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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화면 갈무리.
지상파-종편 모두 '미사일', JTBC만 '로켓' 213 오마이뉴스
총선보도감시연대 '북풍몰이'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부)
지난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 8일에는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돌아가면서 추가 도발 가능성이 타진됐다. 한미일 정상은 잇따라 통화를 갖고 유엔 제재와 별도로 독자적 대북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우리 정부는 10일, 남북 협력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북한은 다음날 곧바로 전면 폐쇄를 선언하며 자산 동결과 남측 인원 추방, 군사 통제구역 선포 등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수준의 초강경 대응을 단행했다.
한편 북의 실험 당일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여당이 발사 당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하 사드) 배치와 테러방지법 처리를 밀어 붙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등 사드의 한반도 배치도 현실화되고 있다. 게다가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하 ICBM) 수준에 근접했고, 핵무기의 핵심 요소인 플루토늄 추출도 수 주 내 가능하다는 추정을 발표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 로켓의 주요 부품은 대부분 러시아가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러시아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는 2월 5일부터 2월 11일까지의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북풍몰이' 행태를 모니터했다. 현 상황에서 방송은 객관적인 상황 분석보다는 막연하게 한반도 긴장 상황만을 부각하기에 급급하다. 산적한 문제점으로 인해 국민적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추진을 시도하는 한반도 사드 배치나 테러방지법에 대한 분석은 찾아볼 수 없고 위기 부각을 통한 당위성만을 주입식으로 전하고 있다.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음에도 정부가 성찰과 대화 시도는 않고 강경 대응과 '미사일 요격'만 내세운다고 지적하는 야당을 두고도 '발목 잡는 무능한 정당' 프레임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정부를 견제하고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전쟁을 추정하고 대결 태세를 촉구하는 수준까지 나서는 등 이른바 '북풍 몰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발사 전부터 '테러 위협', TV조선의 '북풍공작'
TV조선은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 전인 6일부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집중 부각하며 각종 테러까지 운운했다. TV조선 <"북 도발은 봄에도 계속">(2/6)에서 앵커는 "북한 도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5월 당 대회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사이버 공격, 다중시설 테러, 전방 포격 등 다양한 도발 형태들이 거론"된다며 전쟁 상황을 방불케 했다. 이어서 김정우 기자는 "2009년 2차 핵실험 40여 일 만에 7·7 디도스 대란을 벌였고, 2013년 3차 핵실험 땐 36일 후 3·20 사이버테러를 자행"했다며 과거 도발 사례를 상기시켰다. "장거리미사일 발사 후 사이버 공격을 비롯해 다중시설 테러와 전방 포격 등 복합도발이 예상"된다며 테러와 군사 도발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7일에도 TV조선 <김정은 추가 도발하나?>(2/7)은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소프트 타켓, 대중 시설들 같은데 자폭 폭탄이나 폭탄을 놔서 한꺼번에 200명∼300명 터지는 폭탄" 등의 추가 도발이 가능하다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의 발언으로 전날 언급하지 않았던 "소프트 타겟 자폭 폭탄" 테러를 내세웠다.
6∼7일에 걸쳐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예상한 방송사는 TV조선뿐이다. 단순한 국지전 수준의 도발을 넘어, 상상 가능한 모든 테러가 임박했다는 듯 보도하는 TV조선의 태도는 마치 전쟁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합리적인 언론이라면 북한 발사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우리 군과 외교 당국의 대응 태세,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북한 제재를 먼저 점검해야한다. 그러나 TV조선은 총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이 벌어지자 전쟁 공포를 자극하며 전형적인 '안보 장사' '북풍 공작'을 시작한 것이다.
이성 잃은 종편, 채널A '인질 구출 작전', TV조선은 '김정은 참수작전'
10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다음날 북한의 폐쇄 조치가 이어지자 채널A와 TV조선은 '인질 구출 작전'과 '김정은 참수 작전'을 언급했다. 이 두 방송만 보면 한반도는 설 연휴가 아니라 전시에 가까웠다. 이는 가장 저급한 수준의 '안보 장사'이며, 선거를 앞둔 시기에 명백한 '북풍 몰이'다.
채널A <박 대통령 결심 시점은>(2/10)에서 앵커는 대담자에게 "북한이 예측할 수 없는 집단이라 군사적 도발을 할 수도 있는데 한미 연합군의 대응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만약 인질 사태가 나고 이걸 구해 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개성공단 지역 자체가 원래 북한 인민군 6군단 64사단 등 여러 부대가 있었다. 그런 전력을 상대해서 구출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어서 한미 연합군의 최정예 병력들, 얼마 전에도 뉴스에 빈라덴을 암살했다고 나온 특수전 순환 부대, 이 부대들이 미군의 2사단에 순환배치 되듯이 특전부대들도 순환배치 되고 있어서 투입될 수 있다"며 장황하게 '인질 구출 작전'의 밑그림을 설명했다. 이에 앵커는 "원래는 참수 작전용이지만 여기에 투입 가능하다는 것이다!"라며 맞장구쳤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던 11일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널A <기습도발 대비 군 초긴장>는 국방부 대응태세를 전하면서 "군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인질 구출작전까지 준비" "개성 송악산과 개풍군 일대 인민군 6사단과 62포병여단의 대공망을 무력화시키고 특수작전 헬기로 특전사를 투입해 국민을 구출한다는 것" 등 '인질구출작전'이 임박한 양 보도했다. 같은 날 타사 뉴스는 모두 우리 군이 북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심지어 채널A는 이 보도가 나간 지 약 15분 뒤에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우리 측 인원 280여명이 모두 무사 귀환했다는 속보를 띄웠다. 15분 만에 스스로 말한 '인질구출작전'이 과장 보도임을 인정하게 된 셈이다.
▲ 채널A <기습도발 대비 군 초긴장>(2/11) 화면 갈무리 ⓒ 채널A
TV조선도 뒤지지 않았다. TV조선 <'김정은 제거' 사상최대훈련>(2/10)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도발에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 훈련으로 응수하기로"했다며 다음 달 있을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을 소개했다. 이어서 "무엇보다 북한의 수뇌부, 즉 김정은 제거를 목표로 한 참수 작전 훈련도 대대적으로 치러집니다"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에 출격해 무력시위를 하는 방안도 검토" 등 '서울 불바다'를 운운했던 북한의 조선중앙TV와 별 다를 것 없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거나 합리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는커녕, 발생해서는 안 될 상황을 미리 가정하고 '암살 부대' '참수 작전'을 운운하는 태도가 황당함을 넘어 어느 나라 방송사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 TV조선
북 NLL 침범만 4건, KBS의 종편 따라잡기
8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 그러자 KBS는 톱보도부터 4건의 보도를 쏟아 부어 국지 도발 가능성과 긴장감을 부각했다. 타사의 경우 이 내용은 YTN이 2건을 보도했고, 그 외 6개 방송사는 1건으로 보도했다. KBS만 과도하게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합리적 해결에 대한 사고를 방해하는 '안보 장사'를 한 셈이다.
KBS는 톱보도부터 타사와 다른 논조를 보였다. KBS <북 경비정 NLL 침범…경고사격에 퇴각>(2/8)은 우리 군의 대응을 전하면서 북 경비정에 대한 우리 해군의 함포 발사 장면을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구성하여 포 발사 효과음과 함께 마치 영화처럼 묘사했다. "3분간 굉음과 함께 불꽃을 내뿜으며, 포탄 5발이 발사되자 북한 경비정은 도발을 포기하고 뱃머리를 북쪽으로 돌려 후퇴"했다는 기자의 멘트 역시 전투 장면 묘사에 가까웠다.
이렇게 3D 영상까지 동원한 전투 장면 묘사는 이날 KBS에서만 볼 수 있다. 타사는 모두 한반도 지도와 서해 영해 그림을 띄우고 우리 군과 북 경비정의 위치만을 표기했다. 함포 대응을 설명하는 기자 멘트 역시 MBC "우리 해군은 76밀리 함포 5발을 경고 사격" SBS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서해 소청동 부근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갔습니다" 등과 같이 '경고 사격'만을 언급했을 뿐이다. KBS처럼 '굉음' '불꽃' '도발을 포기'와 같은 과도한 표현은 없었다.
ⓒ KBS
KBS는 이어지는 <국지 도발 신호탄?…군, 예의 주시>(2/8)에서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한이 국지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여 국제사회의 분열을 기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부각했다. <긴장 속 연평도…대북 감시망 강화>(2/8)는 연평도의 긴장 국면을 취재 기자를 파견해 직접 전했고 <틈만 나면 끊임없는 NLL 도발>(2/8)는 "1973년 군사정전위에서 합의없이 그은 선이라며 도발을 감행하기 시작" "1999년과 2002년에는 1,2차 연평해전" 등 북한의 과거 도발 사례를 나열했다.
아무리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 해도 언론은 그 사실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긴장 상황의 배경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에 문제가 없는지 평가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합리적 해결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KBS는 직접적인 충돌이 없었던 단 20분간의 긴장 상황을 과장하여 이미 추가 도발이 임박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SBS·JTBC만 "장거리 로켓", KBS·MBC·TV조선·채널A·MBN·YTN은 "장거리 미사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 이후 방송사에서는 이 실험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SBS와 JTBC만 북한의 발사체를 "장거리 로켓"이라고 지칭했고 나머지 6개사는 모두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했다. 그러나 SBS도 발사 당일인 7일에는 '장거리 로켓'이라고 했다가 8일부터는 '장거리 미사일'로 용어를 바꿨다. JTBC만 11일 현재까지 '장거리 로켓'이라 쓰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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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확인된 사실을 기반으로 용어를 확정해야 한다. 미사일과 로켓의 차이는 발사체 꼭대기에 탄두를 실었는지 여부, 그리고 발사 후 궤도 조정 가능 여부로 나뉜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위성 발사로 통보했고 탄두 장착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용 미사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부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 2012년 12월 북한의 은하 3호 발사 당시, 강호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우주발사체'가 운반수단을 지칭하는 가장 중립적 표현"이라며 "가장 꼭대기에 탄두를 실었다고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방부도 2007년 발행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이해'라는 책자에서 "탄도미사일은 형상, 구성요소, 적용기술 등에서 우주발사체(로켓)와 유사하다"며 운반체를 이용해 날려 보내려는 것이 폭약이나 핵무기 등과 같은 '군사용 탄두'면 미사일이고 인공위성이면 로켓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연합뉴스 2012/12/3 )
7일 로켓 발사 실험을 한 북한은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했고, 국방부도 이 점은 인정한 만큼 표면적으로는 위성 로켓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발사 실험마다 이를 미사일로 발표했고 방송사들도 검증 없이 이를 따르고 있다. '장거리 로켓'이라는 중립적 용어를 사용한 방송사는 SBS와 JTBC뿐이고 그나마도 SBS는 하루 만에 철회했다. 객관성과 중립성이 무엇보다 핵심적인 가치인 언론 보도에서 전쟁과 밀접한 '미사일'을 단정적으로 사용하는 행태는 부적절하다.
국방부 입만 바라보는 방송사들, 검증과 비판은 어디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에 대한 방송사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각종 추정에 근거한 정부의 주장을 대변할 뿐 본연의 역할인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본적인 검증을 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위성인 광명성 4호의 위성 진입은 인정하면서도 이미 7일부터 '탄도 미사일 실험'으로 규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기술력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기도 하지만 언론이라면 확인된 사실들을 토대로 최소한의 검증을 한 후 이를 사실로서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검증 없이 북한의 ICBM 기술 확보를 단언했다.
"사실상 ICBM", 속단하는 방송사들
KBS <북 위성 200kg…탄도미사일 실험 목적?>(2/7)는 "위성이 제 기능을 하려면 최소 800~천500kg은 돼야 하는데, 정보당국이 추정하는 이번 광명성 4호의 무게는 200kg 정도" "우리 정보당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번 발사를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보는 이유"라며 정부 발표에 따라 이번 실험을 탄도 미사일 실험으로 전했다.
이어진 <'은하 3호'와 비슷…ICBM 기술 '성큼'>(2/7)에서는 "장거리 미사일은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으로 완성까지 더욱 가까워진 걸로 분석"이라며 북한의 ICBM 완성에 무게를 뒀다. <"사실상 ICBM"…미국 본토까지 위협>(2/7)의 경우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보유는 시간문제란 분석"이 있다며 북한이 ICBM을 보유했다는 추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ICBM 기술 보유 여부를 가르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제외하고는 우주 발사체와 탄도 미사일은 사실상 차이가 없습니다"라는 언급에 그쳐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
KBS는 9일,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국방부 발표가 있고나서야 재진입 기술을 비중 있게 다뤘다. 타사가 북한의 ICBM 기술 진보를 언급하면서도 핵심 요소인 재진입 기술의 미비를 이미 몇 차례 보도한 것과는 다른 태도이다. KBS <핵심은 '재진입 기술'…북 능력 '미지수'>(2/9,)는 "시험하기 위해서 그냥 궤도에 올리기 위한 것 같고요. 그렇다고 본다면 자세 제어장치나 자체 추진 장치는 없다고 보는 게 맞아요"라며 북한이 아직 재진입 기술을 미비했다는 이창근 건국대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북한의 ICBM을 속단하는 태도는 TV조선과 채널A에서 나타난다. TV조선 <사실상 ICBM…국제 사회 긴장>(2/7)은 KBS와 달리 아직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지만 "이미 여섯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사거리를 확보한 북한이 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보된다면 ICBM 전력화는 시간문제라는 지적"을 덧붙여 역시 추정에 근거한 ICBM 전력화를 강조했다.
채널A는 11일 북한이 공개한 발사 영상을 분석한 <광명성 '연기'에 문제?>(2/11)에서 "광명성 4호의 경우에 연기가 굉장히 작다. 나로호는 연기가 엄청나게 많은 연기를 뿜어낸다" "광명성은 적연질산을 산화제로 쓰고 하이드라진 계열 연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연기는 적고 상온에서 보존이 쉽다. 즉 어느 시점에든 미사일 발사가 쉽다는 것"이라는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의 주장을 통해 이번 실험체가 ICBM이라 확언했다. MBC, MBN, YTN도 아직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ICBM에 거의 도달했다는 국방부 발표에 방점을 찍었다.
-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분석이 먼저, JTBC와 SBS만 정중동
JTBC와 SBS는 섣부른 판단을 자제했다. JTBC <북, 로켓 도발…ICBM 기술 이뤘나?>(2/7)는 북한의 ICBM 기술에 대한 속단을 경계했다. "ICBM 로켓에 장착된 탄두는 다시 대기권을 뚫고 아래로 내려와 목표물을 타격해야" "정교한 조정 장치와 함께 대기권 재진입 시 열과 압력을 견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기술들을 아직은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재진입 기술) 현재까지는 없죠. 연구는 하고 있을지 몰라도 재진입 기술을 시험해 본 적은 없잖아요"라는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의 발언도 덧붙였다. 보도 말미에는 "현재까지는 추정 수준의 분석이 대부분이어서, 북한의 로켓 성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선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속단보다는 분석이 먼저임을 강조했다. 국방부의 발표가 확정된 사실인양 북한 미사일 공포에 방점을 찍은 타사와는 다른 태도이다.
SBS <위성은 궤도 진입한 듯…기능은 미지수>(2/7)는 "북한은 위성 식별 아이디와 국제 코드도 등록해서 정식 위성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궤도가 원형이 아닌 타원형으로 불안정한데다 지상과의 교신도 안 되고 있습니다" "위성의 고유 통신주파수를 우리가 알기 어려워서 교신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라며 아직 위성 기능이 확인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번 실험을 미사일 발사로 규정한 국방부 발표를 다른 보도에서 언급했으나 7일 당시, 확인되지 않은 요소가 있음을 알린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핵개발 돈줄 죄기'? 최소한의 검증도 안 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있어서도 방송사의 태도는 '정부 바라기'였다. 10일 정부는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 190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이라며 개성공단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방송사들은 과연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 핵개발을 막을 수 있는지, 개성공단 자금이 실제로 핵 개발로 투입되었는지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정부의 '돈줄 죄기'를 홍보하기에 바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11일, KBS는 <김정은 돈줄 차단…"북 민심 악화 초래" >(2/11)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된 현금은 5억 6천만 달러"이고 "이 돈은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가는 것" "이 중 상당액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였을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정부의 판단'만 적극 홍보했다. TV조선도 <'개성공단 달러' 어디로 갔나?>(2/11)에서 "이 돈이 북핵 개발에 쓰일 수도 있고 미사일 발사에 쓰일 수도 있고, 심지어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명품 핸드백 구입비용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불확실한 추정에 근거해 개성공단에 투입된 자금이 무기 개발로 쓰였다고 보도했다. 10일과 11일 양일간, 타사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SBS가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 SBS는 <북한 근로자‧가족 2-만…북 체제 옥죄기>(2/10)에서 "칠팔십 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 전체 대외무역에서 개성공단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 "당장 북한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고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만 높아질 거라는 전망" 등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이 지니는 문제점을 언급했다.
이성적 판단 보여준 방송사는 JTBC뿐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성적 판단을 지킨 방송사는 JTBC뿐이다. JTBC <개성공단 '돈줄' 끊으면 북 도발 멈출까>(2/10)는 "과연 개성공단을 폐쇄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중단하겠느냐 하는 점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며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처럼 보도한 타사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모두 6000억원, 작년 한 해만 따져보면 1320억원" "반면 우리 정부와 민간의 총 투자액은 1조190억원, 2013년 다섯 달 동안 폐쇄했을 때만 해도 피해액이 1조1000억원이 넘습니다. 당시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보상 비용만 해도 8000억원"이라며 우리의 피해가 상당함을 전했다.
11일 <남북관계 '최악의 겨울'>도 "우리가 새로 쓸 만한 카드 거의 없다"며 우리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북한의 대외 교역 규모가 76억 달러, 약 9조원밖에 안 된다는 거죠. 9조원 정도 되는데 개성공단이 1300억 정도 흘러들어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쌈짓돈 수준" "그렇기 때문에 일부 아플 수 있어도 핵과 경제 병진 정책을 포기할 정도로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 핵 개발을 막는다는 타 방송사 및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방송만 봐서는 이미 사드는 한반도에 배치 된 듯
이번 사태에서 또 하나의 이슈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 직후,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 합동실무단이 꾸려지고 미국 국방부가 수 주 내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갑작스럽게 사드 배치가 급물살을 타자 한미 양국이 이미 결정해놓고 시기만 저울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은 김장수 주중 대사를 불러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드의 문제점은 여전히 많다. 비용분담 문제, 불투명한 논의 과정, 실전 배치된 적 없는 사드의 효용성 문제, 종심이 1000km에 불과한 한반도에서 5000km 이상의 고고도 탄도 미사일 요격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 중국‧러시아와의 갈등 문제 등에 우리 정부는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한 적이 없다. 하지만 방송 보도에서도 이런 문제 식은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사드 홍보에 진력했다.
- 여론조사로 눈속임하는 MBC
7일과 8일, 모든 방송사가 각 1건씩의 보도로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한 정부 입장, 여야 간 대립, 중국의 항의 등을 전했다. 이중 MBC가 유독 사드 배치의 호의를 드러냈다. MBC만 이틀 간 4건의 보도를 사드에 할애 했다. 7일 MBC는 <한미 사드 배치 논의 공식화>(2/7)에서 국방부 입장을 받아썼고 <"사드 북한에 대해서만 운용">(2/7)는 "사거리 3천km 정도인 북한의 스커드나 노동, 무수단 미사일이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요격할 수 있습니다" "요격 범위로만 보면 포대 주둔지에서 전후방 250km 범위 안에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등 사드의 능력을 홍보했다.
8일 MBC <한반도에 사드 배치?…"공감한다" 67.8%>(2/8)는 "10명 중 7명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응답해 최근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위기감이 큰 것"이라며 여론조사를 등에 업고 위기감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질문은 매우 편파적이다. 설문지를 보면 해당 질문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질문 자체가 사드의 필요성을 이미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눈속임이나 다름없는 설문조사로 사드 배치로 여론을 모는 MBC의 속내가 의심스럽다.
ⓒ MBC
- 1개 포대로는 부족하다는 MBN
MBN의 경우 사드 배치를 사실로 전제하고서 오히려 사드가 1개 포대밖에 배치되지 않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MBN <1개 포대로 가능?>(2/8)에서 김주하 앵커는 "북한은 이렇게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요?"라고 자문하더니 "슬프게도 그나마 미국에서 들여오는 사드도 국방부에 따르면 1개 포대로는 남한 전체를 방어할 수 없습니다"라며 사드의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리포트에서는 "후방 방어가 쉽지 않은데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이 만만치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남한 방어를 위해서는 1개 포대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MBN은 비용 문제 등 산적한 쟁점과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라는 외교적 난맥상까지 겹쳐있는 사드 논란을 모조리 무시한 채, 2개 포대 이상이 필요하다는 식의 여론 몰이를 한 셈이다.
MBN은 11일에도 유일하게 사드 배치에 3건의 보도를 할애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사드 배치' 경북이 최적 조건?>는 "사드 배치 지역으로는 우선 경기도 평택과 전북 군산이 거론" "일각에선 중국에서 멀면서도 운영을 방해할 여건이 적은 경북이 거론"된다며 사드 배치의 최적지를 탐색했다. 레이더 전자파 등 불안 요소를 언급하긴 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곳이 선정될 것"이라는 청와대 입장을 덧붙이면서 사드 배치를 전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 사드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제기는 JTBC뿐
사드 관련 의문점 전반을 지적한 것은 JTBC뿐이다. <한미 '사드배치' 전격 논의…배경은?>(2/7)는 "사드 운영비 가운데 미군 전문 인력 소요 등을 우리 군에서 분담하게 되는 등 실질적인 운영비에 대해 추후 협의 과정에서 추가 분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군과의 비용 분담을 공언한 국방부 발표에 의문을 표했다. "비용은 분담은 한다, 사드 전파는 유해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에 사드 협의 시작을 통보했다는 언급까지 양국이 상당기간 비공식적으로 사드 문제를 검토해온 것 아니냐, 그런 정황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정부 태도도 지적했다.
이어지는 <'사드' 말 아끼던 국방부, 준비한 듯…>(2/7)은 "북한 미사일 요격 효과가 크다는 데 지나치게 방점을 두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미군 측에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 "배치 비용 산정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비용의 일정 부분 분담을 요구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 "사드 배치 논의 과정에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개발과 중첩되는 문제도 넘어야 할 산" 등 다양한 문제 제기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국방부가 나란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언급한 9일에도 타사가 미국의 발표를 받아쓰는 동안 JTBC만 다른 목소리를 냈다. JTBC <'봉인' 풀린 사드…효용성은 미지수>(2/9)는 "과연 사드가 우리 방위력 증강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국방부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사드가 40㎞ 이상 중고도 이상에서는 허술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실전 배치된 사드 포대가 아직 2개에 불과해 방어 역량을 아직 충분히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사드는) 대륙의 패권국가들끼리에서 나오는 전략 개념인데 딱 인접해있는 남북한 간에 모든 미사일 방어를 다층으로 구성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한편 TV조선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치지역‧비용' 쟁점 '산적'>(2/8, )에서 최희준 앵커는 "사드 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부지부터 비용 문제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특히 사드의 고출력 전자파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음을 강조했다. 기자는 "미 육군교범을 보면 레이더에서 100M 이내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5.5Kkm 이내는 항공기, 전자장비와 정비인원 배치가 통제"된다며 사드의 고출력 전자파 문제를 자세히 설명했다. "사드의 전자파 수준은 국내법과 세계 보건기구의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국방부 발표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향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모니터 대상 :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부)
KBS 출연한 홍용표 장관, 북한 재정구조도 모르나? 오마이뉴스 2.14
개성공단 자금을 핵개발에 전용?... 전문가들 "근거 밝혀야“
▲ 굳은 표정의 홍용표 통일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개성공단기업협회 집행부간 간담회에 참석, 굳은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자금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는 정부의 주장이 갈수록 옹색해지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4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 "개성공단 임금은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고 근로자에게 바로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당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미사일,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공개 발표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에서 발표한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자금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근거는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당 서기실로 들어간 달러와 무기 개발에 쓰였다는 돈이 어떻게 연관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파악되고 있다"라고만 답했다. "구체적인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보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제가 알고 있던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즉, 홍 장관은 개성당국 임금이 북한 노동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전달된다는 사실만 '추가'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북한의 현실상 당연한 일을 마치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호도한 셈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관련 정부입장 전문
o 지난 2.12 통일부장관 발언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경각심 차원에서 얘기한 것으로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됨.
o 북한은 당·정·군이 나서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외화는 당 39호실과 서기실에 보관되어 핵·미사일 개발 및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
o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기타 비용은 미 달러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전달되고, 궁극적으로 여타 외화와 같은 흐름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
- 이 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음.
- 북한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우리기업들이 전달한 미 달러 현금이 아닌 ‘북한 원화’와 생필품 구입을 위한 ‘물표’ 형태로 일부만 주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임.
개성공단에 4년 머문 학자 "북측 숙련공 中에 배치되면…" 2.13 노컷뉴스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북한·통일 문제를 전공한 학자인 김진향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개성공단이라는 평화를 만드는 공장의 불이 꺼졌다"고 했다. 지난해 출간된 책 '개성공단 사람들'(펴낸곳 내일을여는책) 등을 통해 "개성공단은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말해 온 그다.
김 교수는 앞서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맡아 개성공단에 머물면서 세무·회계·임금 등과 관련한 북측과의 협상을 담당했다. 당시 매일같이 북측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개성공단, 더 나아가 북한 사회를 속속들이 보고 들은 그의 말을 전한다.
▶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공간', 직접 본 개성공단은 어떤 곳이었나.
= 분단체제 아래 남과 북은 서로를 잘 모른다. 적대적인 국면이니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게 경계감을 갖고 서로를 봐 온 사람들이 개성공단이라는 한 공간에서 만났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한 공간에 있다 보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오해'를 '이해'로 만든다. '왜 저렇게 판단하고 행동할까'라는 관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다름, 차이는 없더라.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순간 이미 그곳에서는 통일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에 대한 인상은.
= 북측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다"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도 그들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물질을 중요시 여기는 우리와 달리 그들이 정신, 태도를 제일로 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 안에서 우리는 '기브 앤 테이크' 문화로 대변되는 거래에 익숙해 있다. 반면 북측 사람들은 이러한 거래가 사람 사이 본질적인 관계를 흐린다고 여긴다.
일례로 북측 사람이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남측 주재원이 "됐다"고 하는 것은 결례가 되기 십상이었다. 호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의 도움을 부담스러워하는 데는 언젠가 되돌려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측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했을 때는 호의를 품은 상대에게 자기의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의지일 뿐이었다. 대가를 바라는 행위가 아니더라. 저 역시 이로 인해 실수를 많이 했다. 가치관의 충돌이 늘 있었다. 우리에게 상식이 그들에게는 몰상식이 된다. 우리 사회의 보편과 일반이 그들에게는 특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개성공단 입주 의류임가공업체인 ㈜화인레나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 전날 개성공단에서 가지고 나온 의류와 원단이 쌓여 있다.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박윤규 화인레나운 회장은 "운 좋게도 북한이 자산동결을 발표하기 바로 직전 4500장을 겨우 가지고 나왔고 북측에 아직 13만여 장(약 260억 원 가치)의 의류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어떤가.
= 개성공단 5만 4000여 명 북측 노동자들의 기본임금은 월 72달러(약 8만 6000원)다. 이는 호봉 등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일을 시작할 때 받는 최저임금이다. 2003년, 2004년 50달러로 시작해 초기 3년간 동결한 뒤 4년째부터 매년 5%씩 오른 결과다. 기본임금에 야근, 특근 등을 더하면 월 150달러(약 18만 원) 정도 된다. 북측에서는 임금이라 하지 않고 보통 생활비라고 한다. 제가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쌀, 부식을 제공하는 전용 상품공급소가 있다. 자기 이름 확인하고 받아가는 식이다.
▶ 정부·여당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대해 "핵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줄을 막으려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 거짓말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왜곡이요 오도다. 2014년, 2015년 1월 기준으로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이 15만 원이다. 여기서 30%를 공제하면 10만 5000원 정도 되는데, 이를 갖고 4인 가족이 한 달간 먹고 살아야 한다. 공제된 30%는 '사회문화시책비'라고 해서 무상 교육·의료 등 국가시책 운영기금으로 쓰인다. 개성시 전체를 책임지는 개성시인민위원회와 개성공단 북측 담당 총국은 죽었다 깨어나도 20만 명 이상의 개성시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지난 2009년, 2010년 국제 곡물 가격이 200~300%까지 급등했을 때 북측은 현재 임금 갖고는 근로자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으니 임금 협상을 다시 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죽 힘들었으면 "5만 4000여 명 근로자 임금 안 받을 테니,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쌀을 사서 공급해 달라"고 했을까. 4인 가구가 10만 원으로 한 달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북측 경제를 얼마나 허접하게 생각했으면 그 돈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생각했을까.
▶ 개성공단 폐쇄로 일터를 잃은 북한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일자리를 잃었다고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는 기본 경제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의 노동을 임금으로 보지만, 북측 사람들은 노동을 임금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개성공단 노동자들 역시 기업주로부터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국가적 조치에 의해 파견돼 일을 했으니 국가로부터 공급·배급을 받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결국 사람의 노동을 임금 등 가치의 교환으로 보지 않기에 고용과 피고용의 개념이 없는 셈이다. 우리의 경우 직장을 잃으면 가정이 몰락할 수 있지만, 저들은 '국가에서 배치하겠지'라며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기준으로 저들을 이해하려 하기에 곡해가 많은 것이다. 북측은 이제 돈이라는 개념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문제는 북측이 '개성공단으로 맺어진 관계가 끝났다'는 판단 아래 개성공단 근로자 5만 4000여 명을 다른 곳에 배속시키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 측이 입을 타격이다. 그것이 북측 인민위원회, 당의 임무니까.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7~10년간 일한 숙련공으로 갈 데가 많다. 당장 북중 국경지대에 있는 공단이 눈에 들어온다. 개성공단에서 150달러 받던 노동자들이 단둥에 가면 6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무려 4배다. 북측이 5만 4000명의 숙련공을 중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기업에 배속시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 당장은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지난 1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개성공단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황교안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 정부는 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게 가동 중단 사실을 갑작스레 알렸을까.
=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을 믿지 않는다. 정부의 행위를 기업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아니까. 그래서 군사작전 벌이듯이 한 것이다. 사전에 설명을 하고 협조를 구했다면 대부분의 기업은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입주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다. 지금 당장 힘든 곳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들이다. 공단 내 OEM 업체들이 정말 많은데, 계액 이행을 못해 원청업체로부터 10배, 20배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기업들이 있다. 이를 누가 책임질 거냐. 정부가 사전에 이야기라도 해줬으면 이들 업체의 타격을 줄이고 고가의 장비는 갖고 나왔을 것 아닌가. 현 정부에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그런 존재다. 안타깝다.
▶ 입주 기업들은 피해 보상 등이 부실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6개월 동안 중단됐을 때의 악몽을 떠올리는 듯한데.
= 학습효과다. 입주 기업들에게 물어보면 알 텐데, 6개월 가동 중단 당시 정부 지원에 대한 수많은 언론 발표가 있었지만, 단 한 푼도 제대로 지급된 게 없다. 발표는 했지만, 이행이 안 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입주 기업인들에게 노골적으로 "당신들이 판단하고 리스크 안고 들어갔으면서 무슨 보상이냐"고 했다. 입주 기업들은 당시 악몽 같은 경험을 학습했기에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 개성공단에 대한 가장 심각한 오해를 꼽는다면.
= 적대적 분단체제는 북한을 구조적 무지의 대상, 체제적 왜곡의 대상으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당국이 남북관계에 대한 팩트 하나만 비틀어 버리면 되니까. 상대를 적으로 규정해 버린, 교류가 없는 분단체제는 결국 비정상적인 구조인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노력한다고 해서 북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점이 북한에 대한 총체적 무지, 곧 '북맹'을 낳고 있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볼 때 철저히 경제적으로 본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인 우리네 시각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북측은 다르다. 우리가 개성공단을 경제로 보기 때문에 그들도 경제로 볼 것이라 말하는 건 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북측이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해 추진했다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용납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팩트다. 참으로 심각한 간극인데, 여기서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북을 알기 위한 논의 진전이 안 된다.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회원들이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북측은 개성공단을 철저히 우리 민족끼리 일궈낸 평화의 상징으로 본다. 미국은 개성공단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반대했다. 물론 그러한 난관을 뚫고 나갔지만, 미국은 마지막까지 "개성공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했다. 북측도 이를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북측 근로자 1인당 임금으로 월 200달러를 제시했을 때, 왜 김정일은 50달러로 결정했을까. 왜 개성의 군인들을 뒤로 물렸을까. 기존 북한에 대한 인식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던 부분이었다. 이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개성공단을 경제가 아닌 평화로 보더라는 것을 알았다.
단적인 예로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남측 주재원들의 가장 힘든 점이 본국에 있는 가족들의 걱정이었다.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를 통해 개성공단 상황을 접하는 남측의 아내, 아버지, 어머니를 안심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주재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마누라 걱정시키지 말고 어서 나가라"고 말하는 게 일상이었다. 주재원들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간극이 폭력적인 수준이었다.
▶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현 정부·여당의 북한에 대한 인식 수준은 재앙적이다. 심각하다. 제가 지난 시절 청와대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을 겪고 느낀 게 수준 차이는 있을지언정 북한에 대한 총체적 무지는 보편적이라는 점이다. 국민들은 '정부는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들도 정말 모른다. 이 점이 재앙이라는 말이다. 그 정도로 북한을 이해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이다.
▶ 개성공단, 앞으로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평화를 만드는 공장이다. 평화를 위한 경제, 경제를 위한 평화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곳의 불이 꺼졌다. 개성공단은 실제로 제도적·구조적·물리적으로 평화와 안보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 왔다. 남북관계만 정상화되면 개성공단은 경제적으로든 남북화애 면에서든 폭발하게 돼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의 이러한 본질적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번 조치를 취했을까.
저는 이번 조치가 미국적 이해관계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 미국적 이해관계에 아주 익숙한 외교·안보 라인 관료들의 작품인 것이다. 이해관계에 대한 촉각이 아주 명확한 사람들이 승승장구한다. 그들의 인식체계는 국가가 어디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결정은 했지만, 그 판단 근거를 제공한 것은 이러한 외교·안보 라인 스태프들이다. 결국 대통령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한 셈이다. 개성공단은 숭고한 곳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그곳은 당연히 기적의 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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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헛발질, 박근혜 정부 무리수, 여당 색깔론 공통 목표는?
퍼즐을 맞춰보자. 국정원의 헛발질과 박근혜 정부의 무리수, 그리고 새누리당의 색깔론이 어떤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인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가 끝나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전해주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북한이 러시아 기술과 부품을 들여와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국정원, 러시아와 외교 마찰 촉발 파문)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개성공단에 투입된 현금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그다음엔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나섰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10일에는 "개성공단이 김정은 정권의 현금자동지급기가 되었다"고 말했고, 다음날엔 "20년 전 햇볕정책을 정치권이 인내하면서 지켜봤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남북경협,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 역시 "사실 햇볕정책을 통한 대북 무상지원이 궁극적으로 대륙 간 탄도탄 실험을 하게 한 원인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저희 분석"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통일부, 그리고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발언을 삼단논법으로 정리해보자.
'북한이 러시아에서 미사일 기술과 부품을 구매해 미사일을 만들었다→그 돈은 개성공단에서 나온 것이다→개성공단은 김대중-노무현이 만든 것이다'
이게 우연적인 연쇄 반응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고도의 정치 기획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부가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했을 때, 국정원의 보고가 주요하게 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청와대는 국정원이 국회에 보고한 것과 비슷한 내용을 보고 받고 이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결정적 구실로 삼았을 공산이 크다. 이걸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점도 잘 알았을 테고.
▲ 개성공단 남한 인원들이 11일 밤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정확한 정보였다면…
국정원장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주요 부품은 러시아에서 도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러시아에서 들여왔다는) 상당한 자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게 정확한 정보였다면, 한국은 상당히 중요한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 로켓이 러시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러시아도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러시아에 외교적 항의뿐만 아니라 정부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에 러시아의 동의를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가지고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낯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러시아가 미사일 개발 기술을 넘겼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뒤이어 러시아 외무부 미하일 울리야노프 비확산·군비통제 국장은 한국 측에 증거 제시를 요구하면서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충고했다. 그러자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와전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건 이렇게 '퉁'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끝장 제재'를 이끌어내겠다며 외교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 외교관들이 러시아 외교관들을 만나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국정원의 헛발질을 해명하는 데 진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사드 논란'에 이어 또 하나의 외교 참사로 기록될 만하다. 참고로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이다.
개성공단이 '도깨비 방망이'인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작년에만도 1320억 원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 19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10일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통일부는 "전체 임금 중 북한 당국이 교육과 의료 등에 대한 공공서비스 관련 인력지원과 사회간접시설 구축비용으로 쓰는 '사회문화시책비'로 30%를 가져가고 남은 70%를 현물(물품교환권)과 현금으로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고 설명했었다.
하루아침에 뒤바뀐 입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개성공단이 '돈 나와라 뚝딱'하면 무한대로 돈을 쏟아내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것일까?
기실 북한의 핵과 로켓 대부분 자체 기술과 자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라늄 광산에서부터 농축 및 재처리 시설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놓고 있다. 탄도미사일 기술 역시 1980년대에 이집트로부터 스커드를 도입해 이를 역 설계하는 방식으로 자체 기술을 축적해왔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부과했음에도 불과하고 별 효과를 보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로켓 기술과 부품을 사왔다거나 개성공단 수익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했다는 추론 자체에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말해준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정리하자면,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황당한 언행과 정책은 단 한 가지를 목표로 두고 있는 것 같다. 그건 바로 장기 집권 플랜이다. 선거용 북풍과 색깔론은 오래된 얘기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을 겪고선 이것밖에 믿을 게 없다는 인식이 집권 세력과 그 지원 세력 내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이러한 권력 의지 앞에서 안보니, 통일이니, 경제니, 민생이니, 자유민주주의니 하는 정치적 수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꼬리가 몸통을 계속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런 식의 정치 기획이 통할까? 그건 알 수 없다. 일단 북한의 핵실험 및 로켓 발사와 남한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정부 여당의 실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상당수 언론도 '노이즈 마케팅'을 열심히 해준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떨어질 공산이 대단히 커진다. 여권이 노리고 있는 게 바로 이게 아닌가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러한 나쁜 정치 기획에 맞설 수 있는 방법도 결국 선거이다. '똑똑한 국민이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종잇돌'을 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익이 아니라 사익 추구의 전유물이 되고 있는 정치를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 세력의 권력 의지를 넘어설 수 있는 국민적 의지가 커질 때, 비로소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경향사설]개성공단은 화풀이 대상이 아니다 2.10
정부는 어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보복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정부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했다. 성명은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계획을 꺾을 수 없다”고 전면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한다. ‘기존 대응 방식’의 한계는 누구나 느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대응 방법이 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이 될 수는 없다. 개성공단은 12년간 남북 경제협력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남과 북은 물론 국제사회도 남북 상생을 위해 발전시켜 가야 할 모범적 사업으로 평가해왔다. 북측이 전방 군부대를 철수시킨 자리에 세운 공단이라는 점에서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의 결실이기도 하다. 북측이 박근혜 정부 출범 즈음 5개월간 정상 가동을 못했을 때 정부가 공단 정상화를 촉구했던 것도 이런 공단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3년 4월3일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정상화시키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정부는 2013년 4월26일 성명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기업을 크게 걱정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가 비판하던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행함으로써 정부는 이제 기업에 피해와 고통을 주는 당사자로 전락했다. 그것도 2013년 개성공단 정상화에 관한 남북 합의를 깨면서 단행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성이 성공의 열쇠라는 신념은 이렇게 무너졌다.
이번 중단 조치는 2013년 북한의 일시적 가동 중단보다 더 위험한 논리를 담고 있다. 정부 성명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그런 과격한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의 근거라도 제시해야 한다. 만일 근거가 없다면, 북한으로 간 모든 현금과 투자가 핵개발용이라고 단정 짓는 그런 무모한 주장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남북경협의 오랜 역사와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마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해 화해하고 상생하며 북한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원칙은 특정 정권의 성향을 넘는 초당적 합의 사항이었다. 여러 번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어도 변함없이 이 원칙이 유지될 수 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공단 전면 중단을 정당화할 명분이 없다고 해도 경협의 필요성과 정당성 자체를 아예 부정하고 사실상 공단의 문을 닫는 결정을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피해야 할 일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교류·협력의 원칙에 입각해 있었다. 이제 와서 남북 간 교류와 경협이 결국 북핵 개발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다.
공단의 전면 중단은 그 명분과 논리적 결함 문제를 떠나 대북 제재 효과의 관점에서도 실효성이 전혀 없는 조치다. 북한이 대남 압박을 위해 스스로 폐쇄한 공단이 대북 제재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한 나라의 정부라면 이성을 잃은 조치를 막을 정책 결정 체계는 최소한 갖춰야 한다. 대북 보복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그런 식의 화풀이는 곤란하다.
통로를 모두 막아버리면 정부도 길을 잃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할 일은 안정과 평화의 조성이다. 불안과 군사적 긴장 부추기기가 아니다. 개성공단에 손대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
조선사설] 개성공단 중단, 北 돈줄 끊는 강력한 국제 제재로 이어져야 2.11
정부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조속히 철수시키기로 했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남북 교류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2004년 첫 가동 이후 12년 만에 사실상 폐쇄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이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이용돼선 안 된다"며 "우리의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어렵다고 보고 먼저 제재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등 국제사회에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요구하기 위해 우리가 솔선수범한다는 말이다. 그간 중국 등에서 "한국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에 달러를 공급하면서 다른 나라에 강경 제재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감안한 선제적 조치인 셈이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간 경제 교류 협력의 상징 사업으로 추진됐다. 그간 총 1조여원이 투자됐고, 작년 생산액은 5억7000만달러 수준이다. 현재 124개 기업에서 북 근로자 5만4000명이 일하고 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공단 가동 중단을 결심하기까지 정부의 고민은 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외에 보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개성공단에서 북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돈(5억6000만달러) 중 상당 부분이 김정은의 통치 자금이나 핵·미사일 개발에 악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이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남북협력기금 등을 활용해 입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우리가 먼저 강한 대북 제재에 나선 만큼 미·일·EU·유엔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이 실효적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우선 북과 거래하는 각국의 개인·기업·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시행하는 구체 방안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어떤 제재도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은 2005년 북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금융 제재를 했다가 중간에 슬그머니 풀어주고 말았다.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피하려고 뒤로 물러난다면 북의 핵미사일이 언제 미 본토를 겨냥할지 모른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돈줄인 북 노동자의 해외 송출에 대해서도 국제적 제재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북은 중·러·중동·동남아 등지로 노동자 10만여 명을 파견해 연간 3억~4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회원국들이 북의 노동자를 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경제 제재 압박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협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란은 북한에 비해 원유 등 대외 교역 규모가 크고 보호자 역할을 하는 나라가 없어 국제 제재가 효과를 발휘했다. 북에 대한 제재는 결국 무역 거래의 8~9할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동참이 없는 한 의미가 없다. 중국이 대북 원유·식량 공급과 광물 수입, 기업·금융 거래를 축소하거나 중단토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가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필요가 있다
동아사설]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뼈아픈 국제 對北제재 끌어내야 2.11
정부가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맞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내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어제 정부 성명을 통해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꺾을 수 없다”며 “더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00년부터 남북 교류 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조성된 개성공단이 북의 무모한 도발로 문을 닫게 된 데 흔쾌히 박수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거센 반대가 나왔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재고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중단을 뜻하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북의 핵 포기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우리는 본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핵 농축 시설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듯이, 한국도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정치, 외교적으로 혼신의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란에 했던 제재의 10분의 1도 지금까지 북한에는 하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지적까지 있다. 우리마저 소극적이라면 북핵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뒤 대북교류 전면 중단을 골자로 한 5·24조치 때도 자칫 남남(南南)갈등을 일으킬까 우려해 개성공단만은 예외로 뒀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이 인질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의 문을 닫기로 전격적으로 결단한 것은 이런 고심의 산물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전략적 계산’을 달리하라는 돌직구를 김정은 정권에 던진 셈이다.
개성공단은 중국과의 광물, 의류임가공 교역 등을 제외하면 변변한 수입원이 없는 북한에 안정적 수입을 보장해주는 ‘돈줄’과 다름없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약 5억6000만 달러)의 현금이 유입됐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 중 상당액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현찰로 제공하면서 국제사회에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청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과거 1∼3차 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때보다 한층 강화된 실효적인 결의안 도출을 촉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10일(현지 시간) 미 상원 본회의는 물론 유엔 안보리에서도 북과 거래하는 제3국의 은행 등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해 북의 금융과 교역을 겨냥해 물샐틈없는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소아병적 처신" 조선·동아 북풍에 역풍 차단 안간힘 2.12미디어오늘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선언에 북한이 남측 인원 전원 추방 및 자산 동결, 연락 채널 단절로 맞섰다. 남북 간의 강대강 충돌이 출구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다음은 2월12일 주요 신문 1면 머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44년 전으로 돌아간 남북>
국민일보 <北, 시한 40분 남기고 “나가라”…자산도 동결>
동아일보 <北, 개성공단 봉쇄…280명 모두 귀환>
서울신문 <北 “남측 인원 전원 추방” 개성공단 폐쇄‧자산동결>
세계일보 <북, 개성공단 폐쇄…남북관계 최악 치달아>
조선일보 <北, 40분 時限 주고 “다 나가라”>
중앙일보 <북, 개성공단 군사통제구역 선포…남측 자산 동결>
한겨레 <북, 개성공단 군사구역 선포…자산 동결‧전원 추방>
한국일보 <靑 “남북 단절‧기업 피해…모두 각오한 일”>
“사고는 북한이 쳤는데, 왜 남한 입주기업이 처벌받나”
북한이 11일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했다. 10일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선언에 대한 맞불이다.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모든 남측 인원들을 11일 17시(평양시)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밝혔다. 추방 선언은 추방 시한(17시) 40분 전,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조평통은 또한 “개성공업지구와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 봉쇄하고 북남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하며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며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강조했다. “남측 인원 추방과 동시에 북남 사이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를 폐쇄한다”며 연락 채널 단절까지 선언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내 체류자 280명이 오후 9시 40분 경까지 철수를 완료했다. 12년 만에 개성공단 내 남측 체류자가 0명이 됐다. 이들은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급하게 철수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이 이날 오후 추방 시한 40여분 전 전격적으로 ‘전원 철수’를 통보하면서 정부 지시에 따라 철수 작업을 하던 남측 인원들은 ‘멘붕’에 빠졌다. 남측 직원들은 자재 등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다급하게 움직였다”며 “우리 제품에 거의 손을 못 대고 왔다”“물건은 30분의 1도 못 챙겼다. 완제품이 산더미로 쌓여 있다” “창고마다 완제품이 쌓여 있는데 이걸 못 가지고 나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등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말을 전했다.
▲ 국민일보 1면
남측의 가동중단 선언과 북측의 연이은 추방으로 남측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받게 됐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1조 190억 원의 비용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졌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국민일보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모든 자산을 11일 동결하기로 하면서 공단에 투자된 막대한 자산이 손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국민일보는 “공단 내 숙박시설인 송악프라자와 송악프라자 내 면세점, 주유소 등을 운영해 온 현대아산의 현지 자산 규모는 400억원에 달한다. 현대아산의 경우에는 자산 대부분이 시설·건물이어서 회수도 불가능하고, 북측이 몰수에 나설 경우 고스란히 빼앗길 가능성마저 거론된다”며 “현대아산은 공단이 중단될 경우 연간 총 1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입주기업뿐 아니라 5000개 협력업체와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12만4000명도 곤경에 처했다. 전면 중단이 지속되면 입주기업의 60~70%가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정부의 섣부른 조치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사고는 북한이 쳤는데, 왜 남한 입주기업이 처벌받느냐는 비판에 정부는 할 말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에 후속 대책과 실질적 피해에 대한 모든 보상을 요구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정부의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강산 관광 때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서울신문은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은 4841억여원 규모였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시설로 중국 등 해외 관광괙을 유치했던 것처럼 몰수한 개성공단 설비를 자체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성공단에서도 지구 내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했던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가 재현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안으로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합동대책반을 구성한 뒤 이런 내용의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대체 부지로는 기존 산업단지의 미분양 용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큰 효용성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는 “안타깝게도 입주 기업과 관련 전문가들은 개성공단만큼 경쟁력을 갖춘 곳을 국내에선 물론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 부지를 분양 또는 양도받은 날로부터 토지임대기간(2054년 4월12일 만료)까지 이용할 수 있고, 임대차 계약 체결일부터 10년 동안은 땅값을 낼 필요도 없다. 토지의 초기분양가도 1㎡당 4만5000원에 불과했다”며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의 17분의 1 수준이다. 특히 개성의 기업소득세 세율은 결산이윤의 10~14%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 및 베트남의 25%보다 낮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또한 “개성공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세계 최저 수준의 임금이다. 개성공단의 최저임금은 2014년 현재 월 70.35달러다. 그렇다고 근로자 생산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며 “개성공단 입주 기업 근로자의 생산성은 한국 평균의 71∼77%에 이른다. 60% 수준인 중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조사결과를 전했다.
▲ 세계일보 2면
44년 전으로 돌아간 남북 관계
경제적 타격 외에 남북관계의 군사적 갈등이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비용이다. 경향신문은 “남북 통신 채널이 전면 차단되면서 남북관계는 남북 직통전화 가설을 합의한 1972년 7·4 공동성명 이전, 즉 44년 전으로 돌아갔다”며 “교류협력의 끈이 완전히 단절된 것은 물론 남북 간 국지적 충돌 등 비상사태 시 상황의 확대를 막기 위한 연락 채널조차 사라진 것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과거 개성공단 부지에 있던 군 부대를 당장 재배치하겠다는 뜻이다. 원래 이 지역에는 북한군 2군단 6사단, 62포병 연대 등이 주둔했다가 2003년 공단 조성을 이유로 후방으로 물러났다.
조선일보는 “김정일이 개성공단 조성에 반대하는 군부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며 “개성공단이 '군사통제구역화'됨에 따라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됐던 이 부대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동아일보는 “남북관계는 2000년 김대중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물론이고 판문점 직통전화마저 끊겨 김영삼 정부 때보다 더 경색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1면
남북교류 역시 올스톱됐다.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에 이어 남북러 협력사업인 나진-하산프로젝트도 잠정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박근혜정부의 3대 대외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석탄 등 러시아·중국산 물자를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 간 철도를 이용해 나진항으로 수송한 뒤 중국 화물선에 실어 국내 항구로 들여오는 사업”이라며 “한·미의 사드 한반도 배치 협의에 대한 중·러 반발도 박 대통령의 3대 대외정책 수정을 불가피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동북아개발은행,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의 국제기구 승격 등도 위기에 빠진 사업으로 짚었다.
이런 강경 대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햇볕정책을 근간으로 한 그간의 대북 정책이 북한에 돈과 시간을 벌어줬을 뿐,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이라며 “개성공단 중단 결정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나의 대통령 임기에 남북관계와 관련한 작은 성과들을 내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일관된 원칙을 갖고 북한을 하루 빨리 변화시키는 것이 힘들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한마디로 비핵화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의 대북 접근법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셈”이라며 “문제는 북한이 이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남북 양측 공히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한, 박근혜 정부 내내 군사적 대결 수위가 높아지고, 긴장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쪽이 개성공단 남쪽 자산에 대해 ‘몰수’가 아닌 ‘동결’ 조처를 취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겨레는 “(북한의 조처는) 일단은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2013년 8·14 남북 합의를 파기한 주체가 남쪽 당국임을 주장하며 구상권을 행사하려는 조처의 성격을 지닌다. 다른 한편 ‘몰수’가 아닌 ‘가압류’이므로 협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남북 당국의 선택에 따라선 반전의 디딤돌이 될 여지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과 갈등 감수하며 대북제재 동참할까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우선 미국은 한국 정부의 제재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미국 상원은 10일(현지시각)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된 사람이나 기관들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 관련자들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특정 광물의 판매·공급·이전 차단 등 상업적 거래까지 막는 내용도 있다.
조선일보는 “이 중 핵심은 이란 제재 때 막강한 효과를 보였던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자국 기업뿐 아니라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축통화인 달러를 '무기'로 사용하는 조치로, 다른 나라들과의 마찰을 감수해야 하는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 조선일보 4면
이 제3국에 중국이 들어갈 수 있을지가 변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은 “법안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연루된 개인·업체와 거래하는 누구라도 대상이 될 수 있게 했으며 여기엔 중국 업체도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려면 중국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공조가 필요하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의 거래에 관련된 단체·개인을 미국 국내법에 따라 제재하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이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실행 여부는 강제가 아닌 행정부 재량이다. 경향은 “개성공단이 한국의 마지막 카드인 것처럼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의 마지막 카드다. 미·중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데다 현재 미·중의 경제·전략적 관계를 감안하면 이 제재는 미국에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앙일보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 전 미국과 일본이 공단을 폐쇄하는 게 어떠냐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단독보도했다. 사실이라면 개성공단 폐쇄가 한미일 공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중앙일보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빌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국제사회와 대북제재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독자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미국 측은 개성공단 폐쇄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해 일본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방안을 협의했다. 일본 인사들은 지난해 1억1000만 달러의 현금이 들어간 개성공단을 닫지 않고는 대북제재 효과도, 다른 나라의 참여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또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 말을 빌려 러시아, 중국 역시 “개성공단을 그대로 둔 채 우리에게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에 가감 없이 보고됐으며 설 연휴기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외교안보라인 핵심 당국자들이 장고(長考)를 거듭하던 중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쏘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1면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이후 그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언론은 경제적 효과보다는 ‘사회적 파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현금보다 어음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간 개성공단은 북한이 노동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큰 축이었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선망의 일자리였다. 개성 내에선 실직 근로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는 등 사회적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서울신문은 탈북자들의 말을 빌려 사회적 파장에 대해 언급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겁니다. 가족 중 한 명만 개성공단에서 일하면 다른 가족 4~5명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공장들이 문을 닫는 겁니다. 당장 직원과 가족 등 20여만명의 밥줄이 끊기니 체제에 대한 불신까지도 생길 수 있는 거죠”(탈북자 최동수씨) “북한은 한국에서 삼성그룹 정도의 대기업이 문을 닫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게 될 것”(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서울신문은 “통상 개성공단 근로자 1명이 가족 4~5명의 생계를 책임진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으로 20만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의 생계유지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또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북한 내부에 보급되지 않아,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까지 어려움을 겪을 것을 생각하면 충격은 공식적인 수치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도 ‘야당’ 탓 잊지 않는 조선‧동아
보수언론은 이 와중에도 ‘야당 탓’을 잊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북제재법안을 통과시킨 미국 상원과 한국을 비교했다. 동아일보는 “한국의 국회는 북을 비난하는 결의안만 채택했을 뿐 북한인권법안을 11년째 묶어놓고, 테러방지법은 언제 처리할지 기약 없는 상태”라며 “오히려 정부의 대북 제재가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풍(北風) 카드’인지를 놓고 여야 간에 민망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을 뼈저리게 응징할 방법을 찾기는커녕 서로 손가락질하는 이 나라 정치권을 세계가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밝혔다.
▲ 동아일보 27면
조선일보는 나아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박근혜 정부의 총선 전략이라는 야당과 일각의 평가를 음모론 취급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선거를 앞둔 북풍(北風) 전략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맹목적인 보수 쪽 사람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급작스럽게 비합리적 조치를 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내린 고육지책을 총선용 술책인 것처럼 몰아붙인 것”이라며 “아무리 답답한 심정이라 할지라도 기업인이 내놓기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나라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을 뻔히 지켜보고서도 야당 지도부와 일부 기업인이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개탄스럽기도 하다”며 “야당은 북이 우리 기업과 국민의 재산을 뺏고 추방하는데도 북을 비판하기보다는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하는 선동을 하고 있는 꼴이다. 이는 급박한 안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소아병(小兒病)적 처신”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선일보의 본심은 뒤에서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때 야당은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해 지방선거에서 반사이익을 봤다. 야당의 ‘북풍(北風) 공세’ 이면에 이런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면 국민의 선의(善意)를 정면에서 배반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북풍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한편 중앙일보는 야당 비난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조선·동아와 다른 입장을 취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최악의 수’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실무 부처 장관을 앞세우고 자신은 뒤로 빠졌다. 당연히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결단의 배경과 불가피성을 직접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어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 등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 앞에 나와 현재의 사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대응책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돈으로 핵 미사일 개발, 근거있나? 2.11미디어오늘
마법이 된 숫자 ‘6160’… "개연성 있으니까 제재하는 것" 언론은 검증없이 확대재생산
지난 10일 발표된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관련해 눈에 띄는 수치는 ‘6160’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현금 6160억 원이 유입됐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것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추정’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현금 6160억 원이 유입됐다”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정부의 방침을 뒷받침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정부는 주장의 무게에 비해 여지껏 타당한 근거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임금, 사회보장비 등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 가운데 근로자에게 가는 것도 있지만 (북한) 당국으로 흐르는 것도 있다”며 “이 가운데 명확하고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를 추정했을 때 수치”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당국으로 흐르는 돈 가운데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쓰이는 부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그런 식이라면) 아무리 많은 돈을 (당국이) 전용해도 확인이 안 되면 제재를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어느 정도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니까 (제재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가 지났어도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 11일자 1면 머리기사.
문제는 언론이 검증없이 정부 주장을 받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10일자 지상파 방송 등에서는 이 주장을 인용하며 “北 유입된 6천억‥핵‧미사일에 악용”(SBS) 등으로 보도했으며, 조선일보도 11일자에서 제목을 ‘‘6160억 김정은 돈줄’ 개성공단 불끈다’로 뽑았다.
정부 측 입장을 담은 이 기사에서 조선은 “홍 장관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며 북측에 지급된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이 북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거론했다”며 “개성공단을 통해 북으로 흘러들어 가는 돈은 연간 1억달러 수준”이라고 했다.
인터넷상에서도 <홍용표 “개성공단 통해 북한에 6160억원 유입”>(아시아투데이), <“北 개성공단에 현금 6160억 줬더니… 핵·미사일 고도화”>(쿠키뉴스), <홍용표 “개성공단 통해 6160억원 北 유입…핵·미사일 이용 막아야”>(매일경제), <개성공단 중단, 현금 6160억 원 北에 유입…“핵·미사일 고도화에 악용됐다”>(동아일보) 등 정부 발표를 인용해 출고하는 기사가 어제 오늘 쏟아졌다.
네이버에서 '6160억'으로 11일 오후 검색한 결과.
반면 경향신문은 11일자 사설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경향은 “정부 성명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며 “정부가 그런 과격한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의 근거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만일 근거가 없다면, 북한으로 간 모든 현금과 투자가 핵개발용이라고 단정 짓는 그런 무모한 주장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며 “게다가 남북경협의 오랜 역사와 정당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마당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경실련통일협회도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으로 간 모든 현금과 투자가 핵개발용이라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며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액이 70억~80억 달러인 상황에서 북중교역이 6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한 반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연간 수익은 1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통일, 통일' 하더니…북한 주민 버린 박근혜 2.10 프레시안
개성공단 가동 중단, 북한 태도 바꿀 수 있나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실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바꿀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정부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지급된 현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작년에만도 1320억 원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현금이 정말 북한의 무기를 만드는데 전용되고 있는 것일까? 개성공단에 유입되고 있는 현금이 핵과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쓰인 것으로 확인이 됐느냐는 질문에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런 우려가 있었다. 얼마나 (현금이 무기 개발에) 들어갔다고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그런 우려가 있어 왔고, 이것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도발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남북 경협이나 대북지원 등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무기를 만드는 데 쓰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근본적으로 대북 제재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북한이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는데 (현금이) 쓰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일부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은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관리하는 '인민 경제' 부문"이라며 기본적으로 이 자금이 무기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자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오히려 이번 조치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내 노동자들을 포함, 약 20만 명에 달하는 개성 주민들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통일'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통일이라는 미래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한 실책"이라며 "통일의 열쇠는 남이든 북이든 일반 주민들이 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 시민들을 한국 정부가 모두 버린 셈인데, 북한을 아프게 한다는 '상징적 조치'를 위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실시킨 전략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 지난 2013년 9월, 조업이 중단된지 5개월 만에 다시 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의 한 공장 ⓒ개성공동취재단
한편으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선제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핵 활동과 관련 없는 경제 활동이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이 조치는 우리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고 있으니 중국도 여기에 참여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인데, 중국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의 참여를 사실상 이끌어 내기도 어렵고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현금과 핵·미사일의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꺼낸 것에 대해 백 수석연구위원은 "결국 현 집권 세력이 개성공단 유지에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유지되면서 남북관계 협력의 끈이 존재했고, 이를 통해 전쟁의 위협을 낮출 수 있는데, 지금 집권 세력은 이러한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북한에게 얼마나 아플까?
홍용표 장관은 이날 정부 성명에서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꺾을 수 없다.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히 대응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과연 북한에게 이번 가동 중단 조치는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만큼 아픈 조치일까?
개성공단에는 북한 노동자 5만 4000여 명이 고용돼있고, 20여만 명이 개성 시민들 역시 일정 부분 공단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실제 정부의 설명대로 임금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1300억 원의 돈이 북한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연간 무역 규모와 비교했을 때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의 연간 대외 무역 규모는 70억에서 80억 달러, 한화로 약 8조 3000억 원에서 9조 5000억 원에 이른다. 또 현재 개성공단 노동자 중에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 당국은 이들을 북중 국경 지역에 위치한 공단으로 뺄 가능성도 있다. 중국 공단의 임금이 개성공단의 임금보다 1.5~2배 정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고강도의 제재는 하지 않을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이들 나라에 노동자들을 파견한다고 해도 정부로서는 딱히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핵이나 미사일에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현금이 남한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들어갈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물론 북한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노동자들을 중국으로 빼면 북한에게 금전적인 도움은 될 수 있지만, 대외 관계에서 개성공단이 갖는 상징적 가치가 있고 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노동자 임금을 받지 못해 겪는 고통보다 남한의 기업들이 조업 활동을 하지 못해 생기는 손해가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는 "북한은 중국이라는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손실을 크게 보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이 임금으로 얻는 이익이 1이라면, 기업이 가동 중단으로 얻는 피해는 최소 10 정도다. 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따지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개성공단 기업들이 올리는 매출은 연간 72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공단이 가동을 중단하면 당장 이 정도의 매출은 포기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반 시설 및 공장 건축 등 투자 손실만 1조 원을 떠안게 될 수 있다. 금전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이 폐쇄 수순을 밟으면 남북 긴장이 고조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불안과 긴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코리아 리스크'가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후방으로 빠진 군 부대가 다시 전방으로 배치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여기에 대비하기 위한 국방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남북이 '평화'를 통해 얻었던 금전적인 이익이 고스란히 서로를 없애려는 무기 경쟁 비용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드배치 찬성이 70%"? MBC 여론조사, 질문이 잘못됐다 2.11미디어오늘
"북핵 맞서기 위한 사드, 필요한가" 애초 질문부터 편향적… 배경 설명 없이 프레임 설정
북한이 발사한 로켓과 관련해 언론이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MBC 설문조사가 편향된 질문에 따라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MBC는 지난 8일 "10명 중 7명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응답해 최근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위기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MBC 여론조사는 북한이 지난 7일 로켓을 발사하고 난 뒤 하루 만에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사드의 효용성, 국제관계의 변화, 배치에 따른 환경 조건, 비용 등 여러 논란거리가 즐비하다. 어느 때보다 여론조사의 객관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MBC의 여론조사는 사드 배치에 따른 논란의 배경을 생략하고 필요성만을 강조하면서 편향됐다라는 지적이다.
MBC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며 "공감한다가 67.8%로 그렇지 않다 25.8%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올라온 여론조사 설문지 전체 내용을 살펴보면 원문 질문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돼 있다.
사드의 필요성을 전제로 깔고 질문한 결과 당연히 '공감하다'는 의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의 근거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고 한다면 배치에 반대하는 상응한 근거도 나란히 설명돼야 한다. 그런데 MBC는 이런 배경 설명을 생략한 채 사드 배치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얻으면서 편향된 조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밖에 다른 질문도 편향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MBC는 "국회에서 처리가 막힌 쟁점 법안에 대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대해서는 찬성 46.5% 반대 43.8%였다"면서 "또 국회의원 60% 이상이 동의해야 쟁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고쳐야 한다가 62.3%로 현행유지보다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원문 질문에 따르면 직권상정과 관련해 "여야 입장 차이가 큰 쟁점 법안의 경우 국회통과가 사실상 어려운데요,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돼 있다.
직권상정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취지 자체는 생략하면서 마치 선진화법 때문에 쟁점 법안이 가로막혀 있고 직권상정이 필요하다고 유도하는 식이다. 이어 질문도 "그럼, 전체 국회의원 60% 이상이 동의해야 쟁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돼 있어 쟁점법안의 걸림돌로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하면서 개정 필요성을 몰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오히려 직권상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질문에 반대 의견이 43.8%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직권상정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MBC는 또한 "노동개혁법에 대해서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46.1%)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47.1%) 팽팽했다"고 보도했지만 질문 원문을 보면 "선생님께서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노동개혁이 이뤄지면 청년 중장년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정부 여당의 주장만 배경 설명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답변 결과 노동개혁 법안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다기보다 상당수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드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북한핵과 맞서기 위한 전제가 있기 때문에 설문 프레임이 강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사드가 과연 과학적으로 검증이 된 비용 대비 군사적 효과가 있는건지 이런 부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찬반 의견을 제시해 어느 의견에 공감하는지를 물어야 여론조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데 너무 속 보이는 여론조사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화법 관련 조항도 과반 의석을 점유한 정당이 날치기를 하는 등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 현재 여당이 도입을 추진한 측면이 있는데 마치 선진화법 개정 필요성만을 위해 너무 일방적으로 묻는 질문"이라며 "가령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 게 뭔지를 묻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응답이 높아지고 잘못한 부분이 뭐냐고 물어보면 이에 대해 부합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듯이 설문 프레임의 편향을 최소화시켜야 하는데 이번 MBC 여론조사 질문은 전문가가 보면 헛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주장 김무성, 정작 '사드'가 뭔지 몰라? 2.11프레시안
김무성 '무식' 인증 논란…"사드로 ICBM 요격"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와 관련해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안보를 중시한다"며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집권 여당 대표가 정작 사드가 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 후 일부 기자들과 만나 "(북핵 방어와 관련해) 현재까지 개발된 무기 체계 중 사드가 최상의 방법"이라며 "사드는 방어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김 대표가 사드와 관련해 내놓은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저쪽(북한)에서 ICBM을 쏘아 올려서 낙하할 때 지상 300킬로미터(km) 정도의 높이에서 요격하는 무기 체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자파, 이런 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우리 국가를, 국민을 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무기체계인데 그걸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사드의 기본 제원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ICBM이 개념 자체도 헷갈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식의 소치"라는 비판도 있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 '무식'의 소치인 듯"
ICBM은 말 그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다. 일반적으로 5000km 이상의 사정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을 말한다. 우선 사거리 5000킬로미터의 ICBM에 핵탄두를 실어 사거리 수백 킬로미터에 불과한 남한을 요격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둘째,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40~150킬로미터 상공에서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이다. 종말고고도(Terminal High Altitude)라는 말에서도 미사일의 제원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김 대표는 300킬로미터 상공을 언급했다.
군사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김 대표의 말은 한 마디로 무식의 소치에서 나온 것"이라며 "ICBM이나 사드가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드는 기본적으로 40~150킬로미터에서 상대 미사일을 요격한다. 300킬로미터는 사드에 대한 제원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 같다"고 했다.
ICBM을 사드로 요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5000킬로미터 이상이며, 최종 낙하 속도가 마하 12(음속의 12배)에 이르는데, 사드 미사일의 속도는 그에 한참 못 미친다"며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 관련 매뉴얼에도 사드는 ICBM를 요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에서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ICBM 언급이 '탄도 미사일'을 언급하려다 실수한 것이라고 치더라도, "300킬로미터 상공에서 요격"이 가능하다는 발언은 설명 자체가 안 된다. 김 교수는 "김 대표의 발언은 사실 관계 자체가 틀린,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신의진 대변인도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고 방어용이다. 이유는 뭐냐하면 올라갈 때는 못 쏜다.(요격을 못 한다) 내려올 때 300킬로미터 부근에서만 쏠수 있다. 철저히 방어용이라고 언론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정작 대변인도 사드가 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자파 문제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한 것도 문제다. 사드의 강력한 전자파 문제는 미 육군에서 만든 사드 운영교범에 나와 있다. 사드 레이더 전방 130도, 3.6킬로미터 안에는 강력한 전자파가 존재한다.
집권 여당 대표의 '무식 인증'으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사람 잡는 레이더 오나?
"작전 중에 안테나 위와 근처에는 무선주파수 출력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무선주파수 전자기파는 심각한 화상과 내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미 육군 문서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2012년 4월 16일에 작성된 이 문서에는 사드용 레이더로 불리는 'AN-TPY2'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레이더 기지 전방 130도와 5500미터는 '출입 금지 구역'(Keep Out Zone)이 된다.
<그림 1>은 레이더 기지 '출입 금지 지역'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 따르면, 전방 좌우 양측 65도가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100미터 이내에는 부대 인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3600미터 이내에는 통제받지 않는 사람, 즉 비인가자가 들어갈 수 없다. 또한 5500미터 내에는 항공기 출입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 그림 1. 사드 레이더가 배치됐을 때 출입 금지 지역 ⓒ정욱식
인구 밀집지역인 한국에 과연 이런 부지가 있을까?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없을까? 한미 양국은 이런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보기는 했을까?
그렇다고 사드용 레이더를 산 정상에 건설하기도 어렵다. 미 육군 자료에 따르면, 약 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레이더 부지는 최대 경사도가 "2.86도 미만"으로 "가능한 평지가 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지 전방 약 15만 평 정도를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현재 미군 부지 내에는 이렇게 큰 개활지가 없는 상태여서 해당 기지 구조를 전면 재배치하거나 추가적으로 토지를 수용해야 한다
비용 문제도 새로운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약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사드 1개 포대 획득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고, 부지와 기반시설 비용은 한국이 부담키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토지 수용 대상이 커지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군이 부담한다는 운영유지비 역시 한국이 미국에게 제공하는 방위 분담금이 전용될 공산이 크다. 또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모든 도시에는 공군이나 민간 비행장이 있어 안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유사시에는 레이더가 아군 항공기를 적기로 오인해 요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택과 원주는 비교적 휴전선에서 가까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 비교적 빨리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도시는 북한의 신형 방사포 사거리 안에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 반면 3대 도시인 대구는 북한 방사포 사거리 밖에 있지만, 인구 밀집 지역인 데다가 휴전선과 멀리 떨어져 있어 북한 미사일 대처의 효용성이 더욱 떨어진다. 군산은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 기지 가운데 하나여서 중국의 반발이 더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이렇듯 사드 배치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따른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적으로 '공식 협의'를 발표하고 말았다. 미군 측에서는 1~2주 내에 배치가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동북아 신냉전 촉발이라는 '거대한 안보 불안'에서부터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인간 안보/까지 따져봐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방송사들은 ‘한 놈’만 팬다 211시사인
저널리즘 이론은 종편에 좀처럼 적용되지 않는다. ‘종북’ 친노’ 등의 프레임으로 모든 이슈를 단죄한다. 사람들은 정치·사회 정보를 종편으로 입수하기 시작했다.
종편 전성시대다. 출범 초기 ‘애국가보다 낮은 시청률’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시청률이 계속 늘어 이제 지상파 방송을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매출액도 부쩍 늘어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향력도 증가했다. 특히 정치적 영향력에서는 독보적이다. 이번 <시사IN> 설맞이 여론조사에서도 증명되었다. 정치·사회 정보를 입수하는 매체를 묻는 질문에 포털사이트(24.9%)에 이어 종편이 2위(22.2%)를 기록했다(표 참조).
종편은 한국 사회의 보수화에도 일정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종편 출범 이후 4년 동안 리얼미터 주간 여론조사 결과 변화를 보면, 이념 성향을 보수로 응답한 응답자 비율이 2011년 19%에서 2015년에는 30%로 늘었다. 반면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6%에서 19%로 줄었다.
종편의 상승세는 지상파의 하락세와 맞닿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가 2013~2015년 방송 이용 점유율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는 하락(KBS의 경우 39.5%에서 29.9%)한 반면 종편(TV조선의 경우 5.9%에서 10.6%)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시사IN 이명익 종편의 시청률과 매출액이 부쩍 늘었다. <시사IN> 여론조사에서 정치·사회 정보를 입수하는 매체를 묻는 질문에 종편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은 채널A 사옥 앞.
TV조선을 보고 있는 시청자
종편의 정치적 영향력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 패널 출신 6인이 새누리당에 1차 인재 영입 대상이 되어 한꺼번에 입당하는 것으로도 증명되었다. JTBC <썰전> 출연자 이철희·이준석 등 스타 출연자들이 여야에서 두루 활약하고 있다. 종편이 예비 정치인들의 숙주 구실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종편이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이른바 ‘공생 저널리즘’이다. 고전적 저널리즘 이론에서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며 ‘불가근불가원(가까워서도 안 되고 멀어서도 안 된다)’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종편에서는 권력과 언론이 자웅동체처럼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출연자들은 중립적인 시각이 아니라 한쪽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며 스스로 정치를 한다. 그러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권으로 간다. 비유하자면 전반전에 심판으로 뛰었던 사람들이 후반전엔 한쪽 팀 유니폼을 입고 나와 선수로 뛰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새누리당에 입당한 6인의 종편 패널은 종편에 출연하기 전에는 주목할 만한 사회적 이력이 별로 없었다. 6인 중 한 명인 배승희 변호사의 경우 ‘흙수저희망센터’ 소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이곳의 홈페이지는 지난해 12월에 오픈되었다. ‘금수저취업갑질고발센터’에는 윤후덕·신기남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취업 청탁 논란 기사가 링크되어 있을 뿐이다
정치와 언론 사이, 사라져버린 ‘벽’
이런 ‘공생 저널리즘’을 통해 독특한 정치 여론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이윤성·이동관·유정현·김은혜·장성민처럼 전직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비서관 등이 종편의 뉴스 진행자나 시사 프로그램 사회자로 출연 중이다. 종편에서는 정치와 언론의 벽이 사라졌다. 정치를 하다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니 방송을 하다 정치를 하는 것도 당연시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권의 지상파 방송 장악’이 화두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치 관련 보도에서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치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종편은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서 총력전을 벌인다. 특히 오후 시간대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일색이다.
방송 뉴스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구성한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4~20일(1월12일 제외) KBS· MBC·SBS 등 지상파의 메인 뉴스들이 내놓은 총선 관련 뉴스는 각각 20건 내외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TV조선과 채널A는 무려 90여 건 보도를 쏟아냈다.
눈에 띄는 점은 예전 지상파 방송사의 정치 뉴스와는 편향성 논란이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여권 관련 뉴스는 많은데 상대적으로 야권 관련 뉴스가 적어서 문제였다. 하지만 요즘 종편은 야권 관련 뉴스가 더 많다. 그러나 야권이 환영할 일은 아니다. 주로 야권 내부의 갈등을 부각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즉 ‘네거티브 정치 뉴스’인 셈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는 패널 구성이 문제가 된다. 여권 성향 패널과 야권 성향 패널이 몇 명씩 나오느냐에 따라 이슈에 대한 접근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총선보도감시연대를 주도하고 있는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패널 성향은 대략 ‘여권 7 대 야권 3’ 정도다. 그런데 이 숫자에 함정이 있다.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람도 야권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화갑·조순형 전 의원 같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리고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여권 성향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에 중복으로 출연하는 경우 채널 성향에 따라 발언 수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채널 성향에 따라서 맞춤형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다. 한 종편 출연자는 “종편에서 가장 선호하는 출연자는 채널 성향에 맞춰서 방송을 하는 사람이다. ‘센추리클럽(한 달에 100회 이상 출연하는 사람)’에 가입한 사람들이 5~6명 되는데 이번 영입 인물 중 김태현 변호사와 박상헌 평론가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들은 여러 채널에 중복으로 출연하는데 차 빼고 주차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셔틀 차량을 두고 함께 이동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편향성 문제에서도 종편은 지상파와 차원이 다르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종편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공정성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 사회자가 편파적이고, 왜곡된 자막을 내보내며, 자료 화면 역시 일방적으로 편집된다. 공정한 토론을 위한 조건 자체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사회자의 편향성이란, 여권 출연자에게는 호의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야권 출연자에게는 공격적으로 묻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출연자가 답을 하면 사회자가 정색하고 말을 끊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종편 방송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막을 크게 내보내는데, 화면 속의 발언자와 관련 없는 자막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시중에서 ‘카더라’ 수준의 소문으로 떠도는 이야기까지 그대로 방송해버린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에 입당한 김태현·최진녕·배승희·변환봉(왼쪽부터) 변호사는 대표적인 종편 패널이었다.
종편이 정치를 희화화해서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음은 1월14일 TV조선 <이슈해결사 박대장>에서 진행자들이 주고받은 대화의 일부다.
“박선숙 전 의원이 3년 만에 안철수 의원의 품으로 돌아왔다. 안철수·박선숙 커플의 재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안철수 의원의 여자가 두 명 더 있다” “문재인 의원의 여자도 한번 보겠나?” “지금 문의 여인과 안의 여인을 저희가 보여드렸습니다만 어떻게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나?” “박영선 의원은 어느 분의 여인이 될 거라고 보느냐?”
종편에서는 이런 식의 자극적인 표현으로 정치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런 선정성은 시청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라는 것이 출연자들의 지적이다. 한 종편 출연자는 “작가가 ‘순간 시청률’ 자료를 보여준다.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시청률이 낮은 패널이 잘리는 것을 보면서 패널들은 좀 더 자극적으로 발언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종편 보도를 모니터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종편의 영향력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10개를 동시에 방송하는 정도의 강도’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종편은 어떻게 영향력을 키웠을까? 바로 프레임 전략이다. 정치적 사안을 이해하는 프레임을 시청자에게 끝없이 학습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종북 프레임’이다. ‘우리 사회를 가장 위협하는 세력은 종북 세력이다’ ‘지금 사회 이슈의 배후에 종북 세력이 있다’는 프레임으로 모든 이슈를 단죄한다. 통진당 해체부터 세월호 참사 그리고 가까이는 지난 연말의 민중총궐기 대회까지 이런 종북 프레임을 덧씌워 비난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요즘 종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친노 프레임’이다. ‘종북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우리 정치를 가장 위협하는 세력은 친노 운동권이다’ ‘지금 정치 이슈의 배후에는 친노 세력이 있다’며 공격한다. 이런 ‘친노 프레임’의 전도사 중 한 명이 바로 이번에 새누리당에 입당한 김태현씨다. 그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혁신안 발표하면서 비노 밀어낼 때 친위부대 양성해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따위 ‘물의 발언’으로 방심위에서 권고 조치를 받았다. 김씨를 비롯해 이번에 새누리당에 입당한 6인의 종편 패널 가운데 변호사 4인방은 아예 입당 후 자신들의 역할을 ‘친노 저격수’로 선언했다.
ⓒ연합뉴스 2014년 3월17일 채널A 사옥 앞에서 종편국민감시단이 종편 재승인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적대감 조장해 공동체를 파괴하는 역할”
이런 ‘친노 프레임’은 야권이 분열하자 적극적인 안철수 신당 띄워주기로 변주되었다. 1월8일 TV조선 ‘여론조사로 본 정치권’에서 주용중 정치부국장은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는 (여론조사 지지도가) 더블스코어로 앞서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중도 신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새누리당에 이어 아마 안철수 신당이 제2당이 될 것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같은 날 채널A 뉴스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이희호 여사 방문 상황을 비교하며 “현직 대표(문재인)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8분간 만났고 전직 대표(안철수)에겐 20분 독대를 포함해 무려 25분을 할애했다”라고 안철수 의원을 띄워주었다.
이런 ‘친노 프레임’ 덧씌우기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퇴한 뒤에도 계속되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친노 세력이 갈등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채널A는 1월15일 선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하는 김종인 전 의원에 대한 보도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출근 첫날부터 불협화음”이라고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김종인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당권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1월16일), “문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에 갈등설이 나옵니다”(1월17일)라며 계속 갈등을 부각했다. 한편 채널A <쾌도난마>의 경우 1월14일부터 23일까지 9회차 방송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국보위 활동을 비난했다.
총선보도감시연대에서는 친노 혐오를 부추기는 이런 종편의 보도가 호남 혐오를 부추겨 지역감정을 일으킨 것과 비슷하다고 경고한다. 김 사무처장은 “종편은 시청자의 이기심을 자극하며 혐오를 이끌어낸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공론장 역할이 아니라 적대감만 불러일으켜 공동체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친노 혐오 프레임을 복지 혐오 프레임으로 사용하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야권에 친노와 비노 세력의 갈등이 있다면 여권에는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있다. 신구 권력의 갈등은 언제나 주목받는 것이지만 종편은 이와 관련한 보도는 별로 하지 않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는 친박과 비박의 공천 갈등이 격렬한데 이에 대해서는 갈등 이외의 영역에 각도를 맞춘다. 친박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특히 가까운 ‘진박(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 정치인’들의 근황을 보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진박 대 비박의 대결’ 프레임을 구사하는데, 이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진박’ 정치인이 홍보효과를 보게 된다.
‘진박’ 정치인을 부각하는 보도는 특히 채널A에서 두드러진다. 채널A 뉴스는 1월14일 “현역 의원들과 진실한 사람들과의 진검승부는 총선을 90일 앞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타도 유승민계” 진박 6인 ‘대구 결의’>라는 제목으로 ‘오늘 오전 대구의 한 식당에서 행동 통일을 결의한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 6명의 사진’이라며 진박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도했다. 1월27일 뉴스에서는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진실한 친박, 이른바 ‘진박’들이 잇달아 밀리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보도하면서 유승민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격투기를 하는 듯한 사진을 내보내며 이 전 구청장 옆에는 큰 글씨로 ‘진박’이라고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종편과 정치의 공생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돈이다. 정치 관련 뉴스가 많아지고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느는 것과 궤를 같이해서 종편에 정부 광고가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는 공무원연금 관련 광고 60%를 종편에 몰아줘서 특혜 시비를 낳기도 했다.
씁쓸한 ‘계약직 걸그룹’ 선발 216 주간경향
숲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면 숲이 어떤 모양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에 깊이 빠져 있으면 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죠. 최근 케이블채널 엠넷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제작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1982년 독일에서 올해의 단어로 꼽힌 말이 서로 지지 않으려고 팔꿈치를 겨룬다는 의미의 ‘팔꿈치 사회’였다고 합니다. 저는 <프로듀스 101>에서 ‘팔꿈치 사회’의 극명한 단면을 봤습니다. 경쟁이 체화되다 못해 내면화되고, 그 잔인함에 어느 순간 모두가 둔감해져 있는 지금 방송의 자화상 자체였습니다.
<프로듀스 101>은 1월 22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2010년대 이후부터 방송가를 장악하기 시작한 ‘오디션’ 또는 ‘서바이벌’ 형태의 프로그램에서 꼭짓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에 있는 46개 가요 기획사들에서 차출된 101명의 걸그룹 연습생들이 한데 모여 11주 동안 경쟁해 101명에서 11명을 추리는 방식입니다. 이들은 트레이닝을 거쳐 오는 4월 3일 정식 걸그룹으로 데뷔해 연말까지 활동하게 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단 이들은 매번 춤과 노래 실력을 평가 받은 후 A부터 F까지의 등급을 받습니다. 이 과정은 출연자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집니다. 등급에 따라서 방송에 노출될 기회도 차등으로 부여되고, 심지어는 의상도 다르게 입혀 연습을 시킵니다. 제작진은 1등부터 101등까지의 순위를 모두 방송에서 공개합니다. 심지어 이들은 앉을 때도 등수가 새겨진 의자에 차례대로 앉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등장하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연습기간이 짧으면 몇 달, 길면 10년에 이르는 연습생들이 출연합니다. 가다듬어진 기량의 연습생이기 때문에 기량의 차이도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연예인 지원자 오디션에 비해 데뷔에 대한 갈증이 더욱 심하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과정에 101명 가운데 11명을 추리는 과정은 당연히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눈물이나 회한이 버무려집니다. 하지만 11명 안에 들었다고 해서 만사형통은 아닙니다. 이들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함께활동한 이후의 과정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말 그대로 한시적인 ‘계약직 걸그룹’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한경쟁 체제에 놓여 있고, 고생을 해서 일정 단계에 올라가도 결국 계약직이 되는 모습이 지금의 젊은이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제작진의 말이 더욱 가관입니다. “세상에 공정한 출발이란 없다”고 합니다. 사전에 인지도가 있거나, 대형 기획사에 있는 연습생이 유리하다는 조건은 안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런 과정을 이겨내야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101명이 골고루 카메라에 등장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대형 기획사에 있는 화제의 연습생, 사연을 안고 있는 연습생이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트레이너로 등장한 연예인조차 “강한 경쟁은 연습생들의 마음을 단련할 기회”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틀이 소녀들의 꿈을 통제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번의 오디션 프로그램 성공으로 어느새 오만해진 방송사의 모습을 봤습니다. 사람의 꿈은 자연스럽게 피어났다가 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가 그들의 꿈에 마음대로 등급과 등수를 매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좌절하는 소녀들은 누가 보듬어줄 수 있을까요. 분재처럼 가위질 당하는 소녀들의 꿈은 과연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스폰서의 속삭임…"뭘 그리 뻣뻣하게 굴어" 2-12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사진=SBS 제공
오는 13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내부자가 폭로한 '시크릿 리스트'를 통해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를 추적한다. 은밀하지만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거래를 추적해 대한민국 연예계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다.
◈'시크릿 리스트'와 내부자의 고백
"이름만 대면 깜짝 놀랄 사람들이 무지 많아요. 이건 터지면 핵폭탄이에요. 정말 방송할 수 있겠어요?" (제보자 Y)
자신을 모 회사의 CEO라고 소개한 제보자 Y는 신원 보호에 대한 약속을 받고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폭로에 앞서 제작진에 '시크릿 리스트'를 건넸다. 대한민국 1%만 받을 수 있다는 이 리스트에는 유명한 여배우부터 연예인 지망생까지 이름이 빼곡했다.
"한때 은밀한 거래의 내부자였다"고 고백한 제보자 Y는, 직접 목격한 그 세계에 대해 폭로하면서 증거로 녹취파일과 사진, 금융거래내역 등을 제시했다.
◈스폰서와 여배우 그리고 위험한 거래
제작진은 먼저 리스트로부터 연결된 사람들을 만나, 그 연결고리의 실체를 확인하기로 했다. 리스트 속 여성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거절의 공통된 이유. 그러던 중 제작진은 여배우 X로부터 스폰서의 은밀한 속삭임에 대한 고백을 들었다.
"네가 그렇게 깨끗하게 연기로만 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사람이 누가 있냐면서 좀 굽히라고 하더라고요. 뭘 그리 뻣뻣하게 구냐고." (여배우 X의 인터뷰 中)
여배우 X는 스폰서의 달콤한 제안에 넘어간 자신을 원망하며 "지금이라도 위험한 거래를 멈추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제작진은 이 여배우로부터 "스폰서와 여자 연예인의 은밀한 거래를 주선하는 브로커가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브로커 B와 접촉했다.
하지만 브로커 B는 오히려 억울함을 토로했다.
"억울한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저는 한 번도 여자 연예인한테 먼저 하자고 제의한 적 없어요. 오빠 나 돈 떨어졌어. 좋은 사람 좀 소개해줘 이렇게 연락이 와요." (브로커 B의 인터뷰 中)
◈검은 손길의 실체
검은 손길은 어디서부터 뻗어오는 걸까? 방송과 SNS를 통해 제보를 요청하자 미성년인 연예인 지망생, 전직 스폰서 브로커, 스폰서 등 각자가 아픈 경험을 쏟아냈다.
"오디션 보러 갔는데 저한테 딱 물어보는 거예요. 스폰서한테 몸을 주면 스타가 될 수 있다." (배우 지망생 F양 인터뷰 中)
"회장님이 저를 원할 때 달려가야 된다고 했어요. 밤이든 낮이든 전화를 하면 무조건 가야 돼요. 어떤 요구든 다 들어줘야 되는 거죠." (가수 지망생 J양 인터뷰 中)
제작진은 해당 기획사 등에 배우 지망생으로 지원해 문제의 인물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부적절한 거래를 제안하는 검은 그림자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로봇이 농사 짓는 상추농장 생긴다 한겨레신문 16. 2.11
사람이 씨앗만 뿌리면 로봇팔이 수확까지
전기·물 덜 쓰고 살충제 필요 없어 친환경
스프레드의 실내 상추농장. 스프레드 제공(techinsider에서 재인용)
인류는 농사를 지을 줄 알게 되면서 문명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날 농업은 기피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힘든 노동에다 돈벌이도 안 되는 탓이다. 젊은이들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농민 수가 35세 이하 농민보다 6배나 더 많다. 2030년에는 미국 농민의 4분의 1이 은퇴하게 된다고 한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의 경우엔 농민들의 평균 연령이 65.9세(2011년 기준)나 된다.
문제는 농민들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우리는 계속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우리가 먹을 음식 재료가 될 작물은 누가 재배할 것인가? 다양한 인센티브로 젊은이들이 농업에 투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힘든 육체노동과 낮은 생산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런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은 로봇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한마디로 농업의 자동화다.
가메오카 실내 상추농장에서 제품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스프레드 제공(techinsider에서 재인용)
세계 최고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일본에서 한 농업기업이 세계 최초로 로봇 농장을 만들고 있다. 재배 품목은 상추다. 상추를 재배하는 데 육체적인 힘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주고 솎아주고 따내고 하는 등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 만약 한 번의 버튼 누르기로 이 번거로운 일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면 농사가 한결 수월하고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스프레드(Spread)라는 이름의 일본 기업이 실내 상추농장의 전면 자동화에 나선 이유다. 스프레드는 현재 일본 내 슈퍼마켓 2000곳에 상추를 공급하고 있다.
이 농장의 상추 재배 전 과정을 통틀어 사람이 하는 일은 맨 처음 씨를 뿌리는 작업 딱 한 번이다. 그 다음부터 해야 할 작업은 모두 로봇이 떠맡는다. 로봇이라고 해서 작업복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연상하면 안 된다. 로봇팔을 장착한 컨베이어벨트가 이 농장의 로봇 농부다. 이 로봇이 상추에 물을 주고, 솎아내고, 새싹을 이식하고 나중에 수확까지 책임진다. 이와 함께 첨단 센서들이 습도와 이산화탄소, 조명, 온도를 점검해 상추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실내 기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일본 교토부 기즈가와시 간사이과학도시에 들어설 4400제곱미터 규모의 이 로봇농장은 올 여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중반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2017년에 완공될 로봇 상추농장 조감도. 스프레드 제공
자동화의 가장 큰 이점은 인건비 절감이다. 이 회사는 상추 생산에 필요한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이는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큰 주춧돌이다. 자동화는 생산성도 높여준다. 새 농장의 생산량은 하루 3만개로 기존 실내농장의 2만개보다 1.5배 많다. 전기, 물 등 자원에 들어가는 비용도 저렴하다. 스프레드는 자체 개발한 농장용 엘이디 조명으로 기존 실내농장보다 에너지 비용이 3분의 1가량 줄어든다고 밝혔다. 한 번 쓴 농업용수의 98%는 재사용된다. 이에 따라 상추 1개당 들어가는 물이 0.1리터로 전통 재배 방식(10리터)의 1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까지 하다. 덕분에 상추 안의 베타카로틴(항산화물질)도 잘 보존돼 영양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파나소닉이 개발중인 토마토 수확 로봇. 유튜브 갈무리 https://www.youtube.com/watch?v=Tv0MfqzOhBM
물론 일본에서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로봇을 채택하는 농업 분야가 상추 재배만은 아니다. 농기계업체인 구보타는 요양사와 공장 노동자, 고령 농부들을 위한 ‘머슬슈트’를 개발하고 있다. 농기계업체 시부야 세이키와 국립농업식품연구소가 개발한 로봇은 사람 대신 딸기를 수확한다. 지난해 12월 파나소닉은 카메라와 이미지센서를 이용해 20초당 1개꼴로 잘 익은 토마토만을 골라 흠집 하나 없이 수확하는 로봇을 시범 제작해 공개했다.
노무라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5년에는 일본 내 일자리의 거의 절반이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창의성이 필요 없는 일자리들이 그런 위험에 처해 있다며 농업을 그 예로 들었다. 보고서의 지적처럼 로봇 농부의 등장은 불가피하게 사람 농부의 일자리 박탈로 이어진다. 그러나 사람들이 갈수록 농업을 기피하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농업도 살리고 일자리도 살릴 수 있을까?
이 회사 글로벌 마케팅 담당인 프라이스(JJ Price)는 “우리의 목적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일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농업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로봇농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73억 지구촌민 절반이 육지 1%에 옹기종기 한겨레 1.28
14만㎢ 미국 뉴욕주에는 1900만명이 사는데
같은 크기 쓰촨은 1억명, 자바는 1억4천만명
인구밀집지역을 뜻하는 노란색 셀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metrocosm.com
73억에 이르는 지구촌 사람들은 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지도가 나왔다. 데이터매핑 기술을 이용해 작성된 이 지도를 보면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은 육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현대 인류 문명이 집중돼 있는 도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아의 경우엔 특정 지역 편중도가 현저하다.
막스 갈카(Max Galka)라는 이름의 데이터시각화 전문블로거가 만든 이 지도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사회경제데이터응용센터(SEDAC)가 구축해 놓은 세계 인구분포 그리드(2000년 기준)를 토대로 한 것이다. 그는 세계의 육지를 2800만개의 작은 정사각형 셀로 나누었다. 셀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 3마일이다. 그런 다음 인구가 8천명 이상인 지역은 노란색으로, 그 이하 지역은 검은색으로 표시했다. 따라서 노란색 셀 지역의 인구밀도는 제곱마일당 900명이 넘는다. 제곱마일당 900명은 미국의 매서추세츠주 인구밀도와 비슷하다고 한다.
세계에서 노란색 셀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 metrocosm.com
이렇게 인구 밀집지역과 희소지역으로 단순화해 표시한 결과, 놀랍게도 노란색 지역과 검은색 지역에 세계 인류의 절반씩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땅 면적으로 보면 검은색 지역이 99%다. 인구 밀집지역을 뜻하는 노란색 셀이 가장 많은 곳은 인도, 중국, 방글라데시였다. 이 지역은 특히 다른 지역들과 달리 다수의 인구가 내륙 안쪽 깊은 곳에 거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중국 내륙 중앙부에 있는 큰 노란색 점은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와 충칭직할시이다. 이 지역에 1억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땅 크기가 뉴욕주(14만㎢)와 거의 같다고 한다. 하지만 뉴욕주 인구는 1900만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섬인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은 사정이 어떨까?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이 섬의 땅 크기 역시 뉴욕주와 크기가 같다. 반면 인구는 1억4천만이다.
유엔의 세계 인구 장기 전망. metrocosm.com
유엔 인구 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 90억, 2100년 100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증가하는 인구의 대다수는 산업과 생활 기반시설이 잘 구축돼 있고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몰려갈 가능성이 크다. 유엔은 2050년엔 세계 인구에서 도시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금의 54%에서 66%로 올라가고, 2100년에는 인구 넷 중 셋이 도시에 살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많은 사람들을 미래의 도시는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인간과 지구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어디에 살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할까? 무엇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까? 쾌적한 삶의 질일까, 생활의 효율성일까? 아니면 미래의 개발 또는 개척 가능성일까? 지구촌의 인구분포를 지극히 단순화한 한 지도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한라봉, 바다 건너 내륙에서 ‘쑥쑥’…인삼·사과꽃, 강원도서 ‘활짝’ 2.12 경향
ㆍ지구 온난화, 한반도 특산물 지도를 바꾸다
지구 온난화가 한반도의 ‘농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충북까지 치고 올라간 한라봉은 더 이상 제주만의 특산물이 아니다. 농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면서 ‘제주=감귤’, ‘대구=사과’로 불렸던 지역 특산물이 사라지거나 달라질 처지에 놓였다. 강원도에서는 제주보다 10일 이상이나 먼저 감귤을 수확하고 있고 호남에서는 커피 관광단지까지 조성 중이다. 충북 농가들이 망고 재배에 나서는 등 제주는 물론 중부지방까지 이름도 낯선 아열대 작물들이 북상하고 있다.
■제주, 용과·망고·아보카도·구아바·아테모야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로 귀했던 제주 감귤은 이제 내륙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이 됐다. 제주 농가들은 아예 따뜻해진 기후에 맞는 아열대 과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집계 결과 아열대 과수 재배농가는 2001년 220곳(165㏊)에서 2014년 642곳(347㏊)으로 늘었다. 망고를 비롯해 키위, 블루베리, 용과, 구아바, 아보카도, 아테모야, 바나나, 파인애플, 패션프루트(passion fruit·백향과), 레드베이베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참다래 재배농가는 554곳에 이르며 망고 역시 50곳 농가에서 재배 중이다. 제주망고는 수입산과 달리 완숙한 상태에서 수확해 품질이 우수하다. 구아바는 불을 때지 않고도 재배가 가능하다. 수입자유화로 한때 일제히 폐작했던 바나나도 ‘친환경’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2곳 농가에서 다시 재배 중이다.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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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패션프루트·망고·레드향·체리·차요테
제주도의 한라봉은 이제 전남의 대표 작물이 됐다. 한라봉은 1990년대 초 나주에서 첫 재배에 성공한 이후 현재 18개 시·군에서 재배 중이다. 재배면적도 6000여㎡에서 지난해 65만5790㎡까지 늘었다.
고흥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 덕분에 석류·커피·비파 등을 키울 수 있는 아열대 작물 재배 적합지로 떠오르고 있다. 석류는 2005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흥지역에서만 300곳 농가가 하우스 없이 재배하고 있다. 커피도 2012년부터 고흥군 과역면 14곳 농가에서 하우스로 재배 중이다. 2020년까지 10㏊로 재배면적을 확대해 ‘커피 관광단지’로 만드는 계획도 수립했다.
전남에선 이외에도 패션프루트, 망고, 레드향, 천혜향, 구아바, 파파야, 체리, 차요테, 용과 등 15개 아열대 작물이 1000여곳 농가에 보급됐다. 반면 쌀 생산면적은 2010년 18만3804㏊에서 지난해 17만185㏊로 줄었다. 전북 역시 아열대 과일인 패션프루트 재배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 과일은 2014년 7곳 농가에 보급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말 49곳 농가로 급증했다. 패션프루트는 브라질이 원산지인 아열대 과일로, 중국에서는 백가지 향이 난다고 해 ‘백향과’로 불리기도 한다.
아테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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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무화과·‘신라봉’·천혜향·파인애플
대구가 사과도시라는 명성을 내놓았다. 대구의 연간 사과 생산량은 1990년대 후반 4600여t에서 2015년 2794t으로 줄었다. 연평균 기온(14도)이 사과 재배 적정온도(8~11도)를 웃돌면서다. 경북지역의 사과 재배면적도 1990년 3만2721㏊에서 2015년 1만9247㏊로 41% 감소했다. 이 때문에 사과 주산지는 경북 중부권에서 안동·청송·봉화 등 경북 북부권으로 북상했다.
대신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서는 5년 전부터 6곳 농가가 2.1㏊에 연간 44.5t의 무화과를 수확하고 있다. 4년째 무화과를 키우는 황영석씨(59)는 “평균 25~30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지만 외부 기온이 높아지면서 재배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에서 패션프루트와 무화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각각 52곳, 18곳에 이른다.
경주지역 농가들은 2006년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을 도입해 ‘신라봉’이라는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남은 구아바와 망고, 용과, 파인애플, 한라봉, 백향과, 천혜향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221곳(78.9㏊)에 이를 정도로 아열대 과일의 주산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 과일의 생산 지형 변화는 백화점 진열대에서 엿볼 수 있다. 부산 롯데백화점은 최근 전남 고흥, 경남 거제산 한라봉을 선보였다. 경남, 전남, 경북에서 주로 생산했던 사과, 포도, 멜론 등은 경기, 강원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수입에 의존했던 열대 과일인 애플망고와 용과는 제주산이 90%다.
레드베이베리
■충청, 여주·삼채·울금 아열대 채소까지
충청도에도 아열대 작물이 등장했다. 재배면적은 2013년 14.5㏊에서 지난해 76.7㏊로 5배 이상 늘었다. 가장 많이 재배된 아열대 채소는 여주(비터멜론)로 372곳 농가(39.4㏊)가 재배하고 있다. 삼채(5.2㏊)와 울금(8.6㏊) 재배농가도 늘고 있다.
이상기온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성 작물 재배도 늘어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예산 사과농가 절반 이상이 기온 변화에 영향을 덜 받고 색깔은 더 선명한 착색계 후지 품종의 사과를 심고 있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 감귤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접한 ‘탄금향’이라는 이름으로 충주에서 생산 중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같은 품종보다 10일 정도 먼저 수확한다. 무화과, 멜론, 망고가 시범 재배되고 있다.
■강원, ‘감자의 본향’서 ‘인삼의 고향’으로
‘감자의 본향’ 강원도도 대표 농산물이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는 것은 인삼과 사과다. 강원도는 최상품으로 평가되는 6년근 인삼의 주산지로 떠올랐다. 전국의 인삼 재배면적이 매년 9%씩 감소하는 데 반해 강원도는 매년 3% 이상 늘었다. 강원도 내 인삼 재배면적은 2005년 1228㏊에서 2015년 2890㏊로 급증했다. 면적으로 전국의 18.7%를 차지한다. 감자 재배 비율(21.2%)에 육박하는 수치다. 홍천군은 인삼 재배면적이 902㏊에 달해 충남 금산 등과 함께 ‘인삼의 고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홍천에서는 인삼을 넣은 사료를 먹인 ‘홍천 인삼송어’를 양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목받는 또 다른 작목은 사과다. 강원도 내 사과 재배면적은 2005년 150㏊에서 지난해 721㏊로 10년 만에 4.8배 늘었다.
즉흥적이고, 통찰력 없고, 구호만 요란 2.12 경향
박근혜 정부 3년 ‘남북관계 단절’ 원인 3가지
시계 제로 개성공단 폐쇄 이틀째인 12일 경기 파주 임진강변 철책 너머 북한의 모습이 짙은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도 시계 ‘제로(0)’의 안갯속이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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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로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등 김정은 정권의 폭주가 한반도 신냉전 구도를 촉발했지만, 정부도 원칙·일관성을 상실한 ‘우왕좌왕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관리하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통일대박’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수사(修辭)만 화려했지 북한 변화를 유도하거나 압박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 결과 정부는 남북관계 단절이라는 섣부른 선택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 초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단합을 호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①냉·온탕 오간 ‘즉흥’ 대응
현 정부 3년의 대북정책은 즉흥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3년 8월 북한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합의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문에 못 박아놓고, 먼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치적 결단”(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라는 모호한 설명만 내놨다.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전준비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즉흥적 조치란 지적이 제기된다.
대북정책은 대체로 강경했지만, 그 와중에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일례로 통일부는 지난해 6월26일 무기거래를 통해 북한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외국인과 외국기관들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히고, 그 다음날 홍 장관은 전남의 대북협력사업이 잘 추진되도록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②‘우물 안 개구리’ 정세 판단
복잡한 국제정세, 상대 전략을 읽는 통찰력도 실종됐다.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를 압박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를 공식화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한 전문가는 “각자 국익이 있는데, (우리 요구를) 듣겠느냐. 포커판에서 다른 사람들의 패는 보지 않고 올인한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 정부 정책결정 과정은 대통령이 큰 틀과 방향을 정리해놓고 국가안전보장회의는 꿰맞추고, 관계 부처는 선전하기 바쁘다. 성공할 수 없다”고 정책결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③‘어떻게’ 대신 ‘구호’만 있는 정책
치밀한 이행전략도 없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말하면서 전제조건인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지, 남북 간 신뢰를 어떻게 형성할지 전략은 전무했다. 통일대박론을 던져놓고, 그 중요 모델이 될 수 있는 개성공단을 걷어찬 것도 정부 정책이 말뿐임을 보여준다. 양 교수는 “‘하우(how)’라는 방법론이 없었기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패는 처음부터 잉태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북한 ‘관리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가 표현만 요란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은 이면에는 김정은 정권 붕괴를 기다리면서 흡수통일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구상 등 대북정책 주요 키워드는 모두 사어(死語)가 됐다. 5·24 대북 제재 조치 예외라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보류됐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즉자적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정략적으로 남북관계를 활용한 것 외에 미래비전을 갖고 (남북관계) 해법을 모색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美 초강력 대북 제재 법안 통과…오바마 서명후 내주 공식발효 한국 2.12
폴 라이언(공화당) 미국 하원의장이 12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한 대북제재법안(H.R. 757)에 서명하고 있다. 북한만을 겨냥한 제재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실 제공ㆍ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결국 북한에 초강력 제재를 가하는 ‘대북 제재 강화 법안 (H.R. 757)’을 12일(현지시간) 최종 통과시켰다. 북한만을 겨냥한 제재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하원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10일 미국 상원을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 수정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8표, 반대 2표로 가결했다. 이날 표결에 참석한 의원은 410명으로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대북 제재 강화를 위한 입법부 차원의 절차가 완료됐고, 행정부인 미국 정부는 초고강도의 제재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됐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오후 법안에 서명한 뒤 곧바로 행정부로 이송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주 초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법안은 대통령의 서명 즉시 발효된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북한의 금융ㆍ경제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사이버 공격능력 향상, 북한 지도층 사치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는 달러의 획득이 어렵게 ‘돈 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관련자들에 대해 의무적으로 제재를 부과한다. 역대 대북제재 법안 중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조치를 담고 있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의회의 초강경 대응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제재 범위에 북한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거나 거래에 도움을 준 제3국까지 포함해, 사실상 북한과 금융ㆍ경제 거래가 많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대 이란 제재처럼 의무적으로 제3국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과는 달리 미 정부에 관련 조처를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보장하는 수준이지만, 중국이 지금처럼 대북 제재에 미온적일 경우 미 정부가 제재를 발동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은 이외에도 ▦대량살상무기 차단 ▦사치품을 비롯한 북한 정권 지도층 정조준 ▦자금 세탁ㆍ위폐 제작ㆍ마약 밀거래 등 각종 불법행위 추적 차단 ▦사이버 공격 응징 등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포함된 거의 모든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A Whiter Shade Of P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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