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채워지지 않는 호숫물…해마다 264억t씩 그냥 사라진다
다대 옛 한진중 부지, 25톤 트럭 6400대분 토양 오염
일본 오염수 ‘석촌호수 4분의 1’ 분량…저장공간 없다는 억지
<국민 건강과 안전 외면하고 방사성 오염수 위험성 은폐하는 국민의힘! “방사성 오염수 너나 마셔라!”>
G7 오염수 방류 ‘환영 성명’ 안 나왔다…일본의 꿈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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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채워지지 않는 호숫물…해마다 264억t씩 그냥 사라진다
28년 간 소양호 저수량 207배 사라졌다
미 콜로라도대 등 연구팀 <사이언스> 논문
기후변화·인간 영향…생태계 유지 위협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 연구팀이 19일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전 세계 호숫물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감소량은 매년 약 264억t으로, 소양강댐 저수량(29억t)의 9배 규모다.
미국 네바다 주 볼더 시티 근처의 미드호. 지난 1월 촬영된 이 사진에서 침몰한 배 한 척이 진흙에 선수를 파묻고 선미를 드러낸 채 서 있다. 기후변화와 물 과다 사용으로 인해 전 세계 호수의 절반에서 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AP=연합뉴스
호수는 지구 육지 면적의 약 3%를 점유하면서 인간과 생태계에 중요한 담수와 서식지를 제공해 준다. 영양 공급과 오염물질 순환 등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탄소 순환을 통해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호수의 이런 기능은 물을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세계 최대 담수호인 카스피해를 비롯한 일부 대형 호수들의 저수량 감소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 논문은 위성 관측과 수문학 모델을 기반으로 사실상 전 세계 자연호수 저수량의 장기 변화 추세와 동인을 포괄적으로 처음 분석한 것으로 평가돼 이날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아랄해 2003년과 2009년 [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 미드호. [미 항공우주국]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면적 100㎢ 이상의 전 세계 대형 호수 1051개를 대상으로 1992년부터 2020년까지의 저수량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호수들의 저수량은 전 세계 호수 저수량의 약 96%를 차지해 사실상 전수 조사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24만여장의 위성 사진과 9개 위성 고도계를 이용한 수위 측정 자료 등을 수문학 모델과 결합시켜 장기간 수위 기록이 없는 호수들의 저수량 변화까지 재구성했다.
자료: Science, 2023.
분석 결과 1051개 호수 가운데 전체의 43%인 457개 호수에서는 매년 381억t 가량씩 저수량이 감소하고, 22%인 234개 호수에서는 매년 130억t 가량씩 저수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360개 호수에서는 저수량의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호숫물이 해마다 264억t씩 순감소 추세를 보여온 것이다.
저수량이 감소하는 호수는 중앙 아시아 서부, 중동, 인도 서부, 중국 동부, 유럽 북부와 동부, 오세아니아, 미국 본토, 캐나다 북부, 아프리카 남부, 남미 등 전 세계의 건조한 지역과 습윤한 지역에 모두 걸쳐 있었다.
연구를 이끈 콜로라도 볼더대 환경과학협동연구소(CIRES)의 팡팡 야오 연구원은 대학이 제공한 설명자료에서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인간 활동이 전 세계적인 자연 호수 저수량의 순감소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순감소분의 절반 이상(56±9%)이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꼽았다. 특히 자연 호수의 저수량 감소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인간 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물 소비로 지적됐다. 건조 지역은 물 소비로 인한 저수량 손실이 더 두드려졌다. 연구팀은 강수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간들이 호수로 유입되는 물을 더 많이 끌어가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주요인으로 작용해 전 세계 자연호수에서 매년 소양댐 저수량(29억t) 9배에 이르는 264억t 가량의 호숫물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티이미지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다대 옛 한진중 부지, 25톤 트럭 6400대분 토양 오염
‘뉴 드림’ 공공기여 개발 예정지
기준치 최대 5.5배 초과 아연 등
1년간 조사서 중금속 대거 확인
정화작업 1년가량 시간 걸릴 듯
“내년 상반기 착공엔 지장 없어”
‘다대 뉴 드림 플랜’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부산 사하구 다대동 옛 한진중공업 부지에서 기준치를 최대 5.5배 초과하는 오염 물질이 대거 검출됐다. 최근 이 사업 공공기여 협상안이 두 차례 심사 보류 끝에 어렵게 부산시의회를 통과(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2면 보도)했지만 또다시 토양 정화에 1년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하구 다대동 옛 한진중공업 일원. 국제신문DB
21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진중공업 부지 개발 사업자 HSD는 지난 1년간 토양 정밀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최근 사하구에 제출했다. 17만8757㎡ 규모의 이 땅은 2011년까지 당시 한진중공업이 조선소로 사용했다. 이후 장기간 유휴 부지로 방치되다가 최근 부산시의 다대 뉴 드림 플랜에 포함되면서 공공기여 협상 대상지로 개발되는 곳이다.
앞서 HSD는 지난해 5월 자체 조사에서 토양 오염이 확인되자 이를 사하구에 신고했다. 이에 사하구는 토양 정밀 조사 명령을 내렸고, 지난해 6월부터 조사를 진행해 최근 그 결과가 제시됐다.
관계 법령에 따라 전문 기관인 신라대 토양분석센터가 이 부지 530개 지점(1508점)을 조사했다. 그 결과 298개 지점(407점)에서 기준치를 넘어서는 토양 오염이 발견됐다. 오염 토양 깊이는 최대 4m였고, 분량은 12만169㎥로 확인됐다. 25t 트럭 6400여 대(750㎥=40대 기준) 분량으로 추산된다.
토양 오염 우려 기준 1지역을 적용하면, 부적합 토양 평균 농도는 각각 기준치를 ▷아연(Zn) 5.5배 ▷납(Pb) 5.2배 ▷카드뮴(Cd) 5.0배 ▷구리(Cu) 2.9배 ▷유류(TPH) 2.5배 ▷니켈(Ni) 2.3배 ▷수은(Hg) 2.2배 초과했다. 지하수는 수질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정밀 조사는 개발을 전제로 한 만큼 기준을 3지역이 아닌 1지역으로 삼았다. 3지역은 공장 주차장 주유소 도로 철도, 1지역은 주거 학교 공원 과수원 전답 등에 적용된다.
보고서는 선박 제조 공정에서 용접 연마 도장 때 사용되는 유해 물질과 각종 선박 부품을 제작할 때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장기간 변형·축적되면서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오염된 토양은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현장 내 토양세척법으로 정화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의회 역시 지난달 24일 옛 한진중공업 부지 공공기여 협상안에 대한 의견 청취안을 채택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 하나가 토지 오염에 관한 내용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공공기여 협상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의회는 “현장을 확인하지 않았고 방재 대책이 부실하다”는 등의 이유로 보류했다.
HSD 관계자는 “토양 정화 전문 업체를 통해 앞으로의 개발과 토지 이용에 문제가 없게 하겠다. 정화가 진행되는 동안 인허가 등 관련 절차를 동시에 밟아 내년 상반기 착공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일본 오염수 ‘석촌호수 4분의 1’ 분량…저장공간 없다는 억지
140만t 오염수 바다에 버리지 마라, 육지에 보관하라
일 어민엔 4조 배상 준비…한국은 수산업 영향 분석 손놔
다른 분야보다 핵에너지 부문은 용어를 둘러싼 논쟁이 큰 편이다. 1978년 가동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 1호기는 건설 당시 설계수명이 2007년까지로 정해졌다. 2000년대 초반 수명 만료 이후에도 고리 1호기를 가동하자는 논의를 하면서 정부는 ‘수명 연장’이란 표현을 썼다. 설계수명이 끝난 발전소의 운영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니 자연스러운 표현이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표현은 ‘계속 운전’이다. 수명이 끝난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이미지가 좋지 않아, 기존 발전소를 ‘계속 운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언론이나 지역주민들은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처럼 ‘수명 연장’이란 용어를 더 많이 쓴다. 아무리 이미지를 바꾸려 해도 설계수명이 끝난 핵발전소의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핵에너지 분야에서는 이처럼 용어의 정합성이나 현실성보다는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될지 고민한 이름이 많다.
방류 용인한 IAEA는 ‘핵발전소 확대’가 목표
일본 정부가 계속 사용해온 ‘처리수’(Treated Water)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로 냉각에 사용되거나 지하수 오염으로 발생한 물을 ‘오염수’(Contaminated Water)라 부르고, 다핵종제거설비로 일부 핵종을 제거한 물을 처리수라고 불렀다. 실제 다핵종제거설비의 처리를 마친 물에도 다양한 방사성 핵종이 포함됐고, 삼중수소 같은 핵종은 다핵종제거설비로 제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로 처리수란 말을 계속 사용한다.
우리 정부도 오염수란 용어를 처리수로 변경할 것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정부가 이런 사실을 부인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이는 단지 용어를 바꾸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현 사태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지에 대한 기본 철학이 담긴 문제다. 특히 외교관계에서 용어 선택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문제는 이처럼 복잡한 문제가 뒤엉켜 있다. 각 나라가 오염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도 대표적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둘러싸고 많이 받는 질문 중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다른 나라는 왜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가?’ 하는 것이 있다. 이 역시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중요한 쟁점이다.
1953년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 연설을 계기로, 1957년 만들어진 국제기구가 국제원자력기구다. 국내에는 핵무기 사찰을 하는 국제기구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 목적에 앞선 것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촉진’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사례가 핵발전소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는 핵발전소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개발, 홍보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장에서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대안입니다’라며 국제원자력기구를 홍보하는 부스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다보니,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피해 영향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는 보수적 태도를 견지해, 전세계 탈핵 단체들의 주요 비판 대상이다. 체르노빌 사고 20주기를 맞아 유럽녹색당 등이 국제원자력기구 체르노빌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또 하나의 체르노빌 보고서’(TORCH)를 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보고서는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암 사망자가 수천 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제원자력기구의 평가보다 암 사망자가 7.5~15배 더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국제 관례에도 부합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말처럼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바다에 수많은 핵폐기물을 버렸다.
1993년 국제적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해양 투기가 금지되기 전까지 13개국이 태평양과 대서양, 북극해 등에 핵폐기물을 버렸다.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뿐만 아니라 군사용, 의료용, 산업용 핵폐기물도 바다에 버렸다.
해양 방류가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
우리나라 인근의 경우, 러시아의 핵잠수함용 원자로 동해 투기, 우리나라의 연구용 핵폐기물 동해 투기, 일본의 태평양 해양 투기 등이 있다. 2천 회 이상 진행된 대기권 핵실험 결과와 체르노빌·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등까지 발생하며 현재 전세계 바닷물에선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플루토늄 같은 ‘인공 방사성 핵종’이 발견되고 있다.
인간이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친 지질시대를 의미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의 분류 기준에 플라스틱·닭뼈와 함께 인공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것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다행히 1993년 이후 고준위 핵폐기물 투기는 멈춰졌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같은 저준위 핵폐기물의 해양 투기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포함이 쟁점이 되자, 일본 정부는 한국의 월성 핵발전소를 언급하면서, 한국에서도 삼중수소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누리집을 보면, 월성 핵발전소 외에 다른 핵발전소에서도 액체 혹은 기체 형태의 핵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 너희도 쓰레기를 버리면서 왜 우리만 가지고 뭐라 하느냐는 논리다. 사실 그 표현만 놓고 보면 맞는 이야기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의 말처럼 핵폐기물을 버리는 것은 핵산업계의 ‘오랜 국제 관례’였기 때문이다.
그런 오염수가 방류돼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지금도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선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된 농수산물이 나오고 있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농수산물 방사성물질 검토 보고서를 보면, 검사를 진행한 농수산물 3만6천여 건 중 11.0%에서 세슘-134 같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특정 농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이 많이 검출되는데 두릅과 죽순에선 검사 시료 중 21%, 산천어 등 수산물에선 5.3% 정도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도쿄전력, 어민 피해 인정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인근 지역의 토양과 바다는 이미 오염됐다.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된다면, 이미 오염된 바다에 추가로 오염이 일어나 방사성물질이 생물에 농축되는 ‘생물 농축’이 가속된다.
또 이런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당장 수산물 소비를 줄인다. 일본은 수산물 소비가 많은 나라로 유명했다. 2000년대 이후 일본의 수산물 소비는 지속해서 감소했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수산물 소비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현재 일본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2000년대 초반 대비 40% 정도 줄었다.
이런 영향에 대해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풍문 피해’(소문에 따른 피해)라며 애써 피해의 의미를 감추지만, 해양오염으로 음식문화가 바뀌는 것을 단지 ‘소문’이라 치부할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2022년 말 도쿄전력은 오염수 배출에 따른 풍문 피해 배상 기준까지 마련해서 약 5천억엔(약 4조8400억원) 규모의 배상을 준비하고 있다. 풍문 피해는 ‘괴담’ 수준의 얘기가 아니라, 어민에게는 매우 직접적인 피해임을 도쿄전력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이런 피해가 얼마나 될지, 국내 어민과 수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분석은 없다. 당장 일본에서 이뤄지는 피해 배상에 우리 정부는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염된 토양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오염수를 모두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이미 모아놓은 오염수를 더 이상 바다로 버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 관행’과 ‘피해 미미’ 등을 이유로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해양 방류가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2016년 처음 해양 방류안이 나왔을 때 제출된 다른 안(수증기 증발, 전기분해, 지하 매설, 지층 처분)에 비해 해양 방류는 가장 저렴한 방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1천 개의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다로 보내는 파이프 공사 정도만 하면 된다.
저장공간 없다는 일본 논리는 옹색
아이러니하게도 오염수 처리의 모범적 해법은 지금처럼 그대로 두는 것이다. 현재 약 140만t의 오염수는 저장탱크 1천 개에 보관돼 있다.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 담수량이 636만t이다. 현재 오염수의 전체 양이 석촌호수 4분의 1 정도 양이다. 또 2021년에 완공된 울산석유비축기지의 저장용량(1030만 배럴, 163만t) 정도면 현재의 오염수 모두를 보관하고도 남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 토양이 오염돼 현재도 출입이 통제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없어 해양 방류를 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논리는 정말 옹색하다. 일본 시민단체들이 해양 방류가 아니라 육상 보관을 주장하는 것도, 오염수 방류로 인한 환경적·외교적 논란을 줄이려는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은 해양 방류로 인한 환경오염을 제대로 짚지 못한 문제도 있지만, 육상 보관 같은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문제가 더 크다. 그저 일본 정부의 대응 논리에 ‘정보 공개’나 ‘우려 표명’ 정도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뒤늦었지만, 어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정부 차원에서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행동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일본 정부가 보여주는 내용을 ‘평가 없이’ 그대로 보고 오는 ‘시찰단’ 말고 말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한겨레
<국민 건강과 안전 외면하고 방사성 오염수 위험성 은폐하는 국민의힘! “방사성 오염수 너나 마셔라!”>
도쿄전력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현재(2023년 5월) 약 133만t의 오염수가 1068기의 탱크에 보관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약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ALPS가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와 탄소14외에도 우라늄 238, 플루토늄 239, 아메리슘 241등의 방사성 물질도 남아있다. 또한 6,500톤의 오염수에는 뼈에 흡착하여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키는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이 기준치의 100배~19,909배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서는 안된다고, 많은 국가의 보건 및 환경 시민 사회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2021년 4월 다수의 유엔 특별 보고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심각하게 비판했으며, 2022년 12월 미국 국립 해양 연구소 협회 역시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핵전쟁 방지 의사회(IPPNW)에서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성명을 결의했다.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마셔도 괜찮다는 어용과학자를 내세운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는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검증한다는 말인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해 생계와 안전을 위협받는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두려움이 국민의힘에는 닿지 않는가?
국민 건강과 안전 외면하고 방사성 오염수 위험성 은폐하는 ‘국민의힘’에게 말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진심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너나 마셔라!”
2023년 5월 19일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G7 오염수 방류 ‘환영 성명’ 안 나왔다…일본의 꿈 산산조각
안전 위한 IAEA 검증 지지만 담겨
일본 경제산업상 “환영 밝힌 것” 직후
독일 환경장관 “환영할 수 없다” 반박
주요7개국(G7) 정상들이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올해 여름 바다로 방류할 예정인 가운데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의 ‘환영 성명’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일 종합적인 합의사항을 발표한 최종 공동성명에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대응 부분도 포함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의 착실한 진전과 함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투명한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해선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된 물의 방류가 국제원자력기구 안전 기준 및 국제법에 맞게 실시돼 인체나 환경에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의 독립적인 검증을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에는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해선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을 지지한다고만 언급했다.
이는 지난달 16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과 같은 내용이다. 이번 정상회의 성명에선 후쿠시마 제1원전과 관련한 전체적인 분량이 줄어들면서 “일본이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로 계획을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는 문구 정도만 빠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목표로 주요 7개국의 지지를 얻어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를 원활하게 진행할 의도였지만 주무 부처인 주요 7개국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서 독일 등 유럽 국가의 반대로 공동성명에 ‘환영한다’는 문구를 넣는 데 실패했다.
당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공동성명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처리수의 바다 방류를 포함한 폐로의 착실한 진전,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한 일본의 투명한 대처에 환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독일 환경 장관이 ‘처리수 방류를 환영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결국 니시무라 장관이 “내가 조금 잘못 말했다”고 실수를 인정하면서 마무리된 바 있다.
히로시마/김소연 특파원/ 한겨레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공원, 서울숲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뚝섬 일대의 대형 공원 서울숲. ‘뜨는 동네’ 성수동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유청오 조경사진가
공원엔 걸어서 가야 제맛이지만, 가끔 작정하고 집에서 먼 공원에 가면 집밥만 먹다 외식하는 기분이 든다. 내 공원 외식의 단골 메뉴 중 하나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이다. 한해 방문자가 무려 750만명, 늘 붐비고 활력 넘친다. 문화예술공원, 체험학습원, 생태숲, 습지생태원 등 다른 성격의 여러 공간을 엮은 35만평 규모 공원 복합체다. 게다가 한강과 바로 맞닿아 있다. 살갗으로 날씨의 맛을 감각하며 이방인의 시선으로 사람 구경 실컷 하면 흐물흐물해진 마음에 근육이 자란다.
이름에 ‘숲’이 붙어있다고 호젓한 숲길 해찰이나 고즈넉한 나무 그늘 밑 사색만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 새벽을 달리는 조깅족, 소박한 브런치 피크닉을 즐기는 동네 친구들, 평일 오후 나른한 데이트에 나선 연인들, 고요한 연못 수면을 깨뜨리며 첨벙대는 개구쟁이들, 셔츠를 걷어붙이고 퇴근길 텃밭 가꾸기에 심취한 도시농부들, 반려견과 함께 공원 구석구석을 누비는 심야 산책자들로 서울숲은 온종일 대만원이다. 조성 과정과 프로그램 운영에 시민들이 깊숙이 참여해온 공원이라 여러 세대의 자원봉사자들을 늘 만날 수 있다.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주간에는 그 낭만의 기세가 멀리 응봉산 자락까지 퍼져나간다. 눅진한 장마철이나 살을 에는 혹한기를 빼면 서울숲은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북적댄다. 서울숲만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포용하는 공원,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의 가치를 내건 도시 마케팅과 ‘녹색 정치’의 테스트베드로 조성된 서울숲의 나이는 채 스무살이 안 되지만, 서울숲과 그 일대 뚝섬에는 지층보다 두터운 여러 켜의 시간과 기억이 쌓여있다. 한양의 동쪽 경계부, 즉 성저십리 끝자락이었던 뚝섬 근방은 동교, 뚝도, 살곶이벌 등 여러 지명으로 불렸다.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고 그 배후에 아차산이 위치하는 이곳은 조선 왕실의 사냥터, 군사훈련장, 목마장, 충청도와 강원도의 수운 종착지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소나 말 등을 키우는 목장과 마장의 정체성이 강했지만 근교 농업도 활발했다. 한강 범람으로 상습 수해를 겪던 뚝섬 강변에 일제 총독부는 제방을 쌓아 홍수 피해를 막고 살곶이벌과 뚝섬을 농경지로 활용했다. 경성이 팽창하던 1930년대에는 사설 교외 철도가 운영되면서 뚝섬에 수영장과 부대시설을 갖춘 유원지가 조성됐다. 당시 신문은 넓은 들판, 한강 모래사장, 제방 포플러 숲이 어우러진 뚝섬 풍경을 목가적 전원의 진수라고 묘사한다. 뚝섬은 경성에서 궤도차를 타고 휴일 나들이 갈 수 있는 매력적인 유원지 상품이었던 셈이다.
서울숲 방문자는 누구나 이 군마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을 테다. 이 땅에 자리했던 경마장의 기억을 소환한다. 사진 배정한
해방 이후 뚝섬유원지는 자유와 여흥, 낭만과 쾌락을 만끽하는 행락지로 전성기를 누린다. 조정래는 소설 <한강>에서 1960년대 뚝섬의 아름다운 백사장을 서울 최고의 인기 피서지로 꼽는다. 1954년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최초의 경마장이 들어섰고, 1968년에는 경마장 안에 골프장도 생겼다. 1980년대 중반 한강에서 수영이 금지되기 전까지 뚝섬유원지는 지금의 서울숲 못지않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형 공원 역할을 했다. 이 땅에는 왕실의 사냥터, 행락객의 유원지, 시민의 공원으로 이어지는 여가 문화의 디엔에이(DNA)가 배어 있기라도 한 것일까.
1990년대에는 서울시 청사를 이곳으로 옮기는 구상이 있었고 국제 첨단업무단지를 짓는 청사진도 발표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돔구장을 짓는 계획이 세워졌지만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여파로 무산됐다.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상암동 대신 서울숲 자리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것이다. 엘지트윈스 야구단 돔구장의 유력 후보지이기도 했다. 2005년, 이런 거창한 구상들을 뒤로하고 살곶이벌과 뚝섬유원지의 맥을 잇는 대형 공원, 서웊숲이 들어섰다.
시민 참여형 공원 경영의 막을 연 서울숲은 성수동 일대를 빠르게 바꿔나갔다. 사진 배정한
시민 참여형 공원 경영의 막을 연 서울숲은 성수동 일대를 빠르게 바꿔나가며 도시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서울숲에 어깨를 맞대고 들어섰다. 수인분당선이 개통되면서 공원 전용 지하철역이 생겼다. 강이나 숲을 뜻하는 외국어 이름을 단 초고층 아파트들이 연이어 자리를 틀며 공원의 사유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낙후한 붉은 벽돌 연립주택들만 빼곡했던 성수동1가가 ‘뜨는 동네’로 급변한 것도 서울숲의 영향이다. 아무도 찾지 않던 성수이로와 연무장길 인근 경공업 지역이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며 부상한 이례적 현상도 서울숲의 잠재력과 무관하지 않다. 공원과 도시가 긴밀한 함수 관계를 맺고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배정한 |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환경과조경> 편집주간/한겨레
기후위기 파국 코앞…SMR·CCS라는 ‘허황된 믿음’
기후위기와 소형모듈원자로, 탄소포집 기술. 김재욱 화백
1만2천년이나 일정했던 지구 기후가 갑자기 변하면서 우리가 맞는 파국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사실상 확정된 미래다. 파국의 한계선이 섭씨 1.5도인데 이미 1도 이상 올랐다. 파리기후협정(2015년) 이후 8년째지만, 그사이 지구 전체 온실가스는 10% 늘었다. 7년 뒤인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197개국이 합의한 목표는 사실상 달성 불가라 봐야 한다. 이미 배출했고 지금도 배출 중인 온실가스로 지구 온도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문제에 대처하는 정석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것이다. 한데 기후 문제에서만큼은 이런 접근이 없다. 사회경제체계를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살아도 괜찮다는 낙관이 만연해 있다. 기술적 해법 탓이다. 소형모듈원전(SMR),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한국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전환 부문(발전)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온실가스 1억2370만톤(전체 감축량의 42.5%)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독자 에스엠아르 노형을 개발하고, 시시에스를 통해선 1120만톤(3.8%)을 감축한다.
시시에스는 엔트로피를 역진하는 기술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만을 골라 액체·고체로 만들어 땅속에 가두는 건 열역학 2법칙을 거스르는 과정이다. 당연히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이슬란드에선 2021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가 가동에 들어갔는데, 예상 포집량이 고작 연간 4천톤이었다. “전세계가 3초간 배출하는 양”(그레타 툰베리)이라는 비웃음이 따라붙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그나마 작물을 재배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그 작물을 바이오 에너지로 쓰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에 묻는 해법을 현실적이라 봤지만, 필요한 토지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륙만 하다.
에스엠아르도 그렇다. 원전은 용량이 줄수록 발전량이 줄지만 안전규제 비용은 그만큼 줄지 않는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빠진다. 에스엠아르가 세계적으로 단 한 기의 실험로조차 건설된 적 없는, 설계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실성 없는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는 단순한 확증 편향일까.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xeno@hani.co.kr
'바람'이 바꾼 경제…인구 320명 항구마을에 생긴 60개 새 일자리
코펜하겐에서 북서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덴마크 항구 토어스미네(Thorsminde). 인구 약 320명의 이 마을이 지난해 이후 세간의 이목을 모으게 된 건 인근에 들어설 덴마크 최대 해상풍력발전 단지의 운영 '허브'로 이 곳이 낙점됐기 때문이다.
발로 뛴 지자체, 덴마크 최대 해상풍력단지 운영 항만으로 '낙점'
토어스미네에서 약 20km 떨어진 바다엔 토르(Thor)라는 이름의 약 1기가와트(GW)급 해상풍력단지가 2027년 이전 가동을 목표로 들어선다. 덴마크 정부가 2030년까지 짓기로 한 대형 해상풍력 발전단지 중 첫 프로젝트다. 2021년 말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독일 에너지 기업 RWE가 지난해 4월 토어스미네를 토르 프로젝트 운영 및 유지보수(O&M) 항만으로 낙점했다. 약 30년간 풍력터빈의 유지보수를 위해 필요한 항만 서비스들이 2026년께부터 이 곳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앞서 RWE는 해상풍력 단지 건설을 위한 기지 설립이나 측량작업도 토어스미네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인구 수 기준으로 작은 마을인 토어스미네가 인근 지역에서 특히 각광을 받는 대목은 지방자치단체가 해상풍력 개발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동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을 이름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빌려올 만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항구라는 게 큰 이유였지만 O&M 항만으로 낙점된 게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시 단위가 아닌 작은 항구라는 한계도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토어스미네 항구와 토어스미네를 관할하는 홀스테브로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y)로부터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지역사회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토어스미네는 1967년 어업용 항구로 건설됐다. 그러나 어업용 선박이 대형화하고 어업이 쇠퇴하면서 어선 수가 급감했다. 1980년대 최대 100척에 육박하던 어선이 현재는 15척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항구의 빈 면적도 늘어났다.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토르스미네 항만 이사회는 항구의 이 빈 공간을 풍력 전용 항구로 개발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전략 이행은 꼼꼼히 이뤄졌다. 약 4년 전부터 풍력 산업용 항구 건설을 목표로 항구의 오래된 빈 건물을 매입해 이 중 일부를 새 사무실과 창고로 전환했다. 부두에 위치한 어류 경매장도 현대식 건물로 개조해 풍력산업을 위한 무료 창고로 전환했다. 현재는 항구 면적의 절반 이상이 풍력산업을 위해 운영된다. 동시에 이 항구의 정체성과 밀접한 어업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어업과 해상풍력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다.
2020년 덴마크 에너지청이 토르 프로젝트 입찰을 시작하자 유력 해상풍력 개발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토어스미네 항구 측은 홀스테브로 당국과 함께 '귀하의 풍력 프로젝트에 전념합니다'라는 안내서를 만들어 개발사들을 먼저 찾아갔다. 안내서에는 토어스미네에 O&M 기지를 설립할 때의 이점들을 요약했다. SNS와 미디어를 통한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이듬해 RWE가 프로젝트의 낙찰 업체로 결정되자 미리 준비된 내용을 토대로 양측이 원활히 소통했다. RWE는 낙찰 후 약 4개월 만에 토어스미네를 O&M 항만으로 선택했다.
인구 320명 마을에 만들어지는 60개의 일자리
리셋 쇤더비 토어스미네 항구 책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작은 항구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지만, 반대로 매우 유연하고 고객에게 헌신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고 했다. 올해 여름 풍력발전 단지 건설을 목적으로 이 곳에 올 선원들의 선박 환승을 위해 항만 유역 수심을 높이는 등의 '맞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가 마을에 불어넣을 경제적 활력을 기대한 주민들의 지원도 있었다. 홀스테브로 지자체의 안데르스 데벨 기술 및 환경담당 이사는 "토르 프로젝트가 결정될 때부터 주민들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존 ·신규 사업체의 매출 및 거래 증가, 외부 인구의 토어스미네 정착률 증가 등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에 초점을 맞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서며 토어스미네에는 약 60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현재 토어스미네의 어업 관련 일자리가 약 40개인데, 단번에 이를 뛰어 넘는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이곳으로 이주할 프로젝트 관련 직원이다. 이 직원들이 숙소와 교통편을 이용하고, 쇼핑이나 외식을 하며, 현지에서 자재를 구매하고 보관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로 직결된다. 쇤더비 책임자는 "주민 대다수가 60세 이상인 이 곳에서 6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역 당국은 토어스미네를 해상풍력과 관광기반 항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쇤더비 책임자는 "토어스미네 항구는 향후 북해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매우 매력적인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해상풍력 항구로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했다.
어업이 활발했던 예전 보다 더 북적이는 마을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데벨 이사는 "토어스미네에서 어업과 수산물 가공 등 연관 산업이 활발히 운영되던 때엔 인구가 지금 보다 3배 더 많았다"며 "이제는 해상풍력과 관광을 기반으로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 전체 에너지 산업의 발전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표했다. 그는 토르스민데가 O&M 항구로 낙점된 걸 계기로 "홀스테브로의 다른 여러 에너지 프로젝트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이끄는 지자체로서의 입지를 더 강화할 것"이라 했다.
코펜하겐(덴마크)=권다희 기자
혈세먹는 하마’...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중단한다
年 100억대 혈세 낭비 비난에... 市, 8년 만에 ‘관광열차’ 변경
유지관리비용 35% 감소 전망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 전경. 경기일보DB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기부상열차가 연간 100억원의 적자에 결국 도시철도(지하철) 기능의 폐지가 이뤄진다. 지난 2016년 2월 개통 이후 8년 만이다.
인천시는 지난 18일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를 도시철도 사업에서 폐지하고, 궤도 운송시설로 변경해 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시설(철도) 결정변경(안)을 공고했다. 사실상 정기적 운행으로 대중교통의 역할을 하던 것을 비정기적인 관광열차로 바꾸는 것이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중구 운서동 2851 일대 7㎞ 길이에 차량기지를 포함해 총 12만5천655㎡의 규모다.
시는 이번 변경은 공항공사가 자기부상철도 부품 수급 차질로 운영이 한계에 이른 만큼, 궤도로 전환해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운영하려는 것으로 이유로 설명했다. 시는 주민은 물론 인천시의회 의견청취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공항공사는 시로부터 철도 결정변경이 이뤄지면 중구에 궤도운송법 승인을 받아 올 연말에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를 재운행할 계획이다. 공항공사가 운행시간이나 운행간격 등을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다. 공항공사는 이를 통해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의 유지관리 비용을 3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공사는 종전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이던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의 운영 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4시30분으로 단축 운영한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의 운행 간격은 15분에서 30분으로 늘릴 계획이다.
앞서 공항공사는 2016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용유역을 잇는 약 6.1㎞ 구간에 정거장 6곳의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를 개통했다. 총 사업비는 3천150억원이 들어갔다. 이후 2~3단계로 확장해 영종·용유지역 전체를 순환하는 노선을 계획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이용객 수가 예측치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계획 당시 1일 평균 예상 이용객은 3~4만명이지만, 지난 2019년 4천명, 지난해 300명으로 이용률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공항공사는 해마다 100억원의 유지관리 비용을 투입하면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혈세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인천 중·강화·옹진)은 “공항공사의 운영 여건과 용유지역 교통 불편을 감안할 때, 가능한 빨리 운영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우선 개통 이후 운영시간 확대 및 운행간격 축소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항공사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더 늘어난 '집단 폐사'... 꿀벌이 사라지면 이렇게 됩니다
[ESG 세상] 폐사 증가 속 꿀벌 지키려는 노력
꿀벌 폐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2017년에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다. 꿀벌의 가치가 널리 전해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꿀벌의 위기는 더 커져가고 있다.
▲ 칠엽수 꽃에서 꿀을 모으고 있는 꿀벌 ⓒ 산림청
지난해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꿀벌 폐사
양봉 농가는 지속해서 봉군(蜂群: 벌들의 떼) 내 꿀벌이 사라지거나 세력이 약해지는 피해를 겪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월동 전과 후의 착봉(벌집에 벌을 붙이는 일)률을 비교한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2023년 월동 후 약 17.5%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1] 2021~2022년 월동 중 꿀벌 피해는 40만 봉군에 해당하는 약 14.9%였다.[2] 일반적으로 월동 중에 약 15%의 꿀벌이 소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평년보다 피해 규모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양봉협회의 진단은 보다 비관적이다. 지난 8일 한국양봉협회는 올해 들어 전국 농가 1만 8826곳, 122만 4000개 벌통에서 꿀벌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양봉 농가가 키우던 꿀벌의 56.3%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국 39만 517개 벌통에서 60억 마리가 없어진 지난해보다 3배 이상으로 피해 규모가 커졌다. 지역별로는 경북(25만 7339개), 경남(25만 4187개), 경기(13만 8780개), 충남(13만 7700개) 순으로 피해가 컸다. 특히 경남은 꿀벌의 75%가 사라져 큰 타격을 입었다. 대구와 인천은 피해 봉군 수는 적지만 피해율이 70%를 넘었다.[3]
꿀벌 없어 근심 느는 과수농가
꿀벌 폐사 여파는 과수농가와 산업계로 확산했다. 꿀벌은 식물 수분을 돕는 '화분 매개 곤충'으로 사용돼 과수농가와 산업계의 생산성을 높인다. 딸기, 토마토, 참외, 수박 등은 화분 매개용 벌을 이용하는 주요 시설원예 작물이다. 꿀벌 수급이 어려워지자, 토마토와 딸기 농가는 실내 대량 사육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뒤영벌을 활용했다. 토마토 재배 농가들은 전량 뒤영벌을 사용했고, 딸기 재배 농가들은 꿀벌 공급이 부족해진 올해 1월 이후 뒤영벌을 쓰고 있다.
참외와 수박은 꿀벌 이외 화분 매개 곤충 이용 방법이 정립되지 않아 꿀벌 폐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거 꿀벌 이용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난 2~4월 꿀벌 약 18만 봉군이 농가에 부족했던 것으로 추산했다.[4] 참외 생산지로 유명한 성주군 농업기술센터는 "꿀벌 실종 현상으로 수정용 꿀벌이 부족해 (벌통)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5] 꿀벌에 의한 수분이 어려워지면서 농가는 작물 생산량과 생산비용을 모두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
꿀벌은 왜 사라졌는가
▲ 꿀벌 바이러스성 질병 양성률 ⓒ 농림축산검역본부
꿀벌 폐사 원인은 다양하다. 정부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진드기인 '꿀벌응애' 확산을 피해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2022년 동절기에 이어 2022년 9월~11월 방제제에 내성이 생긴 '꿀벌응애'가 확산했다고 밝혔다.[6] 지난해 '꿀벌응애'가 퍼지면서 바이러스성 질병도 크게 증가했다. 꿀벌 질병으로 날개불구바이러스감염증이 가장 많이 검출됐으며, 여왕벌방바이러스감염증, 이스라엘급성마비증이 뒤를 이었다.[7]
전국 양봉 농가에서 꿀벌 질병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꿀벌 질병 진단 의뢰가 매년 늘고 있다. '2022년 꿀벌 질병 진단 실적 보고'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561건의 꿀벌 질병 진단 의뢰를 받았다. 2021년(172건) 대비 200%, 2020년(157건) 대비 229% 증가한 수치다.[8]
꿀벌의 산란, 비행 등 행동을 교란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6월 미국 환경보호국은 생물학적 조사 결과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 등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멸종위기종 동식물 약 4분의 3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9]
유럽연합(EU)은 꿀벌 보호를 위해 2018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류(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의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10] 2022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57개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11]
▲ 서울시 자치구별 지난 5년간 공원·가로수 일대 꿀벌에 위험한 농약이 살포된 양(단위:㎏, ℓ) ⓒ 서울환경연합
세계 각국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금지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움직임이 없다. 서울환경연합의 '서울 공원·가로수·궁궐 일대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서울시 자치구 농약 살포량은 평균 1098㎏이었다. 강남구(3975㎏), 강동구(3567㎏), 송파구(2563㎏) 순으로 농약 살포량이 많았다.
이중 꿀벌 폐사를 일으키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자치구 평균 267㎏가 사용돼 전체 살포량의 4분의 1(24.4%)을 차지했다. 강동구(1677㎏, 47%)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으며, 송파구(643㎏, 25.1%), 강서구(412㎏, 24.6%)에서도 다량 쓰였다. '꿀벌에 독성 강함'으로 표기된 살충제의 살포량은 전체의 82.5%였다. 남산공원(186㎏, 36%)과 월드컵공원(110㎏, 58.1%)에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사용됐다.[12]
지난해 농가와 각 시·도의 꿀벌 의뢰 시료를 검사하자 네오니코티노이드계 5종이 검출됐다. 이외에 중독물질인 유기인계 26종, 합성피레스로이드계 3종, 카바메이트계 6종, 아버멕틴계 2종, 페닐피라졸계 1종이 검출됐다. 확인된 중독물질은 총 43종이다.[13]
꿀벌이 꿀을 빨아오는 원천이 되는 나무인 밀원수가 부족한 상황이 꿀벌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양봉 산업은 양봉 산물의 약 70%를 아까시나무에 의존한다. 아까시나무가 노화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시드는 '쇠퇴 현상'과 병충해를 겪으면서 양봉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14]
1960∼1970년대 산림녹화와 사방사업을 위해 대규모로 조림된 아까시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빨리 자라는 특성이 있어 대부분 노령화했으며, 분포면적이 감소하고 있다.[15] 또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아까시나무 개화 시기가 전국적으로 비슷해져 양봉 농가가 지역을 옮기며 밀원을 꾸준히 확보하는 게 어려워졌다.[16] 그린피스 최태영 캠페이너는 지난 1일 열린 '꿀벌집단 폐사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그동안 제주도 1.8배 면적에 해당하는 33ha의 밀원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17]
정부·기업 대책 마련에 나서
정부와 기업이 꿀벌 폐사를 막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지난 11일 양봉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가 출범했다. 협의체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을 비롯해 생산자단체, 전문가, 관계 기관 관련자 25명이 참여한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의 꿀벌 사육현황에 관한 조사 방법이 달라 정책 마련에 필요한 기초 통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협의체는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정밀한 사육현황 조사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꿀벌 보호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기후변화와 '꿀벌응애' 등 병해충 발생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꿀벌 관리 방안도 수립한다.
이밖에 산림청 등과 협업해 단계적으로 밀원수를 확대·조성하는 사업, 사육밀도 관리, 농약·살충제 등이 양봉에 미치는 영향 연구,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 증진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18]
서울시는 올해 '세계 벌의 날'을 맞아 KB국민은행,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 서울숲 공원 꿀벌 정원에 있는 도시양봉장을 재단장했다. 꿀벌 정원은 밀원식물이 어우러진 637㎡의 공간으로 벌호텔(Bee Hotel)과 도시 양봉장으로 구성돼 있다. 도심 속에 꿀벌 서식지를 만들어 꿀벌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조성됐다. 서울시는 꿀벌 정원 유지 관리 등을 위해 KB국민은행, 서울그린트러스트, 어반비즈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19]
▲ 화분매개용 스마트 벌통 ⓒ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은 스마트기술로 화분 매개 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 매개용 스마트벌통'을 개발해 2018년부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벌통은 각종 감지기(센서)를 통해 벌통 내부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한다. 벌통 내부의 온도가 높아지면 환기팬이 작동해 2~3℃ 낮춰 벌의 활동에 적합한 28~32℃, 습도는 60% 내외로 유지한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500ppm까지 낮춘다. 온도가 낮아지는 겨울엔 열선이 작동된다. 또한 감지기로 수집된 온도, 습도 등 환경정보와 벌통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벌의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벌 활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토마토와 딸기 시설재배 농가에 스마트벌통을 적용하자 여름철 비닐온실에서 벌의 활동량은 시간당 평균 9마리에서 14마리로 1.6배 많아졌으며, 겨울철 비닐온실에서는 벌의 생존 기간이 105일에서 173일로 68일이 늘었다. 여름철 토마토는 과일이 맺히는 비율이 15% 높아졌고, 겨울철 딸기는 상품이 되는 과일의 비율이 기존보다 6% 증가했다. 농촌진흥청은 스마트벌통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20]
▲ ‘K-Bee’ 도시 양봉장에서 진행된 벌 키우기 체험 활동 ⓒ KB금융그룹
KB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꿀벌의 생태계 회복을 위해 'K-Be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밀원 숲 조성, 밀원식물 키트 배포, 도시 양봉 등을 추진 중이다. KB금융그룹은 나무 심기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 과 함께 강원도 홍천 지역에 4년에 걸쳐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10만 그루 밀원수를 심는다.
또한 꿀벌 서식지 조성을 위해 도시 양봉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와 함께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꿀벌 약 12만 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K-Bee' 도시 양봉장을 조성했다. 수확한 꿀은 저소득층 가정 등에 지원한다.[21] 프로젝트의 하나로 '벌집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를 발간했다.[22]
▲ 한화 솔라비 하이브 ⓒ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지난해 5월 태양광 전력을 활용한 탄소 저감 벌집인 솔라비 하이브(Solar Beehive)를 공개했다. 벌집 상단에 설치한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벌통 내 온도, 습도, 물과 먹이 현황을 제어하며 벌통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앱으로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또 말벌 같은 천적 출몰을 소리 측정과 분석을 통해 탐지하는 기능도 갖췄다. 말벌이 접근하면 솔라비 하이브의 입구가 꿀벌만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통로로 전환돼 말벌의 침입을 차단한다. 국립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솔라비 하이브에는 약 4만 마리 꿀벌이 살며 교내 실습용 과일나무와 주변 지역 식물의 수분에 도움을 준다. 꿀벌의 생육 및 활동 데이터는 꿀벌 개체 수 관련 연구에 활용된다.[23]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피해 주요 원인으로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꿀벌응애'을 지목했다. 기후변화와 꿀벌 피해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정했다.[24] 양봉 농가는 정부가 농가 탓을 한다며 꿀벌 집단 폐사를 자연재해로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그린피스는 성명서를 통해 "꿀벌응애 피해 규모의 증가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25]
정부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은 부정했지만, 몇 달 뒤에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를 출범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꿀벌 관리 방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26] 매년 꿀벌이 사라지고 있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의견이 엇갈린다.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너무 늦지 않게 가능한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이은서·이수빈 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덧붙이는 글 [1] 양봉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 출범(2023.05.11, 농림축산식품부)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569043&pageIndex=1&repCodeType=&repCode=&startDate=2022-05-14&endDate=2023-05-14&srchWord=%EC%96%91%EB%B4%89&period=year
[2] 월동꿀벌 피해 조기회복 및 재발방지대책 발표(2023.02.22, 축산정책과)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553932
[3] '꿀벌 실종' 재앙 현실화…"벌통에 100억 썼다" 농가 비명(2023.05.09,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1018
[4] 지자체, 생산자 단체와 협력하여 일시적 화분 매개용 꿀벌 수급 불균형 적극 해소(2023.02.27, 농림축산식품부)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554718
[5] 2023년 3월 13일 참외하우스 연결형 꿀벌수정 시연회(2023.03.15, 성주시)
[6] 양봉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 출범(2023.05.11, 농림축산식품부)
[7] 2022년 꿀벌질병 진단실적 보고(2023.01.19, 동식물위생연구부)
http://www.qia.go.kr/viewwebQiaCom.do?id=58306&type=79_1hbedp
[8] 2022년 꿀벌질병 진단실적 보고(2023.01.19, 동식물위생연구부)
http://www.qia.go.kr/viewwebQiaCom.do?id=58306&type=79_1hbedp
[9] 서울 공원·가로수·궁궐 일대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 보고서(2022.07.21, 서울환경연합)
[10] Neonicotinoids(EU)
[11] 서울 공원·가로수·궁궐 일대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 보고서(2022.07.21, 서울환경연합)
[12] 서울 공원·가로수·궁궐 일대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 보고서(2022.07.21, 서울환경연합)
[13] 2022년 꿀벌질병 진단실적 보고(2023.01.19, 동식물위생연구부)
http://www.qia.go.kr/viewwebQiaCom.do?id=58306&type=79_1hbedp
[14] 밀원수 연구 현황 및 앞으로의 연구 방향(2016.10, 한국양봉학회)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135185
[15] 꿀농사 풍년 만들어줄 아까시나무 만기개화 품종 개발 돌입(2021.06.18, 국립산림과학원)
[16] 밀원수 연구 현황 및 앞으로의 연구 방향(2016.10, 한국양봉학회)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135185
[17] 꿀벌집단 폐사 대책 마련 위한 국회 토론회 결과(2023.05.03, 한국양봉협회)
https://www.korapis.or.kr/jsp/sub6-4_01.jsp?no=6894
[18] 양봉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 출범(2023.05.11, 농림축산식품부)
[19] 5월20일은 '세계 벌의 날'…서울시, 서울숲에 '꿀벌호텔' 새단장(2023.05.12, 뉴스1)
https://www.news1.kr/articles/5044073
[20] 화분 매개벌 생존 기간 늘리고 농가 소득 키우는 ‘스마트벌통’(2023.02.16, 농촌진흥청)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552926
[21] 사라져 가는 꿀벌이 다시 날아 오르길, KB금융 ‘K-Bee 프로젝트’ 추진(2022.05.18, KB금융그룹)
https://www.kbfg.com/Kor/pr/press/2022_19.htm
[22] KB금융,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한 ‘K-Be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벌집군집붕괴현상(CCD),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 발간(2022.05.22, KB금융그룹)
https://www.kbfg.com/Kor/pr/press/2022_20.htm
[23] 한화그룹, 국내 최초로 태양광으로 꿀벌 지킨다(2022.05.19, 한화그룹)
[24] 월동꿀벌 피해 조기회복 및 재발방지대책 발표(2023.02.22, 축산정책과)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553932
[25] “사라진 꿀벌 돌려달라”… 집중방제론 역부족이라는 농가 ‘부글부글’ 이유는(2023.03.12,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policy/policy_sub/2023/03/12/DZUBMLZFEJBEJOH4HMXBRWFO3Q/
[26] 양봉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 ‘지속가능한 양봉산업 협의체’ 출범(2023.05.11, 농림축산식품부)
연료·식량 보급 NO…‘자급자족형’ 유람선 뜬다
태양광·풍력으로 전기동력 자체 생산
선내에 텃밭과 담수화 시설도 갖춰
미국 스타트업 소버린십이 개발 중인 요트인 ‘스핑크스40’의 항해 상상도. 이 배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를 탑재하고, 텃밭과 담수화 장치도 갖춰 탑승객의 장기 거주가 가능하도록 고안되고 있다. 소버린십 제공
미국 스타트업 소버린십이 개발 중인 요트인 ‘스핑크스40’의 항해 상상도. 이 배는 태
연료나 식량 걱정 없이 장기간 바다에서 항해할 수 있는 신개념 요트가 개발됐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선내에 필요한 전력을 만들고, 배 안에 마련된 밭에서 작물도 기를 수 있다. 바다 위 요트를 주택에 준하는 거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과학전문지 인셉티브 마인드 등은 최근 미국 스타트업 ‘소버린십’이 바다 위에서 탑승객이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고안된 길이 12m짜리 쌍동선(똑같이 생긴 선박 동체를 좌우로 나란히 배치해 갑판을 얹은 배)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핑크스40’으로 이름 붙여진 이 배의 가장 큰 특징은 동력을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보급받을 필요가 없고, 식량도 최대한 배 위에서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스핑크스40의 동력은 전기다. 전기는 선체 지붕에 올린 태양광 전지판에서 얻는다. 햇빛이 없을 때는 풍력 발전기를 선체에 세워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배의 스크루를 회전시키는 데 쓸 전력이 모자란 상황이 되면 범선에서 사용하는 ‘돛’을 전개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름이 필요한 엔진을 쓰지 않고 추진력을 얻도록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이 배는 항해를 하다 모자란 기름을 채우기 위해 항구로 방향을 돌릴 일도 없다. 친환경적이면서 동시에 장기간 항해를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스핑크스40의 최고 속도는 시속 12.6㎞라고 소버린십은 밝혔다.
식량과 물도 배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다. 배의 내부 공간은 47㎡인데, 이 가운데 9㎡가 채소를 키우는 텃밭이다. 바다에서는 출항 때 가져간 육류 외에 물고기를 잡아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지만,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영양소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문제를 ‘초소형 농장’을 통해 해결한 셈이다.
이 배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퇴비로 바꾸는 시설도 갖췄다. 마시거나 씻을 물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기기에서 얻는다.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도 있다.
스핑크스40에는 최대 10명이 머무를 수 있다. 식당과 거실, 사무공간이 갖춰져 있다. 텔레비전과 같은 편의장비도 실렸다.
소버린십은 설명자료를 통해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는 엔진을 쓰는 배보다 동력 기기가 덜 복잡하다”며 “선박의 유지·보수가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핑크스40의 가격은 42만 달러(5억6000만원)로 정해질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RE100 건너 뛰고 CF100 외치는 블랙 코미디
CF100은 ‘Carbon Free 100%’의 약칭으로 무탄소에너지만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무탄소에너지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과 청정수소, 탄소 포집·저장(CCS)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처럼 재생 가능한 천연에너지만을 100% 사용하자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과 다르다. RE100은 원전이나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캠페인의 국제적 명칭은 ‘24/7 Carbon-Free Energy(CFE)’다. 일주일 24시간 내내 중단없이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CF100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다. 작명부터 RE100의 대항마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17일 국내 기업들과 함께 ‘CFE 포럼’을 구성했다고 밝힌 산업통상자원부는 CF100으로 RE100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100% 무탄소 전력 사용을 처음 선언한 것은 구글이다. 구글은 2018년 발표를 통해 “2017년 연간 전기 소비량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와 일치시킨 최초의 회사가 되었다”며, 다음 목표는 1년 내내 무탄소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RE100을 2017년 달성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24시간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100% 무탄소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것이다. 구글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체 사용량의 2배다.
RE100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CFE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RE100은 실제 전력 사용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못할 경우,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나 녹색프리미엄 등을 구매해 상쇄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열어 놓았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돈을 주고 사는 탄소배출권 같은 개념이고, 녹색프리미엄은 기존에 내던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투자용 요금을 별도로 내는 것이다. 기업의 부담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전기 소비량의 100%를 재생가능에너지와 일치”시켰다는 구글의 발표는 이런 대체 수단을 활용했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사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무탄소에너지로 폭을 넓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게 구글의 목표다.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에너지 등은 구글의 제안을 기초로 2021년 4월 ‘무탄소에너지 콤팩트’를 출범했으며, 현재 11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RE100에는 407개 기업이 가입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산업부가 CFE 포럼 출범을 발표하기 며칠 전에 유럽 기업의 RE100 준수 요구로 인해 한국 기업의 수출(납품)이 취소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마침내 ‘기후 무역장벽’이라는 성난 얼굴로 나타난 RE100의 예고된 습격에 맞서, 뒤늦게 국제 표준을 바꾸겠다고 나선 한국 정부의 만용이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한다. 설령 CF100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유럽연합의 기업들이 RE100을 포기할까? 한편의 씁쓸한 블랙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독수리 충돌' 1,100억 전투기 손상 심각…폐기 검토
지난해 1월, 공군 F-35A 전투기가 독수리와 충돌한 뒤에 동체 착륙했었죠. 그런데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다르게, 전투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엔진뿐 아니라 주요 부품들도 크게 손상돼서 공군은 전투기를 폐기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자>지난해 1월 4일, 청주기지를 이륙한 F-35A 스텔스 전투기는 비행 중 대형 독수리와 충돌했습니다. 독수리는 공기 흡입구로 빨려 들어갔는데, 이후 전투기의 항공 전자장비들이 작동을 멈췄고, 이착륙 때 바퀴와 제동 역할을 하는 랜딩 기어도 먹통이 됐습니다.
F-35A는 서산기지 활주로에 랜딩 기어 없이 동체착륙 했는데 당시 공군은 기체 손상이 미미하다고 밝혔습니다.
[신옥철/전 공군참모차장 (지난해 1월 5일) : 동체착륙을 하다 보니까 동체 하부에 일부 손상은 있었고, 항공기 내부의 어떤 손상 여부는 현재 지금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SBS에 "정밀조사 결과, 동체착륙 충격에 앞뒤와 날개의 동체, 항공기의 뼈대인 기골, 그리고 엔진이 심하게 뒤틀렸다"고 말했습니다. 동체와 기골의 뒤틀림으로 엔진뿐 아니라 주요 부품들의 손상도 큰 걸로 알려졌습니다.
공군은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파손과 수리 관련 자료들을 받고 있는데, 수리에 드는 비용이 전투기 가격 1천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체 책임도, 보험 가입도 없는 사고라 우리 군이 전액을 부담해야 합니다.
수리 후 잔존 수명을 따졌을 때 실익이 크지 않아 공군은 폐기하거나 교육 보조재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출처 : SBS 뉴스
백령공항 '롤모델' 울릉공항 등 공항 '지방분권' 확산
대구경북신공항·울릉공항 염두 운영권 확보 용역 착수
백령공항 이어 지자체 공항 운영 참여 분위기 만들까
잇따른 지방공항 적자 해소 기대...지방분권에 맞닿아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2027년 개항이 목표인 백령공항 건설과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을 지속해서 밝히면서, 경상북도 또한 같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울릉공항 운영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상북도는 이달 중 ‘경상북도 공항 운영권 참여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착수했다. 백령공항을 타산지석 삼아 공항 분야에 지방분권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구경북신공항 조감도.(사진제공 대구시)
경북은 올해 6월 중 ‘경상북도 공항 운영권 참여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용역 기간은 올해 12월까지 약 6개월로 사업비는 2억원이다.
용역 내용은 울릉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 개항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가 공항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세부 추진전략을 마련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지방정부의 공항 거버넌스 참여 국내․외 사례 분석 ▲경북도 공항 운영 구상과 목표 설정 ▲경북도 공항 운영권 참여 단계별 추진계획 수립 ▲공항운영 참여 모델 개발과 중장기 계획 제시 ▲경북도 공항 운영권 참여(공항경제권 개발) 시범 사업(안) 구상 ▲민·관·학·연 거버넌스 구성·운영 등이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인천시를 비롯한 국내 시·도 17개 항공관련 부서에 용역 제안서 평가위원을 모집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속속 들어서는 지방공항 적자 걱정... 지자체 이양 부각
현재 대구경북 생활권에서 울릉공항은 2025년, 대구경북신공항은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울릉공항은 섬 주민의 이동권과 관광객 편의성 확보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은 현재 대구공항의 포화를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잇따라 생기는 지방공항은 운영하기 위해선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공항 15개 가운데 인천공항과 김포·제주·김해공항 등을 제외하면 현재도 대부분 적자다. 소형공항 중에선 그나마 대구공항만이 지난 2016년 흑자로 돌아섰다.
국내 곳곳에서 정부가 신규로 추진 중인 공항 건설사업과 기존 공항 숫자를 합치면 20개가 넘는다. 기존 공항도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는 모든 공항을 운영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이에 맞춰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국토부에 백령공항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지속해서 전달했다. 이를 위해 백령공항 주변지역 발전전략 수립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의 백령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에 이런 내용을 담는 게 목표다.
백령공항 사업 대상지인 솔개지구 일원. 왼쪽 백령호와 맞닿은 평원이 백령공항 건설사업 대상지다.
공항 운영방안 국토부 입장 변화 감지...백령공항 최초될까
인천시 움직임에 점차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자 경북도 또한 공항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국토부도 변화하는 조짐이 감지된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일본 국토교통성과 ‘한·일 항공협력회의’를 개최하고, 공항 건설·운영에 지자체와 민간이 참여하는 방안을 공유하기로 했다.
열도로 이뤄진 일본은 섬이 많은 만큼 공항도 175개로 많다. 따라서 공항의 규모에 따라 3종으로 분류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운영하는 모습을 띄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없는 사례다.
백령공항 주변지역 개발 기본계획(안)
인천시 항공과 관계자는 “경북도로부터 공항 운영권 참여 용역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백령공항 운영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토부의 백령공항 건설 기본계획에 인천시가 운영권을 확보하는 구상을 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걷기 좋은 부산’ 무색한 산복도로 ‘골병’ 보행권
높고 좁은 계단에 이동마저 위험
지자체 정비 예산은 턱없이 부족
상습 고장 모노레일은 철거 수순
행정 구호 걸맞은 환경 마련 시급
22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산복도로 인근 마을에서 주민들이 너비가 좁고 단이 높은 계단을 힘겹게 내려오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역사성이 담긴 열악한 산복도로의 보행권을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좁고 가파른 계단길이 산복도로의 정체성이지만, 지나치게 걷기 어려운 길은 장기간 주민의 희생을 요구해 왔고 ‘걷기 좋은 도시 부산’이라는 정책과도 맞지 않아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2일 오후 부산 동구 도시철도 1호선 좌천역에서 멀지 않은 증산로 146개 계단 앞. 아래쪽에서 바라본 계단 위쪽 끝은 까마득하게 높다. 촘촘히 박힌 계단 146개를 다 오르는 데 웬만한 성인도 족히 2~3분 정도는 걸린다. 노약자라면 몇 배는 더 걸릴 정도.
단순히 계단이 많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계단 너비는 30cm가 되지 않는다. 부식돼 떨어져 나간 곳의 너비는 20cm 남짓에 불과했다. 웬만한 성인 여자도 겨우 한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해 자칫하면 발을 헛디디기 십상이다. 이날 때마침 비까지 내렸다.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노모를 부축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이 지역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주민들은 수십 년간 위태로운 길을 인내하며 오른 셈이다.
증산로 146개 계단은 올해 동구청의 계단 정비 사업 대상이다. 하지만 75만 원짜리 소규모 공사여서 일부 파손된 부분을 시멘트로 메우는 수준이다. 더욱이 산복도로 곳곳엔 146개 계단처럼 불편하고 위태로운 길이 퍼져 있지만,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된 상태다. 대부분 지자체가 필요한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계단 정비를 하는 수준이어서 '걷기 힘든 산복도로'라는 오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동구청 관계자는 “주민 만족도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게 계단 정비 사업이지만, 국·시비 지원을 받기 가장 어려운 분야”라며 “우선순위에서 다른 사업에 밀릴 경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이어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복도로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했던 모노레일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동구청은 현재 초량 168계단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철거하고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노레일은 2016년 5월 운행을 시작할 당시 지역 주민의 이동을 도우면서 관광 상품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 4차례, 2021년 6차례, 2022년 4차례 운행이 정지되는 등 자주 고장을 내다 급기야 지난 3월 11일 고장으로 운행이 멈춘 뒤에는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운행 부적합 판정까지 받아 사실상 철거가 결정된 상황이다. 동구청은 모노레일을 경사형 엘리베이터로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산복도로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 2개가 운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산복도로 보행 환경 개선과 이동권 확보에 체계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차량 이동이 제한적인 지역인 만큼 보행 환경 개선은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지만, 자칫 무분별한 정비 사업이 역사성을 간직한 산복도로의 매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원규 박사는 산복도로 이동권 확보와 관련해 “기존 지자체 예산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외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심지 않은 나무
길에서 접하는 모든 건 업무와 연결된다. 바닥의 재료와 색도 그렇지만 길의 폭과 방향과 경사와 연결, 길 좌우로 접하는 공간과 담장의 높이나 재질까지. 길에서 느끼는 감흥은 공원에도 똑같이 대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삭막한 도시의 길에서 만나는 초록 식물은 각별하다. 공원에서는 주연배우지만 길에선 사람과 차의 통행에 밀려 조연급으로 업신여겨지기에. 척척 심겨져 시원한 그늘을 주는 가로수도, 아기자기한 관목과 꽃으로 구성된 가로정원도, 벽과 담을 타고 오르는 덩굴의 초록빛도 길과 한껏 어울린다. 지금 거리엔 마로니에와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꽃의 짙은 흰 향기가 넘친다.
길에서 사람이 심지 않는 나무를 만나는 건 더 특별하다. 집 앞 빌딩 모퉁이에는 느릅나무 두 그루가 4년째 사는데, 아무도 심지 않은 녀석들은 빌딩주의 암묵적 허락하에 서서히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인근 관광안내소 좌우로도 느릅나무가 터를 잡았는데 올봄 오른쪽 녀석은 톱질을 당했다. 눈에 띄는 자리였기에 예상했건만, 아직도 버티며 재기를 노린다. 동네 카페 앞에 뿌리 내린 뽕나무가 생존하는 건 손님께 사랑받는 맵시와 서늘한 그늘 덕.
쓰임새 외로 좀체 곁을 주지 않는 길에서 심지 않은 나무가 살아남는 비결은 위치 선점과 순발력, 강인함과 멋이다.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벽이나 모서리에 잘 붙어야 하는데 너무 커지면 도리어 잘릴 수 있어 안심은 금물. 싹이 트면 재빨리 형태를 갖추는 순발력도 필요하고, 비료나 물은 언감생심이니 홀로 강인하게 커야 한다. 잎은 깔끔해야 하고 수형은 맵시 있어야 하며 벌레도 금기다. 느릅나무는 맵시 있는 수형과 귀여운 잎이, 뽕나무는 노릇한 가지와 말끔한 잎이 매력적이다. 오동나무나 가죽나무가 외면받은 건 큰 낙엽과 지저분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렇듯 도시와 길에서 만나는 심지 않은 나무의 삶은 이방인처럼 신산하다. 너그러움 가득한 포용성 있는 도시가 결국 지속 가능할 터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국민
산림청, 개정 '산림자원법 시행령' 시행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산림조림계획에 조림기술과 이력 관리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하고 산림경영지도원의 자격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산림자원법 시행령'이 시행된다.
산림청은 산림조림계획 수립, 산림경영지도원 자격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다음달 11일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개정·시행된 산림자원법 시행령은 산림조림계획에 조림기술과 이력 관리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계획을 수립·변경하려는 경우, 관계기관의 장의 의견을 듣도록했다. 또 학교의 종류에 관계없이 고등학교에서 임업 또는 조경 분야의 학과를 졸업하면 산림경영지도원 자격을 인정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벌채 제한지역 중 산사태위험지역을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고시한 지역으로 명확하게 해 벌채 제한 여부를 확인하기 쉽게 했다. 자세한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자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산림조림계획 수립을 통해 체계적인 조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아울러 산림경영지도원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벌채 제한지역을 개선해 질 높은 산림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5200억원의 가치…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대구·경북에 위치한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23번째 국립공원이다. 정부는 이번 국립공원 승격으로 팔공산의 경제적 가치가 2754억원에서 523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환경부는 23일 '제138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대구와 경북에 걸쳐있는 팔공산은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43년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무등산, 박근혜정부에서 태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후 7년만의 국립공원 지정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총 23개로 늘어났다.
환경부 측은 "2021~2022년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의 타당성 조사 결과 기존 22개 국립공원과 비교 시 야생생물 서식 현황은 8위, 자연경관 자원은 7위 문화자원은 2위 수준"이라며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지역사회 찬성여론도 2019년 72%에서 올해 5월 84%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팔공산은 국보 2점과 보물 25점 등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고 남쪽 봉우리 해발 850m(미터) 관봉 아래 있는 갓바위는 바위의 갓이 대학의 박사모처럼 보여 '수능 기도 명당'으로 유명하다. 정부는 앞으로 팔공산 훼손 지역의 복원 문화유산지구 정비사업 등을 통해 우수한 자원·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또 노후화된 공원시설 전면 개선을 통해 탐방객에게 높은 수준의 생태·탐방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으로 생겨난 경제적 가치는 5233억원으로 추산됐다. 앞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태백산 사례를 비춰 보면 탐방객은 28% 증가하고 보전이용 가치가 도립공원 기준 2754억원에서 1.9배 증가할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달 관보게시를 통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절차를 마무리하고 보전·이용가치에 대한 탐방객 지불의사금액(WTP) 조사 및 비교분석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대구·경북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새로운 국립공원을 선사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팔공산의 국립공원 지정을 통해 체계적인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지역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공원관리의 본보기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서울대 명예교수 "환경 생태계에 ‘비가역적(非可逆的)’인 피해 우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기후변화만큼 위험…피폭 연구 0.03% 불과"
방사능 전문가, 삼중수소 연구 70만건 분석…포유류 영향연구 전무
그린피스 "도쿄전력·IAEA 환경평가, 국제법 요구 반영안돼" 지적
티모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과 교수가 24일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방사성 수소(삼중수소) 노출의 생물학적 결과 포괄적 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인체 내부에서 피폭이 가능한 '방사성 물질' 삼중수소에 대한 연구가 사실상 전무해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인간 등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방사능 오염 분야 전문가인 티모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과 교수는 27일 논문 '방사성 수소(삼중수소) 노출의 생물학적 결과 포괄적 조사'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티모시 교수 연구는 지난 70년간 삼중수소와 관련한 연구 70만건을 분석했다. 이중 약 0.03%인 250건에만 삼중수소가 인체 등 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 내용 중 포유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었다.
인체에 발생할 수 있는 암 등 질병과 연관된 연구는 실험용 쥐를 이용한 14건 연구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구 소련 당시 러시아가 원자력 발전이나 핵실험을 하면서 주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1970~1980년대의 구식 연구라는 게 티모시 교수 분석이다.
티모시 교수는 삼중수사가 체외에서 배출이 빠르고,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짧아 생물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베타 방사선'이 체내 피폭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티모시 교수는 이 때문에 피부보다는 흡입이나 섭취 등으로 피폭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후쿠시마 원전 가까이 갈 경우보다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했을 때 어패류를 통해 인류가 섭취하게 될 삼중수소가 혈액을 통해 체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티모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박테리아부터 인류까지 어떤 영향을 줄 지 현대적 과학기법을 통해 충분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유엔과학위원회(UNSCEAR)도 유사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티모시 교수의 이런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분야 상위 10% 저널인 '종합환경과학'에 출판 전 공개(프리 프린트)된 상태로, 학술지 차원의 면밀한 검증이 이뤄진 뒤 올해 상반기 중 게재될 전망이다.
티모시 교수는 체르노빌 등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방사능 물질이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현재도 체르노빌에 머물며 연구를 수행 중이다. 그는 앞서 한일간 WTO 수산물 분쟁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자문역을 맡은 바 있다.
티모시 교수 발표에 대해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앞서 일본정부와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운영 중인) 도쿄전력은 삼중수소가 안전하다고 일본 국민에게 '프로파간다'(선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부터 원전과 방사능 물질에 대해 추적 연구한 숀 위원은 앞서 아베 전 일본총리를 향해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직접 마셔보라'고 지적해 유명세를 얻은 바 있다.
숀 위원은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진행한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는 국제해양법이 요구하는 구체적 사항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포괄적인 생물학적 영향 평가가 없이 (방류 오염수가) 해양 환경과 생물에 미치는 효과가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결여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은 앞서 IAEA가 4월 초 발표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중간보고서를 비판한 것이다. 당시 IAEA는 11개국 전문가 15명을 일본에 파견해 방류 계획 및 방사능 물질 모니터링 방법 등에 대해 살폈다.
숀 위원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 생존과 비교하면서 "영향이 얼마큼 크고 광범위할지 확인이 필요하다. 방류 전에 후쿠시마 지역의 생물종에 대해 독립적으로 더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ace@news1.kr)
도쿄전력이 갖다 준 ‘맑은 물’…‘후쿠시마 한국 홍보단’ 우려
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점검하려 일본을 찾은 정부 시찰단이 2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도쿄전력이나 하청업자가 갖다 준 물 말고 우리가 직접 들어가서 침전수, 침적토, 녹슨 물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는 국내 원자력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이날 아침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원자핵공학과)는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이번 한국 정부의 시찰에 대해) ‘설명회’라고 못 박았다. 시찰도 아니고 검증은 더욱이 아니다”라며 “5박6일 (일정)이지만 앞뒤를 빼면 거의 하루 이틀 정도밖에 안 된다. 그 시간에 시찰이나 검증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2017년 2월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저장해 놓은 저장 탱크들 모습. AP 연합뉴스
정부가 “오염수 시료를 이미 갖고 있고 분석 중”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서 교수는 “이건 그냥 도쿄전력이 하청업자랑 같이 얌전하게 떠온 물”이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이 물이 과연 어떤 물일까? 아마 깨끗한 물일 것”이라며 “도쿄전력이나 하청업자가 갖다 준 물 말고 우리가 직접 들어가서 녹슬어 있는 10년 전의 그걸 찾아 들어가야 한다. 정말 밑에 있는 침전수, 침적토, 녹슨 물. 앞에 있는 깨끗한 탱크 말고 뒤에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시료 채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서 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직접 시료를 채취한 것이 아니라 일본 쪽이 제공한 시료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국가 1급 보안시설인 데다 영업비밀이 있어 들어가지 못했고, 그냥 (일본 정부가) 물 떠오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는 것”이라며 “우리가 믿을 수는 없다. 2015년부터 (오염수) 태평양 방류를 목표로, 일종의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시찰의 핵심... ALPS를 제대로 봐야 하는 이유© 제공: 한국일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22일 도쿄전력 관계자들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시찰 항목을 확인을 위한 기술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외무성을 방문,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의 성능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 서 교수의 생각이다. 다핵종제거설비는 일종의 ‘필터’인데 그동안 처리해야 할 오염수의 양이 너무 많았고, 잔해물 등 찌꺼기가 상당량 쌓이면서 성능저하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필터 기능이 얼마만큼 떨어졌느냐가 관건”이라며 “이게 처리수일까, 오염수일까? 오염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오염수 걱정이 ‘반일몰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는 하루에 100t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이 파괴된 뒤 원전 내부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과 접촉한 지하수·빗물이 매일 이만큼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이 오염수를 원전 주변에 지은 대형 탱크에 담아 놓는다. 일본은 앞으로 이런 탱크를 더 이상 짓지 않을 생각이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에 도착한 한국 시찰단은 바로 이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에 방류하는 시설을 살펴볼 예정이다. 정말 바다에 버려도 되는 수준으로 오염수가 깨끗한지를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시찰단이 일본 방문을 마친 뒤 “오염수 정화 과정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방류는 안 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 보인다. 시찰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런 예상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후쿠시마 원전을 향해 떠난 한국 시찰단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 움직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에서 일본 정부에 이른바 ‘통 큰 양보’를 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한국 시찰단 방문을 허용한 건 여기에 대한 답례의 일환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 방류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매우 어색한 일이 된다. 오염수를 충분히 분석할 기간도, 장비도 없이 시찰단이 일본으로 떠난 데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권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대해 연일 “정치가 과학을 오염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정치’를 염두에 두고 오염수라는 ‘과학’ 문제에 대응하는 건 여권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권의 반대 목소리를 ‘반일몰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건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야권에만 있지 않아서다. 이는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육아카페’에만 접속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육아카페는 엄마들이 평소 육아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다. 회원이 수만명인 경우도 흔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육아카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최근 육아카페에서 엄마들은 오염수 방류 뒤에도 아이들에게 생선이나 해조류 같은 수산물을 계속 먹여도 될지를 두고 절박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정서도 강하다. 여권은 엄마들의 이런 반응도 이른바 ‘반일몰이’ 때문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엄마들이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건 그저 아이들의 먹거리를 지키려는 개인의 신념과 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한번 버리기 시작하면 방류 기간은 최소 30년이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방류 기간이 이번 세기를 넘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오염수가 섞인 바닷물을 마주할 사람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래 세대에게 “이 정도 방사능은 괜찮으니 그냥 먹어라”라고 말할 권리가 우리 중 누구에게 있는지, 그런 권리가 애초 존재하기는 하는지 진지하게 따져 볼 일이다.
경향 이정호 산업부 차장
원자력연구원장 “후쿠시마 오염수 마시면 안된다”
주한규 원장 “앨리슨 교수, 1리터 마셔도 된다? 개인적 돌출 발언”
“후쿠시마 오염수 음용수 기준 62배, 마시면 안돼”
왜 당시에 바로잡지 않았느냐 “잘못했다고 생각”
“앨리슨 선전선동 열흘만에 바로잡는건 무능의 극치”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해 논란을 낳은 것과 관련해 당시 기자간담회를 공동주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원장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면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왜 문제가 된 뒤 열흘이나 지나고서야 해명을 하느냐는 지적에 이 원장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대표적인 친원전 학자로 평가받는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24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이 이 기자간담회를 열게 된 경위와 국내 초청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밝혔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를 거친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고 발언했다. 기자간담회 제목은 “웨이드 앨리슨 교수 기자간담회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_ 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이며 공동주최자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원자력학회로 나온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간담회에서 “원자력 연구원의 임무 중에 … 원자력의 에너지 이용을 촉진해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원자력에 대한 오해를 줄여나가는 그러한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저희 연구원 일 중에 (하나여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웨이드 앨리슨 교수 관련해서 초청한 것은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초청은 연구원이 아니라 다른 사단법인에서 했다고 했다. 주 원장은 “우리 연구원이 초청한 게 아니고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 네트워크’라는 곳에서 초청을 주관했는데, 이곳은 웨이드 앨리슨이 쓴 책 ‘방사선과 이성’이라는 책을 번역한 곳으로 논의하다가 원자력학회의 봄 학술대회에서 기조발언 특별강연을 하도록 하기로 해서 요청을 해서 (국내에) 와 있었는데, 우리는 이분이 원자력의 필요성, 원자력에 대한 오해에 대한 책도 많이 쓰고 발언도 많이 해서 이분의 의견을 넓게 듣는 차원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면서 “초청 비용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주 원장은 “후쿠시마 발언은 돌출된 발언이고, 전혀 미리 계획된 바 없음을 미리 밝혀드린다”고 말했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친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가 있으면 바로 마시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KBS 뉴스 영상 갈무리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간담회에서 1리터의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는 발언이 나왔을 때 연구원에서 바로잡았느냐, 1리터의 오염수를 마셔도 된다고 한 발언은 의도와 다르게 발언했다고 했는데, 그럼 바로잡기 위해 연구원이 국민에 설명했느냐. 지금 이 자리에서 설명할 수 있느냐’라고 하자 주 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면 안 된다고 답했다.
주 원장은 “발언이 교수의 개인적 발언이었고, 공식적인 입장은 ‘오염수는 마시면 안 된다’, ‘음용수 기준을 훨씬 넘기 때문에 마시면 안 된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영국 교수는 개인적 의견이고, 오염수 마시면 안된다가 입장이죠. 보도자료 냈느냐”고 했고, 김영주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던가 입장을 밝혀야죠”라고 따졌다. 이에 주한규 원장은 “그럼 그렇게 저희 공식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답했고, ‘보도자료를 내라’고 하자 주 원장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24일 오전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마실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 마시면 안 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같은 당의 고민정 의원도 “이번 보도자료를 낸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을 낼 것이냐”고 하자 주한규 원장은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평균 62만 베크렐/리터인데, 음용수 기준이 1만베크렐/리터이다”라며 “그러니까 음용을 하면, 상시 음용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고 의원이 앨리슨 교수 발언이 있던 때가 열흘 전인데, 왜 오늘 국회에서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이를 인지 하지 못했느냐, 왜 당시에 바로 대응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주한규 원장은 “미리 조치 안 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에 보고했느냐’는 질의에 주 원장은 “그런 적 없다. 보고 안했다”고 해명했다. 고 의원은 “대통령실 홍보수석, 대변인실, 원자력연구원 대변인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상식”이라며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사실에 대해 호도되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안한 것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선전선동 여러 차례 말씀하는데, 앨리슨 교수가 말한 선전선동에 대해 방관하시는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미국서 실패한 소형모듈원전, 한국선 과대광고…울진군 추진 말아야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전 발전소 조감도. 뉴스케일파워 제공
M.V. 라마나 |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 석광훈 |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이달 초 경북 울진군은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6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원전이 전기와 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비현실적이며 수반하는 혜택 없이 막대한 비용만 지출하고, 사고의 위험도 높다.
이 원자로는 2000년 미국 에너지부가 추진한 35㎿ 용량의 다용도 소형 경수로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 설계는 이후 40㎿(2009년), 45㎿(2010년), 50㎿(2016년)로 여러 차례 변경됐다. 뉴스케일은 지난 2018년 미국 아이다호주와 유타주 지자체들을 상대로 50㎿ 12기(총 600㎿) 규모의 원전을 ‘무탄소 발전 사업’(CFPP, Carbon Free Power Project)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설계 출력을 60㎿로, 다시 77㎿로 늘렸다. 이것은 설계 개념이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용 견적도 크게 늘어났다. 77㎿ 원전 6기의 건설비 견적은 93억 달러로 2018년 견적(42억 달러)의 2.2배에 달하지만 발전 규모는 총 462㎿로 2018년 총 600㎿보다 오히려 23% 줄어들었다.
잦은 설계 변경과 치솟는 비용때문에 이 사업에 참여했던 많은 군소 지방자치단체가 이탈했다. 그 결과 3월 현재, 이 사업에 남은 지자체들의 구매 약정량은 116㎿로 사업에 필요한 최소 구매 약정량(370㎿)에 턱없이 부족하다. 수요가 없다는 것은 뉴스케일의 원전 사업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비용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원자력은 본질적으로 비싸다. 미국에서 건설 중인 보글 원전의 사업비는 건설 초기 140억 달러로 추정했으나 현재 350억 달러로 증가했다.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발전소의 경우 약 30억 유로에서 최소 110억 유로로 늘어났다. 다른 곳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비용도 증가했다. 이제 신규 원전을 건설하려면 수백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이 일반적이고, 거의 모든 사업에서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
둘째, 소형모듈원전(SMR)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는 대형 원전보다 용량(㎿)당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대형 원전이 5배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5배의 콘크리트와 5배의 작업자가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케일의 사업비 견적은 보글 원전 초기 건설단가의 약 2.5배다.
소형모듈원전(SMR)의 개발 과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고 초과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원자력 쇄빙선용 원자로 설계에 기반한 러시아 최초의 소형모듈원전(KLT-40S)은 건조 초기 3년의 시간과 60억 루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3년이 걸렸고 사업비는 370억 루블로 크게 늘어났다. 뉴스케일 사업도 이러한 양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소형 원자로는 원자력과 관련한 모든 일반적 우려처럼 심각한 사고 위험을 수반한다. 소형 원자로를 포함한 모든 원전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사고를 겪을 수 있다. 아주 작은 원자로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인에게 상당한 양의 방사능 피폭이 발생할 수 있다. 울진군에서 짓겠다는 원전 출력 462㎿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출력 460㎿와 비슷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한국에서는 뉴스케일 설계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50㎿ 설계만 설계 인증을 받았으며 그것도 조건부다. 하지만 뉴스케일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20년 이 설계를 포기했다. 지난해 말 인증을 신청한 77㎿ 설계의 경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도전적이거나 중대한 문제” 6개를 확인했으며, 특히 2개는 안전한 운영에 중요한 증기발생기 관련 문제다. 게다가 울진군에서 추진한다는 원전에는 시스템의 복잡성을 증가시켜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수소 생산까지 들어가 있다. 미국 안전규제기관도 원전과 수소생산이 결합할 때 위험성은 깊게 검토한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뉴스케일의 원전은 사고 위험과 재정적 위험을 동반한다. 이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한겨레
매일밤 강남대로 한복판서 지옥도가 펼쳐지는 이유
한 정거장 가는데 30분... 51개 노선 품은 버스전용차로, 지정승강장 제도 등 대책 절실
▲ 버스 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남대로 중앙 버스전용차로 ⓒ 박장식
밤 10시가 넘은 시각의 서울 도로는 한산하다. 앞선 저녁 시간에 꽉 막혔던 곳들도 어지간하면 밤 9시, 10시 후엔 길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따금 사고나 갑작스러운 차량 증가로 정체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평소에 비해 뻥 뚫린 길이 시원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밤 10시 이후엔 한산한 일반차로와 버스가 길게 늘어선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대비된다. 서울 강남대로 이야기다. 이곳은 유독 밤일수록 버스전용차로가 제 기능을 상실하는 이상한 장소가 되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강남대로 버스전용차로의 과밀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아예 밤이면 밤마다 버스가 옴짝달싹도 못 하고 갇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정거장 가는 데 30분도 더 걸려
지난 17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서울 논현역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장 앞 횡단보도. 시원스레 뚫려 쌩쌩 오가는 승용차들 사이로 웬 큼지막한 차 벽이 보인다. 차 벽의 정체는 시내버스다. 강남대로 중앙차로를 오가는 버스들이 다른 버스들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그대로 멈추어 서 있다.
이 차 벽, 생각보다 길다. 위로는 신사역에서부터 시작한 이 버스들의 행렬은 뱅뱅사거리 인근까지 3km 넘게 이어진다. 서울 시내버스부터 시작해 공항버스, 그리고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강남을 오가는 광역버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논현역 정류장 후미에서 10시 5분경 들어온 시내버스를 타봤다. 목적지는 다음 정류장인 강남역 정류장. 거리는 650m 남짓, 걸어서 넉넉잡아 10분이면 간다. 하지만 버스는 정류장을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한다. 논현역 정류장 맨 앞에 버스가 신호대기로 멈춘 시각은 10시 10분이었다.
신호대기 이후 버스가 출발하려고 해도 버스 반 대 정도의 길이밖에 차가 나아가질 못했다. 버스가 300m 남짓 거리의 신논현역사거리까지 가는 시간도 15분 넘게 걸렸다. 승객들은 답답하다. 몇몇은 체념한 듯한 얼굴로, 일부는 우왕좌왕하는 표정으로 버스 안팎을 바라봤다.
버스 기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버스 기사는 "두 정거장 가는 데 한 시간이 족히 걸린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 기사는 "작년부터 이 현상이 점점 심해지더라. 낮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7시에서 8시만 넘어가면 광역버스 타는 사람들이며, 시내버스 타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통에 난리가 난다"라고 말했다.
▲ 강남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위에서 시내버스들이 옴짝달싹도 못한 채 멈추어 서 있다. ⓒ 박장식
교차로 위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신호를 두 번, 세 번 받고도 버스가 나가질 못한다. 그렇게 겨우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37분. 650m 남짓 가는 데 32분이 걸린 셈이었다. 버스에서 겨우 내린 승객들의 얼굴에도, 계속 버스에 남아야 하는 기사의 얼굴에도 피곤함이 가득하다.
전용차로를 가득 메운 버스로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들이다. 늦은 밤마다 교통수단의 기능을 상실하는 버스를 피해 지하철로 향하는 시민들도 늘었지만, 상당수 지역은 버스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해야 한다. 매일 벌어지는 고단한 퇴근길은 적응하려야 적응할 수 없는 불편한 길이 되었다.
버스 정체는 사고 위험으로도 직결된다.
강남대로를 경유하는 어느 노선의 전 구간 평균 운행 시간은 약 3시간 50분이다. 하지만 버스 과밀 현상이 벌어지는 심야시간대에는 약 4시간 30분에서 5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이 노선을 운행하는 업체의 설명이다. 이런 탓에 기사들이 '마지막 운행'을 전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사고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광역버스 탓? 대책 없었던 탓
그렇다면 강남대로 버스 과밀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광역버스가 강남역으로 많이 가서 혹은 광역버스 입석을 다시 금지해서라고들 하지만, 이미 수용량을 초과한 중앙차로에 광역버스는 '혼잡'의 일격을 가한 것에 불과하다.
강남대로는 이미 다른 중앙 버스전용차로에 비해 많은 버스 노선을 품고 있다. 이는 심야·맞춤 버스를 제외한 경유 노선 수의 수치로도 드러난다. 종로 버스전용차로의 종로2가 정류소는 25개의 버스 노선이 경유하고, 도봉로 버스전용차로의 수유역 정류소는 19개의 버스 노선이 경유한다.
강남대로는 어떨까. 강남대로 신분당선 강남역(양재역 방향) 정류장의 경우 무려 51개의 버스 노선을 품고 있다. 강남대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의 비중이 높다고는 해도 이미 다른 전용차로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수의 버스가 오가고 있다.
▲ 강남대로 중앙 버스전용차로에 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 박장식
중요한 것은 강남대로 중앙 버스전용차로의 수용량이다. 강남대로는 추월 차로가 없는 형태의 기본적인 버스전용차로다. 교통 분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따라 수용량이 다르긴 하지만, 이런 버스전용차로에서는 시간당 220대에서 많게는 280대의 버스가 최대 수용 가능하다.
하지만 51개 노선이 모두 10분 배차로 운행한다고 가정해도 이미 시간당 300대가 넘는 버스가 강남대로를 경유한다. 실제 강남대로를 경유하는 상당수 버스의 배차 간격은 이보다 더 짧다.
2022년 이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신분당선과 코로나19다.
2016년 1월 2단계(정자~광교) 구간을 연장 운행하게 된 신분당선으로 인해 수원 광교, 용인 수지에서 강남을 오가던 광역버스가 줄어들면서 강남역의 버스 수용량에 여유가 생겨났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이미 운행하던 시내·광역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버스들의 평균 배차 간격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사이 새로 개통하는 광역·시내버스 노선 수가 늘어났다. 여기에 2022년 들어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서서히 해제되고, 같은 해 하반기 들어 버스 업계가 인력을 충원하고 버스 운행 횟수를 정상화 하기 시작했다.
BRT 라면서 수용량 관리도 승하차 대책도 없어
가장 큰 문제는 '도로 위의 전철'이라고도 불리는 간선급행버스체계, 즉 BRT를 표방하는 강남대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도로 중앙에 줄 긋고 도로 위 전철이라고 우기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탓이다. 수용량 관리도, 승하차를 더욱 편리하게 하기 위한 대책마저도 BRT 개통 이후 19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없었다.
강남대로가 출퇴근 시간이 끝난 이후 정체를 빚는 가장 큰 원인은 버스가 여러 번 멈추는 것이다. 강남대로를 포함해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들은 정류장 맨 뒤에서 승객을 내려 준 중간에서 승객을 한 번 태우고, 횡단보도 앞에서도 승객을 한 번 더 태우고 나서야 출발한다.
결국 정체의 원인이 되는 승하차 지연을 막기 위해서는 강남대로 선상의 정류장에 지정 승차 구역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카메라 등을 활용해 버스가 들어오기 전에 승차 구역을 정해 버스가 중앙차로 위의 정류장에서 단 한 번만 멈춰도 되도록 바꾸는 것이다. 이미 홍대입구·서울역의 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된 바 있는 제도다.
▲ 양화대로 중앙 버스전용차로 선상의 홍대입구역 정류장에는 버스 정차를 위한 플랫폼이 지정되어 있다. 버스들이 잘 지키지는 않는다지만 이 지정 승차 제도를 강남대로에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 박장식
세종 BRT, 고양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는 혼잡한 정류장에 노선에 따라 지정 승차 구역을 정해두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승강장 앞쪽에서는 일반 버스를, 뒤쪽에서는 광역버스만을 타게 하는 방식으로 느슨한 분리를 하고 있지만, 승하차 지연으로 인한 정체를 상당수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남대로 역시 광역버스가 상당수 경유하는 특성상 정류장 진입 전에 정차 구역을 정하는 이러한 지정 승차 구역 제도를 도입하면 좋은데 하지 않아 아쉽다.
수용량 관리에 아쉬운 점은 또 있다. 강남대로 버스전용차로의 경우 일부 버스들은 테헤란로·사평대로와 만난다는 이유로 두 세 개의 정류장만을 경유하기도 한다. 이런 버스들은 무리하게 중앙버스전용차로로 들어오기보다는 가변 차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이미 두 번 겪은 '버스철' 더는 안 돼
강남대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기차처럼 버스가 늘어섰다는 의미의 '버스철'을 겪은 것은 강남대로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처음 개통한 2004년이 처음이었다. 강남대로는 2004년 서울특별시의 시내버스 대개편과 맞물려 서울 전역에 개통한 중앙 버스전용차로 중 하나였지만 유독 버스 과밀 현상이 빚어졌다.
당시 서울특별시의 정책은 간선버스들을 중앙 버스전용차로로 다니게 하고, 지선버스를 바깥 가변차로에 다니게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강남대로에서는 광역버스며 간선버스며 지선버스까지 모든 버스가 중앙 버스전용차로로 들어왔다. 결국 강남대로를 시작으로 개편 논란이 커지며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대시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버스철' 논란은 2014년에도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안전 후속 대책으로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하면서 광역버스 차량 자체가 늘었다. 그런 탓에 중앙차로에 한 번 들어온 버스가 옴짝달싹 못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일부 광역버스를 가변 승강장으로 빼냈다.
벌써 세 번째 벌어지는 이번 논란의 표면적인 이유도 똑같다. 서울의 바깥과 서울을 연결하는 광역버스가 버스전용차로를 막히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9년 전의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시스템의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원인이라는 것을 이미 수용량을 초과한 중앙버스전용차로 위 버스가 말해주고 있다.
단순히 광역버스를 빼내는 데서만 그치면 안 된다. 서울 남부를 비롯한 수도권 남부 일대의 택지 개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곳에서도 강남으로 향하는 버스는 분명히 출발할 것이다. 버스전용차로의 체질 개선을 비롯해 수요 분산을 위한 환승센터 등의 대책이 있어야 '버스철'을 겪지 않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박장식(trainholic)
도시재생 10년, 길을 잃었나① 예산 써서 도시재생 하더니, 끝나자마자 재개발
취재팀이 도시재생사업을 완료한 지역인 광주광역시 양동 어진마을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16일이었다. 꽃과 나무, 동물을 그린 벽화에 빨간 글씨로 철거 표시가 되어 있었다. 담장 너머로는 종이상자, 깨진 세숫대야, 냄비 등 물건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마을을 떠나고 세 집만 남아있었다. 어진마을은 5년에 걸친 도시재생사업을 마무리하자마자 전면 철거를 통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어진마을은 2016년, ‘새뜰마을사업’이라고 불리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36억 5,6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 새뜰마을사업이 마무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6월, 지역주택조합이 설립됐다. 그해 12월부터 전면 철거를 위한 원주민 이주를 시작했다. 5년 동안 예산을 투입해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재개발이 추진된 셈이다. 결국 도시재생에 투입된 시간과 돈은 매몰 비용이 됐다.
전국 560곳에서 도시재생사업 추진…점검이 필요하다
다음 달 4일은 도시재생법 제정 10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560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그중에서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선정된 19곳은 작년에 국비 지원이 종료됐다. 올해는 120곳에서 국비 지원이 끝난다. 이제 도시재생 이후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됐다.
취재팀은 지난해 10월 30일부터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곳을 중심으로 낙후된 주민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집중 취재했다. 도시재생뉴딜사업, 서울형도시재생사업, 새뜰마을사업 등 세 가지 도시재생사업을 모두 취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지난 2월 기준 534곳의 뉴딜 사업지 위치정보를 받았고,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 52곳도 함께 살펴봤다. 재개발과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 위치정보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비와 개발 사업지 2천 곳의 위치정보를 도시재생사업 구상도와 일일이 비교해 사업지가 겹치는 곳을 찾아냈다.
도시재생을 완료한 곳을 전면 철거하고 재개발하는 곳은 광주 어진마을만이 아니었다. 서울과 경기, 광주에서 모두 5개 사업지가 도시재생을 마무리한 뒤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들 사업지를 모두 현장 취재했다. 특히 서울과 광주에 있는 현장 4곳은 주민과 마을활동가, 코디네이터, 재개발추진위원장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두루 만났다.
도시재생사업이 끝나자마자 재개발이 추진되는 이유는 간단했다.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의 낙후된 생활환경을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정비와 개발을 원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국비를 들여 지은 거점시설들은 사업이 끝나자 그냥 방치됐다. 전면 철거를 통한 재개발 과정에서 세입자 주거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의 생활 여건 개선도, 주거 안정도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주거환경 실질적으로 바꿔놓지 못한 새뜰마을사업
다시 광주 양동 어진마을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어진마을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되고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가 많았다. 새뜰마을사업으로 마을에 CCTV가 설치되고 담장이 정비되는 등 안전과 위생이 좋아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거환경이 직접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었다.
▲ 광주 서구 양동 어진마을 벽화에 빨간 글씨로 ‘철거’라고 적혀 있다. 조벼리 기자
▲ 양동 어진마을 주민 노승용 씨의 자택 모습. 조벼리 기자
양동 새뜰마을사업을 총괄한 이봉수 광주도시공사 도시주택연구소장은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주민들 사이에서 아파트 개발 요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동안에도 일부 주민들이 43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 법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한다고 해서 대규모 개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재생사업이 (매몰비용이 된 것은) 안타깝지만, 솔직히 양동은 너무 낙후된 지역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도시가스를 설치했지만, 하수가 골목길로 넘치는 등 상하수도 문제도 심각했다. 차라리 일정 부분 개발해서 깨끗하게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봉수 소장은 동강대학교 건축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양동 새뜰마을사업 총괄코디네이터로 위촉되어 도시재생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그는 2016년 새뜰마을사업 당시 어진마을이 다른 마을보다 도시재생을 하기 좋은 여건이었다고 말했다. 우선 양동시장이라는 배후 상업 지역이 있어 입지가 좋았다. 거점시설 조성, 빈집 정비 등 사업 추진을 위한 토지 매입도 비교적 쉬웠다. 그런데 도시재생이 진행되던 중 지역주택조합이 빈집을 사들였다. 그는 재개발이 추진되어도 착공까지 10년 넘게 걸리거나 중간에 무산되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 투자가 중단되어 도시가 슬럼화되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사정도 완전히 달랐다. 철학원을 운영하던 노승용(57) 씨는 철학원을 하던 건물에서 86세인 어머니와 15년 동안 세입자로 지냈다. 2년마다 사글세 300만 원을 주고 계약을 연장해왔다. 집단 이주가 시작되며 철학원이 문을 닫고 수입도 끊겼다. 양동은 물론 주변에서 민간 개발사업 3개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주변 집값이 올랐다. 갈 곳을 찾지 못해 1년 동안 수도와 가스가 끊긴 상태로 살았다. 지난해 6월 지역주택조합은 소송을 냈고, 법원은 퇴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이럴 거면 벽화 그리고 도시가스 설치는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게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어요. 끝나면 다 부숴버리는데.” 근처에서 1년간 보증금 없이 사글세 200만 원짜리 임시 거처를 구한 승용 씨의 말이다. 이봉수 소장은 “재개발에서 원주민 재정착률이 실제로 10~15%도 안 된다. 원래 살던 사람들은 실은 보상금도 없고 철거하면 끝이다. 임대주택 등으로 주거를 해결하면서 도시재생사업에서 개별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광주 남구 월산동 달뫼마을 한 주택에 ‘철거 예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대선 기자
▲ 정선주 씨 자택으로 3년 동안 배달된 재개발 토지보상 안내문. 조벼리 기자
광주 달뫼마을도 재생사업 끝나자마자 전면 재개발 진행
광주 남구 월산동 달뫼마을도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뒤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7년간 이곳에 사업비 71억 9,500만 원을 들여 ’새뜰마을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부터 1년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문화적 도시재생사업’도 진행했다. 마을에 소방도로를 만들고 CCTV를 설치했다. 고령인 주민들의 생애사를 수집해 책도 출판했다. 청년 마을활동가들과 마을 축제를 열기도 했다.
재개발이 시작된 건 도시재생사업 막바지였던 2021년 12월이다. 민간 개발 시행사인 ㈜비케이산업개발이 달뫼마을 주변 땅 매입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도 시행사 직원이 주민들에게 재개발 동의서를 받고 있다. 광주 남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국비를 들여 사업을 했지만 민간 개발을 막을 수 없다. 새뜰마을사업에 맹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지난해 10월 달뫼마을에서 50년째 살고 있는 정선주(84) 씨를 만났다. 그는 그동안 받은 재개발 토지보상 안내문을 보여줬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9년부터 배달되기 시작한 안내문이라고 선주 씨가 말했다. 그는 “집은 자가여도 평수가 작아 보상금으로 전세도 못 얻는다”고 말했다. 달뫼마을 주민 가운데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취약계층 비율은 34.9%로 3명 중 1명이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지에서도 ‘신통기획’ 재개발 진행
전국에서 재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서울의 상황은 어떨까. 도시재생사업지의 신통기획 추진 현황을 조사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의 신속한 추진을 돕는다는, ‘신속통합기획사업’을 줄인 말이다.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지도 신통기획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한 2021년, 도시재생사업지 가운데 20곳이 신청해 5곳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가리봉동과 상도동, 난곡동, 창신동, 서계동이다.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지의 재개발사업을 허용한 배경에는 ‘도시재생폐지연대’의 역할이 컸다. 도시재생폐지연대는 2021년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지 20곳이 서울시에 신통기획 참여 의사를 밝히며 결성한 단체다. 2020년 공공재개발 공모 당시 서울시는 예산중복을 이유로 도시재생사업지를 배제했다. 이후 창신동, 가리봉동 등 도시재생사업지 20곳이 도시재생폐지연대를 결성해 서울시에 재개발사업 공모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2021년 6월 서울시는 ‘도시재생 재구조화’ 방안을 발표했다. 도시재생사업지도 신통기획 공모를 통한 재개발을 허용했다. 도시재생폐지연대의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가리봉동 등 5곳에는 현재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거나 만드는 중이다. 추진위원회 구성과 승인은 재개발사업 준비 단계에서 추진 단계로 넘어가는 첫 단추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신통기획을 기존의 연 1회 공모 방식에서 연중 신청으로 변경했다. 더 신속한 재개발이 가능해졌고, 다른 도시재생사업지가 추가로 재개발을 추진할 여지도 커졌다.
뉴타운·도시재생·신통기획…반복되는 정비 사업
한국도시연구소가 2018년 발간한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보면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은 2003년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이후 10년 동안 사업이 표류했다. 그동안 개발과 투자가 중단된 채 쇠퇴하다가 2014년 뉴타운이 해제되고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2015년부터 8년간 진행된 도시재생사업도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이미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추진위원회’를 조직했고, 신통기획 후보지 공모에서 선정되면서 재개발 대상이 됐다.
▲ 이른바 ‘벌집’ 등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골목. 김대선 기자
“우리 가리봉은 수레도 못 들어가는 골목이 많아요. 근데 거기다가 무슨 재생을 해요. 우리 집 같은 경우도 1973년에 지은 집이에요. 여기는 정화조도 없는 집들이 많아요. 겉만 멀쩡하게 한다고 도시재생이 되는 게 아니더라고.”
지난 2월 16일 가리봉동 재개발추진위원회 주민 회의에 참석한 김모 씨는 도시재생 주민교육 등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이 소방도로나 정화조 같은 기반시설 개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오현석 가리봉동 재개발추진위원장은 골목이 좁아 6m 소방도로를 내려면 집을 사서 도로를 넓혀야 하는데 현행법상 주택 수리를 할 수 없는 도시재생사업에서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가리봉동이 신통기획 후보지에 선정될 당시 주민 동의율은 60%였다. 오현석 추진위원장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뜻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이든 재개발이든 주민들의 의사로 결정하는 게 맞아요. 위에서 너희는 도시재생, 너희는 재개발, 함부로 정하면 안 돼요. 그래서 저희도 주민 동의율로 하는 거예요.”
재개발 논의에서도 배제된 실제 거주민들
가리봉동은 1980년대에는 구로공단에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고 1990년 이후로는 한·중수교의 영향으로 중국동포가 유입되며 다양한 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구로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리봉동의 외국인 주민 비율은 14.9%이고, 그중 88%가 중국인이나 중국동포다. 옛 구로공단 노동자들과 중국동포들은 ‘벌집’이라 불리는 주거 형태의 쪽방 건물에 살았다. 2018년 도시공간연구소가 발간한 책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보면 가리봉동 주거용도 건축물 중 44.7%는 ‘벌집’이다. 그러나 가리봉동 재개발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주민은 주로 집주인, 모두 한국인이었다.
▲ ‘연변거리’라고 불리는 가리봉시장 앞 거리에는 중국어 간판을 단 상점이 모여 있다. 김대선 기자
2017년 “중국동포 밀집지역 가리봉동의 도시재생”을 연구한 박려정 전 가리봉도시재생코디네이터는 “가리봉에서 월세를 내고 사는 사람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고 이미 공론화된 상황에서 재개발을 반대하기는 어렵다. 집을 가진 중국인들도 재개발 논의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택을 소유해도 (재개발 논의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입자가 아니라 집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월세를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45년째 가리봉동에 살면서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장모 씨는 “가리봉동은 노인들이 다 집세 받고 사는 사람들인데 재개발해서 아파트를 갖더라도 다른 수입이 없다”며 재개발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손경주 창신숭인도시재생조합 상임이사는 지난 2월 취재진을 만나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주민들 사이의 이해관계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벼리 기자
도시재생사업을 완료한 뒤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사정은 더 복잡하다.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창신동은 봉제공장과 주거지가 혼재하는 지역이다. 그렇다 보니 사업을 하는 봉제인들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 근본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다.
“주민 입장에서 봉제 공장이 늘어나면 소음 발생, 집값 하락 등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월세를 내고 공장을 운영하는 봉제상인 입장에서는 창신동이 활성화되면 월세 부담이 걱정이죠.” 손경주 창신숭인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손 이사는 봉제인 부모님 아래서 자라 창신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창신동에 살고 있는 토박이다. 손 이사는 재개발을 포함한 도시재생에서 주민 간의 이해관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존’에서 ‘개발·정비’로 방향 바뀐 도시재생사업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이 ‘공공 주도, 보존 위주’에서 ‘민간 주도, 개발 위주’로 바뀌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원형 보존에 치우쳐 낙후된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토부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전면 철거 재개발을 허용하고 성과 중심으로 사업체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 지난해 7월 국토부가 발표한 “새 정부 도시재생 추진방안”에서 사업 예시로 제시된 서울 강서구 개발계획.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새 정부 도시재생 추진방안”을 보면 도시재생사업에 전면 철거 재개발을 허용하고 민간의 참여를 확대했다.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산하 부서 4곳 중 3곳의 명칭도 ‘재생’에서 ‘정비’로 바꿨다. 기존 사업 488곳을 관리하는 업무에 1기 신도시 재정비, 경제 재생 같은 업무도 추가됐다. 사업 추진방안에는 쇠퇴지역을 복합개발하는 혁신지구 사업, 민간이 사업을 공공에 우선 제안하는 민관협력형 리츠 사업, 주택 정비 기준을 완화하는 특례나 재정 지원 등이 담겼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이 애초에 물리적 정비에 치우친 정비와 재개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는 맥락은 여전히 중요하다. 서울시가 추진한 뉴타운 사업은 도시재생법이 만들어진 직접적인 배경이었다. 서울시는 광역적인 도시 개발을 하기 위해 2005년 ‘뉴타운 사업’으로 불린 ‘재정비촉진지구사업’을 추진했다. 대규모로 진행된 뉴타운 사업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기존 주택 철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저소득층의 생활 공간이 급속히 축소되는 문제를 낳았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6월 4일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즉 ‘도시재생법’이 제정됐다. 물리적 환경개선에 더해 거주자를 고려하는 사회적, 경제적 재생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도시재생 선도사업 13곳을 선정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이를 대폭 확대해 도시재생뉴딜사업 488곳을 선정하고 예산 30조 원을 투입했다.
기존 모습 ‘계승’이냐 ‘박제’냐의 차이
“도시재생사업도 본질적으로 개발행위에 해당되지만 재개발과의 차이는 지역의 기존 모습의 계승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의 혜택이 소득과 경제적 성과로 담보되는 지역뿐 아니라 개발과 정비가 정말 필요한 낙후도시에 돌아갈 수 있도록 공공복리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도시재생분과는 현 정부가 도시재생 추진방향을 바꾼 것을 두고 1990년대 마을만들기 운동 이후 20년간 발전해온 도시에서의 민주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시 개발에서 시민사회의 참여와 지역성 회복 같은 사회적 관계의 가치 회복보다는 건설사와 시행사, 금융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적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존에 진행했던 사업들에 대한 정리와 평가, 개선방안이 먼저 모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한’ 도시재생이라는 목적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 기존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5년 창신동 도시재생사업을 연구한 김지윤 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공동연구원은 공저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에서 “오래된 환경이나 생활환경이 아직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지역의 낙후함과 봉제산업 자체가 관광의 대상이 된다면 도시재생은 과연 이 낙후함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박제화하려는 것인가 의문을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광주 양동 어진마을의 경우처럼 너무 낙후되어 현실적으로 주거여건 개선이 어려운 지역에서 무리하게 보존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도시재생사업이 종료된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전망대에서 본 마을 전경. 조벼리 기자
한국도시연구소가 2018년에 발간한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을 공동집필한 이영아 대구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물리적 개선사업의 핵심은 ‘지역에 필요한 공간을 보완’하고 현재 지역의 ‘전체적인 공간 틀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지지 않으면 도시재생사업 전체의 방향이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물리적인 개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사업에서 필요한 정도의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수립하면 도시재생사업 선정 단계에서 가점을 주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또, 현행 도시재생사업으로는 불가능한 개인 소유 주택 수리를 일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내 빈집이나 노후 주택 등을 수리하여 전세 임대나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의 틀 자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한 곳에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매몰비용과 주민들의 주거 불안정 문제는 반드시 점검이 필요하다. 이미 재개발이 진행되는 5곳의 도시재생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1700억 원이 넘는다. 이미 서울시 신통기획에 선정된 도시재생사업지를 포함하면 매몰비용 규모는 훨씬 커진다. 도시재생사업과 재개발 지역이 완전히 겹치지 않아 투입 예산 모두를 매몰비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예산 낭비와 주민 불편이 발생한 것은 현실이다. 더구나 500곳이 넘는 전국의 재생사업지 가운데 재개발을 추진하는 곳이 앞으로 더 나올 수도 있다. 도시재생법 10년을 맞아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을 꼼꼼하게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뉴스타파 조벼리, 김대선, 박동주
"국민연금 냈을 뿐인데 석탄 투자자됐다... 중단하라"
충남환경운동연합 24일 기자회견 "제한 기준 확정해서 시행해야“
충남환경운동연합은 24일 국민연금 충남 홍성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뿐인데 석탄 투자자가 됐다"며 "국민연금의 석탄발전 투자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충남에는 전국에 58기의 석탄화력 발전소 중 절반에 해당하는 29기가 위치해 있다. 이에 충남은 전국 온실가스 배출량도 1위를 차지한다.
앞서 지난 2021년 국민연금공단의 석탄 관련 산업 투자액이 2020년보다 약 1조6700억원(14억 달러) 늘어나 전 세계 연기금 중 3위를 기록했다는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석탄 관련 기업은 국내 기업과 미국의 전기·가스 공급업체인 듀크에너지, 프랑스전력공사(EDF), 일본의 미쓰비시 등 해외 기업을 포함해 모두 84개에 이른다.
충남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 추세에 맞춰 국민연금도 2021년 5월 28일 탈석탄 선언을 했다"며 "지난해 5월 석탄 투자 제한 기준안에 대한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석탄)투자 제한 기준안에 대한 의결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충남 아산시을·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을 통해 공개된 자료를 인용해 "오히려 국민연금의 석탄관련 자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에 대한 이행을 미루는 사이 오히려 석탄 자산이 증가한 것으로도 드러났다"면서 "국민연금의 석탄발전 분야 투자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최소 5조 5천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석탄 선언 시점(2021년)과 비교해 보면 석탄 발전의 해외 채권과 해외 주식은 각각 45%와 34%로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운용되어야 한다"라며 "국민연금은 즉각 탈석탄 선언을 실현할 구체적 석탄투자 제한 기준을 하루속히 확정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와 미래를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국민연금은 탈석탄을 말로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탈석탄 기금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국민연금은 탈석탄 정책을 이행하고 더 나아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장에 '위 기관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기금운용의 위험관리를 위해 탈석탄을 선언하고도 무려 2년간 정책 이행을 연기하는데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고 적은 후 국민연금에 연기대상을 수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탈석탄 선언 정책 실행을 '연기'한 것을 '연기대상'으로 풍자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충남뿐 아니라 경기도와 전북 전주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로 진행됐다.
오마이뉴스 이재환(fanterm5)
https://www.youtube.com/watch?v=OOmdi6WWGlM
이슈토크 현장플러스 5회_동서고가로 철거 vs 공원화
나무 뿌리째 뽑은 태풍 ‘마와르’… 괌 휩쓸고 북서진
제2호 태풍 ‘마와르’가 24일 괌 투몬만에서 야자수를 옆으로 휘게 만들 만큼 강한 비바람을 몰아치고 있다. AFP통신이 세계 기상 현상을 관측하는 매체 어스언컷TV의 제임스 레이놀즈 트위터에서 발췌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제2호 태풍 ‘마와르’가 괌에서 나무를 부러뜨릴 만큼 강한 비바람을 몰아치고 서북서진하고 있다. 당초 서진에 가까웠던 마와르의 예상 경로는 조금 더 북향으로 틀어졌다.
기상청은 24일 오후 4시 태풍 통보문에서 “마와르가 오후 3시 현재 괌 동북동쪽 약 5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11km로 북북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와르의 중심기압은 935hPa(헥토파스칼), 풍속은 초속 49m(시속 176km)로 측정됐다. 여전히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분류돼 있다.
괌에서 24일 나무가 제2호 태풍 ‘마와르’의 비바람에 휩쓸려 뿌리째 뽑혀 있다. AFP통신이 세계 기상 현상을 관측하는 매체 어스언컷TV의 제임스 레이놀즈 트위터에서 발췌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마와르는 괌에서 야자수를 옆으로 휘게 만들고, 수영장에 파도 같은 물결을 일으킬 만큼 강한 비바람을 뿌렸다. 일본 도쿄‧나고야를 기반으로 세계 기상 현상을 관측하는 어스언컷TV의 영국인 제임스 레이놀즈는 괌에서 뿌리째 뽑힌 나무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마와르의 위력은 아직 완전하게 발휘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마와르가 괌 서북서쪽 약 830km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26일 오후 3시가 되면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중심기압은 910hPa로 내려가고, 풍속은 초속 56m(시속 202km)까지 치솟는다. 중심부에서 930hPa 이하의 기압이 측정되면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분류된다.
기상청은 24일 오후 4시 태풍 통보문에서 “마와르가 오후 3시 현재 괌 동북동쪽 약 5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11km로 북북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 홈페이지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가 제주도에 상륙했던 그해 9월 5일 중심기압은 940hPa, 최대풍속은 초속 47m(시속 167㎞)였다. 마와르는 이미 힌남노의 제주도 상륙 당시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마와르는 현재 필리핀 동쪽 해상을 향해 진출하고 있다. 그 진행 방향이 오는 27일을 전후해 서북서진으로 바뀔 수 있다. 기상청은 마와르가 오는 29일 오후 3시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약 770km 부근 해상까지 다가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때 태풍의 강도는 초강력에서 ‘매우 강’으로 내려갈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부산 금정산에만 있는 '가는동자꽃' 멸종 위기 넘겼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국립생태원 "인공증식 개체 확보, 자연적응 실험 중"
자생지인 금정산에서 피어난 가는동자꽃의 잎. 피침형이며 털이 있다. 2023.05.24.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금정산에서만 자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가는동자꽃'이 인공 증식에 성공, 자연 적응 실험단계로 접어들었다. 국립생태원은 인공증식한 가는동자꽃 50여개채를 지난해 5월 자생지 인근에 시험 이식한 뒤 살아남은 절반의 성장을 관찰하고 있다.
가는동자꽃은 햇볕이 좋은 습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확인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부산 금정산에서만 자생하고 있고 그마저도 사는 곳 3곳 중 2곳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2017년 가는동자꽃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다.
국립생태원의 가는동자꽃 인공 증식 (왼쪽), 개화한 가는동자꽃. 가는동자꽃은 7~9월에 핀다.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은 2020년 10월 부산시로부터 가는동자꽃 종자 100립 채취 허가를 받아 2021년 3월 인공 증식을 시작했다.
박환준 국립생태원 식물팀 전임연구원은 "실험실에서 종자의 발아를 거친 후 온실에서 발아된 개체를 키우면서 증식에 성공하는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초 개체 증식에 성공해 150~200여개체를 보유하게 됐다.
박 연구원은 "자생지가 전국에 하나이고 보존하기 어려운 식물로 알려져 걱정을 했지만 인공 증식 실험을 해보니 성장 조건이 아주 까다로운 식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5월 말 개체 일부인 50여개를 자생지 인근에 시험 이식한 뒤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적응력을 살피고 있다. 박 연구원은 "1년 정도 지난 지금 살아 있는 개체 수는 절반 정도"라며 "다른 멸종위기 생물에 비하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평했다.
"온도와 습도, 햇빛 등을 따져가며 가는동자꽃에 적합한 생육 환경을 찾아 나가고 있다"며 "보유하고 있는 개체로 자생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의 시험 이식도 진행할 계획"이기도 하다.
박 연구원은 "몇 년 간의 적응 실험을 잘 거친다면 자생지가 충분히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는동자꽃 자생지를 처음 발견한 김합수 민간생태연구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생지 답사를 나갔을 때 자생지의 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보여 걱정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물의 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자생지에서 확인되는 가는동자꽃의 개체 수도 전년에 비해 늘어났다"고 밝혔다.
김 연구가는 가는동자꽃의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과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는동자꽃의 특성상 물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자생지 중 물이 쉽게 빠지는 곳은 덜 빠지게끔 해주고 나무 가지치기 등으로 그늘을 없애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이전에는 자생지를 훼손하는 등산객들, 가는동자꽃을 꺾어가는 사람들로 인해 훼손이 심각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앞으로도 이처럼 자연에서의 보존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와 국립생태원은 2019년부터 자생지 근처에 출입 차단 로프, 표지판 등을 설치해 가는동자꽃을 보전하고 주기적으로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
보수적 개발은 있는데, 왜 진보적 개발은 없는가?
대규모 개발 계획 밀어붙이는 국힘의 4기 오세훈 서울시장
박원순 전 시장·문재인 전 대통령은 진보적 공간 정책에 소극적
2009년 환경운동연합이 제안한 한강의 미래. 동부이촌동과 여의도 일대. 최호철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7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잇따라 대규모 개발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 취임한 그 달에 발표한 용산역 정비창 터 개발이 신호탄이었다. 이어서 여의도 서울항 건설, 서울혁신파크 개발, 아파트 35층 제한 폐지, 서울링 건설, 제2세종문화회관 건설, 노들 예술섬 조성 등 사업 발표가 이어졌다.
오 시장, 논란 속 서울항과 경인운하 연결 재추진
발표에는 한강 개발 사업이 여러 건 포함됐다. 한강 개발 사업이 많은 이유는 무엇보다 오 시장의 1기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미완에 그쳤기 때문이다. 세빛둥둥섬은 사실상 좌초했다가 세빛섬으로 다시 태어났고, 서울항 건설이나 경인운하 연결 사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또 역사상 최대 개발 사업으로 꼽혔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부도로 막을 내렸다. 오 시장으로서는 한강에 회한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강을 둘러싼 개발 계획과 관련해 논란도 많다. 가장 논란이 큰 사업은 여의도 서울항 건설과 한강~경인운하 연결 사업이다. 이 두 사업은 짝이다. 유람선이 서해에서 경인운하를 통해 서울로 들어와 서울항에서 사람들을 싣고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1단계로 2024년부터 1천톤급 유람선이 경인운하를 거쳐 서울로 시범운항할 계획이다. 2단계로 타당성 조사와 계획 수립을 거쳐 2026년까지 여의도에 5천톤급 유람선이 댈 수 있는 서울항을 건설한다.
2023년 오세훈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여의도 서울항 조감도. 서울시청 제공
2조7천억원을 투입한 경인운하 사업은 명백히 실패한 사업이다. 2021년 경인아라뱃길공론화위원회는 2012~2019년 물류가 예상의 8.2%, 여객이 예상의 20.2%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래서 물류 기능은 밤에만 운영하고 물류·여객 기능은 향후 폐지까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또 4·5등급에 불과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기도 부천 굴포하수처리장에 고도처리 시설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공론화위원을 지낸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경인운하는 애초 계획대로 시행했지만 망한 사업이다. 오 시장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실패할 사업을 계속 밀어붙인다. 공론화위 조사에서 시민들이 원한 것은 운하가 아니라, 수변의 휴식 공간과 수질·생태 개선이었다. 그렇게 상식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가장 먼저 발표한 사업은 용산역 정비창 터 개발이었다. 이 사업은 오 시장이 첫 번째, 두 번째 임기 때 실패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넓이가 50만㎡에 이르는 용산역 정비창에 상업업무 지구의 최대 용적률인 1500% 이상을 허용해 세계 첨단 기업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서울시가 제시한 용산역 정비창 터 개발 조감도. 서울시청 제공
또 오 시장은 여의도에 제2세종문화회관 건설을 발표했다. 서울 도심권이나 동남권(강남권)에 비해 서남권은 오랫동안 규모 있는 공연시설이 없었다. 다만 이 사업은 오랫동안 영등포구 문래동 터에서 준비됐는데, 서울시가 갑자기 여의도로 바꾸는 바람에 논란이 일어났다. 서남권 시민들을 위해 어느 위치가 더 나은지 반드시 토론해야 한다. 이 밖에 오 시장은 반포대교 밑 잠수교를 보행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마포구 상암동에 관람바퀴인 ‘서울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진보 대안 `한강 재자연화’ 결정 못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네 번째 임기 초기에 쏟아낸 대규모 사업 계획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오 시장이 네 차례 7년 동안 시장직을 맡고 있는데, 박 전 시장은 세 차례 9년 동안 시장직을 맡았다. 박 전 시장에게도 오 시장만큼이나 시간과 기회가 많았다. 특히 오 시장이 발표한 사업들 가운데는 박 전 시장이 사업을 시행했거나 검토했던 일도 적지 않다.
먼저 한강 개발과 관련해 박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될 때부터 환경운동연합에서 강력한 요구를 받았다. 바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에 대한 진보 진영의 대안인 ‘한강 재자연화’였다. 2009년부터 이 문제를 연구한 환경운동연합은 서울 한강 하류에서 하굿둑 노릇을 하는 경기도 김포 신곡보를 철거해 한강을 자연 하천으로 되돌리자고 제안했다. 이러면 한강 수위가 낮아져 넓은 백사장이 드러나고 생물종이 다양해진다. 또 강물이 흘러서 수질이 좋아지고 물놀이, 모래찜질, 물고기잡기, 썰매타기 등 다양한 강 활동이 가능해진다.
2015년 박원순 서울시가 박근혜 정부와 함께 추진한 여의도 통합 선착장의 설계 공모 당선작. 서울시청 제공
애초 박 전 시장은 이 대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 방향은 서울시 한강 관리의 기본 개념이 됐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9년 동안 한강 재자연화 사업 추진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한강 재자연화’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박 전 시장 시절 서울시는 2015년 박근혜 정부와 함께 여의도에 통합 선착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재 오 시장이 추진하는 여의도 서울항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당시 환경단체와 한강시민위원회, 서울시 의회가 모두 반대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 전 시장이 한강 재자연화를 실현하려 했다면, 당연히 정책 중 최우선 순위에 놨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현상유지밖에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용산역 정비창 터는 서울 집값이 폭등하던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안정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2018년 ‘여의도·용산 통개발'이란 실언으로 서울 집값 오름세에 불을 질렀다. 국토교통부는 2년 동안 손대지 못하다가 2020년 이 터를 8천 가구가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결정이었다. 바통은 2021년 다시 오세훈 시장에게 넘어갔다.
프랑스 파리 센 강가에 들어선 사회주택. 최민아 제공
용산역 정비창 터에 공공주택 공급했다면
민주당의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동거한 2017~2020년에 이곳 전체를 100%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했으면 어땠을까? 준주거지역 용적률 500%를 허용하면 평균 전용면적 50㎡의 주택 5만 채 정도를 공급할 수 있다. 5만 채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30만 채의 6분의 1이다. 주택의 크기나 종류, 디자인, 이용자는 수요에 따라 다양화할 수 있다.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 5만 채 정도의 품질 좋은 공공주택을 공급했다면 집값을 안정시키고 공공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뒤집을 수 있었다.
정기황 시시한연구소 대표(건축가)는 “우리 도시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진보 진영의 생각이 없다. 집값 불안정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닌데, 계속 수도권에 신도시와 아파트를 지어대고 있다. 도시 안에서 공공주택을 늘리고 소규모 주거 개선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 100% 사유지인 아파트 단지의 인프라를 정부가 직접 공급해야 한다. 그렇게 도시의 공공성을 높여가야 한다” 고 말했다.
보행교 정책도 마찬가지다. 2017년 박 전 시장 시절 한강시민위원회는 한강대교 개통 100년을 맞아 2개인 한강대교 가운데 하나를 전면 보행교로 전환하자는 혁신적 방안을 제안했다. 한강대교는 역사나 위치, 주변 환경, 노들섬, 디자인 등에서 보행교 전환에 유리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차량 교통에 부담이 된다며 거부했다. 차량 교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행권을 강화하는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대표적인 보행 전용교인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 김규원 선임기자
2년이 지나 2019년 서울시는 갑자기 2개의 한강대교 사이에 고가 형태의 보행교 ‘백년다리’를 놓겠다고 발표했다. 접근이 편리해야 할 보행교를 한강대교 사이에 2층으로 설치하는 황당한 방안이었다. 이 방안은 언론과 시민단체, 시의회 등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사업이었다. 이 밖에 반포대교 밑 잠수교나 천호대교 옆 광진교를 보행 전용 다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박 전 시장은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보행권 강화는 차량에 과도하게 준 도시 공간을 보행자에게 돌려주려는 것이다. 보행자에게 가장 편리한 곳은 지상 공간이고, 보행로는 어느 한 지점이 아니라 주변의 길들과 쉽게 연결돼야 한다. 백년다리는 오히려 보행권에 배치되는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 장애’와 ‘집행 무능’은 박 전 시장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문 전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이던 4대강 보의 처리나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모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전체 16개인 4대강 보의 처리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만 겨우 결정했고, 낙동강과 한강의 11개 보는 검증도 하지 못했다.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발전 정책도 전혀 집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임기 중에 수도권 인구와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이 50%를 넘었고, 전국 출생률이 1 이하로 떨어졌다.
2019년 박원순 서울시가 추진한 한강대교 사이의 `백년다리’. 서울시청 제공
“4대강 보 처리, 시늉만 하고 집행할 의지 없어”
문재인 정부는 왜 이런 중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간사위원을 지낸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총리는 4대강 보 처리를 하는 시늉만 했고 실제로 집행할 의지가 없었다. 민주당도 새로운 사회를 열겠다는 생각이 부족했고, 여전히 개발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낸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는 “4 대강 보 처리에 청와대는 천천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 민주당 안에선 이 문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영남에서 표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 또 행정부 안에서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 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균형발전 정책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당시 청와대의 주요 과제가 아니었다. 남북관계나 집값, 검찰개혁이 우선이었다. 수도권 인구와 출생률이 갈림길에 선 2019년 전후가 좋은 기회였는데 놓쳐버렸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후쿠시마 오염수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발표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대국민 인식조사 설문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사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를 통해 지난 5월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국민 설문을 진행했다고 밝히고, 오염수 방류 찬반의 결과로 반대가 85.4%, 찬성이 10.8%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 지속가능한가
지난 2011년 5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시위자가 배낭에 인형을 매단 채 원전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탈원전을 말하는 사람들을 인사 조처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다. 우리 사회에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얼마나 남아 있나. 원자력발전은 과연 지속가능한 정책인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산업생산은 늘어왔다. 지구촌 사람들의 소비도 확대됐다. 그 과정에서 자원 소비는 지구를 황폐화했다.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있으나 그 경제적·분배적 귀결에 대한 인지는 불충분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의무들을 책임질 준비는 아직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원전 결별’이 주는 의미
지난 4월 15일은 독일의 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당일 최후로 남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게 됐으니 말이다. 당초에 예정됐던 2022년 12월 말의 시점을 몇 달 넘기기는 했으나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탈원전을 결정하면서 계획했던 일정에 거의 맞춰 원전의 가동은 정지됐다. 상대적으로 잘 작동하는 원자력발전소를 유지하던 나라가 원자력발전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원전과 완전한 결별을 실행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원전의 중단을 둘러싸고 독일에서도 사회적으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원전 중단 찬성의견은 원칙적으로 원전은 위험하고 비싸며 사회가 오래전에 원전폐쇄를 결정했으니 이를 이행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었다. 반대의견은 현재 에너지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이고, 가스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에너지전환의 과정이 큰 무리 없이 이뤄질지 더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다. 3기의 마지막 원전은 아주 안정적인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몇 년 더 운영한다고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에너지전환 국면의 몇 년이 문제라면 이 점에서는 원전 연장 사용론자의 논지도 합리성을 가진다. 현재 독일의 경우 원전을 폐쇄하면 석탄으로 가동하는 화력발전을 유지해야 하는데 탄소 배출 측면에서 원전이 석탄가동 화력발전보다는 나은 측면도 존재한다. 다만 독일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것은 이 단기간의 연장 여부였다. 원전의 영구적 폐쇄라는 원칙적 입장에 대해서는 사회의 컨센서스가 존재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핵연료 폐기물의 영구처리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핵폐기물에 대한 해법도 찾지 못하면서 원자력발전을 계속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국가의 정책인가.
에너지전환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잘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는 전환과정을 설계하고 이행시키며 기업과 가계의 개별경제 주체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일정과 가이드를 제시해야 한다. 소득 취약계층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수반한 배려도 제공해야 한다. 전환과정에서는 국가가 해야 하고, 국가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 역할이 있다. 이 또한 큰 규모의 재정지출을 수반한다. 국가가 먼저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고 민간의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장기적 원가 개념을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인 비용 비교에서 원자력발전이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풍력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장기적 원가는 발전의 종류별로 모든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발전소의 설치비용, 가스, 오일, 석탄, 우라늄 등 에너지원의 구매비용, 발전소 유지보수비용, 공해 방지에 들어가는 환경비용 등이 있다. 환경비용에는 핵연료 폐기물 처리 및 리스크 비용도 포함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초기에 설비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 이후에는 유지보수비용 이외에 에너지원 구매와 환경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스, 석탄, 유류 등 화석원료 발전소의 경우 에너지원의 구매와 환경오염비용이 발생한다. 원자력발전의 경우는 핵폐기물의 처리 및 보관이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이후에도 환경비용이 거의 영구적으로 발생한다. 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기간에 발생하는 비용으로 시야를 국한해 문제를 판단하려 한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다. 후대에 큰 환경비용을 떠넘기는 것이다. 때문에 판단은 모든 비용을 포함한 장기적인 원가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적합하다. 따라서 장기적인 에너지전환의 목표를 당연히 그렇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
전환과정의 비용폭발을 통제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에너지믹스(다양한 에너지원 활용)는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치의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비용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질 수 있어서다. 전환과정 초기, 재생에너지 발전에 국가가 과감하게 투자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해야 하지만 동시에 전환과정의 비용관리를 위한 적절한 에너지믹스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스·석탄·원자력 발전의 역할이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에너지전환, 정부 역할은
정부는 국익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향후 택할 에너지전환 관련 기술경로에 집중해 자원을 투자하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향후 수십 년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뤄질 일이다. 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성장을 선도할 신기술이 펼쳐지고 있는데 2차전지, 전기차, 태양열, 수소에너지, 히트 펌프(Heat Pump) 등이다. 이러한 신기술은 동시에 공공교통수단 및 체계, 선박, 항공, 난방체계, 건축 등 다른 산업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 간의 생산력 확대 및 제조원가 절감 경쟁이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산업 분야를 기술적으로 선점하려는 경쟁으로 대체되게 된다. 국가 간의 경쟁력 차이는 국가가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원자력발전이 미래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남게 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거 및 상용건물의 난방체계 혁신이 우리에게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큰 부분이 난방에 사용되기 때문에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지 않을지라도 화석에너지 사용 절감의 규모 측면에서 사회경제적 가치가 크다. 독일의 경우 2024년부터 가스 및 오일 히터의 신규설치는 금지되고 개인주택에서도 지열, 외부공기열, 수열, 바이오 분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하는 난방체계가 의무화된다. 비용은 국가가 상당 부분 지원한다. 취약계층한테는 지원 비중을 더 높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를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가 특히 중요하게 참고해야 하는 대목이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경향
환경평가를 김진태 지사가? 강원특별자치도법 결국 국회 통과
난개발 우려에도 개정안 국회 본회의 가결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6월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중앙정부가 강원도에 환경영향평가 등의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뼈대로 한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강원도는 25일 오후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 통과로 강원특별자치도법은 현재 25개에서 84개로 조문이 늘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환경 부문에서 시·군과 민간사업자가 시행하는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소규모환경영향평가·자연경관영향평가·기후변화영향평가·건강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강원도가 갖게 됐다. 다만, 3년 뒤 권한 이양에 대한 성과평가를 해 존속 여부가 결정된다.
산림 부문에서는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악관광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산림이용진흥지구’ 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도지사가 산림청장 등 관계 행정기관과 협의해 직접 지구를 지정할 수 있으며, 진흥지구 안에서는 쉼터와 전망시설, 수목원뿐 아니라 케이블카와 노면전차, 모노레일 등과 같은 궤도시설도 설치할 수 있게 규제가 완화된다. 또 진흥지구 안에서는 국유림을 제외한 모든 산림에 대해 산지전용·일시사용 허가 권한이 정부에서 강원도로 이양된다.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 해제 권한도 강원지사가 갖는다. 강원지사는 농촌활력촉진지구를 지정할 수 있고 지구 안에서는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무분별한 해제를 막기 위해 4000만㎡ 이내로 총량이 제한되며, 농업진흥지역이 아닌 농지도 40만㎡ 미만은 농지전용허가권이 강원지사에게 이양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접경지역 농·축·수산물을 군 급식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접경지역 군부대가 지방자치단체 ‘먹거리통합지원센터’와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애초 개정안에 담겨 논란이 됐던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지역 내 폐수배출시설 설치 권한과 폐광지역 카지노업 허가 권한을 도지사에게 이양하는 내용 등은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47개 시민환경단체가 꾸린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가 법에 따라 국토환경을 잘 보전할 수 있도록 감시·견제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각 부처의 신중 검토 의견을 묵살하고 법체계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원지사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고 무엇으로 난개발을 견제하고 강원도 환경·산림을 보호할 것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토환경을 인질 삼아 강원도 표를 구걸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금강과 영산강 유역의 38개 시민환경단체들이 '4대강 보 철거'를 위한 정식 기구를 발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대강 보를 가뭄에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환경부가 과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정했던 보 해체 결정을 사실상 폐기처분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 금강과 영산강 유역의 38개 시민환경단체들이 ‘4대강 보 철거’를 위한 정식 기구를 발족했다.
동해 지진 다음은? 7.0 이상 배제할 수 없는 이유
최근 한달 동해 지진 발생 61회... '미지의 단층' 연구하고 위험한 원전보다 재생에너지 늘려야
▲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위치 및 진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5.15 ⓒ 연합뉴스
지난 15일 규모 4.5 지진이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했다. 이 인근에서 4월 23일부터 5월 22일 한 달 동안 발생한 지진은 무려 61회로 1993~2022년까지 3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 횟수(총 56회, 최대 규모 4.2)를 넘어섰다.
이번 지진이 현재까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더 큰 지진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해에는 육지와 가까운 근해에 대략 남북 내지 북북동 방향의 대규모 단층인 후포 단층과 울릉 단층이 존재한다. 이번 지진은 이들 단층이 아닌 두 단층 사이에서 일어났으며 대략 동-서 방향으로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이번 동해안 지진이 횡압력에 의해 상반이 위로 올라간 단층을 일컫는 '역단층' 운동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으나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발표하였다.
지속적으로 지진 발생
동해안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진과 해일에 의한 피해가 보고되어 왔다. 1521년 9월 24일 울산광역시 앞바다에서 추정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으며 1630년과 1643년에 울진군과 울산광역시 앞바다에서 각각 추정 규모 5.5와 6.5~7.4 지진이 발생하였고 1643년에는 쓰나미도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681년도에도 양양군 앞바다에서 추정 규모 6.5의 1차 지진과 추정 규모 7.5의 2차 지진이 쓰나미와 함께 발생하였으며 경상북도 울진군 앞바다에서도 추정 규모 5.5와 6.4 지진이, 강원도 삼척시 앞바다에서 추정 규모 5.5 지진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동해 지역에서 지진 발생이 보고되었다. 1963년 일본 기상청이 포항 먼바다(포항 앞바다 약 120km 지점)에서 규모 6.0, 6.2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보고하였다. 이때 전국에서 흔들림이 감지되었다. 그 이후 1974년 강릉 해역에서 규모 4.6의 지진, 1980년 울릉도 해역 북북서쪽 약 87km 해역에서 규모 5.2 지진, 1981년 포항 동쪽 약 65km 해역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하였다. 1981년 지진 당시 부산을 비롯한 경남북 해안지방에서는 진동을 느낀 시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그다음 해인 1982년 경상북도 울진 북동쪽 약 45km 해역에서 규모 4.7 지진이 발생하여 경북과 울진 지역 주민들이 자다가 깨어나 대피했다. 1996년 강원도 양양 동쪽 약 80km 해역에서 규모 4.2 지진이 발생하여 강릉, 동해, 양양 지역에서 다소 강한 흔들림이 감지되었다. 이 지진의 진앙은 2019년에 일어난 규모 4.3과 이번 5월에 일어난 규모 4.5 지진의 진앙 인근이다.
2004년과 2016년도에는 경북 울진 동쪽 약 80km 해역과 울산광역시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각각 규모 5.2와 5.0 지진이 발생하였고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2019년 4월 19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km 해역에서 규모 4.3 지진이, 올해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9km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동해에 활성 단층 다수 존재
이처럼 동해안 일대에서는 최대 추정 규모 7.5 (역사 지진 추정치로 불확실성이 높음)의 지진을 포함 규모 4 이상의 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는 동해에 활성단층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향후 이들에 의한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동해안 지역에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들 지진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진한 형편이며 이들 동해안 해저 지진에 관한 정부의 연구 투자 또한 매우 적어 가까운 장래에 이들 해저 지진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란 불가능한 상태다. 이는 지진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더 높이고 있다.
동해에서 발생하는 해저 지진들은 태평양판과 필리핀판들이 각각 서쪽과 북서쪽으로 유라시아판에 밑으로 섭입(攝入)되면서 발생하는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보고된 지진들은 대체로 북동 내지 북북동 단층을 따라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왔다.
▲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위치 및 진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5.15 ⓒ 연합뉴스
하지만 남한에서 지진계 설치 이후 확인된 규모 5 이상의 지진들은 포항과 백령도를 잇는 지역에서 인지되었으며 대략 서북서 내지 북서의 방향성을 갖는다. 한반도에서 이 방향의 단층 또한 많은 곳에서 발견되나 이에 관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이다.
내가 참여한 연구팀은 북동 및 북북동 방향과 관련된 지진은 12km보다 낮은 지역에서 기존 단층이 재활성되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12km보다 깊은 지역에서 새로이 생성되고 있는 단층에 의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였다.
이번 동해 단층의 진앙 분포가 대략 동-서인 점과 진원이 지하 32km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지진도 기존 북동 내지 북북동 단층과 관련된 지진이 아닌 북서 내지 서북서 방향의 지진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이에 관한 연구가 향후 필요하다.
동해 지역 원전 어쩌나
앞에 언급된 동해 지역의 지진은 동해를 따라 구축된 원전 발전 시설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어 관심이 더욱 집중된다. 과거 국내 원전은 규모 6.5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최근에 건설되거나 건설되고 있는 원전은 규모 7.0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역사 지진 연구를 통해 그 주기가 몇백 년으로 길 것으로 생각되는 추정 규모 6.5~7.4 지진들이 보고되었으며 일부 학자들은 앞으로 한반도에서 규모 7.1~7.4의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보고하였다. 또 원전이 설치된 한반도 동남부 일원에서 최근 연구를 통해 많은 활성 단층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번에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들과 함께 동해 지역에 설치된 원전들이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동남부와 주변 해역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지 약 380년이 지났으며 이는 한반도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음을 가리킨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주변 30~50km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국내 원전들이 부산이나 울산 등 대도시에서 30~50km 이내에 있으며 국내 원전 집적률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규모 6.5 내지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부산과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 지역의 심각한 피해와 함께 국가 전체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동해 지역의 해저 지진에 관한 연구를 활성화하고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전의 내진 시설을 보강해야 하며 보강이 어려운 원전은 점차 폐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10년 사이에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각각 90%와 60% 감소하여 원자력 에너지보다 훨씬 경제적임이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원전 피해를 방지하고 좀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해 점차적인 원전 폐쇄 정책과 함께 원전이 공급하던 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진은 원전 피해뿐 아니라 2016년에 일어난 규모 5.8인 경주 지진과 2017년에 일어난 규모 5.4인 포항 지진과 같이 건축물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경주 지진은 포항 지진에 비해 지진 에너지가 4~5배 더 컸으나(지진 규모 1이 증가할 때 지진에너지는 약 30배 증가함) 포항 지역의 피해가 훨씬 더 컸다. 그 이유는 포항 지역 지반이 약해 지진파가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에 관한 연구와 함께 국내 혹은 각 지자체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고 지반이 약하며 인구가 집중된 지역을 선정해 이들 지역 내 내진 설계가 필요한 건물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지진 대비 시설 및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제한된 예산으로 가장 효율적인 지진 대비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 전북도에서는 이와 관련된 초기 단계 연구 및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지진은 예측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잘 준비된 지진 대책이다. 198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규모 7.0 지진 당시 사망자가 50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규모 7.0 지진 때에는 사망자가 16만 명이었다. 이 사례를 통해 잘 준비된 지진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었으며 이번 동해 지진은 그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진에 관한 연구와 지진 대비책은 매우 미진한 상태이다. 따라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많은 연구 및 정책 개발이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해저 지진에 관한 연구 및 지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선정에 관한 연구와 그에 근거한 체계적인 지진 피해 대응 정책 수립 및 시행이 필요하다.
오창환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 오마이뉴스
탄소중립이 윤활유·원유·LNG라고? 그린워싱을 멈춰라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로 그린워싱을 찾을 수 있을까
포스코는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다. 포스코의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849만 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1.6%에 달했다. 포스코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포스코와 같은 철강회사인 현대제철로 배출량은 2849만 톤이었다. 삼성전자(1449만 톤), 시멘트회사 쌍용씨앤이(1061만 톤), 정유회사 에쓰오일(977만 톤)이 뒤를 이었다. 철강, 전자, 시멘트, 정유사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20개 기업의 배출량은 2021년 기준 국가 배출량의 33.8%였다. 상위 20개 기업의 배출량 비중은 2017년 29%, 2018년 29.6%, 2019년 31%, 2020년 32.2%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탄소중립 선언한 대기업들,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여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5.9% 증가했다. 50개 기업 중 2018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은 각각 25개씩이었다.
상위 10개 기업 중에서는 쌍용씨앤지와 SK에너지를 제외한 8개 기업 모두 배출량이 늘었다.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보다 7.3%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4.5% 급증했고, 현대제철(26.5%), 현대오일뱅크(21.5%), 롯데케미칼(20.0%) 등도 20%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전에 수립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비해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률을 14.5%에서 11.4%로 축소했다. 산업계의 요구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여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기업들, 지속가능경영? 탄소 감축률 줄여달라고 '로비'
정부는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수단 부족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서 산업부문 감축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바이오납사 부족, 수소혼소기술 상용화 지연으로 석유화학 감축 곤란 등 이행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정부 정책의 탈탄소화 지연으로 인해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석유화학업종의 주요 기업들은 최소 23%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자체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석유화학기업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대비 51%, 한화솔루션은 2018년 대비 35%, 금호석유화학 2018년 대비 23%, 롯데케미칼 2019년 대비 25% 감축 등이다.
포스코와 삼성전자, 현대차, 두산, 한국전력 등 주요 기업 대부분도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발표해왔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고, 산업계라는 이름으로 정부에 감축률을 줄여달라고 '로비'를 해왔던 셈이다.
석탄발전·석유단지·산업폐기물매립장이 친환경?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환경경영을 의심하게 되는 사례들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포스코는 강원도 삼척에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친환경'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온실가스 배출량 5위인 에쓰오일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린컴플렉스라는 이름의 산업폐기물매립장을 포함하는 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산업폐기물매립장만 따로 인·허가를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그린이라는 이름을 붙인 산업단지와 패키지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친환경 위장술)은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세탁을 뜻하는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실제로는 친환경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포괄한다. 그린워싱은 2007년 테라초이스(TerraChoice)가 발표한 '그린워싱의 6가지 죄악들' 보고서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린워싱이 학술적으로 검증된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나 요건, 명확한 정의는 부재하다.
그린워싱이란 무엇인가
이런 상황에서 ESG가 기업 경영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ESG 관련 금융상품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그린워싱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그린워싱 유형별 사례 분석'을 보면, 그린워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① 조치 또는 누락에 의해 기업의 공시자료 또는 금융상품의 특성/목적이 기업의 근본적인 지속가능성 위험(risk)과 영향(impact)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 관행
② 상품이나 용역의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에 관한 상품 표시·광고·홍보가 허위 혹은 과장되어, 단지 친환경적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보는 것
③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등 거짓으로 기업 이미지를 각색하는 행위
④ 기업의 제품, 목표, 정책이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을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한 광고 또는 마케팅의 한 형태
또한 여러 선행연구에서 '부적절한 라벨링'을 공통적으로 그린워싱으로 규정하는 만큼 라벨링 실시 주체와 라벨링의 대상, 그린워싱으로 인한 피해 당사자, 세 기준을 토대로 그린워싱의 세부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그린워싱 유형은 ① 제품과 관련된 수준에 국한된, 협의의 그린워싱 ② 투자자를 오도하는 선택적 정보공개 ③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공개 조작,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협의의 그린워싱, 선택적 정보, 정보공개 조작까지
협의의 그린워싱은 기업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친환경성을 내세웠으나 이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다. 팜유 기반 오일에 '녹색'을 붙인 이탈리아 국영석유기업 에니(Eni), 새롭게 런칭한 컬렉션을 친환경이라고 홍보한 H&M 등을 들 수 있다. 바이오연료, LNG 등 친환경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분야의 경우 그린워싱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투자자를 오도하는 선택적 정보공개는 금융투자 상품 혹은 채권 관련해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거나 명확한 근거 없이 ESG,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다. 녹색으로 라벨링 된 채권에 대한 시장의 감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고, 각국 금융당국은 ESG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공개 조작은 그린워싱으로 인한 부적절한 라벨링의 대상이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기업 자체에 해당하는 경우다. 세부 목표나 전략이 수립되지 않은 채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탈석탄 선언을 했음에도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그린워싱 사례 16.8배 폭증…시정명령은 0.08%
국내 그린워싱 사례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에 부당 환경성 표시·광고로 적발한 건수는 4558건이었다. 2021년에 272건에서 16.8배나 폭증했다. 현행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르면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 판매자 등은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기만 광고를 할 수 없다.
4558건 가운데 대부분은 문구와 목욕 완구, 물티슈와 같은 생활용품이었다. 그린워싱의 유형 중 대부분이 협의의 그린워싱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린워싱으로 적발 후 시정조치(시정명령)가 내려진 건 단 4건(0.08%)뿐이고, 나머지 4554건은 행정지도에 그쳤다는 점이다.
탄소중립 이름 붙인 윤활유·원유·LNG에 행정조치는 제각각
환경부는 '탄소중립 윤활유'를 판매한다고 광고한 SK루브리컨츠에 광고를 수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광고가 탄소중립 효과를 과장해 소비자에게 환경적 효과를 오인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정부가 탄소중립 화석연료 광고를 행정 제재한 첫 사례다. 반면 SK에너지의 경우는 환경부가 조사한 시작한 지난해 9월 말 이전에 판매가 중단돼 행정처분을 면했다.
탄소중립 원유를 구입했다고 광고한 GS칼텍스와 탄소중립 LNG를 수입했다고 광고한 포스코에는 시정명령 대신 행정지도를 받았다. 환경성을 과장하긴 했지만, 제품에 대한 광고가 아닌 경영활동 홍보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이 어렵다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기업 광고는 제품보다는 경영전략 및 기업 이미지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기업의 단순 부주의로 인한 표시·광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교육·인식개선을 우선으로 고려하여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그린워싱 위반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과태료를 신설하고 감시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환경표지인증제도를 홍보하는 등 친환경제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미국·EU, 기후공시 의무화·그린워싱 광고 금지 추진
주요 국가들은 탄소중립, 친환경과 같은 표현을 인증 등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기후공시'를 표준화하고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친환경 표시 지침(Green Claim Directive)을 제정해 소비자들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광고를 금지하고 소비자를 오도하는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겠다고 예고했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 라벨 등을 통해 입증할 수 없는 경우 '기후중립', '탄소중립', '탄소상쇄'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중심으로 기후공시를 표준화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고, EU는 지난해 11월 비재무공시 표준안을 공개한 바 있다. 기업이 환경과 관련한 정보공개 방식을 확정하고, 이를 모든 기업에 적용하도록 해 기업 활동의 적절성, 내용의 구체성, 타당성, 현실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기업의 비재무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흐름에는 뒤쳐진 편이다. 한국은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만을 대상으로 비재무공시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TCFD로 그린워싱을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자신들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기후공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이 공개하는 비재무공시 자료 등을 통해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이하 TCFD)는 기업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정보 공개를 규정하는 기후변화재무공시이다. TCFD는 국제적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협력적 대응과 대처를 위해 각 국가의 중앙은행과 감독기구 등이 모인 단체인 금융안전위원회(FSB)에 의해 지난 2017년 제시되었다. TCFD가 이전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경영과 구분되는 특징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과 같은 단순한 정보 이상의 자료를 요구한다는 데 있다.
대기업들의 탄소중립이나 RE100 선언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감시하기는 쉽지 않다. TCFD 공시의 빠른 제도화와 함께 기후활동가와 시민들이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때마침 녹색전환연구소가 지난 5월 9일부터 TCFD보고서를 함께 읽는 강좌를 열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프레시안
새만금 수변도시 매립 완료, 생활인프라 계획 수립 추진
부지 매립이 완료된 새만금 수변도시 모습. 새만금개발청 제공
새만금 수변도시 부지 매립이 마무리된 가운데, 주민 생활편익시설 조성을 위한 계획 수립이 추진된다. 24일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새만금 수변도시 생활인프라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이 다음달 말부터 연말까지 진행된다.
기존 시가지와 다소 떨어진 새만금 수변도시의 경우 생활편익시설 부족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만금청은 주민 만족도 향상 및 노동자 불편 해소를 위해 공공복지시설, 복합환승센터 등 생활인프라 공급 방안을 검토한다.
또 시설별 입지 선정 및 규모 적정성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 등 사업 주체에 따른 적정 방식을 분석한다. 시설별로 법령과 상위계획 입지, 적정 시설 규모, 수요량도 검토할 계획이다.
새만금 수변도시는 1조3000억원을 들여 새만금 2호 방조제 인근 6.6㎢(축구장 940개 크기) 부지에 인구 2만5천명 규모의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새만금호를 메워 만드는 이 도시는 주거와 상업, 산업, 업무, 관광 등이 어우러진 복합도시 기능을 하게 된다. 2024년까지 주요 기반시설 및 우선 공급부지 조성을 마무리하고, 토지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부지 매립은 마무리 단계로 다음달 16일 또는 이후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새만금청 관계자는 "수변도시 입주민과 근로자에 대한 생활편익시설 제공 및 만족도 향상을 위해 용역을 추진한다"며 "인구 유입과 도시 조성 단계별로 생활인프라 도입 계획을 수립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전북CBS 최명국 기자
"아프리카의 뿔 지역 수백만 명 기아 비상사태“
가뭄 끝 홍수, 높은 식량·에너지 가격에 수단 분쟁까지 동아프리카국장 "6개월간 8억1천만 달러 지원 시급"
동부 아프리카 가뭄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에 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긴급한 수준의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이 24일(현지시간) 경고했다.
WFP는 이날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이어 홍수, 높은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수단 분쟁 여파 등이 이 지역을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신화, EFE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마이클 던포드 WFP 동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갈등과 극단적 기후, 경제적 충격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동시에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수단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수십만 명의 피란민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WFP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2천3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사망률과 영양 실조율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연속적인 흉작과 높은 운송비로 식량 가격은 치솟았고, 최근에는 수단 분쟁으로 25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이미 기아를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와 남수단 등 인접국으로 넘어갔다.
던포드 국장은 "비상사태와 기후 적응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없다면 다음 기후 위기는 이 지역을 기근의 벼랑 끝으로 다시 데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 생명을 살리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향후 6개월간 8억1천만 달러(약 1조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yunmin623@yna.co.kr
부산 도심 가로지르는 건물 10층 높이 동서고가로… 철거 대신 공원?
대체 도로 건설 추진에 동서고가로 철거 '기로'
시민단체 "뉴욕·서울처럼 공원 만들자" 주장
주민들은 "각종 피해 더는 못 참아" 철거 요구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동서고가로 전경. 1994년 개통한 동서고가로는 최근 대체 도로 건설 추진이 진행되면서 철거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진구 제공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형 고가도로 철거 여부를 두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소음 피해 등을 호소하며 대체 도로 건설을 계기로 반드시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가도로에 공원을 조성해 활용하는 방안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부산시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동서고가로 대체 도로 건설 추진
25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의 연결점인 부산 사상구 감전동과 부산울산고속도로 시작점인 해운대구 송정동을 연결하는 총길이 22.8㎞, 왕복 4~6차로, 지하 30~40m 대심도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GS컨소시엄을 선정해 지난달부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비와 민자 등 2조188억 원을 투입해 2029~2030년쯤 완공할 예정이다. 도로가 완공되면 동서고가로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사상~진양램프 7㎞ 구간이 겹친다. 개통한 지 30년이나 됐고, 새로운 도로와 중복 구간까지 생기면서 동서고가도로의 기능은 사실상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4년 12월 개통한 동서고가로는 부산에서 두 번째로 생긴 도시고속도로로 남구 감만사거리에서 부산진구 서면을 통과해 사상구 사상IC까지 이어지는 총 14.8㎞ 구간의 도심 고가도로다. 남해고속도로와 이어지면서 부산 항만을 오가는 각종 물류를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부산 동서고가로와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위치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철거 대신 공원화해 부산의 랜드마크로
동서고가로는 철거가 유력했지만 최근 도심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녹지보전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는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 3월 30일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노선 폐지가 사실상 확정된 동서고가로를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서울역 고가공원인 서울로 7017처럼 도심 공중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울로 7017도 주민들 반발에 부딪혔지만 수백 차례 논의를 거쳐 만들어졌다”면서 “동서고가로의 철거 여부를 부산시나 국토교통부에 맡길 게 아니라 시민들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동서고가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도심고가도로로 폭도 가장 넓다. 잘 활용한다면 세계 어떤 사례보다 큰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국내외 고가도로 활용 사례들도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부산 부산진구의원들이 지난달 19일 동서고가로 공원화를 반대하고, 고가로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 부산진구 제공
인근 주민 각종 피해, 희생 강요 없이 철거해야
동서고가로 공원화 주장이 제기되자 인근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진구가 철거 주장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건물 10층 높이인 동서고가로의 공원화는 인근 아파트의 사생활 침해, 공원화 후 유지 비용 등 각종 문제가 많다”면서 “계속해서 주민 희생을 강요하는 일방적 공원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의회도 지난달 19일 열린 임시회에서 ‘동서고가도로 공원화 반대, 철거 추진 촉구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부산진구의회는 결의안에서 “최근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원화는 지역 실정과 전혀 다른 국내외 사례를 무작정 가져온 무모한 공상에 불과하다”면서 “지역 슬럼화와 주민에 각종 피해를 가져다준 동서고가로는 즉각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정권을 쥔 부산시를 향해서도 고가도로 공원화 방안 논의 중단과 차질 없는 철거 추진, 보행자 중심 도시계획 추진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사상구도 보도자료를 내고 동서고가로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서고가로를 대체하는 고속도로 공사 시작에만 최소 3년, 동서고가로 철거까지는 6~7년 걸리기 때문에 각종 여건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와 관련한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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