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5월 더위…100년 전보다 빨라진 여름
탈원전 2년만에 7조 날아갔다? 조선일보 ‘선동’ 보도
부산·경남 환경단체 “금정산 사송신도시 난개발 중단하라”
장수말벌, 미국서 돌연 ‘아시아 킬러 말벌’된 사연
수도권 전기는 수도권이 책임져야 한다
“금강 세종보 열었더니 멸종위기 물고기 흰수자마가 돌아왔다”
이대로 가다간…50년 내 35억명 ‘사하라 사막’에 산다
우주에서 본 해질녘 노을빛 칸첸중가
국립수목원, 독립기념관에 우리 민족성 닮은 정원 조성
NASA 선정 '지구 최고의 풍경 사진'
코로나가 만든 ‘조용한 바다’…고래들의 수다 시작될까
멸종위기 제주 돌고래 "관광선박 '스토킹'에 괴로워요"
삼척화력 부지 내 천연동굴, 학술·자연유산 가치 크다”
을숙도·삼락생태공원 꼬리명주나비 복원 본격화
호랑이 삼키는 도로, 핵심 서식지 60% 위협
금정산 환경훼손, 재검토 요구, 환경부 LH 정밀 조사실시
2024년 부산에 시민공원 4배 규모 도심 공원 조성1. 일몰 공원을 살려라
공원의 조건은 공공·참여·미래지향성, 주민 참여 필수적 ”
“1984년 참사 이래 최악”…LG화학 印공장 참사
어린이를 사랑한 돌고래 ‘오포’
중국에서 공포의 나방이 날아온다...열대거세미나방 유입 '초비상'
기후변화가 갈라놓은 미국…동부는 한겨울, 서부는 한여름
인도서 머리 두 개 달린 뱀 발견…“먹잇감 두고 서로 싸워”
한국판 뉴딜’에는 왜 ‘그린’이 빠져 있을까
한국에서 ‘뉴트리아 고기’가 절찬리에 판매됐다면?
“병원체만 쫓아선 확산을 잡을 수 없다”
올해도 5월 더위…100년 전보다 빨라진 여름
4일 서울 26도…3일엔 27.4도
최근 10년 5월 평균 기온
100년 전보다 3도 높아져
최근 6년 5월 기온 역대 최고
기상청 “여름 빨리 시작 추세”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서울지역에 첫 폭염특보가 발효됐던 지난해 5월2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에 뛰어들어 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반도의 여름이 빨라지고 길어진다. 5월 기온은 100년 전보다 무려 3도가 올랐다. 기상청은 올해도 더운 5월이 될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4일 대구 지역 기온이 30도, 서울 지역은 2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이미 서울은 3일 27.4도를 기록해 올해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지난 1일에도 26.2도로 초여름 날씨에 가까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5월에는 햇빛의 양이 많고 더운 남서풍이 분다. 특히 중부 내륙지방은 남해안을 통해 유입된 더운 바람이 데워진 육지를 거쳐 북상하기에 기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달 맑은 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는 주로 남부지방에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겨레>가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을 통해 100년 전과 비교해보니 5월이 더워진 것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912~1920년과 2011~2019년 한국 6개 지역(서울·인천·부산·대구·목포·강릉)의 월별 평균 기온을 비교한 결과, 최근 10년의 평균 기온이 100년 전보다 1.8도 높았다. 월별로 보면 매월 1~3도씩 높아졌는데 특히 5월이 100년 전 15.6도에서 최근 18.6도로 가장 많은 3도가 올랐다. 5월은 최고 기온의 평균치도 21.1도에서 23.7도로 2.6도 올랐다. 특히 3~5월 평균 기온이 2.7도, 2도, 3도씩 올라 다른 계절보다 봄의 기온이 부쩍 올랐다.
최근 몇 년 사이 5월 더위가 두드러지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1973년 기록 이래 전국 5월 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던 해는 2018년을 제외한 최근 6년이다. 2017년(18.7도), 지난해와 2016·2015년(18.6도), 2014년(18.4도)였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2018년도 17.8도로 평년(17~17.4도)보다 높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후변화의 특징은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빨리 시작하는 것인데 5월 더위도 그런 추세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여름의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기상청이 지난해 11월 국회 기후변화포럼과 함께 연 토론회에서 최영은 건국대 교수(지리학)는 “1971~2000년과 1981~2010년을 비교한 결과 한반도의 봄은 1일, 겨울은 5일 짧아지고 여름은 6일 길어졌다”고 밝혔다. 과거 30년(1971~2000년)은 겨울이 108일(여름 101일)로 가장 길었는데 최근 30년(1981~2010년) 간 여름이 107일로 겨울(101일)보다 길어졌다.
지난 2월 말 기상청이 주관한 ‘이상기후 보고서 발간 10주년 기념 워크숍’에서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도 “서울 기준으로 과거 30년(1981~2010년)과 최근 10년(2009~2018년) 계절길이를 비교하면 봄이 7일 줄고 여름이 10일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또 앞으로 50년 뒤인 2071년부터 2100년까지의 서울 계절길이를 봄 74일, 여름 168일, 가을 56일, 겨울 67일일 것으로 내다봤다. 별도의 저감 노력없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기후변화 시나리오 RCP8.5)의 결과다. 강력한 저감 노력을 하더라도 최근과 비슷하게 계절길이가 유지될 전망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탈원전 2년만에 7조 날아갔다? 조선일보 ‘선동’ 보도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보고서 인용하며 “정부 탈원전 정책 폐해” 강조했으나 사실과 달라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지속적으로 비판·비난하며 각종 오보와 왜곡보도를 반복해오며 원자력산업계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지난 1일에는 “탈원전 2년 만에 7조 날아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하며 또다시 ‘탈원전 선동’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2018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보고서’를 인용하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탈원전 정책을 시작한 2017년 원전 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13% 줄면서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2018년에도 연이어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원전 산업 총투자액도 2018년 7조8980억원으로 2017년보다 3.8% 줄었고, 원전 산업 관력 인력도 2%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금지했다”며 “신규 원전 백지화로만 30조원에 달하는 원전 산업 매출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원전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은 부도 위기에 몰렸고, 한전은 지난해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영업 손실을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의 입을 빌려 “탈원전 정책의 폐해가 원전 산업 붕괴로 일자리 감소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5월1일자 조선일보 1면.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과 2018년 국내 원자력산업 분야 매출 감소는 한수원 등 발전사업자의 매출 감소에 대부분 기인한다”며 “발전사업자 매출 감소는 원전 정비일수 증가로 인한 전기판매수익 감소, UAE원전 수익 감소 등에 기인한 것으로 에너지전환정책 때문이라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1일 해명자료를 내고 “2017년과 2018년 매출 감소의 대부분은 발전사업자 매출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발전사업자 매출 감소는 5.6조원 수준인데, 이는 원전 정비일수 증가로 인한 전기판매 수익 감소(3.2조원), UAE 원전건설 마무리단계에 따른 수익 감소(2.4조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비기간이 늘어난 것을 두고 탈원전이라고 볼 순 없다.
해당 기사에서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원전의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독점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식의 보도 역시 왜곡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여러 차례 두산중공업의 경영위기를 보도하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에너지경제 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해 9월 두산중공업 보고서에서 “두산중공업이 시장의 추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글로벌 발전 시장의 재편을 주도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는 전략 대신 원자력과 화석 연료 발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월 ‘바로잡기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 세계 에너지원별 투자금액은 재생에너지가 전년 2천980억달러에서 3천40억달러(352조원)로 늘었고, 석탄발전과 가스 등 화석 연료에 전년 1320억달러에서 1천2백70억달러(147조원)로 줄어들었다. 원전 투자액은 170억달러에서 470억달러(54조원)으로 늘었지만 재생에너지 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가 풍력·태양광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상황을 두고 기업이 정부 탓만 하고 있다는 의미다.
▲개티이미지.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에 언급한 한전의 적자 또한 ‘탈원전’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지난해 한전의 손실원인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스발전과 석탄발전 등의 연료비 상승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며, 원가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력 판매단가를 낮춘 결과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월성 1호기 폐쇄의 경우 월성 1호기의 발전량 감소가 전체 발전량의 0.4~0.6%로 파급력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2016년 대비 2018년 원전 전력 구입량 감소 원인은 원전의 격납용기 철판 부식, 부실시공, 노후화로 인한 조사와 정비일수 증가에 따른 이용률 하락 탓이었다. 떄문에 이에 따른 원전 전력 구입량 감소를 탈원전으로 연결 짓는 것은 왜곡에 가깝다.
이와 같은 조선일보 보도는 무엇보다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안전’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한국은 단위면적당 원전과 석탄발전소 비율이 세계 1위 수준이다.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의 주범이고, 한국이 더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 원전은 그 자체로 재앙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친원전 매체들은 에너지 정책을 정쟁으로 몰고 가며 안 그래도 탈석탄·탈원전에 소극적인 정부·여당의 선택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부산·경남 환경단체 “금정산 사송신도시 난개발 중단하라”
금정산 국립공원지정 부산범시민네트워크(이하 범시민네트워크)와 경남 김해·양산 환경운동연합은 4일 오전 경남 양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정산 사송신도시 개발 공사 중지와 금정산 생태 보전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범부산시민네트워크 제공
부산과 경남 지역 환경단체가 양산 사송신도시 개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며 양산시와 환경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금정산 국립공원지정 부산범시민네트워크(이하 범시민네트워크)와 경남 김해양산 환경운동연합은 4일 오전 경남 양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된 금정산 사송신도시 개발 공사를 즉각 중지하고, 금정산 생태 보전을 도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송지구 장군봉 계곡 말단부에서 멸종위기 2급인 담비와 고리도롱뇽을 비롯해 세계자연연맹 관심대상종 꼬리치레도롱뇽이 발견됐으나, 지난 10년간 조사된 환경영향평가와 사후영향평가 어디에도 해당 생물 종의 존재가 없어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범시민네트워크는 “일반인의 눈에도 보이는 이 생물들이 시행사가 고용한 전문 조사업체의 조사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면서 “환경부가 이에 대해 관리감독의 책무를 면피하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사송신도시 개발 현장이 금정산 전체 면적의 28%를 점유하고 있는 양산 동면 장군봉 동쪽 사면과 맞물려 있어 이 사업 자체가 금정산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범시민네트워크는 “사송·내송지구는 지난 2007년 개발계획을 승인받았지만 무려 10년이 넘은 2018년 2월에 착공이 이루어졌다. 개발 수요가 현실적으로 부합하지 못했고 계획 자체가 부적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환경부는 금정산 사송지구 신도시 개발을 중지하고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 사과할 것△ 양산시는 정부 부처와 협의를 통해 해당 사업 지구의 보전을 도모할 것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관련 사업지구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관계기관 대책을 수립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업지구가 가진 생태적 가치를 무시하고 개발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구시대 토건족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면서 “환경부는 민·관 전문가 긴급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보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장수말벌, 미국서 돌연 ‘아시아 킬러 말벌’된 사연
토종 장수말벌. 뉴시스
최근 미국에 상륙해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장수말벌의 이름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언론에서 장수말벌을 ‘아시아 킬러 말벌’로 부르는 것이 아시아에 대한 인종차별적 시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UPI통신에 따르면 워싱턴주 농업부는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는 장수말벌이 지난해 가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섬에서 처음 포착된 이후 캐나다 국경 인근에 있는 미국 워싱턴주 블레인에서도 발견됐다고 최근 밝혔다. 현지 농업 당국은 추적조사에 나섰고, 주민들에게 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UPI통신은 밴쿠버에서 발견된 장수말벌이 “한국에서 온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말벌로 알려진 장수말벌은 여왕벌의 몸길이가 37~44㎜에 이르고, 꿀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도 해 양봉업자들의 ‘적’으로 불린다. 이들은 늦여름철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아래턱뼈를 이용해 꿀벌의 머리를 뜯어가는데 벌집 인근에서 참수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곤 한다.
또 장수말벌이 가진 길이 6mm가량 독침은 방호복을 뚫을 수 있고, 그 독성은 꿀벌의 7배에 달해 사람도 반복해서 쏘이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이러한 장수말벌의 위험성을 “수십 마리가 꿀벌 약 3만 마리를 몇 시간 안에 몰살할 수 있다”는 말로 설명했다.
현지 곤충학자들은 장수말벌의 개체 수가 많아지면 꽃가루의 매개체인 토종벌을 위협할 것이라 우려한다. 곤충학자 크리스 루니는 장수말벌 개체 수를 최대한 빨리 통제해야 한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못 하면 통제 자체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뉴스웹사이트 'THE HILL'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장수말벌의 현지 명칭인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 대신 ‘아시아 킬러 말벌’이라는 표현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문제는 일부 매체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장수말벌의 현지 명칭인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 대신 ‘아시아 킬러 말벌’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붙였다는 점이다. NYT 등 정론지도 트위터에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이라고 쓰면서도 ‘살인 말벌(murder hornets)’이라는 추가설명을 달아 비슷한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러한 명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끈질기게 제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우한 발원설과도 겹쳐 더욱 거센 혐오를 낳는 모양새다. SNS상에는 “처음에는 중국 우한 바이러스, 지금은 ‘아시아 살인 말벌’인가? 트럼프는 이들을 끝장내 버려야 한다”, “우한의 끔찍한 실험실에서 나온 또 다른 탈출자, 아시아 살인 말벌”이라는 등의 혐오표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관련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s)’이라고 썼지만 ‘살인 말벌(murder hornets)’이라는 추가설명을 달아 인종차별적인 인식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시선을 거두고 이성을 찾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이용자는 “지난해 이 말벌은 그저 ‘거대 말벌’로만 불렸지만 이젠 ‘살인 거대 말벌’로 불린다. 정치적 분위기와 반아시아적 인종차별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매우 의도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이용자도 “NYT는 공개적인 인종차별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수도권 전기는 수도권이 책임져야 한다
언제까지 장거리 송전에 의존할 것인가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했다. 거대한 송전탑과 송전선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밀양 할매들의 눈물만이 아니다. 고압송전선이 관통하는 지역 곳곳의 눈물이 배어있고, 그 전기의 대부분은 수도권으로 수렴된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경제, 정치, 교육, 문화가 집중되어 있다.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국가 균형발전, 분산정책은 공공기관 정도가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 그쳤다.
▲ 수도권 주민은 전력을 소비만 한다. 전력 생산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편중 현상은 전력 생산과 소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소비할 전력을 위해 해안가에 지어진 석탄과 원자력발전소들이 철탑을 세워 장거리 송전을 하고 있다. 전기를 타고 흐르는 도중 눈물은 마르고 마는 것인지,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 눈물을 감지하지 못한다.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와 고압송전망을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마주할 일이 없어서인지, 이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은 눈물을 추체험하기조차 힘들다. 문명과 그 편리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너무 쉽게 망각하게 하는 구조다. 수도권의 불편 없는 전기 이용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외로운 싸움과 희생의 산물임을 잊는다. 아니 외면한다. 그러니 전기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마르는 것이 아니라 외면된 것일 뿐이다.
동해안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신한울에서 신가평까지 219킬로미터(㎞)구간 500킬로볼트(kV) 초고압직류송전망(HVCD)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애초에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기 위한 망은 765kV로 계획한 바 있으나, 전자파 피해가 적고 송전탑 크기를 줄일 수 있는 500kV HVCD로 변경하여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건설비가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철탑의 크기를 줄이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에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주민수용이 쉬운 것은 아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부구간 노선이 윤곽을 드러냈을 때 지역별, 권역별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서부구간의 노선 역시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게다가 이 송전선로 사업은 기술적으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에서 선택한 전류형 HVDC는 공진현상 문제로 주변 발전소 터빈의 비틀림이나 균열, 파손 위험을 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 2호기와 신규로 건설 중인 민자석탄발전 삼척포스파워 1, 2호기(현재는 삼척블루파워로 이름을 변경했다), 강릉안인화력발전소 1, 2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는 임무를 갖고 있으나, 기후위기와 미세먼지를 고려했을 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 가동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다. 세계적인 탈 석탄의 흐름 속에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도 퇴출되는 마당인데, 신규로 진입시키는 것은 퇴행적 흐름임에 분명하다. 더군다나 500kV HVCD가 기술적, 주민수용성 등의 이유로 지연될 경우 지어진 발전소가 계통 제약으로 인해 발전을 못하면 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등 문제가 상호 얽혀있는 상황이다. 발전소와 송전선은 필요 충분 조건이지만 둘 다 서로의 발목을 잡는 격이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최초로 분산형 전원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분산형 전원'의 정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면서,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하는 22.9kV배전선으로 연결하는 40메가와트(MW)이하의 소규모전원, 154kV 송전선로에 연결하는 500MW이하의 수요지 전원으로 명시했다. 물론 이 분산형 전원의 정의가 사회적으로 논의,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500kV 초고압직류송전망 사업은 분산형전원이 아니며, 원자력과 석탄화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장거리 송전하는 기존의 중앙집중 방식을 그대로 온존함은 분명하다.
소규모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며, 이는 지속가능한 송전과 뗄 수 없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특정 지역의 피해와 눈물을 타고 장거리 송전을 하는 방식이라면, 재생에너지 발전은 해당 지역의 전력을 해당지역에서 생산해서 공급하는 방식이다. 특정 지역의 위해 송전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소모되고 눈물도 사라진 채 지금 쓰는 전력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출처에 대한 질문도 없이 코드만 꽂으면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금 사용하는 전력이 어디에서 어떤 발전원으로 생산된 것이고, 나는 소비하는 당사자로서 이 전력의 생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묻는 전력이다. 공급 안전성과 송전 안전성을 먼 지역에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 사용하는 전력의 공급과 송전 안전성을 지역 스스로가 책임지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래야 장거리 고압 송전선을 타면서 손실되는 전력도, 눈물도 줄일 수 있게 된다. /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에너저전환팀장 /프레시안
“금강 세종보 열었더니 멸종위기 물고기 흰수자마가 돌아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흰수마자. 환경부 제공
금강 세종보 인근 생태계가 보 개방 영향으로 확연히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보는 완전 개방 기간이 지난 3월 기준 798일로 4대강 16개 보 가운데 가장 길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세종보 인근 생태계를 2년 이상 관측한 결과, 서식하는 어류의 건강성 지수가 35.6에서 56.7로 59%, 저서동물의 건강성 지수는 34.6에서 63.9로 85%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건강성 지수는 생물의 생태적 특성을 토대로 산정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수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류 가운데 수질오염에 잘 견디는 잉어, 붕어 등의 내성종 개체 수 비율은 56%에서 49%로 줄었고, 저서동물 우점종은 오염 지표종으로 꼽히는 깔따구류에서 물벌레류로 변화했다. 보 주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와 2급 양서류인 금개구리, 맹꽁이 등의 서식도 확인됐다. 지난해 4~6월 보 하류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어류인 흰수마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흰수마자는 1980년대부터 금강 본류와 지류에서 폭넓게 채집되다가 보가 설치된 이후 본류에서 사라진 한반도 고유종이다.
세종보 개방 이후 보 주변 모습. 환경부 제공
이런 생태계 회복은 보 개방으로 모래톱과 여울 등 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수심이 얕아지고 물살이 빨라지면서 축구장 면적의 41배에 이르는 0.292㎢의 모래톱이 드러났고, 17개 분류항목 가운데 4개 항목만 관찰됐던 수생태계 서식지에는 여울과 소, 모래톱 등이 나타나며 8개로 늘었다.
김영훈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당은 “세종보를 장기 개방함에 따라 물리적 서식 환경이 다양하게 나타나 생태계 변화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이대로 가다간…50년 내 35억명 ‘사하라 사막’에 산다
미국·유럽·중국 연구팀의 경고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발표
온실가스 배출 현재 추세 유지 땐
섭씨 29도 웃도는 지역 19% 확대
산업화 이전 대비 체감온도 7.5도 상승
“기후변화, 코로나처럼 예측 불가
탄소 배출량 빠르게 줄여나가야”
인류가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경우 적도 부근 검게 표시된 지역과 같은 연평균 기온 29도 이상인 환경이 50년 뒤 그 주변 빗금 친 지역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70년 이 지역에는 약 35억명의 사람들이 거주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제공
인류가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50년 안에 사하라 사막과 같은 기온에서 살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주지의 기온이 연평균 섭씨 29도를 웃돌 것이란 암울한 관측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5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에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촉구했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대부분 연평균 기온 섭씨 11~15도 사이의 매우 좁은 기후대에 거주해왔다.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조건을 극복해왔지만, 모든 생물종이 환경적으로 적합한 조건을 선호하는 것에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도 변화를 분석해본 결과,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로 계속 배출될 경우 50년 안에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섭씨 29도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기후 환경은 사하라 사막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전체 육지의 0.8%에 해당하는 이런 기온대가 아프리카 중북부, 남아메리카 북부, 인도 대부분은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까지 확산해 19%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대규모 이주 등은 고려하지 않고 인구 증가만을 따져봤더니, 2070년에 이런 환경에 놓이게 될 인구는 전체의 30%인 35억명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6000년 전 호수였다가 말라붙은 길이 500㎞, 폭 150㎞, 깊이 160m인 사하라 사막 남부의 보델레 함몰지 위성 사진. 연간 100일 동안 모래폭풍이 일어난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50년 뒤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3도의 상승 폭을 보이게 되지만, 인류가 체감할 상승 폭은 2.3배 높은 7.5도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인간이 주로 거주하는 육지가 해양보다 빨리 더워질 뿐 아니라, 인구 증가가 기온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기획한 바헤닝언대학 마르턴 셰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불과 몇달 전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변화를 몰고 왔다. 기후변화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구의 광범위한 지역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으로 더워지고 기온은 다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재앙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빠르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의한 인간 활동 위축은 지구 온난화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2020 세계 에너지 검토’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에너지 소비량이 6% 감소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배출량 감소 폭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더 커질 수도 있지만 결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급반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우주에서 본 해질녘 노을빛 칸첸중가
해발 8586미터…세계 3번째로 높은 산
고도 400km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칸첸중가. 나사 제공
히말라야산맥의 칸첸중가는 해발 8586미터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원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여겨졌으나 19세기 중반 측량 결과 1위 자리를 에베레스트(해발 8848미터)에 내줬다.
그러나 우주에서 보면 칸첸중가도 납작하게만 보인다. 봉우리들이 구름 위로 솟아 있는 모습을 통해 입체감을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다. 인도와 네팔 경계에 있는 이 산을 고도 400km 상공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사진이 최근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촬영한 이 사진은 우주에서 본 해질녘의 칸첸중가 모습이다.
인도 다르질링의 타이거힐에서 바라본 아침 동튼 직후의 칸첸중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전 세계에서 해발 8000미터가 넘는 산 봉우리는 모두 14개다. 칸첸중가는 이 가운데 가장 동쪽에 있는 산으로, 에베레스트에서 남동쪽으로 120km 떨어져 있다. 세계 최고봉의 산에 오르는 건 등반이라기보다는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항공주우국(나사)에 따르면 해발 5천미터에서는 지상보다 지상보다 산소량이 절반에 불과하다. 해발 6천미터에 이르면 질식이 시작되고, 7천미터부터는 사고력이 뚝 떨어지며, 8천미터 이상에서는 아무리 출중한 등반가라도 며칠을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8천미터 이상은 데스존(죽음의 구역)이라 불린다.
1955년 영국 등반가 조 브라운과 조지 밴드가 처음으로 칸첸중가 정상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엄홍길(2000년), 박영석(1999년), 한왕용(2002년), 김웅식(2001년), 김재수(2009년), 김창호(2010년)씨 등이 칸첸중가 정상에 섰다. 정상 등반에 도전한 세계 산악인 중 20%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히말라야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해 생긴 산맥으로 약 800만년 전 지금과 같이 높고 험준한 지형을 형성했다./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국립수목원, 독립기념관에 우리 민족성 닮은 정원 조성
독립기념관 제2관 중정에 암석 파편·돌 쌓인 정원 기증
미선나무·만리화·앵초·진달래 심어…나라 지킨 민초 상징
독립기념관 제2관 중정에 돌밭 정원이 들어섰다. 이 정원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나라를 지킨 민초들을 상징한다. 독립기념관 제2관 ‘겨레의 시련’은 개화한 조선의 자주독립 국가 건설의 꿈이 일제의 침략으로 좌절되고 이어진 가혹한 식민지배 시기에 피어난 우리 선조들의 독립 의지를 보여주는 상설전시관이다.
이 상설전시관 건물의 가운데 공간(중정)에 정원이 들어섰다. 정원 이름은 ‘시련의 돌밭’.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조성한 이 정원은 생김새부터 독특하다. 아름답지도, 낯설지도 않다. 동네 산모퉁이쯤에서 봤음직 한 모습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의 산지, 계곡의 끊어진 암석 절벽지대에서 떨어진 바위 부스러기들이 경사면 아래 쪽에 반원추형으로 쌓여있는 지형을 본떠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 돌 틈 사이에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 특산식물 미선나무를 비롯해 만리화, 탐라산수국, 털진달래, 붉노랑상사화, 제주상사화, 개복수초, 앵초 등 우리 꽃과 나무를 심었다.
시련의 돌밭’ 정원은 반원추형 애추 지형에 미선나무, 앵초, 제주상사화, 털진달래 등 우리 산하의 꽃과 나무를 심었다.
국립수목원은 돌밭은 황폐화한 국토를, 돌밭 사이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나라를 지켜온 ‘국민’과 ‘우리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정원 옆 복도에는 갓 쓴 노인과 단발을 하고 자전거를 끄는 젊은이 조형물이 서 있어, 개화기의 시대 변화를 보여준다. 배준규 국립수목원 임업연구관은 “겨레의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항상 제 자리를 지키며 꽃을 피운 우리 나무가 국민께 위로와 자긍심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국립수목원 제공
NASA 선정 '지구 최고의 풍경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온라인 매체인 NASA 지구관측소(NASA Earth Observatory)가 설립 20주년과 지구의날 50주년을 맞아 최고의 지구 풍경 사진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5만600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의 해변 모래사장 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카리브해 바하마 해변
전체 1위 카리브해 바하마의 해변. 2001년 1월17일
추상화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바하마 해변의 모래와 해초를 위성에서 찍은 사진이다. 조류와 파도가 모래와 해초를 사하라 사막의 모래언덕과 비슷한 모양의 조각으로 빚어냈다.
오오츠크해 쿠릴열도의 라이코케섬 화산폭발
전체 2위·바다와 하늘 부문 1위 오오츠크해 쿠릴열도의 라이코케섬 화산폭발. 2019년 6월22일쿠릴열도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캄차카반도와 가깝지만 분화가 자주 일어나는 편은 아니다. 쿠릴열도의 라이코케섬에선 1778년과 1924년에 화산폭발이 있었다.
2019년 6월22일 새벽 4시께 700m 높이의 화산에서 화산재와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우주 정거장의 우주비행사들과 인공위성들이 이 화산재가 북태평양으로 퍼지는 장면을 포착했다. 화산 폭발에 따른 열로 주변 바다에서 대량의 수증기가 발생하면서 라이코케섬이 구름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남태평양 토켈라우제도 아타푸 산호섬
바다와 하늘 부문 2위 남태평양 토켈라우제도 아타푸 산호섬. 2009년 1월6일
남태평양 뉴질랜드령 토켈라우제도의 아타푸 산호섬은 넓이가 8㎞ 정도 된다. 이 섬은 토켈라우제도를 이루는 4개의 섬 중에 가장 작다. 아타푸 섬의 주된 주거지는 서쪽 끝으로, 사진에 회색 점들이 찍혀 있는 부분이다. 독특한 반지 형태는 산호초가 예전이 이 지역에 있던 화산섬을 감싸면서 나타났다. 화산섬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산호초만 남은 것이다. 아타푸 섬의 고도는 해발 2m 밖에 되지 않아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다.
쌍둥이 블루마블_서반구
쌍둥이 블루마블_동반구
지구 부문 1위 쌍둥이 블루마블, 동반구와 서반구
위 사진들은 NASA의 과학자들과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최적의 대륙, 해양, 도시 등의 사진들을 조합해 창조한 작품이다. 대륙과 해양은 2004년 7월, 빙하는 2001년 8~9월, 구름은 2001년 7월, 도시의 불빛들은 1994~1995년의 모습이다. 이 사진들은 NASA의 블루마블 차세대 컬렉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늘의 불
땅의 불
지구 부문 2위 하늘의 불, 땅의 불위쪽 하늘의 불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들이 2011년 9월 인도양 남쪽,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부터 호주 북부 상공에 펼쳐진 오로라를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한 사진이다.
아래쪽 땅의 불은 오로라가 사라진 후 호주 등에서 농사를 위해 놓은 불을 찍은 사진이다. 금빛과 초록빛의 후광이 지평선 대기로 번져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모래언덕이 끝나는 곳
얼음과 대지 부문 1위 모래언덕이 끝나는 곳. 2013년 11월13일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서 시작된 모래폭풍은 산화철을 대량으로 머금고 있어 붉은 빛을 띤다. 이 모래폭풍이 대서양까지 불면서 바다를 주황색으로 물들인다.
콜럼비아 빙하의 후퇴_1986년 7월28일
콜럼비아 빙하의 후퇴_2014년 7월2일
얼음과 대지 부문 2위 콜럼비아 빙하의 후퇴. 1986년 7월28일, 2014년 7월2일
과학자들은 알라스카의 콜럼비아 빙하를 오랜 시간 관찰해 왔다. 1794년 관찰 시작 시점부다 1980년까지는 콜럼비아만까지 빙하가 뻗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후퇴하기 시작했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코로나가 만든 ‘조용한 바다’…고래들의 수다 시작될까
선박 스크루가 만드는 저주파 소음에 민감한 귀신고래가 태평양 연안의 한 바다에서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선박의 스크루 소음, 고래들 간 대화 방해…스트레스도 유발
올해 들어 항구 근처·연안 바다 소음 줄어
코로나 확산 따른 선박 이동량 감소가 원인 지목
소음 클수록 단순한 소통만 하거나 울음 멈추는 고래들 변화 연구 주목
2015년 개봉한 미국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원제 In the Heart of the Sea)는 소설 <모비딕>의 배경이 된 1820년 포경선 에식스호 침몰 사건을 담고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토르’ 역으로 유명한 배우인 크리스 헴스워스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서 에식스호는 지금으로 따지면 석유 채굴선 같던 배였다. 고래의 몸에서 뽑아낸 기름은 ‘석유 시대’가 오기 전까지 조명 장치 등에 들어가는 중요한 연료였다.
그런데 태평양 깊숙이 진출한 이 배의 선원들이 대규모 고래 떼를 발견하고 작살 던지기에 열중하던 그때, 갑자기 초대형 흰고래가 모습을 드러낸다. 집채만 한 고래는 선원들이 탄 보트를 단번에 전복시키고, 덩치 큰 포경선을 공격해 회복 불능 상태로 파손한다. 결국 해상에 표류한 채 고래에 쫓기던 선원들은 수십일간 망망대해에서 굶주림에 내몰리다 21명 가운데 8명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고래와 인간의 대결’이란 설정은 현실에서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대개는 인간의 탐욕과 무신경에 의해 고래가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거나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바다를 누볐던 포경선 때문에 고래 개체 수가 급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인간이 만든 바닷속 소음, 즉 선박 엔진에 연결돼 추진력을 일으키는 장치인 ‘스크루’가 유발하는 소음이 고래의 서식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고래는 저주파를 활용해 서로 대화하는데, 스크루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물방울의 소음이 고래가 대화할 때 주로 쓰는 주파수와 겹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이 혹등고래를 관찰한 결과를 보면 선박이 1200m 이내로 지나갈 때 혹등고래는 울음소리, 즉 저주파 발신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아예 중단했다.
고래가 시끄러운 바다에서 대화를 줄이는 건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 인도나 손님으로 가득 찬 실내 카페에서 사람이 길고 다양한 문장을 쓰며 대화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선박이 자주 지나가는 바다에 사는 고래는 간명하고 단순한 대화만 하거나 아예 입을 닫는다는 얘기다. ‘소음 공해가 지배하는 바다’라는 문제는 엔진을 쓰는 선박이 일반화한 뒤 지속적으로 늘어가기만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바닷속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달하우지대 연구진이 최근 해저 음향탐지장비를 이용해 태평양에 접한 밴쿠버항 주변에서 소음을 측정했더니 바닷속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다. 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는 100㎐ 이하 저주파를 측정한 결과였다.
연구진은 항구 근처, 그리고 항구와 거리가 다소 떨어진 연안 바다에서 각각 소음을 측정했는데 소음 감소 폭이 두드러진 건 항구 근처였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바클레이 달하우지대 해양학과 교수는 “올해 1월1일부터 소음이 꾸준히 줄어 4월1일에는 기존보다 4~5㏈(데시벨)이나 조용해졌다”고 밝혔다. 소음을 이 정도 줄이려면 인간 사회에선 방음 공사를 해야 한다.
연안 바다에서도 전보다 물속이 조용해졌다. 선박이 자주 다니는 해상 항로에서 60㎞ 벗어난 바다의 수중 소음을 측정했더니 이전보다 1.5㏈이 줄어든 것이다. 고래들의 이동로와 인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인데, 평소 소음보다 15% 감소한 수치였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연구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를 지목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석 달간 밴쿠버항의 수출과 수입량은 약 20% 줄었다. 또 예년의 4월 말은 미국 알래스카를 향하는 유람선들이 대목을 맞고, 밴쿠버항은 이 배들이 본격적인 항해를 준비하는 기지가 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그런 관광 수요가 급감했다. 어떤 상황 때문이든 선박 스크루가 수중 소음을 유발하는 일이 줄었다는 얘기다.
이런 ‘바닷속 고요함’이 관찰된 건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라고 과학계는 분석한다. 당시에도 과학자들은 선박 이동량이 줄었을 때 나타나는 고래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었고, 고래에게 배의 스크루가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캐나다와 미국 서부 근처 바다에 많이 사는 귀신고래는 소음을 피해 연안에서 일부러 떨어져 이동한다는 보고가 제시돼 있다”며 “특히 물동량이 많은 샌프란시스코는 유독 더 피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수중 소음 감소가 캐나다 인근뿐만 아니라 다른 바다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중 소음이 줄어든 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을 삼가고, 상점 문을 닫고, 공장 가동을 줄이면서 전 세계의 인력과 물자 이동이 감소해 나타난 구조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영국 환경수산양식과학센터(Cefas)의 나단 머천트 박사는 가디언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 유럽 전역의 수중 소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박 스크루가 고래에게 일으키던 문제를 정밀 진단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과학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멸종위기 제주 돌고래 "관광선박 '스토킹'에 괴로워요"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한 고래관광선박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를 대표하는 해양포유류이자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가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는 관광선박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무리한 해양풍력발전단지 설치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시름 놓은 돌고래들에게 고래관광선박들이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5일 오후 3시 30분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고래관광선박들이 남방큰돌고래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제보받아 6일 공개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이 사진들에 담긴 관광선박을 운행하는 업체는 대정읍 모슬포 운진항에서 출발하는 M1971 업체와 대정읍 동일리 포구에서 출발하는 디스커버제주의 선박들이다. 사진 속에서 이들 업체의 관광선박들은 해양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에 바짝 붙어서 운행하고 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한 고래관광선박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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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양수산부가 만든 해양보호생물 관찰 규정은 남방큰돌고래 무리 반경 5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돌고래 무리에 관광선박들이 이처럼 가까이 지속적으로 접근하면 돌고래의 지느러미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고, 스트레스로 인한 출산율 저하 등의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제주의 남방큰돌고래는 개체 수가 100~110마리 안팎에 불과해 멸종위기를 맞은 해양포유류로 해수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이다. 즉, 이 업체들은 관광을 빙자해 멸종위기 동물을 학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업체들은 이 같은 정부 규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하면서 돌고래에 근접해 접근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와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의 돌고래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50m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업체 측에 전했음에도 전혀 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의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 것은 이들 업체만이 아니다. 제주 곳곳에서 자행되는 난개발도 돌고래들 삶의 터전을 훼손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인 대정읍 앞바다에서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계획이 추진되다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는 본회의에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 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핫핑크돌핀스를 포함한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대정읍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될 경우 돌고래들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왔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같은 관광업체의 규정 위반이 근절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와 제주도청 해양산업과에 과태료 부과, 관광 허가 취소 등의 행정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같은 ‘돌고래 스토킹’을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삼척화력 부지 내 천연동굴, 학술·자연유산 가치 크다”
예비조사’ 보고서 단독 입수
‘가바닥’ 발달상태 등 국내 최고수준으로 과학적 조사 절실
멸종위기 박쥐종 추가조사 필요…13일 공사 진행 여부 권고
안정산동굴2 내부 사진. 한국동굴연구소 제공
강원도 삼척화력발전소 1·2기를 짓는 현장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이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가 크고 법적으로도 보호 가치가 있는 동굴로 판단된다”는 민간합동조사단의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간합동조사단은 이르면 오는 13일 회의를 열고 화력발전소 공사 진행 여부에 대한 권고를 할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5일 ‘안정산동굴2’로 불리는 이 천연동굴의 보존가치와 화력발전소 건설공사가 동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안정산동굴2 환경보전방안 수립을 위한 민간합동조사단 예비조사’ 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는 지난 3월 작성됐다. 조사단장은 민간합동조사단 위원장이자 동굴전문가인 우경식 강원대 교수가 맡았고, 사단법인 한국동굴연구소 연구원들과 국립생태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 커”
안정산동굴2는 2018년 11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부지에서 현장 노동자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주굴 895m, 지굴 415m로 총 연장이 1310m에 달하는 큰 동굴이다.
이 동굴의 미지형과 퇴적물 분야를 조사한 조경남 강원대 교수는 보고서에서 “동굴 내에 발달한 ‘가바닥’은 발달상태, 특이성, 규모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가바닥’은 동굴 내에 쌓인 퇴적물 위로 물이 흐르는 과정에서 퇴적물이 깎여 형성된 지형으로 동굴의 진화단계를 밝히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조 교수는 “(안정산동굴2의) 가바닥에 대한 과학적 가치 조사 및 모니터링이 매우 절실하다”며 “이러한 상태에서 전면적 개발행위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사단장인 우 교수도 “안정산동굴2의 내부에 발달하고 있는 미지형은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동굴”이라고 밝혔다.
[단독]“삼척화력 부지 내 천연동굴, 학술·자연유산 가치 크다”.
■ 아직까지 동굴 전체 조사 못 해
화력발전소 공사 진행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굴 내 생물들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붉은박쥐, 2급 토끼박쥐의 출현은 확인되지 않았다. 박쥐 조사를 진행한 김선숙 국립생태원 진화생태연구팀 팀장은 “(동굴 내 온도가) 두 박쥐의 서식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출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관박쥐의 서식지로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발전소 공사로 인한) 진동, 소음, 환경변화가 박쥐 서식에 미치는 영향은 낮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자연환경연구소의 최병진 연구원은 “붉은박쥐, 토끼박쥐 같은 종류는 동면기만을 동굴에서 보낸다”며 “(박쥐 조사는) 사계절 조사가 필수적이지만, 본 조사는 가을철에만 조사가 이뤄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도 “아직 조사하지 못한 동굴 내 다른 구간에서 추가적으로 박쥐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며 박쥐 출입 통로를 파악하고 동면기의 박쥐 종류를 파악하는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이 연구결과에 따라 공사 진행 여부에 대한 판단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동굴생물 연구진들은 보고서 중 ‘안정산동굴2의 생물학적 가치 판단의 한계’에서 “조사기간 동안 외부에 내린 강수로 동굴 내부 수위가 상승해 전체 구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이 동굴이 있는 화력발전소 건설부지에서의 공사는 동굴에 진동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우선 발전소 공사를 중단한 뒤 동굴 전 구간에 대해 최소 1년간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을숙도·삼락생태공원 꼬리명주나비 복원 본격화
1990년대 낙동강 하구에 널리 서식했다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호랑나비과 ‘꼬리명주나비’(사진) 복원 사업이 시작된다.
부산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이달부터 올해 11월까지 을숙도와 삼락생태공원 일대 2700㎡에서 ‘꼬리명주나비’ 종 복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총예산 2000만 원을 들여 쥐방울덩굴 300본을 심어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애벌레 300마리와 성충 200마리를 이식해 복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호랑나비과인 꼬리명주나비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에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다. 쥐방울덩굴을 먹고 살며 잎 아랫면에 알 수십 개를 낳는 게 특징이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 덩굴이 자랄 활착구조물 15개를 설치한 후 쥐방울덩굴을 심을 계획이다. 올해 8월에는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와 성충을 방사할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
호랑이 삼키는 도로, 핵심 서식지 60% 위협
서식지 주변에 13만㎞…로드킬, 밀렵꾼 유입, 먹이 감소 유발
지난 2월 15일 러시아 연해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버스에 부닥친 어린 호랑이가 도로에 누워있다. 충돌 부상으로 수의사가 온 직후 숨졌다. 아무르호랑이 센터 제공.
2월 15일 러시아 연해주 고골레프카 마을 고속도로에서 아무르호랑이(백두산호랑이) 한 마리가 도로를 뛰어 건너다 버스에 치여 죽었다. 4∼5달 나이로 반드시 어미가 데리고 다닐 나이인데 왜 홀로 고속도로를 건넜을까. 어미는 밀렵 됐을까.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지만, 도로가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호랑이의 중요한 위협임을 보여준 사고였다.
러시아와 미국 연구자들은 2008년 ‘동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1992∼2005년 원격 추적 장치를 단 아무르호랑이 24마리를 조사했더니 자연사한 4마리를 뺀 20마리가 사람과 관련한 원인으로 죽었다고 밝혔다. 확실한 밀렵이 10마리, 밀렵 의심이 8마리였고, 자동차와 충돌이 2마리였다. 밀렵이 압도적인데, 밀렵이 가능하게 된 주요 이유는 도로가 뚫려 외딴 지역까지 밀렵꾼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버스와 부닥치기 직전 고속도로로 뛰어든 어린 호랑이 모습. 왜 어미가 돌보지 않았는지는 수수께끼다. 아무르호랑이 센터 제공.
인도와 동남아의 다른 호랑이 아종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에서 2015∼2017년 사이에만 자동차와 충돌해 죽은 벵골호랑이는 적어도 10마리에 이른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로가 건설되는 지역이고, 호랑이 보호구역도 예외가 아니다.
닐 카터 미국 미시간대 교수 등은 세계 13개국에 있는 호랑이의 핵심 서식지 116만㎢를 대상으로 도로의 위협을 평가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 4월 29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도로에서 5㎞ 이내여서 직·간접 영향을 받는 서식지가 전체 면적의 57%에 이른다”며 정책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세계 호랑이 서식지의 도로 밀도(m/ ㎞). 짙은 색일수록 밀도가 높다. 아래 그래프는 보호구역 안(옅은 색)과 밖의 도로 밀도. 카터 외 (2020) ‘사이언스 어드밴스’ 제공.
연구자들은 “호랑이의 핵심 서식지를 위협하는 도로만도 13만4000㎞에 이르며 이로 인해 호랑이와 그 먹이의 20%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호랑이 서식지와 도로 사이의 거리는 평균 3.9㎞에 불과했다. 호랑이 번식지의 43%도 도로 영향권으로 조사됐다.
도로가 호랑이에 끼치는 악영향은 교통사고만이 아니다. 도로는 서식지를 단절시켜 섬처럼 만든다. 외딴곳에 임도 등 도로가 뚫리면 밀렵꾼의 접근이 쉬워져 호랑이와 그 먹이 동물이 줄어들고 빛과 소음 공해가 늘어난다.
네팔의 동-서 고속도로는 여러 호랑이 서식지를 관통한다. 편도 1차선의 도로를 확장할 계획이 나와 있다. 닐 카터 제공.
호랑이의 생존에 꼭 필요한 지역이 모두 보호구역으로 관리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보호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곳에서 도로가 보호구역에서보다 평균 34% 더 촘촘하게 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는 개발압력이 커 2017∼2020년 사이 도로가 2배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30년 동안 호랑이 서식지에 건설될 도로는 총 2만4000㎞로 추산된다”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투자가 이런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호랑이 서식지의 16%를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현재보다 32% 늘어난 1만4500㎞ 길이의 도로가 서식지 영향권에 건설될 예정이다. 인도보다 면적은 작지만, 네팔과 부탄도 현재보다 40% 이상 늘어난 각각 880㎞와 609㎞의 도로를 호랑이 서식지에 건설할 계획이다.
네팔 치트완 국립공원의 호랑이. 이 국립공원은 동-서 고속도로에 인접해 있다. 닐 카터 제공.
연구자들은 “호랑이 서식지 곳곳에 뚫리는 도로는 호랑이 복원에 걱정스러운 경고 신호”라며 “도로를 건설할 때 정책결정자는 무엇보다 야생동물 집단에 끼칠 악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용 저널: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az96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금정산 환경훼손, 재검토 요구, 환경부 LH 정밀 조사실시
KNN취재팀이 지속적으로 지적했던 금정산 환경훼손에 대해 부산경남 환경단체들이
대책마련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환경부와 LH가 정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리포트}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부근 금정산에서 취재진은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을 무더기로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10년간 조사했다는 사전*사후 환경영향평가 모두에서 해당 생물들은 빠져 있습니다. 조사하지 않았던지, 고의 누락시킨 것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이때문에 부산경남남 환경단체들이 공동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민재/부산환경운동실천연합 이사장/”10년간 조사된 환경영향평가와 사후영향평가 그 어디에도 해당 생물종(멸종위기종)은 없었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는 이 생물들이 시행자가 고용한 전문 조사업체의 조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들은 양산시와 LH 그리고 환경부에 보전대책을 먼저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정밀 생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재민/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팀장/”우리 청에서는 사송지구 개발 관련 사업에 한해서생태조사 부분에서는 정밀조사를 할 계획이며 그 결과에 따라 조치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공사인 LH는 환경부의 정밀조사를 바탕으로 필요시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취재진이 멸종위기종을 찾았던 계곡 부근은 경관녹지로 조성해 현상태를 보존하도록 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송지구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양산시는 해당 사업이 이미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난 사업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입장을 내세울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시공사와 환경부가 대책마련에 입장을 밝힌 만큼,
KNN은 숨은 계곡 속 동식물들이 보호받는 실행력있는 방안을 지켜 볼 것입니다.
KNN 최한솔입니다.
2024년 부산에 시민공원 4배 규모 도심 공원 조성
[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1. 일몰 공원을 살려라
올해부터 부산에서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024년이 되면 부산시민공원 4배 넓이의 민간공원 5곳이 조성되는 것이다. 오는 7월 공원일몰제에 따른 대안으로서 전국적 주목도 받는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명장공원 일원. 부산일보DB
오는 7월 드디어 공원일몰제가 시행된다. 2000년 7월 이전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채 아직 조성되지 않은 공원은 모두 해제되는 것이다. 시민들은 평소 자주 찾던 등산로가 난개발로 사라지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부산에서는 그런 불안이 다른 시·도보다 덜하다. 바로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 덕분이다.
3년 전 부산에서 시작한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광역지자체로는 전국 첫 사례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문화재청 등에서도 부산의 사례를 눈여겨본다.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만한 것이다.
부산시는 민간공원 5곳을 주거지와 어우러진 명품공원으로 만들어 ‘공원도시’를 향한 새로운 모델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에 〈부산일보〉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의 의미와 그간의 진행 과정, 5개 공원별 특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올 7월 공원일몰제 시행 앞두고
市, 전국 최초 민간공원 특례사업
5곳 225만㎡ 중 89% 공원 조성
4361세대 ‘숲세권’ 아파트도 건립
민주적 논의로 공공성 대폭 확보
공원·주거 공존의 본보기 기대
■사라지는 공원을 살려라
지난해 12월 31일 부산시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지 5곳을 확정했다. 2017년 초 사업이 시작된 이래 3년 만이다. 전체 면적은 225만 1628㎡(68만 2300평)에 달한다. 5곳은 명장공원(정상시티파크), 동래사적공원(라온건설), 사상공원(사상파크홀딩스), 온천공원(온천공원개발), 덕천공원(아이피씨개발)이다.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부지를 매입, 70% 이상에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에 주거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원일몰제의 대안으로, 법적 근거는 공원녹지법(21조)이다. 개발과 보존의 절충인 셈이다. 개발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보존을 위한 고육책인 점은 환경단체도 대체로 수긍한다.
부산시는 오는 7월 공원일몰제가 적용되기 전에 사업지 5곳의 실시계획인가를 할 예정이다. 1년 남짓 보상 작업을 거친 뒤 2022년 착공하면 2년 뒤 완공될 것으로 예상한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상반기 도심 공원 5곳과 4361세대 아파트가 생긴다. 공원 면적만 보면 200만 9714㎡, 약 60만 평에 달한다. 부산시민공원(47만 3911㎡·14만 평)의 4배 넓이다.
공원일몰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도시계획시설(도시공원)로 지정된 뒤 장기간 방치돼 사유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0년 넘게 공원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 해제되도록 했다. 올해가 바로 20년이 되는 해다. 2000년 7월 이전에 지정된 공원은 올해 7월 일괄적으로 실효가 된다. ‘일몰제’란 해가 지듯이 법률이나 각종 규제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공원이 효력을 잃게 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천문학적인 예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올 7월 일몰대상인 공원·유원지·녹지가 90곳 74.56㎢에 달한다. 사유지를 매입하는 데 3조 2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현실에서 대안으로 모색된 것이 바로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다. 물론 다른 대안도 함께 모색된다. 임차공원, 국립공원 지정, 국·공유지 추가 지정 등이 있다. 전체 면적의 약 4.2%는 사유지를 보상해 매입(4420억 원)한다.
이 사업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저도 처음 (공원에 개발을 허용하는)이 사업에 대해 듣고 왜 진작 대책을 안 세웠는지 화가 났다”며 “현장에서 주민 의견을 듣고, 환경단체 등과도 논의해 가면서 장기간에 걸쳐 합리적 대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돈이 없다고 해서 모든 공원에 민간공원 특례 사업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생활권에서 가까운 곳, 낙후된 곳, 많이 훼손된 곳을 중심으로 도입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89%에 공원 조성
부산에서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17년 1월이다. 23개 공원에 대해 민간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고, 그해 9월 14개 공원에 대해 48개 사업이 최초로 제안됐다. 이후 관련부서 협의, 주민 설명회(29회), 도시공원위원회 자문, 라운드테이블(36회)이 진행됐다. 그렇게 압축된 것이 5곳이다. 지난해 10월 부산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이 확정되었다. 전체 부지 면적 중 공원으로 조성되는 비율은 89%다. 법적 기준(70% 이상)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이처럼 공공성이 높아지게 된 데에는 민주적인 논의구조 덕분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지역 대표들이 참여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 낸 것이다. 사업 협상을 주도한 부산시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 여러 절차를 거치느라 3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다”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부산을 찾아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는 “최종 조성계획을 보면 공원이 89%에 달하는데 사업성보다 공공성을 강조한 결과”라고 밝혔다.
공원 부분의 전체 사업비는 5246억 원이다. 원래 이만큼 부산시가 재정을 투입해 보상하고 도시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이만큼 시민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비공원 부분의 사업비는 1조 3147억 원이다.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 속에 일감 확보에 도움이 된다. 또 공원 속에 주거시설이 있어 진정한 ‘숲세권’인 만큼 분양도 비교적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공원을 얼마나 잘 조성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명장공원 조성에 참여한 삼정기업 박상천 전무는 “공익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층수 제한, 비공원 시설 위치, 인근 주민 접근성 같은 제한 요소가 많았다”며 “수익성만 생각했다면 참여하기 힘든 사업이지만 지역 건설사로서 좋은 취지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이 사업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공원과 주거지가 어우러진 녹색도시의 선도 사례’다. 앞으로 5개 민간공원의 설계안을 계속 보완할 참이다. 이를 위해 공원별로 어린이놀이터, 정원, 가드닝, 생태하천, 예술, 문화재, 공공건축 등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박대성 민간공원조성팀장은 “정부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데, 앞으로 5개 공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공원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공원의 조건은 공공·참여·미래지향성, 주민 참여 필수적 ”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민간공원이 탄생하는 데 환경단체가 큰 역할을 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사진) 상임이사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2017년부터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했다. 2020도시공원일몰대응 부산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라운드테이블 참여
민간 이익 최소화하는 데 역점
세미나 통해 공원 콘셉트 논의할 것
지난달 29일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는 민간공원 특례제도에 대해 “녹지를 팔아서 녹지를 산 것”이라며 “저도 이런 점이 처음에 수용하기가 힘들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민간공원이 들어서는 지역들이 대부분 아파트 밀집지역”이라며 “녹지 감소를 반대하는 주민, 개발을 원하는 주민 등 이해도 달랐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라운드테이블에서 줄곧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환경단체가 없었으면 비공원시설이 더 늘었겠지요. 제 관심은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고 민간 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공공성의 저지선을 만들자는 게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각종 민원 시설로 비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녹지가 줄어드는 측면이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공원의 조건으로 공공성, 참여성, 미래지향성을 꼽았다.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가면서 공공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맞춰 열섬(heat island) 현상을 완화하고, 환경적 피난처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 이사는 “민간공원이 어쭙잖은 공원이 아니라, 시민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며 “격월로 세미나를 열어 공원마다 어떤 콘셉트로 가는 게 좋을지도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1984년 참사 이래 최악”…LG화학 印공장 참사
11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LG화학 인도 공장 화학물질 누출 참사는 주민이 모두 잠든 7일(현지시간) 새벽 3시쯤 하얀 안개 같은 가스가 마을로 밀려들면서 시작됐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은 이날 사고 소식과 함께 참사가 발생한 과정과 현장의 참혹한 사진을 앞다퉈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인근에 살던 D.V.S.S 라마나는 이날 새벽 이상한 안개 같은 것이 뒤덮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7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 비사카파트남의 화학공장 가스 누출 사고로 부상한 여성을 주민들이 옮기고 있다. 비사카파트남 AP=연합뉴스
그는 곧 기침하기 시작했고 눈은 타들어 가듯 따가웠다. 라마나는 즉시 아내와 두 아이를 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에는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섰다. 어떤 사람은 그의 눈앞에서 쓰러졌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입 안에서도 가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는 라마나는 차를 몰고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려 노력했다. 원인 모를 그 ‘유독 안개’는 인근 LG 공장 탱크에서 나온 가스였다.
오전 3시30분부터 현지 경찰서에는 악취가 진동한다는 공장 인근 주민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오전 4시쯤 경찰은 해당 마을에 도착했지만 가스 냄새가 워낙 독해 진입하지 못했다. 30분쯤 지나자 주민들은 집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픽픽 쓰러졌다.
길가, 인도 등 곳곳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운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소나 개 등 동물들도 여기저기에서 쓰러졌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공장 직원이 가스 누출 통제에 성공한 것은 오전 5시30분쯤. 그때부터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공장 반경 3㎞ 내 주민 3000명에 대한 대피령도 그 때 내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어나려고 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이들의 모습이나 구조대에 업혀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이들의 모습이 속속 올라왔다.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벗어나려다가 정신을 잃고 넘어지거나 배수로에 빠져 숨진 이도 나왔다. 또다른 이는 숨이 차다며 건물 발코니로 나갔다가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AFP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1000명이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폴리스타이렌(PS) 수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공장 내 탱크에 보관된 화학물질 스타이렌 모노머(SM)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현지 경찰은 추정했다.
스타이렌은 폴리스타이렌 등 화학제품의 원료로, 고농도 스타이렌에 노출되면 신경계가 자극받아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 관계자는 탱크 내 스타이렌에 열이 가해져 자연 화학반응을 거친 뒤 가스로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BBC는 스타이렌은 무색이거나 밝은 노란색으로 불에 잘 타는 액체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송은 “스타이렌에 노출된 사례를 살펴보면 불규칙적으로 심장 박동이 뛰고 코마 상태에 이른 이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고 지역 당국 관계자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공장 냉동 장치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스타이렌은 보통 액체 상태로 섭씨 20도 이하에서 보관될 때 안전하다”며 “하지만 냉동설비 고장으로 이 화학물질이 가스로 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1984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의 화학공장에서 유독 가스가 누출돼 3700여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번 참사가 그 이후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어린이를 사랑한 돌고래 ‘오포’
뉴질랜드 오포노니마을에 나타난 돌고래,
오포는 인간들과 놀기 위해 얕은 물까지 왔는데
어느 날 뉴질랜드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찾아온 돌고래 ‘오포’는 어린이들과 즐겁게 놀았다. 인간과 동물의 평화가 유지되던 여름날이었다. 뉴질랜드국립박물관 제공
“가라사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8장 3절)
사람을 찾아온 돌고래
1955년 6월 뉴질랜드 북섬 마을 오포노니에 돌고래 한 마리가 나타났다. 돌고래가 눈에 띄지 않던 곳이라, 마을 앞으로 가까이 온 돌고래를 마을 사람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원래는 세 마리가 왔다고 한다. 수면 위로 지나가는 등지느러미를 보고 상어로 오인해 두 마리를 총으로 쏴서 한 마리만 남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돌고래 ‘오포’는 사람에게 거리낌이 없었다. 맨 처음 고깃배를 따라왔는데, 이후 오포노니마을에서 떠나질 않았다. 마을에는 나무 부두다리가 있었다. 사람들이 난간에 매달려 바다를 볼 때, 오포는 훌쩍 뛰어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따뜻한 여름이었다. 사람들은 비치볼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갔고, 오포는 비치볼을 튕겼다. 사람과 돌고래는 함께 놀고 수영했다.
특히 오포는 어린이를 좋아했다. 에릭 리존슨이 찍은 사진집 <오포: 호키안가의 돌고래>에는 오포와 노는 수많은 아이의 사진이 있다. 하얀 모자를 쓴 13살 소녀 질 베이커가 손바닥을 펴서 바닷물 속으로 넣었다. 오포가 지나가면 손바닥 위로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오포는 저쪽 바다 위로 떠올랐다. 돌고래가 물살로 13살 소녀의 손바닥을 핥고 지나간 것처럼, 사람들에게 돌고래를 마주친 짧은 순간은 기억 속에 길게 자리잡았다.
“어떤 날은 약 2천 명이 모래밭에 서서 바닷가에서 오포가 노는 것을 보았다. 자동차, 트럭, 오토바이 그리고 버스 열여섯 대가 마을을 둘러쌌다”고 리존슨은 책에 썼다. 오포노니마을이 생긴 뒤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온 적도, 한두 개밖에 없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장사가 잘된 적도 없었다. 오포 덕분이었다. 1955년 말,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대통령도 스포츠 선수도 아니었다. 돌고래 오포였다. 오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 한적한 마을 앞바다에서 노닐었다.
어린이들은 오포 옆에서 수영하고, 오포를 만졌다. 많은 아빠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아이를 번쩍 들어 돌고래에 앉혔다. 실로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오포는 자기 등을 대주었다. 그 모습이 사진 찍혔고 더 많은 사람이 왔다. 다행히 오포는 많은 사람이 오는 것에 괴로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리존슨은 말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작살포를 맞고 죽어갔던 게 고래들의 운명이었다. 저 먼바다에선 돌고래쇼를 한다고 돌고래를 그물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해 여름, 오포노니마을은 인간의 동물 지배가 유예된 유토피아 같았다.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어린이들이 함께 뒹구는 참사랑과 기쁨의 나라”(이사야서 35장 1절)가 바로 오포노니마을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을까.
불길한 사건의 연속
뜨거운 여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의 오포노니 바닷가는 대도시 저잣거리 같았다. 어떤 어른들은 오포를 힘주어 밀거나 지느러미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오포는 꼬리지느러미로 물벼락을 내리쳤지만 어른들은 깔깔깔 웃을 뿐이었다. 어른은 아이를 오포에게 태워주려고 정말 절박하게 쫓아다녔다. 오포는 지그재그로 군중 속을 빠져나가며 사람들이 뻗는 손을 거부했다. 마을 사람들은 인파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윗마을 사람들은 오포의 명성 덕을 보려고 오포를 상류로 유인해 데려가려고 했지만, 오포는 진흙 섞인 강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로프티 블롬필드라는 유명한 레슬링 선수가 친구와 함께 오포를 들어보겠다며 객기를 부려서 말썽을 빚었고, 그 뒤 누군가 오포에게 총을 쏘기도 했다. 주민들은 오포보호위원회를 만들어 “우리 명랑한 돌고래에게 총을 쏘지 마세요”라고 쓴 입간판을 세웠다.
어느 날, 오포가 폴짝폴짝 뛰면서 고깃배를 따라갔다. 입수 지점을 잘못 잡은 거 같았다. 오포는 프로펠러에 긁혀 상처가 났다. 이 사건 이후 오포보호위원회는 정부에 보호 조처를 요구했고, 오포노니 앞바다에서 돌고래를 데려가거나 괴롭히면 벌금 500파운드를 물린다는 법률이 시행됐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된 1956년 3월8일부터 오포가 보이지 않았다. 전에도 며칠 잠적한 적이 있었으므로 걱정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과열된 분위기가 돌고래를 내쫓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침묵이 마을을 휘감았다. 이튿날, 오클랜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온 손님들이 모래사장 활주로에 내렸다. 그날 오후 오포가 발견됐다.
한 마오리족 노인이 마을에서 2㎞ 떨어진 곳에서 조개를 캐고 있었다. 썰물이 나가고 바닷물이 고인 너럭바위 위에서 오포를 발견했다. 죽은 채였다. 살갗은 군데군데 상처 나서 벗겨졌고, 머리와 등에는 깊게 베인 자국이 있었다. 아마도 썰물이 되면서 고립돼 죽은 것처럼 보였다. 원래 일반적인 돌고래라면 수심이 낮은 곳까지 다가와 헤엄치지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포는 오포노니 앞바다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얕은 바닷물이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오포가 자살했을 것이라고 했다. 친구를 잃고 외로워서,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그냥 움직이지 않기로 결심했을 거라고…. 마을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뉴질랜드 국민도 충격에 빠졌다.
적당한 거리에서 생기는 신뢰와 책임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신뢰와 책임이다. 아이들은 신뢰받을 때, 스스로 책임지고 행동한다. 신뢰와 책임은 ‘적당한 거리’를 둘 때 생긴다. 너무 가까우면 (둘은 하나이므로) 신뢰조차 할 필요 없고, 너무 멀면 책임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는 비단 아이와의 관계에서뿐만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사람과 야생동물이 적당한 거리를 두는 데 실패했기에 오포노니의 천국은 파국을 맞았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두 존재가 하나 되는 건 한여름 밤의 꿈처럼 허망한 일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기에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남종영 <한겨레> 기자 fandg@hani.co.kr
중국에서 공포의 나방이 날아온다...열대거세미나방 유입 '초비상'
열대거세미나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옥수수 등 80여개 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열대거세미나방이 중국지역에서 대거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에 비해 빨리 발생한 이 해충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보고 방역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옥수수 등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는 열대거세미나방이 중국의 10개 성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밝혔다. 특히 장쑤(江蘇)성과 안후이(安徽)성 지역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개월 빨리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해충이 올 들어 조기에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세계적으로 지난 겨울의 기온이 상승한 것이 열대거세미나방 조기 확산의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열대거세미나방이 편서풍 기류를 타고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 31개 시·군에서 발생한 열대거세미나방도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31개 시·군의 옥수수, 수수, 수단그라스 재배지 50.6㏊에서 이 해충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발생지역에서는 작물의 1% 정도가 피해를 입었지만, 방역이 늦어진 일부지역에서는 10~50%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옥수수 줄기를 갉아먹는 열대거세미나방의 유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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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거세미나방은 주로 애벌레 시기에 작물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는다. 아메리카대륙 열대·아열대 지역이 원산인 이 해충은 지금까지 전세계 113개 나라에서 발생했다. 이 나방은 옥수수·수수·사탕수수 등 화본과 작물을 중심으로 80여가지 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지역의 경우 인도·스리랑카·방글라데시·태국·미얀마 등을 거쳐 지난해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됐으며, 일본에서도 이 나방이 발생한 적이 있다.
열대거세미나방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는 옥수수 등 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피해가 발생한다. 태국에서는 옥수수 수확량이 25~45% 줄어든 사례가 있으며, 아프리카지역에서도 옥수수 수확량이 2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해충은 대량으로 발생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열대거세미나방의 암컷 성충은 1마리가 최대 1000개의 알을 낳는데다 바람을 타고 하룻밤에 100㎞이상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나방은 겨울철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에서는 월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 정착하지는 못하지만, 중국에서 매년 날아와 반복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열대거세미나방의 방역을 위해 강력한 예찰과 국경검역에 나서기로 했다. 당국은 예찰용 트랩을 전국 390곳에 설치해 이 해충의 유입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또 수입농산물을 통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지난달 19일부터 이 해충의 분포지역에서 수입되는 옥수수 등 기주식물에 대한 검역 수량을 2배 확대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기후변화가 갈라놓은 미국…동부는 한겨울, 서부는 한여름
동부, 극소용돌이 남하하며 한파
서부는 벌써 섭씨 40도 넘어서
극소용돌이 남하로 찬공기(빨간색)가 동북부를 중심으로 내려오고 있는 모습. WeatherBell 웹사이트
미 동부 역대 5월 최저기온 기록 깰 듯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온 현상이 미국을 둘로 쪼개놨다. 봄 기운이 완연할 시기에 서부 지역엔 기록적인 더위가, 동부지역엔 전례없는 한기가 닥치고 있다.
극소용돌이가 유발하는 추위를 겪지 않고 지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미국 동부 지역은 요즘 철지난 극소용돌이 여파에 휘말렸다. 극소용돌이란 북극 성층권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제트기류에 둘러싸여 반시계방향으로 소용돌이처럼 도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제트기류가 뒤틀어지면서 이 공기가 뉴잉글랜드 지역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 뉴잉글랜드는 미국 북동부의 대서양 연안에 있는 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버몬트주, 메인주, 뉴햄프셔주 6개 주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5월 기온이 이 지역의 역대 5월 최저 기온 기록을 깰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미국 기상당국은 앨라배마 헌츠빌의 경우 이번 주말 최저 기온이 1923년 이래 가장 낮은 2.8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소용돌이를 둘러싼 제트기류의 벽이 약해져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9일 새벽 2시30분(세계표준시 기준)의 미국 기온 분포. weatherbell 웹사이트
“로스앤엘레스서 뉴욕행 비행기 타면 한여름에서 한겨울로”
반면 서부에선 이번주 들어 남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에 이르기까지 예년보다 기온이 8도 이상 높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 피닉스는 지난 6일 섭씨 41도를 기록했다. 기상예보상 1%도 안되는 확률이 실현됐다. 라스베이거스는 지난주 37도까지 치솟았다. 극한 기온을 보이는 지역으로 유명한 데스밸리는 지난 4월28일과 29일에 각각 43도, 44도를 기록했다.
이런 이상고온은 4월 하순 이후 뚜렷해졌다. 기후 전문가들은 대기중 온실가스가 크게 늘어나면서 폭염이 예전보다 일찍 찾아와 더 오랜 기간 머물고 있다고 말한다. 피닉스의 경우 1950년엔 5월 중순이 돼야 기온이 화씨 100도(섭씨 37.7도)를 넘었으나 지금은 그 시기가 4월 하순으로 당겨졌다. 연간 화씨 100도가 넘는 날도 당시보다 평균 15일 이상 많아졌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한여름에서 한겨울로 가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인도서 머리 두 개 달린 뱀 발견…“먹잇감 두고 서로 싸워”
인도의 한 숲속에서 머리가 두 개 달린 뱀이 발견돼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7일(현지시간) 타임스나우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오디샤주 게온즈하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있는 덴키코트 숲에서 머리가 두 개 달린 뱀 한 마리가 발견됐다. 쌍두사로 불리는 이 뱀은 몸길이 약 14㎝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완전한 두 개의 머리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뱀을 발견한 야생동물 애호가이자 사진작가인 라케시 모할릭은 그 즉시 사진과 영상을 기록해 전문가들과 공유한 뒤 해당 뱀이 독이 없는 늑대뱀(학명 Lycodon capucinus) 종(種)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뱀의 두 머리는 한쪽이 조금 더 발달해 있지만, 서로 완벽하게 독립돼 있어 먹잇감을 발견하면 서로 먼저 잡아먹기 위해 싸우는 습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발견한 모할릭은 "이 뱀은 결국 자신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야생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리가 두 개인 동물은 인도 등 동남아 문화권에서는 신성시 여겨지지만, 유럽과 같은 서구 문화에서는 재앙의 징조로도 여겨진다. 또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데, 야생에서 발견된 확률은 10만 마리 당 1마리 꼴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에 발견된 뱀은 늑대뱀으로 확인된 뒤 곧바로 해당 숲으로 방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한국판 뉴딜’에는 왜 ‘그린’이 빠져 있을까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긴급 토론회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토론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 칼럼엔 필자의 직함을 쓴다. ‘기후변화팀’을 지면에 처음 드러내게 된다. 설명이 필요하겠다. <한겨레>가 최근 편집국 내에 이 팀을 신설했다. 한 달쯤 지났다. 기존 환경·에너지·기상·과학 담당 기자들을 한팀으로 하고 팀장을 추가한 정도지만, <한겨레>가 이 문제에 이전과 다른 관심과 의지를 갖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겠다는 의미 정도는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유럽 언론엔 더러 있는 기후변화팀이 국내에도 생긴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기후변화팀장을 맡게 됐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비관적이다. 최근에야 기후변화 관련 사안을 가까이 들여다본 인상을 말하자면, 인류는 이미 실기한 듯싶다. 그래서 주변엔 기후변화팀의 임무를 “인류 절멸사의 초기 과정을 기록하는 일”이라 넋두리한다. 영국에서는 2018년 ‘절멸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란 단체가 만들어져 각종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절멸’이란 단어에서 얼마만큼의 체념을 느꼈다. 그래도 이들은 활동가 1천여명이 모여 런던 시내 주요 도로와 다리, 건물 등을 점거하는 매우 적극적인 시위를 벌였다. 행동하는 절망이랄까.
다수는 언제나 그랬듯 인류가 난관 속에서도 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후 문제를 다루는 과학자들의 계산은 매우 우울하다. 게다가 이 계산엔 인문사회학적 고려도 빠져 있다. 인류가 종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인류학이나 사회학, 정치학의 관심사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는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여본 적이 없다. 단 두 차례, 1998년과 2014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는데 1998년은 외환위기의 충격 때문이었고 2014년은 매우 소폭(0.8%) 감소한 정도에 불과했다. 의미 있는 감축이 아니었다. 1998년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한 해 전보다 14%나 줄었다. 우리가 함께 경험해 알고 있는 그 잊을 수 없는 충격적 난리를 겪은 결과였다. 다시 말해 이런 심각한 충격이 아니고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기후가 변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온다. ‘절멸의 시작’쯤 된다. 이 파국은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0.5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오르면 찾아온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를 보면, 이 1.5도 선을 넘지 않으려면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해마다 7.6%씩 줄여가야 한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대량해고와 실직,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던 외환위기 때 온실가스가 14% 줄었으니 우리가 경험한 충격을, 꼭 그 절반만큼 인류가 해마다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십수년 동안이나 말이다. 코로나19로 이전과 전혀 다른 시대를 맞게 됐다는 올해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폭은 최대 5% 수준일 전망이다. 지구적 수준에서 산업화 이래 첫 감소인데도, 필요한 감축량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유럽에선 지난해부터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로 쓰자는 얘기가 나왔다. 국가가 나서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뒤 마치 전쟁 때처럼 각종 물자를 징집하듯 총체적 사회구조 개편을 감행해야 한단 주장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위기의식이 고취된 이때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한 ‘그린뉴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나마 실효성 있는 처방이란 진단이 나오지만, 한국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 5일 국회에선 그린뉴딜을 다룬 토론회가 열렸다. 이례적으로 많은 이들이 토론장을 찾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 3곳이 향후 수주를 확정한 금액만 무려 300조원가량인데도, 정작 공장은 죄다 외국에 짓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등지에서 조만간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쓰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제할 판인데, 국내에 공장을 지으면 이 조건을 맞추기 힘들어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6%(2017년)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한자릿수인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한국뿐이다. 전 인류에게 파국이 닥치기 전에,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한 대가를 우리가 먼저 치를지 모를 일이다. 방역 성공에 안주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다가올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이 토론회를 주최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토론장을 찾은 이낙연 전 총리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고민할지 두고 볼 일이다./ 박기용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장 xeno@hani.co.kr
한국에서 ‘뉴트리아 고기’가 절찬리에 판매됐다면?
중국 야생동물 시장 오해와 진실
1950~60년대 농촌 소득 위해 야생동물 산업 성장
칼 빼든 중국 정부, 가축 종 축소하며 규제 강화
경남 김해에서 잡힌 뉴트리아. 농가 소득 확대를 위해 국내에 도입됐으나 생태교란종으로 포획되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wet market)에 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살아있는 야생동물과 식용 야생동물 고기가 거래되는 이곳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넘어오는 장소로 지목받아 왔습니다.(▶▶관련 기사 ‘코로나 시대에 야생동물 시장이 왜 위험할까요?)
일부 동물단체는 야생동물 시장의 즉각적 폐쇄를 요구했고, 중국 정부는 일련의 조처를 했습니다. 과연 잘 지켜질 수 있을까요?
중국 사람들은 왜 야생동물 고기를 먹게 됐을까?
먼저, 한국에 사는 ‘뉴트리아’를 떠올려봅시다. 뉴트리아는 남미에 사는 덩치 큰 설치류였는데, 1980년대 식용 목적으로 국내에 도입되었지요. 정부는 2001년 뉴트리아를 가축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식용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고, 하나둘 농장을 빠져나가면서 ‘괴물 쥐’라는 오명을 쓰고 생태교란종이 되었지요.(뉴트리아는 2013년 가축에서 지정 해제됐습니다) 반달가슴곰도 경제적 차원에서 야생종을 수입해 쓸개즙을 채취하기 위해 농장에서 키운 사례입니다. 지금은 번식 금지 조처로 400여 마리가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반면 중국에서는 이런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농가 소득 증가와 농촌 진흥을 위해 야생동물 사육을 장려했습니다. 야생동물을 잡아다가 대규모 사육한 뒤 식용으로 판매했습니다. 사향고양이(히말라야시벳), 대나무쥐 등이 대표적입니다. 박쥐 같은 야생동물은 사육은 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식용으로 꾸준히 팔렸습니다.
중국은 1989년 ‘야생생물보호법’을 제정, 시행하는데, 특이하게도 야생동물을 ‘국가 소유’로 정의합니다. 야생동물이 누구의 것도 아닌데, 굳이 ‘소유자’를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최근 펴낸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중국의 야생동물 식용 규제 동향과 전망’을 보면, 그 역사적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1950~60년대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야생동물을 포획·상품화해 수출했지만, 그 결과 주요 자원종들의 수량이 부족해져 이 법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목적이 한편으로는 경제적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었다는 것이지요.
중국의 한 시장에서 닭이 팔리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코로나19가 개를 살렸다?
하지만 2003년 사스 사태를 일으킨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사향고양이로 지목되면서, 야생동물 이용에 대한 빨간색 경고등이 켜지게 됩니다. 나중에 사향고양이는 ‘누명’을 벗게 되었지만,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다시 야생동물 시장이 거론된 것입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월 ‘야생동물 불법거래 금지, 남식 폐습 근절, 인민 군중의 생명·건강·안전의 절실한 보장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킵니다. 아, 너무 길군요. 짧게 말하자면, 야생동물을 함부로 먹는 행위(남식)가 폐해가 많으니, 국민의 삶을 위해 근절하겠다는 것입니다. 전인대는 중국의 입법, 행정부 역할을 하는 최고권력기관입니다. 여기서 결정하면 각 주무부처가 실행합니다.
이어서 농업농촌부는 ‘가축·가금류 유전자원 목록’ 개정 고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인공양식(사육)이 확립된 31종을 ‘가축’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이 (야생)동물은 사육할 수 있는 가축이고, 나머지는 가축이 아니다는 일종의 ‘화이트 리스트’입니다. 비둘기, 낙타, 토끼는 리스트에 들었고, 사향고양이, 대나무쥐, 노루 등은 빠졌습니다. 31종 리스트를 한 번 볼까요?
전통 가축: 돼지, 소, 인도소, 물소, 야크, 가얄(인도 아삼 지방의 소), 면양, 산양, 말, 당나귀, 낙타, 토끼, 닭, 오리, 거위, 칠면조, 비둘기, 메추라기
특수 가축: 꽃사슴, 고라니, 순록, 알파카, 뿔닭, 꿩, 자고(꿩과의 새), 물오리, 타조, 밍크(모피용), 은빛여우(모피용), 푸른여우(모피용), 담비(모피용)
개에 대해서는 따로 의견을 붙여, “개는 이미 전통 가축에서 반려동물로 진화했고, 국제 사회에서 가축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개고기 식용’이 금지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농업 행정 차원에서 가축에 들어가지 않은 것일 뿐 식용 그 자체를 금지한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8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목록을 확정합니다.
야생동물 시장에 대한 오해
2016년 기준으로 야생동물 산업의 전업 종사자만 1409만명이고, 생산액만 5206억 위안(89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식용동물 산업 종사자만 626만명, 생산액 1250억 위안(21조5300억원)입니다. 광자좡족 자치구에서 대나무쥐가 1800만 마리가 사육되며, 이는 경제적 가치가 20억 위안(3446억원)에 이르러 농민들의 생계가 위협당할 것이라는 ‘중국신문주간’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중국의 야생동물 산업 규모는 이미 비대해져, 정부의 규제 조처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풍선 효과로 ‘밀거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의 야생동물 관리를 비판하던 외국 주요 언론도 점차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국 쿤밍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중국대나무쥐의 박제.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뉴스채널 <시엔엔>은 지난달 23일 보도에서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이 서구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동물만 판매하는 더럽고 불결한 전근대적 시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신선 식품과 닭고기, 돼지고기를 함께 파는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구인들이 영어로 이런 시장을 ‘웨트 마켓’(wet market)이라고 부르는데, 물기에 젖은 바닥과 도살을 기다리는 동물 등 웨트 마켓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가진 시장은 소수라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야생동물 시장 자체를 폐쇄하라’는 일부 동물단체의 요구가 타깃을 잘못 잡았다는 것이지요.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은 소수이고 오히려 일부 전통 시장의 구석에서 식용 야생동물 등이 거래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한국에서 이런 공간은 경기 성남의 모란시장 정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정부 규제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은 2005년 ‘야생동식물 보호법’ 제정 당시 어류를 제외한 대부분 야생동물의 식용을 일절 금지했습니다.(뱀탕 먹는 게 불법이란 거 아셨어요? ▶▶관련 기사 ‘뱀탕, 먹는 사람도 처벌’)
피터 마토스 시드니대 교수는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웨트 마켓을 폐지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한다. 진짜 문제는 그것보다 더 깊다”고 말합니다. 그는 국가 차원의 규제를 통해 야생동물의 불법 거래를 종식하는 것이 다음 팬데믹 사태를 막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병원체만 쫓아선 확산을 잡을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19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묻다 ②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실장
“조류인플루엔자 이름 탓 새 적대시…비둘기에서 바이러스 나왔다면?”
“멧돼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몰라…잘 알아야 돼지열병도 방역한다”
김영준 수의사(47)는 대관령의 목장에서 축산동물 수의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단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귀국해 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동물을 구조하고 보살폈다. 지금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 동물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 감염병 방역에도 나서고 있다.
박쥐의 바이러스에서 출발한 ‘코로나19 사태’는 새삼 지구의 생명체가 연결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가축에서 야생동물 그리고 바이러스를 쫓아다닌 게 김영준 수의사의 삶이었다. 29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그를 만났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는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까?
“유사 이래 범람(스필오버·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넘어 이동하는 현상)은 지속해서 있었다. 스필오버가 발생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것뿐이다. 다이너마이트와 심지를 상상해보자. 과거에는 심지가 워낙 길어서 불이 붙어도 가다가 꺼졌다. 최근 들어선 교통의 발달과 교류의 증가로 심지 길이가 짧아졌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뻥뻥 터지는 거다. 코로나19 같은 경우는 워낙 확산성이 큰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도 있다.”
―우리가 모른 채 지나갔던 바이러스도 있었겠다.
“지난 1월 과학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콰먼이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칼럼을 썼다. 몇 년 전 중국 윈난성 한 동굴의 박쥐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동굴 근처 주민 400명을 검사한 결과, 3%의 사람에게서 항체가 있었다. 스필오버가 우리 모르게 지나가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포유류인플루엔자’는 없지 않나?
―지금까지 가장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건 ‘조류인플루엔자’였다. 인간에게 감염된 적이 있는데다, 국내에서 2003년부터 빈발했다.
“조류인플루엔자라는 이름을 내가 싫어한다. ‘포유류’가 들어간 질병명을 들어본 적 있나? 이를테면, 돼지인플루엔자(신종플루)는 있어도, 포유류인플루엔자는 없잖아. 전 세계 조류가 1만1000종인데, 그걸 ‘조류인플루엔자’라고 지은 거다. 그간 우리나라의 기록으로만 보자면 이 바이러스는 야생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원앙 등에게서 발견되었다. 이들은 건강한 개체들에도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질병의 저항성을 가진 숙주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닭으로 넘어가면 거의 모든 닭이 죽는다. 수리부엉이도 급사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16~17년 겨울, 매 11~39%가 이 병에 걸려 죽었다는 보고도 있다. 야생 오리 잡아먹고 죽은 것이다. 이들은 이 질병에 면역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럼 가축 오리는?
“청둥오리의 학명이 ‘아나스 플라티린코스’(Anas Platyrhynchos)이고, 사육 오리는 ‘아나스 플라티린코스 도메스티쿠스’(Anas platyrhynchos domesticus)다. 농장에서 기르는 오리는 기본적으로 청둥오리다. 가축 오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지만 증상을 별로 안 보인다.”
―그럼 바이러스가 야생 오리에서 가축 오리로 타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겠다.
“전문가들이 왜 일본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크게 안 터지나 의문을 가졌다. 일본은 오리를 수입해다 먹는다. 질병의 유입 창구가 없는 것이다.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가축 오리가 핵심 연결고리라고 경고했다. 나중에서야 정부가 정책적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보상금을 주면서 오리농장 휴지기를 실시하니까, 질병 유입의 창구가 엄청 준 거다. 확률적 게임에서 바이러스가 닭으로 넘어 갈 고리를 차단한 거지. 당시에는 비닐하우스에 오리를 키우는 곳도 많았다. 수박 재배한 자리에 오리를 놓는다. 오리 배설물이 퇴비가 되니까, 다음에 수박을 재배하고… 이런 상태이니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을 수 있겠나?”
―이름을 잘못 지으면 방역 상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겠다.
“비둘기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당시 조류인플루엔자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모든 새를 적대시했다. 정부 정책은 국민이 가진 생각, 두려움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동물 보전 쪽에 무게를 두는 정부 부처,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동물권단체 ‘케어’ 등 동물단체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돼지 생매장 반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4월말까지 38만마리의 사육 돼지가 살처분됐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는 잠잠하다. 방역을 잘한 건가?
“바이러스가 많이 안 들어왔다고 보는 편이 맞다. 매년 여름 각지에서 온 철새들이 북극권에 모여서 번식한다. 거기서 바이러스를 교환한다. 가을이 되면 각각의 이동 경로를 통해 세계 각지로 흩어진다. 그런데 한국 같은 월동지로 오다가 잠시 들르는 정거장 지역이 있다. 과학자들이 시료를 채취해 병원성 바이러스가 있는지 본다. 북유럽과 중국 헤이룽장성 등이 그런 정거장인데,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많이 검출되면 준비하라는 신호다. 최근 몇 년 동안 그쪽에서 큰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또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철새가 운반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 먼 거리를 아픈 개체들이 어떻게 날아오겠냐’며 회의적인 의견이 있었다. 공장식 축산농장 등에서 토착화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는 그때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 또 정책에 혼선이 온다. 농축산부나 업계는 ‘우리는 방역을 잘했는데, 철새가 자꾸 가져온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보전론자들은 ‘야생동물 탓하지 말라.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고 맞섰다. 그러나 야생 철새에 대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2010년대 중반 (위의 설명 같은) 바이러스 확산 경로가 정설이 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지난해 9월부터 민간인통제선을 따라 경기도 파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횡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선 이 병이 토착화됐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서 전파됐을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추정은 홍수가 났을 때, 감염된 멧돼지 사체가 썩어서 북에서 남으로 하천을 따라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다. 수인성 전염병이라는 말은 아니고, 하천이 (절단된 사체를 운반하는) 기계적 역할을 한 거로 본다. 냉장육에서도 생존하는 게 이 바이러스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지도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울타리를 쳐서 멧돼지의 남하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다. 멧돼지가 사람처럼 신용카드 쓰고 핸드폰 차고 다니면 쉽게 막을 수 있겠지만 그럴 수도 없고… 멧돼지에 대해 연구한 게 없다. 멧돼지가 어디서 얼마나 사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바이러스를 막나? 외국 연구 사례는 국내와 다른 게 너무 많다. 주로 벨기에, 체코 사례를 참고하는데, 거기는 평야 지대다. 국내에 멧돼지 연구자가 두세 명이나 될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견된 지역을 중심으로 울타리를 쳐서 바이러스의 남하를 저지한다. 지도를 보고 있는 김영준 실장.
―국내의 생태계,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가 너무 적다.
“우리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할 때, 병원체만 보나? 거주지도 보고, 사회적 행동도 보고, 삶의 양식도 봐야 질병 확산을 막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병원체만 쫓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간과 가축, 야생동물을 타고 돌아다닌다. 인간과 동물의 건강은 연결되어 있다. 야생동물 연구에 투자해야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
위기가 오고 있다
―앞으로 이런 위기를 자주 겪을 것 같다.
“생태학 교과서에 케이(K)-선택, 아르(R)-선택 이론이 있다. 케이-선택종은 새끼를 적게 낳지만, 에너지를 쏟아 기른다. 세대가 길고 안정된 환경을 선호한다. 아르-선택종은 반대로 새끼를 많이 낳는 대신 보육은 최소로 하고 세대가 짧다. 환경 변화가 커도 잘 멸종하지 않는다. 케이-선택종이 코끼리, 영장류 같은 종이라면, 아르-선택종은 물고기, 곤충 같은 것들이다. 인간은 뭐라고 생각하나?
―케이-선택종?
“그렇다. 하지만 케이-선택종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인구가 급증했지만, 우리는 기술혁신으로 어떻게든 피했다. 기후변화, 감염병 등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천/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Black Night (S.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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