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봄 -통일신문
살처분 매몰지 찾아 2년…죽음을 삼킨 땅에게 묻다
미세먼지 우려 커지는데… 환경예산비율은 뒷걸음
'도시공원 일몰제' 가시권, 끓어오르는 토지주와 지자체 갈등
사과 따는 로봇이 과수원 일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하늘길은?
금강공원 ‘드림랜드’ 물 건너갔다
“공원 정책·제도 맡으면서 조경 관심 없는 국토부, 일몰제 문제의 근본”
"2~3달하면 1억"..실뱀장어 불법조업에 서해 난장판
산림청 '정원전문관리인' 자격 신설…정원 배치 의무화 추진
10년간 동네 주민도 몰랐다···'정이품송 2세' 비밀 프로젝트
공룡 대멸종 순간 ‘화석 묘지’에 고스란히 재현
Bosco Verticale APT
살처분 매몰지 찾아 2년…죽음을 삼킨 땅에게 묻다
AI·구제역 매몰지 100곳 사진으로 기록한 문선희 작가
시커먼 땅에 동물의 앙상한 뼈만 남았다. 콩밭이 된 이 땅엔 죽은 돼지들의 뼈가 곳곳에 박혀 있었다.
“살처분, 기묘한 단어였다. 의미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엄중한 행정절차라는 뉘앙스만은 분명하게 전달된다. … 우주를 탐사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시대에 우리가 전염병에 대처하는 수준이 고작 멀쩡한 동물까지 몽땅 파묻는 것이라니,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묻다’ 57쪽)
착잡한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보던 작가는 3년 후인 2013년 전국 4799곳의 매몰지가 사용 가능한 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사용 가능한 땅이 되었을까?” 걱정스러운 생각에 집에서 가까운 매몰지를 한 번 들러본다는 것이 ‘제의’의 시작이 되었다.
“물컹한 땅 위에 올라서니, 그 미안함이 피부로 와 닿았어요.” 지난 3월27일 서울역 인근에서 ‘애니멀피플’과 만난 문선희 작가가 6년 전 그날을 되돌아봤다.
“그 땅 위에 올라서면 눈물이 뚝뚝 나요. 아래 있는 동물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뭐든 하고 싶었어요.”
그 길로 문 작가는 2014~2015년 100곳의 살처분 동물 매몰지를 돌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진전을 열고, 책을 쓰고, 그 책과 사진을 들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작업들까지. 모두 파묻힌 생명을 향한 일련의 제의 활동이었다.
죽음을 토해내는 땅. 문 작가는 살처분 매몰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찍었다”고 말했다.
6년째 이어지는 제의가 되었어요.
“처음 작업할 때만 해도 (살처분이) 이렇게 해마다 반복될 줄 몰랐어요. 2014년 봄 작업을 시작하고, 이듬해 여름에 발표하면 끝일 줄 알았거든요. 전시를 보신 분들이 초대를 거듭하고, 작가와의 대화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어요. 저는 전시를 하면서 두려웠던 게, 사람들이 싫어할 줄 알았어요. 이 사진들이 얼핏 봐선 매몰지인지 알 수 없잖아요. 풀이고 땅이긴 한데, 좀 이상해 보이는 땅, 그런데 사실은 끔찍한 현장인 거니까.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고….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미안해하고, 눈물을 흘렸어요.”
100곳은 어떻게 선정한 건가요?
“무작위로 선정했어요. 매몰지가 1만 곳이 넘어요. 수치로만 보면 감이 없잖아요. 지도를 펼쳐서 빨간색 점을 찍어보면 수도권은 그냥 피바다예요.”
텅 빈 땅에서 오리 냄새가 났다
직접 눈으로, 코로, 귀로 확인한 매몰지는 어땠나요?
“처음 매몰지에 도착했을 때, 잘못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텅 빈 비닐하우스에서 오리 냄새가 나는 거예요. 3년이 지났다는데, 오리도 없는 곳에서 오리 냄새가 너무 많이 나니까 착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어서 본 다른 땅들은, 어떤 곳은 땅이 부풀었는지 덮인 비닐을 돌로 눌러놓았어요. 어떤 곳은 환삼덩굴이 다 덮고 있어서 아예 보이지 않았어요. 땅을 덮은 비닐 아래에 하얗게 변해서 죽은 풀이 있기도 했어요. 싱크홀처럼 푹 꺼진 곳도 있었고요. 농사를 시작한 곳은 하나같이 농사가 안됐고, 흙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죠.”
회복된 땅도 있었나요?
“회복이라기보다는, 주차장 등으로 용도를 바꿔 버린 땅이 있었고요. 인상적이었던 곳은, 주민들이 마음을 써서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땅이 있었어요. 제가 찾은 대부분의 매몰지는 습하고 어둡거나 물이 지나가는 곳 같은 피폐한 자리가 많았는데, 무덤을 쓸 때처럼 양지바른 곳에 매몰지를 마련한 동네가 있었죠. 그 위에 풀만 자라 있었는데, 그 정도가 그나마 나은 곳이었어요.”
매몰지를 클로즈업해 촬영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작업에서 중요한 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한편으로는 보시는 분들이 뭔지 모르고 보게 하고 싶어서, 미학적으로 찍었어요. 욕을 많이 먹을 각오로, 가장 아픈 부위를 가장 미학적인 구도에서 찍는 거죠. 자기도 모르게 보고 기억하게 하는 장치가 되었으면 해서…. 저는 이게 제의라고 생각했어요.”
사진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저는 사람들이 화를 낼 줄 알았거든요. ‘낚였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응은 ‘어떻게 됐는지 너무 걱정스러웠는데,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힘들었을 텐데 직접 찾아가 알려줘서 고맙다’였어요. 저는 이 반응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문제를 걱정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거든요. 세상이 조금 밝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이들의 죽음에 내 책임도
작업을 하며, ‘공범’이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요.
“제가 이 사건의 목격자나 증언자가 아니라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동의한 적은 없지만 값싼 고기를 먹었던 저도, 이들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거죠. 사진을 찍고 돌아가면 동물들이 제 뒤를 쫓는 것만 같았어요.”
책값의 6%를 전북 익산에 있는 참사랑동물복지농장에 기부한다고 했어요. 이 농장은 예방적 살처분을 거부한 첫 번째 농장이기도 하죠. 어떤 인연이 있나요?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참사랑농장이 살처분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외로운 선택이었을지 공감했어요. 이 싸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당신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책과 사진을 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네루다의 시 중에 ‘아무리 꽃을 꺾어도 봄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다’는 구절이 있어요. 예전에는 이 말이 잘 이해가 안 됐어요. 도대체 언제, 무슨 봄이 온단 말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봄이라는 게 손에 잡히지 않지만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면 언젠가 오는 것 같아요. 이 문제에서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던 분들은 이미 봄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뿐 아니라 이 사태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 축산업자, 공무원 등이 봄이 오는 속도에 박차를 가해주면 좋겠어요. 저는 이 작업의 사진전을 다시 열지 않는 날을 꿈꾸면서 전시를 했거든요. 어서 빨리 그런 시간이 오면 좋겠어요.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대’라고 말하는 시간. 그리고 이 책이 쓸모없는 책이 되어버리는 그런 시간요.” / 글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사진 책공장더불어·문선희 제공
미세먼지 우려 커지는데… 환경예산비율은 뒷걸음
2017년 환경예산 비율 1.99% / 2010년 이후 처음 2%대 아래로 떨어져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환경 분야 예산비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해 국민의 대기환경 체감수준은 ‘나쁨’이 36%로 가장 많았다. 보통은 35.3%, 좋음은 28.6%에 머물렀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82.5%가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기 환경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대기 환경이 나쁘다는 인식은 2012년 16.8%에서 2014년 20.8%, 2016년 28%로 높아졌다. 반대로 좋다는 인식은 같은 기간 40.1%에서 36%, 31.7%로 낮아지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미세먼지에 이어 방사능(54.9%), 유해화학물질(53.5%), 기후변화(49.3%), 농약 및 화학비료(45.3%), 수돗물(30.4%) 순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예산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정부의 환경분야 예산은 전년보다 0.9% 증가한 6조230억원에 그쳤다. 특히 정부의 전체 예산에서 환경분야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5년 전체 예산에서 2.07%를 차지했던 환경 예산은 2016년 2.02%로 떨어지더니 2017년에는 1.99%에 더욱 낮아졌다. 환경예산 비율이 2%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정부는 뒤늦게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20년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미세먼지 관련 사업 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며 “미세먼지 절감 아이디어에 중점투자를 할 것이니 환경부 외 다른 부처도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도시공원 일몰제' 가시권, 끓어오르는 토지주와 지자체 갈등
-토지주 "서울시 도로 인접 토지만 따로 매입, 나머지 토지 맹지 만들려 꼼수"
-서울시 "예산 부족에도 최대한 보상해 주기 위한 분할 사업 시행, 꼼수 절대 아냐"
-국가가 지정해놓고 중앙정부는 토지매입비, 관리비 등 '나 몰라라'
'도시공원 일몰제'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말죽거리 근린공원 (네이버 항공뷰)
국도시공원일몰제 기간이 1년 3개월여 정도 남아 있는 시점에서 토지주들과 지자체들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말죽거리 근리공원의 한 토지주는 “서울시가 도로에 인접한 극히 일부의 토지만 따로 사들여 그 뒤쪽 지역을 맹지로 만들고, 이를 통해 토지 가격을 떨어트린 후 매입하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당연히 매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건이 안되는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이를 수용하기 위함일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양 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일몰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지정은 중앙부처에서 해놓고 토지매입과 관리는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가시권에 들어온 ‘도시공원 일몰제’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토지에 대해 공원 조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해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 상한 기간이 1년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10월 ‘지자체가 개인 소유의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법(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6월 30일이 상한 기간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예산 마련에 대한 어려움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대책을 미루다 기간이 임박함에 따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 7월 일몰(실효)되는 도시공원 가운데 사유지 40.3㎢를 모두 매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정부가 미집행된 도시공원의 사유지 전체를 사들이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공원에서 해제되는 서울 시내 도시공원은 모두 116곳이다. 문제는 서울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서울시는 토지를 분할해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토지주들 “도로 인접 토지만 매입, 나머지 땅은 맹지 만들려는 꼼수”
그러나 이 과정에서 토지주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 도시공원 지정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한 토지주는 ‘서울시가 도로에 인접한 땅부터 사들여 나머지 땅들은 맹지로 만들고, 가격을 떨어지면 다시 매입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토지주는 “서울시는 토지를 강제수용 하면서 임의로 필지를 나눠 사람들 통행이 이뤄지는 바깥쪽만 토지를 매입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나머지 뒤쪽의 면적이 큰 토지들은 모두 맹지가 돼 땅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집을 예로 들면 현관문만 사고 집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제까지 토지를 사주겠다고 계속 말만 하다가 이제 와서 필지의 경계선 부분들만 사고 나머지는 안 사준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미세먼지 등으로 도심공원을 살리려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토지주 입장에서 큰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건 부당한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은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광역시와 대전광역시 등 광역지자체들도 이와 비슷한 문제로 토지주들과 갈등이 심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의 도심공원 지정 토지주는 “서울시에서 토지를 사겠다고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매입한다고 하면 모두 사야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며 “자기들 마음대로 필지를 나누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도로에 인접한 곳만 강제로 매입한다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 말죽거리 근린공원의 2019년 토지보상 계획안. 올해 보상 예정 토지(검정색 동그라미)를 보면 도로에 인접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토지보상 계획이 이뤄진다. (사진=제보자)
▲ 서울시 “토지주들 입장 이해하지만 꼼수 아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토지주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예산에 따라 불가피하게 분할해서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공원 지정 토지들을 한 번에 매입할 수 있으면 우리도 고민하지 않는다”며 “월급 100만원을 1년에 걸쳐 나눠서 준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당연히 그런 맥락에서 정황상 토지주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형평성을 우선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모두 매입해 주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당장 사줄 수가 없어 분할해서 이를 시행하는 것 뿐”이라며 “법률에 위배되는 사항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시공원 지정 토지를 보상매입해야 하는 건 명확하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당장 여력이 없으니 재정적 여건이 되는 한에서 일부라도 매입을 해 보상을 해주자는 의미로 특정인의 토지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토지를 먼저 산다는 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우선 매입지를 선정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토지주의 주장처럼 나머지 토지들이 맹지가 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감정평가사들이 그런 부분들을 다 감안해서 평가하기 때문에 맹지가 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토지매매 부분은 도시공원 지정 토지라는 이유로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지, 토지를 매매할 때 법적으로 하자가 있거나 이를 소유하고 있어서 손해보는 것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 갈등 해결 위해선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이처럼 지자체와 토지주들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의 책임에서 국가가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도시공원 지정 토지주들은 재산세 등을 내며 개인 땅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되는 부조리함을 그 동안 국가가 방치해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일몰제로 토지주와 지자체의 갈등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도시공원 지정은 당시 국가에서 하고, 이에 대한 예산과 관리는 중앙부처에서 지자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공원 지정 토지에 대해 당연히 모두 사줘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매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에서 도시공원 토지를 지정했으면 중앙부처가 매입을 하고 지자체에 넘겼어야 하는데, 지정만 하고 토지 매입과 공원시설 건립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가 내는 세금의 대부분은 중앙부처로 들어가고, 지자체는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찾아서 쓰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토지를 매입하고 공원을 만들려면 관리비와 공사비도 발생하는데, 도시공원 토지 지정은 중앙부처에서 하고 이와 관련한 지원은 한푼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놓고 헌제판결이 난 이후 20년 동안 뭐했냐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몇 년이 걸리든 도시공원 지정 토지들을 매입해 보상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오죽하면 지방채까지 발행하겠는가”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토지들을 매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사과 따는 로봇이 과수원 일을 시작했다
이달 뉴질랜드 과수원에 첫 투입
인공지능으로 식별해 진공 흡착
야간에 손 안 닿는 가지서 수확
진공청소기처럼 진공 흡착 방식으로 사과를 따낸다. 유튜브 갈무리
비타민이 풍부하면서도 맛이 좋은 과일은 곡물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다. 전세계적으로 한 해 6억7500만톤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과일은 바나나와 사과, 포도, 오렌지 네종류다.
그러나 먹기는 좋지만 과일을 흠집내지 않고 수확하는 작업은 매우 고되면서도 까다로운 노동이다. 일손이 부족한 과일 농장에선 대체 수단으로 로봇의 잠재 수요가 많다. 하지만 사람만큼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마침내 뉴질랜드의 한 과수원에 이달 초 사과를 수확하는 로봇이 투입됐다. 로봇이 과일 수확에 정식으로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식품기업 가운데 하나인 티앤지글로벌(T&G Global)이 미국의 신생기업 어번던트 로보틱스(Abundant Robotics)와 협력해 개발한 로봇이다. 로봇을 개발한 동기는 역시 일손 부족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사과 자동수확기계는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라이더 기술을 이용해 운행한다. 어번던트 로보틱스 제공
이 회사의 최고영업책임자 피터 랜든레인(Peter Landon-Lane)은 "그동안 사과를 수확할 인력이 부족해 많은 과일을 나무에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며 "인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기술의 도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어번던트의 댄 스티어(Dan Steere)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동 수확기를 개발하려면 잘 익은 과일을 시각적으로 식별하고 흠집 없이 따내면서 과수원 안을 안전하게 다니는 등 여러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위에서 본 사과 자동수확기. 유튜브 갈무리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사과 수확 로봇은 레이저로 물체를 식별하는 라이더 기술을 이용해 사과나무 사이의 길을 찾아내고, 머신 비전 시스템을 이용해 어떤 사과가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가려낸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덕에 가능해진 일이다. 그런 다음 진공 흡착 방식으로 사과를 부드럽게 따낸다.
T&G는 로봇 투입으로 인해 기존 인력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로봇이 모든 작업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일손 돕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노동자들이 쉬는 야간 시간을 이용해 사람의 손이 잘 닿지 못하는 곳에 달려 있는 사과를 수확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하늘길은?
서울~제주 노선, 연간 8만편 운항 ‘압도적 1위’
국제노선에선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가 최다
아시아노선 경쟁 치열…평균 7개 항공사 운항
장거리 상위 10개 노선 중 8개가 미국 국내선
2018년 전세계 항공노선 지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공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행기가 오가는 하늘길은 어디일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서울(김포)~제주 노선이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영국 항공운항 정보 업체인 OAG가 2018년 3월~2019년 2월 전세계 항공 노선 운항 편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제주~김포 노선(451km)에서는 지난 한 해 7만9460편의 비행기가 운항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7개 항공사에서 매일 여객기 210여편을 이 노선에 띄웠다. 2위인 호주 멜버른~시드니 노선(705km)의 5만4102편보다 운항 횟수가 46%나 더 많다. 한 해 전의 6만5천여편보다도 20% 이상 늘었다. 제주가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인데다, 제주가 섬이어서 다른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이 된 요인으로 보인다. 서울~제주 노선의 항공사별 점유율은 아시아나항공(24%), 제주항공(18%), 대한항공(15%), 진에어(14%), 티웨이항공(12%), 이스타항공(12%), 에어부산(5%) 순이었다.
이어 인도의 뭄바이~델리 4만5188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3만9747편), 일본 후쿠오카~도쿄 하네다(3만9406편) 순이었다. 보고서는 가장 붐비는 상위 15개 노선이 모두 국내선이라고 밝혔다.
가장 붐비는 국제노선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노선(전체 16위)이다. 8개 항공사가 하루 82편씩 연간 3만187편을 이 노선에 띄웠다. 이어 홍콩~타이베이(2만8447편), 자카르타~싱가포르(2만7046편) 차례였다.
이번 보고서에선 가장 붐비는 국제노선 상위 20개 노선 중 15개가 아시아 노선인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1위부터 6위까지는 모조리 아시아 항로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하늘길을 놓고 항공사간 경쟁이 치열하다. 상위 15개 국제선과 상위 13개 국내선을 분석한 결과, 아시아 노선엔 평균 7개 항공사들이 취항하고 있다. 반면 북미와 유럽 노선의 취항사는 평균 3개사다.
보고서는 또 운항 거리별 순위도 집계해 발표했다. 단거리노선(1500km이하)에선 서울 김포~제주 노선이 1위였으며 중거리노선(1500~3500km)에선 인도 방갈로르~뉴델리 노선이 연간 2만8716편으로 1위였다. 장거리노선(3500km이상)에선 미국의 뉴욕~샌프란시스코 노선이 1만5587편으로 1위였다. 상위 10개 장거리노선 가운데 8개가 미국 국내노선이었다.
한편 연간 운항 횟수가 500편이 안되는 항공사는 집계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금강공원 ‘드림랜드’ 물 건너갔다
어린이 위한 체험·놀이공원, 부지매입 예산 확보 실패에 민자사업 참여 기업도 없어
- 2020년 6월 공원일몰제 땐
- 땅값 솟아 사업추진 불가능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을 재정비하는 ‘드림랜드’ 조성 사업이 표류하다 사실상 좌초됐다. 부산시가 애초 계획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건 물론 민간·민자사업으로 추진하려던 케이블카 현대화에도 참여하는 기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6월부터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계획을 대폭 축소하거나 매몰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을 접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시의 의지가 약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는 올해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에 금강공원 드림랜드 조성 사업의 유희 시설 부지 1만3818㎡를 매입하기 위한 예산 65억 원을 신청했지만 반려됐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해 7월 열린 ‘금강공원 케이블카 현대화를 위한 기본계획 및 타당성 용역’ 최종보고회 때 “예산 65억 원을 확보해 사업을 진행한다”고 선언했지만, 무산된 것이다. ㈜농심 등이 소유한 이 부지에는 어린이직업체험관과 같은 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번에 반려된 예산은 민자사업 유치가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단 부지가 마련돼야 기업에 사업제안서 등을 요청할 명분이 생긴다. 드림랜드 전체 사업지 40여만 ㎡ 중 시유지는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모두 사유지다. 재정 여건상 모든 땅을 사들이기는 어렵다. 이에 시는 최종보고회 당시 금강공원의 랜드마크인 케이블카를 현대화하는 건 민자사업으로 하고, 유스호스텔이나 박물관 힐링캠프 같은 시설물은 민간사업을 통해 세운다는 밑그림을 내놨다.
그러나 접근성 미흡 등 이유로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를 찾을 수 없었다. 2017년 10월에는 ㈜금정산케이블카를 비롯한 4개 업체를 불러 14회에 걸쳐 협의하는 등 사업 유치에 나섰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주차장 부지를 매입한 상태지만, 핵심이 되는 사업들이 여전히 추진되지 않아 주차장은 착공조차 못 했다.
여기에다 내년 6월이면 공원일몰제가 시행돼, 사유지가 대부분인 금강공원은 땅값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드림랜드 총사업비 1891억 원 중 시비로 책정된 397억 원을 훨씬 웃도는 예산이 필요하다. 부산대 김동필 조경학과 교수는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개발 가능성이 열리고, 땅값이 오르는 건 뻔하다”며 “도심 공원을 지키는 데 실패한 건 시의 약한 의지 탓”이라고 꼬집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공원 정책·제도 맡으면서 조경 관심 없는 국토부, 일몰제 문제의 근본”
한국조경학회, ‘미세먼지 저감 및 공원 일몰제에 대응한 공원의 미래방향’ 심포지엄 개최
공원 일몰제가 불과 14개월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뚜렷한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공원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관하는 국토교통부가 조경 자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 부처 내 조경 국가직 선발 이슈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서울시립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된 ‘한국조경학회 2019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 일환으로 ‘미세먼지 저감 및 공원 일몰제에 대응한 공원의 미래방향’을 주제로 한 기획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은 ▲박문호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의 ‘국내 도시공원의 관리’ ▲윤은주 한국토지주택공사 연구원의 ‘외국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방법 사례’ ▲김현 단국대학교 교수의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따른 대응 방안’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의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따른 도시공원 정책 변화’ 등 4편의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박문호 교수는 “공원은 도시화의 광풍에서 생존한 최소한의 도시숲이다. 20%의 그린 미니엄은 도시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프라”라며 발표의 포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1인당 공원면적률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9㎡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며 “공원은 사회적 자본이라는 의미에서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토부, 산림청, 환경부가 함께 독립된 개념이 아닌 하나의 공원으로 가지고 가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은주 연구원은 “공원은 도시의 변화하는 인구 규모와 여건에 맞춰, 도시계획 시설로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원은 일본의 방재공원과 미국의 민간공원을 사례로 들어 “우리나라 도시에 맞는 차별화된 공원 조성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소극적인 도시공원법에 명시된 공원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 교수는 도시공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알고 있으나 항상 정책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원을 사회적 자본으로 보고 일본의 국영공원 제도와 같이 우리도 국가공원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책의 재검토, 도시재생사업이나 타 부처 및 사업과의 연계, 질적 개선 등을 통해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맹지연 국장은 “도시공원은 수요가 높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있어서 그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소극적이고 도시공원을 개발의 요지에서 보고 있어 시민의 체감 수준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승덕 효과’를 예로 들며 “국공유지 등은 시민들의 공원으로 영구 보전돼야 한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30% 이내로 심각하다. 도시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세구조와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발표가 끝나고 박문호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한 주제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최현실 서울시 공원조성과장 ▲노환기 한국조경협회 회장 ▲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안승홍 한경대학교 교수 ▲진성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순자 의원 보좌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최현실 과장은 “서울시 내 미집행공원 중 5% 정도는 내년에 보상하고 단계별로 순차적으로 부지를 보상해 매입할 예정이고, 재정비사업으로 2028년까지 약 8조원을 중장기적으로 공원용지를 보상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 도시공원 지키기 운동을 진행하며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해 도시공원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환기 회장은 환경운동연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을 때 조경계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문하며 “현실적으로 52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이 지방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 이에 조경계에서는 공원의 경쟁력을 갖고 정량적인 양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중요도를 높여 공원 자체가 가진 경쟁력에 대해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충식 교수는 앞서 발제된 방재공원 등이 공원 일몰제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김 교수는 “조경의 날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문한 이후로 조경계에 새로운 움직임이 생겼다. 조경직을 확대하려 하는데 국토부에는 조경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며 “공원 일몰제와 관련된 정책과 제도를 주관하는 부처에서 조경에 대한 이해도 높은 사람을 배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승홍 교수는 “공원 일몰제 시행이 14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이 시기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산발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며 “200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조경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10대 키워드 중 하나가 정책이었듯, 우리나라의 조경계에서도 공원 계획과 설계를 넘어 법적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성오 보좌관은 “정책이 이뤄지는 네트워크를 분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가, 환경단체, 시민들의 민원에 따른 사회적 압박에 의해 정책 네트워크가 구성되고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진 보좌관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일한다 하니 불을 질러야 할 것이다”며 “조경학회에서 강하게 나서서 적극적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참여해야 할 것”이고 힘주어 말했다. /조아연 서울시립대학교 통신원 (jo_ayeon@hanmail.net)
"2~3달하면 1억"..실뱀장어 불법조업에 서해 난장판
민물장어를 양식하려면 바다에서 잡히는 치어, '실뱀장어'가 필요합니다. 장어가 인기다 보니까 이 실뱀장어 값이 '금 값'입니다. 요즘 서해 앞바다에서는 한탕을 노리는 불법 어선과 단속선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가로지르는 바다 위에 어선들이 빼곡합니다. 민물장어 치어, 실뱀장어잡이에 나선 배들입니다. 이 지역에서 허가를 받은 배는 모두 51척입니다. 하지만 조업에 나선 배는 언뜻 봐도 그 수를 훌쩍 넘습니다. 양식용으로 쓰이는 실뱀장어 값이 마리당 5500원까지 치솟자 불법 조업이 판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A씨/지역 어민 : 어족은 없고 사람은 많고 (배) 놓을 데가 없어. 두세 달에 1억을 번다니까. (벌금) 내고라도 한다니까. 다 죽이고 있는데 어족자원은 무슨 어족자원이야.]
해양수산부의 단속선을 타고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고기가 잡히면 작은 배로 재빨리 육지로 옮기는 통에 불법이 벌어지는 현장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고를 받고 찾아가면 이미 작업이 끝난 뒤라 허탕을 치기 일쑤입니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 이미 가버렸어. (단속정) 1호, 가는 배. 저 배 잡으세요. 우측으로 가는 배.]
멈추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배를 급히 돌려 육지로 도망가기도 합니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 (도망간 거예요? 이미?) 네.]
곳곳이 실뱀장어 그물로 덮이면서 인근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바다 위에 부표가 빼곡합니다. 실뱀장어를 잡기 위해 어망을 설치해놨다는 표시입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B씨/지역 어민 : 저희가 밤에 다닐 때는 지뢰밭이라고 해요. 스크루가 많이 감겨요. 그물에.]
실뱀장어 마구잡이에 사라진 동해 명태처럼 앞으로는 장어 보기도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이 현지 어민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 JTBC 전다빈
산림청 '정원전문관리인' 자격 신설…정원 배치 의무화 추진
수목원·정원법 시행령 입법예고
산림청이 정원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원전문관리인' 자격을 신설한다. 업무 적합도를 고려해 조경기사 이상에게는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한편, 시민정원사 및 정원전문가 교육 수료자도 경력 조건을 갖추면 정원전문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에서 정원전문관리인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추진되고 있다.
산림청은 이같은 내용의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이하 시행령)'을 내달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에 따르면 정원전문관리인 자격은 '조경·임업·농업 분야 자격소지자' 및 '관련분야 종사경력'을 기준으로 정한다.
자격 기준을 살펴보면 ▲조경분야의 조경기사 이상의 자격 보유자 ▲조경·임업·농업 분야의 기능사 이상의 자격 보유자로 기능사는 4년, 산업기사는 2년 이상 정원조성·관리 분야에 종사한 자 ▲조경·임업·농업분야의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근무하고 관련 분야에서 1년 이상 종사한 자 ▲임업·조경·농업분야를 전공하고 학사 이상의 자격을 가진 자로 2년 이상 관련 분야에 경력이 있는 자 ▲정원전문가 교육기관에서 정원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한자로 3년 이상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자 ▲정원전문가 교육기관 이외의 기관·단체에서 정원사 양성 교육과정(80시간 이상)을 이수한 자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자 등이다.
주목할 점은 조경기사, 조경기술사에게는 별도의 경력없이 정원전문관리인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관계자는 "정원분야 업무가 조경과 근접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정원 조성 및 관리에 대한 조경분야 전문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자격에서 조경의 업무 적합성을 인정받은 것과 달리 교육·경력 부문에서는 임업, 농업과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정원전문관리인 자격 도입 초기에는 민간에서 사람을 고용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인력풀 확보 차원에서 경력과 교육 부문은 포괄적으로 넓혀 놓았다"고 설명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지자체와 기관을 통해 80시간 이상 정원사 교육을 받은 '시민정원사'도 취미·봉사 활동의 수준을 넘어 일자리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된다. 정원전문가 교육 역시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일자리로서 정원전문관리인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의무 배치 기준도 정해졌다.
시행령과 산림청에 따르면 10만㎡ 이상의 지방정원, 입장료를 받는 민간정원에는 의무적으로 1명 이상의 정원전문관리인을 배치하도록 했다. 지방정원의 경우 지역주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예외적으로 10만㎡ 이하도 배치를 허용하도록 했다.
그 밖에 시행령에서는 민간정원 등록요건이 새롭게 신설되었으며, 국가정원 지정 요건도 강화됐다. 민간정원은 면적의 제한은 없지만 녹지면적이 40%를 차지해야 하며, 정원전문관리인도 1명 이상을 배치해야 지정을 받을 수 있다. 국가정원은 지정요건에 3년동안 정원 품질 및 운영·관리 평가결과를 새로 반영토록 했다.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은 "정원은 조경의 기본적인 단위이긴 하지만 조경기사 이상에게 정원전문관리인 자격을 부여한 점은 산림청이 조경분야에 대해 많은 부분을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정원전문관리인 자격이 정착하려면 정원의 지정 숫자를 늘리고, 궁극적으로 정원을 하는 사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토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령안은 내달 29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등을 거쳐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나창호 (ch_19@daum.net)
10년간 동네 주민도 몰랐다···'정이품송 2세' 비밀 프로젝트
충북 보은군 장안면의 한 야산에 조성된 양묘장에서 신경수 보은군 산림경영팀장이 정이품송 후계목을 소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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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비밀 프로젝트라서…. 일단 제 차만 따라오세요.”
야산 양묘장에 정이품송 후계목 1만 그루 빼곡
소나무 도굴꾼 피해 비밀리 진행…팻말도 없어
보은군, 식목일 맞아 후계목 일반에 분양 예정
1일 오후 충북 보은군청 산림녹지과 사무실. 속리산의 문지기로 불리는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후계목을 대량으로 기르는 양묘장을 찾기 위해 군청에 동행을 요청했다. 그러자 신경수 산림경영팀장이 “보안상 주소를 공개할 순 없다”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속리산 기슭을 따라 10여 분간 달리던 신 팀장은 말티재 입구에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차를 획 돌렸다. 경사가 급한 언덕을 넘자 소나무 수백여 그루가 빼곡하게 들어선 양묘장이 나왔다. 신 팀장은 “요즘 소나무 도둑이 극성이라 양묘장이란 팻말조차 붙이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물으면 ‘군에서 키우는 소나무’라고 답한다”고 말했다.
보은군이 비밀리에 진행해 온 정이품송 후계목 양성 프로젝트가 10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천연기념물인 정이품송의 자원 보존을 위해 보은군이 군유지 양묘장에서 기르던 후계목 1만여 그루를 일반 국민에게 분양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와 함께 정이품송의 부인목(夫人木)으로 알려진 ‘정부인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도 함께 분양할 예정이다.
계단식으로 조성된 이 양묘장은 2㏊ 규모다. 정이품송과 정부인소나무 후계목이 연도별로 분류돼 자라고 있다. 2008년 정이품송 솔방울에서 채취한 씨앗을 발아시켜 1년간 묘목을 기른 뒤 2010년 처음으로 양묘장에 심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차적으로 양묘장에 옮겨진 묘목은 정이품송 자목 1만여 그루, 정부인소나무 자목 1만1000여 그루다. 소나무 도굴꾼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 사업을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다. 양묘장엔 폐쇄회로TV(CCTV) 2대가 설치돼 있다. 이 영상은 보은군청 상황실에 전송돼 감시가 가능하다.
10년생 소나무는 높이가 3~4m로 자랐다. 밑동 지름은 약 10㎝다. 가장 나중에 심은 소나무는 높이가 40~50㎝ 정도다. 양묘장은 법주사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과 약 10㎞ 정도 떨어져 있다. 신경수 팀장은 “정이품송과 토질과 기후가 비슷한 속리산 자락에서 자란 후계목도 품질이 우수할 것으로 본다”며 “묘목이 웃자라게 되면 키만 크고 병충해에 약할 수 있게 때문에 비료를 따로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 인근에 있는 정이품송. [중앙포토]
정이품송 후계목 양성 사업은 날로 노쇠하고 있는 정이품송의 유전자원을 보존하려고 시작했다. 수령이 600년 이상인 정이품송은 현재 높이가 15m에 달한다. 폭풍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병충해 피해를 보기도 했다. 10년 전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송석복 보은군 산림녹지과장은 “정이품송이 노령화돼 보존이 시급하다는 여론을 일어 후계목 양성 사업을 기획했다. 정이품송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이품송이 늙고 쇠약해져 솔방울이 일반 소나무보다 훨씬 작았다. 발아율도 일반소나무의 30~40% 수준에 그쳐 싹을 틔우는데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보은군은 식목일을 맞아 양묘장에 있는 10년생 정이품송과 정부인송 후계목을 일반인에게 유상 분양할 예정이다. 판매가격은 정이품송 후계목이 100만원, 정부인송은 50만원이다. 유전자검사를 거쳐 자목(子木) 판정을 받은 소나무가 대상이다. ”양묘장이 비좁아 소나무 묘목을 더는 수용할 수 없다”는 군의회 지적에 따라 올 하반기 군유림에 정이품송 후계목을 옮겨 심을 계획도 세웠다.
충북 보은군 장안면의 한 야산에 조성된 양묘장에 정이품송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최종권 기자
BGT 진재운 이사가 지난 1년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다큐영화 ‘물의 기억’ 시사회가 5월 8일(수) 저녁 7시에 있습니다. 관람을 희망하시는 분 5일까지 가부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자리 잡은 정이품송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駕) 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나무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룡 대멸종 순간 ‘화석 묘지’에 고스란히 재현
대충돌과 동시 거대 물결 휩쓸려…공룡, 철갑상어, 암모나이트 떼죽음
대충돌의 여파로 몰아닥친 거대한 물살에 트리케라톱스가 휘말리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로버트 데팔마 제공.
중생대 말 미국을 동서로 가르는 내해의 끄트머리에 있는 강하구는 여느 때처럼 평화로웠다. 뿔 달린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가 강변에서 풀을 뜯고 있었고, 강물 속에서는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가 큰 입으로 물을 빨아들인 뒤 아가미에 걸린 작은 동물을 삼켰다. 갑자기 높이가 10m에 이르는 거대한 파도가 벽처럼 밀어닥쳤다. 동물들은 물살에 휩쓸려 육지 안쪽에 내동댕이쳐졌다. 하늘에선 콩알만 한 유리 알갱이가 무서운 속도로 비처럼 쏟아졌다. 지구 역사상 손꼽을 만한 대재앙은 이렇게 시작됐다.
6600만 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지름 11∼81㎞의 거대한 소행성(또는 혜성)이 떨어졌다. 이 충돌의 직·간접 영향으로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가 멸종했고,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신생대로 접어들었다.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그린 상상도.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1980년 알바레스 부자가 충돌 가설을 제시한 이래 충돌설은 중생대 말의 대멸종 사태를 설명하는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아 많은 후속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충돌 직후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충돌 1시간 이내에 벌어진 재앙의 양상을 사진으로 찍듯 보여주는 화석 산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로버트 데팔마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 국제 연구진은 2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지난 6년 동안 노스다코타주 보우만에 있는 대충돌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계 지층인 헬 크리크 층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태니스’라고 이름 붙인 이 화석 산지는 대충돌 당시의 ‘킬링 필드’로 알려져 있다.
대충돌 당시 미국은 큰 내해로 나뉘었고, 북쪽 끝(별 모양)에 화석지 ‘태니스’가 있다.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 등 고대 물고기가 차곡차곡 포개진 채 화석으로 굳었다. 불탄 나무둥치와 침엽수 가지도 나왔고, 죽은 포유류와 트리케라톱스, 해양 파충류인 모사사우루스의 골격도 발견됐다. 이 밖에 곤충과 암모나이트 등 바다 무척추동물의 흔적도 확인됐다.
데팔마는 “이제까지 대충돌 경계층에서 큰 동물이 떼죽음한 것은 발견된 적이 없다”며 “다른 연령대와 다른 생활사 단계를 나타내는 수많은 종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은 현장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화석 산지는 소행성이 떨어져 생긴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분화구로부터 3000㎞나 떨어져 있다. 어떻게 충돌의 충격이 그 먼 곳까지 실시간으로 전달된 걸까.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 등이 포개진 채 화석으로 발견됐다.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칙술루브에 떨어진 소행성은 지름 150㎞ 깊이 20㎞의 분화구를 바다 밑에 남겼다. 엄청난 충돌 에너지로 지반의 바위는 순식간에 증발했고, 산산이 조각난 소행성 파편과 함께 대기 속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녹은 암석은 작은 유리 알갱이(테크타이트)로 굳어 땅 위로 쏟아져 내렸다. 마치 탄도미사일처럼 유리 알갱이가 지상에 도달할 때의 속도는 시속 160∼320㎞에 이르렀고, 그 막대한 에너지로 지구 전역에 산불을 일으켰다. 테크타이트 비는 대충돌 45분∼1시간 사이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니스에서도 다양한 곳에서 지름 0.2∼1.4㎜의 테크타이트가 발견됐다.
녹은 바위가 대기 속에서 유리로 굳은 테크타이트를 손바닥에 올려놓은 모습.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연구자들은 “만일 쓰나미라면 이 정도 거리에 도달하는데 10시간 이상 걸렸을 것”이라며 “대충돌과 함께 규모 10∼11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지진파가 10분 안에 태니스에 전달돼 ‘정진’(세이시)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진은 지진 때 지진파가 정지상태인 먼 곳에 갑자기 일으키는 진동으로, 규모 9의 일본 도호쿠 대지진 때는 30분 뒤 8000㎞ 떨어진 노르웨이에 1.8m 높이의 정진이 나기도 했다.
리처드 알바레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진파는 충돌 9∼10분 뒤에 일어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모든 테크타이트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 전에 이미 이 지역엔 물이 들어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큰 물살이 형성된 퇴적층에 초고속으로 떨어진 유리 알갱이가 박힌 모습이 발견됐다. 또 침엽수 송진에 박혀 호박으로 고스란히 보존된 테크타이트와 주걱철갑상어가 마지막 식사로 삼켰다 아가미에 걸린 테크타이트 모습도 확인됐다.
충돌 현장을 담은 화석층 위에는 충돌 뒤 가라앉은 먼지 등을 포함한 퇴적층이 쌓여 있다. 퇴적층에선 지구엔 드물고 소행성이나 혜성에 풍부한 고농도의 이리듐이 검출돼 대충돌의 흔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bert A. DePalma et al, A seismically induced onshore surge deposit at the KPg boundary, North Dakota,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817407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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