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는 괴로운 일본 부엉이카페
"내년 7월, 사유지에 철조망 치면 관악산 못갈수도"
‘10년 흉물’ 황령산 스키돔, 휴양시설로 바뀐다
사설 )‘황령산 스키돔 휴양시설’ 추진하려면 산림 훼손 차단부터
주한미군, 부산항서 또 다른 생화학 프로그램 ‘센토’ 진행 파문
백상아리와 범고래가 만나면 물범이 ‘웃는다’
쇳덩이도 찌그러지는 해저 1만m ‘최상위 포식자’ 물고기가 사는 법
한국 3대 전통정원 ‘성락원’ 200년만에 일반에 개방
‘발암’ 대기오염물질 측정도 하지 않는 기업들
조개는, 고등어는, 게는 먹어도 될까? 공포가 엄습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도시공원 일몰제 해법찾기 나서
그늘 없는 시멘트 정원… '서울로' 방문객 1년새 40% 뚝
외래종이 골칫거리 외래종 퇴치…호주 딩고 재평가
[개장 5년 부산시민공원 진단] 시민 없는 부산시민공원, 참여의 문 열고 다양성 채우자
부산시민공원 운영 ‘시민 참여의 길’ 열릴까
수질에 영향 없는 공장·산업단지, 저수지 상류 설립 가능
태화강 생태교란 생물 잡고 보상금도 받고‘…배스 1㎏당 5000원
동물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싸우지 않아서
부엉이는 괴로운 일본 부엉이카페
일본 도쿄 하라주쿠(原宿)에 있는 부엉이카페에서 부엉이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고은경 기자
일본 도쿄(東京)에는 동물을 보고 만질 수 있는 동물카페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동물카페를 방문한 장면들이 나오면서 알려졌다. 일본 관광책자에도 동물카페 소개를 찾아보긴 어렵지 않다. 도쿄 동물카페의 특징은 동물 종류가 각양각색이라는 점이다.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부엉이, 고슴도치, 토끼 등으로 특화되어 있다. 도쿄의 번화가 중 하나인 이케부쿠로(池袋)에는 펭귄에게 먹이를 주는 카페가 있을 정도다.
젊은층과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하라주쿠(原宿)역 부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부엉이 카페를 찾았다. 일본에선 부엉이를 뜻하는 후쿠로(ふくろう) 발음이 복을 뜻하는 후쿠(ふく)와 비슷하고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부엉이의 영향으로 부엉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래 기다릴 수 있다고 해서 1주일 전 예약을 했다. 평일 오후 2시에 모인 입장객 11명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1시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00엔(약 1만5,000원). 15분은 음료를 마시고, 35분은 부엉이가 있는 데로 들어가 사진을 찍거나 만지고, 이후엔 짐 정리를 하는 식이었다.
유리문으로 분리된 부엉이 공간은 손님들이 서 있기에 비좁았다. 곧바로 부엉이 11마리에 대한 소개가 시작됐는데 대부분 어디를 만지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터라 사실 어떤 부엉이가 어떻다는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原宿)에 있는 부엉이카페에 있는 부엉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발에 줄을 묶어 놓았다. 고은경기자
다만 부엉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그 자리에서도 알 수 있었다. 계속 지지대 위에서 떨어지던 부엉이 한 마리는 결국 커튼 뒤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덩치가 큰 부엉이들이 인기가 많아 아침부터 시달려서인지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했다. 그렇다고 만지지 못하게 하거나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손님들은 큰 부엉이를 손에 앉혔지만 결국 부엉이는 큰 날갯짓을 하며 떨어졌다. 창 밖만 바라보는 부엉이도 있었고 겁에 질려 계속 눈만 껌뻑 거리는 부엉이도 있었다. 날아가지 못하도록 발은 모두 고리에 묶인 채였다. 보통 부엉이 카페를 찾는 사람은 하루에 50~60명. 부엉이들의 ‘고단한’ 하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 시간 계속됐다. 일본 동물카페 사이트인 애니멀즈닷컴에 따르면 도쿄 근처에 있는 부엉이 카페만 10여곳, 고양이, 토끼, 개 등을 포함하면 50곳이 넘는다.
일본 내 동물단체와 외신들은 특히 부엉이 카페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부엉이 카페 운영방식은 야행성 동물인 부엉이의 습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욱이 시력과 청력이 좋고 사냥을 하는 본능이 있는데 좁은 공간에 가둔 채 체험에 동원되는 게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엉이를 비롯해 토끼, 고슴도치 등의 카페는 앞으로도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표적 동물단체인 피스(PEACE)에 따르면 일본 동물애호법에는 동물 카페 개설 조건이 있지만 까다롭지 않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열 수 있고, 시설 조건이나 동물 관리방법 등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동물애호법 개정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 환경부는 개와 고양이 이외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기준 마련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야생동물을 카페에서 전시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라쿤카페 금지법이 발의되어 있지만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동물은 괴로운’ 동물카페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도쿄=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내년 7월, 사유지에 철조망 치면 관악산 못갈수도"
도시 공원 일몰제, 2020년 7월까지 사유지 사서 공원으로 만들어야
전국 504 제곱킬로미터, 현재 공원의 53% 넘는 면적
도로, 철도에는 조성비를 지원하면서 도시공원에는 지원하지 않아
중앙정부가 큰 문제, 재정 자립도 낮은 지자체에 부지 매입 전가
국립공원 안, 군사보호 구역에도 사유지가 존재
도시공원 일몰제 잘못 도입되며 도시공원만 문제 겪게 돼
재산권 침해 있는 것부터 우선 매입하고 지방채 발행, 장기균등 상환해야
20년 지방채 균등상환하면 1년 5천억원으로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 해결
도시공원, 미세먼지 저감효과 41%인데 중앙정부 무관심
◇ 정관용> 4월 22일 오늘이 바로 지구의 날입니다. 그런데 이 도심 속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역할을 했던 도시공원이 곧 일괄 해제 위기에 처했다네요. 정부의 그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에 매년 7월이면 도시공원 면적의 약 53%가 사라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건데요.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건지 환경운동연합회 맹지연 국장을 초대했습니다.
◇ 정관용> 도시공원일몰제가 뭐예요?
◆ 맹지연> 99년도에 1999년도에 성남의 대지를 소유한 땅 소유자가 있었는데요. 그 대지에다가 학교 부지를 지정해 놓고 학교를 장기간 짓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정할 당시의 그런 대지에 다양한 활용할 목적이 있었는데 그걸 쓰지 못하게 한 것은 너무 과도한 재산권의 침해다. 그래서 그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이거를 해소하기 위한 법개정 중의 하나로 도시공원 일몰제도가 도입됐는데요.
◇ 정관용>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 거네요.
◆ 맹지연> 문제는 도시계획시설이라고 해서 도로, 학교, 공원 다 포함되는데 문제는 그 지정 당시 목적대로 바로 모든 사용이 가능한 임야 같은 경우에는 과도한 재산권의 침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의 미비로 인해서 도시공원도 같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게 내년 7월이라고 하는 건 왜 그렇게 돼 있습니까?
◆ 맹지연> 2000년도에 법이 개정되면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 시간을 준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20년 동안 그 안에 공원 부지로 지정된 것은 전부 그러면 공원으로 만들어라.
◆ 맹지연> 부지를 아예 다 사도록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사유지는 사가지고 그걸 공원으로 만들어라. 20년 동안 그것을 사서 공원으로 만들지 못하면 그건 공원부지를 아예 해제한다.
◆ 맹지연> 맞습니다. 폐지되는 겁니다.
◇ 정관용> 지금 대상면적이 얼마나 됩니까?
◆ 맹지연> 전국에 504제곱킬로미터고 이거는 현재 우리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의 절반이 넘는 53%에 해당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현재 이미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 것 전부 다 합친 면적의 한 절반 가까이.
◆ 맹지연> 조성이 됐다고 하더라도 땅을 사지 못한 경우들은 다 폐지됩니다.
◇ 정관용> 이미 공원으로 조성됐더라도. 사유지인데 공원 부지로 지정이 돼서 공원까지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그 땅을 못 샀으면 이것도 다시 공원이 없어져버린다.
◆ 맹지연> 그래서 거기 둘레길도 다 걷어내야 될 판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맹지연> 네.
◇ 정관용> 20년 동안 뭐 했대요?
◆ 맹지연> 사실은 제일 큰 문제가 중앙정부입니다. 관련된 법제도를 제대로 만들지도 않았고요. 도로라든지 이런 도시철도라든지 이런 도시계획 시설은 조성비의 막 60%, 70%를 지원했지만 도시공원에 대해서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보상수단으로 토지 소유자분들에게도 재산세라든지 상속세 감면혜택 이런 다양한 혜택도 주어져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런 제도적인 기반을 하나도 만들어놓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자립도가 그것도 30% 미만인 지자체에게 땅을 다 사라. 그것도 약 정부 추산 국공유지. 거기에 포함된 국공유지만 해도 13조인데 전체 53조를 다 지자체에 부담하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이렇게 되었습니다.
◇ 정관용> 우선 애초에 왜 개인소유인 사유지가 공원부지로 지정이 된 겁니까? 그건 언제부터 역사가 거슬러가는 거예요.
◆ 맹지연> 그거는 일제시대부터도 했고요. 지금도 사실 국립공원이라든지 상수원보호구역이라든지 이런 많은 땅을 정부가 다 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시설으로.
◇ 정관용> 국립공원 안에도 사유지가 있군요.
◆ 맹지연> 그리고 막 폭탄이 떨어지는 군사시설 보호구역도 사유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도시공원 일몰제도가 잘못 도입되면서 도시공원만 이런 문제를 겪게 됐습니다. 사실 학교라든지 도로 같은 경우에는 20년 동안 급히 지어질 것들은 다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지원을 받지 못한 도시공원만 이렇게 커다란 문제에 봉착되었죠.
◇ 정관용> 2000년도에 이 법이 딱 만들어질 때 20년의 시간을 줬잖아요. 그러면 그 20년 사이에 그나마 정부나 지자체가 땅을 사서 공원으로 조성한 것은 몇 퍼센트 정도가 됩니까?
◆ 맹지연> 그건 이제 47% 정도인데요. 그것도 전부 다 산 건 아니라 이제 도시개발을 하면서 일부를 공원으로 이렇게 기부체납받거나 이런 형태로 얻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 정관용> 그나마 47%는 그래도 문제가 좀 해결됐는데 아직 해결 안 된 게 더 많군요.
◆ 맹지연> 절반이 넘습니다.
◇ 정관용> 시간은 1년 남짓밖에 안 남았고.
◆ 맹지연> 그렇습니다.
◇ 정관용> 현재 그 부지들의 상태는 어떤 거예요. 공원으로 조성이 안 된 거라면. 그냥 나대지예요, 임야예요.
◆ 맹지연> 아닙니다. 97%가 임야입니다. 그래서 되게 공원 같은 경우는 억울하죠. 대지라면 확실히 재산권의 침해가 있는 거지만 임야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대체로 작은 산들의 등산로라든지 이런 거겠군요.
◆ 맹지연> 서울 같은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남산이라든지 관악산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해당되고요. 무슨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이런 것들도 다 해당됩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게 정말 내년 7월까지 문제 해결 못하면 일반시민들은 남산에도 못 가는 거예요, 이제?
◆ 맹지연> 그렇죠. 철조망을 치면 올라갈 수 없습니다.
◇ 정관용> 정말요? 남산에도 못 가요?
◆ 맹지연> 그렇죠.
◇ 정관용> 관악산도 못 가고?
◆ 맹지연> 그렇죠.
◇ 정관용> 이게 말이 안 되는데요.
◆ 맹지연> 그래서 문제입니다.
◇ 정관용>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습니까,정부 차원에서는.
◆ 맹지연> 정부는 이걸 지자체 사무라고 그렇게 책임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에요.
◇ 정관용> 계속 지자체한테?
◆ 맹지연> 네. 그리고 올해 예산으로 79억밖에 마련하지 않았어요.
◇ 정관용> 79억은 또 왜 마련했답니까?
◆ 맹지연> 그게 사실은 지자체들이 도시공원 일몰대상 토지를 매입할 경우에 그것도 아주 매입이 급한 사유재산권의 침해가 좀 심각한 부분들은 우선 매입지라고 하는데요. 그거를 매입하는 비용에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그 이자에 50%를 5년 동안 지원한다고 했더니 지자체에서는 아니 원금 갚을 능력이 안 되는데 이자 50%가 무슨 의미냐 해서 대부분 신청을 안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 이자 절반 내주는 돈으로 79억을 책정해 놓은 거다. 그리고 지자체들은 자금이 없기 때문에 매입할 지금 계획도 없겠군요.
◆ 맹지연> 그렇죠.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는 국가가 소유한 그 도시공원만도 평균 26%, 많게는 92%까지도 해당되거든요. 그런데 그 국공유지조차 지자체에게 사라고 하고 있어요. 그것만 해도 13조입니다.
◇ 정관용> 잠깐만요. 국공유지도 지자체가 사라.
◆ 맹지연> 도시공원 일몰대상에 국공유지도 포함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저희는 너무 황당하죠. 사유재산권 침해하고 아예 관련이 없는데 국공유지를 배제해라. 이렇게 했더니 중앙정부에서 각 기재부라든지 국방부라든지 행자부라든지 이런 데서 다 반대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도시공원의 용지를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인프라로 생각하고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인프라로 생각하지 않고 팔아서 재산권 행사하려고만 하는 인식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습니다.
◇ 정관용> 정부까지도.
◆ 맹지연> 그렇죠.
◇ 정관용> 그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거?
◆ 맹지연> 그런데 이게.
◇ 정관용> 환경 단체에서는 어떤 운동을 하고 계십니까?
◆ 맹지연> 사실은 해법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 정관용> 뭐요?
◆ 맹지연> 이미 서울시에서는 20년 동안 준비를 해 왔고 그거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내놓았는데요. 그런 겁니다. 이게 워낙에 입법상에 애초부터 잘못 법을 만든 것들에 대해서 그 이유도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재산권에 침해가 있는 것은 우선 매입해요. 그런데 그 비용을 1조 2000억 원 되는데 그걸 지방채로 발행하는데요. 우리가 아파트 살 때 또 20년 막 균등해서 갚잖아요. 그런 것처럼 1조 2000억 원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20년 균등상환해요. 그리고 나머지는 좀 사유재산권 침해가 안 되는 과도하지 않은 임야에 대해서는 법을 개정해서 지방세를 감면해 준다든지 그리고 도시자연공원 구역으로 묶어서 보존하는 방안을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이거를 정부도 이걸 그대로 적용할 경우에는 지금 현재 중앙정부가 생각하는 약 한 26%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이거를 또 20년 균등상환할 경우에는 그 비용도 53조 이런 것이 아니라 약 한 5000억 원. 5000억 원 정도 80%를 지원한다고 해도 연 5000억 원 정도면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 정관용> 1년에 5000억이면 된다.
◆ 맹지연> 네.
◇ 정관용> 그런데 이건 중앙정부가 책임질 때 말하는 거죠.
◆ 맹지연> 그렇죠,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이제 중앙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어요?
◆ 맹지연> 왜 그 도로나 철도에는 지원하면서 왜 도시공원은 지원하지 않는지 저희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초미세먼지는 41% 그리고 미세먼지는 26%를 저감시키는 이런 것이 공기청정기가 바로 도시공원인데요. 중앙정부 인식이 너무 미약합니다.
◇ 정관용> 국토교통부나 행정자치부 같은 경우는 혹시 몰라도 환경부도 의견이 없어요.
◆ 맹지연> 문제는 환경부가 도시공원을 관할하는 부서가 아니에요. 그걸 국토교통부에서 관할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환경부로 이관해라 할 정도로 국토부가 두 손을 아예 놓고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시는 그럼 문제가 없습니까?
◆ 맹지연> 서울시도 그런데 서울시에도 국가의 땅이 56%나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걸 또 국공유지를 사라고 한다?
◆ 맹지연> 그리고 국공유지에 대해서 권리를 행사하자고 하면 아주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죠. 서울시 대책조차도.
◇ 정관용>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요.
◆ 맹지연> 그런데 지금 중앙정부는 저희가 계속적으로 국공유지를 도시공원 일몰제에서 아예 배제해라 이렇게 요청했는데 그거를 하지 않겠다고 한 입장입니다.
◇ 정관용> 아니, 그러니까 중앙정부가 그냥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만 정작 내년 7월이 됐어요. 이거 우리 중앙정부 땅이니까 사라 했어요. 그런데 안 샀어요. 그렇다고 거기다 철조망 치겠습니까, 설마.
◆ 맹지연> 그거는 알 수가 없죠. 그런데 참 문제는 나라에서 이 모양이니 그러면 다른 토지 소유자분들, 임야를 가지신 분들도 마음이 어떻겠어요. 모범을 보여야 되는데 이건 재산권 행사를 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혹시 사유지의 경우에 지자체나 이런 데서 사려고 할 때 혹시 일몰제 이런 걸 보고서는 막 값을 올려 부르거나 이런 일들은 없습니까?
◆ 맹지연> 지금 사유지의 경우에는 도시계획시설이기 때문에 감정평가한 공시지가의 한 3배 정도가 감정평가비용인데요. 그 액수로 팔도록 하게 돼 있습니다.
◇ 정관용> 제도적으로 딱 그렇게 돼 있군요. 참 그게 지금 지자체들은 서울 같으면 좀 모르겠습니다마는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재정자립도도 낮고 하니까 엄두를 못 내고 있을 것이고.
◆ 맹지연> 맞습니다.
◇ 정관용> 제일 문제가 되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 맹지연> 사실은 서울하고.
◇ 정관용> 경기도?
◆ 맹지연> 수원 정도 나머지 지자체들은 제대로 된 대책도 수립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수원이나 서울 같은 경우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를 활용해서 이런 대책을 지방채하고 같이 해서 했지만 다른 지자체는 지금 그렇지도 못한 상태에서 1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법개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정관용> 도시공원 일몰제.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청취자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좀 여러분께 동참을 호소해 드리겠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의 맹지연 국장이었습니다. 국장님 고맙습니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10년 흉물’ 황령산 스키돔, 휴양시설로 바뀐다
2008년 사업자 부도 이후 11년째 방치되는 부산 남구 대연동 황령산 스노우캐슬. 부산시와 민간 시행사는 내년 7월 ‘공원일몰’ 전에 이 시설을 키즈랜드, 산림휴양숙박시설, 컨벤션시설 등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환경 파괴 논란을 덜기 위해 부산시는 최근 시민참여모니터링단도 구성했다. 강원태 기자 wkang@
2008년 8월 부도 이후 10년 넘게 흉물스레 방치된 ‘황령산 스노우캐슬’을 키즈랜드, 캠핑장 등을 갖춘 산림휴양숙박시설로 탈바꿈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한때 논란이 됐던 기존 계획에서 루지나 예식장 등의 수익 시설은 빼고, 컨벤션시설과 대형 식당 등 관광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특히 내년 7월 공원일몰제로 스노우캐슬을 포함한 ‘황령산 유원지’가 해제되는 만큼 부산시도 그 전에 행정 절차를 끝내고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환경 파괴 논란을 덜기 위해 지난주 시민모니터링단도 구성했다.
2008년 8월 부도 이후 방치
어린이 놀이시설 등 조성 추진
황령산 유원지 내년 7월 ‘일몰’
市 “해제 전 행정절차 마칠 계획”
환경 점검 시민모니터링단 구성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실시계획인가 신청이 들어온 ‘황령산 산림휴양시설 조성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민간이 진행하는 이 사업은 공매를 통해 황령산 스노우캐슬 사업을 이어받은 것이다. 시행사는 ‘에프엔인베스트먼트’로, 부산의 향토기업인 대원플러스건설, 동일철강, 골든블루 3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곳이다.
이 사업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조성계획이 변경됐다. 최종 계획을 보면 스노우캐슬과 주변 21만 6000㎡에 유희·휴양·편익 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세부적으로 키즈랜드, 감성놀이터, 펀 포레스트, 산림휴양숙박시설, 덱(deck)캠핑장 등이 들어선다. 돔은 재활용하지만 스키 대신 어린이 놀이시설 등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계획은 향후 추가로 변경될 수 있다.
황령산이 도심의 허파인 만큼 환경 훼손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18일 부산시도시공원위원회에 ‘시민참여모니터링단’ 구성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시·구 공무원, 시민단체, 시의원 등 10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실시계획인가 후부터 준공 전까지 환경 등에 대해 검토한다.
부산시와 시행사는 올해 안에 실시계획인가를 끝내고 착공해 내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황령산유원지’에 포함(전체의 약 7분의 1)되는데, 공원일몰제에 따라 내년 7월이면 기존 도시계획이 해제된다. ‘일몰’이 안 되려면 내년 6월 전까지 실시계획인가가 나야 한다.
현재 이 사업과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스키돔 수분양자에 대한 보상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수분양자는 모두 200명(등기 54명, 미등기 146명)이 있는데, 그중 53%(107명)는 협의가 이뤄졌다. 나머지는 보상 규모에 대해 이견을 보여 향후 실시계획인가를 위해 가장 큰 과제다.
이에 대해 주주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125억 원에 인수를 했지만 보상비까지 합치면 10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고 여기에 공사비가 300억 원 더 들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며 "수분양자들과 합리적으로 보상 협의를 끝내고 최대한 서둘러 부산을 위한 관광휴양시설을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부산일보 美 국방부 예산 평가서 입수]
주한미군, 부산항서 또 다른 생화학 프로그램 ‘센토’ 진행 파문
지난 19일 부산 남구 감만동 홈플러스 앞에서 ‘감만동(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 실험실 철거 남구지역 대책위’ 회원들이 ‘주피터(JUPITR) 프로젝트’ 철폐를 외치고 있는 모습. 강원태 기자 wkang@
“이번엔 켄타우로스?”
미 국방부가 부산항 8부두 등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연구과제 ‘주피터(JUPITR·본보 지난달 13일 자 1·3면 등 보도) 프로젝트’와 함께 ‘센토(CENTAUR)’라는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까지 진행해 온 것으로 확인돼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방부조차도 센토에 대해 전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센토가 주피터와 같은 개념인지, 다르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고 센토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지 주한미군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내년 9월까지 예산 4억여 원 책정
“8부두서 프로그램 마무리” 명시
‘생화학 위협 대응 능력’ 줄임말
‘센토’ 용어 처음 확인 했지만
국방부 명확한 개념 파악 못 해
“주한미군, 부산시민에 설명해야”
미 국방부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에서 부산항 8부두에서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 ‘센토(CENTAUR)’를 마무리(close out) 한다고 명시한 부분.
22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미 국방부의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생화학방어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보면 생물무기감시(BSV) 항목에 센토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지난달 발표된 해당 예산 평가서에 따르면 센토는 ‘생화학 위협을 인식·이해·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Capabilities to Enable NBC Threat Awareness, Understanding, and Response)’의 머릿글자 조합이다. 센토는 2019 예산 평가서를 비롯해 2014년부터 매년 주피터를 언급하고 있는 미 국방부 생화학프로그램 예산 보고서에는 없는 용어다.
미 국방부는 2020 회계연도에 센토 예산으로 39만 7000달러(4억 5000만 원)를 책정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내년 회계연도에 부산항 8부두에서 센토를 마무리하겠다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부산항 8부두의 센토 마무리와 함께 생물무기감시는 주한미군과 미8군의 환경 모니터링과 감시, 병력 건강을 지키기 위해 통합조기경보(IEW)에 기반을 둔 성공적인 기술로 전환·통합된다”고 명시돼 있다.
2019 회계연도 평가서에는 부산항 8부두에 예산 350만 달러(40억 원)를 투입하는 등 주피터 프로젝트의 항목별·지역별 예산까지 상세히 밝히고 있다. 반면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2020 회계연도 예산 평가서에는 주피터 프로젝트 예산은 아예 나오지도 않고, 언급 빈도도 확연히 줄었다. 이와 함께 ‘살아 있는 매개체 테스트(live agent test)’ 표현 역시 이번 예산 평가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주피터 프로젝트와 관련, “경기도 평택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지원을 위해 시험 물품을 구매한다”는 내용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센토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미 국방부가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해 주피터 대신 센토로 용어만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센토 예산 내용을 보면 주피터 프로젝트가 다루고 있는 △환경탐지평가(AED) △조기경보(EW) △생화학무기 감시 포털(BSP) △생화학 무기 식별(BICS)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항 8부두에서 센토를 마무리한다는 예산 평가서 내용도 내년에 8부두에서 주피터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 평가서를 보니 주피터 프로젝트가 포함된 생물무기 감시 예산이 줄었고, 센토를 마무리한다고도 나와 있어 8부두에서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을 종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미군과 국방부는 이 사실을 부산시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토와 주피터가 같은 보고서에 언급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오히려 센토가 생화학 실험을 포함해 주피터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주한미군이 센토를 2020 회계연도에 마무리한다 하더라도 올 연말까지는 부산항 8부두에서 계속 진행되는 것도 확실시되는 부분이다.
주피터 프로젝트 철폐 운동을 이끌고 있는 ‘감만동(8부두) 미군부대 세균무기 실험실 철거 남구지역 대책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센토가 정확히 무엇인지 반드시 공개해야만 한다”면서 “24일 주피터 프로젝트 철폐를 위한 시민 문화제 행사를 다시 한번 더 개최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사령부 관계자는 “주피터 프로젝트와 관련,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주피터와 센토가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방어체계의 세부사항에 대해 현 시점에서 답변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한편 센토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 괴물 ‘켄타우로스’의 영어식 표현 철자와 일치한다. 주피터 역시 철자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목성이라는 뜻과 함께 그리스 신화의 으뜸신 ‘제우스’의 영어식 표현이기도 하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백상아리와 범고래가 만나면 물범이 ‘웃는다’
최상위 포식자는 범고래, 최대 혜택은 백상아리 먹이 물범
범고래는 집단 사냥에 능하고 덩치도 커 바다 생태계에서 백상아리를 제치고 최고 포식자 자리를 차지한다. 로버트 피트먼,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제공.
자연다큐멘터리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그리는 백상아리와 범고래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모두 바다의 대표적인 포식자이지만, 백상아리가 무서운 폭군 이미지라면 범고래는 종종 영리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장기간의 현장 연구 결과를 보면,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는 범고래에 넘겨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백상아리는 범고래의 모습만 비쳐도 혼비백산 그 해역을 오랫동안 떠날 정도로 공포에 떠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위험 효과’는 생태계 먹이사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살바도르 조르겐센 미국 몬테레이 만 수족관 박사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6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백상아리와 그 주 먹이인 코끼리물범, 그리고 범고래를 수십 년 동안 장기 연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캘리포니아의 대 패럴론스 국립 해양보호구역에서 2006∼2013년 동안 백상아리 165마리에 무선추적장치를 부착해 추적했고, 27년 동안 범고래와 물범을 관찰했다.
범고래(회색), 백상아리(초록색), 코끼리물범*보라색) 서식지(D). 왼쪽은 패럴론 섬에 각각이 찾아오는 시기. A 물범, B 백상아리, C 범고래. 조르겐센 외 (2019)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두 해양포식자가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고, 그것을 관찰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조사 해역에선 매년 봄과 가을 코끼리물범이 패럴론 섬에서 새끼를 낳는데, 회피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물범을 사냥하기 위해 범고래는 봄과 가을, 백상아리는 가을에 섬을 찾는다. 두 바다 포식자는 매년 가을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 참여한 백상아리 전문가인 스콧 앤더슨은 1997년 10월 그런 드문 광경을 목격하는 행운을 안았다. 그는 “고래 관광선을 타고 있었는데 무선 연락을 받고 현장에 다가가 보니 범고래가 백상아리를 죽여 간을 뜯어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범고래 두 마리가 머리를 물 밖에 내밀고 킥킥 소리를 낸 뒤 물속으로 사라졌는데, 이는 먹이 사냥에 성공했을 때 내는 소리”라고 몬테레이 만 수족관이 누리집에 올린 글 ’거인의 충돌: 백상아리 대 범고래’에서 밝혔다.
무선추적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런 만남을 3차례 더 확인했다. 2009년 11월 범고래 무리가 3곳에서 따로 물범을 사냥했다. 당시 바다에는 17마리의 무선추적장치를 단 백상아리가 있었다.
백상아리는 강력한 해양 포식자이지만 범고래와 맞닥뜨리면 피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런 위험 회피는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범고래는 2시간 반 동안 바다에서 사냥했는데, 이를 본 백상아리는 몇 시간 안에 모두 자취를 감췄다. 연구자들은 “태그를 단 백상아리가 모두 살아있었지만 범고래가 다른 백상아리를 잡아먹었거나 공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르겐센 박사는 “범고래를 만나면 백상아리는 자신이 선호하는 사냥터를 즉각 떠나 최고 1년 동안 다시는 그곳에 돌아오지 않는다. 범고래가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도 그렇다”고 수족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도피한 백상아리는 다른 바다의 코끼리물범 사냥터로 갔음이 확인됐다.
패럴론 섬을 찾는 백상아리는 길이가 5.5m에 이르는 대형 상어이다. 범고래는 길이가 6∼8m로 더 크고 지능이 높으며, 무리를 지어 소리로 소통하면서 사냥전략을 편다. 조르겐센 박사는 “범고래가 백상아리를 먹이로 사냥하는지 아니면 경쟁자로서 겁을 주어 쫓아내는지는 불확실하다”며 “그러나 1997년 사례에서 보듯이 백상아리에 1t이 넘는 영양덩어리인 간이 들어있다는 것을 범고래가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평균적인 범고래(위)와 백상아리의 크기 비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편, 범고래의 출현으로 가장 크게 덕을 보는 동물은 백상아리의 주식인 코끼리물범으로 나타났다. 앤더슨은 “남동 패럴론 섬에서 한 번식철에 약 40마리의 물범을 백상아리가 잡아먹는데, 범고래가 모습을 드러낸 뒤로 물범이 죽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범고래가 출현하면 백상아리에 의한 물범의 포식률은 4∼7배 작아진다고 논문은 밝혔다.
포식자는 직접 잡아먹는 방식으로만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먹이 동물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활동을 축소하고 서식지를 바꾸는 식으로 대응하고, 이것이 생태계에 연쇄효과를 일으킨다.
캘리포니아의 코끼리물범 대규모 번식지. 범고래가 찾아와 한 두 마리가 희생되면 몇 달 동안 주요 포식자인 백상아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범고래에 놀란 백상아리는 이미 다른 상어가 있는 덜 선호하는 비좁은 사냥터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는 100∼3000㎞의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백상아리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조르겐센은 “우리는 보통 대형 포식자의 사냥이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알아볼 때 공포와 위험 회피가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로 공포 효과가 백상아리 같은 대형 포식자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끼쳐 덜 선호하지만, 더 안전한 사냥터로 방향을 틀게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lvador J. Jorgensen et al, Killer whales redistribute white shark foraging pressure on seals, Scientific Reports (2019) 9:6153, https://doi.org/10.1038/s41598-019-39356-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http://www.knn.co.kr/184683
쇳덩이도 찌그러지는 해저 1만m ‘최상위 포식자’ 물고기가 사는 법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마리아나해구에서 바다 밑으로 내려보낸 무인탐사기와 미끼에 마리아나 스네일피시가 모여든 모습. 아래 두 장의 사진은 연구진이 채집해 바다 위로 건져 올린 마리아나 스네일피시와 엑스레이로 촬영한 모습. 워싱턴대 제공
1000기압 이상의 암흑 세계…산소 농도 낮고, 수온은 1~4도
마리아나 스네일피시, 두개골 빈 공간이 체내 압력 조절 기능
2014년 첫 발견 …단백질 변성 막는 특수 물질도 다량 존재
북태평양 괌 인근의 마리아나해구는 평균 수심 7000~8000m로 지금까지 확인된 곳 중에서 가장 깊다.
특히 비티아즈 해연의 깊이는 1만1034m에 달한다. 700기압에서 1000기압에 달하는 수압 때문에 생태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마리아나해구의 심해에서 2014년 발견된 ‘마리아나 스네일피시’(Mariana snailfish·마리아나 꼼치)는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엄청난 수압을 견뎌내는 척추동물이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저 7000~8000m에 사는 이 물고기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최근 쇳덩어리도 찌그러지게 할 정도의 높은 수압을 견뎌내는 비결을 규명했다.
중국 서북공업대학 연구진은 마리아나 스네일피시가 심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이유 등을 포함한 논문을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무인탐사기를 이용해 포획한 마리아나 스네일피시의 몸 구조와 유전자 등을 조사했다. 올챙이와 비슷하게 생긴 이 심해어는 꼼칫과로 길이는 최대 30㎝가량이다. 마리아나해구의 심해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심해에 사는 다른 무척추동물들을 먹잇감으로 삼으면서 군림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물고기가 극도로 높은 수압을 견뎌낼 수 있는 이유로 두개골 내에 빈 공간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논문의 주저자인 서북공업대학 쿤 왕 박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이 빈 공간을 통해 체내와 체외 압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리아나 스네일피시에게 머리 내 빈 공간이 없다면 수압에 눌려 찌부러지게 될 것이란 얘기다.
뼈가 단단한 어종에 속함에도 체내의 뼈 대부분이 연골로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마리아나 스네일피시의 유전자 가운데 석회화를 담당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 이 유전자가 기능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석회화란 칼슘이 뼈에 침착돼 뼈가 단단해지는 것을 말한다. 즉 마리아나 스네일피시는 자신이 속한 꼼칫과의 어류들과 달리 뼈가 유연하기 때문에 높은 수압을 견뎌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물고기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14년으로 당시 미국 워싱턴대 등 연구진은 고등어를 미끼로 단 탐사장비를 해저에 내려보내 촬영했다. 수심 7000m가량까지 장비를 내려보내는 데 4시간이 걸렸다. 연구진이 채집한 마리아나 스네일피시는 연분홍색 피부에 내장이 보일 정도의 반투명한 모습이었고, 비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구진이 채집해 건져올린 마리아나 스네일피시는 수심 7966m에서 잡혔다. 촬영된 곳 중 가장 깊은 곳은 수심 8143m 지점이었다. 연구진은 이 물고기를 바다 위로 건져올리자 바로 녹아내리듯이 흐물흐물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극도로 높은 수압이 오히려 이 물고기에게는 몸이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요소였던 것이다.
마리아나해구는 지구상에서 생물에게 가장 가혹한 환경으로 꼽힌다. 높은 수압과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암흑 외에도 1~4도 정도에 불과한 낮은 수온과 낮은 산소 농도, 부족한 먹이 자원 등 생존에 부적합한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극한 환경 때문에 인간이 직접 탐사한 기록도 드물다. 현재까지 인류가 세운 필리핀과 괌 사이의 마리아나해구 탐사 기록 중 가장 깊이 내려간 건 1만911m까지다. 1960년 미국 해군 장교 돈 월시와 스위스 기술자 자크 피카드가 잠수정 트리에스테를 타고 내려갔다. 다음으로는 터미네이터, 아바타 등의 영화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2012년 잠수정 딥시챌린저를 타고 챌린저해연에서 세운 1만898m다. 당시 캐머런 감독은 2시간36분 동안 해저로 내려가 3시간가량 심해를 촬영한 뒤 바다 위로 돌아왔다. 그가 탄 잠수정은 1125기압을 견딜 수 있는 64㎜ 두께의 강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서북공업대 연구진은 마리아나 스네일피시의 체내에서 단백질이 유지되는 이유도 확인했다. 수압이 극도로 높기 때문에 체내 단백질이 변성되는 것을 막아주는 물질이 체내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게 드러났다. 연구진은 ‘트리메틸아민엔옥사이드(TMAO)’라고 불리는 이 물질이 단백질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내의 단백질 중 세포 간 물질 이동을 돕는 단백질도 확인됐다. 높은 수압하에서는 세포막을 통해 물질이 교환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마리아나 스네일피시의 체내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운반하는 역할의 단백질이 대량으로 생성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마리아나 스네일피시가 무인탐사기의 조명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빛이 전혀 들지 않는 환경에 서식하고 있어 시각이 퇴화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빛의 자극에 반응하는 광수용체 관련 유전자 가운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이 이 물고기의 체내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빛을 감지할 필요가 전혀 없는 환경에 서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사설 )‘황령산 스키돔 휴양시설’ 추진하려면 산림 훼손 차단부터
사업자 부도로 10년 넘게 방치된 ‘황령산 스노우캐슬(실내 스키 돔)’이 키즈랜드·캠핑장 등을 갖춘 산림휴양숙박시설로 탈바꿈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시행사의 실시계획인가 신청 이후 부산시는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주엔 부산시 ‘시민참여모니터링단’도 구성했다. 내년 7월 공원일몰제 적용에 따라 황령산 일대가 기존 도시계획에서 풀리면 난개발이 이뤄질 수 있어 시행사 못지않게 시에서도 서두르는 모양새다. 스노우캐슬을 현 상태로 방치해서도 안 되겠지만 추가 산림 훼손을 어떻게 차단하느냐도 관건이다.
시행자 입장에서도 수분양자 보상 문제라든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행자도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다 보면 사업 진척은 더딜 수밖에 없다. 내년 도시계획이 풀리기 전까지 실시계획인가가 나지 않으면 현재까지 조성된 유원지 조성 계획은 무효가 된다. 2012년 10월 스노우캐슬 인수 이후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 변경된 ‘황령산 산림휴양시설 조성 사업’ 계획을 보더라도 스노우캐슬 사업 부지는 77만㎡로 황령산 유원지 면적의 약 7분의 1에 이른다. 이 중 시설이 들어가는 면적은 21만 6000㎡로 최초 계획보다 9만 4691㎡가 증가했다. 기존 개발 면적의 0.8배를 추가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산림 훼손은 불가피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릴 수 있는 ‘친환경’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다. 시는 환경 파괴 논란을 덜기 위해 도시공원위원회에 구성한 ‘시민참여모니터링단’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시공원위원회, 시민단체, 주민대표, 시·구 공무원, 시의원 등 10명으로 구성한 모니터링단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설물 변경 등이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정도이다. 부산의 도심 허파 노릇을 톡톡히 하는 황령산을 지키고자 한 시민들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견제 장치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되돌릴 수 없다. 스노우 캐슬이 사유 재산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를 둘러싼 황령산은 분명 부산 시민 모두의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 실시계획인가 이후 나올 구체적인 시설 운영 계획에 대한 시민적 동의도 필요하다. 더 이상의 환경 파괴가 이뤄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사업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시는 보존과 개발의 절충점을 찾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부산일보
한국 3대 전통정원 ‘성락원’ 200년만에 일반에 개방
이조판서 심상응의 별장에서 의친왕 이강의 별궁으로
심상응 후손이 별장을 사들여…대대손손 관리해와
관람객들이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락원을 찾아 인공이 가미된 자연 연못 ‘영벽지’ 주변을 걸으며 한국 전통 정원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박종식 기자
한국 3대정원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성락원이 23일 일반에 공개됐다. 성락원은 서울 도심 속 전통정원으로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1877~1955)이 35년동안 별궁으로 쓰던 곳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본거지로도 이용됐다. 이전에는 조선 철종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었다.
성락원이란 이름에는 ‘한양도성 밖에서 아름다움을 누리는 정원’라는 뜻이 담겨있다. 전통적인 한국정원은 암반·계곡과 같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사람들 손길을 최소화해 짓는다. 성락원은 땅 모양에 따라, 전원·내원·후원 세 공간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내원에는 인공적 요소가 들어간 자연 연못인 영벽지가 있고 이곳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알려졌다.
23일 오후 일반인에게 한시적으로 공개된 서울 성북구 성락원 송석정 내부를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성락원의 첫 주인이었던 심상응의 5대손 고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은 성락원을 손수 매입해 보존해왔다. 그 뒤로 심 회장의 며느리가 관장으로 있는 가구박물관이 성락원을 관리해왔다. 성락원은 1992년 사적 제378호로 2008년에는 명승 제35호로 지정됐다. 문화재로 지정된 뒤에는 복원사업을 거쳐 성락원의 본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복원사업에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7억원이 투입되고 복원화 작업은 70%가량 이뤄졌다. 성락원은 서울에 남은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알린다는 이유로 복원화 사업이 끝나기 앞서 시민에게 임시개방하게 됐다. 이곳은 학술단체 방문이나 특별한 개방행사가 아니면 시민들이 알음알음 가구박물관에 연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정영준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문화재청과 함께 성락원의 복원 및 정비를 추진함과 동시에 소유자 측과 협의해 개방 시기를 늘려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방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락원을 찾은 한 관람객이 송석정을 사진찍고 있다. 박종식 기자
박중선 한국가구박물관 이사는 “만일 개인 노력이 아니었다면 이곳 역시 없어졌을 것이다. 개발과정에서 서울 도심 한국정원은 사라졌다”며 “아직 복원작업이 진행중이라 상시개방할 때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알게되어서 그 가치가 알게되었으면 좋겠다. 원래 정원이 갖고 있던 한국전통 모습대로 완료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개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락원은 23일을 시작으로 오는 6월11일까지 임시 개방된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으며 주3일(월·화·토) 스무 명씩만 관람객을 받는다. 관람료는 1만원이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발암’ 대기오염물질 측정도 하지 않는 기업들
녹색연합·이정미의원실, 환경부 자료 비교 분석
배출가능 발암물질 측정 누락 기업 39곳 공개
“배출기준 빠져 있고, 자가측정 의무 생략”
대기에 오염물질을 배출 중인 공장의 굴뚝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39개 기업이 실제 배출될 가능성이 높은 발암 성분의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아예 측정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의로 측정을 누락한 경우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측정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대기오염물질 관리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지적이 인다.
23일 녹색연합과 이정미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39개 기업이 실제 배출 가능성이 높은 특정대기유해물질에 대한 측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녹색연합 등은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에서 관리하는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PRTR)의 발암성 물질 대기배출 통계(2016년)와 환경부가 작성한 ‘2016년 1-3종 대기배출사업장 자가측정 현황’을 비교했다.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은 각 사업장이 실제 사용하는 원료의 종류와 양, 제조공정 등을 입력하면, 실제 배출될 것으로 추정되는 오염물질의 계산값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량 상위 기업들의 자가측정 기록을 분석해보니 벤젠, 염화비닐, 부타디엔, 크롬 등 발암물질이 실제 배출될 것으로 예측됐는데도 관련 측정을 아예 하지 않는 기업이 다수였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에스케이인천석유화학은 벤젠(1급 발암물질), 엘지화학·에스케이종합화학·금호석유화학·롯데첨단소재는 1-3-부타디엔(1급 발암물질), 현대자동차는 에틸벤젠(2급 발암물질), 효성은 클로로포름과 스티렌(2급 발암물질) 등을 실제 배출할 수 있지만 측정하지 않았다.
1·2급 발암물질이 대기오염 관리망에서 빠진 배경에는 구멍난 대기환경관리제도가 있었다. 측정 의무가 있는데도 업체 마음대로 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자가측정을 면제받거나 해당 물질의 배출기준이 아예 없어 측정하지 않은 사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배출시설의 기능이나 공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되는 경우’ 방지시설 설치를 면제해주고 해당 사업장은 자가측정도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 자가측정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실제 배출된 사실을 들키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사원도 최근 관련 감사에서 방지시설 설치 면제 여부를 사업자가 제출한 인허가 서류로만 판단하기에 실제 배출되는 물질의 종류와 농도를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현행법은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된 35개 물질 중 17개에 대해서만 배출허용기준을 설정했다. 나머지 물질은 관리할 근거도 없다. 환경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인허가업무 가이드라인’ 역시 실제 배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빼놓았다. 펄프·종이·인쇄 및 기록매체 제조시설의 검토 대상 특정대기유해물질엔 염소와 염화수소만 있는데,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을 기준으로 보면 포름알데히드나 크롬화합물, 에틸벤젠, 니켈화합물같이 발암물질이 배출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황의철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특정대기유해물질 지정은 몇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반에 지정된 물질에 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나머지 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은 수년 동안 방치돼 있다. 각 업종과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물질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해 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조개는, 고등어는, 게는 먹어도 될까? 공포가 엄습했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포스터ⓒ 넷플릭스
언론인 크레이그 리슨은 어린 시절 책에서 보았던 대왕고래를 직접 보기 위해 스리랑카로 향한다. 스리랑카 해안에서 드디어 대왕고래를 실제로 만나게 된 크레이그. 심해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대왕고래의 움직임은 자연의 신비와 경이를 느끼게 만든다.
잠수부가 대왕고래를 촬영하는 아름다운 화면 위로 무언가 불쾌한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잠수부의 위에는 쓰레기가 떠 있다. 쓰레기와 기름이 둥둥 떠 있는 바다의 모습. 이 불쾌함은 앞으로 다가올 충격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다. 다큐 영화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1997년 요트 선장 찰스 무어가 발견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속칭 '쓰레기 섬'은 우리나라의 약 14배 크기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는 쓰레기 섬의 생성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쓰레기 섬
강 근처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물의 흐름에 따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런 쓰레기들이 원형순환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 곳에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쓰레기 섬이다. 북서태평양 어장 동쪽에 집중 분포되어 있는 쓰레기 섬은 90% 가량이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해조류 또는 다른 플라스틱과 부딪히면서 조금씩 작은 조각으로 분리되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아무리 작은 조각으로 분리되어도 썩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플랑크톤 또는 게나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이다. 플랑크톤 같이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그 생물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된다.
특히 대왕고래의 경우 엄청난 양의 플랑크톤과 작은 생선들을 빨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입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고래들은 입 안에 플라스틱을 가득 품은 채, 혹은 비닐에 기도가 막혀 목숨을 잃게 된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는 바다 속 생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알바트로스 같은 새들 역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다.
크레이그 리슨은 환경 전문가와 함께 죽은 알바트로스의 배를 해부하게 된다. 놀랍게도 알바트로스의 배 안에는 조그마한 미세 플라스틱들이 가득하다. 해변 또는 바다를 활동 무대로 삼는 새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고 이 미세 플라스틱은 배에서 소화되지 못한 채 쌓이게 된다. 뱃속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은 독성 물질을 내뿜고, 동물들은 그렇게 쌓이고 쌓인 미세 플라스틱 때문에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게 된다.
바다로 추락한 컨테이너 7개... 재앙이 시작됐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스틸컷ⓒ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태로 홍콩 플라스틱 플랫 사건을 조명한다. 2012년 홍콩을 강타했던 태풍 '비센티'의 영향으로 중국 광저우에서 산토우로 향하던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 7개가 바다로 추락하면서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 알갱이(펠릿)가 쏟아져 나왔다. 이 사고로 무려 150톤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해변과 바다로 유출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하였다.
2007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삼성1호-허베이 스피릿 호 원유 유출 사고 때 수많은 국민들이 태안으로 향해 기름을 치웠던 것처럼 홍콩 시민들 역시 해변으로 향해 플라스틱 알갱이를 청소하였다. 하지만 이미 바다로 유출된 조그마한 입자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완전히 청소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홍콩 수산물에서 플라스틱 알갱이가 발견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미세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청소가 힘들다는 점이다.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눈에 보이기에 수거할 수 있지만 바다에 멀리 퍼져 있는 조그마한 미세 플라스틱은 청소가 힘들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들의 몸에 쌓이고 쌓여 생명을 위협한다. 그리고 결국 이 위협은 원인의 제공자인 인간에게로 향한다.
독성을 품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바다 생물은 우리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 생선, 게, 조개 등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을 받은 생물을 섭취한 순간 우리의 몸 역시 미세 플라스틱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큐멘터리는 해양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투발루 주민들의 힘겨운 생활을 통해 인간이 겪고 있는 직접적인 피해 역시 보여준다. 해류를 타고 온 해양 쓰레기는 투발루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점령해 버린다.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는 투발루 주민들은 직접적으로 삶을 위협 받으며 생존권 문제에 시달린다.
지금 이 시각에도 편리함에 항복하는 '인간'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스틸컷ⓒ 넷플릭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심각한 해양 환경오염 문제를 직시하는 데 주저할까? 플라스틱의 상용화는 인간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다. 이전에 유리병이나 그릇에 보관하던 음식들을 가볍고 편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통한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 사업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인간들은 편리함과 환경문제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결국엔 편리함에 항복하고 만다.
2015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 700만 톤(t)이었고 1년간 전 세계 사람들이 1인당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양은 136kg에 달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이 이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버려지는지에 대해 언급하며 그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프리다이빙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타냐 스트리터는 자신이 사랑하는 바다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타냐는 바다의 오염이 단순 해양 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그 피해는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의존한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곧 우리에게 닥칠 '공포'는 플라스틱이 주는 편리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바다에서의 양식을 통해 밥벌이를 하던 이들은 플라스틱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길 것이고, 혹자들은 식탁 위에 올라온 생선과 어패류 등 해양 생물이 미세 플라스틱을 잔뜩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이 속도로 플라스틱이 바다를 가득 채운다면, 더 이상 지구엔 생명체가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큐에 따르면, 독일은 플라스틱을 거의 대부분을 재활용 할 수 있는 시설과 문화를 갖추었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지만 재활용을 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다큐는 이런 재활용의 생활화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해양 생물, 그리고 인간을 보호해야 된다고 말한다. 바다 쓰레기는 인간이 만들어 낸 생산물이고 인간 행동에 기반을 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김준모(rlqpsfkxm) 오마이뉴스
권영진 대구시장, 도시공원 일몰제 해법찾기 나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내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심화되고 있는 범어공원 지주와 주민과의 갈등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30일 오후 3시 수성구 범어공원 내 구민운동장에서 ‘현장소통시장실’을 운영한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현장소통시장실’은 권 시장이 직접 공원 일몰제에 대한 지주들의 입장과 공원이용 주민등의 불편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해제하는 제도다.
대구지역 장기미집행시설은 현재 38개소로 미집행 전체면적은 1191만2637㎡에 달하며 그 중 범어공원은 사유지가 61%에 달해 지주와 주민은 물론 대구시와의 갈등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번 현장소통시장실은 범어공원의 중심구역인 수성구민운동장 게이트볼장 앞에서 지주, 인근 공원이용 주민, 환경단체, 대구시의회·수성구의회 의원, 관계 공무원 등 150여명이 참여할 계획이다.
범어공원 일몰제 쟁점사항은 ▲도시공원 우선조성사업 편입지역 소유자의 토지보상금 현실화 요구 ▲미조성지역 소유자의 민간개발요구 및 사유지 맹지화 항의 ▲공원출입통제 철조망설치로 인한 공원이용 주민들의 불편사항 등이다.
대구시는 현장소통시장실에서 상호간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지주와 주민의 고충사항을 충분히 소통해 향후 입장 및 대응책을 밝히고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공원 일몰제를 대비해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해결이 되지 못했다”며 “지속적으로 시민과 함께 소통하며 시민의 아픔을 같이하는 시민 중심의 열린 시정을 적극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늘 없는 시멘트 정원… '서울로' 방문객 1년새 40% 뚝
600억원 들여 만든 공중정원, 땡볕에 고정 그늘막은 10개뿐
카페 3곳도 모두 문 닫아…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처럼 서울 도심의 대표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역 공중정원 '서울로7017' (총길이 1024m)이 내달 개장 2주년을 맞는다. 안전 등급 D등급으로 철거 위기였던 고가차도는 2017년 5월 화분 400여개가 늘어선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사업비 600억원이 들어갔다. 새로 탄생한 명소에 시민들은 반색했다. 개장 초기 하루 평균 3만여 명이 찾았다. 그러나 갈수록 찾는 시민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을 배려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치솟은 지난 22일 오후 콘크리트 열기로 데워진 서울 중구 '서울로7017'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운호 기자
서울로의 인기 하락은 우선 방문객 숫자에서 확인된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방문객은 총 741만4591명이다. 그러나 2018년 695만7901명으로 개장 첫해보다 약 6% 감소했다. 개장 첫해보다 130일 더 운영했는데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17년 3만2954명이었으나 2018년 1만9062명으로 42%나 줄었다. 시 관계자는 "개장 첫해에 비해 관심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최근 미세 먼지가 심해지면서 시민들의 외출이 급감한 영향도 있다"고 했다.
시민들은 서울시의 적극적 관리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특히 방문객을 배려한 시설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28도까지 올랐던 지난 22일 오후 서울로는 햇볕을 받아 뜨거워진 콘크리트 열기로 한여름처럼 후끈거렸다. 더위를 피할 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1㎞가 넘는 구간에 고정형 그늘막은 10개에 불과했다. 벤치는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서울로에 혹서기 대비 그늘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은 개장 초기부터 나왔다. 그러나 개장 2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시는 다음 달부터 이동형 그늘막 30개를 설치할 계획이나,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서울로를 찾은 회사원 변진아(34)씨는 "폭염뿐 아니라 평소에도 자외선을 피해 앉아 있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개장 당시 고가에 있던 카페 3곳이 지난해 말 한꺼번에 문을 닫은 것도 시민을 배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에서 온 모리야마 미레이(28)씨는 "공중 정원 위에 테라스 카페라도 한군데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보행 환경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애인용 점자 블록은 고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앞까지만 있고, 고가 위에는 전혀 없다.
서울로가 들어서며 크게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구도심 상권 활성화 효과도 기대보다 미미하다고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중림동에서 1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7)씨는 "관광객은 늘지 않았는데 서울역 건너편 빌딩에 새 상권이 형성돼 손님이 오히려 줄었다"며 "중림동이나 만리동 상인들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 유입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유출에 따른 타격이 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서울로를 체계적으로 가꾸고 정비하면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로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방문객 편의 시설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좀 더 창의적 시설을 설치해 재미있는 길로 만들어야 방문객이 늘어나고 주변 상권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조선일보 김선엽 기자
외래종이 골칫거리 외래종 퇴치…호주 딩고 재평가
5천년 전 들여온 들개가 토종 킬러 들고양이 박멸
원주민의 개가 야생화한 딩고는 외래종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천만년 동안 다른 대륙과 격리된 오스트레일리아는 독특한 생태계를 갖췄지만, 사람이 들여온 외래종이 종종 폭발적으로 늘어나 토종 생물을 위협한다. 유럽인보다 훨씬 앞서 3500∼5000년 전 원주민이 데려온 개가 야생화한 딩고는 최초의 외래종 가운데 하나다.
딩고는 수가 크게 불어나지는 않았지만, 유럽인의 목장에서 가축을 노리는 ‘해로운 동물’로 기피 대상이 됐다. 1880년대 농민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의 풍요로운 목장을 딩고로부터 지키기 위해 길이 5614㎞의 세계에서 가장 긴 울타리를 쳤다.
아직 남아있는 이 울타리는 딩고라는 최상위 포식자와 외래종으로 들여와 퍼진 중간 포식자인 들고양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적절한 장소이기도 하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사이의 울타리는 주 경계를 따라 직선으로 설치돼,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단지 딩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절호의 조건을 제공한다.
딩고의 분포와 ‘딩고 울타리’의 위치. 울타리 중간의 직선 부분이 이번 연구 대상지이다. 갈색은 순종 딩고 서식지를 가리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벤자민 페이트 스웨덴 농업과학대 생태학자 등 스웨덴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2011∼2017년 동안 주기적으로 울타리 양쪽에서 딩고와 들고양이의 배설물을 찾아 분석하고 야간에 조명을 이용해 개체수를 조사했다. 이들은 과학저널 ‘생태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딩고가 들고양이에 대해 강력한 포식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집고양이가 야생에 흘러든 들고양이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10만∼630만 마리로 불어난 들고양이가 매일 잡아먹는 야생동물은 새 100만 마리, 도마뱀 등 파충류 200만 마리에 이른다. 들고양이 한 마리의 위장에서 도마뱀 40마리가 나온 일도 있다.
들고양이가 오스트레일리아 토종 생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토종 앵무인 코카투를 잡아먹는 들고양이 모형. 마크 마라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울타리 안쪽으로 딩고가 침투해 들어오기는 하지만, 보이는 족족 사살하기 때문에 개체수는 극히 적다. 연구자들의 관심은 딩고가 없을 때 들고양이가 과연 늘어날까 아닐까였다. 딩고는 캥거루를 가장 즐겨 사냥한다. 무리 지어 캥거루가 지칠 때까지 추격해 기다리던 딩고가 목 뒤를 문다. 소와 유럽산 토끼도 주요 먹이이다. 연구자들은 딩고의 배설물에서 1% 비율로 들고양이 부위를 찾아내, 딩고가 들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기 조사 결과, 딩고가 극소수인 울타리 안쪽에서 들고양이 수는 먹이 동물인 토끼와 쥐가 풍부하면 늘어났다 먹이가 줄면 함께 감소했다. 기존 생태학 이론에서 예측한 대로였다.
딩고로부터 양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지상 최장 구조물인 ‘딩고 울타리’ 모습. 피터 우다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딩고가 흔한 울타리 밖에서는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기존 이론 대로라면, 상위 포식자에 의해 들고양이 개체수는 낮게 유지되지만, 들고양이와 딩고의 수는 먹이 동물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변동을 거듭할 것이다. 먹이가 많으면 들고양이에 대한 압력도 줄어 들고양이가 줄어들지 않아야 정상이다. 딩고와 들고양이의 먹이는 70∼80% 일치한다.
그러나 딩고의 수는 줄곧 많았던 울타리 밖에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먹이가 풍부한데도 들고양이의 수는 늘지 않았다. 2015년부터는 들고양이가 울타리 밖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연구자들은 “들고양이가 급격히 준 것은 딩고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딩고가 직접 들고양이를 잡아먹거나 서식지에서 쫓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포식자의 주요 먹이인 토끼와 토종 쥐는 모두 모래언덕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데, 이곳에서 딩고와 들고양이는 만날 수밖에 없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울타리 밖의 먹이 자원이 울타리 안보다 10배 많았지만 들고양이는 살아남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딩고는 들고양이뿐 아니라 외래종 여우, 야생화한 돼지, 염소 등을 제거하고 캥거루가 과다 번식하는 것을 억제한다”며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밝혔다.
한때 독약을 놓아 죽이던 딩고가 외래종을 퇴치하는 포식자로 생태적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제러드 아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정부는 1999년 딩고를 “1400년 이전부터 살았던 자생종”이라며 보호동물로 지정했지만, 지역 당국에 따라 유해동물로 지정한 곳도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njamin Feit et al, Apex Predators Decouple Population Dynamics Between Mesopredators and Their Prey, Ecosystems, https://doi.org/10.1007/s10021-019-00360-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개장 5년 부산시민공원 진단] 시민 없는 부산시민공원, 참여의 문 열고 다양성 채우자
개장 5주년을 앞둔 부산시민공원의 모습. 최근 부산시민공원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시민들이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시민공원에 시민은 없었다.’
1910년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이란 명목으로 땅을 빼앗긴 뒤 미군기지를 거쳐 2014년 5월 1일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그 100년의 역사와 과정에서 애를 쓴 부산시민은 부산시민공원에 없었다. 부산시는 일개 ‘부지’로 취급했다. ‘시민’ 공원의 정체성이 없어진 셈이다. 정체성이 없어진 부산시민공원엔 지상주차장을 허락했고, 시설을 가득 채워 ‘비움’이 없는 공원이 됐다.
‘도심·평지·대규모’ 공통점 불구
서울숲공원, 환경생태 66% 차지
부산, 전시 63% 압도적… 정체성 실종
국제아트센터 건립·야외공연장 취소
‘공원 철학 부재’ 여실히 입증한 행정
시민단체 “탁상공론 더는 용납 못 해”
■“정체성 찾자” 시민들이 뿔났다
본보가 부산시민공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부산시민공원에서는 총 1040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중 전시가 642(63%)회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했고, 뒤를 이어 공연 117회(11%), 건강프로그램 105회(10%) 순이었다. 반면 서울숲공원은 총 1470회의 프로그램을 진행, 부산시민공원보다 프로그램 수가 더 많았다. 이 중 환경생태프로그램이 962회로 66%를 차지했다. 단순 전시는 161회(11%)에 그쳤다. 서울숲공원은 규모가 48만 994㎡로 부산시민공원(47만 3279㎡)과 비슷하고 도심에 있는 대규모 평지형 공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시의회 배용준 시의원은 “시민공원의 정체성 부재는 단순한 전시업무 위주의 프로그램 구성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현재 부산시민공원은 특색 있는 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그냥 문제없이 관리만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민공원의 ‘공원 철학 부재’는 결국 시설률 40%를 꽉 채우는 ‘비움 없는 공원’으로 가는 길이 됐다. 부산국제아트센터는 2017년 본격 건립추진때부터 시민공원과의 연계성에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마땅한 부지가 없었던 부산시는 공원에 대한 철학 없이 얼렁뚱땅 부산시민공원에 국제아트센터 건립을 결정해 버렸다. 부산시 입장에서 시민공원은 단순히 민원 없이, 추가 사업비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그냥 좋은 부지였던 셈이다. 좋은 부지라는 생각은 시민공원에 ‘지상주차장’이 들어서는 것도 고민 없이 허락했다. 그리고 공원에 들어오는 유일한 명분이라면 명분일 수 있는 야외공연장 건립계획은 아예 취소해버렸다.
이 같은 ‘시민’ 없는 시민공원의 행태는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도 매주 수요일 국제아트센터 취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부산시민공원을 지키는 사람들’ 이성우 대표는 “시민의 생각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으로 부산시민공원을 망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이 시민공원의 정체성 만들자
부산시민공원은 2014년 5월 개장한 이후 그해 말까지 7개월 동안 858만 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이후 1년 전체기록을 합하더라도 858만 명의 기록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민공원을 찾는 시민의 수는 2015년에는 793만 명, 2016년 697만 명까지 떨어졌다 2017년 799만 명으로 회복했다. 지난해 2018년에는 2017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762만 명을 기록했다.
동아대 김승환 조경학과 교수는 “개장 초기야 ‘그늘이 없다’ 등이 핑계가 되겠지만 현재는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다”며 “당장 부산시민공원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아무 특징도 대지 못하는 시민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름 그대로 부산‘시민’공원을 위해서는 시민이 계속해서 찾고 싶어야 하고 이를 위한 시민의 참여도 필수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공원은 참여의 문이 좁았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2009년부터 공원해설사를 배출해 공원과 시민사회를 연계시키려 했지만 2015년 이 사업을 중지했다. 이유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숲은 민간 영역의 참여를 통한 프로그램 다양화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정체성이 명확해야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거기에 맞는 시민 자원들이 육성되는데 지금은 대관업무 중심이다 보니 시민사회에서 만들어진 자원들도 그냥 썩히는 일이 발생했다”며 “시민들이 함께 앞으로 100년의 방향을 논의한다면 부산시민이 만드는 부산시민공원만의 특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부산시민공원 운영 ‘시민 참여의 길’ 열릴까
월 1일 개장 5주년을 맞는 부산시민공원 운영에 시민 참여의 길이 모색된다. 개장 이후 부산시설공단이 운영해 온 부산시민공원은 ‘시민의 손으로 되찾은 공원’이라는 정체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공원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면 ‘시민의 손으로 되찾고 시민이 운영하는 공원’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市, 위탁공원 경영 용역 진행
민간·민간+관·현행 유지 등
공원 운영주체·방식 논의 시작
“부산시설공단 ‘관리’에만 방점
소프트웨어 부재 문제 해결해야”
부산시는 “‘위탁공원 경영 효율화 용역’을 29일부터 진행하며 연말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고 25일 밝혔다. 위탁공원 경영 효율화 용역의 핵심은 부산시민공원이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 전문가 토론회, 시민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통해 부산시민공원의 운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시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민간이 공원을 운영하는 방법, 민간이 소프트웨어 관이 하드웨어를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방법,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공원인 부산시민공원 운영에 이름 그대로 시민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5년 전 부산시민공원 개장 당시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부산연구원이 부산시의 의뢰로 2013년 마련한 ‘부산시민공원 관리운영 방안’은 ‘시민사회의 운영은 필요하나 아직 이를 운영할 만큼의 자원과 성숙함이 부족하다’며 부산시설공단에 그 운영이 맡겨졌다.
하지만 부산시설공단은 공단 특성상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보니 부산시민공원의 소프트웨어 부재가 늘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2018년 부산시민공원에는 총 1040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이 중 전시가 642회로 63%를 차지했다. 단순 대관업무에 치중한 셈이다.
이는 시설공단의 직원 구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산시민공원에서 근무하는 30명의 직원 중 공원 전문가는 단 3명에 불과하다. ‘특색 있는 공원 만들기’에 대한 공단의 관심이 그대로 반영된 숫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프트웨어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부산시민공원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서울숲공원의 경우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운영팀인 서울숲컨서번시가 2016년부터 공모를 통해 위탁 운영 중이다. 미국 뉴욕시의 세계적 명소인 ‘센트럴 파크’도 지역민과 시민활동가가 참여한 ‘센트럴 파크 컨서번시(CPC)’가 공원의 운영·관리를 책임지고 있는데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내고 있다.
운영에서도 민간이 가지는 장점이 보인다. 2017년 부산시민공원은 77억 2800만 원의 예산을 사용해 단위면적당 운영비는 1만 6300원 수준이었다. 서울숲공원은 같은 기간 43억 71만 원으로 단위면적당 운영비는 9000원이었다. 부산시민공원이 1.8배가량 예산을 더 사용하는 셈이다. 심지어 서울숲은 2017년 예산 3억 원을 반납해 공원운영가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성대 강동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도심 가운데에 시민공원 규모의 평지 공원이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소중한 자산”이라며 “처음에는 미숙하겠지만 시민들이 찾은 공원을 시민들이 가꾸고 운영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수질에 영향 없는 공장·산업단지, 저수지 상류 설립 가능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수질에 영향이 없는 공장과 산업단지는 저수지 상류에서도 설립이 가능해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정비법 및 같은 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수질에의 영향이 없는 공장과 산업단지는 저수지 상류에서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25일 밝혔다. 개정된 법과 시행령은 이날일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 저수지 상류에서는 수질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없이 ‘폐수배출시설’이 설치되는 공장 및 산업단지에 대한 설립이 불허됐다. 농식품부는 “기업 유치을 어렵게 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지방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농어촌정비법 및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폐수배출시설이 설치되는 공장·산업단지라도 오·폐수를 방류하지 않거나 전량 재이용하는 등 저수지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공장 및 산업단지의 설립을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저수지의 수질보전 및 동식물 생육에 미치는 영향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시설이 있거나 유해화학물질 또는 지정폐기물을 제조·보관·저장하는 공장 및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설립을 제한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저수지 수질에 영향이 없는 공장·산업단지는 설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이 입지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확대되면서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태화강 생태교란 생물 잡고 보상금도 받고‘…배스 1㎏당 5000원
“태화강 생태계 교란생물을 퇴치하고, 수매보상금도 받으세요”
울산시는 25일 도심생태하천인 태화강의 토종생물 보호를 위해 외래종 생물 퇴치 수매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오는 29일부터 9월말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태화강지방공원 오산광장에서 생태계 교란생물 수매를 한다.
시민들이 태화강 내 낚시금지구역을 제외한 곳에서 배스, 블루길 등 외래 어종과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뉴트리아 등을 잡아오면 수매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울산시는 배스·블루길은 1㎏당 5000원, 붉은귀거북은 1마리에 5000원, 뉴트리아는 1마리당 2만원을 수매가로 정했다.
시민들은 수매현장에서 생태계 교란생물 포획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포획물량을 계측한 뒤 보상금을 청구하면 된다.
생태계 교란생물 수매는 2017년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행된 뒤 올해로 3년째이다. 사업 첫해인 2017년 배스·블루길·황소개구리 등 1657㎏과 붉은귀거북 24마리가 수매됐고, 지난해에는 배스·불루길 등 844㎏과 붉은귀거북 10마리가 수매됐다.
울산시는 올해 수매예산으로 1500여만원을 책정했는데, 예산이 모두 소진되면 생태계 교란생물 수매를 조기 마감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외래 생물의 확산을 막아 토종 생물을 보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는 태화강을 순천만에 이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할 것을 추진중이며, 지난해 3월 지방정원으로 우선 등록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동물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싸우지 않아서
대만 바다거북 알 먹는 뱀 현장연구 결과…싸움 멈췄더니 수명 연장
거북 알에 구멍을 뚫기 위해 이를 대는 대만 알 먹는 뱀 그림. 번식을 위한 ‘보물’을 지키기 위해 꼬리가 잘리는 싸움을 마다치 않는다. 대만 자연과학박물관(NMNS) 동영상 캡처
동물 암컷은 일반적으로 수컷보다 오래 산다. 포유류를 비롯해 새, 물고기, 곤충 등에서 두루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두고 많은 이론이 나와 논란을 벌인다.예를 들어, ‘어머니 저주 가설’은 암컷을 통해서만 유전되는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게놈(유전체)이 상대적으로 돌연변이가 잦아 본질에서 수컷에게 해롭다고 주장한다. 좀 더 일반적인 이론은 환경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처와 스트레스가 생기고, 경쟁적으로 빨리 자라는데, 이것이 수명 단축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개코원숭이의 최상위 수컷은 성호르몬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더 높다.
환경설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치잉 대만 국립 장화사범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2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에서 “성별 수명 차이는 성별 자체가 아니라 영역을 지키려는 공격적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드문 현장연구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만 난초 섬의 이 뱀은 바다거북의 산란기에 거북 알을 집중적으로 포식한다. 대만 자연과학박물관(NMNS) 동영상 캡처
연구자들은 대만 ‘난초 섬’에 서식하는 알 먹는 뱀을 장기 조사·연구했다. 이 뱀은 도마뱀 등 다른 뱀의 알을 전문적으로 훔쳐먹는 포식자인데, 이 섬에서는 바다거북의 알을 주로 먹는다. 거북이 바닷가 모래에 구멍을 파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면, 이 뱀은 3∼7시간 안에 알의 냄새를 맡고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입이 작아 알을 통째로 삼키지는 못하고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섭취한다. 바다거북의 알 무더기는 이 소형 뱀에게 엄청난 자원이다. 뱀은 자신이 발견한 ‘보물’에 다른 뱀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악취를 뿜어내지만, 경쟁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덤벼든다.
알을 지키려다 경쟁자에 물려 상처가 난 뱀. 암컷 네 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로 상처를 입는다. 황 웬산 제공.
싸움은 치열해 종종 꼬리가 잘려나가는 사태가 벌어진다. 꼬리가 떨어져 나가도 알 더미는 지킬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암컷은 꼬리가 잘려도 큰 문제가 없지만, 수컷은 생식기가 손상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결국 알을 지키는 역할은 수컷이 아닌 암컷의 몫이 된다.
연구자들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이 섬 두 곳에서 뱀의 거북 알 쟁탈 행동을 조사했는데,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2001년 폭풍으로 한 곳의 거북 산란지가 파괴됐다. 결과적으로 알이 있었을 때와 없어진 이후 암컷 수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거북 알 쟁탈전의 영향은 암컷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암컷의 25%에서 꼬리가 잘리는 등의 부상이 생겼다. 수컷의 부상 비율은 10∼15%에 그쳤다.
수명도 암컷이 수컷보다 현저하게 짧았다. 특히 조사 중간에 폭풍으로 거북 알이 송두리째 사라져 더는 영역을 지키기 위한 격렬한 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되자 암컷 수명이 크게 늘었다. 폭풍 이전 수컷의 수명은 13년이고 암컷은 3년이었지만, 폭풍 이후 수컷 4년 암컷 3년으로 비슷해졌다. 실험실에서 기른 뱀의 수명은 암·수 모두 6년이었다.
싸움으로 잘려나간 뱀의 꼬리. 황 웬산 제공.
연구자들은 “이 뱀의 사망률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공격적인 행동 탓임이 자연이 벌인 실험(폭풍)을 통해 밝혀졌다”고 논문에 적었다. 또 일반적으로 수컷이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과 달리 이 뱀은 암컷이 영역을 지키기 때문에 싸움이 수명 단축에 끼치는 영향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암컷 뱀은 자신의 수명 단축이란 대가를 치르고 번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다”고 덧붙였다. 부상과 수명 단축을 무릅쓰고 거북 알이라는 핵심 자원을 지키는 것이 높은 번식률을 보장해 결국 종의 번성에 기여한다는 얘기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hi-Ying Lee et al, When males live longer: Resource-driven territorial behavior drives sex-specific survival in snakes, Sci. Adv. 2019; 5,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5/4/eaar547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5.4~5.10 홍도 괭이갈매기 번식 앞당긴 온난화…남해 어종도 바꿨다 (0) | 2019.05.06 |
---|---|
4.29~5.3 (0) | 2019.04.28 |
4.15~ 419 부산 환경단체들, 일몰제 앞둔 금정산 장전공원 보전 촉구 (0) | 2019.04.14 |
4.9~4.14 (0) | 2019.04.09 |
4.4~4.6 식목일의 비극, 산불 (0) | 2019.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