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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4.19~4.24 인간이 격리되자 지구가 복원됐다

by 이성근 2020. 4. 20.

기후위기, 21대 국회에 던져진 진짜 숙제

배가 사라지자에메랄드빛 더 짙어진 베네치아 운하

인간이 격리되자 지구가 복원됐다

메갈로폴리스 습격한 코로나19, 전세계 '도시 문명' 흥망 가른다

그 많던 비행기 어디로?” 코로나 전후 대조적 하늘

부산 환 경단체, ‘지구의 날 50주년맞아 걷기 캠페인 진행

책임 논란에 복구 뒷전구평동 산사태 주민 조마조마

동물원 더파크3자 매각으로 가닥 잡나

부산 유일 동물원 '삼정더파크' 폐업.. 운영사-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기후변화 대응해야정부 책임 천명했다

수평선·녹지 팔아먹는 오거돈 규탄"시민단체 케이블카 사업반대

부산시, 케이블카 타당성 검증 착수용역 배경 의문

예고 없이 위험천만 썩은 가로수

코로나 위기를 녹색 전환기회로2050년 탄소 순배출 ‘0’ 목표

문화재청-산림청, 국립세종수목원 후계목정원에 후계목 식수

창원 도심 수목원 6월 개원

올해도 지구는 뜨겁다5’ 확률 99.9%

서울시민 위한 생활 주변 숲속 소규모 치유시설확대 필요

내일은 세계 펭귄의 날"크릴 줄어 남극 펭귄 생존 위협"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가장 잘하는 동물은?

“30년 뒤 육상 곤충 4분의 1이 사라진다

탈핵 전문가 양이원영 "대통령 '그린뉴딜' 의지가 가장 큰 뒷배"

 



기후위기, 21대 국회에 던져진 진짜 숙제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치러진 선거로 세계의 이목을 다시 우리에게로 모은 총선이 어제로 끝났다. 총선의 시점과 투표 과정 자체도 역사적이었지만, 그 결과 또한 이례적이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국회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해 개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입법 활동에서 결정권을 갖게 됐다. 민주당과 시민당의 통합된 의지만 있으면 그간 의석수에 밀려 실행하지 못했던 과제 추진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쌓인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집권 여당이 일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결과한 것 같다.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국회로는 현재의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인식했다. ‘세계 공장가동이 중지되면서 우리 수출 경제 역시 타격을 받아 22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 위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이 만들어 준 기회를 21대 국회 구성원들은 어느 때보다 현명하게 이용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특히 다수의 의석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책무가 무겁다. 21대 국회는 무엇을 최우선적으로 다루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할까? 당장의 지역 현안이나 소속 단체 현안 해결에 나서고자 하는 의원들이 다수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대리자로서 사회 공동의 현안 해결에 의원들 모두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 현안 중의 하나가 우리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간 기후위기 문제는 언제나 뒤로 밀려 있었다. 지역에 기업 혹은 공공기관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나 도로 등의 교통 인프라 확장으로 보이는 업적을 쌓는 것과는 거리가 먼 현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은 기후위기 문제가 당장의 현안임을 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의 원인이 도시화로 인한 야생 생물 서식지 파괴에 있고, 이들 감염병의 확산이나 유행 정도가 기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기후패턴이 변하면 종들은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게 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거의 없는 질병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기후 패턴이 변화하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는 더 빈번하게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현안인 이유는 위기의 징후가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기상청이 발간한 <이상기후보고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상기후 현상의 하나인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가뭄은 전력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산업 활동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발 빠르게 나서며 이를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로 활용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경제적 압력도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우리 철강,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선박 연료가스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81년간 10.5%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을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 수준은 향후 국가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경파괴 우려가 큰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면서 해외 석탄 산업 진출을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관련한 산업 진출에 앞장서 온 국내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어려움을 맞게 되었다.

 

총선을 앞두고 그린피스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위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5%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70.7%가 정치권의 기후위기 중요도 인식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기후위기를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데 다수가 동의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후위기는 경제와 사회의 현안일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정치권, 국회의 주요 의제로 여기고 있다.

 

20대 국회가 형식적으로만 다루어왔던 국가적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21대 국회는 실질적인 이행 전략으로 구체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2050탄소제로사회실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에서 나아가 2050년 탄소배출순제로 계획, 석탄 등 화석연료 퇴출 시점도 명시돼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지속적인 이행을 위해 에너지전환법혹은 온실가스배출 감축 목표를 명시한 영국의 기후변화법과 같은 법제정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1.5도 유지를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 준전시체제에 준하는 기후위기 비상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이와 관련한 그린뉴딜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저탄소 교통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그린뉴딜전략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양 정책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비상대책이 가능함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함도 알 수 있었다. 기후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 위기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위기이자 현안이다. 비상대책의 경험을 활용하여 21대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대책을 논의하고 구체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 프레시안

 

배가 사라지자에메랄드빛 더 짙어진 베네치아 운하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풍경

유럽우주국, 위성 사진 공개

 

위성에서 본 베네치아. 2020413()2019419(아래)의 모습이다. 흰점들이 크고 작은 배들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달째 전 세계 인구 3분의1의 발을 묶어놓으면서 전에 볼 수 없는 세상 풍경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맑아진 하늘이지만, 인간의 발길이 끊긴 유명 관광지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사례로 꼽을 만하다.

 

지난달 9일 이후 한달 넘게 전국이 이동제한 상태에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지 베네치아를 우주에서 본 사진이 공개됐다. 에메랄드빛 선명한 수로의 모습이 관객들을 태운 곤돌라와 보트, 유람선(흰점들)으로 가득했던 1년 전과 뚜렷이 대비된다. 섬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꼬불꼬불한 대운하, 남쪽 무라노섬 사이의 지우데카운하는 물론 언제나 크루즈선을 볼 수 있었던 U자 모양의 부두가 모두 텅 비어 있다. 인적이 끊긴 탓인지 바다물도 더 짙푸른 색으로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의 지구환경관측위성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베네치아 섬을 가로지르는 대운하의 평소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탈리아에서도 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지역은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이탈리아는 17일 현재 확진자 17만명에 사망자 22천명으로 확진자 수는 미국과 스페인 다음으로, 사망자 수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인간이 격리되자 지구가 복원됐다

코로나19는 인간을 멈추게 했지만 사라져가던 지구의 본래 모습을 아주 조금, 보여주었습니다. 코로나19가 남긴 메시지를 우리는 되새길 수 있을까요?

 





메갈로폴리스 습격한 코로나19, 전세계 '도시 문명' 흥망 가른다

[좋은 도시를 위하여] 뉴욕

내가 살고 있는 프로비던스에서 뉴욕을 다녀오려면 기차로 약 세 시간 남짓 걸린다. 하루 일정을 잡고 다녀오기에 조금 빡빡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난겨울만 해도 추위가 좀 가시면 12일 정도 시간을 내서 뉴욕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없던 일이 되었다. 모두 다 아는 그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나는 뉴욕 방문 대신 그저 집에서 조용히 글을 쓰면서 매일매일 슬프고 안타까운 뉴스만 읽고 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은 뾰족한 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이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다는 점,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밀집한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초기 발병지로 지목 받는 중국 우한(武漢)의 인구는 거의 1000만 명에 육박한다. 9호선까지 개통한 지하철 전 노선의 길이는 세계에서 10번째로 길다.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우한의 도심 풍경은 한국의 주요 대도시처럼 아파트가 매우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일상을 점령해버렸다. 그러던 것이 지난 3월에는 세계적인 대도시 중 하나인 뉴욕으로 공습을 감행했고, 이후의 풍경은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브루클린 교. 로버트 파우저

 

도시에는 사람이 모여 산다. 하지만 현재 도시의 거리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도시는 곧장 활기를 잃는다. 이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것이다. 변한 것이 도시의 거리만은 아니다. 이 변화는 한순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정치, 외교,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체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 앞에 쏟아지는, 변화를 전망하는 관련 기사 대부분은 충격적인 현실 앞에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지니지만, 오히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기사도 있다. 예측이란 모름지기 개인들의 주관적인 관점이 개입하게 마련이라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겪은 이후에도 여전히 도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는 오히려 이쪽이 더 타당하고 객관적으로 여겨진다. 왜 그럴까?

 

코로나19 이전까지 뉴욕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았다. 뉴욕은 문화 예술 활동이 매우 활발한 도시이며, 특히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었다. 특히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맨해튼에는 사람이 더 많았다. 비교적 작은 이 섬의 공식 거주 인구는 160만 명이지만, 대낮에는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관광객들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약 350만 명이 머무는 곳이 된다. 지하철이나 미술관, 식당이나 쇼핑센터 등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공연장이 많은 타임스퀘어는 대낮만이 아니라 늦은 밤까지도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코로나19가 상륙하자마자 급속도로 퍼져나갈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면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예방책이다.

 

뉴욕 맨해튼 이탈리아 마을. 로버트 파우저

 

세계 각국은 뉴욕을 비롯한 많은 대도시를 셧다운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그로 인해 오늘 현재 세계 주요 도시는 대부분 셧다운 상태다. 거리마다 사람으로 가득했던 도시에 사람이 모이지 않거나 외부에서 여행 오는 이들이 없다면, 그로 인해 도시가 받을 타격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뉴욕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을 포함한 수많은 세계 대도시들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도 심각하지만 더 심각한 건 이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중국을 비롯해 초기에 코로나19의 격랑을 겪은 나라의 대도시들은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강제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그 노력에 힘입어 점차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확산의 속도도 늦춰지고, 감염자 수도 줄어들 것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해 전 세계가 경계 태세를 갖춘 것이 약 4개월 정도 남짓이어서 아직은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조만간 치료제가 개발되리라는 기대 역시 가질 만하다. 잘하면 올해 여름이나 가을부터는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할 거라고, 내년 봄이나 여름쯤에는 백신도 개발될 거라고, 그래서 결국 2022년이 되면 우리 모두 코로나19의 공포에서 해방이 될 거라는 전망 역시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 상태로 앞으로 몇 달, 길게는 내후년까지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 긴장감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또한 이 사태가 종식된 뒤 도시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완료되어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세계의 주요 도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약 3년 남짓의 기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한 순간에 가깝다. 코로나19가 과거로 돌아간 그때, 지금 쏟아져 나오는 전망처럼 도시의 미래는 암울하게 달라져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기억조차 점점 희미해져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뉴욕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뉴욕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이민자들의 도시다. 전 세계에서 뉴욕을 찾아온 많은 이들이 열심히 일한 덕택에 뉴욕은 발전했고, 그로 인해 미국 역시 발전했다. 이들에게 뉴욕은 어떤 도시였을까. 바로 희망의 도시였다. 높은 인구 밀도와 자유로운 개방성이야말로 뉴욕의 자본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희망의 근거였다. 비록 미국의 현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냉담한 입장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의 근본이 이민자들로부터 비롯했으니 오늘날의 그 냉담함을 오래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뉴욕은 이민자들에게만 희망의 도시일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문화 예술은 물론 출판, 광고, 패션, 금융, 무역, 법조 등 어떤 분야를 망라해도 모든 면에서 뉴욕은 오래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미국의 정점이다. 출세를 하고 싶은 사람은 뉴욕을 찾는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이도 찾는 도시다. 코로나19가 뉴욕의 시가지를 점령할지언정, 뉴욕을 본진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사업체가 이 도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1980년대부터 급속도로 일어난 디지털 혁명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고, 영화는 로스앤젤레스가, 정치는 워싱턴D.C., 대학은 보스턴이 대표 도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뉴욕이 이들 도시에 뒤처진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뉴욕 센트럴 파크. 로버트 파우저

 

이렇듯 모든 면에서 뉴욕은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코로나19 전이나 후에도 여전히 희망으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역할의 힘 때문이다. 이 힘이 크고 강한 도시라면 코로나19 같은 강풍이 아무리 불어 닥쳐도 그 도시는 망하지 않는다. 뉴욕은 바로 이 힘의 결정체다. 이러한 사실은 도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더 분명해진다. 시대의 변곡점 앞에서 어떤 도시는 더 강해지고, 어떤 도시는 급속도로 쇠락한다. 뉴욕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긴 역사를 지닌 런던이나 파리 역시 수많은 역사적 파고 앞에서 굳건히 자신들의 위치와 영향력을 지켜냄으로써 그 사실을 분명히 증명해냈다. 이에 비해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의 경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자 즉시 도시의 영향력 역시 쇠락했다.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회적 역할의 유무다.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코로나19가 전혀 없던 시절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다. 치료제와 백신이 생길지언정, 인류가 이 병의 공포에서 해방될지언정 이 일이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한 번 경험한 슬픔과 공포로 인해 군중이 밀집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이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위생 문제에 매우 예민해질 것이다. 이런 행동 변화와 요구에 따라 청소와 위생 시설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부정적이기만 할까? 비록 공포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조처는 감기나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도시 전체로 보면, 장기적으로 내다볼 때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코로나19 이후 도시의 모습이 달라질 거라는 전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운명은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의 요인, 갑작스러운 재난에 좌우된다기보다 그 도시가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적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관광 산업에 의존해온 도시라면 코로나19로 깊은 불황에 빠질 수 있지만 이 상황만 해결된다면 점차 회복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문화 예술의 기반이 확고한 도시라면 역시 당분간은 침체기를 겪어야 하겠지만, 이 역시 곧 지나갈 것이다.

 

휘트니 미술관에서 바라본 맨해튼 남부. 로버트 파우저

 

다시 뉴욕 이야기로 돌아가자. 뉴욕은 한때 재정 문제와 범죄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01년 일어난 9·11테러로 역경을 견뎌야 했지만 잘 이겨냈고, 성공적으로 회복했다. 그 바탕은 이 도시가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기회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사회적 역할이 여전히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뉴욕을 떠나는 사람이 생길 수는 있으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도시에 살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떠나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어디 뉴욕만일까. 그동안 유지해온 사회적 역할을 변함없이 가동하는 모든 도시가 결국에는 모두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내고 이를 바탕 삼아 새로운 발전을 이룰 것이다. 오히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렇지 못한 도시들의 쇠락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공포를 경험한 인류가 사회적 역할이 큰 대도시에 사는 걸 선호한다면, 그런 도시로 이주를 실행한다면, 경쟁력 부족한 소도시와 지역 고장의 쇠퇴는 당연히 따라오게 될 결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 속으로 흘러가겠지만, 그 이후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도시와 그렇지 못한 곳들 사이의 균형 발전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좌우하는 요인이야말로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 힘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그 힘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야말로 우리에게 닥칠 조만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19가 가지고 올 변화라기보다 이 강풍을 이길 힘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도시가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여야 한다. 바로 사회적 역할의 힘 말이다.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 프레시안



그 많던 비행기 어디로?” 코로나 전후 대조적 하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최대 직격탄을 맞은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항공산업입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각국 정부는 앞다퉈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키고 하늘길을 걸어 잠갔습니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각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극약처방이었습니다.

 

유럽 전체 항공관제를 담당하는 유로컨트롤(Eurocontrol)은 현지시간 19일 유럽 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1년 전과 비교해 90%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항공기 운항이 얼마나 극적으로 줄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 많던 비행기는 어디로 갔나?

왼쪽 영상은 1년 전인 2019418일 유럽의 항공기 운항 상황을 보여줍니다. 하얀 점으로 표시된 비행기들이 항로를 따라 촘촘하게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거대한 개미떼가 이동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공항은 항공기들이 빽빽히 집중되면서 노란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유럽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는 3100대를 훌쩍 웃돌기도 합니다.

 


반면 오른쪽 영상은 지난주 16일 유럽 하늘 모습입니다. 하얀 점들은 여름철 파리가 날듯 드문드문 한가롭기 그지 없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는 기껏해야 4백 대를 겨우 헤아립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모습입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곳은 이탈리아입니다. 201945일 로마와 밀라노를 노랗게 물들였던 비행기들이 이달 3일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얀 점들만 봐서는 로마와 밀라노의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달 9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국 봉쇄령에 들어갔던 이탈리아는 다음달 3일에나 단계적인 봉쇄령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 중국의 하늘은 지난 18일만 해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빛의 흐름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습니다. 2천 대 가량 중국 하늘을 뒤덮고 있던 비행기는 317500대 수준까지 줄어듭니다. 이 때는 중국의 신규 확진자가 상당 규모 감소해 해외 역유입 사례를 중심으로 하루 20~30명 수준을 보이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12일에는 빛의 궤적이 제법 늘어나면서 1000대까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절반 가량 회복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의 봉쇄령을 해제하고 경제를 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항공기 운항 영상으로도 확인되는 셈입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 공항에서 운항이 중단된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줄지어 서있다. (로이터)지난달 25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 공항에서 운항이 중단된 델타항공 소속 여객기들이 줄지어 서있다. (로이터)

 

미국 비행기 승객수 66년 전으로 후퇴

세계 최대 항공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도 비슷한 보고를 내놨습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은 지난 8일 기준 미국 공항에서 보안 검사를 받은 인원이 94천여 명으로 1년 전보다 96%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항공사 승무원과 공항 내 업체 직원도 포함된 숫자여서 실제 비행기 승객은 더 적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비행기 승객이 하루 10만 명에 못 미쳤던 것은 1954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는 항공 여행의 대중화를 가져온 제트 여객기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20019·11 테러 당시 미국 전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시기가 있었기는 합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산업에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가져왔는지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지난 17일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AP지난 17일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AP

 

'하늘 뒤덮은 비행기' 언제쯤?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당수 국가들에서 코로나19가 이제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사그라들어도 항공 수요가 곧바로 회복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항공 수요가 내년 중반까지는 코로나19 발병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병이 종식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 때문에 국경을 넘는 비행기에 선뜻 몸을 실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매각하고 직원들을 무급휴가 보내면서 항공업계에 몰아닥친 엄혹한 한파를 버티고 있습니다.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은 비행기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이호을 기자helee@kbs.co.kr

 

부산 환 경단체, ‘지구의 날 50주년맞아 걷기 캠페인 진행



2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환경단체 기자회견. 사진=낙동강하구 지키기 전국 시민 행동, 연합뉴스

오는 22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아 부산 환경단체가 부산시청에서 경남 낙동강유역환경청까지 걷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전국연대와 낙동강하구 지키기 전국 시민 행동 등 환경단체는 이날부터 22일까지 23일 일정으로 낙동강 하구 다리 건설을 반대하는 걷기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캠페인에서 지속 가능 사회 전환 촉구,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 즉각적인 이행, 대저대교 건설계획 공정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도 촉구할 계획이다    앞서 부산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하구를 찾는 큰고니 개체 수가 급감했다며 부산시에 대저·엄궁·장락대교 등 다리 건설 추진을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매년 422일인 지구의 날은 지구 환경오염 문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된 날로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 구은지 인턴기자 경단체, ‘지구의 날 50주년맞아 걷기 캠페인 진행

 

책임 논란에 복구 뒷전구평동 산사태 주민 조마조마

 

지난해 10월 산사태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사고 현장에서 20일 사하구가 임시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산지 복구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지반을 다지는 근본적인 복구가 어려워 사고 재발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해 10월 일가족 등 4명이 사망했던 구평동 산사태 사고(부산일보 지난해 104일 자 1면 등 보도) 현장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해당 산지의 복구 주체가 아직까지도 정해지지 않아 올 여름 장마철까지 복구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해 산사태 재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와 사하구청은 해당 성토사면의 복구 주체가 불분명해 비가 많이 오는 6~7월 전까지 지반을 다지는 근본적인 복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20일 밝혔다. 부산시가 지난해 원인을 밝히기 위해 발주한 용역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이는 학술 용역에 불과해 명확한 복구 주체는 최종보고서에 담기지 않을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지난해 국방부 등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복구 주체가 가려질 예정이지만 이도 9월을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동아학숙 서로 책임 전가

9월 돼야 복구 주체 가려질 듯

장마 전 마무리 힘들어 사고 위험

 

앞서 지난해 103일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포함 4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 중간용역보고회에선 다량의 석탄재가 매립돼 있던 사면이 사고 당일 내린 180.5mm 비로 무너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복구 주체를 두고는 국방부와 동아학숙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겨 왔다. 지난해 사고 직후 열린 행안부 주재 회의에서 행안부와 부산시는 군이 관리하는 훈련장이 산사태 발생지점인 산 사면과 붙어 있고 훈련장 지층에 석탄재가 인위적으로 매립돼 국방부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의 변호를 받은 A 법무법인도 해당 땅 소유자는 동아학숙이지만 점유자는 국방부로 등록돼 있어 국방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방부 측은 사면 위 연병장만 무상점유 허가를 받아 2001년부터 사용하고 있고 아래 사면은 토지소유자(동아학숙)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구공사가 미뤄지면서 사고 재발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인근 공장 직원 B 씨는 이제 겨우 수습하고 다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비가 오면 다시 무너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 오명주 부회장은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해당 사면을 다지는 것인데, 이 상태에서는 비가 오면 또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사하구는 일단 우기를 대비해 사방댐을 설치하는 등의 긴급공사만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하구 관계자는 사방댐과 하수박스를 설치해 우기를 대비할 계획이지만 많은 비엔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동물원 더파크3자 매각으로 가닥 잡나

폐업 수순에 들어간 부산 유일 동물원 더파크의 운명이 제3자 매각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20일 부산시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시는 현재 더파크인수를 놓고 민간사업자와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더파크 사업정상화를 위한 협약서에 따라 부산시는 오는 25일까지 더파크를 사들여야 한다. 그러나 제3자에게 매각하면 최대 500억 원에 달하는 부산시의 매수 의무는 사라진다. 다만, 새로운 민간사업자는 적자 동물원이라는 에 발을 담가야 하는 입장이라 동물원 활성화 방안을 놓고 시와 해당 사업자와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폐업 앞두고 부산시 고심

, 적자 동물원 운영엔 부정적

민간사업자와 매각 협상 진행

문제 덮으려 3자 매각비판도

 

이처럼 상황이 복잡하게 꼬인 건 더파크가 개장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파크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다가 전 시공사가 부도나고 원 시행사마저 600억 원이 넘는 채무에 시달리는 등 불운을 겪었다. 그러다가 부산시와 더파크는 후속 시공사로 참여한 삼정기업과 20129월 정상화 협약을 맺었다. 삼정기업이 대출 보증을 서고 6년간 동물원을 맡는 대신 매수를 신청하면 부산시가 이를 인수한다는 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 협약에 따라 더파크는 삼정기업의 보증을 앞세워 500억 원 대출을 받은 뒤 기존 채무를 탕감하고 가까스로 동물원의 문을 열 수 있었다. 25일 폐업을 선언한 삼정기업 측은 공사비 미수금과 6년간의 운영 적자에도 불구하고 ‘3년만 더 운영을 맡아 달라는 부산시의 요청에 응해 6년이나 운영했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동물원 운영에서 손을 떼고 본연의 업인 건설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파크를 신탁관리 중인 KB부동산신탁 역시 지난해 부산시에 매수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를 중심으로 적자 동물원을 인수하는 데 대한 비판이 들끓은 탓에 결국 제3자 매각을 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더파크의 제3자 매각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부산경남미래정책동물원은 적자가 심해 민간에 재매각될 경우 재개발이나 다른 방향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부산시는 그동안 동물원과 관련해 나온 각종 문제와 관련해 제3자 매각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개장 1년 만에 운영사가 백기를 들 정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온 동물원을 과연 시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시청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부산시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부산시가 직접 동물원을 매수하는 건 이미 곤란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며 동물원 운영 자체가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투자 기업도 고심하고 있지만 민간 매각으로 폐업만은 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425일 문을 연 더파크는 시유지와 국유지를 포함해 면적이 85334에 달한다. 현재 코끼리, 사자, 호랑이 등 1641020마리의 동물을 사육 중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부산 유일 동물원 '삼정더파크' 폐업.. 운영사-

앵커삼정 더파크, 부산지역의 유일한 동물원이죠. 운영사인 삼정기업이 이번주 목요일부터 동물원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적자 운영을 계속할 수 없다며 부산시에 동물원 매입을 요청했지만, 부산시가 이를 거절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리포트부산의 하나뿐인 동물원 '삼정 더파크'.

지난 2014년 개장 이후 매년 30만 명 넘는 방문객이 찾으며 부산지역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개장 만 6년째인 오는 23일 폐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 매년 1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견디며 운영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겁니다.

 

삼정기업 이종현 이사 "(동물원) 운영을 한 6년 동안 해 오면서 연간 십 몇 억씩 해서 약 100억 원의 운영 적자가 났고요.. 미수공사비도 남아 있습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건 '사업 정상화 협약서'. 동물원 개장 이전, 기존 시행사의 부도로 사업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시공사였던 삼정기업이 운영까지 맡으며 부산시와 맺은 일종의 계약서입니다. 준공 이후에도 운영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부산시가 직접 동물원을 사들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삼정기업이 "부산시가 협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무작정 폐업을 예고한 것입니다. 부산시는 85천여의 동물원 부지 중 사유지가 포함돼 있어, 운영사가 매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단 입장입니다.

 

박길성 / 부산시 공원운영과장 "협약 내용이 충족돼야 하는데 공유부지 문제와 채무가 해결되지 않아서, 부산시에서 (동물원을) 매수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협약 당사자 간 서로 다른 해석으로 팽팽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정기업이 동물원 폐업과 함께 법적 다툼까지 불사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S/U)"별다른 해법 없이 폐업이 현실화될 경우, 부산은 '동물원 하나 없는 도시'가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MBC NEWS 현지호입니다."


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

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뱀이 둥지로 접근하면 박새는 독특한 경보음을 계속 내면서 포식자를 쫓아내려 애쓴다(왼쪽). 누룩뱀은 봄철 둥지를 떠나기 전 새 새끼를 많이 잡아먹는 대표적 파충류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6달 된 아기 48명을 부모 무릎 위에 앉히고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물체를 보여주었다. 꽃이나 물고기에서 평온하던 아기들이 뱀을 보여주자 하나같이 동공이 확대되는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냈다. 스웨덴 웁살라에서 이뤄진 이 실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도 사람은 뱀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가 뱀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스스로 물려봤거나 부모나 동료가 보이는 반응을 배워서라기보다 타고난 공포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영장류뿐 아니라 뱀이 천적인 박새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관찰됐다.

 

관악산 박새의 최대 천적은 뱀

서울대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실은 지난 9년 동안 관악산에 인공둥지 약 500개를 설치하고 박새의 번식행동을 연구해 왔다. 박새는 해마다 이맘때가 번식기여서 둥지마다 약 10마리의 새끼가 깨어난다. 어미는 새끼가 독립해 둥지를 떠날 때까지 부지런히 애벌레를 잡아 나른다.

 

그러나 새끼 박새에게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누룩뱀, 능구렁이 등 뱀은 물론이고 다람쥐와 족제비 등 포유류, 어치, 까마귀 등 새들이 새끼를 노린다. 뱀이 둥지에 다가오면 어미는 뱀 위를 맴돌며 위협하고 경고음을 쉬지 않고 내며 긴박하게 대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덩치 큰 뱀이 둥지 구멍 속으로 들어오면 새끼를 모조리 삼켜 번식을 망치기 때문이다.

 

한창 번식기인 지난주 서울 관악산 박새 둥지로 침투한 누룩뱀. 다 큰 누룩뱀은 10마리에 이르는 박새 새끼를 모조리 집어삼키기도 한다. 박진석,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실 제공.

 

관악산에서 4년째 박새의 번식을 연구해 온 이 연구실 하정문 박사과정생은 뱀은 특히 새끼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며 관찰 결과 번식 둥지의 1015%가 뱀의 습격을 받는데, 일반적으로 박새의 번식 실패율이 25%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뱀 혼자 전체 번식 실패 요인의 5060%를 차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뱀이 둥지에 접근할 때 박새 어미가 내는 경고 신호는 다른 포식자일 때와 구별된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박새 연구자인 스즈키 토시타카 교토대 박사가 2010년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뱀이 다가올 때 어미 박새는 독특한 경고음을 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매우 강하고 빠르게 를 반복하는 이 경고음을 들은 새끼들은 둥지 밖으로 뛰쳐나가 날아갔다. 둥지 구멍에서 부리로 새끼를 잡아먹는 까마귀의 접근을 알리는 경고음을 들은 새끼가 둥지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뱀이다경보에 새끼들 둥지 탈출

하씨 등 서울대 연구자들은 박새 어미의 뱀 경고 신호가 효과를 내려면 새끼가 둥지를 탈출해 날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조사해 보니 새끼가 비행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에도 어미는 탈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어미는 왜 뱀이 다가오면, 새끼의 발육상태와 무관하게 일단 경고부터 하는 걸까.

 

연구자들은 2018년 과학저널 행동에 실린 논문에서 경고 신호가 새끼의 둥지 이탈 행동보다 먼저 진화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애초 뱀 경고 신호는 주변의 새들을 불러모아 뱀을 겁주어 쫓아내기 위한 행동으로 진화했지만, 나중에 새끼가 이 신호를 듣고 둥지를 이탈하는 행동이 따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낙 뱀의 포식압력이 크기 때문에 애초 그런 목적은 아닌데도 새끼가 둥지를 탈출하는 행동이 진화했을 것이라고 하씨는 설명했다.

 

어미가 내는 경고음을 들은 새끼는 뱀을 본 적은 없지만, 둥지를 뛰쳐 나가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얘기다. 토시타카 박사는 뱀 경고음을 들은 박새는 움직이는 막대기만 보아도 놀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7년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에 실린 논문에서 그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뱀 경계음을 들려준 뒤 길쭉한 막대기를 나뭇가지 위로 끌어올리거나 바닥에서 끌어 뱀 흉내를 내자 박새는 실제로 뱀인 것처럼 공격 행동에 나섰다.

 

사람과 뱀의 관계는 그저 끔찍히 싫어하는 관계 이상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박새가 이처럼 뱀을 겁내는 이유는 뭘까. 둥지 안으로 침입해 꼼짝 못 하는 새끼를 삼키는 뱀의 특별한 사냥 방식 때문일지 모른다. 서울대 연구팀은 최근 박새의 뱀 공포가 어디서 기원하는지를 알아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산 다람쥐와 뱀을 투명한 상자에 넣어 박새 둥지 앞에 놓고 박새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다. 다람쥐는 뱀과 마찬가지로 박새 둥지에 들어와 새끼를 잡아먹는다. 놀랍게도 박새는 다람쥐에 대해서는 뱀과 같은 특이한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

 

박새는 왜 둥지 안으로 침입하는 사냥방법이 아닌 뱀 자체에 특별한 반응을 보일까.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동물 행동학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영장류에서처럼 뱀이 끼친 뿌리 깊은 특별한 진화적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 시력, 뇌 진화도 뱀 때문?

사람과 뱀의 관계는 그저 끔찍하게 싫어하는 관계 이상이다. 사실 사람은 사람이 되기 훨씬 전부터 뱀과 부대끼며 살아왔다. 맹수 등 대형 포유류가 아직 지구에 출현하기 전인 40006000만년 전부터 뱀은 초기의 소형 포유류를 위협하는 주요한 포식자였다. 처음엔 비단구렁이처럼 조이는 방식으로, 나중엔 독을 이용해 포유류를 사냥했다.

 

어미 박새는 뱀을 발견하면 다른 포식자를 발견했을 경우와 다른 독특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게티이미지뱅크

 

린 이스벨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자는 2006년 영장류가 뛰어난 시각과 큰 두뇌를 갖게 된 것도 바로 진화 초기 치명적 천적인 뱀과의 만남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했다. 뱀을 피하기 위해 입체적 감각과 색깔을 구분하고 가까운 것을 특히 잘 보는 뛰어난 시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연구진은 이스벨의 가설이 새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화 초창기 포식자 뱀이 낳은 뿌리 깊은 공포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새의 조상이 기원한 곳은 뱀이 많은 열대지역이다. 연구진은 뱀 경고음과 그에 따른 반응은 아주 오랜 계통 유전학적 뿌리를 지닌다뱀이 온다는 걸 알리는 행동에서 특별히 강력한 자연 선택이 일어났던 것 같다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네덜란드 대법원은 “기후변화 대응해야” 정부 책임 천명했다
위르헨다 판결’로 본 기후변화 위기

파리 기후변화협정
한국 포함 195개국 참여해 논의
온도상승폭 1.5도 이하 규정했지만
국가별 감축목표는 턱없이 모자라

네덜란드 세계 첫 기후재판 승소
“온실가스 배출량 25% 이상 줄여라”
“배출량 적다고 책임 작지 않아”
국가의 생명권 보호 의무에 경종

한국은 지금
‘2050년 저탄소 전략’ 초안 나왔지만
순배출량 ‘제로’ 시나리오는 없어
청소년단체, 정부책임 묻는 헌법소원



지난해 12월20일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합당하게 변경하라”고 판결한 직후 소송에 참여한 위르헨다 관계자들이 법정 앞에 모여 기뻐하고 있다. 위르헨다 제공
 
    지난달 13일 국내에서 청소년들(‘청소년기후행동’)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책임을 다하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소년기후행동에 속한 원고 청소년 19명이 소송을 제기한 지 열흘 만인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는 심판 회부 결정을 내렸다. 청소년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재판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본 것이다. 기각을 우려했던 변호인단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정부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한국 청소년들의 헌법소송도 세계 최초로 승소한 기후소송인 네덜란드의 ‘위르헨다 판결’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위르헨다 판결은 네덜란드 환경단체인 위르헨다가 2013년 제기해 지난해 말 네덜란드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이른다. 위르헨다는 ‘시급한 의제’(Urgent Agenda)를 합친 말로, 이들의 소송엔 네덜란드 시민 900명가량이 참여했다. 이들은 2015년 1심, 2018년 2심에서 모두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까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을 감축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은 네덜란드 정부가 계획한 온실가스 감축의 최저선을 사법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최소한 이만큼은 줄여야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다하는 것”이란 뜻이다.


이 판결 뒤 네덜란드에선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현재 세계에서 진행 중인 1천여건의 기후소송을 촉발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에서 온전히 벗어나려면 각국이 각자의 책임만큼 노력해야 한다. 세계 첫 기후소송인 네덜란드 ‘위르헨다 판결’도 그런 취지였다. 지난해 말 판결을 확정한 네덜란드 대법원은 “각 국가가 자신의 배출량이 범세계적 규모로 볼 때 영향이 미미하다거나, 다른 국가들이 그들의 부분적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몫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더 책임이 많은 선진국들이나, 배출량이 많은 일부 국가들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르헨다 소송의 쟁점을 살피려면, 2015년 한국을 포함한 195개국이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파리협정은 선진국들에만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 체제’와 달리, 모든 체약국이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최근(2006~2015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기간(1850~1900년)에 견줘 0.87도 올랐다. 파리협정은 이 온도 상승폭이 2도보다 훨씬 낮아야 하며, 가급적 1.5도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1.5도 보고서’를 보면, 현재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30~2052년 사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은 1.5도를 초과한다. 현재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제출한 국가별 감축목표를 이행해도 그렇다. 2030년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20억~580억톤에 이르러, 1.5도 기준을 170억~330억톤 초과한다. 이대로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도가량 상승하게 되고,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게 된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책임을 다하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위르헨다의 소송 이전 네덜란드 정부는 2011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2020년 시점에 1990년 대비 30% 감축하는 것으로 상정해왔다. 네덜란드 환경부 장관은 2009년 네덜란드 하원에 보낸 서신에서 “감축률이 25%보다 더 낮아지면 2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네덜란드 정부는 감축률 목표치를 20%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 2030년에 49%, 2050년에 95%로 감축을 가속화하겠다고 했다.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아 달성 시기를 미룬 것이다. 위르헨다는 소송을 통해 “2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25%를 감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 스스로 그렇게 밝히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감축 방안이 연기될수록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게다가 정부는 (2020년 이후의) ‘가속화된 감축’을 위한 대안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해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인다”고 판결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그러면서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협약’에 근거한 국가의 의무를 강조했다. “유럽인권재판소에 따르면, 국민의 생명이나 복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하고 국가가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는 경우 해당 국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법원은 이때 위험이란 단기간에 현실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치더라도 문제 상황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봤다. 기후변화의 위험 역시 결국 장기간에 걸쳐 네덜란드 거주자들의 생명이나 가정생활을 파괴할 ‘구체적이고 급박한 위험’이란 것이다.


위르헨다 소송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배출가스 감축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 정부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194개국과 함께 참여했다. 협정 체결 이듬해인 2016년 이를 비준했지만 지금까지 협정이 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초안에도 순배출량을 0(제로)로 만드는 시나리오는 아예 빠져 있다. 2050년까지 전세계 순배출량이 0이 되지 않으면 ‘2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데도 말이다.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과 변호인단은 이런 우리 정부의 책임 방기 문제를 지적할 생각이다.


청소년 기후소송을 대리한 이병주 변호사는 “우린 이 사건이 선언적이거나 환경운동의 캠페인을 위한 시험적 소송이 아닌,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는 소송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사건 심리가 충분히 되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집행하는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수평선·녹지 팔아먹는 오거돈 규탄"시민단체 케이블카 사업반대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22"수평선과 녹지를 팔아먹는 오거돈 부산시장을 규탄한다"며 부산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해상, 도심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환경회의, 부산참여연대 등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의 경관을 보존하는 것은 부산시민과 부산을 찾는 사람들, 우리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송도해상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대원플러스 건설이 황령산 정상에 케이블카 사업을 준비하고, 아이에서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가운데 부산시가 이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시를 겨냥했다.

 

이들은 시가 지난 8일 착수한 '신규 관광자원개발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용역' 착수보고회를 근거로 들며 "해당 사업에는 해상케이블카를 비롯해 대대적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이날 착수보고회 자문위원 15명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1명에 불과했다""시민단체를 들러리 세우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개발허가 절차를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구 이기대와 해운대 동백유원지를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해양 생태계 파괴, 경관훼손, 공공성 상실' 등을 지적했고, 황령산 레포츠공원과 전망대를 잇는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는 환경파괴 지적과 함께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사업자는 바다와 산지라는 공공재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익을 보게 된다. 공공개를 민간기업이 전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이 최소한의 동식물이 서식할 공간을 잠식하고 생태계를 훼손하면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성장을 넘어 거대한 생태적 전환'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생태계 중심의 시정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이 공공재를 사유화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허용돼선 안될 것"이라며 "부산시가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다면 '시장 퇴진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pkb@news1.kr

 

부산시, 케이블카 타당성 검증 착수용역 배경 의문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 케이블카 건설 사업에 대해 부산시가 타당성 용역을 통한 검증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경제성과 사업성을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사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건데,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리포트]부산에서 대규모 민간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중인 곳은 두 군데입니다. 2016년부터 추진한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그리고 올해 초 제안한 황령산 케이블카입니다. 환경파괴 논란으로 두 사업 모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부산시가 케이블카 건설의 사업성을 따져보겠다며 타당성 용역에 착수했습니다. 용역에서는 수요와 경제성을 검토하고 파급 효과를 분석합니다.

 

[이병석/부산시 관광진흥과장 :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두거나 편견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백지의 상태에서 정말 우리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가기 위해서 어떤 사업들이 필요한지를 한번 원점에서 검토해보겠다는 겁니다."]

 

시민사회단체 반발은 거셉니다. 해상 케이블카는 이미 2016, '경제성이 턱없이 낮다'는 부산연구원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부산시가 사업제안서를 반려했다는 겁니다. 또 황령산 케이블카는 사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시민환경단체 20여 곳이 일제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라며 반대했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민간사업자가 공식 사업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부산시가 먼저 나서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더구나 자문위원 15명 중 시민사회단체 분야 위원은 1명뿐입니다.

 

[도한영/부산경실련 사무처장 : "누가 봐도 이렇게 진행되면 타당성이 좋게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부산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명분을 만들려고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용역 기한은 내년 3월까지며 부산시는 오는 7, 전문가 자문과 시민공청회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이미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좌초된 케이블카 건설 사업이, 부산시의 갑작스러운 타당성 검증으로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예고 없이 위험천만 썩은 가로수

 

멀쩡히 서 있던 가로수 ''..이것은 영화인가? 꿈인가?

지난 9일 오후 대전 도심을 걷던 시민들은 귀청을 찢는 굉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높이 10의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서서히 기울더니 순식간에 도로로 쓰러진 것입니다. 이상한 조짐이 보인 지 불과 3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바로 옆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가 심하게 부서졌고, 근처를 지나던 시내버스는 급정거해 아슬아슬하게 사고를 피했습니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는 재래시장이 있어 수많은 사람과 차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인명피해가 없었던 건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황당한 사고라고요?..흔하디 흔한 '가로수 쓰러짐'

멀쩡히 서 있던 가로수가 쓰러지는 사고, 누군가에겐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황당한 광경이지만 사실 이런 사고는 드물지 않습니다. 대전만 해도 지난 201610월 대전시 부사동에서 길이 20의 대형 가로수가 쓰러져 달리던 승용차와 부딪쳤고, 그해 8월에는 대전시 용문동에서 가로수가 넘어져 주차된 차량을 덮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들어서도 대전에서만 가로수 쓰러짐 사고가 다섯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가로수 쓰러짐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쓰러진 가로수의 수종이 모두 '버즘나무'라는 점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로수 쓰러짐 사고도 대부분 버즘나무 가로수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버즘나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제 살 만큼 살았다..수령 다 한 가로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즘나무는 세계 3대 가로수의 하나로 꼽힙니다. 생육이 빠르고 매연이 많은 가혹한 도심 환경에서도 잘 자랍니다. 몸통만 남을 정도로 심하게 가지치기 해도 봄이면 어김없이 푸릇푸릇하게 잎이 돋아납니다. 잎이 무성하다는 것은 그만큼 대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면 가로수로서는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버즘나무를 가로수로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도심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자연에서만큼은 오래 살지 못합니다. 버즘나무는 자연상태에서 보통 100년 이상 살지만 도심에서는 50~60년이면 수명이 다 된 걸로 봅니다. 버즘나무는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1960년대 초 본격적으로 도심이 형성되던 시기에 전국 주요 도시에 집중적으로 식재됐는데,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수명이 거의 다한 셈입니다.



곳곳에 썩은 가로수..실태조사 시급

가로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내부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비파괴 장비는 음파가 내부를 통과하는 속도로 조직의 손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짙은 갈색은 음파의 통과 속도가 빠름을, 보라색은 내부 조직이 썩어 통과 속도가 느림을 나타냅니다. 취재진이 살펴본 가로수 상당수가 내부 1/4 정도는 보라색으로 표시돼,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는 썩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썩었어도 생명력이 강한 버즘나무는 가지도 잘 자라고 잎도 무성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뿌리가 다 썩어 쓰러질 지경이 돼도 육안으로는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치단체는 이런 문제 때문에 요즘 버즘나무를 제거하고 벚나무나 이팝나무 등으로 수종을 바꾸고 있지만, 대전에만 버즘나무 가로수가 수천 그루에 달해 예산과 인력문제 등으로 한꺼번에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해 위험 가로수를 구분하고, 신속하게 노후 가로수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대책이 더 늦어지면 앞으로 길을 걸을 때 ''조심' 대신 어쩌면 '가로수 조심'하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정환 기자baram@kbs.co.kr

 

코로나 위기를 녹색 전환기회로2050년 탄소 순배출 ‘0’ 목표

기후변화 대응 넷제로추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뿌연 먼지 대신 본래 색을 되찾은 파란 하늘, 사람과 쓰레기가 줄어 마음껏 알을 낳으러 해변을 찾은 거북이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의 경제·사회 활동이 멈추자 이 같은 변화들이 포착됐다. 사람들이 오염물질이 줄면 자연이 회복된다는 진리를 실제로 체험하고 깨닫는 경험을 한 셈이다.

 

이 귀한 경험이 자칫하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침체된 경기 부양을 위해 한동안 멈췄던 공장을 다시 돌리면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그랬다. 당시 전 세계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CO2) 배출은 28.7Gt(기가톤·1Gt10t)으로 금융위기 직전(29.1Gt)보다 줄었다. 하지만 이듬해 경기 부양 정책과 함께 금세 30.4Gt으로 급증했다.

 

우려가 커지는 만큼 새롭게 맞이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를 맞은 시대인 만큼 향후 경기 부양책은 탄소 배출 제로를 추구하는 녹색 전환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취약한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

기후변화는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진행됐다. 호주 산불과 역대 가장 따뜻한 1월 등 이상 기후 현상들이 갈수록 빈번해지면서 국제사회가 갖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으로 먼저 나선 곳은 경제계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지난해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위험 요인 중 1위를 기상이변, 2위를 기후변화 대응 실패로 꼽았다. 이후 화석연료 사용 여부는 글로벌 경제에서 의사결정 핵심 요소가 됐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2월 화석연료 관련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투자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약한 나라에서 규제가 엄격한 EU에 수출하는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붙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은 취약하다. 전 세계에서 연료에 쓰는 온실가스(CO)를 일곱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일 뿐 아니라 풍력과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 5위다. 이대로라면 국제 경제에서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

 

시간도 촉박하다. 국제사회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 목표를 맞추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에 비해 45% 줄이고, 2050년에는 넷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이미 EU와 영국, 캐나다 등이 2050년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넷제로는 화석연료를 안 쓴다는 걸 의미한다기후변화 대응 전환은 지금의 체계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 동시에 추구해야

에너지원 중 석탄발전이 과반(52.5%)을 차지하는 한국이 단기간에 녹색 전환을 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기존 산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통은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볼 때 녹색 전환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및 경기부양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에너지 전환을 기본으로 한 녹색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다.

 

녹색 전환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손실이라는 분석도 많다. 올해 2월 세계자연기금(WWF)은 기후변화가 계속돼 생태계가 바뀔 경우 2050년까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누적 손실이 최소 100억 달러(118760억 원)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사단법인 기후솔루션“2027년이면 석탄발전소 운영보다 태양광 건립이 더 저렴해진다기존 석탄발전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의 경제적 타당성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이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구조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일자리가 144만 개 순증하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9000명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개한 미국 스탠퍼드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공동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수력과 풍력,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약 2100억 원을 투자하면 전력 생산과 저장, 공급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위기와 대기오염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는 녹색전환으로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온실가스 탈동조화를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발전 감축을 추진하고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주류의 목소리가 되게 하겠다국민적 협의만 충분하면 넷제로목표도 세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해 순배출량이 0(Net Zero)이 되는 개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양만큼 탄소를 잡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숲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문화재청-산림청, 국립세종수목원 후계목정원에 후계목 식수

천연기념물 후계목 151주 심겨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박종호 산림청장 / 문화재청, 산림청 제공

 

문화재청(청장 정재숙)과 산림청(청장 박종호)5월 준공을 앞둔 국립세종수목원 후계목정원에서 21천연기념물 후계목 도입기념 식수를 했다. 기념 식수한 나무는 의령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9)를 무성번식(접목)7년생 소나무이다.

 

산림청은 국민들에게 녹색 문화 서비스 제공으로 행복도시의 조기 정착 및 발전에 기여하고자 국립세종수목원을 세종특별자치시에 201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05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지 외 식물 보전과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는 국립세종수목원은 후계목정원을 포함한 20개의 주제별 식물 전시원을 갖추고 있다. 후계목정원은 천연기념물, 역사적 상징성, 희귀성 등이 있는 나무의 유전자원을 수집·보전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영감을 주고자 하는 정원으로 면적은 1.0ha(후계목 약 800그루 식재 가능)이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2013문화유산의 보전 전승과 산림자원 보호·관리를 위한 업무협약(2013.9.30.)’을 체결해 정부혁신 협업과제로 천연기념물의 유전자원 보존과 후계목 육성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결과, 천연기념물 제30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등 69539본의 천연기념물 후계목을 성공적으로 육성했으며, 이중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와 의령 성황리 소나무, 제주 산천단 곰솔 군 등의 후계목 151주를 21일 국립세종수목원 내 후계목정원에 식재했다.

 

151주 중 천연기념물 제359호 의령 성황리 소나무의 후계목은 업무협약 체결 이듬해인 2014년에 접붙임 해서 키운 것으로, 7년간의 협업 성과를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기념 수목인 의령 성황리 소나무는 경상남도 의령 성황리 마을 뒷산에서 자라는 수령이 300년으로 추정되는 나무로 오랜 세월 마을을 보호하는 서낭나무로 민속학적 가치가 크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앞으로도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소중한 천연기념물의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유전자원 보존과 후계목 육성사업을 꾸준히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_전지은 기자 · 라펜트

 

창원 도심 수목원 6월 개원

충혼탑 인근 10470014개 테마정원·전시원 갖춰

오는 6월 개원하는 창원수목원의 선인장 온실 내부 모습.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의 도심 한복판에서도 자연학습 체험공간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창원시는 의창구 삼동동 충혼탑 인근 104700의 부지에 조성 중인 창원수목원을 오는 6월 개원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창원수목원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학습공간 등 고품격의 산림문화 서비스 제공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통해 관광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2010년 국비와 지방비 등 모두 985000만 원을 들여 조성공사에 들어간 수목원은 개원을 앞두고 현재 마무리 시설작업과 환경정비가 한창이다.

 

창원수목원은 숲속 놀이터와 동요의 숲, 미로공원, 암석원, 분수광장 등 14개의 테마정원과 전시원으로 구성돼 있다. 1480규모의 선인장 온실과 160면적의 재배 온실을 갖추고 벽천분수와 연못, 쉼터 등의 조경시설도 완비했다.

 

단풍나무를 포함해 1205종에 이르는 229300여 그루의 수목을 심는 등 공립수목원 등록조건을 갖춰 경남 제3호 공립수목원으로 최근 등록됐다. 수목원 내 온실에는 선인장과 다양한 아열대 식물 3876600여 그루가 있다.

 

시는 창원수목원이 개원하면 14개 테마정원과 전시원 등을 통해 이용객들이 평소 쉽게 보기 힘든 식물을 감상하면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정서적 안정과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목원에 서식하는 식물에 대한 설명과 숲의 역사, 수목원 역할 등을 숲 해설사가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안내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성훈 기자 lee777@

 

올해도 지구는 뜨겁다5’ 확률 99.9%

미 해양대기국 예측1분기 기온 역대 2

사상 최고 2016년 뛰어넘을 확률도 75%

 



1880년 이후 1~3월의 지구 기온 변화. 미국 해양대기국 제공

 

지난해 지구는 1880년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래 역대 2위의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지구 기온을 높이는 엘니뇨 현상이 없었음에도 이상고온을 보인 것을 두고 과학자들은 인간활동이 유발하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엘니뇨란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도 지구 기온이 역대 톱5에 오를 만큼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구 기온 기록을 시작한 지 141년만에 가장 따뜻한 해가 될 확률도 75%로 제시됐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은 최근 발표한 국립환경정보센터(NCEI) 3월 기후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지구 평균 기온은 1880년 이후 평균치(12.3)보다 1.15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20161분기보다 불과 0.08도 낮은 역대 2위의 높은 기온이다. 2016년 당시엔 지구 기온을 끌어올리는 엘니뇨 현상이 뚜렷했다. 지난 3월은 423개월 연속으로 20세기 평균 기온을 웃도는 기록을 세웠다.


올해 1분기에는 특히 동유럽과 아시아 지역이 고온 현상을 보였다. 이 지역의 대부분에서 1분기 기온이 평균치보다 4도 이상 높았다. 유럽 일부 지역과 아시아, 중남미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지구 기온은 앞서 지난 1월에도 20161월보다 0.03도 높은 기온을 기록해 올해도 역대급 지구 온난화를 예고한 바 있다.

 

20201분기 지역별 기온 변화 폭.

 

해양대기국은 "과학자들이 1분기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은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후 가장 따뜻한 `5' 안에 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확률을 99.9%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2020년 이상고온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해양대기국은 또 2016년 기온을 넘어설 확률도 75%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2010년대, 특히 2015년 이후 5년간은 기상 관측 140년 역사상 가장 기온이 높은 시기였다. 역대 1~5위 기온 기록이 모조리 2010년대 후반에 몰려 있다. /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서울시민 위한 생활 주변 숲속 소규모 치유시설확대 필요

박미호 동국대학교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위원 기고제도적 기반구축과 실행전략 수립 시급

시민들 생태계의 휴식 기능 높게 평가

푸른도시국 생애주기별 테마숲눈길

숲 자주 이용하면 의료비 지출도 감소

도시 숲, 녹색복지도시에 큰 비중의미

먼 숲 찾지 않아도 되게 숲 투자 확대를

 

강동구 명일공원 통나무기차. 숲의 치유 효과는 뛰어나다. 서울시는 2016년도부터 유아숲, 실버숲 등 다양한 숲을 조성해 서울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강동구 명일공원·일자산숲, 양천구 계남공원 등지에 조성된 유아숲은 어린이가 뛰어놀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공구조물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사는 당신에게 숲에 가면 뭐가 좋지요?라고 질문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많은 사람이 공기가 맑아요’ ‘상쾌해요’ ‘기분이 좋아져요등 주로 숲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혜택에 대해 응답한다. 숲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숲에 왜 오셨습니까?라고 질문하면 건강을 위해서’ ‘경관이 좋아서’ ‘힐링을 위해서등 삶의 질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응답을 한다.

 

숲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공익적 기능이라 하는데, 이 기능은 인간 사회에 여러 혜택을 준다. 최근에는 인간이 자연의 다양한 생태계 기능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는 이익을 총칭하는 용어인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 평가체계가 주요한 이슈로 대두했다. 생태계 서비스의 개념은 학술적으로 다양한 정의와 개념을 가지고 있으나 새천년생태계평가(MA: 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에서는 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서비스를 크게 네 범주로 구분한다. 음식, 목재, 연료 등을 제공하는 공급 서비스, 대기질·기후·질병 등을 조절하는 조절 서비스, 광합성, 토양 생성, 영양 순환, 서식지 공급 등의 지원 서비스, 문화적 다양성과 종교와 성소로서의 가치, 심미적 가치 등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문화 서비스 등으로 구분한다.

 

강동구 일자산 숲속 맨발 걷기.

 

2018년도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생태계 서비스 평가체계 구축과 활용방안연구에 의하면 생태계 서비스 유형(공급 서비스, 조절 서비스, 서식지 및 지원 서비스, 문화 및 어메니티 서비스)이 서울시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민 의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양한 규모의 공원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는 ·호수·습지, 셋째가 숲과 산림이었다. 그 이유로는 휴식·휴양을 즐길 수 있어서’ ‘산책을 즐기기 위해3위 이내로 도출됐다.

 

그리고 서울의 주요 생태자산(한강, 주요 지천, 산림, 시가화 내 조경녹지 등)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에 동의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휴식, 휴양 등 힐링 공간을 제공한다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등산, 산책 등 야외 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민은 생태계 서비스로 문화 및 어메니티(생활편의시설)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높이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도시의 숲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생태자산이 시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녹색복지 도시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양천 계남공원 유아숲체험원.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는 녹색복지정책의 하나로 2015년부터 생애주기별 테마숲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유·아동기, 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으로 구분해 운영하는데 2019년 말 현재 도시공원 또는 도시자연공원 등 73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도부터 태교숲과 실버숲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태교숲의 경우 프로그램 횟수 296회에 임신부 2378명이 서비스를 받았으며, 실버숲 프로그램은 310회 운영으로 2193명이 서비스를 받았다. 이 숫자는 임신부 전체 혹은 실버 대상자 전체로 볼 때 적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국공립 산림치유시설이 대부분 대도시에서 먼 농·산촌 지역에 위치해 숲을 통한 치유 서비스를 제공받는 기회가 적은 것에 비해, 도시 숲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한 시민 혹은 앞으로 이용이 예상되는 시민에게는 생활 속에서 건강증진 혜택을 쉽게 누릴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한 법정 치유의 숲은 지역에 따라 10~50대규모 면적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대도시 지역에서는 이 기준을 따르는 치유의 숲을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도시의 숲 공간을 활용한 생태복지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숲을 통한 치유 요소 중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피톤치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피톤치드는 편백나무 숲에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편백나무 숲을 찾아가기도 한다. 편백나무 숲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활엽수로 이루어진 숲에 비해 피톤치드 발생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동시간이나 비용 등 종합적인 판단으로 치유 효과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먼 지역에 있는 숲과 도심 속의 숲은 치유 인자인 피톤치드 발생량뿐만 아니라 소음이나 경관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먼 거리 이동이 어려운 임신부, 노년기 시민, 장애인,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시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여행 비용이 없는 시민이 자주 이용할 기회는 적다. 이러한 시민에게 가까운 숲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치유시설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의 기회를 확대해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며 시민이 기대하는 바가 아닐까.

 

시민 스스로 건강관리를 위해 생활 주변에서 숲을 자주 이용함으로써 의료비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서대문구 인왕산 숲속에서 놀기.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심리적·신체적인 치유를 위해 도시의 숲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현재 생활 주변에 있는 숲에서 소규모로 조성·운영 가능한 치유시설이나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적·제도적인 기반 구축과 실행 전략 수립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숲을 생물이 다양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숲으로 잘 가꾸고 보전해, 멀리 있는 숲을 애써 찾아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훌륭한 치유 인자를 접할 수 있는 숲이 많아지면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내일은 세계 펭귄의 날"크릴 줄어 남극 펭귄 생존 위협"

급증하는 크릴 조업, 굶주린 펭귄들

 

'세계 펭귄의 날'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펭귄의 주식인 크릴 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4.24 ondol@yna.co.kr


'세계 펭귄의 날'을 하루 앞둔 24일 환경단체들이 건강보조식품으로 알려진 크릴 오일 때문에 펭귄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환경연구소,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극 바다에서 크릴이 줄어들면서 펭귄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빙하에 붙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크릴은 40여년간 개체 수가 70% 가까이 줄었지만 크릴 원료 제품의 수요 증가로 남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크릴은 남극의 먹이 사슬의 기본이 되는 생명체로 펭귄뿐 아니라 물범, 고래 등의 주요 먹이 공급원"이라며 "과도한 조업은 남극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릴만을 주식으로 하는 아델리펭귄은 이미 개체 수가 크게 줄었으며 크릴과 작은 생물을 함께 섭취하는 젠투 펭귄, 턱끈 펭귄들도 먹이인 크릴 감소에 취약하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이들은 "남극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크릴 오일의 생산이 필요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크릴이 아니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펭귄을 함께 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남극에서 크릴 남획을 막을 수 있게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크릴 오일의 원료가 펭귄들의 주된 먹이라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펭귄이 크릴을 잡은 어부를 쫓아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yes@yna.co.kr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가장 잘하는 동물은?

코로나19 시대, 눈여겨 볼 동물들

먹이 환경이 만들어 낸 사회적 행동의 진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이들 여기 있다

 

오랑우탄은 수마트라오랑우탄, 보르네오오랑우탄 등 두 종이 있었는데, 최근 제3의 종인 타피눌리오랑우탄이 발견됐습니다. 멕시메 앨리아가 제공

 

사회적 거리 두기 힘드신가요? 동물들한테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하는 동물을 넷 골라봤습니다.

 

1. 우리가 오랑우탄이 됐다면?

영국 방송 비비시의 니키 왈드론 피디는 보르네오에서 제3의 오랑우탄 종인 타피눌리오랑우탄을 찾았습니다. 몇 주 동안의 추적과 기다림 끝에 어미와 딸을 발견했다고 해요. 카메라를 들었는데, 아주 어둡고 나뭇잎으로 가득 쌓여서 담아지질 않았대요. 오랑우탄은 40나 되는 나무 위에 있었거든요. 왈드론은 2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상어도 찍어보고 대형 고양잇과 동물(시베리아호랑이나 설표 등)도 찍어봤는데, 이번이 가장 찍기 어려웠다고 푸념했습니다.

 

다른 유인원과 오랑우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인간을 포함한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는 무리 생활을 하지만, 오랑우탄은 무리를 이루지 않고 단독자로 살아갑니다. 웬만하면 나무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도 이 동물의 특징입니다.

오랑우탄은 기본적으로 암컷과 수컷이 따로 살고, 교미할 때만 짧게 만납니다. 새끼를 4~5년 기르면 독립을 하기 때문에 어미는 다시 혼자가 되지요. 보르네오에서 오랑우탄을 관찰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비루테 갈디카스는 독립 직전의 청소년 오랑우탄들이 서로의 둥지를 놀러 오는 장면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에덴의 벌거숭이들을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왜 오랑우탄은 혼자 살까요? 먹이 환경에 달려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먹이가 풍부하면 다른 개체와 돕거나 싸우면서 먹이를 구하고 나누지만, 먹이가 어느 지점 이하로 떨어진 환경에서는 사회적 활동은 사라지고 각자도생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하겠지만, 먹을 것은 나눠 먹도록 합시다.

 

히말라야 산맥과 힌두쿠시 산맥의 고지대에 사는 설표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 설표를 만나려면?

히말라야 산맥의 외진 산정에 사는 설표는 아주 보기 힘듭니다. 서식지의 평균 고도는 3000~4000m, 절벽이나 낭떠러지에 자리 잡습니다. 주로 해질녘이나 해뜰녘에 움직여서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이때를 노립니다. 남의 눈을 피해 다니는 설표가 그래도 카메라에 포착되는 이유는 고양잇과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잇과 동물은 기본적으로 영역 동물입니다. 자기의 영역을 만들어두고 침입자를 감시하니까(길고양이들이 각자 자기 구역이 있는 걸 떠올려보세요), 적당한 위치에 매복하고 기다리면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설표의 서식권역은 수십~수백에 이릅니다. 이렇게 영역이 넓은 이유는 설표 그 자체의 생태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개체 수가 4000~6000마리로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새끼는 어미와 함께 살다가 두 살 때 독립합니다. 그때부터 외로운 생활이 시작됩니다.

 

북극해의 끝없는 얼음바다. 거기서 북극곰과 북극곰이 마주칠 확률은 어느 정도 될까요? 남종영 기자

 

3. 동물원에 사는 북극곰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10여년 전 저도 북극곰을 찾아 헤맨 적이 있었습니다. 사나흘의 잠복 끝에 북극곰과 마주쳤습니다. 혼자였습니다. 덩치를 보아 북극곰은 갓 독립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난해 죽은 고래의 사체 냄새를 맡고 먼바다에서 헤엄쳐 왔지요.

북극곰은 새끼를 돌볼 때를 제외하곤 기본적으로 혼자 다닙니다. 혼자 걷고 혼자 수영하고 혼자 사냥합니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먹이 자원이 희소한 북극의 환경에서 이런 행동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죠. 그럼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경쟁에서 북극곰을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북극해가 넓디넓다는 것입니다.(북극곰 이 봐, 당신들이 사는 보르네오 섬과 히말라야 산맥이 어떻게 북극해보다 클 수가 있냐고?)

 

게다가 기후변화와 사냥으로 북극곰은 2~25000마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북극곰이 북극의 얼음 바다를 혼자 걷다 동료 북극곰을 만나면, 우리가 사막에서 사람을 만난 것처럼 , 반갑다할까요? 아마도 조심스럽게 피해갈 겁니다.

 

반면, 동물원에서는 북극곰 여러 마리가 어쩔 수 없이모여 삽니다. 두 과학자가 미국 필라델피아동물원의 북극곰 두 마리를 106시간 관찰한 결과를 2006년 학술지 응용동물복지과학에 실었습니다. 북극곰은 서로 거리를 좁히려는 행동보다 더 떨어지려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같은 구역에 머물렀던 시간은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가까이 오면, 거리를 두고 떨어졌습니다. 동물원은 북극곰에게 살기 적합하지 않습니다. 북극곰이야말로 사회적 거리를 두는 관습이 유전자에 박혀 있으니까요.

 

52Hz 고래는 어떤 존재일까요? 사진은 2003년에야 과학적으로 보고, 확인된 오무라고래입니다.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4. 내가 바로 사회적 거리 두기 챔피언52Hz 고래

해양포유류학계의 오랜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바로 수수께끼의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내는 52Hz 고래입니다. 1980년대 미소 냉전이 한창일 때, 미국의 잠수함 탐지체계에 처음 포착된 이 소리는 잠수함도, 대왕고래도, 그 어떤 고래의 소리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미국 캘리포니아 먼바다와 알래스카 앞바다를 왔다갔다 하는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2004년 빌 왓킨스 박사는 북태평양 52Hz 고래 소리의 12년간의 추적이라는 논문을 냅니다.

 

우리는 이것이 어떤 종인지 모른다이 드넓은 바다에서 딱 한 마리만 이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12년간의 모니터링을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이 소리는 딱 한 마리에서 나는 소리다.

 

52Hz 고래는 많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관련 기사 52Hz52Hz응답 없는 고래의 노래여) 어떤 이들은 고래를 멸종 직전으로 몰아넣은 19~20세기의 포경 열풍으로, 우리가 몰랐던 어떤 고래 종이 다 죽고, 이 한 마리만 남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52Hz 고래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동물일 겁니다. 사회적 거리를 둘 수조차 없는.

 

동물 상식 하나! 누가 더 사회적일까?

동물학자들은 동물의 사회성을 결속력에 따라 분류하는데, 그 강도에 따라 아사회성(subsociality), 유사사회성(parasociality), 진사회성(eusociality)이 있습니다. 아사회성은 어미가 새끼를 돌볼 때는 같이 있지만, 독립 후 떨어지는 종입니다. 유사사회성은 같은 세대들이 모여 둥지를 같이 만들고 공동육아를 하는 동물입니다. 진사회성은 사회성 단계의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미나 벌이 해당합니다. 엄격한 노동 분담과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를 이룹니다. 오랑우탄, 설표, 북극곰은 사회성의 낮은 단계인 아사회성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30년 뒤 육상 곤충 4분의 1이 사라진다

도시화가 주원인수질개선으로 수서곤충은 증가

 

도시화로 서식지를 잃은 나비, 메뚜기, 개미 등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곤충이다. 꽃꿀을 빠는 호랑나비. 게티이미지뱅크

 

곤충은 거미와 함께 지구 생물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생물 다양성의 핵심 동물이다. 또 꽃가루받이, 유기물 분해, 다른 동물의 먹이 공급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종 다양성 못지않게 곤충의 양 자체가 관심사인 이유다.

최근 지구의 곤충 양이 급속하게 줄어든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 곤충 종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불을 지른 연구는 2017년 발표된 독일 자연보전구역에서 27년 동안 곤충 양의 75% 이상 줄었다는 내용이었고, 이후 곤충 감소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벌레가 사라진다, 기후변화의 새 재앙인가). 그러나 과학계 일부에서는 이런 내용이 일부 지역의 실태를 지구 전체로 확대하여 해석했으며,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진 곤충 풍부도에 관한 장기연구를 총괄한 최대 규모의 메타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로엘 반 클린크 독일 통합 생물 다양성 연구 센터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육상 곤충의 양은 해마다 평균 0.92%씩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30년 동안 지구의 곤충 양은 약 24% 줄어든다.

 

연구자들은 19252018년 사이 41개국 1676개 지점에서 수행한 166개 장기연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대개 1980년대 중반부터 20년쯤 계속해 곤충 풍부도를 조사한 연구였다.

 

연구결과 곤충 감소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곤충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10년에 25%씩 줄어들었다던 기존 연구결과처럼 재앙 수준으로 급감하지는 않았다.

 

육상 곤충이 연평균 0.92%씩 줄어드는 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30년 이면 24%가 줄어드는 셈이다. 도시화로 곤충이 차츰 줄어드는 현상을 묘사한 일러스트. 가브리엘 라다 제공.

 

나비, 메뚜기, 개미 같은 육상 곤충 양은 연간 0.92% 줄었다. 주 연구자인 반 클린크 박사는 연간 0.92%라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30년 뒤면 곤충이 24% 줄어들고, 75년 뒤 50% 감소한다곤충은 조용히 사라지기 때문에 한 두 해에 변화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마치 어릴 때 살던 집에 찾아가 그곳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닫고 깜짝 놀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 센터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곤충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미국 서부와 중서부, 독일 등 유럽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도시화였는데, 서식지 감소, 빛 공해, 화학물질 오염이 곤충의 감소를 불렀다.

흔히 자동차 앞유리에 부닥쳐 들러붙는 곤충의 변화를 통해 곤충의 감소를 실감한다(자동차 앞유리 보니과연 곤충 줄었네). 이번 연구에서도 그런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자의 하나인 조너선 체이스 생물 다양성 연구 센터 교수는 실제로 날아다니는 곤충은 평균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곤충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토양, 나무숲, 물속 등에 산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을 비롯해 토양, 나무숲, 초지 곤충이 모두 줄어들었지만, 이례적으로 더 풍부해진 곤충도 있었다. 물속에 사는 하루살이, 깔따구 등 수서곤충은 연간 1.08%씩 늘었다. 30년에 걸쳐 38%가 늘어난 셈이다.

 

전반적인 곤충의 감소추세에도 물에 사는 곤충은 수질개선 덕분에 오히려 늘었다. 다른 곤충에서도 이런 역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올리버 티에르 제공.

 

연구자들은 물에 사는 곤충이 늘어난 이유는 강과 호수 등의 수질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체이스 교수는 수질개선을 위한 제도적 조처가 물에 사는 곤충의 증가를 불렀다는 사실은 전반적인 곤충 집단의 감소추세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곤충은 한살이 기간이 짧고 여건이 좋아지면 개체수가 급속히 늘어난다. 클린크 박사는 곤충을 사람이 물속에 억지로 잠기게 한 나무토막에 비유했다. 나무토막은 떠오르려고 하지만 우리가 억지로 눌러 가라앉히고 있다. 우리가 누르는 힘은 누그러뜨리면 나무토막은 곧 떠오를 것이다. 수서곤충의 예는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Science, DOI: 10.1126/science.aax993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탈핵 전문가 양이원영 "대통령 '그린뉴딜' 의지가 가장 큰 뒷배"

[인터뷰] 정치 문턱 넘은 환경운동가 양이원영 당선자

더불어시민당 양이원영 당선자는 최근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다. 국회의원 후보 등록부터 각종 국회 기록의 원칙이 부모 양성(兩姓) 사용을 허락하지 않은 탓이다. 그에겐 스스로 선택해 사용해온 양성이 포기할 수 없는 사회적 정체성이다. '원영''이원영'으로 개명해서라도 '양이원영'을 지켜낼 생각이다. 정치권 첫 문턱을 양이 당선자는 그렇게 넘었다.

 

대학 시절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1997년부터 20년 동안 환경운동연합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8년에는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연구하고 소통하는 플랫폼 '에너지전환포럼'을 만들었다. 반핵에너지 분야 외곬이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비상 상황은 이제 뉴노멀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 이후, 전 분야에서 확연히 다른 세상과 맞닥뜨릴 것"이라고 했다.

 

양이 당선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녹색 전환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린 뉴딜'이 그의 의정 목표이자, 이름만큼 소중한 25년 경력 환경운동가의 정치적 정체성이다.

 

"인간이 활동 많이 하면 할수록 지구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기후위기를 강화되는 방향으로 간 게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산업경제라면, 이제 인간의 경제 활동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린뉴딜 기본법과 에너지전환법 제정을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합동 총선 공약으로 직접 발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해야 한다", "여당이 다수 의석일 때 그런 법들을 전반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덧붙여 "그린뉴딜은 기획재정부와의 한판 싸움"이라며 관료들과의 일전을 벼렸다.

 

더불어시민당 양이원영 비례대표 당선자 프레시안(최형락)

 

허허벌판에서의 고달픈 싸움을 뒤로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으로 몸을 옮긴 양이 당선자는 "() 안으로 들어온 듯하다"고 했다. 물론 그 과정에 욕깨나 들었다. 하필 꼼수 비판이 쏟아지는 '위성정당'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탓이다.

 

녹색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무산된 뒤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을 남겨 오해도 샀다. 양이 당선자는 "나는 비례연합정당에 비판적이지 않았다. 다만 그 비례연합정당에 녹색당이 들어가지 못한 것에 비판적이었고, 그래서 민주당이 실망스러웠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례연합정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안타까운 지점은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안 열렸으면 나 같은 사람에겐 성문이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나처럼 선명한 사람은 민주당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기대도 안 했고 시도도 안 했다.

 

() 어찌 보면 비례정당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라도 가장 급진적인 나 같은 사람을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위성정당이라는 비판 때문에 소수이지만 중요한 가치를 대표하는 시민사회 인사들에게 20~30년 만에 기회가 열린 것이다."

 

'성 안의 싸움'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중진 의원이 21대 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정책을 연구하는 의원모임'을 제안한 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기후위기 대응에 한참 뒤쳐진 국회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양이 당선자는 "이소영 당선자와 나 두 명이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운동만 하던 초선 두 명이 들어왔으니 그래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문 대통령의 의지가 나에겐 가장 큰 뒷배다. 외로운 깃발에 역할을 같이 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지구의날'22,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꽃가마 탈 생각 없다위성정당 비판이 역으로 기회가 됐다"

프레시안 : 환경운동연합을 시작으로 에너지전환포럼까지 23년 간 시민운동을 해왔다. 시민운동의 전성기를 경험했고, 최근 시민단체의 정치화 논란도 잘 알 것이다. 정치와 시민운동의 관계에 관한 평소 생각은?

양이원영 : 시민운동은 광의의 정치운동이다. 시민운동이 보다 근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요구하면, 정치는 그 물음에 응답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큰 틀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운동의 영역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다만 일종의 긴장관계가 있다. 시민운동의 다음 단계를 당연히 정치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시민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고 있다. 개인과 단체가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민사회 내부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프레시안 : 최근 시민단체에 관한 논점은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인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긴장이 무뎌지지 않았느냐다.

양이원영 : 과거에는 정부나 국회와의 관계가 진영 논리에 따른 적대적 관계였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일종의 협력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 전까지 주장을 하는 운동이었다면, 이젠 그 주장을 현실화하는 운동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한계도 명확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을 시작한 뒤에도 무언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지난 2년이었고 좌절의 연속이었다. () 안으로 들어온 듯하지만, 깊숙하게 진입하지는 못하고 얼쩡거리는 수준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과거 정부 때는 성 바깥 허허벌판에서 싸우는 것 같았고. 한편으로는 무언가 될 것 같은 지점도 보였다. 예산이나 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주변에선 내부로 들어가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학생운동을 하던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하는 현장 운동을 했다. 가보지 않은 해변이 없을 정도였다. 거의 모든 해변이 핵폐기물 처리장, 핵발전소 후보지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는 정책운동을 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현장 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잦아들기도 했고, 시민사회가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정부와의 테이블이 열리기도 했다.

 

2018년 에너지전환포럼을 만들면서 대중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해야 할 운동의 다음 10년의 과제를 대중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시민사회가 건강하려면 운동의 주체로서 함께할 수 있는 회원들과의 일상적 소통,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시민사회단체의 과제인데, 어느 단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치 영역은 그 자체가 대중운동이더라. 여기 와보니 권리당원만 80만 명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정치 영역에서 대중운동이 급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놀랐고, 사회운동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데에 자괴감까지 들었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정치권에 들어가네 마네 하는 건 주변적인 문제다. 한국사회가 발전하려면 유권자, 시민이 선거 때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시민사회와 정치운동의 관계를 보려면 그 부분을 보는 게 중요하다.

 

프레시안 : 정치권 진입 자체를 백안시하지 않는다. 다만 몸담게 된 정당이 하필 정당성 논란을 겪는 위성정당이어서 개인의 선택에 비판과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더 확장된 대중운동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인정해도, 그 방식과 과정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은데?

양이원영 : 꽃가마 타려고 선택한 게 아니다. 나에겐 그런 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비례연합정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안타까운 지점은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안 열렸으면 나 같은 사람에겐 성문이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나처럼 선명한 사람은 민주당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기대도 안했고 시도도 안 했다. 비례연합정당이 뜬다고 할 때도 기본소득당이나 녹색당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일이 어그러져 내게 연락이 왔다. 나에게 올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녹색당이 마지막까지 협상을 해보기를 바랐지만 결국 일이 이렇게 됐다.

 

어찌 보면 비례정당의 명분을 찾기 위해서라도 가장 급진적인 나 같은 사람을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위성정당이라는 비판 때문에 소수이지만 중요한 가치를 대표하는 시민사회 인사들에게 20~30년 만에 기회가 열린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겐 역으로 효과가 난 것이다. 한편으로 민주당 입장에선 1번부터 10번까지 자기 몫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정치 역사상 자기 자리 10석을 양보한 적이 있었나?

 

프레시안 : 말씀처럼 시민사회의 얼굴들을 스카우트 한 동기가 위성정당의 취약한 정당성을 얻으려 한 것이었기에 그에 부응한 개인들의 선택에 대한 비판도 일정부분 유효한 것 아니겠나.

양이원영 : 나는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았다. 미래한국당을 해체시킬 수 없다면 당연히 만들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비례연합정당에 녹색당이 들어가지 못한 것에 비판적이었고, 그래서 민주당이 실망스러웠다. 녹색당이나 기본소득당이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지원한 입장에선, 녹색당을 결국 포함시키지 않은 민주당의 스탠스를 비판한 것이다. 큰 당이 좀 양보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린뉴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해야"

프레시안 : 외부에서 긴급하게 수혈된 인사들이 종국엔 계파의 일원으로 흡수가 되거나 존재감을 상실하고 무색무취해진 경우가 많았다. 과정이야 어쨌든 이제 정치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나름의 계획이 있을 텐데.

양이원영 : 시민사회 출신으로 재선 3선을 하신 분들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이다. 내가 정치인으로서 두각을 보이는 그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전환, 그린뉴딜이다.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정예 멤버를 꾸려 관료들과 행정부를 압박하고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내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슈나 의제, 정책적 측면에서 김제남, 장하나 전 의원 등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잘 안다. 그분들 노력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회에서 탈핵 얘기가 나온 것 그 자체가 큰 의미다. 근본적인 변화까지 가지 못했더라도, 그 바통 이어받아서 내가 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 에너지전환과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진 의원들이 상당히 늘어났다. 어느 한 명이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객관적 조건과 상황이 뒷받침되는 흐름으로 보면 희망이 있어 보이지 않나?

 

프레시안 : 직접 발표한 민주당과 시민당의 환경 공약에는 그린뉴딜 기본법, 에너지전환법 제정 약속이 있다. 기후위기 대응 사회로 가는 총설계도에 해당하는 법안들일 텐데, 담길 내용은?

양이원영 : 코로나19 위기를 녹색전환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경제활동이 지구 생태계를 항상 위기로만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이 활동 많이 하면 할수록 지구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기후위기를 강화되는 방향으로 간 게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산업경제라면, 이제 인간의 활동이 온실가스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환경과 경제가 서로 모순되고 충돌되는 게 아니라,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정책으로 검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뉴딜은 재정 정책이니 공공사업을 늘리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적극적인 투자를 말한다.

 

가령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생각해보자. 건물 리모델링 규제를 강화 하는 게 지금까지의 정책인데, 방향을 바꾸면 개별 집들을 고쳐서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한편 건물 내의 곰팡이나 실내대기질 등도 개선할 수 있다. 이 때 단열 산업 등이 일자리와 연결된다. 수송 분야에선 사람들이 친환경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보조금을 늘리는 사업도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선, 새만금 사업과 같은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 관련 시장을 키우려면 걸림돌이 되는 인허가 절차나 발목잡기를 줄여야 한다. 여러 부처로 흩어진 창구를 단일화해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같이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이런 일들이 왜 얼어붙어 있나. 국회발 가짜뉴스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률이 원전만큼 악화돼있다. 적극적인 홍보도 해야 한다.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 근거법이 없다. 개인, 협동조합 등 참여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시장을 열어야한다.

 

여당이 다수 의석일 때 그런 법들을 전반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관련 전문가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에너지전환 문제는 재정 정책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만 그린뉴딜은 '에너지 전환 플러스 재정정책'이 돼야 한다. 그래서 그린뉴딜은 기획재정부와의 한판 싸움이다. 기재부를 넘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 한다. 관련법과 제도를 바꿔서 실제로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는 해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한국은 기후위기 악당국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이나 탈석탄, 탈원전 정책이 선언만큼 진전이 있었다고 보나.

양이원영 : 지금 정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난 게 뭐가 있겠나. 원전만 해도 노후 원전 하나 문 닫고 신규 원전 하나 늘었다. 다만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 다음 업데이트가 과제다.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브레이크를 걸어놓았으니 남은 2년은 업데이트 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원전과 석탄발전소 하나라도 빨리 문을 닫으려면 재생에너지가 하나라도 늘어나야 한다. 그 목표를 국회가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

 

밖에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원전을 추가로 짓자고 건의하자 문 대통령이 '그건 당신이 대통령 돼서 하라'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 되돌아보면 이 정부 대선 공약 중에 탈원전, 탈석탄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린뉴딜에 대한 지지라고 봐도 되겠다. 국민들은 에너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민주당 당원들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아닌가.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나에겐 가장 큰 뒷배다. 외로운 깃발에 역할을 같이 하겠다. 그걸 나서서 하면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중 난타를 당하겠지만, 그에 맞서 싸우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프레시안 : 앞서 '성 안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정부는 물론이고 민주당이 에너지전환 문제에 실제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양이 처장이 몸담고 있는 에너지전환포럼이 총선에 앞서 실시한 정책질의에 민주당이 어떤 답변을 회신했는지 잘 알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동의하지만 전기료 현실화는 부동의, 내연기관차 퇴출 로드맵은 산업계 경쟁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동의, 2040년 석탄화력발전 종력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동의' 등이다. 심지어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진 의원이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양이원영 : 에너지전환 정책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공격을 받았는데 제대로 방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 인정한다. 여당도 그렇고 어디에도 그걸 제대로 방어하는 사람이 없더라. 잘 몰라서, 언론사들의 가짜뉴스가 난무해서 그랬을 것이다. 보수언론이 탈원전 프레임으로 공격을 해도 도망가고 회피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을 부를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던 거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작업이 21대 국회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우선 이소영 당선자와 나 두 명이나 들어가 있는데,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운동만 하던 초선 두 명이 들어왔으니 그래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산업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전진배치 된다면 좋겠다. 우원식, 김성환 의원 등 선배 의원들도 많은 뒷받침이 되리라 기대한다.

 

우리가 모범적 국가라고 얘기하는 독일조차 체르노빌 사태 이후 에너지전환으로 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2011년 이후에야 탈핵이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사회적 경험을 기반으로 정치인들의 경험도 축적돼야 근본적 변화가 이뤄진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유럽보다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희망이 더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구성원들과 토론하고 설득하고 인지하게 하는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 해결에 집중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린뉴딜로 가야 한다. 우리 경제가 리뉴얼되는 상황인 만큼, 에너지전환 정책을 경제위기 돌파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면 좋겠다.

 

프레시안 : 마저 하고 싶은 말이나 의정활동의 포부를 밝히자면.

양이원영 : 권한과 자원이 저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25년 동안 활동을 해왔던 바탕에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 운동의 역사와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좌우명까지는 아니지만, 다짐을 하려고 되새김질 하는 문장 중 하나가 '과거의 진보가 현재의 진보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운동가로서 진보적 스탠스를 유지하려면 긴장하고 항상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다보면 입장이 바뀌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입장이 바뀐 게 몇 가지 있다. 전력시장 구조개편을 극구 반대했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지금은 전력시장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전과 석탄전기를 쓰는 전기차는 그 자체가 오염덩어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전기차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진보'가 되려면 계속 공부하는 것, 그리고 구조와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

 

물론 정치 행위는 운동과 차이가 많을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즉각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에너지전환포럼을 시작하고선 싱크탱크 기능과 대중운동의 기반을 만들려는 목표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내기보다 치밀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했다. 정치는 그 연장선이다. 지금 나에겐 큰 목소리로 주장하거나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치밀하게 준비해서 일이 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임경구 기자/박정연 기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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