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221 한겨레-내일
221 한국-국민
220 한국-한겨레
220 내일-국민
220 국민/ 219 한국
219 한겨레=프레시안
219 국제-국민
219 중앙-미디어오늘
219 내일-중앙
218 한국-한겨레
218 내일-국제
218 국민-경향
217 한국-한겨레
217 내일-국제
217 경향
221 ~217경향 장도리
소치는 올림픽이 아니다 221 프레시안
[소치 인사이드] 김연아의 '절대 연기', 빛나는 감동
21일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 경기에서 김연아가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많은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편파판정을 예상한 팬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소치 올림픽 개막 이후 "'소주에 치킨 먹으면서' 보는 올림픽이라고 편하게 여긴 팬들일수록 '김연아의 빼앗긴 금메달'에 충격이 컸다. 이제 많은 팬들은 "소치올림픽이 아니라 '수치올림픽'으로 기억하겠다"는 표현에 공감하고 있다.
사실 소치동계올림픽은 처음부터 푸틴과 러시아의 영광을 세계에 알리는 '기획 이벤트'라는 지적이 있었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 하계올림픽 역대 최대 비용을 능가하는 무려 5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것에서 보듯, 소치동계올림픽은 나치 독일이 '정치행사'로 만들었다는 베를린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스포츠대회를 유치한 주된 목적이 '정치 행사'라면 이왕이면 '이벤트 효과'가 가장 큰 종목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차지하려고 노리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푸틴이 '동계올림픽의 꽃'이라는 아이스하키장을 직접 찾은데 이어, 대중적 인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여자 피겨의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직접 응원까지하겠다 나섰을 때부터 이 종목의 금메달은 '푸틴의 하사품'이 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피겨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 스캔들"
김연아가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됐다는 판단은 상당한 '객관성'을 갖고 있다. 외국 언론들과 전설적인 역대 피겨 메달리스트들의 반응도 이례적일 정도로 비판적이다.
BBC 방송의 캐스터는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순서로 나선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본 뒤 감격한 목소리로 "금메달입니다. 무결점 연기"라고 전한 뒤 점수가 발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LA타임스의 빌 플라시케 기자는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SNS에 "김연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고 소트니코바보다 나았다. 만약 김연아가 5분 후 올림픽 챔피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면 이건 엄청난 스캔들이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최종 점수가 발표되자 플라시케 기자는 "김연아가 졌다니 믿을 수 없다. 이것은 완전한 스캔들이다. 러시아의 소트니코바가 이기고 팬들은 미쳐버리고 김연아는 사라지고, 완전히 잘못됐다"고 적었다. 플라시케 기자는 "러시아는 어젯밤 아이스하키에서 진 뒤 챔피언이 필요했고 한국 금메달을 뺏어 하나를 얻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 역시 '스캔들'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CBS는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이 끝나자 "올림픽 2연패 주인공이 탄생했다"고 미리 단언할 정도였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소트니코바가 심판 판정 덕에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면서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올림픽 중계 채널인 NBC방송은 경기결과가 발표된 직후 자사 트위터에 "김연아가 은메달을,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코스트너가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 결과에 동의 하십니까?"라고 석연치 않은 판정이라는 불만을 드러냈다. NBC 캐스터인 알렉스 골드버거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트니코바는 잘 했지만, 김연아는 도둑 맞았다"라고 썼다. 스포츠 전문 방송인 ESPN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빙판 위의 홈 어드벤티지', ‘집에서 요리한' 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억지 금메달'이라는 시각을 보여줬다.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역대급'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올림픽 2연패' 카타리나 비트는 독일 국영 ARD방송 해설위원으로 나섰다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분노했다.
1948과 1952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미국 피겨의 전설 딕 버튼 역시 SNS을 통해 "연아야,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금메달이나 '2연패'를 떠나 이날 정말 놀랍고 감격적인 순간은 역시 '김연아의 절대 연기'였다. 소트니코바에게 말도 안되는 가산점을 주어지는 것을 알고도,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때 못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김연아는 이미 심판의 점수가 아닌 자신만의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준비를 하면서 심리적·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 그것을 이겨냈다는 것에 120점을 주고 싶다. 제가 평가하는 제 점수는 100점 만점에 120점입니다."
'영원한 피겨 여왕'으로 남게 될 김연아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연아의 라이벌은 유럽 심판들?220 프레시인
외국 중계방송들 "이해할 수 없는 낮은 점수"
우려했던 상황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19일(현지시각) 열린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유럽 심판진들은 유럽 선수들에게 점수 ‘퍼주기’를 강행하며 3위 안에 유럽 선수 2명을 포진시켰다. 김연아 선수가 프리 프로그램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고 해도 심판진의 점수 퍼주기로 1위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럽, 20년 ‘노 골드’ 한(恨) 풀겠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 피겨 여자 싱글 부문에서 금메달을 가져가지 못한 유럽이 이번에는 우승자를 만들어 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은 94년 올림픽 당시 우크라이나의 옥산나 바이울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권좌를 차지하지 못했다.
마침 이번 피겨 여자 싱글의 주요 심판진이 모두 유럽 심판들로 꾸려졌다는 점도 이런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선수가 수행한 기술이 제대로 됐는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테크니컬 컨트롤러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라케르니크 러시아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기술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는 테크니컬 스폐셜리스트에는 프랑스와 핀란드 심판이, 심판들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레퍼리는 스위스 심판이 맡고 있다.
이러한 심판진 구성은 곧 유럽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선수들의 점수를 깎을 수도, 더 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쇼트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이러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유럽 선수 누구든 클린 연기만 해. PCS 점수는 맘껏 올려줄게”라고 작정한 것처럼 소트니코바와 코스트너에게 퍼준 점수가 이를 증명한다.
'김연아 금메달 되찾기' 서명, 반나절만에 100만 돌파 221 프레시안
'연아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 보도…청원 수용 가능성은 낮아"김연아 금메달 되찾기 서명운동'이 폭발적인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인권 회복 청원 홈페이지인 ‘체인지(change.org)'에 편파판정에 대한 조사와 재심사를 국제빙상연맹(ISU)에 요청하는 청원은 21일 오후 1시 50만 명을 넘어선 뒤 오후 6시 현재 130만 명을 넘어섰다. "100만 명을 넘으면 ISU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희망 정족수는 이미 훌쩍 넘긴 것이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 피겨 페어 종목에서 편파판정 문제로 판정이 번복된 이후 또다시 ISU가 조사를 할 정도의 편파판정 문제가 나오면 '올림픽 종목 퇴출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에 이번 청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미국 NBC 방송은 피겨스케이팅 프리프로그램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김연아가 백스테이지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포착해 소개하면서 팬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향 낮은 목소리로]23년 동안의 분노, 그리고 고독221 김별아
이게 과연 심리학에서 말하는 ‘망각의 역현상’인지, 어제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주제에 이십삼년 전 그날이 그린 듯 생생하다. 그날은 어버이날이었다. 4월26일 사복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명지대 신입생 강경대의 시신이 모교 병원의 영안실에 안치된 후, 얼결에 투쟁의 중심지가 되어버린 학교를 지키며 열이틀째 철야농성을 하던 불효녀에게는 쇳덩이를 삼킨 듯 마음이 무거운 날이었다. 당연한 일상을 영위하기엔 부당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강경대가 죽고 사흘 뒤에 전남대 박승희가 분신했다. 박승희가 죽고 이틀 뒤에 안동대 김영균이 분신했다. 김영균이 죽은 이틀 뒤에 경원대 천세용이 분신했다. 다시 사흘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목숨을 끊은 이들은 모두 나와 엇비슷한 연배의 스물서넛 살, 죽음을 껴안기엔 아직 창창한 젊음이었다.
다른 삶, 나은 세상을 위해 죽음을 매개로 싸운다는 건 참혹한 모순이었다. 아무리 유구한 신화를 들추어 불과 물의 정화를 말해도 두려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강경대를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칠 때마다 가슴에 절망의 검은 물이 배었다. 총학생회실에 비치된 팩시밀리는 사흘이 멀다 하고 ‘열사’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사진을 토해냈다. 그것들을 검은 테두리의 사진틀에 담아 도서관 앞에 마련한 분향소에 봉안했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어떻게 하면 이 불가해한 현실 속에서 그들을 ‘계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혼돈과 공포, 그해 5월의 ‘괴물’은 그 틈새를 음험하게 파고들었다.구겨진 유인물과 쓰다만 플래카드가 쌓인 학생회실 한구석에서 집행부들과 조회를 하다가 비보를 들었다. 전민련 간사 김기설이 조금 전 로터리 건너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 투신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적으로 나와 친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어젯밤, 바로 몇 시간 전, 무슨 문건인가를 정리한다며 워드프로세서 앞에서 궁싯거리던 그를 보았던 것이다. 조금은 산만하고 우울해 보였던가? 아니, 우리 대부분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그의 깊은 고독을, 뒤이어 펼쳐질 비열한 날조극을.처음에는 웃었다. 유서를 대필했다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그런데 상황이 조금씩 기묘해졌다. 세 사람만 우겨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더니, 공안 검찰의 압박 공세와 권력의 확성기가 되어버린 언론의 여론몰이 속에 그 황당한 ‘썰’은 어느새 ‘사건’이 되어 ‘사실’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미 네안데르탈인 시대부터 ‘슬픔의 의식’으로 자리 잡았던 한 인간의 죽음이 조롱당하고 왜곡되는 일은 그토록 짧은 시간, 지극히 추상적인 증거만으로 가능했다.
그 일은 언제부터인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게 되었지만, 음모의 본질을 “고발한다!”고 외쳤던 작가 에밀 졸라는 한국에 없었다. 하필이면 어린이날, 동심과 백만 광년의 거리가 있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옛 시인의 일갈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예언처럼 ‘검은 유령’이 사건을 장악했다. 김기설은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 올라가 시너를 몸에 뿌리고 라이터 불을 붙인 뒤 16미터 아래 땅바닥으로 떨어져 죽었다고. ‘자살방조죄’로 판결 난 그날의 사건은 한 사람의 인생을 산산조각냈고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무참히 모욕했다. 전자는 그로부터 23년 동안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간난고초를 겪은 강기훈이요, 후자는 결국 결손가정 출신에 고등학교 중퇴자로서 스스로 ‘이타적 자살’을 할 자격조차 없다고 낙인찍힌 김기설이었다.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서야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는 강기훈씨의 얼굴이 내게는 낯설다. 분노와 억울함으로 몸부림치던 청년은 잔인한 세월을 오직 진실에 의지해 견디는 동안 병든 초로의 오십객이 되었다. 그가 재판정에서 했던 최후진술 전문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읽었다. 짐짓 담담한 문장의 행간에 꿍꿍 윽박은 23년의 분노와 슬픔과 회한이 숨 막히게 아팠다. 그의 소망대로 이제는 놓여나기를 빈다. 그는 말마따나 할 만큼 했다.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충고를, 상고니 뭐니 다시금 죄를 더하려는 이들이 부디 새겨듣길 바란다. 준엄한 시간의 법정은 누가 진정한 죄인인가를 마지막까지 판정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다.
염수정 추기경 "사제단 신부 주장, 완전히 비이성적" 220 오마이뉴스 강민수
바티칸 일간지와 인터뷰서 밝혀... 사제단 신부들 반발
염수정 추기경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천주교 전국정의평화구현사제단(아래 사제단)을 두고 "사제단 신부들의 주장은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바티칸 교황청이 발행하는 일간지 <로세르바또레 로마노>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염수정 추기경은 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민주주의가 들어섰는데도 사제단은 계속 집권세력과 맞서고 있다"는 질문에 "사제단 신부들의 주장이 완전히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 안에서 살고 있어서 통치자가 지지를 잃어버릴 경우 대중은 5년에 한 번씩 이를 바꿔버릴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보다 대중의 필요에 자신들의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라며 "만일 지금 이대로의 방법론을 고집할 경우 그들은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지금 교회에 대해서 행하는 분열의 이미지는 분명히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전주, 수원, 거제, 원주, 광주 등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열어왔다. 오는 24일에도 부산에서 시국미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에 염 추기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던 지난해 11월 "사제는 정치, 사회 문제에 직접 개입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사제단 소속 신부들 반발 "안이한 인식"... 추기경 서임식은 22일 예정
염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사제단 신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사제단 소속의 한 신부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987년 이후 대한민국이 어떤 민주주의를 이뤘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며 "독재 권력이 물러났지만 그 이후 재벌 독재 등 새로운 독재가 등장한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이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추기경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복음의 기쁨>을 통해 '교회를 벗어나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걸 읽으신 분이 우리를 두고 비이성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 있고 배부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을 해야 이성적인 것인가"라며 "추기경이 되고 나니까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제단 측은 논의를 통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염 추기경 비롯해 19명의 새 추기경을 공식 선포하는 서임식은 오는 22일 오후 7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어르신, 화끈하고 쏙쏙 들어가죠? 220 한겨레
특집] 10% 넘어선 종편 4사 시청점유율
장노년층 겨냥 ‘막말·선정’ 정치 콘텐츠로 선거 특수 기대
“70대 광주시민이면 옛날 동교동 사고일 겁니다. 집권을 하려니깐 적자가 시원치 않아서 서자를 들였잖아요, 노무현 때부터. 그 뒤에 계속 서자를 들여오고 있죠, 문재인까지. 그런데 이제 서자가 시원치 않으니깐 양자라도 안철수를 들여와서 다음에는 무조건 집권해보자, 뭐 결국엔 그겁니다. 신당이고 희망이고 다 의미가 없고요, 어쨌든 될 놈을 갖다가, 서자든 양자든 있는 놈 다 데리고 오자….” -2월3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
“될 놈… 있는 놈” 난무하는 육두문자
‘노무현·문재인은 서자, 안철수는 양자’. 야권을 깎아내리려다보니, 지나치다 싶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인기는 높아져만 간다. <미디어오늘>은 1월13일 2013년 하반기 종합편성채널(종편) 4사의 시청점유율이 11.35%를 기록해, 2012년 상반기(4.43%)에 견줘 2배 넘게 성장했다고 전했다. 지상파 시청점유율이 50% 선을 내주며 하락(52.35%→48.86%)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민들은 종편에 적응해가고 있다. 지난 2월11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자영업자 ㄱ(52)씨는 대합실 텔레비전으로 MBN 뉴스를 보며 “종편은 대담과 논평 형식으로 풍부한 정치 이야기를 전해줘서 좋다”고 했다. “종편이 시원시원하다. 이제 평범한 지상파 뉴스는 재미가 없어서 못 보겠다. 어떨 땐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지만, 일단 재미있으니 계속 보게 된다.” ㄱ씨는 종편 개국 때만 해도 종편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나,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시청자가 됐다. 그사이 텔레비전 화면 아래쪽엔 새빨간 띠에 큼지막한 글씨로 ‘뉴스 속보’란 자막이 떴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플랜’ 기자회견 관련 소식이다. 이미 예고된 일정에 대한 속보 자막, 지상파 방송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종편이 쏟아내는 편파와 막말의 대상은 민주당인 경우가 많다. 한때 ‘부당한 탄생’을 이유로 출연을 거부했던 민주당은, 대선 뒤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로 출연을 시작한 것. 그러나 이것은 종편이 ‘균형 방송’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건설업자 ㄴ(72)씨의 평가다. “나는 개인적으로 MBN보단 TV조선을 좋아한다. 좌우 상관없이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치우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TV조선에 등장하는 인사들이 중량감과 균형감이 있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하는데, 내 주위 사람들은 거의 다 본다. 보는 사람들은 다 보는 것 같다.”
종편에 출연하면서 민주당이 점수를 얻을 리도 만무하다. 같은 날 서울역에서 만난 ㄷ(73)씨는 “민주당이 나오면 TV를 안 본다. 헐뜯고 비난하는 데 능한 사람들이다. 집권당을 헐뜯는 게 유독 심하다”고 했다. ㄷ씨는 사람들 속에 섞여 역사 대합실에서 채널A <쾌도난마>를 시청 중이었다. “집에 있기 심심해서 잠깐씩 바람 쐬러 서울역에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데모를 한다. 대통령이 여자라고 얕잡아보는 것 같다.”
종편의 시사프로그램만 인기를 얻는 건 아니다. 대학생 ㄹ(25)씨는 최근 어머니(50)와 이야기를 나누다 종편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전업주부라 평소 뉴스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 숙청 관련 사항을 자세히 언급하며 “북한이 곧 망할 것 같다”고 했다. MBN의 시사성 예능프로그램 <아주 궁금한 이야기>(아궁이) ‘김정은 편’(1월10일)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이 높게 나왔고, 제작진은 2월10일 또다시 북한을 다뤘다. 사실관계가 불투명한 장성택의 엽색 행각과 리설주와의 염문도 다뤄졌다.
북한 관련 소식은 종편 시청자들의 주요 ‘시청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서울역 인근 주민인 80대 ㅁ씨도 날마다 오전 10시면 서울역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집으로 간다. “종편 뉴스를 보는 걸 좋아한다. 김정은이 깨지는 걸 보고 싶어서다. 북한 이야기가 많은 TV조선이 최고다. 평론가들이 나이 든 사람들이 잘 알아듣게 친절하고 자세히 뉴스를 해설해주니까 보기 편하다.”
‘북한 때리기’에 열광하는 노년층
종편은 탄생 이래 지나친 편향성에 대한 지적을 무수히 받아왔다. 사람들은 그걸 모를까? 텔레비전 접촉 시간이 자영업자들에 견줘 월등히 적은 직장인들은 민감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직장인 ㅂ(57)씨는 “종편은 현실과 맞지 않는 일방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TV조선이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은, 뉴스를 오락처럼 느껴지게 해서 불쾌하다. 나는 신뢰감을 주는 KBS와 MBC밖에 안 본다”고 했다. 40대 직장인 ㅅ씨는 대뜸 “종편은 안 본다”고 했지만, 이야기를 할수록 애청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조금씩 본다. 젊은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려고 JTBC <마녀사냥>도 챙겨본다. 처음 나왔을 땐 정말 하나도 안 봤는데, 점차 예능 쪽은 보게 되는 것 같다.”
자영업자들도 인식은 하고 있었다. TV조선 프로그램을 시청 중이던 고속버스터미널의 한 식당에 들어가 주인에게 “종편을 좋아하냐”고 묻자, “우리는 YTN만 본다. 손님들이 해놓고 갔다”며 채널을 돌려버렸다. 서울역 근처 식당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채널A와 TV조선을 시청 중이던 식당 4곳에 들어가 같은 질문을 하자, “잘 모르겠다” “손님들이 틀어놓고 갔다”며 채널을 돌리거나 텔레비전을 아예 꺼버렸다. 이 가운데 2곳은 1시간 뒤에 다시 갔더니, 앞서 보던 종편으로 돌려놓은 상태였다.
과일가게를 하는 ㅇ(50)씨는 자영업자들의 이런 반응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종편은 편파 방송이다. 잘 안 보지만 가끔 집에서 본다. 가게에는 주로 YTN을 틀어놓는다. 확실히 종편이 재미있긴 한데, 사람들이 종편에 대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어서 가게에서 보기는 좀 껄끄럽다. 그런 면에서 YTN이 가게에서 틀어놓기엔 무난한다. 하지만 좀 지루하다.” 식당 주인들의 ‘종편 비시청자 연기’는, 종편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진 않음을 방증한다.
최근 소치 겨울올림픽 방송으로 인해 낮 시간대에 줄기차게 종편 시사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곳은 드물었다. 그러던 중 TV조선은 2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안현수(빅토르 안)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선수 관련 발언을 속보로 전하며, 안철수 의원이 마치 러시아로 귀화한 것처럼 자막에 오타를 내어 입길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때문에 관심을 잃은 종편이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해 의도한 실수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6월 월드컵, 악재일까 호재일까
4년에 한 번 6월에 치르는 한국의 지방선거는,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 6월에 실시되는 월드컵 축구와 일정이 항상 겹쳤다. 온 나라가 월드컵으로 떠들썩해지면서 선거도 선거방송도 뒷전이 되기 십상이었다. 이번 월드컵(6월12일~7월13일)은 지방선거(6월4일)와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고 일주일 뒤에야 월드컵 방송을 볼 수 있다. 종편에는 다행일까, 불행일까? 여당과 야당엔 또 어떨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시장에 큰 영향 없을 것" 220미디어오늘
또 하나의 부동산 부양정책… 시민단체 "더 풀 게 없다보니 아무거나 다 풀어"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고 명명했지만 또 하나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연두 업무보고에서 각종 규제완화를 비롯한 주택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폐지 △재건축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완화 △수도권 민간택지 주택 전매제한 완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확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정부의 주택 정책은 부동산 투기세력에 의지해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조합원 1인당 3000만 원 이상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큰 특별한 재건축사업에 한해 적용된다. 참여연대는 "해당 제도를 굳이 폐지하는 것은 올해 재건축이 예정된 강남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기 위한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금은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기반시설설치 기금으로 조성돼 낙후된 재개발 지역의 도로, 상하수, 공원, 학교 등의 설치재원으로 사용된다"며 "특혜를 통해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하지 않고, 낡고 영세한 주거환경에 놓인 영세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무슨 자금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전매제한 등 투기억제책을 폐지해 부동산 거품을 지탱할 속셈"이라며 "국회가 '투기·불로소득 조장부'로 전락한 국토교통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주택시장이 과열된 2006년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 상승을 방지해 서민주거 안정을 이루기 위해 도입됐다. 경실련은 "그동안 환수제도가 부과된 곳은 4곳에 불과했고, 올해까지 유예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폐지하려는 이유는 대규모 불로소득이 예상되는 강남권과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성을 더욱 높혀 집값 거품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정남수 선대인경제연구소 자산시장팀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다"며 "현재 재건축 단지 가격이 지금 너무 올라, 폐지해도 일부 강남 주택을 빼고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은 공공의 자원을 들여 개인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 이익을 환수하는 게 정당하다"며 "환수제 폐지는 개인의 재테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은 "재건축해서 이익이 생기면 (공공과 개인이) 반반씩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땀 흘려 일한 근로소득에 소득세가 36%정도 붙는다"며 "소득의 3분의 1은 세금으로 걷어서 공통 비용으로 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개발이득은 불로소득이라 50%를 환수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근로소득보다 덜 걷는 건 땀 흘려 일하지 말고 열심히 투기, 투자하라고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무원은 머슴, 정치인은 심부름꾼이며 국민이 주인"이라며 "상머슴(국통부장관)이 심부름꾼 대표(대통령)에게 대다수 주인(국민)의 생각과 다른 정책을 보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의지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서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많이 표현하고 있어서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강남에 혜택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서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지 등 주요 언론은 20일 '부동산 대못 뽑혔다'는 내용의 기사로 시장 활성화 분위기 조성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부동산 대못 규제 뽑힌다” 주택시장 화색>(동아일보), <부동산 경기 띄우기 총력… 주택시장에도 봄은 오는가>(세계일보) 등 기사가 뒤따랐다. 조선일보는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종부세 규제도 완화해야>라는 기사로 추가 규제 완화를 주문했고, 문화일보는 <주거의 質 높일 수 있도록 反시장 규제 더 풀어야>라는 사설을 냈다.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상봉장 '눈물바다'220 머니투데이뉴스
(종합)이산가족 60여년 만에 만나… 2박3일간 아쉬운 '11시간' 혈육의 정 나눠
"늙었다"64년 만에 처음 만난 아들을 본 강능환 할아버지(93)의 첫 마디였다. 황해도가 고향인 강 할아버지는 1·4후퇴 때 남으로 내려왔다. 부인의 뱃속에 아이가 생긴 지도 모른 채였다. 강 할아버지는 한 눈에 64살의 아들을 알아봤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굽은 등과 갸름한 얼굴 누가 봐도 아버지와 아들이었다.
강 할아버지는 "한 번 안아보자"며 처음 본 아들을 꼭 안아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 할아버지를 모시고 남쪽에서 온 아들이 대신해서 "제가 동생입니다. 형님. 정말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20일 남북 이산가족들이 60여 년간 꿈속에서만 그리던 가족들과 금강산에서 상봉했다. 이날부터 3일간 1차로 진행되는 행사의 남측 상봉단(상봉대상자 82명, 동반가족 58명)은 이날 오후 3시 북한에 살고 있던 가족 178명과 만났다.
상봉행사가 이뤄진 금강산호텔은 눈물바다였다.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60여년 만에 보는 가족들을 부둥껴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혈육의 정을 나눴다.
특히 이날 상봉에서는 19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으로 끌려갔던 최영철씨(61)와 박양수씨(58)도 남측 가족들과 만났다. 박씨는 1972년 12월28일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납북됐다. '오대양호 납북 사건'이었다.
박씨는 남쪽에 살고 있던 동생 양곤씨(52)를 만나자 마자 서로 얼싸안고 오열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양곤씨는 "행님아"라고 양수씨를 불렀다. 양수씨는 북쪽에서 결혼한 리순녀씨(53)를 41년 만에 동생에게 소개했다.
이번 상봉 최고령자인 김성윤 할머니(96)도 동생을 만났다. 김 할머니는 동생 학순씨와 옛 사진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을 처음 봤을 땐 살짝 눈물을 보였지만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정한 모습으로 그 누구보다 쾌활하게 상봉을 진행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의 유언장을 들고 온 김명복씨(66)를 북쪽에 살고 있던 누나 명숙씨(68)에게 전달했다. 62년 만의 만남이었다. 부모님과 3남매 중 큰 누나인 명숙씨만 북쪽에 두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는 평생을 명숙씨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봤다. 명복씨는 "아버님이 누님을 기다리다가 10년 전에 돌아가셨어. 누님 얘기를 얼마나 많이 하시던지"라며 누나의 손을 잡았다. 누나 명숙씨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다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구급차로 이동, 입경절차를 별도로 밟은 김섬겸 할아버지(91)와 홍신자 할머니(83)는 남북합의가 되지 않아 비공개로 가족을 만났다. 타고 갔던 구급차 안에서다. 이들은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상봉의지를 보였다.
리조트 참사 후속 대책이 '신입생 환영행사' 금지? 220 프레시안
'위험공화국', 근본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 나올 줄 알았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대학교 학생회 주최의 신입생 환영회 금지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재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1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학교와 관계없이 학생회 단독으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 등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통 신입생 대상 오리엔테이션은 학교 측에서 주최하는 2일 정도의 학교 생활 및 학사 안내 행사가 이뤄지고 학생회 주최의 환영회가 1박 2일 정도 열린다.
이번 참사에서 학생회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못 할 것이다. 학생회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의 안전 문제를 충분히 점검해야 했다. 그런데 이건 ‘학생회’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학교가 주최를 했더라도 안전 점검이 미흡했으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고를 거대 기업이 짓고 운영하는 리조트 시설의 안전 불감증 문제, 폭설에도 불구하고 시설물 안전 관리에 치밀하지 못 했던 관계 당국의 책임이 분명한데도 이렇게 ‘학생회라서 문제’라는 식으로 나오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어디 이런 참사가 한두 번이었나. 2011년 7월 춘천 마적산 산사태로 대학생 10명 등 13명이 숨졌다. 대학생들은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의 봉사활동을 금지시키지 않는다. 2013년 7월에는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고등학생 5명이 숨졌다. 비인가 사설 캠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이런 저런 명목의 수련회 시설이 버젓이 운영 중이다.
학생들과 관련된 가장 흔한 사고가 ‘수학여행 버스 참사’다. 거의 매년 일어나지만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1999년 경기도 화성의 한 수련시설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500여 명 중 19명, 교사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었다. 그 당시 피해를 키웠던 원인으로 지목됐던 것은 무허가 콘테이너 가건물이었지 단체 수련회를 금지 시키지 않았다.
‘학생회 단독 행사 금지’ 발상에는 대학생들을 여전히 미성년 상태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한다. 혹시 그런 것이라면 그런 시각에도 일리는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학원 뺑뺑이에 과외 등 입시 교육에만 시달리던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했다고 갑자기 성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이라면 인정하겠다.
그게 아니면 ‘학생회’라는 이름이 무조건 싫은 건 아닌가. 등록금 좀 올리려면 학생회가 시비를 걸고, 학생회는 운동권들의 의식화 통로라는 편견에 여전히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막 입시에서 해방돼 인생을 펼칠 꿈을 꿀 찰나,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하늘로 갔다. 우리 모두 애통하고 비통하고 참담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지하게 성찰하며 사고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저마다의 입장에 끼워 맞춰서 아전인수 격으로 이번 참사를 이용하고자 하는 무리가 없기를 바란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박근혜 정부 '낙하산 파티'가 시작됐다220 프레시안
'친박'이면 전문성 없어도, 비리 저질러도 낙하산 OK?
'파티'가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공공기관 개혁을 역설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낙하산'이 공공기관에 무차별 투하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2년 12월 25일,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낙하산 인사는)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공공기관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파티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말이 무색하게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는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 근절'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권 초반에는 정치권 인사, 정권 후반에는 청와대 인사가 공공기관을 장악하는 게 '낙하산 공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등 역대 정권 초반에는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공공기관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권 후반, 선거 출마 등을 위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그 자리를 청와대 등 권력 기관 출신들이 메웠다.
박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던 당시를 보자. 2012년 12월 한달에만 청와대 출신 인사 6명이 코트라 등 공공기관의 요직에 내려 앉았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 정치권 인사들의 낙하산 실태를 들여다 보면,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낙하산 공식'을 그대로 밟아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친박'이면 전문성 없어도, 비리 저질러도 낙하산 OK?
검사 출신인 이상권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전기안전공사 신임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21일 오후 취임을 하게 된다. 이 의원은 인천지검 부장검사 출신으로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검사 출신이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전문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7대, 18대 총선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연거푸 패했고, 송 시장이 인천시장에 출마하며 생긴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2007년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 인천 지역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친박 인사다.
지난 17일에는 이강희 전 의원, 조전혁 전 의원,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최교일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3명이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에 선임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전혁 전 의원은 전교조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무모한 일을 벌여 전교조에 배상금을 물었던 인사다. 지난해 2월에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대주주여서 사실상 정부 소유 회사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사외이사를 지낸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 취임했다. 지난해 10월 보궐선거 때 서청원 의원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김 전 의원이 보상을 받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친박 중진인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 불출마 선언을 한 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유세지원단장으로 맹활약 했었다.
기술보증기금 감사에는 최근 친박연대 출신 박대해 전 의원이 임명됐다. 예금보험공사 감사에는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서산·태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던 문제풍 씨가 임명됐다. 대한석탄공사 상임감사에는 최근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출신인 황천모 씨가 임명됐다. 서울 광진구 갑에 새누리당 후보로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에 임명됐다. 용산 참사 책임자였던 이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이 전 청장은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신청서를 내밀었던 인사다. 한국철도공사 최연혜 사장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출신이다.
한국투자공사 사장에 임명된 안홍철 사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 중앙선대위 직능총괄본부 특별직능단장을 맡았었다.
안 사장은 과거 자신의 트위터에 "노무현 정권은 종북 하수인? 노무현이 청와대서 직접 밥 받아 먹는 등 격식 안 찾아 감동했더니 '전부 빨갱이'란 언론인 출신 친구말이 맞네"라는 글을 올리고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 문재인과 그 일당들이요"라는 글을 리트윗하는 등 야당 정치인에 '종북' 딱지를 붙였던 사실이 밝혀져 최근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마사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 일원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박정희 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했던 그는 재계에 뛰어든 후 삼성그룹 요직을 거쳤던 인사다. 제주도지사에 출마했으나 두 차례 낙선했다. 현 회장은 박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재계 인사라는 평을 듣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에는 박근혜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던 김병호 전 의원이 취임했다. 김 전 의원은 2004년 정치자금 수수 등 개인비리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던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2007년,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활약했던 최측근 중 하나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직에도 '낙하산' 인사들이 투하되고 있다. 새누리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에 내정된 유영하 변호사는 BBK 사건의 주역 김경준 씨를 미국 교도소에서 한국으로 불러들였던 인물로 지목받았다. 이른바 '기획입국'을 주도했다는 의혹이다.
인천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유 변호사는 검사 시절 나이트클럽 사장에게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되자 옷을 벗었던 인물이다. 비리 전력자가 인권위원에 내정된 셈이다.
'안현수 사태'와 '빙신연맹' 218 프레시안
[편집국에서]빙상연맹, 오명 벗을 과제에 응답하라
나에게 사상검증을 강요하는 이념보다 더 황당한 것이 '마음 검증'을 강요하는 이념이다. 이제는 한물 간 줄 알았던 '애국주의'가 '안현수 사태'를 계기로 한 건을 하려드는 모양이다.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해 보란듯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금메달을 따내자, '애국주의' 잣대로 선악을 가리는 '대표 극우언론'에 나온 한 논객은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애국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스포츠 전문가라는 논객은 "안현수의 부친도 문제가 있다"면서 "러시아 측과 흥정해서 상당한 액수를 받기로 하고 안현수를 귀화시켰다"고 흠집을 찾아냈다. '애국주의'라는 종교의 신자들이 아직도 상당수 있고, 이들에게 안현수 부자는 매국노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애국주의'가 유별난 이 극우언론말고 다른 보수언론들조차 "안현수 현상은 스포츠 내셔널리즘을 넘어선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이미 '애국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에게 안현수는 "조국에 의해 억울하게 퇴물로 버려진 뒤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부활한 인간승리"로 비쳐지고 있다. 마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외국 학자의 책이 실제로 읽어내는 독자는 별로 없으면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현상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애국심'보다 '정의감'에 불타는 민심이 폭발 직전이다.
이런 여론의 흐름을 눈여겨본 언론이라면, 보수언론이라도 논조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애국주의를 거의 종교수준으로 신봉해서 변신이 어려운 극우 언론 빼고 말이다.
왜 '안현수 현상'을 둘러싸고 '애국주의'적 관점이 수세에 몰리는 것일까? 우선 '안현수 없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지리멸렬' 현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3관왕에 오른 안현수처럼,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에 이런 선수가 있었다면, '애국주의' 언론조차 "퇴물인 줄 알았던 한국 출신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영웅으로 부활했다"면서 오히려 "한국인의 위대함을 외국에서 떨친 사례"라면서 반가워했을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애국주의'는 독재권력이 자기들의 체제유지와 이익을 위해 피지배층에 강요하고, 그들의 어두운 그늘을 감추는 용도로 써왔다. 조국이 개인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하더라도, 그럴 수록 더 나은 조국이 되도록 개인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 '애국주의' 논리다.
파벌과 '1회용 애국 도구'된 선수
그런데 '안현수 사태'를 계기로 정작 주목할 것은 '애국주의 체제'의 대한빙상연맹이 선수 개인을 "조국의 1회용 도구"로만 취급해왔다는 사실이다. 또한 '애국주의'를 내세우는 조직에서 코치가 자기 파벌에 속하지 않는 선수들을 제거하기 위해, 자기 파벌 소속 선수들에게 "다른 나라에 메달을 뺐기더라도 성적을 못내도록 방해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는 '독재 체제'다.
그러다보니 누리꾼들은 빙상연맹을 '빙신연맹'이라고 조롱한다. 훌륭한 선수를 외국으로 내쳐 금메달을 따게 해주고, 정작 대표팀은 최약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비애국주의적 지시'를 내린 코치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조직 전체의 성과를 위해 문제가 되는 개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큰 애국이라는 논리로 포장할 수 있을 것이다. 10여년 동안 어쨌든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진실을 이렇게 '말장난 명분'으로 포장하는 것도 한 두번이나 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보여준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진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가 3관왕,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정수가 2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의 금밭 종목'의 위상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여졌다. 하지만 소치 동계올림픽에 나선 한국 남자 쇼트트랙팀은 개막 전부터 대다수 전문가들로부터 '노골드' 가능성은 매우 높고, 자칫하다가는 '노메달'까지 우려되는 '역대 최약체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18일 500미터 종목이 남아있지만, 메달권에서 먼 취약종목이다. 이렇게 되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 성적표를 받게 된다.
'마녀사냥'과 '애국주의' 차원 벗어나야
사태가 이 지경이 되다보니.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는 '마녀사냥'이 한창이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는 결정을 하도록 영향을 줬을 것으로 짐작되는 개인이나 단체를 '사이버 수사대'들이 찾아내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사대 활동'은 '정의감'을 앞세운 또 하나의 폭력일 수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 문제'를 거론하면서 비리 척결을 주문하자, "제2의 안현수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나선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안현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고 있다. 안현수의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팀을 해체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를 결정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들의 '금빛 복수' 성공으로 한결 여유를 찾은 안현수의 부친 안기원 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성남시청 빙상팀이 해체되기 전 이미 러시아행이 확정됐고, 팀이 해체되지 않았어도 러시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면서 "팀 해체가 귀화의 동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안기원 씨는 일일이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다"고 해명까지 해주고 있다.
하지만 안 씨가 분명하게 반복해서 거론하는 단 한 명이 있다. 안기원 씨는 언론인터뷰에서 "한체대 지도교수님이자 연맹의 고위임원으로 계시는 분 때문에 안현수 선수가 많은 피해와 고통을 당해서 러시아로 가게 된 것"이라면서 "그분의 말씀이라면 문제가 있어도 모든 것이 다 승인된다는 것은 빙상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다 알려져 있는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대한빙상연맹의 전명규 부회장이다.
이미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겸 한국체육대 교수의 블로그에는 비난 댓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사실 전 부회장도 억울한 면이 있다. 안현수를 '특혜 시비'를 무릅쓰고 국가대표로 발탁되게 힘을 쓴 인물이 바로 전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계에서는 안현수가 '한체대의 황태자'로 비한체대의 '공적 1호'가 된 파벌의 수혜자로 알려진 것은 역설적이다. 사실 전 부회장의 독재적 결정으로 안현수는 16세 때 선발전도 치르지 않고 대표팀에 발탁됐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안현수 같은 '쇼트트랙 황제'조차 생사여탈권이 같은 사람에게 달려있는 '전횡 구조'가 뿌리깊다는 것이다. 안기원 씨에 따르면, 전 부회장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안현수에게 각종 불이익이 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이익'이 어떤 것인지 회자되는 내용은 여러 가지다. 국가대표 선발전 방식이나 시기를 안현수에게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갑자기 바꿨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진위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정 선수 한 명을 배제하기 위해 특정 임원 한 명이 국가대표 선발전의 방식이나 시기까지 바꿨다는 것은 정말 믿기 어렵다.
오히려 안현수가 러시아에 귀화까지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버려졌다"는 섭섭함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안현수는 2008년 1월 훈련 중 무릎을 크게 다쳤고 2년 동안 3차례 수술을 받았다. 안현수 아버지는 "그때 현수가 재기할 수 있도록 빙상연맹에서 도와줘야 했다"면서 "다치니까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신경 쓰지 않은 게 너무 섭섭했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안현수에게 특별히 못해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안현수와 같이 토리노 올림픽 3관왕이었던 여자 쇼트트랙의 진선유도 부상을 당한 뒤 결국 은퇴했고, 이정수·곽윤기 등도 부상 때문에 이번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에서 보듯, 안현수가 '올림픽 3관왕'이라고 잘 돌봐주는 것이 오히려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진선유 역시 외국에 귀화해서 안현수처럼 금메달리스트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뿐, 안현수와 판박이처럼 '버려진 선수'의 아픔을 겪었다. 당시 코치가 자기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선유가 대표로 선발되지 못하도록 "중국에 져도 좋다"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방해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선유가 2011년 불과 23세의 나이에 은퇴한 것에서 보듯, '올림픽 3관왕'도 '1회용 애국 도구'로 쓰이고 버려지는 풍토가 '한국 쇼트트랙 몰락'를 가져온 토양이 아닐까.
안현수가 29세의 나이에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진선유의 은퇴도 '자발적인 은퇴'로 보기 어렵다. 전명규 부회장은 대표팀 감독으로 안현수를 발탁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부터 남자 쇼트트랙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파벌 논란을 부른 전횡과 금메달리스트도 임무가 끝나면 버려지는 풍토를 '성공공식'으로 붙들고 있다가 지금 '제2의 솔트레이크 노메달' 참사에 직면한 셈이다.
파벌싸움 때문에 좋은 선수를 길러내지 못하고, 선수들이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과제에 빙상연맹이 응답할 때다. 그래야 '빙신연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다 잘될 거라고? 힘내라고? 힐링장사 그만하길…”219동아
SNS시인 하상욱씨 ‘서울 시’ 10만부 돌파
“지켜/준다더니, 아껴/준다더니”
카드회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지난달. ‘개인정보’라는 제목의, 총 12글자짜리 시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누리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시는 ‘SNS 시인’ 하상욱 씨(33)의 작품이다. 이 시만 그런 게 아니다. 그의 다른 시들도 짧으면 두 줄, 길어야 네 줄이다. ‘축의금’이란 시는 ‘고민/하게 돼, 우리/둘 사이’로 끝난다. 축의금 봉투를 앞에 놓고 얼마를 넣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음 직한 감정을 단 한 줄에 담은 것이다.
흡사 일본의 ‘하이쿠(일본의 단시)’를 연상케 하는 짧아도 너무 짧은 시. 그는 왜 이런 시를 고집할까. 그는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려고”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140자가 넘거나 한 문장이 길어지면 휴대전화 화면에서 ‘더 보기’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독자들에겐 큰 불편인 셈이죠. 짧은 대신 시각적인 면을 고려했어요. 각 연의 글자 수를 동일하게 사용함으로써 대칭의 효과와 리듬감도 가미했죠.”
그의 시가 가볍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누리꾼은 ‘격하게’ 공감한다. 덕분에 그는 ‘공감 시인’이라고도 불린다. 2012년 7월 첫 작품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떤 시는 ‘좋아요’가 300개나 눌러져 있었다. 전자책으로 4권을 냈더니 3개월 만에 10만 명이 내려받았다. 500여 편의 시를 모아 지난해 출간한 시집 ‘서울 시’ 1편과 2편은 10만 부 이상 팔려 나갈 정도다.
‘시가 재밌다’는 사람들의 평가를 그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정작 그 자신은 그 시를 ‘사람들을 울리기 위해’ 썼단다. 설명이 이어졌다.
“요즘 ‘힐링 열풍’은 ‘힐링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TV에서, 책에서 수많은 멘토들이 ‘힘내라’ ‘잘될 거야’라고 하는데, 전 그게 불만이에요. 꿈, 희망이라는 말이 듣기는 좋지만 뒤집어보면 현재가 행복하지 못하다는 뜻 아닌가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그의 시는 이제 기업에서도 찾는다. 코카콜라, 11번가, BMW미니 등의 광고에 참여했으며 KT&G의 담배 케이스에 자신의 시를 카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고등학교에서 초청해 학생들 앞에서 강연할 기회도 많아졌다. “사람들이 제게 붙여준 ‘작가’라는 이름도 하나의 지나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이직 같은 거죠. 그래도 계속 쓸 거예요. 마음 한구석을 푹 찌르는 것 같지만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후련한 느낌을 주는 시요.”
해도 너무한 조선닷컴의 ‘성매매’ 어뷰징 219한겨레
성현아 기사 공판일 하루에만 70건
제목·기사 일부만 바꾼 ‘자기표절’에 반라 사진
연예인 성매매 의혹 재판과 관련해 <조선일보> 인터넷판(조선닷컴)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들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며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검색 어뷰징’에 나섰다. 배우 성현아씨의 성매매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9일 오후 조선닷컴은 <스포츠조선> 것까지 포함해 무려 70여건의 관련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들은 성씨가 5000만원을 받고 한 남성과 세 차례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 내용을 다뤘을 뿐 아니라, 그의 과거 이력, 패션, 가족 관계 등 사건의 본질과 관계 없는 내용을 덧붙여 다양하게 확대·재생산됐다.
관련 기사들을 보면, “성현아, 성매매 당시 나이 보니 몇 살? 충격!”, “성매매 혐의 성현아, 이혼과 재혼 성매매를 모두 한 해에? 충격!”, “결혼해 아들도 있어! 충격”, “시기 보니 재혼 직전”, “남편 알까?”” 따위의 제목들을 달고 있고, 많은 기사에 성씨의 영화 스틸 컷이나 누드 화보 등 반라 사진을 붙였다. 이렇게 제목들은 각각 다르게 달았지만, 재판 내용이나 가족 관계 등 몇몇 주제별로 제목과 기사 본문의 일부 표현만 갈아끼운 ‘자기 표절’형 기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작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공판의 신문 내용이나 검찰-피고인 간 공방은 기사에 소개되지 못했다.
또 위의 제목들처럼 재판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성씨가 과거 누드 화보를 찍었다거나 영화에서 수차례 에로 연기를 했다는 등의 내용을 여러 기사에서 다뤘다. 결혼, 재혼, 남편, 아이 등까지 기사 제목과 내용으로 거듭 다루면서 사건을 계기로 성씨의 사생활까지 거침없이 들췄다. “거액 성매매 이후 초고속 재혼”과 같은 기사 제목에서 보듯 성매매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인터넷 언론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에 대해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을 표현만 조금 바꿔 속보식으로 다량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일을 ‘뉴스 어뷰징’이라고 한다. 이날 오후 네이버에서 ‘성현아’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자 여러 인터넷 언론들이 ‘자기 표절’형 기사를 여러 건 올리며 누리꾼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조선닷컴의 기사 양과 보도 태도는 다른 언론들을 멀찍이 따돌릴 정도로 방대하고 노골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던 박정희 보다 못한 박근혜 219 미디어오늘
집권 1년 평가 각종 공약 등 정책 비판 쏟아져...정치-행정 분야 독선적 행태 지적
"거짓말 정부", "독재 정치 박정희 보다 못한 박근혜의 독선 "
박근혜 정부 1년 평가에 대해 총체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에서 약속했던 공약들이 페기돼 사실상 거짓말로 밝혀졌고 각종 경제 지표로 볼 때 경제가 후퇴한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의 국민 대통합 의지는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것으로 탈바꿈했다는 비판이다.
19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깨뜨린 약속 무너진 신뢰, 대통령만 행복했던 1년'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부분의 선거공약을 후퇴하거나 포기하였으며 한국형 복지국가와 생애 맞춤형 복지의 약속은 모두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는 불과 1년 만에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 약속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 공약 ‘거짓말 정부’ 성토
김윤태 교수(고려대)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에 대해 "사실상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이 없는 예정된 부도수표와 다름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확대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약속이었다"고 혹평했다. 박근혜 정부의 2014년 보건 복지 고용 부문 총 지출예산은 전년과 대비해 8.7% 증가한 105조 9천억원으로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예산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 후퇴라는 비판에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재정건전성을 들어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교수는 "현재 박근혜 정부의 복지 포기의 정치는 단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을 더욱 키우고 특히 사회의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성현 교수(인천대)도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현재 복지 공약 후퇴 역시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입기반이 훼손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것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며 "선진국보다 크게 낮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올리지 않고 건전 재정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확충하고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는 등 재정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2013~1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3.5%이고 2014년 도 예산의 2013년 추경 대비 증가율이 1.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조세부담률을 거의 올리지 안고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총지출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황 교수는 "이명박 정부 이래 정부 세입을 낮추는 감세 정책을 시행하고 그 기조를 박근혜 정부가 이어가면서 재정건전성은 악화되고 정부 재정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못해서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침체되고 늙어가는 경제를 살릴 방법도 없는, 그리고 대선공약도 제대로 이행할 길이 없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세율 인상과 같은 세재개편은 정권 초기 동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상황인데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려고 했지만 어렵다’라는 호소를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박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인 '창조 경제'와 대표 공약이었던 경제 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눈에 보이지 않거나 폐기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화의 정상화, 창조경제, 내수활성화 등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빌표한 바 있다. 위평량 박사(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는 "현재까지 제시된 것으로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창조경제,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고용률 제고, 중소중견기업성장 촉진 등 그 혁신의 수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으나 발표된 내용을 감안했을 때 경제혁신 계획은 혁신계획이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서도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수와 법안의 실효성을 감안하면 경제 민주화를 완성하고자는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초기 의지는 사실상 포기했다는 평가다. 위 박사는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대기업 성장보다는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산 집중도 추이도 점점 벌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대기업 총자산은 2000년 33.28%였는데 2006년 26.12%로 줄다가 2012년 34.10%로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 총자산은 2000년 13.02%였다가 2004년 12.30%로 줄었고 2008년 16.55%로 반등했다가 2012년 11.72%로 줄어들었다.
박정희 보다 못한 독선적 정치관 비판
경제 정책 뿐 아니라 정치-행정 전반에 걸쳐 박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태일 교수(영남대)는 "정치에 있어 독재보다 더 위험한 것은 독선"이라며 “독재라는 것은 정치의 한 유형이지만 독선은 정치가 아니다. 자신만 옳다고 선하다고 생각한 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말은 두고두고 회자될 유명한 말"이라며 "이 말은 내가 한 일은 옳은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포함돼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은 옳다라고만 하는 독선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한 집권여당까지도 거수기로 전락시킨 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을 제기한 것을 두고는 "정당의 도구론적 가치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 태도"에서 비롯됐다며 "공안기관이 정치적 행위자로 등장하고 정치권이 종북이냐 아니냐 선악의 문제, 이념의 문제로 나눠지고 국민들 수주도 분열의 결과로 가져왔던 것은 독재에 미치지 못한 독선의 가치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박근혜 정부 1년은 오히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검찰총장의 사퇴 등 중요 정치적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는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자주 제기된 반면, 노동조합이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엄한 형벌로 다스리겠다는 법가주의가 등장한 한해"라고 평가했다.
노동부분에 대한 평가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 '복수노조 및 근로시간 면제제도 합리적 보완' 등을 약속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전교조와 전공노를 법외노조화하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병력이 난입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태만 이어졌다"(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는 비판이 나왔다.
조상식 교수(동국대)는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의 무소신, 비교육적 대응은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일단 외면상 법리적인 논쟁으로 보이지만 교육부의 정치적 결정이었다. 노조의 성격이 어떠하냐를 떠나 교육부가 대화의 파트너로 삼아야할 현실적인 교사 단체임을 부정해 비민주적 접근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교수(인제대)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대선 전날 군 복무기관 18개월 단축과 같은 공약을 곧바로 파기한 것처럼 대북 정책을 국내 정치적 이익만 고려해서 강경정책이든 온건 정책이든 내용에 상관하지 않고 효과가 달성되고 나면 추진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은 화려한 담론들이 제기만 되고 추진되지 않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DMZ 평화공원, 유라시아 철도 건설 등 아무런 내용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태로 담론만 떠돌아다니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정책...노동계와 정면 충돌만 남아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화의 정상화의 대표 분야로 꼽아 '피바람'이 예고되고 있는 공공부문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철 연구위원(공공사회연구소)는 "이번 철도 파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공공기관 개혁을 공공기관 노동조합 때려잡기 수단으로 이해한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공부문 개혁 중점관리대상 38개 기관 노동조합과 양대노총의 공공기관 노동조합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경영평가를 거부하고 있어 2014년 박근혜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은 임기 4년 동안 민영화 문제를 두고도 사회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대해 민영화가 아닌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도시가스산업법 개정으로 인한 민간사업자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방안도 독점의 비효율성 개선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물 민영화 논란에 대해서도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에 위탁한 것에 불과하고 영리 법인을 허용한 의료계 대책에 대해서도 의료 민영화하고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김철 연구위원은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서 민영화라는 이름을 뺀 채 경제체제 도입, 공공부문 비효율성 제거, 규제완화, 자회사 설립, 서비스의 질 제고 등의 명목으로 단계적인 우회적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문위 '선행학습금지법' 통과…내용은? 217 뉴시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른바 선행학습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특별법안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과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통합해 국회 교문위 대안으로 처리됐다.
신학용 국회 교문위원장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2012년 사교육비 조사결과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이 69.4%에 달하고 총사교육비 지출규모도 19조원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선행학습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외에도 학생들이 미리 학교 밖에서 교과내용을 배워 와서 학교의 수업시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교사들의 정상적 수업을 방해하는 등 학교교육 본래의 가치와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폐단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법에는 ▲학교의 장은 선행교육에 대해 지도 감독해야 하며, 선행학습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이에 관한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하고 ▲학교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 학교 과정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 교습자는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학교의 입학전형은 해당학교 입학단계 이전의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선 안되고, 입학전형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국립대 및 사립대의 선행교육 유발행위 등에 대한 심사 의결을 위해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교육과정정상화 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초중고 학교의 선행교육 유발행위 여부에 대한 심사 의결을 위해 시도교육감 소속으로 '시·도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특히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감은 교육관련기관이 선행교육을 하거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한 경우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련 교원 징계, 재정지원 중단 또는 삭감, 학생정원 감축, 학급 또는 학과 감축·폐지 또는 학생 모집 정지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영재교육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조기진급 또는 조기졸업 대상자 ▲국가교육과정과 시·도교육과정 가운데 체육·예술 교과, 기술·가정 교과, 실과·제2외국어·한문·교양 교과 등 전문교과 등은 이법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했다.
이효리가 보낸 '노란봉투', 4만7천원과 손편지 담아 218 오마이뉴스
해고노동자와 가족 지원하는 기부 프로젝트 동참... '효리기금'도 3년 째 운영 중
가수 이효리가 해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전한 편지 글귀 중 일부다. 이효리는 지난 14일 아름다운 재단 측에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동참한다는 뜻이 담긴 손편지와 함께 이 프로젝트의 1인 기부액 4만 7천 원을 동봉했다.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인해 임금, 퇴직금, 상여금, 집, 자동차, 통장이 모두 가압류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위기, 가족 해체 등을 겪고 있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 및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작년 12월 법원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내린 회사 측 손해배상 소송 배상액 47억 원에서 출발했다. 이를 한 주간지 기사로 접한 한 주부가 10만 명이 모금하면 47억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사연이 담긴 편지와 4만 7천 원이 든 봉투를 보내면서 캠페인이 시작됐다.
편지에서 이효리는 "지난 몇 년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라며 "제 뜻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어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효리는 "하지만 한 아이 엄마의 편지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라며 "너무나 적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한 아이 엄마의 4만 7천 원이 제게 불씨가 됐듯 제 4만 7천 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이효리가 동참한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지난 3일 시작, 현재 869명이 참여해 18일까지 5천 303만 7400원을 모았다. 아름다운 재단은 4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모금 경과 및 추가 목표에 따라 2, 3차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효리는 지난 2012년 1억 원을 기부해 '효리 효리(孝利) 기금'을 조성, 빈곤층 노인을 지원하고 있다.
김연아 광고에 쏟아지는 '저주', 당연하다218 오마이뉴스 하성태
[게릴라칼럼] 맹목적 국가주의 호명하는 E1 광고가 욕 먹는 이유
국가주의의 블랙홀에 '피겨여왕' 김연아가 어김없이 호출됐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한 상업 TV광고에서다.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을 짐 지우는 이 광고의 불온함
이 광고는 태극기를 두른 김연아에게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다"라고 단언한다. 대표선수 개인에게 '대한민국'과의 동일시를 강요하는 이 패기가 소름끼친다. 앞서, 흑백화면을 배경으로 빙판을 가로 지르는 김연아의 모습 위로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터다. 이렇게 국가의 부름을 전면에 내세운 상업광고의 카피 안에서 아무리 "너는 11번 뛰어오르는 대한민국"이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 헌사를 바쳐 봐야 소용없다.
요즘 SNS 상에서 "잘 생겼다"를 무한 반복하는 배우 이정재, 전지현이 출연하는 통신사 광고와 "팔로 팔로 미"를 외치는 지드래곤 출연하는 광고와 더불어 3대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 광고로 꼽히는 LPG E1 김연아 응원광고 내용이다. 카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라니.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 너는 4분 8초 동안 숨죽인 대한민국이다 / 너는 11번을 뛰어오르는 대한민국이고 /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 너는 1명의 대한민국이다 /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 대한민국 LPG E1"
아무리 동하계 올림픽이 국가들간 무한 경쟁의 장으로 변질됐다고 해도, 초국가 기업들의 광고의 장이라고 해도, 김연아를 내세운 이 광고야말로 국가주의 상업광고의 결정판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것도 전세계가 아끼는 '피겨요정' 김연아를 전면에 내세운. 이 같은 광고에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김연아 E1광고. 2009년 세계피겨선수권에서 김연아 선수 우승한 걸 두고 고려대가 광고 카피로 '고려대가 낳은 김연아' 이딴 식으로 숟가락 얹은 것의 대한민국 버전이니. 솔까말 대한민국이 김연아 선수 덕을 봤지. 김연아 선수가 우리나라 덕본 게 뭐?" (@suXXXXXXXXXXX)
"최근 이정재와 전지현이 나오는 SK 광고 보면서 병맛광고의 대표주자라고 낄낄 거렸는데 오늘 본 E1의 김연아 광고는 병맛을 뛰어 넘는다. 완전 충격과 공포다. 처음 보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게 하는 광고를 보게 되다니. 아직도 오그라든 손 펴고 있다." (@hyXXXX)
"무엇보다 '너는 김연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라는 광고 카피 자체가 애국심 마케팅을 넘어 매우 국수주의적으로 들리고 김연아 개인의 노력의 성과를 국가의 이름으로 뜯어먹으려 달려드는 태극기 두른 승냥이 떼 마냥 섬뜩해." (@thXXXXXX)
"김연아가 이번에 금메달 못 따면 언론에서 난리 날 거고 광고 다 떨어져 나가고 아마 김연아 푸대접 할 겁니다. 그러기 전에 국적 바꿔서 편하게 대접받으며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naXXXXXXXX)
박근혜 대통령과 김연아 선수가 '여왕의 귀환'이라 닮았다?
광고주는 몰라도 그 '국민'들은 안다. 국가주의에 편승한 이러한 광고가 얼마나 거부감을 일으키는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4년 만에 돌아오는 올림픽과 월드컵 때 마주해야 하는 이러한 광고들이 '국가'과 '애국'을 호명할 때, 도리어 그 국민들 중 다수는 가슴이 뜨거워지기는커녕 그 기업에 안티로 돌아설 정도다.
이에 아랑곳 않는 기업이나 방송국들, 꼭 있다. 이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라는 광고의 주체인 E1 측은 '김연아 효과'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이다. 이미 "2월 브랜드가치 평가지수(BSTI·Brand Stock Top Index) 분석 결과 정유·LPG 부문에서 E1이 브랜드가치 1위에 올랐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희희낙락하는 중이다.
멋모르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방송도 물론 있다. 이미 짐작했을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TV조선>이다. 최근 안현수 선수를 '안철수'로 표기한 '박 대통령, "안철수 귀화 부조리 탓인지 되돌아 봐야'란 자막 사고로 맹비난을 받았던 <TV조선>. 이 종편의 무리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연아 선수를 '여왕의 귀환'으로 엮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난 15일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은 '朴 대통령-김연아 선수의 공통점은?'이란 리포트를 통해, '대통령들의 스포츠 선수 사랑'을 언급하며 사망일이 같은 프로레슬러 김일과 박정희 전 대통령, 서울시청 소속이었던 박종환 감독과 전두환 전 대통령, IMF 외환위기 때 감동을 줬다는 이유로 골퍼 박세리 선수와 김대중 대통령을 어설프게 엮었다. 그리고선 박근혜 대통령과 김연아 선수를 연결 짓는 무리수가 실로 가관이다.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와 박근혜 대통령을 연결지으며 '용비어천가'를 불렀던 <채널A>와 난형난제, 막상막하 수준이다.
"얼마 전 글을 하나 봤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김연아 선수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글쎄요. 바로 여왕의 화려한 복귀라는 점입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라는 영상이 등장하는 시대
광고계와 방송을 비롯한 언론들의 숟가락 얹기가 이해 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올림픽이란 블랙홀에 너도나도 동참해 '국가'를 호명해야만 '장사가 된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간 배출해낸 올림픽과 월드컵의 깜작 스타들의 숫자를 떠올려 보라.
그러나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라는 광고가 불편하고 불온하게 여겨지는 것은 단순히 '국가주의'에 편승해 '국민요정'을 상업적으로 과하게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에 대한 관심과 후폭풍에서 드러났듯이, 세계 일류 선수를 간단히 내치는 한국, 한국 스포츠계, 그리고 때만 되면 유효기간이 지난 맹목적인 국가주의를 들이미는 일부 광고계에 대한 염증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를 한국이 버린 꼴"이라는 외신의 비판이 달갑지 않지만 뭐라 반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적과는 상관없이 빅토르 '안'현수 선수에 대한 국민들 다수의 응원이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우선인 운동선수, 그것도 세계 정상급 선수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과 뒷받침 없이 내부 결속과 잡음 막기에만 열을 올린 빙상연맹은 맹비난을 받아도 유구무언일 터다. 미비한 협회 지원으로 인해 김연아 선수가 그리도 열심히 광고를 찍는다는 속내가 알려진 뒤 분통을 터트린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김연아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국민이다. 그렇지만 '국민'이라는 이름에 앞서 그들은 김연아고 빅토르 안이다. 그들의 영광이 국가를 위한 맹목적인 봉사로 환원되어서도, 국가주의의 기수로 이용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은메달을 따고선 서러운 눈물을 흘린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응원하고 눈물을 닦아 주는 것도 그 '대한민국 국민'들이 되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너는 김연아가 아니다' 광고에 질린 독자들에게 동영상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광고를 보고서 분노한 한 팬이 만들었다는 전언이 들리는'당신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영상이 그것이다. 심지어 상업광고보다 퀄리티도 높은 이 영상 속 주옥같은 카피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김연아 선수의 선전을 기원한다.
'당신은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 당신은 피겨약소국의 한 운동선수입니다 / 당신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챔피언이고 / 당신은 어린 후배를 위해 기꺼이 다시 뛰어오르는 선구자입니다 / 당신은 김연아입니다 / 당신이어서 고맙습니다'
아직도 '간첩' 조작해야 정권 유지되는 나라인가 217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공안기관의 '증거 조작', 그 배경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9월. 독일 뮌스터대학 송두율 교수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학문적 방법론 때문에 ‘친북 학자’로 낙인찍혀 살아온 그였다. 37년 만에 찾은 조국. 환영에 앞서 국가보안법의 칼이 송 교수를 맞았다. 귀국과 동시에 그는 국가정보원에 의해 구금됐다.
국정원은 변호인 입회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다. 피의사실이 무차별적으로 흘러나왔다. 송 교수는 북한 권력 서열 23위인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보수언론에 대서특필됐다. 희대의 간첩 사건에 나라가 들끓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나섰다. 그해 10월 13일 국회 시정연설. 노무현 대통령은 “송두율 교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의 문제는 분단 시대 극단적인 대결 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법과 상황에서 지금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어느 한 쪽의 극단적인 견해가 일방적으로 여론을 지배하는데 대해 상당히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불구속수사 원칙을 당부한 것이다.
시정연설 분위기는 단 한 번의 박수도 없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는 노 대통령과 악수하는 순간조차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말하면 되겠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검찰도 대통령의 의중을 거슬렀다. 송 교수를 구속하지 않으면 다른 공안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결국 검찰은 송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청와대와 검찰 사이의 긴장이 더욱 가팔라졌다. 수사를 지휘했던 박만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승진 누락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또 다른 시국 사건인 강정구 교수의 구속 여부를 놓고 불구속수사를 지시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즉각적인 사표로 항변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며 “송두율 교수 사건의 경우 검찰은 엄청난 사건인 것처럼 몰아 구속했으나 법원 판결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고 했다.
그랬다. 5년 가까이 이어진 재판 결과, 송 교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송두율 간첩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찰 공안부 사이의 악연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이전까지 각종 시국 사건, 간첩 사건을 주무르며 정치의 전면에 서왔던 공안부는 노무현 정부 들어 ‘공안부 폐지’가 주요한 검찰 개혁 과제로 제시될 만큼 위축됐다. 대검찰청 공안3과와 전국 15개 지방검찰청의 공안과가 폐지됐다. 승승장구하던 공안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고문과 조작으로 생사람도 간첩으로 둔갑시키던 국정원과 검찰의 못된 버릇이 잠시 잦아들었다.
얼마 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임채진 검찰총장은 신년사에서 “우리사회의 친북 좌익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폐지됐던 대검 공안3과가 부활했다. 2011년 취임한 한상대 검찰총장은 직접 작성한 취임사에 ‘종북 세력 척결’을 못 박았다. 그는 “이 땅에 북한 추종 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하고 제거되어야 한다. 공안 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불란한 수사 체제를 구축해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원세훈의 국정원이 댓글로 야당의 대선후보를 ‘빨갱이’로 몰아붙인 것처럼 검찰도 공안 전성시대로 돌아갔다.
정부의 성격과 공안 당국의 활개는 통계로도 상관관계가 입증된다. 지난해 12월30일 대법원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우는 한해 29건(2006년)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점차 증가세를 보여 2012년 98건으로 치솟더니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엔 102건을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100건을 넘어선 경우는 처음이었다. 반면 무죄가 선고된 경우는 노무현 정부 때 단 한건도 없었으나, 이명박 정부에선 기소 건수의 증가에 비례해 무죄 판결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맥락에서 국정원과 검찰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우연히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간첩 조작 사건은 이념의 제물을 찾아내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공안 당국과 ‘종북 세력’을 상존하는 위협으로 가정해 정권의 기반을 다지려는 나쁜 권력이 공생을 위해 합작한 경우에만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불씨가 번져가던 지난해 초에 불거졌다.
여동생의 진술로부터 시작된 유우성 씨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동생은 “손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몸을 차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오빠가 다 자백했다’며 진술서를 가져와 마지못해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앞날이 캄캄해 탁상시계를 깬 뒤 그 유리로 자살을 시도했다”고도 했다. 수사 과정에 폭력과 강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것도 모자라 국정원은 간첩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외국 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했다. 검찰은 공문서 위조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이제와 발을 빼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고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외교 문서 위조까지 자행하면서까지 유 씨를 간첩으로 만들려 했던 국정원과 검찰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방어를 위해 한없이 대범해진 국정원과 검찰의 공안 본능과 과연 무관할까? 이 사건 이후 국정원과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수사를 벌였다.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권에 불리해진 여론 지형을 한 번에 뒤집어엎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도 숱한 조작과 왜곡 의혹이 불거졌다.
마침 이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이 오늘 내려진다. 34년 만의 내란음모 사건이다.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괴이한 간첩 사건들의 내막을 접하며 영화 <변호인> 속 고문 경찰 차동영 경감의 대사를 떠올린다. “우리가 잡아들이는 빨갱이들이 정말 다 빨갱이라면 우리나라는 망해도 벌써 망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노무현 변호사가 대통령이 된 지 12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우린 아직 빨갱이 사건을 조작해야 정권이 유지되는 나라에 산다.
대공황에 빠진 세계…박근혜의 선택, 걱정된다 217 프레시안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세계 대공황의 전개와 한국 자본주의
그동안 <인사이드 경제>는 GM이라는 '창'을 통해 세계 경제의 작동 방식을 파헤쳐왔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되진 못했다. 그 이유는 쉐보레 유럽 철수를 비롯한 '한국GM에 대한 비중 축소'라는 현안 문제가 겹치면서 <인사이드 경제>가 경제 작동 원리보다 자동차 산업 문제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GM의 움직임, 그리고 한국GM에 대한 철수 의혹 등은 모두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와 직결된 문제이다. 하지만 GM을 비롯한 자동차 산업 구성원들만 경제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물망처럼 연결된 다른 부문을 함께 봐야 하고, 또한 그것들을 모아 전체적인 조망을 해볼 필요도 있다.
GM 문제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있는 동안,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모두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경제 위기와 모순이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한번 개관해 보도록 한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위기에 빠지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미국의 금융 위기라는 형태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은 여전히 그 위력이 줄어들지 않은 채 세계 곳곳에 위기를 전파하고 있다. 대공황 자체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위기임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자본가들은 이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과 하층 민중에게 전가하며 체제 위기를 모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잠시 동안 미국발 금융 위기는 극복된 것처럼 보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어느 한 대륙에서 벌어진 특정한 위기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형태로 터지는 식으로 지난 6년 동안 끊임없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에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금융 위기, 유럽의 재정 위기, 신흥국의 환율 위기, 아프리카·중동 국가들에서 벌어진 재스민 혁명과 가난한 민중들의 저항…….
이번 위기 자체가 근본적인 만큼 공황 탈출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기존 운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현재의 위기를 두고 주기적인 공황이 아니라 '대공황'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때때로 위기와 고비를 맞게 되지만, 그때마다 나름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위기를 탈출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대공황의 경우에는, 위기 탈출을 위한 정책 수단들이 나중에 다시 새로운 위기의 원인이 되는 근본적인 위기이다. 이를테면 위기 모면을 위해 대규모 정부 재정을 투입해 잠시 완화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재정 위기라는 형태로 더 격화된 위기를 맞게 된다.
사실 신자유주의 자체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자본주의 체제 위기를 겪으면서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공황은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준 것이다. 위기 탈출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는, 그야말로 상시적인 위기의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기에 대공황 시기에는 세계 어느 나라건 속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위기를 피해갈 수가 없다. 위기를 잠시 극복하는 것조차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국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다. 노동계급이 치를 것인가, 자본가들이 위기의 대가를 지불할 것인가?
따라서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당분간 대공황의 격랑 속에서 위기의 격화와 일시적인 완화가 겹치게 될 것이다.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과 하층 민중에게 성공적으로 전가하느냐 여부에 따라, 대공황의 전개 양상은 나라별로 일정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가 세계적으로 통합되어가는 양상이기는 하나 여전히 자본주의 발전 정도는 불균등하며, 동일한 모순이라 하더라도 나라별로 발현되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선진 자본주의에서 위기의 작동 방식
선진 자본주의 국가라 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한번 살펴보자.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미국 못지않게 유럽 역시 거의 동일한 경제적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를 시작으로 보험사와 투자은행 등 수많은 금융 기업들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금융 기업의 도산으로 돈이 돌지 않게 되며 소비가 위축되자 빅3(GM, 크라이슬러, 포드)를 비롯한 제조업의 파산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회사 도산·부도와 공장 폐쇄 및 정리해고가 곳곳에서 벌어지며 생산력의 대대적인 파괴가 벌어지게 된다.
미국 정부는 금융 기업과 빅3 구원을 위해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실시하게 된다. 엄청난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정부는 자본을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금융 지원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금융 위기로 똑같은 경제적 충격을 받은 유럽 역시 엄청난 국가 재정을 투입하게 된다.
다만 유럽의 경우 미국에서 엄청난 생산력 파괴가 벌어지던 2008~2009년 기간 동안 파산과 공장 폐쇄 사례가 미국만큼 많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국가 재정 투입의 본질은 '자본 살리기'였으나, 폐차 보조금 제도와 실업 부조 확대 등 자국 산업과 고용, 내수 시장이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상당 규모의 정부 재정이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정부 재정을 위기 극복에 투입한 나머지 유럽 대륙에선 2010년부터 '재정 위기'라는 형태로 문제가 터지게 된다. 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는, 유럽 경제 통합을 위해 자본가들이 노력해온 덕(!)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2010년 이후에는 2008~2009년 미국에서 벌어진 생산력의 대대적인 파괴, 즉 파산 및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가 유럽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미국이나 유럽 모두 자본주의 발전 정도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위기의 대처 방식과 전개 과정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유럽의 정부들이 미국 정부보다 온건하거나 친 노동적이어서 그런 것일까? 얼토당토않은 소리! 2008~2009년 당시 프랑스의 사르코지, 독일의 메르켈, 영국의 캐머런 정부가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성격과 뭐 그리 큰 차이가 있단 말인가!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하는 차이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노동계급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다르다는 점이 놓여 있다. 2009년 미국에서 빅3가 수십 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완성차 공장에서만 5만 명 이상을 정리해고 했지만, 저항에 나선 노동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재정 위기를 겪은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1년에도 몇 차례씩 수백만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유럽의 정부들은 이런 사정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했다. 자칫하면 노동자들의 성난 총파업과 투쟁이 정부의 붕괴, 혹은 무정부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모두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을 투입해 자본을 살리는 데 사용했지만, 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먼저 발생하고 그 영향력 역시 오래 지속되었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책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위기가 닥치면 엄청난 수량의 화폐를 찍어내 대처하는데, 그 화폐가 국제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교환되는 기축통화라는 사실. 이게 아직까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국이 패권을 갖고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위기 전개와 대처 방식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자본주의 발전 정도가 떨어지지만 맹렬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던 중국 자본주의의 대처 방식 또한 사뭇 달랐다. 우선 순차적으로 2008~2009년에는 미국 시장이, 2010년부터는 유럽 시장이 폭탄을 맞은 탓에,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하던 기존 모델의 효용은 떨어지게 된다. 미국과 유럽 자본가들이 정신없이 얻어터지고 있던 시기, 이들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시장에 파고들 기회를 엿보기에는 중국 자본주의가 보유한 기술력이 너무 수준 이하였다.
그래서 미국 제조업의 파산 사태가 벌어지던 시점에 곧바로 이어서 중국에서도 수많은 공장들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비록 유럽 노동계급의 저항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공장 폐쇄 및 정리해고 사태를 접하며 중국 노동자들도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투쟁 조직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자본주의 역시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며 산업 붕괴를 막고 노동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돈을 풀었다.
그런데 중국 자본주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기존 최종 조립품 수출 중심의 경제 모델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어, 하이테크(고기술) 산업 육성을 통해 선진 자본주의 시장에서 미국·유럽의 상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나서는 시도를 함께 하게 된다. 아울러 종전까지 수출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과감하게 혁신해, 중국 가계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높임으로써 내수 중심의 경제 모델로 이동을 꾀했다.
중국이 이러한 기획을 과연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까진 알 수 없다. 여기에도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가계 소득과 자산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부동산·주식 거품 형성 등 부작용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대공황의 발발 이후 중국에서 벌어진 위기의 전개 과정, 그리고 위기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 미국·유럽과는 또 상당히 달랐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과연 위기가 있었나?
마찬가지로 한국 자본주의 역시 위기의 전개 과정과 대처 방식이 달랐다. 우선 미국·유럽·중국과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매우 우연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운'이 따랐다는 점부터 달랐다. 한국 자본주의의 기술적 수준은 중국보다는 우위에 있지만, 모든 부문에서 미국·유럽의 수준을 따라잡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몇 가지 부문에서는 미국·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는데, 세계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유럽의 자본가들이 죽을 쑤게 된 바로 그 부문에서 한국 자본가들이 틈새를 비집고 수출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부문이 바로 자동차와 전자 산업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까지 한국 자동차 산업이 강점을 갖고 있던 분야는 소형차 개발과 생산이었다. 그런데 픽업트럭이나 SUV 생산에 열을 올리거나, 자동차 생산보다 금융업을 통해 이윤을 훨씬 많이 내던 미국의 빅3가 휘청하던 사이, 현대기아차는 공황으로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들에게 값싼 소형차를 판매함으로써 미국 시장 점유율을 2배 가까이 올릴 수 있었다.
글로벌 GM이 파산의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 이를 구원한 것은 쉐보레 크루즈·아베오·스파크 등 소형차 생산과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던 한국GM이었다. 한국GM의 생산량은 위기 때 매우 극적으로 상승했으며, 이는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이 2개의 재벌 그룹은 '행운'이 겹치며 대공황 시기 오히려 고속 성장을 이뤄내게 된다. 두 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감안할 때, 이런 행운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위기의 흐름을 덜 타도록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한국에는 어떤 성격의 부르주아 정부가 들어서건,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전적으로 유리한 정책이 펼쳐지게 된다.
'행운'과 함께 고환율 정책 시행을 통해 수출 산업의 붕괴를 막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럽의 경우 경제 통합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환율 정책을 시행할 수 없었던 반면, 한국 정부는 공격적인 환율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다. 중국 역시 전통적으로 환율 정책을 사용해 자국 산업 육성을 해왔지만, 그건 위안화의 가치를 달러화에 일정 비율로 고정시키기 위한 정책 수단이었다. 따라서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달러화 가치가 요동치기 시작하자 이러한 정책도 과거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 자본주의에도 몇 가지 고비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거나 몇 가지 정책 수단을 활용해 위기에 대처해 왔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지 않도록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고,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가계 대출 위기가 감지될 때마다 3차례에 걸친 저축은행 퇴출 방식으로 파산 사태가 나기 전에 선제적인 수단을 강구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은 물론, 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비정규직 비율로 선두를 달리는 한국 자본주의는, 2008년 위기 직후 엄청난 규모의 미조직·비정규직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을 통해 위기의 비용을 전가할 수 있었다.
한국 경제는 몇 가지 '행운'이 겹친 덕에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았지만, 고비가 올 때마다 아직 사용 가능한 정책 수단이 있었기에 한국 자본주의는 미국·유럽·중국이 겪었던 대공황 위기에 비해서는 위기의 강도가 좀 덜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위기 전가가 대부분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쪽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조직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미국·유럽·중국이 겪었던 위기로부터 한발 비켜서 있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특히 대대적인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 등 생산력의 파괴가 한국 조직 노동자들을 덮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위기의 전개는 한국에서 잠시 지연된 것일 뿐, 면제되거나 생략된 것이 아니다. 마치 미국에서 위기가 출발했을 때 유럽은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난 후 결국 재정 위기라는 형태로 위기가 더 격화되어 전개된 것처럼 말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시간의 선후차가 있을 뿐, 한국 자본주의 역시 위기를 피할 수 없으며 바로 지금 위기 앞에 서 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우선 '행운'이 작동했던 영역에서 냉정한 경쟁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제 완성차 메이커 대부분이 그간 소형차 개발과 생산의 노하우를 익혀서, 이제 한국만의 장점이 아니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 소송에 휘말리며 끝없는 경쟁의 소용돌이에 들어서게 되었다.
게다가 이른바 '환율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미국·유럽·일본이 모두 자국 화폐를 무한대로 찍어내는 '양적 완화'를 통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한때 고환율 정책 덕에 수출 경쟁력을 누렸던 한국의 입지 조건은, 이제 환율 때문에 한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GM을 비롯한 해외 투자 자본의 협박 앞에 놓이는 정반대 상황이 되었다.
지난해에도 현대차 그룹과 삼성전자는 수십 조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격화되는 경쟁, 그리고 환율 압박으로 인해 이제 영업 이익 증가율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쏟아부은 정부 재정 역시 어김없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장부상 국가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문제는 각종 공기업 부채가 이명박 정권 시절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느라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독려한 결과, 바야흐로 가계 부채 1000조 시대가 열리고 말았다.
그동안 한국 기업을 대표해온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경우, 광적으로 해외 생산을 늘려옴으로써 한국 경제와 맺는 관계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그나마 내수 시장을 독점하는 분야에서는 국내 생산이 활발하긴 하지만 비정규 노동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착취율을 늘려왔다. 그러나 이제 이마저도 한국 경제가 누렸던 '운'이 다하고 국제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이윤율도 쇠락해가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세계 대공황이 시작되어 그동안 '운'과 몇몇 정책 수단으로 고비를 넘겨왔던 한국 자본주의가, 이제 드디어 야만적인 공황의 늪으로 빠져들어갈 찰나. 바로 이 시점에 정권이 박근혜에게로 넘어갔다. 아니, 어쩌면 박근혜가 물려받은 한국 자본주의의 현실이 이렇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한국 자본주의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이미 위기에 대처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유럽 등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정부가 했던 조치는, 공공 부문 노동조합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그들의 임금·복지·연금을 삭감하는 조치였다.
그때마다 미국과 유럽의 정부들은 '공공 부문 부채가 심각하고, 이는 민간 부문에 비해 공공 노동자들이 받는 엄청난 혜택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바로 지금,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 그것 아닌가! 그렇다. 이미 위기는 한반도에 상륙했고, 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노동자들이 겪었던 바로 그 상황 앞에 직면해 있다. <인사이드 경제>는 이 토대 위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다시 살필 것이다.
가계 부채 경고음은 도처에서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우선 올해 3분기 기준 991조7000억 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개인 회생 신청과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 저소득 계층의 비은행대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웨이> 2013년 12월 23일자, "1000조 가계 부채 시한폭탄 '째각째각'")
정부는 '부채 감축 운용 지침'을 통해 12개 부실 공공 기관에 대해 자산 매각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매각 가능 자산을 발굴해 모두 매각하라면서 새해 1월말까지 부채 감축 계획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대상 기관은 가스공사, 석유공사, 한전,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LH공사, 철도시설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 등이다. (……) MB정부 5년간 LH, 한전 등 12개 공공 기관의 부채가 187조 원에서 412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들 12개 공공 기관의 금융 부채 중 79.9%(132조3000억 원)는 보금자리사업, 신도시·택지사업, 주택임대사업, 예금보험기금사업, 전력사업, 국내 천연가스 공급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10개 사업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MB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 (<뷰스 앤 뉴스> 2013년 12월 31일자, 정부 "12개 부실 공공 기관, 모든 자산 팔라")
집권 1년차를 별반 소득 없이 보낸 가운데 우리나라는 거대한 '부채 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하버드 대학 니얼 퍼거슨 교수는 공공 부채와 개인 부채를 합친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하는 국가엔 '거대한 쇠퇴'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형상이다. 막대한 공공 부채의 과반이 공기업 부채이고, 그것의 절반이 이명박 정권 시절에 생긴 것이다. 이런 정권을 인수받고도 전 정권을 사정(司正)하지 않는 정부는 무능하거나 무지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경향신문> 2014년 1월 1일자, "박근혜 정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서세원 '빨갱이' 발언은 이념 장사꾼의 상술" 216 프레시안
민주 "'똥 같은 영화 <변호인>' 발언, 1100만 관객 모독"
“개인정보 유출 과태료 600만원?, 드라마 케잌보다 싸다” 217 미디어오늘
[오늘의 소셜쟁점] 금융위원회 징계 질타 한 목소리…서울역 분신, 경찰 과잉진압 논란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보안업무를 소홀히 한 KB국민·NH농협·롯데카드에 대해 각각 3개월 일부 업무정지 및 6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리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처벌이 전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피해와 분노, 법 감정을 외면한 명백한 봐주기 아니냐”고 비판했고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과태료 600만원이 현행 최고 수준의 처벌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적은 액수여서 처벌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트위터에서도 금융위원회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프로레슬러 김남훈(@namhoon)씨는 “신규회원모집 정지 3개월, 이번정보유출사태로 해지 및 탈회가 늘었지 어차피 신규는 난망.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가라는 꼴”이라며 “과태료 600만원ㅋ. 어제 왕가네 테이블위에 올려진 파바 케익 광고료가 그 정도”라고 비판했다.
소득절벽, 50대는 두렵다2014 02/25ㅣ주간경향 1064호
퇴직 이후 소득수준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기, 이른바 ‘소득절벽’ 위에서50대가 떨고 있다. 퇴직과 연금수령시기가 길게는 15년까지 차이나고,자녀들의 결혼 및 분가 시기가 맞물리면서 경제적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재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이라 빈곤 위험성에 노출된다. 자구책이라고 해봐야 싼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덜 먹고 덜 쓰는 등주거조건을 악화시키는 게 고작이다. 은퇴자들의 크레바스, 어떻게 넘어야 하나
.“우리 나이대 사람들 보면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머리 염색 안 해. 어디라도 일해야 되는 사람들은 젊어 보이려고 꼭 염색하지.”
대구에서 어린이집 차량 운전기사로 일하는 김학용씨(59)는 외모를 단장하는 데서도 일자리를 구하려는 고령층의 경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물론 주민증 까면 진짜 나이야 다 나오지만 겉으로 보이는 나이도 무시 못한다.
예전 같지 않아서 알음알음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쉬운 게 아니라, 면접까지 보고 뽑는 데가 많아졌는데, 이왕이면 젊고 건강해 보이는 퇴직 이후로도 가능한 한 오래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고령층 인구가 늘면서 청년층의 ‘면접 성형’ 못지않은 고령층의 외모 꾸미기 전략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씨에게 ‘정년까지 다닌 직장’이란 의미로 이전 직장이 어딘지를 물었다. 김씨는 오랜 기간 다닌 전 직장 대신 퇴직 이후, 현재의 어린이집 직전 일한 직장을 말했다. 50세에 퇴직 후 10년 가까이 너댓 곳을 옮겨다닌 김씨에게 ‘평생 직장’과 같은 의미로 남아 있는 예전 직장의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였던 것이다.
“자동차부품 납품업체 다니다 관련 협회에 자리가 생겨 옮겼고, 그마저도 오래 못다니고 나오고 나서는 뭐라도 일만 있으면 했다. 당연히 비정규직이고 월급은 예전의 반도 안 되지. 가릴 처지가 안 되니까.”김씨는 부인이 부동산에서 일하며 벌어오는 돈을 합해 생활비에 충당하지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될 때 수중에 모아놓은 돈이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 벌고 모으기보다는 더 적게 쓰는 데 익숙해지는 게 빠르다.”퇴직 이후 소득수준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기, 이른바 ‘소득절벽’을 처음 겪기 시작하는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소득절벽에 적응해야 하는 기간은 길어진다.반면 이른 퇴직으로 소득수준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과 달리 소비수준은 쉽게 낮추기 어렵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가구별 지출규모 역시 낮아지긴 하지만 그 폭은 소득규모에 비해 완만하다.한국에서 소득절벽과 한 쌍으로 나타나는 것은 소득불평등 현상이다. 소득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양상을 나타냈다. 그 결과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절벽’ 폭 넓어지고 시기도 길어져
2007년만 하더라도 40대 가구소득 대비 104%로 전체 세대 중에서 가장 높은 소득수준을 보였던 50대의 가구소득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2013년 1분기에 이르면 40대 가구소득의 94% 수준으로 급락한다.퇴직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가구소득 수준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하는 연령대도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50대를 지나 60대에 이르면 소득수준의 감소폭은 더욱 급격하게 커진다. 2013년 1분기 60대 이상의 가구소득은 40대 가구소득의 53%에 불과했다.이 기간 동안 소득절벽 현상은 고령층의 소득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0에서 1까지의 수치로 나타나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워질수록 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2007년 0.460이었던 은퇴연령 인구의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2012년 0.531로 상승했다.전체 세대의 지니계수가 0.340에서 0.338로 소폭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30대에 비해 40대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11%, 50대는 31%, 그리고 60대는 52% 높게 나타났다.
소득절벽의 폭이 커지고 연령대가 낮아지는 양상과 동일하게 고령층의 소득불평등은 점차 심해진 것이다.급격하게 낮아지는 소득수준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은 이전보다 싼 집으로 이사하는 일이다. 식음료비와 광열비 같은 필수 지출항목을 줄이기 어려운 고령세대의 특성상 주거조건을 악화시키는 것 외에는 소득절벽에 대처할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방모씨(68)는 월세방 계약이 끝나는 2년마다 걱정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입이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어 계약 때마다 오른 방값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마누라가 신장이 안 좋아서 투석을 해야 하는데, 그 병원비는 어떻게 더 줄일 수 없이 박혀 있는 지출이다.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줄여올 수 있었던 건 방 크기밖에 없었다.”
그나마 외동아들이 5년 전 직장을 잡은 뒤로 따로 방을 얻어 나가고 가끔씩 용돈을 부쳐줘서 형편은 좀 나아졌다.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달리는 건강상의 문제는 점차 수입이 줄어드는 경제적인 문제로 뒤바뀌고 있다. “아시바(비계) 쌓다가 내려오면서 삐끗한 뒤로 발목 때문에 하던 일을 못하니까 들어오는 돈이 들쑥날쑥하게 됐지. 일용직이라 지역(건강)보험 가입하면 보험료도 비싼데, 막상 병원비 생각하면 갈 수가 없어.”국제 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91개국의 노인복지 수준을 조사해 발표한 ‘글로벌 에이지와치 지수 2013’에서도 한국 고령층의 소득 안정성 지수는 끝에서 두 번째인 90위를 기록했다.연금과 노인 빈곤율 등을 반영한 이 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8.7점을 받아 2.1점을 기록한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면 최하위였다. 사람 뽑을 것 아닌가.”
건강상태(8위), 교육·고용(19위) 등 다른 항목의 지수가 양호한 데 비해 극도로 낮은 소득 안정성 때문에 전체 순위에서도 39.9점을 받아 67위에 그쳤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41.0)과 우크라이나(66위·40.2)보다 낮고 도미니카공화국(68위·39.3)과 가나(69위·39.2)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OECD 국가 가운데서도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12년 기준 노인 빈곤율은 49.3%로 OECD 평균인 12.8%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았다. 2006년 46%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노인 인구의 평균소득이 한국보다 낮았던 멕시코, 터키, 포르투갈 등과 비교할 때에도 상대빈곤율이 높다는 사실은 한국 고령층의 소득분포가 매우 불균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한국이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률을 기록한 것도 고령층의 경제적 상황과 무관치 않았다.
한국은 2011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79.7명이 자살했다. 이 연령대를 대상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는 30.8%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답했다.고령층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에는 가족환경의 변화도 한몫 했다. 지난 20년간 자녀와 동거하는 대신 노인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사는 가구가 크게 늘었다. 통계개발원이 펴낸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따르면 전체 노인가구 중 1990년 각각 10.6%, 12.7%에 불과했던 노인 1인가구와 노인 부부가구의 비율은 2010년엔 34.3%, 33.6%로 늘어 자녀동거가구를 넘어섰다.반면 노부모를 자녀가 부양하는 비율은 감소했다. 2012년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지 않는 노부모의 비율은 48.5%로 10년 전인 2002년에 비해 4.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자녀세대와의 사회적·경제적 연결고리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더 부담을 직접 짊어지는 추세인 것이다.
은퇴-연금수령시기 격차 해소해야
보통 자녀가 결혼하면서 독립된 가구를 꾸리는 경우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노후의 소득 불안정을 부르는 계기들이 특정 시기에 집중된 점이 소득절벽 현상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부모세대의 퇴직과 자녀세대의 결혼 및 분가 시기가 엇비슷한 시기에 맞물리는 것이다.지난해 막내딸의 결혼과 함께 살던 집을 옮긴 강윤익씨(60)의 경우도 줄어든 소득수준으로는 큰 규모의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자산을 처분한 예다. 두 명의 자녀를 연달아 결혼시키는 과정에서 이전 직장 퇴직금의 일부와 좁은 집으로 옮긴 집값 차액이 들어갔다.“같은 연배 친지를 만나는 자리에서 꼭 나오는 얘깃거리 중 하나가 자식 결혼문제다.
사실 결혼 준비야 (당사자가) 알아서 할 문제고 다들 걱정하는 건 돈 때문이지. 일을 안 하거나, 해도 벌이가 시원찮은데 들어갈 돈은 제일 많을 때니까.”중견기업에서 부장까지 지낸 강씨는 자녀의 대학등록금은 물론이고 결혼 때 들어올 축의금까지 생각하면 최대한 퇴직을 늦추는 것이 50대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첫째 결혼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서 둘째가 결혼했는데, 그 사이 퇴직을 하다보니 결혼식 때 들어오는 축의금 액수가 꽤 차이가 나더라. 퇴직하고 작은 회사 차려도 이름만 사장이지, 주변에서 받는 대우가 전보다 못하게 된 걸 둘째 결혼식에서 확 느꼈다.” 소득절벽을 경험하는 부분은 퇴직 전후의 월급 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직장인들의 희망과는 반대로 사회 전반적으로 퇴직연령은 점차 낮아져 왔다. 지난해 4월 퇴직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기로 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실제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에 불과했다.
평균 정년이 57.4세로 보장된 데 비해서도 훨씬 빠른 것이다.서울시복지재단이 55세 이상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5~59세 연령대의 평균 퇴직연령은 48.5세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윗세대인 60~64세와 65세 이상 연령대의 평균 퇴직연령이 54.1세, 57.6세로 나타난 것에 비하면 퇴직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때문에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길게는 15년까지 차이 나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소득절벽으로 인한 충격을 더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 도입 초기에는 55세 정년이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연금수급 연령이 늦춰져 현재 청년층은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며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50대와 60대가 비정규직이나 창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퇴직 후 재취업을 해도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 연금 수급연령에 부합하도록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태훈 기자
음악출처: 다음 블로그 음악과 여행
'세상과 어울리기 > 시사만평-주간 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3.3 여성 대통령 시대에 "못살겠다" 외치는 여성들 (0) | 2014.03.09 |
---|---|
3.1~2.24 과거역사 부정할수록 (0) | 2014.03.01 |
2.14~2.10 한국 언론 자유 57위 (0) | 2014.02.14 |
2.7~2.3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0) | 2014.02.08 |
1.30~27 희망은 털리지 않는다 (0) | 2014.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