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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3.1~2.24 과거역사 부정할수록

by 이성근 2014. 3. 1.

 

  3.1 주간경향 2판4판                                                                                              2.28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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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8~24 경향 장도리

 

朴 "과거역사 부정할수록 초라, 궁지 몰려"…3.1절기념사 3.1 노컷뉴스

 

 

노예사회를 향하는 대한민국 3.1 미디어오늘

[이완기 칼럼] 천민 자본주의 민낯 드러낸 부끄러운 풍경들

사회제도는 인간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생겨나고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대체로 상호 이익이 되고 풍요로운 인간사회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지만, 종종 인간의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의 산물로 뒷걸음질하기도 한다.

 

 

미국의 노예제도가 진화하게 된 배경이 그렇다. 18세기 말에 등장한 조면기로 목화재배가 활성화되자 드넓은 땅을 소유한 남부의 농장재벌들은 먹여주고 재워주는 값싼 부양비만으로 무한정의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노예’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들은 유럽 봉건귀족들의 대저택과 화려한 농장생활을 꿈꾸었고 이 꿈의 실현을 위해 정치인들은 노예제도의 긍정적 여론을 확산시켰다. 노예제도의 당위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노예를 부리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노예적 인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노예에 대한 노동착취, 성적 학대, 구타, 감금 등의 만행을 보면서도 대부분의 일반 대중은 무감각했다. 법과 제도에 따라 노예는 가축이나 상품처럼 돈으로 사고팔 수 있었으며 노예해방을 선동하는 것은 바로 재산권 침해로 인식되었다. 강자의 욕망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일반 대중의 의식을 지배한 것이다. 인간의 반인륜적 행동의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와 함께 이를 정당화하는 인식의 토양이 마련되어 있다.

 

미국이 노예제도로부터 벗어나게 된 배경 또한 인간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노예제도가 반인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게 된 것은 노예제도가 다수의 이익에 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 앞에 인간은 평등하다는 양심의 울림이 일부 미국인들의 가슴에 싹트고 있었지만 그것이 북부 노동자들의 임금, 산업혁명의 바람, 정치적 이해 등 다수 미국인들의 이익에 합치되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예해방의 사상은 그렇게 빨리 확산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 장애인, 노숙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염전에 팔려가 노예생활을 했다가 풀려난 사건이 보도됐다. 그들은 직업소개업자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염전업주에게 팔려나갔고,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각목, 쇠파이프 등으로 온갖 폭행을 당하면서 혹사당했다.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70여 년 전인 1840년대에 인신매매조직에 납치되어 참혹한 노예로 살았던 솔로몬 노섭의 실화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실제로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실화는 얼마 전 <노예12년>이라는 책과 영화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인물인 고 황유미씨가 일했던 삼성반도체 또한 ‘노예의 일터’에 다름 아니다. 이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은 이른바 대한민국 초일류기업의 자존심을 위해 자신의 명을 재촉하면서 일했다. 그들이 생명을 걸고 일한 대가는 수십 억 원대에 달하는 삼성 임원들의 연봉에 비하면 그야말로 노예들이 먹고 자는 숙식비에 지나지 않는다.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는 수식마저 사치스러운 ‘죽음의 일터’를 삼성이 유지‧운영할 수 있는 배경에는 영화 상영마저 철저하게 차단할 수 있는 삼성의 거대한 경제‧사회적 지배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집권여당의 홍종문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도 온갖 규범을 어기면서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온 ‘노예의 일터’가 드러났다. 그들 노예들의 거처는 난방은커녕 쥐들이 들락거리는 음습한 창고였고, 그곳에서 그들은 한 달 인건비 50만원을 받고 짐승과 같은 생활을 했다.

 

노예를 부리고 싶은 ‘노예적 사고’가 생기는 것은 인종이나 피부색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보호받지 못하는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오늘날 그것은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에 다름 아니다. 돈과 이윤, 사유재산에 지나치게 탐닉하다보면 인간은 스스로 노예적 사고에 빠져 들기 십상이다. 그것은 지배자 뿐 아니라 피지배자 또한 노예적 사고에 빠져들게 만든다. 가혹한 노동착취에도 군소리 한번 못하며, 죽음에 가까이 간 노동환경에도 저항할 용기가 없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평등을 빼앗긴 사회가 노예사회이다.

 

전남의 한 섬에서, 삼성반도체에서, 아프리카박물관에서 발생한 노예생활은 모두 경제‧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서 일어났다. 전남의 한 섬에서 모진 폭행과 함께 강제노역이 가능했던 것은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기는커녕 탈출을 시도하는 노동자들의 정보를 염전업자에게 제공해주는 주민들의 마비된 감성에도 원인이 있었다고 언론은 전한다. 삼성반도체에서 ‘죽음의 일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거대한 자본권력을 법과 제도와 이 사회가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들의 노예생활은 파렴치한 정치권력에 대해 징치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부조리와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 사회의 천박성과 무감각 때문이다.

 

자본에 짓눌린 우리사회는 노예사회로 가까이 가고 있다. 노예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사회에 대한 제재와 조정의 역할을 국가가 기피할 때 나타난다. 자유방임의 사회에서 힘없는 약자들은 자유를 박탈당하며 결국 강자들만이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대중의 보편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강자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조정해야 할 국가가 그 책무를 방기한 채, 규제완화니, 성장이니 하면서 자유방임으로 이끄는 것은 이 사회를 노예사회의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상호 이익이 되고 풍요로운 인간사회를 향하려는 노력도 의지도 없는 방임에 가까운 이런 국가에 혈세를 내야할 이유가 있는가.

 

 

 

TV조선 13년 보도편성 48.2%, 전년대비 3배 높여 228 미디어오늘

방통위 이행실적 점검결과 발표… 콘텐츠 투자 않고 살 길은 보도전문채널 변신?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동아일보 종편 채널A의 보도편성비율이 각각 48.2%, 43.2%인 것으로 나타났다. MBN은 39.9%이고 JTBC는 14.2%다. 콘텐츠 투자실적과 반비례한 결과로 TV조선과 채널A가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보도프로그램을 과다 제작, 편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8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가 발표한 ‘2013년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PP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결과’에 따르면, TV조선은 2012년보다 3배 가까이 보도 편성비율은 높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종편 4사의 2012년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TV조선의 2012년 보도 편성비율은 16.6%였다.

 

채널A의 보도 편성비율도 2012년 16.3%(언론연대 분석 결과)에서 2013년 43.2%(종편이 방통위에 보고한 자료)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MBN의 2013년 보도 편성비율은 39.9%로 전년(48.8%) 대비 9% 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JTBC는 2012년 17.7%에서 2013년 14.2%로 조금 줄었다. 보도프로그램은 TV조선 채널A MBN JTBC 순으로 많이 편성했다.

 

보도 편성비율과 콘텐츠 투자 실적은 반비례했다. 반면 콘텐츠 투자 실적 금액은 JTBC(1511억 원) MBN(770억 원) 채널A(493억 원) TV조선(414억 원) 순이다. 재방비율 또한 보도 편성비율과 반비례했는데 TV조선(43.5%) 채널A(46.9%) MBN(48.4%) JTBC(62.2%) 순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보도프로그램을 타사보다 자주 편성해 재방비율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종편이 승인 목적인 ‘종합편성채널’을 포기하고 규제기관 또한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방통위는 콘텐츠 투자 계획과 재방비율 관련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종편에게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종편은 이를 대부분 시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방통위는 종편에게 업무정지, 승인유효기간 단축 등 중징계가 아닌 가장 낮은 징계인 과징금만 처분(각사별 3750만 원)했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신문방송학부)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종합편성을 포기한 종편이 규제기관인 방통위와 정부, 그리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허가를 받으며 한 약속을 완전히 뒤집고 있는데 정부는 과징금 조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출범 목적에 맞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에게는 사업권을 반납하라고 하든지 방송을 정지시키든지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승인조건 ①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 ②콘텐츠 공정거래 정착방안 ③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기여방안 ④지역균형 발전방안 ⑤소수시청자 지원방안 ⑥국내 방송장비 산업 기여계획 및 연구개발(R&D) 방안 ⑦콘텐츠 산업 육성·지원방안 등을 점검한 결과, 종편 4사는 이중 6개 조건에서 ‘성실’ 또는 ‘대체로’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통위는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뉴스Y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 ‘콘텐츠 공정거래 관행 정착방안’, ‘유료방송시장 활성화 기여방안’ 등 3가지 항목을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지역균형 발전방안’과 ‘소수 시청자 지원방안’, ‘국내 방송장비 산업 기여계획 및 연구개발 방안’은 일부 미흡하지만 대체로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4개 사업자가 모두 미흡하다고 평가된 항목은 ‘콘텐츠 산업 육성·지원방안’ 하나다

 

 

 

조중동 “노사 동수 편성위 ‘노영방송’ 만들겠다는 것”228 PD저널

여야가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비판한 조선·중앙·동아일보가 28일자 신문에선 법안의 위헌성까지 제기하며 법안 저지에 힘을 쏟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보수신문들은 지상파 방송 뿐만 아니라 종편에도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것은 편성의 독립을 훼손하고, 노조의 발언권이 커진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보수신문은 28일자 신문에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던 새누리당이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하루 만에 약속을 뒤집은 배경에 조중동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일보>는 방송법 개정안 여야 합의 뒤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과 달리 민영방송에 대해 법으로 편성을 규제하자는 발상은 언론자유의 침해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고 주장했다.

 

 

조선 “KBS 불방 사태는 노조 때문”

이들 신문은 사설을 통해 방송법 개정안 중에서도 ‘노조 동수’로 편성위를 구성한다는 데 반감을 드러냈다. MBC 파업과 KBS에서 프로그램이 불방된 사례가 노조에 편성권을 줬기 때문이라고 호도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조선은 사설에서 “김대중 정부가 노조 주장을 받아들여 개정한 4조 4항조차 편성권이 사업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취재·제작 종사자 의견을 들어 편성 규약을 제정'하게 하면서도 방법과 절차는 사업자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지적하며 “노조가 편성위 절반을 차지하면 제작 방향부터 특정 프로그램 방영 여부까지 쥐고 흔들 길이 열린다. 경영권과 인사권에 끼어들면서 조직이 마비될 수도 있다.

 

동아도 “노조가 편성권을 쥐게 될 경우 공정성을 빌미로 오히려 노조 편향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2012년 MBC 장기 파업에서 보듯 지상파 방송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공영(公營) 아닌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최근 KBS에서 일부 프로그램이 불방된 것도 노조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적 문제로 노조가 민노총 등과 연대해 파업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도 아니고 민간방송에까지 편성위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것은 세계 방송 역사에서도 드문 언론자유 침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까지 덩달아 ‘노사 편성위’ 반대 목소리 228 PD저널

방송법 개정안 제동에 새누리당 입장만 ‘부각’

여야가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새누리당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방송들도 여당 편들기에 나섰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7일 여야가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개정안에는 △KBS 사장 인사청문회 △지상파 방송과 종편·보도전문채널 등에 대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법안 처리 당일 입장을 바꿔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다.

 

 

종편, 새누리당 “위헌 논란” 제기에 ‘앵무새 보도’

이날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일제히 위헌을 주장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 보도했다. 새누리당이 하루 만에 여야 합의를 뒤집은 배경에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압박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종편이 27일자 메인뉴스에서도 여당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선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지상파, 불리한 개정 조항에 문제 제기

지상파 방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KBS는 이날 단신 뉴스인 “KBS 사장 인사청문회 언론 자유 침해”에서 KBS 사장 인사 청문회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방송 길들이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새누리당 미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가 국정감사 등으로 감독 권한이 있음에도 어제 미방위 법안소위에서 KBS 사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은 언론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KBS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또 언론사 사장까지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삼는다면 자칫 방송 길들이기 수단으로 오해될 수 있으며 정치권의 눈치보는 방송이 될 소지를 남기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민영방송인 SBS는 방송법 개정안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를 두는 것은 민간 방송사의 편성 자율권 침해라고 데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SBS <뉴스8>은 “‘방송법’ 대치로 또 파행…법안 처리 내일로 연기”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공영은 물론 민영 방송사까지 사측과 종사자가 같은 수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논란이 됐다”며 “새누리당은 민영방송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논란…방송 독립성·자율성 침해 우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이라고 표현을 넣어 정파적 이해관계로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 또 MBC는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미방위원)의 멘트는 “방송사 프로그램의 편성은 방송사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유승희 민주당 의원(미방위원)의 멘트를 보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는 야당 측의 이유를 전달하기 보다 “한 가지라도 서로 합의가 안 되면 서로 통과를 안 시키기로 사전에 합의하고 소위를 했다”는 발언을 내보내 야당이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다. 또 MBC는 “전문가들은 방송사 고유 업무에 노조가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부당한 정치세력도 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종편 압박에 물 건너간 방송법 개정 228 PD수첩

노사 동수 편성위 의무화에 반발 … 새누리당 ‘종편 제외’ 막판 제안도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보수신문들의 총공세에 2월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는 물 건너가게 됐다.

 

여야는 방송법 개정안과 함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이하 단통법) 등의 민생법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는 2월 국회에서도 ‘꼴찌 상임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국회 미방위가 지난 26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도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등의 민간방송에도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과 KBS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때만해도 방송법 개정에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하루만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의무화는 제작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재검토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새누리당 법안 처리 보이콧에 국회 미방위는 전체회의에 안건을 하나도 상정 하지 못하고 2월 국회를 마감하게 됐다.

 

종편, 편성위 반대한 진짜 속내는

‘종편신문들’이 노사 동수의 편성위 설치에 강하게 반발한 이유는 뭘까. 조중동은 이틀간에 걸쳐 공영방송이 아닌 민간방송까지 편성위를 설치하면 언론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노조가 편성위에 참여하면 회사의 경영권과 편성권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언론계 안팎의 시각은 이와 크게 다르다. 편성위원회 의무화 조항은 방송법 4조에 명시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구체화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 4조 4항은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 종편 등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이 방송법에 포함된 2000년 이후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대다수 보도채널 등은 방송편성규약을 마련하고 편성위원회도 운영해오고 있다.

 

종편신문들의 반응을 두고 결국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을 경영진의 뜻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 제작진과 실무진과 함께 방송의 공정성을 합의를 통해 담보하자는 취지인데 이걸 자율성 침해로 보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며 “이런 진전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무자 의견을 듣지 않고 관료적 통제에 의해 조직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합의제 정신’ 파탄…수신료 인상 표결 강행 228 PD수첩

KBS 수신료 월 4000원·광고축소 안 국회로 넘겨…노골적인 종편 지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국회에 넘기기로 28일 의결했다. 2TV 광고를 연간 2100억원 줄이겠다는 KBS의 안도 그대로 수용했을 뿐 아니라,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주문한 2019년 KBS 광고 완전 폐지를 위한 로드맵 마련에 대한 내용 또한 검토의견에 첨부하기로 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시청자 부담을 담보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 다른 방송의 먹을거리 마련을 위한 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KBS와 광고를 연계 판매하는 중소방송에 대한 대책 부재 등을 지적했지만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 3인은 표결을 강행했다. 임기 종료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2기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을 망각한 총대 메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울었을까” 세 모녀 자살 소식에 애도 물결

자살 아닌 ‘사회적 타살’…약자에 관심 가져야

“나만 잘 산다고 다인가? 부끄럽다” 자성 목소리도

“이래도 복지가 포퓰리즘인가?”…정부 비판도 잇따라

 

 

생활고를 비관해 세상을 등진 세 모녀의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세 모녀를 지켜주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간 현실을 비판하며,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세 모녀가 비극적 선택을 한 순간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닉네임 아****는 <한겨레> 기사에 “결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세 모녀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오랜 시간 울었을까”라고 물으며 “가난과 병이 없는 천국에서 행복하시길 빈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닉네임 봄***)도 “얼마나 암담했으면 저 길을 갔을까. 아마 우는 상태로 엄마는 딸들을 생각하며, 딸들은 노모를 생각하며, 서로는 서로를 생각하며 그렇게 소리 죽여가며 울었을 것이다. 눈물이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댓글을 남겼다. 닉네임 즐***의 누리꾼은 “우리 사회가 밖에 나가면 전부 웃고 떠드는 것 같지만 정작 어려운 분들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춥고 배고픔을 달래고 있을 것”이라며 “부디 주위를 돌아보는 따듯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세 모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na*****)이라며 공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세 모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사회와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au*******)는 것이다. 한 누리꾼(닉네임 알****)은 “의료 민영화에 부동산 활성화, 공공요금 상승…공영방송비도 오른다며? 어짜피 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나라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시기만 다를 뿐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고 탄식했다. 다른 누리꾼((@in******)도 “다수가 늘 미안함을 갖고, 잠재적 가해자처럼 살아가게 하는 사회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아이디 @zz*****의 트위터리안은 “나만 잘 산다고 잘 살아지나? 내 옆에서 누군가 가난에 굶주려가고 있는데…”라며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팔을 다친 것이 죽음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을 지적하며 “그런데 의료 민영화(라니…). ㅠㅠ”(@na*****)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이러고도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떠들거냐?”(@bu*****)며 “더는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ki*******), “기본적인 건 정부에서 좀 하라”(닉네임 9입******)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집에서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에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적어 놓고 동반 자살한 사실이 27일 알려졌다.

 

 

 

 

자살한 일병 조의금 가로챈 파렴치한 육군 여단장227 한겨레

육군의 한 여단장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의 조의금을 가로챈 사실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해당 사단의 헌병대는 이 사건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 냈고, 이 여단장은 이 병사의 조의금으로 헌병대에 격려금을 지급했다.

 

2011년 12월 경기도의 한 육군 여단 김아무개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사단 헌병대는 김 일병이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고 수사를 종결했다. 김 일병의 유족들도 헌병대의 조사 결과를 믿고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얼마 뒤 김 일병과 함께 복무했던 한 병사에 의해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역한 이 병사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 “나는 살인을 방관했고 나 또한 살인자”라며 김 일병이 우울증이 아니라, 가혹행위 때문에 자살했다고 폭로했다. 김 일병은 선임병의 폭언과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숨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당시 김 일병 부대의 여단장은 국군병원에 마련된 김 일병의 빈소에 모금된 군 장병 조의금 158만5000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이 부대의 인사 담당관은 유족이 없는 상황에서 조의함을 연 뒤 여단장의 지시를 받아 20만원을 헌병대에, 10만원을 기무반장에게 전달하는 등 모두 90만원을 격려금으로 사용했다. 해당 인사 담당관은 조의금을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결국 김 일병의 가족들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아들이 가혹행위로 사망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또 권익위에 아들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조의금의 행방을 확인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권익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김 일병의 사망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여단장 등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 권익위의 통보에 따라 육군본부 헌병대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박근혜정부1년]견고한 기반 존재…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대선 득표율보다 10%P 상승 224 한국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61.6%)는 지난 대선 당시 득표율(51.6%)보다 10%포인트나 높다. 부정적 평가(31.4%)보다 30%포인트 이상 앞선다.  이러한 취임 1년 국정운영 지지도는 2000년 이후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31.0%)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36.5%)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는 이산상봉 실현이나 동계올림픽 등 시기적 영향이 지지도 상승에 일정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역(대구ㆍ경북)과 연령층(중ㆍ장년층)을 중심으로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여론조사기관의 분석이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 연구본부장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30%를 전후한 견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게 60%대의 지지율이 나오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정운영 평가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조사한 평균점수는 65점이지만, 70점 이상을 준 응답자가 모두 54.8%나 돼 지지도와 일맥상통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국정운영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 지난 대선 당시 50%대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던 서울(48.2%) 등 수도권에서 10% 포인트나 높게 나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반면 충청권은 54%였다.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ㆍ경북(76.7%)과 야당의 텃밭인 호남(45.0%)이 각각 최고, 최저 지지도를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2012년 대선 당시 나타났던 젊은층과 중장년층 이상의 지지율 추세가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60대 이상(88.1%)에서 긍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20대(51.2%)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정당지지층별로는 민주당 지지층(35.6%)보다 새정치연합 지지층(31.0%)이 박 대통령에게 더 박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새정치연합 지지층이 현 정권에 더 비판적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선 이후 54.8%(리얼미터)의 지지율로 출발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지난 1년간 부침을 거듭해왔지만 50%대에서 꺾이지 않고 유지ㆍ상승 추세를 보이는 점은 불통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국 현안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했다고도 볼 수 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연이은 인사파동이 있었던 지난해 3, 4월과 기초연금 공약축소 논란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 결렬, 철도파업 장기화 등으로 지난해 12월에 40%대로 추락하긴 했지만 50%대 이상의 견고한 지지도를 유지해 왔다.

 

집권 2년 차에 대한 기대심리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후반~ 60%초반까지 기록하고 있지만 향후 등락을 좌우할 변수가 많다는 게 여론조사기관의 평가다. 원 본부장은 "국민들에게 체감적으로 와 닿는 민생경제 부분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등 복지 문제 등을 어떻게 잘 수습해 나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 대부분이 지적하는 소통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다면 지지율이 더 올라가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취임 1주년 맞아 미국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집회 경향 224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25일을 앞두고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 사람사는세상’은 22일 오후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 계단에 2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에서 정부가 불법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와 증언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잘못한 사람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면서 “도리어 박근혜 대통령은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낡은 국가보안법과 내란음모죄를 부활시킴으로써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 박정희의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배포한 성명서에서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스타일은 민주적 통치 질서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들게 싸워온 사람들에게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또 “현 정부의 공공 부문 사영화 역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 유럽, 호주, 미주 전역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을 요구하는 동포들의 행동에 동참한다”고 했다. 

이들의 집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해병대 군복을 입은 사람들 10여명이 등장했다. 한미자유연맹·한미애국총연맹·재향군인회안보향군단체·해병전우회·625참전유공자회·월남전참전자회 연합이라고 밝힌 이들은 ‘한국 내 정치혼란 선동말고 미국 내 정치에 신경쓰라’는 깃발을 들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는 시위대 앞에 섰다.

 

이들은 배포한 성명서에서 북한의 장성택 처형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 내 한인들은 자기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국제사회에 핵 위협을 가하는 북한 정권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친북 인사들은 항상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만 초점을 맞춰왔다. 그 중에서 이석기와 RO 회원들은 한국 정부를 테러리즘과 폭력으로 전복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말의 양심이나 지성이 있다면 사악한 북한 정권을 비난해야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 상반되는 두 시위대는 대선 1주년애 즈음한 지난 해 12월21일에도 똑같은 장소에서 조우한 바 있다. 두 시위대는 서로들 얼굴을 익히 아는 듯 했다. 화창한 날씨 때문에 유난히 관광객들이 많았던 이 날 두 시위대는 서로 험악한 말을 주고 받는 것은 자제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측에 선 워싱턴수도장로교회의 김응태 장로는 마이크를 잡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가능했던 데에는 해병대 용사들의 죽음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공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가발을 만들어 수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그런데 어느 특정인과 그의 딸이 자신들이 다 이뤄낸 것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고엽제 피해로 고생하고 있는 해병전우회 분들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친 박근혜 시위대의 한 인사는 마이크를 잡고 “내가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도 갔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왜 그런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비판 시위대가 해산함으로써 두 시위대는 마찰 없이 시위를 마쳤다. 앞서 21일 저녁 뉴욕에서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60여명이 맨해튼 코리아타운 우리은행 앞에 보여 ‘가짜 대통령 독재자 박근혜는 퇴진하라’ ‘공안통치 독재부활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한 참석자가 밝혔다.

 

박근혜 정부 1년]대선공약 뒤집은 ‘나만의 원칙’… 여론과 동떨어져 국정 발목224경햘

 

박근혜 대통령에게 따라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원칙’과 ‘신뢰’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9월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할 때 원칙과 신뢰를 명분으로 제동을 걸면서 확고한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러나 취임 1년을 맞이하는 지금,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는 곳곳에서 허물어졌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수시로 원칙을 강조했다.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지난해 12월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는 식이다.

 

 

원칙과 신뢰가 대체적으로 잘 먹힌 분야는 ‘외치(外治)’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문제 해법에 효율적이냐는 논란을 떠나 북한에 진정성을 요구하는 엄격한 원칙 적용이 새로운 남북관계 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신뢰 외교’는 ‘박근혜 외교’의 상징이다.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최악의 갈등 상황에 빠졌지만 여론은 박 대통령의 대일 접근에 호의적인 분위기다.

 

외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취임 1년에 즈음한 지난 17~2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6%로 나타났다. 대선 득표율(51.6%)을 넘는다. 재임 1년 지지율로는 김대중 대통령(60%)에 이어 역대 2위다. 다른 대통령은 김영삼(55%), 이명박(34%), 노무현(25%) 대통령 순이다.

 

국내 문제로 들어오면 양상이 다르다. 박 대통령 집권 1년 동안 원칙과 신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뀐 게 적지 않다. 달라진 원칙은 결국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정책 공약의 양축이었던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를 통한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었지만 빈말이 돼버렸다.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내놨다”며 신뢰를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 그 자리는 경제활성화, 규제 완화 등 보수진영의 경제 논리로 채워졌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 정치쇄신, 검찰개혁 약속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로 인한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한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겠다는 약속은 대선 승리와 함께 사라졌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공약 파기·축소 등 원칙을 지키지 않아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과 동떨어진 ‘나만의 원칙’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인사 문제가 대표적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인사 참사를 막느라 가장 중요한 취임 1년을 탕진했다”고 말했다. 대야 관계도 대화·타협보다는 ‘국회가 해결할 일’이란 원칙만 내세워 1년 내내 갈등 상태로 방치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는 ‘법대로’ 원칙을 적용해 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의 원칙은 ‘나의 신조’가 아니라 여론에 의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는 ‘국민통합’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삼을 것을 조언하고 있다. 윤 교수는 “ ‘통일대박론’을 실제 ‘대박’이 되도록 만들어가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국민통합, 사회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신뢰받지 못하는 원칙은 유연성을 발휘해 바꿔야 한다. 고수하면 독선이 된다”고 말했다.

 

 

鄭 총리·내각 국정 성적표 ‘D학점’ 224세계일보

‘박근혜 정부 1년’… 각계 전문가 40인 분야별 평가

10명중 9명 “책임총리·장관제 제대로 실현안돼”

“개각 필요” 68%… 소통·국민대통합 분발 촉구

 

KBS 여론조사…“박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63.1%” 224 kbs

 

 

'겨울 왕국' 박근혜, 지지율은 왜 훈훈할까? 224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따뜻한 박근혜'는 원래 없었다

"표정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박근혜 대통령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타났을 때의 어색함이 아니다. 안경의 위대함을 일깨워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 변신과도 다르다. 미소를 머금어도 차갑다고 한다. 혹은 무섭다고 한다. 1년 전이나 오늘이나 단아한 얼굴 그대로인데, 대체 왜? 박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만 그런 얘기를 들었으니 그네들의 편견일 것이다.

 

 

물론, 관심 없으면 편견도 안 생긴다. 1년 전 이들은 박 대통령의 유전자까지 살폈다. 빼도 박도 못하는 5년, 기도하듯이 박정희보다 육영수가 발현되기를 바랐다. 박정희와 육영수에 대한 대중들의 신비화된 이미지가 그러하니, '따뜻한 보수'에 대한 기대가 박근혜에게서 육영수를 읽어내려는 최면의 바탕이었을 것이다. 그런 심리와 비슷한 취지의 글을 나도 쓴 적 있다. 교훈을 얻었다. 역시 사람은 비과학적으로 살면 낭패를 본다는.

 

비과학적 영역에 '미스테리'가 하나 더 얹혔다. 따뜻한 보수는커녕 얼음장 같은 공안 정치로 내달려온 1년, 그런데도 50%를 넉넉히 상회하는 지지율의 비밀이 뭐냐는 거다. 경제 민주화란 용어는 애진즉 사라졌고, 복지는 나중에 나라 곳간 차고 넘칠 때에나 베풀어주겠다고 한다.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끝날 줄을 모르고, 권력기관들은 죄다 박근혜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대통령 주변에는 70년대식 사고방식을 가진 올드보이들이 수두룩하고, 불통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왜?

조지 레이코프의 이론이 한국에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이 '잃어버린 10년'으로 손가락질 받던 즈음, 거의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에 판판이 깨진 민주당이 권력을 내주고 헤매던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주로 야권의 선거 전략 지침서로 각광받았지만, 언어학자인 그가 말하는 핵심은 보수가 어떻게 일상적으로 세상의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가에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레이코프가 비유하는 '엄격한 아버지' 모델을 그대로 따랐다. 엄격한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는 권위자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시한다. 이를 위해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동원한다. 예컨대, 북한을 극단적으로 악마화하며 '종북주의자'들을 체벌했다. '통일 대박론'은 북한의 불확실성을 가정한 '붕괴론'의 변형이다. 남한에 실존하는 위협의 증거로는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을 찍었다. 종북몰이에 반복적으로 오염된 대중들은 이성적 판단에 앞서 종북 프레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비정상의 정상화' 역시 잘 벼린 규율의 칼이다. 이른바 '박정희 패러다임'을 벗어나려는 시도들의 싹을 잘라냈다. 재벌 중심 경제 이외의 가능성을 경험해보지 못한 대중들의 불안감을 들쑤시며 경제 민주화를 불확실성의 영역에 가뒀다. 노조는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비리의 온상 취급을 받고 있다. 복지 정책 후퇴를 지적하면 국가 재정을 들이밀어 입을 틀어막았다. 청와대는 취임 1주년에 맞춰 박정희 향수가 물씬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생중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선 민의를 배반하는 방향 전환에 이정표를 또 하나 세우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엄격한 아버지 모델은 소득 하위층과 저학력층, 노년층에서 일관적인 효과를 냈다. 젊은층에선 '일베 현상'으로 가시화됐다. '선량한 시민'으로 훈육되었거나 '잉여'라고 자기비하 하는 이들은 '똑똑한 진보 엘리트'들에 맞서 대리전을 치렀다. 박근혜 정부가 꾀한 분열의 정치는 상대방 지지층에 묶여 있어야 할 대중들을 쪼개는 목적에 정확하게 맞춰졌다는 것이다. '이권 정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탐욕적 보수'의 면모를 숨기지 않은 이명박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애국적 보수'와 같은 가치로 실상을 교란하는 능력이 탁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레이코프가 분석한 패배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레이코프는 진보주의자들이 일종의 신화를 믿는다고 봤다. 이 신화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우리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그들은 옳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비롯된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대중들이 움직일 거란 야당의 구상이 희망사항에 그친 게 단적인 예다. 야당 지도부는 일관성이 없이 흔들리다 제풀에 자빠졌다. 강경파들에게선 대중들과의 눈높이 전략보다 80년대 식 '민주 투사'의 외양을 벗어내지 못한 진보 엘리트주의가 스멀거렸다. 주장의 옳고 그름에 앞서 대중들이 '재수 없다'고 생각하면 프레임 구축은 실패하는 것이다.

 

탈이념과 중도를 금과옥조로 삼는 경향도 강화됐다. 이념은 엿 바꿔먹는 고물 취급이다. '안철수 효과'가 야권을 지배한 탓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실 이것은 역효과를 낸다. 오른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진보주의자들은 실제로 우파의 가치를 활성화하고 자신들 고유의 가치를 포기하고 만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을 소외시킨다"고 한 레이코프의 지적과 다른 방향이다.

 

이런 야당을 상대로 박근혜 정부는 손쉬운 싸움을 해 온 것이다. 대통령의 표정이 달라졌다는 관상론도, 박근혜 지지율 앞에 기가 질려버린 것 같은 소심함도 '정권의 나팔수'라는 종편 이전에 야당이 먼저 유포하는 패배주의가 원인인 셈이다. 하여, 박근혜 정부 1년의 진짜 분석 대상은 야권이며, 야권이 제자리를 찾느냐가 집권 2년차의 항로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말을 외면하지 못하겠다

 

비정상의 정상화... 민간엔 '채찍' 정부엔 '당근' 224 오마이뉴스

추진방안 229개 분석... 정부개혁은 재탕, 경제민주화는 '찔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기조로 제시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어떤 흐름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비정상'의 개념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리한 10대 분야 핵심과제를 봐도 정상화하겠다는 분야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서부터 '고비용 혼례문화'까지 너무 다양해서 어떤 기조인지 알아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이 국정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분석할 수는 있다.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 홈페이지에 정리해놓은 10대 분야 핵심과제 48개와 단기개선과제 32개(2월 22일 기준)에 각각 제시한 정상화 방안들을 분석해 종합한 결과 '당근형'보다는 '채찍형' 추진방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채찍'은 공기업과 민간부문에 집중돼 있고, 정부 스스로 개혁하는 방안은 '당근형'이거나 기존 실시 내용을 재탕한데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상의 정상화' 10대 분야 핵심과제와 단기 개선과제에서 각각 제시하는 세부 정상화 추진방안들은 229개로 정리됐다. 이 229개 정상화 방안을 각각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는지를 가이드라인 제시, 인센티브, 평가 불이익, 캠페인, 정보공개, 정보통합, 처벌강화, 단속강화, 제도 엄격화, 제도 보완, 제도 간소화, 약자 구제 등 12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이를 다시 큰 3개의 범주, '자율 변화 유도형'(가이드라인·인센티브·정보공개·캠페인), '타율적 규제 강화'(처벌강화·단속강화·제도 엄격화·평가 불이익), '행정절차 개선'(제도보완· 제도 간소화· 약자구제· 정보통합)으로 묶었다.

 

타율적 규제 강화가 절반 넘어... 처벌강화, 단속강화

타율적 규제 강화로 추진되는 정상화 방안이 128개(55.9%)로 가장 많았다. '특혜성 가석방 요건 대폭 강화'나 '징계전력자 교장임용제청 배제 기준 강화'와 같이 기존의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제도를 더 엄격하게 고치겠다는 '제도 엄격화'로 분류된 실행방안이 54개로 가장 많았고, 각종 특별점검, 조사강화와 같은 '단속강화'가 42개, '불성실 납세자 과태료 대폭 상향'과 같은 '처벌강화'가 29개였다.

 

반면, 정책 대상의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정상화 방안은 28개로 12.2%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중 '보조금 부정수급 어린이집 명단 공표', '아파트 관리비 및 주택관리업자 평가 등 공개'등 '정보공개'형 정상화 방안이 14개, 가이드라인 제시형이 8개, 인센티브 제공은 2개였다.

 

행정절차와 제도를 보완·개선해 불법을 방지하고 예산낭비를 줄이겠다는 정상화 방안이 73개로 31.9%를 차지했다. '공정거래위 신고사건 우선 처리 기준 마련'과 같은 제도보완 방안이 32개, '청소년 대상 건보료 체납 독촉은 미성년 기간동안 제외'와 같은 '약자구제'형 방안이 21개, '농업보조금 통합관리 DB 구축', '기초생활보장급여 관계기관 자료연계 강화'와 같이 각 부처 보유 정보를 통합·활용하는 '정보통합'형 방안이 12개였다, '법인세 재무제표 부속서류 전자제출'과 같은 제도 간소화 방안은 8개였다.

 

'처벌강화'와 '단속강화'만 합쳐도 70건(전체의 30.6%)에 이른다. 처벌강화와 단속강화는 10대 핵심과제와 단기 개선과제 전 분야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지만, 특히 정부 보조금·지원금이나 실업급여 부정수급, 세금·건강보험료 체납, KTX·원전 같은 공기업 비리 등에는 여지없이 등장한다. 공기업과 일반 시민을 정책 대상으로 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의 주된 수단은 '채찍'이라 할 수 있다.

 

정부·공무원 개혁은 재탕... '정부 3.0'은 어디에?

반면, 대상이 정부부처나 공무원인 정상화 방안에선 '채찍'을 찾아보기 힘들다. 229개 정상화 방안 중 '인센티브'형이 단 2개인데 그 중 하나가 '연말 밀어내기 예산 집행 관행 개선' 과제로 절약 재원은 다음 연도 예산편성 시 인센티브 재원으로 반영한다는 방안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직자 퇴직 후 재취업 관행 개선' 과제의 경우, 정부는 4개의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취업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 말고는 지난 2011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현재 실시하는 내용이다. 또 '교육부 공무원 대학 재취업 관행 개선'과제도 상당 부분 자체 윤리강령 개정에 의존하고 있고, 교육부 공무원이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일하면서 내는 고용휴직을 불허하는 방안도 2011년 9월 국정감사 지적 뒤에 이미 제한돼 온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정부 3.0'이란 말로 정부혁신 공약을 내세웠고, 그 첫째가 공공부문의 정보자원을 통합하고 개방하겠다는 내용이다. 정상화 방안 중 '정보공개' 유형이 14개여서 마치 대선공약을 실천하는듯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공개하겠다는 정보는 '어린이집 회계공시 의무화'와 같은 민간부문의 정보다. 당초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겠다던 공공부문의 정보자원이나 정부 내 정책결정 과정은 아니다.

 

취임 직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돼 버린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도 '비정상의 정상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상화 방안 중에는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행위 유형 고시', '창업 초기 기업 정부조달 입찰시 신인도 평가 우대'와 같이 경제 약자들을 배려하는 방안들도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 도입, 재벌 금융보험사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 등 굵직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선공약집 150쪽에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 공약도 온데간데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최근 규제완화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기업을 개구리에 비유하면서 "우리는 그냥 호수에다 돌을 던졌지만 개구리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라며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지시했다. 특히 입지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투자를 용이하게 하라는 주문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 홈페이지는 추진원칙 중의 하나로 "우선 정부와 공공부문의 특혜, 불공정 등 비정상적인 기득권부터 내려놓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공기업 노조를 정상화의 방해세력으로 규정했고, 정부는 자신의 개혁은 도외시한 채 '공공부문의 기득권'이라는 말에 묻어가고 있다. 결국 비정상의 정상화 채찍은 공기업과 시민들을 향하고 있고, 규제완화라는 선물은 기업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약속 못 지킬수 있지만, 국민 앞에 솔직했으면 좋았을걸”225 한겨레

‘대선공신’ 30명이 본 박근혜정부 1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한 이른바 ‘대선 공신’들의 박근혜 정부 1년 평가는 바깥 여론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등에 포진한 30명의 심층면접 대상자 가운데 13명이 잘못하거나 부족했던 분야로 ‘인사’를 꼽았고, ‘소통 부족’이라고 답한 이도 10명이나 됐다.

 

인사 분야가 잘못됐다고 답한 이들은 박 대통령의 인사가 ‘국민통합’에 미흡했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지도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사를 지역, 출신 등을 고려해 더 다양하고 과감하게 했어야 했다”(청와대 참모),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이 무능해서, 그 밑에서 일하는 관료만 행복한 나라가 됐다”(새누리당 자문그룹)는 평가들이 나왔다.

홀로 오래 고민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좀 바뀌어야 한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공적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두루 구하는 게 아니라 사선을 통해 구한다”(새누리당 당료), “인사가 늦고 신중한 것에 비해 언제나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인재 풀의 한계 때문에 탕평의 정신이 퇴색됐다”(청와대 참모)는 반응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공공기관의 경우도 인사를 정상화하려다 보니 예전에는 그냥 보내던 자리도 지금은 사외이사까지 검증한다. 문제 생기면 바꿔야 하니 또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인사권 분산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책임을 지고 짐을 나눠 지는 사람이 대통령 주변에 좀더 많아야 한다”, “강력한 2인자라도 필요한 것 같다.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 (대통령) 업무가 과다하고, 장관·수석들이 약해져서 부하가 한쪽으로 너무 쏠린다”는 것이다.

 

소통 부족을 문제로 꼽은 10명 가운데 6명은 특히 대야 관계 및 설득의 부족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국정 현안에 대해 민주당과 더 소통하고 포용해가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 시절 리더십에 비해 좀 경직된 게 아닌가 싶다”(청와대 참모), “민주당의 대선 불복 등에 대해 초기 대응을 잘못한 것 같다. 정치력이 모자랐다는 생각이 든다”(새누리당 의원)는 답변 등이 대표적이다.

 

대야 관계와 별도로 국민들에게 좀더 솔직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시간이나 예산 또는 관행 때문에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게 부족하다 보니 상당히 독선적으로 보였다. (대통령이) 정치를 오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동의와 합의, 양해가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더 진솔하게 호소하면 좋았을 텐데, 약했던 것 같다.”(청와대 참모) 솔직하지 못했다는 혹평도 있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약속은 못 지킬 수 있지만, 국민 앞에 솔직하지 못하니 감동을 주기 어렵다. 감동을 주지 못하면 통합이 안 된다. 스스로 ‘여왕’이 아닌 평민의 밑바닥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대부분(23명)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대선 전 예상했던 것과 일치한다’고 답했는데, 나머지 ‘예상과 다르다’고 답한 이들의 답변 이유도 대체로 사회통합·소통 분야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불평등과 지역갈등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고조인데, 이를 해결할 정치가 실종돼 아쉽다”(새누리당 의원), “경제·복지 분야는 예산 등의 문제가 있어 이해가 가지만, 국민화해나 통합은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되는 건데 선거용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청와대 참모)

하지만 이런 지적과 우려에도 박 대통령이 당분간 현재의 소통 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당료는 “앞으로도 국면전환용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청와대의 한 참모는 “(소통한다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대통령이) 굉장히 꺼린다. 그래서 참모들도 그런 걸 제안하는 게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응답자 가운데 8명이 아쉬웠던 분야로 경제를 들었다. 대선캠프 정책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국민들이 활력을 회복하고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경제 정책이 안 보인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파트타임이 늘고 정규직이 줄었다. 활력이 떨어지는데 돌파구가 안 보인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 박근혜 대통령에 인권 '빨간불' 경고 224 미디어오늘

살릴 셰티 사무총장 공개 서한에서 한국 인권 전반 우려 표명...내란 사건 등 언급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국제앰네스티 살릴 셰티 사무총장이 공개 서한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건을 포함해 한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살릴 셰티 총장의 공개서한은 박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전달된 것으로 실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한국 사회의 인권 전반이 하락했다고 판단, 국제앰네스티 사무국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공개서한에서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정부에 모두의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아래의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해결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며 ▲사형제도 ▲결사의 자유 ▲국가보안법 ▲무기거래조약 ▲밀양 송전탑 문제 등을 제기했다.

 

국가보안법 적용 문제와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는 "통합진보당원에게 국가보안법 7조가 적용되어 이들이 북한 사상을 찬양 또는 선동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고, 이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우려 하고 있다"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을 언급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본 규약은 단지 적과 일치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한 동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지난 2006년 11월 자유권 위원회의 내용을 전한 뒤 "한국 정부는 통합진보당 해산 및 통합진보당 당원 관련 어떤 법률적 행위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앰네스티 로젠라이프 동아시아 조사국장은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선고 당시 방청을 하는 등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로젠라이프 조사국장은 "국제앰네스티는 재판과정에서 공개된 증거들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계획하거나 선동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국가보안법의 모호한 조항, 특히 국가보안법 7조가 계속해서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평화로이 행사하는 개인을 자의적으로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데 적용되었다"며 국가보안법 입건 수가 2012년 112건에서 2013년 129건으로, 구속자수가 2012년 26건에서 2013년 38건으로 증가한 사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또한 국제 앰네스티는 공권력이 지난해 12월 22일 전국철도 노동조합 지도부 체포를 명분으로 민주노총 본부 건물에 진입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지도부 4명의 업무방해 혐의 적용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및 파업할 권리를 부정하는 데 이용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국제노동기구 역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노동조합 활동가를 형법상 처벌하는 문제에 대해 자제해달라는 권고를 해왔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지도부에 업무방해 혐의라는 굴레를 씌어왔다.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전국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반려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 노조 통보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당사국으로 있는 자유권규약(ICCPR) 제22조와 사회권규약(ICESCR) 제8조에 보장된 권리인 결사의 권리를 어긴 것으로 지적했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민들은 765kV 송전탑이 자신의 인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하게, 적절한 시기에 알 권리가 있다"며 "주민들이 겪을 위험에 대해서 규명되어야 하며, 위험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는 주민들의 의견과 알고 있는 정도가 고려되어야 한다.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인권 및 환경영향평가(human rights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가 실시되어야 하고, 조사 결과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사형제도 영구 폐지를 촉구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형사 처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무기거래조약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2013년 6월 무기거래조약에 서명했지만 국내법 개정에 필요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재래식 무기 또는 관련 장비가 국제 인도·인권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인권침해를 조장하는 국가로 수출될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해서는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철회하고 고용허가제를 개정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에 있어 사업주 승인과 새로운 일자리는 찾는 데 있어 개월 수 제한 등 사업장 변경을 가로막는 제한과 장애물을 없애는 등 더 많은 유연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변정필 캠페인 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공개서한의 의미에 대해 "대통령 취임 때나 중요한 시점에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한 우려의 상황을 전달했다"면서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국제 사무국 차원에서 한국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인권 상황이 두드러지게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대통령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변 팀장은 "이번 서한을 이례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취임 1주년이 되는 시점에 인권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어 국제 사무국 차원에서 우려 지점을 요청 드린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특히 철도 파업 공권력 투입 등 결사의 자유와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깊게 모니터링 했고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서도 환경 영향 평가 없이 진행된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의 딸'이 대통령인데…226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박근혜 창조경제', 믿음 안 가는 이유

한국에서 지식이나 기술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 학위나 자격증이 대접받을 뿐이다. 이런 포장 안에 담긴 지식이 대접받는 건 아니다. 반면, 인맥이나 부동산의 가치는 대체로 과대 평가돼 있다. 고위 법관이나 관료가 로펌으로 옮겨가면서 받는 거액연봉이 그가 지닌 지식의 가치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인맥 때문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의 집값이 온전히 사용가치 때문이라고 믿는 경우는 없다.

 

인맥이나 부동산으로부터 얻는 이익은 일종의 ‘지대’다. 확보하기가 어렵지, 얻은 뒤엔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지대추구 경제가 활성화 된 곳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기술 개발에 쏟을 시간과 돈을 인맥과 부동산 확보에 쓰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들고 나왔을 때, 조금은 반겼었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좋은 인맥과 부동산을 물려받지 않은 사람이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해서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역동적인 곳으로 바뀔 게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기대였다. 박 대통령 본인이 지대추구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해 왔던 대표적인 경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기득권을 넘어서는 창조나 도전을 한 사례가 없다. 거대한 부동산을 가진 영남대, 육영재단 등에서 이사장을 지낸 이력이 그렇다. ‘창조경제’란 지대추구 경제의 반대말에 가깝다. 평생 ‘지대’에 의지해서 살아왔던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에 대단한 진정성을 갖고 있기를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박 대통령이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3대 추진 전략과 15대 핵심 과제, 100대 실행 과제 등이 담긴, 거대한 계획이다. 그간 말만 무성하고,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창조경제’ 역시 조금은 구체적인 꼴을 갖췄다. 그러나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거비와 가계부채가 ‘민생의 걸림돌’이라면서, 주택 구입자에 대해 대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런 정책은 ‘민생의 걸림돌’을 더 키울 뿐이다.

 

내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오프라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창조’, ‘혁신’ 등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게 오프라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없기 때문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 시절엔 마을마다 새마을 지도자가 있었다. 이들이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초가지붕을 석면슬레이트 지붕으로 뜯어고치도록 독려했다. 당시엔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이란 걸 몰랐다. 그저 ‘조국 근대화’의 상징이겠거니 했다. ‘창조’, ‘혁신’ 등을 정부 주도로 이룬다는 발상에선 새마을 운동의 어두운 그림자가 떠오른다. ‘조국 근대화’건, ‘창조경제’건, 단기 목표를 정해놓고 돌격하는 방식으론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이게 만약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이게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앞서 박 대통령의 이력이 지대추구 경제인의 전형이라고 했다.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득권 집단에 속하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는 말이다. 바로 그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아마 이 점이 그의 프로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약자에 속하는 부분일 게다.

 

다들 알다시피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리고 여성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은 남성 중심의 인맥 구조에 짓눌려왔다. 시험 성적이 지식이나 창의성을 온전히 측정하는 척도는 아니다. 그러나 성적 좋은 사람을 굳이 차별할 이유 역시 없다. 각종 시험에서 여성이 좋은 점수를 내는데도, 기업과 관공서의 유리 천정은 여전하다. 여성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자리로 진출하는 비율은 아직 낮다는 뜻이다. 의사결정에서 배제돼 있는데, 창의성이 무슨 소용인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창의성도 쓸모가 있다.

 

유리 천정이 여전한 이유 가운데 상당부분은 지대추구 경제와 관계가 있다. 한국은 인맥 사회인데, 고위층과의 인맥은 룸살롱 등 음습한 공간에서 만들어진다. 과거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은 그렇다. 이런 인맥을 독점한 남성 역시 지대추구 경제인이다. 이런 구조를 깨고, 여성의 창의성을 해방시켜야 창조경제에 더 가까워진다.

 

그러나 현실은 까마득하다. 얼마 전, 육군과 공군 사관학교에서 여성 생도를 차별하는 일이 있었다. 여성이 수석을 차지하자, 평가방식을 바꾼다고 했다. 군인에겐 신체적인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이 논거인데, 허무맹랑하다. 사관학교는 미래의 지휘관을 키우는 곳이다. 지휘관에겐 지식과 창의성을 포함한 총체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여성이 시험성적이 좋으니까, 평가방식을 바꾸겠다는 건, 미래의 의사결정자 자리에서 여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똑똑한 여학생은 사관학교에 지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군 수뇌부가 보낸 셈이기도 하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창조경제는 기득권 경제, 지대추구 경제의 반대말이다. 남성의 불합리한 기득권을 깨지 않는 한, 창조경제는 요원하다.

 

기억하자. 이 나라에서 가장 힘 센 사람, 바로 대통령은 군인의 딸, 즉 여성이다. 그런데도 남성 중심 기득권 구조가 여전하다면, 우린 대체 대통령 선거를 왜 했다는 말인가.

 

박근혜 지지율 못 믿겠다고? KBS와 TV조선을 보라 225 미디어오늘

[해설] 언론의 자발적 굴종이 빚어낸 박근혜 정부 1년… 축소·왜곡보도의 극단

 

박근혜정부의 지지율이 대선 때보다 높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취임 1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정부는 5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득표율 51.6%보다 높다. 비슷한 시기 실시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현 정부의 지지율은 대선 당시보다 높게 나오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리더십과 ‘비정상화의 정상화’ 때문일까.

 

박근혜정부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끌어 낸 주역은 KBS·MBC 공영방송과 TV조선·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언론사는 1년 내내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나 철도민영화 논란, 국정원 대선개입 등 사회 주요 이슈를 축소 보도하거나 정부여당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다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희웅 정치컨설턴트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지지율에서 고령층(50대 이상)의 지지율이 65% 수준이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70~80%까지 올라갔다”고 지적하며 “낮 시간대 고령층의 시청률이 높은 종합편성채널이 이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상파와 종편의 주 시청층인 고령층이 정부여당에 치우친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에 쉽게 노출돼 고령층 지지율이 견고해졌다는 지적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국정홍보처가 없는 대신 보수색채가 강한 종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는 현재 국민의정부·참여정부·이명박정부와 비교했을 때 가장 유리한 언론환경에 놓여있다. 군사독재시절부터 정부여당편향이었던 언론환경에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국민의정부는 IMF 위기 국면을 돌파한 특수성 때문에 집권 1년차 지지율이 높았다. 참여정부는 조중동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집중포화를 맞으며 야권의 선거불복과 탄핵 국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명박정부는 집권 1년차에서 공영방송의 비판과 견제를 받는 가운데 수개월 간 이어진 촛불집회로 ‘하야’ 여론에 직면하는 등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에 이명박정부는 YTN·KBS·MBC 순으로 낙하산 사장을 내려 앉혀 공영방송을 장악했으며 2009년 언론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2011년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켰다. 박근혜정부에겐 이명박정부의 언론장악 ‘과실’을 그대로 따먹은 지난 한 해였다.

 

집권여당과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일정한 정치성을 드러내는 신문과 달리 방송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요동쳤다. 박근혜정부 첫해, 방송은 ‘자발적 굴종’에 가까웠다.

 

 

일례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철도파업 하루 전인 12월 8일부터 17일까지 지상파 3사 뉴스에 등장한 138건의 인터뷰 및 발언을 분석한 결과,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부·코레일의 입장,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언급하는 인터뷰가 전체의 75%(104건)로 나타났다. TV조선은 12월 22일 민주노총 침탈을 생중계하며 경찰이 경향신문사에 진입하자 “야~이게 공권력이죠”, “누군가 다치면 제2의 용산참사라는 사건을 만들어 국민을 선동 할 것”과 같은 멘트를 내보냈다.

 

공영방송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서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원세훈·김용판이 증인 선서를 거부해 ‘위증을 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라는 비판이 있을 당시 KBS는 “현행법상 증인은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2013년 8월 16일)라며 정당화시켰다.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1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해 6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공영방송 메인뉴스에서 시국선언·촛불집회를 다룬 리포트는 MBC가 0건, KBS가 단신 2건에 불과했다. 신문유료독자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경우도 같은 기간 지면에서 시국선언이나 촛불집회 내용을 다룬 기사가 한 건도 없었다. 심각한 여론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여기에 더해 MBC는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에 무슨 일이?' 편이 방송 당일 불방 되며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YTN에선 국정원의 SNS 정치개입 정황을 단독 보도한 리포트가 석연찮은 이유로 돌연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KBS에선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보도한 <추적60분> ‘서울시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이 불방 돼 정권차원의 외압의혹을 낳았다.

 

이처럼 불방 또는 표적심의로 언론자유를 옭아매는 과정이 반복되며 자기검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MBC뉴스에선 동물 아이템이 증가했고, KBS뉴스에선 날씨·재해 아이템이 부쩍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선 MBN 여기자가 대통령에게 포옹을 청하는가 하면, KBS <뉴스9> 민경욱 전 앵커는 전날 리포트를 내보내고 다음날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하며 부끄러운 언론인의 민낯을 보여줬다.

 

 

그나마 손석희 영입 이후 정부를 비판·견제 해온 JTBC는 지난해 말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받고 있는 처지다. 야성이 강한 CBS의 경우도 방심위의 징계와 더불어 ‘유사보도’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박근혜정부 1년은 이명박정부 6년차 느낌이다. 언론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없고, 공영방송 구성원들에겐 신나게 일할 환경이 사라졌다”고 평가한 뒤 “종편은 정치적인 재승인을 받은 뒤 결국 방송환경 전체를 황폐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박근혜정부의 2년차 언론환경도 김재철 사장의 최측근이었던 안광한씨의 MBC사장 선임을 바라볼 때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 박 대통령 취임 1년 평가 “나라 밖에선 성공, 안에선 스캔들” 2228 경향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인기를 유지하려면 국내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 27일자 ‘정보활동의 말썽’(Spying trouble)이라는 제목의 인쇄판 기사를 인용한 연합뉴스는 박 대통령의 지난 1년간 국정수행은 ‘나라 밖에서는 성공, 안에서는 스캔들’이었다고 28일 보도했다.  잡지는 먼저 25일로 취임 1년이 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6%가량으로 나타났다며 “대중이 주로 대북정책에서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성사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은 모두 박 대통령과 지지자들에게 대북 ‘신뢰외교’(trustpolitik) 기조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5월과 6월에 각각 성공적으로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역사 문제에 대해 일본에 강한 태도를 취해 ‘점수를 벌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의 신뢰 구축은 국내에서는 그만큼 잘 되어가지 않았다”며 “정치적 스캔들이 곪아가도록 놔뒀다”고 전했다.

 

잡지는 “그의 최대 곤경(setback)은 지난 2012년 12월 한국인들이 투표소로 가기도 전에 일어났다”며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들었다. 또 “박 대통령이 불과 3%포인트 차로 당선됐다 하더라도 그가 불법적인 선거운동으로 이익을 봤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면서도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한국의 강력한 정부기관들에 대해 곤란한 질문들을 촉발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착상태로 인해 일자리 창출과 복지 프로그램 확대를 포함한 법안들의 통과가 가로막혔다”고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이 선거 당시 공약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가벼운 조치들만 통과시켰을 뿐 별로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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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앞에서 쩔쩔매는 새누리당 의원들” 227미디어오늘

조중동 '방송법 개정안' 때리자 새누리당 합의 번복…언론계 “무책임한 굴복” 비판

“새누리당이 종편에 휘둘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종편에 편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가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매일경제가 지면을 통해 개정안을 비판한 뒤 입장을 번복하자 언론계에서 나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은 27일 종합편성채널 4사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영방송에 편성위원회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이유였다.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나온 합의를 번복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조중동에 백기 든 새누리당, 방송법 개정 보이콧>)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는 27일자 지면에서 방송법 개정안 합의를 비판했다. “여야가 방송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민영방송의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거나 “노조가 근로조건과 무관한 문제로도 취재·제작 거부를 할 수 있는 명분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종편4사가 같은 계열사 신문 지면을 통해 방송법 개정안을 비판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미 합의된 사항까지 뒤집은 것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은 불특정다수 시민들에게 이념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언론에 대한 규제는 민영과 공영이 구별될 이유가 없다. 오늘 조중동의 보도는 ‘잘못된 주장이라도 힘 합쳐서 떠들면 어쩔 수 없이 바뀔 것’이라는 식의 오만한 행동”이라며 “그런 오만함에 쩔쩔 매는 것이 새누리당“이라고 비판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책임정치에 어긋난다”며 “종편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합의를 했다가 신문에서 떠드니 아차 싶어서 합의를 파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시민사회와 야권에서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등을 주장할 때 새누리당이 항상 걸림돌이었다. 대오각성하고 방송법 개정안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야가 합의해놓고 조중동이 공격한다고 뒤집는 것은 줏대도 없을뿐더러 원칙과 명분도 없는 행동이다. 무책임한 굴복”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도 정책에 동의해서 합의한 것 아닌가. 국회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정책 입안하면 언론사들한테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종편 4사와 조중동매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서중 한국언론학회 회장은 “뉴스의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 편성위원회 등 내부 기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주나 소수 간부의 세계관에 의해 방송이 사유화될 위험성이 있다”며 “그런데 자신들이 종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반대를 위해 지면을 사유화했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이번 조중동매의 보도가 언론에 ‘편성위원회’ 등 내부 견제 기구가 필요한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할 언론이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언론이 아니라 사보 수준”이라며 “이렇게 자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보도가 좌지우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성 없는 검찰, 마피아와 다를 게 없다" 프레시안 227

[인터뷰] 안병욱 전 진실화해위원장이 말하는 '강기훈 무죄, 그 후'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1월 16일, 유서 대필 사건 재심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강기훈은 검찰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기훈의 절절한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2월 19일, 검찰은 유서 대필 사건 무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동료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할 새도 없이 파렴치범으로 내몰린 한 시민에게 '23년으로는 부족하다'며 다시 압박하는 모양새다.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할 용기도 없는 권력, 2014년 민주공화국 한국의 민낯이다. (관련 기사 : <강기훈 23년 짓누른 검찰…정의는 있는가> <강기훈, 23년 만에 무죄…"김기춘·검찰, 사과하라">)

 

 

검찰만이 아니다. 검찰과 손잡고 강기훈을 토끼 몰듯 패륜아로 몰아갔던 이들 중 무죄 판결 후 반성하고 사과한 사람은 없다. 무죄 판결을 계기로 사과와 반성, 조작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로 나아가는 것이 순리일 테지만 진실의 문조차 다시 닫으려는 이들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다. 그 막강한 힘이 진실의 길을 가로막는 사이, 역사적인 무죄 판결이 일회성 사안으로 치부되고 망각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병욱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을 만난 것도 그 때문이다. 유서 대필 사건 무죄 판결의 역사적 의미가 망각의 늪에 빠지는 것을 막자는 뜻이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2007년 유서 대필 사건 재심 권고 결정을 내린 곳이 바로 진실화해위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인 2월 25일 안 전 위원장과 함께 짚어본 유서 대필 사건의 의미를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안 전 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독자들에게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게 있다. 강기훈의 최후 진술과 변호인(이석태 변호사)의 최후 변론을 정독하는 것이다. 제2, 제3의 강기훈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사회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아니라면 필요한 일이다. 최후 진술과 최후 변론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서 대필 사건과 궤를 같이하는 거대한 허위

프레시안 : 재심 선고 법정에 있었다. 무죄가 선고될 때 심경이 남달랐을 것 같다.

안병욱 : 뒤틀린 우리 사회, 진실보다는 조작과 거짓이 판치는 이 사회의 하나의 틈이 이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 속에서 법정에 나갔다. 하나의 틈이 생기고 그것으로 인해 전체 허위 구조가 무너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판결 이후 우리 사회를 보면 그런 기대, 희망과는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무죄 판결 자체가 일회성 문제로 (여겨지고) 다시 묻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또 이 사안은 현 집권층의 본질적 문제하고 관련돼 있기 때문에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공작과 거짓에 기초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틀이 여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 그 점이 서글프다.

 

프레시안 : 어떤 것에서 그런 느낌이 드나.

안병욱 : 단적인 예로 최근 증거 조작 파문을 몰고 온 서울시 공무원 탈북자 간첩 사건,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 행해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 아주 유치하고 치사하게 변명하면서 끝내는 일종의 '찌라시'에 핑계를 대고 덮어간 부분이 그렇다. (대화록 불법 유출 의혹과 관련,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찌라시'에서 그 내용을 봤다고 해명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편집자>) 또 국정원이 주도해 선거 공작을 한 사실의 일단이 드러났을 때 박근혜 후보가 TV 토론에서 엉뚱하게 치고 빠져나가고, TV 토론이 끝나자마자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밤중에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도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그렇다.

 

이런 것들이 어떤 측면에서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과 궤를 같이하면서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특히 현재의 이런 위선과 거짓과 공작의 시대가 대단히 안타깝다. 이런 이 시대를 내가 만일 역사로 정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상당히 막막하고 자신이 없다. 그 거대한 허위, 거짓의 역사에 맞서기에는 내게 너무 힘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느낀다.

 

프레시안 : 유서 대필 사건의 선봉에 선 검찰이 상고했다. 강기훈뿐만 아니라 고 김기설의 명예까지 다시 짓밟은 셈이다. 얼마 전 '해결사 검사' 문제가 불거지자 김진태 검찰총장이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과한 것과 대비된다. 특정 검사 개인의 문제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유서 대필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검찰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다. 검찰 개혁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유서 대필 사건이 다시 한 번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안병욱 :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니까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들의 위임에 의해 국가 공권력이 형성돼야 한다. 그런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합의와 위임에 의해 우리 사회에 공권력이 존재한 적이 있나? 전제 군주 시대에는 전제 군주 중심으로 권력이 형성되고, 공권력이란 이름 아래 폭력을 행사하는 통치 체제가 만들어졌다. 식민 시대를 그와 똑같은 형태로 겪고 해방 이후에 민주 사회를 형성했는데, 가만히 보면 쿠데타나 총칼로 뺏거나 음모, 공작으로 획득한 권력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큰 틀에서 뒷골목의 폭력 조직들과 탄생 배경이나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 자기들의 존재를 이끌어가는 것에서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검찰을 보면서 느낀다. 말하자면, 뒷골목 마피아가 해결사로 존재하는 것처럼 검찰은 권력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인 셈이다. 그런 거창한 해결사 조직으로서 ('해결사 검사'처럼) 특정한 개인의 이권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자기들 체통의 문제라 용납을 안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와 달리) 권력자, 최고 권력층, 아니면 자기들 조직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자신들의 본령이라 그것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거다. 강기훈 사건이 일어난 과정을 보면 (이런 점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죽음을 부추긴 세력이 아니라 권력을 부추긴 세력이 있었다

프레시안 : 사건이 발생한 1991년 상황을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병욱 : 1991년 (집권층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학생, 재야 민주 세력, 시민사회가 노태우 정부를 향해 거대한 저항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1991년 4월 26일 대학생) 강경대가 시위 과정에서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하고, 그런 것에 분노를 이기지 못한 여러 사람의 분신 투쟁이 이어졌다.

 

정권으로선 그 부분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김기설이 죽기 직전 관계 기관 대책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김기설이 (1991년 5월 8일) 오전 8시 무렵 분신 후 투신을 했는데, 그 직전인 그날 오전 7시 무렵 그 회의가 열렸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안기부장, 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연이은 분신의 배후를 수사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직후 분신의 조직적 배후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검찰에 내려갔다. <편집자>)

 

(유서 대필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또 추악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일련의 분신 투쟁에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부추긴 세력이 있었다). 누군가 그런 언론을 통해 그렇게 얘기한 건 정부로 하여금 '분신 배후를 밝혀 이 문제를 해결하라. 배후가 없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렇게 일종의 조언을 한 것이다. 그러니 정부도 '이건 순수한 개인들의 의지에 의한 분신 투쟁이 아니라 죽음을 이용하는, 그야말로 사회 분란을 야기하려는 음모가 있다'(고 나온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박홍 서강대 총장의 유명한 발언,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가 나오고 김지하 시인도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글을 실었다.

 

(이 사건을 만든 데는 이렇게) 권력을 쥔 사람뿐만 아니라 권력자들을 부추기는 세력이 또 있었다. 죽음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권력을 부추기는 세력, 얄팍한 지식인들이 있었던 거다. 권력층은 거기에서 힘을 얻어, 당시 시위를 주도하던 민주 세력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그렇게 둘러씌우는 작전은 2012년 대선(에서 터진) 국정원 댓글 사건은 물론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심지어 중국 정부에까지 둘러씌우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일반 사람이 보기엔 터무니없는 얘기지만, TV부터 종이 신문까지 언론이 그것을 반복해서 보여주면 (많은) 국민은 그걸 따라가는 식이다.

 

프레시안 : 선봉에 선 검찰뿐만 아니라 사법부, 언론, 지식인, 정치권도 당시 강기훈을 파렴치범으로 만들고 정부 비판 세력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재심 무죄 판결 후에도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안병욱 : 창피한 줄 모르는 사회, 부끄러운 것을 모르는 사회다. 극단적으로 양보해서, 강압에 의해 본의 아니게 (사건 조작에) 말려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판단 착오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을 뒷날 성찰하면서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근세에 와서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 같다. 똑같은 일이 다른 선진국에서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면, 양심이나 도덕률에 있어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 형편없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나 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반성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문책을 당하지도 않기 때문에 똑같은 일이 매번 반복된다. 우리 사회가 그런 부분을 딛고 성장하지 못하면서 이런 일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다.

 

 

작년 10월 핀란드에 간 적이 있다. 거기서 옴부즈맨 기관을 방문했다. 내부 비리 문제 등을 관장하는 정부의 공식 기구다. 핀란드는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에서 작년에 3위를 했고 전에 1위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청렴한 사회다. (한국은 2013년 조사에서 46위를 기록했다. 3년 연속 하락세다. <편집자>)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핀란드 국민들한테 신뢰 받는 기관을 조사하면 첫 번째가 경찰이고 검찰은 세 번째라고 하더라. 한국 현실에 비춰볼 때 이게 이해가 가는가? (경찰과 검찰 같은 권력 기관이 상위권에 오르는 건)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지탄받는 기관을 따지면 그렇게 되지 않겠나?

 

(유서 대필 사건에서) 검찰이 반성했다고 하는 점을 볼 수가 없다. 공권력이라고 하면 그걸 운영하기 위한 공적인 기본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공공 기관의 최후의 판단 기준은 권력자의 의지(인 것 같다). 사회 정의나 국민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게 뭘까 하는 데서 기준을 세운다면, 가령 (김용판과) 똑같은 경찰이지만 권은희 수사과장처럼 조직이나 상부의 (부당한) 명령을 자기 양심에 따라 거부하고 자기가 배운 대로, 교과서적인 모습대로 할 것이다. (검찰에도) 그런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은 조직을 배신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구조, 그리고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절대적 가치 기준이 돼 있는 것이 오늘날 검찰의 가장 본질적인 면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결국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미안하지만 조직 폭력이나 마피아적 존재 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는 거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반성은 없다

프레시안 :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 사건에서도 검찰 특유의 조직 논리가 드러났다. 징계 취소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검사가 소신을 지키기 어려운 한국 상황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이런 검찰이 스스로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많은 사람이 품고 있다. 인권 침해와 관련된 다른 권력 기관들과 달리 검찰은 조직 차원에서 과거사를 제대로 성찰한 적이 없다는 것도 이 문제와 관련 있어 보인다.

 

안병욱 : 노무현 정부 시절 '더 이상 공권력의 이름으로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 국가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하는 측면에서 과거사를 정리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책임이 있는 권력 기관이 과거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 돌아보고 반성할 게 있으면 반성하고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하라고 노무현 정부 때 문제 제기를 한 거다. 그에 따라 국정원, 군, 법원, 경찰이 다 성과가 있었든 없었든 과거사를 정리하고 위원회를 만들어 나름대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때 유일하게 그걸 거부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게 검찰이었다. (국정원과 군, 경찰은 각각 과거사 위원회를 만들어 지난날의 인권 침해를 조사했다. 김기설의 지인이 강기훈의 무죄 주장에 힘을 실어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곳도 경찰청 과거사 위원회였다. 사법부도 노무현 정부 시절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편집자>)

 

 

프레시안 : 검찰이 특유의 조직 보위 논리에 자신을 가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잘못을 고백하면 검찰 조직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병욱 : 검찰은 '자타 공인 최고의 권위 기관이다. 오류가 있으면 안 된다. 과거에 잘못을 했다고 시인하면 안 된다', 이런 절대적 권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권력으로서 진정한 권위는 스스로 오류가 없거나, 잘못했을 경우 그것을 빨리 교정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 생기는 것이다. 이와 달리 마피아의 권위는 '조직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내부에서 반대 또는 배신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아무리 두목이 잘못했어도, 문제를 제기하는 아랫사람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것에서 형성된다. 한국 검찰은 어느 쪽인가?

 

'좋게 생각하면, 검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물투성이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씻어내야 할지를 몰라 과거사 정리를 못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얼핏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오물을 오물로도 느끼지 못하고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나 과거의 수많은 공안 조작 사건, 간첩 조작 사건을 훈장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렇게 없는 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다. 뭐든지 창조해낼 수 있다. 그게 바로 우리의 힘이다.' (저들이) 그렇게 오도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그런 막강한 권능을 포기하려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임은정 검사 같은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다. 상식에 어긋나는 모습이다. 합리적 상식으로 검찰을 바라보면, 내가 얘기한 것이 나온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며, 그 방식은 취임 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전 수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의혹에 휘말려 퇴진하면서 과거사 반성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편집자>)

 

검찰의 중요한 무기가 법인데, 법에는 모호한 표현이 많다. (유서 대필 사건 같은 인권 침해 사안 등에서) 검찰이 법을 국민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나? 국민한테 유리하게 해석해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철저히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유서를 강기훈이 썼다고 조작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검찰은 끝까지 가는 것 아니겠나. 일반 상식만 갖고 있으면 (이 사건이) 잘못됐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건데, 유독 검찰만 모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더욱이 저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를 일선에서 수사하면서 알아볼 수 있는 게 검찰이다. 그럼에도 법정에서 검찰이 너무나 터무니없는 엉터리 주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강기훈 사건에서 고 김기설 씨 아버지가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 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보상 받은 걸 가지고 '돈을 받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할 정도다. 그런 식으로 끌어대서 핑계 대고 빠져나가는 실력을 보면 (유서 대필 사건이 조작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머리가 발달한 사람들이다. 그 내용을 알면서 (그러는 건) 너무나 뻔뻔스러운 것이다.

 

프레시안 : 검찰이 이 사건을 대법원으로 끌고 간 데에는 검찰과 유서 대필 사건의 특수한 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병욱 : '일련의 배후 조종 세력이 있다고 만들어내자'고 했던 사람들, 그런 것으로 몰아가라고 부추긴 지식인들, 그런 지식인들의 충고에 따라 만들어진 지침을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강기훈 사건을 만들었다. 뻔뻔스럽고 후안무치한 일이다.

 

강기훈 사건의 특징은 검찰이 처음부터 맡아서 기획하고 수사하고 재판을 이끌어가고 여론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 공안 당국에서 조작한) 여타 사건들은 대개 국정원이나 경찰에서 오면 검찰이 뒤치다꺼리해준 경우가 많은데, 유서 대필 사건은 그렇지 않다. 검찰이 지침을 받고 나서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해 배우 역할도 하고, 감독도 하고, 막을 내리는 일까지 모두 맡았다. 다른 사건과 달리 검찰이 처음부터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스스로 털지 못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검찰총장, 지검장, 담당 검사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집값 바닥'이란 해묵은 레퍼토리, 속는 사람 있을까 224미디어오늘

[선대인 칼럼] 약발 떨어진지 오래… 전방위 선동 보도에도 주택가격 4개월째 요지부동

거대한 사기판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을 두고 최근 각종 언론에서 연일 쏟아지고 있는 ‘집값 바닥론’ 얘기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실체가 거의 없는데도 거의 조작이나 왜곡에 가까운 보도로 일반인들의 착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도는 2009년 이후 수도 없이 쏟아졌던 ‘집값 바닥론’ 보도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또 다시 양산하는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집값 바닥론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올해 1월 거래량에 대한 보도부터가 문제다. 1월의 거래량 5만 8846호는 지난해 12월의 거래량 9만 3188호에 비해 약 36.9% 가량 줄어든 수치다. 분명히 거래가 다시 위축되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강조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대신 전년 동월 대비로 117.4% 급증했다는 제목만이 난무했다. 주택 거래가 일정하게 계절성을 띤다고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정부 정책 개입이 잦아지면서 정책 개입에 따른 거래량 진폭이 매우 커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고려 없이 ‘전년동월대비 거래량 117.4% 급증’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고, 대다수 언론도 거의 그대로 받아썼다. 하지만 지난해 1월은 2012년말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면서 심각한 거래절벽 현상이 일어난 때였다. 최근 5년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해도 문제다. 그 5년 가운데 2009년 1월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사상 최악의 거래량을 기록한 때였고, 2012년 1월도 지난해 1월과 똑같은 이유로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사상 최악 수준의 거래절벽이 발생한 해였다. 외부 경제여건이나 정부 정책개입에 따라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3개년이 포함된 5년간의 거래량과 비교하는 것이 올바른 비교일까.

 

 

주택 거래 침체가 시작된 2007년 이후 비정상적으로 거래가 위축된 3개년을 제외한 1월의 평균 거래량은 6만 8612호이다. 이미 거래 위축 단계에 들어선 때의 평균 거래량보다 올해 1월의 거래량이 14.2% 정도 더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거래량이 늘고 있다고 정부는 발표하고, 대다수 언론은 거의 그대로 보도한 셈이다. 이 정도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주택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을까.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정책의제가 부동산 부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미약한 수준이다. 실거래가는 지난해 10월까지밖에 발표돼 있지 않아 올해 1월 지수까지 발표된 국민은행 지수를 들여다보자. 매도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내 주택가격이 상승한 폭이 1% 남짓에 머무르고 있다. 이마저도 뒤늦게 투기 에너지가 몰린 대구, 광주 등지의 가파른 상승세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4개월째 둔화되고 있어서 오히려 곧 마이너스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가 들인 공이나 언론들의 대대적인 선동보도에 비하면 약발이 너무나 미약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80%를 넘어선 것이 ‘집값 바닥론’의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또한 일면만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과장 보도다. 수도권의 아파트 평균 낙찰가는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고,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부동산의 경매 낙찰가율은 오히려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런 전반적 실태를 놓고 보면 ‘집값 바닥’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2월부터 몇 달 내에 2000년대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올해 상반기에만 2조원이 넘는 건설업계 회사채 물량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이 대규모 분양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다.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좀비처럼 살아남아 있다 보니 부동산 활황기 때보다 더 많은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건설업체든, 아파트 분양 광고에 혈안이 된 신문사들이든 없는 집값 바닥이라도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 욕구와 이해관계가 최근 집값 바닥론의 배경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건설업체들의 상반기 분양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건설업계-언론 등은 온갖 통계 조작이나 왜곡 또는 선동보도 등을 통해 가계를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몇 달 동안은 호가 위주로 주택 가격이 오르는 등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이 회복되는 듯한 착시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흐름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아마도 상반기 분양 시즌이 끝나면 부동산시장이 다시 빠르게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같은 부동산 기득권구조의 사기판에 걸려들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일반가계들은 더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사제단 주변부’ 발언에 김인국 신부 “예수도 주변부로 살아” 224 미디어오늘

[반박인터뷰] “염수정 추기경, 대다수 사제·수도자와 동떨어진 인식” 비판

 

서임식을 받기 위해 바티칸에 방문한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20일 바티칸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인터뷰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적 선거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현재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를 잃어버리면 5년 뒤에 정권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염 추기경은 현 시국에 대해 “사제단은 1987년까지만 해도 매우 중요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오늘날 정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맞서 싸울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는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폈다.

 

특히 염 추기경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만일 그들이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변두리)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사제단은 과연 추기경이 한 말인가 싶을 정도로 믿겨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총무신부를 역임했던 김인국 신부(옥천성당 주임신부)는 2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계를 파악하고 세상을 둘러보는 관점이 너무 다르고, 한국사회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도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렇게까지 말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생각이 다른 추기경이라 해도 정말 추기경의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며 추기경이 이런 인식을 드러낸 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이라는 ‘팩트’를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이 매우 공정했으며, 이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깨뜨리는 파울플레이라고 염 추기경은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정말로 추기경이 국정원 등의 부정행위들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추기경의 생각은 대다수 사제와 수도자들의 생각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신부와 수도자는 이번 인터뷰 내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를 잃어버리면 5년 뒤에 정권을 바꿀 기회가 있다’는 염 추기경의 주장에 대해 김 신부는 “선출되는 권력 뿐만 아니라 선출되지도 교체되지도 않는 자본권력과, 검찰 국정원 등 기득권세력이 새로운 독재라는 사실을 추기경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용산부터 쌍용까지, 강정부터 밀양까지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폭력의 배후에는 자본독재가 도사리고 있다”며 “5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투표로 민주주의가 자동적으로 진전되고 사회갈등이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낙관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1987년까지만 해도 매우 중요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오늘날 정치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맞서 싸울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염 추기경 주장에 대해 “87년 6월항쟁 덕분에 절차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지난 대선에선 그마저도 무너졌고), 군사독재가 물러간 자리를 자본권력이 차지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왜 보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정치독재에 대한 저항보다 자본독재에 대한 저항이 훨씬 힘든 것은 돈이 사람들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라며 “추기경이 지금 한국 민주주의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이미 자본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질타했다.

 

염 추기경이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는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지 (사제단이 지금처럼)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김 신부는 “염 추기경의 방법론과 사제단의 방법론을 두고 어떤 것이 복음적, 교회적인지, 어떤 방법론이 현 교황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인지 토론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사제단이 맹목적 대정부 투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면 한번 지적해보라”며 “우리는 되도록 고통 받는 사람들 옆에 서 있으려 했으며, 그들과 함께 비를 맞고 함께 기도하면서 그들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고, 그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하늘에 전하고 세상에 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신부는 “이런 행동 때문에 변두리에 밀려나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그런 운명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을 보라. 예수님도 그렇게 살다 가셨다”며 “우리에겐 세상의 중심이 되려는 집착이 없으며, 대중의 지지를 못 받아도 상관없다. 그것이 십자가 부활의 신비”라고 강조했다.

 

한편, 25일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는 것과 관련해 김 신부는 “집권세력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벌인 이유는 △과거에 저지른 자신들의 부정을 감추고 △계속해서 자기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였다”며 “그래서 억지로 뺏다시피 해서 손에 쥔 권력이기에 제 잇속을 채우는데 혈안이 된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신부는 “국민의 뼈를 깎아 자신들의 살을 찌운 1년이었다는 것이 ‘이명박근혜’ 6년차의 본질”이라며 “그러므로 별도의 박근혜 정권 1년차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내 대북정보활동 사실상 마비..증거조작 의혹 후폭풍 224노컷뉴스

정보요원 상당수 잠적..국정원 무리수 파장 커질 듯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국 정보기관의 중국내 대북정보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중국 공안당국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서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측 정보요원들 상당수가 활동을 중단하거나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국 정보기관의 중국 내 대북정보활동이 마비 상태에 빠졌고, 국가정보원도 이 같은 흐름에 매우 당혹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확인 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법원(서울 고법 형사7부)이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33살)씨 출입경기록 등 문서 3건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사실조회서를 지난해 12월 23일 주한중국대사관에 보낸 이후 중국 공안당국이 관련 사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선양(瀋陽) 및 옌벤(延邊)조선족자치주와 허룽(和龍)시 등에서 유우성씨 관련 기록 발급 및 위조 여부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벌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선양과 허룽시 당국자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졌으며 누구와 접촉했는지, 또 한국 측의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검찰 측에서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등 모두 3건의 문서가 위조 됐다는 내용의 회신을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지난 13일 영사부 명의의 공문을 통해 '검사 측에서 제출한 공문 등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은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할 것'이라며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고 밝혔다.

 

중국 측의 회신 내용이 공개되고 이번 사건이 한중 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우리 측 정보요원 상당수가 잠적하거나 활동을 중단하면서 중국 내 대북정보활동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다른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보낸 답변의 의미는 조사가 끝났고, 위조가 확인됐으니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범죄 피의자들을 알려달라는 사실상의 통보이자 압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중국 측 조사 결과 비정상적인 접촉이 드러났다면 중국 당국이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며 중국 측이 이를 공개한 이상 쉽게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부 관리는 물론 중국 공민(公民)이 다른 나라 정보요원과 접촉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내용과 경중(輕重)을 떠나 정보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 수석부대표도 23일 "중국은 지방정부 하급 관리가 다른 나라 정부에 정보 제공하는 것을 간첩으로 본다"면서 "이번 사건은 (중국 내) 방첩 사건이 겹쳐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

 

중국 당국의 강경한 태도의 또 다른 배경은 중국 동북지역과 선양이라는 곳의 정치적 민감성 때문이다. 대북 정보수집의 최전선으로 통하는 선양은 북한과 교역과 교류가 활발한 동북3성의 대표 도시로 북중 국경지역인 단둥과는 차로 불과 2, 3시간 거리다. 북한 주민이 탈북하거나 공안에 붙잡혀 북송되는 경우도 선양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민감성 때문에 남북을 비롯한 주변국은 정보요원을 경쟁적으로 파견해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 당국은 이 지역에 대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문제가 불거질 경우 즉각 대응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과거 북중 국경지역을 무대로 정보전을 둘러싼 충돌이 잇따르자 중국 공안 당국은 선양 주재 기업인 직책으로 나가 있던 우리 정보요원 여러 명을 동시에 강제 송환한 적도 있다."며 "이후 상황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증거 조작 논란이 유우성씨 간첩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를 뒤집기 위해 국정원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확인 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증거 조작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드러난 문서 입수 경위만으로도 국정원 스스로 존립 근거와 활동 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 행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남겨진 이들의 ‘한’ 오십년 [2014.03.03 제1000호] 한겨레21

[김외현의 정치의 속살] 월북자·월남자 가족에게 모질었던 남북 이산가족의 세월

10년 사이 4만 명 가까이 세상 등져, 더는 정치적 이용 말아야

 

 

이산가족 정보통합센터엔 1988년 이후 상봉 신청자와 사망자 수가 집계돼 있다. 지난 1월 기준 신청자는 12만9287명이지만, 절반에 육박하는 5만7784명(44.7%)이 이미 세상을 뜬 것으로 나타난다. 2004년 1월 자료(사망자 수 1만9488명, 15.9%)에 견주면, 10년 사이 4만 명 가까이가 불귀의 객이 됐다. 이산가족은 모래시계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는 문제다.

엎어놓은 모래시계는 끝이 가까워올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남은 신청자 7만1503명 가운데 70살 이상이 81.5%(5만8258명)다.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불합격이다. 남북의 지도자들은 누구도 합격점을 내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죽어갔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모두 불합격이다. 이들은 모두 인권 수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유엔 세계인권선언은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제16조 3항)고 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였던 이들은 전쟁 관련 혐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제네바협약 제1의정서는 “무력 충돌의 결과로 이산된 가족들의 재결합을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제74조)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가능한 방법을 다 했다고 그 누가 자신하는가.

 

위정자들이 분단 현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이산가족의 현실은 더욱 비참해졌다. 이산가족은 월남한 사람과 북쪽에 남은 가족(월남 사례), 그리고 월북한 사람과 남쪽에 남은 가족(월북 사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현황을 보면 생존한 신청자 가운데 64%는 북쪽이 고향이고, 36%는 남쪽이 고향이다. 남쪽에선 월남 사례의 상봉 신청이 2배가량 많다는 뜻이다.

 

이는 월북 사례, 곧 가족 중 누군가 전쟁 시기에 여러 가지 배경에서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북쪽을 택한 경우엔, 남쪽에 남은 많은 이들이 침묵과 망각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빨갱이 가족’으로 불리기 십상이었다. ‘반공’을 국시로 내건 남한 정부는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가족을 ‘요시찰인’으로 분류해서 감시했다. 선거 때나 시국이 혼란할 때, 간첩이 내려왔다는 소식이 나돌 때는 밀착 감시를 받았다. 말로만 폐지됐을 뿐인 연좌제에서 벗어나고자, 가족은 월북자를 ‘납북됐다’고 하거나 사망·실종 신고 처리를 해버렸다. 이들의 경우, 2000년 이후 북에서 상봉 신청을 해와서 재회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걸 보고, 어떤 이는 “은근히 자긍심이 생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월남 사례의 경우엔 정반대다. 북에 남은 가족이 체제의 핍박을 받았다. 1959년 북한에서 나온 문건 내용을 보자. “원수들에게 가족을 학살당한 세대들이 적지 않은 반면에, 적들의 기만선전에 의하여 월남한 가족들의 세대도 있었다. 적들의 허위선전에 기만되어 월남한 가족이 있는 사람들과는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결과 상대방은 안정되지 못하고 조합 일에도 열성을 내지 않았다.” 남은 가족은 갖은 핑계로 손가락질을 받았고, ‘반동’의 가족이라는 멍에를 지고 출세를 제한받으며 살아왔다. 북쪽에서 이들을 상봉장에 내놓기 꺼리는 건, 이런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남쪽에 온 ‘실향민’들은 극렬한 반공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둥지를 틀었다. 반공이 국시였던 남쪽 사회에서는, 이들이 이산가족 문제의 유일한 주인공처럼 인식됐고, 곧 상봉장에 나온 가족 다수의 모습이 됐다.

 

이산가족 상봉은 더 늦기 전에 이뤄져야 할 가족의 재회일 뿐 아니라, 남북 양쪽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집행된 억압에 대한 책임 있는 반성과 대답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아무쪼록 합격하기를 바란다.

 

 

세계일보 S 스토리] 국적은 숙명 아닌 선택 228

 

 

태어난 나라를 바꿀 순 없지만 살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는 건 자유인 시대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가 그랬다. 더 나은 삶과 미래 행복을 위해 그는 대한민국 대신 러시아 국적을 택했다. 한때 한물간 선수로 취급받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얼음 바닥에 입을 맞춘 그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의 꿈을 성취한 그에게 열광하고 응원을 보냈다. 빅토르 안 같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55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누적 인원이 50만명에 육박한다.

 

28일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29년간 발생한 국적 이탈·상실자는 총 46만2169명으로 집계됐다.

 

국적 이탈은 대한민국과 다른 나라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던 복수국적자가 우리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 국적 상실은 대한민국 국적만 갖고 있던 사람이 외국 국적을 취득해 우리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병역 기피 파문을 일으켰던 가수 유승준씨는 우리나라와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가 결국 미국 국적 하나만 택했으니 국적 이탈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안 선수는 우리나라 국적만 갖고 있다가 러시아로 귀화한 경우라서 국적 상실로 간주한다.

 

29년간 평균치를 보면 매년 1만5900명의 국적 이탈·상실자가 생겨났다. 집계 범위를 최근 10여년으로 압축하면 매년 2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국적 이탈·상실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85년 국적 이탈·상실자는 4378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가 이뤄졌고 이듬해 1만1924명의 국적 이탈·상실자가 생겨 사상 처음 1만명을 넘겼다. 이 즈음은 해외 여행 자유화에 따른 세계화 추세가 본격화한 시기다.

 

국적 이탈·상실자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한 2002년 또 한번 변곡점을 맞는다. 그해 2만4753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 역대 처음 2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2003년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2만8457명이 국적을 포기했다. 지구촌 최대 축구 잔치로 꼽히는 월드컵은 우리 국민의 시선을 해외로 넓히는 계기가 됐고, 2002∼2003년은 우리나라의 순혈주의 ‘고집’이 깨진 원년으로 볼 수 있다.

 

2012년엔 국적 이탈·상실자가 1만8465명으로 2만명 밑으로 떨어졌으나 지난해 다시 2만90명으로 증가했다. 하루 55명꼴이다.

 

김무성 “국민들이 속아 표 찍어… 대통령 됐다 227 경향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63·사진)이 지난 20일 서울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변협포럼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으며, 국민들이 공약에 속아 표를 찍어줬다고 말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대선 후보가 국가 재정상황도 점검하지 않고 대국민 공약을 내놓은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강연 녹취 음성은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TV’에 공개됐다. 김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후보 시절) 참모들이 써준 공약을 그대로 읽었다. ‘내가 당선되면 어르신 여러분 한 달에 20만원씩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노인들 표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거짓말 안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 20만원씩 드리라’ (했는데) 돈이 있어야 주지 않겠냐. 돈이 없는데 어떻게 주냐”고 했다.

 

김 의원은 “국민 여러분 (정치인들이) ‘내가 당선되면 이런 거 해주겠습니다.’ 여기에 속아 가지고 표 찍어주고, 대통령 되고 국회의원 당선됐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말한 것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공약 이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국민들을 속였다고 시인한 셈이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일본, 이대로 가면 전세계적으로 고립” 228 경향

“아베 신조 총리의 강경 발언은 일본을 전 세계에서 고립시킬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일본 시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나카쓰카 아키라 일본 나자여자대 명예교수(85)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1945년 이후 전쟁 책임을 비롯한 과거사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부채가 커져 현재의 일본을 낳았다”며 “이제는 부채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지난해 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과 1월 다보스포럼 때 일본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4년 영국과 독일의 관계와 유사하다”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나카쓰카 교수는 “일본인들이 아베 총리의 사고에 따라간다면 일본은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쇠하는 길밖에 없다”며 “역사 위조는 오늘의 일본을 역사적 무지의 상태, 국제 감각 불감증의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류큐신보’에 실린 제럴드 커티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인디언 학살, 흑인 차별을 부끄러운 역사라고 생각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며 “일본도 자랑할 수 없는 과거를 인정하는 데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서 인터넷·앱까지… 엔딩 없는 심의의 '가위손' 3.1n 한국

■ 대한민국은 아직 '검열의 나라'

공연윤리위원회 사전심의는 1996년 위헌 판결로 사라졌지만

'납본필증' 사라진 곳엔 '등급'이…

 

성 표현·흡연 장면 등 블러링 처리

"시대착오적" 비판받는 상황에도 퍼스널 미디어에까지 심의

잣대 창조적 상상력 무차별로 억압

 

 

대한민국에서 창작물 사전심의라는 이름의 '검열'이 사라진 게 1996년이다. 그 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옛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의 영화 사전심의 권한을 규정한 '영화법' 제12조 등이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앞서 영화집단 '장산곶매'대표를 맡고 있던 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92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영화인 <닫힌 교문을 열며>를 제작해 사전심의를 안 받고 상영한 뒤 영화 사전심의제도의 위헌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헌재는 영화에 이어 음반 사전심의에 대해서도 위헌 판결했다. 영화 음반에 대한 검열은 그렇게 '제도적으로' 끝이 났고, 공륜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강헌씨는 "그 전에는 창작물을 공륜에 먼저 제출해 문화부장관의 인증서인 '납본필증'을 받아야만 음반도 찍고 극장에 걸 수 있었다. 완벽한 검열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납본필증이 사라진 자리에는 등급분류가 등장했고, 공륜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 대체됐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는 영등위의 심사를 통해 △전체 △12세 이상 △15세 이상 △18세 미만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판별된다. 강헌 씨는 "영화 심의는 권력의 감시 통제 메커니즘이 직접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에서 간접적이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전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덜 제한적 등급을 받아야 넓은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창작 단계에서부터 내재화시킨 것이다. 검열의 시선 속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억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틀 곳 없는데 존재하는 제한상영가 등급

상영할 극장이 없는 한국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의 상영불가 판정이어서 '검열'의 잔재라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헌재는 2008년 제한상영가 등급 기준 등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결정 방식에 대해서만 '헌법 불합치'판결했다. 형제 영화감독인 김곡, 김선씨의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2010)는 경찰의 상징인 포돌이 인형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이명박 정권 당시 벌어진 사회적인 사건들을 풍자한 영화다. 영등위는 이 영화에 대해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영등위는 상고를 검토 중이다. 김선 감독은 "일본에서는 극장 자체등급으로 중고생 관람가로 개봉한 영화다. 영등위의 사유서에는 '정치인을 살인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문장도 있더라. 한국의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의 검열이다"라고 말했다.

 

강헌씨의 말처럼, 한국의 문화 심의 권력은 과거보다 부드러워졌지만, 훨씬 집요하고 광범위하게, 미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영화와 가요 외에도 방송과 뮤직비디오 만화 인터넷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심의의 그물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없다. 선정성과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행위 등 심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헌재의 판단처럼, 심의 기준이 모호해 일관성이 없는 데다 지나치게 경직적이어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규제와 민간 심의 시스템하에서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르는 곳은 2008년 설립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다.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를 포괄적으로 심의하는 이 단체의 통신소위 위원 5명은 매주 2차례 최대 4,000건에 가까운 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한다. 2008년 5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53,935건의 통신심의가 진행됐는데 이중 43,275건이 피해자나 행정기관이 심의를 신청한 것이었다. 통신소위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컨텐츠에 대해 정보서비스 제공 업체에 시정을 요구하는데, 준수율은 사실상 100%다. 시정요구 접수 15일 이내에 이의신청은 가능하지만, 콘텐츠 생산자가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현행법상 이의신청 사실 자체를 통보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방통심의위가 블로그 업체에 시정요구를 하면, 해당 업체는 게시자인 나에게 알리지 않고 글을 삭제할 수 있다.

 

통신심의 중에서는 불법정보 심의가 가장 많은데, 불법정보에는 사행심 조장, 음란물, 사회질서위반,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이 포함된다. 사회질서 위반이나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 등은 항상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심의 항목이다. 통신심의는 표현의 자유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왔다. 통신소위는 트위터 ID '2MB18nomA'의 계정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차단했으며(2011), 2012년에는 23개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사전 지정했다. 2011년에는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이기도 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게재하며 '성적 서사가 없는 성기 사진이 음란물인가'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폭력에는 둔감, 성(性) 표현에는 엄격

심의에는 그 나라의 문화적 감수성이 반영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한국은 성에는 엄격하고 폭력에는 둔감한 나라"라며 "영화제에 나가면 외국 영화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센' 영화들이 받는 등급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설국열차>가 미국에서는 부모나 어른을 동반해야만 17세 이하가 관람 가능한 R등급을 받은 것도 자극적인 폭력성과 마약 때문이었다. 성적 표현에 대한 엄격한 잣대 안에도 얄궂은 눈금 차가 존재한다. 남성 성기와 여성 성기의 '차별'이다. 지난 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국내 개봉 전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은 12분 동안 이어지는 두 여성의 적나라한 섹스 장면에 대한 심의 결과였다. 다수의 예상과 달리 영화는 가위질도 없이 청소년관람불가로 영화는 개봉했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칼럼에서 "한국 검열 의식은 철저하게 남성 성기 공포증에 바탕을 둔다"며 "발기한 남성 성기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며 <홀리모터스>에서 드니 라방이 끼고 나왔던 가짜 고무 성기가 국내 상영 때 안개 속으로 사라졌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흡연 장면을 뿌옇게 처리(blurring-out)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KBS와 SBS는 2002년, MBC도 2004년 드라마에서 흡연장면 금지를 선언했다. 방송심의 규정이 흡연 장면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 건강과 청소년 보호'를 내세운 시민단체 등의 거센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한발 더 나가 '드라마에서 음주 장면이 과도하게 삽입되고 있다'며 방송사들의 자율규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 조만간 TV에서 음주 장면도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지난 달 19일 방영된 MBC의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가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가슴 부분을 블러링해 내보낸 데 대해 MBC 심의실측은 "(프로그램 방송 시간이)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여서 시비 소지가 있다는 심의 의견을 제작진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19세 미만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는 07시부터 09시, 13시부터 22시까지이며, 토요일과 공휴일, 방학은 07시부터 22시까지다. 영국 BBC방송국의 드라마 '셜록' 더빙판을 시청하며 잦은 '블러링'에 짜증이 났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고 흡연 장면을 지워야 한다면 도둑질 주먹질 강간 살인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도 다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 도대체 언제까지 이 시대착오적인 '검열'을 견뎌야 하는 거냐"고 말했다.

 

1인 미디어 시대의 낡은 규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큰 인기를 끌자 그 해 12월 방통심의위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팟캐스트 심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 장터를 하나의 채널, 각각의 앱을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으며, 앱 장터에서 앱을 배열하는 행위는 편성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며 방송법을 개정해 심의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과거 유통채널이 하나이던 시절 생산자만 봉쇄하면 끝났지만, 지금은 퍼스널 미디어의 시대로 모두가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며 "그걸 모두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프리덤하우스는 2013년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부분적 자유'로 분류했고, 국경없는 기자회는 2010년 보고서 '인터넷의 적들'에서 한국의 검열 수준을 이집트 태국 러시아와 같은 등급으로 평가했다. 지난 10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인터넷 공룡인 진짜 이유'라는 기사에서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콘텐츠 삭제ㆍ차단 실적(?) 등을 소개하며 '한국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누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아직 허락 받지 못했다'고 썼다.

 

 

게임은 나쁜 것" 악으로 바라보면 악으로 보일 뿐

한국에서 게임만큼 양면적인 대접을 받는 문화산업은 드물다. 국내 게임시장은 2008년부터 해마다 10% 이상 성장하며 2012년 9조7,525억원,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문화콘텐츠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58%였다. 프로 게임 리그가 생긴 지도 10년이 넘어, 이제 프로 게이머가 장래희망이라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반면 게임은 청소년의 건강과 정신을 병들게 하는 중독물로, 또 폭력성을 심화해 학교폭력을 낳는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시작은 2010년 여성가족부가 입법 발의한 '셧다운제'였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셧다운제는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1년 11월 20일 시행됐다. 성인 인증만 거치면 뚫리는 허술한 강제성과 시차 불문 해외 거주 한국 청소년에게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등 현실적 비판도 비등했다. 2012년엔 스타크래프트2 국제 경기에 출전한 15세의 한국 프로게이머가 경기 도중 셧다운제에 걸려 시합을 중도 포기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른바 '게임 중독'이 뇌 손상과 우울증을 야기한다는 일부 정신과 의사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작년 4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중독예방관리법)을 통해 게임을 국가 차원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구체화 됐다. 이 법안은 알코올, 인터넷 게임, 도박, 마약을 이른바 '4대 중독 물질'로 지정,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생산과 유통, 판매를 관리하고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중독예방관리법 관련 공청회에서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996년 미국의 심리학자 킴벌리영이 물질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인터넷 중독이라는 새로운 병리적 현상을 600명의 증례분석을 통해 보고한 이래 국내외에서 인터넷 중독과 관련한 1,000여 편의 논문이 보고되고 있다"며 "게임업계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운영되는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에서는 최근 4년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이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중독예방관리법 공청회에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미국정신의학학회의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 장애를 공식적 정신장애로 분류하지 않고 있고, 추가 연구들로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객관적인 근거자료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중독물질 및 행위로 정의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게임을 '악'으로 바라보는 인식 안에서 청소년은 미숙한 통제대상일 뿐이다. 이병찬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은 "(잘 들여다 보면) 부모는 자식이 게임을 하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청소년만 빼 놓고 언론 정부 국회 학교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별을 보고 등교해 별을 보고 귀가하는 청소년이 유일하게 또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온라인 게임 공간이라는 사실, 청소년의 수면권을 방해하는 건 게임이 아니라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 환경이라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는 비판이다. 게임개발연대의 김종득 대표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종교 단체의 게임에 대한 증오와 학부모들의 게임에 대한 공포, 국회의원들의 표심을 좇는 경향이 뭉쳐서 게임규제론이라는 커다란 흐름이 만들어졌고, 여기에 정신과 의사 단체가 가세를 한 것이 현재의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중독예방관리법을 대표발의한 신의진 의원도 10년 전 게임 중독 아이를 상담한 내용으로 펴낸 책에서 '게임 중독 원인은 게임이 아닌 가정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그들도 모르는 것이 아닐 텐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중독예방관리법 제정 움직임에 대응해 문화 콘텐츠 전반의 종사자들은 지난 해 11월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결집했다. 위원장을 맡은 만화가 박재동씨는 발족식에서"일상적으로 쓰이는 중독이란 '매혹' 의 다른 말이다. 이 매혹은 수용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이것을 과연 국가가 정해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스스로와의 싸움이 콘텐츠의 매력이고 인생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그 사회의 문화적 역량이다.(…) 문화에 매혹된다는 것은 사람의 영혼이 치유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문화인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식처를 빼앗아가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는 어떻게 아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엣가시 걸리기만 해"… 색안경 낀 검열의 눈

루마니아 작가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에는 '잠수함 속의 토끼'이야기가 등장한다. 산소 농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토끼를 잠수함에 태워두고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할 때를 가늠했다는 것이다. 게오르규는 '시인은 잠수함 속의 토끼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고, 그 비유는 예술가 일반의 상징으로 확장됐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다. 영화가 어두워지면 그 사회가 아프다는 단초일수 있고, 드라마에서 직장인의 우울한 폭음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 그 사회에 울화가 그만큼 쌓였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대중은 현실을 치열하게 반영하는 예술에 열광하고 적극 소비함으로써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권력은, 그것이 국가든 자본이든 가부장의 권력이든,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한다. 검열의 논리는 저와 같은 이해를 늘 감춘다.

 

탐닉은 의심받기 쉽다. 특히 한국의 청소년들이 공부 이외 것에 탐닉하는 것은 늘 죄악시돼 왔다. 과거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주범이 만화였다면 이제 그 자리에 게임이 놓였다. 게임 탐닉에 대한 거시ㆍ미시 권력의 의심과 두려움은 그 현상에 '게임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국가가 관리ㆍ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과연 병리적 현상인지, 국가의 법적 통제가 합당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흔히 묵살되곤 한다.

 

영화, 만화,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준의 합리성도 의심스럽고 판단의 일관성도 빈약한 한국의 권위주의적 심의 실태

 

 

 

한국인이 피곤한 이유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음악과 여행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 Nina Sim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