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 ‘금정산 소나무’ 입양합시다!
부산의 시민·환경단체들이 부산대 특수학교 건립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민 소나무 입양 행사를 벌인다. 이들은 금정산 소나무를 보호하려는 시민들의 굳건한 의지를 보여 주고 특수학교 건립을 강행하는 부산대에 경고하는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와 금정산국립공원지정범시민네트워크 등은 오는 20일 오전 부산대 인근 금정산 장전공원 솔숲에서 ‘금정산 장전공원 보전, 시민 소나무 입양 프로젝트’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입양 대상 소나무는 203번 버스 부산대 후문 정류소를 기점으로 산성로를 따라 무장애 숲까지 520m 구간 좌우에 리본이 달린 700그루다.
부산대 특수학교 건립 용지
장전공원 일대 솔숲 지키기
시민단체 ‘입양 프로젝트’ 추진
부산 금정구 장전공원의 ‘시민 소나무 입양 프로젝트’ 대상 소나무.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이번 행사에서는 전체 700그루 중 A 지역 150~200번 소나무가 1차 대상이다. 앞서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입양식 행사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장전공원 일대 노거수 81그루를 발견하기도 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장전공원 내 국유지가 해제되고, 부산대가 이 일대에 특수학교를 지어 2021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삼고 있어 소나무 숲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대는 개발이 금지된 그린벨트 구역 내에 지난 30년 동안 건물을 계속 지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부산대의 특수학교 개발저지를 위한 1단계 시민행동으로 시민 소나무 입양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결정한 것.
소나무 입양 희망자는 1인 1소나무를 신청해 행사 주관처에 1만 원을 내고 등록하면 된다. 입양자로 등록되면 해당 소나무에 입양인의 이름이 적힌 표찰이 부착된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부산대가 대안 없이 관행처럼 학교용지라는 이유로 장전공원 소나무를 밀어버리겠다는 것은 후손에게 죄를 범하는 것이다”며 “이번 소나무 입양 프로젝트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해 전국에서 처음 진행되는 행사이기도 하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
도심 내 허파가 사라진다] 전문가 좌담
“법령개정 통해 급한 불 끄고, 민간참여 리스크 줄이는 수익모델 제시돼야”
김 -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맹 -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ㆍ도시계획학박사
이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울과 부산, 울산 등 대도시 지역에 있는 397㎢ 규모의 공원이 2020년 7월 대거 사라질 위기다. 여의도 면적의 240배, 축구장 5만5600여개에 달하는 규모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촉발된 일몰제의 영향이다.
문제는 공원이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도심에 있는 5만㎡ 이하의 소규모 공원부지를 중심으로 이어질 난개발에 대한 우려다. 지자체마다 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예산을 편성해 장기 미집행 공원 부지를 매입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보다 활성화하거나, 공원 내 사유지 임대 및 장기미집행 공원의 사유지를 정부가 모두 매입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음이 급하다. 거두절미하고, 도시공원을 지킬 해법이 있나.
김 - 길게는 60년 이상 제한된 토지주의 사유 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이 법리상 적합하다고 본다. 하지만 일몰 이후 난개발이 이루어졌을 때 미칠 수 있는 사회적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은 민간의 힘을 빌려 특례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 참여 유도를 위해 리스크 요인을 제거하는 방안, 즉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게 요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공원시설의 종류와 규모 완화 △도시계획법상 공원용지로 결정ㆍ고시된 지역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공원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제약 완화 등으로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맹 - 남은 시간이 1년3개월뿐인 현 시점에서 당장 실행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법령 개정이 있다. △국공유지 도시공원, 녹지, 유원지의 경우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적용 제외(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8조 개정) △도시공원 매입을 위한 20년 장기 지방채 발행 시 원금 80% 국고지원(보조금관리법 시행령 제4조, 지방채발행관련 법령 개정) △도시자연공원구역에 대한 재산세 50% 감면, 상속세 40% 감면 추진(재산세법, 상속세법 개정) △도시자연공원구역지정, 민간공원특례사업, 20년 장기 지방채 발행계획수립 시 실효시점을 3년 유예(국가계약법 등 개정) 등이다. 입법은 20년이 지나도록 도시공원일몰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할 수 있다.
이 - 개발사업에서 민간의 수익성과 공공의 공공성은 대부분 엇갈린다.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다만 일본에서 진행하는 임대공원 사례를 적용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직접매입보다 적은 비용으로 공원을 확보하고, 거주민은 공원시설을 얻으며, 토지주는 임대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건설사는 정부가 발주하는 공원공사를 수주하면, 민간분양사업은 아니더라도 공사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서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안으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꼽았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김 - 도로와 공원은 도시군계획시설로의 존치 필요성이 매우 높다. 특히 공원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1.8%에 달하는 도시민의 삶의 질 차원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공원 조성면적은 국민의 인식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17년 현재 서울의 인당 도시공원 결정면적은 19.4㎡로 수치상 도쿄 4.5㎡나 파리 10.7㎡보다 넓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도시 주변부의 자연공원 면적과 미집행 공원 면적을 합친 것이다. 따라서 일몰 후에는 이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도시공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모든 지역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국토교통부가 ‘우선관리지역’으로 선별한 116㎢를 제외한 나머지 70% 지역을 공기업이나 민간의 힘을 빌려 개발을 진행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민간개발을 개발 옵션 중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공원 존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하고,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
△특혜 논란도 있지 않나.
김 - 최근 불거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발생한 특혜 시비가 있다. 이는 사업 진행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사업자 선정 기준 미비의 문제로 판단된다. 지난 2016년 관련 법안 제정 시 제3자 제안공고 등의 제도적 경쟁방안이 이미 마련된 만큼 사업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판단된다.
△콘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 - 개발 콘셉트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민간기업들이 주택 분양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접근법을 선택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지역 특성에 알맞은 콘셉트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아파트’로 획일화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지적은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도시개발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대명제에서 바라보면 올바른 지적이라 할 수 있다. 공원 조성 부지에 대해 지자체 도시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등과 연계하는 명확한 콘셉트를 제시한다면 해결될 문제다.
이 - 지역과 공원 이용 특성을 고려해 생태공원이나 역사공원, 문화공원, 수변공원, 체육공원, 도시농업공원 등 개발 콘셉트를 달리할 수 있다고 본다.
△법을 바꾸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동안 법을 바꾸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가.
맹 - 중앙정부 스스로 도시공원부지의 최대 이해관계자라는 인식부터 시작됐어야 했다. 그리고 도시공원을 도시의 개발유보지로 보는 시각에서 발생한 문제로 볼 수 있다.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화 방지 등 도시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그린인프라 즉 국가의 자산으로 여겨야 한다. 또 도시자연공원구역지정, 민간공원특례사업의 특혜 시비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제도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20년 장기 지방채 발행계획을 수립하고자 할 때에는 해당공원의 실효시점을 3년 유예 하는 국계법의 개정이 더해져야 한다.
△임대공원 사례, 이것 또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 일본은 ‘토지 임대 공원제도’를 통해 토지소유자에게 장기적으로 임차료를 지불하고, 공원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도 당장 필요한 만큼의 공원을 직접매입해서 공급하기 어렵다면, 민간토지에 대한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토지구입지를 임대료로 바꿔 소요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미집행 용지 중 70% 이상이 민간소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도해볼만한 제도다.
△문제는 민간 참여를 어떻게 유도하는가 아닌가.
김 -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의 인프라 설치 및 운영 사업에 대해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민관협력사업)사업의 형태로 허가를 발급했지만, 특정 기간에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몰조항(sunset clause)을 통해 폐지하는 류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SCS(표준운영비용보전방식) 혹은 MCC(최소비용보전방식) 등으로 유인책을 마련했다. 지자체가 실질적 지분투자를 통한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여타 금융기관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채택하고 있다.
△앞으로도 문제다. 추가 해제될 공원이 많다.
맹 - 재원확보 방안 자체를 바꿔야 한다. 주요 방법은 교통에너지환경세에 그린인프라 분야를 추가하고, 향후 추진되는 개발사업에 대해 자연경관과 녹지, 동식물, 토양, 수자원, 대기오염정화기능 물순환, 홍수방지 기능을 훼손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가치만큼의 자연자원을 복원하거나 조성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자연자원총량제 방안이 더해져야 한다. 또 발전소 건설 또는 가동할 때 지원하는 대상을 도시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리=한형용기자 je8day@
일몰 앞둔 도시공원, 미세먼지 차단 숲 활용은 어떨까요
환경도 보존하고 개발 갈등도 해결하고 '일석이조'
대전 월평공원 전경
내년 7월 일몰 앞둔 도시공원을 미세먼지 차단 숲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정부가 마련 중인 미세먼지 대책이 전국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공원 일몰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도시공원을 미세먼지 차단 숲 등으로 활용키로 하고 관련 예산을 공원 부지 매입에 활용할 경우, 환경 대책은 물론 개발 여부를 둘러싼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 실제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미세먼지 대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을 추경에 추진키로 한 것을 비롯해 이낙연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등이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7월로 예정된 공원 일몰 역시 개발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물론 일부 토지주들의 공원 출입 금지 조치로 일반 시민들의 불편도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
정부는 자치단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지방채 발행 이자의 절반을 지원하는 '소극적' 입장에 머무르고 있지만, 자치단체는 감당하기 버거운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다 전국 '공통'된 고민거리라는 점, 공공의 가치와 사적 이익 추구의 충돌이 첨예한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의 보다 깊숙한 개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미세먼지 대책과 공원 일몰, 전혀 별개의 두 사안을 하나로 통합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제를 앞둔 도시 공원 부지를 정부가 매입해 미세먼지 차단 숲으로 활용하는 방안인데, 이 경우 미세먼지 예산을 부지 매입비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국공유지만이라도 공원 일몰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넘어 민간 소유의 공원부지까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포함해 보전하고 활용하는 방안이다. 미세먼지 대책과 주민간 갈등도 풀어낼 수 있는 일석이조인 셈.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정동 사무처장은 "공원 일몰제 관련한 예산이 부족하다면, 미세먼지 대책에 포함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며 "두 사안을 별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도심과 도시 숲에서 각각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한 결과 숲에서는 도심보다 미세먼지가 25.6%, 초미세먼지는 40.9% 낮았다"며 도시공원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강조한 바 있다. dolbi@cbs.co.kr
세계 빙하 55년 동안 9조t 녹아 해수면 2.7㎝ 상승
빙하 현장 관측과 위성 자료 통합 분석
해수면 상승 25~30%는 빙하 해빙 때문
해마다 3350억t 녹아 해수면 1㎜씩 상승
유럽 알프스 빙하 전체의 3배가 녹는 셈
유럽연합의 측지 인공위성 센티널 2호가 2017년 9월12일에 촬영한 러시아 극지 프란츠 조세프 군도(고동색)의 빙하(파란색). 빙하들은 눈(하얀색)으로 덮여 있기도 하지만 일부는 눈이 거의 덮여 있지 않거나 전혀 없어 빙하가 녹아 내렸음을 보여준다. ‘네이처’ 제공
지구 빙하들이 녹은 물로 세계 해수면 높이가 지난 55년 동안 평균 2.7㎝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스위스 취리히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9일 “1961년부터 2016년까지 전세계에서 9조6250억t(9625Gt)의 빙하가 녹아 세계 해수면 높이가 평균 2.7㎝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8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빙상과 별도로 빙하는 전세계 70만6천㎢ 면적(남한 면적의 10배)을 덮고 있다. 얼음 양은 17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두 녹으면 세계 해수면을 40㎝ 높일 수 있는 양이다. 빙하의 감소는 기후변화의 상징으로, 지역뿐만 아니라 전지구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 분석 결과 빙하가 가장 많이 녹은 지역은 알래스카로 그 양이 3조190억t(3019Gt)에 이른다. 남미 파타고니아 지역과 북극 지역이 뒤를 이었다. 유럽 알프스와 코카서스, 뉴질랜드 지역에서도 상당한 빙하 해빙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빙하가 녹은 양보다 눈이 새로 쌓인 양이 많은 서남아시아를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들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빙하 해빙으로 세계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국제공동연구팀이 1961~2016년 55년 동안 세계 19개 지역의 빙하들이 녹은 얼음양을 추산한 결과 55년 동안 9조6250억t이 상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네이처’ 제공
연구팀은 빙하 현장 관측 자료와 인공위성의 측지 자료를 결합(외삽)해 분석했다. 인공위성 측지 자료는 지표면을 촬영해 시간대 및 지역별 얼음 두께의 변화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전지구 1만9천여개 빙하의 얼음 두께 변화를 추산해냈다. 이번 연구는 세계빙하조사기구(WGMS)가 축적해온 종합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위성 자료를 보태어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취리히대 지질학부의 마이클 젬프는 “두 측정 기술을 결합하고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함으로써 연구팀은 1960년대 이래 모든 산악지역에서 해마다 얼마나 많은 얼음이 녹아내리는지 계산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측정된 빙하 해빙은 해마다 편차가 크지만 위성자료는 몇년 또는 몇십년 동안의 변화를 관측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지구 빙하 해빙량은 지난 30년 동안 크게 증가해 현재는 연간 3350억t(335±144Gt) 수준에 이르렀다. 이 규모의 얼음은 해마다 해수면 높이를 1㎜(0.92±0.39㎜)씩 높인다. 이는 2013년 국제공동연구팀이 <사이언스>에 분석한 연간 해빙량 2600억t보다 큰 것이다. 젬프는 “해마다 전지구적으로 상실되는 얼음의 양은 유럽 알프스 전체 빙하의 3배와 맞먹는다. 현재 전지구 해수면 상승의 25~30%는 빙하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모든 빙하의 해빙량은 대략 그린란드 빙상의 상실량과 비슷하고, 남극대륙의 상실량을 뛰어넘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의 상실 속도라면 일부 산악지역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빙하가 거의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라도 빙하가 많은 지역에서 녹는 빙하로 인해 해수면 상승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빙하가 녹는 속도는 이제까지의 추정보다 훨씬 빠르다
매년 눈과 얼음이 3690억 톤씩 녹고 있다.
지구의 빙하가 녹는 속도는 과학자들이 추정해왔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매년 눈과 얼음이 3690억 톤씩 녹고 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아메리카 대륙 북부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전세계 빙하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측정에 따르면 압력에 의해 눈이 얼음으로 변한 내륙 지역 수천 곳은 2013년 국제 과학자 패널이 계산한 것보다 18%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세계의 빙하는 1960년대에 비해 5배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미 상승하고 있는 해수면에 더 많은 물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30년 동안 갑자기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시에 얼음이 줄기 시작했다.” 세계 빙하 감시 기구(World Glacier Monitoring Service)의 취리히 대학교 담당자 미카엘 쳄프의 말이다. “전세계를 보면 이것은 기후 변화가 분명하다.”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은 중부 유럽, 코카서스 지역, 캐나다 서부, 미국 본토, 뉴질랜드, 열대이다. 4월 8일 네이쳐 저널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이곳들에서는 매년 1% 이상의 얼음이 줄어들고 있다.
“현재 빙하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이 지역의 빙하들은 이번 세기를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쳄프의 말이다. 쳄프 등은 지상과 위성 측정을 통해 19,000개의 빙하를 관찰했는데, 과거 연구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빙하를 추적한 것이다. 19개 지역 중 빙하가 줄어들지 않는 곳은 동남아가 유일했는데, 쳄프는 이 지역의 기후 조건 때문이라 한다.
1961년 이후 세계에서는 10조6천억 톤의 얼음과 눈이 사라졌다. 전부 녹았다면 미국 본토가 해수면 아래 약 1.2미터로 잠길 수 있을 양이다.
석탄, 개솔린, 디젤 등을 연소하여 전기와 탈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지구의 얼음이 녹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와 남극의 거대 빙상이 녹는 것이 우려의 대상이다.
콜로라도주 볼더의 전미 설빙 데이터 센터의 마크 세레즈는 이 연구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많음을 보여준다. 빙하가 해수면 수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생각보다 크다.”고 말한다.
해수면 상승의 요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큰 요인은 물을 팽창하게 만드는 해수 온도 상승이다. 새로운 수치에 의하면 빙하가 녹는 것이 이제까지의 생각보다 큰 요인으로, 매년 해수면 상승의 25~30%가 이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쳄프는 말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전세계 바닷가 도시들이 위험에 처해 있으며 폭풍철에 위험해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빙하는 겨울에는 커지고 여름에는 작아지지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며 증가세는 줄어들고 감소세는 커지고 있다. 쳄프는 여름 기온이 올라가는 것이 빙하 감소를 가속화하는 주원인이라고 말한다.
빙하를 극지방의 문제로 생각하기 쉬우나, 적도 근처의 산악 빙하 감소는 빙하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빙 데이터 센터의 과학자 트윌라 문은 말한다. 문은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안데스 지역 주민들은 여름에 빙하에서 식수와 관개수를 얻는다고 한다.
환경연구지가 4월 8일에 발표한 다른 연구에 의하면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으며 다른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겨울에 북극은 북반구 다른 곳에 비해 2.8배 더 빨리 따뜻해진다고 한다. 북극의 습도가 올라가고 구름이 많아지고 있다.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진행 중이다.” 덴마크 기상 연구소의 제이슨 복스의 말이다./*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
산불로 잿더미 된 숲 살리는 마법 같은 방법(feat. 보더콜리 3마리)
AFP통신 트위터 캡처
동해안 지역에 최악의 산불이 휩쓴 가운데 칠레의 타버린 숲을 되살린 세 마리 보더콜리 이야기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5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화재로 타버린 산을 되살리는 보더콜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고성·속초 등 강원 지역 산불로 파괴된 생태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해당 글은 주목을 끌었다.
칠레는 2017년 1월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겪었다. 민가 1700채가 불에 탔고, 주민 1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약 46만㏊ 이상의 광대한 산림이 검은 재로 변했다. 그때 한 보호단체가 산림을 살리는 기발한 방법을 제안했다. 개를 활용해 숲에 씨앗을 뿌리자는 아이디어였다. 계획은 2017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실행됐다.
당시 보도된 AFP통신 기사에 따르면 “장애인 보조견 훈련사인 프랜시스카 토레스가 세 마리의 암컷 보더콜리를 데리고 숲 되살리기에 나섰다”며 “그녀가 세 마리의 보더콜리에 씨앗이 들어있는 조끼를 입히고 잿더미로 변한 숲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세 마리의 보더콜리 썸머, 올리비아, 다스는 숲을 뛰어다니며 주머니에 가득 담긴 각종 식물의 씨앗을 흩뿌렸다. 훈련사 토레스는 “사람은 하루 종일 일해도 고작 3㎢ 면적에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반면 보더콜리 세 마리는 하루에 30㎢의 면적에 10㎏의 씨앗을 퍼뜨린다”며 “무엇보다 보더콜리는 뛰어다니기를 너무 좋아한다”고 전했다. 토레스와 보더콜리 세 마리는 함께 칠레 엘 말레의 15개 숲에 많은 양의 씨앗을 파종했다
등이 굽거나 아가미 없거나···한강 하구 기형물고기 급증
한강 하구 일대에서 33년째 조업 중인 어부 김홍석(61)씨는 연간 어획고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봄철 성어기를 맞았지만 요즘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 김씨는 “한강하구에서 붕어·잉어·숭어 등 물고기 10마리를 잡으면 등이 굽었거나 아가미가 없거나, 눈이 튀어나오는 등 기형 물고기가 1∼2마리 발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 전쯤부터 이런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최근엔 이상증세를 보이는 물고기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등 굽었거나, 아가미 없거나, 눈 튀어나와
“물고기 10마리 잡으면 1∼2마리 이상 증세”
어민들 “상류 하수처리장 방류수 영향 추정”
서울시 “어민 주장은 근거 없고 지나쳐”
김씨는 “이런 현상은 가양대교∼행주대교∼김포대교(6.5㎞) 구간 한강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김포대교 아래 신곡수중보가 한강 물길을 가로막고 있어 물길이 정체되는 행주대교에서 김포대교 사이(2.5㎞) 구간에서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구간에 위치한 서울시가 운영하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커먼 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는 오물이 둥둥 떠내려오거나 화장품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잡힌 등 굽은 물고기를 어민이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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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그는 봄철이면 이 지역에 대량 출몰하는 실뱀장어의 천적인 끈벌레가 올해도 다시 출몰하자 20년 동안 해오던 실뱀장어 조업을 올봄에는 포기했다. 김씨는 “실뱀장어의 수가 줄어든 데다 그물로 실뱀장어를 잡아도 같이 잡히는 끈벌레로 인해 대부분 폐사하기 때문에 조업에 나설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 행주동 한강하구 일대의 한강 수중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형 물고기가 잇따라 잡히고, 신종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봄철이면 기승을 부리면서 실뱀장어를 폐사시키고 있어서다. 심화식(64) 한강 살리기 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등 굽은 물고기 등 기형 물고기와 끈벌레가 잇따라 출몰하는 것은 행주대교 상류 2∼3㎞ 지점에 있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에서 한강에 배출하는 방류수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곳에서 잡은 물고기로 마늘을 잔뜩 넣고 매운탕을 끓여도 화장품 냄새가 나 먹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잡힌 등 굽은 물고기. [사진 행주어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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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양시의 의뢰를 받아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가양대교부터 고양시 송포동 한강 하류 15㎞ 구간에서 실시한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과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영향조사’ 용역 조사 보고서에도 이런 문제점이 지적돼 있다. 보고서에는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와 행주대교 인근에서 잡은 붕어에서 합성 머스크 화합물인 ‘머스크 케톤(화장품 및 화학 위생용품 성분)’이 검출된 점에서 행주 지역의 어획량 감소와 수생생태계 영향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를 간접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
심화식 위원장은 “머스크 케톤 성분은 물고기가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조직이나 기관의 손상, 기형 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유럽과 일본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라고 말했다. 박찬수(60) 전 행주어촌계장은 “수년째 봄이면 끈벌레가 한강 하구 생태계를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봄철 실뱀장어 조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올봄의 경우 33명 어부 가운데 20명이 실뱀장어 조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잡힌 끈벌레를 어민이 들어보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잡힌 끈벌레.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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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로 인해 기형 물고기와 끈벌레가 출현했다는 어민들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근거가 없고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김태환 서울시 물재생시설팀 주무관은 “현재 이곳에서 방류 중인 하수의 수질은 암모니아 농도 5ppm 이내로 매우 깨끗하게 정화된 상태”라면서 “기형 물고기와 끈벌레 발생 원인으로 하수처리장을 꼽는 것은 단순히 심정적인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 온난화로 인한 생태 환경 변화”라며 “행주대교 인근뿐 아니라 전체 하천에서 기형 물고기와 끈벌레가 증가하고 있고 이는 환경부에서 종합적으로 연구·분석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양=전익진·박형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해수 유통으로 바다 살리고 재생에너지 생산하라”
전북 부안 어민·도민회의, 새만금 해수 유통 촉구
“새만금방조제 외부도 산란장 없어 먹이사슬 끊겨”
전북 부안군어촌계협의회와 새만금도민회의 회원들이 9일 전북도청에서 새만금 전면 해수 유통을 촉구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전북 부안지역 어민들과 새만금전북도민회의가 새만금의 전면 해수 유통으로 바다를 살리고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부안군어촌계협의회와 새만금도민회의는 9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주꾸미 어획량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등 전북의 수산업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2017년 시·도별 어업 생산동향을 보면, 전국의 어업 생산금액이 7조4215억원인데 전북은 2724억원으로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전면 해수 유통으로 바다를 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북의 수산업이 약해진 것은 새만금 간척사업 때문으로, 갯벌과 연안은 물고기와 조개류의 서식처인데 이곳을 메우고 가두면서 어업이 망가진 것이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최윤 교수에 따르면 새만금방조제로 인해 연근해 회유어종의 회유로가 차단돼 참서대과·민어과 등 어종이 많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지난해 새만금에 대규모 재생에너지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정부가 주민의 의견을 듣도록 지난 1월 새만금재생에너지 민관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 계획은 해수 유통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것이다. 대규모 해수 유통을 위해 갑문·교량을 추가하면 새만금호 내부의 물흐름과 지형이 바뀌어 갯벌이 복원될 것이다. 따라서 해수 유통을 전제로 재생에너지 계획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만금방조제 외측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 민봉환(65)씨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플랑크톤이 풍부해 산란장을 형성하지만, 해수가 막혀서 방조제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도 산란장이 없어서 치어들의 먹이사슬이 끊겨 버렸다. 바다를 살리기 위해 해수를 유통해야 한다”고 말했다./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공원 일몰제 '위기의 숲' 어떻게 지키나
내년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산림 난개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개발 예정 부지에 있는 소나무가 입양 가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요.
부산대학교와 맞닿은 금정산 자락. 대규모 소나무 군락지가 들어서 '생태의 보고'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근린 공원으로 지정돼 그동안 개발이 제한돼 왔습니다.
하지만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내년 7월이면 이곳에도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됩니다. 부산대학교는 숲 만 6천여 제곱미터를 깎아 특수학교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100년도 더 된 소나무입니다. 이 일대에 건물이 들어서면 이 같은 노거수 100그루 가까이가 사라지게 됩니다. 소나무 곳곳에 리본이 붙어있습니다. 한 그루에 만원씩 기부하고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나무입니다. 시민들이 숲을 지키겠다는 일종의 캠페인입니다.
◀INT▶김지현 캠페인 참가자
"우려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자라나고 제 아이들이 자라는 곳인데.."
공원일몰제로 개발제한이 풀리는 구역은 금정산에서만 부산시민공원의 20배가 넘는 1000만제곱미터 이상. 부산시 전체로 보면 5배 이상인 5천만제곱미터에 달할 걸로 추정됩니다.
환경단체들은 공원일몰제로 도심 녹지가 급속히 사라질 것으로 우려합니다.
◀INT▶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소나무 노거수가 절대적으로 많이 발견된 곳이 바로 이곳, 부산대 뒷편입니다.. 값진 자산이고 부산시민이 영구히 보존해야 할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부산시는 핵심 녹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에 막혀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MBC news 현지호입니다.
세계 최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이대로 사라지나?
공룡 발자국 7천700여 개, 세계 최대…“양과 질에서 압도적”현장 출입 통제…촬영 방해까지…왜?개발이냐, 보존이냐…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 운명은?
전 세계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가장 많이 나오는 지층이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나라에 있는 ‘진주층’과 ‘진동층’입니다. 경남 남해와 진주, 경북 고령 등지에 있는 ‘진주층’에서는 천1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 공룡과 익룡 발자국 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9천만 년 전 지층인 ‘진동층’은 경남 마산과 고성 등에서 발견되는데, ‘공룡 엑스포’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이 대표적입니다.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된 상족암은 1982년 학술조사에서 2,000여 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세계 3대 공룡 유적지로 인정받았습니다.
경남 진주 혁신도시 조성 현장에서는 백악기 ‘진주층’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익룡 발자국이 발견돼 익룡 박물관이 세워지기도 했는데요, 이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작은(1㎝) 소형 육식공룡 랩터 공룡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개구리 발자국 화석,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마뱀 발자국 화석 등 공룡 발자국과 다양한 포유류 발자국 화석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습니다.
공룡 발자국 7천700 개, 세계 최대... 양과 질에서 압도적
경남 진주 정촌 뿌리산업단지 조성 공사장그런데 최근, 이를 뛰어넘는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가 발견됐습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업단지 조성공사장입니다. 지난해부터 발굴 조사를 하던 이곳 ‘진주층’에서는 발바닥의 무늬(지문)까지 선명한 초식공룡과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대량으로 발굴되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데요. 지층을 걷어낼수록 끝도 없이 많은 발자국이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의 공룡 발자국 개수는 7,716개로 보고됐습니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공룡발자국 밀집지는 볼리비아 수끄레 지역 깔 오르꼬 공원(약 5,000개)인데요, 진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개수만 해도 이를 넘기 때문에,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분명하고, 지층을 걷어내며 내려갈수록 앞으로도 더 많은 양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큽니다.현장을 둘러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임현수 교수는 “한국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이 나오는데, 해당 지역은 양적으로 세계 최대일 뿐 아니라, 굉장히 선명하게 발자국이 찍혀 있어 보존상태가 좋다”며 학술적으로 연구가치가 크기 때문에 현장 보존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시공사 측, 출입 통제... 촬영 방해까지... 왜?
뿌리산업단지 시행사 직원들이 취재진의 촬영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대규모 화석이 발견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문화재청에서 이곳을 현장 보존하지 않고, 복제와 발굴(이전)만 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추가로 많은 양의 발자국 화석이 나오면서 보존 가치가 커지자,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2월 현장 조사에 이어, 지난 4일에는 문화재 전문가 검토회의를 현장에서 열었는데요.당일, 문화재 전문가 검토회의를 취재하려던 취재진을 뿌리산업단지 시공사 측에서 막아섰습니다. 지난 2월 문화재청 현장 조사 당시에도 취재진 출입을 불허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취재진이 공사장 안에 출입하려던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 밖에서 현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촬영했을 뿐인데도 카메라를 막아서고 몸싸움을 하며 촬영을 방해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시민들을 대표해 현장을 찾은 진주 시의원까지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에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년 3월 준공 예정인 진주 뿌리산업단지는 현재까지 91필지 가운데 8필지, 8%밖에 분양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같이 저조한 분양률 때문에 입주대상 업종 완화까지 검토하는 어려움 속에, 해당 지역에서 세계적인 화석 밀집지가 나왔으니 산단 조성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뿌리산업단지 시행사는 진주시가 40%나 출자를 한 SPC(특수목적법인)입니다. 그런데 진주시조차도 해당 지역의 학술적 가치나 문화재청의 일정 등을 쉬쉬하고 관련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문화재청에서도 해당 구역이 지층이 갈라지는 현상이 있어 현장 보존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는가 하면, 언론 인터뷰도 거절하는 형편입니다. 모두들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가 자칫 전국적인 이슈가 될까봐 우려하는 모양새지요.개발이냐, 보존이냐…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 운명은?문화재청과 진주시, 뿌리산단 시공사 등이 모두 쉬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는 이대로 영영 사라지게 될까요?지난 4일 열린 전문가 검토회의 이후, 문화재청은 앞으로 해당 지역의 보존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회의를 열고, 마지막으로 문화재 위원회 회의까지 3단계를 거쳐 화석 밀집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됩니다.
지역에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가 그대로 원형 보존되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는데요. 역사진주시민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공룡발자국 화석지 원형보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9일)을 열고 현장 보존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9일, 진주시 시민단체 역사진주시민 모임 등이 ‘공룡발자국 화석 보존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역사진주시민모임 김중섭 대표(경상대 교수)는 “당장은 공장 몇 개를 덜 분양하게 되면서 손실이 생기겠지만, 그 손실액과 세계 최대 공룡발자국 발견 지역을 보전하면서 얻어갈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냐”며, "공룡엑스포를 통해 입장객 152만 명(2016년 기준)을 유치한 경남 고성과 우항리 공룡박물관을 가진 전남 해남에 못지않은 공룡 도시 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임현수 교수는 “전체 지역을 보존할 수 없더라도 작은 지역이라도 남겨놓는 것이 맞다. 현장에 있어야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고 의미 있고 중요한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세계적인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지의 운명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현장 보존이 아닌 일부 복제와 발굴(이전)로 결론이 날 경우, 세계 최대 규모 공룡 화석 산지는 9월까지 발굴조사를 마치고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최세진 기자cejine@kbs.co.kr
강원 산불 피해지 주택·도로변·관광지 중심 긴급복구 조림
항구복구는 내년부터 시행..산림청, 산불 피해지 조사·복구 착수
인제 산불 피해지 아리랑 3호 위성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연합뉴스]
(강릉=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산림청이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강릉, 인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피해지에 대해 주택과 도로변, 관광지를 중심으로 연내 긴급복구 조림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항구복구 계획에 따라 정밀 산림조사 후에 기후·토양 등 자연환경과 산림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복구 조림을 시행한다.
산림청은 10일 강원 산불 피해지에 대한 현장점검과 조사·복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원 산불로 집계된 산림 피해규모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위성영상(아리랑 3호) 분석결과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5개 시·군 합계 잠정 1천757ha로 집계됐다.
고성·속초 산불 피해지 아리랑 3호 위성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연합뉴스]
고성·속초가 700ha, 강릉·동해 714.8ha, 인제 342.2ha 등으로, 정확한 피해면적은 산림청 주관 현장조사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산림 분야 피해 현장조사는 오는 19일까지 10일간 진행하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등과 합동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위성영상 분석 자료와 드론을 활용해 과학적인 조사방법을 최대한 이용하고,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합동조사를 원칙으로 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자연재난 조사 및 복구 계획 수립지침'에 따라 피해액을 산출할 계획이다.
강릉·동해 산불 피해지 아리랑 3호 위성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연합뉴스]
산림 피해조사가 끝나면 전문가, 산주 등 이해관계자와 논의를 거쳐 구체적으로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산림 분야 복구는 응급복구와 항구복구로 구분해 시행할 방침이다.
응급복구는 재해대책비와 긴급벌채비를 활용해 연내 시행하며, 항구복구는 정밀조사와 지역 의견 등을 수렴해 추진한다.
응급복구는 주택지, 도로변 등 생활권과 관광지에 대해 긴급복구 조림을 시행한다. 집중호우에 따른 토양유실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산지사방 등을 통해 재해발생원인 제거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항구복구는 정밀 산림조사 후에 기후·토양 등 자연환경과 산림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복구 조림을 시행한다. 산사태 발생 우려지나 훼손된 계류지는 사방예산을 활용해 사방댐 조성과 산림유역관리사업을 실행하는 등 산림복원과 병행해 추진한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이날 고성, 강릉 산불 피해지를 방문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조사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어 강원도 동해안 산불방지센터와 강릉국유림관리소를 방문해 직원들과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을 격려했다.
김 청장은 "이번 강원 동해안 일원 산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있으면 면밀하게 분석해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산불 특수진화대 증원, 신속진화를 위한 산불 진화 헬기와 임도 확충 등 제도적인 보완으로 대형 산불 발생 때 조기 진화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예산 당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yej@yna.co.kr 4.10
“어휴, 수컷들이란” 아름답고 처절한 새들의 구애 전략···EBS 자연다큐 ‘수컷들’
25m 높이 나무 꼭대기에서 두 마리가 팀을 이뤄 노란 깃을 흔들며 춤을 추고(큰극락조), 자신의 몸길이보다 약 2.5배가 긴 눈썹 깃털을 이리저리 흔들며(기드림극락조), 꽃·열매·버섯 등 화려한 장식품을 가져와 정원을 꾸미기도 한다(정자새).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수컷’이라는 것.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한 수컷 조류들의 몸부림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고 고상하다.
뉴기니의 아루 섬에서 큰극락조가 25m 나무 꼭대기에서 노란 깃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EBS 제공
EBS가 생명의 번식욕구를 다룬 2부작 자연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EBS 1TV <다큐프라임> ‘수컷들’은 남미, 중미, 호주, 북유럽 등에서 서식하는 세계에서 가장 기이하고 독특한 13종의 조류를 통해 수컷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구애 전략을 담아냈다.
연출을 맡은 손승우 CP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프리스타일 이벤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다큐멘터리는 찰스 다윈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다른 수컷을 이기는 능력보다 암컷을 유혹하는 능력이 때로는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손 CP는 “성선택의 관점에서 수컷과 암컷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특히 조류는 가장 복잡하고 화려한 구애방식을 가진 동물로, 찰스 다윈 역시 성선택을 설명하며 조류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우리가 찾아낸 새들은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구애 행동을 한다. 날기 위한 생존전략까지 포기하는 새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 CP는 스웨덴의 목도리도요를 “가장 특이하고 복잡한 방식의 구애를 펼치는 새”로 꼽았다. 목도리도요의 수컷은 짝짓기 영역을 가진 ‘붙박이’와 그렇지 못한 ‘떠돌이’로 나뉜다. 짝짓기 영역에 들어가지 못한 수컷은 영원히 짝짓기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짝짓기 철이 되면 떠돌이들은 짝짓기 영역에 침투해 붙박이에게 맞는 역할을 자처한다. 붙박이들은 떠돌이를 때리며 암컷에게 어필하는데, 결국 이러한 싸움이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한 각자의 역할이 정해진 ‘한 편의 연극’이란 설명이다.
스웨덴의 목도리 도요새. 목도리도요는 짝짓기 영역을 가진 ‘붙박이’와 그렇지 못한 ‘떠돌이’ 수컷이 서로 때리고 맞는 역할극을 하며 암컷에게 구애한다. EBS 제공
‘수컷들’은 수컷들의 화려한 구애 장면에 ‘여자의 마음’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은 물론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과 같은 명곡을 곁들여 듣는 재미도 더할 예정이다. 여기에 배우 이혜영의 목소리 연기도 더했다. 이혜영은 “수없이 많은 자연 다큐를 봤지만 ‘수컷들’의 남다른 관찰과 수고, 기다림의 미학이 감동을 줬다”라고 내레이션 참여 소감을 밝혔다.
자연 다큐는 제작도 까다롭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다. 이번 다큐 제작을 위해 제작진은 1년6개월 동안 14회 해외촬영을 다녀왔으며, 약 1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손 CP는 “자연 다큐를 찍은 지 10년 정도 됐다. 자연 다큐의 인기가 점점 줄고 있지만, 최대한 재밌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종을 보는 재미가 가장 클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말하며 간담회를 마무리 했다. “새들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과 무척 닮았습니다. 프로그램을 다 보고나면 이런 말이 저절로 입밖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휴, 수컷들이란.” 방송은 오는 15~16일 오후 9시50분.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제주도 ‘녹지 훼손 태양광’ 규제 강화
원희룡 지사 “태양광 발전사업 빙자한 환경 파괴”
“‘노후 재테크’…개발행위 가능 지역만 대상으로”
환경단체 “한국 재생에너지 수준 견줘 지나친 대처”
농지, 임야 같은 녹지를 훼손하면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사업에 대해 제주도가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단체에선 “한국의 재생에너지 수준에 견줘 지나친 대처”라며 우려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0일 “재생에너지도 중요하지만 태양광 발전사업을 빙자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농지나 임야에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막고 건물 지붕이나 이미 개발된 곳에서만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송영훈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한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사업이 손쉽고 돈이 되는 ‘노후 재테크’가 돼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다. 사업지역도 초지나 임야, 농지가 90%를 넘는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송 의원은 “태양광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산지 훼손 방식은 옳지 않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쪽에서는 나무조림과 도시숲 사업을 추진하는데, 다른 쪽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농지를 태양광 발전시설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감귤나무를 베어낸 뒤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 허호준 기자
도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난립하자 지난 1월7일 전기사업 허가 이후 개발행위를 허가하던 방식에서 ‘개발행위 허가 뒤 전기사업 허가’로 인허가 순서를 바꿨다. 도 관계자는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은 불허하고, 개발행위 가능 지역만 대상으로 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겠다며 전기사업허가를 받은 면적은 현재 886만㎡에 이르는데, 도는 이 가운데 35%가량만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지나친 대처”라며 반발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녹지 훼손 우려는 이해하지만 임야와 초지를 구분해야 한다“며 “보존가치가 있고 산림이 울창한 곳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농지나 초지는 이를 훼손하지 않고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영농형 태양광’이 그런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탄 발전이 아직도 45%가 넘어 오이시디 최고 수준인데다 재생에너지가 4%도 안 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태양광 규제는 제대로 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고찰 없는 한가한 대처”라고 강조했다. 허호준 박기용 기자 hojoon@hani.co.kr
블랙홀, 마침내 베일 속 모습 드러내다
국제공동연구진 첫 관측 성공… “우주의 신비 밝히는 시작점” 평가
블랙홀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행성뿐 아니라, 빛조차 먹어 치워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우주의 무법자’ 블랙홀이 드디어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한 지 100여년 만에 인류 최초로 블랙홀을 관측한 것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 ‘M87’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65억배에 달한다. 블랙홀은 표면 중력이 엄청나게 큰 천체로, 블랙홀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탈출속도는 빛의 속도 보다 빨라야 한다. 그래서 빛 조차 블랙홀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해 항상 어둡게 보인다. ‘검은 구멍’이란 뜻의 영단어 블랙홀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HT프로젝트는 이렇게 어두운 블랙홀의 외부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관측하기 위해 2012년 시작됐다. 모든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은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블랙홀 경계지역(사건의 지평선)을 중심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기로 한 것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사람이 지평선 너머의 물체를 볼 수 없는 것처럼 블랙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측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블랙홀의 경계 지역’을 의미한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사건의 지평선’ 바깥을 지나는 빛을 휘게 만드는데, 이 빛들을 관측하면 블랙홀의 윤곽을 그릴 수 있다.
국제공동연구진은 이를 위해 미국ㆍ칠레ㆍ스페인ㆍ남극 등 전 세계에 곳곳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 구경이 지구만한 거대한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멀리 떨어져있는 전파망원경끼리 묶으면 더 먼 천체를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다. 블랙홀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파(파장이 긴 빛)를 같은 시각에 관찰해 해상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론상 지상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전파망원경의 규모는 지구 크기이다. 이렇게 만든 거대한 가상 망원경으로 우리 은하계 한가운데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블랙홀 ‘궁수자리A*(Sgr A*)’와 ‘M87’을 관찰해왔다. 이번 관측은 2017년 4월 5~14일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이 M87에서 나오는 1.3㎜ 파장대 전파를 동시에 관측ㆍ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각 전파망원경이 관측한 영상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ㆍ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의 슈퍼컴퓨터를 통해 최종 영상으로 변환됐다. 당초 이들은 2017년 4월쯤 첫 블랙홀 관측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남극에 있는 전파망원경(SPT)의 데이터 전달 문제로 2년 정도 늦춰졌다.
EHT에 참여 중인 8명의 한국인 과학자 중 한 명인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선임연구원은 “EHT 망원경의 해상도는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라며 “질량이 매우 크지만 우주에서 가장 작은 천체인 블랙홀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도 높은 해상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지구와 같은 질량의 블랙홀은 탁구공보다 지름이 작다. 천문연은 EHT 프로젝트에 참여한 200여명, 13개 기관 중 동아시아 국립천문학 연구기관연합인 동아시아천문대(EAO) 소속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그간 간접적으로 추정해 온 블랙홀의 존재를 인류가 관측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블랙홀은 빛을 먹어 치울 뿐 아니라, 반사시키지도 않아 관측이 어려웠다. 그간 과학자들은 X선ㆍ감마선 등 블랙홀이 내는 빛을 보고 블랙홀의 존재를 추측해왔다.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간 태양계에서만 증명됐던 상대성이론이 우주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며 “블랙홀에서도 물질이나 빛이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해 물리학계에 충격을 준 스티븐 호킹 박사의 ‘호킹 복사’ 이론을 검증하는 등 지금껏 알 수 없었던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공원일몰제 때 개발 가능한가요?" 공매 올라온 토지에 쏟아지는 관심
도시공원으로 지정됐다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방치된 땅들이 내년 7월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에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매입과 개발이 가능한지 묻는 투자자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서울시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매입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물건이 장기미집행시설이 맞는지, 내년에 실효가 되는 게 맞는지, 또 추후 개발이 가능한지 묻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매물건으로 나온 토지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토지주가 세금을 체납할 경우 지자체는 해당 토지를 압류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에 부칠 권리를 가진다. 최근 모 시민은 공매에 부쳐진 노원구 하계동 산12-17, 22 임야에 대한 실효일자 및 보상계획 등을 문의하기 위해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기도 했다.
서울시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오는 2020년 7월 1일이면 실효돼 개발이 가능해지지만,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현재 서울시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대부분은 지목이 임야 혹은 산지로 돼 있다. 임야나 산지의 경우 산지관리법이나 산림자원법 등에 의해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산지를 전용하기 위해선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서울시내 토지 대다수는 접도조건 등 개발행위허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토지의 대부분이 도시공원법상 공원이면서 산지관리법에 의한 산지, 보전산지, 준보전산지"라면서 "2020년 7월 공원에서 해제되더라도 다른 여러가지 공법상 제약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있는 토지들은 서울시가 이미 2002년부터 계속 보상해왔다"며 "올 한 해만 1조원가까이 예산을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보존해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도시공원일몰제 시행 전까지 개발 가능한 토지를 전부 매입하는 것이 시의 목표지만, 불가피하게 실효가 진행되는 토지들도 있을 수 있다. 시는 이 같은 토지들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행위허가 요청이 들어오는 토지는 '실효에 대비한 도시계획적 관리방안'을 만들어 관리할 것이다. 4월부터 관리기준을 만들기 시작했고 올 연말이나 실효 6개월 전까진 개략적 방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보상이 어려워 실효된 토지라도 중장기적으론 보상해 공원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난 2월 용산구가 고승덕 변호사 측 회사 소유의 이촌파출소 공원 땅 매입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높아지기 시작했다. 용산구가 부지 매입에 투입할 예산은 237억원으로 실제 땅 매입이 성사될 경우 고 변호사는 매입 12년 만에 매입가의 5.6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게 된다.
서울시는 2018년 4월 5일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 7월 일몰(실효)되는 도시공원 가운데 사유지 40.3㎢를 모두 매입한다고 밝혔다. 지방정부가 미집행된 도시공원의 사유지 전체를 사들이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해제되는 서울 시내 도시공원은 모두 116곳이다.
[사진 = 아주경제DB]
윤지은 ginajana@ajunews.com
외국인 투자 촉진하고 환경 보호에 10조 투입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 키워드
시장 활력, 민생 개선, 환경 보호, 대외 개방
중국은 해마다 3월이면 ‘양회(兩會)’라는 커다란 정치 행사가 열린다. 양회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최고 정책자문기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입법기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판 국회의사당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자문위원들과 대표 인사들이 모인다. 각 지역 대표들도 베이징으로 집결한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성장 목표와 다양한 정책 등을 제시한다. 한 해 중국 국정 운영의 전반적인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는 미·중 무역마찰과 경기하강 압박 등 대내외적 변화 속에서 치러지는 양회라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중국은 2019년을 건국 70주년이자 2020년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한 해로 정했다. 소강사회(小康社會)란 1987년 덩샤오핑이 밝힌 3단계 중국 경제발전 전략에 따라 의식주가 해결되는 중등생활 이상의 복지사회를 의미한다. 이 같은 추상적 의미에 더해 구체적으로 2010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2배 늘리겠다는 목표도 담겨 있다.
ⓒEPA 3월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이번 양회에서 중국의 GDP 경제성장률은 6.0~6.5%로 제시되었다. 지난해 목표치 6.5%보다 하향 조정되었으며, 구체적 수치가 아닌 구간으로 목표를 설정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지노선을 6.0%로 정했기에 그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적극 방어해나갈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번 양회의 주요 키워드는 크게 ‘시장 활력’ ‘민생 개선’ ‘환경 보호’ ‘대외 개방’으로 요약된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가장 급한 과제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5.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5.6%)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중국 주요 산업인 자동차, 스마트폰 등에서 생산 타격이 감지되고 있다. 소매판매 증가율도 8.2%로 하락세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1.5%로 중국 정부 목표치인 3.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번 양회에서는 감세 및 인프라 투자 등 대대적인 재정 확대 조치가 발표되었다. 정부는 올해 2조1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조업에서는 현행 16%인 부가가치세(增値稅)를 13%로 인하한다. 교통운수업과 건설업의 부가가치세율은 현행 10%에서 9%로 낮아진다.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규모를 전년보다 8000억 위안 늘려 경기활력 제고에 나선다. 시진핑 주석도 미·중 무역마찰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내 시장의 발전을 추진할 것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민생 문제도 양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다. 우선순위는 역시 ‘일자리’다. 중국은 올해 도시 신규 취업자의 목표를 1100만명 이상으로 설정했다. 목표치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용우선 정책’을 최우선 당면과제로 인식하고 거시정책으로 격상했다. 리커창 총리는 양회 폐막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농민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해 좋은 대우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증 질병에 대한 보험 기본료를 낮춘다는 방안도 언급했다. 리 총리는 지역별 맞춤 양로 및 탁아 서비스를 중점 개발해 사회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산화유황·질소산화물 배출량 3%로 낮춘다
환경 보호도 국가의 중점 사업으로 떠올랐다. 올해 양회에서는 ‘오염 방지’가 국가의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지난해 3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것보다 더욱 격상된 조치다. 올해 중앙재정에서 오염방지 예산이 600억 위안(약 10조 1232억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지난해 대비 48%나 증가했다. 이산화유황·질소산화물 배출량을 3%대로 낮춘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올해부터 자동차 제조업체에 ‘더블포인트 제도(雙積分:생산하는 자동차의 연료 소모량과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을 기준으로 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 화석연료 자동차를 생산하면 벌점을,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하면 가점을 준다)’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폐막일에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켜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투자정책이 심사 허가와 우대정책 위주였다면 이번 외상투자법에서는 ‘내외국인 동등대우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 산업 외에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도 확립되었다. 무엇보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정부 공직자가 행정적 수단을 이용해 강제로 기술 이전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규정까지 담겼다.
새롭게 발표된 외상투자법에 대한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중국 내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다수 중국 전문가들은 외상투자법이 건전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원 멍옌베이 교수는 ‘촉진’과 ‘보호’가 이번 외상투자법의 기조라며 앞으로 중국 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문에 대해서도 추후 법적 장치로 보장할 것이라 설명했다.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한원슈 부주임은 이번 조치가 외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중국은 헛된 약속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EPA 지난해 11월 스모그로 뒤덮인 베이징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시내 중심가를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중 무역마찰 속에서 미국을 의식해 너무 서두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외상투자법의 이행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며, 기술 강제이전 금지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새 법안을 환영하지만 법안의 조항이 일반적이며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상투자법 제35조의 “중국 정부가 국가 안전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외국인 투자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대목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이번 양회 이후 관련된 구체적 조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무원은 3월20일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위원회의를 열고 여객운수서비스 업종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기부금 지원 등 빈민구제 활동을 펼치는 기업에는 사실에 기초하여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오염 퇴치에 앞장서는 3자 기업(오염원을 발생시키는 곳과 계약을 맺고 오염 방지 및 통제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企業所得稅)을 종전보다 10%포인트 떨어진 15%로 낮추기로 했다. 기한은 2019년 1월1일부터 2021년 말까지다. 또한 국무원은 3월22일 올해 노동절 연휴가 하루에서 나흘로 변경되었음을 발표했다.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늘린 것이다.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미국 시스템을 뿌리째 뒤흔드는 ‘민주사회주의자’
“지금 대통령이 끔찍하긴 하지만, 트럼프는 훨씬 더 깊은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증상’일 뿐이다. 트럼프를 제거한다고 해서 그를 옹위하는 전체 집단의 기반을 허물지는 못한다. 트럼프를 지원하는 검은 돈, 그의 세력을 부추기는 온라인의 (극우적) 급진화, 그가 다시 살려내고 강화한 인종주의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가 국가다운 국가로서 치유되려면, 우리 모두가 이런 근본적 원인들에 제대로 대응하는 험한 길을 가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3월24일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공모한 증거가 없다”라고 결론짓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 의원(29)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와 같이 심경을 토로했다.
라틴계 여성인 코르테스 의원은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부른다. 지난해 6월 뉴욕주 민주당 후보 예비선거에서 10선의 거물 정치인 조지프 크롤리 의원을 꺾었다. 이후 할리우드 연예인급 인기를 몰고 다니는 코르테스 의원의 애칭은 이름의 앞 글자를 하나씩 딴 AOC. ‘라틴계 여성’이지만 ‘정체성의 정치’보다는 모든 집단을 아우르는 다수파 정치를 지향한다.
ⓒAP Photo
하원 의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현 시스템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회주의적 개혁 방안을 연거푸 쏟아냈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데다 고비용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모두를 위한 의료보장(Medicare for All)’으로 개편하고, 연소득 1000만 달러 이상의 부자에게는 70%의 한계세율(연소득 1300만 달러인 경우 1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300만 달러에 70%의 세율을 적용)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코르테스 의원의 정책 가운데 백미는 ‘그린 뉴딜’이다. 10년 내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에 대규모 공공자금을 투자해서 환경은 물론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하는 방안이다. 6조6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자금을 재정적자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이론적 기반으로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적극 주장하는 현대통화이론(MMT)을 제시했다. 현재 서방국가들의 학계와 언론계에서는 MMT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사회주의 정책들이 미국을 베네수엘라로 만들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했다. 코르테스 의원은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겁먹은 것 같다”라며,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개인주의적이고 SNS에 익숙한 신세대)는 민주사회주의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민주사회주의는 붉은 도깨비가 아니다. 현대 세계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증명되었으며 이미 시스템과 국가로 존재한다.” 그런 시스템 중 하나가 핀란드·캐나다·영국·한국 등에서 시행해온 ‘단일 의료보험 체계(하나의 공공기관이 모든 병원 및 시민에게 일괄적으로 보험계약을 제공)’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푸른독새기콩, 쥐이빨옥수수, 앉은뱅이밀의 맛을 아시나요
토종씨앗 운동 10년, 강산이 변하다
경기도 화성 길국분 할머니가 수확한 키큰수수.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 제공
전라남도 영광에 사는 최영식(63)씨는 집에 딸린 15평 텃밭에 농사짓는 농부다. 최씨는 2008년 퇴직한 뒤 농부가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지었고, 직장생활 하면서 퇴직하면 작은 밭을 갖는 게 꿈이었다. 그의 텃밭 특징은 작은 평수에 여러 과채류가 오손도손 모여 있다는 것. 이렇게 된 건 최씨가 토종씨앗의 다양함에 이끌려서다.
두부콩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토종씨앗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에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다. “터미네이터라는 게 있는데요, 그게 식물에서 받은 종자는 싹을 못 틔우게 종자회사에서 유전자조작을 하는 거라고 하대요. 생명체 갖고 장난치는 게 아주 분하더라고요.” 다큐멘터리를 본 뒤 그간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했다. 천생 농사꾼이던 그는 종묘사에서 모종이나 씨를 사면 씨를 받아서 다음해에 심었다. 그런데 발아가 된 오이가 죽어버리거나 실컷 다 커서는 열매를 맺지 못했다. 배추를 심으면 잡종 풀같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는 토종씨앗을 심고 나서는 진짜 농부가 된 기분이다. 옛말에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씨주머니를 베고 죽는다”고 했다. “안 쓰는 씨앗도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그렇게 하면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상추·찰옥수수·콩·들깨·고추·곰취를 텃밭이 넘치게 아기자기하게 심었다. 토종씨앗으로 키운 상추, 찰옥수수를 먹어보면 “쌉쌀한 것이 옛날에 먹던 맛이 난다. 맛 유전자가 살아 있는 것 같다”.
최씨는 2013년부터 해마다 언니네텃밭(www.sistersgarden.org)에서 토종씨앗을 분양받는다. 전국여성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소비자 직거래 사이트인 언니네텃밭은 토종씨앗 지킴이 운동 ‘만원의 행복’을 2008년부터 해왔다. 만원을 입금하고 씨앗을 신청하면 4월 토종씨앗 4가지 중 3가지를 무작위로 발송해준다. 올해는 수수·대파·어금니동부·흰당근 씨앗을 보낸다. 2018년에는 노랑팝콘옥수수·부상추·아주까리밤콩·검정넝쿨콩, 2017년에는 메밀·푸른독새기콩·강낭콩·쥐이빨옥수수, 2016년에는 부상추·토종호랑이콩·토종찰옥수수·오리알태콩을 나눴다.
종묘상이나 마트의 씨앗들과 달리 토종씨앗들은 고향이 있다. 노랑팝콘옥수수·쥐이빨옥수수·토종찰옥수수는 강원도 횡성에서 왔다. 언니네텃밭에 꾸러미(농촌 직거래 택배 서비스)를 공급하는 횡성군 오산공동체의 한영미씨는 여성농업인센터(강원도 횡성 소재) 소장이다. 오랫동안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해왔다.
한 소장은 ‘GMO반대 생명운동연대’ 활동이 토종씨앗을 찾는 계기가 되었단다. 대기업의 두부에 GMO 콩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루어진 연대 활동이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어딨지? 예전부터 한국에서 두부를 만들던 콩은 어디로 간 거지?” 이런 의문에 답을 찾으면서다.
여성농업인센터 한영미 소장이 횡성의 토종씨앗틀 앞에 서 있다. 구둘래 기자
농가 방마다 보물처럼 숨겨진 씨앗들
당시 몇몇 마을에서 운동의 싹이 자라고 있었지만 토종씨앗이란 것 자체가 낯선 시대였다. 강원도 원주의 신림농협에서는 토종씨앗으로 기른 농산물을 수확해 전시장에 가져갔더니 모두 외국에서 온 작물이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진다. 난생처음 보는 작물이어서다.
당시 정부도 씨앗 비상이 걸렸다.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이 발효되고 유예기간을 거쳐 2012년에 발효되었다. “씨앗의 근거를 남기는 게 시급했죠. 실태조사를 하는 대로 등록하고 기록을 남겼죠.”(한 소장) 종자회사들의 유전자조작과 이 기업들에 줘야 하는 엄청난 종잣값도 알려졌다. 청양고추 같은 한국산 씨를 보유한 종자회사가 외국에 팔리면서 로열티를 물어야 하는 일도 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에는 아무것도 안 남아 있을 줄 알았어요.”(한 소장) 그런데 뜻밖이었다. 농가의 방마다 보물이 숨어 있었다. 조사단이 가가호호 방문하자 어르신들이 씨앗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2009년에서 2015년까지 횡성군 ‘재래종 씨앗 보유 실태조사’를 벌여 토종 작물 84종 403가지 씨앗을 찾아냈다. 그렇게 10년 동안 한국 농업은 ‘씨앗’을 모태로 훌쩍 자랐다. ‘씨앗혁명’이었다.
토종앉은뱅이밀의 발견과 전파는 10년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재래종 밀은 수입 밀의 수익성·채산성에 밀려서 사라졌다는 게 정설이었다. 농과학자 안완식 박사가 1997년 남해에서 이 밀로 농사짓는 것을 관찰한 이래, 전혀 보고가 없었다. 이 밀은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다. 농학자 노먼 볼로그는 개발도상국의 굶주림을 해결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그가 국제밀연구소에서 ‘소노라’라는 품종을 개량한 것이 ‘녹색혁명’의 바탕이 되었다. 이 소노라 품종이 토종앉은뱅이밀을 개량한 것이었다. 정작 한국에서는 사라질 위기에 부닥쳤다. 2012년 경남 진주시 금곡면에서 3대째 정미소를 운영하는 집안에서 오랫동안 이 밀을 재배해온 것이 알려졌다. 정미소 백관실 대표는 그렇게 오랫동안 씨앗을 밑지지(잃지) 않았던 이유를 병충해에 강한 것과 함께 경제성이라고 단언한다(<토종곡식>, 백승우·김석기 공저). 이 토종 밀은 함양, 하동 등으로까지 재배지를 넓혔다.
제일 좋은 것으로 때를 놓치지 않고
모든 삶이 낱낱이 드러나 새로운 것이라곤 없을 것 같은 시대에도 여전히 ‘씨의 발견’은 계속된다. 변현단 토종씨드림(http://cafe.daum.net/seedream) 대표는 지금 전남 순천을 돌며 씨앗을 수집한다. “얼마 전 방문한 농가에 못 보던 무가 있더라. 씨를 갖고 있는 할머니가 시래기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다른 것에 비해 너무너무 맛있다고 한다.”
토종씨드림은 씨를 찾고 서로 나누고 길러본 뒤 기록을 남기는 단체다. 이 단체도 올해 2월 10주년 행사를 했다. 변 대표는 씨를 찾아 전국을 누비다가 새로운 씨를 발견하면 그동안의 노고를 다 잊는다. 2016년과 2017년 경기도 화성 토종씨앗 보유 현황 조사에서는 242농가에서 73가지 작물의 270개 품종 602점의 씨앗을 수집했다. 달갓과 갓무라는 생전 처음 보는 채소 씨도 얻을 수 있었다. 달갓은 갓 종류인데 그렇게 쓰지 않고, 갓무는 화성의 염전 지대 사람들이 김치로 즐겨 담가 먹 는다.
토종씨앗의 주역은 할머니다. 한영미 소장은 씨앗을 내준 분의 90%가 할머니였다고 한다. 김은숙(47)씨는 언니네텃밭 횡성공동체에서 채종포를 맡고 있다. 채종포는 내년 농사를 위해서 씨앗을 받는 밭이다. 김씨가 맡고 있지만 채종은 주로 시어머니 강종석(75) 할머니가 한다. “씨앗은 좋은 것으로 골라야 한다. 옥수수알을 만져 단단한 것을 고른다. 참깨는 먼저 턴 것을 남겨둔다. 파는 겨울을 나서 대가 올라와야 꽃이 피고 씨를 받을 수 있다. 그걸 기다려야 한다.” 해를 걸러 밑져서는 안 되거니와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 된다. 가장 좋은 씨를 내기 위해서 절기에 맞춰 심어야 한다. 씨를 내는 기술도, 김씨가 보기에는 그저 놀랍다. “어머니가 치질(키질)을 하면 지저분한 게 밖으로 나가요. 가벼운 것만 나가는 게 아니라 무거운 돌도 밖으로 나갑니다. 씨만 남죠. 엄청 신기해요. 그런데 제가 하면 씨가 치(키) 안에 남아나는 게 없어요.”
시집와서야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김씨는 시어머니가 고되게 일하는 것을 보고 계산기를 두들겨본 뒤 작물을 단일화했다. 사람 사서 쓰기도 좋고 팔 곳도 찾기 쉽다. 농약 치면 땡이니 일도 없이 편하다. 2천 평을 이렇게 짓는데, 토종씨앗·유기농으로 짓는 텃밭 300평은 이보다 일이 많다. “천연 농약 만들고, 섞어짓기·이어짓기 하고, 제초제 못 쓰니 풀 뽑아야 돼서”다.
어느 편이든 채산성은 어김없다. “찰옥수수도 우리 먹을 것만 짓는다. 조그맣고 찰지다. 옥수수는 줄기 한 대에 하나만 달리지만 찰옥수수는 한 대에 네 개씩 달리니까 조그매도 많이 먹을 수가 있다. 하지만 팔 데가 없어서 크게 지을 수가 없다. 마트에 내놔도 누가 사가겠는가.” 김씨는 빠르게 셈을 해나갔다. 400평에 4월부터 7월까지 심는 거니 한 달에 100만원꼴을 벌려면 하나에 400원에는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사는 데가 없다는 것이다. 찰옥수수는 병충해에 강하고 맛있고 경제적이다. 토종씨앗의 약점은 씨앗 자체의 경쟁력이 아니라 시장경제에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 점점 열리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 살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맞춤
변현단 대표는 ‘아산제터먹이’처럼 토종씨에서 얻은 식재료를 가공한 식품을 소비자 식탁까지 올리는 형태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건강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들 시켜 먹잖아요.”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협동조합 형태로, 소비자들까지 편입하는 선순환의 방식으로. 이 모든 것은 토종의 다양함 때문이다. 앞서 변 대표는 “절대 ‘토종고추’라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풍각초, 칠성초, 앉은뱅이고추, 칼초… 골라 먹을 수 있는 게 이렇게 많다.
마트 가면 한 종류지만 토종은 10가지
텃밭·화분에 뭐 심을까
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에게 텃밭에 지금 무엇을 심으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4월5일 한식 전후 모종을 내서 4월 하순부터 5월 어린이날(중부) 심는 것이 보통이다.
작은잎아욱 보통 볼 수 있는 아욱보다도 잎이 작다. 4월에 씨를 받으면 잎이 나는 것을 계속 따먹어 서리가 내릴 때까지 먹을 수 있다. 된장과 함께 먹으면 좋다. 위장에 좋다.
조선부추 부추는 다년생이라 베어서 먹으며 다음해에 또 난다. 마트에 있는 부추는 대부분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다. 맛과 향도 떨어진다. 조선부추는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빨리 세지 않는다. 맛과 향이란 약성과 연결되는 것이다. 간이 나쁜 이들에게 좋다. 조선파 개량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고 향이 강하다. 양념거리로 더할 나위 없다. 몇 조각을 내서 넣어도 감칠맛이 난다. 웬만한 추위는 견디기 때문에 겨울을 나고 다음해 또 먹을 수 있다. 칠성초 고추는 토종씨앗 10종이 있다. 사서 먹는 고추는 다 비슷하지만 토종 고추는 맛도 향도 다 다르다. 칠성초는 매우면서도 단맛이 강하다. 고춧가루 내기에는 음성 재래고추가 좋다.
괴산 찰토마토 쉽게 재배해서 먹을 수 있다. 잘 터지지 않는다. 원래 토마토에는 신맛이 있다. 신맛, 단맛, 찰기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맛있다. 토종을 먹으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진안 토마토는 노란색을 띤 큰 토마토다. 이것 또한 맛있다.
키작은강낭콩 전라도에서는 동부라고 한다. 7월에 따고 그대로 또 심어서 먹을 수 있어 ‘두벌콩’이라고도 한다. 지금 뿌려 7월에 수확해서는 풋것으로 먹을 수 있다. 꼬투리 벗겨 밥에 넣어 먹고, 반찬해 먹고, 간장조림해서 먹는다. 일 년 내내 먹는 콩 중 가장 먼저 먹는 콩이다. 빨간색, 검정색, 알록달록한 것들이 있는데 모두 맛 차이가 있으니 자기에게 맛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 한겨레21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이명박 살리고픈 조선일보의 '악마의 편집'
[삽질의 종말 16] 충남연구원 이상진-김영일 박사의 4대강 언론보도 5종 팩트체크
▲ 지난 1월 24일자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보 설치 후 좋아진 지표'는 처음부터 평가 항목서 뺐다" - <조선일보> 2월 23일자 기사
"보 때문에 녹조 생겼다는 것은 거짓말... 세종보 개방한 뒤 수질 악화" - <한국경제> 2월 27일자 기사
"엉터리 분석으로 '洑해체 결정' 무책임한 것 아닌가" - <서울경제> 3월 13일자 사설
"금강 보 열고 난 뒤 '수질악화' 증명됐다" - <문화일보> 3월 15일자 기사
최근 일부 언론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린 구세주였다. 이들은 '과학적 조사 분석'에 따른 숫자를 들이밀고 지난 한 달간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조사위)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의 근거로 제시한 디테일한 숫자 속에 악마가 숨어있다. '악마의 편집'은 이래서 가능했다.
<오마이뉴스>는 2011년부터 충청남도, 세종특별자치시와 함께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물 환경을 모니터링해왔던 충남연구원 이상진 박사(공간환경연구실 수석연구위원), 김영일 박사(물환경연구센터 연구위원)를 최근 만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비판 내용에 대한 반박을 들었다. 일부 언론이 구사하는 '악마의 편집'에 속지 않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악마의 편집 1] 보 설치 후 좋아진 지표만 활용?
<조선>은 1월 24일자 "4대강 사업 후 금강 수질 좋아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면서 일찌감치 포문을 열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인 '환경공학과학' 1월호에 게재한 논문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환경단체들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4대강 부역자 S급(스페셜급)' 명단에 올랐던 인물이다.
▲ 박석순 교수 논문 갈무리 ⓒ 박석순
위의 표는 이 기사에서 "수질 악화 등을 이유로 4대 강 보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연구 결과"라고 언급한 박 교수 논문 내용이다. 이 기사는 위의 표 등을 포함한 논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4대 강 사업 전인 2009년과 사업 후인 2013년 금강 하류의 수질을 비교한 결과 수질 평가 지표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38%,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27.8%, 총인(TP) 58.2%, 클로로필a(ChI-a) 47.6%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표에 있는 숫자는 4대강사업에 대한 몇 퍼센트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일까? 이 논문은 사실상 수질 개선 효과의 원인을 4대강에 설치한 보에서 찾고 있지만, 이상진 박사는 "해수욕장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의 여름철과 겨울철 방류수 수질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수 유입 조건이 다르다. 가령 2009년은 하폐수처리장에 고도처리시설이 도입되기 전이다. 이 시기에 하수도법 및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현 물환경보전법)이 개정됐다. 하폐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 기준이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금강으로 유입되는 주요 지류 하천인 갑천과 미호천의 수질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또한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약 8300억 원을 투자하여 금강 유역의 수질 개선을 위해 하폐수처리장에 총인처리시설을 확충했다. 따라서 금강의 수질이 일부 개선된 것은 4대강 보를 건설했기 때문이 아니라 환경기초시설의 방류수 수질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만약 보가 없었다면 금강의 수질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졌을 것이다."
충남연구원은 금강의 대청댐 하류 12개 지점에 대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연도별 평균 수질 데이터를 제시했다. 박 교수가 특정 지역의 '나무'만을 편집해서 보여줬다면, 이 데이터는 전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숲'에 해당한다. 박 교수가 잘라낸 데이터를 온전히 복원한 아래 표를 한번 살펴보시기 바란다.
▲ 대청댐 하류 12개 지점에 대한 2003~2018년 평균 수질 데이터 ⓒ 충남연구원
박 교수는 2013년을 4대강 사업의 완공 시점으로 보고 2009년에 비해 4개 항목의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금강 유역의 수질 개선을 위해 하폐수처리장에 총인처리시설을 확충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대부분의 지표가 하락하기 시작해 2013년에 최저치를 찍었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의 효과를 강조하려고 이 시점을 기준점으로 잡았다.
하지만 그 뒤에도 하폐수처리장은 돌아갔으나 모든 지표가 오르기 시작했다. 수문을 계속 닫아두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2009년 시점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박 교수의 논문은 2019년 초에 발표됐다. 그가 4대강사업의 효과를 내세우려 했다면 2013년 이후 3~4년간의 데이터도 제대로 반영했어야 했다.
김 박사는 위의 표를 제시하면서 "하폐수처리장의 총인처리시설 확충으로 방류수 수질이 개선되면서 금강의 주요 지류 하천인 갑천과 미호천의 수질도 크게 개선되어 금강의 T-P 농도가 2013년까지 급격히 감소되었다가 보의 수문을 닫아두었던 2017년까지는 오히려 T-P 농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의 물은 얼마나 더 맑아졌을까? 김 박사는 박 교수의 논문에서 완전 편집당한 금강으로 유입되는 주요 지류 하천인 갑천과 미호천에 위치한 주요 하폐수처리장 방류수의 연평균 T-P 농도 변화 추이를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표를 제시했다.
▲ 주요 하폐수처리장 방류수의 연평균 T-P농도 변화 추이 ⓒ 충남연구원
먼저 제시한 표와 위의 표에 나온 T-P 농도를 비교해보면 금강 수질이 잠깐이나마 나아졌던 이유가 명확해진다. 위의 표에서 보면 2012년에 하수처리장과 폐수처리장에서 방류하는 T-P 농도가 확연하게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제시한 표에도 2012년의 수치를 보면 전해년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결국 박 교수가 주장하는 4대강사업 효과는 사실상 국민들이 매년 하·폐수처리장의 유지관리 비용으로 내는 세금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악마의 편집 2] 수질과 수체의 차이점
▲ 금강의 시커먼 펄 속에는 붉은 깔따구가 산다. 환경부가 공식 지정한 최악의 수질지표종이다. ⓒ 정대희
최근 논란이 되는 건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 보 개방 이후의 수질에 대해서다. 이 박사는 "수질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는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수체의 건강성 개념을 설명했다.
"수질을 측정할 때는 지표수의 한 지점을 선택해서 한다. 이것으로 강의 건강성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하천의 수질 조사항목은 매우 많은데, 이중 특정지점에서 나온 한 두 개의 데이터가 좋아졌다고 수질이 개선됐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 속의 많은 오염원 중 질소화합물 농도만 옅어졌다는 것으로 공기질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금강이라는 전체 공간에 대한 건강성을 확인하려면 수체, 즉 수질과 퇴적물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4대강 사업 후에는 보에 갇혀서 수체의 건강성이 나빠졌고, 보를 개방한 뒤에는 수체의 건강성이 좋아졌다."
다음은 충남연구원이 하천 수질과 퇴적물을 고려한 수체의 건강성을 분석한 데이터이다.
▲ 하천 수질과 퇴적물을 고려한 수체의 건강성 분석 데이터 (주) N.D. : Not Detected(불검출) ⓒ 충남연구원
이 박사는 "수질은 퇴적물과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하천 바닥의 용존산소 농도변화에 따라 퇴적물에서 오염물질이 녹아 나오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퇴적물의 상태에 따라 수질의 상태도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수질변화 정도만 체크하는 것보다 퇴적물을 고려한 수체의 건강성을 분석하는 게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이 박사의 말처럼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퇴적물의 경우, 위의 표를 보면 2013년부터 대체로 증가 추세였다. 2017년에 일부 수문 개방 이후 감소됐다가, 2018년에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수질을 악화시킬 하나의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공주보와 백제보의 경우는 2018년 세종보에 비해 수문을 개방한 일수가 적기에 퇴적물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4대강 사업 전과 후의 수체 건강성에 보가 미친 영향을 알기 위한 분석 방법으로 '자정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정 기간 수질의 평균치만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유하시간별 상류 지점에서 하류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물의 상태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보가 막혔을 때와 열렸을 때의 수질정화 효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악마의 편집 3] 금강 보 열고 난 뒤 '수질 악화' 증명됐다?
▲ <문화일보> 3월 15일자 기사 ⓒ 문화일보
<문화>는 3월 15일자 "금강 보 열고 난 뒤 '수질악화' 증명됐다"는 기사에서 "충남 금강의 3개 보(洑) 중 세종보와 공주보가 보를 개방한 후 수질이 더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의 '과학적 분석'에 따른 것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한국경제>도 2월 27일자 "보 때문에 녹조 생겼다는 것은 거짓말... 세종보 개방한 뒤 수질 악화"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역시 박석순 교수의 인터뷰 기사였다.
이 기사들이 인용한 박석순 교수의 분석에도 역시 두 가지의 '악마의 편집' 기술이 동원됐다. 첫 번째는 자기들이 주장하는 결론에 유리한 특정 기간만을 비교한 것이고, 불리한 기간은 뺀 것이다.
<문화>는 박 교수가 "금강 3개 보 상류 지점의 수질(국가측정망 활용)에 대해 보 개방 전인 2015년 전반부(1∼6월)·2016년 후반부(7∼12월)와 보 개방 후인 2018년을 비교했을 때 세종보와 공주보는 대부분 항목에서 수질이 더 나빠졌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문화>는 또 "박 교수는 2015년 전반부와 2016년 후반부를 합친 1년과 2018년을 비교한 것은 2015년 8월에서 2016년 7월까지 금강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면서 "가뭄이 발생하면 수질 상태가 악화해 가뭄이 없던 2018년과 객관적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한 번 따져보자. 우선 아래 표를 보기 바란다.
환경부가 제시한 '보 건설 전?후 완전 개방기간 동안 금강수계 보별 일반수질 농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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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 건설 전·후 완전 개방기간 동안 금강수계 보별 일반수질 농도 비교 ⓒ 환경부
김 박사의 해설에 따르면 세종보는 보 개방 전(2013년∼2016년) 평균 수질과 개방 후 수질이 COD와 SS(부유물질) 농도는 각각 1.4%, 7.2% 감소한 반면, T-N(총 질소)과 T-P 농도는 각각 10.2%, 7.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N과 T-P 농도는 보 개방으로 인한 퇴적물 등의 재부유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질농도가 증가한 영향인 것으로 해석하였다.
공주보는 개방기간별로 수질농도 변화가 달랐는데, 2018년 상반기(3.20~8.26)에는 상류의 세종보 개방으로 인해 퇴적물 등이 하류인 공주보로 이동함에 따라 모든 수질항목의 농도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T-P와 SS농도는 각각 80.8%, 158.2%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문을 개방한 2018년 하반기(10.1~11.4)에는 상반기와는 반대로 물 환경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되면서 T-N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의 수질농도가 유사하거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제보는 보 개방 전(2013년∼2016년) 평균 수질과 개방 후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T-N항목을 제외하고 모든 항목에서 수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박 교수는 위의 기사에서 2018년에는 가뭄이 없었기에 2015년 8월에서 2016년 7월까지를 분석에서 뺐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여름철(6~8월)에는 장마 전후 8월 중반까지 매우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었다"면서 "기상청이 분석한 표준강수 지수(SPI1)에서도 2018년 8월 금강유역에서 심한 가뭄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악마의 편집 4] 수문개방 이후 녹조가 늘어났다?
▲ <한국경제> 2월 27일자 기사 ⓒ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2월 27일자 보도에서 "4대강 보(洑) 때문에 녹조가 생긴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금강 세종보는 보를 완전히 개방하니 오히려 녹조량이 늘더군요"라는 박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문화>도 3월 15일자 보도에서 박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상시 개방한 금강 세종보는 오히려 녹조생물 남조류가 기존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며 "수문을 열어 수량이 줄어들면 수온이 급증하면서 오염물질이 농축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우선 녹조가 발생하려면 4개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햇빛, 수온, 유속, 영양염류이다. 이 박사는 "이중 햇빛과 수온은 자연조건이고 유속과 영양염류는 사람의 노력에 의해 조절 가능한 조건"이라면서 "금강에 하폐수처리장의 총인처리시설 설치로 T-P농도는 절반 이상 줄였는데, 보에 의해 유속이 떨어지니 녹조가 더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위에 인용된 기사를 보면 마치 금강의 보 개방 이후에 녹조가 더 많이 창궐하는 것으로 오독할 수 있다. 하지만 충남연구원이 제시한 아래 데이터를 보자.
충남연구원이 제시한 녹조 발령 상황.
▲ 충남연구원이 제시한 녹조 발령 상황 ⓒ 충남연구원
김 박사는 "하폐수처리장의 총인처리시설이 확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는 2016년을 제외하면 조류 발생 관심이상 발령일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발령 시기도 빨라지고 발령 기간도 길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2017년에는 무려 8개월 동안 119일에 걸쳐 관심 이상 발령을 내렸는데, 2018년 수문 부분 개방을 했더니 59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악마의 편집 5] 보 해체하면 농업용수 부족? 홍수 위험?
▲ 공주보 수문개방으로 농업용수 부족, 지하수 고갈, 보 철거반대 등 공주보와 시내에는 300여장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 김종술
최근 공주지역 곳곳에 '공주보 철거 절대 반대'라는 현수막이 도배됐다. 이런 구호를 내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결사반대투쟁위는 농업용수 부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서도 편집된 조각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다. 주변 농경지보다 강물은 아래에 있고, 물에서 위로 흘러 주변에 지하수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선 이 박사는 "금강 지역의 농업용수는 부족하지 않다"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었다.
"최근 3년(2016년~2018년) 갈수기(4월~6월) 기준으로 공주, 부여 지역의 금강에는 평균 초당 70톤의 물이 흘러간다. 금강 하류 전북지역을 제외하고 금강 공주와 부여지역 등에서는 농업시기에 용수로 평균 7톤 정도를 쓴다.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금강의 물은 10% 정도이다.
그런데 농업용수는 60%가 지표수나 지하수 형태로 다시 금강으로 돌아온다. 물론 도수관을 통해 보령댐과 예당호로 보내는 물도 있다. 그 물은 최대 3.9톤 정도이다. 금강 물이 아주 가물 때에는 초당 25톤 정도가 흘러가는 데 두 개를 합쳐도 7톤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도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에도 금강 물은 마른 적이 없다."
그는 "매우 극한 가뭄을 대비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이처럼 극한 가뭄 때에는 대청호의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고갈 논란에 대해서도 "수문이 열렸을 때의 하천수위보다 주변 지하수위가 떨어진다면 양수량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의 지하수는 강과 하천으로 모인다. 하천이 주변 지하 수위보다 위에 있다면 물이 양쪽으로 이동하지만, 강은 주변보다 아래에 있다. 결국 보충되는 속도보다 과다하게 뽑아 쓰면 지하수위가 내려가는 것이다."
그는 보를 해체하면 홍수 때 위험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말로 일축했다.
"홍수의 위험성은 제방과 수위의 차이가 작을수록 증가한다. 바닥을 준설하면 홍수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은 맞지만, 보 때문에 줄어든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보가 닫혀 있거나 열려있다 해도 수위차가 적어져 홍수 위험은 기본적으로 증가한다."
▲ 지난 8월 굳게 닫힌 백제보에 녹조가 창궐한 모습이다. ⓒ 김종술
얼마 전까지만 해도 4대강 사업은 실패한 국가 정책의 대명사였다. '제2의 4대강 사업 될 것'이라는 표현이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자유한국당은 4대강 보를 일부 해체하는 것에 대해서 "문명 파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악마의 편집'에 가까운 한 학자의 논문을 인용하며 이에 가세하고 있다.
10여년 전 '녹색 뉴딜'과 '국운 융성' 등의 구호를 내걸었을 때와 흡사하다. 당시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했고, 이번에는 '악마의 편집'을 동원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목적은 같다. 10년 전에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지금은 자기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삽질'을 문명으로 추앙하면서 '녹조라떼 4대강'을 자손 대대로 물려줘도 될까? /오마이뉴스
미세먼지 가득한 도시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자
배출량 중심에서 지역별 농도 기여도 기반으로 전환해야
기상·기후환경과 도시계획 함께 고려한 종합대책 필요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 계획 차원에서 바람길을 확보해 신선하고 찬공기를 도시로 끌어들이자는 제안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원장 강현수)이 국토환경·자연연구본부 출범을 기념해 ‘신선한 바람을 도시로 끌어들이자’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토환경·자연연구본부는 국토·환경, 국가방재, 수자원·하천 분야의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됐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국토환경, 수자원, 에너지, 해안해양, 산지·산촌)을 포함해 총 11건의 과제를 수행 중이다. 국토환경·자원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국토·지여계획을 수립하고 특히 미세먼지 걱정 없는 국토공간 조성을 위한 종합적 국토계획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국토 분야에서 환경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래 국토에 대해 원하는 바를 조사했더니 가장 첫 번째가 ‘깨끗한 국토’, 두 번째가 ‘안전한 국토’라는 답변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시대가, 국민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한 강 원장은 “국토부 측면에서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다”며 “수송 분야의 효율을 높이고 건물 에너지를 전환하며, 도시 형태를 바꿔서 바람길을 만들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길을 조성하면 막대한 양의 신선한 공기를 도시에 불어넣어 미세먼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
모든 화력발전 없애면 미세먼지 2% 감축
첫 번째 발제자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주현수 선임연구위원은 미세먼지 국내외 기여율 산정 방법론에 대한 이견을 제시했다. 주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산정하는 방식에 따르면 국내 35%, 국외 65%인데, 국내와 국내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교차범위를 산정하면 국내 18%, 국외 42%, 국내외 교차 40%로 바뀐다”며 “어떤 방식으로 기여도를 산정하느냐에 따라 정책적 시사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선임연구위원은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노후 석탄화력발전 10기를 중단시켜도 0.05%에 불과하며, LNG 전환도 마찬가지다”라며 “비현실적인 가정이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을 중단시키면 2%밖에 줄이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 선임연구위원은 “그렇다고 화력발전을 없앨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만으로는 국민이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저감수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인공강우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 역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인공강우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 선임연구위원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발생 메커니즘 유형에 따른 차별화 대책을 적용하고 효과에 비해 고비용, 고불편을 초래하는 정책을 지양하며 인공강우, 야외 공기정화기, 터널 플라즈마 기술 등은 면밀한 추가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주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배출량 감축정책만으로는 미세먼지 농도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배출량 기반의 대책에서 지역에 특화된 부문별 농도 기여도 기반의 대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현수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해도, 미세먼지를 2%밖에 줄이지 못한다.
한국은 선언적 규정만 존재
국토연구원 박종순 책임연구원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바람길 도입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독일은 연방건축법에 바람길 조성과 활용에 관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찬바람 생성지역의 보호, 생성된 찬바람이 도시로 원활하게 유입할 수 있는 토지이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남부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슈트르가르트는 높은 협곡에 위치한 분지 지형의 도시로, 바람이 적어(평균 풍송 2m/sec) 대기오염이 정체된 곳이다. 1970년대 바람길을 조성하면서 시간마다 1억9000㎥의 신선한 공기를 도심부에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도심 인근 구릉부의 신규 건축을 금지했고, 도시 중심부 통풍길 지역의 건축물은 5층 이하, 건물 간격 최소 3m 이상으로 규제했다. 또한 바람길인 대도로, 소공원은 100m 폭을 확보했고 산림에도 바람통로를 조성했으며, 큰 나무를 밀도 있게 심어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고이는 ‘공기댐’을 만들어 강한 공기의 흐름을 확산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기상·기후환경과 도시계획을 함께 고려해야 바람길의 공간적 적용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국내 관련 법령을 보면 선언적 의미로 권고하고 있을 뿐, 구체성이 부족해 바람길을 적용한 도시계획이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슈투트가르트 Climate Analysis map 출처: 도시와 건축여행
아울러 그는 “국토계획평가 중 환경성 검토 항목에 바람길을 추가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개발사업에 광역 및 도시 차원, 도시 내 바람길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목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 뛰어나
경북대학교 엄정희 교수는 산줄기를 활용한 바람길 조성에 대해 발표했다.엄 교수는 바람길에 대해 “도시 외곽의 차가운 공기를 도시로 끌어들여 정체된 공기를 정화하는 것”이라며 “찬공기가 발생하는 지역을 파악해서, 열환경에 취약한 개발지역까지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엄 교수는 “독일 베를린 국제공항 건설로 인해 폐쇄된 Tempelhof공항은 도시 열환경 개선 및 관리를 위해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조성 전후 다양한 도시 열환경 분석을 통해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서대학교 이건원 교수는 소규모 지역 차원의 미세먼지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도시 미기후는 도시만의 독특한 기후이며, 도시 내 한지점 또는 특정한 장소만의 독특한 기후”라며 “같은 도시 내에서 거리가 멀지 않음에도 기후가 전혀 다른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도로에 인접할수록 미세먼지 수치가 높으며 특히 대로 및 교차로 부근이 높게 관찰 ▷단지 내부에 비해 대로변의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 수치가 높게 측정 ▷같은 대로변이라도 녹지축에 가까울수록 미세먼지 수치가 낮고 ▷대로변이 이면보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고, 단지 주출입구가 다른 곳보다 질소산화물 수치가 높음 ▷외부에서 미세먼지가 확산된다고 가정하면 와류 및 기류 정체에 의해 미세먼지 정체 구간 발생 ▷풍속과 미세먼지 측정치는 유사한 패턴을 보임 ▷고도가 낮을수록 바람의 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미세먼지 수치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좁은 도로의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가로수를 심으면, 바람을 가로막아 오히려 대기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수목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도시열섬, 소음 등 여러 효과가 있다는 것이 외국에서 증명됐다”고 밝혔다.
국토연구원이 국토환경·자연연구본부 출범을 기념해 ‘신선한 바람을 도시로 끌어들이자’라는 주제로 8일 세미나를 개최했다.
찬공기는 그린벨트에서 나온다
이어서 가천대학교 소진광 교수를 좌장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시작에 앞서 소 교수는 “특정 지자체 주민들이 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토지이용, 경제활동, 소비행위, 행동방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개인별로 실천해야 할 행동강령을 인식해야 한다”며 “환경오염에 관한 피해는 전체적 총량으로 측정되지만 저감수단은 전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이동근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변화 해결을 연계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풍속이 약해져서 미세먼지가 심각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기후변화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개발사업 시 거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찬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공간의 확보와 적극적인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세먼지는 해결 가능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미세먼지, 도시열섬,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기본적인 공기가 나쁘다면 바람이 불어서 새로운 공기가 채워져도 여전히 나빠질 수 있다”며 “따라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며 특히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인천연구원 조경두 박사는 배출감소에 초점을 맞춘 사후대책을 뛰어넘는 배출유발요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석탄화력으로 인한 영향을 전국 단위로 분석하면 크지 않지만, 발전소 인근 지역으로 한정하면 효과는 상상하는 것보다 크다”며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역시 그런 측면에서 보면 효과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배출 기여도와 농도 기여도를 가지고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기여도라는 것은 매순간 달라지기 때문에 협상이 어렵다”며 “미국와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기여도를 따지기보다 함께 40% 저감하자고 약속했다. 이런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공강우에 대해서도 “한반도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는 한국과 중국에 고기압이 자리하고, 일본에 저기압이 자리 잡아 한반도 공기가 정체되는 상황”이라며 “고기압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강우 씨앗을 뿌려봐야 비가 내리지 않는다. 다른 목적이라면 모를까 미세먼지 저감으로 인공강우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도시지역의 에너지 공급 체계가 중요하다. 아주 오래된 노후 보일러를 콘덴싱 보일러로 바꾸는 것은 환영하지만, 새로운 도시를 만들면서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을 포기하고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정의경 과장은 “지속가능한 도시 요건에 바람길이 있어서 연구도 하고 실제로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라며 “도시 구조가 중심부에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후죽순으로 확장되다보니 바람길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힘들다”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배동현 사무관은 “바람길에 대한 연구는 매우 좋은 연구라고 생각한다. 공기 순환이 조금만 좋아져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3월이 아닌 8월에 연구가 집중된 것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환경부 미세먼지TF 이정용 과장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과 함께 학교, 병원 등 취약시설을 만들 때 바람길을 고려해서 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 적응 대책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미세먼지 종합계획을 만들고 있는데, 바람길을 제안하면 좋을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토계획과 환경계획을 연계하면 더 좋은 대책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산림청 김주열 과장은 “지난해 2월부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시의 그린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올해 17개 도시에 바람길 숲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서 지자체에서도 어려워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태계 균형 측면의 연구 필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훈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동북아지역의 풍속 저하가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미세먼지 발생량이 줄고 있음에도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통상적인 대책이 아닌 비상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특별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석탄발전소가 단일 기여도가 가장 높음에도 환경급전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석탄연료를 LNG로 전환하면 발전단가가 인상돼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유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미세먼지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려 국민들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사라진 부산역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달라”
부산시의 행정적인 오류로 인해 이달 말 공개될 ‘부산역 광장’에 ‘광장’이 빠진 상황(본보 지난 10일 자 11면 보도)이 알려지자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광장’ 빠진 재개장 알려지자
시민단체·정치권 일제히 성토
“시민들과의 소통 단절 초래”
부산시의 행정적 실수 규탄
부산참여연대는 11일 논평을 내고 “광장이 없는 도시는 소통의 도시가 될 수 없다”며 부산시의 결정을 ‘행정 오류’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가 부산역을 지식혁신플랫폼 공사로 새단장 시킨다면서 부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온 부산역의 광장을 없애버렸다”며 “광장이 없어지는 것은 곧 부산시민들과의 소통 단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정치권도 부산시의 행정 실수를 비판하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노동당 부산시당은 11일 ‘시민의 광장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논평에서 “시민들의 공론의 장인 부산역 광장이 부산시의 어이없는 행정적 실수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서 “부산역 광장의 분수대 철거 잠정 보류는 부산시의 명백한 행정 실수”라고 꼬집었다.
시는 부산역 광장 지식혁신플랫폼 신축 공사로 부산역 광장이 30%가량 줄어들자, 광장 앞 분수대를 철거해 ‘최소한의 광장’을 보장키로 했다. 하지만 철거 절차를 밟던 중 분수대 설치 당시 이를 시의 공유재산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서 철거 계획이 잠정 보류됐다. 시는 이달 말 부산역 광장 재개장이 예정된만큼, 분수대 철거는 향후 행정적 절차를 밟아 이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에너지 소비, 절대량을 줄여야 한다
에너지 효율 혁신과 에너지 전환
4월의 산이 내뿜는 연두색은 파란 하늘 아래 더욱 빛이 나곤 했다. 그런 봄의 색이 주는 향연을 이제는 보기가 어려워졌다. 시각만이 아니라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는 범 국가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국가적 사안이 되고 있다. 중국발 원인도 있기는 하지만 국내 배출원에 대한 대책 없이 미세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시민사회에서는 최대 배출원 중의 하나인 석탄 화력발전 감축, 경유차량 교통량 저감을 위한 경유세 인상 등 에너지 관련 정책 수립 및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에너지원의 전환을 통해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원 전환에 앞서 미세먼지 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량을 절대적으로 절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OECD 선진국들에서는 200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에너지 소비가 탈동조화를 보이면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있었지만 한국은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었다. 에너지원단위 역시 OECD 35개국에서 33위를 기록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낮은 에너지 효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에너지 공급 계획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왜곡된 에너지 세제 하에서 석탄 발전 증설을 결과했던 것이다. 경유차를 전기차로 바꾸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저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유나 전기 수요를 절대적으로 낮추는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절감 정책이 더 중요한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에너지 효율화 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 전략을 올 상반기에 수립할 것임을 공표한 바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표방한 지 2년여가 흘러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효율화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번 정부가 스스로 '에너지 전환'을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전략은 '탈원전 로드맵'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발표된 시점에 이미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영국, 덴마크나 독일 등의 에너지 정책을 보면 정책의 두 기둥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소비 절대적인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였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배경이 되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에너지원의 '전환' 이전에 사용하는 에너지량의 절대적 감축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 추세를 유지하면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해도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가 이어질 것이고 이들 설비 증가에 들어가는 에너지 증가로 온실가스 저감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까닭에 전환을 표방한 국가들에서는 전환 정책의 장기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아울러 에너지 효율화 목표치도 명시해두고 국가 혁신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전환 정책으로 추진되는 효율화 정책은 또한 일자리 창출 전략의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2018년 9월 발표된 '미국에서의 에너지효율화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효율 산업이 미국 에너지 관련 산업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일자리 중 31만5578개가 에너지 효율에 관한 것으로 2017년에만 약 10% 증가했다고 한다. 에너지 효율 일자리는 미국 내 화석연료 부문 일자를 모두 합친 것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진단에서 부터 에너지 관리, 고효율 기기 혹은 제품 연구 개발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효율 산업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건물 에너지 관리와 관련한 정책들이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건물의 단열 보수에 대해 20~50퍼센트의 세액 공제 혹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에 근거하여 유럽연합은 2020년부터 신축 주택의 제로에너지 빌딩 건설을 의무화하기로 하였다. 한편,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반 정책이 에너지 효율화 정책과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되어 진행되는 공장 자동화는 생산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 절감을 결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또한 건물, 공장 에너지 관리뿐 아니라 수송 분야 에너지 절감을 계획할 수 있게 해준다.
국내에서도 공장에너지관리 서비스, 고효율 기기 개발이나 건물 단열화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효율화 사업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고효율 기기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어 시장이 형성되고 이것이 연구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가정이 에너지 효율화에 나서도록 하는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공건물 제로에너지 빌딩 의무화 등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효율화에 나서는 기업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도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팩토리 지원 사업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연계, 스마트미터기 보급과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 서비스 개발의 연계 등 기존 효율화 사업의 스마트화도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화에 필요한 자본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 제도 마련 등의 지원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즉, 효율화 정책이 기술혁신, 일자리 창출과 시장의 관점에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정된 국가 에너지 효율 혁신 전략에서는 에너지 공급 계획 목표치와 유사하게 장기 에너지 효율화 개선의 정량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연도별로 모니터링, 평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한다. 효율화 목표 달성이 효율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설계가 되도록 하고 달성도에 따라 정책 평가, 피드백, 개선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과 더불어 효율 혁신 전략이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우리는 '검은 공화국'에 산다
탈핵과 탈탄소에 대한 '반지성주의'
세계경제포럼(WEF)은 2013년부터 매년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에너지구조성과분석지수(EAPI)를 발표했다. 2018년에는 국제적 흐름을 반영해 세부 지표를 수정한 에너지전환지수(ETI)로 이름을 바꿔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110여개 국가 중 한국은 2018년 49위, 2019년 48위를 기록했다. 발표 시점을 고려하면 각각 2017년과 2018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선진국(advanced economies)으로 분류된 32개국 중 30번째를 차지했는데, 체코와 그리스가 그 뒤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기구의 평가나 국가별 비교 지수들을 활용할 때는 주의할 게 많지만, '귀머거리 대화'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나름 쓰임새가 있다. 에너지전환을 둘러싸고 반지성주의가 판을 치는 현 시점에서 에너지전환지수에 그런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보스포럼이라고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은 주로 기존 질서를 유지하거나 재생산하려는 입장을 대표하는 민간 총회이다. 매년 세계 위기와 기회를 논의하는 자리에 생태적 주제가 항상 거론되곤 하지만, 이 또한 우파적 틀 내에서 수용되는 것은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세계경제포럼은 왜 에너지전환에 주목하는가? 포럼에서 규정하는 전환의 실체는 무엇인가? 전환을 추동하는 요소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에너지전환 내부의 쟁점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에너지 백년지대계를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자신들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국제판에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아니 그렇게 하길 바란다.
에너지전환의 준비 정도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①자본과 투자, ②목표와 규제, ③제도와 거버넌스, ④인프라와 기업혁신환경, ⑤인적자본과 소비자참여, ⑥에너지시스템구조 등을 함께 진지하게 살펴보는 작업에 착수하면 된다.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Top 10에 속한 나라들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는 방식도 '선진국 따라잡기'에 능숙한 이들의 특화된 영역이지 않은가.
올해 <에너지전환지수 보고서>(Fostering Effective Energy Transition, 2019. 3)는 에너지시스템이 경제-기술-사회시스템의 공진화로 보고, 다음 세 가지 과제에 주목한다. 첫째, 에너지경제시스템에서는 에너지 소비와 경제성장의 탈동조화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기술시스템 측면에서는 저탄소 기술의 잠김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셋째, 에너지전환의 비용과 편익의 공정한 분배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탈정치적 에너지전환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하는 에너지전환의 추진단계 역시 여러 층위의 정치과정에서 다뤄야만 효과적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전환 논쟁들을 반지성주의로 싸잡아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생산적인 대안생산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성과를 내거나 평가하기에 시간이 더 걸리는 정책들도 제법 많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에너지전환의 미담이 없다는 조급증이 아닐까 싶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구태 경영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빨리 성과를 보여야 하는 조급함이라는 함정에 빠진 전환관리자들에게 에너지전환지수의 순위 정체는 아쉬움을 넘어 시야를 좁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령 의도하지 않더라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데 일조해 에너지전환의 지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인, 관료, 전문가, 활동가 모두 각자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자.
최근 지열발전, 풍력발전, 고형폐기물연료(SRF)가 이슈가 된 세 사건들은 에너지전환의 불편한 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 사건 모두 그 기원이 에너지전환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사건의 범위가 복잡하고 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에너지전환지수가 담지 못하는 한국 에너지전환의 실상을 마주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사례들이다.
2017년,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포항 지진은 과거 정부의 책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부실한 관리감독은 전기를 생산하는 지열발전의 실증만이 아니라 지하 열을 활용하는 지열 정책일반, 나아가 에너지전환의 위험성과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조사단의 발표를 호기로 삼아 에너지전환 때리기에 앞장서는 이들을 탓하는 데 힘을 쏟아서는 에너지전환의 반지성 현상에 동참하는 꼴이다. 전환기술 도입 실증·보급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장은 물론이거니와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S 실증사업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2018년, GS E&R이 추진하는 영양 제2풍력사업 환경영향평가협의회 당시 발생한 물리적 충돌사태는 현재 진행 중이다. 파괴적 방식의 풍력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단체들은 난개발과 설비집중으로 인해 환경파괴와 생활피해를 호소해왔다. 협의회가 열리는 군청 회의실에 문제를 제기하려고 온 주민들을 GS 직원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는 반대 주민들에 대한 기업의 고발로 이어졌다. 반면 GS와 영양군청 측의 혐의 대해서는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예전 정부부터 사회적 쟁점이 된 재생에너지 갈등을 예방·관리한다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환관리의 예외, 영양과 같은 치안지역의 존재는 여전하다.
2019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던 생활폐기물의 정체가 밝혀졌다. 제주도는 늘어만 가는 쓰레기를 고형폐기물연료로 처리할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위탁업체는 압축 포장해 필리핀으로 쓰레기 투기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우여곡절 끝에 평택으로 돌아왔지만, 이마저도 다시 필리핀으로 재수출됐다. 쓰레기 불법투기의 국제화는 전형적인 환경부정의 사건이다. 고형폐기물연료의 정책실패는 강원, 충남, 전남에서도 계속됐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최근까지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폐기물과 산림바이오매스의 에너지화 쟁점은 언제 터질 전환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근본적으로는 '쓰레기 대란'을 반복하지 않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치부를 들춰서 그렇지, 미담도 많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의 끈질긴 의지와 노력에 힘입어 전환시대를 개척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환이 공식화·제도화되는 과정은 순수한 논리만으로는 어렵다. 전환지수 순위도 올려야 하고, 양적 목표 달성 같은 가시적 성과도 내야한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의 지역적·전국적, 정서적·물질적 동의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들도 우리처럼' 모두가 먼지와 탄소의 '검은 공화국'(Black Republic)에 살지만 각자의 공간은 각양각색이다. 전환 진영은 포항, 영양, 제주와 필리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에너지전환을 지배하는 자들과 여기에 동참하는 자들이 서둘러 할 일은 그 안의 반지성적 풍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나간 정부 탓, 반대세력 탓, 지역주민 탓이라는, 남 탓 반지성주의를 경계하자. 선언한다고 해서, 집권한다고 해서, 그리 쉽게 바뀔 일도 아니며, 과녁을 잘못 겨냥해서는 적대적 의존관계를 청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프레시안 19.4.1
원전홍보대사’ 조선일보, 이번엔 “돈 먹는 태양광” 정조준
11일 “세계 10년간 1449조원 태양광 투자, 발전량 비중은 1.9% 불과” 보도
에너지전환포럼 “기술혁신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저렴해졌다” 반박
조선일보가 11일 “전 세계에서 2008년부터 10년간 1449조원이 태양광에 투자됐지만,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며 “선진국들은 모두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를 줄여 매년 감소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익명의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가야 할 길이지만 전력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탈원전의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500조원 쏟아 부은 태양광의 그늘, 고작 2%’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7년 말 재생에너지 중 수력을 제외한 설비용량은 1081GW(기가와트)에 달한다. 원전 1기 발전용량이 1GW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081개 원전 설비용량과 맞먹는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가 세워졌다는 의미”라고 전한 뒤 설비용량과 발전량 비중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에 제약을 받는 재생에너지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12일 조선일보 기사를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태양광전지 모듈 가격이 2016년 1월에 비해 2017년 말 44% 하락했다”며 “재생에너지 투자 감소는 기술혁신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저렴해졌기 때문”이라며 반박했다. 또한 “2017년 세계 에너지 투자액에서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약 302조(58%)에 해당하며 이는 원전과 화석연료 투자비중(32%)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 조선일보 11일자 지면.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0년간 태양광발전 투자액은 원전 투자액의 10배다. 그만큼 전력시장에서 원전이 퇴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무엇보다 “원전은 상업발전을 시작한 지 60년이 넘었고, 태양광발전이 상업 발전을 시작한 지는 15년 정도”라며 “원전 발전량은 지난 60년 간 지어진 설비에서 생산되고, 태양광 발전량은 이제 보급되기 시작한 지 15년 넘긴 설비에서 생산하고 있어서 이를 (발전량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원전을 미화하고 태양광에너지를 폄하하기 위한 왜곡”이라 주장했다.
▲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에서 올해 3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요약보고서의 한 대목.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대비 2017년 원전 발전량은 1.7% 증가했을 뿐이지만 풍력·태양광 발전량은 4.68% 증가했다. 2018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시나리오별 세계 자원별 발전량 전망을 보면 풍력·태양광 발전량은 2025년 원전 발전량을 앞지르게 된다.
에너지전환포럼은 “태양광 발전은 해가 비치는 낮에만 발전하기 때문에 24시간 가동하는 원전발전량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태양광발전의 피크기여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2018년 폭염 당시 발전 설비수준이 아직 미미한 태양광 발전이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보인 7월24일 오후 2시경 원전 4기 분량의 전력수요를 담당했다는 것. 에너지전환포럼은 이 같은 예를 인용하며 “원전과 태양광발전량을 전체로 비교하는 것은 태양광발전의 피크기여도 특성을 무시하는 무지에 의한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2018년 주요국 재생에너지 전력보급률 비중에서 △독일 40% △영국 36% △중국 27% △미국 17% △일본이 16%인 반면 한국은 4%라고 전한 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유연한 전력시스템을 통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 이미 세계는 재생에너지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조선일보 보도와 달리 탈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OECD 회원국 재생에너지 비율(2017년 기준). X 축: 1차에너지공급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 Y 축: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 ⓒIEA
“수명도 원전(60년 이상)이 태양광(20~30년)보다 2~3배 길다”는 식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이미 폐쇄한 원전 166기의 원전 평균 가동기간이 30년이 안 된다”며 “원전 설계수명이 60년이라고 60년 가동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태양광 발전설비는 유리와 반도체,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구성돼 간단하며 내구성이 높다. 50년이 넘어도 효율이 약간 떨어질 뿐 전기는 계속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태양광 패널은 20~30년 후에도 90% 이상의 실제 발전효율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따로 수명이 없다.
에너지전환포럼은 “반면 원전은 방사성페기물이 대기와 바다로 방출되고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핵폐기물이 발생하며 항상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고 우려하며 “전력공급에서 재생에너지 100%계획을 세우는 세계적 흐름에도 2040년 35% 재생에너지 비중(목표)도 많다는 조선일보 주장은 조선말 봉건주의를 고집하는 이들을 닮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반대하는 원자력 공학자를 마치 에너지전문가인 것처럼 가장해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보도하는 편향된 언론사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후쿠시마 수산물’ 막아낸 한국, 오염수는 남았다
WTO, 한국vs일본 수산물 수입 제재 소송서 1심 뒤집고 한국 손 들어줘
그린피스 “일본 110만톤 방류 고려” 우려…녹색당 “먹거리 우려 여전”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재로 촉발된 분쟁에 1심 판결을 뒤집고 한국정부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을 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의 후쿠시마 및 인근 지역 수산물 수입 제재는 계속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부지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 110만톤의 태평양 방류를 고려해 수산물 수입제재 유지만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앞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수가 일부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현을 포함한 인근 8개현에서 잡힌 28개 어종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이에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결국 일본정부의 제소는 자승자박이 됐다.
일본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WTO 판결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고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은 12일 WTO 상소기구가 한국 정부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하자 속보로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번 결정은 일본의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와 지역은 한때 54곳에 달했지만 현재는 23곳으로 줄었다.
▲ 그린피스 소속 크리스티안 아슬룬드가 지난해 10월17일 공중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 전경. 사진 왼쪽(남쪽)에 후쿠시마 원자로 1~4호기가 있고 오른 쪽(북쪽)에 5~6호기가 자리한다. 서쪽과 남쪽에 자리한 후타바와 오쿠마 마을은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사진 뒤쪽으로 푸른색 구조물처럼 보이는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944개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린피스
이번 판결에 우리정부는 환영입장을 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WTO의 판정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 이번 판정으로 일본의 8개 현 모든 수산물은 앞으로도 수입이 금지되고 모든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나올 경우 추가 핵종에 대한 검사 증명서도 계속 요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정부는 우리의 검역주권과 제도적 안전망을 계속 유지하고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수석 원전전문가 숀 버니는 “유해한 방사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WTO의 판결은 이 권리에 대한 인정”이라 평가하면서도 “현재 한국 시민들과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일본 정부가 110만 톤의 원전 오염수 태평양 방류를 고려중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린피스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후쿠시마 원전 저장 탱크에 무려 110만톤이 넘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보관되어 있다. 이 오염수는 2030년까지 200만톤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를 두고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정부의 현지 조사팀으로부터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태평양 방류를 권고받아 빠르면 올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바닷물 유입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이 태평양 해안을 따라 새로 세워졌다. 멀리 집들이 보이는 마을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 10km가량 떨어진 나미에 지역이다. 수증기가 나오는 건물은 핵쓰레기 소각공장이다. ⓒ그린피스
그린피스는 “도쿄전력(TEPCO)은 오염수를 정화해 방사능 수위를 낮추려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지난해 결국 실패를 인정했다”고 전하며 “72만톤이 넘는 오염수의 방사능 수위가 여전히 규제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암을 유발하는 스트론튬-90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숀 버니는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철 탱크에 오염수를 장기간(123년 이상) 보관하는 것과 오염수 처리 기술개발뿐”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핵종이 포함돼 있지만 수산물 오염에 대한 충분한 검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녹색당은 12일 “방사능위험 먹거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도 원산지를 둔갑해 유통되는 수산물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관리감독도 미비하다. 정부가 제시한 방사능 기준치 이하이면 제한 없이 유통, 판매될 수 있는 것 또한 여전한 숙제”라며 “정부에서 정한 기준치는 안전기준이 아닌 관리기준이다.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검출된다면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적극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뱀과 거북까지 사냥하는 ‘포식자 곤충’, 물장군
물고기와 개구리가 주 먹이, 일본서 남생이와 살무사 공격 사례 보고
새끼 남생이를 사냥해 먹고 있는 물장군 수컷. 물장군은 척추동물을 주요 먹이로 삼는 곤충이다. 오바 신야 제공.
물속에 사는 곤충인 물장군은 개구리, 물고기, 올챙이처럼 종종 자신의 몸집보다 큰 척추동물을 먹잇감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들의 사냥 목록에는 뱀과 거북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바 신야 나가사키대 교수는 일본 곤충학회가 발간하는 ‘곤충학’ 최근호에 실린 종설 논문에서 이 포식성 대형 곤충의 생태를 두루 소개했다. 이 논문에서 오바 교수는 “세계의 열대·아열대 지방에 약 150종이 있는 물장군과 곤충은 물벼룩 등 소형 먹이를 주로 먹는 부류와 척추동물을 주 먹이로 삼는 대형 부류로 나뉜다”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에 서식하는 물장군은 대표적인 척추동물 포식자”라고 밝혔다.
물장군의 다양한 포식 대상. A. 미꾸라지 B. 개구리 C. 올챙이를 먹고 있는 물장군 유생 D. 물고기를 잡아먹는 물장군 유생. 오바 신야 ‘곤충학’ (2019) 제공.
그는 2010년 5월 일본 중부지역인 효고 현에서 야간채집을 하다 수컷 물장군이 남생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직접 관찰해 학회에 보고했다. 길이 5.8㎝의 이 물장군은 길이 3.4㎝의 남생이 새끼를 강한 앞발로 붙잡고 날카로운 침을 목에 박아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노린재와 같은 계통인 물장군은 뾰족한 발톱이 달린 앞발로 먹이를 낚아채 신경독을 분비하는 침을 박아 상대를 제압한 뒤, 소화효소를 주입해 분해된 체액을 빨아먹는다. 거북은 죽은 상태였으며 인근 논의 도랑에서 물장군의 알 무더기가 발견됐다. 물장군은 암컷이 물 밖으로 자라나는 수초 줄기에 낳은 알을 수컷이 깨어날 때까지 돌본다.
오바 교수는 이듬해에도 학회지에 물장군이 살무사를 포식하는 사례를 보고했다. 일본 효고 현 어느 가정집 정원의 연못에서 물장군이 자기보다 훨씬 큰 살무사를 습격했는데, 뱀은 이 벌레를 떼어내려 완강하게 저항했다. 이런 싸움은 1시간가량 계속됐다. 그러나 “관찰자가 자리를 비우는 사이 둘 다 사라져, 물장군이 사냥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그는 밝혔다.
자신보다 훨씬 큰 살무사를 공격한 물장군. 뱀은 이 포식 곤충을 떼어내려고 한 시간 동안 몸부림을 쳤다. 오바 신야 교수 제공.
오바 교수는 “새끼 거북에게 주요 천적은 황소개구리, 새, 포유류 등이고 살무사의 천적은 포유류로 알려졌지만, 이 발견으로 곤충인 물장군도 중요한 포식자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물장군은 물고기와 개구리, 올챙이 등 물속의 척추동물을 포식하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물장군의 인공증식과 생태복원 사업을 하는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소장 이강운)는 “실험 결과 물장군 한 마리가 알에서 깨 어른벌레가 되기까지 올챙이와 물고기를 무려 53마리나 먹는 놀라운 포식성을 나타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장군은 성체뿐 아니라 알에서 갓 깬 유생 단계에도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으며, 동료끼리 잡아먹는 행동도 보인다. 수컷보다 덩치가 큰 암컷은 다른 암컷의 알을 지키는 수컷을 공격해 이에 저항하는 수컷과 알을 먹어치우기도 한다(▶관련 기사: 지극한 부성애 물장군 수컷이 ‘폭군’ 암컷과 살아가는 법).
오바 교수는 “물장군은 논에 기대어 살아가는 곤충인데 농로의 콘크리트화, 농약·제초제 살포 등으로 논 생태계가 망가지면서 전국적인 멸종위기종이 됐다”며 “최근에는 가로등 불빛에 이끌려 나왔다가 물로 돌아가지 못해 탈수나 차에 치여 죽고 포식 동물에 잡아먹히는 일이 잦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장군은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서식지 파괴와 가로등 유인이 큰 위협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in-ya Ohba, Ecology of giant water bugs (Hemiptera: Heteroptera: Belostomatidae), Entomological Science (2019) 22, 6–20, doi: 10.1111/ens.1233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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