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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5.5.19~

by 이성근 2025. 5. 19.

 

 

여름이 오고 있다

2022811일을 돌아본다. 망설이는 마음을 뒤로하고 오후 8시경 어두운 정장 차림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위해 홀로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신림동 반지하방에 살다가 폭우로 밀려들어온 빗물에 방이 순식간에 잠겨 도시 한복판에서 황망하게 사망한 가족의 장례식이었다. 세 명의 영정이 나란히 놓여 있던 빈소에는 정치인들의 조화와 노조 조끼를 입은 조문객들이 이 죽음의 맥락을 말해주고 있었다. 봉투에 시민이라고 적고 헌화한 후 돌아왔다.

 

이 참사 이후 늘 그렇듯 대한민국은 잠시 떠들썩했다. 저 취약한 공간에는 면세점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중년의 가장, 그의 발달장애인 언니, 그의 노모, 그의 어린 딸이 살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늘 희생자의 눈물로만 열 수 있기라도 하는 듯 유난히 홍수 참사가 많았던 그해 여름은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정치권의 언어가 난무했다.

 

 

현실은 달랐다. 2022년 여름 참사 당시 서울시 반지하 가구 수는 20만 정도로 추정됐다. 다소 오차는 있지만 가구 수로 보면 당시 성북구(198000)나 강동구(202000) 크기였다. 반지하를 없앤다는 것은 성북구나 강동구 규모의 가구를 어딘가 다른 곳에서 살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분당(195000)만 한 신도시를 세워야 하는 일이었다. 목소리는 곧 잦아들었고, 서울시의 반지하주택 매입은 지지부진하다.

 

무엇이 얼마나 의미 있게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23년은 어떤가. 715일 호우에 미호강이 범람하며 강물이 오송지하차도에 순식간에 흘러들어 14명이 숨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호우, 인근 제방 공사 부실, 재난 경보 체계의 허점과 담당 부서 간 소통 미흡 등 늘 거론되는 참사의 원인들은 하나하나 따져보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것들이 어느 날 함께 발생했을 때 빗줄기는 참사로 이어졌다.

 

폭염일수가 역대치를 갈아치운 2024년 여름의 모습은 또 달랐다. 기상청의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에는 전년 대비 온열질환자가 31.4%(3704) 폭증했고,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전년 대비 3배 규모인 1430억원의 양식 생물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날씨를 예측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많은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다르지 않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예측이 틀리길 바라면서도 우리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이제 저마다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맡겨달라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들여다본다. 기후위기를 지적한 공약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야 한다. 어떤 후보들의 공약에는 아예 없고, 어떤 후보의 공약에는 맨 마지막에 놓여 있고, 어떤 후보는 재난 대응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나마 한 후보만이 다섯 번째에 놓았다.

 

하지만 새 정부에는 당면한 의무가 있다. 새 정부는 출범 100일 즈음인 9월까지 파리협정에 따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폭염이 지속되던 작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8조 제1항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하여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면서 개정 시한을 2026228일까지 부여했다. 이 역시 새 정부의 숙제가 됐다.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무엇으로 첫 100일을 보낼지 알 수 없지만 기후는 산업과 고용, 에너지, 외교정책과 연계되는 어렵고 미룰 수 없는 과업이다.

 

중요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늘 그렇듯 정부조직 개편도 해야 하고, 탄핵의 여파도 수습해야 하고, 미국과 협상도 진행해야 하는 등 분주할 것이다. 하지만 그 100일 동안 비는 쏟아붓기 시작할 것이고, 폭염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폐부터 파고들기 시작할 것이다. 전기 수요는 또다시 정점을 찍는 와중에 온열환자들은 또 대폭 증가할지도 모른다. 비정규직 현장 노동자들은 실내가 아니라 그늘에서 햇살만 겨우 피한 채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동식물들은 폐사하고, 노인들은 고통받을 것이다. 새로운 예측이 아니다. 반복되었기에 빤히 예상되는 사태라는 것이 가장 무서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5개월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정치적 사태를 경험했다. 기상청이나 질병관리청 등이 여름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지만 시민사회나 공직사회나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온 사회가 대선에 빠져든 지금, 거대한 불평등의 여름이 오고 있다.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향

 

정치가 미래를 버릴지도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경향

 

 

국민연금공단, 공공기관 ESG 1에너지·중기 공공기관도 '호평

국민연금공단이 올 1분기 공공기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최우수(A+) 등급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중소기업 상생, 사회공헌, 폐기물감축 등 사회(S)와 환경(E)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무탄소 전원 확대를 주도해온 에너지 공기업들은 E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보건복지 공기업들은 S부문, 중소벤처·기금관리 공기업들은 지배구조(G) 부문에서 호평 받았다.

 

18일 전자신문과 두이에스지가 국내 335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ESG 경영평가(20242분기~20251분기)에서 국민연금공단은 75.28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국민연금공단은 ESG 통합점수가 전년동기(71.95) 대비 3.31점 상승해 유일하게 A+ 등급을 받으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가중치 43%S부문에서 74.90점을 받아 1위를 받은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 생산품·중증장애인 제품 구매실적 증가 등 상생협력과 사회공헌, ·가정 지원제도 등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전년대비 25점이 올랐다. 가중치 31%E부문에서도 69.38점으로 11위에 올랐다. 폐기물 발생량이 전년 대비 14.44% 감소했고, 저공해 자동차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하고, 온실가스 감축률은 39.3% 달성했다.

 

한국관광공사는 70.66점으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E부문에서 76.43점을 받아 1위에 오르며 전년동기(9) 대비 통합 순위가 7계단 뛰어 올랐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70.15점을 받아 종합 3위에 올랐고 부산항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부동산원, 한국서부발전,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에너지공단 순으로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분야별로 E부문 1위는 부산항만공사·한국관광공사·한전KPS 3개사가 나란히 76.43점을 받으며 A+등급을 받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우수(A) 등급 중에는 한국전력기술, 주택관리공단, 한국서부발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전KDN,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순서로 E부문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S부문은 A+등급은 없지만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이 70점을 넘기며 2, 3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무원연금공단, 한국체육산업개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연구재단한국자산관리공사 순으로 A등급을 받으며 톱10에 올랐다.

 

G부문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75.38점으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인천항만공사, 강원랜드, KOTRA,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국민연금공단 순으로 A등급을 받으며 상위 10위에 들어왔다.

 

민기영 두이에스지 대표는 환경부문은 무탄소 전원 확대를 주도해온 한전KPS, 한전기술, 서부발전, 한전KDN 한수원, 한전MCS 등 에너지 공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사회부문은 보건복지, 지배구조부문은 중소벤처·기금관리 공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출처 : 두이에스지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AI 강국? 문재인·윤석열, 그다음은?

문재인·윤석열, 그다음은? 누가 대통령이 될 건지 궁금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윤석열 다음 대통령은 전력산업을 어떻게 다룰지 걱정이 된다는 뜻이다.

 

전기요금에 있어서 전임 대통령들은 모두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폈다. 앞으로 들어설 대통령도 전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현시점까지도 유력 후보들이 본격적인 전력시장 정책을 발표 못한 것을 보면 특히 더 그렇다.

 

더욱더 실망스러운 점은 누구도 전력시장 정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전기가 키를 쥐고 있는 인공지능(AI) 강대국을 만들겠다고 치열한 홍보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싼 산업용 전기와 송전망의 부족으로 AI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있다 해도 구동을 못하고 있음을 그들은 알고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진보·보수 너나없이 정치권이 방치하고 왜곡시킨 전기요금 제도의 폐단이 최근 산업계에서 먼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계약전력 3A 이상의 전력 수요를 갖춘 회사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려 움직이고 있다. SK어드밴스드에 이어 LG화학, 심지어 공기업 한국철도공사도 전력 직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520여개 기업이 언제든지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금액 규모로는 약 26조원으로, 이는 한전 전기 판매 수입의 30%를 차지하며 한전 수익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84000억원이고, 올해는 151000억원으로 예측(증권사)되는데, 이 이익의 대부분이 이들 산업체에서 나왔다. 이들이 한전을 건너뛰고 전력거래소에서 바로 전기를 구매할 경우 한전은 고수익 거래처를 잃고 남은 전기 사용자의 부담 역시 늘어나게 된다.

 

GPU 있어도 전기 없어 구동 못해

이렇게 기업이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전력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2003년 도입됐지만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돼 누구도 이용하지 않던 방식이다.

 

그러다가 최근 수년간 정치권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수차례에 걸쳐 급격히 인상함에 따라 산업용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은 한전을 경유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사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이 된 것이다. 이들의 경우 한전에는 오로지 망(그리드) 이용료인 송전 비용만 내면 된다.

 

현 제도상에서 전기요금은 한전에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인상 또는 인하 신청을 하고, 물가안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이때 여당과도 협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 요소와 다양한 민원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산업용 전기요금은 선거를 의식해서, 물가를 고려해서, 농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반영해서 못 올리다보니 애꿎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계속 올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한전의 적자는 한전의 책임과는 거리가 먼데도 정치권은 전기요금을 올릴 때마다 한전을 겁박해 국민들에게 희생양으로 보이게 했다. 진보와 보수 정권 너 나 할 것 없이 계속된 행태이다.

 

전기요금이 현실과 괴리되어온 과정을 보자.

전기요금은 변동비+고정비+송배전비+영업비+부가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변동비(연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기준 전기요금은 h123.3원이었는데 당시 송전요금은 6.3, 배전요금은 6.6, 변동비는 68.87원 수준이었다. 이 변동비가 국제 에너지 파동의 여파로 2021년에는 94.34원으로 전년 대비 37.0% 올랐고, 2022년에는 196.65원으로 108.4%나 올랐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전기요금을 한 푼도 인상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전의 영업이익은 2021년에는 58000억원 적자, 2022년에는 326600억원 적자가 됐다.

 

왜곡된 전기요금 정상화시켜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변동비는 2023167.11원으로 15.0% 하락하고, 2024년에는 128.39원으로 23.1% 떨어졌다. 그러나 누적 적자로 인한 한전의 재무 리스크가 심각해짐에 따라 오히려 요금은 20224월부터 202410월까지 총 7회 인상을 했다. 그 결과 한전의 영업이익은 202345000억원 적자에서 2024년에는 84000억원 흑자로, 올해는 151000억원 흑자로 예측되고 있다.

 

인상 자체는 뒤늦게라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업종별 요금이다.

이 기간에 h당 주택용과 일반용은 40.4원을 인상했으나 산업용 고압은 80.0원으로 주택용보다 2배나 많이 올렸다. 특히 202311월과 202410월에는 산업용만 인상했다. 그로 인해 h당 전기요금이 산업용()182.7원이고 주택용은 150원 수준이 됐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든 국가가 전력시장을 개방했는데, 이들 중 제조업 기반 국가의 주거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은 60% 정도이다. 반대로 우리는 산업용이 더 비싸 이 비율은 120%이다. 직거래할 경우 최근 변동비가 120원 수준이니 나머지 비용 약 40원을 더하더라도 구매자 입장에선 20원 정도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임 두 정권의 무대책과 막무가내 인상이 급기야 오늘의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 조금 더 뒤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3년 전까지 산업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 인상 후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했다.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쪽이든, 손해를 감수하는 쪽이든 그 내용을 알았다. 2013년 이후 이 데이터의 발표를 멈추면서 표면적 갈등 비용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 내부는 계속해서 곪아온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신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대선 후보들이 입 모아 외치는 AI 강국은 정치로 결정되는 전기요금이 아닌,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전기가격으로의 전환이 없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경향

 

논둑에 서서 6월을 기다리며

올해는 봄이 늦게 왔다.

올해 윤달이 있어서 봄이 추울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었지만 어쨌건 늦게까지 추웠다. 봄에 일찍 피는 벚꽃과 진달래꽃도 여느 해보다 늦게 피었고 봄이 무르익으면 피는 모란이 더위가 찾아오려는 참인 이제서야 피었다. 이미 5월 중순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이 많다.

 

온상에서 기른 고추 모종을 더 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는 5월 초에 밭에 내다 심었다. 원혜덕 제공

 

해마다 설 명절이 지나면 우리는 이것저것 씨앗을 붓는다. 다 기른 모종을 밭에 옮겨 심어 기르는 때부터는 자연의 날씨에 맡기지만 모종은 비닐 터널 안에 온풍기를 틀어 따뜻하게 보온을 하여 기른다. 우리 사는 곳은 추워서 다른 지역보다 봄과 여름은 한발짝씩 늦게 찾아오고 가을과 겨울은 한발짝 먼저 찾아온다. 작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따뜻한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짧다. 온상을 만들어 모종을 기르면 제때 밭에 모종을 내다 심을 수 있고 제때 수확을 할 수 있다. 봄배추나 양배추 등은 봄에 심어서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해야 하는데 모종으로 길러 심지 않으면 장마가 와도 다 자라지 못한 채 망가진다. 고추도 일찍 모종으로 길러 밭에 내다 심지 않으면 붉어지는 시기가 늦어 몇번 고추를 따보지도 못하고 서리를 맞는다.

 

제일 먼저 밭으로 나간 작물은 잎채소들이다. 추위에 강한 상추, 봄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파 등은 제일 먼저 밭에 내다 심었다. 그 뒤 밭으로 나간 작물은 열매채소들이다. 토마토를 제일 먼저 심고 뒤이어 고추, 오이, 가지, 옥수수, 채두(껍질콩), 호박 등의 모종을 내다 심었다. 열매채소들은 서리가 더 이상 내리지 않는 만상일이 지나고 심는다. 영하까지 내려가지 않고 섭씨 2도로만 내려가도 서리가 내려 기껏 밭에 심은 작물이 얼어 죽는다. 우리 이웃 마을에 사는 연세 있으신 한분이 올해는 고추를 조금 일찍 심었다. 만상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마음을 놓고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며칠 뒤에 기온이 뚝 떨어져 서리가 내렸고 그분이 심은 고추는 다 얼어 죽었다. 그분의 밭이 마침 길가에 있었는지 그 뒤 동네 사람을 만나면 입을 모아 그 이야기를 했다. 그분은 결국 고추 모종을 사서 다시 심었다고 한다. 작물은 절대 시기를 거슬러 심으면 안 된다.

 

모든 잎채소를 다 일찍 심지는 않는다. 더운 지방에서 온 모닝글로리(공심채)는 늦게 심어야 이른 봄추위에 위축되지 않고 잘 자란다. 그 공심채 모종은 며칠 전에 밭에 내다 심었다. 벼는 면적이 넓지도 않고 우리 농사 수입에 크게 관여하지도 않지만 식량이기에 중요한 작물이다. 봄이 되고 날이 풀리면서부터 남편은 틈틈이 논둑을 손질했다. 논둑은 겨울을 나면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고 허물어진다. 겨울 동안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고 두더지나 쥐가 뚫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논을 갈고 논둑을 다 손질하고 나면 저수지에서 물이 내려올 때가 된다. 논에 물을 찰랑찰랑하게 받아서 논을 다시 한번 갈고 써레질을 한다. 트랙터 뒷부분에 긴 쇠갈퀴 같은 작업기를 매달아 논 전체를 누비면 논바닥이 평평해진다. 논에 가득 채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써레질하고 사흘쯤 지나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모내기를 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 모를 심기로 했다. 다음주에 마지막으로 고구마를 심으면 심는 일은 일단 끝난다.

 

논둑을 손질하고 논에 물을 댄 뒤에 써레질을 하고 있다. 써레질하고 나서 흙탕물이 가라앉는 사흘 뒤면 모내기를 한다. 원혜덕 제공

 

그러고 나면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김을 매고 가꾸는 계절로 들어선다. 봄에 밭을 만들고 심는 일만큼이나 분주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 여름의 초입인 63일에 대선을 치른다. 지난겨울 추위가 혹독한 것만큼이나 우리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겨울을 광장에서 보냈다. 심지어는 계절은 봄이 왔는데도 광장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마음의 봄은 오지 않았다. 대선을 치르고 나면 이 세상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을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허리와 얼굴을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한겨레

 

우리나라 자생 벚꽃, 이제는 알고 즐기자

산벚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도 드문 존재

'왕벚프로젝트' 오대산 산벚나무 분포조사

오대산은 국내 산벚나무의 최대 자생지

우리 벚나무는 우리 얼굴, 유전자 지켜야

제주왕벚나무로 소메이요시노 대체 계획

좋은 계절, 5월 초에 오대산 가는 길은 나에게 매번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다. 월정사, 상원사 등 주요 탐방로 초입부터 이미 해발 800미터에 이르는 오대산에는 봄이 늦게 오기 때문에 상춘객들은 4월에 다른 산들에서 누렸던 봄꽃의 향연을 5월에 이곳에서 다시 만끽할 수 있다. 올해에는 대선을 앞둔 정국의 소용돌이에 대한 어지러운 마음을 애써 접어두고,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 2050‘(이후 왕벚프로젝트)에서 연휴 다음 날인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일련의 오대산 산벚나무분포 현황조사에 참가했다. 나는 이 단체에 감사로 참여하고 있다.

 

20222월 공식 출범한 왕벚프로젝트(회장 신준환 동양대 교수)는 전국의 공원과 공공시설 정원수와 가로수 등으로 심어진 일본 왕벚나무(소메이요시노 벚나무)를 제주산 왕벚나무로 바꿔 심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신 회장은 전국의 일본 왕벚나무를 당장 베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자연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만큼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벚나무 수령이 60~80년이므로 1960년대 이후 대거 심어진 일본 왕벚나무가 2050년이면 제주왕벚나무로 다 교체할 수 있다는 목표를 법인명 ’2050‘에 담았다.

 

왕벚프로젝트는 매년 전국의 벚꽃 명소 한두 군데를 대상으로 식재된 벚나무류 조사를 펼치는 동시에 자생 벚나무류 전국 분포 현황과 특성 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번 오대산 산벚나무분포 현황조사는 그 첫 시도이다.

 

오대산은 남한에서 산벚나무가 가장 많은 곳

엽병(잎자루)에 털 있음. 잎 측맥과 주맥에 털 없음. 소화병(小花柄·꽃자루)에는 극미모(매우 적은 털). 이거 산벚나무로 할까요?”

산형(傘形)꽃차례에 2~3개의 꽃, 소화병과 잎에 털 없음. 꽃이 드문드문 달림. 전형적인 산벚나무입니다.”

 

지난 57일 오대산 국립공원 진고개에서 노인봉으로 향하는 탐방로. 오대산 산벚나무 조사 5팀의 현진오 왕벚프로젝트 사무총장과 강승연 조사원이 주고받는 대화는 비전문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게 들렸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이 7일 오대산 진고개~노인봉 구간에서 연구소 직원 강승연 씨와 함께 산벚나무 샘플을 채집하고 있다.

 

소화병(小花柄) 또는 소화경(小花莖)은 꽃자루의 한자 이름이고, 꽃차례에서 한 개의 꽃을 달고 있는 자루를 말한다. 화경(花莖)은 꽃대, 즉 꽃자루를 하나 또는 여러 개 달고 있는 줄기를 일컫는다. 꽃차례(花序·화서)는 꽃대 축에 꽃이 배열된 모양을 말한다. 그 중에서 산형(傘形)화서는 우산모양 꽃차례로 꽃자루가 한 지점에 모여 달려 우산살 모양을 하고 있다. 산수유, 앵초, 붉은참반디 등이 이에 속한다. 산방(繖房)화서는 편평꽃차례로 꽃자루의 길이가 위로 갈수록 짧아져 꽃대 끝들이 거의 같은 높이로 나란히 정렬한다. 기린초, 팥배나무 등이 이에 해당된다.

 

벚나무,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올벚나무 등 벚나무류도 다른 식물들처럼 개체변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종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산벚나무는 잎자루에도 털이 없는 게 특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처럼 털이 있는 경우에도 다른 특징들이 산벚나무에 더 많이 해당하면 일단 그렇게 분류한다.

 

현진오 사무총장은 채집한 산벚나무 꽃자루에 루페(확대경)를 갖다 대면서 말했다. “이곳(오대산 고지대)의 산벚나무는 잎자루 등에 털이 있더라도 잔털벚나무처럼 조밀하게 나지 않는다. 꽃도 우산모양꽃차례에 2개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미심쩍은 개체는 DNA 검사를 통해 최종 확정해야 한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현 총장은 아직 다른 지역에 대한 체계적 조사가 다 이뤼지지 않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오대산은 남한에서 산벚나무가 가장 많이 분포한 곳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벚나무는 꽃 2~3개가 모여 우산모양꽃차례를 이루지만, 편평꽃차례인 경우도 있다. 꽃자루, 수술대, 암술대, 씨방에 털이 없다. 잎자루는 2정도로 짧고, 털이 없다. 주로 높은 산에 서식하며 남한에서는 백두대간 등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꽃과 잎이 동시에 나오는 데다 꽃이 드문드문 피는 편이라서 많은 꽃이 조밀하게 달리는 왕벚나무나 벚나무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다.

 

산벚나무.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벚나무.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잔털벚나무.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벚나무는 편평꽃차례에 2~5개의 꽃이 달린다. 꽃자루에 털이 없고, 꽃대에 꽃싸개잎이 있다. 꽃받침통과 암술대에는 털이 없다. 산벚나무에 비해 낮은 산지에 자라며, 꽃대와 꽃자루가 더 길다. 잔털벚나무는 편평꽃차례에 꽃이 2~5개씩 달린다. 잎의 앞뒷면 맥에 털이 있다. 전체적으로 벚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의 뒷면, 잎자루 및 꽃자루에 털이 있다는 점에서 벚나무와 구분된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일찌감치 3월에 꽃을 피우는 올벚나무는 연한 홍색의 꽃 2~5개를 우산모양꽃차례에 피워올린다. 꽃자루와 암술대에 털이 있다.

 

산벚나무는 귀한 존재, 산에 있다고 다 산벚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도 나도 벚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됐지만, 그에 비해 벚꽃에 대해 얼마다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왕벚프로젝트의 신준환 회장은 산이 있으면 산벚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산벚나무는 백두대간과 바다에 가까운 고산지대 등 제한된 지역에만 분포한다고 했다. 신회장은 올벚나무도 남부에만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문경까지도 분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자생 벚나무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내고 더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생 벚나무류에는 산벚나무, 잔털벚나무, 벗나무, 올벚나무 외에도 한라산특산 왕벚나무와 울릉도 특산 섬벚나무가 있다. 제주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 벚나무를 부계로 한 자연 교잡종으로 특산종이다. 우산모양꽃차례나 편평꽃차례에 꽃이 2~5개씩 달리며 꽃자루에 털이 있고, 암술대에 털이 조금 난다. 한라산 중턱에 200여 그루가 자라고, 제주도와 해남에 3곳의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제주왕벚나무를 소메이요시노벚나무와 맨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겨울눈 눈비늘에 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데 비해 제주왕벚나무에는 털이 조금만 나 있는 것으로 구별된다.

 

제주시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의 제1호 왕벚나무. 19641월 천연기념물 제 159호로 지정됐다.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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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에 심었던 일본산 소메이요시노벚나무가 지금도 벚나무 가로수의 주된 품종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왕벚프로젝트의 국회 및 여의서로 벚나무류 조사 결과 총 636 그루 가운데 94.3%가 소메이요시노벚나무였다. 한국특산인 왕벚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다. 매년 봄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에서도 2023년 조사 결과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9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호국영령이 잠든 국립현충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총 560여 그루 중 소메이요시노 벚나무 등 일본산이 92%에 육박했다.

 

신준환 회장은 왕벚프로젝트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이 땅의 산천초목도 우리의 얼굴이라고 한다면 벚꽃도 우리의 얼굴이라면서 소메이요시노벚나무의 유전자로 오염된 우리 벚나무를 복원하고, 자생 벚나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생 벚나무를 더 사랑해야 하고, 그러려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백두대간 노인봉~매봉 코스, 야생화의 융단

이날 5팀의 조사경로는 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매봉~선자령으로 계획됐다. 상황에 따라 도중에 내려올 수 있도록 짜여진 코스였다. 전체가 백두대간인 코스 중 노인봉부터 매봉까지는 비법정탐방로, 즉 통행금지 구간이어서 사전에 연구·조사 목적의 탐방허가를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했다.

 

오대산 진고개~노인봉 코스에서 지난 7일 소금강 쪽을 바라 본 신록의 풍경. 짙은 녹색부터 옅은 연두색까지 색채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진고개~노인봉 코스는 동쪽으로 소금강까지 이어지는 오대산 주요 탐방로 가운데 하나로 그 중 초입 구간에 해당한다. 6개 팀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구역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벚나무류 조사는 탐방로에서 20미터 이내의 개체들에 대해서 실시하도록 공지됐다. 그러나 벚나무가 많지 않은 곳에서는 이런 지침은 무시됐다. 탐방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조사와 채집이 이뤄지는 동안 발밑을 보니 숲개별꽃 무리와 태백제비꽃, 노랑제비꽃, 얼레지 등이 마치 색색의 꽃 융단을 깐 것 같다.

 

소황병산으로 가는 탐방로에서는 더 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흰색의 큼지막한 흰 꽃을 꽃대 하나에 하나씩만 달고 있는 홀아비바람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많은 홀아비바람꽃을 한꺼번에 본 적이 없다.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태백제비꽃도 끊임없이 나타났다. 412일 문경 주흘산에서보다 훨씬 더 많다. 잎의 양 측면이 말아 올려져 있는 금강제비꽃, 양지꽃, 현호색, 갈퀴현호색, 피나물 등도 보였다. 산벚나무 조사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갈 수 없었을 비법정탐방로의 야생화 화원이다.

 

물을 좋아하는 벚나무류, 흩어진 꽃잎은 물 위를 떠돌고

이번 조사에도 동참한 신준환 회장은 8일 매봉에서 소황병산으로 가는 탐방로에서 산벚나무는 물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벚꽃이 예쁘게 많이 피어 있는 곳은 가을에 단풍도 곱게 물든다. 북한산 문수봉으로 향하는 삼천리골 상류 계곡이 그렇다. 산벚나무인지 벚나무, 또는 잔털벚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곱다. 자생 벚나무류를 이제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게 됐으니 내년 봄에는 때를 맞춰 다시 가 볼 생각이다.

 

북한산 향로봉 밑의 폐사지인 포금정사터에는 산벚나무(혹은 벚나무)와 귀룽나무 고목이 각각 서너 그루 자리잡고 있다. 그 옆을 흐르는 작은 계곡에는 늦봄의 며칠간 흩어진 벚꽃잎과 귀룽나무 꽃잎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붉어진 벚나무속 꽃잎들이 계곡의 고인 물이나 못 쓰는 우물(폐정)을 촘촘히 뒤덮고 있는 모습은 봄 절경의 아이콘이다. 누가 불행하다고/ 가고 있는 붐 한 철에 기대랴/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투성이니 많이 잃고도/ 하나도 잃지 않은 저기 폐정된 우물/ 들여다보면 어둑한 물 위로 낙화/ 물풀처럼 떠돈다/ 가버리면 봄이었다는 생각이/ 갈 길 새삼 낯설게 한다.(김명인, ’낙화중에서)

 

오대산 벚나무류 4그루 중 3그루가 산벚나무

57일과 8일에 걸쳐 진행된 오대산 산벚나무 조사에는 왕벚프로젝트 신회장과 김창열 부회장(전 자생식물원 원장), 권영한 부회장(전 신구대 교수), 김승철 교수(성균관대), 현진오 사무총장과 동북아생물다양성센터 직원 등 18명이 참여했다. 두로령~두로봉 및 북대사 일대, 두로령~비로봉~호령봉~상원사, 신배령~조계동~내면분소 등 모두 9개 탐방로와 그 주변을 대상으로 조사가 실시했다.

 

오대산 산벚나무 조사결과. 왕벚프로젝트2050 제공.

 

조사 결과 오대산 9개 구간에서 채집된 벚나무 종류 336건 가운데 산벚나무가 252건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잔털벚나무가 46(14%)으로 뒤를 이었다. 벚나무는 7(2%)이었다. 이번 조사에는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NABI)가 식물 종 조사업무에 사용하는 현장기록 시스템을 개선해서 자체 개발한 G-Note (NABI LAB)를 적용했다.

임항 편집위원hnglim88@hotmail.com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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