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에 말 죽고, 펄펄 끓는 바다…전문가들 “통제 불능 상태”
스페인 세비야에서 마차를 끄는 말들이 목을 축이고 있다. [사진 = AP 연합뉴스]
스페인이 4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달리고, 전세계 바다 온도가 전례 없는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BBC,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 공항에서 측정한 온도가 38.8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10∼15도 높은 것으로 이미 4월 기준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기상청 대변인은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라고 했고,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에 찍힌 숫자는 4월에 한번도 본 적이 없던 기온으로, 전례 없는 무더위”라고 우려했다.
전례 없는 폭염에 거리에서 마차를 끌던 말이 탈수 증세로 쓰러졌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스페인 당국은 학교 수업 시간 조정에 나섰고, 사람들이 승강장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대중교통 운행도 늘리기로 했다.
기상학자들은 “스페인 이베리아반도의 맑은 날씨가 고기압과 어우러져 지면에 닿는 햇빛의 양을 증가시켰다”며 “이로 인해 지면이 건조해져 열이 증발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돼 폭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바다 온도가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높아져 전례 없는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세계 바다 지도. 붉은색은 4월초 해수 표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그래픽 = 미국 메인 대학교]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공개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수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21.1도로,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 3월의 최고 기록인 섭씨 21도를 뛰어 넘었다.
바다 온도는 3월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한 달 넘게 고온현상이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1981년 위성·부표 관측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올해 4년 만에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지만 엘니뇨가 발달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 최근의 급격한 수온 상승 이유로 보긴 어렵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마이크 메러디스 교수는 “최근의 현상들은 과학자들도 설명할 수 없다. 이 정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매우 놀랍고 우려스럽다”며 “단기간의 극단적인 현상이거나, 아니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류상영 매일경제 기자
코로나 끝났지만···적막감 도는 호남 유일 국제공항
[‘코로나 이후 이용객 급감’ 무안공항 현장]
금요일이지만 승객은 없고 직원 모습만
정기국제선 1편도 없고 국내선도 ‘썰렁’
은행 문 닫히고 편의시설엔 업주만 보여
2천100대 규모 주차장에 20여대 차량
호남에서 유일하게 국제선을 운영 중인 무안국제공항이 코로나 이후 이용객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광주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개항 이후부터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광주공항과의 통합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면서 광주시와 전남도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 오전 10시 무안군 망운면에 위치한 무안국제공항은 적막감만 가득했다.
비록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었지만 이용객을 찾아보기 힘든데다,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들리지 않아 마치 템플스테이에 온 듯한 조용함이 공항 내부를 감싸고 있었다.
이날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 40분에 이륙하는 제주행 비행기가 예정돼 있었고, 오후에는 김포공항행 2편의 항공기 이륙이 예정돼 있었다. 때문에 공항 내부는 사람들로 다소 북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승객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 몇 명만이 움직이는 모습만 보였다. 탑승구 앞에는 직원 1명이 승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0여분이 지나자 일가족으로 보이는 3명과 단체 관광객과 가이드 등이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인원은 고작 다 해서 10명 남짓했다. 해외 여행객이 없으니 환전을 위해 마련된 은행은 철문으로 닫혀있었고, 편의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공항 내부 1층도 마찬가지였다.
28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2층 국내·국제선 탑승 구역이 텅 비어있다.
대기석에 앉아있는 승객들은 만날 수 없었으며 직원 몇명만이 의자에 앉아 있거나 주위를 서성거릴 뿐이었다. 1층에 위치한 카페와 편의점도 업주만 지키고 있을 뿐 텅 비어있었고, 출입구에 있는 출발·도착을 알리는 화면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공항 외부에도 짐을 옮기는 직원들의 움직임만 있었다. 2천100대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에는 20여대의 차량만이 주차 중이었는데, 그마저도 대부분 직원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였다.
반면 같은 날 광주공항은 제1주차장과 제2주차장이 가득 차 차량을 가져온 탑승객들이 애를 먹었다. 공항 내부에는 모두 제주도와 서울 등으로 떠나는 여행객들과 출장 등 이유로 광주를 찾은 사람들로 붐벼 '한적한' 무안공항과 대조를 이뤘다.
무안공항은 올해 3월부터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무사증 입국제도를 운영 중이며, 지방공항 중 유일하게 24시간 이·착륙 가능한 이점을 활용해 국제선 취항을 유도하는 등 국제·국내선 노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광주공항과의 통합을 전제로 개항했지만 여러 이유로 번번이 무산되면서 현재는 정기 국제선은 1편도 없고, 소형 여객기가 1주일에 김포는 6회, 제주도는 2회 왕복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무안국제공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항을 운영할 때 국내선과 국제선이 연결돼야 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국내선만 운항하는 광주공항을 선호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에는 90여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기 위해 국제선 취항을 유도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무안공항 이용객은 총 295만7천명(2만3천131편 운항)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9만6천명(923편), 2013년 13만3천명(1천237편), 2014년 17만8천명(1천499편), 2015년 31만2천명(2천355편), 2016년 32만2천명(2천330편), 2017년 29만8천명(2천146편), 2018년 54만3천명(3천818편), 2019년 89만5천명(6천585편)였지만 2020년 11만3천명(930편), 2021년 2만1천명(612편), 2022년 4만6천명(696편)에 그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채점자를 과외교사로?…수상한 가덕도 신공항 자문단
환경과학원 등 검토기관 출신으로 구성, 환경영향평가 대비
“비밀과외로 만들어지는 환경영향평가…독립성 무너져”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대항항과 국수봉 일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하면서, 환경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검토위원들을 추천받아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점자’에게 과외를 받아 ‘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을 허무는 데다 관련 업무 처리 규정을 위반한 사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가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의원(정의당)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공문을 살펴본 결과,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환경연구원(KEI)과 한국환경공단 각각 2명 그리고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 환경부(국립생태원에서 파견) 각각 1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지난 19일 세종시의 한 회의실에서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와 함께 첫 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자(국토교통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독립적으로 검토해 환경부에 의견을 내게 돼 있는 검토기관 소속이다.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자문단 구성∙운영안’을 보면, 자문단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의 환경 이슈 해소 및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는 지난 3월14일 가덕도 신공항의 공기 단축을 위해 활주로를 전부 해상에 놓는 방식에서 육상 및 해상식으로 변경한 안을 발표했는데, 자문단도 이 시기 추진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 부산 엑스포 6~7개월 전에 넉넉히 완공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자문단은 4월 첫 회의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때까지 수시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음 단계인 환경영향평가 때에도 계속 조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자문단을 추천해달라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요청했고, 같은 날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한국환경공단, 국립생물자원관 등 산하기관 4곳과 한국환경연구원에 각각 1명 이상 자문위원을 뽑아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을 제외한 산하기관 3곳은 각각 환경영향평가 검토부서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을 자문위원으로 추천했고, 국립생태원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로 파견된 직원을 명단에 올렸다. 해양수산부도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역이용영향평가 부서 직원을 보냈다. 다만, 한국환경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 검토부서가 자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연구부서 소속 두 명을 자문단에 보냈다.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 업무 처리 규정’을 보면, 환경부나 지방환경청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장은 사업자에게 용역이나 자문을 제공한 기관을 검토기관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한국환경연구원 등 이번에 자문단에 들어간 검토기관 5곳 전체가 배제되기 때문에,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는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를 빠르고 충실하게 진행하자는 국토부의 협조 요청 취지에 공감해서 자문위원을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 위반 지적에 대해서는 “(사업자에) 자문비를 받고 일을 해준 검토기관은 배제하지만, 이번처럼 업무 협의나 의견 제시 등에 대해선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때도 환경부는 국토부에 직원을 파견하고 환경영향평가 작성에 관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국환경연구원도 환경영향평가서를 미리 받아 수정, 삭제 의견을 주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이에 감사원은 2018년 ‘4대강 사업 추진 실태’ 감사에서 “환경영향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두 기관에 주의 조처를 내렸다.
이은주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뒤엎는 등 환경영향평가법의 목적과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식의 밀실과외로 만들어지는 환경영향평가서는 이미 신뢰와 독립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설립…기재부‘반대 의견’ 또 딴지
기획재정부가 2029년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필수 요소로 꼽히는 ‘가덕신공항건설공단’(전문사업관리조직) 설립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가 공단 설립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와 부산시, 부산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재부가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는 비난이 나온다.
1일 국민의힘 전봉민(부산 수영) 의원실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법안상의 공단 설립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검토의견서를 냈다.
공사 난도가 높은 가덕신공항 건설 특성상 전문성을 띤 전담 조직(건설공단)을 꾸려 조기 개항을 이끄는 것을 골자로 한 가덕신공항건설공단법안은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국민의힘 부산 의원 전원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기재부는 법안 제정 반대 이유로 인천과 한국공항공사 등 기존 조직 활용과 공항공단 난립 가능성 등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기재부는 1994년 인천공항 건설을 맡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이 설립된 뒤 이후 인천공항공사로 전환됐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들었다. 당시 참여 인력과 공항공사 내 관련 조직 등을 활용하면 공단 설립 없이도 가덕신공항 건설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기재부는 또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별도의 공단을 설립할 경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국제공항 등에 대해서도 공단 설립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재부가 반대에 나선 또 다른 배경으로는 예산 문제가 꼽힌다. 법안 비용추계상 정부가 공단 설립·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출연할 경우 2024년 311억 8800만 원 등 향후 5년간 총 1578억 4100만원(연평균 315억 6800만 원) 이상 추가재정이 투입된다.
국토교통부는 기재부 입장을 전면 반박했다. 국토부는 검토의견을 통해 가덕신공항 건설 공사는 외해의 깊은 연약지반을 매립하는 등 고난도 사업이어서 전문성 있는 별도 전담조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재부 주장대로 기존 인력을 활용하게 될 경우 공항 건설 전문성 부족 등으로 비효율성이 커져 조속 개항을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측은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건설공단 설립이 불가피하다”며 홍콩첵랍콕공항과 간사이공항 등을 사례로 들며 공항 준공 후 건설인력을 운영인력으로 전환해 유휴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헌영 명예교수는 “해상 매립 등 공사 난도가 굉장히 높고 엄격한 공정 관리가 필요한 만큼 공단 설립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미 생물학자 “후쿠시마 오염수 유전자 변형 유발”
일본 정부, 올 6월께 방류 예고
해외 전문가들, 잇단 위험 경고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티머시 무쏘 교수.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가 이르면 올 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고 밝힌 가운데, 부산 전역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은 해외 전문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오는 6월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시기에 대해 “봄부터 여름 무렵이라고 밝힌 스케줄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굽히지 않자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한 전문가(부산일보 4월 21일 자 8면 보도)뿐 아니라 해외 생물학자도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인 티머시 무쏘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 이어 다음 날 부산진구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를 찾아 삼중수소가 인간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중수소는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로 오염수를 정화해도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쏘 교수는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삼중수소 관련 논문 70만 건을 살펴본 결과, 생물 유전자에 손상을 미치는 정도가 삼중수소가 세슘의 2~6배 수준인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면서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와 난자, 생식기 손상이 관찰됐고 유전자 고리가 단절되면서 유전인자 변이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 등을 관찰한 결과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정보가 확인됐다”며 “심각한 문제는 삼중수소 피폭의 영향이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특히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무쏘 교수는 미국 국립과학원의 방사선 영향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지난 20년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노출 생물의 DNA 영향을 연구한 과학자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안전 위협을 받는 부산에서도 오염수 방류를 저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부산 동래구의회는 지난달 26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강력 대응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들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부산 시민의 안전과 생명은 물론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 등 사람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자 미래세대에게서 바다를 빼앗는 핵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1일 기장군의회와 지난달 25일 부산시의회도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탁경륜 기자(takk@busan.com)
여름에 비 얼마나 오려고…‘엘니뇨’ 한달 빠른 5월부터 발생
해수면 온도 4월부터 급격히 상승
2015년 엘리뇨 때 세계적 이상기후
폭우가 내린 2022년 8월8일 밤, 서울 강북의 한 횡단보도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엘니뇨의 발달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현재 중립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열대태평양 남위5도~북위5도, 서경170도~서경120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5월부터 엘니뇨가 발생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역 해수면 온도는 4월부터 급격하게 상승해 5월 이후 평년보다 0.5도 높게 전망된다. 지난 3월, 올 여름철(6~8월) 발생으로 예측한 것보다 시기가 한달 앞당겨졌으며 9~10월께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엘니뇨란 한반도 남동쪽 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대략 3~7년 주기로 엘니뇨가 일어나고, 엘니뇨가 끝나면 이에 대한 반동 작용으로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라니냐가 일어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여름철인 7월 중순~8월 중순 사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겨울철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동쪽에서 남풍 기류가 유입돼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엘니뇨는 1951년 이후 23차례 발생했는데, 1972년, 1982년, 1997년, 2015년에는 해수면 온도 편차가 평년과 비교해 2도 이상 나는 강한 엘니뇨였다. 2015년 당시 한국에 나타난 이상 기후 현상을 살펴보면, 전국 강수일수가 14.9일로 기록되는 등 한국이 본격적으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로 가장 많은 날 비가 왔다.
강수량 또한 많았는데, 전국 강수량이 평년 대비 267% 많은 등 1973년 이래 최다 2위를 기록했다. 평년 기온보다 2도 웃도는 고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특히 11월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5도 높아 1973년 이래로 두번째로 따뜻한 초겨울 날씨를 기록했다.
여름철 엘니뇨 발달과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량 영향. 기상청 제공
이 시기 세계적으로도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했다. 인도 남부에서는 4월 최고 기온 48도를 기록하며 2330명이 사망했고, 남반구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1월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 고온건조한 날씨를 보이며 산불이 발생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12월 최고 기온 23도를 기록하며 1869년 이래로 가장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많은 비가 내리며 홍수, 산사태 등의 피해도 발생했는데 베트남 북부에서는 7월 중 3일간 828mm가 내리는 등 40년 만의 최대 규모 폭우가 내렸고, 미국 중부에서는 11월 하순 100mm 이상 폭우로 14명이 사망하고 6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열대성 저기압의 발달로 대만, 중국, 필리핀 등지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세계 기상 전문가들은 기록적으로 높은 해수면 온도를 우려하고 내년 기록적인 더위를 전망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소는 “엘니뇨 현상으로 지구 온도가 0.2~0.25도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고, 미국국립해양대기청은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지난 4월 21.1도로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 3월 최고 기록인 21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북극곰 오히려 증가했다?… 기후위기 회의론의 진실 [이슈&탐사]
[기후변화 멸종위기종 인간] <5> 음모론이라는 음모론
북극곰이 지난해 9월 16일(현지시간) 프란츠 요제프 군도의 영국해협에 섬처럼 떠 있는 빙하 위에 고립된 듯 서 있다. 기온 상승으로 듬성듬성 녹아내린 빙하 표면이 물에 잠긴 설원처럼 보인다. AFP연합뉴스
수천년 시간을 살핀 과학계의 계산,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자들의 약속, 최고법원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의한 기후위기 도래를 사실로 인정하는 권위 있는 결론들은 넘쳐난다. 그럼에도 이 기후위기가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다거나 심지어는 기후위기 진단을 사기라 부르는 일부의 회의론도 사라지진 않았다.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결국 지구 온도의 상승이 인간 탓이 아니라고 저항하는 것이다.
과학계는 이러한 회의론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과학계는 인간의 역할을 빼고 현재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설명할 수 없다고 여러 경로로 입증해 왔다. 과학계는 회의론이 검증되지 않은 부분적 단편을 토대로 전체의 부정을 시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유익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백보 물러나서 현재까지의 과학에 훗날 미세한 오류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지금은 인류가 합의한 ‘예방의 원칙’을 지킬 때라는 게 과학계의 경고다.
지구는 전에도 뜨거웠고, 곧 식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의 발생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이다.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조간대(밀물·썰물 교차지역)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라 바위가 백화(白化)하는 갯녹음 현상이 발견된다. 제주=이한결 기자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은 지구온도 변화는 오직 태양의 영향이며, 오래전부터 지구는 빙하기와 온난기를 번갈아 거치며 그 온도가 주기적으로 변해 왔다고 말한다. 최근 관측되는 온난화도 앞선 온난기들과 마찬가지의 자연적 변동이며 다시 지구가 차가워지는 때도 찾아올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900~1400년에는 바이킹족의 남하를 부른 온난기가 있었고, 1400~1900년 소빙하기가 있었던 점은 조선시대의 ‘경신 대기근’ 기록과 함께 논해지곤 한다. 추울 때에 비하면 지구온도가 상승하는 국면인 현재는 축복받은 시기라는 주장마저 있다.
이는 부분적인 지역과 시간대에 한정된 정황을 근시안적으로 확대해석, 지구환경 전반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태도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과학부 교수는 “중세 온난기에 현재보다 따뜻했던 지역은 유럽 등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다른 지역은 온도가 낮았다”며 “당시 평균 지구온도는 그 이전에 비해 큰 변화를 보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과거의 자연적 변화와 산업화 이후 현재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그 폭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남 교수는 “소빙하기에는 지구온도가 0.2도가량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는데, 그 변화는 수백년에서 1000년에 걸쳐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도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연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도 상승 국면만 놓고 비교해 보더라도, 과학계가 계산을 마친 산업화 이전의 상승 속도는 ‘1000년에 1도’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대거 태우기 시작한 지 100년 만에 나타난 지구온도의 상승 폭은 1.1도다. 조 전 원장은 “오늘날의 변화는 오직 인간만이 일으킬 수 있고 회의론의 근거는 모두 무너져 있다”고 말했다.
회의론자들은 기준 시점을 자의적으로 택해 “이제는 온난화가 멈췄다”고도 주장한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는 지구 온도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러한 ‘온난화 종료’ 주장의 주된 근거다. 하지만 기후과학은 10여년의 기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지구온도의 경향을 말하려면 해수 흐름과 화산폭발 등 부수적인 요인까지 고려, 장기간에 걸친 복잡하고도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0년간은 온도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30~50년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지구는 기계가 아니다. 솥에 물을 넣고 끓이면 물 온도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구름·강수·화산 등 요인이 비선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회의론자들은 기후위기 경각심을 위해 언급되던 사실들의 부분적 변화를 공격하기도 한다. “위협받는다던 북극곰 개체 수가 정작 1950년대 이후 늘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북극곰 사냥 금지 등의 보호조치 영향을 간과한 주장이다. 진경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북극곰은 애초 기후위기의 ‘대표 주자’로 홍보돼 보호가 빨리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멸종위기종 존재가 검증된 상황에서 한 특정 종을 근거로 전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현재 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높은 이상고온 현상을 겪고 있는데, 북동부 라베일스 저수지에는 희미한 물줄기만 남았다. AP연합뉴스
무엇이 후회 없는 선택인가
회의론자들은 온난화 경고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세력이 있다며 기후위기를 ‘사기’라고까지 주장한다. 과학계는 이런 주장은 애써 바로잡아줄 시간조차 아깝다는 반응이다. 손 교수는 “반대로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이득을 보는 게 없는데 누가 과연 실제로 이득을 보느냐”고 했다. 네덜란드에 있는 기후위기 회의론자 단체인 ‘클린텔’은 거대 석유기업들의 후원 의혹을 받아 왔다. 거론된 석유기업들은 이 단체에의 자금 지원 의혹을 해명한 적이 없다. 기후위기 회의론을 골자로 한 클린텔의 ‘세계기후선언’ 발표에 참여한 다수는 실제 석유산업에 몸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각국 지도자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약속하고 최고법원이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사실로 인정하는 데서 볼 수 있듯, 과학적 결함을 가진 기후위기 회의론은 현실 세계 속에서 큰 권위가 없다. 그럼에도 회의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이기심과 게으름이다. 과학계가 확인한 기후위기는 기업의 경영, 정부의 정책, 각자의 일상생활 속 변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온 인류가 전에 없던 과제를 부여받은 셈이다. 진 책임연구원은 “탄소중립의 경제적인 여파가 다가오면서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실린 문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읽어 달라고 했다. 1992년 처음 발간된 IPCC 1차 보고서는 인간의 온난화 영향을 말하면서도 “강화된 온실효과를 명확히 감지하는 데에는 10년 이상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995년 2차 보고서가 “인간의 영향력을 시사한다(suggest)”고 한 뒤 2001년 3차 보고서는 “더 강력한 증거(stronger evidence)”를 말했다. 2007년 4차 보고서에 있던 “개연성이 높다(very likely)”는 2014년 5차 보고서에서 “개연성이 극도로 높다(extremely likely)”로 바뀌었다. 지난 3월 6차 보고서에는 기어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unequivocal)”는 표현이 담겼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6차 보고서에 대해 “인간에 의해 기후변화가 진행됐다는 점을 99~100%의 확신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PCC 보고서는 회원국이 협의해 초안을 작성할 과학자들을 추천·선정하고 또 다른 과학자들이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작성된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할 과학자는 학계 전문성은 물론 지리적 대표성, 선진국·개발도상국 출신 여부, 성별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최종적인 보고서 승인은 전체회의에서 과학자들이 작성자에게 질문을 던져 가며 ‘한줄 한줄’ 넘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6차 보고서 승인 회의에 정부 대표 자문단으로 참석한 김형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예측운영과장은 “용어 하나하나의 뉘앙스가 괜히 매번 바뀌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일부가 논쟁 중인 사안인 것처럼 호도하기도 하지만, 이미 주류 과학계에서는 논쟁이 끝났다”고 말했다.
백보 양보해 후일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지금은 인류가 회의론을 버리고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옳다는 게 과학계의 고언이다. 1992년 리우 선언부터 2021년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예방의 원칙’을 되새겨 왔다. 예방이 후회 없는 선택이라는 자각이었다. 손 교수는 “‘만에 하나’의 확률로 지금 학계의 얘기가 틀렸다 할지라도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산업화 대비 2도를 넘어설 때는 돌이킬 수 없는 디스토피아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이택현 김지훈 정진영 이경원 기자 alley@kmib.co.kr
산불 막으려 나무 베겠다?…'숲길 3000km' 계획 따라가보니
숲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도로가 생겼습니다. 산림청 계획대로면, 이런 길이 3천 킬로미터 넘게 산속에 만들어집니다. 이래야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건데요.
[기자]4년 전 큰 산불이 덮쳤던 강릉 옥계면입니다. 불이 났던 숲 곳곳에 나무를 베고 길을 만들었습니다. 산불과 관련해 만든 길인데 뜻밖의 오토바이들이 흙먼지를 휘날리며 달립니다.
산림청은 숲에 폭이 넓은 도로가 있어야 산불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소방차가 쉽게 숲 안으로 들어가 불을 끌 수 있다는 겁니다.
해마다 세금 60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전국 숲에 도로 3000km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만큼 많은 나무를 벨 수밖에 없습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산불이 크게 났던 강릉의 또 다른 숲입니다. 산림청이 만든 도로를 따라 차로 30분쯤 올라가봤습니다. 산 정상에서 보니 도로 양쪽이 다 타버렸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로가 바람길이 돼서 불이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경남 밀양에서 난 큰 산불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겁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빌딩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바람이 그쪽으로만 불게 되잖아요. 숲 사이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그 사이로 바람이 강하게 불 수밖에 없습니다.]
[황정석/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 : 온돌에 구들을 놓는 원리와 똑같은 것인데…]
국제학술지에 실린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 연구팀 논문에서도 강한 바람이 불면 도로가 불을 더 번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산림청이 숲을 가꾸는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참나무 같은 활엽수를 베고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로 소나무를 심어왔다는 겁니다.
도로 옆에 위치한 소나무 숲입니다. 소나무가 둘러싼 사찰은 이렇게 전부 타버렸습니다. 그런데 소나무 사이로 밑동이 잘려나간 나무가 보입니다. 숲가꾸기 이름으로 벤 활엽수입니다.
이 소나무숲의 가장자리는 거의 불에 타지 않거나 일부만 탔는데, 가운데는 다 타버렸습니다.
활엽수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입니다.
소나무 송진엔 테레핀이라고 하는 기름 성분이 있어 산불이 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합니다.
반면 활엽수는 잎과 줄기에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불에 잘 버팁니다.
[정진현/주민 : 수종을 바꿔서 이것저것 섞어서 심으면 산불이 덜 나지 않나.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을 안 했겠죠.] 숲길을 만들 것이 아니라 심는 나무의 종류를 바꿔 산불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JTBC 이상엽 기자
하지만 전국 숲에선 불에 잘 타는 소나무를 계속 심고 있습니다.
[산림청 조림사업 관계자 : 심었었어요. 2021년에. 심어놓고 1년 만에 탔지. {2021년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다 타버렸고.} 그렇죠. {다시 또 소나무를…} 그렇죠.]
산림청은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산불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활엽수도 심겠다고 했습니다. 산림청은 숲이 산불에 탈 연료로 꽉 차있다고 말합니다. 나무를 잘라낸 뒤 길을 만들면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숲을 잘 가꿔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숲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jtbc
'팔공산' 국립공원 운영 대구시부터 환경부까지 9개 기관 힘모은다
대구시, 경북도, 환경부 등
체계적인 보존위한 협약 체결
팔공산 단풍. 영남일보DB
국립공원 승격을 코앞에 둔 팔공산의 체계적인 보전과 지역 상생발전을 위해 팔공산을 끼고 있는 대구경북 지자체 등이 한데 힘을 모은다. 대구시, 경북도, 환경부, 대구 동구청, 영천시, 경산시, 군위군, 칠곡군, 국립공원공단 등 9개 기관은 2일 서울 여의도에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환경부는 오는 6월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확정하고 도립공원인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 고시할 예정이다.
이들 9개 기관은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면 체계적인 보전과 지속 가능한 탐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벌인다.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협력사업도 발굴, 시행한다.
팔공산 국립공원 관리체계의 조기 정착과 사무 인수를 위한 준비단을 이달 안에 출범하고, 공원 사업을 위한 기관 간 협력 및 진행 사항을 관리하는 정책협의회도 운영한다. 또 이날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추진 경과 및 발전 전략을 위한 토론회도 함께 열린다.
팔공산은 2012년부터 국립공원으로의 승격이 논의됐으며, 대구시와 경북도가 2021년 5월 국립공원 승격을 공식 건의했다. 이후 승격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주민설명회, 공청회, 주민·지자체 의견 청취 등의 과정을 거쳤다.
팔공산 국립공원 면적은 126.058㎢이다. 이대로라면 전국 국립공원(현재 22개) 가운데 14번째로 규모가 큰 국립공원이 된다. 팔공산은 멸종위기 15종을 포함해 야생동물 5천296종과 77곳의 자연경관 자원, 국보 2점, 보물 25점을 비롯한 문화자원 91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형재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TK신공항이라는 새 하늘길이 열리면 팔공산에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 글로벌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일조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계층에 따라 기후위기도 증폭된다
8년 전 작고한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빈곤은 계층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계층에 따라 증폭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등 연구팀은 지난 4년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지표면 온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주거 지역이 고소득층 주거 지역보다 지표면 온도가 높은 경향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과학전문지에 실은 논문에서 한여름 낮 12시께 이들 지역이 최고 섭씨 2도 이상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원인은 숲과 공원, 정원의 나무 등 녹색 면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연구팀은 저소득층 주거 지역일수록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되는 나무 심기나 수로를 이용한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1.5도 라이프스타일’이란 합의가 필요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람이 점차 늘어난다. 과학자 단체 ‘과학자반란’은 2022년 4월 회원 1천여 명이 연구실을 나와 세계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기후위기가 위험수위를 넘는데도 사회와 정치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중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거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인 이도 있었다.
이들은 그 시기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에서 기업과 부자, 기득권의 책임을 강조한 내용이 결국 빠졌다며 ‘항공 부문에서 상위 1%가 온실가스 배출량 50% 차지’ 등 삭제된 보고서 초안 내용을 공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거대한 변화가 이들 탓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탈성장 담론의 하나로 생태경제학을 소개한 책 <기후를 위한 경제학>(착한책가게)을 펴낸 김병권 전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장(사진)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들 중 하나다. 2023년 3월13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먹고사는 문제와 기후 문제를 어찌 접합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드라인 1.5’에 사망선고
“과학자만이 아니에요. 2022년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뒤 나오미 클라인(캐나다 언론인이자 기후운동가)이 ‘이런 회의 계속해야 하느냐, 다른 대안을 시도해야 하는 거 아니냐’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반향이 컸고, (영국 일간) <가디언>도 크게 다뤘는데, 빌 맥과이어 같은 이를 중심으로 ‘1.5도 목표 이제 끝났다’ 이렇게 보거든요.”
이른바 ‘레드라인 1.5’에 대한 사망선고다. 지구 온도 추가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파리협정에 따른 인류의 공동목표가 이미 무너졌다는 것이다. 기후과학자인 빌 맥과이어 영국 런던대학 교수는 <가디언> 기고글(2022년 9월)에서 “파리협정(2015년)에서 2030년까지 절반이 지났는데도 온실가스는 오히려 10% 늘었다. 2030년 목표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며 “향후 5년 내 1.5도를 한 번 이상 넘길 가능성이 적어도 40%”라고 밝혔다.
김 전 소장은 이 내용을 소개하며 “지난 3년 동안 라니냐가 굉장히 길게 왔다. 라니냐는 온도를 내리는 역할인데 역사적으로 가장 더웠다. 2023년과 2024년에 엘니뇨가 발생하면 쉽게 1.5도를 넘길 것”이라며 “2023년 여름에 더워지면 아마 세계 기후 캠페인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거다. 탈성장이나 경제정책이 본격적인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기후 문제와 경제정책의 접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가 중요하다지만 정작 먹고사는 문제로 가면 2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탈성장 자체를 매우 흥미 있게 받아들인다. 책도 많이 번역됐고. 그런데 극단으로 갈린다. 한쪽에선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란 생태사회주의적 입장으로, 또 한쪽은 (주류경제학 관점의) 녹색성장이 있다. 한데 경제가 어떻게 탈성장으로 가능하냐, 정책이나 전략이 있냐고 물으면 ‘꽝’이다. 그러니 그 배경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책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회색투자’ 줄고 ‘녹색투자’ 느는 생태적 조정
그가 보기에 ‘그린뉴딜’ 논의가 국내에서 끊긴 점이 아쉽다. “경제성장 얘기를 피하면서 일자리와 경제, 기업 문제를 같이 풀겠다는 나름의 수였는데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선 2019년 각각 ‘그린딜’과 ‘그린뉴딜’로 시작하는 관련 논의가 진화를 거듭해 제도적으로 자리잡았다. 화석연료 조기 퇴출과 재생에너지로의 더 빠른 이행, 유럽 내 녹색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유럽연합의 리파워EU(2022년), 그린딜산업계획(2023년 2월)이 그 결과물이다. 미국도 ‘진보 진영 스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의 그린뉴딜 결의안(2019년 2월)에서 시작한 사회적 논의가 물가상승 억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귀결됐다.
“한데 우린 2020년 한 해 얘기되고 끝났죠.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이 만들어졌지만 거기서 흐지부지되고 그 와중에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할)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있잖아요. 한국은 맥락이 연동되지 않으면서 좌충우돌하는 것 같아요.”
김 전 소장은 무엇보다 ‘탈성장이 되면 사회가 정체하고 개인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막연한 이해를 경계했다. “탈성장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총량은 팽창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줄고 느는 것 사이 다이내믹한 게 있죠.”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생태적 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특히 화석연료 기반의 ‘회색투자’는 줄고 재생에너지 등 ‘녹색투자’는 는다. 자동차나 도로를 늘리지 않지만 대중교통, 자전거 관련 투자는 늘린다. 이런 교체 속에 경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원한다고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아냐
그는 특히 성장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올해(2023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한국 정부(기획재정부) 발표 성장률 전망치가 1.6%인데 이는 21세기 들어 세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다음”이라며 “이전엔 2%대여도 비상이 걸려 ‘강력한 부양책’ 운운하고 추경 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얘기조차 없다. 우리도 원하든 원치 않든 일본처럼 사실상 제로성장으로 가는 거다. 게다가 인구 감소가 이렇게 빠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몰라도 총GDP는 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1.5도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항공기 과다 이용이나 사치품 광고 등 생태적 한계를 넘는 행위를 제한하고 과소비를 억제하는 과세 등 제도적 강제 장치를 둬 일반 시민들이 지침으로 참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젠 원한다고 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사적 충분성과 공적 풍부함’으로 얘기되는 것처럼, 사치에 대한 무익한 경쟁에서 벗어나 필요에서 멈추고 만족을 느끼는 가치 변화를 추구해야 해요. 이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성장이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독일 ‘49유로 티켓’ 1일 공식 출시…첫날 300만장 팔려
구매자 몰리면서 철도 서버 마비되기도
독일 전국에서 1일(현지시각) 매달 49유로(약 7만원)에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 사용이 시작됐다. 티켓 판매 첫날부터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티켓 구매에 나서면서, 독일 철도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독일 대중교통 업체들은 ‘49 유로 티켓’(도이칠란트 티켓)이 공식 출시된 이날 이미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티켓을 구매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독일 운송회사협회(VDV)에 따르면, 이들 중 그간 지자체별 월 정기권을 사용하지 않아 온 신규고객은 75만명 가량이다. 협회와 티켓 판매 회사인 독일 철도(Deutsche Bahn)는 기존 지자체별 월 정기권을 사용한 1130만명이 49유로 티켓으로 갈아타고, 560만명의 신규고객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지자체별로 판매돼온 대중교통 무제한 월 정기권이 평균 72유로에 달하기 때문에 49유로 티켓에 구매자가 몰릴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티켓 구매자가 몰리면서 독일 철도 서버는 오전 10시부터 다운돼 오후 6시까지도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독일 철도는 이에 따라 누리집에 “현재 너무 많은 이용객이 동시에 티켓 구매 시스템으로 접속하고 있다”며 “추후 다시 시도해달라”고 공지하고 있다.
49유로 티켓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경감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로 도입됐다. 지난해 6∼8월 시범 도입된 ‘9유로 티켓’이 5200만장이나 팔리면서, 자동차 통행량을 10% 줄여 온실가스 180만톤 저감 효과를 내자, 이를 정식으로 도입한 것이다.
1일(현지시각), 독일 전국에서 매달 49유로(약 7만원)에 근거리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49유로 티켓’(도이칠란트 티켓)이 공식 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베를린의 한 시민이 티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티켓을 구매하면, 한 달 동안 고속철도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지하철과 교외 기차, 트램,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근거리 대중교통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간 15억유로를 출연하기로 했다. 이를 넘어서는 비용이 발생할 경우 올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반반씩 비용을 대기로 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패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만원교통패스연대’가 우선 서울 등 수도권에서 월 1만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시범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한 데 이어, 정의당은 지난 24일 월 3만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낙동강에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대량 발생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느려진 낙동강에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대량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낙동강의 온실 가스 발생을 조사한 결과 강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난 낙동강 중하류에서 메탄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메탄은 부영영화가 심한 호소에서나 주로 검출되는 기체로, 지구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30배 정도 강력한 온실 가스다. 윤석열 정부의 보 활용 정책이 온실 가스 감축이라는 더 큰 정책적 목표와 상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형 교수(이화여대 환경공학과)가 이끄는 연구진이 낙동강 상주보에서 온실 기체를 조사하고 있다.
낙동강, 수질 오염 덜한데도 메탄 배출은 최고치
한국의 하천은 댐과 보, 그리고 오염에 의한 교란이 심한 편이지만 이러한 인위적 교란이 온실 가스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그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메콩강, 갠지스 강, 황하 등 아시아 주요 하천을 대상으로 온실 가스 배출을 연구해왔다. 이런 선행 연구를 토대로 2022년에 한강, 낙동강, 영산강의 발원지부터 하구역까지 42개 지점(한강15개 낙동강 14개 영산강 13개)에 대한 현장조사를 2회(4월, 7월) 실시했다.
연구진은 3대 온실 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를 조사했는데 세 기체 모두 영산강 상류 구간과 한강 하류 구간에서, 특히 4월에 높은 농도를 보였다. 영산강 상류와 한강 하류의 높은 온실 가스 농도는 광주와 수도권의 수질오염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따라서 연구진은 다른 요인에 의한 교란이 없을 경우 수질오염이 하천 온실 가스 배출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낙동강 중하류의 경우 영산강 상류에 비해 수질오염이 훨씬 덜함에도 높은 메탄 농도를 보였다. 특히 대구 인근의 달성보 지점에서 최고로 높은 농도를 나타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메탄 발생 주원인은 보 때문에 생긴 녹조
낙동강 중하류 메탄 가스 발생의 원인은 바로 보 때문에 생겨난 녹조다. 연구진은 '보 건설로 상류의 상주보와 하류의 창녕함안보 사이의 체류시간이 5배 증가했는데, 이렇게 물 흐름이 느려지고 대구 지역과 주변의 산업단지로부터 유입된 영양분이 계절적으로 증가해 녹조발생에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녹조는 일시적으로 물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수 있다. 같은 구간의 물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보다 낮았다. 녹조가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낮 시간이나 녹조 발생 초기에 물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와 상류 지점의 물 속 이산화탄소, 메탄 농도 비교
그러나 녹조 바이오매스가 일정한 임계치를 초과하면 녹조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분해되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부산물이 퇴적층에 침전하여 산소가 고갈된 혐기적 조건을 형성하면 메탄 생성 고세균에 의해 메탄이 생성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효과가 30배나 높다. 따라서 녹조가 이산화탄소를 일부 흡수한다 하더라도 차후에 발생시키는 메탄을 감안하면 결국 온난화를 크게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연구진이 낙동강의 보 구간에서 측정한 메탄 농도를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q : 온난화 효과를 기준으로 다른 종류의 온실 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으로 표시했을 때 보 구간의 단위 면적당 온실 가스 배출량은 그 흡수량보다 최대 60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메탄의 탄소 안정동위원소비를 분석하여 기온이 증가하는 여름철에 물 속에서 메탄의 산화 작용(oxidation)도 크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따라서 산소가 희박한 하천 퇴적층에는 물표면에서 배출되는 메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메탄이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류 지점과 보 설치 지점 비교해보니... 한강 낙동강은 메탄 증가 뚜렷
연구진은 각 하천의 상류 지점과 보 설치 지점의 물속 온실 가스 농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상류 오염이 심한 영산강에서는 오염이 미치는 영향이 커서 보의 효과를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한강과 낙동강에서 보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강과 낙동강 모두 상류 지점들의 메탄 농도는 낮은 편이었으나 보 설치 지점들에서는 메탄 농도가 뚜렷이 증가했으며, 특히 낙동강 보에서는 메탄 증가 폭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보 활용 정책, 온실 가스 감축 정책과 모순
메탄의 대기 중 농도는 2006년 이후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생산과 사용 과정에서 누출되는 가스뿐만 아니라 습지나 저수지 같은 생태계의 배출 증가도 최근 관측되고 있는 메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메탄은 다른 주요 온실 가스들과 달리 대기 중 체류 시간이 9년 정도로 짧은 편이어서, 메탄 배출을 줄이면 전체 온실 가스 농도를 비교적 빠르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가뭄을 이유로 보를 더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와 같은 정부의 계획은 메탄 배출이 늘어나도록 해 온실기체를 감축해야 할 더 큰 정책 목표와 모순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온실 가스 감축 목표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비해 낮은 상황인데, 여기에 더해 새로운 배출원을 만드는 것은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욱 전 녹색성장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감축 목표도 국제사회의 요구보다 낮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거기서 더 후퇴했다. 감축할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면 최소한 배출원을 더 보태지는 말아야 한다. 건강한 강이나 호수는 온실 가스를 흡수하는데 오히려 메탄을 대량 발생시킨다는 것은 강바닥에서 많은 오염 물질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물을 흐르게 하여 강이 썩지 않도록 살리고 온실 가스 배출도 막도록 관리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박지형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해 수행됐다. 논문은 4월 14일, 수자원 분야의 저명 학술지 ‘Water Research’에 ‘3개 하천과 하구역의 온실기체 분포에 나타난 유역-고유의 오염 및 저류화 영향’(Basin-specific pollution and impoundment effects on greenhouse gas distributions in three rivers and estuarie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https://doi.org/10.1016/j.watres.2023.119982)
뉴스타파 최승호
전포동 인근 국방부 부지, 워터프론트파크로 거듭난다
부산시, 광무 워터 프론트파크 조성계획 발표
국방부 유휴부지 2000평 매입해 시가 개발
BIFC 지원 및 기업 유치 공간, 친수공간 조성
장기적으로 시티크루즈 연결 기반시설로도 기대
부산시가 부산진구 전포동에 위치한 국방부 유휴부지 6600㎡(2000평)을 매입해 ‘광무 워터프론트 파크’로 조성한다.
시는 2일 부산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브리핑에는 이헌승 국회의원(부산진구을)도 함께했다.
광무 워터프론트 파크 사업은 동천, 문현혁신도시와 연계한 워터프론트 및 지원시설을 구축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혁신사업이다. 시는 국방부가 매각할 예정인 전포동 유휴부지를 매입해 이곳을 문현혁신도시 지원시설 및 친수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애초 국방부는 해당 부지를 민간에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이 의원이 매각 계획 소식을 접한 뒤 해당 부지 활용을 시에 제안했고. 시가 이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광무 워터프론트 파크 조성 사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해당 부지는 삼성그룹과 LG그룹 모태인 구 제일제당, 락희화학, 구 동명목재 부지 등 한국 근대산업 발전의 터전인 동천변에 위치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방부 유휴부지로 방치되면서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접근이 차단되고 활용이 불가능해 시민의 불편이 컸다.
부산시 광부 워투프론트 파크 사업 구상도. 부산시 제공
구체적으로 시는 해당 부지를 국제금융센터(BIFC) 추가 구역으로 확보해 혁신도시 이전기관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고, 디지털금융 등 신산업 기업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또 동천 일대 보행로 연결사업을 통해 수변을 따라 보행 데크와 보행교를 가설하고 이벤트 및 휴게공간도 조성할 방침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55보급창 이전과 북항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북항에서 55보급창, 서면 중심까지 이어지는 시티크루즈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국방부 부지 매입 비용으로 570억 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했으며, 시가 먼저 매입한 뒤 이곳을 개발해 투자 비용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시민의 접근이 차단됐던 국방부 부지가 이번 사업을 통해 부산 발전을 이끌 핵심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시장 역시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업무지원시설 조성 방안을 마련하고 국방부와 협의해 부지 매입을 진행해 동천 일대가 부산의 혁신 거점이자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김재운 부산시의원 "동서고가도로, 사상~해운대 대심도 맞춰 철거해야“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재운 의원(국민의힘·부산진구3)은 부산 동서고가도로가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사업추진에 맞춰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일 열린 제313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동서고가도로로 인해 지역 주민은 차량 소통에 따른 소음, 분진 및 주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992년에 개통된 동서고가도로는 부산과 서부 경남을 이어주는 주요 통로 역할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김 의원은 "동서고가도로 때문에 부산이 동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세월이 지난 현재 만성 교통체증으로 인해 점차 도로의 기능이 쇠퇴하고 있다"며 "도로가 관통하는 사상구와 부산진구 등은 차량 소통에 따른 분진과 소음, 진동 등의 피해를 30년 이상 겪어 주거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동서고가로. yulnetphoto@newsis.com
국토교통부는 부산 서부의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과 동부의 동해고속도로(부산~울산)를 연결하는 총길이 22.8㎞의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GS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지난 3월부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오는 2029~2030년께 완공된다면 동서고가도로의 절반에 달하는 사상~진양램프(약 7㎞) 구간은 폐도 된다. 국토부는 관련 예산으로 1025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도시의 패러다임이 차량 중심의 교통소통보다는 도시환경을 중요시하는 삶의 질 제고가 우선시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면서 "동서고가도로로 인해 지역 단절 및 도심 경관을 훼손하고 있으므로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사업에 맞춰 동서고가도로는 철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권태완 기자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나무의 비밀
40년생 느티나무. 이런 큰키나무들은 자신이 서 있는 토양면적의 10배에 이르는 이파리 표면적을 갖는다.
나무는 엽록소를 통해 햇빛을 받아들이고 유기물을 합성한다. 지구상 생물 가운데 오직 식물만이 무기물을 유기물로 합성할 수 있다. 이는 식물이 가진 엽록소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광합성’이라고 한다. 광합성을 통해 얻은 에너지는 나무가 생장을 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쓰인다.
광합성 과정을 분자식으로 표시하면 6CO₂(이산화탄소 6)+12H₂O(물 12) → C6H₁₂O6(포도당 6)+6O₂(산소 6)+6H₂O(물 6)이 된다. 이산화탄소와 물이 나뭇잎 속에서 햇빛을 만나 포도당과 산소, 물로 바뀌는 것이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나온 산소는 필요없는 부산물로 대기중에 발산된다. 수증기도 같이 발산된다. 나무가 만드는 산소는 나무 입장에서는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다. 결국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나무가 버린 쓰레기로 삶을 이어온 셈이다.
매년 나무를 비롯한 녹엽식물이 흡수하는 탄소의 총량은 약 1000억톤으로 식물이 제거하는 아산화탄소량은 지구 대기권 내 이산화탄소 총량의 약 8%에 이른다고 보고된다. 지구의 숲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바이오매스를 만들어내는데, 그 총량은 연간 1050억톤에 이른다.
나무는 대기중 탄소를 흡수해 자기 신체조직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햇빛 에너지가 나무 몸속에 축적된다.
태양이 100의 에너지를 주면 나무가 몸속에 축적하는 에너지는 2 정도 된다. 나무에 축적된 바이오매스 에너지량은 같은 부피 석유나 석탄의 50%에 이른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모두 4억년 전 지구에 살았던 식물체의 화석이다. 4억년 전의 햇빛 에너지가 축적된 것이다.
4억년 전 지구 대기의 80%는 이산화탄소였다. 화석이 된 나무들은 80%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포도당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만들어 지금의 대기 환경을 만든 우리 조상들이다.
그 조상들을 땅속에서 꺼내 태우고 자동차를 굴린다. 그러면서 온실가스니 기후변화니 불평까지 한다. 조상무덤 부관참시하는 석유문명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내일신문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곰배령과 균형
천상화원(天上花園)이라 불리는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에 다녀왔다. 몇 해 전 술자리에서 “아무리 삶에 치여도 그렇지, 사람이라면 봄마다 (꽃 보러) 곰배령 정도는 한 번씩 다녀와야 하지 않아?”라고 호기롭게 주창한 결과가 매년 이어진다. 설악산 남쪽 점봉산(1424m)은 한반도 전체 식물종의 5분의 1에 달하는 854종이 자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아 설악산국립공원(7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82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87년)에다 백두대간보호지역(2005년)까지 겹쳐 철통처럼 보호된다. 이런 연유로 점봉산은 87년부터 현재까지도 입산 금지구역인데, 이 산 남쪽 자락을 생태탐방 목적으로 2009년 7월부터 사전예약(일일 1250명)을 받아 개방한 구간이 바로 곰배령(1164m)이다.
등록 명부를 QR코드로 확인한 뒤 숲으로 들어서니 스위치를 켠 듯 세상이 바뀐다. 그늘 깊은 숲은 서늘하고 촉촉하니 공기가 농밀하고 계곡 물소리는 우렁차다. 숲은 신갈나무와 서어나무를 비롯해 전나무나 산벚나무 등이 가득 뒤덮다 고도가 높아지며 신갈나무만 듬성듬성 남더니 바람 거센 정상부에선 하늘이 열리며 초원이 펼쳐졌다. 땅은 가히 ‘화려강산’ 그 자체인데, 보기 힘든 노루귀가 잡초처럼 번지고 고귀한 관중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아무 데서나 큰 잎을 펼쳤다. 그 사이사이 홀아비꽃대와 매화말발도리, 미나리냉이, 흰제비꽃, 개별꽃, 홀아비바람꽃은 하얗게, 산괴불주머니, 피나물, 동의나물은 노랗게, 벌깨덩굴, 현호색은 파랗게 내내 주변을 밝혔다.
우리가 곰배령에 열광하는 이유는 길지 않은 구간(4~5㎞)을 여유롭게 걸으며 고도를 달리해 다양한 꽃과 나무가 펼쳐진 건강한 숲에 실재(實在)하기 때문이다. 높은 생물다양성에는 이토록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균형’이 핵심인데, 이는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적 생물종(인간)을 철저히 조절한 덕분이기도 하다. 때론 인간의 물러섬이 긴요한 이유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국민일보
공덕동 식물유치원’, 재개발 구역에서 식물을 구조하다
재개발 구역에서 식물을 구조해 분양하는 ‘공덕동 식물유치원’ 백수혜씨. ⓒ시사IN 조남진
재개발 구역에는 많은 것이 버려진다. 자의든, 타의든 집을 떠나게 된 이들은 사라질 동네에 많은 것을 남겨두고 간다. 2년 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으로 이사한 백수혜씨(36)가 집 주변 재개발 구역을 산책하다 마주한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백씨의 눈에 띄는 것은 어지러이 널린 물건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눈엔 푸릇푸릇한 생명이 보였다. 버려진 화분에, 더 이상 아무도 돌보지 않는 화단에, 갈라진 도로의 틈새에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평소 식물을 좋아하던 그는 이것들을 ‘구조’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백씨의 집에는 조그마한 마당이 있었다. 재개발 구역에 남겨진 식물을 캐낸 다음 마당에서 정성껏 기르고,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분양했다. 이름은 ‘공덕동 식물유치원’이라고 지었다. “처음엔 버려진 아이들이니까 고아원이라고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건 너무 슬프잖아요. 그래서 제가 잘 길러서 졸업시킨다는 의미로 유치원이라고 했어요.”
백수혜씨가 버려진 화단에서 식물을 ‘구조’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직접 식물을 기르는 일은 ‘초보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집사)’에게 쉽지 않았다. 애써 구조해온 식물들은 자주, 쉽게 죽었다. 그럴 때마다 도움을 준 것은 인터넷에서 만난 이름 모를 이들이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사람들은 그 식물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조언해줬다. 한 해 두 해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도 늘었다. 여건상 모든 식물을 구조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종류를 고르는 법을 터득했다.
요즘 백씨가 다니는 곳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 재개발 단지다. 봄이 오자 본격적인 구조 활동이 재개됐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을 이곳저곳 다니며 모종삽으로 식물을 캐낸다. 물뿌리개로 뿌리를 흠뻑 적신 다음, 모아놓은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 컵에 구조한 식물을 담아간다. 버려진 화분도 백수혜씨에겐 귀한 물건이다. 그곳에 식물을 길러서 분양받을 이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구조한 식물은 뿌리를 충분히 물로 적신 후에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 컵에 담아 가져간다. ⓒ시사IN 조남진
구조 활동을 하는 백수혜씨에게는 비장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백씨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지치지 않을 정도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올해 들어 활동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물꼬’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을 받기 시작해서다. 백씨가 구상하는 것은 ‘유치원 졸업식’이다. 지금까지 구조한 식물들을 개별적으로 분양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졸업식’을 열어 식물들을 분양하는 행사를 생각 중이다.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식물을 고르고, 그 식물이 어떻게 구조됐는지 이야기를 백수혜씨가 직접 들려주려 한다.
3월27일, 갈현동에서 구조한 식물들을 보며 백수혜씨가 말했다. “이 아이들은 누가 신경 쓰지 않아도 겨울을 잘 이겨냈거든요. 이런 애들이 어딜 가도 건강하게 자라더라고요. 졸업시킬 때까지 또 잘 키워봐야죠.”
시사인 주하은 기자
가덕도 별곡
평생 움직이기 싫어하는 도시인으로만 살다가 뒤늦게 걷기에 재미를 붙였다. 틈나는 대로 부산의 대표적인 걷기 명소인 갈맷길 코스를 하나씩 완주하고 있다. 모든 길이 나름대로 흥미로운 사연과 아름다움을 갖추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강서구에 있는 가덕도였다. 부산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살아왔음에도 난생처음 가 본 가덕도는 정말로 아름다운 섬이었다.
마을이 형성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섬 전체가 거의 청정 자연 지대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섬 정상인 연대봉에 올라 탁 트인 3면의 바다와 푸른 섬을 바라볼 때면 내가 부산시 경계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였다. 섬에는 조선 시대의 성곽과 일제강점기의 근대 유산도 산재해 있었다. 대항항 인근에 복원된 동굴 포대는 오래전 할리우드 영화 ‘나바론 요새’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가덕도는 자연 풍광과 목가적인 어촌 분위기, 역사 유적이 잘 어우러져 가히 여행자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언론에 비친 가덕도는 내가 직접 경험한 곳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이곳에 가 보지 않은 사람들은 가덕도라는 이름을 접할 때마다 ‘신공항’ ‘2030엑스포’ ‘공법’ ‘지역균형발전’ ‘정치적 논란’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그동안 가덕도는 중앙 정치 차원에서 정치적, 정책적 공방 대상인 신공항 부지로서만 다뤄졌을 뿐이다. 물론 이곳을 다녀간 많은 외부인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 청정의 섬을 예찬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가덕도 주민에게는 낙후됨과 불편함의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이곳에 터 잡고 삶을 꾸려 가는 주민 역시 비슷한 감정을 표현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마 이러한 찬탄의 태도 역시 이 섬을 공항 부지로만 여기는 외부인의 편향된 시각과 마찬가지로 잠시 스쳐 가는 외부인의 감상에 불과할지 모른다.
가덕도의 아름다움과 조만간 다가올 변화를 생각하면서,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정철의 ‘관동별곡’이 떠올랐다. 이 글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임금에 대한 충정을 유려하게 묘사한 글로 알려져 있다. 이 글 속의 관동은 한양에서 관찰사로 파견된 관리의 시선에서 본 지역이다. 백성들은 기근에 시달리는 가운데 강원도 곳곳을 순회하면서 풍광과 풍물에 대한 개인적 감상과 더불어 중앙 정치판 복귀에 대한 희망을 그렸다는 점에서 목민관으로서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이 점에서 이 글의 시선은 언뜻 오늘날 가덕도를 대하는 외부인의 태도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동별곡’이 수도권 사대부의 눈에 비친 낭만화된 지역 묘사라면, 가덕도를 지역 발전의 도구로만 보는 시각이나 자연 예찬의 감성 역시 이른바 ‘변방’을 대하는 외부인의 시각에 불과하다. 이들의 눈에는 정작 가덕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는 배제되어 있다. 가덕도는 수도권이나 부산 도심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개발제한구역으로, 공항 부지로 갖가지 제약 때문에, 이 명목상의 부산시민들은 대도시 안의 변방인으로서 인내하며 살아왔다. 실제로 가덕도로 들어가는 길은 놀라울 정도로 멀고 불편했다. 가덕도 안쪽에 위치한 대항항으로 가려면 그나마 가까운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1시간을 기다려 버스를 타야 했다. 오후 6시가 넘으면 배차 간격은 더 벌어졌다. 한적한 정류장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옆자리 할머니와 담소하는 것은 외부인에겐 목가적인 경험이었지만, 가덕도 주민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의문이다.
지역언론에서 지역은 늘 수도권 집중의 희생자로 취급된다. 그렇지만 지역 안에서도 중심부와 변방은 존재하며, 중심부의 정책적 논의에서 이 변방은 배제되고 잊힌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가덕신공항을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균형발전’이라는 단어는 이 점에서 매우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이 섬에는 공항 부지뿐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처럼 생업과 일상에 종사하는 부산시민이 살고 있다. 전설의 괴물 불가사리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갈수록 비대해지는 수도권을 비판하면서, 정작 지역 자신도 이 괴물을 닮아 가고 우리 안의 또 다른 희생자를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 안의 지역이라도 언론이 보여 주는 만큼만 알 수 있다. 지역언론은 가덕도를 다룰 때 환경과 문화유산 보호, 공항 건설로 초래될 산업 입지와 도시 구조 변화 등 다각적 측면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가덕도 문제는 또 하나의 ‘관동별곡’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실록’으로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부산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무효“
(사진제공=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낙동강지키기전국시민행동, 부산환경회의는 5월 2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무효"라며 "국토부는 부실하고 위법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원점부터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김현욱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의 사회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발언, 채상병 부산온배움터 이사장과 하계진 일바노조 조합원의 성명서 낭독순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은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평가가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사항이 확인되어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위법성과 현재 진행중인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의 부심함을 알리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관계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해 환경부 등에 위법 사항의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전달한다는 자리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7일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을 공고한 뒤 단 5개월 만인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을 지난 4월 8일부터 4월 28일까지 20일간 실시했다.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의 공고기간과 초안서 작성 일정을 감안한다면 조사기간은 단 3개월에 불과하다. 국민 혈세가 최소 13조 7천 억 원 이상이 투입되고 생태자연도 1등급의 3개의 산을 허물고 해양생태도 1등급의 바다를 매립해 건설되는 대형 토목사업의 조사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등의 결정내용’ 중 ‘계획지구 위치도’는 지난해 4월 국토부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발표한 100% 인공섬 공항을 바탕으로 한 항목지정이었다. 더욱이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이 마무리 될 시점인 지난 3월에 기존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기존 계획지구를 변경해 육지-해양을 잇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재입증한 것으로, 이는 제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내용의 부실함은 물론이요 법적 절차 역시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무효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1조(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범위 등의 결정) 내용을 보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대안’을 결정해야 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대안’이란 대상계획의 목표와 방향, 환경적 목표와 기준, 추진전략과 방법, 수요와 공급, 위치와 시기, 입지 등 조건이 다른 여러 가지 안을 말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서 2022.11.07.(국토교통부 공고 제2022-1403호)로 공고한 결정내용에는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대안’을 결정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결정내용에 대안결정 없이 공고한 것은 환경영향평가법 제11조를 위반한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1조(평가 항목 · 법위 등 결정) ①항에 의하면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을 수립하려는 행정기관의 장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평가준비서를 작성하여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각 호의 사항(이하 이 장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등”이라 한다)을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공고 제2022-1403호의 공고문에는 대안 제시가 되지 않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의 “대안”이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의 목표와 방향, 환경적 목표와 기준, 추진전략과 방법, 수요와 공급, 위치와 시기, 입지 등 조건이 다른 여가 가지 안을 말한다. 그러므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환경영향평가법 제11조를 명백히 위반했다. 지금까지의 진행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무효이므로 재검토하여 재실시하여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6조 제5항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행정기관의 담당자 및 책임자의 소속, 직책, 성명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는 이를 누락하고 있다. 이에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중지되어야 하며 현재 진행 중인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무효이다.
■ 부실투성이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원점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대상계획의 목표와 방향 등 조건이 다른 여러 가지 대안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현재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사업을 시행하지 않을 때(계획 미수립)의 평가가 매우 부실하게 분석되었으며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조간대 사구, 하구언, 갯벌 및 습지 등에 심대한 영향이 예상되는가?’라는 평가항목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와 추진하지 않는 경우, 심대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모두 중립적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명백히 거짓이라는 주장이다.
가덕도 주변 아동섬과 사무영섬 등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무인도서는 생태계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수봉 주변 해안은 유구한 세월 동안 해식작용으로 아름다운 지형이 형성된 곳이며, 숭어 고등어 대구 등 풍부한 어족자원의 중요한 서식지와 산란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항목에서는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중립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영향을 고의로 축소하거나 은폐한 것과 다르지 않다.
‘해양 동식물상 조사지점도(현지조사)’를 보면 전체 해안 중 단 2개 지점에서만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잠수조사(법정보호종, 산호 등)는 8개 지점에서만 실시되었다. 해수면 아래의 복잡한 해식애 및 해안은 다양한 생물과 멸종위기종의 서식 가능성이 높은 곳임에도 이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환경영향평가법을 무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문헌조사에서 확인된 법정보호종 등은 선호하는 서식지가 부재하여 ‘출현 가능성이 낮아’ 계획시행으로 인한 영향이 발생하지 않는다든지, 수달과 상괭이 등 육상해상 동·식물의 경우 공사시 서식지 소멸 등 서식에 불가피한 영향이 예상된다면서도 주변지역으로 이동·회피할 것을 예상되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등 공항 건설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훼손되는데도 형식적인 기술로 일관하고 있으며, 공사가 완료되면 서식지 회복으로 안정화 될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이 가덕도 인근까지 분포되어 있음이 확인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조사가 전무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고해상 탄성파 탐사를 이용한 한반도 연안의 신기 지진활동 분석' 연구를 통해 양산단층과 일광단층이 해저활성단층과 연결됐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도쿄대 박진오 교수도 "양산단층군이 동해와 남해로 향하고 있어 연장선이 해저에 분포할 가능성이 크고, 해저단층의 활동으로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활성단층에 대한 위치와 지질적 특성을 상세하게 조사하여 대안의 결정 및 평가에 적용해야 한다.
신공항 예정지 주변에 있는 녹산하수처리장 방류지점 부근을 대규모로 매립해 반폐쇄성 해역화하므로 수질이 악화되고 수산자원의 생산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 대안 등을 결정해야 하며, 연대봉 가까이 활주로가 배치되므로 연대봉 측풍 난류에 의한 이착륙 안정성을 고려해 대안들을 결정하고 최종 대안 결정에 적용해야 함에도 이를 빠트리고 있다.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 동시 운영에 따른 비행기의 충돌 위험성 증가와 낙동강하류철새도래지에 도래하는 조류와의 충돌 사고 위험성의 증가가 단점으로 기록되어야 하며, 국수봉의 완전 절취에 의한 단점도 정확하게 분석해 기록해야 한다.
공항부지의 입지에 대해서는 3가지 대안만이 제시되어있다. 지난 3월 발표한 육지-해양을 잇는, 부등침하가 우려되는 대안 1과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발표한 100% 인공섬이 대안 2, 해발 459m의 연대봉을 절취하는 터무니 없는 3안을 포함시키면서 합리적으로 포함시켜야 할 다양한 대안들은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이렇듯 제출된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은 법적인 유효성, 합리성, 과학성이 결여된 급조된 대안을 형식적으로 싣고 있을 뿐이다.
■ 부산엑스포를 빌미로 한 2029년 개항은 전세계인에 대한 살인행위이며 부산시민을 우롱하는 시기극이 아닐 수 없다.
엑스포 유치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안에는 2029년 개항을 명시하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가 결정되었다면 유치 전 개항을 목표로 건설을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부산엑스포가 유치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안도 마땅히 마련되어야 한다. 2029년 개항 목표안만을 제시했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안 결정 관련 법률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부산시민을 우롱하는 사기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엑스포를 빌미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정확한 내용과 법적 절차 마저 축소된다면 이로 인한 부실공사와 안전사고의 위험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나아가 부산을 찾는 세계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다.
로이슈 전용모 기자
환경부, "가덕도신공항 환경평가 자문단 운영 적법" 주장
‘가덕도신공항법’에 따른 적법 절차 해명 나서
1일 환경부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가덕도신공항, 환경평가 채점자가 자문 맡아 논란’ 제하의 기사와 관련, ‘가덕도신공항법’에 따른 적법 절차라고 해명했다.
언론에서 지적한 첫번째는 국토교통부가 환경평가 자문단을 운영하는 것은 채점자에게 과외를 받아 ‘시험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립성을 허무는 사안이라는 것.
두 번째 지적은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업무처리 규정’에서 사업자에게 용역이나 자문 제공 기관을 검토기관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어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첫 번째 지적에 대해 “현 가덕도신공항 환경평가 자문단 운영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가덕도신공항법’) 및 관련 규정에 따른 것으로 충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적법 절차”라고 설명했다.
‘가덕도신공항법’은 국회에서 2020년 11월 발의돼 여야 합의로 2021년 3월 제정됐으며, 신공항건설을 위한 시행 절차,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신공항건립추진단 구성,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부는 두 번째 지적과 관련, “가덕도신공항법 및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업무처리 규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대가성이 없이 관계기관에 자문한 기관은 검토기관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문단 검토기관 제외 규정은 평가 검토기관 또는 전문가가 금전적 대가를 위해 용역 또는 자문의 형태로 평가서 작성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는 것이다/
환경부측은 기존에도 환경부는 유사한 방식으로 환경영향평가 자문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기억과 치유를 위한 ‘비움의 설계’…다음 세대를 배려하다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 공릉동 경춘선 숲길 공원
도심 속에 위치한 경춘선 숲길 공원은 인간과 비인간이 모두 길 위에서 함께 머무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조경설계 서안 제공
근대 유물 녹슨 철로 살린 공원
도시 가로지르는 ‘녹색 쾌감’
‘핫플’ 경의선 숲길과 다른 느낌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일대의 경춘선 숲길은 공원이 된 기찻길이다. 서울과 춘천을 이어온 경춘선이 2010년 복선전철화되면서 서울시가 2013년부터 공원화 사업을 진행했다. 일본 자본이 아니라 춘천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경춘선은 그 자체로 중요한 근대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철도와 역사 같은 근대산업시설을 보존하면서 그간 소음 등으로 고통받던 지역 주민을 위한 일상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디자인 과욕을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식재한 식물들이 건조한 도시 환경 속에서 빛을 발한다. 그리 넓지 않은 안정적인 폭의 숲길은 좌우 양쪽 어디서나 접근이 쉽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숲길을 걷기 위해 들어오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나서도록 되어 있다.
경춘선 숲길을 “가장 애착을 갖는 작업”으로 손꼽는 조경가 정영선은 “걷는 생활”을 위해 이곳을 만들었다. 집 가까이 걷는 곳이 부족한 서울, 더구나 공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서울 북동쪽 외곽에 있는 이 공원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쾌감이 있다. 같은 폐철길 공원이지만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떠들썩하고 머물 곳이 많은 경의선 숲길과는 다르다.
이곳은 위치 때문인지 외지인보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집에서 마른세수만 하고 추리닝 차림으로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장소. 그렇게 편한 차림으로 걷다 보면 푸르른 나무와 화사한 꽃들이 회색 도시 주변부를 어루만져주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춘선 숲길은 개발이 진행됐거나 보류된 숲길의 이쪽과 저쪽의 거친 경계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길을 걷다 보니 한곳에서 한 번에 보기 힘든 다양한 연령대, 다른 성별의 사람들을 계속 스친다. 남녀노소 인간만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같은 비인간까지 길 위에서 모두가 함께 머무는 순간들이 계속 만들어진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후 나는 공원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장소’라고 확신하게 됐다. 미술관, 도서관과 같은 도시의 중요한 공공 건축물도 공원만큼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비인간을 포용하지는 못한다. 공원만큼 진정 모두를 품는 장소가 또 있을까?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 정원. 양해남 제공
1941년생 조경가의 50년 포트폴리오
경춘선 숲길을 설계한 정영선은 1941년생의 현역 조경가다. 그는 86아시안게임 기념공원, 88올림픽공원, 93대전EXPO공원, 여의도 샛강공원, 선유도공원 등 우리나라의 대표 공원을 설계했다.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그는 1964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1965년 창간된 여성교양문화잡지 ‘주부생활’ 기자로 활동했다. 창간 직후부터 기자로 일했던 정영선은 주택 전문 기자로서 김수근, 김중업, 나상기 등 당대 주요 건축가들이 설계한 집을 취재하며 건축가들과 교류했다. 그 과정에서 집 안팎의 사물과 생물들을 탐구하고 글을 썼다. 기자 생활을 마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과에 입학해 1회 졸업생이 됐다. 1980년에는 국토개발기술사를 획득한 최초의 여성 기술사가 됐다. 청주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1987년에 조경설계 서안을 설립했다.
그는 현재까지 조경설계 서안의 대표로 일하며 공공 프로젝트뿐 아니라 기업 시설과 개인 정원 등 규모와 결이 다른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고 있다. 그를 널리 알린 것은 규모가 큰 도시 공원이지만,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정원처럼 장기간 신뢰와 협업을 통해 완성된 민간 프로젝트도 인상 깊다. 이 작업은 “사옥 내외부 공간 곳곳에 자연과 도시, 지역사회와 기업 간의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들을 조성했다”고 평가받았다.
한국 조경은 건축처럼 개발 드라이브의 명암이 드리운다. 배정한은 <한국 건축·도시·조경의 지식 지형>에서 “한국 현대 조경의 지형이 내부적인 성찰과 성장에 의해 자생적으로 형성되지 못했고, 정치적 상황, 도시 및 개발 정책, 전통에 대한 강요, 대중의 획일적 취향과 같은 외부적 지식에 의해 실천의 방향이 좌우되었다”고 설명한다. 정영선은 이러한 한국 현대 조경의 초창기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최근 개인의 기억과 취향을 중시하는 치유의 장소로 입지를 다지는 조경도 다스려왔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한국에서 조경이 매우 트렌디한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열린 공간 설계는 도시, 건축, 실내건축의 핵심이 되었는데, 최근 경향은 보다 대중적인 관심이 두드러진다. 여러 상업공간 및 전시에서 조경은 인기 있는 주제이자 장르다.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식물이 만드는 특별한 공간 분위기와 감수성이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
정영선은 이러한 현상에서도 소외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작업만 진행했던 그를 유행에 민감한 브랜드 공간 및 전시가 초대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많은 북촌 설화수의 집이나 디올 성수의 조경 작업, 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린 ‘정원 만들기’(2021) 전시 등에서 80세가 넘은 노장의 동시대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정영선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도 올해 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의 삶과 작업을 담은 <땅에 쓰는 시>(가제)는 건축 전문 영화·영상 제작사 기린그림이 제작하고 정다운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세계조경가대회에서 사전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대안적 건축으로서 조경
대중사회의 조경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건조 환경에 대한 비평적 관점을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조경과 인접 분야에 있는 건축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담겨 있다. 조경은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의 번역어로 그 어원부터 건축(Architecture)과 불가분의 관계다. 건축의 주재료는 콘크리트·철과 같은 무생물이고 조경은 사시사철 모습을 달리하는 생물을 다룬다. 정영선은 “건축가는 땅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단단한 기반으로 여기지만, 조경가에게 땅은 식물을 자라게 하는 생명체”라고 설명한다.
이 두 분야의 합은 우리의 아름답고 쾌적한 거주 환경의 질을 좌우한다. 인공의 풍경을 만드는 건축, 그리고 자연의 풍경을 여는 조경은 최근 서로를 닮아가고 있어 명확하게 언어로 나누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건축은 채움을, 조경은 비움을 담당해왔다. 조경은 무질서하게 부수고 채우는 특정 건축에 대한 대항이자 대안으로 여겨진다.
정영선은 그간 수많은 건축가와 작업하며 장소의 여백을 지키는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일정한 용적률을 채워 수익을 내야 하는 건축 행위 특성상 일반적으로 건축물 설계가 선행된 뒤 남은 빈 곳에 조경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조경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숙련된 경험을 토대로 건축에 지지 않고 건축과 조경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왔다. 조성룡, 승효상, 최욱, 조민석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뿐 아니라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알바로 시자,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국제적인 건축가와의 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공간의 여지를 계획하는 조경 행위는 지속적인 돌봄을 필요로 한다. 살아 있는 생물을 다루는 조경은 계절에 따라 매번 변화하는 상황을 알아야 한다. “조경은 시간이 완성하는 행위”라고 강조하는 정영선은 “설계하는 사람은 나지만, 이를 작동시키는 건 하늘의 뜻으로 우연성에 기댄다”고 그의 설계 과정을 설명한다. 그렇게 그가 완성한 조경 도면은 흐린 경계에 다양한 색채들이 가득하다. 일반적인 건축 도면이 명료한 검은 선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가 그린 도면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 선들을 찬찬히 뜯어보니 사계절의 변화를 조금씩 담은 중첩된 면들이 발견된다. 건축가의 검고 단단한 선 위에 조경가의 부드럽고 다채로운 면이 겹쳐지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다음 세대를 수호하는 여백의 디자인
정영선은 나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뷰 자리에서도 할아버지의 과수원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커다란 바위가 일곱 개 있어 칠암농원이라 불렀던 과수원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이 자기 작업과 삶의 근원이라고 종종 말해왔다. 교사로 일한 아버지가 근무한 학교의 정원과 집 앞에 있던 나무 한 그루도 정영선의 마음을 지금까지 흔들고 있다. 정영선은 스스로 열심히 가꾼 자택 정원에서 흙과 놀고 있는 손자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할아버지의 정원으로부터 이어온 4대에 걸친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감의 건축-또 다른 건축을 향해
재미로도 미학적으로도 완전한 건축을 향해 ‘실내를 내실 있게’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위로부터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했다. 여백을 만드는 디자인 행위인 조경은 다음 세대를 위해 수호해야 할 영역을 지키는 적극적인 작업일지도 모른다. 물려줄 수 있는 장소의 유산을 보호하고 지키는 행위가 조경이라는 또 다른 건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저 자연이 머무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그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다르게 쓸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다음 세대가 하면 된다.
할아버지의 정원부터 손자가 노니는 자기 정원에 이르는 긴 시간을 상상하며 나는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의 인터뷰집 <진정한 장소>에 담긴 한 구절을 떠올렸다. 마침 경춘선 숲길의 1구간부터 3구간까지 힘차게 걸었던 날 읽은 책이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를 구성하는 내면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을 모아야 해요. 저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받은 적이 없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면의 박물관이 모두를 위한 장소가 되기까지 시간은 계속 변화하고 흘러간다.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경향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
자전거의 수도’ 네덜란드,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
딸 잃은 언론인 칼럼이 시작, 시민들 점거농성이 만들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에게 도시를 되돌려주라”
10년 간 교통사고에 죽고 다친 한국 어린이 14만여명
흔히 네덜란드를 ‘세계 자전거의 수도’라고 부른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진심으로 자전거를 즐겨 탄다. 교통 수단 중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36% 남짓되고, 평균적으로 1인당 자전거를 1대 이상 가지고 있는 나라. 명실상부 자전거의 왕국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1971년에 네덜란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3,300명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그 중 어린아이가 500명 이상이었다. 1960년대 네덜란드는 온통 자동차의 매혹에 빠져 있었다. 1960년 52만대에서 1971년 275만대로 급증했다. 도로는 자동차와 매연으로 혼잡해졌고,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자 점차 시민의 원성과 불만이 쌓여갔다.
1972년 진보적 색채의 네덜란드 국영TV에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암스테르담의 오래된 지역 ‘데 페이프(De Pijp)’에 관한 흑백 다큐인데, 한 소년이 가로수 하나 없이 자동차만 달리는 창백한 도로 위를 횡단하며 분노를 쏟아낸다. 푸른 나무도, 뛰어놀 공간도 없는 황량한 도시, 한 해 수백 명의 어린 친구들을 합법적으로 살해하는 자동차 도시에 대한 울분을 어린이의 시점으로 담아낸 놀라운 작품이다. 십수 명의 어린이들이 떼지어 도로를 행진하며 ‘자동차를 길 위에서 없애라!’고 시위하고, 활동가들이 곳곳에서 바리케이드로 자동차를 가로막는 장면들이 기록된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언론인 빅 랑겐호프(Vic Langenhoff)가 쓴 칼럼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Stop de Kindermoord)’는 분노한 시민들의 캠페인 구호가 됐다.
같은 해 그 뒤를 이어, 한 언론에 강렬한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Stop de Kindermoord)’.
“피해 아동의 부모들, 잠재적 피해를 염려하는 부모들이여, 단결하십시오. 환경운동가들이여, 우리와 함께하십시오! 아동의 안전은 인도적인 환경을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빅 랑겐호프(Vic Langenhoff)라는 존경 받은 언론인이 쓴 칼럼이었다. 1년 전 그는 딸을 잃었다. 6살의 어린 딸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에 치어 사망한 터였다. 슬픔과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아이들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아버지의 포효하는 칼럼은 곧장 파장을 일으켰다. 언론계와 젊은 정치인들이 지지를 보냈고, 전국의 많은 운동가들이 결집했다. 네덜란드 도시 풍경을 전회시킬 거대한 운동이 막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197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분노한 시민들은 사고 다발 지역을 점거했으며,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거리를 폐쇄했다. 나중에는 수천 대의 자전거로 시청 앞 광장을 점거하고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기도 했다. 슬로건의 이름도 칼럼의 이름을 따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Stop de Kindermoord)’였다.
캠페인의 슬로건도 칼럼 제목을 따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 분노한 시민들은 사고 다발 지역을 점거했으며,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거리를 폐쇄했다. 나중에는 수천 대의 자전거로 시청 앞 광장을 점거하고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기도 했다. 80년대에는 더 다양한 목소리로 투쟁이 분화됐다.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 길을 확대하고, 대중교통을 강화하라는 것이었다. 어린이뿐 아니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에게 도시를 되돌려주라는 함성이 마침내 네덜란드를 집어삼킨 것이다.
이게 바로 네덜란드가 자전거 왕국이 된 저간의 사정이다. 그들이 유독 자전거를 좋아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도시를 위해 시민들이 발 벗고 싸워서 만든 풍경이다. 한편 1999년 스페인 자치 도시 폰테베드라의 시장에 막 당선된 좌파 정치인 미구엘 로레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피력했다.
“어째서 노약자와 아이들이 자동차 때문에 거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걸까요? 어떻게 사유재산인 자동차가 공공장소를 점유할 수 있는 걸까요?”
해안 도시 폰테베드라는 작은 도시임에도 하루 5만대의 자동차가 경유했다. 높은 교통 사고율, 각종 소음과 질병, 심지어 범죄율도 치솟고 있었다. 미구엘 시장은 주차장을 걷어내고, 시내 주행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했다. 현재 이 도시 내 4분의 3에 해당하는 면적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다. 2011년 이후로 한 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골목을 마음대로 뛰어다닌다. 덤으로, 시민들 삶의 질이 올라가고 도시 탄소배출량이 70% 남짓 감소했다.
▲‘차 없는 거리’ 정책을 시행하기 전과 후 스페인 폰테베드라 시 거리의 모습. 폰테베드라시
네덜란드와 폰테베드라의 변화를 거쳐 최근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비전 제로(Vision Zero)’가 실행되고 있다. 아무도 죽거나 중상을 입지 않는 안전한 교통 시스템을 의미한다. 중심가의 차량과 주행 속도 제한, 자전거 도로 확대, 대중교통 강화 등 도시 공공성을 증진시키는 도시 계획인데, 노르웨이 오슬로의 경우엔 학교 주변으로 ‘심장 구역(Heart Zones)’을 설정해 아예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2019년 보행자 사망자가 ‘0명’이었다. 노르웨이 전역으로 이 정책이 확장되면서 2020년에는 국가 전체에서 15세 미만의 어린이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게 됐다. 핀란드의 헬싱키에서도 비전 제로를 시행하면서 2020년에 60년만에 교통사고 사망자 0명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아무도 죽거나 중상을 입지 않는 안전한 교통 시스템을 의미하는 ‘비전 제로(Vision Zero)’가 시행된 노르웨이 오슬로의 거리. 유럽교통안전위원회
비전 제로는 현재 미국과 호주의 일부 도시에서도 실험적으로 가동 중이다. 라스베이거스 시의회는 올해 초 2050년까지 교통사고를 제로로 만드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스포츠실용차(SUV)와 픽업트럭 등 대형 차량에 대해 증세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SUV가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 사상자는 감소하는 대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사망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곳곳에서 시행되는 비전제로 정책 포스터. 비전제로네트워크
어떻게 하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먼저 도심에서의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도시 내에서 통상 자동차 속도를 시속 1.5km 줄이면 충돌할 가능성이 6% 감소한다. 더 나아가 주차 공간과 자동차를 줄이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넉넉히 넓히고, 공공교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 축적과 자동차 산업 발전에 경도된 기형적 도시 공간을 민주화하고 공공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어린이들을 그만 죽여라’ 운동에서부터 최근의 비전 제로에 이르기까지의 전환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도시 공간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바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동안 갈려나가는 그 무수한 목숨과 삶에 대하여.
한국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는 14만 1552명. 그 중 보행 중 사고가 5만 862명이다. 민식이법이 통과됐지만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율은 여전히 제자리다. 최근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사건을 경유하며 스쿨존 내 음주운전에 최대 26년까지 양형 기준을 올린다고 한다. 또, 지겨운 엄벌 타령이다. 문제의 근본을 회피하는 한국의 고질적인 땜방주의다. 조막만한 정의감을 투사하기에는 좋겠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과연 이 도시는 모두가 살 만한 안전한 공간인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장소인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 전에 이 참담한 비극의 연쇄를 끊을 수 없다.
프레시안 이송희일 영화감독
'용산어린이정원'이 감춘 것, 이거 알면 못 간다
4일부터 '임시' 개방... 오염된 공간으로 국민을 초대하는 정부
오는 4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옛 용산미군기지가 개방될 예정이다.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거닐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살려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명하기로 했단다. 미군기지 반환 성과를 하루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임시' 개방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정식 개방이 아니라 '임시' 개방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반환된 용산미군기지는 이미 공원으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적어도 '공원'이 되려면, 휴식이나 여가, 쾌적함과 안락함을 누릴 만해야 한다. 누구도 아스팔드만 깔린 곳을 공원으로 여기거나 이름 붙이지 않듯, 해로운 물질이 뒤섞인 부지가 공원이 될 수는 없다. 일반 상식으로도 그렇고, 법도 마찬가지이다.
용산미군기지는 유해 물질이 범벅된 기름으로 오염되어 있으니 공원 조성 전 토양 오염을 정화해야 한다. 필수적이다. 그러나 오염 제거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정화되지 않았으니 공원일 수도, 공원으로 개방할 수도 없다. 그러니 임시로 개방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임시를 상시화하려는 듯하다.
용산어린이정원은 크게 장군숙소지역, 잔디마당과 전망언덕, 스포츠필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용산미군기지 내 기름유출사고는 확인된 것만 100건이 넘고,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와 인근에서 유출된 기름 유출 사고 역시 여러 건에 달한다.
약 2만 8800리터의 기름 유출이 보고된 지역도 인근에 있고, 12세 이하 전용 야구장과 축구장으로 조성된다는 스포츠필드에서도 수천리터에 달하는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스포츠필드 토양에서 검출된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토양오염은 공원지역 우려기준의 36배가 넘고, 납은 5.2배, 비소는 3.5배에 달한다.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과 나무 전신주 등이 자아내는 이국적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고 홍보되는 장군숙소가 나온다. 이 장군숙소단지를 비롯해, 잔디마당, 전망언덕, 스포츠필드의 60%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물질 석유계총탄화수소(TPH),를 비롯해 카드뮴, 비소, 납 등 발암물질과 중금속들이 그대로 온존해 있는 것이다.
이런 유해 물질을 정화하지 않아 공원이 되지 못하는 곳을 정부는 15센티미터의 흙과 잔디, 자갈로 덮은 채 안전하다며 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방한다. 오염된 토양은 정화가 기본임을 망각한 채, '덮어' 버렸으니 안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하는 정부.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그것도 어린이날을 기념하듯 미래세대와 함께 열어가는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을 홍보하는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후보 시절 약속을 반환하나
▲ 용산어린이정원 오염 현황. 공원으로 개방하기에 오염도가 높다. ⓒ 녹색연합
용산미군기지가 반환 후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용산미군기지를 오염시킨 원인자, 즉 미군이 오염을 제거, 정화하지 않았고, 우리나라 정부도 미군에게 오염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기지를 돌려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하여 용산미군기지를 개방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법치, 우리가 알고 있던 공정,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던 후보 시절 약속을 온전히 반환하는 격이다.
오염 제거나 오염 정화 비용은커녕 덤으로 오염까지 돌려받은 정부. 그러나 그조차 성과인 듯 공원이 되어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홍보하는 정부.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것은 용산미군기지 오염상태의 진상과 그 오염을 어떻게 제거했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지난해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은 해당 지역의 공원 활용 가능성에 관한 오염토양 위해성 평가 용역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오염정화 책임과 관련해 미군과 후속 협상이 남아있는 만큼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가 미군과의 관계에서 해야 할 일은 오염 제거와 정화 책임을 오염자인 미군에게 정확히 묻고 그들이 오염시킨 부지를 그들의 비용으로 정화하도록 협상하는 일이지, 오염토양 위해성 평가에 대한 공개가 미군과 협상에 불리할 것을 우려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아니다.
국회도 나서야 한다
▲ 지난 4월 23일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와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용산공원, 오염정화가 먼저다! 만보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환용산미군기지 개방, 이대로는 안 된다. 유독성 물질로 범벅된 토양을 흙으로 덮고 어린이들을 초대하는 정부의 행보를 국회라도 막아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며 뒷짐 진 채 정부를 비판만 하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미 오염도 우려 기준을 넘는 토양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토양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국방부 장관이 반환공여구역을 처분하거나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전에 토양오염 등을 제거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도 발의되어 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의기관으로서 국회가 유독물질로 범벅된 용산반환미군기지를 어린이정원으로 임시개방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면, 법안 개정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권,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들을 용산공원의 토양오염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용산공원을 방문하려는 사람, 특히 어린이들은 이곳이 유류오염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정부는 기름오염과 비소, 납 등 발암물질과 중금속을 흙으로 덮고 국민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어디에도 위험한 곳이라는 문구 한 줄 넣지 않고 있다.
정부의 초법적 행위(환경영향평가도 없이 공원으로 개방하는 일, 오염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일, 공원이 안되니 이제 어린이 정원으로 개방하는 일)를 감시하고 제재하는 일도 국회의 임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 전에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임시개방을 취소하고 정화부터 해야 한다. 오염자의 비용으로.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윤 대통령 부부, 어린이 손잡고 용산어린이정원 입장
15㎝ 흙 덮고 용산정원 개방…미군기지 오염까지 덮나
2021년 기준치 36배 유해물질…야 “안전·국익에 모두 위해”
지난해 ‘하루 2시간 이용’ 제한하고도 정화 없이 서둘러 개방
정부 “흙 두껍게 깔고 잔디·꽃 심어…환경기준에 부합” 해명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이 개방되자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토양오염을 정화하지 않은 채 서둘러 공원을 조성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이 “놀랍고 황당하다”며 “지난해에는 오염 위험 때문에 ‘2시간만 지내라’는 조건으로 개방한 지역을 포함한 곳에 15㎝ 흙을 덮어 다시 개방한다. 안전한지 아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안전하지 않다면 국민과 어린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며 “안전하다면 오염 정화 비용을 미군과 협상하는 게 미제로 남았는데, 뭘 근거로 미국 측에 (비용을) 요구하겠냐”라고 했다. 그는 “자료를 정부에서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해 보인다”며 “국민 안전을 놓고 볼 때나 국익을 놓고 볼 때나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오염 토양 정화 과정 없이 흙 덮고 꽃 심어 어린이를 초대한다는 건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졸속 이전도 모자라 졸속 토양오염 정화를 통해 아이들 건강을 담보로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발암물질 흙으로 덮어놓곤…어린이들 여기서 놀라고요?”
윤 대통령은 이날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 참석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주변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어린이정원을 임시 개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약 243만㎡(약 74만평) 중 58만4000㎡(약 18만평) 부지를 지난해 반환받았고, 이 중 장군숙소 단지, 야구장 부지, 스포츠필드에 해당하는 약 30만㎡(약 9만평)를 어린이정원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에서는 적지 않은 독성 물질이 검출된 데다 토양 정화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2021년 한국환경공단이 미군과 합동으로 수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필드에선 토양 1㎏당 석유계 총탄화수소(TPH)가 1만8040㎎ 검출돼 기준치의 36배를 넘겼다. 장군숙소 구역에서도 TPH와 아연이 각각 기준치의 29.3배, 17.8배 검출됐고, 야구장 부지는 TPH 8.8배, 비소 9.3배가 검출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미군기지 반환부지 일부를 개방하면서도 ‘주 3회, 하루 2시간 이용’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녹색연합과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토양) 정화는커녕 겉만 번지르르하게 흙을 덮고 잔디와 꽃으로 식재를 한들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은 전혀 보호받을 수 없다”며 어린이정원 개방을 멈추고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달 25일 “지난해 9·11월, 올해 3월에 실내 5곳, 실외 6곳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진행했다”며 “실외는 측정물질 모두 환경기준치보다 낮거나 주변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했고, 실내도 관련 환경기준에 모두 부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15㎝ 이상 두껍게 흙을 덮은 후 잔디나 꽃 등을 식재하거나 매트·자갈밭을 설치하여 기존 토양과의 접촉을 차단했고, 지상 유류 저장 탱크 등을 통해 안전에 문제가 될 요소들을 원천 차단했다”고 했다.
경향 윤승민 기자
너무 빨리 자라 병 달고 사는 ‘프랑켄치킨’, 영국 정부 법정 세우다
동물복지단체 “농장동물 복지규정 어긋나”
‘프랑켄치킨’이라 불리는 성장이 빠른 닭 품종은 너무 빨리 불어나는 몸무게 탓에 여러 질병을 앓게 된다. 영국 휴메인 리그 제공
(※동물의 사체나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의 동물복지단체가 빨리 자라는 개량 품종 닭의 사육을 규제하라며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 외신을 보면, 3일(현지시각) 동물복지단체 ‘영국 휴메인 리그’(THL·The Humane League)가 ‘프랑켄치킨’의 사육을 허용하는 것은 농장동물복지법에 어긋난다며 환경식품농무부(DEFRA)를 고발한 사건의 공판이 영국 고등법원에서 열렸다.
프랑켄치킨은 더 빨리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개량한 육계 품종을 일컫는 조어다. 세계적인 육종회사인 ‘아비아젠’(Aviagen)이 개발한 ‘로스’와 코브-반트레스(Cobb-Vantress)의 ‘코브’가 대표적이다. 로스는 육용 종계 중에서는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품종이며 국내에서도 로스를 종계로 보급하고 있는 기업이 46%(2009년)에 달한다.
영국 내에서 매해 도살되는 10억 마리의 육계 중 90%가 이렇게 빨리 자라는 품종으로, 35일 만에 몸무게 2.2㎏까지 늘어난다. 이런 성장 속도는 5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2주나 빨라진 것이다. 빠른 성장은 닭들에게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데, 뼈가 성장하기 전 빨리 불어난 몸무게 탓에 다리가 기형이 되거나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며 장기 부전, 심장 마비 등 심각한 질환을 앓게 된다.
영국의 동물복지단체 ‘휴메인 리그’가 성장이 빠른 닭의 사육을 규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 환경식품농무부 장관을 고발했다. 트위터 @Chris Packham 제공
이날 재판에 출석한 영국 휴메인 리그 션 기퍼드 활동가는 “이 닭들은 유전자에 고통을 품고 있다. 보통 닭보다 4배나 빨리 성장하고 그 무게로 인해 몸이 무너져 내린다.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의 최대 30%는 축사 바닥에 쓰러져 분변과 오줌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그러면서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면서 더 느리게 성장하고 복지 수준이 높은 품종도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육용 닭의 100%가 느리게 성장하는 품종들”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이런 사육관행이 영국 농장동물복지법(Welfare of Farmed Animals Regulations 2007)에 어긋난다며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환경식품농무부 테리즈 코피 장관을 고발했다. 영국 농장동물복지법은 ‘유전자형 또는 표현형에 근거해 동물의 건강이나 복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육이 가능하다고 예상될 때에만 동물을 사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단체의 변호인은 “이 분야의 가장 광범위한 분석을 가지고 있는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보고서에도 빠르게 성장하는 품종은 건강과 복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는 사육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통 닭보다 성장 속도가 4배나 빠른 ‘프랑켄치킨’은 다리 기형, 장기 부전, 심장 마비 등으로 고통받는다. 영국 휴메인 리그 제공
그러나 환경식품농무부는 “농장동물복지규정에는 특정 품종의 닭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게다가 정부의 복지 자문관들이 평가한 결과, 빠르게 성장하는 닭 품종이 그들의 복지를 해치는 유전자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과학적 합의가 없다”고 항변했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의 바깥에서는 활동가들이 ‘닭을 위한 정의’를 외치는 집회가 벌어졌다. 공판은 목요일까지 진행된다.
영국과 유럽에서 프랑켄치킨의 복지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때문에 케이에프시(KFC), 막스 앤 스펜서, 프리미어 푸즈 등의 소매업체는 이 품종의 닭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성장이 빠른 닭 품종의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강혜진 전문연구위원은 “국내 육계의 동물복지를 평가한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세계적으로 육종의 방향은 동물의 복지나 건강을 챙기기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2020년 기준 15.77㎏로 2017년 대비 1.2㎏ 증가했다. 소비 선호도가 낮았던 닭가슴살 또한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 규모가 2020년 3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부산 을숙도 ‘1호 국가공원’ 본격 도전장
낙동강하구 610만㎡ 규모…市, 국토부에 지정 신청 임박
연내 전단계 도시공원 추진…인천 소래습지와 경합 예고
낙동강하구인 을숙도와 맥도생태공원 등 610만㎡를 제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려는 작업이 본격화 된다. 부산시는 연내 낙동강하구 일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한 뒤 국토교통부에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범국민적 공감대 조성을 위해 전국 단위 세미나와 디자인캠프도 개최한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입국한 지난달 2일 실사 일정에 포함된 부산 사하구 을숙도 생태공원 일대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시는 올해 안에 사하구 을숙도 일원 304만㎡와 강서구 맥도생태공원 258만㎡를 도시공원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도시공원 결정은 국가도시공원 신청을 위한 선행 절차다. 도시공원 결정에는 6개월 가량 소요된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적 기념사업 추진과 자연경관 및 역사·문화유산 등 보전을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다.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면 시설 설치와 관리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시는 이미 지난해 7월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기본구상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 용역(국제신문 지난해 7월 5일 보도 등)에 착수해 조만간 중간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국토부는 내년 중에 제1호 국가도시공원을 선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제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준비하는 곳은 낙동강하구와 인천 소래습지 생태공원으로 확인된다.
환경단체는 낙동강하구 일원이 환경생태적으로나 사회경제적인 가치는 물론 상징적 가치도 높아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시 이동흡 파크시티추진단장도 “을숙도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이자 문화적 유산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며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통해 각종 훼손을 막는 동시에 영구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서부산 지역의 도시 브랜드를 바꿀 중요한 계기이자 훌륭한 관광자원으로도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부산을 찾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실사단도 첫 방문지인 을숙도를 둘러보고 자연과 함께하는 부산에 찬사를 보낸 적이 있다.
시는 이와 함께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조성에도 나선다. 다음 달 2일에는 서울에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지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한다. 행사는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한국조경가협회 등 공원 관련 단체 주최로 진행되고 부산시가 주관으로 참여한다.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기본구상을 비롯해 국가도시공원 도입과 과제, 대형공원의 설계와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제언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전국적인 행사를 통해 왜 낙동강하구가 국가도시공원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경학회와도 공동으로 디자인 캠프도 추진한다. 디자인캠프 주제와 대상지를 국가도시공원 부지인 낙동강하구로 설정하고 캠프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아이디어 구상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가도시공원’이라는 의제를 제안하고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밝혀온 동아대학교 김승환(조경학과) 명예교수는 “낙동강의 생태 보전은 물론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이번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기후환경 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국가도시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파크골프장 노인복지 확대냐, 공원 누릴 권리 먼저냐
강서구 신호공원 잔디밭 대부분 골프공 사고 방지 그물망 설치
- 주민 “통행 막고 이용 어려워져”
- 구 “파크골프 회원 급증한 상황”
- 양쪽 충족시킬 절충안 찾아 고민
부산 강서구 신호공원에 파크골프장용 그물망이 설치돼 통행이 불편해지자 주민이 ‘파크골프 전용 공원으로 변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노년층이 즐기는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장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에서 찬반 주민 간 갈등이 속출하고 있어 절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강서구 신호공원 파크골프장에 설치된 그물망. 김민정 기자
강서구는 지난달 신호공원 내 파크골프장(1만 ㎡)에 그물망을 설치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골프공에 공원 이용객이 맞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구는 추가 안전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그물망 높이를 이전보다 높이고, 일부 홀에만 설치돼 있던 그물망을 9개 홀 전체에 설치했다.
문제는 신호공원 잔디밭 대부분이 파크골프홀이라는 점이다. 홀마다 그물망을 설치하자 사실상 보행로를 제외하고 공원 전체에 그물망이 쳐졌다.
이에 일반 이용객과 주민 민원이 강서구로 쏟아졌다. 파크골프장 운영시간은 하루에 3시간뿐이지만 그물망이 쳐지자 일반 주민 입장에서는 잔디밭 출입이 완전히 제지된 것처럼 여길 수밖에 없고, 그물망 높이 가 1m여서 사실상 진출입이 힘들어졌다.
이에 강서구는 그물망 일부분을 치우고 잔디밭 출입로를 만들었지만 주민은 여전히 불만을 표한다. 신호공원은 대저생태공원파크골프장이나 대저수문파크골프장처럼 면적이 넓거나 보행객이 적은 곳이 아닌 데다, 보행로와 파크골프구장이 가까워 안전 사고 우려가 있다. 또한 대단지 아파트 옆이라 일반 주민의 이용 수요가 높은데 잔디밭 이용과 보행에 불편이 크다.
주민 A 씨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이용객이 잔디밭에서 축구도 하고 피크닉도 하는 곳”이라며 “굳이 이런 곳에 파크골프장을 설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서구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신호공원에는 애초 파크골프장이 없었지만 구장을 확충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2018년에 설치했다. 구 관계자는 “강서구 파크골프 회원이 급속도로 늘면서 설치 요구가 높아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주민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양쪽을 다 충족시키기 어려워 묘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골프장이 주로 하천변이나 공원 부지 등에 설치되는 만큼 일반 주민의 이의 제기는 강서구뿐만이 아니다. 2021년 울산 울주군 청량천 일대 파크골프장을 둘러싸고 시설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이용객과 전면 폐쇄를 요구하는 주민 의견이 충돌했다. 창원 마산회원구 광려천 역시 파크골프장 설치 찬반으로 몸살을 앓는다. 파크골프장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갈등 반복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서구의회 박혜자 의원은 “파크골프가 생활체육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본적인 수요 조사 등이 상세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이걸 죽여, 살려?…소나무 숲에 감춰진 ‘3가지 얼굴’
경북 경주의 소나무 숲. 산림청 제공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지만 산불에 치명적이고 재선충병 방제에 많은 돈이 드는 나무는 무엇일까. 바로 소나무다. 소나무는 이처럼 3가지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5일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산림 중 소나무 숲은 25%를 차지한다. 수종 별로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과학원 분석 결과 전체 소나무 숲 중에서 94%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천연림이고, 나머지 6%만 사람이 조성한 인공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소나무 숲은 대부분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소나무가 우리나라의 산림 환경에 적응해 세력을 확산해 나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소나무의 강한 생존력은 최근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산림과학원이 강릉·고성·동해·삼척 등 과거에 산불이 난 지역에 조림된 수종의 1년 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소나무는 평균 8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엽수의 1년 후 생존률 53%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이는 산불 피해지와 같은 척박한 토양에서 소나무가 잘 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산림과학원은 밝혔다.
한국인은 소나무를 ‘으뜸 나무’로 여겨
그러나 소나무가 대형산불
소나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오죽하면 <애국가>에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는 구절도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일반인 1200명 등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나무는 37.9%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2위는 단풍나무(16.8%), 3위는 벚나무(16.2%), 4위는 느티나무(4.4%)였다.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장은 한국인들이 소나무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소나무에서 느낄 수 있는 ‘선비의 절개’에서 찾았다. 그는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살아가는데 (우리 민족이) 이 모습을 선비의 절개와 같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나무를 으뜸 나무(百木之長)로 생각했던 과거의 인식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선 후기에 가정용 온돌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집 주변 숲에 있는 나무의 가지와 잎을 땔감으로 많이 사용해 왔는데, 건조한 땅에 잘 자라는 소나무 숲이 주변에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친숙한 이미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서울 남산의 소나무 숲. 산림청 제공
하지만 요즘은 소나무와 소나무 숲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나무 숲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불에 잘 타는 송진을 가득 머금고 있다. 일단 불이 붙으면 나무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불을 계속 확산시킨다.
최근 발생한 산불을 보면, 소나무 숲이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지난달 11일 발생한 강원 강릉 산불 당시 강풍을 탄 불이 소나무 숲을 잇달아 태우면서 민가·펜션 등에 큰 피해를 냈다.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은 당시 소나무 숲이 많아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나무에 대한 또다른 부정적 이미지는 재선충병 때문에 만들어졌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붉게 시들어 말라 죽는다. 그래서 ‘소나무의 구제역’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확산하고 있다. 이 병은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의 성충이 매개한다.
정부는 매년 재선충병 방제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2022년 한 해에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560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는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까지 제기한다.
지난달 11일 산불이 강릉의 소나무 숲을 태우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불 후 산주, 송이 등 이유로 소나무 원해
당국, 향후 소나무 비율 줄이기로
소나무가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재선충병으로 예산을 축내는 상황에서 소나무를 또 심을 필요가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심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산불이 난 곳을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조성한 숲에서 소나무 비율은 36%로 가장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산주(산림 소유주)가 소나무를 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2000년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난 후 실시한 조사에서 산림 소유자의 84.6%는 송이 생산 등을 이유로 소나무를 심기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가 잘 자란다는 것도 산주들이 소나무 식재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산림청 등 산림당국은 산불 피해지에 대한 복원 작업을 진행하면서 산주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선 당국은 산불 피해지 산림 복원은 인공적인 조림에 의한 복원과 자연적인 복원 등 2가지 방법을 동시에 동원하고 있다. 2022년 발생한 울진 산불피해지의 복원은 조림복원(49%)과 자연복원(51%) 등 2가지 방법을 거의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수종의 경우 대형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의 비율을 줄이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산불 피해지에 심은 나무 수종은 과학적인 근거와 산주 등의 의견을 반영해 활엽수 51%, 침엽수 49%로 결정했다. 대형 산불 확산 요인으로 꼽히는 소나무의 비율은 36% 수준이다.
배 원장은 “앞으로 산불 피해지에 대해 장기간의 모니터링을 하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산불에 강하면서 사회·경제·환경적으로 가치가 있는 쪽으로 산림을 복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향 윤희일 선임기자
“온난화로 작물에 곰팡이 피해 확대…세계 식량공급 위협”
과학자들 <네이처> 논평에서 위험 경고
“곰팡이 따른 수확전 작물 손실만 10~23%
온난화로 감염지역 고위도로 빠르게 확대
인구증가 더해져 인류 식량공급 도전 직면“
도열병으로 병든 벼. 연합뉴스
농작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빠르게 확산돼 세계 식량 공급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라 거 영국 엑스터대 교수(식량안보학과장)과 에바 스투켄브로크 독일 키엘대 교수(환경유전체학그룹장)는 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공동 기고한 논평에서 이렇게 경고하며, 농작물의 곰팡이 질병 피해를 줄이기 위한 농업계와 학계, 정부 등의 통합된 노력을 촉구했다.
곰팡이는 생태계에서 유기물을 분해해 영양분을 순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곰팡이는 작물에 해로운 병원체가 돼 다양한 병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벼에 발생하는 도열병, 옥수수류에 많은 깜부기병, 밀을 포함한 여러가지 작물에 발생하는 녹병 등이 그런 예다.
전세계 농업 현장에서는 이런 병해를 막고자 다양한 곰팡이 퇴치용 농약이 광범위하게 살포되고 있고, 곰팡이 질병에 내성이 강한 품종의 개발과 재배가 확대돼 왔다. 거 교수 등이 논평에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그럼에도 전세계에서는 해마다 곰팡이 때문에 10~23%의 농작물 수확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 또 추수 이후에도 수확량의 10~20%를 다시 곰팡이 감염으로 잃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류의 영양 공급에 중요한 쌀, 밀, 옥수수, 콩, 감자 등 5대 작물에 대한 곰팡이 질병에 의한 피해 규모는 이미 적게는 6억명, 많게는 40억명에게 1년 동안 매일 2000칼로리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저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곰팡이 질병에 의한 농작물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도 상승이 곰팡이가 저위도 지역에서 고위도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용한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실제 곰팡이는 1990년대 이후 매년 약 7㎞씩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는 밀 줄기 녹병이 아일랜드와 영국에서도 이미 보고된 것이 한 예다.
저자들은 또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현대 농업 관행도 곰팡이에 의한 피해를 확산시키는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광대한 지역에서 유전적으로 균일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곰팡이와 같이 빠르게 진화하는 유기체 그룹에 이상적인 먹이와 번식지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인구 증가가 식량 시스템에 가하는 압박이 곰팡이 피해 문제에 더해져 인류의 식량 생산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농작물을 곰팡이 질병으로부터 더 잘 지키기 위해 농민, 식물 육종가, 식물 질병 생물학자, 정부와 정책 입안자 등이 긴밀히 협력하는, 지금보다 더 통합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난립한 파크골프장, 환경문제는 살펴보았나요?
파크골프는 고령화 시대의 인기 스포츠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파크골프장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를 걱정해서다.
천 점용허가를 받지 않아 폐쇄된 대구 달성군 하빈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를 하는 사람들.
ⓒ시사IN 이명익
일요일마다 동네 공원에서 ‘주민 반대 모임’이 열린 게 벌써 일곱 번째다. 4월16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에 주민 30여 명이 모였다. “그래서 지금 파크골프장 허가가 난 겁니까?” 한 주민이 묻자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장성암씨가 답했다. “지금은 타당성 조사(설계용역)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구의회에서 예산 7억5000만원을 책정했고 올해 안에 만들겠다고 사업계획도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구청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에 반대 의견이 많으면 올해 안에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꼭 막아야 합니다.”
장성암씨는 두 달 전 주차 민원을 넣으려고 서대문구청에 들렀다가 우연히 백련근린공원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에게 의견도 구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무엇보다 사업 자체가 이해가 안 되었다. “평지도 아니고 비탈이 있는 공원을 파크골프장으로 만든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원래 이 공원은) 도심이지만 하천에 사는 두꺼비와 개구리,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을 위한 숲 체험장도 있다. 어린이들과 어르신들, 강아지와 산책 나온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인데 몇몇 사람들만을 위한 파크골프장이 왜 필요한가?”
같은 마음을 가진 주민들은 일주일에 세 번, 하루 한 시간씩 돌아가며 서대문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주민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현수막도 만들어 마을 곳곳에 붙였다. 처음엔 ‘우리 동네 잘살게 되는 거냐’고 묻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파크골프장 설립에 반대하며 주민모임에 나온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약 2300명이 파크골프장 설립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10년 동안 서대문구에서 살아온 김서린씨도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마을 주민은 아니지만 연대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반대 모임에도 참여했다. “서대문구청에서 2021년에 ‘2022 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 숲을 조성하겠다며 백련근린공원의 자연을 복원하겠다고도 했다. 그래놓고 1년 만에 이곳을 도로 없애겠다는 거다.”
반대 모임에 참석한 주민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 모습이 김씨 눈에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다. “한 할아버지가 파크골프장이 생기면 여기 있는 것들이 다 사라진다고 하면서 주위에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이 나무들이 자라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 순간 모두가 공원을 둘러봤다. 곳곳이 너무 아름다웠다.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파크골프장은 노인복지시설이라는 흔한 주장과 달리, 반대 모임에 참석한 노년층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우리 핑계를 대지 말라’고 말한다.
백련근린공원 파크골프장 설립은 ‘구청장 지시 사항’이었다. 지난해 8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직능단체장의 차담회 자리에서 직능단체장(파크골프협회)이 파크골프장 설립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청이 올해 4월에 작성한 ‘백련산 파크골프장 조성 여론조사 용역 추진계획’ 문건에 따르면, 서대문구는 지난해 8~9월에 구(區) 파크골프협회와 함께 여러 사업 대상지들을 견학하고 검토했다. 그러다 나온 결론이 약 7000㎡ 규모의 백련근린공원 일대다. 올해 2월10일 예산 7억5000만원을 편성하는 사업 추진계획이 수립되었고, 곧바로 3월2일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구청 관계자와 반대 주민이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때는 설계 용역이 이미 진행 중이던 3월28일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백련근린공원이 파크골프장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지방선거에서 단골 공약으로 급부상
일본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를 합친 말로, 소규모 공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미니 골프다. 클럽(골프채) 하나와 플라스틱 공 하나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고, 공과 홀컵 크기가 커서 골프보다 훨씬 쉽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골프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는 무료이며 비용이 청구되는 경우에도 1회 이용료가 5000원 내외다. 구(區) 파크골프협회에 가입해도 연회비는 3만~5만원 정도다.
국내에서 파크골프장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0년이지만, 최근 파크골프 이용자 수가 눈에 띄게 늘면서 ‘고령화 시대의 인기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등록된 이용자는 10만6505명(전년 대비 66% 증가)이다.
수요가 늘자 공급도 늘었다. 국내 파크골프장 수 역시 지난해 361개로, 2019년 대비 44%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6·10 지방선거에서 파크골프장 설립 공약은 지자체장 후보들의 흔한 레퍼토리이기도 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도내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파크골프장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하천 둔치나 도심 녹지공간에 파크골프장이 늘어나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잔디 관리를 위해 농약을 사용한다는 점,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점, 식수원 근처에 설립될 경우 수질이 오염된다는 점, 홍수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파크골프장은 작은 면적을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비판을 피해왔다. 파크골프장은 1코스가 최소 9홀인데 이 경우 평균 약 1만㎡(약 3000평) 안팎의 면적이 필요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골프 인구를 시설이 수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골프장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해군은 2026년 내 72홀 구장을 유치할 계획이며 경북 군위군은 180홀, 경남 창원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총 500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크골프의 메카’로 주목받는 지역이 있다. 대구다. 단일 도시로는 파크골프장이 가장 많이 설립된 지역이다. 현재 25개(513홀) 구장이 만들어졌다. 파크골프 회원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2022년 기준 등록 회원은 1만8696명(전년 대비 28% 증가)으로, 전국 협회원의 약 20%를 차지한다. 전년 대비 회원이 61% 증가한 서울(6272명), 81% 증가한 부산(5658명)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파크골프장은 노인복지시설 기능을 강화”하고 “노인 질환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파크골프장 설립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2024년까지 금호강(대구 구간) 41.6㎞ 구간에 파크골프장 6개소(108홀)를 신설·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경우 금호강 유역 파크골프장은 14곳에서 20곳으로 늘어나 산술적으로 2㎞마다 한 곳씩 파크골프장이 자리하게 된다.
대구 북구 사수동 금호강 강변, 금호대교(사진 맨 아랫부분)와 와룡대교 사이 10만5464㎡ 부지에 36홀 파크골프장이 세워질 계획이다.ⓒ시사IN 이명익
4월18일 〈시사IN〉 취재진은 대구시 북구 사수동을 찾았다. 이곳은 새로 신설·확장할 파크골프장 예정지 6곳 중 한 곳이다. 36홀 규모의 사수파크골프장이 세워질 계획이다. 2022년 10월 첫 삽을 떴지만 현재는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2021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킨 대구지방환경청이 결정 사항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당시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서에는 “해당 공사 부지 10㎞ 이내에 파크골프장이 10개소(234홀)가 이미 존재하며 일부 이용자들만을 위한 시설물 설치는 공유재 사용계획에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대목이 있다. 또한 “수달, 삵, 흰꼬리수리 등 법정보호종 등 야생생물 서식이 확인되었고 철새 도래지로도 지정되어 있는 곳인 만큼 이들의 서식 여부를 면밀히 재조사하고 보호 대책을 수립한 후 공사를 실시해야 한다”라며 파크골프장이 생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러한 소규모 환경평가 결과 때문에 공사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공사가 진행된 이후 사후 조사를 진행할 때 보호 대책 등을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청은 해결책을 세우지 않고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제동을 걸었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모인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정수근 집행위원장은 공사 현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그곳에 멸종위기종인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흔적 등을 수집했다. “수달의 배설물이 공사 현장에서 60m 떨어진 곳에서 단 한 개만 발견됐다. (야생동물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해서 서식지라고 할 수 없다”라는 2021년 환경영향평가 현지 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녹화된 영상에는 너구리, 삵, 수달 등이 수시로 오갔다. 지역 언론 역시 사수파크골프장 신설이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대구지방환경청은 뒤늦게 공사 중단을 명령했고 대구 북구청에 5월 재조사 기한까지 야생동물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시사IN〉이 현장을 찾은 날도 하천 기슭에서 어렵지 않게 동물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수달이 뭍으로 올라와 등을 비비면서 생긴 흙구덩이부터 삵·고라니의 발자국과 배설물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정수근 집행위원장은 물고기 가시가 많이 나온 수달 배설물을 가리키며 “‘뭐 이런 데 살고 있을까’ 싶은 곳에도 동물들이 보이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래 야생동물들은 산과 하천을 오가며 살아야 하는데 도로로 (이동 경로가) 단절됐다. 야생동물들이 거처를 잃고 하천에 고립돼 살게 된 이유다. 하천은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집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하천 둔치마저 무분별하게 개발한다는 것은 공존을 포기한 행정이다.”
영남권 파크골프장 62.2%가 불법
대구 동구 봉무 파크골프장 전경. 사진 아래(녹색 띠) 부분을 제외한 골프장 부지는 모두 하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부지이다.ⓒ시사IN 이명익
파크골프장을 확장하면서 하천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지난 9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영남권 파크골프장 74곳 중 46곳(약 62.2%)이 불법으로 설립되었거나 무허가로 확장되었다며 올해 6월까지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취수원·보존지역 같은 시설 입지 불가 지역에 설립된 파크골프장도 10개나 되었다.
무허가로 파크골프장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민들의 민원과 단체장들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있다. 대구 봉무파크골프장은 전체 면적 1만3000여㎡ 중 약 6000㎡를 하천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로 사용한 탓에 올해 2월 일부 폐쇄됐다. 이곳 관계자는 〈시사IN〉과 인터뷰하면서 이곳이 이◯◯ 대구 동구청장의 결단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10년도 더 전에 여기 파크골프장이 만들어졌다. 파크골프 회원은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행정적인 절차가 통과되지 않으니까 당시 동구청장이 주민들의 편의를 봐서 밀어붙여 진행을 한 거다.” 사실 확인을 위해 대구 동구청에 문의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는 데다 워낙 예전에 설립된 거라 당시 상황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구 내 무허가 파크골프장 5곳 중 4곳이 위치한 달성군의 한 공무원은 파크골프장 설립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빈 공간이 있으니까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공을 치며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설물을 요구하는 민원이 들어오니까 군청에서 간단한 시설물들을 직접 만들어줬다. 잔디가 필요하다고 하면 식재도 해주고, 그물망이 필요하다고 하면 설치도 해주고. 하천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무단으로 사용하게 된 거다.”
정수근 집행위원장은 하천 같은 공유 공간이 노인복지라는 명목 아래 무허가로 쉽게 점유될 수 있었던 이유로 ‘공짜’를 들었다. “하천 같은 국유지는 토지 매입비용이 들지 않는다. 행정절차만 거치면 돈 한 푼 이지 않고 이 땅을 쓸 수 있다. 정말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환경을 파괴하면서 하천에 설치할 게 아니라 비용을 써서 적절한 곳을 매입해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밀한 환경영향평가와 적법한 주민 동의 없이 무허가로 난립한 파크골프장을 ‘체육시설’ 혹은 ‘복지시설’이라는 말로 둔갑시키며 행정 책임을 피하고 있다.”
4월18일 오전 내내 흐리던 날씨가 한낮이 되자 개었다. 무허가 점유로 시설이 폐쇄된 달성군 하빈파크골프장에 파크골프협회 회원 열두 명이 모여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8년째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는 60대 남성이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오전에 비도 오고 해서 사람이 적은 거다. 평소에는 몰래 이용하는 사람들이 두 배는 넘는다. 오늘은 부부모임으로 같이 나왔다. 꾸준히 연습하면 저렴하게 건강도 관리하고, 마음 맞는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 수도 있으니 좋다.”
그는 최근 환경 이슈로 파크골프장들이 폐쇄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수달이 나와서 폐쇄된 곳도 있다고 하던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처럼 즐겁게 운동하는 사람이야 마냥 좋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 그게 아니니까. 우리도 나쁜 얘기 들으면서 하고 싶겠나.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잘 풀어줬으면 좋겠다.”
이들이 당당하게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시설이 자리 잡히는 것이다. 현재 파크골프장 설치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령의 사각지대에서 지자체의 임의적 판단으로 전국 각지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고 있다.
시사인 대구·김다은 기자
가뭄 사망자 절반은 아동‥기후변화 책임 없어도 고통은 크다
기후변화는 특히 가난한 나라에, 유독 어린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의 난민촌 모습을 저희가 전해드렸는데, 오늘은 여기 살고 있는 어린이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지난해에만 수만 명의 소말리아 어린이들이 영양부족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는 특히 가난한 나라에, 유독 어린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리포트-난민촌의 아침. 오늘도 빨간 건물 앞에는 긴 줄이 생겼습니다. 품마다 아기를 안고 차례를 기다리는 엄마들 표정에서 깊은 근심이 묻어납니다. 이곳은 바이도아 난민촌의 이동 진료소입니다. 진료소 안으로 들어가 봐도 아기를 안고 온 엄마들로 가득합니다. 아픈 아기 환자는 줄을 잇지만, 진료를 받는 건 매달 1천 명 정도뿐입니다.
[수메이 아스디하미드/이동 진료소 의료진]"아이들 몇 명은 매우 심각하게 아픕니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설사 증세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픈 건 우선 먹을 음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긴 내전에 유례없는 가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수입까지 어려워졌습니다.
[나이마 압둘라이만/12세]"가뭄 이후에는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없었어요. 이곳에 와서 최근에는 구호단체로부터 음식을 받고 있어요." 영양 부족은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말라리아 홍역 콜레라 같은 심각한 전염병을 난민촌 아이들 대부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마수르 우마드/14세](아픈 적은 없었나요?)"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어요."
상태가 더 안좋은 아이들이 보내지는 병원입니다.이 병원은 바이도아 지역에서 가장 큰 아동병원입니다. 매달 5백 명 가까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이후 환자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치료실마다 갓 돌이 지났을 법한 아기들이 엄마 품에 안겨 있습니다. 영양 부족부터 해결해야지만, 음식을 넘기는 것도 힘겨워 보입니다. 현재 소말리아에는 180만 명의 아이들이 영양 부족 상태로 파악되는데, 넷 중 하나꼴인 48만 명은 영양실조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제때 치료를 못 받으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말리아에서 작년에 가뭄으로 인한 사망자 4만 3천 명 중 절반 이상이 5살 미만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모하메드 오스만 웰리예/의사]"가뭄 전에도 아픈 아이들은 있었어요. 하지만 가뭄 때문에 질병이 아이들을 덮쳤고 아픈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더 큰 위기에 빠트립니다. 전 지구적인 현상인데도 유독 아프리카에서, 유독 아이들에게 더 가혹합니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말이 '기후 불평등'입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전 세계 배출량의 3%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들의 책임이 아니지만 아프리카는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곳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 권. 기후변화에 한국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이드 이세/세이브 더 칠드런 소말리아]
"기후변화에 책임이 없는 지역이 기후변화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한국과 다른 나라들이 알아야 합니다." 기후 불평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부터입니다. 우리에게도 책임에 걸맞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MBC뉴스 김민욱
제주 누적 강수량 최고 1미터‥
제주공항 상공 1.4km 고도에서 최대순간풍속 초속 20에서 25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면서 항공기 이착륙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사실상 폐쇄됐던 제주공항 활주로는 오후 들어서야 조금씩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강풍과 급변풍 특보로 어제와 오늘 400여 편의 항공기가 오도 가도 못했고, 33개 학교 수학여행단 6천 명을 포함해 관광객 2만여 명이 제주를 떠나지 못하면서 공항은 하루 종일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이혜숙/관광객]"그나마 (빈자리가) 남편 것이 하나가 나서 먼저 가고 일이 있어서, 아들하고 저는 그 다음 날 오후 5시께 되고…"
기록적인 폭우도 쏟아졌습니다. 어제 서귀포에 내린 비는 5월 일일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한라산 삼각봉에 어제오늘 내린 비를 모두 더하면 1천mm, 무려 1미터가 넘었습니다. mbc 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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