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적극 지지”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추진위원회가 지난 27일 부산 남구 용호동 힐탑상가 앞 공터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운대~이기대 해상관광케이블카 유치를 위한 발대식’을 개최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와 이기대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건립을 촉구하는 단체가 꾸려졌다. 이 단체는 부산을 세계적 해양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해상케이블카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케이블카추진위, 남구서 발대식
“국제관광도시 부산 위해 필요”
내달 말까지 30만 명 서명운동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추진위원회(이하 케이블카추진위)는 지난 27일 부산 남구 용호동 힐탑상가 앞 공터에서 ‘해상관광케이블카 유치를 위한 발대식’을 열었다. 케이블카추진위는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등 지역 민간단체와 숙박협회, 상인회 등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케이블카추진위는 이날 2000여 명이 모인 발대식에서 “부산이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면서 “관광 랜드마크를 유치해 부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밝혔다.
케이블카추진위는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힌 서명자 수가 21만 명을 넘어섰다고 이날 밝혔다. 케이블카추진위는 이날 서면 서명용지 묶음을 행사장 무대 위에 가득 쌓아 놓고 “다음 달 말까지 30만 명 청원을 목표를 서명운동을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케이블카추진위는 이날 행사장에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되기를 청원합니다. 해상관광케이블카 추진을 적극 지지합니다”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정부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 등을 위해 추진하는 ‘국제관광도시’로 부산이 선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정부는 광역시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해 국제관광도시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케이블카추진위는 “해운대와 이기대 사이 바다 4.2㎞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가 조성되면 부산의 도시 브랜드가 격상돼 아시아 최고의 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블루코스트가 민간사업으로 추진해 온 해운대구 동백유원지~남구 이기대공원 해상케이블카 사업은 2016년 11월 부산시의 반려 조치로 한동안 추진이 중단됐다. 시는 당시 해운대구 일대 교통난, 케이블카정류장 주변 환경훼손, 공적기여 방안 검토 부족 등을 이유로 해상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부산에서 열린 한 관광 관련 포럼에서 해상케이블카를 둘러싼 토론이 펼쳐진데 이어 민간단체 중심의 케이블카추진위까지 꾸려지면서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이블카추진위는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서면 관광객 집중으로 지역 상권이 활성화돼 지역 소상공인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 유치로 부산을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정부세종청사 세계 최대 옥상정원 ‘국민 품으로’
길이 3.6㎞ 기네스북 등재
내달 5일간 일부 시범 개방
완전 자율개방도 점진 추진
정부세종청사 세계 최대 옥상정원 ‘국민 품으로’
건축물 위에 꾸며진 정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사진)이 다음달 5일간 사전 예약 없이 일부 개방된다. 행정안전부는 가정의달을 맞아 다음달 4~6일과 18~19일 등 총 5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세종청사 옥상정원 일부 구간을 개방한다고 28일 밝혔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은 15개 청사 건물을 다리로 연결해 조성됐다. 총길이 3.6㎞에 면적은 축구장 11개 크기인 7만9194㎡로 2016년 단일 건축물에 조성된 옥상정원으로는 세계 최대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그동안 옥상정원은 보안·안전 문제로 시민들은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해 1일 100명에 한해 일부 구간만 관람이 가능했다. 출입이 자유로운 세종청사 공무원들만의 정원이라는 지적이 있던 이유다. 이번 개방 기간에는 1~7동 양방향 1.8㎞ 구간에 인원 제한 없이 출입이 허용된다. 현장에서 입장신청을 하면 된다. 정부청사관리본부 누리집에서 사전 입장신청을 하면 현장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구불구불한 모습의 옥상정원은 주변 경관조망을 고려해 서쪽의 밀마루전망대에서 동쪽의 호수공원으로 점차 낮아지는 형상의 성벽 개념으로 설계돼 있다. 순성놀이(성곽 둘레를 돌며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라는 전통놀이에서 착안됐다. 사계절 테마·계절별로 다양한 수종들이 식재돼 있으며, 나라꽃인 ‘무궁화 동산’도 조성돼 있다.
행안부는 옥상정원을 국민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이번 시범개방을 시작으로 완전 자율개방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의 랜드마크인 옥상정원은 처음 설계 당시부터 국민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며 “이번 시범개방을 계기로 옥상정원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런던 동물원 ‘사자들의 땅’ 그들이 떠나온 인도처럼…
영국 런던동물원의 '사자들의 땅'은 멸종위기종인 아시아 사자 유일의 서식지인 인도 기어국립공원을 본따 영국이 아닌 인도의 한 마을처럼 만들었다.
런던 동물원에 다녀왔다. 영국 런던 동물원은 동물원 역사상 중요한 곳 중 하나다. 이전의 동물원들이 왕족 등 특정 계층의 오락을 위한 동물원이었다면, 런던 동물원은 런던 동물학회가 1828년에 동물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
학회는 학회 회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점차 동물원을 공개했다.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다양한 동물들을 보며 호기심과 문명에 대한 자부심을 충족시켰다. 과학의 발전을 목적으로 했지만, 산업화한 도시 속 부르주아들의 휴식과 즐거움을 위한 장소였다고 할 수 있다.
런던 동물원에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이 있다. 문화유산 1급인 펭귄풀(Lubetkin Penguin Pool), 2급인 스노든 새장(Snowdon Aviary) 등이다. 미적인 가치는 있었으나 인간 중심적인 건축 방식은 동물들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펭귄풀의 콘크리트 때문에 펭귄들의 관절과 발에는 문제가 생겼다. 결국, 펭귄풀은 어떤 동물도 없이 비워두었다. 펭귄들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스노든 새장은 새들이 날기에 거리가 짧았다. 현재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고, 나중에는 새 대신 원숭이가 들어올 예정이다. 문화유산인데다 동물원 땅이 여왕의 소유이기 때문에 건물들을 확장하거나 바꾸기에 제한이 많았다. 낡고 동물에게 맞지 않는 건물들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동물원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최근 다시 지은 건물들은 확연히 달랐다.
영국 런던동물원에 있는 문화유산 지정 건축물 '펭귄풀'. 콘크리트 때문에 펭귄들의 관절과 발에 문제가 생기자 펭귄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지금은 비워둔 상태다.
그중 가장 최근에 다시 만든 ‘사자들의 땅’(Land of the Lions)에 갔다. 동물원 직원에게 리모델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시아 사자의 유일한 서식지인 인도의 기어 국립공원을 본 따 2016년에 완성했다. 아시아 사자는 사자의 한 아종(종을 다시 세분한 생물 분류 단위 종의 바로 아래 단위)으로 아프리카 사자보다 크기가 작고, 갈기가 덜 빽빽하며 색이 짙다. 기어 국립공원에만 약 600마리가 남아있는 멸종위기종이다. 런던 동물원은 인도 정부와 사자 모니터링 및 보전 활동을 해왔다. 리모델링 예산에는 보전을 위한 비용도 포함했다. 해설자, 교육자, 사육사 등 직원들은 인도 현지에서 마을 사람들, 지역 동물원과 교류하고 도왔다. 동물원 전시 공간에도 인도 문화를 편견 없이 윤리적으로 소개하도록 신경 썼다. 방사장 면적은 2,500㎡로, 예전보다 6배 커지고 나무도 해당 지역의 식생을 조사해 심었다. 사자들은 영국이 아닌 인도의 한 마을에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직원들의 목표는 사자들이 이 공간을 100% 좋아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동물훈련 담당자는 “아무리 넓은 방사장이라도 동물들이 쓰지 않는 공간이 있으면 좁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사장이라면 사람들에게 공개하기 전에 동물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고, 먹이를 곳곳에 뿌려주는 방법 등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런던 동물원은 동물들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2년에 걸쳐 동물복지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방사장을 어떻게 사용하고 이동하는지, 관람객 영향은 없는지, 소음 정도는 어떤지 등을 파악한다.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국 런던동물원의 '사자들의 땅' 입구
동물원을 나서며, 과거 런던 동물원에 방문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문명의 발전에 힘입어 ‘대단한’ 인간이 만든 건물 속 동물을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동물원이 세월을 거쳐오며 인간 중심에서 동물 중심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분명하다. 동물의 복지를 생각하는 지금은 동물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동물을 가뒀다는 사실을 잊고 싶은 것처럼 더 진짜 같은 가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와 현재, 동물원의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가. 글ㆍ사진=양효진 수의사/ 한국일보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에너지 소비 줄이지 않으면 멸종으로 간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을 보면 세상은 별 탈 없이 돌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관심 밖에서 지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생물들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의 희생자들이다. 봄꽃이 지천에 널렸지만 갈수록 보기 힘들어진 꿀벌도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 자연상태에서의 생물 멸종률은 1년에 100만종당 0.1~1종 정도이다. 그러나 현재 생물 멸종률은 100만종당 100종에 달한다. 지구 역사에서 있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 당시의 멸종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간 문명이 발을 딛고 선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하나씩 끊어지면 인류 역시 공룡처럼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 학자들이 ‘인류세(世)’로 부르는 지질시대 지층에 플라스틱과 철, 시멘트 덩어리를 가득 묻은 채….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58)은 최근 펴낸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에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임계점을 넘으면 인류 문명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산화탄소 증가는 기온 상승을 야기하고, 이는 바다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다시 기온을 높인다. 안정적 기후를 바탕으로 성장한 인류 문명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조천호 전 원장은 지난 4월 16일 인터뷰에서 되돌릴 수 없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정치적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힘이 자연을 능가하면서 인류의 멸종을 초래할 수 있는 ‘인류세’라는 말이 와닿는다.
“현재 지구상의 척추동물 무게를 합하면 인간의 무게가 30%,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무게가 67%에 달한다. 인간 때문에 척추동물이 존재할 정도로 지구상에 영향력을 미친다. 또 하나 예로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올라오는 만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가 4~5도밖에 올라가지 않았는데 인간은 과거 100년간 1도를 올렸다.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가는 자연변화가 자연에서 가장 빠른 온도 변화인데 그것보다 사람은 25배 더 빠르게 변화시키니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후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기후환경이 임계치로 향하고 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회의에서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결과가 나왔다. 지구 기온이 100년 안에 2도를 넘으면 세게 당긴 스프링이 탄성력을 잃듯 기후 자체가 제자리로 못돌아오는 상태가 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회의는 그 제한 폭마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인공강우를 시험하는 것은 ‘현대판 기우제’라고 표현했다.
“미세먼지는 고기압 하에서 대기가 정체될 때 농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고기압에선 인공강우로 씨를 뿌려도 비를 떨굴 구름이 없다. 국내에서도 여러 실험을 했지만 몇 방울 떨어지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 정도면 공장과 자동차에서 나온 매연과 결합해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중국 실험에서도 호우 이상의 강한 홍수에서만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졌다. 미세먼지가 비에 씻겨 없어졌다기보다 호우 때 발생한 강한 바람에 날아갔다.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인공강우를 추진)해야 할’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정부에서 한다고 해도 미세먼지 문제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과학자들이 곧이곧대로 따르는 건 말이 안 된다.”
-미세먼지가 심해진 것도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을까?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면 중위도 제트기류의 움직임이 느려지면서 그 아래로 고기압이든 저기압이든 한 번 들어오면 오래 머물게 된다. 비가 오면 오랫동안 내려 홍수가 되고, 고기압이 들어오면 폭염과 가뭄이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봄에는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들어오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이때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가 느려지면서 미세먼지 농도를 10%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기후변화에 의한 변동 폭보다 미세먼지 농도 자체의 변화 폭이 굉장히 커 확실히는 모르지만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정체되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지켜볼 만한 사안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너지 수요를 지금처럼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상황에서 원전을 쓰지 않는 건 무모하다는 생각은 든다. 현재 한국의 1인당 에너지·자원 사용량은 미국과 호주에 이어 세계 3위다. 우리나라가 중화학공업 기반으로 먹고살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과잉상태는 분명하고 근본적으로는 수요를 줄여야 한다. 결국 수요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기후변화라는 위험을 원전이라는 또 다른 위험으로 막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같은 기후공학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이산화탄소를 땅에 묻어도 수백 년이 지나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IPCC는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재배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이를 바이오연료로 만들어 발전소를 돌린 후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시 묻는 방식을 주목할 만한 기술로 소개했다. 하지만 현 수요를 유지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면 호주 면적 정도의 땅이 필요하다. 숲을 밀어서 확보하면 생태계가 무너지고, 기존 경작지를 이용하면 기아사태를 일으킨다. 결국 수요를 줄이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다.”
-영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자연사박물관과 의회 광장 등 도심 곳곳에서 점거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 호주에서도 학생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시위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 여름 폭염 때 외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미세먼지 같은 환경오염 문제와 달리 기후변화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을철 우리나라 일교차가 20도를 왔다갔다 하는데 ‘그깟 2도’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30~40년 후가 되면 ‘감지할 수준’이 된다. 햇빛을 받으면 며칠 내로 사라지는 대기오염 가스와 달리 온실가스는 반응성이 없는 가스가 대부분이라 몇백 년 동안 대기 중에 누적되면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40년이면 제한 폭 1.5도를 넘는다.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끌어안고 오직 대응에만 힘을 써야 한다. 그걸 명확히 인식하는 청소년이라면 당장 해결하라고 아우성칠 만하다.”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을까?
“경제성장을 1순위로 내세우고 지구 자원과 에너지를 착취하는 체계에선 문제를 해결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지구 기후의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걸 알고 기후 안정화를 먼저 생각한 후 그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자본주의를 흔들 수밖에 없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건 사회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일이지만 그걸 하지 못하면 멸종으로 가게 된다.”
-성장지상주의를 벗어날 수 있을까?
“부자가 안 되면 불행해진다는 생각, 경쟁에서 밀리면 불행해진다는 공포감이 성장지상주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 안전한 사회, 조금 놀아도 보듬어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에서 시작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범, 우리가 동화 속으로 내쫓은 신령
한국은 천년이 넘도록 콩과 곡장(穀醬, 간장, 된장, 청국장)의 종주국 지위를 누려왔지만, 희한하게도 이곳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콩과 장(醬)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콩과 메주를, 발효식과 장(腸) 건강을 잘 배우고 있는 걸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태부족할 텐데, 배울 수가 있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이곳 동국(東國)은 대대로 산국(山國)이었고, 이곳에서 나라를 세우고 가꿔온 선조들은 울창한 산림을 보전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건만, 당대를 사는 우리에겐 이 전통에 대한 자각이 빈곤하다.
이를테면, 조선 시대를 살던 우리 선조들에게 산은 자신이 온 곳이자 돌아갈 곳, 생명의 태반 같은 곳이었다. 16세기 조선에는 무려 255개 고을에 진산(鎭山)이 있었는데, 진산이란 고을을 지켜주는 산을 뜻했다. 산이 없다면, 사람의 안녕도 없다는 인식이 이렇게 강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산이 아니라 산을 깎고 밀고 뚫어 통신 기지국과 송전망과 고속철도와 리조트 따위를 설치하는 일이 수백 배 더 중요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조상의 얼을 잃고 만 이러한 사태는 비극(Tragic Drama)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블랙코미디(Black Comedy)가 아닐까.
뼈아픈 단절. 이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동물은 아마도 범(*범, 호랑이라는 단어에 관해선 박스 글 참조)일 것이다. 한국을 딱 한 마디로 해보라면, 모든 유아에게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정작 호랑이 따위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하기야 동물원 밖에서 본 적이 없으니, 어찌 두려움을 알까. 한국은 범이 많았던, 그러나 범을 잃어버린(아니라면 쫓아낸) 나라다. 코리아에서 범은 동화나 창살에 갇히고 말았다.
<인왕산 호랑이>(1996), 민정기(1949~)
민정기(1949~) 화백의 <인왕산 호랑이>(1996)는 그래서 고맙고 반갑다. 이 그림은 우리가 상실한 ‘범과 함께 산 전통’을 환기해주고 있다. 그림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인왕산이 눈에 보인다면, 인왕산을 호령하던 범을 기억하라. 그대가 범의 나라에서 나고 자랐음을 절대 잊지 마라. 인왕의 기상을 범의 기상을 배워라.’
우리 조상들은 범을 ‘산군’, ‘산왕’, ‘산신령’이라 하여 산의 왕으로 보았다. 산에서는 산군이, 산 바깥 인간계에서는 임금이 통치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범이 준 공포와 범을 향한 외경은 둘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러한 외경이 단순히 과학에 몽매한 이들의 어리석음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범은 제 분수를 모른 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악한 포식자가 아니다. 냄새를 잘 알아채는 야콥슨 기관(Jacobson's organ), 인간보다 6배 높은 시력, 고도의 민첩성과 지능으로, 제 영토를 느긋이 지배하며, 절도에 맞게 먹고 숲의 동물 질서를 세우는 신령한 동물이 바로 범인데, 15세기에도 그러했고 21세기인 지금도 그러하다.
범과 인간이 공존하던 한국
데본기 후기인 약 3억6000만 년 전, 지구에 육상동물이 처음 나타난 이래, 적어도 포유동물이 번성하기 시작한 6500만 년 전 이래, 지상 최고의 지능을 선보인 두 종의 동물은 아마도 범과 인간일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범의 서식지는 코리아가 속한 땅인 아시아 땅이다. 코리아에서 범과 인간의 공존은 불가피했다.
<범(虎)>, 조이궤이(鄒一桂, 추일계, Zou Yigui, 1686~1772)
2017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캣 스페셜리스트 그룹(Cat Specialist Group)의 캣 분류 태스크 포스(TF)가 정한 바에 따르면, 범은 크게 2개의 아종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아시아 대륙에 서식하는 P. t. tigris 라는 아종으로, 벵골, 카스피안(멸종됨), 아무르(시베리아), 남중국, 말레이, 인도차이나 범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아종은 P. t. sondaica로 순다 열도(Sunda Islands)에 서식하는 녀석들로, 자바(멸종됨), 발리(멸종됨), 수마트라 범이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중국 청대 화가 조이궤이(鄒一桂, 추일계, Zou Yigui, 1686~1772)의 출중한 작품 <범(虎)>에 등장하는 범은 아마도 아무르 범이거나 남중국 범일 것이다. 어느 쪽인들 대수랴, 조이궤이의 이 그림은 “과연 범이구나!”라는 탄성을 우리의 목젖에서 뽑아 올린다.
이 그림에서 느낀 감흥을 이어 맛보려면, 이 그림에서 보이는 범의 눈빛을 다시 지면(또는 화면)에서 보려면, 옛날 화가들보다는 현대 화가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캐나다의 로버트 베이트먼(Robert Bateman, 1930~)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윌리엄 쿠퍼(William T. Cooper, 1934~2015) 같은 이들 말이다. 내게는 이들이야말로 미술계의 범들이다. (다음 편에 계속)
우석영 <동물미술관> 저자
*범과 호랑이, 어떤 용어가 맞을까?
동화 작가들, 동화를 출판하는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문제다. 이들이 한 국가의 언어, 즉 국어(國語)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들, 미래 세대의 언어 세계를 바로 이들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동화에서는 ‘범’이라는 말 대신 ‘호랑이’라는 말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범을 지칭하는 대용어로서 호랑이라는 단어는 겨우 19세기에 등장했고, 엄밀히 따지면 엉터리 말이다. 만약 ‘외갓집’을 ‘외가’로 고쳐 써야 한다면(가家와 집은 동일한 뜻이므로), ‘창덕궁 팰리스’를 ‘창덕 팰리스’라고 불러야 한다면(Palace와 궁宮은 동일한 뜻이므로), 호랑이는 호(虎) 또는 범이라고 불러야 한다.
‘호랑(虎狼)이’라는 단어는 범(Tiger, 虎)과 늑대(이리, Wolf, 狼)를 통칭하던 ‘호랑(虎狼)’이라는 단어에 ‘이’라는 접미사를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호랑(虎狼)이라는 단어가 문헌에 나타난 것은 15세기였다. 그러다 19세기에 범과 늑대, 이 둘을 통칭하던 이 단어가, 범을 가리키는 언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딱 하나다. ‘대충 쓰는 언어습관’이 그것이다. 외가를 외갓집으로 대충 불렀던 것처럼, 대충 불렀다. 다른 이유란 없다.
언어는 어디까지나 언중(言衆)의 것이므로, 언중의 합의 없이 바꾸면 안 되는 걸까? 그렇다면 왜 언중이 합의하지도 않았는데,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었던 걸까? 왜 충무시를 통영시로 바꾸었던 걸까? 잘못된 것이 있더라도 관행이 있다면, 관행을 따라야 하는 걸까?
국내 첫 보타닉공원 ‘서울식물원’ 개원
공원+식물원 ‘보타닉공원’, 습지원까지 개방 50만4000㎡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식물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개념으로 국내 처음 선보이는 공원 속의 식물원 '보타닉공원(Botanic Garden+Park)'이다. <사진제공=서울시>
지난해 10월 임시 개방한 '서울식물원'이 시범 운영을 끝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서울식물원을 식물을 매개로 소통·치유하는 도시 가드닝의 허브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 현재 보유 중인 식물 3100여 종을 8000종까지 확보해 대한민국 대표 도시형 식물원으로서 자리매김 하는 것을 목표로 식물 수집과 기관 교류·연구·증식도 활발히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할 서울 최초의 보타닉공원 서울식물원이 5.1(수) 정식 개원한다고 밝혔다.
'도시공원 일몰제' 앞두고 대구시-땅 주인 입장 팽팽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내 구민운동장에서 열린 현장소통 시장실에서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범어공원 지주를 비롯해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9.4.3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공원일몰제 시행이 다가오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땅 주인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30일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서 '도시공원 일몰제'를 주제로 열린 대구시의 '현장소통시장실'은 지주(地主)와 대구시, 수성구, 주민 등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현장소통실의 취지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내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범어공원의 땅 주인과 인근 주민, 관할 지자체가 모여 서로의 입장을 듣고 해결책을 찾자보자는 것이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은 경우 해제하는 제도다. 대구지역의 장기 미집행시설은 현재 38곳, 면적은 1191만2637㎡에 달한다. 이 중 수성구 범어공원은 사유지가 61%에 달해 지주와 주민, 대구시 등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범어공원 일몰제의 쟁점은 △도시공원 우선조성사업 편입지역 소유자의 토지보상금 현실화 요구 △미조성 지역 소유자의 민간개발 요구와 사유지 맹지화 우려 △공원출입통제 철조망 설치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 등이다. 이를 놓고 권 시장과 지주 등이 보상 문제 등을 중심으로 토론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땅 주인 A씨는 "그동안 대구시와 수성구 등에 지주들의 입장을 수차례 하소연했지만 뾰족한 답변을 듣지 못했으며 관련 부서들이 다른 부서로 떠맡기기에 급급했다"며 "법 절차만 이야기하는 권 시장의 모습을 보니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지주들의 항의를 받은 권 시장은 관련부서 공무원들에게 "(해당 민원과 관련된 사안 등을) 아느냐, 모르느냐. 파악은 하고 있었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범어동에 사는 김모씨는 "대구시가 20년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다. 단지 지주들의 이기주의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며 "주민들은 대구시 등의 진정 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pdnamsy@
열대과일 ‘노니’ 가공 22개 제품서 쇳가루 검출
기준치 초과…판매중단 및 회수조치
노니 제품 건강기능식품 아닌 일반식품
식약처가 적발한 노니제품 허위·과대광고 사례. 자료 식약처
열대과일 ‘노니’를 가공해 만든 분말·환 22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쇳가루가 검출돼 판매가 중단됐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터넷에서 유통·판매되고 있는 노니 분말·환 88개 제품을 수거해 세균수·대장균·금속성 이물질 등 검사를 한 결과 22개 제품에서 기준치(10㎎/㎏)가 넘는 쇳가루가 나왔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광동 노니파우더', ‘더조은 노니 파우더', ‘내몸엔 노니 분말', ‘아임더 닥터 노니' 등이며 이러한 제품에 대해선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를 했다고 식약처는 전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 등을 점검한 결과 196개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던 65개 제품은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능’을 내세우는 등 허위·과대광고를 하고 있었다. 현재 노니를 가공해 만든 제품은 법률로 관리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이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신용주 서기관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하루 어느 정도 먹어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그 함량이 정해져있다. 노니 과일이나 주스가 건강에 이로울 순 있으나 얼마나 먹어야 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염증을 없앤다거나 항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문구는 허위·과대광고”라고 설명했다. 또 노니 가공 제품에서 유독 쇳가루가 자주 검출되는 데 대해 “대체로 땅에 떨어진 농산물을 가공처리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열 등으로 미생물 살균 처리가 되지만 쇳가루는 침전이 된다. 이를 자석으로 걸러야 하는데 이러한 공정이 소홀히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식약처는 노니 분말· 환 제품에 대해 국민청원 안전검사 청원이 가장 많다며 국내에서 유통 중인 모든 제품을 수거해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청원 안전검사제도는 국민으로부터 제품 수거 및 검사 청원을 받고, 다수가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실제 검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공개하는 제도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부산 해상케이블카 재추진 논란..."공공재는 존재하나?"
IS동서, 사업계획서 제출 전 특정홍보단체에 현금 지원까지...반발 일파만파
2년 전 무산됐던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주관하던 민간기업이 관할지자체에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고 특정단체를 이용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시민단체와 관할지자체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지역 주민과 아이에스(IS)동서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상케이블카 유치를 위한 '부산해상케이블카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단체는 아이에스(IS)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지난 2016년 추진했다가 부산시에서 반려된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하는 모임이다.
▲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 구상도.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홈페이지
해당 사업은 지역건설사 아이에스(IS)동서가 세운 특수목적법인 ㈜부산블루코스트를 통해 지난 2016년 부산 해운대 동백유원지에서 남구 이기대까지를 연결하는 4.2km 길이의 해상케이블카를 오는 2024년까지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부산시에 사업추진서를 제출했고 부산시는 환경 훼손 우려, 공적 기여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반려했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지역여론 또한 계속되는 난개발과 교통대란 등을 지적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올해 초 갑자기 ㈜부산블루코스트가 해상케이블카 조성사업 관련 주민 제안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주민 제안서가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이때부터 '부산해상케이블카 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갑자기 나타나 주민들의 동의 서명을 받기도 하고 현수막 등을 붙이면서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게다가 해당 단체에 아이에스(IS)동서가 1000만원 상당을 지원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추진위원회는 활동 자금으로 아이에스동서로부터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를 놓고 아이에스동서가 해상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위해 여론전을 펼치는 등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에스(IS)동서 관계자는 "해당 단체에 금전을 지원한 것은 맞다. 하지만 요청으로 인한 기부금 차원이다"며 "단체에는 지역 상인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가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저희 입장에서도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지지만 주민들이 하는 행동에 대해 저희가 제재할 수는 없다"고 이해할 수 없는 해명했다.
실제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서 제출에 대해서는 지난번 부산시에서 반려한 환경 훼손, 교통 대책, 공적기여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업계획서 제출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에스(IS)동서가 다른 방법을 동원해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 공공연해지자 부산지역 시민단체들과 사업 장소를 관할하는 지자체에서는 난개발로 인한 교통대란, 안전문제와 함께 또다시 민간자본이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특혜를 누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아이에스(IS)동서의 용호동 W아파트 전경. ⓒ프레시안
이와 관련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시기상조'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교통 문제, 경관 훼손의 문제가 있고 동백섬 자체가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그 외 여러 가지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더라도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현시점에서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플랫폼이 들어설 것으로 계획된 관할 남구의 박재범 구청장은 입장 표명을 꺼려하는 가운데 관계자를 통해 "사업계획서가 제출되지도 않았고 정확히 사업과 관련한 협의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기에 당장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아이에스(IS)동서의 해상케이블카 사업 추진에 대해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정말 이 사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공명정대하고 시민들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단체에 돈을 지원하고 토론회를 여는 꼼수를 부릴 이유가 없다"며 "이는 사업이 얼마나 부적절하고 하면 안 되는 사업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익의 사회환원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정말로 그럴 생각이 있다면 아이에스(IS)동서가 지난 정부에서 특혜로 건설한 용호동 W아파트에 대한 환원부터 실시해야 한다"며 "바다라는 공공재를 민간기업의 이익과 수입이 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되지도 않은 상태인데 사업이 시작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지역의 한 관광업계 전문가는 "부산의 바다 조망권은 공공재로서 시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상케이블카는 광안대교의 조망을 망쳐 시민들의 조망권을 빼앗는 것은 물론 강한 바람과 매년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인 광안리 앞바다에 들어선 해상케이블카에 대한 안전성 역시 확보된 것이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부산시는 사업계획서도 제출하지 않고 관련 단체를 활용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아이에스동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해상케이블카 사업의 반려 사유였던 교통, 환경 훼손, 공공기여 등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름 성수기와 주말이면 상습적인 정체를 빚고 있는 해운대의 경우 올해 연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엘시티가 완공되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에 해상케이블카마저 설치된다면 주차 공간 확보와는 별개로 특단의 도로 인프라 개선사업 없이 교통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전무한 실정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 경관 훼손 역시 큰 문제로 제기된다. 지역 전문가들 역시 "광안대교 뒤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그것은 마치 커다란 빨랫줄을 세워 놓은 것과 다름없다"며 "부산의 자랑이라는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성근
부산시 관계자는 "2년 전 교통, 환경, 공공기여 등의 문제로 반려된 사업으로 시는 추진에 대한 반대입장이 분명하다"며 "사업계획서도 제출되지 않아 현재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 지는 데 대한 내용만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에스(IS)동서의 해상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은 분명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간기업이 개발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이익에 급급해 부산시민의 권리인 바다 조망권과 안전을 빼앗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지역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박호경, 홍민지 기자(=부산)bsnews3@pressian.co
市, 건물 높이 ‘강제 제한’ 기준 세운다
부산시가 시내 전역을 총괄하는 ‘스카이 라인’ 기준을 마련해 건축물 높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도시 공간을 용도·입지별로 나눠 건축물 높이를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부산 도시개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움직임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도시 스카이라인 관리 기준 도입
다음 달 중 연구 용역 발주 예정
무분별한 고층건물 난립 따른
도심·해안 등 경관 훼손 대책
서울시는 ‘관리원칙’이미 도입
시는 도심 건축물 높이 제한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도시 경관 관리를 위한 높이 관리 기준’을 도입하겠다고 2일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4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다음 달 중 ‘높이 관리 기준’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시는 고밀도 개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자연녹지를 뺀 부산 전역인 시내 주거·상업·공업지역 233㎢ 범위에 대해 높이 관리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연구용역을 통해 시는 현행 제도별 높이 관리 문제점을 분석한 뒤 공론화 과정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이어 도시공간 구조·용도 등을 고려한 특성별 높이 관리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고층 건물이 해안과 산지, 도심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도심 경관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동부산권 주요 해안은 밀집 개발된 초고층 주거시설이 해안 경관을 잠식하고 있다. 고지대 난개발로 인해 부산지역 주요 산지도 고층 아파트 풍경에 가려 버렸다. 도심 지역은 최근 초고층 주거복합건축물 개발붐이 일면서 ‘고층 난개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안, 산지, 공원 주변 등으로 고층 건물 개발이 이어지면서 공공재인 도시 경관이 파괴되고 사유화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도시 경관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부산 전역에 걸쳐 건축물 높이를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가로구역별 높이 제한’처럼 도심 등 일부 구역에만 적용되는 건축물 높이 규제가 있긴 하다. 그러나 각종 개발 인센티브제도로 높이 제한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빈틈이 많아 유명무실한 기준으로 평가된다.
시는 최근 도심 개발사안과 관련해 건축물 높이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어 시 전역을 포괄할 수 있는 건축물 높이 제한의 행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서울시는 2013년 ‘스카이 라인 관리원칙’을 도입한 뒤 이듬해 도시기본계획 ‘2030 서울플랜’에 서울시 전역에서 지켜야 할 건축물 높이 기준을 명시했다.
부산시도 2021년 안에 높이 관리 기준을 확정한 뒤 이를 ‘2040 부산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고, ‘부산시 높이 관리 지침’을 별도로 제정해 건축물 높이 규정의 강제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국내 유일 ‘나무 타는’ 게들의 천국, 점점 줄어든대요
한강 하구 장항습지 버드나무숲
최근 범람 적어 ‘육지화’ 진행
공생하던 말똥게, 개체수 급감
한강 하구 장항습지의 버드나무숲에 사는 말똥게(작은사진)는 생태계 교란 등으로 최근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에코코리아 제공
매일 수많은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자유로의 서울 방면 도로를 달리다보면 장항습지에 포함된 널따란 버드나무숲을 만나게 된다. 경기 서북부와 서울 사이를 출퇴근하는 이들이라면 흔히 보게 되는 이 0.71㎢ 면적의 선버들 군락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이곳이 보통의 땅이 아닌 갯벌이고 버드나무와 공생하는 게가 산다는 것이다. 버드나무를 포함한 일반적인 나무들은 갯벌에서 자생하지 못하지만 이곳에 군락을 이룬 선버들만은 다르다. 버드나무 아래에 구멍을 뚫고 사는 말똥게들이 든든한 응원군이다. 말똥게는 국내 갯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갑각류이지만 장항습지에서처럼 식물과 공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말똥게와 사촌 격인 천연기념물 붉은발말똥게는 선버들 아래 갯벌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나뭇잎, 갈댓잎 등을 먹은 다음 배설을 통해 비료까지 제공한다.
2일 찾은 장항습지에서는 간조 때 드러난 갯벌 위로 말똥게들이 뚫어놓은 구멍들이 수두룩했다. 큰 구멍 속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말똥게의 모습도 보였다. 함께 현장을 찾은 사단법인 에코코리아 한동욱 박사는 “나무와 게의 공생관계는 주로 동남아시아 맹그로브숲에서 관찰되며 국내에서 이런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장항습지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곳 선버들 군락이 한국의 맹그로브숲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 상부에 해당하는 장항습지는 높은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으로 인해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람사르협약에 따른 람사르습지에도 국내에서 5번째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고양시청 생태관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항습지를 탐방한 40여분 동안 나무데크 위에서는 멸종위기종 삵의 배설물이 발견됐고, 갈대밭에선 고라니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장항습지에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바로 습지가 일반적인 육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날 선버들 군락 곳곳에서는 과거에 없었던 산조풀 등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한강의 범람이 최근 수년 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박사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과 바다에서 만조 때 밀고 올라오는 물이 만나 범람하는 현상이 과거에는 보름에 2~3회꼴로 관찰됐는데 최근에는 범람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며 “갯벌이 육지화되면서 말똥게나 붉은발말똥게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같은 종끼리 잡아먹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강의 범람이 일어나지 않는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한강 상류의 4대강 보와 장항습지 인근의 신곡수중보일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다. 보들이 물을 가둬놓은 탓에 범람이 일어날 만큼 충분한 수량이 공급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박사는 “4대강 보와 범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동시에 당장 습지가 육지화되고 있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버들 군락 내에 물길을 트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김무성 “4대강 보 해체하면 다이너마이트로 문재인 청와대 폭파하자”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2일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반대 대정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 연단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절대 다수의 요구를 거부하고 4대강 보를 해체한다면 우리는 문재인 정권 퇴진운동으로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5년 재임 기간에 수많은 업적을 많이 쌓았는데, 4대강 사업을 성공시킨 것이 제일 큰 업적”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4대강 사업을 검토했으나 공사 기간이 9~10년으로 길고 예산이 44조~87조원 소요된다고 보고 받고 포기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과 3년 만에 22조원이란 적은 비용으로 4대강 사업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일 아니냐”고 했다.
김 의원은 “4대강 사업 완성 이후 지금까지 홍수 피해가 있었느냐. 홍수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한명이라도 죽은 적 있었느냐”며 “국가 백년대계에 꼭 필요한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것을 부인하고, 전 정권이 이룩했던 이 업적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연설 내용은 김 의원 페이스북에도 찾아볼 수 있으나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는 대목은 빠진 글과 영상을 게시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제 명대로 사는 닭의 수명, 얼마일까요?”
시골 한의사이자 평화운동가 고은광순과 그의 반려닭
26일 평화운동가이자 한의사인 고은광순씨가 충북 옥천에 있는 자택이자 일터인 솔빛한의원 뒷마당 닭장에서 닭들을 지켜보고 있다.
“닭이 몇 년까지 사는 줄 알아요? 한 번 맞춰보세요.”
평화운동가이자 한의사인 고은광순(64)씨의 한의원 뒷마당에는 닭들이 산다. “20년?”이라고 답한 기자에게 고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30년!”이라고 답했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 1~2년이라고 말해요. 보통 1년도 채 안 키우고 잡아먹곤 하니까. 하지만 이렇게나 오래 사는 동물이에요. 이 땅에서 그렇게 제 명대로 사는 닭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제가 자기 명대로 한번 살아보라고 닭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2011년부터 9년째, 그는 닭과 동고동락 중이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태어난 닭들은 알을 품는 법을 잊었다는 말을 듣고, 물어물어 멀리 깊은 산골의 한 절에서 토종닭 6마리를 데리고 왔다. 6마리는 한 때 40마리까지 가족을 불렸다가 지금 16마리로 줄었다. 26일 고은씨의 자택이자 일터인 충북 옥천 솔빛한의원에서 그를 만나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 명대로 살아보라고” 기르기 시작한 닭
고은씨의 말대로 닭의 자연 수명은 10년 안팎에서 길게 30년까지다. 하지만 공장식 농장에서 태어난 육계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고기가 되고, 산란계는 1년 6개월~2년간 알을 낳다 생산력이 떨어지면 도태된다.
닭장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닭들. 고은씨의 닭들은 종일 산책을 한다.
한의원 뒷마당에서 몇 년째, 별다른 임무 없이 지내는 닭들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산책이다. 매일 아침 고은씨가 닭장 문을 열어주면 닭들은 신나게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부리나케 문밖으로 나간다. 저녁이 되면 부르지 않아도 돌아온다.
지금 뒷마당 닭들은 그가 기른 2세대다. 8년 전 절에서 얻어온 부모 세대 닭들은 닭장을 노리는 다른 동물들에게 희생됐다.
“문을 닫으면 나오고 싶어서 난리를 치니까 희생될 수도 있단 걸 알면서도 열어줬다가, 잘못된 애가 생기면 ‘에라, 안돼. 하지 말아야지’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물쇠로 잠그기도 했다가 난리를 치면 열어주고… 반복하는 거죠.”
닭을 키우며 알게 된 것들
닭장 문을 열면 닭들은 해방되는 동시에 먹이사슬의 그물 아래 고스란히 놓이곤 했다. 매, 올빼미, 족제비, 고양이 등이 산책 나온 닭을 노렸다. 까마귀는 열린 닭장 문으로 들어와 달걀을 입에 물고 사라졌다. “아슬아슬하게 입에 달걀 물고 가는 까마귀를 보면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들도 제 새끼 살리려고 저러는구나.” 고은씨가 아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래도 2세대 닭들은 이제 제법 든든한 울타리를 가지게 됐다. 지난해 반려견 로로가 오고 닭을 노리는 동물들이 가까이 다가오질 못한다. 지난해 아파트로 이사한 친구가 길러달라고 부탁한 7살 암컷 개 로로는 부지런하고 영리하다. “뒤에 마당에 가서 먼저 닭들 보실래요?” 고은씨의 말에 닭장으로 먼저 달려가며 기자를 안내한 이도 로로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일했던 그는 자연과 가까운 동네에 깃들어 닭을 키우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 입춘이 되면 어미 닭이 꼼짝 않고 알을 품기 시작한다든지, 지금 같은 봄이 오면 특히 더 부지런히 알을 낳고 품는다든지 하는 것들.
“겨울에도 알을 낳지만 14마리 모두 합쳐 하루 1~2개 낳았다면, 요즘은 7~8개씩 낳아요. 닭은 21일간 알을 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품기 시작하면 어미는 어디로도 도망을 가지 않아요.”
고기도, 알 낳는 도구도 아닌 생명
고은씨에 따르면 알을 품기 시작한 암탉은 “붉은 볏이 푸르딩딩 창백해지도록” 고단함을 이겨내고 모든 알이 부화할 때까지 품는다. 밥을 줘도 부리나케 먹고 다시 달려가고, 목이 타도 정신없이 물을 먹고 달려간단다.
그렇게 꼼짝 않고 알을 품다 보니 몇 년 전 이런 적도 있다. “한 마리가 닭장 거의 꼭대기 쪽에 어떻게 올라가서 알을 품더라고요. 근데 거기 위치가 철망으로 된 지붕이랑 가까웠어요. 한밤중에 족제비인지 누가 철망을 찢고 닭을 잡아갔어요. 그 정도로 안 움직여요.”
들여다보니 십여 마리 닭의 사회에도 역할이 있고, 그들만의 규칙 같은 것이 있었다. 알을 품을 때가 되면 수탉들은 장소에 가장 먼저 들어가 바닥을 탕탕 치며 기울어지진 않았는지 확인하곤 했다. 맛있는 먹이는 병아리들을 키우는 암탉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병아리들이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벌레를 발견해도 절대 먹지 않고 “꼬꼬”하고 신호를 보내 암탉이 먹게 했다.
닭 머리가 나쁘다고?
그런데도 어쩐지 마음이 더 쓰이는 쪽은 알을 품고 키우는 어미 닭이었다. “암탉이 알을 다 부화시키고 나면요. 그때부터 병아리를 가르치기 시작해요. 만약에 사과 박스 같은 데서 알을 낳았다면 깔고 앉았던 지푸라기를 한쪽으로 모아 산을 만들어줘요. 병아리들이 딛고 올라가 나갈 수 있게요.”
닭은 머리가 나쁘다는 오해도 풀렸다. 그가 지켜본 암탉의 병아리 교육은 지혜롭고 꾸준했다. “병아리가 밖으로 나가면 그때부터 발로 땅을 헤집는 동작을 계속해요. 그 동작을 하면서 곡식도 집어 먹게 하고, 벌레도 집어 먹게 하고 열심히 가르쳐요. 그때는 내가 문을 열어줘도 어미는 안 나와요. 새끼들 지켜야 하니까.”
한편으로 자기희생적이기도 했다. “어미랑 병아리들이 마당에 나와 있는데, 들고양이가 나타났다면 누구를 제일 먼저 노릴까요? 엄마를 노려요. 왜냐면 엄마는 도망을 가지 않거든요.”
20대 때 민주화운동에서 시작해, 여성운동, 평화운동으로 이어온 그의 시선에서 본 동물 사회는 명료해서 오히려 분쟁이 없다. “사람은 욕심을 채우려고 끝없이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싸우잖아요. (닭이든, 숲의 다른 동물들이든) 얘네는 먹을 것만 있으면 싸울 일이 없어요. 욕심이 있다면, 살아 내기 위한 끈질긴 욕심 그런 것 밖에요.”/
옥천/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비거니스트 판다, 몸 속은 육식동물
섭취 에너지 50%가 단백질…초 육식동물 수준
자이언트판다는 깨어있는 시간 내내 대나무를 먹는다. 그러나 판다가 섭취하는 건 억센 섬유질이 아니라 단백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판다의 소화관은 육식동물처럼 짧다. 치 킹,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온종일 대나무만 먹는 자이언트판다는 의심할 여지 없이 초식동물이다. 하지만 분류학적으로 판다는 곰과에 속한다. 곰은 육식동물을 일컫는 식육목에 포함된다. 판다는 어떻게 육식동물에서 초식동물로 진화했을까. 대나무가 먹이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판다는 대나무의 억센 섬유질을 씹기 위해 발달한 턱 근육과 갈아먹는 이, 그리고 ‘판다의 엄지’로 알려진 대나무를 움켜쥐기 편한 ‘가짜 손가락’까지 갖춘 초식동물이다.
판다의 손가락뼈. 엄지손가락 뼈는 실은 손가락이 아니라 종자골이 변형된 것으로 대나무를 잘 쥐기 위한 적응이다. 진화생물학자 스티픈 제이 굴드는 이를 ‘판다의 엄지’라고 불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판다의 소화관과 소화효소, 장내 미생물 군집이 다른 육식동물과 거의 같으며 초식동물과는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판다가 섭취·흡수하는 영양소를 분석했더니, 고기만 전문적으로 먹는 늑대와 같은 육식동물과 흡사하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니 용강 중국 과학아카데미 동물학자 등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3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결과를 밝히면서, “판다가 육식에서 잡식을 거쳐 전문적인 초식동물로 전환하는 것이 그렇게 큰 진화적 도약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겉으로는 초식동물의 형질을 갖췄지만, 먹이를 섭취해 영양분을 흡수하는 내면은 육식동물의 형질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야생 판다를 대상으로 먹이와 배설물 그리고 젖의 영양가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판다는 에너지의 약 50%를 단백질 형태로 섭취했는데, 이는 그 비율이 52%인 들고양이와 54%인 늑대와 비슷했다. 145g의 초소형 새끼를 낳아 빠르게 성장시키는 판다의 젖도 육식동물의 것도 유사한 성분이었다.
100∼200g에 불과한 초소형 판다 새끼. 포유류 가운데 가장 빨리 성장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처럼 판다가 절반 이상의 에너지를 단백질에서 얻고 탄수화물과 지질의 비중이 낮은 것은 먹이의 70% 이상을 다른 동물로부터 얻는 ‘초 육식동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교신저자인 웨이 푸원 중국 과학아카데미 동물학자는 “먹는 것으로만 보면 판다는 전적으로 초식동물이지만 먹이를 섭취해서 소화하는 다량 영양소의 조성을 고려하면 육식동물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판다는 어떻게 대나무만 먹고 다량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죽순과 어린잎을 집중적으로 먹고, 다량의 대나무를 섭취해 이른 시일 안에 배설하는 방식으로 ‘육식 소화기관’과 채식의 모순을 해결한다고 밝혔다.
판다는 2종류의 대나무를 먹는데, 영양분이 많을 때 먹기 위해 해마다 산 위와 아래를 왕복한다.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저지대에 사는데, 대나무 잎을 먹으며 죽순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대나무 잎의 단백질 함량은 19%이지만 죽순은 32%로 훨씬 많다. 죽순이 자라 단백질이 줄어들고 섬유질이 늘어나면 고지대의 다른 종류 대나무 죽순을 찾아 이동한다. 죽순이 억세지면 잎으로 먹이를 바꾸고, 이듬해 대나무의 새잎이 돋아날 때 하산한다.
판다는 어디서나 다량 구할 수 있는 대나무를 먹이로 삼기 위한 적응을 해 초식동물처럼 보이지만 육식동물의 형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웨이 푸원 제공.
판다는 어차피 섬유질을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량의 대나무를 먹어 일부 영양분만 흡수한 뒤 곧바로 배설한다. 다른 초식동물과 달리 탄수화물 섭취량이 적은 이유이다. 또 장내 세균을 이용해 섬유질을 오랜 시간 소화하지 않기 때문에 체온과 기초대사율을 낮게 유지할 수 있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연구자들은 “자이언트판다가 육식동물이면서 어떻게 극단적으로 전문화한 초식동물이 됐는가는 오랜 논란거리였다”며 “(먹이 연구결과) 그 전환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표면적인 것으로서, 다량 영양소를 다루는 방식을 비교적 덜 바꾸면서 새로운 풍부한 먹을거리인 대나무에 적응한 결과”라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ie et al., Giant Pandas Are Macronutritional Carnivores, Current Biology (2019), https://doi.org/10.1016/ j.cub.2019.03.06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북극 순록이 기후변화 이기는 법, 다시마 먹기
겨울비 땅에 얼어붙으면 스발바르순록 먹이 찾아 해안으로
비가 얼어붙어 지표의 먹이를 찾기 힘들자 해안으로 나와 해조류를 먹는 스발바르순록. 브라게 B. 한센(NYTNU) 제공.
스발바르순록은 지구 최북단에 서식하는 순록이다. 기후변화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는 이 동물은 생존을 위해 기발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례적으로 더운 겨울, 바다가 얼어붙지 않아 작은 섬에 고립된 순록은 눈 위에 내린 비가 얼어붙자 이끼마저 구하기 힘들어졌다. 순록은 바닷가로 이동해 파도에 떠밀려온 다시마를 먹기 시작했다.
춥고 척박한 환경에 적응한 스발바르순록의 여름철 모습. 파르홀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순록 가운데 스발바르순록은 약 5000년 전 이 섬에 고립돼 고유종이 된 아종이다. 섬의 부족한 먹이 때문에 보통 순록보다 몸 크기가 절반에 불과하고, 포식자가 없는 데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포기해 다리가 짧고 추운 날씨에 적응해 털이 두껍고 통통하다.
스발바르순록을 장기 연구해 온 브라게 브렘셋 한센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에코스피어’ 4월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순록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해빙이 사라져 외딴 섬과 반도에 고립됐지만 유연한 행동과 보조 자원을 이용해 충격을 누그러뜨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겨울철 해안으로 내려와 필사적으로 먹이를 찾는 스발바르순록. 라리사 T 보이메 제공.
연구자들은 스발바르제도 북쪽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눈 녹은 얼음층 실태와 함께 2199마리의 순록에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해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또 해안과 내륙의 순록 배설물을 분석해 이들이 실제로 해조류를 먹이로 섭취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눈에 내린 비가 두껍게 얼어붙은 해일수록 해안으로 이동하는 순록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해안에 온 순록의 배설물 속에서 다시마 등 해조류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기후변화의 영향은 고위도로 갈수록 커진다.
북위 79도에 있는 스발바르제도에서는 이상 난동이 문제다. 2009∼2010년 겨울엔 특히 그랬다. 바다가 완전히 녹은 데다 험한 산과 대규모 빙하로 고립된 순록은 섬 안에서 먹이를 찾아야 했다.
스발바르제도 북서쪽에 있는 스피츠베르겐 섬의 모습. 해빙이 녹으면 순록은 이 섬에 고립돼 먹이를 찾아야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영구동토에 내린 비는 지표면에서 얼어 얼음층을 형성했다. 연구자들은 “얼음층을 파 땅속의 식물과 이끼를 먹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힘들어진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이 겨울 모든 순록 개체수의 3분의 1이 해안에서 해조류를 먹는 것이 목격됐다. 그렇다면 다시마 등 해조류는 순록의 대체식량이 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를 보면 단백질 등 해조류의 영양가는 육상식물과 비슷하다”며 “그러나 해조류는 주 식량은 아니고 보조적인 칼로리 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한센은 “순록이 해조류만으론 살 수 없어 보인다. 매일 해안과 얼지 않은 식물이 있는 곳을 오가는 것으로 보아, 정상적인 먹이를 함께 섭취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조류를 많이 먹은 순록에서 염분 과다 섭취 탓인지 설사가 많았다. 순록이 해조류로 기근을 이긴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순록을 치는 사미족 원주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다시마는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해조류는 스발바르순록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상에서 살아남는 점점 더 중요한 생명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표면이 얼음으로 덮이자 먹이를 찾지 못해 굶어 죽은 어린 스발바르순록. 이런 이상기상이 연달아 찾아와도 튼튼한 성체는 무사히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게 B. 한센 외 (2019)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제공.
스발바르순록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도 있다. 한센은 다른 연구진과 함께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논문에서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얼음층이 덮이는 사태가 빈발할 때 순록 집단이 어떤 타격을 입는지 모의 연구했더니 오히려 집단이 안정화하더라는 결과를 밝혔다. 얼음층이 덮이면 취약한 어리거나 늙은 순록이 죽으면서 집단 규모는 작지만 강건해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age Bremset Hansen et al, Reindeer turning maritime: Ice‐locked tundra triggers changes in dietary niche utilization. Ecosphere 10(4):e02672. 10. 1002/ecs2.2672/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거대 포유류의 몰락, 어디까지 사람 책임일까
매머드, 털코뿔소 등 멸종의 길은 종마다 달라
기후변화와 인간 환경훼손이 합쳐 대멸종 불러
▲그린란드 등에 서식하는 사향소. 거대멸종의 물결에 살아남았다. 사진=베스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마지막 빙하기가 극성을 떨치던 지난 2만년 전만 해도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는 거대한 포유류가 득실거렸다. 매머드와 소형차 만한 큰땅늘보, 동굴곰 등이 대표적 예이다.
그런데 150개 속에 이르던 거대 포유류는 간빙기와 함께 대멸종의 길을 걸었다. 지난 5만년 동안 사라진 대형 포유류의 비율은 북아메리카에서 72%, 유라시아 대륙에서 36%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이 대멸종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설명한다. 추운 기후에 적응해 진화한 이들 대형 동물들이 더워진 기후에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은 대륙일수록 생물종의 멸종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250만년 동안 북반구는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었다. 추운 곳에 살던 동물들은 간빙기 때 기후가 맞는 추운 곳으로 대피해 근근이 버티다가 다시 빙하기가 오면 번창하곤 했는데, 왜 하필 마지막 빙하기를 넘기지 못했냐는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는 인류가 급격히 퍼져나가던 시기이고 북아메리카와 호주 대륙에서 사람의 출현시기와 대형 동물의 멸종 시점은 일치한다.
이처럼 멸종원인을 둘러싼 사냥설과 기후변화설의 논란을 종식시킬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스케 윌러슬레프 덴마크 코펜하겐 대 고 유전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2일치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 5만년 동안 거대 포유류가 겪은 멸종위기를 유전학, 고고학, 기후학, 지질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국제 연구진이 조사한 6가지 대형 포유류 분포 범위의 시기적 변화. 동물은 위로부터 털코뿔소, 매머드, 야생말, 순록, 들소, 사향소를 가리키며 연대의 단위(kyr BP)는 현재부터 1천년 전을 가리킨다. 그림=<네이처>.
방대한 기후자료로 동물의 서식범위를 추정하고, 유전적 다양성 정보로 개체수가 얼마였는지를 알 수 있다. 또 유적지에서 발견된 동물 뼈는 인류가 그 동물을 사냥했음을 가리킨다. 연구 대상은 털코뿔소, 매머드, 야생말, 순록, 들소, 사향소 등 6종의 대형 동물이었다. 연구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무엇보다 서식지의 면적이나 유전적 다양성 등으로 멸종위험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책임자인 윌러슬레프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산타클로스는 순록이 아닌 매머드가 썰매를 끌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순록이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란 말로 생물 멸종의 복잡성을 표현했다. 종마다 다른 멸종의 길을 걸은 것이다.
▲털코뿔소 상상도. 사진=로리시오 안톤, 위키미디아 커먼스.
털코뿔소는 유럽과 아시아에 넓게 분포했는데 1만 4000년 전에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털코뿔소와 사람의 거주지역은 전혀 일치하지 않아 멸종원인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기후변화 탓인 것으로 이 논문은 추정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매머드는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조금씩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기며 끈질기게 생존해 이집트에 피라미드가 건설되던 4000년 전까지 살아 남았다.
▲캐나다 동토에서 발굴한 매머드 엄니. 사진=베스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대.
매머드와 마찬가지로 야생말도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야생말은 유럽과 아시아에 최근까지 서식했으나 가축화된 후손을 남기고 멸종했다. 인간의 유적지 3분의 2에서 야생말의 뼈가 발굴된 것으로 보아 사냥이 성행한 것으로 연구진은 보았다.
순록과 들소, 사향소는 멸종을 모면했다. 순록은 극지방에서 안전한 서식지를 확보했고, 들소는 아시아의 무리는 멸종했지만 북아메리카에서 살아 남는데 성공했다. 사향소는 그린란드에 5000년 전 터를 잡은 뒤 확산됐다. 빙하기와 간빙기는 추운 기후에 적응한 대형 동물에게 일종의 병목현상처럼 작용했다. 간빙기가 오면 동물들은 아직도 추운 좁은 지역을 피난처로 삼아 다음 빙하기를 기다렸다.
연구진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인류가 퍼져나가면서 사냥과 농경으로 인한 환경변화 등으로 일부 대형 동물들이 피난처를 찾지 못한 것이 멸종으로 이끌었을 것으로 보았다. 이 연구는 지구온난화와 인류에 의한 서식지 파괴가 생물의 멸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예상하는데 좋은 지침이 된다.
윌러슬레프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 홈페이지에 실린 연구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알아낸 것은 이들 (대형 포유류의) 멸종에 대한 단일 원인 이론에 종말을 가져왔다”며 “멸종은 기후변화와 인간 영향의 합작품이며 그 영향은 개별 종마다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헨드리크 포이나 캐나다 맥마스터 대 고 유전학자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포유류에 닥쳤던 일을 현재의 더 작은 동물과 식물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1.11.4
새해 첫날, 눈앞에서 벌어진 멸종
하와이 고유 나무 달팽이 마지막 개체 ‘조지’ 증식장서 숨진 채 발견
화한 장식하던 아름답고 풍부하던 종…외래종과 기후변화로 잇단 멸종
하와이 고유의 나무 달팽이 가운데 하나이던 아카티넬라 아펙스풀바 마지막 개체 조지의 살아있을 때 모습. 데이비드 시쇼 제공.
한 생물 종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모리셔스 섬에서 저녁 요리로 먹기 위해 날지 못하는 도도 한 마리를 붙잡은 선원이나, 한때 수십억 마리가 하늘을 뒤덮던 북아메리카 여행비둘기 집단이 사라진 뒤 소년들이 어쩌다 만난 여행비둘기의 마지막 잔존 무리에 총질했을 때도 그것이 마지막 개체인지 알 수는 없었다.
2019년 1월 1일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의 인공증식장에서 기르던 나무 달팽이 ‘조지’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이로써 아카티넬라 아펙스풀바(Achatinella apexfulva)란 학명의 생물 종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눈앞에서 멸종을 지켜본 또 하나의 드문 사례가 탄생했다.
하와이 국토 및 자연자원부가 ‘조지’의 죽음을 알리는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갈무리
하와이 토지 및 자연자원부는 1월 4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에 “사랑하는 달팽이, 그리고 한 생물 종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달팽이 멸종 방지 사업’ 책임자인 데이비드 시쇼의 말을 따 조지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조지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의 유산인 게놈과 그 청사진과 함께 사라졌다.”
사망했을 때 조지의 나이는 14살이었다. 달팽이치고는 많은 나이다. 조지는 그의 부모, 같은 종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1997년 하와이대 증식시설로 옮겨졌다. 야생에 놓아두면 외래종 때문에 멸종할 위험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증식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조지를 뺀 나머지 달팽이는 모두 죽었다. 조지의 짝을 야생에서 찾는 노력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 달팽이는 암수의 생식기가 한 개체에 모두 있지만, 다른 개체 없이는 번식하지 못한다.
조지는 멸종위기에 놓인 하와이 나무 달팽이를 대변하는 대사 구실을 해, 언론매체는 물론 수많은 학생과 방문객을 맞았다. 국토부는 ‘조지’란 이름을 갈라파고스 핀타 섬에 살던 육지 거북의 마지막 개체로 2012년 죽어 종의 멸종을 알린 ‘외로운 조지’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 핀타 섬의 육지 거북 마지막 개체인 ‘외로운 조지’는 멸종 뒤 표본으로 제작돼 갈라파고스 찰스다윈연구소에 전시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애초 화산폭발로 생긴 하와이에는 생물이 전혀 없었다. 달팽이는 새 등에 의해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달팽이는 한 가지 속이 750여 종으로 분화했고, 지구 위에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종으로 진화했다. 다른 포유류와 조류가 없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인지 이 달팽이는 5년이 지나야 성숙하고 10년 이상 산다. 나뭇잎에 생기는 조류, 곰팡이, 세균 등을 먹고산다.
하와이의 다양한 나무 달팽이의 하나인 파르툴리나 미겔시아나(Partulina mighelsiana). 데이비드 시쇼 제공.
하와이 나무 달팽이는 현재 능선이나 계곡의 좁은 지역에서만 살아남아 있다. 데이비드 시쇼 제공.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늘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산지대 피난처에 살아남은 나무 달팽이가 외래종의 사정권에 놓이게 됐다. 데이비드 시쇼 제공.
조지가 속한 나무 달팽이가 처음부터 멸종위기였던 것은 아니었다. 시쇼는 “이 달팽이는 하와이 나무 달팽이 가운데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된 종”이라며 “영국인 선장 조지 딕슨은 1787년 오아후 섬에 정박했을 때 이 나무 달팽이 껍질로 만든 화환을 선물 받았다. 다른 달팽이와 달리 쉽게 채집할 수 있는 섬의 낮은 지대에 서식해 화환 제작용으로 많이 채집했다.”라고 밝혔다.
1933년 오아후 섬에서 채집한 나무 달팽이. 종이 다양하고 수량도 많았음을 보여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다른 대양섬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하와이의 고유생물은 사람이 들여온 외래종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1955년 중앙아메리카에서 들여온 늑대 달팽이는, 아프리카 외래종 달팽이를 퇴치한다는 애초 의도와는 달리 토종 달팽이를 마구 잡아먹어 멸종이 잇따랐다. 현재 오아후의 나무 달팽이는 41종이 남아 있는데, 모두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높은 산의 능선이나 골짜기에서 근근이 종을 명맥을 유지하는 종이 많다.
고유종 나무 달팽이의 최대 위협의 하나인 외래종 늑대 달팽이. 방류 의도와 달리 토종 달팽이를 즐겨 잡아먹는 포식자다. 다일런 파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국토부는 “조지의 죽음은 나머지 나무 달팽이에게 드리운 불길한 운명이기도 하다. 시급히 외래종과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섬에서 육지 달팽이들이 멸종을 맞고 있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2017년 샌디에이고 동물원이 조지의 발에서 작은 생체 조직 두 곳을 채취해 냉동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복제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다./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9.1.1
내전과 남획 탓에 인간 '사촌'들이 위험하다
IUCN 최신 평가 ‘적색 목록’, 조사대상 29%가 멸종위기
내전 지역 그라우어고릴라 20년 새 77% 줄어…판다는 늘어
Fiver Löcker_800px-Gorillas_in_Uganda-1,_by_Fiver_Löcker_s.jpg » 위급 종으로 평가돼 멸종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동부고릴라. 내전과 밀렵으로 지난 20년 새 개체수가 77% 줄었다. Fiver Löcker, 위키미디어 코먼스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진화한 친척인 유인원 6종 가운데 4종이 멸종 위험에 한 걸음 다가섰다. 자이언트 판다는 중국 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위험에서 한 단계 멀어졌지만 장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5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연맹 총회 자리에서 최근 멸종위기종의 위험 상태를 평가한 ‘적색 목록’을 발표했다. 연맹은 8만 2954종을 평가한 결과 29%인 2만 3928종이 멸종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동부고릴라는 ‘위기’ 등급에서 멸종 다음으로 위험도가 높은 ‘위급’ 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 20년 사이 개체수의 70% 이상이 줄어든 것을 반영했다.
아프리카 동부 우간다,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내전이 벌어지는 지역에 서식하는 동부고릴라에는 그라우어고릴라와 마운틴고릴라 두 아종이 있다. 그라우어고릴라는 1994년 이후 개체수의 77%를 잃어, 1만 6900마리이던 것이 지난해 3800마리로 줄었다. 내전에 쫓겨 국립공원에 들어간 난민이 광물을 채취하면서 고릴라 고기를 식품으로 삼았다.
737px-Kutai_Orangutan_2008.jpg » 라면 등 가공식품에 널리 쓰이는 야자유를 생산하기 위해 벌채가 계속되면서 오랑우탄은 `위급' 종으로 평가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운틴고릴라는 880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나마 조금 늘어난 수치이다. 이밖에 ‘위급’ 판정을 받은 영장류로는 서부고릴라, 보르네오오랑우탄, 수마트라오랑우탄 등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오랑우탄은 야자유(팜오일)를 생산하기 위해 숲을 베어내면서 감소하고 있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위기’로 평가됐다.
잉거 앤더슨 국제자연보전연맹 사무총장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촌의 하나인 동부고릴라가 멸종을 향해 미끄러지는 걸 보고 있는 건 정말로 비통스럽다”라고 연맹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적색목록 최신판은 지구의 멸종위기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감케 한다. 보전을 위한 행동은 먹히고 있는 그 증거도 많다. 흐름을 뒤집고 지구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건 우리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했다.
640px-Xiao_Liwu_im_San_Diego_Zoo_-_Foto_1.jpg » 자이언트 판다는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개체수가 늘어 '위기'에서 '취약'으로 등급이 완화됐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자이언트 판다는 보전 노력이 결실을 본 사례로 제시됐다. 판다는 ‘위기’에서 ‘취약’으로 멸종 위험 등급이 완화됐다. 연맹은 “판다의 상황 개선은 중국 정부가 이 종의 보호를 위해 쏟은 노력이 효과적임을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판다의 전체 개체수는 2000마리가 넘는다. 그러나 연맹은 보전정책의 성공과 별개로 판다의 장래는 밝지 않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판다의 주식인 대나무 숲의 35% 이상이 앞으로 80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외래종 침입은 멸종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자연보전총회가 열린 하와이는 그런 대표적 사례임이 이번 평가에서 드러났다. 하와이에 분포하는 고유식물 1093종 가운데 평가가 이뤄진 종은 415종이다. 그런데 이들의 87%가 돼지, 염소, 쥐, 민달팽이, 외래 식물 등 외래종 탓에 멸종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avid Eickhoff _675px-Cyanea_superba_subsp._superba_(4743389694).jpg » 이번에 멸종 판정을 받은 하와이 고유식물 하하. 2003년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David Eickhoff, 위키미디어 코먼스
카우아이 섬에만 사는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인 오헤키쿨라는 그런 예다. 덤불 식물인 오하와이 등 38종은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마지막으로 관찰된 하하를 포함해 4종은 야생에서 멸종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연맹의 하와이 식물 평가 그룹 전문가인 매트 케어는 “하와이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장차 다른 섬이나 고립된 생태계에서 벌어질 일을 예고하고 있다. 하와이나 다른 나라들은 외래 침입종의 확산을 막고 작은 집단이 살아남은 종을 보호하는 일에 하루 속히 나서야 한다.”라고 연맹 보도자료에서 말했다./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6.9.5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
한국 등 동아시아 살던 세계 최대 철갑상어, 성체 156마리 남아
유일 번식지 양쯔강 서식지 감소·수온 상승…“10∼20년 안 멸종”
동아시아 최대 민물고기인 철갑상어. 남획에 이어 댐 건설로 멸종을 코앞에 두었다. CEphoto, Uwe Aranasx,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민물고기는 잉어나 메기가 아니라 철갑상어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물고기는 동아시아 고유종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종종 큰 강 하구에서 잡혔다. 가장 마지막 기록은 2014년 4월7일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141㎝ 길이의 철갑상어 한 마리가 자망에 걸린 것이다. 바다에서 성장한 뒤 고향인 강으로 거슬러 올라 번식하는 이 물고기가 번식하는 곳은 이제 중국 양쯔강이 유일하다. 성체를 모두 합해 15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이 물고기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급 종’으로 지정했고, 중국에서도 자이언트 판다와 함께 최상위 보전 대상이지만 복원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철갑상어가 멸종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양쯔강에 잇달아 건설된 대형 댐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10∼20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리 황 중국 수자원 및 수력 자원 연구소 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양쯔강에 건설된 일련의 대형 댐이 철갑상어의 번식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거저우바 댐(오른쪽 끝)을 시작으로 양츠강에 들어선 대형 댐. 철갑상어 산란지(점선 부분)의 94%가 줄었다. 전리 황 외 (2018)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상어와는 다른 경골어류의 오래 된 계통에 속하는 철갑상어는 수명이 20년 가까운 대형 어류로 연어처럼 담수와 바닷물을 오가며 산다. 기수나 연안에서 자라 수컷은 8살, 암컷은 14살이 돼 성숙하면 큰 강을 거슬러 올라 번식에 나선다. 현재 유일한 번식지인 양쯔강에서 수컷은 250㎝·150㎏, 암컷은 400㎝·350㎏에 이르면 비로소 번식여행길에 오른다.
양쯔강 하구에 6∼7월에 도달한 철갑상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 9∼10월 강 중류에 이르면 여행을 중단하고 겨울을 난다. 이듬해 다시 상류로 올라 10∼11월 바닥에 잔돌이 깔린 협곡 여울에 산란한 뒤 곧장 바다로 돌아간다. 몸무게 500㎏, 길이 5m까지 자라는 세계 최대의 물고기는 2500∼3300㎞ 이르는 장거리 여행을 평생 3∼4번 거듭하며 강과 바다를 오간다.
1960년대까지 주요 상업 어획 대상이던 철갑상어는 남획으로 1970년대 들어 연간 어획량이 500마리에 그치는 등 급격히 줄어들었다. 1981년 양쯔강 중류에 건설된 거저우바댐은 치명타였다. 연구자들은 “이 댐 건설로 철갑상어의 이동 거리는 1175㎞ 단축됐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물고기는 상류 번식지로 이동하면서 차츰 생식샘이 성숙한다. 그런데 이동 거리가 줄어들면서 성적 성숙까지 37일이나 남아 있는데 더는 상류로 가지 못하고 번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구자들은 이로 인해 번식 집단의 크기는 24.1%로, 번식 장소는 6.5%로 줄었다고 밝혔다.
양쯔강의 거저우바댐 상류에도 댐 건설이 이어져 2003년 삼협댐 등 2000년대 이후 3개의 대형 댐이 들어섰다. 연구자들은 추가로 들어선 댐은 수온을 상승시켜 그나마 줄어든 철갑상어의 산란 환경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이 계산한 번식 개체군은 0∼4.5%로 사실상 번식을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쯔강의 철갑상어 번식 개체 수는 1981년 이전 1727마리였고 바다에 있는 어린 개체를 포함하면 3만2260마리로 추정됐다. 그 수가 2015년에는 성숙 개체수 156마리와 바다의 어린 개체 수를 포함해 2569마리로 줄었다. 연구자들은 “이대로라면 철갑상어는 10∼20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당국이 추진 중인 인공 증식 계획은 적절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번식에 적절하도록 강물의 수온을 조절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베이징의 수족관에 전시된 철갑상어. 1960년대까지는 남획으로 1980년대 이후에는 댐 건설로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시자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국제자연보전연맹은 동아시아의 철갑상어가 양쯔강을 뺀 한반도와 일본에서는 절멸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완옥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는 양쯔강처럼 긴 강이 없어 철갑상어가 번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한강, 금강 등 큰 강 하구에 살던 종어처럼 깊은 강물 바닥에서 새우나 게 등을 잡아먹으며 살다가 하구둑 건설과 수질 오염 등으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서식하던 철갑상어가 완전히 멸종했는지, 중국 양쯔강 집단과 어떤 관계인지 등은 밝혀진 바 없다. 최근 한강 등에서 발견된 철갑상어는 외국에서 들여왔거나 양식하던 것이다. 단지 국내에서 잡힌 다수의 철갑상어가 표본으로 남아 있어 서식 사실을 짐작할 수는 있다. 정혜경 제주해양동물박물관 대표는 “1990년 초반만 해도 인천 등에서 철갑상어가 잡혔다는 연락을 받곤 했지만 이후로는 그런 소식이 끊겼다”며 “길이 3.5m 개체를 포함해 국내에서 채집한 철갑상어 표본 3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uang & Wang, Yangtze Dams Increasingly Threaten the Survival of the Chinese Sturgeon, Current Biology, 2018, 28, 1–8
https://doi.org/10.1016/j.cub.2018.09.0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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