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3배 오를 때 강남아파트는 84배 올라
기후 변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경제지리학
재생에너지 강국 독일과 덴마크의 '에너지 전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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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3배 오를 때 강남아파트는 84배 올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980년 이후 40년간 가격변화 분석
쌀값 3.2배, 닭고기 3.3배, 중형자동차 6.1배 상승
서울 강남아파트 매매가 84배, 전세가 101배 올라
1인당 GDP는 원화 기준 35.5배, 달러 기준 18.5배 증가
지난 40년간 농수산물과 공산품 등 소비재 대부분의 가격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견줘 낮은 반면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커피 같은 기호식품 가격은 높은 상승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9일 1980년 이후 여러 유형의 재화와 서비스의 명목가격 추세를 경제성장률과 비교 분석한 ‘국내 주요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 추세 분석: 1980~2020’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중 농수산물과 공산품 등 소비재 대부분의 명목가격 상승률이 1인당 지디피 상승률보다 낮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적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4㎏ 기준)이 3천원에서 9500원으로 3.2배, 닭고기(1㎏)는 1400원에서 4656원으로 3.3배 상승하는 등 대부분 식재료 가격이 약 9배 미만 올랐다. 또 국산 중형자동차 가격의 경우 389만원에서 2390만원으로 6.1배 상승했으며, 소주는 5.1배, 영화관람료는 6.7배 올랐다. 이 기간 1인당 지디피 상승률(원화 기준 35.5배, 달러 기준 18.5배)을 고려하면 실제 체감 가격은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반면에 수박(16.7배), 배추(12.5배) 등은 다른 식재료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은마아파트의 경우 3.3㎡ 기준 매매가는 77만원에서 6469만원으로 84배 상승했고, 전세가는 16만원에서 1629만원으로 101배 올라 다른 분석대상 항목들과 큰 대조를 보였다. 기호품 관련 항목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는데, 커피 한잔은 200원에서 4100원으로 21배, 담배 한 갑은 300원에서 4500원으로 15배 올랐다.
이 연구소의 정훈 연구위원은 “지난 40년간 주요 소비재의 실질적인 가격이 대부분 하락하였음을 계량적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수치상으로 평균 값을 기준으로 한 분석이기 때문에 최근 심화된 소득 양극화를 고려할 때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기후 변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경제지리학
우리는 1990년대 이후 '정보화', '세계화', '고령화'를 비롯한 '지식기반경제', '기후변화'라는 메가트렌드가 지속적이고 역동적으로 추동하는 역사적 변환기에 살고 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대한 이해는 지리학의 본원적 연구 과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지리학은 생활공간을 공간적·생태적 관점에서 다양한 지표 현상과 그 변화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통하여 생활공간에 존재하는 질서의 이해와 지속 가능한 미래의 생활공간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데 공헌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지리학은 기후변화가 우리 사회, 특히 경제지리학의 연구대상인 '경제과정(economic process)'에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경제지리학의 연구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학술적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지리학 연구영역의 확대 가능성과 새로운 연구 과제의 모색을 통해서 담론화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담론은 일반적으로 '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경제·사회적 행위자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정당화하기 위해 창출하는 논리성을 갖는 언술 체계 혹은 넓은 의미에서의 지식체계'로 이해되며, 그 의의는 현실에서 전개되는 각종 사건과 행위들을 이해하는 해석적 틀 혹은 인지적 틀을 제공하는 데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적 내부 과정이나 외부 강제력에 의하여 초래된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동인 중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외부 강제력으로 태양 주기의 변조, 화산 폭발, 인위적 요인에 의한 지속적인 대기 성분 및 토지이용 변화 등이 포함된다.
그 특성으로는 먼저 20세기 대량생산·대량소비라는 경제사회구조는 천연자원의 대량사용과 에너지의 과잉소비로 지구환경오염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기후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기후시스템은 다시 자연생태계와 인간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순환계적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은 더욱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 영향은 내용 면에서는 전 기후요소 및 지구환경과 인간생태계에 걸쳐, 그리고 공간스케일 면에서는 지구적 차원에서 국지적 혹은 가계차원에 이르는 다면적이고 다중스케일적인 동시에 지역적으로 매우 차별적이다. 즉 기후변화와 그 영향은 경제적 과정의 투입재인 동시에 그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신환경기술 및 에너지체계의 개발 등)은 경제적 경쟁력을 담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는 점과 공간 차별적이라는 점에서 경제지리학의 중요한 연구영역이기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지리학의 학술적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 그 원인은 경제지리학의 연구대상인 '경제'에 대한 경제학의 인식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경제학과 경제지리학은 경제현상 혹은 경제과정이라는 연구대상을 공유한다. 그런데 '자연'과 '경제'는 근본적으로 분리해서 존재한다는 경제학의 인식체계는 직·간접적으로 경제지리학, 특히 논리실증주의 경제지리학의 지식체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기존의 경제지리학 분야에서는 기후변화를 포괄하는 자연환경 및 그 변화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학문적 대응에 대한 학계 수요는 크지 않았고, 이와 관련된 연구업적도 크게 축적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리학은 경제학과는 달리 경제적 과정은 환경적, 사회·경제적 과정과의 상호작용 속에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는 전통적 인식체계를 기반으로 존립하여 왔다. 따라서 기존의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지리학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지리학 고유의 인식체계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지리학적 패러다임 개발과 그 연구영역의 확대가 요구된다.
학문연구란 변화하는 실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지리학적 연구는 다중스케일적 지역 차원에서 실제로 지리적 사상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서 각 지역은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를 전체 시스템의 차원에서 읽어내어야 한다.
지리학은 자연과 경제/사회를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체로 인식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론에 의거 하여 '경제체계에 있어서의 재화의 흐름'에 기초하여 경제활동과 자연환경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첫째, 자연환경은 천연자원의 형태에서 생산과정에 필요한 투입물의 제공자로서 기능한다.
둘째, 자연환경은 쓰레기 폐기물(예를 들어, 토양 및 해양 폐기물)과 오염 물질(예를 들어, 토양, 대기, 물 등에 흘러드는 오염 물질)의 형태에서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의 수령자로서 기능한다. 즉 경제가 자연을 변형시키고, 이를 통해 자연은 사회적으로 변화되어 재창조되지만, 사회는 본질적으로 자연의 변형에 토대를 두는 이러한 순환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를 기초로 경제지리학의 실질적 연구대상인 '경제 공간'을 매개로 하는 경제과정과 기후변화와의 순환시스템(그림 1)을 통하여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경제지리학 연구영역의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 그림 1. 경제과정과 기후변화의 순환체계. ⓒ이철우
20세기에 구축된 산업자본주의의 경제체제는 대량생산에 따른 천연자원과 화석에너지의 과다사용과 과잉소비는 자연의 파괴를 야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량생산과정에서 방출되는 자원과 에너지의 소비 잔여물과 폐기물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여 환경부하를 가중시켰다.
이러한 환경부하는 당연히 기후변화의 외부 강제력으로 작용하였고, 전 지구적 차원의 심각한 자연환경파괴의 핵심적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그 영향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을 야기하였고, 이는 다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강요했다. 그 결과 이와 관련된 정책이 상당한 수준에서 개발되어왔고,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양식은 환경비용부담과 환경기술개발의 형태로 경제적 과정에 영향을 다시 미치게 되는 순환적 관계 형성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경제지리학적 연구는 기존의 자연에 대한 경제학적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경제공간을 매개로 한 경제과정과 기후변화와의 순환시스템 상에서 자연이 경제적 과정에서 통합되는 방식과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자연생태계의 회복을 둘러싸고 출현하는 경제과정의 재생산방식에 대한 설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기존의 '경제체계에 있어서의 재화의 흐름'과 '경제 공간을 매개로 하는 경제과정과 기후변화와의 순환시스템'을 전제로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관한 경제지리학적 연구들은 ① 천연자원을 중심으로 한 자연이 경제과정으로의 투입에 관한 영역, ② 경제 과정에서의 발생한 환경에 대한 부하에 관한 영역, ③ 기후변화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환경비용 부담에 관한 영역, ④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환경기술 개발영역 그리고 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정책 개발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및 그 영향에 대한 경제지리학적 연구영역과 영역별 주제의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최근 지속 가능한 개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환경경제지리학자들의 3대 연구주제인 산업의 지속가능성, 도시와 농촌 생활에 있어서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및 경제의 세계화와 사회-경제적 취약성과의 연관성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①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국가 또는 지역의 고유한 요인과 제도가 어떻게 지속가능성의 궤도를 형성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② 도시와 농촌 생활에 있어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로는 새로운 주택개발이 어떻게 지속 불가능한 '소비 경관'을 창출할 수 있는지와 가계의 소비 및 폐기물 관리 관행의 변화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미친 영향과 공동체 지원 농업과 '대안적' 식품 네트워크에 대한 전망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③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및 경제의 세계화와 사회-경제적 취약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공동체와 국가가 지구 온난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과, 온실 가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 등이다.
본인은 이상의 환경경제지리학의 연구주제 이외의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새로운 경제지리학적 연구주제로 ① 공간스케일에 따른 경제과정에 기후변화와 그 영향이 미치는 부작용과 여파에 대한 연구, ② 기후변화와 그 영향 자체의 상품화에 대한 연구, ③ 지속 가능한 개발에 기초한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관한 대안적 정책모델 개발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철우 경북대학교 지역개발연구소장/프레시안
재생에너지 강국 독일과 덴마크의 '에너지 전환' 이야기
[공동체에너지전환 上] 재생에너지 강국 독일과 덴마크의 시민 참여 에너지 전환
작년 11월 영국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시한이 이미 지났거나 매우 가까워졌다"며 "행성 비상사태(planetary emergency)"라는 표현을 썼다. 그 즈음 호주에서는 대륙 전역을 뒤덮는 산불이 세 달째 지속되고 있었다. 두 달여 뒤 호주 산불로 코알라, 캥거루 등 야생동물 수억 마리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에너지 전환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84.6%였다. 그러나 실제 재생에너지 산업을 현실에서 넓혀갈 로드맵이 없다면 에너지 전환의 실현은 요원하다.
다행히 재생에너지에는 실현에 유리한 점이 있다. 화력·핵발전과 달리 거대자본과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은 건물 옥상에도 설치할 수 있다. 풍력 발전소 설비도 화력·핵발전 설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설 지역의 주민과 일반 시민의 높은 지지와 참여, 그리고 적절한 정부 정책이 있다면 지역 공동체 차원의 작은 변화를 쌓아갈 수 있다.
<프레시안>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함께 앞으로 이러한 작은 변화, 즉 '지역 주민과 시민의 참여를 통한 지역 공동체 차원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첫 편에서는 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과 덴마크가 어떤 식으로 지역 주민의 동의와 참여를 넓혀갔는지 알아보고 이와 관련된 한국사회의 상황을 짚는다. 둘째 편에서는 '지역 주민과 시민의 참여를 통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한국사회의 시도를 다룬다. 마지막 편에서는 이와 관련된 정부 정책, 특히 에너지 협동조합 관련 정책과 문제점을 살핀다.
대륙 차원 에너지 전환 진행하는 유럽연합과 두 재생에너지 강국
유럽연합의 전체 전력 생산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0년 21%에서 2019년 35%로 상승했다. 나아가 유럽연합 정상들은 2050년까지 유럽을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GDP, 인구 등에서 유럽연합 최대국가인 독일도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은 2011년 중반부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라는 이름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폈다. 2010년 전체 전력 생산의 19.1%였던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8년 40%를 넘겼다. 현재 독일은 2030년 전력 65%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2050년까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1960~1970년대 화석연료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던 '에너지 빈곤국' 덴마크도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8년 70%를 넘겼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국가라고 해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화력·핵 발전 기업의 반대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로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에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선다' 하면 재산권, 경관 보호 등에 대한 갈등이 생긴다.
실제 2011년 독일 슈타르켄부르크 협동조합이 노이처 회에(Neutscher Höhe)라는 작은 언덕에 첫 번째 풍력 발전소를 지을 때 대부분의 지역 주민은 반대 입장을 취했다. 2018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조사를 봐도 독일 국민 95%가 에너지 전환에 찬성하지만 자신의 집 근처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짓는 것에 찬성하는 국민 비율은 65%로 떨어진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협동조합을 통한 시민 참여 강화를 적극 활용했다. 애초 협동조합의 전통이 강했던 덴마크에서도 협동조합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 OECD 국가와 비교한 2017년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독일과 덴마크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7년 독일 재생에너지 설비의 42%는 개인 혹은 농민 소유다. 4대 대형 발전사가 소유한 설비는 5.4%에 불과하다. 나머지 설비를 투자펀드, 프로젝트 회사, 기타 에너지 회사가 소유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개인 참여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장치는 협동조합이다. 2006년 8개였던 독일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2017년 855개까지 늘었다. 18만 명 가량의 시민이 평균 3729유로(500만여 원)를 내고 조합원이 됐다. 그리고 조합 운영 전반에 의결권을 행사한다.
앞서 언급한 슈타르켄부르크 에너지협동조합도 지역 주민의 여론을 돌려세우기 위해 협동조합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가능한 많은 주민을 만나고 협동조합에 대한 투자와 이익 공유, 운영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자 지역 여론이 돌아섰다. 많은 시민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역 주민과 재생에너지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주민의 동의를 얻는데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독일 시민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것이 꼭 경제적 이익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배당금은 그다지 높지 않다. 2017년 연 평균 배당률은 3.43%였다. 액수로 보면 20만 원 정도가 조합원에게 배분됐다.
경제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지역의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고 있다는 데 대한 만족감이다. 독일재생에너지협동조합협회의 안드레아스 위그는 "매년 에너지협동조합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그 결과 중에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이 있다"며 "조합원들이 '내가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 시민으로서 내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참여하고 싶다. 내가 조합에 투자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그의 말은 더 넓은 범위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에 찬성하는 독일인 중 59%가 에너지 전환에 우호적인 이유로 59%가 '에너지 생산에 시민들도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을 꼽았다. '자손의 안전한 미래에 기여', '기후변화 대응', '독일의 에너지 자립' 등에 이어 4번째였다.
협동조합의 전통이 강했던 덴마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덴마크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전국 풍력발전소의 80%를 설치했다. 덴마크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어업권, 재산권, 경관 보호 등과 관련한 협의 과정에 참여한다.
이에 더해 덴마크는 재생에너지촉진법(Promotion of Renewalbe Energy Act)을 통해 풍력 사업자가 시설 4.5km 내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최소 20% 이상의 주식을 경매하도록 하는 강제 조항을 두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는 '이익을 공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는 협동조합의 특성을 활용해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극복하고 지역 공동체 차원의 작은 에너지 전환을 만들어갔다.
▲ 풍력 발전 설비와 태양광 패널. ⓒ연합뉴스
협동조합을 통한 주민 참여 강화, 그래도 남는 갈등은?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고 해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협동조합에 참여하지 않고 반대하는 주민은 있을 수 있다. 협동조합과는 운영 원리가 다른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독일과 덴마크는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별도 기구 혹은 제도를 두고 있다.
독일에는 재생에너지 관련 갈등 해결 전문기구인 KNE(환경보전과 에너지 전환 역량센터)가 있다. KNE는 연방 환경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만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민간기구다. KNE는 갈등해결, 대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 따르는 각종 갈등을 완화한다. 주 정부도 각각 에너지전환 전문기구를 두고 갈등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덴마크는 재생에너지촉진법에 풍력 설비와 관련해 인근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두고 있다. 풍력개발업자는 풍력 발전 사업으로 인근 지역 주민의 재산가치가 떨어질 경우 이를 보상해야 한다.
양측의 의견이 충돌하면 독립적인 가치평가기관이 피해보상 금액을 조정한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민은 80만 원 정도의 접수비용을 내야 하지만 피해보상이 합의되거나 피해가 인정될 경우 이 비용은 환불된다. 피해가 인정된 경우 가치평가 과정에 든 법률비용도 개발업자가 지불한다.
▲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 밀양 할머니들의 통곡. 갈등 해결 방안 없는 에너지 정책은 비극을 부른다. ⓒ연합뉴스
독일과 덴마크에 비해 갈길 먼 한국
그렇다면 한국에서 '지역 주민과 시민의 참여와 이익 공유를 통한 에너지 전환'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지역 주민 혹은 시민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할 길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의 모임인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에는 32개 조합이 소속되어 있다. 루트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시민참여 공모펀드는 전국 각지에 건설되는 재생에너지 설비와 투자 의사를 가진 시민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조금만 찾아보면 이런 단체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에너지 전환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갈등 해결 제도는 준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유럽 ESTEEM(갈등관리 기법) 모델을 적용해 재생에너지 갈등 예방 메커니즘"을 통해 '민간 전문가가 프로젝트 추진 전 갈등요소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한 뒤 모임을 개최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아직 별도의 기구나 제도가 마련되지는 않았다.
덴마크와 독일에 비해 더디지만 한국의 에너지 전환도 주민과 시민의 동의와 참여를 넓히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는 셈이다.최용락 기자/프레시안
더시민 비례후보 ‘환경운동가’ 양이원영 “탈핵 말할 사람 없을 것 같아 결단”
2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온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49·사진)은 녹색당 지지자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녹색당이 배제되자 양 사무처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이런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유권자가 표를 줄까. 한국 정치 진전을 기대했는데 민주당 참 실망”이라고 적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후보 9번에 이름을 올렸다. 양 사무처장의 ‘변심’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는 24일 서울 종로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기후위기를 말할 이가 없을 거란 위기감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후 모습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 위성정당 논란에도 비례연합정당에 이름을 올렸다.
“녹색당이 비례연합정당으로 원내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래통합당 1호 공약이 ‘탈원전 폐기’고 더불어민주당은 탈원전 논의에 소극적이다. 막 나가는 야당, 어정쩡한 여당을 뚫고 녹색당이 진입하길 바랐다. 녹색당 참여가 무산되는 걸 보며 ‘녹색당 투표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민주당 실망’을 쓴 이유다.”
- 왜 마음을 바꿨나
“기후위기·탈원전을 말할 이가 21대 국회에 없을 거란 위기감에 비하면 위성정당 논란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친환경 이미지를 위한 들러리만 서는 것 아닐까 우려가 컸다. 민주당 ‘핵융합’ 영입인사(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 부총장)를 비판했다. 그러다 더시민에서 나를 선발했단 소식을 듣고 놀랐다. 기회주의적으로 보이는 것 안다. 이후 모습으로 평가받겠다.”
- 민주당 비판 이력 탓에 지지층 반발도 예상된다.
“당내에 진보적 가치, 소수자 이슈에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 정부·여당에 각을 세운 사람도 품고, (민주당 추천 몫을 후순위로 배치한다는) 약속을 지킨 민주당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탈원전·탈석탄이 목표다. 환경운동이 환경정치가 되려면 이제는 문제 제기를 넘어 책임도 져야 한다. 녹색가치를 추구하는 제2, 3의 정치인이 생길 정치를 만들겠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양이원영 "시민당의 '그린워싱'? 뭐라해도 좋다…싸워온 사람들 위해 역할 하겠다"
"더불어시민당의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들어가려는 것은 20년간 현장에서 함께 싸워왔던 사람들 앞에 권력 가진 사람들을 세워서 얘기할 수 있게 만드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비판 받아도 감수하려 합니다."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의 총선 후보 9번으로 영입됐다. 민주당이 녹색당 등과의 연대를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위성정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정당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녹색당을 지지해 온 양 사무처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이 연합정당에 '환경'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있다.
25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양이 사무처장은 그런 비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시민당이 어떤 목적으로 나를 뽑았다고 하더라도, 목표로 하는 가치를 실현시키기에 적절한 곳이 국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예를 들어 원전 반대 농성하는 자리에 관련 공무원을 부를 수 있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원전 뿐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까지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 된다. 개인적 입지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순전히 선거용이다. 비례 후보에 오른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와 조정훈 전 시대전환 대표는 선거 후 자신들이 속했던 정당으로 돌아갈 방침이다. 양이 사무처장은 아직 소속 정당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짧은 시간동안 결정을 내려야 했고, 정당은 앞으로 고민해야 한다"면서 "녹색의 가치를 지향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곳,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기준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공천 결과 중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대목도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인재로 영입한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을 더불어시민당에서 18번으로 배치한 것이다. 핵융합 발전에 강력 반대하는 양이 사무처장이 대척점에 서 있는 민주당 영입 인재보다 훨씬 앞 번호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열악한 시민운동 진영을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양이 사무처장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최저임금은 물론 퇴직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극히 열악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공공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민주당의 '꼼수'를 격렬히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현실 정치에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상황과 함께 고민해야할 것 같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속절없이 녹는 그린란드·남극 ‘빙하’…거침없이 치솟는 ‘해수면’
작년 폭염 탓 그린란드서 6000억톤 줄어 전 세계 해수면 2.2㎜ 상승
남극 ‘덴먼 빙하’는 22년간 5.4㎞ 육지 방향으로 후퇴 밝혀져 ‘충격’
‘수몰 위협’ 시드니·뉴욕 등 긴장…“각국 ‘탈탄소화’ 정책 서둘러야”
덴마크 해협에 인접한 그린란드 스틴스트루프 빙하. 지난해 그린란드 빙하는 예년 평균치의 2배에 이르는 6000억t이 사라졌다(위 사진). 남한 크기의 4분의 1에 이르는 남극 동부의 ‘덴먼 빙하’ 표면. 빙하 아래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지난 22년 사이 길이가 5.4㎞나 짧아졌다(아래).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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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오로지 바닷물뿐이다. 그런 망망대해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엮어 만든 작고 허름한 인공섬 곁으로 보트 한 대가 천천히 접근한다. 섬에 발을 디딘 보트 주인의 손에 들려 있는 건 그저 평범한 한 줌의 갈색 흙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섬 주민들은 이런 흙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존에 필수적인 마실 물과 선뜻 교환한다.
199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워터월드>의 도입부는 이렇게 온 세상이 바닷물로 뒤덮인 음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온난화로 빙하가 모두 녹고 육지가 물에 완전히 잠긴 세상에서 ‘마른 흙’의 의미는 마실 물만큼이나 높은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세계적 톱스타였던 케빈 코스트너를 주연인 ‘보트 주인’으로 내세우고 제작비를 1억7000만달러, 약 2000억원이나 쓴 이 대작은 미국 내 흥행 수익이 8000만달러에 그쳤다. 영화적인 완성도와 함께 지적된 건 온난화로 인한 극단적인 해수면 상승이라는 개념이다. 당시 대중에게는 물밖에 없는 지구의 모습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거라는 얘기다.
25년 전 이 영화가 관객 앞에 내놨던 극단적 해수면 상승의 시대가 이제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과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 최신호를 통해 지난해 북극 근처에 있는 지구 최대의 섬이며 빙하의 보고인 그린란드에서 무려 6000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6000억t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그린란드에서 사라진 연평균 빙하량의 두 배에 이른다.
그린란드에서 빙하가 이렇게 기록적으로 많이 사라진 건 전례 없던 지난해 폭염 탓이다. 초여름인 6월부터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곳곳에선 낮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북극권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선 7월4일 낮 기온이 32.2도를 기록하는 일도 일어났다. 호숫가에서 물놀이를 한 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는 알래스카 시민들의 모습은 폭염이 만든 진풍경이었다.
폭염으로 사라진 그린란드 빙하는 곧바로 해수면 상승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전 세계 해수면을 즉각 2.2㎜나 끌어올린 것이다. 이 정도 높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해수면이 10㎜ 올라가면 지구 인구 600만명이 홍수 등에 시달리는 기후 이재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사벨라 벨리코나 NASA 제트추진연구소 수석과학자는 “그린란드에서 이렇게 많은 얼음이 녹아내린 건 실로 엄청난 일”이라고 평가했다.
30대 터키 청년이 말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 기고 ] 세계민중 모은 제2의 UN 기구가 절실하다
나는 2019년 여름 수원대 이원영 교수가 주도하는 생명·탈핵 실크로드순례단에 참여했다. 4주 동안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에서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순례에 동참했다.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나는 30세 터키 청년(Berker Ekmekci)을 만났다. 그는 터키의 북쪽 흑해에 있는 항구도시 트라브존에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3년이 지난 1989년 태어났다. 그는 현재 터키 남쪽에 있는 안탈리아라는 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자기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자라고 말하면서 주변 사람 누구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체르노빌사고(1986년) 이후 유럽의 방사능 오염지도와 흑해(Black Sea)
그는 6세 때 고환암이 발견됐고 17세에 한쪽 고환을 제거했는데 아직도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유방암과 자궁암에 이어 뇌종양으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데, 어머니 암 역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문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그는 나중에 우리에게 편지에서 자기 이야기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려도 좋다고 했는데, 편지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저는 지금 독신입니다만 언젠가는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제 아이도 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납니다. 저의 가족 암 문제 시작은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말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1986년 4월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104km 북쪽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 4기 중 하나가 폭발하는 사고가 나면서, 방사능 물질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누출됐다.
폭발 사고로 주변 건물까지 30곳에서 화재가 발행했는데 화재를 진압하는 데에 무려 10일이나 걸렸다. 그동안 방사능 물질은 끊임없이 대기권에 유입되고 기류를 타고 흑해를 넘어 남하해 터키 북동부 지방에까지 이동했다. 터키에서 4월은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어서 방사능 낙진이 경작지와 초원과 바다와 호수를 오염시켰다.
▲ 좌측부터 이원영 교수, Berker Ekmekci, 필자
사고 직후 방사능 오염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자 터키 정부 반응은 무조건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었다. 터키는 세계에서 가장 홍차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인데, 국민들은 터키 북부에서 재배하는 차나무 잎과 다른 견과류의 오염을 염려했다. 또한 아기가 먹는 우유와 흑해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 관리들은 국민 불안감을 해소시키려고 지나친 행동을 했다. 산업무역부 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홍차를 마시면서 “해롭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환경부 장관은 심지어 홍차를 얼굴에 문지르는 연출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핵무기를 반대하는 의사 모임의 회원인 독일 의사 클라우센은 “나는 정부 관리들이 흑해 연안에서 재배한 홍차를 왜 그렇게 옹호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많은 터키 국민들은 아직도 방사능 오염이 암을 일으킨다고 믿고 있다. Kazim Koyuncu라는 인기 가수가 2005년 34세에 폐암으로 사망했는데, 사람들은 그가 방사능으로 인한 암 때문에 죽었다고 믿고 있다. 터키의 일간지인 Daily Sabah의 2014년 4월27일자 보도를 보면, 트라브존 시의 한 시민단체 부회장인 Ayaz씨는 아버지와 친척을 암으로 잃고, 동생은 암 투병 중이었다.
그는 암 사망 통계를 찾아봤지만 정부 기관 자료에서는 찾지를 못했다. 그는 공동묘지 묘를 일일이 확인해 사망 원인을 조사했는데, 공동 묘지에 묻힌 사망자의 60%가 암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서는 터키에서 체르노빌 방사능 노출로 인한 암 발생과 죽음이 계속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흑해의 방사능 오염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학술잡지에 의하면 흑해 표층수에서 2013년 측정된 세슘(Cs)과 스트론튬(Sr) 방사능 농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전인 1986년에 비해 각각 3.5배와 1.5배로 높게 나타났다. 유럽의 독립적인 원전 전문가 모임은 2006년에 발표한 TORCH 보고서에서 체르노빌로 인한 암 사망자는 이후 3~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터키 정부는 2010년 러시아 국영 원자력에너지사와 계약을 맺고 원전 3기를 아큐유에 건설 중(2023년 가동 목표)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UNSCEAR(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이라는 유엔 기구가 있다. 이 기구는 유엔 산하 방사선 영향에 관한 과학위원회인데, 체르노빌 원전 사고 피해에 관해서 2008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사고 현장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28명이었다. 복구 작업에 참여한 수십만 명 중에서 백혈병 및 백내장 발병률이 증가했으나 피폭으로 인한 건강상의 영향에 대한 증거는 없다. 일반 대중 건강에 영향을 줬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 아마도 터키 정부는 UN 기구 발표를 인용하면서 원전 건설을 결정했을 것이다. 국민에게 유엔 기구 발표를 믿으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터키 국민들은 유엔 기구 발표를 믿을 수 있을까?
유엔 기구 신뢰 문제는 터키 국민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생선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내 두 아들은 생선을 먹지 않는다. 왜 안 먹느냐고 물어보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이야기한다.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보다 생선 오염에 더 민감한 것 같다.
최근 일본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적정 처리한 후 바다로 방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 전력은 오염수를 처리하면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일본인 전문가에 의해 폭로됐다. 2019년 5월 서울에서 열린 탈핵 관련 세미나에서 일본의 과학저널리스트인 마키타 히로시 박사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는 다른 방사성 물질이 없다고 하면서 (다른 핵종이 있음을) 숨겨 왔다는 사실이 2018년 8월 드러났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은데다가 다른 방사성 핵종이 발견된 이상 해양 방출은 안 된다”고 말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일은 2020년 2월26일 발생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IAEA(국제원자력 기구) 사무총장인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안에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 정부 방안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5대양 물은 해류를 통해 서로 섞인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고기는 국경을 무시하고 해류를 따라 이동할 것이다. 우리는 IAEA 사무총장 발언을 신뢰하고서 아베 정부에서 추진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안전하다고 믿어야 할까? 방사능으로 인한 해양 오염 진실은 누가 밝혀줄 것인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450개 원전의 가동을 객관적으로 감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각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구촌 원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제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강대국에 휘둘리는 현재 UN과 그 산하기관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에서 WHO 사무총장이 최대 후원국인 중국에 휘둘리는 모습을 우리는 봤다. IAEA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옹호하는 모습도 봤다. 게다가 10년 전에는 UNEP(유엔환경계획) 수장이 한국에 와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공사를 편들어주는 것을 봤다. 현재 국제기구는 자본력을 앞세운 국가들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원전과 방사능 문제와 같은 근본적 문제에 걸맞은 지구촌 차원의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 세계민중의 힘을 모은 제2의 UN 같은 장치가 절실하다. 이것이 우리가 34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edia@mediatoday.co.kr
낙동강 하구서 희귀종 ‘큰 물떼새’ 발견
80년대 초반 이후 관찰된 기록 없어
환경단체 “낙동강 하구가 철새에게
중요한 터전이란 뜻…개발 재검토해야”
우리나라에서 매우 희귀하게 관찰되는 ‘큰 물떼새’가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됐다.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제주도와 서해안 등에 매우 희귀하게 관찰되는 ‘큰 물떼새’가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됐다.
부산 환경단체인 ‘습지와새들의친구’는 “지난 28일 낙동강 하구에서 도요새·물떼새 현황 조사에 나섰다가 큰 물떼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큰 물떼새는 몸길이가 22㎝가량인 중형 물떼새로 위 가슴 쪽이 주황색을 띤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 자료목록에 관심 대상으로 포함된 종이다. 큰 물떼새는 보통 호주에서 겨울을 보내고 몽골 등지에서 번식한다.
이 단체는 이번에 관찰된 큰 물떼새가 호주에서 겨울을 지낸 뒤 몽골 등으로 이동하다가 낙동강 하구에 들른 것으로 추정했다. 큰 물떼새는 보통 한국을 찾지 않는 종이다. 1980년대 초반에 낙동강 하구에서 큰 물떼새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후 관찰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현황 조사에서 큰 물떼새와 함께 붉은어깨도요 11개체, 알락꼬리마도요 57개체, 큰 뒷부리도요, 꼬마물떼새 등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크루그먼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좀비들이 뇌를 파먹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시장주의 우파' 비판..."바이러스는 사기? 기후위기 사기라는 주장과 닮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화제를 모았던 경제 석학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코로나19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시장주의 우파, 미디어들의 대응 방식이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과 닮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타조가 위협을 느끼고 머리를 풀숲에 쳐박듯, 바이러스 위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부정하기(denial)'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좀비 아이디어(zombie ideas)'에 비유한다. 이를테면 '부자 감세'의 경우 부자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들이 무수한데도, '부자 감세' 이론은 죽지 않은 상태로 사람들(주로 '감세 정책'을 맹신하는 시장주의 우파)의 뇌를 갉아먹으며 비틀비틀 걸어다닌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글에서 '좀비 아이디어'에 대한 비유를 자주 사용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코로나19는, 모든 '좀비'들을 떠올리게 한다. 왜 바이러스에 대한 부정은 기후위기에 대한 부정과 닮았을까(Covid-19 Brings Out All the Usual Zombies. Why virus denial resembles climate denial.)"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정책과 기후위기 정책을 비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와 '우파 미디어'의 시각을 요약하자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기'라는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와 관련해 뭔가를 시도하면, 경제는 파괴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중국의 잘못이다. '중국 바이러스'라고 우리가 불러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미래 확산을 모델링한 감염병 역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와 '자유 시장'에 대항한 '딥스테이트' 음모 중 하나로 비난받고 지속적으로 공격을 당했다.
데자뷰 아닌가. 그렇다. 결국 트럼프/우파가 기후변화를 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트럼프가 2012년 트윗한 내용을 보자. '지구온난화의 컨셉은 미국의 제조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중국에 의해, 중국을 위해 창조되었다.' 이 글에 다 들어 있다. 그건 사기고, 뭔가 해보자 하는 건 경제를 파괴시킬 뿐이다. 그러니 중국을 비난하자."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감염병 역학자들의 과학적인 노력이 정치적으로 공격받는 상황이, '기후 위기'를 연구하고 증거를 제시해 온 기후학자들이 수십년간 공격받아왔던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보는 미국 '우파'들의 반응이 기후 위기를 보는 반응과 똑같다는 것이다. 바로 '부정하기'다. 위기가 닥치고 있는데도 '대수롭지 않다', '기후위기는 없다', '바이러스는 감기와 같은 것일 뿐'이라며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이 아니라고 '부정'한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 '좀비 아이디어들'이 정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책을 냈었다. 그 '좀비 아이디어들'은 압도적인 증거들로 인해 잘못됐다는 게 입증돼 왔고, 죽었어야 마땅한 것인데, 사람들의 두뇌를 파먹으면서 계속해서 비틀비틀거리며 모여든다.
미국 정치에 가장 광범위하게 퍼진 좀비는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경제적 기적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인데, 본질적으로 위협이되는 가장 문제되는 좀비는 기후 변화 거부 좀비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 모든 좀비들을 떠올리게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좀비 아이디어'가 성행하는 이유로 금융 자본의 '사적 이윤 추구' 행태를 지적한다. 세금 감면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한정된 부자들이다. 이들은 '화석 연료'에 기반한 산업을 유지하고자 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들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작가인 업튼 싱클레어의 말을 인용한다. "어떤 사람에게 뭔가를 이해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람이 받는 봉급이 그 '이해 못할 것'에서 나오고 있다면."
크루그먼 교수는 기후 변화의 결과가 나오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분명 우리는 기후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우파'들이 '바이러스 부정하기'를 한지 불과 몇주 만에 치명적인 결과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서 이같은 '좀비 아이디어들'이 방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의 '보수 우파'들을 비판하면서 전문가들을 '경멸'하고 과학적 방식보다는 '종교적 보수주의'를 고수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부자 감세'가 효과 없다는 증거나, 기후 위기가 닥쳤다는 증거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전파의 증거를 제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부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좀비 아이디어들'을 믿는 보수 우파들은 '국가의 시장 개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싫어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국가의 시장 개입 정책이 어떤 지역에서 효과를 볼 경우, 유권자들이 '다른 곳에서도 정부 정책이 성공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시장주의적 시각'에 대해 비판적이다. 바이러스 위기나 기후 위기와 같은 새로운 상황이 닥치고 있는데도,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과 대규모 금융지원 등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고, 국가의 공적 역할을 제한하며, '새로운 위기는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을 '좀비 아이디어'로 보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같은 비판이 적용된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pressian 박세열 기자
벌에 쏘이면 아픈데 왜 독사에 물리면 안 아플까
찌르는 통증은 방어 수단…독사의 독은 공격용
인도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독사의 하나인 크레이트는 자는 사람을 물어도 아무 통증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도 한다. 볼프강 뷔스터 제공.
세계에서 한 해에 독사에 물려 숨지는 사람은 10만 명에 이른다. 뱀은 사람에 의해 궁지에 몰리거나 우발적으로 위협을 받으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사람을 문다. 그런데 뱀의 독은 이처럼 방어 수단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볼프강 뷔스터 영국 뱅고르대 파충류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독소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뷔스터 박사는 “뱀은 먹이를 제압해 잡아먹기 위해 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독을 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뱀에 물려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뱀의 독이 이런 방어기능을 위해 진화한 것인지 알아보고자 했다.”고 영국 스완지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인도에서 해마다 수백만 건의 뱀 물림 사고를 빚는 인도코브라. 볼프강 뷔스터 제공.
많은 동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독을 사용한다. 꿀벌, 말벌, 지네, 퉁가리 등은 포식자에게 찌르는 통증을 선사해 자신을 방어한다. 방어용 독이 즉각적 통증을 일으키는 이유는 자명하다. 포식자가 깜짝 놀라 물러나게 하고, 그 사이 자신도 달아날 시간을 얻는다. 먹이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급성 통증을 일으켜 먹이를 더 날뛰게 할 리 없다.
따라서 독뱀에 물렸을 때 즉각 찌르는 통증을 느꼈는지 알아보면 뱀의 독이 애초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세계 각국의 뱀을 다루는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192종의 독뱀에 물린 584건의 사례를 분석했다. 일반적인 뱀 물림 피해자가 공포에 휩싸여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만 뱀 전문가는 ‘준비된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사 대상이 됐다.
설문 결과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독사에 물렸을 때 큰 통증은 느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사에 물린 고통은 대부분 붇기, 피부 괴사 등 이차 증상의 결과였지, 일부 예외를 빼고는 벌에 쏘였을 때처럼 즉각적인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다.
뱀에 물린 뒤 5분 안에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의 고통을 느꼈다는 사람은 조사 대상의 15%에 그쳤고, 55%는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인도에서 가장 큼 뱀 물림 피해를 일으키는 독사인 크레이트는 물렸을 때 초기 통증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종종 잠자는 동안 이 뱀에 물리고도 물린 것을 모르기도 한다고 밝혔다. 북살무사, 호주의 호랑이뱀, 북미의 악질방울뱀도 물렸을 때 초기의 통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케빈 아르버클 스완지대 박사는 “이런 결과는 뱀독 진화가 방어를 위해 일어났다는 널리 받아들여진 가설에 증거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학계의 통설은 ‘방어가 공격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뷔스터 박사는 “먹이를 못 잡더라도 목숨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구결과는 뱀의 독 진화에서 중요한 건 먹이 사냥을 위한 자연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뱀에게 방어가 독 진화에서 큰 구실을 하지 못한 이유를 연구자들은 “독니로 무는 것은 마지막 방어전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이빨을 쓰는 상황에 앞서 숨기와 피하기 등으로 포식자와 맞닥뜨리는 위험을 회피한다.
또 다른 동물의 독이 통증만 컸지 독성이 크지 않은 데 견줘 독사의 독은 치명적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독사의 맹독이 ‘사회적 학습’을 통해 다른 동물에 전파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독을 이용해 방어할 필요가 적다는 것이다.
강한 통증을 유발하는 독을 분비하는 산호 뱀의 일종. 방어용으로 독이 진화한 예외적인 사례이다. 볼프강 뷔스터 제공.
한편, 예외적으로 코브라 등 일부 독사는 물렸을 때 초기 통증이 강하며, 독을 뱉는 코브라처럼 명백하게 독을 방어용으로 쓰기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저널: Toxins, DOI: 10.3390/toxins120302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건설 규제 완화해 민간투자 유도…난개발·특혜 우려는 부담
부산 코로나발 경기부양책
- 사전협상제 기간 단축·절차 축소
- 관급 건설공사 조기 발주·집행
- 자연녹지 내 건축물 용도 완화
- 건축물 높이 120m 탄력 적용
- 일감 확보·투자 활성화 명목 불구
- 졸속 협상·형평성 논란 가능성
- ‘부산건축선언’ 내용과도 배치
- 일각 “시-민간업자 결탁 우려”
부산시가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건설 분야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부산시는 “지역 건설사의 일감 확보를 통한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그러나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뤄 난개발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가 30일 발표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추진계획이 기존 부산시가 발표한 ‘부산건축선언’과 기조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이번 활성화 계획에 따라 추진 절
차를 간소화하기로 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 부산지역 첫 대상인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CY부지 전경. 국제신문DB
■규제 완화에 초점
부산시가 추진할 건설 분야 민간투자 확대 및 활성화 방안 중 하나는 도시공간 재창조 사업을 통한 민간투자 확대다.
우선 사전협상제 기간을 단축한다.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제란 5000㎡ 이상 유휴 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 이전 부지를 개발할 때 용도지역 변경을 포함한 사업자 개발계획안의 수용 여부, 공공기여 방식 등을 일괄 사전협상으로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CY부지가 대표적이다. 시는 현재 ‘대상지 선정→본협상→계획 결정’ 3단계인 절차를 ‘사전협상→계획 결정’ 2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계별 중복절차를 통합해 협상기간을 단축하면 그만큼 건설사업 집행이 빨라진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쇠퇴한 기존 시가지에 대해 용도지역과 건축물 용도를 완화해 개발을 유도하는 입지규제최소구역 지정도 추진된다. 시는 2030부산도시기본계획(변경)안에 부산 시내에 30곳을 주요 검토대상지로 지정한 바 있다. 상반기 중 정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 시는 하반기 중 대상지를 공모할 방침이다.
이용률이 떨어지는 공공부지의 공간을 개선하면서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사업도 있다. 단절된 도로, 이용률이 낮은 공원 등이 대상으로 입체 복합개발을 통해 공유재산 활용도를 높이고 건설 발주 물량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자연녹지 내 건축물 용도 규제도 완화한다. 우선 도심에 위치해 인근 주민과 마찰을 빚는 레미콘이나 아스콘 공장이 외곽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자연녹지 내 건축을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 자연녹지 내에는 바닥면적이 1000㎡ 이하로 정해진 일반음식점의 면적 제한을 푼다.
지난해 9월 열린 부산건축선언 모습. 국제신문DB
각종 건설·건축 관련 위원회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완료될 예정인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높이 관리 기준 용역’이 완성되기 이전에 적용되는 기존 ‘건축물 높이 120m 기준선’을 지형과 지역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시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친 사항에 대해서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생략한다. 심의 대상은 건축물의 건폐율 용적률 높이 배치 형태 등이 두루 포함된다.
사업자를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센텀시티 일대 통합 개발은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민간투자에 문을 넓히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건설 경기도 좋지 않다. 이번 계획으로 위기를 지역 건설업체 역량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개발 우려 넘어서야
시가 이처럼 건설분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민간주택 수주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까지 겪는 지역 건설업체의 일감 확보를 지원해 전반적으로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건축물 높이 제한이 한시적으로 완화되면 그동안 높이 규제에 묶여 지지부진하던 재개발·재건축이 속도를 낼 수 있고, 건축위원회 중복 심의를 생략할 경우 각종 절차를 밟는 속도가 빨라진다. 사전협상제 단계를 축소하는 것도 이 같은 연장선에 있다. 시가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과 함께 관급 건설공사 신속 발주 및 집행, 지역의무 공동도급 제도 적극 시행, 대규모 공사 분할발주 시행 검토 등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6대 정책 24개 추진과제를 내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대부분이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 ‘경기 활성화’라는 이점보다 ‘난개발’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사전협상제에 대한 난개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협상 기간이 단축되면 오히려 ‘졸속 협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입지규제최소구역 역시 시가지 확장을 막고 도심지에 밀도 있는 개발을 유도할 순 있으나 건축물 용도 등을 완화해주기 때문에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건물을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 건축물 높이 제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역시 용역 완료 후 적용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러한 정책이 시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부산 건축선언’의 내용과 배치돼 논란이다. 시는 당시 선언문에서 건축이 대규모 개발 사업과 난개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반성하고, 개발 확장에서 시민 중심의 관리 도시로 나갈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부산참여연대는 이날 긴급 논평을 내고 “부산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일부 정책은 규제 해제를 넘어 경기 활성화라는 명목을 빌어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과 민간사업자가 결탁한 특혜고 비리”라고 지적했다.
하송이 장호정 기자 songya@kookje.co.kr
사전협상제도 기간 1년으로 줄인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수영강 옆 옛 한진CY 부지.부산일보DB
부산시가 한진CY 부지 개발사업에 처음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사전협상제도의 협상 기간을 현재 2년에서 향후에는 1년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발주 취소와 분양·착공 연기 등 건설업계의 ‘수주 절벽’과 이로 인한 지역 업체의 연쇄 부실이 우려된다는 지적(부산일보 24일 자 4면 등 보도)이 잇따르자 시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부산시는 코로나 사태로 침체일로에 빠진 지역 건설업계의 일감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6대 정책, 24개 중점 과제를 마련해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부산시,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
3단계 협상 절차 2단계로 줄여
건축 고도제한도 ‘탄력적’ 적용
우선 시는 공공 기여를 조건으로 도심 대규모 유휴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변경해 주는 사전협상제도의 협상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추진 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현재 사전협상제 절차는 민간 사업자가 제안한 개발 계획을 검토·평가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대상지 선정, 용도지역 변경과 공공기여 규모의 적절성을 따지는 본협상,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결정해 고시하는 협상 이행의 3단계를 거친다. 이 때문에 통상 사업 추진까지는 2~3년가량 걸린다. 이에 시는 대상지 선정과 본협상을 사전협상 단계로 통합, 전체 절차를 2단계로 줄여 소요 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시는 이 같은 내용으로 부산시 지구단위계획 운영지침을 개정,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본협상이 진행 중인 한진CY 부지의 경우 현행대로 진행하고, 향후 기장의 한국유리나 다대포 일원 한진중공업 부지 등에 대한 개발사업 신청이 접수되면 개정된 지침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는 전국 최초로 주택사업계획 승인과 관련한 심의 절차를 원스톱으로 통합해 주택건설 인허가 기간을 3~4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또 시는 최고 높이 120m를 상한선으로 하는 지역 건축물의 고도 제한 규정도 올해 하반기 ‘부산시 높이 관리 계획’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박태우 기자 wideneye@
독도는 멸종위기 보물창고"..2046종 목록으로 생물주권↑
국립생물자원관, 독도 생물목록 5년 만에 갱신
매·물개·물범 멸종위기 다수 거주..신종도 발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물개가 9일 오후 울릉도 북면 선녀탕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정부가 독도에 사는 야생생물 2000여종 목록을 구비했다. 독도는 멸종위기인 매와 물개, 물범 등이 살고 있는 생물의 보고(寶庫)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14년부터 5년간 '독도 생물주권 확립을 위한 종합 생물종 목록 구축 1단계' 사업을 거쳐 독도에 사는 야생생물 2046종의 목록을 구축했다고 31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독도 생물주권에 대한 근간 확보를 위해 과거 보고서 등 문헌 자료를 검토하고, 현장 조사를 거쳐 이번 독도 생물종 목록을 구축했다.
이번 생물종 목록에는 독도에서 처음 발견돼 학계에 신종으로 인정받은 종도 포함됐다. 각각 갑옷장수노벨레과에 속한 각진왕비장수노벌레(Goniopsyllus dokdonensis), 용선충과 독도긴털용선충(Prochaetosoma dokdoense), 쏘렉티드해면과 독도스미노해면(Smenospongia dokdoensis) 등이다.
독도에 사는 생물은 Δ섬기린초 등 식물 123종 Δ큰입모자반 등 해조류 387종 Δ디디무스 등 미세조류 40종 Δ버지바실루스 독도넨시스 등 미생물 64종 Δ풀색노린재 등 곤충 193종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Δ바다사자 등 포유류 5종 Δ황조롱이 등 조류 193종 Δ독도스미노해면 등 무척추동물 806종 Δ찰가자미 등 어류 180종 Δ아메바 등 원생동물 55종을 비롯해 익숙한 동물들도 눈에 띈다.
독도 동도 숫돌바위 주변에 1m크기의 물범 한마리가 따뜻한 봄 볕을 쬐고 있다. 2014.3.8/뉴스1
이번 독도 생물종 목록은 2015년 국립생물자원관이 발간한 '독도 생물종 목록집'에 수록된 1422종에 비해 624종이 증가했다. 이 중 360종은 현장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독도 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에 대한 정보도 포함하고 있어 독도 생물자원을 보전·관리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도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는 I급 매 1종, II급 물개, 물범, 올빼미 등 총 19종에 이른다.
목록을 토대로 '독도의 생물다양성' 안내책자도 함께 발간했다. 현장감을 높인 생태 사진 자료를 넣었고, 국립생물자원관 누리집에서 전자책(이북) 형태로 볼 수 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독도와 주변 해역의 생물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독도 생물종 목록을 현행화하고, 유전체 및 진화 연구 등과 같은 심층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독도 생물주권 강화를 위한 든든한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김혜지 기자
13억 인도 봉쇄했더니…'가스실' 뉴델리 하늘색이 달라졌다
25일 국가봉쇄령이 내려 인도 뉴델리 시내의 도로가 텅 비어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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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에서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본 건 처음이다. 누군가 파란색 물감을 칠해놓은 것 같다.” - Radheshyam 트위터
세계 최악의 미세먼지 국가인 인도가 3주간의 국가 봉쇄 조치에 돌입한 이후 대기질이 급격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인들도 잇따라 SNS에 청명한 하늘 사진을 올리면서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30일 타임즈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의 대기질은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부터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22일 ‘자발적 통행금지’ 조치를 한 데 이어 25일부터 국가봉쇄령까지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3억 명의 외출을 금지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한 것이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최근 1000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델리 공기질 ‘좋음’…“믿을 수 없는 현상”
봉쇄 이후 달라진 인도 공기질. 그래픽=신재민 기자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인도 전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28일 수도인 뉴델리를 포함한 델리 지역의 공기질지수(AQI)는 45로 ‘좋음’ 수준을 기록했다. 델리의 대기질이 ‘좋음’을 기록한 건 지난해 8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여름철을 제외하고 델리의 대기질이 ‘좋음’ 수준을 보인 건 최초다.
이날 인도 전역에 설치된 101개 측정지점 중 35개 도시의 공기질이 가장 깨끗한 ‘좋음’ 수준을 나타냈다. 현지 전문가들은 2014년 국가 공기질지수를 측정한 이후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이고 믿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봉쇄 조치 이후 공기가 좋아진 인도 뉴델리 시내의 모습. [사진 트위터]
차량·공장 멈추자 공기 좋아져
우 사진은 지난해 11월 스모그가 가린 인도 뉴델리 인디아게이트. 좌는 지난 22일 자발적 통금으로 출입이 통제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뉴델리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수도 중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도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스실’로 불릴 정도로 최악의 미세먼지가 도시 전역을 뿌옇게 덮었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 비주얼(Air Visual)이 2018년 전 세계 수도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뉴델리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13.5㎍으로 조사대상 62개 수도 가운데 가장 나빴다. 서울은 ㎥당 23.3㎍으로 27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심각한 대기오염은 인도 국민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다. 인도 의학연구위원회(ICMR)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인도의 대기오염 관련 질환 사망자 수는 124만명에 이른다.
에어 비주얼은 인도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주원인으로 ▶차량의 배기가스 ▶공장 배출 등을 꼽았다. 하지만, 국가 봉쇄령과 함께 차량 운행은 물론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면서 공기가 맑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수도권인 델리를 포함해 상당수 주는 주 경계를 폐쇄하고 주간 이동도 통제했다. 여객기의 운항은 중단됐고,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도 운행을 멈췄다. 외출을 금지당한 시민들은 집에 갇혀 지내야 했고, 생필품을 사러 밖에 나가더라도 마스크를 꼭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한다. 일부 경찰들은 몽둥이를 휘두를 정도로 강력한 단속을 펼쳤다.
강력한 봉쇄령에 별자리까지 보여
봉쇄 이후 공기가 깨끗해진 인도 델리 지역의 밤하늘 풍경. [사진 트위터]
.이런 봉쇄 조치 때문에 평소에는 뿌옇게만 보였던 뉴델리의 밤하늘 역시 별자리까지 보일 정도로 별이 선명하게 빛났다.
압히만 비스와스는 트위터에 밤하늘 사진을 올리면서 “10년 넘게 델리에 살았지만 뿌연 잿빛 하늘이 아닌 선명한 밤하늘을 본 건 처음이다. 인간은 갇혀 있지만, 자연은 자신을 치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이번 봉쇄령은 다음 달 14일까지 21일 동안 계속된다.
천권필 기자·김지혜 리서처 feeling@joongang.co.kr 3/31
코로나19 역설...감소한 유럽 대기오염 보여주는 사진
사진 출처 = ESA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내에서도 사람의 이동이 줄어든 가운데, 유럽 일부 지역 대기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히 감소한 모습이 우주에서도 관측됐다. 지난 27일 유럽우주국(ESA)은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 위성 관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등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ESA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도시를 폐쇄하는 등 엄격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라며 "최근 관측된 사진이 이로 인한 이산화질소 농도의 급격한 감소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ESA 관측 사진을 보면 빨갛게 표시된 이산화질소 농도가 줄어든 것을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ESA
ESA 지구 관측 책임자 조세프 애쉬바처는 "초기 단계 추정치이지만, 평소에 비해 40%가량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유럽의 날씨와 오염 관계 등을 연구하는 왕립 네덜란드 기상 연구소 연구진 헨크 에스케스는 "이산화질소 농도는 매일, 날씨에 따라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열흘간의 자료를 평균내 변동성을 제거하고 인간 활동으로 인한 농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경제, 산업 활동이 멈추고 비행과 교통량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이산화질소 농도 등을 이용한 자세한 분석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3.29
'코로나 타격' 중국 미세먼지, 우한부터 줄었다
위성으로 본 중국 상공의 이산화질소 농도. 1월 초순의 평균 농도와 2월 중순의 평균농도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NASA는 이 감소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둔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진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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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의 미세먼지도 줄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의 위성이 포착한 사진에 따르면, 중국 상공의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다른 해에 비해 최소 10-30% 줄었다. NASA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경제 둔화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전구물질인 이산화질소는 교통‧발전‧산업활동에서 나온다. 우한 봉쇄 전인 1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이산화질소 농도와, 봉쇄 이후인 2월 10일부터 25일까지의 농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중국 우한 지역 상공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한 사진. NASA는 "중국의 저감정책 이후 평균 오염 농도가 줄어 있었고, 우한 봉쇄 이후 확연하게 더 줄었다"고 분석했다. 보통 해마다 춘절 이후 산업활동이 급등하면서 오염물질이 크게 증가하는데, 올해는 그 현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사진 NASA]
NASA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산화질소 농도 감소는 우한 근처에서부터 시작돼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통상적으로 춘절 이후 오염도가 급등했지만, 올해는 예외였다.
"처음 보는 현상, 2008년 대공황때도 이러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의 이산화질소 농도와 비교했을때, 중국 중부지역과 동부지역의 오염물질 농도는 2020년 같은 기간 기준으로 10-30% 줄었다.
NASA의 대기질 연구자인 페이 리우는 ”이렇게 넓은 면적에서 큰 폭으로 오염 농도가 떨어진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2008년 대공황때는 천천히 오염물질 농도가 감소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에도 일부 도시에서 줄어든 적이 있지만 올림픽 직후 다시 오염이 증가했다.
3월 첫날, 미세먼지 '나쁨'
1일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였다.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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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날인 1일, 우리나라에는 미세먼지가 찾아왔다.
오후 1시 기준으로 서울은 평균 48㎍/㎥, 경기 39㎍/㎥, 세종 45㎍/㎥, 충남 37㎍/㎥, 충북 35㎍/㎥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나쁨' 수준의 대기질을 나타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대기정체로 인해 국내 발생 먼지와 어제 들어온 국외 먼지가 축적되고, 습도도 높아 2차생성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3월 1일 중국 상공의 오염물질 사진. 중국 내 오염물질 농도가 다시 다소 높아진 추세를 보인다. [에어비주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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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3.1
숲의 도시 부산’에 838억 투입… 환경숲·생활숲·생태숲 조성
부산시가 ‘숲의 도시 부산’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시는 민선7기 공약(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숲 확대)과 연계해 올해 ‘숲의 도시 부산’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환경숲, 생활숲, 생태숲 등 3개 유형 총 129건 사업에 총 838억 원을 투입한다고 31일 밝혔다.
시는 미세먼지 저감과 도시열섬 완화로 쾌적한 녹색도시 환경을 만드는 등 공약 실천뿐 아니라 예산 조기집행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환경숲’ 조성의 경우 백양로 철로변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 등 5건에 25억 원이 투자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추진 예정인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은 현재 설계 용역 중에 있으며, 우선 1단계 사업으로 관문대로(백양터널) 바람길숲 등 4개소를 70억 원 규모로 조성하고 내년까지 전체 190억 원 규모로 추진할 예정이다.
‘생활숲’ 조성의 경우 자투리공간 및 유휴부지를 활용한 쌈지숲 조성사업에 사하구 솔티쌈지숲 조성 등 13건 32억 원, 명절기간 유료도로 통행료를 활용한 쌈지숲 조성사업에 사상역 공영주차장 도시숲 조성 등 4건 24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생태숲’ 사업의 경우 산림 내 둘레길 조성 및 화목류 군락지 조성사업에 봉래산 둘레길 공원화사업 등 3건 16억 원, 미세먼지 저감형 나무심기 및 숲가꾸기 사업에 46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금강공원 재정비 사업 민간투자자 정해졌다
부산시, 삼부토건 등 3곳 결정
- 내년 착공 2022년 준공 목표
- 낡은 케이블카, 곤돌라로 교체
- 지상 4층 규모 패밀리랜드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금강공원 재정비사업의 민간투자자가 결정됐다. 부산시민에게 추억의 공간인 금강공원은 이번 재정비사업이 끝나면 ‘패밀리랜드’로 거듭나고, 케이블카는 곤돌라로 대체된다.
부산시는 31일 금강공원 재정비사업의 민간투자자로 삼부토건·신진유지건설, 호텔농심을 결정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민간투자 사업제안서를 접수받아 투자자와 재정비 계획을 확정했다. 사업은 내년 상반기 시작되고, 2022년 6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업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곤돌라 도입이다. 삼부토건과 신진유지건설은 총 370억8000만 원을 투자해 50년 된 금강공원 내 케이블카를 현대적인 곤돌라로 교체한다.
케이블카 현대화사업은 현재 운영 중인 48인승 왕복식(2대) 케이블카를 10인승 자동순환식(28대) 곤돌라로 바꾸는 내용이다. 노선은 기존과 동일해 총 길이는 1.3㎞다. 공사 기간은 18개월로 예상한다.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일정 기간 운영한 뒤에 시에 운영권을 넘기는 수익형 민간제안방식(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여기에 호텔농심은 총 255억 원을 투자해 ‘패밀리랜드’라는 이름의 유희시설을 만든다. 부지 2만9775㎡에 연면적 1만1514㎡,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건설되는 패밀리랜드에는 음식점과 카페, 어린이 체험형 놀이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호텔농심은 공원 주변정비와 우장춘로 확장 비용도 부담한다.
또 애초 시비로 건립하려 했던 공공주차장을 호텔농심이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한다. 공공주차장은 지상 2층, 216면 규모다.
금강공원은 해방 이후 조성된 부산지역의 첫 근린공원으로 1960~1980년대 시민의 소풍·가족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았지만 노후화가 심각해 최근엔 시민의 발걸음이 뜸했다. 시는 2012년부터 재정비사업을 추진해 노후매점 정비, 낙후된 유희시설 철거, 공공주차장 확장을 위한 부지 보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거액이 투입되는 케이블카 교체와 유희시설 건설은 민간투자자가 정해지지 않아 사업 속도가 나지 않았다.
국제신문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여전히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나무를 심어야 한다!” 100년 전 근대 도시 운동을 이끌었던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말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의 도시들은 도시에 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해왔다. 현재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은 16.80㎡다. 런던의 33.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뉴욕의 14.7㎡와 유사하며 도쿄의 4.5㎡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1963년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은 7.7㎡에 불과했다. 그동안 확보한 공원녹지는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녹색의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의 여유로운 공원녹지에 대한 인상과 수치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자연공원과 하천변을 제외하면 1인당 공원 면적은 11.82㎡로 줄어든다. 게다가 오는 7월 미집행공원이 실효(일몰)됨에 따라 현재 공원 면적의 79%가 다른 용도로 개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인당 공원 면적은 2.5㎡ 정도로 쪼그라든다. 단순히 수치의 착시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공원 분포를 보면 지역적 불평등이 크다. 몇몇 대형 공원이 있어 공원 전체 면적이 커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서 넓은 공원을 만날 수 있는 동네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여전히 우리는 공원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집행공원을 살리기 위한 예산과 시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소외된 지역을 돌아보고 남아 있는 공간적 가능성을 시민과의 협업을 통해 찾아내야 한다. 학교와 등굣길을 녹색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옥상과 벽면을 새로운 형태의 녹지로 바꿀 수 있다. 방치돼 있던 도로변의 거대한 빈 땅들을 돌아보고 과감히 도로와 철도를 지하화해 경의선 숲길과 같은 공간을 더욱 늘려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진행 중인 ‘3000만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공원녹지를 확보하면 나무를 그만 심어도 될까? 세계 최고의 공원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런던은 2019년 ‘국립공원도시 런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런던의 목표는 도시 내에 더 많은 공원, 더 좋은 공원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는 도시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즉 도시의 100%가 공원인 도시를 구상하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립공원도시’는 개념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공원을 주거와 다른 공간으로 나누기보다는 주거를 공원 안의 집으로 보자는 개념이다. 이런 발상은 전체가 공원인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도시, 전체가 학교인 도시로 확장될 수 있다.
제주해녀와 돌고래’ 공존의 실험...전국 첫 음파회피 시범사업 ‘관심’
돌고래로 인한 어업 피해를 줄이고 제주 해녀와 남방큰돌고래의 공존을 위한 특색 있는 실험이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주해녀와 돌고래, 공존의 실험이다.
30일 오후 1시3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물질 중인 해녀들 사이로 남방큰돌고래가 접근해 유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는 시민모임인 핫핑크돌핀스와 모슬포수협, 무릉리어촌계는 31일 오전 10시30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음파를 이용한 돌고래 접근 회피 장치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날 실험에는 무릉어촌계 소속 해녀 14명 중 11명이 참여했다. 해녀들은 모슬포수협을 통해 공수한 돌고래 접근 차단 장치 ‘핑어’ 2개를 테왁망사리에 장착해 직접 시연에 나섰다.
이탈리아 업체에서 생산한 이 장치는 5kHz에서 최대 500kHz 사이에 주파수를 불규칙적으로 내보내 음파에 민감한 돌고래의 접근을 회피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최고 200m 수심에서 작동이 가능하고 무게는 900g으로 가볍다. 수중에서 통상 200m 이내 돌고래 접근을 회피시키고 최대 300m까지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업 중인 어선의 그물에 돌고래가 혼획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이나 낚시에 설치한다. 이전까지 실험은 대부분 참돌고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2012년 강원도 오징어잡이 어선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어선들은 야간에 집어등을 켜 오징어를 모으면 돌고래 떼의 공격으로 조업을 망치는 일이 잦았다.
당시 실험 대상 역시 참돌고래였다. 고래연구소의 조사 결과 출력 세기가 높을수록 회피 반응 정도가 컸다. 먹이를 먹는 참돌고래보다 이동 중인 고래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조업 중인 어선에서 실험이 이뤄진 적은 있지만 해녀를 상대로 한 돌고래 회피실험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제주 해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최초다.
현장 시연까지는 해녀들의 요구가 컸다. 최근 남방큰돌고래가 조업중인 해녀 주변으로 몰려드는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해녀와 돌고래의 공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릉어촌계 진계월(85) 할머니는 “검은여와 고래통 바당(바다)을 중심으로 돌고래가 거의 매일 보인다”며 “물질하는데 옆으로 다가오면 깜짝 놀라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문연심(68.여) 무릉어촌계장은 “테왁에 문어 다리가 나오는데 순식간에 돌고래가 나타나 잡아챈 적이 있다”며 “해녀 주위를 둘러싸 뱅뱅 도는 일이 있어서 겁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제주 해상풍력단지와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돌고래의 서식처가 줄어 대정읍 일대로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녀와 부딪히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newss@hanmail.net)
코로나19 남성 사망자 많은 이유 ‘X염색체’에?
영국 ‘젠더와 글로벌 건강센터’ 사례 집계·분석
자료 제공 11개국 모두 사망자 ‘남초’ 뚜렷
손씻기·흡연 등 일상 위생에 남성이 무감각
여성이 호르몬·X염색체 등 더 강한 면역체계
지구촌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넉달째에 접어든 1일 전세계 누적 확진자가 85만8천명, 사망자는 4만2천명(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을 넘어섰다. 바이러스는 숙주(사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사망자의 성별 비율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
지난 31일 브라질 마나우스의 한 공동묘지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마나우스/AP 연합뉴스
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한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의 치명률이 높은 것에 더해 ‘남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주목할 만한 사망 요인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고 <프랑스 24> 방송이 31일 역학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젠더와 글로벌 건강센터’ 소장인 세라 호크스 교수는 “우리에게 사망자 성별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자의 남성 치명률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두 배 이상 여성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코로나19와 젠더의 관계를 연구·분석하는 글로벌 헬스 50/50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센터가 최근 공개한 ‘섹스, 젠더, 코로나19(COVID-19)’ 보고서를 보면, 사망자의 ‘남초’ 현상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데이터를 보내온 11개국 모두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이탈리아와 덴마크에선 코로나19 사망자의 71%가 남성으로, 여성 사망자(29%)보다 2.4배나 많다. 중국·독일·스페인·네덜란드도 남성 사망자 비율이 64~66%로, 여성 사망자의 갑절에 이른다. 사망자의 성별 차이가 가장 적은 한국과 프랑스도 남성 사망자의 비율이 각각 54%, 58%로 더 높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변종이었던 사스(2002년)와 메르스(2015년) 확산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률이 왜 성별로 다른지 확실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몇가지 가능성에 주목한다.
첫째, 생활방식의 차이다. 남성들은 질병 초기에는 병원에 잘 안 가는 경향이 있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손을 잘 안 씻거나, 씻더라도 비누를 사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지난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9년 조사 결과를 인용해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뒤 손을 씻는 여성이 65%인 데 견줘 남성은 31%에 그쳤다고 밝혔다. 폐와 심혈관계에 해로운 흡연과 음주도 여성보다 남성과 더 가깝다.
둘째, 생물학적 요인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강력한 항바이러스 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실험 결과로 입증돼 있다.
비누로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셋째, 유전적 요인이다. 인체의 면역체계 반응 정보가 입력된 엑스(X)염색체가 여성은 2개(XX), 남성은 1개뿐(XY)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면역 및 감염병 전문가인 사브라 클라인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남성보다 면역반응이 뛰어나며, 면역체계에도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춤추는 보석’, 공작거미 신종 7종 발견
쌀알 크기 호주 깡충거미, 수컷 현란한 색깔과 동작으로 암컷 유혹
형광 색깔과 무늬가 두드러지는 신종 공작거미 마라투스 아주레우스. 죠셉 슈버트 제공.
호주 서부 황무지에 사는 공작거미는 화려한 빛깔과 현란한 춤으로 ‘거미 계의 극락조’라고 불린다. 시민과학자들의 활발한 탐사에 힘입어 신종 7종이 발견돼 공작거미 무리는 85종으로 늘어나게 됐다. 죠셉 슈버트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박물관 연구원은 1일 과학저널 ‘주택사’에 실린 논문에서 7종의 공작거미 속 신종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공작거미는 호주 고유속으로 쌀알만 한 크기(길이 5㎜)의 깡충거미로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극락조 뺨치는 색깔과 무늬, 그리고 다리를 세우고 배를 진동시키며 스텝을 밟는 극단적인 과시 행동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극락조 뺨치는 공작거미의 색깔과 댄스).
배 끝의 비늘이나 털을 펄럭이며 부채처럼 펼치는 행동이 공작을 닮아 ‘공작거미’란 이름이 붙었다. 이들의 화려한 짝짓기 의식은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7종 가운데 5종은 호주 서부에서 발견됐는데, 공작거미 애호가인 아마추어들의 도움이 컸다. 슈버트는 “시민과학자들이 신종이 서식하는 지점과 사진을 보내주어 발견에 큰 도움을 받았다”며 “시민과학자의 도움이 이런 종류의 연구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발견된 신종 공작거미의 하나인 마라투스 볼레이. 죠셉 슈베르트 제공.
신종 공작거미도 수컷이 배의 형광 색깔과 무늬로 짝짓기 의식을 벌일 때 다른 종과 구분했다. 암컷은 무딘 갈색으로 주변 환경 속에 녹아드는 색깔이었다. 슈버트는 이번에 발견한 공작거미 가운데 ‘마라투스 콘스텔라투스’로 이름 지은 종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그는 “이 거미의 배 무늬는 빈센트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땐 거미를 무서워했지만, 공작거미를 연구하면서 점점 더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종으로 보고된 공작거미 마라투스 콘스텔라투스. 콘스텔라투스는 별자리란 뜻이다. 배의 무늬에서 고흐의 작품을 떠올려 붙인 이름이다. 죠셉 슈베르트 제공.
빈센트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
그는 최근 들어 공작거미 신종 발견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종이 발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용 저널: Zootaxa, DOI: 10.11646/zootaxa.4758.1.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커피 찌꺼기, 셀로판지, 선풍기로 식물 키워봐요!
식물 건강하게 기르는 방법 Q&A
커피 찌꺼기는 질소 공급하는 비료로
빛의 세기보다 빛의 ‘질’ 신경 써야
선풍기로 강제 환기도 식물에 도움
서울식물원의 식물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식물 기르기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인터넷에서 얻는 식물 기르기 정보 가운데 믿을 만한 정보는 10%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농학박사)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정철 과장은 자그마치 50만4000㎡ 규모의 서울식물원 안 식물들을 돌보는 총책임자다. 그가 알려주는 식물 잘 기르는 법은 알뜰하다. ‘그린핑거스’(식물을 잘 기르는 능력을 갖춘 사람)가 되고 싶다면, 그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말자.
“식물 기르기에 정답은 없다. ‘물 주기’만 해도 물 주는 습관, 토양 상태, 식물이 놓인 자리에 따라 다 다르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은 단호하게 답했다. 정답은 없지만, 오답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나도 정말 여러 번 식물을 죽여 봤다.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책도, 논문도 재배 상황에 따른 의견을 자세히 제시 하지 않아서 틀린 내용이 많다. 경험하고 실험해봐야 안다. 식물을 어떻게 하면 잘 기를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식물을 여러 번 죽여보라고 한다.” 이정철 과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자면 식물을 일단 죽여보는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이미 식물을 많이 죽여 본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로 식물 살리기에 도전해보도록 하자. 식물 저승사자가 되지 않고 그린핑거스가 되는 길, 의외로 어렵지 않다.
Q 실내에서 어떤 식물을 기르는 게 좋을까?
A 각자 길러보고 싶은 식물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전에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걸 가늠하기 위해서 ‘로즈메리’를 키워볼 것을 추천한다. 로즈메리는 실내 공간의 지표식물 가운데 하나다. ‘풀’로 알고 있지만, 목본성 식물이어서 환경이 잘 갖춰지면 2m도 넘게 큰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 부분이 과습해서는 안 되고, 통기가 잘 되는 곳에서 길러야 하며 빛 조건도 좋아야 한다.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라는 허브 식물이어서 공기 중 습도가 40~50% 정도 되어야 한다. 로즈메리가 잘 자라면 웬만한 식물은 다 잘 자랄 수 있다. 평소 가습기를 틀어야 하는 실내 환경이라면 일반적인 식물보다 다육 식물이나 선인장, 저광도의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길러보기를 추천한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이 식물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Q 식물을 키우려면 창이 남향으로 난 집이 가장 좋은가?
A 남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남향은 일사량이 많아서, 햇빛이 베란다 창 등 유리를 통과해 복사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 복사열로 식물이 익는다. 나는 동향 또는 남동향으로 창이 난 곳을 선호한다. 피해야 할 집은 ‘서향’이다. 서향은 ‘광질’(빛의 질)이 좋지 않아서다.
Q 광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A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은 ‘광도’(빛의 세기)만을 고려하는데 식물은 ‘광질’이 더 중요하다. 빨간색이나 파란색의 빛이 식물에 더 이로운 광질이다. 그 아래에서 광합성이 더욱 활발하다. 실내등으로 쓰는 형광등에는 식물에게 불필요한 빛이 많이 포함돼 있다. 별도로 식물등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 있는 독서 스탠드 등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식물등을 만들 수 있다. 스탠드에 빨간색이나 파란색 셀로판지를 덧대어 식물에 쬐어주면 된다.
서울식물원의 식물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Q 4월5일 식목일이 곧 다가온다. 그즈음 식물을 들여 키우기 시작하면 좋을까?
A 아니다. 식목일이 정해진 게 71년 전이다. 70년 전과 오늘날의 기후가 많이 달라졌다. 30년 전과 비교해도 기후 변화가 크다. 그 당시는 겨울이면 서울에 눈이 30㎝ 이상 내릴 때가 많았고, 요즘보다 더 추웠다. 그때는 4월5일 즈음 나무를 옮겨심기 좋았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아니다. 본엽이 나오기 전 순 상태로 있을 때 나무를 심어야 식물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데, 이제 4월5일 즈음이면 본엽이 다 나온 상태다. 식물 기르는 활동을 하기 좋은 시기는 몇 월 며칠로 정해두기보다는 ‘야간 기온’을 따지도록 하자. 야간 기온이 3도 이상이면 대부분의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고, 10도 이상이면 어떤 식물이든 잘 큰다. 사람이 활동하기 좋은 때가 식물에도 좋다.
Q 화분의 종류가 참 많다. 어떤 화분을 쓰는 게 좋을까?
A 인테리어를 위해 철제나 도자기 화분을 쓰는 분들이 있다. 가벼워서 플라스틱 화분을 쓰기도 한다. 이 화분들은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철제 화분은 외부의 열을 뿌리에 전달해 뿌리가 익어버린다. 뿌리가 잘 뻗어나지 않는다. 뿌리가 자라지 않으면 지상부(토양의 윗부분)도 잘 자라지 않는다. 사기나 플라스틱 화분은 뿌리에 산소 공급이 안 된다. 무겁고 깨지기 쉽지만, 토분을 쓰는 게 좋다. 식물의 지하부는 곧 지상부의 생장과 직결되므로 토양을 담는 화분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식물원에서 펴낸 책 <궁금한 식물, 알고 싶은 정원>.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Q 식물이 자라는 토양의 온도도 신경 써야 하나?
A 뿌리 부분의 온도가 30도가 넘으면 식물이 자라는데 다소 문제가 생긴다. 토양 온도의 원칙은 ‘공기 중의 온도와 토양 온도가 같으면 안 된다’이다. 지상부의 온도가 높아도 토양 근권 온도(뿌리 근처 토양의 온도)가 낮으면 괜찮다. 대부분 식물을 실내에서 화분에 심어 키우는데, 실내 온도에 노출되면서 토양 온도가 올라간다. 토양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려면 물을 분무해 주거나 화분을 대나무발과 같은 것으로 가려 열 차단을 하는 것도 좋다.
Q 미세먼지 때문에 오래 환기하기가 어렵다. 식물을 기르는 데 통기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
A 앞서 이야기한 토양 온도 조절을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흐르는 공기, 바로 ‘바람’이다. 실내에서 가장 시원한 공기는 바닥 쪽에 가라앉아 있다. 이 바닥의 시원한 공기를 바람으로 일으켜 순환시키도록 하자.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사용해 바람을 일으키면 된다. 여름이면 사람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소형 선풍기도 식물에 큰 도움이 된다. 소형 선풍기에 몇천원짜리 다이얼 타이머를 연결하면 훌륭한 통기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통기로 병해충의 집단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의 식물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Q 거름이나 비료는 어떻게 주는 게 좋을까?
A 생식 생장을 활발하게 하는 식물은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한다. 열매를 맺거나 큰 꽃을 피우는 식물은 거름이 무조건 필요하다. 식물에 꼭 필요한 질소, 인산, 칼륨이 든 화학비료도 액체비료 등의 형태로 최근 가정에서 많이 쓴다. 그러나 화학비료 이용은 최소화하도록 하자. 계속 화학비료를 공급하다가 이 공급을 끊으면 식물이 생장을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화학비료는 되도록 적게 쓰고, 집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비료를 만들어 쓰면 된다. 커피 찌꺼기가 대표적이다. 커피 찌꺼기에는 질소, 인산 등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러나 커피 찌꺼기를 그대로 식물에 부어 써서는 안 된다. 특히 커피 찌꺼기에는 질소가 식물이 필요한 양보다 많게는 50배 이상 함유하고 있어서 그대로 부어 비료로 쓰면 오히려 식물의 생육이 저해되어 말라비틀어진다. 아주 소량의 커피 찌꺼기를 흙에 섞어서 써야 한다.
이정철 서울식물원 식물연구과장은 "식물 기르기에 정답은 없다"라고 말한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Q 물은 토양 상태에 따라 주기만 하면 될까?
A 식물도 트레이닝하기 마련이다. 만약에 내가 어떤 식물에 날마다 물을 줬다면 식물은 그것에 맞춰서 그 물을 매일 다 쓰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갖춘다. 내일 또 물이 들어올 거니까. 그런데 만약 내가 일주일 해외여행을 가느라 식물에 물을 주지 못하고, 돌아와서 물을 흠뻑 주면 어떻게 될까? 일주일 사이 적은 물의 양으로 버텨야 하는 쪽으로 시스템이 바뀌어 물을 줘도 제대로 흡수하지 않는다. 또 언제 물을 줄지 모르니까. 반려동물 기르는 것과 똑같다. 반려동물은 밥과 물을 달라고 보채기라도 하지만 식물은 소리도 못 내지 않는가. 식물의 종류, 환경 조건 등을 고려한 규칙적인 물 주기로 수분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가장 현명한 물 주기 방법이다.
Q 아파트 실내는 건조해지기 일쑤다. 식물이 자라기 좋은 공기 중 습도를 맞춰주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A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김장용 비닐을 사라. 보스턴고사리처럼 습도가 높아야 하는 식물이 담긴 화분을 김장용 비닐로 감싸면 끝. 출근하기 전에 이렇게 화분을 감싸 놓으면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습기가 증발하면서 비닐 내부에 물방울이 맺혀 다시 토양 위에 떨어지면 저절로 수분 공급이 되기도 한다. 퇴근하고 감쌌던 비닐을 벗겨주면 싱그러운 상태를 유지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1600년전 아주까리·오동나무 씨앗'…25톤 트럭 100대분 흙을 물채질로 찾아낸 유물
경주 월성 해자에서 출토된 아주까리 씨앗. 25t덤프트럭 100대 분량의 흙을 일일이 물채질로 걸러내 찾아낸 유기물이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1㎝도 안되는 아주까리 씨앗은 물론 1㎜ 안팎에 불과한 오동나무 씨앗까지…. 이것이 25t덤프트럭 100대 분량의 흙을 일일이 물채질로 걸러내 핀셋과 현미경으로 찾아낸 1600년 전 신라시대 씨앗들이다.
이 중 아주까리는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나 ‘…바람에 깜빡이는 아주까리 등잔불…’(가수 최병호의 1941년작 ‘아주까리 등불’)에서 등장할 정도로 친숙한 식물이다. 시와 노래에서 나오듯 등잔불이나 머릿기름으로 쓰였고, 혹은 들기름이나 참기름 대용으로도 사용됐다. 그런데 1600년 전 신라인들도 아주까리 기름을 미용과 약·식용 혹은 등잔용으로 사용했음을 시사해하는 아주까리 씨앗이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또한 불과 1㎜도 안되는 한반도 자생 오동나무 씨앗도 찾아냈다.
물채질로 걸러낸 씨앗들을 분류하는 작업. 지금까지 70여 종의 씨앗이 확인됐다. 그 중에는 길이 1㎜도 안되는 오동나무 씨앗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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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6~19년 사이 경주 월성해자에서 발굴한 유기질 유물을 이른바 물채질로 걸러내는 과정에서 5세기 신라인의 삶과 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미세자료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지난해 4월 월성해자 발굴성과로 공개된 5세기 씨앗 63종 외에 지난 1년간의 추가작업 끝에 10여종의 씨앗을 새롭게 찾아냈다”고 1일 전했다.
이 중 아주까리 씨앗은 길이 9㎜, 폭 7㎜ 정도였다. 아주까리는 한반도 자생종이 아니라 인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월성 출토 아주까리 씨앗은 외부에서 유입된 종으로 판단된다. 이 시기부터 아주까리 씨앗을 짜서 식용이나 미용, 혹은 등잔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주까리 씨앗은 등잔용, 혹은 머릿기름으로 사용됐지만 약용으로도 쓰였다. 문헌자료를 종합하면 “아주까리(피마자) 기름종이에 불을 붙여 연기로 훈증하면 혀가 부풀어 나오는 증상을 쾌유된다”(<향약재생집성방>)든가, “감기에 잇몸이 붓고 진물이 나는데 아주까리 줄기를 아픈 이에 눌러 문다”(<중종실록>)든가, “피곤하고 허약할 때 아주까리 기름을 쓴다”(<중종실록)든가 하는 기록이 보인다.
발굴구간이 연못터였던 덕분에 흙에 수분이 많아 그 속의 유기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반면 퇴적층은 점토이기 때문에 작은 씨앗 등 그 속의 미세한 유기체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물채질로 걸러낼 수밖에 없었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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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주까리 씨앗은 크기가 1㎝ 남짓은 되니 그나마 발견하기 쉬웠다. 연구소측이 찾아낸 씨앗 중에는 크기가 1㎜도 안되는 오동나무 씨앗도 들어있었다. 한반도 자생종인 오동나무 씨앗이 고대 유적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소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해자에서 파낸 점토흙을 하나하나 물채질 하면서 그 안에 존재할 지도 모를 유기체를 걸려내고 있다”고 밝혔다. ‘물채질’이야말로 5세기 신라 왕궁을 감싸고 있던 1600년전 ‘월성숲’ 환경복원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결정적인 몫을 해내고 있다.
크기가 1㎜도 채안되는 오동나무 씨앗. 씨앗에 날개같은 것이 붙어있다. 한반도 자생종인 오동나무 씨앗은 지난해 4월 열린 기자간담회 때까지는 찾지못했다가 이후 물채질과 현미경 관찰 등으로 걸려냈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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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원측은 월성해자 발굴구간(가로 155m×세로 34)에 쌓인 점토흙 1.1m를 파내 일일이 물채질해오고 있다. 이종훈 소장은 “연구소측이 물채질하고 있는 흙의 양은 25t 덤프트럭 100대분(2200㎥)에 이른다”고 밝혔다. 발굴구간은 연못터였던 덕분에 흙에 수분이 많아 그 속의 유기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물기 덕분에 산소가 통하지 않아 썩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퇴적층은 점토이기 때문에 작은 씨앗 등 그 속의 미세한 유기체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안소현 연구원은 “점토를 물에 풀어 놓은 다음 가라앉는 것은 골라내고 물에 뜨는 것은 일일이 핀셋으로 찝어낸다”면서 “그와 함께 그물간격이 0.5㎜에 불과한 채질로 걸려내는 작업을 반복해서 미세유기물을 찾아낸다”고 전했다. 또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유기물은 현미경으로 골라내야 한다.
출토된 식물자료로 복원해본 5세기 경주 월성숲의 여름 어느날 풍경. 가시연꽃이 가득 핀 연못을 보며 걷고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신라인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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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인 예로 크기가 1㎜도 안되는 오동나무 씨앗은 지난해 기자공개회 때는 찾아내지 못한 유물이었다. 그후 현미경을 동원한 세심한 관찰 끝에 극적으로 찾아냈다. 안소현 연구원은 “어마어마한 양의 점토 안에 어마어마한 유기물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어서 무한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 아닐 수 없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렇게 찾아낸 식물자료에 대한 규조·화분 분석 등을 더해 지난해 신라인들이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며 걷고,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5세기 신라 왕궁의 풍경을 복원한바 있다.
월성발굴현장, 발굴단은 덤프트럭 100대분의 흙을 모두 수습해서 물채질로 그 속에 존재하고 있을 유기체를 찾아내고 있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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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소장은 “201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굴조사단에 고환경연구팀을 조직했다”면서 “이 팀이 발굴조사단계부터 다양한 연구시료를 확보해서 1600년전 월성 주변의 환경과 신라인의 삶을 그려왔다”고 밝혔다.
연구소측은 이같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2021년 체코 프하라에서 개최될 세계고고학대회에서 ‘신라왕성을 감싸고 있던 월성숲과 환경복원’을 주제로 독립세션(회의)을 구성하는 개가를 이뤘다. 3~4년마다 열리는 세계고고학대회는 10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고고학 연구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학술포럼이다. 그래서 ‘고고학 올림픽’이라 일컬어진다. 올해 7월 프라하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내년(7월)으로 연기됐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세계고고학대회 사무국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단일 세션 구성이 결정됐다”면서 “단일 유적을 대상으로 환경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보기드문 사례라는 점이 부각됐다”고 소개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지역 문제 해결하고 에너지 교육의 장으로...'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협동조합
[공동체에너지전환 ②] 지역 주민과 공공기관·종교기관이 참여하는 에너지 전환
작년 11월 영국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시한이 이미 지났거나 매우 가까워졌다"며 "행성 비상사태(planetary emergency)"라는 표현을 썼다. 그 즈음 호주에서는 대륙 전역을 뒤덮는 산불이 세 달째 지속되고 있었다. 두 달여 뒤 호주 산불로 코알라, 캥거루 등 야생동물 수억 마리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에너지 전환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84.6%였다. 그러나 실제 재생에너지 산업을 현실에서 넓혀갈 로드맵이 없다면 에너지 전환의 실현은 요원하다.
다행히 재생에너지에는 실현에 유리한 점이 있다. 화력·원자력발전과 달리 거대자본과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은 건물 옥상에도 설치할 수 있다. 풍력 발전소 설비도 화력·원자력발전 설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설 지역의 주민과 일반 시민의 높은 지지와 참여, 그리고 적절한 정부 정책이 있다면 지역 공동체 차원의 작은 변화를 쌓아갈 수 있다.
<프레시안>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함께 앞으로 이러한 작은 변화, 즉 '지역 주민과 시민의 참여를 통한 지역 공동체 차원의 에너지 전환'을 세 편의 기사와 열 편의 기고로 보도한다. 첫 편에서는 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과 덴마크가 어떤 식으로 지역 주민의 동의와 참여를 넓혀갔는지 알아보고 이와 관련된 한국사회의 상황을 짚는다. 둘째 편에서는 '지역 주민과 시민의 참여를 통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한국사회의 시도를 다룬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시민참여형 소규모 에너지협동조합이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진행된 재생에너지 사업이 '돈 안되는 사업'으로 규정됨에 따라 시장에 진입한 사업체들이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재생에너지를 향한 관심이 커졌다. 행동하는 시민이 모인 협동조합 형태 재생에너지 사업이 꾸준히 이어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50개의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은 조합원으로 참여한 시민의 출자금을 모아 상업용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사업 방식이다. 농촌 지역의 평야, 도시의 건물 옥상 등에 소규모 햇빛발전소를 주로 설치하는데, 각 햇빛발전소의 발전 규모는 100kW 내외다. 대략 120 가구(4인 가족 기준)가 한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햇빛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한전과 그 자회사가 구매한다. 계약기간은 보통 20년이다. 그럼 20년 동안 총 시설비 약 2억 5000여만 원의 10%인 2500만 원이 1년 수익으로 발생한다. 발전소 수입은 조합운영 관리 및 투자비에 적립하고 배당은 매년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해 에너지 나눔 등 공익에 활용한다.
오수산나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은 "협동조합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재생에너지 교육도 하고, 수익도 분배한다"며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니 시민의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오 사무처장은 "에너지협동조합 초창기엔 협동조합에 대한 시민의 이해도 낮고 발전소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웠다"며 "그러나 지역 행정관청과 협동조합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장애를 극복해 나갔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형태의 햇빛발전소가 만들어지고 운영된지 7여 년이 됐지만 부지확보는 여전히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다. 100kW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데 약 1150㎡(약 350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하다. 현실적 문제로 인해 주로 임야나 농지에 설치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달리, 소규모 시민참여형 협동조합햇빛발전소는 건물의 옥상, 유휴부지 등에 설치된다.
협동조합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안산 중앙도서관 옥상에 설치된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햇빛발전소 1호. 안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시민참여형 협동조합 발전소의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것은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현재 24개의 발전소에서 연간 3299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약 1000 가구가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협동조합에서 나아가 사회적기업으로 발돋움해 2017년 '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지속적인 성장 모델을 발굴한 덕분이다.
안산시민햇빛발전소협동조합도 처음엔 자금과 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쉽게 출자를 하지 않은 탓이다. 조합은 '시민펀드'를 도입해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시민펀드는 일반 출자와 다르게 이자와 상환일을 확정한다.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로 인해 성공적으로 자금을 모은 안산시민햇빛발전소협동조합은 100%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의 사례가 되어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부지확보도 어려운 문제였다. 도시비율이 높고 땅값이 높은 도시 특성상, 땅에 직접 발전소를 짓는 것은 어려웠다. 때문에 안산시민햇빛발전소협동조합은 도시 내 공공기관의 옥상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집중했다. 너무 높은 임대료가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조합은 전체 건물 면적이 아닌 옥상의 면적만 임대료에 산정하는 '옥상지수'를 도입해 임대료 단가를 낮추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나아가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햇빛발전소로 수익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햇빛발전소의 시공사, 전기공사, 태양광발전 유지보수 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도 내 다른 지역에 햇빛발전소협동조합을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종교기관과 함께 '에너지 나눔' 실천하는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원불교가 참여하는 에너지 협동조합이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작은 규모의 여러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현재 30여 개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한달에 1150kW의 전기를 생산한다. 2016년부터는 원불교 100주년을 맞아 100개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은 종교기관이 참여해 다른 협동조합에 비해 부지 확보가 쉬웠다. 이에 더해 원불교는 조합원으로서 얻는 수익을 다시 환원해 에너지 나눔 사업을 벌였다. 수익으로 모인 2000여만 원으로 지난해 네팔 포카라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학교 옥상에 설치한 햇빛발전소, 재생에너지에 학습의 장으로
▲신림중학교 옥상에 설치된 강남햇빛발전소.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신림중·개웅중·건대사대부중)과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삼각산고)은 각각 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학생과 교직원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발전수익을 나누고 학생들과 동아리 활동, 수업 등을 통해 태양광 발전을 에너지 교육과 에너지 인식 전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개웅중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때, 일대가 자연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좌초될 뻔했다.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은 관련 규정을 찾아가며 구청과 오랜 협의 끝에 개웅중학교 옥상에도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었다.
여러 관계부처가 얽혀있다보니 발전소 설치에 난관을 겪기도 한다.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잠실새내의 유수지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려 했을 때였다. 서울시에서는 허가가 났는데 유수지 관리소 측에서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유수지 측으로부터 개발 허가를 얻어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었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한살림물류센터 옥상을 임대해 태양광 발전소 부지로 활용했다. 시공비 전액을 조합원 출자금으로 충당해 협동조합의 자립과 참여를 확대·강화했다. 지역 주민과 아동 등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교육과 체험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에너지개발에 따른 갈등을 협동조합으로 해결하기도
▲월평에너지주민협동조합 개소식. 월평마을은 대규모 사업자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해결했다. 월평에너지주민협동조합 제공
월평에너지주민협동조합은 주민 간 갈등을 협동조합으로 해결했다. 월평마을에 대규모 발전사업자가 들어와 햇빛발전소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발생했다. 누구는 얼마를 받기로 했다는 등의 소문에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 간 불신이 쌓였다.
월평마을 주민은 고심 끝에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햇빛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마을주민이 적극적으로 소통해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사례다.
협동조합 간 연대로의 확장
협동조합들의 연대도 이루어진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협동조합간의 연대를 통해 각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공동대응하고 상호 협력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지원하고 있다. 제도개선활동 등 민관협력 소통 역할을 비롯해 협동조합 간 공동구매, 공동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 사무처장은 "햇빛발전소협동조합은 시민의 재생에너지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민참여 공간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정부의 3020 에너지전환정책 수립에 에너지 협동조합의 내용이 반영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사무처장은 "정부의 3020 정책은 대규모 사업에 집중한다"며 "에너지 협동조합이 소규모 형태가 많은 만큼, 소규모 협동조합 발전소를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pressian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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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대기질 개선
게티이미지코리아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100만 명에 이르면서 인류의 이동이 멈춰 섰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 각국이 이동 제한 등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고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일상생활이 위축되고 있지만 전 세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깨끗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최근 ‘세계의 굴뚝’이자 코로나19 사태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의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국가가 강력한 이동 제한 명령을 시행하는 유럽 지역의 대기 질도 크게 좋아졌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인간 활동을 제약하고 있지만 그 결과 오히려 지구촌의 공기가 맑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수집한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2월 한 달간 중국에서 화석 연료 소비로 발생하는 대기 중 이산화질소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헬싱키 소재 에너지및청정대기연구센터가 위성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활동은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40% 줄었다. 올해 2월 중국 내 석탄 소비는 최근 4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 소비도 3분의 1 이상 줄었다. 이 기간에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25%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이산화질소 농도 비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비교했다. 지도 위에 짙게 표시된 부분이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은 곳이다. 1월에는 중국 전역에서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았지만, 2월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확연히 줄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 대기과학자인 류페이는 “중국에선 매년 음력 설 연휴에는 공장이 문을 닫고 산업 활동이 줄어들면서 이산화질소 농도도 함께 감소하다가 7∼10일이 지나면 다시 짙어지는데 올해는 달랐다”며 “1월 25일 음력 설 이후 중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3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기 질 개선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세먼지 ‘매우 나쁨(m³당 51μg·마이크로그램 이상)’인 날이 단 이틀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18일이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석탄을 덜 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온실가스 4배, 공룡시대 남극은 얼음 없는 울창한 숲
9천만년 전 숲 토양 화석 발견…“고농도 온실가스가 초래”
나한송과 나무고사리 아래 초기 꽃식물인 프로테아스과 식물이 자라는 9000만년 전 남극 상상도. 제임스 매케이,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한반도 경상도와 남해안 일대에 공룡이 어슬렁거리던 9000만년 전, 남극은 얼음 대신 온대우림 숲으로 뒤덮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남극에서 얼음을 사라지게 한 당시의 극심한 온난화는 대기 속 고농도의 이산화탄소가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요한 클라게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지질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2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서남극 해저 시추조사 중 바다 밑바닥에서 27∼30m 깊이의 지층에서 당시의 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육상 퇴적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생대 백악기(1억4400만∼6600만년 전)는 지구 역사상 가장 더웠던 시기의 하나로, 열대 바다의 표면 온도는 35도에 이르렀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170m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의 기후와 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땠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3m 길이의 시추 코어 부위는 잘 보전된 숲 토양이 이암으로 굳은 것인데, 빽빽하게 엉긴 뿌리망과 함께 수많은 꽃가루와 포자를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울리히 잘스만 영국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수많은 식물 잔해는 9300만∼8300만년 전 서남극 해안에, 뉴질랜드 남섬에서 아직도 볼 수 있는 온대우림이 자라는 늪지대 경관이 펼쳐졌음을 가리킨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이 시추 코어를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으로 확인한 식물에 비춰 당시 남극 대륙에는 키 큰 나한송과 남양삼나무 등 침엽수와 나무고사리가 서 있고 늪지대 바닥엔 키 작은 프로테아과 꽃식물이 뒤덮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추에서 공룡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백악기에 세계적으로 공룡이 분포했고 기후조건이 공룡 서식에 적합해 남극에서도 공룡이 살았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남극 반도 끄트머리에서는 이 시기 하드로사우루스 등 공룡 화석이 발견된 바 있다.
이 연구는 남극점에서 900㎞밖에 떨어지지 않은 남위 82도의 남극에 어떻게 우림이 형성될 수 있느냐는 수수께끼를 남긴다. 이런 위도라면 남극의 겨울에 넉 달 동안 밤이 계속된다.
연구자들이 서남극 해저 퇴적층에서 시추 코어를 채취하고 있다. 토마스 롱에,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연구자들은 퇴적층을 정밀 분석해 당시 서부 남극의 연평균 기온이 12도(우리나라는 13도)였고 여름철에는 19도까지 올랐다는 결과를 얻었다. “강과 늪의 수온은 20도까지 올랐고, 연평균 강수량은 현재의 웨일스(2464㎜) 수준이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런 조건이라며 비록 1년의 4분의 1이 밤이라도 우림이 형성될 수 있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이렇게 얻은 식생, 온도, 강수량 자료를 토대로 백악기 기후모델을 돌려본 결과, 연구자들은 남극 대륙이 빽빽한 숲으로 덮이고, 남극에 빙상이 없거나 미미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아야만 그런 기후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동저자인 게리트 로만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교수는 “이제까지 백악기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000ppm 정도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당시 남극의 평균 기온에 도달하려면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1120∼1680ppm에 이르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을 갓 넘긴 현재 농도보다 3∼4배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늘어난다면,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앞으로 300년 안에 1000ppm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9000만년 전 남극 대륙 주변의 대륙 배치도. 십자 표시는 남극점, 붉은 엑스는 시추 지점을 가리킨다. 요한 클라게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구온난화에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와, 기후변화를 막는데 극지방 빙상이 햇볕을 반사해 얼마나 큰 냉각 효과를 내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토르스텐 비케르트 독일 브레멘대 박사는 “햇빛 한 줄기 없는 날이 넉 달이나 지속하더라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아주 높다면 남극점 근처라도 얼음 덩어리가 없는 온대 기후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남극 파인 아일랜드 만의 시추선박 모습. 요한 클라게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앞으로 남은 연구과제는 이렇게 따뜻했던 남극이 무슨 계기로 식어 수천m 깊이의 얼음으로 뒤덮이게 됐냐는 것이다.
인용 저널: Nature, DOI: 10.1038/s41586-020-2148-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04. You`Re only Lonely (J.D. Sou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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