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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3.14~19

by 이성근 2016. 3. 19.

 

3.18 한겨레-3.22 주간경향

 

 

3.18 강원도민 -인천기호일보

 

 

318 대구 매일 -강원도민일보

 

 

 317 수원 중부일보-인천기호일보

 

 

 318 중앙-한국

 

 

  3.18경향-3.17한국

 

 

  3.17한겨레-경향

 

 

 3.17중앙-내일

 

 

  3.17 국민-민중의 소리

 

3.16경향-한국

 

 3.16 시사인-미디어오늘

 

 

  3.16경향-중앙

 

 

3.16내일-국민

 

 

  3.16민중의 소리-한국

 

 

 3.15 민중의 소리-한겨레

 

 

  3.15 경향-중앙

 

 

 3.15 내일-국민

 

 

 314 한국-한겨레

 

 

  314경향-중앙

 

 

   314내일-국민

 

 

 3.4민중의 소리 3.13

 

 

경향 장도리 3.14~18 

 

     

     3.18 ~3.11  김상민 세상이야기

 

 

중앙정부, 지방재정 관리 '꽁꽁' 묶는다 3.17 제주일보

행자부,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지방재정통제 강화에 지자체 반발 불가피

 

중앙정부의 지방재정통제가 강화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방재정 투명성 확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방재정의 자주권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재정권을 제한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3년간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의해 강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시행령은 긴급재정관리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방재정법이 위임한 사항을 정한 것이다.

긴급재정관리제도는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지자체의 재정자치권을 박탈하고 중앙정부가 개입해 사업의 우선순위 조정이나 자산 매각 등에 나서는 제도다.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돼 3년간 재정건전화계획을 이행한 후에도 재정지표가 지정 시점 대비 50% 이상 나빠지면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된다.

 

긴급재정관리단체에 파견하는 긴급재정관리인은 고위공무원으로 하되 민간 전문가의 경우 이에 준하는 대우를 하게 된다. 임기는 1년이나 필요시 연장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기반이 충실하지 못한 상황에서 늘어나는 복지 부담을 중앙정부가 지방으로 전가하는 재정운용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지자체의 반발이 예산된다. 국회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배려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방재정에 직접 압박만을 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딸 부정입학 의혹, 마치 짠 것 같은 주류언론의 침묵319 미디어오늘

언론은 정치인이나 공직자 자녀의 특혜에 민감하다. 뉴스타파는 지난 17일 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딸이 5년 전 성신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18일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어는 나경원’, ‘뉴스타파였다. 관심은 높았고 의혹은 일파만파 퍼졌다.

 

그러나 18일자 KBS·MBC·SBS 메인뉴스에서 나 의원 딸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리포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19일자 9개 전국 주요종합일간지 가운데 나 의원 딸의 대학 부정입학 논란을 보도한 곳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주요 신문·방송만으로 세상을 보는 시민들은 나경원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17일 방송된 '뉴스타파'의 한 장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뉴스타파 보도를 신뢰할 수 없어 인용보도나 후속취재에 나서지 않은 것일까. 뉴스타파는 지난해 1130일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해놓고 상임위 산하 공공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판매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주요언론이 인용하며 수백 건이나 쏟아졌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는 사설을 써가며 노 의원을 비판했고, 조선일보는 노영민 의원이 5년 전 아들을 국회부의장실 비서관으로 취직시켰던 문제가 다시 회자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위기의 문재인 측근 갑질에 사면초가’(2015122)란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20147월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 의혹을 단독 보도했을 때도 KBS·MBC·SBS를 비롯한 주요언론은 해당 논란을 모두 보도했다. 이쯤 되면 인용보도에 있어 여당 인사냐 야당 인사냐에 따라 고무줄 잣대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주류언론과 여당 유력 정치인과의 이해관계 또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나경원 의원의 고가 피부과 이용 논란당시에도 보수언론은 나꼼수-시사인 비열한 공격성추행과 다름없어’(동아일보 201231)와 같은 보도로 나 의원을 지원한 바 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온라인에서도 논란은 감춰지고 있다. KBS 탐사보도팀장 출신의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 포털은 분노, 반박, 법적 대응 등등 나 의원의 입장만 부각하는 기사로 도배되더니 지금은 서울대 시절 김태희 뺨치는 외모, 오드리 햅번이 롤 모델, 미모로 유세 나가면 일대 교통마비, 장애인 딸에게 보낸 편지 감동 따위의 기사들이 마구 올라오고 있다. 이게 한국 언론환경의 현 주소라고 개탄했다. 주류언론은 유력 정치인의 특혜 의혹을 보도하지 않고, 온라인에선 어뷰징 기사가 정작 알아야 할 내용을 덮어버리고 읽어야 할 기사를 뒤로 밀어낸다. 일련의 보도양상은 왜곡된 한국 언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황일송 뉴스타파 기자는 나경원 의원의 반론을 듣기 위해 무던 애를 썼다. 하지만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보도가 나간 뒤 나경원 의원의 해명 보도자료가 나왔다.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입니다로 시작하는 보도자료에선 제 아이는 정상적인 입시 절차를 거쳐 합격했다”,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일반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 담겨 있었다. 뉴스타파가 조목조목 제기한 특혜 의혹에 대한 구체적 해명 대신 태어날 때부터 아팠던 우리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입시 의혹 때문에 또 한 번 아파야 하는 것인가라는 주장만 담겨 있었다. 이정도 해명이라면 다른 언론이 추가 취재해볼 만하다.

 

하지만 언론은 쉬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나경원 의원 측의 언론대응도 한 몫 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측은 18일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를 통해 나경원 의원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 입학 의혹제하의 기사와 관련하여, 뉴스타파 황일송 기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장을 2016.3.18. 오후 830분경 접수했으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민사소송도 곧 접수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사들은 이 점을 양지하셔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하에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 문자의 의미는 기자가 아닌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인용기사라도 썼다가는 너도 고소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경고다. 나경원 의원은 과거 시사인이 ‘1억원 피부과 이용 논란을 보도했을 당시에도 시사인 기자 등 기자 4명을 형사 고소했다. 이들은 모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일본 고교 교과서 독도 도발’]우기고 비틀고 지웠다 3.18경향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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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마(竹島)1905년 일본 시마네(島根)현에 편입됐다.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18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에 이어 내년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이런 주장이 늘어나면서 일선 학교에서 반한(反韓)교육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표시한 교과서의 종 수는 27종으로 2012년 검정 때와 같지만 전체 검정 신청 교과서 종 수가 39종에서 35종으로 줄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실은 교과서 비율은 69%에서 77%로 높아졌다.

 

·일 관계나 제국주의 침략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된 일본 사회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지도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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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이치학습사의 기존 지리 교과서는 독도에 대해 한국과 영유권 문제가 있다고만 기술했다. 하지만 이번 교과서는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 ‘한국이 점거하고 있다등으로 표현을 바꿨다. 독도를 지도에만 표기했던 도쿄서적 일본사 교과서에는 “1905년 시마네현에 편입됐다는 기술이 추가됐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도쿄서적의 기존 일본사 교과서는 위안부로 끌려갔다며 강제성을 부각시켰지만, 새 교과서는 위안부로 전쟁터에 보내졌다로 표기를 바꿨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정부 공식 견해로 계승하고 있다는 문장은 유지됐으나 정작 반성과 사죄, 애도라는 담화 문구는 사라져 담화의 내용을 알 수 없게 했다.

 

시미즈서원의 일본사A 교재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 식민지나 점령지에서 모집된 여성들이 위안소에 보내지는 일이 있었다고만 기재해 강제동원 사실을 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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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정부 입장과 다르다거나 표현이 모호하다며 문제를 제기, 일부 교과서의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미즈서원은 현대사회 교과서에 한국과의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가 있다고 썼다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부과학성 의견을 반영해 “(일본) 정부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어 영유권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위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로 고쳤다. 도쿄서적 일본사A 교과서는 총독부가 조선인 농민으로부터 수탈한 토지를 일본인 지주와 동양척식회사 등에 불하했다고 썼는데, 문부과학성이 학생들이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라고 지적하면서 수탈은 빠지고 많은 토지가 국유지로 편입됐다로 바뀌었다.

 

짓쿄출판 교과서는 무라야마 담화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 애도의 염을 표명했다고 적었지만, 문부성 검정을 거치면서 삭제됐다. 도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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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쿄출판 교과서의 3·1운동 관련 서술에는 당초 7500명이라는 사상자 수가 나왔으나 검정 과정에서 수치가 빠지고 많은 수의 사망자로 바뀌었다. 그런가 하면 야마카와출판사의 일본사A 교과서는 일본의 주조선공사 미우라 고로는 대원군을 다시 옹립하려고 민비 살해 사건을 일으켰다라고 기술, 일본 고교 역사교과서로는 처음으로 명성황후 살해 사건을 일본이 계획적으로 벌였음을 명시했다.

 

이번 교과서는 중국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중·일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기술을 문제삼으며 일본이 정확한 역사인식을 갖고 침략 역사를 대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일본 교과서의 실질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지금 독재시대냐친박 공천 학살정면 비판3.18 경향

 

 

 

대통령이요, 거긴 뭐할라꼬 갔능교? 3.17 오마이뉴스

뻔뻔한 대통령, 권력에 아부하는 여당, 무조건 찍어주는 지역민

 

10일 오후 안동에서 열린 경북도청 개청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경북도청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고 참외밭에서는 짚신을 고쳐 신지 말라고 했다. 이는 사람의 처신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빛나는 경구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선한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라 할지라도 때와 장소,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부산을 방문했다. 지난 10일 대구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연이어 이루어진 대통령의 지방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대통령의 대구 부산 방문에 정치적 의미가 없다는 청와대의 주장이 공허하게만 들리는 이유다.

 

정치인은 말 하나 행동 하나에도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때에 따라선 침묵까지도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이 대구와 부산을 연달아 방문했다. 그것도 '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한 지역구에 말이다. 이들 두고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대통령의 대구 부산 방문에 얼마나 큰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는지는 동선만 확인해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대통령은 동구의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북구의 엑스코, 수성구 삼덕동의 대구육상진흥센터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곳은 대통령이 대구지역 물갈이를 위해 내려보낸 측근들인 진박 후보들이 대거 포진해 있거나 중요 격전지로 손꼽히는 선거구들이다.

 

현재 대구 동구갑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동구을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되어 있고, 북구갑은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수성구갑에는 김문수 전 의원이 결전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구들은 해당 후보들이 상대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높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곳이다.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이런 배경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16일 부산에서의 동선도 대구와 아주 흡사했다. 대통령은 이날 창조경제혁신센터,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사하사랑채노인복지관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 지역은 현재 '진박' 현역의원들과 예비후보들 간의 경선이 진행 중인 곳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방문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방문했던 부산창조경제센터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인 해운대갑에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선거구 획정으로 분리된 기장을과도 인접해 있는 곳이다. 기장을에는 현재 대통령 측근인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다음으로 찾은 수산가공선진화단지는 부산 서구동구에 있다. 이곳은 친박의 핵심이자 실세인 유기준 의원이 3명의 예비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지역이다. 사하사랑채노인복지관이 위치한 사하구갑 역시 진박인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경선을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동선이 진박 후보들과 겹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대구 부산지역 방문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이 선거 중립의 의무를 위반하고 총선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선제적 조치다. 그러나 대구와 부산이 어떤 곳인가. 한쪽은 죽은 자를 신의 영역으로 밀어 올리고 있는 곳이며, 다른 한쪽은 변치않는 지역정서로 집권여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비극이자 악몽

 

16일 오후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정민규

 

어디 이뿐인가. 이 지역은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관, 살아온 이력과 능력, 정책과 비전보다 누가 더 대통령에 가까운 사람인가, 누가 더 대통령에게 진실한 사람인가가 선거 당락을 좌우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선거개입인 것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대통령의 행보에 '총선용'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을까.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관권선거와 부정선거가 횡횡했던 군사독재정부 이후 역대 정부들에서도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간접적으로 측면지원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선거에 맞춰져 있다.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불같이 성을 내는 것도, 자신들의 측근을 대놓고 지원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을 호도해가며 연일 야당을 성토하고 있는 것도, 민감한 시기에 대구와 부산을 방문한 것도 모두 그에 기인한다. 승리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 부른 남용인 것이다.

 

뭐가 대수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뻔뻔한 대통령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며 권력다툼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집권여당, 권력을 향한 산 자들의 추악한 욕망을 걸러내지 못하는 지역 민심이 어우러진 이 씁쓸한 장면이 벌써 수십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비극이자 악몽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끝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총선이 이 끔찍한 비극과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미스코리아 대기 중" 연예인 성매매 브로커의 '문자 영업' 316 경향

최근 여성 연예인 원정 성매매 알선 혐의로 구속된 연예기획사 대표 강모씨(41)는 연예계에서 재력이 있는 남성 스폰서를 연결해주는 마담뚜로 유명세를 떨쳤다. 한때 옷차림을 조언하는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던 그는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여성 연예인들에게 국내외 재력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거액의 소개비를 챙겼다.

 

강씨가 음지에서 수년간에 걸쳐 성업할 수 있었던 것은 성매수 남성들이 한번 여성 연예인을 만나면 환상에 빠져 지속적으로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지난 201312월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한차례 죗값을 치른 그가 지난해 2월 출소 직후 다시 범행에 나선 것도 단시간에 이처럼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일이 드물어서였다.

 

청도 고급 호텔서 현지인과 성매매 알선

16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첫번째 범행 당시 강씨는 2010~2011년 중국인 사업가 씨에게 8차례에 걸쳐 9750만원을 받고 연예인 등과 잠자리를 주선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2010119일 강씨는 씨에게 1100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처음 알선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128일과 22일에도 중국으로 여성들을 데려가 씨에게 소개했다. 한번은 씨가 성매매 대금으로 1600만원을 지불한 적도 있다고 한다.

 

강씨는 출국 전 씨에게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낸 뒤 지목한 여성을 데리고 중국 청도에 있는 고급 호텔로 갔다. 2011411일과 20, 518일과 19, 91일에도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했다. 강씨는 그 대가로 성매매 대금의 20~30%를 소개비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강씨는 이번에 적발된 두번째 범행에서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원정 성매매를 연결한 뒤 가수·영화배우 등에게 500~1200만원을 지급했다.

 

미스코리아 대기 중’, ‘뒤집어지는 애들 기대하삼

 

강씨로부터 유명 연예인을 소개받은 씨는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인 소개로 2008년쯤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를 하던 강씨를 만났다. 그는 강씨가 연예인들을 소개해 주겠다며 자주 연락해왔다고 진술했다. 여성 연예인들의 화보 작업 등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게 된 강씨에게 처음에는 호기심에 소개비 명목으로 푼돈을 주고 시작한 일이 나중에는 수천만원이 오가는 스폰서알선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씨는 강씨에게서 미스코리아 대기 중’, ‘시간만 내세요. 줄줄이 있어요’, ‘가수·탤런트 95일 뒤집어지는 애들 귀국해 기대하삼등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강씨는 20101월 유명 연예인을 씨에게 소개할 때도 “1년간 동거 조건으로 1~2억원 정도 주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씨는 동거 대신 3개월간 교제하는 대가로 5000만원을 지불했고, 해당 연예인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3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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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때마다 한번 만나보라고 연결해줬을 뿐

강씨는 번번이 수사망이 좁혀올 때마다 성관계를 전제로 만나면서 그 대가로 돈을 지급하는 스폰서 계약을 알선하거나 그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성매매 알선은 당사자들의 의사를 확인해 연결해준 뒤 추가적인 개입이 없더라도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만 있으면 범죄가 된다.

 

이번에도 강씨는 범행이 적발되자 마치 연예인과 재력가들 사이에 소개팅을 주선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그는 경찰에서 한번 만나보라고 연결해줬을뿐이라는 식으로 성매매 알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했다.

 

 

새누리판 찍히면 죽는다비박 학살의 진짜 이유 317한겨레

 

14일 오후 서울역을 출발해 KTX동대구역에 도착한 새누리당 유승민(동구을) 의원이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6.3.15 연합뉴스

이번 새누리당 공천은 한마디로 대통령 눈 밖에 난 사람들이 거의 모두 축출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에게 밉보인 사람을 잘라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조선일보 16일치)

새누리당의 정체성이란 것이 박 대통령 말을 잘 듣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라면 더 이상 공당(公黨)이 아니다.”(조선일보 17일치)

 

시중에는 한 번 찍은 사람은 반드시 잘라내는 박 대통령이 정말 무섭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 누구도 박 대통령에게 찍힐 경우 정치적 미래가 없다면 공천의 공정성 여부를 떠나 정치 혐오마저 불러일으킨다. 새누리당이 이러고도 국회 180, 아니 과반수 의석을 노린다면 도둑놈 심보다.”(동아일보 16일치) 

그러지 않아도 시중에는 이번 총선은 박근혜 선거라느니, ‘공천이 아니라 박천(朴薦)’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동아일보 17일치)

 

새누리당의 지난 15비박학살공천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설마 했던 일’, ‘정말 무섭다’, ‘공천이 아니라 박천등의 표현으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어느 누리꾼의 촌평이 눈에 띄였습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 쳐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과 뭐가 다른가.”

새누리당의 비박학살공천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잔인하게 처형한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장성택은 2013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체포된 뒤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받고 처형당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최근 당안에 배겨있던 우연분자, 이색분자들이 주체혁명위업계승의 중대한 력사적 시기에 당의 유일적 령도를 거세하려 들면서 분파책동으로 자기 세력을 확장하고 감히 당에 도전해 나서는 위험천만한 반당반혁명적 종파사건이 발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면을 할애해 장성택의 죄상을 무려 10가지나 나열했습니다. 계승문제 비아냥, 심복 밀어넣기, 사적비 제작 방해, 부패 돈벌이, 지하자원 팔아먹기, 화폐개혁 부추겨 경제 혼란, 귀금속 수집, 방탕한 생활, 외국 도박장 출입 등등 구질구질한 내용이었습니다.

현영철은 20154월 반역죄로 공개처형됐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현영철의 반역죄 사유는 김정은의 지시에 대꾸를 하고 군 행사에서 조는 모습이 적발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현영철의 숙청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장성택과 현영철이 숙청된 진짜 이유가 뭘까요? 우리 분석가들은 장성택의 경우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또 현영철은 본보기 처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소식통들은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내용입니다. 저는 새누리당의 중견 정치인을 통해 내용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김정은은 10대에 스위스에 유학하면서 친구들을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그는 농구와 스키 두 가지에 심취했다. 최고권력을 장악한 뒤 미국 엔비에이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한 데는 이런 개인적 취향이 작용했다. 동양최대 규모의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한 것도 최고 지도자로서 업적을 쌓으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동시에 김정은 자신이 워낙 스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위해 당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장성택에게 스키장 건설 자금을 내놓으라고 했다. 장성택이 인민들이 먹고살기 어려운데 그렇게 큰돈으로 스키장을 지으면 안된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처형한 것이다.”

현영철도 인민군의 돈줄을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김정은은 현영철에게 스키장 건설 자금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현영철도 인민군대가 지금 어려워서 그런 큰돈을 내놓기 어렵다며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처형했다.”

 

당과 군의 자금줄을 쥐고 있던 권력실세들이 최고 지도자 김정은과 스키장 건설 자금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 처형됐다는 설명입니다. 미확인 정보라 신뢰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설득력이 있는 분석 아닙니까? 새누리당의 비박인사 공천 학살에 대해 모든 언론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낸 다음날(16) 오후 이한구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이런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차 경선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들이 자꾸 이상하게 보도하는데 탈락된 사람 중심으로 이 사람이 누구하고 무슨 관계니까 무슨 (비박·친유승민)계를 정리하려고 그랬다 그거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에요. 모든 사람들은 다 친소관계가 있어요. 탈락된 사람들 중에 나하고 친구가 여러명 있어요. 내 친구 정리했다는 이야기밖에 안되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모든 지역마다 특정인에 대한 정밀한 심사가 전제돼야 해요. 그러다 보면 과거 행태도 중요하고 행태 관련해선 품위 관련, 당정체성, ‘이지고잉한 것도 있고 여러분한테는 안알려져 있지만 당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서 일할 때 이상한 행동을 해서 당에 손해를 끼친 경우도 있고 안알려져 있지만 무슨 또 해외여행이나 이런 것들 해서 민주당 의원들 정리당한 사람들 비슷한 일을 한 사람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는 거예요. 그게 다 안알려져 있는 상황이에요. 여러분한테는.”

 

자꾸 그걸 모르면서 한두가지 특징만 가지고 무슨계를 정리했다고 보도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 계라고 하는 사람 분류도 언론에서 마음대로 하겠지만 무슨 계라는 사람 중에서도 생존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 분명히 아셔야 하고. 제 말은 한두가지 기준, 친소관계로 결정하는게 아니라는 거예요.”

 

여러분이 탈락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20대 국회에 들어갈만한 사람이냐 아니냐는 거예요. 탈락자들 보시더라도 탈락자하고 매지역구마다 남은 사람들하고 비교를 해보세요. 그런데 비교를 해보니까 탈락자가 낫다 그러면 비판해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뭐냐. 우리는 최대한 훌륭한 사람들을 남겨서 그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탈락자 점수가 80점이 나왔다. 왜 탈락했냐. 90점짜리가 있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점수가 60점밖에 안되는 사람인데 단수 공천 왜 줬을까. 아마 거기는 50점짜리밖에 없거나 다른 이유가 없는지 체크해보라고. 그래도 이상하면 이야기하시라고. 기분 내키는대로 쓰지 마시라고요. 그게 우리한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몰라요. 우리 당 후보자들한테.”

 

그러니까 요약하면 공천관리위원회는 다 원칙대로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고 비박인사 공천 배제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한구 위원장의 설명이 옳다면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이나 공천 탈락 이후에 강하게 반발하는 후보자들은 이한구 위원장이 자주 쓰는 말처럼 다 바보이거나 저성과자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한구 위원장의 설명, 여러분은 납득이 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세력이 이처럼 비박세력을 당에서 몰아내려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압축하면 두 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독선과 오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절대로 화해하지 않는 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치명적 결함입니다. 이런 태도는 10대와 20대 최고 권력자의 곁에 있을 때 형성된 인격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은 새누리당의 친박인사들도 인정하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손짓을 하며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둘째, ‘현재의 권력미래의 권력사이에 벌어지는 이해관계의 충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습니다. 모든 정치행위의 목표는 총선 이후 레임덕과 퇴임 이후 추락을 막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이 당연합니다. 친박 실세 의원들은 퇴임 이후에도 대구·경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정권의 향배가 더 중요합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잡지 못하면 야당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려면 합리적 보수로 진화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현재의 권력을 밟고 지나가야 합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 인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여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4·13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은 과연 어디까지 갈까요? 궁금합니다.

 

 

걸림돌법안 12개 모두 찬성한 의원은317한겨레

 

20156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유승민 의원 표정.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참여연대가 19대 국회 후반기 디딤돌·걸림돌 법안과 의원별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꼽은 디딤돌 법안은 모두 7개다.

 

 

19대 국회 후반기 디딤돌 법안

1.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위원회안)

: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조사법

2.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위원회안)

: 공직자 부정청탁 금지

3.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대안)

: 권리금 법제화해 임차인 권한 보장

4. 국회법 개정안(대안)

: ‘법 위에 시행령통제하는 국회 권한 강화

5.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대안)

: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

6.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대안)

: 남양유업 방지법, 대기업 갑질 막는 민생법안

7.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안)

: 가맹점주 권익 보호법

 

19대 국회 후반기 디딤돌 법안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갑을관계 개혁법안이 다수를 차지했다.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를 거스르는 정부의 시행령 제·개정에 제동을 거는 국회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꼽은 걸림돌 법안은 모두 12개다.

 

 

19대 국회 후반기 걸림돌 법안

1.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대안)

: 저소득층 권리 축소한 최저생계비 해체법

2. 주택법 개정안

: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법

3.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안)

: 강남권 재건축 사업 특혜법

4.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대안)

: 1가구 1주택 원칙 훼손한 투기 조장법

5.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 도박산업 키우는 외국인 전용 선상 카지노 합법화

6.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

: 등록금은 그대로, 무늬만 기성회비 폐지

7. 임대주택법 전부개정안(대안)

: 기업형 임대사업자 특혜 법안

8. 관광진흥법 개정안(대안)

: 교육환경 보호보다 경제 논리 우선하는 학교 앞 호텔법

9.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대안)

: 의료 민영화 근거법

10.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 주주권 약화시키는 재벌특혜 원샷법

11. 공직선거법 개정안(위원회안)

: 비례대표 축소해 지역구 보전한 정치개악

12.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 테러를 빙자한 국정원의 국민사찰법

 

걸림돌 법안 중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포함한 부동산 투기 3등 규제 완화를 통한 이른바 경제활성화법안이 많았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은 포기하고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서민주거 안정에 반하는 주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짚었다.

 

 

참여연대 제공

디딤돌 법안에 대한 찬성률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69%, 정의당 66%, 국민의당(소속 의원의 찬반으로 추산) 62%로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걸림돌 법안 찬성률은 새누리당이 72%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국민의당 37%나 됐다. 더민주는 26%였고 정의당은 7%였다.

 

걸림돌 법안에 모두 찬성한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 18명이었다. 정부의 문제점 많은 정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김무성(부산 영도) 대표는 물론 유승민(대구 동을) 전 원내대표도 포함됐다. 나머지는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김영우(경기 포천·연천), 김진태(강원 춘천), 김태원(경기 고양 덕양을), 류성걸(대구 동갑), 박윤옥(비례), 박인숙(서울 송파갑), 신경림(비례), 심윤조(서울 강남갑),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이명수(충남 아산), 이에리사(비례), 이종진(대구 달성), 이한성(경북 문경·예천), 최봉홍(비례), 하태경(부산 해운대·기장을) 의원이다.

 

새누리당은 어떻게 매번 선거에서 이길까 317 시사인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 부르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한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 (비박계) 다 죽여.”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듯한 내용도 나온다. 여왕의 심복이 국정을 농단하고 고관대작을 능욕하는 사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윤상현막말 구출 작전? 기사 참조). 지난달 살생부논란을 시작으로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조작 유출 파문, 공천심사 중단 등 새누리당의 막장 드라마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뛰쳐나가거나, 친박과 비박의 몸싸움이 전쟁으로 번지거나, 당이 쪼개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새누리당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싸우면 이길 게 뻔한데 누가 어디로 가겠는가. 우리 당의 대오는 조만간 박 대통령 아래 일렬로 정렬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헌법 위에 사람 관계가 우선인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헌법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우선이라는 것은 새누리당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선거에 강하다.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이 생방송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명박 실정’ ‘디도스 사건’ ‘민간인 사찰로 수세였던 2012년 총선에서도 대승을 거두었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어 당이 난파 직전이던 2004년 총선에서조차 새누리당은 121석을 차지했다(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목표 의석을 ‘107석 플러스 알파라고 말한 바 있다). 2004년 이후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패배한 기억이 거의 없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20147·30 ·보궐 선거 현장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이 선거에 강한 이유를 새누리당 주변에 물었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광역단체장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는 전쟁이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정권을 잃는다는 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인지 안다. 감옥에 가고 재산을 빼앗겨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선거에서 지면 공멸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아주 강하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는 죽기 살기로 싸우는 놈이 이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설사 법을 살짝 벗어나더라도. 법대로 하면 선거 못 치른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에는 정권을 잡아서 이것저것 하겠다고 돈을 대고 작전을 짜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야당에는 의원 배지가 목표인 사람들만 모여 있다. 야당 지지자들은 절실한데 정작 정치인 선수들은 느긋한 게 승부를 가른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야당은 언론 다루는 게 확실히 떨어진다.” 새누리당을 담당하는 한 정보과 형사는 이렇게 말한다. “새누리당은 쇼에 능하다. ‘도와주세요라고 피켓을 들고, 김무성 대표가 직접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반바지를 입는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야당보다는 나쁜 일이라도 하는 여당을 찍어주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한 중견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언론을 활용해 북한 변수와 야당심판론으로 치를 것이다. 선거 막바지 박근혜 바람과 여당이 불리하다는 엄살이 다시 새누리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다.”

 

이들의 말대로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선거 공식이 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01510월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티끌 같은 표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표를 위해서라면 불법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법적인 일에도 성실하다. 심지어 창의적이다.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의결됐다. 시한을 111일이나 넘겼다. 선거가 한 달이 남지 않았지만 누가 출마하는지조차 유권자는 파악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역 의원, 유명인, 지역 유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새누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투표권자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을 막았다. 젊은 층의 투표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OECD 34개국 중 32개국이, 전 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이 18세부터 투표를 시작한다.

 

201110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렸다. 최구식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의 수행비서 공 아무개씨 등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장 비서관 등과 술을 마신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투표소를 찾아보는 사람들의 투표를 막아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정당을 출입하는 정보기관 관계자는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는 수백 표를 모으려고 혼신을 다한 창조적인 청년들이었다는 칭찬의 말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최구식 전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청와대 행정관과 안기부(현 국정원) 공작원 등이 북한 인사를 만나 돈을 주고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의 배후에 권영해 안기부장, 이병기 차장 등 안기부의 수뇌부가 있다고 밝혔다. 이병기 차장은 국정원장을 거쳐 현재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다. 최근에는 테러방지법 통과를 지휘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국정원, 국방부 등의 정예 요원들이 야당 후보에게 댓글 테러를 하기도 했다. 수구적인 목사를 지원해 이른바 십알단이라는 댓글부대를 운영하게 했던 것도 국정원이었다. 불법에 관여한 직원들 가운데 처벌을 받은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승진하거나 포상받은 이들이 많았다.

 

당선만 된다면공수표도 서슴지 않는다    표를 모을 수만 있다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던지고 본다.

선거를 앞두고 걸린 새누리당 현수막은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 많았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등록금 부담 절반으로” “고교 무상의무교육 시대” “맞춤형 보육 서비스!” “취업 스펙 타파.

 

박근혜 대통령조차 주요 공약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 자신이 반드시 지키겠다고 거듭 천명한 국민 행복 10대 공약가운데 지켜지고 있는 약속은 거의 없다.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노인들을 위한 공약은 폐기되다시피 했다. 대선 공약의 히트 상품인 모든 노인한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철회했다.

 

20144월 김무성 대표의 대한변호사협회 강연 내용이다.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습니다. ‘내가 당선되면 어르신 여러분 한 달에 20만원씩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노인들 표가 많이 나왔죠. 그러니까 이제 거짓말 안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 20만원씩 드리라’(고 했는데) 돈이 있어야 주죠. 돈이 없는데 어떻게 줍니까.” “국민 여러분 내가 당선되면 이런 거 해주겠습니다, 여기에 속아 가지고 표 찍어주고 대통령·국회의원에 당선됐죠. 정치인들에게 국가재정 건전성을 감안해서 공약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선 당선되고 봐야 하는데 되겠습니까?”

 

연합뉴스 4월 총선은 팽팽한 남북 관계 긴장 속에서 치러진다. ·미 해군이 310일 키리졸브 훈련 중이다.

 

선거 때마다 북풍이 분다. 그때마다 북한은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도우미 구실을 했다.

198711월 대한항공 858편이 인도양 상공에서 폭발했다. 폭파범 김현희는 대선 전날 한국에 압송됐다. 대선에서 민정당(새누리당 전신)의 노태우 후보는 여유 있게 당선됐다. 199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는 안기부가 조직원 300명 규모의 중부지역당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민자당(새누리당 전신) 김영삼 후보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집요하게 공격했다. ‘노무현 정부가 NLL을 북한에 상납했다며 공격을 주도한 것은 윤상현 의원이었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을 쭉 읽었다. 일급비밀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물론 불법이다. 그러나 20145월 원내수석 부대표 자리를 물러나면서 윤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은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국가기밀 불법 유출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정치적 이용 등 무수한 불법을 낳은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검찰 조사에서 김 대표가 지라시에서 읽은 내용이라고 했더니 검찰은 죄가 아니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전략은 유권자의 투표 포기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남북 긴장 관계에서 치러진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후 개성공단 폐쇄와 대북 제재. 미군과 국군은 37일 사상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을 개시했다. 북한 핵시설 정밀타격이 초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북한은 불바다 발언을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국정원은 연일 북한의 사이버 테러 기사를 생산한다. 종편을 비롯한 방송과 수구 언론은 전쟁을 부추기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놈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는 <시사IN> 기자에게 한국과 북한의 정권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위기와 갈등이 정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군사 충돌이 일어나면 정권에 힘이 생기니 선거철마다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수구 언론은 새누리당을 대신해서 야당을 공격하고 폄훼한다. 선거철만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공중파와 수구 신문 그리고 종편에서는 정치평론가를 빙자한 선거운동원들이 맹활약 중이다. 이 활약을 경력으로 새누리당에 입당한 이들이 수십명에 이른다. ‘선거의 여왕이니 선거의 왕이니 왕관을 씌워주기 바쁜 언론사도 많다.

 

지난 대선을 지휘하던 김무성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전략은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총선 정국에 나타난 국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은 큰 변수였다. 새누리당도 다급했다. 피켓 시위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철수를 선언한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한 관계자는 “‘무제한 토론이 사실상 지역구 선거운동’ ‘국민 생명을 선거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등 새누리 의원의 말만 되풀이하는 언론의 파상 공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테러방지법 반대 투쟁에 국민은 열광했다. 하지만 방송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민에게 필리버스터는 대통령 발목 잡기로만 전달됐다.

 

방송사와 수구 신문사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편에 서서 보도하는 게 현실이다. 정치 뉴스는 새누리당 프레임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대중·노무현 탓이다’ ‘친노 탓이다’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무능하다. 언론은 지속적으로 새누리당 프레임을 되풀이한다. 새누리당이 불리할 때마다 종북몰이라는 무기를 꺼내는 것도 언론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시민사회운동, 일본에 역전당하나 3.22주간경향

한국 사회가 관성에 빠진 사이 한국이 부럽다던 일본이 지금은 오히려 활력

#1안진걸 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총선연대가 과거 낙천·낙선운동과 가장 구별되는 지점은 ‘3분 총선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 이름은 즉석식품에서 따왔다. 언제든지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처럼, 앉은 자리에서 휴대폰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자기 지역에 출마한 사람들의 경력, 과거 활동이나 법 위반 내용 등을 바로 검색해 투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 1166, ‘2016년 총선 유권자운동 파괴력은기사 참조) 이 공개될 시점과 관련해 안 위원장이 제시한 날짜는 310일이었다. 하지만 311일 현재, 아직 베타버전도 공개되지 않았다. 3분 총선 앱은 고사하고 포털 등 검색엔진에는 2016년 총선네트워크의 공식 홈페이지(www.2016change.net)조차 등록되지 않았다. 총선시민네트워크 관계자는 “3분 총선의 내용은 아직 보완할 것이 많아 315일 총선네트워크의 2차 낙선 대상자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시연하는 것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2 “야당 공동투쟁이 실현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참의원 선거까지 앞으로 142!!” 일본의 학생운동단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실즈)’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안내문이다. 안내문에는 이 단체의 활동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누리꾼의 평가가 인용되어 있다. “무명의 학생운동단체가 아주 착실히 데모에 오세요라고 매주 호소함. 마침내 야5당이 데모에 참가.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어느새 시위에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보통일이 되어버렸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데모에 참여한 결과다. 그리고 어느새 선거 협력 일보 직전까지 오게 돼버렸다. 조금만 더(もう) 힘 써주길.”

 

10여 년 전, 기자는 일본에서 열린 행사 취재를 다녀왔다. ·일 시민사회포럼이라는 행사였다. ·일 양측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일본 도쿄의 한국YMCA 강당에서 토론회는 진행되었는데, 그때 일본 사회에서 핫이슈가 된 치마저고리 사건(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치마저고리를 입고 조선학교를 다니는 여학생들의 옷을 커터 칼 등으로 찢은 테러사건)’에 어떻게 맞설까를 두고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날 토론회에 참가한 일본 시민사회 관계자였다. 행사가 끝난 뒤,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참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해 내는 것이다.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에서 벌이진 재특회의 혐한 시위에 맞선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카운터스의 활동이 일본 시민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 21세기 북스 제공

 

일본 측 참가자들로부터 나오는 공통된 말은 한국이 부럽다였다. 구체적으로 한국 시민사회의 역동성, 흔히 주창(advocacy)형 운동이라고 설명되는 정당을 대신해 제도권 내에서 의제 설정을 해내는 기동력과 이 부럽다는 것이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남긴 잔상이다.

그리고 10여 년 뒤,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과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실즈의 활동을 비교하면 이제는 뭔가 뒤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동성과 집행력, 추진력이 상징이었던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은 관성의 늪에 빠진 반면, 특히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 시민사회운동은 전에 없는 활력을 보이는 게 눈에 띈다.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지난 2월 말 진행된 국회 앞 시민 필리버스터 사진이다.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캡션에서 한 시민이 국회 밖에서 시민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고 적고 있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사진 속에서 마이크를 쥐고 있는 사람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참여연대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이다.(사진 참조)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은 국정원의 원훈이지만 현재 한국 시민사회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총선 유권자운동이 기획하고 있는 시민감시 캠페인의 시민감시는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운동을 기획하는 실무자만 고생하는 방식의 기획이다.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여러 가지다. 한 달에 한 번으로 정례화되고 있는 민중총궐기 행사에 가보면 행사 프로그램에 청년은 없다.(대표자 발언은 있다) 지난해 12소요문화제형식으로 열린 민중총궐기 행사에서 불린 백세인생을 개사한 노래는 18살부터 80살까지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담은 트로트곡으로 타깃층은 중년 노동자에게 맞춰져 있다. 노래도 중년 노동자가 나와서 불렀다. 그런데 일본의 실즈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한국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아베 야메로!(아베 그만둬!)’와 같은 구호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합 리듬에 맞춰 선창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는 10대에서 노인층까지 다양하지만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음이 느껴진다. 실즈가 공개하는 시위 영상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영상들이다. 왜 한국은 이런 식으로 홍보하지 못하는 걸까.

 

 

지난 2민주주의는 멈추지 않는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 중인 실즈회원들. 실즈의 데모에는 민주당, 공산당, 일본유신당, 사민당, 생활야당 등 야권 5개 정당이 함께했다. 일본 5개 야당과 시민단체는 올여름에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 퇴진, 집단자위권 철회 등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지난 215일 합의했다.

 

왜 한국은 실즈처럼 못할까

사실 지금의 한국 시민사회는 386과 그 위 민주화세대들이 원형(原型)을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냐. 그게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왔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종의 동맥경화 현상처럼 재생산이 안 되는 것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다.” 문화단체인 유자살롱의 이충한 전 공동대표의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년간 ·일 청년포럼이라는 한·일 양국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행사를 열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시민사회의 내면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고 덧붙인다. “일본에 가서 직접 참관한 느낌은 이렇다. 시민운동이라기보다 시민 자원봉사라고 할까. 한국에도 자원봉사 운동이 있는데 굉장히 느낌은 다르다. 일본 쪽 간사나 사무국장, 대표 등은 굉장한 운동성이 있는데도 우리에 비해서 뭔가 여유가 있다. 토대 또는 풀뿌리에 착실히 착근한 운동이라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뭔가 각박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전 대표는 그 원인을 여전히 운동의 책임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는 386세대 출신의 지도부에서 찾는다. “386세대는 어떻게 말하면 영생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영생이란 뒷세대가 필요없는 것을 말한다. 물론 경험이나 실력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직접 만나보면 나쁜 사람도 아니고 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종류의 불안감을 직시하지 않아 생기는 병리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10여년 지속되다 보니 지역단체에 가면 ‘10, 20년째 50대 초반 사무국장이 흔하다.” 386세대 이후 운동을 담당할 허리세대의 실종에 대한 지적 역시 10여년 이상 지속되었는데, 이제 그 동맥경화 현상이 진짜로 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25일 국회 안에서 의원들이 벌이는 필리버스터와 맞춰 국회 앞에서 시민참여로 진행했던 필리버스터.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테러방지법안의 부당성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청년이 없는 한국의 사회운동

일본의 시민사회가 잘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개념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확산시키는 능력이다. 지난 31, 공중파를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행동대>를 봐도 그런 일본 사회 특유의 저력이 드러난다. 카운터스(counters)는 말 그대로 맞서는 사람들을 개념화한 것이다. 일본의 인종 혐오발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 맞서는 시민들이라는 개념이다. 이 운동이 일본에서 시작된 것은 2013년이었다. 일본 음악잡지 편집장인 노마 야스미치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한 것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방영된 다큐 <카운터스 행동대>는 동시에 <카운터스>라는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책에는 TV 방영 다큐멘타리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운동과 관련한 자세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노마 야스미치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이렇게 이름 짓는다. 오사카 사투리로 매를 때리다, 채찍질을 하다는 말이 시바쿠(しばく)인데, ‘지지 말고 강하게 항의하자는 뜻으로 이 활동을 하는 사들을 시바키부대(しばき·혼내는 부대)’라고 하자는 것이다. 노마는 반은 장난이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제안한 개념은 상대방에게도 수용된다.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전 회장인 사쿠라이 마코토(?井誠)는 자신의 트위터(@doronpa01)에서 카운터스 활동에 극좌라는 접두어를 붙여 극좌 시바키부대라며 비난한다.

 

시바키부대의 활동이 진화하면서 카운터스 활동이 되었다. 예를 들어 조선인들은 일본의 바퀴벌레!’라는 구호를 재특회 측에서 제창하면 너희가 바퀴벌레!’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간단히 말해 반사,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개념으로 하면 미러링활동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 혼내는 부대는 다양하게 진화한다. 쇼메이부대(署名隊)는 재특회 활동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는 부대다. 라쿠가키케시 부대(落書)라는 것도 있다. 재특회가 혐한 낙서를 하면 청소도구를 들고 와 지우는 역할이다. “모두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식이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에서 복사물을 프린트하는 것이 가능한데, 주최 측이 트위터에 그날 카운터스 활동에 쓰일 피켓 도안을 올리면 그것을 각자 출력해 와서 활동에 참여하는 식으로 활동이 이뤄진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책의 저자인 이일하씨(40·인터뷰 참조)의 말이다.

 

 

아베 반대,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실즈의 온라인 선전 사진.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SEALDs 페이스북

 

이런 활동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씨의 책에 따르면 헤이트 스피치라는 말은 언론사와 광고사가 2013년 선정한 그해의 유행어로 뽑혔다. <카운터스 행동대> 영상을 보면 새로운 운동방식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일종의 직접 행동인 시트-은 굳이 말하자면 연좌시위이지만 종전의 연좌시위와 개념이 살짝 다르다.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집회허가를 받은 재특회의 시위 경로에 뛰어들어 가로앉아 저지하는 직접행동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아베 반대,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실즈의 온라인 선전 사진.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SEALDs 페이스북

 

사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많은 개념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국 사회에도 수입되었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NEET), 불안정 고용에 놓인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프레카리아트’(precariousproletariat의 합성어),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와 같은 개념이 대표적이다. 반면 세대론의 양상은 조금 달랐다. 일본 도코하대학 외국어학부 후쿠시마 미노리 교수의 책 <조용한 전환>은 한·일 청년세대 담론의 비교연구를 담고 있다. 후쿠시마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오토나(大人·어른)’라는 말의 대립된 개념으로 와카모노(若者)라는 말이 사용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88만원 세대와 같은 구체적인 연령대를 지칭하는 세대론을 나오는 데 비해 일본은 뭉뚱그려 지시 대상이 모호한 개념을 사용해 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양상도 금세 역전되었다. 이른바 무연사회또는 격차사회와 같은 개념 역시 일본에서 나온 것인데, 지난해 <조선일보>가 적극적으로 들고 나온 달관세대라는 개념 역시 사토리세대라는 일본의 개념을 빌려온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달관세대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책 출간 당시 일본 대학원생이었던 후루이치 노시토리의 <절망한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2011)이라는 책을 근거로 사용한다. 책은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젊은이들 역시 일상의 행복을 자신의 아지트에서 찾는 행위로 묘사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 뭔가를 변화시키려는 청년들의 운동 역시 자기만족적인 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에서 떠돌던 농담, 이른바 사축(私蓄·기업에 들어가 가축처럼 길들여지는 젊은이들)의 개념을 사회 분석에 적극 끌어들인 것도 후루이치의 책이다.

 

개념화에 강한 일본 시민사회

이런 개념화는 원래부터 일본 사회가 잘 하는 것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시트-과 같은 활동이 한국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 총선연대 활동 당시 이사철 전 한나라당 의원의 낙선을 주장하며 부천시 거리에서 연좌농성하는 박원순 당시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의 활동 역시 일종의 시트-이었다. ‘낙서를 지우는 부대식으로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경찰의 불법진압으로부터 촛불시위에 나선 촛불청소년들을 보호하는 목적의 촛불예비군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었다. 결정적 차이는 연속성과 지속성이다. 이일하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카운터스 활동의 오리지널은 일본이 아니다. 외국의 카운터스 활동은 훨씬 더 과격하다. 실제 유튜브 등에서 영상을 보면 미국의 인종차별단체 KKK에 맞서는 카운터스 활동을 보면 KKK 선전차량을 불태우기도 한다. 그것에 비하면 일본의 활동은 훨씬 온건한 활동이다.”

 

일본 학생운동단체 실즈의 활동을 보면 단체활동의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메라 프레임의 선택, 구호의 선정 등에서 일반시민들이나 학생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상을 제작하는 데도 BGM의 선택이나 편집, 카메라 앵글의 선택에도 그런 세심함이 보인다. 이일하 감독의 말이다. “‘실즈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데모하는 방식이 이전과 달랐고, 또 그런 방식으로 프레임을 짠 것이다. 직접 목격한 실즈의 경우, 피켓 하나 만들 때도 신경을 써 제작한다. 영상팀이 항상 붙어 있고, 시위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사람들에게 비칠 패션까지도 신경을 쓰는 것도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을 최전선에 내세우는 것도 드러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합니다. 정말 왜 그렇게 예전의 방식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하나의 서비스이고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굳이 보고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거든요. 특히 문화행동은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엄청 신기하고 튀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우리들이 향유하는 문화수준에 맞게 너무 분위기가 무겁지 않으면서도 즐길 수도 있는, 메시지나 구호를 외치는 방식은 왜 불가능할까요.” ‘왜 한국의 운동은 일본의 실즈처럼 랩에 맞춰 구호를 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청춘 씨:발아’(Project C8A) 박진영 활동가의 반문이다.

 

한국 시민운동: 관성에서 탈출할 길은?

청춘 씨:발아는 청년의 눈에 맞춘 SNS 온라인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만든 이런 후보는 뽑지 마라 진짜라는 제목의 총선 꿀팁영상은 9010회 공유, 87만회 재생이라는 기록을 갱신 중이다. 박씨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본다는 데서 착안해 일부러 세로 형식으로 영상을 한 번 만들어봤는데, 그 메시지를 줄줄 풀어쓰는 형식이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20대들이 자신들이 겪은 문제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아낸다는 것에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분명 2000년 시민사회의 낙천·낙선운동은 획기적인 전술이었지만 지금은 일정 정도 진부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일본보다는 한국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 나고야의 대학들과 한국과 일본의 SNS 정치참여를 주제로 비교연구를 수행한 송 교수는 선거일이 일요일이라든가 20대 투표율이 20%도 안 되는 반면, 50대에서 90대 고령층의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과 한국 상황이나 조건을 놓고 비교 해보면 그나마 한국이 일본보다는 더 낫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미국에서 <한국의 민주화와 사회운동>이라는 영문저서를 낸 김선철 에모리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그동안 잘 나가던 한국 시민사회가 정체되고 일본에선 새로운 운동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효과에 가깝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실제 3·11 이후 일본과 세월호 사건 이후의 한국 사회를 절대비교를 해봐도 큰 차이는 없다한국 시민사회가 관성에 머무르는 이유는 운동의 제도화로 신선함이 떨어진 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정당정치가 양극화되면서 사회운동이 휩쓸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성수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소장은 시민사회의 영향력 약화는 보수정권의 압박과 보수시민단체의 등장 등으로 한 쪽 정당과 관련되어 있는 파당으로 인식되는 문제도 있지만, 정치권으로 들어간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부터 비롯되는 면도 있다정치권에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을 보면 18대와 19대에 들어간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 대표들도 운동권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같이 과거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과거 1980~90년대의 시대정신이 민주화였다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시대정신은 보수와 진보로 볼 수 있다. 다시 2010년 이후의 시대정신은 그와 다른 무엇, 예컨대 주거나 실업 문제 같은 것이 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 시대정신을 시민사회가 찾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곱씹어 봐야 할 지적이다.

 

이일하 다큐멘터리 감독 혐한 반대 카운터로 나선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들

/사진제공 이일하

 

우연히 3·1절날 집에서 공중파방송 채널에서 하는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행동대>를 봤다. TV에서 방영된 다큐와는 별도로 영화도 제작하나.

 

원래 영화로 기획을 했다. 중간에 짧은 버전으로 만든 것이 이번에 TV를 통해 나온 작품이다. 보다 긴 버전의 작품은 아직 제작 중이다.”

다큐를 보고 다시 책을 읽었다. 인상적인 것은 일본 사람들은 개념을 만들고, 다시 그 개념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뛰어나다는 점이다. 헤이트 스피치라는 개념도 그렇다. 책에 따르면 이 개념이 일본 사회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2013, 광고사와 언론사가 꼽은 그해의 유행어로 선정됐다. 한국에서도 지난 2~3년 사이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라는 개념이 나왔지만, 그다지 확산되는 인상은 아니다.

 

헤이트 스피치라는 개념은 하나의 이슈만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다. 대응하는 사람들 중에는 좌익도 있고 우익도 있다. 지지하는 이념과 상관없이 인종차별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운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사실 도쿄 신오쿠보 등에서 재특회에 맞서는 카운터스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곳(일본)에서는 거꾸로 여전히 한국을 부러워한다. 가끔 TV뉴스 등을 통해서 한국의 촛불시위가 보도되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보며 부러워한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싸움을 보면서 그 끈질김에 감탄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으로서 제가 보기에 일본 쪽 시민세력은 일을 굉장히 잘한다. 일을 차근차근 꼼꼼하게, 자기가 맡은 목표를 정해 놓고 한 발 한 발 꾸준히 다가가는 것은 굉장히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과거 한국에도 카운터스와 같은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촛불예비군과 같이 시위에 나선 여중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이 벌어졌다. 어쩌면 일본 쪽에서 그걸 벤치마킹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가 자신의 처지에 맞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정해 놓고 끈질기게 참여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원래 카운터라는 시위문화 자체가 일본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을 카운터라고 한다.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적용한 것이다. 원래 카운터 활동은 과격한 면이 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 중에는 폭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은 선동부대, 플래카드 부대로 빠진다. 욕이라도 한마디 해야겠다는 사람은 확성기를 가지고 와서 욕을 해서 재특회의 구호와 같은 혐오주장을 묻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지난 일요일(36) 긴자에서 재특회가 다시 집회를 열었다. 그때 카운터의 대응은 사일런트 시위, 우리식으로 말하면 침묵시위였다. 그날도 취재했다. 재특회 측에서는 그 사일런트 시위를 비난했지만 결국 카운터스의 대응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다큐와 책을 동시에 제작하는 것도 이채롭다. 영화는 그렇다 치고, 책은 어떤 독자들을 겨냥해 쓴 것인가.

이런 게 있다는 걸 널리 알리는 게 목적 아닐까. 물론 영화감독으로서는 책보다는 영화를 잘 만드는 게 우선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팝콘도 먹으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설사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헤이트 스피치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누군가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 그 누군가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닌가. 사실 일본에서 카운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이들이 아니다. 재특회가 한인 밀집촌인 신오쿠보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것을 보고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 평범한 사람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카운터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전에 세월호 유족들을 두고 일베 사용자들이 거리에 나와 조롱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투차네루(2ch)와 같은 사이트에서 만연한 혐한 분위기가 재특회로 이어진 상황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일베가 그 약자혐오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사실 그 일베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보지 않았다. 주위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어른들의 숙제다. 토양을 우리가 만든 것이니까. 주범은 우리 어른들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의 연예인 복귀, 정말 자숙했나 3.22 주간경향

악마의 재능이 돌아온다고들 합니다. 가수 겸 방송인, 그리고 배우로서도 이름을 알렸던 탁재훈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번 달 중 방송될 케이블채널 엠넷의 프로그램 <음악의 신2>에 가수 이상민과 함께 등장할 예정입니다. 탁재훈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으로 2013년 물의를 일으켰고, 이후 이듬해에는 이혼 소송을 치렀습니다. 2000년대 가수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예능인이기도 했고, 2006년에는 KBS 연예대상을 수상했던 그의 몰락은 순식간이었습니다. 한동안 방송가와 인연이 없던 그는 3년 만에 예능 프로그램으로 복귀하게 됐습니다.

 

연예계 역시 사람사는 곳이기 때문에 뜻하지 않는 사건과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연예인이 출연하고 있던 방송 프로그램을 하차하는 정도까지 대중의 질타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음주운전, 마약, 각종 폭행사고, 도박 등입니다.

 

 

M.net <음악의 신2>3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탁재훈. / MBC

 

최근 물의를 빚고 자숙의 기간을 가진 후 다시 방송가로 돌아오는 이들이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개그맨 이수근과 김용만, 방송인 노홍철입니다. 2013년 연예인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이수근은 지난해 9월 나영석PD가 진행하는 인터넷 예능 <신서유기>를 시작으로 방송에 돌아왔습니다. 2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사건에 연루됐던 김용만은 지난해 11월 케이블채널 O tvN<쓸모있는 남자들>에 출연하면서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노홍철은 201411월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창 출연 중이던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몇 개의 프로그램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는 딱 1년 만인 지난해 11월 케이블채널 tvN의 프로그램 <내 방의 품격><길바닥쇼>를 통해 돌아왔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 중 다시 연예활동을 못하게 된 사람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병역 회피 혐의의 가수 유승준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물의 연예인들의 자숙과 복귀는 일반적인 패턴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돌아온다고 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두 가지의 주장이 있습니다. “벌써 나와도 되냐. 아직 자숙할 때가 아니냐는 말과 그 정도 자숙했으면 충분하다. 이제 자신의 장기를 통해 대중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죠. 이는 자연스럽게 물의 연예인의 자숙기간이 얼마나 돼야 하냐는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물의 연예인의 사안별 복귀 기간을 명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연예인 본인의 복귀 의지와 섭외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지 등의 주변 여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중의 시선 등이 맞아떨어질 때 복귀는 이뤄집니다. 연예인 역시 사람에 따라 자숙 없이 바로 활동을 재개해 더욱 물의가 되는 이들이 있는 반면 4~5년을 넘게 쉬는 이도 있죠.

 

현재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체적으로 출연 정지연예인을 정해 이들의 출연을 강제합니다. 범법행위를 저질러 징역형 이상을 받거나 그에 준하는 물의를 일으킨 이들은 각 방송사 심의실에서 출연 정지를 내립니다. 이들의 정지 해제 역시 해당 프로그램이 연예인을 섭외한다고 출연 가능 여부를 심의실에 물으면 심의실이 이를 해제할 때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정확한 규정이 없는 거죠.

 

이런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을 악용해 아무런 진정성 없이 슬그머니 방송가로 돌아오려는 이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중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거죠. 결국 진정성 있는 자숙만이 한 번 저지른 잘못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겁니다.

 

역사파시즘으로 무장한 두 얼굴 322 주간경향

왜곡된 고대사 인식의 사이비역사학과 정치권 입김 들어간 국정교과서

한민족이 건국한 최초의 국가는 고조선 이전의 환국이다. 환국은 유라시아 대륙 전반을 지배하는 대제국이었다. 고대 중동의 수메르 문명의 정체도 환국 12연방 중 일부인 수밀이국이다. 한글의 기원은 기원전 22세기에 만들어진 고조선의 가림토 문자,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문자다.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는 중국 대륙에 있었다. 청의 건국자 누르하치는 신라의 후예다. 누르하치의 성이 아이신지오로(애신각라·愛新覺羅)인데, ‘신라를 사랑하고 기억하라는 뜻이다. 이 진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식민사학의 후예들이 한국의 역사학계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식민사학의 후예들이 한민족의 위대함을 숨기고 역사를 조작하고 있다.”

 

한국사의 숨겨진 진실’, ‘진짜 한국사등의 이름으로 전승되던 내용이다. 근거가 불분명해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다. ‘재야역사학등으로 불리며 1980~1990년대에 크게 유행했으나 2000년대를 거치며 예전보다 인기를 잃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료나 논문에 접근할 기회가 늘었고,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논쟁에 참여하게 된 영향이 컸다. 황당무계한 내용을 담은 고대사에 심취한 사람들을 비하하는 환빠라는 표현도 만들어졌다.

 

고대사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역사학계가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말 출간된 계간 <역사비평> 봄호는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비판이라는 기획물에서 세 편의 글을 실었다. 주류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으로 매도하고, 고대 한반도에 있던 국가들의 영토와 영항력을 강조하는 주장을 파시즘에 근거한 사이비 역사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경량 강원대 강사, 성균관대 박사과정인 위가야씨, 연세대 박사과정 안정준씨 등 30대 연구자 셋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사이비 역사학철 지난 유행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지속돼 학계와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계기는 지난해 말 중등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과 동북아역사재단의 한국사 지도 중단 사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모임대표자들이 지난해 1028일 오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박태균 <역사비평> 편집위원은 국정교과서는 고대사와 근현대사 서술에서 사회적 논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고대사와 관련해)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이 역사적 고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족주의라는 이름하에 일부 국회의원들과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의 호응까지 얻고 있다면서 사이비 역사학의 영향으로 왜곡된 고대사 인식이 교과서 문제뿐 아니라 한·중관계와도 관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학계의 우려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고대사에 관한 일부의 주장에 사이비 역사학이라는 비판은 타당한지 <역사비평>의 글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01. 국정교과서의 시작과 사이비 역사학의 양지화

유신 2년째인 1973623일 박정희 정부는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생들에게 주체의식과 올바른 국가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사교육의 획일화를 우려하며 학계와 교육계에서 반대했지만 박정희 정부는 밀어붙였다. 이듬해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육현장에 배포됐다. 의외의 인물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재야 역사단체 한국고대사학회 회장 안호상이었다.

 

안호상(1902~1999)은 이승만 정부에서 초대 문교부 장관을 지냈다. 1920년대 독일에 유학해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다. 그는 이승만 정권의 통치이념인 일민주의(一民主義)와 나치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와 유사한 학도호국단을 제의한 인물이었다. 국사교과서를 비난한 이듬해인 1975년에는 국사찾기협의회를 결성해 공개적으로 역사학계를 비난했다. 1978년에는 국가를 상대로 국정 국사교과서 내용정정 청구소송까지 벌였다.

 

 

1931년 평양 대동군 남정리 낙랑고분 발굴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안호상은 국정 국사교과서의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을까. 고조선사를 서술하면서 단군은 제사장, 왕검은 정치적 군장을 뜻하는 것으로, 단군왕검은 제정일치 시대의 족장이라고 서술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안호상에게 단군은 한민족의 시조이자 숭배해야 할 존재였다. 국사찾기협의회는 한자는 한국인이 만들고, 공자와 맹자는 배달겨레의 후손이며, 백제는 400년간 중국 중남부를 통치하고, 공주 무령왕릉은 백제사를 왜곡시키기 위해 미리 위조품을 묻어둔 조작이라고 당대 주류 역사학계를 몰아붙였다. 역사학계 10개 단체는 “(국사찾기협의회의 주장은) 한국문화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안호상의 주장은 더욱 과감해져 일제가 고조선사 1000년을 삭제했다’, ‘통일신라의 국경은 한때 베이징까지였다’, ‘신라, 백제, 고구려가 일본문화를 건설했다는 주장까지 나갔다.

 

역사학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사찾기협의회의 주장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군사정권과 국회의원들의 비호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전두환의 제5공화국 출범 초인 198111월 국회 문공위원회는 국사교과서 공청회를 열어 안호상과 역사학자들의 양자 토론을 붙였다. <경향신문>19811127일자에 청원인(안호상)보다 피청원인(역사학자) 측이 보다 조직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평했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고압적 자세였다. 임재정 의원(민한당)국회를 대하는 태도가 돼먹지 않았다. 그런 태도로 역사 연구를 한다면 결과를 안 보아도 뻔하다. 이런 자세를 고쳐주기 바란다는 말까지 했다고 기경량 강원대 강사는 기고한 글에서 전했다.

 

국사찾기협의회의 주장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경량 강사는 <역사비평>의 글에서 일제가 강제한 한국사의 열등성을 부정하고자 고대의 우리 역사를 반도가 아니고 대륙에서 찾고자 노력했다. ‘반도의 역사는 열등하다는 일제의 식민주의 사관의 그릇된 명제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가 있지만, 일제강점기 상고시대에 존재했던 거대하고 강력한 조국을 그려보는 일은 달콤하고 유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이비 역사학자의 면면을 뜯어보면 일제강점기 군수를 지낸 문정창 등 오히려 체제순응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강대 사학과 출신 소설가 이문영씨는 2010년 자신이 쓴 <만들어진 한국사>에서 이 같은 고대사 인식에 대해 일제강점기의 식민통치는 나쁘고, 한민족의 타 민족 정복은 좋아하는 전도된 제국주의라고 평했다.

 

해방 후에도 사이비 역사학이 인기를 끈 것은 정부의 파시즘적 성향과 재벌 등이 후원한 영향이 크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재야학계의 주장은 1980년대 군대 정훈자료에도 실렸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마산·창원의 노동운동에도 타격을 입혔다. 전두환 시절 보안사령부에서 근무했던 인물이 경남 산청에 다물연구소를 세워 자본과 싸울 때가 아니다라며 노조 간부들을 회유하고 끝내 노조를 와해시켰다고 설명했다. 구해근 하와이대 교수도 2002년 쓴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에서 1990년대 노동운동을 약화시킨 것이 다물 민족주의라고 지적한다.

 

기 강사는 <역사비평>에서 안호상은 국정교과서의 시스템이 아니라 내용을 비판했다. 안호상이 왜 1974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은 국적 있는 교육을 강조한 데다,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국가가 제시한 특정 역사 해석에 독점적이고 우월한 권위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국사의 단일화가 히틀러와 동시대에 살아본 적이 있던 파시스트 안호상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자신이 믿는 역사관국사화하겠다는 욕망을 심어준 것이다. 박정희 정부의 국정교과서 국정화가 파시스트들에게는 마음대로 활동해도 좋다는 일종의 신호였던 셈이다. 1974년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우울한 판타지였던 위대한 고대사에 대한 집착과 음모론은 양지로 거듭났다.

 

02. 동북아재단 역사지도 논쟁과 국정교과서

조지 포먼하고 무하마드 알리가 권투시합 해가 내가 알리 응원하는데 김일성이도 알리 응원하모 내 국보법 어긴 깁니까?”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송강호)의 대사다. 공산권에서 자주 읽히는 저작물을 읽었다는 이유로 이적행위자로 몰아붙이는 공안당국의 논리를 풍자한 것이다. 똑같은 논리구조가 지난해 국회에 등장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한국사 지도 제작사업이다.

 

20153월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동북아역사재단이 2019년 발간을 목표로 준비 중인 동북아 역사지도에서 서기 120~130년 시기 고구려 국경선의 위치 비정(비교해서 정하다라는 뜻)이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만든 중국 역사지도집의 위치 비정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11월에는 낙랑군의 위치 표기가 식민사학의 논리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외교부의 의뢰를 받아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제출한 자료에 중국의 동북공정을 인정한 내용을 담은 자료와 지도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한국사 지도 편찬사업은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등 해외 학계와도 공동으로 진행되던 사업이었다. 한 무제가 고조선을 무너뜨리고 설치한 한사군이 고조선 영토 내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의 연구자들이 낸 결과와 한국의 연구자들이 낸 결과가 같다는 이유로 동북아역사재단의 사업을 맡은 학자들은 식민사관에 물든 동북공정 동조자로 몰렸다.

 

 

2003년 경기 가평 낙랑·고조선 유적지구에서 발굴된 나무곽무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회의원들은 역사 전문가들이 아니다. 2014년 결성된 식민사학 해체 운동본부가 동북아재단에 지속적으로 제기하던 내용을 제보 받은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의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정감사 기간 앞다퉈 자료를 내고, 언론사는 단독을 달아 보도했다. 대중의 분노가 일자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연구에 문제가 있다며 스스로 사업을 중단했다. 8년의 노고에 해외기관까지 관계된 이 작업은 현재까지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학자들은 정치권이 동북공정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역사비평>한사군 한반도설은 식민사학의 산물인가를 기고한 위가야씨(성균관대 박사과정)도종환 의원실에서 지적한 지도 역시 정확히 위치를 비정한 지도가 아니었다며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북공정에 대응하려면 중국의 주장 중 잘못된 부분에 대해 그것이 왜 잘못됐는지를 학문적으로 지적하면 되는데, 정치적 입장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맞는 사실도 일단 중국의 주장이라면 틀렸다고 반박할 것을 학자들에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의 한국사 지도 제작 중단 사태는 역사학계가 사이비 역사학이라는 말을 만들고 공세적으로 반격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가져다주었다. 정치권에 의해 학문연구가 중단된 사례였다. 도종환·김태년 의원 등 국정교과서 전환에는 당론으로 반대했던 야당의원들마저도 이 사안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 한국 고대사 전공자인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교육부, 동북아재단의 관료들 가운데 일부가 1980년대 널리 퍼진 사이비 역사학에 동조하고 있고 학계의 다수를 식민사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비평>오늘날의 낙랑군 연구를 기고한 안정준씨(연세대 박사과정)언론에서는 내용을 잘 모르니 양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실어주는 것처럼 5050으로 보도한다. 이 역시 사이비 역사학의 주장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연구 결과는 학문적으로 틀릴 수도 있지만 학문적으로 논파당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외압으로 중단됐다. 정치권의 학계 개입이라는 점에서 국정교과서한국사 지도 편찬 중단은 쌍둥이인 셈이다.

 

03. 2016년 국정교과서와 파시즘 한국?

최근 한국의 분위기에서 역사교과서가 국정화된다면 고대사 서술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박정희 시대의 사이비 역사학의 발흥을 넘어서 국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읽힌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국정교과서에 대판 비판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해 11월 황우여 당시 교육부총리는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고 상고사 서술을 강화할 것이라고 집필 방침을 밝혔다. ‘상고사라는 말 자체를 학계에서는 쓰지 않는다.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삼국시대 이전에 우리가 잘 모르는 대제국의 고대사가 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표현이다. ‘사이비 역사학에서 주로 사용한다.

 

학자들은 한국 사회가 파시즘적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일식 교수는 파시즘은 정치권력이 경제·사회·문화·예술 영역 모두를 전일적으로 지배하려고 하며, 애국심을 강요하고, 반대하는 세력을 내부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1980년대 파쇼 독재 철폐란 말이 유행했지만 당시는 그냥 군사독재이고 지금이야말로 파시즘에 더 유사하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온 국민 태극기 게양운동, 역사교과서 국정화,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개입, 황교안 총리의 전 소방대원 태극기 부착 의무 등이 단적인 사례다.

 

하 교수는 파시즘 권력은 애국심을 진작하기 위해 고대사에 집착한다. 교과서에서도 민족의 기원을 중시하면서 상고사를 강화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특히 현 정권에서 누가 교과서를 만드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경량 강사는 파시즘의 특징은 지식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전문가 집단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전문가 집단 90%의 반발을 누르고 국정교과서를 강행한 것부터 우려스러운 토대라고 말했다.

 

기 강사는 <역사비평> 기고글에서 현재 한국 역사학은 국가권력의 부당한 간섭사이비 역사학의 공격이라는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끝맺었다. 이번 <역사비평> 필진들을 비롯, 30대 연구자들이 주축이 된 역사연구자 모임은 올 한 해 사이비 역사학을 지속적으로 학문적으로 논파하는 콜로키움을 열고 대중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낙랑군위치가 뭐기에?

한국사 역사지도는 낙랑군의 위치가 문제가 돼 중단됐다. 대체 낙랑군의 위치가 뭐기에 재야 사학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까지 개입하게 된 것일까.

기원전 108년 한나라는 고조선을 침공해 멸망시키고 고조선 영토에 4개의 군을 설치했다. 군은 ·와 같은 지방행정단위의 이름이다. 낙랑군, 진번군, 임둔군, 현도군이 그 4개 군이다. 군이 설치됐다는 것은 고조선을 지배영역으로 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진번, 임둔, 현도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졌거나 위치를 옮겼다. 예외적으로 낙랑군만 400년 동안 존속해 하나의 국가처럼 이어졌다. 이 낙랑군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전설에 나오는 낙랑국과는 다른 나라다.

 

실학자들은 주로 문헌을 통해 낙랑군의 위치를 추측했다. 유득공은 평안도, 정약용은 평안도나 황해도, 이익은 요동에 있었을 거라고 추정했다. 실학자들에게 낙랑군의 위치는 사실관계의 문제였지 민족적 자존심의 문제는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낙랑군의 존재는 조선은 옛날부터 중국의 지배를 받았던 증거로, 조선인들은 다른 민족에 기대 살아야 한다는 타율성론의 근거가 됐다. ‘낙랑군은 한반도 내에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신채호, 최남선 등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생겨났다. 일본 학자들의 활동으로 평양 주변에 낙랑의 성곽과 무덤 등 유물들이 발견됐다. 일본 학자 미카미 쓰기오는 고고학적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낙랑은 중국계 지배층과 토착인 피지배층으로 이뤄진 국가라고 결론 내렸다.

 

해방 이후 남북한 학자들에 의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지금까지 평양에서 2600개의 낙랑군 무덤이 발견됐다. 중국 지역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이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낙랑군의 위치는 평양으로 합의가 돼 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도 이 견해에 따라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으로 표기했다가 식민사학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낙랑군이 한반도 안에 있었다고 해서 굴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안정준씨(연세대 박사과정)<역사비평>에 쓴 글에서 낙랑군 지배층의 무덤을 조사하면 이들이 대부분 고조선 토착민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조선 멸망 후에도 토착세력이 붕괴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토착민의 협조 없이는 군현이 400년이나 지속될 수 없다. 문화는 서로 교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낙랑 무덤에서 중국 사치품이 발견됐더라도 지배의 결과가 아니라 교류의 흔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안씨는 설명했다. 이 관점에서 낙랑군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고조선을 지배한 증거가 아니라 양자가 교류하며 새로운 문물을 만들어낸 증거로 볼 수 있다

 

고르게 상속하는 사회는 어떤가 3.16 한겨레21

일하는 청년층보다 은퇴 연령층 소득 증가율이 높은 선진국기계에 근로소득 잠식당하는 청년에게 기초자본을 주자

이세돌과 알파고 사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며 나는 엉뚱하게도 최근 접했던 한 통계를 떠올렸다. 20152030대 가구소득이 사상 최초로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였다. 어쩌면 알파고가 2030대의 경제적 안녕과 충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걱정하고 있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주가 39살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16천원으로 그 전해보다 0.6% 줄었다.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경기가 나빴다고 하지만 그동안 평균소득은 꾸준히 상승했다. 20~30대면 그것도 왕성하게 일하고 근로소득을 벌어들일 때 아닌가.

 

선진국 청년 전체의 위기

 

지난 25일 서울역에서 흙수저당회원들이 청년고용세 법안 제정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30대 가구소득이 사상 최초로 줄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실제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시작하는 연령대인 2030대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것은 2003년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2030대 가구소득 증가율은 20115.2%, 20122.9%, 20137.4% 등으로 부침은 있지만 증가세는 유지했었다. 그러나 20140.7%로 쪼그라들더니 급기야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른 세대의 소득은 줄지 않았다. 오로지 20~30대만 줄었다. 지난해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959천원으로 2.8% 늘었고, 50대 가구는 5055천원으로 2% 늘었다. 60대 이상 가구소득(3004천원)6.8%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2030세대의 가계소득이 줄었을까?

기본적으로는 고용 불안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고용된다고 해도 질이 좋지 않았다.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 일자리거나 생계형 창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첫 직장을 잡은 청년층 400만 명 가운데 20.3%(812천 명)1년 이하의 계약직이었다. 신규 채용 청년층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해 8월 현재 64%였다. 200854% 수준이었으니 그새 1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심각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 세대의 소득 지체 현상은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LIS 국가 간 데이터센터의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선진국에서도 일하는 젊은 층의 소득은 줄고 은퇴 고령층의 소득은 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된 경제 환경 변화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LIS는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8개 선진국의 세대 간 소득을 분석했다. 그런데 1980년대와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의 소득 증가율은 전체 인구의 평균 소득 증가율에 비해 대부분 뒤처졌다. 은퇴 고령자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늘었다.

 

지난 30년 동안 그 나라의 평균 가구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기준으로 보면, 영국의 25~29살 소득 증가분은 평균 소득 증가분보다 2% 뒤처졌다. 그런데 영국의 65~69살은 62%, 70~74살은 66%나 앞서갔다. 젊은 층의 소득은 평균소득보다 천천히 늘었고, 노인층의 소득은 평균소득보다 빠르게 늘었다. 스페인,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도 젊은 층의 소득 증가분은 평균 소득 증가분을 밑돌았고 노년층 소득 증가분은 평균을 웃돌았다.

 

문제는 근로소득의 위기다

젊은 층의 소득이 가장 크게 뒤처진 나라는 이탈리아다. 이 나라는 노인 지배 체제를 뜻하는 제론토크라시로도 악명을 떨친다. 고령자가 사회의 주요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젊은 층의 소득 증가분은 평균보다 19%나 뒤처졌지만 65~69살은 12%, 70~74살은 20%나 늘었다. 특히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실질소득이 30년 전에 견주어 거의 늘지 않았다. 나머지 세대는 그동안 상당폭 늘어났다.

 

30년 전 대신 최근 숫자를 한번 살펴보자. 미국,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7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질소득이 계속 줄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30대 이하 세대는 은퇴자들보다 가난하다. 미국의 30살 이하 평균은 65~79살 평균보다 소득이 적다. 영국에서 은퇴자들의 가처분소득은 젊은 층의 소득보다 3배나 빠르게 늘었다. 프랑스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연금생활자들이 50대 이하 가구들보다 더 많은 가처분소득을 벌어들였다. 이탈리아에서는 평균적인 35살 이하 국민이 80살 이하의 평균적인 연금생활자보다 소득이 적어졌다.

 

한국의 젊은 세대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니 안도라도 해야 하나? 거꾸로 더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약간의 노력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인류 전체가 매달려 획기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고차방정식에 맞닥뜨린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지금 세계가 직면한 현상, 즉 일하는 젊은 층이 은퇴 고령층에 비해 실질소득이 뒤처지는 현상은 전쟁이나 대형 재해 등 예외적인 때를 빼면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역사상 처음이다. 그것도 선진국 전체가 공통으로 맞닥뜨린 문제라니 더 충격적이다.

 

젊은 세대의 특성은 주된 소득이 근로소득이라는 점이다. 40대를 넘어서면서 늘어나는 자본소득이나 사업소득 등이 젊은 세대에는 비중이 낮다. 또한 노령층이 가진 연금소득 등 이전소득이 젊은 세대에는 거의 없다.

 

조금 단순화해서 들여다보자. 젊은 세대의 소득 지체 현상은 어쩌면 근로소득의 위기인지도 모른다.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젊은 층과 노령층 중 노령층 소득이 더 커지고 안정적이 되고 있다면 이는 근로소득에 비해 연금소득이 더 커지고 안정적이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고령층 연금생활자들의 실질소득이 높은 것은, 이들의 소득은 안정적이지만 젊은 층의 소득은 불안정해지고 줄어들어 생긴 현상이다.

 

노동력 팔던 모델의 몰락

 

불안정 노동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청년들은 일해도 가난하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 류우종 기자

 

어쩌면 경로는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근로소득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미 노동시장에서 일정한 지위를 획득한 40~50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등을 통한 정치력과 조직 내에서 이미 획득해둔 의사결정권을 바탕으로 그 불안정성을 받아안지 않고 외부로 떠넘긴다. 그 불안정성은 따라서 고스란히 30대 이하 노동자들에게로 넘어간다. 한편 60대 이상 고령층은 복지제도를 둘러싼 오랜 싸움의 전리품으로 이미 확보해둔 안정적 연금소득을 유지하거나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30대 이하 노동자의 소득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나머지는 상대적인 안정성을 유지한다.

 

그런데 왜 근로소득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을까? 이 질문이 바로 이세돌과 정면으로 맞붙은 알파고와 세대 간 소득 격차 통계 사이의 접점이다.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노동을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높은 보상을 받던 고급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그러면 노동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노동자가 처한 상황은 점점 더 열악해진다. 특히 신규 진입 노동자, 즉 젊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임금 인하 압박이 세진다. 그러다보니 이 계층의 주류를 이루는 젊은 세대의 실질소득이 정체 또는 하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인간이 노동력을 팔아 임금을 받아 살아가는 모델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세대 간 불평등은 사회에서 더 깊은 불평등을 가져온다. 자신의 소득만으로 부를 축적하기가 어려워진 상태이므로, 젊은 세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있어야만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상속 여부가 계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론이 나오게 된다.

 

근로소득 체계가 깨어져간다면 여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문제가 풀릴까? 임금을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만 생각하던 이들에게는 난감한 일이다. 로봇으로 인해 많은 일이 대체되면서, 필요한 일을 찾고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업이 됐다. ‘정당한 대가를 받는 일자리자체가 희귀한 현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불평등 연구자인 앤서니 앳킨슨 런던정경대학 교수는 모든 성인에게 기초자본을 제공하자는 제안을 한다. 앳킨슨은 <21세기 자본론>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정경대학 교수의 스승으로도 불린다. ‘괜찮은 일자리자체가 사라지는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소규모 사업이나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소규모의 자본을 성인이 되는 순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사회의 상속개념의 기초자본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앳킨슨은 상속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전 세대가 축적한 자산은 다음 세대 모두가 나누어 가질 권리를 갖고 있다는 관점이다. 상속의 불평등성이 문제라면, 모든 사람이 같은 금액을 상속받게 한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다.

 

영국에선 이미 시작했다

실제 2005년 영국 정부는 비슷한 효과를 가진 정책을 도입했었다. 영국은 당시 어린이신탁기금’(Child Trust Fund)을 설치해, 200291일 이후 태어나는 어린이들에게 250파운드를 모두 지급하고 세금 혜택이 있는 기금 계좌에 넣도록 했다. 부모는 자녀의 계좌에 추가로 기여금을 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7살이 되는 시점에 250파운드를 더 넣어주었다. 이 기금은 해당 어린이가 만 18살이 될 때 인출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작은 액수이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 자산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제도였다. 앳킨슨은 이보다 훨씬 더 큰 의미 있는 규모의 자산을 성인기 진입과 동시에 제공하자고 제안한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녹색당 등의 제안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동화와 로봇의 노동 대체로 충분한 보수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괜찮은 일자리자체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면 아예 임금이 아닌 기본소득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대체하고 나면, 그 수많은 바둑기사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마는 것 아닌가.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질문이 지난해 소득이 깎이고 경제적 고통과 불안 속에 있는 대한민국 20~30대 미래 세대 위에 다시 한번 겹쳐진다. 세기의 바둑 대국을 지켜보고 나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부쩍 더 든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경제평론가

 

금수저 고교서울대 독식 더 심해졌다 316 한겨레

학생부의 배신불평등 입시 보고서] 죽음의 육각형입시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강남 3구 일반고가 합격자를 독식하는 쏠림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학년도 서울대 합격생의 42.0%를 차지했던 이런 학교들 출신 학생 비율은 2016학년도 입시에서 49.1%로 늘어 절반에 달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며 도입한 학생부 종합전형이 이런 독식현상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특정 학교들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과성적, 비교과활동, 자기소개서, 면접, 수능성적 등 각 요소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요구하는 현재의 입시제도가 부모·출신학교·사교육 등의 지원 없이 학생 개인의 노력으로 대비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목·자사고·강남권 고교 합격생 비중 49%로 늘어

현정부 도입 학생부 종합전형되레 편중 심화 부추겨

교과·비교과 다 우수해야 부모지원·사교육 큰 변수

서울대 합격자 중 특목고·자사고·강남3구 일반고 비중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동춘 전 진학지도교사협의회 공동대표(현 대전 대성여중 교사)에게 의뢰해 분석한 ‘2013~2016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현황(최종 등록자 기준)’ 자료를 보면, 특목고(과학고·영재학교·외국어고·국제고)와 자사고(전국단위·광역단위 포함) 비중이 2013학년도 32.9%에서 2016학년도 40.9%로 늘었다. 일반고(자율형공립고 포함) 비중은 같은 기간 60.3%에서 51.9%로 줄었다. 예술체육고·특성화고 등 기타 고교가 7.2%였다. ‘사교육 특구로 불리며 특목고·자사고 못지않은 입시 실적을 내온 강남 3구 일반고의 비중은 같은 기간 9.1%에서 8.1%, 다른 일반고에 견줘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수시모집에서 강남 3구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서 6.7%로 소폭 늘었다. 일반적으로 특목고, 자사고, 강남 3구 일반고는 입학 자체에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뒷받침이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로 평가된다.

 

서울 지역만 놓고 보면 특목고(32.3%)와 자사고(22.2%), 강남 3구 일반고(21.0%) 출신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5.5%에 달했다.

이렇게 특정 학교들의 합격자 독식이 심해지면서 서울대 합격자를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는 2016학년도 824곳에 그쳤다. 전국의 고등학교는 2015년 기준 1799(직업교육을 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제외)에 이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서울 지역 특목고·강남3구 쏠림 현상을 연구(2012대학 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형평성 제고방안보고서)한 바 있는 김영철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서울대 진학에서 출신 학교에 따른 격차가 이 정도 벌어졌다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상위권 대학을 모두 합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이런 학교 격차 탓에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경쟁이 초등학교까지 내려가고 있다입시정책이 사회적 이동성 확대와 교육의 기회 형평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입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흐름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본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기초교육학부)교내대회, 독서,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을 비중 있게 평가하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문화자본의 차이가 반영돼 계층적인 쏠림을 강화할 수 있다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학생의 잠재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할당제 도입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절벽 20, 일본의 교훈]도쿄까지 비어가는 '빈집대국'···묘지보다 싼 집도 318경향

현재 집값 거품시기의 3분의 1로 추락

·‘2019년 재폭락괴담도

지난달 12일 일본 도쿄 스기나미(杉竝)구 주택가. 도쿄 도심인 신주쿠에서 전철로 20분 거리로 중산층에게 인기있는 지역이다. 세이부신주쿠(西武新宿)선 전철의 이오기(井荻)역에서 내려 골목길로 접어든지 3분도 되지 않아 비어있는 단독주택이 나타났다. 몇년간 방치된 듯 유령의집을 방불케 했다. 우편함에는 누렇게 썩은 전단지가 가득했다. 인근 2층 주택도 커튼이 모두 뜯겨나가 창문을 통해 폐허상태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이 일대에서 빈집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오기역에서 시모이구사(下井草)역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10가구 규모의 소형아파트는 절반이 빈집이었다. 스기나미구의 빈집 비율은 10%에 달한다. 서민지역인 가쓰시카(葛飾)구 역시 빈집문제가 심각했다. 지하철 지요다(千代田)선의 아야세(綾瀨)역에서 15분 가량 떨어진 3층 아파트의 12가구 중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3가구 뿐이었다.

 

일본 도쿄(東京)도 스기나미(杉竝)구 주택가에 있는 빈집. 스기나미의 주택 가운데 10% 정도가 비어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현재 집값 거품시기의 3분의 1로 추락

일본은 이미 빈집 대국이다. 일본 전역의 빈집 수는 2013820만채를 넘어섰다. 전체 주택의 13.5%, 7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고, 연간 약 20만채씩 늘어나고 있다. 지방은 훨씬 심각하다. 빈집 비율이 14.8%에 달하는 이시카와(石川)현 가가(加賀). JR전철역에서 10분 거리의 주택가가 빈집 투성이여서 골목길 1구간을 걷는 동안 10채가 넘는 빈집이 목격됐다. 지난 7일 찾은 이 거리의 빈집들은 벽 외장재가 떨어져 나가거나 부식됐고, 잡초와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어떤 집은 현관에 법원의 압류딱지가 붙어 있다. 이곳 주민은 자녀들이 대도시로 나가 있으니 집주인이 사망하면 바로 빈집이 된다. 내놔도 팔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시카와현의 현청소재지 가나자와(金澤), 온천으로 유명한 군마(群馬)현 구사쓰(草津) 주택가 등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빈집은 일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가가(加賀)시 주택가에 있는 빈집. 이시카와현 지역의 주택 가운데 15% 정도가 빈집이다. 이시카와/윤희일 특파원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군마(群馬)현 아가쓰마(吾妻)군 구사쓰(草津)정의 주택가에 있는 빈집. 유명 온천지인 이곳도 빈집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군마/윤희일 특파원

고도성장기였던 1960~1970년대 일본에서는 마이홈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소득과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일본인들은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장만했다. 70년대 일본판 국토균형개발정책인 일본열도개조론은 토지 투기를 불러일으켜 땅값 폭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부동산 가격은 3.5배 급등했다.

 

하지만 1990년대초 부동산·주식 거품이 붕괴되면서 주택가격은 속락했다. 이어 90년대 중반 핵심인구층인 생산가능인구(15~64)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 현재 부동산 시세는 거품이 꺼지기 직전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거품시기 돈을 빌려 집을 장만했다가 빚을 갚지 못하고 자살하는 이나 노숙자가 속출했다. 80년대 대도시 근교에 집을 장만했지만 90년대 이후 부동산 거품붕괴로 도심 땅값이 내리자 성장한 자녀들이 대도시로 이주했다. 노인부부가 덩그러니 집을 지키다 숨지면 빈집이 돼버린다. 도쿄 부동산중개업자 기하라 다카아키(木原孝明)역이나 슈퍼마켓, 편의점 등 생활편의시설에서 먼 빈집은 방치할 수 밖에 없다. 집을 철거해 공터로 놔둘 경우 세금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빈집이 급증하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빈집대책특별조치법을 만들어 오랜 시간 방치돼 붕괴 등의 위험이 있는 빈집을 지자체가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집값이 묘지값보다 싼 곳도 등장

2012년 집권한 아베 정권의 경기부양책과 2020년 도쿄(東京)올림픽 유치의 영향으로 도쿄 도심 등의 부동산 가격이 뛰었고 전국 평균으로도 지가가 올랐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집값이 제자리 걸음을 할 뿐아니라 매기도 없다. 도쿄에서 비교적 가깝고 온천과 스키 휴양지로 유명한 니가타(新潟)현 유자와(湯澤)의 리조트 아파트는 수천만엔(수억원)하던 가격이 최근 10만엔(100만원)까지 폭락했지만 고정자산세와 관리비 부담에 거래가 끊긴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 쇼지 다마오(庄司玉緖)고령화 속에 빈집이 늘어나면서 택지가격이 묘지가격보다 싼 지역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5%(2147만채), 2040년에는 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역의 주택 절반이 빈집이 된다는 뜻이다. 인구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한 일본 전역이 고스트타운으로 변모하는 디스토피아가 펼쳐지게 된다.

 

‘2019년 재폭락괴담도

일본 부동산 업계에서는 ‘2019년 집값폭락 괴담이 돌고 있다. 일본의 가구수는 20195307만 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간 인구가 줄었어도 1인 가구 증가로 증가하던 전체 가구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주택수요도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베노믹스가 만들어낸 부동산 거품이 2020년 올림픽 개최이후 꺼지면서 90년대를 방불케 하는 폭락세가 재연될 거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올림픽 이전에 팔고 나가야 하는지걱정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2013년 무렵부터 수익성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2019년 무렵에 대거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본 세법상 5년이상 보유할 경우 매도시 세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인구감소에 따른 리스크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닛세이기초연구소 마쓰무라 토오루(松村徹)부동산연구부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의 기술적인 등락은 있지만 인구감소라는 구조적 변화가 근저에 깔려 있는 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원전 옆 해수담수화 수돗물주민투표부산시, “인정 못 해 뉴스타파 3.16

부산 기장군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해수담수화 수돗물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장군 주민들이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319~20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주민투표법에 의한 효력을 갖는 투표가 아니어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는 201312월 해수에서 염분을 제거해 수돗물을 만드는 해수담수화 공장을 기장군에 완공한 뒤, 2014년 말 기장군민들을 대상으로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려 했다. 하지만 해수담수화를 위해 바닷물을 끌어오는 취수장이 고리 원전에서 불과 11km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이후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기준치 이하 문제 없다” vs “장기적 축적 위험하다

주민들의 우려로 수돗물 공급에 차질을 빚자 부산시는 여러 차례 수질 검사를 했다. 부산시는 미국 NSF(국제위생재단)와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을 통해 실시한 수질 검사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이하로 나와 안전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또한 실시간 방사선 검사장비를 설치해 위험 물질이 감지될 경우 바로 수돗물 공급을 차단하는 등의 안전 조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의 안전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장군민들의 반대 여론은 해소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미량의 방사성 물질도 장시간 인체에 축적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작년 7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수질 검사 장비에 불검출이라고 나오더라도, 그것이 해당 물질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기계의 검출 한계 이하를 뜻하는 것이라면서 미량의 유해 물질이 수돗물에 섞여 있는지 아닌지는 해당 기계로 완벽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방사선 안전의 속임수(뉴스타파)

주민들의 우려는 해외 연구 자료들을 통해 일부 사실로 확인된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보고서 <저선량 방사선 노출이 건강에 주는 위험(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에는 작은 양의 방사선 노출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LNT 모델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LNT 모델은 아무리 작은 양의 방사선이라 하더라도 암 발생 위험성은 피폭 방사선량에 비례해 커진다는 이론이다. 미국 환경보호국 EPA, 세계보건기구 WHO 역시 LNT 모델을 지지하고 있다.

 

피폭 방사선량과 암 발생률이 비례한다는 LNT 이론

 

2011년 발간된 WHO 보고서 “Guidelines for Drinking-water Quailty(4th Edition)”

 

우리나라 법원도 미량의 방사성 물질에 장기 노출될 경우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014년 부산지방법원은 고리 원전에서 나오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이 인근 10km 안팎에서 살아온 기장군 주민 박모 씨의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을 줬으므로 원전 측이 박 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먹는 사람이 결정하자” vs “주민투표 법적 요건 안 돼

해수담수화 수돗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거듭 제기되면서, 주민들은 직접 그 수돗물을 먹을 주민들이 찬반투표를 통해 공급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해왔다. 부산시 상수도본부가 작년 12월 해수담수화 수돗물의 공급을 강행할 방침을 밝히면서 이에 반발해 주민투표 논의가 구체화됐고, 지난 달 22기장해수담수 공급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주민투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장군의회 의원들도 지난해 1218일 만장일치로 주민투표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현행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의 경우 주민투표의 청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 상수도본부 측은 주민투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투표법 제7조에는 국가나 지자체의 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의 제외대상이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해수담수화 사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된 사업이므로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산시 상수도본부 장태래 시설부장은 이미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주민투표의 법적 효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측은 주민투표법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다수 주민의 의견을 주민투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투표관리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강동규 변호사는 부산시가 주민들과 기장군 의회의 주민투표 요구를 거부했으므로 이미 주민투표법의 법령상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실제로 물을 먹게 되는 주민들 다수의 여론이 어떤지 공개적으로 의견을 모아보는 절차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시가 주민투표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투표관리위 공보담당자 강언주 씨는 투표소가 설치될 장소로 결정됐던 초등학교들이 뒤늦게 투표소 사용허가를 취소했다면서, 그 과정에 부산시나 기장군청 측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부산시 상수도본부 장태래 시설부장은 상수도본부 직원이 투표소로 예정되어 있던 초등학교에 연락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 직원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 행자부의 유권해석 결과를 얘기해준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번 주민투표가 주민투표법상 투표 대상이 아니니까 학교라는 공공시설의 사용 허가를 내준 것에 대해 선관위한테 물어봐야 한다 정도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해수담수화 플랜트

 

국비 1248억 들어간 해수담수화 시설개점휴업

작년까지 부산시 상수도본부에서 해수담수화 사업을 책임졌던 류재학 시설부장은 지난해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는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해수담수화 사업을) 선정해서 추진했고, 부산시는 낙동강이 90년대초 페놀사고처럼 대형 오염 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서 비상 식수 개념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자원이 필요했던 부산시, 수출 실적을 높여줄 국책사업으로 해수담수화 기술을 선정한 정부, 수출에 앞서 대형 해수담수화 시설을 실제로 만들어 실험해 볼 필요가 있었던 두산중공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추진된 사업이 기장군 해수담수화 사업이었다.

 

문제는 정부, 지자체, 기업 등 3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물을 식수로 사용하게 될 주민들의 동의는 누구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2008년에 사업이 시작됐을 때 단순히 바닷물을 수돗물로 바꿔 공급하겠다는 아이디어의 실패를 의심했던 사람은 없었다. 논란은 2011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본격화됐다. ‘아무도 모르게몸속에 스며들어 세포를 변형시키고 암을 일으키는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원전 근처에서 만들어진 해수담수화 수돗물에 관한 두려움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이미 시설을 지어놓았던 부산시는 무조건 의심의 여지 없이 깨끗한 물이라는 식의 주장으로 일관해 주민들과의 갈등을 키웠다.

기장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 찬반투표는 오는 19(), 20() 양일간 기장군 일대 16개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 “99% 안전의 비밀산업용 실험에 동원된 주민 10만 명

 

두산 중공업의 실험에 동원된 주민 10만 명 15.7.2 뉴스타파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기장해수담수화 바로알기코너에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기장군 해수담수화 사업에 대한 시의 입장이 표현된 질문과 답변이 있다. 부산시는 여기서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핵발전소 인근에 취정수장이 있으며,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타파는 부산시의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해봤다. 먼저 캐나다 사례. 캐나다 온티라오 호수 주변에는 실제로 핵발전소 10기가 운전 중이고 주변에 취정수장이 17개 있다. 지난 20113월 일본 후쿠시마 폭발 사고 5일 뒤에 캐나다 피커링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방사능 오염수 73천 리터가 온타리오 호수로 누출됐다.

 

197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이 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방사능 오염수 누수 사건, 사고는 11건이다. 1992년과 1996년 사고 때는 인근 취정수장이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이안 페일리 전 전 유럽방사선위험평가위원회 영국위원장은 1989년부터 온타리오 호수의 방사능 오염을 연구했다. 뉴스타파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안 박사는 온타리오 호수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미국. 미국 뉴욕 주 공공 서비스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허드슨 강에 들어설 계획이던 담수 시설 사업을 중지했다. 담수 시설은 인디언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와 5.6km 떨어진 곳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사업을 반대했고, 뉴욕 주는 주민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계획을 취소했다하지만 부산시는 서명운동을 받으면서까지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애초 해수담수화 사업은 두산중공업을 위시한 물산업의 해외 수출을 위한 실험적 성격의 사업이었다.

 

사업 초기였던 2010년 부산시가 기장군에 보낸 공문을 보면 물 산업 해외진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사업을 수주한 두산중공업은 기장군에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한 후 칠레에 같은 플랜트를 1억 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20년까지 시장규모가 167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두산중공업을 밝혔다.

 

기업이 이득을 보는 사이 수돗물 대체 사업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진행됐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실험용 쥐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13, 14초 뉴스에 잠시 한 번 나온 다음에 공급하겠다. 나중에 보니까 관도 다 공사가 돼 있는 상태인거예요. 그러니까 물만 틀면 되는 상태인거예요.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 우린 물을 마셔야 하는 당사자잖아요.양정미 / 기장군 주민

 

전문가와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주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계획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왜 부산이 왜 공급을 하려고 애를 쓰느냐, 지금 부산시 것도 아닌데그래서 5년간 모니터링을 하자. 그래도 문제가 없으면 주민들 동의 하에 공급하도록 해도 된다.

김좌관 /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주민투표를 통해서 진짜 찬성하는 사람이 많으냐, 반대하는 사람이 많으냐, 이걸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권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얘기기 때문에 관의 일방 주도로는 절대 될 수가 없습니다.

이진섭 / 기장군 주민

 

언니 방송 안 봤어?”

 

작년 11월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서 강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해운대 쪽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받았더니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요. 언니, 언니네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 먹게 된다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방송 안 봤냐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더니 짧은 뉴스 하나가 있었어요. 부산 기장군하고 해운대구 송정동 쪽에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할 거라고정말이더라고요. 그 해수담수화 공장을 2010년부터 지었다는데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작년에 균도 아버님(이진섭 씨) 소송이 있었잖아요. 고리 핵발전소 근처에 살면 갑상선암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법원이 인정했으니 주위에서도 엄청 떠들썩 했죠. 나야 얼마나 살까 싶지만 우리 강희 생각하면 기장을 떠나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갑자기 바닷물로 만든 물을 먹으라고? 그 바닷물은 고리 핵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성 물질들 흘러들어오는 그 바닷물이잖아요.

 

진짜? ? 우리가 먹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물을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날 밤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잠든 애 얼굴을 보는데나는 괜찮은데 우리 강희한테는 못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애가 미숙아로 태어났잖아요. 임신 중 유산에, 태어났는데 사산까지 거쳐서 세 번째로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27주만에 세상 빛을 봤죠. 애 아빠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애기를 받아들고서 얼마나 걱정을 하고 울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3년만 버티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을 거라고요. 그때부터 쭉 이 마음으로 살았어요. 강희야, 엄마가 너 지켜줄 거야.

 

그래서 집 밖에도 거의 못 나가고, 인스턴트 같은 거 하나도 안 먹이고 그렇게 세 살까지 키웠어요. 이제 좀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핵발전소 근처에서 만든 물을 공급하겠다는 거예요. 이건 그냥 틀면 나오는 거니까 먹고 씻고 할 때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 때부터 이게 정말 안전한가, 여기 저기 알아보고 다녔죠. 부산시가 안전하다고 내세우는 근거들이 몇 개 있는데 정말인가 좀 따져보고 했어요.

 

부산시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가 그거였어요. NSF라고, 미국에 국제위생재단이라는 공신력있는 검사기관이 있대요. 거기서 해수담수화 물을 들고가서 방사성 물질을 58가지나 검사했는데 하나도 안 나왔다는 거예요. NSF가 품질을 보장했으니 안전한 수돗물이라는 거죠.

아무래도 뭔가 찜찜해서 직접 NSF 한국지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어요. 부산에 해수담수화 공장에서 만든 물이 정말 안전한 물이라고 거기에서 보장하느냐구요. 그랬더니 부산시하고는 말이 다른 거예요. 자기들은 샘플로 온 물 가지고 검사 한 번 한 거 결과 통보했을 뿐이지 수돗물 자체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수돗물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수돗물의 품질을 인증하는 일은 없대요.

 

부산시가 그러대요. 지금까지 수차례 국내 기관에서도 검사 받았는데 안 좋은 물질들은 다 불검출이라고 나왔으니 안전하다고요. (불검출은 전문 용어로 ND:not detect라고 한다.) 그럼 정말 그 방사성 물질들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괜히 설레발 친 건가 하고 잠깐 긴장이 탁 풀리기도 했어요. 근데 동국대 의대에 김익중 교수님이라고, 방사성 물질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얘기는 또 다르더라구요. ‘불검출이라는 말이 물질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래요. 기계가 검사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거 이하로 나오면 그냥 불검출이라고 읽는다는 거예요. 물질이 없는 게 아니라 찾아내질 못해서 불검출 인거죠.

 

균도 아버님이나 다른 갑상선암 걸리신 기장의 어머님들 보면 참 걱정스러워요. 지금까지 고리 핵발전소에서 늘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게 방사성 폐기물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 이렇게 핵발전소 근처에서 살아서 암 걸린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도 문젠데, 앞으로 식수에까지 그렇게 미량이라서 괜찮다고 하는 수준으로 자꾸 먹고, 또 먹고 하면 그게 문제가 되지 말란 법이 어디있어요.

 

해수 담수화 니가 먹어라

해수를 담수화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부산에 들어선 해수담수화 시설은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역삼투막’(RO) 방식입니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강한 압력으로 역삼투막을 통과시키면, 염분이 빠지고 순수한 물만 남습니다. 여기에 미네랄을 첨가해 먹을 수 있는 물을 만드는 것이죠.

 

 

부산시는 두 겹의 역삼투막을 통해 바닷물을 정수하면 방사성 물질의 99.9%를 제거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99.9%라니 놀랍지 않나요? 그 확신의 근거가 궁금해서 수질책임자에게 물어봤더니 국내외 논문에 그렇게 나와있다고 합니다. 논문에 들어있는 이론만으로 실제 설치된 기계 장비의 성능을 확신하는 것도 의아했지만, 정말 그런 논문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봤습니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 정부 기관에서 연구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찾아봤습니다. 먼저 서울시 상수도연구원에서 2014년 낸 논문 <물 속의 인공방사성 핵종 제거율 연구>를 볼까요.

 

대표적인 방사성 오염 물질인 요오드 131을 역삼투막에 통과시켜 제거율을 실험해봤더니, 평균적으로 8% 가량이 걸러지지 않고 그냥 통과했다는 내용입니다. 다음 논문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논문 <방사성물질 정수처리기술 및 제거율 평가연구>입니다.

 

마찬가지로 요오드의 제거율은 물질 농도에 따라 95~99%, 세슘의 제거율은 88~95%로 조사됐습니다. 이 논문을 작성한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연구원의 김충환 박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부산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을 99.9%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는 말을 전해줬더니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게 농도에 따라 막에 따라 다 다른 건데 이렇게 완벽하다는 식으로 문장이 나왔어? 그러면 보통 사람들은 아 무조건 다 되네하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일반화시켜 말하기에는 우리 전문가 입장에서는 좀 그런 거예요. 그냥 막 잘 모르는 시민들한테 역삼투막에 처리하면 상당히 제거된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요컨대, 운영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실제 측정해보기 전까지는 방사성 물질 제거율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부산시 측에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실제로 측정 실험을 해봤는지 물었습니다. 수질 담당자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직접 실험을 해보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 쿼터백, 삼중수소

미식축구에 비유하자면 역삼투막은 일종의 수비수입니다. 언제 몰려들지 모르는 방사성 물질들이 공격수 역할을 하겠죠. 위의 실험 결과에 나오는대로 이 수비수들은 나름 훌륭하게 방어를 해냅니다. 열에 하나 정도가 터치다운을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만약 어떤 수비수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공격수가 있다면 어떨까요. 맨 앞에 선 나약한 센터가 떨어져나간 후에도 거침없이 돌진해 항상 100%의 확률로 골라인을 넘어가는 공격수가 있다면? 현실에서야 그런 공격수를 만날 수 없겠지만, 방사성 물질의 세계에는 있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은 원자, 바로 삼중수소입니다.

 

삼중수소는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설치된 역삼투막을 100% 확률로 통과합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쌔고 빨라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최고의 쿼터백이랄까요. 덩치 큰 수비수의 블로킹도 날쌘 수비수의 예리한 태클도 골라인을 향한 삼중수소의 돌진 앞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11km 떨어진 고리 핵발전소는 매년 수십조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액체와 기체 형태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폭발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원전에서 2013년 한해 동안 배출된 세슘, 스트론튬 등 주요 방사성물질이 22조 베크렐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삼중수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방사성 물질이므로 단순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부산 사람들이 수십년간 먹고 사용할 수돗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 위험성을 작게 평가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부산 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의 김좌관 교수는, 고리 핵발전소의 삼중수소 방류 주기나 방류량,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해류의 이동이나 확산 특성에 따라 인근 바다의 삼중수소 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다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안전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시는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여러 가지 방사성 측정 장비들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실시간 총알파 총베타 분석기입니다. 이 장비들은 개별 방사성 물질들이 내뿜는 유해 방사선의 총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알려줍니다. 비유하자면 이 장비들은, 골라인 근방에 좀 쎈 놈들이 왔다 싶으면 바로 경보를 울려주는 장치인 셈이죠. 경보가 울리면 바로 게임을 끝내면 됩니다. 바닷물 유입을 끊고 원래 먹던 수돗물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측정 장비를 발주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아무도 모르게 바닷속으로 흘러들 경우 그것을 즉시 확인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작년 11, 부산시는 이런 상황에서도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부산시민 10만여 명에게 공급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Summer Kisses, Winter Tears - Julee Cru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