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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3.20~3.26

by 이성근 2019. 3. 20.

지구의 '마지막 야생' 남극, 한 해 44천명 몰린다

한국 행복지수’ 156개국 중 54

옐로스톤 호수에 외래 물고기풀었더니 곰과 수달이 굶주렸다

공원일몰제] 먼지·열기 방어벽 '도시 숲' 사라지면 재앙 온다

식물들이 들려주는 기후변화 이야기

한국서 물 부족 못 느낀 이유석유 180배 되는 양 수입으로

이게 무슨 관광지입니까?”재선충 덮친 국립공원

관악산·북한산 둘레길 못 걷나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 '발등의 불'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치사율 100%’ 소나무 재선충병붉은 나무들로 비상

기장 공원일몰제 병산유원지 보전녹지 추진에 주민 반발

사하구도 아파트 미분양 사태부산 관리지역확산 우려

남해에 조성된 11곳 바다숲어획량 배로 늘어

이상기상 한해 10차례이상고온·이상과조 증가 경향



지구의 '마지막 야생' 남극, 한 해 44천명 몰린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외래종 유입, 번식 펭귄 스트레스까지

 

웬만한 전 세계 유명 관광지를 둘러본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남극이다. 우리나라에서 남극까지 가려면 비행기 타고 3일이나 걸린다. 그렇게 멀지만 최근 남극을 생태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남극 국제관광협회(IAATO) 자료를 보면, 20162017년 관광시즌에 약 44000명의 관광객이 남극을 방문했다. 남극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5%씩 증가한다. 눈길을 끄는 통계는, 남극 관광객을 국적별로 볼 때 미국인이 전체의 3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중국인으로 12%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김에 따라 남극을 방문하는 관광객 또한 다른 나라보다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반 유람형 관광에서 벗어나 생태관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생태관광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세계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인 남극을 대상으로 살펴보자.

 

관광객을 태우고 남극에 도착한 크루즈선. 남극은 많은 관광객에게 마지막 버킷 리스트에 오른 관광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남극반도의 젠투펭귄 서식지. 관광객이 찾는 시기는 많은 남극 생물이 번식기와 일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태관광이란 자연자원의 보전이 곧 지역주민의 편익이 될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자연 지역으로 떠나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정의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생태관광(에코투어리즘)은 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는 인식을 일깨워주며 그 보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포함한 관광을 의미한다.

 

몇 년 전 남극 과학기지에서 연구하면서 극지 관광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최근 생태관광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극은 더는 강한 심장의 모험가에게만 열린 땅이 아니다. 남극의 혹독한 자연환경과 어려운 접근성이 오히려 생태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남극 관광에 나선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사선. 제이슨 오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통신과 교통의 발달이 남극과의 거리를 좁혀놓았다. 예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칠레를 오가는 연락선을 통해 편지로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시내전화처럼 통화하고 있다. 심지어 남극에서도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남극 생태관광객들은 처음엔 크루즈선을 타고 남극 대륙 주위를 도는 정도에 그쳤지만, 요즘엔 아예 경비행기를 타고 남극점까지 간다. 다른 관광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예약이 몰린다. 남극 생태관광의 비용 가격은 얼마나 될까? 비행기로 가는 상품은 가장 싼 것이 약 4000달러(460만원), 비싼 것은 2만 달러(2300만원)가 넘는다. 관광객이 몰려들자 남극의 러시아 기지에선 여행객들에게 쇄빙선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크루즈에서 카약으로 갈아타고 빙산을 둘러보는 관광객. 남극 국제관광협회(IAATO) 제공.

 

칠레의 남단에 있는 푼타아레나스는 남극으로 가는 생태관광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푼타아레나스 여행사에는 비행기를 이용한 12일 투어비용이 3950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매년 남극의 여름인 1월엔 성수기여서 예약이 거의 다 차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남극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극의 환경파괴를 우려한 국제기구가 남극 선박의 중유 사용을 금지하고 조난을 막을 수 있는 견고한 선체를 요구하는 규제가 2010년부터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그해 "과학계의 규제 움직임으로 2010년이 대규모 상업적 생태관광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남극을 올해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선박과 관광 방식에 대한 규제 강화도 단단한 소형 선박과 철저한 관리로 무장한 생태관광 산업의 성장을 막지 못하고 있다.

환경적으로 남극은 일 년 내내 기온이 너무 낮아 음식물 쓰레기가 잘 분해되지 않고 얼어버린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남극 과학기지들은 쓰레기는 물론이고 종이 등을 태운 재도 다시 남극 밖으로 가지고 나간다. 물론 우리나라 남극 과학기지도 이렇게 쓰레기를 철저하게 처리하고 있다.

 

펭귄 번식지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남극국제관광협회(IAATO)

 

남극 현지 생물들 또한 매일 마주치는 관광객들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짝짓기 기간과 어린 새끼를 키우는 양육 시기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서식지 변경이나 출산율 저하 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관광객들이 의도하지 않게 가지고 들어가는 외래 동·식물들은 아직 정착 사례가 거의 보고 되지 않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최근 남극 국제관광협회 보고서를 보면, 남극 관광객 일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관광객 중 일부가 생태관광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에서는 남극 생물을 채취는 말할 것도 없고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말며, 옷이나 신발에 붙은 외래생물의 유입 가능성에 주의하고 가지고 간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의 회수를 당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관광객들이 남극 위에 상륙하면서 생물자원을 채집하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환경과 현지 생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여행 방식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남극뿐 아니라 지난 66년간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지역과도 관련이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여러 가지 관광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는 잘 보전된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한겨레


한국 행복지수’ 156개국 중 54

유엔 산하 SDSN 행복보고서

- 핀란드 1대만 25선두

- 북한은 조사 대상 포함 안 돼

 

한국이 행복한 나라순위에서 전 세계 156개국 중 54위를 기록했다. 1위는 핀란드였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20(현지시간) 공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대비 3계단 올라 54위에 올랐다. SDSN1인당 국내총생산과 사회적 지원, 기대 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정도 등을 측정해 행복지수를 산출했다.

 

한국은 기대 수명(9)1인당 국민소득(27), 관용(40) 부문에서는 상위권에 올랐으나 사회적 자유(144), 부정부패(100), 사회적 지원(91) 등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201547위였던 한국은 58(2016) 56(2017) 57(2018) 등으로 대체로 50위권을 맴돌았다.

 

최상위권은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핀란드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타이틀을 차지했고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가 2~10위에 포진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대만이 25위에 올라 가장 순위가 높았으며 싱가포르(34) 태국(52)이 뒤를 이었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58, 93위로 나타났다. 미국은 최근의 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비 한 계단 떨어진 19위에 랭크됐다. 보고서의 공동 편집자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 컬림비아대 교수는 이에 대해 도박과 디지털 미디어 등의 중독으로 불행과 우울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랜 내전에 시달리는 남수단(156) 아프가니스탄(154) 예멘(151) 시리아(149) 등이 최하위 군을 형성했다. 최근 한나라 두 대통령의 정국 불안과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108위였다. AP통신은 지난 10년간 행복도가 가장 급격하게 추락한 나라로 베네수엘라를 꼽았다. 북한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옐로스톤 호수에 외래 물고기풀었더니 곰과 수달이 굶주렸다

외래 곤들매기가 토종 송어 먹어치워연쇄적 파급효과가 포유류와 맹금류로 번져

 

1994년 옐로스톤 호에 유입된 외래종 곤들매기의 일종(레이크 트라우트). 대형 포식 어종으로 유입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1872년 세계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한가운데에는 소양호 150배 면적의 큰 호수가 있다. 장기간 잘 보전된 숲 속에 자리 잡은 맑고 찬 호수이다. 그런데 1994년 옐로스톤 호에서 악명 높은 외래종 물고기가 발견됐다. 누군가 풀어놓은 이 물고기는 북아메리카 북부에 서식하는 연어과의 곤들매기 일종(레이크 트라우트)으로 130, 46까지 자라는 대형 포식자다.

 

지난 40여년 동안 이 외래종이 호수생태계에 초래한 변화를 추적한 결과가 나왔다. 토드 코엘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박사 등 미국 연구자들은 2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한 종의 외래 포식 물고기는 손때 묻지 않은 고산 호수생태계의 물뿐 아니라 육상 생태계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외래종 곤들매기가 들어오기 전 이 호수의 최상위 포식자는 컷스로트 송어였다. 토착종 송어는 주로 호수의 얕은 곳에 살면서 물벼룩을 주로 잡아먹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옐로스톤 호수의 모습. 소양호의 150배 면적에 수심이 깊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외래종이 오기 전 호수 안에서 최상위 포식자이던 컷스로트 송어.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호수 안에서 두려울 것이 없는 송어이지만 포유류와 맹금류 포식자의 밥이었다. 얕은 물에서 헤엄치는 송어를 물수리와 흰머리수리, 그리고 수달이 노렸다. 산란하러 개울로 거슬러 오르는 송어는 희색곰과 아메리카흑곰이 사냥했다. 1970년대에 이 호수의 토종 송어는 350만 마리에 이르러, 상위 포식자는 물론 낚시꾼의 주요 표적이었다.

 

외래종 곤들매기가 들어오자 이 모든 생태계가 흔들렸다. 곤들매기는 호수 깊은 곳에 주로 살아 물수리나 곰, 수달의 표적이 되지 않았다. 반면 토종 송어는 이 대형 포식자의 주요 식량이 됐다. 1998125000마리로 늘어난 외래종 포식자가 그 해에만 300400만 마리의 토종 송어를 먹어치웠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외래종 곤들매기 뱃속에서 나온 다양한 크기의 토종 송어. 옐로스톤 국립공원 제공.

 

외래종 곤들매기를 확인한 공원 당국은 즉각 자망을 이용한 제거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 거대한 호수에서 특정 물고기를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외래 곤들매기는 수백만 마리를 잡아냈음에도 계속 불어나 2012년에는 개체수가 100만 마리에 육박했다. 반대로 토종 송어의 개체수는 급감했다. 개체수만 준 것이 아니었다. 과거 소형(1028) 개체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곤들매기에 잡아먹히기 힘든 대형(4060) 송어가 훨씬 많아졌다.

 

외래 곤들매기(LKT) 도입 이전(왼쪽)과 이후의 생태계 먹이 그물 형태. 토종 송어(YCT)가 줄면서 조류와 맹금류 포식자에 이어 그들의 새로운 먹이에까지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토드 코엘 외 (2019) ‘사이언스 리포트제공.

 

외래종 포식자의 영향은 토종 송어에 머물지 않고 먹이 그물을 타고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호수 주변의 생태계로 번져갔다. 과거 송어 먹이의 80%는 물벼룩이었다. 그런데 송어가 줄자 물벼룩이 늘어났고, 물벼룩의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은 줄었다. 외래종이 들어온 뒤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들자 호숫물은 더 맑아졌다. 당국이 외래 곤들매기 제거 작업을 강화하면 호수의 투명도는 떨어졌다.

 

토종 송어는 해마다 호수로 흘러드는 개울 상류로 산란하러 올라간다. 국립공원에 살던 곰들에게는 겨울잠을 앞두고 지방을 축적할 절호의 기회이다.

 

1980년대 말까지 지류의 46%에서 곰의 송어 사냥이 관찰됐으나 2008, 2009, 2011년에는 그런 행동을 단 한 건도 목격하지 못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곰이 사냥한 송어의 수도 1980년대까지 연간 2만 마리 이상이다가 1990년대 말에는 2000마리, 2000년대 말에는 300마리로 곤두박질쳤다.

 

 

1897년 옐로스톤 호수에서 낚은 컷스로트 송어를 내보이는 낚시꾼. 얼마나 많은 송어가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송어를 잃은 회색곰은 다른 먹이를 찾아야 했다. 연구자들은 곰들이 대형 사슴인 엘크 새끼로 먹이원을 돌려, 20072009년 동안에는 회색곰의 먹이에서 송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0%, 엘크는 8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송어를 주식으로 잡아먹던 수달도 다른 어종이나 개구리로 먹이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맹금류 가운데는 전적으로 물고기만 사냥하는 물수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980년대 말까지 해마다 평균 38개의 둥지를 틀던 것이 2000년대 중반에 11개로 줄더니, 20132017년엔 3개의 둥지에서만 새끼를 길러냈다. 부화 성공률도 떨어져 20082011년엔 새끼가 전혀 태어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인위적 환경교란이 거의 없어 이런 변화는 주로 외래종 포식자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이제까지 외래종의 영향은 물에서 육지 등 경계를 넘어서면 현저히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옐로스톤의 사례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당국은 2000년대 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외래종 관리를 대폭 강화한 결과 토종 송어의 번식과 곰의 사냥, 물수리 번식이 재개됐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옐로스톤 호수의 핵심종이자 최상위 포식자인 컷스로트 송어의 그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odd M. Koel et al, Predatory fish invasion induces within and across ecosystem effects in Yellowstone National Park, Sci. Adv. 2019;5: eaav1139,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5/M/eaav113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공원일몰제] 먼지·열기 방어벽 '도시 숲' 사라지면 재앙 온다

 

열섬현상·홍수 피해 초래, 일조·조망 피해 등 생활 논란 우려도

환경단체 "일몰제 후 도시숲 난개발 뻔해대책 시급히 서둘러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도시의 허파'인 도시공원이 일몰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후 장기간 미집행 상태인 도시공원 구역이 내년 7월 공원지구에서 해제된다. 전국 공원시설(942.2)42.1에 달하는 사유지 396.7가 풀리면 수십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토지주들의 난개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우려된다.

 

가뜩이나 전국이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도심 내 숲들이 사라지면 엄청난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 흡수 '도시 숲'이 사라진다면?'일몰제의 경고'

 

푸른 숲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민환경단체는 도시 숲을 현 상태로 보존하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자연정화 기능이 있는 숲이 사라지면 도심 환경과 주민 건강권을 지킬 마지막 울타리까지 잃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도시 숲은 여름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까지 낮추고, 습도를 최대 23까지 상승시킨다. 자동차 소음을 75감소시키고, 나무 1그루는 연간 이산화탄소를 2.5t 흡수하고 산소 1.8t을 내뿜는다.

 

생활권 도시림이 생활 속에서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1인당 1증가하면 전국 평균 소비전력량이 0.02mWh 감소되고 특별시·광역시 여름철 한낮 온도를 1.15도 낮춘다.

 

숲 주변 5080m까지 시원함이 퍼져 도시 열섬(Heat island) 완화에도 효과가 크다.

 

또 빗물을 머금어 도시 홍수 피해를 막거나 저감시키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도 막는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서울 홍릉 숲에서 15일 이상 측정한 결과 2떨어진 도심의 부유먼지는 25.6, 초미세먼지는 40.9까지 준 것으로 나왔다.

 

도시 숲

 

[국립산림과학원 제공=연합뉴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선진국 1인당 공원면적은 2030수준인 데 반해 우리 현실은 1인당 약 7.6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일몰제 이후에는 현재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만큼 공원면적의 해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 숲 해제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 81일 서울은 39.6도로, 1907년 기상관측 개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4일로 평년 9.8일의 3배 이상이었고 1973년 이후 최다였다. 연초부터 계속된 고농도 초미세먼지는 2015년 관측 이래 사상 최악의 수치를 보인다.

 

숲이 사라지면 도시생태계를 잇는 통로가 끊겨 생물 다양성도 훼손이 불가피하다.

일몰제 대상이던 청주 구룡산과 새적굴 근린공원 등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맹꽁이가 살고 있다.

 

부산의 일몰제 대상 도시공원에서는 천연기념물 희귀종 소쩍새와 솔부엉이 등의 서식이 확인됐다. 환경단체가 지난해 여름 야행성 철새 분포를 조사한 결과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일몰제 실효로 영도구 면적(14)4배가 넘는 도시공원이 개발에 내몰릴 위기"라며 "도시공원일몰제는 4대강 사업을 능가하는 항구적이고 국가적 환경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몰제 관련 기자회견  

2017417'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도시공원일몰제 관련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조·조망 등 생활권 침해 부작용, 갈등도 속출할 듯   

자치단체는 민간자본을 동원해서라도 공원을 유지할 방침이지만 주민과 시민단체는 생태계 파괴와 일조권·조망권 등 생활권이 침해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당수가 고층아파트를 짓는 대규모 개발사업인 데다 특정 업체에 특혜 제공 소지가 크다는 게 주된 이유다.

 

공원지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 주택가가 일조권 피해를 받을 뿐 아니라 막힌 바람길 탓에 열섬현상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게다가 아침저녁으로 오르던 등산로가 사라지면 건강 유지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때문에 환경단체는 도시 숲 보존의 방안으로 녹지활용 계약 등 다양한 보상수단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아울러 토지 소유주의 재산권과 지자체 재정난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도시공원 일몰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에 더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국민의 숨 쉴 권리를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몰 도시공원 예산 수립 촉구 기자회견

 

지난날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일몰 도시공원 우선 매입 긴급예산 수립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이제부터라도 도시숲의 실질적 환경개선 효과를 인정하고 정부의 적합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또한 국토부는 도시숲 등 공원 보전 업무를 환경부나 산림청에 이관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학 강종구 김용민 정윤덕 김광호 박재천 기자)hak@yna.co.kr


식물들이 들려주는 기후변화 이야기

 

멸종위기 식물인 암매는 빙하기의 우리나라가 매우 추운 곳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잔존종이다. 주로 러시아 사할린, 미국의 알래스카 등 툰드라 지역에 분포하는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 백록담 주변의 절벽부에서 소수개체가 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를 지혜롭게 대비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해류의 온도나 이동, 태양의 활동 등을 분석해 미래 기후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의 기후는 태양, 대기, 해수 및 생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긴 시간을 두고 변화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자료에 의해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과거에 지구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기후변화의 역사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기후변화의 증거는 땅속의 화석, 빙하 속의 공기, 해안가 절벽의 파식대 등 지구의 다양한 장소에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현재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을 통해 과거 기후변화의 흔적을 찾아봅니다.

 

잔존종을 보면 과거 식물 분포가이 보여요

식물학 분야의 경우, 수명이 긴 나무의 나이테 간격을 분석하거나 토양층에 퇴적돼 있는 꽃가루나 포자를 활용해 과거의 기후를 추론합니다. 또 특수한 장소에 고립돼 있는 기후적 잔존종(또는 잔존집단)의 분포를 통해 과거의 식물 분포를 복원하기도 합니다. 사전적인 의미로서 잔존종은 과거에 크게 번성했지만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살고 있는 생물종을 말합니다. 잔존종의 분포가 과거 식생대와 기후를 알려 주는 증거가 되는 이유는 기온이나 강수량과 같은 기후가 식물의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기후의 변화에 따라 식물은 이동과 고립, 소멸을 반복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형태가 변화하는 진화를 하기도 하고, 저마다 다른 고유한 생태적인 특징을 갖게 됩니다. 변화된 기후에 적합한 생태적 특징을 가진 식물들은 분포 면적이 넓어지지만, 그 반대의 식물들은 분포 면적이 줄어들거나 소멸하게 됩니다. 빙하기처럼 추운 기후에는 북쪽의 한대성 식물들이 남쪽으로 확장을 하고, 기후가 온난해지면 남쪽지역에 분포하는 식물들이 북쪽으로 다시 이동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대성 침엽수인 지리산의 가문비나무에 열매가 매달려 있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현재까지 약 1만년 동안 한반도는 수 차례에 걸쳐 식생대가 변화해 왔습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종비나무와 같은 한대성 침엽수로 덮여 있던 한반도의 숲은 빠른 속도로 신갈나무 등이 우위를 점하는 낙엽 활엽수림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고온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난온대 또는 아열대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들이 한반도 내륙까지 확장했습니다. 그 후 다시 한랭건조한 기후로 변화하면서 상록활엽수들은 현재의 남쪽 도서지방이나 제주도로 후퇴하게 됩니다. 식생대가 변화는 과정에서 북쪽이나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소를 피난처(Refugia)’라고 합니다.

 

설악산에서 만날 수 있는 눈잣나무는 몽골, 일본 북부, 시베리아 등에 분포하는 한대성 식물로 설악산의 눈잣나무 자생지는 지구상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한라산은 북방계 식물의 귀한 피난처

한반도에는 아고산지대, 석회암지대, 얼음골, 고층습지 등과 같은 다양한 피난처가 분포합니다. 피난처의 수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잔존종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곳에 잔존해 있는 식물의 대부분은 빙하기 식물로 알려져 있는 북방계 식물입니다. 빙하기의 우리나라가 매우 추운 곳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한반도는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과 같은 다수의 아고산대 산지들로 구성된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아고산대는 해발고도 1,500~2,500미터의 지대로 고산대와 저산대의 사이에 있으며, 저온 건조하고 침엽수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백두대간 밑으로도 제주도의 중심에 한라산이라는 해발고도 1,950m의 큰 산이 있습니다. 빙하기에는 북쪽에서 남하한 북방계 식물들이 낮은 지대에도 분포했지만 빙하가 물러가면서 이들도 수평적으로는 북쪽으로, 수직적으로는 산지의 높은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높은 산의 정상부에 고립돼 있는 북방계 식물은 과거 한반도가 주빙하기후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려주는 증거로 인정됩니다.

 

북방계 식물인 백두산의 월귤 열매. 해발고도가 5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홍천얼음골에서 최근 고산식물인 월귤이 발견되면서 북방계 식물의 피난처인 얼음골의 중요성이 식물학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아고산지대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빙하기 식물은 설악산의 눈잣나무, 들쭉나무, 홍월귤, 지리산의 가문비나무와 한라산의 암매, 시로미 등입니다. 눈잣나무는 세계적으로 몽골, 일본의 북부, 시베리아 등에 분포하는 한대성 식물입니다. 설악산의 눈잣나무 자생지는 지구상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습니다. 홍월귤은 툰드라 지역에서 자라는 키 작은 나무로서 백두산에서도 해발고도 2,000m 이상의 수목한계선 위쪽으로 자라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설악산 정상부의 바위지대에서 소수개체가 자라고 있습니다.

 

가문비나무는 국내에서는 지리산, 소백산, 덕유산, 계방산의 정상부 또는 능선부에서만 발견되는 한대성 침엽수입니다. 세계적으로는 러시아 동부, 중국 동북부, 일본의 고지대에서 자랍니다. 멸종위기 식물인 암매는 일본의 홋카이도, 러시아의 사할린, 캄차카, 미국의 알래스카 등의 툰드라 지역에 분포하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 백록담 주변의 절벽부에서 소수개체가 살고 있습니다.

 

지리산의 가문비나무. 국내에선 지리산, 소백산, 덕유산, 계방산의 정상부 또는 능선부에서만 발견되는 한대성 침엽수다.

 

얼음골, 석회암지대, 고층습지에서 만나는 희귀 북방계 식물들

낮은 지대이지만 여름철 차가운 바람이 뿜어져 나와 저온환경을 만들어 내는 얼음골에도 북방계 식물들이 피난해 있습니다. 해발고도가 5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홍천얼음골에서 최근 고산식물인 월귤이 발견되면서 북방계 식물의 피난처인 얼음골의 중요성이 식물학계에서 주목받게 됐습니다. 홍천얼음골의 월귤은 찬바람이 불어나오는 바위틈 주변에서 안정적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두메고사리, 좀다람쥐꼬리, 한들고사리와 같은 북방계 양치식물들은 국내에서는 얼음골에서만 자랍니다.

 

또 토양에 다량의 칼슘이온과 탄산이온을 함유한 석회암지대에도 많은 수의 북방계 식물들이 고립돼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석회암지대의 토양은 매우 건조합니다. 건조한 환경에 강하지 않은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가 없을 정도지요. 다르게 표현하면 건조에 강한 식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한 피난처라 말할 수 있습니다. 나도범의귀, 몽고뽕나무, 삼수개미자리 등 무려 50종류 이상의 북방계 식물들이 국내에서는 석회암지대에서만 관찰됩니다. 나도범의귀는 백두산의 침엽수림 아래 이끼 틈에서 자라는데, 최근 강원도 석회암지대의 샘터 가장자리에서도 자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백두산에 핀 나도범의귀 꽃. 북방계 식물인 나도범의귀는 국내에서 석회암지대에서만 관찰된다. 백두산의 침엽수림 아래 이끼 틈에서 자라는데, 최근 강원도 석회암지대의 샘터 가장자리에서도 자라는 것이 확인됐다.

 

높은 지역에 있는 고층습지는 한대성 습지식물에게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이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의 해발고도 1,280m에 형성된 용늪입니다. 용늪은 1977년 국내 최초로 람사르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됐으며 다수의 희귀 습지식물을 포함해 총 320여종의 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개통발, 대암사초, 비로용담, 물지채 등 10종은 국내에서 대암산의 용늪에서만 자라고 있습니다. 모두 빙하기에 남하했다가 현재는 용늪을 피난처 삼아 살고 있는 북방계 습지식물들입니다.

 

한반도가 지금보다 더 따뜻했던 적이 있었다고?

 

사는 장소는 다르지만 얼음골, 석회암지대, 고층습지 등에서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들은 과거에 한반도가 자신들이 내려와 살 수 있을 정도로 추운 곳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한반도에 지금보다 더 따뜻했던 시기가 있었음을 말하고 있는 식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남방계 식물인 히어리가 그렇습니다.

 

한반도가 지금보다 따뜻한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남방계 식물 히어리 수형.

 

히어리는 세계적으로 한반도에만 사는 우리나라 고유종입니다. 한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히어리의 분포는 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와 같습니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는데, 이들 지역과 멀리 떨어진 강원도의 화천군 백운산, 강릉시 망덕봉에도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그 중간 지역인 충청도와 경북 그리고 다른 강원도 지역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히어리는 생태적 특징상 무리를 지으며 이동을 합니다. 이를 미뤄 보면, 과거 특정 시기에 남쪽에서 강원도까지 집단을 이루며 이동을 했다가, 어떠한 원인으로 다른 지역의 히어리는 모두 소멸하고 강원도의 두 집단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발견된 히어리 꽃.

 

산지 능선, 바위지대나 절벽부 등 다른 식물과의 경쟁이 적은 곳에서 자라는 히어리는 햇볕을 선호하는 식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햇볕은 좋아하지만 건조한 곳에서 살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히어리가 생태적으로 생존에 매우 취약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햇볕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육지식물들은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합니다. 그러나 히어리는 건조한 지역에서 성목으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현재 히어리가 분포하고 있는 지역은 강수량이 매우 많은 곳들입니다. 연평균 1,400이상의 비가 내리는 곳이 히어리가 살 수 있는 피난처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환경에서는 히어리가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 지리산 일대와 강원도의 소수 지역이지만, 생존 능력이 취약한 히어리도 과거 한때에는 중부지방까지 번성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식물은 자신이 가진 생태적인 특징에 적합한 환경에서는 어떤 식물보다도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햇볕은 좋아하고 건조한 곳을 싫어하는 남방계 식물인 히어리에게 가장 생존력이 높았던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당연히 한반도가 숲을 이루기 전인 고온다습한 기후였을 때일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는 한반도에서는 기후최적기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빙하가 물러가기 시작한 1만년 전부터 한반도가 숲으로 덮이기 전인 초기 기후최적기(1~8,000년 전)가 히어리에게는 가장 살기 좋았던, 가장 생존 경쟁력이 높았던 시기였습니다. 이때에 생장속도가 빠른 히어리는 개척자 식물로서 중부 내륙지방까지 집단을 이루며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천 무의도에서 발견된 소사나무 열매.

 

식물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면 과거와 미래가 보여요

히어리와 비슷한 분포 특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들이 여럿 있습니다. 생울타리용으로 흔히 식재하고 있는 회양목과 분재 소재로 유명한 소사나무, 그리고 수달래라고도 불리는 산철쭉입니다. 이들 남방계 식물의 분포 역시 매우 특이합니다. 소사나무는 서남쪽 해안에서는 비교적 흔히 분포하지만, 불과 십여만 내륙으로 들어오면 분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서남해안에서 100이상 떨어진 강원도의 석회암지대에서 큰 무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식생경쟁을 극도로 싫어하는 양지식물인 소사나무 역시, 히어리처럼 한반도가 극상림(숲의 천이과정 중 생태계가 기후조건에 맞게 성숙되고 안정화된 숲의 마지막 단계)으로 덮이기 이전에 한반도 전역으로 이동했을 것입니다. 아열대 또는 온대 수종들이 자리 잡은 산림지대는 소사나무와 같은 양지식물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잔존종이 들려주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몰랐던 과거의 기후환경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식물의 분포나 우리 주변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진=김진석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한국일보

 

한국서 물 부족 못 느낀 이유석유 180배 되는 양 수입으로

 

가뭄으로 말라붙은 충남 보령댐. 20175월의 모습이다. [중앙포토]

.22일은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었습니다. 유엔은 올해 물의 날 주제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Leaving no one behind)'로 정했습니다. 인종·지위·종교 등에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안전한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

 

2019년 유엔 보고서 14쪽에 실린 내용.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소개하고 있다. [자료 유엔]

 

.이날을 맞아 유엔은 '2019년 세계 물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 14페이지에 실린 지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국가별 물 스트레스 수준(Level of Physical Water Stress)’이란 제목이었습니다. 심리적 압박이 아닌, 물리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물 스트레스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지도에서 한국은 물 스트레스 지수가 25~70%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물 스트레스 지수가 70% 이상인 국가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나라들이었습니다. 문득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이 떠올랐습니다. 논란의 출발은 한국 국민의 연간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000~1700로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는 데, 그게 유엔이 정한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물 부족 국가 분류는 국제 인구 행동(PAI, 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이란 연구소가 1993년 각국의 물 상황에 따라 진행한 것입니다. PAI 연구소는 연간 물 사용 가능량이 1000미만은 물 기근 국가(Water Scarcity), 1000~1700는 물 부족 국가(Water Stress), 1700이상은 물 풍요 국가(No Stress)로 분류했습니다.

사용 가능한 물은 전체 수자원량(강수량)에서 증발산 같은 손실을 제외한 것을 말하는데, 한국은 2005년 기준으로 1453였기 때문에 물 부족 국가라는 것입니다.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

 

20153월 극심한 봄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소양댐 상류. [중앙포토]

 

.그런데 이것이 논쟁으로 번진 것은 댐 건설 때문이었고, PAI라는 단체가 유엔과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 논쟁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는 곧잘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 부족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게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습니다. 환경단체는 유엔에서 그렇게 정한 적이 없는데 정부가 댐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유엔과 상관없는 단체를 유엔과 연결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PAI는 유엔과는 무관한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일 뿐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 무렵 유엔이 지정한이란 표현도 슬그머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논쟁은 10년 전 이명박(MB)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MB 정부는 가뭄 해결을 4대강 사업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고, 그때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주장했습니다

 


4대강 홍보 책자

 

.당시 홍보 책자를 보면 물 빈곤지수(Water Poverty Index, WPI)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20위이고, 1인당 연간 사용 가능 담수량은 153개국 중 129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WPI1인당 수자원 양뿐만 아니라 수자원 접근율, 사회경제적 요소, 물 이용량, 환경 등을 고려해서 측정합니다. 한국은 WPI 순위에서 147개국 중 43위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하위권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나쁜 편이 아닙니다.

1인당 수자원 양은 부족하지만, 수자원접근율이나 사회경제적 요소에서 앞서기 때문이죠.

4대강 사업을 반대한 환경단체는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닌데,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호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물 부족 국가 논쟁이 다시 벌어진 것입니다

 

한국 물 스트레스 지수는 57.6%”

 

20175월 가뭄으로 댐 수문이 드러난 충남 보령댐. [중앙포토]

 

.그런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2019년 유엔 보고서는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어떤 의미일까요?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일까요? 이 보고서 14쪽의 지도의 출처를 찾아봤습니다   지도의 출처는 지난해 나온 유엔의 다른 보고서 지속가능발전 목표 6 2018 물과 위생에 관한 종합 보고서(Sustainable Development Goal 6- Synthesis Report on Water and Sanitation 2018)’72쪽 지도였습니다. 두 지도는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2018년 유엔 보고서 지도의 출처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이 지도의 출처는 201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 물 스트레스 수준(Level of Water Stress)’이었습니다. FAO 보고서는 다시 FAO가 운영하는 수자원통계(AQUASTAT)’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자원통계(AQUASTAT)’ 홈페이지를 뒤진 끝에 관련 자료, 즉 국가별 물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 스트레스(%) = 100 * (담수 수자원 취수량)/(전체 수자원 환경 유지 용수) 입니다.

물 스트레스 지수는 쉽게 말해 전체 담수 수자원 중에서 어느 정도 끌어 쓰느냐 하는 비율(%)에다 환경 유지용수 부분을 고려한 것입니다. 한국은 2005년 기준으로 담수 수자원 중에서 41.7%를 끌어다 쓰는 것으로 분석됐고, 물 스트레스 지수는 57.6%로 산출됐습니다.

전체 수자원 중에서 환경유지 용수로 흘려보내야 하는 부분을 제외한 결과, 분모가 작아지면서 물 스트레스 지수는 커진 것입니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 탓

 

인도 콜카타 지역 빈민촌에서 수돗물을 공급받기 위해 주민들이 물통을 가져다 놓은 모습. [EPA=연합뉴스]

 

.우리나라가 물 스트레스 국가로 지정된 이유는 국토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으며 강우량이 여름에 집중돼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813보다 많은 1300(1986~2015년 평균)이지만,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간 총강수량은 2546로 세계 평균 15044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되면서 많은 수자원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실제 이용 가능한 수자원은 1인당 1500를 밑도는 것입니다. 수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물을 끌어 쓰는 비율이 높아졌고, 그래서 물 스트레스 국가가 된 것입니다. 결국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한 것은 맞습니다. 유엔이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한 것입니다.

하지만 물 스트레스 국가라는 개념이 물 부족 국가와 동일한 개념은 아니어서 유엔이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른 개념이고, 분류한 주체도 유엔과 PAI로 다릅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인 것도 분명하고, 물 부족 국가인 것도 사실입니다.


물 수입 때문에 부족함 못 느껴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생수통을 가득 싣고 가고 있다. 22일은 물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물을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세계 물의 날이다. [EPA=연합뉴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이 물 스트레스 국가이고, 물 부족 국가인데도 평상시 물 부족을 못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앞에서 보았듯이 수자원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취수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부족함을 잘 못 느끼는 것입니다. 다만 물을 많이 끌어 쓰다 보니, 강과 하천 생태계에는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뭄이 들면 정부는 환경유지 용수부터 공급을 줄입니다. 그리고 가뭄이 더 심해지면 농업용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순서로 공급을 줄입니다. 가뭄이 들면 하천이 마르고, 논부터 말라붙게 됩니다. 웬만한 가뭄에도 수돗물은 콸콸 잘 나오기 때문에 도시인들은 가뭄이 들어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주 심한 가뭄이 들어 도시 가로수가 말라죽는 경우가 아니면 말입니다세 번째는 물을 수입하기 때문입니다. 생수처럼 물을 직접 수입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먹는 식량과 식품을 통해서 물을 수입합니다.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물 발자국은 생활용수 사용량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농산물·공산품 등의 생산에 들어가는 물까지 포함한 개념입니다. .예컨대 우유 1L를 생산하는 데는 물이 1000L가 필요하고,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은 15500L나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호주 쇠고기 1t을 수입했다고 하면, 국내에서 그만큼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 15500를 절약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 그만큼의 물을 호주에서 수입했다는 얘기도 됩니다. 바로 가상수(假想水·Virtual Water)’의 교역이라는 개념입니다. 식량·상품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많은 수자원이 투입되는데, 상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수입하면 그만큼의 물을 수입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중국이나 스리랑카·일본·네덜란드 등에 이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상수 수입국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8월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전북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의 물이 말라가며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뉴스1]

 

.좀 오래된 분석 결과이지만, 지난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450의 물을 가상수 형태로 수입했습니다. 이 중 316는 곡물로, 89는 축산물 형태로 들여왔습니다. 450는 국내 댐과 저수지 저수 용량 1303배가 넘습니다.

물론 우리의 농산물이나 다른 공산품을 수출할 때도 가상수가 들어있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다 고려해도 우리는 매년 300의 물을 수입하는 꼴입니다. 소양호 저수량 2910배가 넘는 것입니다. 연간 국내 석유 수입량이 10억 배럴, 15900이니까 부피로만 따지면 석유의 180배에 해당하는 물을 수입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가상수 때문에 물이 부족한 현실을 못 보고 있는 셈입니다. 가상수 수입은 다른 나라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물 부족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의 물 부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이게 무슨 관광지입니까?”재선충 덮친 국립공원

 

하늘에서 본 경남 거제시 몽돌해수욕장 인근 해안림의 모습. 해송림 곳곳에 색이 바랜 채 죽은 소나무들이 보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창녕 우포늪 '소나무 재선충' 피해로 생태계, 관광 분야 타격

재선충 방제 담당하는 산림청과 자치단체는 역량 부족환경부는 '뒷짐'

보존가치 높은 국립공원과 생태계 보전지역 소나무는 특별 관리해야

 

"저기 산 밑에 좀 보세요. 이게 무슨 관광지입니까?"

 

경남 거제시 해안가를 돌아보던 산림기술사 정규원 박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 박사가 가리킨 몽돌해변 인근 야산에는 벌겋게 말라 비틀어진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널려있었다. 사시사철 푸르러야 할 소나무를 이렇게 만든 건 '소나무 재선충'병이다. 치사율 100%, 아직 치료 약도 없어 그냥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소나무의 천적, 골칫덩이 '재선충'

몸길이 1mm의 작은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와 같은 매개충에 기생한다. 그러다 4~8월 사이 솔수염하늘소 성충이 솔잎을 갉아 먹을 때 소나무로 옮겨간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3~4개월 안에 말라죽는다. 솔수염하늘소는 썩은 나무에 또 알을 낳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감염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걸리자마자 소나무 색이 변하는 게 아니어서 겉으론 잎이 파랗더라도 감염목일 수 있다. 주변 나무가 얼마나 감염됐는지는 나무에 하나하나 구멍을 내 송진을 채취해봐야만 알 수 있다.

 

한해 7백만 명 찾는 한려해상국립공원도 갉아먹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서 감염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거제도 해안림과 야산 곳곳에는 벌채 대상 표식이 붙은 불그죽죽한 소나무들이 위태로이 서 있었다.

 

벌채 대상을 알리는 표식이 붙은 소나무. 사람으로 치면 사망 선고딱지다.벌채 대상을 알리는 표식이 붙은 소나무. 사람으로 치면 사망 선고딱지다.

 

현장에서 본 피해목들은 대부분 수령 20~30년 정도였다. 정 박사는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라 나무가 한번 죽으면 다시 자라기 힘든데 너무 아깝다""염분과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해안림을 이대로 방치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남해안 해안림은 대부분 해송인데, 결국 이 소나무들이 국립공원의 절경을 만들어내는 것" 이라며 "소나무가 다 사라지면 저 섬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솔숲을 보러 먼 길을 찾아온 관광객들도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가족들과 휴양하러 왔다는 65살 도승백 씨는 "남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온 건데 곳곳에 죽은 소나무가 많아 흉물스러웠다"고 말했다.

 

우포늪에도 재선충병국내 최고 습지 명성에 '생채기'

거제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창녕 우포늪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늪지 생태계에 필수적인 배후 숲에도 재선충병이 번져있었다.

 

우포늪 주변 재선충병 발생 현황. 피해 고사목의 위치가 빨간 점으로 표시돼있다. (자료 제공: 산림청)우포늪 주변 재선충병 발생 현황. 피해 고사목의 위치가 빨간 점으로 표시돼있다. (자료 제공: 산림청)

 

천연기념물 제524호인 우포늪은 19977월 생태계 특별보전구역으로 지정된 국내 최고의 천연 습지다. 우포늪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은 습지와 배후 숲을 오가며 살고 있어 숲이 망가지면 늪의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우포늪에 재선충병이 발생한 건 2년 전부터다. 올해 3월까지 관찰된 감염목은 모두 2500그루에 이른다. 빠른 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나무가 병에 걸린 건 발생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 한 탓이 크다.

 

전문성·예산·인력 부족당국은 사실상 '자포자기'

2005년 제정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4조에 따르면 소나무 재선충 방제 책임은 산림청에 있다. 하지만 실제 방제 작업은 자치단체가 전담한다. 산림청이 현장 예찰 활동을 통해 감염목을 찾아내고 자치단체가 현장 작업을 하는 시스템이다.

 

길이 20m에 달하는 소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고, 잘게 잘라서 옮겨 파쇄하는 데 드는 비용은 6만 원 정도다. 우포늪만 해도 피해목이 수천 그루에 달하니 군청에는 큰 부담이 된다.

 

현장에서 만난 창녕군청 관계자는 초기 대응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 예산 부족을 꼽았다.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해놓고 정작 예산 배정에는 별 신경을 안 써준다는 것이다.

 

창녕군청 방제단이 우포늪 내 감염목을 잘라내고 있다.창녕군청 방제단이 우포늪 내 감염목을 잘라내고 있다.

 

앞서 들렀던 거제에서 본 시청 직영 방제단의 작업 역시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다. 감염된 나무는 하늘소 유충이 살 수 없도록 지금 2cm 이하로 잘게 쪼개고, 깨끗이 치워야 한다. 까다로운 작업이라 현장에 산림기사들이 감독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도 접근이 쉬운 도로변 등에 있는 나무는 제거 작업이라도 하고 있었지만 바위섬에 있는 감염목들은 그대로 방치돼있었다. 현장을 지켜본 정 박사는 "겉으로 보이는 곳만 살짝 작업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정도로 방치된 곳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국립공원 등 보존 가치 큰 숲은 특별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재선충 방제 작업과 관련해 '모든 숲에 똑같은 처방을 내리는 게 문제'라고 분석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나 창녕 우포늪처럼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큰 숲은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에 동행한 전문가들 역시 "국립공원이나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은 환경부와 산림청이 자치단체와 협력해 연 2회 이상 철저한 방제 작업을 하고, 재선충 예방주사를 비롯한 방제 기술을 보다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나무 재선충 분야 전문가인 산림기술사 정규원 박사가 야산에 방치된 썩은 소나무를 쪼개 살펴보고 있다.소나무 재선충 분야 전문가인 산림기술사 정규원 박사가 야산에 방치된 썩은 소나무를 쪼개 살펴보고 있다.

 

1988년 우리나라에 재선충병이 처음 들어온 뒤로 방제에 쏟아부은 예산만 970억 원에 달한다. 제대로 된 방제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에서 이를 지킬 때나 의미가 있는 돈이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한다는 애국가 속 '남산 위에 저 소나무'도 옛말이 될지 모른다. 김소영 기자sos@kbs.co.kr

 

관악산·북한산 둘레길 못 걷나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 '발등의 불'

"지자체에 국비 지원해 도시공원 사유지 매입"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7월 공원 용도에서 해제돼 아파트단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전국 도시공원의 사유지를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심의 허파기능을 하던 도시공원이 대거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국비를 지원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원욱 민주당 정책위원회 3정조위원장은 24“‘도시공원 일몰제시행으로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도시공원 용지의 개발 권한이 민간에 넘어갈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 사태에는 지자체의 책임도 있어 우선 자구 의지와 노력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이런 노력에도 지자체 재정으로 역부족일 경우 도시공원 매입을 국비로 돕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편성될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에 지원금액이 포함되도록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연희동 안산도시공원도 일몰제 대상 >시민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안산도시자연공원의 안산자락길을 거닐고 있다. 안산도시자연공원은 내년 7도시공원 일몰제시행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서울 시내 도시공원 중 하나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내년 71일 전국적으로 397(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의 도시공원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된다. 이 중 약 284(71.7%)가 사유지다. 일몰제가 시행되면 재산권 행사 제한이 풀려 땅주인은 공원 부지를 개발할 수 있다.


민간에 개발권 넘어가는 도시공원

고승덕 변호사와 부인 이모씨는 200742억원에 산 서울 이촌동 공원 부지를 237억원에 되팔기로 용산구와 지난달 합의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공원 자체가 없어질 위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공원 용지였던 이곳은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이후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뀔 예정이었다. 고 변호사가 마음만 먹으면 공원 대신 상가나 4층 이하 주택이 들어설 수 있었다는 얘기다.

 

도심 숲이 빌딩 숲으로 바뀔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중앙정부 예산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공원 매입을 지원키로 한 것은 내년 71일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후 이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199910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시행이 결정됐다. 공익 목적이라도 사유재산을 국가가 적절한 보상 없이 장기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2000630일 이후 20년 동안 공원으로 지자체가 매입하지 않은 부지는 공원 용도로서 효력이 상실되도록 도시계획법이 개정됐다. 내년 630일 기한이 끝나는 데 지자체가 매입하지 않은 시설 중 공원이 가장 많아(50.9%) ‘도시공원 일몰제라 한다.

일몰제가 시행되면 재산권 행사 제한이 풀려 소유주는 공원을 개발하거나 일반인 출입을 막을 수 있다. 도심 공기 정화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공원이 주택 단지나 빌딩으로 바뀔 수 있다. 전국적으로 내년 7월 도시공원 효력을 잃는 공원은 2156, 면적은 약 397.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한다.

 

이 중 서울에서 내년 일몰이 되는 공원은 95.6. 삼청공원, 안산도시자연공원, 성산근린공원, 개화산 개화근린공원, 자연생태 체험 교육장 일자산 도시자연공원, 관악산·북한산·인왕산 도시자연공원, 남산 일대 근린공원 등이 공원 용지에서 해제된다. 면적으로 따지면 여의도의 33배 크기에 해당한다.

 

돈없어 도시공원 매입 불가능

 

대규모 공원 용지가 해제될 위기에도 중앙·지방정부는 핑퐁게임을 하듯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원 부족을, 중앙정부는 20년 동안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지자체의 무책임한 대응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도시공원은 지자체가 모두 매입하는 게 원칙이지만 재정 여건상 불가능하다. 서울에서 내년 일몰이 되는 공원 부지 95.6중 사유지만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16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서울시 예산(318811억원)51.7%, 절반이 넘는다.

 

뒤늦게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4월 지방채 발행 이자를 50% 지원하는 지원 계획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채 발행 비용을 지원한다는 건 지방정부가 빚을 내서 땅을 사라는 것인데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도시공원 매입 자금의 50%를 중앙정부가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몰제 시행이 13개월여 앞으로 다가와 발등의 불이 떨어지자 지자체들은 관련 예산 편성을 급격히 늘리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개발 정보 업체 지존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도시공원 매입 예산은 지난해 4978억원에서 올해 18563억원으로 272% 늘었다. 서울시는 올해 9600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사유지들을 사들이고 있다. 내년까지 16000억원을 들여 사유지 2.3를 매입할 계획이지만 나머지 37.5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선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공원 용지가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면 난개발로 갈 수밖에 없다중앙·지방정부는 공원 용지 중 국공유지를 일몰에서 제외하고, 사유지 매입과 공원 조성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이 같은 요구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고르게 사용돼야 할 국비를 일부 지자체 주민만 혜택을 보는 공원 매입에 쓰는 건 문제가 있다도시공원 소유권이 있는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다만 이 상황을 20년 동안 방치한 지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 각 지자체의 자구 노력을 확인한 뒤 국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무조건 국비를 들여 공원을 매입해준다는 의미는 아니다지자체에 돌아가는 지방세가 2022년까지 늘어나는 만큼 각 지자체가 공원 매입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치사율 100%’ 소나무 재선충병붉은 나무들로 비상

아이고 저기도 붉게 물들었네. 사람들이 아직 초봄이라 나무들이 앙상한 걸로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다 죽은 거에요. 이대로 날이 따뜻해지면 다른 소나무들까지 감염될텐데 비상 사태입니다.”

 

남해안 여기저기 큰 불이 났다. 단풍철도 아니건만, 구불구불 해안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푸르른 숲 사이로 울긋불긋 붉은 빛이 번지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잎이 뾰족한 소나무다. 치사율이 100%라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들이 빛바랜 솔잎을 떨구며 시름시름 말라죽고 있다.

 

지난 20일 거제시 남쪽 해안에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들이 붉게 변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방제는 오는 31일까지 마무리해야 하지만 치우지 못한 나무들이 많아 내년에는 더욱 피해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정용성씨 제공

 

경남 거제부터 전남 여수 오동도까지 300리 뱃길이 이어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은 푸른 바다 위 보석처럼 흩어놓은 섬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바위섬에 고운 푸른빛을 더하는 것이 곰솔’, 바닷가 소나무다. 몇년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소나무 재선충이 이번에는 남해안을 휩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산림기술사들과 함께 찾은 경남 거제 일대에선 올해 방제 완료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잎이 붉게 변하고 껍질이 벗겨져 속살이 허옇게 드러난 소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거제에서 다리만 건너면 통영, 거기서 해안을 따라 남해와 여수까지 이어진다. 극심한 재선충병 때문에 불바다라는 표현까지 나왔던 2014년 제주도처럼 남해안 해상국립공원도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죽어가는 곰솔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타고 거제도 북단의 장목면으로 들어서자마자 임재은 산림기술사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저기도 죽었네요. 왜 이 정도로 손을 놓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에요.” 20m 남짓한 곧은 소나무들이 빼곡히 찬 숲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였다. 나무들 사이로 붉게 변한 얼룩들이 눈에 띄었다. 바리캉으로 머리숱을 파낸 것처럼, 염색약으로 물들인 것처럼 재선충병에 감염돼 죽은 소나무들이었다.

 

지난 20일 방문한 거제시 일대에선 도로변 야산을 따라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된 곰솔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잎이 붉게 변해서 말라죽는다. | 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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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가 처음 발견됐다. 부산항과 교역이 활발한 일본에서 재선충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부산으로부터 경남 내륙으로 퍼져가던 재선충병이 바다 건너 거제까지 유입된 것은 2001. 거제 오비면 연초리에서 세 그루의 감염목이 처음 발견됐다. 재선충병은 자꾸만 퍼져나가 2007년 서울까지 상륙하더니 2013년에는 제주도, 경상도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돼 20174월 기준 피해 고사목이 218만본까지 달했다. 범정부적인 총력 방제를 통해 20184월 기준 피해고사목이 69만본으로 줄었다. 하지만 재선충병 극심지역 위주로 방제를 벌이는 사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던 거제 등 남해안으로 재선충병이 번지는 모양새다. 현재 거제에 있는 숲의 면적이 28000ha에 곰솔(해송)54%를 차지하는데 대략 150만본 정도로 추정된다. 이중 감염목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본당 처리 비용은 대략 46400원이다. 기온이 오르는 4월부터는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어 소나무 바깥으로 나가기 때문에 3월 내에 감염된 나무를 모두 베어내 치워야 한다. 올해 331일까지 치우기로 한 고사목의 숫자는 25000본 정도. 추가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방제했는데도 이 정도로 감염목들이 남아있으면 내년에는 주변으로 재선충병이 퍼지는 겁니다. 지난 겨울에 100본이 고사됐으면, 올가을에는 1000본으로 번진다고 봐야죠. 거제도 사실상 극심지가 된 거 같아요.” 정규원 산림기술사는 처음 유입된 거제 북쪽부터 도로를 따라 펜션과 관광지가 밀집된 남쪽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제의 상황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국립공원에서 곰솔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곰솔은 한 번 사라지면 복원이 쉽지 않습니다. 바닷가의 척박한 토양에 적응해 버틴 나무들이다 보니 대체가 어려운 것이죠. 또한 소나무숲은 해풍을 막아주는 방풍림이 되고, 해일이 닥치면 완충 역할도 합니다. 어부보안림이라고 해안가에 숲이 있어야 물고기들도 찾아옵니다. 결정적으로 이 지역이 국립공원이잖아요. 늘푸른 소나무가 사라지면 남해의 경관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관광도 끝나는 거에요.”

 

지세포항으로 이동하니 도로를 따라 커다란 리조트와 펜션이 이어졌다. 외도와 해금강 등 주변 관광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였다. 인근 망치몽돌해수욕장로 향하는 도로에는 애기동백이 수줍은 듯 빨갛게 피어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도 붉게 변한 곰솔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대구에서 여행을 온 도승백씨(66)남해안은 푸른 산과 푸른 바다가 만나야 아름다운 것인데 오는 길에 죽은 소나무가 여기저기 보여서 안타까웠다방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의아하다고 말했다.

 

방제를 마친 지역에서도 감염목을 치우지 않고 바닥에 그대로 둔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 배문규 기자

 

파란색 옷을 입은 작업자들이 접근이 어려운 산 속에서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녹색 포대는 나무를 베어내 훈증을 한 더미이다. | 정용성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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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를 해도 남아있는 감염목

여기저기 나무 무덤이 보였다. 베어낸 나무를 모아서 녹색 포대를 덮고 재선충을 죽이는 약제로 훈증을 한 흔적이다. 그루터기가 있다는 건 이미 방제 작업을 했다는 의미다. 도로변은 어느정도 감염목을 치웠지만, 길섶에서 3~4m 정도만 들어가도 가파른 비탈에 감염목들이 그대로 있었다. “껍질이 벗겨진 나무는 이미 지난해 죽은 걸로 보이는데 방제에 실패한 거죠.” 정규원 기술사가 바닥에 널부러진 나뭇가지를 들어보이며 설명했다. “죽은 나무가 있으면 거기 있던 매개충이 다른 곳으로 퍼질 수도 있고, 나무 냄새를 맡고 꼬일 수도 있어요.” 일부 나무에는 시료 채취를 위해 드릴로 구멍을 낸 흔적도 보였다. “이렇게 극심지로 변한 곳에선 감염 확인이 의미가 없어요. 다 베어내든 조치를 해야 하는데 답답하네요.”

 

소나무재선충은 1크기의 실처럼 생긴 선충이다. 솔수염하늘소같은 매개충이 유충일 때 몸 속으로 들어갔다가 성충이 되어 활동을 시작하면 나무에 침입한다. 그 뒤에는 빠르게 증식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서 나무를 말라죽인다.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무조건 죽는다. 솔수염하늘소가 한 번에 알을 100개씩 낳기 때문에 감염되면 베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차량으로 이동하다보니 나무를 치우는 작업자들이 보였다. 거제시에서 직영방제단으로 어르신들을 고용해 도로변에서 베어낸 나무들을 치우고 훈증 작업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들리는 기계톱 소리에 이끌려 산으로 들어가니 파란옷을 입은 작업자들이 분주히 오갔다. 현장을 둘러본 정규원 기술사와 임재은 기술사가 엉망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극심지가 되는 건 결국 이유가 있어요. 계획을 체계적으로 짜서 방제에 나서야 하는데 누락된 나무들이 많고, 남은 나뭇가지나 토막도 제대로 치우질 않고 있어요. 공공근로로 노인분들이 하시니 안쪽에 있는 것들은 끄집어 내지도 못하고 있구요. 전문 기술자가 상주해서 작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아서 급격히 악화된 게 아닌가 싶어요.”

 

곰솔이 사라진 거제는 어떻게 될까. 이날 현장 방문에 동행한 정용성씨가 2014년 재선충 방제에 참여했을 당시 얘기를 들려줬다. “제주도에서 방제를 할 때 곰솔밭에 있던 펜션 이름이 곰솔이었어요. 근데 재선충 때문에 주변 곰솔이 모두 죽어버렸어요. 허허벌판에 곰솔이라는 이름만 남은 펜션만 있게 된거죠. 거제도 걱정이네요.”

 

 

 

소나무 재선충 현미경 사진(왼쪽)과 솔수염하늘소 성충. |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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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환경부·지자체 누구의 책임

병든 소나무를 베어내고 치우면 될 일인데, 왜 그게 잘 안되는 걸까. 내륙으로 이동해 방문한 창녕 우포늪에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일이면서 남 일이기도 한 업무 소관 탓이다.

 

생태계보전지역인 우포늪의 배후 산지에도 최근 재선충병이 번지고 있다. 이날도 창녕군에서 막바지 방제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거제처럼 이 곳에서도 재선충의 침입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창녕군 관계자는 우포늪 주변은 풀 한 포기도 맘대로 못 뽑는 곳이라 일일이 작업 허가를 받고, 베어낸 나무도 지게로 짊어지고 나와야 할 정도로 방제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재선충 방제는 산림청에서 총괄한다. 방제 계획을 마련해 관련 예산을 각 지역으로 내려주면, 지자체에서 방제를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우포늪처럼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은 환경부 관할이기도 하다. 방제를 위해선 환경부와 추가적인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관련 예산이나 권한이 없어 작업 허가만 내줄 수 있는 정도다. 산림청은 산림청 나름대로 전국 단위의 작업을 파악하느라 지자체 사정까지 들여다보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난맥상 속에 그동안 관심에서 벗어나있던 지역에서 재선충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현재 도로변은 직영방제단이 치우고, 산림조합을 통해 책임 방제를 하고 있는데 거제는 구역도 넓은데다 해안 주변의 가파른 곳은 접근이 어려워 작업이 쉽지 않다면서 올해 방제 예산이 117000만원 정도인데 지난해 가뭄 피해로 고사목도 늘어서 모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립공원공단과도 작업 관련 협의는 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방제 관련 예산도 재선충 피해가 극심했을 때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1100억원, 올해는 980억원으로 점차 줄고 있다. 김원수 산림청 산림병해충방제과장은 산림청에선 전국적으로 총괄 관리를 하고 있는데 거제에서 재선충병이 퍼지고 있는 현황을 파악해 최근 점검을 다녀왔다면서 지자체, 환경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방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원 기술사는 현재 방제 진행 상황으로는 고사목들을 이달 내에 치울 수 없어 피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2~3년 이어지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숲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주변 작은 섬들까지 확산돼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실태조사에 나서고 산림청이 지자체에 기술지도와 예산을 지원하는 식으로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한 번 감염되면 빠르게 증식하는 소나무재선충

소나무재선충병이란 소나무재선충이 소나무·해송·잣나무 내에서 단기간에 급속하게 증식해 나무를 죽이는 것을 말한다. 몸속에 소나무재선충을 보유하고 있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성충이 건강한 소나무류의 새로운 가지를 갉아 먹을 때 생긴 상처를 통해 소나무재선충이 나무줄기 내로 침입하게 된다. 솔수염하늘소는 주로 남부지방에 북방수염하늘소는 주로 중북부지방에 분포하면서 소나무, 해송, 잣나무에 피해를 준다. 산림청이 20174월 파악한 지난 1년간의 전국 109개 시··구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약 99만 그루다. 이는 전년보다 28% 줄어든 수치다. 경북(31만 그루)과 제주(23만 그루), 경남(16만 그루), 울산(15만 그루) 4개 지역 피해가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처음으로 서울의 남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침입한 소나무재선충은 나무 조직 내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증식하는 능력이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알에서 성충으로 다 자랄 때까지 3~5일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아 한 쌍이 20일 만에 20만 마리로 증식할 수 있다. 크기는 1mm 내외로 실처럼 가늘고 길쭉하게 생겼으며 입안에 바늘같이 뾰족한 침이 있어 소나무의 세포를 콕콕 찔러 양분을 빨아먹는다. 소나무재선충병의 정확한 발병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나무재선충이 감염되면 나무의 수분과 양분의 이동이 어렵게 되어 나무가 급격하게 시들게 된다. 감염 초기에는 잎이 아래로 쳐지거나 연한 노란색을 띠지만 수개월 이내에 갈색으로 변하여 나무 전체가 말라 죽게 된다. 죽은 나무에는 매개충이 알을 낳고, 그 알이 애벌레와 번데기로 자라는 동안 나무속의 소나무재선충이 몸속으로 옮아가게 된다. 소나무재선충을 가진 매개충은 이듬해 봄 또다시 다른 건강한 나무를 갉아 먹으면서 소나무재선충을 전파하게 된다.

 

소나무 재선충, 국가적 재난으로

식목일에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던 시절이 있었다. 산림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온 나라 사람들이 나무심기를 독려한 까닭에 일제의 수탈과 해방,그리고 전쟁 뒤 어수선한 사회가 방치한 도벌과 남벌로부터 유린당한 산림의 회생을 기초할 수 있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산울림은 살아나고 있지만 산림의 존재는 이제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산림의 위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전반적인 지구기온상승과 함께 외래종의 침입,그리고 사람에 의한 숲의 파괴와 교란이 그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로서 보전되어야 할 산림이 무더기 골프장 건설로,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데도 산림청은 속수무책이다.

 

나아가 산림청은 소나무 재선충과 관련하여 사실을 왜곡시키면서 환경단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림청의 재선충 방제는 실패했다. 지난 1988년 부산에서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재선충의 확산은 첫째,재선충에 감염된 피해목을 벌목하고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둘째,인위적인 확산이 주요한 원인이다. 셋째,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어 있어 소나무재선충과 같은 침입종의 경우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서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넷째,소나무재선충의 발생,피해 등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데 실패했다. 다섯째,소나무재선충은 항공방제를 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는 점이다.

 

소나무재선충은 항공방제를 하지 않는다 해도 발생한 피해목에 대해 철저한 예찰과 벌목,훈증을 통하여 처리가 된다면 방제가 가능한 것이다. 발생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에 방제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항공방제에 방제 초점이 맞춰지면서 소나무재선충의 지속적인 확산의 진원지를 증가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산림청의 직무유기를 제기한다.산림청은 소나무 보호를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였는가 의문이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소나무의 존재가 그토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면 재선충의 방제 역시 초미의 과제로 설정해야 함에도 실상은 산림청의 여러 다양한 업무 중의 하나로만 인식하면서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집행된,그리고 올해 책정된 산림청 예산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실제로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345그루가 발견된 이후 19891598그루로 증가하였으나 199024그루,199126그루로 거의 성공적으로 발생목 그루수가 감소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완전한 마무리를 하지 않아 1993년부터 피해목 그루수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피해목이 방치된 결과,재선충은 고작 수십에서 최대 수

m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매개충 솔수염하늘소의 비산거리에도 불구하고 1997년 함안,구례 1998년 진주 1999년 경남 통영 추봉도에서 피해목이 발견되었다. 이 시기 항공방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실시되었던 때이다.

 

정부는 소나무재선충 확산의 책임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루사·매미 태풍 후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십조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재선충 문제 역시 그에 준하는 정부의 의지와 각오가 요구된다. 2005415일자 부산일보(이성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기장 공원일몰제 병산유원지 보전녹지 추진에 주민 반발

부산시가 공원일몰제로 규제가 풀리는 기장군 대규모 유원지 일대를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하려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 1492만여변경 계획

주민 재산권 침해성명부 제출

 

25일 기장군청에 따르면 기장군 정관읍 병산마을 주민 등 100여 명은 시의 병산유원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에 반대하는 성명부를 군청에 제출했다. 시 도시계획과는 병산유원지 일대 자연녹지지역 14926761를 보전녹지지역으로 변경하는 도시계획안을 추진 중이다. 21일까지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열람공고를 마치고 관계 기관 협의 등에 나선 상태다. 기장군 휴먼도시과 관계자는 “1997년부터 내년 7월 공원일몰제로 풀리는 2867996를 포함해 대거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이 추진되는 상황이라면서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며 이를 반대하는 민원 전화만 하루 3~4통씩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병산마을 이장 A 씨는 유원지로 묶여 있다가 이제야 일몰제로 숨통이 트이려 하는데, 또다시 보전녹지로 묶어 재산권을 침해하려 한다면서 난개발이 아닌 작은 소일거리라도 할 수 있도록 보전녹지 추진을 멈춰 달라고 말했다.

 

자연녹지지역에는 단독주택, 일부 공장, 근린생활시설 등의 건립이 가능하고 용적률 80%까지 설계가 가능하다. 보전녹지지역으로 변경되면 500이하 근린생활시설, 교육연구시설 등을 건립할 수 있다. 용적률은 60%로 줄어든다.

 

시는 지금도 병산유원지 일대에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보전녹지지역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지금도 곳곳에 단독주택과 펜션이 들어서 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청정 녹지인 해당 부지를 지키기 위한 특별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벚꽃 날리던 명륜역 가로수길나무 수십 그루, 재개발에 싹둑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 앞 가로수길에 있던 나무 수십 그루가 인근 아파트 재개발 공사로 인해 지난 19일 벌목된 채 방치되어 있다

 

지난 19일 오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 인근에 있는 150m 길이의 가로수길. 온천천 옆을 따라 나 있는 길 양쪽에는 이전에 보던 수십 그루의 나무가 베여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이곳은 봄이 되면 벚꽃이 만개해, 나들이 인파가 대거 몰려든다.

 

주민 김 모 씨는 며칠 전부터 나무들이 줄줄이 베여 오히려 마을 경관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명륜역 인근 150m 거리

도로 확장 공사 탓 나무 벌목

가시나무·감나무 등 211그루 중

일부 이식 외 상당수 베여

주민 경관 훼손아쉬움 토로

 

부산 동래구 한 가로수길에 심긴 나무들이 아파트 재개발 공사 탓에 통째로 베여 논란이 일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수십 종류의 나무를 벌목하기보다 다른 장소에 이식해 살리는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로수길 벌목은 구청이 재개발 시행사에 도로 확장 공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동래구는 지난 2017년 도시철도 명륜역 인근에 건축 면적 6044규모의 아파트 재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구청은 허가 조건으로 부지 옆 도로 확장 공사를 시행사에 요구했다. 해당 도로는 도로계획선에 따라 확장이 이미 예정되어 있던 곳이었다. 도로 확장이 결정되자 길 옆에 있던 가로수 처리를 두고 구청과 시행사가 협의한 끝에 대부분의 수목을 다른 곳에 이식하거나 시행사가 자체 활용하기로 했다.

 

동래구청에 따르면 처분된 수목은 가시나무, 감나무 등 교목이 63그루, 무궁화 등 관목이 148그루로 총 211그루다. 이 중 무궁화는 수형이 좋아 낙동강관리사업소의 요청으로 낙동강 인근에 모두 옮겨졌다. 동래구는 나머지 수목 중 뿌리가 얕아 태풍 등 재해 시 위협이 되는 히말라야삼나무 21그루와 수형이 불량한 벽오동 1그루, 감나무 1그루를 제외한 교목 40그루는 공동주택 단지 내에 이식하는 등 시행사가 자체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시행사는 이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자체 활용이 결정된 나무를 모두 벌목했다.

 

20년 동안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최 모(47) 씨는 공기 정화나 도시 미관에 큰 도움이 되는 가로수가 재개발 명목 아래 베여 아쉽다수십 년 전부터 자연 조성된 가로수길인 만큼 벌목보다는 다른 장소에 이식하는 등 나무를 살리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래구 관계자는 시행사에 공동주택 단지 내 이식 등 자체 활용하라고 회신했을 뿐 벌목을 승인한 사실은 없다폐기 및 자체 활용 조건으로 동일한 수량만큼 우리 구에서 지정한 위치에 수형이 우수한 교목을 심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만큼 다른 장소에 충분한 수목이 심길 것이라고 말했다/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사하구도 아파트 미분양 사태부산 관리지역확산 우려

사하 지난달 미분양 538가구괴정동 아파트 물량 쏟아진 탓

HUG 관리기준 500가구 넘어부산진·영도구 이어 지정 가능성

건설사 사업 추진 차질 불가피, 부산 전역 미분양은 5228가구

부산 기장군과 부산진구 영도구에 이어 사하구의 미분양 주택 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 기준인 500가구를 넘었다. 이외 지역에도 미분양 사태가 잇달아 미분양 관리지역이 확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부산시는 지난달 기준 부산의 미분양 주택 수는 전달(5224가구)보다 4가구 늘어난 5228가구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전달(606가구)보다 1가구 줄어든 605가구였다. 부산의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73266가구로 3000가구를 넘었고 12월에는 4153가구로 4000가구를 넘기더니 지난 1월에는 5224가구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 오름세는 주춤했지만, 미분양 주택 수가 별로 없었던 사하구의 미분양 주택 수가 전월 255가구에서 538가구로 283가구 급증했다. 사하구 괴정동 A아파트의 496가구 분양 물량 중 291가구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사하구 전체의 미분양 주택 수가 많이 늘었다. 사하구와 함께 사상구의 미분양 주택 수가 전월과 비교해 소폭(293298가구) 늘었는데 나머지 지역에서는 미분양 주택 수가 전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일부 줄었다.

 

문제는 사하구의 미분양 주택 수가 늘어나면서 사하구도 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HUG는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구 중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거나 해소량이 저조한 지역 등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

 

실제 지난달 부산진구와 영도구도 지난 1월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를 넘어서면서 곧바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부산진구는 미분양 주택 수가 전달(361가구)보다 무려 779가구나 늘어난 1140가구를 기록했다. 영도구도 199가구에서 665가구로 미분양 가구 수가 급증했다. 두 지역 모두 특정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이 많이 늘었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사업용지를 매입할 때 분양보증 예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토지를 매입했어도 분양보증을 발급받으려는 사업자는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던 건설사는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에는 부산 기장군, 부산진, 영도구를 포함해 38곳이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부산의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사업자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의 미분양 현황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남해에 조성된 11곳 바다숲어획량 배로 늘어

수자원공단, 3년간 실적 보고

- 어류 출현 종수도 1.4배 증가

 

남해안에 11개 바다숲을 조성한 뒤 어획량이 배로 늘고 어류 출현종도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 남해 바다숲을 조성한 후 어류 출현 종수가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공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2018년 남해 바다숲 사업 생태·자원학적 효과조사 결과 보고회를 지난 21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바다숲 조성은 갯녹음이 발생하거나 예방이 필요한 해역에 해중림초를 설치하거나 해조류를 이식해 해양생물이 서식하기 좋은 해조군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단은 환경 오염, 지구온난화, 수온 상승 등으로 갯녹음 발생 면적이 확산되면서 해양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수산자원이 감소하는 등 위태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이 사업을 진행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남해안에 조성된 11개 바다숲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년간 단위노력당 어획량(CPUE)은 평균 2, 어류 출현 종수는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노력당 어획량은 총어획량을 총어획 노력으로 나눈 것으로 자원량 지수로 사용되는 수치다.

 

바다숲 조성 전후 출현 어류 종수를 비교해보면 2015년 조성한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는 13개종에서 24개종으로, 경남 사천시 신수도는 6개종에서 10개종으로 늘어났다. 2017년 조성한 경남 거제시 구조라와 망치해역에는 8개종에서 14개 종으로 출현종이 다양해졌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본부는 올해에도 새로운 남해바다숲 조성을 위해 39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국제 이민용기자

 

이상기상 한해 10차례이상고온·이상과조 증가 경향

농업과학원 61개 지점 36년 자료 조사

이상기상 연평균 9.83회로 갈수록 늘어

이상고온 강원 원주 1.17회로 가장 많아

이상강수는 경북 영덕 8.7회로 가장 많아

기후변화로 증가 추세 농업적응책 필요

 

꽃샘추위가 절정을 보인 지난해 48일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겨울 외투를 입은 아이를 안고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47~8일 전북 임실의 최저기온은 각각 영하 0.4도와 영하 2.3도를 기록했다. 12일 동안 최저기온이 영상을 유지하고 이틀 전까지도 10도 가까이 치솟았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권으로 돌아서며 움트던 싹들이 얼어 죽는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전북 전체의 꽃샘추위 피해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0배인 29에 이르렀다.

 

꽃샘추위는 기상 용어가 아니다. 어느 계절에 어떤 상황을 꽃샘추위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상기상 현상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세계기상기구(WMO)25년에 한 번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는 정도의 특이하고 아주 드문 기상현상을 이상기상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기후요소의 관측값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면 3년에 한 번 정도는 정상범위를 벗어나고 25년에 한 번 정도는 평균으로부터 표준편차 2배 범위를 벗어난다고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떤 기후요소가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전제를 한 것이다. 기상현상 발생은 정확하게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기에 미국 해양대기청(NOAA) 국가기후자료센터(NCDC)는 한 지역에서 과거에 관측된 기상자료를 크기 순으로 나열해 최상위나 최하위 10%에 들면, 10년에 한 번 미만으로 발생하면 이상기상으로 본다.

 

국립농업과학원 연구팀이 학술지 <한국기후변화학회지>(JCCR)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1981~201636년 동안 이상기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1997년으로 평균 14.31회였다. 가장 적었던 해는 1983년으로 평균 5.85회다. 연구팀은 이상기상을 기온(고온·저온), 강수량(다우·과우), 일조시간(다조·과조) 세 가지 요소에 국한해 세계기상기구가 정의한 방식으로 기상청 소속 61곳의 관측지점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했다.

 

기온의 경우 36개 지점 연 평균기온은 12.6도로, 10년에 0.316도씩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가운데 2016년 연 평균기온이 13.7도로 가장 높았고, 1981년이 11.5도로 가장 낮았다. 강수량은 연 평균 1358.1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는 없었다. 2003년이 1913.3로 가장 많았고, 1988년이 898.0로 가장 적었다. 일조시간은 연 평균 2227.5시간으로 조사기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1982년이 2479.9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2007년이 1924.0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세 요소를 모두 합한 여섯가지 이상기상 발생 횟수는 연평균 9.83회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 요소 가운데는 이상고온과 이상과조는 많이 증가한 반면 이상저온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상강수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36년 동안 61개 관측지점에서 연평균 이상기온은 1.69회 발생했는데, 이상고온이 0.84, 이상저온 0.85회로 비슷했다. 이상기온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충북 청주로 연평균 2.11회가, 가장 적은 곳은 제주 성산으로 1.25회가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02년이 4.75회로 가장 많았고, 1982년이 0.18회로 가장 적었다.

 

이상고온은 2014년에는 3.02회나 발생한 반면 1995년과 1996년에는 모든 지점에서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상고온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강원 원주로 연 평균 1.17회가 발생했다.

 

이상강수는 조사기간 전 지역에서 연 평균 6.7회가 발생했으며 이상다우(2.09)보다는 이상과우(4.61)가 많이 발생했다. 이상 강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북 영덕으로 연 평균 8.67회가 발생했으며, 가장 적은 곳은 울릉도로 4.83회였다. 연도별로는 1997년이 가장 많았고(10.93), 1983년이 가장 적었다(3.92).

 

이상일조는 연 평균 1.4회가 발생했는데, 이상다조(0.48)보다는 이상과조(0.96)가 두배 많았다. 이상일조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강원 대관령으로 연 평균 2.03회가, 가장 적었던 지역은 강원 홍천과 충남 보령으로 연 평균 1.06회였다.

 

세 가지 이상기상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북 영덕과 영천으로 각 연평균 11.78회와 11.47회가 발생했다. 가장 적게 발생한 곳은 울릉도(7.36)와 제주(8.08), 이들 지역을 제외한 내륙에서는 광주가 8.31회로 가장 적었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남동쪽인 남부 해안과 영남 내륙을 중심으로 이상기상이 많이 발생하고 남서쪽인 차령남부 평야와 호남 내륙, 노령소백산간지대에서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해 작물의 생육과 생산성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미래에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최근 이상고온과 이상과조의 증가 경향을 고려해 고온과 일조 부족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농업부문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