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쳐진 계곡, 멸종위기종 무더기 발견
그 많던 펭귄 밥, 누가 다 먹었을까
국내 실내동물원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했다
세종대로 사거리~서울역 차로 축소…‘서울광장 2배’ 넘는 보행공간 만든다
산업부 녹색요금제, 온실가스 되레 늘린다?
온실가스 배출량 중국>미국>인도>러시아
과학자들의 무서운 경고, 코로나보다 더 큰 위협 온다②] 군사주의와 기후변화
‘유령 포식자’ 야생 개, 아마존 벌채로 멸종 우려
코로나19 탓에 지구 숨쉰다? 아마존은 더 위기
서울 도심서'멸종위기' 흰목물떼새 첫 확인···"구청 준설공사 멈춰야"
세계 군사비 지난해 1조9170억달러 썼다…한국 439억달러 10위
금정산 사송 택지개발 부실 환경평가, 10년동안 ‘눈 가리고 아웅’
평생 빛을 내는 발광식물이 나왔다
황금연휴 로드킬 주의보…‘속도 줄이고 경적 울리세요’
죽어서 산호초가 되는 법(5.1)
두 '샤를 드골', 코로나19, 서구라는 이름의 환영
전원주택 짓자고… 양평 산마다 깎아 정상까지 ‘벌거숭이’
용산 한남근린공원 부지, 서울시가 사들여 공원화
파헤쳐진 계곡, 멸종위기종 무더기 발견
금정산의 숨은 계곡이 파헤쳐지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이 곳에 좀처럼 보기힘든 멸종위기종들이 무더기로 KNN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금정산 생태계의 가치가 아주 높다는 것이 다시한번 증명됐는데요, 하마터면 포크레인에 훼손돼 영원히 사라질뻔한 것입니다.
{리포트}대규모 주택단지 조성이 시작된 양산 사송지구 옆 금정산입니다. 가늘고 긴 몸통의 동물이 소나무 가지 위에서 민첩하게 움직입니다. 멸종위기종 2급의 담비입니다. 국내에선 전설 속의 동물로 불릴 만큼 희귀한 담비가 해당 구역에서 한 생태전문가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입니다.
{김합수/생태전문가/”공사 현장으로부터 직경으로 약 1백미터 정도 거리에서 담비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일대가 담비의 서식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사 자체가 담비 서식지 파괴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워낙 보기 힘들어 국내에 자료조차 구하기 힘든 희귀식물 옥녀꽃대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김합수/생태전문가/”자료부족 종으로 아주 희귀한 종으로 여겨집니다.
여러군데 자라는 걸로 봐서 이곳이 (군락지로 보입니다.)”}
이름 없는 계곡을 촬영하던 취재진은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발견했습니다. 국내 고유종인 노란빛깔의 고리도롱뇽입니다. 금정산 다른 일대보다 종다양성 등 생태적 가치가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바로 이 일대가 재단 소유여서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멸종위기종들이 번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정산 전체적으로도 아직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동식물들이 영상에 포착된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해졌습니다.
“멸종위기종 2급인 고리도롱뇽입니다.
법적보호종으로 서식지를 훼손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포크레인 공사가 한창입니다.” 계곡과 산림 등 주변 생태계에 대한 고려없이 주택단지 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담비와 도룡뇽이 살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지대인 계곡과 산림 등이 지금 빠르게 훼손되고 있습니다.KNN 최한솔입니다.
그 많던 펭귄 밥, 누가 다 먹었을까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티브이 홈쇼핑을 보는데 최근 1~2년 사이 부쩍 늘어난 건강식품 광고가 있다. 다름 아닌 크릴 오일이다. 인지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서 다른 오메가3 영양제보다 훨씬 기능이 좋다고 광고를 한다. 그것도 청정해역인 남극해에서 잡아온 크릴이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자. 크릴은 남극에서 남아도는 자원이 아니다. 크릴은 남극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중간자 역할을 한다.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4~6㎝ 크기의 갑각류인 크릴은 떼 지어 몰려다닌다. 해빙 아래서 햇빛을 받고 자라는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식물 플랑크톤은 먹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태양에너지원을 활용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존재다. 크릴은 이어서 펭귄이나 수염고래 등 큰 동물의 먹이가 된다. 말하자면 태양에너지를 생산자인 식물 플랑크톤에게서 소비자인 동물에게 연결해주는 중간 도매상의 역할을 한다.
크릴은 외형이 새우를 닮았지만 분류학상으로는 난바다곤쟁이 목에 속하는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뽀로로, 펭수 등으로 가장 지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 캐릭터는 원래 남극에 사는 펭귄이다. 우리나라의 남극 연구 산실인 세종과학기지 근처 펭귄 마을에는 대표적으로 세 종류의 펭귄이 살고 있다. 젠투펭귄, 턱끈펭귄, 그리고 아델리펭귄이 그들이다. 펭귄이라고 모두 같은 것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은 이것저것 다 먹고 사는 잡식성이다. 반면 아델리펭귄은 거의 크릴만 먹고 산다. 식성이 까다롭다. 식성이 까다로운 생물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남극의 기온이 올해 영상 20도까지 올라갔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본 곳은 열대나 온대보다 극지방이다. 기온이 올라가니 얼음이 녹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 바닥에 의지해 살아가는 식물 플랑크톤이 사라지고 있다. 당연히 크릴의 먹이가 줄어들면서 크릴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남극 크릴의 무려 70%가 줄어든 것으로 최근 보고된 바 있다. 크릴이 줄어드니 그것만 먹고 살아야 하는 아델리펭귄은 대안이 없다. 인간은 배가 고프면 풀뿌리라도 캐내어 먹는데 이들은 얼마나 고지식한지 그저 굶어 죽는 길을 택한다. 자연히 아델리펭귄 개체군은 줄어와 지난 40년 동안 자그마치 80%가 사라졌다.
이런 마당에 안 그래도 줄어드는 펭귄 밥과 고래 밥을 또 하나의 경쟁자가 등장해 쓸어가고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이다. 우리는 크릴 오일이 없다고 해서 굶어 죽지 않는다. 반면에 그들에게는 생과 사의 문제가 걸려 있다. 해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남극에 가서 크릴을 잡아오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카밀라(CCAMLR)라는 남극생물자원보존협약을 위한 협의체가 있고 여기서 협의한 어획 허용량을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해조류나 식물에서도 오메가3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줄어든 펭귄 밥까지 드셔야 하겠는가?
크릴 오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크릴 오일이 인지질 함량이 높아 다른 어느 오메가3 공급원보다 몸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이 안 되었다. 코로나19가 보여주듯 우리는 그물망처럼 연결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나의 작은 식습관과 소비패턴이 모여 우리와 지구에 함께 사는 다른 생명체를 멸종시킬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그것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는 주변의 사람인 이웃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동물 이웃도 조금은 생각할 여유와 자비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김태원 ㅣ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 한겨레
국내 실내동물원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했다
폐사한 코아티, 왈라비서 결핵균 등 검출…“동물 관리 적색경보”
감염병 확산 위험에도 ‘체험형’ 우후죽순…관련 법, 제도는 허술
2018년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코아티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사육되던 코아티 한 마리에서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인 ‘미코박테리움 보비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지난해 국내 실내동물원 두 곳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인해 동물들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동물원 상당수와 야생동물 카페는 인간과 동물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체험형으로 운영되고 있어 본격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는 27일 “지난해 국내 실내 체험동물원 두 곳에서 각각 숨진 코아티와 왈라비에서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가 검출됐다”며 “야생동물과의 무분별한 접촉으로 공중보건상 위험을 일으키는 체험형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아티와 왈라비는 실내동물원과 야생동물 카페 등 이른바 ‘체험형 동물원’에서 단골로 전시되는 야생동물이다.
어웨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을 통해 입수한 국립환경과학원 공문을 보면, 지난해 5월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폐사한 코아티 한 마리가 우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체의 샘플을 국립환경과학원이 검사해보니, 폐, 간, 심장 등에서 인수공통 감염균인 ‘미코박테리움 보비스’(우결핵균)이 나왔다.
사람 감염 위험성 있었나
보통 소를 숙주로 하는 이 세균은 너구리과 동물인 코아티를 포함한 다양한 야생 포유류를 숙주로 삼는다. 인간에게는 호흡기 및 소화기를 통하여 전파돼 폐결핵, 장결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김희진 대한결핵협회 중앙교육원장은 “국내에서는 미코박테리움 보비스에 의한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며 “뉴질랜드, 영국 등 목축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결핵 환자 중 10~20%가 이 세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소에 의한 인간 감염은 잘 알려져 있어서 축산업계에서는 소가 이 병원체에 감염됐을 경우, 축사 폐쇄 및 사람의 건강 검진을 하는 등 체계를 갖춰 감시한다. 하지만 코아티 등 야생동물에 관한 연구 결과는 축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의 미셸 팔머가 2013년 정리한 논문을 보면, 현재까지 뉴질랜드의 주머니쥐,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소리, 미국 미시건주의 흰꼬리사슴 등이 타 개체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내동물원은 ‘애니멀피플’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지난해 5월28일 확진을 통보받고, 당일 검역본부 등에 매뉴얼에 따라 신고했다”며 “이튿날 동물원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매일 방역을 진행한 뒤 6월4일 다시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같은 사육사에 있던 코아티 두 마리도 안락사했으며, 모든 직원에 대해 엑스레이와 폐 기능 검사를 했으나 이상 소견은 없었다고 동물원 쪽은 덧붙였다.
여전히 남는 문제점
어웨어는 폐사한 동물이 관람객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웨어는 “해당 업체에서 코아티는 관람객과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구조물에서 전시되는 구조였으며, 먹이 주기 체험에서 상시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관람객이 타액, 비말 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며 “(코아티가) 언제 감염되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해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노출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실내동물원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지점을 두고 ‘울타리 없는 교감형 애니멀 테마파크’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실내동물원 관계자는 “사육사는 코아티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이며, 먹이 주기 체험은 동물의 컨디션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진행됐고, 폐사 이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동물원이나 농가와 달리 동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사체의 샘플을) 보내 알게 된 일”이라며 “현재 교감 프로그램은 핀치새, 닥터피쉬, 토코투칸 등 세 종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실내동물원에서도 지난해 2월 왈라비 한 마리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농양과 괴저를 일으키는 ‘푸소박테리움 네크로포럼’이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며, 해당 업체에 동물 격리 및 사육시설 소독 등 조처를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세균은 숙주인 왈라비에서 인간으로 넘어와 가벼운 인후통을 일으키지만, 드물게 레미에르증후군(괴사성 간균증)로 이어질 수 있다. 레미에르증후군은 내경정맥에서 혈전 정맥염과 폐에서 패혈성 폐색전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해당 업체는 현재 휴업 중으로, 애니멀피플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라쿤이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라쿤은 ‘광견병’ 등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의 숙주다. 녹색당 제공
더 큰 문제는 야생동물 카페
그나마 수도권의 실내동물원이 사후 대처를 이어간 것은 이 업체가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따라 등록된 동물원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동물원은 ‘보유 생물의 질병 및 인수공통 질병관리계획'을 관계기관에 제출해야 하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 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웨어는 “질병관리계획 제출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질병 관리와 예방을 위해 동물원이 준수해야 할 사항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동물원법에 등록되지 않아 이마저도 적용받지 않는 야생동물 카페다. 야생동물 카페는 좁은 실내 공간에서 야생동물과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체의 확산 가능성이 더 크다. 어웨어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야생동물 카페는 2019년 8월 64곳에서 25곳 줄어 현재 전국에서 48곳이 성업 중이다. 동물원법에 따라 등록된 동물원의 경우도 전체 110곳 중 절반 이상이 체험형 동물원, 실내동물원 등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고 어웨어는 덧붙였다.
어웨어는 “무너진 동물원 관리 시스템에 적색경보가 울린 것”이라며 “동물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공중보건에 위험을 일으키는 체험동물원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세종대로 사거리~서울역 차로 축소…‘서울광장 2배’ 넘는 보행공간 만든다
.5㎞ 구간 내달 공사 착공
대한문 앞 광장도 2배 확장
전 구간 자전거 도로 설치
숭례문 둘러싼 보행로도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숭례문 교차로~서울역 교차로로 이어지는 1.5㎞ 구간에 대한 공간 재편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중구·종로구에 걸친 세종대로 차로 수를 줄여 보행공간과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한다. 대한문 앞 역사문화광장은 지금의 2배로 확장되며, 숭례문과 남대문시장이 걷는 길로 연결된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사거리~숭례문 교차로~서울역 교차로로 이어지는 1.5㎞ 구간에 대한 ‘도로공간재편사업’ 공사를 다음달 시작해 올해 말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보행친화도시’ 사업의 하나로 세종대로의 대표적인 명소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우선 세종대로 교차로부터 서울역 교차로로 이어지는 9~12차로를 7~9차로로 축소한다. 이 자리에는 보행자 공간이 조성된다. 서울광장(6449㎡) 면적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또 세종대로 전 구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도 설치한다. 내년에 완공될 ‘한강대로 자전거도로’와 연결되면 광화문에서 한강까지 자전거로 달릴 수 있게 된다.
횡단보도는 보행 동선에 따라 현재 위치에서 조정된다. 횡단보도는 전 구간을 차도보다 살짝 높고 인도와 높이가 같은 고원식으로 변경한다. 고원식 횡단보도는 차량에는 일종의 방지턱 역할을 해 감속 효과가 있다.
서울시는 차로를 줄여 확보한 보행공간에 이팝나무, 느티나무, 청단풍 등 19종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는 단풍나무 숲을 조성하고, 대한문 앞에는 소나무 숲을 만드는 등 세종대로 명소별로 다른 나무를 식수해 숲을 조성한다.
서울 중구 숭례문 주변을 따라 새로 조성될 보행공간 조감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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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문 앞 보도는 폭을 6m 이상 넓힌다. 이에 따라 현재 580㎡ 넓이의 역사문화광장도 면적이 2배 이상 커진다. 올해 하반기부터 365일 차 없는 거리로 바뀌는 덕수궁길과 확장된 보행도로를 연결해 ‘걷고 싶은 거리,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동 근대역사길 등 대한제국 역사와 서울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는 보행코스도 개발한다.
차로에 둘러싸여 ‘교통섬’ 같았던 숭례문 앞에도 500㎡ 규모의 보행공간을 조성한다.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 멀리서 지켜만 봤던 숭례문 옆을 걸어서 지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공사를 통해 광화문에서 숭례문을 거쳐 남산과 서울로7017까지 차를 타지 않고 보행길만으로 갈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관광·보행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을지로와 충무로, 창경궁로의 도로공간재편사업 설계를 마무리하고 올해 하반기 공사에 들어간다. 소공로와 장충단로도 설계작업에 착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종대로의 ‘대표 보행거리’ 조성을 통해 자동차 중심이었던 서울의 도심을 보행자 중심으로 혁신하여 관광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산업부 녹색요금제, 온실가스 되레 늘린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 쓰면 사용기업이 받는 ‘인증서’
온실가스 감축하면 받는 ‘배출권’으로 전환 추진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량 줄어 회계분식 같은 “녹색분식”
산업통상자원부가 녹색요금제 도입을 준비하면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기 소비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간주해 탄소배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취지와 달리 온실가스 배출 확대로 연결될 우려 때문이다.
녹색요금제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쓰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반 전기요금에 프리미엄을 얹어 별도의 요금을 받는 제도다. 산업부는 지난해 4월 기업을 대상으로 녹색요금제 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올해 안에 도입하는 것을 내부적 목표로 삼고 있다. 공급받는 전기는 그대로지만 비싼 녹색요금을 낸 기업은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 1993년 미국을 시작으로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잇따라 도입되어 재생에너지 보급을 돕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부는 녹색요금제 참여 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했다는 확인서인 ‘재생에너지 출처인증서’(REGO)를 발급해 줄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전기만 100%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 글로벌 캠페인(RE100)에 참여할 근거로 쓰게 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녹색요금제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진 ‘배출권거래 시스템’(ETS)에 연계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녹색요금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참여 기업들이 받을 출처인증서를 ‘상쇄 배출권’(KCU)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 중이다. 상쇄 배출권은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 기업이 외부에서 별도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외부사업 인증실적’(KOC)을 확보했을 때 주어지는 배출권이다.
화석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다. 그 환경적 성과는 생산된 전기가 한국전력의 전력계통에 들어올 때 보상된다. 생산자에게 전기값과 별도로 전력거래소에서 팔 수 있는 배출권과 같은 성격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 발급되기 때문이다. 산업부 계획대로면 생산 단계에서 이미 반영된 재생에너지 전환 성과가 소비 단계에서 이중으로 반영되게 된다. 게다가 상쇄 배출권 공급이 늘어나는만큼 국가 전체 온실가스 감축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장이재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이미 에너지 전환을 통해 감축하기로 한 양이 있는데, 아르이시를 상쇄 배출권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중 계산이 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사이에서 산업계 전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부풀리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녹색 프리미엄을 어떤 수준을 정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만약 프리미엄을 더한 녹색요금이 실제 재생에너지 전기 생산비에도 못미칠 정도로 적다면 녹색요금을 내고 쓴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 전기로 볼 수 없다. 이진선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인증은 받고 싶고 돈은 들이고 싶지 않으니 싸게 해달라고 하지만, 녹색요금제 취지를 달성하려면 녹색 프리미엄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승철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프리미엄은 업계가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기업들을 들어오게 할 유인효과 같은 것과 외국의 수준, 엘시오이
(균등화 발전비용) 하한선 등을 함께 검토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지불 의사와 유인효과를 앞세우게 되면 프리미엄을 포함한 녹색요금은 낮게 갈 수밖에 없다. 요금은 배출권 문제와 달리 환경부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
녹색요금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기업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직구매하게 하는 제도다. 직접 사려면 제 값을 줄 수밖에 없다. 지불된 돈은 번거로운 과정을 안 거치고 바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에 투입돼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오승철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기업들 요구에 따라 녹색요금제와 배출권거래제의 연계를 추진하지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온실가스 배출량 중국>미국>인도>러시아
중국, 배출량 가장 많지만
신재생 에너지 적극 활용
유럽도 그린딜 계획 세우고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선언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는 배출량 상위 국가들이 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 주요국의 동향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환경부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국제에너지기구(IEA)·세계자원연구소(WRI)의 통계를 종합해 추정한 2016년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는 중국(122억500만톤)이다. 뒤를 이어 미국 64억9200만톤, 인도 26억8700만톤, 러시아 20억9700만톤, 일본 13억600만톤, 브라질 9억5600만톤, 독일 9억1100만톤, 인도네시아 8억2200만톤, 이란 7억4200만톤, 캐나다 7억800만톤을 배출했다. 한국은 이들 나라에 이은 11위(6억9300만톤)였다. 2016년 전세계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이 약 528억톤이라고 추정한 유엔환경계획(UNEP)의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전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중국이, 8분의 1을 미국이 배출하고 있다. 다만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협정에 따라 2024년부터 집계되기 때문에 현재 배출량은 선진국 위주로 추정한 수치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지만, 태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중국의 태양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세계 시장의 45%를 차지한다. 다만 석탄 소비 비중이 2017년 60.4%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배출량 2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약속을 담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세계는 유럽의 도전을 주목한다.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녹색경제 구조로 전환하는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 등 일부 동유럽 국가를 설득하기 위해 1000억유로 규모의 지원 방식을 구체화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 이상준 팀장은 “유럽과 달리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국 산업구조에 맞는 감축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과학자들의 무서운 경고, 코로나보다 더 큰 위협 온다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 ②] 군사주의와 기후변화
4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한국에서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이 진행된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은 매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위기와 인간 안보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비를 줄여 공공의료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기자말]
"바이러스의 분노는 전쟁의 어리석음을 보여줍니다. 오늘 저는 세계 곳곳에서 즉각적인 글로벌 휴전을 요구합니다. 이제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우리 삶의 진정한 싸움에 집중할 때입니다."
지난 3월 2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라는 공동의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모든 지역에서 전쟁을 멈추자는 제안을 하였다. 가톨릭의 교종 프란치스코도 뜻을 같이 하며 즉각적인 전쟁 중지와 함께 "갈등은 전쟁을 통해선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합당한 제안이다.
전쟁은 의료시설을 파괴하고 의료진의 목숨을 위협한다. 감염병 예방과 대처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전쟁 수행에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사회는 보건을 위한 인프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막대한 군비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희생자들이 발생하는 상황은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의 보건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군사 안보가 국민 안전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만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더 큰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지구 문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상승 1.5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앞에서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추기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제적인 갈등과 분쟁, 그리고 전쟁과 군사 활동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그럴까.
▲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를 하고 있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군사 활동과 기후변화
2003년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에서 대규모 학살과 분쟁이 일어났다. 6년 동안 약 30만 명이 사망하고 250만 명의 난민을 낳은 '인종청소'가 자행되었다. 이 분쟁은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사이의 인종 갈등 양상을 띠었는데, 그 촉발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에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도양의 수온 상승이 강수량의 급속한 감소를 불러왔고, 목축과 농사에 필요한 땅이 사막으로 변하면서 토지와 수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다르푸르의 비극을 낳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다르푸르 사태를 최초의 '기후전쟁'으로 꼽은 바 있다. 하지만 다르푸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기후변화는 기상이변, 폭염과 가뭄, 물 부족과 식량난, 해수면 상승을 불러온다. 살 곳을 잃은 이들은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나게 되고,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캐서린 매치 연구원팀은 20세기의 무력충돌 중 최대 20%가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극한기후에 의해 일어났고, 21세기 들어 그 영향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변화가 국제적인 분쟁과 갈등을 낳고 있다.
미국 등의 국가는 이미 기후변화를 중요한 '안보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4년 <기후변화 적응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기후변화를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눈앞에 닥친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였고. 2019년 호주국립기후복원센터에서 나온 보고서는 현재 과학계의 전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면서 "전시 수준의 비상 자원 동원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안보의 관점에서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군사력 강화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국경 지역 경계를 강화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의 이주를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군사적 방법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제적인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 곧 기후변화 자체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군사적 방법이 위험한 것은, 군대 자체가 바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 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전쟁 프로젝트의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군은 단일 조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 해 동안 미국 국방부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5900만 t에 달하며 이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1년 치 온실가스 배출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한편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영국 과학자들'은 영국 국방부는 2016-17년 동안 320만 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이는 아이슬란드의 탄소배출량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군사활동은 기후변화의 원인이자 주범이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인한 분쟁을 막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강화하는 것은 막대한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악화를 가져올 뿐이다.
▲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아파치 레인지에서 열린 주한미군 2사단·한미연합사단의 최고 전사 선발대회에서 미군 장병이 부상자 모형을 끌고 오르막을 달리는 테스트를 받고 있다. 2018.4.10 ⓒ 연합뉴스
공개하지 않는 군사 부문 탄소 배출량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안보'상의 이유로 군사 부문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각국이 유엔에 제출하는 배출량 통계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1997년 발효되었던 교토 의정서 체제에서는 군사활동의 배출량은 자동면제 대상이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군사 분야가 자동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군사부문 배출량을 감축할 의무도 명시하지 않았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온실가스 국가배출량 통계에 군사 부문의 배출량을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군사 부문 배출량이 정확히 포함되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또한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도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 있다. 배출량 통계조차 없다면,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도 없다는 의미다. 결국, 군사 부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셈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발전, 산업, 수송 등 각 분야가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많은 양의 감축을 해야 한다. 군사 분야라고 예외일 수 없다. 더군다나 한국이 탄소 배출 세계 7위, 군비지출 세계 10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
군사 부문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적 자원을 빼앗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많은 공공재원이 투여되어야 한다.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비롯한, 산업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민을 지원하는 것, 산불, 태풍, 폭염과 같은 기후재난으로부터 보호책을 마련하는 것 등 사회시스템의 전환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군사비에 비해 기후대응 예산은 턱없이 적다.
2016년 전 세계의 기후재정은 전 세계 군사비의 1/12에 불과하다. 미국 정책학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전투 vs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기후예산이 210억 달러인 반면 국방예산은 무려 5880억 달러에 달한다. 20배가 넘는 차이다. 한국은 어떨까?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방예산은 46.7조 원이었으나, 환경부의 기후변화대응 예산은 792억 원에 그쳤다. 국토부의 128억 원, 농림축산식품부의 242억 원을 다 합쳐도 1162억 원에 불과하다. 국방예산의 1/400에 불과하다. 기후위기의 시급성에 비춰볼 때, 무책임, 무대응에 가까울 정도의 예산 배분이다.
사실 현재의 기후위기를 초래한 화석연료 중독의 경제체제는 애초부터 군사력에 크게 기대고 있다. 산업화 이후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20세기 이후 많은 전쟁이 석유라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벌어진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중동이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석연료를 손에 넣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그 전쟁수행을 위해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또 전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게 된다. 기후 위기를 유발한 현재의 경제 시스템, 지구자원의 착취에 기반한 문명은 군대의 도움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결국, 군사주의에 대항하는 평화운동과 지구온난화에 맞선 기후 운동은 함께 만나야 한다. 군사주의는 기후변화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원인이다.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은 코로나 상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라는 공동의 위협과 싸우기 위해, 지금 전 세계는 군비를 줄이고,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춰야 한다.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세상과 전쟁 없이 평화로운 세상은 함께 가야 한다. 평화를 지키는 것이 곧 기후위기를 막는 길이며, 기후위기 대응이 평화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황인철/ 오마이뉴스
‘유령 포식자’ 야생 개, 아마존 벌채로 멸종 우려
늑대·여우와 다른 개의 먼 조상, 교란 안 된 원시림에만 서식
1890년 출간된 단행본 논문에 실린 작은귀개 그림. 그러나 이 은밀한 동물의 생태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마존에서 가장 신비로운 동물로 꼽히는 야생 개는 강변의 교란되지 않은 원시림에서만 사는 동물로 생태가 거의 알려지지 않다. 그러나 무인 카메라를 동원한 대규모 국제연구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숲 파괴가 이 수수께끼 포식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개는 늑대와 함께 ‘개속’에 포함되며, 여우는 같은 갯과이지만 ‘여우속’이다. 아마존의 ‘작은귀개’도 갯과이지만, 개나 여우와 다른 아텔로키누스속에 포함되며 이 속의 유일한 종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재규어, 개미핥기, 아르마딜로 같은 희귀동물이 다수 서식하지만 작은귀개처럼 지구에서 아마존에만 사는 동물은 아니다.
이 야생 개는 250만년 전 떨어져 있던 남미와 북미 대륙이 연결되자 북미에서 남미로 건너간 갯과 동물의 하나로 열대우림에 적응해 진화했다. 1883년 학계에 보고됐지만, 아직 생태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은둔 포식자’이다.
몸무게 9∼10㎏으로 아마존 강 본류의 오른쪽인 서부와 중부 유역에 서식하는데, 분포영역은 넓지만 개체수는 드물고 낮에 홀로 활동한다. 물가 생활에 적응해 발에는 부분적인 물갈퀴가 나 있다.
작은귀개가 무족영원을 잡아 물고 가는 모습이 무인 카메라에 촬영되기도 했다. 이 양서류는 독성을 분비해 야생 개가 독소에 면역이 있음을 짐작게 한다. 시스네로스-헤레디아 외 (2010) ‘아반세스’ 제공.
이 야생 개는 주로 물고기와 곤충, 소형 포유류를 잡아먹고 살며 새, 게, 개구리, 파충류는 물론 다양한 과일도 먹어 식물의 씨앗 확산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에는 에콰도르 아마존 강 상류에서 이 야생 개가 뱀처럼 네다리가 없는 양서류인 무족영원을 물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다니엘 로차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동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아마존 산림의 벌목과 분단이 야생 개 서식지에 끼치는 영향을 모델링과 무인 카메라 촬영을 통해 조사했다.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앞으로 이 동물의 3세대가 지나기 전인 2027년까지 현재 서식지의 30%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위험 근접종’으로 되어 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VCN)의 멸종위기 등급이 ‘취약종’으로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라질 동물학자 레나타 레이테 피트먼은 2006년 페루의 벌목업자가 데려온 작은귀개 새끼를 입양해 기르다 2010년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 야생에 방사했다. 위 사진은 두 살 때 얼굴 모습이고 아래는 위치 추적 장치를 단 네 살 때 모습이다. 레이테 피트먼 페이스북 제공.
연구자들은 이 동물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벌목과 농업개발을 위한 대규모 산림 파괴, 개 전염병 감염, 먹이 감소, 기후 변화 등을 꼽았다. 최근 농경지와 목초지 확보를 위해 아마존에서 무단 벌채와 고의 방화가 광범하게 벌어지고 있고, 특히 아마존 보전보다 개발을 앞세우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이후 아마존 파괴가 가속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작은귀개의 서식지는 아마존 숲에서도 강변의 저지대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있으며 교란되지 않은 곳”이라고 밝혀, 야생 개가 숲 파괴의 일차적 피해자가 될 것을 시사했다.
개 바이러스의 전파도 심각한 위협이다. 사냥꾼이 숲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개는 개홍역이나 파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가 많아,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된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없는 야생 개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또 이번 연구에서 야생 개는 연 강수량이 3000㎜가 넘는 지역이 최적 서식지이고 1500㎜ 이하인 곳에선 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나, 건조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도 예상된다.
인용 저널: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1907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코로나19 탓에 지구 숨쉰다? 아마존은 더 위기
코로나19 확산국면에 ‘지구의 허파’인 브라질 아마존에선 삼림 파괴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병 차단 조치로 인해 단속이 소홀해진 틈을 타 불법 금광개발과 삼림벌채가 빈번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공장 등이 멈춰서면서 세계 곳곳의 대기질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마존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인공위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율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올해 1~3월 아마존 삼림 벌채 면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나 늘어난 796㎢다. 이는 코로나19 발병에도 숲 파괴가 계속됐음을 의미한다. 아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해 삼림 파괴가 더 가속화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브라질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60세 이상의 공무원들에 재택근무 명령을 내린 후 아마존 삼림 보호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당장 정부 산하기관인 ‘브라질 환경·재생가능 천연자원 연구소’(Ibama)의 경우 현장 요원 3분의 1이 재택근무 대상이다. 이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WSJ에 “15명의 팀원 중 현재 7명의 동료와 일하고 있다”며 자신의 팀이 론도니아주(약 23만㎢) 전체의 삼림 벌채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한반도(약 22만㎢)와 비슷할 정도로 넓은 면적이지만, 절반이 현장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Ibama와 또 다른 정부 기관인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치코 멘데스 기구’의 전체 직원은 6943명인데, 이중 23%가 재택근무 대상인 60세 이상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집권 후 광산개발·벌목업자들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왔고,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관련 기관 직원들이 고령화하는 데도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환경적 정책 부작용이 코로나19국면에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안정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치솟으면서 아마존 광산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광산개발·벌목업자들의 원주민 거주지역 침입이 늘어나면서 원주민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높아졌다. 22일 브라질 사회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마존 원주민은 최소 27명이고, 이중 3명이 숨졌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서울 도심서 '멸종위기' 흰목물떼새 첫 확인···"구청 준설공사 멈춰야"
중랑천의 흰목물떼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 중랑천사람들 제공.
서울 도심 중랑천에서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인 흰목물떼새가 번식한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보호구역을 지정해 흰목물떼새와 둥지를 보호해도 모자른 상황이지만 관할 자치구들의 무리한 준설공사로 인해 둥지들이 모두 파괴될 위기에 놓였다. 환경단체들은 우선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애초에 중랑천 관리방안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울 중랑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환경단체 중랑천사람들은 중랑천 내 모래톱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와 둥지를 다수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흰목물떼새와 둥지가 확인된 곳은 창동교, 녹천교, 도봉구청 등 인근의 모래톱 등이다. 실제 지난 16일 오전 중랑천사람들 회원들과 조류 전문가인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대표 등과 함께 중랑천 일대를 살펴본 결과 하천 내 모래톱 여러곳에서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의 모습 및 둥지가 확인됐다.
중랑천사람들은 당초 지난해 처음으로 흰목물떼새 둥지를 발견했으나 이 새의 번식이 교란당할 것을 우려해 외부에는 발견 사실을 밝히지 않고 비공개하에 모니터링만 실시해 왔다. 발견 사실을 공개할 경우 몰지각한 사진가들이 촬영을 빌미로 흰목물떼새의 번식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날 중랑천사람들이 다른 환경단체들과 함께 중랑천의 흰목물떼새 번식 사실을 공개한 것은 중랑천 바로 옆 자치구들의 불필요한 준설 공사로 인해 흰목물떼새 둥지가 송두리째 파괴될 위기에 놓인 탓이다.
중랑천에서 준설 작업 중인 중장비의 모습. 중랑천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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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원구는 이달 들어 중랑천 내 모래톱 곳곳에서 잇따라 준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흰목물떼새 둥지와 멀지 않은 모래톱에서 중장비가 작업을 실시하는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 중랑천사람들 이정숙 대표 등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일단 흰목물떼새 둥지가 있는 지역에 대한 준설은 연기된 상태지만 다시 공사가 실시되면 흰목물떼새의 둥지만이 아니라 서식지 자체가 사라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중랑천에서 흰목물떼새는 주로 하천 내 모래톱을 이용해 둥지를 만든다. 이 새가 모래톱을 번식지로 삼는 이유는 넓은 모래밭 위에 만든 둥지가 천적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사방이 탁 트인 모래밭에서는 어미새가 천적을 알아채기도 쉽다. 둥지에서 깨어난 유조(어린새)들은 모래톱 내에서 작은 곤충들을 잡아먹으며 성장한다. 모래톱이 사라지게 되면 당장 흰목물떼새 유조들의 생활 터전이 없어진다.
흰목물떼새의 둥지와 알. 중랑천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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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목 물떼샛과로 몸 길이 약 20㎝인 흰목물떼새는 주로 강가의 모래밭이나 자갈밭에서 번식하는 텃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흰목물떼새를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에서 LC(관심필요)로 분류한다. 서식지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 등이다. IUCN은 현재 전 세계에 남은 개체를 최대 1만7000마리로 추정한다. 이 새는 과거 한반도 곳곳의 하천 모래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조류다. 흰목물떼새라는 이름은 목과 배의 선명한 흰색 때문에 붙은 것이다. 이 새가 위기를 맞은 것은 전국 하천에서 이뤄진 개발사업으로 모래톱이 빠르게 사라진 탓인데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낙동강에 서식하던 이 새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준설과 보 건설 등으로 모래톱이 파괴된 탓에 낙동강 본류에서는 상주보 상류 한 곳에서만 흰목물떼새가 확인된다. 낙동강 상류의 지천인 내성천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집단 번식지로 꼽히지만 이곳 역시 영주댐으로 인해 생태계가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흰목물떼새가 새로 확인된 중랑천 내 노원교~창동교 구간은 모래톱이 잘 발달한 곳으로 일부 구간은 이미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과 다양한 조류, 어류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자 다양한 철새들이 날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듭되는 준설 공사로 인해 모래톱 다수가 사라졌다 재퇴적되기를 반복하면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지를 훼손당하는 일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6일 현장 조사에서도 흰목물떼새가 자리를 잡은 모래톱에 여름철새인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틀어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들 조류는 먹이가 비슷한 탓에 다른 조류가 둥지를 튼 모래톱에는 둥지를 틀지 않는 습성이 있는데 서식지 파괴로 모래톱이 줄어들자 불가피하게 같은 모래톱에 둥지를 튼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이들 조류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뿐 아니라 알에서 깨어난 유조들도 먹이 부족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게 될 우려가 있다.
중랑천사람들은 준설 공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를 막기 위해 구청과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에 우선 공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들 행정기관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행정기관들은 홍수 방지를 위해 중랑천 모래톱의 준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구간은 아파트나 상가 등 주민생활공간과 거리가 먼 지역들이다. 큰 비가 내려도 하천 출입통제만 철저히 하면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게다가 규모가 크든 작든 하천 생태계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준설 공사는 중랑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목표와도 배치된다.
중랑천사람들을 포함한 환경단체들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서울하천네트워크,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등은 “홍수 예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준설이 적절한 대응책인지, 준설 이외의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하천 준설이 하천 홍수 예방에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중랑천 준설을 지금 당장 중단하고, 멸종위기종 보전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치수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아울러 가칭 ‘서울하천준설협의회’를 구성해 앞으로 실시할 준설 사업에 대해 시민들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세계 군사비 지난해 1조9170억달러 썼다…한국 439억달러 10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 발간
미·중·인도·러시아·사우디 1~3위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군사비 줄 듯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전세계 군사비가 총 1조9170억달러(2352조원)로, 전년보다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비 집계가 시작된 1988년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7320억달러, 2610억달러로 세계 1, 2위였고, 우리나라는 439억달러로 10위였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군사비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스웨덴 국제평화 연구단체인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세계 군사비 지출 동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해마다 세계 150여개국의 무기·장비 구매 비용, 작전 비용, 군인 인건비 등을 집계해 공개한다.
지난해 군사비 1조9170억달러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이다. 세계 인구(77억명)를 고려하면 1인당 249달러꼴이다. 2018년 1인당 243달러에서 6달러 늘었다. 상위 5대 군사비 지출국은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상위 3개국 가운데 아시아 국가가 2개국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가 3위로 올라선 데 대해 “파키스탄, 중국과의 긴장 관계”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1위 미국은 7320억달러(38.2%)로 세계 군사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5.3% 늘어난 규모다. 2위 중국은 2610억달러로 전 세계 군사비의 13.6%를 차지했다. 인도는 711억달러로 지난해 3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619억달러)를 제치고 3위로 올라갔다.
한국은 439억달러로 2018년에 이어 10위였다. 전년 대비 군사비 증가율은 7.5%로, 독일에 이어 상위 10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014~2018년 기준 무기 수입 점유율 3.1%로 세계 9위였다. 한국에 앞선 군사비 상위 6~9위 국가는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차례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금정산 사송 택지개발 부실 환경평가, 10년동안 ‘눈 가리고 아웅’
KNN취재팀은 금정산 양산 구간 공사현장 주변에서 단 하룻만에 멸종위기종을 무더기로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공사전후 10년 넘게 환경조사를 했다는데도 멸종위기종을
한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리포트} 276만 제곱미터 규모의 양산 사송신도시 개발지구입니다. 취재진은 이 일대에서 지금은 최상위 포식자인 담비가 산다는 것을 확인했고, 멸종위기종 2급 고리도롱뇽과 세계자연연맹 관심대상인 꼬리치레도롱뇽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 모든 멸종위기종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공사를 시작한 뒤 다시 주변환경을 살피는 사후환경영향평가는 어땠을까? 시행사인 LH가 선정한 조사업체들은 착공 뒤 7년에 걸쳐 사후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법적보호종을 찾지 못했습니다. 평가서에는 꼬리치레도롱뇽과 고리도롱뇽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전환경영향평가에 발견된 파충류와 양서류가 사후영향평가서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복사기로 카피를 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합니다.”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멸종위기종들을 발견하고도 고의로 빠뜨렸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7년간 했다는 조사에서는 빠졌는데, KNN취재팀이 단 하룻만에 발견한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더구나 이러한 부실 의혹에 쌓인 평가를 막기위해 환경부가 사전*사후 환경영향평가들을 검토하도록 돼 있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주재민/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팀장/”관할하고 있는 사업장이 3백여 개 정도 됩니다. 3백여 개를 일일히 생태조사에 대해 거짓인지 부실인지 하나하나 다 검토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부실 환경평가 논란속에 환경부가 면죄부를 주는 형국이 되고있지는 않는지,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는 지금도 빠르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KNN 최한솔입니다.
평생 빛을 내는 발광식물이 나왔다
발광버섯 유전자 4개 주입했더니
식물 카페익산이 발광물질로 전환
‘리사이클 시스템’으로 발광 지속
발광버섯 유전자를 이용한 발광식물이 개발됐다. planta 제공
일생에 걸쳐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발광식물이 개발됐다. 지금까지는 빛을 내는 물질이나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지 않고 자체 물질을 이용해 빛을 내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러시아의 생명공학기업 플란타(Planta) 연구진은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베트남 남부 숲 지대에 서식하는 발광 독버섯 ‘네오노토파누스 남비’(Neonothopanus nambi)의 유전자를 두 종의 담배식물(Nicotiana tabacum, Nicotiana benthamiana)에 집어넣어 녹색 빛을 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유전자는 식물에 있는 카페익산(caffeic acid)을 발광 생물에 공통적으로 있는 루시페린이란 물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카페익산은 카페인과는 관련이 없는 물질이다.
연구진이 발광 버섯에서 루시페린의 합성 메카니즘을 발견한 것은 2018년 말이다. 연구진은 버섯이 네 가지 효소를 이용해 카페익산을 루시페린으로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효소가 먼저 카페익산을 발광 전구체로 만들어주면, 세번째 효소가 이를 산화시켜 광자를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효소는 이 광자를 다시 처음의 카페익산 상태로 돌려놓는다. 전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리부팅해주는 셈이다. 네 효소가 차례로 작동하며 `발광 순환' 시스템을 가동하는 구조다.
꽃을 비롯한 식물의 모든 부위에서 빛이 났다. planta 제공
식물 모든 부위에서 발광…성장에 부정적 영향 안줘
흥미로운 건 카페익산은 모든 식물에 있는 물질이라는 점이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리그닌 합성의 열쇠를 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효소들을 식물에 집어넣으면 발광버섯처럼 카페익산을 루시페린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데 착안하고, 이와 관련이 있는 네 개의 버섯 유전자를 담배식물에 주입했다. 그러자 담배식물이 발아에서부터 다 자랄 때까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빛을 스스로 계속 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잎은 물론 줄기, 뿌리, 꽃 등 식물의 모든 부분에서 발광 현상이 일어났다.
이번 연구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발광 유전자를 주입했어도 발아, 개화 등 애초 식물의 성장과 특성 발현에는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유전자를 이식받은 식물은 평균 12% 더 자랐다.
어렸을 때 가장 빛나…실내 조명·장식 등에 활용 기대
연구진에 따르면 발광식물은 어렸을 때 빛을 가장 많이 냈다. 1분당 10억 광자를 방출했는데 이는 책을 읽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물체를 보는 데는 충분한 밝기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이번에 개발된 방법은 이전의 발광 식물보다 안전성과 지속성, 경제성에서 앞선다. 우선 발광박테리아 유전자를 이용한 발광식물보다 빛의 밝기가 10배가 더 밝다. 연구진은 발광 박테리아 유전자는 식물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초당 1조 광자를 방출한 2017년 MIT대 연구진의 발광 물냉이보다는 밝지가 못했다. 그러나 물냉이는 발광 시간이 3.5시간에 불과했다. 발광을 지속하려면 루시페린과 효소(루시페라아제)를 나노 입자에 넣어 식물에 계속 주입해줘야 했다. 이는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발광식물 기술을 옅은 실내 조명이나 장식은 물론 식물의 호르몬 작용 등 식물의 신진대사 과정을 관찰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황금연휴 로드킬 주의보…‘속도 줄이고 경적 울리세요’
한국도로공사, 5~6월 야생동물 로드킬 주의 당부
고속도로에서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경적을 울려 동물을 도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1561마리. 2019년 한 해 동안 고속도로에서 차량에 치여 숨진 야생동물이 숫자다. 5~6월은 나들이 차량 증가로 고속도로 통행량이 늘어나고, 야생동물의 활동이 증가해 1년 중 로드킬(동물찻길사고)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이동 중인 야생동물을 고속도로에서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29일 한국도로공사가 내일부터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로드킬 주의를 당부했다. 도로공사는 최근 5년간 고속도로 로드킬이 9866건 발생했고, 이 가운데 5~6월에 일어난 사고가 4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루 중에는 새벽 0~8시까지 사이가 63%로 가장 많았다.
로드킬을 많이 당하는 야생동물은 고라니였다. 희생동물은 고라니가 88%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멧돼지(6%), 너구리(3%) 순이다. 고라니가 가장 많은 이유는 상위 포식동물 부재로 인한 개체 수 증가와 도로와 가까운 낮은 야산에 주로 서식하는 특성 탓이다. 또 봄이 되면 먹이활동과 새끼 양육을 위해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도로공사는 로드킬 예방을 위해 규정 속도 준수, 전방 주시 등 안전운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통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구간은 표지판이나 내비게이션, 도로전광판으로도 안내된다. 해당 구간을 지나는 운전자는 전방을 더욱 유의 깊게 주시하고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이 좋다.
한국도로공사는 야생동물 사고 예방을 위해 건설 중인 고속도로 전 구간에 야생동물 침입방지 유도울타리와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은 추풍령 생태통로. 한국도로공사 제공
만약,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경적을 울려 동물을 도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다. 핸들을 급히 틀거나, 상향등을 비추는 것은 운전자와 동물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 상향등은 순간적으로 동물에게 시각 장애를 일으켜 제 자리에 멈춰 서 있거나 차량 쪽으로 달려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동물과 충돌한 경우에는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차를 이동시킨 뒤, 가드레일 밖 등 안전지대로 대피해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에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안전지대에서 신호기, 옷 등을 이용해 후방에 신호를 보내 정차한 차량이 있음을 알리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죽어서 산호초가 되는 법(5.1)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란타의 돈 브롤리(Don Brawley)는 평범한 웹디자이너 겸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80년대 조지아대 재학 시절 그의 낙은 친구들과 플로리다 키스 해안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거였다. 그는 해가 다르게 죽어가는 산호초와 해양 서식지 파괴를 안타까워했다.
물고기들의 인공 서식지인 어초(魚礁)에 착안한 그는 산호 포자의 서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독자적인 연구에 몰두했다. 자연 산호의 산성도에 맞춘 천연 시멘트에 군데군데 구멍을 뚫은 반구(半球)형 ‘영원한 산호초(Eternal Reefs)’를 개발, 특허를 얻었다. 바닥을 납작하게 만든 것은 조류에 떠내려가지 않고 해저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구멍들을 낸 것은 작은 물고기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992년 비영리 ‘산호 볼 재단(Reef Ball Foundation)과 ‘산호 볼 개발그룹(RBDG)’을 설립했다. 최근까지 그는 약 70여 개국 해안에 70만여 개의 산호 볼을 뿌렸다.
산호및 작은 물고기의 어초로 개발된 '영생의 산호초(eternal reefs)'가 해양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매장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eternalreefs.com
그의 프로젝트는 장인인 칼턴 글랜 팔머(Carleton Glen Palmer)의 유언, 즉 자신의 유해를 산호 볼 시멘트에 섞어 바다에 놓아 달라는 당부 덕에 전기를 맞이했다. 팔머는 “내가 죽은 뒤 주변에 물고기들이 노니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만 붉돔과 농어(grouper)들이 많은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브롤리는 장인의 화장한 유해를 산호 볼 10개로 제작, 1998년 5월 1일, 붉돔이 유난히 많이 서식한다는 플로리다 사라소타(Sarasota) 해안에 뿌렸다. 그렇게 팔머는 ‘영원한 산호 볼’이란 이름처럼, 산호초로 영원히 남게 됐다.
수많은 이들, 환경운동가와 어부, 선원, 다이버들이 그 ‘멋진 영생’의 소식을 듣고 브롤리를 찾아왔다. 자신들도 팔머처럼 숨진 뒤 외롭지 않기를, 주말마다 친구와 자녀들이 산소통을 매고 찾아와 곁에서 노닐며 자신들을 기억해 주기를 원하는 이들이었다. 덜 마른 콘크리트 산호 볼에 추모의 글을 새기고, 손자국을 남기고, 기념품을 꽂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들은 매장 비용을 재단에 기부했다. 그의 ‘산호 볼’ 사업은 이웃 캐나다까지 알려져 나날이 번창하고 있고, 해양 생태계도 딱 그만큼 희망을 얻고 있다. / 한국일보 최윤필 선임기자
두 '샤를 드골', 코로나19, 서구라는 이름의 환영
2차대전 후 프랑스를 강대국으로 재건한 드골, '쓸쓸한' 타계 50주년
핵항모 샤를 드골, 1조7천억원 들여 성능개선 직후 코로나19에 전력마비
서구민주주의 대표 강대국 미·영·불, '미지의 적' 습격에 휘청
# 올해는 프랑스의 군인·정치가 샤를 드골(1890~1970)의 타계 50주년이다. 그가 태어난 지는 130년, 나치 독일에 대한 결사 항전을 촉구한 BBC 연설을 한 지는 80년이 됐다.
샤를 드골은 어떤 인물인가. 1940년 군인으로서 조국이 나치의 진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본 드골은 런던으로 건너가 윈스턴 처칠의 도움으로 항전을 이어갔다. 연합국 수장인 영국의 처칠, 미국의 루스벨트, 소련의 스탈린 사이에서 종종 패잔병 취급을 받으면서도 그는 늘 군복을 갖춰 입고 처칠이 마련해준 사무실로 출근해 전황판을 살폈다. 나치의 마수를 가까스로 벗어난 '자유 프랑스' 병력과 식민지 주둔군을 규합하고, 이념에 따라 복잡하게 분화한 프랑스의 지하 항전조직(레지스탕스)을 장 물랭을 보내 통합한 것도 드골이었다.
프랑스 제5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샤를 드골이 2차대전 때 프랑스의 망명정부인 '자유 프랑스'를 이끌던 당시인 1940년 6월 18일 영국 BBC방송을 통해 프랑스인들에게 나치 독일에 대한 결사항전을 촉구하는 역사적인 연설을 하는 모습. [EPA·영국의회도서관=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드골의 노력에 힘입어 프랑스는 해방 후 2차대전 승전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됐다. 개헌으로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프랑스 제5공화국은 드골의 리더십 아래 번영을 구가하는데, 특히 해방 후 1945년부터 1975년까지는 프랑스인들에게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이라 불릴 만큼 자랑스러운 시기다.
마셜플랜의 도움으로 경제가 회생했고, 문학·철학·영화·패션 등 문화와 지식이 다시 꽃을 피웠으며, 전략핵무기까지 갖게 됐다. 미·소 대치에서 한 발짝 비켜서서 독자 외교 노선을 추진하고 패전국 독일을 포용하며 유럽 통합을 주도했다.
나치가 프랑스를 짓밟으며 유대인을 학살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며 절치부심했던 드골은 이렇게 '위대한 프랑스의 재건'이라는 오랜 꿈을 조금씩 이뤄갔다. 이런 드골도 말년에는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를 격렬히 표출한 68혁명(68학생운동) 당시 타도해야 할 낡은 기득권의 상징이 되는 수모를 겪는다.
그래도 타계 50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인들에게 드골은 정파를 초월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남아있다. 장군을 뜻하는 '제네랄'이라는 명사는 그를 지칭할 때 항상 따라붙는 영예의 칭호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는 이토록 자랑스러운 드골의 사후 50년을 기릴 여력이 없다. 그를 기억하는 각종 행사와 생가·전적지 탐방 등의 프로그램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전국에 봉쇄령을 내린 지 6주가 지났어도 여전히 매일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미지의 적의 공격에 스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2만5천명에 육박한다.
# 항공모함 샤를 드골은 전략핵잠수함들과 함께 프랑스의 핵억지 수단이다. 함재기인 전천후 전폭기 라팔은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면 핵탄두 미사일을 싣고 대양에서 출격한다.
이 전략무기에 프랑스를 나치로부터 해방시켜 강대국으로 재건한 드골의 이름을 붙인 것은 프랑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샤를 드골은 최근 2년간 13억유로(1조7천억원)를 들여 새 핵연료를 주입하고 전투장비를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드골을 추앙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11월 함상에서 만 하루를 체류하며 실전 재배치 태세를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지중해로 나가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에 최첨단 전폭기로 폭탄을 쏟아부은 샤를 드골도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손도 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고립무원의 바다에서 감염원이 누군지도 모른 채 1천명이 넘는 장병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전투력이 마비된 것이다.
앞서 샤를 드골의 두 배 덩치인 미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역시 코로나19로 작전을 중단해 이번 일은 두 강대국 핵항모의 '굴욕'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지난 1월 프랑스의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와 그 위의 함재기 라팔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국, 프랑스, 영국 세 나라는 초기 방역에 실패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고전 중이다.
핵보유국인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서구민주주의 진영의 대표국가들이라 이 상황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들이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에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방심하다가 실기(失期)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은 배경에는 한때 '서구 열강'으로 불리던 이들 나라의 아시아에 대한 오랜 편견도 작용했을 것이다.
소수의 일탈이기는 하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언어·물리적 폭력 같은 추한 모습도 여전히 목격된다. 서구우월주의와 인종주의라는 편견, 전문가와 과학에 대한 불신, 대중의 불안에 편승하는 무책임한 정치세력 따위는 이들 국가에서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이 세계대전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생계를 지켜주는 것은 핵이나 항공모함 같은 값비싼 무기가 아니었다. 유능하고 헌신적인 의료진, 견고한 공공의료체계, 스마트한 방역당국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정부 조직, 과학을 신뢰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성숙한 시민의식 같은 것이 가족과 이웃을 살리는 것을 한국인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지난 26일 서울의 야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것들이 소위 선진국인 미국이나 서유럽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게 사실이다. 합리주의와 경험론을 태동시켜 과학혁명을 이루고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처음 이룩한 '근대'의 선구자들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던 인식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이런 찬란한 과거를 무색하게 한다. 전 세계가 초연결된 개방경제 시대에 바이러스가 곧 들이닥칠 것이라는 예측도 하지 못하고서는 뒤늦게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과 여행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제한해 버렸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그런 싸움이라 자만은 금물이다. 그래도 이 사태가 끝나면 우리는 떠들썩하게 승리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응어리처럼 붙어있던 그 단단한 '서구 콤플렉스'를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영광의 30년'을 기억하는 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두 '샤를 드골'의 과거와 현재는 극동의 작은 분단국이었던 우리에게 선진국이란, 강대국이란 무엇인가라는 낡은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yonglae@yna.co.kr
전원주택 짓자고… 양평 산마다 깎아 정상까지 ‘벌거숭이’
▲ ‘민둥산’으로… 28일 경기 양평군 대흥리 용문산 자연휴양림 부근 산자락이 단독주택단지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대규모로 파헤쳐져 있다. 김호웅 기자
■ ‘난개발’로 만신창이 된 복포리 일대 르포
팔당 상수원 9㎞ 떨어진 마을
산중턱 마구 파헤쳐 택지 개발
환경평가 피하려 ‘부지 쪼개기’
나무 나뒹굴고 토사 쌓여있어
비오면 마을 산사태 피해 우려
경기 양평군 지역 임야와 농경지 곳곳이 난개발로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면서 신음하고 있다. 최근 택지개발 붐과 규제 완화를 틈타 웬만한 산들은 정상까지 깎아내린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 지역인 양평군 양서면 복포리 일대 전원주택단지를 조성 중인 산림 훼손 현장이 유독 심해 보였다.
28일 양서면 양수리에서 양평읍 방향으로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가곡터널 근처 복포리 입구에 들어서자 좁은 마을 도로와 주택들이 나타났다. 팔당 상수원에서 불과 8∼9㎞ 떨어진 이곳은 남한강변이 내려다보일 정도로 경관이 수려했다. 마을을 둘러싼 산 중턱마다 새로 지은 주택들로 볼썽사나웠다.
좁은 길을 따라 복포리 30-8 야산에 이르자 산자락은 수천 그루의 소나무들을 벌목한 바람에 벌거숭이 민둥산이 돼버렸다. 베어낸 나무들은 가장자리에 쌓여 있거나 비탈진 곳에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한 업체가 지난 6일 화훼 재배용 온실(4개동)·창고(1개동) 용도로 양평군으로부터 산지전용허가(4253㎡)를 받아낸 곳으로, 주택부지를 조성하는 듯 보였다. 이곳은 산 16-9 일대가 올 들어 분할돼 개발이 본격화된 3개 필지 가운데 하나다. 아래쪽에는 축대를 쌓아 조성한 10여 개의 주택부지가 몇 그루의 나무만 심은 채 빈터로 방치돼 있었다. 2018년 5월 준보전산지 3851㎡에 대해 버섯재배사 용도로 산지전용 허가를 받았으나 미착공으로 취소돼 지난해 12월 원상복구 된 곳이다. 이곳은 거주요건인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축대에는 주택부지분양을 안내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업체들이 농임업용 시설로 허가를 받는 것은 준공 후 부지(농지)를 쉽게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정상 쪽 복포리 산 16-1 일대 1만1251㎡는 이미 개발이 진행돼 산 능선이 잘려나가 있었고 곳곳에 토사가 쌓여 있었다. 아래쪽에 축대를 쌓았지만 비가 오면 곧 산사태가 날 것만 같았다. 부지를 4780㎡(다가구주택), 4590㎡(다세대주택), 1300㎡ (단독주택 및 다세대) 등 3개로 나눠 산지전용허가를 받았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5000㎡ 미만의 ‘쪼개기 수법’으로 산지전용허가를 받은 것이다. 남한강에서 가까운 산 정상인데도 경관심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지 경사도가 기준치(25도) 이상인데도 허가를 내준 의혹도 제기됐다.
양평=오명근 기자 omk@munhwa.com
용산 한남근린공원 부지, 서울시가 사들여 공원화
서울시, 공원일몰제 해제 앞두고
청년 임대 대신 공원 조성 결정
매입비용 3800억 전액 부담키로
지난 3월 한남근린공원 터가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근린공원 터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3천억원이 넘는 부지 매입비 때문에 공원 조성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시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청년임대주택 건립도 검토했지만,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공원을 실제 조성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장기 미집행 시설 실효제)는 도시관리계획상 사유지를 공원 용도로 지정만 해놓고, 장기간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인 공원 조성 계획을 그 전까지 세우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남근린공원 터(2만8197㎡)는 1940년 조선총독부 고시를 통해 공원으로 지정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병기정비소로 쓰이다 한국이 미군에 기지를 공여했고, 이후 이 터에는 미사일 정비시설, 미군 가족 주택 등이 지어졌다. 이후 소유권이 민간으로 이전되고 2014년 부영주택이 땅을 사들였다. 80년 동안 실제 공원 구실을 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한남공원 주변에는 ‘한남 더힐’, ‘나인원 한남’ 등 고급 주택이 인접해 있어 공원 부지 매입비만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자치구가 관리하는 공원은 시와 자치구가 매입비용을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용산구는 지난해 한남동 부지 매입비용을 34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구 재정 여건으로는 절반도 부담하기 어려우니 시가 매입비를 모두 부담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시는 공원을 조성하지 않고도 공공성을 지킬 방법으로 청년임대주택 건설도 검토했지만, 결국 이달 입장을 바꿨다. 공원 관리 주체를 용산구에서 서울시로 바꿔 터를 사들이는 데 드는 비용을 전액 시비로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시는 부지 매입에 약 38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의 공원조성과 관계자는 “청년주택을 지을 경우, 임대수익과 일부 분양수익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해도 2600억원가량의 예산 소요가 불가피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1200억원을 더 들여서 공원을 존치하고 후세대가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런 방침을 세운 뒤 지난 23일 시보에 실시계획 인가를 위한 주민 의견 청취 공고를 게시했다. 실시계획 인가는 개발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다.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하면 5~7년까지 공원 실효를 유예할 수 있다. 시는 5년 안으로 보상을 마치고 한남근린공원 터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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