 좁혀도 경북 구미와 대구 내 업체 수는 20121422곳에서 10년 동안 2296(2022)으로 874곳 늘었다. 오염원 저감 노력이 무색하게 오염 배출 시설이 급증하는 것이다.

부산으로선 맑은 물을 공급받기 위해 기금의 23.7%를 부담하며 분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형국이다. 2002년부터 20년 간 기금 지원 현황은 경북 35.7%, 경남 28.5%, 대구 9.0% 등에 이어 부산은 2.7%로 꼴찌다. 부경대 김창수(행정복지학부) 교수는 수질 개선이 되려면 오염물질 저감과 비점오염원 관리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오염물질 저감에만 집중돼 있다. 기금이 대부분 중·상류 저감에만 집중된 것은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기조인 오염자 부담원칙에도 위배된다기금 활용과 관련한 법안 개정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제도의 합리성을 따져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

동남권, 2029년 새 하늘길 타고 세계로 날아오른다

인천국제공항 ‘1극 체제인 국내 하늘길이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남부권 상생발전의 새로운 디딤돌이 될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2029년 개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구경북과 호남지역 신공항도 잇따라 들어설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관문공항 구도가 다극 체제로 바뀔 전망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1극 체제 고수는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렵고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동안 꾸준하게 지적돼 왔으나, 이번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으로 그러한 우려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항항. 뒤쪽 해안을 매립해 신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전강용 기자/

 

정부, 조기 개항 속도

유치 나선 ‘2030 부산엑스포시기 반영

100% 해상안육지 병행 매립 결정

공사기간, 당초 계획보다 56개월 단축

 

정부, 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 발표= 정부가 가덕도신공항을 2029년 개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탈리아·우크라이나 등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2030년 부산엑스포시기를 반영해 당초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조사 결과보다 56개월이나 단축한 것이다. 정부는 단축된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존의 ‘100% 해상안을 폐기하고, 공기 단축에 유리한 육지 병행 매립안으로 결론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경남도, 부산시, 울산시 등 지자체 관계자와 해양수산부, 국방부, 한국공항공사 등 관계기관이 참석해 그간의 용역 성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한 후 이후 협조 사항 등을 논의했다.

 

완공 시기 단축에 대해서는 토지 조기 보상을 통해 착수 시기를 1년 단축하고, 공항을 가덕도와 해상에 걸쳐서 지으면서 섬 절취부에 여객터미널 공사를 조기 착공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27개월 단축하겠다고 전했다. 또 공기를 단축하는 조건으로 공항 부지 조성을 한 업체에 턴키 방식으로 맡겨 공사 기간을 29개월 단축하겠다고도 밝혔다.

20224월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용역을 통해 도출한 100% 매립 조감도./부산시/

국토교통부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20233월 기본계획 단계에서 매립을 최소화한 조감도./부산시/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바다 위 소음 피해 없어 24시간 운항 가능

여객·물류 복합미래항공 수요 대비

생산유발 16조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가덕도신공항 위상 및 기대효과= 가덕도신공항은 인천공항과 같은 해상공항으로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없어 24시간 운영을 통해 목적지의 최적 시간에 맞춘 운항이 가능하다. 또한 대형 여객기와 화물기의 미주·유럽 노선 운영과 화물운송에 제한이 없는 활주로 길이 등 시설 규모를 확보하고, 야간 수송으로 인한 화물기 증가로 물류 효율화가 가능해 국제항공 네트워크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덕도는 여객·물류 중심의 복합기능을 가진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으며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미래 항공 수요에 대비할 수도 있다.

 

··울 지역의 신공항 건설 효과는 생산 유발 16.2조 원, 부가가치 6.7조 원, 고용 10만여 명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 남부권 상생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신공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적 항만과 관문공항이 연계된 복합운송체계 구축으로 항공물류 인프라 활용, 배후지역 신성장 산업(바이오, 반도체, 고부가부품산업, 항공산업) 육성 및 기업 유치 기반을 조성하고, 국내외 기업 본사 및 글로벌 기업 지역본부 유치, 관광·전시·의료·금융·연구개발 등 투자유치 활성화가 기대된다.

 

또한 공항과 주변 지역 간 유기적인 연계개발을 통해 비즈니스, 관광, 컨벤션, 상업, 물류 중심의 지역경제 신성장거점으로 남부권 산업벨트(해양관광벨트, 조선해양플랜트, 기계산업, 석유화학산업, 해양바이오 및 농수산식품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생발전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경··울 어디서나 1시간 이내 신공항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덕도와 남해고속도로를 직접 연결하는 고속도로, 울산~부전~신공항을 잇는 고속철도 등 다양한 교통망을 건설 또는 검토 중이며, 남부권 전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 설치된 신공항 반대 플래카드./전강용 기자/

 

신공항 연결 도내 교통망 확보 계획= 경남 곳곳과 가덕도를 연결하는 원활한 교통망을 확보하는 일은 경남지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일이다. 현재 가덕도신공항으로 접근하는 신규 교통망은 철도 4건과 도로 2건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철도는 동대구~밀양~창원~가덕도신공항을 연결하는 고속화철도, 창원역~성주사~용원~부산항신항을 연결하는 진해신항선, 2027년 개통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남부내륙철도(경북 김천~거제 총연장 177.9)의 거제~가덕도신공항 연장선, 창녕대합산단~창원을 연결하는 창원산업선이 있고, 도로는 거제~마산 간 국도 5호선 해상구간, 거제~가덕도신공항 고속도로가 있다. 올해 연말 준공 예정인 제2안민터널은 창원과 진해를 통해 신공항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의 통행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도는 또한 도내 1시간 단일생활권 형성과 산업·문화·관광 등 교류 기능 강화를 위한 U자형 고속도로망 조기 구축을 위해 지난 413일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방문해 거제~통영고속도로 조기 건설, 진해신항~가덕도신공항과 연계한 부산항 신항~김해 김해공항IC~대동JCT 칠원JCT~창원JCT 대동JCT~양산JCT 고속도로 조속 추진 등을 요청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과 진해신항 연계 도로망 구축을 위해 김해~밀양 고속도로를 창원까지 연장해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중점 건의했다고 밝혔다.

박지홍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이 지난 3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가덕도신공항 추진 관련 경남도 입장= 경남도는 가덕도신공항이 부산항 신항 및 진해신항과 철도, 공항이 연계된 글로벌 트라이포트 복합운송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서 24시간 운항하고, 대한민국 수출 전진기지로 물류산업을 견인하며,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규모와 시설을 갖춘 관문공항으로 건설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가덕도신공항은 충분한 활주로 길이를 확보하고, 2본 이상의 활주로가 구비된 검증된 공법을 적용한 안전한 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우리는 과거 10년간 지역 간의 입지 문제로 갈등하다 신공항 건설이 지연됐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 이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관련된 더 이상의 변수를 만들어서는 안 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모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2030부산세계엑스포와 연계해 가덕도신공항이 엑스포 개최 전에 개항될 수 있도록 경남도에서는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도는 또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경남지역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진해신항과 함께 물류, 교통의 중심지이자 여객·화물 및 정보가 경남으로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경남도는 관광·물류 등 산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남권 미래, 신공항과 직결

경부울, 신공항 연계 광역교통망 확충

배후도시 개발 등 긴밀한 협력 필수

부실공사·안전 우려 해소할 대책 세워야

 

가덕도신공항 성공하려면= 동남권의 미래는 가덕도신공항의 성공과 직결돼 있다. 신공항과 동남권이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면 신공항을 둘러싼 경남·부산·울산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신공항과 연계한 광역교통망 확충, 공항 배후도시 개발, ··공 트라이포트(철도-항만-공항) 물류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해오고 있는 경남·부산·울산은 서로의 지역을 위한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함께 살고 함께 발전하는 경제동맹이란 인식을 확고히 하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지역개발과 조화된 다양한 사업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사업기간 단축에 따른 지역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공항의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엑스포를 빌미로 신공항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모든 절차의 간소화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것이며 기후재난 상황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환경파괴 우려도 제기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에 따른 대책 마련에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김해 돗대산 민항기 충돌사고 이후 20여 년을 이어온 신공항 계획이 가덕도신공항 확정으로 이제야 제대로 출발선에 선 모습이다. 그동안 신공항 건설을 막아오던 여러 난관들을 넘어선 만큼 2029년 개항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경남신문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다시 찾아온 엘니뇨가 우리 식탁까지 위협한다

폭염에 바짝 마른 옥수수밭. 게티이미지뱅크

 

A. 강한 엘니뇨는 이상기후 현상을 일으켜 식량난을 불러올 수 있어요.

최근 국제 설탕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표하는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설탕값은 지난달 27일 정점(1톤당 720.1달러)을 찍었습니다. 이달 설탕 가격은 연초 대비 30%가량 급등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영향으로 지난 8일 설탕을 파는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설탕주들이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전문가들은 하반기 기상 악화가 전망되며 설탕값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합니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는 열대 식물로 적도 부근 나라에서 주로 재배됩니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 라오스, 미얀마 등 햇빛이 강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들이 주요 생산국입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강한 엘니뇨발생 전망이 나오면서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의 품질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인도 등지의 설탕 생산량이 감소하면 빵, 과자, 음료수 등 설탕이 들어가는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따라 오르며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지난 4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하반기부터 엘니뇨가 발생해 세계 곳곳에 폭염, 홍수, 가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에 위치한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열대태평양 남위5~북위5, 서경170~서경120도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게,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 중부와 동태평양 부근 대류활동이 강화됩니다. 이로 인해 동남아시아 지역과 남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은 평소보다 비가 많이 옵니다. 인도네시아 부근과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는 평상시보다 건조해져 가뭄과 산불의 위험이 커집니다.

 

그런데 엘니뇨 자체는 이상기후 현상이 아닙니다. 이미 1만년 전부터, 대략 3~7년 폭의 불특정한 주기로 일어나는 자연현상 중 하나입니다. 바닷물이 달궈지는 엘니뇨가 끝나면 반동 작용으로 바닷물 온도가 낮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하는 라니냐가 일어납니다.

 

문제는 일정 경향을 나타내던 엘니뇨·라니냐 등장 패턴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입니다. 20228월 발생해 올봄까지 이어졌던 라니냐는 이례적으로 3년 연속 일어났습니다. 이어 등장하는 엘니뇨도 예상보다 한 달 이른 5월 시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상청은 9~10월께면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 편차가 1.5도 이상 나는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 악화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겠단 뜻입니다. 참고로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5년 인도 남부에선 5월 최고기온으 48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120년 만의 최고 적설량을 기록하며 항공기 691편이 결항했습니다.

하반기 기상 악화가 전망되며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는 슈거플레이션이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인도, 라오스 등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괴물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4월부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인도, 중국 일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관광도시 루앙프라방은 지난 8(현지시간) 43.5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도시는 이미 지난달 1842.7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4월 기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의 여파로 동남아시아가 더욱 덥고 건조해졌다고 추정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또한 지난 3일 엘니뇨로 인한 식량 안보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며, 극단적인 강우, 가뭄, 더위 등에 전세계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미 기근을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 중미, 카리브해 및 아시아 일부 지역의 위기를 우려하고, 주요 곡물 생산 및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등 국가도 엘니뇨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먼 바다에서 일어나는 얘기 같지만 하나로 엮인 지구 생태계에서 우리 식탁도 기후 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올여름 더위 속에서, 치솟은 설탕값에 아이스크림 하나 맘 편히 사 먹기 힘든 건 아니겠지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기후변화 따른 극한 강우로만 중국 쌀 수확 8% 감소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해 지난해 80억명을 돌파했다. 기후변화로 인류를 먹여 살릴 식량 공급이 큰 위협을 받는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학술저널 <네이처 푸드>에 극한 강우가 극한 고온 수준으로 쌀 생산을 감소시킨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식량 생산을 위협하는 기후 현상 가운데 극단적 강우는 종종 무시돼 왔으나, 폭염과 비슷한 수준으로 쌀 수확 감소를 초래했다지난 20년 동안 중국에서 극심한 강우로 인한 쌀 수확 감소 분이 7.6~8.1%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극한 강우는 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흡수와 결실을 위한 수분을 방해한다. 연구팀은 극한 강우로 이번 세기 말까지 추가로 8% 이상의 쌀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KBS 아침마당 한 회 제작에 탄소 얼마나 배출될까

친환경 제작 가이드라인’ ‘온실가스 데이터 시스템ESG 경영 계획

방송 프로그램 탄소계산기 개발해 무상 배포

김의철 사장 유럽연합 등 ESG 규제 못 맞추면 한류의 새로운 장벽

 

KBS 스튜디오에서 아침마당을 한 회 만들면 0.18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야외 촬영으로 제작하는 일꾼의 탄생한 회분의 탄소배출량은 1.25톤이다. 승용차 한 대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15km 거리를 가는 동안 배출되는 탄소가 0.1톤이다. ‘아침마당은 이 거리를 한 번, ‘일꾼의 탄생6.5번 왕복하는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영국 공영방송 BBC의 탄소계산기(BBC Albert)를 시범 적용해온 KBS가 올해 한국형 방송프로그램 탄소계산기개발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KBS는 이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계획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 탄소계산기의 시범 적용을 마무리하고, 내년까지 한국 실정에 맞는 한국형 방송프로그램 탄소계산기를 정부 및 공공기관과 함께 개발해 방송미디어 산업계에 무상으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은 PEAR(미국), Albert(영국), Carbon’Clap(프랑스) 등 자국의 방송 및 에너지 환경에 맞춘 방송프로그램 탄소계산기를 개발해 제작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KBS는 올해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친환경 및 탄소 저감 조항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해당 가이드라인을 KBS 전 프로그램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차량을 통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업무용 차량을 단계적으로 전기차로 교체하고, 내년까지 KBS 내 전기차 충전시설을 법정 의무설치 비율의 150% 이상으로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KBS 1TV '아침마당' 1회 제작에 따른 탄소 배출량 계산 결과. 사진=KBS

 

KBS 회사 차원에선 올해 KBS 온실가스 배출량과 폐기물 총량을 파악해 이사회 경영보고서에 공표하고, 내년에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다큐 인사이트’, ‘환경 스페셜등 올해 최소 10편 이상의 환경·기후 변화 다큐멘터리 방영 이웃집 찰스’, ‘사랑의 가족’, ‘강원래의 노래 선물등 다양성·공동체에 주목하는 선한 영향력 프로그램 드라마 스페셜처럼 신인 작가·스태프 등용문 프로그램 열린 채널등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등을 별도 데이터화하고 편성 결과를 매년 이사회에 보고하겠다고 KBS는 밝혔다.

 

김의철 KBS 사장은 “ESG는 공영방송이 선도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또한 ESG는 현실로 다가오는 글로벌 규범이기도 하다유럽연합이 이른바 공급망 ESG 실사법도입을 추진하는 등 ESG 경영이 구체적이면서도 강제적인 방식으로 요구되고 있다. 관련 기준을 못 맞추는 프로그램은 해외수출이 제한되는 등 ESG 규제가 한류의 새로운 장벽이 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KBS는 대표 공영방송으로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 경영을 선도함은 물론, 관련 노하우와 인프라를 방송계에 보급 확장시키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북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기후위기관심가져온북한

20217, 북한이 유엔에 2030년 달성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상황을 담은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VNR, Voluntary National Review)를 제출했다. VNR을 통해 북한은 재생에너지 비중 등을 공개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야 북한이 환경문제나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의 자료를 살펴보면 김일성 시대부터 관심을 가지고 언급해왔다. 김일성 시대부터 공해방지 및 환경문제에 관해 이야기했고, 김정일 시대에도 2000년대 들어 국가의 통일적 지도 밑에 환경보호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김정은 시대에는 훨씬 더 자주 자연에너지나 재생에너지의 개발 확대를 강조했다. 북한은 예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정책을 내왔지만 우리가 관심 있게 보지 않았을 뿐이다.

 

북에서도 자연에너지나 재생에너지를 쓴다는 우리 언론의 보도가 2015년경에 이미 있었다. 당시 보도사진을 보면 평양의 거리에 태양광 패널이 있다. 2015년 방북했던 겨레하나의 사진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시내버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붙여 '태양광 자동차'라 부르기도 했다.

 

<로동신문>은 세계 여러 나라의 기후변화와 재난, 그리고 기후 관련 국제기구 보고서 내용도 전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서도 보도하고 있다.

 

김일성 시대의 환경보호 정책

김일성 집권기에는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제도적 기반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 기초적인 것을 갖춰나갔다. 김정일 집권기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뼈저리게 직접 경험하고 환경정책을 강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김정은 집권기에는 김정일의 환경정책을 계승하면서 '친환경''기후위기 대응'이 주요 국정 기조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 북한은 생태주의보다는 경제발전이나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해 환경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자원으로서 동식물 보호 증식을 강조하고 이것이 생물학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50년대 후반에는 본격적으로 주체, 자립 노선을 세우고 최대한 국내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부존자원들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했다. 생물자원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농업을 위한 생물학에서 경공업농업을 위한 생물학으로 변화했고 이때 동식물의 자원 조사 및 보호 증식이 생물학의 주요 연구과제로 부상했다.

 

1977년 제정된 토지법에 토지관리와 더불어 환경 관련 조항들이 일부 들어가고 이를 위해 '공해과학연구소'를 설치했다. 남한의 환경운동연합 출발이 '공해추방연합'이었듯 북한도 환경 관련 기구의 시작은 공해방지였다.

 

노동신문에 '기후위기'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70년대부터다. 유엔에서도 환경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각종 선언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가 70년대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본격화될 때 북에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1986년 환경보호법이 제정되고 공해과학연구소가 '환경보호연구소'로 명칭이 바뀌고 역할을 확대했다. 1993년 지금의 내각에 해당하는 정무원 산하에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비상설기구인 '국가환경보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기후위기에 따른 대홍수로 시작된 '고난의 행군'

김정일 집권기에 환경정책이 강화되었다. 토지법이나 환경보호법 등 기존 법률을 여러 차례 수정보충하고 명승지, 천연기념물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환경 관련 법들을 많이 만들었다. 또한 비상설기구였던 국가환경보호위가 '국토환경보호부', 90년대 말에는 '국토환경보호성'으로 개칭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9412월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하고 2005년에는 교토의정서에 가입하는 등 여러 환경 관련 국제기구나 단체에 가입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김정일 집권기에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뼈저린 경험이 있다. 1995년 연달아 대홍수가 있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비공개회의에서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고 언급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2021년에 1970~2019년 물과 관련된 재난재해에 대한 피해 규모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5년의 북한의 대홍수는 재산피해가 250억 달러 이상이며, 10위 규모였다. 1위는 2005년 미국의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였다.

 

그런데 20169월에 보도된 <시사저널> 기사를 보면 1995년 당시 북한의 피해액이 150억 달러, 수재민이 전 국민의 25%에 달했다고 하면서, '전문가'의 말을 빌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 피해액을 부풀린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국제기구에서 당시 피해액이 더 컸다고 말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의 많은 언론은 북한이 말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거짓말'이라고 본다.

 

북한은 1995년 고난의 행군 경험으로 이상기후 문제가 바로 자신의 문제임을 절감하게 된다. 1998년에도 북에 굉장한 수해가 있었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난이라 하면 제일 먼저 전력난을 떠올리는데 1998년 수해 당시 180개의 탄광이 침수되었다. 펌프로 퍼내야 했지만 전력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결국 자연적으로 다 마르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북의 기사들을 보면 2008년이 되면 북한의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1995, 96년의 대홍수 이후 고난의 행군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국토관리 사업이 부실했음을 시인했다. 국토관리사업만 제대로 했다면 아무리 큰비가 내려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국토관리사업을 국가가 통일적으로 집중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부실한 산림보호사업을 꼽고 산림을 복구하려고 노력했지만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잘 안됐다. 북한의 나무 심기를 지원했던 개인, 단체들에 따르면 당시 나무를 심어도 제대로 크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산림 과학기술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후반의 자연재해는 북이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고 인식하게 했다. 20009월 노동신문 기사를 보면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이 0.6도씩 상승할 때 북한의 평균기온은 1.9, 겨울철에는 4.7도가 올라갔다고 했다.

 

북은 원래 남보다 겨울에 춥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겨울철의 온도 상승 폭도 더 컸다. 북한은 이상고온으로 인한 가뭄이 자주 발생했고 그 결과 1995년을 제외하면 1990년대 연평균 강수량은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집중호우는 더 많아졌다. 북은 위의 <로동신문> 기사를 통해 지구 온난화가 이상기상의 원인이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므로 이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시대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과 환경정책

김정일 집권기에는 과학기술 중시를 표방하고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98년부터 세 번에 걸쳐 시행했다. 1, 2, 3차로 갈수록 환경 관련한 과제들이 점점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와 자원절약, 산림복구, 오염방지, 지금의 재자원화인 자원 재활용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가 선정되었다. 풍력, 태양에너지나 조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연구하고 특히 농장에서 나오는 폐설물을 모아 발효시켜 나오는 메탄가스를 식생활이나 난방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많이 했다.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복합미생물비료나 생물농약을 개발하기도 한다. 퇴비를 만들 때 적당한 미생물을 뿌려주면 발효가 잘돼서 품질이 높아져 똑같은 양으로도 훨씬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북의 여러 미생물을 분리 동정하여 특징을 살펴본 이후 북의 기후 풍토에 맞는 미생물들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와 위성자료 이용을 확대하고 지리정보체계(GIS)를 도입하여 환경보호 사업의 현대화와 정보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국가과학원 전기연구소에는 작은 용량이기는 하지만 300W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5년부터는 저탄소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외국의 절약형 경제 또는 절약형 사회를 건설하는 시도를 노동신문에 소개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저탄소 경제', '녹색산업'에 주목하면서 저탄소 경제가 효과적인 환경보호 방안인 동시에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10, 2011년 단천마그네샤 공장을 두 해 연속 방문하면서 경소마그네샤(경소 마그네시아)를 이용한 색기와 등의 건재 생산을 치하했다. 그리고 경소마그네샤로 만든 건재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녹색 건재이기 때문에 저탄소 경제, 녹색경제로 나아가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이러한 제품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김정은을 후계자로 확정하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후계체계 구축에 나섰다. 고난의 행군 이후 무너졌던 국가의 기본적인 의사결정 구조들을 점차 정상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일 집권기의 정책과 성과, 미완성 과제를 정리하여 김정은 시대의 정책적 방향과 국가 과제로 삼았다.

 

재해성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생산방식과 기술개발

20124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을 기념한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첫 공개 연설을 했다. 할아버지 대의 일심단결과 아버지 대의 불패의 군사력에다 자신의 새세기 산업혁명을 더하여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만들자고 하면서 '새세기 산업혁명' 이야기를 꺼냈다.

 

새세기 산업혁명이란 국가 경제 전반을 지식경제로 전환하고 김정일 시대의 핵심적인 과학적 성과였던 CNC를 기반으로 해서 경제 전반을 CNC, 컴퓨터화, 자동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강화하여 최종적으로 지식경제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새세기 산업혁명론은 김정일 시대의 정책과 성과, 미완성 과제를 집약하여 정립된 것이다.

 

환경정책도 마찬가지다. 저탄소 경제도 결국 김정일 집권기에 강조해왔던 환경정책과 담론을 기반으로 하여 김정일 집권 때의 제도적 기반과 연구개발 성과들을 바탕으로 김정은 시대 들어 본격적으로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김정은 집권 2년 차인 20137<로동신문>'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상승과 강수량 증가, 재해성 기후현상의 빈도가 높아지고 북의 평균기온 상승 속도가 지구의 평균보다 2.7배에 이르며 폭우가 잦고 여러 지역에서 최대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여기에 적응하는 생산방식과 기술개발이 필수적임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제출한 VNR의 기후 위기로 인한 재해성 이상기후 내용을 살펴보면 2015년에는 심각한 가뭄 직후 폭우가 오거나 골프공만 한 우박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2016년에는 강수량 측정 이후 최고량의 집중호우로 인해 두만강이 범람하고 2018, 2020년에는 심각한 가뭄 이후 장마철의 호우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 제재와 더불어 가뭄과 집중호우가 '삼중고'에 들어가기도 했다. 북은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문제임을 체감하고 이를 전제로 모든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림복구 사업의 경우 김정일 집권기에는 많은 역량을 투입했지만 성과가 안 나기도 했고 북 사회가 전체적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산림복구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리더십의 특징은 '집요함'이다.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한다.

 

산림복구의 경우 2단계로 나누어 1단계는 2017년에 마무리했다고 하고 현재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2단계 산림복구는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등 최고위급에게 구역을 나누어 책임을 지도록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산림복구에 관하여 "민둥산을 보면 잠이 안 온다. 우리 자식들에게 이 민둥산을 어찌 물려주겠냐. 산림복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라고 여러 차례 직접 언급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2021524"나무심기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심은 나무들에 대한 비배관리"라며 비배관리를 방법론 있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신문은 강동군을 조명하며 "제곱미터()당 책임제를 정확히 실시하여 애써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로동신문

 

또한 김정은 집권기에는 자연에너지 개발 이용을 확대하고 '영 에너지', '영 탄소 건축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전 국가적인 자연재해 예보 및 피해방지 시스템 구축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과학농사'도 강조하고 있다.

 

평균기온 상승으로 차 농사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 황해도에서 차 농사가 꽤 이루어지고 있고 차음료 공장도 지어졌다. 또한 황해도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서 사과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매해 수확량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온상승 속에서 옥수수의 생산성이 낮아지고 밀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여기에 맞춰 자신들의 알곡 정책을 바꾸어 최근 밀농사를 강조하고 있다.

 

당 대회 이후 첫 현지지도 현장, '122호 양묘장'

20189월 남북정상회담 때 남쪽의 기업인들도 방북했었다. 그때 북에서 처음 데려간 곳이 122호 양묘장이다. 201657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첫 현지지도가 이곳이었다. 북한은 122호 양묘장이 양묘장 중 처음으로 전 공정을 자동화한 곳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자원과 기술이 제일 많은 군 산하의 양묘장으로 양묘장 현대화의 표본이다.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화가 이루어졌으며 관수를 컴퓨터망으로 연결하여 중앙 통제실에서 모니터링하며 원격통제하고 있다. 북은 122호 양묘장에서 일 년에 두 번 묘목 생산을 하며 1회차 생산량도 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은 122호 양묘장을 표본으로 하여 도마다 하나씩 양묘장을 만들 것을 지시했고 2년 뒤인 2018년에 강원도에도 양묘장이 만들어졌다. 이곳은 122호 양묘장보다 더욱 현대화되어 현재는 강원도 양묘장이 전국의 표본으로 되고 있다.

 

북한의 날씨 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기상이다. 날씨에 가장 민감하고 태풍, 집중호우 등의 정보를 가장 빨리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농민들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휴대폰에 농업기상 앱을 깔면 기상수문국에서 바로바로 날씨 예보를 해준다. 지금은 날씨뿐만 아니라 병해충 정보도 전해주고 있다.

 

모든 것이 자원이다! '절약형 경제'

김정은 집권기에는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자원 부족의 극복방안으로 '절약형 경제'를 궁극적 방향으로 두고 있다. 북한은 공군 비행장을 밀고 1500동 혹은 600동의 온실을 지었는데, 온실 바닥의 부산물들로 메탄가스를 만들어 연료로 쓰고 남은 찌꺼기는 퇴비로 쓰면서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는 식으로 농축산에서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만들고 있다. 또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생산방식을 도입하고 재자원화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 관련 법률도 제·개정하고 있는데 특이하게 2020년에 이동통신법을 제정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이용을 명시했다.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지국이나 기지국 관리사무실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하고 활용하라는 것이다.

 

실제 기지국이나 이동통신을 관리하는 건물을 보면 태양광 패널이 잔뜩 있다. 창문마다 패널이 달려 미관상 좋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자신들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충당하고 있으며 이를 법에도 명시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있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국가과학원 자연에네르기연구소를 2014년에 신설했다, 기존 환경보호연구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보이는 국토환경보호성 산하 '환경과학기술연구원'을 신설했다.

 

20162월 일본인이 방북해서 자연에너지 연구소 로비에 걸려있는 2014~2044년 계획표를 찍어와 남한 언론이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 표를 보면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개발해서 30년 뒤 500kW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500kW5GW이고, 이는 남한의 평균적인 원전 5대 정도의 발전용량이다.

 

태양광 패널로 자체 에너지 충당

김정은 집권 이후 북은 나선 지구와 같은 대규모 특구와 별도로 작은 규모의 20여 개 지구를 경제개발구로 지정했다. 그중 황해남도의 '강령국제록색시범구'가 있다. 이 지역은 넓은 해안 양식 면적과 풍부한 수산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녹색기술과 유기농산물의 허브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황해남도 서해 지역은 우뭇가사리의 대규모 서식지로 주목받고 있다. 우뭇가사리는 생물학 연구에서 배양용 배지 제작에 필요한데,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했던 모로코가 자원 보호를 이유로 공급량을 크게 줄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남한의 일부 해양 생물학자들은 북의 황해도 서해 쪽을 세계 우뭇가사리 생산의 중심지로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지역이 강령록색시범구와 그리 멀지 않다.

 

2015년 김정은 집권기 협동농장 중 처음으로 평양시민들이 먹는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는 평양시 사동구역의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을 현대화했다. 이곳의 살림집에는 태양열 가열기나 태양광 패널이 있다. 또한 메탄가스 탱크가 있어 농장 온실에서 나오는 찌꺼기들을 발효해서 나온 가스로 의식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 또한 이 탱크에서 나온 찌꺼기는 다시 온실에 거름으로 뿌리는 순환생산체계를 만들고 있다.

 

위성과학자주택지구의 가로등에도 태양광 패널이 달려있고 과학기술전당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가 있다. 북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과학기술전당에 필요한 기본전력은 이 태양광 발전설비로 충당한다고 한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점심을 먹었던 대동산수산물식당의 건물 옥상에도 태양광 패널이 가득하고 조선중앙은행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건물의 공터에 태양광 패널을 짓다 보니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능라유원지처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태양광 패널을 모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전력 생산량은 개별적으로 생산할 때보다 2배 정도 많다고 하는데,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패널 수에 따라 전력을 분배하고 남은 전력은 국가 전력망에 넣어주고 수익을 나눈다. 이렇듯 여건이 되는 곳들은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동강에는 '옥류'라는 유람선이 있는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깔려있다. 평양시민들이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하면 관광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남한 언론에 '북한이 자랑하는 태양빛 전지 유람선이 자주 멈춘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실제 기사를 읽어보면 겨울에는 강물이 얼기 때문에 운항을 안 한다는 내용이다. 이 유람선은 4월부터 11월까지만 운항한다고 한다. 하지만 제목만 얼핏 보면 이 유람선의 성능에 문제가 있어 자주 멈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평양 강남군에는 소형이지만 벼겨가스발전도 있다. 강남군은 벼가 많이 재배되는 농촌지역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발전소를 지은 것이다.

 

영탄소 건축의 대표물은 평양의 려명거리이다. 려명거리의 건물에는 녹색이 들어간 건물이 많은데 처음 설계할 때부터 녹색건축을 표방하면서 마감을 녹색으로 했다.

 

20174월 완공한 려명거리는 그때 당시 북이 가지고 있던 친환경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테라스에는 잔디를 깔아서 단열효과를 내는 '얇은층 지붕녹화기술'이 도입되었으며 모든 건물에는 태양열 패널 및 가열기가 설치되었다.

 

또한 태양빛을 모으는 집광기가 설치되어 건물 안쪽의 파이프처럼 생긴 반사관과 연결되어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 시설물에 자연채광을 제공한다. 또한 지열을 이용한 난방설비들로 난방에 쓰는 전력 소비를 줄이고 있다.

 

려명거리의 옥상에는 빗물을 받아 재생 이용하는 시설물들이 있다. 북은 거창한 것부터 작은 분야까지 구석구석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계통병렬형'으로 운영되는 태양광 발전소들

2017년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소가 등장했다. 남포시 와우도의 일종의 휴게소인 '정양소' 는 외벽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놓고 '계통 병렬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통 우리가 남한의 아파트에서도 보는 태양광 패널은 기존 전력망과는 별개로 전력을 생산하여 배터리와 연결하여 쓴다. 그러나 계통 병렬형은 기존 전력망과 연결되어 있다. 독립적인 태양광 패널은 직류전기를 쓰지만 국가 전력망은 교류를 쓰므로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변환하는 '계통 병렬형 역변환기'를 개발하여 와우도의 정양소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여기에서 효과가 입증되어 순차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능라유원지의 100개 정도 되는 태양광 패널도 국가 전력망과 연결되어 있다.

 

북에서 계통 병렬형 태양광 기술을 처음 개발한 곳은 목란광명회사이다. 이 회사는 원래 각종 영상물, 게임기, 노래방기기를 제작, 서비스하는 곳인데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도입했고, 계통병렬형 역변환기까지 개발하게 되었다.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들 수십 명이 있는 곳으로 꾸준한 연구와 개발로 태양광에서도 전문성을 가진 회사가 된 것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있는 자연에네르기발전소에는 1km가 넘는 구간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놓고 중간중간에 풍력발전기 수십 개를 설치했다. 2019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했고 계속 기술개선을 하는 상황이다.

 

생산 현장에서의 친환경기술

북한은 생산 현장에서도 친환경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류원신발공장은 에너지절약형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하여 옥상에 400kW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신발생산을 위한 전력뿐만 아니라 공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자체 충당하며 전력이 남으면 국가 전력망에 넣어준다고 한다.

 

평양화장품공장 옥상에 백 수십 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2017년 보도 당시 70% 정도의 전력을 자체 충당하며 지열 설비도 설치되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 평양화장품공장은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이 랑콤, 샤넬과 품질을 비교하며 현대화를 지시했던 곳이다. 2년여에 걸쳐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대거 도입했다.

 

927 닭공장의 경우 처음에는 소규모 태양광 패널로 사무실 조명과 컴퓨터 전원을 충당하는 정도였다가 복합형 태양빛 발전을 도입하여 공장 생산 전반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었으며, 하루에 15톤씩 배출되는 닭 배설물로 1000의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이걸 이용해 매일 200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한다.

 

또한 후방사업으로 농장을 운영하여 벼겨를 이용한 벼겨가스 발전공정도 만들어 3중 자연에너지 발전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전력자립의 성공은 모범사례로 꼽혀 전국에 전파되고 있다.

 

평양자라공장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통합생산체계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북에서는 이러한 통합생산체계도 자원과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에 친환경,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방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북 제재 상황에서 '재자원화'는 사활적 문제

재자원화는 북에서 2020년대부터 크게 강조하는 분야다. 물론 그전에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부터 평양시에서 배출되는 도시 오물의 100% 재자원화를 목표로 구역별로 하나씩 오물처리공장을 만들었다. 함흥에서는 2.8비날론공장 등에서 나오는 폐설물로 벽돌을 만들어 1년에 벽돌 수십만 장을 생산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재자원화에 대해 주목했지만 제재 문제에 봉착하면서 더욱 절약과 재자원화를 강조하였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4월 시정연설을 했는데, 이때 재자원화를 사활적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 연설에서 연말까지는 미국이 새로운 안을 내오기를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제재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 전제하고 재자원화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바라는 미국의 협상안은 연말까지 나오지 않았고, 북한은 2019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20204월 북한은 재자원화법도 제정하였다.

 

재자원화를 위해 모든 지역에서 폐기물 수거사업을 강화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자체 봉쇄 이후 더욱 강조되었다. 작은 천 조각은 소숫자리까지 무게를 측정하고 파지 1톤이 학습장 1만 수천 권을 만들 수 있다며 재자원화를 끊임없이 강조하였다.

 

평양의 오물처리공장에서는 자기구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재처리하여 벽돌이나 파이프를 만들고 있다. 평양버섯공장은 버섯 생산할 때 밑에 까는 기질의 2, 3차 재이용을 위한 배합 비율을 확증하여 버섯 생산에 도입하고 고무산세멘트공장의 경우 석회석 생산공장에서 배출되는 잡돌을 선별하여 시멘트 원료로 재이용할 수 있는 설비를 제작하여 시멘트 증산에 기여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재자원화에 관한 기사들이 많았다. 이유는 첫째로 당장 필요한 자원들이 없으니 재자원화에 대한 절박성이 컸고 두 번째로는 연구개발 초기 단계이므로 상대적으로 손쉬운 과제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난 202132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국산화와 재자원화를 위한 연구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로동신문

재자원화 부족한 점에 대한 자체 비판

 

연구기관에서는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많지 않아 비판적 평가를 받았다. 연구기관들은 공장들이랑 똑같이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더 어렵고 중장기적인 연구과제를 해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이익만 바라고 자연발생적 연구개발을 해서 비판을 받았다. 또한 공장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재자원화 품질은 신경도 안 쓰고 환경보호 하자고 하는 재자원화가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하는 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0년 제정된 재자원법을 제대로 지킬 것을 강조하며 전국적으로 법을 얼마나 잘 집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다.

 

생산 현장에는 재자원화의 사례가 많지만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이에 비해 부진한 상태이다. 그러나 마감 단계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아 올해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예상해본다.

 

북한은 어떤 부분에서는 포장을 잘하는 것도 있지만 김정은 시대에서는 자신들의 문제점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많은 북한 연구자들이 북한이 포장하는 것만 보며 못 믿겠다 비판하지만,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예전보다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북한의 내부상황을 우리가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자원화 관련해서는 무계획성과 오염 유발, 낮은 품질, 금방 열기가 식어버리는 '오분열도'에 대해 비판한다. 예를 들면 평양의 수매사업소를 가보니 분리수거함에 그대로 쓰레기들을 쌓아놓고 재자원화를 하지 않는다거나, 평양제일백화점의 인민 소비품 전시회에서 수입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놓고 잘 만들었다고 자랑을 해서 비판받았다는 기사들이 있다.

 

산림복구사업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있고 예전에 잘해서 모범으로 꼽혔던 지역이 지금은 퇴보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절약형 생산체계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 자체가 지나치게 용량이 큰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절약형 경제와 기후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들을 내놓고 있고 성과도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고 이를 개선해가는 상황이므로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프레시안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 자포리자 원전 직원 철수 준비"핵물질 사고 위기감 고조

, 주말 인근 주민 1600명 대피시켜'원전 인근 격전지 될라' 커지는 우려

러시아가 주말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 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킨 데 이어 수천 명에 이르는 원전 직원들까지 철수시키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핵물질사고에 대한 위기감이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8(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대표가 러시아 당국이 3100명에 이르는 자포리자 원전 직원 대피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날 러시아가 임명한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 주지사는 이미 원전 인근 마을에서 어린이 660명을 포함한 1600명 가량의 시민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9(현지시각)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격추된 미사일이 폭발하며 연기를 내뿜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5일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이 증가했다며 자포리자 원전 근무 직원 및 가족들이 대거 거주하는 에네르호다르를 포함해 자포리자주 18개 도시에 대피령을 내렸다. 러시아 쪽이 주민 대피를 실시하며 원전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커졌다.

 

코틴 대표는 만일 직원 대피가 이뤄지면 "원전을 운영할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안전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일부 기반시설은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직원이 철수할 경우 "원전 자체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가 예고된 대규모 반격에서 원전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코틴 대표는 원전 직원들의 대규모 철수가 이뤄질 경우 우크라이나 쪽이 원전을 탈환하더라도 실제 운영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쟁 전엔 11000명 가량의 직원이 원전에서 일했지만 현재는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인 4000명 가량만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은 인원 중 2700명 가량은 러시아 원전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1500명 가량만 여전히 에네르고아톰 소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6일 성명을 보면 러시아가 임명한 원전 관리자유리 체르니추크는 직원들이 대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코틴 대표는 직원 철수 준비에 관한 소식을 7일 알게 됐다고 말했다.

 

IAEA6일 성명에서 주민 대피와 관련해 "자포리자 원전 인근 상황이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잠재적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자포리자) 원전이 직면한 매우 실질적인 핵 안전 및 보안 위협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우리는 심각한 핵 사고 위협과 인간과 환경에 미칠 관련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의 통제 아래 들어간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해 9월 가동 중단에 들어갔지만 핵연료 과열을 막기 위한 냉각 장치 가동은 필요한 상태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하는 전승절인 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순항 미사일 15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방공망이 미사일을 모두 격추했으며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키이우가 전날에도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클리치코 시장은 8일 러시아 쪽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이란산 자폭 무인기 60대를 띄웠고 이 가운데 36대는 키이우를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이우를 향한 드론은 모두 격추했지만 잔해가 떨어지면서 최소 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8일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항인 흑해 연안 도시오데사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적어도 1명이 숨졌다.

프레시안 김효진 기자

 

보호보다 개발에 방점환경부장관 맞나?

취임 1년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적 환경정책', '과감한 인사 조치'같은 강한 표현을 써가며 장관들을 향해 일종의 '기강잡기'성 발언을 내놨는데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오늘 '4대강 사업'의 긍정적 측면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앞서 여러 개발사업에서도 한 장관은 현 정부 기조에 맞춰 줄줄이 규제를 풀고 허가를 내주면서 환경부장관이 맞냐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리포트 '이념적 환경정책'이란 대통령의 지적이 나온 직후,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지난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은 "과학에 기반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과학적이지 않다는 근거는 2016년 이후 법적 평가지표에서 제외된 화학적 산소요구랑, COD를 수질 악화의 근거로 삼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전후를 비교하려면 COD가 가장 적합한 지표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송미영/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물분과위원]"COD를 수질의 평가 항목으로 여전히 쓰고 있는데 그 항목을 썼다는 이유만이 비과학적인 게 된다는 것을 저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장관은 또 '4대강 사업 후 수질이 개선됐다'는 최근 학계 발표에 대해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니터링한 결과'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논란을 빚어온 녹조의 주요 지표는 빠져있는데다, 연구에 참여한 국립환경과학원도 MBC와의 통화에서 "수질 전체라기보다 분석한 항목이 그렇다는 결론"이라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달 가뭄 대책을 내놓을 때도 4대강 보 활용을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한화진/환경부장관(지난달)]"(4대강 보는) 가뭄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그러한 대책 중의 하나이고요. 4대강 사업의 다목적 사업 중에 하나로서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이때도 장관 발표 전에 윤 대통령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환경부가 사실상 허가권을 쥔 개발사업들은 속속 진행 중입니다. 지난 2월 환경부는 5개 국책기관의 의견을 뒤집고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했는데, 2주 전 윤 대통령은 "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제주 제2공항도 환경파괴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환경 보존을 위해서 적절한 조율을 하라고 환경부가 있는 것이거든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을 용인하는 것은 환경부로서는 해야 될 일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환경보전을 관장하는 환경부가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산업부 같다는 지적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 초미세먼지 외부보다 32% 낮아도시숲 효과

경기 오산시 도심 한가운데 조성된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외부보다 30% 이상 낮아 도시 숲의 미세먼지 여과능력이 입증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20204월부터 3년간 물향기수목원 외부 2(동쪽·서쪽)과 내부 1곳에 초미세먼지(PM-2.5) 측정기기 3대를 설치해 초미세먼지 여과 정도를 분석 실험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11일 밝혔다.

 

분석 결과, 수목원 내부(21.71/) 초미세먼지 농도가 외부(31.57/)보다 평균 31.2%(9.8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 방향이 서풍이면 18.4%의 초미세먼지가 여과되고, 반대로 동풍이면 16.9%의 초미세먼지가 여과된 것으로 나왔다.

 

계절에 따른 차이도 보였다. 나뭇잎이 있는 4~10월 여과율은 평균 33.2%이었으며, 나뭇잎이 없는 11~3월 여과율을 평균 15.2%로 나타냈다.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 내부 모습 /경기도 제공

 

도시 숲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나무와 풀들이 통과하는 미세먼지를 흡착·차단·가공으로 흡수해 토양으로 되돌리는 과정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물향기수목원은 지리적으로 주변에 지하철, 상가, 주거지, 고속화도로 등이 인접해 있어 도시 숲의 중요성을 연구하는 데 적합한 곳이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이런 효과를 알리기 위해 수목원 내부와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전광판으로 실시간으로 알리는 한편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미세먼지연구부와 협력해 도시 숲의 공익적 가치에 관한 심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06년 개장한 물향기수목원에는 자생식물과 희귀식물 1930종이 있으며, 연간 35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제주, '2040년 플라스틱 제로 섬' 추진재활용률 100% 목표

제주도가 '플라스틱 제로 섬' 실현을 위해 2040년까지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하는 등의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기본 계획을 10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도는 2040년까지 국비 2787억 원 등 총 1813억원을 투입해 도내 플라스틱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해 100%까지 실현한다.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비전. 2023.05.10 mmspress@newspim.com

 

2021년 기준 도내 생활계 폐기물 발생량은 475692톤으로 이 중 15.1%(72029)가 폐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으로 49.3%(35529)가 처리되며 그 밖에 매립 0.7%(468), 분리배출을 통한 재활용 50%(36032)으로 처리되고 있다.

 

도내 생활계 플라스틱 발생량은 지난 2011년 연간 19965톤에서 '2020년에는 66171톤으로 2.3배 증가했으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2030109824, 2040178142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플라스틱 제로 제주 실현을 위해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자원순환 인프라 구축, 자원순환 분야 탄소중립 산업 육성, 범사회적 탈 플라스틱 참여 촉진 등 5개 부문·30개 세부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추진 방향은 크게 탄소중립과 연계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원천 저감 및 재활용 확대, 탈플라스틱 및 자원순환 정책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도민사회의 실천 분위기 조성에 두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기본계획은 지난 224일 범도민 추진위원회 출범식과 54일 결의대회를 통해 전파된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선언의 실천 로드맵이다.

 

이를 통해 도는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 감축으로 도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고, 플라스틱에 의한 생물다양성 위험을 줄이고 생태계 회복력을 유지하는 한편,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다시 자원으로 이용하는 순환경제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로드맵이 2040년까지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2040년 폐플라스틱 배출전망치 178000여 톤과 비교해 실질 감축량은 145056톤에 달해, 배출전망치의 81%를 감축하게 된다. 나머지 33086톤은 부득이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로 100% 재활용해 환경영향을 '제로화한다.

 

도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감량 및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경우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상당해, 생산유발효과 14344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6420억 원, 고용유발효과 67795명 등으로 추산했다. 또한 2040년 기준으로 연간 약 725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라스틱 줄이기 위한 도민 10대 실천과제. 2023.05.10 mmspress@newspim.com

 

제주도는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점검하고 매년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시행한 후 이행 평가를 통해 점검해 나갈 방침이다.

 

세부내용으로는 우선 일회용에서 다회용기로 전환을 확대하고, 택배 포장을 다회용 수송 포장재로 전환해 나가며 소비자가 개인 용기로 포장 없이 제품만을 구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 등을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확대를 위해 투명페트병을 섬유나 다시 투명페트병으로 재사용하는 고품질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적용 매장 확대 및 재활용품 분리배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기존 재활용 도움센터의 시설을 개선하고 확충한다.

 

자원순환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1140톤 처리 규모의 광역 생활자원 회수센터를 5월부터 시범 가동하며, 기존 재활용품 선별시설도 고도화해 처리용량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제주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투명페트병 재활용산업, 폐플라스틱 석유추출(열분해) 및 수소 생산산업,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산업,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산업, 소각재·유리병 활용 건축자재 생산산업 등 민간기업의 재활용산업 유치로 폐플라스틱 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범사회적 탈 플라스틱 참여 촉진을 위해 도내 230여 개 기관·단체 대표로 구성된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범도민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탈 플라스틱 10대 실천과제를 홍보하고, 학교와 기업 대상 교육 확대, 업사이클 산업 육성 및 지원 등을 통해 도민은 물론 관광객의 참여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기존 플라스틱 관리 대책이 재활용과 폐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원료구매-생산-소비-폐기, 재활용 등 전 주기에 걸친 대책 실현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플라스틱 없는 제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민과 관광객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자제 등 실천에 동참해 달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문미선 기자

 

가덕도 공항 사업, '이런 세금 탕진 재주도 있다'

무엇을 위해 저 봉우리를 통째로 날리나

사업비 지출 경쟁을 보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더 도전적으로 세금을 탕진하며 돈을 벌어볼까?' '어떻게 하면 과감하게 망가뜨려볼까?' '누가 더 탕진과 훼손에 재주가 있을까?' 이런 대회라도 여는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 섬의 저 산 저 봉우리를 날려버리는 상상이 어떻게 가능할까?

 

20212,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국회 구성도 민주당(당시 여당)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보다 신속한 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절차 생략이 필요하다. 모든 사업()의 로망이다. 이를 받쳐줄 특별법 제정에 거대 양당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특별법으로 재정투자의 효율성과 예산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검토, 예비타당성조사가 생략됐다. 그렇게 500억 이상 사업에 실시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13조 이상이 투여되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사뿐히 지르밟았다.

 

윤석열 정부도 바통을 건네받았고 신공항 건설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세웠다. 국토교통부는 민간으로부터의 창의적인 제안을 기대한다며, 부산엑스포는 유치는 확정도 되지 않았는데 2030년 엑스포에 맞추어 예상 사업 기간을 대폭 줄였다. 애초 기본계획안은 공항을 해상에 배치하는 것이었지만, 수개월 만에 육·해상 배치 안으로 변경되었다. 공사기간도 배치안도 뚝딱뚝딱 바뀐다. 면밀한 검토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13조 이상을 쏟아붓는 사업이 이토록 순탄(?)하게 바뀌는 것을 보면, 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벌이는 사업인지? 오히려 좌초를 자초하고자 함이 아닌지 싶은 지경이다.

우리나라 습지를 대표하는 낙동강하구. 멀리 가덕도가 보인다. 녹색연합

 

가덕도는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9)인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와 인접해있어 철새들의 서식과 이동이 빈번한 곳이다. 환경적으로 민감한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뿐만 아니라, 이동 철새들과 항공기의 조류충돌 위험과 항공기 안전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곳이다. 또한 대규모 해양 매립에 필요한 토석 확보를 위해 광범위한 지형과 경관이 훼손된다. 해상 활주로 공사를 위한 매립 골재를 수급하기 위해 국수봉(264미터) 전체가 절취되어야 하는데 이 지역은 100년 이상 된 수목과 부산시 기념물 36호인 동백군락지가 드넓게 분포되어 있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도 닿아있는 등 우수 생태계가 보전된 곳이다. 공항 건설을 위해 절토, 성토되는 토공량은 약 2이고, 해상매립 면적은 약 450, 매립량은약 9400에 이른다. 해양보호생물 상괭이의 출현빈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으나 거대 인공구조물 공사가 보호생물의 서식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그저 늘 하는 '저감대책을 강구하겠음'이란 문구로만 강구될 터이다.

 

얼마 전 가덕도공항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공람되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을 검토하여 작성된 평가서이다. 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역시 여러 우려들을 언급하고 있다. 평가서는 "계획지구에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이 포함되어 영향이 예상된다, 주변지역이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완충지구와 접하여 영향이 일부 예상된다. 부산시기념물 동백군락지와 자연자산이 해안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영향이 예상된다, 해안 단구 등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이 포함되어 있어 영향이 예상됨, 생태네트워크 단절로 인한 생태축 일부 영향이 예상됨, 국수봉 지역 일부 절취 등 상당한 지형 훼손이 예상, 경관상 영향이 예상, 부산연안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공유수면 매립으로 인해 해양환경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저감방안은 모니터링, 살수차 운행, 저소음. 저진동 공법, 오탁방지막 설치, 지형변화 및 경관영향 최소화대책 등이다. 국수봉이 통째로 사라지는데, 어떻게 지형변화와 경관영향을 최소화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가덕도 연대봉에서 바라본 국수봉 전경. 녹색연합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선 모습. 부산광역시 가덕도신공항홈페이지

 

기후위기는 아랑곳없이 온실가스 배출을 부추기는 사업, 안전도 장담할 수 없어

항공기운항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량은 연간 55만 톤으로 추정한다. 물론 공사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별도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 역시 사라지는 것도 별도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이상기후로 인한 태풍의 빈도와 강도는 해를 더할수록 갱신되고 있으나, 이곳은 본래 태풍피해가 잦은 곳이다.

 

"태풍이 일면 서쪽(새바지항 쪽)에서 몰려온 파도가 마을을 넘어 건너편 대항항까지 넘어올 만큼 풍랑이 센 곳이라고 하는데, 어쩌려고 이곳에 육해상공항을 짓겠다는 것인지?"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이 평가한 김해, 밀양, 가덕도 공항 중 가덕도 신공항이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 점수가 가장 낮았다 (김해 2.75, 밀양 3.61에 비해 가덕도는 0.78). 가덕도는 남해로 뚫려있는 태풍의 길목인 것이다. 바다 매립으로 지어진 간사이 공항도 최신공법으로 지었지만 태풍과 해일로 인해 침수된 바 있다.

 

해일 피해에 대비하고 대형 선박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활주로를 지상 40m 높여서 건설하는 공사. 공사기간과 공사비는 계획 대비 늘어나기 마련인데 오히려 앞당기겠다는 결기는 졸속 검토만큼 부실 공사 우려를 낳게끔 한다.

 

부산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가덕도 연대봉 정상(459미터. 높지 않다!)에 올라 어쩌면 신공항으로 사라질 국수봉과 낙동강 하구를 담아봄직하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두고 '누가 더 탕진과 훼손에 재주가 있는지 경쟁하기 위한 사업'이란 품평에 공감을 기대하지 않는바 아니지만, 낙동강 하구와 남해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번은 () 보셨으면 한다.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프레시안

 

 

기후변화, 태평양 섬나라들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

[인터뷰] 박영규 주피지 대한민국 대사

정부가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태평양 섬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국가들은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한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26(현지시각) 피지 수도 수바에 위치한 주피지 대사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영규 주피지 대한민국대사는 태평양 섬 국가들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우선 관심사인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있어 한국이 지원을 확대해 주고, 경제·개발 등 실질 분야에서도 중장기적으로 공고한 협력 기반을 구축하여, 신뢰할 수 있는 역내 파트너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그런데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대부분 인구 규모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 정도인 소규모 국가이고, 경제 규모도 크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그래서 이들은 국제사회와 각국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원을 요청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사는 "이 나라들이 기후 변화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자력으로는 어려운 것 같다""우리나라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비하면 기술, 경험, 재정적 측면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피지에서 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 사업 같은 것도 구체적으로 돕고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부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민간기업 등과 함께 피지의 2개 섬에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있다. 박 대사는 "외딴 섬은 전력이 공급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주로 디젤 발전기를 돌리는데 이게 오염이 상당히 많다"라며 "그래서 태양광으로 바꿔주는 것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나 환경오염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태양 패널을 조금 높이 설치하고 그 밑에서 농작물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그 땅에서 채소 등을 재배해서 직접 먹을 수도 있고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마셜제도에서는 해수온도차 발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사는 "마셜제도 정부가 해수온도차 발전 기술에 관심을 갖고 우리 정부에 지속적으로 사업 지원 요청을 해 온 바 있고 올해 신규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태평양 섬 국가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태평양 섬 국가 중 10개 나라가 포함돼있는 만큼, 이들의 지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지의 경우 해당 지역 국가들의 회의체인 태평양 도서국 포럼(Pacific Islands Forum·PIF)의 사무국이 위치해 있을 정도로 지역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엑스포 유치 활동과 관련, 피지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는 "엑스포 유치 활동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와 달리 특이한 점은, 정부와 기업이 같이 협력하고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는 개발협력 등의 규모를 늘리면서 협력 및 지지를 유도하고 있고 삼성이나 SK, LG,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통해 이들 국가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한국과 피지는 50년 이상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고 한국 정부가 피지 정부 및 국민을 위해 다양한 협력 사업을 이행해 온 우방국"이라며 "피지 정부가 부산박람회 유치를 지지해 주도록 적극 요청하고 있으며,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다퉈태평양도서국가찾는미국과중국

한국에게는 당장 엑스포 유치가 중요한 과제지만, 이후에도 태평양 섬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지정학적 위치,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그 중요성이커지고있기때문이다.

 

실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과 솔로몬제도는 지난해 419일 안보협정을 체결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솔로몬 제도에 대사관을 다시 여는 등 태평양 섬 국가들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박 대사는 "태평양 지역은 군사적·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미국의 경우 태평양 지역에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해군·공군 기지를 두고 운영하고 있고 태평양 항로는 3대 주요 교역 항로 중 하나로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의 주요 해상 무역통로"라며 "중국 또한 지난 수십 년 간 태평양지역을 전략적 협력대상으로 인식하고 우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솔로몬제도와는 작년에 안보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등 태평양 진출을 더욱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태평양의 풍부한 해양수산 자원 또한 중요한 요소"라며 "14개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인구와 영토는 작지만 광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보유하고 있고, 이 지역의 참치 어획량은 전 세계의 60~70%를 차지하며, 심해광물도 잠재적 경제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고 전했다.

 

박 대사는 "14개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유엔에서 군소도서개발도상국(SIDS) 그룹을 형성하고, 유엔 아시아태평양 그룹(54개국)에서 4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한다""투표로 결정되는 사안이 많은 국제무대에서, 태평양 도서 국가들이 행사할 수 있는 수적 영향력 또한 크다"고 말했다.

 

일본도 태평양 섬 국가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대사는 "일본은 역사적으로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역에서 전쟁을 많이 했고,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이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관계가 있다""과거 2차 대전에서 했던 여러 행동들에 대해 개선해보려는 노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평양 섬 국가들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파퓨아뉴기니와 피지에 대사관이 있고 이들 국가의 대사관이 나머지 나라들의 업무까지 함께 관할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외교 활동에 다소 제약이 있는 실정이다.

이재호 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피지) 프레시안

 

보금자리 큰 숲을 잃은 장끼의 외침

"어엉, "

도심의 한 작은 숲에 있는 무덤 위에서 꿩은 아침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강원 강릉시 도심의 한 아파트 옆 작은 숲에 있는 무덤에는 요즘 하루에 몇번씩 나타나 힘찬 날갯짓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홰를 치는 장끼(꿩의 수컷)가 있다.

 

택지가 개발되고 남은 도심의 아주 작은 숲에는 꿩, 장끼가 산다. 도로 건너 앞산은 지금 장끼가 사는 숲보다 훨씬 큰 숲이었지만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 공사로 숲이 대부분 사라졌다.

꿩이 왔다 갔다 날아다니며 마음껏 놀던 큰 숲이 사라진 것이다. 금자리 역할을 하던 큰 숲을 잃고 주변 아파트와 건물에 사실상 갇혀 사는 작은 숲에는 오래된 무덤이 있고 그 무덤은 장끼의 유일한 놀이터다.

 

작은 숲에는 장끼가 맘 놓고 놀 공간이 그 무덤 외에는 거의 없다. 앞으로 조금만 나서면 아파트이고, 방향을 바꾸면 4차선 도로가 버티고 있으며, 작은 숲과 연결된 숲 뒤에는 큰 건물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무덤 앞의 작은 텃밭은 도로와 접하고 있어 차들이 드나들고 가끔 농부가 농사를 짓기 위해 나타나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한다.

 

다행인 것은 장끼의 놀이터인 무덤이 백 년이 넘는 듯한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에 가려 있어 어느 정도 은폐가 되기도 한다. 큰 숲을 잃었지만장끼는 오전 7시를 전후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꼭 무덤 위에 올라가 몸단장하거나 아침 햇볕을 쬐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곤 한다.

 

그러다 가끔 목을 길게 빼고 힘차게 날갯짓하며 소리를 크게 지른다. 양 날개를 펼치고 탁탁 몸을 치며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한다. 홰를 치는 장소는 대부분 무덤 위다. 그러고는 또다시 부리로 털을 고르는 등 몸단장을 하거나 별 움직임 없이 한참을 쉬기도 하고 그러다 또다시 있는 힘껏 홰를 친다.

 

홰를 칠 때의 그 날갯짓이 국내 조류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축에 속한다., 작은 숲에서 나름대로 잘 적응해 나가는 듯 보인다 무덤 위에서의 홰치는 모습은 지금껏 내가 본 여러 종류의 새들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매력적이어서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홰를 치며 지르는 그 소리는 영역을 지키려는 행동으로 보이지만,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파트 주민의 모닝콜이기도 하고 숲을 잃은 절규로도 들린다.

작은 숲의 장끼는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큰 숲 등 주변의 숲이나 들을 맘대로 다닐 수 없어 작은 숲에서 더 자주 반복 행동을 하는 듯 하다. 장끼는 한번 나타나면 23분 있다가 금방 사라지기도 하고 어느 때는 30분가량 머물기도 하는 등 하루에도 몇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장끼가 한동안 홰를 치는 소리가 나지 않으면 창문을 열고 무덤을 내려다보며 꿩을 찾게 만든다고 한 아파트 주민은 전했다.

 

무덤 뒤 숲의 어느 곳인가에 둥지가 있고 암컷인 까투리가 알을 품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까투리를 직접 본 일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다.

 

요즘 기온이 오르면서 활짝 꽃이 피기 시작한 아카시아 향이 아파트 창문으로 스며 들어와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하게 한다. 거기다 창문 사이로 아침을 깨우는 꿩의 힘찬 홰치는 소리가 희망찬 아침을 열어준다.

 

꿩의 보금자리이던 큰 숲은 거의 사라지고 초고층의 아파트 공사를 하는 중장비 소리로 요란하고 시끄럽지만, 장끼는 고맙게도 이 작은 숲을 지켜주고 있다

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부산 원도심 지자체 "산복도로 고도제한 해제해야

지역 첫 산복도로 망양로 8.9일대 건물 높이 완화 추진 "50년간 주민 재산권 침해"전문가 "신중한 논의 필요"

부산 산복도로

 

부산 원도심 지자체들이 산복도로 일대 건물 높이 제한 해제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12일 원도심 지자체 등에 따르면 동구, 중구, 서구는 최근 산복도로 고도 제한 완화 용역을 진행 중이거나 끝낸 상태다.

 

동구는 지난해 12월부터 '망양로 고도 제한 완화 용역'을 시작했고, 중구청도 올해 1월 같은 용역에 들어갔다. 서구는 지난해 9월 용역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시에 고도 제한 해제를 요청한 상태다.

 

'망양로'1964년 부산 원도심 고지대 산비탈을 따라 만들어진 첫 번째 산복도로다.

동구 범천로에서 시작해 중구 메리놀 병원 앞을 지나 서구 서대신 교차로에 이르는 8.9의 도로다. 시는 1972부터 조망권 확보를 이유로 망양로 일대를 고도제한지구로 정하고 건축물 최고 높이를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산복도로 아래에서는 도로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산복도로 위에서는 구간마다 1030높이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원도심 지자체들은 최근 저지대에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고도 제한의 이유인 조망권 확보 등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동구와 중구는 북항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바다 앞에 61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비롯해 아파트가 병풍처럼 늘어서 산복도로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훼손된 상태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강철호 부산시의원(동구1)도 지난 2일 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저지대에) 무분별하게 진행된 주택건설사업으로 조망권마저 빼앗긴 망양로 일대 주민들에게 남은 건 상대적 박탈감뿐"이라면서 "고도지구 지정이 50년을 넘기면서 망양로 일대의 건물 노후화를 부추겼지만, 부산시는 지역주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산복도로 마을

 

산복도로 일대 고도 제한이 해제될지는 부산시 결정에 달렸다. 고도 제한을 변경하려면 먼저 시가 이 지역의 도시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현재 부산시도 '2030 부산도시관리계획 용역'을 진행 중인데 내년 6월께 고도 제한과 관련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는 경관 측면에서는 망양로 규제가 여전히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그동안 주민들의 고통 등을 감안해 합리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의 한 도시공학과 교수는 "북항 재개발을 할 때 전문가들이 저지대 건물을 올리는 이익분을 망양로 지역에 투자해 혜택을 주는 '복합결합방식'을 제안했는데 시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망양로 고도 제한 해제는 지역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모형을 만들어서 어떤 구역은 해제하고, 어떤 구역은 규제할지 보여주면서 시민들과 신중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게 처리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이 정도로 위험하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의 문제점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시찰 한일 실무협의에서 우리 측 윤현수 외교부 기후화경과학외교국장(오른쪽)과 일본 측 카이후 아츠시 군축불확산과장이 회담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국민의힘이 만든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이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라며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외교부 관계자가 나서서 부인하기는 했지만, 한때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신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해서 시끄러웠다.

 

우리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라고 부르는 물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처리수'라는 명칭을 써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곧 바다에 버려질 133만 톤의 물은 오염수인가, 처리수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매일 냉각수를 퍼붓고 있고, 여기에 원전 건물로 흘러드는 지하수, 빗물 등이 합쳐지면서 녹아내린 핵연료와 만나 방사성 물질이 녹아든 고독성의 오염수가 된다.

 

일본은 이 오염된 물을 퍼 올려 다핵종 제거 설비(ALPS) 처리를 통해 일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다. 5월 현재 약 133만 톤의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고, 일본 정부가 이를 바다에 대량 투기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ALPS 처리했기 때문에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오염 처리수'라 부르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는 약 133만 톤의 오염수는 ALPS 처리를 거쳤음에도 그중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6500만 톤의 오염수에는 뼈에 흡착해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키는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이 기준치의 약 2만 배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ALPS 처리를 했다지만, 방사성 물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오염수'라 부르는 것이 맞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의 문제점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내 방사성 오염수 저장 탱크.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일본 내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 입을 주변국의 이해도 받지 않았다. 오염수가 버려질 경우 장기적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음에도 일본 정부는 단 한 번도 사과나 그에 대한 이해를 구한 적이 없다.

 

또한 일본 내정이라며 주변국의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의사를 묵살하고 있다. 버려진 오염수가 후쿠시마 앞바다에만 머문다면 일본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버려진 오염수가 이미 태평양 전체에 영향을 준 사실은 연구 결과에 나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먹이 사슬에 의한 생물학적 농축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저장된 약 133톤의 오염수에는 ALPS를 통한 정화작업에도 불구하고 삼중수소, 탄소14 등 걸러낼 수 없는 많은 핵종이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물로 희석해서 농도를 낮춰 버린다고 해도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 30년에서 40년간 지속적으로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로 인한 먹이사슬의 오염으로 생물학적 농축을 통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삼중수소는 사람의 몸에 흡수될 경우 세포와 결합하여 몸에서 배출도 잘되지 않는다. 우리 몸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DNA 손상과 암을 유발한다. 임산부가 노출될 경우 삼중수소는 태반 장벽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태아에게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삼중수소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버려질 경우 바다에 존재하는 다른 화학물질과 뒤섞이면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바다에 버려왔다. 그래서 특정한 생선에 대해 임산부와 영유아의 섭취 제한을 두고 있을 정도다. 바다에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과 화학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뒤섞여 내는 '상호작용의 위험성'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세 번째 문제는 오염수 해양 투기가 30년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일본은 오염수를 30~40년에 걸쳐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폐로 계획에 맞춘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에 존재하는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는 현재 약 88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로봇팔로 한 번에 최대 10kg씩 제거해서 폐로를 하겠다고 한다.

 

계획대로 매일 10kg880톤의 핵연료 잔해를 제거한다면 200년 넘게 걸린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그 기간 동안에도 계속 생성될 수밖에 없다. 오염수 해양 투기는 30년이 끝이 아니라 해양 투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물론 우리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 문제를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잘못된 결정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 번째 문제는 IAEA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원자력계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IAEA는 일본이 분담금 납부 3위일 정도로 일본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해 이미 2015년에 해양 투기를 권한 적이 있다. 이런 단체에서 오염수 해양 투기라는 답을 정해놓고 발행하는 보고서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의 조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물체 내 유기 결합 삼중수소(OBT) 형성 과정의 불확실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고, 반감기가 긴 탄소14(반감기 5700), 아이오딘129(1570만 년) 등에의 핵종에 대한 농도 추정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IAEA도 반감기가 긴 핵종에 대한 생태계 영향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은 것에 문제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3호기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섞어서 연료로 쓴 원전이다. 오염수에는 당연히 플루토늄도 녹아 있을 수밖에 없는데, IAEA는 이에 대한 어떤 지적도 하고 있지 않다. 플루토늄은 죽음의 재로 불릴 정도의 고독성 방사성 물질인데 이런 물질도 무시하고 있는 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미 최악의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버려진 방사성 물질로 인해 후쿠시마 해안 갯벌의 생물 다양성과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만약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몇십 년에 걸쳐 태평양에 버려질 경우 전체 해양 생태계와 먹이 사슬의 오염을 예측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의 생명들과 그 바다에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잘못된 결정이다. 전 세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해양 투기해서는 안 되며 견고한 대형탱크에 의한 육상 보관이나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 장기 보관 등 대안에 대한 고민 없이 해양 투기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1000여 시민단체가 일본오염수해양투기저지 공동행동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520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집회를 하고 68일 바다의 날에는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국제 행동을 계획 중이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한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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