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건설 방해된다고… 온천천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희생됐다
산불·병충해·오염…‘국목(國木)’ 소나무의 소리없는 비명
‘종이봉투’가 꼭 친환경적이지만은 않은 이유
“일본인도 동일본산 안 먹어요” 혐한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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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건설 방해된다고… 온천천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희생됐다
14일 부산 동래구 온천천 수안동 둔치 일대의 나무가 뽑힌 현장. 부산시는 이곳에 동래구와 연제구를 잇는 교량 공사를 하면서 벚나무 등 교목 200여 그루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제거해 비판을 받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동래구와 연제구를 잇는 교량 공사로 온천천에 있던 벚나무 등 나무 수백 그루가 강제로 옮겨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는 사람 중심의 ‘보행친화도시’를 내건 부산시가 오히려 친환경적 도시 조성에 역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4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천 수안동 일대 둔치. 지난 달까지만 하더라도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드리 벚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무참하게 파헤쳐진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온천천로 형제맨션아파트부터 낙민동 방향으로 335m 구간 일대 벚꽃나무가 있던 자리는 모두 초토화됐다. 이 일대를 산책하던 시민 김지용(54·부산 연제구) 씨는 “벚꽃이 지기 무섭게 수많은 나무를 덜어내 가니 무척 가슴이 아프다”면서 “정말 벚나무를 꼭 뽑아내야 했는지 따져보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동래구·연제구 연결 다리 조성
벚나무 등 200여 그루 강제 이식
수안동 둔치 335m 구간 초토화
시민들 “꼭 뽑아야 했는지 따져야”
환경단체 “부산시 야만적 폭거”
보행친화도시 조성 역행 맹비난
지난 10일 부산시는 동래구와 연제구 사이 온천천에 교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벚나무 등 교목 200여 그루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제거했다. 공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교량 건설에 방해가 되는 나무를 미리 뽑아낸 것이다.
온천천 벚꽃길은 수영구 남천동의 벚꽃터널과 해운대구 달맞이길, 사상구 삼락생태공원과 함께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부산의 대표적 벚꽃 명소로 손꼽힌다. 특히 이 일대 벚나무는 수령이 40년가량 돼 웅장한 자태를 뽐낼뿐만 아니라 벚꽃도 다른 지역에 견줘 더욱 화사하다. 매년 3월말부터 4월초까지 온천천 주변은 벚꽃을 보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벚꽃을 뽑아버린 시의 행위가 “야만적인 폭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14일 성명을 내 “보행친화도시를 내건 부산시가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 가로수를 확충해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제거하며 친환경적 도시 조성을 막고 있다”며 “일상이 된 미세먼지를 줄이고 소음을 완화하는 등 도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가로수를 외면하지 말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논란이 일자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뿌리 상태가 좋지 않은 나무 2그루를 제거한 것 외에는 모두 해운대 수목원에 정상적으로 이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건설 중인 동래구와 연제구 사이 온천천 교량(가칭 수연교)은 폭 24m, 길이 115m 규모에 왕복 5차로로 조성되며, 2021년 1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공사 비용은 국비 102억 2000만 원과 시비 99억 1000만 원으로 총 201억 3000만 원에 달한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산불·병충해·오염…‘국목(國木)’ 소나무의 소리없는 비명
천년을 살아 갖은 질곡과 고난을 이겨내고 굽이굽이 세월을 지켜온 경주 삼릉 소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다. [중앙포토]
.봄이 무르익고 있다. 송홧가루 날리는 계절도 다가오고 있다. 봄비에 섞여 내린 송홧가루는 숲을 보기 힘든 도심 아스팔트까지 노랗게 물들인다. 우리 조상들은 평생 소나무와 더불어 살았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서 소나무를 땔감으로 추위를 피하고, 소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다녔다.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과 솔잎을 넣어 찐 송편을 먹고,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비 온 아침 물이 모인 아스팔트 위에 송홧가루가 흐르고 있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비 온 아침 물이 모인 아스팔트 위에 송홧가루가 흐르고 있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고, ‘정이품송’ 사례처럼 우리 민족이 숭배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나무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 ‘국목(國木)’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국목'이 고통을 겪고 있다. 다섯 가지 고통이다. 산불과 병충해, 지구 온난화, 대기오염이 소나무를 공격한다. 여기에 사람들의 외면도 있다. 최근 발생한 고성·속초, 강릉·동해 산불이 소나무 숲 때문에 확대되고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그런 사례다.
우두머리 나무라는 뜻
소나무는 ‘솔’이란 글자와 ‘나무’가 합쳐진 말이다. ‘솔’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수리’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소나무는 우두머리 나무다. 실제로 백목지장(百木之長), 만수지왕(萬樹之王)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구 상에는 100여 종의 소나무가 자란다.
우리나라 육지에서 흔히 자라는 소나무는 육송(陸松)이라고 불리는데, 껍질이 붉고 가지 끝에 붙은 눈도 붉다 해서 흔히 적송(赤松)이라고도 한다. 일부에서는 ‘적송’이란 표현이 일본에서 유래해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과거 중국에서도 적송이란 표현을 썼던 것처럼 쓰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설명한다.
육송과 달리 바닷가에 자라는 해송(海松)은 줄기가 검은빛을 띠어 곰솔 또는 흑송(黑松)이라고 불린다. 소나무 중에도 금강송(金剛松) 혹은 강송(剛松)은 일반 적송과는 달리 줄기가 곧게 자라고 목재의 재질이 우수하다. 결이 곱고 단단해 켠 뒤에도 굽거나 갈라지지 않고, 잘 썩지도 않는다. 금강산에서 경북 울진·봉화·청송까지 백두대간 줄기를 중심으로 자란다. 과거 벌목한 금강송이 춘양역으로 모였다고 해서 춘양목(春陽木)이라고도 한다. 춘양은 경북 봉화의 옛 지명이다. 백송(白松)은 중국에서 들여온 소나무로 나무껍질이 밋밋하고 색깔은 회백색이다. 큰 비늘처럼 벗겨진다. 리기다소나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1900년경에 수입해 심기 시작했다.
2008년 12월 10일 강원도 삼척시 황장산 자락에 110살짜리 적송이 잘리고 있는 모습.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다. [중앙포토]
.반송(盤松)은 소나무 품종의 하나인데, 지표면부터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지고 사방으로 퍼져 부채를 펼친 모양을 하고 있다.또 다른 품종인 처진소나무는 능수버들처럼 가지가 아래로 처진 것을 말한다.
근친혼 피하는 똑똑한 나무
한국의 대표적인 소나무인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솔방울. [중앙포토]
.소나무는 중생대 백악기부터 한반도에서 터전을 잡고 살기 시작했다. 소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한 몸에 피는 자웅동주다. 하지만 한 나무의 암꽃과 수꽃 사이에 수정이 되는 근친혼을 피하기 위해 암수 꽃이 피는 시기가 약 10일 정도 차이가 있다.
4~5월 수꽃의 꽃가루, 즉 송홧가루가 바람에 날려 암꽃 머리에 앉으면 수분이 이뤄진다. 꽃은 솔방울이 되는 암꽃이 맨 위에 달리고, 수꽃은 아래 가지에 핀다. 송홧가루에는 공기주머니가 달려 수천㎞를 날아가기도 한다. 수분이 이뤄진 후에도 1년을 기다린다. 다음 해 봄에 꽃가루가 암꽃 난핵 세포와 결합해 수정되면, 가을에 솔방울에 씨앗이 열린다.
소나무 잎은 2년의 생애 주기를 갖는다. 봄에 새로 난 잎은 다음다음 해 5월에 빨갛게 변하며 떨어진다. 잎은 2개씩 모여 나는데, 길이는 8~14㎝이고 너비는 1.5㎜ 정도다. 최근 서울 등지에서는 늦가을인 10월 말 소나무가 때아닌 새 가지를 뻗는 경우가 관찰되기도 한다. 추분이 지나고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소나무는 성장을 멈추고 추운 겨울에 대비해 겨울눈을 만든다.
하지만 미국 북서부 등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수분 조건이 좋아지면 겨울이 오기도 전에 다시 싹이 터 생장을 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2차 생장'이라고 한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식물생태학) “난방과 자동차와 같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도심의 기온이 도시 외곽보다 높아지는 열섬현상이 소나무의 2차 생장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소나무의 생장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경우다. 소나무 잎은 두꺼운 왁스층으로 덮여야 겨울을 날 수 있지만 한창 새로 자라는 연약한 잎은 추위에 얼어붙기 쉽다.
산림에서 제일 많은 나무
임상분포도 [자료: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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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해발 1300m 높은 곳까지(제주도는 해발 1800m까지) 자라는 소나무는 북부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자라는 상록 침엽 교목이다. 산림청의 산림자원 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산림면적은 634만㏊다. 이 가운데 침엽수림이 234만㏊, 활엽수림이 203만㏊다. 나머지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혼효림이다.
수종 파악이 어려운 혼효림을 제외한 437만㏊ 중 소나무 숲은 134만㏊로 전체의 30.7%를 차지한다. 활엽수인 참나무류가 98만㏊로 22.4%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소나무는 국내 산림에서 가장 많은 나무다.
1990년대 후반 전국의 소나무 숲 면적은 대략 153만㏊로 집계됐는데(2003년 산림청 자료), 약 20년 사이에 12.4%가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개발 등으로 국내 전체 산림면적이 10.9% 감소한 것보다 소나무 숲이 더 빨리 줄어들었다.
일부에서는 과거 소나무가 우리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23%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의 『생물지리학으로 보는 우리 식물의 지리와 생태』에서 제시한 북한의 소나무 숲 면적 237만㏊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북한 역시도 전체 산림의 약 30% 정도가 소나무 숲인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지극한 소나무 사랑
2014년 5월 솔잎혹파리 피해가 확인된 충북 보은군 정이품송에 대한 방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포토]
.소나무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은 대단하다.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등장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식물 중에서 소나무 종류나 숲이 40곳 가까이 될 정도다. 고려나 조선 시대에는 궁궐을 짓고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필요한 재목을 얻기 위해 소나무를 보호하는 정책을 꾸준히 폈다. 조선 시대에는 벌채를 금지한 봉산(封山) 제도, 일정한 용도에 쓸 목재의 채취를 금지하는 금산(禁山)제도가 시행됐다. 세종대왕은 소나무를 함부로 벨 수 없도록 한 송목금벌지법(松木禁伐之法)을 시행했고, 300여 곳을 소나무 보호구역인 ‘의송지(宜松地)’로 지정해 철저히 관리했다.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표석.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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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소광리의 ‘황장봉표(黃腸封標’에서 보듯이 조선왕실에서 황장목(黃腸木)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지역의 소나무 벌목을 막기도 했다. 황장목은 왕족이 죽었을 때 사용할 관곽재(棺槨材), 즉 관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목재다. 조선 시대 법전인 『속대전』에는 봉산에서 큰 나무 10그루 이상을 베면 아예 극형에 처하고 목을 내걸도록 규정했다.
소나무 중에는 벼슬을 받은 소나무도 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의 정2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이다.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집권한 세조는 즉위 10년 되는 해에 피부병을 다스리기 위해 약수로 유명한 속리산 법주사 복천암을 찾았다. 임금의 대연(大輦), 즉 큰 가마가 지나는데 나뭇가지가 걸릴 듯했고, 세조가 가마에서 고개를 내밀어 크게 꾸짖자 소나무가 가지를 번쩍 들어 통과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세조는 정2품이란 파격적인 벼슬을 내렸다.
충북 보은군 장안면의 한 야산에 조성된 양묘장에서 보은군이 기르고 있는 정이품송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최종권 기자
.정2품송에서 7㎞ 떨어진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리에는 정부인송(貞夫人松, 천연기념물 352호)도 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정2품송의 배우자로 부르고 있다. 드넓은 땅(6600㎡)을 물려받고 토지 세금까지 내는 수령 600여 년의 경북 예천 석송령(石松靈)도 비슷한 사례다. 1920년대 말 대를 이을 자식이 없던 이수목(李秀睦)이란 노인은 이 나무에 자기 소유의 땅을 나무에 상속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석송령은 석평 마을의 영험 있는 나무란 뜻이다. 한국 사람의 소나무 사랑은 지금도 계속된다. 광화문 복원에, 화재를 입은 숭례문 복원에 사용할 소나무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기도 했다.
산불 때는 빠르게 타올라
지난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물. [뉴스1]
.지난 4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 등으로 강원도 지역에서는 큰 산불 피해를 보았다. 산불 피해는 계절적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양간지풍(襄干之風)’이란 강풍 탓이 컸다. 양간지풍 혹은 ‘양강지풍(襄江之風)’은 봄철 양양~간성, 양양~강릉 지역에서 부는 국지성 강풍을 말한다.
하지만 동해안에서 큰 산불이 거의 매년 발생하는 것은 동해안을 따라 산불에 가장 취약한 소나무 숲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나무는 일단 불이 붙으면 인화성이 강한 송진·솔방울로 인해불이 더 커지기 쉽다.
숲 가꾸기(간벌)가 안 된 빽빽한 소나무림에서는 발화지점의 20m 이내에서 수관화(樹冠火)로 번진다. 수관화는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빠르게 지나가는 산불을 말한다. 확산 속도가 빨라 인력으로는 진화하기 어렵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장은 “산불 피해와 관련 소나무 숲을 탓하는데, 적지적수(適地適樹), 즉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골라 심어야 한다는 개념도 있다”고 말했다.
소나무가 문제라고 해서 동해안 백두대간에 소나무 대신 활엽수를 심는다면 과연 거기서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활엽수의 경우 봄 가뭄 때 물을 공급해야 할 수도 있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소나무 숲의 경우 수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솎아내기, 가지치기할 필요는 있다. 이 과장은 “수관화가 아닌 지표화가 되도록 해서 산불이 시설물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산불이 발생한 강원 동해시 망상동의 소나무 숲이 숯덩이로 변했다. 소나무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산불에 취약하다. [연합뉴스]
.산림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조림에서 주민들은 활엽수 대신 소나무를 선호하는 편이다. 소나무는 사철 푸르다는 장점도 있지만, 소나무 숲을 가꾸면 송이를 거둘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나무의 성장 속도가 참나무 같은 활엽수보다 느려 다시 숲이 생성될 때 도태될 가능성도 크다.
큰 상처를 남긴 병충해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시설 전대 군무원이 9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군항 내에서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소나무에 주사를 주입하고 있다. [해군 제공=연합뉴스]
소나무가 앓는 병해충은 소나무재선충,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 등 다양하다. 소나무 병해충 피해는 최근 줄고 있으나, 그동안 워낙 큰 피해가 발생해 소나무 숲이 줄어드는 원인이 됐다. 1960년대 우리 소나무 숲은 송충이 피해가 심했다. 송충이는 솔나방의 애벌레로 솔잎을 갉아먹는다. 이제 송충이는 더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 방제기술이 크게 진화했고 효과적인 약제가 개발된 덕분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산에서 나무를 베고 낙엽을 채취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숲이 울창해졌다. 소나무 숲 바닥에 햇빛이 덜 비치면서 숲속 온도가 내려가고 습해지면서 솔잎혹파리 피해가 컸다. 솔잎혹파리 유충이 솔잎 아랫부분에서 자라면서 혹을 형성하고, 그 속에서 수액을 빨아들이는 바람에 나무가 고사하게 된다. 2008년에는 피해 면적이 183㏊였으나 2017년에는 36㏊로 줄었다. 솔껍질깍지벌레는 성충과 약충(불완전변태를 하는 유충)이 가지에 기생하며 수액을 빨아 먹어 소나무를 말라죽게 한다. 피해면적이 2008년에는 41㏊에 이르렀으나 2017년에는 4㏊로 줄어들었다.
1990년대부터는 소나무 재선충병(材線蟲病)이 기승을 부린다. 재선충은 맨눈에 잘 보이지 않는 0.6~1㎜의 작은 벌레다. 주로 소나무와 잣나무의 줄기와 가지에 침투해 수분 이동을 막아 말라죽게 한다. 소나무 잎을 갉아먹는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이 재선충을 다른 소나무로 옮겨준다.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죽기 때문에 감염된 나무를 잘라내 소각을 하거나 비닐을 덮고 소독약을 뿌리는 훈증 작업을 하게 된다.
재선충 감염목 파쇄작업. [중앙포토]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전국적으로 퍼졌고, 2005년에는 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2010년까지 감소했으나 2011년부터 다시 늘어났다. 특히, 2013년 고온현상과 가뭄 등의 기후적인 요인과 고사목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거나 피해목을 무단으로 옮기는 바람에 연간 200만 그루 이상의 피해목이 발생하는 등 전국으로 번졌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다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68만6000그루의 피해가 발생했다.
온난화 땐 직격탄 맞을 듯
녹색연합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지리산 정상봉인 천왕봉-중봉 북사면에 나타난 고산침엽수 떼죽음 모습. 녹색연합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함께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약 4개월간 현장을 조사한 결과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빠른 속도로 죽어갔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 제공= 뉴스1]
.21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이 1~3.5도 상승하면 북반구의 각 기후대는 북쪽으로 약 150~550㎞ 정도 이동할 전망이다. 이 경우 기후대의 이동속도는 연평균 1500~5500m이지만, 소나무 종류는 이동속도가 1500m 정도에 머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 소나무가 기후대 이동을 따라가지 못한다. 너무 더운 기후에서는 생존할 수 없어 사라지게 된다. 2001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전성우 박사팀은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영향 평가 연구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 상승이 계속될 경우 소나무 서식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21세기 초 남한에서는 전체 면적의 36%에서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나, 기후가 변하면서 2050년에는 생육 가능한 지역이 전체의 16%, 2100년에는 7%로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100년 새 5분의 1로 감소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소나무 생육에 적합한 지역이 지금의 59%에서 2050년 47%, 2100년 38%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은 2004년부터 진행 중인 국가 장기생태연구사업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국내 자연 생태계에서도 변화 추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리산의 해발 400m 지점에 있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소나무 숲에서는 온대 수종인 소나무의 밀도가 줄어드는 대신 비목나무·때죽나무 등 난대수종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과 2010년을 비교했을 때, 이 숲의 소나무는 ㏊당 89그루에서 73그루로 18%가 줄었지만, 비목나무는 ㏊당 25그루에서 115그루로 360%가, 때죽나무는 90그루에서 135그루로 50%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백두대간. [녹색연합 제공]
.2016년 백두대간 설악산 권역(강원도 인제 향로봉~구룡령 117㎞ 구간)의 산림 상태를 분석한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 임학회 연구팀은 이 구간에서 2009년 73.22㎢를 차지했던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불과 4년 사이에 66.09㎢로 9.7%나 줄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침엽수림의 급격한 감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연평균 기온 증가와 연평균 강수량의 증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염에 쓰러지는 소나무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와 훼손된 주변 산림.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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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도시화로 대기오염을 겪으면서 도심과 공단 주변 소나무 숲도 몸살을 앓는다. 금강송이 자라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이 대표적이다.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 제련소 1공장 뒤편 산등성이엔 대부분의 금강송이 말라죽고 일부는 쓰러져 있다. 2공장 옆에는 나무가 아예 사라져 산이 황토색을 드러냈고 토석이 흘러내리고 있다.
금강송 등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곳은 석포제련소를 중심으로 낙동강 상류 5㎞ 구간에 걸쳐 있다. 최소한 10㏊의 산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나무가 죽은 것은 이산화황이나 불소 같은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고, 새로 난 잎에도 구멍이 뚫리는 것은 지금도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국 곳곳의 산림을 조사한 전문가들도 “석포제련소 주변처럼 산림 훼손이 심각한 곳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는 광석을 제련해 연간 38만t의 아연을 비롯해 카드뮴과 황산을 생산한다. 영풍그룹 계열사로 1970년에 들어섰다. 과거 인근에 아연 광석을 채취하는 광산이 있었으나 지금은 문을 닫았고, 제련소는 수입한 광석을 제련하고 있다.
석포제련소 인근 산림이 훼손되면서 이로 인해 낙석사고와 열차 탈선 사고도 발생했다. 강찬수 기자
.제련소 측은 “과거 발생한 산불이나 병해충이 (금강송이 죽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오염 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4년 8월 현장을 조사한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은 1992년에 발생했고, 나무 생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라고 보고했다.
서울 남산의 소나무 숲의 경우도 토양이 갈수록 산성화되면서 소나무가 허약해진다는 보고가 있다. 산성도를 나타내는 pH 값(낮을수록 산성도가 강함)이 1996년에는 4.4로 측정·보고됐으나 2005년에는 4.2로 측정됐다. 남산은 이미 산성화의 위험 수준(pH 4.5 이하)에 도달해 있는 셈이다. 서울 남산에서는 오염이 심한 공단지역에 많은 때죽나무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나무 재선충 등 산림 병충해가 급속히 퍼지는 것도 산성비·황사 등으로 인해 소나무가 허약해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농촌 인구 줄면서 관심 멀어져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마을 중 한 곳인 충남 서천군 문산면 은곡리에 위치한 폐가 모습. 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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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이 줄어든 것이 사람이 숲을 떠났기 때문이란 설명도 있다.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2004년)란 책에서 “지난 천 년 동안 이 땅의 소나무 숲은 인간이 적당히 간섭함으로써 안정 상태를 유지해 왔다. 소나무는 생태 특성상 맨땅에 씨앗이 떨어져야 싹이 트고, 인간이 땔감용으로 숲 바닥의 낙엽을 긁어내고 활엽수를 제거함으로써 소나무에 좋은 생육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농촌 인구가 줄면서 소나무 숲에 대한 인간의 간섭도 차츰 사라지게 되자, 참나무류를 비롯한 활엽수들의 식생 천이의 질서에 따라 소나무의 생육공간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했다.
소나무가 산불과 병충해, 기후변화 등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소나무가 ‘산림 기피 수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수십 년 소나무 대신에 일본잎깔나무(낙엽송)를 가장 많이 심었지만, 일본잎깔나무는 외래종이어서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지 않는 데다 바람에 잘 쓰러지는 등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산림청에서는 국립 일본잎깔나무를 국립공원 내에서 제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도 역시 소나무…
강원도 대관령 등지에는 수령 80~100년 된 소나무 조림지가 없지 않다. 병해충 방제, 간벌 등 소나무도 잘 가꾸고 관리한다면 건강한 숲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울진 소광리의 금강송, 태안 안면도의 소나무 숲이 말해준다. 소나무 숲 1㏊에서 하루 5㎏의 피톤치드가 배출된다는 보고도 있다. 잘 기른 소나무 한 그루는 2000만~3000만 원 자동차 한 대 값을 받기도 한다. 우리 산림 생태계와 잘 어울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국민 정서에도 맞아떨어진다. 우리 국민의 몸과 마음을 지켜줄 나무는 역시 소나무임이 분명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종이봉투’가 꼭 친환경적이지만은 않은 이유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모리슨(Morrisons)은 올해 초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봉투'의 가격을 10펜스(약 150원)에서 15펜스(약 220원)로 올렸습니다. 20펜스(약 3백 원)짜리 종이봉투도 선보였습니다. 슈퍼마켓 체인 측은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 환경 문제에 있어 최우선 순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www.bbc.com
영국 정부도 내년까지 모든 유통업체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10펜스를 받고 제공하도록 하는 등 비닐봉지 유로화 정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BBC방송이 보도했습니다.
2015년 10월 첫 유료화 때 5펜스였던 것에 비하면 일회용 비닐봉지 가격을 두 배로 올리는 것입니다. 유료화 이후 지금까지 150억 장의 일회용 비닐봉지사용을 줄였다고 영국 정부는 밝혔습니다. 영국의 소규모 유통업체에서는 연간 36억 장의 일회용 비닐봉지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www.bbc.com
종이가 플라스틱보다 더 친환경적이기만 할까?
그런데 종이봉투가 비닐 봉투보다 반드시 환경친화적일까요? BBC는 지난 1월 28일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1. 제조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가?
2. 내구성은 얼마나 되는가(즉, 몇 번이나 재사용이 가능한가?)
3. 재활용은 얼마나 쉬운가?
4. 버려지면 얼마나 빨리 분해되는가?
"종이봉투 만드는 데 에너지가 4배 더 들어가"
2011년 북아일랜드 의회(Northern Ireland Assembly)에서 작성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종이봉투를 제조할 때에는, 플라스틱 봉투를 만들 때보다 4배 이상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먼저 석유 정제품과 폐기물에서 생산되는 비닐봉지와 달리, 종이봉투를 만들려면 재활용지를 사용하더라도 결국은 나무를 베어야 해 숲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생산 과정에서도 일회용 비닐봉지를 만들 때 보다 고농도의 독성 화합물이 들어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종이봉투에 사용되는 접착제나, 표백제를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특히 종이봉투에 방수 성능을 높이 위해 비닐 코팅까지 하는 경우라면, 사실상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종이봉투는 비닐보다 무겁습니다. 옮기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이는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종이봉투를 한번 쓰고 버린다면, 역시 엄청난 낭비가 될 것입니다. 2006년 영국 환경청은 종이봉투를 몇 번이나 재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친화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종이봉투를 적어도 3번은 사용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젖으면 찢어지는 종이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종이봉투를 필요한 횟수만큼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환경청은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종이는 쉽게 분해되고 광범위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비교 불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비닐은 분해되는데 400년에서 1000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오래 쓸 수 있는 쇼핑가방,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입니다. 종이봉투를 쓴다면, 적어도 3번 이상은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코팅된 종이봉투는 만들지도 쓰지도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럽의회는 오는 2021년부터 빨대, 접시 등 플라스틱으로 만든 10개 종류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달 27일 통과시켰습니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은 더는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상점과 일부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장바구니 대여서비스를 이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약간씩 조건은 다르지만 대체로 5백 원~3,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사용한 뒤 돌려주면 전액 환불받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1. Plastic or paper: Which bag is greener?
(https://www.bbc.com/news/business-47027792)
2. Plastic bag fee 'to double to 10p' and include every shop
(https://www.bbc.com/news/uk-46689684) /정영훈 기자jyh215@kbs.co.kr
“일본인도 동일본산 안 먹어요” 혐한도 절레절레
WTO 한일 수산물 무역전쟁 일본 역전패 소식에… 대부분 일본 정부 비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일본에 최종 역전승을 거둔 것을 놓고 일본 네티즌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한국이라면 무조건 비난하는 혐한 성향 네티즌들조차 이번 사안만큼은 일본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하는 게 문제 아닌가”라거나 “그렇게 안전하면 일본에서 맛있게 소비하면 된다” “일본인이지만 웬만하면 서일본산 먹지 동일본산 안 먹는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일본의 혐한 성향 거대 커뮤니티 5CH(5채널)에서는 13일부터 한일간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무역 분쟁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종 판정을 알리는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의외로 자국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그로 인한 오염수 유출 문제로 해산물의 방사능 오염이 우려돼 수입을 금지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상식적으로 맞다는 지적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원전사고 → 일본이 한국산 수산물 수입 규제 → 한국이 안전 강조하며 수입하라고 WTO 제소 → 한국 주장은 과학적 주장이 불충분해 WTO에서 일본 승소. 이게 당연한 것 아닌가”
-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수입하는 것이 문제다.”
- “뭐 안전하다면 국내에서 맛있게 소비하면 된다. 유한 자원을 일부러 한국 따위에 수출하고 그러는가.”
- “일본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나? 자기도 못 하면서 상대방에게 강요하다니. 도리가 아니지 않나.”
-“절대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고 일본인도 마다하지 않고 먹는다면 몰라도 제대로 된 과학적 근거도 없고 일본인의 불안도 불식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승소인가.”
일본에서조차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기피하는데 어째서 한국에는 이를 수입하라고 강요하느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또 이번 일로 ‘동일본산=방사능 오염’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본인들조차 피하는 후쿠시마 산 미야기 산 수산물을 외국인이 왜 사냐. 미야기현에 살고 있지만 미국도 우리 것 안 산다.”
- “일본은 일본의 바보(국민)들은 속여도 세계는 속일 수 없다.”
-“WTO도 보증한 일본 수산물의 위험성”
-“이제 세계가 인정하겠군. 위험한 후쿠시마!”
-“일본인도 후쿠시마 산은 삼갑니다.”
- “강매하나요. 일본”
-“동일본은 진짜 끝났다.”
-“일본에서도 오염수 방류된 근해에서 잡힌 물고기는 먹고 싶지 않아.”
-“우리 일본인들도 같은 물건이라면 서일본산 사 먹지 동일본산 안 먹어요. 정직하게 말합니다.”
WTO의 패소에도 일본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한 일본 각료들의 발언을 문제 삼는 의견도 많았다. 요시카와 다카모리 농림수산상은 지난 12일 WTO 역전패 이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식품 안전을 WTO가 부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 외무장관 또한 “우리의 주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한국을 상대로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호소했다.
일본이 역전패하자 WTO의 개혁을 운운하며 ‘몽니’를 부린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발언을 놓고 “추악한 궤변이나 하다니”라고 비판한 네티즌도 있다.
-“과학적인 논의는 안 하고.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만 하는 일본. 지시만 하고 그것을 반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나쁜 분위기가 있는 일본 사회.”
-“아베 총리는 100밀리시버트(m㏜)까지 안전하다며 농수산물 안심하고 먹으라고 했지. 심지어 방사능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다고 2~3년 전까지 말했고(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뜻)”
- “난 한국 싫다. 그런데 이번 건은 한국 지지한다.”
-“어느 나라고 먹고 싶지 않은 것까지 수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수입하라고 재판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레벨 7의 원전사고였다. 최근에도 일본 농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그런데도 안전하니 수입하라고 하는 건. 더구나 일본은 통계와 공문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변조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 “먹어서 응원하라는 구호는 해외에서 통하지 않는다. 만약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났는데 중국에서 안전하다고 주장한들 우린 그곳 농수산물을 먹고 싶을까.”
- “이건 자업자득이다. 일본의 은폐 체질이 초래한 문제다. 일본 정부는 국제적으로 신용 받지 못한다.”
-“이런 소식은 우리 일본인도 알아야 한다. 한국이 8개 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이런 소식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인가.”
한국은 WTO 상소기구 승소로 후쿠시마·이바라키·군마·미야기·이와테·도치기·지바·아오모리현에서 생산하는 수산물에 대해 2013년 9월부터 적용해온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발전소 폭발 이후 이 곳 8개 현의 앞바다는 방사능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민일보
"화산지진 벌써 3,000회"…946년 폭발한 백두산 분화 징후 포착
잠들어 있던 백두산이 깨어나는 것인가.
백두산의 화산 분화 징후가 포착되면서 피해 예방 대응책 마련 등 관계 당국의 논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하에 거대 마그마가 존재하는 활화산인 백두산에서 최근 화산분화 움직임이 잇따라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기록을 보면 백두산은 지난 946년 한차례 대분화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당시 백두산에서 남한 전체를 1m 두께로 덮을 정도의 엄청난 분출물이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폭발은 지난 1만년 사이 지구에서 발생한 화산 분화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이외에도 백두산은 2002∼2005년 사이 천지 부근에서 화산지진이 3,000회 이상 관측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천지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도 발견됐는데 학계에서는 모두 화산 분화 징후로 보고 있다. 백두산의 활발한 화산 활동이 이어지면서 범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분화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화산지진 벌써 3,000회'…946년 폭발한 백두산 분화 징후 포착
백두산 천지/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더불어민주당 심재권(서울 강동구을)·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구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날 학계·연구기관·언론·정부 부처 관계자 등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는 백두산 화산활동의 감시 연구 활동 공유와 인도주의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통한 범국가적 차원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7년 9월 백두산 화산의 첨단 연구결과를 제시한 국제학술회의, 2018년 2월 남북과학기술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국회 과학기술외교포럼에 이어, 이번 토론회는 백두산 화산 재해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방법의 필요성 확산과 인도주의적 대응책 마련을 위한 해결방안을 찾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자이언트 양쯔자라' 멸종 위기…'최후의 암컷' 사망
중국 쑤저우동물원 사육중이던 '샹샹' 인공수정후 사망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진 캡처
세계적인 휘귀종인 '자이언트 양쯔자라'(학명: Rafetus swinhoei)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
15일 중국 일간 쑤저우(蘇州)일보, 온라인 매체 펑파이신문(彭拜新聞·thepaper.cn)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시 동물원에 있던 암컷 자이언트 양쯔자라 '샹샹'이 인공수정 시술을 받은 뒤 숨졌다.
샹샹은 지금까지 생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4마리 자이언트 양쯔자라 가운데 한 마리다. 또한, 성별이 확인된 자이언트 양쯔자라 가운데 유일한 암컷이었다. 샹샹이 숨짐에 따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존이 확인된 자이언트 양쯔자라는 3마리에 불과하다. 한 마리는 100살이 넘은 수컷으로, 중국의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다. 나머지 두 마리는 베트남의 야생 상태에서 살고 있지만, 성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90살가량 되는 샹샹은 건강상태가 좋았으나 다섯 번째 인공수정 시술을 받은 후 숨졌다고 중국 언론매체들은 전했다.중국의 전문가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자이언트 양쯔자라의 번식을 위해 이번을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 인공수정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수정을 위해 샹샹의 난소를 적출해 보관할 예정이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샹샹의 사망에 대해 '재앙에 가까운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이언트 양쯔자라는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에서 지정한 멸종 위기(자생지 절멸 등급) 동물이다. 그 수가 적고 희귀해 '물속에 판다'라고도 불린다. 길이가 1m가 넘고, 몸무게가 150㎏가량 되며, 160년 이상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016년에는 베트남에서 '꾸루아'로 불린 자이언트 양쯔자라가 숨졌다. 꾸루아의 표본은 하노이 호안끼엠(還劍湖) 호수변에 위치한 절 응옥선사에 전시돼 있다.<연합>
새가 ‘동물계 가수’인 비밀, 목 깊숙이 숨어 있다
척추동물 유일하게 제2 후두 ‘울대’ 갖춰, 긴 기도를 공명통 활용
작은 새라도 우렁차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은 후두에 이은 울대라는 추가 기관 덕분이다. 나타샤 베르츠비츠키 제공.
여름 철새인 휘파람새와 울새가 내는 아름답고도 커다란 노랫소리가 숲 속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정작 노래의 주인공을 찾아낸다면, 그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는지 놀랄 것이다.
다윈을 지지하며 진화론 보급에 앞장선 영국 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는 일찍이 1872년 그 답을 내놓았다. “새는 다른 동물처럼 후두가 같은 자리에 있지만 장치가 하나 더 있다. ‘아래 후두’ 또는 울대(syrinx)가 기관 끝에 달려있는데, 이것이 놀라운 발성 기관이다.”
‘울대’라는 말이 탄생한 지 150년이 다 돼가지만, 동물 가운데 새들에게만 있는 이 기관이 어떻게, 왜 진화하게 됐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울대가 적은 힘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장치여서, 이 기관의 진화가 일어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란스 골러 미국 유타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 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새가 놀라운 노래 실력을 자랑하게 된 비밀은 울대가 기도 깊숙한 위치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란 이론을 밝혔다. 연구자에 참여한 잉고 틸츠 유타대 국립 음성 및 언어 연구센터 소장은 “흔히 잘 들리는 소리를 내려면 입이나 부리 바로 옆에서 발성하면 좋을 것 같지만, 우리가 발견한 건 그게 아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조류와 가까운 친척인 악어(왼쪽)와 오리의 기도 형태 비교. 위는 겉모습, 아래는 단면이다. B와 D에서 기관지가 갈라지는 곳에 있는 울대(보라색)를 볼 수 있다. 에반 킹슬리 외 (2018) ‘PNAS’ 제공.
공기호흡을 하는 거의 모든 척추동물에는 후두가 있다. 공기 흐름을 조절해 소리를 내는 데 이용하기도 하지만, 음식이나 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밸브 기능을 한다. 기도 들머리에 있는 후두와 함께 새들은 기도 끝 양쪽 기관지로 갈라지는 부위에 울대가 있다. 새들은 울대를 소리를 내는 데만 쓴다. 울대를 마비시킨 새도 호흡에는 지장이 없었다.
연구자들은 굳이 후두를 두고 새로운 발성 기관이 왜 필요했나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기도에서 울대가 어느 곳에 자리 잡을 때 가장 소리가 잘 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소리가 잘 증폭돼 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위치가 따로 있었다. 주 저자인 토비어스 리드 미국 미드웨스턴대 교수는 “울대가 자리 잡은 위치에서 발성 효율이 가장 높았다”며 “이는 울대와 부리 사이의 긴 기도가 소리를 증폭하는 공명통 구실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가 작은 몸집으로 다양하게 진화하는 데는 효과적인 발성 장치인 울대의 출현이 필요했다. 나타샤 베르츠비츠키 제공.
새들은 공룡으로부터 분화해 진화하면서 소형화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새들은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목이 길다. 울대는 긴 목과 긴 기도를 소리 공명에 활용해 소형화의 길을 열어준 기막힌 발명품이었던 셈이다. 리드 교수는 “작은 새라면 크고 멀리 들리는 소리를 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없다”며 “단지 발성 기관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훨씬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새의 몸 형태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울대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몸의 자세가 달라져야 했을 것이다. 또 포식자에게 들키지 않고 짝짓기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는 ‘지향성’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머리와 몸, 목의 형태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iede T, Thomson SL, Titze IR, Goller F (2019) The evolution of the syrinx: An acoustic theory. PLoS Biol 17(2): e2006507https://doi.org/ 10.1371/journal.pbio.2006507/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포토뉴스] 부산대 금정산 개발 중단 촉구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대의 금정산 개발 계획 중단과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선배 기자ksun@busan.com
부산 환경단체들, 일몰제 앞둔 금정산 장전공원 보전 촉구
부산 환경단체들이 부산시에 부산대의 금정산 장전공원 개발 계획 저지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시민네트워크’와 ‘2020 도시공원 일몰 대응 부산시민행동’은 16일 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대의 금정산 장전공원 개발 계획 중단을 요구했다. 장전공원 일대는 국유지이지만 국토교통부의 ‘선해제 후 재지정’ 방침에 따라 2020년 7월 공원일몰제 적용에 맞춰 근린공원지역 해제를 앞뒀다. 근린공원지역에서 해제되면 부산대가 장전공원에서 개발을 진행하기가 용이해진다.
부산대는 장전공원에 지상 4층, 연면적 1만2377㎡ 규모의 부설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을 추진한다. 부산대는 학급 21개, 학생 수 138명 규모로 2021년 9월 특수학교 개교를 목표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금정산 산림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장전공원 개발이 그동안 관망하던 지주에게 개발 명분을 준다며 시가 장전공원의 국·공유지 유지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금정산은 84.5%가 사유지이지만 이제껏 환경적 중요성 때문에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며 “부산대가 국유지인 장전공원을 개발하기 시작하면 사유지 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부산대의 개발 계획은 부산시의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과도 배치된다.
또 이들은 부산시가 중앙 정부에 공원일몰제 적용 지역을 매입하려면 국비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근 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지역 일몰대상 공원 97%를 지키겠다고 장담했다”며 “이 약속을 지키려면 부산시가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
서울 미세먼지전쟁 승부처 '녹색교통지역'
5등급 경유차, 사대문 안 못 다닌다
시범운영 후 12월부터 과태료 25만원
녹색교통지역이 박원순 미세먼지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불편 등을 극복하고 미세먼지 감축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는 15일 미세먼지 10대 그물망 대책을 발표했다. 생활 속 오염물질을 촘촘히 관리, 작은 미세먼지 발생원까지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10만대에 달하는 배달 오토바이와 중소형 경유 마을버스 444대를 전기차로 교체한다. 2020년까지 가정용 노후 보일러 90만대를 친환경콘덴싱보일러로 바꾼다.
소규모 배출시설 밀집지역은 집중관리지역으로 지정, 관리한다. 가산· 구로 디지털단지, 성수지역, 영등포역 주변을 시범 선정하고 대형 공사장 등 상시 관리가 필요한 곳에는 2500대 간이측정기를 설치한다. 서울시 대책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녹색교통지역 운영'이다. 시는 7월 1일부터 한양도성 내 16.7㎢ '녹색교통지역'에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한다. 전국 245만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대상이다. 12월 1일부터는 25만원 과태료도 부과한다.
녹색교통지역과 함께 논란이 예상되는 대책은 '시즌제'다. 미세먼지 발생이 잦은 특정 기간을 설정, 차량 2부제와 노후차 단속 등을 상시 시행하는 제도다. 저감 효과가 클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시민 반발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 특히 시즌제와 녹색교통지역이 결합될 경우 서울 사대문 안은 사실상 노후 경유 차량이 다닐 수 없는 지역이 된다.
강도 높은 대책이 속속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미세먼지 대책 수위를 낮추자는 주장은 아무도 꺼내지 못하지만 원성이 커지면 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그는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여서라도 시민 건강을 지키겠다"며 "시민의 불편함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공공이 먼저 불편함을 감당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시민들께 솔직히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박 시장의 '전쟁'이 성공을 거두려면 정부와 공조가 필수다. 서울시 제안으로 지난달 8개 미세먼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속적인 법·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반대 여론을 뚫기 위한 정부와 협력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시 내부에서 희망적 전망이 감지된다. 정부와 청와대가 이번 대책과 관련, 전에 없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12일 청와대 수석급 인사와 담당 비서관이 서울시를 방문, 발표 내용과 후속 대책 등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15일 발표 이후에도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최종본을 요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부와 협력도 파란불이 커졌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교수 시절 서울시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박 시장과 친분도 깊을 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정책으로 곤혹을 치를 때에도 외부 인사로는 드물게 박 시장 정책을 지지했다. 15일 서울시 대책 발표장에 환경부 담당 국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배경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시 주요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이 제로페이에 힘을 싣고 미세먼지 대책에도 공조가 강화되는 등 정부와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서울시와 정부가 관행과 정치적 요인을 딛고 '원팀'이 되면 민생 문제 해결에 획기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피레네 산맥서 갈라파고스 섬까지…미세 플라스틱 ‘몸살’
피레네 청정 공기에도 미세 플라스틱 가득
오염원 100㎞ 상공 떠올라 대류 타고 확산
토양·물·식량 오염…호흡기 질환 유발 경고
인체 및 환경 영향 연구는 첫걸음 뗀 수준
플라스틱 파편 조각들은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주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 부스러기들이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 피레네산맥 꼭대기에서 체코 프라하의 블타바강까지, 중국 상하이 교외의 토양과 태평양의 갈라파고스섬까지, 지구촌 전역이 미세 플라스틱 낙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의 환경연구소 에코랩의 연구팀은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실은 논문에서, 플라스틱 미세 입자들이 바람에 실려 지상 95㎞ 상공까지 치솟아 기류를 타고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날아가 토양과 바다, 강물을 오염시킨다고 밝혔다.
환경공학자 스티브 앨런이 이끈 연구팀이 지난해 다섯달 동안 피레네산맥의 고산지대에서 미세 입자들이 침착된 공기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 파편들이 1㎡당 하루 평균 366개나 검출됐다. 연구팀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한 입자의 크기는 플라스틱 섬유질의 경우 최대 750미크론(0.75㎜), 플라스틱 파편은 300미크론 이하였다.
지난 13일 스위스 로잔의 도심 광장에서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바다와 해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거대한 괴물을 만든 전시물을 한 시민이 보고 있다. 로잔/EPA 연합뉴스
연구팀이 공기 샘플을 채취한 지역은 가장 가까운 마을이 6㎞, 가장 가까운 도시는 120㎞나 떨어져 있어 플라스틱 오염원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디오니 앨런 연구원은 “피레네 고산지대의 미세 플라스틱이 프랑스 파리, 중국 둥관 등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대도시와 맞먹는 수준으로, 지구촌 어느 곳에나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음식물을 먹거나 숨을 쉬면서 미세 플라스틱을 흡입할 수 있는데, 이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진한 실정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플라스틱 섬유질이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버밍엄대의 스테판 크라우스 교수는 <가디언>에 “솔직히 말해, 인류는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플라스틱 입자들은 토양과 식량 생산, 유독성 화학물 확산까지 광범위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에선 매년 3억3500만톤의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되며,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연간 1200만톤에 이른다./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173배를 ‘정상’…엘지화학·한화케미칼, 대기오염 측정 수년간 조작
환경부·영산강환경청, 광주·전남 기업 6곳 검찰 송치
4년간 1만3096건 기록부 조작…엘지화학 “시설 폐쇄”
대기오염물질 배출 대기업 직원과 측정대행업체 직원이 측정값 조작을 공모한 대화 내용. 환경부 제공
엘지(LG)화학과 한화케미칼 같은 대기업을 포함한 광주·전남 지역 기업들이 수년 동안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허용 기준을 173배 초과한 것을 정상인 것처럼 속인 엘지화학은 ‘관련 시설 폐쇄’를 수습 전략으로 내놓았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17일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조작한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과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를 대신해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거짓으로 꾸민 측정대행업체 4곳도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 측정대행업체는 여수산업단지 등에 있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235곳의 의뢰를 받아 2015년부터 4년 동안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해 허위로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해당 측정대행업체의 자료를 분석해 배출 업체와의 조작 공모를 확인했다. 이들은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주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농도를 실제 측정된 것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했다.
특히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은 측정대행업체 ㅈ연구소와 공모해 주요 대기오염물질 배출양은 물론, 기준치의 173배가 넘는 염화비닐 측정값까지 조작해 감춰왔다. 엘지화학은 149건의 측정값 조작으로 입건됐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도 ㅈ연구소와 짜고 질소산화물(NOx) 배출 농도를 실제 측정값의 절반으로 줄여 작성하는 등 53건의 측정기록부 거짓 작성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한화케미칼은 실제 측정하지도 않은 결과 값을 ‘정상’으로 측정기록부에 써넣기도 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대기업 담당자가 측정대행업체 직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측정 값 조작을 요구하는 등 공모 관계를 확인했다. 이날 적발 사실이 알려지자 신학철 엘지화학 대표이사는 “금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4대강 개방 뒤 ‘멸종위기’ 야생생물 돌아왔다
금강서 7년 만에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 발견
보 개방으로 유속 빨라져…생태계 건강성 증가
4대강 사업후 금강에서 사라진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환경부 제공
4대강 보 개방 뒤 다양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들이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금강과 영산강의 주요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안을 제시한 정부의 4대강 복원 계획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금강 본류에서 사라졌던 민물고기 ‘흰수마자’ 1마리를 지난 4일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발견했고, 다음날 같은 곳 일대에서 4마리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는 2012년 4대강 사업으로 자취를 감춘 뒤 처음 발견됐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하 조사평가단)은 이번에 흰수마자가 발견된 지역이 세종보 하류 좌안 200~300m 지점으로, 보 개방 이후 모래 여울이 조성돼 기존 서식처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곳이라고 전했다.
흰수마자는 모래가 쌓인 여울에 사는 잉엇과 어류로 한강, 임진강, 금강, 낙동강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그동안 4대강 사업과 내성천 영주댐 건설 등으로 모래층 노출 지역이 사라지면서 개체 수와 분포지역이 급감해왔다. 금강에서는 2000년대까지 강 본류인 대전에서 부여까지 흰수마자가 폭넓게 분포했으나, 보 완공 시점인 2012년 이후에는 본류에서 흰수마자를 볼 수 없었다.
조사평가단은 ‘흰수마자 귀향’의 주요 원인으로 세종보·공주보 완전 개방으로 대규모 모래 노출지 등 서식 환경이 개선된 점을 꼽았다. 돌아온 야생생물은 물고기뿐만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4대강 11개 개방 관측(모니터링) 종합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대강 11개 보(금강 3개·영산강 2개·낙동강 5개) 개방 이후 모래톱 등 생태 공간이 확대되면서 물새류와 맹꽁이, 삵,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 환경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강 이포보의 경우 개방 전월 대비 백로류의 개체 수가 11마리에서 129마리로 11.7배가 증가했다. 세종보, 창녕함안보에서는 물 흐름이 빠른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피라미, 참마자, 참몰개 등의 어류가 늘고, 오염에 강한 참거머리, 물자라 등이 감소하는 등 수생생태계의 건강성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흰수마자 조사에 참여한 장민호 공주대 교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세종보와 공주보의 완전 개방으로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퇴적물이 씻겨 내려가고 강바닥에 모래가 드러나면서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금강 주변의 작은 냇가에 살고 있던 일부 개체가 이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4대강 주요 보들을 개방해 관측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2월 금강과 영산강의 세종보·공주보·죽산보를 해체하고 백제보·승촌보를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보 설치 전후 상황과 보 개방 뒤 관측 결과 등을 토대로 한 경제성 분석, 수질·생태, 국민·지역 주민 인식 조사 등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강과 낙동강의 보에 대해서도 연내에 처리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집에서 상추 길러 먹는" LG전자 식물재배기 '하베스'...렌탈로 하반기 출격
LG전자가 올해 하반기에 식물 재배기 가전 '하베스'를 렌털제품으로 출시한다. 집에서 유기농 깻잎, 상추 같은 채소를 길러 먹는 신개념 자동 식물 재배 기계다. 환경오염, 미세먼지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높아지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LG전자는 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설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식물 재배기 브랜드 이름을 '하베스'로 정하고 올 하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시제품 개발은 마쳤다. 제품 안전성 테스트와 가격 정책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베스는 가정용 제품을 우선으로 출시한다. 초기 시장 반응이 좋았을 땐 향후 식당, 급식 등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 제품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베스는 소형 냉장고 크기만 한 식물 재배기에 모종을 직접 심고 키우는 일련의 재배 활동을 집 안에서 하게 한다. 소비자가 모종만 심으면 햇빛 역할을 하는 광원, 물과 영양분을 주는 자동 시스템 등이 알아서 식물을 키워낸다.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집에서 농약 없는 건강한 채소를 재배해 바로 먹을 수 있다.
하베스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광원 기술, 온습도 제어 센서, 식물 성장에 필요한 무기 양분인 양액 등 다양한 전문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다. 냉동 공조 시스템과 온습도 제어 센서 등 LG전자 가전 사업 핵심 기술을 총망라한다. 계열사인 LG이노텍에게 공급받는 LED모듈 도 활용한다.
<해외의 상업용 식물 재배기 예시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LG전자는 하베스를 렌탈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가 기계이기 때문이다. 또 생소한 기계인 만큼 전문가의 관리도 필요하다. 케어 서비스가 동반된다. 매달 고객이 선택한 채소 모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꾸밀 계획이다.
식물 재배기 시장은 아직 국내에선 미미하다. 교원그룹이 식물 재배기 '웰스팜'을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확대하는 수준이다. 소비자에게 아직 생소한 기계이고 가격이 비싼 고관여 제품인 만큼 LG전자는 이 분야 홍보와 마케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에서는 식물 재배기 관심도가 비교적 높다. 그만큼 수출 비즈니스 성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원예용품 소매업 시장은 매해 가파른 성장을 보인다. 시장 규모는 미국이 가장 크다. 시장 성장 속도는 중국이 가장 빠르다. 중국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을 생각한 친환경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의 가정용 식물 재배기 예시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의류관리기, LED 피부 마스크, 가정용 맥주제조기 등 '세상에 없던 가전'을 선도적으로 시장에 선보여온 LG전자는 식물재배기로 새로운 시장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식물 재배기는 초기 시장이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은 높다”면서 “신 가전을 선보여온 LG전자가 어떻게 시장을 확대해 나갈 지 관심이다”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개는 왜 짖을까
야생 떠나 사람 곁 오면서 획득한 형질
개는 짖음으로써 사람은 물론 다른 개에게 자신의 내면 상태를 전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는 가까운 친척인 늑대, 여우, 코요테에 견줘 유난히 다양하고 풍부한 소리를 낸다. ‘너무 짖는다’는 호소가 개로 인한 불편 가운데 첫째로 꼽힌다. 개는 왜, 언제부터 이렇게 짖기 시작했을까.
반려인이라면 개가 왜 짖는지는 자명하다. 개는 놀고 싶을 때, 무언가 요구할 때, 호기심이 일거나 경고, 위협할 때 짖는다. 녹음한 개 짖는 소리로 실험한 연구를 보면, 사람은 5살이면 짖는 소리의 차이로부터 개의 내면 상태를 안다. 다른 실험에서 개는 낯선 이가 올 때 가장 낮고 길게 짖었고 홀로 남겨졌을 때 높은 소리를 냈다.
짖는 소리는 개와 사람 사이뿐 아니라 개와 개의 의사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들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개에게 녹음된 다양한 짖는 소리를 들려줬더니 익숙한 개인지 낯선 개인지 또는 경계 상태인지 외로움을 호소하는지 구별했다.
개는 2만5000∼5만 년 전 늑대와 공통조상에서 갈려 나왔다. 늑대는 다른 무리와 만나는 대결 상황에서 145∼170㎐의 낮고 거친 소리로 한두 번 짖는다. 자칼과 북극여우는 짖는 소리를 한번 내 영역을 알린다. 반면 개는 품종마다 다르지만 160∼2630㎐에 걸친 소리를 0.5초 이내의 빈도로 반복한다. 주파수와 톤, 리듬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짖는 행동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피터 퐁그라츠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 동물행동학자는 2010년 ‘수의학 저널’에 실린 리뷰논문에서 개 짖기는 자연적, 인위적 선택을 통해 획득된 형질이라는 주장을 폈다. 야생에서 시끄럽게 자주 짖는 건 사냥에 도움이 안 된다. 집개가 들개가 되면 거의 짖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과 함께 살면서 짖는 행동은 사람과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는 수단이 된다. 먼 거리의 동료를 부르는 긴 울음은 사라졌다. 러시아에서 은여우를 장기 사육하면서 사람과 친한 개체를 계속 선택했더니 자주 짖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화가 났는지, 공포에 질렸는지, 즐거운지 안다. 마찬가지로 개가 내는 소리의 특징으로 그 개의 내면 상태를 아는 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개와 사람 양쪽에서 수만 년 동안 선택을 거듭한 결과다./ secothink@hani.co.kr
고양이도 제 이름 알아듣는다
실험 결과 일반 단어와 이름에 다른 반응…다묘가정 고양이는 다른 이름과도 구별
고양이도 개 만큼은 아니지만, 사람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개는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손가락 끝이 아니라 그것이 가리키는 물체를 바라보고, 크고 작은 먹이 가운데 주인이 관심을 보이는 작은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개보다 가축화 역사가 짧고, 인위적 선택이 아니라 스스로 사람 곁으로 다가온 고양이는 개보다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개 만큼은 아니라도 1만년 가까운 가축화 과정에서 고양이가 쌓아온 소통 능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먹이를 조르는 고양이는 주인이 뿌리치기 힘든 아기 울음 소리와 같은 주파수로 가르랑거린다.(▶관련기사: 고양이 ‘골골송’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단서로 먹이를 찾고, 낯설고 무서운 물체를 만나면 주인의 얼굴을 쳐다본다. 주인의 표정에 따라 행동을 바꾸기도 하고, 주인과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얼마나 말귀를 알아먹을까. 개는 1000개 단어를 구별하는 특별한 재능을 보이기도 하지만, 보통 30가지 말은 알아듣는다. 개 말고 원숭이, 돌고래, 앵무새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데, 고양이도 그 반열에 들까.
머리가 좋은 개 품종으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목양견 보더 콜리. ‘체이서’란 이름의 보더 콜리는 1022개의 단어를 구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벤스카 메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쿄대 동물행동학자 아츠코 사이토 등 일본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고양이 78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고양이는 음소의 차이에 기초해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구분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고양이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을 알아듣는다는 얘기다.
고양이의 이런 능력은 고양이 주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터이지만, 이를 실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연구자들은 먼저 고양이에게 네 개의 단어를 들려주었다. 고양이 이름과 비슷한 길이의 단어를 이름과 비슷한 악센트로 발음했다.
고양이의 반응 정도는 소리 나는 쪽으로 귀 돌리기, 고개 돌리기, 소리내기, 꼬리 움직임, 이동 등의 여부로 측정했다. 네 개의 단어를 들려주었을 때 고양이의 반응 정도는 예상대로 차츰 약해졌다.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 번째 단어를 듣고 다섯 번째로 자기 이름을 듣자 반응이 갑자기 증폭됐다. 이름이 또 다른 단어였다면 반응이 줄어들어야 하겠지만, 역전된 것이다.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실험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름에 남다른 반응을 보인 이유가 혹시 늘 듣던 소리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에 연구자들은 한 집에 여러 마리가 함께 사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네 개의 다른 이름을 부른 뒤 마지막에 그 고양이 이름을 부르는 실험을 했다. 앞서 실험처럼 고양이는 자기 이름에 현저하게 큰 반응을 보였다.
가정에서 여러 마리를 기르는 고양이는 제 이름을 알아들었지만 고양이 카페 고양이는 그렇지 않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손님과 수시로 어울리는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흥미롭게도 자기 이름과 다른 고양이 이름에 반응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손님마다 고양이를 부르는 이름의 억양에 차이가 나는 등 환경 조건 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적어도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자기 이름을 다른 단어나 다른 고양이 이름과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로 연구자들은 “고양이의 이름을 부른 뒤 이어지는 먹이 주기, 쓰다듬기, 놀이 등의 좋은 기억과 병원 가기, 목욕하기 등 싫은 기억이 연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또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을 고양이 복지 향상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위험한 장소나 물건을 가리키는 특정한 말을 고양이에게 가르쳐 이를 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tsuko Saito et al, Domestic cats (Felis catus) discriminate their names from other words, Scientific Reports (2019) 9:5394 | https://doi.org/10.1038/s41598-019-40616-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