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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3.7~3.12 박원순 태양의 도시 민들기

by 이성근 2016. 3. 12.

 

3.15 주간경향-3.11한겨레

 

 

  3.11중앙-한국

 

 

  3.11미디어오늘-경향

 

 

 3.10한국-시사저널

 

 

  3.10내일-한겨레

 

 

 3.10중앙-경향

 

 

  3.10국민-경향

 

3.9한국-중앙 

 

 

 

   3.9 민중의소리-미디어오늘

 

 

  3.9 내일-국민

 

 

  3.9 경향-3.8한국

 

 

  3,8한겨레-중앙

 

 

  3.8민중의소리-내일

 

 

 3.8국민-경향

 

 

 3.7한국-한겨레

 

 

 3.7중앙-시사인

 

 

3.7 민중의소리-미디어오늘

 

 

 3.7 내일-국민

 

 

 3.7경향-3.6민중의 소리

 

 

3.7~11경향 장도리

 

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3.8 미디어오늘

"이념논쟁 안 된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울림 없는 정권심판 구호, 감동없는 야권연대 제안

이러다가 선거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저녁, 김종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념 논쟁으로는 우리당에 좋을 게 없다면서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납작 엎드렸고 다음날 이 원내대표의 눈물의 연설을 끝으로 필리버스터는 종료됐다. 결국 32,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해 과반을 넘겨 통과됐다.

 

오래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이라기 보다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친목 모임 같은 성격이 강했다. 공동의 정책적 목표나 의제를 내세우지도 못했고 당의 색깔도 모호했고 무엇보다도 집권 의지가 부족했다. 대선이 2년도 안 남았는데 아직까지 눈에 띄는 대권 주자도 없다. 굳이 다수당이 되거나 정권을 잡아 여당이 되는 데 힘을 쏟기 보다는 각자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아 의원 자리를 지키려는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004년 이후 두 차례 총선과 두 차례 대선의 누적된 패배의 경험, 이명박근혜 정권 8년 동안 집권 여당이 계속해서 죽을 쒔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0%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전의를 상실하고 의원들이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다. 김광진·은수미 의원 등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필리버스터를 하는 와중에 같은 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필리버스터도 좋지만 발목 잡는 야당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박영선 의원의 말이 오히려 상당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를 반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표 떨어지는 소리는 그만하자는 이야기다. 보수 성향 언론에서 숱하게 지적했듯이 테러방지법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논의된 바 있고 192시간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기 전에는 딱히 쟁점이 되지도 않았다. 애초에 절박한 정책적 목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의 FTA(자유무역협정)과 이명박의 FTA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제대로 답을 한 적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에 영입한 김현종씨는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 쪽 대표로 나서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fighting like hell)”고 떠들고 다녔던 사람이다. 김현종과 김현종의 후임으로 통상본부장을 맡았고 지금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선 김종훈이 과연 다른가?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악법에 반대하고 있지만 10년 전 2006년에 통과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열린우리당의 작품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양극화와 내수 침체의 원인인 비정규직법에 제대로 반성한 적이 있었나? 새누리당이 비정규직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기간제 사용기한을 늘려야 한다고 억지를 부릴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나쁜 법을 더 나쁘게 만들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싸우는 시늉만 했다.

 

노무현이나 이명박·박근혜나 다를 게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신 차리자, 한 순간에 훅 간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하려면 노무현의 공과 과를 구분하고 노무현의 실패를 극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순간에 훅 간 뒤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다.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만큼의 색깔도 없기 때문에 계속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다 선거 망치면 책임질 거냐는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은 강력한 만큼 매우 위험하다. 테러방지법 반대를 이념 논쟁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공허한 구호에 그쳤던 경제 민주화 프레임을 다시 끌어내 냉소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제가 엉망인 건 사실이지만 경제 실패를 심판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야 할 만큼 김종인 대표가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짰던 사람이다. 박 대통령이 김종인의 공약 때문에 당선됐나?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프레임은 야당의 의제를 선점해 물타기하는 성격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공약은 정말 좋았는데 박 대통령이 배신을 했나? 지나치게 선언적이라 구호 이상의 큰 의미는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버림받은 공약을 들고 왔으니 국민들이 지지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일이다.

 

모호한 구호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어정쩡한 포지션에 있다.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여전히 북풍이 장사가 된다. 민주당을 빨갱이당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더불어민주당을 찍지 않는다. 한국 정치 지형에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 40%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가깝다. 수도권과 호남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최대 30%라 보면 나머지 40%의 중도 무당파층이 선거의 변수가 된다.

 

물론 노무현과 이명박·박근혜는 다르다. 노무현 시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의 복원 조차도 지금 더불어민주당에게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있다. 역풍이 우려된다며 지레 겁을 집어먹고 필리버스터를 접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초라한 가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다른가? 새정치를 하겠다며 들어와 박차고 나간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과연 다른가?

 

집권 초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박근혜 정부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며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했을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불똥이라도 튈까봐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다. 왼쪽의 축이 무너지면서 한국 정치 지형은 오른쪽으로 크게 쏠렸고 더불어민주당도 균형을 잃고 새누리당 2중대로 전락했다. 결국 개헌 의석 저지까지 거론되는 암울한 상황에서 선택한 게 새누리당에서 팽 당하고 건너온 김종인이다.

 

이념 논쟁이라며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김종인 대표가 내놓은 카드는 야권 통합이었다. 안철수를 압박하면서 국민의당의 분열을 노리는 노회한 선택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지리멸렬한 야당에 야권 연대가 만능의 해법이 아니라는 건 지난 201219대 총선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이명박 정권 말기, 지금처럼 새누리당이 죽을 쑤고 있었고 정부 심판론이 선거 구호였으나 새누리당을 떠난 민심은 당시 민주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야권 연대를 했는데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몇 달 뒤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그나마 연대를 한 덕분에 수도권을 지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 보다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포기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표율은 54.3%에 그쳤고 특히 20대 후반 투표율은 37.9% 밖에 안 됐다. 선거인 수 비율은 30대가 20.4%, 40대가 21.9%였으나 실제 투표자 수 비율은 60대 이상이 26.1%로 가장 높았다.

 

201219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인 수와 투표자 수 비율. 선거관리위원회 자료.

 

4년 전과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당장 야권 연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야권 연대는 표의 분산을 막을 수 있을 뿐 정치 냉소와 혐오를 뒤집을 수 없다. 정책 연대 없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는 아무런 감동이 없고 설령 국민의당의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오히려 환멸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 그토록 외치던 새 정치는 온 데 간 데 없고 집안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청래)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80년대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김종인의 영입은 리더십 부재의 더불어민주당 상황에서는 필수불가결의 선택이었지만 열패감에 찌든 야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권 심판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수 유권자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심판의 주체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종인 대표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권 심판이라는 동어 반복 외의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이번 총선은 선거 연대를 하든 하지 않든 야권의 참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지더라도 잘 지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야당을 복원하고 정책 정당으로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김종인 리더십으로 집안 단속을 하고 그나마 바닥의 표를 긁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적당히 보수 양당 구조에 안주하면서 의석수 계산이나 하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정당이 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지상파와 종편의 든든한 지원 사격을 받으며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을 짜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이 왼쪽에서 확실한 진보 진영의 의제를 구축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좀 더 왼쪽으로 옮겨오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견인하고 중도 무당파층을 흡수해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을 보수가 아닌 극우 기득권 집단으로 가두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선거 연대가 아니라 정책 연대가 절실하고 그러려면 건강한 진보 정당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최악과 차악 중에 고르는 선거가 아니라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승리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논리와 문법으로 치르는 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더불어민주당에게는 김종인 이외의 대안이 없고 다만 또 한 번의 처절한 패배를 겪고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너무 친절한(?)' 국정원, 사이버테러방지법 여론몰이 나섰나 3.8 노컷뉴스

긴급 대책회의 개최 이례적 사전공지회의 영상까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국회 처리를 강조하자 국가정보원이 최근 북한에 의해 이뤄진 사이버 공격 사례를 언론에 공개하고 새누리당도 거들고 나서는 등 당정청이 일제히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한 다걸기에 나섰다.야당은 '국정원이 숙원사업인 테러방지법 처리에 성공하자 이 번에는 사이버테러방지법 입법에 나선 것'으로 "너무나 뻔한 여론몰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국정원, 유례없이 사이버대책회의 개최 사실 공개

국정원은 8'북한의 사이버 공격 사례'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유례없이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 개최 사실을 사전에 알리는가 하면 회의 관련 영상자료까지 제공하기도 했다.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은 "북한이 지난 2월말부터 3월초 사이에 주요 인사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유인 문자메시지를 보내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정부 주요 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정부 합동으로 감염 스마트폰에 대한 악성코드 분석과 해킹 경로 추적에 나선 결과 공격대상 스마트폰 중 20% 가까이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으며 특히 해킹된 스마트폰에서 전화번호 등이 유출돼 또다른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스마트폰 해킹 대상이 된 인사들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감지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지난달 북한 해킹조직이 우리 국민 2천만명 이상이 인터넷뱅킹·인터넷 카드 결제 때 사용하는 보안소프트웨어 제작업체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전산망을 장악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국내 대부분 금융기관에 인터넷뱅킹용 보안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다른 업체의 전자인증서(코드 서명)도 지난달 북한에 의해 해킹된 사실을 확인했다고도 밝혔다. 북한은 또 지난 1~2월에는 2개 지방의 철도운영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피싱 메일을 보내 직원들의 메일 계정과 패스워드 탈취를 시도했다고 국정원은 공개했다. 철도교통관제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테러 준비였을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 소행인지는 명확한 증거 제시 안해

이날 국정원이 공개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 사례는 모두 우리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정원은 그러나 이같은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정원은 이날 3차장 주재로 국무조정실, 미래부, 금융위, 국방부 등 14개 부처 국실장이 참석하는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국정원이 사이버안전 대책회의 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알린 것도 이례적이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 사례를 직접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왜 그랬을까?

국정원의 발표처럼 실제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최근들어 빈번해지고 안보에 위협이 될 만큼 심각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이버테러 방지법의 처리를 촉구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사이버테러 방지법을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라고 하고 있는데 지난 2006년에 최초로 발의된 법안이 10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청이 잘 협력해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사이버테러방지법의 시급한 국회통과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긴급 회의가 열리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사례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석연치 않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로)오프라인 테러를 막을 방패를 준비했으니 이제는 온라인 테러를 막을 방패도 준비해야 한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당정청이 일제히 사이버테러 방지법 통과를 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사진=자료사진)

 

'중대 사안'이라는데, 사전 국회 정보위 보고 없어

우리 사회를 큰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국정원은 사전에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국정원이 밝힌 보안업체에 대한 공격이나 철도운영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 등은 모두 지난 1월과 2월에 발생한 일이었다. 당시에는 국회나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다가 사이버테러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이를 공개한 것은 오해 소지가 충분하다.

 

국회 정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사이버테러 위협이 있었으면 국회 정보위에서 막았다는건지 못막았다는건지 보고를 했어야 했다""막았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것이고 못 막았으면 국정원이 징계를 받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국정원 2차장 소관인 테러방지법과 3차장 소관인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쌍둥이법인데, 테러방지법 처리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를 이용해 사이버테러방지법도 처리하겠다는, 너무도 뻔한 여론몰이"라고 단정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테러방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지 며칠이 지났다고 또다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처리를 압박하는지 기가 막히다""테러를 빌미로 온갖 법안들을 쏟아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걱정 말아요, 그대' 대통령 당부에도 이어지는 망명길 3.8 노컷뉴스

테러방지법 통과 직후 텔레그램 사용자 24% 증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다큐멘터리 제작 중인 대학생 정모(24,)씨는 최근 외국계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에 단체 채팅방을 새로 열었다. 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 정씨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후에 시사나 현안 관련 일을 하는 사람한테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무래도 세월호 관련 모임이기 때문에 찝찝한 마음에 채팅방을 옮겼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 연구원인 이모(27)씨도 도·감청이 어렵다는 텔레그램으로 채팅 사이트를 갈아탔다.

 

"연구소가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보수적인 현 정권과는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어 조심스럽더라고요."

 

8일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보안이 장점으로 꼽히는 텔레그램의 하루 이용자 수는 지난 2일 기준 327000명 정도. 이날 밤 우여곡절 끝에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자 이튿날 그 수는 406000명으로 24%나 증가했다. 이러한 '사이버 망명'은 계속돼 4일에는 텔레그램 이용자 수가 422000명을 기록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텔레그램 망명에 2G폰 이용까지보안 '엑소더스'

스마트폰 감청을 피하기 위한 구형 2G폰 선호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2G폰만을 이용중이라는 한모(52)씨는 "저와 친구의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다 열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구형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을 손쉽게 감시할 수 있다는 '빅브라더'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까지 불안감 확산 차단에 나선 상태.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법 제정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할 것이라는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들이 유포됐는데 이것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이유로 감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통신비밀 보호법상의 한계가 그동안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는데 테러방지법까지 제정되다보니 통신 비밀이 보호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네티즌 사이에서 팽배한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을 계기로 이같은 망명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노는 종교적 정치공동체, 이성적 논의 마비 3.6 미디어오늘

강준만, 친노·운동권 작심 비판"내부 식민지 타파, 열정의 평준화가 필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소위 친노와 운동권을 분석·비평한 신간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인물과 사상사)을 펴냈다. 이 책에서 강준만은 친노를 일종의 종교적 정치공동체라고 명명하며 공산주의 같은 이념의 종교화는 정치의 종교화로 이어지는데,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정치의 종교화가 계속됐다고 진단했다. 강준만은 운동권이야말로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의 전형이라고 지적했으며 우리가 포털사이트 인터넷 정치기사에서 마주하는 댓글세계는 종교전쟁의 공간이라고 이름 지었다.

 

운동권에 대한 비판은 매섭다. 강준만은 운동권과 운동권지지 세력은 보수파의 운동권 비판을 자기정당화의 근거로 삼는다. 뭐든지 보수언론의 주장과는 반대로 하면 된다는 이야긴데, 이게 바로 전형적인 운동권 체질의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예컨대 조선일보가 비판하면 곱씹고 성찰하는 대신 보수 프레임의 피해자로 훈장을 달고 기존의 행동에 오히려 정당성을 부여하는 식이다. 강준만은 최근의 야권 분열에 대해서도 답을 자신들 안에서 찾으려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보수 프레임 탓으로 돌린다프레임 이론이 진보의 악습 중 하나인 남 탓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촌평했다.

 

신간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 15000.

 

소위 친노에 대한 분석은 구체적이다. 강준만은 친노는 친노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고, 그 적대감의 표출을 공격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을 정쟁을 종교정쟁으로 몰고 가는 순수주의자들로 표현했다. 강준만은 친노는 엘리트 대 민중이라는 진부한 이분법으로 호남 다선 의원들의 물갈이를 외쳐대면서 그걸 개혁이요 진보라고 포장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준만의 목표는 친노의 몰락일까? 강준만은 친노 몰락은 가능하지 않다방향설정만 잘해주면 친노도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사회가 전통적으로 지도자 추종주의가 강한 상황에서 양극단의 성향을 유사 종교적 열정으로 승화시킨 집단이 이른바 사모(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고 말했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이 극소수 강경 지지자들에 의해 끌려다니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늘날 한국정치를 망치는 요소가 친박’, ‘친노와 같은 열성적 정치공동체란 주장이다. 강준만이 참여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정치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열정의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강준만은 한국사회 정당 내부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규명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그 이유로 정당은 물론 정당 내의 각 계파 또는 패거리가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종교집단화 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이성적 논의도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책의 부제는 야당 분열, 알고나 욕합시다!’인데, 추론해보면 운동권 출신의 친노 정치공동체가 정치를 종교로 만들며 정치공간에서 이성적 논의를 마비시켰고, 그 결과 오늘날 야당의 분열과 야당의 거듭된 패배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강준만의 결론은 운동권과 친노의 궤멸이 아니다. 그의 결론은 한국사회 내부식민지 체제의 타파. 그가 말하는 내부 식민지 7대 요소는 서울·수도권에 의한 지방의 경제적 종속 불평등의 지속 정치적 종속 문화적 종속 문화적 모멸과 서울의 국가 엘리트의 독점 소통 채널의 독점이다. 강준만은 초일극 중앙 집중이 가져온 레드오션 체제가 모든 한국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 총선의 화두 역시 내부식민지 체제 타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노·운동권이 서울·수도권 중심 체제를 비판하며 싸가지 있는 진보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강준만이 바라는 방향이다.

 

샌더스와 코빈에게 배울 점 3.7 경향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영국 노동당 대표가 된 제러미 코빈, 그리고 그리스에서 정권을 잡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당수 치프라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이른바 진보 민주세력이 번갈아가며 급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이라는 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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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보다는 내용적 공통점을 묻고 싶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다음 두 가지이다. 미국과 영국과 그리스의 정치지형, 내부의 이념적 스펙트럼, 그리고 그들 세 명의 정치적 입장과 소속 정당의 차이를 감안하고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자국 내 정치지형에서 좌쪽이고, 자기 세력의 우경화에 맞선 좌경화 세력이라는 점이다. 근데 흥미롭게도 한국에서 선거를 겨냥하여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른바 진보정당세력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인물들에 투사하여 자신의 정치적 꿈을 드러내고 그들과 동일시해보려는 세력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국 내 정치지형에서 좌에서 이탈하여 우쪽으로 가고 있는 세력이고, 자기 세력의 이전 좌경화를 비판하는 우경화 주창 세력이라는 점이다. 아닌가?

 

샌더스는 40년간 똑같은 말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워싱턴 포스트는 그가 바뀐 것이 아니라 시대가 버니를 따라잡았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정치지형에서 보수-자유, 아니 공화-민주당 양당구조에서 항상 아웃사이더로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 빛을 본 것이다. 시대가 드디어 그의 말에 귀 기울여서 말이다. 그리고 그의 나이는 73세다. 나이가 젊어서 진보가 아니라, 나이가 아주 많은 백전노장이 가장 진보적인정치인으로, 그리고 미국을 송두리째 흔들 정치적 아이콘으로 부상한 것이다.

 

젊다고 진보는 아닌 것이다. 한국의 청년담론은 그 점에서 얼마나 속류 유물론적이고, 비정치적이고 탈이념적이고 나아가 폭력적인 담론인지. 코빈은 또 어떤가? 그 역시 영국의 보수-노동 양당 구조 안에서 비주류, 그리고 급진화된 민주주의를 주장해온 사람이다. 노동당 안에서 계급의 언어를 살려내고 있는 사람이다. 또 그 역시 우경화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좌경화를, 그리고 자당 세력의 우경화에 맞서면서 부상했다. 미국의 샌더스와 영국의 코빈이 보수 양당 구조 내에서 살아남은, 그리고 단지 정치적 생존을 넘어서 화려한 부활 혹은 위협적인 인물이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그리스의 시리자는 정치세력으로서 계급좌파의 생존 부활 집권과정을 보여주었다. 여하튼 이들 모두는 그들 국가 안에서 그리고 그들 세력 안에서 우경화가 아니라 좌경 급진세력이고, 자기 세력·진영의 우경화에 맞서온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는 샌더스처럼 40년째 한결같이 급진적 언사를 외치는 이가 제도정치인 중에 없고, 코빈처럼 당내 아웃사이더로 살아남아 이념의 전투 끝에 당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도 없으며, 더구나 그리스의 시리자 같은 급진좌파는 소수 중의 소수다. 물론 구조적 원인도 있다. 한국 사회와 정치지형은 미국과 영국보다 좌파에 더 적대적이며, 이번 비례대표제 축소에서도 보였듯이 보수 양당은 민주화 이행 이후 진보세력의 정치적 진입을 막는 데 줄곧 이해의 담합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정치의 내용도 문제적이다. 한국에는 과연 샌더스와 코빈과 시리자가 있긴 한가 말이다. 모두가 우경화를 말할 때, 견결히 좌쪽에 서서, 정치의 양 날개 중 좌익이 되는 세력 말이다. 한국의 진보정치는 샌더스와 코빈과 시리자를 보면서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 그리고 현재의 입지가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진보정치가 코빈과 샌더스 그리고 시리자로부터 배울 지점이다. 진보정치를 하려면 똑바로 하란 말이다. 갈수록 체제내화되고, 체제 안으로 진입할 생각만 하지 말란 말이다.-권영숙 | 노동사회학자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7%13년째 신흥국 1 3.8 프레시안

2002년 홍콩, 2006년 일본 앞지르며 가계부채 비율 '고공행진'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3년째 신흥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제결제은행(BIS)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7.2%, 17개 조사 대상 신흥국 중 가장 높았다.한국 다음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신흥국은 태국(70.8%), 말레이시아(70.4%), 홍콩(67.0%), 싱가포르(60.8%) 등이었다. 최근 기업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의 가계부채는 38.8%로 집계됐다.

 

한국의 주요 신흥국 가운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위 국가로 꼽힌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9624분기까지만 하더라도 1.9%에 불과했지만, 200050%, 200260%대로 진입하며 가파른 속도로 치솟았다. 특히 20022분기 기준 가계부채 비율이 62.5%를 기록하며 당시 신흥국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가 최악 수준이던 홍콩(61.4%)을 앞질렀다. 이후 한국은 13년 넘도록 줄곧 다른 신흥국들보다 압도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로 꼽혔다.

이웃 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가였다. 일본의 가계부채 비율은 20001분기 74.4%까지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은 20062분기에 67.5%의 가계부채 비율을 보이면서 일본과 같은 선상에 올라섰으며, 같은 해 3분기 일본을 앞지르면서 한··일 아시아 국가 중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됐다.

 

BIS가 조사한 선진국 24개국과 합쳐 비교하면 한국은 41개국 가운데 8번째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로 124.2%에 달했으며, 호주(123.1%), 덴마크(122.9%), 네덜란드(111.4%), 캐나다(96.0%), 노르웨이(93.0%), 뉴질랜드(91.3%) 등이 뒤를 이었다. 영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86.4%, 한국보다 낮았다. 스위스, 덴마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은 모두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저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에서는 대출 여건이 완화되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덴마크의 경제성장률이 의미 있게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 위원은 "2007년 위기 이후 5년 가까이 침체기를 겪던 유럽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서 올라오려던 무렵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의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이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BIS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년간의 저금리 여건은 고위험 대출자에게도 대출 여건을 완화했다""2014년 중반 이후로 시장 불안이 퍼질 때면 고위험 대출이 유례없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돌 vs. 인공지능' 바둑대결, 외신도 흥분

9일부터 서울에서 대국 시작... "인류가 기계보다 우월한 마지막 영역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가디언

 

인간과 최첨단 인공지능(AI)의 역사적인 대결이 다가왔다.세계 최강 바둑기자 이세돌(33)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대결을 앞두고 전 세계 외신들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총 5차례에 걸쳐 대국한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이 1차전을 직접 관전하기 위해 방한했고, 외신들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며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승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하며, 알파고가 이기면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바둑챔피언에서 중국의 판후이 2단과 겨뤄 5-0으로 완승, 최초로 인간 프로기사를 꺾은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신들은 "수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은 흔히 서양의 체스와 비교된다"라며 "하지만 바둑은 우주 원자보다 복잡한 경우의 수로 체스를 압도하며, 아직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라고 소개했다.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한 마지막 영역"

영국 가디언은 "한국의 바둑 마스터 이세돌이 서울에서 인류를 지키기 위한 대결에 나선다"라며" 이세돌은 자신이 5-0 또는 4-1로 이길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1997년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세계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었던 사례를 거론하며 "만약 알파고가 이긴다면 지금까지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인공지능의 승리를 따라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세돌 9단은 바둑 경력이 21년으로 세계 최고수 3인방 중 하나"라며 "이에 비해 알파고의 바둑 경력은 2년에 불과하지만, 이미 이세돌 9단보다 훨씬 더 많은 대국을 치렀다"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알파고의 승리는 단순히 하나의 디딤돌을 넘어서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라며 "이는 인류가 기계보다 우월한 마지막 영역인 정신적 경쟁(mental competition)이 무너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알파고가 이기더라도 바둑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라며 "우사인 볼트보다 훨씬 빠른 자동차가 있어도 육상은 끝나지 않는다"라는 체스 전문 뉴스사이트 <체스베이스>의 창립자 프레더릭 프리델의 인터뷰를 전했다.

 

AP"만약 알파고가 승리하면 인공지능 세계의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세돌 9단 역시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아름다운 무언가를 대국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했다.이어 "결국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날이 올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바둑의 가치를 없앨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이세돌 9단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세돌 9단은 "인간과 대국할 때는 상대방의 기세를 읽는 것이 중요한데, 알파고와의 대국은 그런 감각적인 것들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을 앞둔 이세돌 9단의 영국 BBC 특집기사 갈무리. BBC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국할 때보다 업그레이드됐다"라며 "바둑에서 직관은 매우 중요하며,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을 잘 모방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고 훈련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어 "알파고는 인간과 달리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역대 대국을 통해 수많은 훈련을 했고, 이세돌 9단과의 이번 대국을 통해 약점을 파악하면 알파고는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 BBC는 이세돌 9단과의 대담을 소개하는 특집기사에서 "인간과 기계의 이번 대결은 마치 미래의 패권(supremacy)을 두고 벌이는 승부처럼 느껴진다"라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다"라고 소개했다. BBC"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꺾었지만, 그가 아마추어 축구팀이라면 이세돌 9단은 스페인 명문구단 FC 바르셀로나와 맞붙는 격"이라며 결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인공지능이 승리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창조한 인류가 더 위대하다는 의미다.

 

알파고 초반 해결능력에 놀라고, 파격수에 또 놀랐다 3.9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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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첫 대국에서 소목에 첫수를 두고 있다. 구글 제공

전율, 그 자체였다. 단순한 1패 때문이 아니었다. 승부 과정이 섬뜩했던 탓이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지적게임으로 불리는 바둑에서 인간 대표로 나선 이세돌 9(33)이 인공지능(AI)의 대표주자 알파고에게 186수 만에 불계패를 하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인공지능 과학자들 사이에서 그럴 가능성이 점쳐져 왔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지자 현장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세돌 인터뷰

돌을 던진 뒤 이세돌 9단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국장에 그대로 앉아 승부처들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같이 복기해줄 상대는 없었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지시에 따라 이날 이 9단의 앞에서 바둑을 둔 이는 대만계 영국인이며 구글딥마인드의 직원인 아자 황 아마 6. 하지만 그와 복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계를 상대로 인간을 대표해 홀로 대국장으로 들어갔다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본 이세돌은 외로워 보였다. 40분 뒤 이 9단은 여전히 착잡한 표정으로 미디어 브리핑 장으로 들어왔다.

 

흑 이세돌 9, 백 알파고. 중반 흑이 좌 중앙에 큰 집을 지어 판세가 불리해지자, 알파고가 우변 흑진에 백102를 두어 침투하고 있다. 이 승부수를 얻어맞으면서 이세돌 9단은 비세에 빠지게 됐다.(위쪽) 1~186수까지의 총보. 알파고가 불계승을 거뒀다.(아래쪽)

하하애써 작게 웃어 보인 그는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그가 놀란 건 두 가지다. 알파고의 초반 해결 능력과 허를 찌르는 결정적 수다. 그는 아무래도 초반은 알파고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풀어가는 능력이 놀라웠다. 또 서로 어려운 바둑을 두는 게 아닌가 느끼고 있었는데 승부수인 듯한 (그러면서도) 도무지 둘 수가 없는 수가 나와서 또 놀랐다고 했다. 실체도 없고 실력도 베일에 싸인 상대가 보여준 한 수 한 수에 놀라면서 대국에 임했다는 뜻이다. 그가 대국장에서 느낀 당혹감을 그대로 전해주는 대목이다.

 

흑 이세돌 9, 백 알파고. 중반 흑이 좌 중앙에 큰 집을 지어 판세가 불리해지자, 알파고가 우변 흑진에 백102를 두어 침투하고 있다. 이 승부수를 얻어맞으면서 이세돌 9단은 비세에 빠지게 됐다.(위쪽) 1~186수까지의 총보. 알파고가 불계승을 거뒀다.(아래쪽)

 

이세돌은 알파고가 흑백을 합쳐 102번째 둔 수를 본 뒤에는 10분 넘게 장고를 거듭했다. 좌중앙에 흑이 넓은 땅을 차지하자,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알파고가 던진 승부수였기 때문이다. 이 수는 바둑 전문가들을 포함해 대국 당시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파격적인 한 수였다. 이날 공식해설을 담당한 김성룡 9단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팽팽한 형세를 이어가다가도 승기를 느끼고 있었는데, 알파고가 102번 강수를 두자 (9단이) 놀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알파고의 이 승부수와 앞으로의 대국에 대해, 9단은 “(초반) 포석에서 실패하고 두 번째로 놀란 수가 나왔는데, 그런 점만 보완하면 저에게 승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승리 가능성은) 5 5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9단 자신도 이날 패배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지만 세기의 대결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져서 충격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즐겁게 뒀다. 앞으로의 바둑도 기대된다.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자신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자신에게 알파고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정말 놀라움을 선사한 알파고지만, 지금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세돌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와 데이비드 실버 개발자가 이세돌 9단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말하자, 이세돌은 이렇게 놀라운 프로그램을 만든 두 분께 깊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5판 중 1판이 지나갔을 뿐이고,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다만 이날 대국에서 이 9단은 종종 웃으며 여유를 부리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자만이었다. 알파고는 이 9단을 잘 알았지만, 9단은 알파고를 너무 몰랐다. 그러나 이제 확실해졌다. 알파고는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이제 이 9단이 도도한 알파고에게 도전할 차례다.

 

돈벌이에 혈안된 외국인학교 3.8경향

 

연 수업료 최고 3500만원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

유령법인으로 설립, 75억 횡령수익 해외유출 전 적발

 

연간 수업료가 3000만원대인 외국인학교가 학교 돈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 학교는 학교관련법을 피하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수업료 75억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강지식 부장검사)는 서울 서초구 덜위치칼리지 서울영국학교 입학처장 이모씨(48·)8일 불구속 기소했다. 특경가법상 횡령·배임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다. 이씨의 남편이자 학교를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사 이사 금모씨(50), 사 이사인 싱가포르인 (45)도 불구속 기소했다.

 

관련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영리법인이 학교를 세우지 못한다. 공교육을 통해 돈벌이를 못하게 하려는 방편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카리브해의 케이맨군도에 있는 영리법인이 운영했다. 홍콩에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서류상 회사로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학교를 세웠다. 홍콩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는 케이맨군도의 영리법인으로 5년간 36억원을 보내려 가짜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학생들이 낸 수업료 가운데 25000만원을 페이퍼컴퍼니 운영자금으로 썼다. 학교 건물을 짓는 데도 수업료를 사용했다. 200910월 학교 설립 전에 은행에서 대출받은 100억원 가운데 72억원을 수업료로 갚는 방법을 썼다. 검찰은 이는 수업료를 횡령한 것뿐 아니라 수업료를 교육활동 이외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규정한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650명이 다니며, 연간 수업료는 3000~3500만원에 이른다. 학교 측은 국내법을 준수하기 위해 전문 자문기관들과 학교 설립 및 운영을 지속 논의해 왔다검찰 수사가 이뤄져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혐의에 대해 관련 이사들의 정당성이 입증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개새끼론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9 미디어오늘

19대 총선 20대 후반 투표율 37.9%인과관계 모호, 투표율 높을 때도 박근혜가 당선

‘20대 개새끼론은 오래된 정치 괴담입니다. ‘나는꼼수다의 김용민 PD너희들에겐 희망이 없다고 했죠. ‘88만원 세대의 우석훈씨는 짱돌을 들라고 훈계했고요. 그나마 풍족한 시절을 누리고 취업도 잘 됐던 386세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 20대들은 억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20대들이 투표를 안 해서 나라가 이 모양이란 말도 나옵니다. 프랑스 대학생 투표율은 83%이상인데 대한민국은 36%. ‘20대 개새끼론의 실체를 분석해 봤습니다.

 

 

 

'장하나 통신 내역' 엿본 국정원, 이 법만 통과되면3.10프레시안

사이버 테러 방지법, '박근혜 경제 실정' 가리기 카드?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테러 방지법'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국정원이 개인 위치·금융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 '테러 방지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네이버·카카오톡·다음, 통신사 등 인터넷 영역에서도 정보를 수집할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8'사이버 테러 방지법' 직권 상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같은 날 국정원은 "북한이 국내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고 밝히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청와대도 9"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하루빨리 처리되기를 바란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일사분란하게 일어난 일들이다. (관련 기사 : 국정원 "2000만 사용 보안업체, 에 뚫렸다")

 

국정원, 네이버 등에서 정보 수집 권한 얻어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이버 테러 방지법'은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통신사, 쇼핑몰 등 정보 통신 사업자를 국가정보원이 '민간 책임 기관'으로 지정해 직접 지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 인터넷 사업자 등에 대한 국정원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 기사 : '사이버 테러법', 네이버·카톡도 국정원 손 안에!)

 

이 법이 통과되면 포탈이나 통신 사업자 등은 '사이버 테러 정보', '정보 통신망, 소프트웨어의 취약점' 등의 정보를 국정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82). 또 국정원이 '사이버 테러 민··군 합동 대응팀'을 만들고, 통신사나 포털 등 민간 정보 통신 사업자에게까지 인력 파견과 장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113).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카카오톡, 포털 등이) 국정원에 보고한 취약점을 활용해 국정원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테러'를 빌미로 국정원이 개인 정보에 개입할 여지를 지나치게 넓게 준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법은 사이버 테러를 '해킹''바이러스'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하는데(21),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사소한 해킹 사고만 일어나도 국정원이 (포털 등 해당 사이트 서버를 합법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사이버 테러가 일어나지 않아도, 국정원은 일상적인 조사를 할 수 있다. 선제적인 사이버 테러 예방 활동 차원에서다. 이 법은 국정원의 임무를 "사이버 테러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 전파"하는 것으로 규정한다(62). 야당과 시민단체가 "국정원이 영장 없이 인터넷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프레시안(손문상)

 

국정원, 더민주 장하나 의원 통신 자료도 조회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9"지금도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수사를 위해서 '패킷 감청'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회선을 감청하고 있는데, 이 법이 제정되면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표현의 자유가 극히 위축될 수 있고, 특히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나 선거 개입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이날 SK텔레콤에서 '통신 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받은 결과, 국정원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의당 이리원 부대변인은 이날 "국정원이 국회의원의 정보를 이렇게 쉽게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 국민의 정보는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전 국민을 상대로 더 민감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기사 : '사이버 사찰' 피해자들, 3.1'독립선언문' 발표)

 

새누리·청와대·국정원, 총선 국면 전환용 카드?

현실적으로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19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여야가 합의해야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며 직권 상정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의장으로서는 테러 방지법 직권 상정으로 필리버스터 국면을 맞았는데, 비슷한 법을 또다시 직권 상정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사이버 테러 방지법 카드'가 총선을 앞둔 '국면 전환용'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부각하면서 '총선 경제 심판론'을 제기하자, 새누리당은 '안보 이슈'로 화두를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만큼, 여당으로서는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야당 책임론'을 부각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북풍'은 부족해'테풍' 불어라?)

 

진보네트워크는 8일 성명을 통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국정원 권한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사이버 테러 방지법 제정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국정원에 영장 없는 인터넷 수색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수색을 하더라도) '통신 비밀 보호법' 절차에 따라 집행하지,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법이 집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광고비 얼마 받으면 1면을 통째로 내줄까 3.10 미디어오늘

구찌 광고와 바꾼 중앙일보 1, 신문의 얼굴인 1면 훼손? "해외에서는 이미 도입된 지 오래

중앙일보가 지난 9일 지면에서 래핑(Wrapping) 광고 형식으로 고가 브랜드 구찌(Gucci) 화보를 내놨다. 래핑 광고는 기존의 광고판 등 광고개체 대신 벽, 기둥 등에 랩을 씌우듯 광고물을 덧씌워 광고하는 기법이다.

 

한국 언론사 중에서 래핑 광고를 본격적으로 선보인 건 중앙일보가 처음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950주년 창간기념호 1면에는 50년전 중앙일보 창간호 1면을, 마지막 면에는 삼성전자 광고가 들어간 래핑 형식을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먼저 1면이 갖는 상징성 훼손에 대한 우려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1면은 그 언론사의 얼굴이라며 그날 가장 중요한 내용,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광고로 둘러싸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39일 중앙일보 래핑 광고.

 

정 교수는 세계적으로 정론지라 불리는 많은 언론사들은 이런 래핑 광고를 지양한다한때 경향신문도 1면에 아예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언론이 광고시장에 휘둘린 건 이미 오래됐지만 이번 래핑 광고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호 밑에 전면 광고가 실림으로 인해 언론사가 갖는 신뢰’ ‘공정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고 결국 언론사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업은 언론이 가지고 있는 신뢰, 공정의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데 쉽게 내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왜 르몽드가 광고를 하지 않겠나라며 경제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고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여기서 독립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그래야 비판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광고가 확대되면 언론사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가지가 신뢰를 잃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같은 래핑 광고가 해외 일부 언론에서는 도입한 지 오래됐고 기사와 광고가 이처럼 분리된 형식의 광고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 독일 디벨트 등은 이미 래핑 광고를 해왔고 미국 언론사들도 책 띠지와 비슷한 절반 래핑광고를 한다.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경제권력 앞에 신문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라며 이런 광고가 언론의 신뢰도,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많지만 신문은 이제 권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심 위원은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따지자면 무엇이 기사고 무엇이 협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협찬형 광고가 더 문제라며 새로운 형태의 광고의 등장이 파격적이긴 하지만 이같은 래핑 광고는 오히려 기사와 분리돼 있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몰락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광고사업본부의 한 간부는 이번 래핑 광고는 종이신문 본연의 콘텐츠를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파격적인 지면을 선보인 것이다. 중앙일보가 지금까지 해왔던 다양한 시도 중에 하나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광고 이후 광고업계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간부는 래핑 광고가 1면의 상징성이나 저널리즘 가치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널리즘의 가치라는 것이 래핑 광고라는 형식으로 인해 침해되거나 위배된다고 보지 않는다광고가 1면을 침해했다면 광고를 넘겼을 때 바로 3면이 나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향사설]전 지구적 현상이 된 20대 빈곤과 자본주의의 한계 3.10

지난해 한국 20~30대 청년가구의 소득이 사상 처음 감소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5년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15552원으로 1년 전보다 0.6% 줄었다.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비정규직 비중이 늘면서 일자리의 질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도 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20대의 평균 가처분소득이 전체 평균보다 20%나 낮았다고 7일 전했다. 미국의 20대는 은퇴한 연금 수급자보다 가난하며 영국에서는 연금 수급자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20대의 3배에 달했다.

 

청년빈곤은 이제 전 지구적 현상이다. 한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소득이 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윗세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청년빈곤층이 느끼는 좌절감과 불만은 어디선가 분출구를 찾기 마련이다. 사회연대에 심각한 장애요인이란 점에서 모두가 이래선 안된다고 느끼지만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어느 나라든 시장만능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적 모델로는 청년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 역시 국회가 노동 관련 법안을 몇 개 통과시킨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청년층의 신규 채용 중 비정규직 비율은 64%201360%보다 높아졌다. 항상 해고를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일자리를 양산한다면 청년빈곤은 고착화될 뿐이다. 청년빈곤의 전 세계적 대두는 약육강식적인 신자유주의체제와 성장만능주의를 지양하면서 분배와 복지,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함을 시사한다. 임금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성장은 공허하다. 아무리 고된 일이라도 좋은 대우를 받고 안정적이라면 구직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란 전제하에 청년빈곤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경제 새판짜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청년층도 빈곤 해결을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세력을 조직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다.

 

'식민사학'이라는 주홍글씨, 어디까지 타당한가 3.11경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지난 20143월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주간경향 자료

 

재야사학계, 역사학계 한사군 한반도설등 식민사학으로 규정

젊은 역사학자들 재야사학계 주장은 사이비 역사학본격 반박

국정교과서 고대사 부풀리기맞물려 뜨거운 역사전쟁예고

 

다양한 해석 가능성이 존재하는 역사연구에서 사이비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난폭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들이 이미 학문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재야사학계로부터 식민사학이라는 공격을 받아온 역사학계가 최근 본격적인 반박에 나섰다. 지난달 말 출간된 계간 <역사비평> 봄호에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비판이라는 주제로 실린 세 편의 글을 통해서다. 필진은 강원대 사학과 강사인 기경량씨, 성균관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위가야씨, 연세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안정준씨 등 30대 젊은 연구자들이다. 기경량씨는 총론 성격의 사이비 역사학과 역사 파시즘에서 고대사 분야와 관련한 재야사학계의 주장을 사이비 역사학이라고 규정하고 사이비 역사학의 특징은 우리 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강조, 광대한 고대영토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음모론이라고 지적했다.

 

석박사급 소장 연구자 30여명은 지난해 여름 젊은연구자모임’(‘연구자모임’)을 만들고 같은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네 차례 고대사 관련 콜로키움을 열어 문제의식을 공유해왔다. <역사비평>에 실린 글은 연구자모임이 콜로키엄에서 발표한 논문들을 정리해 공적 지면에는 처음으로 발표한 것이다.

 

젊은 연구자들이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두 사건이 자리잡고 있다. 20143월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 본부(‘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다. 국민운동본부에는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병기 대한독립운동총사 편찬위원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등이 참여했다. 20144월 국민운동본부는 하버드대 한국학 연구소 한국고대사 연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그해 초 발간된 연구서 <한국 고대사 속의 한사군>(The Han Commanderies in Early Korean History)이 식민사관을 담고 있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내용은 판단하지 않고 사업 과정에서 심사절차가 누락됐다고 발표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이 2008년부터 예산 45억원을 투입하고 60여명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한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이 재야사학자들의 도마에 올랐다. 이덕일 소장을 비롯한 재야사학자들은 이 지도 역시 식민사관을 따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는 이 같은 비난에 호응해 같은해 4월 임시회의를 열고 동북아역사재단과 지도편찬위원회의 책임을 추궁했다. 지난 1월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도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재단 용역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 서강대 연세대 사업단과의 협약을 해약하고 연구비 일부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두 사업을 중단 또는 전면 재검토한 표면적인 이유는 감사원 감사와 지도의 형식적 오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두 경우 모두 한사군의 위치가 한반도에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역사학계의 평가다. 그러나 기원전 108년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한사군 중 하나인 낙랑군이 한반도에 있었다는 한사군 한반도설이 한국 역사학계의 통설이다. 역사학계의 통설을 담았다는 이유로 수십여명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하고 국책연구기관이 수입억의 비용을 쏟아부은 두 사업이 사실상 모두 좌초했고,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확립된 학계 통설이 일거에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로부터 식민사학 아니냐는 추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사군 한반도설, 식민사학인가

낙랑군이 요서에 있었다는 요서설은 고조선의 강역이 대륙이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고 주장하는 재야사학계의 핵심 논거다. 잘 알려져 있듯, 일제 강점기 일본 학자들은 문헌실증과 발굴을 통해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고 비정(비교해 정함)했다. 이덕일 소장 등 재야사학계는 이를 빌미로 역사학계의 한사군 한반도설이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식민사관이자 매국사관이라고 공격해왔다. 그 원인이 일제 총독부 조선사편수회 출신 이병도의 후예들인 식민사학자들의 카르텔이 한국 역사학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재야사학자들의 단골 메뉴다.

 

<역사비평>에 기고한 세 연구자들은 역사학계의 통설에 입각해 이 같은 재야사학자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우선 낙랑군의 위치를 한반도 안으로 비정한 것은 일본 학자들이 처음으로 한 일이 아니다. 조선 전기에 여러 사서들이 중국 사서의 주석서들을 바탕으로 한사군의 위치를 한반도로 비정했고, 이어 16세기 박상의 <동국사략>, 17세기 한백겸의 <동국지리지>를 거쳐 18세기 유득공, 정약용, 한진서 등도 낙랑군과 임둔군, 현도군이 한반도 안쪽에 있었다고 보았다. 요서설과 요동설도 제기됐으나 정약용과 한진서는 이를 모두 비판했다. 위가야씨는 한사군 한반도설은 처음 한사군의 위치를 한반도 안으로 파악한 중국 사서의 주석가들 이래 조선 후기에 역사지리학을 연구한 실학자들, 그리고 일본인 역사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심화되고 그 타당성을 인정받아온 학설일 뿐 일제 식민사학의 산물이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사군 한반도설은 일본학자들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해방 후 평양에서 발굴된 유물과 국내 역사학계의 사료 연구가 축적된 결과 통설로 자리잡았다. “일제시기에 발굴한 낙랑 지역 고분의 수는 70여기에 불과하지만, 해방 이후 북한에서 발굴한 낙랑고분의 수는(1990년대 중반까지) 무려 2600여기에 달한다. 현재 우리가 아는 낙랑군 관련 유적의 대다수는 일제시기아 아닌 해방 이후에 발굴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낙랑 관련 유적 유물들 역시 주로 이 시기에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안정준, ‘오늘날의 낙랑군 연구’)

 

낙랑군 요서설에 따른 낙랑군 위치. 학계 통설은 평양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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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는 낙랑군의 위치가 낙랑군이 중국 식민지였는지 여부를 가르는 재야사학계의 논리야말로 일제 식민사관을 답습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은 낙랑군의 주요 지배층이 중국인이었으며 화려한 장식을 갖춘 낙랑고분이 중국인 지배층의 무덤이었던 반면 고인돌은 고조선계 토착민의 무덤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선이 고대부터 식민지였다며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았던 일본 학자들의 타율성론의 핵심 근거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 역사학계는 1990년 북한에서 발견된 초원 4년 호구부목간(인구 호적을 기록한 대장)과 나무곽 무덤에서 출토된 세형동검 등을 토대로 낙랑군의 주요 지배층 가운데 상당수는 토착민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인돌 또한 낙랑군 시기의 무덤이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냈다. 안정준씨는 고고자료를 기반으로 한 한국 학계의 연구로 인해 낙랑군이 중국인에 의해 운영된 중국인 사회라는 오랜 통념은 깨졌다“(재야사학자들이 낙랑군의 위치 문제에만 천착하는 것은) 낙랑군을 근대적 식민지로 규정하며 민족 대 민족의 대립구도로 파악했던 과거 일제 식민사관의 논리적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국 학계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까지 감수하면서 근거가 불명확한 낙랑군 요서설을 강변하지 않고도 일제 식민사관을 논파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한사군 한반도설=식민사학이라는 재야사학계의 단순 논리를 넘어서는 것이다.

 

1990년 평양에서 발견된 호구부 목간. 낙랑군 내 현별 호구와 전체 인구가 기록돼 있다. = 역사비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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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사학을 비판해도 식민사학자?

역사학계는 50여권의 단행본을 출간하며 막강한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재야사학계의 대표선수 이덕일 소장의 무차별적 식민사학자 몰이가 한계를 넘어 폭주한 사건으로 지난달 5일 최종선고가 내려진 이덕일-김현구소송을 꼽는다.

 

이 소장은 2014년 출간한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현구 고려대 명예교수를 18쪽에 걸쳐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이 소장은 책에서 김현구는 와세다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최근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라는 책에서 임나일본부가 실제로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쓴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970~80년대 민족문학론의 본산이자 진보 노선을 유지해온 창비에서 출간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어디에도 임나일본부가 실제로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문장은 없다. 그런 해석이 가능한 대목도 없으며, 논리구조상으로도 그렇다.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는 일본학자들의 임나일본부설의 근거인 일본서기의 기록을 집요하게 논파하면서 임나일본부설이 허구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이 소장은 무엇을 근거로 김현구 교수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다고 본 것일까. 그는 김현구 교수가 <일본서기>에 나오는 삼국과 야마토 정권 사이의 인적 물적 교류 횟수를 기록한 대목을 문제 삼는다. 507년에서 562년 사이의 <일본서기>기록을 보면, 야마토정권과 신라 고구려 사이에는 각각 왕복 2회의 교류가 있었다. 임나와는 왕복 8회의 교류가 있었고 백제와는 왕복 39회의 교류가 있었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야마토 정권이 삼국 및 임나에 사자를 파견한 횟수보다 삼국 및 임나가 야마토 정권에 사자를 파견한 횟수가 더 많다. 이 소장은 이를 야마토 정권이 신라 고구려로부터 조공을 받는 상국이란 뜻” “자주 조공을 바친 백제가 야마토 정권의 속국이라는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김현구 교수가 표면적으로는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시 국제관계를 <일본서기>의 관점에서 보는 식민사관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현구 교수는 책에서 사신 파견 및 물적 인적 교류 횟수를 당시 삼국과 임나가 야마토 정권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삼고 있을 뿐 사신 파견을 상국이나 조공의 관점에서 해석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이 서술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5장의 결론은 야마토 정권과 한반도 각국과의 관계는 일본 학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임나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 것이 아니라 백제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백제와의 관계는 특수한 용병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교류 횟수로 볼 때 야마토 정권은 백제와 주로 교류했으므로 야마토 정권이 삼국 전체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일본 학자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고, 임나와의 교류 횟수가 적은 것은 임나를 지배한 것이 백제였기 때문이며, 백제가 고구려 신라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야마토 정권의 병력을 용병으로 썼다는 논리다. 이 소장은 이같은 김현구 교수의 논리를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피해자 집필 서적을 직접 읽어본 일반 국민이라면 누구나 피고인이 이 사건 서적에서 피해자에 대하여 기술한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출판물에 의한 허위 사실 적시 혐의로 이 소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주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덕일 소장의 책은 김현구 교수의 책을 그 이면의 논리까지 파악해 학문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며 유죄 판결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단히 위험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역사학계는 식민사학을 본격적으로 재검토하거나 식민사학의 이론 체계를 해체한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지난달 23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이 소장의 유죄판결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명예훼손으로 유죄이기 때문에 임나일본부설을 학자가 더 이상 비판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민사학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법적 단죄의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이다. 성명서에는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 박정신 전 오클라호마대 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등 47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되는 것은 식민사학을 비판하였다는 이유가 아니라, 피해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을 전제로 피해자를 식민사학자로 규정지음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데 있다.” 한 역사전공 교수는 동료 학자들이 김현구 교수에게 선생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 타협하지 마시라고 얘기했다며 학계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구 교수의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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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상고사의 불길한 그림자

 

세 젊은 연구자들이 <역사비평>에 글을 기고한 것은 혈기왕성한 젊은 연구자들의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역사학계가 재야사학의 공격에 정면 대응하겠다고 알리는 선전 포고에 가깝다.

 

그동안 역사학계는 재야사학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정면 대응할 경우 오히려 재야사학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을 우려했다. 이정빈 경희대 연구교수는 창조론자들의 도발에 생물학자들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1970년대~1980년대 ‘1차 고대사 파동에서 역사학계가 입은 상처 때문이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검인정 교과서를 폐지하고 1974년 국정교과서를 배포하자 재야사학계는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기존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으로 매도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들은 국정 국사 교과서가 단군을 신화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1978년 국정 국사 교과서 내용 정정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국수주의적 역사관을 공세적으로 주장했다. 이어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안호상 등의 청원에 의해 국회에서 열린 국사 교과서 공청회에서 이들은 단군의 역사적 실존 인정, 낙랑군 북경설, 백제의 중국 동해안 통치설, 통일신라 국경 북경설 등을 주장했다. 당시 역사학자들은 식민사관에 대한 극복이 상당 부분 이뤄졌고 교과서 내용이 사실에 충실한 것이라 반박했으나 국회의원들은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에 동조해 역사학자들에게 수모를 안겼다.

 

이 같은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역사학계가 정면 대응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해 현재 밀실에서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국가 주도의 단일한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국정화는 그 자체로 역사 인식의 퇴행이다. 이 못지않게 역사학계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의 친일 독재 미화 비판을 희석하기 위해 고대사 서술을 민족의 영광을 강조하는 쪽으로 몰고갈 가능성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앞으로 중고등학생들이 배울 교과서 집필의 청사진이 되는 2015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고대사 비중을 강화하기로 확정했다. 정부가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하던 지난해 113일 당시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상고사와 고대사를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야사학계가 역사학계 통설이 식민사관이라고 공격하고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이 동조해 역사학계의 주요 프로젝트를 좌초시킨 것이다. 게다가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지난달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덕일 소장을 식민사학의 희생양이라고 옹호하는 등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마저 재야사학계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허황된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퍼져 그냥 두고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고고학회, 고대사학회, 상고사학회는 지난달부터 정기적으로 모여 상고사 관련 쟁점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역사학계는 재야사학계의 논리가 대중들에게 먹혀 든 데는 대중과 소통하려는 학계의 노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는 반성에 따라 대중강연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고대사학회가 지난 9일부터 6월까지 매수 수요일 한국고대사 시민강좌를 시작했다. 조인성 경희대 교수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기 12개 강좌를 열고 강좌를 지역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계는 대중강연과 함께 올해 안에 고대사 관련 쟁점을 다루는 단행본도 출간할 예정이다.

 

매국-애국프레임의 딜레마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는 지난해 4월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가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과 관련해 마련한 임시회의에 출석해 이덕일 소장과 토론을 벌였다. 임 교수는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위원이다. 이 소장은 이 자리에서 한사군이 한반도에 표시된 점 등을 거론하며 역사관 자체가 우리 관점에서 보지 않고 자꾸 일본 식민주의자의 입장, 중국 동북공정의 입장에서 바라본 지도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넉달 후 출간한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에서도 이 토론을 끄집어내 임 교수를 비판했다. 그의 프레임에 따르면 임기환 교수는 매국 사학자인 셈이다.

 

지난해 911일 임기환 교수(가운데)가 국사편찬위원회 공청회 장소 앞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읽고 있다. = 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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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되짚어볼 장면이 있다. 지난해 9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편찬 준거 개발 시안 공청회가 열렸다. 국편은 당시 교육부 위탁을 받아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개발하고 있었다. 공청회에는 집필기준 연구진 임기환 교수, 강석화 경인교대 교수, 김수자 이화여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첫 순서인 주제발표가 끝난 후 세 사람은 공청회장 문 앞에 섰다. 가운데 선 임기환 교수가 성명서를 낭독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다. 성명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의 과정을 돌아볼 때, 아직 통설로 자리 잡지 못한 견해나 특정한 역사 인식을 교육 현장에 제시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국정 발행 체제를 고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만일 역사 교과서가 국정제로 환원되고, 그 내용도 학계의 정설을 담지 못할 경우 역사 교육이 감내해야 할 피해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위탁으로 받아 집필기준을 연구한 연구진이 집필기준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화에 반대 선언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매국이고 무엇이 애국일까. 정부의 잘못된 국정화 방침에 반대했으니 애국일까. 아니면 식민사관 논리를 추종했으니 매국일까.

 

이덕일 소장은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역사학계가 식민사학 카르텔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본다. 이 논리대로라면 역사학계의 원로·중견 학자들은 물론 <역사비평>에 재야사학을 비판하는 글을 실은 30대 젊은 연구자들도 식민사학에 빠져 있는 셈이다. 한국 진보세력이 종북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논리와 유사한 음모론적 가설에 가깝다. 음모론은 사회 부정의를 고발하는 비판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질문으로 남을 때 음모론은 비판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답변이고자 과욕을 부리면 그것은 더 이상 비판이 아니게 된다. 망상이 된다. 도그마가 된다. 독백하는 신념 체계가 된다.”(전상인, <음모론의 시대>)

 

암 원인물질, 고리원전의 놀라운 방출 3.12 오마이뉴스

고리원전 1~2호기 1993년 요오드 131 배출량 확인... 최대 1300만배

 

환경운동연합과 최원식 국회의원실은 UN과학위원회의 2000년 방사능 피폭 보고서(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 Vol 1 UNSCEAR 2000)와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의 제출 자료를 통해서 고리원전 1~2호기 1993년 기체 요오드 131의 배출량이 13.2기가베크렐(GBq), 1990~1997년 미국,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에 비해 최대 1300만 배 이상 높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UN과학위원회 보고서에는 고리원전 1~4호기가 13.2기가베크렐의 요오드 131 기체를 배출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한수원이 최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고리원전 1~2호기에서 1993년 요오드 기체가 13.1기가베크렐 배출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1994년 미국 사우스 텍사스 1~2호기 요오드 기체 배출량(0.000001기가베크렐)1300만 배다.

 

갑상선암 원인물질 요오드 131, 고리원전서 세계 최대치 배출

베크렐(Bq)은 방사성 물질의 활동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다. 방사성 물질은 불안정해서 원자의 핵이 붕괴하면서 다른 원자로 바뀐다. 이때 여러 형태의 방사선으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1초에 한 번 핵붕괴하는 방사성 물질이 있으면 1베크렐이다. 기가베크렐은 10억베크렐이다. 1초에 한 번 핵붕괴하는 방사성 물질이 10억 개가 있으니 1초에 10억 개의 핵붕괴가 일어나는 셈이다.

 

고리원전 1~2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이 세계 최대치로 방출되었음을 확인하고 이를 분석한 기자회견. 90~97년 당시 전세계 원전의 배출량을 전수조사한 결과, 고리원전 1~2호기 요오드 131 배출량이 미국 사우스 텍사스 원전 1~2호기의 1300만 배임을 확인했다. 최원식 의원실

 

요오드 131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사성 물질로 갑상선암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핵붕괴가 일어나서 그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8. 핵붕괴 시 베타선과 감마선이 차례대로 발생하면서 고에너지를 방출한다. 외부 피폭보다 흡입, 섭취 등으로 몸에 흡수되었을 때 내부 피폭의 영향이 크다.

 

흡수된 요오드 131 대부분은 갑상선에 축적되어 세포를 손상시켜 암 발생 등 질병의 원인물질로 작용한다. 세슘 137과 함께 대표적인 기체 방사성 물질로 측정이 쉬워서 원전 사고 시 다른 방사성 핵종을 추정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요오드 131은 원전 사고 초기에 집중 피폭을 당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다. 방사성 요오드가 흡수되더라도 갑상선에 축적되지 않고 배출될 수 있도록, 미리 비방사성 요오드제인 요오드화 칼륨을 먹어서 갑상선을 요오드로 포화시키면 내부 피폭을 예방할 수 있다. 핵연료를 식히는 1차 냉각재에서 방사성 요오드의 농도가 급증하면 핵연료봉이 손상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UN과학위원회 2000년 방사능 피폭 보고서 중 부록 C. 세계 각국 원전에서 배출된 기체 요오드 131 (단위:GBq) 붉은 줄-한국 고리원전 1~4호기 1992년과 1993년 자료. 미국 사우스 텍사스 1~2호기 1994년 자료와의 차이가 1300만 배 출처: 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 Vol 1 UNSCEAR 2000 ANNEX C: EXPOSURES TO THE PUBLIC FROM MAN-MADE SOURCES OF RADIATION pp254-259 UNSCEAR

 

환경운동연합은 원전이 일상적으로 가동 중일 때도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2015319일 보도자료 '원전 주변 지역 오염과 주민 암발생 원인 핵종 확인, 핵발전소 굴뚝 없어도 방사성물질 계속 나와, 원전주변 거주 제한구역 확대하고 암발생 역학조사 해야'), 최원식 국회의원실과 함께 국내 원전의 액체 및 기체 방사성 물질 역대 배출량을 요청했다.

 

비슷한 시기, 원전 주변 지역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의 재판 증언을 통해, UN 과학위원회 2000년 방사능 피폭보고서에서 고리원전 1~4호기의 19921993년 요오드 131 배출량이 특별히 높게 나왔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이후 UN과학위원회 보고서를 입수하고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이 최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중 요오드 131 배출량을 검토한 결과, 고리원전 1~4호기 중에서도 특히 1~2호기에서 요오드 131이 다량 배출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당시 가동 중이던 모든 노형의 원전 430여 기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UN과학위 1992년 기록은 실수에 의한 오기?

UN과학위원회 보고서에서는 고리원전 1~4호기의 1992년 수치가 1993년보다 더 높다. 16기가베크렐(GBq)이 기록된 것이다(위 그림). 이에 대해 한수원은 1992년 기체 요오드 131 배출량 자료는 '오기'에 의한 것이라는 답변을 최원식 의원실에 제출했다. 1992년 고리원전 1~2호기 기체 요오드 131 배출량이 1.58기가베크렐인데 이를 15.8기가베크렐로 잘못 썼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고리원전 1호기의 기록적인 방사성 물질 과다배출, 첫 공개

 

한수원이 최원식 의원실에 제출한 고리 1발전소(고리 1~2호기) 요오드131 배출량 최원식 의원실

 

한편, 최원식 의원실이 이번에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79년 고리 1~2호기에서 액체 요오드 13181.6기가베크렐 배출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UN과학위원회 보고서에는 1990~1997년 전세계 원전의 기체 요오드 131 배출량만 나와 있다.

 

고리 1~2호기의 1979년 요오드 131 수치는 1993년 고리 1~2호기 요오드 131 배출량보다 6배나 더 높다. 1993년 고리 1~2호기 요오드 131 배출량이 1994년 미국의 사우스 텍사스 원전 1~2호기의 1300만 배인데, 1979년 고리1~2호기는 81.6기가베크렐. 자그마치 최대 8200만 배나 높은 수치다.

 

최원식 의원실에서 한수원으로부터 자료를 받기 전까지 1979년 방사성 물질 배출량은 계속 의문이었다.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추적을 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1979년 방사성 물질 배출량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뢰한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연구책임자 백도명)'의 추가 분석으로 백도명 교수가 환자의 거주시점에 따른 암발병률의 차이를 확인하면서부터다.

 

2000년 이후에 암이 발병한 사람들의 거주시작 연도를 살펴보았을 때 1980년 전후부터 거주하기 시작했던 주민들에게서 암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1978~1980년까지 고리원전 1호기 고장사고 건수는 총 37건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리 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19809월 한국전력주식회사, 한국원자력연구소)' 보고서를 받았다.

 

이 평가서는 1979년의 '개인최대내부피폭선량(당시 준용한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10 CFR 50, Appendix )은 선량 목표치의 약 3배 정도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방사성 요오드의 방출량이 많은 데에 기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의 활동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즉 방사능의 정도를 확인하는 단위가 베크렐(Bq)이라면 이 방사성 물질이 내뿜는 에너지를 사람이 얼마나 흡수해서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는 단위는 시버트(SV)이다. '피폭선량'이라고 한다.

 

피폭선량은 방사선 측정기로 측정하거나 계산식으로 계산을 해서 확인한다. 그 중 내부 피폭선량은 방사성 물질이 체내로 들어와서 체내 세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피폭선량을 말한다. 똑같은 방사성 물질이더라도 몸밖에서 있을 때보다 흡입이나 섭취 등으로 체내에 흡수되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1979년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된 지 1년이 된 해다. 두 번째 원전이 고리 2호기로 1985년부터 가동되었으니 이 당시 방사성 물질 배출처는 고리원전 1호기뿐이다. 당시 고리원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방사성 요오드의 방출량에 기인'한 피폭선량이 그렇게 높았던 것일까.

 

요오드 131 배출량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오염도 조사결과이다. 그런데 정보공개를 통해서 받은 1980년 환경방사능 종합평가서에는 해조류 요오드 131 오염도가 표로 정리되어 있지만 1979년 것만 빠져있다. 결국, 1979년 요오드 131가 엄청나게 바다로 쏟아졌다는 사실을 최원식 의원실을 통해서 처음으로 확인했다.

 

1993년에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이 다량으로 배출된 원인 역시 한수원 제출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19926월과 19939월에 고리원전 2호기의 핵연료봉이 각각 10다발과 19다발이 손상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원전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에서 설계기준으로 삼고 있는 가장 보수적인 가정인 핵연료봉의 총 150다발의 0.1% 결함률보다 약 10배나 많은 양이다.

 

핵연료봉을 둘러싸고 있는 피복이 손상되어 핵연료의 방사성 물질이 핵연료를 식히는 1차 냉각재로 유출된 것이다. 1차 냉각재에 방사성 물질이 증가하는데 특히, 방사성 요오드양이 급증한 것이다. 1차 냉각재가 순환하는 계통의 노즐 등에서 1차 냉각재가 조금씩 새어나간다. 이때 요오드 131이 외부 환경으로 누출된 것으로 추측된다.

 

고리원전 1호기, 1979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백도명 교수는 '고리원전지역 환경방사능 방출과 갑상선암 발생에 대한 거주기간 및 거주시점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1980대 초반과 1992년 이후 거주를 시작한 주민들에게서 암발생률이 높은 양상을 확인했다. 1979년과 1993년은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이 다량으로 환경에 배출된 시기이다.

 

분석 숫자가 적어서 통계적 유의성은 떨어지나 갑상선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131 다량 배출시기와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시기가 겹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가적으로 각 원전지역에서 거주하던 갑상선암 환자들의 거주지역 및 원전으로부터의 거리와 방향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고리1호기에서 배출된 방사성액체에 의한 개인최대피폭선량 1979년 성인, 소아, 유아의 피폭선량이 급증했는데 특히 유아의 갑상선 피폭선량은 기준치를 넘어섰다. 하지만 전신피폭량은 여전히 낮게 평가되어 있다. *출처:고리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19809월 한국전력주식회사, 한국원자력연구소) 한국전력()

원전 제한구역 경계에서의 개인최대피폭선량 규제값이 0.25밀리시버트(mSV)인데 1979년 고리원전 1호기의 '방출액체에 의한 개인최대피폭선량'은 유아의 갑상선의 경우 약 0.3밀리시버트로 기준을 넘어버렸다(위 그림). 하지만 전신피폭량은 0.009밀리시버트로 매우 낮게 평가되어, 결과적으로 기준치 이하로 평가되었다.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에 모여서 결국 갑상선암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전신피폭량 평가는 갑상선암 발생에 중요하지 않는데도 전신피폭량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갑상선암 발생 문제를 희석시킨 평가이다.

 

또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었고 암발생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폭선량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다. UN과학위원회 보고서와 한수원 제출자료에 따르면 1993년 고리원전 1~2호기의 기체 요오드 131 배출량은 울진원전(현 한울원전) 1~2호기보다 3천 배가 높다. 그런데 그 영향을 확인하는 피폭선량 계산 값은 갑상선 피폭의 경우 45, 전신 피폭의 경우 10배밖에 높지 않다.

 

피폭선량은 방사성 물질 종류에 따라서, 그 양에 따라서 일정한 모델에 의한 계산식으로 도출된 값이다.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었고 암이 발생했는데 피해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피폭선량은 여전히 낮다. 피폭선량 계산식은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의 피폭선량 계산식을 이용한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의 피폭선량 계산식 자체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그동안 유럽방사선방호위원회(ECRR) 등이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내부 피폭선량 계산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 대안 계산식을 제시해왔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계산식에 따른 갑상선암 피폭선량 대비 전신 피폭선량도 들쑥날쑥이다. 1993년 고리원전의 경우 갑상선 피폭선량은 0.034밀리시버트로 1979년 성인 갑상선 피폭선량 0.1밀리시버트의 1/5인데 전신 피폭선량은 0.0076밀리시버트로 19790.01밀리시버트와 큰 차이가 없다.

 

원전과 암발생 연관성 속속들이 밝혀져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피폭선량 계산식에 의한 피폭선량 평가가 실제 원전주변지역의 암발생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국제적으로 소개된 논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피폭선량 계산식은 일본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생존자를 추적 조사하면서 만들어진 모델에 기반으로 전신피폭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세포수준의 손상에서부터 암이 발생하는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방사성물질에 영향을 받는 특정 장기(가령, 갑상선암)에서 직접 방사선 피폭이 되어 손상되는 세포들의 피폭선량으로 좁혀 들어가면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계산식에 의한 피폭선량보다 최소 1천 배나 높다는 것이 유럽방사선방호위원회(ECRR) 보고서의 주장이다. 이 계산식에 의하면 기준치 이하로 계산된 피폭선량이 1천 배 이상 높아져서 암발생률이 높아지는 실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원전에서 지속적으로 배출된 방사성 물질에 의한 암발생 연구는 국제방사선방호협회가 원폭피해자들의 연구를 한 것에 비하면 아직 초기단계인데 '독일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소아암에 대한 역학적 연구(Dec. 2007, urn:nbn:de:0221-20100317939 Salzgitter, 2007)'가 시사점이 크다.

 

독일연방 방사선보호청에서 의뢰한 연구프로젝트의 결과가 담긴 이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독일에서 매년 자연적인 방사선 노출은 약 1.4밀리시버트에 이르며, 의학 연구에 의한 연평균 노출은 약 1.8밀리시버트인 데 반해 오브리하임 원전과 그룬트레밍엔 원전에서 5km 떨어진 50세 주민에 대한 기체 방사성물질 피폭선량 평가는 각각 0.0003200밀리시버트와 0.0000019밀리시버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1980년부터 2003년까지 원전주변 5km 이내에 거주한 5세 미만 아이가 소아암이나 소아백혈병에 걸릴 위험성과 원전 간의 관련성이 관찰된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피폭선량 평가에도 불구하고 소아 암과 소아 백혈병 발생은 원전과 관련성이 있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핵발전소 인근의 아동기 백혈병(Childhood leukemia around Franch nuclear power plants-The Geocap study, 2002-2007)'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2002~2007년 동안 발생한 소아 백혈병이 원전 반경 5km 거주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뢰한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연구책임자 백도명)'는 데이터 확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전과 주민들의 방사선 관련 암 사이의 관련성을 밝혀냈다. 그러나 방사능에 가장 민감한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을 연구에서 제외한 점, 거리와 시기에 따른 암발생 연관성 등 아직 연구과제가 많다. 바다와 대기 중으로 배출된 수십 종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592명의 원전 주변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기준치 이하의 피폭량이라고 암으로 고통 받는 지역주민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저선량 방사능 노출로 인한 암발생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연합 '부울경 낙천' 새누리당 7명 지목3.9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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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마피아 저항 무력화, 박원순의 '비법'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어느 날 30년생 소나무 8억 그루가 불쑥 솟았다면? 그것도 서울 하늘 아래에서...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럼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핵발전소 한 기가 갑자기 필요 없는 상황이 됐다면? 핵발전소 2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움찔하겠지만 국민은 편안하다.

 

이건 현실이다. 2012년에 시작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은 소나무 숲처럼 막대한 온실가스배출량(563만 톤)을 줄였다. 핵발전소 한 개가 만드는 에너지양 200TOE(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1석유환산톤은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이다)를 절약했다. 2003~2011년까지 1182개소였던 태양광 미니발전소는 2012~2015년 사이에 1929개소로 늘었다.

 

그 결과, 전국 평균 전력 사용량이 1.76% 증가할 때(2013) 서울시는 1.4% 감소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밀양 할머니들에게 미안하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에 전기 가져오려고 하니까 생겨나는 문제잖아요, 송전탑이라는 게. 서울시민으로서, 서울시장으로서 (송전탑 싸움을 벌이는 밀양 할머니에게)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끼죠. 그래서 에너지 자립도를 계속 높여나가겠다는 것이 원칙, 우리 비전이 됐죠."

 

지난 8일 서울시청에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다. 박 시장은 사령탑을 맡고 공무원들도 뛰었지만, 이들만의 작품은 아니다. 서울 인구 6분의 1을 넘는 172만 명이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아파트 관리비, 병원비 등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제도이다. 세대수로 따지면 무려 40%가 참여했다. 이렇게 줄인 에너지가 66TOE. 서울시 2.7배 면적에 소나무 27천만 그루를 심은 효과다.

 

"이뿐만이 아니죠. 초중고 학생 중 22천명이 '에너지수호천사단'입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왜 전기를 안 끄냐' 잔소리 하면 부모가 꼼짝 못합니다. 사무실을 찾아가 에너지 절약 방안을 제시하는 신종 일자리 '에너지설계사'도 있죠. 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 60명이 서울 27개 대학에서 활약합니다. 상도 3동 성대골 등 35개소의 에너지자립마을이 있어요. 원전 한 개를 줄인 건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이었습니다."

 

박 시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시민참여'. 단순 레토릭이 아니다. 20124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50번 모인 사람들도 있다. 원전하나줄이기 시민위원회다. 에너지 문제를 고민해왔던 시민단체, 종교계, 경제계, 교육계, 학계 인사들이다. '에코마일리지', '에너지수호천사단', '에너지 자립마을', '에너지 설계사' 등의 아이디어는 이런 시민거버넌스의 작품이다.

 

공공기관도 뛰었다. 백열등은 전력의 5%, 형광등은 40%, LED90%를 빛으로 바꾼다. 수명도 전구는 3~7천 시간대지만, LED5~10만 시간이다. 2011년 서울시와 산하 사업소에 설치된 LED7561개뿐이었는데, 3년 만에 453천개로 늘었다. 2013년에는 243개 지하철 역사 65만개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공공조명의 100%220만개, 민간조명 2900만개를 LED로 바꾼다.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성과에 세계도 주목했다. UN공공행정상 우수상(2013.5), 2014 기후변화대응 행동우수상(세계자연기금-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공동주관) .

 

 

박원순 서울시장 권우성

"언어의 마술, ---"

이쯤 되면 핵발전소 찬양론자인 소위 '핵마피아'들이 벌떼처럼 달려들 만하다.

 

-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모토를 내세웠을 때 혹시 시민사회 쪽에서 이야기하는 '핵마피아'들의 저항은 없었나요.

"(배석한 참모들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반대했을지 몰라도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람이 있었나요? 없었어요.(답변) 우리가 잘 선택한 거죠. '원전 하나 줄이기'가 아니라 '없애기'라고 했으면 아마 조금은... 언어의 마술이 필요한 거죠. --."

 

이러한 노력에도 지난해 서울시 전력 자급률은 5.1%. 오는 2020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갈 길이 멀다.

 

"서울에서 수력과 풍력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밀집해서 살기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화할 수 있죠. 한국전쟁 뒤에 지어진 서울의 건물은 낡았고, 에너지 낭비가 심합니다. 또 세대 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프랑스 파리보다 높습니다. 에너지 중독 도시죠. 보행친화도시로 만들거나 대중교통 강화, 도시철도 확대, 전기자동차 도입 등으로 교통 분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래서 서울시는 LED 교체를 비롯한 건물에너지 효율화(BRP) 사업에 공을 들였다. 건물 에너지는 서울 에너지 사용량의 56%를 차지한다. 조명을 교체하고 창문을 3중창으로 만들고 문풍지 등 단열재를 강화해도 10%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건물 리모델링 자금이 없으면 연리 1.75%로 융자해준다.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한 뒤 매월 1천만 원의 전기료를 덜 내고 있다.

 

중앙정부의 에너지 성적표? "쓴 소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박 시장의 에너지 혁신 작업. 중앙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자치단체로서 한계가 있다. 박 시장에게 중앙정부 에너지 정책의 성적표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더니 "앞으로 협력해야 하니까 너무 쓴 소리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중앙정부 원전 정책과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재생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는 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에너지 자립의 걸림돌로 중앙정부 차원의 '발전차액지원제도'(FIT) 폐지를 꼽았다.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거래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 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에 없어졌는데, 서울시는 2013년 서울형 FIT 제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햇빛 지도'가 탄생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린 '서울 햇빛지도'. 서울시

"서울시만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운영하니 힘에 겨워요. 과거에는 중앙정부에서도 했거든요. 중앙정부가 일정한 금액을 지원하고 우리가 일부를 부담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잖아요. 신재생에너지 생산자들, 태양광 협동조합이 시중에 판매해서 이익이 생긴다면 너나할 것 없이 투자할 것이고, 태양광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는데 아쉽습니다."

 

투표에 도움이 되지도, 표가 나지도 않는 사업이지만...

사실 에너지 사업은 투표에 도움이 되지도, 표가 나지도 않는 사업이다. 공기처럼, 에너지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일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 잘했다고 박수치고 다시 투표하는 사람은 적을 거예요. 추상적이고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원전하나줄이기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은 서울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고 기후변화 등 여러 부정적 재난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것보다 절박한 이슈는 없습니다."

 

그래서 박 시장이 올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은 에너지공사 설립이다. 원전하나줄이기를 비롯한 서울시 에너지정책·사업의 컨트롤타워다.

 

"에너지 절약이나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넘어서서 예컨대 에너지에도 빈부 격차가 생겨나고 있잖아요. 즉 에너지 복지를 확충하고 녹색일자리를 만드는 전문 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집단에너지, 태양광, 연료전지, 미활용에너지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사업간 시너지를 창출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구입니다. 본청은 환경정책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업부서가 에너지공사입니다. 행정자치부와 협의하고 있고요, 앞으로 공사 설립 조례 제정과 법인 등기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에너지 세일즈맨

원전하나줄이기 성과에 이어 '에너지 분권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작년 11월 서울시와 경기도, 충남도, 제주시가 '지역에너지 전환' 공동선언을 채택해 에너지 협력 사업을 벌이는 것도 지역 연대를 통해 분권화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일본인 뿐 아니라 모두에게 충격과 영향을 줬어요. 부안 핵 폐기장 유치를 둘러싼 주민 갈등의 와중에 제가 주민투표관리위원장이었는데요, 결국 거부됐지만 그 때만해도 상당한 사람들이 지지했어요. 지금 주민투표하면 누구나 반대할 겁니다. 삼척이 그랬죠. 또 밀양 송전탑 사건은 '에너지 분권' 문제를 제기했다고 봅니다. 가령, 송전 과정에서만도 30%가 낭비되는 데 수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요. 지역별 에너지 자립이 중요한 거지요."

 

서울시가 4년 만에 절약한 200TOE. 이걸 리터당 1000원정도 하는 석유가격으로 환산하면 25천억 원이다. 이는 신고리 원전 건설비용과 같다. 전국 각 자치단체가 서울시처럼 에너지자립운동을 펼친다면 박근혜 정부의 핵발전소 2기 건설을 백지화하고도 전력은 펑펑 남아돌 수 있다. 이뿐인가?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송전탑 건설을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박 시장에게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에 반드시 가입해 주시고, 가능하면 자동차 버리고 걸어 다니시고, 자동차가 꼭 필요하시면 서울시 나눔카 타시고, 아이들이 있으시면 에너지수호천사에 가입해 주세요."

 

티끌 모아 태산. 이런 시민들의 참여가 핵발전소 한 개를 무력화시켰다. 박 시장은 이제 막 시민들과 함께 두 번째 고지를 오르기 시작한 핵발전소 철거맨이자 에너지 세일즈맨이기도 했다.

 

 

지원금 받기 위해 일단 헤쳐 모여? 3.11시사인

4월 말, ‘박근혜표 대학 구조개혁이라 할 수 있는 프라임 사업결과가 발표된다. 산업 수요에 따라 구조개혁을 하는 대학들에 6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3월 말까지는 사업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학내 논란이 크다.

 

박근혜표 대학 구조개혁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명 프라임 사업으로 불리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프로그램이다. 산업적 필요성에 맞춰 구조개혁을 선도하는 대학들에 대해 2016년부터 3년간 모두 6000억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다. 정부가 막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대학 구조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에 참가할 대학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본 계획에 따라 3월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4월 말, 최종 선정 대학이 발표된다.

교육부가 밝힌 프라임 사업의 취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저출산으로 인한 입학 인구 감소에 대학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한마디로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이하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2014년 입학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24년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 대비 약 16만명 모자라게 된다.

 

 

연합뉴스 2015년 중앙대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가 교수 등의 반발을 샀다. 위는 당시 교수들의 항의 기자회견.

 

둘째, 국가의 인력 미스매치(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 수요를 반영해 학사 구조를 개편한다. 노동시장에서 선호하는 전공 중심으로 정원을 이동시키라는 뜻이다. 고용노동부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사회계열 및 사범계열의 인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반면 공학계열과 의학계열에서는 인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된다. 셋째, 창조경제 부문과 미래 유망산업 등 특정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융합 전공을 장려한다.

 

이러한 산업 수요창조경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구조 개혁을 하는 대학에는 교육부가 1년 최대 3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프라임 사업은 대형(사회수요 선도대학) 유형소형(창조기반 선도대학) 유형으로 나뉜다. ‘대형 유형의 경우, 가장 우수한 대학 한 곳에 2016년 한 해 동안 300억원을 지원한다. 그리고 8개 대학을 추가로 뽑아 150억원씩을 배분하게 되어 있다. 대학 측은 정부의 인력 수급 전망을 기초로 입학 정원의 10% 또는 최소 200명 이상을 조정해야 신청 가능하다. ‘소형 유형은 창조경제와 융합 전공을 강조한다. 창업학과, 신기술 및 융합 전공 등에 입학 정원의 5% 또는 최소 100명 이상을 이동시켜야 한다. 소형 유형은 10개 대학을 뽑아 2016년 한 해 동안 각각 50억원씩 지원한다(<1> 참조).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 계획을 처음 발표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심사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산업 수요에 맞춰 학사 개편을 해야 한다. 225<한국대학신문> 조사에 따르면 프라임 사업 대형은 26개 이상, 소형은 40개 이상 대학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주요 대학 중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프라임 사업에 불참하는 대신 인문대학 지원 사업인 코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과 구조조정 논란에 홍역앓고 있는 대학가

필연적으로 2015년 대학가는 끊임없는 학과 구조조정 논란에 홍역을 앓았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길 원하는 대학들이 앞다투어 학과 통폐합 및 신설을 통한 정원 이동을 꾀했다. 그러나 충분한 소통 과정 없이 급하게 진행된 구조조정 계획은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혔다. 구조조정 역풍을 맞았던 대학들은 사업신청 기간 한 달을 앞둔 지금도 프라임 사업 신청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26일 중앙대학교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입학 정원을 학과 단위에서 계열 단위로 넓혀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에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체 정원 148명을 줄이려고 했다. 중앙대 구조조정 학생공동대책위원회는 비인기 학과의 폐과를 유도하고 인기 학과의 과열 경쟁을 부추겨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역시 학문적 성격이 강한 기초학문과 순수학문, 예술 분야를 대학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학교 측은 학교가 제시했던 구조조정 안을 철회하고 대학본부·교수·학생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재논의를 시작했다. 217일 교수협의회는 대표자회의의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학교 본부는 프라임 사업을 추진할 것에 대해 합의할 것을 요청했으나 교수 대표들은 차후 회의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장기 발전 방향의 청사진 없이 재정 부족 해결 등의 단기적 목적만 중시해서는 안 된다라며 선을 그었다.

 

경희대의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학내 반발로 인해 프라임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 중이다. 지난해 121일 한균태 경희대 부총장은 경희대 총학생회와의 면담에서 입학 정원의 15%에 해당하는 725명을 학문 단위로 개편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때 한 부총장은 신설 융합학과의 예시로 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과를 합쳐서 웹툰창작학과를 신설하는 방안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학교본부와 총학생회는 지난 111일 프라임 사업과 관련된 논의를 무효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인하대 역시 지난해 1112일 문과대학 9개 학과 중 3개 학과(한국어문학과·중국언어문화학과·사학과)만 남기는 방향의 구조조정 안을 정했다가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1214, 현승훈 인하대 총학생회장과 김선엽 문과대 학생회장은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했다. 결국 단식 4일차인 1217일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문과대 구조조정 안을 철회했다. 그럼에도 인하대는 학내 구성원에게 보낸 총장 신년사 등을 통해 프라임 사업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대학본부가 학내 구성원들의 구조조정 역풍에 민감한 이유가 있다. 경쟁이 치열한 프라임 사업 선정 평가 심사를 할 때 대학 구성원 간 합의여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사업계획서 중 정원 감소 분야에 대한 대책대학 구성원 간 합의 및 참여 유도 방안항목이 평가 점수 100점 만점에 6점을 차지한다. 또한 대학 구성원 참여제를 운영한 경우 3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대학들이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큼 사업 선정에 불리해지는 셈이다.

 

·복합한다며 신설했다가 2년 만에 폐과하기도

한편에서는 프라임 사업 자체의 효과를 둘러싼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먼저 입학 정원을 공학 전공 중심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타당한지에 대한 지적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한국의 공학 전공자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2> 참조). 미국 과학재단이 2014년 발간한 과학 및 공학 지표는 주요 국가의 공학, 자연과학, 사회·행동과학 전공자 비율을 비교하는 자료다(2010년 기준). 이에 따르면, 한국의 공학 전공자 비율은 23.9%로 자연과학 전공자의 2, 사회·행동과학 전공자의 5배였다. 조사 대상인 12개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영국·미국·인도의 경우 기초과학 분야로 볼 수 있는 자연과학 전공자가 공학 전공자보다 2.5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한국 고용노동부의 인력 수급 전망은 자연계열 전공자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연계열 전공을 늘릴 경우 프라임 사업 선정에는 불리해진다.

 

 

연합뉴스 2015227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신산업융합대학 신설과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한 인력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는 공학계열의 취업률은 이미 4년째 소폭 하락 중이다(<3> 참조). 물론 인문계열에 비하면 공학계열의 취업률이 15% 정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학계열 전공자들의 내부 경쟁이 지속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핵심적 이유가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을 불문하고 취업률이 다 낮은 상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마련되지 않는 문제가 가장 크다. 범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기 유행을 따라 융합학과를 만드는 것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건국대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동물생명과학대의 바이오산업공학과를 폐과하겠다고 밝혔다. 건국대 바이오산업공학과는 2013·복합 시대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 성장 분야의 학문 수요를 이끈다는 명목으로 신설되었다. 그런데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이 정원 감축과 공학 전공 강화에 초점을 맞추자 불과 2년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덕환 <교수신문> 논설위원(서강대 화학과 교수)은 지난 22엉터리 융·복합의 환상이라는 칼럼을 통해 융·복합 학과들이 늘어나는 세태에 대해 알량한 지원금을 앞세운 교육부의 무차별적인 강요에 무릎을 꿇어버린 무책임한 대학들이 만들어낸 풍경이라고 비판했다

 

전근대적 대학의 살풍경15.6.11

많은 사립대학에서 주인들의 기업가 정신과 비리 때문에 학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발전 방향이 같을 수 없다

 

대학 총장이 CEO형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도 오래되었다. CEO형 총장이란 대학을 기업처럼 효율적으로운영하고, 기부금 확충 등을 통해 대학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총장을 의미한다. 재정이 대학 발전의 토대가 되는 만큼 재정적으로 튼튼한 대학을 만들어내는 총장이 바람직한 총장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 재정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러한 총장이 있는 대학이 발전하는 대학상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대학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발전 방향이 같을 수 없다. 그러므로 대학 총장은 대학의 본질,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나 철학에 대한 이해를 우선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거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을 운영하면 대학 발전은 고사하고 학내 갈등만 커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구조조정을 하듯이 학과를 통폐합하고, 기업의 사내 유보금처럼 적립금을 수천억원씩 쌓아두는 것은 대학이 이익을 남기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적립금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도 제한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적립금에 한도를 설정하지 않다 보니 2013년 기준으로 전국 165개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가 총 8200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이 적립금의 주된 출처는 학부모들의 주머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예산의 편성도 문제다. 다 집행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과다하게 예산을 세우고 남는 예산을 쌓아두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학교 예산의 대부분이 학생들 등록금이고 재단 전입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학교법인은 수익사업을 통해 학교에 전입금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데 전입금으로 교직원의 법정부담금조차 내지 못하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아예 수익사업체가 없는 사립대 재단이 대다수라 학교법인의 직원 급여를 학교 예산에서 지급하다가 적발되기도 한다. 법인이사회는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채용에서부터 학교의 각종 공사를 하거나 총장 임명 등 온갖 권한을 다 행사한다.

 

다른 한편으로, 대학은 주인 있는 기업과 달리 주인이 있을 수 없다. 일단 재산 출연을 한 이상 대학의 소유자는 학교법인이고 법적으로 설립자 개인은 주인이 될 수 없다.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서 육영사업을 하기로 한 설립자는 그 정신을 기리는 대상일 뿐이다. 설립자나 대학을 인수한 새로운 주인의 재산 출연과 정신은 그야말로 교육적 관점에서 인정될 만한 방법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상당수 사립대학은 이사회를 장악한 주인의 전횡 탓에 전근대적인 일들이 대학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상지대학은 옛 주인의 재등장으로 다시 학내 갈등을 겪고 있으며, 수원여대는 학교 비리 근절을 요구하다 해직된 교수를 취소 처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재임용하면서 학생들 취업 상담하는 일을 맡겼다. 교수 목을 피 묻혀 잘라주겠다는 중앙대 전 이사장의 전제군주 같은 행동 역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내 갈등의 일개 사례일 뿐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 많은 사립대학에서 주인들의 왕성한 기업가 정신과 비리 때문에 학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피고용인 정도로 취급받으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대학의 비판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고, 대학 총장 그 누구의 발언도 사회적 이목을 끌지 못한다.

 

언론사 대학평가 기준에 따라 학사 개편하는 대학들

그동안 이른바 기업식 대학 운영은 대학 발전을 가져오기보다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 많은 대학이 취업 강화를 빙자해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교육부가 대학평가 기준으로 취업률을 넣은 것도 문제다. 취업이 국가적 과제이지 대학이 책임질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책 실패나 기업의 편협한 채용 관행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학이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취업률이 낮다고 해서 대학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취업률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인문학 관련 대학은 한국에서 모두 사라져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대학들은 언론사의 대학평가 기준에 따라 학사 개편을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문학도 영어로 가르쳐야 하고, 한국 법전도 영어로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서열화에 물들고 길이 든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단면이다. 여기에 주인들의 비리와 몰지각, 무자격이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의 대학은 나날이 황폐해져간다.

 

미래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지상파 드라마3.9 시사저널

tvN <시그널>의 성공이 말해주는 장르물 드라마에 대한 오해와 편견

 

tvN<시그널>에서는 과거 형사조진웅(오른쪽)현재 형사이제훈(왼쪽)의 시간을 뛰어넘은 무전기 교신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된다. tvN

tvN 드라마 <시그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혜수의 복귀작이며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등을 통해 수사극의 1인자로 떠오른 김은희 작가의 신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성균관 스캔들><미생>을 성공시킨 김원석 PD가 가세한 것도 화제였다. 그렇게 주목받고 시작했지만 시청률에서는 큰 기대를 갖지 말라고 했다. 김 작가는 tvN 고위 관계자에게 절대 시청률을 기대하지 말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tvN 측에서도 시청률 쪽으로는 어느 정도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왜냐하면 <시그널>은 장르물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 울분 대변하는 사이다같은 드라마

장르물은 글자 그대로 장르적 관습을 따른 작품이다. TV에 많이 나오는 멜로, 로맨틱 코미디, 가족극, 치정복수극 등을 제외한 미스터리 스릴러와 추리 수사극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멜로적인 요소를 빼고 장르의 특징에 집중한 작품들이다.이런 작품들은 열성팬이 형성되는 대신, TV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인 주부나 중년층에게 인기를 끌기 어렵기 때문에 시청률에서 손해를 본다. 때문에 <시그널>에 대한 기대는 낮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작품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226일 방영된 11회가 평균 10.9%, 최고 13.5%(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인터넷 반응도 뜨겁다. 중간에 살인마로 특별 출연한 배우 이상엽은 시그널에 참여한 것이 영광이라고 했을 정도로 업계의 찬사까지 받는다.

 

<시그널>은 경찰 장기 미제(未濟) 사건 담당 팀이 여러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구성이다. 첫 번째 사건은 아동 납치 살인사건이었다. 15년 전 경찰은 허술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았다. 주인공이 진범을 잡으려 하지만, 경찰 고위층은 경찰조직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재수사를 막는다. 진범을 잡아 유족의 한을 풀어준 후에도 경찰 조직은 주인공을 치하하기는커녕 배신자로 취급한다.

 

기본적으로 미제 사건의 존재 자체가 경찰의 한계를 드러내는 치부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미제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극 중에서 경찰 조직은 자신들의 자존심만을 생각한다. 동료가 한 수사, 선배가 한 수사의 잘못을 드러내는 걸 금기시한다. 그래서 미제 사건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열 때마다 주인공은 조직 내에서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공분과 응원이 생겨난다. 시청자가 그동안 느꼈던 공권력에 대한 불만이 드라마에 대한 응원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시그널>은 범인을 반드시,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잡아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사이다드라마란 찬사를 받았다. 최근 SBS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는 범인을 잡는 데 20부작이 소요됐을 정도로 전개가 느렸다. 이런 설정이 너무 답답하다며 고구마란 지적을 받았다. 대신 <시그널>2~3회만에 범인이 잡히는 사이다전개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경기 남부 연쇄살인 사건(화성 연쇄살인 사건)2회만에 해결됐다. 실제 모델이 있는 사건들을 통해 공감도를 높이고 빠른 해결을 통해 통쾌함을 주는 식이다. 그런 기적적인 사건 해결을 위해 활용되는 장치가 과거 형사조진웅과 현재 형사이제훈의 시간을 뛰어넘은 무전기 교신이다. 이런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서라도 답답한 사건의 해결이 보고 싶다는 대중 정서를 드라마가 풀어준다.

 

한국 드라마는 추리하다 삼각관계 만든다

이 작품엔 사회적 메시지도 묵직하게 담겨있다. 조세형 사건을 모델로 한 극 중 대도(大盜) 사건에서 이 드라마는 진범을 권력자의 자식이라고 상정한다. 그는 절도부터 강간·살인·마약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빠져나간다. 과거 형사는 그를 잡지못한 무력감에 20년 후 현재 형사에게 거기도 그럽니까? 돈 있고, 빽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 짓을 해도 잘 먹고 잘살아요?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라고 묻는다. 바로 이것이 <시그널>에 표현된 울분이고 시청자가 공감한 지점이다. 미제 사건이란 결국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고 조직보신에만 급급한 공권력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게 작품의 진단이다. 주인공인 이제훈은 이런 부조리한 공권력 때문에 가족을 잃고 경찰을 불신하게 된 특이한 경찰이다. 그의 분노는 곧 대중의 분노를 대변한다.

 

<시그널>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두 검토했던 작품이다. SBS에서는 구체적인 편성논의 단계까지 갔지만 불발됐다. 돈 안 되는 장르물이라서 꺼린 것으로 보인다. 장르물은 시청률도 문제지만 협찬 광고와 해외 수출이 어렵다는 게 방송사들이 갖는 인식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사실 재벌 2세의 로맨틱 코미디가 적절하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는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끊임없이 반복해왔다.

 

그런데 tvN은 성공 가능성이 작은 걸 뻔히 알면서도 <시그널>좋은 작품이어서 선택했다. 결과는 tvN의 대박이 말해준다. 바로 이런 에피소드는 지상파 방송사와 요즘 잘나가는 tvN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시도, 다양한 장르를 과감하게 밀어주는 풍토가 케이블TV 장르물의 대성공으로 나타난 것이다.

<시그널>이 설사 지상파 편성을 잡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는 장르물 속에 멜로 설정 등을 집어넣어 잡탕을 만들기 때문에 <시그널>도 과거와 현재 형사 간의 삼각관계, 알고 보니 현재 형사가 과거 형사의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 등이 추가돼 망가졌을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이런 지적이 나올 정도로 지상파의 드라마 선구안은 문제라고 대중은 인식한다. 이런 이미지 탓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지상파 드라마의 인기는 추락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추리물은 추리만 하고, 일본 드라마는 추리하다 교훈을 준다. 반면 한국 드라마는 추리하다 연애하며 삼각관계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나오는 냉소인데, 바로 이런 사람들이 지금 케이블TV 장르물의 주 시청층이다. 지상파가 지금처럼 주부·중년층의 입맛만 맞춘다면 젊은 시청자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질 게 빤하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로부터 멀어지는 것과 같다.

 

핵무덤후쿠시마 5, 희망은 어디에 한겨레21 3.9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5년 전, 대지진과 뒤이은 핵 누출 사태로 수만 명이 죽음을 맞이하던 때, 홍석재 기자는 일본에 급파되어 취재에 나섰다. 지난해 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았다. 그때의 피폭과 관련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홍 기자는 유령마을을 보고 돌아왔다. 미국을 겨냥하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두려워하면서도 이 땅 곳곳의 원전에 대해선 무감하게 지내는 한국 사람들에게 그 현장을 전한다

 

거리는 말끔했다. 지난 228,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5년 만에 찾은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정은 제염 작업과 건물 복구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한때 번화가였던 도미오카 중앙 상점가에서 인기척은 찾을 수 없었다. 폐허보다 비현실적인 곳, 원전 참사가 만든 유령마을이었다.

 

그날 불의 고리가 춤을 췄다. 2011311일 환태평양을 감싼 지진판이 흔들렸고, 진도 9.0의 대지진이 일본 전 지역을 초토화했다. 진원지는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오시카반도에서 동남동쪽으로 불과 130km 떨어진 산리쿠 앞바다였다. 도쿄에서도 300km밖에 되지 않는 곳이다.

 

물을 담고 있던 해저 땅이 흔들리자, 바다도 따라서 요동쳤다. 7층 빌딩 높이의 거대한 쓰나미가 게걸스럽게 동북부 해안가를 삼켰다. 일본 전역에서 이틀 만에 행방불명자가 4만 명을 넘었다. 1년 뒤 집계된 자료에는 사망 15844, 행방불명 3469명으로 확인됐다. 피난자는 47만 명, 완파 주택 12만 채, 반파된 집이 23만 채였다.

 

사고 하루 만에 당시 <한겨레> 특파원으로 후쿠시마를 찾았다. 국제운전면허증도 만들지 못한 채, 도쿄에서 지인의 차량을 빌렸다. 자위대와 소방·구급 차량의 이동을 위해 정부가 도쿄와 후쿠시마를 잇는 고속도로를 막았다. 후쿠시마 안팎에서 사방으로 뻗어나오는 차량으로 국도는 아나콘다급 장사진을 친 상태였다. 국도를 따라 20여 시간을 갔다.

 

현장은 참혹했다. 망가진 해안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유소도 바리케이드를 쳤다. 정부 방침으로 특수·긴급 차량 외에 기름을 나눠주지 않았다. 거북이걸음을 하던 피난민 차량 가운데 일부가 기름이 떨어지자 도로에 주저앉았다. 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아파트는 부러질 듯 흔들리면서도 형태를 유지했지만, 내진 설계가 불가능한 내부 가스 파이프와 상하수도관은 수수깡처럼 잘려나갔다. 사람들은 구립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그래도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 내일이면 슬픔을 이기고, 다시 재건에 나설 것이라고 서로 다짐했다.

 

남은 희망을 절망으로 바꾼 것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원전)였다. 쓰나미의 여파로 원자로 냉각시설이 파괴되자,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대규모 방사성물질이 유출되고, 주민 16만 명이 강제 대피했다. 10만 명이 아직 고향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방사능의 공포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5.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다른 방사능 기준

 

지난 227일 일본 동북부 센다이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고정식 방사선량 측정기가 시간당4.4μSv(마이크로시버트)’를 가리키고 있다. 연간 노출량으로 38mSv(밀리시버트),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수준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아직 노심이 녹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늘 가는 후쿠시마 도미오카초는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9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거주제한구역과 피난곤란지역이 뒤섞인 곳이어서, 높은 방사능 수치 때문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3km 밑에는 대지진 당시 폭발 직전까지 갔던 제2원전도 있습니다. 3·11 이후 도미오카에 오는 것은 저도 처음이어서 조금 긴장되네요.”

 

지난 228, 가오리 스즈키 이와키방사능시민측정실(시민측정실) 사무국장의 말에 버스에는 옅은 긴장감이 돌았다. 오전 9시부터 7시간가량 후쿠시마현 도미오카 지역 인근에서 방사능 측정 시찰이 있는 날이었다. 일본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이런 민간 방사능 측정 단체가 100곳 이상 생겼다.

 

하루 전, 다른 취재를 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센다이로 이동하던 중 지자체가 도로 곁에 설치한 방사능 측정기에서 ‘4.4μSv(마이크로시버트)’짜리 선량을 본 터라 긴장감은 더 높았다. 시간당 4.4μSv를 연간 피폭량으로 계산하면 38.5mSv(밀리시버트·4.4μSv×365×24시간=38544μSv)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가 주민들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거주제한구역)으로 삼는 기준이 연간 20~50mSv.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반인의 연간 피폭 한도 선량이던 1mSv와 견주면 40배 가까운 수치다. 여러 연구 결과들은 방사선 관련 직종자들의 연간 허용 피폭량이 50mSv, 향후 암발병률이 0.5%가량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수치를 100mSv 정도로 보고 있다.

-가오리 사무국장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인근 일부 지역에 지금도 주민들이 사는 만큼, 방사능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일상적으로 통행하는 고속도로에서 나온 선량으로 4.4μSv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이날 베타선 연구의 권위자인 베타선연구소 아마노 히카루 박사와 스즈키 유즈루 도쿄대학명예교수(농학생명과학) 같은 전문가 그룹이 함께했다. 아마노 박사는 일부에선 거주제한구역지정 기준인 연간 20mSv를 넘지 않으면 괜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체르노빌의 경우 시간당 0.23μSv가 나오면 출입금지구역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은 차량 통행이 가능한 거주제한구역을 중심으로 이동할 겁니다. 바리케이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손만 뻗으면 귀환곤란구역이 있는 곳인 만큼 주의해야 합니다.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걱정이 되면 마스크를 써도 괜찮습니다.”

 

가오리 사무국장의 안내와 함께 도미오카 초입에 들어섰다.(지도 ) 인근 제이(J)빌리지잔디경기장에서 뜻밖에 어린 여성 축구선수들이 훈련하고 있었다. 애초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훈련장으로 계획된 곳이었다. 이와키시 의원을 지냈던 사토 가즈요시의 설명이다. “2020년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린 축구선수들을 희생양 삼아 방사능 문제가 해소됐다는 식의 전시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일본 정부의 프로파간다(선전 전략).”

 

어린 축구선수, 방사능 수치 높은 곳에서 훈련

제이빌리지는 원전 사고 뒤 방사선량이 높아지자 도쿄전력 직원이나 제염노동자(방사성물질을 닦아내 선량을 줄이는 이들), 건설노동자, 경찰 등이 주로 머무는 지역이 됐다.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통제가 제한됐다가 최근에야 차량 통행이 허가된 곳이기도 하다. 도쿄전력은 지난 2월 후쿠시마 원전으로 출근하는 도쿄전력 직원과 제염노동자 등 8천여 명이 제이빌리지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국립 나라하원자력융합기술개발센터가 보였다. 1원전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되는 로봇을 실험하는 곳이다. 대당 2~3억엔짜리 로봇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돈이 투입되지만, 사토 가즈요시는 큰 기대를 거는 눈치가 아니었다. “센터 안에 실제 원전 설계도를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놓고, 실전에 가깝게 로봇을 투입하는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녹아내린 원전 내부에 투입된 로봇을 아직 한 번도 회수한 적이 없습니다.”

 

곧바로 방사능 측정이 시작됐다. 도미오카 지자체가 고정식 선량계를 설치한 도미오카 백조가 보이는 호수에서 시민측정실의 선량계는 시간당 0.16μSv로 집계됐다. 고정식 선량계도 0.1μSv를 가리켰다. 하지만 시민측정실 관계자가 고정식 선량계에서 조금 벗어나 구석진 공간을 측정하자 선량계 수치는 ‘0.67’까지 올라갔다. 연간 5.9mSv에 해당한다.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가 있었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는 연간 5mSv 이상 지역에서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아마노 박사는 고정식 선량계는 정부나 지자체가 주변을 완전히 청소한 뒤, 시멘트 바닥을 깔고 그 위에 다시 철판을 놓고 설치한 것이어서 제대로 된 수치가 나올 수 없다. 정부가 저렇게 엉터리로 측정한 선량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귀환해도 좋다고 설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민 의사 상관없이 귀환 정책 추진

 

방사능 청소 쓰레기는 플레콘백에 담는데, 후쿠시마 전역에서 거대한 플레콘백 들판을 볼 수 있다.

 

측정실은 선량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 정부가 공인하는 측정기 아로카를 포함해 호리바테니’ ‘핫스팟파인더등 세 가지 선량계를 이용해 측정했다. 아마노 박사는 오늘 가져가는 선량계는 최대 30mSv까지 측정이 가능한데, 사고 직후 100mSv까지 가는 지역이 워낙 많아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주변 곳곳에선 비즈니스호텔이 신축되고 있었다. 가오리 사무국장은 주민이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는데 외지 사람들이 먼저 지역 부흥에 나서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으로 귀환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라며 어이없어했다.

 

멀지 않은 곳에 고농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쿠시마를 청소하면서 나오는 방사능 쓰레기를 저장하는 곳이다. 최종처분장에는 방사성폐기물을 담은 플레콘백이 후쿠시마 전역에서 쏟아져 들어온다. ‘딱딱하지 않은 컨테이너’(flexible container)라는 뜻의 플레콘백은 대형 검은색 포대 형태로 돼 있다. 일종의 방사능 쓰레기 종량제 봉투. ‘톤백으로도 불린다.

 

후쿠시마 해안과 가까운 임시 저장소에는 검은 플레콘백이 수평선까지 이어졌다는 착각이 들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이 나오고 있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후쿠시마현의 제염 작업에만 51300억엔(549천억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정한 연구 결과가 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방사능이 묻은 나뭇잎을 버리거나, 주택 제염 과정에서 나온 방사능 쓰레기 가운데 kg8~10Bq(베크렐)을 넘는 폐기물을 이곳에 저장하게 된다. 산을 깎아 만든 이곳을 정부와 지자체는 에코텍 클린센터라고 부른다. 환경과학기술을 동원해 깨끗하게 방사성폐기물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일 터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kg100Bq이 넘으면 정부가 직접 방사성폐기물로 처리했지만, 기준치를 80배나 높였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안전이 아닌, 처리 가능한 용량에 기준을 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종처분장 옆에는 방사성폐기물 반입 절대 반대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가오리 사무국장은 도미오카 주민들의 걱정은 10Bq 이하 폐기물 처분장뿐이 아니다. 이걸 시작으로 중간처분장으로 가야 할 10Bq 이상 초고농도 폐기물이 여기서 처리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20173월부터 주민 귀환을 사실상 강제할 방침이다.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에서 제염이 끝난 들녘 위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도미오카 중앙 상점가는 사람이 살던 곳이었다. 도로를 따라 자그마한 시장이 형성돼 상점, 아이들이 깔깔거렸을 학원, 쌀가게 같은 것들이 늘어선 마을이었다.(지도 ) 지금은 유령도시가 됐다. 거리엔 주황색 점멸등만 눈을 끔벅거리고 있었다. 개나 고양이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을의 시간은 3·11 당시에 멈춰 있었다.

 

엔도가 운영하던 도장가게도 그랬다. 굳게 닫힌 유리문 안으로 엔도에게 이름을 맡긴 손님들의 네이밍 카드가 어지럽게 나뒹굴었다. 3평 남짓한 가게의 작업 책상 위에 라이터와 볼펜이 놓여 있었다. 도장 기술이 꽤 좋았는지, 어딘가에서 받은 입선상장이 그의 작업대 위에 떨어져 있었다. 벽에 걸린 달력은 ‘20113을 가리키고 있었다. 5년째 4월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엔도의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음식점 아톰 스시도 그랬다. 테이블 하나에 찻잔 셋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벼운 쟁반과 플라스틱 컵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켠에서 손걸레가 빈 맥주잔 10여 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 항구 직송점이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 아래에는 신선도 최고, 즐거움까지 만족한다는 홍보 문구가 그럴듯했다. 벽시계는 9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3·11 이후 어느 시점까지 똑딱거렸을 시계는 5년째 찾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것 같았다.

 

나카야마 히로코의 집도 그랬다.(지도 )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나카야마는 가족과 함께 4대째 살아왔다. 그는 집에 딸린 건물에서 나카야마 공부방을 운영했다. 이곳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부모들의 퇴근이 미뤄지면, 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작은 정원이 일본 특유의 작정(作庭) 방식으로 정갈하게 꾸며진 곳이었다. 시골마을의 정겨움이란 게 대개 그런 것이다. 부모님은 나카야마 시계방을 운영했다.

 

대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밀려오자 가족들은 도망쳤다. 시계방의 값비싼 상품들을 챙길 때가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며칠만 지나면 집과 가게를 치우고 다시 생활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워낙 큰 재해였으니, 그만큼 각오도 더 단단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전이 터졌고, 방사능 탓에 도미오카에도 소개령이 내려졌다.

 

몇 달 뒤, 정부가 일시 귀택을 허용했을 때 시계방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할머니의 몸뻬에 달린 비상금 주머니 속 돈도 사라졌다. 예쁜 신랑·신부 목각인형의 얼굴은 생쥐가 쪼아먹어 사라지고 없었다. 집에 남은 것은 무거워서 들고 갈 수 없었던 마사지 기계, 그리고 방사능이었다.

 

겉으로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와키방사능시민측정실 회원이 도미오카 주민 나카야마 히로코의 집에서 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나카야마의 집을 중심으로 다시 방사능 측정이 시작됐다. 0.614, 0.655, 0.690. 기계를 움직일 때마다 수치가 올라갔다. 작은 연못 앞에서는 시간당 최대 1.244μSv가 측정됐다. “예전에는 반딧불이가 나오던 곳이에요. 깨끗한 환경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인데, 방사능이 있는 곳에 반딧불이가 나올까요. 지자체가 이곳을 깨끗이 치웠지만, 사람은 살 수 없는 곳이 된 거잖아요.” 나카야마의 말에는 원망보다 절망에 가까운 체념이 섞여 있었다. 그의 집 앞 도로에서는 선량계가 최대 1.4μSv를 가리켰다.

이 지역은 이미 제염 작업이 완료됐다고 지자체가 보고한 곳이다. 실제로 거리는 깨끗했다. 겉으로는 3·11 대지진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논밭도 마치 가을걷이를 한 듯했다. 일본 정부가 2014년부터 주민들의 귀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방사능 수치를 낮추는 제염 작업과 복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염 작업은 주택과 도로, 논밭에서 방사성물질을 털어내고 닦아내 방사능 수치를 낮추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20173월까지 주요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과 거주제한구역의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14년 다무라시 미야고지 동부 등 일부 지역에 피난지시 해제가 이뤄졌고, 지난해에는 모든 주민이 마을을 떠났던 나라하정()에 같은 조처가 취해졌다.

 

제염 작업 등 일정 절차를 거쳐 방사능 수치가 낮아지면 도미오카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제염 작업은 주로 지붕과 벽을 물로 씻어내고, 주택이나 도로 주위에 떨어진 풀 같은 것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제염 작업 뒤, 바람이 불면 산에서 다시 방사성물질이 집 주위로 내려앉는다.

 

도로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제염노동자들이 이런 일을 한다. 이들은 일급 6천엔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다. 따로 받는 위험수당 6천엔가량을 더해도, 한국돈 하루 10만원을 조금 넘게 받는 저임금 일용직 노동자다. 점심 식사를 대신할 도시락을 사기 위해 콘비니’(편의점)에 들렀다. 유리문에 붙은 환경성 매너업 캠페인포스터에는 한 제염노동자가 걸레로 철망을 닦고 있었다. 포스터는 아름다운 후쿠시마로 되돌려놓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같이 살 수 없는 피난민 가족들

 

이어진 원전 사고는 이 마을의 자랑거리인 벚꽃길 요노모리를 유령의 거리로 만들었다(위쪽). 주인도, 손님도 돌아오지 않은 인근 음식점 아톰 스시3·11 사고 이후 시간이 멈췄다.

 

상상해볼래요? 200년 넘은 벚꽃들이 길 양쪽으로 늘어서 있어요. 무성하게 자란 가지를 따라서 매년 봄마다 벚꽃이 하늘을 덮어요. 우리가 그 사이를 지나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에요.”

 

원래 도미오카는 벚꽃으로 유명한 동네(지도 )였다. 시내 한복판에 벚꽃 2천여 그루가 꽃길을 이루고 있다. 해마다 4월이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벚꽃길을 보기 위해 몰려들던 곳이다.

 

나카야마는 100m가량 벚꽃이 좌우로 늘어선 길 초입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여기는 길이 시작하는 곳에 불과해요. 저 앞에 바리케이드를 넘어서면 진짜 벚꽃길이 있어요. 사고 이후 5년 동안 이곳을 찾아오지 못했지만, 벚꽃은 우리를 잊지 않고 피고 있었을 거예요.”

 

불과 30m 앞에 마스크와 경광등을 든 경비원 뒤로 귀환곤란지역이 있다. 도로 오른쪽 가드레일을 따라 귀환곤란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손만 뻗으면 귀환곤란구역이 되는 것이다. 현재는 누적 방사선량이 50mSv를 넘는 지역이다. 정부는 사고 뒤 6년이 경과해도 연간 누적 방사선량이 20mSv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민이라도 접근이 강제로 차단된다. 단단한 바리케이드가 길을 막고 있다. 마스크와 경광등을 든 경비원이 진입을 막고 있다. 바리케이드로는 방사능을 막을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는 땅이 돼버린 셈이다.

 

피난민들 가운데 상당수의 노인이 가설주택에 살고 있다. 수입이 있는 중년의 가정은 어떻게 해서든 가설주택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 문제도 걸려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여전히 가설주택에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 단절은 일상이 되고 있다. 나카야마는 이렇게 설명했다. “손주들이 가설주택에 놀러가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집에 놀러와라고 하면서도 같이 살자고는 안 해요. 가족이 돈 문제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아예 그런 얘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는 거죠.”

 

후쿠시마 인근 이와키 쪽으로 이주한 피난민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와키 주민들은 도미오카 피난민들은 정부에서 10만엔씩 보상금을 받아 살림이 넉넉하겠다며 시샘 어린 시선을 보낸다고 한다. 정작 도미오카 주민들은 생활비로 터무니없는 돈을 받고 고향을 떠나, 텃세에 시달리는 생활이 5년째 계속되고 있다.

 

도미오카초에서 알리는 방송입니다. 이곳은 거주제한구역입니다. 모든 구역의 정례 출입은 오후 3시로 제한됐습니다. 이 시간까지는 전원 밖으로 나가주십시오. 곧 바리케이드가 설치됩니다.” 건조한 목소리가 도시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마지막 행선지는 다키가와댐(지도 )으로 정해졌다. 3·11 당시 피난민들이 죽음의 공포에 떨며 지났던 하야마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곳과 맞닿은 가와구치 마을의 인구가 3천여 명인데, 이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만 5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과는 9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통행가능지역에서 눈으로 제1원전을 관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주민 3천 명 터널에 5시간 갇혀

 

일본의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와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다가 숨진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도미오카역을 찾았다.

 

카메라 줌렌즈를 당겨본 제1원전에는 하얀색 건물이 듬성듬성 들어차 있었다. 1원전을 여러 차례 관찰했던 사토 가즈요시는 과거에는 엄청난 수의 크레인들이 움직였는데, 이제는 다소 안정된 것 같다. 오염수 저장탱크로 보이는 파란색 시설물 주위도 과거보다 안정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버스는 6번 국도를 탔다. 일본 동북부 해안가로 펼쳐진 이 길을 따라 후쿠시마 제1원전, 2원전이 있다. 도로 양쪽으로 제염된 논밭이 잘 정리돼 있다. 지자체뿐 아니라 주민들도 제초작업조합을 만들어 관리한다고 한다. 일부는 여러 작물을 재배하는 실험을 한다. 또 다른 이들은 태양관 패널 설치 장소로 땅을 빌려주려고 한다. 희망은 있을까? 길 옆에 펼침막이 말을 걸었다. ‘지지 마라, 도미오카!’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공포스럽다

나카야마는 선량이 아주 높지 않지만, 피폭이 걱정되면 우선 오늘 입은 옷을 모두 깨끗이 빨라고 했다. 첫 후쿠시마 취재를 떠났던 5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 판단을 받았다. 2년 전 검진 때와 견줘, 갑상선자극호르몬이 20배가량 올라가 있었다. 담당의는 이 상태 그대로면, 1년 뒤에는 걸어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가 겁을 준 것일 수도 있지만, 진짜일 수도 있다. 원인은 후쿠시마였을까?

 

체르노빌 지역 어린이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5~8배 증가한 시기가 사고 뒤 4~5년께라는 보고서가 있다. 내 처지를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진짜일 수도 있다. 아이는 괜찮을까. 큰아이는 후쿠시마 취재 뒤 열한 달 만에 태어났다. 예쁘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런데 감기가 잦다. 내 탓은 아닐까? 원전의 진짜 공포가 여기에 있다. 누구에게, 어떤 일이,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복구비용 23조엔과 50배 늘어난 청소년 갑상선암

쓰나미가 원전을 집어삼킨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남긴 것들

 

20113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했다. 사고 13일 뒤인 324, 항공사진으로 촬영한 제1원전 사고 현장. REUTERS

 

20113·11 사태의 시작은 초대형 지진이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진 발생 3분 만에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진도 7.9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그것만으로 고베 대지진(진도 7), 중국 쓰촨성 대지진(진도 7.5)을 뛰어넘는 초대형 지진이었다. 뒤이어 일본 기상청은 동북부 지진의 진도를 8.4로 수정했다가, 다시 8.8로 정정했다. 이틀 뒤 기상청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진도를 9까지 올렸다.

 

원전에서 먼 곳이 더 큰 피폭 피해

텔레비전에는 후쿠시마 인근 미야기현 게센누마 시가지가 화염에 뒤덮인 모습이 방송됐다. 지진의 영향으로 전복된 배에서 기름이 번져 마을 일대가 불탔다. 특히 일본 동북부에 피해가 집중됐다. 도호쿠와 간토 지방 850만 가구에 전기와 식수 공급이 끊어졌다. 일본 동북부로 향하는 교통 동맥인 도호쿠고속도로가 폐쇄됐다. 신칸센도 끊어졌다. 바다에서는 동부 연안 항구가 닫혔다.

 

다음으로 거대한 쓰나미가 왔다. 도쿄대학과 후쿠시마현 공동조사팀이 28개 지점의 피해 조사 결과를 보면, 쓰나미의 높이는 7~21m에 이르렀다.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에는 최대 21.2m 쓰나미가 밀려왔다. 한 주민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지진해일은 도미오카 지역의 명소인 21m 높이의 로소쿠절벽을 넘었다. 그 오른쪽으로 3km 거리에 눈에 보이는 후쿠시마 제2원전이 있다. 건물 외부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원전 내부에서 수소가 폭발한 것으로 의심돼 공포에 질렸다.”

 

더 큰 문제는 북쪽에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전이었다. 이곳에 12.2m 높이의 쓰나미가 들이닥쳤다. 해수면에서 10m 높이에 지어진 제1원전 1~4호기가 모조리 침수됐다. 원전은 자동으로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핵연료가 저절로 반응하면서 추가로 나오는 붕괴열을 식힐 도리가 없었다. 냉각기 가동에 필요한 외부 전원 공급용 철탑이 지진의 여파로 무너진 상황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한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2, 3차 쓰나미에 침수됐다. 1~5호기가 스테이션 블랙아웃’(전원 완전 상실) 상태에 빠졌다. 6호기에만 디젤발전기 한 대가 살아남았다. 붕괴열을 견디지 못한 원전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뚜껑이 열리고, 벽이 녹아내렸다. 방사능이 미쳐 날뛰었다.

 

불행히도, 이때 쏟아진 비와 눈이 원전에서 갓 쏟아진 초고농도 방사성물질을 운반했다. 원전에서 반경 20km 안에 있는 나라하마치보다 40~50km 떨어진 이다테무라에서 참담한 피폭 피해가 있었던 이유다.

 

오염탱크 1천여 개, 버릴 수가 없다

5년 뒤인 현재의 후쿠시마 상황을 자조적으로 설명하는 말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 후쿠시마 전체가 오염물질을 배출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비유다. 현재 제1원전 안에는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눈··지하수 75t이 담긴 저장탱크 1천여 개가 있다. 사라지지도, 다른 곳에 버릴 수도 없는 게 방사능 오염물질이다.

 

저장 용량이 부족하면 어쩔 것이냐는 질문에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줄여야 한다. 공간이 부족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답을 되풀이하고 있다. 원전 내부의 폐연료봉 수천 기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제1원전 폐기(폐로)까지 30~4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내부에 5년째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40년 뒤 폐로가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현재로선 아무 대책이 없다는 뜻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

 

방사성물질을 청소하거나, 방사능을 닦아내는 제염 작업에서도 막대한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 20156월 기준, 후쿠시마 인근 12개 광역지자체에서 나온 방사성폐기물이 16t을 넘었다. 특히 후쿠시마현에만 138t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엔 방사성폐기물을 담은 검은 포대(플레콘백) 700여 개가 태풍과 집중호우에 휩쓸려 하천이나 다른 지방으로 떠내려가기도 했다.

 

수습 과정은 더디고, 미덥지 못하다. 근본적인 대책은 녹아내린 원전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다. 도쿄전력 쪽은 최대 과제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것이라면서도 “(폐로 작업은) 등산에 비유하자면 10부 능선 가운데 간신히 1부 능선에 올랐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이들은 원전 내부가 아직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주택과 도로를 씻거나 닦아내 방사선량을 낮추는 제염 작업도 비슷하다. 제염 작업 과정에서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나마 전국에서 몰려든 뜨내기들이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제염 작업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차 피폭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기업에 제염 작업을 위탁하면, 대기업은 현지 중소업자에게 일을 맡기고, 이들이 다시 일용직 노동자에게 하청을 주는 다중 하청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대기업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복구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애초 취지도 무색해졌다.

 

실효성 논란이 있는 이런 작업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된다. 오노 아키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210일 외신기자들과의 현장검증 뒤 후쿠시마 복구 비용에 이제껏 들어간 전체 비용은 말할 수 없다. 1~2조엔이라고들 말하지만 계약 진행 중인 것이 있어 현 단계에서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4년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방사능 제염 작업과 원전 폐로에 투입되는 돈을 23조엔(2455천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그해 일본 정부 전체 예산이 95조엔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도쿄전력 쪽이 폐로는 작업이라기보다 새로운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일용직 노동자를 악용해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하청 사업에 대해 오노 소장은 장래성 있는 사업이라고까지 설명했다.

 

귀환 주민 무상주택 20173월 중단

그사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 상태는 나빠지고 있다. 일본 오카야마 국립대 쓰다 도시히데 교수팀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201110월부터 4년여간 후쿠시마 인근 청소년(18살 이하) 30만 명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일본 평균치와 견줘 20~50배까지 높게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월 조사에서는 원전 사고 뒤, 후쿠시마 아동 116명이 갑상선암 확정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전국 평균과 견주면, 후쿠시마 인구 대비 아동 갑상선암 확진자는 2명 정도가 늘었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강제적인 주민 귀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주민 가운데 자발적 피난민에게 제공되던 무상주택 혜택이 20173월부터 중단된다. 전체 피난자의 20%가 넘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같은 달, 정부는 귀환곤란구역을 뺀 모든 구역에서 피난 지시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20183월에는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1인당 월 10만엔(106만원)씩 주던 정신적 보상금도 중단하기로 했다.

 

 Nicolas de Angelis [Quelques Notes Pour 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