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만든 '꿀벌 초청 정원’
경남 양봉꿀벌 70% 폐사…올해 과일농사 직격탄
원자력 전문가들 “IAEA, 오염수 ‘안전’ 결론부터 정해놓고 검증 중”
도시, 이제는 관리의 시대다
100년 이상 묵은 더덕 발견
지역 곳간 털어 케이블카 사업자만 배불려
우리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선택하지 않았다“
미움받는 기후 활동가들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 독일의 고민
인간의 노력 끝에…‘미소’를 부르는 양쯔강
“누구를 위한 파크골프장인가요”···마을 공원을 지키려는 사람들
돌이킬 수 없는 선 넘었나?…장기간 버티던 그린란드 빙하도 급속 해빙
세계 최초 재생에너지 100% 섬, 탄소 제로 넘어 네거티브
부산 시민단체, 가덕신공항 토크쇼
벌 141억마리 떼죽음…꿀 다 떨어진 4월
기후위기 시대, 보호받지 못하는 숲
숲과 들판 밀어버리고 제주가 얻은 것은 더 많은 온실가스
늘어난 사람들, 바빠진 제주 하늘길 ... 연소시킨 기름 '상상초월’
파크골프장, 하천 말고 공원에
텃새 된 가마우지, 생태계 잡네
부울경은 움직이는 땅", 원전 안전은?
철거냐 세계 최장 공중공원이냐…14㎞ 부산 동서고가 운명은?
시민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가든시티’···푸른상생 만들어
기후변화영향평가 ‘무용지물’…반년간 평가 협의 2건뿐
도로 물청소로 미세먼지 40% 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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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리 100만원’ 내걸어도 못 찾았다… 소똥구리 절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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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잔치였던 황금들판이 '고요한 죽음'으로
지금 전기가 남아돌아 문제라고
아직도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라는 그들에게
학생들이 만든 '꿀벌 초청 정원'
22일 해운대구 나루공원에서
초화류 식재 통해 벌과 곤충류 유인
22일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에서 부산그린트러스트와 ‘우리,공원의 친구들’ 소속 학생들이 꿀벌초청 정원 조성을 위해 화초를 식재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hoonkeem@kookje.co.kr
부산의 고등학생들이 지구의 날을 맞아 ‘꿀벌초청 정원’ 조성에 나섰다.
23일 ‘부산그린트러스트’는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단체 ‘우리, 공원의 친구들’과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나루공원에서 꿀벌초청 정원을 위해 초화류 식재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리, 공원의 친구들’은 부산국제외국인학교 11학년 학생으로 구성됐다. 교내에서 해온 식재활동을 외부로 넓혀가면서 부산그린트러스트와 함께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 2015년부터 자원봉사자와 기업 및 단체 참여를 통해 운영해 온 ‘공원의 친구’ 프로그램 일환이다. 주요 활동은 공원 내 초화류 식재를 통해 탄소흡수원과 방문자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의 대표적 시민공원참여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우리, 공원의 친구들’은 이날 기후위기 대응 탄소흡수원과 생물다양성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메타세콰이어 이식지(360㎡)에 아이비 400본과 독일붓꽃 등을 식재했다. 초화류 식재를 통해 사라져가고 있는 벌과 곤충류의 방문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경남 양봉꿀벌 70% 폐사…올해 과일농사 직격탄
수정 작업 차질, 생산량 줄 듯
벌통 빌리는 가격도 배로 뛰어
- 지자체 인공수정 등 지원 나서
경남 거창군 마리면 대동리 김영철 씨가 인공수분기로 사과나무에 인공수분을 하다 허탈감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과수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꿀벌을 구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양봉 농가에 꿀벌 폐사 사태가 덮치면서 과일 농사가 직격탄을 맞을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2월까지 경남 양봉농가의 꿀벌 중 70%가 폐사하거나 사라졌다. 경남도에 등록된 양봉 농가는 3308호로, 이들이 사육하는 벌통 수는 34만9992통에 이른다. 이는 국내 양봉농가의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꿀벌이 사라지면서 과일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꿀벌이 과일나무의 수분(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옮겨붙는 일)을 해줘야 과일이 나무에 잘 열리는데, 이들이 사라지면서 수정 작업에 차질이 빚어져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농가마다 꿀벌을 구하기가 여의찮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벌통을 빌리는 가격이 평소의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진주시에서 과수 농사를 짓는 주정기(63) 씨는 “지난해 84군(군=벌통 1개)이던 꿀벌이 올해 30여 군만 남았다”며 “벌통을 5만 원이면 빌릴 수 있었는데 이제 10만 원이 넘게 든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지자체는 과수와 시설 농가에 인공수정 지원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진주시는 참외 수박 고추 등 시설채소 인공수분을 위해 15억 원을 들여 수정용 벌통 대여 사업에 나섰고, 함양군도 사과 수정률 향상을 위해 7000만 원을 들여 화분 매개 곤충인 꿀벌 호박벌 디영벌과 꽃가루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합천군과 창원시도 각각 6억 원과 7억5750만 원을 벌 구입비로 편성했다. 부산시는 민·관·학 협의체인 ‘꿀벌 연구 연합체’를 전국 최초로 결성하고 꿀벌 폐사에 대응하기로 했다.
농가는 지난해 꿀벌응애(진드기류)가 내성이 생겨 꿀벌이 집단 폐사했다고 원인을 분석했음에도 정부가 1년이 지나도록 적용약제를 개발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원자력 전문가들 “IAEA, 오염수 ‘안전’ 결론부터 정해놓고 검증 중”
원자력 실무전문가·과학자 모임 공동입장문
“치명적 핵종 탱크속 분포조사도 제대로 안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은 이렇게 저장 중인 2011년 원전 사고 오염수 133만t을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은 이렇게 저장 중인 2011년 원전 사고 오염수 133만t을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방류 계획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원자력 분야 실무 전문가 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와 과학자 단체인 ‘핵과 에너지의 안전과 환경을 우려하는 과학자모임’은 21일 서울 통인동 에너지전환포럼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원자력기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이미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안전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원자력기구의 검증 결과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을 뜻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기구는 지난 6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취지의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곧 완성될 최종 보고서에서 방류를 뒷받침하는 결론을 내릴 것을 시사한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와 과학자 모임은 이날 입장문에서 “원자력기구 보고서에 2011년 사고 당시와 2013년 다핵종제거설비(ALPS) 작동 전후 상당한 방사능이 바다로 들어가 발생된 해양오염의 심각성과 장기적 생태계 영향에 대한 상세한 조사 결과가 부재하거나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이전부터 배출한 총량과 해저 국부적 농축, 생물학적 농축을 감안해 심층 분석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후쿠시마 원전에는 재처리핵연료(MOX)가 사용돼 미세량으로도 치명적인 핵종들이 많은데도 1000여개 탱크의 핵종 분포 조사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해양방출보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도시, 이제는 관리의 시대다
2000년에 ‘도시계획법’, 지금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이 전면 개정되고 2020년을 목표로 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이 수립됐을 때, 급속한 경제성장의 여파로 발생한 도시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내건 중요한 국토이용원칙 중 하나가 ‘선(先)계획 후(後)개발’이었다. 당시 부산에선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해 주택정책, 워터프론트, 3대 밀레니엄 프로젝트 등 적잖은 도시 중장기 발전전략계획이 수립돼 현재 부산의 큰 틀을 짜는 근간이 되었다.
20년이 흘렀다. 이제 우리의 도시는 계획 개발의 이슈를 넘어 도시 관리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아니 이미 진입했다. 신규개발이든 기개발이든 계획 후 개발 절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이후 운영관리가 필요한 시대라는 의미다.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첫째, 모든 사업은 기획 또는 계획할 때부터 조성 이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반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주요 프로젝트는 철거돼 사라지기 전까지는 현재진행형, 즉 계속 관리돼야 한다.
예를 들면 제3섹터로 개발된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21은 1980년대 초 컨벤션·업무·쇼핑 등의 복합개발로 시작해 2010년 완공됐는데, 계획 단계에서부터 홈페이지를 개설해 개발계획 현황을 알려주면서 우선 개발된 빌딩의 분양사업과 유치사업 홍보 등을 추진했고, 완공 직전인 2009년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주식회사를 설립해 에너지효율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지역을 관리하는 일, 각종 사업이나 관광자료를 홍보하고 나아가 자체 브랜딩까지 구축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 거주민, 사무실 이용자 등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꺼번에 담고 있다. 반면 미나토미라이21과 유사 콘셉트인 센텀시티의 경우 2000년 착공 후 2007년 준공과 함께 청산절차까지 완료함으로써 공식적인 정보를 제공하던 홈페이지도 없어졌다.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오시리아 관광단지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홍보와 분양, 운영에 대한 정보는 사업주체인 부산도시공사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의외인데 이마저도 사업이 준공되는 2023년 어느 날 2010년부터 10년간 선도적으로 추진됐던 산복도로 르네상스 조성사업처럼 과거의 유물로 박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둘째, 노후한 도시인프라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가 필요하다. 부산의 상하수도 시설, 학교·체육시설·공원 등 도시공간시설, 도로·교량·터널·전선 등 교통·통신시설 같은 도시인프라는 대부분 1970~198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설치돼 30년 이상 경과한 시설이 급증하고 있다. 도로 공원 학교 등 도시인프라가 증가할수록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지만 시설이 노후화하면 유지관리비 증가, 안전사고 발생우려, 시설이용수요 감소 등 도시매력과 효율을 저하시킨다. 나아가 새로 조성되는 도시인프라는 계획단계에서부터 경제적인 운영과 관리에 대한 계획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인구가 5만 명에 불과한 일본 다케오시의 공공도서관을 책보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츠타야서점에 운영을 맡기자 1년 만에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도시로 탈바꿈한 사례는 유명하다.
셋째, 고층·초고층 주거·상업·업무 빌딩의 장수명화를 위한 운영관리도 절실하다. 지금도 저층 노후주거단지는 재개발 혹은 재건축의 대상이 되지만 해운대 신시가지를 비롯해 곳곳에 조성된 대규모 주거단지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렇다고 다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100년을 너끈히 버틸 수 있도록 건설하고 운영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도시공간에 대한 각종 계획과 도시개발사업, 도시인프라 등 도시공간의 성장과정에 대한 아카이빙도 중요하다. 과거에서 이어져 오는 도시공간, 도시인프라와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히스토리-그것이 잘된 사례든 실패한 경험이든-는 반세기에 걸쳐 쉬지 않고 개발이 진행된 도시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맥락을 읽고 미래 도시비전을 구상하고 운영·관리하는 바탕이 된다.
늙어가는 도시가 아니라 젊은 부산이 되기 위한 도시의 체질은 잘 개발된 도시, 잘 꾸며진 도시에서 나아가 제대로 운영되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도시가 더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이라 확신한다.
김지현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균형발전연구센터장·특임교수/ 국제
100년 이상 묵은 더덕 발견
경남 하동에서 100년 이상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더덕이 발견됐다.
© 제공: 세계일보
21일 한국전통심마니협회에 따르면 60대 A씨는 지난 19일 하동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한 야산에서 고사리를 따던 중 해당 더덕을 발견했다.
이 더덕은 무게만 1.78㎏에 달하는 초대형으로 100년 이상 묵은 것으로 판별됐다.
소니 EF 50mm
지역 곳간 털어 케이블카 사업자만 배불려
관광객 붐비던 설악산 소공원 일대 권금성 케이블카 설치로 밀려난 뒤 손님도 줄어
강원도·양양군 오색케이블카에 1천억원 쓰지만 지역경제 긍정효과 제대로 설명 못해
2023년 3월20일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소공원 주차장. 소공원 안에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들의 차가 주차장 가득 들어서 있다. 류석우 기자
2023년 3월20일 오전, 월요일이지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이 늘어섰다. 주차장엔 이미 100대가 넘는 차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를 마친 관광객들은 설악산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신흥사 문화재구역으로 들어간다. 대부분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러 온 이용객이다.
케이블카가 있는 소공원에서 차로 4분, 약 2㎞ 떨어진 곳에 ‘설악동 B지구’가 있다. 3월20일 점심시간 B지구를 찾았다. 편의점과 식당, 숙박업소 등이 보였지만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았다. 상가가 늘어선 바로 앞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편의점 한 곳과 식당 중 두 곳 정도만 영업하고 있었고, 숙박업소는 문 연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문을 닫은 상가 사이에서 한 잡화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설악동에서 50년 넘게 장사한 고아무개(73)씨를 만났다.
케이블카 인근 숙박촌은 ‘유령도시’
고씨는 권금성 케이블카 운영이 시작되기 1년 전(1970년)부터 설악산 소공원 인근에서 장사했다. 설악동은 설악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던 터라,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부터 사람이 많았다. 케이블카가 운영되기 시작하고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고씨는 1970년대 후반 케이블카가 있는 소공원에서 약 2㎞ 떨어진 지금의 B지구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설악동 종합개발사업이 진행돼서였다. 행정안전부 기록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는 1976년 국립공원 탐방객 편의를 위해 인접 지역을 개발하는 동시에 자연환경 훼손 방지를 위해 설악동신집단시설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기간은 1976년부터 1978년. 사업 내용은 ‘도문동 신단지 조성 및 기존 지구 철거 후 소공원 조성’이었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대부분 반대가 없었어요. 차도 못 들어오게 하고 개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고씨가 말했다.
설악동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신아무개(53)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님이 케이블카 인근에서 장사했어요. 지금 설악산 소공원이라 불리는 곳이 원래 상가와 숙박업소가 빽빽했던 곳이에요. 당시 ㄱ관광호텔 사업자하고 인근 몇 명의 상인만 남겨놓고 다 쫓겨났어요.”
B지구에서 1㎞ 남짓 더 내려가면 C지구가 나온다. 관광객이 없어 텅 비었다는 느낌의 B지구와 달리 C지구는 ‘유령도시’ 같았다. 골목길을 따라가면 오랫동안 영업하지 않은 숙박업소가 수십 개 줄지어 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큰길가로 나와서야 문 연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손님은 없었다. 형에게서 식당을 이어받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전아무개(70)씨는 “이제 식당 하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옛날에는 C지구로 와서 숙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승용차로 (설악산) 소공원까지 가요. 요즘엔 다들 조금이라도 걷지 않으려 하잖아요.”
3월20일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C지구 상가. 영업하지 않는 음식점과 가게가 대부분이다. 류석우 기자
권금성 케이블카 운영사 영업이익률 60%
설악동 인근 상권이 쇠퇴한 건 케이블카 때문은 아니다. 케이블카 운영 이후에도 1980~1990년대 수학여행 단골 장소였고, 설악동은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관광객 자체가 급격히 줄었고, 케이블카가 있는 설악산 소공원 앞 주차장까지 생기면서 B지구와 C지구를 찾는 관광객도 줄었다.
다만 소공원 안쪽에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 사업은 잘 굴러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권금성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동효의 2015∼2019년 5년 평균 매출액은 약 106억원, 영업이익은 63억여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60%를 상회한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도 매출액은 74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수익이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관광의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가 없다고 경제적으로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케이블카가 있어도 별로 영향이 없어요.” B지구 상인 고씨의 말이다. 권금성 케이블카는 자연공원법이 제정된 1980년 이전에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별도의 환경부담금이나 관리 비용도 내지 않는다.
“설악동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갔던 관광지예요. 관광버스가 내려다주면 그 근처에서 먹고 자고 다 하던 시대였거든요. 그래서 케이블카 하나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장사가 잘될 거라 착각하는 거죠.”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말했다.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 소장도 “과거와 같은 물리적 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주민의 소득을 창출한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주민들도 같은 생각이다. 군민 조용명(70)씨는 “그냥 막연히 무언가 양양에 생기면 돈벌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며 “(군에서도) 여론(조성)을 위해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다 허구”라고 말했다. 다른 군민 김동일(54)씨는 “기존에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보완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인공적이고 물질적인 무언가가 가시적으로 보여야만 인프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경제효과는? 양양군 “전문가 영역이라 설명 어려워”
새로 건설되는 오색케이블카는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5년 강원연구원은 양양군의 용역을 받아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한 자료에서 오색케이블카 건설과 운영에 따라 1520억원의 효과와 935명의 고용을 이끌어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자료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현 한국환경연구원)이 내린 결론처럼 퍼져나갔다는 점에 있다. 당시 한국환경연구원도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관한 경제성 검증 보고서를 냈는데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의 내용은 없었다. 양양군이 이 자료에 강원연구원에서 자료를 임의로 추가해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 사건으로 양양군 공무원 2명이 1심에서 벌금형의 유죄까지 선고받았지만, 최근의 오색케이블카 관련 기사에선 여전히 “한국환경연구원 분석”이라 잘못 인용돼 보도되고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관해 이후 새롭게 분석한 자료가 있냐는 <한겨레21>의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양양군은 서면으로 “전문가 영역이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박항주 정의정책연구소 기후위기센터장은 2015년 한국환경연구원 경제성 분석에 대해서도 “비용은 과소 추정하고 편익은 과대 추정했다”고 말했다. △운영비용을 설정할 때 할인율 등을 적용하지 않거나 △연간 운행일수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탑승객 수를 추정하지 않고 △국립공원의 보존가치 및 이용가치를 비용과 편익으로 환산해 분석하지 않는 식으로 “자료를 임의로 사용하고 방법론적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2022년 11월, ‘국립공원 경제성 분석의 문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례를 중심으로’)
효과는 분명하지 않은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들어가는 금액은 확실하다. 2015년만 해도 460억원이었던 예상 사업비가 2023년 1천억원으로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이 늘어났느냐는 질의에 양양군 쪽은 “7년 물가상승분과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상부 정류장 위치를 변경하면서 건축비 변동분, 운반비 증가분과 자재 상승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세부설계가 진행 중이며, 세부 내역은 비공개’라고 덧붙였다.
1천억원의 사업비 중 양양군이 확보해야 할 예산은 800억원 수준이다. 사업비의 최소 20% 이상은 강원도에서 부담한다는 설명이다. 양양군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보한 예산은 420억원이다. 양양군은 2023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80억원을 확보한 뒤, 200억원은 사업 기간에 분산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양군 1년 예산의 18% 케이블카에 쏟아부어
양양군의 1년 예산은 4300억원 수준이다.(2023년 예산 4347억원) 주민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양양군 군민 이순녀(57)씨는 “양양군은 재정자립도가 낮고 가난한 편인데 도대체 어디서 사업비를 마련할지 걱정된다”며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원처럼 현실적으로 군민을 위한 복지나 재정은 고려되지 않고 (군수의) 치적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민 김동일씨도 재정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800억원이라는 돈을 양양군민 인구수(2만7849명)로 나눠보면 1인당 287만원 정도 돼요. 양양군민들이 받을 수 있는 행정 서비스는 그만큼 줄어드는 거잖아요. 근데 이 돈이 단발적으로 건설할 때만 들어가는 돈이에요. 만약 장사가 안돼서 적자 나면 손실을 메워야 하잖아요. 그럼 (양양군 예산이) 계속 나가는 거예요.”
양양군 쪽은 “1천억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삭도사업 충당금 형태로 재정안정화 기금을 확보한 것”이라며 “공사에 맞춰 2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군에서 시행하는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속초(설악동)=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우리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선택하지 않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 논란
국립공원은 전체 국토 면적 10만431.849㎢(국토교통부 지적통계 2021 기준)의 4% 남짓인 3972.589㎢(국립공원 기본통계 2022 기준, 해상포함 전체 면적은 6726.298㎢)가 지정되어 있다. 최근 환경부는 국립공원 역사상 최악의 결정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이하 오색케이블카) 사업 조건부 협의 결정으로 국토를 개발 광풍에 휩싸이게 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 허가한 환경부
설악산국립공원은 전체 육상국립공원 중에서도 5%(398.237㎢) 남짓이다. 하지만 공원구역 등을 기준으로 천연보호구역('문화재보호법'),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산림보호법'), 백두대간보호지역('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생물권보전지역(유네스코 인간과생물권계획(MAB)국제조정이사회, 지원법령 '자연환경보전법',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각기 다른 보호지역 법과 제도로 중첩 지정되어 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은 2005년 설악산국립공원 등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II인 국립공원(National Park)으로 상향 조정하여 이용보다는 보전 중심으로 관리하기로 협의한 제도의 인증을 받았다. 2014년 IUCN 녹색목록(Green list) 제도 신설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등과 함께 등재되었다.
IUCN 카테고리 등의 제도는 자연 지형의 대표적인 사례와 유전자원, 자연의 형성 과정 등을 가능한 한 영구하게 보전·관리하기 위함이며, 넓은 서식-활동지를 갖는 종의 서식과 이동 경로 보전에 기여하도록 마련된 제도로, 이를 이행하기 위해 인증받는다.
이를 통해 설악산국립공원은 국내 관련법과 제도, 그리고 국외에서 인증하는 제도에 등재된 한반도의 대표적인 자연생태계이며, 더욱 엄정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국립공원을 지정·관리하는 환경부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협의(허가)했다.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구간에 '설악산을 그대로'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띄웠다. ⓒ함께사는길
5개 국가 전문기관 '오색케이블카 부적격'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이나 사업을 수립할 때 영향을 미리 평가하고, 보전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보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을 전제하고 영향 저감방안이 잘 마련되었는지 확인하는 제도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양양군이 제출한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지적하면 끝도 없고, 현재 제출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2차) 작성 내용의 문제를 짚고 싶지만, 지금까지 비공개처리 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실 등을 통해 공개된 한국환경연구원(이하 KEI),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이 재보완서를 평가한 보고서와 원주지방환경청(이하 환경청)의 사업 허가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재보완서 내용을 추측해볼 수 있다.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과 같이 5개 전문기관 모두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부적절', '부적격'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KEI는 국립공원과 같은 공간에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며 △산양 서식에 미치는 영향 △법정보호 희귀식물 이식 및 보전방안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 훼손 등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제시한 보전대책으로는 영향저감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KEI,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은 '상부 정류장 면적이 확대'되었다고 작성하여 과거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사업계획과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22년 6월 사업자와 원주지방환경청 간 작성한 '확약서'에 작성된 내용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월 27일 환경청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변경 사항은 △산양 등 법정보호종 무인센서 카메라 및 현장 조사를 병행한 서식 현황자료 추가 제시 △상부 정류장 위치 하향 조정 △공사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저감을 위해 가설삭도 활용 △시설 안전을 위해 풍속 예측모델링 실시, 예측풍속보다 높은 설계기준 적용 등이라고 밝혔다. 환경청이 협의한 내용은 이와 크게 다름이 없고, 문장마다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협의하도록 한다", "착공 이전에 조사한다" 등이 덧붙여 있음을 볼 수 있다.
환경청이 상부 정류장 위치에 대한 변경 사실을 간단하게 정리하였지만, 전문기관들은 상부 정류장 위치가 변경되고, 면적이 확대되어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변화지수가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산림의 훼손이 증가하였으나, 이에 따른 법정보호종 저감방안이 미흡하다며 전문기관 모두가 입을 모아 설치가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또한 국립기상과학원은 시설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인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전문기관 검토의견과 환경청의 보도자료를 확인하면 주요한 내용들이 서로 호응하지않는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환경청은 철저한 사후관리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후환경영향평가, 사후관리 등이 이루어진 경우가 없다. 환경청은 양양군과 어떤 신뢰 관계가 있기에 국가 전문기관 5개소의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국립공원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협의해주었는지 의문만 늘어날 뿐이다.
▲ 은신처에서 쉬고 있는 산양. ⓒ함께사는길
환경부가 쏘아 올린 국립공원 개발 신호탄
사회적으로도, 특히 법이나 행정적으로 '선례'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해줌에 따라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선례로 남아, 개발을 막아냈던 다른 지역에 편법으로 악용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스스로 개발의 빗장을 열어버린 것이다.
이미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발표 이후 지리산국립공원, 속리산국립공원, 소백산국립공원, 무등산국립공원 등이 케이블카 설치 의사와 계획을 발표했다. 설악산국립공원보다 중첩 보호가 적은 곳에서는 이미 '설악산도 개발하는데 왜 우리는 안돼?'라는 논리를 펴기 시작하고 있다.
2019년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부동의했지만 2023년 조건부 협의 사이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이 있다. 행정심판의 판결은 불복, 항소할 수 없다. 양양군이 행정심판을 청구한 이후 사실상 백지화되었던 사업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환경청 발표 이후 구례군수는 "이번에도 환경부가 케이블카 신청서를 반려한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본래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에서 더욱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기존의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와 결정을 행정심판 등을 통해 뒤엎는 사례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조건부 협의 발표 전 기자간담회 및 국회 상임위 등에서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바탕으로 협의 방향을 결정하겠다"라고 발언했으나, 전문기관의 의견을 전부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했다. 이런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의 선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립공원 내 삭도 설치를 위해 국립공원 가이드라인을 수정하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전 설치를 지시하였다. 이후 적폐청산을 위해 운영된 환경정책개선위원회에서 오색케이블카 추진을 위해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동으로 비밀TF를 설치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색케이블카 등 개발사업을 백지화하지 못하고, 임기 마지막에 가덕도 신공항을 허가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설악산케이블카 무조건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월 10일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며 대놓고 환경부에게 설악산오색케이블카 허가를 지시했다. 이와 같이 오색케이블카는 정권마다 정치적 개입으로 설악산국립공원의 보전을 흔들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누군가는 당장 내일이라도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될 것처럼 말하고, 정말 설치되는지 물어온다. 40년간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갈등을 환경영향평가 검토 단계에서 첨예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되면 그 이후에는 바로 착공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중앙지방재정투자심사, 백두대간, 산지전용허가 등의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립공원공단이 기존 국립공원위원회와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공원사업시행허가까지 마쳐야만, 그제야 공사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원샷'으로 이 단계들을 넘겠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 등 기존의 허가와 승인 제도를 편법으로 추진해온 방식 그대로 남은 절차까지 꾀로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존 사업계획과 달리 상부 정류장 위치 등의 변경 내용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또다시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국립공원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보호구역과 자연생태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설악산국립공원은 지난 40년과 같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대로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은 이 사실뿐이다. 마침 내년은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국회의원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는 아직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이자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팀장[함께 사는 길]
미움받는 기후 활동가들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 독일의 고민 ②]
기후 활동가들을 향한 독일의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도로 점거, 음식물 투척 같은 시위 방식이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대규모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독일 뤼체라트 마을에서 경찰이 점거 시위 중인 기후 활동가를 최종 연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다.ⓒEPA
지난해 10월31일 아침,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자전거를 타던 44세 여성이 레미콘 차량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여성은 바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11월4일 결국 사망했다. 사건 직후 일부 언론은 기후 활동가들의 도로 점거 시위 때문에 구조대 차량 투입이 늦어졌다며 시위대에 책임을 돌렸다. 시위대가 좌파 테러 단체였던 적군파(RAF, 68혁명 이후 서독에서 조직된 무장단체)와 비교되기도 했다. 이 사고는 순식간에 정치적 상징이 되었다. 사고 장소에는 하얀 자전거가 세워졌으며 사람들은 그곳에 꽃과 촛불을 가져다 놓았다.
기후 활동가들은 당시 인근에서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정부의 신속한 조처를 요구하는 도로 점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소방 당국의 최종 보고에 따르면 시위 때문에 레미콘을 들어 올릴 특수 차량의 투입이 약 8분 지연되었고 긴급한 상황이어서 특수 차량의 도움 없이 구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출동한 응급의사는 레미콘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차량이 빨리 왔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대응 시위를 향한 여론이 비판적으로 급변했다. 사건 일주일 후 주간지 〈슈피겔〉은 베를린에서 기후 활동가들이 도로 위에 손을 본드로 붙이고 점거 시위를 하는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기사는 시위대를 향한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자세히 묘사했다. 검정 SUV를 탄 한 남자가 창밖으로 “살인자!”라고 소리를 질렀고, 인도를 지나가던 행인이 기후 활동가들에게 일주일 전에 발생한 죽음의 책임을 추궁하기도 했다.
사건 직후 〈슈피겔〉이 여론조사기관 ‘시베이’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도로 점거, 미술작품에 대한 음식물 투척 같은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 시위 방식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응답자 중 78%는 이런 방식의 시위를 하는 활동가들에 대해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대답했다. 이런 반응은 같은 설문에서 응답자의 53%가 정부의 기후보호 정책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극적으로 보인다(정부의 기후보호 정책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29%였다). 응답자들은 정부가 더 강한 기후보호 정책을 펴기 원했지만 이를 요구하는 시위 활동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현재 독일에서 도로 점거 같은 방식의 시위를 주도하는 것은 지난해 초 활동을 시작한 기후보호 단체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다. 이들은 자신들이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며 3년 안에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단체의 활동가인 카를라 로첼은 주간지 〈차이트〉 인터뷰에서 친구들과 기후위기에 대한 자료를 자세히 읽은 후 더 이상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결국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정치학 공부를 그만두고 전업 기후 활동가가 되었다. 마지막 세대의 활동가 대부분은 로첼처럼 학업이나 직업을 그만두고 운동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세대는 자전거 운전자 사망사고 이후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강한 비판과 비난에도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자신들의 활동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에만 수도 베를린에서 이들의 활동에 대한 형사 고발이 약 2700건 접수되었다.
제73회 베를린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점거한 기후운동단체 ‘마지막 세대’. ⓒEPA
‘1.5℃ 투쟁’ 상징이 된 뤼체라트에서 생긴 일
기후보호 운동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마지막 세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대한 독일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청소년·청년 기호보호 운동인 ‘프라이데이 포 퓨처’의 시위 덕이 크며 여론 또한 지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현재는 기후보호 운동과 시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와 의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노천 갈탄 채굴 예정 지역인 뤼체라트에서 있었던 시위대 해산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시위대 간 폭력에 대한 여론은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뤼체라트는 에너지 기업 RWE가 기존 노천 탄광을 확장해 새로운 채굴을 계획하고 있는 지역이다. RWE의 계획과 법령에 따라 이 지역에서 살고 있던 주민들은 2006년부터 점차 다른 곳으로 이주해갔다. 하지만 2020년부터 기후 활동가와 환경운동가들이 새로운 갈탄 채굴에 반대하며 뤼체라트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지구 기온 상승 저지선 1.5℃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녹색당 소속인 로베르트 하베크 연방 경제기후 장관과 모나 노이바우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기후 장관이 뤼체라트 갈탄 채굴을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RWE와 합의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의 탈석탄을 당초 계획보다 8년 앞당긴 2030년에 완료하고, 또 다른 탄광 확장 예정 지역 다섯 곳의 계획을 포기한다는 조건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또한 합의의 근거가 되었다. 정부와 RWE의 합의는 기후보호 단체와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때문에 새로운 갈탄 탄광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반박하는 목소리가 컸다. 에너지 경제학자인 독일경제연구소 소속 클라우디아 켐페르트 교수는 현재 채굴이 진행되고 있는 탄광만으로도 필요한 갈탄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며 정부의 합의에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도 채굴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시위대에 대한 강제 해산이 결정되었고, ‘프라이데이 포 퓨처’를 포함한 기후보호 단체들은 해산을 막기 위한 연합을 결성했다. 지난 1월 경찰이 투입되면서 여러 날에 걸쳐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했다. 1월14일 뤼체라트를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집회 측 추산 최대 5만명의 시위대가 몰려왔다. 그리고 1월14~15일 경찰이 시위대를 최종 연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과 시위대는 서로의 폭력을 규탄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의해 적게는 수십 명에서 최대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경찰이 조직적으로 시위대의 머리를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해산 과정에서 구급차에 실려 간 활동가는 9명이며 해산이 시작된 뒤 부상당한 경찰이 70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경찰 차량을 공격하거나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경찰의 연행에 평화롭게 대응했는데, 경찰과 일부 시위대 사이에 발생한 충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시위대를 폭력 집단으로 규정하려는 목소리가 즉각 표출되었다. 보수 성향인 기민당 소속 슈테판 감 연방의원은 프라이데이 포 퓨처가 폭력 시위를 정당화했고 이를 통해 기후 활동가들의 반민주주의적 모습을 알게 되었다며 시위대를 규탄했다.
해당 사건을 통해 기후보호 운동 사이에 균열이 생길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이트〉는 한 칼럼에서 뤼체라트 사건을 통해 녹색당과 기후 활동가 사이의 분열뿐 아니라, 기후운동 자체에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이번 사건을 통해 기후보호 활동 단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기후보호라는 녹색당의 정치적 사명이 이번 사건을 통해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녹색당 내부 인사 중 일부도 하베크와 노이바우어에 의해 이뤄진 합의를 비판했고 시위대의 목소리를 지지했다. 직접 시위에 참여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기후 활동가 사이에도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는 평화시위는 일정 수준까지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과 현실 사이의 차이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평화시위는 힘이 약해지고 일부 시위대는 조금 더 과격한 방식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이중적 인식
시위대만의 문제일까. 기후위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이중적 인식은 언론을 통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독일 시민들은 기후위기에 관한 높은 인식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각종 정책적 금지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자신들이 유지하는 삶을 바꾸기를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1월 초 공영방송 ZDF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석탄발전 확장에 반대했다. 하지만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일시적으로 석탄발전소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옳은 정책이라고 답했다. 기후보호를 중요시하면서도 현재 생활의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녹색당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름 〈슈피겔〉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에 따른 한시적 원전 운행 연장에 관해 응답자의 70%가 지지를 보냈다. 특히 전통적으로 탈원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녹색당 지지자 중 49%가 원전 운행 연장에 찬성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반대는 32%였다.
ZDF가 지난 3월3일 발표한 기후보호 정책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가 기후위기 대응 시위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4%는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독일 시민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줬다. ‘시위 및 운동 연구소’ 소속 사회학자 시몬 토이네 박사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기후위기 대응 시위의 원인보다 과격성에 대해 논쟁하려 하는 것은 기후위기 저지선인 1.5℃ 상승을 막을 방법을 논의하고 싶지 않아서다”라며 독일 사회의 현실을 비판했다.
시사인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인간의 노력 끝에…‘미소’를 부르는 양쯔강
‘양쯔강 복원’ 현장 가보니
인간의 노력 끝에…‘미소’를 부르는 양쯔강
중국 멸종위기 돌고래 ‘장툰’
귀여운 외모 ‘미소천사’ 불려
정부·지방 팔 걷고 보호 나서
오염원 없애고 생태섬 조성
개체 200여마리 증가 ‘성과’
가뭄 등 온난화 위협은 숙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는 승률과 성공보수만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변호사 업계에서 여전히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일하는 인권변호사 류재숙을 양쯔강 돌고래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돌고래는 주로 바다에 살지만 강물에도 적응해 사는 개체군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양쯔강 돌고래야. 중국 양쯔강에 살았는데 멸종이 선언됐어. 나는 (류재숙 변호사 같은 사람이) 멸종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전체 길이 6300㎞.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창장(長江·양쯔강)은 중국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최소 2000만여년 전부터 두 종류의 돌고래가 서식해왔다. <우영우>에서 소개된 양쯔강 돌고래는 바이지툰으로 불리는 흰 돌고래다. 희귀성 때문에 ‘수중 판다’ 또는 ‘창장의 여신’으로 불렸던 이 돌고래는 2007년 ‘기능적 멸종’이 선언됐다. 기능적 멸종은 극소수의 개체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자연 번식이 불가능해 생태계 내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아직 창장에는 유일한 민물 돌고래 한 종이 남아 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미소 천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장툰(江豚·사진)이다. 상괭이의 일종인 장툰은 과거 인도·태평양 상괭이와 같은 종으로 분류됐지만 학계 연구에 따라 지금은 독립적인 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장툰이 창장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장툰도 바이지툰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오염과 남획, 지구온난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1000여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 중국은 장툰을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담수 포유동물이자 국가 1급 보호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동시에 창장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창장 생태계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장 살리기에는 지방정부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강 하류에 자리 잡은 장쑤(江蘇)성은 창장 생태계 복원과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지난 11일 찾은 장쑤성 성도 난징(南京)에 위치한 난징생태과학기술섬은 창장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지방정부의 노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장쑤성과 난징시 정부는 2012년부터 난징 도심을 흐르는 창장 내 15.21㎢ 면적의 섬을 탄소 제로 미래도시 모델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난징생태과학기술섬의 특징 중 하나는 섬 전체를 시민들의 생태적 휴식 공간이자 교육 공간으로 만드는 데 있다. 섬 안에 마련된 창장장툰과학교육센터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다. 2020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창장의 난징 도심 구간에서 장툰의 활동과 수상 생태계를 연구·모니터링하면서 시민들에게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 난퉁시 빈장공원 앞으로 창장이 흐르고 있다. 난퉁 | 이종섭 특파원
창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창장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난퉁(南通)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난퉁시는 2018년부터 창장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12㎞에 이르는 강안을 복원했다. 강을 따라 늘어선 화학공장 등 주 오염원이 되는 공장 200여곳과 50여개에 달하던 부두를 폐쇄·이전하고 강변 불법 건축물을 철거했다. 매캐한 연기와 폐수를 방출하던 공장들이 즐비하던 곳에는 현재 습지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난퉁시 충촨(崇川)구에 자리한 오산강변생태지구의 빈장(濱江)공원이 바로 그 장소다. 전체 면적이 10.8㎢로, 도심 속에서 창장 생태계를 보호하는 완충녹지이자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중앙정부의 지원과 일정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창장 유역 332개 수생생물 보호구역에서 어획을 전면 금지시켰으며, 이듬해에는 창장 유역 중점 수역에서도 10년간 어획을 금지했다. 또 2020년 말 창장보호법을 제정해 10년간 어업 금지를 비롯한 창장 자원 보호와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에 관한 내용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2018년 조사에서 1012마리로 파악됐던 장툰은 지난해 1249마리로 증가했고, 난징 등 도심 구간에서의 출현 빈도도 많아졌다. 펑쥔(馮俊) 난퉁대 장쑤창장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녹색 발전을 중요시하는 시대 변화에 따라 창장보호법 제정 등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은 사라져가는 장툰을 다시 볼 수 있는 상징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노력들만으로 과거처럼 강 돌고래가 자유롭게 헤엄치던 창장의 생태계를 온전히 복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댐 건설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가뭄 등 위협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경향
“누구를 위한 파크골프장인가요”···마을 공원을 지키려는 사람들
서울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에서 23일 동네 주민 25명쯤이 ‘파크골프장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50~80대 주민들이 파크골프장반대위 추진위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전지현 기자
서울 서대문구 백련산 자락에는 ‘논골마을’이라 불리는 작은 동네가 있다. 홍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여분쯤 굽이굽이 올라가면 나오는 주택가 동네이다. 이 마을에 30년 거주한 한 주민은 “올라오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공기도 좋고 살기도 좋은 조용한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 서대문구청이 올 초 동네의 유일한 공원인 ‘백련근린공원’을 ‘파크골프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부터 별일 없던 동네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 20~30년간 살아온 주민들을 중심으로 ‘파크골프장 반대를 위한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졌다.
비대위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백련근린공원에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23일은 8번째 시위였다. 비대위는 오프라인 400명, 온라인 1800명 등 파크골프장 조성 반대 서명을 모으기도 했다.
오후 2시가 다 돼 가자 비대위에 속한 주민을 포함해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듯 하나둘 공원 벤치에 모여들었다. 이날 시위에는 50~80대 장노년층 30여명이 참석했다. 구청과의 소통을 맡은 장성암 비대위원장이 지금까지의 경과를 참석자에게 설명했다. 주민들이 궁금한 점을 장 위원장에 되묻기도 했다. 50년간 3대가 걸쳐 논골마을에 살았다는 강순옥씨(71)는 “이 좋은 공간을 왜 주민들로부터 빼앗아 가려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설 예상 부지와 주택가에서의 거리 조감도. 파크골프장 반대위 제공
파크골프는 공원에서 골프를 치는 개념의 스포츠로 이용료가 저렴하고 약식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어 5~6년 전부터 중장년층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최근 지자체들은 잇따라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고 나섰다.
서대문구청은 구비 7억5000만원을 투입해 오는 11월 백련근린공원 일대에 파크골프장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지난해 8월 직능단체와의 차담회에서 관내 파크골프장 설치 건의를 받은 뒤 사업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파크골프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쉼터로 활용돼 온 공원을 헐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누구를 위한 골프장 건설이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대문구청은 지난 17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및 검토해 반영할 계획”이라며 구청장 직통문자 민원에 답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조성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추후 주민 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비대위 주민들은 ‘공원 보존을 위해 안이 철회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논골마을에 35년 거주한 오광부씨(81)는 “공원은 주민들에게 사랑방이자 휴식터”라며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면 마을 노인들은 갈 데가 없다”고 했다. 동네에서 20년째 미용실을 운영해 온 황서하씨(49)는 “주택가와 공원이 딱 붙어있지 않냐”며 “잔디 때문에 농약을 뿌리면 아이와 노인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골프장 조성 및 관리에 사용되는 농약은 전국 각지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설 때마다 주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문제다.
서울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에서 23일 아이들이 올챙이를 관찰하는 등 생태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공원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들며 “서울 도심에 이만한 생태공원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공원 내 유아숲체험장에는 다섯 가구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실개천에서 올챙이를 만져보고 주변에 핀 들꽃을 관찰하기도 했다.
딸 나은양(11)과 공원을 찾은 주민 정화연씨(44)는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원을 소수의 파크골프 회원만을 위해 뒤엎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대문구체육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구내 파크골프 회원 수는 총 237명이다. 나은양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나무들을 베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경향 전지현기자
돌이킬 수 없는 선 넘었나?…장기간 버티던 그린란드 빙하도 급속 해빙
최근 그린란드 얼음이 녹아 사라지는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한 보트가 2019년 8월 15일 저녁 그린란드 동부 쿨루수크 타운 부근의 빙하 옆을 지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그린란드에서 얼음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장기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던 빙하까지 녹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돼, 그린란드 해빙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에서 얼음이 모두 사라지는 데는 수세기가 걸릴 수 있지만,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지구 해수면이 7m 이상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계 과학자 60여명이 참여한 ‘빙상 질량균형 상호비교 연구팀’(IMBIE)은 지난 20일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 저널에 2017~2020년 사이 지구에서 줄어든 얼음양의 3분의 2가 그린란드 빙상에서 나왔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2017~2020년 그린란드의 연평균 얼음 손실량은 2570억톤으로, 20년 전(1997~2001년) 연평균 손실량 480억톤보다 5배 많고, 직전 5개년(2012~2016년) 연평균 손실량 2130억톤에 비해 20% 늘어난 것이다.
맨 아래 보라색 부분이 그린란드의 얼음 질량 변화를 나타낸다. 2010년대 초반부터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해, 2019년 이후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
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연구팀은 지난 19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그린란드 북부에 있는 스틴스트럽(스텐스트루프) 빙하에서 얼음이 바다로 배출되는 속도가 2018~2021년 사이 4배 증가하면서 빙하 두께가 약 20% 얇아진 것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스틴스트럽 빙하의 급속한 후퇴가 대서양 해수의 온도 증가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연구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빙하도 갑자기 빠르게 녹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구를 이끈 토머스 처들리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그린란드에는 1990년대 이후 해수면 상승에 기여한 빙하가 많이 있지만 스틴스트럽은 그중 하나가 아니다”라며 “빙하의 후퇴 속도가 몇년 만에 4배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빨리 반응할 수 있느냐는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스틴스트럽 빙하의 연도별 변화를 표시한 왼쪽 그림을 보면, 빙하가 2017년 이후 빠른 속도로 후퇴한 것을 알 수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안순일 연세대 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센터장(대기과학과 교수)은 “최근 지구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2도만 증가해도 티핑(작은 변화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갑자기 큰 변화로 넘어가는 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그린란드 육빙, 서남극 빙하 같은 것들도 그런 가능성이 큰 요인들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세계 최초 재생에너지 100% 섬, 탄소 제로 넘어 네거티브
덴마크 삼소섬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 삼소섬 ⓒ 삼소섬
재생에너지 100%로 운영되는 동화 속 같은 섬이 존재한다. 덴마크 삼소섬(현지 발음으로는 '삼쇠'이지만, 많이 알려진 '삼소'로 표기)은 1997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탄소 제로를 넘어 실질적 탄소 배출량이 마이너스인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했다. 재생에너지 생산 외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997년 삼소섬이 덴마크 올보르대학 등과 공동으로 기획한 '삼소섬 개발 프로젝트'는 덴마크 환경에너지부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진 대회에서 우수작으로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재생에너지섬으로 지정된 삼소섬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바탕으로 2005년에 탄소 제로를 달성했다.[1][2]
2년 뒤인 2007년엔 1인당 탄소배출량 -3.7톤을 기록하며 프로젝트 시작 10년 만에 탄소 제로섬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섬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1997년 삼소섬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15톤이었으며,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3%에 불과했다. 삼소섬은 세계 최초 재생에너지 100% 섬이다.[3]
삼소섬에는 1메가와트(MW) 규모 육상 풍력발전기 11기와 2.3MW 규모 해상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돼 가동 중이다.[4] 육상 풍력발전기 1기는 600가구, 해상 풍력발전기 1기는 2000가구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육상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만으로 삼소섬 전체 전력 소비의 100%를 충당할 수 있다.[5]
해상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은 본토로 수출한다.[6] 삼소섬은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섬 주민이 석유 보일러와 휘발유 및 디젤 차량을 사용하여 발생시킨 탄소를 상쇄한다.
▲ 삼소섬 위치 ⓒ 덴마크 정부
상쇄에 만족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쪽으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중이다. 난방에너지의 약 70%가 바이오매스, 태양광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조달된다. 2000가구 중 절반 이상이 친환경 난방, 태양열 발전소, 열 펌프 시설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난방 형태를 바꿨다.[7] 삼소섬은 21기의 풍력발전기와 함께 밀짚 등을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난방시설 3기와 태양열 및 목재 칩을 활용하는 난방 시설 1기를 가동 중이다.[8]
삼소섬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을 운영하면서 일상에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포츠센터, 학교, 의회, 항구 등의 건물 지붕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태양열 전지판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578메가와트시(MWh)의 전기가 절약된다. 전기료 및 난방비로 환산하면 연간 50만 덴마크 크로네(9100만 원)를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탄소배출량 역시 프로젝트 시행 후에 몇 년간 전년도 대비 매년 7~10% 줄었다.[9]
삼소섬은 풍력, 태양열, 바이오 등 재생 에너지 생산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덴마크 삼소섬은 수심 5~15m의 얕은 바다가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50m 높이에서 풍속 약 8.5~9m/s의 바람을 일어 풍력발전에 적합하다.[10]
덴마크 기상연구소(DMI)에 따르면 삼소섬은 연중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 일조 시간이 길고 강우량이 적다. 삼소섬의 연평균 기온(9.3°C)은 덴마크 평균(8.9℃)을 웃돌아 덴마크에서 세 번째로 높다.[11] 삼소섬의 주요 산업은 온화한 기후를 이용한 감자, 양파 재배 등의 농업이다.[12] 전체 토지 면적 114㎢ 중 절반이 넘는 81㎢가 경작지로 사용된다.[13][14][15]
삼소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 공공 의제를 논의하는 삼소섬 주민들 ⓒ 유튜브 갈무리
삼소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참여자 간의 긴 논의 끝에 실현됐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 위해선 4000명에 달하는 섬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 삼소섬 에너지 아카데미 소렌 헤르만센 이사는 주민들에게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논의 초반에 주민들은 헤르만센 이사의 제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공익 실현과 주민 수익 창출이 동시에 가능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부각해 프로젝트 시행에 동의하게 된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참여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16] 헤르만센 이사는 TED 강연을 통해 "수익성과 급여 등 프로젝트 참여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요소를 보여주는 데 신경 섰다"고 설득 과정을 소개했다.[17]
삼소섬은 66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비교적 낙후된 지역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1990년대 후반에는 섬의 주요 산업 중 하나였던 도축업이 중단돼 80여 가구가 실직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18]
▲ 삼소섬의 육상 풍력발전 ⓒ 삼소섬
삼소섬 주민들은 지원금 5800만 유로(845억 원) 중 70%를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투자했다.[19] 재생에너지 설비의 대부분이 주민 소유이다. 삼소섬 육상 풍력발전기 11기 중 9기는 섬 주민이 개인 또는 공동으로 소유했으며, 나머지 2기도 협동조합 형태로 섬 주민이 보유했다. 해상 풍력발전기는 10기 중 5기를 삼소섬 자치정부가 소유했으며, 3기는 공동 소유, 2기는 협동조합 소유였다. 바이오매스 난방시설 3곳 중 2곳을 협동조합 등을 통해 섬주민이 공동 소유했다.[20]
잉여 전력을 판매한 수익은 섬의 풍력발전단지 지분을 소유한 수백 명의 주민들에게 돌아갔다.[21] 또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및 유지보수에 섬 자체의 노동력을 활용하면서 삼소섬 내에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2006년에는 '삼소에너지아카데미'가 건립돼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됐다. [22]
최근 유지 및 관리 어려움으로 대다수의 주민이 에너지 회사에 풍력 발전 단지 지분을 매각했다. 매각에 찬성한 주민은 약 95%이다.[23] 재생에너지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선 초기 설비자금과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설비를 운영할 주체와 인력도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긴 시간에 걸쳐 작동하는 설비를 유지 및 관리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단종된 부품을 확보해야 할 때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부품을 복제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감소한다. 자본력을 갖춘 에너지 대기업은 이런 위기에 쉽게 대처할 수 있지만, 삼소섬의 주민은 그렇지 않다.[24]
삼소섬의 재생에너지 설비 소유구조는 내부 구성원 중심에서 외부 자본으로 바뀌었다. 삼소섬의 공동체성이 기업 이윤에 잠식된 것에서 프로젝트의 순수성이 훼손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혁신의 섬 프로젝트'
▲ 삼소섬의 해상 풍력발전기 ⓒ 삼소섬 에너지 아카데미
공동 소유의 시대는 끝났고 삼소섬은 다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25] 삼소섬이 유럽 국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혁신의 섬 프로젝트'는 섬에 기업 활동을 유치하고 인력을 모을 수 있는 공공정책 수립을 목표로 한다.
유럽의 섬 지역은 관광업과 농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공공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생산 및 운송 비용 증가, 고령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26] 특히 제한된 취업 기회로 고등 교육을 받은 젊은 인구가 본토로 유출돼 섬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삼소섬은 섬을 '테스트베드'로 만들어 젊고 혁신적인 사업가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사업가 유치를 통해 경제적 활력을 찾고 인구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유럽 지역 간 교류를 통한 우수사례 선정, 공공 정책 실행을 위한 계획 계발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27]
'야간 조명 (제거) 프로젝트'는 빛 공해 저감과 밤하늘 보존을 위해 시행된다. 삼소섬이 속해 있는 덴마크는 빛 공해 분야와 관련된 정책이 없다. 삼소섬은 빛 공해에 대한 인식조사, 구체적인 조치 마련 등을 통해 덴마크의 빛 공해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헝가리,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해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어두운 밤하늘을 보존하는 생태관광 서비스 및 시설 도입 등을 추진 중이다.[28]
우리나라 울릉도와 가파도가 삼소섬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협력 중이다.[29] 2015년 9월 울릉도는 특수목적법인 울릉에너피아를 출범하며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0년까지 울릉도 디젤발전기를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녹색 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그러나 2016년 유가하락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익성 감소, 2017년 포항지진에 따른 지열 발전 사업 중단 등을 이유로 사업 추진동력이 상실됐다.[30] 제주 가파도 역시 태양광패널 38개, 풍력발전기 2대, 에너지 저장장치를 도입해 전력 자급자족을 이뤄낸 사례로 꼽히지만 특별한 진척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31] 덴마크 삼소섬과 달리 한국의 녹색 섬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오마이뉴스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이은서·이수빈 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부산 시민단체, 가덕신공항 토크쇼
민주 부산시당에서 조기 개항 주제 진행
물류 허브 거점공항 가능성 등 재차 강조
22일 부산 부산진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 레츠 고 고(Let’s go go) 토크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국민행동본부 제공
가덕신공항 추진 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토크쇼에서 오는 2029년 조기 개항이 확정된 가덕신공항을 물류 허브 거점공항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덕도신공항 국민행동본부 등은 2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 레츠 고 고(Let’s go go) 토크쇼’를 개최했다. 이번 토크쇼는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물류 허브 거점 공항’이라는 주제로 가덕도신공항 국민행동본부, 김해신공항 확장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가덕신공항 조기준공 및 공항철도 추진 거제시민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했다. 토크쇼에는 민주당 민홍철(경남 김해갑) 국회의원,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강윤경 가덕도신공항 국민행동본부 상임대표가 참여해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확정의 뒷이야기, 발전 방안, 시민 역할 등을 각각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인 민 의원은 국토부가 가덕신공항의 2029년 조기 개항을 결정하는 동안 벌어졌던 막전 막후의 숨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사)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위원회 이사이기도 한 정 교수는 가덕신공항이 물류허브 거점공항으로 건설돼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했다. 강 상임대표는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한 부산 시민의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국민행동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토크쇼를 마련했다”며 “이번 행사를 공동 개최한 3개 시민단체는 2019년부터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집회, 강연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올 초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 불투명해졌을 때에도 힘을 모아 조기 개항의 필요성을 정부와 부산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벌 141억마리 떼죽음…꿀 다 떨어진 4월
꽃피는 4~5월 꿀 모으는데 벌통 텅텅 비어
“이건 기후변화 따른 자연재해, 생태계 위기”
벌집틀(소초) 구멍(소방) 안에서 흰색의 꿀벌 애벌레가 자라고 있다.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 애벌레를 거쳐 21일 만에 꿀벌이 된다. 최상원 기자
“겨울 동안 키우던 벌의 절반을 잃었어요. 작년 월동 들어갈 때는 벌통이 500개가 넘었는데, 지금은 시원찮은 것들까지 합쳐도 300개나 되려나? 제가 명색이 양봉 가르치는 사람인데, 어디 부끄러워서 말도 못 합니다.”
지난 23일 경남 창원시 대암산 기슭에서 만난 승장권 한국양봉진흥원장이 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양봉장 한 구석에는 빈 벌통이 쌓여있었다. 어림잡아 60개는 넘어보였다.
꿀벌은 봄꽃이 피는 4월 초부터 5월 중순 사이에 1년에 할 일을 다 한다. 이때는 쉼 없이 이꽃 저꽃 다니며 꿀을 빨아와 벌통 안 벌집틀을 빈칸 없이 채운다. 양봉업자들은 꿀이 틀 안에 가득 차기를 기다렸다가, 4월말부터 꿀을 채취하기 시작한다. 벌들이 한참 꿀을 채울 시기에 빈 벌통이 쌓여있다는 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다.
꿀벌이 살고 있는 벌통의 상태도 심각했다. 벌통 하나에는 벌집틀 8장이 들어가는데, 벌집틀이 2~3장뿐인 벌통이 수두룩했다. 꿀벌 숫자가 적어서 벌집틀을 더 들이지 못한 것이다.
승 원장은 “올해는 아무래도 꿀 뜨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처럼 벌통이 차지 않은 상태에서는 꿀을 짜는 것보다 꿀벌 숫자를 늘리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승 원장은 “날이 따뜻해지면서 벌이 불어나고는 있지만, 개체수가 워낙 적어 속도가 안 붙는다. 벌을 살 수만 있으면 웃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데, 모든 양봉농가가 피해를 본 상황이라 지금은 벌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벌들이 부족한 건 2년 연속 발생한 떼죽음 때문이다. 한국양봉협회는 4월 현재 협회 소속 농가의 벌통 153만7270개 중 61.4%인 94만4000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벌통 하나에 1만5000~2만 마리의 벌이 살고 있는 만큼, 최소 141억6000만 마리가 넘는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전국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인데, 지난해보다 피해규모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꿀벌 집단 폐사의 주범으로 관계당국이 지목하는 것은 응애라는 진드기다. 응애는 벌통에 기생하면서 애벌레의 체액을 빨아먹고 병원성 바이러스를 옮긴다. 그래서 양봉 농가는 해마다 응애 방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갈수록 방제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양봉농가는 꿀벌 폐사가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응애의 이상번식 역시 기후변화가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된다는 게 양봉농가들의 생각이다.
지자체들은 어려움을 겪는 양봉농가를 돕기 위해 꿀벌을 사면 구입대금의 50%를 지원하는 ‘꿀벌 입식자금 지원방안’을 내놨다. 꿀벌이 70.6%나 감소한 경상남도는 지난 2월15일 양봉농가가 꿀벌을 구입하면 벌통 1개당 12만5천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꿀벌 60%가 줄어든 전라남도 역시 지난달 28일 벌통 1개당 20만원의 입식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자금 지원은 양봉농가가 개별적으로 꿀벌을 구입한 뒤 확인 절차를 거치면, 구입대금의 5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양봉농가들은 “벌이 있어야 벌을 사지, 없는 벌을 어디서 사라는 것이냐”고 볼멘 소리를 한다.
벌통 안의 꿀벌 상태. 날개가 짧으면서 몸통이 긴 벌이 여왕벌이다. 최상원 기자
이런 상황을 지자체도 알고 있다. 박동서 경상남도 축산행정계장은 “현재 양봉농가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꿀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채밀기 전에 원하는 만큼 꿀벌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도에서 지원하는 입식자금은 올해 꿀을 채취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양봉 사육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양봉농가들은 입식자금 지원이 아니라, 피해보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양봉협회는 “꿀벌 떼죽음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라며 “자연재해로 과수농가나 양식어민이 피해를 당했을 때 정부가 보상하는 것처럼 양봉농가에도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생태계에서 꿀벌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꿀벌 사육을 독려하기 위한 양봉 직불금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승장권 원장은 “꿀벌은 지구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생물이다. 딸기·참외·수박·고추 등을 꿀벌로 수정시키는 시설재배 농가들은 웃돈을 주고도 꿀벌을 구하지 못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양봉산업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농업생태계 순환을 위해 꿀벌을 사육하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
기후위기 시대, 보호받지 못하는 숲
거울처럼 맑아 이름 붙여진 ‘경포’호. 정철의 관동별곡에는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경포대를 꼽고 있다. 해 지고 저녁 달빛이 내리면 하늘과 바다, 호수에 뜬 달, 술잔에 비친 달, 임의 눈동자에 비친 달까지 다섯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경포호는 동해안 제일의 달맞이 명소다. 또한 강한 해풍으로부터 방풍림 역할을 하는 소나무 숲이 경포대 근처에 펼쳐져 있다. 경포도립공원은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는 휴양지며, 산책을 즐기는 강릉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 소나무숲의 나무 보행로가 불에 타 잔해만 남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밑동이 검게 그을린 소나무 앞에 화마를 피한 철쭉이 피어있다. 박종식 기자
1998년과 2002년 산불 등을 포함해 여러 차례의 동해안 대형 산불에도 커다란 피해 없이 울창함을 자랑했던 저동, 경포동 일대 소나무 숲이 지난 11일 난곡동에서 발생한 불길로 쑥대밭이 됐다. 지난 20일 찾은 경포해수욕장은 산불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나무로 된 보행로는 불에 타 형체만 남아 있었고, 소나무 밑동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의 530배에 이르는 산림이 불탔는데 대부분이 소나무 숲이었다. 전체 피해목 12만8300여그루 중 소나무가 11만6000그루였다.
화재가 발생했던 강릉 경포 저동 마을 들머리에 산불 조심을 알리는 알림판이 서있다. 박종식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발생한 산불 건수는 441건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평균 같은 기간 발생한 294건의 1.5배에 이른다. 잦은 산불은 예년에 비해 높아진 기온과 건조한 날씨가 원인이다. 올해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보다 3.3도 높았고, 평균강수량은 85.2㎜로 연평균강수량 120.6㎜에 크게 못 미쳤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기온이 1.5도 오르면 산불기상지수(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가 8.6% 상승한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산불의 이면에는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일대 산림과 건물에 산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박종식 기자
지난해 2월 발표한 유엔환경계획(UNEP)의 세계 산불 보고서에선 “기후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하며 “각국 정부는 산불 직접 대응에 관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는 예산의 3분의 2는 계획과 예방·대비·복구에 쓰고 나머지 3분의 1을 대응에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산불이 국가적 재앙으로 번지지 않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숲과 들판 밀어버리고 제주가 얻은 것은 더 많은 온실가스
제주 온실가스 총배출, 30년 동안 2.2배 늘어
다양한 분야에서 배출량 상승 ... 동시에 온실가스 흡수량 감소, 실질 배출은 더
2012년 제주도는 도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행위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는다. 2030년까지 제주에서의 카본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CFI 2030)’ 정책이다.
제주도는 이 정책에 따라 제주를 ‘탄소없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 2030년까지 도내 전력수요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제주도내 운행 차량의 90%가 넘는 37만7000대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을 내놓은 지 10년이 지나도록 도내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8.3%에 그치는 수준이고, 전기차 역시 30만대는 커녕 3만3000대까지 보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처럼 제주를 ‘탄소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던 원대한 계획이 눈에 띄는 커다란 걸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의 경제 파이가 커지고 이에 따라 다양한 산업이 더욱 활발히 전개가 되면서, 제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30여년 지나는 동안 2배 이상 늘어난 온실가스 배출
제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난 30년 동안 얼마나 늘었을까?
1990년 제주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2087 기가그램 이산화탄소 환산량(Gg CO2eq)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분야는 제주도민들이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전기’와 ‘열 에너지’ 생산 분야였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443 Gg CO2eq의 탄소가 ‘전기’와 ‘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됐다.
이 후 30여년이 지나면서 이 수치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한 해 동안 제주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총량은 4602 Gg CO2eq으로 1990년과 대비해 약 2.2배 늘었다. ‘전기’와 ‘열 에너지’ 생산에서도 1045 Gg 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상승과 비슷한 2.4배가 늘었다.
다만 전기와 열 에너지 생산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나름 ‘선방’한 결과다. 제주도가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발표한 해인 2012년 제주에서는 전기 및 열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1853 Gg CO2eq의 온실가스가 만들어졌고, 그 다음해인 2013년에는 1953 Gg 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1990년 대비 4.4배가 늘어난 수치였다. 다만 이를 정점으로 전기 및 열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든 모습이 보였다.
제주도가 향후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가속화하는 것과 동시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화력발전을 ‘수소’ 활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내 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카카오맵 갈무리.
하지만 앞선 기사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제주도내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도내 운행 차량 역시 급증,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났고, 민간항공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도 큰 폭으로 늘었다.
그 외 30년이 지나는 동안 일반 가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1.5배가 늘었고, 제조업 및 건설업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2배 이상 늘었다. 농업 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났다. 농업분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특히 ‘가축분뇨’ 처리 분야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축분뇨 처리 분야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돼지’다. 제주에서는 특히 제주산 돼지고기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사육두수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1990년 제주에서는 10만9000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다. 2019년에는 여기에서 5배 이상 불어난 55만1000마리가 사육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육되는 닭은 2배가 늘었고, 소는 감소했다. 말 역시 6배가 늘었지만 2400여 마리에서 1만5000마리로 늘어난 수준으로, 돼지에 비해 사육두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이처럼 돼지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여기에서 배출되는 가축분뇨의 수도 크게 늘었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1990년 14 Gg CO2eq에서 4.4배 늘어난 61 Gg CO2eq까지 상승했다. 농업 분야에서 가장 큰 상승폭이다.
악취에 더해 지하수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불법배출로 질타를 받는 축사 가축분뇨 처리 문제가, 온실가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 30여년간 지속된 각종 개발 … 푸름이 사라지고 온실가스 흡수도 줄어
이처럼 제주도내 다양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동안, 이를 흡수할 수 있는 흡수원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제주 중산간에서의 각종 개발이 진행되면서 산림 등 녹지의 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토지 가격 상승을 노리거나 각종 개발 이익을 노린 훼손까지 더해지면서 숲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저지곶자왈에서 2018년 이후 지속적인 훼손으로 마라도 면적의 3분의2가 넘는 곶자왈이 사라진 것이 확인되는 등, 곶자왈 훼손만 해도 수십만㎡가 사라졌다. 상황은 이러한데도 곶자왈을 중심으로 한 태마파크 개발의 사업승인이 이뤄지는 등, 오히려 행정당국 차원에서 산림 면적이 줄어드는 추세에 힘을 더해주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농지 감소와 초지 감소 등이 더해지면서 제주에서 다양한 흡수원에 의해 흡수된 온실가스의 양은 1990년 796 Gg CO2eq에서 2019년 546 Gg CO2eq로 1.4배 이상 줄었다.
가장 위에서부터 2017년도 저지곶자왈 일대 위성사진과 2020년도, 2023년도 위성사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숲이 사라지는 면적이 넓어지는게 나타나고 있다. 이 훼손으로 인해 마라도 면적의 3분의2에 해당하는 면적의 곶자왈이 사라졌다. /사진=카카오맵 및 구글어스 갈무리.
지난해 선흘 곶자왈에서 부동산개발업자에 의해 대규모 훼손이 이뤄진 현장. /사진=제주도 자치경찰단.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흡수량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배출량보다 더욱 큰 폭으로 늘아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에서 30여년이 지난 동안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2배가 늘었지만, 흡수량을 반영한 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량)은 1990년 1292 Gg CO2eq에서 2019년 4056 Gg CO2eq로 3.1배가 늘어났다.
코 앞의 풍요를 위해 탄소를 흡수할 산림과 농지와 초지를 밀어버리고, 이를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결과다. 이를 통해 제주는 더 많은 인구와 더 많은 관광객을 기록하게 됐고, 더 많은 자동차를 얻었으며 더 넓은 도로, 더 높은 빌딩 얻었지만 더 많은 온실가스와 함께 더 뜨거워진 제주를 얻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제주 평균 기온은 16.4도다. 이는 70년 전인 1940년부터 1949년까지의 평균기온 14.5도와 비교해 무려 1.9도가 오른 수준이다. 겨울철 혹한과 이상고온, 여름철 폭염도 더욱 심해지면서 이에 따른 피해 우려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2015년 전세계 195개 국가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일 것을 골자로 하는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하지만 제주는 이미 194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평균기온 상승을 보이고 있다. 기후위기는 뚜렷해지고 있고, 피해도 분명해지고 있다. 1969년 켈리포니아 해안 최악의 원유 유출이 지구를 지키기 위한 ‘지구의 날’을 만들어냈듯,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지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에 더욱 힘을 쏟는다.
제주 역시 이미 위기의 한계점에 도달해있을지도 모른다. 제주도정은 물론 이 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위기 속에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야 할 때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늘어난 사람들, 바빠진 제주 하늘길 ... 연소시킨 기름 '상상초월'
②수많은 비행기·차량 가득 찬 제주
제주~김포 한 번 오가는데 약 3톤 연료 사용 ... 탄소배출도 상당
2010년대 이후 차량도 급증 ... 분야별 탄소배출 중 가장 많은 양
60~70여년 전, 혹은 그보더 좀 더 오래 전 제주에는 곳곳에선 밭과 초지와 숲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그 밭을 각종 채소들이 채웠고, 때론 매밀꽃이 하얗게 물들이기도 했다. 초지에서는 말과 소가 풀을 뜯었다. 숲에선 제주에 살던 이들이 나무를 해오고, 숯을 만들기도 했다. 숯은 제주의 주요 상품 중 하나였다 .
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 많던 밭과 초지 중 상당수는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덮였고, 숲의 면적도 줄었다. 농업과 어업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은 여전히 제주의 주요 산업 중 하나지만, 그럼에도 제주는 달라졌다.
산업구조가 보다 복잡해졌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관광산업의 비중이 커졌다. 그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제주는 201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기도 했다.
2000년 한 해 동안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412만명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6년 제주 방문 관광객의 수는 4배 가까이 늘어난 1585만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창궐로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1196만명, 2022년 1380만명의 관광객이 기록되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의 대명사격인 하와이도 연간 관광객이 900만명에서 1000만명에 불과하다. 발리도 600만명이 넘는 수준에 그친다. 오키나와 역시 연간 관광객이 900만명에서 1000만명 수준이다. 제주는 이보다 더욱 많은 수준을 보인다.
제주국제공항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에 더해 2010년대 들어 제주의 인구 역시 급속히 늘어나면서 제주의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이와 동시에 제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하수 및 오수 등을 처리해야만 했다. 쓰레기 매립장은 가득찼고, 하수처리장 역시 과부화되면서 정화되지 못한 더러운 물이 바다로 넘쳐 흘러갔다.
하지만 제주에서 사람들의 남긴 것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 크게 늘어난 제주 기점 항공편, 하늘에서 태워진 기름의 양은?
지난해 기준 한 해 동안 제주를 찾은 1300만명이 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제주에 오기 위해 각자가 살고 있던 도시에서 공항을 찾아 비행기에 몸을 싣고, 국내석 기준 짧게는 40분에서 길게는 60여분의 비행을 거쳤다. 그리고 제주에서 여행을 즐기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 제주를 떠났다.
이처럼 지난해 제주공항을 이용한 이들은 2958만명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2019년 제주공항 연간 이용객은 3094만명이었다. 여기에는 관광객은 물론 제주도민도 포함돼 있다.
2010년대 초반이었던 2011년 제주공항 이용객은 1720만명이었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나면서 이용객은 무려 1300만명이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일평균 운항 항공편도 2011년 330편에서 2019년 480편으로 150편이 늘어났다. 항공편이 늘어난만큼 엄청난 양의 기름이 하늘에서 연소됐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항공편이 오가는 김포까지의 비행거리는 약 590km다. 국내선에서 주로 사용되는 항공편인 보잉 737이나 이와 같은 급의 에어버스 A320의 경우 제주~김포를 오가는데 약 3톤에서 4톤의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터(ℓ)로 환산하면 대략 3000~4000ℓ 이상이다.
제주에서 김해공항이나 광주공항, 대구공항 등을 오고 갈 때에도 최단거리를 비행 하진 않는다. 지방공항의 경우에도 비행거리는 450km 이상이다. 이 역시 3톤까지는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는 상당한 양의 연료가 소비된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바라본 제주.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를 기점으로 하는 대다수의 항공편이 김포와 이어지고, 다른 지역을 가는 항공편도 제주~김포 노선 못지 않은 거리를 비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제주공항을 오간 항공편 당 연료소비량을 3톤으로 보면 2011년에는 하늘길에서 하루에만 990톤의 기름이 연소돼 사라진 꼴이 된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난 2019년에는 하루에만 무려 1440톤의 기름이 사용됐다. 연간 사용량은 52만5600톤이다. ℓ로 환산할 시 5억2000만ℓ 이상이다. 보잉737 등의 기종 이외에 국내선에 사용된 다른 항공기 기종과 더욱 먼거리를 오가는 국제선을 고려하면 실제 사용된 기름은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1대가 제주~김포 노선을 한 번 비행할 때 연소된 기름의 양은, 일반적인 소형 승용차 100대가 제주에서 출퇴근으로 약 일주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나아가 1년 동안 제주를 오간 비행기가 사용한 기름의 양은 소형 승용차 52만대가 약 200일에서 28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이다.
제주 기점 항공기가 태우는 기름의 양만큼 배출하는 탄소의 양도 상당하다.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는 1990년부터 2019년까지의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90년 제주에서 민간항공 분야 탄소배출량은 126 기가그램 이산화탄소 환산량(Gg CO2eq)이다. 이로부터 29년이 지난 2019년에는 5배 이상 늘어난 651 Gg CO2eq의 탄소가 배출됐다.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제주에서 배출된 분야별 탄소배출량 중 세 번째로 많은 탄소배출량이다.
제주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된 탄소의 양 중 민간항공 분야가 세 번째로 많은 양을 배출한다면, 두 번째와 첫 번째로 많은 탄소를 배출한 분야는 어떻게 될까? 도로수송 분야가 1위, 공공전기 및 열 생산 분야가 2위다. 이 중 민간항공과 같은 이동수단인 도로수송 분야에 대해 알아보자.
◇ 제주에서 늘어난 자동차, 이들이 뿜어댄 탄소도 엄청나
현재 확인할 수 있는 통계 중 가장 오래된 제주의 차량등록 자료는 1994년 통계다. 그 해 제주에는 모두 9만5000여대의 차량이 있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19년 제주에 등록된 차량의 수는 약 6.2배 이상 늘어난 59만6000대다. 제주 밖에서 운행되는 기업민원 차량을 제외해하면 제주에서 실질적으로 운행된 차량은 약 38만8000대다. 기업민원 차량을 제외해도 늘어난 차량의 수는 상당하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인구의 폭증과 맞물려 상당한 수의 차량이 늘어났다.
2007년 제주에 등록된 차량의 수는 약 22만9000대 였다 . 그 후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에는 이보다 2만2000대 가량 늘어난 약 25만1000대의 차량이 제주에 등록됐다. 하지만 다음 3년이 지나면서 증가폭이 두 배 이상 커진다. 2013년에는 차량이 8만3000여대 늘어난 약 33만4000대가 기록됐다. 여기서 3년이 더 지난 2016년에는 13만3000대가 늘어난 46만7000대다. 2007년 이후 차량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데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급증’이다.
이처럼 차량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로 인한 탄소배출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1994년 제주의 도로수송 분야 탄소배출량은 613 Gg CO2eq이다. 이는 매년 꾸준히 늘어 2019년에는 1469 Gg CO2eq의 탄소가 배출됐다. 15년 동안 2.4배가 늘어난 꼴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차량의 수가 늘어난 정도에 비해 탄소배출량의 증가가 더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제주에 오기 위해서, 제주에서 이동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처럼 이동수단에서 배출된 탄소만 해도 1년간 제주에서 배출된 탄소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다양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관광객들 역시 크게 늘어나면서 제주가 풍요로워지는 동안, 우리는 더욱 많은 양의 탄소를 쏟아낸 것이다. 이는 애써 찾아 보려고 하지 않으면 눈에 쉬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외면하는 것이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탄소배출이 급증한 것은 이와 같은 이동수단만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이는 제주의 경제규모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 미디어제주
파크골프장, 하천 말고 공원에
15년 전, 동경의 도시공원을 탐방한 적이 있다. 도심 곳곳의 공원들을 둘러보며, 공원 시설의 종류들, 이용프로그램들을 살펴봤다. 반려 동물과 함께 노는 공간,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공간 등 이제는 국내 도시공원에도 있지만 그때는 이색적이었다.
파크골프장도 그랬다. 파크골프장 입구의 클럽하우스에는 탈의실과 파크골프채 보관 장소, 그리고 안내자 공간이 있었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파크골프를 쳤다. 경기진행방식도 쉬웠고, 주변 풍경도 즐기며 잔디 위를 걷는 기분이 참좋았다. 우리의 공원에도 접목하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도 파크골프장이 생겼다. 첨단체육공원이나 염주체육관, 동구위생매립장 등에 파크골프장이 있다. 광주시나 구청이 조성한 공공 파크골프장은 저렴한 입장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수요가 늘면서 전국의 하천부지 곳곳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섰거나 들어서려 한다.
영산강·황룡강 등 부지에 우후죽순
광주도 비슷하다. 영산강과 황룡강 주변에 파크골프장이 만들어져 있고, 추가로 추진 중이다. 지난 주, 덕흥동 광신대교 아래 영산강가에 만들어진 파크골프장을 가봤다. 오전 9시 조금 넘은 시간에도 약 7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콘테이너 주변으로 제 각각의 의자에는 동호인들이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광신대교 다리 그늘을 이용해 골프채를 판매하는 좌판이 있다. 하천부지를 활용하다보니 클럽하우스도 화장실도 없었다.
파크골프 수요가 급격하게 늘자 토지 매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국공유지인 하천변에 쉽게 파크골프장을 만든 사례다.
그러나 하천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침수 위험과 환경오염이란 문제가 제기된다. 하지만 시청과 구청은 파크골프장을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를 하천 부지에서 해결하려 한다 북구청도 첨단2지구 옆 영산강 하천변에 파크골프장 27홀을 추진 중이다. 야구장 3면, 축구장 2면이 영산강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이곳은 북구종합운동장으로 이름지어져 있다. 흐르는 영산강 물길과 체육시설 사이의 완충공간과 산책로 주변의 녹지를 골프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시민 혈세인 시비와 구비 13억 원이 소요된다. 이곳은 2020년 침수 피해를 입었고, 15억 원을 들여서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파크골프장 역시 침수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물가의 버드나무와 억새밭 속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보호종인 수달과 황조롱이, 맹꽁이, 원앙 등 이 살고 있다. 더군다나 이곳은 덕흥보 취수장의 상류이다. 가뭄으로 하루 3만 톤 앞으로 5만 톤의 영산강 물을 광주시민에게 공급하는 취수장이 멀지 않다. 이런 곳에 파크골프장은 적절하지 않다.
파크골프장은 하천이 아니라 공원이나 활용용도가 끝난 공유지를 찾아서 조성하는 것이 맞다. 2024, 25년을 조성을 목표로 광주시가 열심히 사유지를 매입 중인 공원 15곳, 민간공원 특례사업 9곳도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북구의 본촌공원, 우산공원도 곧 사유지 매입이 완료된다. 하천변 파크골프장이 자가용 이용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이 공원들은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 청소년을 비롯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수질 오염·생태계 감안 진짜 파크로!
영산강 수질 오염의 우려도 없다. 가뭄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영산강이 우리의 생명수이고 위기를 대처해 나갈 기회임을 깨우쳐주었다. 그러나 영산강 앞에 ‘신음하는’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듯 영산강의 자연성 회복과 수질 개선이라는 과제가 우리에게 놓여 있다.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광주시민의 경험이 있다. 광주천 치평교 부근에서 광주천과 영산강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광주천의 오른쪽 400m는 ‘자연으로 돌려주는 구간’은 말 그대로 하천의 일부를 자연에게 양보한 구간이다.
산책로 포장을 걷어내고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그 결과 삵과 수달이 돌아오고, 새로운 토종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은 자연의 힘과 인간의 작은 도움과 기다림이 모여 만든다.
담양에서 발원해 흘러 영산강과 광주가 만나는 북구의 영산강 하천부지는 43.2%가 친수지구로 개발되어 있다. 넓은 하천부지는 모두 체육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의 삶터를 뺏는 것은 이제 그만. 파크골프장은 파크에!
이경희(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광주드림
텃새 된 가마우지, 생태계 잡네
22일 오후 1시쯤 강원도 춘천시 동면 소양강. 강가 군데군데 흰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듯한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수십 마리의 새 무리가 까맣게 앉아 있었다. 강 한가운데 수풀 사이에 솟아 있는 흰색 나무도 새들이 점령했다. 얼핏 보면 겨울철 소양강의 장관을 이루던 상고대(나뭇가지에 눈꽃처럼 내린 서리) 같은 모습이다. 새들은 쉴 새 없이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물고 나왔다. 시민 정일호(54)씨는 “몇 해 전만 해도 무리 지어 나는 가마우지 떼를 보면 박수도 치고 사진도 찍고 했었는데... 이젠 길거리 비둘기를 보는 것처럼 불편하다”고 했다.
텃새화된 민물가마우지의 생태계 파괴 현장. 경북 포항시 죽도어시장 앞 샛강에서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대전 대청호에 있는 무인도 고래섬이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한 모습이다. /뉴스1·오종찬 기자
개체 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 민물 가마우지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림을 파괴하고 민물고기 씨를 말리는 등 곳곳에서 피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지자체는 강제로 가마우지를 잡을 수 있도록 환경부에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도 했다.
원주시 흥업저수지에 자리한 거북섬은 가마우지 떼가 터를 잡은 뒤 토사가 그대로 드러난 민둥섬이 됐다. 얼마 전까지 가마우지 배설물로 하얗게 변했었는데, 원주시가 둥지를 제거하고 물을 뿌려 가마우지를 쫓아내고 나니 흙무덤만 남은 것이다. 대전 대청호 안에 있는 무인도 ‘고래섬’도 최근 가마우지 1000여 마리의 배설물로 하얗게 뒤덮였다.
민물 가마우지는 늦가을부터 우리나라를 찾아오던 겨울 철새였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되돌아가지 않고 눌러앉아 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댐이나 수중보 등이 많아 먹이 활동이 안정화되자 텃새화가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999년 269마리였던 민물 가마우지는 2015년 9280마리가 돼 34배가량으로 증가했고, 2019년 1만2470마리에서 4년 만인 2023년 2만1861마리로 늘었다. 작년 11월에는 4만7780마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장 무서운 피해는 산림 파괴다. 가마우지 배설물은 산성이 강해 풀과 나무를 뒤덮으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발생하고 이내 말라죽게 한다. 평창군 관계자는 “2019년쯤 평창강 변에 하얗게 변한 곳이 한두 군데 발견됐는데, 최근 그 범위가 1000평을 넘어섰다”고 했다.
어민들 피해도 크다. 가마우지 성체 한 마리가 하루 최대 1㎏의 물고기를 먹어 치운다. 한진규(62) 전국내수면어로인협회장은 “가마우지가 물속에 설치한 통발을 뜯어, 그 속에 있는 물고기도 잡아먹는다”며 “피라미와 쏘가리 등 다양한 어종을, 치어까지 먹어 치운다. 토종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의 내수면 어획량은 2017년 933t에서 2021년 613t으로 34%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 단양군에서 40년째 내수면 어업을 해온 이재완(63)씨는 “1년에 보통 13~15t에 달했던 어획량이 지난해 1t도 안 됐다. 하루 보통 40∼50㎏ 잡혔던 물고기가 지금은 500g 잡기도 어렵다”고 했다.
피해가 커지자 강원도와 충북 단양군, 전북 진안군 등은 환경부에 “가마우지를 유해 조수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가마우지는 ‘야생동물 보호법’에 포획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강제로 잡지 않으면 피해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법 때문에 포획이 어렵다면 알을 제거해서라도 개체 수 조절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묵은 둥지 제거와 가지치기 등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라는 관리 지침을 마련해 놨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체 수가 늘었다고 무작정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할 수는 없다”면서 “비살생적 방법으로 개체 수 조절을 해본 뒤 유해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
부울경은 움직이는 땅", 원전 안전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살아있는 땅, '활성단층'은 부산울산경남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최근 부울경 지역에서는 노후원전 수명연장에,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립까지 추진되면서 지진 피해에 대한 우려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리포트▶지난 2016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김영희 변호사.
주요 쟁점은 "과거 강한 지진 발생 지역인데도 적합한 단층 조사를 하지 않는 등 허가 절차를
어겼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해 9월, 경주에서는 규모 5.8,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김영희 / 변호사]"쟁점 13개 중에 7개가 지진 쟁점이었는데 저희는 지진 쟁점 7개가 다 사실 위법한 게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거 말고도 인구 밀도 차원에서도 부산지역은 (추가 원전 건설을 하면) 안 되거든요."
재판부는 절차상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공사 취소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고려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지진 안전성과 관련된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영희 / 변호사 ] "재판부는 이걸 인정하게 되면 나머지 원전도 다 위법하게된다는 판단, 그 고민 때문에 정치적 고려 때문에 재판에서, 결국은 건설허가 취소를 하지 않았죠."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부울경 지역에서 광범위한 단층 조사를 벌여 활성단층 16곳을 발견했습니다. 이 가운데 7곳은 고리, 월성, 새울 원전 반경 약 30km, 즉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걸쳐 있습니다.
모두 살아있는 단층으로, 최대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노후 원전의 내진 설계 성능을 뛰어넘는 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단층 조사에 따라 원전 대응 수위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성욱/GI 지반연구소 소장] "원전 지역 같은 경우는 지금 현재 시설물들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고요. 차후에라도 국가의 다른 주요 시설물들을 만든다고 하면 지진 위험도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기장군 고리본부에서만 노후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하고, 핵폐기물 저장시설 건립까지 추진되고 있습니다./MBC 뉴스 윤파란
철거냐 세계 최장 공중공원이냐…14㎞ 부산 동서고가 운명은?
지하 40m에 대심도 사실상 확정
“도심 공중공원” vs “철거”로 엇갈려
미국 뉴욕 하이라인 공원. 고가철로였으나 2009년 공원으로 조성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1. 미국 뉴욕 고가철로인 하이라인(길이 2.3㎞)은 1934년 맨해튼 공장의 화물 운송을 위해 개통했다. 이후 공장들이 이전하고 안전이 우려되면서 1980년 폐쇄됐다. 하이라인은 도심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변모했다. 개발업자들은 고가철로를 걷어내고 대규모 개발에 나서려고 했지만, 주민 활동가들이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저지 투쟁에 나섰다. 2005년 고가철로 소유주가 뉴욕시에 하이라인을 기증했고 비영리단체는 고가철로에 나무와 꽃을 심고 카페 등을 만들었다. 2009년 공원으로 재단장한 하이라인은 뉴욕의 명소가 됐다.
서울역 앞 ‘서울로 7017’. 고가도로였으나 2017년 공중 공원·보행길로 재탄생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2. 서울역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1㎞)는 1970년 개통했다. 안전이 문제로 떠오르자 서울시는 철거 뒤 대체 고가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가 2014년 고가도로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근처 주민, 상인, 빌딩 주인들은 반대했고 시민단체들은 찬성했다. 여러차례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7년 ‘서울로 7017’이란 이름의 공중 공원·보행길로 재탄생했다.
부산 부산진구 한국철도공사 가야차량기지 위로 동서고가가 지나고 있다. 부산진구 제공
부산 동서고가도로(14㎞·왕복 4차로)는 지상 10~20m 높이로 부산 동쪽인 남구 감만동과 서쪽인 사상구 감전동을 연결한다. 신발제조업체 등이 밀집한 사상공단과 부산 번화가인 서면을 잇는 가야로가 체증을 빚고, 그 여파로 도심 정체가 심해지고 부산항 화물 운송까지 영향을 받자 부산의 두번째 도시고속도로로 계획돼 1988년 첫 삽을 떴다. 공사비는 5492억원. 1992년 12월 학장램프~문현램프, 1994년 12월 사상나들목(IC)~학장램프, 1998년 2월 문현램프~감만동사거리가 차례로 개통했고, 유료로 운영되다가 2009년 8월 무료로 전환했다.
■ 시작은 창대했으나…도심 애물단지로
동서고가가 개통됐지만 여전히 교통체증이 계속됐다. 출퇴근 시간엔 20~40㎞ 속도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이웃한 아파트 주민들은 소음·매연에 시달렸다. 공중에 고가도로가 있다 보니 도시 미관을 해쳤고 아파트 입주민의 사생활 침해도 불가피했다.
2017년 3월 민간사업자가 국토교통부에 ‘지하 30~40m 깊이에 남해고속도로 2지선 시작점인 사상구 감전동과 부산울산고속도로 시작점인 해운대구 송정동을 잇는 길이 22.8㎞, 왕복 4~6차로 대심도 도로를 2조188억원(국비 6564억원, 민자 1조3624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짓고 45년 동안 유료 운영하겠다’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부산시는 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동서고가 차량흐름 개선 효과에다 창원·여수공단과 포항·울산공단을 연결하는 남부경제권 형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조기 추진을 건의했다. 중앙정부도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발표하며 힘을 실어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10월 민간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두 차례 냈고 지난 2월 지에스(GS)건설이 주도해서 만든 컨소시엄인 ‘사상해운대고속도로’(가칭)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 착공해 2030년까지 공사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 대안도로 확정 뒤 ‘철거’ vs ‘공원화’ 엇갈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동서고가와 이웃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선 오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동서고가를 이용하던 차들이 대심도 도로를 이용하게 되니, 당연히 동서고가는 철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일부에선 동서고가를 철거하지 말고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 7017처럼 도심 공중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녹지보전운동을 펼치는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달 30일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세미나’를 열며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부산시는 동서고가 14㎞ 가운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와 겹치는 7㎞ 구간(사상나들목~진양램프)은 철거가 필요하다면서도 전체 14㎞ 공원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2030년 세계박람회 후보지인 부산항 북항과 동서고가를 연결하면, 부산의 동서를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횡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동서고가 공원 조감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세계 최대 도심 공중공원이 탄생하려면 동서고가와 이웃한 아파트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주민 동의를 받지 않고 공원화를 밀어붙였다간 거센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노선과 겹치는 7㎞ 구간은 3분의 2가 주거지역이고, 7㎞ 구간 북쪽도 아파트 밀집지역(1만3733가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원화 움직임에 대한 동서고가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부산진구 당감동 서면무궁화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동서고가 철거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김창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동서고가 건설 자체를 반대했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했는데 또다시 고통을 감수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서고가와 가까운 부산진구 당감동 서면무궁화아파트 앞에 동서고가 철거를 요구는 펼침막이 걸렸다. 부산진구 제공
동서고가가 지나는 기초자치단체들의 반발도 변수다. 동서고가는 남·동·부산진·사상구에 걸쳐 있는데 남·동구는 조용하지만 부산진·사상구는 철거를 요구한다. 지금의 부산진·사상구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동서고가 철거를 공약하고 당선됐다.
■ ‘부산의 하이라인’ 만든다는데, 주민들은 왜?
철거든 공원화든 편익 계산은 필수다. 무료인 동서고가를 이용하던 차량이 고가 철거 뒤 유료인 대심도 도로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동서고가 아래 가야로가 더 혼잡해져 소음과 매연 감소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공중을 가로지르던 고가가 철거되면 조망권·사생활 침해는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동서고가를 공원으로 사용하면 많은 시민이 도심 속 공원을 거닐 수 있지만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조망권·사생활 침해와 야간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
공원화가 지역에 적잖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하는 쪽도 있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하늘숲길 포럼 세미나’에서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 7017처럼 동서고가 상부와 이웃한 상업·문화·공공·의료시설을 연결하면 주변 건물이 활성화되고 부동산 가치 상승과 세수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지보전운동을 펼치는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달 30일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세미나’를 열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반론도 만만찮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 7017 주변은 대부분 상업지역이지만 동서고가 주변은 주거밀집지역이어서 직접 비교는 힘들다”며 “집 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리를 잡아 여러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철거 대신 공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주민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 “논의 첫발 뗐을 뿐…접점 찾을 것”
양쪽 주장을 좁힐 여지는 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이제 논의의 첫발을 뗐다”며 “앞으로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창호 서면무궁화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시민단체가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민이 납득할 만한 청사진을 제시하면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임경모 부산시 도시계획국장은 “부산의 미래가 걸린 문제여서 전체 구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해서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시민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가든시티’···푸른상생 만들어
이번 포럼은 기업과 지역사회의 상생을 위해, 평택포럼이 ‘세계 반도체 수도 평택을 위한 삼성전자와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소통’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이날 안승홍 한경국립대학교 교수는 ‘푸른상생도시-기업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가든시티’란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가든시티, 왜 필요한가?
안승홍 교수는 가든 시티가 필요한 이유로, 첫 번째 ‘폭염도시’를 들었다. 이로 인해 온열 질환자와 사망자 증가하기 때문이다. 2018년 여름은 최고기온이 39.6도, 폭염 일수가 33일로 역대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다. 이 시기 온열 질환자는 4,526명, 사망자수는 48명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적응센터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2018년과 같은 폭염은 더 잦을 것으로 예상됐다. 폭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도시열섬현상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로는 ‘면역도시’다. 이는 코로나 이후, 도시 이슈에 해당한다. 도시열섬현상과 열대야로 일교차가 심해지면 체내면역기관이 정상적 기능을 하지 못 한다. 또 우리 몸은 녹지에 있을 때 면역강화 미생물인 프로테오박테리아가 증가 하지만 도시녹지 인프라 부족으로 미생물이 부족하다.
안 교수는 세 번째로 ‘미세먼지도시’를 얘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3,000만그루 나무 심기, 경기도 1억그루 나무 심기, 전주시 1,000만 그루 가든시티 조성, 포항 2,000만그루 나무 심기, 평택시 100만그루 나무 심기 등 각 지자체들은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런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거지역에서는 ▲단독주택 옥상녹화 ▲공동주택 열린 녹지 ▲공동주택 벽면녹화 ▲도로·주거공간 분리 숲 등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상업지역이나 공업지역, 녹지지역도 정원을 조성하는 것도 방안이다.
한편 안 교수는 경기도와 평택시의 도시공원 서비스 면적을 비교한 결과(경기도 31개의 시군 중 21개 시군 비교), 평택시는 19.6%로 12위였다. 1위는 부천시로 68.6%가 행정구역 면적 대비 공원서비스 면적이었다.
1681789094_230418123814.jpgIPPC 5차 평가보고서 대응을 위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보고서. / 출처 : 국립 기상연구소
기업과 가든 시티의 역할
안 교수에 따르면, 기업은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숲속 공장’에 참여해 녹지와 업무 공간이 어우러진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경기도 ‘숲속 공장 조성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해 캠퍼스에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 오염물질 정화에 효과적인 수종을 식재했다.
해외의 경우, 애플캠퍼스2는 26만㎡(7만8,000평)부지의 80%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원형 링 안쪽 공간에는 7,000여 그루를 식재해 숲으로 꾸몄다. 혼다의 경우는 축구장 면적의 약 700배인 640만m² 크기의 자동차 테마파크 ‘트윈링 모테기’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1997년에 ‘숲과 더불어 어린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신념으로 환경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안승홍 교수의 발표 자료집 캡처.
가든시티와 시민의 참여
한편 안 교수는 가든시티는 도시의 주 이용자인 시민과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 이용 증진을 위해서 ▲생태환경 ▲문화예술 ▲건강체육 ▲도시농업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가든시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푸른 숲을 가꾸는 시민정원사를 양성하고 ▲그린 트러스트의 조직적 숲 가꾸기 ▲공원, 하천 등 특정 관리단체 활성화 ▲일자리 창출 ▲주민참여형 마을정원 조성 및 관리사업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예로, 미국의 민간 협력형 공원 관리를 들 수 있다. 그중 센트럴 파크 위원회(CPC)는 1980년 시민조직으로 시작, 1998년 공식 공원 관리 단체가 됐다. 위원회는 일상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교육, 레크레이션, 자원봉사 프로그램, 방문자 센터를 운영한다. 또 자원봉사자 및 취업준비생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으로 공원관리자도 양성하고 있다. 연간 운영 예산 8,500만달러(약 1,000억원) 중 85% 이상을 모금활동과 투자수익을 통해 창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High Line), 브라이언 파크 자치 위원단(BPC) 등이 민간이 협력해 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수원시의 ‘주민참여형 마을정원’ 조성사업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민참여형 마을정원은 방치되고 관리되지 않는 자투리땅에 마을공동체가 주도해 만드는 소규모 정원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꼬마 텃밭, 정원 조성 체험, 정원 관리 교육 등 정원 문화프로그램 ▲마을 정원사 양성, 정원 입양 등 유지관리 프로그램 ▲마을정원 축제, 게릴라 가드닝 축제 등 정원을 활용한 마을 축제 ▲마을환경 개선 활동 기록 ‘히스토리 북’ 제작 등을 진행하며 주민공동체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안 교수는 “기업과 시민이 만드는 가든시티는 기후위기대응 지속가능성, 녹색 기반 확충, 녹색도시 문화 조성, 경제적 효용성 등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민간과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라펜트l주선영 기자
기후변화영향평가 ‘무용지물’…반년간 평가 협의 2건뿐
미흡한 제도 설계·예외 규정 둔 탓
‘온실가스 다배출’ 공장·공항 빠져
빅웨이브, 긱(GEYK·Green Environment Youth Korea), 턴테이블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 앞서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의 주요 계획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의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평가 협의가 진행 중인 것은 2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공항 건설 사업과 온실가스 다배출 공장 등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서,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환경부가 지난해 9월25일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를 시행한 이후, 협의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평가 협의 완료까지 6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협의가 진행 중인 건을 살펴보니, 산림청의 ‘제2차 산림복지진흥계획’과 경남 창녕군의 관리계획 등 고작 2건에 그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한 뒤 준비 단계에 있는 사업이 10여건이 있다”며 “앞으로 협의 진행 건수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국가의 주요 계획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의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 공항과 항만 등 국가 주요 시설을 비롯해 산업단지와 공장 등 산업의 말단에서 국가가 제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계획)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대상 사업자는 탄소중립계획상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해당 사업의 감축 목표와 부문별 감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온실가스 다배출’ 공장엔 적용 안되는 기후변화영향평가
기후변화영향평가 실적이 이처럼 미흡한 건, 애초 평가 적용 대상을 너무 좁게 잡는 등 제도 설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영향평가는 △에너지 개발 △산업단지 조성 △공항 건설 등을 포함한 10개 분야에 적용된다. 하지만 석유화학 공장을 비롯해 철강, 시멘트 공장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 시설은 아예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 현행 규정은 50만㎡ 이상의 산업단지에 있을 경우에만 이들 시설을 기후변화영향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환경 싱크탱크 넥스트의 정세록 선임연구원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사업 중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사례는 전체 산업단지 협의 86건 중 35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런 제도적 허점 탓에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샤힌 프로젝트’ 역시 기후변화영향평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투자로 유명해진 샤힌 프로젝트는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스팀 크래커(플라스틱 재료 생산 시설)와 부대시설을 짓는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공장 증설 계획이다. 나프타를 고온에서 열분해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많이 나온다. ‘산업계 봐주기’ 논란을 빚었던 ‘탄소중립계획’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이 프로젝트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동주 의원(민주당)의 거듭된 질의에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330만t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줄여준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810만t)의 40%에 가까운 수준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경우, 2015년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 2017년과 2019년, 2022년 세차례 변경 협의를 마쳤는데 당시 환경부는 변경 협의(동의)를 내주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지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예 기간 덕분에 평가 피한 가덕도·제주 제2공항
가덕도 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도 기후변화영향평가를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 도입 당시 공항·항만 개발 등을 자동으로 평가 대상으로 분류하면서도 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선 1년 유예 기간을 부여한 데 따른 것이다.
사업자는 각각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기후변화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공항 사업자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함으로써 기후변화영향평가를 면제받은 걸로 확인됐다. 제주 신공항도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제출 없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지난달 6일 완료했다.
넥스트는 ‘기후변화영향평가 도입을 위한 제안’ 보고서에서 기존 환경영향평가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이 기후변화영향평가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록 선임연구원은 “기존 환경영향평가의 온실가스 평가 항목이 그러했듯 현행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단순히 관련 법령, 국가 및 지자체의 감축 목표를 나열하는 데 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만 기재하면 되는데 그때까지 각 사업의 누적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탄소중립계획과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개선책을 제안했다.
윤건영 의원은 “시행 반년이 넘었는데도 협의 완료 실적이 전무한 것을 봐선 환경부가 의지를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제도 보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도로 물청소로 미세먼지 40% 넘게 줄었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 도로관리 결과 발표
“495개 도로 30만여㎞ 청소뒤 먼지 43.7% 줄어”
지난해 3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일대에서 송파구청 거리 청소차들이 시원한 물줄기를 뽑으며 겨우내 도심 도로에 쌓인 먼지를 씻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고압살수차 등을 이용한 도로 청소를 통해 미세먼지가 40%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26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4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495개 집중관리도로 30만6657㎞를 청소한 결과, 미세먼지(PM10) 농도가 평균 43.7%가 줄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산업·수송 부문 등에서 집중적인 미세먼지 조처를 시행하는 제도다. 집중관리도로를 선정해 고압살수차, 분진흡입차, 진공노면차 등을 이용해 도로의 먼지를 제거하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고압살수차는 고압수를 분사해 먼지를 제거하고, 분진흡입차는 차량의 하부의 흡입구로 먼지를 빨아들인다. 진공노면차는 브러시로 오염물질을 한 곳으로 모은 뒤 진공흡입하는 방식이다.
이번 기간에는 이러한 청소차 1794대가 투입돼 하루 2~3회 청소를 했다. 두 기관은 “이동측정 차량으로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대전시 관내 43개 집중관리도로의 청소 전후에 도로에 날리는 미세먼지(PM10) 농도를 측정한 결과, 청소 전 141㎍/㎥ 평균 농도가 청소 후 73㎍/㎥로 줄었다”고 밝혔다. 평균 농도 감소율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43.7%로 높아졌다.
미세먼지는 대기오염 물질의 하나로, 지름 10㎍ 이하 입자인 PM10과 2.5㎍ 이하인 PM2.5로 분류된다. PM10은 자동차 배출가스, 타이어 및 브레이크 패드 마모 등에 의해 도로 위에 침적된 먼지가 다시 날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연구에서는 PM10 농도가 10㎍/㎥ 높아질 때 하루 사망자 수가 약 0.5% 안팎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계획된 교통지옥’ 세종시 선택은 시내버스 전면무료화
시내버스 정책 실패로 ‘자동차 도시’돼
2025년 무료화…‘대중교통 도시’ 재도전
세종시 간선도로를 운행하는 간선급행버스(BRT) ‘바로타’. 이 외의 다른 시내버스 노선은 다양하고 촘촘하지 않아 시민 불편이 크다. 연합뉴스
세종시민은 자동차 이야기만 나오면, 말없이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 신생 ‘교통지옥’을 두고 다들 할 말이 많다.
세종시 환경부 청사로 출퇴근하는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기자가 세종시 어진동 환경부 청사까지 대중교통(버스-지하철-버스)으로 가려면 1시간40분이 걸린다. 자동차로는 30~40분 거리인데다, 갈아타는 번거로움까지 고려하면 자동차를 타는 게 낫다. 문제는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고 나와 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로 가득 찬다.
세종은 계획도시다. 대중교통 분담률 70%를 상정해 건설한, 국내 최초의 대중교통 중심 도시다. 도시 건설 때부터 일반도로 차선을 줄였다. 대신 간선도로 중앙에 간선급행버스(BRT) 전용차로를 만들고, 자전거 도로와 인도 너비를 넓혔다.
원대한 계획은 실패했다. 도시 설계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과 대전 그리고 오송역을 오가는 간선급행버스가 있지만, 그 외의 시내버스 구간은 다양하지도 않고 배차 간격도 길다.
그 결과, 세종시는 ‘자동차의 도시’가 돼 버렸다. 2020년 인구 38만명의 세종시의 교통 분담률은 승용차 45.4%, 시내버스 7.3%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전국 최하위권이다.
도시 설계 당시의 이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종시는 지난 2월 “시내버스를 2025년부터 전면 무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버스 노선 전면 개편 △버스 증차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 등의 대책을 내놨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내세운 ‘교통 복지’가 우선이 아니었다. 세종시는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노린다고 밝혔다.
세종시가 지난 10일 무료교통 체계 도입을 위해 맡긴 용역 보고서 초안을 보면,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면 2030년 기준 연간 3만7406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1.8㎿짜리 풍력발전소 10기를 돌려야 대체할 수 있는 배출량이다. 연간 경제적 편익은 11억원 정도로 계산됐다. 세종시 하루 평균 승용차 주행거리(38.9㎞)를 토대로 산정한 결과다.
‘대중교통 도시’ 세종의 이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주열 세종시 건설교통국 사무관은 “세종시 버스 통행량 중 약 30%가 광역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즉, 대전과 청주 등 인접 지자체가 같은 정책으로 호응해야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말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무료 대중교통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장려해야 하는 이유다.
세종/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후쿠시마 원자로 내부 첫 촬영 결과 '충격'...콘크리트 녹고 바닥엔 구멍
원자력규제위 "도쿄전력 대응 늦었다"
전문가 "이 정도로 큰 손상 예상 못 해"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수중 로봇이 원자로를 지지하는 받침대 내부를 처음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 오른쪽 아래부터 중앙부까지 내벽 콘크리트가 녹아내려 철근이 노출돼 있다. 국제폐로연구개발기구 제공
2011년 동일본지진으로 파괴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추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 도쿄신문과 NHK에 따르면, 원전을 운용하는 도쿄전력이 지난달 28일 1호기 원자로 내부를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손상 정도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원자로를 지탱하는 받침대의 콘크리트 내벽이 녹아내려 철근이 드러나 있으며 철근 일부는 녹아서 사라졌다. 원자로 바닥에 구멍도 뚫려 있다. 원전 사고 이후 원자로 내부를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원자력학회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검토위원회의 미야노 히로시 위원장은 NHK방송에서 “이 정도로 넓은 범위에 걸쳐 심하게 손상됐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콘크리트는 섭씨 1,200도 정도에서 완전히 부서지는데 원전 사고 당시 열이 그 정도까지 올라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로 받침대가 고온의 핵연료 파편에 계속 노출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외부 콘크리트까지 파손됐다면 내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수중 로봇이 원자로를 지지하는 받침대 내부 바닥을 지난달 29일 촬영한 사진. 녹아내린 핵연료의 잔해인 '데브리'와 막대 모양의 구조물이 찍혔다. 국제폐로연구개발기구 제공
일본 언론은 대형 지진이 나면 원전이 붕괴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선 2021년 두 차례 규모 7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이 잦다.
도쿄전력은 “원자로 구조상 붕괴 우려는 없다”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정확한 내진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원자력규제위는 “도쿄전력의 대응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걸린다. 도쿄전력이 너무 느긋하다”고 질타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나올지 주목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엑스포는 기후위기 극복 플랫폼… 부산에서 녹색 미래 펼쳐진다
기후대응
수소 트램 등 ‘친환경 요소’ 운영
기후난민 대책 해상도시 선보여
녹색성장 위한 협력 계획 실행 중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 영상 속 친환경 미래형 교통수단 모습. 부산시 제공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단연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어느덧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됐다.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들이 잇따르고 있다. 2020년 7월 부산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지난해 8월 서울에서는 시간당 141mm가 넘는 비가 쏟아져 8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 인류가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함께 맞대야 한다. 전 세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기후협약을 맺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이 노력을 실천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 필요하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자처한다. 2030년 부산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린다면, 부산이 기후위기 대응의 답을 찾은 도시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기회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부제로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을 내세우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박람회장도 친환경 요소로 꾸려진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성공적으로 운행한 친환경 수소전기버스, 박람회장인 부산항 북항과 도심을 잇는 친환경 수소 트램, 2021년 부산국제보트쇼에서 선보인 수상택시 등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박람회장에서는 2050 탄소중립 사회를 미리 만나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지 내 워터프론트를 활용해 친환경 기술을 체험하고, 탄소중립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도 구상하고 있다.
박람회장 앞 바다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해상도시도 만나볼 수 있다.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 위협을 받는 해안도시 거주 기후난민을 위해 유엔 해비타트가 추진 중인 ‘오셔닉스 부산’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동시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인류의 대안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부산의 기후대응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정부가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내세운 ‘부산 이니셔티브’에는 전 세계 국가들과 녹색성장을 위해 힘을 합치는 세부 계획들이 포함돼 있다. 국내에 본부를 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활용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다음 달 세계기후엑스포(WCE)를 부산에서 개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 달 25일부터 사흘간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1회 기후산업 국제박람회(WCE 2023)’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후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기후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콘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30년은 기후 행동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다. 부산이 유치도시로 선정되면, 전 세계가 부산에서 머리를 맞대고 기후 위기에 대해 심도깊은 토론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된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후보국 3차 PT에서 기후위기 대응 발표를 맡은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이준이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인류 공통의 문제이면서, 사회경제 체제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굉장히 어려운 도전 과제다. 세계박람회를 통해 전 세계인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글로벌 솔루션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가덕신공항 개발권 확대 법안 27일 상정
통과 땐 남부권 경제 활성화 기대
가덕신공항 주변개발예정지역을 반경 10㎞에서 추가로 확대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산과 경남 등 남부권 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덕도 대항항 전경. 국제신문 DB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6일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위원장 대안으로 상정된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가덕신공항은 인천공항과 달리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육상공항과 같이 주변개발을 반경 10㎞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가덕신공항 반경 10㎞ 이내 85%가 해수면으로 주변개발예정지역 육상공항의 6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 의원이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에서 “해상공항으로서의 특수성과 어업권 등의 직접적인 피해, 그리고 주변개발 여건을 고려해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중재안을 제안하면서 통과가 확정됐다.
법안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토교통부는 가덕신공항 주변개발예정지역에 거제시 등 부산 경남지역 등을 추가로 포함하는 대통령령 마련에 착수한다.
조원호 기자 cho1ho@kookje.co.kr
스마트폰 2시간 사용, 경차 1.4km 주행탄소배출과 같아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메일 삭제 등 '디지털 탄소 중립'의 노력이 지자체 등 기관 단위로 시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월부터 강원도 영월군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디지털 탄소 다이어트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군청 직원들은 해당 주마다 이메일 삭제 및 각종 행정업무 시스템과 업무용 PC의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 영월군에서 시행하는 '디지털 탄소 다이어트 주간' 주간 홍보 자료.ⓒ 영월군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에서도 지난해 8월 에너지의 날을 맞아 '디지털 탄소 감축 캠페인'을 진행했다. 야놀자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을 담은 콘텐츠를 사내에 공유하고, 불필요한 이메일을 삭제하는 메일함 정리 이벤트를 시행, 가장 많은 이메일을 지운 임직원에 친환경 제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자연의 힘을 빌려 디지털 탄소 절감에 동참한 기업도 있다. 네이버의 데이터 센터 '각'은 수도권보다 평균 기온이 1~2°C 낮은 춘천에 자리 잡아 연중 냉방기 사용일을 30일로 줄이면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인 LEED의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지자체와 기업들의 사례는 온실 가스 감축이 차량 운행 감소 등 이미 잘 알려진 연료 사용 분야 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을 포함한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활동으로도 가능함을 시사한다. 여기서 '디지털 탄소'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며, 이 중 TV·스마트폰·태블릿 등 일상적 디지털 기술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디지털 탄소발자국'으로 불린다.
디지털 탄소 발자국은 통상적으로 이메일 1통 전송 시 4g, 1분간 전화 통화 시 3.6g, 데이터 1MB 전송 시 3.6g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탄소 발생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기기 발생이 초래하는 탄소발자국에 대한 조사 보고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프랑스 낭트의 친환경 프로그램 개발 기업 그린스펙터(Greenspector) 자료에 따르면, 앱 사용 시 1분 동안 배출되는 탄소 양은 틱톡을 사용할 때 2.63g으로 가장 높고, 인스타그램은 1.05g, 유튜브 시청 시 0.46g에 달한다.
▲ Greenspector가 발표한 '1분 동안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 통계 자료.ⓒ Greenspector
런던의 시청자 조사 기업인 글로벌 웹 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하루 평균 2시간 24분을 소셜 네트워크에 소비하는데, 이때 사용자당 평균 사용 시간을 탄소 영향 값으로 환산하면 하루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이 165.6g에 달한다. 이는 경자동차로 1.4km를 달렸을 때 배출하는 탄소와 같은 수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화, 유튜브 시청으로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들 장비들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고 이 센터의 IT장비가동과 서버 유지, 이들 장비의 열을 식히는 냉방설비 등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고 그 전력 소비로 온실가스 또한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 장비의 탄소배출 문제가 기후변화의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지자체와 기업들이 '디지털 탄소 발자국 줄이기'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디지털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크게 4가지의 방식이 있다. 첫 번째가 불필요한 이메일, 스팸·광고성 메시지를 지우는 것인데 이를 통해 저장 데이터가 서버에서 삭제되고 전력 사용을 줄여 에너지 절약은 물론, 디지털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고화질보다는 저화질 옵션을 선택하거나,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계정을 이용하는 것.
세 번째는, 전자 메일, 클라우드 저장소, 온라인 문서 공유 등을 이용할 때 가능하면 이메일 첨부 대신 링크를 공유하거나, 클라우드 저장소 대신 개인 컴퓨터나 외장 하드디스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용량 데이터의 전송에 따른 디지털 탄소 배출 증가를 막을 수 있다.
네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용이 잦아진 'ZOOM', 'Google Meet'등 화상회의에 참여할 때는 화면을 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제 1주일에 15회 화상회의를 하면 1인당 9.4kg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탄소 발자국 총량 중 디지털 탄소발자국 발생량은 2018년 약 3%에 불과했지만, 2040년이 되면 1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BC 등 해외언론에서는 비유적으로 "사용자 100만 명이 변화하면, 1달 동안 3만 6000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에서 석탄을 사용할 때 나오는 양의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한다.
미래 세대에 지속 가능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개인과 기업을 비롯한 전 사회가 디지털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 김수인 대학생기자
“이게 뭔일? 펄펄 끓는 바다, 한달 넘게 역대급 수온”…학계 “설명 불가”
해수면 평균온도 21.1도 종전기록 갱신
엘니뇨 전인데도 ‘고온현상’ 이례적
[사진 = 연합뉴스]
전 세계 바다 온도가 한 달 넘게 전례 없는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공개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수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21.1도로,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 3월의 최고 기록인 섭씨 21도를 뛰어 넘었다.
바다 온도는 3월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한 달 넘게 고온현상이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1981년 위성·부표 관측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이달 초 해수면 평균 온도는 섭씨 21.1도(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데이터)로 측정돼 역대 최고인 2016년의 21도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북아메리카 동해 수온은 1981~2011년 평균보다 무려 13.8도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상승하면 바닷물도 따뜻해지는 건 당연하다. 해수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약 0.9도 올라갔다. 지난 40년간 0.6도나 급상승한 결과다. 다만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른 육지 온도 변화보단 완만하다. 바닷물을 데우려면 육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바다는 표층 아래에서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해수면 온도 상승은 이례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마이크 메레디스 교수는 "과학자들도 (원인을 몰라)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며 "바닷물 온난화 정도는 정말 놀랍고,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전례가 없는 극단적 기상 현상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기후재앙의 전조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한다. 지구상에 배출된 탄소의 25%를 가두는 '탄소저장고' 바다는 지구온난화의 '완충 지대'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바닷물 온도 상승은 이 같은 바다의 역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올해 4년 만에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지만 엘니뇨가 발달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 최근의 급격한 수온 상승 이유로 보긴 어렵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마이크 메러디스 교수는 “최근의 현상들은 과학자들도 설명할 수 없다. 이 정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매우 놀랍고 우려스럽다”며 “단기간의 극단적인 현상이거나, 아니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급격한 수온 상승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 더욱이 바다의 온난화는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바닷물이 더워져 팽창하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극지의 만년설 해빙도 가속한다. 해양 생태계에도 치명적이다.
바다는 최근 수십 년간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기후위기에 있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수온이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떨어져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여기에다 강력한 엘니뇨(적도 지역의 바닷물 온도 상승 현상)까지 예고돼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NOAA는 이달 중순 엘니뇨 주의보를 내리면서 "5~7월 엘니뇨 발생 확률이 특히 높다"는 관측 결과를 밝혔다. 영국 기상청의 사이먼 굿 해양관측 전문가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해수면 온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의 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요제프 루데셔 독일 포츠담기후영향 연구소 박사도 "엘니뇨로 인해 0.2~0.25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0.2도 상승'이 초래하는 결과는 엄청나다. 해양 생태계 파괴는 1차적 피해다. 특히 산호초에 치명적이다. 산호초가 집단 폐사하면 산호초를 서식지로 삼는 해양 생물 25%의 생존도 위협받는다. 따뜻할수록 부피가 커지는 물의 특성상 해수면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는 속도도 빨라진다. 대기 순환 패턴에 영향을 미쳐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기상 이변 역시 잦아진다. 그리고 바닷물의 탄소 흡수 능력을 떨어뜨려 '온난화 가속화'라는 귀결을 맞는다.
실제로 기상이변 현상은 지역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전 지구를 휩쓸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마크 매슬린 지구시스템과학 교수는 "과거 많은 사람들이 '올해가 그저 극단적일 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기상이변은 2022년에도, 2023년에도 계속 목격됐다"며 "이미 '뉴 노멀'이 된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영상 기자 ifyouare@mk.co.kr
“韓 2050년 40만명 거주지 밀물 때 잠긴다”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2050년까지 한국인 약 40만명의 거주지가 밀물 때 바다에 잠기게 된다고 세계 기후과학자 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이 예측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지의 지면이 만조선(만조 때 바다와 땅의 경계) 아래에 있게 되는 한국 인구를 산출한 결과다. 태풍 등 자연 재해까지 가정했을 때 범람(flooding) 피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인구는 2050년 130만명으로 집계됐다. 2100년을 기준으로 예측한 침수·범람 피해 예상 인구는 더욱 늘었다.
국민일보는 클라이밋센트럴에 한반도 지역 해수면 상승 피해 시뮬레이션을 의뢰해 이 같은 결과를 입수했다. 밀물 때 거주지가 직접적으로 잠길 것으로 예상된 인구는 2050년 40만명, 2100년 64만명이다. 중대재해가 동반됐을 때 최소 1년에 한 번 범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 인구는 2050년 130만명, 2100년 160만명이다. 기후위기로 바닷물이 삶의 터전으로 밀려드는 일이 한국에서도 현실화한다는 분석이다.
예측분석을 수행한 벤저민 스트라우스 클라이밋센트럴 수석과학자는 “해수면 상승치를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라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클라이밋센트럴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 속도를 현재의 수준으로, 대형 태풍 등 중대재해는 ‘10년에 한 번’으로 각각 가정해 해수면 상승치를 구했다. 이 해수면 상승치를 한반도의 상황에 적용해 물에 잠기는 지역들을 찾아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되지 않거나 대형 태풍 등 재해가 10년에 한 번보다 많아지면, 피해를 볼 인구는 시뮬레이션 결과보다 커진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해안 남해안의 도시 대부분이 침수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 기준 인천 김포 부산 군산 목포 등 해안 인접 도시는 물론 내륙 지방인 평택 익산 등도 범람 피해 영향권에 든다. 인천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일부가 물에 잠기고 서울에서도 한강변을 따라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양천구 목동, 강서구 마곡동, 구로구 신도림동 일대와 올림픽대로 대부분 구간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됐다.
내륙 지방의 피해가 예측되는 이유는 범람이 단순히 바닷물에 의한 것으로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 상태에서는 태풍 시 하천의 범람 폭도 더욱 커진다는 게 과학자들의 말이다. 2100년을 기준으로 따지면 범람 피해 지역의 범위는 더욱 확대된다. 클라이밋센트럴은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2008년 설립한 빅데이터 기반 비영리단체다. 유엔 등 국제기구도 이 단체의 연구 결과를 활용한다.
클라이밋센트럴뿐 아니라 국내외 다른 연구기관들도 한반도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범람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유럽·지중해기후변화센터(CMCC)는 G20 기후위기지도 보고서에서 한반도의 상황과 관련해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이 지속된다면 2050년까지 인천 부산 등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42만명의 ‘취약인구’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이 센터가 말하는 취약인구란 1년에 한 번 범람 피해를 보게 되는 인구다.
한국해양환경공단은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이 2100년까지 지속될 경우 해수면이 현재보다 1.1m 높아질 것으로 본다. 이때 침수될 국토의 면적은 501.51㎢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3배에 달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2100년 해수면이 2015년보다 81.8㎝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해안 및 도서지역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건 공통적이다.
해수면이 조금씩 상승한다는 말은 매우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이 단순히 그만큼의 지면이 가라앉는 데에만 그치는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태풍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동반됐을 때 나타나는 피해의 폭은 해수면 상승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해수면이 1m 높아질 때 같은 높이의 방벽을 쌓는다고 해서 해수면 상승 이전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 이후에는 내륙 지방의 범람 피해도 커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해수면 상승 이후에는 태풍에 따른 피해가 훨씬 크게 나타난다. 단순히 해수면 상승만 떠올릴 게 아니라, 여러 자연재해적 변수들이 더해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IPCC 보고서는 극단적인 해양 관련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를 전한다. 보고서에는 “지금은 100년에 한 번꼴로 찾아오는 재해가 2100년에는 최소 1년에 한 번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수면 상승은 미래세대에게 값비싼 청구서이기도 하다. CMCC는 현재의 탄소 배출 기조가 유지될 경우 한국이 치러야 할 해수면 상승 관련 비용을 2100년 기준 2749억 유로(약 404조원)로 예상한다. IPCC 보고서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현재 투입 중인 재원을 3~6배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금 기후위기에 대응해 투자하는 것이 앞으로의 비용을 오히려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 김지훈 이택현 정진영 이경원 기자
‘1마리 100만원’ 내걸어도 못 찾았다… 소똥구리 절멸 상태
경단 굴리는 소똥구리 /연합뉴스
국내에서 자생하던 곤충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소똥구리는 국내에서 멸종한 절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연못 등에서 흔히 보였던 물방개도 멸종 우려종으로 평가된다.
26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 자생하는 딱정벌레목과 수서곤충 등 701종의 멸종 위험 상태를 재평가한 결과 소똥구리는 지역절멸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역절멸은 ‘지역 내 잠재적 번식능력을 가진 마지막 개체가 죽거나 지역 내 야생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점을 의심할 이유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멸종 위험도 범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소똥구리는 가축의 분변을 빠른 시간에 분해해 생태계 물질 순환을 돕고, 분변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감소시킨다. 소똥구리가 소똥, 말똥 등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지나가면 토양에 다양한 영양 물질이 전해진다.
소똥구리는 원래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곤충이었다. 그러나 목초지 감소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항생제가 들어간 배합사료를 사용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발견된 기록이 없다. 2017년 환경부는 소똥구리 복원을 위해 ‘소똥구리 50마리에 5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연락이 쇄도했지만 대부분 소똥구리와 닮은 보라금풍뎅이였다. 보라금풍뎅이는 파란빛 광택이 나지만 소똥구리는 무광택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소똥구리는 국립생태원이 몽골에서 들여와 번식시키고 있는 것이 전부다.
물방개 자료사진/ 환경부
과거 개울에서 잡고 놀았던 물방개도 멸종 우려종으로 평가됐다. 개체수 급감으로 멸종위험도는 ‘준위협’에서 ‘취약’ 수준으로 10년 전보다 상향했다. 닻무늬길앞잡이, 배물방개붙이, 루리하늘소 등도 개체수 급감 우려가 커졌다.
생물자원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생물적색자료집(곤충Ⅱ·Ⅲ)’ 개정판을 발간해 해당 종에 대한 멸종 위험 평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창무 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장은 “우리나라 생물 종의 현재 분포상태와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평가 대상 분류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선
대구경북 신공항, 세계적 공항으로", 4개 단체장 군위서 회동
오는 2030년 개항 예정이 대구경북 신공항 조감도. 사진=연합뉴스
"대구경북 신공항을 세계적인 공항 만들자!"
대구경북 신공항(이하 신공항)의 성공적 건설을 위해 경북도와 대구시, 군위군과 의성군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28일 대구시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군위군 모 식당에서 이철우 경북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진열 군위군수, 김주수 의성군수가 '신공항 성공건설 화합 간담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특히 간담회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대구시의 역량결집과 함께 관련 지자체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홍준표 시장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신공항 건설뿐만 아니라 공항신도시와 산업단지 조성에도 대구경북이 원팀을 이뤄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을 계획이다.
또 군위.의성 지역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에도 의견을 같이할 예정이다.
이 지사는 "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사업시행자 선정 등 신공항 후속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면서 "앞으로 대구와 군위·의성과 함께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에 충분한 규모의 공항시설 반영과 조속한 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신공항 주변지역에는 제대로 된 항공물류단지를 포함한 산업단지와 공항신도시를 조성해 신공항이 세계적인 공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건국 이래 지역 최대 사업인 신공항이 성공적으로 건설되기 위해 지역간 연계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간담회를 계기로 소통을 더욱 긴밀히 해 신공항 건설사업이 막힘없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대구·안동=김장욱 기자
"아시아코끼리 서식적합지, 300년간 한반도면적 15배 사라졌다
美 연구팀, 850~2015년 토지 변화 분석…1700년 이후 330만㎢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1700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아시아코끼리(Elephas maximus)가 살기에 적합한 서식지가 전체의 약 3분의 2에 가까운 330만㎢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리랑카 코끼리 서식지의 엄마 코끼리와 새끼 코끼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셔민 데 실바 교수팀은 28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850~2015년 아시아 지역의 토지 이용 자료를 토대로 아시아코끼리 서식지 변화를 분석,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시아코끼리 서식지는 1700년 이전에는 수 세기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며 이 시기는 남아시아에서 식민지 시대가 시작되면서 토지 이용이 확대되고 농업이 강화된 때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850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본토와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등 아시아 13개국의 코끼리 생태계 변화를 추정하고, 1700~2015년 코끼리 서식 적합 지역의 변화를 계산했다.
코끼리 서식에 적합한 서식지는 원시림과 목초지 비율, 비(非) 산림 초목 지대, 농작물 경작 및 관개 패턴, 목재 수확률, 도시화 등 생태학적 기준에 따라 정의되고 모델링된 임곗값을 넘는 지역으로 정의됐다.
스리랑카 미네리야 서식지의 코끼리들
연구팀이 현재의 아시아 코끼리 서식지 주변 100㎞ 이내 지역을 비교한 결과 1700년에는 이 지역의 100%가 코끼리 서식에 적합한 것으로 판정됐으나 2015년에는 48.6%만 적합한 서식지로 분류됐다.
사라진 서식 적합지는 전체의 64%인 330만㎢로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중국 본토와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은 서식 적합지가 절반 이상 사라졌고, 중국과 인도는 각각 94%와 86%가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또 이 기간에 각 코끼리 서식지의 평균 면적도 9만9천㎢에서 1만6천㎢로 80% 이상 감소해 서식지가 크게 파편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시아 코끼리는 초원과 열대우림 등 다양한 서식지에 살지만 인간의 토지 이용 확대와 서식지 손실 증가로 코끼리와 인간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 실바 교수는 "아시아코끼리 분포를 이해하고 코끼리와 사람 모두의 필요를 충족하는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과 보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코끼리 서식 적합 지역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연구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의 잔치였던 황금들판이 '고요한 죽음'으로
▲ 제염토를 바라보는 그린피스 캠페이너ⓒ 그린피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현재까지 현지 방사선 준위를 측정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아베, 스가 정부가 "제염은 효과적으로 완료되었고, 방사선 준위가 안전한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에 비해, 그린피스 보고서는 이러한 주장을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제염을 실시한 곳 대부분이 "여전히 방사성 세슘으로 오염되어 있으며, 그 이유로 후쿠시마 현의 상당부분이 제염이 불가능한 산림지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장마리는 2019년 가을에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미나미소마시에 갔다.
"저는 그때 후쿠시마에 조사하러 처음 갔어요. 음... 무섭지는 않았어요. 무섭다는 감정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도 '알고 싶다, 보고 싶다, 경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우선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앞으로 내가 이 캠페인을 하면서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하는데, 만약 후쿠시마를 가보지 않은 내가, 후쿠시마 사람들을 만나보지도 않은 내가 어떻게 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냐는 생각을 먼저 했어요. 할 수 없진 않겠죠. 근데 문제의 실체를 경험하고 직접 내 눈으로 본 것과는 다를 테니까. 지금까지도 그 경험들이 영향을 주고 있고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나 그린피스는 현지에 앵커를 두고 오염상황을 면밀히 보고 현장에서 조사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가지 않을까요."
일주일을 머물렀던 장마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 것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였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위험 앞에서 장마리는 무엇을 느꼈을까.
"동료들은 1~2주를 (그곳에서) 더 보내고 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이 일을 알리기 위해 조사하는 동료들과 그곳에서 살았던 주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어요. 그리고 곡식이 익은 너무 아름다운 황금들판이 계속 생각났죠. 개인적으로 추수기에 농촌에 가는 것을 좋아해요. 다 익은 곡식이 논을 꽉 채우는 논밭을 보면 생명이 살아있는 거잖아요. 누군가를 그 쌀을 먹고 또 누군가는 그 벼를 키움으로써, 생명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마치 '생명의 잔치'처럼.
후쿠시마에 가을에 갔는데, 아무도 보살피지 못하는데도 벼가 중간에 자라있어요. 근데 그 근처에는 검은색 제염토 봉투들이 있는 거예요, 핵폐기물이 황금들판에 함께 있는 거죠. 제가 항상 마음과 눈에 담아두었던 가장 풍요로운 장면이 지금 이곳에서는 생명을 살아가게 하고, 연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농촌이라는 아름다운 일상이자 노동의 공간이자 살아가는 생명을 이어주는 공간이, 여기서는 '죽음의 공간'이고 너무 이질적이니까."
장마리는 조사를 마치고 "황금빛 논을 지나가는데 저와 동료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호복을 입고, 방사능 측정기를 손에 들고 그곳을 지나갔어요. 노을이 지는데,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싶은 아름다운 자연의 풍요로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가 '고요한 지옥'이다, 물론 후쿠시마 주민들에겐 아픈 상처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지역이 빨리 제염이 되어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가길 바라면서도, 황폐하고 건물이 다 무너져있는 곳만이 지옥이 아니라, 여기는 정말 고요한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천국과 지옥이 같은 모습일 수 있구나. 사실 지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재난이나 황폐한 상황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렇게 일상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옥처럼 비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거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고, 지금도 생생해요."
핵발전소 '안전'과 '관리'에 대해
▲ 들판에서 조사 중인 그린피스 캠페이너ⓒ 그린피스
후쿠시마 외에도 국내 원전 캠페인을 함께 하는 장마리 캠페이너에게 문재인 전 정권에서 시도했었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물었다.
"당시에는, 원전의 안전 문제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고, 원전을 마치 쓰냐 안쓰냐, 한국의 기술이냐 아니냐, 사고가 날 것이냐 안 날 것이냐 등 모두가 탈원전과 친원전으로 나뉘어서 싸우고만 있었잖아요. 근데, 문재인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성공했어도 우리는 2080년까지 원전과 함께 살아야 하고, 미래세대는 수만 년동안 핵폐기물을 안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거죠.
한편으로는, 그 필요한 논의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방해 요인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원전이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기후 위기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전을 운영함으로써 생겨나는 '핵폐기물과 사고가능성, 기후리스크'도 있는데, 이걸 어떻게 관리하고 감독할 것인지, 즉 모든 이슈를 다뤄야 하는데 한 쪽만 다뤄지고 있잖아요. '안전하고, 사고가 절대 날 수 없다'는 말만 하면서. 전 그들의 과학도 과학처럼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원전은 안전하다" 그게 끝이에요. 저는 그게 '비과학적이고 의도적이고 고의적'으로 어떤 구조를 만드는 집단이 있다고 생각해요.
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안전한 에너지를 사용하자고 말할 때, 그 요구를 막아버리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 그 주체는 누구인지예요. 누가, 왜 내가 원전의 안전문제를 알려야하는 시민들을 얼마나 잘못되고 편향된 정보만 주입하고 있는가... 제 입장에서는 그게 더 중요해요."
장마리는 "원전의 안전문제를 더 가깝게, 나의 문제인 것처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우리가 사용후 핵폐기물의 위험이나 사고가능성을 고민할 필요 없이 재생에너지가 가진 장점을 더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모든 것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겐 과제로 남은 거죠. 그 사이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사실들이 고착화되고, 지역에서 이격거리나, 재생가능에너지가 정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버렸고, 한편에선 원전이 들어설 지역의 주민들은 '돈을 받는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우리가 타파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장마리는 의도적이고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구조와 그 구조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로막는 필요한 논의들을 하나하나 강조했다. 그중에서 '돈을 받는 대상'으로 지역주민들을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에도 동의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통 '지역주민들은 돈 때문에, 지원금 때문에 원전을 유치하고 지지한다'라고 쉽게 생각하고 판단하지만, 장마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에게 '안전이 아닌 이권'을 알려준 누군가가 있는 거죠. 그리고 주민들의 모든 자발적인 선택을, 보상이든 반대든 존중받아야 하지만. 애초에 '그런 결정밖에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저는 그게 본질적인 문제라고 봐요. 원전을 지으려는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원전이 들어서면 누군가는 걱정하고 그 걱정이 결사반대로 이어질 수 있고. 원전을 짓기 위해선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다면 원전은 안전하다고 믿게 만들고, 또 원전이 들어오면 이권이 생긴다고 믿게 만들고, 이것이 가장 쉽고 논리적인 방식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원전을 유치하는 주민들이라고 비판하고 손가락질 하기보다는,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독점된 정보를 통해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정해진 결정을 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장마리가 캠페이너가 된 이유
끝으로 장마리는 가끔, 이 일이 힘들 때, 성과나 가야 할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왜 내가 시민단체 캠페이너가 됐을까? 왜 내가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됐을까"를 묻는다고 말했다. 왜 장마리는 캠페이너가 되고 싶었을까?
"아무 객관적인 평가나 이유 없이 저는 시민사회에서 일하고 싶었거든요, 시민사회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죠. 지금도 그래요. 저는 시민들의 힘을 믿어요. 전 세계의 지역과 주민과 마을이 있는데, 거기서 만들어내는 좋은 변화, 그 좋은 변화로 이끈 동력 중에는 항상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러한 시민들의 힘이 변화를 추동했다는 근거와 실제 사례들이 너무 많은 거죠. 저는 그래서 이것을 진리이자 과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입증된 사회과학인 거죠. 저는 가끔 어떤 분이, 국회를 가라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분들도 소임이 있지만, 시민들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지금이 제가 가장 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힘을 조직하는 것, 동료시민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오마이뉴스 김우창
지금 전기가 남아돌아 문제라고?
일요일마다 ‘정전 경고등’ 켜진 이유
전남 신안군 자라도에 위치한 24㎿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신안군 제공
정부가 전력 생산을 줄이려고 올해 봄부터 ‘날씨 좋은 일요일’마다 원자력발전소 출력을 낮춰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근래 전라도와 경상도에 태양광 설비와 원자력발전소가 늘어나 전력 생산은 확대됐지만, 기업들 휴무 등으로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공급과잉으로 인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5월에는 제주 이외에선 사상 처음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도 출력 제어가 단행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곳(수도권)과 많이 생산하는 곳(지방)의 불일치에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송전망 확충과 함께 전력 다소비 기업의 지역 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은 전기요금을 낮추는 ‘차등 전기요금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25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봄철 계통 안정화 대응에 따른 원전 출력 감발 운전 현황’을 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일요일에 원전 출력을 낮췄다. 이달 16일과 23일 날씨가 흐렸던 점을 감안하면 날씨가 맑았던 일요일마다 원전 출력을 감소시켜 발전한 것이다. 한수원이 기업들의 전력 수요가 급감하는 연휴 기간을 제외한 다른 날에 원전 출력을 낮춘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
‘꺼지지 않는 불’인 원전 출력을 일부러 낮추면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핵연료를 교체한 지 오래될수록 출력을 낮출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든다. 보통 경수로 원전은 1년 6개월마다 발전소를 세우고 2개월 이상 핵연료 교체작업을 진행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로 출력을 80%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는 약 17일 정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네 차례 원전 출력을 낮췄지만 평균 7시간이었던 만큼 아직 여력은 충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석탄·LNG 발전소도 대부분 가동 중단
원전 출력을 낮추는 일은 예견됐다. 봄에는 냉·난방이 감소해 전력 수요가 낮아진다. 여기에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기업들이 일요일에 조업을 중단하면 전력 수요는 더 떨어진다.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력 생산은 증가했다. 기상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발전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결국 늘어난 재생에너지 발전량만큼 원전이나 석탄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봄에 들어 산업단지 근처 등에 위치해 24시간 계속 가동해야 하는 일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제외하고 대부분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정전 사태는 대개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9월 15일처럼 과도한 전력 수요가 몰려서 발생하지만, 반대로 전력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웃돌아도 불안정성으로 일어날 수 있다.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전력망은 자전거의 두 페달과 같이 매 순간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켜 일정한 주파수와 전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정전 위기는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자체 때문이 아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곳(호남·경남)과 소비하는 곳(수도권)을 연결할 송전망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게 근본원인이다.
최근 태양광발전 설비가 밀집된 전라도 원전(한빛1·2·3·6호기)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이 적은 경상도 원전(신고리 2호기, 새울 2호기)도 출력을 낮춰 운영했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송전망 문제로 태양광·풍력 발전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출력 제어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5년 3회에 불과했던 출력제어는 지난해에는 132회로 늘어났다. 올해에는 이달 16일까지 26차례나 제어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제주에서 남는 전력을 육지로 보내는 전력망인 ‘제3 연계선’이 완공되는 2023년 말까지 이 같은 손해 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의 경우 대부분 풍력 발전에 대한 출력 제어가 이뤄지는데, 2015~2021년 누적 손실액이 약 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추산한다.
전력 다소비 기업 ‘지역 분산’ 시급
나아가 전력망이 부른 위기는 호남과 경남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전력거래소는 태양광발전 시설을 보유한 공기업에 “16일 발전 출력을 제어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력거래소가 제주 이외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을 줄이기 위한 출력 제어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일요일에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전력이 남아돌게 된다”며 “전력이 넘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출력제어가 앞으로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잇는 서해상 송전망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육상에 전력망을 건설하는 작업이 주민들의 반발로 쉽지 않다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육상 송전선로 준공이 늦어지면서 멀쩡한 발전소가 가동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한국전력이 230㎞에 달하는 선로를 잇는 ‘동해안~경기 신가평 500㎸ 송전선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완공된 발전소가 놀게 되자 손실이 발생한 민간발전사들의 반발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해질녘의 송전탑. 서성일 기자
또한 해상 송전망 건설도 만만치 않다. 해저 케이블을 1㎞ 부설할 때마다 10억∼20억원의 비용이 든다. 해저 케이블 건설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피해 우려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산업부에서는 전기를 육상이나 해상 송전망 대신 배에 저장해 옮기는 ‘전기 운반선’까지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하는 실정이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휴일이 몰려 있는 5월 초를 전력 수급의 고비로 보고 있다. 태양광발전은 연휴에도 계속되지만 산업용 전력 수요는 휴일에 급감하는 만큼 태양광·풍력에도 사상 처음으로 출력 제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자의 손실 보상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장은 “올해 4∼5월 최대 4~10회 태양광발전 출력 정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약 20~30%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송전망 확충과 함께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소비를 분산하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 서울과 경기도의 전력자급률은 각각 8.9%와 61.0%인데 비해 전남과 경남은 각각 171.3%, 136.7%로 대조된다.
한 대안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거론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쪽은 전기요금을 싸게 해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했고 유럽연합(EU)도 내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전력망만 확충해서는 공급에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수요의 지역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04.25. 경향 박상영 기자
아직도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라는 그들에게
정종환 전 국토부장관(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2008년)
요즘 4대강 사업의 주역들이 부쩍 대중 앞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은 며칠 전 측근 유인촌의 연극을 관람했고 앞으로 4대강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4대강 추진본부장이었던 심명필은 조선일보에 기고를 하고 교회에서 강연을 하는 등 4대강사업에 대한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는 이명박과 정종환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회고록을 냈다. 제목이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의미 있는 도전'이다. 공직 40년의 경험 중에서도 4대강 사업을 가장 내세우고 싶었나보다. '4대강 사업이 끝난 지 12년, 과연 정종환은 일말의 진실이라도 한국 사회에 내놓았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지만 크게 실망했다. 그의 회고에는 진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사태를 왜곡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거짓으로 가득찬 회고록이었다. 그 내용은 2014년 발간된 이명박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의 복사판이라 할 만 했다. 두 회고록 모두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의 회고록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의미있는 도전'
그러나 2014년과 지금은 또 다른 면이 있다. 이명박과 정종환의 회고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강력한 공식 보고서가 발표된 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감사원 감사보고서다. 감사원은 지난 2017년 이명박 정부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 등 9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고서에 기술했다. 당시 이명박은 감사원의 진술 요구를 거부했지만 정종환은 응했다. 그 보고서에 기초해서 정종환의 회고록에 담긴 거짓말, 곧 4대강 주도세력이 주장하고 있는 ‘4대강은 대운하가 아니다’라는 거짓말을 해부해 보기로 했다.
정종환 회고록의 거짓말들
정종환은 4대강사업이 시작된 계기가 이명박의 전화였다고 밝혔다. 이명박도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정 장관! 리먼 사태가 심각합니다. 각국 정상들과 재정을 풀어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로 합의했는데, 국토해양부에서도 국가 미래를 위해 정부가 꼭 해야 하는 사업인데, 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지 찾아보고 알려주세요" <정종환 회고록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 246P>
정종환은 그 전화 뒤 국토해양부 캐비닛을 뒤지니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세운 치수계획서가 있었고 그것을 검토해 '4대강 살리기 사업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감사원 보고서(이하 보고서)는 다르게 기재했다. 이명박이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요구사항이 달랐다. 보고서는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해 보자는 유선 지시를 받았고…"(감사원 보고서 43페이지)라고 썼다. 정종환도 감사원 조사에서 "대통령이 유선 지시를 하여 제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게 국토부 수자원정책관을 보내 상의하도록 … 그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이 진행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정종환의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그는 감사원 조사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만약 피치 못하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거나 감사원이 자신의 진술을 왜곡했다면, 그 사실을 회고록에 밝혔어야 했다. 그것이 회고록을 쓰는 이유 아닌가? 그러나 그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사안 외에도 회고록에는 보고서와 배치되는 기술이 많고 아무런 해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감사원 조사에서는 사실대로 말했고 회고록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예스맨 정종환, 대운하계획에 대한 국토부 실무진의 저항을 묵살
다음으로 볼 것은 4대강 사업이 소규모 하천정비 사업에서 대운하와 같은 형태를 띄도록 변형된 과정에 대한 정종환의 회고다.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고하니 대통령이 반색하며 준설 등 추가해야 할 내용을 지시했다"고 썼다. 사업이 변경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이 대목 외에는 없다. 마치 아무런 밀고 당기기 없이 사업이 단숨에 변경된 것처럼 기술했다. 그러나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가 이명박의 지시를 받고 만든 '4대강 종합정비 방안'은 소형 수중보를 4개 만들고, 준설도 퇴적된 일부 구간만 하는 안(보고서 41페이지 표)이었다. 이 안이 이명박의 지시에 의해 중대형보 16개와 최저수심 6미터로 준설하는 대운하 안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국토부 실무자들과 청와대 간의 밀고 당기기가 있었다. 결국 이명박의 찍어 누르기에 의해 국토부 실무진의 처음 구상은 좌절됐는데, 정종환은 실무자들의 의견보다는 이명박의 지시를 맹종한 '예스맨'이었다.
정종환의 예스맨 기질을 보여주는 일화가 감사원 보고서에 나온다. 보고서는 이명박이 '4대강에 대규모 준설과 보 설치를 하라'는 지시를 한 뒤 국토부 실무진이 검토를 했는데, '준설, 보 설치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했다. 그런데 검토 내용을 정종환에게 보고하자 "그런 내용을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하냐?"고 했다는 것이다. 내부 검토를 담당한 국토부의 기획단장은 감사원에 "준설과 보 설치로 수자원 확보는 어렵다고 장관에게 보고하였는데… 장관이 어떻게 이렇게 대통령에게 보고하냐고 하였고, 그래서 대통령에게 … 준설과 보 설치로 수자원 확보가 어렵다는 내용으로 보고할 수가 없었던 것 같음"(보고서 52페이지)이라고 진술했다.
김사원 보고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52페이지
정종환도 감사원 조사에서는 해당 내용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전통적으로 수자원을 하던 공무원들이 수자원 확보수단으로 댐만을 생각해서 보를 이용해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정종환은 주로 교통분야에서 일해와 수자원 분야의 전문성이 없었는데 국토부의 수자원 전문가들의 의견보다 대통령의 의견이 옳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정종환은 회고록에서도 "일부 직원들조차 준설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부족했다… 한반도 대운하를 검토했던 준설 전문가들을 투입했다"고 썼다.
국토부 실무진의 첫 안은 소형보 4개였으나 이명박 지시로 중대형보 16개가 돼
이명박의 지시에 따라 국토부 실무진은 준설과 보 설치를 계획에 반영했다. 그러나 그 규모는 중형보 5개와 낙동강에서만 2.5-4미터로 준설하는 안이었다. 그러자 이명박은 2009년 2월 정종환에게 전화를 걸어 최소수심을 4-5미터로 하라고 지시했고, 4월 중순에는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미터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 기획단장은 감사원에 "저도 몇 번이나 간곡히 수심을 6미터 수준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안된다고 보고 드렸는데도, 통치차원까지 언급이 되었는데, 그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보고서 63페이지)
김사원 보고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63페이지
대통령이 수심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하자 국토부는 할 수 없이 지시를 이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은 "낙동강 최소수심은 대통령 지시사항이라 본인은 그 근거를 알 수 없다. 치수에 대한 기술적 분석에 있어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추진본부의 정책총괄팀장도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에 준설량의 적정성, 수자원 확보의 당위성 등에 대해 제대로 검토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보고서 62페이지)
정종환은 회고록에서 '4대강사업은 대운하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국토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서에는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한다'고 돼 있고, 정종환도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하겠다고 보고한 사유는) 이후 정부에서 운하사업을 추진한다면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임"이라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계획이 완성됐을 때 16개 보의 위치는 대운하 계획에서 갑문의 위치와 일치했고 준설 규모도 그랬다.
감사원 보고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57페이지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전 국토부 기획단장) "수심 6미터가 의미 없다고 했지만 운하를 하려고..."
감사원에 최저수심 6미터가 결정되는 과정을 진술한 국토부 기획단장은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도 '대운하는 안되고 수심 6미터가 의미없다고 얘기했지만 운하를 하겠다고 어거지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대운하를 전제한 4대강사업을 비판했던 조선일보
정종환은 왜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이에 거짓으로 가득한 회고록을 굳이 쓴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거짓 기록이 진실이 되는 데는 기록을 검증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 언론의 야합도 큰 몫을 한다. 조선비즈는 회고록 출간 뒤 정종환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4대강 사업 모태는 대운하 아닌 DJ, 노무현 정부의 치수 프로젝트'라는 소제목을 뽑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대운하라는 것은 조선일보야말로 앞장서서 지적한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계획 바꿔 보 높이고, 깊이 파고… 의혹 키우는 4대강 사업' '[심층진단] 4대강사업 강바닥 남산 10배 파낸다는데' 등 대운하 의혹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이 퇴임 직전 '(대운하가) 박근혜 정부 끝난 뒤 차기 정부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4대강에 설치된 보바깥 쪽(하천변)으로 (선박이 머물 수 있는) 계류장을 설치하고 (배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크레인을 달면 4대강은 대운하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아니더라도)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정부) 그 다음 정부 때는 (대운하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에서 조선일보 기자는 '묵은 의문이 풀리는 시원함과 허탈감, 뭔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 기사를 읽은 독자들도 같은 느낌을 가졌으리라. 조선일보는 감사원이 2013년 ‘대운하 전 단계로 4대강 사업을 했다'고 발표하자 사설로 비판했다.
4대강에서 화물선이 다니는 걸 전제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행위이고, 운하로 개조(改造)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설계를 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13조9000억원에서 18조3000억원까지 늘어났다면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대운하 前 단계로 4대강 팠다' 감사 결과 사실인가>
그렇다. 조선일보의 진단대로 4대강 사업의 비극은 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 설계를 한 것이다. 국토해양부 실무진이 만든 초안에는 수심 6미터로 준설하는 것이 아니라 '퇴적된 구간'만 준설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토사가 쌓여서 홍수 소통을 방해하는 구간만 준설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상식적인 하천관리방법이다. 왜 강을 수심 6미터로 일괄적으로 파야 한단 말인가. 컨테이너선을 띄우기 위한 것 말고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실무진의 안에는 중대형 보 16개가 아니라 소형 수중보 4개를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왜 강에 댐과 같은 규모의 중대형 보를 세워서 강을 호수로 바꾸고 생태를 파괴하고 녹조가 창궐하도록 해야 한단 말인가. 물놀이 시설이 필요한 대도시 인근에 소규모 수중보를 만들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는 게 당시 국토부 실무진과 계획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명박의 지시와 정종환의 맹종으로 국토부 실무진과 전문가들의 작은 목소리는 진압됐고, 우리 4대강은 영원히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게 됐다.
감사원과 조선일보의 말 바꾸기가 4대강 세력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그러나 4대강이 대운하를 목표로 설계된 것을 밝혔던 감사원은 정권이 바뀐 지금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일부 보 해체 결정을 감사하고 있고, 조선일보도 앞장서서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강을 호수로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그렇게 했다면 다시 강으로 복원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업무가 아닌가? 오히려 호수가 돼서 녹조가 창궐하는 강을 그냥 둔다면 직무유기일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과 조선일보는 과거 자신들의 말을 다 잊은 것처럼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아마도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이 잘못됐다고 발표하면 이명박과 정종환은 4대강에서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여줄 지 모른다. 그 사진이 조선일보에 실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명박과 정종환 등 4대강을 주도한 사람들, 그리고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 감사원과 조선일보는 후손들에게 '왜 대한민국의 가장 큰 강 네 개를 강이 아닌 호수로 물려줬는지'에 대해 오래오래 변명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 국토에 저지른 죄상은 날이 갈수록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뉴스타파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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