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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4.4~3.31 4.3은 현재형이다,

by 이성근 2014. 4. 4.

 

  4.4 한겨레4.7 주간경향 2판4판

 

 

 4.4 경향 -한국

 

 

 4.4. 내일-국민

 

 

 

                                              4.4 프레시안

 

 

4.4 미디어오늘

 

  4.3 경향 -국민

 

 

  4.3 내일-한겨레

 

 

   4.3 한국 4.2 한국

 

  4.2 경향-한겨레

 

 

 4.2 미디어오늘 -내일

 

 

  4.2 국민 4.1 한국

 

  4.1 한겨레-내일

 

 

   4.1 경향 -3.31 한국

 

 

                            3.3 한겨레

3.31 내일-한겨레

3.31 국민

 

   4.4. ~3.31경향 장도리 

 

한국 인권위 국제 사회에서 '등급보류' 판정 4,5 한국

ICC '인권위원 투명성·다양성 미비' 등 지적…"위상 추락"

 

 

세계 120여개국의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정기 등급 심사에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 '등급 보류' 판정을 내렸다.

인권위가 등급 결정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은 2004년 ICC 가입 이후 처음이다.

 

5일 인권위에 따르면 ICC 승인소위원회는 지난달 18일 개최한 심사에서 한국 인권위의 등급 결정을 보류하기로 하고 이를 최근 인권위에 통보했다. 인권위 규정에 인권위원 임명절차의 투명성과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고, 인권위원과 직원 구성에서 다양성 보장이 미비하다는 것이 이유다. 인권위원과 직원 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ICC는 6월 30일까지 인권위에 지적 사항과 관련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ICC는 인권위의 답변을 검토해 하반기에 등급을 재심사한다.ICC는 5년에 한 번 각국 인권기관의 활동이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 들어맞는지 판단해 A∼C로 등급을 매긴다. 인권위는 2004년 ICC 가입 때 A등급을 받았고 2008년 심사에서도 같은 등급을 유지했다. B등급으로 강등되면 ICC의 각종 투표권을 잃는다.한때는 ICC 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했던 인권위가 재심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자 내부에서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익명의 한 인권위 관계자는 "하반기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과거보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그 위상이 상당히 추락했다는 뜻"이라며 "인권위의 독립성은 한국 내부의 문제라 직접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우니까 인권위원 등의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 측은 "이번 권고사항은 모두 법 개정 사안이라 인권위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회, 행정부와 협력해 ICC 권고 내용을 포함,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좌익효수, 일베충…유린당하는 민주주의 4.4 프레시안

[시민정치시평] 시민운동, 시민문화로 발전해야

한국의 민주주의는 30년 가까이나 자랐으면서도 지금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시들해져 가고 있다. 선거, 언론의 공정성, 사법부의 독립, 결사의 자유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적 민주주의의 요건들마저 이런저런 방식으로 돈과 권력의 논리에 의해 결정적으로 오염되어 있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 사회가 '형식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완성했는데 '실질적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그 형식적 민주주의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거나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일그러진 채로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형식적 민주주의는, '좌익효수'를 내세우는 이들이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민주주의를 계급 지배의 도구라고 여기는 세력들을 척결하겠다고 나서는 방식으로 유린당하고 있다. 극단적 증오와 배제의 정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더 우리를 낙담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좌익효수의 활동 본거지인 '일간베스트(일베)' 같은 영역이 우리 시민사회의 중요한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의견 차이에 대한 단순한 반대 의사 표명을 넘어 이견을 가진 동료 시민들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와 척결을 선동하고 공격적 폭력성을 조장하는 공간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쟁 논리의 격화와 그에 따른 사회 양극화의 심화 현상이 기름을 부은 탓인지, 숱한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제 발로 이른바 '일베충'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더 이상 '가스통 할배들'만이 극단주의자들이 아닌 것이다.

 

이들을 '꼴통'이라 부르며 또 다른 종류의 극단적 혐오감을 폭력적으로 드러내는 반대 진영의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머잖아 '좌파' 가스통 할배가 등장할 기세다. 민주적이고 진보적이기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이견을 가진 다른 세력이나 사람들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반감에 사로잡히고, 배제의 언어와 행태에 오염되어 자기들끼리 서로 반목하고 갈래갈래 찢겨져 있다. 이들도 민주주의를 잘 모르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며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향과 품성과 태도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절차적 민주주의의 손상 때문만이 아니라 진영의 좌우를 막론하고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을 기르고, 또 이를 표현하는 시민 문화의 부재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시민성(citizenship)'의 위기다. 강퍅하게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챙기는 사람들, 이념을 떠나 다름을 포용하며 서로 존중하고 이견을 지닌 상대라도 품위와 예의를 갖추어 대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이루고 꾸려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언론이나 정치권이 선동하고 실천하는 극한적인 증오와 배제의 정치는 궁극적으로는 바로 이렇게 올바른 민주적 시민 문화의 부재가 낳은 결과이자 또한 그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일베충들의 섬뜩한 혐오 발언을 처벌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같은 당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통일전쟁을 위한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준비'를 선동하는 정치 세력을 어떻게 다룰 지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민주적인 가치와 지향과 태도를 지닌 시민들이 없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은 진리다. 우리 사회는 지금 민주화 이후 30년이 다 되어 가도록 이 근본적인 진리를 외면해 온 데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목도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그 점을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시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시민은 길러지고 교육되어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학교를 거쳐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나오면서 민주적인 가치와 지향과 태도를 몸에 배워 익히고, 자신의 삶과 사회의 과정에 나름의 몫을 갖고 참여하여 조율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운 사람만이 온전한 시민이 될 수 있다. 동료 시민들을 어떤 말씨와 태도로 대해야 할지, 자신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며 또 어떻게 정치적으로 관철할지, 나아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공동체 전체의 이해관계와 어떻게 조율할지 등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역량을 갖춘 시민들만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분명한 목적과 방향과 내용을 갖춘 교육만이 이 과제를 감당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은 모든 구성원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천명하고 있다(제2조).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교육이 그와 같은 목적을 제대로 추구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학교들은 대학 입학을 위한 준비 기관이 된 지 오래되었고, 대학은 대학대로 직업교육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 일베충 같은 '청년 극우'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스스로 설정한 교육의 본래 사명을 오랫동안 방기한 결과이기도 하다.

 

학교 바깥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열악하다. 대부분의 시민이 단지 '먹고 사는 문제'에 우선적으로 매달리는 삶을 살아야 해서만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삶의 문법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몇 년에 한 번 이런저런 선거에 나설 기회는 가지나, 생계 때문에 그마저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는 시민들이 부지기수인 점은 문제다. 게다가 투표장에 가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숙고 뒤에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은 소수에 불과한 것 같다. 언론이든 행정 기관이든 시민 단체든 올바른 민주적 시민성을 함양하기 위한 기회를 거의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관계망(SNS)이 그런 역할을 하는가 싶더니, 오히려 이견을 가진 동료 시민들에 대한 상호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는 듯하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지역주의의 망령이 사라질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탓도 크지 않을까 싶다.

 

민주화를 이루어내고 민주주의를 지켜 온 한국 시민사회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 자유와 정의를 외칠 결기를 지닌 숱한 시민들의 참여와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수준의 민주주의도 결코 누릴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우리 시민사회는 일상적인 시민문화와 시민적 삶의 기풍을 민주적으로 벼려내고 뿌리내리게 하는 데에는 무관심했고, 무능했다. 보통의 시민적 삶의 민주화보다는 운동의 일상화에만 매달린 탓이다. 시민운동의 성과와 업적을 부정할 일은 아니지만, 지나온 과정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시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학교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자치 단체나 시민사회 조직 모두에서, 그리고 민주적이기를 지향하는 모든 정치 진영을 아울러, 우리 민주주의를 지키고 일상적으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시민성 함양 교육의 원칙과 틀을 마련하려는 공동의 노력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아파서 신음하고 있다. 머지않아 죽을지도 모른다. 서둘러야 한다.

 

보수신문-네이버, 갈수록 밀착 이젠 캠페인까지 4.4 미디어오늘

[뉴스분석]동아 ‘저녁’ 캠페인에 네이버 동참…종편 뉴스 라이브 중계에 미디어렙 투자까지

보수신문과 네이버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합편성채널 저녁뉴스를 생중계하고 있고, 올해는 종편의 방송광고판매대행자(미디어렙)에 각각 20% 정도를 투자했다. 검색점유율이 75%에 가까운 대형 포털과 보수신문의 결합이 빨라지고 있다. 이제 네이버는 동아일보의 캠페인까지 거들고 나섰다.

 

 

네이버와 보수신문, 종편의 결합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중동을 주축으로 한 신문협회는 네이버에 압력을 넣어 초기화면에서 뉴스를 걷어내고 매체별 뉴스서비스인 뉴스스탠드를 끌어냈다. 지난해 10월 JTBC 메인뉴스를 시작으로 종편의 메인뉴스를 생중계로 내보냈다. 종편은 각사 누리집보다 네이버에 뉴스를 더 빨리 뉴스VOD를 업로드하고 있다.

 

 

정점은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의 종편 미디어렙 투자다. NBP는 올해 초 조중동 종편 3사의 요청을 받은 뒤 조선미디어렙(TV조선)과 J미디어렙(JTBC), 미디어렙A(채널A) 등에 각각 8억5천만 원, 16억 원, 9억9천만 원을 투자했다. “네이버가 조중동에 굴복했고, 포털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4일자 <본보 ‘저녁을 돌려주세요’ 캠페인 네이버 동참… 초기화면 띄우기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용노동부와 동아일보가 함께 진행 중인 과다한 근로문화 개선 캠페인(본보 ‘저녁을 돌려주세요’ 기획 시리즈)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는 오는 5월 중순께 포털 초기화면에 관련 캠페인 배너와 특별페이지를 구성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도 3일 <일과 삶의 균형 만들기, 네이버와 함께 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고용노동부와 네이버가 3일 ‘일家양득 캠페인’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4월부터는 네이버를 통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일家양득’에 대한 각종 정보제공, 설문조사 및 이벤트 등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캠페인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기업 120곳과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참여한다. 동아일보는 지난 2월 20일부터 격주로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데 방하남 장관 인터뷰를 시작으로 4월 4일 현재 총 7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휴일근무, 연차수당, 퇴근, 회식, 회의, 야근, 과로산재 등에 대해 다뤘다.

 

 

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 실무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출입기자단에게 의견을 물었고, 동아일보가 이 같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고 해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업무협약 체결에 대해 이 관계자는 “네이버는 다른 부처와도 캠페인을 하고 있어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노동부와 동아일보의 캠페인을 포털 대문에 노출시키고, 특별 페이지를 만들어 동아일보의 기획 시리즈를 홍보해줄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와 동아일보의 이번 협업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네이버와 보수신문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노동부에서 동아일보로 건너가는 협찬은 없다. 네이버도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

 

네이버는 협약은 노동부와 체결한 것이지 동아일보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온라인 홍보를 위해서 고용노동부에서 요청이 와 협약을 맺은 것이지 동아일보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네이버와 관계를 맺은 것이지 동아일보가 홍보채널로 네이버를 활용하는 부분은 우리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임기상의 역사산책⑩]'빨리 도피한다' VS '수도 사수한다'...엇갈린 국가의 운명 4,4 노컷뉴스

 

 

▣도둑같이 새벽 기차 타고 서울 떠난 대통령

 

"각하~ 지금 서울을 버리고 떠나시면 안됩니다. 대통령이 피신하면 한국군 병사 전체가 전쟁을 포기합니다"

"내가 북한군에게 잡히면 한국한테는 재앙이야"

 

운명의 1950년 6월 25일 밤. 이승만 대통령과 무초 주한 미국대사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즉시 서울을 빠져나가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을 꺽으려고 남의 나라 외교관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무초 대사는 대통령이 적군의 수도 함락을 사수하다 군대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그러나 적군에 잡히지 않을 그 순간까지 머물러 있어 달라고 호소했다. 끝내 설득은 실패했다.

 

이승만은 27일 새벽 내각이나 국회에도 알리지 않고 달랑 4명의 수행원만 데리고 객차 2량만 달린 낡은 3등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달렸다. 가다보니 대구다.

"어~ 너무 내려갔다. 대전으로 돌려라"

 

대전에 도착한 대통령은 또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인다. 녹음방송을 통해 마치 자신이 서울에 남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들 모두 안심하라고 연설했다. 서울로 올라간 녹음테이프는 27일 밤 10시부터 여러 차례 방송되었다. 최고 지도자가 서울에 남아 '안심하라'고 방송하니 서울시민들은 피난을 가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입소문을 통해 대통령이 서울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들은 정부와 군, 경찰의 고위 관계자들과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가족과 함께 재산을 챙겨 서울을 탈출했다. 방송 다음날인 6월 28일 새벽 2시 15분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었다. 이렇게 해서 서울 시민 대부분과 국군 주력부대, 많은 군사장비들이 고스란히 한강 북쪽에 남게 되었다.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3개월 후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서울이 수복되자 군경은 적 치하에 남은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검거작전에 나섰다. 시민들은 자기들을 버리고 떠난 정부로부터 다시 부역, 친공, 북한협력 등의 혐의로 처벌받거나 처형되었다. 국민과 정부를 버리고 도망간 이유로 처벌받은 자들은 한명도 없었다. 다음 해 1월 4일 중국군이 밀고 내려오자 서울시민들은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피난을 떠났다.

 

 

한번은 속지만 두번은 속지 않는 법이다.

 

 

▣왜군 무서워 압록강 거쳐 만주로 도망가려 했던 선조

지금부터 422년전인 1592년 4월 28일. 믿었던 신립 장군마저 일본군에게 패하고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선조는 겁에 질렸다. <선조실록>은 이날 "충주에서 패전 보고가 이르자, 임금이 대신과 대간을 불러 입대케 하고 비로소 파천(播遷: 임금이 도성을 버리고 피난가는 것)에 대한 말을 발의하였다"고 기록했다.

 

패전 소식에 패닉 상태에 빠진 선조가 가장 먼저 도주하겠다는 얘기다. 대신들은 통곡하며 반대했다. 이 시점에서는 남은 병사를 모아 한강 교두보를 지켜야 하는데 다 포기하고 도망가겠다니 대신들은 아연실색 했을 것이다. 선조는 반대를 뿌리치고 이틀 후 새벽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궁궐을 나왔다. 임금이 도성을 버리자 한양 일대는 무법천지로 변했다. 노비들이 들고 일어나 먼저 장예원과 형조에 불을 질렀다. 이 곳은 공사 노비들의 문서가 보관돼 있는 곳이다. 이 혼란 속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도 다 불에 타 폐허로 변했다.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강방어선도 맥없이 무너지고 장수와 병사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다.

 

한편, 벽제관~개성~평양을 거쳐 압록강변 의주에 도착한 선조는 이번에는 강 건너 요동으로 넘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라를 가장 먼저 포기한 인물이 국왕이다. 신하들이 반발하고 명나라가 '오지 말라'고 통보하자 그제서야 주저앉았다. 이 와중에 나라를 지킨 것은 전국에서 들고 일어난 의병들과 바다에서 일본 해군을 궤멸시킨 이순신 장군과 그 휘하의 수군들이었다.

 

 

1941년 10월 16일 모스크바는 대혼란에 빠졌다. 3갈래로 소련을 침공한 히틀러의 '전쟁기계' 독일군은 서와 남, 북에서 모스크바를 압박해 들어왔다. 독일군 선봉대는 모스크바 교외까지 진격해 들어왔다. 희미하게나마 크레믈린 궁의 나선형 탑이 보이는 곳이다. 외국 외교관들이 모두 동쪽으로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대거 수도를 빠져나가거나 약탈, 파업에 가담했다. 영화관들은 문을 닫고 지하철은 운행을 멈추었다. 시민들은 절규했다.

 

"우리의 지도자 스탈린은 어디에 있는거야? 그는 우리를 버렸다"

그 시간에 스탈린은 모스크바의 집무실에 앉아 반전의 계기를 찾고 있었다. 집무실로 장군들과 참모들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매년 거행하던 볼셰비키 혁명 24주년 기념일 퍼레이드를 올해도 실시하겠다"

부하들은 대경실색했다. 독일군이 코 앞에 온데다 독일 공군으로부터 폭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다시 강조했다.

 

"모스크바 시민뿐 아니라 전국의 군대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열병식을 거행한다"

1941년 11월 7일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드넓은 붉은 광장에서 소련군의 장중한 행진이 벌어졌다. 이어 스탈린이 연단에 서서 연설을 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떠한 군사적 지원도 없이 단독으로 해방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독일 침략자들은 소련 국민들을 섬멸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스스로 당하게 해줄 것입니다. 나폴레옹의 운명이 어떠했는지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 연설은 라디오 방송과 확성기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퍼레이드와 연설을 직접 본 시민들이나 중계를 들은 소련 국민들 가슴에 피가 끓어 올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스탈린이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 병사는 이렇게 회고했다.

 

"최고 지도자가 모스크바에서 우리와 함께 있기로 결정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사실에 고무되어서 우리는 마치 진군하는 나찌놈들을 잡아 관에 가두고 못질 하듯이 의기양양하게 행진했습니다"

 

1년 후 소련군은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군을 궤멸시키고 쾌조의 속도로 베를린을 향한 진군을 시작한다. 스탈린의 공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이때 이 순간만은 진정한 '지도자'였다. 임진왜란~병자호란~한국전쟁에서 한민족의 지도자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중요한 것은 국난 속에서 리더는 백성과 군대와 자리를 함께 해야한다는 사실이다.

 

 

이봉수 시민편집인 시각]규제, 훨씬 더 강화해야 옳다 4.3 한겨레

내가 영국에 살던 2004년 무렵 삼성은 영국인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영국인들이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LG 제품에 감탄사를 연발할 때는 나도 덩달아 으쓱했지만, 영국 언론이 ‘삼성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식으로 보도할 때는 창피했다. 삼성은 여왕까지 초청해 거창하게 준공식을 한 윈야드 공장을 불과 8년여 만에 폐쇄해 영국인들의 반감을 샀다. 삼성은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며 82만여㎡(약 25만평)의 땅을 확보하고, 영국 정부에서 1050만파운드의 보조금까지 받은 터였다.

 

 

 

이건희 회장이 “한국에 공장 지으려면 도장이 1000개나 필요할 정도로 규제가 많다”면서 영국에 지은 공장에 그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삼성은 “인건비가 동유럽에 비해 5~6배 이상 들어가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영국 언론은 삼성이 영국의 기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영국은 보조금까지 주면서 기업을 유치하지만, 노사·환경·회계·공정거래 관련 기업 규제는 상당히 까다롭다. 선진국은 대부분 그럴 뿐 아니라 불법행위를 엄단한다. 법은 노사 쌍방에 엄격해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활동을 탄압하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윈야드 공장의 인건비 상승 역시 삼성은 노조 탓으로 돌리고 싶었을 터이다. 청와대 규제개혁회의에 초청된 영국대사가 영국을 규제개혁의 모델로만 얘기한 것은 유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암 덩어리’로 매도하면서 규제 완화 광풍이 불고 있다. 광풍의 특징은 필요한 것까지 날려버린다는 점이다. 규제개혁회의는 그동안 규제 철폐에 목을 매왔던 시장지상주의 논객과 민원인 등이 집결해 규제를 ‘악의 축’으로 단죄한 대국민 쇼였다. 물론 불필요한 규제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정부가 그냥 없애면 되는 일이었다. 회의에서 거론된 ‘액티브 엑스’도 여야 합의로 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고 업계도 개편을 추진 중이었다.

 

요란한 쇼를 벌이는 와중에 아무런 견제 없이 슬쩍 부활한 것이 바로 보수의 ‘줄푸세’ 본능이었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사회 양극화와 무소불위 경제권력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박근혜 후보도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역시 본능은 감추지 못하는 걸까?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푸’는 쪽으로 일대 전환을 해버린 것이다. ‘공약 사기’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판에 오히려 남을 질책하고 나선 셈이다.

 

논란의 귀결은 대개 누가 이슈를 선점하느냐에 좌우된다. ‘도장 1000개’나 ‘암 덩어리’처럼 무리한 표현일수록 한번 규정되고 나면 이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대통령이 ‘규제는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단정하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 아래 ‘착한 규제’ 논리가 먹혀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정감사 대상인 산업연구원장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황사’라고 비난했다. 한국 사회에 규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성찰이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은 ‘회의(會議)’는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규제 성토대회’였고 ‘보수 부흥회’였다.

 

경향신문은 규제개혁회의 이후 일관되게 제동 없는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특히 회의에서 거론된 곳에 기자들이 직접 나가 보고 쓴 현장기사들은 진보언론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관광호텔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 지역(3월28일자), 녹지를 공장용지로 바꾸려는 여수산업단지(3월28일자), 농가 옆에 공장이 밀집한 김포 대곶면(4월1일자), 공원을 만들기 위해 이전되는 공장들이 ‘민원’을 제기한 인천내항 지역(4월1일자) 등의 실태를 르포 형태로 보도함으로써 기업만이 아니라 주민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했다.

 

아쉬웠던 점은 ‘줄푸세’로 정책기조를 전면 수정하기 위한 대대적 선전활동인 규제개혁회의의 성격을 처음부터 제대로 짚어주지 못한 것이다. 첫 회의를 보도한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 “할 수 없는 것이면 ‘손톱 밑 가시’ 선정 왜 했나, 어떻게든 되게, 창의적으로 규제 풀라”(3월21일자)는 거였는데, 얼핏 ‘국정홍보신문’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 비판은 해설이나 사설에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의의 진짜 의도를 간파하고 그것을 폭로하는 일도 ‘사실’ 보도에 해당하는 거 아닐까? 영국 ‘가디언’이나 ‘인디펜던트’ 등 ‘의견(opinion)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유럽 권위지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7시간 동안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 YTN 등 케이블방송까지 총동원해 선전전을 편 것은 크게 문제 삼을 일이었는데 적절한 지적이 없었다. 정부가 섭외한 중소상공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대기업 규제 완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보였다. 민원인의 준비된 질의에 장관의 준비된 답변이 반복되는 ‘역할극’을 국민이 7시간이나 본 셈이다.

 

이 국면에서 진보언론의 임무는 불필요한 규제로 지목된 것에 대한 ‘진상규명’을 넘어 우리 사회에 왜 규제가 필요하고 어떤 분야에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세적으로 의제설정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은 어떤 사회인가?

 

‘가디언’은 신문 맨 안쪽에 연결된 두 면을 펼쳐 ‘이번주의 그래픽’이라는 이름 아래 각종 통계치를 보여줌으로써 힘 있게 의제설정을 한다. 기가 막힌 것은 한국이 너무나 자주 1·2등 아니면 꼴찌에서 1·2등을 한다는 사실이다. ‘가디언’ 모니터링 결과와 최근 통계들을 합한 거여서 통계연도가 다르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1등을 한 것은 너무나 많다. 인터넷 분야 1위 등 좋은 것도 꽤 있지만 나쁜 게 대부분이다. 저출산율, 자살률, 40대 암사망률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1인당 증류주 소비량, 곧 위스키·소주 등 독주 소비량이 제일 많은 데가 우리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10만명당 산재사망자, 연간 노동시간, 남녀 임금격차, 저임금 노동자 비율, 노인 빈곤율이 1위인데도, 사회복지 지출은 꼴찌 수준이다. ‘선진국 클럽’에 들었다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하면서도 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암에 걸리거나 아니면 독주라도 마시면서 버텨야 하는 게 우리의 노동현실이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역동적이라는 증거도 되지만, 너무 경쟁적이고 과로하고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고, 양극화한 사회임을 말해준다. 정부에 맡겨진 책무는 이런 불안한 노동 현장에 안전을 도모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고 양극화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상당 부분 규제를 통해 달성할 수밖에 없는 정책 목표들이다.

 

박 대통령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투자를 늘리는 방법은 규제 완화뿐”이라고 말했는데, 규제 완화는 개인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대신 사회에 비용을 전가하는 게 많다. 환경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환경영향평가제가 형식적으로 운용돼 산허리를 허물고 하천에 콘크리트를 싸바르는 공사가 전국에서 계속 진행되고, 학교 근처에까지 러브호텔이 들어서려 한다. 우리나라 호텔 중에는 숙박업보다는 이상한 용도로 밤낮없이 돈을 버는 데가 많다. 호텔 주차장에 번호판 가려주는 천막을 드리운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도시의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간판과 전광판 등 빛공해와 국도변에 난립한 음식점 간판공해 역시 세계 1위일 것이다. 정부가 매사를 사적 이익 추구에 맡겨두고 공적 책무를 소홀히 한 결과다. 그린벨트와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마저 대폭 완화할 태세인데 안 그래도 심각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황폐화를 더 부추기겠다는 건가?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강화해야 할 규제가 완화해야 할 규제보다 훨씬 많다. 환경 규제뿐 아니라, 시장 규칙을 확립하는 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 규제, 골목상권을 넘보는 대기업 등에 대한 독과점 규제, 금융 규제, 안전 규제, 사회적 약자 보호 규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진보언론은 규제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는 공세를 펼 때다.

 

 

언론은 기사내고 국방부는 반박하고…‘무인기’ 보도 중구난방 43 미디어오늘

[비평] 생화학·폭탄 탑재 주장에 국방부도 “현실은 불가”…“안보강조하는 언론이 불안유발?”

 

정부는 2일, 지난달 25일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북한이 제작한 정찰기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정찰할 목적으로 만든 비행기라면, 해당 무인항공기에 청와대 상공이 찍혀 있었다는 점에서 대공경계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런데 이를 둘러싼 언론의 보도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단독기사라며 보도하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 국방부가 이를 부인하면 이를 또 그대로 보도한다. 한국의 대공경계망이 뚫린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독자들은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중앙일보는 3일 1면 톱기사 <북한 무인기, 송신장치 있었다>에서 “무인항공기에서 영상 송신장치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합동조사팀 관계자의 발언을 바탕으로 나온 보도다. 중앙일보는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로 대통령 숙소 등 청와대 관저를 근접 촬영한 사진이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무인기가 비행경로 동안 찍은 영상이 북한으로 송신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송수신기는 영상을 보내는 게 아니라 조종하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결정적인 것은 송수신기와 카메라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어 사진을 찍더라도 영상을 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역시 해당 기사에서 “송신장치는 없었다”는 국방부 공식입장을 보도했다. 영상이 송수신되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사진 정보가 북으로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북한 소행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지만 정부는 아직 북한의 것이라 단정하지 않았다.

 

 

 

문화일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문화일보는 2일자 1면 기사 <‘추락 무인기’ 무기 탑재 자폭 가능>에서 “무인기는 초보적 기술 수준이지만 폭약 장착이 가능하며 자폭형 무인공격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하다.문화일보는 5면 <VIP 차량 폭탄테러도 가능>에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의 말을 인용해 “530g 무게의 캐논 EOS 550D와 270g 무게의 24mm 렌즈를 부착했다”며 “이 무게를 고려할 때 800g의 고성능 폭약 탑재가 가능해 기능을 개선할 경우 주요 인사 차량 폭탄테러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폭약을 탑재해 북한이 원하는대로 무선조종을 통해 폭탄테러를 가할 수 있는지 확인도 안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할 수 있는 보도다.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은 테러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초보적인 수준이어서 테러를 하기에는 힘들다”고 밝혔다. 국방부에서 부인하는 것을 문화일보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보도한 셈이다.

 

 

이는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3일자 1면 <북 무인기 청와대 테러해도 못 막을판> 기사와 2면 <북 무인기, 1kg 폭탄 탑재 가능…‘생화학’ 결합할 수도> 기사에서 다양한 추측을 보도에 인용했다. 그만큼 국내 대공경계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확인될 수 없는 사실을 인용해 불안을 조장하려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아예 북한 무인정찰기가 찍었다는 청와대 상공 사진을 3일자 1면에서 보도했다. 청와대 상공 사진은 국가안보 문제로 찍을 수 없다. 조선일보가 청와대 상공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보안목표시설관리지침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조선일보를 향해 온라인 기사에서 사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선일보가 3일 온라인 기사 <국방부 “무인기서 北추정 지문발견…국제기구에 항의할 것”>에서 자사의 사진보도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파주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 상공 사진이 유출되는 등 조사결과가 중간에 새 나가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조사 책임을 물어 연구소장을 문책할 것임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자신들이 단독입수한 사진의 출처를 스스로 밝힌 셈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나왔으니 언론이 먹잇감으로 키우려는 것 같다”며 “생화학 무기, 폭탄장착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사일 탄두에 (폭탄이) 500kg에서 1t이 탑재되는데 무인기가 탑재할 수 있는 무기는 1kg 정도”라며 “생화학 물질을 장착했다고 어떤 피해가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런 식의 언론보도는 국민들에게 대단한 불안심리를 유발한다”며 “선정적 보도는 언론이 스스로 강조하는 안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라면 물론 북한의 도발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북한의 약한면을 드러낸 것 아닌가”라며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해상도는 구글어스보다 떨어진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군이나 정보기관이 이런 내용을 흘리는 것은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여겨진다”며 “국정원 문제나 군 사이버 사령부 대선개입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역시 제일 만만한 것이 북풍을 일으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무인기에 20~30kg 폭약 장착이 가능하다고? 4.3 오마이뉴스

[오마이팩트] <조선일보> 보도... 전문가들 "불가능"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무인기가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인근 상공에서 사진 촬영을 해도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 무인기들이 추락하지 않았다면 북한 정탐 무인기가 대한민국 하늘을 휘젓고 다닌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 무인기는 20~30㎏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 3일자 <조선일보>는 사설 '북 무인기에 뚫린 청와대 상공, '안보 구멍' 이것뿐인가'에서 지난 달 24일과 31일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에 20~30kg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에 의하면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는 전장 143cm, 전폭 192cm, 높이 55.7cm로 중량은 15kg정도다. 군 당국에 따르면 파주 무인기에 장착된 촬영장비는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보급형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캐논 550D'였고 렌즈를 포함해 무게는 1kg이 넘지 않았다.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군 당국과 국정원이 합동으로 분석중이어서 상세제원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보다 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량 15Kg 정도의 무인기에 20~30kg의 폭약을 달 수 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일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론 이스라엘제 하피 공격용 무인기처럼 레이더 기지에서 나오는 전파를 역추적해서 자폭하는 기종도 있기는하지만,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들 처럼 초보적 기술수준의 무인기에는 폭약을 달고 공격을 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희훈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예비역 공군 준장)은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에는 소형 카메라 밖에 달 수 없고, 그 정도 폭약을 장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파주·백령도) 무인기는 카메라를 싣는데 최적의 기체인데 여기에 10kg 이상의 폭탄을 실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소형무인기가 위협적인 이유는 2m 가량의 작은 크기여서 우리 군의 레이더로 잡아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데, 20~30kg의 폭약을 달려면 크기와 엔진 출력 등을 늘릴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우리 군의 방공무기가 쉽게 탐지해 격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소장은 "만약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로 공격하려면 더 정확하고 빠른 미사일을 쏘지 왜 무인기를 활용하겠느냐"면서 "(소형 무인기 폭탄 탑재는) 군사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양 연구위원도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싣기 위해서는 탑재 중량이 커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무인기 크기도 커지고 레이더에 걸리게 된다, 북한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소형 무인기를 무기체계 투발 수단으로 사용하겠느냐"고 말했다.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장시간 더 발전시키면 테러용으로도 활용할 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사진 내보낸 <조선일보> 기사 "정찰 성공 알려준 꼴"

무인기에 20~30kg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설과 더불어 <조선일보>가 3일치 1면에 실은 기사도 논란이 됐다.이날 이 신문은 "북 무인기, 청와대 바로 위 20여 초 떠있었다"는 제하의 기사와 사진을 통해 지난달 24일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에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에서 나온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청와대와 인근 지역의 모습이 찍혀있다.

 

이 신문은 "본지가 2일 북한 무인기가 촬영한 일부 영상들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무인기는 사전 입력된 경로를 따라 파주 인근부터 사진 촬영을 시작했고 청와대와 경복궁 바로 위를 약 1km 고도로 비행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북한이 정찰이 아니라 청와대 자폭 테러용으로 무인기를 사용했더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사진 공개로 전날 "상세한 촬영정보를 공개할 경우 북한에 정보를 알려주는 결과가 된다"고 했던 국방부 관계자의 말도 무색하게 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에는 영상 송·수신 장치가 없어 회수한 후에야 정찰결과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신문 보도가 결과적으로 정찰행위가 성공했음을 알려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적군이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이라면서 "관련 지침 위반으로 보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적군이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삭제해주길 요청한다"며 "타 언론에도 확산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호실 차원에서는 관리지침 위반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무인항공기가 활동했던 내용을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이 무인항공기를 운영한 곳, 북한으로 추정되지만 거기에 유리한 확인 정보를 보내주는 것과 같다"면서 "우리가 입수한 내용들을 정확하게 다 공개하는 게 과연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서 옳은 일인지 고민해 볼 때"라고 지적했다.

 

“무인기, 동호인도 만들 수 있는 수준” 4.5 경향   이희우 충남대 군수체계연구소장

‘북한 제작’ 보도 나온 자이로센서

“일반인도 시중서 쉽게 구입 가능”

자폭 기능 “효용성 없다” 회의적

 

 

공군 준장 출신인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 소장은 4일 백령도와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소형 무인기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북한 소형 무인기는) 국내 동호인들도 만들 수 있는 낮은 수준의 기술”이라며 지나친 안보 우려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공군 복무 시절 전투발전단 연구개발단장과 전투발전단장 등을 지낸 군수전문가인 이 소장은 <한겨레> 전화인터뷰에서 “옛날에는 자동비행장치가 비싸고 무거웠지만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서 싸고 가볍고 소형으로 나온다”며 “이런 정도의 무인기는 동호인들도 시중에서 부품을 구입해서 만들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 발전하면 자폭 기능까지 가능하다”고 답변한 데 대해서도 “효용성이 없다”며 회의적인 태도였다. 그는 “북한이 더 파괴력이 크고 정확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굳이 무인기로 공격할 이유가 없다”며 “무인기를 공격용으로 개조하면 커지게 돼 레이더에 걸리기 때문에 ‘탐지가 안 된다’는 장점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10여년 전에 이미 자폭 무인항공기 ‘하피’를 이스라엘에서 들여와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며 북한의 초보 기술에 대한 과민반응을 경계했다.

 

그는 무인기의 청와대 촬영에 대해선 “이미 러시아·중국 등 적성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북한 무인기 촬영보다) 훨씬 해상도 높은 영상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정찰 능력은 우리가 위성과 다양한 정찰기로 북한을 들여다보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무인기의 비행 자세를 잡아주는 ‘자이로센서’가 북한산이란 보도에 대해선 “자이로센서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긴 하지만 일반인도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무인기의 자이로센서는 일본 ‘후타바’의 GY352 2축 자이로센서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이 소장은 우리 군이 추진하는 무인기 탐지를 위한 저고도 레이더의 도입에도 반대했다. 그는 “저고도 레이더는 탐색 범위가 좁아 (제대로 탐지를 하려면) 수백곳에 세워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저고도 레이더로 방공망을 구축한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일로 동호인들의 무인기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무인기가 발전 가능성이 많은 분야인데 지원은커녕 가로막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님, 제주도 정말 안 오십니까? 오마이뉴스 4.2

[주장] 국가추념일 지정 후 첫 제주 4·3항쟁 위령제... 대통령 불참으로 빛 바래나

 

한 해 관광객 1000만 명이 넘게 찾는 아름다운 섬 제주. '국민관광지'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은 여전히 속울음을 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공항은 4·3의 생채기가 남아 있다. 4·3 당시 군경토벌대에 의해 학살된 양민들의 유해가 발굴됐던 곳이다. 여전히 당시 피해자들의 숨결을 다 찾지는 못했다.

 

몇 해 전 제주의 4·3 유적지 곳곳을 직접 조사할 기회가 있어 다시 찾은 적이 있다. 4·3지도 제작을 위해 찾아 간 300여 곳의 4․3 유적지들. 아로 새겨진 기억의 자취는 희미했지만 이름난 관광지마다 피맺힌 절규와 아픈 역사는 다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로 66주년은 맞는 4·3에는 역사의 반동을 꿈꾸는 자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살아 있다. 최근 새누리당 제주도당 고문이 4·3 국가 추념일 제정을 반대하다 결국 도민 반발로 고문직을 박탈당하는 일도 있었다. 제주에서만이 아니다. 일부 보수우익들은 제주4·3을 폄훼하고 정부차원의 4·3추념일 제정마저 반대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는 보수 우익 단체가 모인 가운데 '제주4․3사건 바로잡기 대책회의' 출범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상임대표, 이선교 현대사포럼 대표 등이 상임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향후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도 했다.

 

 

 

침묵을 넘어 저항으로 찾아온 진실

다시 제주의 4월이 다가온다. 제주4·3항쟁은 침묵을 강요 당해 왔던 역사였다. 적게는 3만 명, 많게는 8만 명에 이르는 희생이 있었다. 박정희 정권을 비롯해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4·3의 진실에 대해서는 굴종을 강요해왔다. 1979년 소설가 현기영은 소설 <순이삼촌>이 불온서적이 되면서 합동수사본부로 끌려가야 했다. 1987년에는 대학 내에 4·3 대자보를 쓴다는 이유도 탄압의 대상이 됐다. 1997년에는 4·3 다큐멘터리조차 '이적표현물'이 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침묵의 역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1980년대 4․3의 금기를 깨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4·3관련단체를 비롯한 운동진영의 헌신과 도민들의 투쟁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1999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됐고 진상조사가 진행됐다. 이를 토대로 한국현대사 중 사실상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됐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이 직접 제주도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역사적인 사과'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다시 역사의 반동이 있었다. 진실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4․3위원회를 폐지하려 했지만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일부 보수 우익들의 반발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백비'에 채워질 역사를 위해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4·3평화공원. 제주의 역사를 공부하고자하는 탐방객들의 기본 코스가 된 곳이다. 이곳에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 처음 만나는 곳은 '백비'(白砒)다. 백비는 4·3의 '정명'(正名)이 여전히 미완성의 역사임을 알려준다. 역사의 양지로 나온 4·3의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4·3이 왜 일어났는지, 누가 탄압의 주역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정부의 4·3진상조사보고서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가 지정 추념일로 위령제가 봉행된다고 하지만 슬픔과 위로만 있다. 실제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희생자를 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 희생자로 인정된 인원은 절반 수준이다. 무엇보다 4·3 당시 외침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확장까지는 나가지 못하고 있다."피해자에 대한 명예보상을 이루어냈을지는 몰라도 당시의 중요한 흐름이었던 변혁적 이데올로기와 그것을 위해 싸웠던 운동가들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제주 4·3이 왜 발생했는가에 대한 답은 없는 셈이다. 현재 제주 4·3이 전체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영일 <민간인학살에 대한 과거청산의 과제와 국가책임의 문제>,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심포지엄 자료집, 2005년 10월

 

 

4·3과 관련한 미국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해야 한다. 기계적 반미가 아니다. 실체적으로 진실을 캐내고 잘못이 있다면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국 신문 <뉴욕 타임스>는 2001년 10월 24일자에 <남한 국민들 1948년 학살의 진실을 찾다(South Koreans Seek Truth About '48 Massacre)>란 제목 아래 제주4·3을 대서특필했다.

 

"1948년 남한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제주도에서만 유일하게 보이콧되자 남한에 있던 미국 사령관들이 분개해 했고, 그 이후 미군정에 참여했던 남한의 지도자들은 공산주의자 선동가로 여겨지는 섬 주민들을 '청소하는 작전'(a campaign to cleanse)을 전개하였다"고 보도했다.

- 양조훈 <4·3과 민간인 학살>, 국제심포지엄 발표자료 2007년 7월 11일

 

 

실제 특히 4·3 당시 미군정의 진압사령관이었던 브라운 대령이 발언했다는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라는 내용을 상기시켜 보면 학살의 책임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추념일 지정,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런데 오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첫 국가 위령제로 봉행되는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3유족들을 비롯한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 참석을 강력히 건의했지만 위령제를 이틀 앞둔 현재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국무총리, 장관까지 참석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추념일 지정에 따른 의미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시대의 침묵을 뚫고 진실의 빛을 찾아 온 4․3. 그 근원을 찾아보면 현재의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문제처럼 제주라는 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제주만의 비극이 아니라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누구나 4․3의 역사가 미래의 좌표가 되기 위해서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픈 역사만으로 끝나지 않고 미래의 가치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진실규명을 찾는 발걸음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첫 국가기념일 4.3, 적기가 부른 가해자까지 추념? 데일리안 4.3

 

박근혜 정부는 제주 4.3 사건을 국가 공식 기념일로 추진해왔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1월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개정'을 입법 예고하였고 기념일 명칭도 ‘4.3 희생자 추념일’로 결정하였다. 국가기념일 지정에 앞서 제주 4.3 사건의 성격에 대한 정립과 무고한 양민희생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히 설정되기를 바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4.3 국가추념일 지정을 위한 공식 절차가 완료되었다. 2월 1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으니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확정 공포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제주 4.3 사건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지난 30년간 진행되어온 한국 근현대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의 결과다. 그 첫 계기를 만든 것은 김대중 정부였다. 김대중대통령은 1998년 11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공산당의 폭동으로 일어났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 진실을 밝혀 누명을 밝혀줘야 한다”고 했고 그런 취지에서 김대중 정부는 2001년 ‘제주 4.3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지난 30년 진행되어온 현대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

당시 특별법의 목적은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겠다는 것과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에 맞춰져 있었다. 그랬기에 김대중 대통령도 공산당의 폭동임을 분명히 했었고 입법목적도 “제주 4.3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 하려고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제주 4.3 위원회’와 현재 서울시장을 맡고 있는 박원순 주도로 만들어진 ‘제주 4.3 진상보고서’는 역사를 수정하고 뒤바꿔놓았다. 제주 남조선로동당이 주도한 무장에 의한 불법폭력을 오히려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정당한 저항으로 만들었고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고 공산주의 체제를 만들자는 무장폭력투쟁을 단독선거와 단독정부를 막기 위한 ‘숭고한 통일운동’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김대중 정부를 뒤이은 노무현정부는 제주 4.3 사건을 공산세력의 폭동이라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국가공권력의 잘못으로 인정하며 정부차원의 사과를 감행하였고 그런 취지에 따라 제주 4.3 평화공원과 박물관을 건립한 바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제주 4.3 국가기념일 지정도 그런 일련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수정과 왜곡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쟁에 따른 희생만큼이나 다수였던 1만 4천명의 사망자가 발행한 제주 4.3사건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가적 추념의 내용과 대상은 분명해야 한다. 사건의 본질은 공산주의자들의 대한민국 건국 저지와 한반도 전체의 공산체제 수립투쟁이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이 기리고 추념해야 할 대상은 공산세력의 건국저지 투쟁을 막는 과정에서 희생당해야 했던 분들이지, 결코 제헌의회 선거 저지와 대한민국 건국 저지에 나섰던 자들이어서는 안 된다.

 

건국 저지 막을 때 희생당했던 분은 누구 추념할까?

공산주의자들의 대한민국 정부수립 저지폭동으로 민족사 최초로 민주공화제를 만들기 위한 제헌의회 선거는 유일하게 제주 2곳에서만 좌절되었다. 반면, 제주 4.3 폭동군 사령관 김달삼은 5만명의 제주도민의 투표용지를 모아 북으로 올라가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전달하며 영웅 칭호를 받았고, 다시 인민군 사령관이 되어 대한민국을 침략하는 선봉에 섰었다. 따라서 명확해야 할 것은 무고한 양민의 대량 희생을 가져온 것이 남로당과 공산세력의 무장폭동이었다는 것이고, 제주 4.3 사건에 대한 추념이란 명확히 공산세력의 무장반란에 맞서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군과 경찰 및 무고한 제주 도민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무장폭동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군․경의 미숙과 과잉행위로 무고한 양민의 광범위한 희생이 있었다. 그렇기에 정부수립과 좌우투쟁기에 정부의 과잉내지 잘못된 행위로 초래된 대량희생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애도하고 그 희생을 추념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세계적 공산주의 확산이라는 공포와 한반도에서 펼쳐진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미숙한 군과 경찰이 극도의 공포상태에서 벌여야 했던 정당한 폭동진압을 잘못된 국가행위로 규정짓거나 군과 경찰에 대한 저항을 정당한 항거로 규정짓는 결과로 가서는 안 된다.

 

당시 정부의 미숙과 공권력의 과잉행위가 무장반란을 정당화하거나 폭동에 따라 초래된 희생을 국가차원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 4.3사건에 대한 국가추념이 결국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가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과오로 가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과오

1948년 제주 4. 3사건 당시 13개 경찰지서를 일제히 공격했던 1500명을 포함하여 그 후 몇 년에 걸친 남로당의 폭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핵심적 활동은 한 숫자는 최소 3천명으로 추산된다. 적어도 그 3천 명의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추념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제주 4.3 희생자 심의과정에서 당시 무장유격대와 직접 관련된 폭동주동자 및 유죄 확정자들이 희생자로 신고되어 제주 4.3평화공원에 등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 국가 추념일의 성격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거나 거꾸로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조천중학원 교장으로 마을의 많은 청년들을 인민유격대로 이끈 남로당 제주도당 경리부장 현복유나 남로당 목포시당 책임자로도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제주도당 선전부장 현호경, 1948년 10월 월북해 6.25때 북한 공산군 사단장으로 내려왔던 이원옥 등을 비롯한 북한 인민군으로 복무한 자들처럼 대한민국 파괴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해온 활동이 명백히 범죄자까지 여전히 희생자로 등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추념일을 지정하기에 앞서 추념 취지와 원칙, 그리고 대상을 명확히 세우고 추념 목적과 대상이 추념 취지에 부합한 것인지 명확하고 공정하게 선별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차원에서 제주 4.3사건을 ‘4.3 희생자 추념일’로 명명해 기념할 때는 추념의 취지 및 대상자 선정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선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사실과 성격을 바로잡고 정립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제주 4.3사건이란 공산주의체제를 지향했던 남로당에 의한 제헌선거 및 대한민국 건국저지 투쟁이었고 그에 따른 무고한 양민의 대량 희생이었다는 것은 변질될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의 전개가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4.3 사건에서 비롯된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하며, 그들의 무장폭동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고 만들기 위해 제주 도민의 희생과 수많은 군인, 경찰이 있었음을 기려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자유와 번영의 토대를 만든 그분들의 희생을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로 성숙한 대한민국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제주 4.3이 진정한 사회통합의 계기되려면

나아가 공산폭동에 따른 대량희생이 있었음은 물론, 군과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있었던 과잉행위로 무고한 대량희생이 있었음을 밝히고 무고한 희생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추념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인민유격대’를 포함하여 공산주의를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하고 저항했던 공산 및 좌익 핵심세력은 추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2001년 헌법재판소도 “헌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사건 발발 책임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 간부, 주도적․적극적으로 살인․방화 등에 가담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을 훼손한 자들을 희생자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당시 법에 따라 확정판결로 내란음모 및 살인과 내란방조나 국가보안법 위반 등에 따라 사형 및 무기징역을 받았던 689명을 포함하여 중대 범죄자들이 추념대상에 결코 포함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국가는 국가에 기여하고 희생된 인물을 기리는 것이지 국가가 적대했던 가해자까지 기릴 수는 없다. 북한을 의미하는 ‘인민공화국(人民共和國) 만세와 스탈린 만세’ 그리고 ‘인민공화국’ 국기와 함께 적기가(赤旗歌)를 부르며 무장투쟁을 했던 당사자까지 국가가 추념하는 것은 반국가적인 것이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일 뿐이다. 그것은 천안함 폭침 희생자를 폭침 가해자와 함께 기리는 것이나, 일제 침략자와 독립투사를 함께 기리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국가기념일 지정을 계기로 올바른 역사정립과 함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폭력으로 대한민국의 전복을 기도한 전체주의를 지향했던 세력과 싸워야 했고 그에 따른 대량희생이 초래되었던 역사가 묻혀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국가추념일 지정은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성격을 올바로 정립하고, 반란세력에 맞서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하다 희생되었거나 진압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을 추념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바와 같이 제주 4.3 추념일이 대한민국 역사의 상처와 분열, 갈등과 아픔을 녹여내는 커다란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글/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하태경 "안철수, 인민군이 4‧3희생자 되는 게 상식?" 뉴데일리 4.3

 

"개정안 상식적이지 못한 주장" 비난에 하 의원 "인민군 사단장이 희생자?" 반박

하태경 의원은 3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를 향해 "인민군 사단장을 지낸 사람이 제주 4‧3 희생자로 결정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하는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안 대표가 이날 오전,4.3특별법을 재심의토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하태경 의원에 대해[상식적이지 못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하 의원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새정련(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질의한다"며 "안철수 대표는 인민군 사단장을 지낸 사람이건 남로당 인민해방군 사령관을 지낸 사람이건 상관없이 모두 제주 4‧3 희생자로 결정되는 것이 과연 옳다고 생각하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이것이 안철수 대표의 [상식]과 [역사인식]에 맞는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며 안 대표의 답변을 촉구했다.

 

하 의원은 4.3특별법 개정안 취지와 관련, "지금 4.3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들 중에 북한인민군 사단장도 포함돼 있고, 북한에서 해주경찰서장 됐다는 사람도 포함돼 있다"며 "현행법에는 이 사람들을 재심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미비돼 있어 재심의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 (개정안의) 기본 뜻은 4.3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것은 좋은 일이고, 환영해야 되고, 반드시 해야 되지만 옥에 티가 있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1심에서 무죄를 받아도 추가 증거가 나오면 2심에서 유죄가 되듯이 재심의가 필요하고, 재심의를 가능하게 해야 된다는 것이 기본 요지"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아울러 개정안에 대한 당의 관심을 당부하며 "제가 어제 4.3특별법 재심의 가능법안 발의를 위해 아직 도장을 안 받았는데 많이 협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2일 발의했다.이 개정안은 제주 4.3 사건 위원회가 신청사건의 심의를 완료한 뒤에도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는 등 종전의 결정을 변경한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될 경우, 직권으로 재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3 사건 희생자로 분류된 이들 중북한 인민군 사단장을 지낸 이원옥, 북한으로 넘어가 해주 경찰서장이 됐다는 현만호, 남로당 인민해방군사령관 김의봉, 남로당 인민해방군 참모장 김완식 등이 추모 명단에 끼어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게 개정안 발의의 핵심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대한민국이 한 4.3 사과, 미국은 왜 안 하나 프레시안

 

[강응천의 역사 오디세이] <24> 4.3 학살은 미국과 한국이 함께 저지른 범죄

 

정현종 시인은 <제주도에게>라는 시에서 제주도더러 국가 없는 데로, 국가 아닌 데로 아주 멀리 떠내려가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그의 노래처럼 국가로부터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떠내려가는 제주도를 대한민국 정부가 붙잡고 나섰다. 제주도 4.3사건 희생자에 대한 추념을 결심하고 이날을 국가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한 것이다. 그것도 보수 우익으로 꼽히는 박근혜 정부에서 최종 결정이 이루어졌다. 만시지탄은 있으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끔찍한 비극을 겪은 희생자와 유족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여러 부문에서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난을 받아 온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4.3 공약을 지킨 것은 환영할 일이다.

 

 

4.3사건의 진상 규명과 역사적 화해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그 최초의 결실은 2000년 1월 12일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그해 8월 28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발족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신고도 이뤄졌다. 지금까지 희생자 1만4032명, 유족 3만1253명이 심사 의결되고, 추가 신고에 대한 의결도 곧 이뤄질 거라고 한다. 제주도에는 12만 평의 4.3평화공원이 건립되어 매년 20만여 명이 방문하는 평화와 인권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국가원수로서 4.3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한 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는 2003년 10월 31일 진상조사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하고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2006년에는 제주도 현지의 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과거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천명했다.

 

이처럼 4.3사건의 상처를 씻으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은 이명박 정부 5년간 주춤하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재개되었다. 아직도 수만 명의 희생자를 '빨갱이'로 보는 비인간적인 보수 우익이 득시글거리는 나라에서 결단을 내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문을 하고 싶다. 4.3사건은 분명 대한민국의 국가적 폭력이었지만 그에 앞서 미국의 범죄였다. 대한민국이 사과와 화해의 깃발을 든 이상 미국에 대해서도 반드시 응분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자는 것이다.

 

 

 

시작도, 평화적 해결의 좌절도 미국과 떼놓을 수 없는 4.3

4.3사건의 발단은 미군정 치하이던 1947년 3월 1일 일어난 경찰의 발포 사건이었다. 관덕정 마당에서 벌어지던 3.1운동 기념집회 때 한 어린이가 기마경찰이 탄 말의 발굽에 치였다. 그러자 분노한 군중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이를 경찰서 습격으로 오인한 경찰이 발포해 여섯 명의 주민이 죽었다. 이를 계기로 남로당 제주도당은 반경찰 활동을 시작했고, 그달 10일 벌어진 총파업에는 경찰관 66명을 포함한 제주도 내 직장의 95퍼센트 이상이 참여했다.

 

미군정은 진상 조사에 나서 주민들의 불만과 남로당의 선동에 모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군정은 남로당을 분쇄하는 데만 힘을 쏟아 제주도 군정 수뇌부를 외지인으로 바꾸고 경찰과 서북청년단 단원을 동원해 무력 진압에 나섰다. 그들은 약 1년간 파업 주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쳐 나갔다.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남로당 제주도당은 350여 명의 무장대를 조직해 제주도내 지서 열두 곳과 우익 단체를 공격하고, 무자비한 탄압의 중지와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의 중단을 요구했다.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태가 커지자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중장과 군정장관 딘 소장은 국방경비대(국군의 모체로 미군정 때 창설됨)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국방경비대 제9연대장 김익렬 중령은 경찰과 주민 사이에 벌어진 일에 군대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장대 측과 협상을 시도했다. 그달 28일 김익렬은 무장대 지휘자인 김달삼과 만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4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이뤄진 합의는 세 가지였다고 한다.

 

첫째, 72시간 내에 전투를 완전히 중지하되 산발적으로 충돌이 있으면 연락 미달로 간주하고, 5일 이후의 전투는 배신행위로 본다.

둘째, 무장해제는 점진적으로 하되 약속을 위반하면 즉각 전투를 재개한다.

셋째, 무장해제와 하산이 원만히 이뤄지면 주모자들의 신병을 보장한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김익렬과 김달삼은 일본 육군예비사관학교 동기생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평화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중요한 합의를 이뤄낸 직후 오라리라는 곳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김익렬은 현장 조사를 벌여 이 사건이 우익 청년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미군정은 이를 무시했다. 그 대신 지상과 공중에서 방화 현장을 촬영해 만든 기록영화 <제주도의 메이데이(May Day on Cheju-do)>를 통해 이 사건을 무장대의 짓으로 몰고 갔다.

 

오라리 방화 사건 이틀 후인 5월 3일 미군정은 경비대에 총공격을 명령했다. 그러나 김익렬은 진압에 반대했다. 5월 5일 제주중학교 미 군정청 회의실에서 수뇌부 회의가 열렸다. 경무부장 조병옥은 김익렬이 김달삼과 동기생이고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라는 것을 폭로해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끝까지 진압에 반대한 김익렬은 이튿날 해임된 뒤 여수 주둔 제14연대장으로 전출되었다.

 

이처럼 4.3의 평화적 해결은 미군정의 시나리오에 따라 좌절되었다. 미군정이 강경 진압을 서두른 것은 5.10총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들에게는 한반도의 38선 이남에 자신의 세력권을 구축한다는 '거창한' 전략만 있을 뿐 '하찮은' 제주도민의 인권과 생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5.10총선거에서 제주도의 선거구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투표자 과반수 미달로 무효 처리되었다. 다음달 23일에 재선거를 실시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제주도 문제 역시 미군정에서 대한민국으로 이관되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그해 10월 11일 제주도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제9연대장 송요찬은 해안에서 5킬로미터 들어간 중산간 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로 간주해 총살하겠다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민족도 아닌 동족의 민간인에 대한 잔인한 소탕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미증유의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이었다고. 중산간 마을의 95퍼센트 이상이 불에 타 없어지고 최소한 3만 명에서 8만 명까지 추산되는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재판 절차도 없이 주민들을 집단 사살하는가 하면,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으로 분류해 부모와 형제자매를 대신 죽였다. 이른바 '대살(代殺)'이다. 여자는 옷을 벗겨 나무에 매달아 놓고 창으로 찔러 죽이고 어린아이는 개구리처럼 패대기쳐 죽였다.

 

1949년 6월 김달삼의 후임자인 이덕구가 사살되면서 무장대는 궤멸했다. 군경도 하산하는 자는 살려주겠다는 포고를 내렸다. 그러나 이 포고를 믿고 내려와 새 삶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도 이듬해 6.25전쟁이 일어나자 예비검속을 당해 처형당한 이가 적지 않았다. 결국 제주 4.3사건은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9월 21일 한라산의 금족(禁足) 지역이 전면 개방되면서 7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1947년 3.1절 발포 사건 기준).

 

4.3 학살은 미국과 한국이 함께 저지른 역사적인 범죄

이처럼 4.3 학살은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가 함께 저지른 역사적인 범죄였다. 미국은 그 시작과 확산에 모두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1948년 11월에 시작된 국군의 소탕 작전 때에도 작전권을 쥐고 있던 것은 미 군사고문단이었다. 4.3사건은 단순히 국가의 탄생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저지른 잘못일 뿐 아니라 미국의 냉혹한 세계 전략 속에서 수만 명의 한국인이 희생당한 국제적 범죄였다. (관련 기사 : 고마운 미국? "한국인들 죽이거나 학살 방조")

 

대한민국은 사과했다. 탄생 과정의 원죄를 씻고 국가다운 국가로 나아가는 작은 걸음을 내디뎠다. 심지어 미국 언론이 '독재자의 딸(the strongman's daughter)'이라고 비아냥거리던 대통령도 그 걸음을 이어 디뎠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미국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4월 3일은 대한민국의 국가기념일에 그치지 않고 미국이 자유의 이름으로 제3세계에서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들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진정한 자유의 벗으로 거듭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안철수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가? 4.2 미디어오늘

[이태경의 돌직구] 기초 무공천 약속에 매몰돼는 건 정치적 자살행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이 명제는 말로서는 언제나 옳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에서 늘 옳은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약속의 내용이다. 내용에 따라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약속이 있다. 예컨대 기초단체 무공천 같은 약속은 번복할 수 있는 내용의 약속이다. 기초단체 무공천이 한국사회의 수다한 현안 가운데 중대함이나 시급성의 차원에서 상위에 자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기초단체 무공천보다 십만배는 중요하고 백만배는 시급한 현안들이 한국사회에는 널려 있다.

 

 

쉽게 말해 기초단체 무공천 의제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킬 수 없고, 전선을 명확하게 형성할 수 없으며, 개혁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없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기초단체 무공천을 무슨 일이 있어도-설사 선거에서 참패한다 해도-지켜야 하는 가치로 인식하지 않으며 따라서 기초단체 무공천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기초단체 무공천 약속을 꼭 지켜져야 하는 약속으로 인식하지 않는 한 '약속을 이행하는 정당 vs 약속을 어기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은 유효한 선거전략으로 기능할 수 없다. 또한 기초단체 무공천 의제는 지방선거의 참패를 감수하는 대신 총선과 대선을 도모하는 판돈 역할도 전혀 할 수 없다. 기초단체 무공천 약속이행의 대가로 감수해야 할 지방선거 참패에 어떠한 장엄함도, 감동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내 살을 주고 상대방의 뼈를 깎는 게 아니라 내 살과 뼈만 모두 깎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백보를 양보해 유권자들이 집단적으로 각성해 기초단체 무공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한 새누리당을 심판하러 나섰다고 가정하자. 기초단체 무공천 약속이행을 통해 정당의 표식이 사라진 상황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져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기초단체 무공천 의제는 필승선거전략은 고사하고 퇴로조차 확보하지 못한 정치적 자살행위에 불과하다.

 

선거는 무력을 수반하지 않는 내전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말이다. 아름다운 패배 따위의 말은 정신적 수음이거나 아큐식의 정신승리법에 불과하다. 더구나 기초단체 무공천으로 인한 지방선거 궤멸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석을 뿐 비장함도 아름다움도 없다. 반칙을 밥먹듯이 하는 상대에게 별 가치도 없는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뻗대는 건 비정치의 극치다. 기초단체 무공천이라는 안철수의 약속은 지켜져서는 않된다.

 

 

황제노역’과 규제개혁 이면에 돈과 리베이트가 보인다 4.2 미디어오늘

[김광원 칼럼] 경복궁 옆 7성 호텔이 궁금하다

돈에 대한 얘기다. 세상에는 상식 밖의 일들이 많다. 상상하기도 힘든 일들이 일어난다. 돈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런 모양이다. 수천억 수백억의 재산을 모은 사람들을 폄훼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이란 세상을 까맣게 만드는 일이다. 일당 5만원의 ‘국민노역’으로 계산하면 27년이 넘는 세월이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은퇴한 부부가 5억원을 즉시연금보험에 넣으면 원금을 살리며 노후를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보낼 돈이다. 내 상식은 그렇다. 그런 돈을 한번 가져봤으면 하는 것이 많은 은퇴자들의 꿈이라고 생각한다. ‘헛되고 헛된’ 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또 한 번 놀란 것은 이미 ‘유사’ 황제노역이 있어왔다는 사실이다. 일당 3억원, 일당 1억원의 노역도 있었다. 다만 5억원의 ‘황제노역’에 못 미쳤을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일당 3억원, 이재현 CJ그룹회장은 일당 1억원의 노역형을 받았다. 까만 세상이 이제는 하얗게 변하는 순간이다. 국가가 인정하는 제도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 판결을 내린 장병우 법원장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그는 거기서 입을 봉할 수는 없었던 듯하다. 아쉬운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황제노역) 확정판결에 대해 당시의 양형 사유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이 부각되고 나아가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만으로 확대된 점에 대해서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은가. 1억, 3억짜리가 있으면 5억짜리가 있을 만하지 않은가. 노역일당의 상한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에 못지않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구속된 상태에서 지난해 301억 5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1월 31일 법정 구속돼 지금까지 구속 상태에 있다. 정상적 경영활동을 할 수도 없다. 더구나 그의 죄목은 회사 돈 수백억을 횡령한 혐의다. 그런 그가 하나도 아닌 4개 계열사로부터 이같이 엄청난 보수를 챙긴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은 노동자들에게나 적용되는 족쇄다.

 

 

경우도 가지가지다. 지난해 1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후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5개 계열사에서 331억 원을 받았다가 200억 원을 반납했다고 한다. 그나마 이들은 등기임원들이어서 이번에 연봉이 공개됐다.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이후다. 그러나 비등기 임원들은 여기서도 제외된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회사로부터 받는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들은 비등기 임원이다. 이번에 연봉이 공개된 최태원과 김승연은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그게 무슨 뜻인지 자명하다.

 

정치인의 돈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이어 마천루보다 더 높게 솟아오르는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가 눈앞에 다가온다.

 

555m 높이의 123층짜리 빌딩은 망치소리로 요란하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하루가 달리 하늘로 치솟는 위용을 사진으로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2009년 특혜 시비 속에 허가된 제2롯데월드는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더욱 민간 헬기의 아이파크 충돌과 빌딩 내 화재발생 등을 계기로 다시 안보문제는 물론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장 초점이 됐던 사안은 안보문제였다.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이 특히 군용이라는 점에서 항로의 고도문제와 관련해 공군의 반대가 거셌고, 석연찮은 이유로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제2롯데월드 공사계획은 원안대로 건설 중이지만, ‘보수대통령이 국가안보의 한 가운데 전봇대를 세웠다’는 얘기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야당에서는 수사를 촉구하고, 여당의 친박 이혜훈 최고위원까지 나서 공사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장을 꿈꾸고 있는 정치인의 전략이려니 하지만,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그 인허가의 대가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하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의 공사비가 수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공사판의 리베이트로 환산할 경우 그 또한 천문학적 액수다.

 

요즘 대한항공(KAL)의 7성급 관광호텔 건설여부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 장소가 장소인지라 더욱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관심사항이라 더더욱 그렇다.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가 7시간 동안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것은 단군 이래 ‘처음’이었다. 거기서 박 대통령이 강조한 얘기가 바로 ‘학교 옆 호텔’ 허용이었다.

 

7성호텔이 들어설 장소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옛 미국대사관 숙소부지다. 대한항공은 이곳을 매입, 지난 수년간 고급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써왔다. 문제는 그 위치다. 바로 코앞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가 위치해 있고, 그 옆에 경복궁이 자리하고 있다. 학교야 더 좋은 시설을 지어 좋은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지만, 경복궁은 어쩌란 말인가. 그럼에도 끝내 여기에 7성 호텔을 짓는다면 그 리베이트는 얼마나 될까. 돈 얘기를 하다 보니, 엉뚱하게 그런 생각이 먼저 머리를 친다.

 

 

‘억’ 소리 나는 임원 연봉,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경제뉴스 톺아읽기] 이건희 보수 0원? 배당금까지 하면 대한민국 소득 1위

‘억’ 소리 나는 임원 연봉,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10대 그룹 상장사 임원들 평균 보수는 연 10억4353만 원이다. 삼성전자가 1등인데 임원 평균 보수는 65억8900만 원 정도다. 삼성그룹으로 넓히면 임원 56명이 평균 16억7875만 원을 받았다. SK그룹 임원 52명의 평균 보수는 12억6546만 원, 현대자동차그룹 임원 35명은 평균 11억363만 원을 받았다.

 

이밖에도 현대중공업 계열사 임원 7명의 평균보수는 10억7870만 원이다. 두산그룹 임원 평균 보수는 8억832만 원, 한진그룹은 7억2122만 원, 한화그룹은 6억6846만 원, 롯데그룹은 5억8649만 원, GS그룹은 5억1396만 원이다. 회장 등 임원들은 직원 평균 연봉의 13.8배를 보수로 받았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직원 평균 보수는 7천581만 원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재벌 총수들의 경우, 여러 계열사 이사를 겸직하기 때문에 보수는 수십 배로 뛴다. 경향신문 2일자 기사 <최태원 301억, 이건희 0원 ‘묻지마 계산법’>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총 301억여 원을 벌었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112억 원, ㈜SK에서 87억 원, SK C&C에서 80억 원, SK하이닉스에서 22억 원을 받았다.

 

이건희 보수 0원, 노블리스 오블리주?

엉뚱하게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보수는 ‘0’이다. 이 회장은 2008년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뒤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등기이사가 아닌 임원은 보수 공개 대상이 아니다. 경향신문은 최태원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경우, 연봉이 정해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2일자 기사 <판공비 한도 없는 대기업 임원들… 공개된 연봉은 ‘빙산의 일각’>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연봉도 정확치 않다. 조선비즈는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중 월급 랭킹 3위는 삼성전자 S씨로 연봉 171억7200만 원이었다. 그런데 같은 인물로 추정되는 삼성의 신종균 사장의 연봉은 62억1300만 원으로 나와 있다.

 

연봉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조선비즈는 “이번에 공개된 연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실제 고위 임원들이 누리는 혜택은 훨씬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이들은 판공비 한도가 사실상 없는 데다 일상적으로 쓰는 경비는 거의 법인카드로 결제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비자금 조성 목적으로 연봉을 돌려받는 경우도 있다.

 

배당금까지 보니 ‘헉’ 소리가 난다

그런데 연봉이 전부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배당금으로 1078억6400만 원을 받았다. 소득으로 1등이다. 부인 홍라희씨의 배당금은 154억8800만 원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연봉은 140억 원인데 배당 495억400만 원을 더하면 총 소득은 635억400만 원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53억2천만 원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현대중공업에서 154억3600만 원을 배당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난해 소득은 586억7천만 원이다. 구본부 LG그룹 회장의 연봉은 43억8천만 원이고 배당금은 192억2300만 원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31억2천만 원을 연봉으로 받았고 67억91만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연봉은 47억5400만 원인데 배당금 118억2900만 원을 더하면 총 소득은 165억8300만 원이다.

 

상장회사 순익 절반이 삼성전자 것

삼성전자의 순이익(30조4748억 원)이 상장사 전체 순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현대차(8조9935억 원), 기아차(3조8647억 원), 현대모비스(3조3964억 원), SK하이닉스(2조8729억 원) 등 상위 5개사의 순이익은 전체 상장사 494곳의 순익 총합(61조7407억 원)의 80% 수준이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다.

 

대기업 안에서도 똑같은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 ‘2014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30대 그룹 내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5.5%에서 올해 52.0%로 늘었다. 국민일보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4대그룹의 자산총액 증가율은 65.1%인데 이는 중위그룹(5~10위) 37.1%, 하위그룹(11~30위) 17.7%를 크게 웃돌았다.

 

부채폭탄, 돌릴수록 불어난다

한국의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64.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2일자 기사 <가계·기업·정부 빚 3천784조원…GDP의 265%>에 따르면,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상 2013년 말 현재 가계, 비영리단체, 비금융 민간기업, 일반정부의 부채는 총 3783조9천억 원이다. 지난해 명목 GDP는 1428조3천억 원. 정부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2012년 기준 이 비율은 284.1%로 높아진다.

 

연합뉴스는 “그러나 새 기준에서도 추세는 비슷했다”고 보도했다. 2004년 202.7%→ 2006년 222.5%→ 2007년 229.8%→ 2008년 254.4%다. 2012년엔 260%선을 돌파했다. 연합뉴스는 “정부, 기업, 가계를 가리지 않고 경제 주체들의 빚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목별로 보면 정부 부채가 가장 심각하다. 중앙정보와 지방정부의 부채 총합은 496조6천억 원으로 10년 전(2003년)에 비해 3.4배 늘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는 1223조1천억 원. 10년 전의 2.3배다. 비금융법인(민간기업+공기업·주식 및 출자지분, 직접투자 제외) 부채는 206조4천억 원인데 10년 전 2.2배다. 반면 같은 기간 명목 GDP는 810조9천억 원에서 1428조3천억 원으로 76.1% 증가했다.

 

 

‘점입가경’ 지상파 충성경쟁, 박근혜 ‘우상화’ 시작하나

드레스덴 연설 생중계, KBS 안철수 제안 보도 없어… 방송 공략층은 시청자 아닌 정권?

지상파 방송의 충성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이 마이크만 잡으면 그날 편성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생방송을 불사한다. 이미 지상파 방송의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점령했다. 여기에 생방송 경쟁까지 더해지니 이대로 가다가는 뉴스 뿐 아니라 TV만 틀면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생중계했다. 애초에는 KBS만 생중계가 편성되어 있고 MBC와 SBS는 녹화방송을 계획했다. 그런데 이들 방송사는 박 대통령 연설 당일인 28일 오전 생중계를 결정했다. 지상파 방송 중 한 곳이 박 대통령 관련 일정을 생중계하면 다른 방송사들이 따라 생중계하는 모양새다.

 

지상파 방송들은 국가대항전 스포츠 경기에서도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생중계를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오는 일정만큼은 ‘채널 선택권’이라는 원칙도 저버렸다. 지상파 방송뿐이 아니다. 이날 종편과 보도채널도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생중계했다.

 

결국은 ‘충성경쟁’이다. 방송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과정을 연일 메인뉴스에서 톱 기사로 다루며 박 대통령을 향한 헌정방송을 이어갔다. 지상파 방송들이 생중계를 편성했던 민관합동 규제개혁회의나 통일에 대한 구상을 밝힌 드레스덴 연설의 경우, 전문가들로부터 평가할 지점과 우려할 지점이 동시에 나왔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들은 ‘대통령 잘한다’만 외칠 뿐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순방에 맞춰 뉴스에 나오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KBS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이 독일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만났다고 보도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함께 부각시켰다. 리포트 내용도 부녀 대통령에 대한 찬양일색이다. “파독 광부, 간호사들은 그들의 50년 역사를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KBS는 앵커멘트를 통해 “박 대통령은 귀국 직전, 50년 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났다”고 소개했고 기자 리포트에서도 “1964년, 차관을 얻으러 독일에 갔던 박정희 대통령이 탄광을 찾아갔다”며 “50년 전 대통령을 만나던 그때처럼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는 내용도 있다.

 

MBC 역시 같은 날 뉴스데스크 보도에서 “반세기 만에 조국의 대통령과 다시 마주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며 “1964년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이들 앞에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공대 연설 이후 가곡 ‘그리운 금강산’ 연주를 듣다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보도했다.

 

SBS도 같은 날 보도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이 계속되는 동안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며 “50년 전인 1964년 12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도 독일 방문 기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나 후손들에게는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자며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모두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상파들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아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보도는 보수신문들이 이끌어나갔는데 방송이 이를 따라하는 어이없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문제는 KBS 뿐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대한늬우스나 북한처럼 김정은을 자꾸 김일성과 연계해 우상화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KBS는 지난달 30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기초선거 무공천 관련 회담을 제안한 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KBS는 결국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회담을 제의한 사실도 박 대통령에 불리할까봐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지상파의 ‘충성경쟁’은 더 넓어지고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지상파 방송의 공략층은 시청자가 아니다. 김 처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SBS는 차별성이 있었는데 최근 방송3사 모두 마찬가지”라며 “박근혜 대통령 찬양을 제일 중요한 뉴스가치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환 “너나 잘해”, 연설중인 안철수에 막말 파문 4.2 한겨레

국회 대표연설 때…새누리당 의원들도 “철수해라“ 야유

안 “안타깝다”…새정치연합 “몰상식한 행동” 사과 요구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너나 잘해.”(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2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게 “너나 잘해”라고 외쳐 ‘막말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기득권 내려놓기의 상징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라며 자신이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 공약파기를 사과한 것을 지적하자 “너나 잘해”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내대표 외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연설중이던 안 대표를 향해 “철수해라“, “새정치는 철수 된겁니까”라고 외쳤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백년 정당 만든다며!”, “백년정당 약속 빨리 지키세요”라고 외쳤고, 김태흠 의원도 “그 얘기는 누구나 해”라고 말해 새정치연합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윤석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참으로 경망스럽기 짝이 없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상식밖에 행동이다”며 “집권당 원내대표의 품격을 내팽개친 최 대표의 몰상식한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언행을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제1야당의 당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하는 과정에 불쑥 끼어드는 것이 새누리당식 품격정치인가. 새누리당이 틈날 때마다 외치는 ‘막말정치 퇴출’은 오직 야당에게만 적용되고 새누리당에게는 면책특권이 되는 말인가”라며 최 원내대표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연설이 끝난 뒤 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언어는 사람의 품격이다. 저도 그 관점에서 (연설) 원고를 썼다”며 “(연설) 도중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일하기 싫다”…재벌 총수 연봉 공개 ‘일파만파’4.1 한겨레

1일 세간에서 가장 큰 이야깃거리는 단연 ‘등기임원 연봉’이었다. 분개와 허탈이 서민·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일부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정색하며 비판하는 이들만큼 풍자하고 비웃는 이들도 많았다.가장 큰 관심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연봉 300억원’에 쏟아졌다. 대개는 분노였다. “11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던 사람이 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받은 하루 수입이 서민들 연봉보다 더 많다는 게 말이 되나?” 중견기업 11년차인 김아무개(41) 차장은 “화나는 걸 넘어 허탈하다”고 했다. ‘하루 노역 5억원’의 주인공인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보다 못하다며 조롱하는 이들도 있었다.

 

 

계열사 5곳에서 연봉 330억여원을 받았다가 상여금 131억2000만원만 받고 돌려줬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풍자의 대상이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한 직원은 “그나마 염치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경영활동을 제대로 못해서 급여는 안 받는다는 사람이 상여금을 받는 건 뭐냐”고 되물었다.이른바 ‘재벌 오너’의 부도덕함이 드러났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4대 그룹 중 한 곳에서 일하는 박아무개(34)씨는 “전문경영인이 실적에 따라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옳지만 오너라는 이유만으로 전문경영자보다 몇배의 연봉을 받는 게 옳은 일인가. 사실상 자기 연봉을 자기가 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직장인들은 무척 허탈해했다. 4대 그룹 소속 한 계열사의 임원은 “우리 사장 연봉은 이번에 공개가 안 됐다. 5억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10대 그룹 한 계열사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한 직원은 “샐러리맨의 신화가 무척 부럽지만, 그래봤자 파리 목숨보다 못하고 총수 일가는 쳐다보지도 못한다. 기운 빠져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ㅈ씨는 “부러울 뿐”이라면서도 “자기들 연봉은 마음대로 올리고 직원 연봉은 올려봐야 쥐꼬리다. 억울하지만 이런 현실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털어놨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내면서도 성토할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 최아무개(31)씨는 “최저시급 5210원도 겨우 받고 있는 처지에 억, 억 하는 소리가 너무 괴롭다. 다른 나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 편의점도 재벌 거다”라고 말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30살 여성은 “공개만 하는 걸로 끝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밖에 “귀족노조가 발목 잡는다더니…”, “무노동 무임금은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송파 세 모녀와 감옥에서 300억원 받는 재벌이 함께 사는 나라”라는 반응도 있었다. 재벌그룹 쪽은 은근히 불만을 털어놓았다. 4대 그룹 중 한 곳의 한 임원은 “인사팀 같은 쪽에선 우리 회사가 우리 기준 갖고 성과 등을 평가해 연봉을 주겠다는데 그걸 왜 밖에서 알아야 하냐는 불만도 많다”고 전했다.

 

 

박대통령, 4·3추념식 참석 않기로…유족 “정부 무성의”4.2 한겨레

첫 국가추념일로 치러지는 제주4·3추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하고, 대신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4·3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4·3 무성의’를 지적하고 나섰다.

2일 제주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4·3희생자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관 행사로 처음 열리는 제66주년 제주4·3추념식에 박 대통령 대신 정 총리가 참석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에 4·3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이후 열리는 첫 행사인데 정부가 무성의한 것 같다. 4·3 해결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제주4·3유족회와 제주도의 여야 정치인, 도지사 예비후보 등은 66돌을 맞는 4·3추념식을 앞두고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 건의문 전달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 총리의 참석 여부조차도 국회 출석을 이유로 이날 오전까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제주4·3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4·3도민연대 등 4·3 관련 단체들은 지난 1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4·3희생자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공포돼 66년 동안 쌓였던 한이 풀리는 심정이었고 정부 차원의 진일보한 조처를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었으나, 추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홍원 국무총리도 참석 일정이 확인되지 않아 유족과 도민들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4·3추념식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됨에 따라 처음으로 안전행정부가 주최하고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하는 국가의례로 치러진다.

 

 

2012년 세계 사망자의 7.7% 주부와 어린이 건강 위협 4.1 한겨레

실내 공기 오염은 세계적으로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환경 문제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2년 실내 공기 오염이 원인이 된 질병으로 숨졌다고 집계한 사망자 수 430만명은 같은 해 세계 사망자의 7.7%에 해당한다.

 

폐질환이나 뇌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실내 공기 오염은 주로 조리나 난방에 나무나 숯, 석탄, 가축 배설물 등과 같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저개발국가 가정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이처럼 질이 떨어지는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나 일산화탄소 같은 건강에 나쁜 물질이 연기와 함께 다량 배출된다. 이렇게 나온 공기 오염물질은 특히 스토브 근처와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에 큰 위협이다. 실내 공기 오염에 따른 질환 사망자의 99.6%가 아프리카, 남동아시아, 서태평양 지역 등의 저소득 국가에 집중된 것은 그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정에서 이런 연료를 사용하는 인구가 여전히 세계적으로 3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가족·여성·어린이 건강’ 부국장 플라비아 부스트레오 박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지내며 석탄과 나무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를 마시는 가난한 나라의 여성과 어린이가 특히 실내 공기 오염으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숨쉬는 공기를 깨끗이 하는 것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질병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비전염성 질병을 예방하는 일도 된다”고 말했다.

 

대기오염, 지구촌 최악의 ‘집단 살인자’ 4.1 한겨레

지구와 환경] WHO 대기오염 피해 재평가

대기오염에 따른 건강 피해가 실제보다 크게 저평가돼 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발표로 실내외 대기오염 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2012년 실내외 공기 오염이 원인이 된 질병으로 숨진 사람이 세계적으로 70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의 사망자 8명 가운데 1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숨졌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새로 분석된 사망자 수가 지금까지 평가됐던 사망자 수의 두 배가 넘은 것은 공기 오염이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환경 문제임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짚었다.

 

대기오염에 따른 질환 사망자 규모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대기오염 노출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한 추가 증거 확보, 종합적인 노출반응 함수 적용 등을 통해 대기오염과 사망의 관계를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번 분석에는 최신 사망자 자료는 물론 인공위성 관측과 지상 모니터링 자료, 주요 대기오염원의 오염물질 배출 자료, 공기 중 오염물질 이동 모델링 등이 동원돼, 과거 분석에서 제외되던 농촌 지역과 뇌혈관·협심증 같은 질환이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가 이번에 공개한 ‘2012년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부담’ 보고서를 보면, 실외 공기 오염보다는 실내 공기 오염에 따른 건강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가정에서 난방과 조리를 하려고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실내 공기 오염에 따른 사망자는 430만명으로, 공장과 발전소 등의 산업 시설 가동, 자동차와 선박 등의 교통수단 운행 과정에서 비롯되는 실외 대기 오염에 따른 사망자 370만명보다 60만명가량 많았다.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실내 공기 오염과 실외 공기 오염에 따른 사망자가 각각 200만명과 130만명으로 추산됐다.

 

2012년 보고서에서 추산한 사망자 800만명 가운데 실내외 오염에 모두 노출돼 중복 계산된 100만여명을 빼면 실제 사망자는 700만명으로 집계된다. 이 사망자 숫자는 세계보건기구가 수질오염으로 숨진다고 추정해 온 사망자 수(180만여명)의 4배에 가깝다. 대기오염은 수질오염이 따라올 수 없는 ‘지구촌 최악의 집단 살인자’임을 말해준다.

세계보건기구의 ‘공중보건·환경·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조정관인 카를로스 도라 박사는 “과도한 공기 오염은 종종 교통, 에너지, 산업과 폐기물 관리 같은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의 부산물”이라며 “건강을 고려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의료 비용도 줄일 수 있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새롭게 계산한 대기오염 질환 사망자를 지역별로 보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권이 288만5000명으로 전체의 40.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이 포함된 남동아시아권이 227만5000명으로 32.2%, 아프리카 9.6%, 유럽 8.2%, 동부 지중해권 5.8%, 아메리카권 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와 소득 수준별로 사망자를 살펴보면, 93%인 659만8000명이 중간소득 이하 국가에 집중됐다. 서태평양권의 저소득·중간소득 지역 대기오염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172명으로 동부 지중해권 고소득 지역(인구 10만명당 사망자 29명)의 6배에 이른다.

 

실내외 대기오염이 원인이 된 질환별 사망자는, 협심증이 전체의 36%인 253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뇌졸중 230만명(33%), 만성폐쇄성폐질환 119만명(17%), 급성하기도폐질환 60만명(8%), 폐암 44만명(6%) 순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 공공건강국 국장인 마리아 네이라 박사는 “대기오염에 따른 심장 질환과 뇌졸중 발병 위험은 이제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현재 지구인의 건강에 대기오염보다 더 영향을 주는 위험 요소는 거의 없다. 이는 우리 모두가 호흡하는 공기를 정화하려고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지구촌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 수가 지금까지 알려진 규모의 두 배 이상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새로운 분석 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부쩍 심해진 한국의 달라진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세먼지는 호흡기계는 물론 심혈관계 질환까지 일으키는 대표적 대기오염 물질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난해 10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에 견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게 환경단체와 보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시하는 대책은 모두 장기적 대처 방안일 뿐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고농도 스모그 문제 대책은 사실상 없다”며 “프랑스 파리에서는 3월 중순 닷새 연속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자 차량 2부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한 반면 서울은 엿새 동안 무려 103시간에 걸쳐 초미세먼지 예비단계와 주의보가 번갈아 발령됐지만 오염물질 배출을 통제하는 실질적 조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세계보건기구의 이번 발표를 대기오염 정책에 반영해 고농도의 초미세먼지가 단기적으로 발생할 때는 차량부제를 실시하고 산업계의 오염 배출원을 통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 기혼자 데이트 서비스 한국 상륙 4.2 한겨레

“벚꽃길과 봄햇살을 헤치고 출근 잘 하셨습니까?”

 

 

가입하자마자 한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이 사이트에 왜 가입했는지를 물었더니 “당신을 찾아서요”라는 ‘느끼한’ 답변이 돌아왔다.

기혼자들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인터넷 서비스 ‘애슐리메디슨’이 한국에 상륙했다.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Life is Short. Have an Affair)를 ‘당당히’ 모토로 내걸고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어진 애슐리메디슨은 현재 36개국 2500만명의 기혼·미혼자들이 가입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애슐리메디슨은 ‘당사는 바람을 피우는 배우자를 찾는 데 있어 가장 성공적인 웹사이트’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이 업체 표현을 따른다면 기혼자는 ‘매여 있는 남성’, ‘매여 있는 여성’이다. 가입 방법은 간단하다. 실명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다. ‘짧은 관계’ ‘장기적인 관계’ ‘사이버 연애·애로틱한 채팅’ ‘날 흥분하게 하는 모든 것’ ‘뭐든지 가능’ 등 원하는 조건과 나이·키·몸무게·체형 등을 적어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세부 프로필로 들어가면 매우 노골적이다. ‘일반적인 섹스’ ‘약간 변태적인 재미’ ‘패티시’ ‘눈 가리기’ 등 자신의 성적 취향을 적어넣고, 상대방도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원하는 지역과 연령대를 선택하면 해당 조건에 맞는 상대방의 프로필이 차례로 나타난다. 원하는 상대방과 채팅을 하려면 결제를 해야 한다. 기본 100크레딧은 5만2900원이다. 채팅을 원하는 상대방에게 ‘수신자 부담 채팅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이에 응답하려면 5크레딧(2645원)이 들고 채팅을 진행할 때에도 분당 1크레딧(529원)이 필요하다. 크레딧은 선물로 주고받을 수도 있다. 출장지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별도의 매칭 시스템도 있다. 기혼자가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기자가 ‘남자를 찾는 싱글 여성’으로 가입하자 불과 1시간 사이에 27명의 남성들이 기자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그중 3명에게서는 직접 채팅 요청이 들어왔다. 자신을 기혼자라고 밝힌 한 남성(37)은 “벚꽃길과 봄햇살을 헤치고 출근 잘 하셨습니까”라는 멘트를 보내왔다. 이 사이트에 왜 가입했는지를 묻자, 그는 “당신을 찾아서요”라고 했다. 또 다른 남성(38)은 “애들을 키우느라 아내와는 부부생활이 잘 안 되고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이성 친구를 찾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번엔 남성 기자도 가입했지만 프로필 검색이나 채팅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남성 가입자가 많다는 얘기다.

 

불륜을 조장하는 듯한 서비스에 법적 문제는 없을까? 한국에서 간통은 죄다. 하지만 업체 쪽은 실제 간통이 이뤄진다고 해도 간통을 ‘알선’하는 행위는 처벌 조항이 없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애슐리메디슨의 노엘 비더만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만남을 주선할 뿐이다. 만약 공간을 제공하는 데 대한 죄를 묻는다면 불륜의 장소인 호텔이나 연락 수단이 되는 통신장치도 죗값을 물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나 윤혜영 변호사는 “물론 간통을 알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지만 형법에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다. 호텔이나 통신업자는 방조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지만, 이처럼 기혼자 사이의 간통을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알선하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2일 오전 10시 ‘003’으로 시작되는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를 걸자 “오늘은 휴일”이라는 자동안내 음성이 나온 뒤 전화가 끊어졌다. 고객센터 운영시간은 낮이 아니라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다. 이 업체의 ‘의도’가 읽히는 영업 시간이다.

 

 

이러다 성경이 국어사전 될라…” 국립국어원에 비판 봇물 3.31 한겨레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기독교계의 항의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을 정의하는 항목이 ‘남녀 간의 사랑’을 뜻하는 말로 다시 바뀐 데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이 뜨겁다.지난 2012년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가 사랑의 주체를 ‘남녀’로 한정짓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바뀐 지 1년여 만에 ‘도루묵’이 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기독교의 기본 정신은 과부와 고아 같은 소수자와 어려운 사람들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것…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이 이렇게 좁은 거였나”(ehow****, 네이버), “세상에 있는 일을 부정한다고 없앨 수 없다”(happ****, 네이버)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국립국어원은 ‘이성애 중심적인 언어가 성 소수자 차별을 만든다’는 신문고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랑과 관련된 5개 단어의 뜻풀이를 바꾼 바 있다. 전통적 관념상의 이성(異性)·남녀(男女)간의 사랑으로 명시했던 뜻풀이를, 성소수자까지 포괄할 수 있는 넓은 뜻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랑’은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는 이성간의 사랑을 뜻하는 풀이(4번째 뜻풀이) 대신,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성별을 아우르도록 바뀌었다. ‘연애’ 또한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 대신에,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으로 바뀌었다. 당시 바뀐 뜻풀이는 ‘사랑’ ‘연애’ ‘애정’ ‘연인’ ‘애인’ 등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항의와 ‘개정 반대 캠페인’이 일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러다 결혼(‘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에서도 남녀를 뺄 것이냐?”며 국립국어원에 전화와 메일·팩스 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등 항의 캠페인을 지난 한 해 벌여 왔다.

 

결국 국립국어원은 지난 1월 ‘사랑’ ‘연애’ ‘애정’ 3개 단어의 주체를 ‘남녀’로 다시 되돌렸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여러 곳에서 문제 제기가 들어와 말뭉치 등 언어 자료를 검토하고 공식 심의 절차를 거쳐 사전적 정의를 다시 바꿨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국립국어원의 ‘말 바꾸기’에 실망한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국어사전이 성경이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herr****), “다시 재개정한 것이 이해 안된다. 우긴다고 다 되는 거냐”(@1mil****), “단체의 사상을 반영할 게 아니라 사상을 반영할 언어를 규정하는 게 국립국어원의 할 일”(@inte****)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10년차·SKT 13년차 '억대연봉' 한국경제 4,1

10대 계열사 임금 분석…직원들도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은행권 1위 외환은행의 8920만원보다 많아

2년 전 승진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박모 과장. 과장이 된 첫 해인 2012년에 총 850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은 데 이어 작년에는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입사 10년 만에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직원 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다. SK텔레콤 직원의 연간 평균 급여도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은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일반 직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일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의 작년 평균 급여는 1억200만원이었다. 고액 연봉의 대명사로 불리는 은행권에 비해 2000만원가량 많은 액수다. 지난해 은행권 연봉 1위인 외환은행(8920만원)보다 1280만원 정도 앞선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2년(8600만원)에 비해 18.6% 늘어났으며 인상률 기준으로 1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높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36조78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가 직원에게 화끈하게 포상한 데 따른 결과다. 삼성은 지난해 신경영 20주년 기념 보너스를 지급했고 성과급 최대 지급 한도를 연봉의 50%에서 70%로 늘렸다. 기본급도 5.5% 인상했다.

 

특히 직급을 고려한 연봉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위상은 더 올라간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직원(9만3928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9.3년이다. 입사해 9년4개월 정도 지나면 연봉이 1억200만원가량에 달한다는 얘기다. 사원과 대리의 승진 연한이 각각 4년이므로 지난해 2년차 과장들은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SK텔레콤에도 억대 연봉 직원이 많이 나왔다. 작년 말 기준 SK텔레콤의 평균 근속연수는 12.4년이며 지난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500만원이었다. 입사 13년차인 SK텔레콤 직원이라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사원-대리-과장으로 올라가는 승진 연한이 3년-5년-5년이므로 과장 4~5년차에 억대 연봉자가 된 셈이다. 직원들의 단순 평균 연봉만 보면 SK텔레콤(1억500만원)이 삼성전자(1억200만원)를 누르고 국내 1위를 지켰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6.2% 증가한 2조11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LG전자 직원들은 전년보다 7.8% 늘어난 6900만원의 연봉을 손에 쥐었다.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에 3000만원 이상 적지만 평균 근속연수는 삼성전자보다 0.8년 짧아 근속연수 대비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GS칼텍스와 롯데쇼핑이 4, 5위에 올랐다.

 

그동안 제조업체 중 연봉 1위를 지켜온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직원들에게 1년 전과 비슷한 평균 9400만원을 지급했다. 대신 평균 근속연수가 0.7년 낮아져 근속연수 대비 평균 연봉은 약간 올라 6위를 기록했다.

 

근속연수 대비 연봉을 따지면 2년째 평균 연봉이 동결된 포스코가 10개 회사 중 9위였고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4.2% 깎인 현대중공업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자동차 업종의 연봉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원 평균 연령이 40~50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급여 수준이 전자나 서비스 업종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리 드러난 靑 행정관들 원대복귀 논란 4.2 뉴시스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도중 비리가 적발된 행정관들이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채 원래 소속 부처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3∼5급 행정관 5명이 내부 감찰 결과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돼 원대복귀 처분을 받았다.각각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소속인 이들은 국내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수수한 점 등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 사퇴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이 원래 소속 부처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징계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단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들 가운데 3명의 원대복귀 논란이 제기됐을 때에도 청와대는 일부에 대해서만 사실로 인정하고 적발된 내용 역시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이전에 벌어진 사안이라고 강조하는 등 소극적인 해명에 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경제수석실 소속 행정관 3명이 원대복귀한 데 대해 "경제수석실 소속 행정관 3명에 대한 인사가 있었는데 그 중 1명이 청와대로 오기 전 골프(접대)와 관련된 일이 있었다"면서 "또 시점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비교적 소액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권을 받은 것도 확인돼 원 부처로 복귀시켰다"고 말했다.

 

또 3명 중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인사요인에 따른 교체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당시에도 추가 징계가 없었던 점 등에 대해 논란이 일자 청와대 관계자는 "여기(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원 소속 부처로 복귀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조치이고 그 행정관으로서도 비위사실로 인한 복귀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징벌"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대 예비창업자 46% "카페·치킨집 선호" 아시아경제 4.2

20대 예비창업자 절반 가량이 카페나 커피전문점, 고깃집과 같은 대중적 프랜차이즈 업종의 창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창업에 필요한 자금은 1억원 미만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가장 큰 창업 걸림돌은 창업과 초기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는 문제라고 꼽았다.

 

2일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분석센터가 20대 예비창업자 성인남녀 각각 5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0%포인트, 모바일패널응답방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우선 창업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의 37.0%가 '직장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뒤를 이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29.1%),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18.9%)라는 응답이 많았다. '취업하기가 너무 힘들어서'도 7.7%를 나타내 취업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 '해고될 염려가 없어서'는 6.8%를 차지했다

 

 

창업과 관련해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허용)에는 '창업자금 확보'(38.7%)와 '창업정보수집 및 분석'(37.5%)이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며 1, 2위를 차지했다. '실무경험 쌓기'는 27.5%였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다'는 의견도 25.2%나 됐다.

 

남녀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남성은 '창업정보 수집 및 분석'(44.0%)을 '창업자금 확보'(39.2%)보다 우선순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그와 반대로 '창업자금확보'(38.2%)를 '창업정보 수집 및 분석'(31.0%)보다 더 앞에 뒀다.

 

 

'창업하고 싶은 업종'에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카페ㆍ커피전문점'(27.9%)을 선택했다. 뒤를 이어 고깃집과 치킨호프가 포함된 일반 음식점을 열고 싶다는 응답이 17.8%를 차지해 기술창업,지식창업이 아닌 일반창업이 1, 2위를 기록했다. 세 번째로 많은 창업업종은 인터넷쇼핑몰로 10.0%를 차지했다. IT 사업(5.0%), 앱 개발(4.8%)이 뒤를 이었으며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애견숍, 네일뷰티숍, 1인 출판사 등을 하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버산업, 흡연방, 수면방 등도 눈에 띄는 창업업종이었다.

 

이에 대해 KDI는 "한 집 건너 하나가 커피숍 아니면 음식점이고 아파트 단지엔 보통 4~5개의 치킨집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면서 "그런데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싶다는 20대 젊은이가 45.7%나 되는 것은 전문기술ㆍ지식이 필요없고 소규모, 소자본으로 운영되는 일반창업에 관심이 몰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KDI는 그러면서 "문제는 20대 예비창업자들이 새로운 도전과 신선한 아이템으로 똘똘 뭉친 창업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계형 창업에 몰려든다"고 우려했다.

 

 

창업에 가장 큰 걸림돌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7%가 '창업자금 부족 및 초기 운영자금 확보'를 선택했다. '초기 판로개척의 어려움'(16.0%), '실무지식 및 경영역량 미비'(15.3%), '수익성 높은 아이템 선정'(12.2%)이 그 뒤를 이었다. '복잡한 규제및 절차'(3.3%), '사업을 함께할 인력 부족'(2.5%)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초기 창업자금을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33.9%가 '5000만원~1억원'으로 답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으며 '1000만원~5000만원'이 33.2%로 그 뒤를 이었다. '1억원~3억원'은 19.2%, '1000만원 미만'의 소자본은 10.5%였다. 준비기간은 대략 '6개월~1년 이내'가 33.3%, '1년~2년 이내'는 27.3%, '3년 이상'장기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7.0%로 3위를 차지했다.

 

창업 3년 후 45%, 5년 후 61%가 사라지는 '다산다사(多産多死) 현상' 속에서 창업 실패 후 가장 우려되는 것을 묻자 '신용불량 등 경제적 어려움'(43.4%)을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선택했다. '직업 등 진로 문제'(29.4%)도 많이 꼽았다. '재기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상실'이 14.3%, '결혼 등 인생계획의 차질'이 10.5%를 차지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2.4%)은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못 하는 게 청년 잘못인가? 프레시안 4.1

[복지국가SOCIETY] 불공정 경쟁, 이건 아니다-장지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사회학 박사

얼마 전에 흥미로운 국제 비교 통계를 하나 봤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아니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이었다. 여기에 대해 매우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1점, 매우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5점까지 '5점 척도'로 답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평균 3.3점이 나왔다. 13개 비교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이 4.3점 정도로 높은 국가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에 걸렸을 때 '돈 있으면 살고 돈 없으면 죽는다'는 처절한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했다.

 

경쟁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풍조

이것은 '경쟁'을 단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뭔가 바람직한 것으로까지 여기는 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기업이 '글로벌 시대 무한 경쟁'이라고 핏대를 올리면, 노동권도 내려놓고 인권도 내려놓고 다들 협조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경쟁이 문제가 될 때는 판정 기준이 불공정하다고 여겨질 때뿐이다. 모든 자원이나 기회를 배분하는 방식이 오직 경쟁을 통해서 뽑은 승자에게 상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들어보기 어렵다. 날 때부터 타고난 머리가 다르고 부모의 뒷바라지가 다른 상황에서 그 어떤 경쟁도 100% 공정할 수는 없지만, 공정성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먼저 우리가 무엇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이 말해 주는 것이 무언가? 우리는 목숨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굶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교육받을 기회는 똑같이 누려야 한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런 당연한 생각들을 점점 잊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돈으로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것은 사랑만이 아니다. 제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수준은 시장(market)에서 빼내어 연대와 공공성의 영역에 두어야 하지 않겠나? 명품 가방을 들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야 경쟁 승리자들의 차지가 되어도 좋겠지만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젊은이들이 경쟁의 가치와 시장 원리를 기성세대보다도 더 강하게 내면화하는 현실이다. 어려서부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인지, 자신들이 나누어 먹을 파이가 날마다 쪼그라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제 밥그릇 못 챙긴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물량 공세를 폈지만, 작년 한 해의 성적표는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청년층 고용률은 떨어진 반면 50~60대 고용률이 증가해서 그저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요즘 20대의 고용률은 56.8%이다. 그런데 이 통계수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알바'까지 모두 합친 숫자이다.

 

'경쟁'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 중요하다

기성세대들이 20대였을 당시의 고용률이 80%대였던 걸 생각하면 요즘 청년들이 취업 못 하는 것이 어떻게 자신들의 탓이겠는가? 재학생 비율이 높아져서 고용률이 떨어졌다는 반론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공부하느라고 취업 못 하는 것이겠는가? 취업을 못 해서 공부를 더 하는 것이겠는가?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니 좀 더 열심히 준비하라는 신호를 끝없이 보내는 것은 누구인가?

 

'20 대 80'의 시대, 일자리가 많지 않으니 모두 취업할 수는 없다는 걸 수용한다고 치자. 하지만 과거보다 생산력이 떨어져서 먹을 것이 없어졌다고 주장할 수는 없으리라. 누구든지 원한다면 살 만한 환경의 임대 주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지 아프면 돈 걱정 없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에게는 교육 기회를 공평하게 주어 빈곤을 대물림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되는 한에서만 우리는 경쟁이라는 자원 배분의 규칙을 수용할 수 있다. 목숨을 건 '헝거 게임'을 하라는데, 이건 아니다.

 

 

썩고, 침수되고... MB는 편히 살면 안 됩니다 4.1 오마이뉴스

[현장] 끝나지 않은 낙동강의 '4대강 사업'... "질 나쁜 호수됐다"-이철재-환경운동연합

지난 3월 중순 낙동강 현장을 조사했습니다. 현재 SBS <물은 생명이다>팀과 4대강 사업 이후 우리 강의 현장을 차례로 돌아 보고 있습니다. 한강에 이어, 이번에 낙동강입니다. 4대강 사업 예산의 절반 가까운 혈세가 들어간 낙동강. 4대강 사업 이후 상태는 어떨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처럼 정말 강이 재창조 됐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주장과 정반대 모습이 현재의 낙동강입니다. 4대강 사업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면서, 본류와 지천 모두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우리 일행이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은 칠곡보 상류 약 2Km 지점에 위치한 칠곡군 약목면의 한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정수보(64)씨는 시름이 깃든 얼굴로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칠곡보 때문에 지하수위가 올라가 이 마을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수박 생산지로 유명한 경남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 일대와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에 따르면 이 마을의 지하수 수위는 해발 25.3m 인데, 칠곡보 관리수위는 해발 25.5m로서, 물이 올라올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농지 침수 피해, 대책은 없어

정수보씨는 우리 일행을 자신의 밭으로 안내했습니다. 200여 평의 그의 밭은 바로 접한 다른 사람의 밭보다 약 1.5m 낮은 지대에 있습니다. 정씨는 "원래 저 밭(타인의 밭)도 이 밭하고 (높이가) 똑같았는데, 밭주인이 농사가 안되니까 사비를 들여서 성토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수근 국장은 "이 마을은 국토부도 침수예정지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보상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농지 리모델링 사업지에서 빠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농민의 심정이기에, 정씨는 연 초에 굴착기를 불러서 2m 깊이로 도랑을 팠다고 합니다. 혹시나 물이 도랑으로 모이면 뭐라도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이내 소용없게 됐습니다. 물기를 머금은 흙이 자꾸만 무너져 도랑을 채워 버렸습니다.

 

주민들은 갑갑한 마음에 차 오르는 지하수를 칠곡보 하류로 바로 뺄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행정기관이 제시한 대책은 마을 한 가운데 60억 원을 들여 저류조를 만들어 365일 물을 퍼내겠다는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도 문제가 있습니다. 축산 시설이 많은 이곳에 저류조를 만들면 당장 오염되고, 그에 따라 수인성 질병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수보씨는 "(저류조 공사는) 그저 (주민들) 입막음 공사일 뿐"이라 잘라 말합니다. 행정기관이 4대강 사업 부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그는 "칠곡보 수위를 저렇게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제일 좋은 건 칠곡보 수위를 낮춰주면 되는 건데, 그걸 안 한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제방 침식으로 피해 이어져

일행은 농지 침수의 원인인 칠곡보를 찾았습니다. 현재 칠곡보는 수문 2곳이 보수 공사중이었는데, 우안 쪽 수문에서는 물이 그야말로 콸콸 새고 있었습니다. 이는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수근 국장은 "장마 때 수문이 안 열리면 이 일대에 큰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본류 제방 침식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시 임수동 구미대교 북단 아래에 위치한 동락서원 앞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동락서원은 1665년 조선 효종 6년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곳으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1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동락서원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결과 너른 모래톱, 그리고 강변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겨진 꽤 운치 있는 곳이었을 테지요. 그러나 현재 동락서원 주변은 콘크리트 뿐입니다. 동락서원이 물과 만나는 지점에는 철로 된 H빔이 박혀 있고, 그 위로 호박돌과 시멘트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제방이 깎여나가고 있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도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정 국장의 지적입니다.

 

 

이는 강을 과도하게 준설한 탓에, 제방 쪽의 모래나 흙이 강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침식되는 현상, 즉 '측방침식'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동락서원 바로 위쪽 제방 30여m는 움푹 파여 나가고 있는데, 제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나무들이 쓰러지면 자칫 제방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본류의 침식과 함께 지천의 침식도 계속 문제입니다. 지난해 10월 구미시 고아읍 감천 선주교 아래에서는 하수관거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수관거가 감천을 가로질러 매설됐는데, 역행침식으로 하수관거가 주저앉으면서 틈이 발생해 대량의 하수가 감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출된 것입니다.

 

사고지점에서 하류 8Km 지점에는 구미광역취수장이 있어서, 하수가 취수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수 유출 사고를 최초로 목격하고 행정기관에게 신고한 김연화(52) 주부는 "내 아들이 부산이 있다"면서 "이 더러운 물을 내 아들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됐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단절과 고립의 공간이 된 낙동강

감천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빗댄 'MB야가라'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극심한 역행침식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그에 따라 이곳에서는 제방과 하상보호공(강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등을 수차례 보수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현재도 여전히 공사중입니다. 이제는 콘크리트 보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수근 국장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계속해서 세금이 낭비되는 상황"이라 꼬집었습니다. 4대강 사업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강과 하천은 서로 연결된 생태통로입니다. 또한 주변 육지의 특성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상하류의 흐름은 거대한 콘크리트로 덩어리도 막혔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던 곳이 준설로 깊어져 이마저도 불가능해졌습니다.

 

 

계명대 김종원 교수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을 "거대한 물덩어리도 조각조각 잘라냈다"며 "(지금의 낙동강은) 매우 질 나쁜 거대한 호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가락국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라 불렸던 강은 불행히도 더는 강이 아닙니다. 질 나쁜 호수, 즉 '썩은 물이 가득한 저수지'가 됐습니다.

 

김종원 교수는 "이렇게 강을 망쳐버린 상황을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비통해 합니다. 4대강 사업은 우리 강을 망쳤습니다.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MB처럼 하면 절대 학점 안 준다"4.2 오마이뉴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재자연화 포럼①] 하천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 "재자연화 위해 수문 열어야"

4대강 재자연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4대강을 찾았다. 3월 21~23일 현장방문, 24일 국제포럼, 25일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칼스루에 대학교), 일본의 나카가와 마나부 사무국장 (국토문제연구회)이 참가하였다.

 

특히 베른하르트 교수는 2011년 이미 한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독일교수의 눈물 "MB, 정말 유명해질 거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당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하며 4대강 소송재판에 쓰일 본인의 견해를 제출했다. 4대강 사업이 모두 끝난 2013년, 이들의 눈에 4대강은 어떻게 보였을까? 그리고 이들은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유속이 사라진 호수

2박3일간의 현장조사는 금강에서 시작하여, 낙동강과 내성천으로 이어졌다. 금강의 공주보, 백제보, 낙동강의 칠곡보와 구미보 등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거대한 댐(보)를 둘러본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마디로 일갈했다.

 

"모두 쓸모없는 것입니다. 오직 건설회사를 위한 것입니다."

 

한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몇 년간 지속해서 발생한 누수, 하상세굴 등 구조결함을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현장을 방문했던 당일에도 칠곡보에서는 수문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잠수부가 물 속에 콘크리트를 주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말했다.

 

"단 2년 만에 급하게 진행된 공사에 그와 같은 부실이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특히 보의 기초 부분이 침식되는 것은 보의 안전성을 크게 위협할 것입니다."

 

보의 설계와 관련해서도 "유럽에는 그나마 있는 보들도 대부분이 물 속에 잠겨 있는 수중보다. 4대강과 같이 물 위로 수십미터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올라오는 디자인은 너무나 구닥다리(old-fashioned)다"라며 헛웃음을 쳤다. 특히 칠곡보에는 누수와 균열을 감추고자 접합부에 철판을 세로로 붙여놓았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베른하르트 교수는 농담을 던졌다.

 

"독일에 돌아가 강의 시간에 이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말할 것입니다. '너희들이 이런 식으로 댐을 설계한다면 학점을 안 줄 거다.'"

 

 

엉터리 공사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보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하나하나의 문제점들이 아니었다.

 

"누수나 수문 이상 등은 사실 사소한 문제입니다. 댐 자체가 진정한 문제거리입니다. 지금 이곳은 강이 아니라 호수입니다. 호수는 강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입니다. 물론 호수에도 생물들이 살아가지만, 강과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입니다. 한국 고유의 하천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또한 "수문에 이상이 있다면 오히려 다행입니다. 수문을 열게 될 테니까요"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012년 발생했던 금강과 낙동강의 수십만 마리 물고기 떼죽음, 그리고 강변의 버드나무 집단 고사에 대해서도 베른하르트 교수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강 생태계 시스템을 규정하는 것은 바로 유속입니다. 물의 흐름이 있어야 산소가 녹아들고 그래야 물고기들이 살 수 있습니다. 유속이 사라진다면 흐르던 강에서 살던 어류가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유황은 강변 생태계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강물은 지하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홍수와 가뭄 때 수위가 오르내리면서 수질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수위의 변화에 따라 그에 적합한 식물들이 자라납니다. 하지만 수심을 일정하게 만들면 나무 뿌리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겁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된 강이라면 항상 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소위 콜레스테롤인 모래를 준설하고 댐을 세워 사시사철 물을 채워놓고자 한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강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수질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 후 매년 독성남조류로 인한 녹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을 좋게하고, 용수를 확보한다던 이명박 정부의 논리가 모두 거짓이라고 꼬집었다.

 

"4대강 공사를 시작하기 전, 한국정부는 수질을 개선하고 물을 공급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물을 가두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명백합니다. 수질이 나빠졌으므로 물을 가져다 쓸 수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허튼소리, 범죄, 비극" 또다시 눈물

사실 4대강에 확보한 8억톤의 물은 사용처가 없다. 애초에 부족한 용수량을 계산한 뒤, 그에 따라 필요한 만큼을 확보한 것이 아니다. 무조건 수심을 6미터로 만드는 계획을 먼저 세웠고, 그에 따라 새롭게 가둔 물의 양을 계산했을 뿐이다. 그래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도 4대강의 신규용수는 '비상용수'로 규정했을 따름이다. 이와 같은 설명에 일본의 나카가와 사무국장은 무척이나 의아해했다.

 

"4대강의 보들은 목적이 없습니다. 물을 가두어 놓는 댐은 있는데, 물을 취수해서 공급하는 시설은 없습니다. 일본에서도 미친 짓을 많이 하지만, 이렇게 목적 없는 미친 짓은 하지 않습니다."

 

4대강을 따라 곳곳에 들어선 콘크리트 제방은 어떨까? "독일에서는 강변에 콘크리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돌과 흙, 식생을 이용한 자연재료만을 사용합니다"고 말하며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머리가 콘크리트로 된 사람은 절대로 강을 만져서는 안 됩니다."

 

 

콘크리트와 포클레인을 사랑했던 대통령에 의해서 시작된 4대강 사업은 강의 원래 모습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강변의 범람원(홍수터)과 습지에는 각종 인공 공원이 들어섰다. 심지어 구미보 하류의 둔치에는 '철새 도래지 보호지역'이라는 플래카드 뒤쪽으로 버젓이 골프장이 들어서 있었다.

"강을 둘러보십시오. 어디서도 자연스런 강의 모습은 없지 않나요? 경관만으로도 여기가 자연하천이 아니라 계획된 인공조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4대강을 둘러보았던 활동가들이 3년 만에 다시 4대강을 둘러본 느낌에 대해 물었다.

"무엇보다 먼저 묻고 싶습니다. 한국은 왜 독일의 실패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는가요? 올해 4대강을 둘러보았지만 놀랍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미 2년 전 예상했던 것을 그대로 목격할 따름입니다. 2011년에는 아직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사업을 멈출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공사가 끝나 있는 상태여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때도 4대강을 보며 마음이 안 좋았는데, 오늘도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ill)."

 

 

답변 도중 그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nonsense(허튼 소리)," "crime(범죄)," "tragedy(비극)." 베른하르트 교수가 4대강 사업을 평가하면서 쓴 단어들이다. 강을 죽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넌센스(nonsense) 앞에서, 그리고 강을 향한 무지막지한 '범죄' 앞에서, 강의 생명들이 무참히 죽어간 '비극' 앞에서, 평생 동안 전 세계의 하천을 둘러보았던 70대 노교수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기득권층 위한 세대전쟁론 한겨레21 [2014.03.31 제1004호]

할아버지에게 손자는 변변찮은 찌질이다. 놀고 먹는 데만 관심 있는 손자는 농사일이며 집안일에 젬병이다. 손자도 할아버지가 마뜩잖다. 제사를 지낼 때도 해병대 군복을 입고 ‘필승’을 외치고, 입에 ‘빨갱이’를 달고 사는 수구꼴통 노인네다. 그래도 지긋지긋한 할아버지의 곁을 손자는 떠날 수가 없다. 할아버지가 땅 투자로 일군 재산 30억원을 물려받기 위해서다. 핏줄이 당기는 할아버지도 유산을 미끼로 손자를 묶어둔다. 그저 암에 걸린 할아버지가 빨리 죽기만을 손자는 바란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갈수록 팔팔해지기만 한다. 참다 못한 손자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또래 여성에게 할아버지를 유혹한 뒤 ‘복상사’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세대 소속감’ 높아진 계기는 급격한 고령화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죽지 않아>의 줄거리다. 나약한 20대 손자와 꼰대인 70대 할아버지가 자산과 부양 의무 교환을 놓고 벌이는 황당무계한 갈등이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영화적 설정의 독특함을 걷어내면 세대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읽힌다. 경험과 가치관이 다른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간 긴장이 기존 정치적·정서적 ‘세대 갈등’ 구도를 넘어서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생존경쟁으로 치닫는다고 보는 것이다. ‘세대전쟁론’적 인식이다. 정말 한국에선 ‘세대 결투’가 벌어지고 있는 걸까.

 

세대 문제를 연구해온 다수의 전문가들은 세대 갈등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세대 간 충돌 지점이 이념·정치·문화 분야에서 경제적 이해관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의 분석이다. “과거 세대 갈등은 주로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의 일시적 반항과 반발을 길들이고 무마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정서적 긴장과 충돌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엔 누가 제한된 자원을 점유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표출된다. 부모의 정년을 연장하면 자녀세대의 취업 기회가 타격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재화나 경제적 기회를 두고 경쟁의식을 느끼게 된 원인은 ‘불안’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모든 세대는 생애주기에 따라 여러 불안을 단계적으로 경험해왔다. 비싼 등록금, 취업난, 적은 소득, 불안정한 주거, 높은 사교육비, 빈곤한 노후 등을 비슷하게 경험한 각 세대는 공동운명체 의식을 갖게 된다. 세대전쟁론을 부추기는 건 정부다. 표가 안 되는 청년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며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까닭이다.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청년세대에게 떠넘기는 꼼수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청년세대, 노인세대의 ‘세대 소속감’이 높아진 계기는 급격한 고령화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늙어감에 따라 청년세대와 노인세대는 젊거나 늙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덜 받거나, 부양 부담을 더 지게 됐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풀이했다.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가 이식되면서 한국 사회 구조가 빡빡해졌다. 이 와중에 몫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갈등이 심화됐다. 계층 갈등과 함께 세대 갈등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모든 연령에서 실업률이 호전되고 있는데, 청년 실업률만 심화된다면 세대 갈등의 소지가 된다.” 세대가 계급이나 젠더처럼 사회 불평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한 가족주의, 세대 갈등 완충지대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고달픈 삶을 살면서 경제적 득실에 민감해지긴 했지만, 이들이 세대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서울대 사회학과 연구팀이 2012년 15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세대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거나 ‘심각한 편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대 이상 모든 세대에서 55~62%로 나타났다. 모든 세대가 최근의 세대 갈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제 현안으로 들어가면 세대 간 첨예한 인식 대립이 나타나지 않는다. ‘청년 무주택자를 위해 집값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모든 세대에서 70% 안팎으로, ‘노년층 복지를 위한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주장에 찬성하는 비율은 40% 안팎으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연구를 책임진 박경숙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특유의 강한 가족주의가 세대 갈등의 완충지대가 돼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가족 안에서 소득·자산의 분배가 비교적 잘 이뤄지는 덕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대 간 불평등을 덜 느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들이 사회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공적연금 확대에 찬성하는 건 연금 덕에 부모를 부양하는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세대 갈등이 촉발될 경제사회 구조는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세대 갈등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전망했다.

 

세대전쟁론에서 선제공격에 나선 세력은 청년세대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린 산업화 세대에 비해 삶의 조건이 열악한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청년들의 삶이 고되기는 하다. 무엇보다 고용 환경이 척박하다. 지난 2월 전체 취업자 수는 12년 만에 최고로 증가했다. 이 와중에도 청년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통계청).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저임금 일자리인 탓에 소득 기반은 약한데 사회적 책임은 무겁다. 노후의 최후 안전판인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1943년생 만 70살 남성 가입자는 낸 보험료보다 2.8배 많은 연금을 타고 있지만, 1990년생은 이 비율이 1.62배로 떨어진다(한국재정학회).

 

 

 

정부, 기초연금 비용 청년에게 떠넘겨

그러나 탐욕스러운 노인이 자신의 몫을 노린다고 청년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노인들의 생활도 비참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인이 허다하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그 결과 2012년 기준 65살 이상 노인 빈곤율(중위가구 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 비율)은 48.4%로, 전체 근로연령층(만 18~64살) 빈곤율(12%)의 4배에 이른다(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의 설명은 이렇다. “한국은 모든 세대에 대한 복지 지출이 적다. 복지예산 규모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노인복지 예산과 청년복지 예산의 비중을 비교하는 것은 약자가 약자를 공격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인복지로의 사회복지 지출 집중은 연금제도가 발달한 서구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한국은 정부의 전체 지출 가운데 사회보장비(실업자·노약자·아동 등의 최소 생활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의 비중이 13.1%(2011년 기준)로, OECD 회원국 평균(35.6%)을 크게 밑돈다.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밥그릇 싸움에 전력투구한다고 보기엔 그릇에 담긴 밥이 너무나 보잘것없는 상황이다.

세대전쟁론을 부추기는 건 정부다. 표가 안 되는 청년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며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금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준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만약 정부의 수정안대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이 노인에게 차등 지급되면 40대는 평생 1541만원, 30대는 2782만원, 20대는 4260만원을 손해볼 것으로 추정된다(국회예산정책처).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청년세대에게 떠넘기려는 꼼수다. 청년단체들이 처음으로 연석회의를 꾸려 집단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인의 주 소득원인 이자·배당 소득, 임대소득 등은 가만히 놔눈 채 청년의 주 소득원인 근로소득세 부담만 늘린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노인이 보유한 집값을 떠받치려고 청년들이 빚내어 무리하게 집을 사게 하는 부동산 정책도 세대 간 형평성을 무시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이태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청년들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이나 세제개편안에 반대한다고 해서 ‘청년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도 노인이 되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공적연금과 사회안전망을 든든하게 하는 데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우리가 낸 만큼 나중에 돌려받을 것이란 신뢰도 주지 않으면서, 20대의 몫을 빼앗아 60대에게 주려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정책 실패 책임 떠넘기기도 편리

세대전쟁론은 기득권에 남는 장사다. 자원 분배는 ‘세대 간 제로섬게임’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부, 정치권, 기업은 일자리와 각종 복지제도를 확대해나가야 할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논리는 정부와 기업이 세대전쟁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사례다. 쓸모는 이뿐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이 실패할 경우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청년세대나 노인세대에게 떠넘기기도 편리하다. 정부가 기초연금 수정안이 결국 ‘세대 간에 불공평하다’는 여론에 밀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이를 반대한 청년을 ‘불효자식’으로 만들면 끝이다. 물론 세대전쟁론이 자주 동원될수록 가난한 여러 세대가 힘을 모아 정치를 변혁시킬 수 있는 동력은 약화되고, 사회연대 의식도 산산조각 나게 마련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높은 부동산 가격, 불안정한 고용 구조 등 구조적 문제가 마치 세대 갈등 때문인 것처럼 호도되면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체 없는 세대전쟁론은 모든 세대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왜곡된 분배 구조는 감추고, 사회안전망 확대 요구는 묵살할 수 있는 기득권의 기막힌 묘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복지로 老學 연대하라!

년 남았다. 2017년부터는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노령화 속도는 거침없다. 그로부터 9년 뒤에는 아예 초고령 사회(노인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사회)로 들어서게 된다. 노인을 위한 복지 지출이 급증하면서 청년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부터라도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가 발생시키는 비용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눠 가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한겨레21>이 각계각층 전문가 12명의 조언을 토대로 ‘세대협약서’를 만들었다. 이 협약서에는 각종 제도와 정책을 세대 간 공평하게 재설계하는 원칙과 방법이 담겼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인 만큼, 청년과 노인 간 ‘1 대 1’ 계약이 아니라 정부ㆍ기업ㆍ시민사회도 참여하는 ‘다수 대 다수’의 계약이다. _편집자

 

 

제1조 모든 청년은 노인이 된다. 청년은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노인이 노후 생활의 상당 부분을 복지에 의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노인을 위한 복지 지출이 많아 보이는 것은 노인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전체 지출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노인에게 돌아가는 보건의료, 돌봄, 사회보험료, 소득 보정 등의 복지 혜택은 아직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예비 노인인 청년은 자신의 안전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친노인 제도와 정책이 정착되도록 지지한다.

 

제2조 모든 노인은 과거에 청년이었다. 노인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 꿈을 이루고 생활을 꾸려나가려는 노력을 인정한다. 청년이 노인 부양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책임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은 높은 등록금, 취업난, 비싼 주거비용, 낮은 소득 등에 짓눌리고 있다. 노인은 청년이 생활 기반을 닦을 수 있게 청년 복지 정책을 지지한다.

 

제3조 모든 청년과 노인은 서로의 고통에 ‘감정이입’하려 노력한다. 감정이입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네가 느끼는 고통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지만, 네 고통에 관심을 쏟는다”는 식이다. “난 너의 고통을 똑같이 느낀다”는 ‘공감’으로는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투게더> 저자인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말한 협업과 공생의 기본 조건이다.

 

제4가족의 개념을 확장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후손 번식에 대한 추구’는 부모의 본능이다. 경제학에선 이를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동기’(Bequest Motive)라고 지칭한다. 노인은 이러한 인식을 자녀에서 일반 청년으로 확대해나간다. 청년도 ‘부모에 대한 존경과 부양에 대한 책임감’을 혈연관계에서 일반 노인으로 넓힌다. 개인적인 욕망을 다스리고 사회 연대감은 높이는 방식이다.

 

제5조 가족 안에서의 상속·증여는 줄여나간다. 부모는 자산과 소득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대신 자신의 노후 대비에 쓴다. 가족이 과도한 돌봄과 부양 의무에서 벗어나면 시민사회가 활성화되고 사회 불평등도 줄일 수 있다.

 

제6조 모든 노인의 노후는 사회연대 방식으로 책임진다. 가족 안에서 자녀가 더 이상 부모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용 환경은 나빠지고 소득 불평등은 커졌다. 공적연금은 확대하고 보건의료·돌봄 복지는 강화한다.

 

제7조 모든 청년의 교육·노동복지는 사회연대 방식으로 보장한다. 대학은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고 정부는 청년구직수당 형태의 실업급여를 도입한다.

 

제8조 아동복지를 적극 확대한다. 복지를 받은 경험이 복지를 위한 지출을 만든다. 아동과 청년이 ‘사회가 나를 키웠다’고 느껴야 기꺼이 노인세대를 부양하고 자신의 자녀세대도 돌보게 된다.

 

제9조 보편적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대한 공평하게 나눈다. 국가 채무는 미래 청년들이 조세 부담으로 갚아야 한다. 교육이나 저출산 대책 등 청년세대에 대한 투자 성격의 지출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용인된다. 그러나 의료비 등 소비 성격의 지출은 현재 노인과 청년의 세수입으로 충당한다.

 

제10조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에 세 부담을 공평하게 물린다. 청년들의 주 소득인 근로소득에는 6~38%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며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세 부담이 다소 커졌다. 반면 노인의 주 소득인 자산소득에 대한 세 부담은 낮아지는 추세다. 금융소득세, 재산세, 임대소득세, 재산세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 아울러 낮은 실질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늘려 보편복지 재원으로 활용한다.

 

제11조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세대 간 부담 차이를 줄인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30%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 연금의 재정 지속성을 확보한다. 다만 정부 재정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5%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인상해 노후소득은 안정적으로 보장한다.

 

제12조 모든 청년은 사회보험 확대를 적극 주장한다. 공적연금보험·건강보험·산업재해보험·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는 노동자와 기업이 반씩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혜택은 모두 노동자 몫이다. 사회보험료 인상에 따라 청년이 누리게 될 혜택은 보험료 부담보다 훨씬 크다.

 

제13조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의 정년을 65살로 늦춘다. 노후 소득 보장에 유리할 뿐 아니라 연금 재정도 탄탄하게 한다. 보험료 납부 기간은 늘고 수급 기간은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은퇴 시기를 10개월 늦추면 연금 급여의 10%가 줄어드는 재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다만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의 우려를 고려해 2016년 ‘정년 만 60살 의무화’가 시행될 때는 과도기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제14조 모든 청년과 노인은 획기적인 노동시장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 다만 정부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상시 지속적 일자리에는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최저임금도 인상한다.

 

제15조 높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땅값과 임대료가 낮아지면 산업경쟁력이 높아져 일자리는 확대되고 노동 기간은 늘어날 수 있다. 청년의 주택 구입과 임대료 부담이 줄어들면 그들의 부모인 노인의 지원 부담도 함께 감소한다.

 

제16조 주거 안전성은 높인다. 임대료를 일정 수준으로만 인상하고 임대차계약 기간은 늘린 집주인에게는 정부가 세금 감면 등으로 재정 지원을 해준다. 청년은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노인은 임대료 수익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제17조 세대분절적 정책은 지양한다. 노인요양보호소, 노인정 등 특정 세대만을 대상으로 한 세대분절적 정책은 세대 간 소통과 왕래를 단절시킨다. 이에 반해 복지 선진국은 세대통합적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에선 어린이집 옆에 노인시설을 함께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본에선 ‘노인주거 할당제’를 실시하면서 노인과 공동 거주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다양한 세제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제18조 정치권은 세대 정치를 지양한다. 청년과 노인의 이익은 크게 상충하지 않는다. 여당은 지지 기반인 노인층, 야당은 청년층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세대 간 제로섬게임’의 프레임을 활용해선 안 된다.

 

제19조 가칭 세대협약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에는 청년·노인·학계·정부·기업·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한다. 과거 사회통합위원에는 세대 갈등을 조정하는 세대분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교수로 채워져 탁상공론에 그쳤다. 위원회는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책의 집행 과정을 감시한다.

 

한겨레사설] 박 대통령의 비겁한 ‘무대응 전략’4.2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단독회동을 하자고 청와대에 제안한 지 2일로 나흘이 흘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일절 말이 없다. ‘한다, 안 한다’는 최소한의 의사표시마저 없다. 아예 철저한 무시 전략으로 나가기로 작정한 듯하다. 입장이 곤란한 일이 생기면 침묵으로 버티는 박 대통령의 특기가 또다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회동 제의에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기초선거 공천 폐지 논란에 휘말리는 첫걸음이라고 여길 것이다. 자신의 대선공약 파기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것도 껄끄러울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무대응 전략은 정치 도의를 떠나 사람의 예의가 아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오면 응답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예의에 어긋난다.

 

더욱이 회동을 제의한 사람은 제1야당의 공동대표다. 좋든 싫든 정국을 함께 이끌어나갈 파트너다. 야당 대표에 대한 모욕적인 태도로 깊어지는 것은 불신과 미움뿐이다. 이렇게 철저히 야당을 무시하면서 어떻게 야당에 국정운영 협조 등을 말할 수 있는가.

 

여권에서는 “선거 관련 문제는 여의도 일인 만큼 대통령이 관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말도 하고 있다. 틀린 말이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여의도의 일’이 아니라 정확히 ‘대통령의 일’이다. 청와대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리 사과’를 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 역시 착각이다. 회동 제의에 대한 응답의 주체는 당연히 청와대가 돼야 한다.

 

지금의 정치 상황은 단순히 공약 파기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6월 지방선거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엉망진창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어느 당은 공천을 하고 어떤 당은 공천을 안 하는 선거는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유권자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에게 묻는다. 자신의 대선공약 파기로 여당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이 그처럼 쾌재를 부를 일인가. 그런 야비한 수단을 써서라도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만족스러운가. 대통령은 여권의 지도자를 떠나 한 나라를 이끄는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다. 선거를 공정한 규칙에 의해 치르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의 최소한의 임무다. 엉망진창 선거를 모른 척 방치하는 것은 대선공약 파기보다 훨씬 무거운 죄악이다. 박 대통령은 최소한의 양심과 이성이라도 되찾기 바란다

 

 

박 대통령, 규제완화 ‘끝장 토론’은 쇼였나 4.3 한겨레

[산으로 가는 규제완화]

방송땐 중소기업 중심…비공개회의선 대기업 위주

* 방송 : 민관합동 회의 생중계, 비공개회의 : 무역투자진흥회의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7시간 회의 전 과정이 언론에 공개됐고,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회의에서 집중 조명받은 규제 정책은 튜닝규제 완화와 푸드트럭 허용, 공인인증서 폐지, 뷔페영업 거리제한 등 중소상공인이나 일반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것들이 많았다. 주목받은 참석자들도 돼지갈비집 사장, 자본금 5억원 회사 대표, 연 매출액 7억원의 벤처회사 사장 등 중소기업가, 벤처기업가, 자영업자 등이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 재계 인사도 참석했으나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7시간 토론 생중계 정무적 판단”  정부 고위 관계자 ‘홍보성’ 밝혀

박대통령 ‘무역투자회의’ 직접 주재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 논란사안 다뤄

 

정부는 이날 회의를 계기로 ‘규제 완화’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넓어졌다고 평가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규제 개혁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이런 분위기를 통해 이해 당사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부총리 발언은 20일 회의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정부 안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추진에 부쩍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중소기업 등이 부각된 이날 회의 내용은 정부 안에서 실제 추진되고 있는 규제 완화 정책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일 생중계 토론이 중소상공인 중심으로 이뤄진 것은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규제 개혁 정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해 접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중소상공인을 앞세우는 것이 국민들의 규제 완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생중계 회의 참석자는 청와대가 골랐다. 대기업들은 다른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의견을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는 통로는 어디일까?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다섯차례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이하 ‘투자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투자회의는 지난달 생중계 회의처럼 ‘트러블 슈팅’(Trouble-shooting·기업인이 애로를 호소하면 정부가 대안을 내놓는 방식)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된 의제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생중계 회의와 비슷하다. 하지만 전 회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회의에서 오고 간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알기 힘들다는 점, 대기업들의 ‘민원’이 집중적으로 제기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실제 투자회의 결과 발표된 대책에는 특정 대기업의 민원을 들어주어 ‘특혜’ 시비가 일거나, ‘공공성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안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지주회사 규제 완화’(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다. 정부는 1차 투자회의(지난해 5월1일)에서 제기된 이 사안을 예산안 지각 처리까지 감수한 채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른 혜택은 100% 에스케이(SK)·지에스(GS) 두 그룹이 누린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가 일었다. 재벌 규제의 근간 중 하나인 지주회사 제도를 훼손시켰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관련 기업 오씨아이) 설치나 공공기관 부지 내 공장 건립(에스오일), 학교 주변 관광호텔 허가(대한항공) 등 특정 기업의 민원 처리형 프로젝트만 현재 20여개가 추진중이다.

 

노동·의료·교육·환경 등 공공성 관련 규제도 완화 대상이다. 삼성병원·현대아산병원 등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대형 병원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 의료법인 자회사의 영리 부대사업 확대와, 노동 시장 전반에 파급을 불러올 수 있는 55살 이상 노동자 대상 파견근로 사용 확대 같은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영리병원을 우회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의료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을, 후자는 최악의 일자리로 꼽히는 파견 일자리를 사회적 약자인 고령자부터 허용해 ‘물꼬’를 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20일 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상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몇가지 규제를 내세운 것은 실제 자신들이 추진하는 핵심 규제 완화 부분을 물타기하려는 의도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와, ‘기업 프렌들리’(친기업)를 대놓고 말했던 이명박 정부 간의 차이점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인이 조선인 잡는 '간도특설대'를 아십니까? 4.3 노컷뉴스

임기상의 역사산책⑨]죄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실제는 국군 수뇌부

혼돈의 만주벌판…일본군, 조선청년 모아 독립군 토벌에 나서다

 

조선인 청년들이 일본군이 준 무기를 들고 조선 독립군에게 총을 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 소설 같은 장면이 1930~1940년대에 만주벌판에서 실제 펼쳐졌다. 1931년 만주를 점령한 일본군은 중국인과 조선인으로 구성된 '동북항일연군'의 게릴라전에 휘말려 고전하고 있었다. 일본군은 중국 본토 침략 때문에 바빴고, 만주인을 주축으로 구성된 만주국 괴뢰군은 전투의지도 없고 군기도 엉망이었다. 이에 따라 만주의 대표적인 친일파인 간도성 성장 이범익 등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조선인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특수부대를 만들기로 했다. 1938년 12월 14일 만주국 기병대가 쓰던 밍웨거우의 병영에서 간도특설대 1기 지원병 입대식이 열렸다.

 

 

 

이때부터 일본군은 1945년 8월 15일 패망 때까지 7기에 걸쳐 매년 약 690명을 선발했다. 하사관을 포함한 사병은 모두 조선인이었고, 장교는 일본인과 조선사람이 섞여 있었다. 이들의 토벌대상은 연변 일대를 무대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중 연합 독립군이었다. 당시 만주에는 동북항일연군 등 다양한 항일조직이 군대와 관헌의 추적을 피하면서 집단주거 마을시설과 격리된 채 은신하면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간도특설대는 1939년부터 1943년까지 5년간 전투를 벌였다.

 

항일운동을 하는 조선 청년들과 일본군의 지휘를 받는 친일 조선인 사이에 총질이 벌어진 것이다. 간도특설대의 진압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 역사학자 필립 조웰은 "일본군의 만주점령 기간 중에 간도특설대는 잔악한 악명을 얻었으며,그들이 점령한 광범위한 지역을 황폐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일본군과 만주군, 간도특설대의 연합작전에 밀려 동북항일연군은 1로군 총사령 양징위가 사살되고 남은 부대가 소련으로 넘어가면서 1943년을 기해 자취를 감췄다

이후 간도특설대는 일본군의 지시에 따라 북경의 동북쪽으로 이동해 모택동의 팔로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이들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소식도 받지 못한 채 팔로군 토벌작업을 계속 벌였다. 어처구니없게도 팔로군측이 일제의 패망 소식을 전해주면서 전투가 종식되었다. 소련군에게 쫒기던 간도특설대 대원들은 일본군이 남긴 돈을 나눠 갖고 각자 살기 위해 뿔뿔히 흩어져 한반도로 도피했다.

 

 

◈ 항일부대에 귀중한 탄약 10만발을 넘겨준 일본군 병사

 

 

1933년 3월 하순. 만주 젠산쯔(尖山子,뾰족산) 일대에서 항일 유격대와 일본군·만주군 혼성 토벌대 간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토벌대가 철수한 뒤 전쟁터를 살피던 유격대원들은 울창한 숲 속에서 일본군 군용트럭 한대와 한 일본 군인의 주검을 발견했다.

 

이 군인은 일본어로 쓴 유서를 남겼다.

"나는 당신들과 만나서 공동의 원수를 치고 싶습니다. 그러나 파쇼 야수들에게 포위되어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살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여기까지 운반해 온 10만발의 탄알을 귀군에게 드립니다. 바라건대 그 탄알로 파쇼 군대를 쏘십시오." 이다라는 군인은 일본군이 트럭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엔진을 부순 상태였다.

 

유격대는 이다의 주검을 이번 전투에서 전사한 유격대원들과 함께 매장했다. 사흘 후 다시 이다의 묘소에 모여 엄숙하게 추도식을 거행하고 그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이 지역의 소학교 이름을 '이다 소학교'로 개명했다. 변절한 조선 청년들이 같은 민족을 살육하는 동안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일본인 군인은 자기 목숨과 탄알을 식민지 해방에 바친 것이다.

 

 

 

◈ 대한민국 국군 수뇌부로 올라선 간도특설대 대원들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던 대원들은 해방 후 과거를 숨기고 신생 대한민국의 국군에 들어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장관, 군사령관, 고위 관료로 출세했다. 해병대의 경우 신현준, 김석범에 이어 김대식 등 간도특설대 출신이 사령관을 맡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를 지우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으나 누구 하나 자발적으로 당시의 일을 고해하거나 참회한 인물은 한 명도 없다.

 

가장 유명한 인사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백선엽 장군이다. 그는 간도특설대 복무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거나 사죄한 적이 없다. 그나마 일본에서 일어판으로 발간한 '대 게릴라전-미국은 왜 졌는가'에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우리들이 쫒아다닌 게릴라 가운데 조선인이 많이 섞여 있었다. 주의·주장에 차이가 있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려는 일본의 책략에 그대로 끼인 모양이 된다. 그러나 우리가 진지하게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진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들이 역으로 게릴라가 되어 싸웠으면 독립이 빨라졌으리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래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고 비판받아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게릴라전이 전개된 지역의 참상을 알게 되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이해될 것이다".

 

그냥 "젊은 날 철이 없어 우리 민족에게 죽을 죄를 졌다"고 하면 될 것을 해괴한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일본군에 복무해도 소좌 이상만 등재했지만, 간도특설대는 '독립군 말살'이란 악랄한 임무 때문에 장교는 물론 사병까지 전원 등재했다.

 

최근 만주벌판 현장을 답사하며 '간도특설대'라는 걸작을 저술한 언론인 김효순 씨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간도특설대가 민족의 자랑거리였느니, 민중의 편이었느니 하는 새빨간 거짓말이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그래도 그 경력을 살려 '한국전쟁에서 공비를 토벌했다'는 말이 항일 영령을 악귀처럼 내쫒아버리는 전능의 부적으로 사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공비 토벌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속속 드러나는 대형공사 입찰담합…이번엔 경인운하 4.3 노컷뉴스

공정위, 13개 업체 적발…11개 회사에 991억원 과징금 폭탄

4대강 사업이나 인천·대구 도시철도 공사 등 이명박 정부시절에 발주한 대형 토목, 건설공사에서 속속 공사 입찰 담합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경인운하 사업에서 건설사들의 나눠먹기 행태가 드러났다. 건설사 11곳에 무려 991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이 떨어졌다.

 

 

 

◈ 중국음식점에 모인 '빅6'…공사 나눠먹기 모의

경인운하 건설 사업 입찰공고를 약 2주 정도 앞둔 지난 2009년 1월 7일, 강남구 역삼동 소재 중국음식점에 이른바 '빅6'의 토목담당 임원들이 모였다. '빅6'는 국내 6대 대형건설사인 대우, SK, 대림, 현대, GS건설과 삼성물산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빅6의 영업부장과 토목담당 임원들은 앞서 2008년 12월부터 두 달 동안 꾸준히 연락과 모임을 가졌다. 정부재정사업으로 전환된 경인운하 건설사업 6개 공구 중 5개를 서로 나눠먹기(공구분할) 위한 모임이었다.

 

1차 논의결과, 1공구는 현대건설이, 2공구는 삼성물산, 3공구는 GS건설, 5공구는 SK건설, 6공구는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이 서로 조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SK건설이 6공구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5공구는 빠지고 6공구에 SK, 대우, 대림 등이 서로 경합하는 구도로 짜여졌다.

 

1(현대)-2(삼성)-3(GS)-6(SK·대우·대림) 공구에 대한 분할을 마친 '빅6'들은 실제 2009년 4월에 시작된 경인운하 사업 입찰에서 서로 합의한 내용을 고스란히 반영해 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구분할 논의에서 빠졌던 4공구와 5공구에는 각각 동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입찰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SK·대우·대림이 경합한 6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공구에서는 철저히 들러리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 공구 나눠먹기에, 짜고치는 입찰까지

현대건설(1공구)은 현대엠코를 삼성물산(2공구)은 한라, GS건설(3공구)는 동아건설산업, 동부건설(4공구)은 남양건설, 현대산업개발(5공구)는 금광기업을 들러리로 내세웠다. 들러리 건설사들은 질 낮은 설계를 일부러 제출하거나, 사전에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심지어 현대엠코는 투찰 전에 핵심 설계도면을 현대건설에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4공구를 가져간 동부건설은 남양건설에게 들러리를 서주는 대가로 이후 '동복계통 자연유하식 도수터널 건설공사' 입찰에서 남양건설을 위해 들러리를 서주는 등 교차 들러리역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경인운하 사업 입찰에 참가한 13개 건설사들이 공구분할과 들러리 담합을 금지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남양건설과 금광기업을 제외한 11개 건설사에는 모두 9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남양건설은 현재 법정관리로 재정상황이 어려운 점이 감안됐다. 공정위는 또 대우와 SK, 대림, 현대, 삼성, GS, 현대산업개발, 동부, 남양건설 등 9개 건설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공구분할을 논의한 '빅6'의 전현직 임원 5명도 추가로 고발하기로 했다.

 

◈ 4대강부터 지하철, 경인운하까지…속속 드러나는 입찰담합

공정위는 앞서 4대강 사업 1차턴키 공사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대형공사들에서 입찰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1천115억원과 1천322억원, 4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 경인운하 입찰담합 과징금 991억원까지 포함하면 과징금 규모가 무려 3천829억원에 달한다. 과징금 대상에는 빅6를 비롯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각 건설사가 부담하게 될 과징금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호남고속철 공사, 4대강 사업 2차 턴키 공사 등에 대해서도 입찰 담합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건설사의 담합 비리에 따른 과징금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사정이 어렵다는 점이 위법성 여부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며, "다만 과징금을 어느정도 매길건지에 대해서는 (건설사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한 노인복지, 빈곤 부채질 2014.04.08ㅣ주간경향 1070호

ㆍ노년층 연금제도 제대로 못 갖춰… 노인 빈곤층 47.2%는 OECD 최악

은퇴 후 15년 안팎의 기간은 길다면 길다. 늘어가는 노년 인구와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여생’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현장에서 은퇴한 이후의 여생이 짧은 한국이지만, 지금 상태로라면 은퇴연령을 앞당겨 은퇴 후 기대수명을 늘리기만 하는 것도 곤란하다. 소득이 낮아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사정을 볼 때, 연금과 같은 복지정책을 확충하지 않고 은퇴연령을 앞당기게 되면 오히려 노인 빈곤이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은퇴연령을 늦추게 만들 정도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2.8%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노인 빈곤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노인 인구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7.2%가 빈곤층에 해당하는 실정이다. 노동을 통한 근로소득 외에 재산소득·사업소득·이전소득을 포함해도 66~75세 연령대에서 한국 노인들의 소득수준은 전체 인구 평균소득의 62.4% 수준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이 90.1%라는 점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소득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소득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로 노년층을 위한 연금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공적연금 지출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0.9% 수준으로, OECD 평균인 9.3%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한국의 공적연금시스템이 1988년에야 도입되기 시작했고, 1999년에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노인 자살 1990년 비해 5배나 증가

연금을 포함한 전체 사회복지 지출도 한국은 끝에서 두 번째였다. 한국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은 GDP의 9.3% 수준으로 21.9%를 기록한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았다. 낮은 복지수준에 대한 반응은 자살률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3명으로 OECD 최고였는데, 특히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79.7명으로 1990년에 비해 5배 증가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의 여파가 극심하게 나타날 미래에는 노인복지를 위한 예산 자체를 확보하기 힘들 정도로 인구 및 생산에 있어서의 불균형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 이르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1명당 근로연령대 인구는 1.4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 경우 근로연령대 인구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노동현장에서 은퇴하는 연령 역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노년층의 저소득 문제는 노동시장의 인구 구성과 얽힌 데다 정부의 복지재정 증액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만큼 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권혁성 숭실대 교수는 “앞으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현재의 노인 빈곤율은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의 기초노령연금을 통해 높은 빈곤율을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노후소득 안정을 위해 액수를 늘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저녁’ 안녕들 하십니까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인생의 저녁’인 노년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퇴직 연령이 가장 고령이어서, 은퇴 후 사는 기간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짧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 후보 진영에서 나왔던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가 적잖은 반향을 얻었었다. 잦은 야근으로 가정에서 식구들과 함께 정을 쌓을 시간이 없는 현실, 개인적인 여가와 휴식에 쏟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저녁이 없는’ 현실 때문이었다. ‘저녁’은 오랜 노동에서 풀려나 휴식을 취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많은 직장인은 일상에서 ‘저녁’이 없다. 일생을 놓고 봤을 때도 그렇다. 한국인의 일생을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로 비유해보면 동이 터오는 새벽은 유년기로, 오전과 오후는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이는 청년기와 중·장년기로 볼 수 있다. 인생의 저녁은 직장에서 은퇴해 노동의 굴레를 벗은 노년기다.

 

 

기대수명 늘어난 만큼 일도 더 오래 해

불행하게도 직장에서 한창 일할 시기에도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았던 한국인은 긴 인생으로 봤을 때도 저녁이 짧거나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월 18일 펴낸 ‘한눈에 보는 사회 2014’(Society at a Glance 201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짧았다. 한국 남성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13년, 한국 여성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17.3년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은퇴 후 기대수명이 짧은 나라는 멕시코밖에 없었다.

 

은퇴 후 기대수명이 짧다는 것은 한마디로 은퇴 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빨리 죽는다는 얘기다. OECD 회원국 전체의 평균은 남성의 경우 은퇴 후 기대수명이 18.1년, 여성은 22.5년이었다. 한국의 남녀 노인 모두 다른 회원국들의 노인에 비해 은퇴 이후 평균적으로 5년 정도 일찍 죽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 자체는 길다. 은퇴 시점에서 한국 남성은 84.1세까지, 여성은 87.2세까지로 기대수명이 높아져 있다. OECD 평균인 남성 82.2세, 여성 85.5세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은퇴 후 기대수명이 짧은 것은 은퇴 시기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늦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71.1세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늦었다. 한국 여성의 경우 69.8세로 멕시코마저 제치며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2001년판 보고서에서 한국 남녀의 은퇴 연령은 모두 67세였다. OECD 평균 은퇴 연령은 남자가 64.2세, 여자가 63세였다. 한국에서는 전체 기대수명이 높아졌음에도 과거 약 10여년간 은퇴 후 기대수명은 전혀 늘지 않았다. ‘한눈에 보는 사회’ 보고서의 2001년판에 따르면 당시 한국 남성과 여성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13년과 17년으로 지금과 같은 수준이었다. 전체 수명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 후 기대수명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셈이 된다.

 

요컨대 한국인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늘어난 평균수명을 일하는 데에 모조리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결국 남은 것이라곤 은퇴 후 여생의 비중이 줄어든 팍팍한 노년의 삶뿐이다. 통계수치로 본 현상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 간’ 노인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경제사정 때문에 노년에도 일 못 그만둬

고 김일도 할머니(가명·당시 77)는 3년 전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결국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용돈이라도 번다고 노인네께서 동네 야산에서 캔 나물이랑 도매로 뗀 물건이랑 조금씩 갖다 팔았나 봐요. 시장에 좌판 깔아놓고 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신 거죠.” 김씨의 딸인 고모씨(55)는 어머니가 평생을 일만 하다 간 게 못내 한스럽다고 말했다.

“어릴 적 엄마가 동네에서 장사하는 게 왜 그리도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는데, 엄마 나이 70이 지나서 가게를 접은 뒤에도 잠시도 안 쉬고 일하면서 당신 생활비 버신 걸 생각하면 돈 때문에 자식 노릇 못한 게 한이에요.”

 

은퇴 후 기대수명을 단축시키는 이유는 하나다. 나이를 먹고도 일을 그만둘 수 없을 정도로 노년층의 경제적 사정이 나쁜 것이다. 송선봉 할아버지(73)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노인복지회관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게시판에 새로운 구인공고라도 붙었나 살펴보러 나온 길이다. “나이가 많아서 일할 데가 잘 없어.” 송씨는 1년 전까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그만둔 뒤로는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일자리는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혹 구하는 일자리는 전단지 배포나 인테리어 현장 청소 같은 허드렛일뿐이었다. 오래 일하며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올 곳은 아니었다.

 

“남자를 뽑는 일은 경비랑 청소가 제일 많은데, 난 이제 (구인업체에) 가보면 너무 늙었다고 해. 늙어도 돈 들어가는 건 똑같은데.” 여기저기 옮겨다니긴 했지만 경비 일을 했던 기간은 십수년을 헤아린다. 최근 몇년간 일을 그만둔 이유 대부분은 아파트 현관의 자동문 설치 때문이었는데, 1년 전 퇴직 이후로는 번번이 채용과정에서 떨어졌다. “아파트 경비는 보통 홀짝제로 해서 24시간 맞교대잖아. 하루 24시간을 꼬박 일하니까 체력부담이 크다고 늙으면 안 된다 그러제. 근데 사실은 더 젊은 60대도 넘쳐나니까 자연히 밀려나는겨.”

 

송씨가 서 있던 노인복지회관에는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었다. 각종 강좌나 체육활동 등에 참여하는 노인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송씨에겐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난 그저 일자리 있나 보러 왔다니깐, 나이 든 사람들도 다 팔자가 달라요.” 형편을 모르고 묻느냐는 듯 대답이 퉁명스러웠다. 조심스레 자녀 얘기를 꺼내며 용돈은 안 받는지 재차 돌려가며 물어도 연달아 돌아오는 대답은 지금 같이 사는 식구가 있는지조차 알기 힘들 정도로 모호하다. “에고, 자식 잘 키워야 용돈도 받고 저렇게 복지관도 다니는 건데, 젊은 날을 허투로 보냈으니 늙어서 나맹키로 입맛만 다시는 거 아녀.”

 

빈곤 노년층에게 노동은 운명

지속적이고 가파른 추세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동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노인 인구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노인들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결과는 치열한 경쟁이다. 경쟁은 한 직장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일자리를 떠돌도록 노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용환경이 비교적 열악할 수밖에 없는 노년층 구직자의 특성상 연령대가 높을수록 근속기간은 짧고 여러 직장과 직종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인성 분석관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년 인구가 늘어나는 한편, 대기업에서도 실제로는 퇴직연령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직원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노년층의 노동시장에선 무한대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법과 제도상으로만 정년을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노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도 고용되기 힘든 고령의 노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손 대는 일은 한정돼 있다. 이치진 할아버지(가명·74)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동네 주변의 폐지를 수거한다. ‘리어카’를 끌 형편도 안 되는 이씨가 장볼 때 쓰는 작은 철제 손수레 위에 가득 폐지를 올려봐야 고물상에서 받는 돈은 3000~4000원 남짓이다. 그마저도 하루에 다 채우지 못해 대체로 이틀, 어떨 땐 사흘 동안 모아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 일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 보기엔 늙고 힘 빠져서 순해 보이지? 독해빠진 영감이랑 할매들이 많아. 자기 구역이라고 난리난리치는 놈들 피하는 것도 일이야.” 그나마 이 일이 ‘생업’ 수준까지는 아닌 게 이씨에게는 다행이다. “장가 안 간 막내아들이랑 살아. (막내아들의) 돈벌이가 신통찮아도 먹고는 살지. 그래도 움직일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벌어야 되니까.”

 

이씨와 마찬가지로 폐지를 모아 파는 일을 하는 장복연 할머니(71)에게도 노동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다 해진 목장갑마저도 바느질해 낄 정도로 절약이 몸에 밴 장씨 할머니에게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나이 들고 집에서 가만히 쉬면 되레 병나요. 우리 같은 노인들은 젊을 때부터 뼈 빠지게 일하는 데 이골이 나 있으니까….” 장씨의 말에서 찾을 수 있는 ‘노동을 가치있게 여기는 시각’은 일면 산업화를 이끈 힘이기도 했다.

“은퇴? 언제 몸져 누워서 갈 때 되면 그때가 은퇴지 뭘….”

마지막이 될 ‘저녁’을 준비할 시간도 없는 한국 노인들의 모습은 현실의 또 하나의 단면이자 한국 사회에 던져진 숙제였다.

 

이승만 위해 속옷 벗어던지고 논개가 됐다" 4.5 오마이뉴스

[해외리포트] 이승만과 처칠, 같은 전략 썼지만 결과는 달랐다:  김성수기자

1981년, 군대에 있을 당시 내무반 구석에서 <서부전선 이상 없다>(1929)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독일인 에리히 레마르크가 쓴 책이다. 레마르크는 이 책에서 전쟁의 참상과 무의미, 전쟁의 광기와 일상사의 문제를 한 미숙한 젊은 독일군인의 심리를 통해 묘사했다.  나 역시 전두환 군사독재 하에서 군 생활을 한 '미숙한 젊은 군인'이었기 때문인지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저자가 주인공인 한 군인의 독백을 통해 말한 아래 구절은 33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내가 이 곳(군대)에서 배운 것은 쇼펜하우어의 4권의 저서보다도 잘 손질된 단추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엔 놀랐다. 그 다음엔 분개하였다. 마지막엔 방관적인 태도에서 인간의 정신이란 것은 결국 결정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체념해 버렸다. 즉 중요한 것은 정신이 아니고 구둣솔이며, 사상이 아니고 조직이며, 자유가 아니고 훈련인 것이다."

 

나 역시 군복무 당시 상관들의 군화를 빛나게 못 닦았고 민첩하지 못하다고 밤낮 폭력에 시달린 미숙한 젊은 군인이었다. 그래서 레마르크가 막강한 폭력적인 조직의 힘 앞에서 비참하게 무너져 가는 한 젊은 군인의 생각을 묘사 한 것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하여간 이런 탄식을 했던 그 젊은 군인이 어느 날 전투에서 사망한다. 그러나 전쟁터에 끌려온 이 주인공이 전사한 날 독일군 상황보고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였다. 소우주와 같은 한 젊은이, 어느 집 귀한 아들이 전투에서 소중한 생명을 잃었지만 군 보고에는 "이상 없다"로 기록되는 이 비정상을 통해 레마르크는 전쟁의 비인간성과 광기를 고발 한 것이다.

 

 

국정원은 '조작의 대가'인 이승만의 정신적 후손

20세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기를 살아온 우리 삶도 마치 레마르크가 묘사한 광기어린 '군대'와 같이 사상과 자유보다는 훈련과 조직이 우선시되는 사회였다. 지금 조작과 위조로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국정원 감싸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박근혜 정권 역시 '광기에 둘러싸인 정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레마르크가 이 책을 쓴 지 100년이 다돼가지만, 지금도 우리사회는 증거조작으로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고도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이 미비한 비정상이 판친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우리나라 초대대통령 이승만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오늘의 국정원은 '조작의 대가', 이승만의 정신적 후손들인 것이다.

 

이승만(1875~1965)은 해방 후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우기 위해 모윤숙(1910~1990)과 미인계를 이용한다. 모윤숙은 해방공간 미군정 치하에서부터 이승만과 밀착하여 단독정부 수립에 협력한다. 모윤숙은 남한단독선거에 반대하던 인도의 메논 유엔한국위원장에게 자신의 몸을 던져, 그가 1948년 3월 12일 표결에서 남한 단독선거안에 찬성표를 던지게 만든다.

 

훗날 메논은 이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머리가 아닌 가슴에 따라 한 결정"이라며 후회했다. 모윤숙 역시 단독정부수립과 이승만을 위해 인도인 메논에게 "속옷을 벗어던지고 논개가 되었다"고 술회했다.

 

분열과 대립을 책동하는 언론의 희생양 김수임

해방공간에서 미인계정치를 거론 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김수임(1911~1950)이다. 김수임은 이승만 정권 아래서 간첩혐의로 사형당한 여성이다. 가장 큰 죄목은 1949년의 미군 철수 정보를 북한에 넘겨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950년 6월 15일 그녀는 모진 고문 끝에, 민간인 신분임에도 육군본부 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급히 총살되었다.  김수임은 모윤숙과 단짝친구였다. 그래서인지 재판 당시 모윤숙은 김수임을 적극 변호하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유는 당시 좌익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심을 부추겨 분열과 대립을 책동하는 언론 때문이었다. 김수임은 한국전쟁 직전 정치적 혼란기에 빚어진 사회적 집단 히스테리의 희생양이 되었다.

 

AP통신은 지난 2008년 8월 16일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기밀이 해제된 김수임 관련 미국측 심문기록을 바탕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승만 정권이 김수임의 연인이라고 지목한 인물인 존 베어드 당시 미 헌병사령관은 주요기밀에 접근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김수임 사건은 이승만 정권이 조작한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당시 윌리엄 라이트 미 군사고문단장도 김수임의 자백이 '물고문에 의한 것'임을 증언했다고 문서는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무려 6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종북좌파' 여론몰이와 집단 히스테리가 작동하는 우리의 비정상적인 현실이다. 그래서 자유를 찾아 탈북한 사람들이 졸지에 국정원과 같은 국가기관의 조작에 의해 간첩으로 둔갑되는 믿을 수 없는 비정상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이승만(1875~1965)과 1살 차이로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 처칠은 1933년 독일의 히틀러가 집권하자 나치 독일이 조만간 영국을 공습할 것이라며 영국공군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지만 당시 평화를 바라던 영국 정계에 의해 무시된다. 하지만 히틀러가 영국을 공격하여 처칠의 예견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고 결국 그는 영국수상에 임명된다.  1940년 5월 13일 처칠은 의회에서 "나에게는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 이외에는 내놓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연설을 한 뒤 수상에 취임한다. 그리고 6월 4일 다음과 같은 유명한 대국민 연설로 독일 폭격에 연일 시달리는 영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아준다.

 

"대가가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들은 바닷가에서 싸울 것이다. 상륙 지점에서 싸울 것이다. 들판과 시가지에서도 싸울 것이다. 구릉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들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요, 어떤 공포에서도 승리요,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승리해야 한다. 승리 없이는 생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1년, 처칠은 미국의 참전 없이는 도저히 나치독일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참전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고민에 빠진 처칠이 고안해 낸 것이 '미인계'였다.

 

미인계에 며느리를 이용한 처칠 영국 수상

1941년 처칠은 미국의 참전을 유도하고자 루스벨트 대통령 측근이자 미국의 유럽 특사 에브럴 해리만(1891~1986)에게 자신의 며느리 파멜라 처칠(1920~1997)을 접근시킨다. 처칠은 해리만을 런던 도체스터 호텔의 만찬에 초대하면서 며느리 파멜라와 동행한다. 만찬 진행 중 갑자기 독일공습이 시작되었다. 파멜라에게 한눈에 반한 해리만은 지하벙커로 피난 가는 대신 자신의 방으로 그녀를 초대한다. 처칠의 계산대로 된 것이다. 결국 해리만과 파멜라는 런던 공습 중에 사랑을 나누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 후 처칠은 며느리 파멜라를 이용해 수시로 미국에 대한 고급정보를 빼내고 결국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한다.  한편 1942년 봄,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휴가차 집에 돌아온 처칠 수상의 아들 란돌프(1911~1968)는 아내의 불륜과 그 불륜을 아버지 처칠 수상이 사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란돌프는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아버지 처칠과도 평생 소원해 진다.

 

 

                                                                  ▲ 지난 1997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프랑스주재 미국대사 파멜라 해리먼 ⓒ위키피디아

 

이후 파멜라 처칠은 당시 영국 특파원이었던 미국 언론인 애드워드 머로(1908~1965)와도 가깝게 지내기 시작해 1943년에는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머로는 미국의 방송기자로 2차대전 당시 현장 라디오 뉴스를 진행해 수 백 만 명의 청취자를 거느렸던 앵커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의 영국 본토 항공전을 중계한 그의 방송은 실로 대단했다. 머로는 2차 대전 초기 독일공군의 야간공습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마이크를 들고 건물 옥상 위에 올라가 공습상황을 라디오로 생중계했다. 이 현장중계는 2차 대전 참전에 부정적이던 미국 내 여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한편 파멜라 처칠은 195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고 2차 대전 당시 연인이었던 에브럴 해리만과 1970년 결혼한다. 1971년 미국시민으로 귀화한 그녀는 민주당에서 정치적 대모로 활약한다. 그녀는 1981년 무명의 빌 클린턴을 만나 그의 잠재성을 알아보고 이후 클린턴을 대통령에 당선 시키는데 큰 공적을 세운다. 그래서 파멜라는 '빌 클린턴의 엄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파멜라 덕에 대통령에 당선된 클린턴은 파멜라를 프랑스 대사로 임명한다. 1997년 파멜라가 급작스레 사망하자 클린턴은 대통령 전용기를 프랑스로 보내 파멜라의 시신을 미국으로 모셔온 후 국장으로 예우를 갖춘다. 1997년 장례식장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그녀(파멜라)가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그녀의 역할에 찬사를 표했다.

 

'조작의 대가' 이승만과 '가장 위대한 영국인' 처칠

나라가 전쟁의 광기에 빠지고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때 이승만과 처칠은 둘 다 미인계를 이용해 난국을 극복하고자 했다. 그 와중에 이승만은 자신을 위해 몸 바쳐 일하던 김수임을 냉혹하게 처형했다. 반면 처칠은 자기 며느리를 도구로 삼아 2차 대전의 참전을 꺼리던 미국의 참전을 유도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히틀러를 패망시키고 2차 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끌었다. 국가의 존망과 안녕을 위해 며느리를 이용하고 자기 아들의 가정을 파괴한 처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참고로 지난 2002년 10월 영국 방송은 영국인 1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여론조사를 벌여 '위대한 영국인 Great Britons' 100명을 선정했다. 그 중 윈스턴 처칠은 전체 응답자의 28.1%의 지지를 얻으며 '가장 위대한 영국인' 1위에 올랐다.

 

노래출처: 다음블로그 음악과 여행

 

Citizen Jane - Sweet Billie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에게 바치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