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잎사귀…초록빛 잔치가 시작됐다
62년간의 원자력발전, 독일은 어떻게 끝냈나
지구촌 때 이른 폭염…전 세계 닥친 기후변화 위기
철거 vs 공원화…부산 동서고가로 운명은
“부산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기후대응 방해꾼은 대가를 치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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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잎사귀…초록빛 잔치가 시작됐다
신록의 축제
스미소니언 식물 연구소 주변 메릴랜드 숲.
폭발적으로 피어난 5월의 새순
연푸른 안개처럼 숲을 뒤덮고
광합성으로 영양분 생산 채비
꽃보다 아름다운 잎사귀를 만나는 계절이다. 3·4월 봄꽃들의 잔치가 끝나면 가녀린 잎들이 펼쳐진다. 나는 이 여린 잎사귀 색을 좋아한다. 그건 연두색이나 초록색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것 같다. 스스로 빛을 내는 초록색이랄까. 그래서 ‘신록’(新綠)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 같다. ‘새로운 푸른빛’. 신록의 계절, 5월이다.
숲이 깨어나고 있다. 물론 겨우내 변함없던 마른 가지에 봄꽃이 피어날 때도 숲이 깨어나는 것 같지만 지금처럼 작은 잎사귀들이 온 천지에 흩뿌려져 피어날 때 진짜 숲이 깨어난다고 느낀다. 연한 새싹들이 곳곳에서 비집고 나온다. 미세한 틈과 균열들, 마디와 가지 끝마다 초록색을 피워올리는 식물의 생명력에 넋을 놓게 된다.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숲 속 구석구석 작은 잎이 촘촘히 솟아난다. 하나씩 살펴보면 동그란, 길쭉한, 갈라진, 톱니가 있는, 매끈한 초록색 조각들이 작지만 저마다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 납작한 도형들이 모두 다 수평으로 펼쳐져 햇빛을 받으려 한다. 지금은 작은 초록 도형들이 점점이 뿌려진 듯 보이지만 여름이 되면 잎사귀들이 넓게 펼쳐져 거대한 지붕처럼 숲을 덮을 것이다.
지평선까지 펼쳐진 푸른 숲
내가 있는 연구소 숲 속엔 높은 첨탑이 있다. 철골로 만들어진 탑은 뱅뱅 돌며 계단을 오르게 돼 있고 그 꼭대기엔 기상관측과 실험을 위한 장비들이 설치돼있다. 연구소가 있는 메릴랜드의 숲은 오랫동안 잘 보존돼 거대한 나무들로 가득하다. 그런 나무들보다 첨탑은 더 높아서 꼭대기에 오르면 숲을 내려다볼 수 있다.
4년 전 선임연구관께서 ‘첨탑에 같이 올라가 보자’고 하셔서 무심코 따라갔다. 아래에서 보았을 때는 만만히 생각했는데 높이 올라가자 첨탑이 약한 바람에도 휘청거려 너무 무서웠다. 결국 꼭대기에서 본 전망은 기억나지 않고 아찔했던 느낌만 남았다. 그런데 올해에도 그분이 또 ‘함께 올라가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옛 기억에 주저하다 폭발적으로 새순이 피어나는 숲을 내려다보고 싶은 호기심에 다시 첨탑에 올랐다. 흔들리는 첨탑을 경험해서인지 이번엔 그리 무섭지 않았다.
산이 없어 지평선까지 펼쳐진 푸른 숲은 장관이었다. 멀리 동쪽 지평선을 따라 체서피크만이 보였는데 그 먼 곳까지 가려지는 것 하나 없이 다 숲이었다. 나는 첨탑 꼭대기에서 한참 동안 숲의 푸른빛이 끝없이 넘실거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식물이 어떻게 저절로 초록색 덩어리로 자라나는가.’ 숲을 바라보니 나는 옛날 한 과학자가 새삼 왜 이 궁금증을 가졌는지 이해되었다. 식물은 사계절 주변에 늘 있지만 매년 이맘때 새로 나는 초록잎들은 항상 경이롭기 때문이다.
17세기 벨기에 화학자 얀 밥티스타 판 헬몬트는 토양의 질량과 식물이 자라며 증가한 질량을 비교해 토양의 질량이 거의 줄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초록색 덩어리가 토양을 흡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물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 영국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밀폐된 공간에 생쥐를 홀로 두면 죽지만 식물과 함께 두면 둘 다 생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광합성과 호흡에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또 네덜란드 생물학자 얀 잉엔하우스는 같은 조건에서 햇빛이 있어야 둘 다 더 생존할 수 있음을 깨달았고 식물의 성장엔 햇빛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오랜 시간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비로소 식물의 광합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모두 다 광합성에 대해 알고 있다. 광합성이 엽록체에서 일어나고, 엽록체에는 녹색의 원천인 엽록소라는 색소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머릿속에 광합성 회로를 떠올려 봐도 이 시기 새싹이 돋아나 천지를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광경은 여전히 신기하다. 태곳적 땅 위에 살지 않던 초기 식물이 진화를 통해 점차 땅 위를 초록색으로 덮어가는 그 과정을 매년 일부러 반복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장관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간도 동물도 초록에 열광
첨탑 위에서 숲을 내려다보며 내가 만난 동물들이 어디에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겨울 숲 속에선 무리 지어 뛰어다니던 사슴들과 맞닥뜨리곤 했다. 메마른 가지만 있는 숲 속엔 사슴이 쉽게 눈에 띄었고 먹을 잎이 없어 배가 고픈지 이곳저곳 분주히 헤매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연푸른 안개처럼 숲에 새순들이 가득 피어나 사슴을 숨겨주고 있다.
숲 속에 사는 난초가 몇 개의 꽃을 피웠는지 조사하러 갔을 때 코코넛만 한 거북이도 만났다. 얼굴을 내밀길 기다려봤지만 오랫동안 꼼짝하지 않아 그냥 헤어졌다. 밤늦게 연구소 숲 속을 운전할 때는 길가에서 너구리들이 나를 구경하곤 한다. 해 질 녘 길 위에서 마주쳤는데 이제 그만 가라고 해도 계속 엎드려만 있던 수달, 좁은 숲길에서 당당하게 나타나 반대 방향으로 총총 걸어가던 여우의 뒷모습.
첨탑 위에서 연둣빛과 초록빛을 발산하는 숲을 보니 내가 만난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초록 잎이 났다며 즐거워하고 있을 것 같았다. 잎사귀 잔치가 시작됐다고. 동물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어야 하는 소비자다.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생산자인 식물은 기꺼이 동물의 먹이가 된다. 동시에 숲을 이뤄 동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동물인 우리 인간에게도 말이다. 우리가 이맘때 식물의 초록에 열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글·사진 신혜우 식물분류학자
62년간의 원자력발전, 독일은 어떻게 끝냈나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 독일의 고민 ④]
독일에서 마지막까지 운영되던 원전 3기가 4월15일 발전을 중단했다. 한때 에너지 주권을 상징하던 독일의 원자력발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4월15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환경단체들이 탈원전 환영 행사를 열었다. ⓒEPA
4월15일 23시59분 독일 네카베스트하임 원자력발전소가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독일에서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던 마지막 원자력발전소였다. 2023년까지 남아 있던 원전 3기 중 엠스란트와 이자르 2호 원전은 이날 23시27분과 23시52분에 몇 분 앞서 운행을 중단했다. 1961년 6월17일 칼 원자력발전소가 처음으로 전기 공급을 시작한 이후 61년 9개월 29일 만에 독일의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원전을 실제 가동했던 나라 가운데에서는 1987년 이탈리아가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국가가 된 이후 두 번째다.
독일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처음 건설되었을 때 사람들은 원자력의 시대가 이렇게 끝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1956년 영국이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 운행을 시작한 이후 독일은 기술력에서 다른 나라에 뒤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서독은 1955년에야 원자력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칼 원자력발전소 건립부터 운행을 최종 중단한 1985년까지 그곳에서 일한 알프레드 라이제르트 씨는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한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에 열광했다며 그 시기 사람들의 기대감을 회상했다. 1961년 〈슈피겔〉은 “이번 크리스마스 거위는 원전에서 만든 전기로 구울 수 있다”라며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의 탄생을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그 후 서독은 야심차게 원자력발전소를 늘려갔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는 원자력발전소가 에너지 주권을 위한 상징이 되었다. 1974년 서독 경제부는 1985년까지 원자력발전소 50기를 새로 짓고, 1990년까지 독일 전체 전력의 50%를 원자력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만 해도 기성 정당 모두 원자력발전의 확대에 찬성했으며 시민들도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경제부의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 61년 동안 독일에서는 원전이 총 36기 운행되었다. 전체 독일 전력 중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1997년에도 원전 전력 비율은 30.8%에 불과했다. 2022년, 마지막 남은 원전 3기가 만든 전기는 독일 전체 전력량의 6%를 차지했다. 반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46.3%였다.
도입 당시 ‘새 기술’로 각광받았던 원전
서독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야심차게 늘려가던 1970년대 중반은 독일 반핵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기도 했다. 1974년 프라이부르크 인근 뷜 지역의 새로운 원전 부지 주변 주민들은 원전에 반대하며 이곳을 점거했다. 주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주민들을 연행했는데 이는 곧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 반핵 시위에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독일 북부 브로크도르프 원전 부지에서 있었던 일련의 시위가 대표적이다. 1976년 브로크도르프에서는 약 3만명이 원전 건설 반대 시위를 벌였다. 1977년 지역 고등행정법원은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무기한 건설 중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1981년 1월 법원은 건설 중단 명령을 취소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다시 한번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981년 2월28일, 독일 브로크도르프에서 약 10만명의 시위대가 원자력발전소 반대 시위를 벌였다. ⓒEPA
1981년 2월 반핵운동 진영은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법원은 시위 금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시위대 10만명이 브로크도르프 원전 부지로 몰려왔다. 서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다. 투입된 경찰 병력도 1만명에 달했다. 역시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되었지만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지키고 있는 건설 부지 안까지 밀고 들어갔고,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의 보고에 따르면, 경찰 128명과 시위대 45명이 부상당했다.
이 시기 반핵운동의 의제는 원전 건설 반대에서 핵폐기물 처리 문제로 확장되었다. 에너지 소비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개발 등 핵에너지의 대안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반핵운동은 다양한 정치적 구호 및 의제들과 결합했으며,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던 시민조직은 선거연합으로 발전해갔다. 1977년 니더작센주의 핵발전소 건설 예정 지역에서는 선거를 위한 연합인 ‘환경보호 녹색 명단(GLU)’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인 5%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3.7%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인 독일 사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곧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선거 연합이 만들어졌다. 1979년에는 유럽의회 선거를 위해 독일 각 지역의 조직이 참여한 ‘또 다른 정치적 연합·녹색당’이 만들어졌다. 이들 역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기준 5%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3.2%를 득표하며 정부의 선거 보조금 450만 마르크를 받았다. 이 돈은 1980년 녹색당 창당을 위한 자금이 되었다. 녹색당은 1983년 5.6%를 득표해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했고, 점차 독일 탈핵의 역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해갔다.
1981년 10월10일 본에서 벌어진 시위는 당시 반핵운동이 단순히 발전소 건설 반대를 넘어 시대적 위기와 결합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시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무기가 독일에 배치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1979년 나토는 한편에서 소련과 핵무기 감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다른 한편에서 협상이 결과를 내지 못하면 중유럽에도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련이 동유럽 국가에 배치한 중거리 핵무기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독일 총리인 사회민주당의 헬무트 슈미트는 이를 적극 지지했다. 결국 미국은 평화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핵무기 배치는 가시화되었다.
동독과 대치 중인 서독 시민들에게 핵전쟁은 현실적인 위협이었다. 서독의 원전 반대운동은 핵무기 반대운동, 평화운동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핵발전소와 핵무기 개발을 가능하게 만든 근본구조로서 산업문명에 의한 자연 착취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녹색당의 대표적 정치인이자 독일 평화운동을 상징하는 페트라 켈리는 시위 연설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핵무기 개발과 연결되어 있다며, 독일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두 가지 모두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날 시위에는 약 30만명이 참석했다.
탈원전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던 녹색당은 1998년 처음으로 연방정부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민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2000년 6월 정부와 원전 운영사들 사이에 원전 폐쇄에 관한 ‘원자력 합의’가 이루어졌다. 녹색당이 거둔 역사적 성과였다. 2002년에는 원자력법 개정과 함께 원전 폐쇄가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자민당으로 구성된 메르켈 2기 정부는 2010년 원전 폐쇄 정책을 철회했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구상’에는 온실가스 감축 달성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한 원전 사용기한 연장이 강조되어 있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를 줄이는 대신 원전의 사용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적인 반핵 시위를 촉발했다. 그리고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기민당 지지율은 떨어졌고 탈핵을 지지해온 녹색당의 지지율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녹색당은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최초로 20% 이상을 기록했다. 베를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민당을 누르고 지지율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 3월27일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에서 녹색당은 과거보다 두 배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녹색당은 다수당이 되었고 당 역사상 최초로 주지사를 배출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오랫동안 보수정당인 기민당의 텃밭이었다.
결국 정치적 압박을 받은 메르켈 2기 정부는 같은 해 5월 다시 탈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탈핵 안은 600명 중 513명 찬성을 얻으며 연방의회를 통과했다. 집권당이던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자민당뿐만 아니라 사민당과 녹색당까지 정부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 통과 직후 원전 8기에 대한 운영 허가가 취소되었다. 2022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원전 3기는 2022년이 아닌 2023년에 와서야 운행을 중단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때문이었다. 2022년 12월 출범한 사민당·녹색당·자민당 연립정부는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의 운영을 중단하고 전체 전기 사용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서 받는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독일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운행을 중단하고 대기 상태에 있던 석탄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게 되었다.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석탄발전소 가동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원자력발전소 운행 연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7일 녹색당 대표(오른쪽)는 자유민주당·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EPA
야당인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여러 정치인이 에너지 안보와 높아진 에너지 비용 등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운행을 무기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바이에른주 총리인 기사당의 마르쿠스 쇠더가 대표적이다. 정부 여당 내에서는 자민당이 원자력발전소 운행 연장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자민당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최소한 2024년까지는 원전 운행을 연장해야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랫동안 탈원전을 주장해온 녹색당은 달랐다. 경제기후장관 로베르트 하베크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겨울 동안 3개월 한시적으로 원전 운행을 연장할 것을 주장했지만, 녹색당 내에서는 원래 통과된 법안을 지켜 2022년 연말까지 모든 원전의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했다.
일반 여론 또한 원자력발전소 운행 연장에 우호적이었다. 2022년 8월 독일 공영방송 ARD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는 두세 달 정도 단기간 운행 연장에 찬성했으며, 마찬가지로 41%가 무기한 사용 연장에 찬성했다. 2022년 말 운행 중단에 찬성한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녹색당과 자민당은 내각 내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법률이 정한 총리 권한으로 내각의 의견을 확정했다. 숄츠는 2023년 4월15일까지 원자력발전소 운행을 연장하기로 했다. 숄츠 총리의 안은 연방의회를 통과했다.
독일에서 마지막으로 가동을 중단한 원전 3기 중 하나인 엠스란트. 4월10일 반핵 활동가들이 '다시는 원전 금지'라는 슬로건을 냉각탑에 띄웠다. ⓒAFP PHOTO
환경단체는 환호, 한편에선 반대 시위
4월15일, 마지막 남은 원전 3기의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자 그린피스나 분트 같은 환경단체들은 여러 도시에서 탈원전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는 과거 반핵운동의 구호가 전시되었다. 녹색당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환영을 표했다. 환경장관인 슈테피 렘케는 DPA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소는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며, 탈원전으로 독일이 더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녹색당 대표 리카르다 랑은 트위터를 통해 탈원전이 재생에너지 시대로 최종 진입함을 의미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베를린에서는 원전 운행 중단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도 있었다. 시위대는 원전이 독일의 번영을 지키고 자연과 기후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외쳤다. 자민당의 린드너 재무장관은 원전 가동은 중단되었지만, 원전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비상시를 위해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티안 뒤르 자민당 원내대표는, 독일은 탈원전이 아니라 핵융합 에너지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풍케 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안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독일 연방의회 연구위원회 대표를 맡은 녹색당 카이 게링 의원은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자민당의 발언을 '꿈같은 소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분야 전문가라면 핵융합 발전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기후를 구하고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인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지구촌 때 이른 폭염…전 세계 닥친 기후변화 위기
지구촌 전역이 때 이른 폭염으로 들끓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전례 없는 수준의 고온 현상이 닥쳤다.
미국 여러 도시에서 기록적인 최고 기온을 기록한 13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 북서부 해안 지역에 벌써부터 폭염이 덮쳤다. 미 기상청은 이날 시애틀과 포틀랜드 등 북서부 해안 도시 권역을 포함한 워싱턴주·오리건주 서부 지역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포틀랜드는 이날 오후 최고 기온이 34.4도에 이르고, 14일에도 33.9도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보돼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28.9도를 기록한 시애틀 역시 14일에는 32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기존 최고 기록(29.4도)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 호아킨 밸리 지역에서도 15일 기온이 30도 중후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돼 폭염주의보가 발효된다.
역시 태평앙 북서부에 위치한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때 이른 폭염으로 인해 수십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해당 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비영리 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태평양 북서부에서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2~5배 더 높아졌다. 이 지역은 원래 온화한 날씨로 유명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상 기후로 폭염 피해가 잦아지면서 냉방 설비 확충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시애틀에 있는 가정 중 약 53%만이 에어컨을 갖추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1970년 이후 시애틀, 포클랜드, 밴쿠버 지역의 일일 최고 기온의 범위/ 출처: 글로벌 역사 기후 네트워크(GHCNd)
이러한 고온 현상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 남부 지역은 4월 온도가 이미 40도에 육박하면서 40년 만의 최고 더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스페인 세비야의 기온은 40도까지 올라갔고, 27일 코르도바는 38.8도를 기록하면서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4월 말 스페인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평년보다 최고 기온이 5도~10도 정도 높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15도 이상 오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스페인 기상청 대변인 루벤 델 캄포는 “이번 4월의 기온은 기후변화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왕립 기상연구소도 “이렇게 극단적인 날씨는 과거에는 거의 불가능했다”며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서 앞으로 더 강력하고 빈번한 폭염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은 극심한 기후변화로 심각한 가뭄 문제도 겪고 있다. 현재 스페인 영토의 27%가 가뭄 ‘비상’ 또는 ‘경보’ 단계에 속한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2일 22억유로(약 3조2084억원) 규모의 전례 없는 가뭄 대응 조치 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사우 저수지가 가뭄으로 갈라져있다. AP연합뉴스
동남아시아 지역도 기록적인 수준의 고온 현상을 겪고있다. 베트남은 5월 초 44도를 넘겨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태국도 14일 45.4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미얀마는 지난달 말 43.8도를 기록하며 58년 만에 최고 기온 기록을 넘어섰다.
싱가포르도 13일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아 5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이 밝혔다. 인도, 라오스 등에서도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곳곳에 폭염과 홍수, 가뭄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WMO는 “예전에 극한으로 간주됐던 온도가 이젠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이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기온이 극한의 새로운 정의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후 1.1도 상승했으며, 2030년대에는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난화 증가는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위험을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철거 vs 공원화…부산 동서고가로 운명은
사진은 디자인회사 아키픽셀이 제작한 동서고가 하늘숲길 조감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부산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는 대신 세계 최장 공중공원(우암고가로 포함 총 14Km)으로 만들자는 지역 시민단체의 파격적인 제안이 올 3월 나온 뒤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은 동서고가로 철거가 이미 결정된 사안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정보 제공과 시민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서고가로의 공원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전문가 의견과 철거를 주장하는 일부 주민, 지자체의 입장을 쟁점별로 정리해 봤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부산 동서고가로에 인접한 건물을 직접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손희문 기자
계속 문 닫고 살라고? VS 세계적 공중공원 변신
소음·분진 고통 벗는 건 철거뿐
14km 선형 공원 되면 랜드마크
■ 쟁점1 : 고가로=흉물 vs 공원화=명물
2030년 개통을 추진 중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건설을 계기로 동서고가로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은 부산진구와 사상구에서 가장 강하게 제기된다. 지난 30여 년간 고가도로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인접 지역 주민에게 일조권, 조망권 피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구청과 일부 주민은 “고가도로는 흉물”이라며 철거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취재진은 부산진구와 사상구 일대 아파트 단지와 상가 등을 돌며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고가도로와 접한 사상구 상가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소음과 분진이다”며 “집에선 베란다 문만 열어둬도 바닥에 먼지가 새까맣게 쌓이기 때문에 문을 닫고 산다”고 호소했다. 이 주민은 “공원이 생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철거가 더 좋다”며 “상가의 경우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일조권이라는 게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부산진구 개금주공아파트의 경우 동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가로와의 이격 거리가 10~50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 주민은 “고가도로가 아파트를 가리는 것이 미관상 큰 마이너스 요소다”며 “아파트 가치 등을 생각할 때 철거가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삼석 개금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도로가 생긴 지 오래돼서 그런지 차가 지날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크게 난다. 특히 동서고가로는 소형차뿐 아니라 화물차 이동이 많아 주민들은 밤이고 낮이고 소음에 고통 받고 있다”며 “완전한 철거만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원화를 제안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동서고가로를 단순히 철거하는 대신 공원으로 조성하면 지역의 새 명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우리나라 ‘서울로7017’처럼 쓸모가 사라진 고가철로와 고가도로를 공원이나 공중보행로 등으로 탈바꿈한 사례도 실제 있다.
폐선된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재생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시민들이 거닐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뉴욕 하이라인의 길이는 2.3km, 면적은 2만 9500㎡에 불과하지만, 우암고가로를 포함한 동서고가로는 길이 14km, 면적 32만㎡에 달한다. 만약 전체 구간을 공원화 한다면 부산시민공원 면적(47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녹지를 도심에 보유하는 효과가 생긴다. ‘세계 최장 공중공원’이라는 랜드마크 효과도 기대된다.
또 ‘서울로7017’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강력한 추진 의지로 탄생한 것과 달리, 동서고가로 공원화는 지역 시민단체가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동서고가로의 도로 기능 폐지 시기는 2030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개통 이후로 잡혀 있기 때문에 공원화를 위한 시민 의견 수렴 기간도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이성근 (사)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단순히 고가로를 철거하는 것과 세계 최장 선형 공원을 만들어내는 것 중 어떤 쪽이 시민과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대다수 시민들이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설명회를 열고 공론화 하는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원 되면 사생활 침해 VS 집 나서면 바로 하늘숲
5~7층 높이 안방 훤히 보일 것
‘팍세권’ 효과로 재건축에 유리
■ 쟁점2 : 주민 피해 지속 vs 집값 상승 호재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와 관계 없이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구간과 겹치는 사상~진양램프 구간의 고가로는 대심도 개통에 맞춰 도로 기능이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호소하는 소음이나 분진 등의 문제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고가로와 인접한 일부 아파트 주민의 경우 공원화가 이뤄지면 사생활 침해 같은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부산진구 개금주공아파트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5~7층에 사는 주민들이 가장 철거에 찬성하는데, 고가도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시야를 딱 가리는 층수이기 때문”이라며 “여기 사는 주민들은 공원이 생기면 집이 다 들여다 보일 것이라고 염려한다”고 전했다.
사상구 주례동에 사는 안태순 씨는 “한여름에도 도로 소음 때문에 아파트 문을 열 수 없는 지경”이라며 “고가로를 철거한다고 해 좋아했는데, 만약 공원이 생기면 술 먹고 고성방가 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주례대성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성아파트와 동일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집값을 생각해도 고가도로가 아예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원화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공원이 생기면 이른바 ‘팍(Park·공원)세권’ 효과로 인근 아파트의 집값도 덩달아 오를 거라고 전망한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의 경우 사업장 가까이 대규모 공원이 생기는 것 자체가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줄 호재가 될 거란 입장이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가칭 ‘하늘숲 공원’, ‘하늘숲 길’이 현실화 하면 인근 아파트에 ‘하늘숲’이라는 브랜드를 붙이는 단지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며 “방음벽을 걷어낸 자리에 나무를 심으면 주민들이 우려하는 사생활 침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철도 운행이 중단된 고가철로를 공원, 상업·문화시설로 재생한 프랑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의 경우도 공원이 생기면서 아파트를 같이 지은 사례”라며 “재개발 단지의 경우 공원에서 아파트로 연결되는 접속로를 만들어 공원을 누릴 수 있고, 엘리베이터 같은 주민 편의 시설을 설치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적극적으로 주민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의 하나로 향후 공원에 입점할 카페, 킥보드 대여점과 같은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인근 지역에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최근 사상구와 부산진구가 지자체 차원에서 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달리, 공원화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 사상구 주례동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서울로7017’을 직접 가봤는데, 동서고가로도 그냥 없애는 것보다는 공원으로 만드는 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다”며 “이 주변에 주택가가 많아서 동네 사람들은 공원이 생기는 것을 더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건설에 맞춰 노선이 겹치는 동서고가로 7km 구간의 철거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동서고가로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발전·교통 막아온 ‘벽’ VS 낙동강~북항 잇는 ‘숲’
철거 땐 상권 형성 등 지역 개
공원 조성 땐 친환경 엑스포 구현
■ 쟁점3 : 단절 vs 연결
고가로 인근 주민들이 철거를 주장하는 이유 중에는 도심 단절 문제도 포함된다. 박현철 부산진구의회 의장은 “부산진구는 지난 60여 년 간 지상의 철도로 단절된 데 이어 30여 년 동안 공중의 고가도로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며 “철도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시기에 맞춰 고가도로도 함께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김재운 의원은 “철도차량정비단이 이전되면 범천동에서 서면 가는 길이 뚫리는데, 그 길 중심을 동서고가로가 막고 있다”며 “철도시설과 고가로가 이중으로 놓인 탓에 범천동은 섬으로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가도로가 남아있는 한 철도시설 이전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철도차량정비단 개발 부지에 공원, 주민을 위한 복합시설 조성 등이 거론되고 있어 굳이 고가로를 존치해 공원화 하지 않더라도 지상 공원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인근 지자체는 고가로 철거로 향후 새로운 상권 형성 등 지역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진구 측은 “고가도로가 도심 한가운데 있어 그동안 주변에 상권 형성이 되지 못하고 슬럼화 돼 있다”며 “이 거대한 구조물만 사라져도 그동안 못 들어온 시설이 대거 생겨날 기회가 되고, 지역 경제가 발전할 계기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구도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국정과제인 경부선 철도 지하화가 실현되면, 지상부에 선형 공원을 조성할 공간이 충분함에도 굳이 구간이 겹치는 동서고가를 공원화 하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원화를 제안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아직 조성이 결정되지도 않은 공원을 기다리느라 동서고가로 공원화의 공론화 기회마저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동서고가로부터 우암고가로까지 전체를 선형 공원으로 만들 경우 낙동강에서 북항까지 연결되는 도심 녹지축이 생겨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가로 공원화가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동서고가로 일부를 공원화 하는 구상은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2040 부산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안’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부산항 북항과 맞닿은 동천에서부터 경부선 철길을 따라 낙동강까지 긴 ‘녹지 회랑(띠 형식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부산시 측은 “아직 최종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이 구상안에 따르면 동서고가로를 녹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특히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북항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도로가 생겨난다면 의미가 클 것으로 본다. 이는 부산이 월드엑스포의 주제로 제시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와도 맞닿아 있다. 고가로의 공원화는 기후·환경 위기를 비롯해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점진적 변화가 아닌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부산 엑스포의 주제에 걸맞은 시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길이 14km의 세계 최장 공원이 생기면 동서고가로가 경유하는 행정동 주민 최소 50만 명이 선형 녹지, 보행공간을 소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낙동강에서 북항까지 걸어서 3시간 30분, 자전거로 1시간, 전동 킥보드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연결로가 생긴다면 엑스포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서 2010년 열린 중국 상하이엑스포에서 이미 고가도로를 보행자 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며 “당시 상하이에서 ‘미래는 이런 세상이 되겠구나’ 하는 놀라움을 경험했는데, 부산도 이런 대담한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가 그려 본 공원화된 동서고가로 상상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도로도 경관도 뻥 뚫려 VS 신개념 공간 만들 기회
한 차로 이상 늘어 교통 정체 개선
평범한 ‘6~8차로’ 대신 도시재생
■ 쟁점4 : 하부 도로 확장 vs 교통 공해 여전
동서고가로 철거는 운전자 편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도로 구조물을 떠받치는 지름 6m가량의 기둥이 사라지게 돼 하부 도로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진구청 김영욱 청장은 “차로가 최소한 하나 이상 더 생길 수 있어 도로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며 “동구의 자성대 고가도로가 철거된 뒤에 도시 미관이 개선되고 인근 지역이 뻥 뚫린 것처럼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면 주변 환경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가도로의 단순 철거는 평범한 6~8차로 도로를 만들 뿐”이라며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부산은 여전히 자동차 교통 중심 도시로 남을 것이고, 소음이나 분진 같은 교통 공해가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고가로를 남겨 공원으로 바꾼다면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신개념 공간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공원은 하늘숲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어린이공원, 광장, 산책로, 문화·체육시설, 커뮤니티 카페, 주민 거점시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공론의 장을 열어 시민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시를 바꿀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고가로를 없애는 건 쉽고 단순하다. 하지만 폐선된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만든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의 사례처럼 이 공간을 잘 재생하면 부산은 얻을 게 더 많다”며 “신중한 고민과 다양한 시민 의견 수렴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사상구청과 부산진구청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외 성공 사례가 부산의 실정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 4월 ‘동서고가도로 공원화 반대, 철거 추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부산진구의회 역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애당초 건물 숲 사이에서 조화를 이뤄 조성할 수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또한 주거지가 아니라 상권이 발달한 주변 환경과 고가로의 심미성이 어우러져 도시 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창출한 사례”라며 “부산진구의 주거 밀집지역을 흉물스럽게 가로지르는 동서고가도로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동서고가로 인근에도 연계할 수 있는 상업·공공시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산의 실정에 맞게 전체 구간, 또는 일부 구간이라도 공원으로 재생한다면 주변 건물 활성화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는 동서고가로와 연계 가능한 시설로 롯데마트 부산점, 온종합병원, 부산도시공사, 글로벌빌리지, 네오스포, 부산교통공사, 지오플레이스, BIFC 등을 꼽았다.
그러나 지난 8일 동서고가로 인근에서 만난 주민 중에서는 고가로의 도로 기능 폐지뿐 아니라 철거 자체가 확정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원화 방안이 제안된 사실 자체를 모르는 주민도 있었다. 사상구 주례동에서 만난 주민 공동점 씨는 “철거하는 줄로만 알았지 공원화 이야기가 나오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원래 철거 찬성 입장이었지만, 공원화가 되면 가까이에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개금주공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한 시민은 “공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점이 있을 텐데, 주민들이 공원화를 잘 모르고 있다”며 “자전거 도로가 생기고 쾌적한 녹지 환경으로 꾸며지면 그것도 멋지고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부산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사상~진양램프 7㎞ 폐지만 합의
철거 대신 요금 할인·공원화 등
시, 대심도 개통 이후 활용 모색
부산 동서고가도로 전경. 부산일보DB
‘철거냐, 공원화냐.’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개통 후 중복 노선의 도로 기능 폐지가 예고된 동서고가로의 활용 방안이 논란이다. 일부에서는 대심도와 겹치는 사상IC~진양램프 구간(약 7km)의 철거가 확정된 것으로 오해하지만, 현재 중복 구간의 도로 기능을 폐지하는 것 외에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GS건설(주) 컨소시엄’을 지정하고 3월부터 실시협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내년까지 진행될 협상 과정에서 사업비와 운영비 등 사업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시도 앞서 GS건설 측에 사업비 반영을 요청했던 동서고가로 철거 예산(약 1000억 원) 등과 관련해 국토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임경모 시 도시계획국장은 “사상~진양램프 도로 폐지는 결정됐지만, 철거할 것인지 이용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대심도 개통 예정 시기가 2030년이어서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 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GS건설은 2017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을 국토부에 제안한 바 있다. 시는 지난해 1월 국토부, GS건설과의 3자 협의를 통해 대심도 개통 1개월 전에 중복 노선 폐지를 위한 각종 행정 절차를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임 국장은 “국토부에 당장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에 대한 시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철거비는 우선 총사업비에 반영해 뒀다가 향후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게 될 경우 대심도 이용자의 통행료를 감면하거나 통행료 징수 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후 협의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서고가로 공원화가 추진된다 하더라도 GS건설 측이 부담하기로 했던 고가도로 철거비를 공원 조성에 쓰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로 건설과 공원 조성은 별개 사업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총사업비에 공원화 예산을 반영해 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반면 공원화를 제안한 시민단체 측은 공원 조성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다양한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성근 (사)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공원화에 대한 시민 열망이 모인다면 사업자인 GS건설은 물론 여러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시비뿐 아니라 국비 지원까지 따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시는 이르면 올 하반기에 동서고가로 철거와 공원화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어 주민 의견 수렴 등 장기적 검토를 거쳐 최종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고가로 인근 지역 주민들도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한다. 부산진구 개금동에 사는 60대 시민은 “철거하든 공원화를 하든 주민 의견을 제대로 듣고 해야 한다”며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장단점을 비교, 설명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기후대응 방해꾼은 대가를 치르게 될까
지난달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인근에 모인 4천여명의 시민들이 ‘두번째 지구는 없다’는 펼침막 등을 들고 정부에 기후정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스 뉴스>는 선거에 관해서만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세계 60여 나라 500여 매체가 협업하는 기후보도 웹사이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CN)는 지난 3월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다. <폭스 뉴스>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가 제소돼, 최근 1조원가량을 개표기 업체에 물어주게 된 방송사다. 시시엔은 폭스 뉴스가 “기후대응을 방해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허위 주장을 거의 매일 퍼뜨렸다”고 고발했다.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는 없다’부터 ‘풍력발전기가 고래들을 죽인다’까지, 온갖 음모론이 망라됐다고 한다.
기후과학자인 마이클 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저서 <신기후전쟁>에서 폭스 뉴스의 ‘독일 태양광 보도’를 소환했다. 방송에서 앵커가 “독일이 미국보다 태양광에서 앞서가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기자는 “일조량이 훨씬 풍부해서”라며 미국은 어렵다는 투로 말했다. 사실은 독일의 평균 일조량이 미국보다 훨씬 적고, 성공 비결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맨 교수는 “독일이 재생에너지에서 앞서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나라에) 폭스 뉴스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독일, 덴마크 등 유럽 나라들에서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기업, 학자, 정치인, 언론이 미국만큼 활개 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환경규제를 피하려는 화석연료 기업, 이들의 지원을 받는 연구재단과 청부 과학자들, 시장근본주의를 신봉하는 보수 정치인,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들이 매우 집요하다. 오죽하면 기후변화를 대놓고 부정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는 ‘깽판’까지 칠 수 있었을까. 나오미 오레스키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과학사) 등의 책 <의혹을 팝니다>는 과거 흡연이 건강에 해롭지 않다며 담배 회사를 편들었던 과학자들이 화석연료 기업의 돈을 받고 기후변화 부정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고 폭로한다.
한국에서는 세계적 흐름을 타고 큰 논쟁 없이 ‘탄소중립’과 ‘환경·사회·투명경영’(ESG)을 지향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기후변화 부정론도 ‘진행형’이다. 4대강 사업이 환경에 이롭다고 주장했던 학자가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책을 내고, 유력 언론이 사실검증 없이 인터뷰를 싣는다. 느닷없이 외국의 기후변화 부정론자를 인터뷰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오기도 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각국 기후과학자들이 일관되게 인정한 사실에 상반되는 주장을 그대로 전달한 보도는 온라인에서 기후음모론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재생에너지를 공격하는 괴담 수준의 허위정보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것이 아이피시시 등 국제사회의 합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와 경쟁 관계인 원자력 발전을 옹호하는 정치인 등이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전자파, 유해 세척제 때문에 해롭다’고 떠들었고, 이는 일부 언론을 거쳐 온라인으로 퍼져나갔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의 태양광 사업이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등 유휴부지 태양광 설비 확대가 지지부진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0년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꼴찌다.
유엔이 아이피시시를 만들고 기후변화 대응을 본격화한 게 1988년으로, 벌써 35년 전이다. 아이피시시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1.5도 상승’이 임박한 지금, 거리시위에 나선 청소년들은 ‘이제껏 뭘 했느냐’고 어른들에게 묻는다. 맨 교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기술과 자원은 이미 있으나, 기후변화 부정론의 훼방 등으로 일사불란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각국이 에너지 전환 등을 제때 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반지하 집과 지하철을 순식간에 덮칠 대홍수, 식량난·식수난을 부를 극한의 가뭄, 꺼지지 않는 산불, 해수면 상승과 환경 난민을 둘러싼 분쟁, 전염병 창궐 등이 ‘가능성’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후대응 방해꾼들을 막을 수 있을까. 허위정보 유포자들이 대가를 치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전속력으로 기후대응에 나설 수 있을까. ‘그렇다’는 답이 너무나 간절한 시간이다.
제정임 |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한겨레
꼬마물떼새 살던 고마나루 모래톱, 공주보 닫자 다시 펄밭으로
지난 12일 금강 고마나루 강변 모습. 모래톱은 사라지고 펄밭으로 변했다. 최예린 기자
지난 12일 충남 공주의 금강 고마나루 강변으로 다가가자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지난해까지도 이곳을 뒤덮었던 고운 모래는 보이지 않았다. 강변은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고, 진흙과 모래가 섞인 땅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해 6월·10월 2차례 공주보 담수(수문을 닫아 물을 가둠) 이후 모래톱 위에 펄이 쌓여 이렇게 됐다. 펄밭으로 변한 땅에 풀이 자라면서 모래톱이 육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마나루는 2018년 공주보 개방 이후 모래톱이 넓게 형성된 곳이었다. 재자연화로 모래톱이 다시 만들어진 이후 해마다 이곳에서 6쌍 이상의 꼬마물떼새가 번식했다. 하지만 이날 이곳을 찾았을 때는 번식 중인 꼬마물떼새 흔적을 찾지 못했다. 이 처장이 지난 4월19·24일, 5월4일 3차례에 걸쳐 현장 모니터링을 했을 때 꼬마물떼새 1쌍이 펄밭 사이 자갈 위에 번식 중이었지만, 그마저도 흔적이 사라진 뒤였다.
꼬마물떼새는 더운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와 새끼를 낳는다. 모래톱의 자갈 위에 알을 낳아 품는다. 금강의 꼬마물떼새는 한때 고향을 잃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모래가 준설되고 번식처가 공사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일부 꼬마물떼새는 건설 차량과 장비가 오가는 틈에서 알을 낳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되고 보 수문이 닫혀 모래톱이 아예 사라진 뒤로는 번식처를 잃고 금강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러다 2018년 보가 개방되고 재자연화로 모래톱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꼬마물떼새도 금강에 돌아왔다. 재자연화 뒤로는 해마다 최소 6~7쌍의 꼬마물떼새가 고마나루에서 번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처장의 설명이다.
지난달 4일 금강 고마나루에서 발견된 꼬마물떼새 알.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현장 모니터링 결과 고마나루에서 꼬마물떼새 1쌍의 번식 현장을 관찰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곳에서 6쌍 이상의 꼬마물떼새 번식을 확인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꼬마물떼새는 금강 재자연화의 상징과도 같은 새지만, 다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6월 가뭄 대책과 10월 백제문화제 등을 이유로 공주보 담수가 이뤄지면서 고마나루 모래톱이 펄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약 40여일간의 담수였지만 영향은 컸다. 쌓인 펄에 풀까지 자라면서 빠르게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전·공주 지역 시민들이 4차례에 걸쳐 펄 걷어내기를 진행했지만 드넓게 뒤덮인 펄을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래톱이 회복되지 않으면 고마나루에서 태어난 꼬마물떼새들은 다시 고향을 잃고 번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처장은 “2012년 4대강 보 완공 뒤 물고기 30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녹조라떼’와 함께 오염지표종인 큰빗이끼벌레·붉은깔따구·실지렁이가 창궐한 병든 금강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모래와 자갈, 여울과 풀이 있고 꼬마물떼새가 찾아오는 금강이어야 진정한 강으로 살아날 수 있다”며 “공주보 담수와 같은 무지한 결정은 반복돼선 안 된다. 최근 보 활용론을 부추기는 일부 세력의 선동 역시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후쿠시마 오염수, 나는 마실 수도 있다"…영국 노교수 자신감 근거는?
삼중수소는 2주 후면 몸밖으로 배출
원자력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금물"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15일 서울 종로구 HJ비지니스센터에서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방사선·핵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웨이드 앨리슨(81)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가 내 앞에 있다면 바로 마시겠다"며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2023한국원자력학회 춘계학술대회 연설을 위해 방한한 앨리슨 교수는 15일 서울 종로구 HJ비지니스센터에서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발언의 요지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
앨리슨 교수는 "우리 신체 내에는 칼륨40을 원인으로 하는 방사선량(kg당 60~100베크렐)이 존재한다"며 "계산을 해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를 마셔도 기존 수치의 80% 정도만 올라간다"고 말했다. 특히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정화되지 않아 안팎으로 논란이 됐던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마셔도 12~14일 정도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며 "물과 함께 씻겨나가는 삼중수소의 성질이 있어서 어패류에도 영향이 없다"고 단언했다.
기자들이 "오염수가 그렇게 안전하다면 왜 식수나 공업용수로 활용하지 않고 방류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바다 방류를 하는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미 안전한 것을 조금 더 안전하게 하려는 노력을 두고 사람들은 오히려 '안전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방사선 이야기는 공포를 조장하는 것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예정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에 대해서는 "삼중수소 외에 스트론튬과 세슘 등이 여과됐는지, 다른 오염 물질은 없는지 확인해야한다"며 "일본이 진정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하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앨리슨 교수는 햇빛, 불, 자동차가 위험하지만 인류가 안전하게 활용하고 있듯이 방사능 역시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며, 과도한 공포가 원자력 발전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외선도 방사선의 일종이고 오래 노출되면 암이 유발될 수 있지만, 노출량에 따른 위험 정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휴가에서 태닝을 즐긴다"며 "원자력에도 이와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자력과 방사능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1970년대 대중의 (과도한 공포와 같은)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기후 변화를 겪게 될 미래를 고려해서라도 원자력 발전에 대해 완화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앨리슨 교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해 방사선 문제에 대한 강의를 했고, 오염 지역의 이재민, 의료인 등을 다수 만나기도 했다. 그는 17일부터 열리는 2023년 한국원자력학회 기조 강연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수용, 교육의 문제'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담장 허물어 통학로 넓힌 하단초…부산 초중고교 56곳이 동참 의사
시교육청 보행여건 개선 1호
학교 담장을 허물어 통학로를 확보하는 부산지역 ‘1호 학교’로 하단초등학교가 선정(국제신문 지난 11일 자 2면 보도)된 이후 부산지역 학교 56곳이 동참 의사를 나타냈다.
15일 부산시교육청이 사하구 하단초등학교 정문 부근 곡각지 담장을 허물어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부산시교육청은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 실시한 ‘담장 이동 학교 전수조사’ 결과 56개 학교(초등학교 36곳, 중학교 7곳, 고등학교 13곳)가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 학교별 현장 실사, 관련 부서 전담 조직 운영 등을 거쳐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학교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학생 안전과 교육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통학로 개선 사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사하구 하단초등학교에서 담장 이동을 통한 통학로 확보 사업을 시작했다. 이 공사는 지난 3일 시교육청에서 발표한 통학로 학생 안전 대책의 하나로서 학교 담장 이동 등을 통해 통학로를 확장하는 첫 사례다. 포클레인을 이용해 학교 담장을 허물었다.
이 구간은 학교 정문 입구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으로, ‘ㄱ’자 모양의 직각 형태다. 시교육청은 이곳의 담장 양쪽 각각 4m씩을 허물어 통학로 확보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 학교 담장을 안쪽으로 옮겨 통학로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이 구간은 왕복 3차선 교차로 방향으로 튀어나왔고, 횡단보도 앞 통학로가 끊겨 있다. 나무와 담장으로 인해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의 시야 확보도 어렵다. 시교육청은 끊어진 통학로를 연결해 학생과 시민의 보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7년만의 슈퍼 엘니뇨
실시간 기후 측정 사이트인 클라이밋 리애널라이저가 공개한 지구 기온 분포도. Climate Reanalyzer 캡처
올여름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 최악의 폭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16일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7~8년 전 자동차 보닛 위에 달걀을 깨면 프라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무더위가 왔다. 이번에 슈퍼 엘니뇨로 인해 이런 더위가 또 올 수 있는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함 교수는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며 “슈퍼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이다.
함 교수는 “지구 온난화가 있기 전부터 엘니뇨는 계속 있었다”면서도 “슈퍼 엘니뇨 발생 빈도가 높아지거나 강도가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 엘니뇨와 기후변화가 관련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 엘니뇨는 동아시아 지역이나 호주 지역의 가뭄을 유발하는 경향성이 있다. 동태평양 지역 인근의 남아메리카 대륙에는 홍수를 유발하는 경향성이 있다”며 “슈퍼 엘니뇨가 오면 관련성은 더욱 강화하는 현상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45도 이상의 이상기온이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가 중첩돼서 나타나는 효과”라며 “슈퍼 엘니뇨 단독으로 만든 것보다는 기후변화가 중첩돼서 온도가 급히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토종 식물 성장 저해”… 부산 삼락생태공원 뒤덮은 ‘양미역취’
서부산낙동교 인근 19%가량 군집
독성 물질 내뿜어 기존 생태계 파괴
갈대-억새 등 터줏식물군 성장 위협
부산 사상구 덕포여중 1학년 학생들이 11일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양미역취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미역취가 뿌리에서 독성물질을 내뿜으며 주변 다른 식물의 성장을 저해해 갈대와 억새 군집 등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제거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양미역취가 너무 많아요.”
11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연꽃단지. 덕포여중의 한 학생은 “양미역취를 열심히 뽑았음에도 제거 흔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라며 작업하던 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환경 봉사활동으로 이곳을 찾은 덕포여중 1학년 학생 72명은 1시간 동안 양미역취 제거 작업을 벌였다. 환경단체인 그린트러스트의 이성근 상임이사는 “땅속의 뿌리로 번식하는 만큼 뿌리째 뽑아내야 한다. 얼마 전 내린 비 덕분에 줄기 아래쪽을 잡고 힘껏 당기면 쉽게 뽑힐 것”이라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처음에 학생들은 크기가 비슷한 갈대 같은 토종 식물과 구별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적갈색 줄기와 잎 끝부분이 톱니 같은 형태의 양미역취 특징을 파악한 뒤로는 수풀에 들어가 한 움큼의 양미역취를 쉽게 뽑아 나왔다. 학생들이 모은 양미역취 더미는 30분 만에 성인 무릎 높이까지 쌓였다. 신모 양(13)은 “공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제거 활동이 한 번에 그쳐서는 안 될 것 같다”며 “가족과 휴일에 이곳을 찾아 제거 작업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삼락생태공원의 양미역취 유입 실태는 심각했다. 기자가 이날 그린트러스트와 2시간여 동안 4.7㎢(약 142만 평)의 공원 전체 가운데 부산김해경전철 강변나들교부터 사하구 을숙도 방향 공원 하부 지역 1.5㎢(약 45만 평)를 도보로 확인했다. 그 결과 산책로와 하천변 등에서 두드러지게 양미역취가 관찰됐다. 산책객의 발길이 뜸한 을숙도 방향 공원 하부로 이동할수록 양미역취 군집은 더 빽빽해졌다. 서부산낙동교 인근 수풀에서 줄자로 측정해 보니 가로세로 1m에 약 50포기의 양미역취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원래 군집을 이뤘던 갈대와 억새는 찾기 어려웠다. 뿌리에서 독성물질을 내뿜으며 주변 다른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양미역취의 ‘타감 작용’으로 기존 생태계가 파괴된 것.
그린트러스트의 모니터링 결과 서부산낙동교 주변 35만3790㎡ 가운데 양미역취가 군집을 이뤄 분포하는 지역은 6만632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산낙동교 주변 공원의 약 19%가 양미역취 군집이 된 셈. 이 군집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그린트러스트는 설명했다. 삼락생태공원에서는 가시박과 미국쑥부쟁이, 단풍잎돼지풀, 털물참새피 같은 다른 외래 식물종도 발견됐다. 이 이사는 “이런 추세라면 갈대는 물론이고 버들류와 명아줏과 등 터줏식물군이 삼락생태공원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며 “환경부와 부산시가 예산을 투입해 양미역취 같은 외래 식물종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개체당 2만 개가 넘는 씨앗을 퍼뜨리는 양미역취는 바람에 날려 사람 발길이 안 닿는 강변과 철로 주변 등에 정착한다. 부산에서는 삼락생태공원 같은 낙동강 둔치를 비롯해 부산역 기찻길 옆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공터 등에서 군집이 발견되고 있다. 양미역취는 최대 2.5m까지 자란 뒤 매년 9월부터 유채꽃과 비슷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며 18세기 유럽에 관상용으로 도입된 뒤 1900년대 일본으로 확산됐으며 국내에선 1969년 전남 보성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4대강 보 활용’ 찬성 87%?···환경단체 “답정너 설문지로 여론 조작”
4년 만에 뒤집힌 환경부 여론조사 결과
낙동강 인근 논에 지난해 녹조가 번진 모습.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설문지, 가뭄 언급하며 정해진 답 유도
보 개방·해체는 질문·선택지서 아예 빠져
2018년 12월 환경부 여론조사에서 4대강 보가 필요하다고 답한 보 인근 주민의 비율은 42.9%였다. 일반 국민 중 찬성 비율은 그보다 조금 높은 44.3%였다.
지난달 환경부가 다시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선 대단한 변화가 나타났다. 보 인근 주민은 약 87%, 일반 국민은 그보다 조금 낮은 77%가 “보를 적극 활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4년5개월 동안 여론이 급격히 바뀐 것일까. 4대강 사업 찬성 측은 가뭄, 홍수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4대강 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 조사가 편파를 넘어서 여론조작에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6일 환경부는 지난 4월18~23일 보 인근 주민 4000명, 일반 국민 1000명 등 총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대강 보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다수가 윤석열 정부의 4대강 보 활용 기조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환경부 조사에서 한쪽에 치우친 결과가 나온 것은 설문조사의 설계 자체가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보가 가뭄과 물 부족에 큰 효용이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과학적 검증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지만 환경부는 마치 보를 통해 가뭄과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설문지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물 부족으로 광주·전남지역의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이 예년 대비 50% 밖에 되지 않는 등 지난해부터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질문에 앞서 설명했다.
극심한 녹조로 물든 낙동강 물을 컵으로 뜬 모습.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환경부는 또 이번 조사에 보 개방이나 해체와 관련된 질문이나 선택지는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다. 2018년 조사에선 보를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 국민 54.1%, 보 지역 주민 56.6%로 더 많았다.
환경부는 이날 낙동강 녹조 대책으로 퇴비 관리를 강화한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무분별하게 하천 주변에 방치된 퇴비를 제거함으로써 녹조의 원인이 되는 영양물질인 질소, 인의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에 관해서도 의혹을 제기한다. 정책 방향은 맞는데 왜 이제와서 지금껏 방치했던 퇴비 관리를 강화하냐는 것이다. 녹조 근본 원인인 보를 유지하려고 퇴비 등 비점오염원으로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환경부의 지난달 인식조사 결과 하천시설 운영 시 중점을 두어 운영되어야 하는 방향으로 국민 과반수는 ‘수질/생태와 수량을 균형있게 중시하는 방향으로’를 선택했다. 환경부 제공.
환경단체들은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이 ‘하천시설 운영 시 중점을 두어 운영되어야 하는 방향’에 대한 질문에 ‘수질/생태와 수량을 균형있게 중시하는 방향으로’로가 답한 이들이 과반을 넘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응답한 이는 일반국민 52.1%, 보 인근 주민 57.8%인 반면 환경부의 4대강 보 활용과 같은 방향인 ‘수질/생태보다 수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라고 답한 이는 일반국민 9.5%, 보 인근 주민 11.5%에 불과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의도된 설문조사 문항에서도 현재 4대강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우리 국민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경부가 지켜야 할 대상은 ‘보’가 아니라 ‘강’”이라고 지적했다.
경향 김기범기자
국책연구원 초청 교수 "후쿠시마 물 1리터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 황당 주장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가 1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을 보내기로 한 가운데, 국책연구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수년째 노골적으로 옹호해 왔던 해외 학자를 초빙해 기자간담회를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는 1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저선량 방사선 영향과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공포가 집어삼킨 과학'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기자간담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앨리슨 교수는 "저는 지금 제 앞에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 자연적인 수준의 80% 수준밖에 방사선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수백 리터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앨리슨 교수는 또 한국 정부의 시찰단이 일본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의) 정직과 신뢰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인들을 믿을 수 있나? 왜 못믿겠나. 이 경우에도 신뢰가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리슨 교수는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식수나 공업용수로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해양 방류는 가장 쉽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게 없는데도 '전문가'가 "당장 마실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 태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한국 시찰단이 아직 일본을 방문하지도 않았는데, 국책연구기관이 '친원전' 발언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를 수년간 옹호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학자를 굳이 초청해 이같은 행사를 열어야 했는지 역시 논란의 소지가 크다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
고속도로 동물찻길사고 ‘고라니’가 최다
동물찻길사고 예방시설인 추풍령 생태통로. 한국도로공사 제공
한국도로공사가 야생동물의 활동량이 증가하는 5~6월을 맞아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동물 찻길 사고 주의를 당부했다. 16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고속도로 동물찻길사고는 총 6729건이다. 월별로는 5~6월에 2620건으로 전체 중 39%가 발생했다. 하루 중에는 자정~오전 8시(3845건, 57%)에 발생한 사고가 가장 많았다.
동물 찻길 사고를 당하는 야생동물은 고라니(85%), 멧돼지(6%), 너구리(5%) 순으로 많다. 고라니가 대부분인 이유는 상위 포식동물 부재로 인한 개체 수 증가와 고속도로 주변 야산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로공사는 동물찻길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에 매년 50km의 야생동물 침입방지 유도울타리를 설치해 왔다. 또 고속도로 건설 사업으로 인해 단절된 야생동물 서식지를 연결하기 위해 공사 중인 전 구간에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고속도로에 총 2799km의 유도울타리와 140개소의 생태통로를 설치했다.
이 덕분에 연간 동물찻길사고 건수는 2015년 2545건 이후 매년 감소해 2022년에는 1137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동물찻길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동물찻길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의 도로전광표지(VMS), 동물주의표지판 등을 확인해 전방주시를 철저히 하고 규정 속도를 준수해야 한다.
운전 중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핸들 및 브레이크의 급조작을 삼가고 경적을 울리며 통과해야 한다. 특히 야간 상향등은 동물의 시력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물과 충돌했다면 후속차량과의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비상등을 켜고 우측 갓길로 차를 이동시킨 후 가드레일 밖으로 대피해야 하며,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신고하면 신속한 사고수습이 가능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동물찻길사고 예방과 고속도로 인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야생동물의 생태통로 설치 및 이용률 향상 방안을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부산 석면 우려지역, 10번 검사하면 9번 검출
보건환경硏 5년 토양검사 결과…수정동 노후 슬레이트 마을 등 여전히 주민 폐질환 위험 노출
노후 슬레이트 밀집지역과 수리조선소 일대 등 부산 석면 노출 우려 지역 토양에서 지난 5년 동안 석면이 검출빈도 90% 이상 확률로 발견됐다. 흙을 10번 떠서 현미경으로 보면 9번 이상은 석면 조각이 보인다는 의미다. 이들 지역은 깨진 슬레이트 지붕이 방치돼 있거나 석면을 사용한 러시아 선박 수리가 많아 주민의 석면 노출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우려가 크다.
16일 부산 동구 수정동 일대(수정동 79번지 마을) 노후 슬레이트 주택 전경.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16일 부산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석면노출 우려지역의 퇴적토양이나 먼지를 검사하니 노후 슬레이트 밀집 지역과 수리 조선소 일대에서 석면 검출빈도가 각각 96.8%, 90%로 집계됐다. 검출빈도는 조사횟수 대비 석면이 나온 횟수다. 즉, 흙을 퍼서 10번 검사하면 9번 이상은 석면 조각이 현미경으로 관찰된 셈이다.
구체적인 장소는 ▷연제구 물만골 마을 ▷동구 성남오길 일대 ▷사하구 다대동·감천동 ▷영도구 남항동·봉래동 등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공기 중 석면은 나오지 않고 흙 50g을 채취하면 미량이 나와 인체에 영향 끼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검출된다는 것은 석면이 오랜 세월 일대에 광범위하게 영향 미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와 지역 주민은 석면 누출이 ‘현재 진행형’이라며 우려했다. 부산의 마지막 노후 슬레이트 마을로 꼽히는 동구 성남오길 골목(수정동 79)은 손 대면 바스러질 듯한 슬레이트 지붕이 성인 눈높이에 있어 석면 먼지를 고스란히 들이마시는 실정이다. 또 사하구 영도구 수리조선소 일대는 국내 선박의 경우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이 금지됐지만, 지금도 석면을 쓰는 러시아 등 해외 소규모 선박이 들어와 석면에 노출될 위험성이 제기된다.
센터는 석면 피해 우려 지역에 살면서도 정작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이가 많다며 대면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홍보 인력 1명으로 부산 전역을 담당하기는 역부족이고, 관련 예산도 소진이 임박한 검진 예산으로 돌려야 할 처지다. 센터 문성재 사무국장은 “광고나 포스터보다 노인복지관 홍보 한 번이면 문의 전화가 빗발칠 정도로 효과적이다. 피해 인정자 94%가 중·노년층인 점을 고려해 부산 16개 구·군 행정복지센터, 노인복지관 등 지역사회가 함께 석면 검진의 필요성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가덕신공항공단 늦어지나… 기재부 ‘빗장’ 풀기 관건
국토부, 국회 법안 심사 연기 요청
인력·예산 증가 반대 기재부 설득
6월 이후 처리, 내년 초 설립 목표
연내 통과 땐 사업 추진 지장 없어
가덕신공항 건설을 전담할 공단을 설립하기 위한 근거 법안의 국회 처리가 6월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이유로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내년 초 공단 설립을 목표로 기재부 설득을 계속한다는 전략이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법’과 관련 법안 심사를 6월 이후로 미뤄줄 것을 국토위에 요청했다. 국토위의 한 관계자는 “당초 5월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한 이후 곧바로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국토부가 기재부 반대를 이유로 법안 심사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토위는 일단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법안소위로 회부한 뒤 심사 일정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정책을 이유로 공단 설립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발표하며 공공기관 축소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2022~2023년 기간에 1조 1000억 원의 예산을 삭감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조직이나 인력도 대폭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덕신공항건설공단이 새로 만들어져 인력과 예산이 늘어나는 데 대해 기재부를 중심으로 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등은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설립 대안으로 한국공항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가덕신공항 건설 업무를 맡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가 가덕신공항 건설과 운영을 맡을 경우 고질적인 ‘수익 유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공항공사는 현재도 김해공항과 제주공항 등 일부 공항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적자공항’ 운영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4활주로 건설 이후에도 ‘5단계 확장’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어 가덕신공항 건설을 맡을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을 대표발의한 국민의힘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의원은 “가덕신공항은 입지 조건이 특수해 고난도의 복합공사가 수반되는 만큼 별도 공단 설립이 절실하다”면서 “정부 내 이견을 조속히 조율해 하루빨리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가덕신공항 건설을 전담할 공단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다만 공단 설립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내년 초로 잡고 있어 국회 법안 처리는 올해 안으로만 이뤄지면 사업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토위 법안 심사가 7월 이후로 늦어질 경우 올해 연말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국토부가 내년에 설계용역을 발주한 이후 설립된 공단이 건설공사 발주와 관리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천국제공항은 1992년 11월 부지조성공사 착공을 하고 2년 뒤인 1994년 9월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이 설립돼 사업 추진을 맡았다. 건설공단이 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로 탈바꿈한 것은 공항 개항(2001년 3월)을 2년 앞둔 1999년 2월이었다.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의 국회 심사 일정이 연기되면서 17일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과 부산시의 간담회에서도 가덕신공항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간담회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가덕신공항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부의 법안 심사 일정 조정 요청으로 이번 간담회 주제는 산은 부산 이전으로 좁혀졌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세계 최대 풍력 기업, 환경단체와 굴·홍합 연구 나선 이유
기후 위기·에너지 위기·생물다양성 위기 이 세 가지가 교차로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을 보호해야 하지만 동시에 풍력 터빈 건설을 멈출 수 없습니다. NGO·정부·정치·업계가 함께 협력해야만 할 수 있습니다. -롭 제튼 네덜란드 기후 및 에너지부 장관(4월 25일 윈드유럽 장관급 회의)
유럽 기업들이 현재 매진하는 과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지나 '생물다양성' 복구다. 기후변화 대응이 교토의정서 이후 탄소 가격제 도입·재생에너지 확대·전기차 상용화 등 제도와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면, 생물다양성을 기업의 이윤 추구와 조화시키는 건 상대적으로 새로운 영역이다.
기업 중에서도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하는 기업들에게 생물다양성은 특별히 중요하다. 일차적 이유는 입찰에서의 우위다. 유럽의 더 많은 국가들이 생물다양성을 입찰 기준에 포함시킬 전망인 만큼 이에 대한 역량을 갖출수록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입찰에서의 가점이 다가 아니다. 해상풍력 개발 사업을 장기적으로 하려면 해양생태계와 '공존'하는 게 필수라는 평가를 업계 최상위 기업들은 내리고 있다. 당장은 비용이 들지만 생태계 정보를 얻고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오래 경쟁 우위를 갖고 사업을 하는 길이란 판단에서다. 단지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생물다양성 확보다.
환경보호단체 WWF(세계자연기금)와 해양생물 공동연구에 나선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한 오스테드는 지난해 10월부터 WWF덴마크, DTU(덴마크 공과대학교)의 DTU아쿠아(덴마크 국립 수산자원 연구소)와 덴마크 해역 해양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프레스투어 중 찾은 덴마크 북부 마을 뉘쾨빙 모르스 소재 DTU아쿠아 연구소에서는 유럽 굴(Ostrea edulis)과 홍합의 한 종류인 털담치(Modiolus modiolus)를 배양하는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 두 종은 한때 덴마크 인근 북해에 풍부했지만 남획, 기후와 수질변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문제는 이런 굴·홍합 껍질이 생물학적 산호초를 만들고, 이 산호초가 다른 해양 생물의 번식지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서식지 조성자' 격인 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해양생태계 전반의 위기가 초래 됐다는 점이다. 오스테드·WWF·DTU는 이 굴과 홍합 종을 번식시켜서 생물학적 산호초를 다시 구축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오스테드가 돈을 들여 생물다양성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오스테드의 캐서린 헤밍슨 생물다양성 선임 전문가는 이날 기자단 대상 발표에서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지속가능성이 정부의 해상풍력 조달(입찰)에서 핵심 기준의 일부란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더 근본적인 필요를 부연했다. 그는 "(화석연료 사업을 하던) 오스테드는 지난 10년간 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둬 왔고 2040년까지 전체 공급망 순배출량 제로라는 목표를 향한 궤도에 있다"며 "그러나 이 전환 과정에서 기후변화만이 해결해야 할 유일한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육상 생물종의 약 70%가 사라진 글로벌 생물다양성 위기에도 직면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오스테드는 2030년 이후부터 우리가 관리하는 모든 재생에너지 자산에서 순(net) 긍정적 다양성 영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해양풍력발전 단지를 지을 때 해양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해양 서식지 복원 등 추가적인 긍정적 효과를 조성하는 데까지 나서겠다는 의미다.
'순 긍정적 영향'이란 기업의 이윤 추구와 환경보호를 같은 방향에 놓는 개념이다. 환경에 대한 적극적 행보가 당장은 돈이 들어도 남는 게 더 많은 투자 일 수 있다는 관점을 드러낸다. 사회적 저항을 막고, 생물다양성에 대한 규제가 늘어날 때 경쟁사 대비 가질 수 있는 우위가 예상가능한 편익이다. 오스테드 덴마크 해상풍력 부문 관리 담당자 소렌 셰르피그가 같은 자리에서 "입찰과정을 현명하게 개선해 (가격만 반영하는 대신) 생물다양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 것도 이 부문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오스테드의 방향을 보여준다.
현재는 데이터를 쌓으면서 '생물다양성 측정 방법론'을 구축하는 단계다. 헤밍슨 전문가는 "해상풍력 발전 단지 자산을 조사할 때 생물다양성 상태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또 생물다양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입찰 과정에서 가격 이외의 경쟁력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생물다양성을 측정한 이후에는 실제로 어떻게 다양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물고기·새 움직임 분석…'공존'이 기업에게 중요한 이유
데이터 축적은 생물다양성 분야 경쟁력 제고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다. 연구에 기반한 누적된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생물다양성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만들거나 정확한 규제를 위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게 유리하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에서 지속가능성 전략을 담당하는 하나 비귬 해상풍력 컨셉 리더는 같은 날 오전 별도의 기자단 대상 발표에서 자사의 해양생태계 조사 내용을 소개하며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업계 전체가 해당 지역 생태에 대한 깊은 지식을 얻게 된다"고 했다.
에퀴노르는 2017년 가동을 시작한 세계 첫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에서 생물체가 바다에 흘리는 유전물질인 환경 DNA(eDNA)를 분석해 풍력단지가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다. 지난해 노르웨이에 세운 하이윈드 탐펜에서는 풍력 발전기에 레이더를 달아 새가 풍력 터빈에 충돌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새의 움직임을 연구한다. 부표에 CCTV를 부착하는 방식으로도 새의 움직임을 살핀다.
어촌·주민 수용성 측면에서도 생태계와의 공존은 핵심이다. 산유국이면서 어업을 핵심 산업으로 둔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가 50년간 해양 석유·가스 프로젝트를 해 오며 체득한 점이다. 비귬 리더는 "우리는 해양산업 및 수산업과 공존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초기단계의 대화와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정말 많이 경험했다"고 전했다. 어종이 풍부하고 민감한 조업 지역을 피하는 등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해양환경을 조사한 게 그 예다.
풍력발전기 날개 검은색으로 바꾸면 새가 덜 부딪힐까?…RWE의 실험
풍력발전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더 구체적인 단위에서도 이뤄진다. 독일 RWE리뉴어블이 네덜란드에서 2021년 9월부터 2년간 시행 중인 '검은색 블레이드' 연구가 대표적이다. 풍력 터빈 날개를 검은색으로 칠하면 새들이 터빈 사이를 안전하게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는 연구다. 검은색이 하늘의 색과 대비를 높여 새들이 풍력 터빈을 더 쉽게 알아채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거란 가정에서 출발했다.
이 연구는 검은색 페인트가 칠해질 때 블레이드가 받는 영향도 살펴본다. 검은색 페인트가 열을 흡수해 날씨가 더워지면 블레이드 온도가 상승하고 과열될 수 있어서다. 기술적 효과 외에 '사람들이 검은 터빈을 어떻게 보는가' 등 경관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보고 있다.
폴 콜데빈 RWE 리뉴어블 북유럽·폴란드·발트해 연안 개발 부문 총괄 부사장은 같은 달 23일 기자단 대상 발표에서 검은색 블레이드 실험을 예로 들며 역시 '순(net) 생물다양성 긍정적'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운영 한 후에 어떤 식으로든 운영하기 이전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 전반적인 전략"이라 했다.
코펜하겐(덴마크)= MoneyToday권다희 기자
유럽 내 親원전 16개국 모였다…"탈탄소 달성할 저렴한 방법“
2050년까지 EU 내 원전 용량 100GW→150GW로 늘려
지난 1월3일(현지시간) 프랑스 듄느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 원자력발전소가 한밤중에 수증기를 내뿜으며 정상 가동되고 있다. 2023.1.3.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유럽의 친(親)원자력 국가들이 장관 회의를 소집해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이 유럽을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내 친원자력 국가들은 파리에서 열린 16개 정부 회의에서 원자력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 산업 보조금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사용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내 친원전 14개국과 옵서버 격인 이탈리아, 비EU 국가인 영국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원전의 장점과 각국의 원전 확대 방안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회의에서 "EU 예산이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계획된 전력 시장 설계 개혁은 이론적으로 해당 부문이 외부 자금 조달을 더 쉽게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위원회가 2024년 초에 유럽 원자력 인프라에 대한 연구를 제공할 것"이라며 "각국에 일자리 요구 사항을 포함해 새로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요구 사항을 자세히 설명하는 투자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채택된 선언문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2050년까지 소형·대형 원자로 30~45개를 추가로 건설해 EU 내 원전 용량을 100기가와트(GW)에서 150기가와트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45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유럽 내 국내총생산(GDP)이 920억 유로(약 134조 12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 연료 수입도 줄어들어 330억 유로(약 49조원)가량의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부 장관은 "원자력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없이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으며 탈탄소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라며 "이것은 유럽 가정을 위한 저렴한 에너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RE100 맞대응으로 원전 내세운 정부, 실효성은?
정부·대한상의, ‘무탄소 에너지’ 포럼 출범
재생에너지 중심 RE100에 원전+수소발전 포함
RE100 대안 자리잡기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전기차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로부터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100%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회사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납품 계약은 최종 무산됐다. 코트라는 “볼보로부터 앞으로 유럽 시장에 납품하려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관련 목표 이행 계획서 제출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통보받았다”며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고 노력하지만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100% 전력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 2호기(오른쪽)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향신문
BMW와 볼보 등 해외 주요 기업의 RE100에 대한 이행 요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납품업체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 원자력발전까지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CFE)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CFE가 RE100처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자칫 원전 중심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후 무역장벽 RE100 대안으로 CFE 밀고 있는 정부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CFE 포럼 출범식을 열었다. CFE는 탄소 배출이 없는 무탄소 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의미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야 하는 RE100과 달리 원자력발전, 수소, CCUS 기술 등도 포함한다. RE100의 대응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CF100이라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정부는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하고 유럽·북미와 달리, 전력망도 고립돼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RE100보다 원전을 포함한 CFE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산업부는 “비싼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은 RE100을 이행하는데 비용부담이 커지고 재생에너지 환경이 좋은 나라 기업보다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RE100이 민간의 자발적인 캠페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적인 무역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무탄소 에너지 인증체계를 미리 검토하고 향후 국제기준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무탄소 에너지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엔 시범사업도 진행키로 했다. 이날 포럼에는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무탄소에너지(CFE) 포럼 출범식. 산업부 제공.
참여기업 확대 미지수···전문가 “RE100 대안 되기 어려워”
CFE가 RE100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E100을 선언한 세계적 기업이 공급망 내 국내 기업에도 RE100 달성을 요구할 때 국내 기업은 CFE 달성을 대신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CFE을 주도한 대표적인 기업인 구글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CFE 참여기업이 70여 개로 RE100 참여기업 수(350여 개)보다 한참 밑도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권경락 플랜 1.5 대표는 “애플이나 BMW 등 주요 기업들이 RE100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CFE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신산업본부장도 “CFE는 RE100을 대체하기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CFE가 RE100보다 달성하기 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RE100의 경우, 화석연료를 통해 나온 전력을 사용했어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나 녹색프리미엄 등의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상쇄할 수 있다.
반면, CFE는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무탄소 에너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직접 공급받아야 한다. 실제 구글은 데이터센터 등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양은 물론, 전력 생산원과 탄소 배출량이 얼마인지 등을 시간별로 측정하고 있다. 이런 엄격한 기준 때문에 RE100 달성 기업이라 하더라도 시간대별로 보면, 68%만 무탄소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CFE 활성화를 위해 유인책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한 것을 인증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전용 요금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기후 환경단체에서는 원전 일변도 정책의 강화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 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전 중심으로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바다를 배경으로 4500㎡ 면적에 42종 5600여 본의 장미가 식재된 영일대 장미원. 예전에는 북부해수욕장이었다. 2012년 해상에 영일대(迎日臺)’라는 해상 누각을 만들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그런데 백사장 폭이 원래 저래 가느다랬는가
바다를 향한 핵공격’…도쿄서 오염수 반대 한·일 시민 연대집회
‘5∙16 공동행동’ 집회
지난 16일 도쿄 일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5∙16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주민 70%는 물론 바로 옆 미야기현 주민도 반대합니다.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지역사회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방사성 오염수 방류는 아시아 각 나라에 대한 폭력이자 침략입니다.”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16일 도쿄 거리에서는 온종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중단하라는 외침이 울렸다. ‘더는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와 ‘사요나라(잘 가) 핵발전소 1000만인 액션’ 실행위원회가 주최한 이 날 ‘5∙16 공동행동’ 집회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저녁까지 이어졌다.
한국의 34개 시민사회환경단체 연대체인 탈핵시민행동 소속 단체인 녹색연합 그리고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활동가들은 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는 한국의 목소리를 전하고 일본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도쿄 행사에 참석했다.
오전 도쿄전력 앞 집회에서는 후쿠시마 주민을 포함해 1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30년 동안 대량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흘려보낼 생각이냐? 도쿄전력은 다시 생각하라”고 호소했다. 유에스더 한국YWCA연합회 활동가는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 특별히 여성들의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왔다”며 “해양 생태계와 바다와 더불어 사는 우리 사람들, 그보다 더 오래 바다와 함께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시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바다를 더럽히지 말라”, “미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오염수 문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현재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제다. 참여자들은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사전 집회 이후 국회 주변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국회 앞에서 열린 2차 집회에서 한 미나마타병(메틸수은 중독으로 생기는 일본 공해병의 하나) 피해자는 건강과 안전 문제에 대해선 절대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절대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연단에 올랐다. 그는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이렇게 많고, 특히 후쿠시마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명확한데, 일본 정부는 이 모든 의견을 무시하고 해양투기를 진행하고 있다. 분명히 국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시찰단 파견이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일본 정부에 명분을 주려는 한국 정부 역시 국가 폭력의 공범”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한·일 두 정상은 오염수 해양투기 대신 육상 장기보관에 합의하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묘호지라는 사찰에서 온 종교인은 이 집회에 어떻게 참석했냐는 질문에 평소 목소리를 많이 내지 않는 편이지만, 마음먹고 집회에 참석했다며 “(오염수 해양 투기는) 아시아 각 나라에 대한 폭력이자 전쟁이나 침략과 같은 것”이라며 “한국 사회와 연대를 통해 함께 협력하고 대응해나가야 하며, 오늘이 그러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일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번째 집회에서는 오염수를 비롯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여러 피해 상황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의 제주, 여수 등을 방문했다고 소개한 일본 환경단체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 대표는 “일본 정부에서는 오염수를 해결하기 위한 네 가지 대안을 갖고 있었다. 왜 다른 대안을 선택하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 일본 정치인은 “(원전 재가동을 위해 일본 정부가) 오염수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하고자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일본 정치인은 현재 일본 국회 상황에 대해 “몇 년 전에는 핵발전소를 줄인다고 했지만 이젠 반대로 가고 있다”며 모든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려고 하는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재가동을 위해) “오염수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하고자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 원자로 바닥이 붕괴하고 있음이 새롭게 알려지고 있다”며 지금도 이어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오염수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체르노빌처럼 콘크리트로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핵시민행동 참가단의 한국YWCA연합회 유에스더 활동가가 16일 오전 도쿄전력 앞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시민은 후쿠시마 오염토를 재활용하는 실험시설을 도쿄 신주쿠 공원 내에 만들려는 계획을 듣고 찾아왔다며 “도쿄에서든, 어디에서든 오염토 재활용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후쿠시마 주민들의 아픔을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함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국회 앞 집회에서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최경숙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주최 쪽은 4가지 사항이 담긴 요청서를 국회와 정부 쪽에 전달했다.
첫째, “후쿠시마 어민들의 이해와 동의 없는 오염수 해양 방류는 없다”고 했던 일본 정부가 약속을 이행할 것, 둘째, 국회와 정부는 도쿄전력이 오염수 안에 들어있는 방사성 핵종의 종류와 농도, 총량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나서고, 방사선영향평가를 재검토할 것, 셋째,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투기 대신 대형 탱크의 장기보관과 모르타르 고체화 등의 대안 검토 등 오염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확립하고 국회는 이를 감시할 것, 넷째,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전국적 공청회와 설명회를 열 것 등이 요청서에 담겼다.
집회는 저녁, 히비야 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마무리됐는데, 막바지엔 참석자가 500여명으로 불어났다. 본 집회에서는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더는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공동대표 오다 치요는 “핵발전소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민들은 방사능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 생활해왔다. 우리는 사고 전에 누렸던 일상생활을 모두 잃었다. 오염수 해양 방류는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방사선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현 오나하마 지역 어업협동조합의 야나이 다카유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해양방류가 되면 어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Don’t Nuke the Pacific(태평양을 핵으로 괴롭히지 마라).”
이날 집회 참가자의 피켓에 적힌 문구다. 세계는 바다로 이어져 있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버리는 일은 곧 세계시민의 일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 투하의 과거를 지닌 일본은, 지금 세계 바다를 향해 조용하고 느린 핵 공격을 하는 셈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 이를 방관하고 묵인한 채 시찰단 방문이라는 요식행위를 준비 중인 한국 정부 그리고 무책임한 양국 정치인들에 맞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도쿄/글∙사진 ‘5∙16 공동행동’ 탈핵시민행동 한국 참가자 변인희∙오하라∙유에스더∙최경숙
정부, 부산의 ‘15분 도시’ 건설에 국비 지원한다
‘AI 도시계획 기술 시범 적용을 위한 실증 사업’ 후보지로 선정
부산·천안·담양 등 3곳이 대상… 지원할 국비는 총 192억 원
정부가 부산의 역점 사업인 ‘15분 도시’ 건설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첨단 기술을 접목해 시민 편의를 증진하고 도시 서비스 체계 개선 등으로 부산의 수준을 높이려는 시의 계획에 탄력이 붙게 됐다.
17일 국토교통부는 부산과 천안시, 담양군 등 3곳을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도시계획 R&D 기술 시범 적용을 위한 실증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다양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생활권 설정, 토지이용 및 기반시설 수요 예측 등을 수행하는 한편 이를 통해 최적의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공모를 시작했으며 신청서를 낸 지자체를 대상으로 서류 평가 및 계획의 적정성, 현장 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 후보지를 가려냈다. 부산은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생활권계획 수립 계획’을 제출해 심사단의 호평을 받았다. 세부 과제로는 ‘신용카드 및 이동통신 내역, 보행 거리 등의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생활 기반시설의 최적 입지 선정’을 제시했다.
부산시 청사.
3개 도시의 실증 기간은 2026년 12월까지다. 총사업비는 192억 원이다. 향후 지자체와 협의 후 사업 규모에 따라 국비가 차등 지급된다. 아울러 국토부는 해당 기술이 지자체의 도시계획 수립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 및 ‘프롭테크 산업’(부동산 자산과 기술의 합성어로 첨단 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할 예정이다. 국토부 측은 “부산 등 3개 지자체가 이번 실증 사업을 통해 단순한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5분 도시 건설은 박형준 부산 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시를 60여 개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지역마다 보행 중심의 생활편의 시설을 촘촘하게 배치한 뒤 이를 연결해 행복한 도시를 실현하자는 것이 취지다. 이렇게 되면 지역 내 교육·의료·공원·문화시설 등을 15분 안에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2년 6월 시는 ‘15분 생활권 조성을 위한 정책 공모 선정위원회’를 열어 각 구·군이 신청한 사업 중 16건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는 금정구의 ‘온천천과 함께 하는 저탄소 청정 금정을 그린(Green)다’, 남구의 ‘스마트 그린 남구 자원순환 프로젝트’, 해운대구의 ‘ 반여동 선수촌로 보행환경 개선 사업’ 등이 포함됐다.
(부산시는 현재 15분 도시 사업의 하나로, 부암3동, 당감 1·2·4동, 개금3동을 묶어 하나의 일상 생활권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과 협력해 지역 인구 8만 9000명의 출퇴근 방법, 산책경로 등을 분석해 생활패턴을 분석 중에 있다. 이를 통해 굳이 멀리가지 않고도 동네 주변에서 모임을 가지는 등 생활기반시설의 최적 입지를 선정하는 등 15분 도시 생활권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여기서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을 통해 빅데이터 실증을 거쳐 기술의 정확성을 보완해나가고, 해당 기술이 지자체의 도시계획 수립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 및 프롭테크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찾아나가기로 했다. 생활권계획을 만들려는 국토부의 전략과 부산시의 15분 도시 사업이 딱 맞아 떨어진 결과다.-부산일보)
박 시장은 지난 3월 열린 국제아카데미 20기 개강식에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사회관계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며 “집 근처에서 의료 건강 교육 스포츠 문화 보육 교육 등을 누릴 수 있게 하는 15분 도시 건설은 지역사회 내 공동체 형성으로 서로를 보살피는 구조를 만들게 돼 결국 살기 좋은 도시 조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부산
부산진구 이어 사상구까지…지자체 반대하는 동서고가로 공원화, 왜?
부산 사상구를 지나는 동서고가로 모습. 부산 사상구 제공
폐쇄되는 동서고가로 두고 부산진구·사상구 주민 의견 수렴
사상구 주민 대다수 철거 주장…부산진구도 주민협의체 구성 중
당사자인 두 지자체 공식 반대에도…시민단체 "공원화 논의 이어갈 것"
부산시 "아직 정해진 것 없어…앞으로 차차 검토해나갈 예정
부산 대심도 사업 추진에 따라 동서고가로 일부 구간 폐쇄가 확정된 가운데, 고가도로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피해를 본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도로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주민과 지자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어 한동안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부산CBS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동서고가로가 관통하는 부산 사상구와 부산진구는 최근 동서고가로 활용방안에 대한 지역 주민 여론 조사를 각각 진행했다. 사상구는 동서고가로와 인접한 주례 1~3동과 감전동, 학장동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 주민이 고가도로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부산진구 역시 이 달 초 주민 의견수렴을 거쳤고, 현재 결과를 취합해 분석 중이다. 또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을 고민하기 위한 주민 대표 협의체를 구성해 서명운동 등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이미 지난 3월 시민단체가 고가도로 공원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 즉각 강하게 반대하며 철거를 주장한 바 있다.
시민단체는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7017'로 재탄생한 서울역 고가도로와 같이 동서고가로를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소음과 분진, 슬럼화 등 피해를 입었고, 공원화는 지역 실정과도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반발한다.
특히 시민단체가 주장한 서울이나 미국 뉴욕 사례와 달리 동서고가로 주변은 관광·상업 시설이 아닌 주거지역이 대부분이라 전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간선도로 중앙에 위치한 10층 높이의 대형 고가로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질 뿐더러 공원 조성과 유지보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돼 현실적인 예산 문제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동서고가로로 주민들이 호소해온 지역분절의 문제도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상가 등 주변지역이 가려지면서 발생한 지역 단절의 문제점은 공원이 조성되어도 구조물 자체가 남아있는 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찻길에서 보행길로 탈바꿈한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로 7017' 모습. 황진환 기자
동서고가로가 직접 지나는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단체는 앞으로 공원화 관련 세미나를 이어가는 등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이해당사인 동서고가로 인근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공원화 방안을 고수하며 시민단체가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서고가로 공원화 논의를 이끄는 부산그린트러스트 관계자는 "오랜 시간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필요한지, 주변 환경은 어떻게 개선할지 등을 모두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해도 늦지 않다"며 "성급한 판단으로 철거를 결정하는 것은 지역 자원의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존치나 철거를 통해 각각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 등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된 적 없다"며 "두 지자체 관계자, 주민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며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현재로선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나 개발 계획에 대해 결정된 게 전혀 없다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 차원에서 고가도로 공원화를 먼저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철거든 개발이든 2030년이 돼서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꼼꼼히 검토해서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CBS 정혜린 기자
사라지는 꿀벌.. 집단폐사 막으려면 제주도 1.8배 크기 꽃밭 필요
세계 벌의 날(5월 20일) 을 앞두고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공원, 가로수 등 공공 녹지공간에 고독성 농약(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꿀벌의 집단폐사를 막으려면 벌을 위한 꽃·나무밭을 여의도 면적의 1000배가 넘는 30만ha(헥타르) 규모로 확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와 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꿀벌은 영국 왕립지리학회가 선정한 '지구상 가장 중요한 생물 5종'에 뽑히기도 했다.
'세계 벌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 산학협력단은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2000년대 중반 시작된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은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양봉협회는 지난달 기준 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7000여개 가운데 61%인 94만4000여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벌통 1개에 꿀벌 1만5000~2만마리 사는 것을 고려하면 141억6000마리에서 188억8000마리가 죽은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꿀벌 집단폐사가 문제가 됐을 때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78억마리(39만여봉군)가 월동 중 폐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꿀벌 집단폐사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그린피스와 안동대 보고서는 꿀벌 폐사의 원인에 대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하면서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200여년 만에 1.09℃ 오르면서 벌이 동면에서 깨기 전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최근 봄꽃 개화일은 과거 1950~2010년대보다 3~9일 빨라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겨울철 온난화와 이상기상현상 증가는 월동기 꿀벌에 치명적일 수 있다"라며 "재작년에는 10월 초순까지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가 10월 중순 갑자기 10℃ 이상 떨어져 월동을 준비하는 꿀벌에게 혼선을 줬고 이후엔 12월 24일까지 평년보다 기온이 높다가 같은 달 25일 기온이 급락해 꿀벌이 제대로 월동에 들어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꿀벌에게 꽃가루와 꿀이라는 먹이를 주는 '밀원(蜜源)'이 빠르게 줄어든 것도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양봉산업법상 밀원식물은 매실나무와 동백나무 등 목본 25종과 유채와 해바라기 등 초본 15종이다.
보고서에 인용된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밀원은 2020년 기준 14만6000ha로 1970~1980년대 47만8000ha보다 약 33만ha 감소했다. 제주도의 1.8배, 여의도의 1145배 면적의 밀원이 사라진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천연 꿀 70%가 생산되는 아까시나무의 경우 1980년대까지 32만ha에 조림됐다가 현재는 3만6000ha 정도에만 남아있다.
한국은 벌꿀 사육밀도가 1㎢당 21.8봉군으로 미국의 80배에 달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래 다른 나라 꿀벌보다 치열하게 먹이경쟁을 벌여야 했던 한국 꿀벌들은 밀원이 감소하면서 더 힘든 경쟁을 치러야 한다.
보고서는 꿀벌 집단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밀원을 30만ha는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ha 밀원에서 생산되는 꿀은 통상 300㎏ 정도로 꿀벌 한 마리가 태어나는 데는 일반적으로 꿀 300㎎ 이상과 꽃가루 130㎎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1개 벌통에서 사는 꿀벌이 2만마리 정도이고 이들의 수명은 1.5개월가량으로 '연중 벌통에서 태어나는 꿀벌'은 약 15만마리다. 그런데 국내에서 양봉되는 꿀벌 봉군수는 250만개 이상이다.
250여만개 봉군의 꿀벌들이 소비하는 꿀 절반(7만5천t)만 자연의 밀원에서 채취한다고 해도 1ha에 300㎏ 꿀이 나오는 밀원 25만ha가 필요하다.
양봉되는 벌 말고 야생꿀벌들도 고려하면 안정적인 꿀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밀원이 최소 30만ha는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밀원수림은 15만3381ha다. 산림청이 올해 계획한 밀원수림 조성 면적은 150ha로 이 속도로는 30만ha 밀원을 확보하는데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피스와 안동대 연구진은 밀원 확보를 위해 국유림과 공유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생태계서비스직불제'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 사유림에 밀원을 조성할 경우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생태계서비스직불제는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 토지 소유자가 '인간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모든 혜택'을 유지·증진하는 활동을 하면 국가가 계약을 맺고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밀원수림 조성 시 '종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국내 밀원수는 아까시나무에 집중돼있는데 혀가 짧은 재래꿀벌은 아까시나무에서 꿀을 채취하기 어렵다"라며 "계절마다 다른 꽃이 연속해서 피도록 밀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꿀벌 등 수분 매개체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장기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라며 "국무총리 산하에 '벌 살리기 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거제 시민단체 "골프장 개발 위해 팔색조 쫒아내는 낙동강환경청 규탄“
경남 거제지역 한 시민단체가 18일 "거제 노자산 골프장(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 예정지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팔색조의 둥지 16개를 확인했다"며 팔색조 서식 현황을 재조사하고 보호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경남 거제시 노자산에서 서식하는 팔색조 어미가 새끼를 돌보고 있다./제공=노자산을찾는사람들
시민단체 '노자산을찾는사람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5년간 팔색조는 노자산 골프장 개발지에 최소 둥지 16개를 지은 것으로 확인되며 이는 이곳이 팔색조 집단번식지임을 증명한다”며 ”지난해에만 최소 8쌍, 16마리가 찾아와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 팔색조 둥지를 확인하라는 공문에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팔색조는 대체로 경사도가 낮은 계곡부를 중심으로 이소(부화한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것) 전 육추(새끼를 키우는 과정)에서 1~2㏊ 내외, 이소 후 7㏊ 내외의 서식 공간이 필요하다. 주요 먹이인 지렁이류, 딱정벌레류가 서식하는 곳을 먹이터로 삼으며 해발 고도가 낮은 울창하고 물이 흐르는 숲을 선호한다.
시민단체는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각 종의 생태적 특성을 무시하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저감대책에 무분별하게 협의해줌으로써 골프장 개발을 위해 법정 보호종을 쫒아내고 개발에 면죄부를 주는데 일조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환경부와 낙동강환경청, 문화재청 등은 팔색조의 고향에서 벌어지고 있는 팔색조 집단 학살 계획에 방관하거나 동의하지 말고 재조사하고 보호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세계 덮친 이상기후…“극단적 폭염 발생 가능성, 30배 높아져”
17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의 한 마을이 홍수로 침수돼 소년이 빗물 사이를 헤치며 자전거를 몰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달 초 베트남의 기온이 기상 관측 사상 최고인 44℃까지 치솟는 등 봄철인 4~5월부터 전세계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 연구기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폭염이 더욱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기후 연구기관 ‘세계기상특성’(WWA)은 보고서 ‘2023년 4월 기후변화로 인한 남아시아의 극도로 습한 폭염’을 내어 최근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극단적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기후변화 발생 이전에 비해 30배 이상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그에 따라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선 100년에 한번 발생하던 폭염이 이제 5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기상특성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이례적 폭염이 이어지는 지역의 기온과 습도를 연구해보니, 방글라데시 다카 40.6℃(지난달 15일), 인도 동북부 44℃(지난달 18일), 타이 북부 딱주 45.4℃(지난달 15일), 라오스 사야불리주 42.9℃(지난달 19일) 등으로 나라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평년보다 최소 2도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타이에선 높은 습도로 인해 체감온도가 50℃까지 올랐다.
이런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남아시아를 강타한 폭염으로 지난달 16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야외 행사에 참석한 13명이 숨졌다. 프리데리케 오토 임피리얼칼리지런던 선임 기후학자는 “가장 치명적 기상현상 중 하나인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기후변화로 인해 극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17일 인도 첸나이의 마리나 해변에서 폭염을 피하기 위해 공공 샤워장에서 몸을 씻는 사람들. 인도 기상청에 따르면, 첸나이에서는 기온이 16일 42.7도까지 오르며 지금껏 가장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기는 아시아만이 아니다. 미국 북서부 도시 시애틀과 포틀랜드가 위치한 오리건·워싱턴주에선 지난 13일 평년보다 기온이 섭씨 6도(화씨 20도) 이상 치솟으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14일 시애틀의 기온은 섭씨 32도(화씨 90도)를 기록해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도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산불이 90여건이나 발생했다. 이에 따라 비상사태가 선포돼 수만명이 대피했다.
17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의 한 마을에 홍수가 나 소방관들이 침수 피해를 당한 곳에 출동하고 있다. 가뭄이 휩쓸던 이 지역은 예상치 못한 폭우로 마을이 잠겼다. AP 연합뉴스
스페인·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에서도 평년보다 일찍 고온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며 가뭄 비상조처가 내려졌다. 이탈리아 북부에선 극심한 가뭄 뒤 폭우가 이어져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17일 최소 9명이 목숨을 잃고 37개 마을이 침수돼 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남미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에선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WMO “‘기후변화 마지노선’ 1.5도, 5년 내 뚫릴 가능성”…이미 전세계 이상기후로 신음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3~2027년 전망치를 담은 ‘지구 기후 업데이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향후 5년 안에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경고가 나왔다. 1.5도는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합의한 지구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이다.
“앞으로 1.5도 마지노선 깨지는 일 자주 발생할 것”
WMO는 1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이는 영구적인 현상이 아니라 최소 한해는 1.5도를 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일시적 상승폭에 한정된 예측”이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점점 더 1.5도를 넘어서는 일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경보를 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WMO는 2020년부터 지구 평균 기온 1.5도라는 임계치가 깨질 가능성을 추정해 왔다. 당시 5년 내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할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예측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50%로 치솟았고, 현재 66%까지 뛰어오르게 됐다.
WMO는 향후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이 이런 예측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 관측한 기록으로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인데, 이 기록이 5년 이내에 깨질 확률이 98%라는 것이다.
이는 WMO가 최근 예측한 엘니뇨 현상의 도래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WMO는 지난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3년 넘게 지속됐던 라니냐 현상이 곧 종료되고,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라니냐 현상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것이고 엘니뇨는 그 반대 현상이다. 엘니뇨가 도래하면 온실가스 효과에 따라 기록적인 고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WMO의 진단이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엘니뇨 현상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결합해 지구의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넣을 것”이라며 “이는 인류의 건강과 식량 안보, 물 관리 및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벨레드웨인이 물에 잠겼다. AFP연합뉴스
1.5도가 왜 중요한가
과학자들은 그동안 파국적인 재앙을 피하기 위해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경고해왔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산호초의 죽음과 극지대 해빙,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변화가 촉발돼 지구 생태계 파괴의 악순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CNN은 금세기 말까지 미국에서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1300만명이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기온 상승은 또한 가뭄 , 폭풍 , 산불 및 폭염을 포함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킨다. 이미 지구촌 전역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가뭄 이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현재까지 9명이 사망하고 이재민 약 1만명이 발생했다. 21개 강에서 제방이 무너져 37개 마을이 침수됐다.
캐나다에서는 서부 앨버타주를 중심으로 확산한 산불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만6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앨버타주는 “평년 대비 화재 건수가 10배에 달하고 있다”며 “이미 39만㏊가 전소됐다”고 밝혔다. 산불이 유정과 송유관 등을 덮치면서 에너지 기업들은 원유와 가스 생산 감축에 나섰다. NYT는 이를 두고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유와 가스 역시 기후변화에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싱가포르·태국·베트남 아시아 지역에서는 때 이른 폭염으로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에는 대형 사이클론이 강타해 수백명이 숨지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시속 210㎞ 넘는 강풍을 동반한 사이클론 ‘모카’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주도인 시트웨에를 덮쳤다. 특히 라카인주는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집단 거주하는 곳으로, 로힝야족 마을과 수용시설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많이 발생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에 맞서고 있는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는 로힝야족 약 4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얀마 중북부 지방에도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 바간의 유적지도 물에 잠겼다. 이는 2008년 미얀마에서 약 14만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발생시킨 나르기스 이후 최악의 사이클론으로 꼽힌다.
소말리아에서는 대규모 홍수로 인해 수십명이 사망하고 약 2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 이후 발생한 홍수로 소말리아 중부 샤벨레강이 범람했고, 인근 도시 벨레드웨인을 덮쳤다. 홍수는 집과 작물, 가축 등을 휩쓸고 지나갔고, 학교와 병원 등은 일시 폐쇄됐다.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OCHA)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홍수로 소말리아에서 46만명이 피해를 입었고, 2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가뭄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식량 가격 급등으로 4만3000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은 이같은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압디라흐만 아디샤쿠 소말리아 가뭄 대응 특사는 가디언에 “소말리아가 초래하지 않은 기후 위기 때문에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를 가속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면서, 특히 탄소 배출에 책임이 적은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CNN은 “1.5도는 중요한 임계값이지만 그 자체가 티핑 포인트는 아니다”라면서 “1도만 올라가도 기후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그것은 (달리 말하면) 조금이라도 온난화를 감소하면 모든 것에 도움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경향
박형준 부산시장 ‘4대강 사찰 허위발언’ 무죄 확정
2021년 4·7 재보궐 선거에서 ‘4대강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형준 부산시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1년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민간단체 및 인물의 현황과 동향이 담긴 문건을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시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여러 차례 부인했다.
박 시장은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사찰 관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12차례 ‘관여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의 사찰 행위는 있었지만 사찰 요청자가 박 시장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특히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가 재전문진술(직접 증거가 아닌 제3자를 통해 들은 진술)을 기재한 서류라 판단했다.
검찰은 재전문진술이 적히지 않은 증거도 있다며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유죄로 인정할 만한 직접 증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시장이 국정원의 4대강 사찰 사실을 몰랐을 리 없으며,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는데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1·2심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 시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하려면 국정원 문건 작성을 요청하거나 보고받았다는 사실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전문진술로 피고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남에게 전해 들은 사실을 전하는 진술인 ‘전문진술’은 원칙적으로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재판부는 만약 박 시장이 국정원 문건 작성에 관여했더라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뉴스 인터뷰나 토론회에서 한 발언의 상당 부분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의견 내지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시장이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각 발언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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