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시사2판4판 3.17 -3.11
프레시안 3.14 경향 장도리 314~313
3.14 경향-한겨레
313 한국-한겨레
313 내일-국제
313 경향 312 한국
312 헌겨레-내일
312 경향-국제'
3.11 한겨레 -한국
3.11 내일-국제
3.11 경향-3.10 한국
3.10 한겨레-내일
3.10 경향 3.9 국제
농업을 이리 괄시하다니...타이어 먹고 살 건가? 314 오마이뉴스
[주장] '한-캐나다 FTA' 타결을 바라보는 한 농민의 시각
"내가 낸 세금으로 '미국쇠고기 많이 드세요' 신문광고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뭘. 새삼스럽지도 않어."
지난 11일, 한-캐나다 FTA 협상이 타결되었단다. 고추밭 지주대를 뽑으면서 라디오 뉴스를 듣다가 국정원 작품인가 싶었다. 국가간 무역협정 타결 소식이 꼭 '간첩 일망타진' 뉴스처럼 뜬금없고 난데없었다. 언제 협상을 하긴 했어?
그런데 "... 타결되었습니다"를 끝으로 다른 뉴스로 휙 넘어간다. 아니 그러니까 어떤 내용으로 협상이 타결되었는지를 알려달라고. 내용은 알려주지 않고 타결되었단 소식만 마지못해 알려준 걸로 봐서는 내용이야 안 봐도 알만한 일이네. 요즘 방송 꼬락서니 하고는.
인터넷으로 찾아본 타결 내용은 역시나. 자동차 한 대 더 팔자고 소 시장 내주자네. 허 참. 허허 참. 도민준과 천송이의 러브스토리가 몽땅 꿈이었대도 이것보다는 덜 진부하겠다. 어쩌면 이렇게 진부하고 고루하고 천편일률이람. 창조경제는 뒀다 국 끓여 먹겠네.
한-칠레, 한-미, 한-EU, 한-호주 그간 타결된 모든 FTA의 내용은 딱 하나다. '농업 시장을 내줄 테니 자동차와 휴대폰 시장을 다오.' 그렇게 내주고도 아직 내줄 농업 시장이 남아 있었어? 협상 테이블에 내가 앉았어도 별 문제는 없었겠네. 여태의 협상내용을 '복사하기', '붙여넣기'만 하면 되는 걸 뭘. 영어를 못하잖냐고? 광우병 사태 때 보니 구글 번역기를 돌려도 그것보단 낫겠더만.
한우만 20년 키운 형님, FTA 타결 소식에 심드렁
심드렁하기는 한우만 20년 키운 동네 형님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새삼스러울 게 뭐 있어. 캐나다나 미국이나 호주나 물 건너오기는 매 일반이지. 미국 쇠고기에 단풍 스티커 한 장 붙여 들여온다 생각하면 되지 뭐."
"시장 점유율 높이려고 호주 쇠고기보다 싸게 팔 거라던데요?"
"까짓것 망하기 밖에 더해. 정부에서도 망해라 망해라 '폐업지원금'까지 주는 마당에. '따거'들 아니었으면 진작 망했어."
중국의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 저등급 쇠고기의 블랙홀이 되고 있단다. 수입 쇠고기 가격이 돼지고기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는 것은 오로지 중국에서 엄청나게 '드시는' 덕분. '폐업지원금'은 이런 쇠고기 시장의 환경변화에 버티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은 축산업자가 폐업을 하는 경우 정부에서 주는 '폐업보상금'을 일컫는 말. 그런데 형님은 '폐업보상'이 아니라 '폐업지원'이라신다. 담배를 꺼내 물고 하시는 말씀인즉. 정부가 말하는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은 품질도 아니고 유통구조 개선도 아니고 마케팅도 아닌 '규모'다. 규모는 곧 자본. 닭의 사례가 있다. 집집마다 서너 마리씩, 많으면 열댓마리씩 기르던 닭은 이제 농가에서 사라졌다. 남은 건 하림과 마니커의 닭 뿐. 돼지도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고 소도 곧 사라질 것이다.
'번식노동, 비육자본'이란 말이 있다. 송아지 생산을 주로 하는 축산농가에선 노동력이 필요하고 그 송아지를 사들여 살 찌운 후 고기소로 출하하는 축산농가에선 자본이 필요하다는 이 단순한 업계용어는 '비육불패' 네 글자로 수렴된다. 소값 파동이 반복될 때면 가장 먼저 송아지값이 떨어지는데 노동력을 밑천으로 송아지를 생산하는 축산농가는 대부분 영세하므로 당연히 파산. 비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축산농가는 이때 싸진 송아지를 사들여 파동이 지난 뒤에 출하하므로 이익 급증. 결론적으로 자본이 영세 축산농에게 피해를 전가시키면서 더 큰 자본 축적.
쇠고기 등급판정 의무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뿐
결국 정부가 말하는 규모의 경쟁력이란 영세 축산농의 피해가 크면 클수록 더 커지는 것이니 만큼 정부입장에선 폐업을 '지원'하고 '후원'하고 '응원'해야지. '보상'이 아니라. 끊었던 담배를 형님더러 달랠 뻔했다. 수의사 친구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캐나다 FTA 타결이 소를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의 밥벌이에 미치는 영향은?"
"구제역만 하겠냐. 망할 농가들은 진작 다 망했는데. 왜? 캐나다 소에 우황 들었대?"
역시나 시큰둥한 반응. 아니, 그래도 저나 나나 FTA의 직접적인 피해 국민인데.
"국내 동물의료시장도 개방하라고 청원 넣어주랴?"
"쇠고기 등급제나 고치라 그래라."
쇠고기의 등급판정을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도축되는 모든 쇠고기의 마블링을 국가가 쳐다보고 있다 생각하면 참 가관인데 이 마블링에 따른 등급체계 자체가 거대한 사기시스템.
미국에서 옥수수가 남아돈다. 소에게 먹인다. 쇠고기에 마블링이 생긴다. 기름기가 많아 소비자들이 안 좋아한다. 마블링을 기준으로 등급제를 만들고 좋은 고기라고 홍보한다. 이 시스템이 일본을 거쳐 수입된다. 마블링이 좋은 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옥수수 사료를 먹여야 한다. 마블링 생성 기간으로 인해 비육기간이 늘어난다. 생산기간과 비용은 점차 증가하지만 높은 등급은 오로지 마블링에 달려있으므로 비싼 옥수수를 더 많이 먹인다. 영세 축산농은 이 시스템을 감당하지 못한다.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된다.
더 문제인 것은 옥수수 사료로 인해 축산업은 점점 더 국제 곡물시장에 깊이 예속되어 간다는 점. 어느 날 옥수수 가격이 폭등한다면 국내 쇠고기 값도 같이 폭등하게 된다. 그 사이 목초지에서 풀 먹고 자란 호주산 쇠고기가 시장을 점령하고. 카길 좋고 호주 좋고. 풀 먹고 자란 건강한 소니까 국민 건강에는 좋겠구나. 지화자.
배추밭 갈아엎는 심정 저절로 이해됐다
혹시나 싶어 이 형님, 저 아재께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한-캐나다 FTA? 새삼스럽게 뭘. 언제 정부가 농민편이었다고. 한-중국 FTA 아닌 것만 다행이지. 한-중국도 협상 시작했다지. 다 같이 망할 날이 멀지 않았구만. 농민들을 구덩이 파고 묻은 자리에 자동차 공장 세워서 오늘은 타이어 뜯어 먹고 내일은 깜빡이 뜯어먹고 그렇게 살 테지. 에헤라.
농민을 위한 정부가 아닌 것은 귀농 첫 해 알아버렸다. 짜장 한 그릇 5000원. 고추 한 근 4500원. 고추 국내 자급률이 절반도 안되면서 중국산 수입 막을 생각은 코딱지 만큼도 안하고 태풍이 없어 풍년이니 값이야 당연히 떨어지는 것이 맞다고, 누구 코에 붙일 지도 모를 수매물량을 할당하면서 생색 내던 걸 생각하면 배추밭을 갈아엎는 심정이 저절로 이해되었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 사탕발림이고 당의정인 걸 뻔히 알지만 당장의 정부보조금이 아쉬워서 거름 보조금 도장 찍으러 가는데 봄바람에 펄럭이는 플래카드 한장. '농업은 6차 산업. 농민이 미래입니다.' 1차 농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을 더하나 곱하나 6차이니 농업은 6차 산업이란 얘기. 생각해보니 농사 짓고 도시민들에게 농촌관광까지 시키자면 6차 산업 아니고는 안되겠구나, 거 참 표어 한번 그럴 듯하네, 싶다가 울컥 치미는 분노.
농민이야 애시당초 국민 취급 안 당했지만 좀 어지간히 하자. 먹고 살게는 해줘야지. 기어이 농민들을 재벌이 운영하는 축산법인의 소똥 치우는 비정규직을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래야 만족하겠냐고.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제발. 적당히 말이다. 이 자식들아!!
어르신들은 종편을 좋아해? 311 주간경향
ㆍ보수층 대변하는 시사프로 즐겨 시청… 지상파에는 중장년층 볼 만한 프로 없다는 것도 이유
북한의 남침 땅굴 연구자인 김진철 목사(50)는 서울 종묘공원에서 8년째 안보강연을 하고 있다. 그의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주로 60~70대 남성 노인들이다. 김 목사는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 내용을 토대로 질문해오는 노인들이 많다고 했다. “우리의 국가안보가 소중한데 종편에서 시간을 할애해서 국방과 안보에 관한 방송을 많이 해준다. 그것이 마음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하더라. 지상파에서도 북한 인권문제나 남침 땅굴 문제를 좀 더 과감히 다뤄야 한다.” 김 목사는 “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알고 느끼는 사람들이 종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 종편에서 하는 드라마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사 프로그램이랑 보도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노인층은 종편의 주시청층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의 지난 1년간 세대별 시청률 기록을 보면 60대 이상 연령층의 종편 시청률은 평균 종편 시청률의 2.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은 압도적으로 시사·보도 부문의 비율이 높다.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오후 시간대를 거의 다 시사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내용을 내보내고 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배모씨(61) 역시 종편의 보수적인 측면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상파 방송도 보수화됐다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지상파는 너무 얌전하고 우리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배씨는 종편의 ‘흥분 저널리즘’의 지지자로 보였다. 배씨는 ‘흥분 앵커’로 알려진 TV조선의 엄성섭 앵커를 “시원하다”고 평가했다.
60대 이상 종편 시청률이 훨씬 높아
종편의 대주주가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보수 신문사라는 점에서 종편의 보수 편향은 예측된 것이었다. 하지만 종편 소비층들은 종편의 보수성만 가지고 종편을 보는 것은 아니다. 지상파 방송이나 인기 케이블 채널 중 자신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다는 소외감도 이들을 종편으로 이끈 요인 중 하나다.
배씨는 TV조선의 ‘대찬인생’을 주로 보는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박미선씨가 진행하는 ‘대찬인생’에는 1970~80년대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의 삶의 역정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의 20~30대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몇 달 전에 동창회를 갔는데 ‘대찬인생’ 이야기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라면 최소한 이름은 알 만한 사람들이 자주 나온다. MBC에는 젊은 연예인들만 나오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데 사실 우리 취향은 아니지 않나.”
권오형 TV조선 심의실장도 과거 토론회에서 자신들이 노년층을 대변하는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바 있다. 권 실장은 지난해 11월 방통위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시청자의 50~60대 편중 문제는 엄연한 사실”이라면서도 “50~60대를 대변하는 방송이 하나 생겼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인가”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또 “중장년층은 지금껏 방송에서 소외됐다. 지상파는 이 분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해왔다”며 나이든 계층을 겨냥한 종편의 편성전략이 사실상 의도된 것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종편은 이미 ‘궤도’에 올라선 모습이다. 전국의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한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종편의 합계 시청률이 4%를 돌파해 평균 1%를 넘었다. 지난해 7월부터는 4개 채널 모두 평균 시청률 1%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11월부터는 합계 평균 시청률이 5%를 돌파했다.
종편에 비판적인 학자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종편 토크쇼 프로그램 중 볼 만한 것들이 생겨나는 등 종편이 이젠 궤도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고연령층 사이에서는 종편 채널이 상당히 홍보가 됐다”고 분석했다.
종편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고, 고령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노년층의 대부분이 종편을 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편을 가장 선호하는 60대의 경우 25.8%가 방송 뉴스를 주로 종편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이 연령층은 KBS 다음으로 TV조선의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직은 종편을 보는 사람보다는 안 보는 사람이 뉴스만 한정해 봐도 3배가량 많다.
“정부 홍보 방송 같아서 잘 안 본다”
신의주 출신의 실향민인 김병국씨(81)는 ‘노인은 종편을 좋아한다’는 말이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든 사람들도 조금만 세상물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면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만들어줬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종편 방송 뉴스의 태반이 여당을 옹호하는 내용이고, 특히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는 정부 홍보방송 같아서 잘 안 본다. 가끔 jtbc 뉴스만 본다”고 말했다.
올해 72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모씨는 노년층의 종편 선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얼마 전까지 회사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힘들어서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을 빼면 오후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 TV를 본다. 집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상파에서는 연극이나 국악 공연을 틀어주는데 솔직히 종편에서 하는 정치토크보다 재미가 없다.”
김병국씨는 박근혜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종편을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다. 김씨는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탈북 여성들이 출연하는 토크쇼)를 이따금씩 본다고 한다. 고향 신의주 소식은 많이 없지만 얼마 전까지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한다.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은 김씨는 현재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지역신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젊은 사람들도 노년층에 대한 편견을 거둬주길 당부했다. “일 때문에 혼자 사는 60~70대를 만날 일들이 많다. 대부분이 종편은커녕 TV를 볼 일도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박근혜를 지지하고, 생각이 막힌 사람들이라고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종편 단골 출연자이자 종편의 편성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종편의 보수적인 색채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종편에서 타깃 마케팅 차원에서 어르신들을 위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고, 프로그램 패널진도 보수적이고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종편이 노년층을 넘어 40~50대 주부들로 타깃층을 넓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최 평론가는 MBN의 ‘황금알’과 TV조선의 ‘여우야’를 꼽았다.
그는 jtbc의 경우 손석희 뉴스를 시작으로 20~30대에게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봤다. 실제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도 30대의 7%가량이 손석희의 jtbc 뉴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언론학자의 절반과 시민의 27.9%는 종편의 정치편향을 최대 문제점으로 꼽았다. 종편이 ‘1% 시청률’을 넘어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사회 전체적인 보수화가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섞인 결과다. 다만 김경환 교수는 “현재까지 종편은 원래 보수 성향인 사람들끼리 돌려보는 수준으로, 새로운 여론층이 발굴됐다고 볼 순 없다”며 종편 시청률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는 이 손 안에”…종편 ‘편파 토크’ 극성313 한겨레
통합신당 발표 안철수에 “초딩” “불륜” “새철수” 조롱
박대통령엔 “레이저 눈빛 따뜻”…패널 절대다수 친여
대선 때 노골적 편파 방송을 한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야권 깎아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재승인 심사가 진행 중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 등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은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을 발표한 뒤 부정적 평가를 강조하면서 안철수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티브이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는 10일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이 패널로 나와 “이번에 통합신당 한다고 했는데 주가가 거의 안 올라갔잖아요? 통합신당을 한 것이 쩐들(주식투자자들)에게는 별로 신통치 않다고 본 것이죠”라고 발언했다. 안 의원이 만든 안랩의 주가까지 거론하며 통합의 의미를 폄하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 진행자는 3일에도 “간만 본다고 간철수라는 별명을 들었던 안철수 의원이 이제는 이 당 저 당 날아다닌다고 새철수 이런 별명이 붙는다고 한다”며 안 의원을 조롱했다. 5일과 6일에도 “초딩 같은 어휘를 많이 쓴다”, “대학 졸업하고 나서 단 한 번도 무엇을 끝내 본 적이 없다”는 등 출연진의 안 의원에 대한 비아냥이 이어졌다.
채널에이의 <이언경의 직언직설>은 통합신당을 “불륜·내통한 사이”로 희화화하는 발언을 내보냈고, 같은 방송의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는 “안 의원이 새 정치를 한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완전히 새 됐다”는 표현이 방송됐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레이저 눈빛이지만 따듯”(<이언경의 직언직설>)하다던 발언을 하던 때와 대조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가 만든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이들의 패널 구성도 편파적이라고 지적했다. 감시단이 3월3~7일 모니터한 티브이조선의 <김광일의 신통방통>·<돌아온 저격수다>와 채널에이의 <이언경의 직언직설>·<박종진의 쾌도난마> 등 4개 프로그램에 모두 84명의 패널이 출연했는데, 이들 가운데 정치 이슈를 다룬 69명 중 57명이 ‘친정부·여당’ 패널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종편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심사는 10일부터 본격화됐다. 심사위원장인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를 포함해 15명의 심사위원단은 여·야 추천 12 대 3으로 꾸려져 출발부터 공정한 심사 결과가 나올지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희완 민언련 사무처장은 “조·중·동 종편들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 위기라고 느끼면 보도가 달라지겠지만 이미 재승인을 받을 것으로 판단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유리한 보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우성 사건, 대선 부정 덮으려 국정원이 조작" 3.14 프레시안
[간첩, 상상과 실제 ④]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 위원장 최병모 변호사
간첩.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 중 하나다. 간첩이라는 말은 세 겹의 공포를 딛고 서 있다. 간첩에 의해 삶이 파괴될 수 있다는 공포, 내가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내가 옹호하는 사람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상존한다. 탈북 화교 유우성 씨에 대한 간첩 조작 사태를 계기로, <프레시안>은 앞서 3회에 걸쳐 대한민국에서 간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간첩 조작극을 통해 드러난 바는 명료하다. 간첩은 국가 권력의 어떤 필요에 의해 철저히 기획·가공될 수 있다는 점, 이 조작극을 위해 국정원과 검찰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명료하다.
최병모 변호사는 지금이야말로 대공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한 국가정보원 개혁, 독립 수사전담기구 신설을 중심으로 한 검찰 개혁 등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그간 ‘조봉암 사건’을 52년 만에 무죄 판결로 이끌어내는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뚝심 있게 파헤쳐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 구성원이기도 한 그는 특히 이번 유우성 씨 사건이 현 정권의 정통성 상실과 연관이 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권의 핵인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 대두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양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간첩, 상상과 실제]
① 대한민국에서 간첩은 어떻게 조작돼 왔나
② "30년 걸려 벗은 간첩 누명, 유우성은 운 좋다"
③ '8살 꼬마'가 조총련 부장?…영사증명서 조작의 실체
④ "유우성 사건, 선거 부정 덮으려 국정원이 조작"
"중정 후신 국정원, ‘박정희 딸’ 돕는 게 당연"
프레시안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증거 조작 사건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최병모 : 한 마디로 '조작 간첩 사건'이다. 조작 간첩 사건은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았다. 정권마다 위기 국면 조성을 위해서 국민을 희생시켰다. 민주화의 결과로 1990년대 이후로는 간첩 조작 사건이 많이 줄었지만, 결국 이번 정부 들어서 또 등장했다. 이번 유우성 씨 사건의 경우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상실과 연관이 깊다. 선거 부정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선거 부정행위를 덮기 위해 국정원이 사건을 만든 것으로 보아야 한단 얘기다.
박 대통령은 거의 20년 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 곁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정권을 장악해서 강압 통치를 하고, 그 사이에 10월 유신과 암살을 당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자신의 본보기가 아버지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과하거나 객관적으로 논평한 적이 없다. 국정원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집권은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만든 주체의 딸이 집권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박정희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같은 성격의 정권이라고 믿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박근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앞장서서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모든 간첩 사건이 조작인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간첩이 실제로 존재하기도 했다.
최병모 : 박정희 정권까지는 김신조 사건 같은 실제 간첩 사건이 꽤 있었다. 북한이 1980년대 전까진 적화통일 목표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적화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 북한이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북한이 사회주의 성공사례로 선전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들어서면서 남북 간 경제력이 뒤집어졌다. 1980년 북한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제안했다. 남과 북이 각자 다른 체제를 유지하면서 상호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연방제 형태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력으로는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거의 포기하면서 더불어 1980년 이후 북한의 남파간첩도 줄었다. 그런데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중항쟁을 거치면서 전두환 정권이 집권했다. 그러면서 다시 간첩 사건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 사건들 대부분이 위기 조성차원에서 만들어진 조작 간첩 사건들이었다.
"안기부, 변호사·피의자 가족한테 '간첩 도와주는 거냐' 협박"
프레시안 : 말씀하셨듯, 과거에도 조작 간첩 사건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재판 도중에 조작 사실이 밝혀져서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조차 사실상 시인한 전례는 없었다.
최병모 : 없었던 게 당연하다. 옛날엔 재판에서 변호사가 정상적으로 변론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1970년대 유신 때나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는 변호사가 변론하려고 하면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불러서 "너 변호사 계속 할래"라고 했다. 변호사 일을 계속하고 싶으면 변론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하는 피의자 가족들도 불렀다. "너희 가족까지도 수사 대상이다", "간첩 도와주려고 하는 거냐"라면서 협박을 했다.
제가 1980년대부터 맡았던 제주도 강희철 씨 사건이 그렇다. 강 씨는 어렸을 적 일본에 밀항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쪽 고등학교인 대판조선고급학교(조고)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불심검문을 받아 22살 무렵 한국에 강제송환됐다. 당시 강 씨가 군 보안대의 강압 수사 과정에서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을 했는데, 그 내용이 보안대 수사관이 웃어버릴 정도로 완전 엉터리였다. 그래서 보안대에서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강 씨를 석방했다. 그러다가 6~7년 지난 뒤 다시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84일간을 영장 없이 얻어맞고 감금당하고 결국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그 당시 재판받을 때, 일본에 사는 강 씨의 고모들이 한국에 와서 변호사 선임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보기관에서 "너희도 간첩이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간첩죄로 조사하겠다"라고 해서 친척들이 겁을 먹고 변호사 선임을 못 했다.
프레시안 : 유우성 씨의 경우 탈북 화교 신분으로 북한에 한 번 갔다 온 기록이 있어 증거를 조작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1심 재판부에서 무죄 선고가 났다.
최병모 : 과거에도 똑같은 수법이었다. 심지어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간첩 후보 명단까지 뽑아놨었다고 한다. 친척이 일본에 있는 사람, 특히 그중 친척이 조총련계에 있는 사람. 일본 다녀온 경력 있는 사람, 일본 다녀온 사람을 만난 적 있는 사람 등. 그렇게 10~20명 목록을 만들어 놨다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하나씩 간첩 사건을 만들었다. 강희철 사건에서, 검찰은 강 씨의 간첩 증거로 그의 형이 일본에서 보내 준 녹음기와 사진을 냈었다. 사진 뒷면을 통해 정보가 오갔다느니, 녹음기가 간첩하기 위한 도구였다느니 하는 주장이었다. 그런 허술한 증거들을 가지고 재판을 했다.
과거에는 조총련 계 재일교포 사회가 있어 재일교포들이 주로 간첩 사건의 타깃이 됐다. 그러다가 이제는 탈북자 쪽이 더 조작하기 쉬우니 국정원에서 중국 쪽에 살던 사람을 찾았고, 유우성 씨가 운 나쁘게 걸렸다.
프레시안 : 과거 재일교포 간첩 사건을 보면 검찰이 간첩 증거로 영사증명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누가 영사증명서에 도장을 찍었는지도 모르고, 담당 영사라는 사람들도 신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최병모 : 예전엔 영사증명서를 증거로 많이 냈다. 그런데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영사증명서가 재판부로 제출돼도 재판부가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았다. 강희철 사건의 경우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영사증명서에 분명히 피고인이 무죄라는 증거가 있는데 무죄 정황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었다.
강 씨가 조고에 다닐 때 그 학교 서무과에 조총련계 간부가 근무했었다. 그리고 강 씨는 그 간부의 사촌 동생과 동급생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강 씨가 그 간부를 통해 지령을 받아 북한에 다녀왔다는 내용으로 기소를 했다. 강 씨 동급생의 사촌 형이자 조총련계 간부였던 사람은 강 씨가 조고를 졸업한 직후 조총련계에서 탈퇴해서 조련과 끊임없이 싸우고, 조총련 본부 앞에서 조총련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다가 행방불명이 됐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영사증명서에 그대로 기록돼있었다. 판사가 영사증명서만 제대로 봤어도 앞뒤가 안 맞는 내용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그냥 넘어갔다. 판사가 제대로 볼 노력조차 안 했는지, 아니면 그것을 보고도 유죄 판결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국정원, 증거 재판주의 개념 없다"
프레시안 : 국정원 협력자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측으로부터 증거 조작 요구를 받은 사실을 실토했고, 국정원도 사실상 문서 조작을 인정했다. 사실상 사건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최병모 : 당연히 무죄가 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무죄가 나야 맞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유무죄 여부를 떠나 유우성 씨가 간첩일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병모 :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유무죄를 떠나서 간첩일 수 있다니, 그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인가? 특히나 여당 쪽에서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증거 재판주의(소송법상 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 편집자)를 완전히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다. 그간 얼마나 반공 이데올로기가 국민들을 옥죄어 왔으면, 그런 얘기를 하는 게 당당하고 통찰력 있는 발언인 것처럼 취급되는지 황당하다.
과거 어떤 여당 중진 간부는 '간첩은 고문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문을 하면 사건이 조작될 수밖에 없다. 유우성 씨 경우도 국정원에서 여동생을 데려다가 허위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가혹 행위를 한 것 아닌가. 영장 없이 6개월씩 감금했던 것 자체가 가혹행위이고 고문이다. 헌법에선 미란다 원칙(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원칙. 편집자)을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변호사 선임이 자비로 어려울 경우 국가가 선임해 주도록 돼 있다. 미란다 원칙을 위배했다면, 그 이후 나온 진술은 모두 무효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국정원은 그런 식으로 영장주의, 증거 재판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갖고 비대해지니 검찰도 망가진다"
프레시안 :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병모 : 방금 말했듯 국정원은 영장주의, 증거 재판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는 기구다. 그래서 수사를 하면 안 된다. 정보기관이 수사권 갖고 있는 나라가 우리밖에 없다. 미국 CIA나 이스라엘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은 숨어서 활동하지, 대놓고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 정보기관은 정보를 필요하면 만들어내기도 하고, 역정보 활동을 하기도 한다. 외국 나가서 자기들이 작전 수행하려면 정보를 일부러 만든다. 정보를 만들어내는 자들이 수사하게 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 기구 자체를 축소해서 외교부 밑에 대외정보처 정도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강대국도 아니고, 분단 상황에서 정보기관에 거대권력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 대외정보처 수준으로 해서 완벽하게 대외정보에 대해서만 처리하게 하고, 국내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알아서 하게 해야 한다. 국가 정보기관이 비대해지니까 검찰까지도 예속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대공수사권 폐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못했다.
최병모 : 그 부분은 아주 잘못한 일이다. 두 정부 모두 전혀 개혁을 못했다. 그리고 이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니 이 지경이 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유우성 씨가 '성명불상자'의 수사기관 담당자를 상대로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이 수사하게 되는 건가.
최병모 : 모든 경찰의 수사권에 대해선 검사가 지휘감독을 하게 돼있다. 국정원도 수사에 관해선 검찰의 지휘감독 받게 돼 있다. 당연히 검찰이 국정원을 수사해야 하는 게 맞다.
프레시안 : 검찰도 이번 사건의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닌가.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맞나.
최병모 : 물론 검찰도 조작에 대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알면서도 재판부에 증거라고 제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도 국정원과 더불어 공범이다. 검찰이 조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변에서는 특검을 이야기하는 거다. 물론 특검도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다른 수단이 없다. 특검이라도 해야 한다.
사실 국가권력이 이런 식으로 상층부에서부터 부패, 왜곡을 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진상을 밝힐 방법이 없다. 근본적으로는 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독립된 공직자 수사전담기구가 생길 필요가 있다. 그런 기구를 제5의 독립부서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선거 부정부터 유우성 사태까지… 박근혜, 소환 사유 많다"
프레시안 : 국보법 자체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지는 것 같다.
최병모 : 사실 유우성 사건에서 국보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이건 조작 사건이다. 조작 가담자들은 국보법상 무고, 날조죄 혐의로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어쨌거나 간첩 사건이 조작되는 걸 보니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형법에는 반란죄처럼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다. 그런데도 굳이 국보법이 따로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보법 7조 때문이다.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 변란을 선정·선동한 자를 처벌'(1항)하고,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소지한 자를 처벌'(5항)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들에 나온 개념들 자체가 워낙 불명확하고, 내용도 추상적이다. 영화 <변호인>에서도 나왔듯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국보법 위반이라고 했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을 보자. 이석기가 혁명동지가를 불렀다고 북한을 찬양했다는 건데, 사실 혁명동지가는 우리나라 작곡가가 쓴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반독재 투쟁하면서 데모할 때마다 다 같이 부르던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찬양·고무'라고 한다면, 옛날과 달라진 게 뭔가. 이적표현물 목록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같은 책 몇 권 정도가 빠진 것 말고는 과거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프레시안 : 민변에서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위'를 이끌고 계신다. 현 정부에서 민주주의 수준이 어떻다고 보나.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박 대통령이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최병모 :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다. 정권 시작과 함께 터진 대선 부정 사태부터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대의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거에 부정이 생겼다면, 대의 민주정은 근본부터 깨진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당시 일어난 선거 부정은 민주주의 위기라고 판단했고, 거기서 파생된 게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청구 조치라고 본다. 이석기 사건의 유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당의 정당정책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해산 청구를 한 것 자체가 민주주의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태도라고 본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라고 본다.
일단 정부가 부정 선거 사태의 전말부터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무조건 덮고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대의정치 체제 아래서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해서 임기 동안은 무슨 짓을 하든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선출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국민과 대화하고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대의정치의 기본 틀이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한 게 주민소환제다. 뽑은 이유도 특정하지 않기 때문에 끌어내릴 때도 특별한 이유가 필요치 않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소환할 수 없게 돼 있다. 만약 대통령도 소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박 대통령은 소환 사유가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지금 벌어지는 사태들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끝>
박근혜 '흑기사' 떠나보내는 <조선>, 눈물겹다 312 오마이뉴스
사설에서 '남재준 사퇴가 순리'... 지방선거 승리에 걸림돌?
남재준 국정원장은 과연 자진사퇴할 것인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유감' 발언 이후 보수언론은 사설을 통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도 남재준 해임당위론을 펼치고 있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국정원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정몽준 의원은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에 국정원(개혁)을 전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사실 확인이 되는 대로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전 회의에서도 그렇게 얘기했다"면서 남재준 원장의 사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 사과문 '대독'한 박 대통령
여론의 흐름에 민감한 보수언론이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동아일보>는 11일 치 사설 '박 대통령, 남재준 국정원장 문책하고 국정원 개혁하라'를 통해 "국기(國紀)가 흔들리는 상황에 남재준 국정원장이 침묵만 지키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 남 원장 등 수뇌부가 증거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 남 원장의 문책을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11일 치 사설 '남재준 국정원, 철저한 쇄신 불가피하다'에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국가정보기관이 연루된 증거 조작 사건을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본다"면서 박 대통령 발언에 동의를 표시한 뒤 남 원장의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함으로써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존 국정원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던 이들 보수언론의 모습은 3월 10일을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이들의 변신은 화끈했다. 직전의 주장과 달리 국정원의 전면적 '쇄신'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 목소리로 남재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0일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국정원 증거조작 논란 유감'을 표명한 날이다. 그 전날인 9일에는 국정원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국정원 사과성명 발표→ 박 대통령 유감 표명'으로 이어진 이후부터 보수언론에서 갑작스레 남 원장 자진사퇴 촉구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유감'을 잘못 해석한 듯하다. 왜냐하면 10일 박 대통령의 국정원 관련 발언은 전날 발표된 국정원 '사과 성명'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문구를 보면 전날 나온 국정원 사과성명을 다음 날 아침 대통령이 '대독'한 수준이다.
먼저 10일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회의 자리에서의 국정원 관련 발언을 살펴보자. 3월 10일 회의에서 대통령 모두발언은 8분 10초간 진행됐고, 국정원 발언은 2분 14초부터 2분 54초까지 40초 동안 이뤄졌다. 전문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시 공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서 증거자료의 위조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일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정확히 밝혀서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입니다." (3월 10일 수석비서관 회의 국정원 관련 발언 전문)
이어서 전날인 9일 저녁 국정원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성명 내용을 보자. 앞 부분에는 증거조작 논란이 발생하게 된 경위가 자세히 설명돼 있으며, 논란에 대한 사과 및 국정원의 다짐은 사과 성명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그 마지막 부분을 보면 아래와 같다.
"현재 이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저희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국정원은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습니다." (3월 9일 국정원 발표 '대국민 사과성명' 중)
박 대통령 발언과 국정원 사과성명에서 사용한 단어가 매우 유사하다. 논리 전개도 '유감이다→ 논란의 실체를 밝혀 진실을 규명하겠다→ 수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을 묻겠다'로 동일하다.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표현도 양쪽에 동일하게 들어가 있다. 그래서인지 10일 오후 검찰은 갑작스럽게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남재준 '자진사퇴'를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조선>
보수언론 중 가장 먼저 '남재준 사퇴' 주장을 편 것은 <조선일보>다. 이 신문은 10일 치 사설 '남재준 국정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를 통해 남 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제목은 책임지라는 내용이지만 논리 전개가 묘하다. 잘못했으니까 알아서 그만두라는 전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설로서는 이례적으로 '신념'에 대한 일장 연설이 나온다. 남 원장의 '과잉 신념'이 왜 문제인지를 설명하고 난 뒤 '국정원장의 과잉 신념은 국가의 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고 거취를 결정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호되게 꾸짖어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실제 '남재준 국정원'은 북한 장성택 숙청 사실을 포착하고,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실을 적발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면서 남 원장 재직 중 치적을 열거한 뒤 "지금 남 원장의 국가 안보에 대한 신념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긍정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이어 '신념'에 대한 대목이 자세히 등장한다. 사설은 "그러나 '신념'이란 합리적 판단과 엄격한 자기 통제라는 다른 수레바퀴와 함께 굴러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과잉 신념은 반드시 큰 화(禍)를 부르게 돼 있다"면서 "국정원장의 과잉 신념은 국가의 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정원 증거 위조 논란이 마치 국정원장의 과잉 신념 때문인 것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조선일보>는 "이번 증거 위조 파문도 국정원 지휘부의 간첩 색출 신념에 자극받은 수사팀이 적법(適法) 절차의 철칙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의도성이 없었음을 대변한다. 그리고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남 국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순리'(順理)라는 말과 함께.
송년회 때 '양양가' 떼창한 남재준, 과연 물러날까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남재준의 국정원에 신세를 톡톡히 졌다. 취임 첫해 '부정선거' 여론이 거셀 때면 국정원은 어김없이 등장해 해결사 노릇을 하고는 사라졌다. '무명의 헌신' 역할에 충실했다. 지난해 검찰(당시 검찰총장 채동욱)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김용판 등을 기소해 여론이 악화되자 국정원은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NLL 대화록'을 전격 공개, 여론을 전환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검찰의 기소시점은 지난해 6월 14일, 대화록 공개는 6월 24일에 이뤄졌다.
'부정선거 촛불시위'가 거세게 진행되던 지난해 8월 말,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터트렸다. 국정원은 2010년부터 이석기 의원을 내사해 왔다고 밝혔지만, 시점은 역시 묘했다. 지난해 제1야당 대표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민주주의 회복'을 주장하며 서울시청 앞 '노숙투쟁'을 시작한 날이 8월 27일이었고,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개시한 날은 8월 28일이었다. 박 대통령 위기의 순간에는 늘 남재준의 국정원이 움직였다.
남 원장은 지난해 국정원 송년모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라'라는 내용이 담긴 독립군 군가 <양양가>(襄陽歌)를 떼창했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매주 열렸던 대규모 촛불시위 때문에 집권 정당성이 휘청였던 박 대통령 입장에서 남 원장의 활약은 독립군 이상이었다.
시간은 흘렀다. 지금은 박 대통령을 겨냥한 '촛불'의 힘은 다소 약해졌다. 대통령이 코너에서 빠져나오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남 원장이 우연치 않게 코너에 몰리게 됐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국민 성명을 '대독'함으로써 그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나름 예의를 갖춘 셈이다.
이제 곧 취임 후 첫 전국 단위 선거가 다가온다. 야당 입장에서 남 원장 사건은 대형 호재다. 증거까지 조작하는 오만한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불붙기 시작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입장에서 '남 원장의 사임'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 때문이다. 사설을 통해 뜬금없이 그의 '신념'을 인정하고 재직 중 업적을 나열한 뒤, 그럼에도 '남 국정원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순리(順理)라고 주장한 <조선일보>의 사설이 현 상황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 시각으로 해석된 이유가 말이다.
박근혜의 ‘쳐부술 원수’와 박정희의 ‘용공세력’은 비슷하다 315 미디어오늘
[김주언 칼럼] 유신시절 관용어,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살아나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독해졌다.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다.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규제를 확확 들어내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의 말 대로 ‘규제가 정말 원수나 암 덩어리’인지는 차근차근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쳐부술 원수’나 ‘암 덩어리’란 섬뜩한 용어를 들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북한스럽다’거나 ‘북한 중앙조선방송 앵커의 목소리’라는 누리꾼의 반응이 그것이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모든 것을 적대시하는 사고방식이 투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었다. 유신독재시절 구중궁궐의 청와대에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며 ‘유신공주’로 살아왔던 시절의 인식이 그대로 배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연 우리사회의 암 덩어리는 ‘규제’뿐일까.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국민의 피와 땀으로 가꿔온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암 덩어리는 국가정보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식 어휘로 말한다면” 나라의 건강을 해치는 암 덩어리이자 쳐부숴야 할 구악은 국정원이라고 꼬집었다. 박정희 유신독재시절 간첩조작을 일삼던 중앙정보부의 패악질이 40년이 지난 뒤 다시 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고나 할까. 빗발치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요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유감표명과 엄정수사만 되뇌이고 있다.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깨알리더십’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규제 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규제만 개혁하면 경제가 활성화해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민생이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규제개혁을 ‘손톱 밑 가시 뽑기’로 비유해 “몇 백 개를 뽑기로 했는데 아직도 뽑지 못한 게 많다. 나머지 가시도 다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규제개혁이라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는 발언에서도 드러나듯이 엉뚱하기조차 하다. 후보시절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는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구두선에 불과했던가. 예전의 구호였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로 되돌아갔다.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과 비슷한 ‘474 비전(4% 경제성장, 성인 70% 경제활동, 1인당 GDP 4만달러)’을 군사작전식으로 밀어붙인다.
규제완화는 ‘1% 부자를 위한 99% 서민의 희생’을 강요한다. 경제활성화 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대기업들은 투자나 일자리에 관심이 없다. 천문학적인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인력을 채용하기 보다는 인력을 줄이는 자동화에 관심이 크다.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따라서 경제력을 집중시키기 보다는 이를 완화하는 것이 경제활성화의 지름길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금지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에겐 규제일지 모르지만 소상인에겐 보호막이 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도 마찬가지이다. 해제지역엔 빌딩이나 호화판 호텔, 대형 백화점이 들어설 것은 뻔하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규제를 원수로 여긴다는 건, 성장률에만 목메어 대기업들 도와주고 서민 죽이겠다는 것 아니냐.” 한 누리꾼의 지적이 정곡을 찌른다.
박 대통령의 ‘규제는 원수’ 발언 이후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됐다. 그린벨트가 해제된 지역에 대해 추가로 규제를 완화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상업시설이나 공업지역이 들어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선도지구’를 새로 만드는 등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와 지원정책으로 모두 14조원 상당의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주택단지가 아닌 상업시설이나 공업지역이 들어서면 난개발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나마 청정지대로 남아 있던 곳이 마구잡이로 개발되면 환경이 크게 훼손돼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물론 개발이익은 서민이나 소상공인이 아닌 대기업 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발표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찬가지이다. 이 방안은 ‘재건축 규제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연내에 폐지하고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도 완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민간택지 안의 주택 전매제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축소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경기를 살려 부동산 투자 심리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통해 강남 땅 부자들이 다시 부동산에서 엄청난 부를 챙기도록 국가가 지원한다는 발상은 정의롭지 않다. 게다가 재건축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재건축 조합원들이 독식하도록 정책을 변경하는 것도 ‘빈익빈부익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게 뻔하다.
모든 규제는 암 덩어리나 원수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이 상생할 수 있는 규제는 정의로운 것이다. 일부 재벌에 부가 편중되지 않도록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규제도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복지사회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후손에게 물려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규제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규제를 위한 규제나 공무원들의 행정편의를 위한 규제 등 관습적인 악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규제를 원수로 취급하고 쳐부숴야 할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경제민주화는 요원할 것이다. 나쁜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하지만, 좋은 규제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새로이 등장하는 새로운 불법 탈법 등 부조리를 예방하기 위한 규제는 적극 도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독기서린 말을 들으면서 아버지 박정희가 애용하던 ‘발본색원(拔本塞源)’이나 ‘척결(剔抉)’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박정희가 반대세력을 이른바 ‘용공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즐겨 사용하던 관용어이기 때문이다. 발본색원은 ‘근본을 빼내고 원천을 막아 버린다’는 뜻이다. 척결은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낸다’는 무시무시한 말이다. 박정희는 비판세력을 공산주의에 동조하는(용공) 세력으로 날조하여 탄압하면서 듣기만 해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이러한 용어들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그래서 신문지상에 주먹만한 활자로 보도된 무시무시한 말들은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관 불법대선개입 역풍을 막아내기 위해 악용한 ‘종북몰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유신독재시절의 관용어가 박근혜 시절에 다시 등장할까 두렵기조차 하다.
어뷰징’ 막장 치닫는 자칭 ‘정론지들’313한겨레
뉴스 어뷰징 : 비슷한 기사 중복 전송
포털사이트의 검색 결과에 기사를 많이 노출시키려고 대동소이한 기사를 다량으로 중복 전송하는 언론사들의 ‘뉴스 어뷰징’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경쟁이 격화되자 인권을 무시하는 기사들까지 쏟아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뉴스 어뷰징은 연예인 소식이나 자살 등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에 집중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짝> 출연자와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김연아 선수의 연애에 관한 기사에서 많은 매체들이 어뷰징에 적극 나섰다.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숨진 3월8일, <매일경제>와 그 계열 종합편성채널인 <엠비엔>(mbn)은 하루 동안 30여건의 기사를 올렸다. 고인의 이력과 사망 정황, 누리꾼들의 애도를 전하는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내용과 제목을 조금씩 바꾼 기사들이다. “9살 아들이 최초 발견했다”, “싱글맘으로 살아왔다” 등 사생활을 앞세운 제목들이 주로 달렸다. 일부는 페이스북에서 생전에 자살을 언급한 내용을 끌어왔다. <동아일보> 인터넷판 등 다른 인터넷 매체들도 ‘충격’ 등의 표현을 써가며 박 부대표의 죽음을 선정적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최근 뉴스 어뷰징은 ‘정론지’를 자처하는 일간지들이 더 적극적인 게 특색이다.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배우 성현아씨의 성매매 혐의에 대한 공판이 열린 2월19일 하루 동안 100건 가까운 기사를 올렸다. 혐의, 경력, 가족관계 같은 사생활, 누리꾼 반응 등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기사들로, 내용은 대동소이했지만 제목에 “충격”, “헉”, “왜?”, “화제”, “어떻게 된 일?” 등 자극적 단어를 바꿔 넣어가며 클릭을 유도했다. <매일경제> 등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언론사들이 뉴스 어뷰징에 매달리는 이유는 페이지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언론사 누리집을 직접 찾아가기보다는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나 검색 결과를 통해 온라인 기사를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페이지뷰는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나 광고 수익과 연결된다.
가장 영향력이 큰 포털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바꾼 것도 영향을 끼쳤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기사 제목을 첫 화면에 노출시키는 ‘뉴스캐스트’ 방식을 버리고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작은 페이지들을 첫 화면에 나열하는 ‘뉴스스탠드’를 도입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뉴스스탠드’로 기사를 보는 것은 번거로워, 언론사들 누리집 방문자 수는 대체로 크게 줄었다.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이 ‘뉴스스탠드’ 도입 전후인 2013년 1월과 2014년 1월 조선일보 누리집 방문자 유입 경로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 첫 화면을 통한 방문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네이버 검색을 통해 찾아온 방문자는 늘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뉴스 어뷰징의 유행이 저널리즘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을 버리고 ‘뉴스기관’이라는 타이틀을 활용해 저질 상품을 앞세운 장사를 하고 있다. 퇴행적 환경에 기생하는 호구지책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독자적인 정보를 만들어 제공해야 할 언론사들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행태다. 주요 언론사들이 먼저 이런 관행을 끊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뷰징의 1차적 책임은 언론사들에 있지만, ‘실시간 검색어’ 등으로 토양을 제공하는 포털도 ‘공범’이다. 네이버는 2011년 어뷰징을 했다며 <민중의 소리>와 뉴스 검색 제휴를 중단한 바 있다. 또 어뷰징을 감시하고 평가해 제휴 대상 선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조선일보 등의 어뷰징이 거듭 비판의 도마에 올랐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제휴평가위원회에서 언론사 평가를 하고, 어뷰징을 하는 매체들에 꾸준히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요청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라 기술적 대응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電 ‘이사톱4 ’ 평균연봉 100억 돌파? 3.14 ZD Net korea
주총 열어 보수한도 상향조정…최대실적 반영
삼성전자 사내 이사 4명이 평균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확보할 전망이다. 지난해 37조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들의 실적 보상이 현재 규정 내에서는 어렵다며 주주총회에서 보수한도를 재조정했다.
14일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보수한도액을 종전 380억원에서 480억원으로 늘렸다 일반보수는 300억원으로 종전 그대로이며, 장기성과 보수가 8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100억원 올랐다. 현재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사장, 윤부근 사장, 이상훈 사장 등 4인이다. 오너가인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도 ‘비등기 경영진’ 신분을 유지한다.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체 사업을 이끄는 사령탑이고, 신종균 사장은 스마트폰 ‘갤럭시’ 브랜드로 최고 실적을 견인한 1등 공신이다. 지난해 4분기 신 사장의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만 5조4천700억원에 달한다. 윤부근 사장은 TV분야에서 8년 연속 세계 1위라는 기록을 썼다. 이상훈 사장도 회사 최고재무책임(CFO)을 맡아 살림을 견조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들이 사외이사 5명과 함께 지난해 받은 보수는 총 339억원(일반보수 280억원, 장기성과보수는 59억원)이다. 당시 보수한도 380억원에서 41억원 적은 수치다. 사외이사 보수 총합은 3억원 정도로 미미하다.
올해 보수가 한도인 480억원을 채운다고 가정할 때, 사외이사 보수를 10억원 정도로 작년보다 늘려 잡아도 사내이사 4명이 평균 117억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국내 모든 기업 중 사내이사 평균 연봉이 가장 높다.
사내이사 4명 가운데 최고 실적을 낸 신 사장의 보수가 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사 측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3년간의 실적을 평가해 장기성과금을 마련하고 이를 다시 3년간에 걸쳐서 지급한다. 장기성과금 100%를 기준으로 첫해에 50%, 다음해에 25%, 그 다음해에 25%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3년마다 한 번씩 사내이사의 보수 총액이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다. 올해가 바로 장기성과급 50%가 주어지는 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도 수준이며 보상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 3명 "석달 일하고 5만 원, 우린 노예" 3.14 오마이뉴스
[단독] 버마 이주노동자들 '노동착취' 파문... 회사 "돈 없어 못 줬다"
버마 이주노동자 K(24)씨는 며칠 전 고향에 전화했다. K씨는 부모님에게 "돈을 부쳐 달라"고 했다.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들이 돈을 부쳐달라고 하자, 부모님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되물었다. K씨는 "한국에서 3개월 동안 일하면서 5만 원을 받았다, 이마저도 2명의 이주노동자와 함께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마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했다"고 토로했다. 그의 부모님은 할 말을 잃었다.
K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K씨와 버마 이주노동자 2명은 경기 안산시에 있는 B사의 가구공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껏 제대로 된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가 가장 잘하는 한국말은 "사장님, 우리 월급 언제 나와요?"다.
이들은 또한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감내해야 했다. 매일 오전 7시 30분께 일을 시작해, 늦은 밤에야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2~3번 쉬었다. 몸과 마음은 이미 곪을대로 곪았다. K씨는 "큰 기대를 품고 한국에 왔는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12일 회사에서 나왔다. 현재 인천 부평구의 한 버마 절에서 생활하고 있다. 새로운 직장을 찾기까지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K씨를 돕고 있는 버마 인권활동가 소모뚜씨는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3개월 동안 착취당하고 노예 생활을 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온 19년 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3개월간 월급 대신 '식료품 2만원과 용돈 3만원' 받아
기자가 K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일 밤 소모뚜씨 사무실에서였다. K씨를 비롯해 앳된 모습의 버마 이주노동자 3명이 쭈뼛쭈뼛 사무실로 들어섰다. 소모뚜씨가 버마말로 "저녁을 먹었느냐"고 묻자, 이들은 일을 마친 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3000원어치를 시켜 나눠 먹었다고 답했다. 소모뚜씨는 이들에게 버마식 쌀국수 몽힝카를 내밀었다. 이주노동자들은 3분 만에 허겁지겁 자신의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K씨는 버마 수도인 양곤 인근의 농촌지역인 바고에서 나고 자랐다. 농사일을 하던 그는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지난해 1년 동안 농사일을 포기하고 도시에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 많은 돈을 썼지만, 기대가 컸던 탓에 한국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민주화된 한국은 외국인 차별이나 착취가 없는 좋은 나라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고용계약서는 K씨에게 '한국은 좋은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해 10월 K씨와 회사가 맺은 계약서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8시간씩 일하고 주말에는 쉰다고 나와 있다. 그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4860원이 적용돼, 한 달 월급은 101만5740원이었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도 있었다. K씨는 "버마 고급인력의 월급이 20만~3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고향에 큰돈을 부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8일 인천공항에 내렸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박 3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일했다. 하지만 첫날인 21일부터 고용계약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토요일인데도 회사는 그에게 일하러 나오라고 했다. 오전 7시 30분에 시작한 일은 밤 9시 3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일요일인 이튿날에도 일해야 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일했다. K씨는 "일을 안 하겠다고 하면, 사장은 '버마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했다"며 "사장은 노골적으로 밤늦게까지 일을 시키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도 높은 노동은 계속됐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공장을 가득 채운 톱밥도 K씨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근근이 버텼다.
지난 1월 15일 첫 월급날.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 K씨는 사장에게 월급을 달라고 말했지만, 사장은 "곧 주겠다"고 답했다. 며칠 뒤 "돈이 없어 먹을거리를 살 수가 없다"고 하자, 유아무개 사장은 슈퍼마켓에서 3만 원어치의 라면·달걀·우유 등을 이들에게 사줬다. 이어 "용돈을 하라"며 1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건넸다.
설 연휴 후, K씨는 다시 사장과 만났다. 유 사장은 "가구가 팔리면 월급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가구가 모두 팔려나갔지만 월급을 들어오지 않았다. K씨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하러 오는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매일 일당을 준다"면서 "우리에게 돈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도 돈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씨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3명은 겨우내 단 5만 원으로 버텼다.
고용노동부, 임금 체불 인정... 사업장 변경 결정
'코리안 드림'은 없었다. K씨는 한국에서 빚쟁이가 됐다. 월급을 받지 못하자, 같은 고향에서 온 친구들에게 35만 원을 빌렸다. K씨는 "일이 힘들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고용허가제 때문에 마음대로 다른 회사로 갈 수 없었다"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K씨만 최근에야 고향에 임금 체불 사실을 알렸다. 고향에 있는 K씨의 부모님은 아들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마저도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제때 하지 못해, 부모님의 걱정을 키웠다. 사장이 외국인 등록증을 돌려주지 않아 휴대전화를 만들지 못한 탓이다.
K씨는 "일한만큼 돈을 벌고 싶고, 남들이 쉴 때 나도 쉬고 싶다"면서 "쉬는 시간에 공부하겠다는 계획은 틀어졌다, 더 이상 이 공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람과 동등하게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면서 "휴일도 없고, 야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 씻고 밥을 먹으면 새벽이었다, 너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일 한국이주인권센터를 찾았다. 이들의 사연을 들은 한국이주인권센터는 4일 K씨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12일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을 조사하기 위해 유아무개 사장을 불렀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K씨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회사를 바꿔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 "사정 어려워 돈 못줬다" 하지만...
회사는 "돈이 없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아무개 사장은 1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돈을 주지 않고 골프나 치러 다녔으면, '나쁜 놈'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하지만 어렵게 사업하면서 돈을 수금하지 못해 돈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회사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보증보험 혜택을 못 받는 이주노동자가 적지 않다. K씨도 이런 사례에 속한다.
김요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공인노무사는 "임금체불 사업장의 고용주들을 보면, 임금체불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것 같다"면서 "보증보험 가입 등을 통해 임금체불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에 돈이 없다 해도 물품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금체불을 가장 먼저 변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이주노조 사무처장은 "임금을 제때 못줄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한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게 해야 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영세업체가 단순히 한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체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간경향특집| 청소년 계급사회]“학교는 나하고 안 맞아” 311 / 1067호
ㆍ경제수준 낮은 학생일수록 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높아
가정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청소년 집단 내부에 계층이 생기고, 이 계층이 낮을수록 체감하는 차별도 늘어난다. 차별은 또 다시 그만큼의 저항을 부른다. 청소년 대부분이 속한 학교라는 공간은 표면적으로는 차별을 시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 안에서 차별이 생겨나는 역설적인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2013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내용 가운데 흥미로운 조사 응답 결과가 있다. 학교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을 가늠할 수 있는 설문 항목들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학교는 학생들의 바람직한 인성을 길러준다’, ‘학교는 학생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의식을 형성하게 한다’ 등의 문항이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은 싸늘했다. 특히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낮은 학생일수록 학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첫 번째 문항에는 경제적 수준이 ‘하’에 속하는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인 50.6%가 ‘학교가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상’에 속하는 학생들은 27.3%만이 도움이 안 된다고 응답한 데 비하면 큰 차이가 있다. 두 번째 문항에서도 경제적 수준이 ‘하’인 학생들은 49.3%, ‘상’은 27.3%가 ‘학교가 바람직한 인성을 길러주지 않는다’고 답했고, 세 번째 문항 역시 ‘하’의 38.5%, ‘상’의 22.3%가 ‘학교가 타인 배려·공동체의식 형성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예비군처럼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학생들이 학교를 보는 시각에 대한 통계 내용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서 더욱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충남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경민씨는 “적어도 고등학교에선 학년이 높을수록 학교나 교사한테 대놓고 반항하는 건 줄어드는데, 그 대신 학생들이 시크(무관심)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고교 3학년으로 진급한 뒤 성적으로나 가정형편으로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되는 시기의 학생들의 경우, 김 교사에 따르면 “(훈련에 온) 예비군처럼 학교에 와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반학교 정서는 특성화고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김영지 연구위원은 “가정형편 때문에 특성화고를 택하는 경우도 많고, 아무래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학업성적에 무심한 편이라 그만큼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차별 경험을 한 비중이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지역의 한 특성화고 교사인 안모씨도 “학교가 부모세대가 속한 계급을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역할이 있다는 점은 특성화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며 “면담을 해보면 지금까지 겪은 차별보다는 특성화고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앞으로 겪게 될 차별에 대해 걱정하는 학생이 많은데, 대학 진학도 취업도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 대한 불만만 커지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성적이나 경제적 사정에 따른 차별을 시정하려면 성과 위주의 경직된 학교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선 청소년들의 각 연령대와 학교 특성 등을 고려해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인권교육이 도입될 필요가 있지만, 현재는 예산 부족과 같은 이유로 국제기구의 권고 수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영지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고 있는 차별이 학업성적에 따른 차별이란 점은 학교가 성적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청소년 인권을 위협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국제 권고에 걸맞게 아동정책조정위도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산과 기구 모두 국제 수준에 맞추는 일이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청소년 계급사회]“행복은 잘사는 순이 맞아요”
ㆍ경제수준이 학업성적·교우관계에 영향… 스트레스 등 심리적 영역에서도 ‘빈부격차’
어른들의 경쟁사회에 진입하도록 준비하는 시기, 청소년기는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경제적 수준의 격차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나 보호자들의 경제적 생활수준은 청소년들의 일상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학교에서의 학업성적뿐 아니라 또래집단 안에서의 평가도 가정의 경제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느끼는 행복감까지, ‘돈’은 청소년기 자녀의 삶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민은기군(가명·14)은 “사는 집에 따라 같이 노는 친구도 다르다”고 말했다. 단순히 등·하굣길이 같은 방향이거나 가까운 동네 친구라 친하게 지내게 된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다.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어느 아파트 광고문구가 오히려 이 상황에 들어맞는다. “우리 아파트 ×××동은 임대(아파트) 사는 애들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그 동 사는 애들이랑 놀지 말라는 말이 많았어요.” 민군의 아파트는 지역의 주택 재개발사업으로 들어선 아파트다. 재개발 후 분양된 동이 대부분이지만, 재개발 이전 그 구역에 살던 세입자나 영세계층에 임대하는 동도 단지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임대동은 분양동과는 입구도 다르고 단지 내 시설도 다르다. 초·중학생 때부터 자연스레 사는 곳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구조다.
수면시간과 여가 활동에서도 차이 보여
민군의 말에 따르면 친구 무리가 나뉘기 시작하는 때는 초등학생 때부터다. 임대동인지 분양동인지, 그것만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었다. 학원에 다니는지 아닌지, 다닌다면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에 따라서도 어울리는 무리가 달라졌다. 물론 민군과 친구들이 의식적으로 다른 무리와 거리를 둔 것은 아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더 친한 거고, 학원 마치고 놀러가는 시간도 비슷해서 자주 보는 친구하고만 보게 돼요.”
같은 온라인 게임을 하더라도 노는 무리가 다르면 접속하는 시간도, 자주 가는 PC방도 다르다. 세세한 차이가 생기는 가장 밑바탕에 가정의 경제수준 차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차이 때문에 청소년들의 생활상도 달라질 것이라는 짐작은 통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상의 차이는 단순히 학습시간이나 성적, 사교육 여부 등에 국한되지 않았다. 잠자는 시간이나 아침식사 여부, 운동하는 시간 등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경제수준이 낮은 가정의 청소년들일수록 더 필수적인 부분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3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수준에 따른 아동과 청소년들의 생활상의 수준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160여개의 조사항목 가운데 약 80% 이상, 대부분의 영역에서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낮아질수록 청소년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도 나빠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특히 스트레스 인지, 우울감 및 자살 생각 등 정신적·심리적 영역에서 저소득층 청소년일수록 문제가 심각했다. 쉽게 말해 못사는 집 청소년들은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고 더 우울해 하며,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은 낮았다.
이러한 양상은 종합적으로 행복한 정도를 묻는 설문에 대한 응답률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경제적 수준이 상층에 속하는 청소년들은 ‘행복하다’(매우 행복·행복한 편)고 응답한 비율이 86.9%였고, 중층에선 81.3%로 나왔지만, 하층에선 65%로 나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하층에 속하는 청소년 중 35%가 ‘행복하지 않다’(전혀 행복하지 않음·행복하지 않은 편)고 응답한 데 비해 상층과 중층에선 각각 응답률이 13%, 18.7%였다. 경제적 수준이 중간 아래로 내려갈수록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돈 자랑 하는 애들 보면 신분 격차 느껴”
경제수준이 낮을수록 행복도가 낮아지는 문제의 원인은 학업성적만의 문제로 보긴 어려웠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제적 수준이 ‘상’인 청소년들에게서는 학업 부담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4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적 수준이 ‘하’인 청소년들 중에선 가정의 경제적 불안 및 자신의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0.3%를 차지했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청소년들에게선 가정의 경제 상황이 자신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컸던 것이다.
실태조사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행복감은 청소년들의 또래 관계나 학교 교사와의 관계에서 내려진 ‘평가’에 크게 좌우됐다. 평가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학업성적이라는 객관적 평가 못지않게 외모나 복장, 취미·여가활동 등을 통해 이뤄지는 서로에 대한 ‘평가’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청소년 가정의 경제적 수준은 성적뿐만 아니라 친구를 사귀고 친구들로부터 존중과 배려를 받는 정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적 수준이 낮아질수록 친구를 사귀기 쉽고 또래와 교사로부터 존중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낮아졌다. 반면 체벌 및 욕설, 학교폭력, 학교 내 인권침해와 차별 경험 빈도는 높아진다는 사실이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갓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1학년으로 진학하는 황지영양(가명·15)은 서로를 보는 평가 기준이 자신을 바라볼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화장품이랑 액세서리도 더 비싼 것을 쓸 땐 만족감이 높아지는데, 최소한 다른 친구들이 쓰는 수준만큼도 돈이 없어서 못따라가면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크게 좌절감을 맛볼 때는 따로 있었다. 황양은 “수행평가나 공모전이 있을 때 외국 갔다온 것, 비싼 전시회 갔다온 것 자랑하는 애들을 보면 정말 신분 격차가 느껴진다”며 자신이 해볼 도리가 없는 수준의 격차를 느낄 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황양의 말처럼 청소년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는 경제적 수준에 영향을 받았다. 경제적 수준이 ‘하’인 청소년 중에서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점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46.5%로, ‘상’에 속한 청소년의 응답률 21.3%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렇듯 경제적 요인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강해졌다. ‘행복에 필요한 것’을 묻는 항목에 초등학교 4학년 중 3.1%만이 ‘돈’이라고 응답한 데 비해 고등학교 3학년들은 26%가 ‘돈’을 행복의 필요조건으로 꼽은 것이다.
“차별에 대한 경험이 인권에 큰 영향”
황양 역시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여건이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공부로라도 따라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중3까지 같이 놀던 친구 하나가 인터넷고에 가겠다고 한 뒤로 같이 놀던 애들이 점점 멀리하는 걸 느꼈다. 나도 그 친구랑 (경제적)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일반계) 고등학교 가서 성적에서 밀려 무시받을까봐 걱정된다.”
황양은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진도를 맞춰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에 방학 동안에도 학원에 붙어 살았다. 그러나 이미 중학교에서부터 선행학습을 하던 친구들과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최근 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에게서도 가정의 소득수준이 낮을 경우 학교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경향은 똑같이 나타났다. 다문화가정 청소년 중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하’로 분류된 청소년들은 ‘하’에 속하는 전체 청소년들의 적응 정도에 비해서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반면 다문화가정 청소년이지만 가정의 소득수준이 ‘상’과 ‘중’으로 비교적 경제적 어려움이 덜한 가정에서 자랄 경우엔 일반가정 청소년들과 학교 적응 정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겪는 적응의 어려움이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과 위주의 경쟁사회의 모습이 청소년들이 속한 학교와 생활공간에서도 재현되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일상적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라는 공간이 학업성적과 입시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데서 여러 문제들이 파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청소년들에 대한 정신적 압박으로 작용해 초등학생 7명 중 1명, 고교생 4명 중 1명꼴로 가출 및 자살 충동을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 성적은 참담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중 2009년부터 5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를 집계한 23개 나라 가운데 한국은 22위인 헝가리와 큰 격차를 보이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물질적 행복과 교육 성취도 등의 항목별 지수에서 교육 성취도의 경우 1위를 차지한 반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의 수준은 가장 낮았다. 경제적 격차가 청소년기의 인간관계와 정서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 청소년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경제수준이 차별 및 인권침해를 겪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유성렬 백석대 교수는 “청소년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차별 경험은 많은 데 비해 인권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차별과 같은 경험이 청소년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청소년 인권을 보호하는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교수 역시 “인권에 대한 사고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청소년을 존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청소년 스스로의 인권의식 또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계급사회]청소년들의 일그러진 ‘향유의 문화’
ㆍ특정 브랜드 옷을 입는 만족감보다 무리로부터 이탈당하지 않으려고 선택
중학교 2학년인 반장 지민이는 어느날 담임의 호출을 받았다. 담임은 지민이에게 “A라는 학생이 아마 ‘왕따’인 듯하니, 반장이 함께 밥도 먹으면서 어울려보라”고 한다. 지민이는 반장의 책임감에 흔쾌히 그렇게 하기로 하고 며칠간 정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A와 함께했다. 예전 같으면 지민이의 모습은 ‘본받을 친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이 착한 행동 다음부터 지민이의 고민이 생긴다. 친구들이 지민이에게 “왜 저 찌질한 인간과 함께 노느냐, 계속 그럴 거면 우리랑도 놀지 말자”며 매우 거칠게 추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찌질하다’는 것은 ‘폼나게’, 즉 그때그때 유행하는 브랜드의 옷을 입지 못한다는 걸 뜻한다. 이 사례는 요즘의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이야 예전에도 늘 존재했지만, 최소한 그 학생에게 누가 다가가는 걸 집단적으로 문제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은 특정 문화의 상징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을 ‘자격 결핍’의 증거로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 결핍 정도가 심하면 ‘차별’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청소년 문화에서는 ‘내가 이 멋진 옷을 입었다’고 향유하는 만족감보다 단지 ‘타인에게 린치를 당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안심’으로서의 만족감이 중요하다. 더 정확히는 무리로부터 이탈당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객관적 문화자본’의 예를 들면 10대들에겐 특정한 브랜드 의류가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단순히 ‘보유’했다는 자체로 그 문화가 ‘자본’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권력’으로 되지는 않는 데 있다. 단순히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을 넘어 그 작품이 고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일 때 이 ‘문화자본’을 ‘체화’해 권력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않으면 큰일나는 상황’만 존재
지민이 학급의 풍경에선 객관적 문화자본만 존재할 뿐, ‘체화된 문화자본’은 없는 상태다. 애초에 ‘옷’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옷이란 대상을 대하는 ‘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옷’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그 ‘이미지’를 별나게 확장시킬 수 있었기에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예술을 창조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문화적·상징적 의미가 있으니 ‘옷 좀 달라졌다고’ 기분도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청소년에게는 옷을 ‘입는’ 이유가 없다. ‘입지 않으면 큰일나는’ 상황만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연 A를 따돌리게 만든 ‘동일 브랜드의 옷’을 입는 그 무리들이 서로 문화자본을 소유했다고 구별되는지를 물어보자.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들도 그렇지만) 저 편의 상위 10%와 자신이 구별되었던 느낌에 따라 과감한 모방을 시행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평범한 90%는 결국 제자리에 있다. 다만 입은 옷만 달라졌을 뿐, 그리고 그것 때문에 평범하게 존재하는 자격만이 상향조정되었을 뿐이다. 위쪽의 10%는 아래층 무리들이 아등바등하는 향유물이 대중화가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대상을 찾는다. 청소년의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 때 강남은 예외였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어그러진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듯하다. 청소년들의 주변은 온통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기성세대가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가르쳐주기에 바쁘다.
그 결과 모두가 ‘영혼 없는’ 문화적 향유의 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 향유가 ‘권력’을 보장하지 않으니, 어떻게든 향유하지 않은 자를 찾아내 강제적으로 밀어내야만 자신이 높아지는 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자라는 친구들이 나중에 어른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그때쯤 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화’라는 것의 이미지는 매우 달라져 있을 듯하다. 그리고 그때서야 ‘사회구조’를 걱정한다면 아마도 때는 한참 늦었을 것이다.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사회학 박사
'만능세포' 없던 일로 되나…日연구진, "문제 있다" 인정 315 mbc
앵커 ▶
일본에서 30살의 여성 연구자가 만능세포를 만들었다는 획기적인 발표에 문제가 있다고 연구진이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신데렐라 스토리는 거짓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도쿄 유상하 특파원입니다.
◀ 리포트 ▶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가 자극을 줬더니, 어떤 세포도 될 수 있는 만능세포가 됐다는 발표는, 지금까지의 과학상식을 뒤엎는 성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아무리 해도 만능세포를 만들 수 없다는 보고 데이터가 중복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태는 반전됐습니다. 연구소 측은 자체 조사결과, 네이처에 발표한 핵심 사진들이 오보카타 연구원의 3년 전 박사학위 논문과 같다고 인정했습니다.
◀ 노요리(일본 이화학연구소 이사장) ▶
"과정에서 중대한 과오가 있었던 점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일부 사진은 잘라 붙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죄 회견 자리에 오보카타 연구원은 나오지 않았고, 고의로 조작했는지는 지금 조사 중입니다.
◀ 이시이(연구소 조사위원장) ▶
"오보카타 연구원의 말 그대로 옮기면, 실수로 사용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저자 14명 중 다수가 논문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연구성과는 없던 일이나 마찬가지가 됐습니다. 노벨상을 뛰어넘는 성과라고 들썩였던 일본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결국 물거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신형 만능세포 '사기극'…일본판 '황우석 사태'
STAP세포 논문 속 이미지, 3년전 학위논문과 동일
전 세계 의료·과학계를 흥분시킨 신형 '만능세포' 연구가 결국 일본판 황우석 사태로 귀결됐다.
혁신적인 만능세포로 평가받은 'STAP(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 개발을 주도한 일본 이화학연구소(이하 연구소·고베 소재)는 14일 도쿄 도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TAP세포 관련 논문을 사실상 철회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1월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은 STAP 세포 논문의 핵심을 이루는 복수의 화상 데이터(이미지)가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연구주임의 3년전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회견에 자리한 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의 다케이치 마사토시 센터장은 "논문 중에 신뢰성을 현저하게 해치는 잘못이 발견돼 논문의 형태를 이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오보카타 주임의 데이터 중복 사용이 고의적인 부정행위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하기로 했다고 연구소는 부연했다.
이와 관련, 연구소의 가와이 마키 이사는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에서, 과학자로서의 윤리에 반하는 행동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잘못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은 과학자의 윤리에서 보면 상도를 벗어난 일이며, 연구 윤리 부족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논문 철회를 위해서는 미국인 연구자를 포함한 공동연구자 전원(14명)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이 공식 철회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연구를 주도한 연구자들이 철회할 뜻을 밝히면서 이번 연구 성과는 무효가 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아직 복수의 공동연구자들이 STAP 세포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다케이치 센터장은 STAP 세포의 진위 확인은 '제3자 검증'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노요리 료우지 연구소 이사장은 회견에서 "과학사회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는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사죄한다"며 "논문 작성 과정에서 심각한 과오가 있었던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오보카타 주임 등 연구진이 쥐 실험을 통해 입증한 STAP 세포는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가 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생명과학 상식을 뒤집는 혁신적인 성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STAP 세포는 그동안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받았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 비해 간단히,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데다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암 발생 우려도 적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외부 연구자들이 STAP세포 논문의 화상 데이터가 부자연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STAP 세포 연구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던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山梨)대학 교수가 지난 10일 "믿었던 연구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STAP세포가 정말 생긴 것인지 여부에 확신이 없어졌다"며 논문 철회를 제안하면서 사태는 파국을 향해 치달았다. 대형연구를 주도한 과학자치고는 어린, 30세의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도를 높이며 일약 '과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오보카타 주임은 날개없는 추락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한겨레신문 만화 정훈이 14.3.14 -노예12년 알고보니 내가 주인
노래출처:다음블로그 음악과 여행
'세상과 어울리기 > 시사만평-주간 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8~24 천암함, 천암함 (0) | 2014.03.28 |
---|---|
3.22~17 갈수록 찌라시같은 세상이다 (0) | 2014.03.23 |
3.7~3.3 여성 대통령 시대에 "못살겠다" 외치는 여성들 (0) | 2014.03.09 |
3.1~2.24 과거역사 부정할수록 (0) | 2014.03.01 |
2.21 ~17 박정권 1년 평가 (0) | 201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